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미시네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로맨틱 크라운(Larry Crowne)

2011년/미국/99분/로맨틱 코미디감독 : 톰 행크스출연 : 톰 행크스, 줄리아 로버츠, 구구 바샤로개봉일: 2011.8.17. 목. 12세 관람가별점:★★★★★★(6/8개 만점)'나는 가수다' 등 국내 1990년대 가요 바람이 거세게 불고있는 가운데 스크린에도 90년대풍 정통파 로맨틱 코미디가 돌아왔다.톰 행크스의 대학시절 늦깎이 대학 동기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영화 '로맨틱 크라운'은 늦깎이 대딩 '래리 크라운'역에 톰 행크스, 까칠도도한 여교수 '테이노'역으로 줄리아 로버츠가 캐스팅된 것만으로도 옛 향수를 물씬 풍긴다.특히 톰 행크스가 주연은 물론 직접 연출·각본·제작까지 1인 4역을 담당해 눈길을 끈다. 최근 경제난으로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톰 행크스는 리얼한 현실을 영화속에 투영하는 동시에 친숙하고 공감가는 러브 스토리를 차분하게 다듬어냈다. 또 왕년에 로맨틱 스타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던 그녀, 줄리아 로버츠의 귀환도 눈여겨 볼 만하다. 현대판 신데렐라 '귀여운 여인'을 비롯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노팅 힐' 등을 통해 '로맨스의 여왕'으로 불리던 그녀가 지난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로 오랜만에 건재를 알린 뒤 다시 한번 복고풍 로맨틱코미디로 복귀했다.래리는 대형마트에서 우수 사원상을 여덟 번이나 받을 만큼 성실한 직원. 그렇지만 경제불황으로 인한 구조조정에서 래리도 예외일 순 없다. 대학 졸업장이 없다고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래리에게 설상가상 주택 대출금의 상환 압박까지. 하지만 위기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던가. 고교 졸업후 20년간 해군 복무로 못 가본 대학 문턱에서 래리는 새로운 문을 찾아나선다. 자식뻘되는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래리는 바쁜 일상에 치여 간과했던 자신의 진정한 자아찾기에 돌입한다. 게다가 미모의 여교수 '테이노'(줄리아 로버츠)의 강의를 듣게 되면서 새로운 사랑까지 꿈꾸게 된다.불황으로 대규모 감원이 일상화된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금융위기까지 겹쳐 빚더미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소시민의 모습에 영화는 초점을 맞춘다. 그런 불행은 남의 이야기라 아주 잠시 치부할 순 있겠지만 결국 어느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는 현실을 뼈아프게 조명한다. 반면 위기 해결 방법을 낭만적 낙관주의란 당의정으로 포장하는 내러티브는 다소 허술해 현실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빠른 응급처치가 희망이라면 충분히 그 정도의 약효는 발휘한다. 일에 치여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가져보지 못한 현대인들에게 조금은 다른 변화를 가져보라는 영화의 충고는 크진 않아도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이준배기자

2011-08-18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블라인드

2011년/한국/111분/휴먼 스릴러감독 : 안상훈출연 : 김하늘, 유승호, 조희봉, 달이, 양영조개봉일: 2011.8.10. 목. 청소년 관람 불가별점:★★★★★★(6/8개 만점)시각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오감을 활용한 색다른 스릴러가 나왔다.그동안 국내 스릴러들은 사이코패스의 엽기 행각에 초점을 맞춰 소름끼치는 어둠의 공포로 관객의 등골을 오싹하게 해왔다. 그러나 영화 '블라인드'는 범죄자의 시선이 아닌 목격자의 입장에서 극를 이끌어나간다는 또 다른 궤적을 선택하고 있다. 여기에 스릴러 장르 특성상 오히려 방해가 될 법한 가족과 장애에 대한 휴머니즘으로 관객을 몰입시켜 순간순간 조여오는 긴장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점도 색다르다.이야기는 시각장애인이 사건의 첫 번째 목격자라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경찰대 출신 시각장애인 '수아(김하늘)'가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만으로 당시 사건을 재구성해가며 추론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또 그녀와 달리 앞을 볼 수 있는 범인에게 시시각각 생명의 위협을 당하는 상황이 여러 차례 닥치며 보는 내내 불안으로 압도한다. 물론 시각장애를 겪고 있는 주인공들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이야기는 전혀 새로울 게 없다. 다만 국내 최초 시각장애인의 세계를 비주얼로 구현한 것은 눈길을 끈다.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 느끼는 세상을 독특한 기법으로 관객들에게 그들이 세상을 느끼는 방식을 잠시나마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또한 '수아'와는 또 다른 축으로 엇갈린 진술을 펼치는 '기섭(유승호)'을 등장시켜 단순히 1차원적으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어 관객들을 일시 혼란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그런데 둘 중 누구의 말이 맞을까 하는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것까진 좋았지만 수아가 너무 갑작스레 진실을 깨닫는 건 옥에 티다.다만 시각장애인 '수아'가 주변 사람들과 갈등하고 교류하며 새로운 유대감을 형성해가는 과정은 자칫 무미건조할 수 있는 스크린에 단비처럼 작용한다. 이렇게 유대감을 느낀 서로가 위기의 순간 상대를 위해 감각이 되어주는 순간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두 명의 주연 외에도 조희봉, 연기견 달이 등 든든한 조연진들이 제 몫을 해내 온전한 이야기를 완성시켰다. 어두운 수사 스릴러 영화라 경직될 수 있는 분위기를 '조형사'(조희봉)의 유머로 풀어주며 자연스러운 웃음을 짓게 만든다. 또한 24시간 '수아'의 곁을 지키며 그녀의 눈이 되어주는 안내견 '슬기' 역의 달이는 몸을 사리지 않는 살신성인 명연기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연극무대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쌓아온 배우 양영조가 피도 눈물도 없이 냉철한 범인 '명진' 역으로 분해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2011-08-11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세 얼간이(3idiots)

2010년/인도/141분/코믹 드라마감독 : 라지쿠마르 히라니출연 : 아미르 칸, 마드하반, 셔먼 조쉬개봉일: 2011.8.18. 목. 12세 관람가별점:★★★★★★★☆(7.5/8개 만점)'알 이즈 웰(All is well), 다 잘될거야!'정말 오랜만에 감히 필견(必見)이라 말할 만한 영화가 개봉한다. 거대한 영화공장 할리우드도, 남다른 시선의 유럽영화도 아니다. 아직까지도 우리에겐 생소한 발리우드, 즉 인도에서 온 '세 얼간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매년 40만명이 지원해 그 중 200명만이 입학하는 인도의 일류 명문대 임페리얼 공대(일명 ICE)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밀리면 끝이라는 엄청난 스트레스 아래 세계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안겨주는 경쟁 위주 교육시스템을 비판한다.그런데 왠지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그렇다. 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만 다를 뿐 바로 대한민국의 현재 이야기다. 카이스트 학생들의 성적비관으로 인한 잇단 자살사태 등 경쟁이라면 중국, 인도 못지않은 대한민국의 가슴아픈 현실이 영화 위에 오버랩된다.그런데 사회 비판 영화에도 불구, 이 영화는 전혀 무겁지 않다. 오히려 톡톡 튀는 유쾌한 웃음으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며 묘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사실 현실이라면 저런 일이 일어나긴 어려울 텐데 하면서도 이런 영화라면 잠시 속아주고 싶다. 영화 속 이런 대사가 있다. "사람의 마음은 쉽게 겁을 먹는다. 그래서 속여줄 필요가 있다. 큰 문제에 부딪히면 '알 이즈 웰~ 알 이즈 웰~' 그래서 그게 문제를 해결해 줬냐고? 아니, 문제를 해결해 나갈 용기를 얻는 거다."이게 바로 영화의 묘미를 일컫는 것 아닐까. 물론 마지막까지 지속되는 이런 영화적 설정은 옥에 티다. 하지만 질펀한 농담 같은 이야기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진심은 가슴에 당도해 있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이렇듯 너무나 짜놓은 듯 보이는 뻔한 설정이라면 식상할 만도 할 텐데, '알 이즈 웰'이란 마법 같은 주문은 희망이란 이름의 바이러스를 속절없이 전염시킨다. 물론 명심할 게 있다. 바이러스는 숙주가 살아있을 때 활동하듯 당신의 생각이 깨어 있어야 그 주문도 통하는 법이다. 또한 인도 영화 특유의 트레이드 마크인 화려한 뮤지컬 시퀀스 '알 이즈 웰(All is Well)'도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한편 인도 대표 국민배우로 인도의 송강호로 불리는 '아미르 칸'이 괴짜 천재 란초 역을 맡은 '세 얼간이'는 지난해 인도에서 할리우드 3D 블록버스터 '아바타'를 제압하고 전 세계 역대 인도영화 흥행순위 1위를 거머쥐었다. 또한 타임지 선정 '발리우드 영화 베스트 5'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전 세계적 흥행도 인정받았다.

2011-08-04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마당을 나온 암탉

2011년/한국/94분/애니메이션감독: 오성윤목소리 출연: 문소리, 유승호, 최민식, 박철민개봉일: 2011.7.28. 목. 전체관람가별점: ★★★★★★☆(6.5/8개 만점)황선미작가 동명소설 장편 영화화청둥오리 초록의 험난한 '자아찾기'종의 한계 뛰어넘은 모성애 그려내'모성에 경계는 없다'.엄마 암탉과 아들 청둥오리가 애니메이션계에 용감한 날갯짓을 펼쳤다. 이미 할리우드 3D 애니메이션이 주류로 떠오른 지금 '마당을 나온 암탉'은 2D로 승부수를 던진 것. '접속', '공동경비구역 JSA',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물론 지난해 '시라노:연애조작단'까지 히트작 30여 편을 제작한 한국의 대표 영화제작사 명필름의 첫 애니메이션으로,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 오돌또기와 공동제작을 통해 6년의 시간을 투자하며 총 12만장의 원화로 탄생한 '마당을 나온 암탉'.이미 2008년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GDCA)의 '신화창조 프로젝트' 선정에 이어 2009년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글로벌 애니메이션 장편 부문' 지원작에 선정되는 등 국내외 전문 기관들로부터 검증 절차를 거쳤다. 또 중국 전역 1천여개 스크린에서도 동시 개봉할 뿐만 아니라 오는 10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제44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공식 초청받는 등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마당을 나온 암탉'은 아동문학 베스트셀러 1위로 100만부 판매를 돌파한 황선미 작가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애니메이션이다. 양계장 암탉으로 단조롭게 살아가던 주인공 잎싹이 양계장 밖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잎싹은 엄마 잃은 청둥오리 초록을 자신의 아들로 키워가며 극진한 모성을 발휘한다. 초록이 자라면서 너무 다른 엄마의 모습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지만 결국 훌륭한 파수꾼으로 키워내는 잎싹의 모습이 감동의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초록이 주위의 따가운 시선으로 인해 방황과 역경을 맞지만 이를 견디며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은 사춘기 성장통을 보는 듯하다.그런데 무엇보다 이 애니메이션의 장점은 종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성의 위대함에 있다. 제 자식만이 최고라는 이기적인 모성이 아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며 엄마의 마음은 다 같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잎싹의 희생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까지 경종을 울리며 둔중한 깨달음을 선사한다. 또 두 주인공들과 함께 대립축으로 등장하는 족제비는 물론 수다쟁이 조력자 수달과 오리, 수탉, 개 등 다양한 코믹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꾸며주며 아기자기한 웃음을 선사해 전혀 지루하지 않다.목소리 연기는 문소리·유승호·최민식·박철민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스타들이 맡아 친근하게 다가온다. 또 OST '바람의 멜로디'를 현재 대중음악계의 핫 아이콘으로 떠오른 소녀 디바, 아이유가 불러 이야기의 감동을 증폭시키고 있다./이준배기자

2011-07-28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고지전

2011년/한국/133분/휴먼 드라마 감독:장훈출연:신하균, 고수, 이제훈, 류승수, 고창석개봉일:2011.7.20. 수. 15세 관람가 별점:★★★★★★(6/8개 만점)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4시 갑작스레 발발한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휴전으로 끝이 났다. 그동안 대다수 한국전쟁 영화들은 드라마틱하게 남진과 북진을 거듭했던 전쟁 발발 후 1년간에 집중해 왔다. '고지전'도 이렇게 모두가 다 아는 한국전쟁을 다룬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전쟁이 오락으로 소비되는 기존 전쟁조망 영화와는 분명 다르다. 직접 전장으로 뛰어든 종군기자처럼 처절하게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병사 하나하나의 마음에 마지막까지 카메라를 들이댄다. 이런 발상 자체는 여느 전쟁 드라마에 비해 무척 새롭고 신선하다.이렇듯 '고지전'은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전쟁을 어떻게 끝맺었는지에 메스를 든다. 한국전쟁 총 사망자는 4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1951년 1월 1·4후퇴 이전 사망자수 100만, 그렇다면 그 이후 38선 중심 중부전선에서 고지쟁탈전 전후로 목숨을 잃은 귀중한 생명이 300만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휴전협정이 속개된 후 2년2개월간 공방전에서 오늘이냐 내일이냐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다 죽어간 병사들의 이야기가 바로 '고지전'이다. 하루에도 서너 번씩 주인이 바뀌는 고지전의 되풀이되는 비극 속에 전쟁이 정령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영화는 스릴러적 요소를 가미했다. 전쟁 중 전사한 중대장의 몸에서 발견된 아군의 총알을 조사하러 보내진 방첩대 강은표 중위(신하균)가 2년간 연락이 끊겨 죽은 줄만 알았던 김수혁 중위(고수)를 만나게 되면서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간다. 처음 시작할 때 전쟁의 의미를 관객에게 던지며 자연스레 묻어나던 호기심과 베일 속에 가려졌던 악어중대 포항전투의 비밀이 초중반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하지만 모든 비밀이 우연히 발견된 현장에서 한 사람의 입을 통해 술술 풀려나가는 장면에선 맥이 빠진다. 긴장감이 어느 순간 툭 하고 끊어져버리는 느낌이다. 어쩌면 감독은 관객에게 전쟁의 허무함을 몸소 느끼게 하려는 의도였을까.물론 쟁쟁한 중견 배우들의 연기로 보는 내내 지루할 틈은 없다. 류승수, 고창석 등 조연들의 뒷받침 속에 '고비드' 고수의 연기변신과 '파수꾼'에서 조명받은 이제훈의 신들린 눈빛은 영화 내내 스크린 위에 별빛처럼 총총 빛난다. 다만 모든 의문이 폭로하듯 밝혀지면서 모든 비극을 바로 옆에서 서술하는 관찰자 역할의 신하균의 존재의미가 다소 약한 것은 흠.'영화는 영화다', '의형제' 등 연타석 중전안타로 충무로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한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공동경비구역 JSA'의 원작과 드라마 '선덕여왕'으로 안방극장까지 평정했던 박상연 작가가 11년 만에 시나리오를 썼다.

2011-07-21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부

2011년/영국·미국/131분/판타지 모험감독 : 데이빗 예이츠출연 :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개봉일 : 2011.7.13. 수. 전체 관람가별점 : ★★★★★★☆(6.5/8개 만점)'굿바이!~호그와트 마법학교, 그리고 해리와 친구들'.해리포터 신드롬까지 불러온 조엔 롤링의 원작 '해리포터'시리즈를 토대로 지난 2001년 21세기의 첫 포문을 연 판타지 블록버스터 '해리 포터'가 10년만에 드디어 완결편을 내놓았다. 1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시작으로 2편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3편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4편 '해리 포터와 불의 잔', 5편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6편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7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까지 국내 2천410만명의 관객 동원을 비롯 전세계 약 64억 달러(약 7조원)의 흥행 수익을 거둬들인 시리즈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먼저 '해리 포터'시리즈 하면 떠오르는 세 명의 캐릭터가 있다. 호그와트의 세 친구 해리 포터, 론 위즐리,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1편부터 마지막까지 함께 한 세 인물은 다니엘 래드클리프, 루퍼트 그린트, 엠마 왓슨의 연기와 함께 스크린 속에서 더불어 자랐다. 물론 하루가 다른 세 친구의 폭풍 성장에 원작에 충실하기 위해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들이 끝까지 함께 했기에 시리즈의 명맥이 온전히 유지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정작 시리즈를 마친 이 세 배우들은 앞으로가 문제다. 10년간 분신같이 각인된 '해리포터'의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성인 연기자로 어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당장 이번 시리즈 마지막편 에필로그를 보면 알 수 있다. 19년 후의 해리포터와 친구들의 모습은 아이가 어른 옷을 입은 듯 부자연스럽다. 그들의 표정은 자못 진지하지만 아직 관객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건 어린 이들의 모습이기에 그랬으리라. 사족인 듯 보였지만 잠시나마 관객들에게 미소를 심어주려는 발상이었으리라.이번 마지막 편만 보자면 무척 고무적이다. 전편이 인물간 내면 갈등 위주로 다소 정적이었다면 이제는 직접적인 맞대결로 러닝타임내내 손에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한다. 또 이번 마지막편을 장식하는 또다른 주인공이 있다. 바로 무엇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실수연발 찌질이' 네빌 롱바텀. 그가 이번 편에 드디어 내면의 벽을 뚫고 자기 목소리를 낸다. 그리고 중요한 일격을 가하는 장면은 통쾌함까지 안겨준다.하지만 3D는 클로즈업 되는 얼굴의 입체감을 느끼는 정도에 그쳐 솔직히 별로다. 오히려 안경낀 관객에게는 두 시간 넘는 이중고를 안겨줘 2D를 권하고 싶다. /이준배기자

2011-07-14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카2(Cars 2)

2011년/미국/113분/애니메이션감독 : 존 라세터, 브래드 루이스출연 : 오웬 윌슨, 마이클 케인개봉일: 2011.7.21. 목. 전체 관람가별점:★★★★★(5/8개 만점)'토이 스토리'로 출발한 픽사 스튜디오가 '20주년 기념작'으로 지난 2006년 여름 야심차게 내놓은 애니메이션 '카'는 새로운 시도로 당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카'에서 레이싱계 루키로 등장하는 빨간 미국산 시보레 자동차 '라이트닝 맥퀸'은 애니 그 이상의 메시지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스피드'로 대변되는 자동차를 자연스레 인간화시킨 캐릭터를 통해 질주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역설적인 '느림의 미학'을 가미한 절묘한 매치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이 보기에도 부족함 없는 수작이었다.그렇게 사랑받는 애니 '카'가 5년만에 '25주년 기념작'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우리 앞에 돌아왔다. 미국 자동차레이싱을 배경으로 한 전편보다 더 커지고 화려한 스케일과 액션으로 중무장한 '카2'는 일단 볼거리에서는 1편을 능가한다. 기존 편에 등장했던 라디에이터 스프링스 마을 친구들은 물론 이번에는 팬 맥미사일, 홀리 쉬프트웰, 마일즈 액셀러로드 경, 프란체스코 베르누이 등 각국의 내로라하는 레이싱카 캐릭터들까지 가세해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여기에 애니메이션판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초특급 첩보작전 이야기는 전세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세계 그랑프리 무대로 세밀하게 묘사된 자동차판 일본, 이탈리아, 영국의 명소들은 보는 이들에게 신기함과 더불어 현재의 모습과 비교해 보는 재미를 쏠쏠히 느낄수 있다.그러나 아쉽게도 제일 중요한 메시지가 잘 만들어진 도자접시 사이 이가 빠진 듯 엉성하다. 물론 진정한 우정이란 친구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주는 것이라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같은 이야기가 전체 줄거리를 꿰뚫고 있긴 하다. 하지만 전편에서 어른들마저 뜨겁게 감동시켰던 진중한 울림의 폭은 형편없이 약해졌다. 또하나 픽사의 작품에는 본편 상영에 앞서 단편 애니가 맛보기로 등장하는 전통(?)이 있다. 단편이라 길진 않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통해 나름 에피타이저 역할을 넘어 하나의 온전한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어 본편에 앞서 새로운 단편을 기다리는 관객층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번 애니 단편은 그런 신선한 충격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일단 지난해 개봉한 '토이 스토리3'의 캐릭터들로 익숙할 뿐 아니라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짧은 에피소드에 불과해 기대를 걸었던 팬들에겐 적잖은 실망을 안겨줄 것 같다.요즘 대세에 따른 것일까. '카2'도 디즈니 디지털 3D와 아이맥스 3D로도 상영된다. 하지만 꼭 그걸로 보지 않고 2D로만 봐도 즐기기엔 크게 지장이 없을 듯하다./이준배기자

2011-07-07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트랜스포머3

2011년/미국/152분/SF 액션감독 : 마이클 베이출연 : 샤이아 라보프, 로지 헌팅턴 휘틀리개봉일: 2011.6.29. 수. 12세관람가별점:★★★★★★(6/8개 만점)듬직한 옵티머스 프라임과 장난꾸러기 범블비 등 로봇군단이 돌아왔다.지난 2007년 성인들마저 자동차 장난감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 '트랜스포머'의 완결편이 드디어 비밀의 문을 열었다. 2편 시리즈 통산 스코어 1천500만 관객을 동원한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이번 편으로 전쟁에 종지부를 찍는다. 1편에선 LA, 2편에선 이집트의 거대 피라미드를 지나 이번엔 시카고가 주무대로 등장한다. 게다가 완결편인 만큼 더욱 화려한 3D로 무장해 볼거리를 제공해 지루할 틈이 없다.완결편인 만큼 시리즈의 정점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새로운 모습은 많이 찾아보기 힘들다. 1960년대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둘러싼 미소의 대결 구도에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살짝 집어넣은 것은 그나마 애교스럽다. 그러나 1972년 이후 왜 달 탐사가 중단됐는지 수차례 강조하는 억지스런 모습과 남발되는 우연 등 새로운 비밀을 알아가는 내러티브적인 재미는 기대하기 힘들다. 그나마 새롭게 얼굴을 내미는 캐릭터도 '디워'를 연상케 하는 디셉티콘의 쇼크웨이브나 오토봇 군단의 선조격으로 부활한 센티넬 프라임 정도다.물론 전편보다 나아진 점은 분명히 있다. 그동안 현란해 정신만 산란하게 만들었던 액션도 보완해 완성도를 높였다. '아바타' 이후 3D라고 해도 차별화되지 않던 영화들과는 달리 입체 슬로모션으로 나름의 개성을 살려 보는 맛을 높였다. 여기에 로봇군단의 싸움을 옆에서 구경만 할 수밖에 없던 인간들도 이제 용감하게 반기를 들었다. 그동안 주인공인지 심부름꾼에 불과한지 구분이 안 가던 샘도 스스로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현장에 직접 뛰어든다. 3편은 '윙 수트'를 입고 날다람쥐처럼 헬기에서 지상으로 비행하는 '레녹스부대'나 '샘'의 활약이 전편보다 다소 비중있게 다뤄진다.1, 2편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샘'의 여자친구 메간 폭스가 빠지면서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전속 모델로 유명한 로지 헌팅턴 휘틀리가 새롭게 가세했다. 그녀는 카메론 디아즈의 금발과 완벽한 보디라인으로 최근 잡지 '맥심'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역시 프로 모델답게 스크린을 휘감는 그녀의 자태는 남성팬들의 시선을 잠시나마 사로잡는다. 하지만 전편 메간 폭스보다 포스가 약하다. 왠지 개성이 없고 끈끈한 매력도 겉도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이밖에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은 메디컬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의 훈남 의사 패트릭 뎀시가 샘과 대결구도를 이루는 악역으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이준배기자

2011-06-30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풍산개

2011년/한국/120분/분단 드라마감독:전재홍출연:윤계상, 김규리개봉일:2011.6.23. 목. 청소년 관람 불가별점:★★★★★☆(5.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김기덕 특유의 '광기어린 독기'는 살짝 빠졌다. 그러나 상반된 것을 대비시키는 그의 독특한 실험은 스크린 곳곳에 심심찮게 묻어난다.특히 극단적인 상황으로 인물들을 몰아넣고 동물적인 본능-그것이 내재된 것이든, 학습된 것이든-을 극대화시키는 김기덕의 거친 남성성은 여전하다.영화 '풍산개'는 2011년 칸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귀환한 김기덕 감독이 3년만에 제작한 영화로 화제가 됐다. 메가폰을 잡은 전재홍 감독은 단편 '물고기'로 2007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 초청돼 존재를 알린 뒤 장편 데뷔작 '아름답다'로 후쿠오카 아시아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거기에 주연 배우인 윤계상과 김규리를 비롯해 모든 조·단역 배우들과 전 스태프들이 노개런티로 영화 '풍산개'에 참여해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배경인 한반도 분단 상황은 다분히 현실적이고 이야기의 뼈대가 되는 이산가족의 깊은 슬픔과 한과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도 어렵지않게 술술 풀어 나간다. 휴전선을 넘나들며 서울에서 평양까지 무엇이든 3시간만에 배달하는 정체불명의 사나이(윤계상). 그는 이산가족들을 위해 소식을 전달한다. 그는 어느 날 남한으로 망명한 북한 고위층 간부의 애인 '인옥'(김규리)을 빼오라는 주문을 받는다. 그런데 생사를 뛰어넘는 과정에서 두 남녀는 미묘한 감정을 경험하면서 일이 조금씩 꼬이기 시작한다.그런데 강한 메시지에 집착한 듯 부분부분 매끄럽지 못하다. "그것이 키스네, 인공호흡이네"하는 실소를 자아내게 만드는 북한 사투리 대사들은 익히지 않은 날고기를 씹는듯 무척 생경하다. 물론 순수한 그네들의 담백한 정서를 반영한 측면에선 거친 손맛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관객을 배려하는 상업영화라면 거부감을 최소화하는 세심한 가공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60년간 이념의 대립으로 인해 가장 큰 희생자는 이산가족이란 사실을 주입하듯 자주 보여주는 것도 사족이다.호랑이를 잡는 개라고 불릴 정도로 용맹스러우면서도 주인에 대한 충성심은 어느 동물보다 뛰어나다는 풍산개. 사람으로 형상화됐으나 어쩌면 주인공 배달부는 바로 이런 풍산개에 비유된다. 너무나 충직하지만 오히려 이용만 당하는 그의 가련한 순수, 바보같을 정도로 말없이 주인을 따르는 그의 믿음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할 정도다.최근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훈남 한의사로 분해 특유의 자상하면서도 로맨틱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윤계상은 극중 배달부로 나와 대사 한마디 없는 표정연기만으로 강한 개성을 살려내 김기덕의 페르소나로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올 여름 100억원대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 대기중인 가운데 순수 제작비 2억원의 '풍산개'가 얼마나 선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1-06-23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슈퍼 에이트(Super 8)

슈퍼 에이트(Super 8)2011년/미국/112분/SF 드라마감독 : J.J.에이브람스출연 : 엘르 패닝, 조엘 코트니, 카일 챈들러개봉일: 2011.6.16. 목. 12세 관람가별점:★★★★★☆(5.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영화 카피에 속지마라'. 'E.T.' 'A.I.'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등 할리우드 흥행 역사를 매번 새롭게 써온 감독이자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와 '미션 임파서블3'의 감독이자, 드라마 '로스트', '프린지', '히어로즈' 등을 연출·제작한 '떡밥의 제왕' J.J. 에이브람스가 만났다. 이 둘의 결합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여기에 영화 카피는 예의 떡밥을 던진다. '비밀 지역 51구역 폐쇄와 함께 그 곳의 모든 것을 옮기던 열차에서 누군가가 의도한 사고를 틈타 탈출한 '그것' 그리고, 그 날의 모든 것을 촬영한 슈퍼 8㎜ 카메라의 진실을 포착한 6명의 아이들, 정체불명 '그것'의 공격에 맞서기 시작한다'.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지 않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게 바로 흥행요인이라고 분석하는 감독에게 이것만큼 확실한 떡밥이 있을까. 지난 2008년 그놈의 공격이 시작됐다며 과감하게 목 없는 자유의 여신상을 전면에 내세운 '클로버필드' 포스터를 기억하는가. 바로 그 영화를 제작한 사람이 J.J.에이브람스다. 유경험자라면 이번 영화의 시퀀스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사실 제목도 약간 떡밥의 소지가 다분하다. 슈퍼라는 말을 붙여놓은 걸 보면 관객들은 익히 알고 있는 슈퍼맨 같은 히어로물을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미리 밝혀두자면 제목은 아주 단순하다. 영화 속 아이들이 찍는 8㎜영화를 출품하고자 하는 영화제 이름일 뿐이다.물론 에이브람스의 긴장감과 스필버그의 휴머니즘이 절묘하게 배합된 것만은 탁월하다. 보는 내내 갑갑하지만 무언가를 밝혀내는 과정이 치밀해 지루할 틈이 없다. 여기에 아역배우들도 새로운 발견이다. 다코다 패닝의 동생으로 할리우드 걸 신드롬을 잇는 엘르 패닝과 새로운 아역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는 부족함이 없다. '아이 앰 셈'에서 언니 다코다 패닝의 어린 시절 역으로 불과 2세의 나이에 데뷔, '바벨'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 다양한 필모를 거쳐온 엘르 패닝은 12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성숙한 연기를 선보인다. 또 그녀의 상대역이자 이야기를 이끄는 또 다른 주인공 '조' 역을 맡은 조엘 코트니는 첫 연기임에도 순수한 아이부터 엄마를 잃은 상실감, 짝사랑하는 소녀를 향한 풋풋한 로맨스까지 다양한 매력을 소화해내 눈길을 끈다.다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법. 영화는 SF적인 소재를 다뤄서일까 금방 '트랜스포머'라도 튀어나올듯 관객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하지만 '그것'이 밝혀지는 순간까지만 즐기자. 결국 영화의 주인공은 '그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나약한 인간들이다.마지막으로 영화가 끝나도 너무 서두르지 마시라. 크레딧과 함께 영화 속 아이들이 만든 짧은 좀비 단편영화 한편이 기다리고 있다.

2011-06-16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모비딕

모비딕2011년/한국/112분/스릴러감독 : 박인제출연 : 황정민, 진구, 김민희, 김상호개봉일: 2011.6.9. 목. 15세 관람가별점:★★★★★★☆(6.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정부 위의 정부가 있다(?)'.미국 할리우드에서나 보던 음모론을 소재로 한 영화가 드디어 국내에서도 제작됐다. '음모론'은 '컨스피러시', 'LA컨피덴셜', 'J.F.K' 등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소재였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다뤄진 적이 없었다. 숨막히는 진실 공방을 다루기에는 남북분단의 현실이 너무나 극명하게 우리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아무튼 새로운 소재를 씨줄과 날줄로 화려하진 않지만 조리있게 엮은 웰메이드 음모론 영화가 드디어 나왔다.영화 '모비딕'은 1990년 윤석양 이병의 양심선언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당시 보안사에서 근무하던 윤 이병이 정부가 민간인을 대상으로 사찰을 하고 있다고 밝혀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영화는 배경을 1994년으로 설정해 극의 현장감과 리얼리티를 더하고 있다.제목으로 쓰인 '모비딕'은 나다니엘 호손과 함께 19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허먼 멜빌의 대표작 이름이다. 영화에선 윤 이병 사건 당시 보안사가 대학가 정보수집을 위해 위장 경영한 카페이름이 모비딕이었다는 데서 이름을 따왔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단순 이름만을 차용한 것은 아니다.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신문기자와 그림자 정부간 한판 승부를 소설 속 포경선장 에이허브와 거대한 흰 향유고래인 모비 딕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을 빗대어 상징화하고 있는 것.초반 영화는 신문 사회부 기자들이 숨겨진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들이 한국의 현실에 맞게 차분하게 전개된다. 그러다 진실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더욱 커다란 벽과 맞닥뜨리는 현실 앞에 좌절한다. 그러나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게 되는 법. 결국 자신만의 무기로 거대한 권력집단 앞에 통쾌한 펀치 한 방을 날린다.할리우드 스타일의 빠른 화면 전환과 스피디한 스토리 전개에 익숙한 관객들이라면, 또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20세기 한국이라는 시대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내 가장 현실적이고 치밀한 감독의 전략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전반부 치밀한 복선과 결말부 아직 개운치 않지만 뭔가 또 새로운 사건을 기대하게 만드는 시퀀스 또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다.이번에 메가폰을 잡은 박인제 감독은 2003년 단편 '여기가 끝이다'로 제 2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비정성시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모비딕'이 장편 데뷔작인 그는 신인답지 않은 과감한 연출로 벌써부터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직감적으로 특종의 냄새를 잡아내는 베테랑 사회부 기자역 이방우는 황정민, 대한민국의 거대한 실체를 폭로하는 인사이더 윤혁 역에는 진구, 특별 취재팀의 과감한 신참 기자는 김민희, 선하고 푸근한 매력의 옆집 아저씨같은 엘리트 기자에 김상호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2011-06-09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마마

마마2011년/한국/110분/옴니버스 드라마감독 : 최익환출연 : 엄정화, 김해숙, 유해진, 전수경개봉일: 2011.6.1. 수. 12세 관람가별점:★★★★★(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당신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신은 모든 곳에 동시에 있을 수 없어 엄마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언어들이 있지만 유독 엄마라는 단어만은 어감이 비슷비슷하다. 그래서일까. 사람이 태어난 뒤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바로 '마마' 즉, 엄마다. 물론 엄마란 존재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모성은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나타나는 가장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사랑의 한 형태다.그런데 일단 '엄마'라고 하면 우리는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모성신화부터 떠올리게 된다. 영화 '마마'는 이런 천편일률적으로 고정된 엄마의 이미지에 반기를 든다. 영화 속 엄마는 우리가 어릴 적부터 온갖 이야기들에서 가장 올바르게 인식해온 주입식 관념과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러면서 영화는 관객 개개인이 자신에게 엄마가 어떤 존재인지 질문을 던진다.'마마'는 세 종류의 엄마가 등장하는 옴니버스 영화다. 세상에 단 둘뿐인 존재 자체가 삶의 희망인 단짝 모자,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인 티격태격 모녀, 서로 죽고 못사는 깨가 쏟아지는 닭살 모자까지. 우주에서 가장 강한 억척 엄마 동숙역은 엄정화, 그녀의 희귀병 아들 원재는 이형석이 맡아 눈물로 열연한다. 엄마인지 원수인지 분간이 안되는 프리마돈나 엄마 희경은 전수경, 그리고 그녀의 영원한 백댄서 은성은 류현경이 맡아 티격태격 모녀지간을 보여준다. 철부지 엄마 옥주는 김해숙, 마마보이 조폭 승철은 유해진이 분해 여느 연인 부럽지 않은 사랑을 과시한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모든 짐을 엄마한테만 지우지 않는다는 것. 엄마가 그렇게 힘든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은 결국 자식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앞으로 5년밖에 살지 못하는 희귀병 아들이 삶의 끈을 놓아버리려는 엄마의 희망이 되고, 마마보이 아들은 몇 십년간 폭력 남편의 그늘 아래에서도 견딜 수 있는 큰 버팀목으로 자랐다. 또한 서로 똑닮은 영원한 친구같은 모녀는 매번 으르렁대면서도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매번 재확인한다. 서로 살아가는 모양은 조금씩 다르지만 어찌보면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한결같이 닮아있는 세 쌍의 엄마와 자식들은 때론 싸우고, 때론 부둥켜안고 울고, 때론 구슬리는 앙상블을 선보인다.이렇듯 영화는 엄마와 자식 간 형태에 입체적인 현실감을 부여하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럼에도 결말은 좀 아쉽다. 너무나 뻔한 수순으로 귀결되는 진부함이 과연 관객들이 바라는 바일까 의문이 든다.'여고괴담'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본격 발을 들여놓은 최익환 감독은 공포영화 시리즈 '여고괴담 4: 목소리'와 실사 애니메이션 '그녀는 예뻤다'에 이어 3번째 장편영화 메가폰을 잡았다. 또 류승완 감독이 뮤지컬 감독으로, 한상진이 댄디한 조폭으로 카메오로 얼굴을 내민다.

2011-06-02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엑스맨:퍼스트 클래스(X-Men:First Class)

2011년/미국/132분/SF 어드벤처감독 : 매튜 본출연 : 제임스 맥어보이, 마이클 패스벤더, 케빈 베이컨, 제니퍼 로렌스개봉일: 2011.6.2. 목. 12세 관람가별점:★★★★★★★(7/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엑스맨의 위대한 서막을 목도하라'.진정한 마블 코믹스 영화는 '엑스맨'부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세계 영화팬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슈퍼히어로물 엑스맨은 본편인 1~3편을 비롯 번외편(spin-off)으로 나온 '엑스맨 탄생: 울버린' 등 시리즈물로 이야기를 이어왔다.이번 영화는 이미 나온 시리즈물의 프리퀄(이전 이야기를 다룬 속편)이다. 지금까지 시리즈에서 활약해온 엑스맨이 탄생하기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매그니토와 프로페서 X,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공개한다. 뮤턴트들간 선악대결의 양대 산맥인 찰스(프로페서 X)와 에릭(매그니토)이 사실 이전에는 친구였다는 점은 기존 시리즈물에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어떻게 처음 만나 동지로 일하게 됐는지 그리고 무슨 계기로 등을 돌리게 됐는지를 상세히 보여준다. 그리고 미스틱, 비스트 등 다른 멤버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밖에 없게 되는 일련의 필연적인 과정도 전개된다.물론 엑스맨 시리즈를 관통해오고 있는 공통된 주제 뮤턴트들의 딜레마와 대립각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아주 구체화시킨 점도 탁월하다. 전작에서는 잠깐잠깐 대사를 통해서만 짐작할 수 있었던 뮤턴트들의 탄생 비화와 사회에 편입하지 못해 겪는 소외감 등 아픔을 모두 아우르는 대서사시의 서막을 펼쳐낸다. 그리하여 기존 작품들에서 조금은 의문을 품었을 법한 각종 호기심들을 설득력있게 풀어낸다. '스타워즈'시리즈 에피소드 1처럼 전혀 엑스맨을 접하지 못한 영화팬이라도 이번 영화를 보면 전작들이 보고 싶어질 만하다.특히 현실 역사를 바탕으로 뮤턴트들이 모이게 된 역사와 엑스맨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 그럴듯하게 그려져 보는내내 설렘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절 터키와 쿠바에 미사일 기지가 설치되면서 일촉즉발 핵전쟁의 위험에 처했던 상황을 배경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뮤턴트들의 모습. 그리고 세계 3차대전을 막아낸 것은 인간이 아닌 돌연변이들이라는 허구와 현실의 경계에 절묘하게 배치한 영화적 설정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기에 부족함이 없다.'엑스맨', '엑스맨 2'를 연출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이번에 기획과 제작으로 힘을 보태 원작의 맥을 잇는다. 그리고 새로 메가폰을 이어받은 주인공은 '킥애스: 영웅의 탄생'으로 주목 받은 매튜 본 감독. 그의 전격 발탁으로 다소 무거운 주제의 엑스맨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캐릭터도 등장한다. 바로 엑스맨 돌연변이 멤버 밴시의 탄생. 성대를 사용하여 나오는 음파로 유리창을 깨고, 우스꽝스럽게 입을 오므려 수족관 속 물고기들을 쫓아내는 영락없는 십대 밴시가 슈퍼히어로가 되는 에피소드는 '킥애스:영웅의 탄생'을 떠올리게 한다.

2011-05-26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캐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

2011년/미국/137분/판타지 어드벤처감독 : 롭 마샬출연 : 조니 뎁, 이안 맥쉐인, 페넬로페 크루즈, 제프리 러쉬개봉일: 2011.5.19. 목. 12세 관람가별점:★★★★★★(6/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캐리비안의 해적'의 아이콘 잭 스패로우 선장이 다시 한번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캐리비안의 해적:블랙 펄의 저주'(2003년)를 시작으로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2005년),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2007년) 등 세 편이 전세계적으로 총 26억달러를 벌어들인 메가 히트작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4번째 작품이 돌아왔다.지난 3편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의 마지막 장면에서 잭 스패로우는 캡틴 바르보사의 보물지도를 훔쳐 달아난다. 전편에서는 그 정체를 알려주지 않아 관객들에게 궁금증을 남긴 바 있다. 그것은 바로 '젊음의 샘'으로 향하는 지도. 마시기만 하면 젊음을 되찾아준다는 전설 속의 샘을 찾아가는 여정이 바로 '캐리비안의 해적' 4편의 이야기다.이번 편에서는 많은 것이 새로워졌다. 먼저 1·2·3편을 함께 했던 고어 버빈스키 감독이 '랭고' 촬영때문에 4편을 찍을 수 없게 돼 메가폰은 롭 마샬이 맡았다. 롭 마샬은 '시카고'로 아카데미 직품상을 수상했고 그후 '게이샤의 추억', '나인' 등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번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 롭 마샬은 기존 고어 버빈스키의 기반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그 위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미학적인 관점으로 끌어올려 아름다운 영상미를 선사한다. 다만 영상미에 치중하다보니 캐리비안의 해적하면 떠오르는 거대 액션의 스케일이 전편에 비해서는 많이 축소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또한 배우들 중에는 팬들에게 익숙한 윌 터너(올랜도 블룸)와 엘리자베스 스완(키이라 나이틀리)도 지난 3편을 끝으로 하차했다. 팬으로서 비중이 컸던 그 둘이 빠진 건 아쉽지만 항상 이별은 새로운 만남을 예비하는 법. 이번 편에 새롭게 얼굴을 내미는 캐릭터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바로 안젤리카역의 페넬로페 크루즈. 잭 선장에게 사랑의 상처를 입고 돌아온 그녀는 진실과 사기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신선한 캐릭터를 선사한다.이미 잭 스패로우가 분신같아 연기할 때 아주 편안하다는 조니 뎁은 완전히 물이 올랐다. 무례하고 뻔뻔한 것은 기본이고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함으로 무장한 조니 뎁에게 잭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그러면서도 잭은 여느 해적과는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사고방식으로 관객을 여러 차례 놀라게 한다. 세상을 뒤덮을 만한 보물이나 신비한 영약 등은 그저 그를 이끄는 흥미거리에 불과하고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그의 배인 '블랙 펄'뿐이다. 대사중에도 나오지만 모험을 즐기는 탐험가로서의 잭은 결과보단 과정을 중요시하는 모습을 통해 관객이 절대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정글과 산과 해변이 오묘하게 조화된 하와이의 카우아이와 오하우 섬을 배경으로 촬영된 이번 영화는 디지털 3D로도 상영돼 입체적인 볼거리를 선사하는 것도 새롭다.

2011-05-19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법정스님의 의자

2011년/한국/75분/휴먼 다큐멘터리감독 : 임성구목소리출연 : 최불암개봉일: 2011.5.12. 목. 전체 관람가별점:★★★★★★★☆(7.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모든 만물이 화폐로 교환되고 사람마저 그의 몸값으로 평가하는 자본주의 세상 곳곳에는 욕망이 넘쳐난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가족, 친구, 이성문제는 물론 결혼까지 대리만족이 횡행한다. 점차 인간마저 몰가치, 몰개성화 되어가는 건 아닌지 되묻게 된다. 인생의 참스승에 대한 갈증이 어느 때보다 심한 시대다. 인간의 진정한 가치를 잃어버린 황금만능의 시대, 법정스님이 던진 화두 '무소유'란 무엇일까?법정스님은 무언가를 가지는 건 그것에 소유당하고 얽매이는 것이라 강조하며 항상 버리고 살아가고자 했다. 매인 데가 없으니까 텅빈 데서 오히려 충만감을 느낀다는 그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로 세상에 소개된다. 무소유를 몸소 실천으로 보여준 법정스님이 평생 소유했던 것은 딱 4가지. 당장 읽을 책 몇 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건전지 라디오, 가끔 여유자적할 수 있는 차 한잔, 그리고 한 뙈기 채마밭이 그가 가진 전부였다. 그가 기거한 곳에서는 40년 이상을 써온 양은대야 그리고 그가 장작을 이용해 손수 만들어 수십년간 사용해온 삐걱대는 의자 하나에도 그의 무소유 철학이 묻어난다. 그는 에세이집 '무소유'를 비롯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로 인세만도 수십억원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그는 가족친지에겐 한 푼도 주지않을 만큼 냉정했다. 그의 인세 대부분은 학업이 어려운 고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학비를 대주는 데 쓰였다. 그는 팔만대장경을 보고 빨래판이라고 한 어느 불교신자의 이야기를 듣고 망치로 얻어맞은 듯 큰 깨달음을 얻는다. 아무리 좋은 말씀이라도 그게 세상에 전해지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랴. 그는 이후 어려운 불교경전을 쉽게 번역하는 일에 매진했다. 그런 그의 생각은 에세이에도 드러난다. 그의 글은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만큼 아주 쉽다. 죽기 직전 그는 유언을 통해 또다시 시대에 경종을 울렸다. 그가 세상에 내놓은 수십권 에세이마저 이승에 남겨놓은 말빚이라며 절판을 선언했던 것. 이렇듯 인생을 관조하듯 넓게 바라본 법정스님의 삶 자체가 바로 가르침이었다. 그 앞에선 아등바등 욕심을 좇다 더 큰 세계를 보지 못하는 우리는 근시안적인 속물일 뿐. 광활한 자연 속에 들어오면 인간사가 시시해진다는 그의 말처럼 말이다. 어려운 경전의 고귀한 말씀보다 더 깊숙이 와 박히는 단촐한 그의 삶은 우리에게 부끄러움의 거울이다. 거울을 통해 옷매무새를 단정히 바로잡듯 우리 삶을 바라보는 시야도 자연스레 넓어진다.영화는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처럼 법정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궤적을 무연히 좇아간다. 법정스님의 사상을 의자에 투영시킨 카메라는 곳곳에 그의 빈 의자를 옮겨다놓으며 묻는다. 그의 빈 의자에 앉아 잠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기를 권하는 듯하다. 특별한 무대도 눈여겨볼만한 사건도 하나 없지만 법정스님의 말 한마디는 불교신자가 아닐지라도 주옥같은 금언으로 가슴에 속속 스며든다.

2011-05-12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써니(Sunny)

2011년/한국/124분/코믹 드라마감독 : 강형철출연 : 유호정, 진희경, 고수희, 홍진희, 이연경, 김선경, 심은경, 강소라, 김민영, 박진주, 남보라, 김보미, 민효린개봉일: 2011.5.04. 수. 15세 관람가별점:★★★★★★☆(6.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추억이란 자고 나면 하루만큼 더 아름다워져~."'나는 가수다', '위대한 탄생' '콘서트 7080' 등 이미 추억은 잘 팔리는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세시봉 친구들'로 시작된 통기타 열풍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200만 관객을 돌파한 코미디 영화 '위험한 상견례'도 1980년대를 배경으로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과 조하문의 '이밤을 다시 한번'을 리메이크해 향수를 자극한다.제일 먼저 언급한 '버터왕자' 성시경의 '더 아름다워져'(심현보 작사·김현철 작곡) 속 가사처럼 아무리 어렵고 힘든 기억들일지라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된다고 했던가. 추억 중에서도 가장 순수했던 학창시절만큼 우리를 들뜨게 하는 추억이 또 있을까. 그래서 우리도 가끔 추억을 새록새록 되씹게 되는 모양이다.지난 2008년 장편 데뷔작 '과속스캔들'로 830만 관객을 동원한 강형철 감독이 들고나온 영화 '써니'. 이 영화도 이런 맥락에서 출발한다. 영화는 지금 처한 현실이 아무리 녹록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인생의 주인공이었던 시절이 있다(?)'는 강한 신념으로 지난 추억을 되짚어보기를 권한다. '과속스캔들'이 함께 있어 더욱 간과하기 쉬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웠다면 이번 '써니'는 각박해져가는 세태 속 잊혀가는 '순수의 시대'로 타임머신을 탄다. 벌써 지난 주말 유료시사회에서 5만1천949명을 동원하며 개봉 전부터 박스오피스 7위로 관심을 모았다.1980년대 찬란한 학창시절을 함께 한 '칠공주' 친구들의 이야기는 그 시절을 함께 한 모든 사람들에게 유쾌한 추억을 불러오며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하다.찬란한 학창시절을 함께 한 여고생 불량서클 '써니'의 멤버 7명의 면면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의외로 쏠쏠하다. 전라도 벌교 전학생 나미(심은경), 진덕여고 의리짱 춘화(강소라), 쌍꺼풀에 사활을 건 장미(김민영), 욕배틀 대표선수 진희(박진주), 다구발 문학소녀 금옥(남보라), 장래희망 미스코리아 복희(김보미), 얼음공주 수지(민효린) 등이 개성만점 칠공주 캐릭터를 선보인다. 25년 후 다시 만난 현재의 칠공주 '써니'로 나온 유호정(나미), 진희경(춘화), 고수희(장미), 홍진희(진희), 이연경(금옥), 김선경(복희) 등 쟁쟁한 중견배우들과 상호 싱크로율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다만 영화 속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을 상징하는 시위가 간혹 등장하지만 배경으로만 힐끔힐끔 스쳐지날 뿐이다. 또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를 치기어린 젊음의 특권정도로 치부하기엔 그 시대 청춘의 무게가 너무 무겁지 않았을까 되묻고 싶다.

2011-05-05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토르:천둥의신(Thor)

2011년/미국/112분/판타지 액션감독 : 케네스 브래너 출연 : 크리스 헴스워스, 나탈리 포트만, 안소니 홉킨스, 톰 히들스턴개봉일: 2011.4.28. 목. 12세 관람가별점:★★★★★☆(5.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슈퍼히어로 창작소' 마블코믹스가 새로운 영웅 캐릭터를 스크린 위에 내놓았다.'아이언맨', '아이언맨2'로 전세계 흥행을 이끈 마블엔터테인먼트가 올해 선보이는 첫번째 블록버스터 '토르 : 천둥의 신'은 인간이 아닌 신이 슈퍼히어로로 등장한다. 최첨단 과학기술로 무장한 '아이언맨'이란 하이테크 슈퍼히어로를 선보였던 마블이 신의 태생을 지닌 영웅을 들고 나와 히어로 블록버스터의 패러다임에 변화를 선언한 것.'토르'는 우리에게 친숙한 그리스·로마 신화가 아닌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천둥, 번개, 바람, 비의 신이다. 영어의 목요일인 'Thursday'는 토르(Thor)의 이름에서 유래해 '토르의 날'이란 뜻을 지녔다. 토르는 아더왕의 전설에 등장하는 엑스칼리버에 비견되는 묠니르라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해머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그 어떤 상대라도 제압하는 강력한 파워를 지닌 가장 강한 파워의 신이다. 묠니르를 쥔 토르의 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강력해 관객들은 시원한 액션의 세계에 쉽게 빠져든다. 영화는 전쟁을 일으킨 죄로 신의 세계에서 쫓겨난 천둥의 신 '토르'가 자신의 절대 능력을 되찾고 신과 인간 모두를 위협하는 위기에 맞서며 성숙 과정을 담았다. 다소 평범한 플롯을 표방하고 있으므로 뭔가 창조된 판타지 세계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 시리즈' 같이 전혀 새로운 판타지 세상이 아닌 현실적인 지구와 또다른 우주 시공간에 있을지도 모를 고등생명체를 신이라고 정하는 다소 뻔한 설정.그러나 영화는 초반부터 신의 세계를 우주적인 관점으로 확대시켜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커다란 스케일로 일단 관객의 호기심을 끈다. 평화를 위협하는 신들간의 전쟁과 평화를 되찾는 모습 등 마법같은 신화에 과학의 힘을 실어놓았다. 영화는 신들이 존재하는 세상인 '아스가르드'와 '요툰하임', 그리고 21세기 현대 인간들의 세계를 지칭하는 '미스가르드'를 오간다. 신과 인간의 세계를 오가는 토르의 모습은 다소 무거울 수 있으나 상황 설정을 통해 약간의 코믹적인 포인트를 가미해 지루함을 최소화하고 있다.'토르' 역을 맡은 호주 출신 신예 크리스 헴스워스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수확이다. 호주 인기 드라마 '홈 앤 어웨이'로 인기를 얻은 크리스 헴스워스는 '스타트렉 : 더 비기닝'에서 의로운 함장이자 제임스 커크의 아버지인 '조지 커크' 역을 통해 우리에게 얼굴을 알렸다. 여기에 '블랙스완'의 소름끼치는 연기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나탈리 포트만과 연기파 배우 안소니 홉킨스를 비롯 르네 루소와 아사노 타다노부 등 탄탄한 조연진이 힘을 보탠다.

2011-04-28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상실의 시대 (Norwegian Wood)

2010년/일본/133분/드라마감독 : 트란 안 훙 출연 : 키쿠치 린코, 마츠야마 켄이치개봉일 : 2011.4.21. 목. 청소년 관람 불가별점 : ★★★★★(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IQ84'로 최근 국내 출판계에 절대적인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언어의 대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가 24년만에 영화화돼 국내에 소개됐다. 전세계 36개국에 번역, 1천100만부가 판매된 스테디셀러로 왕가위 감독을 비롯한 세계 유명 감독들의 영화화 제의를 뿌리친 이 소설은 영상 시인 트란 안 훙에 의해서야 스크린에 옮겨질 수 있었다. 여기에 전설적인 록 밴드 '비틀즈'의 원곡 '노르웨이의 숲'을 1년간의 구애 끝에 삽입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모았다. '상실의 시대'의 원제인 '노르웨이의 숲(Norwegian Wood)'은 존 레논이 작사하고 조지 해리슨이 인도 정통 악기인 시타르를 연주, 클래식한 멜로디와 초현실적인 감성이 한데 어우러져 신비롭다. 노래는 규정되기를 거부하는 젊음을 한 폭의 그림으로 선율 위에 그려낸다.트란 안 훙은 1969년 일본을 배경으로 조용한 관능성 등 풍부한 영상미와 인간의 소소한 부분을 패셔너블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관능적으로 그려낸다. 일본 효고현의 초원에 부는 바람은 한 시도 가만있지 않고 부딪히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청춘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물론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그 안은 공허하기 그지 없는 젊음의 방황이란 일면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청년 와타나베의 여성편력을 그린 듯한 원작소설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노골적으로 성적인 장면에 포커스를 맞추진 않는다. 오히려 잠시 스쳐가는 바람처럼 카메라워크로 그의 방황의 일면을 거리를 두고 잔잔하게 보여줄 뿐이다. 다만 대사만은 그대로 차용해 원작의 느낌을 잃지 않으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섹스를 두 사람과의 사랑이 아닌 아파하는 청춘들을 위로하기 위한 치유의 과정으로 포장한 것은 아무래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느낌이다.한편 주연 와타나베 역을 맡은 마츠야마 켄이치(26)는 8살 연상 동료배우 코유키(34)와 지난 4월 초 이미 혼인신고를 마친 것으로 알려져 이슈가 되고 있다. 일본 인기 TV드라마 '고쿠센'으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그는 지난 2006년 개봉한 '데스노트'에서 천재 L역으로 톱스타 반열에 오르며 국내 팬들에게도 얼굴을 알렸다.

2011-04-21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한나

2011년/미국·영국·독일/110분/액션스릴러감독 : 조 라이트출연 : 시얼샤 로넌, 에릭 바나, 케이트 블란쳇개봉일: 2011.4.14. 목. 15세 관람가별점:★★★★★★★(7/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이 영화 참 독특하다. 단순한 액션영화쯤으로 얕봤다간 큰코 다칠 만큼. 한편으로 무척 흥미롭다. 보이는 세상 이면을 보여주는 듯한 뛰어난 영상미와 시시각각 심장을 조여오는 테크노풍의 음악, 그리고 깔끔한 결말까지 빈틈 하나 없이 딱 들어맞는 느낌이랄까.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다. 현실적인 모습보다는 보여 줄 수 있는 극대화된 이미지와 음향의 하모니로 이 영화는 충분히 의미를 달성한다. 영화가 시작되면 먼저 스크린 위를 수놓는 이국적인 풍광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순록이 한가로이 노니는 핀란드의 설원과 황량한 모로코의 돌무지 사막, 온 도시가 온통 예술로 덮인 듯한 몽환적인 도시 베를린, 그리고 냉혹한 세련미의 미국까지. 순수하고 치명적인 매력녀에서 차세대 액션 히로인으로 돌아온 '시얼샤 로넌'의 연기가 돋보이는 것은 말할 나위 없다. 차세대 액션 히로인으로 포장했지만 그녀의 푸른 눈동자 안에는 그것만으론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매력이 있다. 전 세계 삼촌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시얼샤 로넌'은 9살 때 데뷔한 영화 '어톤먼트'로 그 해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최연소 노미네이트되며 제2의 다코타 패닝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피터 잭슨 감독의 판타지 드라마 '러블리 본즈'로 지난해 제15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아역배우상, 제36회 새턴 어워즈 최우수 신인배우상 등을 거머쥐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세련된 악역을 맡은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 또한 군더더기 없이 영화의 한 축을 이끌고 있다. 액션은 다소 약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 이상의 독특함이 묻어난다. 슬로모션으로 보여주는 동작들과 주변 배경은 하나의 풍경으로 비디오 아트를 감상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여기에 일렉트로닉계의 대부로 불리는 영국 출신의 2인조 밴드 케미컬 브라더스가 맡은 강렬한 OST는 듣는 이를 아찔하게 만든다. 평범한 소녀를 꿈꾸는 한나의 몽환적 분위기와 치명적 킬러로 살아야 하는 비극적 운명을 선율로 교차시킨다. '어톤먼트', '오만과 편견'의 조 라이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011-04-14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수상한 고객들

2009년/한국/124분/드라마감독 : 조진모출연 : 류승범, 성동일, 박철민, 정선경, 서지혜, 임주환, 윤하개봉일: 2011.4.14. 목. 15세 관람가별점:★★★★★☆(5.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수상한 고객들'은 제목에서부터 코미디 냄새가 솔솔 풍긴다. 마케팅도 당연히 관객의 웃음보를 잡아준다는 식으로 코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이 영화는 코미디가 아닌 성장 드라마다. 물론 드라마 중간중간 웃음코드가 삽입돼 영화가 너무 무거워지지 않도록 지탱해주긴 한다.이 영화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삶이 언제나 슬픈 우울모드 기러기 아빠(박철민),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22세 까칠지존 소녀가장(윤하), 뚜렛증후군에 걸려 입만 열면 욕설을 내뱉는 지하철 꽃거지 청년(임주환), 애 넷 딸린 독종 과부(정선경). 이들 중 어느 한 사람도 세상을 만만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이런 이들 사이에 야구왕을 꿈꾸다 전업 후 업계 최고 야심충만 생명보험왕을 꿈꾸는 배병우(류승범)가 있다. 상위 0.1% VVIP만 상대한다는 보험회사 입사를 눈앞에 둔 배병우의 승승장구에 갑자기 빨간 불이 켜졌다. 고객의 자살방조혐의로 인생 최대 위기에 처한 배병우는 위에 소개한 불량고객 4인방 때문에 가시방석이다. 삶의 무게에 치여 하루하루를 형벌처럼 살아가는 이들은 자칫 방심하다간 한순간 한강물로 뛰어들 기세다. 불순한 의도로 불량고객에게 접근한 배병우. 그러나 그는 오히려 절망의 늪에 허덕이는 불량고객들에게서 자신이 잃어버렸던 모습을 발견하고 그동안 감아버렸던 순수의 눈을 뜨게 된다. 영화 내내 너무나 현실적인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으려 애쓰는 주인공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순수한 삶의 희망에 약간 억지스러운 노력마저 어느새 묵인하게 된다.충무로 최고의 입담꾼 감초배우 성동일과 발군의 애드리브를 자랑하는 박철민이 조연으로 가세해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가며 이끈다. 실력파 뮤지션 윤하의 노래와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 2억 팬을 거느리고 있는 '기타신동' 정성하의 깜짝 등장도 볼거리. 특급카메오 김수미는 딱 2번 얼굴을 내밀면서 설명이 필요 없는 코믹달인의 포스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한다.

2011-04-07 이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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