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로 잇는 문화 혈맥

 

[기부로 잇는 문화 혈맥·13] ‘문화기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전문가 간담회 (끝)

‘기부로 잇는 문화혈맥’ 기획에 대해… 국내 언론사 최초 집중연재, 변화 이끌어내는 신호탄 기대 실패사례까지 다루지 못한 부분과 지적·분석은 다소 아쉬워비케이 안… 기업의 현실적 욕구 찾아내 기부에 따른 보상·예우 뒷받침 절실김태진… 복지분야와 달리 공감대 형성 어려워… 기업들에 명분 제시해야김윤미… 개인기부는 음악·미술과 친해지도록 해야 ‘후원의 중요성’ 인식김대현… 광범위한 문화, 분야별 사례 적용으로 ‘기부유치 전략’ 마련해야조광연… 공공기관 후원자 관리 제대로 안돼 체계적 시스템 구축 중요과제김대현… 1~2년 주기로 바뀌는 문화재단 담당자 ‘5년 보장’ 제도개선 필요조광연… 열정만 갖고 추진하기엔 결과물 부담… 후원분야 전문가 키워야김태진… 기부도 하나의 네트워크… 이미 ‘기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 희망김윤미… ‘다담’과 같은 공간이 또다른 후원 이끌어내는 견인차 역할할 것비케이 안… 기부목적에 인간의 욕구 접목할때 엄청난 산업의 한축으로 성장경인일보는 지난 8월부터 경기문화재단과 함께 12회에 걸쳐 ‘기부로 잇는 문화혈맥’ 기획 시리즈를 게재했다. 문화의 가치를 인식하고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기부’를 접목, 국내외 문화기부의 현실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해 봤다. 그 마지막 순서로 지난 23일 오후 경인일보사 3층 소회의실에서 ‘문화기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다.조광연 경기문화재단 문화이음사무국 부장, 김태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예술후원센터 팀장, 김윤미 문화상회 다담 대표, 비케이 안(Bekay Ahn) 한국기부문화연구소 소장, 김대현 벤타코리아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문화기관 기부관련 업무 담당자, 기부문화 전문가, 9명의 예술가를 후원하는 기업가로서 이들은 문화기부에 관한 발전적인 대안을 찾고자 허심탄회하게 각자의 생각을 공유했다.간담회 진행을 맡은 윤인수 경인일보 문화부장은 토론에 앞서, ‘기부로 잇는 문화혈맥’ 시리즈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물었다. 참석자들은 문화기부라는 생소한 부분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룬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태진 팀장은 “문화기부에 관해 언론사에서 집중적으로 연재한 것은 아마 국내에서 처음인 것 같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깊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고, 비케이 안 소장도 “이번 기획기사가 향후 이 분야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하나의 신호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하지만 몇 가지 아쉬움도 지적됐다. 김윤미 대표는 “성공사례 위주의 기사가 대부분인데, 주위에 보면 문화기부 실패사례도 상당히 많다. 이런 부분을 다뤘다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김대현 대표는 “후원 사례도 좋지만, 이를 이끄는 재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 부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지적과 분석은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본격 토론에서는 기업의 문화후원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비케이 안 소장과 김태진 팀장은 기부의 목적을 정확하게 찾아내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안 소장은 “단순히 자아실현을 위해 문화기부에 동참해달라는 식의 접근법은 맞지 않다. 문화를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현실적인 욕구를 찾아내 기부에 따른 보상이나 예우를 철저히 갖춰 기업의 후원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팀장은 “기부를 왜 해야 하는지 기업에 뚜렷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복지 분야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기부의 목적에 대해 누구나 알고 공감한다. 하지만 문화예술분야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다. ‘왜’에 대한 확실한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현 대표는 문화의 범위를 세분화해서 각 분야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을 내보였다. 그는 “문화라는 범위는 굉장히 넓다. 막연하게 아우를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음악이면 음악, 미술이면 미술 등 카테고리를 나눠 분야에 맞게 사례를 적용하고 기부 유치 전략을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 각 분야의 특성에 따라 전략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패널들은 개인 소액기부에 대해서도 액수는 미미하지만 문화 저변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중요성을 공감했다. 김윤미 대표는 “그림 한 점 구매하는 데도 부담을 느끼는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에게 기부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음악 혹은 미술과 친해지도록 하는 방법 밖엔 없다. 왜 작가를 만나고 이들을 후원해야 하는지, 이로 인해 문화가 풍족해지면 우리 지역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려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진 팀장은 “문화기부는 일종의 ‘멤버십 기부’로 봐야 한다. 음악을 안 듣고 그림을 보지 않는 사람이 무슨 기부를 하겠는가. 전체가 아닌 문화를 누리는 자들에게 먼저 문화기부를 이끌어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 후에 문화 향유 대상을 늘려나가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조광연 부장은 “공공기관 입장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후원자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확충해 후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후원인과 문화예술인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하는 경기문화재단에 대한 따끔한 일침과 조언도 이어졌다.김대현 대표는 “1~2년 주기로 재단 담당자가 바뀌는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아무 것도 달라질 수가 없다. 최소한 5년 정도는 뚝심 있게 밀어붙일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 등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재단이 변하지 않고서 어떻게 기업과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냐”고 지적했으며, 비케이 안 소장도 “잦은 인사 이동으로는 사람과 지식 모두 축적할 수 없다. 후원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해 문화 전문가를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조광연 부장은 “전문가가 아닌 이상 열정만 갖고 일을 추진하기엔 결과물이 뒤따른다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문화예술분야의 특성상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공공기관에서 이 부분을 감안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은 갖춰져 있지 않다. 여러 지적대로 전문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부분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털어놨다.끝으로 패널들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문화기부의 미래를 전망했다. 김대현 대표는 “후원의 만족도만 높여준다면, 제 3자에게 기부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현상이 충분히 발생할 것이다”라고 내다봤고, 김태진 팀장도 “기부도 하나의 네트워크다. 기부의 시작은 기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며 기부문화 확산의 밝은 미래를 전망했다. 김윤미 대표는 “다담과 같은 공간이 수혜자가 아닌 또 다른 후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에 힘쓰겠다”고 했으며, 비케이안 소장은 “기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인간의 욕구만 집어넣는다면 문화기부는 엄청난 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할 것이다”고 밝혔다. 조광연 부장은 “후원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특별취재반지난 23일 오후 경인일보사 3층 소회의실에서 문화기부 관련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문화기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 /특별취재반

2015-11-24 특별취재반

[기부로 잇는 문화 혈맥·12] ‘문화기부를 마케팅으로’ 스페인 기업 몬타나

페인트 전문가들 모여 ‘MTN’ 창립그래피티 제품 세계 70여개국 수출전시·박람회에 개인작가까지 협찬 경기도미술관 기획전 ‘도움의 손길’궁평항 프로젝트서도 인연 이어져8년전 공장벽화 그려준 쌍둥이형제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 ‘디딤돌’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기차를 타고 60㎞쯤 달려, 산트 빈센스 데 카스테예트(Sant Vicenc de Castellet)역에 도착했다. 이 곳은 바르셀로나 외곽에 위치한 작은 마을답게 한산한 분위기였다. 역에서 30여 분을 걸어가니 수십 여 개 공장들이 밀집된 곳이 나타났다. 그 중 한 곳이 유독 눈에 띄었다. 공장 외벽에 화려한 그래피티아트(Graffiti Art) 벽화가 수놓아져 있었기 때문. 이곳은 바로 그래피티아트 스프레이 전문 업체 ‘몬타나(Montana Colors, MTN)’였다.# 스프레이 업체, 후원 통해 그래피티 아트 발전 꾀하다바르셀로나에 본사를 둔 MTN은 지난 1994년 페인트 전문가들이 모여 창립했다. 현재 이 곳에서 생산된 스프레이 등의 그래피티아트 관련 제품들은 전 세계 70여 개 국가로 수출되고 있다. 처음 바까리세스(Vacarisses)에 첫 창고를 두고 시작한 것이, 2003년부터 현재까지 산 센크 데 카스 지역에 여러 동의 공장을 두고 운영 중이다.MTN은 그래피티아트 발전을 목표로 그 동안 주요 국제전시회나 패션·무역·건축 박람회 등의 행사에 참여해 왔다. 회사 창립 멤버인 조르디 루비오(Jordi Rubio)대표는 “그래피티아트는 일각에서 문화파괴 행위로 간주됐지만, 우리는 열정적인 하나의 낙서문화혁명으로 봤다”며 “재능을 지닌 작가들을 지원해 그래피티아트를 발전시킨다는 것이 우리 회사의 일관된 노선이다”고 밝혔다.그는 후원을 희망하는 개인 작가들에게도 무상 혹은 저렴한 가격에 재료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조르디 대표는 “우리 회사가 성장하려면 당연히 그래피티아트가 발전해야 하고 그러려면 작가 개개인의 역량이 높아져야 한다. 재료도 없는 이들로부터 어떻게 수준 있는 작품이 탄생하길 바라겠는가”라고 말했다.MTN은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자사 제품 공식 스토어와 함께 그래피티아트 관련 갤러리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명 작가뿐 아니라 신진 작가들에게도 전시회를 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경기도미술관과의 인연경기도미술관은 지난해 7월 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Art on the Street -Graffiti Art’ 국제전(展)을 개최했다. 담벼락 등 야외에서 이뤄지던 그래피티아트를 실내로 끌어들인다는 참신하고 획기적인 기획으로 전시 이전부터 주목 받았다.하지만 실내 공간에 작품을 새롭게 창작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했고, 이는 곧 예산 상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당시 전시를 기획한 최기영 큐레이터는 이때 MTN에 도움을 청했고, MTN은 흔쾌히 자사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며 협찬에 나섰다. 든든한 도움을 등에 업고 치러진 기획전시는 기대 이상의 성과로 이어졌다.세계적 포털사이트 구글(Google)에서 직접 전시장을 찾아 준비 과정부터 전시에 이르기까지 관련 영상을 제작해 배포했다. 이 영상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지에서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최 큐레이터는 “MTN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전시를 제대로 준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래피티아트 분야의 발전을 위해 손익을 크게 고려치 않고 과감히 지원을 펼치는 그들의 기업 정신에 놀랐다”고 밝혔다.이렇게 이어진 경기도미술관과 MTN의 인연은 이후 화성 궁평항 프로젝트에서도 이어졌다. 유명 아티스트 윤협이 참여해 궁평항 일대를 그래피티아트로 물들였으며, MTN은 이번에도 후원을 자청했다. 최 큐레이터는 “MTN의 참여 덕분에 우리 미술관의 전시 프로젝트까지 자연스레 홍보가 된다”며 “이미 그래피티 쪽 상당 수 아티스트들이 MTN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이 분야에서 만큼은 앞으로도 단단한 입지를 자랑할 것이다. 이는 훌륭한 아트마케팅의 성과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문화예술 후원 통한 新마케팅… 되돌아오는 성과예술 후원은 이제 곧 하나의 마케팅 수단 중 하나로 인식된다. 기업이 예술에 투자하고, 이는 다시 기업에 시너지로 돌아오는 순환체계가 구축된다면 기업과 예술이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것. MTN 마케팅 부서 소속 알버트 디아즈(Albert Guarch Diaz)는 “우리 제품을 지원 받아 창작 활동에 전념했던 예술가가 성장을 거듭하고 세계적인 예술가 반열에 오르면, 이후 그가 사용하는 우리 제품은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리게 된다. 이는 단순 홍보 이상의 가치를 낳는다. 이것이 예술이 가진 힘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이어 “이미 우리 회사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으며, 결국 후원이 기업 입장에서 하나의 현명한 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예술도 발전하고 기업도 좋고. 이게 기업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그는 공장 외벽에 그려진 벽화를 소개하며 “이건 8년 전 오스 게미오스와 니나 라는 브라질 상파울로 출신 쌍둥이 형제가 직접 그려준 것이다. 이들은 현재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아티스트로 성장했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 회사를 위한 일이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고 적극 나선다. 이보다 좋은 일이 또 어딨겠는가”라고 했다. 하지만 회사 측의 후원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무분별한 요구가 빗발쳐 난감할 때도 많다고 한다. 알버트는 “전 세계 모든 이들을 다 도울 순 없다 보니, 일부에선 불만이 생기는 등 형평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들을 지혜롭게 극복하면서 후원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금도 항상 고민 중이다”고 밝혔다. /특별취재반스페인 바르셀로나 외곽 산트 빈센스 데 카스테예트(Sant Vicenc de Castellet)지역에 위치한 몬타나(Montana Colors, MTN) 본사 현지 공장. 담벼락 전체가 대형 그래피티 아트(Graffiti Art)로 장식돼 있다. /특별취재반알버트 디아즈(Albert Guarch Diaz) /특별취재반MTN 본사 사무실 내부. /특별취재반지난해 7~9월 경기도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된 ‘Art on the Street -Graffiti Art’ 국제전(展). /경기도미술관 제공바르셀로나 시내에 위치한 MTN 갤러리. /특별취재반MTN 제조 공장 외벽 곳곳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특별취재반MTN 생산 공장 외벽 곳곳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특별취재반

2015-11-10 특별취재반

[기부로 잇는 문화 혈맥·11] 인터뷰|로르 쇼디 프랑스 상공업메세나진흥조합(ADMICAL) 대표

로르(사진) 애드미컬 대표는 프랑스에서 개인이나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이 활발한 이유로 국민성을 꼽았다. 그녀는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단체적 성향이 강하고 그렇다 보니 단결력이 강한 편이다. 공존하며 살아가고 공공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부분에 있어서 많은 국민들이 공감을 하며, 문화강국의 이미지를 위해 국민들이 힘을 한데 모으는 것이 큰 원동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정부 차원의 지원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르 대표는 “메세나는 부자나 대기업에만 해당 되는 활동이 아니며, 현재 프랑스 메세나의 98%가 소규모·중견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 차원에서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법으로 메세나를 관리·장려하고 있다 보니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은 폭넓은 참여가 자연스레 유도되고 있다”고 했다.정부는 제도를 통해 기업 후원을 이끌고 기업은 문화예술단체 후원에 나서며, 국민들까지 문화 발전을 위해 기부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3박자가 맞아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우리나라의 메세나 활동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녀는 “얼마 전 한국의 한 NGO 단체가 이곳을 다녀갔는데, 한국에서는 메세나에 점차 관심이 많아지는 추세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는 항상 기업이 왜 메세나에 참여하길 원하는지 동기에 대해 먼저 질문한다. 그 동기에는 공익(公益)이 뒷받침 돼야 하며, 회사의 메세나 활동에 회사 직원들도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도 메세나의 취지를 기업에 정확히 전달한다면 더 원활한 후원이 이어질 것이다”고 밝혔다. /특별취재반

2015-11-03 특별취재반

[기부로 잇는 문화 혈맥·11] 정부·기업·국민관심 3박자 ‘프랑스의 힘’

1979년 메세나진흥조합 ‘애드미컬’ 발족16만여개 기업 참여… 기부금 규모 3조대피말락·까르띠에·에르메스 등 후원활발루브르박물관·퐁피두센터도 다양한 활동기업과 단체잇는 문화예술기관 역할 중요21세기 현대사회는 문화예술활동이 정부의 지원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인식, 확고한 지원을 전통적으로 고수하던 프랑스조차 이제는 문화예술 재정을 늘리기 위해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프랑스에서 기업이 문화예술 분야의 후원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는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메세나 운동의 출발은 늦었지만, 1979년 영국의 A&B(Arts&Business)와 미국의 기업예술협의회(Business Committee for the Arts, BCA)를 모델로 한 상공업메세나진흥조합(Association pour le Developpement Mecenat Industriel et Commercial, ADMICAL)이 발족되면서 공동체 사회 차원의 메세나 논의가 본격화됐다. 현재 애드미컬에는 프랑스 내 16만여 개 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참여 기업은 2006년 800곳에서 2008년 3만곳으로 급증했으며,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기준 15만9천곳에 이르렀다. 기부 금액도 2006년 1억 유로(1천248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기준 28억 유로(3조4천950억 원)에 달할 정도로 대폭 늘어났다.# 활발한 기업 메세나 활동프랑스 금융사 피말락그룹은 루브르박물관과 10년의 파트너십을 자랑한다. 1997년 ‘보르게세의 검투사’, 1999년 ‘비너스 제네트릭스’, 2004년 ‘승마연습장’ 등의 작품과 전시 공간에 대한 복원·보수가 이뤄졌다. 1996년에는 문화유산재단을 설립해 정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유산을 찾아내 복원하는 등 다방면에서 메세나 활동이 진행됐다. 2006년 피말락그룹은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재단을 설립, 일반인들에게 현대예술의 창조를 돕고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데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 내 유명한 예술기관인 라숙스 예술인촌, 루브르 학교, 홍뿌앙 극장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파리 근교의 문화 소외지역 아이들에게 예술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했다.보석, 시계 등 액세서리 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까르띠에(Cartier)는 프랑스 미술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1984년 재단을 설립해 프랑스 현대미술가를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재단에서 직접 미술가에게 제작비를 지급해 창작한 작품을 구입하거나, 이렇게 수집한 양질의 작품들을 토대로 전시를 기획한다. 또 매년 재단이 후원한 작가들을 중심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까르띠에 재단은 1986년 프랑스 애드미컬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프랑스 내에서 존경받는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히는 로레알(Loreal)도 베르사유 궁전 욕실 복원사업 지원에 나서는 등 기업 경영에 메세나 활동을 포함 시켰으며, 에르메스(Hermes)도 말 안장가게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말이나 기마문화와 관련이 있는 전시회나 공연의 경우 전폭적인 지원을 쏟는다. 유물전시회에 에르메스 소장품을 무료로 대여해주기도 한다.# 문화예술기관의 역할루브르박물관은 프랑스 내 문화예술기관 중 적극적으로 메세나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메세나 관련 부서에는 25명의 상근 직원들이 근무하며, VIP 초청·입장권 할인·리셉션 개최 등 기업 협력 관련 다양한 활동을 수행한다. 이에 매년 소액 기부자와 거액 기부자가 동시에 증가해 지난 2003년을 기점으로 기부금 예산도 500만 유로(62억여원)에서 3천만 유로(374억여원)로 껑충 뛰었다. 기부자 간 다양한 모임도 생겨나는 추세며, 기부금은 전시·보수·복원·작품 구입 등에 대부분 사용된다.퐁피두센터는 세계적인 건축가 미국의 리처드 로저스와 이탈리아의 렝초 피아노가 설계한 초현대식 건물로, 초창기 짓다 만 공장 같은 모습을 드러냈을 때 파리 시민들은 분노에 가까운 반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현재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주요 건축물 중 하나로 현대미술의 메카로 손꼽히고 있으며 파리를 찾는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곳 메세나 활동은 퐁피두센터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기업을 중심으로 주로 전시 경비의 일부를 지원받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센터 내 퐁피두센터발전협회를 설치해 기업을 대상으로 기부금을 유치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상근 직원 외에 다수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기업 후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자선 관점의 사회공헌과 더불어 기업의 전략적인 마케팅 활동으로까지 발전한 오늘날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활발해지기 위해선 이처럼 기업과 문화예술단체를 연결하는 개인이나 기관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로르 쇼디(Laure Chaudey) 애드미컬 대표는 “점점 다양해지는 기업 마케팅을 만족시키고 동시에 수많은 문화예술단체와 윈윈(win-win)하려면 단발성 전시적 행태가 아닌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며 메세나협회나 문화재단, 예술기관 등의 중간자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별취재반연간 방문객이 850만 명에 이르는 루브르박물관은 프랑스 문화예술기관 중 적극적으로 메세나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특별취재반초창기 공장 같은 외관 탓에 시민들의 반감을 샀지만, 지금은 현대미술의 메카로 자리 잡은 퐁피두센터. /특별취재반

2015-11-03 특별취재반

[기부로 잇는 문화 혈맥·10] 일본의 메세나

기부자와 문화활동가 연결이 협의회 역할네트워크 엮어 정보제공… 매년 시상식도기업들 경영전략 따라 자발적인 지원 눈길(주)하쿠주는 클래식 전용홀 13년째 운영특색있는 운영 방식… 중소기업 참여 활발일본 기업들은 메세나가 기업의 사회적 의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기업에 도움이 되는지 되지 않는지를 따져보고 판단한다 -타네오 카토 메세나 효과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를 통해 비즈니스 영역이 넓어지고, 사업내용도 문화 예술적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마키코 우치쿠라지난 19일 일본 도쿄에서 공익사단법인 기업메세나협의회가 주최하는 포럼이 열렸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협의회는 ‘창조열도(Creative Archipelago)’라는 콘셉트의 문화운동을 계획하고, 이에 참여할 문화기관과 기업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날 포럼에는 100여명의 청중이 모인 가운데 8개 단체가 음악제, 시민참여형 축제 등 문화프로그램을 소개했다. 협의회는 ‘창조열도’를 통해 세계 각국과 다양한 문화를 교류하며 문화 다양성 사회를 만들고, 대내적으로는 청년층과 노년층의 화합을 이룬다는 과제를 설정했다. 무엇보다 전국에 걸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올림픽이 끝난 후로도 이를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네오 카토 대표이사는 “올림픽을 기회삼아 문화운동을 전개하지만, 일시적인 행사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의 영역과 기능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지속적이고 전국적인 활동을 이어가려면,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업과 문화단체, 협의회 등 각 기관들은 아직 5년이나 남은 올림픽에서의 문화활동을 지금부터,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 일본 기업메세나협의회의 역할카토 대표는 협의회 대표로 오기 전 ‘아사히 맥주’에서 20년 동안 일했다. 메세나 관련 업무를 담당했고, 요코하마재단, 도쿄재단 등에서도 고문으로 활동하다 전임회장의 추천으로 기업메세나협의회로 자리를 옮겼다. 메세나에 대한 기업의 입장과 문화단체의 입장을 두루 전해줄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협회의 역할은 ‘기부자와 문화활동가를 연결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 설립 이후 협의회는 기업, 단체, 개인 등 170개 회원을 모집해 활동하고 있다. 협의회 기금은 따로 조성돼 있지 않고, 협의회 운영은 연회비와 별도의 컨설팅을 통해 얻는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기업에서 문화활동단체에 전해지는 지원금은 협의회를 거치지 않는다. 협의회는 메세나활동을 하려는 기업과 문화활동지원금이 필요한 단체를 연결해주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메세나활동에 대한 조사연구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해, 1991년부터 매년 ‘메세나어워드’를 수여해 기업의 주목할 만한 메세나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협의회가 발간한 ‘2014 메세나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내에서 기업과 단체의 메세나를 통해 이루어진 문화활동은 3천 건이 넘는다. 활동금액은 956억2천697만엔(약9천억원)에 달한다. 기업의 메세나 활동목적으로는 응답한 551개 사 중 280개사가 ‘예술, 문화적 기여를 위해’라고 답했다. 193개사는 ‘문화예술보다는 회사의 과제해결 등을 위해’라고 대답했다.(복수응답 가능) 일본에서 이처럼 메세나 활동이 활발해진 것은 1990년무렵이다. 카토 대표는 “경제규모가 엄청나게 성장하기 이전부터 일본 기업들의 문화기부는 활발했지만 90년도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협의회도 이때 생겼다”며 “당시에는 기업들이 메세나 예산을 대폭 늘려 배정해놓고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앞다퉈 문화예술분야에 투자한 것은 경영전략에 따른 자발적 선택이었다. 카토 대표는 “일본 기업들은 메세나가 기업의 사회적 의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기업에 도움이 되는지 되지 않는지를 따져보고 판단한다”며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메세나를 통해 높일 수 있고 이것이 기업에 이익이 된다면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덕분에 불황이 와도 메세나의 총량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는 “물론 영향은 있지만 큰 흐름으로 봐서는 긴 불황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았다”며 “기업별로는 지원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경우도 있지만 새로 활동을 시작하는 신생 기업이 꾸준히 있다”고 말했다.# 재계 전반에 자리잡은 일본 메세나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메세나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건강제품전문업체인 ‘(주)하쿠주’는 직원수가 200여명인 중소기업이지만, 도교 본사에서 클래식 전용홀을 운영하고 있다. 8층짜리 본사건물 중 7층이 ‘Hakuju Hall’이다. 300석 규모의 이 공연장에서는 연간 30~60차례 기획 공연을 연다. 벽면은 오선지를 형상화해 디자인했고, 객석 의자 중 일부는 리클라이너로 보다 편안한 자세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운영에 드는 비용은 연간 100억엔, 전체 매출의 0.5~1%에 해당한다. 창업주나 CEO가 특별히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하쿠주홀 운영을 13년째 계속하고 있다. 비서실장 마키코 우치쿠라 씨는 “음식과 운동, 정신의 삼위일체가 이루어져야 건강할 수 있다는 창업이념에 따라 정신의 여유를 찾아주는 음악당을 운영하게 된 것”이라며 “일본은 클래식음악 애호가가 많기 때문에 타깃층을 넓히고자 클래식 전용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음향의 보석상자’로 불리는 산토리홀(산토리社), 니켄 세케이社가 설립한 스미다 트리포니홀, NHK홀 등 도쿄에는 기업의 클래식 공연장이 여럿이다. 하쿠주홀은 규모나 예산 등에서 이들을 따라 갈 수 없다. 그러나 (주)하쿠주는 보여주기보다는 내실있는 운영을 통해 하쿠주홀만의 특색을 가꾸고 있다. 우치쿠라씨는 “자사의 제품인 리클라이너를 객석에 배치하거나, 공연 도중에도 자유롭게 이야기하거나 잠을 잘 수 있는 공연을 진행하거나, 건강에 이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기업의 본업과 연결해 운영방향을 정한다”며 “홀을 만든 후 결과적으로 보면, 고객과 더 가까이 자주 만날 수 있게 됐다”고 효과를 전했다.기업메세나협의회 카토 대표와 (주)하쿠주의 우치쿠라실장에게 똑같이, ‘메세나는 왜 필요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둘은 ‘인간의 일이니까’라는 같은 대답을 했다. 카토 대표는 “문화 없이 살 수 있는 인간은 없기 때문에 메세나가 있는 것”이라며 “기업의 메세나는 가난한 문화계를 위한 일방적인 지원이 아니다”고 말했다. 우치쿠라 실장은 “메세나의 효과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를 통해 비즈니스 영역이 넓어지고, 사업내용도 문화 예술적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별취재반일본의 건강제품전문업체인 (주)하쿠주가 운영하는 ‘하쿠주 홀’은 몸과 정신이 모두 건강해야 한다는 기업의 이념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특별취재반지난 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업메세나협의회 포럼 장면.

2015-10-27 경인일보

[기부로 잇는 문화 혈맥·9] 문화기부 활성화 방안 (3) 매칭펀드

중소·중견기업의 문화경영 돕자는 취지대기업 지원받기 힘든 풀뿌리단체 큰 힘국내 2007년 첫발… 지원금 12억 → 22억‘참여유도 효과적’ 지역문화재단도 도입성도GL, 헤이리심포니오케스트라 후원디포그, 사옥에 스튜디오·작가공간 제공문화예술 소외 경기북부·부천지역 ‘열매’# ‘일석이조’ 매칭펀드매칭펀드(Matching Fund)는 기업이 예술단체를 지원하는 금액에 비례해 공공펀드에서 추가로 예술단체를 지원하는 방식을 뜻한다. 다시 말해,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절반의 금액으로 두 배의 지원 효과를 거두게 되는 셈이다. 선진국에서는 기업과 예술단체 간 1대1 매칭시스템이 일반화 돼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정책이 자리 잡은 것은 지난 2007년부터다. 대기업에 비해 재정 여건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들의 문화경영을 돕자는 취지로, 이들의 후원을 유도하고 메세나 기반을 확대하고자 시행됐다. 이를 통해 많은 중소기업들의 참여가 이어져 왔으며, 이는 대기업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지역의 풀뿌리 예술단체에도 후원의 온기가 전달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중소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참여를 늘린 계기가 된 매칭펀드 사업은 1984년부터 시작된 영국의 ‘뉴파트너스(New Partners)’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설계됐다. 6억원 규모로 출범한 매칭펀드사업은 ‘이건리빙’과 ‘안은미무용단’이 첫 결연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사업 첫 해인 2007년에만 27쌍의 파트너가 결연을 맺게 됐고, 12억1천500만 원의 금액이 문화예술단체에 전달됐다. 이후 매칭펀드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2010년 50쌍, 2013년에는 90쌍으로 수직 상승해 6년 새 3배를 훌쩍 넘는 결과로 이어졌다. 펀드 대비 기업지원금의 비중도 계속 증가했다. 초창기에는 1대1 비율이었다. 즉, 기업에서 100만 원을 후원하면 국고 펀드에서 100만 원이 더해져 200만 원이 지원되는 식이었다. 하지만 기업지원금이 점차 늘어나며 2013년에는 기업지원금 비중이 2배 가까이 늘어났고, 기업지원금과 펀드를 합한 실제 지원금액 규모도 대폭 커졌다. 펀드사업이 시작된 첫해 12억1천 500만 원이었던 지원금은 2013년 22억3천만 원에 이르며 2배 가까이 늘어났다.이처럼 예술 지원을 문화 경영에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관심에 힘입어 매칭펀드 사업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으며, 메세나 활동이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켰다. 2011년부터는 기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도 참여가 가능하도록 범위를 넓혔으며, 지난해부터는 예술단체 뿐 아니라 개인 예술가도 지원대상에 포함해 보다 많은 예술분야 종사자들에게 혜택을 돌려주고 있다.매칭펀드는 여러모로 일석이조(一石二鳥)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 지원금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 문화예술단체에 전해져 두 배의 지원 효과를 낼 뿐 아니라, 이 같은 후원 활동을 통해 기업과 예술단체가 함께 윈윈(Win-Win)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메세나협회가 실시한 ‘예술지원 매칭펀드 효과 및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참여 기업 전체가 올해도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92%가 매칭펀드를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해당 기업의 직원들 중 88%가 매칭펀드를 통한 기업의 문화경영에 대해 직원 사기와 만족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지원을 받는 예술단체의 경우 대부분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매칭펀드가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를 벤치마킹한 지역 매칭펀드 프로그램도 속속 생겨났다. 2008년 경남메세나협의회에서 경남 매칭펀드를 시작으로, 2009년과 2012년에는 부산문화재단과 서울문화재단에서도 각각 사업이 시작됐다. 경기문화재단에서는 아직까지 매칭펀드를 도입하지 않은 상태다.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하루 속히 매칭펀드를 도입해 더 많은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칭펀드는 문화경영의 핵심사단법인 헤이리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인들이 문화예술에 관한 담론과 창작 활동을 하기 위해 설립한 공동체 마을로, 경기북부지역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한 각종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곳의 헤이리심포니오케스트라는 매칭펀드가 시작된 지난 2007년부터 ‘성도GL’이라는 기업과 결연을 맺고 후원을 통해 해마다 두 차례씩 음악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성도GL 김상래 대표이사는 본격 경영자의 위치에 오른 지난 2002년부터 자신의 문화예술경영 철학을 토대로 사업 전반에 문화예술을 접목했다. 김 대표는 “과거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공연을 감상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름다운 연주와 너른 공원에서 자유롭게 모여 음악을 감상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며 “당시 행복한 장면을 보면서, 훗날 내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이런 문화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2007년부터 헤이리심포니오케스트라를 후원했고, 경계 없는 예술을 실천하고자 지금까지 야외공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성도GL은 2008년 파주에 복합문화공간 ‘공간 퍼플’을 개관, 지역 주민들과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문화체험 공간도 제공하고 있다.부천에서도 문화예술 소외지역으로 분류된 오정구 삼정동 공장 밀집지역에 자리한 제조업체 디포그(DEFOG)는 2012년 예술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디포그 김창홍 대표이사가 사옥 1층과 4층을 각각 스튜디오와 작가레지던시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예술가들을 불러모은 것. 이는 대안공간 아트포럼리와의 매칭펀드를 통해 가능했다. 김 대표는 기업의 혁신은 문화예술에서 나온다는 신념으로, 회사의 일부 공간을 거액의 리모델링 비용까지 들여가며 작가들에게 선뜻 내줬다. 그는 “누군가는 내게 욕심이 없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예술가들과의 상생이 나의 큰 욕심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혹자들은 쓸데 없는 일이라고 걱정하지만, 저에게는 예술가들이 회사에 들어온 것 자체가 회사의 이익이고 그들에 의해 오히려 디포그의 가치가 계속해서 높아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지난 2007년 5월 매칭펀드 조인식 자리에서 당시 박영주(왼쪽) 한국메세나협회 회장과 김명곤(오른쪽) 문화관광부장관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국메세나협회 제공2007년부터 연간 두 차례씩 야외공연으로 진행돼 온 헤이리심포니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 장면.부천 디포그(DEFOG) 사옥 내에 입주해 있는 사진작가의 촬영 스튜디오. /한국메세나협회 제공

2015-10-20 특별취재반

[기부로 잇는 문화 혈맥·8] 인터뷰| 한국메세나협회 박현준 차장

“중소기업 문화기부 참여가 많아져야 합니다”.한국메세나협회 박현준 차장은 메세나의 저변 확대를 위해 중소기업의 참여가 많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의 참여가 많아지면 당연히 액수도 커지고 수혜자층도 많아지기 때문에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메세나의 기본 취지를 살려 문화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선 많은 중소기업들의 기부 참여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하지만 여건상 중소기업에서 문화기부에 동참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협회 차원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 많은 기업들이 기부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데 목표를 두고 활동하고 있다.박 차장은 특히 지역적으로 고른 문화 혜택이 돌아가는 것도 중요하다며, 지역 내 기업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에도 엄연히 지역 차가 존재한다. 서울이나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공연을 펼칠 장소조차 없는 곳도 많다”며 “지역 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알리고, 지역 문화발전의 밑거름을 쌓는 것도 하나의 활동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특별취재반

2015-10-13 특별취재반

[기부로 잇는 문화 혈맥·8] 문화기부 활성화 방안 (2) 기업과 예술의 만남

김영삼 前대통령 기업의 적극지원 강조… 한국메세나協 출범 이어져창의성이 핵심적 생산수단인 현대사회, 문화가 국가경쟁력까지 높여자선 의미서 투자개념으로 ‘마케팅·기업홍보·경영전략’ 활용 줄이어‘줄탁동시’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껍질 안에서 알을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이를 돕는 것을 ‘탁’이라 한다. 하나의 껍질을 사이에 두고 이 두 가지가 동시에 행해져야 하나의 생명이 세상과 만날 수 있다. 문화예술 분야의 발전도 이와 같다. 안팎으로 껍질을 깨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날 때 문화융성이 뒤따라온다. 기업의 문화기부 참여는 그런 면에서 필수불가결하다.# ‘메세나’로 시작된 기업의 후원고대 로마제국의 정치가로 예술가를 후원했던 마에케나스(Maecenas)의 이름에서 유래된 ‘메세나’는 기업이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의미하는 프랑스어다.오늘날 메세나 활동은 기업들의 중요한 사회공헌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감성’과 ‘창의성’이 기업의 핵심적인 생산수단으로 간주 되는 시대다 보니, 기업은 서서히 예술과 손을 맞잡고 있다.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문화 발전이 없는 경제 발전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문화적 품격으로 무장한 기업만이 세계무대에서 경쟁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많은 기업들이 공감하고 있는 이유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1993년 12월, 김영삼 대통령은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기업인과 예술인들을 청와대에 초청한 오찬 자리에서 “물질적 풍요만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수 없다. 경제와 문화가 서로 협동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기업인들 역시 국가의 문화경쟁력 구축을 위해 예술지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밝혔고, 이는 이듬해 한국메세나협회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1994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주요 경제단체와 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해 설립된 한국메세나협회는 문화예술에 대한 기업 인식을 바꿔 예술 지원을 확대하고 경제와 예술의 균형 발전을 꾀한다는 목표로 만들어졌다. 협회 초대 회장을 역임한 최원석 동아건설 회장은 취임사에서 “문화예술이 성장하는 회사에서는 기업활동도 활기를 얻는다. 문화예술이 성장하면 한국이라는 얼굴을 가진 상품도 경쟁력이 높아져 우리의 삶도 풍요로워진다”고 말한 바 있다.# ‘기업’과 ‘예술’은 파트너 관계기업이 예술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시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화돼 왔다. 문화기부는 본래 순수한 의미에서의 자선(慈善, philanthropy) 개념이 주를 이뤘다. 불우한 이웃을 돕는 것이 부자들의 당연한 책무이듯, 어려운 여건에서 창작에 매진하고 있는 가난한 예술가를 돕는 것이 당연시됐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기업 경영도 점차 조직화 되면서 단순한 자선 차원이 아닌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즉, 메세나 활동을 마케팅이나 기업 홍보에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기업의 내부 경영 전략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어 미술 지원 활동을 디자인 부서 직원들의 창의성 증진에 활용하거나, 사내 예술동호회 활성화를 통해 임직원 복지에 힘쓰고 애사심을 키우는 등의 활동이 실제로 행해지고 있다. 이 같은 기업의 메세나 활용 시도는 윤리경영과 창조경영이 강조되는 시대적 분위기와 맞물려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예술계에 대한 지원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이와 동시에 예술의 창의성을 얻어 기업 경영에도 접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현대사회에서 문화 없는 경제는 더 이상 생각할 수 없다. 문화와 기업은 파트너 관계이다. 오늘날 문화는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라는 사실을 정부와 기업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1993년 12월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청와대에 초청, 문화예술 지원을 당부했다. /한국메세나협회 제공문화예술의 가치를 공유하고 메세나 활성화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 /한국메세나협회 제공1994년 4월 18일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 창립총회를 기점으로 메세나 운동이 시작됐다. /한국메세나협회 제공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의 발레영재 육성 사업 ‘Drive Your Dream’. /한국메세나협회 제공LG연암문화재단에서 개최한 소외계층 청소년을 위한 미술 전시회. /한국메세나협회 제공

2015-10-13 특별취재반

[기부로 잇는 문화 혈맥·7] 문화기부 활성화 방안 (1) 모금전문가 양성

■비케이 안 한국기부문화연구소장 亞 최초 국제공인 모금전문가 인증받아 국내 ‘돈 받아내는 사람’ 인식 입지좁아 “관리·통계 지식갖춘 직업인 육성 시급” ■전문가들이 말하는 기부 유도 후원 목적·미션 정확한 전달이 중요 윤리성·사명감·헌신적 자세도 필수 아름다운 변화 이끄는 ‘착한 브로커’ 우리는 문화예술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문화를 향유하며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처럼 문화예술은 한 국가의 의식과 성숙도를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다. 제조업이 경제성장의 중심이었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문화융성이 하나의 대표 콘셉트로 자리 잡은 시대다. 하지만 공공지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문화예술계는 재정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욱이 대부분의 기부가 복지분야에 편중돼 있어 문화기부는 여전히 더딘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 문화기부, 전문적인 모금이 필요하다 문화기부 활성화를 위해 이제는 각종 문화예술단체에서 적극적인 ‘모금’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선 모금업무를 담당할 ‘모금전문가’가 양성돼야 한다는 것이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모금전문가는 단순히 모금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을 통해 기부자에게 모금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잠재기부자에게도 모금활동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기부자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끌며, 모금활동의 이유와 목표를 명확히 인지해 모금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하지만 문화계에서 모금전문가가 자리잡기란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다. 전문가의 필요성에는 동의한다 하더라도 열악한 재정여건 때문에 고용수요가 거의 없는 상태며, 이 때문에 모금전문가가 체계적으로 양성되기에도 어려운 구조다. 이는 다시 결과적으로 인력이 없어 전문가를 고용조차 할 수 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돈’이 아닌 ‘마음’을 받아내는 것이 기부유도의 핵심 “유대인들에겐 ‘쩨다카(Tzedakah)’ 문화라는 게 있습니다. 집안에 통을 두고 그 곳에 돈을 모으죠. 돈이 가득 모인 뒤 가족들이 돈을 어떻게 쓸까 의논하고, 가장 어린아이에게 먼저 의견을 묻습니다. 아이는 어려운 친구에게 돈을 주자고 말합니다. 그러면 어른이 ‘그렇게 하면 네 친구는 기분이 좋을까?’라는 식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타인을 돕는 일이 나와 남 모두에게 좋아야 하는 일이라는 걸 배워갑니다. 다시 말해, 생각없이 휩쓸리듯 기부를 하고 도움을 주는 건 헛된 일에 불과합니다. 기부에도, 모금에도 이제는 전문화된 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국기부문화연구소(ICNPM, International Council for Nonprofit Management) 대표 비케이 안(Bekay Ahn) 소장은 국제모금인증기관으로부터 국제공인 모금전문가(CFRE) 인증을 받은 아시아 최초의 인물이다. 전 세계적으로 CFRE 자격증을 갖고 모금전문가 활동을 벌이는 자들이 5천여 명에 이르고 있지만, 국내에는 5명이 채 되지 않는다. 안 소장은 “모금전문가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금원 정도로 취급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과장해서 말하면 ‘돈 받아내는 사람’ 정도일 뿐, 전문가라는 인식이 없다 보니 아직 상당히 입지가 좁은 편”이라며 “선진국에서는 모금전문가가 단순히 돈을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기부를 이끌어내는 ‘기부자를 길러내는 자’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 결국 모금에 가치를 느끼고, ‘사람’에 대한 투자가 전문성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모금전문가가 하나의 전문 직업인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모금을 위해선 기부자의 철학·심리를 비롯해, 기금의 관리·통계 등 관련 지식을 갖고 있어야 제대로 된 관리가 가능하다”며 “이 세상 모든 것은 돈과 연관돼 있다. 모금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이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전문가 육성이 시급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문화기부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안 소장은 “인간의 욕구 중 가장 높은 것이 ‘자아실현의 욕구’다. 이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문화다. 문화기부 운동이 활발해지기 위해선 인간의 자존감·본성과 맞물려 있는 이 부분을 잘 활용해 체계적인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기부 유도, 전문가라면 다르다 현재 국내에서 기부·모금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로 ‘아름다운 재단’과 ‘희망제작소’ 등이 대표적이다. 희망제작소 김희경 선임연구원은 “후원자들이 왜 후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가치를 심어줘야 한다. 문화분야는 후원으로 인한 변화나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보상과 함께 후원의 본질적인 목적과 미션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각종 친목단체를 운영하다 보면 자연스레 후원자들 간 네트워크가 형성되는데, 이는 후원도 하고 활동도 할 수 있는 하나의 터전이 마련되는 셈”이라며 “신규후원자의 경우 사무실로 초대해 직접 밥을 지어서 대접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그들에겐 하나의 기쁨이 된다고 생각한다. 후원의 기쁨이 없다면 후원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9년간 자선기관에서 모금전문가로 활동해 오다 문화예술분야로 자리를 옮겨 3년간 종사해 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예술후원센터 김태진 팀장은 문화기부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김 팀장은 “문화예술분야는 성격상 기부시장에 있어서 긍정적이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다크호스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는 분야”라며 “예술기관과 단체의 기부금 유치를 위해선 문화예술분야의 관심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운영돼야 하며, 기부캠페인도 장기적·지속적으로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금가는 기부자의 기부금을 유치하고 적절한 곳에 사용을 돕는 일을 하기에, 윤리성·가치·사명감이 필수며 자선의 마음과 헌신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아름다운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착한 브로커’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반▲ 아시아 최초로 국제공인 모금전문가(CFRE) 인증을 받은 한국기부문화연구소 비케이 안(Bekay Ahn)소장이 모금전문가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예술후원센터 김태진 팀장.▲ 행복제작소 관계자와의 간담회.

2015-09-22 특별취재반

[기부로 잇는 문화 혈맥·6] 소액기부 활성화 - 변화의 움직임

기부·후원 통해 지역별 문화행사 다채 관객에 소액동참 독려 ‘홍보의 장’으로 수공예품·중고물품 등 ‘플리마켓’ 기획 다채로운 공연에 십시일반 모금도 진행 기부자 초청 ‘강좌·유적지답사’로 보답 일반인 참여 소폭 ↑ 인식 변화 긍정적 “기부에 동참해주시면 더 많은 분들이 공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7시 수원 신풍동에 위치한 문화상회 다담. 이날 이곳에는 재즈밴드 ‘루나 힐(Lunar Hill)’의 공연을 앞두고, 재즈 마니아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공연 시작 직전 행사 관계자는 관객들을 향해 한 가지 당부의 말을 전했다. 다름 아닌 문화기부에 동참해 달라는 것. 행사 관계자는 “오늘의 공연은 기부와 후원을 통해 마련됐다. 여러분들께서 문화기부에 뜻을 함께 해 준다면, 더 많은 이들에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돌아간다”며 기부 참여를 독려했다. 이어 기타와 베이스, 피아노가 한데 어우러진 멋진 공연이 펼쳐져 한 시간 남짓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관객 이정섭씨는 “평소 재즈음악을 좋아해 이곳을 찾았는데, 문화기부라는 의미를 접할 수 있게 돼 더욱 뜻깊었다”며 “이런 훌륭한 공연이 더욱 늘어나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누릴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은 액수지만 기부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경기문화재단 내 주차장에서는 ‘플리마켓’ 행사가 개최됐다. 이날 이곳에 40개 부스가 마련돼 작가들이 만든 예술품과 각종 수공예품, 중고물품 등의 판매가 이뤄졌으며 경기도박물관 마리오네뜨 공연팀 등 3개 팀이 버스킹 공연을 펼치는 등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행사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 역시 문화기부를 홍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장터에 참여하는 일반 시민들에게 문화기부의 의미를 전달하고, 참여를 유도하고자 재단에서 주최한 행사다. 이날 기부에 참여한 시민들에게는 손으로 그린 그림 문자 ‘캘리그라피’를 선물했다. 결국 하루 동안 150여 명의 시민들이 기부에 동참했으며, 이들이 십시일반 기부한 액수만 40여만 원에 달했다. # 문화기부, 쉽게 알린다 경기문화재단은 지난 2013년부터 ‘문화이음’사업을 통해 문화기부를 독려하고 있다. 기업 후원도 중요하지만, 특히 일반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액기부에도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개인 기부는 기업 후원에 비해 액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지만, 하나의 기부문화를 형성하는 탄탄한 밑거름이 되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문화기부에 대한 인식이 차츰 전환돼 소액기부가 늘어나고 정기 후원으로 이어지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수원 ‘문화상회 다담’에서는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마다 릴레이 공연이 펼쳐지며, 이 자리에서 관객들에게 문화기부를 홍보하고 있다. 의정부 ‘문화살롱 공’에서도 정기 인문학 강의와 문학콘서트 등을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 문화 기회를 제공하고, 더불어 문화기부도 알리고 있다. 이 밖에도 동탄후마니타스 아카데미, 안산 커뮤니티스페이스 리트머스, 평촌아트홀 카페아트림 등지에서도 각종 정기 문화 행사 개최를 통해 현장 모금을 실시하고 정기 후원도 모집하고 있다. 모금전문가 Bekay Ahn 교수는 “아무리 좋은 취지라고 해도 일반인들의 주머니에 있는 돈이 기부로 이어지는 건 절대 쉽지 않은 일”이라며 “문화 행사를 통해 동기부여를 심어주거나 되도록 쉬운 방법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되돌아오는 행복, 정기후원으로 자연스러운 기부문화를 정착시키고자 경기문화재단은 각종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도담도담 쑥쑥’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신규 기부자 유치뿐 아니라, 기존 기부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도 실시하고 있다. 각종 인문학 행사에 기부자들을 초청해 무료 강좌에 참여하도록 하는 한편 공연 관람의 기회도 제공한다. 이처럼 기부 참여자들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식의 관리를 통해 문화기부 운동을 더욱 확산하고, 일시 후원에서 정기 후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기학연구센터와 연계해 실시 중인 ‘효(孝) 문화유적지 답사’도 기부자들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행사다. 안성·용인·양평·남양주·파주·연천 등 경기 전역을 돌며 효와 관련된 문화유적을 답사하는 행사로, 일반 참가자 외에 매회 15명 내외의 기부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종가문화를 방문해 음식을 만들어 보거나 제사 등 고유의 문화를 겪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에도 10명 내외의 기부자들이 초청된다. 익명의 한 기부자는 “기부하는 것에 비해 오히려 돌려받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아 민망할 정도”라며 “저처럼 기부를 통해 행복을 찾는 분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미약하지만 긍정적 움직임, 나비효과 기대 경기문화재단을 통해 문화기부에 참여 중인 소액기부자는 2013년 84명에서 지난해 119명으로 소폭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9월 기준 170명에 이른다. 10만 원 이하의 기부자들이 대부분이어서 규모 면이나 액수 면에서 아직 상당 부분 미약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이다. 증가세가 가파른 데다, 각종 캠페인을 통해 일반인들의 인식도 차츰 바뀌고 있는 중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재단 관계자는 “일회성 모금이 아닌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정기후원을 목표로 문화기부 운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단번에 기부가 늘어날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다만 소액기부자들이 한 명씩 늘어나는 것을 볼 때마다 희망이 엿보이고, 지금의 미약한 기부 움직임이 훗날 문화강국의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지난달 28일 ‘문화상회 다담’에서 열린 재즈밴드 루나힐(Lunar Hill)의 공연 모습. /경기문화재단 제공▲ 문화기부 홍보를 위해 지난 12일 경기문화재단 주차장에서 열린 ‘플리마켓’ 현장. /경기문화재단 제공▲ 기부 참여자들을 초청해 진행한 ‘효(孝) 문화유적지 답사’ 모습. /경기문화재단 제공

2015-09-15 특별취재반

[기부로 잇는 문화 혈맥·5 기업기부 사례 (2)] 장기적 프로젝트, 예술가 키우는 ‘벤타코리아’

미술에 관심많던 김대현 대표 예술가 ‘배고픈 현실’ 눈 돌려 “작품에만 집중해야 수작 탄생” 직접운전 출장땐 이코노미석… 회사돈 아껴 지속적 ‘통큰 기부’ 작업실 무료 제공·후원연결도 직원 동참·입주작가 재능기부 곳곳에 퍼지는 ‘기부 바이러스’ ‘기부’라 하면 흔히 굶주린 이에게 식량을 대주거나, 추위에 떠는 이에게 옷이나 거처를 마련해주는 행위 등을 떠올린다. 이 때문에 ‘문화기부’라는 개념은 대중에게 생소할뿐더러 아직 공감대를 얻기에 충분치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문화에 기부할 여력이 있다면, 생계가 곤란한 자에게 빵 한 조각을 더 주는 것이 훨씬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인 현실. 하지만 이 같은 일반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문화예술 분야의 잠재적 가치를 보고 전폭적인 지원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업인이 있다. 더욱이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경기문화재단에 먼저 손을 내밀어 예술가들을 돕는 데 적극 나서고 있는 기업인, (주)벤타코리아 김대현(52) 대표이사를 만나 봤다. # “작가가 작업에만 몰두해야 좋은 작품이 탄생하지 않겠습니까?” 공대 출신의 김 대표는 전형적인 기업가다. 하지만 예전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아 주말마다 각종 전시에 다니며 문화예술 분야의 식견을 차츰 넓혀 왔다. 그러던 그에게 언제부턴가 예술가들이 겪는 고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어느 순간 유통구조가 무너진 것을 느꼈다. 작가들이 작업에 전념하지 못한 채 자신이 직접 작품을 마케팅하면서 유통과정에 관여하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안타까웠다”며 “작가들이 순수성을 잃은 채, 계산을 하고 장사치로 변해서야 어떻게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예술가들의 배고픈 현실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그들에게는 지금 당장의 생활비가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라며 “작업실 임대료나 재료비 등에 신경 쓰다 보면 현실의 한계에 부딪히게 되고, 결국 창의적인 시도는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예술이 지닌 가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굳게 믿고 있다. 기업가의 시각에서 봤을 때도 기업 운영에 ‘예술’을 접목하면 훨씬 좋은 성과가 나온다고 말한다. 그는 “단순히 물건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 많이 팔아서 돈을 남기는 것보다, 이제는 가치 있는 뭔가를 만들어 파는 것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에 이르렀다”며 “그러기 위해선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예술분야가 반드시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부는 사랑을 싣고…희망의 싹 틔우는 작가들 그는 8년 전 교복장학금을 지원하는 것부터 기부를 시작, 지금은 하나의 갤러리를 마련해 7명의 작가들을 육성하는 통큰(?) 후원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5일 남양주시 와부읍에 위치한 ‘갤러리 퍼플’을 찾았다. 이곳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이경임 대표는 김 대표의 아내다. 미술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이들 부부는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후원하는데 뜻을 모으고, 지난 2013년 김 대표의 회사에서 사용하던 창고를 갤러리로 재탄생시켰다. 평소 잠재력 있는 작가들을 눈여겨봐 온 이들 부부는 10여 명의 입주작가를 선정, 갤러리 내부 작업실을 제공했다. 그렇게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작업실 임대료는 물론, 전기요금 등의 공과금도 일절 받지 않았다. 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나 오로지 작업에만 몰두하도록 했다. 김세중 작가는 “수입이 일정치 않다 보니 적은 액수의 공과금조차도 버거울 때가 있었고 늘 불안함에 시달리곤 했다”며 “지난 2년간 그런 걱정에서 자유로웠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의 큰 위안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세경 작가도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다 보니 창작 활동에 큰 도움이 됐고, 순수하게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이건 지금까지 작가로서 느껴보지 못했던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안정감”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입주 작가들을 위한 후원자 모집에 나섰다. 자신의 지인들을 대상으로 발로 뛰며 후원을 요청했고, 이렇게 하나둘 모인 후원자와 작가를 1대1로 연결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펼쳤다. 정직성 작가는 “나를 도와주는 후원자가 생겼다는 것, 더욱이 그 사람이 내 작품을 인정해주고 응원해준다는 것은 작가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며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신건우 작가도 “후원자가 어느새 팬이 되고 또 친구가 되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하고 있다. 예술가는 외로운 존재이기 마련인데, 이젠 더 이상 외롭지 않다”며 밝게 웃었다. 갤러리퍼플 이경임 대표는 “도움의 손길이 없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재능 있는 작가들이 아직도 너무나 많을 텐데, 후원이 한정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는 현실이 못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후원을 통해 미술분야의 관심을 늘리는 것도 예술 저변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 점차 퍼져 나가는 ‘기부 바이러스’ (주)벤타코리아는 1년에 1억원 가량의 금액을 기부에 사용한다. 회사 차원의 기부가 이뤄지는 부분에 대해 직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을 터. 하지만 김 대표는 “저는 운전기사를 쓰지 않고, 해외 출장 시에도 비즈니스석 대신 이코노미석만 탑니다. 그렇게 아낀 회사 돈으로 기부하는 거라고 하면 직원들도 크게 반발하진 않던데요”라며 웃어 보였다. 오히려 그의 기부 바이러스를 전달받은 직원들이 하나둘씩 개인적으로도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벤타코리아 김용성 사원은 “처음에는 ‘굳이 뭐하러…’하는 생각이었지만, 어느새 그 기운을 받아 소액이지만 기부에 동참하고 있고, 마음이 한결 든든해진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갤러리 퍼플 입주작가들도 지역 내 학생들에게 재능기부를 통한 릴레이 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학생들과 1대1 멘토링을 통해 함께 작품을 만들고, 전시회를 개최하며 미술 꿈나무들을 육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작업실을 제공하는 것도 모자라 후원자까지 매칭시켜 주는 건 정말 보기 드문 사례이자 대단한 노력”이라며 “이런 기부 바이러스가 보다 널리 전파될 수 있도록 문화기부 홍보활동에 더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취재반 ▲ 문화예술 분야의 잠재적 가치를 보고 전폭적인 지원을 쏟고 있는 (주)벤타코리아 김대현 대표이사. /특별취재반▲ 갤러리퍼플 작가들과의 인터뷰. /특별취재반▲ 갤러리퍼플에 입주한 작가들. 왼쪽부터 이세경, 신건우, 정직성, 김세중 작가. /특별취재반▲ 남편 (주)벤타코리아 김대현 대표이사와 함께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후원하고 있는 갤러리퍼플 이경임 대표. /특별취재반▲ 갤러리퍼플 내 작업실에서 창작 활동에 몰두하고 있는 이세경 작가 부부. /특별취재반

2015-09-01 특별취재반

[기부로 잇는 문화 혈맥·4 기업기부 사례 (1)] 중소의류업체 ‘모아이’의 자발적 문화기부

한명훈·양정연 부부 바자회로 시작… 더 의미있는 나눔위해 ‘레고’ 전시회 열어 수익금 전달기업 지원규모 조금씩 늘지만 장기적 후원 대신 단발성 많아 “지속적인 도움으로 방향 바꿔야”# “문화를 육성하는 건 아이를 키우는 일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심만이 해법이죠.”‘모아이(Moai)’는 2명의 대표가 운영하는 남성의류 전문업체다. 공동 대표자 한명훈·양정연씨는 부부 사이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업체를 이끌고 있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부’에 관한 남다른 철학과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한 대표는 “기부의 근본적인 목표는 자기만족이자 기쁨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업의 마케팅·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부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기부는 아니라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이들은 회사 운영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8년째 회사 차원의 기부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의 순수한 의도가 변질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해 앞서 부부는 인터뷰를 수차례 고사했다. 하지만 본인들과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한 명이라도 늘어나고, 그렇게 자발적으로 기부에 동참하는 기업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했다.이 업체가 기부 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분야는 바로 ‘문화기부’다. 양 대표는 “사람들간 소통하고 나눌 수 있는 가장 좋은 콘텐츠는 문화라 생각한다”며 “비록 가시적인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고 아직 생소한 개념이긴 하지만, 앞으로는 엄청난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또 “일반 사람들이 차별 없이 문화를 많이 접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금씩이나마 문화기부에 동참하게 됐다”며 “단순히 단발성으로 ‘돈을 기부했다’로 끝날 게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문화 저변을 확대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화활동을 통해 문화활동에 후원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해 부부는 회사를 대표해 “문화기부를 하고 싶은데 도움을 달라”며 직접 경기문화재단을 찾았다. 결국 지난해 9월 재단에서 주최한 ‘마토예술제’ 기부바자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이 업체는 기부활동을 시작했다. 의류업체의 특성을 살려 회사 옷을 대량으로 내놓고 판매를 했고, 수익금을 문화예술기부금으로 전달했다. 하지만 단순히 물건을 팔아 수익금을 기부하는 것을 넘어 ‘문화기부’인 만큼 좀 더 의미 있는 기회를 찾고 싶었던 부부는 다른 방법을 찾았고, ‘레고’를 활용한 전시를 열기로 했다. 한 대표는 “레고는 단순한 장난감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른과 아이들을 연결할 수 있는 강력한 소통의 매개체라는 점에 주목해 레고 전시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레고 수집품과 이를 통한 사진작품을 활용, 올해 롯데백화점과 수원AK몰 등지를 돌며 잇따라 전시회를 개최해 왔다. 이를 통해 발생되는 수익금은 문화기부에 사용하고 있다. 양 대표는 “단순히 있는 돈을 기부하는 것과, 전시의 취지를 충분히 공감하고 이를 토대로 기부를 하는 건 천지 차이라고 생각한다”며 “얼마를 기부하느냐보다 얼마나 관심을 보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참여 증가세. 하지만…한국메세나협회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우리나라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2012년(1천602억원) 대비 9.4% 증가한 1천753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653개 기업에서 1천832건의 사업에 지원했다. 2011년과 2012년에 잇따라 감소 추세를 보인 것과 달리 2013년에는 소폭이지만 증가세로 접어들었다. 이는 예술단체와 파트너십을 이룬 기업의 문화예술 행사가 늘어난 데다, 기업의 자체 문화예술 인프라를 활용한 운영비 투입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과 참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한국메세나협회 관계자는 “문화예술 분야에 기업의 지원이 점차 많아진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해외 선진국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경기문화재단의 경우에도 기업의 기부 참여는 매년 소폭 상승하고 있다. 문화이음 사업이 도입된 2012년에는 11개 기업(1억500만원)만 참여했지만 2013년과 지난해 각각 35개 기업(3억1천600만원), 32개 기업(3억3천300만원)이 문화기부에 동참했다.재단 관계자는 “기업은 보통 정기적 기부보다는 단발성·일회성 기부를 선호하는 편인데, 가령 1천만원을 한 번에 내는 것과 100만원씩 10번을 나눠서 내는 건 큰 차이가 있다”며 “문화기부는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심이 가장 중요한 만큼, 기업 차원의 정기적인 후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특별취재반▲ 남성의류 전문 업체 ‘모아이(Moai)’ 공동대표 한명훈·양정연 부부. /특별취재반▲ 지난 7월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레고 사진 및 디오라마 전시회’. /경기문화재단 제공▲ 지난 6월 잠실 롯데백화점 롯데갤러리에서 열린 ‘레고 사진 및 디오라마 전시회’. /경기문화재단 제공

2015-08-25 경인일보

[기부로 잇는 문화 혈맥·3] 크라우드 펀딩, 예술가들의 ‘희망창구’

2008년 미국 ‘인디고고’로 ‘소셜펀딩’ 시작네이버 ‘해피빈’ 한국문예위 ‘예술나무’ 등국내서도 ‘활성화’… 정부·지자체 의존 탈피연주단 악기 마련·비상업 영화 투자 ‘다양’경기문화재단도 내달부터 모금방식 도입해작품이동 ‘아트트럭’ 구매 첫 프로젝트 시동# “아이들의 오케스트라를 완성해주세요!”지난해 다문화가정을 비롯 안산지역 내 어린이들을 위해 탄생한 ‘안녕 오케스트라’. 편견과 다른 시선으로 상처받았던 아이들은 악기 연주와 오케스트라 합주를 통해 꿈과 희망을 키워 갔다. 하지만 현악·목관악기는 어느 정도 갖춘 데 반해, 타악 파트 악기는 고작 북 하나 뿐이어서 아이들은 연주회 참여에 많은 제약을 받았다. 타악기를 통해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하고 싶었던 이들의 간절한 바람은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을 통해 현실이 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예술나무’에서 지난해 9월 이들의 사연을 대중에 공개, 800만 원을 목표로 모금을 시작했다. 모금 두 달 만에 목표액을 훨씬 넘는 1천만원 이상의 돈이 모였고, 전에 없던 더블탬버린·실로폰 등의 악기가 마련됐다. 안산문화재단 관계자는 “여러 후원자들의 좋은 마음이 모여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전통 풍물을 기반으로 연주 활동을 하는 인천의 전통연희단 ‘잔치마당’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희망을 찾았다. 잔치마당 서광일 대표는 올해 초 북유럽 라트비아의 국립대 교수로부터 ‘라트비아 현지에서 아리랑과 사물놀이를 가르쳐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항공권 지원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그가 떠올린 것은 크라우드 펀딩이었다. 그는 2015 사회적 기업 크라우드 펀딩 대회에 출전해 ‘라트비아 국립대 한국어과 학생들에게 우리 전통문화를 가르치겠다’는 포부를 전달했고, 그 결과 206명으로부터 1천300여만원의 투자를 받았다. 서 대표는 “문화예술분야는 특히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에 길들어 있어 지원금이 끊기면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주저앉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이쪽 분야도 점차 재정 자립도를 높여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라우드 펀딩, 문화예술분야 재정 홀로서기의 시작크라우드 펀딩은 ‘군중’을 뜻하는 ‘crowd’와 재원 마련을 뜻하는 ‘funding’이 합쳐진 단어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말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기 때문에 ‘소셜 펀딩(Social Funding)’이라고도 불린다.정부·지자체의 절대적 재정 지원을 받는 문화예술분야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하나의 대안으로 각광 받고 있다. 자신의 창작 프로젝트를 인터넷 등 온라인 매체를 활용해 대중에 소개하고 재정을 확보한다.문화예술분야에서 크라우드 펀딩의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후원’이다. 기획자가 제안한 프로젝트에 일정 자금을 지원하고, 금전적 보상 대신 책·잡지·음반 등의 창작품이나 영화·공연 티켓 등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일정 부분 보상을 받는다.# 크라우드 펀딩, 국내서도 활성화 움직임세계 최초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는 2008년에 시작된 ‘인디고고(indigogo)’며, 가장 유명한 대표 사이트는 2009년에 출범한 미국의 ‘킥스타터(kickstarter)’다. 킥스타터는 만화·영화·음반·공연·출판·사진전·게임 제작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에 큰 힘을 얻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자금 문제로 창작자의 머릿속에 머물러 있던 참신한 아이디어는 이곳에서 든든한 후원을 등에 업은 채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2012년에 이미 1만8천여건의 프로젝트들이 목표 금액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국내에서도 현재 텀블벅·굿펀딩·와디즈·인큐젝터·업스타트 등 5~6개의 크라우드 펀딩 관련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이 운영 중이다. 기존 포털사이트가 자체적으로 만든 네이버의 ‘해피빈’, 다음의 ‘희망해’도 크라우드 펀딩의 대표적인 사례다.비영리 법인단체가 만든 플랫폼도 활성화 단계에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나무’, 서울문화재단의 ‘소소한 기부’, 아름다운 재단의 ‘개미스폰서’등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인디고고’와 ‘킥스타터’ 등 해외 크라우드 펀딩 업체의 영향을 받아, 지난 2012년 국내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예술나무를 발족, 본격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이후 나병환자의 치료를 위한 ‘소록도 프로젝트’를 비롯해 ‘피아노 없는 피아니스트 문지영 학생 후원’ 등 다양한 문화예술분야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광복 70주년을 맞은 지난 15일 ‘나눔의 집’에서 상영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다룬 영화 ‘귀향’은 4만여 명의 국민들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후원해 화제가 됐다. ‘귀향’의 제작사 제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투자사를 찾지 못해 결국 크라우드 펀딩에 눈을 돌렸는데, 현재 1억원 넘는 돈이 모였다”며 “비상업적 목적의 다양성 영화들이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는 이 방법뿐이다”고 털어놨다. ‘귀향’ 외에도 5·18 민주항쟁을 다룬 ‘26년’, 제주 4·3사건을 다룬 ‘지슬’, 대형마트 계약직의 부당 해고를 다룬 ‘카트’ 등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투자처를 확보한 예다.# 경기문화재단 올 하반기 크라우드 펀딩 도입경기문화재단은 다음 달부터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도입해 재단 차원의 모금 활동을 시작한다. 경기창작센터 입주 작가 중 대상자를 선정해 정식 모금에 들어갈 예정이며, 첫 번째 프로젝트의 목표는 분명히 정했다. ‘아트트럭(Art Truck)’을 구매하는 것.재단 관계자는 “우리 작가들이 다양한 곳에서 전시 활동을 펼치기 위해선, 작품을 수시로 옮길 수 있는 이동 수단이 필요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라며 “크라우드 펀딩으로 예술가들을 위한 트럭을 장만해서 이들이 전시 활동을 하는 데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기금을 모으는 방법에 있어선 스토리텔링과 철저한 보상 시스템 등을 활용할 방침이다. 후원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창작자의 스토리에 호소력과 진정성을 불어넣는 것은 크라우드 펀딩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 중 하나다. 후원자가 해당 프로젝트에 소속감과 유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보상 체계를 구축하고 가치 있는 보상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재단 관계자는 “후원자에게 진심 어린 마음이 전달될 수 있도록 스토리를 홍보에 활용하고 체계적인 보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성공적인 크라우드 펀딩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본다”며 “문화예술의 발전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크라우드 펀딩이 일반인들을 문화기부에 동참하게 하는 촉매제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특별취재반■ 특별취재반팀장 윤인수 부국장, 공지영·황성규·유은총 기자(이상 문화부), 김종택 부장(이상 사진부)▲ 경기문화재단 직원들이 올 하반기부터 실시 예정인 ‘크라우드 펀딩’ 관련, 홍보·모금 방법에 관한 회의를 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크라우딩 펀드’를 통해 타악기를 마련한 안산 ‘안녕 오케스트라’ 단원들.▲ 2013년 진행된 크라우드 펀딩 ‘국립 소록도병원 프로젝트’ 벽화 완성 모습.▲ 2013년 문화예술후원주간 ‘위시트리’행사 모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크라우드 펀딩으로 후원 제작된 영화 ‘귀향’ 포스터. /제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2015-08-18 경인일보

[기부로 잇는 문화 혈맥·2] 걸음마 수준의 국내 문화기부

경기문화재단 재원 528억 중 기부금 5억7천만원대부분 지자체 출연금 의존… 이벤트 사업 치중기금확장 전문인력 부족 대중회원 확보 어려워대기업 메세나 활동도 전체 40%이상 차지 불구클래식·미술·전시 ‘편중’ 기업내 인식개선 절실자체시설·홍보전략 등 간접지원 비중 커 아쉬움대가 없이 내 주는 것. ‘기부’의 첫걸음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은 대상을 향한 순수한 열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문화예술에 기부하는 행위는 순수한 열정 이상을 넘어선다. 미국의 한 갤러리는 ‘예술은 그 사회가 본질을 추구하는 힘을 공급한다’고 기부를 독려했다. 문화예술에 기부하는 것은 사회적 예술의 가치가 향상됨은 물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본질적 힘을 가지는 원동력을 형성한다. 이 때문에 미국은 전통적으로 문화예술 단체들이 적극적인 모금 캠페인을 벌이며 문화기부를 활성화했고, 1990년대부터 유럽의 문화예술단체들도 기부를 통한 재원 확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실제로 영국은 대영박물관·테이트갤러리·로열오페라 등 문화예술단체들이 스스로 과감하게 거액 모금 캠페인을 펼쳐, 정부 재정지원과 함께 민간 기부라는 안정적 재정 조성 기반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화기부의 미약한 현실우리나라 문화기부의 현실은 이제 막 발을 뗀 걸음마 수준이다. 그나마 공공 문화예술 단체들이 모금을 통한 재원 조성에 눈을 뜨면서 조금씩 기부자 모집에 애를 쓰고는 있지만, 민간 예술단체들은 현실적 벽과 미약한 사회적 인식에 막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실제로 경기도내 지자체 문화재단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경기문화재단을 비롯해 수원·고양·성남·안산 등 5곳의 지역문화재단만이 문화기부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수원과 안산의 경우 각각 ‘싹’, ‘예술탈의’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의 문화기부를 끌어내려 노력하고 있지만, 대중 회원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고양과 성남은 독지가 중심의 후원회로 기부를 독려하고 있지만, 앞의 두 지자체와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이들 재단 관계자는 “기부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위해선 회원을 늘리고 기금을 확장할 수 있는 전문성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현재 지자체나 재단 내에서 이를 수행할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문화재단이 시민들에게 질 높은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려면 지자체로부터 받는 출연금에 의존하지 않고 기부 등을 통한 자체 재원 조성이 시급하다”며 “출연금에 의존하다 보면 선거와 같은 지자체 내부의 변수에 의해 조직이 와해되거나 이벤트성 행사에만 집중하게 돼 본질적인 문화진흥사업을 하기 어렵다”고 현실을 설명했다.‘문화이음’ 사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모금활동을 펼치고 있는 경기문화재단은 기부 형태의 다양화를 통해 도내에서 가장 많은 기부자 수와 모금액을 모았다. 하지만 재원 현황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경기문화재단 재원 현황을 살펴보면 경기도 출연금을 포함한 총 예산 528억원 중 기부금은 5억7천만원으로, 전체 예산의 1.1%에 불과했다. 그나마 2013년 0.7%에 비해 0.4%p 상승했다는 부분은 희망적이다.얼마 안 되는 기부금이지만, 할 수 있는 일은 많았다. 재능이 있는 신진 예술가 지원에 2억5천여만원을 썼고, 4천700여만원을 들여 지역 청소년과 시민들에게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상대적으로 문화예술을 접하기 힘든 소외계층을 위한 예술프로그램에 1억8천여만원을 사용했으며, 크고 작은 문화예술 공연 및 전시에 1억4천여만원의 기부 물품을 지급했다. 6억원도 채 되지 않는 누군가의 열정이 한 예술가에겐 꿈을 향한 희망이 됐고, 시민들에겐 예술을 통한 삶의 향취를 느끼게 했다.# 기업들의 문화기부 형태문화기부의 가장 큰 축은 기업의 후원이다. 이는 다른 말로 ‘메세나’라고도 불린다. 로마제국의 가이우스 마에케나스가 당대 예술가들의 예술창작 활동을 적극적으로 후원해 로마예술을 부흥시켰다는 데서 유래했다. 르네상스 시대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예술가를 지원한 피렌체의 메디치 가는 메세나의 상징이 됐고, 미국의 카네기와 록펠러 재단은 현대 메세나 활동의 대표 모델이다.우리나라도 굵직한 대기업들이 그룹 내 문화재단을 만들어 자체적인 메세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메세나협회 조사 결과 지난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총액 중 737억3천600만원이 이들 문화재단에서 지원됐다. 이는 전체 문화예술 지원액의 41.6%를 차지하는 큰 규모다. 리움·호암·플라토 미술관 등을 운영하는 삼성문화재단, LG아트센터 운영과 사각지대 청소년을 위한 문화복지사업을 주로 펼치는 LG연암문화재단, 미술관·아트홀 운영은 물론 영재발굴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 등 재벌기업들의 손 큰 메세나 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다.하지만 이들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 아직 우리 기업 전반에 걸친 메세나 활동은 미진한 수준이다. 메세나협회가 대한상공회의소 기준 매출액 및 자산총계 기준 500대 기업과 기업출연문화재단, 한국메세나협회 회원사 등 771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문화예술지원실적을 조사한 결과, 111개사 만이 지원실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클래식(204억여원), 미술·전시(126억여원) 등에 편중돼 지원했고, 국악·문학·무용·전통예술 등 취약한 예술분야는 지원이 적어 불균형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원금액 중 56%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보인 인프라 분야는 문화예술계의 직접적 지원이 아닌, 기업의 자체 시설 운영에 사용했고,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미술·전시분야도 백화점 업계가 해외 유명 아티스트 초청전 및 아티스트 협업 전시 등 고객서비스 전략과 연관된 투자가 늘어난 데서 비롯돼 보다 직접적인 수혈이 필요한 문화예술계 현실로 비춰볼 때 이들 기업의 간접지원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 또한 더욱 안타까운 점은 문화예술 지원 활동을 실시하지 않는 기업들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며 사내 임직원들의 메세나 인식이 지나치게 낮다고 응답했다.재단 관계자는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문화예술 기부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자사 홍보전략으로 이용하거나 생색내기 용 성격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고, 왜 문화예술에 기부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상당하다”며 “기업들도 이러한데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한 문화기부활동은 수많은 벽에 부딪치기 일쑤”라고 사회 전반에 걸친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공지영·황성규기자 jyg@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서 열리는 각종 어린이 문화예술공연은 기부금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기부금을 통해 이뤄진 한 콘서트 장면. /경기문화재단 제공▲ 일반인 뿐 아니라 기업이나 사회단체가 문화기부에 동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2015-08-11 공지영·황성규

[기부로 잇는 문화 혈맥·1] 프롤로그

백범 김구·전형필 선생 등 일제강점기 불구 ‘문화의 힘’ 계승하려 노력美 메트로폴리탄·英 바티칸센터 해외기관들 재원 상당부분 민간 차지아직 척박한 한국 문화예술계도 대중들의 자발적 참여·관심 많아져야백범 김구 선생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바랐다.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를 통해 ‘우리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고 심경을 토로했다.힘 없는 약소국으로,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강대국에 휘둘려야 했던 억울함이 가슴 속 한으로 맺혔을 텐데, 그럼에도 선생은 힘이 아닌 아름다움을 원했다. 백범이 말한 아름다움의 바탕에는 문화가 중심이었다.김구 선생 뿐만이 아니다. 우리 역사는 문화를 사랑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문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주창한 이들이 여럿 있다.간송 전형필 선생은 민족 문화가 말살되던 일제 강점기, 자신의 재력을 쏟아부어 우리 문화 수호에 앞장섰다. 서화가들의 작품을 구입하고 그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거액을 지불하더라도 일본에 뺏긴 문화재를 되찾으려 노력했고 문화재 보존과 민족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간송미술관을 건립했다.‘물질은 유한하고 정신은 무한하다. 그 정신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문화다’라고 말한 이는 놀랍게도 삼성을 세운 호암 이병철 회장이다. 입지전적인 경영자로만 알려진 그가 사실은 외화벌이용으로 해외 밀반출이 일상이었던 우리 문화재를 지켰고, 호암미술관을 통해 우리의 전통 미술을 누구나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걸 아는 이는 별로 없다.한국의 ‘메디치’로 불리는 금호아시아나 박성용 명예회장은 음악 영재들이 세계 무대에 진출할 수 있게끔 길을 터줬다. 그를 통해 정경화, 정명훈, 정명화, 백혜선, 백건우, 장영주 등 세계적 음악가들이 배출됐고 아낌없는 그의 문화사랑은 기업을 주축으로 한 우리나라 메세나 운동의 태동으로 평가받고 있다.‘기부로 잇는 문화 혈맥’은 바로 이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 스스로 문화를 꽃피우자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우리는 그 희망을 ‘자발적 문화기부’에서 찾기로 했다.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기부는 우리에게 여전히 낯선 영역이다. 빈자에 대한 구휼은 오랜 세월 농경사회를 유지해 온 미덕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민중들의 상부상조 정신은 지도층의 박약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대신해 역사의 주요 고비마다 국난을 극복하는 결정적 힘으로 작용했다. IMF 시절 금 모으기 운동도 국난에 직면한 국가에 대한 민중의 기부행위였다. 그러나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대중의 기부는 취약하다. 전통적으로 지배계층의 정신적 사치로 여겨진 문화예술 분야는 대중의 참여를 제한했다.세상이 변했다. 이제 대중은 문화의 시대를 산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문화는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척도가 됐다. 조창희 경기문화재단 대표 같은 이는 “삶이 문화다”라고 단언할 정도다. 문화 소비의 형태가 관조에서 참여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문화가 신통치 않으면 삶이 우울한 시대로, 우리 문화 기반은 그 자체로 우울하다.미국의 메트로폴리탄과 영국의 바티칸센터, 프랑스의 퐁피두센터 등 해외 유수의 문화기관들은 국가 보조금 외에도 운영 재원의 상당 부분이 민간 기부로 조성된 수입이 차지한다. 민간 기부를 통해 탄탄한 문화 재정 기반을 구비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술가를 지원하고 자신들의 문화유산을 굳건하게 지켜나간다. 그들이 오늘날 세계를 주도하는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도 오랜 시간 사회 전반에서 다져 온 문화의 힘이 8할이다.지금도 돈이 없어 예술가들이 예술을 포기하고, 때로는 삶을 버리기도 하는 게 척박한 우리 문화예술계의 현실이다. 우리 스스로 문화를 지키고 발전을 도모하는 행위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제 막, 문화기부의 작은 씨앗이 곳곳에 뿌려지고 있다. 그 씨앗이 건강하게 자라려면 우리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공지영·황성규기자 jyg@kyeongin.com▲ 4일 수원 경기문화재단 로비에 설치된 ‘함께 나누는 감성에너지’ 문화이음 모금함에 시민들이 문화예술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지난해 기부금 사업으로 실시된 백남준아트센터 ‘굿모닝 미스터 오웰’ 특별전. /경기문화재단 제공

2015-08-04 공지영·황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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