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 인문학강좌

 

[2010 시민 인문학강좌·7] '검소한 삶 실천' 더불어 사는 지혜

[경인일보=정리/정진오기자]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와 인천시립박물관이 공동으로 마련한 '2010 인천시민 인문학강좌' 일곱 번째 강연이 지난 15일 오후 2시 시립박물관 석남홀에서 열렸다. 강사로 나선 김영 인하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는 이날 '동양고전에서 배우는 공생공락(共生共樂)'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김 교수는 29일 강사로 예정돼 있었으나 순서를 당겼다. 2010년 상반기 마지막 강좌는 오는 29일 육상효 인하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진행하며, 주제는 '영화는 인문학을 어떻게 수용하는가?'이다.오늘날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자유주의 물결은 우리들이 사는 사회를 개인 단위로 세분화하면서 신뢰와 평등, 연대와 우의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돌보지 않는다. 신자유주의적 경제성장과 개발은 결국 극소수의 거부(Super Rich)와 압도적 다수의 근로빈곤층(Working Poor)의 양극화 현상과 자연파괴를 초래하면서 오늘 우리들의 삶을 극도로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 불안의 시대에 인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인문학이 인간다운 삶을 위한 교양과 지식을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이런 위기의 시대에 어떤 비전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인류가 남겨준 옛 지혜를 충분히 익혀 오늘날의 관점에서 새해석하여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전망을 제시하는 것 '溫故而知新'이 공자(孔子)가 말한 지식인(師)의 임무라면, 우리 인문학도에게 맡겨진 이러한 몫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한다.노자(老子)가 사람은 땅을, 땅은 하늘을, 하늘은 도를 의지하고 본받는다(人法地, 地法天, 天法道)고 하였듯이 천하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인간이 한 인간이 되는 것도 사회화과정을 통해서이며, 사회적 유대가 해체되면 존재할 수 없는 사회적 존재이다. 나의 생명은 부모로부터 온 것이고, 나의 지식은 선생님과 책으로부터 배운 것이고, 나의 건강은 농부들이 땀 흘려 경작한 곡식으로부터 온 것이며, 나의 집은 목수가 지어 준 것이고, 나의 직업은 사회가 준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나에게서 나 이외의 요소를 제거하면 남는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인도의 평화순례자 사티쉬 쿠마르가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 의지하고 섬기면서 자기를 실현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인간의 유대가 배타적 이익추구와 극단적 상호경쟁 시스템으로 인해 현저히 파괴되어, 자비로운 눈길로 서로를 바라보라(慈眼視衆生)는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달리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가고 있다. 이웃과 잘 어울리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공생공락의 삶을 위해서는 어떤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 선현들은 인간관계를 잘 하기 위해서는 겸손하게 자기를 낮추며 먼저 남을 배려하고, 자기의 공을 드러내지 않고 티내지 않는 생활을 할 것을 강조했고, 자연과 조화로운 관계를 위해서는 인간 중심주의를 버리고 만물을 같이 바라보는 평등안을 가지고 욕심을 비우고 검소한 삶을 선택할 것을 권면하고 있다.우리 시대의 깨어있는 지성 김종철 선생은 간디가 전하려는 궁극적 메시지는 내가 진실로 자유롭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남들의 자유와 행복을 인정해야 하고, 그것은 결국 우리 각자가 소박하고 단순한 삶을 선택하는 길밖에 없다라고 하면서, 이것이 바로 어울려 살아가는 공생공락의 지혜라고 말한 바 있다.

2010-06-16 정진오

[2010 시민 인문학강좌·6] '세가지 색 인천 토박이말'

[경인일보=정리/정진오기자]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와 인천시립박물관이 공동으로 마련한 '2010 인천시민 인문학강좌' 여섯 번째 강연이 지난 1일 오후 2시 시립박물관 석남홀에서 열렸다. 강사로 나선 한성우(사진)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이날 '세 가지 색 인천 토박이말'이라는 주제 아래 오늘날 정체성이 없다고 인식되는 인천 토박이말의 특징적인 면모를 실증적인 조사결과를 가지고 강연했다. 오는 15일 있을 일곱 번째 강좌는 육상효 인하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진행하며, 주제는 '영화는 인문학을 어떻게 수용하는가?'이다.<강연요지>여러 가지 이유로 그 동안의 방언 연구에서 철저하게 소외되어 왔던 인천 방언의 특징적인 면모를 소개하는 게 이번 강연의 목적이다. 인천의 지리적 특성과 역사를 고려해 선정된 인천 토박이말 화자 셋의 특징을 비교, 대조하여 인천말의 특징적 면모를 밝혀 소개한다. 세 제보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인천 토박이말의 전반적인 특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제보자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것은 도시 방언으로서의 인천말의 특성을 반영하는 지역이다.인천의 성장과정을 고려할 때 인천은 세 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세 가지 색 토박이말을 인천방언을 대표하는 말로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인천의 중심지, 개항 이후에 급속히 발달한 해안 지역 및 도심 지역 등이 인천의 세 가지 색깔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으므로 문학동, 월미도, 숭의동에서 제보자를 선정하여 조사했다. 음운체계를 살펴보면 모음의 목록이나 사용양상이 제보자에 따라서 차이가 나는데 이는 도시 방언의 특색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인천 토박이말 화자의 음운현상에서도 개인에 따라, 상황에 따라 규칙이 수의적으로 적용되는 양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방언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음운현상이 극히 부분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어휘를 보았을 때도 음운론적으로나 의미론적으로 매우 다양한 어휘가 나타난다.직관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이긴 했지만 인천 토박이말은 '다양한 요소가 혼재된' 및 '특징이 없는 특징을 가진' 언어로 종합할 수 있다. 인천이 대도시이기 때문에 인천 토박이말의 형성에도 도시적 특성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다양한 요소가 인천 토박이말에 섞이게 된 것이다. 또한 중부 방언의 한 하위 방언이고 표준어가 기반을 두고 있는 서울말과도 매우 유사하다. 이러한 이유로 인천말이 특징이 전혀 없는 언어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양한 색깔이 혼재돼 오히려 특징이 없어 보이는 것이 도시 방언으로서의 인천 토박이말의 본래 색깔일 것이다. 인천 토박이말은 그 자체가 역사이자 인천이라는 도시의 성장과정과 함께 한다.

2010-06-03 정진오

[2010 시민 인문학강좌·5] '21세기… 문학이란 하何오?'

[경인일보=정리/정진오기자]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와 인천시립박물관이 공동으로 마련한 '2010 인천시민 인문학강좌' 다섯 번째 강연이 18일 오후 2시 시립박물관 석남홀에서 열렸다. 강사로 나선 윤영실(사진)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이날 '21세기의 문학, 문학이란 하何오?'란 주제로 강연했다.오는 6월 1일 있을 여섯 번째 강좌는 한성우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가 진행하며, 주제는 '세 가지 색 인천 토박이말'이다.<강연요지>한국근대문학의 선구자라고 일컬어지는 춘원 이광수(사진)가 1916년 '문학이란 하(何)오'라는 물음을 던졌을 때, 그것은 이미 있는 '문학'에 대한 기술(記述)이 아니라, 있어야 할 '문학'에 대한 선언이었다. 있어야 할 문학, 그것은 이광수가 서구와 일본을 통해 배웠던 '근대문학'이었다.19세기에 태어나 20세기에 이미 황금기를 경험했던 '문학'은, 그 조숙함 만큼이나 일찍 조로(早老)해버렸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물음을 바탕으로 환상, 팩션, 탈민족화와 이야기성의 강화 등 21세기 한국문학에 나타나는 새로운 문학의 징후들을 탐색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징후들은 근대 '문학'의 경계를 침식하며 '문학 종언'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황혼에 이르러 비로소 삶의 의미가 온전히 조명되는 것처럼, 몰락해가는 '문학'은 그 어느 때보다 깊고 투명하게 자신의 존재의미를 성찰하고 있다. 21세기 문학의 새로운 현상은 비주류로만 존속해왔던 환상이 이른바 본격문학 속에도 버젓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환상은 현실을 낯설게 하고 현실 너머를 꿈꾸며 급기야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지우고 있는 중이다. 가장 급진적일 경우, 문학적 환상은 현실 자체를 의문시한다. 자명한 현실이라고 받아들여 왔던 것이 한갓 '구성된 현실'로서 일종의 메트릭스에 불과함을 드러낼 때, 문학적 환상은 그 메트릭스를 뒤흔드는 가장 강력한 충격이 될 수도 있다.그런가 하면 역으로 소설적 허구와 역사적 사실의 경계를 흐리는 소설들도 성행 중이다. 팩트(fact)와 픽션(fiction), 그 사이 어디쯤에서 버무려진 이 새로운 형태의 소설들은 이른바 '팩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이인화와 김탁환의 소설들이 나올 때만 해도 여전히 통속소설쯤으로 치부되었던 팩션은 2000년대 들어 그 폭과 깊이를 더하며 주류 문학 안의 확고한 경향으로 자리잡았다. '팩션' 열풍은 단순히 한순간의 문학적 유행을 넘어서는 의미심장함을 띤다. 문학이 역사적 팩트를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있는 것과 동시에, 역사는 사실들의 기록이 얼마나 깊이 문학적 구성에 연루되어 있는지를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문학적 서사는 '서사가 곧 실재는 아니지만 서사를 통해서만 실재에 접근할 수 있다'는 불완전한 인식 능력을 지닌 인간이 포기할 수 없는 하나의 '태도'이기도 하다. 세계를, 타자를, 삶을 이해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으로 서사를 지어내되, 그 서사가 곧 세계와 타자, 삶 자체는 아니라는 것, 그 간극과 역설을 견디는 힘이야말로 신화적 서사나 역사적 서사가 갖고 있지 못한 문학적 서사의 고유한 힘이며, 이념과 사상의 맹목성을 견제할 수 있는 문학의 무기이다. 그 힘은 신자유주의적 서사가 자명한 보편율로 군림하고 있는 오늘날 더욱 필요하다. 문학, 그것은 몰락해가고 있지만, 몰락을 통해 문학의 본래적 임무를 성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2010-05-19 정진오

[2010 시민 인문학강좌·4]우리 문화 속 화엄철학, 소중한 가르침 일깨워

[경인일보=정리/정진오기자]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와 인천시립박물관이 공동으로 마련하는 '2010 인천시민 인문학강좌' 네 번째 강연이 4일 오후 2시 시립박물관 석남홀에서 열렸다. 강사로 나선 김영진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는 이날 '화엄경의 철학:여래의 출현과 사라짐'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오는 18일에 있을 다섯 번째 강좌는 윤영실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가 진행하며, 주제는 '21세기의 문학, 문학이란 하何오?'이다.화엄경은 불교인이 아니더라도 꽤 익숙한 불교 경전이다. 그것은 다양한 이미지나 이야기가 되어 우리 문화 곳곳에 배있다. 선재동자가 여러 선지식을 만나면서 불법을 깨닫는 이야기가 화엄경에 등장한다. 그가 찾아 나선 선지식은 고귀한 수행자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일상을 영위하는 자들이다. 심지어 창녀 바수밀다도 등장한다. 화엄경은 삶 속에 깊이 박힌 영롱한 진주를 찾으라고 말하는 듯하다. 승려였지만 세속의 일을 저버리지 못하다 결국 입속하고 만 시인 고은도 소설 '화엄경'으로 자신의 구법 여행을 이야기했다. 장선우 감독은 영화 '화엄경'에서 넝쿨처럼 얽힌 사연으로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한 줄기 청량한 바람같은 선재동자를 선물했다.합천 해인사의 중심 법당이 대적광전(大寂光殿)이다. 비로자나불이 주인 부처님으로 계신다. 번뇌가 사라진 적멸의 경지를 체득한 비로자나부처님은 위대한 광명을 내놓는다.그 광명은 단지 빛이 아니라 비로자나불의 시선이자 삶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우주 그 무엇도 거대한 인연의 산물임을 간파한다. 저 앞에 있는 작은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도 이 우주가 인연이 되어 존재한다. 그 녀석 한 놈으로 존재하지 않고, 그 녀석 혼자서 세상을 꾸리지도 않는다. 화엄철학에서 흔히 '한 티끌에서 우주를 본다'고 말하는데 바로 이런 까닭이다. 이 인연의 도리를 깨달은 자는 사물 하나하나가 우주적 존재임을 확신한다. 또한 거기서 매번 우주적 진리인 연기법을 확인한다. 이 때 '화엄'이라는 말을 다시 떠올려 볼 만하다.'화엄(華嚴)'은 '꽃으로 꾸몄다'는 말이다. 이 인연의 도리를 간파한 자에게는 어떤 사물도 인연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드러낸다. 달리 말하면 진리를 곧바로 구현하고 있음을 안다. 그래서 그런 자의 시선이 부딪히는 곳마다 꽃은 핀다. 겨울날 숲속을 거닐어도 그에게는 꽃이 한가득이다. 화엄철학에서 말하는 '하나와 전체가 서로 소통한다'는 이야기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우주적 가치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또한 오직 그것만이라고 생각하면서 붙들리지 말라는 당부이기도 하다. 가치를 부여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에 매달리지 말라는 어려운 부탁이다.

2010-05-04 정진오

[2010 시민 인문학강좌·3] 서양과 동양, 인문학의 전통

[경인일보=정리/정진오기자]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와 인천시립박물관이 공동으로 마련하는 '2010 인천시민 인문학강좌' 세 번째 강연이 20일 오후 2시 시립박물관 석남홀에서 열렸다. 강사로 나선 윤승준 인하대 사학과 교수는 이날 '서양과 동양, 인문학의 전통'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오는 5월 4일에 있을 네 번째 강좌는 김영진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가 진행하며, 주제는 '화엄경의 철학-여래의 출현과 사라짐'이다.<다음은 20일 강연요지>동양 인문학의 전통은 폭넓게 보자면 '공자와 그의 제자들'이다. 공자가 말년에 이르러 '시경' '서경' 등 소위 육경을 편찬한 것은 사실이겠지만 공자의 경험적, 창의적 사상을 집약했다고 하는 '논어' 편찬은 본인이 아니라 그의 제자들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이러한 동양 인문학의 시발과 관련하여 눈여겨봐 두어야 할 핵심 개념의 하나로 '사(士)'를 꼽을 수 있다. 이 말은 우리 사회에서 진작부터 '선비'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지만, 공자가 살던 춘추전국시대에는 꼭 그렇지도 않았다.사(士)가 모두 인문학 연구를 수행하거나 지향하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 그렇게 되려면 무엇보다도 인문학적 마인드가 필요했을 터인데, 이는 현실 정치와 행정업무에 매몰된 그들에게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여기에는 일정 수준의 문화 일반에 공통된 경제적 여유라고 하는 일반적 필요조건 이상의 것이 요구되었으며, 그에 상당하는 자극을 온 힘으로 불어넣은 존재가 바로 공자였다.서양의 인문학도 동양에 못지않게 길고도 깊은 전통을 지니고 있다. 실은 '인문학'이란 용어 자체도 서양인들이 쓰던 것을 번역한 것인데, 학문적 기원은 멀리 고대 그리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최초의 주인공들은 기원전 5세기 중엽 무렵부터 등장하는데, 프로타고라스(Protagoras)를 선구자로 그 학자들은 흔히 지혜(sophia)를 가진 자란 의미의 소피스트(Sophist)로 불린다.소피스트들의 인문학 수립과 전파활동은 그들의 대표격인 프로타고라스의 유명한 명제 '인간이 만물의 척도'에 내포된 새로운 가치관에 토대를 두었다. 그 바탕 위에서 그들은 '철학자'의 눈을 신과 우주로부터 세속적 인간 세계, 나아가 개별 인간 쪽으로 돌려 놓았다. 그리고 그때까지 으레 최고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상정되었던 보편적 진리라든가 불변의 공동체, 전래의 종교보다는 진리의 상대성과 자유로운 개인 그리고 그들 각자의 실제적 이익을 앞세웠다. 한마디로 근대적 의미의 개인주의와 휴머니즘을 옹호했던 것인데, 이 점에서 소피스트들은 르네상스 시대 인문학자들과 계몽철학자들의 선구였다고 할 수 있다.오늘날 문과·인문(Liberal Arts)이라는 표기를 사용하는 대학이나 학부의 경우, 고전적 의미와 계몽주의적 의미를 모두 수용, 견지하는 듯하다. 그리고 많은 '리버럴 아츠' 대학·학부에서는 특히 법학, 의학, 경영학 같은 전문교육 교과는 개설하지 않는 전통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2010-04-20 정진오

[2010 시민 인문학강좌·2] 동아시아의 고전과 21세기

[경인일보=정리/정진오기자]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와 인천시립박물관이 공동으로 마련하는 '2010 인천시민 인문학 강좌' 두번째 강연이 6일 오후 2시 시립박물관 석남홀에서 열렸다. 강사로 나선 이봉규 인하대 철학과 교수는 '동아시아 고전과 21세기-노자와 논어의 덕(德) 개념'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오는 20일에 있을 세 번째 강좌는 윤승준 인하대 사학과 교수가 진행하며, 주제는 '서양과 동양, 인문학의 전통'이다.<다음은 6일 강연 요지>'노자'와 '논어' 두 문헌은 전통시대 동아시아인들이 즐겨 경작하는 전답이었다. 정치 원리에서 생활양식에 이르기까지, 또는 사회를 구성하는 원리에서부터 개인의 심미적 의식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인들은 이 두 전답을 통해 동아시아적 풍미와 빛깔을 담은 다양한 개성을 창출하였다. 달리 말하면 두 문헌은 인간의 문화에 동아시아적 빛깔을 입히는 천연 염료이자, 동아시아적 풍미를 우려내는 누룩의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근대적 교육방식으로 전환된 이후, 오늘날의 현대인에게 '노자'와 '논어'는 교육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접해야 하는 중심문헌이 아니게 되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교양의 확충을 위해, 전통사상과 문화에 대하여 안목을 넓히기 위해 주어지는 여러 독서 대상들에 속할 뿐이다. 더구나 두 문헌에 사용된 고전한문은 오늘날 사어(死語)가 되었다. 여기에는 좀 더 본질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그것은 두 문헌을 통해 경작해 왔던 작물들이 과연 현대인에게도 여전히 필요하거나 또는 입맛을 당기게 하는가 하는 점이다.21세기로 접어든 오늘날, 전통시대로 지적 환경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두 문헌을 통해서 재배하고 수확하여 삶을 양육하였던 작물이 무엇이며 그 작물의 특성이, 곧 영양분과 독성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일은 현대에 우리가 빚어내는 요리법을 풍부하게 만드는 자산이 될 수 있으며, 또한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요리법들이 어떤 맥락 속에 있는지 성찰할 수 있게 해주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두 문헌에서 주요하게 등장하는 작물이란 곧 덕(德)이다.'노자'의 덕 속에는 특정 이념에 대한 종속으로부터 벗어나는 자유의 지평과 동시에 저항적 성찰 의식 자체를 무력화하는 전체주의적 지평이 양면처럼 붙어다니고 있다. 또 하나 '노자'의 덕 개념 중심에 각인되어 있는 전생(全生)의 관념에는 인간의 존재 상황에 대한 특정한 인식이 담겨 있다. 그것은 인간을 포함한 자연 세계를 일종의 상호 제어적인 존재상황으로 이해하는 관점이다.'논어'의 덕 관념의 실제 내용으로서 일관하고 있는 친애와 공경의 인륜(人倫)의식에는 종(宗)이라는 사회구조를 토대로 구성된 문화적 특성이 담겨 있다. 사회적 제 관계가 물리적 강제를 통해 상호 불안정한 상태로 운영되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종(宗) 또는 가(家)의 집단에서 발견되는 자발적 관계의식을 토대로 사회를 구성하려는 의지, 곧 물리적 힘의 지배를 넘어선 자발적 연대의 사회적 관계를 이루어내려는 의지이다.

2010-04-07 정진오

동·서양의 역사와 인문학을 묻다

[경인일보=정진오기자]지난해 하반기 시작돼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던 '인천시민 인문학강좌'가 올해에도 계속된다.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소장·이영호)와 인천시립박물관(관장·장성욱)이 공동 주최하는 2010 상반기 인천시민 인문학 강좌가 23일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올 상반기 강좌는 '우리 시대와 人文學의 대화'라는 주제 아래 진행되며, 모두 8차례의 강의가 마련된다.인천시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수강할 수 있으며, 올해는 자료 제공 등을 위해 수강생을 미리 모집한다. 모집 인원은 140명이며, 인천시립박물관 홈페이지(http://museum.incheon.go.kr)를 통해 선착순 접수한다. 접수는 오는 21일까지다.강의는 6월 29일까지 격주 화요일마다 오후 2~4시, 시립박물관 1층 석남홀에서 열린다. 문의:(032)440-6734 ■ 강좌 일정-제1강(3월 23일)=새로운 역사학, 팩션의 세계:사극을 통해 본 조선왕조의 역사상 (우경섭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교수)-제2강(4월 6일)=동아시아의 고전과 21세기 (이봉규 인하대 철학과 교수)-제3강(4월 20일)=서양과 동양, 인문학의 전통 (윤승준 인하대 사학과 교수)-제4강(5월 4일)=화엄경의 철학:여래의 출현과 사라짐 (김영진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교수)-제5강(5월 18일)=21세기의 문학, '문학이란 何오?' (윤영실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제6강(6월 1일)=세가지 색 인천 토박이말 (한성우 인하대 국문과 교수)-제7강(6월 15일)=영화는 인문학을 어떻게 수용하는가? (육상효 인하대 문화콘텐츠과 교수)-제8강(6월 29일)=동양고전에서 배우는 공생공락(共生共樂)의 지혜 (김영 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

2010-03-17 정진오

'인천시민 인문학강좌' 올 프로그램 성료

[경인일보=정리/정진오기자]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가 인천시립박물관과 공동으로 마련하는 '인천시민 인문학강좌'의 여덟 번째 강의가 22일 오후 4시 시립박물관 석남홀에서 열렸다. 이날 강의로 2009년도 인천시민 인문학강좌 프로그램은 모두 마무리됐다. 이날 강의는 김만수 인하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맡았으며, 주제는 '동아시아와 한류(韓流) 현상'이었다.<다음은 22일 강연요지>한류(韓流·Korean Wave)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9년 문화관광부 홍보용으로 기획·제작해서 한국 공관을 통해 배포한 한국가요 음반의 제목이었다. 초기 음악으로 시작해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확산되었던 '한류' 현상은, 이제는 한국음식, 상품, 관광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영향력으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포털사이트인 시나(Sina·新浪)에서는 IT한류, 한류경제, 자본한류, 핸드폰한류, 바둑한류, 자동차한류 등의 용어가 사용된다.공간적 범위 또한 확장되고 있다. 최초의 한류 진원지였던 중국, 대만, 일본을 넘어서 베트남, 몽골, 싱가포르, 홍콩 등 동양권은 물론이고 러시아, 미국 등에서도 한국 문화의 소비가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동, 아프리카까지 그 영향력이 미치고 있다.한류가 주목받는 이유는 콘텐츠 내적 요인과 사회문화적 요인, 역사적 요인 등 다양하게 꼽을 수 있다.그러면 한류의 지향점은 어디에 있는가. 한류는 경제발전 단계 중 도약에서 성숙, 고도 소비단계로 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현상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수 있다.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영국의 해리포터와 비틀스,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에 필적하는 한류가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자랑도 비하도 아닌, 이것을 보는 게 중요하다.한국은 민주주의의 활력과 공동체 의식 등은 여전히 자랑할 수 있는 콘텐츠다. 여기에 효, 예절, 교육열, 강인함, 친절, 예술적 천성 등의 덕성도 중요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태권도도 있다. 태권도는 이제껏 가장 많이 팔린 한국의 콘텐츠가 아닌가.인천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콘텐츠가 있다.인천은 황해의 중심이다. 인천공항은 3시간 비행거리내에 100만 이상의 대도시 61개가 포진된 동아시아의 허브(hub)이며, 동아시아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한 나라의 도약기에 이들은 늘 바다로 가는 뱃길을 연결하기 위해 갯벌을 이용했다. 동서양 교류의 중심에서 베네치아는 몇 만 개의 말뚝을 박아가며 바다로 진출했고, 17세기의 네덜란드, 19세기의 뉴욕 맨해튼이 바다를 택했다.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상하이 푸둥이 그러하듯, 인천은 바다로 열려 있다. 문화의 중심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때이다.

2009-12-22 정진오

인천시민 인문학강좌 여섯번째 강의

[경인일보=정리/정진오기자]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가 인천시립박물관과 공동으로 마련하는 '인천시민 인문학강좌'의 여섯 번째 강의가 24일 오후 4시 시립박물관 석남홀에서 열렸다. 이날 강의는 안종철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가 맡았으며, 주제는 '20세기 동아시아의 미국관-한국을 중심으로'였다.일곱 번째 강좌는 12월8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마련되며, 윤대영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가 나와 '동남아시아 세계에 대한 이해-공통성과 다양성'이란 주제로 강의한다.<다음은 24일 강연요지>한국인의 시각에서 근대 동아시아에 존재했던 미국의 역사적 상을 조망하면 어떤 모습일까. 한국인에게는 크게 네 가지의 미국관이 역사적으로나 동시대적으로 착종하고 있다. 첫째는, 전통적 양이관(洋夷觀)에서 바라본 미국인데 화이양분론적 인식 중화(中華)의 일원으로서 조선, 그리고 금수의 미국 인종주의국가라는 시각으로 이는 태평양전쟁기 일본, 조선 지식인들의 미국관으로 다시 불거진 바 있다. 두 번째 미국관은 '문명부강국'이라는 우호적 인식의 미국관이다. 경제적, 군사적 강국인 미국은 자비로운 나라라는 인식이 특히 한국전쟁을 계기로 널리 퍼져있다. 세 번째는, 제국주의 침략국가로서의 미국관이다. 1920년대부터 생성되어 해방 직후에 좌파의 미국관으로 널리 확산되었다가, 1980년 광주사건을 계기로 확산되어 반미주의로 나타난 바 있다. 네번째는 '현실주의'적 미국관이다. 미국이 강국이긴 하지만 한국에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개화기 유길준의 미국관에서 그 시초를 볼 수 있는 이러한 미국관은 안보, 경제, 문화적 측면에 걸쳐 대한민국의 국제인식이 성숙하면서 대두한 시각이다.미래를 염두에 두고 미국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미국관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2009-11-24 정진오

'인천시민 인문학강좌' 다섯번째 강의요지

[경인일보=정리/정진오기자]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가 인천시립박물관과 공동으로 마련하는 '인천시민 인문학강좌'의 다섯 번째 강의가 지난 10일 오후 4시 시립박물관 석남홀에서 열렸다. 이날 강의는 김동식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가 맡았으며, 주제는 ''혈(血)의 누(淚)'를 통해 본 세계상'이었다. 여섯 번째 강좌는 11월 24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마련되며, 안종철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가 나와 '20세기 동아시아의 미국관'이란 주제로 강의한다.<다음은 10일 강연 요지>한국 최초의 신소설인 '혈의 누'는 서세동점 아래 세계체제로 나아갔던 조선이 제국주의 국가 일본과 스러져가는 중화체제의 모국인 중국 사이에서 흔들리던 청일전쟁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청일전쟁에서 부모를 잃은 어린 옥련이 일본을 거쳐 미국에까지 건너가 유학하고 돌아와 조선의 문명 개화를 위해 헌신하기로 맹세한다는 '혈의 누'의 서사 속에는 당대의 역사와 세계상을 풍부하게 재해석할 수 있는 다채로운 화소들이 담겨 있다.'혈의 누' 상편은 1906년 7월 22일부터 10월 10일까지 '만세보'에 연재되었고, 하편에 해당되는 '모란봉'은 1913년 2월 5일부터 6월 3일까지 '매일신보'에 총 65회 연재되었으나 미완성으로 끝났다. 초기에는 '모란봉'이 하편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었으나 '혈의 누' 끝에 '상편종'(上編終)이라고 쓰여 있고, '매일신보' 1913년 2월 4일자에 '모란봉'이 '혈의 누' 하편에 해당됨을 알리는 기사가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 하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1894년의 청일전쟁을 기점으로 자주의식의 각성, 신학문의 유입에 따르는 자유결혼, 재가 허용 등의 신결혼관이 드러나 있는 한국 최초의 신소설 작품이다.'혈의 누'에서 발견되는 교통과 통신의 네트워크는 반(半)근대적 전쟁이었던 청일전쟁과도 관련이 되지만 그 무엇보다도 근대의 대표적인 표상인 산업혁명과 연관지을 수 있다. 산업혁명에 의해 철도와 화륜선과 대포가 대량 생산되었고, 근대적 전쟁은 보급지원 체제를 위해서 기차와 화륜선을 중심으로 교통과 통신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교통과 통신의 네트워크는 전쟁이 끝난 후 운송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요인이 된다. 스티븐 컨이 지적하듯이, 산업혁명은 운송체계의 시대를 개막했는데 철도, 자동차, 비행기, 배 등 운송체계는 신체의 공간 이동속도를 점차로 증대시켰다. 따라서 그러한 기술이 자아를 세계속에 분산시킨다고 말할 수 있다.청일전쟁, 미디어로서의 네트워크, 새로운 주체의 형성이라는 복합적인 관점을 통해서 '혈의 누'의 문학사적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혈의 누'는 옥련이라는 여자 주인공의 단순한 일대기가 아니라 근대의 사회역사적 조건에 대한 문학적 형상화라는 의미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이인직은 신소설이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를 개척하여 '혈의 누'와 '귀의 성' 등의 대표작을 남겼다. 이완용의 심복으로 활동했다.

2009-11-11 정진오

'인천시민 인문학강좌' 네번째 강의요지

[경인일보=정리/정진오기자]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가 인천시립박물관과 공동으로 마련하는 '인천시민 인문학강좌'의 네 번째 강의가 27일 오후 4시 시립박물관 석남홀에서 열렸다.이날 강의는 백지운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교수가 맡았으며, 주제는 '양안(兩岸) 화해의 문화징후-영화 '색/계'와 '난징! 난징!'이었다. 다섯 번째 강좌는 11월 10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마련되며 김동식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가 나와 ''혈의 누'를 통해 본 세계상'이란 주제로 강의한다.<다음은 27일 강연요지>2008년 대만에서 국민당이 10년만에 정권을 재탈환한 것과 때를 같이하여 리안 감독의 영화 '색/계'가 개봉되었다. '색/계' 대만 시사회에 당시 유력한 총통 후보였던 마 잉주가 참석하여 항일전쟁 시기 목숨을 바쳤던 중국 청년들의 희생에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와 함께, 대만 사회에는 리안이 '대만정서'를 저버리고 '중국정서' 끌어모으기에 나섰다며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한편, 중국 대륙에서는 '색/계'가 '민족해방운동'이라는 집단의 역사 기억을 훼손하고 매국노를 미화했다는 비판과 더불어, 개인을 압도하는 국가서사를 전복한 예술영화의 극치라는 찬반론이 팽팽하게 대립했다.'색/계'는 이듬해(2009) 대륙에서 건국 60주년 헌례로 만들어진 영화 '난징! 난징!'과 더불어 중국의 '항전기'(抗戰期)를 서로 다른 시점에서 그렸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색/계'가 1941년 진주만 사건 직후 상하이를 배경으로 국민당과 난징정부간에 벌어진 첩보사건을 다루었다면, '난징! 난징!'은 1937년 12월 12일 일본군의 난징 함락 이후 6주간에 걸친 '난징대학살'을 다루었다. 여기서 당시 일본의 점령구였던 상하이와 국민당의 수도에서 일본 점령구 그리고 난징 괴뢰정부의 수도를 전전했던 난징, 이 두 도시가 중국의 공식 역사 서술에서 오랫동안 배제되어 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승리한 항일투쟁'을 기반으로 수립된 중국의 주류 역사가 숨기고 싶어했던 음지였던 이 두 도시의 가장 민감한 시기를 이들 영화는 어떻게 재현하고 있는가? 이 두 영화가 그 서로 다른 분위기와 기법에도 불구하고 그 메시지가 기묘하게 겹쳐진다는데 주의해야 한다.백지운 선생은 '색/계'와 '난징! 난징!'은 우리 시대 화해가 새로운 문제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징후로 본다. 그리고 대립과 갈등을 넘어 인류 보편의 역사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냉전기 자폐적으로 구축된 자국사에 직면하는 작업이 선결되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런 점에서 이 두 영화가 과연 중국 근대사의 파열을 얼마나 진실되게 체현해 내었는가, 파열의 흔적을 너무 쉽게 봉합하지는 않았는가를 물어보면서 진정한 '화해'의 의미를 되새기는 역사적 성찰을 제기한다.

2009-10-27 정진오

'인천시민 인문학 강좌' 2번째 강연 요약

[경인일보=정리 /정진오기자]동아시아, 특히 전근대 한·중·일·베 4국의 지식인들은 한문을 매개로 많은 고전을 함께 읽었으며, 그것을 통해 섭취한 교양을 바탕으로 교류하며 소통했다. 육로로, 혹은 뱃길을 통해 사행을 하며 만난 이들은 서로 한문으로 필담하며 고전에 대한 이해를 척도로 서로를 평가하고 고전에 나오는 고사에 빗대어 현실을 이야기했다. 그들이 이렇게 소통할 수 있었던 건 단지 '한문 필담'이라는 매체때문만은 아니었다. 대화가 가능했던 건 그들이 한문에 담긴 콘텐츠, 즉 한문 고전의 교양을 공유했던데 기인한 것이었다. 그들은 유·불·도의 경전과 '사기'·'한서' 등의 역사서, 그리고 각종 문학작품의 고전들을 배우며 자라났고, 그 과정을 통해 이상적 인간상을 공유했다.유교 이념에 의해 국가가 운영되었던 나라에서 지식인들은 유교의 고전들, 특히 유교에서 지향하는 궁극의 인간상, 성인의 자취가 담긴 '경(經)'을 배우는 것을 중시했다.'경'이라는 글자는 원래 '곧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경도와 위도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경'은 세로 기준선을 의미한다. 곧 '곧은 기준'이라는 뜻이며, 인생을 살아나아가는데 있어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성인의 언행이 담긴 책이 바로 경이라고 여겨졌다.흔히 '3경'으로 불리는 '시경' '서경' '역경(주역)'은 성인이 천하 인민의 평안을 위해 지었거나 편찬한 것으로 믿어졌다.공자가 편찬했다고 여겨졌던 '시경'은 서주에서 춘추시대까지의 대중가요와 귀족의 연회 음악, 종묘 제사 음악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서경'은 요임금에서 주나라에 이르는 시기의 각종 포고문·회의록·상소문 등의 공식 문서를 모은 것이며, '역경'은 점치는 책으로 64괘와 384효에 해당하는 점사와 '역경'의 원리에 대한 해설(십익)로 이루어져 있다.'5경'이라고 할 때에는 시·서·역 이외에 '춘추'와 '예기'가 꼽힌다. 공자가 편찬한 노나라의 역사서인 '춘추'에는 그의 역사현실에 대한 가치 판단이, '예기'에는 예에 대한 공자의 해설이 담겨있다고 인식되었다.한편 '예기'는 성인이 설계한 국가 체제와 예의범절이 담겨있는 '주례' '의례'와 함께 '3례'로 불리며 존숭되었다.'4서'로 불리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 또한 성인이 짓거나 성인의 언행을 기록한 것으로 여겨졌다. '논어'와 '맹자'는 각각 공자와 맹자의 언행을 제자들이 기록한 것이고, '대학'과 '중용'은 원래 '예기'에 속해 있던 것인데 송나라 이래로 별도의 책으로 만들어져 중요시되었던 책으로 인간의 수양과 국가의 경영에 대한 공자의 생각이 담겨 있다.이렇듯 경은 인간·사회·자연을 망라하는 거대한 인식체계였다.유교 문명권의 지식인들은 이를 통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와 지켜야 할 도리를 깨우치고 성인의 자취를 좇으며 그 뒤를 따르려 자신을 연마했다.그들에게 경은 공통의 교과서였고 그 저자인 성인은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인간형이었던 것이다.특히 성리학이 풍미했던 송나라 이후 성인은 신성하고 전능한 군왕, 즉 백성들 위에 군림하며 다스리는 사제이자 임금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보통 사람들도 따라 배울 수 있고, 또 마땅히 그렇게 되려고 노력해야 하는 스승의 모습으로 세속화되었다. 성인은 감히 내가 꿈꿀 수 없는 신성한 존재가 아니라 열심히 공부하여 이루어야 할 목적이 되었던 것이다.이는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군왕과 함께 정치의 당당한 주체로 서고자하는 사대부들의 이상이 투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유학자들은 지식인 관료로서 군왕과 함께 '천하의 사람들이 근심하는 것보다 먼저 근심하고 천하의 사람들이 즐거워한 후에 즐거워한다'(先憂後樂)는 자세로 천하를 경영하면서, '천지를 위해 뜻을 세우고 인민을 위해 도를 세우며, 옛 성인을 위해 끊어진 학문을 잇고 만세를 위해 천하를 태평하게 한다'(爲天地立心, 爲生民立道, 爲去聖繼絶學, 爲萬世開太平)는 이념을 구현하려 애썼다.그리고 이를 위해 인의(仁義)를 실천하며 '권력을 얻으면 뭇 백성들과 더불어 도(道)를 행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못하면 홀로 자기의 도를 행하면서' '부귀에도 현혹되지 않고, 빈천에도 동요되지 않고, 위세나 무력에도 굴복하지 않는 사람', 즉 대장부(大丈夫)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물론 사람이 모두 교과서대로 사는 것은 아니며, 이상과 현실은 다르게 마련이다.그러나 동아시아의 유학자들은 적어도 이념의 푯대를 경에 구현된 성인에 두었으며, 이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아이들을 키웠다.그리고 그들은 각국의 사정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공통의 이념을 바탕으로 보편의 지평에서 만날 수 있었다. 드넓은 고전의 바다속에서 함양된 교양, 그것이 동아시아 인민들이 소통할 수 있었던 토대였던 것이다.지금 우리는 동아시아의 친구들과 어떤 세계관과 인간상을 공유하며 평화로운 미래상을 설계할 것인가?

2009-09-29 정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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