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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촉발된 노인 무임수송 논란… 경기·인천도 남일 아냐
檢, 김성태 '대북송금 의혹' 집중추궁
작년比 32.3% 오른 난방비… IMF 이후 '전기·가스' 최다폭
위에 여러 아이의 사진이 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와 선감도에 수용됐던 원생의 얼굴이 섞여 있다. 누가 부랑아인가. 외형만 보고선 누구도 섣불리 구분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그럼에도 경기도는 길가에서 쓰레기를 줍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길거리 아이들을 무작위로 수집했다. 근거는 허무할 정도로 빈약했다. 그저 부랑아처럼 보여서.선감학원 피해자들은 누명을 썼다. 돌아갈 집이 있고, 보호받을 부모가 있는 데도 '부랑아'로 낙인찍히며 선감도란 이름의 섬에 영문도 모른 채 갇혔다. 하물며 소나 돼지의 등급을 나눌 때도 특정한 기준을 적용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부랑아를 판단하는 기준만큼은 어디에도 없었다. 법률에도, 조례에도 부랑아란 용어를 따로 정의하고 있지 않았다. 경기도는 1982년까지 40년 동안 8~18세의 부랑아 4천689명을 지옥도라 불리는 선감학원으로 보냈다.1982년까지 40년 동안 8~18세4689명 '지옥도' 보낸 경기도'그저 그렇게 보여서'…특별한 이유·근거 없이 무작위 수집 이곳에 수용된 원생들은 자신의 처지를 납득할 수 없었다. 집과 부모가 그리웠을 테고, 폭력과 강제노역으로 얼룩진 선감학원 시설에 쉬이 적응하지 못했다. 원생 일부는 목숨을 걸고 바다를 헤엄쳐 섬 밖으로 빠져나가기 위한 탈출을 감행했고, 이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원생들이 속출했다. 대개는 제대로 된 묏자리도 없이 아무렇게나 묻혔고, 수십년이 지난 현재에 이르러서야 망자들의 흔적을 찾기 위한 발굴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선감학원은 누구의 책임인가.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지만 가슴 깊이에 묻어왔다. 시대 탓을 했고 먹고 사는 일을 핑계댔다. 그렇게 40년이 흘렀다. 이제 명료하게 다시 묻는다. 선감학원은 누구의 잘못인가. → 관련기사 3면([선감학원 특별기획·(上)] 공문서 확인결과 '허술함' 드러나) /특별취재팀※선감학원 특별취재팀정치부 공지영 차장, 신현정·고건 기자, 사회교육부 배재흥·김동한 기자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와 선감도에 수용됐던 원생의 얼굴이 섞여 있다. 누가 부랑아인지 구분할 수 있겠는가? 이 사진에서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4·5번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및 독자 제공
병원 건물마다 새로 놓인 화분을 본 직원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반짝반짝 길병원, 신나는 길병원'. 지난 7월 초 가천대 길병원 김우경 병원장의 취임 인사 화분에 쓰인 이 작은 글귀에는 "밝고 즐거운 직장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의미가 담겼다. 김우경 병원장은 "가천대 길병원 설립자(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의 철학과 인생관이 담긴 '바람개비'란 이름을 딴 소통함을 병원 곳곳에 두어 4천명이 넘는 직원들이 익명으로 직장생활에서 바라는 점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박애, 봉사, 애국' 실천 길병원, 국내 응급의료시스템 발전 기여팬데믹 기간 전국 사립대병원 중 가장 많은 중증환자 병상 확보작년 보건복지부 필수 협력체계 일환 인천권역책임기관 선정도꿈의 암치료기 기대 모으는 a-BNCT 개발, 올해 임상시험 돌입 김 병원장은 일주일마다 소통함에 담긴 직원들의 글을 살피고, 매달 직원들이 낸 좋은 의견이나 건의사항에 대한 답변 등을 발표하기로 했다. 김 병원장은 이어 "직원용 앱에 '칭찬합시다'라는 게시판을 만들어 동료를 칭찬한 직원에게는 커피 쿠폰을, 한 달에 한 번은 칭찬받은 직원 중에서 다수가 인정하는 우수 직원을 뽑아 케이크를 선물하기로 했다"며 "우리 직원들이 행복하면 길병원을 찾은 환자와 가족들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취임 100일을 보낸 소회는."코로나19로 전쟁 같은 3년을 보낸 만큼 그동안 고생한 직원들을 어떻게 격려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가천대 길병원의 장기 비전을 여러 보직자와 함께 머리를 맞댔다."- 유례없는 감염병 대확산에 어떻게 대응해왔나."가천대 길병원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전국 사립대학병원 중 가장 많은 중증환자 병상을 확보하고 전 의료진과 임직원이 최선을 다해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해 왔다. 코로나19가 확산 조짐을 보이던 2020년 2월 56병상 확보를 시작으로 그해 12월부터는 중증거점전담병원으로 전환하며 많을 때는 중증 36병상, 준중증 20병상, 중등증 50병상 등 160병상까지 코로나19 환자 치료 병상을 확보했다. 지금까지 약 3년간 중증환자 7천100여명을 포함해 2만1천500여명의 환자를 입원 치료했고, 특히 확진상태에서 출산한 사례도 100명 이상이다. 코로나19 환자 치료는 비감염병 환자 치료보다 훨씬 더 많은 인력과 시설 등이 필요해 의료기관으로서 국가에 기여하고자 하는 사명감이 없이는 힘든 일이다. 길병원이 2020년 6월 인천시 감염병관리지원단으로 선정된 만큼 인천시의료원을 비롯한 공공의료기관들과 협력해 어떤 감염병에도 작은 빈틈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자세로 임하겠다."- 지난해 인천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 선정됐다."권역책임의료기관은 응급, 외상, 신생아, 산모, 만성질환, 감염 등 생명과 직결된 의료서비스 강화를 위해 보건복지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구축하고 있는 필수의료 협력체계의 일환이다. 국립대병원이 없는 인천에선 길병원이 인천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난해 2월 선정됐다. 인천지역 의료기관들의 '맏이' 역할을 하는 의미다. 길병원은 권역책임의료기관 선정 후 공공의료본부를 발족하고 인천시의료원, 보훈병원 등 공공의료기관, 민간의료기관, 보건소, 복지시설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특히 취약계층 환자에게는 중증질환으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한 뒤에는 요양, 재활치료, 거주환경 등 다각적인 의료 복지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인천시 공공의료사업에 앞장서 왔는데."1958년에 개원한 가천대 길병원의 모태인 이길여산부인과는 당시 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위해 보증금 없이 진료, 무의촌 의료봉사, 자궁암 무료검진 등 개인 의원이 지금으로 보면 공공의료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우리 병원의 설립 이념인 '박애, 봉사, 애국'을 실천하기 위해 가천대 길병원은 1999년 독립된 건물의 응급의료센터를 개원, 서해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것을 시작으로 인천시민을 위한 공공의료에 힘써오고 있다. → 표 참조응급의료를 위해 독립된 센터를 개원한다는 것은 그 당시로서 매우 혁신적인 일이었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시스템이 발전하는 과정에 길병원은 국내 응급의학과 탄생, 전문의 배출에 기여했다. 길병원은 응급의료센터와 심뇌혈관센터를 중심으로 심혈관 응급 환자에 대한 24시간 진료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권역외상센터, 닥터카, 닥터헬기 등 응급환자 이송에 관해선 국내 어느 병원보다 우수한 인적자원, 시설, 시스템 등을 갖췄다."- 연구중심병원으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가천대 길병원은 임상, 연구,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역량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암종별 수술 적정성 1등급, 급성기 심뇌혈관 치료 1등급, 호흡기 만성질환 1등급 등 정부의 의료기관 평가에서 대부분 1등급을 받고 있다. 연구분야에서도 2013년 국내 10대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된 이후 3년 주기 평가에서 매번 최상위권 성적을 거두며 올해까지 3회 연속으로 선정됐다. 대학병원의 높은 연구 역량은 환자들에게 최신의 의료 기술과 임상 등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길병원은 2016년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을 다학제 암 진료에 도입, 의료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정밀 진단 분야에서 길병원은 2006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연구용 7.0T MRI를 이용한 연구로 세계 최고의 정밀한 뇌영상 이미지를 확보했다. 더 나아가 세계 두 번째로 11.74T MRI 개발에 뛰어들며 현재 기기 개발은 완료되어 이미지 생산만 남은 상태다. 꿈의 암 치료기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4세대 중성자 암치료기 a-BNCT(가속기 기반 붕소중성자포획치료기) 개발도 올해 임상시험에 돌입한다. a-BNCT는 11.74T MRI 개발과 함께 가천브레인밸리 뇌질환센터의 양대 핵심 사업이다. a-BNCT는 중성자를 이용해 암세포만을 사멸시키는 원리로, 특히 난치성 뇌암과 두경부암에 탁월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서울에 병원 개원을 준비 중인데…."서울지역 대형 병원이 수도권이나 지방으로 분원을 두는 사례는 다수 있어도 지방에서 자생한 병원이 3차 의료기관으로 발전하고 서울에 병원을 개원하는 것은 대한민국 의료 역사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가천대 길병원은 인천을 기반으로 60여년 만에 전국 규모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서울길병원의 성공적인 개원과 운영은 본원의 역량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인천 토박이 병원의 서울 진출은 인천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기도 하다."- 끝으로 길병원 가족이나 시민 등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35년 전인 1987년, 양평길병원에 공중보건의로 부임하면서 '가천'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내부적으로는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직원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직장을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고, 길병원이 시민에게 더욱 자랑스러운 지역의 대표 의료기관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 환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 지역의 든든한 의료기관이 되기 위해 병원장으로서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글/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김우경 병원장은?▲1962년생, 서울▲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석사·박사▲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가천뇌과학연구원장(현)▲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비상근 자문위원(현)가천대 길병원 김우경 병원장이 "환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 지역의 든든한 의료기관이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남다른 전통주를 빚고 있는 양조장이 애호가들의 눈도장을 찍고 있다. 남양주시 진접읍에 위치한 막걸리 양조장 '봇뜰'의 이야기다. 봇뜰의 술맛에는 도전과 열정, 나눔과 배움이 숙성돼 있다. 전업주부에서 독학으로 가양주 '외길인생'을 걸으며 우리 술의 장인이 된 권옥련(63) 대표 인생의 혼이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봇뜰에선 수십년 간 그 누구에게서도 배우지 않고 스스로 술 만드는 방법을 터득한 권 대표의 많은 시행착오가 녹아들어 주위에선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명품 가양주가 탄생되고 있다.■ 1인 규모 작은 양조장…명품 술맛의 비결 '누룩'권 대표 혼자 운영하는 남양주의 작은 양조장 봇뜰에선 온전히 전통방식으로 가양주를 빚어내고 있다. 질 좋은 국내산 쌀만을 고집하면서도 일체의 감미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봇뜰만의 비결인 '직접 생산한 누룩'을 사용하며 손맛을 내기 위해 기계 역시 사용되지 않고 있다.권 대표는 "술을 빚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저만의 누룩이다. 시간도 많이 들고 체력 소모도 크지만,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고대 문헌의 누룩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개선시키는 것이 그동안 제가 해오고 앞으로 할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봇뜰양조장에선 '십칠주'와 '봇뜰 막걸리', '봇뜰 탁주', '백수환동주', '이화주', '봇뜰 홍주', '사계절' 등 다양한 술이 생산된다.저마다 사연을 지니고 있지만 권 대표가 깊은 애정을 갖고 수년간 가격도 올리지 않고 있다는 술은 자신의 첫 번째 가양주인 십칠주다. 17주 동안 숙성시키고, 알코올 도수가 17도라 붙여진 이름의 십칠주는 도수가 높지만 깔끔하고, 삼양주로 빚은 부드러움으로 많은 애호가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또한 고문헌(양주방·1837년)에도 기록된 '백수환동주'는 '머리가 흰 늙은이가 도로 아이가 되는 술'이라 붙여진 독특한 이름의 술로 역시 권 대표의 손길을 거치면서 물이 첨가되지 않아 걸쭉하고 단맛이 강한 술로 재탄생하며 관심을 받고 있다. '이화주'는 고려 시대부터 양반들이 즐겨 마신 최고급 탁주로 물이 첨가되지 않아 요구르트 같은 질감의 '떠먹는 막걸리'로 유명하다. 하지만 다른 술과 달리 쌀을 반죽해 물기를 짜낸 후 누룩과 함께 발효해서 만드는 등 봇뜰에서 제조되는 술 중 고된 과정을 겪으며 가장 빚기 어려운 술이라고 한다.특히 '사계절'은 봄에 파종해 가을에 수확하는 벼와 겨울에 파종해 여름에 수확하는 보리로 누룩을 만들어 제조되면서 얻게 된 이름의 술로 권 대표가 2년간의 연구 끝에 올 초 시중에 내놓은 가양주다. 물을 첨가하지 않고 침전물의 20%를 제거해 가벼운 느낌의 맛과 향의 풍미가 강한 술이다.■ 어머니 뒷모습에서 느낀 가양주의 매력…남양주를 만나 탄생한 양조장 '봇뜰'권 대표는 유년 시절부터 술을 빚으신 친정어머니 덕에 가양주가 친숙했다.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늘 칭찬 일색이었던 어머니의 솜씨는 권 대표가 결혼한 이후 남편과 남편 지인들에게도 닿으며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술을 빚고 나누며 솜씨를 뽐낸다는 것, 또 술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행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매력을 느낀 권 대표는 전통주 연구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됐다.권옥련 대표, 감미료 없이 직접 누룩 생산"다양한 맛 낼 수 있어… 고문헌보며 공부"유년기 술빚는 어머니 모습에서 매력 느껴그는 "정식으로 술을 배운 적이 없다. 연거푸 실패의 쓴맛을 보면서 금전적 손해를 보기도 했다"면서 "이후 도서관에서 문헌을 찾아보고 인터넷에서 가양주에 대한 자료를 찾으면서 무궁무진한 가양주의 세계를 만났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러다 술 동호회도 나가게 되고, 술에 대한 지식을 나누면서 더 많은 자료를 찾으려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전문가가 돼 있었다"고 술회했다. 직접 가양주 레시피를 연구하고 만들었던 권 대표는 이때만 해도 취미에 머물렀을 뿐, 술을 제조해 판매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는 "주점을 차린 지인이 시중에 없던 제 술을 너무 좋아했고 판매를 원한다고 오랫동안 저를 설득했다. 그래서 면허를 내고 소량으로 '십칠주'를 제조해 판매를 시작했다"며 "이후 입소문을 타고 여기저기서 술을 찾는 손님들이 늘면서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양주에 정착하게 된 특별한 인연도 소개했다.권 대표는 "지인이 사는 남양주 별내지역에 놀러 갔다가 너무 맑은 지하수 물을 맛보고, '이곳에서 술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면서 "당시 마을 이름이었던 봇뜰(보를 막아놓은 뜰)의 이름을 따 양조장을 개업하고 전통술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도 시작했다"고 말했다.별내지역 지하수 맛보고 양조장 세울 결심당시 마을 이름서 상호 따와… 본격적 연구 ■ 쉼표 없이 달려온 '전통주' 인생…'인생·술' 공유하고 후배 양성·전통주 계승도 주력봇뜰에선 '가양주를 빚는다'는 게 '역사의 가치를 되살리는 작업'으로 통한다. 그래서 작은 양조장이지만 후배 양성과 전통주 계승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체험도 진행되는 등 인생과 술을 공유하는 인연의 매개체 역할도 하고 있다.권 대표는 지난 2009년 전통주를 공부하는 지인들과 사단법인 '한국가양주협회'를 설립해 초대 회장을 지내며 다양한 가양주를 알리고, 고문헌의 전통주를 복원하는 데 매진하기도 했다.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엔 대학원과 지자체 등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특히 가양주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겐 '자신만의 레시피'까지 공유하며 전통주 나눔에 앞장서고 있다.'한국가양주협회' 설립해 초대회장 역임도"관심과 열정 가진 이 있다면 물려줄 생각" 권 대표는 "그동안 이익을 보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술을 꾸준히 만들면서 좋은 인연들을 만났다고 생각한다"며 "봇뜰이란 상호로 술의 연구와 생산, 완제품까지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한 나름의 성과와 목표를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권 대표는 "어머니로 인해 가양주에 눈을 뜨고 취미로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다. 나이도 나이인 만큼 폐업도 고려하고 있지만 가양주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가진 이가 다가온다면 그대로 물려줄 생각도 있다"면서 "이제 인생의 내리막길에서 여생은 전통주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인생과 술을 나누는 게 제 작은 바람"이라고 전했다.■ 봇뜰에서 만드는 제품들목넘김이 부드러운 '십칠주'백발이 아이로 '백수환동주'요거트처럼 떠먹는 '이화주'# 십칠주17주 동안 발효, 숙성해 빚은 탁주. 삼양주로 높은 알코올 도수에 비해 부드러운 목넘김. 가양주 고유의 맛과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술.(alc 17%, vol. 550㎖)# 봇뜰 막걸리높은 도수의 십칠주를 10도로 낮춘 술. 십칠주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술. 가볍고 새콤한 맛이 특징.(alc 10%, vol. 750㎖)# 봇뜰 탁주밀가루와 쌀가루를 혼합해 만든 백곡. 이양주로 막걸리보다 단맛이 강한 술. 봇뜰 제품들 중 가장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제품.(alc 10%, vol. 750㎖)# 백수환동주고문헌(양주방, 1837년)에 기록된 술. '머리 흰 늙은이가 도로 아이가 되는 술'이라 붙은 이름. 물이 첨가되지 않아 걸쭉하며 단맛이 강한 술(alc 12%, vol. 375㎖)# 이화주고려시대부터 양반들이 즐겨 마신 최고급 탁주. 물이 첨가되지 않아 요거트 같은 질감의 술 '떠먹는 막걸리'. 새콤한 맛과 단맛이 잘 어우러짐.(alc 12%, vol. 375㎖)# 봇뜰 홍주맑은술만 채주해 증류한 증류식 소주. 동재질의 상압증기류를 사용, 항아리에서 3년간 숙성시켜 부드럽고 깊은 감칠맛이 특징.(alc 45%, vol. 500㎖)# 사계절벼와 보리로 누룩을 만들어 제조. 물을 첨가하지 않고 침전물의 20%를 제거해 가벼운 느낌. 맛과 향의 풍미가 강한 술.(alc 12%, vol. 375㎖, 500㎖)남양주/하지은기자 zee@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봇뜰 권옥련 대표가 자신이 직접 개발한 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소연기자 parksy@kyeongin.com미국에서 직접 수입한 증류기계. /박소연기자 parksy@kyeongin.com
"리퍼브 상품으로 고물가 시대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금리와 물가가 급등하면서 서민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국내 최대 리퍼브 전문업체인 '올랜드아울렛' 서동원 대표는 "고물가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리퍼브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함께하는 세상 만들기'를 주제로 10월 한 달 동안 전국 20여 곳 매장에서 '가전·가구 리퍼브박람회'를 열고 있는 서 대표는 "소비자들의 생활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리퍼브 상품 원스톱 쇼핑'의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그는 "올랜드(All Land)아울렛은 '뭐든 다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이번 리퍼브 박람회는 국내 유명 가전·가구 400여 품목을 최대 70%까지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수익금 일부는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박람회에서는 가전과 가구를 1천원에 살 수 있는 '천원의 행복'과 대폭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반의반의 반값' 행사도 진행하고 있어 고물가시대 알뜰 시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전국 20여개 매장서 한달간 할인판매가구·생활가전·컴퓨터 등 품목 다양올해 베트남 등 동남아시장 진출 계획 이 같은 올랜드아울렛은 1986년 서울 청계천 세운상가에서 '중고 흑백 TV'를 판매하는 작은 점포로 출발했다고 한다."오래 사용해 낡은 중고제품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고민을 하다가 '리퍼브 상품'을 착안했다"는 서 대표는 "고객들에게 저렴하면서도 좀 더 새것 같은 중고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당시 리퍼브 매장 구상에 대해 설명했다. 이후 2007년 파주시 금촌동에 첫선을 보인 올랜드아울렛은 부산, 인천, 울산, 창원, 대구, 부천, 세종, 청주 등 현재 전국 20여 곳의 점포에서 성업 중이다. 이곳에서는 장롱·소파·침대 등 가구전시장을 비롯해 냉장고·TV·세탁기 등 전자제품, 에어컨·선풍기·제습기·난방기 등 계절가전, 전기밥솥·가스레인지·전자레인지·식기세척기 등 주방가전, 청소기·비데·생활·건강용품 등 생활가전, PC·노트북·모니터 등 컴퓨터제품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걸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또 2000년 선보인 생활용품 전문 리퍼브매장인 '올소'는 현재 4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서 대표는 "중국에는 '차이소', 일본에는 '다이소'가 있듯이 한국에는 '올소'가 있다"면서 "앞으로 5년 내 전국에 1천개 점포를 계획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그는 국내 성공을 발판으로 해외 진출도 추진 중이다. 서 대표는 "올해 베트남에 '올랜드 앤 올소'의 첫 번째 해외 매장을 연다"면서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물가시대 '리퍼브'가 대세임을 실감한다. 파주/이종태기자 dolsaem@kyeongin.com올랜드아울렛 서동원 대표는 '리퍼브 상품'으로 고물가 시대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2.10.17 파주/이종태기자 dolsaem@kyeongin.com
고양시의 자족도시를 향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올해 시 승격 30주년, 특례시 지정 원년을 맞은 고양시는 이번에야말로 '베드타운'이라는 오명을 벗고 자족도시로 일어서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자족도시로의 대전환을 시작점으로 '경제자유구역' 유치를 정조준해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이동환 시장은 "각종 규제로 발전에 한계를 겪어온 고양시가 기업친화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돌파구가 경제자유구역"이라며 "경제자유구역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칠 계획으로, 그간 말로만 외쳐온 '자족도시 고양'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각종 규제에 묶인 고양, 해답은 '경제자유구역'… 자족도시로의 대전환 예고고양시는 접경지역인 경기 북부에 위치해 있어 각종 규제 등 수많은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수도권규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군사시설보호라는 3중 규제에 묶여 법적으로 대학이나 공장이 들어설 수 없다. 자족시설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규제 때문이다.특히 일산신도시는 처음 설계될 때부터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만들어져 주택 비율이 높았다. 자족시설을 들여와야 하는 남아있는 부지도 계속해서 주택 위주로 개발됐고, 새로운 자족시설은 들어서지 않은 채 인구만 늘어나면서 일자리와 세수 부족 등 문제와 재정자립도 하락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접경지로 수도권·GB·군사시설 '3중 규제'서울의 베드타운 한계 돌파구로 성장 모색일산TV·방송영상밸리 등과 '시너지' 기대 이런 어려움과 현 상황을 한 번에 해소하기 위해 시가 찾은 돌파구가 '경제자유구역'이다.경제자유구역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외국인 투자기업, 국내복귀기업, 핵심전략산업 투자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규제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제특별구역을 말한다.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각종 현실적인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유치하는데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일자리 증가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자족도시로의 전환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다. 고양일산테크노밸리, 방송영상밸리 등 대규모 자족시설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탄소중립시대 친환경 미래산업 성장기지로… 경기북부 발전 견인할 거점도시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시작으로 시의 장기적인 목표는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국내외 첨단기업들이 찾아오는 '고양판 실리콘밸리'의 실현이다.시는 기존 확정된 인프라와 JDS(장항·대화·송산·송포), 대곡역세권 지역 등을 중심으로 바이오 정밀의료·디지털영상·ICT융복합·AI·로봇·반도체 관련 첨단 산업기업 1천개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시대에 발맞춰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불리는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기업유치를 추진함과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 및 재생에너지 사업 등 신기술 지식산업 분야 기업유치에도 힘써 친환경 미래 산업의 성장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현재 지정된 경제자유구역은 총 9곳으로 그중 경기도는 평택과 시흥 두 곳이며 모두 경기 남부에 있다. 경기북부에는 단 한 곳도 없다.경기도 분도에 대한 논의가 나올 만큼 남부와 북부의 경제 불균형이 큰 현 상황에서 경기 북부의 유일한 특례시인 고양시는 경기북부 전체의 성장을 견인할 만한 가능성을 갖춘 도시다.경제자유구역 신청 주체가 경기도인 만큼, 고양시가 가진 이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해 최대한 협조를 이끌어낼 계획이다.경제자유구역 지정의 목표 중 하나가 외자 유치라는 점에서 시는 지리적으로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 핵심도시들에 대한 접근성이 좋고, 인천공항·인천항·평택항 등과 파주·양주·의정부시·연천군 등 경기 북부지역 간 물류이동의 중심지이기도 해 경제활동을 하는 시민이라면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길목이다.시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인접 도시들에도 긍정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크다.2018년부터는 경제자유구역의 운영방향이 기존 '개발 및 외자 유치'에서 '혁신성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신산업 거점'으로 전환됐다. 경기 북부 내 혁신기관은 총 8개로, 그중 4개가 고양에 집중돼 있는 만큼 혁신성장을 위한 기반을 이미 갖춘 시가 경제자유구역의 궁극적인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고양 경제자유구역' 유치 총력전… 추진단 구심점 잡고 짜임새 있게 추진지난 7월1일 민선 8기의 시작과 함께 경제자유구역 유치를 위한 움직임도 시작됐다.1호 결재로 '경제자유구역 추진TF'를 구성, 민선 8기 정책 방향을 알려주는 신호탄을 쏨과 동시에 자족도시 전환에 대한 이동환 시장의 의지를 나타냈다. 이후 전문가 간담회, 추진방안 세미나 등을 개최하고, 경기경제자유구역청과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에 고양 경제자유구역 지정의 필요성에 대해 건의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정밀의료·AI 등 첨단기업 1천개 입주 목표경기북부 균형발전 거점 어필 道 협조 요청이동환 시장, TF 구성 내년초 추진단 발족 현재 '경제자유구역 추진TF'를 통해 실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초까지 '경제자유구역 추진단'을 발족, 부서 및 산하기관 간 업무협의, 전문자문단 운영, 대외기관 협력, 신속하고 효율적인 개발계획 수립, 구역 지정을 위한 절차 진행 등 모든 역할을 총괄하도록 할 계획이다.경제자유구역 신규지구 발굴을 포함한 제3차 경제자유구역기본계획수립은 내년도 예정으로 경제자유구역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으로 추가지정 신청을 해야 한다. 시는 이달 중으로 경기도에 경제자유구역 추가지정 수요조사서를 제출할 계획으로 추가지역으로 최우선 선정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에는 경기도와 함께 내년 2월부터 12월까지 경기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도에서는 내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에 확대지정을 요청할 예정이다. 이 시장은 "경기 북부의 유일한 특례시인 고양시는 경제자유구역 유치를 위한 명분과 가능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고양시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는 날까지 매 과정마다 모든 역량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고양/김환기기자 khk@kyeongin.com고양시가 경제자유구역 유치로 기업친화도시를 정조준하고 있다. 사진은 고양일산테크노밸리, 방송영상밸리 전경. /고양시 제공이동환 시장. /고양시 제공이동환 고양시장 등 관계자들이 최근 킨텍스에서 열린 2022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를 관람하고 있다. /고양시 제공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치매'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전국 901만8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17.5%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900만명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국내 치매환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 자료를 보면 2015년 62만5천259명이던 65세 이상 치매환자 수가 지난해에는 92만4천870명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65세 이상 노인인구 대비 치매환자 비율(유병률)은 9.54%에서 10.33%로 높아졌다.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는 셈이다. 인천의 경우 전체 인구의 14.2%가 65세 이상 노인이고, 이 중 치매환자는 4만1천여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2008년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다양한 대책을 추진 중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치매안심병원'이다. 치매안심병원은 지난 2017년 정부가 '치매 국가 책임제'를 발표하며 내놓은 대책 중 하나로, 치매환자를 병원·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로 복귀시키는 걸 목표로 한다.지난해까지 치매안심병원은 경북과 대전, 충북, 광주 등 일부지역에서만 운영돼왔다. 최근 수도권 최초로 인천시가 치매안심병원 운영에 나서며 주목받고 있다. 인천시는 '치매 돌봄 특별시'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인데, 치매광역센터·치매안심센터 등과의 연계는 과제로 남는다.■ 치매환자도 지역사회 복귀 가능해…'조기 진단'과 '치료' 중요인천에 사는 A(68)씨는 치매 환자다. A씨의 증상이 처음 나타난 건 약 3년 전이었다. 일상생활에서 '깜빡' 잊어버리는 증상이 시작이었는데, A씨는 "나이가 들면 누구나 겪는 것"이라고 여긴 채 병원을 찾지 않았다. 그로부터 1~2년 뒤 A씨는 길을 잃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헤매던 그는 시민의 제보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도움을 받고 나서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후 찾은 병원에서 A씨는 '치매 중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곧바로 약물치료 등을 받았지만 치매를 늦출 수는 없었다. 가족들이 A씨를 돌보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대소변을 혼자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악화된 증상에 24시간 돌봄이 어렵다고 판단한 가족들은 결국 A씨를 요양병원에 모실 수밖에 없었다.A씨와 비슷한 나이의 B(67)씨도 마찬가지로 3년 전 처음 치매 증상을 겪었다. 2~3일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자 B씨는 치매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초기 치매'로 나왔다. B씨는 지체 없이 약물 복용을 시작했다. 또 인지능력 등을 키우는 치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B씨는 혼자서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식사와 수면은 물론이고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물건을 사는 것도 가능하다. 그의 가족들도 각자 생업에 종사하며 B씨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환자를 병원·시설 아닌 '지역사회'로 복귀가 목표'조기 진단·적절한 치료' 인지기능 5년 이상 연장 A씨와 B씨는 비슷한 시기에 처음 치매 증상을 겪었다. 3년 뒤 이들의 결과를 다르게 한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조기 진단'과 '치료'에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치매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정상적인 기억과 인지기능을 유지하는 기간을 5년 이상 연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치매를 앓더라도 지역사회에 어울려 살아가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이다.■ 수도권 최초의 '치매안심병원'인천에서는 인천 서구와 계양구에 있는 인천 제1·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이 올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돼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수도권에 있는 의료기관이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인천 제1·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이 치매안심병원 사업에 나선 데에는 인천시의 역할이 컸다. 인천시는 제1·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수도권 내 치매안심병원의 역할과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들 병원이 요구에 응해줬다는 게 인천시 설명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초고령화 사회에 치매 환자가 급증하면서 수도권 지역에도 치매안심병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서울과 경기 등에서도 선뜻 나서는 곳이 없었기에 인천시가 선두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했다. → 표 참조보건복지부로부터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받기 위해선 '치매관리법 시행규칙'에 준한 시설·장비·인력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제1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은 지난 2019년 치매전문병동(38병상)을 증축해 기준을 충족했고, 제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은 치매안심병원 지정을 위해 46병상 규모의 치매전문병동을 최근 신축했다.중증 장기 입원과 달라… 1~3개월 집중 호전 중점인천시 사업 필요성에 1·2시립노인요양병원 응해지역 기관들과 유기적 협업 등 제도 보완은 '숙제' 치매안심병원은 경증의 치매 환자를 일상생활로 돌려보내는 걸 목적으로 한다. 중증 치매 환자가 일반 요양병원에 6개월 이상 장기 입원하는 것과는 체계가 다르다. 치매안심병원은 입원기간을 1~3개월 정도 단기로 잡는다. 그 기간에 약물치료와 인지 능력 향상 프로그램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해 짧은 시간 내에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에 중점을 둔다.치매안심병원은 '치매 진단'을 받은 치매 환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사회에 복귀시키는 걸 주된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치매 초기 환자들을 주된 대상으로 한다. 치매 진단은 각 군·구 보건소에 설치된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입원대상은 인천 시민이 1순위라는 게 인천시 설명이다.치매안심병원 지정을 위해 전문병동을 신축한 제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 최경규 원장은 "치매를 완치할 순 없지만 증상을 개선시키는 약은 시중에 나와 있다"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기간을 5년 이상까지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안심병원 운영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 현재는 중증 이상의 치매 환자분들 위주로 치료하고 있다"며 "치매안심병원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초기 진단을 받은 환자분들께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했다.그는 치매안심병원이 제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선 지역에 있는 치매관련 기관들과 협업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도 했다. 최경규 원장은 "치매안심병원 하나의 노력만으로는 치매 환자를 발굴하고 치료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인천시 광역치매센터와 군·구 치매안심센터, 보건소 등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인천시는 치매와 관련된 인프라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여러 치매 기관들이 의논하며 제도를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시 관계자는 "치매안심병원을 비롯한 여러 치매 관계기관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했을 때 비로소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지역사회 치매관리사업에 있는 지역사회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치매 예방관리사업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인천 계양구에 있는 제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 내부 사진. 인천 서구와 계양구에 있는 제1·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은 수도권 최초로 보건복지부의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돼 지난달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인천 계양구에 있는 제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 내부 사진. 인천 서구와 계양구에 있는 제1·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은 수도권 최초로 보건복지부의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돼 지난달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집 때문에 울고 웃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옷, 음식과 더불어 집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집이 갖는 의미는 그보다 좀 더 복잡다단하다. 개인의 삶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의 중심에 집과 땅이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 장만을 어떻게 할지 다투는 예비부부의 이야기, '영혼을 끌어모아' 집을 샀다가 대출금 부담에 잠 못 이루는 이야기, 집값이 떨어질까 단단히 뭉치는 지역 커뮤니티의 이야기 등은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집값이 너무 오르거나, 혹은 떨어져서 정부 지지도가 출렁이고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부동산을 사들인 사례에 정국이 발칵 뒤집히기도 한다. 한편에는 취약한 반지하, 단칸방에서 추위와 더위를 온몸으로 견디는 이들도 상존한다.한국부동산학회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집, 그리고 땅과 얽힌 인간사에서 부동산학의 역할을 찾는다. 서 교수는 "세계 어느 나라도 그렇지만, 한국사회는 특히 집을 가져야 한다는 욕망이 강하다. 그리고 정치에 좌우되는 경향이 비교적 크다"며 "부동산학의 존재 이유는 인간과 부동산의 관계를 개선하는데 있다. 우리사회의 부동산은 '소유'에 방점이 찍혀있는데 이를 '이용' 중심으로 전환해, 인간과 부동산의 관계가 보다 나아질 수 있게끔 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학자로서 40년, "인간과 부동산의 관계 개선이 부동산학의 목적"토지 제도의 역사는 깊다. 매 왕조마다 토지를 합리적으로 배분하고 세금을 거두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땅과 집에 대한 욕망의 역사도 깊다. 그러나 부동산을 학문으로 연구한 역사는 비교적 길지 않다. "부동산학이 우리 학계에 도입된 것은 1982년 정도다. 40년 가량이 됐다. 박사 학위도 2000년대 이후부터 등장했다. 실용학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점 등이 맞물려서 행정학, 법학, 도시계획, 건축, 경영이나 경제 등을 전공했던 다양한 분들이 부동산을 학문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쌓이면서 기틀이 마련됐고, 점점 학문으로서의 위치를 다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서 교수는 "부동산 상황이 국가마다 다르다보니 연구하는 양상도 조금씩은 다르다. 이를테면 미국은 땅이 넓고 크다보니 어떻게 자본을 투입해 개발하고 분양할지에 대한 측면에 방점이 찍혀있다. 일본은 제도 중심의 학문, 유럽은 토지 경제 등에 대한 연구가 중점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좀 더 복잡하고 종합적이다. 물리적, 기술적, 제도적 측면에 대해 복합적으로 연구가 이뤄진다. 특히 우리 부동산시장의 경우 정치, 그에 따른 제도에 영향을 받는 측면이 많다"고 설명했다.부동산학이 우리 학계에 도입되기 전이었지만 그는 대학 재학시절부터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다. 감정평가사 공부를 하기도 했고, 공인중개사는 아예 자격을 취득했다. 그러다 1983년 무렵, 부동산학을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깊이 있는 연구를 시작했다. 하나둘 논문을 썼던 게 100여 편에 이를 정도다. 저서 역시 40편에 달한다. 그가 학자로서 걸어온 40년 동안, 한국사회 역시 부동산 개발로 쉴새 없이 요동쳤다. 서울 강남과 여의도가 개발됐고, 경기도에 1기 신도시가 들어섰다. 세종으로의 행정수도 이전 역시 온 사회를 흔들었다. 부동산학, 인간과 부동산 관계 개선이 목적'이용' 중심으로 바뀌도록 점진적 지원 필요자본주의 발전할수록 '부의 양극화' 가속도 그러는 사이 부동산은 훨씬 더 깊이 있고 복잡하게 인간사에 맞물리고 있다. 부동산학의 역할과 연구 영역도 그에 따라 확대되고 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을 4년 동안 역임했던 그가 공정주택포럼을 개설한 이유도 이와 맞닿아있다.서 교수는 "학문의 목적은 결국 인간의 삶을 좀 더 낫게 만들고, 사회를 보다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있다. 그런 측면에서 부동산학은 인간과 부동산의 관계를 개선해 인간의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게 본래 목적"이라며 "어떤 제도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이 생기고,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오르거나 떨어져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개선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부의 양극화 문제가 심해지고 있다.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복지문제도 꾸준히 화두로 떠오른다. 주택시장이 좀 더 공정해지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포럼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지금의 수도권 부동산시장 총선 때까진 이어질 것…인위적 개입 줄이고 '이용 중심' 전환 필요"최근 몇년 간 부동산 시장엔 예측불허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엔 부동산 광풍이 불어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역대급으로 치솟았던 반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래가 서서히 줄더니 지금은 10년 만에 가장 바닥 수준에 이르렀다. 거래가 줄면서 가격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서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취득, 보유, 양도를 억제하는 '3불' 정책을 폈었다. 여기에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가 맞물려 초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은 정치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정책을 바꿔야 지금의 시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다음 총선에서 정치 구도가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달려있다"며 2024년 총선까지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그러면서 부동산 시장 흐름에 정치·제도적 요소가 개입할 여지를 줄이고 시장 원리에 의해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리에 민감한 부동산 시장에서 인위적 개입이 왜곡을 심화시킨다는 얘기다. 그는 "다른 시장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부동산 시장은 특히 사회적 심리가 많이 작용한다. 부동산에 대한 소유의 개념이 강하고, 국민 생활에 밀접한 우리나라에선 특히 그렇다. 그래서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어려운데, 여기에 정부·정치권 개편에 따른 제도 변화가 계속 더해지면서 시장을 왜곡시켜 문제를 심화시킨다. 시장 원리에 의해 작동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나아가 부동산을 소유에서 이용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게끔 점진적으로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정치권 개편에 따른 제도 변화로 문제 심화취약계층 주거복지 실현, 정부의 해결 과제 동시에 시장에서 소외된 이들에 대한 대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서 교수는 "경제 규모가 커지고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할수록 부의 양극화는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엄밀히 말해 국가가 모든 국민의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민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고 의식주를 지켜주는 데 있다. 그런 측면에서 90%의 부동산은 시장 원리에 의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더라도, 나머지 10%의 부동산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 복지 실현의 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우리 사회에서 인간과 부동산의 관계가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학자로서의 그의 믿음이다.인터뷰 말미에 문득 부동산 전문가인 그가 부동산 투자에선 얼마나 성공을 거뒀을지 궁금해졌다. "노 코멘트"였다.글/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서진형 교수는?▲1964년생, 경북 의성 ▲한양대학교 행정학 석사, 대구대학교 행정학 박사 ▲경인여자대학교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 ▲19대, 20대 대한부동산학회 회장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 ▲전 국토교통부 국토공간정보위원회 위원부동산학자로서 40여년을 달려온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이자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가 환한 미소로 경인여대 교정에 섰다. 그는 "부동산학은 인간과 부동산의 관계를 개선해 인간의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게 본래 목적이다"라고 말한다.
"사랑을 나눌수록 행복이 커지듯, 그간 뜻을 같이 한 많은 분들과 활동하면서 일상의 행복을 키워왔습니다."시흥시가 최근 제34회 시민의 날을 맞아 시민대상 수상자로 선정한 김병선(56)씨. 시는 지역사회 발전 및 공동체 회복을 위해 헌신·봉사한 시민에게 매년 시민 대상을 수여하고 있다.김씨는 지체장애인을 비롯해 홀몸노인, 다문화가정, 소아환우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한 따뜻한 나눔 활동에 앞장서고 다양한 부문에서 시흥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지체장애인 등 소외이웃 보듬기 앞장20년전 방범활동 시작 지역봉사 불씨정왕1동에 5년간 복지기금 2억 기탁김씨는 사업가로서, 정왕동 주민으로서 오랜 시간 다양한 이웃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꾸준하게 노력과 정성을 쏟으며 사랑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다.그의 이웃을 향한 마음의 출발은 방범대 활동에서 시작됐다.그는 "20여 년 전 정왕동은 치안 부재가 심각했다. 함께 뜻을 모은 이웃들과 안전한 동네를 만들고 싶어 방범대를 꾸려 동네를 지켰다"고 말했다.그렇게 지역사회를 위한 작은 마음이 불씨가 돼 정왕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골프연합회장, 시흥시 선봉로타리클럽 회장 등 수많은 단체의 장을 역임하며 이웃돕기 활동에 나섰고 복지기금 조성에도 힘을 쏟았다. 그리고 기부 범위를 매년 확장하며 지역사회에 나눔의 불꽃을 지피고 있다.특히 정왕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활동하며 5년간 CMS(자동이체) 기금 2억원을 지정 기탁해 복지사업이 활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힘을 쏟았다. 또 위기가정을 제보하는 복지우체통을 설치, 20명의 사회 사각지대 이웃을 발굴했고 요정남(요리하는 정왕1동 남자들) 쿠킹클래스 활동을 제안해 취업과 연계하는 등 독거 중장년의 재기와 심적 안정을 도왔다. 이에 김씨는 "끈끈한 민관협력의 성공적인 결실"이라고 귀띔했다.그는 기업인으로 살아오면서 사회로부터 받은 행복을 사회에 되돌려 주고 싶었다. 가족에게 누구보다 부끄럽지 않은 아빠로 살고 싶은 마음과 사랑하는 모든 이가 따뜻하고 안전한 시흥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그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열정을 지속하게 하는 동력이 돼주고 있다.김씨는 혈액암으로 투병 중인 아들의 치료과정을 경험하며 대한민국과 시흥시에 고마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아픈 이들을 위한 의료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는만큼, 환우들이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경험치를 살려 도울 계획이다. 나눔의 열정으로 일상이 즐겁다는 그는 이웃사랑의 크기를 더 늘리기 위해 매일매일이 분주하다.김씨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 따뜻하게 건네는 말 한마디, 안 읽는 책·안 입는 옷을 나누는 것, 길가에 떨어진 쓰레기 하나를 줍는 것, 모든 것들이 봉사이고 나눔이다. 거창하지 않다"며 "누구나 생활 속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게 봉사"라고 강조했다. 시흥/김영래기자 yrk@kyeongin.com제34회 시흥시 시민대상을 수상한 김병선씨는 "누구나 생활 속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게 봉사"라고 강조했다. /시흥시 제공
박호군 전 과학기술부장관이 인천에서 열리는 최대 미술 축제인 인천아시아아트쇼(IAAS)의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30여년 이상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에 재직하면서 유기화학·정밀화학 분야 연구에 전념한 과학도가 대규모 예술 축제를 대표하는 얼굴로 나섰다는 점에서 그 배경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정치적 행보로 해석하는 이들도 간혹 있다. 최근 박 전 장관, 현 인천아시아아트쇼 조직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박호군 인천아시아아트쇼 조직위원장은 "모처럼 고향 인천에서 열리는 큰 행사의 조직위원장을 맡았다고 하니 그렇지 않아도 인천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에게 이런저런 연락이 자주 온다"면서 "가끔 긴장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럴 때마다 내 주소지는 엄연히 서울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해둔다"고 말하며 웃었다.꾸준히 구매 '미술 애호가' 이름 덜 알려진 젊은 작가 소품 선택 계획관심 가져준다면 부산영화제처럼 명성 얻어… K-ART 유명세 기대감"국립대 없었던 지자체는 유일" 인천대 총장 시절 송도 이전 결실 맺기도 인천의 첫 대규모 아트페어로 지난해 관심을 모은 인천아시아아트쇼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박 조직위원장이 가세하면서 올해 행사에 대한 관심도 더 커지고 있다. 박 위원장은 "저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는데, 사실 예술과 과학이라는 것이 뿌리가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과 기술을 통합해 부르던 고대 그리스어의 '테크네(techne)'라는 단어를 인용했다. 그리스어의 테크네라는 말이 '테크닉'(technic)과 아르스(ars)로 분화했고 아르스가 지금의 아트(art)로 변화했다는 것이다."옛날에는 예술이 아니라 기술이었죠. 그 기술이라고 하는 것이 이성적으로 발달하면 '테크닉'이고 감성적으로 발달하면 '예술'이 됐죠. 뿌리는 같아요. 그 두 단어가 공통점도 있어요. 창조적이고 상상력이 뛰어나야 된다는 점이죠."창조적이면서 상상력이 뛰어나야 한다는 점뿐 아니라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성과 수월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도 예술과 과학의 중요한 공통점이다.상상력을 구체적으로 현실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과학을 실용의 학문이라고 하듯이 예술의 경우도 그냥 혼자 흥얼거리고 끄적인다고 예술이 아니라 현실적인 작품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예술이나 과학이 추구하고 있는 목표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로켓을 쏘아서 달로 간다고 합시다. 그럼 로켓이 어떻게 움직이게 되느냐, 그걸 사람들이 상상하기가 참 힘들어요. 근데 달 모양과 거기 궤도를 그리고, 위성이 이렇게 타원형으로 움직인다고 궤도를 그려서 설명하면 이해가 쉽죠. 대부분의 과학적인 현상을 설명할 때 말보다 그림을 그려봐요. 그러면 궁금증이 해소되는 경우가 많아요."사실 박 위원장은 꾸준히 미술 작품을 구매한 미술 애호가이기도 하다.그가 첫 작품을 소장한 것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즈음이었다. 학창 시절 자신의 담임교사를 맡기도 했던 장선백 서양화가(동덕여대 교수)의 전시에 초청을 받아 구입한 작품이 처음이다. 이후로 꾸준히 집에 걸어두고 감상할 작품을 사들였다. 올해에도 1점, 지난해에도 3점을 구입했다.올해 열리는 인천아시아아트쇼에서도 작품을 구입할 계획인데, 그는 "꼼꼼히 작품을 살펴보고 결정하겠다"면서도 "이름있는 작가의 큰 작품이 아니라 이름이 조금 덜 알려진 젊은 작가의 소품을 구입할 생각"이라고 했다.박 위원장은 미술에 대한 조예와 함께 고향 인천에 도움을 주고 싶어서 인천아시아아트쇼에 참여하기로 했다. 제물포고 후배인 손도문 인천아시아아트쇼 조직위원회 이사장의 제안이 먼저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고사했지만, 내가 비록 예술인은 아니어도 그래도 인천과 시민들께 봉사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면서 "이전까지 인천에 없었던 큰 행사를 치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후배를 돕고 싶었다"고 했다.박 위원장은 인천시민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준다면 부산을 대표하는 영화제처럼 이 행사도 국제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점도 그가 조직위원장을 수락한 이유 중 하나다. 그는 "K-POP, K-드라마 등이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 K-ART 또한 이제 이름을 날릴 시기가 됐다"면서 "우리나라가 가진 예술가들을 소개할 수 있는 이러한 행사가 인천에서 지속한다면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박 위원장의 인천에서의 행보에 은근히 기대를 거는 이들이 많다. 그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인천대 총장으로 일하며 학교의 국립화와 송도이전 등의 결실을 이뤄내는 등 추진력을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의 머릿속에는 인천대 설계도가 훤하게 그려진다.그는 "인천대를 국립화하는 과정에서 굳이 인천에까지 국립대를 만들어야 하냐는 반대 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국립대 없는 지방자치단체가 인천 이외에는 없었다"면서 "인천아시아아트쇼도 작게 시작했지만 성장해 나가리라 확신한다"고 했다.그는 앞으로 인천아시아아트쇼가 인천을 대표하는 예술 축제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대한민국에 들어온 새로운 문명은 인천을 거쳤습니다. 전화·철도 등 다양한 것들을 인천은 처음부터 경험했습니다. 새로운 문명과 친숙한 도시로 볼 수 있죠. 그런데 워낙 서울과 가까웠어요. 오히려 언제든 서울에 가서 즐길 수 있는 점 때문에 도시의 '아이덴티티'가 불분명해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는 서울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를 즐길 것이 아니라 인천만의 예술 행사를 가질 때도 된 것 같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은 물론 정주 여건이 좋은 곳으로 내·외국인이 몰려들고 있어요. 이 행사를 잘 키워간다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문화도시로서의 인천의 위상을 다지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글/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박호군 조직위원장은?▲1947년 경기도 인천 신흥동 출생 ▲신흥초, 인천중, 제물포고,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화학과 졸업 ▲1999~2003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2000 인천시 과학기술상 대상 ▲2001 국민훈장 목련장 ▲2003 과학기술부 장관 ▲2004~2008 인천대 총장 ▲2012~2016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총장▲2017~2021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총장박호군 전 과학기술부장관이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인 인천아시아아트쇼(IAAS)의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박 조직위원장은 지난달 29일 IAAS 조직위 사무실에서 가진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학과 예술은 뿌리가 같다"면서 "인천을 문화도시로 만드는 봉사의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박호군 조직위원장이 인천아시아아트쇼(IAAS) 행사장 부스배치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려인들이 우리 마을에 잘 정착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제겐 큰 기쁨이자 보람입니다. 그래도 제가 마을 이장인데, 그들의 어려움을 지나칠 수는 없잖아요."평택시 포승읍 도곡12리 박준우(46) 이장은 이곳 고려인들 사이에선 '빅 브라더'로 통한다. 아이들의 한국어 교육과 그 부모들의 어려움 해결 등에 직접 나서면서 붙여진 별명이다.포승읍 도곡리에는 평택항과 산업단지가 위치해 일자리를 찾아온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중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들의 비율이 높다.박 이장이 이들에게 관심을 보이게 된 것은 러시아 출신 고려인 노동자와의 우연한 만남 때문이다. 출근 후 집에 남아있는 고려인 노동자의 어린아이들을 돌봐주면서 그들의 고된 삶을 알게 됐다.박 이장은 "고려인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다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식습관과 언어문제 등이 이유다. 그래서 부모들이 일을 나가면 아이들이 집에만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아이들 한글 교육·부모 어려움 해결7월 창립 '푸른 외국인 방범대' 호응정부·지자체 많은 관심과 지원 필요 박 이장은 아내와 상의 끝에 잘 나가던 PC방을 접고, 키즈카페를 차린 뒤 초등학교 입학 전 고려인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등 한국 문화에 적응토록 돕고 있다.이런 가운데 지난 5월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한국에 온 한 고려인 아이(11)가 지난달 초 집 옥상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자 대학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앞장서기도 했다.박 이장은 "아빠가 일을 나간 사이에 집에만 있던 아이가 옥상에 올라갔다가 발생한 사고인데, 저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래도 치료가 잘 되고 있으니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박 이장이 요즘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일은 지난 7월 창립한 '포승 푸른 외국인 방범대'다.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출신의 고려인 등 40여 명이 4인 1조로 동네 곳곳을 돌며 방범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성 1명, 통역 1명, 한국인(주민) 1명, 고려인 1명으로 팀을 이룬 외국인 방범대는 주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주점, 식당 주변 골목길 등에서 방범에 나선다. 박 이장은 이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좋다고 엄지를 들어 올렸다.그래서인지 박 이장의 휴대폰 전화벨은 쉴새 없이 울려댄다. 약간의 러시아어와 영어를 섞어 가며 응대하는 그가 살짝 낯설기도 하지만 상대를 대하는 진정성에서 실천하는 봉사의 참 의미를 읽을 수 있다.박 이장은 "우리 이웃들이 마을에 잘 정착해 행복해지는 것이 제가 원하는 바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장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과 관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택/김종호기자 kikjh@kyeongin.com평택시 포승읍 도곡12리 박준우 이장이 고려인들과의 인연, 그리고 그들의 고된 삶, 그들과 함께 마을 공동체를 지켜나가고 있는 일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2.10.3 평택/김종호기자 kik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