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기)

[이슈&스토리]송도국제도시 연결 2개 도로 건설사업 '람사르습지 훼손' 논란

극심한 정체 해소 위한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배곧대교교통편의 개선·경제적효과 기대 불구 '습지보호구역' 통과환경단체 반발 부딪혀 차질 우려… 구간 분리 추진 논의도'멸종위기' 저어새·검은머리갈매기 서식처, 중요성 손꼽혀"정부·지자체 국제적으로 한 약속 스스로 깨버리는 꼴" 비판인천·시흥시, 주민·관계기관·전문가 등과 대안 모색 계획훼손면적보다 넓은 대체 부지 물색·피해 최소화 방안 검토인천 송도국제도시로 연결되는 2개의 도로(다리) 건설사업이 환경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통망 확충을 위한 이들 도로는 송도국제도시 인근의 갯벌을 지나도록 계획돼 있다. 이 갯벌은 람사르협약에 따라 보호해야 할 '람사르습지'로 등록돼 있는 상황인데, 도로 건설 시 훼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인천시와 경기 시흥시 등 관계 당국은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전문가 등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어떤 대안이 마련될지 관심이 쏠린다.# 갯벌에 가로막힌 송도 연결 도로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19.4㎞) 구간은 인천시 중구 신흥동과 경기 시흥시 정왕동을 연결하는 도로다. 제2순환고속도로 12개 구간 중 유일하게 착공하지 못한 구간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이 구간을 1·2구간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건설하기로 하고 1구간(남송도IC~시화나래IC·8.4㎞) 1공구(오이도IC~시화나래IC·4.0㎞)에 대한 기본·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했다. 2공구(남송도IC~오이도IC·4.4㎞)에 대해선 올 상반기 설계 공모를 진행하기로 했다. 2023년 착공 목표인 1구간은 개통까지 7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인천항과 배후단지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송도 해안도로와 제3경인고속도로 등 주변 도로의 교통 정체가 심각한 실정이다. 송도에 있는 신항의 교통량도 소화해야 한다. 정부가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는 주된 이유다. 서둘러 도로를 지어야 교통량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2구간(인천 남항~남송도IC·11.4㎞) 건설은 요원한 상태다. 이 구간은 갯벌을 교량 형태로 지나도록 계획돼 있는데, 이 갯벌은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곳이다. 인천시 습지보호지역이기도 하다. 이 일대에 도로가 개설되면 갯벌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반발이 줄어들면 2구간 도로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게 국토부 생각이다. 이와 관련, 인천시는 1·2구간을 동시에 착공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도로 건설을 나눠서 추진할 경우 주민 불편이 상당 기간 가중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배곧대교 건설사업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배곧대교는 경기 시흥시 정왕동 배곧신도시와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국제도시를 연결하는 교량이다. 왕복 4차로, 총 1.89㎞ 길이의 다리다.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추진된다. 민간 투자사가 다리를 건설하면, 소유권은 경기 시흥시가 갖고 운영권은 30년간 투자사가 갖는 구조다. 사업비 규모는 1천900억여 원으로, 2025년 완공이 목표다. 시흥시는 이 다리가 건설되면 시흥과 송도 지역 주민들의 교통 편의가 크게 향상되고, 경제적 측면에서 상당한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문제는 다리가 지나게 될 갯벌이다. 이 갯벌 역시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곳이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대 목소리가 지속되는 이유다.송도국제도시는 갯벌을 매립한 땅에 만들어졌다. 갯벌을 매립할 때도 '개발'과 '환경'이 충돌했다. 그곳의 교통망 확충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갯벌이 자리하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 "보호하기로 한 송도갯벌, 약속 깨선 안 돼"람사르습지는 생물·지리학적 특징이 있거나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로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돼 '람사르협약'에 따라 등록된 습지를 의미한다.습지는 해양 생태계 먹이 사슬의 시작점으로 어패류와 조류, 양서류 등의 서식지가 된다.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습지는 오염 물질을 정화하고, 홍수를 조절하는 기능도 있다. 이렇게 중요한 습지를 훼손하지 말고 보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게 람사르협약의 기본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가입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엔 송도 갯벌을 포함해 대암산 용늪, 창녕 우포늪, 신안 장도 산지습지 등 20여 곳이 람사르습지로 등록돼 있다.송도갯벌은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검은머리갈매기 등이 서식하는 생태학적 중요 지역으로 손꼽힌다. 인천시는 이 같은 이유로 송도 6·8공구와 11공구 일대 갯벌 6.11㎢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송도갯벌은 2014년엔 람사르 협회로부터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송도갯벌을 보호해야 한다는 람사르 측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컸다. 인천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송도갯벌은 보호가 필요하다며 인천시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람사르 협회에 등록을 신청해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곳"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습지 훼손이 불가피한 도로 건설을 추진하는 건 약속을 스스로 깨버리는 것이고, 국제적 망신이 될 수 있다"고 했다.이어 "도로 건설 등 개발이 적절한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성만으로 보호해야 할 곳을 훼손하면서 도로를 짓는 게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천·경기 시흥, "대안 찾겠다"인천시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2구간(인천 남항~남송도IC·11.4㎞) 건설 시 훼손될 습지를 대신할 '대체 습지'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서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1·2구간 동시 착공'을 요구하는 시민청원에 대해 적극 동의 입장을 나타내면서 1·2구간이 2030년 동시에 개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훼손 면적 이상의 보호 습지를 찾아 도로 건설로 인한 환경 갈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지역 주민, 환경단체, 관계 기관 등과의 소통으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국토부에 전 구간 동시 착공을 건의했고, 국토부 또한 긍정적 답변을 보내온 바 있다"며 "2030년 1·2구간이 동시에 개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배곧대교 건설을 추진하는 시흥시도 대체 습지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업 대상지 인근의 갯골생태공원 주변, 연구·지원시설 부지 등이 대체 습지 후보지로 꼽히고 있다. 배곧대교 건설 시 습지보호지역에 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교각 수를 가급적 줄이고, 조류 비행 동선을 고려한 설계, 습지보호지역 구간 가로등의 낮은 조명 등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시흥시 관계자는 "전문가 등과 의견을 충분히 나누고 대안을 마련해 배곧대교가 목표대로 2025년 개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검은머리갈매기(좌측 하단).송도 갯벌 훼손 논란을 빚고 있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 구간 예정지 일대. 이 일대 갯벌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람사르습지로도 등록돼 있다. /경인일보DB

2021-03-04 이현준

[인터뷰…공감]'아이가 안전한 세상 만드는 엄마'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울산 계모 사건' 인생의 전환점… 친모에 탄원서 작성 부탁받고 '관심'정인이 사건 맡은 법원과 검찰청에 '근조화환' 입양모 살인죄 적용 목소리신고시 즉시 조사·아동학대살해죄·어린이집 CCTV 의무화 등 변화 앞장초교때부터 교육 강조… '아동은 부모 소유물 아닌 인격체' 인식 개선해야지하실에 한 아이가 있다. 아이는 기름과 옥수수가루로 연명한다. 지하실로 들어오는 빛은 한 줌뿐. 그 누구도 아이에게 친절한 말 한마디 건넬 수 없다. 뉘인 몸을 일으키라는 어른의 발길질이 아이에게 허락된 유일한 스킨십이다. 아이를 돕지 않는 것이 SF 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의 오멜라스에서 살아가는 모두의 행복을 위한 계약 조건이었다.아이의 불행을 직시한 소설 속 사람들의 선택지는 둘로 나뉜다. 오멜라스를 떠나거나 아이를 외면한 채 오멜라스에 남는 것이다. 현실은 소설과 달랐다. 불행한 아동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며 손을 내민 사람들이 있었다. 국회 간담회 참석차 경남 창원에서 온 공혜정(53)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를 2일 오후에 만났다.■삶을 바꾼 울산 계모 사건두 아이를 둔 평범한 엄마였던 공 대표는 오멜라스를 떠나지 않고 '지하실의 아이'를 주목하게 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의 삶을 바꾼 계기는 2013년 울산 울주군 계모 사건이었다. 피해 아동의 친모와 친분이 있었다. 탄원서를 작성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울산 계모 사건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는데, 사건을 자세히 알게 되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애초엔 시민 모임으로 시작했다. 모임의 이름은 '하늘로 소풍간 아이를 위한 모임'이었다. 온라인 시민 모임은 학대로 사망한 아이들뿐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아이들까지 아우르는 단체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로 나아갔다.공 대표는 "울산 계모 사건 당시 들었던 의문이 한 번에 죽이면 살인죄로 높게 처벌을 받는데,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끔찍하게 학대한 결과로 아동이 사망하게 되면 치사죄로 처벌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울산 계모에게 법정최고형을 선고하고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끝에 살인죄로 처벌을 받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울산 계모 사건은 애초에 상해치사 사건이었다. 아동의 학대 사망 사건을 다루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 대표는 국회를 찾아가 학대로 사망한 아이들을 위한 법을 만들어달라고 의원들에게 요구했다. 그런데 이미 만들어놓은 법이 있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었다.회기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공 대표는 멈추지 않았다. 회원들과 함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전화 폭탄 민원을 넣고 1인 시위를 했다. 그 결과 26일 만에 기적처럼 아동학대처벌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 대표는 "2013년 12월5일 처음 국회를 찾아갔다. 학대 아동을 보호하고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하자는 법인데, 이 법을 반대하면 의원들이 그야말로 '역적'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결국 '0'순위로 법사위에서 의결했고, 2013년의 마지막 날 오후 10시30분에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했다"고 했다. 활동 초기 이뤄낸 쾌거였다.■'천사가 세상을 떠났다'정인이 사건도 공 대표가 이끄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의 주목을 받게 했다. 협회 회원들의 활동이 사회의 책임을 들불처럼 키웠다.회원들은 정인이 사건의 양부모에 대한 재판을 앞두고 지난 1일 서울남부지법 주변에 근조화환 150개와 바람개비 100개를 설치했다. 화환 리본에는 '정인이의 미소를 빼앗아간 악마들을 살인죄로 처벌하라', '천사가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악마가 세상에 남았다' 등의 문구를 담았다.공 대표는 "정인이 사건을 수사기관이 아동학대치사죄로 기소했을 때부터 나서서 살인죄를 적용하라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하면서 검찰청 앞에 근조화환을 설치했다"며 "전 국민적인 관심에 힘입어 검찰과 면담을 한 뒤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청원서를 전해줬다. 이후 정인이 입양모에 대한 살인죄로 죄명을 적용하는 첫 번째 발판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국회도 반응했다. 아동학대범죄 신고가 있을 때 지자체나 수사기관이 즉시 조사나 수사에 착수할 의무를 부과하는 등 내용을 담은 정인이법이 마련됐다. 여기에 용인 초등생 학대 사망 사건 등 잔혹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이어지자 아동학대살해죄도 신설됐다. 이보다 앞서 협회는 어린이집 CCTV 의무 설치 조항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이후 수많은 보육기관의 아동학대 사건이 사회에 드러났고,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변화도 이끌어냈다.■부모교육의 의무화공 대표는 아동학대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의미에서 예방활동과 예방교육, 학대피해 아동 지원, 아동학대 대물림 끊기 등 법 제도 개선 운동을 지속 전개할 계획이다.아동학대 가해부모들이 과거 학대 피해자인 경우가 허다하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씻어내지 못한 채 자녀에게 학대를 대물림한다는 것이다. 공 대표는 "체벌을 하고 때려야 아이가 말을 듣는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중에서도 과거 학대 피해를 입은 부모들이 분노 조절을 하지 못해서 학대를 아이에게 대물림한다. 학대 가해 부모도 학대 피해의 기억을 깨고 나와 올바른 부모의 역할모델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부모에겐 심리치료, 정신상담 등 각 분야의 자격증을 가졌거나 임상 실험 사례가 많은 전문가들이 그림책 테라피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부모교육을 예비군이나 민방위훈련처럼 의무화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공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 부모교육은 건강가정지원센터나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이뤄지는데, 의무나 강제가 아니라서 부모교육에 참석하고자 하는 사람은 원래 좋은 부모고 나쁜 부모는 참석조차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며 "아동양육 수당을 줄 때에 월령별 발달 단계에 따라 부모교육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지급한다면 부모교육 자체가 일상화돼 학대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부모가 된 이후에 부모교육을 하면 늦다. 초등학교 때부터 성교육과 성평등 교육을 하는 것처럼 이때부터 부모교육을 하고 아동 자신에 대한 인권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아동은 결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을 갖춘 존재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아쉬운 '시스템'정인이의 경우 아동학대 신고가 3번 있었지만, 학대 정황을 조기 발굴하기 위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에 등재돼 있지 않았다. 운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영유아 건강검진과 만 3세에 전수조사에도 사각지대는 여전했다.공 대표는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경우 불시에 의료진을 대동해 찾아가 대면 확인을 해야 한다"며 "시스템은 있으나 구체적인 매뉴얼이 아쉽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아쉽다"고 말했다.공 대표는 아동학대 범죄자의 신상공개도 찬성하고 있다. 공 대표는 "국민은 국가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고,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세금을 내고 있으며 아동도 역시 국민"이라며 "아동학대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해야 내 아이를 지킬 수 있다"고 했다.용인 초등생 학대 사망 사건의 경우 이모 부부의 자녀 등 2차 피해를 우려해 특정강력범죄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도 의원 전원 반대 의견으로 신상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이에 대해 공 대표는 "강력범죄자들이 비혼자거나 미혼이면 공개해도 되고 아이를 가진 부모라고 해서 공개해선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기준"이라며 "잔인하게 아동을 무시한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공 대표는 마지막으로 "그 어떤 좋은 의도가 있다고 해도 폭언을 하거나 때리는 것은 훈육이 아닌 학대"라며 "아동학대 사건의 양형기준도 현재의 솜방망이 처벌에서 강화하길 바란다"고 했다.글/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사진/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국회 앞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아동학대는 체벌을 훈육이라고 생각하는 데에서 발생한다"며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학대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선 부모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1-03-02 손성배

[사람사는 이야기]교장실 열어 놓는 군포중 김미경 교장

학생 눈높이 맞는 대화 위해 힘써와학부모·조리사등 구성원 소통 노력진로 프로그램·동아리도 적극 지원군포중학교 교장실은 항시 문이 절반쯤 열려 있다. 누구든 언제든 교장실에 거리낌 없이 들어오라는 김미경 교장의 생각에서다.지난해 9월 학교장 공모를 통해 이 학교와 인연을 맺은 김 교장은 부임 직후 가장 먼저 '관계 맺기'에 집중했다. 그는 "교장이라고 하면 교사나 학생 모두 거리감을 느끼고 어려워하는데 그런 인식을 없애기 위해 교장실 문을 열어두기 시작했다"며 "특히 학생들에게 교장실은 야단맞으러 오는 곳이 아닌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이란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그러나 학생들은 좀처럼 교장실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그는 교장실에 군것질거리를 쌓아 놓고 학생들을 유인(?)하는가 하면, 실제 교장실에 온 학생들과 그들의 시각에서 대화를 나누는 등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이제는 제법 많은 학생들이 교장실을 찾고 있다. 학생들은 교장실에서 같은 학교 출신 부모의 졸업앨범을 찾아보며 깔깔대기도 하고, 우리 학교 교장실엔 항상 맛있는 게 있다며 예비 중학생 후배들에게 학교 홍보에 나서기도 한다. 이 같은 김 교장의 소통법은 학생들과의 거리감을 상당 부분 좁혔다.이 밖에도 김 교장은 부임 이후 꾸준히 교사와 학생, 학부모, 교직원, 조리사 등 학교의 모든 구성원과 수차례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업무 얘기보다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는 "업무도 중요하지만 사람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 생각한다"며 "군포중학교가 구도심에 위치한 오래된 학교라는 이유로 최근 선호도가 떨어진 면도 있지만 교사·학생·교직원·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 모두가 만족하는 학교로 변모한다면 이런 편견은 없어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김 교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학교 공간의 재구조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차갑고 딱딱한 느낌의 낡은 공간을 따뜻한 공간으로 탈바꿈해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진로프로그램과 동아리 활동도 학생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그는 "성적만 좇는 건 불행한 일이다. 성적보다는 성장에 포커스를 두고 꿈을 키워가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인터뷰 도중 학생 몇몇이 불쑥 교장실에 들어왔다. 밖에 나가 있으라 할 법도 하지만 김 교장은 "얘들아, 옆에서 잠깐 놀고 있어"라며 따뜻한 미소로 학생들을 맞았다. 군포/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군포중학교 김미경 교장은 지인으로부터 '聽(들을 청)'이라는 한자와 문구가 담긴 캘리그라피를 선물 받은 뒤 이를 자신의 교육 철학으로 삼고 있다. 2021.3.1 군포/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2021-03-01 황성규

[이슈&스토리]위기를 기회로 바꾼 중소기업들…'경기도 기술개발사업' 성과

정부정책 한계… 경기도가 전국 첫 지원우수과제 선정후 최대 1억5천만원 제공2008~2019년 621개 제품개발 완료 사례지원금액 1억원당 5.9억 매출로 이어져1372개 특허·6142명 고용 창출 효과도올해도 37곳 지원… '코로나 돌파' 도움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어느 때보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의 고통보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 발생하는 불안감이 기업 활동을 더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 기업들의 경제 전망을 나타내는 BSI(기업경기실사지수)가 떨어지는 것도 무관치 않은 현상일 터다.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 속 발전을 꿈꾸는 일은 사치로 여겨졌다. 발전이 오히려 위기를 넘기는, 생존의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중소기업들로선 선뜻 도전하기가 어려웠다. 올해로 시행한지 14년째, 지방정부의 R&D 지원사업의 '시초'격인 경기도 기술개발사업은 위기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미처 실현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토대로 구현됐고, 이는 각 기업이 코로나19 위기를 버티는 새로운 힘이 됐다.# 최대 1억5천만원, 새로운 제품 개발의 원동력으로경기도 기술개발사업은 기업들이 원하는 개발 사업을 제출하면 경쟁을 통해 우수한 과제를 선정, 최대 1억5천만원의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2008년 지원이 처음 시작된 이후 지난해까지 940개 과제에 1천511억원을 지원했다.전국에서 경기도내에 가장 많은 중소기업이 있고 이에 따라 새로운 제품, 서비스 개발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 역시 가장 높은 편인데 정부의 R&D 지원만으로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도가 지방정부로선 처음으로 도내 기업들에 자체 R&D 지원을 시작한 이유다.지난해 기술개발사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대부분 제공받은 비용을 그동안 미처 시도하지 못했던 제품을 개발하는데 썼다. 필요한 재료를 구입해 시제품을 제작했고, 대부분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인지도가 낮은 만큼 보다 더 뛰어난 제품을 앞세워 시장에 진입해 판로를 확보해야 하지만, 제품을 개발할 자금 여력마저 부족한 신생 기업에게 큰 힘이 됐다는 평가다. 기업 활동을 본격화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얘기다.기술개발사업 지원을 토대로 새로운 장비를 개발한 아우라프리시젼 측은 "신생 기업이라 인지도가 낮아 제품 개발에 필요한 투자를 받기가 매우 어려웠다. 기술개발사업 지원이 없었다면 기획하고 있던 장비 개발에 대한 선제적 투자부터 장비 시연, 사업 연계도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상 기술개발사업으로 새로운 장비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이제 막 제품 상용화를 준비 중인 창업 6년차 기업 키네틱랩도 시제품을 제작하고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데 필요한 비용을 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지원받았다. 기술개발사업이 상용화의 1등 공신이 된 셈이다.# 개발된 제품, 매출 올리고 일자리도 창출경기도는 기술개발사업 지원을 시작한 2008년부터 지난 2019년까지 지원을 토대로 제품 개발을 완료한 기업 사례 621개를 모두 분석했다. 각 기업들은 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개발한 제품·서비스 등을 토대로 모두 6천521억원의 매출을 창출했다. 지원금 대비 매출을 분석한 결과 도가 1억원을 지원했을 때 이는 평균 5억9천만원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원을 받기 전보다 받은 이후 각 기업의 매출이 평균 12.9%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는 지원을 토대로 개발한 제품이 신규 매출을 창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원을 토대로 각 기업은 1천372건의 특허를 새롭게 받았고, 6천142명이 각 기업에 새롭게 고용됐다. 국내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었는데 도 분석 결과 사업 지원을 토대로 개발한 기술의 수준이 각 기술의 세계 최고 수준 대비 85.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픽 참조해외에 의존하던 기술을 국산화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코베리의 경우 그동안 일본에서 중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모터 관련 기술을 사업 지원을 토대로 독자적으로 개발해냈다. 정부·경기도가 주력하고 있는 '기술 독립'을 이룬 셈이다. 코러스트 역시 해외 기술에만 의존하던 초음파 기술을 처음으로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는데, 기술개발사업 지원을 토대로 해당 기술을 피부 홈케어에 접목해 각 가정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단순한 기업 지원에 그치는 게 아닌, 국내 기술의 새로운 장을 여는 데도 도의 기술개발사업이 역할을 해온 것이다.올해 역시 37곳의 기술 개발을 지원, 코로나19 사태 속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게끔 돕는다는 계획이다. 최서용 도 과학기술과장은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도 불확실한 미래에 선뜻 도전하지 못했던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끔 R&D 환경을 조성하고, 이런 점이 경기도 전반의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에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경기도 기술개발사업' 지원 제품들.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주)코러스트 '고밀도 초음파 치료기'.키네틱랩 스마트 밴드 '즐링'.라임솔루션코퍼레이션 '서지보호장치'.

2021-02-25 강기정

[이슈&스토리]미니 인터뷰|류광열 경기도 경제실장, 유승경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원장

# 류광열 경기도 경제실장… 작년 삼성전자 보유기술 무료제공 이끌어무려 13년 전, 지방정부에서 기업에 대한 자체 R&D 지원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경기도가 기술개발사업으로 신호탄을 쏴 올렸다. 그 중심엔 초대 과학기술과장이기도 했던 류광열 경기도 경제실장이 있었다. 류 실장은 "지방정부의 강점은 결국 현장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R&D 지원도 다르지 않다. 각각 움직이는 학교, 연구기관 등 지역 내 자원을 엮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드는 게 핵심인데 대표적인 사업이 기술지원사업"이라고 설명했다.지역 내 자원이 기업에 닿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작업을 확대해 올해는 국내 대기업, 해외 기업들과 도내 중소기업들이 연계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도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기술 200여개가 중소기업에 무료로 제공될 수 있도록 이끌어냈고 원천기술에 강점을 가진 러시아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십수년간 기술개발사업을 진행하며 도가 키운 R&D 지원 역량이 원동력이 됐다. 이에 더해 연구자 중심의 R&D 지원 방안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류 실장은 "도의 '공정', '상생' 가치가 R&D 지원사업에서도 발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승경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원장… 행정기관·현장 가교연결 최선 다할 것유승경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하 경과원) 원장은 연구자 출신이다. 연구를 통해 개발된 기술이 실제 기업을 어떻게 살리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금,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제품·서비스 개발은 언감생심 꿈꾸기 어려운 부분인데 오히려 새로운 도전에 소극적인 점이 빠른 시대 변화 속 기업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점이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기업 활동이 위축된 상황 속 경과원이 기술개발사업을 중심으로 지원정책을 만드는 행정기관과 기업 현장의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유 원장은 "중소기업은 경영상 위기가 발생하면 연구개발 활동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연구개발 활동의 지속성을 담보하는데 있어 경과원과 같은 전문 지원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기술개발사업 지원율이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위기 속 기업들의 공공 R&D 지원 수요가 높은데, 지금 왜 이 기술이 필요한지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이 지원받을 확률이 높은 것 같다. 공정하고 투명한 지원으로 필요한 기업들에게 적합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2021-02-25 강기정

[미래사회포럼]김남훈 삼중이앤씨 회장, 총동문회 3대 회장 취임 "미래사회포럼 진취적 발전에 노력할 것"

김남훈 (주)삼중이앤씨 회장이 미래사회포럼 제3대 총동문회장으로 취임했다.미래사회포럼은 25일 경인일보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미래사회포럼 총동문회 동문회장 이·취임식'을 열고 제3대 운영위원단의 출범을 알렸다.이날 행사에는 고진수 2대 총동문회장을 비롯한 제2·3대 운영위원들과 미래사회포럼 1기부터 8기까지의 동문 회원들이 참석했다. 또 배상록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 김학석 편집국장, 김성규 경영마케팅본부장, 이덕진 출판국장 등 경인일보 임직원들도 참석해 미래사회포럼 3대 운영위원단의 출범을 축하했다.고진수 회장은 이임사에서 "지난해 총동문회장을 맡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여러 행사를 개최하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하지만 올해는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등 분위기가 다를 것으로 본다. 출발하는 3대 운영위원단을 성원하고 지지하겠다"고 말했다.김남훈 회장도 취임사를 통해 "미래사회포럼의 진취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여기 계신 분들이 십시일반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배상록 대표이사 사장은 축하 인사에서 "미래사회포럼은 경인일보와 관계를 끊을수 없는 끈끈한 또 하나의 가족이다"라며 "미래사회포럼의 발전을 위해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한편 미래사회포럼은 경인일보와 (사)경인미래사회발전연구원이 주최하는 최고의 리더십 아카데미다. 지난해 8기까지 440여명의 동문을 배출했으며 오는 3월 9기 원우 모집을 앞두고 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25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경인일보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미래사회포럼 총동문회 동문회장 이·취임식'에서 배상록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 김남훈 신임 총동문회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1.2.25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2021-02-25 이원근

[인터뷰…공감]'40여년 교직생활 마침표' 민중 미술 전념하는 이종구 화백

군부독재 체제속 억압받는 현실 직시 '저항 선택' 작품세계 바탕이 돼고향땅으로 시선 옮겨 '오지리 사람들' 연작… 몰락한 농촌의 현실 투영소중한 아이들 희생 '세월호 참사' 광화문 촛불시위 작품 속 직접 등장도인천 골목 곳곳에 '문화예술의 향기' 묻어났으면 모든 시민 즐길 수 있어야인천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이종구(66) 화백은 우리나라 민중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다. 산업화 속에서 몰락하는 농촌의 실상부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의 생전 모습까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역사적 흐름을 그림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 화백은 현시대를 기록하는 화가이면서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다. 1980년 인천 동산고등학교에서 처음 교편을 잡았고, 2004년 중앙대학교 미술학부 교수로 임용돼 이달 말 퇴직을 앞두기까지 4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 화백은 젊은 학생들과 건강한 의식을 공유하고 세대 간 소통을 한다는 점에서 교사 생활에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이 화백의 퇴임 기념집, '저기 선생님이 걸어 가신다'란 제목에는 학교를 떠나 시민사회로 나아가는 스승을 응원하는 제자들의 따듯한 마음이 담겼다. 이 화백은 "오랜 기간 있어 온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독립한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있지만, 직책을 모두 내려놓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 세상에 나간다는 생각에 기대감과 설렘도 크다"며 "시원섭섭하다는 게 이런 것 같다"고 웃으며 소회를 밝혔다.이 화백은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작품 활동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방학 때도 쉰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 화백은 퇴임 후 "예술가의 삶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한 가지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 같다"며 "시간적 여유가 생긴 만큼 화가로서 전문성을 기르고 작품 활동도 활발하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이 화백에게 있어 민중 미술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이 화백이 처음 예술활동을 시작한 1980년대는 군부독재 속에서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던 시기였다. 군부독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지역 곳곳에서 민주화를 위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화백은 인천에서 지역 작가들과 연대해 예술로 저항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는 "군부독재 체제 아래서 시민들이 억압받는 현실을 지켜봤다"며 "젊은 혈기에 뜻맞는 작가들과 저항을 선택한 게 지금 민중 미술의 바탕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 화백은 특히 산업화가 진행되고 농산물 수입 개방이 이뤄지면서 몰락해가는 농촌의 현실에 주목했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농촌에서 자란 이 화백에게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 화백은 이때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 땅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렇게 탄생한 게 '오지리 사람들' 연작이다. 이 화백이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기도 하다. 이 화백은 쌀부대를 캔버스 삼아 고향 땅에서 농사를 짓는 친구, 그리고 이웃들의 삶을 그리기 시작했다. 단순한 농민들의 초상화가 아니라 어려운 농촌 현실을 비판적 시각으로 그리고자 노력했다. 담벼락에 붙은 정치 선거 포스터나 수입쌀 상품 포장지 등을 배경으로 농민들의 모습을 그리면서 정치적·사회적 문제를 지적했다. 이때부터 주변에서는 이 화백을 '농민 화가'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화백은 "우리나라의 반만년 역사의 근간은 농촌이었지만 쌀 수매가 폭락, 농산물 수입 개방 등으로 농부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힘든 세상이 돼버렸다"며 "고향 사람들의 모습을 투영해 소외당하는 우리나라의 모든 농민을 대변하고 싶었다"고 했다.이 화백은 세월호 참사의 기억과 세월호 참사로 촉발된 광화문 광장의 촛불 시위 등 역사적 사실을 화폭에 담은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소중한 아이들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었다"며 "예술가로서 세상에 잘못된 일이나 모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광화문 광장의 촛불 시위를 그린 작품에는 낯익은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시민들과 함께 서 있는 이 화백 본인의 모습이다. 이 화백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 자신도 지지하고 연대한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이 화백은 예술의 궁극적 목적이 "인간다운 삶, 인간의 가치, 인간의 존중성 등 '휴머니즘'에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 민족의 삶 속에서 인간을 해치는 독재, 분단, 환경 파괴 등을 작품 소재로 삼는 이유다. 그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시민 의식, 시민의 권리, 평등한 삶 등에 대해 강조를 많이 했던 것 같다"며 "지금까지의 민주화 과정에서 방관자로 살지 않고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지지하는 등 화가와 교사의 위치에서 함께 싸워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이 화백은 시민 활동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자신이 갖춘 능력을 바탕으로 활동을 펼치면서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어떤 활동을 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한 것은 없다. 무언가를 가르치는 일을 할 수도 있고, 지역 현안에 대해 시민들과 함께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인천 시민'인 이 화백은 지역 골목 곳곳에 문화예술의 향기가 묻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화백은 "문화예술은 특정 지역에 사는 주민만 누려서는 안 되고, 모든 시민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며 "지역 곳곳에서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화합해 문화예술을 즐기는 환경을 인천시가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했다.그는 "화가의 위치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정치적·사회적 문제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작품으로 증언·기록하는 일을 계속 할 것"이라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 건강한 시민사회가 만들어지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종구 화백은?△ 1954년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인천으로 유학을 왔다. △ 인천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1976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 1980~ 2003년 인천 동산고등학교 교사로, 2004년부터 2021년 2월까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 민중 미술 운동에 참여했고, 지난 40여년 동안 20여차례의 개인전과 500여회의 기획전, 단체전에 출품했다. △ 2005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고 가나미술상, 우현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인천민족미술인협의회 대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인천지회장, 인천문화재단 이사 등을 역임했다.이종구 화백은 인천 부평구에 있는 작업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화가와 교사의 역할을 하면서 민주 시민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노력했다"며 "앞으로도 작품을 통해 사회 문제를 대변하고 기록·증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21-02-23 김태양

[사람사는 이야기]의왕 청소년육성재단 김하은씨 "청소년지도사는 아이들이 성장하도록 돕는 길잡이"

YWCA 등서 멘토·문화기획자 경력코로나로 기존 모든 활동 취소 불구비대면 영상제작 등 성장계기로 삼아"선생님은 뭐 하는 사람이에요?"17살의 청소년 김하은양은 수련회에서 만난 교관의 정체(?)가 궁금했다. 빨간 모자를 쓴 여자 교관은 학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대화를 하면서 교관이 우리를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하은양은 그게 좋았다. 교관은 "나는 청소년 지도사야"라고 대답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20년 1월부터 김하은씨는 의왕시청소년육성재단에서 청소년지도사로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이제 막 1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청소년 관련 활동 경험을 수년간 쌓은 경력있는 신입이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의왕시청소년운영위원회에서 활동했고 청소년학과로 대학에 진학해 서울 YWCA,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만안청소년수련관 등에서 대학생지도자, 서포터스, 멘토, 교육진행자, 문화기획자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김 지도사는 "청소년지도사는 청소년들이 균형있게 성장하도록 돕는 사람으로,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면서 그들이 역량을 발휘하고 사회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시절 자신이 한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은 셈이다. 요즘은 청소년문화의집에서 만난 청소년들로부터 '선생님은 뭐 하는 사람이에요?'라는 질문을 되받기도 한다. 그들에게 말이 아닌 행동과 경험으로 청소년지도사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지만 코로나19로 기회가 줄어든 것이 아쉽다.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새로운 활동을 하면서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 지도사는 "자격을 갖추고 첫발을 내딛자마자 기존에 하던 모든 활동이 취소돼 버렸지만 그 대신 비대면 활동을 위한 영상제작과 편집, 온라인 마케팅 등 새로운 활동을 했다"며 "청소년과 만나는 것이 목적인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올해 부곡동에 있는 청소년문화의집은 신규 사업으로 4차 산업 STEAM 기반 메이커 교육 및 메이커톤 대회를 운영하는 등 4차 산업과 관련된 메이커 활동, 미디어 활동 등을 계획하고 있다. 김 지도사는 "의왕시에는 청소년들이 문화예술 장기를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잘 마련돼 있고 부곡동청소년문화의집에서는 4차 산업과 관련된 특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사회참여 관련 프로그램도 계속 발굴하고 있다"며 "공간은 어른들이 만들지만 주인은 청소년이다. 이곳이 청소년들이 만들어나가는 공간이 되고, 이런 공간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의왕/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김하은 의왕시청소년육성재단 청소년지도사는 "의왕시에는 청소년들이 문화예술 장기를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잘 마련돼 있고 청소년들의 사회참여 관련 프로그램도 계속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2.22 의왕/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2021-02-22 민정주

[FOCUS 경기]정부 기능 전환 '성급한 추진' 잇단 비판

문화관광·친수문화공간 등 '공론화위원회 권고' 기반환경부, 올해 부처 협의 마무리·내년 설계 착수 계획현장 경인항입주사協 "기능 회복부터 고려" 반영 안돼각자 활용안 모색하던 김포·인천 등 '지자체도 배제'3조원대 초대형 국가시설의 명운 '섣부른 결론' 우려"여러 주체 심도있게 참여하는 재공론화 필요" 주장환경부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들이 최근 경인아라뱃길 기능 재정립을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 주관부서인 환경부는 올해 부처협의를 마무리 짓고 내년부터 기능 재정립에 따른 설계 등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경인아라뱃길의 물류·여객기능 실패를 사실상 공식화하고 '기능 전환'을 염두에 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아라뱃길의 가장 중요한 이해 당사자라 할 '경인항입주사협의회'는 정부의 아라뱃길 재정립 논의가 성급하게 진행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자체 소외론도 불거졌다. 인천시와 김포시 등 아라뱃길 인접 도시에서는 중앙부처가 짜놓은 큰 틀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조원이 투입된 초대형 국가시설의 명운을 결정짓는 이때, 정부가 아라뱃길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 있어 무시해서는 안 될 지역의 목소리를 들어봤다.앞서 공론화위원회는 권고안에서 아라뱃길의 주운(운수로)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인천·김포 여객터미널과 컨테이너부두 등을 문화관광·친수문화공간 등으로 전환하고 운수로의 목표수질 또한 3등급으로 정해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그러나 경인항입주사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아라뱃길이 '한강과 서해를 잇는 뱃길'로 건설된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대우로지스틱스'와 '인터지스', 'CJ대한통운', 'SM상선경인터미널', '현대해양레저' 등 5개사로 구성된 이들은 경인항의 각 터미널을 운영하며 실질적으로 배를 띄우고 화물과 사람을 실어나르던 아라뱃길의 '직접 사업체'들이다.이들은 "아라뱃길을 통해 한강과 서해에 각각 배가 닿을 것이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사업을 계획하고 그에 맞춰 자본과 인력을 투자해 모든 기반시설을 갖췄는데, 개통 초기부터 한강 진입이 막히면서 사업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라고 주장한다.아라뱃길을 건설한 한국수자원공사는 과거 서울시의 요청을 반영해 대형 국제여객선 운항이 가능하도록 갑문과 수로를 조성했다. 하지만 2013년께부터 서울시는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한강 내 임시선착장 사용, 수심 미확보구간 준설, 항로지정, 공용선착장 건설 등 대형선박 운항에 필요한 사항을 허락하지 않았다.이와 관련해 협의회 관계자는 "한강과 인천 도서지역이 연계된다면 앞으로도 아라뱃길 유람선 수요는 충분히 발생한다"고 분석했다.한강 진입문제는 화물선의 사업성과도 직결된다고 협의회는 판단하고 있다.협의회 관계자는 "아라뱃길에 화물선이 오가지 않는 원인으로 교량 통과높이와 수심, 폭 등이 원인으로 지목돼 왔지만 유럽 등에서도 외항선이 운하를 바로 통과하지 않고 운하 전용선박을 운영한다"며 "전용선박을 길게 건조하면 아라뱃길 교량 높이와 수심에 상관없이 화물 350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단위)까지도 운반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항·평택항(평택·당진항)과 서울 강남·여의도 등지를 화물차 수백, 수천대가 다니는 것보다는 한강과 아라뱃길을 이용할 때 운반 소요시간이 일정해 사업성이 나온다. 또 세계적으로 쓰레기 등 유해물질이나 위험물질은 환경과 안전 측면에서 도로운반을 지양하는 추세"라며 "아라뱃길에 전용 화물선박이 운영되고 서울을 오갈 수 있었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협의회는 아라뱃길 활성화 방법을 모색하는 게 선행됐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협의회 소속 A사 관계자는 "기능 재정립을 먼저 논할 게 아니라 3조원이나 투입된 아라뱃길 기능회복 방법부터 찾아보고, 활성화가 불가능하다 했을 때 공론화위원회로 넘겼어야 한다"면서 "공론화위원회는 이처럼 첨예한 사안을 논하면서도 우리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았다. 정부는 여러 이해주체가 심도 있게 참여하는 재공론화 과정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협의회가 추구하는 방향과 결은 다르지만 아라뱃길 구간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천지역과 아라뱃길의 서울 관문 격인 김포지역에서도 정부부처 협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그동안 아라뱃길 관련 지자체인 인천시, 인천 서구, 김포시 등은 아라뱃길 활용을 위한 용역사업을 제각각 벌여왔다.인천지역 환경단체들이 참여한 경인운하백지화수도권공동대책위원회는 공론화위원회가 주운기능 축소를 권고한 방안에서 더 나아가 완전한 친수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추후 화물수송 실적을 조사해 조속한 시일 내 '주운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천시 관계자도 "기능 전환의 세부방안을 마련하는 협의체에도 인천시가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경인항 김포터미널 등 주요 거점을 포함한 김포시와 김포시민들도 아라뱃길의 미래에 민감한 주체이지만 현시점의 정부 협의체에서는 배제돼 있다. 특히 김포시는 아라마리나를 기점으로 전류리포구, 애기봉, 대명항까지 이어지는 관광벨트를 시정 핵심과업으로 추진 중임에도 이번 정부협의체 어디에도 주도적인 테이블에 초대받지 못했다.김포시 관계자는 "공론화위원회에서 도출된 내용은 시에서도 파악했으며 추후 진행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아라뱃길 기능 결정에 이르기까지 김포를 완전히 도외시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시 차원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경인항 인천터미널 전경. /경인일보DB경인항입주사협의회 소속사가 화물을 운반하는 광경. /경인항입주사협의회 제공코로나19로 운영을 중단한 경인아라뱃길 유람선. /경인항입주사협의회 제공

2021-02-21 김우성

[이슈&스토리]'친환경 자원순환 청사' 선언한 인천시 정책 살펴보기

이달부터 자원 낭비·음식물 쓰레기 등 없는 '3無 운영' 시작수도권매립지 종료와 함께 '환경특별시' 만들기 전직원 온힘배달음식 자영업자 어려움 겪자 애로 수렴… 지원방안 검토내달부터 63개 공공기관 참여… 내년 민간영역으로 확대 목표이달 1일부터 인천시 청사에 큰 변화가 생겼다. 점심 식사 후 흔히 마시던 테이크아웃 커피를 청사로 가지고 들어갈 수 없고, 청사 내에서는 종이컵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인천시가 '친환경 자원순환 청사 만들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인천시의 강력한 '친환경' 정책인천시는 2월1일 '친환경 자원순환 청사'라는 문구의 현판을 걸고 '친환경 3무(無)' 청사 운영을 시작했다. 일회용품 사용과 자원 낭비, 음식물 쓰레기 등 세 가지가 없는 청사를 만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회용 컵에 담긴 테이크아웃 커피는 청사 내 반입이 금지됐고, 청사 1층에 있는 카페에서도 일회용 컵 대신 머그잔에 음료를 담아 제공하고 있다. 배달 음식 역시 다회용기를 사용한 경우만 반입이 허용되고, 청사 안에서 진행되는 행사에서도 일회용 컵·접시·비닐봉지 등의 사용이 중단됐다.이뿐만이 아니다. 인천시는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해 사무실 내 개인 쓰레기통 사용을 자제하도록 함과 동시에 곳곳에 통합 분리수거함을 만들었다. 또 각 화장실 입구에 재활용 분리배출함을 설치해 올바른 분리배출을 유도하고 있다.인천시는 음식물 쓰레기 없는 청사를 위해 음식물 쓰레기 자체 처리 시설도 설치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외부 업체가 가져가 처리하던 '선수거 후처리' 방식에서 '선처리 후수거'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 같은 고강도 쓰레기 감량 정책을 추진해 현재 시청에서 발생하는 하루 평균 325㎏의 쓰레기를 2025년 225㎏까지 약 30% 감량하겠다는 목표다.직원들의 불만이 적지는 않다. 직원들이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점심 식사 후 테이크아웃 음료를 가지고 들어올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만 해도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이면 외부에서 식사한 대부분 직원의 손에는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랬다가는 건물 입구에 서 있는 직원에게 제지를 당하기 십상이다. 구입할 때부터 개인 텀블러에 음료를 받아 오거나 입구에 마련된 음료 보관대에 잠시 둔 뒤 사무실에서 다시 컵을 가져와 담아가야 한다. 인천시 직원 A(29)씨는 "청사에 테이크아웃 음료 반입이 안 된다는 걸 대부분 알기 때문에 이제는 짧은 시간 커피를 후다닥 마신다"며 "아직은 불편한 점이 많지만, 많은 직원이 취지에 공감하며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인천시가 직원들의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이같이 강력한 시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친환경 자원순환 정책을 선도하기 위해서다.인천시는 1992년부터 사용한 수도권매립지의 2025년 종료를 외치며 폐기물 감축, 친환경 매립지 조성 등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에는 30년 가까이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의 쓰레기가 한데 모여 그간 쌓인 주민들의 피해가 상당하다. 인천시가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 선언과 함께 발생지 처리 원칙을 강조하며 '환경특별시' 만들기에 힘을 쏟는 이유다.친환경 자원순환 청사 운영도 이러한 인천시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회용품 반입 금지로 생긴 뜻밖의 문제인천시가 친환경을 위해 택한 길이지만 의도치 않은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일회용품 반입 금지에 따라 1천명 이상의 인천시 직원을 중요 고객으로 하던 배달 음식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기존 방식대로 일회용 용기에 음식을 담으면 청사 내 반입이 안 되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영업난에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게 자영업자들의 얘기다.인천시청 주변의 한 김밥 배달 음식점 대표는 "다회용 식기로 배달하면 부피가 커져 배달료가 추가되고, 회수하는 데도 비용이 발생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 카페 사장은 "일회용품 반입 금지에 대응하기 위해 다회용 플라스틱 컵을 별도로 구입해 테이크아웃 용도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반입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해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인천시는 해결 방안 모색에 나섰다. 인천시는 최근 해당 상인들과 간담회를 진행해 애로 사항과 건의 사항을 수렴하고 청사에서 배달 용기를 다시 배출할 때 사용할 회수용 봉투를 별도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다회용기 전환으로 배달 수수료가 추가되는 비용에 대해서는 이를 배달료에 반영해 직원들이 부담하도록 하고 다회용 플라스틱 컵 등의 반입은 두 달간 시범 운영한 뒤 최종 판단하기로 했다. ■ 범시민 운동 이어질 수 있을까인천시 청사에서 실시하는 '친환경 자원순환 청사'는 내달부터 인천 지역 10개 군·구와 인천시교육청, 인천시의회,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의 공공기관 청사로 확대된다. 인천시를 포함해 총 63개 인천 지역 공공기관이 친환경 청사 만들기에 참여하게 된다. 공공기관부터 솔선수범해 '환경특별시 인천'을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하겠다는 뜻이다. 인천시는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을 위해 환경단체와 연계해 주기적으로 청사내 실시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인천시는 내년에 민간 기업의 참여를 유도해 점차 민간 영역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목표다. 공공기관부터 시작하는 친환경 정책이 과연 인천 지역 전체로 퍼질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정책위원장은 "우리는 지금까지 하나뿐인 지구로부터 받기만 했지만, 이제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우리가 조금의 불편을 감수해야 할 때"라며 "인천시청에서 시작한 친환경 자원순환 운동이 학교로, 가정으로, 전국으로, 전 세계로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박남춘 인천시장은 "수도권 쓰레기로부터의 독립을 실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아 공직자들부터 솔선수범해 '전국 최초의 일회용품 없는 청사'를 만들고자 한다"며 "인천시가 시작하는 발걸음이 다른 공공청사, 나아가 민간 부문에도 '동행의 발걸음'으로 연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친환경 자원순환 청사 시행 첫날인 지난 1일 인천시 직원들이 청사 내에서 사용할 다회용 컵을 점검하고 있다.친환경 자원순환 청사 시행 첫날인 지난 1일 인천시 청사 내 카페에서 직원이 고객 개인 컵에 음료를 담고 있다. 2021.2.1 /인천시 제공인천시는 음식물 쓰레기 없는 청사를 위해 음식물 폐기물 자체 처리 시설을 설치했다. /인천시 제공

2021-02-18 공승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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