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산행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충남 홍성·예산 용봉산

■ 산행지: 충남 홍성·예산 용봉산 (381m)■ 산행일시: 2010년 3월 27일 (일)■ 산악회 : 화성발안중고등학교 동문회 산악회 (40명)■ 예당평야에 우뚝선 충남의 금강산[경인일보=송수복객원기자]봄철 건조주의보에 따라 산행지마다 산불 감시원이 산행을 제지하는 일이 종종 있다. 떠나기 전 가고자 하는 산행지의 등반 가능 여부부터 미리 파악할 일이다. 또한 산행을 하더라도 가급적 화기를 지니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이런저런 고민을 해결해 주는 곳이 바로 충남 홍성의 용봉산이다. 용봉산은 산자락 아래 온천욕은 물론 지척의 남당항에서 횟거리도 즐길 수 있는 일석삼조의 즐거움이 있다. 게다가 예당평야에 들어서고 있는 충청남도 도청 건물로 인해 주변 경관이 일시에 바뀔 수 있으니 시간을 내 역사의 단면을 기억해 두는 것도 좋을 듯싶다. 화성시 향남면에 소재한 발안 중·고등학교 동문들과 함께 홍성청소년 수련원 입구 주차장에 버스를 세우고 원점회귀 산행을 가졌다. ■ 역사의 산실 용봉사고려시대 1천여명의 승려들이 거주했다는 용봉사로 오르는 포장도로를 따라 걷는 길은 단조롭기만 하다.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듯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세우며 10여분을 걷자 병풍바위를 배경으로 백제 고찰인 용봉사가 나타났다. 생각보다 작은 절 규모로 인해 많은 승려들이 수도했다는 거대도량으로 보이지 않는다."용봉사의 자리는 지금보다 북서쪽에 위치한 풍양 조씨의 묘터입니다. 백제 말기에 건립돼 있던 것을 1905년 풍양 조씨 문중에서 묘를 쓰겠다고 해 현재의 자리로 옮겨오게 된 것인데 지금의 건물은 80년대 거라 비교적 현대식 건물에 가깝습니다." 맨발로 산을 다니는 유윤희(54·사업)씨의 입을 빌려 그 연유를 알 수 있었다.한편 용봉사에는 조선 숙종 16년(1690년) 5월에 그려진 보물 1262호인 '영산회괘불탱화'가 있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탱화 작품으로 손꼽히는 '영산회괘불탱화'는 매년 4월 초파일 탱화를 내걸고 의식을 봉행하고 있어 이즈음에는 일반인들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절 뒤편 200m 위쪽에 자리한 마애석불은 보물 355호로 지정돼 있으니 한 번쯤 둘러보자.마애석불에 이르면 본격적인 능선길이 이어지는데 용봉산과 수암산을 잇는 길이다. 밋밋한 충남의 평원을 가르는 금북정맥의 한 자락으로 솟은 용봉산의 위용은 능선에 서면서부터 시작되므로 서둘러가기보단 여유를 갖는 산행을 권한다.■ 갯내음 가득한 기묘한 형상의 바윗길한 굽이를 돌거나 바위를 넘어서면 다른 형태의 바위 모양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바위지대인 악귀봉에 올라서자 한여름에 가깝던 작년 6월의 어느 날이 떠오른다.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했던 이른 아침에 오른 용봉산에서 바라본 발 아래 세상은 바닷물처럼 들어찬 안개에 잠긴 예당평야와 그 위로 솟은 몇 개 봉우리가 마치 섬들처럼 보였다. 섬과 섬 사이를 표류하는 주인 잃은 배처럼 몇 대의 차량이 아직 끄지 못한 불을 밝히고 지나가던 모습이 아름다웠다. 용봉산은 계절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주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풍경만큼은 가히 일품이다. 어떤 이는 충남도청이 이전하면 번잡한 도시풍경으로 인해 지금같은 용봉산 주변의 풍경을 즐길 수 없을 거라고 염려하기도 한다. 필자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용봉산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야경이 또다른 볼거리가 되지 않을까 기대도 해본다.산행 즐거움은 올망졸망한 바위 사이를 지나거나 넘으며 바위틈의 억센 생명력을 자랑하는 앙증맞은 소나무를 감상하는 것을 보며 느낄 수 있다. 아슬아슬 줄타기하던 자리에 생긴 나무계단에서 오가는 이들이 많을 때는 정체되기도 하는 모습에 가족과 함께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산행지다. 가슴이 확하며 한순간 터져 나갈 듯한 시원함과 바위와 소나무의 조화로운 매력이 용봉산만의 매력이다. 최영 장군 활터를 지나 홍성청소년수련원으로 내려오는 것으로 산행을 마감했지만 산행 동안 느낀 흥분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 산행 안내■ 교통서해안고속도로~홍성나들목~29번국도~홍성~용봉사 서해안고속도로~해미나들목~예산읍~세심천온천~용봉산청소년 수련원■ 등산로용봉초등학교~미륵불~용봉산~악귀봉~수암산~덕산온천(3시간)용봉사~병풍바위~악귀봉~노적봉~최영 장군 활터~청소년수련원(2시간20분)※ 화성 발안 중·고등학교 동문 산악회 "동문화합·지역발전 두손잡은 선후배"화성 발안중고등학교 동문 산악회는 지역 발전과 동문 화합이라는 목적으로 활동하는 동문 산악회다. 연말에는 모교에 장학금을 지급하고 지역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등 불우이웃돕기 또한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안성시 부시장을 지내고 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으로 재직중인 홍광표(58) 발안중고교 동문회 산악회장은 "지역사회라는게 도연명처럼 귀거래사나 쓰는 유유자적(悠悠自適)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하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보다 소외되고 낙후된 모습들을 하나씩 지워내려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이어 그는 "보다 많은 동문들이 참여해 출신 학교의 발전과 지역사회 발전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훌륭히 이뤄냈으면 좋겠다"는 말로 보다 많은 동문들의 참여를 바란다고 전했다.산악회장 홍광표 010-3069-3008 산행대장 이규범 010-9671-7114

2010-04-08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인천 강화 마리산

■ 산행지: 인천 강화 마리산(469m)■ 산행일시: 2010년 3월 21일■ 산악회: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산악회 (230명)# 봄기운 완연한 민족의 영산[경인일보=송수복객원기자]등산로 진입로에 자리한 목련나무에 꽃망울이 맺혔다. 산수유도 만개하려 하는 듯 노란 꽃술이 향기를 내는 듯하여 가던 걸음이 절로 멈추어진다. 마리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계단 길과 능선 길로 나뉜다. 계단 길은 단조롭지만 곧게 뻗은 918개의 계단이 참성단까지 이어져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다만 하산로로 이용할 경우 무릎에 많은 하중이 전달되어 결코 좋다고만 할 수 없다. 매표소를 지나 갈림길에서 오른편의 부드러운 흙길의 '단군로'를 따라 능선으로 향한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산악회원 200여명과 함께 오르다 보니 대부대가 이동하는 것처럼 웅장한 느낌을 받는다. 그 가운데 가족과 함께 걸어가는 뒷모습이 여럿 보이는 터라 봄기운처럼 따스한 느낌도 전해진다. 얼었다 녹기를 반복한 땅이 약간은 질퍽하고 미끄러워 조심스레 발을 옮기면서 능선에 선다. 바다 위에 고요하게 떠 있는 올망졸망한 섬들이 손에 잡힐듯 한 거리에 있어서 가만히 눈을 감고 손을 뻗어본다. 감기몸살 기운에 산을 오를까말까 고민하던 이길하(53) 고문이 "산에 와서 땀을 흘려봐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제 경우에 한해서 말이죠"라고 말하며 후미에 남겨진 산악 회원들을 챙기는 모습도 뒤로 한 채 참성단에 한 발 더 다가간다. # 일 년에 3회 개방되는 '참성단'머리를 뜻하는 옛 말 '마니'에서 이름을 갖게 된 마리산은 대부분의 능선이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다. 봄철에는 진흙 때문에 바위를 올라타는 것이 조심스럽다.오가는 사람들과 교행하기도 불편해서 수십 번을 가다서다를 반복한다.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맞으며 바위에 걸터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낭만 섞인 산행이어서 도리어 빨리 걸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훨씬 덜한 것이 매력이다. 단기 51년 (BC 2283년)에 축조되었다고 전해지는 참성단은 세 차례만 개방한다고 적시해 놓았다. 사적 136호로 지정되어 있어서 등산객들로부터 보호하려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인가 보다. # 함허대사가 수도했던 함허동천(涵虛洞天) 마리산의 기운이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탓인지 외국인의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띈다. 일명 '보텍스(vortex)'라 불리는 지구의 내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비로운 에너지의 소용돌이다. 보텍스가 세계에서 가장 강하게 분출되는 지역이 미국 애리조나 새도나 지역이라고도 하지만 이곳 마리산도 못지않다고 한다. 한편 함허동천으로 내려가던 중 만난 이종삼(56)씨는 가족과 함께 명상하기 좋은 자리를 찾아 가는 중이라면서 "잠시 잠깐이라도 좋은 기운을 받으면서 명상에 들기에 이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함허동천 야영장을 비롯하여 주차장까지 사람이 모일 만한 공간은 모두 산악회의 시산제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모두의 무사산행을 기원하며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산악회의 시산제에 참석하여 두 손을 모아 본다. ※ 산행 안내■ 등산로국민관광단지 - 단군로(계단길) - 참성단 - 정수사(2시간 30분)함허동천 - 능선갈림길 - 정상 - 참성단 - 정수사(2시간)진개마을 - 314봉 - 정상 - 참성단 - 315봉 - 작은뫼넘이 - 상봉 선수약수(6시간)■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산악회"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 준비 '덩치큰 직장동호회'"직장 산악회로는 꽤나 규모가 있는 산악회다. 활동도 다양하고 왕성해서 히말라야 8천m 고봉을 3회나 오른 회원도 있을 정도다. 산악회 차원에서 세계 7대륙 최고봉을 오르기 위해 준비 중이다. 현재까지 2곳을 올랐고 2016년까지 모두 등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산악회는 직장 산악회의 장점을 잘 살려 지역사회에 많은 봉사를 하고 있는 멋진 산악회다.7년째 장기집권(?) 중인 현병우(49) 산악회 회장은 "회사에서 지원해 주지 않았더라면 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회사 차원에서 동아리 지원이 잘되고 있어서 다들 만족하면서 활기 있는 직장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2010-03-25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강원 평창 강릉 선자령

■ 설국(雪國)의 땅, 봄은 오려는가[경인일보=송수복 객원기자]횡계IC에 가까워오자 급격히 주변 풍경이 변한다. 다른 세상으로 나온 듯하다. 지난주만 해도 봄이 코앞이라 성급한 청춘들이 반팔을 불사했는데 전국적으로 눈이 내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평창을 지날 때만 해도 별반 다를 것 없던 풍경이 횡계에 접어들자 전혀 다르게 펼쳐진다. 마치 옷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전혀 다른 세계인 '나니아'라는 마법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위대한 사자 아슬란이 창조한 '나니아'로 들어서는 순간 영혼이 있는 나무들을 만나듯 신비로운 자연을 만난다. 마녀에 의해 지속되는 겨울. 누군가에 의해 마법은 중지돼야 하고 정의가 승리한다는 전제에서 시작하는 옷장속 전쟁이 한창인 이곳 선자령은 누구를 기다리는 것인가. '정의가 승리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명제가 실현되는 과정을 증명해 보이는 힘은 우리가 사는 이땅에선 결국 자연일 게다. 우리네 인생은 봄이 온다는 희망과 믿음으로 추위를 이겨내고 삶을 지속해가는 게 아닐까.■ 봅슬레이 경기장같은 등산로황태덕장에서 풍기는 비릿한 내음이 차창을 열기 무섭게 들어온다. 횡계IC를 나오자마자 나타나는 덕장을 구경하기 위해선 조금의 용기가 필요한 이유다. 온통 순백의 대지와 점점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무수한 눈송이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기에 도로 사정은 갈수록 태산이다. 대관령으로 가는 길조차 힘겹기는 마찬가지. 비틀거리는 차량이 겨우 도착한 양떼목장 입구에 내려 배낭을 멘다. 국사성황당 입구까지 걸으며 "왜 왔을까"하는 후회가 여러 번 뇌리에 스친다. 등산화를 덮은 눈덩이들이 무겁다. 국사성황당 갈림길까지 오는 동안 만난 두어명의 등산객들이 되돌아가는 중이라며 선자령까지 가는 길이 쉽지 않을거라 걱정해 준다.평상시 평탄하고 널찍한 길이 아니라 봅슬레이 경주로 같은 외길이다. 차라리 좁은 통로에 가깝다. 발밑으로 족히 1m는 눈이 쌓였을 법하고 등산로 옆으로 허벅지까지 차오른 외길에서 사람을 만난다는 건 차라리 눈밭에 굴렀다 나오길 기대하는 것과 같다. 비스듬히 비껴선 채 마주오던 사람들을 보내기엔 다소 부족함이 있기에 오른발을 길 밖으로 내어본다."허걱" 비명도 아닌 놀람에 숨이 멎는다. 허리까지 빠진 몸을 다시 빼오는데 한참이 걸렸다. 저 무게를 어찌 버티고 있나 싶은 나무들의 힘겨움이 느껴지는 숲길을 지나 전망대가 있는 갈림길에서 주저없이 좌측으로 우회한다. "좌파가 분명해…. 저 봐 좌측길로 가잖여." "그럼 돌아올 때 우측길이 되는데 그럼 우파로 변절한단 말인가?" 출발할 때부터 줄곧 뒤따라오던 두 등산객들이 필자를 보고 한 농담이 씁쓸한 현실을 반영하는듯 결국 한 길로 합류되는 길이다. ■ 북풍한설(北風寒雪)이 두려운 만주벌판과 같은 선자령?깊게 파인 발자취 위로 다시 눈이 쌓여 발목을 덮는다. 발걸음이 더뎌지고 숨도 가빠온다. 머리와 배낭위에 쌓인 눈을 털어가며 걸어도 곧 다시 덮이는 눈으로 인해 몸도 무거워져 간다. 숲길을 빠져 나와 능선에 서니 우려하던 바람이 사정없이 얼굴을 강타한다. 눈송이가 얼굴을 때리고 눈을 뜨기 힘들어 고글을 꺼내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나서야 안정을 찾는다. 아름다운 계곡에서 선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와 목욕을 즐겼다는 유래에서 붙은 선자령. 이곳의 겨울산행은 등산장비를 얼마나 잘 갖췄느냐에 따라 기쁨이 되기도 하고 고통이 되기도 한다.겨울산행에 스패츠없이 면바지를 입고 와선 낭패를 겪는 일이 종종 있지만 아쉽게도 관광지일 뿐 계도하는 인력이 없기에 스스로 준비해 산행해야 한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쉼없이 불어대는 탓에 저체온증에 걸리지 않게 옷을 껴입어야하고 신체의 일부분이라도 노출이 되면 상당한 고통을 겪는다. 물론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문제될 건 없다.하지만 준비만큼은 하고 가자. 어느 때 바람이 불어닥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2시간 30여분만에 선 선자령 정상은 한적하고 을씨년스럽기 그지 없다. 새봉을 지나면서 전망이 좋기로 손에 꼽는 곳인데 눈보라에 막혀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상태다. 맑은 날이면 백두대간의 준령과 내륙으로는 계방산, 백덕산 등이 보이고 고개를 돌리면 동해바다의 푸른 빛을 담은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주는 곳이다. 하산길로 이용되는 곤신봉~보현사 방향의 길이 막혔다. 초막골도 흔적이 희미해진 상태여서 원점 회귀하기로 하고 발길을 돌리니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부활'에 등장하는 '네흘류도프'가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며 '카츄샤 마슬로바'의 뒤를 쫓다 시베리아 벌판에서 마주친 눈보라가 떠오른다. 모든 부귀영화를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의 신념과 의지에 따라 걷던 길이 이런 길이 아니었을까. 결국 '네흘류도프'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카츄샤'가 석방되었듯이 고난을 이겨내는 것은 결국 자신의 의지인 것이다. 춥고 어려운 시절을 견뎌낼 의지만 있다면 자신만의 새 세계를 열어 갈 수 있을거란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대관령이다. 겨울은 지나갈 것이다. 계절이 그러하듯 우리네 사는 것도 마찬가지니 힘내어 살아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 아니겠는가. ※ 산행안내■ 교통영동고속도로 횡계 IC ~ 대관령 옛길 ~ 대관령■ 등산로대관령 ~ 새봉 ~ 선자령 ~ 초막골 (4시간)대관령 ~ 새봉 ~ 선자령 ~ 대관령 (4시간)대관령 ~ 국사성황당 ~ 새봉 ~ 선자령 ~ 삼양목장 ~ 대관령 (4시간30분)■ 산행 TIP3계절 산행시 어려움은 없다. 식수와 먹거리만 준비하면 아이들도 따라 나설만한 완만한 길이다. 표고차가 300여m 이르지만 그다지 힘든 길은 아니어서 가족이 함께 찾는 경우가 많다. 다만 겨울산행에서는 문제가 조금 달라지는데 우선 복장과 장비 문제는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바람이 불지않을 때의 선자령은 온화하고 동해바다를 전망하기 더할 나위없이 좋은 장소지만 일단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급격히 체온을 떨어뜨리므로 주의해야 한다.또한 주말의 단체 산행은 많은 눈으로 인해 좁은 통로처럼 길이 형성되므로 교행에 지장이 많다. 가급적 국사성황당으로 우회를 하도록 한다. 하산길로 초막골을 선택할 경우 계곡까지 떨어지는 급경사 지대를 조심해야하며 보현사 방향으로 하산하려면 곤신봉을 지나야하는데 겨울에는 길이 나있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경험자와 동행하도록 한다.

2010-03-11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충남 예산군 가야산

■ 한서지방(韓西地方)의 명산 가야산[경인일보=송수복기자]봄을 재촉하는 비가 새벽에 내렸나보다. 촉촉한 대지의 푹신함과 이른 아침 산자락에 피어오른 안개가 살포시 품안에 안기는 포근함이 먼저 다가와 반긴다. 마을 가운데로 흐르는 개울가에 핀 버들강아지가 영롱한 이슬을 머금은 채 봄바람에 살랑이며 반겨주니 한결 발걸음이 가볍다. 떠나는 겨울이 아쉬워서인지 낙엽 아래 숨은 얼음에 행여 미끄러질까 준비해온 아이젠이 무색한 날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고 아기자기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가야산을 찾았다. 충청남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주차장이나 화장실 시설이 좋은데다 마을사람들의 인심이 비교적 온화하여 전국 각지에서 시산제를 지내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내포문화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가야산 자락에는 많은 보물과 유물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백제시대 조성된 마애석불 중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국보 84호 서산마애삼존불상이 가야산 자락 절벽에 새겨져 있다. 얼마 후면 진달래와 철쭉의 군락에서 가족과 함께 봄을 만끽할 수 있으니 가벼운 복장으로 떠나볼 만하다 하겠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낙조도 일품이다.■ 흥선대원군과 남연군묘(南延君墓)산행들머리로 가장 많이 찾는 상가리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제일 먼저 지나치게 되는 곳이 남연군묘다. 안동 김씨의 권세를 피해 전국을 주유하던 흥선대원군 이하응에게 접근한 정만인이란 풍수가가 알려준 '이대천자지지'(二代天子之地) 자리가 지금의 묘터다. 가야사의 5층 석탑이 있던 자리를 돈으로 매수하였다는 설과 권력으로 쫓았다는 설이 분분한 가운데 흥선대원군의 계략대로 절은 불타 없어지고 그곳에 1845년에 이장을 하여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이대천자지지'라는 명당터에 걸맞게도 흥선대원군의 둘째 아들이 고종황제가 되고 이어 순종이 등극을 하였으니 이를 두고 우연의 일치라고 해야할지…. 어찌 되었건 '남연군묘 도굴사건'이란 사건으로 역사에 남을 일이 발생하니 독일인 오페르트가 남연군의 유골을 확보하여 통상교섭에 이용하려 한 일이다. 1868년 4월 21일 밤 140여명에 이르는 도굴단이 지금의 행담도 휴게소가 있는 자리로 상륙하여 묘에 이르렀으나 풍수가 정만인이 묘를 쓸 당시 도굴이 염려되니 석회석으로 다져 놓으라 한 말을 따른 결과, 단단하게 굳은 석회석으로 인해 도굴단은 묘의 일부분만 파헤친 채 도주하게 되어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에 쐐기를 박는 결과를 가져왔다. "풍수를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요즘은 화장문화가 많이 확산되어 있으니 땅에 구태여 집착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후손을 위해서도…." 남연군묘를 바라보는 변봉래(65) 고문의 말에 수긍을 하며 뒤돌아서지만 후손들을 위해서 그리도 치열하게 전국을 누비며 명당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발자취가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속인(俗人)이기 때문인가 보다. ■ 사방천리 거칠 것 없는 금북정맥을 따라옥양봉 정상으로 이르는 길을 누군가의 입을 빌려 표현하자면 동네 뒷산보다 어렵고 전국의 명산들보다는 쉽다고 말한다. 보기에 야트막한 모습이고 만만해 보였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기에 나온 말일 게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오르막으로 인해 중간 중간에 멈춰서서 숨을 고르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단숨에 오르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 가파름이 겨울철을 잘 지내온 허벅지를 뻐근하게 하고 오랜만에 흘려보는 땀이 목덜미를 타고 흐른다. 1시간이면 충분한 옥양봉에 이르면 그간의 땀방울이 헛되지 않았음을 조망으로 보답해 준다. 실컷 조망을 즐기다 석문봉으로 간다 해도 40분이면 충분하고 다시 상가리로 돌아내려 가는 데까지 도합 3시간을 넘지 않는다. 물론 식사시간을 포함하고 충분히 즐기면서 산행을 한다면 시간은 더욱 늘어날 테지만…. 한서대학교 방향에서 또는 대치리에서 금북정맥을 따라 가야산을 오른 후 일락산까지 종주를 한다 해도 수도권에서 당일 산행이 가능한 곳임에도 능선은 비교적 한적한 편이다. ■ 한국 풍수의 대가였던 故 육관 손석우와 원효대사1993년에 발간된 '터'라는 책은 손석우씨의 풍수지리책으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었다.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대통령의 친인척 및 고위 공직자, 사업가 등 많은 이들의 묘터를 봐준 내용과 함께 대한민국의 국운을 다룬 내용이 들어있는데 그 가운데 가야산에 전국 제일의 명당터인 자미원(紫薇垣)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심장마비로 돌연사하기 전까지 전국의 숱한 산하를 돌아다녔던 그가 택한 곳도 가야산 자락이다. 남연군묘 위쪽의 저수지 부근에 자리를 잡은 그의 묘터를 보기 위해 많은 풍수가들이 드나들어서인지 봉분 위 아래로 번들거리는 자리가 눈에 띈다. 한편 원효대사가 중국으로 가기 전 토굴에서 해골물을 마신 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는 설화가 있는데 그 장소가 가야산 자락의 토굴이라 하여 '원효순례길'까지 생겼다. 가야산에 들면 포근한 마음을 갖게 된다. 산세가 좋고 물도 좋아 살기에도 그만인 땅인지라 76년째 터를 잡고 살고 있다는 김순례(79·여) 할머니는 "사람들이 묘자리 보러 많이들 오는데 도립공원 아니었음 진작에 공동묘지가 됐을거여…"라며 그나마 다행이라 한다. 산행을 마치고 나니 많은 산악회 사람들이 주차장에 자리를 잡고 시산제 행사를 진행 중이다. 마침 보름날이라 안양TS산악회 회원들도 김기선(48) 회장의 주도하에 제기차기, 윷놀이 등 다양한 놀이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모든 일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닐는지…. 원효대사의 말대로 '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린 일'이 아니던가. ※ 산행 안내■ 교통서해안고속도로~해미IC~덕산 방향으로 좌회전~상가리■ 등산로산수리마을~당산~610고지~석문봉~상가리마을(8㎞, 2시간 40분)석문봉~일락사~황락저수지~당산(5.4㎞, 2시간)당산~일락사~일락산~개심사~서산목장~신창지(8.3㎞, 3시간)용현마을(보원사지)~일락산~석문봉~옥양봉~의현동~용현마을(11.5㎞, 4시간 30분)상가리~남연군묘~옥양봉~석문봉~상가리 (8.5㎞, 3시간)

2010-03-04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강원 평창 오대산 비로봉

※ 산행 안내■ 교통영동고속도로 진부 IC - 양양, 주문진방향 - 월정사 -(비포장) 상원사 ■ 등산로상원사 - 적멸보궁 - 비로봉 - 상왕봉 - 상원사 ( 5시간 30분)상원사 - 적멸보궁 - 비로봉 - 상원사 (3시간)#바람처럼 흘러와 문득 만나게 된 오대산[경인일보=송수복기자]설 연휴가 곶감 빼먹듯 금세 지나갔다. 아쉬움이 남는 만남을 뒤로하고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많은 사람들 사이로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서기가 두렵다. 겨우 짬을 내어 평일에 나서는 산행 목적지로 '오대산'을 택했다. 2시간여를 달려 진부IC를 나오자 제법 눈이 쌓였다. 방아다리 약수터입구를 지나 고만고만한 상가들이 길가에 옛 모습 그대로인 월정사 입구 매표소에서 "상원사까지 눈길이라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라며 반긴다.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오르는 길은 오른편으로 오대천을 두고 있어서 걷기에 그만이다. 하지만 9㎞에 달하는 거리인지라 예전 20대때의 기억은 추억으로만 간직하려 한다. 겨우 차량교행이 가능한 비포장 도로를 따라 상원사로 향하는 길. 스물둘에 찾아들었던 오대산장을 스쳐간다. 군불때 아랫목을 덥혀주던 온돌방이 그리워 고개를 배꼼히 밖으로 내어보니 옛 정취는 온데 간데 없다. 상원사 앞마당에 이르러 아이젠을 착용하니 후둑 머리로 눈송이가 쏟아진다. 정초 많은 신도들이 앞마당까지 빼곡한 절간에 정적은 고사하고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지는 소리에 오대산자락이 울려 왠지 발걸음이 거북하다. 문득 상원사를 지켜내기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지셨던 한암 스님이 떠오른다. 세조가 안치시킨 문수동자상을 보기 위해 기웃거려 봐도 꼭꼭 걸어잠근 문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신라 성덕왕 24년에 만든 높이 1.67m, 지름 91c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동종을 보는 것에 만족했다. 국보 36호인 동종의 문양 또한 8세기경 예술적 가치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쓰였다 한다. 발 디딜 틈 없는 문수전 앞에는 작은 고양이 상이 있는데 이 또한 세조와 관련된 조각상이다. 법당에 들러 절을 하려는 데 옷깃을 고양이가 자꾸 잡아채 이상하다 생각한 세조가 법당을 조사하라 명을 내려 그곳에 숨어 있던 자객을 발견했고 이에 친히 고양이 석상을 세웠다는 얘기가 전해진다.#비로봉 아래 용머리에 앉은 적멸보궁(寂滅寶宮)비로봉(毘盧峰)을 중심으로 동대산(東臺山), 호령봉(虎嶺峰), 상왕봉(象王峰), 두로봉(頭老峰) 등 5개의 봉우리 아래 중대(中臺-지공대), 동대(東臺-만월대), 서대(西臺-장령대), 남대(南臺-기린대), 북대(北臺-상삼대) 등 5개의 평평한 대지로 둘러싸여 있으면서 각각의 자리에 암자가 있다. 동대의 관음암, 서대의 수정암, 북대의 수정암, 남대의 지장암, 북대의 미륵암, 중대의 사자암이 있으며 이들 모두 월정사의 부속암자이다. 상원사에서 적멸보궁을 지나 비로봉을 오르려면 중대 사자암을 지나야 한다. 눈 덮인 산길을 오르내리는 신도들이 등산객의 수보다 월등히 많은 길이다. 아이젠을 준비하지 못한 신도들의 신발에 한결같이 양말이 신겨져 있다.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해주는 묘책으로 사용한 양말이 멀리서 보면 신발없이 걸어오는 듯 보여 꼭 돌아보게 된다. 점심시간에 맞춰 신도들에게 제공할 밥을 분주히 준비하는 보살(절간의 일을 돕는 여신도) 한 분이 "식사 안하셨으면 하고 가세요"라며 친절하게 손을 잡아챈다. 산에 올라서 찬밥을 먹을 생각을 하면 좀더 기다리고 싶지만 일정에 쫓기는 발걸음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부처님의 정골사리가 모셔진 곳이라는 적멸보궁에 도착하여 보니 법당엔 사람만 가득하다. 불상이 없어 늘 있던 자리가 허하게 느껴진다. 법당 옆으로 돌아 뒤편에 세워져 있는 '세존진신탑묘'를 찾아보니 반이상이 눈에 덮여있다. 그곳을 향해 합장과 절을 하는 신도들을 뒤로하고 비로봉으로 향하는 등산로에 내려서니 맑았던 하늘에 구름이 내려앉고 그 아래로 안개가 자욱하게 번져간다. 인적이 뜸한 등산로와는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적멸보궁 아래의 길로 신도들이 시주한 쌀을 한봉지씩 담아 중대 사자암으로 나르는 분주한 발길을 바라보니 신정일씨가 쓴 '다시 쓰는 택리지'에 조선 영조때 어사였던 박문수가 "승도(僧徒)들이 좋은 기와집에서 일도 않고 남의 공양만 편히 받아 먹는 이유를 알겠다"라고 한 대목이 떠오른다. 적멸보궁 아래로 돌아가는 길을 따르는 산길에서야 비로소 많은 적설량으로 걸음걸이가 더뎌진다. 국립공원에서 설치해 놓은 철계단도 눈에 덮여 형태가 사라진지 오래. 앞서간 등산객들의 발자국을 따라 오르는 길은 더딘 시간과 옷깃을 적시는 땀방울을 요구한다. 한 걸음 한걸음 발을 놓을 때마다 층층나무며 음나무가 눈을 뒤집어 쓴채 겨울을 나고 있는 모습이 애처롭다. 구름속으로 숨은 햇살을 피해 눈싸라기가 머리와 어깨로 떨어진다. 분설이 잦아질 무렵 보기에도 애처로운 모습의 키작은 신갈나무 군락지를 지난다. 눈에 묻힌 줄기와 가지마다 눈을 한아름씩 이고 있는 모습에 가뜩이나 작은 나무들이 자라지 못할까 동정심을 가져본다. 하늘이 살짝 개이려는지 간간이 햇살이 비치면서 뒤돌아 보니 멀리 황병산과 대관령이 지척이다. 이윽고 올라선 정상엔 눈이 쌓일 새가 없었는지 허허로운 바람만 가득하다. # 숲바람 따라 풍경소리 가득한 월정사상왕봉을 지나 부지런히 북대방향으로 내려선다. 멀찌감치 보이던 설악의 주능선도 낮게 앉은 구름속으로 숨고 시원찮은 조망 덕분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상원사 주차장으로 내려서는 도로를 따라 빠른 속도로 내려간다. 주워온 비닐포대 하나는 들고 배를 깔며 눈썰매를 몇 번 타니 어느새 주차장이다. 털털거려야 할 길을 설설 기어 월정사에 도착하니 뉘엇 뉘엇 해가 기울기 시작하고 금세 어두어진다. 금강교를 건너 적광전 앞에 도착하니 국보 48호인 팔각 9층 석탑과 그 앞의 석조보살좌상이 자리하고 있다. 석조보살 좌상은 보물 139호인데 진품은 월정사 경내 성보박물관 내에 옮겨져 보관중이다. 선덕여왕 12년인 서기 643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절로 삼재(三災)가 없는 곳이라 하여 조선왕조실록을 관리하던 사고(史庫)가 있었으나 6·25 전쟁에 불타 없어졌다 한다. 풍수지리도 이를 지켜주지는 못했나 보다. 어둑해진 겨울 계곡가 절간에 불을 밝히듯 오대산을 오가는 이마다 마음의 등불 하나씩 밝히고 돌아가는 길이 되길 기원해본다.

2010-02-18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강원 강릉 제왕산

■ 영동지역의 가장 큰 도시인 강릉을 굽어보는 산[경인일보=송수복기자]제왕산을 등반하기에 앞서 등산 기점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곳은 영동고속도로 구(舊) 대관령휴게소 하행선 방향이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찾는 곳 중 하나로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성남의 마운틴산악회와 도착한 대관령휴게소에는 이미 많은 관광버스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고루포기산, 제왕산, 능경봉, 선자령 등 인근의 산을 산행하기 위해 정비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연일 기온 급강하로 인한 보온에 만전을 기하라는 방송이 쏟아져 나온 때라 어느 때보다 산행에 앞서 보온장비에 신경을 쓰는 듯 꼼꼼하게 정비를 하는 모습들이다. 다행히도 제왕산 방향은 북서풍을 피해 바람은 등지고 가는데다 백두대간의 준령이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도 하기에 다소 안심이다. 여러 사람이 이용하기에 부족한 간이화장실 앞의 긴 행렬을 돌아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이 새겨진 영동고속도로 준공비 방향으로 계단을 따라 오르는데 바람이 밀어주듯 세차게 몰아쳐 계단을 오르는 주체는 오간데 없고 밀려가는 형국이다. ■ 고려말 우왕(禑王)의 한이 서린 제왕산손에 잡힐듯 지척으로 강릉시가 내려다 보이고 인근의 나뭇가지마다 상고대가 피어있어 지나는 등산객마다 탄성을 자아내지만 미친듯 불어오는 바람때문에라도 산행을 서두를 수밖에 없어 황급히 자릴 피한다. 능경봉과 고루포기산으로 향하는 사람들과 함께 걷기를 10여분 정도. 입산통제사무소 앞의 갈림길에서 제왕산으로 가려면 동해 방향의 임도를 따르면 된다. 이쯤되면 산행은 거저먹는 셈이다. 이후의 산행은 고도를 낮춰가는 길뿐이기 때문인데 약간의 오르내림은 그저 허허로운 발걸음으로 생각하면 그만이다. 임도를 따라 걷다 길 왼편으로 난 등산로를 따르자 쌓인 눈의 깊이가 다르다. 등산 스틱으로 '쿡쿡' 찍어가며 깊이를 재어보니 족히 1m는 되는 듯하다. 어쩔 수 없이 앞서간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을 따라 걸어야 하는데 워낙 적설량이 많다 보니 스패츠를 하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 등산화 안쪽으로 파고드는 눈때문에 벌써부터 발이 시리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발생하게 되었지만 양말을 갈아신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다. 전망대를 지나면서 손에 잡힐듯 다가온 제왕산 정상으로 가는 길엔 제왕산성의 흔적이 남았다하여 둘러보려해도 눈에 덮인 흔적을 어찌 찾을 수 있을까. 다만 지명에서 그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데 강릉 구정면의 '왕고개'나 왕산리 '큰골' 우왕이 살해된 현장이라는 '살해재'가 그것이다. 우왕은 10세의 어린 나이에 고려 32대 왕위에 올랐으나 위화도 회군을 감행한 이성계에 의해 강화로 유배되었는데 그때 그의 나이가 24세였다. 여주와 강릉, 고성을 전전하다 결국 삼척의 살해재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었는데 우왕을 유배 보낸 후 그의 아들 창(昌)이 왕위에 올라 창왕(昌王)이 되었으나 이듬해 창왕마저 강화로 유배되어져 부자(父子) 모두 이성계에 의해 살해되는 비운을 맞게 되었다 한다. 작금의 제왕산은 멋들어진 소나무가 즐비한 산능선인데 생사를 가르는 산성터였다니….■ 소나무 사이 옛길을 따라제왕산 정상에서 길을 뒤돌아 보면 백두대간의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능경봉과 새봉을 잇는 능선길과 풍력발전기들과 함께 이어지는 옛 대관령고속도로를 대강의 눈짓으로도 볼 수 있어서 사시사철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이곳부터 하산 지점인 대관령박물관까지의 길은 계속되는 내리막으로 거칠게 내려서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곤 유순한 길이 이어지는데 황금송이 빼곡한 산길이다. 수령이라고 해봐야 80년 안팎의 소나무들이지만 솔향기에선 인고의 세월이 묻어나고 있었다.한양 도성을 그리던 강릉사람들의 애환과 떠나간 자식을 그리워하던 어미의 마음이 닿은 고갯길을 무심한 발걸음으로 걸으며 그저 저 혼자 외로워 소리내어 우는 동해바다 파도소리를 떠올려 내며 또 걷는다. 그러다 지치면 아무렇게나 솔가리 수북한 나무 사이에 누워 솔바람 소릴 들어본다. 솔잎 사이로 파랗게 하늘이 열렸다. 한없이 아늑한 보금자리다. 바람도 간간이 저 건너 마을 이야길 소곤대며 건네준다. 뜬금없이 눈물이 흐른다. 어린 시절 그곳에 남은 어느 숲길같은 이곳에서…. "아저씨 거기 그렇게 누워있다 잠들면 죽어요" 지나는 등산객이 흔들어 깨운다. 고마워해야할지 망설이다 웃음만 건네고 엉거주춤 일어나 상제민원 계곡을 따라 다시 걷는다. 이미 걸음걸이는 뒷짐을 지고 느긋해진 뒤다. ■ 고을원님이 울고 넘었다는 원울이고개 꽝꽝 얼어붙은 얼음 아래로 흐르다 기운을 참지 못해 세상으로 뛰쳐나온 기상으로 콸콸거리는 계곡을 옆에 두고 있다. 계곡으로 내려설 엄두가 나질 않는다. 다만 산비탈을 적셔오던 물줄기가 등산로를 가로질러 달콤한 맛을 보고 가라며 손짓한다. 그러한 유혹에 빠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겨울이라 오히려 따스한 기운의 물 한모금이 가슴을 타고 내려가며 강릉사람들 이야기를 전해 준다. 동해안의 해산물을 한양으로 올리던 짐꾼들의 이야기와 '답설꾼'이라는 양반 가는 길에 앞서 걸으며 눈을 다졌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하고많은 사람들의 목을 적셔주고 힘든 애환을 달래주었던 샘터를 지나치면 '원울이고개'가 지척인데 강릉부사로 부임하던 원님들이 고개 막바지에 힘들어 울고 임기가 끝나 돌아가며 고을사람들의 인심에 다시 울었다는 고개다. 이쯤되면 대강의 흙길은 끝이 나고 등산도 종점에 다다른다. 2013년까지 대관령 지역의 금강소나무를 명품화하고 브랜드화하여 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하겠다며 공동산림사업 협약을 체결한 대관령자연휴양림과 동부지방산림청의 계획이 보다 나은 결실을 맺어주길 바라는 간곡한 마음을 담아 지나온 숲길을 다시금 되돌아보니 홀로 울던 동해안의 파도소리가 솔바람 소릴 예서 만나고 있다. ※ 산행 안내■ 교통영동고속도로 횡계IC ~ 대관령방면 456번 지방도 ~ 대관령축산시험장 ~ 대관령 휴게소 ■ 등산로대관령 하행선휴게소 ~ 능경봉 입구 ~ 능경봉 ~ 능경봉 입구 ~ 제왕산 ~ 대관령박물관 (9.8㎞, 4시간 소요) 대관령 하행선휴게소 ~ 능경봉 입구 ~ 제왕산 ~ 대관령박물관 (7.6㎞, 3시간 소요) ※ 성남 마운틴 산악회술·먹거리 없이 가벼운 배낭… 경제적 부담없는 산행 장점경기도 산악연맹에서 이사로 활동중인 백기영씨가 설립한지 10년 가까이 된 산악회다. 차내에서 음주가무는 물론 하산후 보통 제공되는 먹거리조차 제공되지 않는다. 그것은 순수하게 산을 찾는 이들을 위한 경제적 배려 차원에서라고 설명한다. 실비만으로 산을 찾을 수 있는 매력이 있어서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성남지역의 중심산악회로 자리잡은지 오래라고 한다. 백두대간 및 테마산행을 위주로 짜임새있는 산행 계획이 돋보인다. 회장:장병문 010-3893-4102 총괄문의:백기영 011-227-8848

2010-01-28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전북 무주·충북 영동 민주지산

# 아! 민주지산이여[경인일보=송수복기자]여느 때의 봄비처럼 부슬거리며 온 대지에 생명을 불어넣던 1998년 4월 1일 아침, 전북 무주를 출발한 특전사 대원들이 20여㎞를 걸어 도착한 민주지산에서 밤을 맞았다. 내리는 비를 모두 맞아가며 걸어온 터라 체력소모가 컸기에 체온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산 정상 부근에서 전술훈련 막영을 하던 중 악몽의 순간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영하 10도를 밑도는 기온에 강한 바람과 함께 몰아닥친 눈보라 때문이었다. 초속 40㎞의 강풍과 어둠은 헬기조차 띄울 수 없는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갔으며 결국 저체온증으로 6명의 특전사 대원이 사망해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었다. 그 자리…, 정상 아래 300여m 지점에 자그마한 대피소가 생겼다. 26㎡ 남짓 대피소 안에는 등산객들의 흔적으로 보이는 술병과 잡다한 쓰레기들이 뒹굴었다. 국립공원외 지역에서의 유일한 무인대피소인 만큼 등산객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텐데….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고 배려하는 마음이 날 선 추위도 막고 눈보라도 견뎌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됨을 항상 상기했으면 한다. 서럽도록 시린 바람이 시퍼런 사슬을 휘두르며 다가오는 것처럼 두렵던 그날과 같은 날이 더 이상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이었을까.#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각호산 봉우리지난 계절의 흔적을 모두 뒤덮은 흰 눈이 가득한 길이다. 찬바람이 밤새 나뭇가지에도 하얗게 매달려 아침햇살에 부서지는 가운데 도마령(840m)을 오르는 버스의 행렬이 힘겨워 보이기까지 한다. 버스에서 내리자 바깥 공기가 예사롭지 않고 젖은 바짓가랑이 잡고 오르듯 어기적거리는 발걸음으로 산행들머리인 계단을 오른다. 등산로는 이미 많은 사람이 지나간 터라 눈길이어도 발목을 덮진 않는다. 도마령에서 각호산으로 오르는 길은 천상화원이 아닌 남태평양 어디쯤 있는 산호섬 부근인 듯 아름답게 피어난 상고대와 파란 하늘이 조화롭다. 가파르지 않은 산길을 따라 한 시간 가까이 오르자 능선 곳곳에서 등산객들의 탄성이 약속이나 한 듯 한결같다. "늘 부모님과 함께 산행을 했는데 이처럼 아름다운 상고대가 각호산과 민주지산을 잇는 능선에 멋지게 피어난 풍경을 보여드리지 못해 안타깝네요." 뒤 이어 오른 하용진(48) 총무가 단란한 모습으로 아이들과 함께 능선을 바라보며 섰다. # 민두름산, 백운산의 민주지산1414년 조선 태종 때 조선을 팔도로 나누며 생긴 삼도의 구분점인 봉우리가 민주지산의 능선과 닿아 있어 얽혀있는 지역만큼이나 이름도 다양하다. "충청도쪽에서 부르던 이름이 민두름산이라고 해요. 그런데 다른 한편에선 백운산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는데 지금은 민주지산이죠. 일제가 잘못 표기한 까닭에 우리지명찾기운동 하시는 분들은 백운산으로 부르자고도 한답니다." 원정희(39) 산악대장이 자신의 등판만큼이나 너른 민주지산 정상을 가리키며 마고할매 머리만큼 하얀 산머리들을 감상하잖다. 멀지 않은 곳으로 덕유산의 전경이 펼쳐지고 스키장의 긴 슬로프가 백사(白蛇)의 모습과 닮았다. 능선길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는 가운데 민주지산 너머 솟아오른 각기봉과 삼도봉이 그 가운데 섰다. 능선길 아래 대피소 안팎에선 점심식사를 즐기는 등산객들이 빼곡하다. 가져온 음식물을 담아두었던 봉지며 주변 쓰레기까지 말끔히 정리하던 어느 연로한 등산객의 모습에서 '산꾼'이란 단어가 찬바람 녹이는 햇살처럼 다가왔기 때문이었을까. 사방천리 막힘 없는 시원한 민주지산의 산봉우리는 어느새 겨울 햇살아래 포근한 기운을 안고 있는 듯 따스함이 전해오는 듯하다. # 심산유곡의 정취가 묻어나는 물한리계곡 "편지대장 나오세요."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는데 직업이 집배원인 후미대장을 부르는 말이었다. "형들이 그리 부르는 게 어색하지 않고 좋아요." 김범수(35) 후미대장이 흰니가 드러나도록 씨익 웃으며 무전을 주고 받는다. 쪽쇄골로 하산한다며 방향을 따르다 보니 김홍모(58) 산악회장과 어느새 앞뒤로 섰다. "동계산행인데다 다른 산악회 사람들과 함께 오르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네요. 삼도봉까지 돌아서 하산할 수 있기도 하지만…." 김홍모 회장의 판단대로 해거름 전에 하산을 하는 게 맞다며 다른 일반회원들도 거든다. 한여름에도 물속에 들어가기 겁날 정도로 물이 차다고 소문난 계곡으로 내려서자 머리 위로 빼곡한 나무들과 수㎞ 이르는 깊은 계곡에 묻히는 형국이다. 민주지산이 품은 음주암골, 쪽쇄골, 무지막골, 각호골 계곡은 한천마을에 이르러 초강천이란 이름으로 바뀌어 금강으로 흐르고 천연원시림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주민들의 애정 또한 남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인근에 세워지려는 스키장 건설에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나 보다.※ 산행안내■ 교통자가용 : 경부고속도로 ~ 대전IC ~ 무주IC ~ 도마령 ■ 등산로도마령 ~ 각호산 ~ 민주지산 ~ 물한리 (4시간30분)도마령 ~ 각호산 ~ 민주지산 ~ 석기봉 ~ 삼도봉 ~ 물한리 (6시간30분)※ 오산 매홀산악회음주가무없는 가족맞춤 산악회… 매달 첫째 일요일마다 정기산행해돋이 산행때 설악산에서 한파를 만나 두볼에 동상끼가 남은 얼굴로 인터뷰에 응해주던 정분자(64·여자)씨의 말을 빌면 오산지역을 대표할뿐만 아니라 전국 어느 산악회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해외원정과 국내산행 두루 섭렵하였다는 정분자씨의 말을 잇는 이가 있었으니 매홀산악회의 창설 주역인 박충광(53)씨였다. "2006년도에 설립해서 음주가무없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산악회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죠. 그래도 남아준 회원과 새로 들어온 회원들이 잘 화합하여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데 앞으로 더욱 잘하도록 서로 노력해야겠죠"라며 힘주어 말하는 그에게서 산악회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돋보이는 듯 하다. "오산의 옛이름인 매홀을 따서 만든 만큼 자랑스런 명품 산악회로 성장할 수 있도록 회원 모두가 노력할 것입니다." 박충광씨의 말에 많은 회원들이 박수로 화답을 보내는 자리가 더욱 빛나 보인다. 매월 첫째주 일요일이 정기산행일이며 오산시청 후문에서 출발하는 동호인 산악회다.회장 김홍모 010-9437-9356 총무 하용진 019-330-9086

2010-01-14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남양주 예봉산~운길산

# 전철권역에 들어온 편리한 교통편[경인일보=송수복기자]중앙선 전철역으로 변모한 팔당역에 내리자 주말을 맞아 산을 찾은 많은 등산객들이 쏟아져 나온다. 역사의 광장에 위치한 등산 안내판에는 이미 여러 등산객들이 차가운 바람을 막으려 옷깃을 여민채 가야할 길을 짚어보며 섰고 고만고만한 배낭을 멘 산악회원들도 줄지어 산행을 떠난다. 등산객들이 태반이니 팔당역 자체가 산행을 위한 맞춤 역사(驛舍)로 느껴질 정도다. 쌀쌀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사람들과 뒤섞여 팔당2리 마을회관 앞길을 지나 예봉산으로 향하다 안양에서 온 김은정(29·여)씨가 친구와 함께 초보산행을 왔다며 동행을 청한다. 예봉산~운길산 능선 종주를 권하자 한 번 해보겠다며 함께 한다. "전철역으로 오는데 별 어려움이 없는데다 주변 풍경도 좋고 볼 것도 많다고 해서 한 번 와봤어요." 김은정씨가 예봉산을 찾게된 연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처럼 예봉산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사람들보다는 운길산역에서 하차하여 수종사와 운길산을 오르는 이들이 한결 많은 편이다. # 한양에 땔감을 제공하던 예봉산산행을 시작하며 느낀 첫 소감은 정비가 잘돼 있다는 느낌이다. 곳곳에 설치된 안내판과 쉼터도 조성이 잘 되어 한 눈만 팔지 않는다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산행을 마칠 수 있다.소나무가 즐비한 숲길로 접어들자 청명한 산새소리가 들려온다. 능선에 붙으면서 강바람을 피해 세웠던 옷깃을 내리고 급기야 자켓을 벗어 배낭에 챙겨 넣어야 할 만큼 힘든 오르막 구간이 이어진다. 간이매점을 지나 나무 계단을 오르면서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만만하게 봤다가 예상외의 가파름에 힘들어하는 등산객들이 하나 둘 곳곳의 쉼터를 차지하고 앉았다. 한강을 굽어보는 전망대에서 안개 속을 헤집어 발 아래 팔당대교를 내려다보며 여유를 가져본다. 마주 보이는 검단산은 여전히 구름에 갇혀서 정상을 구분키 어렵다가 잠깐 얼굴을 비친 후 아쉬움을 남기며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예봉산 정상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정상이 멀지 않았음인지 인정사정 없는 찬바람이 얼굴을 강타한다. 팔당역에서 출발한지 1시간 30분만에 도착한 예봉산 정상. 주말마다 올라와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파는 막걸리에 취한 몇몇 등산객들이 어수선한 분위기에 소란함을 더한다. 멀찌감치 피해 북쪽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 운길산과 율리봉을 조망하고 서있으려니 바람이 더더욱 매섭게 온 몸 구석구석을 파고 든다. 멋진 경기를 즐기는 대가인 듯하다.# 위험천만한 등산객들의 붉은 얼굴과 왜곡된 등산문화정약용, 정약전, 정약종 형제들이 집 뒤의 길을 따라 올라 학문(學文)의 도를 밝혔다는 철문봉(喆文峯)에 이르기까지 두어 군데의 간이매점에서 여지없이 등산객들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안타까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산에서의 음주는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아무렇지 않게 술장사를 하는 장사꾼이나 산행을 마치지도 않은 상태에서 마구 술을 마셔대는 행위를 보니 우리에게 등산문화가 있기는 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에 올 때마다 저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들 술을 마셔대는지 모르겠어요." 과천에서 초등학생인 두 아이를 데려온 박영식(47)씨가 혀를 끌끌 차며 황급히 간이매점을 지난다. 적갑산에서는 일단의 산악회원들이 정상주를 곁들여 점심식사 중인데 마치 산정상에서 술을 마시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않느냐며 오히려 임원들이 불콰한 얼굴로 건배를 해댄다. 우리네 음주문화에 대해 재고(再考)해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 구름을 부르고 안개에 숨는 운길산적갑산을 지나 오른편으로 굽은 길을 따라 가파르게 내려서는 길 끝에 오거리가 나온다. 운길산까지 산길이 부담스러운 경우 오른편의 마을로 내려선 후 길을 따르도록 한다. 쉼없는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먼발치의 운길산이 조금씩 가까워오면서 바윗길이 나타나고 이어 운길산 정상에 서게 된다. 수종사 방면에서 올라온 일반 관광객들과 등산객들이 한데 섞여 전 구간중에 가장 번잡스러운 곳이다. 돈벌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장사치와 자신만 즐기면 된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의 난잡한 음악이 뒤섞여 도무지 고즈넉한 산행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 연출되어 주변 조망에 시선을 빼앗길 겨를도 없어 씁쓸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운길산 정상은 일출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이기도 하여 사진작가들은 수종사 앞마당을 차지하고 등산객들은 운길산 정상에 올라 안개 속에 숨은 두물머리 위로 떠오르는 아침햇살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평생의 기억으로 간직하게 되는 곳이다. 경인년(庚寅年) 새해에도 해맞이로 북적일 것이다. 수종사 경내에 위치한 다원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녹차를 마시며 불전함에 짤랑거리는 주머니속 동전이나마 넣고 싶었지만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많은 탓에 500년 수령의 은행나무 아래에서 두물머리를 바라보는 것으로 산행의 아쉬움들을 떨어내본다. ※ 산행 안내■ 교통중앙선 전철역 가운데 용산, 옥수, 청량리, 회기역에서 팔당행 전철을 탈 수 있다. 용산역 기준 1시간 2대가 있으며 15분, 45분에 각각 출발한다.■ 등산로팔당역~예봉산~적갑산~오거리~운길산 (6시간)팔당2리 마을회관~예봉산~철문봉-하팔당 (3시간30분)조안보건지소~수종사~운길산~송촌리 덕촌마을 (3시간 30분)

2009-12-24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강원 태백시 태백산

[경인일보=송수복기자]# 바람도 넘다 지친 고산준령 태백산의 겨울전날 강원권에 제법 눈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산행에 나섰다. 부응이라도 하듯 산행 들머리인 유일사 주차장부터 설국(雪國)으로의 안내가 시작된다. 가볍게 체조를 마치고 삼삼오오 오르는 언덕길은 이미 눈으로 뒤덮여 일찌감치 아이젠을 등산화에 채우고 산행을 해야할 만큼 미끄럽다. 한껏 푸른 하늘 아래 눈 덮인 길을 따라 오르는 상쾌함을 만끽하고 있던 찰나 마주 내려오던 아주머니 한 분이 엉덩방아를 찧으며 "아이쿠야…. 당신 때문에 이게 뭐야"라며 남편인 듯한 사람에게 역정을 낸다. 복장을 보니 그럴만하겠다 싶은 게 평상복 차림이다. 겨울산을 준비 없이 오른다는 것만큼 무모한 일이 또 있을까. 경인년(庚寅年) 해맞이 축제와 태백시의 눈꽃축제가 열릴 태백산 일원을 찾을 계획이 있다면 반드시 추위와 습기에 대한 준비는 철저히 해야할 것이다.# 상고대 가득한 천년주목이 늘어선 능선길남한 제일의 산림자원을 자랑하던 태백산 부근에는 춘양목이 많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광산의 갱목으로 벌채되어 사라진지 오래다. 현재는 그 자리를 낙엽송이 차지하고 있고 석탄과 석회석 등의 광물을 캐던 자리는 박물관으로나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니 그 또한 역사의 뒤안길로 묻혀가는 중이다. 태백산은 주변 20㎞ 안으로 100여개의 고산, 고봉들이 늘어서 있어서 사시사철 찾는 이가 많은 가운데 특히 겨울철 해맞이 명소로 유명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산행에 나선 날이 추워서인지 눈구경을 나선 등산객들의 숫자가 그리 많지않아 혼잡스럽지 않게 낙엽송 가득한 길을 따라 오를 수 있었으나 신년해돋이 산행 때에는 밤새 줄을 지어 오르는 구간이다. 유일사 매표소에서 45분을 오르자 유일사 삼거리가 나타난다. 이곳부터는 능선의 거친 바람이 사정없이 몸안으로 파고들기에 보온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한다. 완만한 오르막을 따라 오르기 쉬운 바람찬 능선길을 따라 걷노라니 새벽이슬과 눈보라를 뒤집어쓴 살아천년 죽어천년의 주목들이 서서히 그 고고한 자태를 드러내며 멋진 풍광을 연출하며 서있다. 하지만 일출구경을 위해 오른 몇몇 몰지각한 등산객들이 주목아래에서 불을 피워놓고 추위를 피하는 모습이 종종 발견되는 현장이기도 하다. "그냥 지나치기 어려워 말다툼을 벌이기도 하는데 도통 안하무인이라서 상대하기가 쉽지않아요"라며 필자와 같은 경험을 했다는 이규범(53) 화성시 등산연합회장이 맞장구를 쳐준다. 자신의 감동만을 좇는 부류의 산행은 지극히 지양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크고 밝은 뫼 '태백산'일단 능선에 오르게 되면 함백산이 태백산과 마찬가지로 흰머리를 이고 있는 모습이 마주보이고 하늘금을 이룬 능선이 부드럽게 이어져 있는 풍경을 감상하게 된다. 보통 이상의 발걸음으로 달리기를 좋아하던 이들도 이때만큼은 멈춰서지 않을 수 없는 빼어난 경관이 펼쳐진다. 태백산을 위시해서 늘어선 사방천리가 모두 빼어나게 아름다운 곡선미를 이루고 있다. 가슴이 뛰는 순간이다. 하얀 꽃처럼 상고대를 뒤집어쓴 주목을 배경으로 늘어선 흰 곡선의 향연에 김희태(52) 동탄산악회 부회장이 "겨울산행의 진미가 이런 것이 아닐까요. 춥고 힘들어도 무릅쓰고 먼 길을 오는 이유가 이것이죠"라고 말한다. 매년 개천절 행사가 열리는 천제단. 이곳은 삼성기(三聖記)와 단군세기(檀君世記), 북부여기(北夫餘記), 태백일사(太白一史)를 하나로 묶은 환단고기(桓檀古記)의 기록에 따르면 4천100여년 전 오세(五世) 단군 구을 임금 때부터 태백산에 제단을 쌓고 천제를 올렸던 곳이라 한다. 천제단에 서서 낙동정맥과 백두대간의 남쪽 능선을 말 없이 바라보고 서있어도 가슴이 벅차오기에 차디찬 바람도 자리를 벗어날 이유가 되질 못한다. 천제단은 1965년 경북 봉화군의 주민들에 의해 복원이 되었으나 이곳에서의 행사가 특정종교의 행사로 사이비 논란에 휩싸이며 논란을 거듭하다 1990년에 이르러서야 지금의 공식행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한다. 남쪽 능선을 따라 가깝게 보이는 돌탑이 자리한 곳이 문수봉이며 당골을 경유해 주차장으로 내려올 수 있으나 1천400여m에서 솟는 샘물인 용정(龍井)의 물맛을 보기위해 장군봉 아래의 망경사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니 단종비각이 서있다. 영월에서 죽은 단종의 혼이 백마를 타고 이곳에 와서 태백산 산신이 되었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많은 등산객들이 점심식사 장소로 이용하고 있는 망경사 앞마당에 이르자 "종종 비료푸대를 갖고 와서 눈썰매를 타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곳이 망경사에서 내려가는 구간인데 올해엔 그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알 수 없는 일이죠"라며 심현섭(44) 동탄산악회 운영총무가 경험담을 들려준다. 산행은 늘 안전이 우선임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2009-12-10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충북 제천·단양군 구담봉~옥순봉

※ 산행안내■ 산행지: 충북 제천군, 단양군 구담봉(330m)~옥순봉(283m)■ 산행일시: 2009년 11월 22일(일)■ 산악회: 수원 조은산악회 (44명)■ 교통영동고속국도~중앙고속국도 남제천IC에서 금성 경유하는 82번 국도를 타고 38번국도에 이른 후 수산면에 들어선 후 단양 방면으로 가다보면 계란재가 나온다.■ 등산로계란재 ~ 삼거리 ~ 옥순봉 ~ 삼거리 ~ 계란재 (1시간)계란재 ~ 삼거리 ~ 구담봉 ~ 삼거리 ~ 옥순봉 ~ 삼거리 ~ 계란재 (3시간30분)■ 고고한 소나무 아래 푸른빛 가득한 충주호[경인일보=송수복객원기자]계란재에서 산행을 시작하기 위해 작은 언덕으로 나있는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하는데 약 150여m를 오르자 왼편으로 간이화장실이 나타나며 옛날 폐광으로 가는 길이 진입금지 표지판 뒤로 보인다. 사람들로 붐비는 화장실 앞 공터를 벗어나 오른편으로 급하게 굽어지는 길을 따라 오르자 국립공원내 민가 철거후 남은 공터에 비닐하우스 한 동이 보이며 뒤편 언덕으로 두 갈래길이 보인다. 직진하는 길은 옥순봉으로 곧장 향하는 길로 오른편 작은 봉우리로 오르지만 도무지 땀이 날 겨를이 없는 짧은 구간이다. 오르막 끝 삼거리에 서면 좌측으로 옥순봉이 오른편으로 구담봉이 멀리서 손짓하는 모양새가 나뭇가지 사이로 비춰진다. 오고가는 걸음들이 삼삼오오 모여 따스한 햇살만큼 기분좋은 말들을 주고 받는다. 진진산(49) 산행대장이 "금일 산행은 구담봉부터 오르기로 했어요. 돌아오는 길에 옥순봉 즈음에서 식사를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며 코스를 설명한다. 길은 어느새 충주호를 굽어보는 능선길로 변하고 멋진 암봉위로 고고한 자태의 소나무들이 푸른물빛과 색을 같이하고 있어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풍광이다. ■ 거북이를 닮은 구담봉"저기 보이는 봉우리가 거북이를 닮아서 생긴 이름이랍니다. 물에 잠겨있는 바위에도 거북무늬가 있다고 하는데 도무지 비슷한 걸 모르겠어요." 김영식(49) 회장의 손짓에 눈길을 옮겨본다. 하지만 거북이를 닮았다 할만한 모양새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자 일행들도 따라 바위를 눈으로 더듬어본다. 하지만 이도 잠시일뿐 장회나루터를 떠나는 유람선이 물살을 가르는 모습이 구담봉과 어우러지자 거북모양 찾기는 그만 두고 시끌시끌한 뱃놀이에 이내 눈길을 빼앗긴다. 예나 지금이나 뱃놀이에 음악이 빠지면 안되는 모양인지 여간 시끄러운게 아니다. 가야금에 시조를 읊던 풍류가객이 디스코 메들리에 빠졌는가 보다. 5분여 남짓 급경사 길을 내려가자 구담봉으로 오르는 직벽바위가 일행을 내려다보며 한 줄로 오르라고 강요한다. 그다지 힘들지 않게 보이는 바위를 짧은 다리를 주신 조상탓 해가며 힘겹게 올라선다. 발아래 모든 것들을 내려다 볼 기회를 제공해주기에 한껏 감상하고 분주히 바위 사이를 오가며 사진찍기 바쁘다. 충주호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으로 둥지봉과 말목산을 선두에 두고 그 뒤로 가은산 능선이 섰고 훤칠한 높이로 주변을 두루 볼아보는 금수산이 한 눈에 들어오지만 늦가을이라 고운빛의 단풍이 아쉽기만 하다. ■ 국가명승 48호, 제천 10경중 8경인 옥순봉계란재에서 가벼운 복장으로 올라와 주변을 돌아보는 관광객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 곳이 옥순봉이다. 구담봉과 연계한 산행만 아니라면 1시간이면 닿기에 충분한 거리 때문이다. 더욱이 조선 명종때 단양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이 단양8경을 정하고 이곳 옥순봉에는 단구동문(丹口洞門)이란 문구를 석벽에 새겨 넣은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단양군수로 부임하는 퇴계 선생을 모시는 관기 두향이가 청해 그리되었다는 설화가 전해오고 있다. 단애를 이룬 절벽이 마치 비온 뒤 솟아나는 옥빛의 대나무와 같아서 옥순봉(玉筍峰)이라 지어졌다 한다. 그러나 이내 2001년 개통된 옥순대교 아래를 지나는 뱃놀이에 여전히 신경이 쓰일 뿐이니 평생 산천을 두루 다닌다한들 언제쯤 눈뜬 소경 노릇을 벗어날는지…. 나무 기둥이 서있는 옥순봉에 다가서자 "여지승람을 쓴 조선시대 문인인 탁영 김일손과 산수록을 쓴 청화자 이중환도 이곳을 극찬했다"는 진진산 산행대장의 말만 아니었으면 보물 728호로 지정된 김홍도의 병진년화첩(丙辰年畵帖)의 일부부인 옥순봉도(玉筍峯圖)도 기억해내지 못할뻔 했다. 선인들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아있는 옥순봉을 "계란재에서 1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으나 식수를 구할 수 없으니 준비해 가라"는 말로 표현해야 하는 필자에게 퇴계 선생은 무어라 하셨을는지 궁금해진다. 비교적 가벼운 산행으로 멋진 풍경을 돌아보기 부족함이 없는 산행지로 노약자나 아이를 동반할 경우 구담봉 직전의 바위구간만 조심하면 될 듯하다. ※ 수원 조은산악회 "40~50대 주축 화목한 분위기 장점""친구따라 왔다 화목한 분위가 너무나 좋아 계속 나오다보니 건강에 큰 도움이 됐어요." 일산에 살며 매달 거르지 않고 수원으로 달려오는 회원 김정례(55·여)씨가 털어놓는 수원조은산악회의 장점이다. 2005년에 설립하여 4년차에 이른 순수동호인 산악회로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는 수수함이 오히려 돋보인다고나 할까. 40~50대가 주축으로 산행에 활기가 있고 화합이 잘되는 산악회라 할 수 있겠다.회장 : 김영식 011-264-6343산행대장 : 진진산 010-7126-0757카페 http://cafe.daum.net/suwonjoenn

2009-11-26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충북 보은 속리산 상학봉

[경인일보=송수복객원기자]■ 장쾌한 능선 종주길로 알려진 '충북알프스'1999년 5월 특허청에 업무표장 등록을 하고 관광상품으로 충북 보은군에서 홍보중인 종주 코스로 충청북도 보은군 장안면 서원리부터 활목고개로 이어지는 약 44㎞의 능선을 '충북알프스'라 하며 상세 구간으로 구병산~구병산 신선대~장고개~속리산 천황봉~비로봉~문장대~관음봉~묘봉~상학봉~경북 상주시와 경계인 활목고개로 분류할 수 있다. 암릉으로 이어진 능선길이라 다소 험난한 여정이 예상되는 길로 어지간한 체력이 아니고는 산행 다음날 뻐근한 팔다리로 출근을 감행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충분히 보상을 받고도 남을 빼어난 경관이 두 눈을 호강시켜줄 준비를 갖추고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떠나도록 하자. 도상거리로 산행을 예측하는 등산 고수들이 전하는 비법도 통하지 않으니 꼼수를 부려도 거리는 줄어들지 않는데 눈 앞의 봉우리에 다가가려면 멀찌감치 돌아가거나 밧줄에 매달려 용을 써야하는 까닭에서다. 그저 마음을 비우고 다가서는 만큼 산행은 즐거워짐을 잊지 말고 다가서는 게 나을 듯하다. ■ 궂은 날만 골라 산행하는게 취미인 사람들?"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산행대장을 맡은 김석렬(47)씨의 대답에는 무어라 딱히 핑계거릴 찾지 못하겠으니 알아서 해석하란 투가 섞여있는 듯하다. 지난 봄 지리산 둘레길 산행에도 똑같은 날씨였으니 그럴만도 하겠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라곤 번개를 동반하고 있다는 것밖에 달라진 점이 보이질 않는다. 활목고개에 도착해서 준비운동을 마칠때까지만 해도 비교적 산행하기 좋은 적당히 흐린 날이었다. 숨을 헐떡일 기회조차 주지않은채 앞서 가던 산행대장을 뒤통수가 뜨거워져라 뚫어지게 쳐다보며 저주를 퍼부었을망정 날씨를 탓하지는 않았건만 산행을 시작한지 한 시간이 지나자 어느새 몰려온 구름이 머리위에서 빗방울을 퍼붓는다. 겨우 선두의 산행대장을 따라잡고 바위에 서서 사진이라도 찍으려 폼을 잡고 있으려니 "초겨울 산행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우중산행이에요. 젖어오는 몸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저체온증으로 빠져들 수도 있고 낙엽이 젖어서 더욱 미끄러워지니까 조심들 하세요"라고 겨우 목만 돌려 설명하고 있는 산행대장에게 볼멘소리로 "워메… 날만 잡으면 비오는 신기한 재주를 가졌구려"라며 누군가가 속삭이듯 말한다. 그 말에 잠시 빗소리가 웃음소리에 묻히고 시야에는 구름 아래로 손에 잡힐듯 가까운 거리의 상학봉이 들어온다. ■ 겨울보다 위험한 초겨울 우중산행한겨울이라면 차라리 스패츠에 아이젠을 신고 올랐겠지만 아직은 별다른 도구없이 오를만한 길이라 여기고 온 터라 비에 젖은 낙엽에 미끄러지는 일에 익숙해지는 도리밖에 없다. 사진을 찍느라 뒤처진 까닭에 서둘러 가려는데 빗줄기가 심상치 않게 변해감에 따라 이규범(53) 회장이 후미에 오던 회원들과 함께 운흥리로 하산하기로 한다. 이미 선두는 상학봉을 향해 출발한 상태인지라 선두를 따라잡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며 능선길을 따르지만 젖은 낙엽으로 인해 속도가 쉽게 나질 않는다. 그런데 매봉을 지난 내리막 구간에서 앞서 가던 다른 산악회의 일행중 한 중년 여성이 잦은 헛걸음을 두어번 하더니 "악"소리와 함께 고꾸라졌다. 급하게 뛰어가 몸상태를 보니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나 발목 부상으로 산행을 계속하는데 무리가 있겠다싶어 하산을 종용, 하산시킨후 돌아서는데 산행을 그만하라고 재촉이나 하듯 억센 빗방울이 쏟아진다. 하는 수 없이 상학봉을 앞둔 능선 안부에서 운흥1리 마을회관 방향의 하산길을 따르기로 하는데 이상하리만치 오히려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느낌이다. 예전의 산행하던 습관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인데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마음 편한 산행을 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아마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지낸 시간의 결과였으리라. 급할 것도 없어 천천히 내려오던 길에 바라본 늦가을의 정취와 눌러쓴 모자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가는 걸음을 더욱 더디게 하고 가슴 한가득 담겨오는 싱그런 산내음이 온 몸을 휘감기에 조용히 산노래 한소절을 읊조려 본다. 운흥1리 미을회관을 지나치는 마을길에 접어들어 뒤돌아 상학봉과 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바라보니 능선 아래로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하는 장관에 산행을 마치는 아쉬움이 눈녹듯 사라지고 그저 안전하게 산행을 마쳤음에 안도하며 일행을 찾아 나선다.※ 산행 안내■ 등산로활목고개~미남봉~매봉~상학봉~치마바윗골~운흥1리 (5시간30분)운흥1리~사지매기골~상학봉~묘봉~북가치~운흥2리 (7시간)운흥1리~사지매기골~상학봉~묘봉~북가치~절골삼거리~운흥1리(6시간)■ 교통경부고속도로~청원·상주간고속도로~보은IC~보은읍~봉계삼거리~경상북도 상주시 화북면 운흥리■ 상학봉~묘봉 산행정보일반적인 산행코스로는 운흥1리에서 출발하여 사지매기골을 통해 능선으로 오른 후 토끼봉을 지나 상학봉을 경유하여 묘봉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가장 대표적이나 산행시간만 7시간 가까이 소요되며 그만큼 체력 소모도 많은 곳이다. 중간에 식수를 구할 곳이 전무하여 산행전 식수를 충분히 보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가을철 산행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상학봉부터 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900여m를 넘지않는 6개의 암봉이 늘어서서 마치 도봉산을 산행하는 느낌을 받을 만큼 시선을 압도하는 장관이 연출되는 곳이나 현재 산불방지와 등산객의 안전산행을 위해 입산통제를 받는 구간이 묘봉~북가치 구간이므로 2010년 2월 28일까지는 출입하여서는 안되며 입산통제 구간 이용시 적발되면 5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니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산행코스를 정해야할 것이다.

2009-11-12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 전남 영광 불갑산

산 행 지 : 전남 영광 불갑산 (515.9m)산 행 일 시 : 2009년 9월 8일 (화)산길 가득 꽃무릇의 향연늦여름 9월엔 꽃무릇이 산길따라 즐비한 불갑산 산행이 제격이다. 해마다 영광군에서 실시하던 상사화축제의 장(場)인 불갑산 일대는 온통 붉게 물들며 전국 각지의 사진작가와 등산객들을 불러모으지만 올해는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인해 축제를 개최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이 몰려오지 않으니 차라리 오붓한 꽃놀이가 가능한 것이 산꾼의 입장에서는 나으리라. 수선화과의 상사화(相思花)와 꽃무릇은 열매 맺지 못하는 야생구근식물로 잎이 지고 나서야 꽃대가 나와 꽃을 피우기에 서로가 만나지를 못한다. 상사화와 꽃무릇은 헷갈리기 쉬운데 이맘때쯤에 꽃을 피우는 것은 꽃무릇이고 상사화는 꽃무릇보다 빠른 7~8월에 꽃을 피우며 색깔도 분홍색에 가깝다. 이러한 꽃무릇은 전남 영광의 불갑산과 전북 고창의 선운산에 군락을 이루어 자라고 있는데 이는 뿌리에 있는 알칼로이드 성분이 방부효과를 스님들이 탱화를 그린후 보존을 위해 사용하였던 탓에 절주변에 심어 길렀기 때문이다. 참식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사이로 무리지어 자라는 꽃무릇은 '돌틈에서 나오는 마늘모양의 뿌리'라 하여 석산(石蒜)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특히 불갑사에서 해불암에 이르는 동백골 골짜기엔 등산로와 그 주변으로 널리 분포되어 자라는 꽃무릇의 물결에 지나는 이마다 탄성을 자아낸다. 그중에 전남 함평방향의 용천사 주변으로 20만평이 꽃무릇의 자생지로 그 화려함에 넋을 빼앗길 정도로 아름답다.야트막한 능선길의 오르내림불갑산의 산행들머리로 가장 이용되는 곳은 불갑산장 옆 개울 건너의 능선길을 따라 오르는 것이 대표적이다. 불갑산을 가기 위해 우선 모악산을 거쳐가야 하는데 아직은 뜨거운 햇살이 능선으로 오르는 길위로 땀을 쏟게하지만 다행이도 능선길에는 나무그늘이 그나마 위안이 되어주며 간간히 불어주는 바람에 작은 기쁨을 누리게 한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이 지나자 모악산을 300여미터 앞둔 태고봉에 서지만 주변 조망이 좋지 않다. 하지만 능선의 등산로는 정비가 잘되어 있고 쉬어갈 수 있는 시설물이 있어서 쉬어가기 좋다. 모악산(母岳山 347.4m)의 정상에 서면 등산로 안내판이 정상임을 알려줄뿐 이렇다할 구경거리가 없는 까닭에 다시 발걸음을 불갑산 연실봉으로 향하는데 발아래 무언가가 있기에 자세히 보니 까치살모사가 꿈쩍도 않고 길을 막고 있다. 등산스틱으로 길옆 멀찍이 던져버리고 가는데 이번엔 더 큰놈이 갈참나무 밑둥에서 스멀스멀 길가로 나오고 있다. 예로부터 몸에 좋다고 하여 마구 잡은 까닭에 현재는 멸종위기동물로 지정이 되어 보호하여야 할 개체이다. 참고로 판매목적이나 보신용으로 잡을 경우 어떠한 법적 제재를 받게되는지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야생동식물보호법 제14조제1항(멸종위기야생동·식물의 포획·채취등의 금지)①누구든지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을 포획·채취·방사(放飼)·이식·가공·유통·보관·수출·수입·반출·반입(가공·유통·보관·수출·수입·반출 및 반입하는 경우에는 죽은 것을 포함한다)·훼손 및 고사(枯死)(이하 "포획·채취등"이라 한다)시켜서는 아니된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환경부장관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야생동식물보호법 제68조(벌칙)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1. 제14조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멸종위기야생동·식물Ⅱ급을 포획·채취·훼손하거나 고사시킨 자이와 같이 보호동물로 지정이 된 동물이기에 산행중 만나서 깜짝 놀라는 일이 있더라도 멀리 길옆으로 던져버리는 것으로 지나쳐야 한다. 뱀에 대한 두려움이 심한 사람은 발을 쿵쿵거리며 걷는다던가 막대기로 땅바닥을 두들기며 걷기만 해도 어느정도 뱀과 만날 확률을 줄여준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절대 먼저 공격하지 않는한 인간을 상대로 먼저 공격하는 법이 없다는 점이다.발아래 펼쳐지는 영광, 함평, 나주의 곡창지대연실봉으로 향하는 능선은 바위길이다. 완만한 흙길로 이루어진 모악산 주변의 길과는 판이하게 형태가 다르다. 나무그늘에 가려진 숲길에서 하늘이 열리는 길이다. 그다지 힘들지 않은 오르막을 지나면 처음으로 계단을 만나게 되고 곧이어 정상이 나타난다. 연실봉의 정상에 서면 너른 평야지대와 마을의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멀리 눈을 돌리면 동쪽으로 고창의 방장산과 그 뒤로 정읍의 입암산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오고 동남쪽으로 광주의 진산(眞山)인 무등산의 웅장한 모습과 함평의 너른 곡창지대 너머 영암 월출산의 삐죽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렇듯 연실봉에선 사방으로 거칠 것 없이 사면을 고루 보여주기에 발걸음을 옮기기가 쉽지않다. 계단을 따라 줄곧 내려오면 장군봉, 투구봉으로 향하는 능선길과 해불암방향으로 하산하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능선길을 따라 장군봉으로 향할 경우 훌륭한 조망으로 인해 산행이 지루하지 않다. 동백골로 내려서는 해불암으로 내려갈 경우에는 등산로 주변 지천으로 널린 꽃무릇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으니 어느 코스를 선택하더라도 후회는 없으리라. 동백골 자락에 자리한 불갑사는 백제 침류왕 원년인 384년에 인도의 승려인 마라난타가 중국을 거쳐 법성포로 들어와 창건한 사찰로 알려져 있고 아미타불사상에서 비롯한 서방정토를 기리는 뜻에서 서쪽을 향하고 있다고도 하고 서해를 건너왔기 때문이라고도 전해지나 진실과 부합한 전설이 어느 것인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으로는 알기가 어렵다. 또한 천연기념물 112호인 참식나무가 자라고 있어서 이런저런 볼거리가 다양한 곳이다. ■ 등산로불갑사-동백골-해불암-연실봉-해불암-동백골-불갑사 (거리 4.5km, 1시간 30분)수도암-도솔봉-저수지위-불갑사 (거리 3.5km, 1시간 30분 소요) 불갑사-동백골-구수재-연실봉-해불암-동백골-불갑사 (거리 4.2km, 2시간 소요) 불갑사-동백골-구수재-용봉-도솔봉-수도암-주차장앞 (거리 4.2km, 3시간 소요)■ 교통서해안고속도로 영광IC - 23번 국도 - 영광 - 23번 국도 - 함평 방면으로 8km - 불갑면 소재지 - 불갑초등학교 앞에서 좌회전 - 0.9km - 좌측으로 작은길이 내산서원 가는 길 - 2.5km - 불갑산 입구

2009-10-20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 강원 삼척·울진 응봉산

[경인일보=객원기자/송수복]# 말동무와 어깨를 견주며 걷는 널찍한 길만만치 않은 여정이 될 것을 알았을까. 모두들 쉽사리 잠을 청하지 못하고 있는 무박산행에 동참하여 인사를 나눈다. 강원도로 접어들자 겨우 차내가 잠잠해진다. 강원도 삼척과 경북 울진에 걸쳐 있는 응봉산 자락의 덕구온천을 지나 입산안내를 알리는 고갯마루에 서니 분간이 안가는 불빛 몇 개가 겨우 눈에 들어올뿐 도무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김규열(45) 산행대장을 선두로 능선을 따라 어두운 산속으로 그저 묵묵히 뒤따라 걷는다. 그렇게 접어든 옛재능선 길은 비교적 폭이 넓기에 어깨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에 좋아서인지 다들 말동무를 옆에 두고 있다. 해가 뜨려면 다소의 시간이 남았기에 머리에는 제각각의 불빛을 하나씩 달았다. 그 모습에서 이 지역의 옛 탄광촌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어슴푸레 하늘이 밝아오면서 정상에서 일출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보지만 정상에 한참을 못미친 헬기장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했다. 하늘로 가득 퍼진 붉은 물결이 울진 앞바다와 맞닿으며 바다마저도 타오르게 만든다.# 깊디깊은 응봉산의 숨은 계곡들응봉산 정상은 1천m가 되기엔 1.5m가 모자란다. 그래서인지 2m가 넘는 정상석으로 이를 보충하려 했는지 몰라도 우람한 덩치에 걸맞지 않게 응봉산의 정상석이 아침햇살을 받아 수줍은 듯 붉은 얼굴로 산악회원들을 맞아준다. 주변으로 이만한 높이의 산이 보이질 않으니 산중의 산으로 남아서 주변을 호령하고 있는가보다. 그래서인지 응봉산 자락에는 가도가도 끝이 없는 계곡들이 즐비하다. 온정골, 재량박골, 용소골, 구수골 등이 그것인데 그 중에서도 용소골은 그 길이만 14㎞에 달하며 셀 수 없는 소(沼)들로 가득해서 하루에 둘러보려면 이처럼 부지런을 떨어야한다.재량박골로 향하려면 응봉산 정상에서 북동쪽의 능선길을 따르다 오른편의 갈림길로 접어들면 되지만 용소골을 가려면 옛재능선에서 오르는 방향 그대로 직진하면 된다. 수 많은 표식기가 달려있고 6시간30분이 소요된다는 안내판도 서있다. 정상에서 직진하여 600여m를 진행하다 만난 도계삼거리 표지판에는 온정골 너머의 구수골 자연휴양림으로 향하는 길이 표시되어 있지만 진행방향인 용소골이나 작은당귀골에 대한 표시가 없다. 그러나 많은 산악회가 다녀간 흔적이 표식기로, 남은 방향으로 진행하면 용소골의 상류인 작은당귀골로 스며드는 길이다. 경북 울진군에서 세워둔 것이어서인지 강원 삼척방향의 등산로에 대해서는 안내하기 싫은 모양인가 보다.# 준비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계곡산행의 즐거움본격적인 계곡 산행이 시작되는 지점에서부터 카메라가 바빠지는 풍경이 펼쳐지며 이내 등산로를 버리고 계곡물을 가로지르며 나가는 사람들로 인해 신고온 중등산화가 물에 젖을까 전전긍긍 하는 필자의 모습이 대비된다.마침 앞서가던 신연호(55) 회장이 "지금은 수량이 비교적 적은 편이라 그렇지 비가 내렸거나 내리는 중이었다면 물에 빠지지 않고 지날 수가 없는 계곡이 용소골이에요"라고 말한뒤 계곡을 거침없이 건너간다. 지난 황악산 취재산행에서 만나 동갑내기 친구로 지내기로한 이승은(41·여)씨도 보란듯이 필자 앞을 가로질러가기에 발톱이나 빠지라고 악담을 해줘도 그저 좋다고 싱글벙글이다. 곳곳에서 나타나는 작은 소(沼)와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의 모습에 흠뻑 도취되어 있다가도 종종 바위틈이나 계곡 바닥에 박혀있는 정체불명의 쇳조각 앞에 멈춰선 필자에게 "일제시대에 소나무를 벌목해서 운반할 때 쓰던 레일이랍니다"라며 원희옥(42)산행대장이 설명해준다. 이러한 레일의 흔적은 하산할 때까지 잊을만 하면 나타나는데 우리나라의 온국토를 어느 정도로 철저히 유린하였는가를 증명해 보이는 현장이 아닐 수 없다. 3시간여를 걸어내려온 계곡은 협곡으로 변모를 하며 바위를 오르내리게 하는데 위험스런 구간도 종종 나타난다. 계곡가로 매어진 밧줄에 의지하거나 이마저도 없는 경우도 있어서 초보산꾼들은 여러군데서 어려움을 겪는다.제2용소를 지나 제1용소로 향하던 중 소방대원이 정강이뼈가 골절된 등산객에게 에어부목으로 응급처치중인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이윽고 흙먼지와 물보라를 일으키며 헬기 한 대가 머리위를 선회하더니 환자를 응급이송 조치한다. 현장에서 만난 삼척소방서 소속의 정윤일(39)소방교는 "응봉산은 관리주체가 없어서 시설물도 미비하고 등산객들 또한 안전의식 결여로 인하여 각종 사고가 끊이질 않는 곳"이라며 안전산행에 각별히 신경써줄 것을 당부한다며 또 다른 사고현장으로 황급히 떠나는 모습을 뒤로한채 하산했다. ※ 산행 안내■ 등산로덕구온천~옛재능선길~응봉산~재량박골 (6시간30분)덕구온천~옛재능선길~응봉산~용소골~덕풍계곡 (10시간30분)■ 교통영동고속도로~삼척~덕구온천■ 산행 TIP수도권에서 응봉산을 산행지로 삼을 경우 무박이나 1박2일의 일정으로 잡아야하며 산행시간도 시간에 쫓기지 않게 잡아야 한다. 특히 용소골을 산행 대상지로 선정할 경우 우천시에는 산행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용소골은 협곡으로 이뤄져 상류에 비가 내릴 경우 계곡 전체에 물이 순식간에 불어나며 주변 탈출로도 거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또한 계곡을 건너야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소(沼)들도 많은 까닭에 우천시의 산행은 절대 금물이다. 특히 덕구온천이 있는 온정골이나 옛재고개길로 용수골로 접어들 경우 산행시간은 10시간을 훌쩍 넘기게 되어 초보자나 노약자에겐 무리가 되며 절대 시간단축이 되지 않는 곳임을 잊지말아야 한다. 또한 인사사고가 빈번한 곳이니만큼 인솔자나 산악회 운영진들은 각별히 회원들의 안전산행을 위해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

2009-08-28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강원 태백 대덕산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산행안내■ 등산로두문동재~금대봉~분주령~대덕산~검룡소~주차장 (5시간)■ 교통대중교통: 하장 임계행~창죽동~도보~검룡소(06:10~19:50, 하루 8회 30분소요/도보 1시간 소요) 자가용: 황지교사거리~화전사거리 우회전~35번국도 하장방면~검룡소안내판에서 좌회전~검룡소 주차장(18㎞, 25분소요) ■ 태백의 민머리엔 야생화가 한가득[경인일보=객원기자/송수복]산행은 이강철(55) 부회장의 소개로 시작됐다. "다양한 식물군으로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다녀간 곳으로 작년까지 사전허가로 입산이 가능했던 야생화 군락지는 아예 통제가 되었어요. 모두가 인간의 손과 발로 빚은 일이죠." 말 그대로였다. 바리케이드로 굳게 닫힌 등산로를 앞에 두고 태백시에서 나온 태백시 산림유전자 보호림 감시초소의 관리원들은 고압적인 자세다. 결연한 의지가 보이는 현장에서 문득 우리가 산에 다니면서 무슨 짓을 해왔는지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다. 산행 들머리로 잡은 두문동재에서 금대봉과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산행로를 벗어나지 않겠다는 조건부 허가와 주의사항 교육을 받은 후에야 산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어렵사리 들어선 산행로 주변은 말 그대로 천상화원(天上花園) 그 자체였다. 야생화와 천연식물의 천국인 금대봉과 대덕산 일대로 이어지는 너른 평원에서 마음껏 푸르른 초록의 향연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기에 소중한 자연유산을 지킬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쓰며 산행하기를 당부한다.■ 구름과 함께 오른 산중화원에서 신선처럼 노닐다두문동재에 힘겹게 올라선 버스에서 내리자 고갯마루 아래의 간이매점에서 틀어 놓은 일명 '뽕짝'이 구성지다 못해 찢어질듯한 소음으로 온 숲을 헤집는다. 그래도 산행전 식수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에 잠깐 들른다. 금대봉 능선으로 잇는 오른편의 백두대간 길로 올라서니 왼편으로 두고온 길이 눈에 밟힌다. 조금이라도 쉽게 걸어보려는 꼼수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길옆으로 소담스레 고개를 내민 노루귀와 큰앵초꽃이 보이고 바로 뒤로 할미밀빵과 쥐오줌풀과 노란장대가 줄지어 나타난다. 그야말로 온 천하가 꽃밭인 셈. 산행로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쳐놓은 줄을 따라 걷던 산악회원들이 저마다 탄성과 함께 카메라에 소중한 장면을 담기에 바쁘다. 한 차례 바람이 구름을 밀어냈다가 다시 밀고 오면서 가느다란 빗줄기를 동반하는 태백고원은 늘 비슷한 날씨를 보여주기에 한여름에도 서늘하다. "바람도 머물다 가는 태백의 고산준령에 이런 화원이 있다는게 얼마나 놀라운지 몰라요. 이름도 다 알기 어려운 꽃이 눈과 마음을 모두 만족케하니 축복받은 산행이 이런 것이 아닌가 싶어요"라며 이병환(54) 회장은 산악회원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두팔로 안기 힘든 신갈나무 아래 고목나무샘 두문동재에서 1시간반 정도의 거리에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검룡소로 흘러들어가는 고목나무샘이 있고 누군가가 걸어놓은 비닐조각에 쓰여진 '한강의 발원지'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2천만 수도권 인구가 마시고 쓰는 물이 시작되는 곳이라니 새삼 물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다. 금대봉 북쪽에 위치한 검룡소에서는 한강이, 남쪽의 새참봉샘은 낙동강이 시작된다. 인구 5만의 태백시가 모든 것을 관리 감독하기에는 턱없이 예산이 부족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꽃구경도 좋고 산행도 좋지만 이러한 중요 수원지가 별다른 조치없이 방치돼 있는 모습을 보자니 안타깝다. 정부 차원의 별도 조치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새삼 지나온 길가로 보여진 태백시의 환경보전 노력에 고개가 숙여진다. 태백과 정선을 넘나들던 옛길인 분주령에 이르러 안내표지판 앞에서 잠시 쉬어간다. "제 고향이 강릉이라서 '하슬라'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어요. 고구려 시대에 불렸던 이름이라는데 옛스러움이 사라질까 아쉬워 그런답니다." 장도열(55)씨와 온라인상 닉네임에 대해 이야기하며 대덕산 정상으로 향하는데 '생태보전지역'이라는 팻말이 곳곳에 보인다. ■ 하늘로 향하여 힘껏 솟아 온 세상을 품에 안고 돌아선 뒤안길오른 편의 검룡소로 향하는 길은 하산로로 이용하기로 하고 대덕산 정상으로 가기 위해 능선길을 따른다. 여전히 심술궂은 날씨가 빗방울을 흩뿌리고 바람에 홀아비광대와 붉은병꽃나무가 하늘거리며 붉은 꽃의 말나리와 금강초롱으로 착각하기 쉬운 모시대도 몸을 떤다. 민둥머리 모양의 대덕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이제껏 보아온 꽃들을 한데 모아놓은 형국이다. 보통의 운동장 몇 배 넓이로 화원이 펼쳐진다. 민둥머리를 하고 있는 대덕산 일원 415만㎡는 환경부가 자연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으로 날다람쥐 서식지가 있다니 더욱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맑은 날이면 은대봉·함백산·태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남쪽 구간과 청옥·두타산·덕항산·구봉산으로 잇는 북쪽을 장쾌하게 바라볼 수 있는 대덕산 정상엔 일월비비추·참취·솔나물·오이풀 등이 한가득이다. 눈길이 머물기에 발걸음이 쉽지 않지만 발 밑을 조심해 가며 분주령을 거쳐 검룡소를 둘러보고 산행을 마친다.

2009-08-13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강원 인제 방태산 아침가리골 백패킹

※ 산행안내■ 등산로방동약수터~시멘트포장도로~고갯마루~조경동 다리~좌측 계곡으로 진입~방태천■ 교통자가용: 홍천(44번 국도)~인제·속초방향~철정검문소~상남·내촌방향 우회전~현리방향으로 직진~현리교 건너 진동·방동방향 우회전~방동약수# 깊디 깊은 계곡의 맑은 물이 빚은 천연의 美인제군과 홍천군을 잇는 군도에 속한 조경동 다리는 백패킹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출발점이다. 4륜 자동차들은 거칠은 돌길을 따라 상류로 오르고 걸어야 직성이 풀리는 등산객들은 텀벙거리며 하류로 향하는 물속으로 거침없이 나아간다. 준비가 서툴면 몸이 고생하는 법. 애먼 가죽등산화가 흠뻑 물을 머금고 밑창이 덜렁거릴 즈음 여정이 끝나면서 아침가리골을 따라 내려온 물이 방태천에 흡수된다. 한바탕의 폭우가 지나가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계곡을 따라 걷는 백패킹은 시원함과 원시적인 아름다움 속으로 나아가는 그 이상의 묘미가 있어 아침가리골을 찾는 이들이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아침나절에야 햇볕이 든다던 아침가리골휴가철이라 급하게 출발시간을 변경하여 이른 아침에 수원을 벗어나니 서두른 보람이 있다. 방동약수터에 도착한 일행들은 아침부터 내려쬐는 햇살이 그리 달갑지 않을 법도 한데 긴 장마 탓인지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시멘트 도로를 따라 나란히 걷다 차량들이 연거푸 매연을 뿜어대는 통에 일부러 어깃장을 놓으려 길 한가운데를 점령하는 호기를 부려보지만 금세 들통이 나고 만다. 웃자란 당귀의 위풍당당한 꽃대와 언제 따다 말았는지 자랄대로 자란 참취나물이 널린 밭자락을 지나 40여분의 발품 끝에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 공터에는 이미 많은 차량들로 주차장이었다. 나무 사이로 바라다 보이는 손에 잡힐 듯한 점봉산과 그 뒤로 펼쳐진 설악산의 능선까지 넘나드는 풍경을 감상하다 비포장 도로를 따라 내려 걸었다.신규천(51)씨가 직장동료를 소개하며 발걸음을 함께 한다. "'아침가리'라는 이름이 이 계곡 부근에 살았다는 '아승(亞僧)'이란 스님에게서 연유가 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아승가리라 불리다 아침나절이면 밭을 다 갈 수 있는 동네라고 하여 아침가리골로 이름이 굳혀졌다네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내려오는 사이 조경동 다리에 다다르니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식사를 하거나 백패킹을 준비하는 모습들로 어수선하다. # 전날 내린 비로 한층 차가워진 계곡물전날 이곳에 도착해 주변 상황을 알아보던 박경환(41)씨에 따르면 전날 저녁 많은 비가 내려 계곡수량이 제법 늘어있는 상태다. 물속에 발을 담가보곤 차가워 화들짝 놀라 발을 다시 뺐다. 그래도 좋다고들 난리다. 물길을 따라 늘어선 많은 사람들이 10여분도 채 되지 않은 지점에서 웅성거린다. 물이 불어 물살이 거세졌기 때문에 서로를 의지한채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물에 젖지 않게 하기 위해 등산스틱을 포기한 까닭에 불규칙한 물밑사정으로 발목이 돌아가고 몸이 춤춘다. 아찔한 순간이다. 넘어지면 그대로 카메라를 물속에 빠뜨릴 수밖에 없어 안간힘을 써가며 중심을 잡는다. 다른이들은 아예 대놓고 물자맥질중이다.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고 떠내려가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주요 눈요기가 되고 있다. 무릎까지 차오른 물로 인해 다리가 얼얼하다. 잠깐 뭍으로 나와 걸을 수 있기에 점차 차가움도 잊고 시원함으로 맞아보려 하지만 맘대로 될 리 만무다. # 알아서 가야하는 길, 가는 걸음대로 가는 길여러 사람들이 함께 가다보니 혼자 헤쳐가기 어려운 곳에서는 자발적으로 합심해 통과한다. 한 사람이 건너다 물살이 거친 곳에서 버티고 서면 다음 사람이 앞사람을 잡고 한걸음 나아가 자리를 잡는 방식으로 물살을 이겨내는 모습에 절로 가슴이 뭉클해진다. 특별히 정해진 길은 없다. 물길이건 산길이건 접어들면 그만이다. 한여름이면 풍부한 수량과 함께 시원함을 선사해주는 아침가리골만한 산행지가 또 어디 있으랴. 한참이나 앞서가던 산7000 산악회원의 일부가 자갈밭에 앉아 무언가를 만지작거린다. 다가가보니 신발밑창이 떨어져 너덜거리고 있다. 난감한 상황이다. 임시방편으로 끈을 이용해 묶어보지만 필시 걷는데 어려움이 많으리라. 등산용 샌들을 신고 온 회원도 돌부리에 몇 번을 걸려 발톱이 빠질 지경이라며 투덜거린다. 사전정보 없이 가죽등산화를 신고 온 회원은 발이 무겁고 가죽이 마르면서 신발에 변형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한다. "운동화가 제일 좋죠. 물빠짐도 좋고 걷기 편하고." 이규범(53) 산7000산악회 부회장은 운동화 예찬론자다. 아침가리골 백패킹에는 운동화만한게 없다고 하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준비를 잘하면 그만큼 편하고 즐거운 산행이 되는 것은 인생의 이치와도 맞닿는다. "하루가 즐겁고 괴롭고는 자신이 할 탓이지요." 강성란(47·여) 숙지산악회 회장이 사람들과 방태천을 손 맞잡고 서로를 도와가며 건넌다. 이들에게 아침가리골은 멋진 교훈을 안겨준 셈이다.

2009-07-30 이준배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강원 양양 설악산 흘림골

■ 남설악의 꽃 등선대와 점봉산의 깊은 골짜기20여년동안 사람들의 손을 피해 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흘림골은 1985년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된 곳이다. 2004년 비로소 일반인에게 모습을 공개했지만 2006년 폭우에 많은 것을 잃었다. 하늘로 솟은 금강송의 위용과 제각각의 형태로 멋진 암봉이 그 멋을 더해주던 곳이었지만 나무는 뿌리째 뽑혀나갔고 계곡은 토사와 함께 굴러온 바위로 메워져 버렸다. 결국 복구를 거듭한 끝에 등산로는 재정비됐지만 그 간의 길과는 다른 인공미넘치는 길이 됐다. 최근에는 등산로가 편하게 이어져 있어 전국에서 많은 등산객들이 몰리고 있다. 대중적으로 알려지기는 설악산 흘림골로 불리지만 엄연히 점봉산 자락에 속한 골짜기여서 언제쯤에야 자신의 이름을 찾을 수 있을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설악산 국립공원에 속한 탓에 이름마저 바뀐 흘림골~주전골은 누구나 산행하기 좋은데다 경관마저 빼어나 꼭 한번쯤 다녀가 보자.■ 남성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여심폭포한계령에서 오색약수 방향으로 2㎞ 정도 내려오면 오른편으로 흘림골 탐방지원센터가 보이고 그 뒤 계곡가로 오르는 길이 눈에 들어온다.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계곡의 어수선함이 마음 한 구석을 아프게 하지만 이내 산길로 접어들면 시선과 마음을 뺏기고 만다. 쉬엄쉬엄 걸어야 그만큼 잘 보이기에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간다. 마라톤대회를 나왔는지 일부 등산객들이 분초를 다투려는 듯 앞서 가고 그들의 뒷모습을 씁쓸히 바라보며 20여분을 걷자 오른편으로 부끄러운듯 숨은 여심폭포의 모습이 발걸음을 잡는다. "허허허. 얼굴 들고 보기가 조금 민망하기만 하군요." 서울 서초동에서 왔다는 김일현(54)씨가 곁눈질로 바라보며 쑥스러운듯 말조차 더듬거린다. 폭포의 형태가 마치 여성의 은밀한 부위를 닮았기 때문인데 오히려 여성 등산객들이 재밌다며 깔깔거린다. 여심폭포를 지나면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등선대 고개까지는 20여 남짓 소요된다.■ 신선이 올라 세상을 굽어 본다는 등선대등선대에선 안개로 인해 제대로 된 경관을 본지가 꽤나 오래됐던 것 같다. 올때마다 "오늘만큼은 제대로 된 하늘과 풍경을 보겠지" 라는 기대를 가져보지만 대개 이러한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결과에 그저 산행자체에 만족을 해야했다. 능선을 가로질러 넘는 고개에서 왼편으로 약간의 발품이 필요한 자리에 우뚝 솟은 등선대에 서면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 릿지등반으로 인기가 좋은 칠형제봉이 줄줄이 능선을 이어가고 있고, 그 아래로 넘실대는 구름속으로 소나무가 바위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선경(仙境)이란 단어 외에 다른 무엇을 생각해보기가 어렵다. 흘림골은 등선대에서 내려서면 용소폭포와 십이폭포가 만나는 지점까지이고 십이폭포부터 오색마을까지의 계곡을 주전골이라 부른다.■ 가을단풍의 명소로 손꼽히는 주전골주전(鑄錢)이란 이름은 용소폭포 입구에 있는 시루떡 바위가 마치 엽전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옛날 이 계곡에서 승려로 위장한 도둑 무리들이 위조 엽전을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전해진다. 주전골은 설악을 통틀어 가을 단풍이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따라서 단풍철이면 수 많은 사람들로 인해 줄을 지어 오르내리기에 매년 교통 체증을 겪고 있다. 한편 용소폭포로 쏟아져 내린 물과 나란히 걷는 길은 목재데크로 인해 평탄하게 이어져 있어 어렵지 않게 물줄기와 함께 오색지구로 향한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니 등선대와 닿은 하늘이 파랗게 열렸다. 하늘바라기로 잠시 앉아 물 한 모금에 행복해하는 사이 어느새 계곡을 타고 한줄기 바람이 지나가며 하늘의 푸르름을 가슴에 담아주고 간다. ■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탄산약수인 오색약수망대암산 너머로 하루가 저물기 때문이었을까 붉은 빛으로 물든 계곡을 유심히 바라보니 제2 오색약수터다. 위치상으로는 온정골과 주전골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 곳은 사람들로부터 주전골로 개방돼 새로이 인기를 얻었던 곳이었지만 지난 수해로 인해 자취마저 감춘 듯하다. 약수터에서 10여분을 더 내려가자 하늘이 탁 트인 성국사의 앞마당이 보이고 보물 제497호인 오색리 삼층석탑이 절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성국사의 본디 이름은 오색석사로 신라말 도의선사(道義禪師)가 창건하였던 절이다. 오색석사의 한 승려가 우연히 반석 위로 솟는 물맛을 본 뒤 신비하다 하여 절의 이름을 따라 오색약수라고 불리우게 되었다 한다. 그 앞마당에서 솟는 샘물을 한 모금 들이키자 맑은 기운과 함께 역사의 향기가 온몸으로 전해지는 듯하다. 단출한 산행이 끝나가고 있는 오색지구로 나서자 오색약수터가 보인다. 여기서 얻어낸 탄산약수를 한 모금 들이켜니 쇠못을 여러 달 바가지에 담가놨다 먹는 기분이랄까, 입맛에는 영 맞질 않는다. 입안 가득 느껴지는 쇳물 맛을 어쩌지 못해 배낭을 뒤적여 두어달 묵은 사탕 한 개를 입에 물으니 그나마 달달한 것이 입맛을 돋워준다. ※ 산행 안내■ 교통양양~오색약수 (오색약수에서 흘림골 입구까지 택시 1인당 1만원)■ 등산로흘림골~등선대~십이폭포~제2약수터~성국사~오색지구 (3시간30분)오색약수~성국사~용소폭포~44번 지방도 (3시간)

2009-07-16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강원도 설악산

■부자연스러운 인공 구조물로 가득찬 설악산6·25 전쟁의 상흔이 남은 장수대. 이 부근에서 전몰한 장병의 명복을 기원하기 위해 지어진 정자가 있는 곳이다. 가리산(1천519m)의 위용을 올려다 볼 수 있는 그 앞 산장휴게소는 지난 2006년 물난리 피해로 인해 폐허가 되었다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 다른 모습으로 변모했다. 산장 뒤편 야영장에는 400여동의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여름철 피서객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등산을 하기 위해 산속으로 걸어가면서 보이는 인공구조물들로 인해 흙을 갈구하는 발걸음은 철저히 외면당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추가 설치하겠다는 양양군의 발표에 그만 실소를 금치 못할 지경이다. 이를 핑계삼아 당분간 한계령을 넘지 않겠다는 다짐이라도 하려는 듯 인제군에 속한 장수대 ~대승령~12선녀탕 코스로 산행하기 위해 설악산국립공원 장수대분소 앞 너른 터에 버스를 정차시키자 이미 산행을 준비중인 많은 등산객들이 모여 있다.■한계천 계곡을 울리는 대승폭포 이인배(51) 산악대장의 구호에 맞춰 체조를 마친 산악회원들이 출발선상에 선 선수들처럼 비장한 얼굴로 하나둘 모여들더니 단체사진을 찍고는 곧이어 출발이다. 아직은 아침볕이라 그늘 아래 시원한 기운이 감도는 장수대분소를 지나 계곡을 가로지르는 몇 개의 작은 다리를 건너며 서서히 고도를 높여간다. 촘촘하게 박아 놓은 돌길이 지겨워질 무렵 계단이 위용을 자랑한다. 차분히 마음을 가라 앉히고 숨을 고르며 1㎞정도 오르자 대승폭포의 멋진 모습이 위안이 된다. 한겨울이면 빙벽등반을 하기 위해 찾던 곳이었는데 우리나라 폭포중에 가장 등반하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상단 부위가 햇빛에 노출이 되면 균열이 생기면서 폭포가 주저앉기도 하므로 무척이나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는 곳이지만 요즘은 많이 가물어서 예전만큼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예전에는 물도 많았는데 갈수록 볼품 없어지는 것이 안타깝다"며 김희경(36·여)씨가 발그스레한 얼굴로 다가선다. 공간의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갖는 공통적인 안타까움일게다. 대승폭포는 88m의 높이로 금강산의 구룡폭포, 개성의 박연폭포와 함께 국내 3대 폭포라 불리기도 한다.■그늘의 긴터널 끝에서 하늘과 닿은 대승령과의 조우대승폭포를 지나 20여분을 더 오르면 물을 담아갈 수 있는 마지막 물줄기를 만나게 된다. 그 뒤는 나무그늘 아래로 끝없는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40분 정도를 더 올라야 대승령에 닿는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을 박병상(54)씨가 그 모습을 카메라 앵글에 담고 있던 중 "대승령에선 볼거라곤 하늘밖에 없네요. 외설악쪽이 보이면 좋을텐데 말이죠"라며 대승령의 조망이 별로인 것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선·후미간 격차를 줄이려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20분 정도 거리인 안산삼거리 방향으로 옮겨가는데 후텁지근한 날씨에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하지만 길옆으로 수줍은듯 고개를 떨구고 피어있는 하얀 순백의 꽃인 함박꽃(산목련)이 청초한 꽃잎과 향기를 지닌채 산객들을 맞아 주고 있어 모두들 더운 날씨에도 씩씩한 표정들이다. 안산과 12선녀탕이 있는 남교리 방면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하자 박윤재(63) 고문이 물을 건네며 "조망이 좋기는 안산이 좋은데 입산이 통제된 곳이라 아쉽다"고 말한 뒤 "한국의 마터호른으로 불리는 가리봉 능선도 입산통제라 언제 가볼지 모르겠다"며 서북주릉과 마주한 가리봉~주걱봉~삼형제봉의 능선을 바라보고 앉았다.■'지리곡 (支離谷)', '탕수골' 또는 '탕수동계곡(湯水洞溪谷)'으로 불리던 12선녀탕설악산 국립공원내에 속한 안산은 길마산으로 불리던 곳이다. 마치 지리산 반야봉에서 천왕봉을 바라보듯 서북주릉의 장쾌한 능선과 대청봉을 바라다 볼 수 있는 곳으로 옥녀탕과 12선녀탕을 보듬은 산이 안산이다. "수없는 폭포와 깎아지른 협곡위로 솟은 암봉이 절경인데 갈 수 없으니…"라며 말끝을 흐리는 황재욱(54) 회장의 발꿈치를 따라 12선녀탕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8㎞의 장쾌한 계곡산행의 시작인 곳으로 첫 탕인 독탕(甕湯·옹탕)을 시작으로 북탕·무지개탕(虹湯·홍탕)·복숭아탕을 지나 맨 끝에 용탕(龍湯)이 나오는데, 그중 폭포아래 복숭아 형태의 깊은 구멍을 형성하고 있는 7번째 탕(복숭아탕)에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조선후기 정조 12년 규장각 검서관을 지낸 성해응(成海應·1760~1839)이 '동국명산기'에서 설악산의 여러 명소중 십이선녀탕을 첫손으로 꼽았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지만 협곡으로 이루어져 많은 비가 내릴 경우 삽시간에 계곡을 쓸어내리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는 곳이기도 하다. 가을에는 유난히도 아름다운 단풍과 폭포의 절묘한 조화로 더욱 많은 유산객들이 찾지만 1968년 10월 26일을 기억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가톨릭의대 산악부원 9명중 8명이 동사한 이 계곡에 등산로를 빗겨간 자리에 위치한 추모비만이 그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듯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산을 마칠즈음 앞서 내려간 유명자(68·여)씨가 남편인 정송표 고문(74)을 마중나와 내외가 손을 맞잡는다. "70년을 넘게 살면서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아내뿐"이라는 정송표 고문의 말에 일행들 모두가 갈채를 보내며 부러운 표정들이 역력하다. 길고 긴 계곡을 빠져나와 남은 기운을 쏟아내고 있는듯한 햇살을 맞으며 인생의 긴 계곡길이 끝날 즈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용인 죽전 한울산악회 "죽전·수지·분당지역 동호인 참여… 건전한 등산 문화 전도사 역할도"28회 산행을 마친 새내기 산악회. 용인시 죽전동을 근거지로 활동하다 수지, 분당의 산악동호인들까지 참여를 하며 모범적인 산악회 운영 및 건전한 문화 보급에 선두적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한다. 인품이 느껴지는 고문들과 황재욱 회장의 너른 성품이 봉사하는 임원들의 모습과 조화롭게 융화되는 산악회로 금번 산행에 출가한 딸과 친척 내외까지 동반한 성미애(53)씨의 말에 의하면 "번잡하지 않은 조용한 분위기로 주변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산악회"라 하니 참여해볼 만한 산악회라 할 수 있겠다.※ 산행 안내 ■ 교통인제 ~ 한계삼거리 ~ 장수대 (남교리 12선녀탕 입구)■ 등산로장수대 ~ 대승폭포 ~ 대승령 ~ 안산삼거리 ~ 12선녀탕 ~ 남교리 (8시간)

2009-07-02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동두천시 소요산

■ 다가서기 쉬운 경기도의 소금강 1호선 전철로 단번에 갈 수 있는 편리함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소요산이다. 소요산역 개통으로 등산객의 숫자가 5배가량 폭증했다 한다. 자연경관이 뛰어나 봄철엔 철쭉과 진달래, 여름엔 시원한 계곡물소리, 가을엔 단풍이 눈길을 떼지 못하게 한다해 경기의 소금강이란 별칭을 얻은 소요산. 한동안 입장료 문제로 시끄러웠는데 동두천시에서 조례로 입장료 징수를 포기해 지금은 소요산 일대를 소유중인 자재암측에서 문화재 관람료 명목 1천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이 경우에도 동두천 시민이거나 경로우대증이 있을 경우 입장료가 면제되니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분들에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탐탁치 않았던 탓인지 입장료 징수를 피하기 위해 매표소를 우회하는 길이 여럿 생겼다. 동두천소방서 소요119센터에 방문하니 이성지(47) 소방장이 아침햇살처럼 따스한 미소로 맞아준다. ■ 맑은 물소리 풍경에 닿아 계곡 울리는 자재암구조장비를 점검하고 있던 산악구조지원대 대원들과 휴일없이 분주한 풍경의 소방센터 근무자들의 모습이 낯선 풍경으로 다가온다. 산행을 즐기기만 했지 그 이면에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깝게 보기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당일 소요산 산행 정찰을 나가는 산악구조지원대의 팀원들과 인사를 나눈 후 함께 산행을 시작하는데 그들의 모습에서 당당함이 느껴진다. 일주문을 지나자 공주봉, 의상대 방향으로 오르내리는 갈림길이 오른편으로 보이고 이내 백운암과 원효폭포의 아담한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니 온통 공사중이라 이렇다할 풍경이 되질 못한다. 원목데크의 계단을 따라 오르자 나타난 자재암은 신라 선덕여왕 14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이다. 시원스런 물줄기가 장관인 높이 20여m 청량폭포의 위용이 계곡을 압도하고 그 옆으로 나한전이 자그마한 석굴에 조성되어 있다. 그 앞의 바위틈으로 솟는 샘은 원효샘이라 하는데 물맛이 일품이어서 예로부터 시인 묵객들이 거쳐가지 않은 이가 없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 가는 곳마다 웃음진 손길 건네는 산악구조지원대 "어차피 누군가가 해야할 일이라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저희 집사람도 이해해주니 더할 나위없이 고맙죠." 집안에서는 뭐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기다렸다는듯 강병인(51) 팀장의 대답이 돌아온다. 하백운대를 목전에 두고 확트인 바위에 앉아 마주보이는 의상대와 공주봉의 능선을 따라 시선이 자재암 아래 마을로 향하니 고민의 편린을 털어보라는 시원한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참전비를 지나 삼림욕장쪽으로 오르면 조금은 수월하겠지만 조망만큼은 자재암~하백운대 구간이 가장 좋다. 소요산에 설치해둔 3군데의 구급함을 점검하기 위해 발걸음을 서두르던 대원들이 멈춰서는 곳마다 아이들이 있다. 한겨울 서릿발처럼 땅에서 솟은 칼바위 능선처럼 다치기 쉬운 구간마다 가족들과 함께 온 아이들을 위해 손을 내민다. 의상대와 공주봉에 설치된 구급함의 점검을 끝내기까지 대략 4시간이 꼬박 걸렸다. 하산하는 과정에서 들려오는 무전 내용에 계곡으로 놀러온 아이가 다쳐서 인근 병원으로 이송중이라는 내용이 들려온다. 수도권에 있는 산들이 대부분 그렇듯 별도의 준비없이 접근하기 쉬운 까닭에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고 그에 비례하여 부상자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조직된 동두천소방서 의용소방대 산악구조지원대에게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말아야겠다. ※ 산행 안내■ 등산로일주문~자재암~하백운대~중백운대~상백운대~의상대~공주봉~자재암 (4시간20분)자재암~하백운대~중백운대~상백운대~자재암 (2시간 40분)■ 교통 수원시외버스터미널~의정부시외버스터미널~소요산: 2시간 50분 성남시외버스터미널~소요산: 2시간 10분1번 국철~회기역~소요산역※ 동두천소방서 의용소방대 산악구조지원대소요산 입구에 6명의 소방대원이 근무하는 소요119센터가 있다. 주말 평균 6~7회 출동이 이루어지는 이곳에 색다른 사무실 하나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이 '동두천소방서 의용소방대 산악구조지원대'이다.일반적인 의용소방대 활동영역을 산으로 확대해 매 주말 4개조 17명의 대원들이 순찰활동을 하는 산악구조지원대는 현재 동두천소방서 방호구조과 방호팀 고영호(41)소방교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의용소방대 안상열(58) 대장 및 대원들과 고영호 소방교가 머리를 맞대고 홍진영 동두천소방서장의 지원으로 출범하게 된 것. 동두천소방서 119구조대의 교육과 외부 강사들로부터 2개월에 걸쳐 심폐소생술, 응급처치, 산악구조기법훈련 등의 교육을 수료한 후 지난 4월10일 발대식을 갖고 지금껏 활동을 하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은 기간에도 산악구조 3건과 실종자 수색 2건 등의 성과를 올렸다. 산악구조지원대는 주말, 휴일 동안 순찰을 강화하기 위해 월 2~3회씩 꼬박 휴식을 반납하고 있다하니 그들의 노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2009-06-18 송수복

[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전남 진도 동석산

안개 자욱한 진도의 아침을 헤치며 오른 동석산진도는 우리나라 섬중에 3번째로 큰 섬이다. 섬마을 진도에 들어가려면 울돌목의 거센 물살을 이겨내며 바다를 호령하던 이순신 장군의 기개와 용맹함이 고스란히 기억되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바라보는 한국 최초의 사장교(斜張橋)인 진도대교를 건너야 한다. 진도대교를 건너 30분 정도 진도를 가로질러야 동석산을 만날 수 있는데 기센 사내의 기상을 보여주려는 듯 우뚝 솟은 암봉이 압도적인 분위기다. 공룡의 등뼈와 같은 암벽이 늘어서서 주변의 풍경과는 다른 모습으로, 조금은 이질적인 매력으로 다가온다."섬 마을에 가로지르며 늘어선 공룡의 등허리"아직 안개가 걷히지 않은 아랫심동마을의 마을회관 맞은편 종성교회 옆길을 따라 동산에 올라 오른편 갈라지는 길로 들어서자 암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구태여 구분을 짓자면 9개의 암봉을 등반하는 시작점. 슬랩으로 이루어진 바위의 표면은 돌기가 잘 발달되어 있고 초보자를 위해 밧줄이 매어져 있어 줄지어 오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햇빛이 비칠 무렵, 1봉의 정상에 서자 발 아래로 안개가 몰아치며 몽환적인 그림을 보여준다. "한 폭의 동양화가 이런거로구나. 중국 황산의 일부분을 옮겨 놓은 것 같네요." 1봉 정상에 먼저 오른 홍미숙(45·여)씨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마디 던진다. 뒤돌아보니 남쪽 방향의 심동저수지와 동쪽 방향의 봉암저수지가 한 눈에 보인다. 후미를 맡고 있던 이규범(53) 부회장과 2봉으로 가기 전 중업대가 있는 방향으로 내려서 수도승이 기거하며 도를 닦았다던 토굴로 다가가 스님과 동굴에 얽힌 설화를 마음으로 듣고 2봉으로 향한다. 디딘 발이 해풍에 삭은 바위로 인해 미끄러져 밧줄을 잡아 보지만 봉우리를 연결하는 곳마다 설치된 밧줄이 바위틈에서 위태롭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 앙상한 나무에 매달려 있다. 그나마 천종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면서 인공설치물이 눈에 띄는데 난간과 손으로 잡고 오를 수 있도록 고안된 쇠고리가 그것이다. 반갑지만 한편에선 암릉의 재미가 반감된다는 생각이 든다. 능선거리만 1.5㎞에 달하는 주능선이 훤히 보이는 3봉에 올라서자 안개도 걷히고 다도해의 너른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격렬하게 요동치는 암릉에서의 타는 목마름"김상용(53)씨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발을 어디로 둬야 할지 머뭇거린다. "발아래를 쳐다보기가 힘들어요. 너무나 아찔하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지난 길이니까 나도 가면 된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5봉을 지나자 칼날처럼 날카로운 능선이 눈앞에서 길을 막는다. 동석산 산행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인 '나이프릿지'다. 폭이 겨우 10~30㎝ 정도 밖에 안되는 능선이라 대부분 능선 아래 좌측으로 우회를 하고 있다. 잠시 주춤해서 암릉을 바라보다 좌측으로 내려서자 햇볕을 겨우 피해 숲길로 들어선다. 암릉을 오르내리는 동작은 많은 열량을 소모할 뿐만 아니라 온몸이 태양에 그대로 노출돼 나무그늘을 만나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삼각점에 정상석 대신 동석산이란 표기가 되어 있는 암봉을 끝으로 이후의 길은 온화한 산길로 변모한다. 돌아서서 지나온 능선들을 바라보니 초보산꾼들에겐 권장하고 싶지 않은 매력적인 산이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버스가 기다리는 세방마을을 가기 위해 큰애기봉을 넘어 가니 선두에서 회원들을 이끌던 서광일(41)등반대장이 "다들 무사히 산행을 마치게 되어 다행이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이제야 내려놓는다. ※ 산행 안내종성교회로부터 시작하는 산행에서 밧줄이 매어져 있는 확보지점은 선행자가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작은 나무에 마구 매어져 있는데다 뿌리도 흔들거리면서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확보점이 몇 군데 되므로 산악회에서는 반드시 확보줄을 지니고 등반해야 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견고한 바위가 아니어서 잘 부서지기도 하거니와 물을 머금은 곳은 상당히 미끄러워 햇빛이 없는 날엔 다소 위험하다.■ 등산로종성교회~천종사 갈림길~칼날능선~삼각점~큰애기봉 (4시간30분)천종사~칼날능선~삼각점~큰애기봉 (3시간20분)■ 교통서해안고속도로~목포~진도대교~진도읍~심동리

2009-06-04 송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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