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아동보호전문기관

 

[SOS! 아동보호전문기관·5·끝] 전문가에 듣는다

"일회성 처방 안된다" 한목청 강조정치권 "안정적 예산 편성" 힘보태부모의 학대로 숨지는 아동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떠오르자,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아동학대 현장의 최일선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을 보완하는 부분도 함께 검토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일회성 처방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 참조정부는 29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범정부 아동학대 예방·근절 대책을 논의해 발표할 계획이다.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아보전 기관 수를 늘리고 일선 현장에서 뛰는 아보전 상담·조사 인력을 확충해 사회보호망을 지금보다 촘촘하게 짜는 방안 등이 두루 검토됐고, 지금보다 예산을 20%가량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 등도 폭넓게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아보전이 아동 학대 예방부터 현장 조사와 대응, 사후 관리까지 아동 학대 업무를 도맡다시피 하고 있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관리가 면밀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사회보호망의 '구멍'으로 연결됐다는 게 평택 신원영군 사례 등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아보전 개수와 현장 인력을 늘리는 등 아동 학대 방지에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고 체계를 정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정치권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아보전을 확대하고 범죄피해자보호기금과 복권기금에서 조금씩 덜어서 마련하는 아보전 운영 비용 등을 '정식 예산'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지난 19일 제안했다. 박 의원은 "아보전 운영 등에 필요한 아동 학대 방지 예산을 기금에서 갹출해 쓰다 보니, 매년 고정적으로 배정되는 게 아니라 그때 그때마다 다르게 편성된다"며 "예산이 안정적으로 편성되면 아동 학대를 방지하는 데 필수적인 아보전 확대 등도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러나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지난 1998년 계모의 학대를 받은 '영훈이 남매' 사건을 계기로 아보전이 처음 조성되고 2013년 칠곡 계모 학대 사망 사건 이후 특례법이 제정돼 아보전을 강화하는 등 정부는 번번이 대책을 모색했지만 아버지의 폭행을 견디다 못한 11살 소녀는 맨발로 탈출했고, 평택 신원영군은 계모의 학대 끝에 결국 숨졌다.전문가들은 아보전을 지금보다 확대하는 것은 물론, 도맡고 있는 업무들을 분야별로 전문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중앙아보전 장화정 관장은 "지금 시스템에선 학대를 예방하기는커녕 현장 조사를 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라며 "아동 인구가 10만 명 이상인 지역에 우선적으로 아보전을 설치토록 제도를 보완하고 예방 교육과 현장 조사, 사후 관리를 각각 전담할 수 있는 전문 기관 형태로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중앙대 심리학과 박정윤 교수도 "아동 학대 상담에 대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아보전이 아동보호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대로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아동 학대 조사·상담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지원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은하 교수는 "상담이라는 영역에 대한 국내 역사가 짧다 보니 인식이 낮고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상담원들이 사건을 떠맡다시피 하는 상황"이라며 "조직 내에서부터 서로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아보전 상담원들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화여대 심리학과 유성경 교수도 "상담원들이 벅찬 문제를 다루다 보니 지칠 수밖에 없고 자책만 하게 되기 쉽다. 사명감과 더불어 전문적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기정·전시언기자 kanggj@kyeongin.com

2016-03-28 강기정·전시언

[SOS! 아동보호전문기관·4] 퇴직 악순환, 피해는 아동에게

2년 채 못버티고 잦은 교체 일쑤"피해아동 쉽게 마음 못연다" 토로정신적 고통 완화 심리치료 요원아동학대 방지의 '최첨병'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 상담원들이 격무와 정신적 고통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는 결국 사회보호망의 '구멍'으로 이어진다. 용인 등에서 아보전 상담원으로 일했다는 A씨는 지난 17일 "아보전의 상담원들은 2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직원 교체가 잦은 편"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아이와 가장 가까워져야 할 상담원들이 자꾸 바뀌니 학대를 당한 아이들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고 토로했다.실제로 평택 신원영(7) 군의 경우 지난 2013년 말 처음 학대사실이 알려졌고, 이후 화성 아보전에서 신군을 담당하다가 지난해 6월 평택에 아보전이 생기면서 관할기관이 평택 아보전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업무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처음 화성 아보전에서 신 군 사건을 맡았던 상담원은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도중에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아보전 상담원이 신 군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10여 차례나 있었지만, 아보전의 면밀한 관리가 이뤄지지 못했고 신 군은 끝내 희생되고 말았다.A씨는 또 "지역 아보전에서 일하는 상담원 상당수가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여성이라 육아경험 등이 아무래도 부족해 아동학대 업무를 담당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있다"며 "아보전에만 뭐든 맡겨놓을 게 아니라 정부가 조직을 체계화해 교육·조사·관리 등 분야별로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결국 고통받는 아이들의 '구원투수'인 아보전 상담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아동학대의 보호망을 더 탄탄히 구축하는 길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아보전 상담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요원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아보전 상담원들은 관할 구역이 너무 넓어 업무가 산더미인 상황인데, 민원 업무 등 처리해야 할 잡무마저 많다. 민원은 대개 아동학대 가해자들이 상위기관인 보건복지부 등에 '보복성'으로 제기하는 것이다. 아동을 관찰하고 그들과 상담해야 할 시간에 민원인과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것이다.한 지역 아보전 상담원은 "학대 피해 조사를 나갈 때마다 폭언에 시달리는 것도 힘든데 '보복성' 민원까지 쏟아지면 '내가 잘못해서 아보전에 피해를 끼친다'는 생각에 고통스럽다. 아동도 아동이지만, 우리 상담원들 역시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할 실정"이라고 말했다.이렇게 고통을 호소하는 상담원들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아보전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민간단체에서는 올해부터 '상담원 심리치료'를 자체적으로 도입했지만 이마저도 신청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상담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평일에는 일이 너무 많아 치료받을 시간이 없고, 주말에는 녹초가 돼 쉬기 바쁘다"고 말했다.중앙대 박정윤 심리학과 교수는 "아보전 상담원들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근본적으로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동학대 보호망을 구축하는 데 있어 아보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심리치료 등 필요한 부분도 아직 정부차원에서 지원을 못했는데, 여러모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예산체계를 개편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설 생각"이라고 밝혔다. /강기정·전시언기자 kanggj@kyeongin.com24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상담원 등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로 퇴근 시간이 지난 후에도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2016-03-24 강기정·전시언

[SOS! 아동보호전문기관·3] 정부관할 1년, 구멍 그대로

아보전, 예방·피해조사 등 업무 증가속 되레 예산 23% 감축특례법 제정 정부 관할 불구 민간에 위탁 '무늬만' 중앙기관평택 신원영(7)군 사건 등 올해 초부터 아동학대 사건이 연일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아동학대 방지의 '최첨병'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 관련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23일 중앙아보전 등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보전에 투입되는 범죄피해자보호기금 등 국가지원 예산과 지자체 예산은 모두 372억원가량이다. 정부·지자체에서 488억원이 지원됐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23%가 줄어든 셈인데, 올해 초부터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아보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실제로 아보전은 아동학대 예방부터 실제 피해조사, 발생 후 관리까지 아동학대와 관련된 대부분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경기지역 아동학대도 지난 2013년 1천516건에서 지난해 2천972건으로 증가 추세라 아보전이 해야 할 일도 자연스레 늘고 있지만, 예산은 오히려 줄고 설상가상으로 상담원들은 인력 부족과 격무, 정신적 고통 등을 호소하며 2년을 채 버티지 못하는 실정이다.지난 2013년 울산 계모 학대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하고 이전까지 지자체가 관리하던 아보전을 정부 관할로 바꾸는 등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지만, 정작 일선 아보전에선 "현장에서는 크게 나아진 게 없다"고 토로한다.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지난 2001년 출범한 중앙아보전은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가 관할하고 있지만, 인력·예산 운용 등 실제 관리는 처음 문을 열 때와 마찬가지로 민간단체에서 담당하고 있다. 각 지자체도 해당 지역 아보전의 운영을 민간단체에 위탁하고 있다. 정부에서 범죄피해자보호기금 등을 할애해 예산은 일부 지원하지만, 실제 운영은 대부분 각 민간단체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사실상 '무늬만' 중앙기관이라는 얘기다. 예산도 50%만 국비로 지원하고, 15%는 도 예산, 35%는 시·군 예산으로 채워진다. 각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아보전 운영과 아동학대 관리 역시 지역별 차이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그나마도 아보전이 없는 일부 지역은 학대사건이 발생하면 다른 지역 아보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아동이 많고 아동학대 사건 역시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경기도는 31개 시·군 중 11곳에만 아보전이 조성돼있다. 의정부아보전이 포천·양주·동두천·연천까지 5개 시·군을 담당하고, 성남아보전이 하남·광주·양평까지 관할하고 있다. ┃표 참조아보전이 아동학대 방지에 있어서 차지하는 중요성과 업무 정도에 비해 관련 예산은 불안정하게 운용되고 인력은 충분치 않은 점이, 결국 사회보호망을 부실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아보전 관계자는 "지원받는 예산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아, 운영을 담당하는 민간단체에서 간혹 자체적으로 비용을 대는 경우까지 생긴다"며 "정부 관할로 옮겨져 온전히 지자체에 의존할 때보다는 재정 안정도가 상대적으로는 나아졌지만,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 관할로 이관된 후에도 지원이 필요한 만큼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보완할 부분이 많다"며 "기존 범죄피해자기금 등을 쪼개 사용하던 것을 별도 예산으로 편성하는 부분을 추진하는 등 개선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복지부장관, 아동기관 현장 간담 23일 오전 서울 가양동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열린 '피해아동 보호 및 위기 아동 재학대 방지를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동보호기관 관계자의 애로사항 등을 경청하고 있다.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2016-03-23 강기정

[SOS! 아동보호전문기관·2] 격무에 시달리는 상담원들

시설·직원 태부족 '과부하'왕복 4~5시간 '원정'조사도경기도 내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의 상담원 A씨는 오늘도 점심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아침 9시30분에 사무실을 나서 저녁 8시에 복귀하기까지, 그는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각각 다른 시·군에 있는 가정 3곳을 방문했다. 모두 아동 학대 신고가 접수된 곳이다. 아동을 감추려는 보호자와 실랑이를 하고, 대답을 피하는 이웃들을 설득해 뭐라도 들으려다 보면 한 집당 2~3시간은 우습게 지나간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이동 시간이라도 줄일 수 있었겠지만 이날은 먼저 현장 조사를 나간 직원이 차량을 배차받았다. 밥 먹을 틈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 채, 어디선가 구원의 손길을 기다릴 아이들을 찾아 퉁퉁 부은 발을 힘겹게 움직인다. 해가 진 후에야 녹초 상태로 사무실에 들어왔어도, 퇴근하려면 2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 그날 찾아간 학대 피해 아동의 집은 어디인지, 아이를 때린 사람은 누구인지, 아동은 어떤 상태인지를 상세하게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근한지 13시간 반이 돼서야 A씨의 하루가 끝난다.아보전 상담원의 주 업무는 아동 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으로 출동해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파악하는 것이다. 상황이 심각하면 아이를 학대 가해자로부터 격리해 긴급보호시설에 맡기고, 사안이 크지 않더라도 아이가 계속 잘 지내는지 살펴보는 것 또한 상담원이 해야할 일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학대 현장의 최일선에서 피해 아동의 '구원투수'가 돼야 하는 것이다.그러나 정작 이 구원투수들은 아이 이름 석자 외우기에도 벅차다. 하루 13시간 근무는 기본, 야근·출장은 필수, 휴일 반납은 서비스인 근무 특성 탓이다. 근로기준법 상 주 40시간 근무가 원칙이지만 상담원들은 보통 70시간을 넘게 일한다. 도내 31개 시·군에는 아보전이 11곳 뿐이라 한 지역 아보전이 평균 2~3개 시·군을 담당해야 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아보전 1곳당 상담 인력은 6~9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중앙아보전이 집계한 지난해 경기지역 아동 학대 건수는 2천972건으로, 직원 1명당 1년간 적어도 아동 22명을 담당했던 셈이다. 학대 가해자와 가족, 친구, 이웃 등까지 포함하면 상담원들이 1년 동안 만나는 사람은 300명 정도다. 중앙아보전은 전국적으로 1년 동안 상담원 1명이 평균 184건의 아동 학대 사건을 담당하면서 800명가량의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십, 수백명을 만나는 동안에도 어디선가 또 다른 아동이 학대로 신음하고, 다시 달려가야 한다.아보전 관할 지역이 광범위할 경우 상담원들의 업무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의정부아보전에서 일하는 상담원 10명가량은 매일 포천과 양주·동두천·연천을 왕복 5시간을 오가야하고, 성남아보전 상담원들도 하남, 광주, 양평까지 왕복 4시간인 곳까지 '원정' 조사를 거듭해야 한다. 화성·안산아보전 상담원 역시 여차하면 섬까지 출장을 가야하는 실정이다. 아보전 별로 차량은 3대가량만 배치돼있어, 상담 인력 10명 중 7명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고통받고 있을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만나야 하지만 "버스로만 다니려면 하루에 2곳 이상을 갈 수 없는 경우도 종종 생기곤 한다"고 상담원들은 토로한다.학대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겪는 각종 폭언·폭력 위협에 극심한 격무까지 겹쳐, 2년 이상 버티는 상담원들이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게 지역아보전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 아보전 관계자는 "아보전이 시·군마다 있어야 하지만 부족한데다 상담원 수마저 적어, 모두 격무에 시달리며 매달리는 데도 체계적인 관리가 여건 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강기정·전시언기자 kanggj@kyeongin.com

2016-03-21 강기정·전시언

[SOS! 아동보호전문기관·1] 육체적·정신적 고통 호소

칼 들이대고 물건 던지기도48%가 "신변에 위협 느꼈다"담당 아이 잘못되면 '죄책감'부천 초등학생 시신훼손 사건과 젖먹이 딸 학대 사망 사건, 평택 신원영군 사건 등 올해 초부터 경기도 곳곳에서는 아동학대 사건이 연일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아동학대를 조사하고 관리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의 역할 문제에도 자연스레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보호망'이 구멍 났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고통받는 아이들의 '구원투수'가 돼야 할 아보전 상담원들은 정작 각종 폭언과 격무로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경인일보는 아동학대 현장의 최일선에 나선 상담원들이 학대의 '또 다른 피해자'가 되는 실정을 짚어보고, 이들이 진정한 '구원투수'로 거듭나 구멍난 보호망을 이을 수 있도록 방안을 찾고자 한다. ┃편집자 주"어린 게 뭘 알아. 네가 애를 키워보기나 했어?"경기도의 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A(28·여)씨는 술 취한 남성의 욕설을 듣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온 가정을 방문해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게 A씨의 일이지만, 그보다 이를 가로막는 '보호자들'의 폭언을 묵묵히 듣는 것으로 대부분의 일상을 보낸다. 20여 년 동안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욕설을 견디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고이는 날도 다반사. 칼을 들이대거나 물건을 던지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상담원들이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추행 위협에 노출되기도 한다. 학대피해를 조사하는 도중 아이 아버지가 대뜸 "어린 여자가 상담을 해주니 좋다"며 치근덕대는가 하면, 한 번은 밤중에 "젊은 여자 목소리가 듣고 싶다"는 전화가 걸려와 머리카락이 곤두서기도 했다. 늦은 밤, 으슥한 골목 안에 있는 아보전 건물을 나설 때마다 학대 현장에서 만난 누군가가 숨어 있다가 해치기라도 할까봐 겁도 난다. "오늘은 또 어떤 욕을 듣게 될지, 혹여나 맞지는 않을지 하루하루가 너무 무섭다"고 A씨는 속내를 털어놨다. 30대 남성 상담원인 B씨도 한숨부터 내쉬었다. "남자인 나도 온갖 욕을 듣다보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데, 여성 상담원들은 오죽할까 싶다"고 말했다. '앙심을 품은 학대 가해자가 아보전 건물에 불을 질렀다더라', '아이를 학대하던 아버지가 흉기를 들고 상담원을 위협했다더라' 하는 얘기를 들으면 "언젠가는 내 일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두려움은 그의 성격마저 바꿔놨다. 온순하고 차분한 성격은 자취를 감추고, 신경질적이고 욱하는 모습만 남았다. 동료 직원이 "더 이상 못하겠다"며 하나둘 떠날 때마다 사직서를 쓰고, 또 지운다.평택 신군 사건 등이 터질 때마다 커지는 죄책감은 이들이 겪는 또 다른 고통이다. 지난 18일 만난 한 상담원은 "살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울먹였다. 이 상담원은 "담당하던 아이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내가 제대로 못해서 그렇다. 나는 쓸모가 없다'는 생각에 우울해진다"고 털어놨다.이처럼 아동학대 방지의 '최첨병'이 돼야 할 아보전 상담원이 흔들리고 있다. 중앙아보전 조사결과 학대아동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부모 등으로부터 폭언·욕설을 들었다는 경우는 85%, 물리적 폭력을 당했다는 경우도 38%였다. "신변에 위협을 느꼈다"고 답한 상담원은 48%였다. 아이를 구하러 갔다가 오히려 또 다른 피해를 입는 상담원이 10명 중 8명 꼴인 것이다. 중앙아보전에 따르면 학대 피해를 조사하는 전국 상담원들의 평균 근무기간은 1년4개월에 불과하다. 지역아보전 관계자는 "폭언이나 폭력 등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강기정·전시언기자 kanggj@kyeongin.com

2016-03-20 강기정·전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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