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이 국력이다

 

[지적(地籍)이 국력이다·10]지적재조사 방법론 <상>

전문가들은 지적재조사 사업에 대한 필요성은 모두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사업에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경제적 타당성 부분과 지적 재조사를 위한 방법론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경제적 타당성 부분에 대해선 지적시리즈 6편(경인일보 6월28일자 3면 보도)에서 심도 있게 다뤘다. 이번 10·11편에선 의견이 상충되고 있는 '지적 재조사 방법론'에 대해 살펴본다.#'지적법 개정' 대 '특별법 제정'=현재 지적 재조사사업 시행의 근거는 지적법에서 찾을 수 있다. 지적법 제3조 2항에서는 '국가는 효율적 토지관리를 위해 지적재조사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 지적 전문가와 법학계에선 현행 지적법을 개정해 지적 재조사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지적은 거의 모든 행정 및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고, 특별법 남발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기 때문에 굳이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적법은 재조사 사업의 시행 가능성만 열어두었을 뿐,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하나도 담고 있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 전문가들은 지적 재조사 사업이 이뤄질 경우 측량방법, 토지정보 입력 방법, 불부합지 청산절차, 토지정보 등록대상 등 최소 40~50개의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무법인 현우 소속 권시영 변호사는 "특별법 남발은 자제돼야 하지만, 기존 법에 편입시키는 조항이 너무 많다면 특별법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례는 외국의 지적재조사 사업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프랑스와 같이 지적제도가 현실과 오차가 크지 않은 경우 법 개정을 통해 토지조사 사업에 나선 반면 우리나라처럼 전 국토가 불부합지가 넘쳐나는 대만 등에선 특별법 등을 통해서 지적 재조사 사업에 나서고 있다.대한지적공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지적 재조사 사업은 100년동안 엉망으로 방치돼 왔던 전 국토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사업 시행 과정 중에 그만큼 예기치 않은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며 "이런 경우라면 특별법을 통해서 지적 재조사 사업이 이뤄지는 것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도해 방식이냐' 대 '수치지적이냐'=현재 우리나라 지적은 1910년 일제 강점기때 일본에 의해 작성된 도해방식(지적도면에 그리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도해지적의 근본적인 한계(지적시리즈 1편, 경인일보 6월12일자 3면 보도)는 논외로 한다고 해도 도해지적은 운영과정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대한지적공사 관계자는 "도해지적에서 측량자들은 정확성을 위해 두께 0.1㎜의 연필로 토지경계선을 표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연필심은 뭉툭해지기 마련이고, 또 측량자의 자를 대고 긋는 방식에 따라 오차가 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측량자에 따라 토지경계선이 달라진다는 의미다.특히 도해방식 도면을 현장에 직접 복원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오차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이 때문에 지적 전문가들은 지적 재조사 사업을 규정하는 법률에는 도해측량을 반드시 수치(數値) 측량으로 바꾸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적공부의 경계점을 좌표로 표시하면 이 같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우리보다 앞서 지적재조사 사업을 펼친 네덜란드, 스위스, 독일, 일본 등은 물론이고 1973년 도해측량으로 지적 재조사 사업에 나선 대만도 1989년 수치측량 방식으로 바꿨다.전문가들은 또 지적도면도 보다 다차원적으로 바꾸고, 원점 자체도 세계 좌표계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현재 우리나라 지적도는 과세와 소유권 중심의 정보만을 다루는 세(稅)지적·법지적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토지면적 및 경계 등 매우 제한된 내용만을 담고 있다. 국가중요시설물, 세분화된 지목, 공중·지하 등의 내용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한국토지공법학회 이현준 사무간사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동경원점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원점이 멀면 멀수록 오차도 커진다. 둥근 지구를 평면인 지적도에 표시하기 때문이다.결국 지적 재조사 사업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경원점이라는 지역좌표가 아니라 오차범위를 줄인 세계 좌표계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7-07-11 취재반

[지적(地籍)이 국력이다·9]지적재조사, 해외서 배운다

1894년 청일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끝나자 일본은 청나라로부터 대만과 요동반도를 할양(割讓)받았다. 일본은 통치자료 확보 차원에서 곧바로 지적제도 확립에 나섰고, 이 지적제도가 1973년까지 대만 지적체제의 근간을 이뤘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일제의 낙후된 지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 같이, 대만 역시 일제의 도해(圖解) 중심의 지적체제로 70여년 동안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야만 했다. 결국 대만은 1973년 지적재조사 사업을 시작, 현재는 사업완료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물론 지적재조사 사업의 예는 대만 뿐만이 아니다. 스위스, 프랑스 등 유럽은 물론이고 낙후된 지적을 식민지에 이식한 일본마저 이미 1951년 특별법을 통해 근대적 지적제도 확립에 나섰다. 지적재조사 사업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높아져가고 있는 이 때, 이들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시사점을 알아본다.▲중앙정부가 재조사 비용은 전담=주요 선진국들이 엄청난 예산과 수십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지적재조사 사업에 나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모든 행정의 기본이 되는 근대적 지적제도 없이는 행정의 효율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때문에 1923년 스위스를 시작으로 네덜란드(1928년), 프랑스(1935년), 일본(1951년), 대만(1973년) 등은 20세기 들어와서 근대적 지적제도 확립에 나섰다. 하지만 사업이 시작된지 수십년이 됐지만 이들 나라의 성과는 각국별로 다르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이미 근대적 수치지적으로 탈바꿈한 반면, 독일은 주에 따라서 여전히 사업의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지역마저 존재한다. 일본 역시 반세기가 지나도록 아직까지 전 국토의 48%밖에 사업을 완료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가장 큰 원인을 '국가의 부담 정도'에서 찾았다. 프랑스, 네덜란드 등은 사업비용의 100%를 국비로 처리한 반면 일본, 독일 등은 관련 비용을 지방정부 및 관련 단체 등에 전액 또는 절반 이상을 떠넘긴 것이다. 한국토지공법학회 이현준 사무간사는 "지방정부 간에 재정자립도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지방정부의 과도한 사업비 부담은 사업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국비 100% 부담이 어렵다면 최소한 낮은 재정자립도를 보이고 있는 지방정부에는 특별 교부세 등을 통해 지원해줘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사업기간을 단축시켜 오히려 예산을 절감하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중재에 적극적인 국가기관=지적재조사 사업에 나선 모든 국가들의 핵심적 장애물은 불부합지 처리문제다. 토지경계의 불일치와 면적의 증감에 따른 민원 발생으로 사업 기간 및 비용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감사원이 지적재조사 사업중단이라는 권고조치를 내린 핵심적인 이유도 이로 인한 소송비용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특별법을 통한 '조정위원회'제를 신설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일본과 대만의 예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사업진척률이 저조한 일본의 경우에는 예산절감 등을 내세워 경계 문제 발생시 당사자 해결원칙을 고집하고 있다. 반면 90% 이상을 완성한 대만은 관련 문제 발생 때마다 관할 행정기관(시·현)이 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면적 증감 발생시에도 정부가 직접 청산 작업에 나섰다. 일정 기준 이상 면적이 증가한 경우에는 해당 토지를 국유지로 환수하는 대신, 면적이 줄어든 소유주에게는 이를 보상해 준 것이다. 이는 몇 푼의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당사자 해결주의를 고집하는 한 오히려 관련 사회적 비용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일본의 실패는 교훈=전문가들은 특히 일본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지적재조사 사업은 장시간에 걸쳐 이뤄지는 전문적인 사업이다. 하지만 일본의 잦은 공무원의 인사이동은 사업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업무 분담이라는 차원에서 이뤄진 지적 사업의 이원화(국토교통성 및 법무성)도 오히려 행정의 통일성을 저해했다. 여기에 토지조사 결과를 조사기관이 아닌 법무성이라는 별도의 기관이 유지토록 해 지적자료의 갱신과 관리에도 별도의 행정력을 배치해야만 했다. 지적의 낙후로 관련 학과의 인기가 하락, 전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취재반

2007-07-09 취재반

[지적(地籍)이 국력이다·8]'일석이조' 지적재조사사업

S대 지적정보학과 김모(27)씨는 졸업을 앞두고 착찹하기만 하다. 취업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앞서 졸업한 선배들도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자리로 취업했다. 현재 우리나라 4년제 대학에서 지적학과를 가지고 있는 대학은 5개에 불과하다. 행정의 기본이 되는 토지정보를 다루는 학과치고는 지나치게 적은 숫자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에서 지적이 소홀하게 취급되면서 관련 학과가 인접 학문으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실제 강원대 지적학과는 1996년 부동산학과로, 영동대 도시지적학과는 도시부동산학과로 변했다. 당연히 지적학에 대한 학문적 성과도 낙후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목포대 신모 교수는 "지적학과의 폐지는 단순히 밥그릇의 문제가 아니다. 지적은 모든 행정의 기본이 되는 만큼 최소한의 인력이라도 계속해서 유지, 관리돼야 한다"며 "지적재조사 사업이 이뤄진다면 이같은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적재조사 사업이 직접적인 기대효과(경인일보 7월3일자 3면 보도)는 물론 부수적인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의미이다. ▲지적재조사, 한국판 뉴딜사업=지난해 연말 기준,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7.9%다. 특히 대학 졸업생이 몰려있는 20대 후반의 실업률은 30%가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지적재조사 사업은 한국판 '뉴딜사업'으로서 관련 실업률을 대폭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내에 지적측량을 할 수 있는 인원은 4천여명(대한지적공사 3천430명 + 민간지적측량업체 604명)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적재조사 사업이 이뤄진다면 지적측량관련 인원만 새롭게 6만~7만명이 채용돼야만 한다.물론 이들 기사가 측량한 자료를 전산화하는데도 최소 300~500명의 인력이 필요하다.이외에도 전문교육기관의 지적학과 신설, 지적 및 민원 관련 공무원 증원, 지적측량기구업체 채용 급증 등 수만명의 신규 채용이 이뤄진다. 경일대학교 이현준교수는 "지적재조사 사업이 얼마만큼의 신규 채용을 가져올지는 학자마다 견해가 다르지만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재조사사업기간인 10년여동안 최소 10만명 이상의 신규 채용이 이뤄질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연 1만명 이상의 실업자 및 취업준비생이 지적재조사 사업의 혜택을 본다는 의미다. 이는 우리나라 2대 도시인 민선 4기 부산이 목표로 잡고있는 신규 채용인력(4만여명)보다 고용창출 효과가 높다는 의미다. 단순히 고용창출 효과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토지공법학회는 지적재조사 사업에 대한 비용대비편익(B/C) 비율을 2.07~2.47로 계산했다. 일부 연구원들은 관련 비율을 4.15~4.95까지 추산했다. 보수적인 계산에서도 재조사 사업에 100원을 투입하면 207~247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청 관계자는 "보통의 공공사업 연구용역에서 B/C 비율이 1.5만 나와도 높은 수치라고 인정한다. 한데 B/C 비율이 2이상으로 나왔다면 정부가 무엇을 망설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통일에 대비한 완결적 지적제도 구축=북한은 지적제도가 낙후된 정도가 아니라 지적제도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개인의 토지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1910년 일제가 강압적으로 정해버린 동경 좌표계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인 만큼 현재까지 러시아 좌표계을 사용한다. 남북간에 지적의 가장 기본이 되는 좌표계조차 통일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통일후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에 대한 지적재조사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이자, 통일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남측에서 재조사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에 대해 대한지적공사 관계자는 "지적은 토지소유권을 나타내는 가장 일차적인 자료이기 때문에 지적없이는 어떤 토지 거래도 불가능하다. 북한 지적제도 문제가 확립될 때까지 엄청난 통일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남쪽에서 먼저 지적재조사 사업을 실시해 미리 대비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우리 기술과 인력으로 지적재조사 사업을 한 번도 실시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이에 대한 기술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만일 최소한의 사전준비도 없이 통일이 되면 수조원에 해당하는 북한 지적재조사 사업 비용은 고스란히 외국 업체에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우리가 그 때부터 시작한다해도 비용은 비용대로 더 들면서 사업기간도 훨씬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2007-07-05 취재반

[지적(地籍)이 국력이다·7]지적재조사만이 해결책이다

전라남도는 지난 1월 무려 1천135만2천㎡나 되는 면적의 땅을 넓힐 수 있었다. 1910년 일제가 측량할 수 없어 내버려뒀던 땅을 100여년 만에 위성영상을 통해 찾아낸 것이다. 당시 전남이 찾아낸 땅은 모두 1천175필지로 이들 토지의 개별 공시지가는 무려 500억원이다. 이에 앞서 2005년 경남 거제시도 섬 5개를 발견해 새로운 해상경계와 어업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아직까지 미등록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및 해양수산부가 이르면 내년부터 관련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지적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전국적인 지적재조사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지적재조사는 수많은 유·무형의 기대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부합지 문제 해소로 해마다 수십~수백만 건에 이르는 토지분쟁 소송을 줄일 수 있고, 토지 재산권의 온전한 행사도 가능해진다. 일본인 명의로 남아있는 토지(77.18㎢)의 국유지로의 환수도 빨라지게 된다. 택지개발의 토지보상 작업도 빨라져 금융비용도 줄일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NGIS, LMIS, PBLIS 등 수많은 토지정보 전산화 작업이나 내비게이션 등의 정확도도 높아진다. 물론 이에 앞서 지적재조사 사업이 시행되면 각 사업당 수백억원의 예산을 필요로 하는 이런 사업 자체가 불필요해진다. 중구난방식 지번체계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계획 중인 새주소사업도 마찬가지다. 공평 과세도 가능해진다. 현재 불부합지 소유주는 어떤 식으로든 세금을 더 내거나 덜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지목을 바로잡을 수도 있다. 경기도 S시 관계자는 "독일에서는 우리나라의 '대지'에 해당되는 부분을 주거지, 주거복합용지 등 11가지로 세분화해 지적도 하나만으로 웬만한 정보는 다 얻을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단독주택, 연립주택, 주상복합, 상업용지, 공업용지 등 온갖 용도들이 대지로 단일화 돼 있다. 지적도만 보고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건축물대장에 관련 정보가 있지만 일부에 불과하고, 설령 모든 정보가 담겨있다 해도 이는 명백히 불필요한 행정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는 국토 면적까지 늘릴 수 있다. 항공사진 등을 동원한 측량은 미등록 토지를 찾아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토지 경계 등을 명확히 해 사용가능한 토지면적 자체를 늘릴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지금까지 지적확정측량을 한 지역을 종합한 결과, 측량 이후 증가된 면적은 1천500.46㎡(0.13%)에 이른다. 이를 전 국토로 환산하면 지적재조사만으로 무려 1만2천608.57㎢의 면적을 증가시킬 수 있다. 최소 6천485억원어치의 국부가 증가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간접적 효과도 상당하다. 대국민 토지관련 서비스 질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국내 지적기술에 대한 이미지 향상으로 수십조원으로 추산되는 해외시장의 교두보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도면정보의 유통 활성화로 정확한 토지정보 제공은 물론 토지정보와 관련된 새로운 상품개발까지 가능하다. 일선 시·군 지적업무 담당자 및 대한지적공사의 업무량도 감소돼 국가 행정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추가된다. 한국토지공법학회 이현준 사무간사는 "지적재조사 사업이 시행되면 직·간접적으로 어떤 편익이 생길지 정확히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며 "정부는 예산 때문에 사업을 시행할 수 없다고 하지만, 관련 이익을 계산해보면 오히려 이보다 효율적인 사업도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2007-07-02 취재반

[지적(地籍)이 국력이다·6]지적개혁 발목잡는 감사원

지적재조사 사업은 정부 부처내 갈등으로 두 번이나 좌절됐다(경인일보 6월27일자 3면보도).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편익은 불분명한 반면, 관련 예산은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특히 2002년 감사원 감사결과는 지금까지도 지적재조사 사업시행에 결정적인 반대 논거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5년이 지난 현재 상황이 변했고, 그래서 지금이라도 감사원의 반대 논거에 막혀 실천조차 못하는 지적재조사 사업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감사원 반대 논리=감사원은 행정자치부의 지적재조사사업계획안을 평가하면서 관련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B/C) 비율(0.08~0.23)이 낮아 사업의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조사사업은 심각한 토지분쟁을 야기시켜 소송비용만 5조~17조원을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감사원은 결국 전면적인 지적재조사가 아닌 불부합지의 단계적 해소를 대안으로 제시했다.#비용은 '높게', 편익은 '낮게'=감사원이 지적재조사 사업의 불가 논거로 든 가장 큰 이유는 B/C 비율이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감사원의 B/C 분석에 필요한 요소들이 현재 상당부분 해소됐기 때문에 B/C비율이 낮다는 논거는 철회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감사원이 B/C 분석의 근거자료로 활용한 행자부의 '지적재조사 사업계획'에서 비용부분에 포함된 ▲지적재조사 실험사업 추진 ▲필지중심 토지정보시스템 개발 ▲GPS상시관측소 설치 및 운영 ▲도면 전산화 작업 등은 이미 완료된 상태다. 가장 많은 예산이 필요한 재조사측량 작업도 그 동안의 측량장비 및 기술 발달로 덕을 볼 수 있다. 이는 그만큼 관련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반면 편익부분은 감사원이 필지 중심의 편익만을 고려하는 등 지나치게 과소평가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한국토지공법학회 이현준 사무간사는 "선진국은 지적도에 가로수까지 표기하고 있는 마당에 필지만 손익 계산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필지는 물론 건물, 지하시설 등을 포함하면 관련 비용도 증가하겠지만, 이에 대한 편익은 훨씬 더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된다. 때문에 사업 관련 비용·편익 분석에는 당연히 이런 요소도 고려됐어야 했다"고 말했다.이 사무간사는 "불부합지 문제 등이 해결되면 토지관련 정부예산의 중복투자 방지, 지적측량서비스의 질적향상, 우리나라 지적기술의 대외 이미지 향상 등 이로 인한 부가적 가치는 헤아릴 수가 없는데, 감사원은 이 부분을 누락시켰다"고 지적했다.#잠재적인 소송비용=전문가들이 감사원 평가중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소송에 관한 부분이다. 감사원이 비용으로 처리한 소송비용은 재조사로 인해 추가로 발생되는 비용이 아니라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현우 소속 권시영 변호사는 "감사원의 말이 맞으려면 지적재조사 사업을 하지 않으면 토지분쟁 소송이 없을 경우에나 가능한 논리다. 하지만 지금도 연 평균 수백건의 관련 소송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고 밝혔다. 소송비용을 비용으로 잡은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의미다.오히려 전문가들은 불부합지를 그대로 놔두면 소송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권 변호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토지이용에 대한 효용가치는 늘어난다. 이는 불부합지 발생시 소송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의미다. 만일에 시간을 끌다가 부동산 가격까지 상승하면 변호사 선임비용 등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대안도 엉터리=감사원이 평가를 통해 권고한 불부합지의 단계적 해소 또한 지적 전문가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나라 지적 불부합지는 측량을 할 때마다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현재까지 발견된 128만여 불부합지는 최대치가 아니라 최소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실제 청주대학교 강태석 교수가 지난 2003년 인천 부평, 대전 효동, 충북 청주 모충동·외북동 등 4곳을 실험 측량한 결과, 불부합지는 전체 4천781필지 중 무려 2천336필지(48.9%)에 이르렀다. 이는 앞으로도 측량을 할 때마다 불부합지 수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감사원의 권고인 임시방편적인 지적불부합지 정리사업은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으면서 예산만 낭비하는 셈이다.

2007-06-27 경인일보

[지적(地籍)이 국력이다·5]말뿐인 개선작업

지적에 대한 문제점이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자, 정부에서도 1980년대 말부터 지적재조사 사업에 대한 논의가 불거져 나왔다. 하지만 실무 차원에서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이다. 그러나 지적재조사 사업에 대한 논의는 매번 거론만 됐을 뿐, 당국의 무관심으로 현재까지 이렇다할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계획단계에서부터 좌절되는 지적재조사 사업=행정자치부(당시 내무부)는 지적의 문제점을 더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고 판단, 1994년부터 지적재조사 사업 추진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한 입법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기도 전에 재조사 사업은 정부 부처간 합의도출 실패로 관련 계획이 백지화됐다. 재정경제원이 6조4천억원이라는 예산이 너무 많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무부 및 법원행정처도 불부합지에 대한 법적 청산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명했다. 그후 4년 뒤, 행자부는 장관의 방침에 따라 '지적재조사사업추진기본계획'를 세워, 2004년부터 본격적인 재조사사업을 위한 실행계획 마련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역시 감사원의 권고조치로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감사원이 재조사 사업은 비용대비 편익이 떨어지고 사업 자체에 적지 않은 위험 요인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렇듯 재조사사업에 대한 행자부의 노력은 정부내에서조차 합의를 이루지 못해 좌절의 연속을 맛봐야 했다. ▲나몰라라 정부와 수수방관 지자체=정부 부처간 갈등으로 지적재조사 사업이 번번이 좌절되자 행자부는 2002년부터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각 지자체별 지적불부합지정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수 없다면 우선 급한 불부터 꺼보자는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정부의 임기응변식 대응과 민선자치 시대의 개막이 오히려 불부합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1976년 서울시에는 전국 최초로 지적업무를 담당하는 지적과가 신설됐다. 이후 전국적으로 전담부서가 생기면서 1995년에 이르러서는 과천, 제주도, 울릉군을 제외한 전국 모든 시·군·구에 지적과가 생겼다. 그러나 민선자치 시대로 넘어오면서 각 지자체는 오히려 지적 업무에 대한 사업 내용을 축소시키기 시작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 S시 관계자는 "지적에서 눈에 띄는 업적을 세우기란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민선 자치단체장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관련 조직을 축소시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공무원 총액인건비제가 시행되자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당장 눈에 띄지 않는 지적 담당 공무원 수를 계속해서 줄여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경인일보가 경기도 12개 시·군을 무작위로 취재한 결과, 2007년 6월 현재 지적과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기초자치단체는 광명시와 남양주시 2곳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도시계획과, 종합민원과 등의 '계'나 '팀'으로 조직을 축소했다. 당연히 관련 인원도 5명 내외에 불과했다. 구리, 하남, 성남 등은 검사측량장비조차 없었고 군포, 오산 등에는 노후 장비만이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적 업무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현행법상 지적측량은 대한지적공사가 1차 측량을 담당하되, 해당 시·군이 측량성과검사(2차측량)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 경우 현지검사측량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서류검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대부분의 시·군이 거의 100% 서류검사에 의존하고 있었고, 현지검사 측량의 경우도 육안이나 간단한 장비로 현장을 확인하는 정도에 그쳤다이에 대해 하남시 관계자는 "2차 현지측량을 하려면 최소 2~3명의 인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적팀 전체 인원이 5명 내외다. 이런 상황에서 현지검사 측량은 꿈도 꿀 수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에 행자부의 새주소 사업이 지적업무를 더욱더 소홀하게 만드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지적팀에 새주소 사업 업무가 떨어지다 보니 지적업무가 우선순위에서 또다시 밀리게 된 것이다. K시 지적계 관계자는 "전직원이 새주소 사업에 매달려도 인원이 부족한데 지적업무를 어떻게 제대로 챙길 수 있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이처럼 시·군의 지적에 대한 무관심은 정부 당국의 열의 부족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 일선 시·군의 주장이다. 단적인 예가 중앙정부의 예산편성이다. 관련 법안 통과가 좌절되자 정부는 이의 대안으로 지적경계정비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련 예산은 연 6억6천만원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일선 시·군 관계자들은 "각 사업지역당 몇 백만원이라는 예산의 의미는 각 지자체가 알아서 지적문제를 해결하라는 의미다. 말이 국비지원이지 정부는 나몰라라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불부합지 문제를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07-06-26 경인일보

[지적(地籍)이 국력이다·4]낙후된 제도가 국가경쟁력 좀먹는다

2005년 12월 완료 예정이던 용인시 죽전택지지구에 대한 지적측량은 당초 예상보다 6개월이나 길어졌다. 측량결과, 용인 죽전동과 성남 구미동 간 토지의 일부가 중첩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땅은 하나인데 용인시와 성남시 주인이 각각 1명씩이었던 것이다. 한국토지공사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 때문에 해당기간 동안 아무일도 할 수 없었다. 공사지연으로 인한 금융비용, 인건비, 기계장비대금 등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 것은 물론이다. 불똥은 민원에까지 튀었다. 불부합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해당 지구내 공사와 관련된 민원은 하나도 해결될 수 없었다. 이처럼 행정구역이 겹치는 지역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수원~의왕, 광주~용인 등 여러곳에 이른다. 1992년 개발된 성남 분당지구도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적의 낙후성이 사유재산권 침해(경인일보 6월19일자 3면보도)는 물론 공공영역에도 피해를 끼치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택지개발의 장애물=낙후된 지적제도가 대규모 택지개발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행정구역이 겹치는 경우는 물론이고 동일 지역 내의 택지개발에서도 단 몇 건의 불부합지가 전체 공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토공은 지난 2005년 5월부터 화성택지개발지구 토지보상에 들어갔다. 순조롭던 보상작업은 불부합지가 발생하면서 멈춰섰다. 등기부상 5천여평이던 필지가 측량결과 150여평이 적게 나왔기 때문이다. 토지 소유주는 2개월여 동안 협의매수를 거부했고 마침내는 중앙토지소유위원회에까지 제기됐다. 단 한 건의 불부합지가 2~3개월의 시간을 잡아먹은 것이다. 당시 현장 근무자였던 토공 김모 소장은 "토지 보상시 지적과 현실 경계의 차이가 큰 경우 실측을 하게 되는데, 이 때 토지소유주가 버티기로 나서면 수개월의 시간이 그대로 낭비된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 토공은 이 불부합지 하나 때문에 최소 10억원 대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해외시장 개척의 걸림돌=우리나라는 아직도 1910년 일제가 만든 지적제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측량원점도 여전히 동경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광복 60년이 넘었지만 지적제도는 여전히 식민지 상태인 것이다.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직도 정리되지 못한 일본인 명의의 토지가 전국에 넘쳐난다. 실제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4년 6월 기준 일본인 명의로 돼 있는 토지는 서울 여의도 11배 크기인 77.18㎢나 된다. 이에 대해 시민행동 관계자는 "지적도에 남아있는 일본인 토지는 단순히 정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인 명의의 토지는 소유주가 불분명하다는 의미로 토지활용도마저 떨어뜨리는 것이다"며 "이는 결국 국가적 손실이다"고 밝혔다. 지적도상의 일제 잔재는 국내 지적기술의 해외진출에도 장애물로 작용한다. 동구권 국가들이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개인의 토지소유권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토지관리를 위한 지적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 일류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마케팅이 어려운 실정이다. 지적공사 관계자는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지적제도가 일제 시대에 머물러 있어 기술력을 증명하기가 어렵다. 낙후된 지적제도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해외시장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낙후된 지적, 끝없는 공적피해=건설교통부는 1998년부터 931억원의 예산을 투입, 전국의 토지정보의 도면자료를 DB화하는 토지관리정보체계(LMIS)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문제는 지적도가 이미 오류투성이라는 것이다. 이는 아무리 시스템이 좋아도 원재료가 좋지 않는 한 예산낭비일 뿐이라는 의미다. 실제 2006년 기준 전국 163개 지자체 중 102개 자치단체가 LMIS 시스템으로 민원서류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나머지 61개 지자체마저 부분적으로만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의 또 다른 사업인 국가지리정보체계시스템(NGIS)도 마찬가지다. 공중 및 지하정보를 사용할 수 없는 2차원의 도면 지적체제도 중복행정과 예산낭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경인일보 6월14일자 3면 보도).이에 대해 강태석 한국지적학회장은 "국민들이 지적의 낙후성을 부동산 소유자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적은 토지정보 활용의 핵심자료이기 때문에 지적의 낙후는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주는 국가경쟁력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2007-06-21 취재반

[지적(地籍)이 국력이다·3]내 땅이 내 땅이 아니다

양평군 단월면 박만옥(53)씨.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밭을 일구며 살아온 그는 지난 2005년 측량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인근 야산이 자신의 밭을 무려 595평이나 침범해 있었기 때문이다. 박씨 집안은 우리나라의 낙후된 토지정보제도로 인해 최소 50년 이상을 재산권 행사도 하지 못한 채 세금만 꼬박꼬박 내왔던 것이다. 지적은 토지의 과세, 거래, 등기의 기초자료로 사용되는 국가행정의 핵심자료이자 사유재산권제의 근본이다. 하지만 전국에 불부합지가 넘쳐나면서 박씨와 같은 애꿎은 토지소유자들만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낙후된 지적, 침해받는 재산권=현행 지적법에서는 지적도상의 경계와 현실 경계가 일치하지 않는 불부합지로 판명되면 건설행위를 일절 금지한다.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피해 발생시 보상해 준다는 조건을 내걸고 인근 주민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 한해서만 제한적인 건축 인·허가를 받을 수 있을 뿐이다.문제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불부합지가 A는 B땅을, B는 C땅을 침범하는 연쇄적 형태를 띠고 있어 주민 몇 명만 동의를 안해 버리면 마을 전체의 개발 행위가 불가능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나마 개인의 건축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수십수백명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대규모 공사는 공사 자체가 불가능하다.경기도 D건설업체 관계자는 "불부합지에서 수많은 사람의 동의를 얻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가능하다 해도 동의를 구하는 시간이 길어져 금융비용은 급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처음부터 공사를 하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사정이 이렇다보니 부정확한 토지경계로 인한 소송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특히 토지 간의 경계위치 문제가 아니라 면적의 증감이 생기는 경우에는 100% 소송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단국대학교 석종현 교수는 "관련 통계가 없어 정확한 건수는 알 수 없지만, 부동산 관련 소송의 10%만 토지경계분쟁 소송이라고 해도 평균 건수는 10만건 이상이 된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매년 최소 4천억원이 토지 소송을 하는데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당연히 이런 불부합지는 매매도 어렵다. 거의 한 동(洞) 전체가 불부합지 판정을 받은 포천시 신읍동. 이 지역 D공인중개사는 "신읍동은 포천에서 가장 큰 번화가다. 그렇지만 동 전체가 불부합지다보니 자신의 땅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매매도 안 돼 부동산 중개사무소는 고작 15개소뿐"이라고 말했다.뿐만이 아니다. 불부합지 토지 소유주는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도 어렵다. 하나은행 강성묵 수원 영통지점장은 "불부합지로 묶인 땅은 개발도 어렵고 토지가격 상승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대출 자체도 어렵다. 설령 대출이 된다 해도 담보가치보다 적은 액수만 대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과세가 등기기준으로 이뤄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지적의 낙후성이 과세 기반마저 흔들어 버린다. 안성시 성남동 김상묵(47)씨는 "2005년 집을 신축할 때 내 땅이 이웃 4명의 땅을 침범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또 다른 이웃 세 집도 내 땅을 침범하고 있었다. 결국 내가 3명의 세금을 대신 내주는 대신, 또 다른 4명은 내 세금을 내주고 있었던 셈"이라며 웃었다.▲속으로 참는 수밖에 없어=현행 우리나라 법체계에서는 지적공부나 부동산등기부에 등록된 정보가 현실과 달라도 구제수단인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부동산등기법이 등기신청 절차의 적법성만 판단할 뿐 실체관계의 일치여부는 조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적공부에 대한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불부합지 소유주가 재산권을 침해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명지전문대학 정우형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일본과 더불어 유일하게 지적공부에 대한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지적제도마저 낙후돼 있어 토지 소유주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지적체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국민들은 계속해서 똑같은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7-06-18 취재반

[지적(地籍)이 국력이다·2]최첨단 측량기술 '그림의 떡'

일 평균 지하철 유동인구만 수만명이 운집하는 수원역 지하상가. 한 뼘의 빈공간도 없이 1천447㎡ 면적에 143개 상점이 밀집돼 있지만 수원시 어느 지적도에도 이들 점포와 관련된 정보는 찾아볼 수 없다.단지 지하상가 지상이 도로라는 이유로 도로에 대한 정보만 가득할 뿐이다. 현 지적도에는 지표면 정보만 기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5년 대구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도 낙후된 토지정보관리체계에서 원인을 찾는 전문가들이 많다. 인부들이 공사장 지하에 가스배관이 묻힌 것을 모르고 천공(穿孔)작업을 하다 변을 당했기 때문이다. 1910년 일제 당시 우리나라에 첫 도입된 지적제도가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의 지적체계의 발목을 계속해서 붙잡고 있는 것이다. ▲입체적 토지정보 제공의 한계=현행 지적도, 임야도 등에는 토지의 소재, 지번, 지목, 경계 등 10여가지 정보만 실려 있다. 이마저도 2차원 중심의 지표면에 관한 정보만 기재돼 있다.당연히 지하 주차장, 가스관, 수도관 등의 지하부분이나 입체도로, 육교, 고층건물 내의 상점 등의 공중부분에 대한 정보는 찾아볼 수 없다.따라서 지하 및 공중작업시에는 별도 작업이 수반돼야만 한다. 업무의 위험성은 물론이고 중복행정과 예산낭비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에 대해 단국대학교 석종현 교수는 "토지 사용에 대한 집적도가 공중과 지하로 확장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지적도는 이를 따라가 주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선진국처럼 3차원의 입체 지적체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신기술 적용의 어려움=우리나라 지적제도는 대나무줄자, 연필 등 수십년 전부터 사용돼 온 도구를 가지고 측량을 한 뒤에 이를 종이에 그림으로 그린 뒤 전산화하는 방법을 고집하고 있다. 때문에 GPS, 관성측량, 위성사진측량 등 새로운 측량기술이 개발돼도 관련 기술을 실제 측량에 적용하기 힘들게 돼있다. 측량 업무의 효율성도 떨어지고 관련 정보도 부정확해진다. 대한지적공사 현장 측량기사들은 이에 대해 "디지털방송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아날로그 TV 소유자에게는 그림의 떡인 것처럼, 줄자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지적제도가 원점부터 재검토되지 않는 한 신기술 적용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NGIS 기본지리정보와 연계활용 등 국토정보제공 미흡=현행 토지 관련 정보는 정부 부처별로 다원화돼 있어 효율적인 행정이 어려운 구조다. 이에 정부는 1998년 관련기관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국가지리정보체계(NGIS·National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를 도입하고 사업 추진 중에 있다. 건설교통부 중심으로 지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수집, 전산화해 토지정보 사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노력도 낙후된 지적제도 자체를 개선하지 않는 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국이 부정확한 토지정보로 넘쳐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후의 어떤 전산작업도 부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석 교수는 "현재 정부의 NGIS 사업은 사업 주체를 어느 부처로 할 것이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정작 가장 중요한 정보 수집 단계를 간과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수집이라는 첫 단추를 해결하지 않은 채 사업을 진행해봤자 훗날 부정확한 정보가 넘쳐나는 현재의 똑같은 문제점이 반복될 뿐이다"고 말했다.

2007-06-13 취재반

[지적(地籍)이 국력이다·1]먼지쌓인 지적체계

지적(地籍)에 조금의 관심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 지적제도에 두 번 놀란다. 지적도상의 경계와 실제 지형의 경계가 일치하지 않는 불부합지(不 符合地)가 너무 많다는 데에 한 번 놀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난 100여년동안 몇 가지 미봉책을 제외하고는 이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조차 세우지 않고 있다는 데에 또 한 번 놀란다. 분명 거금을 들여 마련한 내 땅인데도 실제 측량을 해보면 수십년동안 남의 땅에 살고 있거나 이웃이 내 땅을 침범하고 있는 것이다. 땅 한 평에 수백만~수천만원을 호가하고 있는 현 시대에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도해지적의 근본적 한계와 그 때 그 때 다른 축척체제=일제는 1910년 토지조사사업을 실시하면서 1천200분의 1 축척의 도해 지적도를 작성했다. 일제는 6년 후 또 다시 임야조사령에 근거해 6천분의 1 축척의 임야도를 만들었다. 이후에도 우리나라 지적은 지역적 특성과 그 때 그 때의 필요에 따라서 축척이 다른 도해 중심의 지적도를 계속해서 만들어냈다. 이처럼 토지에 따라 축척이 제각각이다 보니 축척이 다른 토지 경계면의 정보 정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해당 전문가들은 실제 면적과 공부 면적이 지적법에서 규정한 허용오차를 벗어난 지역이 전국적으로 최소 15%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여기에 단순히 그림으로는 엄청난 넓이의 토지를 도면에 소화해낼 수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령 1천200대 1 축척의 지적도에서 가로·세로 12m의 토지(약 44평)는 도면에 각각 1㎝로 표현된다. 물론 모든 토지 경계면이 직선인 것도 아니다. 결국 그림 방식을 고집하는 한 직선과 곡선이 연속된 굴곡선이 많은 토지경계는 부정확해질 수밖에 없다. ▲토지관련 업무의 다원화=토지관련 업무가 일원화돼 있다면 그나마 사정은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토지와 관련된 공시법은 지적(행정부)과 등기(사법부)로 이원화돼 있다.현 지적도가 실제 지형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이 지적정보가 다시 등기정보와도 일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조율을 할 수 있는 과정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는 것이다. 토지관련 업무도 마찬가지다. 현 토지업무는 행정부와 사법부로 이원화돼 있고, 행정부 내에서는 다시 재정경제부(부동산 종합정책, 국·공유재산관리 등), 행정자치부(토지·건축물 등록고시, 주거표시제도 등) 등 8개 부처로 다원화돼 있다. 행정의 효율성과 민원 해소는 커녕 지적관련 업무에 대한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과거 두 번의 지적제도 개선작업에 대한 노력이 물거품이 됐던 여러 이유 중의 하나도 이처럼 관련 부서가 다원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지적공사 관계자는 "업무가 지나치게 분산돼 있다보니 행정의 효율성도 떨어지고, 문제점이 발생해도 부처 이기주의로 흘러 유야무야 끝나고 만다"며 "토지 업무를 단순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007-06-11 취재반

[지적(地籍)이 국력이다·1]먼지쌓인 지적체계

지난 9일 포천시청 주변의 신읍동 일대. 포천시에서 땅값이 제일 비싼 번화가이지만 오랜 세월 규제에 묶여 있던 탓에 저층의 낡은 건물들만 가득하다. 17년 동안 같은 지역에서 장사를 했다는 전모(58)씨는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시에 3층짜리 신축건물 공사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실측(實測) 결과 자신의 땅이 이웃 3집의 땅을 침범하고 있어 이웃의 동의가 없는 한 공사 자체가 불가능했다.결국 건물을 매물로 내놨지만, 사실상 규제에 묶여 있는 건물을 살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경우가 비단 전씨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적과 실제 토지정보가 다른 불부합지(不符合地)가 전국에 138만여 필지나 된다. 그나마 이는 잠정집계일 뿐, 토지 측량을 할 때마다 관련 수치는 급증하고 있다.이에 경인일보는 2007년을 '지적원점 독립 원년'으로 삼기위해, 우리나라 지적제도의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14회의 기획시리즈로 살펴본다. 현행 지적제도는 1910년 일제가 조세 및 토지소유권 수탈을 위해 동경원점을 기준으로 작성한 지적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무려 1세기 동안 커다란 변화없이 낙후된 지적제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의 낙후된 기술력은 차차 개선한다 하더라도 현행 지적체제가 도해(圖解)지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지적행정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도해지적이란 한자 뜻 그대로 종이에 토지 관련 정보를 그림으로 풀어놓은 것을 말한다.때문에 온도와 습도, 사용횟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도해지적도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모양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지적 정보도 점점 더 부정확해진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 지난 1999년부터 종이도면을 전산화하는 작업에 착수해 현재는 전국의 지적도를 전산화시켰다. 그러나 종이도면의 전산화작업은 향후 오류를 막은 것일 뿐 오류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더 이상의 오류를 막기 위해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급한대로 오류 투성이인 도해 지적도를 그대로 전산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책없는 전산화가 문제점을 더 키웠다는 것이 현장 근무자들의 주장이다.지적관련 전문가들은 "전산화 작업 당시 지적도의 오류를 특정 기준에 맞춰 일률적으로 전환시켰기 때문에 지적정보와 현실경계의 차이가 더 커진 곳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2007-06-11 김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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