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화재 그후 5년

 

[이천 화재 그후 5년·3]참사, 더는 안된다-전문가 제언

소방방재 전문가들은 화재 현장에서 화약고 역할을 하는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의 사용을 줄이는 것만이 '참사와의 악연'을 끊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현실과 괴리된 법 제도의 손질과 난연 성능을 갖춘 심재의 시장성 확보 등도 주문했다.패널 심재라도 불연성질 사용공장용도 추후변경등 막아야건축주 인식 전환 선행 절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장 = 소방관 인명사고 대부분이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의 붕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가연성 패널 사용에 규제를 받지 않는 건축물 대상(현행 창고건물의 경우 3천㎡ 미만)을 대폭 축소하고, 샌드위치 패널의 심재로 불연 성질의 그라스울 또는 미네랄울 등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경제적 문제로 가연성 건축자재를 사용할 경우 반드시 내화성능을 갖춘 건축자재로 건물의 주요 구조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김흥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센터장 = 김 센터장은 당장의 제재·규제가 어렵다면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만이라도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얼음, 생수 등 화재위험이 없는 공장건물을 건설할 것처럼 허가받아 가연성 패널을 건축자재로 사용하고는 공장 용도를 변경하는 경우다.또 육안으로 패널 안 심재를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해 일부 시공업체·감리업체들이 불에 잘 타는 일반 스티로폼 샌드위치 패널을 마치 난연 스티로폼 제품인 것처럼 둔갑시키는 경우도 포함된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도시방재안전연구소 교수 =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이 단열재 시장에서 수조원대 규모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일시에 규제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그는 대체재 부재 등의 이유를 들었다. 단순히 위험하다는 이유로 사용을 규제하는 건 부엌칼을 가정에서 추방하자는 논리와 같다는 것. 현재의 가연성 제품과 동일한 가격수준에 난연 이상의 성능을 갖춘 제품 개발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신병진 한국내화건축자재협회 팀장 = 불연성 패널의 사용은 결과적으로 건축주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이익이라고 주장했다.불연성 패널 제품과 건축 단가차이가 크지 않아 불연성 제품을 의무화하더라도 건축주의 추가부담은 미미한 반면, 가연성 제품으로 인한 인명·재산피해는 줄일 수 있기 때문. 결국 건축주의 인식전환이 먼저란 것이다.신 팀장은 연평균 샌드위치 패널 화재의 피해규모를 20만2천여㎡로 가정할 때 불연성 패널로 신축할 경우 추가되는 공사비는 44억4천500만원으로, 소방당국 추산 연평균 피해액 526억7천800만원의 10%도 안 된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김민욱·황성규기자

2013-01-11 김민욱·황성규

[이천 화재 그후 5년·2]현실과 동떨어진 건축법 시행령

2008년 1월 7일 오전 10시45분 이천소방서 상황실.상황실: 여보세요. / 신고자: K, K냉동창고요. / 상황실: 네. K냉동창고요? / 신고자: K, K 거기 불났어요. 지금요. / 상황실: 어디에 불이 났어요. 위치가 어디예요. / 신고자: 호법면 유산리요.50명의 사상자를 낸 이천 냉동창고 최초 신고자와의 통화내역이다. 이후 이 신고자와의 연락은 다시는 닿지 않았다.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이 연소하면서 발생시킨 유독가스 등으로 숨진 것으로 당시 추정됐다. 스티로폼·우레탄 등으로 속을 채운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은 화재시 심각한 인명·재산 피해를 내게 된다.이 사고후 두차례에 걸쳐 건축법 개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의 화재 확산의 심각성은 여전히 외면되고 있다.3천㎡이상 해당 건물 극소수스프링클러 설치땐 더 완화두차례 개정불구 심각성 외면건축물대장 '자재 정보' 시급2010년 2월 바닥면적 3천㎡ 이상인 창고 건물에는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을 건축자재로 사용치 못하도록 건축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하지만 3천㎡이하의 창고가 더 많은 실정이다.또 스프링클러 등을 설치하면 6천㎡까지는 가연성 자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다.서울시립대학교의 '샌드위치패널 건축물 화재 통계조사 연구보고서(2011년 9월)'에 따르면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뿜어져 나와도 샌드위치 패널의 외부철판 등에 막혀 패널 안에 붙은 불은 꺼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2009년 12월에는 건축물 외벽에 사용하는 마감재료를 난연재로 사용토록 건축법이 개정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내부 마감재료로 분류되는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은 단열효과가 뛰어나 그 자체가 창고건물의 외벽으로 사용되고 있어 현실과 동떨어진 법개정이라고 지적한다.화재 피해를 막기 위해 현행 건축물대장도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건축물대장상에는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을 건축자재로 사용했다는 기본적인 정보조차 기재돼 있지 않다.일선 소방관들은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로 이뤄진 건물에 불이 날 경우 86% 가량이 전소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며 "전소는 곧 건물붕괴를 의미하는데, 화재현장 출동전에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한 건물이란 정보만 알아도 진압시 보다 신중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한편 2010년 현재 국내 샌드위치 패널 시장은 가연성 심재인 스티로폼(71%), 우레탄(13%)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미국·일본·유럽의 경우 불연성 심재인 그라스울 등의 시장점유율이 이와 비슷하다./김민욱·황성규기자

2013-01-09 김민욱·황성규

[이천 화재 그후 5년·1]도처에 널린 화약고

40명의 고귀한 생명을 삼켜버린 이천 냉동물류 창고 화재 사고가 터진 지 7일로 5년이 됐다.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이 화마를 더욱 키운 것으로 드러나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창고 건물에서는 이같은 패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개정도 이뤄졌다.손보사 소송 아직 진행상태개정 법 적용대상 극히 일부'가연성 패널' 여전히 사용현실 반영할 규정 강화 시급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은 여전히 사용되며 화재 위험을 부추기고 있다. 대형 화재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현장 실태와 제도적 문제점, 대책 등을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주6일 오후 이천 냉동물류 창고 화재현장. 2008년 1월 7일 5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창고건물은 보험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아직도 재건축이 이뤄지지 않은 채 타다만 건물 뼈대가 앙상하게 남아 있다.화재 이후 L손해보험사는 K창고관리업체로부터 보험금이 청구되자 (보험)계약 체결 당시 공사가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소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K창고관리업체에 화재보험금 150억여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 고법으로 돌려보내 아직 최종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다. K창고관리업체 관계자는 "손해보험사와 보험금 지급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아 공사(재건축)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화재현장이 복원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것처럼 관련법 개정도 미미하기 그지없다.이천 화재 이후 바닥면적 3천㎡ 이상 창고의 경우 난연재로 내부마감을 하도록 2010년 2월 법이 강화됐지만 해당되는 창고는 극히 일부다. 법 개정 이전에 들어선 창고에는 소급적용되지 않는데다 신규 건물도 지나치게 큰 면적에만 적용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천시의 경우 2008년부터 지난해말까지 접수된 창고 신축허가 33건 중에 바닥면적이 3천㎡를 넘는 창고는 단 4건 뿐이다. 전국적으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특히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은 그라우스울 등을 심재로 사용한 불연성 샌드위치 패널 보다 가격이 4%가량 저렴(1천㎡ 기준 2천200만원 낮음)해 지금도 건축자재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가연성 샌드위치패널은 스티로폼과 우레탄 등 심재를 감싼 철판이 원통역할을 해 연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철판으로 인해 물을 뿌려도 닿지 않는다. 이 때문에 건물내 설치된 스프링클러 역시 무용지물이다. 더구나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독(해)가스인 시안화수소(HCN·2차 대전 당시 학살에 사용된 독가스)와 일산화탄소(CO·연탄가스 중독의 주성분)는 심각한 인명피해로 이어진다.이밖에도 지난달 소방관의 목숨을 앗아간 고양 일산 문구류 화재사고처럼 심재가 타버린 샌드위치 패널은 붕괴로 이어져 제2의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이에 건축법시행령에 명시된 바닥면적을 대폭 줄이거나 불연성 샌드위치 패널의 사용을 의무화하는 쪽으로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한국내화건축자재협회 신병진 팀장은 "잇따른 대형화재로 건축법 시행령이 일부 개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면적 규정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민욱·황성규기자

2013-01-06 김민욱·황성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