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산행

 

[송수복과 함께 전철로 가는 산행]안양시 만안구, 서울시 관악구 삼성산

■ 산행지: 안양시 만안구, 서울시 관악구 삼성산(478m)■ 산행일시: 2011년 2월 21일 (월)최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등산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산행을 떠올리면 지리산과 덕유산, 설악산과 같은 지방의 명산들만 떠올리기 일쑤다. 하지만 수도권에도 가족 또는 지인들과 함께 가볍게 당일 산행을 할 수 있는 명산들이 많다. 수도권 중심에 있는 북한산과 도봉산, 관악산을 비롯해 경춘선의 전철화와 중앙선의 개통으로 수도권 외곽의 다양한 산들도 등산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2011년 봄을 맞아 송수복 객원기자의 산행기를 수도권 시민들이 전철을 이용해 쉽게 찾을 수 있는 코스로 소개한다.■ 봄나들이 기다리는 삼성산에서 산책과 산행을….국철 1호선 관악역이나 석수역에서 등산로로 접어들기까지 15분 정도면 충분한 거리에 있는 산이 삼성산이다. 가족나들이나 친구들과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기 좋고 산세 또한 아름다워 연중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관악역에서 사소한 물품을 구입한 후 길 건너 삼성초등학교 옆의 산행 진입로에 접어들면 완만한 뒷동산 길이 올곧게 뻗어 있다. 산책하듯 걷다보면 30여분 후부터 작은 바위와 연이어 나타나는 암봉들로 인해 발걸음은 점차 느려지고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시야가 확보되는 암릉 구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점에선 안양시내가 내려다보이고 졸인 가슴을 트이게 하지만 비온 후가 아니면 항상 희뿌옇게 가려진 도시의 모습에 도심속 공해를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는 점이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초보자와 노약자의 경우 바위 능선에서 실수할 확률이 많으므로 바위능선 아래로 비교적 안전하고 쉬운 길을 따르도록 하며 바위구간에선 잠깐의 방심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항상 조심하여야 한다. 전망이 좋은 339봉에서 한숨을 돌리고 앉았다 일어서는 것으로 산행을 마치고 싶다면 절고개에서 오른편의 안양유원지로 하산하면 그만이다.■ 삼막사(三幕寺)에서 즐기는 점심공양절고개로 내려선 후 삼성산으로 가는 길에서 가까운 거리에 삼막사가 자리하고 있다. 삼막사와 삼성산의 관계는 시작과 끝이라 할 정도로 그 기원을 같이 하고 있기에 발품을 들여 둘러보도록 하자. 삼막사는 1천300여년전 신라 문무왕 17년(677)에 원효(元曉)·의상(義湘)·윤필(尹弼) 등 세 성인(聖人)이 암자를 지어 정진한 것을 삼막사의 기원으로 하고 있으며 이때부터 삼성산(三聖山)이라 불렸다 한다. 그 후 도선국사(道詵國師, 827~898)가 중건한 후 관음사(觀音寺)로 부르다 고려 태조가 중수하면서 다시 삼막사로 고쳤다. 조선 전기에 들어서면서 무학대사가 한양 천도(漢陽 遷都)를 즈음해 절을 중수하고 국운의 융성을 빌었는데 남왈삼막(南曰三幕)이라 하여 한성 주변의 4대 명찰로 꼽히던 곳이다. 또한 이곳에는 조선 후기 건축 양식인 망해루와 명왕전(경기도 유형문화재 자료 제60호)이 있으며 고려시대 삼층탑인 살례탑(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12호)과 사적비(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25호), 삼막사 마애삼존불(경기도 유형문화재 제94호)과 감로정, 삼귀자 등 다수의 지정·비지정 문화재가 있다. 삼막사에 들러 공짜로 나눠주는 점심 공양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 보는 것으로 또 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으니 발길이 절로 절로 닿는 곳이다.■ 다양한 산행길의 갈림에선 삼성산 고스락삼성산 정상은 다양한 하산로를 택하거나 관악산과 연계한 산행으로 장시간 산행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서울대학교 방향과 금천구 시흥동, 안양유원지로의 하산 등 체력과 시간에 맞게 선택하여 하산하면 그만이지만 관악산 방향의 무너미고개로 하산할 경우 소공원을 통해 안양유원지로 내려올 수 있으나 다소의 시간이 추가로 소요된다. 아직은 잔설이 남아서 미분러운 곳이 있으므로 나들이에 나서기엔 다소 주의를 요하지만 코앞으로 다가온 춘삼월의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또는 직장 동료들과 오붓하게 산길을 걸으며, 바위에선 밀고 끌어주며 소중한 추억 하나씩 안고 돌아가기에 삼성산이 제격일 듯 하다. ※ 산행 안내■ 등산로관악역 ~ 절고개 ~ 삼막사 ~ 삼성산 ~ 서울대학교 (4시간)관악역 ~ 절고개 ~ 안양유원지 (2시간 40분)석수역 ~ 호암산 ~ 삼성산 ~ 안양유원지 (4시간30분)석수역 ~ 호암산 ~ 삼성산 ~ 관악산 8봉 ~ 6봉 ~ 과천청사역 (8시간)■ 교통국철 1호선 관악역, 석수역■ 주변볼거리안양유원지내에 공연장과 수영장, 삼림욕장 등이 있으며 그 안쪽으로 안양시 지명의 유래가 된 안양사가 자리하고 있다. 또한 삼성천 건너로 국내 유일의 바위에 새겨진 석수동 마애종이 있으며 삼국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지방기념물 126호 석수동 석실고분이 지척에 있다.'QR코드' 스마트폰에 담아가세요 자세한 산행 정보와 지면에 실리지 못한 다양한 사진들이 펼쳐집니다.

2011-02-24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태기산

■ 산행지: 강원 횡성·평창 태기산(1261m)■ 산행일시: 2011년 1월 29일(토)■ 온통 하얀 세상 가운데서 만난 태기산[경인일보=송수복객원기자]진한의 마지막 임금인 태기왕이 산성을 쌓고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의 침입에 맞서 싸웠다는 전설이 있는 태기산을 찾아가는 길은 쉽지도 간편하지도 않은 어수선한 길이다. 구제역도 그렇고 겨울 스포츠인 스키를 즐기는 인파와 맞물리는 요즘이 더욱 그렇다. 수도권에서 강원도로 접어들면서 주변은 단조로운 색으로 변한다. 옛날앨범에서 꺼내든 흑백사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강원도는 설국(雪國) 그 자체로 흰색의 단조로운 색으로 덧칠해져있다. 하지만 다행히 산행 들머리로 삼은 양구두미재를 찾아가는 길은 제설이 되어 있어서 불편함 없이 고갯마루에 올라설 수 있었다. 멀리서도 한 눈에 보이던 풍력발전기는 멈춰 휑한 바람만 맞고 서있는 가운데 정상부근의 군사시설 차량이 오간 흔적을 따라 능선길로 접어든다. 눈만 없었다면 승용차도 다닐 수 있는 길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예전의 기억속에 태기산은 풍력발전기도 없었고 비포장도로만 군사용으로 나있던 상태였다. 지금은 풍력발전기를 따라 능선에 도로가 나있는 상태라 오가는데는 불편함이 없는 편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풍력발전기에 달린 고드름이나 눈덩이가 떨어질 경우이므로 그 아래를 지나는 일은 삼가야할 것이다. ■ 길고 긴 영춘지맥의 부드러운 능선길태기산 정상은 군사시설에 내어준 관계로 언저리에서 절정의 상고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돌아나간다.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눈을 헤치고 철책을 돌아가니 눈앞으로 흥정산, 보래봉을 지나 계방산과 오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수묵화를 보는 듯한 겹겹의 능선 위로 파아란 하늘이 조화롭기만 하다.볼을 에이는 듯한 겨울바람을 마주하고 북쪽의 능선길을 따라간다. 산에 좀 다녔다고 하는 이들이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나서 찾는 지맥중 하나가 영춘지맥이다. 영월지맥과 춘천지맥을 잇는 것으로 도상거리만도 300여㎞에 달하는 장쾌한 능선이다. 그 가운데쯤 위치한 태기산이기에 능선상으로 정비된 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능선으로 붙으면 어김없이 등산로가 나타난다. 신대리 방향에서 올라온 산악회원들이 줄지어 지나가자 하산의 유혹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날도 추운데 이대로 내려갈까하는 마음을 가지면서도 발걸음은 능선으로 가고 있으니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도로가 끝나고 영춘지맥의 구간으로 접어들면서 길은 희미해지며 덕고산과 운무산이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 있다. 능선에서 여름철이면 피서객들로 가득한 흥정계곡의 최상류 지점에서 허브농원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내려갈 것인지 능선을 조금 더 타고 갈 것인지에 대해 잠시 고민에 빠진다. ■ 겨울잠에 빠진 흥정계곡늦은 출발로 인해 해가 서편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즈음이라 신대리 방향으로 돌아오는 길을 포기하고 무이리 방향의 흥정계곡쪽으로 능선을 타고 간다. 산죽과 나무에 가려진 길과 무릎까지 빠지는 눈으로 인해 좀처럼 속도가 나질 않는다. 다시금 지도를 펴고 앉아 방향을 설정하고 조심스레 계곡방향으로 한참을 내려서자 임도가 나오면서 찬바람 가득한 흥정계곡이 단단히 얼어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미 해는 저물었지만 굽이굽이 산길따라 흐르는 하얀 눈길이 선명하기에 터덜거리며 혼자 걷기 시작하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적막한 가운데 사각거리는 눈밟는 소리와 나뭇가지 사이를 비집고 나아가는 바람 소리만 가득한 계곡에서 잠시 쉬어가며 지도를 보니 갈 길이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신대리로 하산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들 이미 늦은 것이니만큼 일어나 잰걸음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한참을 걷고 또 걷다보니 어느새 폐교된 봉평초등학교 무이분교를 지나고 있다. 거친 숨소리의 계곡물이 단단하게 얼어붙은 어느 겨울날, 어둠으로 가득찬 계곡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온 나는 밤새도록 울어도 마를 것 같지 않은 눈물처럼 짜디짠 땀을 닦아내며 사람의 흔적을 찾아 불빛 아래에 서자 비로소 뒤돌아 볼 수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머리와 어깨에 쌓인 눈을 툭툭 털어내자 내리는 눈과 섞여 길 위로 떨어진다. 살아가며 겪는 근심, 걱정도 이렇게 단번에 털어버릴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여름철이면 피서객들로 가득했을 계곡은 시간에 쫓겨 분주하기만 했던 마음과 달리 깊은 잠에 빠진 듯 조용하기만 하다. 그 고요를 깨는 한숨과 함께 집으로 돌아갈 걱정을 앞세우고 다시 길을 나선다. 길에서 길을 만나고 헤어지듯 근심과 걱정도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니 마냥 고요만 깨뜨리는 한숨이 제격일 수 밖에….※ 산행 안내■ 교통영동고속도로 둔내IC ~ 6번지방도로 봉평방향 ~ 신대리 입구 ~ 양구두미재■ 등산로양구두미재 ~ 1135봉 ~ 태기산 송신탑 ~ 산복도로사거리 ~ 태기산성비석 ~ 신대리 (4시간)신대리 ~ 송덕사 ~ 1135봉 ~ 태기산 ~ 구두미재 (3시간30분)신대리 ~ 태기산성비석 ~ 태기산 ~ 웅장골 ~ 백운동 (5시간)※ 산행 TIP"제설 안됐을땐 신대리서 회귀 시간안배 유의를"겨울철 심설과 함께 상고대를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어서 많은 산악회가 즐겨 찾는 곳이다. 노약자나 어린이를 동반할 경우 양구두미재나 구두미재에서 시작하여 태기산 정상을 다녀오는 원점회귀 코스가 좋다. 고갯마루로 올라서는 도로가 제설이 안되었을 경우 신대리를 기점으로 원점회귀를 하되 대략 6시간 가량이 소요되므로 시간안배에 유의하도록 한다. 주변 볼거리로는 휘닉스파크, 성우리조트, 둔내자연휴양림, 청태산자연휴양림, 허브농원, 흥정계곡, 드라마 '토지' 촬영장 등이 있다.

2011-02-10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가리왕산

■ 산행지: 강원 정선 가리왕산(加里旺山. 1,561m)■ 산행일시: 2011년 1월 16일(일)■ 산악회: m28 클럽(24명)■ 구제역과 한파속에 어렵게 다가선 가리왕산[경인일보=송수복객원기자]호들갑을 떨 정도로 매서운 날씨가 연일 한반도를 강타하더니 산행 당일이 연중 가장 추운 날씨가 될거라 미리부터 겁을 주고 있었다. 게다가 구제역으로 인해 가리왕산으로 산행지를 잡아 놓고도 코스를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게 생겼다. 하는 수 없이 장구목이로 올라 내려오는 원점회귀 산행으로 정하고 소독내음을 맡을 겨를도 없이 진부 IC를 통해 정선으로 내려섰다. 장승들이 늘어서있는 장구목이 약수터 앞에 버스를 정차시키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추위가 온 몸 구석구석을 파고든다. 예전 같으면 준비운동으로 잠자던 근육들을 깨우고 올랐으련만 그도 귀찮다. 어느 순간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바람이 일더니 노출된 피부를 통해 찢어 버릴 듯 아려오는 고통이 전해온다. 영하 23도의 기온에 체감온도는 한참이나 밑도는 듯하다. 풍수지리에 따른 명산론(明山論)에 의하면 산비인비(山肥人肥)라하여 산이 비옥하면 사람이 살찐다고 하였던가. 무척이나 후덕한 인상의 전형적인 육산인 가리왕산의 속살로 다가가는 길을 따라 오른다. 한편 가리왕산은 국토지리정보원 기록에 의하면 춘천 지방의 부족국가였던 고대 맥국(貊國)의 갈왕(葛王)이 한반도 북부를 지배하던 고조선의 침략을 피해 숨어들었던 곳이라고 한다. 갈왕산(葛王山)으로 불리던 것을 일제 강점기 동안 일본식 지명으로 고시되었던 한자를 현재의 것으로 변경해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산의 북쪽 골짜기인 장전계곡엔 갈왕이 지었다는 대궐터가 이름으로나마 남아 있다. 오대천으로 흘러드는 장전계곡은 열목어와 뚝지 등이 서식하는 곳이므로 함부로 들어가서 그들의 삶을 훼방놓는 일은 없어야겠다. ■ 남한의 1천m 이상의 산 중 열 번째 한여름이라면 푸른 이끼가 가득한 모습이었을텐데…하는 아쉬움 속에 통나무로 엮은 다리를 건너 본격적인 산행에 접어든다. 얼마 걷지도 않은 상태에서 손과 발이 시려오는 정도가 보통이 아니다. 턱과 볼이 얼얼해져서 말하는 것도 숨쉬는 순간도 고통의 연속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적응해가는 신체가 신비로울 정도로 통증도 완화되어가면서 추위를 못 느낄 정도로 편안한 산행으로 접어든다. 대단한 위용을 자랑하는 주목이 서있는 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그 아래로 켜켜이 쌓여있는 듯 보이는 석회암이 용탄천으로 흘러든 것이 수석수집인들이 지극히 선호하는 '청석'임을 아는 이가 몇이나 있을까. 하지만 이러한 청석이 등산객들에겐 그다지 달가운 존재가 아니다. 밟으면 쉽게 부서져나가기도 하거니와 걸리적거리는 불편함을 주기 때문이다. 들머리에서 1시간 3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임도에 다다르면 정상까지의 거리는 1.2㎞로 줄어든다. 하지만 이후의 길은 유순했던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사납게 돌변하면서 급격하게 고도를 올리기 시작하는데 그나마 주목 군락지를 만나면서 다소곳하게 다시 변하는 양상이다. 추운 날씨와 분설로 인해 속도가 더딘 상황인지라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잠바 하나를 더 껴 입고 능선으로 올라선다. 주목 군락지를 지나면 나무에 걸쳐진 '샘터'라는 표식을 따라 20여m를 가니 가느다란 물줄기가 얼지 않고 흐르고 있다. ■ 웅장한 정상에서 마주한 백두대간어둠의 긴터널을 지나온 듯한 착각 속에서 갑자기 햇살을 받는다. 정상삼거리에 도착한 것이다. 장구목이가 북향인데다 계곡안부를 지나오는 등산로를 따르다 보니 밝은 빛을 보지 못한 탓에 정상삼거리의 따사로운 햇살은 반갑고 고마운 존재임엔 틀림이 없으나 능선에서의 찬바람은 각오해야할 과제로 남는다. 정상까지 길어야 10분의 거리지만 서둘러 나아가지 않는다. 찬바람만이 가득할 정상에서는 1분도 지체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잘알고 있기에 최대한 정상가기를 지체하며 나아간다. 지독히도 세찬 바람으로 인해 분설만이 날리는 가리왕산의 정상엔 눈 한 점 쌓여있지 않다. 혹독한 바람을 등진 채 엉성하게 쌓아올린 제단 뒤로 숨어보지만 속수무책이다. 다만 늘씬하게 늘어선 백두대간 줄기와 동해바다를 옆에 둔 청옥산(1천404m)과 두타산(1천353m)을 바라보다 서북쪽의 백덕산(1천350m) 줄기를 눈으로 더듬어 오르고 북쪽으로 계방산(1천577m), 오대산(1천563m)의 눈 쌓인 능선을 잠깐 동안 곁눈질처럼 훑어보곤 하산을 서두른다. 추위와 어둠으로부터 도망치듯 내달려 장구목이에 도착하여 버스에 오르자 언 몸이 순식간에 녹는 듯하다. 몸을 뉘자마자 하염없이 노곤한 단잠에 빠져든다. 잠시 뒤돌아 가리왕산을 바라보니 매서운 바람이 지난 자리에 소복한 눈이 쌓여가고 있다. ※ 산행안내■ 등산로장구목이 ~ 임도 ~ 정상삼거리 ~ 정상 ~ 임도 ~ 장구목이 (5시간30분)장구목이 ~ 임도 ~ 정상삼거리 ~ 정상 ~ 중봉 ~ 숙암분교 (7시간)장구목이 ~ 임도 ~ 정상삼거리 ~ 정상 ~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6시간)■ 교통영동고속도로 ~ 진부IC ~ 정선방향 ~ 장전계곡입구 ~ 장구목이

2011-01-21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전북 김제, 완주 모악산

[경인일보=송수복객원기자]■ 산행지: 전북 김제, 완주 모악산(794m)■ 산행일시: 2011년 1월 2일(일)■ 호남 4경의 한 곳 모악춘경(母岳春景)아이를 품고 있는 듯한 형상의 바위에서 유래된 이름이라 모악(母岳)이다.군산 출신의 시인 고은씨가 모악산은 산이 아니고 어머니라며 노래한 시구가 비석에 새겨져 등산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높지도 않은 산에 금산사, 귀신사, 수왕사, 대원사 등 명찰들이 수두룩하다.빼어난 경관으로 호남 4경 중 하나로 꼽히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기도 하거니와 종교적인 의미도 남다르기 때문에 한때는 80여개가 넘는 암자가 있었다고 한다.1971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정리절차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데 특히 금산사는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에 번창했던 미륵신앙을 대표하는 사찰이다.미륵불을 모시던 장륙전이 실존하고 있는 유일한 사찰이기도 하며 아들들에게 유폐되어 금산사에 갇혔던 견훤의 애환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또한 대원사에서는 증산교의 창시자인 증산 강일순(서기 1871~1909년)이 49일간 금식기도 중 깨달음을 얻고 득도(得道)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하고 수왕사에 전래되어 오던 송화백일주(松花百日酒)와 송죽오곡주(松竹五穀酒)는 대한민국 전통식품 명인 1호로 지정된 벽암스님에 의해 제조되어 일반인에게 판매되고 있으니 모악산 산행은 문화기행(文化記行)이요 역사기행(歷史記行)이 아닐 수 없다.■ 봄꽃으로 유명한 모악산하필이면 많은 눈이 내려 짜증으로 가득 찬 사람들의 발걸음에 섞여 모악산으로 들어섰다.신난 것은 아이들뿐 대개의 사람들은 많은 눈에 지쳐있는 듯하다. 치우다만 눈들이 켜켜이 쌓인 등산로 주변으로 바랠대로 바랜 낙엽들이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으니 어디서든 웃음기를 찾을 수가 없다.모악산은 봄꽃으로 유명한 곳이어서 봄나들이 올 예정이었으나 겨울산행 또한 아름답다고 하기에 부랴부랴 눈 내린 다음날 찾은 것이다. 구이관광단지에서 대원사, 수왕사를 거쳐 금산사로 하산하는 코스가 일반적이기에 고은시인의 시비를 지나 계곡으로 들어서는 완만한 경사의 숲길로 들어선다.힘들지 않은 산책길을 따라 따스한 둥글레차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 대원사까지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정상까지 멀지 않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가 있다. 아담한 분위기의 대원사 마루에 햇살바라기를 하고 앉았다.볕이 좋은 날이다.물을 보충하고 수왕사로 나서는데 지금껏 왔던 길과는 사뭇 다르게 가파르다. 많은 등산객들이 힘들어 하는 구간으로 이마는 물론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른다. 절이라고 보기 힘든 작은 집 한 채가 수왕사다. 송화오곡주로 유명한 절이라고 하지만 그냥 오두막 같은 집인지라 오히려 정겹기까지 하다.■ 만천하를 호령하듯 우뚝선 정상수왕사까지 오른 후 정상의 중계탑까지는 그리 멀지 않기에 다소 여유를 갖고 수왕사 주변을 돌아보는데 "어릴적부터 늘 오던 곳인데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라며 김현기(54·전주시)씨가 말을 건네온다.변함 없는 모습으로 남아있길 기대해보지만 수왕사의 낡은 지붕은 변화를 직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던 예전의 모습과는 달리 모악산 정상은 등산객들로 가득하고 거침 없는 조망으로 만천하를 호령하는 듯 우뚝 선 모습이기에 눈이 호사하는 순간이다.북쪽으론 미륵산과 계룡산, 대둔산이 아득히 보이고 동쪽으론 덕유산과 성수산, 만덕산이 눈에 들어온다. 대단한 경관이 아닐 수 없다. 모악산 정상의 조망은 손에 꼽을 정도로 훌륭하다.중계탑 건물의 옥상에 올라 마음껏 주변 경관을 즐기는 호사스러움은 세찬 겨울바람이 그리 오랜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별 수 없이 하산길로 접어들어 금산사로 내려가는데 이길 또한 한적하고 고즈넉하기만 하다. 같은 방향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보이질 않기에 기이하다 여기며 하산한 후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초로의 등산객들에게 물어보니 대개 구이관광단지로 오른 후 원점회귀 산행을 한다는 것이다.조용한 산길에서 그나마 눈길을 헤치고 내려가니 심심하지 않은 길이다.금산사 계곡의 정자에서 한여름이라면 발 좀 쉬어가련만 을씨년스런 찬바람만 휑하니 도망치듯 스쳐간다. 산행을 마칠 즈음 부도탑을 지나 금산사 경내로 들어선다. 산중다원이란 찻집이 있어서 따스한 차라도 한 잔 마시고 가면 좋으련만 발걸음은 내내 오층석탑과 보물28호인 당간지주에 다가가있다.백제유민들의 항거기지 역할을 하였던 금산사에서 견훤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간신히 도망쳐서 왕건에게 투항하여 아들들을 공격하게 하였던 아이러니한 역사가 전해지는 곳 금산사는 여전히 말없이 묵묵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뿐…뒤돌아 모악산을 바라보니 너른 품으로 안아주고 있는 형상이다. 따스한 모정이 느껴지기도 하고 옹골찬 기상도 느껴지는 다양한 느낌의 모악산은 사계절 모두 매력있는 산이다. ※ 산행 안내■ 등산로구이관광단지~대원사~수왕사~중계탑~정상~금산사 (3시간30분)중인동~금산사~염불암~정상~수왕사~대원사~구이관광단지 (4시간)중인동~금산사~정상~금산사계곡~금산사 (4시간)■ 교통대중교통전주~구이면 원기리 (상학 15~20분 간격)전주~중인동 (15분 간격)

2011-01-07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미륵산

■ 산행지: 강원 원주, 충북 충주 미륵산 (彌勒山, 689m)■ 산행일시: 2010년 12월 19일(일)■ 산악회: m28클럽(28명)■ 미래세상 부처님을 기리는 산[경인일보=송수복객원기자]'미륵산'은 문막나들목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한 산이다. 행정구역상 원주시 귀래면과 충주시 소태면에 걸쳐 있으며 치악산(1천288m)의 줄기가 백운산(1천87m)을 거쳐 미륵산까지 이어져 있다. 대표적인 산행 들머리는 주포리 황산골로 대형버스 주차장이 있으며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오르다 황룡사 안내판을 따라 오르면 된다. 산의 능선아래 신라의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이 쇠약해진 신라의 운명을 고려에 평화적으로 이양한 뒤 전국의 명산(名山)을 두루 다니다가 용화산(미륵산)에 올라 수려한 경관에 반해 그 정상에 미륵불상(彌勒佛像)을 조성하고 그 아래 학수사(鶴樹寺)와 고자암(高自庵)이란 절을 짓고 말년에 잠시 의탁하였다 한다. 지금의 지명 또한 귀한 분이 다녀가신 곳이라 하여 귀래(貴來)면으로 남게 되었다. 미륵신앙은 일반적으로 백제의 지배하에 있던 충청권과 전라도 지역에서 진표율사에 의해 부흥했던 것으로, 지주들로부터 또는 권력자들에 의해 착취당하던 궁박한 삶의 민초들을 구원해줄 구원자를 기다리는 마음을 대변했다. 국운이 기울어가는 신라를 떠나 금강산으로 향하던 경천왕의 딸인 덕주공주가 생을 마감하며 세운 월악산 덕주사의 마애불과 함께 구원자에 대한 열망은 신분의 고하(高下)를 불문(不問)하였음을 역사의 뒤안길에서 고스란히 더듬어 볼 수 있는 산이다. ■ 잘 닦인 호젓한 산길을 버리고 오른 길섬강의 제방을 따라가다 귀래면 방향으로 가는 404번 지방도로 진입하여 비두네미 마을을 지나 서낭당고개(아홉사리고개)에서 버스가 멈춰선다. 황산골 방향의 좋은 등산로를 버리고 길 아래 인적 드문 곳으로 산행들머리를 정하자 "여기로 오르는 것 맞나요? 허… 귀신나오게 생겼네"라며 생소한 길이라 일행들이 한마디씩 한다. 며칠 전에 내린 눈 위로 들짐승의 것으로 보이는 흔적을 따라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산토끼 한 마리가 쫑긋 귀를 세우고 등산객들을 신기한 듯이 바라본다. 낯선 풍경이다. 그간 숱하게 산행을 해왔어도 산짐승을 대면하긴 처음인 것 같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다. 부지런히 달아나는 산토끼처럼 우리도 인적없는 길을 따라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기 짝이 없기에 추울까봐 껴입었던 외투를 벗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크고 웅장한 명산들의 모양새와는 확연히 차이가 있는 동네 뒷산처럼 평온한 산이기에 사소한 즐거움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면 그에 응당한 재밋거리를 선사해주기에 여유롭고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 필자처럼 헤집고 다니기 좋아하는 산쟁이들에겐 안성맞춤의 산이다. 옛말에 따르면 소나무 밭에선 굶어 죽고 참나무 밭에선 그럴 일이 없다 하였는데 미륵산은 굴참나무가 즐비하니 한여름이면 산나물과 버섯이 생장하기 좋은 환경으로 보인다. ■ 본격적인 암릉길의 시작인 미륵산 정상서낭당고개로 오른 후 이렇다 할 어려움 없이 지나온 능선길은 조망이 시원치 않아서 꽤나 서운한 길이다. 하지만 원주시에서 세운 정상석이 있는 곳에 이르자 사방이 한순간 트이면서 가장 좋은 조망권을 안겨준다. 북동쪽으로 백운산(1천87m)이 지척이며 그 옆으로 치악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며 제천 방향으로 십자봉(985m)과 삼봉산(907m)이 선명하다. "날씨가 좀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흐린 날씨에도 이만 하길 다행이다 싶다. 미륵산 정상에서 남쪽 방향으로 보이는 바위산이 미륵봉인데 본격적인 암릉지대임을 말해주듯 지나는 이들이 암벽 사이에서 시간을 지체하는 모습이 보인다. 미륵봉은 등산로에서 벗어나 손과 발은 물론 온 몸을 이용해 올라야 하는 수고스러움에 올라가길 꺼리나 한번쯤 올라볼 만한 곳이다. 기암 사이를 비집고 자라난 소나무의 자태에 눈길을 빼앗기기도 전에 주변을 조망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기 때문이다. 반대 방향의 암봉 아래에 위치한 미륵불상을 보기 위해 아랫길로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두 곳 모두 반드시 거쳐가길 권한다. 황산사 방향의 하산길로 접어들면서 지나는 장군봉, 신선봉, 치마바위는 암릉지대로 곳곳에 밧줄이 설치되어 안전산행을 돕지만 무엇보다도 발 아래를 자주 확인하여 미끄러지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 치마바위를 지나면서 산길은 낙엽으로 가득한 내리막길로 변모하는데 겨울철과 봄철 해빙기 산행시 가장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낙엽 아래의 언 땅으로 인해 낙상으로 인한 부상의 위험이 있기에 반드시 아이젠을 착용하도록 하고 등산스틱으로 무게중심을 분산시켜가며 하산하도록 해야 한다. 점차 고도를 낮춰가는 낙엽길 끝에 아담한 황룡사가 나타나면 주차장까지 20여분이 걸리는 것으로 산행은 끝이 난다. 경천묘, 황산사터, 미륵불상을 모두 보려면 황산골에서 출발하여 미륵산과 미륵봉을 거치는 원점회귀 산행을 하는 것이 좋다. ※ 산행 안내■ 등산로황산골입구 ~ 치마바위 ~ 신선봉 ~ 장군봉 ~ 미륵봉 ~ 정상 ~ 미륵봉 ~ 황산사 ~ 새터마을 ~ 황산골(4시간) 운계리 ~ 망배재 ~ 정상 ~ 미륵봉 ~ 황산사 ~ 새터마을 ~ 망배재 ~ 운계리(3시간 30분)운계리 ~ 망배재 ~ 정상 ~ 미륵봉 ~ 장군봉 ~ 신선봉 ~ 치마바위 ~ 주포리(황산골)(4시간)서낭당고개 ~ 삼거리 ~ 695.6봉-미륵산 정상 ~ 미륵봉 ~ 치마바위 ~ 황룡사 ~ 주차장(4시간30분) ■ 교통자가용: 영동고속도로 문막IC ~ 42번 국도(여주 방향) ~ 49번 지방도 ~ 404번 지방도 ~ 유현3거리(우회전) ~ 귀래 ~ 황산골대중교통원주시 명륜동 사거리 ~ 운계리 새마을회관(31번 시내버스, 30분 간격)원주시 ~ 황산골 (하루 4회 시내버스 운행) 원주시 ~ 귀래 : 충주행 직행버스 이용 귀래하차 (06:45~19:30, 20분 간격)

2010-12-24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명봉산

[경인일보=송수복객원기자]■ 산행지: 강원 원주 문막 명봉산(鳴鳳山, 618.4m) ■ 산행일시: 2010년 12월 7일(화) ■ 산악회: 원주 메아리산악회 (9명)■ 반짝이는 섬강의 물비늘이 일품인 명봉산영동고속도로 문막IC를 나오자마자 오른편으로 보이는 산이다. 예로 부터 면화 재배가 많던 마을이어서 '메나마을'로 불리고 있는 동네로 들어서는 일부터 산행은 시작된다. 원주에서 마중나온 원주 메아리 산악회원 10여명과 만나 메나마을 안막골을 향해 오르기까지 채 이십여 분이 걸리지 않았다. 명봉산의 대표적인 등산 코스였던 궁촌리 원점회귀 산행이 골프장 건설로 인해 불가능해지면서 외지 등산객들이 지속적으로 명봉산에 오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건등리 주민들이 등산로 정비 및 편의시설을 갖춰 놓은 까닭에 명봉산을 찾는 대표적인 등산 진입로가 된 것이다. 메나마을이란 이름은 수백년 전부터 목화를 재배하던 곳으로 목화 → 면화 → 메나로 불리게 된 것인데, 현재는 일손부족으로 인하여 재배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 메나마을로 진입하면서 지나는 건등저수지는 1965년도에 1만여 마리의 잉어 치어를 풀어 제법 유명세를 탔던 낚시터였지만 현재는 외래 어종인 배스로 인해 이미 옛말이 되어 버렸다. 봉황이 울었다는 명봉산은 문막 일원에서 가장 높기도 하거니와 섬강을 조망하기 좋은 곳으로 정평이 나 있기도 하다. ■ 문막의 역사와 건등산수령 500년의 느티나무 아래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춘 뒤 염소와 사슴을 키우는 명봉원 목장 옆길로 오르는 것으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대형 등산안내판이 있는 족구장을 지나 계류를 건너 갈림길에 다다르며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지만 전혀 힘들지 않은 길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지름길인 절터방향으로 오르다 보면 갑자기 급사면의 비탈길이 나타나면서 순식간에 명봉산의 남서릉 안부에 다다르게 한다. 이 구간이 유일하게 땀을 흘린 곳이기도 하다. 안부에서 5분 거리의 헬기장을 지나면 곧바로 시원한 조망의 암봉에 서게 되는데, 이곳이 598.7m로 전 구간에 걸쳐 가장 조망이 좋은 곳이다. "저기 저쪽으로 건등산(建登山·260m)이 보이시죠? 1914년도엔 저 일대가 건등면으로 개칭되기도 했었던 곳이에요. 그리고 문막이란 이름도 일제시대 전까지 물막이로 불리던 것을 일본어식으로 고쳐 쓰다 보니 문막으로 변질된 것이라고 하는데 옛 이름을 찾는 일부터 해야 하지 않나 생각되네요. 건등산은 왕건과 견훤이 싸운 후 승리를 거머쥔 왕건이 올랐다는 산으로 이 고장 사람들이 애정을 갖고 보존하려 하는 곳이기도 하죠." 메아리산악회 회장인 장인순(54·원주시)씨가 문막 일대를 가리키며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주니 선조들이 지어놓은 이름 하나하나까지 말살되어진 역사가 고스란히 아픔으로 전해 온다. ■ 벽계수 이종숙과 황진이발 아래로 영동고속도로가 유장하게 지나가며 그 너머 섬강의 반짝이는 아름다운 물빛이 따스함을 전하기에 초겨울 때 아닌 볕쬐기를 하고 앉았다. 그도 그럴 것이 문막읍내의 전경과 멀리 당산(541.1m)과 수리봉(427.1m)이 조망되고 북동쪽의 원주시 너머 치악산 망경봉과 남대봉이 바라다보이기 때문이다. 뒤돌아 남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덕가산에서 명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미륵산과 비두리 분지가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한편, 정상석의 배경으로 보이는 궁촌리 일원 골프장의 모습이 주변의 풍경과 어울리는 모습이 아니어서 달갑지 않다며 구시렁대던 차은남(47·원주시)씨는 "멀쩡한 산을 깎아서 농약이나 뿌려대는 골프장 만드는 사람들 심보를 이해 못하겠네요. 보기에도 안 좋고 환경을 파괴하는 골프장은 질색이에요"라고 말하며 미간을 찡그린다. 그러자 장 회장이 "그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골프장에 뿌려지는 농약의 양이 우리나라 전체 농경지에 뿌려지는 농약량의 0.1%밖에 안 된대요. 게다가 엄격하게 관리 감독하고 있어서 생각한 것처럼 농약을 있는 대로 뿌려대는 환경오염의 주범이 아니란 얘기죠. 농지 대비 비율로 보면 15% 안팎이라고 하더라구요." 난상토론(爛商討論)하던 명봉산 정상을 벗어나 다시 호젓한 능선 길로 접어든다. 고고한 미송(美松)의 자태와 기암이 어우러진 단아한 능선길이다. 북동쪽 능선을 타고 408봉에 이르기까지 능선 아래로 이어지는 작은 갈림길이 연이어 나타난다. "동화골로 내려가서 법흥사 경내를 들렀다 가는 것도 좋지만 계곡에 물도 없고 볼거리가 별로 없어요. 391봉우리 지나서 벽계수 이종숙 묘역에 들렀다 가는 게 가장 좋을듯 싶은데…"라며 박의남(51·원주시) 총무가 앞으로 나서며 말한다. 정상에서 40여분 거리의 391봉에서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 만나게 되는 묘역은 말끔히 단장이 된 모습이다. 묘지의 주인인 벽계수 이종숙과 황진이는 어떤 인연이었을까. 서유영(徐有英·1801~74)의 금계필담(錦溪筆談)에 따르면 명사가 아니면 만나주지 않는 황진이를 만나기 위해 벽계수가 친구인 손곡(蓀谷) 이달(李達)에게 의논한 바, 이달이 "진이의 집을 지나 누(樓)에 올라 술을 마시고 한 곡을 타면 진이가 곁에 와 앉을 것이다. 그때 본체만체하고 일어나 말을 타고 가면 진이가 따라올 것이나 다리를 지나도록 돌아보지 말라"하고 일렀다 한다. 이에 벽계수가 이달의 말대로 말을 타고 뒤돌아 가던 중 황진이가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一到滄海)하면 다시 오기 어려 웨라 명월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어간들 어떠리"라는 시조를 읊었고, 이것을 들은 벽계수가 다리목에 이르러 뒤를 돌아보다 말에서 떨어진 것을 보고 황진이는 웃으며 "명사가 아니라 풍류랑(風流郞)이다"라고 하며 돌아가 버렸다고 한다. 묘역 어디에 봐도 황진이와 관련된 글귀 하나 찾아 볼 수 없으나 귀에 익은 시조 한 수가 입에서 절로 나오고야 만다. 봉황의 울음소린 오간 데 없고 출처 불분명의 시조가락이 난무하더라도 누구하나 탓하는 이 없는 명봉산은 고즈넉하고 편안한 산행이 일품인 산이다. ※ 산행 안내■ 교통청량리역 ~동화역(강릉행) 2시간10분 소요동화역~ 건등리행 버스(10분 소요) 15분 간격 원주역 ~건등리행 버스(30분 소요) 15분 간격동화골 ~원주역행 버스(30분 소요) 15분 간격- 자가용: 영동고속도로 문막IC 로 진출 후 오른편 건등리 메나동으로 진입(대형버스 주차 가능)■ 등산로- 메나골~절터~정상 표지석~명봉산 정상~480봉~391.2봉~이종숙 묘역~동화2리(4시간30분)- 메나골~절골~정상 표지석~명봉산 정상~565봉~445봉~신배나무골~안막골~메나골(3시간30분) )

2010-12-09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전북 진안 구봉산

[경인일보=송수복객원기자]■ 산행지: 전북 진안 구봉산 (九峰山·1,002m)■ 산행일시: 2010년 11월 21일 (일)■ 산악회: m28 클럽 (25명)■ 호남의 명산들을 두루 볼 수 있는 진안의 숨은 명산 전북 진안 구봉산은 운장산(1천125m)과 마이산(678m)의 유명세에 가려져 있던 탓에 찾는 이가 많지 않은 산이다. 최근에 점차 등산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름에서 말해 주듯이 아홉 개의 봉우리가 줄지어 늘어선 모습이 흡사 설악산의 용아장성이나 공룡능선을 축소한 형태를 띠고 있다. 산행기점인 운봉리 일대는 해발 300여m로 비교적 고지대이긴 하지만 1봉(656m)까지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한다. 이후 마지막 봉우리인 9봉이 1천2m인 점을 감안하면 대략 700여m를 올라야 하는 셈이므로 체력 소모가 많이 되는 편에 속한다. 단조롭지 않은 산길이라 지루하지 않으며 암봉을 오르내릴 때마다 변하는 주변의 풍경에 경이로움마저 갖게 한다. 특히 주봉인 구봉산 정상에 서면 호남 일대의 유명한 산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데 북쪽으로 금남정맥의 장군봉과 함께 대둔산이 시야에 들어오며 서쪽의 연석산, 운장산의 아름다운 자태와 남동쪽의 덕유산과 지리산 자락의 웅장한 능선에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한편 일교차가 심한 늦가을이나 초봄의 경우엔 용담호의 물안개가 일대의 산 아래를 뒤덮는 장관을 연출해 많은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높고 깎아지른 능선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 또한 진한 여운을 남겨주기에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에 안성맞춤인 산이다.■ 박무(薄霧)에 가려진 아쉬운 풍경장거리 이동으로 인해 지친 모습으로 윗양명 마을에 위치한 구봉산 주차장에 내려서자 비교적 온화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햇살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 무거운 재킷을 벗어서 배낭에 넣어두고 가볍게 몸 풀기를 한 후 산행안내판을 따라 산길로 접어들었다.처음 마주하게 되는 돌투성이인 텃밭을 바라보며 궁벽하기만한 산촌의 척박한 삶을 살았던 우리네 선조들의 굳은살 투성이의 손길을 느끼며 지나간다. 낙엽 쌓인 고즈넉한 산길을 염두에 두었던 산행객들이 눈앞에 닥친 비탈길로 인해 고된 땀방울을 쏟아내며 힘겹게 능선에 설 즈음 오른편의 1봉이 지척에서 용담호를 내려다보고 있다.박무로 인해 완전한 조망이 어렵기는 하지만 첩첩이 둘러싸인 산자락들이 산간오지가 이곳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구절양장의 물길을 따라 길을 내고 척박한 삶이나마 연명하기에 마땅한 땅을 찾아 들었던 우리네 선조들의 발자취가 이어진 길이다. 조선 초기 문신이었던 정흠지(鄭欽之)는 궁벽한 산촌을 돌아보고 "맑은 물 푸른 산 몇 만 겹이냐, 구름과 연기 가리고 서리어 있는 듯 없는 듯 한속이네, 백성들 다만 스스로 밭갈고 우물 파는 것만 알아서 그 순박함은 의구하게 태곳적 풍속일세"라 하였다던가. 발아래 보기 드문 풍경을 기대했던 마음에 조용히 바람이 인다. ■ 작취미성(昨醉未醒)인 듯 혼미한 정신에 오른 정상1봉부터 8봉까지 오르내리던 아찔한 벼랑길은 돈내미재에서 끝이 난다. 이쯤 되면 산행이 아니라 고행이 되었을 법도 한데 등산객들은 여전히 성에 차지 않은 듯 마지막 9봉의 정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간다. 밧줄을 잡고 힘깨나 쓰던 가파른 비탈길에 철계단이 놓여 있어서 예전만큼의 고생은 덜었다. 하지만 9봉은 호락호락하게 정상을 내어주지 않는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를 만큼 올랐나 싶어 뒤돌아보고 올려다보길 수차례 반복해도 갈길이 멀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심장이 사점(死點)에 이르렀을 무렵에도 여전히 올라야 하므로 거칠게 숨 쉬던 사람들의 입에서 산행코스를 잡은 산행대장에 대한 원망의 말들이 여과 없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몇 자 안되는 외로운 성처럼 떠있는 정상에 올라서면 지독했던 오르막도 내려서야 할 가파른 내리막도 모두 잊을 만큼 너른 마음을 품게 하는 훌륭한 풍경이 펼쳐진다. 일광선조(日光先照)의 명산인 구봉산 정상에서 웅립(雄立)해 있는 산군(山群)을 바라보며 갖는 여유로움은 오른 자만의 특권인 것이다. 이윽고 산상만찬을 즐긴 후 남쪽 방향의 능선을 따르다 첫 번째 갈림길인 바랑재에서 좌측의 바랑골로 향하는 급경사를 따라 조심스레 발밑을 살피며 내려간다. 20분 정도 하산하다 만나는 삼거리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 안동 김씨의 묘가 있는 곳에서 연꽃처럼 피어있는 1봉부터 8봉까지의 암봉들을 마지막으로 조망하는 것으로 산행은 대강 마무리 지어진다. 산죽 밭을 지나 별장을 지나니 낮달이 가을을 닮은 노을에게서 붉은 빛을 배워가는 중이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구봉산이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기 시작하더니 여전히 쏟아질 듯 흔들거리며 서 있던 암봉들이 손을 흔드는 것으로 착각을 일으킬 만큼 멀어져 가고 있었다. ※ 산행안내■ 교통- 대중교통서울 ~ 진안 1일 2회 (10:10, 15:10) 수원 ~ 전주 1일 10회 (07:50, 09:00, 10:00, 10:30, 11:10, 12:10, 12:40, 14:00, 15:10, 16:20)전주 ~ 진안 06:05 ~ 21:05 (10~20분 간격)진안 ~ 윗양명 1일 8회 (06:20, 08:00, 09:00, 11:30, 13:40, 14:50, 17:05, 19:00)- 자가용경부고속도로 ~ 대전-통영간고속도로 ~ 금산IC ~ 진안군 주천면 운봉리 (3시간)■ 등산로윗양명주차장 ~ 1봉 ~ 5봉 ~ 8봉 ~ 돈내미재 ~ 구봉산(장군봉) ~ 바랑재 ~ 윗양명주차장 (4시간 30분)윗양명주차장 ~ 1봉 ~ 5봉 ~ 8봉 ~ 돈내미재 ~ 구봉산(장군봉) ~ 바랑재 ~ 865봉 ~ 지댕이재 ~ 윗양명주차장 (5시간)

2010-11-25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강원 정선 민둥산

[경인일보=송수복객원기자]■ 산행지: 강원 정선 민둥산 (1천119m) ■ 산행일시: 2010년 10월 30일(토)■ 증산역을 지나 민둥산역으로 향하는 길석탄산업의 부흥으로 명맥을 유지해오던 증산역이 '민둥산역'으로 불리게 된 것은 지난 2009년 9월부터다. 역 이름이 바뀐 것은 침체되어 가는 지역 관광자원을 개발하기 위함이었다. 민둥산은 지난 1996년부터 시작한 민둥산 억새축제가 있기까지 그저 사람 없는 한적한 억새밭만이 가을을 맞이했다. 사실 민둥산은 빈곤에 내몰렸던 유랑민들의 화전터였으며, 그들의 치열했던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화전이 금지되면서 그 자리를 억새가 차지하고 앉았으니 그들의 억센 삶과도 닿아 있는 것이 아닐까.현대에 이르러 수도권에서 어떤 교통편이든 3시간3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민둥산은 가을을 느끼기에 가장 적합한 곳중 한 곳으로 꼽힌다. 인근의 화암약수, 화암동굴 등의 화엄 8경과 레일바이크, 5일장 등이 그것이다.■ 가을 정취 가득한 생강나무와 낙엽송길갈 곳 많고 먹을거리 풍성한 이 가을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산악회 버스에 몸을 싣고 조용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강원도 정선 땅으로 향했다. 사람들로 북적일거란 생각에 애써 여유를 갖고 산행코스를 선택하는 것은 단체산행에서 무리였을까. 사람들 가는 대로 걷다보면 '완만한 길인가, 가파른 길인가' 택일의 기회도 사치라는 것을 느낀다. 좁지 않은 등산로를 따라 휘적휘적 걷고픈 마음은 주중 하루가 가장 적당하겠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으니 억새축제의 마지막날에 동참하게 된 것 만으로도 다행이다.잘 정비된 길을 따라 걷다보면 갈참나무의 노란 단풍이 울창한 일본 잎갈나무 사이로 환하게 빛을 발하며 가을의 정취를 듬뿍 안겨준다. 단풍이 가득한 길을 따라 한참을 올랐어도 쉽사리 나타나지 않던 억새는 쉼터를 지나면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략 산의 7부 능선을 지날 즈음이다."아빠 저게 다 갈대야"라는 김성호(12)군이 질문을 던진다. 그것도 모르냐는 듯 김연성(43·서울 증산동)씨가 "갈대가 아니라 억새야…"라고 답하자 "그럼 그게 무슨 차이야"라는 질문이 돌아온다. 순간 멈칫하며 대답하기 어려운 듯 머뭇거리다 즉답하지 못한 것이 겸연쩍은 듯 늦은 발걸음으로 화제를 돌린다.■ 한낮 가을바람엔 은빛 바닷물결, 해질녘 노을엔 금빛 꽃천지"여러해살이 벼과목 풀로 자생지에 따라 구분짓는 것이 간편하단다"란 대답은 스마트폰의 혜택이었다. 그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성호군이 제일 먼저 억새밭으로 향하는 계단을 힘차게 오르더니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진다. 계단을 오르자 한순간에 드러난 하늘 아래로 키를 훌쩍 넘긴 억새가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능선을 지나던 바람에 흔들거리며 은빛파도를 이룬 억새꽃은 씨앗을 하늘로 피워올리지만 그 소리는 크지 않다.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그 조용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며 산의 한가운데서 여유를 가져본다.식사를 마친 후 한가로운 여유를 즐기기 위해 앉았다. 조금은 느즈막하게 시작한 산행이어서 그런지 어느덧 햇살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더니 황금빛 꽃물결을 이룬다. 부산지역에서 아마추어 작가로 활동중인 최인석(57·부산 연산동)씨는 "전국 안돌아 다녀본 곳이 없는데 이곳은 매년 찾을 정도로 아름다운 일몰을 보여주고 있어요"라며 민둥산의 노을을 예찬하더니 영화 '동승'에서 그 장면을 더욱 확연하게 볼 수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 시골사람 닮은 순둥이 능선왔던 길로 되돌아 가거나 밭구덕이 있는 능선 방향으로 하산을 하는 대부분의 등산객들을 뒤로 한 채 화암 약수 방향인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삼가약수터와 화암약수터 방향으로의 널따란 갈림길에 들어서서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에 나오는 '나는 말하리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나있고, 나는 인적이 드문 길을 택했노라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란 시구절이 떠올랐다.다른 길을 선택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 하는 수 없이 앞서간 일행을 따라 화암 약수터에 들러 톡 쏘는 특유의 맛을 느껴본다. 1910년 문명무라는 사람이 청룡과 황룡이 엉키어 승천하는 꿈을 꾼 후 발견하게 됐다는 화암 약수는 나쁜사람이 마시려 할 경우 물 안에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형상이 보여서 마실 수 없다는 전설이 전해내려 오고 있다. 날이 어두워 물 안을 자세히 살피지 못하고 한사발 들이켜고 차에 올라 잠을 청했지만 구렁이가 목을 조르는 꿈에서 깨어보니 목베개가 답답하다. 민둥산의 능선처럼 유순하고 착하게 살고 볼 일이다. ※ 산행 안내■ 등산로증산초교~급경사쉼터~정상~완경사 쉼터~증산초교 (5.8㎞ 3시간30분)증산초교~급경사(완경사)쉼터~정상~삼거리~삼내약수 (8㎞ 4시간)증산초교~급경사(완경사)쉼터~정상~밭구덕~능전 (6㎞ 3시간30분)■ 교통자가용: 영동고속도로~새말IC~안흥~평창~정선~남면(증산초등학교)열차: 청량리역~민둥산역(무궁화호 6회 운행, 3시간40분 소요)버스: 동서울~정선 (07:10 ~18:55/1일 9회, 3시간30분 소요) 정선~남면 (1일5회/06:40 ~ 16:30, 40분 소요)■ 산행문의 정선군청 관광문화과 : (033)560-2368, 정선군 남면사무소 : (033)591-1004

2010-11-05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경북 문경 당포리 성주봉

■ 산행지: 경북 문경 당포리 성주봉 (聖主峰·961m)■ 산행일시: 2010년 10월 17일 (일)■ 산악회: m28 클럽 (25명)■ 울고 넘어야할 바윗길이 막아선 등산로[경인일보=송수복객원기자]하늘과 닿은 푸르름이 메마르고 갈라져 가을이란 옷으로 갈아입는 시절에 사방을 불태우듯 달아오른 사과가 지천으로 널렸다. 요즘 문경은 사과축제가 한창이라 마냥 들떠있는 분위기다. 지난 여름 달갑지 않은 태풍으로 인해 피해도 만만치 않았을 법도 한데 얼핏보기엔 그저 잘된 농사로만 보이니 시골사람의 속내를 전혀 알리 없는 외지인 취급에 입을 닫을 수밖에…. 문경에서 동쪽으로 시오릿길 20여분 거리의 당포리에 들어서자 깨타작을 앞둔 농부의 발길과 벼베기에 갈길 바쁜 사람들의 발걸음이 엇갈리고 그 가운데를 무심히 지나치던 등산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그저 산만 바라보고 섰다. 날던 새조차 앉을 곳 찾지 못하고 산 주변만 맴돌다 어디론가 날아가버리고 그 아래로 현기증이 날만큼 가파르게 보이는 바윗길이 만만치 않은 산행이 될거라 어르는 모습이다. 그저 준비운동만이 살 길이어서 열심히 다리 근육을 이완시켜본다. 어차피 가야할 길이기에….■ 모험심은 금물이나 장갑은 필수등산 기점인 당포리는 고주부사(高州府使)가 이 마을에 처음 서당을 짓고 당포(唐浦)라 이름 지은 것에서 유래된 것이라 하며 산행들머리에는 관직에 오르는 것을 마다하며 산림(山林)에 은거하여 성리경학(性理經學) 연구에만 정진하고 시(詩)로써 즐거움을 찾은 안동 권씨 옥소(玉所) 권섭(權燮)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 있다. 조선후기 숙종, 영조 시대의 문인인 권섭 선생이 이곳에 머무르며 마을 뒷산인 성주봉을 매화가 활짝 핀 것과 같다하여 고주골 화지리로 부르기도 하였다 한다. 당포2리 마을회관에서 내린 등산객들이 사당을 지나 성주사 앞 마당을 통해 한 걸음씩 숲으로 사라져간다. 그리곤 잠시 후 잠깐 동안의 그늘이 호강스러웠던 것일까 이내 드러나는 속내에 속수무책으로 숨을 헐떡인다. 생존 본능도 함께 발현하니 그저 손이 발이 되고 발도 손이 될 지경임에도 간혹 사람들이 수직의 발레라도 보여줄 요량으로 직선 코스를 고집하지만 '아뿔싸'라는 탄식이 들리지 않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바라만 본다. 산행의 기본은 안전이 시작이요 전부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매정할 만큼 깔끔한 조망의 성주봉오르고 내리는 행위 자체가 부담이 될만큼 아찔한 구간을 두어군데 지나자 손바닥에서 불길이 치솟는듯 하다. 장갑을 준비해오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 순간이다. 종지봉에서의 조망은 백화산과 주흘산, 부봉 등을 조망하기 좋은데다 발 아래의 모든 것들을 거침없이 바라볼 수 있어서 한순간에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성주봉에 이르는 구간 역시 곳곳에서 조망하기 좋은 곳을 만나게 되는데 그만큼 만만치 않게 오르내리는 구간인데다 밧줄 또한 한정된 까닭에 소요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리므로 많은 인원이 산행을 할 경우 시간이 상당히 지체됨을 참고하여 산행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두 번의 수직하강을 경험하고 나면 백두대간 포암산과 대미산 능선이 줄곧 왼편으로 함께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성주봉 정상에 서면 그 모습은 더욱 뚜렷해지고 선명하게 나타난다. 가을 풍경의 성주봉은 노랗게 물든 들녘과 빨간 색의 사과 그리고 울긋불긋 물든 산들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맞닿은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기에 매력적인 곳이다. 하지만 2006년 가을 성주봉 남쪽 절벽에서 등산객이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으니 주의를 늦춰서는 안되는 곳이기도 하다. 산행은 운달산 방향 Y자 갈림길에서 오른편 내리막길을 따르는 것으로 하산이 시작된다. 반석골의 너덜지대의 흔들리는 돌길이 다소 부담스러운데다 낙엽이 쌓여있어 등산 스틱이 요긴하게 쓰인다. 가파르게 오른만큼 내리막도 가파르기에 등산화 끈을 바짝 조이고 미끄러지는 것에 대비하여야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다. 임도에서 마을로 내려오는 길은 갖은 곡식과 과수나무가 즐비하여 지나는 이들로 하여금 손을 뻗도록 유혹하는 길이다. 일년 농사를 마무리하는 농사꾼의 심정을 알아주기까지는 아니어도 내 물건이 아닌 것에 손대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체험으로 사과따기를 할 수 있으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싱싱하고 맛 좋은 사과를 구입할 수도 있다. 배낭 가득 추억과 함께 담아올 수 있는 이 가을 안성맞춤의 산행지로 적극 추천하는 곳이다. ※ 산행 안내■ 교통중부내륙고속국도 ~ 문경새재IC ~ 문경읍내 ~ 당포리문경 ~ 갈평행 버스 (1시간 간격 06:30~18:20 운행) 당포리 하차■ 등산로당포1리 ~ 종지봉 ~ 암봉능선 ~ 성주봉 정상-Y자 갈림길-당포1리 (5시간)당포1리 ~ 종지봉 ~ 성주봉 ~ Y자 갈림길 ~ 운달산 ~ 석봉산 ~ 조항령 ~ 법장골 ~ 당포리 (7시간)※ 산악회 'm28 클럽'순수 동호인 취미 공유… 지역사회 봉사 활동도"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동하면서 회원 상호간의 취미 활동에 적극 부응하려는 클럽입니다"라는 김정헌 (42·화성)총무의 말과 "순수 동호인 산악회로 28인승 리무진 버스만 고집하다 보니 많은 인원과 함께 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명품 산악회로 가꾸기 위해 회원들 모두가 한결 같은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기에 만족하고 있습니다"란 류정우 (56·용인)회장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산악회로 조용한 변화를 꿈꾸는 산악회다. 매주 셋째 일요일이 정기 산행일이며 별도의 봉사일을 두고 있다. 회장 류정우 011-9002-6061, 총무 김정헌 010-4122-3779

2010-10-21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가야산 만물상코스

■ 산행지: 경남 성주·합천 가야산(1430m) 만물상코스■ 산행일시: 2010년 9월 26일(일)■ 산악회: 수원 산7000 산악회(80명)■ 7년 만의 화려한 부활 가야산 만물상[경인일보=송수복객원기자]불꽃처럼 타오르며 갖은 형상을 하고 하늘을 마주하고 있는 기묘한 형상의 암봉들로 이뤄진 만물상(萬物相) 일대가 1972년 가야산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37년 만에 일반인에게 공개되어 주말마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설악산의 만물상이나 금강산의 만물상에 비해 그 규모는 작으나 산객들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한 아름다움이 있으니 그 기회만 엿보던 이들에겐 즐거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가을철의 단풍과 어우러질 멋진 풍경이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가야산 만물상 코스는 일반인이 등반하기에 적합치 않은 탓에 통제를 해오던 곳으로 2년여에 걸쳐 등산로 정비 사업을 거친 후 개방이 된 곳이다. 개방이 된다는 소식은 많은 산악인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월간 단위로 산행하는 산악회는 앞다투어 산행지로 가야산 만물상을 정하고 있으니 본격적인 단풍 시즌이 다가오면서 더욱 등산객들로 붐비는 곳이 될 것이다. 필자가 찾은 날에도 휴일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버스와 자가용으로 인해 발 디딜 틈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였으며, 백운동 매표소에서 오르는 기존코스에 빼곡히 들어찬 등산객들이 저마다 오르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릴 지경이었다. 1시간30분에서 2시간이면 통과가 가능한 백운동 매표소~서성대 코스(3㎞)가 잦은 정체로 인해 3시간 정도 소요되니 산행시간 조절에 참고하면 될 듯하다. 가급적 만물상 방향으로 오르는 순서를 기다리며 오르도록 하여 좁은 구간에서 오르내리는 이들과 교차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등산로 정비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한 길이니 안심하고 올라도 좋으나 암릉구간이므로 방심은 금물이다. 어차피 밀리는 길이라면 만물상의 뜻을 헤아리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여유를 가져보도록 하자.■ 불꽃처럼 타오르는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군상성주IC를 빠져나와 가야산 방향으로 향하는 국도변으로 줄지어 늘어선 관광버스행렬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는가 짐작케 한다. 가야산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들이 일찍부터 차량과 등산객들을 안내하는 대로 길을 따르면 확성기를 들고 등산객들을 통제하는 소리가 멀찌감치서 들려오기 시작한다. "가급적 만물상 코스로 오르시되 직접 서성재 방향으로 오르실 분들은 용기골 코스로 오르셔도 됩니다"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많은 수의 등산객들이 만물상 코스를 포기하고 용기골로 향하는 모습도 보인다. 입구부터 줄지어 늘어선 행렬을 피해 백운동 야영장에서 야영중인 부부를 만나 만물상에 다녀온 소감을 물어보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하는데 여긴 그렇지가 않아요. 한번 다녀와 보세요. 얼마나 아기자기하고 예쁘던지…"라며 박은선(45·여·서울 신림동)씨가 사람이 많더라도 꼭 올라가 보라며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한다. 복잡한 계산 따위를 접어두고 능선 부근에 뿌옇게 내려앉은 낮은 구름 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마친다. 계단 길을 올라 다소 단단한 흙길을 따라 오르는 길은 발걸음을 무겁게 할 만큼 미끄럽기에 조심하며 오른다. 능선으로 오르는 일이 그렇듯 힘든 오르막 구간을 지나면 여과 없이 주변 풍경을 보여주는 암봉이 나타나며 시원스런 조망을 선사해 준다. 노력에 비해 얻는 것이 많은 구간이다. 누가 무어라 이름을 붙여도 토 달 일 없는 갖은 모양의 바위들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가져본다. 오르내림의 반복과 심한 비탈길로 인해 시원스레 땀을 흘릴 것 같은 길을 많은 사람들로 인해 갈지자 걸음으로 느긋하게 오를 수밖에 없음이 오히려 고맙기만 하다.■ 천신(天神)과 산신(山神)의 만남터 상아덤스님바위, 코끼리, 개구리 등등 갖은 형상을 한 바위들로 이뤄진 만물상 코스가 끝나면서 만나는 서장대 또는 서성대라 불리는 곳의 원 지명은 '상아덤'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아름다운 용모만큼이나 성스러운 기품을 지닌 정견모주(正見母主)라는 여신(女神)이 백성들이 살기 좋은 땅에 살기를 원하여 하늘에 정성을 다하여 빌자 천신(天神)인 이질하(夷叱河)가 어느 봄날 오색의 꽃구름 수레를 타고 내려와 정견모주와 부부의 연을 맺은 곳이라 한다. 이곳에서 자릴 잡고 인간의 삶을 살다 낳은 아이들이 '뇌질주일'과 '뇌질청예'로 대가야국의 첫 임금인 '이진아시왕'과 금관가야국의 시조 '수로왕'이 되었다 하니 그냥 지나치기엔 다소 아쉬운 장소다. 산행은 이곳에서 해인사로 내려가는 길과 산성을 통해 칠불봉, 가야산으로 이르는 능선길, 용기골로 하산하여 백운동 매표소로 원점 회귀하는 길로 나뉘게 되므로 시간과 체력의 여하에 따라 코스를 달리 하면 된다. 한 시간여 만에 내려선 후 백운리 마을 길가에서 하늘을 보니 어느새 구름이 걷히고 맑은 햇살이 만물상을 비추니 불꽃 같은 형상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가슴으로 느끼는 순간이다.※ 산행안내■ 교통- 자가용: 경부고속도로 청원JC(청원상주고속도로 문의방면) ~ 낙동JC(중부내륙고속도로 남김천방면) ~ 성주IC ~ 양정삼거리 ~ 수륜삼거리 ~ 백운동 매표소(4시간)- 대중교통: 대구동부시외버스터미널 ~ 서부버스정류장(해인사 방면 버스) ~ 가야면 버스정류장 ~ 택시이용(소요시간 15분) ~ 백운동탐방지원센터문의: 합천버스터미널 (055)931-4456, 해인사시외버스터미널 (055)932-7362■ 등산로- 백운동 매표소 ~ 만물상 ~ 서성재 ~ 용기골 ~ 백운동 매표소 (4시간)- 백운동 매표소 ~ 만물상 ~ 서성재 ~ 칠불봉 ~ 가야산 ~ 용기골 ~ 백운동 매표소 (5시간)- 백운동 매표소 ~ 만물상 ~ 서성재 ~ 칠불봉 ~ 가야산 ~ 해인사 주차장 (5시간30분)

2010-10-07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고래산

■ 산행지: 경기 여주, 양평 고래산(고달산, 543m)■ 산행일시: 2010년 9월 8일(수)■ 평안한 마음을 담은 듯 고즈넉한 산길[경인일보=송수복 객원기자]한 눈에 들어오는 야트막한 능선이 대평저수지와 대칭이 잘 되어 있다. 산자락엔 골프장이 들어와 자리를 잡아서인지 주변 정리가 잘 되어 있는 듯 보인다. 이미 벼베기를 마친 논이 듬성듬성 바닥을 드러내 보이고 있는 가운데 그 옆의 논들은 벼익는 소리와 함께 풋풋한 내음을 뿜으며 추수할 날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유난히도 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올 여름을 보내기 싫어서인지 한낮의 뜨거움은 여전해 보인다. 대평저수지를 내려다 보는 등산로에 들어서자 후텁지근한 공기가 땅으로부터 올라오고 따가운 햇살이 머리와 어깨로 쏟아져 내리고 있다. "혼자 오는게 아닌데…"를 중얼거리게 만드는 부분이다. 고래산(高崍山)은 우두산(혜목산·489m)과 옥녀봉(420m) 능선으로 이어져 있기에 함께 종주를 하기도 하는 곳으로 대부분 산행 들머리는 여주방향으로 한 뒤 날머리는 양평으로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고려장의 설화가 배경이 되어 불려지게 되었다고도 하고 양평군에서 올려다 봤을때 능선의 모양새가 고래를 닮았다하여 그리 불려지게 되었다 하니 그 산세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평론마을 입구를 지나 골프장으로 오르는 길을 따라 오르다 길 왼편으로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는 곳이 산행기점이다. ■ 주변을 압도하는 시원한 조망대평저수지를 내려다 보는 골프장을 옆에 두고 심기가 불편한 사람처럼 입을 다물고 산에 오른다. 어렵지 않은 길이 그나마 위안이랄까….힘들지 않게 능선에 서자 진한 솔향기를 머금은 바람이 스쳐간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고래산 정상에 서면 서쪽의 남한강 물줄기 너머 양자산(709.5m)과 추읍산(583m)이 한눈에 보이며 대평저수지 뒤로 용문산(1천157.2m)이 우뚝 서있다. 동쪽으로 보이는 어렴풋한 산이 치악산(1천288m)인데 청량하지 못한 날씨 탓에 그 실루엣만 감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쉽다. 사방으로 열려 있는 고래산의 정상은 주변을 압도하거나 발아래에 두면서 내려다 보기 보다는 그저 어깨를 같이하며 바라보는 느낌이다.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조차 묘연한 길을 따라 능선을 걷다보면 노래가 절로 난다. 산세가 험하지 않으니 온화한 기운이 도는가보다. "상교리를 바라보면 좋은 기운이 솟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지세를 더듬어 볼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느낌이 좋네요." 고래산 정상에서 만나 동행하게 된 박인석(47·이천)씨의 말에 몸을 돌려 바로 보니 말 그대로의 느낌이 전해진다. 우두산과 고래산, 옥녀봉이 품에 안은 듯한 모양이다 보니 전원주택지로 인기가 있는지 꽤 많은 수의 멋진 주택들이 보인다. ■ 흔적만 남은 영화의 땅 고달사지지금은 흔적으로만 남아 역사를 전하고 있는 옛 절터 고달사지로 향하는 길은 너른 능선인지라 발걸음이 빨라진다. 능선에 파 놓은 군사용 참호를 지나 한참을 내달려 도착한 국사령 갈림길에서 바로 오르는 우두산 방향의 길을 따른다. 국사령에서 양평골프장이나 점말 방향으로 하산하여도 되므로 어린아이를 동반한 짧은 등산코스로도 괜찮을 듯 싶다. 하지만 고래산 산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곳이 고달사지이므로 반드시 둘러보도록 한다. 고달사는 신라 경덕왕 23년(서기 764년)에 국가가 관장하는 사찰로 창건되었으며 고려 초 왕사인 원종대사 이래 역대 임금의 비호를 받아오던 대찰이었으나 현재는 국보 4호인 고달사지 부도(신라말의 고승 원감국사 현욱스님의 부도로 추정)와 보물 6호인 원종대사 혜진탑비 귀부 및 이수, 석불좌가 보물 8호로 남아있다. 보물 282호인 쌍사자석 등은 고달사터에서 서울 경복궁 대조전 뜰로 옮겨져 있다가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안치되어 있다. 3시간 안팎의 시간으로 충분한 산행을 마치고 내려선 고달사지엔 400년의 수령을 가진 느티나무가 자리하고 있어서 나무 아래 의자에서 옛 영화를 간직한 절터를 바라보고 앉아 쉬어간다. 흔적만 남은 절터에 을씨년스런 가을 바람이 불며 느티나무 잎새들을 흔들고 있다. 사내대장부로 태어나 바람처럼 흘러갈 세월에 무엇을 남길까 고민하기 보다 맛 좋은 여주쌀밥에 얹어 먹을 반찬부터 떠올리는 머릿속 계산만 가득하니 산행이 아닌 맛기행을 해야할 판이다. 게다가 하산길로 잡은 점말 부근엔 참숯가마 찜질방도 많으니 산행후 여독을 풀기에도 그만이다. ※ 산행 TIP1. 산행 기점으로 잡은 대평저수지 평론마을 너머의 금동마을 방향은 바위가 섞인 급경사 지역이라 하산 및 등산을 하기엔 다소 위험이 뒤따르므로 산행하기엔 적합하지 않으니 권할 만한 곳은 못된다. 너른 능을 지닌 능선길을 따라 남쪽의 뺑치고개까지 갈 필요 없이 능선 왼편의 고달사지로 내려서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산행기점을 고달사지로 할 경우 우두산~고래산~옥녀봉~점말로 이르는 코스가 바람직해 보이며 능선 전반에 걸쳐 식수를 구할 수가 없으므로 각자 준비해야 한다.2. 고래산 주변에서 매년 양평군은 산악자전거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용문산~고래산~양자산을 잇는 280㎞에 달하는 장거리 코스다. 일명 '양평랠리'로 불리는 대회로 36시간 안에 주파해야 하는 힘겨운 경기로 고래산을 관통하는 곳인만큼 산악자전거 동호인들 또한 즐겨 찾는 곳이다. ※ 산행 안내■ 교통대중교통: 양평에서 하루 18회 운행하는 곡수리행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대평리 저수지 입구에서 하차한다.자가용: 여주~여주대교~37번국도~상교리~고달사지■ 등산로점말~국사령~주능선~고래산~임도~금동마을(3시간)일신리~고려장굴~고래산~국사령~우두산~절재~고달사지~점말(4시간)금동마을~거문골~고래산(2시간)배잔마을~고래산(2시간)

2010-09-24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양평 중원산 도일봉

■ 산행지: 양평 중원산 도일봉(864m)■ 산행일시: 2010년 8월 22일(일)■ 끝날 줄 모르는 무더위를 피해…[경인일보=송수복객원기자]요즘 다시 시작된 늦더위 탓에 쉽사리 선풍기와 에어컨 곁을 떠나지 못한다. 주말을 이용해 잠시나마 더위를 피해 찾아간 양평군의 중원산 도일봉은 높지 않은 데다 가파르지 않아 산행하기 알맞았다. 여기에 더해 물맑고 수량도 풍부한 중원계곡이 있어서 피서산행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남한강의 수문장으로서 용문산이 펼친 날개에서 한껏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중원산 도일봉은 거슬러 오르면 오대산 두로봉과 닿아있어 한강기맥이라 부른다.수도권과 밀접한 지역이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 접근하기가 용이하지 않고 편의시설 또한 미흡해 오히려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아온 곳이기에 청정함을 느낄 수 있다.짧은 시간이나마 한시름 놓고 쉬어가기 좋으므로 늦더위를 피해 한번쯤 들러볼 만한 곳으로 추천하는 바이다.■ 처서를 앞둔 찜통속 도일봉 산행"덥다 덥다해도 이렇게 더운 날은 평생 처음인데다 하필 오늘 같은 날 산행을 하는게 이치에 맞는지 모르겠소…." 성남에서 온 이병준(59)씨 입에서 나오는 말로 모두 힘들고 덥다란 말밖에 없다.연일 경신되는 최대전력사용량이 말해주듯 올 여름은 유난히도 더운 것 같다. 이런 날 산행을 하려니 선뜻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다. 후텁지근한 습도 때문에 마치 한증막을 방불케 하는 등산로에 들어선 필자의 옷은 이미 젖은지 오래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더위를 잠시 잊게해 줄 중원폭포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기에 위안을 삼아 불볕더위를 피할 방편으로 삼는다.거리상으로는 채 1㎞가 되지 않기에 등산객뿐만이 아니라 일반 관광객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산속 깊은 곳에 숨겨 두고 몰래 찾아와 즐기고픈 산꾼의 입장에서 보면 많은 사람이 찾는 것을 내켜하지 않는 측면이 없지 않은 곳이다.한낮의 더위도 아랑곳없이 한굽이 돌아서기 전부터 시원한 물소리가 미리 반겨주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물안개에 그 비경이 한층 빛을 발하는 중원폭포 앞에 서자 더 이상의 산행이 무의미해진다."이 더운날 올라가봐야 뭐하겠어요. 여기서 짐 풀고 먹고 갑시다. 이만큼 시원하면 됐지 또 뭘 바라겠어요."서울 중랑구에서 가족과 함께 산행을 온 박영락(53)씨 일행은 이미 산행을 마친 것이나 다름 없다며 폭포 주변으로 자리를 잡고 앉는다.■ 도일봉 중원계곡 곳곳이 피서지원점회귀 산행으로 적합한 도일봉이기에 중원계곡을 따라 올랐다가 다시 하산하는 코스를 따른다. 마을주차장에서 2시간이면 닿는 도일봉의 정상은 마음껏 주변 경관을 두루 둘러볼 수 있다. 정상 암봉에서 바라본 북쪽엔 봉미산과 그 너머의 소리산이 눈에 들어오고 마주 보이는 곳엔 용문산과 폭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서편의 중원리 일대를 품고 있는 중원산 또한 빼어난 경관으로 그림처럼 다가와 앉는다.정상에서 햇살을 여과 없이 받아내고 있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게다가 시원한 물줄기가 발아래에서 기다리고 있기에 지체할 것 없이 하산을 서두르기로 한다.중원산과 도일봉 사이로 6㎞에 달하는 중원계곡 물줄기가 발원하는 곳을 찾아 물 한모금으로 목을 적셔본다.천연 냉장고에서 꺼내어 마시는 물맛이란게 바로 이 맛이 아닐는지. 그야말로 감로수(甘露水)가 아닌가.온몸을 던져 마음껏 적셔 보고픈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 중원주차장에 이를 즈음 계곡가에 자리를 차지한 상가와 빼곡히 들어선 차량들이 얽혀 오도가도 못한채 길을 메우는 모습을 보며 다시금 더위를 느낀다.양보없는 자리싸움을 피해 멀찌감치 벗어나 늦은 점심식사를 하며 곧이어 찾아올 처서를 미리 반겨주는듯 고추잠자리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본다. 떠가는 뭉게구름 뒤로 펼쳐진 파아란 하늘이 마음에 와 닿는 순간 하늘빛을 닮은 계곡이 벌써부터 그리워진다.소소하게 변하고 있는 중원산 자락의 모습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지만 아직까지 변함없는 청정함은 필자가 여름마다 어김없이 찾게하는 이유인 것이다. 중원계곡을 추천하는 이유 또한 같다. ※ 산행안내■ 등산로비슬고개~능선~숯가마터~도일봉~중원 폭포~중원리주차장(5시간)중원리~중원폭포~도일봉~싸리재~싸리봉~중원계곡~중원리(5시간)향소리 중간말~남동릉~도일봉~남릉~합수점~중원폭포~중원리(6시간)■ 교통자가용: 팔당~상봉~조안~6번 국도를 계속 이용~양수리~옥천~양평읍~용문~용문산에서 나옴~용문산방향~다리건너 삼거리에서 우회전~중원계곡 대중교통 1. 동서울터미널에서 서울~양평행 직행버스(60분 간격 운행)2. 강변역에서 서울~양평행 시내버스 2000-2번(60분 간격 운행) 3. 양평터미널~ 중원2리 마을회관(1일 6회 운행) (031)772~2341

2010-08-26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덕항산

■ 산행지: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덕항산 (1천71m)■ 산행일시: 2010년 8월 6일 (금)[경인일보=송수복객원기자]동해로 쏟아져 내릴듯 가파르게 솟은 덕항산을 산행로 입구인 대이리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쌓일 지경으로 더운 여름날의 연속이다. 진작부터 환선굴은 등산객과 관광객들로 북적이기 시작하고 쉴 틈 없는 모노레일의 움직임이 소란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오십천(五十川)과 만나 동해로 빠져드는 12㎞의 무릉천 주변으로 굴피집과 통방아의 모습을 볼 수 있기에 대이리 군립공원에서의 눈요기 거리는 얼마든지 있다. 바닷바람이 뜨거워질 무렵이면 더욱 많은 피서객이 찾아올 덕항산의 환선굴과 대금굴이 있는 지역은 대이동굴 지대로 천연기념물 제178호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다. 덕항산(德項山)은 화전민들의 팍팍한 삶에 그나마 도움을 준 덕에 붙여진 이름으로 이 산을 넘어가면 농사라도 지을 수 있는 평평한 땅이 있어 덕을 많이 보았다하여 '덕메기산'으로 부르던 것을 한자어로 표기하면서 명명하게 되었다 한다. 이렇듯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산 능선의 서쪽방향은 완만한 구릉으로 형성되어 있고 고랭지 채소단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 숨막힐 듯 가파른 풍경에 눈요기는 가득 가득햇살이 가득한 골말의 아침, 백두대간의 턱밑에서 산행을 시작하려니 쏟아져 내릴 듯 솟은 덕항산의 위용이 새삼스럽다. 촛대봉과 기암의 모습을 좀 더 가까이 지켜볼 수 있으니 볼거리는 충분한 셈이다. 하지만 만만치 않아 보이는 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하면서 아침햇살도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산행을 시작한 지 5분도 안 되어 땀을 있는 대로 흘리기 시작하는 가파름의 연속… 갑자기 전날 무엇을 하였기에 이리도 피곤한가 하며 핑계거릴 찾기 시작한다. 지도상의 거리로는 족히 두 시간을 올라야 하는 길인데 벌써부터 지쳐오는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혼자였기에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길이 아니어서 그랬으리라. 그래서 먼 길은 동행이 필요하다 하였는데… .어찌어찌하여 올라선 '동산고뎅이'라는 지명 앞에서 숨을 헐떡이는데 능선 서편에서 일찍 산행을 시작한 이들이 내려오며 '왜 이리 경사도 급한 데로 올라오냐'며 안쓰러운 듯 쳐다보며 측은함이 담긴 눈빛을 던지고 간다. '고뎅이'는 삼척 사투리로 '경사가 급한 언덕'을 뜻한다. 난간을 붙들고 안간힘을 써 가며 다시 힘을 내어 보지만 야속한 햇살은 뒤통수를 더욱 뜨겁게 달구며 약을 올리는 듯하여 연방 힘빠지는 길이다. 터질 듯 요동치는 심장과 후들거리는 부실체력이 능선 아래의 '926 계단'을 만나자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부서지고 흩어지는 바윗길에 놓인 철계단이 아니었다면 더욱 오르기 힘들었을 길이다. ■ 동굴관광으로 시원한 피서산행이 어우러지는 곳능선에 이르자 다수의 등산객들이 지나다니기 시작한다. 서편에 위치한 하사미동 방향에서 백두대간 능선 종주를 시작한 사람들로 보이는데 더운 여름날이어서 그런지 다들 말없이 묵묵히 걷는 모습들이다. 다시 돌아와야 하는 번거로움을 안고 덕항산에 들러 이미 젖을대로 젖은 온 몸을 안개와도 같은 구름 속에 내맡겨 본다. 능선길은 완만한 형태로 힘들 것 없이 지각산과 장암재로 이어지기에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코스다. 덕항산보다 10여m 높은 지각산(1천85m)은 고랭지 채소집산지로 유명한 삼척시 하장면에서 올라 산행하는 일명 '찌걱산'인 지각산(890m)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기에 '환선봉'으로 불리기도 한다. 쉬며 놀며를 거듭하며 장암재에 이르면 환선굴 방향으로 거친 내리막이 기다린다. 이후 잔돌이 굴러 끝 없이 쏟아져 내릴 듯한 내리막길 옆으로 작은 약수터와 제1·2 전망대가 있어서 좀처럼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 장암재에서 50여분 정도 하산을 하다 보면 천연동굴을 지나게 된다. 비를 피하든 바람을 피하든 백여명 이상이 넉넉히 대피할 수 있는 천연동굴은 자연스레 쉬었다 가는 곳으로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한 대피소가 아닐 수 없다. ■ 미개방 동굴지대인 대이리 동굴지대발 아래 모노레일이 오가는 모습이 잠시 스쳐가는 듯하더니 이윽고 환선굴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선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입장하는 모습마다 외투를 하나씩 걸치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아 하니 한여름이라 해도 반팔차림 그대로는 무리일 듯싶어서일 게다. 길이만도 6.5㎞에 달하고 주굴의 길이도 3.2㎞이니 보온에 각별히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환선굴은 동양에서 가장 원형보존이 잘된 종유석과 석순, 석주 등이 눈길을 끌며 희귀동굴생물의 서식으로 학술적 가치 또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변의 동굴들은 비공개 영구보존동굴로 지정되어 학술조사 이외엔 출입이 불가한 지역이 많다. 환선굴을 지나 내려오는 길에는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 출입이 가능한 '대금굴'을 만나게 된다. 하루 700여명으로 제한하여 출입시키고 있는 곳으로 삼척시에서 관광특화한 상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비릿한 바다내음이 뜨거운 백사장 열기와 함께 끈적임을 남길 때면 환선굴과 대금굴의 신비스러움을 만끽하고 더위도 잊을 만한 시원함이 있는 덕항산이 동해바다의 지척임을 기억하도록 하자. /※ 산행안내■ 교통영동고속도로~만종JC 중앙고속도로~제천IC~태백~대이리■ 등산로골말(등산로입구)~환선굴 전망대~동산고뎅이~덕항산~지각산(환선봉)~장암재~약수터~천연동굴전망대~골말 (6.9㎞, 5시간 30분)

2010-08-12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지리산 둘레길

■ 산행지: 경남 함양 지리산 둘레길(5구간) 동강마을~수철마을■ 산행일시: 2010년 6월 6일 (일)■ 서럽도록 눈부신 푸르른 숲길로….[경인일보=송수복 객원기자]요즘은 신록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필자가 지리산 둘레길을 찾을때만 해도 여름은 먼발치에 있었다. 논들은 가득 찬 물로 인해 멀리서 봐도 반짝이며 번들거리고 모내기를 마친 논에는 푸르름이 시나브로 짙게 깔리고 있었다.눈부신 연둣빛이 가득한 산골마을의 고샅길을 이리저리 따라가는데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게다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오가는 농부들의 모습은 변함없는 시골의 정겨운 풍경이다.4륜 택시가 지나가며 낯선 모습으로 눈길을 끌어보지만 길가에 제멋대로 피어난 들꽃들이 반갑다. 아침 햇살이 따갑게 내리 쬐는 길을 걸어야 하지만 그래도 농부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햇살이 아닌가. 나그네만 불편한 심기로 논길을 걷는다.비교적 일찌감치 심어놓은 덕분에 감자며 고구마의 줄기가 한창 자라 수도권의 알량한 텃밭과 너무나도 대조적인 모습이다.콘크리트로 포장된 도로를 걷다 추모공원에 이르러 깔끔하게 포장된 아스팔트길을 만난다."차로 와도 되는데 왜 구태여 걸어서 오는거야…"라며 누군가의 입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일부 구간은 승용차로도 통행이 가능한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동강마을에서 방곡마을의 추모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억울한 생각이 드는가보다. 추모공원에 이르러 나무 그늘이 시원한 쉼터가 되어 잠시 쉬어갈 수 있게 배려해준다. 이곳 추모공원은 한국전쟁 중인 1951년 2월7일 한국군에 의해 아무런 죄 없이 집단 학살된 산청, 함양 등 4개 지역의 양민 705명을 추모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상사폭포, 쌍재, 고동재나무 표지를 따라 개울을 건너 숲길로 들어가는 길가에 뽕나무 열매인 오디가 까맣게 익어가고 있어서 지나는 이들의 손과 입을 까맣게 물들여 준다. 뒤에 오는 이들도 같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난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을 버리고 숲으로 들어선다. 신발을 벗어들고픈 욕망이 이는 순간이다.숲길은 햇살을 막아주어 시원한 청량감을 느끼게 해주지만 쌍재에 이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땀을 흘릴 수밖에 없다.어느새 후텁지근한 공기가 밀려오는 듯하더니 멀리서부터 세찬 물소리가 폭포의 위용을 미리 알려주려는 듯 들려온다. 이윽고 도착한 상사폭포 앞에서 안내판의 내용을 보던 허윤섭(62·부산)씨가 "남자가 여자를 좋아했다 혼자 죽어삐가 폭포가 된기라능데 말이나 되노. 전설이 황당하구려…"라며 전설이라도 너무나 허황된 얘기라며 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한다.계곡의 물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산비탈을 따라 오르다 보니 산약초를 재배하는 지역에 '통행을 허락해주신 마을주민께 감사드립니다'란 나무 팻말이 서있다. 둘레길을 공개적으로 열어 놓는 것이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공개하는 것과도 같을 터이니 참으로 감사해야 할 일이다.힘들이지 않고 올라온 길에 농막 하나가 가로막고 섰다. 준비해간 간식을 먹으며 쉬어가기 좋다. 8년 전 고향으로 귀농해 약초를 재배하고 있다는 주인장의 인심 덕분에 얼음물 한사발로 더위를 잊어본다.충분히 쉬었는데도 쌍재로 오르는 비포장도로에 서자 한층 뜨거워진 햇살에 온몸이 달궈지는 느낌이다. 조금 전의 그늘이 너무나도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그리운 마음이 닿아서일까 얼마 후 나무푯말 하나가 지키고 섰다가 곧장 넘어가면 수철마을로 이어지는 편한 길을 버리고 왕산의 그늘로 안내한다.■ 가야국(伽倻國)의 역사로 빚은 수철마을쌍재로 넘어와 고동재로 오르는 소나무 숲길에 접어들자 6세기경 융성하던 가야국을 신라에게 넘겨주고 지리산 자락에 들어와 은거하던 가야국 10대 왕이었던 구형왕(仇衡王)의 모습이 언뜻 스쳐간다.근대 역사에서 고동재는 수철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낸 국군 제 11사단 9연대 3대대 병력들이 빨치산 토벌을 명목으로 지났던 길이다. 이후 가현마을, 방곡마을, 점촌마을은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그 잔인했던 시절도 세월 속에 묻히고 이별도 상실감도, 꽃잎처럼 사라져간 푸른 목숨들의 억울함도 모두 잊고 그저 길과 벗하며 걷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인정머리 없이 메마른 콘크리트길로 여운 없는 그림자만 남긴 채 터덜거리며 걸어간다. 추억만 남기고 돌아서는 지리산 자락에서 해질녘에나 돌아설까하다 무쇠점마을, 수철마을에서 역사 속의 쇠를 두들기던 망치소리만 기억해내곤 돌아선다. 무엇이 이리도 급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렇지 않아도 인생의 끝을 향해 서둘러 가고 있음에도….※ 산행 안내■ 도보구간동강마을~점촌마을~추모관~방곡마을~상사폭포~쌍재~고동재~수철마을 (12㎞, 5시간)■ 교통함양버스터미널에서 금계행 버스를 이용, 원기마을에서 하차. 배차간격 30분, 소요시간 30분산청교통 (055)973-5191, 산청버스터미널 (055)972-1616, 함양지리산고속 (055)963-3745함양버스터미널(고속버스) (055)963-3281~2■ 둘레길 Tip(주의사항)현재 개통된 구간은 전북 남원 주천에서 경남 산청의 수철마을까지이며 5개의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농민들의 삶의 터전인 둘레길은 관광객들이 몰려들며 각종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쓰레기와 농산물에 대한 피해가 그것이다.또한 농사짓는 풍경을 담는다고 농민들이 일하는 모습을 함부로 담아가는 경우도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며 자제해야 할 일이다. 사진을 찍기 전 반드시 동의를 구하도록 한다. 식수는 추모공원, 쌍재 쉼터에서 구할 수 있으며 추모공원 아래 간이 매점과 쌍재 쉼터에서는 간단한 음식도 가능하다.

2010-07-08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전북 남원 봉화산

■ 산행지 : 전북 남원 봉화산 (919.8m)■ 산행일시 : 2010년 5월 9일(일)■ 산악회 : 한국공인중개사 수원 권선지회 (40명)■ 배고팠던 젊은 날의 단편[경인일보=송수복객원기자]"학생들 여기서 자려고. 먹을 것은 충분하고. 밥은 먹었어."지리산 대원사를 출발한지 4일째 되던 날 저녁. 복성이 뒷재 소로(小路)에 텐트를 치고 앉아 있던 꾀죄죄한 몰골의 남학생들을 보곤 인근의 목장을 운영하던 주인이 그냥 지나치질 않는다. 주인의 배고프냐는 물음에 "배고파요"란 말이 생존 본능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왔다. 한참을 바라보던 목장주인을 따라가서 쌀과 김치를 얻어와 넉넉한 저녁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1993년 백두대간을 종주중이던 때의 일이다. 금세라도 다시 찾아 올 수 있을 것만 같더니 벌써 1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평생 유럽을 떠돌던 유랑(流浪)하는 철학자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성서처럼 가슴에 지니고 걸었던 길이다. "그렇다. 우리는 먼저 스스로 바다가 되어야 한다. 더러워지지 않으면서 더러운 강물을 받아들이는 바다"를 수 없이 되뇌이며 신을 부정했던 그가 초인(超人)을 창조해내기 까지 자신의 벽을 허물었던 것처럼 새로운 가치창조를 위해 고뇌하던 순간이 문득 스쳐간다. ■ 타는 듯 불 밝히는 오월의 봉화산지리산과 덕유산의 중간에 위치한 봉화산은 백두대간 종주자들에겐 잘 알려진 산이다. 최근에는 철쭉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등산객이 아닌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 여기에 더해 1992년 경희대 민속학연구소의 고증을 통해 남원시 인월면 성산리와 아영면 성리마을이 흥부전의 토대를 이룬 동네임이 밝혀져 봉화산 자락을 찾는 이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가는 추세다. 저온 현상으로 인하여 5월 초순에 개최되는 춘향제와 함께 꽃구경을 하기 좋았으나 여전히 늦어지는 개화 시기로 인해 관광 후 돌아서는 발걸음이 개운치만은 않다. "꽃이 피고 지는 순리를 인간이 다 안다 어찌 말할 것이며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순리를 어찌 다스릴 수 있다 하겠습니까." 장영석(55) 등반대장이 개화가 안되었더라도 탓하지 말라며 미리 선수를 쳐둔다. 복성이재로 오르던 버스가 인공으로 조성한 철쭉단지가 있는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새색시의 연지곤지를 연상케하는 선홍색의 철쭉이 한가득하다. "능선의 철쭉은 아직 개화하지 않았으니까 여기서 시간 좀 보내고 산행하도록 할게요." 장영석 등반대장이 여유를 주자 마치 자신에게 돌아올 시선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한껏 뽐내며 함께 등반하기로 한 산행객들이 철쭉꽃 사이로 파고든다.■ 가고 싶은 길과 가야할 길의 기로복성이재로 오른 사람들과 치재에서 만나 잠깐의 병목현상을 겪은 후 키를 넘는 철쭉 사이로 숨어들어간다. 아직 만개하지 않았지만 부분적으로 피어있는 철쭉꽃들로 인해 능선이 붉게 덧칠해져 있는 모습에 경이로움을 느끼는 순간이다.꽃 동굴을 지나 낙엽송 사이로 부드러운 숲길을 따라 걷다 야트막한 나무들로 인해 하늘이 열리면서 봉화산 정상이 손에 잡힐 듯 눈에 들어오고 뒤돌아서면 백두대간 능선에 시선이 고정된다. 소나무 숲을 만나 꽃들의 향연(饗宴)이 끝나는가 싶더니 봉화산 남면으로 철쭉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억새군락지 곳곳도 붉게 타고 있었다. 또한 사방 거칠 것 없는 조망으로 남쪽의 지리산 능선으로 바래봉부터 팔랑치, 세걸산, 정령치, 만복대에 이은 성삼재까지 보이며 실상사가 자리한 삼정산과 반야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북동쪽으로는 백운산과 원통재 너머의 황석산~거망산의 능선이 보이고 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영취산과 백운산이 북쪽으로 힘차게 뻗어 있다. 거대 비석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마친 후 아영면 일대의 너른 벌판을 뒤로한 채 억새군락지를 따라 944봉을 지나 함양읍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간다. 이후 첫 번째로 만나는 갈림길이 있는 양지재에서 능선 오른편 대안마을로 하산하는 길을 따른다. 다소 가파른 하산 길로 인해 "엄마 아버지…"를 부를 수밖에 없는 여성회원들의 다급한 목소리를 여러 차례 들을 수 있는 곳이니 조심스레 내려와야 한다. 하산 중 길가로 버려진 많은 쓰레기들을 보다 못해 줍던 박내영(49·여) 회원이 "꽃구경도 좋지만 어릴 때부터 가족 중심으로 야외활동을 하는 선진국들처럼 환경에 대한 교육이 우리에게도 절실한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토로하자 한 손씩 거들고 나선다.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동종업계 종사자들이라 그런지 푸근한 마음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 깊은 산행이었다. ※ 산행 안내■ 교통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간 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장수IC~전북 남원시 번암면■ 등산로성리마을~짓재~철쭉군락~꼬부랑재~번암방면 하산길(철쭉군락)~번암 (2시간 30분 소요)치재~철쭉군락~백두대간~봉화산~산불감시초소(남측)~부동마을 (3시간 30분)봉화산~백두대간(북측능선)~광대치~함양방면 하산길~백전 (3시간 30분) ※ 한국공인중개사 수원 권선지회이심전심 통하는 '일상의 무게' 훌훌… 불우이웃돕기등 다양한 봉사활동도"중개사들의 권익과 시장질서 안정에 기여하고자 자체적으로도 지도단속을 강화하고 있어요." 한국공인중개사 수원 권선지회의 오봉태(53) 지회장은 "지속적인 민·관 합동단속으로 불량 거래 및 과도한 수수료 청구 등의 소비자 불만사항이 많이 해소되었다"고 전한다. 또한 "구청 민원실에서 민원인 상담과 불우이웃돕기 행사도 전개하는 등 다각도로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자발적인 모임을 결성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도 밝혔다.지회장 오봉태 011-724-4949 등반대장 장영석 019-352-2397

2010-05-21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수락산~불암산

■ 산행지 : 경기 의정부, 남양주 수락산(638m)~서울 노원구, 경기 남양주 불암산(508m)■ 산행일시 : 2010년 5월 1일 (토)■ 수락산과 불암산을 잇는 6시간의 번잡한 산보[경인일보=송수복객원기자]한파에 때를 잊은 눈보라가 4월 말까지 기승을 부렸다. 게다가 경기권에 닥친 구제역의 된서리에 수도권을 비롯해 지방의 각종 봄꽃 축제가 취소되면서 가뜩이나 산불조심기간에 갈 곳 헤매는 발걸음들이 수도권 인근으로 향한다. 최근에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로부터 긴급차관을 받을 당시와도 같이 전철표 한 장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른바 '전철산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IMF 당시보다 한결 나아진 접근성과 늘어나는 등산 인구에 발맞춰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덕분에 뒷동산 산행처럼 가볍게 나설 수 있는 곳이 바로 수락산과 불암산이다. 나무만큼 많은 바위 덕분에 좋은 전망은 기본이요,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쏟는 땀방울을 씻어주는 시원한 바람은 덤이니 덕분에 뱃살 줄어드는 고민 좀 해 보고 싶다면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나설 일이다.■ 사고지역 1순위인 아찔한 홈통바위(기차바위)지하철 7호선 장암역 앞은 산행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15분 간격으로 지하철에서 내리는 사람들, 환승주차장의 7천원짜리 종일 주차권을 끊은 등산객들이 지방에서 대절해 온 버스에서 내리는 등산객과 한데 뒤섞여 석림사 방향의 석천계곡가를 따라 오른다.문득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보장된 삶이 있었음에도 그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술 한 잔과 담배 한 갑에 행복해 하며 수락산을 오르내린 고(故) 천상병 시인의 발자취가 궁금해졌다. 그는 '약수터'라는 시에서 '내가 새벽마다 가는 약수터 가에는/ 천하선경이 아람드리 퍼진다./ 요순(堯舜)이 놀까말까한 절대 미경(美境)이라네… 반드시 있을 곳에 자리 잡고 있고/ 운치와 조화와 빛깔이 혼연일치하니,/ 이 세계의 극치를 이루었다'고 했다. 그는 이곳에서 선경(仙境)을 보았던 것일까. 아니면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 모진 고문을 받은 후유증이었을까. 아이와 같은 천진한 웃음으로 세상에 소풍 나왔던 그의 발자국을 따라 산길을 오르는 길가로 생전에 무척이나 예뻐했을 진달래 꽃의 고운 빛이 한가득이다.석림사를 지나 암릉길로 접어든 사람들과 마주하는 능선길에 다다르자 땀이 흐른다. 게다가 멀찌감치 우뚝 솟아 있는 기차바위의 위용이 다가갈 엄두를 못 내게 다소 위압적이어서 미리 쉬어보려 아무렇게나 바위에 널브러져 땀을 식힌다. 홈통바위에 다다르기 전 동편의 금류계곡에는 금류동(金流洞), 은선동(隱仙洞), 옥류동(玉流洞) 폭포의 모습이 장관이며 그곳에서 떨어지는 물을 보고 수락산(水落山)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說)도 있다.■ 사람 잡는 동네 뒷산상계동 대단위 아파트 단지의 뒷산이 되어버린 수락산은 수도권 산 중에 사고가 많기로는 네 번째로 3년간 317건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도 안전장구 없이 암벽등반을 하거나 음주산행, 자신의 신체여건을 고려치 않은 무리한 산행 등은 사고와 직결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119 산악구조대를 등산로 입구에 전진배치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홈통바위만큼이나 사고가 빈번한 철모바위를 지나 도솔봉 삼거리에서 능선 왼편으로 접어들어 덕능고개로 하산을 한다. 불암산과 이어지는 능선이기에 고갯마루로 내려서는 수고스러움은 충분히 감내해야만 하는 것이다. 내려온 만큼 올라서야 하는 길이니 짜증도 날 법 하지만 의리 하나만큼은 남자 못지않다는 일행 덕분에 기운을 내 본다. 모자를 쓴 부처의 형상이라 하여 불암산(佛岩山)으로 불리며 필암산(筆巖山) 또는 천보산(天寶山)이라고도 하는 먼발치의 바위봉우리로 가는 길은 의외로 순탄하다. 갑자기 '3번 교육생 하강준비 완료', 산과 계곡을 울리는 어느 등산학교 교육생의 외침이 쩌렁쩌렁 울린다.■ 山에서 얻는 교훈불암산 정상에 이르자 헬기가 머리 위로 지나가 수락산 능선에서 배회한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그 후로도 몇 번의 헬기 이동이 있었으니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듯하다. 하산 후 확인한 바로는 심장마비와 사진촬영시 부주의에 의한 추락사고였다는 것이었다.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으니 새삼 안전등반을 강조해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삼각산 봉우리와 도봉산 능선을 바라보는 재미와 사방으로 도시의 빌딩들을 내려다보는 불암산의 고스락은 협소한 데다 암봉이어서 사람이 많아질 경우 자칫 위험할 수 있어서 사진촬영만 하고 돌아선다. 암봉인 만큼 조망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여러 갈래 길 중 하산하는 길로 잡은 공원관리소 삼거리에 다다르자 맞은편 방향에서 건각들이 줄지어 달려와 순식간에 지나간다. 불수사도삼의 5개 산 종주를 하는 사람들이다. 불암동에서 시작해서 북한산성 매표소까지 줄기차게 달리는 13시간여 자신과의 싸움에 나선 이들의 건강한 모습 뒤로 이번엔 걸어서 종주하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24시간여에 걸쳐 잠 한숨 못 자며 걷는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길이다. 다양한 모습으로 산을 즐기는 것은 인간이 가진 여러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편일 것이다.그러한 가운데 자신의 신체가 손상되거나 심하면 목숨까지도 잃을 수 있음에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일은 남이 아니라 자신에게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르고 내리고 춥고 덥고… 인생의 단면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등산에서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배워가는 순간 가슴에 하나씩 소중한 목표 하나가 생길 것이다.※ 산행 안내■ 교통4호선 당고개역, 7호선 수락산역, 장암역, 4호선 상계역■ 등산로수락산역~미주아파트~시립양로원~깔딱고개~암릉코스~철모바위~정상~540봉~수락산역(6시간)장암역~노강서원~석림사~왼쪽 능선~수락산~덕능고개~불암산~공원관리소(6시간) 상계역~중계본동사무소~학도암~불암산~절고개~덕능고개~당고개역(3시간)

2010-05-06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북한산 12성문 종주

■ 산행지: 서울 은평, 경기 고양 북한산 12성문 종주■ 산행일시: 2010년 4월 18일 (일)■ 산악회:산 7000 산악회 (9명)[경인일보=송수복객원기자]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진산이자 한국 산악인의 위상과 맞닿은 북한산.북한산에 오르는 이들은 항상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전문 등반가부터 초보 산꾼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북적이는 북한산을 한 번이라도 올라본 이들이라면 이토록 가까운 곳에 아름다운 산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말이다. 수백 갈래의 길과 다양한 샛길로 인해 생태계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사실과 스타의식으로 인해 맨손으로 암벽을 오르는 행위를 빼고 나면 북한산은 멋진 매력이 가득한 곳이다.북한산은 진달래 꽃 고운 분홍빛이 한창인 진달래 능선, 경험자를 따라 장비를 갖추고 오르는 염초봉, 철난간 따라 오르는 백운대, 기점 삼아 지인들과 가볍게 나들이 겸으로 다녀갈 수 있는 성문까지 각자의 여건과 체력에 맞게 산행 시간과 난이도가 다양하다. 단, 악천후 시엔 등반을 삼가고 특히 바위가 많은 지형이니 산행 중 음주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 자연성릉 길 따라 대서문~의상대~가사당암문~부왕동암문~청수동암문~대남문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많은 등산객들로 인해 북한산성 등산로로 밀려가듯 흘러간다. 다소 쌀쌀한 바람이 불기에 산행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란 예감을 갖고 포장도로를 따라 오른다.북한산성 계곡을 가운데 두고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형국인데 반대로 종주를 해도 된다. 12성문 종주를 시작하는 기점으로 삼은 대서문(大西門)은 도로를 따라 오르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문이다. 의상능선으로 오르려면 이곳 대서문을 지나 옆길로 가면 된다. 거칠게 몰아쳐 올라야 하는 암릉의 특성을 다분히 갖추고 있어 초반 체력 안배에 유의해야 한다.의상봉을 내려와 거대한 불상이 자리한 국녕사 위편의 가사당암문을 지나 의상능선이 시작되는 암봉(岩峯)인 용혈봉에 이르는 구간은 온 몸으로 올라야 하는 바윗길이다. 용혈봉은 2007년 7월 29일 낙뢰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곳으로 등산객 4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당했던 아픈 추억이 있다.대남문(大南門) 방향으로 가다 보면 능선 우측으로 보이는 비봉능선이 아름다운 곡선을 뽐내며 다가오고, 북한산성 계곡을 사이에 두고 마주선 염초봉, 백운대, 노적봉의 위용이 대단한 기세로 달려오는 듯하다. 문수봉에 이르기 전 백운대 너머 인수봉이 보이는 유일한 곳으로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을 지나는 길이어서 주변을 조망하기엔 그만이지만 늘 안타까운 것은 서울시내가 뿌옇게 보인다는 점이다. ■ 능선 따라 흰띠 두른 성곽 따라 대남문~대성문~보국문~대동문~용암문~위문"바람이 머물다 흩어지는 암봉 사이로 서울시내를 굽어보는 맛이 일품이네"라며 송수긴(48)씨가 비봉능선과 대남문을 잇는 문수봉에 서서 바람을 맞는다. 대남문부터 성곽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많은 등산객들을 만나게 되는데 조금은 소란스럽기까지 하다. 대남문부터 능선을 따라 뚜렷하게 나타나는 성곽이 흰 띠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북한산성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축성론(築城論)이 일어나 서기 1659년에 우암 송시열(宋時烈)에 의해 수축됐다.현재도 무너진 성곽을 보수하는 작업이 진행중이어서 공사 중이란 간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보국문을 지나자 칼날능선에 선 등산객들의 모습이 아슬아슬하게 스쳐가고 가족끼리 오르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만난다. 학교동문회에서 온 사람들로 보이는 일단의 군중이 합창을 하기도 하는 어수선한 능선길이지만 걷기 편한 길이다. 대동문과 시단봉을 지나면서 편의시설로 지어놓은 화장실 앞에 줄지어 늘어선 사람들 모습을 뒤로 한 채 노적봉의 흰머리를 바라보며 걷는다. 노적봉에서 위문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로 줄지어 늘어서서 질긴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인간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비켜가기엔 위험한 구간도 종종 드러나기에 할 수 없이 기다렸다 걷기를 반복하며 조심스레 위문으로 다가가니 백운대로 오르는 바윗꾼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굽이치는 능선을 모두 조망하는 위문~북문~원효봉~시구문위문을 지나 백운대로 오른 후 염초봉과 원효봉으로 암릉을 따라 가려면 장비와 경험자의 동행은 필수다. 위험한 구간이어서 매년 사망사고가 끊이질 않는데 평균 10명 안팎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그 이유로는 안전장비 미확보와 음주가 그것이다. 일명 스타바위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장비 없이 오르는 이들을 보고 박수를 쳐대는 무지한 일들로 인해 자신을 거리낌 없이 사지로 내모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곳이다. 약수암 방향으로 내리막을 걷는데 산중(山中) 암자들을 돌아서 가야하는 길이므로 한참을 내려섰다가 다시 북문으로 올라와야 한다. 북문을 지나자 산악구조대원들이 휴식을 취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 보인다. 원효봉과 염초봉 릿지 등반 사고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원효봉에 이르면 지나온 능선을 모두 바라볼 수 있는 멋진 조망을 선사해 주기에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성내의 시체를 나르던 성문인 시구문(서암문)을 향한다. 구조헬기가 다급히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큰 사고가 아니길 바라며 급경사를 따라 원효암을 지나 고양시 효자동 방향으로 내려오면서 산행을 마친다. ※ 산행안내■ 등산로대서문-가사당암문-부왕동암문-청수동암문-대남문-대성문-보국문-대동문-용암문-위문-북문-시구문(13㎞ 약 7시간)■ 교통전철 3호선 불광역-7111번, 7022번, 7211번 버스전철 3호선 구파발역-704번 버스

2010-04-22 송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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