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기)

[이슈&스토리]세월따라 변화하는 '가족의 초상'

'사랑이 아빠' '방송인 사유리씨' 등비혼부모 가정 여전히 현실적 제약경기도만 수천명 달해… 전국 최다부정적 인식탓 정서적 지원책 전무'6촌 혼인무효 판결' 헌법소원 청구8촌 이내 금혼 '과잉금지 위반' 주장독일·일본 등 3~4촌 이상 혼인 가능혈족규정 '동고조팔촌' 풍습 심판대가족을 떠올리면 우리는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때론 뭉클한 마음에 눈물도 짓는다. 통상 우리에게 가족이란 감정의 산물이다. 하지만 사회 속 가족은 의외로 법의 테두리에 둘러싸여 있다. 민법 제779조는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라고 가족의 범위를 한정했다.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는 '가족이라 함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라고 가족을 정의했다. 법률상 우리 사회의 가족은 혼인과 출산을 기본 전제로, 지나치게 혈연 중심적이다. 그래서 지금같이 가족의 형태가 다양하게 탄생하는 시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 비혼과 미혼의 차이부모 한 명이 자녀를 키우는 이른바 '한부모' 가정은 한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만 우리 사회에서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불가피성'이다. 어쩔 수 없이 부모 중 한 명이 혼자 아이를 키워야만, 그래서 주변에서 동정의 대상이 돼야만 사회적 인정이 가능하다.사회 분위기가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중요시하면서 '비혼'이라는 정의도 떠올랐지만 그저 '트렌드'에 그칠 뿐, 여전히 사회는 자유와 선택을 무시한 채 그저 혼인하지 않은 상태, '미혼'의 틀에 구겨 넣는다. 여기에 비혼과 미혼 뒤에 '모(母)' '부(父)'가 붙으면 사회적 편견에 둘러싸여 또 다르게 해석된다. 통상 사회는 미혼모·부를 어쩔 수 없이 혼인을 하지 못한 채 아이를 혼자 키우게 된 부모로 선을 긋고 비혼모·부는 아예 법 테두리 안에서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한다.방송인 사유리씨가 일본에서 정자은행을 통해 아들을 낳으며 비혼모를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 주로 경제활동을 하는 그가 일본에서 비혼모가 된 것은 한국에서 이런 식의 비혼모는 사실상 '불법'이라서다. 이미 우리는 몇 년 전 비슷한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2014년 비혼부인 사랑이 아빠가 '가족관계등록법'을 두고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 이 법은 혼인 외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에 대해 원칙적으로 엄마가 해야 하며, 비혼부가 출생신고를 하려면 아기엄마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거주지 주소 등 인적사항이 반드시 필요하도록 했다. 현재는 일부 법이 개정됐지만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신고를 할 수 있다고 제약하면서 사실상 엄마를 알면서도 모른 척 해야 하고 모의 인적사항을 전부 알 수 없는 경우에만 인정하기도 해 비혼부의 출생신고 청구가 기각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 탓에 이들 부모에 대한 통계치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고, 통계가 없으니 이들을 위한 법적, 사회적 지원체계도 제대로 마련하기가 어렵다.특히 경기도는 미혼 한부모가족이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다고 알려졌다. 2016년 통계청의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도내 미혼모는 5천330명, 미혼부는 2천64명으로, 전국 미혼모의 22.3%, 미혼부의 22.5%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혼인·출산 인식이 변하면서 자녀를 양육하는 미혼 한부모가족이 꾸준히 증가할 것이고, 현재도 부정적 시선 때문에 국가승인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미혼 한부모가족이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이렇다 보니 이들을 위한 특화사업이 일반적 가족보다 부족하고, 대부분 저소득 가정을 지원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경기가족여성연구원이 2018년에 발표한 '경기도 미혼 한부모가족 지원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특히 이들 가정은 혼외 출산에 대한 부정적 시선 때문에 훨씬 더 강한 정서적 안정을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지만 사실상 전무하다. 실제로 이 연구에 면접자로 참여한 미혼모·부는 인터뷰를 통해 "혼자서 자녀를 키우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사회의 시선과 싸워야 했다. 자신들보다도 자녀에게 주어지는 부정적 편견이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회가 인정하는 '사랑할 수 있는 범위''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배우자와 6촌 사이라는 이유로 혼인무효 판결을 받은 A씨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A씨의 간절한 외침이 터부(Taboo)의 대표격인 근친혼의 기준을 낮춰 가족을 구성하는 형태의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을 모은다.현행 민법 809조(근친혼 등의 금지) 1항은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인 경우 혼인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청구인 A씨는 8촌 이내 혈족의 혼인을 금지한 이 조항과 혼인의 무효 사유로 규정한 민법 815조 2항이 기본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지난 2018년 2월19일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헌재는 주요 쟁점으로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고 이를 혼인의 무효 사유로 규정한 심판 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혼인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인지 여부를 제시했다.8촌 이내를 혈족으로 정한 이유는 고조가 같은 사람을 가까운 혈족 관계로 보는 '동고조팔촌'(同高祖八寸) 중심으로 가족을 구성하는 풍속에 유래가 있다.헌재는 또 심판대상 조항이 정한 근친혼의 범위가 입법목적이나 외국 입법례에 비해 지나치게 넓고 오늘날의 친족관념이나 가족개념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어서 혼인의 자유, 특히 혼인에 있어 상대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지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앞서 헌재는 1997년 동성동본 사이의 금혼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동성동본 간 혼인 금지 위헌 결정 이후 13년 만에 민법 개정을 통해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매우 넓어졌다. 2005년 3월 이전 민법 809조(동성혼 등의 금지)는 동성동본인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다 근친혼 등의 금지로 위헌 결정 13년 만에 개정됐다.청구인 A씨는 모든 국민이 헌법 10조(행복추구권)와 36조 1항(혼인과 가족생활의 조건과 보호)에 따라 혼인의 자유를 보장받고 있으므로 이를 제한하려면 헌법 37조 2항에 따른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더욱이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는 3촌 이상 방계혈족 사이의 혼인을 허용하고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은 4촌 이상 방계혈족 사이의 혼인을 허용하는 점에 비춰 근친혼 금지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호소하고 있다.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나선 현소혜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청구인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현 교수는 "근친혼은 혼인과 가족이라는 사회의 기초적 생활단위를 보장하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한도에서는 반드시 금지돼야 하지만, 제도적 보장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 개인의 자유를 무익하거나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이 사건의 이해관계인인 법무부는 근친혼 부부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유전 질환과 생물학적 취약성을 방지하고 민족의 혼인풍속, 친족 관념 전통을 계승하는 측면, 공동체 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 금지가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헌재가 직권으로 지정한 참고인인 전경수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명예교수는 "8촌을 근친으로 여기는 관념은 오늘날 가족개념이나 친족관념에 변화가 있더라도 여전히 보편타당한 관념"이라면서도 "구조적인 변화가 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8촌이 곧 근친'이라는 관념이 여전히 보편타당한 관념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헌재는 지난 12일 이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사안인 데다 근친혼 금지 관련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배경에서다. 동성동본 불혼에서 근친혼 금기로 가족 구성 조건의 문턱이 낮아진 지 15년 만에 재차 헌재가 6촌 친족을 사랑한 청구인의 가족 구성의 자유와 대립하는 근친 사이 금혼의 기준을 재정립하는 결정을 앞두고 있다. /공지영·손성배기자 jyg@kyeongin.com사진은 연출된 이미지입니다. /클립아트코리아일본에서 정자은행을 통해 아들을 낳으며 비혼모를 선언한 방송인 사유리. 2020.11.19 /사유리 인스타그램 캡처

2020-11-19 공지영·손성배

[인터뷰…공감]첫 '봉황대기 품은' 인천고 야구…'덕장' 계기범 감독

# 인천 토박이 야구인태평양 소속 선수 시절 준우승이 전부"특별히 잘하지 못했고 우승 경험 없어"동인천중 이어 모교 모두 우승 진기록전국 제패 원동력 '3학년의 힘' 꼽기도# 독후감 쓰게 하는 감독책상에 선수 훈련일지 담은 공책 빼곡한달에 한번 영화·책 소감 '특별지시'"운동 병행 어렵지만 독서가 삶의 힘"인성에 도움… 강한 정신력도 키워내고교야구는 프로야구와는 다른 고유의 매력이 있다. 별다른 기술을 보기가 어렵고 실수도 잦아 관중들 입장에서는 다소 답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완성된 선수들이 아니기에 지레 겁먹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 다듬어지지 않은 패기와 열정, 체구와 함께 매년 성장하는 실력 등을 볼 수 있다는 점은 고교야구의 진한 매력이다. 올해 제48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에서 첫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인천고등학교 야구부도 마찬가지였다. 인천고는 봉황대기 이전에 열린 대통령배와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는 모두 첫 경기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모두가 인천고의 우승을 점치지 못한 상황에서 인천고는 결승까지 단숨에 진출, 서울고를 3대2로 누르며 '보란 듯이' 정상에 올랐다. 인천고의 전국 대회 제패는 2004년 대통령배 이후 16년 만이다.계기범(50) 인천고 야구부 감독은 "(1980년대와 비교하면) 지금은 고교야구가 침체기지만 고교생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열정,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프로야구와는 다른 점이자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라며 "'포기하지 말고 한번 끝까지 가보자'는 정신으로 임해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인천고가 봉황대기 고교 야구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1979년, 1996년 봉황대기에서 결승에는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기에 이번 성적은 더 값졌다.계기범 감독은 "3대2로 앞선 순간에 마지막까지도 위험한 상황(9회 말 마지막 수비에서 1사 1·2루)이었는데 노명현 선수의 병살타 수비의 활약이 빛났다. 코로나19로 관중들이 없어 힘이 빠질 법도 했었는데,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도 끝까지 목청 내 응원하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인천고의 우승 요인은 서울고와의 결승에서 선발 투수로 나섰다가 다시 9회 말 마무리에서 팀 승리를 지킨 윤태현 선수의 역투로 꼽힌다. 2학년인 윤태현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무려 4승을 거두며 내년도 프로팀 지명까지 이미 점쳐지고 있다. 이밖에 한지웅 선수는 우수 투수상, 장규현 선수는 수훈상과 최다안타상을 동시에 받았고, 계기범 감독은 감독상을 수상했다.하지만 계 감독이 꼽는 인천고의 우승 원동력은 '3학년의 힘'이었다. 이번 대회는 시기상 3학년 학생들의 프로팀 지명과 대학 진학이 모두 결정된 탓에 전국적으로 3학년 학생들의 동기 부여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인천고는 프로팀 지명을 받은 선수부터 그렇지 못한 선수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1·2학년과 힘을 모았다고 한다.계 감독은 "프로팀 지명을 받아 몸 관리를 해야 하는 선수들부터, 비록 지명은 받지 못했지만 뛰어난 기량을 가진 김시현·노명현 선수까지 모두 후배들을 독려하며 이끌어준 것이 가장 고맙다"고 말했다.1970년 동구 송림동에서 태어나 지금은 미추홀구 용현동에서 거주 중인 '인천 토박이' 계기범 감독은 초등학교 3학년때 아버지의 권유로 야구를 시작해 서림초, 동인천중, 인천고등학교, 홍익대를 졸업했다. 1993년~1995년 태평양 돌핀스, 1996년~1997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타자로 활동했다.태평양 소속 선수 시절에는 1994년 100타석 넘게 나와 0.262 타율을 기록하며 태평양을 준우승으로 이끄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이후 1999년 모교인 동인천중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2002년~2013년 감독을 맡았고, 그후 현재까지 모교인 인천고에서 감독을 맡고 있다.계 감독은 동인천중 감독 시절에도 2013년 KBO배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해 출신 모교를 모두 승리로 이끈 '진기록'까지 세웠다.그는 "사실 선수 시절엔 특별히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고 우승도 해보지 못했는데, 모교에서 감독을 하며 우승을 했다"고 웃어 보였다.'모교 지도자'인 계 감독의 '후배 사랑'은 남달랐다.이날 계 감독의 책상은 선수들의 '훈련 일지'가 담긴 공책이 빼곡하게 쌓여 있었다. 하루하루 훈련했던 내용과 배운 점을 직접 손으로 써놓는 소위 일기장이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독후감'이었다. 선수들은 자신의 훈련 내용, 상대 팀 전력 분석뿐만 아니라 책을 읽은 후 느낀 '성실함', '꾸준함', '정직함' 등을 공책에 빽빽이 기록했다. 야구 실력은 물론 선수들의 바른 인성과 강한 정신력을 길러주기 위한 계 감독만의 '특별 지시'다.계 감독은 "매달 하루 좋은 책 한 권이나 좋은 영화 한 편을 보고 소감을 쓰라고 한다. 운동하면서 책을 읽기가 어려운데 독서를 통해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큰 힘을 기르고 경기 시 정신력 관리에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사춘기 무렵의 어린 선수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기 위한 계 감독의 지도 철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계 감독은 "원리원칙을 강조하고 다소 무뚝뚝하다"고 자신을 평가하면서도 "선수들 하고 코치,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해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계기범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프로팀 지명을 받지 못한 3학년 선수들의 이름을 몇 번씩이나 언급하며 염려하기도 했다. 인천고 야구부 3학년 11명 중 프로팀 지명을 받은 선수는 강현구(두산), 장규현(한화), 한재승(NC), 조성현(NC) 4명이며, 나머지는 대학 진학 등을 앞두고 있다.계 감독은 "선수들의 10%만이 프로 선수가 되고 나머지 90%는 야구를 그만둬야 하는 처지에 놓이지만, 10%에 못 들어갔다고 해서 절대 실패자가 아니니 결코 좌절하지 말라고 늘 강조한다"며 "특히 대학에 진학한 우리 선수들은 기량이 충분해 이후에도 더 성장해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앞으로의 꿈'을 묻는 질문에도 계 감독은 "인천고 야구부에 있는 한 우리 아이들이 사회 어느 분야에 진출해서든 멋지게 잘해낼 수 있도록 하는 게 현재 목표이자 꿈"이라고 했다.끝으로 "인천고 야구부 발전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주시는 조왕규 교장 선생님과 문승귀 부장님, 어려울 때 격려와 응원을 보내준 동문들과 총동창회, 후원회, 또 인고 야구를 사랑해주시는 주위 분들과 우승의 영광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글/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계기범 감독은?▲ 1970년 동구 송림동 출생 ▲ 서림초, 동인천중, 인천고등학교, 홍익대 졸 ▲ 1993~1995년 태평양 돌핀스 ▲ 1996~1997년 현대 유니콘스 ▲ 1999년 동인천중 코치 활동 시작 ▲ 2002~2013년 동인천중 야구부 감독 ▲ 2013~ 인천고 야구부 감독제48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에서 첫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며 인천고 야구부 역사를 새롭게 쓴 계기범 감독은 "'포기하지 말고 한번 끝까지 가보자'는 정신으로 임해 우승할 수 있었다"며 "따라와준 선수들과 응원해준 동문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계기범 감독이 인천고 운동장에서 훈련 중인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2020-11-17 윤설아

[사람사는 이야기]김종광 K-water 광주수도지사장, "물 관리하는 기관, 시민 신뢰 얻는 일이 가장 중요"

관내 단체와 사회적 가치 협의체 출범꽃사주기 운동·릴레이 합동헌혈 진행'수돗물 안심확인' 무료검사 진행도K-water(한국수자원공사) 광주수도지사 김종광 지사장은 부임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지난 3월 말 광주로 발령을 받았으니 이제 8개월 차에 접어든다. 관내 기관장 경력으로 따지면 막내나 다름없지만 그는 시간이 무색할 만큼 어느새 지역사회 약방의 감초가 됐다.지난 7월엔 관내 12개 주요 기관 및 단체를 엮어 지역발전을 위한 사회적 가치 협의체 '광주 사회적 가치실현 협의회'를 출범시켰으며 지역 내 일손이 모자라다고 하면 구심점이 돼 일손돕기 봉사에 조직적으로 나섰다. 지역 화훼농가가 어려움을 겪을 때에는 5개 공공기관을 통해 '꽃 사주기 운동'을 벌이며 판로 확보의 길을 조금이나마 터주었다. 코로나19로 혈액수급이 국가적 위기에 닥쳤을 때는 관내 6개 공공기관을 묶어 릴레이 합동 헌혈을 추진했다."공기업 특성상 여러 지역에서 근무했다. 바로 직전이 시흥이었고 예천군에도 있었다. 그때마다 특색있는 각 지역의 좋은 점을 많이 접하게 됐다. 그걸 널리 공유하고 싶었다. 그러면 우리 조직은 물론 지역사회에도 긍정의 바람이 불 것 같았다"는 그는 틈만 나면 일을 벌인다.김 지사장의 부임 후 첫 공식활동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취약계층 돕기였다. "지역을 위해 직원들과 합심하고 뭔가 하나씩 해내는 모습이 좋았다. 광주지역만의 색깔을 한데 아우르면 괜찮겠다 싶었다. 그래서 협의체도 만들고, 지역을 위한 아이디어를 하나씩 모으다 보니 이렇게 됐다." 광주수도지사장으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일부 지자체의 수돗물에서 이물질이 나오는 일이 발생했다. 그는 시민을 대상으로 수돗물의 안전성을 확인해주는 '수돗물 안심 확인제'를 시행했다. 수돗물의 안전성과 관련된 탁도, 잔류염소, 철 등 6개 항목에 대해 무료 검사를 해주는 것이다. "물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시민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묵묵히 맡은 역할을 해내고 지역사회에 녹아들다 보면 그 진가를 알아줄 것이라 믿고 있다"는 김 지사장은 코로나 등으로 예년보다 혹독해질 이번 겨울에 "그 어느 때보다 따사로운 온기를 지역사회에 전하고 싶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K-water(한국수자원공사) 광주수도지사 김종광 지사장은 지난 3월 부임한 이후 지역사회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며 구심점 역할을 해내고 있다. 2020.11.16 /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2020-11-16 이윤희

[FOCUS 경기]고양시 '기후변화대응 정책' 지속가능한 성장을 꿈꾸다

'제1회 …대도시 포럼'·조례 제정 토대로환경부 '그린시티 시상식' 장관상 수상탄소중립 실현 '친환경 도시' 비상 포부2030년까지 에너지 20% '재생·청정' 전환23개 자립 마을·시민햇빛발전소 7곳 설치2023년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 유치 추진이재준 시장 "미래가치 높이기 위해 노력"40억 아시아의 중심 대한민국, 그 중심에 600년 역사를 가진 고양시가 있다. 다가올 통일 한국의 중심도시로 발돋움하는 고양시가 '100년 후에도 살기 좋은 고양시 만든다'는 희망의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녹색 정책을 추진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꿈꾸고 있는 시는 그 첫 과제로 탄소중립도시 실현을 위해 다양한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미래형 친환경 도시로 비상한다는 포부다.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시대를 선언, 국가정책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발맞춰 이재준 시장은 "탄소집약적 구조에서 저탄소·분산형으로 도시 구조를 전환하는 생태혁명, 즉 '그린뉴딜'이 절실하다"며 탄소중립도시 실현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인구 108만의 거대도시인 고양시가 지구온난화의 심각성과 기후위기대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고양시의 기후변화대응 정책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 지속가능한 성장 위해 '환경과 공존' 패러다임 전환 나서는 고양시지난 10월21일. 고양시는 '제1회 기후위기 대응 대도시 포럼'을 개최했다.포럼에서 이 시장은 '그린뉴딜'이 절실하다며 "적절한 성장이 공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시, 즉 탄소중립도시로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시는 앞서 지난 8월에는 기후변화대응 조례를 제정했다. 기후변화대응 정책의 제도적 기반을 탄탄히 마련한 것이다. 조례에는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감축목표를 정해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에 포함할 것과 분야별·연차별 시행계획 수립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이용촉진, 녹색건축물, 저공해자동차 우선 구매 등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위한 사항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양시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2.8%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파리협정을 준수하는 환경정책을 수립했다. 다양한 부문의 92개 세부사업도 선정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 신재생에너지, 탄소저감 청정단지 조성, 저공해 차량 보급 등 구체적 행보 구체적으로 시는 오는 2030년까지 에너지의 20%를 소규모 분산형 재생에너지와 청정에너지로 전환한다. 현재까지 104억원을 투입해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23개 에너지 자립마을을 조성하고 민간협동조합을 주축으로 시민햇빛발전소 7개소를 건립했다. 그 결과 지난 2년간 신재생에너지 설치량은 약 7배 확대됐다.올해 3월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공공주택 내 탄소저감 청정단지를 조성하기로 협약했다. 이 업무협약의 첫 사업성과로 향동 A4지구 행복주택 498세대 모두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해 탄소저감 청정단지를 조성했다.또한 지역 내 대규모 도시개발 및 공공주택단지 개발지구 등에 신축되는 모든 공동주택 및 대규모 건축을 인·허가 할 때 '고양시 녹색건축조성 지원에 관한 조례 및 경기도 녹색건축 설계기준'의 일정등급 이상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녹색도시를 지향하는 만큼 건물의 탄소저감 대책 등을 꼼꼼히 보고 까다로이 인·허가한다는 것이다. 또한 오는 2024년까지 시비 224억원을 투입해 마을버스의 75%를 전기차로 교체하고 1만대 이상의 저공해 차량을 제공할 계획이다. 도로 위의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다.이 외에도 대장천 등 5대 하천을 중심으로 푸른 숲 100리길과 가로수 2열 식재 등 도심 숲 조성 사업으로 생태환경을 강화하고 있다. 한강하구 중 생물 다양성이 매우 높아 우수한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하는 장항습지 보호를 위해 장항습지 람사르 등록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는 다양한 녹색성장 정책들로 2019년 대한민국 녹색기후상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지난달에는 환경부가 주관한 '제9회 그린시티(환경관리 우수 자치단체)' 시상식에서 환경부 장관상을 받았다. 그린시티로 선정된 고양시는 향후 환경부의 환경 관련 평가 사업에서 '우선 고려대상'으로 분류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탄소중립도시에 성큼, COP28 유치에 총력 시는 현재 2023년에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8차 당사국 총회(COP28)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느 지자체보다 빠르게 기후변화대응 논의를 시작했고 녹색 정책의 효과가 가시화되는 만큼 개최 도시로 적격이라는 것이 시의 평가다. 시는 지난해 '녹색건축 공동선언' '나무권리선언'에 이어 올해 지난달 7일 시민과 함께 '기후위기 비상상황 선포식'을 열었고 지난달 21일에는 '제1회 고양시 기후위기 대응 대도시포럼'을 개최했다. 시는 포럼에서 '대도시에서의 교통 부문 탄소 저감 정책방향'을 주제로 탄소 배출량이 많은 대도시에서의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고양시만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달 21일 출범한 240여 개 시민단체모임인 '고양시 탄소중립시민실천연대'와 함께 시민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1인 1톤 줄이기' 등 저탄소 생활 실천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 사용하기, 겨울철 난방온도 2℃ 낮추기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방법을 알리고 있다.향후 시는 COP28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COP28 유치서명운동, 탄소중립 인식향상을 위한 시민 그린교육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대도시가 앞장서 생태혁명을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 시의 판단이다. 이 시장은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논의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며 "다음 세대에 '되살려 물려주는 환경'을 선물하고 환경과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어 고양시의 미래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천명했다. 고양/김환기기자 khk@kyeongin.com이재준 시장(가운데)이 지난 8월에 기후변화대응 조례를 제정한 뒤 이길용시의회의장(왼쪽 두번째), 최승천고양교육장(오른쪽 두번째)등과 함께 기후위기 비상선언선포식을 하고 있다. 2020.11.15 /고양시 제공고양시는 총 104억원을 들여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23개 에너지 자립마을을 조성하고 민간협동조합을 주축으로 시민햇빛발전소 7개소를 건립했다. 사진은 햇빛발전소 전경. 2020.11.15 /고양시 제공도심의 허파 기능을 하는 일산 호수공원에 단풍이 들었다. 2020.11.15 /고양시 제공

2020-11-15 김환기

[이슈&스토리]25년만에 귀환…인천시립박물관에 전시된 '협궤열차'

1969년 인천 동구 '공작창'서 제작 추정폐선 이후 구입한 김의광 박물관장 '기증'1937년 개통… 인천~수원 등지에 17개역 궤도 너비 표준궤간 절반 '소철' 별명도대중교통 발달 1995년 12월 이후 사라져수인선 완전개통, 인천·경기 교통여건 개선 市 '철도역사 출발점' 알리는 다양한 사업 추진박남춘 시장 "위상 되찾는 일, 발 벗고 나설 것"마주 앉은 사람과도 서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닌, 보통 기차의 반쯤 되는 언제나 뒤뚱거리는 꼬마열차. 작가 윤후명은 자신의 장편소설 '협궤열차'에 수인선 협궤열차의 모습을 이같이 묘사했다. 이 협궤열차는 현재 수인선 철로 위를 다니는 빠르고 쾌적한 전동차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불과 20여 년 전까지도 인천과 수원을 오가는 통학생과 보따리 상인, 좌판 아주머니, 회사원 등 우리 이웃들의 소중한 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의자에 앉으면 앞사람과 무릎이 닿을 정도로 좁았지만, 서로 짐을 나눠 들고 중매가 이뤄질 정도로 정이 넘쳤다고 한다. 이 협궤열차가 퇴역 25년 만에 고향인 인천으로 돌아와 시민 품에 안겼다.■ 시민 품으로 돌아온 협궤열차지난 11일 인천시립박물관 내 우현마당에선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퇴역 25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온 옛 수인선 협궤열차를 환영하는 자리였다. 행사에 모인 사람들은 마당 한편에 자리 잡은 열차를 보고 만지며 옛 시절 추억으로 빠져들었다.이 열차는 1969년 인천 동구 화수동 인천공작창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내부에 '1969 인천공작창'이라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그리고 1995년 12월 수인선 협궤열차 운행이 종료될 때까지 인천과 수원을 오가며 시민들의 애환을 실어 날랐다. 수인선 폐선 이후 대전 철도차량정비창에 보관됐는데, 김의광 목인박물관 관장이 구입했다가 인천시립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하면서 인천으로 돌아오게 됐다. 김의광 관장은 "협궤열차가 적재적소에 있는 게 맞겠다고 생각해 기증을 결정하게 됐다"며 "이 열차를 이용했던 많은 분들이 추억을 떠올리고 철도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수인선을 달렸던 협궤열차 2량을 연수구에 추가로 기증한 상태다. 연수구는 현재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인 옛 수인선 송도역 역사에 이들 객차를 전시해 추억을 간직한 '문화공원'을 조성할 방침이다.■ 서민 애환 담고 달린 50년옛 수인선은 일제강점기인 1937년에 개통됐다. 인천~시흥~안산~수원 등지에 17개 역이 전체 50여㎞ 구간에 걸쳐 설치됐다. 시점에서 종점까지 1시간 4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렸다. 수탈의 목적이 컸다. 수인선은 소래 등지의 소금은 물론, 수원~여수 간 수여선과도 연결돼 경기 여주·이천 곡창지대의 쌀을 인천항으로 반출하는 통로가 됐다. 수인선 협궤열차는 궤도 너비가 762㎜로 표준궤간(1천435㎜)의 절반 정도였다. 때문에 꼬마열차, 소철(小鐵) 등의 애칭이 붙었다.교통수단이 지금과 달리 많지 않았던 시절, 협궤열차는 서민들의 삶과 함께 했다. 협궤열차는 생계를 위해 먼 길을 가야만 했던 이들의 발이 됐고, 송도유원지로 향하는 설렘을 담았다. 또 소래에서 들통 가득 꽃게를 사와 식구들과 나눠 먹는 행복의 연결고리가 됐다.협궤열차는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았다. 인하대에서 송도로 가는 고개에선 아침마다 레일에 이슬이 맺혀 열차가 올라가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럴 때면 기관사들은 학생들에게 레일에 모래를 뿌리라고 시키고 어른 승객은 뒤로 가 열차를 밀어 언덕을 넘어갔다. 승객과 기관사가 합심해 열차를 운행했던 셈이다. 속도가 워낙 느려 사람들이 달리는 열차에 뛰어올라 타는 무임승차가 많았다는 얘기도 있다.1978년 9월엔 수인선 일리역 남쪽 200m 지점 건널목에서 협궤열차와 시내버스가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당시 사고 소식을 전하는 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면 이 사고로 넘어진 건 버스가 아닌 열차였다.■ 새롭게 태어난 수인선버스 등 대체 교통수단이 속속 등장하면서 수인선 협궤열차가 설 곳은 점점 좁아졌다. 1973년 송도~수인역 구간의 운행이 중단됐고, 1992년엔 소래~남동역 구간이, 1994년엔 한양대~소래 구간의 운행이 각각 멈췄다. 1995년 12월 이후엔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수인선은 2012년 복선 전철로 전환돼 재개통됐다. 송도와 오이도를 잇는 1단계 구간이 개통된 것이다. 이후 2016년엔 2단계인 인천~송도 구간이 운행을 시작했고, 지난 9월 3단계인 수원~한대앞 구간까지 개통되면서 총 52.8㎞ 구간이 연결됐다. 인천과 수원이 25년 만에 하나의 철도로 다시 이어지게 됐다.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수인선은 인천과 경기 서남부지역의 교통여건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완전 개통으로 서울 4호선 오이도역에서 평면 환승이 가능해져 경기 군포·안양·과천과 서울지역으로의 이동이 한결 수월해졌다. 또 분당선(수원~왕십리), 경원선(왕십리~청량리) 등과 연결돼 이들 노선 주변 지역 주민들의 생활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줄 전망이다. 수인선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된 것이다.■ 市, "인천 철도유산 확보 적극 노력" 인천시립박물관은 이번에 기증된 협궤열차를 활용해 인천이 대한민국 철도 역사의 출발점임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인천이 통일시대 철도를 이끌어가는 중심점이 되기 위한 준비작업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이번 협궤열차는 시민들의 추억을 소환하는 귀중한 공간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철도 역사의 시발점인 인천의 철도문화유산을 더욱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미래세대와 함께 소통하는 기회를 자주 마련해 인천이 통일시대 철도의 출발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인천시도 우리나라 철도의 역사가 시작된 인천의 위상을 찾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는 의지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이번 협궤열차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위로한 따뜻한 상징이 되길 바란다"며 "우리나라 철도 역사가 시작된 인천의 위상을 찾는 일에 발 벗고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퇴역 25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인천시립박물관 우현마당에 전시된 수인선 협궤열차. 2020.11.12 /인천시 제공1994년3월 4일 촬영된 수인선 협궤열차와 소래철교. /경인일보DB1994년8월21일 수인선 협궤열차 안 승객들. /경인일보 DB협궤열차 내부 모습. 2020.11.12 /인천시 제공

2020-11-12 이현준

[인터뷰…공감]백년가게 선정 수원 '쓰리에이안경점' 장영식 사장

# 두 동생 등록금 해결하려 장사의 길로공무원 '박봉' 탓… 떡볶이 노점상 '두각'8년간 일해 학자금 해결·종잣돈 1억 모아손님없는 분식가게 '모자부페' 인생 쓴맛"구매력 있는 고객층이 사업 확장에 중요"# '최고의 신용·품질·정확' 소명의식중심성 망막염 안과치료 받다가 '눈이 번쩍'친구 아버지가게서 일 배우고 자격시험 합격막상 가게문 열었지만 손님 지문 닦기 바빠진열대 구조 변경·용접 배워 직접 수리·보수"백년가게는 말 그대로 '작은 가게도 백년 가라'는 뜻 아니에요? 좋은 물건을 팔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백년, 이백년 갈 수 있도록 좋은 가게들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안경점으로는 최초로 경기도에서 '백년가게'로 선정된 수원시 권선구 '쓰리에이안경점' 사장 장영식(66)씨는 인터뷰 내내 안경사들의 소명의식과 손님의 눈을 위하는 마음을 강조했다. 흔하디 흔한 안경점이 백년가게로 선정된 비결이 바로 거기에 있는 듯했다.장씨는 공무원 출신으로 안경사가 된 드문 이력을 가지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화성군청·부천시청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했지만 벌이가 좋지 않았다. 9급 공무원 월급이 10만원 남짓이던 시절이다. 그는 두 동생의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장사를 시작했다.안 좋은 일로 계약금을 날린 후 1981년 시작한 떡볶이 노점 장사에서 그는 두각을 드러낸다. 가게가 하도 성업해 옷을 팔던 인근 상인들이 모두 업종을 떡볶이로 전환한 나머지 수원 남문백화점과 수원쇼핑 사이에 '떡볶이 골목'이 만들어질 정도였다. 그는 '중고등학생을 대하는 일이 적성에 맞았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8년 동안 일해 동생들의 등록금은 물론 종잣돈 1억원을 모았다.탄탄대로만 걸을 것 같던 장씨에게 또다시 시련이 찾아온다. 노점상 8년간 번 돈으로 1988년 팔달문 옆 남문에 '모자부페'라는 가게를 냈지만 손님이 없었던 것. 당시만 해도 이른바 '먹토'(먹고 토한다)가 유행하던 시절이라 1천500원에 모든 분식을 맛볼 수 있는 가게는 매력적이긴 해도 사업성이 떨어졌다. 그는 버티고 버티다 3년 만에 실패를 인정해야 했다. "옆에서 장사를 하던 동료 사장은 품목을 갈비로 바꿔 지금의 가보정을 만들었다. 구매력 있는 고객층을 확보하는 게 사업 확장에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그는 말했다.이때 새롭게 눈을 돌린 게 안경점이다. 1986년 왼쪽 눈에 '중심성 망막염'(망막 염증으로 시야가 좁아지는 질환)으로 안과 치료를 받았는데 이 때 안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치아는 한 개가 빠져도 살 수 있지만, 단 5분만 감고 있어도 불편한 게 눈'이었다. 마침 친구 아버지가 안경점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 3단 책꽂이 만들기 경진대회에 나가서 입선하고, 겨울철 동네 친구들의 썰매도 곧잘 만들어줄 만큼 손재주가 좋기도 했다.그는 친구 아버지 가게에서 안경 기술을 배웠고 1990년 안경사 시험에 응시해 합격한다. 이어 근처 아파트가 분양할 때 상가 건물을 사서 안경점을 차린다.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인 1994년의 일이다.막상 문을 열고 보니 안경점은 손재주를 과시할 수 있는 통로가 아니었다. 신참 안경점 사장에게 안경을 새로 맞추는 손님은 그리 많지 않았다. 손님들은 안경을 사기 전 스무 개도 넘게 써 보고 더러는 안 사기도 했다.안경을 제작하는 것보다도 안경 렌즈에 묻은 지문을 닦고 진열대를 정리하는 게 하루 일과가 됐다. 새 안경을 사기보다 기존 안경을 수리·보수하는 손님이 더 많기도 했다.장씨는 "진열대 구조를 바꿔 손님이 안경을 많이 건드리지 않아도 안경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구상했고, 용접 기술도 배워 안경 수리·보수를 직접 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가게 한 편에는 수리를 기다리고 있는 금속테 안경 백여 개가 쌓여 있었다.이런 노력이 발판이 돼, 누구보다 렌즈를 정교하게 가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 고도의 정밀함이 필요한 누진다초점 렌즈를 장씨는 기계 작업 후 손으로 직접 초점을 보정한다. 이렇게 해야만 안경을 썼을 때 어지러움을 줄이고 편안함이 커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장씨는 아직도 렌즈 초점을 안구 '왼쪽·중앙·오른쪽'의 세 군데에서 측정하는 원칙을 고수한다. 다만 그 원칙을 고집하지 않고 현실에 맞게 고친다. 이론적으로는 초점을 하안검(아랫눈꺼풀)에 맞추는 게 맞지만 장씨는 초점을 그보다 약간 내려 잡는다. 새 안경을 썼을 때 어지러워하는 손님들이 많아서 선택한 길이다. "고객이 어지럽다면 어지러운 것이다"는 것이 장씨의 지론이다. 의사는 아니지만 흰 가운을 입은 전문가답다.중소벤처기업부는 오래된 소상공인을 발굴하고 심사해 '백년가게'라고 이름을 붙이고 있다. 이웃나라인 일본처럼 대를 이어 가업을 승계하는 장인정신이 스민 가게를 만들자는 취지다.올해 서른 한살인 장씨의 아들 재웅씨 역시 안경사 시험을 치러 지난해부터 같이 일하고 있다. 아침마다 아들과 함께 흰 가운을 다려 입고 출근하면서 장씨는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밝고 깨끗하게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하자'고 다짐한다. 장씨의 다짐을 보여주듯 가게 안엔 '최고의 신용, 최고의 품질, 최고의 정확'이라는 글귀가 붙어 있다. 다른 한 편엔 장씨가 직접 모델로 나선 누진다초점렌즈 안경 사진이 붙어 있다. 올해 66세인 장씨가 흰 머리가 날 때마다 빠짐없이 염색을 하며 외모를 단정히 하는 데 철저한 이유도 바로 손님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다.가게 문과 마주하는 안경 진열장 뒷면에는 네임텍 여러 개가 붙어 있다. '꽃기린' '라벤더' 등 가게 안의 화초 이름은 물론 '사시·사위' 등 제법 전문적인 안구 질환 이름도 쓰여 있다. 안경점에 들어와 막상 안경과는 관계 없는 질문을 하는 손님에게도 빠르게 즉각적인 대답을 하기 위한 장씨의 노력이다.장씨가 강조한 '손님을 위하는 마음'은 고객이 어떤 질문을 해도 무안하지 않게 하는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을 위하는 마음과 더불어 장씨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단어는 '소명의식'이었다. 그는 독일의 '마이스터'처럼 안경사들도 장인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한다. 장삿속에 빠지지 않고 진정으로 손님들의 눈을 위하는 마음을 가져, 백 년을 이어갈 우리 동네 백년 안경점의 미래가 더 기대된다.글/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 사진/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26년째 수원 권선동에서 시민들의 '눈'이 되어온 쓰리에이안경점이 지난 8월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로 선정됐다. 자신이 직접 제작한 누진다초점렌즈 안경을 들어 보이는 장영식(66) 사장.

2020-11-10 이여진

[사람사는 이야기]변윤정 광주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공동위원장

인조대리석업계 당당한 여성기업인선풍기·에어컨 기부 물심양면 헌신장애인등 취약층에 주방개선 사업도"전 나눔활동이 쑥스럽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시작이 어려울 뿐이지 한 두 번 해보면 굉장히 뿌듯합니다. 받는 분보다 오히려 제가 더 행복해지는 느낌이랄까요."광주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이하 협의체) 변윤정 민간공동위원장은 지역 내에서도 꽤 알려진 여성기업인이다.남성이 대다수인 인조대리석 업계에서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어 회사((주)에스피디하우징)를 정상궤도에 올려놨으며 전의경들을 위한 어머니협회 임원, 자유총연맹 위원이자 여성기업인협회 활동까지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만큼 열정적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3월 광주지역의 민·관 협력을 대표하는 '광주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민간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솔직히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구체적으로 몰랐다. 다만 지역사회에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복지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고 내가 열심히 하면 혼자 하는 것보다 기관·법인·단체·시설 등과 연계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데 매력을 느껴 덜컥 맡게 됐다."변 위원장에게는 20여 년간 기업을 운영하면서 늘 따라붙던 수식어가 있다. '워커홀릭(일 중독)'. 직원이나 동료기업인들은 그를 그렇게 평가했고 그래서 남들 다한다는 골프 배울 시간도 없었다. 동료기업인들이 친목을 도모하고 영업통로로 골프를 활용할 때도 머쓱했던 경험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는 "사실 뭐 하나에 빠지면 그것밖에 모른다. 지금도 회삿일이 너무 재밌다. 그런데 협의체 활동을 시작하니 점점 욕심이 많아진다. 올해 코로나19로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많은데 내년엔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말은 그랬지만 변 위원장은 올해 물심양면으로 지역사회에 헌신했다. 지난 7월엔 취약계층 노인들을 위해 선풍기와 에어컨을 전달해 호응을 얻었고 주변 기업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 각종 기부·기탁사업에 동참토록 했다.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주방개선 사업(나이스 키친)도 추진 중인데 집안에 머물 시간이 많은 이들을 배려했다. 그 어느때 보다 겨울이 삭막할 취약계층을 위해 연탄지원사업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변 위원장은 "누구나 봉사하며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할 방법을 모르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나도 그랬다. 협의체를 통해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보듬고, 봉사나 나눔을 생각하는 이들이 스스럼없이 뜻을 같이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따뜻한 지역사회를 엮어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광주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변윤정 민간공동위원장이 "지역사회의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만들고 누구나 스스럼없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환하게 웃고 있다. 2020.11.9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광주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변윤정 민간공동위원장이 "지역사회의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만들고 누구나 스스럼없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환하게 웃고 있다. 2020.11.9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2020-11-09 이윤희

[FOCUS 경기]안양시 청년사업 '성공사례' 살펴보기

개발비등 도움 '브라더스키퍼' 年 15억 매출기업 성장'사업하기 좋은 생태계' 조성학자금대출로 신불자 등록땐 '신용회복 사업'장학재단과 '채무액 10% 지원' 협약 청년들의 자립은 한 국가의 건강한 경제구조를 만드는 근간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는 2015년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해 청년지원을 뒷받침하고 안양시 역시 2016년 안양시청년기본조례를 제정, 다양한 청년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스스로를 '청년시장'으로 지칭하며 보다 다양한 청년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8년 총괄부서인 청년정책관을 신설해 정책의 체계화를 꾀하고 청년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청년정책위원회를 뒀다. 또 청년정책 서포터스가 정책을 발굴하고 모니터링을 하도록 함으로써 청년의 시정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2020년 올해에만 10개 부서에서 34개 사업, 156억원의 예산을 사용해 다양한 청년사업을 추진해 왔다. 안양시 청년정책이 어떻게 효과를 발휘하는 지 사례자 중심으로 살펴봤다.■ '청년이 성공하는 도시' 청년기업육성 생태계 조성벽면녹화가 주 사업 아이템인 브라더스키퍼(Brother`s keeper)의 대표 김성민(35)씨는 안양의 청년기업육성 제도로 혜택을 본 이 중 하나다. 그는 사업을 시작한지 2년여만에 연 1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휘청일뻔 했지만 공격적으로 5명의 신규채용에 나서며 9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그는 이 모든 결과가 안양시가 초기 사무공간을 지원하고 시제품 개발비를 지원한 덕이라고 강조했다.브라더스키퍼는 보호종료청소년이 정서적·경제적으로 자립하게 하기 위한 사회적 기업이다. 김 대표 스스로가 보육원 출신으로 비영리단체에서 보호종료청소년을 후원하고 교육하는 업무를 7년여 진행하면서 이들이 자립하기 위해 선행돼야 하는 것이 교육이 아니라 '마음상처 치유'임을 확신했다. 더불어 식물을 기르는 일이 보호종료청소년에게 심리적인 위안을 준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는 보호종료청소년을 고용해 식물관련사업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보호종료청소년에서 겨우 홀로서기를 한 그에게는 초기자본은 물론 투자자가 있을 리 없었다. 안양시 만안구와 동안구에 '청년오피스'가 있다. 사업계획서를 이메일로 제출하면 창업준비를 위한 개방형 사무공간을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사업화 컨설팅도 지원된다. 실제 사업화가 되고 시장에 서비스를 공급하게 되면 개방형 사무공간에서 독립된 사무공간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전문가 코칭 및 투자유치 교육도 진행된다. 안양은 이를 '청년기업 액셀러레이팅 지원사업'이라 부른다. 이 단계에서는 시제품 제작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최대 1천만원으로 기업 스스로 시제품 제작비의 10% 정도를 매칭해야 한다. 김 대표가 혜택을 본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사업화를 진행할 수 있는 사무실과 시제품제작비를 지원받아 시장에 진입하자 그의 아이템은 여러 곳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받았다. 서울시청 시민청,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제주서귀포시청, 이니스프리 강남·명동점, 현대건설 등 다양한 사무실의 벽면을 녹색으로 물들였다. 지난 여름에는 안양시청 로비와 화장실에도 시공했다. 안양창조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액셀러레이팅 단계의 청년기업이 현재 20곳 정도 있으며 이중 일부가 스케일업 지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스케일업 기업은 6곳이 있다. 창업 3~7년 이하 우수기업을 안양창업지원센터, 창조산업진흥원 본원 등 지식산업센터의 입주를 도와 자립토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식산업센터 1년 사무실 임대료를 지원하고 경영컨설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며 해외유명전시회에 참여도 유도한다. 시는 이러한 청년기업육성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청년들이 사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일궈가고 있다. ■ 청년의 부담을 덜어주는 안양10학번 이모(33)씨는 대학 입학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부모의 사업 실패가 이씨의 자립 시기를 앞당겼다. 당시 학자금 대출은 대출받은 뒤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일반상환대출뿐이어서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대출을 갚고 가족 생활비를 댔다. 하지만 부지런히 살아온 것과는 달리 사회의 평가 잣대는 달랐다. 취업시장에 나서면 그의 성실함과 책임감 등은 스펙 보다 뒤에 평가됐다. 이씨는 억울함에 다시 대학원을 학자금 대출로 졸업했다. 대학원 덕분에 미국 취업에 성공, 고생이 끝났다 싶었지만 다시 직장이 불안해지면서 대출 상환도 어려워졌다. 한국장학재단은 그에게 '부실채무자' 딱지를 붙이고 전액 상환을 독촉했다. 휴대전화 이용과 신용생활이 막혔다. 그는 "셀 수도 없이 밀려오는 자살충동을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버텼다. 내가 사라진대도 빚 독촉장이 가족 앞으로 날아들테니…"라고 회상했다. 이씨의 상황은 부실채무자 신용회복 지원사업을 만나면서 나아졌다. 안양시는 지난해 6월 한국장학재단과 협약을 맺고 관내 1년 이상 거주한 만 39세 이하 청년이 학자금 대출로 신용유의자(신용불량자)로 등록됐을 경우에 한해 1인당 총 채무금액의 10%에 해당하는 초입금을 100만원 이내에서 지원하고 있다. 사업시행 첫해인 지난해 17명이 1천198만9천원으로 신용을 회복했고, 올해에는 관내 거주기간을 6개월로 줄여 22명이 일상생활을 돌려받았다. 이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이걸 지원받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미 몰릴 대로 다 몰린 상황에서 약간의 지원과 함께 상환 환경을 조정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마음 편하게 생활할 수 있다"며 "취업이 잘돼 제가 낸 세금으로 이런 도움을 계속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안양시는 청년자립·성공·행복을 목표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자신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꼭 시의 청년 정책을 살펴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안양/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브라더스키퍼의 벽면녹화를 담당하는 청년 '브레스키퍼' 멤버들. 브라더스키퍼의 창업이념은 보육원을 나서는 보호종료청소년의 꿈터가 되는 것이다. 이 꿈을 뒷받침 하고 있는 제도가 안양의 청년창업정책이다. 2020.11.8 /브라더스키퍼 제공학자금 대출로 사회진출이 어려운 청년들을 위해 안양시가 나서서 한국장학재단과 신용유의자 등급을 풀도록 하는 협약을 맺었다. 2020.11.8 /안양시 제공

2020-11-08 이석철·권순정

[이슈&스토리]중기 지원 국내 표준 자리잡은 경기도 '기술닥터'

# 비전코웍-불량품 잡는 머신비전1인기업 자금·인력문제 설루션비용 60% 절감… 올 매출 24억 # 아이앤비코퍼레이션-공기정화기교수 2명 함께 상용화 밀착 지원 살균기 결합… 특허에 수출 타진# 이엘테크-폐증기 이용 발전기'에너지 밸런스' 설계과정 난제테스트 진행… 용량 확대 계획중기부 벤치마킹 비수도권 도입올해 290억원 들여 960곳 지원중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얼어붙었다. 기업들의 어려움도 현재진행형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가 지난 9월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중소기업의 업황 전망을 가리키는 '중소기업 건강도 지수(SBHI)'는 코로나19발(發)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대체로 70 전후로 나타났다. 4월에는 56.8을 기록하기도 했다. 100보다 높을수록 업황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낮을수록 부정적으로 내다본 기업이 많았음을 뜻한다. 위기는 애꿎게도 규모가 작은 곳에 더욱 크게 들이닥쳤다. 매출은 반토막 나는데 내야 할 대금은 줄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 속 산적한 문제를 살필 기력도, 해결할 여력도 없는 중소기업들이 다수였다. 공적 개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였다. 경기도·경기테크노파크(이하 경기TP)의 '기술닥터'는 도 중소기업 지원 정책의 상징과도 같다. 시행한 지 벌써 12년째. 기술닥터 사업의 핵심은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진단할 수 있는 전문가를 경기도·경기TP가 연계된 산·학·연에서 찾아 기업과 연결해주는 것이다. 전문가인 '기술닥터'가 기업 현장을 직접 방문해 문제가 무엇인지 살피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투자할 자금도, 인력도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큰 힘이 됐다는 평가인데 경제 위기가 유달리 심했던 올해 특히 빛을 발했다. 경기도를 넘어 전국적인 사업이 된 결정적 원인이기도 하다.#"우린 이렇게 '닥터'의 도움을 받았습니다"-안산에 있는 비전코웍은 창립한 지 5년 가까이 된 기업이다. 많은 제품이 자동화 설비를 통해 제조되는 가운데, 쉽게 말해 불량품을 잡아내는 기술인 머신비전 제품을 주로 만드는 곳이다. 제품이 작아지고 정교해질수록 불량을 판별하는 기술 역시 첨단화돼야 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제품 제조 속도가 빨라질수록 비전코웍도 업그레이드 돼야 했다. 그러나 1인 기업으로 시작한 비전코웍에겐 적절하게 자금을 투자하는 일도, 그에 맞는 인력을 투입하는 일도 모두 벅찼다. 외부업체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경기TP를 통해 기술닥터 사업을 알게 됐다. 반기종 부천대 교수를 소개받았다. 기술닥터의 지원을 받는 중소기업들은 3단계를 거치는데 첫번째가 전문가인 기술닥터가 10차례에 걸쳐 현장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현장애로 기술지원', 시제품을 만드는 등 한층 더 세밀한 기술 지원이 이뤄지는 '중기애로 기술지원', 실제 제품 개발에 연결하는 '상용화 지원' 단계다.비전코웍의 기술닥터였던 반 교수는 설계에는 능하지만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전자 부문 인력이 없었던 비전코웍 측이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를 듣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만들려면 어느 정도의 기간과 비용이 필요한지 설명해주고 어떤 기술이 구체적으로 필요한지 조사해 자료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2018년에 시작해 올해 상용화에까지 성공한 비전코웍은 기존보다 비용을 60% 가까이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외부업체의 손을 빌리거나 해외 제품을 구매해서 썼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비용은 절감하면서 제품은 더 많이 판매할 수 있게 돼 지난해 14억원이었던 매출은 올해 24억원으로 뛰었다. 직원도 3배가 늘었다.-화성에 있는 공기정화살균기 제조 업체 아이앤비코퍼레이션 역시 2016년에 창업해 올해로 5년이 됐다. 보다 넓은 공간에서 공기를 정화하면서도 소음이 거의 없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지만 적절한 방법을 알기 어려웠다. 시간과 자금을 들여 연구할 여력도 부족했다. 그러다 동서울대 박현철 항공기계과 교수, 황정행 디자인융합학과 교수를 '기술닥터'로 만났다. 서로 다른 전공의 두 교수가 함께 지원에 나선 것은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제품이 상용화에까지 이르려면 적정하게 설계됐는지, 제대로 된 부품이 쓰였는지에 더해 디자인적으로 효율을 저해하지 않는지 등을 복합적으로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두 전문가는 보다 나은 설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자문을 거듭했고 샘플을 원활하게 제작할 수 있도록 도면 시방서도 지원했다. 그 결과 99% 살균 효과를 보이면서도 대용량을 처리할 수 있는, 보다 완벽한 공기정화살균기를 출시할 수 있었다. 단순히 공기 속에서 먼지를 걸러내는 '청정기'를 넘어 균을 없애는 '살균기'라는 점에서 코로나19 사태 속 주목도가 높아졌다. 특허를 획득하는 한편 수출을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양주의 이엘테크는 중소형 발전기를 제작하는 업체다. 일반적인 발전기가 아니라 발전하고 나오는 폐증기나 폐열을 이용해 다시 발전할 수 있는 설비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시스템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밸런스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비슷한 일을 하는 지인에게 고민을 토로하니 기술닥터 사업을 소개해줬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는 지인의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대진대 교수가 직접 찾아왔고 도무지 풀리지 않았던 에너지 밸런스 관련 기술에 대해 상세하게 자문해줬다. 이를 토대로 10kg 발전기를 개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발전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면 용량을 50kg으로 키울 계획이다. 이 역시 기술닥터의 도움을 토대로 상용화까지 모색한다는 방침이다.중소기업 지원 기관이 다수 소재한 경기남부 지역에 비해 이엘테크처럼 경기북부에 있는 기업들은 이같은 지원사업이 있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공적 개입, 지원의 기회가 그만큼 적어진다는 얘기다. 이엘테크 측은 "기술닥터 사업을 알기 전에는 오롯이 저희 힘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야 했는데 사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으니 현상을 유지하면서 이런 개발을 시도한다는 게 매우 힘들었다. 지원받는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기술적 노하우를 전문가들에게 전달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 깊었다"며 "경기도 뿐 아니라 전국 중소기업들이 이런 좋은 사업을 지원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전국으로 확대된 기술닥터 사업경기도의 기술닥터 사업은 2009년 시작됐다. 이제까지 기술닥터의 도움을 받은 도내 중소기업은 7천곳 가까이인데 앞선 기업들 사례처럼 '닥터'가 직접 중소기업의 '앓던 이'를 빼주다보니 만족도 역시 95%로 매우 높다.이에 올해 6월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술닥터 사업을 벤치마킹해 비수도권 14개 시·도에 도입하기로 했다. 중기부는 그동안 각 지역 테크노파크나 지역 대학 등을 통해 비수도권 지역 중소기업들을 지원해왔는데, 각 기업의 여건이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원해 기업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이에 경기도가 하는 것처럼 분야별 전문가 집단을 꾸려 현장에서 1대1 맞춤형으로 기업이 겪는 기술적 어려움을 해결토록 했다. 올해 290억원을 투입, 14개 시·도 기업 960곳을 지원 중이다. 이재명 도지사는 취임 2주년을 앞두고 SNS를 통해 "경기도가 하는 일이 대한민국의 표준이 되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도에서 뚝심 있게 이어온 기술닥터 사업이 대한민국 기업 지원 사업의 표준으로 거듭난 셈이다.경기도 관계자는 "도의 기술닥터가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강화해 매출을 증대시키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라며 "중소기업들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데 이러한 현장밀착형 지원으로 기업하기 좋은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해당 기업들은 경기도·경기테크노파크의 기술닥터 사업 대상에 선정돼 관련 지원을 받은 바 있습니다.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비전코웍 머신비전. /비전코웍 제공비전코웍 검사 제품. /비전코웍 제공아이앤비코퍼레이션의 공기정화살균기. /아이앤비코퍼레이션 제공새로운 발전기를 개발한 양주 이엘테크의 모습. 2020.11.5 /이엘테크 제공비전코웍 이진구 대표. 2020.11.5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2020-11-05 강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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