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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촉발된 노인 무임수송 논란… 경기·인천도 남일 아냐
檢, 김성태 '대북송금 의혹' 집중추궁
작년比 32.3% 오른 난방비… IMF 이후 '전기·가스' 최다폭
민선 8기 하남시는 미사동 일원에 K-POP 공연장, 글로벌 영화촬영 스튜디오, 마블시티 등을 조성하는 'K-스타월드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적인 한류문화도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K-스타월드가 들어설 미사섬은 아름다운 수변공간과 주변 대도시와의 우수한 접근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정부의 규제완화와 기업의 투자유치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한류문화 성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넷플릭스 시리즈인 오징어게임 등 한류문화 자산을 경제자산으로 전환하는 K-스타월드 조성을 목표로 정부 부처와의 소통, 투자유치단 출범 등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치는 민선 8기 하남시의 K-스타월드 조성사업을 집중 조명해본다.최고 음향시스템 갖춘 최상의 무대4D·5D 메타버스형 테마파크 조성드라마 콘텐츠 제작 편의성 극대화AI·ICT 융합 영상문화산단 밑그림미사역 인접 강남서 30분내 접근성일자리 3만개·年 2조5천억 경제효과투자유치단 구성 규제완화 정부 건의아레떼 프로젝트 LOI 체결 등 잰걸음 ■ K-POP 공연장·영화촬영 스튜디오… 한류문화 메카를 꿈꾸다시는 K-POP 공연장과 세계적인 영화촬영 스튜디오, 아이언맨 등 마블의 히어로 캐릭터를 활용한 마블시티 등을 조성하는 'K-스타월드 프로젝트'를 통해 하남을 세계 최고의 일자리문화도시, 세계 한류의 중심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세부적으로 그룹 BTS와 블랙핑크 등 한류문화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이 최고의 음향시스템을 토대로 최상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하는 K-POP 전용공연장을 건립하고, 4D·5D를 망라하는 메타버스형 테마파크 및 어린이체험형 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특히 미국 에미상 6개 부문을 휩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이 보여준 한류 영상콘텐츠의 제작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영화촬영 스튜디오 등을 조성해 영화사들이 사운드 시설 및 아카데미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된 첨단영상문화 산업단지를 만들어 새로운 기술도입과 인력양성을 이뤄나간다는 방침이다.■ 서울 강남 30분 내 거리…연 300만명 관광객 유치K-스타월드가 조성될 미사동 일원은 지하철 5호선 미사역과 도보 10분 거리에 있으며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강남에서 30분 내 진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최적의 입지 요건으로 평가된다.특히 강남은 압구정로데오거리, 청담명품거리, 신사동 가로수길 등 외국인 관광객이 의료·관광·맛집·쇼핑·뷰티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관광권역을 갖추면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약 657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다. 이 같은 입지 요건을 고려했을 때, 최첨단 도심형 테마파크인 마블시티와 K-POP 공연장이 들어설 K-스타월드는 강남과의 접근성 시너지를 이루며 연간 30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을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한류팬 1억5천만명… 경제효과 연 2조5천억원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발표한 '2021 지구촌 한류현황' 자료를 보면 한류문화콘텐츠는 전 세계 1억5천660만명의 한류 팬을 만들어 낼 정도로 저력을 인정받았다. 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19 한류의 경제적 파급효과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한류 연계 소비재·관광 수출액은 123억달러(한화 약 17조2천815억원)에 이르는 등 한류문화는 대한민국 국가경제와 브랜드를 상승시킬 것으로 분석된다.시는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K-POP 공연장, 마블시티 등을 조성하는 K-스타월드 프로젝트로 약 3만개의 일자리 및 연간 약 2조5천억원의 경제효과 창출을 통해 일자리문화도시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K-스타월드 투자유치단 구성 및 정부 규제 완화 건의시는 K-스타월드 프로젝트 성공의 열쇠가 투자유치와 규제완화에 있다고 보고 투자유치단을 구성, 정부 고위 인사를 만나 규제 완화를 건의하는 등 투트랙 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먼저 시는 지난 9월27일 '하남시 투자유치단'을 출범시키며 김병수 전 국토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과 주기용 하남도시공사 본부장을 각각 공동단장으로 임명하고, 한만희 전 국토교통부(당시 국토해양부) 제1차관을 자문위원장으로 위촉하는 등 중앙부처·도시계획·문화예술·학계 등의 저명한 인사들을 영입했다. 투자유치단은 현재 기업 투자유치·규제완화·투자발굴 등 K-스타월드 조성을 위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이와 더불어 이현재 시장은 한덕수 국무총리(9월15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8월26일), 김동연 경기도지사(11월10일) 등과 연이어 면담을 진행하며 미사섬의 환경평가등급 재산정 등을 통한 개발제한구역 해제 및 국책사업 반영을 적극 건의하기도 했다.■ 국회 K-스타월드 정책 지원 약속…아레떼 프로젝트 LOI 체결 민선 8기 시는 K-스타월드 성공 추진을 위해 지방정부가 가진 권한과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국회 차원의 프로젝트 지원 약속을 받아내는 한편, 아레떼 프로젝트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먼저 지난 11월3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한류문화 K-컬처의 새로운 공간조성과 미래발전방향' 토론회에서 영화·음악·도시계획분야 전문가들과 K-스타월드 조성방안에 대해 논의했다.특히 이 자리에는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기현 전 원내대표, 홍익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박대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지역 국회의원인 최종윤 의원 등 여야를 막론한 주요 정치인들이 참석해 K-스타월드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국회 차원의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아울러 이 시장은 지난 10월25일 '해리포터 시리즈', '겨울왕국' 등 할리우드 대작 영화 및 애니메이션의 한국어 더빙 연출을 맡은 박원빈 아레떼 프로젝트 최고운영책임자 등과 함께 '아레떼 프로젝트 LOI'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디즈니·드림웍스 등 영화 사운드 스튜디오와 넷플릭스·애플플러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사에 풀사운드 오디오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글로벌 오디오 프로덕션 스튜디오 건설의 밑그림을 그렸다.이 시장은 "K-스타월드는 대한민국이 지닌 문화 자산을 최고의 경제 자산으로 전환하는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면서 "하남시는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세계 최고의 한류문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번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하남/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K-스타월드 조감도. /하남시 제공이현재 하남시장은 지난 3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한류문화 K-컬처의 새로운 공간조성과 미래발전방향' 토론회에서 영화·음악·도시계획 분야 전문가들과 K-스타월드 조성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2022.11.3 /하남시 제공이현재 하남시장(왼쪽)은 지난 10일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만나 미사섬의 환경평가등급 재산정 등을 통한 개발제한구역 해제 및 국책사업 반영을 적극 건의했다. 2022.11.10 /하남시 제공
제41회 경인봉사대상에서 경기도건설본부 도로보상팀장 박우규씨 등 13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1982년부터 시작된 경인봉사대상은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이웃을 보듬은 이들을 찾아 격려하기 위해 제정됐다.이번 경인봉사대상은 박씨를 비롯해 죽전고등학교 교사 김의성씨, 가평경찰서 청평파출소 황정필씨,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허록씨, 인천남동서 형사과 형사4팀 조성경씨, 의정부소방서 소방위 최경운씨, 성남소방서 소방위 김종일씨, 인천영종소방서 소방장 이환웅씨, 수도군단 주무관 이영수씨, 안양우체국 우정주사보 안정웅씨, 인천남동우체국 우정주사보 김대석씨, 지산그룹 회장 한주식씨, 지도농업협동조합 조합장 장순복씨가 수상자로 선정됐다.배상록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은 "지역을 사랑하고 이웃을 도운 모든 수상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시상식은 오는 8일 경인일보에서 열린다./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1902년 12월 22일 인천 제물포항에서 121명의 한국인이 나가사키행 선박에 올라탔다. 이들은 나가사키에서 다시 배를 갈아타고 하와이 호놀룰루로 이동했는데, 이것이 한국의 최초 해외 이민 사례다.12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한인 재외동포는 약 750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대한민국 인구(5천145만 9천626명)의 14%에 해당한다. 그동안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행정 기능은 여러 정부 부처에 분산돼 있어 재외동포들이 불편을 겪었고, 복지 체계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법무부는 출입국과 체류, 국적 관련 업무를 맡고 있고 행정안전부는 지역별로 국내에 체류 중인 동포 지원 업무만 담당한다. 재외국민 교육지원 업무는 교육부가, 재외국민의 경제 네트워크 관련 업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담하고 보건복지부는 해외 입양 한인 관련 업무와 의료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외교부 산하 신설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관련 민원 원스톱 처리·행정서비스 확대유정복 시장, 행안부장관 만나 필요성 설명배준영·이재명 의원도 적극적 협력 지원유럽한인문화타운 조성… 거주지역 마련26개국 참여 유럽한인총연합회 지지 선언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120대 공약에 재외동포청 신설을 공식화했다. 한국에서 이주한 1세대가 고령화하고 세대교체가 진행되는 등 재외동포의 한인 정체성이 옅어지는 가운데 한국 역시 인구 감소 위기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위기를 해결할 방법으로 재외동포의 '역이민'이 떠오른 것이다. 임기 초부터 재외동포 지원 기능을 갖춘 정부 부처 도입에 대한 여러 논의가 진행됐고 지난달 6일 외교부 산하에 재외동포청을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재외동포청을 신설하면 재외동포들의 여러 민원을 원스톱으로 처리해 혼선을 막고 행정 서비스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재외동포 관련 세제 혜택과 거주 요건 개선을 위한 제도 보완, 해외 한국학교와 한글학교 지원 강화, 복수국적 허용 요건 완화 검토, 해외 입양 동포 지원 확대 등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는 역할도 맡는다. 그동안 재외동포재단이 전담하던 재외동포 교류협력·네트워크 활성화, 2·3세대 동포 교육 등의 업무도 맡긴다는 계획이다.정부 발표 후 재외동포청 유치를 위한 지자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종합청사가 위치한 대전, 재외동포재단 사무국이 있는 제주도가 유치 의사를 밝혔고, 인천시 역시 유정복 시장과 지역 정치권에서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 시장은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 이전인 9월 26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만나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 필요성을 전했다. 국민의힘 배준영(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 국회의원도 박진 외교부 장관을 만나 '재외동포청을 인천 영종국제도시에 신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인천 계양구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지난달 열린 '세계한인민주대회 2022년 콘퍼런스'에서 "지난 대선 당시 (재외동포청 신설을) 공약에 반영했었고, 정부에서도 추진 중인 만큼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인천시는 재외동포청 유치에 방점을 찍기 위한 청사진도 그려놓았다. '유럽한인문화타운(가칭)'을 인천에 조성해 한국에서 생활하길 원하는 재외동포들이 거주할 수 있는 지역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현재 유럽한인문화타운 후보지로는 중구 영종국제도시 운염도 일대와 한상드림아일랜드 북단, 미단시티,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골든하버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한상드림아일랜드는 세계 한상 네트워크와 연계해 재외상공인들의 투자 유치 등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인천시는 보고 있다.지난주 유럽 출장 중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럽 한인 대표들을 만난 유정복 시장과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이들에게 한인문화타운 구상안을 설명하며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를 지지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26개 유럽국가의 한인회로 구성된 유럽한인총연합회가 '재외동포청 인천 지지'를 선언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유럽한인총연합회의 인천 지지 논리는 다음과 같다. 한국 이민 역사의 출발지인 인천을 기념하는 '이민사박물관'이 국내에 유일하게 있는 지역이고,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등 해외 접근성도 뛰어나다고 보고 있다. 또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과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UNOSD) 등 15개의 국제기구가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인천에 모여 있어 재외동포 2·3세의 국내 이주에도 유리한 환경이라는 설명이다.유치 활동과 별개로 재외동포청 신설까지 남은 변수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정부조직 개편안의 국회 통과 여부다. 여·야 모두 재외동포청 신설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여성가족부 폐지안'이 개편안에 함께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국회에서 여야가 여가부 폐지 여부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합의하지 않으면 공전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1997년 이후 재외동포청 관련 법안이 9차례나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재외동포 사회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두 번째는 재외동포 지원과 관련해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현안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해외 국적을 취득한 재외동포의 국내 유입을 위해 세제 혜택이나 병역 관련 혜택 등을 제공하게 되면, 국내에서 불공정하다는 여론이 확산할 수 있다. 외국인의 국내 이민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중간 단계로 같은 민족인 재외동포의 '역이민'을 추진하려다 국민 반감을 사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재외동포청의 기능과 역할, 재외동포의 국내 이주에 대한 필요성 등을 정부가 추진 과정에서 섬세하게 설명하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다.인천시는 내달 미국 하와이에서 미주 한인들을 대상으로도 재외동포청 유치 지지를 요청하고, 이후에도 대륙별로 거주하는 재외동포들에게 협력을 당부할 예정이다. 생존을 위해 고국을 떠나 낯선 곳으로 향하던 이들의 기점이 됐던 인천이, 이제는 모국의 품에 안기기 위해 돌아온 이들의 종착지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지난 9월 26일 유정복 인천시장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재외동포청의 인천 유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인천시 제공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이 지난 1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럽 한인회 대표들을 대상으로 '유럽한인문화타운 조성계획'을 밝히고 있다. /인천시 제공독일 에센시에 위치한 파독한인광부기념회관 내부. 1960~1970년대 광부와 간호사로 파견됐다가 독일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는 한인들은 재외동포청 신설을 반기는 이들이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선감학원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를 한 얼마 후 진성(62·가명)씨(11월21일자 2면 보도=[선감학원 특별기획 PART2·(1)] 부랑으로 떠밀린 형제… 고통의 불은 아직 환하다)는 전화 한통을 받았다. 진성씨와 함께 선감학원에 수용됐던 피해자 경환(가명)씨였다. 경환씨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진성아, 혹시 주소지를 너네 집으로 옮겨놓을 수 있을까?" 전화를 사이에 두고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진성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거든요. 원래 경환이는 여기 같이 살다가 광주광역시로 이사를 갔어요. 근데 경기도가 피해자 지원을 한다면서 경기도 거주자만 하겠다고 하니. 이게 올바른가요?"진성씨와 경환씨 모두 국가가 용인하고 경기도가 운영한 '선감학원' 피해자였다. 60년도 더 지나 겨우 경기도지사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았고 마음 속 응어리가 조금 풀리나 했는데, 경기도민인 진성씨는 지원받을 수 있고, 광주광역시에 사는 경환씨는 받을 수 없다. "나라에서 사과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인권유린을 실행한 경기도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맞아요. 김 지사가 눈물 흘리고 사과한 것이 진심어린 모습이었다면 경기도민으로만 국한하지 않을 거예요." 비단 이들만의 사정이 아니다. 우리가 만난 진성씨 동생 진동(가명)씨, 하수명씨 등 피해자 대부분과 유가족 모두 마찬가지 마음이다. 특히 이들과 관련된 지원과 보상의 문제는 현재의 삶과도 직결된다.김동연 지사 사과·생활지원 약속예산 등 한계로 도내 거주자 한정"주소 옮길 수 있나…" 반대 직면 선감학원 피해자들은 정신적, 신체적, 인지적 힘을 기르는 성장기를 선감학원에서 보냈다. 보통의 아이들이 정규교육을 이수하고 운동장을 뛰어놀며 사회 속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때, 이들은 학교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강제노동과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그 기억이 영구적 상처로 남아 대인관계 형성 등 사회를 살아 나가는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되고 고립감, 불안감 등 만성적인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다.경기도는 선감학원 피해자 지원 종합계획을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기도에 거주하는 피해자만 의료비와 생활지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혀 피해자들의 반대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 역시 할 말은 있다. 모두 지원을 하고 싶지만, 예산과 지원 규모에 한계가 있어 경기도가 사업을 총괄하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도는 선감학원 피해자 지원 조례를 마련해 2020년부터 작게나마 각종 지원사업을 진행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항변했다.10명중 6명은 역외…논란 커질듯인권위·진화위 권고에도 정부 침묵 하지만 10명 중 6명이 경기도 밖에서 거주하는 현 상황에서 논란은 계속될 것이고, 피해자들의 상처는 더해질 것이다.이렇게 진실규명과 피해지원이 더딘 이유는 이 모든 과정에 선감학원을 만들고, 경기도를 운영자로 명령한 '국가'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미 2010년부터 선감학원 피해지원 논의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떠올라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국회의장, 행정안전부 장관, 경기도지사에게 지원 방안 마련을 촉구했고 지난 10월 진화위도 진실규명과 함께 피해자 지원책 마련을 국가의 몫으로 권고했다.여전히 선감학원 피해자들은 그날 속에 살고 있다. '혼자 길 위에 있다'는 이유로 아이를 잡아 가둔 국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 관련기사 3면([선감학원 특별기획 PART2·(4·끝)] 우울·불안 고통의 나날… 치유 사업은 2020년 사실상 멈춰) /특별취재팀※특별취재팀정치부 공지영 차장, 신현정·고건 기자, 사회교육부 배재흥·김동한 기자, 디지털콘텐츠팀 김동현 기자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강제노역과 폭력에 의해 죽거나 목숨을 걸고 탈출하다 익사해 숨진 선감학원 사망 아동들이 묻힌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공동묘역 부지.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1950년대 최헌길 경기도지사와 한미재단 관계자가 선감학원에 방문했을 당시 원생들. /선감역사박물관 제공10월 20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10.2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공동취재안산시 단원구 경기창작센터 내 선감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선감도의 과거 모습.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어느덧 노년에 접어든 선감학원 피해자들은 아직도 원생 시절 받았던 고통과 상처를 호소한다. 우리가 만난 진성(62·가명)씨, 진동(60·가명)씨, 하수명씨는 후유증과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다. 故 이대준씨 처럼 온전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국가의 사과조차 받지 못한 채 눈을 감은 경우도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대체로 가슴에 커다란 구멍 하나를 간직하고 있다. 주기적인 심리 치료를 통해 구멍을 메꾸고 채우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피해자들은 퇴소 이후 제대로 된 심리 치료를 받아본 적이 없다.전문가들은 인격이 형성되는 성장기, 폭력과 학대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만큼, 보다 전문적이고 섬세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치유대상 1만7754명중 1064명 등록트라우마에 상처 스스로 고백 '효과'"국가 센터 설립·특별팀 구성해야" 정찬승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은 선감학원 피해자들처럼 성장기 학대를 겪은 이들은 만성 트라우마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정 위원장은 "트라우마를 겪으면 당시엔 본인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해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그때는 살아남고 적응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이 나타난다"며 "당시 겪었던 폭력이나 위협이 원치 않는데도 계속 떠오르거나, 사소한 자극에도 놀란다. 충격적인 사건에 일종의 셧다운으로 자기감정을 차단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제때 치료가 안 되고 오랜 시간 마음의 상처가 쌓이면 술, 담배 같은 중독성 물질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심하면 자해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 중 고립된 분들이 많은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선감학원 피해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친 부분을 고려해 장기적인 의료,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선감학원 피해자에게 특화된 트라우마센터를 설립해 치료를 병행하면 장기간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전덕인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재 60~70대라는 나이에 맞는 치료가 시급하다. 치료비 지원으로 안정적인 치료를 지원하고 피해자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경제적 지원을 하며 명예회복을 도와줘야 한다"며 "국가가 트라우마센터를 설립하거나 기존 트라우마센터를 기반으로 특별팀을 구성해 피해자에 특화된 치료,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실제로 제주에 설립된 4.3트라우마센터가 그 예다.제주 4.3사건 유족 박정수(87)씨는 2020년 6월 처음 '4.3 트라우마센터'를 방문한 후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70년이 넘게 꺼내지 못한 고통과 상처를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4.3 때 박씨 아버지는 총살로 희생되고 오빠는 행방불명돼 현재까지 찾지 못했다. 충격을 받은 어머니도 정신을 놓았다. 박씨는 15살의 나이로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됐다.박씨는 70여 년 동안 우울증과 고립감, 자괴감 등을 느끼며 고통 속에 살았다. 주변 지인의 권유로 센터에 등록해 심리 치료를 시작한 첫해에 박씨는 말문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사건을 겪고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피해자를 만나며 마음을 열었다.박씨는 "4.3에 대해 말도 꺼내기도 싫고 생각도 하기 싫었다. 센터에 와서 다른 피해자분들과 얘기도 해보니 나만 그런 증상을 느끼는 게 아니었다. 같이 웃고 울기도 하면서 마음속 응어리를 씻어내고 있다"고 밝혔다.4 .3트라우마센터는 제주특별자치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4.3사건 생존희생자와 유족을 치유하기 위해 심리상담 및 치료를 시작한 데서 출발했다. 국가폭력 피해자의 트라우마 치유 전문 기관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였다. 제주센터에 따르면 4.3 사건 트라우마 치유 대상자는 1만7천754명에 달한다. 특히 생존희생자 39.1%는 PTSD 고위험군이고, 41.8%는 전문의 상담이 필요한 '중등도 우울'이다.국가가 운영하는 트라우마센터로 격상된 건 2017년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로 선정되면서다. 2019년 행정안전부가 2020년도 정부 예산안에 4.3 트라우마 치유 위탁사업 예산을 반영했고, 이듬해 4.3평화재단이 사업을 위탁받아 센터를 설립했다. 2021년엔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 설립 관련 법률이 의결됐다. 이에 현재 4.3트라우마센터를 2024년에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로 승격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센터 개소 이후 등록자는 매해 늘어나고 있다. 2020년 475명, 2021년 783명, 현재는 1천64명이다. 다양하고 특화된 프로그램이 진행되다 보니 만족도가 높은 게 이유다. 개인 상담, 집단 상담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피해자와 관계 형성에 주력했다. 또 문학치유, 원예치유, 음악치유 등 특화된 프로그램을 진행해 관심도 높였다. 이야기마당처럼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고백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했다.센터 관계자는 "4.3 사건이 벌어진 지가 70년이 넘었다 보니 생존희생자분들과 유족분들 모두 70대 이상의 고령이시다. 그래서 고령의 피해자분들에게 효과가 있는 재활 프로그램을 구성해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원예 치유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다. 농촌 지역이다 보니 흙을 만지고 나무를 가꾸고 하는 프로그램을 선호하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어 "매주 금요일마다 4.3 이야기마당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피해자분들끼리 서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자연스럽게 고백하고 털어놓으면서 울고, 웃고, 공감한다. 피해자분들도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하신다"고 덧붙였다.정찬승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도 피해자 치료에 있어 정부가 평생 지원을 할 필요성이 있다며 "피해자분들이 자기 상처를 스스로 고백할 때 트라우마 치료가 효과적이다. 같은 피해를 겪은 피해자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공유하면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뒷받침했다./특별취재팀※특별취재팀정치부 공지영 차장, 신현정·고건 기자, 사회교육부 배재흥·김동한 기자, 디지털콘텐츠팀 김동현 기자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5월 4·3트라우마센터에서 진행한 생존희생자 위로사업(왼쪽)과 미술 치료. /4·3트라우마센터 제공5월 4·3트라우마센터에서 진행한 생존희생자 위로사업(왼쪽)과 미술 치료. /4·3트라우마센터 제공지난 10월 선감학원 희생자 유해시굴 작업 후 묘역에 국화꽃이 놓여있다.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형과 함께 5년 동안 선감학원에 수용됐던 진동씨(11월21일자 3면 보도=[선감학원 특별기획 PART2·(1)] 모진 역랑에 쫓기듯 살아온 삶… "국가폭력 분명히 알려지길")는 혼자 있을 때 문득문득 "죽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선감학원의 지옥 같은 기억이 자꾸만 진동씨를 괴롭혀서다. 일주일 동안 창고에 갇힌 기억 때문에 불을 켜지 않고는 잠을 잘 수 없는 진성씨는 인터뷰를 마치고 기진맥진한 채로 쨍쨍한 햇빛이 내리쬐는 차 안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국가폭력이 낳은 피해자들의 일상이다. 수십년을 고통 속에 살지만 누구도 돌봐주지 않은 그들의 파괴된 일상, 그렇게 피해자들의 시간은 흐르고 있다.60년이 지나도 계속되는 피해자의 트라우마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이하 진화위)는 진실규명에 앞서 선감학원 아동인권 침해사건 신청인 중 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경제, 심리적 트라우마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피해자 대부분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 그래픽 참조선감학원에 대한 정신적 고통을 묻는 조사(중복응답 가능)에서 89명이 '선감학원에 대해 생각하면 괴로운 느낌이 든다'고 했다. '참을 수 없이 화가 나거나, 너무 예민해질 때가 있다'는 응답도 67명으로 나타났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 우울·불안하다는 생각을 하거나, 당시 기억으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등 신체적인 고통을 호소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10명 중 2명(20.2%)이 일주일에 5회 이상 술을 마신다고 답했으며 피해자 상당수가 불면증, 악몽 등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 수면장애 증상을 묻자 54명이 불면증을 토로했고 47명은 악몽, 33명은 신체적 통증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응답자도 절반을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극단적 선택을 4회 이상 시도했다는 이들이 17명으로 17.3%에 달했다.99명중 89명 "생각만 해도 괴로움"54명 불면증·47명은 악몽 고통 토로 이미 지난 2020년 경기도의 선감학원 사건 피해 사례 조사에서도 피해자들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가 진행됐는데, 응답자의 96.7%가 사망자를 목격했고 48.4%는 시신 처리에 동원됐다고 답했다. 선감학원을 빠져 나왔지만, 피해자들은 교육 시기를 놓쳤고 응답자의 85.8%가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으로 조사됐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응답자의 37.6%이며 선감학원에서 당한 피해로 장애가 생겼다는 응답률도 30%였다.응답자 10명 중 7명(76.1%)이 소득이 낮은 직업군에 속했는데, 운전 등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돌아다니거나 혼자서 하는 종류의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지지부진했던 경기도 지원정책, 정부 지원도 경기도는 2020년 4월부터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 신고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선감역사박물관이 문을 열었고 경기연구원에서 선감학원 사건 피해 사례 조사 분석 보고서도 냈고 피해자 지원도 시작됐다. 의료 지원은 취약계층 의료비 지원사업 중 일부 예산으로 이뤄지는데, 1인당 연 500만원을 지원하고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378명이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에서만 받을 수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지 않는다면, 하루를 꼬박 잡아 경기도의료원을 찾아야 한다. 피해자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아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의료지원이 절실하지만 일을 하고 있어 사실상 경기도 외 거주자라면 지원을 받기 어렵다.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어도 생계를 위해 일을 하기 때문에 의료원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진동씨는 의료지원 받는 걸 포기했다. 시간이 없어서다. 그는 할 수 있다면 가까운 동네 병·의원에서도 지원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의료지원은 경기도의료원만 받아대부분 생계·거리 이유 상담 포기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정서안정지원사업은 사실상 2020년 이후 멈춰 있다. 2020년에 시범사업으로 추진됐는데, 찾아가는 상담실 지원을 받은 이들은 10명 내외에 불과해서다. 2천만원도 채 되지 않는 예산으론 실질적 지원이 어렵다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는 정서안정 동영상 제작으로 사업이 변경됐다. 동영상 4편을 만들어 피해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한 것인데, 만성적인 트라우마를 겪는 피해자들의 치유에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경기도는 내년도 본예산에 14억을 대폭 확대 편성했다. 이마저도 지원 조건이 경기도 거주로 한정되는 등 한계점이 드러나며 논란이 크다.선감학원을 위한 경기도 지원사업에 국비가 지원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나마 최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서 선감학원 지원 계획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이를 두고 행안부는 "내부적으로 검토는 하고 있지만, 선감학원 사건은 행정안전부뿐만 아니라 법무부 등 여러 정부 부처에 연관돼있어 일단 진화위의 권고문을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별취재팀※특별취재팀정치부 공지영 차장, 신현정·고건 기자, 사회교육부 배재흥·김동한 기자, 디지털콘텐츠팀 김동현 기자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1970년 선감학원에서 지도를 받고 있는 원생들의 모습. /선감역사박물관 제공아홉 살 나이에 선감학원에 끌려가 10여 년간 강제노역·폭행 등에 시달리다 탈출한 고(故)이대준 씨는 선감학원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반평생을 바쳤다. 선감학원 아동피해대책협의회 부회장을 맡으며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졌던 그는 지난 2020년 1월 사망했다. 사진은 대준 씨가 생전 자필로 남긴 선감학원의 참상을 고발하는 글과 그의 생전 모습.2022.11.2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영문도 모르고 선감도에 끌려가 강제노역과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렸던 까까머리 원생들은 수십년의 세월이 지나 머리가 희끗한 나이가 돼서도 과거의 고통스런 기억에 갇혀 신음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선감학원 피해 생존자 14명이 선감도에서 숨진 원생들의 묘역을 정리하다 남긴 기념사진. /고(故)이대준씨 유족 제공
아들은 아버지가 늘 가엾고 안쓰러웠다. 뒤엉켜버린 삶의 실타래를 끝끝내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였다. 행복보다 불행, 기쁨보다 슬픔이란 단어와 더 가까운 존재였다. 아들의 눈에 비친 고(故) 이대준씨는 한평생을 벼랑 끝에 서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며 살았다. 선감학원은 대준씨의 일생을 지독하리만큼 꼬이게 만든, 그를 죽음의 문턱으로 내몬 비극의 시작점이었다.1958년생인 대준씨는 아홉 살 나이에 길거리에서 걸식을 한다는 이유로 단속반에 검거돼 선감학원으로 끌려갔다. 가족이 있는 아이들도 무작위 수집돼 선감도에 격리되는 판국에, 부모가 없던 대준씨는 단속반의 실적을 채울 좋은 먹잇감이었다. 그러나 대준씨는 선감도로 보내지기 전까지 수원시의 한 고아원에서 무탈히 생활하고 있었다. 부랑아가 아니었던 것이다.수원 한 고아원에서 무탈히 생활하던 아버지걸식한다는 이유로 검거돼 선감학원 끌려가노역 시달리고 굶주리고… 매 맞고 기합받고친구와 목숨 걸고 탈출한 끝에 섬에서 벗어나진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바깥에서 부랑아로 살았든, 그렇지 않았든 선감도에 수용된 원아들은 모두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다. 대준씨도 노역에 시달리고, 굶주렸다. 때가 되면 매를 맞고 기합을 받았다. 대준씨는 그렇게 10년가량을 선감도에서 보냈다. 친구들과 함께 목숨을 걸고 탈출한 끝에 지옥 같던 섬 생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그로부터 40여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 당시의 고통스런 경험을 생생하게 증언해 줄 대준씨는 이 세상에 없다. 간암 투병을 하던 그는 지난 2020년 61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국가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인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조차 받지 못한 채 숨졌다. 눈을 감던 그날까지 대준씨가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응어리는 풀리지 못했다. 아버지는 2020년 61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눈 감던 그날까지 풀지 못 한 '가슴속의 응어리'반찬 투정을 하면 들었던 선감도에서의 이야기친구 같았던 아버지, 그의 삶에 애통함을 느낀다아들 현진(35)씨는 그런 아버지의 삶에서 애통함을 느낀다. 그에게 대준씨는 친구 같은 아버지였다. 서로 장난도 치고 별거 아닌 일로 다투기도 하는 평범한 부자였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농담처럼 선감학원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제가 어렸을 때 반찬 투정을 하면 아빠는 선감도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지금 살고 있는 환경에 감사해야 한다고 농담처럼요. 자신이 고아였고, 선감도에서 도망친 이야기를 아빠가 했던 기억이 나요."현진씨는 자라면서 아버지의 고통스런 경험을 상세하게 알게 됐다. 아버지의 왼쪽 허벅지에 난 흉터가 곡괭이로 매를 맞다 날에 찔려 생겼다는 사실도, 아버지의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습관도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선감학원에서는 밥 먹을 시간을 안 줬대요.선착순 안에 들지 못하면 그날은 하루 종일 굶는 거라고, 주머니에 생쌀을 숨겨놓고 나중에 몰래 먹은 굶주린 기억을 많이 이야기 해주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는 식사를 굉장히 빨리 했어요. 자장면 먹는 데 1분도 채 안 걸려요. 집에선 항상 모든 반찬을 밥에 넣고 비벼드셨어요. 급하게 먹으면 몸에 좋지 않으니까 그러지 말라고 해도 밥먹는 속도만큼은 안 변하더라고요."30대 초반이던 대준씨는 간경화를 앓아 시한부 판정을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간이 좋지 않았다. 아들의 눈에 아버지는 언제나 피곤해 보였다. 그래도 대준씨는 쉴 수 없었다. 그가 일을 멈추면 아들과 딸, 세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사람이 없었다. 막노동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현진씨 기억에 아버지는 평일·주말 구분 없이 돈을 벌러 나갔다. 대준씨는 2017년 간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역시나 일은 멈출 수 없었다. 그는 병세가 악화돼 사망하기 일주일 전까지 인천시에서 시내버스 기사로 일했다.대준씨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도 선감학원의 참혹한 진상을 알리는 일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그는 암판정을 받은 그해 선감학원 아동피해대책협의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선감도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의 민낯을 고발하는 데 누구보다 앞장섰다. 그는 자신의 치부를 자식에게 드러내는 것조차 꺼리지 않았다. 대준씨의 결의가 느껴지는 대목이다.굶주린 기억을 많이 이야기해 주셨던 아버지주머니에 생쌀 숨겨놓고 몰래 먹었다던 말씀그 때문인지 항상 식사를 굉장히 빨리하셨다간암 진단받고 생과 사의 갈림길 놓였었지만참혹했던 그날의 진실 알리는 일 포기 못했다선감학원 피해 사례가 공론화되던 시점에아빠가 저한테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 성인이 됐으니 저도 알아야 되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말씀해 주신 것 같아요. 선감학원에 계실 때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였어요.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를 군대보다 더한 곳에 끌고 가 밥도 안 먹이고, 옷도 입히지 않고, 잠도 못자게 한 국가에 화가 나더라고요."이후 아버지와 함께 선감도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 가족여행을 가는 대신 시간이 나면 선감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현진씨도 아버지와의 동행이 싫지 않았다. 그저 아버지 옆에 있어주고 싶었다."아빠가 선감학원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선감도에 자주 모셔다 드렸어요. 쉬는 날에 어디가고 싶냐고 물어보면 꼭 선감도에 가고 싶다고 하셨어요. 원생 다수가 헤엄쳐 탈출하다 죽은 곳이 어딘지, 선감도로 들어가는 배를 탔던 선착장이 어디였는지 그때 알게 됐죠."어린 아이를 군대보다 더한 곳에 끌고 가밥도, 옷도, 잠도 못해준 국가에 화가 난다아버지 제대로 된 행복 한 번 누리지 못해삶이 너무 불행하게 흘러갔다는 생각 들어대준씨가 가진 열정과는 반대로 그의 몸은 점점 병들어 갔다. 현진씨는 생전에 아버지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잘 알지 못했다. 아침에 일을 나갔다가 돌아온 아버지는 주로 TV를 보며 저녁 시간을 보냈다. 술도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변변한 취미 하나 없었다. 대준씨는 그런 아버지가 가여웠다."아빠의 삶 자체가 슬픈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대로 된 행복, 빛 한 번 보지 못한 채 살아오셨거든요. 어렸을 땐 부모가 없었고, 세상이 뭔지도 모르던 나이에 선감학원에 끌려갔죠. 그곳을 탈출한 뒤엔 배운 게 없으니 몸이 고생을 했고요. 원했던 삶, 일반적인 삶을 누려보지도 못하고 암이라는 사망 선고를 받은 아빠의 삶이 너무 불행하게 흘러갔다는 생각이 들어 안쓰러워요."아버지가 선감학원에 끌려가지 않았다면,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기술을 익혀 삶을 살았다면. 그랬다면 아버지가 병들어 돌아가시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요즘 현진씨는 아버지의 정반대 삶을 그려본다."선감학원에서 탈출한 어린 시절의 아버지를 만날 기회가 있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제가 세상에 태어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아버지가 살고 싶은 대로 마음껏 삶을 살아보라고요."아버지가 생전에 자필로 남긴 글 '아픈 기억'억울하게 죽어간 소년들에 진심으로 사죄하길언제까지 말만 하고들… 인생 얼마 남지 않아선감학원 피해자 대준씨는 2020년 1월15일 고인이 됐다. 그는 병상에 누워서도 선감학원 일을 처리하고자 매일 수십통의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가 생전 자필로 남긴 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선감학원 생존자들의 아픈 기억'의 일부를 남긴다. "선감학원에서 지내다 세상 밖으로 나온 소년들은 숨어 살며 선감도에서 고통받던 기억들을 잊으려고 마셔보지도 못한 술을 조금씩 마시다 술 중독이 되어 한명 한명 세상을 떠나갔습니다. 지금이라도 국가와 경기도는 선감학원 피해 생존자들이나 억울하게 죽어간 소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길 바랍니다. 많은 피해 생존자들은 나이도 많이 들었고, 병에 걸려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언제까지 과거사 과거사 말만 하고들 계십니까. 인생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특별취재팀※특별취재팀정치부 공지영 차장, 신현정·고건 기자, 사회교육부 배재흥·김동한 기자, 디지털콘텐츠팀 김동현 기자▶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아홉 살 나이에 선감학원에 끌려가 10여 년간 강제노역·폭행 등에 시달리다 탈출한 고(故)이대준 씨는 선감학원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반평생을 바쳤다. 선감학원 아동피해대책협의회 부회장을 맡으며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졌던 그는 지난 2020년 1월 사망했다. 사진은 대준 씨가 생전 자필로 남긴 선감학원의 참상을 고발하는 글.2022.11.2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아홉 살 나이에 선감학원에 끌려가 10여 년간 강제노역·폭행 등에 시달리다 탈출한 고(故)이대준 씨는 선감학원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반평생을 바쳤다. 선감학원 아동피해대책협의회 부회장을 맡으며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졌던 그는 지난 2020년 1월 사망했다. 사진은 대준 씨가 생전 자필로 남긴 선감학원의 참상을 고발하는 글.2022.11.2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아홉 살 나이에 선감학원에 끌려가 10여 년간 강제노역·폭행 등에 시달리다 탈출한 고(故)이대준 씨는 선감학원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반평생을 바쳤다. 선감학원 아동피해대책협의회 부회장을 맡으며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졌던 그는 지난 2020년 1월 사망했다. 사진은 대준 씨가 생전 자필로 남긴 선감학원의 참상을 고발하는 글.2022.11.2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아홉 살 나이에 선감학원에 끌려가 10여 년간 강제노역·폭행 등에 시달리다 탈출한 고(故)이대준 씨는 선감학원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반평생을 바쳤다. 선감학원 아동피해대책협의회 부회장을 맡으며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졌던 그는 지난 2020년 1월 사망했다. 사진은 대준 씨가 생전 자필로 남긴 선감학원의 참상을 고발하는 글과 그의 생전 모습.2022.11.2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지난 10월 선감학원 희생자 유해시굴 작업 후 묘역에 국화꽃이 놓여있다.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대준씨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도 선감학원의 참혹한 진상을 알리는 일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그는 암판정을 받은 그해 선감학원 아동피해대책협의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선감도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의 민낯을 고발하는 데 누구보다 앞장섰다. 그는 자신의 치부를 자식에게 드러내는 것조차 꺼리지 않았다. 대준씨의 결의가 느껴지는 대목이다."선감학원 피해 사례가 공론화되던 시점에 아빠가 저한테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 성인이 됐으니 저도 알아야 되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말씀해 주신 것 같아요. 선감학원에 계실 때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였어요.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를 군대보다 더한 곳에 끌고 가 밥도 안 먹이고, 옷도 입히지 않고, 잠도 못자게 한 국가에 화가 나더라고요."이후 아버지와 함께 선감도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 가족여행을 가는 대신 시간이 나면 선감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현진씨도 아버지와의 동행이 싫지 않았다. 그저 아버지 옆에 있어주고 싶었다."아빠가 선감학원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선감도에 자주 모셔다 드렸어요. 쉬는 날에 어디가고 싶냐고 물어보면 꼭 선감도에 가고 싶다고 하셨어요. 원생 다수가 헤엄쳐 탈출하다 죽은 곳이 어딘지, 선감도로 들어가는 배를 탔던 선착장이 어디였는지 그때 알게 됐죠."암판정 받고도 국가폭력 고발 앞장가족여행 대신 아버지와 선감도 방문 대준씨가 가진 열정과는 반대로 그의 몸은 점점 병들어 갔다. 현진씨는 생전에 아버지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잘 알지 못했다. 아침에 일을 나갔다가 돌아온 아버지는 주로 TV를 보며 저녁 시간을 보냈다. 술도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변변한 취미 하나 없었다. 대준씨는 그런 아버지가 가여웠다."아빠의 삶 자체가 슬픈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대로 된 행복, 빛 한 번 보지 못한 채 살아오셨거든요. 어렸을 땐 부모가 없었고, 세상이 뭔지도 모르던 나이에 선감학원에 끌려갔죠. 그곳을 탈출한 뒤엔 배운 게 없으니 몸이 고생을 했고요. 원했던 삶, 일반적인 삶을 누려보지도 못하고 암이라는 사망 선고를 받은 아빠의 삶이 너무 불행하게 흘러갔다는 생각이 들어 안쓰러워요."아버지가 선감학원에 끌려가지 않았다면,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기술을 익혀 삶을 살았다면. 그랬다면 아버지가 병들어 돌아가시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요즘 현진씨는 아버지의 정반대 삶을 그려본다."선감학원에서 탈출한 어린 시절의 아버지를 만날 기회가 있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제가 세상에 태어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아버지가 살고 싶은 대로 마음껏 삶을 살아보라고요."생전 자필로 "트라우마…" 글 남겨"지금이라도 국가·경기도 사죄해야"선감학원 피해자 대준씨는 2020년 1월15일 고인이 됐다. 그는 병상에 누워서도 선감학원 일을 처리하고자 매일 수십통의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가 생전 자필로 남긴 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선감학원 생존자들의 아픈 기억'의 일부를 남긴다. "선감학원에서 지내다 세상 밖으로 나온 소년들은 숨어 살며 선감도에서 고통받던 기억들을 잊으려고 마셔보지도 못한 술을 조금씩 마시다 술 중독이 되어 한명 한명 세상을 떠나갔습니다. 지금이라도 국가와 경기도는 선감학원 피해 생존자들이나 억울하게 죽어간 소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길 바랍니다. 많은 피해 생존자들은 나이도 많이 들었고, 병에 걸려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언제까지 과거사 과거사 말만 하고들 계십니까. 인생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특별취재팀※특별취재팀정치부 공지영 차장, 신현정·고건 기자, 사회교육부 배재흥·김동한 기자, 디지털콘텐츠팀 김동현 기자아홉 살 나이에 선감학원에 끌려가 10년가량을 강제노역·폭행 등에 시달리다 탈출한 고(故)이대준씨는 선감학원의 참혹한 진실을 세상에 알려왔다. 선감학원 아동피해대책협의회 부회장을 맡으며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졌던 그는 지난 2020년 1월 사망했다. 사진은 대준씨가 생전 자필로 남긴 선감학원의 참상을 고발하는 글과 그의 생전 모습. 2022.11.2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아들은 아버지가 늘 가엾고 안쓰러웠다. 뒤엉켜버린 삶의 실타래를 끝끝내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였다. 행복보다 불행, 기쁨보다 슬픔이란 단어와 더 가까운 존재였다. 아들의 눈에 비친 고(故) 이대준씨는 한평생을 벼랑 끝에 서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며 살았다. 선감학원은 대준씨의 일생을 지독하리만큼 꼬이게 만든, 그를 죽음의 문턱으로 내몬 비극의 시작점이었다. 2년전 세상 떠난 故 이대준씨 아들자라면서 부친의 비극적 경험 들어 1958년생인 대준씨는 아홉 살 나이에 길거리에서 걸식을 한다는 이유로 단속반에 검거돼 선감학원으로 끌려갔다. 가족이 있는 아이들도 무작위 수집돼 선감도에 격리되는 판국에, 부모가 없던 대준씨는 단속반의 실적을 채울 좋은 먹잇감이었다. 그러나 대준씨는 선감도로 보내지기 전까지 수원시의 한 고아원에서 무탈히 생활하고 있었다. 부랑아가 아니었던 것이다.진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바깥에서 부랑아로 살았든, 그렇지 않았든 선감도에 수용된 원아들은 모두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다. 대준씨도 노역에 시달리고, 굶주렸다. 때가 되면 매를 맞고 기합을 받았다. 대준씨는 그렇게 10년 가량을 선감도에서 보냈다. 친구들과 함께 목숨을 걸고 탈출한 끝에 지옥 같던 섬 생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그로부터 40여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 당시의 고통스런 경험을 생생하게 증언해 줄 대준씨는 이 세상에 없다. 간암 투병을 하던 그는 지난 2020년 61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국가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인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조차 받지 못한 채 숨졌다. 눈을 감던 그날까지 대준씨가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응어리는 풀리지 못했다. 아들 현진(35)씨는 그런 아버지의 삶에서 애통함을 느낀다. 그에게 대준씨는 친구 같은 아버지였다. 서로 장난도 치고 별거 아닌 일로 다투기도 하는 평범한 부자였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농담처럼 선감학원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제가 어렸을 때 반찬 투정을 하면 아빠는 선감도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지금 살고 있는 환경에 감사해야 한다고 농담처럼요. 자신이 고아였고, 선감도에서 도망친 이야기를 아빠가 했던 기억이 나요."현진씨는 자라면서 아버지의 고통스런 경험을 상세하게 알게 됐다. 아버지의 왼쪽 허벅지에 난 흉터가 곡괭이로 매를 맞다 날에 찍혀 생겼다는 사실도, 아버지의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습관도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선감학원에서는 밥 먹을 시간을 안 줬대요. 선착순 안에 들지 못하면 그날은 하루 종일 굶는 거라고, 주머니에 생쌀을 숨겨놓고 나중에 몰래 먹은 굶주린 기억을 많이 이야기해주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는 식사를 굉장히 빨리 했어요. 자장면 먹는 데 1분도 채 안 걸려요. 집에선 항상 모든 반찬을 밥에 넣고 비벼드셨어요. 급하게 먹으면 몸에 좋지 않으니까 그러지 말라고 해도 밥먹는 속도만큼은 안 변하더라고요." "선착순 못들면 하루종일 굶겼다"왼쪽 허벅지에는 곡괭이 매질 흉터아픈 몸에도 가족 지키려 일 계속30대 초반이던 대준씨는 간경화를 앓아 시한부 판정을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간이 좋지 않았다. 아들의 눈에 아버지는 언제나 피곤해 보였다. 그래도 대준씨는 쉴 수 없었다. 그가 일을 멈추면 아들과 딸, 세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사람이 없었다. 막노동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현진씨 기억에 아버지는 평일·주말 구분 없이 돈을 벌러 나갔다. 대준씨는 2017년 간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역시나 일은 멈출 수 없었다. 그는 병세가 악화돼 사망하기 1주일 전까지 인천시에서 시내버스 기사로 일했다. → 관련기사 3면([선감학원 특별기획 PART2·(3)] "세상 모르던 나이에 끌려와… 삶이 너무 불행하게 흘러가")/특별취재팀※특별취재팀 정치부 공지영 차장, 신현정·고건 기자, 사회교육부 배재흥·김동한 기자, 디지털콘텐츠팀 김동현 기자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아홉 살 나이에 선감학원에 끌려가 10여 년간 강제노역·폭행 등에 시달리다 탈출한 고(故)이대준 씨는 선감학원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반평생을 바쳤다. 선감학원 아동피해대책협의회 부회장을 맡으며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졌던 그는 지난 2020년 1월 사망했다. 사진은 대준 씨가 생전 자필로 남긴 선감학원의 참상을 고발하는 글과 그의 생전 모습.2022.11.2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지난 10월 선감학원 희생자 유해시굴 작업 후 묘역에 국화꽃이 놓여있다.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염종현 제11대 경기도의회 의장의 집무실에 들어서면 가장 잘 보이는 창가에 지휘봉을 들고 나비넥타이를 맨 연미복 차림의 캐리커처 액자가 놓여있다.시선을 사로잡는 곳에 캐리커처 액자를 둔 까닭은 유례없는 여야 동수의 '경기도의회 오케스트라'를 조화롭게 이끌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내겠다는 염 의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의미 아닐까.염 의장은 지난 8월9일 78 대 78 여야 동수 구조에서 우여곡절 끝에 의장에 선출된 뒤 지난 16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의회 독립의 초석을 다진 전부개정 지방자치법 시행의 원년인 올해 취임 이후 100일간 의회 혁신의 초석을 다진 염 의장은 도민과의 '열린 소통'과 '강력한 협치'를 나침반 삼아 오는 2023년을 준비하고 있었다."'강 지자체-약 지방의회' 오랜 공식 깨겠다."염 의장은 민주주의의 완성을 지방자치에서 찾는다. 주민이 스스로 지역사무를 처리한다는 의미의 지방자치의 진정한 실현은 지방의회가 바로 설 때 가능하다는 게 염 의장의 설계다.구체적으로 염 의장은 이른바 '강 지방자치단체-약 지방의회'라는 기존 공식을 깨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지난 1월13일 전부개정 지방자치법 시행으로 의회 사무처 인사권을 경기도지사가 아닌 의장이 갖게 됐다"며 "이는 지자체는 강하고 지방의회는 약하다는 오랜 논리를 깨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염 의장은 지방의회 역량 강화를 위해선 지방의회의 조직구성권과 예산편성권 확보 등을 통해 '실질적 자치분권시대'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치분권 2.0 시대가 시작됐지만, '지방의회 권한 강화' 등 풀어내야 할 숙제가 산적하다는 의미다.진정한 자치분권 2.0 시대를 위해 염 의장은 지난 10대 의회에서 전국 최초로 조례에 근거해 구성한 '자치분권발전위원회'를 11대에 걸맞게 재출범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달 7일 제정한 '경기도의회 자치분권발전위원회 구성 운영 조례'를 근거로 올해 중 '자치분권발전위원회'를 발족하고,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아울러 출범 예정인 의회와 집행부 간 상시 협의기구인 여야정협의체를 '김동연식 협치 모델'의 첫 걸음으로 삼아 민생엔 여야가 없다는 불변의 진리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염 의장은 "갈등 요소와 예상치 못한 사안을 협상 테이블에서 체계적으로 논의해야 더 강력한 협치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여야가 추경예산안 처리 후 이른 시일 안에 여야정협의체를 출범시키기로 한 만큼, 집행부와 양당 간 정책협의와 예산 관련 논의가 더욱 활발히 진행될 거라 믿는다"고 전했다.'실질적 자치분권 시대' 목표로 발전위 재구성… 제도 개선 집중의회·집행부 상시 논의 기구인 '여·야·정 협의체' 구성도 본격화지방의회 역량 강화·인사권 독립 카드로 '사무처장 개방형' 필요도의원 10명중 7명 초선… 적극 지원만이 의정 성패 가름할 열쇠 "'두 마리 토끼' 잡는 의회사무처장직 개방형 전환."염 의장은 '지방의회 역량 강화'와 '인사권 독립의 완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의회사무처 수장인 의회사무처장의 개방형 직위 전환으로 잡겠다고 의장 후보 시절부터 일관되게 주장했다. 일찌감치 공약으로 내걸었던 핵심 추진 과제였던 만큼 연내 외부 인사를 의회사무처장으로 선발하겠다는 계획이다.염 의장은 "지금까진 도 집행부 공무원이 의회사무처장을 역임하면서 집행부를 견제하는 의회의 사무처 수장으로 일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지방자치 2.0 시대가 도래한 만큼 의회사무처장을 의회가 직접 뽑은 인물이 수행하며 의회가 본연의 감시·견제 역할을 다해낼 수 있도록 변모해야 한다"며 "연내 양당 대표단과 운영위원회 등과 긴밀한 소통을 하며 개방형 임기제 사무처장 선발 작업을 완료하고 싶다"고 전했다.의회사무처장의 개방형 전환만큼 역점을 두는 공약은 의원들의 효율적 의정지원 체계 구축이다. 개별 의원들의 의정역량이 의회의 위상과 신뢰도, 경쟁력과 직결되며 무엇보다도 도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필수라는 게 염 의장의 생각이다.우선 의회는 지난 100일여간 전문성 제고를 위한 조직 정비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 156명 의원 전원의 의정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의장 직속 조직으로 '공약정책추진단'과 '초선의원 의정지원단'을 지난 1일 출범했다.먼저 공약정책추진단은 의원별 공약을 정책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 기구다. 염 의장은 민의가 담긴 공약을 의회가 실현체계를 갖춰 도와 시군의 정책으로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도민과 의회, 도정을 아우르는 또 하나의 협치기구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초선의원 의정지원단은 초선의원들의 빠른 적응을 도와 의회 전체의 역량 제고를 도모하는 조직이다. 11대 의회의 의원 10명 중 7명이 초선의원(총 108명, 전체의 69.2%)이다. 의정지원단은 초선의원 관련 24개 주요과제를 의회사무처 내 7개 부서에 할당해 과제 이행 여부와 달성도를 지속 추적하는 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염 의장은 "초선의원의 의정 역량이 곧 의회의 경쟁력이다. 의원과 도민의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인 의정 지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4선 의원 역량 도민 위해 최대한 발휘하겠다." 염 의장은 의회 역사상 4선 연임에 성공한 전무후무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의장이 되기까지 의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유일 교섭단체 대표의원 등 요직을 거치며 도민을 위한 의정이라는 결실을 맺기 위해 십수 년을 쉼 없이 달려왔다.초선으로 입성한 8대 의회에서 그는 '경기도 뉴타운대책 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아 뉴타운지구 정비구역 해제 시 매몰비용 전가, 재산압류 등의 주민피해를 공론화하고 국회 등에 제도개선을 지속 촉구하는 등 성과를 냈으며 특별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도와 각 시·군이 매몰 비용의 70%를 절반씩 동일 부담하도록 하는 조례(경기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일부개정조례안)를 만들기도 했다.9대와 10대에선 정치 보폭을 넓혀 도내 다양한 분야에서 의정 실적을 올리는 데 주력해 도내 각 지역에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립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와 지역 보건소와 행정복지센터 등 주민편의시설 건립 시 문화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 냈다.특히 10대 들어 유일 교섭단체 체제에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을 맡아 당을 도민의 복리와 행복을 위한 컨트롤타워로 탈바꿈해 '정책 정당'으로 변화시키는 데 주력했고, 이는 훗날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지급 조례' 등의 정책 성과로 연결됐다.염 의장은 그동안 자신이 축적한 정책성과를 발판 삼아 도민을 위해 봉사하는 의원들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일등공신'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그는 "취임 100일을 보내며 최근에서야 민생 추경안을 통과시키고 도내 정책 수행기관인 도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 협약을 타결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며 "의회가 기능하면서 여야 간 갈등도 있었지만, 결국 과정을 거치며 더욱 좋은 정책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믿는다. 임기 동안 도민에게 더욱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내는 의회와 의원 개개인을 지원하는 의정 토대를 만들었던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국회법에 준하는 지방의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전국 지방의회가 공감하고 공통 숙원사업으로 삼은 만큼 전국 17개 광역의회 의장으로 구성된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명의로 중앙정부에 정책 건의를 하겠다는 청사진도 그렸다.끝으로 염 의장은 의회사무처 직원들을 애정을 담은 '우리 공직자들'이라고 표현하며 아낌없이 격려했다. 염 의장은 "현재 의회에 조직·예산권이 없어 무슨 일을 해도 도 집행부에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데, 우리 의회사무처 공직자들이 너무나도 잘해주고 있다"며 "지방의회 역량 강화로 향하는 과도기에 의장과 함께 슬기롭고 지혜롭게 잘 극복해나가 전국 17개 광역의회 중 도의회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안겨주고 싶다"고 했다.글/손성배·명종원기자 light@kyeongin.com, 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염종현 의장은?▲1960년생▲제8~11대 경기도의회 의원▲노무현재단 기획위원▲前 9대 도의회 후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前 10대 도의회 전반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前 민주당 경기도당 직능위원장▲前 도 교육자치협의회 정책위원▲前 명지대학교 총동창회 이사염종현 11대 전반기 경기도의회 의장이 22일 의장 집무실에서 취임 100일을 지낸 소회와 앞으로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정의로운 정치인을 지향하며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정의로운 세상을 구현하겠다고 다짐한 염 의장은 13년 전 정치를 시작하며 가슴에 새긴 '위정이덕(爲政以德·정치를 함에 덕으로써 한다)'의 가치를 경기도의회에서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