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공연리뷰] 연극 ‘미안해, 사랑한다’

지난 29일 연극 ‘미안해, 사랑한다’의 연출자인 배우 이상희(54)씨는 막이 내린 문학시어터 객석 뒤편에서 흐르는 눈물을 참아내려 애썼다.인천 항구연극제 참가작인 이 연극은 이씨가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연극이다. 지난 2010년 12월 LA의 한 학교에서 이씨의 아들 진수는 유학 3개월 만에 같은 한인 유학생과 다투다 숨졌다. 현지 수사 당국은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한다. 이씨와 그의 아내는 아들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밝혀달라며 지난해 1월 상대 학생을 한국 검찰에 고소했지만, 아직 그 어떤 결론도 나지 않은 상황이다.그는 “아들의 죽음과 또 한 번 마주쳐야 한다는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연극을 무대에 올린 이유는 할 줄 아는 것이 연극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며 “아들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꼭 밝히고 싶었다”고 말했다.연극 ‘미안해, 사랑한다’는 체육복을 입은 학생 여럿이 한 학생을 때리는 정지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주인공 하경(진수 엄마)은 미국으로 유학 간 아들 진수의 방에서 ‘엄마! 죽을 만큼 보고 싶다’고 말하는 아들의 환영과 만난다. 불안감에 휩싸여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하경은 결국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연극은 어둡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심각하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다만 재부검을 위해 사망 3년 9개월 만에 땅속에서 다시 꺼낸 아들의 관을 붙들고 하경이 절규하는 장면에서는 관객들도 눈물을 흘려야 했다. 출산으로 연극 무대를 떠났다가 주인공 하경으로 8년 만에 복귀한 손희태(41)씨는 배역에 몰입한 나머지 체중이 5㎏나 빠졌다고 한다.이상희 연출은 “나의 시간은 여전히 사건 당일에 멈춰있다. 하루라도 빨리 진실을 밝혀 진수를 내 품 안에서 놔주고 싶다”며 “법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해야 한다는 말을 믿고 싶다”고 했다.한편, 이씨의 아내는 100여 일 넘도록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아들 사망 사건의 진실을 밝혀 달라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으며 다음 아고라에선 이슈 청원이 진행 중이다. 글·사진/김성호기자

2015-03-31 김성호

[공연리뷰] 인천 극단 ‘공연창작소 지금’ 노래극 카페 섹시봉

한가한 카페에 자리를 함께 한 여인 넷. 손님도 아닌 여인들의 수다로 엮어낸 연극 ‘카페 섹시봉’은 스스로 섹시하다고 여기는, 솔직히 말하면 섹시하고 싶은 중년 여인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인천지역 극단 ‘공연창작소 지금’이 노래극으로 만든 공연이다.마흔, 혹은 오십의 언저리에 다다른 여인들은 살아오는 동안에 몰래 감아온 실타래 몇 가닥을 풀어놓는 것만으로 금방 친구가 된다. 상처 없는 인생이 있을까마는 내가 가진 아픔 덕분에 다른 이의 상처도 곧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보듬는 여인들이다. 그렇다고 여인들이 눈물범벅으로만 살지는 않는다. 한숨이 가득한 삶일지라도 돌아서면 가슴 속에는 사랑이 꿈틀댄다. 힘겨운 여인들이 오늘을 살아내고, 이겨내는 방법은 원망이 아닌 사랑이다. 뻔한 멜로드라마인 ‘카페 섹시봉’은 관객들에게 격한 감정이입을 요구하지 않는다. 씩씩한 싱글맘인 지영이 시작하는 새로운 사랑, 한 남자와 세 번 결혼하고 세 번을 이혼한 리즈, 남편의 폭력에 몸서리치는 수미, 아이의 죽음 때문에 이혼한 정은, 그리고 지영과 정은 사이의 한 남자 준호. 등장 인물만으로도 고개를 끄덕거릴 느낌이지만 손수건을 몰래 꺼내거나 옆 사람에게 민망할 정도의 폭소는 없다.‘카페 섹시봉’은 여성·엄마·가족·사랑 등등의 너무나 흔한 신파, 혹은 코믹으로 꾸며가면서도 정작 관객들을 두세발 짝 앞에 멈춰 세운다. 그리고는 요란하지 않은 사랑을 귀에 익은 노래들로 다소곳하게 쥐어 준다. 눈물도 웃음도 없이 다소 맥 빠진 여인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건 라이브로 불러주는 노래 덕이 아닐까 싶다.관객이 많이 들지 않은 공연장은 손님이 없는 카페 섹시봉과 닮아 있다. 제작비는 고사하고 대관료에도 미치지 못하는 입장수입은 대다수 공연단체가 부딪히는 벽이다. 연극 속 인물들이거나 연극을 만드는 사람들이거나 이들에게 사랑은 하나같이 신작로가 아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그 길을 가는 이들의 용기와 희망에 큰 박수로 공감한다. 글/고동희 (극작가·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부평아트센터 제공

2015-03-29 고동희

[공연리뷰] ‘인천항구연극제 프렌즈페스티벌’

인천 최대 연극 축제인 인천항구연극제 부대 행사로 연극 저변 확대를 위해 기획된 ‘인천항구연극제 프렌즈페스티벌’이 한창이다. 찾아가기도 힘든 소극장에서 열리는 공연이지만 참가 극단의 열기와 객석의 뜨거운 반응만큼은 여느 대학로 무대 못지 않았다.지난 7일 오후 4시 인천문학야구장 지하에 있는 문학시어터에서는 ‘욕’이라는 제목의 연극 한 편이 무대에 올려졌다. 이 작품은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2~3학년 학생들이 겨울방학을 이용해 만든 작품으로 극장 전체 좌석(144석) 절반가량을 채우고 시작됐다. 학생들이 만들어 조금은 부족해 보일 수 있는 작품이지만 관객들이 크게 웃고 손뼉 치는 동안 상연시간 1시간 20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직장인 극단에서 아마추어 연극인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관객 윤경진(55·남구 학익동)씨는 “조금만 손보면 정식 무대에 올려도 손색없었고 연극을 막 시작한 학생들의 풋풋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면서 “아마추어·프로 가리지 않고 여러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인천의 연극 행사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악연주를 기반으로 무용과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복합예술팀 ‘사랑의 국악챔버’가 지난 5일 공연한 ‘스토리텔링 국악콘서트 운명 같은 인연’도 관객의 큰 호응을 받았다. 윤영미(40·남동구 논현동)씨는 “정월 대보름을 맞아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와 즐길 거리를 찾다 공연장에서 보내준 SNS 초대권을 보고 극장에 왔다”며 “멀지 않은 곳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인천대 경영학과 연구교수로 있는 니르팔 라띠(36·네팔)씨는 “지인의 소개로 극장에 왔는데, 한국 전통 음악 공연이 처음으로 굉장히 멋있고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작은 공연장이었지만 감동은 전혀 작지 않았다”고 말했다.지난 2일 개막한 이번 축제에서는 기성 극단의 작품뿐 아니라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재미있는 여러 작품을 이달 15일까지 만날 수 있다. 김정익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연기예술과 학과장은 “학생들과 함께 이번 축제에 참여했다. 연극의 3요소인 ‘관객’이 조금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면서 “연극 저변 확대를 위해 열리는 축제에 대한 인천시의 지원이 조금 아쉽다. 거창·밀양 등이 지역 연극 축제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이유를 인천시가 살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지난 7일 오후4시 문학시어터에서 펼쳐진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연기예술과 학생들이 선보인 연극 ‘욕’의 한장면.

2015-03-09 김성호

[공연리뷰] 경기필, 세계 3대 오라토리오 ‘멘델스존의 엘리야’

장장 2시간의 연주가 웅장하게 끝을 맺자, 성시연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장은 지휘봉을 꼭 잡은 채 잠시 지휘대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살며시 고개를 들어 작은 미소로 단원들을 바라봤다.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경기필 마스터시리즈 첫번째 작품인 멘델스존 ‘엘리야’의 공연이 청중들의 열띤 환호 속에서 막을 내렸다. 긴 연주가 끝나자 청중들은 무대를 향해 10여분간 기립박수를 보내며 뜨겁게 호응했다.멘델스존의 엘리야는 세계 3대 오라토리오에 꼽히는 작품이지만, 국내 공연장에선 쉽게 볼 수 없는 ‘희귀작품’이다. 긴 연주시간에 대한 부담감도 크지만, 인물 감정 변화의 폭이 큰 작품이라 합창과 오케스트라, 솔리스트 등 대규모 연주단이 조화를 이루기가 쉽지 않아서다.하지만 이날 공연은 성 단장의 지휘 아래 경기필과 서울시립합창단, 서울 모테트합창단, 그리고 솔리스트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테너 김재형, 메조 소프라노 김선정, 소프라노 장유리의 완벽한 조화가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엘리야는 기승전결이 확실한 드라마를 가지고 있다. 왕비 이세벨과 예언자 엘리야의 불꽃튀는 대결, 믿음에 따라 쉽게 흔들리는 백성들의 간교한 마음이 빚어내는 드라마 속에서 엘리야는 권위와 절망, 용기의 감정 등을 이어가야 한다.엘리야 역을 맡은 사무엘 윤은 세계적인 가수답게 감정의 골이 깊은 명품 연기력을 선보였다.1부에서 이스라엘의 신 야훼를 믿지 않는 왕궁과 백성에게 끔찍한 저주를 예언하고, 미개한 백성들을 구제하며 가장 엄숙하고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주다가, 2부에선 왕비의 계략에 빠져 또다시 위기에 처하는 엘리야의 절망과 좌절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제 옷을 찾은 것 마냥 그는 인간 엘리야의 고독을 제대로 연기했다.또한 합창단은 이날 공연의 일등공신이다. 유독 합창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청중을 압도하면서 독일어로 부르는 가사가 청중의 귀에 또렷이 들릴 만큼 합창단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공은 성시연 단장에게 있다. 이용숙 음악평론가는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도 사실 엘리야 공연을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본 일은 드물 것이다. 성 단장은 누구도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작품을 청중에게 완벽하게 학습시켜줬다”며 “솔리스트, 합창단, 오케스트라가 이렇게 조화로울 수 있었던 것은 성 단장이 음악 속에 숨겨져 있는 작은 의미까지 끌어냈기에 가능했다”고 극찬했다. /공지영기자 사진/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공

2015-03-05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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