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공연리뷰]경기도립국악단 k-오케스트라 챌린지

전 세계 작곡가에 '창작곡' 공모여섯 곡 전곡 초연, 새로운 도전하와이대 교수의 가야금 협주등韓전통음악 '완성도+특색' 무대도립국악단 '저력 확인'도 성과경기도립국악단은 지난 17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여섯 곡 전곡 초연이라는 자칫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완성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전 세계 작곡가를 대상으로 국악관현악 창작곡 공모를 진행하는 획기적인 아이디로 진행되었다. 드디어 막이 오르고 경기도립국악단은 선정된 여섯 곡을 하나씩 차분히 초연했다. 2시간을 초집중 연주를 끝낸 연주 단원들은 발그레한 볼과 흥분된 표정으로 빙그레 웃었고, 함께한 동지들만이 느끼는 행복한 기운이 객석으로도 전해졌다. 힘든 고비는 뿌듯한 성취감을 선사한다는 불변의 이치를 확인했다. 이번 음악회의 성과는 크게 둘이다. 먼저 K-POP, K-드라마가 중심이 되는 소비중심의 한류 열풍이 예술 음악으로, 특히 한국전통음악 관현악 음악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이번 사업으로 세계의 작곡가들이 한국전통음악 오케스트라에 관심을 갖고 한국음악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조만간 서양 현대음악계에도 한국음악의 미학과 매력이 소개될 전초전이 되기 때문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 초연된 여섯 곡의 음악이 모두 특색이 있어서 좋았던 음악회이다. 하와이대학교 교수인 작곡가 Donald Womack(도널드 워맥)과 Thomas Osborne(토마스 오스본)의 한국음악 사랑은 고스란히 음악 속에 담겨있었다. 토마스 오스본의 거문고 협주곡 '환생'은 거문고를 사랑하는 작곡가의 마음을 담은 곡이다. 논리적인 점층적 구조의 관현악 속에서 넘나드는 거문고 연주자 허익수(추계예대 교수)의 연주가 압권이었다. 한국 사람보다 한국음악에 대한 이해가 높은 해외 작곡가 도널드 워맥의 가야금 협주곡 '무노리(Mu Nori)'는 한국의 무속 장단과 에너지를 극대화한 작품으로, 응집된 장단과 에너지의 폭발을 국악관현악과 가야금으로 실현하였다. 가야금 연주자 정길선의 작고 가녀린 왼손은 다소 과하다 싶게 강한 농현으로 모든 음을 장식하였다. 가야금의 독보적인 매력인 농현을 자신의 작품에서 강조하였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이 있었다. Song yang(송양)의 중국 고쟁 협주곡 '리플리(Ripple &逸)'는 협연자 Liying Peng의 화려한 테크닉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관현악을 능숙하게 다루는 젊은 작곡가의 노련함에 탄복했다. 한국의 아리랑과 사물놀이, 그리고 산조의 선율과 중국의 민요 가락이 2중으로 교차되어 나타나는 이 음악은 한발 떨어져 관조적으로 해석한 점이 흥미로웠다. 작곡가 라재혁의 '바다는 검고, 파도는 희다'는 마치 현대 미술관의 설치미술과 음악을 만나는 전혀 새로운 음악기법을 보여준 작품이다. 연기와 노래를 전공한 소솔이가 소리와 퍼포먼스로 무대 위에서 국악관현악의 미니멀한 음악과 어우러졌고, 작곡가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공연의 완성도를 높인 작품이다. 작곡가 송정의 개량 퉁소와 개량대금 협주곡 '종횡'은 함경도 북청사자놀이의 음악과 청성자진한잎 선율로 낯선 현대음악에 익숙함으로 숨통을 트이게 한 곡이다. 협연자 최민의 개량대금은 한국의 대나무 대금을 북한에 보내서 북한의 기술로 여러 개의 건반을 달아 완성된 악기이다. 대금 연주자 유경은의 협연으로 연주된 김대성 작곡의 대금과 국악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해원'은 대금연주 기법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음악이다. 이번 경기도립국악단 국제음악작품공모 콘서트는 국제적인 수준의 작품이 발굴되었고, 경기도립국악단의 저력을 확인했다는 점은 의미 있는 성과이다. /음악평론가 현경채지난 17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여섯 곡 전곡 초연이라는 자칫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완성한 경기도립국악단. /경기도국립국악단 제공음악평론가 현경채

2018-11-19 현경채

[공연리뷰]인천시립교향악단 제376회 정기연주회

'민둥산의 하룻밤' 현패시지, 유쾌·긴장감 공존 인상적메인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목관 연주 서정성 잘드러나작품 전체 시점서 선율선 배분·구축 아쉬움으로 남아가을 시즌을 여는 인천시립교향악단(이하 인천시향)의 제376회 정기연주회가 지난 14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졌다.금노상이 객원 지휘한 이번 연주회의 레퍼토리는 무소륵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과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Op 43', '교향곡 2번, Op 27' 등 러시아 작품들로 구성됐다.'민둥산의 하룻밤'은 작곡가 사후 림스키-코르사코프가 편곡한 평소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판본으로 연주됐다. 금노상과 인천시향은 피아니시모의 현(String) 패시지에 의한 도입 이후 점진적 크레센도로 구축돼 제시되는 주제까지 적절한 셈여림과 리듬감을 보여줬다. 작품의 특성상 리듬의 진폭이 큰 데, 지휘자는 적극적으로 다가서서 구현했다. 목관 주자들의 적절한 음색 부여도 듣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특히 클라이맥스 형성 직전의 클라리넷과 바순의 유쾌하면서도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패시지가 인상적이었다. 쓸쓸한 코다에서 가세하는 트럼펫의 음량이 과도하게 여겨졌지만, 상념을 깨뜨릴 정도는 아니었다.올해로 '민둥산의 하룻밤'의 작곡가 오리지널 버전이 출판된 지 50주년을 맞는다. 이 초고는 작곡가 생전은 물론 사후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사장되어 있었다.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생전에 이 작품의 오리지널 버전 신봉자였다. 이어서 수년 전부터 다니엘 하딩 등 젊은 거장들의 초고 연주 추세가 늘고 있다. 오케스트레이션에 정통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편곡판이 일관성으로 인한 호소력이 짙은 게 사실이지만, 오리지널 버전은 거칠고 투박한 '날 것'으로서 당대를 뛰어넘는 작곡자의 천재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인천에서도 자주 연주됐으면 하는 바람이다.연주자이자 교육자로서 국내 정상급 커리어를 쌓고 있는 강충모가 무대에 올랐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에 의해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서주가 연주되고 테마가 제시됐다. 피아노 음색이 오케스트라에 간섭받으면서 평이하게 청자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이내 이어지는 변주들에선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적절한 보폭과 대립 속에서 음악을 주조해 나갔다. 작품의 특징인 화려한 색채와 기교가 잘 드러난 연주였지만, 세밀한 협주적 요소가 발휘되지 못하며 내재한 재치와 유머까지 구현하진 못했다.이날의 메인 프로그램인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은 노래와 춤, 행진곡 등 무수한 유형의 음악 양식이 함유된 이 작품에서도 지휘자는 적극적으로 다가섰다. 작품 전체를 관망하면서 선율선들의 배분과 구축에 관여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괜찮은 접근법이었다. 첫 악장 총주에서 금관은 단단했으며, 팀파니도 매섭게 가세했다. 스케르초 악장의 리듬감도 괜찮았고, 완서악장에선 클라리넷을 비롯한 목관 연주자들의 호연으로 서정성이 잘 드러났다. 마지막 악장의 화려한 클라이맥스에 이어지는 단호한 마무리까지 인천시향은 열연을 선보였다. 이어지는 청중의 커튼콜에 앙코르곡으로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 1번'을 들려줬다.인천시향은 올해 초부터 이번 연주회까지 7명의 각기 다른 지휘자와 다채로운 작품들을 연주해 인천 음악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수년 사이에 일신한 모습을 보여준 인천시향이 최근 선임된 이병욱 신임 예술감독과 함께 보여줄 10월 정기연주회가 벌써 기대된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지난 14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제376회 인천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 직전 리허설 모습. /인천문화예술회관 제공

2018-09-17 김영준

[공연리뷰]독일 '도이치 방송 오케스트라(Deutsche Radio Philharmonie)' 부평아트센터 공연

800석 중형규모 무대 '인키넨의 DRP' 진면모 바로 느껴져'러 바이올린 거장' 레핀 협연 화려한 활 놀림 '완벽한 조화'에그몬트 서곡·브람스 교향곡 특유 음색 표출 '감동' 선사 '중형 극장에서 접한 초대형 음악 경험'.독일 정상급 방송 교향악단 중 하나인 도이치 방송 오케스트라(Deutsche Radio Philharmonie ·이하 DRP)가 지난 29일 저녁 인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인천의 음악팬들과 만났다.베토벤 '에그몬트 서곡'과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2번'(협연·바딤 레핀),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선보인 이 날 연주회에서 핀란드 태생의 지휘자 피에타리 인키넨이 이끄는 DRP는 자신들의 매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더욱이 1천500~2천석에 이르는 대규모 공연장이 아닌 800여석 규모의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열린 연주회여서 연주단체의 진면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에그몬트 서곡'에서 인키넨과 DRP는 중후한 사운드를 뽐냈다. 유장한 현의 선율에 기반을 둔 균형감 잡힌 악기군에서 표출되는 소리는 작품이 갖는 묵직함과 함께 장대한 서사를 명확히 짚어냈다. 이날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기 충분했다.11세에 비에냐프스키 콩쿠르 우승에 이어 17세 때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던 바딤 레핀은 40대 중반의 '러시아 거장'으로 변모해 인천을 찾았다. '압도적 서정성'을 뽐내는 이 작품에서 레핀은 적절한 프레이징 속에서 명확한 선율선을 제시하며 청자를 이끌었다. 이를 서포트하는 인키넨과 DRP도 알맞은 음색과 음량으로 작품을 주조했다. 느린 악장에 이어 유머러스한 마지막 악장까지 현란한 활 놀림으로 다양한 음색을 펼쳐 보인 레핀의 수연에 DRP 관악군의 색채감, 타악의 적절한 타이밍까지 어우러지며 청중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이어지는 커튼콜에 레핀은 DRP 현 주자들의 반주(피치카토) 속에 파가니니 '베네치아의 사육제' 중 일부분을 앙코르곡으로 들려줬다.인터미션 후 이어진 브람스 '교향곡 4번'에서 DRP의 장중한 사운드는 본격적으로 표출됐다. 1악장에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세련되면서도 세밀하게 하행하는 3도 음정의 제 1주제를 세공했다. 이를 통해 작품의 형태를 차근차근 구성해 나갔다. DRP의 울림은 브람스에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다만 1악장 절정을 앞두고 서서히 고조되는 부분에서 악구를 다소 짧게 가져가는 바람에 선율선이 끊기는 아쉬움이 있었다. 강박에 지나친 악센트를 부여하는 형태였는데, 극적인 절정을 구현하려는 지휘자의 의도로 읽혔다. 2악장에선 적절한 템포 속에서 미세한 선율의 흐름과 음의 울림을 통해 회한을 잘 표출한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스케르초 풍의 3악장을 지나 이어진 마지막 악장은 바흐의 칸타타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비장한 주제 선율을 제시하고 30회에 걸쳐 변주하는 대위법적으로 높은 수준에 올라있다. 인키넨은 확실한 강약 템포의 설정과 변화로 이 악장을 아기자기하게 주조했다. 여기에 DRP 목관군의 아름다움과 금관군의 힘이 더해져 작품의 뼈대를 확고히 구축해 냈다. 청중의 이어진 갈채에 앙코르로 들려준 브람스 '헝가리 춤곡 5번'과 최영섭 '그리운 금강산' 또한 연주회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 선곡이었다.연주회 후 레핀과 인키넨은 팬 사인회에도 참여했다. 두 연주자는 100여명의 음악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사인을 해주며 또 다른 추억을 선사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지난 29일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열린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과 도이치 방송 오케스트라의 협연 모습. /부평구문화재단 제공

2018-05-31 김영준

[공연리뷰]인천시립교향악단 제372회 정기연주회 '슈만'

격렬한 첫마디로 시작한 만프레드 서곡 즉흥적인 열정보다 충실하게 음 구현해리듬감 돋보인 김다솔의 '피아노 협연' 객원지휘자 이병욱과 만족스러운 호흡새의 지저귐같은 목관소리 즐거움 더해 인천시립교향악단(이하 인천시향)은 제372회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을 꽃이 만개한 절기에 맞춰 낭만적이며 매력적인 감성으로 가득한 로베르트 슈만(1810~1856)의 작품으로만 구성했다. 예술감독 자리가 공석인 인천시향은 지난 13일 저녁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이번 연주회에 객원지휘자로 이병욱을 초청했다.'만프레드 서곡 Op 115'의 격렬한 첫 마디에 이어 느린 서주가 펼쳐졌다. 제 1주제가 발전하기까지 이병욱의 손끝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같이한 지휘자와 악단의 관계가 아니어서인지 지휘자는 긴 프레이즈의 악구를 지양했다. 때문에 '즉흥적 열정'보다는 충실하게 한 음 한 음을 구현했다. 청중이 아닌 단원 입장에서 본다면 이 같은 모습은 지휘자가 친절하게 단원들을 이끌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특히 명쾌한 바통 테크닉과 주요 부분에서 반박 정도 예비 박을 두면서 오케스트라의 일치된 모습을 강조하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서곡'임을 감안할 때 다음 프로그램들을 기대하게 만든 연주였다.슈만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인 'a단조 Op 54'가 김다솔의 협연으로 이어졌다. 이 작품은 슈만 특유의 '환상곡풍의 협주적 완결체'로 평가받는다. 피아노 독주에 오케스트라가 반주하는 당대 협주곡 형태가 아닌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하나로 어우러진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오케스트라는 피아노에 종속되지 않는다. 슈만을 잇는 브람스의 협주곡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김다솔과 인천시향도 이 부분에 집중했다. 1악장 전개부의 호른과 어우러지는 피아노의 경과구에서 호른의 강세가 다소 강해서 피아노의 음이 다소 묻히는 순간이 있었지만, 탄탄한 목관의 색채를 기반으로 연주가 이어질 수록 오케스트라 전체가 수연을 보여주며 곡을 주조했다.1악장 카덴차에서 여실히 드러났지만, 김다솔의 연주는 정확한 리듬감이 수반된 안정된 테크닉으로 낭만적 선율을 잘 드러내 주었다. 이와 어우러지는 이병욱과 인천시향의 사운드도 만족스러운 것이었다.예열을 마친 이병욱과 인천시향은 이날의 메인 프로그램인 슈만의 '교향곡 1번 Op 38, 봄'에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갔다.말러 음악에 나타나는 삶과 죽음의 이중성(Ambivalence)은 슈만의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조울증을 앓은 슈만은 이 작품에서도 부제로 '봄'을 달았지만 마냥 화창하고 꽃이 만발한 '봄'은 아니다. 1악장의 환희는 서정적 간주에 섞여 이내 희미해지는 등 슈만이 고전적 교향곡 형식으로 발표하기 전에 붙였던 '봄의 시작'으로 고스란히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이병욱과 인천시향은 작품 전체의 흐름인 봄의 시작에서 마지막 전원의 축복까지의 전체를 구축해놓고 세부적으로 묘사해 나가는 형태로 작품을 주조했다.약동하는 봄의 이미지를 안정적 음색으로 그려낸 첫 악장에 이어 느린 악장에서도 쉼 없이 간섭하는 보조 음형들을 통한 흥분을 무난히 표출한 인천시향은 스케르초 악장도 적절한 리듬감으로 표현했다. 마지막 악장의 멀리서 들리는 호른과 새 소리를 연상시키는 목관의 음색도 적절해서 작품을 감상하는 데 즐거움을 더해줬다. 밝고 힘찬 코다로 마무리된 이날 연주에 청중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병욱과 인천시향은 청중의 어이지는 커튼콜에 그리그의 '두 개의 슬픈 선율 Op 34' 중 두 번째 곡인 '라스트 스프링(Last Spring)'을 들려주며 '봄'의 향연을 마무리 지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인천시립교향악단 연주 모습. /인천문화예술회관 제공

2018-04-16 김영준

[공연리뷰]이순재·정영숙 주연 연극 '사랑해요 당신'

아내이자 엄마의 변화 가족들 혼란고령화 사회 우리집 이야기 공감대가천대 길병원 제작지원·의학자문지난 16일 오후 3시 서울 동숭동 예그린씨어터 무대에 오른 연극 '사랑해요 당신'은 아내이자 엄마로 40년 넘게 살아온 한 여성이 치매증상을 보이면서 평범한 가정에 찾아온 변화를 그려낸다.이 작품이 인상적이었던 점은 연극을 감상하던 200여명의 관객이 연극 내내 훌쩍이며 눈물을 닦아냈다는 것이다. 평범한 가정에 찾아온 변화를 다룬 이야기에 대부분의 관객들이 눈물로, 어깨를 들썩이는 흐느낌으로 공감한 이유는 뭐였을까?그것은 이순재와 정영숙 등 설명이 필요없는 두 배우의 연기력이 가진 호소력 때문이기도 했고, 또 너무나 고요하고 평범한 가정에 갑자기 불어 닥친 당혹스러운 상황이 만들어내는 안타까움 때문이기도 했다.그 당혹스러움은 이미 내가 겪었거나, 아니면 지금 겪고 있거나, 내가 곧 겪게될 지도 모를 이야기였다.연극을 보는 관객들이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남의 집'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집'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미 오래전에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한국사회에서 이 이야기는 절대로 남의 이야기일 수 없었다.연극 무대가 펼쳐지는 무대 공간은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집의 모습이다. 이 집에는 교단을 떠나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하루를 보내는 남편(이순재)과, 감정표현에 인색한 남편과 자녀들과의 소통에 힘겨워 하며 우여곡절 끝에 자녀를 출가시킨 아내이자 엄마인 여성(정영숙)이 살아간다.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아내는 화분에 물을 준 것을 금세 잊어버리고 또 물을 주려 하고, 남편이 장어탕을 사왔다며 밥을 하지 않아도 좋다며 기뻐한 것도 잊은 채 또 된장찌개를 끓이면서 변화가 나타난다. 병은 점점 심해져 자녀를 몰라보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도 알아보지 못하고 놀라는 지경에 이른다.이 변화를 가장 불편해하는 것은 환자 가족들이다. 아들은 혼자 엄마의 간호를 도맡은 아버지를 향해 어머니를 방치하지 말고 요양원에 보내드리라고 질책하지만, 아버지는 요양원에 보내는 것이야말로 환자를 방치하는 '고려장'이나 다름없다고 맞서며 또 갈등이 빚어진다.이 모습을 지켜본 관객들이 평범한 일상에 평범하지 않은 일이 생기고 나면 주변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또 당연하게 느껴지던 것이 사라지고 나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됐으리라는 것은 자명해 보였다.특히, 이 작품은 뇌 질환에 큰 관심을 가져온 가천대 길병원이 작품 제작을 지원하고 극 전반에 걸쳐 의학자문을 해 극의 리얼리티를 높였는데, 이러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가천대 길병원이 제작을 지원한 연극 '사랑해요 당신'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동숭동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돼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극단 사조 제공

2017-04-17 김성호

[공연리뷰]강량원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 부임 첫 작품, 연극 '열하일기만보'

강감독 '작품 제작과정 함께' 약속고전평론가 초청 '예습시간' 가져"앞으로 꾸준히 볼 것" 관객 호응"인천시립극단의 차기 작품을 더 기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인천시립극단의 공연을 앞으로 꾸준히 챙겨 볼 생각이다.""연출가 한 사람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진심으로 깨닫게 한 공연이었다.""이것이 진정 내가 알던 인천시립극단의 배우와 감독이 내놓은 작품이 맞는지 보는 내내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지난 7일부터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연극 '열하일기만보'를 지난 12일 관람하고 극장을 빠져나오던 관객들의 반응이다.1년 가까이 공석이던 인천시립극단의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강량원 연출가의 첫 공연이 성공적으로 막을 올린 것이다.적어도 이번 공연을 본 관객만큼은 시립극단이 인천문화예술회관 무대에 공연을 올리는 날 다시 극장을 찾아줄 것이 분명했다.'한 번 오면 계속 찾고 싶은 극장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던 강 예술감독이 인천시민과의 약속을 지켜냈다.그는 취임 초 가진 인터뷰(2016년 12월 21일자 16면 보도)에서 공약을 남발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순하고 명료했는데, 그 하나는 관객인 '모든 인천시민'을 제일 먼저 생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공연을 직접 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어린 관객까지 만족하게 하기는 어렵겠다는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고 나니 정작 크게 웃고 손뼉 치며 인상적인 '리액션'을 보냈던 관객은 오히려 나이 어린 친구들이었다.그는 또 공공극단인 시립극단이 만들어내는 모든 작품은 모든 시민을 위한 '공공재'임을 잊지 않겠다며, 공연당일 갑작스레 연극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연극을 만들고 작품을 선정하는 과정을 펼쳐 보이고 시민들과 함께하겠다는 약속도 했었다.극단은 지난달 11일 극단 연습실 문을 활짝 열고 고미숙 고전평론가를 초청해 시민들을 위한 인문학특강을 하고 작품을 미리 예습할 시간을 주며 약속을 지켰다.이번 작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토대로 배삼식 작가가 쓴 희곡을 무대화했다. 작품은 연암이라는 말(馬) 한 마리가 갑자기 인간의 말(言)을 하며 벌어지는 한 마을의 '기이한 이야기'를 그리며 '현실에 얽매이지 말고 떠나라'고 강조했다.시립극단 단원들은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그동안 해 오던 연기 방식을 버리고 신체 행동이 위주가 되는 새로운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 기꺼이 시간과 체력을 쏟았다고 한다. 강 예술감독 역시 '대학로 관객'을 타깃으로 한 '실험성'을 버리고 평범한 시민들에 집중했다.각자 가진 것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 인천시립극단의 미래가 진심으로 기대된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2017-04-12 김성호

[공연리뷰]인천시립교향악단 제362회 정기연주회

적절한 음 배분, 비극적 요소 표출호른 김홍박과의 '협주'도 인상적포스터 '부르크너' 오기는 옥의 티인천시립교향악단(이하 인천시향)의 제362회 정기연주회가 지난 7일 저녁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프로그램은 글리에르의 '호른 협주곡 B플랫장조'와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 E장조'로 꾸며졌다.경인일보가 인천시향 50주년을 맞아 그 간의 레퍼토리를 분석했던 기사(2016년 6월 2일자 19면 보도)에 따르면, 브루크너의 작품이 인천시향의 메인 레퍼토리로 구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인천시향의 정치용 예술감독은 지난해 부임 이후 R.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를 인천 초연했으며, 올해 브루크너의 교향곡으로 인천의 음악팬들을 맞이한 것이다.이번 연주회는 보다 다채로운 작품들을 접하고 싶어하는 지역 음악팬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줬다. 또한, 고전과 낭만주의 음악 뿐만 아니라 후기 낭만주의 음악 등 다양한 장르에서도 인천시향이 안정적으로 연주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자리였다.2015년 오슬로 필하모닉 호른 수석으로 선임된 김홍박이 협연한 글리에르의 협주곡에서 정 감독과 인천시향은 악기 간의 밸런스를 적절하게 유지하며 독주자를 서포트했다. 적절한 타이밍의 제시부에 비해 발전부에서 오케스트라와 미묘하게 오차를 보이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김홍박은 1악장의 카덴차를 비롯해 서정적인 2악장, 리드미컬한 3악장까지 안정적 연주와 음색으로 호른의 매력을 알려줬다. 특히 곡을 리드해 나가는 입장이었음에도, 요소요소에서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지면서 '협주'의 의미를 일깨워준 부분이 인상적이었다.인천시향은 브루크너 교향곡 7번에서 작품의 든든한 기둥이 되고, 주제를 제시하며 작곡가 특유의 색채를 표출하는 금관과 목관의 수연으로 청중을 즐겁게 했다. 정 감독과 인천시향은 1악장에서 안정적 앙상블 속에 작품을 주조했다. 악장 말미 악기군 간에 적절한 음 배분을 통해 구현한 스트레토(Stretto)는 이어질 악장들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2악장 초반 저현에 바그너튜바의 음색이 다소 묻히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악장의 클라이맥스까지의 과정이나 이어진 총주 등 호른과 함께 목관 파트의 적절한 음색이 더해지면서 비극적 요소가 잘 표출됐다. 3악장 스케르초의 뒤집어진(?) 3박자는 연주하기 까다로운 부분인데, 정 감독과 인천시향은 적절한 악센트로 구현했으며, 4악장 코다를 앞두고는 약간 빠른 템포를 통해 극적 고양감을 부여하면서 연주를 끝냈다. 정 감독과 인천시향은 청중의 이어지는 커튼콜에 드뷔시 '달빛'의 관현악 버전을 들려줬다.연주회 후 브루크너 작품의 정점에 올라 있으며, 후기 낭만주의 음악 가운데서도 최상위에 위치한 '교향곡 8번'을 정 감독과 인천시향이 연주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한편, 이번 정기연주회의 '옥에 티'는 연주 외적인 부분에 있었다. 이날 로비에서 판매된 연주회 팸플릿에는 제대로 표기됐지만, 예술회관 외부의 공연 선전용 휘장과 회관 내부의 포스터에는 작곡가의 이름이 '부르크너'로 표기됐다. Bruckner는 후기 낭만주의 시기의 위대한 작곡가이지만, Burckner는 아니다. 연주회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연단체 프런트들은 모든 부분에 세밀하게 신경 써야 한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제362회 정기연주회에서 안정적인 연주력을 발휘한 인천시립교향악단. /인천시립교향악단 제공

2017-04-09 김영준

[공연리뷰]인천 극작가 함세덕의 '닭과 아이들'

올해도 인천의 극작가 함세덕(1915~1950)의 작품과 어김없이 만났다.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좋은 작품을 선보여온 지역극단 떼아뜨르 다락이 인천이 낳은 극작가 함세덕의 연극을 꾸준히 올리겠다는 약속을 3년째 지킨 것이다.떼아뜨르 다락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인천 중구 신포동에 있는 다락소극장에서 함세덕의 연극 '닭과 아이들'을 무대에 올렸다.이 작품은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함세덕의 여러 작품 가운데 하나다. '읍에서 멀리 떨어진 산촌' 마을에서 닭을 키우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다.'이뿐이'와 오빠 '석이' 그리고 '아버지'와 이웃집 소녀 '옥례', 닭 장사 '덕진', 이웃인 '느티나뭇집 할머니' 등 6명이 등장했다.극단 다락은 이 작품을 1·2차로 나눠 그려 보이기로 했다. 이번 1차 공연의 목표는 '원작 그대로' 대본을 펼치듯 풀어내는 것이 목표였고, 다음 공연에서는 각 인물이 처한 현실과 바람을 더 세밀히 극화시킬 계획이라고 한다.목표 대로 이번 공연은 원작 그대로 그려내는데 충실했다. 무대 조명이 밝아지고 이뿐이가 무대에 설치된 함세덕의 희곡집을 펼치자 일제시대인 1930년 인천 한 산골마을 아이들의 어떤 하루가 펼쳐진다.이 이야기 속 닭은 아이들에게 생계를 이어가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이면서도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이쁜이네 가족에게는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달걀을 선물하지만, 때로는 이웃집 할머니네 밭을 망쳐놓아 이뿐이를 곤란에 빠뜨렸다. 닭 장사인 덕진이에게도 유일한 생계수단이지만 무거운 닭장과 매번 닭 값을 가로채는 술 주정꾼 아버지는 부담이다.이뿐이는 자신을 돌봐주지 못하는 아버지를 피해 축항(인천항)으로 떠나려고 결심한 덕진이의 마지막 남은 닭을 사들이는데, 덕진을 응원하는 유일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극의 마지막은 부모 역할을 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떠나는 덕진이를 모든 등장인물이 배웅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어린 덕진의 가출을 응원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지역 연극계의 불황과 침체속에서도 극단 다락은 2015년 '해연', 2016년 '무의도기행'에 이어 이번 '닭과 아이들'까지 벌써 3번째 함세덕의 작품을 무대화하고 있다.인천을 대표하는 이야기 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높여가고자 하는 그들의 도전을 응원할 수 밖에 없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2017-04-03 김성호

[공연리뷰]'미디어 퍼포먼스 뮤지컬, 타이거 헌터'

신미양요 다룬 소설 '총의울음' 원작'인천이야기' 알리려 지역단체 제작민중가요풍 선율·퍼포먼스 볼거리"아 슬피운다 강화여. 기억하리 슬픔이여 잊지 못할 총의 울음. 아 그 아픔이여~"(뮤지컬 타이거 헌터, '피의 울음' 가운데)지난 10~12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미디어 퍼포먼스 뮤지컬, 타이거 헌터'는 '지역의 이야기를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 절절히 묻어나는 작품이었다.이 공연은 1871년 인천 강화도 앞바다에서 신식 무기와 군함을 앞세워 개항을 요구하며 들이닥친 미국과 조선이 충돌한 신미양요를 다뤘다. 손상익 작가의 소설 '총의 울음'이 원작이다.결과적으로 대패했지만 당시 강화도에 상륙하려는 미국 군대에 목숨을 걸고 처절하게 맞서 싸운 조선의 '범포수(호랑이 사냥꾼)'가 있었고, 그들을 잊지 말자는 것이 이번 공연의 메시지였다.강화 상륙에는 성공한 미군이었지만 조선 민초와 범포수의 기개까지 꺾지는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군은 강화도를 철수했다.이 공연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전문 공연단체인 '한울소리'가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모한 '지역브랜드 상설공연' 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지원금을 받아 제작됐다.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박창규 한울소리 대표는 "인천에 이런 숨겨진 얘기들이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공연에는 10명의 배우와 4명의 앙상블이 출연했고 우리나라 '민중가요'를 연상케 하는 선율 12곡의 노래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이야기를 끌고 갔다.무대는 사전 제작된 영상으로 대체됐고 장면 사이사이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무용 퍼포먼스가 삽입됐다. '인천의 이야기를 기억하자'는 분명한 주제 아래 연극과 합창, 무용, 영상이 '갈라쇼'처럼 펼쳐졌다.최근 인천시는 외국 관광객에게 지역을 알리는 대표 콘텐츠로 지역과 연관이 불분명한 '넌 버벌 퍼포먼스'를 도입해 해마다 3년 동안 30억원 가까운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참패했다.지역 주민들 조차 외면하는 공연 콘텐츠를 관광객에게 볼거리라고 내세우니 찬밥신세를 면치 못한 건 당연한 결과였다. 명분과 실리 모두 얻지 못했다.'볼만한 공연 콘텐츠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 인천시였지만, 볼만한 공연 콘텐츠가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이번 작품에는 1억원의 지원금이 투입됐다. 3년 동안 인천의 이야기를 담은 30개의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었단 얘기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한울소리 제공

2017-03-13 김성호

[공연리뷰]창작음악극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

창작음악극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을 올해도 만났다. 감동은 여전했다. 올해는 특별히 서울공연으로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관객을 만났다.인천의 부평이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문화콘텐츠가 이제 다수에게 감동을 줄 작품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 작품은 부평이 명실상부하게 '음악도시'임을 더욱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부평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꿈'이다. 한국전쟁 직후의 살기 어려웠던 시절, 미군 부대 근처에 살았던 사람들의 얘기다.주인공 용생(정욱진, 박화홍)은 부대 근처의 클럽공연을 보게 되고 기타로 음악인이 되고자 하는 꿈을 키운다. 그동안 접하지 못한 음악과 만나며 새로운 꿈을 갖게 된다. 주인공 용생의 첫 사랑은 클럽의 여가수로 연상인 연희(이지은)다. 가난한 법대생 용국(안덕용), 간호사를 꿈꾸지만 오빠를 위해 공장에 다니는 용미(이지은), 전쟁에 남편을 잃고 꿋꿋이 살아가는 어머니(이경미)도 있다. 금복(이하린)·은복(김나희) 자매는 부잣집 '식모'로 팔려갈지 모를 운명이지만 언젠가 자신들도 '김시스터즈'가 될 것이라는 꿈에 산다.작품은 이런 등장인물과 함께 당시 매스컴을 통해서 한국사회에 널리 퍼지기 시작한 음악들을 자연스럽게 배치한다. 동시에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노래와 춤이 얼마나 큰 위안과 희망이 되고 있는 지를 알려준다.이 작품에 등장하는 대부분 노래는 이른바 '올드팝'이다. 이런 노래들은 바로 삼능(부평)을 중심으로 미8군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에 의해서 한국에 수용됐고 그들의 탁월한 음악성으로 인해 한국 대중음악이 성장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보면 그 시절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K-POP이 성장할 수 있었다는 얘기도 가능해진다. 부평이 한국 대중음악의 중요한 거점이었음을 확실하게 해주고 있다.이 작품에는 그 시절에 불린 '따오기' 등 우리 동요와 '우리 애인은 올드 미스', '노란샤스의 사나이' 등의 가요도 들을 수 있다. 특히 배우들의 노래가 수준급으로 음악극에서 음악감독(이경화)의 역할이 얼마나 작품의 성패를 좌우하는 지를 생각하게 한다.이 작품은 해마다 12월에 보기 딱 좋은 작품이다. 거기엔 사랑이 있고 희망이 있다. 힘겨운 시절일수록 음악이라는 것이 삶에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 지를 알려준다. 음악을 통해서 꿈을 꾸는 착한 사람들의 소박한 진정성이 깊게 배어있다.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에서 듣게 되는 'Too Young' (냇킹콜 노래)은 언제나 어디서나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주는 사랑과 꿈의 메시지가 된다. 이 작품을 꼭 보기를 권한다. 당신의 꿈과 사랑이 영원히 유효하다는 걸 당신에게 일러줄 거다./윤중강 음악평론가'당신의 아름다운 시절' 한 장면.윤중강 음악평론가

2016-11-30 윤중강

[공연리뷰] 무의해변서 펼쳐진 함세덕의 '무의도 기행'

인천의 극작가 함세덕의 연극 '무의도 기행'이 지난 13일 오후 이 작품의 배경인 인천 중구 무의도 해변 특설무대에서 열렸다. 바다가 무서워 배를 타지 않으려는 한 소년과 그를 기어코 바다에 내보내려는 못난 어른들 사이의 서사가 밤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졌다.함세덕을 재조명하기 위해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무의도아트센터가 개최한 '제1회 무의도 청년 함세덕 연극 페스티벌'의 둘째 날 공연이었다.손민목(주부 역), 방용원(낙경 역), 이미나(공씨 역), 이병철(주학 역), 조황래(천명 역) 등 10명의 배우가 출연했고 극단 다락의 백재이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무대는 여러모로 악조건에서 준비됐다. 배우와 스태프는 공연 준비 내내 모래 위에서 더위와 체력전을 벌였다. 이상고온으로 조명, 음향 장비마저 오류가 발생해 리허설 없이 연극을 시작해야 했다.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열대야 만큼이나 뜨거웠다. 대중에게 낯선 함세덕의 작품임에도 관객들은 모래바닥 객석에서 1시간30분 동안 작품에 몰입하는 것으로 배우들의 연기에 화답했다.연극이 끝난 뒤 마련된 함세덕 연구자인 서연호 고려대 명예교수를 초청한 토크 콘서트에서도 관객들은 서 명예교수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질문하며 자리를 지켰다.서연호 교수는 "한 청년의 미래를 가꾸기보다 청년의 삶을 각자의 욕심에 이용하려는 어른들의 모습이, 작품이 발표된 1941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을 정도로 무섭게 닮아있다"며 "인천이 낳은 함세덕을 조명하고 알리는 행사를 계속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2016-08-15 김성호

[공연리뷰] 인천시립교향악단 콘서트 오페라 '마술피리'

인천시립교향악단(이하·인천시향)이 콘서트 오페라 '마술피리'로 방학·휴가·가족 등을 키워드로 내세운 '핫섬머시즌'(7~8월)의 문을 열었다.지난 22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인천시향의 콘서트 오페라 '마술피리'는 이번 여름을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계절로 꾸미겠다는 의도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연주회였다.모차르트가 남긴 마지막 오페라인 마술피리는 이야기는 길고 복잡하지만 요약하면 이렇다. 밤의 여왕의 부탁으로 마술피리를 받아 든 왕자(타미노)가 새잡이(파파게노)와 함께 악당(자라스트로)에게 사로잡힌 밤의 여왕의 딸인 공주(파미나)를 구하러 간다. 알고 보니 악당은 파미나의 아버지로 진짜 악당은 밤의 여왕이었다. 왕자는 결국 밤의 여왕의 세계를 무너트린다.'마술피리'는 모차르트의 다른 오페라와 비교해 남녀노소 누구나 재밌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그래선지 이날 어린이 관객들이 많았다.시향의 이번 공연은 연출과 무대미술, 의상, 조명 등이 생략된 '콘서트 오페라' 형식으로 꾸며졌다. 6명의 주연 성악가와 12명의 조연이 다역으로 출연했다. 정치용 예술감독의 지휘에 팀파니·첼레스타가 각 1대, 플루트·오보에·클라리넷·바순·호른·트럼펫이 2대, 트롬본이 3대, 콘트라베이스 4대, 비올라·첼로 6대, 바이올린 18대 등 51명의 연주자가 함께했다.이번 연주회는 정식 오페라가 아닌 약식으로 열렸기 때문에 반쪽짜리 오페라로 끝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관객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출연진들이 노래만 부르는 데 그치지 않고 율동과 연기를 곁들이고, 한국어로 대사를 하는 등 오페라의 극적 재미를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이 주효했다.초교 1, 3학년 자녀와 함께 공연을 봤다는 한 관객은 "시향 공연이 처음이지만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의 재미를 모두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며 "앞으로 온 가족이 시향 팬이 될 것 같다"고 했다.2시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성악가를 서포트하는 인천시향을 보는 것도 색다른 광경이었다. 정치용 예술감독은 "성악가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는 자리에서 긴 시간 집중력을 가지고 연주하는 일이 단원들에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시향이 저력 있는 오케스트라로 성장하는데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인천시립교향악단 제공

2016-07-25 김성호

[공연리뷰] 수원시립공연단 창작뮤지컬 '정조-만천명월주인옹'

왕위에 오른 정조의 첫 일성은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였다. 정조는 생전의 아버지의 뜻을 잊지 않고 그가 꿈 꾼 세상을 찾아나섰다. 아버지는 백성은 곧 물이라 했다. 정조는 '물의 근원'을 찾으려 한다.무고한 아비의 죽음을 목격한 정조는 노론으로 토막난 세상에 복수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선악 구도가 분명하게 구성된 가운데 사도세자의 뜻이 사라지지 않고 극을 끌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수의 날이 겨눈 것은 인간의 목숨이 아니다. 아버지의 못 이룬 꿈에 서린 한을 겨눈다. 정조는 물의 근원을 찾아냄으로써 한을 베어낸다. 그의 개혁과 애민의 정치는 세상을 밝혀 차고 어두운 것을 몰아낸다.정조를 소재로 하는 작품은 고통과 비극의 정서를 피해갈 수 없다. 수원시립공연단의 '정조'도 그러하지만 '정조'가 다른 점은 민중과 그들의 꿈이 극을 단단하게 떠받친다는 것이다. 저잣거리에서 펼쳐진 탈춤 한 판은 걸출하다. 해학과 풍자가 어우러진 민중예술의 힘이 생생하게 전해진다.수원시립공연단은 지난해 7월 13일 창단 후 1년 동안 3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앞서 공연한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첫날 객석이 가득찼다. 뮤지컬 정조를 수원을 상징하는 대표공연으로 만들고 싶어한 장용휘 예술감독이 욕심을 부린 태가 난다.공연은 17일까지 수원 SK아트리움에서 열린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2016-07-14 민정주

[공연리뷰] 음악극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

추억속 가슴 울리는 이야기회전무대·라이브 음악 눈길올해도 부평아트센터에서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을 만났다.부평은 한국 대중음악이 탄생한 성장 거점이다. 이 작품은 한국전쟁 이후, 부평의 애스컴(ASCOM) 부대 주변이 무대다.이른바 ‘딴따라 동네’에서 살면서 버거운 현실에서도 꿈을 키우는 사람들의 얘기다. 지난해 평단과 관객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지역에 기반을 둔 콘텐츠 중에서 가장 주목할 작품이었다. 올해는 해누리극장(대극장)에서 관객을 맞았다. 명실상부하게 ‘음악극’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올해는 두 가지 성과를 이뤄냈다. 첫째는, 회전무대의 효과적 활용이다. 무대가 효과적으로 움직이면서, 애스컴 부대 주변과 당시의 클럽을 재현하고 있다.이인애 무대미술가와 권호성 연출가의 치밀한 계산이 돋보인다. 마지막엔 이동 무대를 통해서 모든 세트가 다 사라진다. 탁 트인 무대에서 배우들이 자유스럽게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은 관객에게 시원한 포만감을 가져다준다. 둘째는 라이브음악의 진정성이다. 냇 킹 콜과 엘비스 프레슬리의 올드팝을 비롯해, 국내가요 ‘노란샤츠의 사나이’(1961)를 극 중에 만날 수 있다.이경화 음악감독은 1963년 이전의 팝송 중에서, 드라마에 잘 융합하는 노래들을 선곡했다. 이런 곡을 라이브연주로 들을 수 있었다.무대 위의 배우를 통해서 생생하게 전달되는 즐거움이 컸다. 극 속의 밴드 ‘더스트 문’은 김민철(피아노)을 리더로 최형석(색소폰), 문장원(베이스), 홍태훈(트럼펫), 구명일(드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주인공 용생 임하람(기타)의 노래와 함께, 그때 그 시절로 아름답게 안내해준다. 이들 배우의 연주와 연기를 통해서, 앞으로 더욱 알찬 ‘액터 뮤지션’ 음악극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작품은 여러 면에서 보완과 보강을 통해서 완성도를 높였고 당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애틋한 이야기는 여전히 가슴을 울린다. 글/윤중강 평론가 · 사진/부평구문화재단 제공

2015-12-20 윤중강

[공연리뷰] 수원시립공연단 ‘그 여자의 소설’

시집간다는 딸의 말에 어머니가 통곡을 한다. 딸은 미움 속에 숨겨두었던 그리움을 토해낸다. 씨받이라도 해서 만주로 독립운동하러 간 남편의 역할을 대신해보려던 어머니는 영영 김 씨 집안 ‘작은 할머니가’ 되었다. 그래서 정작 제가 낳고도 돌보지 못한 딸이다. 어머니와 딸이 마주 선 무대를 관객들은 차마 보지 못하고 천장을 보며 눈물을 삼키거나 고개를 숙이고 가슴을 쳤다. 1세기 전의 우리 사회를 다룬 여느 작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지만 장용휘(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 연출가는 흔한 이야기로 흔치 않은 감동을 남기는 주특기를 다시 한 번 발휘했다. 수원시립공연단은 창단 이후 두 번째 정기공연 ‘그 여자의 소설’을 지난 11~13일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에서 선보였다. 엄인희 작가의 ‘작은할머니’가 원작이다. 장 감독은 통한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선한 마음을 집요하게 끌어냈다. 등장인물들은 지독하게 착하다. 큰댁은 씨받이로 들어온 작은댁을 친자매처럼 살뜰히 보살핀다. 작은댁은 큰댁의 죽음이 부모를 잃은 것처럼 애통하다. 그러나 이 사실을 김 씨 집안에는 숨긴다. 본처자리를 감히 넘보지 않기 때문이다. 늙어 노망이 나고서도 작은할머니를 괴롭히던 김 씨 할아버지도 결국은 착하다. 두 여자를 끝까지 책임질 줄 알았다. 할아버지 역할의 이남희는 등장 인물 중 유일하게 다면적인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했다. 표면적으로는 밉상스런 캐릭터지만 갈등하는 인물의 내면을 절절하게 또는 코믹하게 드러냈다. 작은댁을 연기한 이경의 연기는 고삐를 늦추지 않고 관객의 감정을 집중시켰다. 한없이 착하고 구구절절 슬픈 작은댁의 사연을 지루하지 않게 들려주었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2015-12-13 민정주

[공연리뷰] 경기도립무용단 ‘황녀 덕혜’

경기도립무용단이 김정학 예술감독 부임 후 첫 대작을 올렸다.지난 13~14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선보인 신작 ‘황녀 덕혜’는 우선 호기심을 자극할 강한 메시지가 담긴 소재를 다뤄 어느 정도의 대중적 성공이 예측됐다. 격동의 드라마가 있는 구한말 고종의 딸로 태어나 일본인과의 결혼과 파경, 정신질환, 귀환 후 낙선재에서의 말년 등 최후의 공주, ‘마지막 황녀’로 불렸던 덕혜옹주의 삶은 그 자체로 우리나라의 역사성과 국가사회와 개인의 인격의 상관성 등 무수한 관점에서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정학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노현식 안무가 등 제작진은 다양한 시점이 가능한 이 소재를 덕혜옹주의 내면에 초점을 두고 개인의 삶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너지는 심리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따라서 주역인 덕혜옹주의 춤 연기력과 카리스마가 작품 전체의 키를 쥐고 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총 7개의 큰 장면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3명의 덕혜옹주를 등장시킨다. 초반부 어린시절, 일본인 소다 유케키와의 결혼과 실패, 그 어두운 시절까지, 그리고 귀국후의 마지막 황녀로서의 망국의 한을 지닌 여성의 말년까지를 최지혜, 최은아, 박지유가 맡아 열연하는데, 이들의 신체조건과 기량, 춤연기력이 극을 성공시키는 요체가 된다. 최지혜는 고종의 죽음을 접하는 격랑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상황을 거대한 초상화가 해체되면서 무빙 테이블로 조합되는 속에서 갇힘의 대상으로 표현된다. 최은아의 덕혜옹주는 이 작품의 절정이다. 무대를 일본 다다미를 연상시키는 직사각형으로 좁히고 창호의 벽을 세웠다. 일본의 ‘젠’ 분위기 속에서 분홍색 기모노를 풀어던지고 소 다케유키(안문지, 김상열 더블캐스트)와 추는 2인무는 압권이다. 강제로 부부가 되는 불협화음의 상황을 묘사한 이화(異化)의 2인무에서 상황을 함축하는 안무자의 능력과 이를 소화해내는 무용수의 뛰어난 기량, 세련된 미술적 요소가 합해져 우수한 장면을 연출해낸다. 박지유의 덕혜옹주는 환영(幻影)과 환청 속의 자신을 견디고 의연한 죽음을 맞이하는 성숙한 춤을 보여준다. 사실 한 인간의 심리적인 상태에 초점을 둔 단일성으로 관객을 몰입시켰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얼마나 주역진의 춤이 집중도가 있었는지를 말해준다. 주역을 중심으로 통일감 속에 펼져진 다양한 장면들은 역동적 변화로 관객을 흡입시켰다. 무대는 모던하고 미니멀한 편이다. 극의 전개에 필요한 최소치의 표현적 요소를 전개시켜 보여주는 장치가 아니라 무용수의 움직임 속으로 들어오는 활용성을 택했다. 텍스트가 극명하고 고종 등 주변인물들이 의도적으로 배제된 집중력은 좋았으나 환영이나 환청의 군무 반복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김경애 무용평론가경기도립무용단 제공

2015-11-17 김경애

[공연리뷰] 경기도립국악단 100회 정기공연 ‘아시아음악회’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의 역할은 절대적이다”.경기도립국악단이 100회 정기공연을 기념해 마련한 ‘아시아음악회’는 품격 있는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지휘자와 단원들 간 호흡이 멋진 앙상블을 이룬 감동의 무대였다. 아시아음악을 탐색함으로써 한국음악의 확장을 주도해 한국음악의 숨은 매력을 발견하겠다는 목적으로 최상화 예술감독이 기획한 이번 공연은 경기도립국악단의 위상과 포지션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지휘자의 역량에 따라 음악의 완성도가 결정되고 음악의 특색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단체의 위상과 포지션이 달라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 경기도립국악단을 이끌고 있는 최상화 예술감독과 친분이 있다. 그는 신선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쏟아 놓아 대화를 즐겁게 이끌곤 한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참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관객을 만났다.첫째로, 국가에서 오케스트라와 전속 작곡가의 교류를 지원하는 ‘오작교 프로젝트’ 사업을 수주해 북한, 중국, 베트남, 몽골, 터키 등 각 민족에 녹아있는 유전인자(DNA)를 찾고, 이 시대와 통하는 우리음악을 모색하려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둘째, 이 시대 아시아 최고의 연주자인 몽골의 마두금 연주자 테무진 푸레브쿠(Temuujin Purevkhuu), 베트남 단보우 연주자 레 화이 프엉(Le Hoai Phuong), 중국의 고쟁 연주자 팽려영(Peng II Ying), 중국 조선족 대금 연주자 최민을 비롯해 국내 최고의 작곡자 중앙대학교 김성국 교수, 황호준 교수가 참여하였다. 또한 ‘나눔티켓 오작교’ ‘청춘티켓’ ‘아시아 프렌드십 티켓’ 등 문화나눔릴레이사업을 통해 공연관람의 문턱을 낮추었다.특히 이번 도립국악단의 ‘아시아음악회’는 현재 다문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사회에서 소통과 다양성 존중 등 공동체의 가치를 형성하고, 다문화가족 이주여성들이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는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이화동(전북대학교 한국음악학과 교수)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2015-10-11 이화동

[공연리뷰] 노력의 땀방울 흐르던 건반… 희로애락 그린 그녀의 타건

‘조화와 소통, 그리고 땀’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된 ‘제3회 피스앤피아노 페스티벌’이 29일 피날레 콘서트를 끝으로 다시 1년 후를 기약하게 됐다. 이번 페스티벌은 오프닝 콘서트로부터 리사이틀과 콜라보레이션 스테이지, 그리고 피날레 콘서트까지 매번 다른 형식이 주는 신선함과 단순히 음악만 듣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까지 만들어준 시간들이었다. 10대 천재 피아니스트 조슈아 한부터 다재다능한 피아니스트 박종훈과 리스트 콩쿠르의 최초 여성 우승자 마리암 바차슈빌리 등 여러 피아니스트들의 공연은 이번 페스티벌의 풍성함 그대로였다. ‘노력한 자만이 흘릴 수 있는 땀’을 봤다고 할 수 있는 첫날 오프닝 콘서트. 이날 지휘자 표트르 보르코프스키가 굵은 땀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의 소통을 만들어냈다. 3명의 실력파 피아니스트들의 최고의 기량과 경기필 연주자들과의 조화는 청중들에게 행복이었다. 공연 시작 전 연주자들의 과욕이 음의 부조화를 만들어 낼까 걱정했지만, 전문가들은 달랐다. 멋진 조화를 만들어 냈다. 악보라는 원칙을 매개로 그들은 자유로웠고 조화로웠다. 조화의 시작은 이처럼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과 그 원칙을 하나로 연결해 줄 전문성이 조합될 때 가능하리라. 통상 재미없다는 평가를 듣는 피아노 리사이틀. 하지만 이번 페스티벌에서의 리사이틀은 아니었다. 재미있었다. ‘프란츠 리스트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초의 여성 우승자인 마리암 바차슈빌리는 인간사 희로애락이 내재된 리스트의 작품들을 멋지게 소화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 넓은 무대에 홀로 선 피아노 한 대. 그녀의 타건이 시작되자 무대는 완벽하게 음향의 지배를 받았다. 그리고, 재미와 볼거리가 계속된 콜라보레이션 스테이지. 4대의 피아노와 현대 무용수들의 조화, 그리고 일반적인 콘서트 무대가 아닌 연극무대와 같은 형식의 다양한 볼거리로 클래식 콘서트의 새로운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10대 천재 피아니스트와 수원시립교향악단이 만들어낸 화음으로 문을 연 피날레 콘서트는 이번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매듭지었다. 피아노 협주곡이 줄 수 있는 감동이 모두 표출된 시간이었다.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연주자와 음을 통해 소통하려는 이들이 흘린 땀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멋지고 행복한 가을밤이었다. /박종강 경기문화재단 경영전략실장▲ 박종강 경기문화재단 경영전략실장.

2015-08-31 박종강

[공연리뷰] 인천시향 실내악 기획 ‘크레셴도’

“어머머, 왜 연주 도중 나가지?”지난 12일 오후 7시 30분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실내악 연주회 ‘크레셴도’ 공연이 열린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이날 공연의 마지막 순서였던 하이든의 교향곡 제45번 ‘고별’ 중 4악장이 연주되는 도중 갑자기 바이올린 연주자 한 명이 자리를 벌떡 일어나 무대를 빠져나가자 객석은 술렁였다.연주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악기를 들고 퇴장하는 연주자가 계속 늘고 자연스레 음악 소리는 점점 작아지는 대신, 객석의 동요는 더욱 커져만 갔다. 무대 조명도 계속 어두워져 결국 악보조차 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26명의 연주로 시작된 연주가 후반부에는 7명까지 줄었고 연주는 마지막 바이올린 연주자 2명이 남는 것으로 끝났다. 솔로 연주로 시작해 듀오, 트리오, 6중주, 협주곡으로 점점 편성이 늘어가며 ‘점점 세게’ 진행하는 줄로만 알았던 이날 ‘크레셴도’ 공연이 마지막 반전으로 끝이 나는 순간이었다.이 고별 교향곡은 하이든이 40살이던 1772년에 만들어진 곡이다. 하이든을 재정적으로 후원하던 에스테르하지 후작이 오스트리아를 떠나 헝가리에 있는 자신의 호반 별장에서 여름 내내 악단과 함께 음악을 즐겼지만, 고향과 가족을 떠나 수개월을 버티는 일이 단원들에게는 곤욕이었다. 이 분위기를 읽어낸 하이든은 후작에게 집에 보내달라는 말을 직접 전하는 대신, 이 곡을 작곡해 연주했다고 전해진다. 음악의 이해가 깊었던 후작은 이 연주를 듣고 다음날 단원들을 모두 고향으로 돌려보냈다.이번 기획공연은 ‘점점 세게’ 변한다는 기획 자체가 기존 음악회에선 볼 수 없는 가장 큰 파격이고 마지막 반전도 흥미로웠다. 또 공연 시작 전부터 끝까지 딱딱한 클래식을 재미있게 느끼도록 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연주자의 등장과 객석의 박수로 공연이 시작되는 일반 공연과 달리 이날은 무대 스크린의 친근한 자막 안내로 시작했고, 예고 없이 아나운서가 등장해 공연 전 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크레셴도를 표시하는 악보 기호 ‘<’가 부각된 공연 포스터에는 데크레셴도 ‘>’ 기호를 숨겨 넣어 ‘눈치 빠른’ 관객을 위한 재미도 줬다.시립교향악단이 이번 공연에서 보여준 신선한 시도가 예술감독의 장기 공석 사태에 따른 걱정을 잠시 잊게 만들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2015-05-13 김성호

[공연리뷰] 경기도문화의전당 ‘경기실내악축제’

국내외 스타 음악인 한무대실험성·뛰어난 기량 돋보여작품해설·공연홍보 ‘아쉬움’경기도문화의전당이 올해 처음 선보인 경기실내악축제가 2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이제 막 클래식의 싹이 자라고 있는 경기도라는 텃밭에 실내악의 씨앗을 뿌려보자는 용감하지만 무모한 시도였다. 다행히 10년째 꿋꿋이 실내악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와 궤를 같이 했고 강동석 예술감독을 필두로, 한 무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국내외 스타 아티스트들이 도내 곳곳에 찾아와 축제의 의미를 살렸다. 낯설었지만 의미있는 시도였고 덕분에 경기도 관객들은 수준 높은 공연을 안방에서 만난다는 행복감을 누릴 수 있었다.이번 경기실내악축제는 아티스트들의 뛰어난 기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무대였다. 제레미 메뉴힌과 무키 리-메뉴힌, 피어스 레인 등 해외 아티스트들이 이번 무대에서 보여준 연주수준은 상당히 뛰어났다는 평이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실내악 무대를 지속적으로 지켜봤던 입장에서 누가 언제 어디서 연주하느냐에 따라 음악이 다른데, 이전에 익숙하게 들었던 레퍼토리였지만 새로운 연주자들로 인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 실내악 축제에서 꾸준히 호흡을 맞춰 온 아티스트들의 어우러짐도 돋보였다. 해외 아티스트들과 노부스콰르텟, 조진주 등 신예 아티스트들이 돋보일 수 있었던 건 강동석 예술감독과 첼리스트 조영창, 피아니스트 김영호 , 비올리스트 김상진 등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의 탄탄한 실력과 단단한 팀워크가 바탕이 됐다. 그들의 호흡이 빚어낸 음악적 조화가 현장에 그대로 전달됐다.공연마다 각각의 색깔을 부여해 음악의 유연성을 살린 것도 이번 축제의 재미를 더했다. 특히 현악 연주가 두드러졌던 용인과 피아노 건반만의 흡입력이 인상적이었던 안양공연 등은 악기 본연의 소리가 생생하게 전달돼 오케스트라와는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패밀리 콘서트로 구성된 수원공연은 아게이, P.D.Q바흐, 카스테레드 등 20세기에 탄생한 실험성 강한 곡을 연주자들의 재밌는 연출로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과정이 돋보였다.첫 회였던 만큼 아쉬움도 진하게 남는다. 5곳 공연장 규모를 합치면 4천~5천명의 관객이 정원이지만, 절반 가량만 매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질 좋은 공연 내용이 입소문을 타면서 축제 후반부 공연인 안양, 수원의 경우 처음보다 관객이 늘어 70% 정도 좌석이 채워진 것은 다행스럽지만, 실내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또한 장르적 낯섦과 함께 공연 레퍼토리가 전문적이었던 만큼, 작품을 가이드할 수 있는 해설이 적절하게 보태졌다면 실내악을 접하는 관객의 부담이 한결 가벼웠을 것이다.강동석 예술감독은 “경기도에서 전문적인 실내악페스티벌을 시작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첫 축제였지만 반응이 좋아 향후 공연에서는 좀더 다양하고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더해 지속적인 축제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제 뿌려진 씨앗을 잘 키우는 과제가 남았다. /공지영기자▲ 올해 처음 열린 경기실내악 축제는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7일까지 14일간 진행돼 관객들에게 다채로운 클래식 무대를 선사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2015-05-10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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