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미시네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프로메테우스(Prometheus)

2012년/미국/123분/SF 스릴러감독 : 리들리 스콧출연 : 누미 라파스, 마이클 패스벤더, 샤를리즈 테론, 가이 피어스개봉일 : 2012.06.06. 수. 청소년 관람불가별점 : ★★★★★★☆(6.5/8개 만점)74세의 노감독 리들리 스콧이 무려 30년만에 SF로 돌아왔다.1979년 SF 영화 '에이리언', 1982년 '블레이드 러너'는 물론 전쟁영화 '글래디에이터', 여성 로드무비 '델마와 루이스' 등 다양한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든 명장의 귀환은 그 자체만으로 화제가 됐다. 이미 할리우드 최고 흥행감독의 반열에 오른 그가 왜 다시 SF영화로 돌아왔을까하는 의문과 기대가 교차한다.영화는 초반부터 화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영상미로 관객을 압도한다. 그 어떠한 설명도 이해도 필요없는 태초의 자연은 그래서 더더욱 신비롭다. 여기에 무한한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무모한 인간들이 등장한다. 과학탐사선 프로메테우스 호는 메소포타미아, 아즈텍, 마야 등지에서 속속 발견된 동일한 패턴의 별자리 지도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하나의 좌표를 단서로 인류 기원의 근원을 찾아 떠난다. 그걸 창조주의 초대장이라 믿는 이들의 모험은 미지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감독이 추구해온 한 가지 의문이 더 등장한다. 바로 로봇을 통해 인간을 되돌아보는 것. 익히 '블레이드 러너'를 통해 인간의 오만함을 경고했던 그가 이제는 다소 따스한 시선을 던진다. 인간과 똑같이 생긴 안드로이드 로봇 데이빗은 호기심 면에서 오히려 두려움 많은 인간을 능가한다. 그러나 한 가지 그에겐 감정이 없다. 감독은 어쩌면 로봇보다 불안정하고 불완전하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간의 핵심 생존본능인 바로 이 감정에 주목한다.거창한 출발이지만 막상 영화는 해답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다소 김빠지고 허무하단 느낌마저 든다. 심지어 '에이리언'의 근원을 탐구한거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감독은 조물주와 인간 그리고 로봇의 3각 관계를 통해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라는 착각에서 깨어나길 촉구하고 있다.

2012-06-08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2012년/미국/127분/판타지 액션감독 : 루퍼트 샌더스출연 : 샤를리즈 테론, 크리스틴 스튜어트, 크리스 헴스워스개봉일: 2012.05.30. 수. 12세 관람가별점:★★★★★☆(5.5/8개 만점)'동화 속 백설공주, 역사 속 잔다르크로 부활(?)하다'.제목에 드러나듯 영화는 그림형제의 명작 동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차용한 판타지물이다. 물론 기존 설정만 따왔을 뿐 이야기는 완전히 비튼다.5월 초 개봉한 타셈 싱 감독의 '백설공주 (Mirror, Mirror)'가 소녀의 홀로서기라는 나름 아기자기한 칙릿 스타일이었다면 이 영화는 스케일을 키운 서사액션물로 옷을 갈아입었다. 뭇 남성들의 보호본능을 유발할 것 같은 힘없는 여주인공 '스노우 화이트'가 세상을 구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다. 그녀가 새로운 리더로 우뚝 선다는 설정은 기존 해피엔딩과는 다른 현대적인 강인한 여성상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이 부분에선 나라를 구한 프랑스 '잔다르크' 이야기와의 결합느낌을 지우긴 힘들다.일단 영화는 '반지의 제왕'을 떠올리게 만드는 환상적인 비주얼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트롤과 난쟁이들, 그리고 저주 받은 어둠의 숲에 살고 있는 몬스터들, 신비로운 능력을 가지고 있는 요정들, 다양한 캐릭터들은 볼거리다. 특히 기존 '백설공주' 영화와는 다르게 거울이 인물화된 '미러 맨'은 거울 자체가 녹아내려 사람 모양으로 변하는 독특한 이미지가 나름 신선하다.그런데 이 영화 주인공이 다소 헷갈린다. 스노우 화이트나 그녀를 뒤쫓다 결국 돕게 되는 헌츠맨보다는 사악한 여왕의 어둠의 카리스마가 상영 내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숨막힐 듯 고혹적인 외모에 아카데미가 인정한 탁월한 연기력까지 겸비한 샤를리즈 테론이 분한 왕비의 아름다움은 이 영화의 백미. '트와일라잇'시리즈에서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에게 보호받는 연약한 청춘의 아이콘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강렬한 여전사로 변신했고, '토르:천둥의 신'과 '어벤져스' 등의 히어로 크리스 헴스워스가 헌츠맨으로 가세했다.영화는 개봉 전 이례적으로 속편제작이 확정됐다. 애초 기획 단계부터 3부작 시리즈로 구상됐다는데 1편이라 느슨한 걸까. 이야기 구조는 뱁새가 황새를 뒤쫓는 듯 아름다운 비주얼을 따라가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2012-06-01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머신건 프리처

2011년/미국/123분/드라마감독 : 마크 포스터출연 : 제라드 버틀러, 미셸 모나한개봉일: 2012.05.24. 목. 15세 관람가별점:★★★★★☆(5.5/8개 만점)'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가?'선한 이유라면 그렇지 않은 방법을 써도 될까. 목적과 수단의 우선순위를 따지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이 끊임없는 딜레마다. 여기 그런 딜레마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는 한 인간이 있다. 바로 아프리카 내전 국가에서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선교사가 총을 든 것이다.물론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총을 들어도 된다' 혹은 '총을 들어서는 안 된다'라는 팽팽한 찬반 격론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영화는 수단 아이들을 위해 총을 든 샘 칠더스 감동실화를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겼다.샘 칠더스의 자서전 '어나더 맨스 워'를 영화화한 '머신건 프리처'의 배경은 2010년 큰 감동을 선사한 이태석 신부의 감동 스토리를 담았던 '울지마 톤즈'와 같은 무대. 비극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한 사람은 '용서와 평화, 신앙'을 내세웠다면 샘 칠더스는 진짜 무기를 선택했다.그는 수단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직접 총을 들고 전쟁터를 아랑곳하지 않고 누볐다. 결국 1천여명의 아이들을 구했고 300여명의 아이들을 위해 고아원을 만들었다.그러나 반군에게 총으로 맞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논란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샘 칠더스의 신념은 너무나도 확고하다. 그런 비난을 하는 사이에도 수백명의 아이들이 전쟁터에서 죽어가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할 경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폭력에 쉽게 물들어 갈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악한 사람들이 바라는 건 바로 마음속에 증오심을 키우는 거예요. 그러면 진짜 악한 사람이 되거든요."그렇다고 어느 쪽이 옳다고 섣부른 결말을 내놓는 건 아니다. 논픽션으로 아직도 수단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리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한편 '300'의 짐승남 제라드 버틀러는 실제 인물인 샘 칠더스의 자서전을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아 주연과 제작을 동시에 맡아 화제를 모았다.

2012-05-25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돈의 맛

2012년/한국/115분/드라마감독 : 임상수출연 : 김강우, 백윤식, 윤여정, 김효진개봉일 : 2012.05.17. 목. 청소년 관람불가별점 : ★★★★★★(6/8개 만점)'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중독, 돈!돈!돈!'.지금 이 시대 가장 큰 화두는 무얼까. 대권이니 불황이니 큰 카테고리도 있겠지만 남녀·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피부로 밀접하게 느끼는 건 바로 '돈'과 '섹스'가 아닐까. 이 두 가지 주제에 천착해 온 임상수 감독이 대한민국 0.01% 최상류층의 삶을 통해 우리네의 은밀한 속내를 까발린다. 감독은 웬만한 사람들은 짐작만 해왔던 그 이면을 거침없이 풀어헤쳤다. 일견 리메이크작 '하녀'가 현대판으로 더욱 확장되고 진화한듯한 느낌이다.영화는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백씨 집안의 탐욕스러운 재벌 안주인 '금옥(윤여정)'과 돈에 중독돼 살아온 삶을 후회하는 그녀의 남편 '윤회장(백윤식)', 은밀한 뒤처리를 하며 돈 맛을 배워가는 비서 '영작(김강우)', 그리고 금옥의 장녀 '나미(김효진)' 등이 얽히고설켜 돈과 욕정의 극한까지 치닫는다. 영화는 우리가 익히 뉴스나 소문을 통해 들었을법한 편법 재산상속, 정경유착, 성상납 등은 물론 돈에 얽혀 사랑인지 욕정인지 모를 드라마틱한 갈등을 더해 세련된 영상미로 잡아낸다. 특히 임상수 감독의 '페르소나'로 손꼽히는 윤여정은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오래된 정원' '하녀'에 이어 이번에는 65세라는 나이가 무색할만큼 파격 정사 신으로 눈길을 끈다. 이렇듯 직접 접하기 힘든 상류층의 내밀한 삶을 엿보는듯한 묘한 '훔쳐보기'의 쾌감은 잠시나마 전율을 안겨준다.그러나 '하녀'의 해맑은 상류층 딸 나미가 아주 곱게 자랐다는 설정과 주영작이 돈에 완전히 물들기 전 모욕을 느낀다는 설정은 다소 억지스럽다. 자기 앞에 주어진 욕망에 충실한 타 캐릭터들과 차별하려는 의도겠지만 이 둘만 딴세상에 사는듯한 느낌은 지우기 어렵다. 어설픈 희망보다는 적나라한 현실에 더 초점을 맞췄다면 오히려 큰 울림을 주지 않았을까.지난 2010년 '하녀'에 이어 이번 '돈의 맛'으로 2회 연속 칸의 초청을 받은 임상수 감독이 과연 수상과 흥행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2-05-17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내 아내의 모든 것

2012년/한국/121분/코믹 멜로감독 : 민규동출연 : 임수정, 이선균, 류승룡개봉일 : 2012.05.17. 목. 15세 관람가별점 : ★★★★★★★(7/8개 만점)"더럽게 힘든 세상 다 견디며 살아. 그러니까 폐끼치지 말자구."점점 빠르고 복잡해져가는 현대사회, 사람들은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간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더욱 살만해져야 할텐데, 우리네 삶은 더욱 팍팍해져만 간다. 으레 그렇듯 사회생활은 누구나 참고 견디며 살게 마련이라며 그렇게 힘겹게 버텨가는 거다. 불평불만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래도 나를 위해, 내 가족을 위해 눈 딱 감고 꾸욱 눌러가며 사는 게 인생이지 않던가.그런데 여기 범상치 않은 여자(임수정)가 있다. '독설 미녀 혹은 마녀'로 불리는 그녀. 회사 부부동반 파티, 남편 상사 부인들 앞에서 기죽고 '네네'하기는커녕 그들의 거들먹거리는 행태에 오히려 버럭 큰소리까지 친다. '간때문이야'를 연발하는 모CF처럼 간이 부어 아예 배 밖으로 나왔다.반면 이를 보는 남편(이선균)의 심장은 콩닥콩닥, 간은 콩알만해진다. 결혼 후 7년 동안 아내의 입바른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린 남편. 장소불문, 시간불문, 상황불문 그녀의 모든 이야기를 다 들어줘야만 하는 남편은 점점 히스테리가 극에 달한다. 결국 아내가 무서워 헤어지잔 말 한 번 못꺼내는 소심한 남편은 황당한 음모(?)를 꾸민다. 비장의 카드는 '카사노바'로 유명한 이웃집 남자(류승룡)에게 아내를 꼬셔달라는 것. 황당하기 이를데 없지만 오직 아내의 관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일념뿐인 그에겐 마지막 배수진이다.이번 영화에서 임수정은 '달콤 살벌한 연인'에 이어 새로운 치명적 여성 캐릭터로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을 태세다. 그녀는 그동안 각인된 청순가련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결혼 7년차 '아줌마'로 새로 태어났다. 여기에 이젠 본인의 모습이 아닌지 의심까지 들게 만드는 찌질남의 대명사 이선균은 점입가경이다. 화룡점정을 찍는 건 바로 류승룡! 항상 근엄하고 무거운 캐릭터로 자리매김해온 그가 확실히 망가졌다. 그런데 진지와 코믹을 넘나드는 그의 능수능란한 연기가 오히려 새롭다. 물론 영화 속 캐릭터들의 약간은 과장된 연기가 조금 거슬릴 수도 있지만 옥은 티가 있기에 더욱 아름답다.

2012-05-11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백설공주(Mirror Mirror)

2012년/미국/108분/판타지 드라마감독 : 타셈 싱출연 : 줄리아 로버츠, 릴리 콜린스, 아미 해머개봉일: 2012.05.03. 목. 전체 관람가별점: ★★★★☆(4.5/8개 만점)'운명은 개척해 나갈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어릴 적 동화 '백설공주'를 한 번 안 읽어본 사람이 있을까. 동화집에서 본 수많은 재밌는 이야기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머릿속에 각인되듯 남아있다. 그래서 가끔 드라마에서조차 이런 동화를 소재로 차용한 이야기들이 수없이 반복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백설공주'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한 가지 고백할 게 있다. 어릴 적 그림동화란 제목이 달린 책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건 그림과 이야기가 같이 있어 그림동화집이구나." 그런데 알고 보니 '그림'이 지은이의 이름이었다는 걸 나중에 훨씬 크고 나서야 알게 돼 세게 무릎을 쳤었다.동화 '백설공주'는 1812년 독일의 그림형제가 수집한 이야기로 지금까지도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활자로 세상빛을 본 지 100년 남짓이 흐른 후 월트 디즈니 제작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한 '백설공주'는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아 판타지 드라마라는 화려한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할리우드 최고의 비주얼리스트 타셈 싱 감독의 판타지 '백설공주'는 원작을 살짝 비틀어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착하고 청초하기만 했던 공주는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당찬 공주로, 사악한 마녀 같은 계모는 미모 가꾸기 및 쇼핑 중독에 빠진 푼수왕비로, 멋있는 백마 탄 왕자는 매력적이지만 뭔가 많이 부족한 허당남으로, 탄광에서 일하던 일곱 난쟁이들은 산적떼로 캐릭터를 재설정했다. 그러나 그 이상의 기대는 무리다.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는 능동적인 현대 여성으로 거듭난 백설공주도 결국 왕자와 결혼한다는 뻔한 결말은 어쩔 것이냔 말이다. 줄리아 로버츠가 왕비 역할을, 백설공주는 할리우드 엄친딸인 릴리 콜린스, 왕자 역은 아미 해머가 각각 맡았다.

2012-05-04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은교

2012년/한국/129분/드라마감독 : 정지우출연 : 박해일, 김무열, 김고은개봉일: 2012.4.25. 목. 청소년 관람불가별점:★★★★★★★(7/8개 만점)'젊음은 상이 아니듯, 늙음도 벌은 아니다'.개봉 전부터 헤어 누드, 성기 노출 등 파격적인 영상으로 세간의 화제를 몰고온 영화 '은교'.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야하다는 표현이 무색해진다. 물론 노출이 없는 건 아니다. 그게 영화 속 인물들의 갈등과 대비되는 심리상태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박범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은교'는 오히려 이런 비밀스런 금기를 아름다운 영상미로 마법같이 형상화했다. 마치 진흙탕 속에서 피어난 연꽃, 혹은 황토흙으로 빚어낸 새하얀 도자기처럼.갈등은 열일곱 소녀 은교(김고은)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시작된다. 소녀의 싱그러운 젊음과 관능에 한눈에 매혹당한 이 시대의 진정한 시인 이적요(박해일). 그리고 그런 관능마저 문학으로 승화시키는 스승의 천재적인 재능을 질투한 제자 서지우(김무열). 위대한 시인의 세계를 동경하게 된 은교. 서로 갖지 못하는 것을 갈망하게 되는 세 사람의 심적 갈등은 영화 내내 뛰어난 영상미로 곳곳을 수놓는다.이 영화, 초반 장면부터 어찌보면 파격적이다. 노시인 이적요가 목욕하기 전 거울에 늙은 자신의 몸을 비춰보는 장면에서 전라가 등장한다. 또 은교의 헤어누드도 얼핏얼핏 등장한다. 그런데 송강호가 갑작스런 성기 노출로 관객에게 도발했던 영화 '박쥐'처럼 외설적이란 느낌은 들지 않는다.영화 속 등장인물 세 명은 어찌보면 모두 결핍과 외로움에 사무쳐 있다. 은교는 폭력적인 엄마의 사랑에, 서지우는 열정만큼 따라주지 않는 재능에, 이적요는 항상 마음은 청춘인데 나이를 먼저 가늠하는 통속적인 사회의 통념에 절망한다. 특히 이적요는 자신의 순수한(?) 마음을 색안경을 끼고 매도하려는 세상에 항변하듯 이런 말을 내뱉는다. "젊음이 노력으로 얻어낸 상이 아니듯, 늙음도 잘못해서 받은 벌이 아니다."물론 영화 줄거리가 대다수 이적요의 시선으로 따라가다보니 그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건 아닌지 의심되는 무리한 설정도 없진 않다. 하지만 이는 강 언저리를 역행하는 작은 소용돌이일 뿐, 거대한 여운의 흐름을 방해하진 않는다.

2012-04-27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코리아

2012년/한국/127분/스포츠 드라마감독 :문현성출연 : 하지원, 배두나, 한예리, 최윤영개봉일: 2012.05.03. 목. 12세 관람가별점:★★★★★★☆(6.5/8개 만점)'스포츠, 그 각본없는 드라마에 감동을 입히다'.탁구는 중국의 자존심이다. 1970년대 냉전기 미국이 중국이 제일 잘하는 탁구를 매개로 대국의 자존심을 세워주면서 접근, 1979년 미·중 수교를 맺는데 성공하면서 '핑퐁외교'란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1991년 4월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한과 북한은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 단일팀 '코리아'로 출전해 대회 9연패를 노리던 중국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러나 우리는 당시 남북한 단일팀 이후 더이상 만나지 못했다. 영화 '코리아'는 사상 첫 남북단일팀 실화를 소재로 한다. 영화는 우승이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매몰되지 않고 영광의 뒤안길에 묻혀 간과하기 쉬운 이런 냉엄한 현실을 짚어낸다.영화는 익히 보아왔던 남북 선수들의 경기장면 이면에 가려진 46일간의 비하인드를 담았다. 자신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한 팀이 된 남과 북. 서로 다른 말투와 생활방식, 늘 라이벌로 마주했던 남북 선수들에게 하나의 팀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렇듯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뒷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특별한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어색했던 첫 만남 이후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 대한 마음을 열고 마음 속 깊이 동료애를 나누며 한 팀이 되어가는 이들의 모습은 남과 북 그리고 통일에 대한 진중한 울림을 전한다.대한민국 최고의 탁구 스타 '현정화'역에 하지원, 그녀의 라이벌인 북한의 국가대표 '리분희'역에 배두나가 열연을 펼친다. 여기에 박철민, 오정세, 김응수 등 충무로 최고의 명품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신선한 개성을 지닌 최윤영, 한예리, 이종석 등 실력파 신예들이 다채로운 드라마를 엮어간다.영화는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타듯 희비를 교차하며 토너먼트를 하듯 긴장감을 고조시킨다.다만 반복되는 지루한 경기장면과 자세한 캐릭터 설정이 현정화 정도에 그쳐 나머지 조연들의 캐릭터 색깔이 불분명한 점은 아쉽다. 물론 영화 속 의미심장한 명대사들도 눈에 띈다. 특히 단지 잘 사는 나라가 아닌 조국에서 살고 싶다는 리분희의 말은 둔중하게 뇌리를 때린다. 우리가 살고자 하는 나라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야 하는 것임을 시사한다. 우리는 그저 잘 사는 나라를 바라기만 해온 건 아닌지 부끄럽다.

2012-04-19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간기남

2012년/한국/117분/코믹 스릴러감독 :김형준출연 : 박희순, 박시연, 주상욱, 김정태개봉일: 2012.04.11. 수.청소년 관람불가별점:★★★★★(5/8개 만점)'스릴러와 코미디의 불안한 동거 혹은 적과의 동침(?)'.전국 모텔 4만5천여개라는 수치에서 드러나듯 간통은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현상인 만큼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도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이 소재에 금기와 질투 등을 엮으면 격정멜로가 되고, 또 실종 혹은 살인이 결합하면 미스터리 혹은 스릴러가 되기도 한다.본격 성인 오락 영화를 내세운 '간기남'은 '간통'에 '살인'을 섞어 에로틱 스릴러를 빚어냈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를 더 얹었다. 바로 코미디다. 영화는 간통 현장을 덮치러 갔다가 의문의 살인 사건에 휘말리며 유력한 용의자로 누명을 쓴 형사(박희순 분)가 미궁 속으로 빠져버린 살인 미스터리의 진실을 파헤치는 고군분투를 진지 혹은 코믹하게 그려나간다. 단순한 수사극이나 스릴러에 코믹요소를 가미해 관객들의 호기심과 동시에 웃음보를 노린다.그러다보니 다소 억지스러운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살인 누명을 쓰게 된 형사의 결백증명에 감정이입된 관객들은 섹시한 미망인의 묘한 자태와 유혹하는 시선에 어느새 진지한 판단은 뒷전으로 미뤄놓게 되는 묘한 딜레마에 빠져든다. 연출자가 그걸 노렸다면 어느 정도는 성공한 셈이다. 다만 실마리를 찾아가는 스토리 전개과정마저 에로틱한 분위기에 홀린 듯 얼렁뚱땅 이해하길 바란다면 그건 좀 무리수다. 오히려 관객들은 도대체 어느게 진실인지 의심만 더 커지게 돼 혼란스럽다. 또 주상욱, 김정태, 이한위, 이광수 등 개성파 조연들이 진지한 상황에서 펼치는 예상치 못한 코믹 연기는 나름 성인코미디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렇지만 진지해야 할 분위기에서 퉁명스레 튀어나오는 코믹한 대사들은 언밸런스다. 베테랑 조연들이 신들린듯 쏟아내는 애드리브는 시츄에이션 코미디론 쓸만하지만 유효웃음은 단지 그 장면에 한정된다. 전체적인 맥락으로 어우러지지 못한 코미디와 스릴러는 온탕과 냉탕을 수시로 오가듯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들 뿐이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즐겁다. 다소 억지스럽더라도 이런 실험들이 많아질때 한국영화의 미래가 더욱 풍성해지는 것아닐까.

2012-04-13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헝거게임:판엠의 불꽃

'세상에 예외없는 법칙은 없다'. 전세계 2천600만을 열광시킨 수잔 콜린스의 베스트셀러 원작 '헝거게임'이 스크린에 부활했다. 총 세 권으로 구성된 원작이 4부작의 영화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1편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은 독재국가 '판엠'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생존 전쟁인 '헝거게임'에 던져진 주인공 '캣니스'(제니퍼 로렌스)가 세상의 룰을 바꾸어가며 벌이는 운명과 목숨을 건 결전, 그리고 그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거대한 혁명의 도화선이 그려진다.2012년/미국/142분/판타지 드라마감독 :게리 로스출연 : 제니퍼 로렌스, 조쉬 허처슨, 리암 헴스워스, 엘리자베스 뱅크스개봉일: 2012.04.05. 목. 15세 관람가별점:★★★★★★☆(6.5/8개 만점)'헝거게임'은 독재국가 '판엠'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제도로 일년에 한 번, 12개의 각 구역에서 추첨을 통해 선발된 24명이 벌이는 생존 전쟁. 전 과정이 24시간 생중계되며 판엠 국가 12지역의 모든 이들이 이 경기를 의무적으로 시청해야 한다. 그리고 헝거게임 속 모든 현장들은 바로 독재국가 '판엠'이 선택한 게임메이커들에 의해서 완벽히 컨트롤된다.이런 완벽한 통제하에 진행되던 헝거게임은 주인공 '캣니스'가 동생을 위해 자원하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변 환경을 활용해 무기를 만들거나 살아남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간다. 여기에 생중계된다는 점을 역이용해 적극적으로 자신을 연출해내며 보는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낸다. 아무리 튼튼한 댐이라도 작은 균열 하나가 붕괴로 이어지듯 예기치 않게 룰을 바꿔나가는 캣니스의 모습은 완전히 통제된 사회 안에 갇혀 살아온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된다.사실 '헝거게임'은 판타지 영화치고는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진 않는다. 하지만 주어진 요소들을 최대한 극대화시켜 드라마 속에 녹여내는 잘 짜인 구조는 매력이 충분하다. 화려한 볼거리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규모있고 내실있게 블록버스터 요소들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소수만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독재국가에 일침을 놓는 캣니스의 몸짓 하나하나는 보는 이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안겨준다. 또 기존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트와일라잇' 등 판타지 대작들과 달리 한 편 자체로 이야기가 완결된다. 다만 판타지 대작을 기대한 팬이라면 너무 쉽게 바뀌는 빈약한 룰과 아기자기한 스타일은 다소 아쉬울 것 같다.

2012-04-05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시체가 돌아왔다

2012년/한국/110분/코믹드라마감독 :우선호출연 : 이범수, 류승범, 김옥빈개봉일: 2012.03.29. 목. 15세 관람가별점:★★★★★☆(5.5/8개 만점)"인생 뭐 있나, 그저 한바탕 소동일 뿐."영화는 '인생은 한방'이라는 명제에 충실한 이들이 벌이는 기상천외한 범죄 사기극이다. 서로 다른 목적으로 하나의 시체를 차지하려는 이들의 치열하지만 어쩌면 자신의 욕심을 챙기기 위해 쪼잔한 쟁탈전을 그려가고 있다.시체 탈취를 공모한 연구원 '현철'(이범수)과 행동파 '동화'(김옥빈) 앞에 갑자기 등장한 '진오'(류승범) 등 톡톡 튀는 강한 개성으로 무장한 주요 캐릭터들의 등장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처음 시체를 훔치려는 2인의 범죄극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인물들의 깜짝 등장과 배후가 드러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점입가경 구조로 뻗어나간다. 영화는 상영 내내 곳곳에서 예측불허로 터지는 웃음지뢰로 지루해할 틈없이 관객을 유쾌하게 만든다.물론 이는 할리우드의 치밀한 진지함에 지친 사람들에게 허술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 크게 어필하기 때문. '진지 범수'와 '무대포 동화'의 환상콤비도 볼 만하지만 특히 똘끼 충만한 류승범이 자신의 평소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듯 쏟아내는 신들린 연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류승범이 극중 뱉어내는 대사들은 사람을 가지고 노는 듯하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면 말이 된다 싶을 정도로 흡입력이 있다. 따라서 류승범의 대사는 관객의 배꼽을 쥐락펴락하는 놓치면 안될 중요한 웃음 포인트다. 또한 여기에 탄탄한 연기력으로 무장한 개성파 조연들 정만식, 신정근, 고창석, 오정세, 유다인 등이 총출동해 영화의 허점이 보일 만한 곳곳에 투입돼 쉴새없이 관객을 몰아간다.무한경쟁 속에서 개인들의 엇갈린 욕망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히고 설켜 사회를 구성해가듯 영화 속 캐릭터들의 연대와 배신은 보는 내내 흥미진진한 한 판 소동극을 이끌어가는 큰 힘이다.

2012-03-29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별이 빛나는 밤

2011년/대만·중국·홍콩/98분/드라마감독:린슈유출연:서교, 임휘민, 유약영, 유징경, 계륜미개봉일:2012.04.05. 목. 전체관람가별점:★★★★★★(6/8개 만점)어린 시절 누구나 퍼즐을 맞춰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다양한 만화캐릭터나 그림들을 한조각 한조각 맞춰가며 탄성을 지르던 순간의 추억. 우리에게 익숙한 직소퍼즐 (JIGSAW-PUZZLE)은 1761년 영국 지도 전문가 스필버리에 의해 처음 고안됐다. 당시 그는 지도 한 장을 딱딱한 나무에 붙인 후, '직소'라는 목재용 실톱으로 각 나라의 국경을 따라 잘라 독특한 지도를 만들어 아이들이 자기가 사는 지역을 공부할 수 있게 했다. 이것이 서서히 퍼져 요즘은 각종 명화를 배경으로 퍼즐은 천 조각 이상의 고난이도를 요구해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즐기고 있다. 대만 감독 린슈유는 이 직소퍼즐을 통해 환경, 감성, 신체 모든 것이 불완전한 13살 소녀가 조금씩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2007년 디스커버리 채널의 '대만 인물지'에서 뛰어난 인물 6인 중 한 명으로 꼽힌 동화작가 지미 리아오의 작품을 원작으로 깔끔하고 아름다운 영상미를 뽐낸다. 종이접기 인형, 목각인형, 직소퍼즐 등 참신한 소재들을 활용, 소년 소녀의 방황을 아기자기하게 그려내고 있다.사춘기에 들어서는 나이, 자기를 둘러싼 모든 것이 힘들고 어렵기만한 그 시절을 떠올려 보자. 누구보다 외롭고 가장 힘들었던 그런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지금 돌아보면 애벌레가 누에고치를 만들 듯 성장통을 겪으며 완전한 나비로 변해가는 통과의례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그 시절이 그리워지게 된다.영화 주인공은 대만의 국민 '귀요미' 커플 서교와 임휘민이다. 특히 여주인공 샤오메이 역의 서교는 'CJ7-장강7호'에서 1만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성치 아들로 출연한 바 있어 눈길을 모은다. 선머슴 같던 모습을 더 이상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어여쁜 소녀로 돌아온 서교의 변신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또 소년 저우 위지에는 5개월의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신예 임휘민이 맡아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출한다.꽃피는 춘사월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거나 경험하게 될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시절로 마법 같은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2012-03-23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언터처블:1%의 우정(Untouchable)

2012년/프랑스/112분/코믹 드라마감독 :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토레다노출연 : 프랑수아 클루제, 오마 사이개봉일: 2012.03.22. 목.별점:★★★★★★(6/8개 만점)'삶이 힘겨울 때 필요한건 뭐? 바로 유머(humor)!'. 농담이라고 다같은 농담은 아니다. 농담은 그저 웃자고 만들어낸 말이다. 하지만 유머는 때로 삶의 활력소가 될뿐 아니라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기도 한다. 유머는 듣는 사람의 기분을 한없이 즐겁게 만드는 한편 상대에게 자신을 이해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유머의 소재가 설사 상대방일지라도 거기에는 상대를 이해하려는 최소한의 배려가 깔려 상대는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 유쾌하게 소통하는 적절한 방법으로 작용한다.영화 '언터처블:1%의 우정'은 이런 유머에 초점을 맞춘다.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는 건 배려하는 흉내를 내는게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진실한 유머라고 말이다. 영화 원제 언터처블(UNTOUCHABLE)은 고대 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유래된 단어인 '불가촉천민'의 의미를 따온 것이다. 카스트 제도에 브라만·크샤트리아·바이샤·수드라 등 4 계급이 있지만, 불가촉천민은 그마저도 속하지 못한 제5의 가장 하층 계급을 의미한다. 극중 흑인 '드리스'의 환경을 빗댄 것이기도 하지만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소중한 우정을 상징하기도 한다. 물론 현대사회는 옛날처럼 계급 사회는 아니다. 그렇지만 엄연히 직업 혹은 재산, 교양 유무에 따라 사람들을 암묵적으로 구분짓는다. 최고급 자동차가 6대인 상류층 귀족 필립과 부양할 동생만 6명인 빈민촌 출신 드리스는 말 그대로 딴 세상 사람이다.베를리오즈라는 이름이 한 명에게는 유명 작곡가이지만 다른 쪽에서는 임대 아파트라는 비유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이런 극과 극의 존재에게 서로 우정이 쌓일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하지만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해프닝을 유쾌한 유머로 승화시키며 극 전체를 느슨하지 않게 잘 조율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우정이 실화라는 사실에 관객은 더욱 몰입하게 된다. 여기에 극과 극을 오가는 다채로운 음악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로큰롤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And Fire)' 음악부터 '사계'를 비롯한 주옥같은 클래식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2012-03-15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화차(火車·Helpless)

2012년/한국/117분/미스터리 드라마감독 :변영주출연 : 이선균, 김민희개봉일: 2012.03.08. 목.별점:★★★★★★(6/8개 만점)'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가?' 유교 사상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대가족 제도를 지켜온 대한민국은 빠른 산업화로 인해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어왔다. 어느새 우리 사회는 핵가족 시대를 넘어 나노가족 시대를 맞고 있다. 서울시민 중 네 가구당 한 가구는 1인가구라는 통계가 이를 방증한다. 이는 지난 30년간 10배 이상 증가해 온 수치라니 더욱 놀랍다. 사람들에 치이는 도시에서 이웃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의 안부조차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어졌다. 이런 빈 틈을 타고 예전에는 볼 수 없던 각종 병리현상들이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게 현재 우리 사회의 일면이다.일본 '미스터리의 여왕'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 소설 원작인 이 영화는 1992년의 일본이 아닌 2000년대 한국사회로 무대를 옮겼다. 하지만 전혀 낯설지 않고 익숙하다. '발레 교습소' 이후 세 번째 장편영화로 7년 만에 돌아온 변영주 감독은 섬세한 카리스마로 미스터리라는 외피를 통해 '인간 소외'라는 현대사회의 병폐를 은연중에 드러낸다. 결혼을 한 달 앞두고 시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던 중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사라진 약혼녀를 찾아나선 남자와 전직 형사, 그리고 그녀의 모든 것이 가짜였다는 걸 알게 된 후 드러나는 충격적 진실을 쫓아간다.영화는 정공법으로 동시대를 사는 우리와 이웃의 모습을 투영한다. '어느 날 내가 사라졌는데 아무도 모른다면'이라는 현실적인 가정만으로도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전율로 다가온다. 우리가 외면하고 있지만 부정할 수 없는 바로 나나 우리 이웃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공포감은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을 풀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싸우고 찌르고 난도질하는 미스터리물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것을 기대한다면 후반부 다소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간극에 감독의 의도가 숨어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주변을 돌아보기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최고의 로맨티스트 이선균은 섬세한 감정연기를 선보인다. 또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로 백상 최우수 연기상을 받으며 차세대 배우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김민희는 심장을 쥐락펴락하는 파격적인 변신으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2012-03-09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러브픽션

2012년/한국/121분/코믹로맨스감독 :전계수출연 : 하정우, 공효진개봉일: 2012.02.29. 수.별점:★★★★★★☆(6.5/8개 만점)'남자들의 사랑은 모두다 허구(?)'.이 영화는 전형적인 로맨틱코미디는 절대 아니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던' 운명적인 로맨스가 아니라 '누구나 한번쯤 고민했던' 생활속 사랑을 현실적으로 파고든다. 관객에게 '당신의 연애는 어떠한가'라는 질문을 던진 감독은 두세 차례 반복되는 '사람은 평생동안 오해를 해명하다 쓸쓸히 죽어간다'는 자신의 경험을 농축시킨 대사를 독백처럼 읊조린다. 사랑에 관해 남자들이 품을 법한 달콤 쌉싸래한 몽상과 오해를 코믹한 터치로 그려낸 블랙코미디는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게 하는 묘한 끌림이 있다. 영화에선 보통 로맨틱코미디 하면 떠올리는 멋지고 예쁜 비주얼, 보기만 해도 훈훈해지는 남녀배우들이 펼치는 아기자기한 연애의 모습은 보기 힘들다. 하지만 나름의 인간적인 매력을 풍기는 연기파 배우 하정우와 공효진이 벌이는 리얼한 생활 로맨스는 오히려 공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영화는 남자 주인공 1인칭 시점으로 소설가 구주월(하정우)을 내세운다. 그가 사랑에 빠지면서 판타지와 현실의 크나큰 간극에서 방황하는 모습은 우리네 평범한 삶과 맞닿아있다. 자신이 꿈꾸던 이상형을 만나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때론 귀엽게, 때론 바보처럼 올인하는 전반전에 이어 사랑이 식어가며 마치 다른 사람이 된듯 서로 가시돋친 말로 상처를 주고받는 후반전까지의 리얼한 과정은 무척이나 친숙하다. 그렇다고 영화가 지루한 건 아니다. 남자 주인공이 소설가답게 촌스럽지만 마음에 쏙쏙 와닿는 문어체 대사와 내레이션은 약간 어색한 듯하지만 한편 흥미롭다. 일반 구어체 대사보다 연극같은 문어체 대사들이 더욱 귀에 착착 감기는 묘한 경험에 빠져들게 한다. 또 '시크릿 가든'의 인상적인 '박상무' 역 등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 이병준이 구주월의 자아가 반영된 연애코치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쑥불쑥 등장하는 장면은 연극 속 멀티맨을 떠올리게 하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2012-03-01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20세기 최고의 연인 마릴린 먼로가 돌아왔다'. 지금까지 전설로 남은 세기의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의 리얼 로맨스를 다룬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은 그녀가 사망한 지 딱 50년이 되는 해에 개봉해 관심을 모은다. 영화는 마릴린의 화려했던 일생 중 아주 짧은 기간을 통해 그녀를 추억해본다. 2011년/영국·미국/99분/드라마감독 :사이먼 커티스출연 : 미셸 윌리엄스, 에디 레드메인개봉일: 2012.02.29. 수.별점:★★★★★★(6/8개 만점)실화에 토대를 둔 영화 '왕자와 무희'의 촬영을 위해 영국에 방문한 마릴린 먼로가 촬영장에서 만난 조감독 '콜린'과 함께 한 비밀스러웠던 일주일을 다룬다. 당시 전 세계가 사랑했던 세기의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의 전성기 중 알려지지 않았던 비밀 로맨스라는 소재만으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영화는 화려한 쇼비즈니스 이면에 가려진 여배우의 또다른 면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마릴린 먼로는 관능적인 몸매와 애교 넘치는 목소리, 개성 있는 노래와 춤으로 1950년대 중반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전 세계적인 큰 사랑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연기와 고정된 이미지에 대한 부담감은 그녀를 강하게 짓눌렀다. 게다가 영화감독이자 주연 배우였던 로렌스 올리비에와의 잦은 트러블과 언론과 대중의 과도한 관심은 그녀에게 스트레스를 줬다. 그런 와중에 만난 순수한 청년 조감독 콜린은 그녀를 한 여자로 봐주고 자신안에 갇혀있던 그녀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모든걸 다 가졌으나 순수한 사랑을 얻지 못한 최고의 여배우와 한 청년의 단순한 만남은 우리가 그녀에게 품은 조작된 이미지의 편견을 부끄럽게 만든다.스칼렛 요한슨, 에이미 아담스 등 쟁쟁한 여배우들을 물리치고 영화 주인공을 맡은 미셸 윌리엄스는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완벽한 마릴린으로 환생했다. 시카고 비평가협회, 보스턴 비평가협회 등 전미 9개 비평가협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까지 휩쓴 그녀는 아카데미마저 노리고 있다.여기에 영국 대표 배우들이 총출동해 영화계 뒷모습에 무게감을 더한다.

2012-02-23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 우먼 인 블랙

2012년/영국/95분/공포 감독 :제임스 왓킨스 출연 : 다니엘 래드클리프, 시아란 힌즈, 자넷 맥티어 개봉일: 2012.02.16. 목. 15세 관람가 별점:★★★★☆(4.5/8개 만점)'기괴한 고택, 호기심 가득한 그의 눈빛만 형형하게 빛난다'.미스터리 공포 영화를 표방하는 이 영화 '우먼 인 블랙'의 플롯은 참 단순하다. 아니 그러다 못해 그래서 어쩌라구 하는 한숨을 자아내게 한다.죽은 여인의 유서를 정리하기 위해 변호사 아서 킵스(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안개로 뒤덮인 낯선 마을을 방문한다. 외딴 마을의 텅 빈 저택을 찾아나선 아서를 마을 사람들은 이방인이란 이유로 피한다. 그러던 중 아이들이 하나 둘씩 사고로 죽기 시작하고, 마을 사람들은 아서에게 무조건 마을을 떠날 것을 요구한다. 그렇지만 아내와 사별하며 얻은 아들 조셉을 양육하기 위해서 아서는 이번 일을 꼭 해내야 하는 처지. 마을 사람들이 접근조차 꺼리는 데다 썰물 때에만 길이 열리는 음산한 저택에서 일을 시작한 아서 앞에 자꾸만 나타나는 검은 옷의 여인은 누구인가. 마을의 미스터리는 점점 더 미궁에 빠진다.스토리 뼈대만 봐도 호기심을 자아내기에는 충분하다. 관객은 일단 정체모를 검은 옷의 여인, 그녀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마을에 자꾸 이상한 일이 생길까 하는 궁금증으로 영화를 접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는 과정이 너무나 평탄하다. 아서의 눈을 통해 책을 읽어 내려가듯 평이하게 드러나는 사건의 전말은 너무 쉽게 풀려간다. 어쩌면 마지막 반전을 노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의외의 결말은 사람을 아연실색하게 만든다.이번 영화는 10여년간 해리 포터로 강한 인상을 남긴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본격 성인 연기 도전으로 관심을 모은다. 그동안 아역배우 이미지를 벗기 위해 그는 연극 무대에서 누드 연기에 도전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수염과 구레나룻으로 성숙미를 풍기며 빅토리아 시대 풍의 수트 의상으로 외적인 변신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2012-02-16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아티스트(The Artist)

2012년/미국·프랑스/100분/드라마감독 :미셀 하자나비시우스출연 : 장 뒤자르댕, 베레니스 베조, 존 굿맨, 제임스 크롬웰개봉일: 2012.02.16. 목. 12세 관람가별점:★★★★★★★☆(7.5/8개 만점)'영화, 기본으로 돌아가라'. 태초에 영화가 있었다. 거기에는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은커녕 멋들어진 대사 한 마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단지 이야기와 배경음악만으로도 보는 이들의 가슴 속 깊은 곳에 감동의 회오리가 솟구쳤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로 3D를 넘어 최첨단 4D까지 등장하는 시대, 영화 '아티스트'는 무성영화 시대에 대한 오마주 차원을 넘어서는 새로운 해석을 보여준다. 영화의 기본인 스토리 텔링의 중요성을 새삼 되짚으며 맞닥뜨린 흑백 무성영화의 재발견은 놀랍다. 대사 한마디 볼 수 없는 영화에서 관객은 어느새 이야기에 함께 참여하는 묘한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스크린에 완벽 재현된 1920~30년대 헐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대사 한마디 그리고 내밀한 자막 없이도 단조롭지 않다. 거기엔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따라 자연스레 흐르는 음악이 있기 때문. 과잉된 빠른 대사가 감정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고 오히려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흡입력이 새삼스럽게 전율로 다가온다. 오히려 배우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되는 영화보기의 근본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랄까. 1920년대 말 할리우드의 관객들이 경험했던 무성영화의 분위기는 물론이고 그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단조로운 스토리 텔링 중간중간 적절히 배합된 위트에 관객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진다.이야기는 출연하는 영화마다 흥행을 이어가던 할리우드 무성영화 최고의 스타 조지와 그의 팬으로 그를 운명적으로 만나 여배우의 길을 걷게 된 페피의 엇갈린 러브 스토리다. 무성영화 시대가 끝나고 유성영화가 등장하면서 졸지에 설 자리를 잃게 된 조지와 라이징 스타로 떠오르는 페피, 시대와 사랑을 절묘하게 교차시켰지만 주요 인물들에게 집중 투영된 구성은 오히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조지 역의 장 뒤자르댕(Jean Dujardin)은 막 고전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다. 영화 내내 그의 목소리를 듣기를 고대했던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 있겠다. 또 조지의 단짝이자 동반자 강아지 어기(Uggie)의 애교도 극의 재미를 살리고 있다. 한편 지난해 칸영화제 남우주연상과 타임지 선정 최고의 영화로 뽑힌 '아티스트'는 올해 골든글로브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등 최다 부문 수상에 이어 이달 말 2012 아카데미에도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2012-02-10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2012년/한국/133분/범죄 드라마감독 : 윤종빈출연 : 최민식, 하정우, 조진웅, 김성균개봉일: 2012.02.02. 목. 청소년 관람 불가별점:★★★★★★☆(6.5/8개 만점)'당신의 아버지는 안녕하십니까'.박정희 사후 잠시 '서울의 봄'을 맞았지만 이내 또다른 군사정권이 들어서며 암울했던 시기, 1980년대 그리고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역동의 1990년대. 당시 편법과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상전벽해(?)의 시대, 우리 아버지들은 그 지난한 시간들을 어떻게 버텨왔을까.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는 바로 이 시점에 메스를 들이댄다. 감독은 당시를 '자기 신념을 위해 열심히 살아간 꼰대의 시대, 그래서 더 연민이 가는 시대'라고 평가하며 당시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크고작은 비리가 하루가 다르게 들끓었던 부산세관 공무원으로 3남매의 아버지인 최익현(최민식 분). 세관에서 일하던 그는 어느날 청천벽력같은 해고를 당하게 되면서 새로운 살길을 모색하기에 이른다. 뼈대있는 경주 최씨라는 자부심만 남은 그는 운명적으로 조우하게 된 건달 최형배(하정우 분)가 같은 집안 사람이란 걸 알게 되면서 그의 일을 돕게 된다. 그리고 조직일을 함께 기획하고 넓혀가던 그는 일명 건달도 일반인도 아닌 '반달'로 악착같이 자신의 입지를 굳혀간다. 그리고 노태우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난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최형배의 신임을 얻게 된 그는 새로운 야망을 꿈꾸게 된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점차 안하무인하게 되는 그의 태도로 인해 창창가도는 위기를 맞게 된다.최민식은 이번 영화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물오른 연기력을 분출시키고 있다. '올드보이'(2003년)와 '친절한 금자씨'(2005년)에서 강렬한 연기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은 뒤 잠시 주춤했던 그의 연기 인생에 다시 한번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또 지난 2005년 하정우와 함께 찍은 졸업작품 '용서받지 못한 자'로 단숨에 평단에 눈도장을 쾅 찍은 윤종빈 감독은 '비스티 보이즈(2008년)' 이후 다시 한번 하정우와 손을 잡으며 자신의 '페르소나'임을 입증했다. 그리고 2인자 김판호(조진웅 분)와 하정우의 오른팔 박창우역의 신인 김성균 등도 빼어난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더욱 풍성하게 뒷받침한다.한국형 대부(Godfather)를 보는 듯한 영화는 아버지들에 대한 연민이 가득하다. 그리고 시대는 변해도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마지막 장면의 둔중한 울림은 열린 결말로 짧은 여운을 준다. 하지만 더 깊이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듯 서둘러 끝내버린 결말은 다소 아쉽다.

2012-02-02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파파

2012년/한국/118분/코미디감독 : 한지승출연 : 박용우, 고아라, 심혜진, 다니엘 헤니개봉일: 2012.02.01. 수. 12세 관람가별점:★★★★★☆(5.5/8개 만점)인종을 아우르는 글로벌 가족이 탄생했다'.단일민족을 자랑하던 대한민국도 이제는 어느새 다문화 국가다. 이제는 국제결혼을 통해 국내에서 다양한 인종의 가족들을 만나는 게 흔한 일이 됐다. 영화 '파파'에선 이런 다문화 가정의 집약판이라 할 수 있는 글로벌 다인종 가족이 등장한다. 어느새 혈연을 나눈 사람들간에도 점점 보기 힘들어지는 따스한 가족애의 실마리를 선사한다. 일종의 대안 가족인 그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묻고 있다.'파파'는 시민권이 필요한 한국 가요계의 미다스 손이었던 전직 매니저 춘섭과 시민권을 위해 법적 보호자가 필요한 6남매가 생존을 위해 가족으로 뭉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미국 애틀랜타를 배경으로 그린다. 까칠한 한국계 첫째 딸 준, 100㎏에 육박하는 흑인계 둘째 아들, 이슬람계의 시니컬한 얼음소녀 셋째, 백인계 쌍둥이 아들 둘, 히스패닉계 핑크공주 막내 여섯째까지 피부색도 제 각각인 데다 말까지 통하지 않는 그들과 춘섭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다소 황당무계하지만 나름 '가족의 탄생'을 이끈 영화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공감과 소통의 끈을 찾아가는 파란만장한 과정이 코믹하고 유쾌한 리듬으로 경쾌하게 펼쳐진다. 영화는 설정만큼 다채로운 장르를 오간다. 시추에이션 코미디는 물론 뮤지컬, 로드무비 등을 거쳐 성장 드라마까지 영역을 넓혀간다. 첫째딸 준과 춘섭이 집안의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사이 6남매들은 피부색만큼 제각각 독특한 개성이 충돌하며 잔재미를 일궈내고 있다. 한류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한국말을 익힌 흑인 고든과 언제 어디서든 랩으로 어리광을 부리는 쌍둥이 형제 등 다양한 캐릭터로 영화는 지루할 새가 없다. 여기에 오랜만에 얼굴을 비치는 고아라의 연기변신도 눈부시다. 춤과 노래는 물론 영어대사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어려운 감정 연기까지 당차게 보여준다. 앞서 개봉한 영화 '페이스 메이커'에서 조연으로 당당하게 컴백한 고아라는 '파파'를 통해 스크린을 이어갈 차세대 여배우로서의 풍모를 풍긴다. 박용우는 '달콤 살벌한 연인'(2006년) 이후 오랜만에 진지함을 벗은 코믹하고 인간적인 매력으로 진정성을 보여준다.그러나 영화는 여러 장르를 넘나들다보니 유치한 면도 많고 메시지가 주는 단조로움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또한 스토리를 위해 확대할 수 있는 조연들의 매력을 최소한으로 줄인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2012-01-26 이준배
  • 강원일보
  • 경남신문
  • 광주일보
  • 대전일보
  • 매일신문
  • 부산일보
  • 전북일보
  • 제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