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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김성태 '대북송금 의혹' 집중추궁
작년比 32.3% 오른 난방비… IMF 이후 '전기·가스' 최다폭
바야흐로 '캐릭터'의 시대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등장한 카카오프렌즈는 게임·금융 분야를 넘어 오프라인 시장까지 진출해 이미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뽀로로에 이은 펭수의 열풍, 줄을 서도 살 수 없다는 포켓몬빵의 기이한 현상 등을 빚어낸 건 결국 캐릭터의 힘이다.일반 기업뿐 아니라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도 시정 홍보와 소통 수단 활용을 목적으로 앞다퉈 캐릭터 개발·활용에 뛰어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용인특례시가 만든 공식 캐릭터 '조아용'의 인기와 파급력이 심상치 않다. 사랑을 받기만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랑을 나눠주는 캐릭터로 진화하며 캐릭터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페북 '좋아요' 용인시 '용'서 작명자활센터와 연계 제작·판매 협업기흥역 매장 4개월만에 매출 1억시민 사랑받기 넘어 이웃돕기 기여 ■ 용인의 아이콘 '조아용'시는 SNS상의 시정 홍보를 목적으로 2016년 2월 조아용 캐릭터를 출시했다. 이름은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용인시의 '용(龍)'에서 착안해 지었다. 초기 조아용은 눈이 크고 홀쭉한 형태였으나, 리뉴얼을 거쳐 2019년 현재의 통통하고 친숙한 모습의 조아용이 완성됐다. 리뉴얼 이후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조아용의 귀여운 외모와 다양한 표정에서 비롯되는 친근함은 시민들로부터 '볼매(볼수록 매력적)' 캐릭터로 인식됐다. 조아용의 인기가 높아지자 용인 전역에서 조아용이 등장했다. 경전철 외부에도 광교산 정상 시루봉에도 조아용이 나타났고, 수지구 안대지천 보행로 140m 구간에는 조아용 벽화가 그려졌다.조아용은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우리동네캐릭터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받은 데 이어 이듬해엔 대상을 받으며 대외적으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시는 지난해 12월 시 상징물 조례 개정을 통해 조아용을 공식 상징물로 등록하고 지난 6월부터는 공공저작물인 조아용을 시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며 캐릭터 활성화에 불을 당겼다. 일본 구마모토현에 '쿠마몬'이 있다면 대한민국 용인엔 조아용이 있다는 말은 이제 현실이 돼가고 있다.■ 부서 간 컬래버로 시작된 상품 개발조아용의 치명적인 매력은 금세 성별과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고 자연스레 캐릭터 상품에 대한 수요가 생겨났다. 이에 시는 지역자활센터의 기존 자활사업에 조아용 제작·판매를 연계한 협업을 기획했다. 일반 기업에 위탁을 주는 수익사업 형태 대신 기존 센터 내 수급자들의 노동력을 활용해 조아용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를 통해 발생한 수익은 저소득층의 자립을 위한 의미 있는 일에 쓰겠다는 게 핵심 취지였다. 조아용 캐릭터를 개발해 사용 권한을 지니고 있는 시 공보관과 자활센터 업무를 총괄하는 복지정책과의 부서 간 협업을 구축해 탄생한 프로젝트였다.시 복지정책과 신미영 팀장은 "처음 협업을 제안했을 때 예산 수반의 어려움도 뒤따랐고 무엇보다 '그게 되겠어?'라는 시선이 강했던 게 사실이었다"며 "하지만 조아용이 워낙 사랑을 받고 있다 보니 잘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공보관의 적극적인 협조와 뒷받침도 사업을 실현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센터에서는 기본적인 제작과 포장, 판매 등에 모두 사회적 약자 층을 투입해 상품 준비에 나섰다. 기념품의 고전 격인 열쇠고리와 인형, 머그컵을 비롯해 볼펜, 엽서, 에코백, 파우치 등 실생활 위주의 상품들이 구성됐다. 수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마침내 시는 지난 4월 기존 기흥역 환승센터 내에 위치한 사회적경제홍보관 일부를 판매 장소로 탈바꿈, '조아용in스토어'의 문을 열었다.■ '신의 한 수'가 된 자활센터와의 연계반신반의로 출발한 조아용 프로젝트는 '대박'이 났다. 판매장이 문을 열기 이전부터 높았던 수요 열기는 스토어 개점 직후 더 뜨거워졌고 4개월 만에 무려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 시중의 일반 캐릭터 상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데다 온라인 판매 없이 두 평 남짓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실로 믿기 힘든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상품을 구매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곧바로 반영한 점도 고무적이었다. 어린 아이들이 좋아하는 조아용 스탬프나 마스크 줄 등을 만든 게 대표적이다. 현재는 디자이너를 채용해 캐릭터의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등의 시즌상품 개발도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친환경 원단을 에코백 제조에 활용하며 사업의 의미와 가치를 높이고 있다. 지난 26일 조아용 판매점을 찾은 시민 정수진(27)씨는 "그냥 구경만 하러 들어왔는데 조아용이 너무 예뻐서 이것저것 담다 보니 장바구니가 한 가득 찼다"며 "우리 지역에 이렇게 예쁜 캐릭터가 있다는 게 너무 좋고 뿌듯하다"고 미소를 지었다.무엇보다 의미 있는 건 원재료비나 상품 개발 등에 투입되는 비용을 제외한 수익금 전액이 취약계층의 취·창업 등 자립을 위한 일에 쓰인다는 점이다. 이 같은 사업 취지가 알려지면서 구매자들은 물건을 사면 이웃돕기로 이어진다는 인식을 갖게 됐고, 별도의 후원과 재능기부 형식으로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직원 선물로 단체구매를 의뢰한 관내 한 기업 대표는 사업 취지에 공감해 200만원의 후원금을 내놨고, 용인예술과학대 이수정(토이캐릭터디자인과 3학년) 학생은 재능기부 형태로 조아용 페이퍼 토이 상품을 개발하는 등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이 속속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우리 아용이를 보면서 힘을 냅니다."판매량의 급증으로 일감이 많아졌음에도 센터 내 근로자들의 표정은 더욱 밝아진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6일 자활센터에서 만난 상품 포장 담당 근로자 A(61)씨는 "얘(조아용)를 보면 항상 웃고 있지 않나. 나도 덩달아 웃게 된다"며 "어떨 땐 일하러 오기 전날 밤부터 우리 아용이가 보고싶어진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재봉 일을 하는 B(58)씨는 "가끔 꿈에도 조아용이 나타나는데,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껴봤던 적이 있나 싶다. 일하는 시간이 즐겁다"며 "내가 만든 상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하니 그것도 너무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근로자 C(40)씨 역시 "동생이 희귀성 난치병을 앓고 있는데 조아용을 정말 좋아한다. 내가 조아용 관련 일을 한다는 것 자체로도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털어놨다.자활센터 오은지 팀장은 "조아용은 센터 근로자들에게도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동기부여가 되고 주인의식이 생겼다"며 "하나의 캐릭터가 이분들의 삶에 긍정과 희망의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는 점이 가장 놀라운 변화"라고 설명했다.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역할을 넘어 어려운 이웃의 자립을 돕는 일에도 기여하며 이제는 사랑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조아용. 이상일 시장은 "조아용이 더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콘텐츠 개발에 힘쓰겠다"면서 "우리 조아용, 너무 조아용!"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기흥역사 내 위치한 조아용 스토어.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이상일 용인시장은 행사장 등에서 코멘트를 할 때마다 마지막에 '조아용'을 덧붙이며 조아용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어린이에게 인기가 높은 조아용 스탬프.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기흥역사 내 위치한 조아용 스토어.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용인지역자활센터 소속 근로자들이 원단 가공과 재봉을 직접 거치며 조아용 에코백을 만들고 있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2022 경기도 건설신기술 박람회'가 열렸다. 건설신기술은 건설 분야에 신기술 개발의욕을 높여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정부가 1989년부터 도입한 제도다.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한 기술을 비롯해 외국에서 도입됐더라도 우리식으로 개량해 현장에서 활용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술개발이라면 건설신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다. 경기도는 국내에선 최초로 건설신기술 박람회를 열고 건설신기술 분야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로 건설시장의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신기술을 통해 산업의 미래와 희망을 밝히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특히 이번 박람회의 화두는 '기술을 넘어 혁신으로'다. 경기도내 건설 중소기업들이 끊임없이 신기술을 개발하고 개발된 신기술이 시장에서 각광받을 수 있도록, 경기도 및 유관기관, 기업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귀중한 기회의 장이 됐다는 평가다.■ 기술을 넘어 혁신으로26일부터 27일까지, 양일간 의정부 신한대학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경기도 건설신기술박람회는 50여개 업체가 참여하며 신기술 개발 업체들의 열정이 돋보였다. AI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과 접목한 신기술이 눈에 띄었고 안전성에 집중한 주택 건설과 관련된 신기술을 비롯해 터널, 교량 등 사회SOC에 필요한 신기술들도 대거 소개됐다.50개 업체 참여 개발 열정 돋보여AI 등 디지털 접목… 사회 SOC도대건기술 시간단축 '콘크리트 양생' 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대건기술(주)는 'Safety Gang Form'을 활용한 콘크리트 양생 기술을 선보였는데, 기존 일반 갱폼 거푸집과 달리 단열 보온 성능을 확보해 계절에 상관없이 콘크리트 타설 후 보양 및 양생이 동시에 수행 가능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겨울에 갈탄 등 화석연료를 사용해 온도를 확보하려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작업자들을 보호할 수 있고 기온 등 자연의 변수를 줄여 공사기간을 준수하는데도 역할을 할 수 있다.이렇게 공사현장에서 직접 설계, 시공 등의 경험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와 노하우로 보다 안전하고 실용적인 기술을 개발하려는 도내 건설 중소기업들의 노력이 눈부셨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 신기술, 현장 활용도 높여야이번 박람회는 피땀 흘려 개발한 기업들의 건설신기술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기도를 비롯해 경기주택도시공사,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등 유관 기관들과 기업들이 모두 모여 신기술 활성화를 위한 정책 포럼을 개최했다.'신기술·특허공법 선정기준 개선방안'을 주제로 열린 정책포럼에선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과 기업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전달됐다.정책포럼 열려 현장활용 정체 지적입찰 가격보다 효용성 가치 강조도 먼저 발표주제를 맡은 박환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신기술의 현장 활용촉진을 위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박 위원은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989년도에 도입한 건설신기술 제도가 국가계약법에 따라 여러 가점을 주고는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활용도는 정체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기술은 공사현장의 안정성, 건설의 품질 향상, 공기단축에도 효과가 있고 예산절감 등에도 영향을 끼친다. 건설신기술은 현장의 활용성을 가장 중요한 선정기준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건설신기술을 개발하는 개발자의 80%가 중소기업이고, 이는 중소기업의 혁신과 육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로 개선돼야 하고 특히 현장에서 건설신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종합토론회에는 이창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유준상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기술인증센터장, 김종우 경기주택도시공사(GH) 부장, 강충모 티알피건설(주)대표이사, 여규권 삼부토건(주)상무, 맹주한 (주)동명기술공단종합건축사사무소 전무 등이 참여했다.이 토론회에선 건설현장에서 신기술을 적용할 때 겪는 실질적인 개선점들이 거론됐다. 유준상 센터장은 "발주처를 포함해 다양한 주체가 건설신기술을 검증하는 방안 등을 통해 건설신기술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현장에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고 했고 김종우 GH 부장은 "현장에서 입찰할 때도 공사비를 중심으로 컷오프를 도입하게 돼 있는데, 컷오프는 가격을 제일 낮게 하는 것이 적용된다. 신기술은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기술의 효용성이 중요한 가치다. LH 균형가격평가방식처럼 가격하한선을 통해 오히려 제한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기업들도 현실적인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강충모 이사는 "건설신기술과 특허공법과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현재는 가격(40%), 기술(60%)의 분리평가로 진행되는데 신기술보다 특허공법이 선정되는 비율이 훨씬 높다. 다행히 올해 9월부터 기술평가 비중을 80%로 상향했지만 특허공법 업체의 민원으로 재조정될까 걱정된다"고 했고 여규권 상무는 "건설신기술이 특허공법에 비해 현장적용성이 검증됐고 공기단축, 품질 안정성 향상이 가능하고 공사비도 30% 절감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발주처 등에서 이런 효과와 건설신기술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 제도를 잘 인지하여야 하고 정부도 발주처를 상대로 제도 이행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터뷰] 김정영 경기도의회 건교위 위원 "경기도 활용실적 1위… 보다 발전할 수 있게""경기도가 더 앞장서 신기술 개발과 보급, 육성에 힘쓰겠습니다."경기도 건설 신기술 박람회 개막식 날인 26일 참석한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김정영(국·의정부1·사진) 의원은 박람회에서 소개된 기술들이 더 많이 보급되고, 실용화될 수 있도록 도와 도의회가 뒷받침하겠다고 전했다.김 의원은 "경기도에서 건설 신기술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신기술 활성화에 힘쓰기 위해 박람회를 개최한 만큼 연구, 개발하는 관련자들에게 더 동기부여가 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지난해 건설 신기술 활용실적도 경기도가 전국 1위였다. 경기도 건설 신기술이 보다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 도의회가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이어 "올해 5년 차를 맞는 경기도 건설 신기술 박람회가 도내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강소기업 육성과 기술 활용 촉진에 기여하고 있다"며 "이처럼 여러 관련 기관과 기업들이 신기술 발전을 위해 쏟는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도의회가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마지막으로 김 의원은 "부스를 돌아보니, 여러 신공법과 신기술들이 새롭게 개발됐다는 점도 알게 됐다"며 "경기도는 전국에서 인구도 가장 많고, 면적도 가장 크다. 그만큼 건설인들에게는 기회의 땅이다. 여러 건설 기술 관련 종사자들이 더욱 활발히 활동하고 연구·개발할 수 있도록 신기술 활용에 필요한 지원 근거 마련을 지속하겠다"고 역설했다.■ [인터뷰] 오석규 경기도의회 건교위 위원 "인정받는 박람회… 경기 북부 첫 개최 뜻깊어""전국적으로 인정받는 건설 신기술과 업체들이 모이는 박람회가 경기 북부인 의정부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점이 가장 뜻깊습니다"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오석규(민·의정부4·사진) 의원은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들이 한자리에 모여 건설산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며 건설 신기술 박람회를 이같이 평가했다. 오 의원은 "실제 건설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고, 적용해야 하는 신기술들이 한자리에 모여 건설의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는 자리"라며 "경기도 건설이 규모와 기술면에서 전국 최대 수준이라 하는데, 박람회를 통해 훨씬 더 선제적이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현재 건설업은 인력난,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으로 인한 어려움, 자재 수급 등 여러 현실적 어려움에 처해있지만, 이런 자리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더 들을 수 있었다"며 "도와 도의회가 나서 대안도 함께 마련하고 개선점을 찾는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강조했다.마지막으로 오 의원은 "부스 현장을 돌며 신기술 적용 방법과 공법들을 체험해 봤다. 관련 기업들이 더 많이 참여하고, 교류의 장이 더 자주 열리면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국 타 시도에서 경기도를 벤치마킹하고, 도내 건설 기업들이 더욱 모범이 돼 경기도로 자주 찾아올 수 있도록 이런 기회의 장을 넓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방현하 경기도 건설국장 "신기술 널리 활용되도록 경기도가 앞장설 것""건설 신기술이 미래를 변화시킬 대표적인 건설산업인 만큼 앞으로도 경기도가 신기술이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습니다"행사를 준비한 방현하(사진) 경기도 건설국장은 올해 5회째를 맞은 건설 신기술 박람회를 이같이 평가했다.방 국장은 "도내 건설 중소기업들이 신기술 개발과 시장 확장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박람회의 슬로건인 '기술을 넘어 혁신으로'를 실천할 수 있도록 경기도와 유관기관, 기업들이 계속해서 머리를 맞대 기회의 장을 넓히겠다"고 강조했다.이어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부활한 박람회인 만큼 방문 관람객 숫자가 예년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많은 분들의 관심 속에서 2022년 경기도 건설신기술 박람회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었다"면서 "국내에서 최초로 건설 신기술 박람회를 열고 건설 신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경기도가 최근 건설 시장의 경기 침체 등의 위기도 헤쳐나갈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방 국장은 "이번 박람회에서 돋보인 것은 건설 신기술의 최신 트렌드와 관련 정보다. 미래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신기술과 신공법들이 마음껏 공개됐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경기도가 앞장서 건설 신기술이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공지영·고건기자 jyg@kyeongin.com이한규 경기도 행정2부지사와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김정영, 오석규, 이영주 의원 등 참석자들이 경기도건설신기술 박람회장을 둘러보고 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26일 의정부 신한대학교에서 열린 2022 경기도 건설신기술 박람회에서 건설 신기술 관련 업계와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신기술·특허 공법 선정기준 개선방안을 위한 정책 토론회'란 제목으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2022.10.26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
김구는 백범일지에서 문화의 힘을 역설한다. 우리나라가 가장 부강한 나라가 아닌,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가 되길 소망한다고 했다. 그의 바람대로 2022년 대한민국은 문화 강국으로 거듭났다. K팝이 지구를 하나로 만들고, K드라마가 전세계를 주름잡는다. 그와 이름이 같은 서른일곱 김창수(김구의 개명 전 이름은 김창수다)는 술을 합법적으로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대한민국이 유독 K위스키를 가지지 못한 데 의문을 가졌다. 특별할 것 없던 어느 날, 문득 찾은 음식점에서 새로 나온 전통주를 접했고, 그 술을 만든 이가 자신과 이름이 같은 김창수 명인임을 알게 된 후 강한 끌림을 느꼈다. 언젠가 술을 만드는 일을 해봐야지. 막연한 꿈은 공부로 이어졌다. 전통주며 와인이며 맥주, 칵테일 등 주종을 가리지 않았다. 위스키도 그중 하나였다. 그러다 싱글몰트 위스키인 라프로익을 맛봤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신기했다. 감탄은 탐닉으로, 또 의문으로 이어졌다. 왜 한국엔 훌륭한 위스키가 없을까. 결론이 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면 내가 한번 만들어보지, 뭐. 한국형 위스키 시장의 문을 연 '김창수위스키'는 그렇게 시작됐다.#한국의 맛상, 위스키로 한땀 한땀 채운 청춘김창수위스키를 만드는 이는 김창수 대표다. 김창수위스키증류소의 인스타그램에는 '손으로 한 땀 한 땀, 대한민국 위스키를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적혀있다. 그가 손으로 한땀 한땀 위스키를 만드는 동안, 그의 청춘 역시 위스키로 한땀 한땀 수놓아지고 있다. 대학시절 곳곳에도 위스키가 묻어있다. 현재 김창수위스키증류소의 마크도 대학생 때 만들었다. 불꽃인듯, 물방울인듯, 곡선 두개가 만날 듯, 만나지 않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태극 마크에서 착안해 증류기 모양을 형상화했다. 한국형 위스키를 만들겠다는 게 제 꿈이고, 위스키를 상징하는 게 증류기니까 그런 의미를 담은 것"이라며 "알파벳 C와 S를 가리키기도 한다. 제 이름 이니셜이다. 그리고 증류주의 상징이 불과 물이다. 불과 물의 이미지를 모두 함축했다"고 설명했다.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주류 회사의 문을 두드렸다. 몇 차례 고배를 마신 끝에 회사원이 됐지만 영 재미가 없었다. 사표를 썼다. 한국형 위스키를 이제부터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지만 국내엔 먼저 그 길을 간 이가 없으니, 당연히 방법을 알 수 없었다. 무작정 메일을 썼다. 가장 먼저 보낸 곳은 신생 소규모 증류소인 일본 치치부 증류소였다. 새로 생긴 곳이니 함께 성장하며 배울 점이 많을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거절당했다. 바에서도 일해봤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위스키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로 향한 것은 국내에선 도무지 풀 수 없는 목마름을 해갈하기 위한 것이었다. 스코틀랜드 내 102개의 증류소를 모두 돌면서 일을 시켜달라고 할 요량이었다. 시작은 패기였지만 서른 군데쯤 퇴짜를 맞을 때부턴 포기에 가까워졌다. 스코틀랜드내 102곳 증류소 돌며일 시켜달라 했지만 번번이 퇴짜마침내 日 치치부에서 교육 기회 자전거를 타고 텐트에서 자면서 제대로 먹거나 씻지도 못했다. 괴로움 속에서도 오기가 생겨 목표했던 102곳을 모두 찍었던 날, 전환점을 맞았다. 첫 메일을 보냈던 치치부 증류소의 직원을 스코틀랜드의 바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다. 그러나 한 번의 만남을 꾸준한 인연의 시작점으로 만든 데는 수년간 지속된 그의 피나는 노력이 뒷받침됐다.김 대표는 "치치부 증류소에선 계속 애매하게 거절당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어서 집에서 위스키를 직접 만들어보고 연구하는 내용을 블로그에 올렸다. 그런데 이걸 NHK에서 보고 촬영 요청을 해왔다. 당시에 일본 닛카 위스키의 창업자인 타케츠루 마사타카의 일대기를 조명하는 드라마 '맛상'이 대히트를 쳤는데, 그때 NHK가 나를 한국의 맛상으로 조명했다"며 "그때 NHK에 치치부 증류소에서 연수를 받을 예정인데 그걸 촬영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치치부 증류소엔 NHK에 방송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게 해서 연수를 받게 됐다. 지금 우리 증류소도 치치부 증류소를 많이 참고했다"고 말했다.#세상에서 가장 맛있다고 느끼는 위스키 한 잔 만드는 게 목표김창수위스키증류소는 김포 통진읍에 있다. 특별히 다른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이곳에 소형 공장이 많아서였다. 수도권인 만큼 접근성이 좋은 점도 고려 요인이었다. 2020년 제조 면허를 취득하고 첫 위스키를 올해 4월에 출시했다. 지난 9월엔 두번째 제품을 내놨다. 첫 한국형 위스키의 시작점엔 호평이 가득했다. "숙성연수가 2년이 채 안 돼 사실 기대하지 않았는데 그 이상"이라는 후기가 줄을 이었고, 오픈런이 지속됐다.김 대표는 "스코틀랜드에 기준이 맞춰져서 그렇다. 스코틀랜드는 연교차가 적고 습해, 숙성이 느리고 증발도 적은 편이다. 10년을 숙성해도 10%도 증발하지 않을 정도다. 10년 숙성한 게 아랫등급으로 분류될 정도로 숙성에 매우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그렇다보니 숙성연수가 10년 정도면 사람들이 짧다, 저렴한 위스키라고 인식한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후가 정반대다. 3년 정도만 숙성해도 스코틀랜드에서 10년 이상 숙성한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 증발도 빠르다. 10년 이상 숙성하면 90%가 증발한다. 숙성연수는 좋은 위스키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저는 오크통의 퀄리티나 사이즈, 제조방식 등 보이지 않는 다른 조건을 최상급으로 맞췄다. 보이는 숙성연수는 낮지만 맛은 더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올 4월 첫제품… 9월 두번째 출시숙성과 증발 빠른 우리나라 기후연수는 낮더라도 맛은 더 좋을 것누구도 가지 않은 길이기에 크고 작은 고충도 적지 않다. 김 대표는 "이전에는 한국에서 이런 위스키를 만들지 않았고, 그래서 위스키와 관련해 국내 실정에 맞는 규정이 제대로 없다. 여러 제도적 규정이 스코틀랜드 기준을 참고해서 마련돼있다. 기후가 서로 다른 한국과 스코틀랜드는 같은 기간 증발량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데, 한국 역시 연간 증발량을 스코틀랜드처럼 2%로 간주한다. 국내에선 스코틀랜드와 달리 1년에 2%를 넘어 거의 10%가 증발한다는 점을 계속 증명해야 한다. 국내 상황에 맞는 규정 등이 없고 여러 인프라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할 수밖에 없으니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계속 생긴다"며 "오픈런을 한다고 하는데, 저로선 오늘 만든 위스키는 숙성해서 3년 뒤에 팔 수 있다. 오늘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그대로 빚이 되는 것이다. 이런 구조이다보니 사실 수익보다는 사명감으로 한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고 느낄 위스키 한 잔을 만드는 게 제 목표다. 솔직히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죽더라도 어떻게든 위스키를 만들어낸다는 생각으로 달려온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이름을 딴 세 번째 위스키가 머지않아 출시된다. 두 번째 증류소도 구상 중이다. 보다 본격적인 K위스키 시대를 열기 위해, 대한민국이 위스키 강국으로도 발돋움할 날을 위해 조금씩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김창수위스키만의 특징을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아직은 이르다"고 했다. 3년 이상 숙성한 정식 제품이 출시될 때에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아직은 소규모 증류소에서만 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것에 가까워요. 그런 결과물들이 쌓여서 앞으로의 방향성을 정하고 그때 진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겠죠." K위스키 장인의 의지는 결연했다. 정말 궁금했던 것 중 하나를 막판에 물었다. "주량이요? 요새는 줄어서 한 병 정도…." 대담/이윤희 경제부장 flyhigh@kyeongin.com, 글/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사진/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김창수 대표는?▲ 1986년생▲ 인하대학교 졸업▲ 2020년 ~ 김창수위스키증류소 대표김창수 김창수위스키증류소 대표에게 한국형 위스키는 사명감이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고 느끼는 위스키 한 잔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김포 통진읍 소재 그의 증류소 안에서 자신이 만든 위스키를 들고 촬영하고 있다./클립아트코리아
절차도, 책임도 없는 주먹구구식 암매장 선감학원 사망 아동들은 강제 노역과 폭력에 노출돼 병에 걸려 죽거나 탈출을 감행했다 실패해 '익사'했다. 경인일보가 확보한 '선감학원 퇴원사유' 자료에 따르면 '사망'이라 기재된 아이들은 총 24명이었지만, 피해자와 근무자 진술을 통해 이보다 훨씬 많은 최소 수백명의 아동들이 선감도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파악됐다. 사망 24명 적혔지만 수백명은 될듯질병·탈출 생 마감땐 친구 손에 묻혀 현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150구 이상 묻혀있다 판단해 유해발굴을 추진 중인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공동묘역 부지는 당시 원생 사이에서 '공동묘지'라 불렸던 언덕이다. 죽은 아이들은 어떠한 장례 절차나 죽음을 애도하는 의식도 없이 이곳에 묻혔다."도망간 지 열흘만에 시신으로 떠밀려온 동기가 있었어요. 공동묘지에 그 친구가 묻혔는데, 장마가 오거나 바람만 엄청 세게 불어도 묘지 흙이 다 쓸려 내려 시체들이 다 밖으로 나와 버렸어요."(1966년 10월 수원 일대 경찰의 부랑아 단속에 걸려 선감학원에 입소된 이모씨)암매장은 책임지는 이 없이 아이들 손에 맡겨졌다. 지옥 같은 선감도 안에서 같은 날 잡혀들어와 '동기'라는 연대를 쌓고, 같은 방을 쓰며 동고동락한 '친구'가 시신이 돼 돌아와도 슬퍼하거나 거부도 하지 못한 채 경기도 공무원의 지시에 따라 삽을 들고 나서야 했다.죽은 친구의 시신을 아무렇게나 땅에 파묻도록 방치한 국가가 원망스럽고, 이 시신을 묘지까지 들고 날라 땅에 파묻는 자신이 마치 공범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소름이 끼쳤다. 그러나 두려움과 친구의 죽음을 슬퍼할 틈도 없이 새로운 아이가 죽어 돌아왔다. 그나마 해줄 수 있는 건 산에 핀 꽃 한송이 꺾어 놓아주는 일 뿐이다."선생님(직원)이 불러 따라갔더니, 탈출한 지 2주 만에 죽은 원아 시신을 저한테 묻으라 했어요. 묻을 때 경찰이나 의사는 없었어요. 그냥 나를 부르면 '또 묻으러 가는구나' 하고, 그냥 열심히 묻었어요."(1956년 9살의 나이로 구두닦이를 하다 선감학원에 잡혀 온 강모씨)찾을 수도, 찾아 나설 수도 없는 선감의 아동들부랑아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끌려온 아동 상당수가 가정이 있었다. 아동들을 잡아간 공무원도, 선감학원 직원들도 돌아갈 집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수용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다. 당시 경기도가 작성한 문서를 보면 '가정통신문'을 일부 가정에 발송했다고 적혀 있지만, 실제는 대다수 반송되거나 도착하지 못했다.경기도는 부랑아를 단속하는 데만 급급해 아동들의 정확한 거주지를 파악하는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경기도 공무원들은 잡아온 아동들의 진술에만 의존해 주소를 작성했는데 잡혀올 당시 대부분 10세 전후의 어린 아이들이 정확한 집 주소를 기억해 내기엔 불가능에 가까웠다.이렇다 보니 원아대장에 적힌 아동들의 주소는 대부분 경기도 인천시(현 인천광역시), 부천시, 서울시 사당동과 같이 불명확하게 작성됐다. 도 직원들이 형식적으로 보낸 통신문 역시 주소불명으로 반송되기 일쑤였고, 가정에 통보되지 않은 건 철저히 주소를 제대로 말하지 못한 아동의 책임이었다. 일부 아동들은 자신의 학교까지 기억해 부랑아가 아님을 증명했지만, 묵살당했다."가평에 집이 있고, 가평에 국민학교를 다닌다고 분명히 얘기했어요. 학교에 전화 한 통이라도 했으면 잡혀가지 않았을 텐데, 그저 구두닦이로 보인다는 이유로 연락 하나 보호자들에게 돌리지 않았어요."(1973년 13살의 나이로 선감학원에 입소된 한일영씨)집있는 아동 상당수 가족에 미고지가정통신문도 주소 불명 반송 일쑤부모가 찾아도 '모른다' 국가가 차단부모들은 사라진 아이를 애타게 찾으러 나섰다. 경찰서에도 가보고 시청, 읍면동사무소 등 닿을 수 있는 국가기관에 도움을 청했다.'아이가 일주일 째 돌아오지 않고 있다', '시청 직원이 우리 아이를 데려가는 걸 누군가 봤다고 한다' 등 구체적 정황까지 말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모른다"였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작성한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사건 보고서'의 연구책임자인 정진각 안산지역사연구소 소장은 "인권보고서 작성 당시 한 피해자 부모가 수원시청 공무원이 아이를 잡아가는 걸 이웃이 봤다고 듣고 곧바로 시청에 실종 신고했다. 그러나 시청은 그런 아이 모른다, 일없다는 식으로 내쫓았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사실상 선감학원에 잡혀온 이상, 아동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도, 부모가 아이를 찾아내는 방법도 모두 철저히 국가가 차단했다. /특별취재팀※선감학원 특별취재팀정치부 공지영 차장, 신현정·고건 기자, 사회교육부 배재흥·김동한 기자▶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9월 29일 안산 선감동 선감묘역에서 진행 중인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희생자 유해 시굴 작업. 2022.9.29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9월 29일 오전 안산시 선감동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희생자의 유해 매장지 선감묘역에서 관계자들이 희생자의 유해 시굴을 하고 있다. 2022.9.29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강제노역과 폭력에 의해 죽거나 목숨을 걸고 탈출하다 익사해 숨진 선감학원 사망 아동들이 묻힌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공동묘역 부지.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어둑한 밤, 비료 포대를 뒤집어쓴 아이들이 하수구 통로에 쪼그려 앉아있다. 눈앞엔 바닷물이 빠진 갯벌이 펼쳐진다. 숨죽여 통로를 빠져나온 아이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펄로 내달린다. 목적지는 선감도에서 1㎞ 가량 떨어진 어섬.갯벌에 다다르자 아이들이 일제히 엎드린다. 아이들 배에 비료포대와 차가운 펄이 맞닿는다. 손으로 질퍽한 땅을 밀어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이대로 800m만 가면 된다. 달음질로는 하루에도 몇 번을 오갈 수 있는 거리. 아이들의 팔이 노를 젓는 것처럼 바삐 움직인다.그러나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니 체력도 금세 동난다. 어느새 물이 다시 밀려든다.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서서히 물에 잠긴다. 훈육 선생님의 호출이다. 방문 너머 들리는 목소리로 보아 단단히 화가 난 듯하다. 불호령이 떨어지자마자 기숙사에 사는 원생 100여명이 복도 양쪽으로 도열한다. 옷소매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애들 몇 명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복도 끝에 서 있다. 때리란다. 선감도 밖으로 탈출을 시도했던 놈들이니 흠씬 두들겨 맞아야 한단다. 가까스로 죽음을 면한 대가는 지독한 구타다. 국가가 묵인하고 경기도가 만든 '부랑아들'의 꿈은 지옥 '선감도'를 탈출하는 것이다. 죽음과 폭력의 두려움도 이들의 탈출 시도를 막지 못했다. 퇴원 사유 17.8%·834명 '탈출'확인 가능 익사자만 7명 달해대부도나 어섬방면으로 시도실패후 돌아오면 지독한 구타 진실화해위원회가 선감학원 원아대장 4천689건에 기재된 퇴원 사유를 분석한 결과, 이 중 17.8%(834명)가 섬을 탈출해 빠져나갔다. 탈출하는 아이들은 목숨을 걸어야 했다. 원아대장으로 확인 가능한 선감학원 사망자는 모두 24명인데, 이 중 7명(29.1%)이 몰래 섬을 탈출하다 물에 빠져 숨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아이들은 주로 대부도나 어섬 방면으로 탈출을 시도했다고 한다. 선감도와 가장 가까웠던 대부도는 익사할 위험은 적었으나 주민들의 신고로 다시 붙잡혀 돌아갈 가능성이 높았다. 어섬은 경로가 험난한 반면,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기만 하면 마산포를 거쳐 육지로 이동하기 편했다. 사고는 대개 어섬으로 탈출을 시도했던 원생들에게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갯벌을 걸으면 발이 무릎까지 빠지기 때문에, 아이들은 주로 엎드린 상태에서 움직였다고 한다. 손으로 땅을 미는 동력을 이용해 갯벌을 건너려는 것인데, 탈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미끌한 소재인 비료 포대를 뒤집어쓴 아이들도 있었다.도망중 숨진 이 생기부상 확인퇴원자중 추가 사망자 가능성 변수는 이들의 영양상태였다. 나이가 어려 팔 힘이 좋지 않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체력까지 부족했다. 탈출에 실패한 것을 직감하고 할 수 없이 선감도로 다시 돌아온 아이들은 목숨은 부지했지만 보복을 당했고, 끝까지 탈출을 감행한 아이들은 끝내 시신으로 바다에서 건져졌다.이렇게 돌아온 아이들의 시신은 아무렇게나 매장됐다. 원아대장을 통해 알 수 있는 사망자의 수는 24명뿐이지만, 선감학원 희생자들의 유해가 묻혔을 것으로 현재 추정되는 봉분만 140~150기에 달한다. 더욱이 경인일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원아대장에는 사망 사실이 기록돼 있지 않지만, 선감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는 숨진 사실이 기재된 원생들도 있었다.이를 통해 확인된 추가 사망자 5명 가운데 3명 또한 탈출을 시도하다 목숨을 잃었다. 원아대장 퇴원 사유에는 탈출이라고 적혀 있으나 실제로는 탈출 도중 사망했거나 퇴원한 사유가 적혀있지 않은 642명(13.7%) 중에서도 사망자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 관련기사 3면 ([선감학원 특별기획·(下)] 단속만 집중 '거주지 파악' 부실… 장례·애도 없이 시신 암매장)/특별취재팀※선감학원 특별취재팀정치부 공지영 차장, 신현정·고건 기자, 사회교육부 배재흥·김동한 기자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피해자들이 폭행을 당한 안산 선감동 선감 선착장. 2022.10.1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강제노역과 폭력에 의해 죽거나 목숨을 걸고 탈출하다 익사해 숨진 선감학원 사망 아동들이 묻힌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공동묘역 부지.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남토북수(南土北水) 개성인삼은 농민의 땀과 손이 어우러져 6년근으로 만들어집니다."2대째 인삼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심우일(60) 연천군 인삼연구회장은 "밭에서 흘린 땀방울이 국민건강 면역력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수확철에 만난 심 회장은 임진강 유역 13만2천여㎡ 경작지에서 자신이 재배한 인삼을 들어 보이며 "농사도 자신이 노력하지 않거나 해야 할 일들의 타이밍을 놓치면 모든 것을 망치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며 "인삼밭에서 일상적인 교훈을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재배 고장' 회원들 한마음으로 뭉쳐"농사도 타이밍 놓치면 모든걸 망쳐"한탄강·임진강변서 자라 품질 자부 1980년대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심 회장은 "서울과 의정부 지역에서 개인사업을 하던 중 뜻하지 않은 부친의 병환으로 가업을 잇게 됐는데 벌써 20여 년이 흘렀다. 어릴 적 아버지의 인삼밭 일을 도운 경험이 싹이 자라 열매를 맺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심 회장은 3년 전 회원들에게 떠밀려 회장으로 선출됐지만 130여 명의 회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연천을 인삼고장으로 만드는데 주역을 담당하고 있다며 오히려 인삼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화합 단결하는 회원들에게 수고를 돌렸다.회장은 품위와 권위를 내세우는 자리가 아니라 회원들을 대표해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찾아주는 것이 덕목이라고 말하는 심 회장. 그는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면 새로운 길도 보이게 된다"며 "개성은 서로 달라도 이해와 배려가 13년 연구회를 지탱할 수 있던 버팀목이었다"고 말했다. 연천의 대다수 인삼 농가가 복합영농이어서 파종시기가 겹치거나 일손을 놓쳐 한 해 농사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한 심 회장은 차라리 인삼 전업농으로 한우물만 파는 것이 낫다는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심 회장은 11월 말까지 수확하는 인삼의 생산량은 파종 대비 60%에 그치지만 이마저도 나은 편이라며 농업도 기술지도에만 의지하지 말고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하는 자세만이 장수영농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심 회장은 "농사일이 원래 기후변화 등으로 해마다 굴곡이 심한 데다 인구 고령화로 노동력이 감소돼 최근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고용해 근근이 버텨가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농촌의 현실"이라며 "70세까지만 건강하게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그러면서 심 회장은 소비자들이 좋은 인삼을 고르는 방법에 대해 살짝 귀띔해줬다. 그는 "너무 굵은 삼은 속이 비었을 가능성이 있다. 노두, 몸체, 뿌리 구분이 명확하고 길이 한 뼘에 뿌리가 2~3개 달린 단단한 것이 좋은 삼"이라며 "한탄강과 임진강변에서 재배한 인삼은 품질을 자부한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연천/오연근기자 oyk@kyeongin.com연천군 인삼연구회 심우일 회장이 면역력 증강에는 인삼이 최고라며 자신이 재배한 개성인삼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2.10.24 연천/오연근기자 oyk@kyeongin.com
도유재산 관리기관에 수용돼 국가의 강제노역 시달린 아동들 선감학원에 마구잡이로 수용된 아동들은 당초 부랑아 갱생·교육이라는 목적과 달리, 각종 노역에 동원되며 '노동 착취'에 시달렸다. 경인일보가 확보한 당시 선감학원 근무자와 피해자 진술, 공문서 등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학교에 다녔던 아동은 학교가 끝난 후부터, 학교에 다니지 않았던 아동은 종일 일을 한 것인데, 임금을 받지 못한 것은 물론 일을 못 하면 폭력이 가해졌다."…그 많은 농사를 짓고 작물을 키우고 했는데, 우리한테 이만큼도 준 거 없고 노임(임금)을 준 것도 없고 나온 물건을 우리에게 먹여준 적도 없고 그걸 다 어떻게 했느냐 말이지요.…내 품(일)을 못하면 저녁에 기합받고 얻어맞고 해야 돼요…무릎 같은데 상처 많은 사람은 다 조인트 맞은 거야"(1966년 선감학원에 수용된 피해자 녹취록)부랑아 갱생 목적과 달리 노역 동원당시 근무자·피해자 진술·공문 확인생산품 팔아 인건비 아닌 운영비로 경기도로 관할기관이 넘어온 이후 1957년 제정된 '경기도 선감학원 조례'는 선감학원의 임무를 이렇게 규정했다. 부랑아 수용보호, 자립 생활에 필요한 1인 1기의 교육지도, 농지 및 염전관리, 기타 학원 운영상 필요한 사항. 1963년 해당 조례가 전부 개정되면서 선감학원 업무는 부랑아의 수용구호, 부랑아의 지도 및 직업보도 등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당시 선감학원에서 근무했던 이들의 진술을 보면 아동들은 조례에 규정된 것과는 다르게 제대로 된 직업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1980년 경기도 부녀아동과의 선감학원 위탁 운영 계획을 보면 선감학원을 '도유재산 관리기관'으로 규정했다. 겨울에는 주로 원생복 수선을 했습니다그러다 보니 취지와는 다르게직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어요직업으로 연결되려면 실습이 있어야 하는데다양한 실습 거리가 없었어요(1965년~1967년 선감학원 재봉반 담당교사) 이렇게 종일 아동들이 일해서 생산된 물품을 판 돈은 아동들의 인건비가 아닌, 선감학원 운영비로 쓰였다. 당시 선감학원 예산항목에서 원생을 위해 쓰인 예산은 '수용 관리' 항목이 전부였다. 1947년 11월 18일 경인일보 전신인 '대중일보'에 보도된 선감학원 기사에서도 선감학원은 '자급자족'을 목적으로 운영됐다. 기사에는 경기도가 선감도에 거주 중인 일반 농가의 철거를 명령했으며 이를 통해 선감학원 경작 면적이 넓어져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그 수입으로 원아들의 갱생 후 생활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여기(선감학원)는 수용시설이기 때문에 임금이라는 것은 노동의 대가인데,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독립자금을 줬는지 자립을 시켜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 업무에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1980년~1982년 선감학원 회계담당 근무자)유흥업소로 보내고, 가출하면 아동 수배령 내린 경기도1982년 민간위탁에 실패한 경기도가 선감학원의 최종폐지를 결정하고 문을 닫을 때 일부 아동들은 '고용위탁'됐다. 귀가조치되거나 다른 시설로 옮기지 못한 아이들을 일손이 모자란 주변 섬이나 육지 등 농가에 취업시킨 것인데, 고용주인 농민이 아동을 '보호'하는 식으로 사후책임을 떠넘겼다.1982년 민간위탁 실패로 최종 폐지14살 아동 '유흥음식점'에 보내기도 당시 문서를 살펴보면, 선감학원 폐지 결정에 따른 아동수용 전원계획에서 경기도는 총 75명의 원생 중 7명을 고용 위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위탁된 아동들은 주로 농업, 축산업 등에 종사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고된 노동을 견디다 못해 도망갔다. 경기도는 고용 위탁된 아동들이 도망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수배령'을 내리기도 했다. 경인일보가 확보한 1982년 9월 8일 경기도의 '가출아동 수배 의뢰'에 적힌 내용은 다음과 같다.'선감학원 수용 중 고용 위탁된 아동의 가출 신고가 있어 귀 시군에 수배 의뢰 하오니 관내에 널리 홍보해 수배에 힘써 주시기 바라며 아동이 발견되면 본도에 연락하기 바랍니다'. 당시 경기도는 이 같은 문서를 서울, 인천시에 보냈으며 문서에는 도망간 아동의 인상착의와 특기사항이 구체적으로 적혀있다. '김O호, 남, 15세, 키 160센티정도. 둥근 얼굴이며 머리 속에 칼로 그은 흉터가 7군데 있고 눈 밑, 왼손에 흉터가 있음'.경기도는 도망간 이유를 아동의 탓으로 돌렸다. 고용주에 대해서는 미성년자들에 대한 보호 선도는 물론 기술 습득으로 사회 진출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욕이 절실하다고 한 반면 아동들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 결함이 있는 아동들로 현재 고용된 생업에 적응을 못하고 이탈하는 사례가 많음'이라고 했다.특히 이 가운데 14살이었던 한 피해 아동은 '유흥음식점'에 보내진 경우도 있었다. 황당한 것은 경기도는 고용주들로부터 아동복리법을 준수하라는 서약서도 받았는데, 1982년 당시에도 아동복리법상 14세 미만의 아동은 주점, 기타 접객 영업 등에 종사하는 것이 금지돼 있었다.선감학원을 탈출해도, 문을 닫아도 아동들은 쉽게 선감학원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셈이다. /특별취재팀※선감학원 특별취재팀정치부 공지영 차장, 신현정·고건 기자, 사회교육부 배재흥·김동한 기자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경인일보가 경기도기록원 등을 통해 확보한 당시 선감학원 관련 문서들. 1982년 9월 3일 선감학원 수용아동 고용위탁 실태조사 현황을 담은 복명서. /특별취재팀경인일보가 경기도기록원 등을 통해 확보한 당시 선감학원 관련 문서들. 1980년 10월 '아동급식 계획표'. /특별취재팀20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장에 사망한 선감학원 피해자들의 유해가 놓여 있다. 2022.10.2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경인일보가 경기도기록원 등을 통해 확보한 당시 선감학원 관련 문서들. 1982년 '경기도 선감학원 현황-장기수용아동의 전원조치'. /특별취재팀경인일보가 경기도기록원 등을 통해 확보한 당시 선감학원 관련 문서들. 1982년 9월 8일 '가출아동 수배 의뢰'. /특별취재팀
국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국민 보호'다. 모든 역사를 통틀어 자국민을 보호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때 국가는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다.선감학원의 비극은 여기서 비롯된다.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선감학원이 대한민국에서도 이어져 온 단 하나의 연결고리는 '부랑아'. 자국민을 보호할 국가 자체가 부재했던 일제시기와 자국민 보호의 의무를 저버린 대한민국은 '부랑아처럼 보인다'는 한가지 이유로 아동의 인권을 유린했다.이 삐뚤어진 인식은 경기도가 선감학원을 운영하는 기저에 깊숙이 뿌리내려졌다. 먹을 것, 입을 것, 잘 것 어느 것 하나 성한 것이 없었고 고된 노역과 폭행이 만연했으며 제대로 된 교육도 없어 미래를 꿈꿀 수도 없었다. 쓰다 버리고, 없어져도 상관없다고 여겼다.운영의 주체가 경기도지만 당시 대통령이 임명한 경기도지사가 관할한 경기도는 국가기관이었다. 결국 대한민국이 자국민인 선감학원 아동에게 그랬다. 위의 사진은 당시 선감학원 아동들이 제공받은 급식을 재현한 모습이다. 선감학원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최대한 비슷하게 재구성했다. 주식은 강냉이밥이거나 꽁보리밥이었다. 낡아빠진 양은그릇에 약 3분의1 담은 강냉이밥이나 꽁보리밥에, 건더기가 거의 없는 소금만 뿌린 국을 반찬으로 주었다. 그나마 경기도지사가 시찰을 오거나 선감학원 창립기념일 등 특별한 날에 고깃국이 나왔는데 그마저도 비계만 넣고 끓여 먹고 탈이 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먹을 것 없어 쥐·뱀·개구리 등 취식"급식표 현실과 달라" 근무자 증언 "강냉이랑 통밀을 제대로 갈지 않아 먹기도 힘들었어요. 국은 보통 굉장히 묽고 아무 맛도 안났는데, 모래가 섞여 있어 잘 흔들어 윗 부분만 마시는 꼴이었습니다. 개밥도 이렇게는 안 줬을 거예요.(1954년 14살 입소해 1959년 19살에 퇴소한 최석규씨)""밥과 반찬 양이 원체 적어서 중학생쯤 되는 큰 애들이 초등학생 정도 애들 것을 빼앗아 먹기도 했어요. 힘이 없으면 그냥 당하는 겁니다. 넉넉했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인데, 초등학생 애들도 서네번 떠먹으면 식사가 끝날 정도로 양이 적었어요.(1963년 9살에 입소해 1968년 14살에 퇴소한 김영배씨)"먹을 것이 없어 주변 산을 뒤져 닥치는 대로 살아있는 것을 잡아 먹었다. 그 일대에 쥐, 뱀, 개구리, 메뚜기가 없었어요우리가 하도 잡아먹어서요생식도 많이 했습니다파뿌리 같은 거 눈에 띄면 뜯어 먹고새순이 나면 나는대로 다 뜯어먹고한참 배가 고플 나이니까 닥치는 대로 주워 먹었어요(1967년 14살 입소해 1974년 21살 퇴소한 천종수씨) 경인일보가 확보한 1980년 10월 선감학원 아동급식 계획표를 보면 조식과 중식, 석식을 기준으로 매끼 밥과 국, 장아찌·마늘쫑, 김치·오이지 등 두가지 반찬이 구성돼 있지만 계획표에서만 가능한 식단이었다. 당시 아동으로 수용됐던 피해자들과 선감학원 근무자들 모두 현실은 달랐다고 증언한다."애들 먹는 식사관계서부터 안 좋죠. 수용시설에 준해 운영이 되었기 때문에. 예산지침 자체가 수용시설에 준해 있었어요. (1980년부터 82년까지 회계담당으로 근무한 직원)"부실한 먹거리였지만 아동들이 감당해야 하는 노동 수준은 가혹할 만큼 강도가 높았다. 직업교육을 명목으로 목공반, 이발반, 양잠반 등을 구성해 놓았지만 사실상 논·밭농사, 양잠, 축산, 염전 등 강제노역에 투입됐다. 주7일·하루 10시간 이상 고된 노동'학교교육 받았다' 응답 7.9% 불과당시 경기도 '아동발달 저해' 인지경기연구원이 2020년 선감학원사건 피해사례를 조사 분석한 자료를 살펴보면 1주일 중 7일 노동을 했다는 응답이 53.5%로 가장 높았고 6일이 32.4%, 5일 9.9% 순이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시간이었고 11시간 이상 노동했다는 응답도 23.9%로 적지 않았다.노동시간이 10시간을 넘는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을리는 만무하다. 일부 아동들이 당시 선감국민학교를 다니기도 했지만 절반가량은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수용 중 교육경험을 묻는 질문에 46.1%가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고 답했고 선감학원 안에서 학교 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은 7.9%에 그쳤다.선감학원은 아동보호시설이 아니라 사실상 포로수용시설에 가까운 폭력적인 행태로 운영됐다. 문제는 경기도 역시 이 같은 운영방식이 원인이 돼 아동들의 정상지능 발달은 물론, 사회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1979년 경기도가 작성한 선감학원 현황 및 사업계획 상에 '도서에 감금되어 있다는 강박감, 장기 외계 단절로 인한 정상지능 발달 저해로 장기 수용 아동의 전원조치'라고 명시됐다. 또 '기술자 확보 지난으로 정상교육이 불능, 수용아동의 지능으로 보아 교육 효과도 전무'하다며 축산부 폐지를 계획한 바 있다.1980년 경기도 부녀아동과가 작성한 지방자치단체 보유 공공사업 사무 이관 및 위탁불하 촉구에는 '대부분 아동이 불우하고 극한적인 상황하에서 비정상적으로 성장해 정상적인 사고력 결여'됐다며 그 예로 '흡연, 도벽, 구걸, 자해, 불량성"을 거론했고 "방황의 여지, 독사사형, 흡연으로 인한 화재, 도주시 익사, 견물생심 도벽' 등도 문제로 적시했다.이는 국가의 인권침해가 아동의 발달에 저해가 됐다는 점을 당시에도 '인정'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 관련기사 3면([선감학원 특별기획·(中)]무임금 착취에 일 못하면 뭇매… 고용위탁 도망치면 '수배령') /특별취재팀※선감학원 특별취재팀정치부 공지영 차장, 신현정·고건 기자, 사회교육부 배재흥·김동한 기자▶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선감학원 피해자들은 부랑아처럼 보인다는 한가지 이유로 먹을 것, 입을 것, 잘 것 어느 것 하나 성한 것이 없었고 고된 노역과 폭행을 당했으며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인권을 유린당했다. 사진은 선감학원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당시 선감학원 아동들이 받은 급식을 비슷하게 재현한 모습.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20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정근식 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2.10.2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경인일보가 경기도기록원 등을 통해 확보한 당시 선감학원 관련 문서들. 1980년 10월 '아동급식 계획표'. /특별취재팀9월 29일 오전 안산시 선감동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희생자의 유해 매장지 선감묘역에서 관계자들이 희생자의 유해 시굴을 하고 있는 모습. 2022.9.29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4차 산업혁명시대에 뮤지엄들의 변화는 시대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뮤지엄에서는 여러 스마트 기기, 최신 정보통신 기술들을 이용한 서비스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의 상황이 이어지며 뮤지엄의 디지털화는 급속화하기 시작했고, 이때를 기점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들은 거리 두기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보다 더 많은 관람객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지난 2021년부터 이와 관련해 '스마트 박물관·미술관 기반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콘텐츠 개발과 색다른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해 뮤지엄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전시안내 시스템 개발이나 비대면 전시콘텐츠와 같은 기관별 특성에 맞는 지능형 뮤지엄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인 이 사업에서 경기도의 경우 2021년에는 15곳, 2022년에는 10곳의 뮤지엄이 공모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기섭 경기도박물관장은 "뮤지엄 특히 박물관은 유물을 매개로 한 아날로그 중심으로 운영돼 온 곳"이라며 "그동안 한정된 사람들이 이용하고 관리하며 정보를 공유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디지털은 오늘날 뮤지엄들이 꼭 나아가야 할 길임을 팬데믹을 거치며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뮤지엄이 기술의 발전과 함께 나아간다면 전시와 교육 효과 등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스마트화 공모, 경기 작년 15·올 10곳 선정道박물관 전시안내 앱 '…시간수호대' 큰 호응태블릿PC 미션 흥미… 어린이 재방문율도 UP경기도자박물관, 앱으로 맞춤형 해설·VR전시전면·단면·뒷면까지 세세히 '3D뷰어' 기능도국립민속박물관 파주, 미디어 아트 수장고 눈길경기도박물관 '유물과 AR 게임의 만남'경기도박물관이 새롭게 공개한 전시 안내 앱 '경기 천년 시간 수호대'가 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AR 게임 형태의 이 앱은 어린이와 함께하는 가족이 전시 관람을 좀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주먹도끼, 초조대장경, 정몽주 초상 등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박물관이 선정한 10개의 유물이 게임과 결합해 흥미를 이끌어내는데, 유물의 숨겨진 이야기를 미션과 함께 수행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게임에는 '뮤호'라는 경기도박물관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박물관에서 제공한 태블릿PC로 박물관 곳곳에 전시된 유물을 찍게 되면, 그때마다 유물의 정보와 함께 미니 게임이 나타난다. 게임에 성공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고, 그렇게 뮤호와 함께 사라진 유물을 하나씩 찾아가는 내용이다. 도자기·병풍·그림 등 유물의 성격과 유래 등을 담아낸 다양한 게임을 즐기며 관련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에 얽힌 역사와 문화도 학습하게 된다. 입소문을 탄 '경기 천년 시간 수호대'는 이미 주말에는 예약이 다 찰 정도로 호응이 높다는 것이 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경기도박물관 관계자는 "태블릿 PC를 대여해주면서 어린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고, 앱을 선보인 이후 이용한 관람객의 박물관 재방문율도 높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게임을 즐기면서 학습도 할 수 있어 아이는 물론 함께 온 부모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하루에 3번 운영하는 '경기 천년 시간 수호대'는 사전예약 또는 현장접수를 통해 무료로 즐길 수 있다.경기도자박물관의 '색다른 도자 체험을 위한 앱'지난 14일 정식으로 오픈한 경기도자박물관의 앱은 한국의 오랜 도자 역사와 신기술의 만남으로 색다른 도자 문화를 체험하는 데 중점을 뒀다. 앱은 전시 해설, 가상현실(VR) 전시, 소장품 검색, 도예 작가 소개, 도자 가마터 소개, 스탬프 투어, 박물관 안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시해설의 경우 근거리 통신 기술을 활용해 관람객의 위치에 따라 해당 전시와 유물에 대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특히 이용자가 전시 해설 방식과 언어를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어린이 맞춤형 전시 해설, 장애인을 위한 수화 영상 해설, 영어 해설 등이 지원된다. 이에 박물관 측은 관객층을 폭넓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청자음각 앵무문 발, 백자청화 운룡문 항아리 등 박물관의 주요 유물들을 전면부터 단면, 뒷면까지 세세하게 확인할 수 있는 '3D 뷰어' 기능도 제공된다. 박물관에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가상현실(VR) 전시' 기능은 현재 진행 중인 상설전과 함께 2021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특별전, 2020년 기획전 등 박물관에서 열린 다양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궁금한 유물의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소장품 검색', 전시 관람의 재미와 집중도를 높이는 전시 퀴즈 게임인 '스탬프 투어', 주변의 가마터와 도예 작가 소개 등 도자와 관련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자박물관 관계자는 "박물관의 경험을 다각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전시관람을 할 수 있게끔 구성했다"며 "전시를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오랜 전통과 역사성을 가진 경기도의 도자와 도예작가를 소개하고 지역과 연계하고자 하는 시도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미디어 아트 수장고'민속 유물 8만6천여건과 아카이브 자료 81만4천여건을 갖춘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는 관람객들이 소장품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이른바 '개방형 수장고'이다. 이곳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소장하고 있는 유물을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보고,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즉, 물리적인 시설의 개방을 넘어 박물관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파주관은 관람객들이 유물을 살펴보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디지털화가 잘 이뤄져 있다. 모든 유물에 대한 아카이빙이 갖춰져 있고, 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끔 정보가 담긴 키오스크도 곳곳에 배치돼 있다. 또 미디어 아트 등을 접목해 수장고의 볼거리를 확장 시켰다. 보존 환경에 민감한 유물들의 경우 관람객의 눈으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데, 파주관은 수장고 안에 어떤 유물이 보관돼 있는지, 또 그 유물들은 어떻게 쓰이는지 등을 담은 영상을 유리창과 벽면, 통로 바닥 등에 프로젝션 미디어 아트로 구현했다. 1층에서 볼 수 있는 미디어 정보 월(wall)의 경우 소장품 전체에 대한 유물정보가 대형 미디어 패널에 펼쳐져 있다. 그중에서 보고 싶은 유물을 눌러 '좋아요'를 누르고, 내 모바일에 담아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볼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박물관에 새로 들어오는 소장품의 실측과 등록 업무를 진행하는 수장고에도 관람객들의 이해를 높여줄 영상으로 벽면을 채워 유물의 등록 과정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며 정보와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경기도박물관의 AR게임 '경기 천년 시간 수호대'.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경기도박물관의 AR게임 '경기 천년 시간 수호대'를 즐기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 /경기도박물관 제공경기도자박물관 모바일 앱으로 소장품 검색을 하는 모습. /경기도자박물관 제공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미디어 정보 월(wall).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경기도의 무분별한 부랑아 단속경인일보는 경기도의 부랑아 단속이 얼마만큼 허술하게 이뤄졌는지 보여줄 수 있는 당시 공문서를 확보했다. 해당 문서에는 도가 부랑아라는 존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잘 드러난다. 도는 1976년 7월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시군 전 지역을 대상으로 부랑아 단속에 나섰다. 이에 앞서 도는 각 시군에 '부랑아 단속'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부랑아 단속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도시 환경 정화사업의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는 부랑아 및 비행소년 선도 사업을 추진하여 많은 성과를 거양한 바 있으나 아직도 거리를 배회하거나 걸식하는 아동이 근절되지 않고 있어 다음과 같이 지시하니 자체 계획을 보강하여 단속 및 선도에 철저를 기하도록 할 것."당시 도가 부랑아를 대대적으로 붙잡아 들인 이유는 다름 아닌 도시 미관을 위해서였다. 집이 없는 아이를 보호하거나, 가출한 소년을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도의 시각에서 부랑아는 그저 도시를 더럽히는 존재였을 뿐이다.도시 미관 이유로 대대적 '청소''껌팔이·구두닦이' 잣대 자의적 도는 부랑아 단속을 1년 내내 실시했을뿐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특별 단속'까지 벌이며 길거리 청소에 열을 올렸다. 실제로 도는 1976년 5월4일부터 19일간 '유원지 및 관광지 일원'에서 부랑아 특별 단속을 진행했다. 이 때 각 지역에서 붙잡힌 부랑아들은 월 2회 도로 인계돼 '선감학원'으로 이송됐다.단속 대상은 '부랑아 껌팔이 구두닦이 및 거리요보호아동'이었다. 부랑아를 단속하는 공무원들은 그러나 부랑아를 판단하는 기준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단속을 지시하는 공문에 적혀 있지 않았고, 무엇보다 아동복리법이나 동법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도 부랑아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명시하지 않았다. 이는 부랑아를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기도 선감학원 조례' 역시 마찬가지였다.게다가 도는 껌팔이나 구두닦이 등 가정의 생계를 위해 길거리에서 돈을 벌던 아이들 또한 부랑아로 싸잡아 단속했다. 부랑아에 대한 기준이 분명하지 않으니, 이른바 '가두직업소년'은 부적절한 부랑아 단속의 주요 타깃이 됐다.초등학교 졸업 후 가정형편이 어려워다음 해로 입학을 미루고 수원에서 낮에는 구두를 닦고밤에는 극장에서 장사를 하며홀어머니와 동생들의 가장 역할을 했다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수원극장 앞에서 구두를 닦고 있었는데시청직원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따라오라고 하길래따라갔더니 집에 가지 못하게 했다(1973년 8월 선감학원 수용된 김모씨)경기도 부랑아 단속 직원 "외모로 판단했다"길거리에 나가 부랑아를 직접 단속하는 직원들은 성과를 숫자로 증명해야 했다. 부랑아를 판단하는 상세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도 성과를 위한 단속을 해야했고, 그 기준은 다분히 자의적이었다. 경인일보는 과거 도의 직원으로, 부랑아 단속 업무를 담당했던 실무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부랑아로 분류되면 인신구속에 가까운 불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 선정 방식에 신중을 기울였어야 하나, 피해자들의 고통에 상응해 결코 조심스럽지 못했다.부랑아는 배고프다든지, 걸인 비슷하게'나 밥 좀 주세요' 하는 애들이 부랑아인 거고불량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그냥 풀이하면 가정이 불우해서 떠돌아다니는 아동이다제 판단은 집이 아니고 외부에서 잔다든지밥을 어디로 얻어먹으러 다닌다든지의복이 남루하다든지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외모적으로 판단한다(1970~80년대 경기도 부녀아동과 근무자)이 직원의 증언은 과거 부랑아 단속이 주로 눈에 보이는 직관적 요소에 기대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부랑아를 판단하는 기준에 개인의 주관이 크게 작용하는 탓에 실무자마다 부랑아를 선정하는 기준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구걸하고 뭘 자꾸 달라고 하거나행인 주머니에 손이 들어가고 그런 애들이죠가게에서도 음식을 훔치고 그런 애들(단속 실무자 권모씨)기준 없는데 성과 숫자 위한 단속아동복리법 위반 강제이송 정황 더욱이 도가 아동복리법을 위반해 부랑아를 단속하고, 아이들을 선감학원으로 강제 이송한 정황도 발견된다. 지난 1961년 제정된 아동복리법은 관내 요보호아동을 발견하면 일시보호를 한 뒤 지자체에 보고하고, 보호자에게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부랑아 단속을 통해 선감학원으로 보내진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보호자에 대한 통보 등 절차 없이 곧바로 선감학원에 수용됐다고 증언하고 있다. 과거 도에서 아동복리지도원으로 근무했던 한 직원은 "부랑아 같은 경우는 보호자 통지가 힘들었다"며 "부랑아는 단속하면 쫓기듯이 애들에게 인정사항을 묻고 명단만 작성해서 선감학원으로 보내는 거라서 우리 쪽에서 보호자 통지를 하기는 어려웠다"고 진술했다. /특별취재팀※선감학원 특별취재팀정치부 공지영 차장, 신현정·고건 기자, 사회교육부 배재흥·김동한 기자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경인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1976년 5월 경기도 고양군(현 고양시) 사회환경국 사회위생과 '부랑아 특별단속' 공문. 경기도지사 발신 문서로, 거리를 배회하는 부랑아들을 선감학원에 이송할 것을 경기도가 명령했다.경인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1976년 7월 경기도 고양군(현 고양시) 사회환경국 사회위생과 '부랑아 단속' 공문. 특별단속을 지시한지 2달여만에 경기도가 '도시 환경 정화'를 위해 부랑아를 단속할 것을 전 시군에 지시했다.1970년 선감학원에서 지도를 받고 있는 원생들의 모습. /선감역사박물관 제공1956년 최헌길 경기도지사가 선감학원을 시찰하는 모습. /선감역사발물관 제공1977년 손재식 경기도지사가 선감학원을 방문해 원생들과 시설을 시찰하고 있다. /선감역사박물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