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미시네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내가 살인범이다

2012년/한국/119분/범죄 액션 스릴러감독:정병길출연:정재영, 박시후, 정해균, 김영애, 최원영개봉일: 2012.11.08. 목. 청소년 관람불가별점:★★★★★★☆(6.5/8개 만점)'세밀한 각본과 호쾌한 액션이 만났다'.1986년부터 1991년까지 화성시 일대에서 10명의 여성이 살해된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지난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돼 끝내 범인을 찾지 못한 채 종결되었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을 통해 다시금 세상에 알려져 지금까지 대한민국 3대 미제사건 중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남아있다. 영화는 끝내 잡히지 않았던 범인이 공소시효가 끝난 뒤 세상에 나온다면이란 가정에서 출발한다.내용은 전반적으로 영화 '살인의 추억'이 영화 '복수는 나의 것'과 만났다는 느낌이다. 영화는 살인참회 자서전으로 스타가 된 연쇄살인범 '이두석'(박시후)과 미해결 실종사건을 파헤쳐 그를 어떻게든 잡아 넣으려는 형사 '최형구'(정재영)의 대결 구도로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이 공권력으로 잡지 못하는 범인에게 복수를 시도하는 구도로 영화는 더욱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해간다.그리고 영화에서 표현하는 세상의 반응도 재미를 살리기 위해 다소 희화화된 측면이 있지만 무척 현실적이다. 희대의 연쇄살인범이 내세우는 잘생긴 외모에 반해 그를 동경하는 팬까지 생겨난다는 웃지못할 진실은 영화의 스펙트럼을 사회현상으로까지 넓혀간다 . 이미 실재하는 외모지상주의 및 잘못된 팬덤문화 세태를 꼬집고 있는 것.이 영화는 액션스쿨 출신으로 다큐멘터리 영화 '우린 액션배우다'로 호평받은 정병길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전작을 뛰어넘는 리얼 액션을 종횡무진 구사한다. 그렇다보니 역시 영화의 관람포인트는 할리우드 부럽지 않은 강도 높은 액션이다. 치밀한 각본의 씨줄 위에 짜릿한 액션의 날줄이 섬세하게 교차하는 새로운 세계는 그 자체만으로 즐겁다. 특히 초반 오프닝신인 비 오는 밤 추격신은 원신 원테이크로 마치 관객들이 함께 그곳에 있는 듯한 생생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킬 정도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또 하나는 바로 자동차 추격 장면. 119 구급차와 3대의 승용차가 도로 위를 달리는 동안 그 위에서 벌이는 몸싸움은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눈을 떼지 못할 만큼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준배기자

2012-11-02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강철대오 : 구국의 철가방

2012년/한국/113분/코미디감독:육상효 출연:김인권, 유다인, 조정석, 박철민, 권현상개봉일: 2012.10.25. 목. 15세 관람가별점:★★★★★(5/8개 만점)1980년대 중반의 대학가 배경운동권 여대생 짝사랑 배달부좌충우돌 혁명투사 변신 소동"불가능한 것을 꿈꾸는 것, 그게 바로 청춘이다."지난 2010년 '취업을 위해 이주노동자가 된 한국 남자'라는 신선한 소재와 유쾌한 웃음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영화 '방가? 방가!'의 주역, 김인권과 육상효 감독이 다시 한번 손을 잡았다. 이번 영화의 시대 배경은 30여년 전 1980년대 중반으로 당시 대학을 다녔던 소위 386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때 대학생하면 곧바로 직결되곤 하던 시대적인 흐름(?), 즉 운동권이 주요 배경이다. 그러나 정작 카메라는 운동권 여대생보다는 그녀를 짝사랑하는 중국집 배달부가 신분 혹은 계급(?)을 뛰어넘어 연애 민주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혁명"이란 극중 말처럼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불가능한 사랑을 꿈꾸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다. 극중 베테랑 배달부 김인권은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마냥 수줍은 소년이었다가 혁명을 부르짖는 투사로 변하는 과정을 천연덕스러운 코믹 연기로 자연스럽게 승화하고 있다. 사랑을 위해 자신을 바꾼다기보다는 외면하고 있던 내면의 눈을 떠가는 과정을 무겁지 않게 그려내고 있다.그렇다고 한없이 가볍지만은 않다. 민중가요 '타는 목마름으로' 등 운동권 노래들을 통해 무거웠던 사회 분위기를 보여준다. "모두가 자기 꼴리는 대로 하면 민주주의고, 단 한 사람만 꼴리는 대로 하면 독재다" 등 극중 표현은 웃기지만 폐부를 찌르는 촌철살인의 대사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1980년대 중반을 강타했던 인기가요 김완선의 '오늘밤'과 암울한 시대 상황을 동일한 맥락으로 연결하는 색다른 설정도 공감대를 증폭시킨다. 감독이 직접 김완선의 '오늘밤' 저작권자에게 연락해 사용 허락을 얻어냈다고.어느새 대학생들의 가장 큰 목표가 취업이 되어있는 시대다. 그러나 현실에 치여 자신의 꿈을 묻어두기엔 청춘이 너무나 아름답지 않은가. 자기만의 혁명(?)을 위해 한번쯤은 '무(모)한도전'을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끊임없이 도전하고 그걸 통해 배워나가는 것, 그건 비단 대학생들만이 아닌 이 세상 모든 청춘의 특권이다.

2012-10-25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로우리스:나쁜 영웅들(Lawless)

2012년/미국/116분/갱스터 드라마감독 : 존 힐코트출연 : 샤이아 라보프, 톰 하디, 게리 올드만, 가이 피어스, 제시카 차스테인개봉일 : 2012.10.18. 목. 청소년 관람불가별점 : ★★★★★★(6/8개 만점)소설 원작에 법정기록 통해 재구성1930년대 美 시대상황 사실적 표현드라마틱한 이야기·액션 재미 선사'강한 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다!'영화는 법이 제 역할을 못하던 시대, 오히려 그걸 악용하는 악랄한 수사관에 맞서는 시골 삼형제의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한 전쟁을 그리고 있다.2008년 출간한 작가 맷 본두란의 베스트셀러 소설 '웨티스트 카운티(The Wettest County in the World)'를 원작으로 1930년대 금주법이 발효된 미국 버지니아 주의 프랭클린 카운티에서 밀주 사업을 하던 악명 높은 세 형제가 주인공이다. 영화속 중요한 소재인 밀주를 뜻하는 '문샤인'을 제조하던 본두란가는 버지니아 주에선 아직도 신화적인 존재로 통한다.작가의 친할아버지 '잭 본두란'과 그 형제들의 이야기에 기초해 가족들의 다양한 일화, 언론 뉴스, 법정 기록 등을 통해 재구성, 1930년대 미국의 시대 상황을 가감없이 사실적으로 옮긴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그리고 당시 무법시대 남성미 넘치는 분위기속에서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와 그 속에 쉴새없이 몰아치는 액션이 묵직한 재미를 선사한다. 스페인 독감으로 부모님을 모두 잃고 강인한 생명력으로 기적같이 살아난 불멸(?)의 카리스마 둘째 '포레스트 본두란'과 저돌적인 막내 '잭 본두란', 그리고 주정뱅이 첫째 '하워드', 이 삼 형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 강한 임팩트로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물론 인간만사 새옹지마란 교훈도 놓치지 않고 있다.단 총잡이들간의 화려하고 멋진 액션을 기대하진 마시길. 법보다 총이 더 가까운 시대,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다소 섬뜩하고 충격적이다.작가 코맥 매카시의 동명 원작 '더 로드' 존 힐코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베인' 역으로 주목받은 톰 하디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샤이아 라보프, '퍼블릭 에너미' 제이슨 클락이 각기 다른 개성으로 무장한 삼형제로 분했다. 여기에 게리 올드만, 가이 피어스, 제시카 차스테인, 미아 와시코브스카, 데인 드한 등 신구 배우들의 열연만으로도 영화는 풍성하다.

2012-10-18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루퍼(Looper)

2012년/미국/119분/SF 스릴러감독:라이언 존슨출연:조셉 고든-레빗, 브루스 윌리스, 에밀리 블런트, 폴 다노개봉일: 2012.10.11. 목. 청소년 관람불가별점:★★★★★★☆(6.5/8개 만점)'시간여행, 이야기는 끊임없이 진화한다'.'백투더퓨처'나 '터미네이터', '12몽키스', '소스코드' 등 시간을 넘나드는 타임슬립 소재 영화들은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과거 부모님의 청춘시절로 돌아가 그들을 맺어준 '백투더퓨처'나 누군가의 암살을 막기 위해 미래에서 온 로봇이 등장하는 SF의 대명사 '터미네이터' 등은 잇단 속편을 양산할 정도로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참 오랜만에 기발한 스토리로 시간여행을 재무장시킨 웰메이드 SF영화 한편이 새롭게 등장했다. 영화 '루퍼'에는 미래에서 온 누군가를 죽이고 살아가는 현재의 킬러, 즉 루퍼가 등장한다. 시간여행이 불법으로 규정된 미래, 범죄조직들은 방해되는 인물들을 현재로 보내 암살한다는 설정이다. 일단 색다른 소재부터 호기심을 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인류 멸망이나 구원을 다루는 스케일이 장대한 SF시간여행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대신 끊을 수 없는 시간의 고리로 연결된 현재와 미래의 상관관계를 촘촘하게 나열한다. 루퍼의 어원이 되는 'Loop'가 동그란 고리란 뜻이듯 현재의 내가 겪는 경험이 바로 미래의 나로 직결되는 모습은 당연하지만 신기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미래란 항상 변화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란 냉정한 현실 감각은 전개를 더욱 탄탄한 축으로 지탱해간다.물론 시간의 인과관계가 단순히 개인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영화 말미 강력한 반전의 여운이 이를 방증한다. 주인공의 시선 안에 갇혀 보는 내내 가슴 졸이던 편협한 관객의 마음은 엔딩의 임팩트로 인해 일시에 붕괴된다. 한 사람의 행동에 따라 사회 전체가 바뀔 수도 있다는 강렬한 메시지가 이때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일으킨다. 다만 미래와 현재가 공존하는 복잡한 상황 설정에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과정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은 미리 유의해야 한다.한편 주연을 맡은 현재의 루퍼 역 조셉 고든-레빗은 흡사 젊은 시절의 브루스 윌리스를 보는 듯 완벽한 2인 1역으로 빙의,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2012-10-12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점쟁이들

2012년/한국/119분/코믹 공포감독: 신정원출연: 김수로, 강예원, 이제훈, 곽도원개봉일: 2012.10.03. 수. 15세 관람가별점: ★★★★☆(4.5/8개 만점)'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몇 해 전 단체로 태국 여행을 떠난 대한민국의 점쟁이들이 기이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이들을 태운 대형 버스가 어느 한적한 도로를 지나던 중 점쟁이들이 단체로 접신되는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던 것.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으로 인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으나 다행히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 그리고 이들은 사고 지역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오래 전 바로 그 장소에서 수천명이 사고사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영화 '점쟁이들'은 예전 '믿거나 말거나'란 프로그램에서나 소개될 만한 미스터리한 '실화'를 모티브로 그 위에 코미디를 입혔다. 영화는 보이지 않는 귀신에 대한 두려움도 있긴 하지만 이보다 더 강한 호기심에 포커스를 맞춰 공포보다는 코믹성향이 강한 게 특징이다.분야별 최고 점술가들 모여 악령 쫓기김수로·곽도원 등 개성 캐릭터 총출동억지스러운 연출·빈약한 이야기는 '흠'특히 이 영화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총출동해 눈길을 모은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으로 대한민국에 '임태산 신드롬'을 일으킨 김수로와 '해운대', '헬로우 고스트', '퀵' 등 출연작품마다 흥행을 기록한 강예원, 지난해 영화제 신인상을 모조리 휩쓴 충무로 블루칩 이제훈,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와 '유령'에서 미친 존재감을 발산했던 곽도원, 그리고 시트콤 '선녀가 필요해'의 4차원 캐릭터 김윤혜와 '초능력자'의 강동원 아역으로 '리틀 강동원' 타이틀을 거머쥔 아역 양경모. 이들은 스크린에서 귀신 쫓는 점쟁이(김수로), 박사학위 받은 점쟁이(이제훈), 귀신 보는 점쟁이(곽도원), 과거 보는 점쟁이(김윤혜), 미래 보는 점쟁이(양경모) 그리고 특종 전문 기자(강예원) 등으로 분해 관객을 냉탕과 온탕으로 번갈아 이끌며 잔재미를 선사한다.그러나 이런 화려한 배역들을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엮어줘야 하는 이야기가 빈약한 게 흠이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이어줄 이야기들이 물론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억지 상황을 연출하며 일단 웃겨놓고 나서 하는 허술한 변명(?)은 관객의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 훌륭한 소재와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하나의 커다란 도가니에 아우르지 못한 점은 끝내 아쉽다.

2012-10-04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테이큰2(Taken 2)

2012년/프랑스/92분/액션감독:올리비에 메가턴출연:리암 니슨, 매기 그레이스, 팜케 얀센, 라드 세르베드지야개봉일: 2012.09.27. 목. 청소년 관람 불가별점:★★★★☆(4.5/8개 만점)'복수는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이다'.최근 연이어 사회면을 장식하는 아동과 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력 범죄 등 약자에게 가해지는 무차별 폭력에 불안한 심리가 극대화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가족과 이웃을 믿고 신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지난 2008년 딸을 납치한 인신매매 조직을 가차없이 응징하는 이야기로 화제를 모았던 액션 영화 '테이큰'이 4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전작은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벌이던 아버지의 사투를 숨돌릴 틈없는 빠른 템포로 전개해 눈길을 사로잡은 바 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자신의 딸을 납치한 인신매매범을 처절하게 응징하던 전편의 배우 그대로 다시 찾아온 '테이큰 2'는 전편에서 죽은 납치범의 아버지가 복수에 나서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배우들은 같지만 많은 부분에서 전편과 다르다. 먼저 배경이 프랑스 파리에서 터키의 이스탄불로 바뀌었다. 임무에는 철두철미하지만 가족에게는 소원한 프로페셔널 전직 CIA 요원 브라이언 밀스(리암 니슨 역)는 전편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은 뒤 가정적인 아빠로 돌변했다. 다만 전편의 트라우마 때문일까. 평범한 부성을 넘어설 정도로 딸의 안전에 집착하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다. 그리고 파리 납치사건 이후 더욱 심해진 아빠의 간섭에 답답해하며 남자친구와 자유롭게 만나길 원하는 딸 킴. 하지만 이스탄불에서 가족이 위험에 빠지자 나약한 티를 벗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성숙한 모습을 선보인다.그러나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악역들이 허무할 정도로 쉽게 무너지는 모습은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이렇듯 결과가 뻔히 들여다보이는 허술한 전개는 전편과 달리 긴장감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신선함을 노린 흔적은 인정하지만 진부하단 느낌은 지우기 힘들다. 게다가 어느 곳이든 믿을 수 있는 건 미국밖에 없다는 식의 패권주의도 다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한편 전편에 이어 2편에서도 주연을 맡은 배우 리암 니슨이 처음 영화홍보차 한국을 찾아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2012-09-20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늑대아이(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2012년/일본/117분/애니메이션감독:호소다 마모루출연:미야자키 아오이, 오오사와 타카오, 쿠로키 하루, 니시 유키토개봉일: 2012.09.13. 목. 전체 관람가별점:★★★★★★(6/8개 만점)'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이다'.지난 2006년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혜성같이 등장한 애니메이션계의 신성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2009년 '썸머워즈'에 이어 3년 만에 역작을 내놓았다.시간여행이란 소재를 소녀적 감성로맨스로 연결시킨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일본은 물론 국내까지 마니아가 양산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이후 미야자키 하야오의 명성을 이어갈 차세대 일본 애니메이션 대표 주자로 각광받았다.늑대인간과 사랑에 빠진 여대생늑대아이 둘 낳아 엄마로 새인생정체성 혼란겪는 아이에 모성애섬세한 감정선·영상미 감동증폭신작 애니메이션 '늑대아이'는 연출은 물론 원작 및 각본까지 그가 직접 참여해 개성이 더욱 뚜렷하게 묻어난다. 영화는 우연히 늑대인간을 사랑하게 되고 그와 끝까지 함께 할 것을 택한 하나의 비밀스러운 이야기와 남과 다른 '늑대아이'를 키우는 육아과정을 아기자기하고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간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처럼 판타지적인 소재를 이용했지만 감정은 전작보다 더 특별한 아름다움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해피엔딩의 한계를 뛰어넘어 이어지는 힘든 육아를 통한 아이들의 성장통까지 이야기는 훨씬 다채롭고 성숙해졌다.소녀는 어렵게 늑대아이를 키우며 강한 모성애로 어머니가 돼 가고 천진난만한 늑대아이들은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도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마주하고 선택을 고민하게 마련. 게다가 '늑대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커다란 선택의 갈림길이 기다린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게 바로 삶이다. 인생은 좌충우돌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겪어가며 단단해진다. 또 선택은 누가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온전히 본인이 감당할 몫이라는 교훈도 잊지 않고 있다.다만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늑대인간의 활약상이나 멋진 액션을 기대했다면 소박한 스케일에 다소 실망할 만하다. 그러나 평범하지만 섬세한 감정선을 연주하는 리얼한 스토리 전개와 실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대자연의 영상미, 그리고 아름답게 녹아드는 배경음악의 선율만으로도 감동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2012-09-13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지상의 별처럼(Like Stars on Earth)

2007년/인도/163분/드라마감독 : 아미르 칸출연 : 다쉴 사페리, 아미르 칸, 비핀 샤르마, 티스카 쵸프라개봉일 : 2012.09.06. 목. 전체 관람가별점 : ★★★★★(5/8개 만점)"정말 아이들을 위하는 교육은 어떤 것일까?"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시달렸던 여름이 2차례 태풍과 함께 어느새 지나가고 아침 저녁 일교차가 커지며 초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가을은 나들이에도 좋겠지만 무엇보다 사색의 계절이라 했다. 선선한 바람에 저마다 자신을 돌아보게 되기 때문은 아닐까. 초가을을 맞아 우리 교육현실을 생각해보게 하는 발리우드 영화 한편을 소개한다.암기식 입시교육 한계를 절감하는 건 유독 우리의 일만은 아닌가 보다. 높은 엘리트 교육열을 자랑하는 인구 12억의 인도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미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난독증 때문에 경쟁 학습 중심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8살 소년 '이샨'의 이야기다. 문제아로 찍힌 '이샨'이 열혈 선생님 '니쿰브'를 통해 가려진 재능을 재발견하고 모두에게 희망을 전하는 소년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간다. 영화는 이처럼 획일화된 공부를 강요해온 우리네 모습을 색다르게 비춰볼 수 있는 타산지석의 기회를 제공한다.미술에 천재적 재능있는 8살 꼬마학교생활 적응못해 '문제아' 낙인열혈 선생님 만나 희망을 찾아가영화 '세 얼간이'에서 괴짜 천재 란초로 우리에게 익숙한 아미르 칸은 선생님 니쿰브로 나와 전작에서 보여줬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연장하고 있다. 아미르 칸은 주연뿐 아니라 감독, 제작까지 참여하며 뜨거운 열정을 보였다. 특히 '아미르 칸'의 간곡하고 단호한 요청으로 발리우드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무편집 오리지널 버전으로 국내 상영된다. 사실 발리우드 영화는 극중 뮤직비디오와 긴 러닝타임으로 국내에서 짧게는 20~40분 정도 들어내는게 관행이었다.물론 이 영화에서 발리우드 특유의 개성넘치는 뮤직비디오는 현실을 풍자하며 극을 이끌어가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아이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다소 단조로운 감정처리와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카메라의 시선이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다가온다.작은 영화라 상영관이 많진 않다. 메가박스 코엑스·이수·동대문·센트럴·목동·신촌·이채·영통·연수·남양주, CGV 무비꼴라쥬 구로, KU시네마트랩, 필름포럼, 서울극장 등서 절찬리 상영중이다.

2012-09-07 민정주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미운오리새끼

2012년/한국/95분/성장 드라마감독 : 곽경택출연 : 김준구, 오달수, 조지환, 양중경, 송율규개봉일 : 2012.08.30. 목. 15세 관람가별점 : ★★★★★★☆(6.5/8개 만점)"요즘 군대는 많이 변했을까?"대한민국 남자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악몽이 하나 있다. 바로 제대한 사람이 또다시 군대에 끌려가는 꿈이다. 그만큼 대한민국 남자라면 가장 피하고 싶은 게 군대라는 방증이 아닐까.'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군대에서 단체생활을 배우며 그동안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소중함을 절감하며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그러나 이 주장 뒤에는 무서운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이런 말은 대체로 이미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 많이 한다는 것. 나름대로 갖은 고생을 하며 제대한 이들에게는 단 한 명의 열외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군대적 사고방식이 어느새 머릿속 깊이 뿌리박혀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하나가 잘못하면 모두가 기합을 받는 단체생활의 룰이다.지난 2001년 800만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이번엔 학창 시절이 아닌 가장 찌질했던 20대 군대시절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특히 곽경택 감독이 실제 18개월간의 방위 경험을 토대로 제작해 낸 자전적 영화라 더욱 눈길을 끈다. '미운 오리 새끼'는 헌병대에 배치된 6개월 방위 '낙만'의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병영생활에 더해 1987년 민주화 열기가 뜨거웠던 당시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때론 뜨겁게 담아낸다.그러나 군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게 단지 추억만은 아닐 것이다.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온갖 삶의 부조리들을 처음으로 몸소 몸을 굴려가며 배우는 곳이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는 웃음 중간중간 외면할 수 없는 잔인한(?) 현실이 리얼하게 꽃처럼 피어난다.이번 영화는 주인공 낙만 역 김준구를 비롯, 조혜련의 남동생 조지환 등 SBS 오디션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에서 곽경택 감독의 멘티였던 참가자들이 대거 기용돼 화제다. 여기에 영화 후반부에 김성령, 조혜련, 신신애, 브로닌 등 개성파 배우들이 깜짝 출연해 안겨주는 색다른 즐거움은 덤이다.

2012-08-30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이웃사람

2012년/한국/110분/스릴러감독: 김휘출연: 김윤진, 마동석, 김새론, 김성균,임하룡개봉일: 2012.08.22. 수. 청소년 관람불가별점: ★★★★★★☆(6.5/8개 만점)"댁의 이웃사촌은 어떻습니까."이웃사촌이란 말이 있다. 비록 남남일지라도 서로 이웃해 다정하게 지내면 사촌과 같이 가깝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멀리 있는 친척보다 오히려 이웃이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친근한 말이다. 하지만 사회가 복잡하게 발전할수록 마음은 더 각박해져가는 것일까. 대다수 도시인들에게 이웃사촌이란 용어는 어느새 낯선 용어가 되어가고 있다.영화 '이웃사람'은 이런 우리내 슬픈 현실을 소재로 한 강풀 작가 웹툰 동명원작을 스크린에 옮겼다. 바로 옆집에 연쇄살인마가 살고 있을 수도 있다는 가정에서 시작된 영화는 촘촘한 스토리를 토대로 긴장감있게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을 극적으로 형상화한다.영화는 탄탄한 이야기에 김윤진, 마동석, 김새론, 김성균, 임하룡, 도지한, 장영남, 천호진 등 연기파 배우들까지 합세해 캐릭터를 살려내며 더욱 흡인력을 높인다. 특히 33살 늦깎이로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 김성균은 이번 두번째 영화 '이웃사람'에서 섬뜩한 눈빛연기만으로 관객의 심장을 쥐락펴락한다.그러나 이미 웹툰을 봤다면 긴장감이 덜할 수도 있겠다. 결말을 몰아가는 작위적인 설정도 조금 억지스럽고 만화적 캐릭터들의 순수함은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다만 영화에서는 스릴러보단 드라마에 더욱 초점을 맞춰 나름 차별화를 시도한다. 지키지 못한 소녀 여선과 지켜야 할 수연을 통해 제시하는 보편타당한 모성애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아저씨'로 눈도장을 찍은 아역배우 김새론은 소심한 성격의 여선과 밝고 활동적인 수연의 양극을 오가며 1인2역에 도전한다.물론 영화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당신의 무관심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피하고 싶지만 간과할 수 없는 사회의 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게다가 21세기 최첨단 정보통신 수단을 자랑하는 우리들이 항상 갈구하는 소통이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지 우리 한번쯤 되돌아볼 일이다.

2012-08-23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토탈 리콜(Total Recall)

2012년/미국/118분/SF 액션감독:렌 와이즈먼출연:콜린 파렐, 케이트 베킨세일, 제시카 비엘개봉일: 2012.08.15. 수. 15세 이상 관람가별점:★★★★★☆(5.5/8개 만점)최첨단 21세기라지만 하루하루 집과 직장을 쳇바퀴 돌듯 되돌아오는 도돌이표 삶은 오히려 더욱 심해지는 느낌이다. 그런 지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일상탈출을 꿈꾸곤 한다. 영화 '토탈 리콜'은 이런 암울한 현실 탈출에 출발점을 둔다. 사실이든 꿈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본인이 그렇게 믿는 순간 그것이 바로 현실이 되는 것이다.SF소설의 대부 필립 K. 딕의 단편소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에 바탕을 둔 '토탈리콜'은 자신의 꿈을 시험해보고자 원하는 기억을 완벽하게 심어주는 '리콜사'를 찾은 '더그 퀘이드'(콜린 파렐)가 기억 여행 중 스파이로 몰리게 되면서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샤론 스톤 주연으로 1990년 개봉해 화제가 됐던 '토탈 리콜(폴 버호벤 감독)'이 무려 22년 만에 새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번 리메이크작 '토탈 리콜'은 할리우드 스타 콜린 파렐, 케이트 베킨세일, 제시카 비엘이 주연을 맡았다. 또 전작에 비해 이야기의 디테일이나 배경, 비주얼 등 상당 부분이 바뀌어 새로움을 더한다. 전작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배경이 화성에서 지구로 바뀐 점. 화성이 너무 먼 미래로 다소 비현실이었다면 상류층의 '브리튼 연방'과 식민지 '콜로니' 두 대륙으로 나뉜 미래 지구는 훨씬 현실감 있다.'다이하드 4.0' 등 여러 작품에서 놀라운 상상력을 선보여온 렌 와이즈먼 감독은 이번 '토탈 리콜'에서도 자신의 특기인 멋진 액션 비주얼로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특히 미래형 자동차인 '호버카'와 대륙과 대륙을 잇는 엘리베이터 '폴' 등 새로운 운송 수단을 등장시켜 호기심을 자극한다. 날아다니는 호버카로 스릴 넘치는 추격신을 연출하며 지구 중심 핵을 통과해 두 개의 대륙을 연결해주는 엘리베이터 '폴'도 거대한 스케일로 액션의 덩치를 키우고 있다.그러나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원작이 지닌 탄탄한 스토리가 다소 희석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먼저 퀘이드의 시선에서만 영화를 끌고 가다보니 '로리'와 '멜리나'의 비중이 축소됐다. 그렇다보니 정보가 국한돼 관객이 상상력의 나래를 펼칠 여지가 줄어 무척 아쉽다.

2012-08-16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아메리칸 파이:19금 동창회

2012년/미국/111분/코미디감독 : 존 허위츠, 헤이든 쉬로스버그출연 : 제이슨 빅스, 크리스 클라인, 숀 윌리엄 스콧, 에디 케이 토마스개봉일 : 2012.08.09. 목. 청소년관람불가별점 : ★★★★★(5/8개 만점)지난 1999년 순진한(?) 고등학생 짐과 그의 친구들의 일명 '총각딱지 떼기' 프로젝트를 그려 단숨에 섹시 코미디의 바이블로 자리잡은 '아메리칸 파이'가 13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총각딱지를 떼야 한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쳤던 좌충우돌 파이 4총사 '짐', '케빈', '오즈', '핀치'. 철없던 고교 졸업 이후, 혈기왕성했던 녀석들의 파이는 결혼과 사회 생활 등에 치이며 점점 무기력하고, 시들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찌들어사는 현실에서 탈출을 꿈꾸던 그들에게 찾아온 기회는 바로 동창회!오랜만에 광란의 동창회를 기대하며 모인 오리지널 파이들. 10대의 열정을 다시 한 번 불사르고 싶어하는 파이들 앞에 순결한 19살 섹시걸이 등장한다.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를 함께 해 온 오리지널 멤버에 할리우드 핫 라이징 스타 알리 코브린이 훌륭하게 자란 여고생 '카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남자는 손가락 들 힘만 있어도 남자라던가. 나이 먹은 만큼 이제는 달라졌을 것 같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 그들의 좌충우돌은 계속된다. 오리지널 욕정남 '짐'은 결혼하고 아이 낳는 사이 어느새 '미셸'에게 소홀해졌다. 부인이 샤워를 하러 들어간 틈을 타 이젠 파이를 넘어 양말까지 이용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짐의 모습은 여전하다. 또 오리지널 난봉꾼 '스티플러'는 엄마 집에 얹혀 사는 형편에 인턴자리를 전전하고 있다. 여기에 오리지널 순정남 '오즈'와 오리지널 조강지부 '케빈'이 가세한다. 역시 동창회의 묘미는 첫사랑과의 재회(?). '오즈'와 '케빈'이 첫사랑과 새로운 감회를 연출해 낸다. 그러나 전혀 다르게 대처하는 두 사람의 선택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는 오리지널 괴짜남 '핀치'가 오토바이 세계 일주 무용담을 들려 주며 친구들의 로망을 마음껏 부추긴다.이렇듯 동창회는 청춘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되돌아가는 환상을 심어준다. 물론 현실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기에 마음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게 바로 청춘 아니던가.

2012-08-09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2012년/한국/121분/코믹 퓨전사극감독:김주호출연:차태현, 오지호, 민효린, 성동일, 신정근개봉일: 2012.08.08. 수. 12세 이상 관람가별점:★★★★★☆(5.5/8개 만점)사극판 '어벤져스'가 나타났다.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조선시대 후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블록버스터 사극이다. 기존 사극에서 보여주던 궁정의 권력 암투를 얼음 독점권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풀어가는 영화는 정통과 퓨전, 로맨스와 활극을 넘나드는 사극의 다채로운 변주를 선보인다. 여기에 천재적인 지략가, 조선 제일의 무사, 잠수의 여왕, 한양 최고의 돈줄, 폭탄 제조 전문가, 땅굴파기의 일인자, 변신의 달인, 아이디어 뱅크, 유언비어의 원조 등 개성 만발 캐릭터를 막강한 연기파 조연진들이 사실적으로 형상화해 소소한 재미를 안겨준다. 특히 주연을 맡은 물오른 차태현표 코믹연기는 사극에서도 충분히 빛을 발한다.총명함은 타고났으나 우의정의 서자요, 잡서적에 빠져 지내던 '덕무'(차태현). 어느 날 얼음 독점권을 차지하려는 좌의정 '조명수'에 의해 아버지가 누명을 쓰게 되고 몇 년을 절치부심한 끝에 그의 뒤통수를 칠 묘안을 생각해낸다. 바로 서빙고의 얼음을 통째로 털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때 서빙고를 관리했지만 조명수 일행에 의해 파직당한 '동수'(오지호)와 손을 잡은 덕무는 작전에 필요한 조선 제일의 고수들을 찾아 나선다. 한양 최고의 돈줄 '수균'(성동일)을 물주로, 도굴 전문가 '석창'(고창석), 폭탄 제조 전문가 '대현'(신정근), 변장술의 달인 '재준'(송종호), 총알배송 마차꾼 '철주'(김길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불러모은다. 여기에 동수의 여동생인 잠수전문가 '수련'(민효린)과 아이디어뱅크 '정군'(천보근), 유언비어의 원조 '난이'(김향기)까지 조선 최고의 '꾼'들이 모두 한자리에 뭉친다.또한 나름 스펙터클하고 쿨한 영상도 볼거리다. 서빙고에 저장되어 있는 대규모 얼음을 비롯 토굴안으로 쏟아지는 얼음 등 폭염으로 지친 관객의 가슴을 시원한 빙수로 적셔준다. 단 치밀하기보다는 다소 허술하고 유치한 구석이 많으니 너무 큰 기대는 금물.참! 마지막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마시길!~보너스 영상에 꽃미남 배우가 잠깐 재치있게 얼굴을 비추며 마지막까지 여성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2012-08-02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아이스 에이지 4: 대륙 이동설(Ice Age:Continental Drift)

2012년/미국/92분/전체 관람가감독:스티브 마티노, 마이크 트메이어출연:존 레귀자모, 레이 로마노, 데니스 리어리개봉일: 2012.07.25. 수. 전체 관람가별점:★★★★☆(4.5/8개 만점)'커다란 한방보다 깨알같은 잔재미로 승부한다'.2002년 전 세계에 첫 선을 보인 이래 3편까지 엄청난 흥행 수익을 올린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가 새롭게 돌아왔다. '아이스 에이지'시리즈에서는 커다란 의미를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작지만 빛나는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기발한 패러디, 그리고 위트와 유머로 버무려진 종합선물세트 같은 애니메이션이다.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하면 항상 수식어처럼 따라다니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다람쥐 스크랫! 도토리 하나를 쫓아 육해공을 넘나드는 필사의 추격전 끝에 우주로까지 날아가는 스크랫. 그의 엄청난 집념이 결국 지질학적 대재난을 일으켜 지구상의 모든 대륙과 바다가 쩍 갈라지는 대륙이동의 원인이 됐다는 절대 믿을 수 없는 가설에서 '아이스 에이지 4'는 출발한다.종족 보전의 사명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는 매머드 매니는 사랑스러운 아내 엘리를 끔찍이 위하면서도 10대가 된 딸 피치스를 과잉보호한다. 딸의 일거수 일투족에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간섭해 부녀관계마저 소원해진다. 그러던 어느날 갑작스런 대격변 속에 세상은 뒤집어진다. 매니는 피치스와 화해하기도 전에 헤어지게 되고 시드, 디에고와 함께 바다 위를 떠도는 신세가 된다. 여기에 도토리 마니아 스크랫 역시 도토리틀란티스로 향하는 보물 지도를 통해 탐험가로 변신, 모험의 한 축을 형성한다. 애니메이션은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작은 웃음의 포인트 기술을 걸어 쉴새없이 관객들의 웃음보를 노린다. 그러면서도 소중한 것은 가까이에 있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버리지않고 당당히 서야한다는 작지만 큰 울림을 주는 메시지는 여전하다.또 '아이스 에이지' 첫 편부터 선보인 오프닝 스페셜 영상도 볼거리. 기존 단편 영화 '스크랫의 모험'이 아닌 이번엔 '심슨가족 더 무비 : 매기와 공포의 유아원'의 단편이 나와 새로움을 선사한다.

2012-07-26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Memories of my melancholy whores)

2011년/멕시코·스페인·덴마크·미국/97분/청소년 관람불가감독:헤닝 카슨출연:에밀리오 에체바리아, 제랄딘 채플린, 안젤라 몰리나, 파올라 메디나개봉일: 2012.07.19. 목. 청소년 관람불가별점:★★★★★(5/8개 만점)'사랑 고놈, 언제나 참 어렵다!'.영화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은 노벨 문학상 수상과 더불어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은 거장 마르케스의 베스트셀러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90세 노인이 생일날 밤에 만난 어린소녀에게 난생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벌어지는 특별한 이야기를 스크린 위에 토해낸다.이미 우리는 고전 '로리타'부터 '아메리칸 뷰티'는 물론 최근 화제의 한국영화 '은교' 등을 통해 10대 소녀와 훨씬 나이 많은 성인의 사랑을 다룬 영화들을 많이 접해왔다. 하지만 기존 영화들이 '열정'과 '욕망'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 영화는 순수한 사랑의 감정에 집중한다.아흔 살 노인과 소녀의 사랑, 그 소재 자체만으로도 파격적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게 한 인간이 느낀 첫 사랑이라면 어떨까. 영화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뒤늦게 사랑을 깨달은 90세 노인을 통해 진실한 사랑의 담론을 시적으로 펼쳐낸다.평생 부재한 사랑에 대한 위안으로 성을 사온 한 노인에게 문득 찾아든 감정은 진중하면서도 애처롭다. 어린 소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노인은 사랑과 함께 자신의 죽음이 가까워왔음을 더욱 선명하게 인식하게 된다. 뒤늦게 자신을 찾아온 사랑의 열병에 괴로워하던 노인은 이렇게 읊조린다. "지금 내게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중이야." 자신 안에 갇혀있던 감정을 이제는 풀어놓을 때가 됐다는 뜻이리라. 그리고 그는 사랑을 통해 죽음을 부인하기보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생명의 경이를 온몸으로 만끽한다. 이국적인 배경 위에 그려가는 특별한 사랑이야기는 노년 배우들의 열연에 은빛찬연하게 빛난다. 주인공 '사비오'역의 에밀리오 에체바리아와 '로사'역의 제랄딘 채플린은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검버섯과 주름 위에 노년의 고독과 두려움을 관록있게 직조해낸다. '환상없는 삶이 무슨 낙이 있단 말인가'라고 푸념하는 사비오의 첫사랑의 열정은 관객들의 엉뚱한 상상마저 무색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2012-07-19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2012년/영국/123분/코믹 드라마감독:존 매든출연:주디 덴치, 빌 나이, 톰 윌킨슨, 매기 스미스, 셀리아 아임리개봉일: 2012.07.12. 목. 15세 이상 관람가별점:★★★★★★(6/8개 만점)'삶은 눈을 감는 순간까지 쭈욱 계속된다'.영화는 저마다 다른 사연을 안고 인도 노인 요양호텔에 모인 일곱 명의 영국인들이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남편과 사별하고 생애 첫 홀로서기에 나선 에블린(주디 덴치), 문득 틀에 박힌 삶에 환멸을 느낀 고등법원 판사 그레이엄(톰 윌킨슨), 다툼이 끊이지 않는 부부 더글라스와 진(빌 나이·페넬로피 윌턴), 사랑에 목숨을 건 노먼(로널드 픽업)과 마지(셀리아 아임리), 내키지 않지만 무릎수술차 온 뮤리엘(매기 스미스)까지 은퇴한 이들은 낯선 세계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꿈꾸지만 정작 맞닥뜨린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하지만 어디서든 죽으란 법은 없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선택, 그게 바로 삶의 묘미가 아니던가.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평생을 꿈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항상 현재와 다른 나를 그려보는 건 어쩌면 인생의 오랜 숙명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내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에 우리는 꿈을 실행할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게 대다수가 부딪히는 한계(?)다. '너무 늦은 건 아닐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등 내부 검열에 빠지는 건 영화 속처럼 황혼기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마침표를 찍기 전까지 한 사람의 인생이란 단정할 수도, 알 수도 없는 것이다.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영국 대표 중견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원숙한 연기를 마음껏 뽐낸다. 영국 국민배우 주디 덴치, 빌 나이, 톰 윌킨슨, 매기 스미스 등 절정의 배우들과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스타덤에 오른 데브 파텔이 나이나 인종의 불협화음을 멋진 하모니로 일구어내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스크린은 태양이 빛나는 인도의 멋진 풍광만큼이나 충분히 아름답다. 영화 속에서 여러 차례 등장하는 "결국엔 다 괜찮아질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아직 때가 아닌 거죠"란 대사는 인상적이다. 물론 가벼워서도 안되겠지만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며 인생을 소모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닐까.

2012-07-13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2011)

2011년/미국·스페인/94분/판타지 로맨스감독 : 우디 앨런출연 : 오웬 윌슨, 마리옹 꼬띠아르, 레이첼 맥아담스, 애드리언 브로디개봉일 : 2012.07.05. 목. 15세 이상 관람가별점 : ★★★★★★☆(6.5/8개 만점)'베일에 싸인 역사 속 파리 예술가들의 사생활을 엿본다'.1960년대 이후 슬랩스틱 코미디부터 실험적인 예술영화까지 매년 거의 빠짐없이 영화 한 편씩을 연출해 온 우디 앨런 감독의 신작으로 매혹적인 파리를 배경으로 삼았다. 영화는 초반부터 샹젤리제 거리, 퐁피두 센터, 에펠탑, 센강변, 베르사유 궁전,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박물관, 로댕미술관, 콩코드 광장의 오벨리스크 등 유명 관광지는 물론 생 에티엔 뒤 몽 교회, 지베르니 정원, 그랑 베푸르, 오랑주리 미술관, 팔라 갈니에, 방동 광장 등 숨겨진 명소까지 내내 스크린 위를 아름답게 수놓는다.여기에 장면마다 등장하는 유명 예술가들의 면면을 확인하는 것도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와 헤밍웨이, 평론가 거트루드 스타인, 화가 피카소와 달리, 작곡가 콜 포터, 쥬나 반스, 투우사 벨 몬테, 루이스 부뉴엘, 만 레이 등 예술가들이 되살아나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이야기를 건넨다. 할리우드 소설가 역 오웬 윌슨을 비롯 그의 약혼녀 이네르 역의 레이첼 맥아담스, 뮤즈 아드리아나 역 마리옹 꼬띠아르, 에드리언 브로디, 캐시 베이츠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은 물론 프랑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부인 칼라 브루니까지 총출동했다.약혼녀와 함께 항상 동경해 마지 않던 예술의 도시 파리를 방문한 미국 할리우드 작가 질 펜더는 파리의 밤거리를 배회하다 신비로운 시간여행으로 초대받는다. 항상 자신이 황금시대라고 생각했던 1920년대 파리로 가게 된 그는 거기서 존경해 왔던 전설의 예술가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는 꿈 같은 일을 겪는다.영화는 과거로의 여행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불완전한 현실이 어느 시공간이라도 다르지 않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그렇다고 처한 상황에 안주하란 소리는 물론 아니다. 감독은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나만의 산책을 멈추지 말 것을 권유한다. 그 끝에 뭐가 있을지는 가봐야 아는 거니까.

2012-07-06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2012년/일본/120분/애니메이션감독:오키우라 히로유키목소리 출연:김준현, 양상국, 안윤상개봉일: 2012.07.05. 목. 전체 관람가별점:★★★★★(5/8개 만점)영화는 서양의 수호천사(Guardian Angel) 개념과 만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일본의 다신(多神)주의를 결합시켜 새로운 판타지를 탄생시켰다.'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은 요괴들이 어른들에겐 안보이고 오직 소녀의 눈에만 보인다는 설정으로, 남다른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를 은유하는 성장 드라마다. 엄마를 따라 모든게 낯선 작은 섬으로 이사온 소녀 '모모'와 소녀의 눈에만 보이는 '요괴3인방'의 버라이어티한 동거를 다루고 있다. 다양한 볼거리가 넘치는 거대한 도시와는 너무나도 달라 단조롭기까지 한 섬 생활은 모모에게 무료하기만 할 뿐이다. 수줍음이 많아 친구 사귀기조차 어려워 하는 모모에게 어느 날 느닷없이 수상한 요괴 3인방이 눈 앞에 나타나면서 생활이 갑자기 달라진다. 이를 통해 소녀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사랑하는 가족의 소중함을 조금씩 깨달아가며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을 키워나간다.특히 사고뭉치 요괴 3인방의 목소리는 현재 대한민국 최고 인기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김준현', '양상국', '안윤상' 등 3인방이 맡아 100% 캐릭터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다만 미야자키 하야오식의 깜찍하고 귀여운 캐릭터들을 기대했다면 약간 허술하고 밋밋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이는 게 다는 아니란 것을 대변하는 듯한 요괴 캐릭터들의 모습을 통해 생택쥐베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진리를 새삼 되새겨볼 수 있다. 한편 이미 뉴욕국제아동영화제 장편 대상과 함께 세계 4대 판타지 영화 페스티벌 중 하나인 이탈리아 퓨처필름영화제 최고상으로 명품 애니메이션임을 인정받았다.

2012-06-29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아부의 왕

2012년/한국/118분/코믹 드라마감독:정승구출연:송새벽, 성동일, 김성령, 고창석, 이병준, 한채아개봉일: 2012.06.21. 목. 15세 관람가별점:★★★★★☆(5.5/8개 만점)'상대 마음에 먼저 귀 기울여요'.아부(阿附)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남의 비위를 맞추어 알랑거림'이다.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사기 위한 알랑방귀가 바로 아부란 소리다.세상살이에서 아부가 눈꼴시리다는 건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또 사회생활 원만하게 하려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무시할 수 없는 삶의 지혜(?)가 또 아부다. 괜히 자존심 내세운답시고 입바른 소리 한번 했다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 당황했던 사람은 더더욱 잘 안다. 대한민국 사회뿐 아니라 세상사에서 어쩌면 아부는 필요악일지 모른다.이렇듯 누구나 공감하면서도 공공연히 대놓고 말하기 힘든게 아부다. 영화 '아부의 왕'은 일명 아부로 굴러가는 우리 사회의 메커니즘을 정면으로 파고든다. 아부의 정·중·동을 일찍이 깨우쳐 '감성 영업의 정석'이란 비법책을 저술한 아부계의 전설, '혀고수'(성동일)와 눈치코치가 부족하지만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청출어람 제자 '동식'(송새벽)은 마법의 화술 '아부' 아니 상대의 마음을 꿰뚫는 '감성영업'을 무기로 인생역전을 꿈꾼다. 좌충우돌 서슴없이 세상에 덤비는 투 톱, 애드리브의 제왕 성동일과 코미디계 신성 송새벽을 앞세워 작지만 소소한 코믹 소용돌이로 관객을 몰아간다. 여기에 김성령과 고창석·이병준 등 막강한 조연들의 하모니를 촘촘히 엮어낸다.다만 너무 뻔히 들여다보이는 '아부'라는 단 하나의 재료로 여러가지 다양한 에피소드를 요리하려다보니 다소 과잉된 부분이 없지 않다. 그 위에 감동을 고명으로 얹으려는 시도는 오히려 안쓰럽다. 차라리 처음부터 끝까지 코미디라는 단 하나의 과녁만을 염두에 뒀다면 강한 인상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물론 영화 속 '아부'가 단순히 사람의 마음을 이용하는데 그치는 건 아니다. 즉 자신을 내세우기에 앞서 타인의 입장에 서보는 관점의 변환이다. 사람들은 옷을 입지않은 불편한 진실보다 약간은 꾸며주는 센스있는 진심에 더 친근감을 느끼는 법이니까.

2012-06-22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더 스토닝(The Stoning. of Soraya M.)

2008년/미국/114분/드라마감독 : 사이러스 노라스테출연 : 쇼레 아그다쉬루, 모잔 마르노, 제임스 카비젤개봉일 : 2012.06.14. 수. 청소년 관람불가별점 : ★★★★★★(6/8개 만점)'누가 세상의 약자들에게 돌을 던지는가'.1994년 이란계 프랑스 저널리스트 '프리든 사헤브잠'이 이란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실화 소재 베스트셀러 '더 스토닝 오브 소라야 M'을 스크린에 되살려냈다. 영화는 남성 중심 이슬람사회에서 음모로 인해 잔인한 투석형으로 생명을 잃은 한 여인의 안타까운 희생을 엄중한 음악과 더불어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남자는 무죄, 여자는 유죄'라는 그녀들의 항변은 먹먹한 가슴을 여지없이 파고든다.영화는 비단 그녀들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약자들에게 바치는 엄숙한 진혼곡이다. 세상 어딘가에선 여전히 진행중인 참혹한 현실을 그렸지만 단순히 '슬픈' 영화는 아니다. 우리 안에 깊이 내재된 기만적인 군중심리, 파시즘을 진중하게 고발한다. 야만성이 꿈틀대고 있는 현실을 선연한 핏빛으로 호소하는 순간, 감동에 앞서 블록버스터급 부끄러움의 쓰나미가 관객석을 덮친다. 바로 지구상에 군림하는 위선적인 인간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셈이다.단지 일부의 문제일까. 아니다. 현대판 '마녀사냥'이라 불리는 악성댓글과 인터넷 신상털기 등이 횡행하는 우리 사회도 정도의 차이일 뿐. 인권을 운운하기 전 우리 스스로 이성적인 판단보다 감정적인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아 왔는지부터 되짚어볼 일이다. 손바닥으로 잠시 눈을 가릴 순 있어도 하늘을 덮을 수는 없다. 잘못된 신념이 불러오는 엄청난 비극을 1~2차 세계대전을 통해 목도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세상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란 불편한 진실이 이내 심장을 옥죄어온다.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토론토국제영화제, 로스앤젤레스 국제영화제, 플랑드르 국제영화제 등 관객상을 수상할 정도로 대중성도 인정받았다.다만 큰 영화가 아니라 개봉관을 찾아야 하는 작은 수고가 필요하다. CGV 강변·압구정·대학로·구로·상암·인천, 롯데시네마 주엽(일산)·센텀시티(부산)·대구, 메가박스 코엑스, 대한극장, KT&G상상마당, 영화공간주안, 필름포럼, 부산 국도&가람 예술관, 거제 아트 시네마, 아트씨어터 C+C 등에서 절찬 상영중이다.

2012-06-15 이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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