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미시네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댄싱퀸

2012년/한국/124분/코믹 드라마감독 : 이석훈출연 : 황정민, 엄정화, 정성화개봉일: 2012.1.18. 수. 12세 관람가별점:★★★★★☆(5.5/8개 만점)'꿈꾸는 인생은 언제나 아름답다(?)'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은 서바이벌 오디션 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다. '슈퍼스타K3', '스타오디션-위대한 도전', '나는 가수다' 등 가수의 꿈을 키우거나 기성 가수들이 겨루는 무대는 기본이고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도전 수퍼모델', 아나운서 공개채용 '신입사원', '코리아 갓 탤런트', '톱밴드', 연기자를 뽑는 '기적의 오디션', '오페라 스타',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 '불후의 명곡2', '댄싱 위드 더 스타', '휴먼 서바이벌 도전자' 등 다방면에 걸쳐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이런 프로그램들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꿈을 잃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현실에서 접하기 힘든 희망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영화 '댄싱퀸'도 반복되는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가슴 뛰는 삶을 일궈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런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에 있다. 영화는 어쩌다 보니 서울시장후보가 된 황정민과 우연히 댄스가수가 될 기회를 얻은 왕년의 신촌 마돈나 엄정화의 꿈을 향한 다이내믹한 이중생활을 다룬다. 영화 속 황정민과 엄정화는 평생 바라던 꿈을 이룰 단 한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나선다. 일상에 찌든 두 주인공이 서울시장후보와 댄스가수가 되기 위해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한번은 품었을 만한 가슴 속 꿈을 되살려준다. 현실의 벽을 핑계삼아 꿈에 대한 도전을 미루기 일쑤인 현대인들에게 이런 유쾌한 두 사람의 모습은 '포기하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두 축을 이루는 연기파 배우 황정민과 원조 만능 엔터테이너 엄정화의 넉살 연기도 물흐르듯 자연스럽다. 어둡고 진지한 역할을 맡던 황정민은 연기사상 처음으로 12세 관람가 영화 도전으로 새로운 코믹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여기에 노래, 춤, 연기 등 분야를 넘나드는 만능 엔터테이너 엄정화도 평범한 주부와 화려한 댄싱퀸을 리얼하게 오간다. 특히 이들 두 배우는 자신의 이름 그대로 나와 캐릭터에 녹아든다.뿐만 아니라 주연 뒤에 '약방의 감초' 이한위, 정성화, 라미란 등 명품 조연들이 웃음제조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 영화를 꽉 채운다. London Boys의 'Harlem desire', 김완선의 '리듬속의 그 춤을' 등 90년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노래와 엄정화의 'Call my name' 등은 보너스다.

2012-01-12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다크 아워(The Darkest Hour·2011)

2011년/미국/89분/SF 스릴러감독 : 크리스 고락출연 : 에밀 허쉬, 올리비아 썰비, 조엘 키나먼개봉일: 2012.1.5. 목. 12세 관람가별점:★★★★★(5/8개 만점)'낯선 곳에서 갑작스레 외계인의 습격을 받게 된다면'.갑작스런 정전으로 온 도시가 일시에 칠흑 같이 변한다. 거리로 몰려나온 사람들의 머리 위에는 정체모를 미스터리한 해파리모양의 발광체들이 눈이 오는 것처럼 수없이 땅으로 떨어진다. 이와 함께 세계 곳곳에서는 각종 기계들의 기이한 오작동이 속출한다. 황홀한 광경에 넋이 빠진 사람들. 그러나 외계 물체와 접촉하는 순간 사람은 잿가루로 변해버린다. 이후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이리저리 도망치기에 급급하다.영화 '다크 아워'는 '인디펜던스 데이' 같이 외계인 침략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이런 가정에서 시작하는 영화 '다크 아워'는 여행 중 맞닥뜨린 갑작스런 재난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처절한 사투라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원티드'와 '나이트 워치'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흥행성과 감각적인 영상으로 명성을 얻은 티무르 베크맘베토브의 상상력이 독특한 SF 스릴러를 만들어냈다.기존 SF장르 블록버스터들이 외계 생명체의 습격과 이를 막아내기 위한 싸움에 집중한다. 그런데 이 영화, 미스터리한 외계인의 존재와 어둠의 공포가 스릴을 극대화시켜 SF지만 공포영화처럼 거대한 적에게 죽지 않기 위해 버티는 일종의 서바이벌 형식으로 그려진다.SF장르는 특성상 특수효과를 통해 거대한 스케일과 대결 구도라는 거대한 망원렌즈에 초점을 맞춰 다채로운 볼거리로 관객들을 압도하려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컴퓨터그래픽의 화려함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범위를 좁혀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캐릭터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이 나온다고 하지 않는가. 캐릭터 중심으로 극적인 요소가 많아 보는 이들은 자기가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 상상하게 만드는 화두를 던진다. 그렇다보니 영화 전편에는 공포, 서스펜스, 흥분 등 온갖 감정이 흘러 넘친다.또한 러시아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외계인을 피해 배우들이 누비는 곳은 모두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붉은 광장, 굼 백화점, 대주교 다리, 구세주 성당 등 항상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모스크바의 유명 건물들을 스크린을 통해 고즈넉하게 배회하는 재미도 쏠쏠하다.다만 영화 홍보 자체는 리얼 3D를 내세우고 있는 반면 언론시사에서는 2D로 상영해 생생한 입체감이 어떨지는 미지수다./이준배기자

2012-01-05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내가 사는 피부 (La Piel Que Habito)

2011년/스페인/117분/드라마감독 : 페드로 알모도바르출연 : 안토니오 반데라스, 엘레나 아나야개봉일: 2011.12.29. 목. 청소년 관람 불가별점:★★★★★★(6/8개 만점)'사필귀정(事必歸正),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내면의 이야기'.기존 모든 고정관념을 깨뜨려오는 도발적인 이야기로 우리에게 충격을 줬던 알모도바르가 새로운 영화를 들고 나왔다. 엽기적인 스릴러라 불리는 프랑스 미스터리 스릴러 대가 티에리 종케의 소설 '독거미'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엇나간 가족애로 탄생한 갈라테아와 사랑에 빠져버린 광기의 피그말리온을 그린다.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된 심리학적 기제의 하나로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게 있다. 누군가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나 기대, 예측이 그 대상에게 그대로 실현되는 경향으로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 피그말리온 효과는 배경이 되는 이야기가 있다. 고대 키프로스에 피그말리온이란 왕이 있었다. '지상의 헤파이스토스'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조각가이기도 한 피그말리온은 상아로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운 여인상을 만들었다. 피그말리온은 이 여인상에 갈라테이아라 이름 붙이고 사랑에 빠졌다. 그의 마음을 헤아린 아프로디테는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런데 피그말리온은 잘 알려져있지만 갈라테이아를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어쩌면 이 영화는 아름다운 외면으로만 판단되고 평가되어온 인간이 된 조각 갈라테이아를 이야기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타인과 우리를 구별짓는 가장 최초의 것은 바로 피부다. 피부 색깔로 인종이 결정된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 피부를 바꿨다고 인간의 영혼마저 변하는 것은 아니다. 피부가 다른 것은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한번 바뀐 피부가 유전되듯 한 사람의 인생마저 돌이킬 수 없이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도 있다. 영화가 끝날 때쯤 관객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고전적인 딜레마에 빠져들게 된다.외모지상주의에 성형수술이 유행하는 시대, 감독은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독립인격체로서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당신은 누구인가 말이다.한편 '내가 사는 피부'는 경기·인천 CGV(동수원/오리/인천), 서울(광화문 스폰지하우스·상상마당 시네마·미로스페이스·아트하우스 모모·시네큐브·대한극장·KU 씨네마테끄·CGV(강변/구로/대학로/상암/압구정), 부산(부산국도예술관·부산아트시어터씨앤씨·CGV서면), 광주극장 등에서 만날 수 있다.

2011-12-29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메리와 맥스(Mary and Max)

2009년/오스트레일리아/92분/클레이메이션감독 : 애덤 엘리어트출연 : 토니 콜렛,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개봉일: 2011.12.22. 목. 12세 관람가별점:★★★★★★★(7/8개 만점)'완벽하지 않기에 행복한 건 아닐까'.주변을 돌아보기는커녕 앞만 보고 살기에도 급급한 현대사회.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서 소시민들은 크고작은 아픔과 고난을 치유할 시간조차 허락받지 못한채 힘겹게 삶을 지탱해간다. 그래서일까. 살벌한 현실을 잠시라도 잊고자 영화나 TV속 드라마에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빠져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The End' 자막과 함께 내동댕이 쳐진 각박한 현실에 다시한번 좌절하며 쓴웃음을 짓기 일쑤다.이런 판타지의 부작용을 과감하게 치유할 수 있는 힐링무비가 등장했다. 급변하는 디지털 사회속에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표방하는 '메리와 맥스'는 변치않고 빛나는 보석같은 우정으로 삶을 현실감있게 어루만진다.'메리와 맥스'는 감독 스스로의 체험담을 리얼한 스토리로 영화화했다. 감독이 실제 자신의 20년지기 펜팔 친구를 소재로 한 영화는 세상에서 마주하고 있는 전형적인 약자들의 증언을 통해 간과하기 쉬운 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게 꼬집는다. 오히려 실사 영화보다 더 현실적인 특유의 감성 코드와 순간순간 번뜩이는 위트가 곳곳에서 빛난다. 영화는 현대인의 슬픔과 고독을 꿰뚫어 냈다는 평과 함께 베를린영화제를 비롯 총 7개 영화제에서 각본상과 작품상을 수상했다.영화는 오스트레일리아 8세 소녀 메리가 뉴욕의 아스퍼거 증후군 44세 남자 맥스와 거리와 세월을 초월하며 이어간 22년간의 펜팔을 그린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발달 장애지만 지적으로는 장애가 없는 자폐증의 일종. 알코올 중독에 도벽있는 엄마와 가정에 소홀한 아빠 밑에서 누군가 이야기 상대가 필요했던 메리와, 혼자 살며 TV와 초콜릿이 유일한 낙인 중년의 맥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푸념하듯 털어놓으며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물론 이들의 펜팔은 순탄하지 않다. 너무 다른 처지에 상대를 배려하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은 처절하기까지 하다.보통사람보다 모자란듯 보이지만 자신만의 신념이 있는 맥스는 메리의 실수를 용서하며 명대사를 남긴다. 단순한 말이지만 오만해지기 쉬운 인간의 폐부를 깊숙이 찌른다. "내가 널 용서하는 이유는 넌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야. 하지만 우린 친구는 선택할 수 있어. 넌 나의 최고의 친구고 유일한 친구야."한편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데미안 역의 에릭 바나, 내레이션의 배리 험프리즈 등 명품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2011-12-22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특별공연

2011년/영국/175분/뮤지컬감독 : 캐머런 맥킨토시, 로렌스 코너, 질리안 린출연 : 시에라 보게스, 라민 카림루, 하들리 프레이저개봉일: 2011.12.15. 목. 전체 관람가별점:★★★★★★☆(6.5/8개 만점)'세기를 뛰어넘는 애절한 사랑, 스크린으로 느낀다'.명품 뮤지컬로 불리는 '오페라의 유령'이 올해로 벌써 25주년을 맞았다. 런던 웨스트엔드 최다 공연, 뉴욕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 전세계 1억3천만명 관람 등 수많은 기록을 세운 '오페라의 유령'은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유명한 레퍼토리다. 특히 새로운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귀족 청년 '라울' 그리고 오페라의 유령 '팬텀'의 매혹적인 사랑 이야기를 풀어놓은 뮤지컬로 동명 테마곡 'The Phantom of the Opera'(오페라의 유령)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대중에게 익숙하다.지난 10월 런던 로열 알버트홀에서 펼쳐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탄생 25주년 기념 특별 공연은 전세계에서 모여든 5천500명의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특히 이날 공연은 로열석 기준 45만원(250파운드)이라는 고가에도 불구, 매진 사례를 이뤘을 뿐만 아니라 매진후 티켓거래사이트에서는 무려 120만원(650파운드)에 매매되는 등 세기를 뛰어넘어 식지않는 뜨거운 관심을 재확인했다.이렇듯 뮤지컬 팬이라면 한번은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에 오르는 작품감상을 꿈꾼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반인들이 이런 공연을 경험하는 것은 시간이나 비용면에서 실행하기 힘든 것이 현실. 그래서 이런 뮤지컬 팬들을 위해 스크린으로나마 간접 실현할 수 있도록 배려한 작품이 개봉됐다. 19세기 파리의 오페라 하우스를 재연한 화려한 무대 연출과 라민 카림루, 사에라 보게스, 하들리 프레이저 등 최고의 뮤지컬 배우들의 환상적인 공연을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다. 게다가 수십대의 카메라가 배우들의 섬세한 표정에서부터 숨소리, 땀방울까지 포착해 마치 무대위 배우들과 함께있는듯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 등 뜨거운 열기가 바로 옆에 앉은 것처럼 들려와 생생한 무대를 만끽할 수 있다.여기에 특별공연인 만큼 히든트랙이 압권이다. 공연이 끝난 뒤 커튼콜과 함께 얼굴을 내미는 천재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영원한 크리스틴' 사라 브라이트만, 그리고 역대 '팬텀'을 연기했던 배우들의 하모니까지 스크린을 감격으로 물들이기에 충분하다.한편 '오페라의 유령'은 메가박스(코엑스·센트럴·킨텍스), CGV(영등포·목동·압구정·왕십리·용산·일산·죽전·청담), 롯데(건대·부산·센텀시티·동성로·울산), 대한극장, 천안 야우리 등 전국 18개 상영관에서 개봉했다. 성인 2만원, 청소년 1만8천원.

2011-12-15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결정적 한방

2011년/한국/100분/코믹 드라마감독 : 박중구주연 : 유동근, 윤진서, 김정훈개봉일: 2011.12.07. 수. 15세 관람가별점:★★★★★☆(5.5/8개 만점)'국민이 원하는 정치인,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지다'.인간미 넘치는 대통령의 모습을 익살맞게 보여준 장진 감독의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잇는 사람냄새 나는 정치 소재 영화가 나왔다.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친근하고 인간적인 대통령상을 보여줬다면 이 영화는 자신의 지위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을 섬기는 신개념 열혈 장관의 좌충우돌 국정 도전기를 내세우고 있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정말 이상적인 지도자상으로 관객의 판타지를 만족시켰다. 그러나 스크롤이 마지막까지 올라가는 순간 다시 내던져진 현실의 씁쓸함은 지울 수 없었다. 반면 진지한 정치 소재를 다룬 '결정적 한방'은 코믹한 인물들을 통해 현실에 발을 짚으면서도 하늘을 우러르는 묘한 감동을 준다.특히 극중 다양한 캐릭터들은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청렴결백을 강조하며 민생안정이 최우선인 신임 장관 '한국'(유동근)과 그를 방해하는 부패한 여당 최고위원 '근석'(오광록), 그리고 칼퇴사수 보좌관 '하영'(윤진서)과 한국의 사고뭉치 랩퍼 아들 '수현'(김정훈)까지. 영화는 코믹이나 신파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경계하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나름의 무게중심을 잡아가고 있다.여기에 한국의 부인으로 인자하고 자상한 어머니의 상을 보여주는 차화연, 대통령 역할로 극의 무게감을 더한 송재호와 많지 않은 분량에도 최고의 존재감을 보여준 조성하, 정인기, 이두일 등 연기파 배우들의 참여로 재미와 완성도를 높였다. 또 알아보기 힘들 만큼 볼살이 쪽 빠진 작곡가 주영훈이 엔터테인먼트 대표역을 맡아 카메오로 얼굴을 내밀어 눈길을 끈다.그러나 영화 속 이야기에는 현재 진행형인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이 언뜻 언뜻 엿보인다. 임기 중 국회의 탄핵을 받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몸로비 장자연 사건을 연상케 하는 등 현실과 연관되는 민감한 사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그렇다면 영화 속 대한민국 최초, 민생밀착형 장관 이한국이 선사하는 결정적 한방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정치인들이 매번 사칭하지만 정작 모르고 있는, 아니 알아도 모른 척하고 있을 것 같은 국민들의 진심일 것이다.그런데 이 영화 아쉬움도 크다. 이야기의 흐름이 시간순서대로 역사처럼 흘러가는 점이나 험한 세상을 한없이 순수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맥이 빠진다. 할리우드식 빠른 스타일의 전개나 시간을 뛰어넘는 화려한 편집에 익숙한 관객에겐 옛날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2011-12-08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브레이킹 던 part1

2011년/미국/117분/로맨틱 판타지감독 : 빌 콘돈주연 : 크리스틴 스튜어트, 로버트 패틴슨, 테일러 로트너개봉일 : 2011.11.30. 수. 15세 관람가별점 : ★★★★★(5/8개 만점)'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 드디어 결실(?)'. 전세계 소녀팬들을 열광시킨 최고의 신드롬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대단원의 결말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브레이킹 던 part1'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소녀 벨라와 뱀파이어 에드워드의 결혼식으로 막을 올린다. 그러나 뱀파이어와 인간의 결합은 벨라의 예상치 못한 임신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아주 서서히 전환된다. 너무 빠른 속도로 커가는 태아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아이를 지키려는 벨라와 이를 막으려는 에드워드와 제이콥, 여기에 벨라의 2세를 없애려는 늑대인간 퀼렛족과의 숨막히는 대결에 대한 전조를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불러올 종족간 최대의 위기를 예고하며 막을 내린다.영화에서는 드디어 결혼에 성공한 두 사람이 아름다운 신혼 여행지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초반 40~50분간 길게 이어진다. 그동안 기나긴 갈등과 위험속에 지켜온 사랑이기에 그동안의 고생에 대한 보답인 듯 달콤한 시간을 깔끔한 영상미로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에겐 행복한 시간이 관객에겐 너무 길게 느껴진다. 동화가 그렇듯 해피엔딩은 영화의 마지막편에 잠깐 등장하는 것이 통념이거늘. 이 영화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보다는 아름답지만 너무 평화로워 지루해지기 쉬운 로맨스에 너무 많이 할애했다. 게다가 '브레이킹 던 part1' 참 예고편스럽다. 인간과 뱀파이어의 결합으로 새롭게 잉태되는 '르네즈미'의 탄생과 함께 등장하는 새로운 종족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만으로 한 편이 마무리된다.물론 갈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뱀파이어 에드워드와 늑대인간 제이콥이 벨라가 아이를 낳다 죽는 사태를 막기 위해 힘을 합하는 설정이지만 그동안 으르렁대며 서로 대립각을 보여왔던 그들의 합심은 다소 힘이 빠진다. 게다가 그 두 남자가 모두 있어야 제대로 된 것 같다는 벨라의 소녀적인 감성은 산모가 돼있는 상황에서도 변함없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그리고 그 갈등의 수위가 새 생명의 잉태에 따른 집안 가족 친지간의 말다툼 뿐으로 비쳐지는 게 아쉽다. 집안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더 큰 위기로서 종족간 펼쳐질 거대한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거라면, 또 그런 위험에 대한 경고를 더욱 확대시키려면 좀더 큰 세계에서 새 생명에 대한 관심을 가진다는 설정으로 범위를 확대했다면 좋지 않았나 하는 바람이다.

2011-12-01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특수본

2011년/한국/111분/범죄 액션감독 : 황병국주연 : 엄태웅, 주원, 정진영, 성동일개봉일: 2011.11.24. 목. 15세 관람가별점:★★★★★☆(5.5/8개 만점)'살인의 추억'(2003년)에 이어 탄탄한 구조를 바탕으로 진화된 액션 수사극이 등장했다.그동안 수사물은 범인과 그를 쫓는 형사들과의 치밀한 심리싸움에 초점을 뒀다. 영화 '특수본'은 범죄 수사과정과 치밀한 반전 등 기존 수사물들이 구축한 수사 장르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범인을 추격하며 벌어지는 거친 날것의 액션은 기본이고 여기에 인물간 휴머니즘까지 깊이 있게 녹여낸다.동료경찰이 살해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경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구성, 범인 색출에 총력을 다한다. 그런데 막상 단서를 잡으면 용의자는 사라지고, 이젠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수사망이 좁혀질수록 누군가 한 발 먼저 움직이고, 추적할수록 사건은 점점 더 커지며 옆에 있던 동료 경찰마저 한 명씩 죽어나간다. 게다가 특별수사본부 내부에는 수사를 진행할수록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이 형성되며 분위기가 날로 험악해지기만 한다.이 영화, 기존 형사물에서 익히 보아온 형사와 범인의 단순한 대결 구도가 아니다. 형사 vs 범인은 물론이고 형사 vs 형사, 조직 vs 조직간 대결을 다층적으로 내세워 예측불허로 치닫는다. 사건을 파헤칠수록 점점 밝혀지는 진실 뒤에 숨은 배후세력의 존재, 그리고 더욱더 커다란 위험에 다가가는 두려움으로 인해 긴장감은 커져간다. 새로운 갈등구조로 인해 신선함을 안겨주지만 끝으로 치달을수록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결말로 가는 점은 다소 아쉽다.하지만 '특수본'은 충무로 최고의 연기 드림팀이 모여 나름의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시라노;연애조작단'의 로맨틱 훈남의 매력에 국민 예능 '1박 2일'로 CF 블루칩으로 떠오른 엄태웅. 여기에 중후한 카리스마로 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왕의 남자' 정진영, 충무로 최고의 명품 조연 성동일과 '대세' 김정태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성동일도 비중있는 조연으로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초반 분위기에 인간미를 불어넣고 있다. 여기에 신인으로 국민 드라마로 사랑받은 '제빵왕 김탁구'의 '구마준' 역으로 눈도장을 찍은 주원이 '특수본'의 젊은 피로 합류, 흡사 '강동원'을 연상케 하며 엄태웅과는 다른 포스로 시선을 끈다.

2011-11-24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드라이브(Drive)

2011년/미국/100분/스릴러감독 : 니콜라스 윈딩 레픈주연 : 라이언 고슬링, 캐리 멀리건개봉일 : 2011.11.17. 목. 청소년 관람불가별점 : ★★★★★★☆(6.5/8개 만점)'생경하지만 리얼한 폭력의 이미지가 당신을 엄습한다'.'드라이브'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로는 이례적인 칸의 선택을 받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웰메이드 액션 스릴러다. 라스 폰 트리에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주목 받는 덴마크 출신 감독인 니콜라스 윈딩 레픈은 '드라이브'로 2011년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전세계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젊은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이미 전작 '푸셔' 3부작, '발할라 라이징' 등에서 독창적인 세계를 선보여 스릴러의 귀재로 찬사를 받은 그는 특유의 스릴러적 감성과 정서를 할리우드의 기술력으로 표현했다.'드라이브'는 운전만을 삶의 의미로 두고 조용히 살아가던 한 남자가 비극적 사건에 휘말려 사투를 벌이면서 자신의 숨겨져 있던 냉혹한 본성과 마주하는 내용의 영화다. 낮에는 스턴트맨, 밤에는 범죄집단의 도주를 돕는 등 운전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천부적 감각의 드라이버. 오직 운전만을 삶의 의미로 두고 조용히 살아왔지만 갑작스레 이웃집 여자 아이린이 마음에 들어오면서 냉정한 폭력의 한복판에 뛰어들게 된다.정작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직접적인 폭력의 순간은 길지 않다. 그러나 절도있는 영상을 표현하는 시각적 효과와 긴장감 넘치는 사운드가 결합해 관객은 어느새 두려움이 극대화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한 손에 망치를 든 채 무표정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는 주인공 라이언 고슬링의 표정 속에는 영화 전반에 흐르는 폭력의 긴장감이 그대로 녹아있다. 특히 이 영화의 화려한 특수효과와 약간은 오버스런 동작으로 대변되는 기존 액션의 관습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지금까지 보아오던 낯익은 액션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소 생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정서에 동화된 관객은 오히려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절제된 화면 구성 등을 통해 상실과 배신에 대한 현실의 냉정함에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된다.그리고 영화 속 로맨스도 일반적인 틀에서 벗어나 있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상대를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려는 순애보적 사랑은 바보스럽다는 느낌까지 주지만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캐릭터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으로 작용한다.여기에 복고풍의 일레트로닉과 몽환적인 음악, 감성적인 클래식이 어우러진 매혹적인 사운드, 거기에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방점을 찍어주는 연출은 한시도 영화에서 눈을 떼기 힘들게 만든다.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강렬한 인상은 긴 여운으로 마음에 남을 것이다.

2011-11-17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비기너스(Beginners)

2011년/미국/105분/드라마감독 : 마이크 밀스주연 : 이완 맥그리거, 크리스토퍼 플러머, 멜라니 로랑개봉일: 2011.11.10. 목. 15세 관람가별점:★★★★★☆(5.5/8개 만점)'두려움의 선을 넘는 순간 마법이 시작된다'.'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시작만 하면 일은 돌아가게 돼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실제로 실행할 때 가장 어려운 게 바로 시작임을 방증하는 말이기도 하다.영화 '비기너스'는 바로 이 두려운 변화의 시작을 소재로 삼는다. 어린아이들뿐만 아니라 다 큰 어른들에게도 인생은 쉽지 않다. 뭔가 갑작스러운 변화에 직면하게 될 때 누구나 두려움이 앞서는 법이다. '비기너스'는 이렇게 서툰 어른들이 쌉쌀한 세상 속 인생살이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38세의 일러스트 작가 올리버(이완 맥그리거)는 어느 날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커밍아웃과 맞닥뜨린다. 아내의 죽음으로 44년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아버지 할(크리스토퍼 플러머)은 그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인생을 되찾겠다고 선언한다. 늙은 게이 할은 75세에도 불구,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일들에 도전하며 활기 넘치는 인생을 살아간다. 게다가 연하 애인과의 뜨거운 로맨스까지 펼쳐 아들을 당혹케 한다. 올리버는 이런 아버지가 마뜩지 않지만 아버지의 남은 생이기에 묵묵히 지켜본다. 독신생활에 익숙한 올리버는 어느 날 우연히 파티에서 프랑스 여배우 애나(멜라니 로랑)와 사랑에 빠지면서 깊은 혼란에 빠진다. 자신에게 익숙한 것만 찾고 남에게 구속받기를 싫어하는 올리버에게 자유롭게 뉴욕과 캘리포니아를 오가며 거침없이 살아가는 애나가 조금 버겁다.영화 '비기너스'는 연출을 맡은 마이크 밀스 감독이 자신과 아버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완성한 자전적인 작품. '제2의 우디 앨런'으로 불리는 감독은 아버지의 커밍 아웃과 매력적인 여인과의 사랑을 통해 자신이 느꼈던 감정들을 영화 속에 솔직 담백하게 녹였다. 어른이 되어도 항상 선택이 두려운 남자와 보헤미안을 꿈꾸는 여자, 암 선고 이후 열정을 더욱 불태우는 게이 아빠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는 화려하거나 기복이 크지 않지만 우리 삶을 찬찬히 되짚어 보도록 유도한다. 영화는 관객이 삶에서 어떤 기회가 있었고, 자신이 어떤 선택을 했었는지를 돌아보도록 조언한다.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트랩' 대령으로 잘 알려진 전설의 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75세의 나이에 커밍 아웃을 선언한 뒤 더욱 열정적인 인생을 사는 매력 만점 올드 게이 '할' 역을 맡아 오랜만에 명연기를 선보인다. 여기에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강아지 '아더'가 감초 역할로 웃음을 선사한다. 말은 하지 못하지만 150개의 단어를 이해하는 강아지 '아더'는 올리버 곁을 맴돌며 절대 혼자 있지 않으려고 해프닝을 벌인다. 개의 진지한 눈빛 연기에 매료된 감독은 예정에 없던 자막을 넣어 사람과 대화하는 명장면을 구상했다는 후문이다.

2011-11-10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헬프(The Help)

2011년/미국/146분/드라마감독 : 테이트 테일러주연 : 엠마 스톤, 비올라 데이비스, 옥타비아 스펜서,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제시카 차스테인개봉일: 2011.11.3. 목. 전체 관람가별점:★★★★★★(6/8개 만점)'헬프'는 지난 2009년 출간과 동시에 아마존과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아마존에서 116주, 뉴욕타임스에서 109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랭킹된 캐서린 스토킷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남들과 똑같은 평범한 인생을 살고 싶지 않은 작가 지망생과 가정부 외에 다른 인생은 꿈꿔보지도 못한 흑인 가정부가 편견을 초월한 우정을 통해 '사람은 누구나 친절하고, 똑똑하고, 소중한 사람'이라고 세상을 향해 의미있는 선언을 한다.백인 여자라면 현모양처가 최고의 직업으로 여기던 1960년대 미국 남부의 마을 미시시피 잭슨. 이곳에는 상류층 백인 여성들과 이들의 살림을 책임지는 흑인 가정부라는 상반된 두 가지 계급이 존재한다. 흑인들은 버스에서도 백인과는 구별된 자리에 앉아야 하고 흑인 가정부는 화장실도 같이 쓰지 못할 정도로 분리 정책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시대. 마을 백인부인들의 사교모임 리더 힐리는 이런 논리를는 내세운다. 'Separate but equal'(분리하지만 동등하다). 당시 이중적인 가치관으로 자신들의 정책을 옹호하거나 불의인 줄 알면서도 주장하지 못하는 백인들의 위선적인 모습은 때론 풍자적으로, 때론 애처롭게까지 그려진다.그런데 이곳 일반적 여성들과 달리 남의 시선보다는 자기 주장이 확실하고 솔직담백한 백인여성 '스키터'가 있다. 그녀의 꿈은 저널리스트가 되는 것. 다른 사람들이 아직 건드리지 못한 문제를 찾던 중 자신의 주변에서 가장 가까운 인종차별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아직까지 알지만 말하기조차 힘든 시대 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흑인가정부와 어렵사리 친구가 된 스키터. 스키터가 흑인 가정부들의 인생을 책으로 옮기면서 그들은 서로의 삶에 커다란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세상을 바꾸는 용기 있는 고백을 통한 유쾌한 반란을 꿈꾸는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묻는다. "왜 자꾸 평온한 마음에 문제를 일으키냐"고. 그러자 스키터는 대답한다. "내가 만든 게 아니라 원래부터 문제가 있었어. 단지 우리가 외면하고 덮어뒀을 뿐이야."여기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스키터는 단지 그들의 이야기를 옮기는 중계자일 뿐이다. 오히려 그 글의 주인공은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인종차별 테러의 위험을 무릅쓰고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흑인 가정부 수십명이다. 책은 바로 이런 작은 진실을 모아 하나의 커다란 흐름으로 이어주는 매개로 작용한다.물론 이런 갈등은 당시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다문화시대를 운운하는 작금의 한국 사회에서도 무지로 인한 편견이 횡행하고 있다는 현실을 부정하기 힘들다. 영화는 우리에게 촉구한다. 지금 이 시대에도 단지 자신이 편하다는 이유로 관행처럼 누군가를 차별하고 있으면서 애써 눈을 감고 있는 건 아닌지 주변을 돌아보라고 말이다.

2011-11-03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돼지의 왕

2011년/한국/96분/스릴러 애니메이션감독 : 연상호주연 : 양익준, 오정세, 김혜나, 박희본개봉일: 2011.11.3. 목. 청소년관람불가별점:★★★★★★☆(6.5/8개 만점)'지금까지의 애니메이션은 잊어라'.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최초 잔혹 스릴러를 표방한 '돼지의 왕'은 기존 가족극 위주 애니메이션과는 궤를 달리한다. 첫 장면부터 다소 수위높은 충격적인 살인장면으로 시작되는 이 애니메이션은 상영 내내 폭력적이고 잔인하며 때론 섬뜩하기까지 하다.이 작품은 스스로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의 '아키라'(1988)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재패니메이션 마니아 연상호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 디스토피아를 다룬 허무주의의 결정판이 많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일까. 우리 사회 암울한 속내를 스스럼없이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헤집어놓는 솜씨는 기존 국내 작품들에서는 보지 못했던 해부학실의 청개구리처럼 김이 모락모락나는 신선한 시도로 보인다. 또 현실을 그대로 그림으로 옮겨놓은 듯한 거침없는 표현은 국내 애니메이션의 스펙트럼을 한 뼘은 더 넓힌 것으로 평할 만하다.영화는 사회의 축소판 무대로 중학교를 설정, 사랑받기 위해 사는 개와 잡아먹히기 위해 사육되는 돼지라는 이분법으로 구성원을 나눈다. 돼지와 개로 대변되듯 학창시절, 학교에는 힘을 무기로 아이들을 괴롭히는 부류가 있게 마련이다. 사회에서도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다른 구성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듯 학교에서 이런 관계가 연습되고 재생산된다. 영화에서는 이런 두 개의 세계관으로 속속 재편되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치밀하게 따라간다. 게다가 영화는 나약한 인간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하고 싶은 그들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연상호 감독의 전작인 단편 애니메이션 '사랑의 단백질'(2008)에서 호흡을 맞췄던 독립영화계 스타감독 '똥파리' 양익준과 '퀵'(2011), '쩨쩨한 로맨스'(2010) 등을 통해 개성있는 연기를 선보여 온 배우 오정세가 각각 정종석, 황경민의 목소리를 맡았다. 전문 성우가 아니라 처음에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다소 어색하다. 하지만 리얼한 스토리 전개에 빠져들다 보면 이런 생생한 날 것의 목소리가 만화가 아닌 실사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다만 세상을 아기자기하고 아름답게 그리는 동화적 세계관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어두운 사회의 일면을 기괴하게 묘사한 장면들이 혐오감과 거부감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이런 모습이 전혀 없다고 부정할 수 없는 슬픈 현실은 어찌할 것인가.올해 애니메이션으론 드물게 예고편이 연속 반려되며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소개 당시 온라인 예매가 44초 만에 매진되는 등 이슈를 불러온 이 작품에 애니메이션 마니아층은 어떻게 반응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2011-10-27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트리 오브 라이프 (The Tree of Life)

2011년/미국/137분/음악에세이감독 : 테렌스 맬릭주연 : 브래드 피트, 숀 펜, 제시카 차스테인개봉일: 2011.10.27. 목. 15세 관람가별점: ★★★★★☆(5.5/8개 만점)'인생은 끊임없는 신과의 대화다'.'황무지', '천국의 나날들', '씬 레드라인', '뉴 월드' 단 4편의 영화만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테렌스 맬릭 감독이 6년만에 돌아왔다.시적이고도 철학적인 세계를 선보여온 영상 시인 테렌스 맬릭 감독의 5번째 장편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는 거대한 우주의 리듬안에 1950년대 텍사스 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초반 영화속 영화라 불리는 '생명의 역사'는 특히 그의 독특한 우주적 세계관을 아름답게 영상화,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뻗어나가는 광대한 자연 이미지로 관객들을 미지의 세계로 초대한다. 우주의 빅뱅, 선사시대의 정글, 종의 분열과 미생물의 역사, 화산의 분출, 그리고 한때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강렬한 이미지들의 향연을 담아낼 뿐 아니라 깊숙이 내재해 있는 감정의 진화까지 구현한다.올해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는 감각적인 영상만큼 독특한 메시지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생명의 탄생과 소멸을 반복해 온 우주의 오랜 역사가 아버지와의 갈등속에 오해와 아픔, 이해와 사랑, 이별의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 소년 잭의 여정에 맞닿아 있다. 거대한 우주의 탄생과 생명의 싹이 오버랩되는 신비한 경험은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한 소년이 부모와 형제들 사이에서 사랑과 오해, 그리고 아픔을 거쳐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가족간 관계를 각기 다른 구성원들의 관점에서 보여주고 있지만 결국은 인간과 신(神)의 이야기다. 신을 거론하고 있지만 특정 종교에 편향되지 않고 인간세계에서 보통 사람들이 갈등할 때 부르는 보편적인 모습으로 그려져 거부감은 크지 않다.할리우드 최고 배우 브래드 피트가 가부장적인 아버지 '오브라이언'을, 숀 펜이 맏아들로 성인이 된 '잭', '언피니시스' '헬프'로 주목받고 있는 라이징 스타 제시카 차스테인이 자애로운 어머니 역할을 소화해냈다. 삼형제 중 브래드 피트를 쏙 빼닮은 아역 배우 헌터 맥크랙켄이 단연 돋보인다. 삼형제 중 둘째 역할을 맡은 헌터는 마치 브래드 피트의 어린 시절을 보는듯한 느낌이다.대작답게 스토리가 드라마틱하진 않고 잔잔하게 흘러가 일반 관객들이 재미를 느끼긴 힘들다. 다만 생명의 탄생을 우주로 비유해 거대한 담론으로 이끌어가는 감독의 섬세한 영상미학은 장엄한 음악과 어우러져 한 편의 거대 서사를 보는듯 비장함마저 감돈다.

2011-10-20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리얼스틸

2011년/미국/127분/SF 드라마감독 :숀 레비출연 : 휴 잭맨, 에반젤린 릴리, 다코타 고요개봉일: 2011.10.12. 수. 12세 관람가별점:★★★★★★(6/8개 만점)'우정, 소년과 로봇 사이에서 꽃 피다!'.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12살 소년과 무려 900㎏ 2m50이 넘는 거대 로봇이 만났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의 숀 레비 감독이 로봇을 매개로 이번에도 가족간의 사랑을 스크린 위에 되새겼다. 영화는 소년 '맥스(다코다 고요)'와 고철 로봇 아톰 간의 유대감을 통해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현대사회 가족의 의미를 되묻는다. 무지막지한 덩치의 고철덩어리와 연약한 인간 소년이 만나 엮어내는 인생 역전의 SF감동 드라마 속으로 빠져 보자.2020년 이제 사각의 링 위에서 싸우는 건 더 이상 인간이 아닌 로봇들이다. 사람과 사람이 싸우는 경기에 시들해진 시대 새로운 스포츠로 로봇 복싱이 각광을 받는다. 강철로 만들어진 로봇 파이터들이 서로에게 날리는 강력한 펀치, 그리고 육중한 몸을 부딪힐 때마다 들리는 둔탁한 금속음에 사람들은 짜릿한 쾌감과 함께 절로 환호성을 지른다.챔피언 타이틀 도전에 실패한 전직 복서 출신 찰리 켄튼(휴 잭맨)은 삼류 로봇 복싱 프로모터. 상금이 걸린 시합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출전하며 재기를 불태우지만 그의 싸구려 고철 로봇으론 역부족, 매번 절망을 거듭한다. 그러던 어느 날 존재조차 모르던 옛 애인의 부고로 인해 아들 맥스의 소식을 접한 그. 귀찮기만 했던 아들 맥스의 양육권을 빌미로 다시 한 번 전 재산을 투자해 로봇 복싱에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지만 역시 욕심은 화를 부르는 법, 처참하게 박살이 난다. 그런데 부전자전일까, 임시로 맡게 된 아들 맥스는 로봇 복싱 마니아. 이모에게 입양되기 전 아버지 찰리와 함께 지내게 된 맥스는 철없는 아빠보다 더 성숙한 애어른이다. 사사건건 찰리에게 태클을 걸며 코치하고 나서던 맥스가 고물상에서 발견한 스파링용 고철 로봇 '아톰'이 로봇 파이터 대회에서 이기자 평행선을 달리던 이들의 운명이 조금씩 각도를 꺾어간다. 아버지 없이 외로웠던 맥스는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는 셰도우 기능을 가진 아톰에게 로봇 이상의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또 그 과정에서 전직 복서였던 아버지의 과거를 들은 맥스는 아톰의 훈련을 부탁하며 서먹서먹함을 딛고 처음으로 손을 내민다.'트랜스포머 시리즈'가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면 '리얼스틸'은 로봇들을 실물 크기로 제작해 리얼리티를 높였다. 아톰은 물론 제우스, 마이더스, 노이지 보이, 앰부쉬 등 다양한 로봇 캐릭터는 볼거리다. 여기에 전직 최고의 복서 슈가 레이 레너드의 시연과 특별 자문으로 탄생한 완성도 높은 복싱 액션이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이 밖에 미드 '로스트'의 히로인 '케이트' 역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에반젤린 릴리가 찰리와 맥스의 조력자로 나서 자칫 무미 건조하게 흐르기 쉬운 영화를 인간미로 감싼다.

2011-10-13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언피니시드

2010년/미국/114분/스릴러감독 :존 매든출연 : 헬렌 미렌, 샘 워싱턴, 제시카 차스테인개봉일: 2011.10.6. 목. 15세 관람가별점:★★★★★★☆(6.5/8개 만점)'진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일반적인 거짓말에 대비되는 표현으로 하얀 거짓말이란 말이 있다. '시커먼 속내'를 뜻하는 악의에 반대되는 좋은 뉘앙스로 하얀색을 차용한 것이다. 선의의 거짓말이라고도 하는 이 거짓말은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이익이 된다는 측면에서 종종 묵인되기도 한다. 그러나 겉포장이 다르다고 거짓말이 진실로 둔갑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잠시의 눈속임일 뿐 진실은 그 안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진실은 '낭중지추'(囊中之錐·주머니 안의 송곳)처럼 어느 순간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삐죽이 고개를 내민다.2007년 개봉한 이스라엘 영화 'Ha-Hov'를 리메이크한 '언피니시드'는 바로 이런 위조된 진실에 초점을 맞춘다. 1965년과 1997년 두 시대를 넘나드는 병렬적인 독특한 이야기 구조를 통해 은폐됐던 진실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영화는 극악무도한 나치 전범을 심판하기 위해 나선 이스라엘 최정예 첩보조직 모사드 요원들의 숨막히는 작전과 30년 동안 감춰진 비밀에 대한 호기심을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엮었다. 영화 속 나치 '보겔' 박사 캐릭터도 2차 세계대전 당시 '죽음의 의사'로 불렸던 요제프 멩겔레, 아리베르트 하임 등 생체 실험을 자행했던 실존 인물들에서 따오는 등 실제와 허구를 넘나든다. 여기에 치밀한 작전 과정 중 저돌적인 '스테판(마튼 초카스/톰 윌킨슨)'과 우직한 '데이빗(샘 워싱턴/키아란 하인즈)' 사이에서 흔들리는 '레이첼(제시카 차스타인/헬렌 미렌)'이 보여주는 묘한 감정은 극에 더욱 생생한 긴장감을 불러온다.'더 퀸'의 여왕부터 킬러까지 작품마다 변화무쌍하는 자타공인 최고의 여배우 헬렌 미렌이 전직 모사드 요원 노년의 '레이첼'로 분해 카리스마를 분출한다. 올해 67세의 헬렌 미렌은 모사드 요원들이 사용하는 치명적인 이스라엘 특공무술 크라브마가를 대역 없이 직접 선보였다. 또한 제64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트리 오브 라이프'로 전 세계 영화인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은 제시카 차스타인이 '레이첼'의 젊은 시절을 맡았는데, 두 여배우간 싱크로율은 거의 완벽하다. '터미네이터:미래 전쟁의 시작', '아바타'로 할리우드의 흥행 배우로 급부상한 샘 워싱턴이 30년 전 '데이빗' 역을 맡아 한층 성숙해진 남성미를 뿜어낸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석권한 명장 존 매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언피니시드'는 참신하고 치밀한 스토리 아래 극적인 전개, 그리고 연기파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까지 잘 짜인 스릴러 영화다. 다만 길고 디테일하게 반복되는 30년 전의 회상 장면은 집중력을 떨어뜨려 재미를 반감시킨다.

2011-10-06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의뢰인

2011년/한국/123분/스릴러감독 : 손영성출연 : 하정우, 박희순, 장혁, 성동일개봉일: 2011.9.29. 목. 15세 관람가별점:★★★★★(5/8개 만점)의뢰인'은 대한민국 최초 본격 법정 스릴러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앞세운다.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법 시스템의 한계를 고발한 지난 6월 개봉작 할리우드 영화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를 떠올리게 한다. 이 영화는 변호사가 신뢰와 양심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딜레마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끌고 갔다.영화 '의뢰인'도 일단 돈만 주면 누구든 변호해 주는 스타급 변호사(하정우)와 그에게 변호를 부탁한 살인용의자(장혁) 그리고 범인이라고 믿는 상대를 잡고자 하는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검사(박희순)까지 화려한 캐스팅만으로도 눈길을 끈다.부인을 살해한 용의자로 남편을 현장에서 검거했으나 시체는 사라진 상황. 검사는 결정적 증거인 사체는 찾지 못했으나 침대에 남아있는 상당한 출혈량으로 미루어 사망이 유력하고 외부 침입 흔적이 전혀 없다는 명백한 정황 증거로 남편이 범인이 확실하다고 단정짓는다. 이에 변호사는 집안 어디에도 물적 증거는 없다며 강력한 반론을 펼친다. 증거에 의하여서만 재판의 전제가 되는 사실을 인정하는 원칙인 증거재판주의를 앞세워 모든 것이 불분명하다고 강조한다. 게다가 확실한 증거인 CCTV가 목록에 올라있지 않고 거실 형광등이 사라졌다며 기획수사로 몰아붙인다. 용의자는 묵비권을 쓰듯 최대한 말을 아끼는 가운데 벌어지는 검사와 변호사의 치열한 법정 싸움은 관객을 점점 미궁으로 몬다.그러나 이 영화는 많이 아쉽다. 충무로 카리스마 3인방 하정우·박희순·장혁이 펼치는 빛나는 슈트의 향연에 빛이 바랬다. 초반 여러 가지 상황을 재구성하며 벌어지던 팽팽한 공방전은 후반부들어 치밀한 전개 곳곳에서 보이는 허점이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시시각각 진실로 다가가는 이해의 재미보다는 중구난방 터져 혼란만 가중시키는 격이다. 용의자나 검사가 숨겨온 비밀들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명쾌한 탄성이 나와야 할 순간 '애걔'하는 실소가 터진다. 또한 주연이 많다보니 법정 브로커로 등장하는 성동일이나 법대 교수로 등장하는 최종원 등 짧지만 굵은 몫을 담당해야 할 조연들의 역할이 축소된 점도 아쉽다.다만 변호사가 펼치는 최후의 변론에선 약간의 스킬을 발휘해 조금은 색다른 감정을 느끼게 한다. 스릴러 영화의 특성상 관객은 자신이 보아온 것을 그대로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는데 이걸 제대로 활용한 대표적인 장면이다. 하지만 그런 느낌은 긴 러닝타임에 비해 너무도 짧게 스치듯 지나간다. /이준배기자

2011-09-29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도가니

2011년/한국/125분/드라마감독 : 황동혁출연 : 공유, 정유미, 김지영, 김현수, 정인서, 백승환개봉일: 2011.9.22. 목. 청소년 관람불가별점:★★★★★★★(6.5/8개 만점)"진실은 결코 개에게나 줄 수 없습니다."공지영 소설 '도가니'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영화에는 3가지 부류의 사람이 등장한다. 불편한 진실속에서 침묵하는 소시민. 거짓을 진실로 만드는 추악한 인간. 그리고 자신의 몸을 태워 진실의 촛불을 밝히는 선구자. 영화는 말한다. "진실을 개들한테 던져주지말자고, 함께 촛불을 밝히는 선구자가 되자고…"┃편집자 주신상털기가 횡행하고 인터넷으로 온갖 정보가 유통되는 요즘 세상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불편한 진실들이 의외로 많다. 이런 진실들의 경우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 있지'하는 의문과 함께 인정하기 쉽지 않거나 똑바로 대면하기 어려울 만큼 끔찍한 경우들이다. 그러나 그래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진실은 있게 마련이다. 한국의 대표 인기 소설가 공지영이 지난 2009년 내놓은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우리에게 그런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목도할 것을 강하게 권유한다.영화는 무진 자애학원에서 2000년부터 5년간 청각 장애아를 상대로 교장과 교사들이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를 저질렀던 충격적인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보호받아야할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이런 비윤리적인 행태가 더욱 무섭게 다가오는 건 주변 사람들이 이를 철저히 외면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게다가 사건의 가해자와 책임자들이 대부분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고 지금까지도 교단에 선다는 놀라운 현실이 공포의 강도를 더한다.진실과 호기심의 줄타기를 통해 관객의 시선을 절묘하게 포섭한 이 영화는 이런 '침묵의 카르텔' 속에 철저히 희생당한 아동의 인권은 도대체 누구의 책임인지 묻는다. 그동안 '살인의 추억', '아이들', '그놈 목소리' 등 충격적인 실화 소재 영화들이 거대한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특히 이 영화는 가해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회적 울림이 크다. 성숙한 사회라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과 이를 회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선진 사회의 척도는 부가 아닌 인권이라고 강변하는 듯하다.메가폰을 잡은 황동혁 감독은 한국계 입양 청년의 삶을 다룬 단편 '기적의 도로'(2005)로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감독으로서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고 다니엘 헤니와 김영철이 주연한 '마이 파더'(2007)를 연출한 바 있다. 데뷔작 '마이 파더'에서 실화를 다뤘던 황 감독은 두 번째 장편영화 '도가니'에서 충격적인 실화를 대하는 관객들이 눈을 돌리지 않고 집중할 만큼만 연금술사처럼 세밀하게 세공해내 눈길을 끈다. 이게 바로 그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한편 공지영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이어 3번째 영화를 마주했다. 최근 시사회장에서 만난 공지영은 셋 중 어느 영화가 가장 마음에 드는지 묻자 '이 영화를 벌써 3번째 본다'며 이렇게 답했다. "세 가지 다 저에겐 의미가 큰 작품이죠. 무소는 첫 영화이고 우행시는 강동원씨가 배역을 맡아줘 기억에 남아요. 그렇지만 이번 영화는 감독이 제 의중을 꿰뚫어보듯 잘 표현해줬어요."

2011-09-22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나넬 모차르트

2010년/프랑스/120분/음악 드라마감독 : 르니 페레출연 : 마리 페레, 마크 바르베, 데이빗 모로개봉일: 2011.9.15. 목. 12세 관람가별점:★★★★★☆(5.5/8개 만점)영화는 시종일관 큰 강물이 흐르듯 잔잔하게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나넬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위해 묵묵히 노력했으며, 동생의 그늘에 가려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지만 동생을 하염없이 사랑해 뒷바라지에 평생을 바친다. 짧지만 강한 작곡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꿈을 접은 나넬 모차르트의 도전은 이런 배경 하에 더욱 가슴 절절하다. 영화는 모차르트의 누나 역시 뛰어난 작곡가였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신동 모차르트의 곁에서 자신의 음악적 열정을 불태웠던 그녀의 꿈과 도전을 그려냈다. 극 중 음악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남장까지 불사하는 나넬 모차르트의 열정과 감각적인 선율이 진한 감동을 더한다. 동생의 뒤에서 만년 조연 인생이었던 그녀에게 벼락같이 다가온 프랑스 황태자와의 러브라인은 그녀에 대한 연민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그러나 관객들은 프랑스 영화라는 사실을 감안해야 할 듯하다. 인물의 인생을 뒤흔들어놓는 결정적인 사건사고보다는 인물의 심리상태에 주목하는 관념적인 장면과 '여자는 작곡을 할 수 없다'는 당시 시대상을 여러번 반복하는 주제표현 방식은 빠른 전개의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겐 다소 지루하다. 거기에 긴 러닝타임마저 조금은 무리다.물론 찬바람 솔솔 부는 가을을 맞아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사실적이면서도 감각적으로 구현해 생소하지만 정겨운 클래식 음악들이 귀를 즐겁게 한다. 제12회 스페인 라스팔마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에 빛나는 주인공 '마리 페레'는 절제된 연기로 나넬 모차르트의 사랑과 고뇌를 섬세하게 표현해내고 있다.천재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누이 '나넬'은 CGV 무비꼴라쥬(압구정, 상암, 오리, 대학로), 코엑스 메가박스, 아트하우스 모모, 대한극장, 롯데시네마 아르떼(건대, 대구), 영화공간 주안(인천), 아트씨어터 C&C(부산)에서 만날 수 있다./이준배기자

2011-09-15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푸른소금(hindsight)

2011년/한국/120분/느와르 멜로감독 : 이현승출연 : 송강호, 신세경, 천정명개봉일: 2011.8.31. 수. 15세 관람가별점:★★★★★★(6/8개 만점)'잔잔한 물위에선 작은 파문도 강렬하다'.대한민국 대표배우 송강호(44)와 차세대 여배우 신세경(21)의 조합, 스물 세살이라는 나이 차이만으로도 뭔가 어색하다. 그런데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어색한만큼 왠지 강렬한 호기심을 불러오는 것만은 분명하다.과거를 숨기고 평범하게 살고 싶은 은퇴한 조직 보스 '두헌'역을 맡은 송강호는 따뜻한 인간미와 절제된 카리스마의 야누스적인 향기를 발산한다. 정체를 속이고 '두헌'을 감시하기 위해 접근한 여자 '세빈'역 신세경은 또래 여배우들에게는 볼 수 없는 섬세하고 깊은 감정을 표정연기로 스크린 위에 펼쳐놓는다. 신세경은 기존의 앳된 모습과는 상반되는 스타일로 눈길을 끈다. 이효리를 연상시키는 듯한 아이라인을 강조한 스모키 메이크업은 물론 강렬한 원색의 스키니 진, 가죽점퍼 등 펑키한 의상, 그리고 트레이드마크인 긴 머리를 과감히 자른 울프컷의 헤어스타일로 캐릭터의 보이시한 매력을 십분 살려낸다.최고의 스타일리스트 이현승 감독은 상반되지만 강렬한 에너지를 가진 두 배우의 캐릭터에 현실을 뛰어넘는 색채와 비주얼을 성공적으로 입혀냈다. 홍익대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이현승 감독은 탁월한 영상 감각을 인정받은 '시월애', '그대안의 블루' 등 전작들처럼 이번 영화에서도 섬세한 감정을 스타일리시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마지막 염전장면은 한 장의 멋진 작품 사진을 찍어놓은 듯 눈을 사로잡는다.물론 비주얼에 집착하다보니 내용상 전개가 다소 엉성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옥에 티. 멋진 장면을 위해 스토리를 희생한 느낌이랄까. 게다가 '주인공은 쉽게 죽지 않는다'는 영화의 고전적인 불문율처럼 결정적인 위기의 순간을 너무나 영화답게(?) 잘 피해다니는 장면은 다소 싱겁다. 여기에 마지막 신에서 보여주는 모든 과정을 생략한, 비약이 심한 결말도 아쉬움이 크다.영화는 이런 결점을 충무로 최강의 캐스팅으로 메운다. 천정명, 이종혁, 김민준, 윤여정, 김뢰하, 오달수 등 최고의 배우들을 이 한 작품에서 볼 수 있다. 제대 후 스크린에 첫 복귀하는 천정명은 '두헌'의 오른팔 '애꾸' 역을, 또 TV드라마와 영화, 뮤지컬 등 다방면에서 다재다능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이종혁은 조직의 이인자이자 두헌의 친구 '경민'역으로 분해 선굵은 연기를 펼친다. 베테랑 킬러 'K'역의 김민준과 청부살인업자 '강여사'역의 윤여정, 사격 코치이자 현재는 총기 밀수 판매상인 '육선생'역의 오달수, 두헌에게 적대감을 지닌 조직의 보스 '기철'역의 김뢰하도 그들 나름의 포스만으로도 시선을 그러모은다. 여기에 뮤직비디오를 보듯 영상과 아귀가 딱 들어맞는 OST가 적절히 감성을 자극해 영화의 매력지수를 높였다. /이준배기자

2011-09-01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내 여자 친구의 결혼식 (원제 Bridesmaids)

2011년/미국/124분/코미디감독 : 폴 페이그출연 : 크리스틴 위그, 로즈 번, 마야 루돌프 개봉일: 2011.8.25. 목. 청소년 관람 불가별점:★★★★★★★(7/8개 만점)점)물불 안가리는 무대포 신부들러리들이 떴다.여성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다가가는 '섹스 앤 더 시티'와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압도하는 리얼한 여성 풍자 코미디가 나왔다.영화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웃음과 진지의 '냉온탕'을 번갈아가며 넘나든다. 물론 코미디물이다보니 다소 과장된 측면이 없진 않다. 하지만 뉴요커의 환상과 트렌드에 중점을 둔 '섹스 앤 더 시티'보다 좀더 친근한 우리 주변 인물 캐릭터로 공감 백배, 관객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게다가 평범한 노처녀가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환상을 다룬 '브리짓 존스의 일기'같은 낭만주의에 호도된 막무가내 해피엔딩도 탈피, 훨씬 현실적이다. 여성들의 질투심이나 속마음을 리얼하고, 솔직하게 표현해 시종일관 웃다 어느 순간 문뜩 자신과 맞닥뜨리게 되는 특이한 경험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영화를 많이 감상해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미리 상상하게 되는 앞으로의 예측을 과감하게 비틀어버린 점은 무척 신선하다.어린 시절부터 절친인 릴리안이 결혼한다는 소식에 애니는 겉으로는 쿨하게 그녀의 들러리를 자청한다. 하지만 결혼은커녕 실연에 해고까지 당한 자신의 막막한 현실에 속으로는 친구의 행복이 탐탁지만은 않다. 그래도 베스트 프렌드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랴 싶은 애니는 마지못해 다른 들러리들과 만나면서 점점 일이 꼬여만간다. 돈만 많은 무개념 미녀 헬렌, 섹시한 유부녀 리타, 딱 봐도 호박씨 백단 베카, 위풍당당 염치 없는 메건 등 다른 들러리들과 만나 사사건건 좌충우돌하는 동안 예측불허 돌발상황들이 여기저기서 터지면서 애니의 마음 속처럼 결혼 준비는 점차 아수라장으로 변모해 간다. 특히 절친인 애니를 제치고 들러리 대표에 도전장을 내민 예쁘지만 하는 짓은 미운 헬렌과의 한판 승부는 점점 점입가경으로 치닫는다.여성들이 주인공이다보니 코미디 영화라도 고상할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여성 코미디에서 보기 드문 몸을 사리지 않는 육탄전도 불사하는 여배우들의 코믹 퍼포먼스에 배꼽이 빠질 지경이다. TV 드라마 '더 오피스'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폴 페이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애니 역의 크리스틴 위그는 각본에 공동 제작까지 1인 3역으로 재능을 뽐냈다.

2011-08-25 이준배
  • 강원일보
  • 경남신문
  • 광주일보
  • 대전일보
  • 매일신문
  • 부산일보
  • 전북일보
  • 제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