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미시네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

감독 : 톰 후퍼출연 : 콜린 퍼스, 제프리 러쉬, 헬레나 본햄 카터, 가이 피어스개봉일: 2011.3.17. 목. 12세 관람가별점:★★★★★(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콤플렉스는 국왕마저 얼어붙게 한다'.지난달 말 2011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바로 이 영화 '킹스 스피치'였다.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등 주요 4개 부문을 석권한 것.이 영화는 말더듬이 국왕 조지 6세, 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인 그의 인간승리를 다룬 영화다. 더 자세히 풀면 왕이 될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았던 조지 5세의 차남 '버티'와 평생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일은 꿈에도 없을 줄 알았던 호주 연극배우 출신의 괴짜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의 이야기다. 1936년, "나는 내가 사랑하는 여인의 사랑과 도움 없이는 무거운 책임을 감당해 나갈 수가 없다"며 왕관을 버리고 미국인 이혼녀 심슨 부인과의 사랑을 택한 '세기의 스캔들'로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형 에드워드 8세의 퇴위로 왕위에 오르게 된 조지 6세. 그는 세계 제2차 대전 중 폭격에도 궁을 떠나지 않고 국민들 곁에 남아 영국민들에게 두터운 신망을 얻었다. 그런 용기있는 왕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말더듬기. 사람들 앞에만 서면 혀가 긴장되는 그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듣는 라디오 연설은 더없이 힘든 고난의 시간이다. 특히 당시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은 '세기의 선동가' 히틀러에게 맞서려면 그도 이런 작은 고난쯤은 스스로 헤쳐 나가야만 한다. 그는 여러 학위를 가진 명의들을 만나 말더듬기 치료에 힘써 보지만 번번이 실패하게 된다. 그런 그에게 필요한 건 모든 격식을 깬 특단의 조치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그가 왕으로서 권위나 자리에 연연하기보단 자기 스스로의 결점을 고치기 위해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괴짜 언어치료사가 그가 최초로 만난 민간인이었다는 영화 속 내용을 보면 그가 왕족과 귀족의 폐쇄된 사회에서 살아오며 얼마나 많은 압박감을 받았을지 짐작할 수 있다. 로열패밀리인 그에게 가장 큰 바리케이드는 바로 그 신분이었던 것. 그가 연약한 한 인간으로 사람과 만나고 대화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이 영화는 콤플렉스를 통해 만났지만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우정을 쌓는 모습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2011-03-17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파이터(The Fighter)

2011년/미국/114분/드라마감독 : 데이빗 O. 러셀출연 : 마크 월버그, 크리스찬 베일, 에이미 아담스, 멜리사 레오개봉일: 2011.3.10. 목. 15세 관람가별점:★★★★★☆(5.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가 승리한다'.4각의 링은 곧 우리네 삶의 축소판이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둥바둥거리듯 복싱은 상대를 때려눕혀야만 경기가 끝난다. 하지만 스스로 노력하고 단련한 만큼 승수를 쌓아가는 권투는 어쩌면 현실의 삶보단 더 정직할지 모른다. 그래서 스포츠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 상황에서도 역전할 수 있듯, 권투도 마지막 라운드 종이 울리기 전까진 승부를 속단하기 어렵다. 아무리 우세적인 경기를 펼치더라도 상대의 카운터 펀치 한방에 고꾸라지면 경기는 뒤집힌다. 이런 반전의 묘미가 바로 복싱에도 있다.우리나라에서도 1970~80년대 아무리 찌질한 인생이라도 자신의 삶을 뒤바꾸는 터닝포인트를 마련할 수 있는 복싱이 큰 인기였다. 물론 주먹 한방에 모든 게 결정되는 건 아니다. 짧은 경기시간 선수는 그동안 땀방울과 고통, 그리고 힘겨운 자신과의 싸움 등 지난한 과정을 쏟아내야 한다. 결국 사각의 링은 선수 스스로가 겪어온 힘든 삶을 세상에 알리는 통렬한 포효다.실제 유명 아일랜드계 권투챔피언 미키 워드(마크 월버그)와 한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디키 에클런드(크리스찬 베일) 형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파이터'는 사랑하지만 때론 징글징글한 가족에 대한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렸다. 다른 선수들의 디딤돌 역할로 근근이 살아온 31세 백업선수 동생 미키와 전직 권투영웅이지만 마약에 빠진 40세 난봉꾼 형 '디키', 그리고 두 형제를 키우며 매니저역할까지 감당하고 있는 억척스런 타이거맘 앨리스 워드(멜리사 레오). 생계를 위해 도로포장 일까지 하지만 늘 생활고에 시달리는 미키에게 복싱은 따로 떨어져 사는 딸 케이시를 데려오기 위한 유일한 삶의 돌파구다. 하지만 미키는 제대로 된 선수와의 대전보단 몸을 버려가며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한 수임료 벌기에 급급하다. 그러던 중 여자친구 샬린(에이미 아담스)을 만난 미키는 간섭이 심한 어머니와 형에게서 홀로서기를 결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과 피할 수 없는 갈등으로 고민하지만 결국 큰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간다는 화해의 드라마다. 다소 단조로운 이야기지만 실화가 주는 감동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2011-03-10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아이 엠 넘버 포(I Am Number Four)

2011년/미국/103분/SF 판타지감독 : D.J. 카루소출연 : 알렉스 페티퍼, 티모시 올리펀트, 테레사 팰머, 디애나 애그론개봉일: 2011.2.24. 목. 12세 관람가별점:★★★★☆(4.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청소년을 위한 새로운 SF 판타지 로맨스가 온다'.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트와일라잇', '뉴문', '이클립스' 등 3편이 개봉되며 소녀들의 예민한 감수성을 파고들었다.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영화 '아이 엠 넘버 포'는 남과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갖기를 소망하는 소년들의 꿈을 소재로 한다. 자신을 죽이려는 외계인 적들의 추적을 피해 도망다니는 평범한 고교생 존 스미스는 수호자이자 멘토인 헨리와 함께 계속 신분을 바꾸며 여기저기를 떠돈다. 사실 존 스미스도 우리나라에선 홍길동과 같이 흔한 이름으로 그의 진짜 이름은 '넘버 포'. 존은 침략당한 로리언 행성의 특별한 능력을 가진 9명 초능력자 중 하나로 지구에서 조용히 살아오다 침략자 모가도어인들에 의해 1, 2, 3번이 살해당하면서 죽음의 위협을 받는다. 그러다 존은 파라다이스란 시골동네에서 첫사랑 소녀를 만나면서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깨닫고 사랑하는 여인과 지구를 구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다.잔혹한 공공의 적과 맞서 싸우는 슈퍼 히어로라면 만화의 단골 소재이자 소년들의 로망. 여기에 일생에 단 한 번뿐이라는 첫사랑을 더한다면 어떨까.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여자는 마지막 사랑을 잊지 못하고 남자는 첫사랑을 못 잊는다. 이렇듯 영화는 천편일률적인 소재에 SF라는 당의를 살짝 입혀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영화 히어로는 영국 출신 넘버 포 역의 알렉스 페티퍼.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로버트 패틴슨과 비슷하면서도 대비되는 묘한 매력으로 곧 개봉예정인 현대판 '미녀와 야수'인 '비스틀리(BEASTLY)'의 주연마저 꿰차 여성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여기에 남성팬들의 시선을 그러모으는 넘버 식스 역의 테레사 파머는 지난 2005년 스크린 인터내셔널이 선정한 오스트레일리아 내일의 스타. 그리고 존의 첫사랑 새라 역의 디애나 애그론은 TV스타. 드라마 '넘버스 Numb3rs'와 'CSI: 뉴욕 CSI: NY', '히어로즈 Heroes' 등에 출연해 국내 팬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2011-03-03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더 브레이브(원제:True Grit)

2010년/미국/110분/서부 드라마 감독 : 에단 코엔, 조엘 코엔출연 : 헤일리 스타인펠드, 제프 브리지스, 맷 데이먼개봉일: 2011.2.24. 목. 15세 관람가별점:★★★★★★(6/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진정한 기개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할리우드에는 유명한 형제들이 의외로 많다. 우리에게 '매트릭스' 시리즈로 잘 알려진 앤디·래리 워쇼스키 형제는 물론이고 배트맨시리즈인 '다크나이트' 감독과 각본을 맡았던 크리스토퍼·조나단 놀란 형제도 있다. 이에 앞서 '블래이드 러너'의 리들리 스콧과 '탑건'의 토니 스콧 형제도 감독이자 각본가로 유명하며 지난 2009년 개봉작 SF액션 '데이브레이커스'의 피터·마이클 스피어리그 쌍둥이 형제는 차세대 주자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아이폰으로 만든 단편영화 '파란만장'으로 베를린영화제 단편부문 황금곰상을 수상한 박찬욱·찬경 형제감독이 있고 류승완 감독과 배우 류승범도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하다.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바로 코엔 형제다. 특히 올해 아카데미에 이들의 '더 브레이브'가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눈길을 끈다. '애리조나 유괴 사건' 감독 및 각본을 함께 맡아 존재를 알린 코엔 형제는 기발한 형식과 독창적인 해석을 선보였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영화 '바톤 핑크'를 비롯 '파고', '오, 형제여 어디있는가?',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시리어스 맨' 등 자신들의 독특한 색깔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게다가 영화 '더 브레이브'는 코엔 형제 최고 흥행작으로 이름을 올려 더욱 주목받고있다. 제80회 아카데미 작품상 및 감독상 수상작인 기존 자신들의 최고 흥행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두 배가 넘는 1억6천만달러를 미국에서만 벌어들인 것.영화 '더 브레이브'는 미국 서부에서 14세 소녀 매티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잡기 위해 연방보안관 카그번을 고용한 뒤 여기에 텍사스레인저 라 뷔프가 가세하며 벌어지는 복수담. 하지만 정통 서부영화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정의에 불타는 보안관이 정의를 위해 악당들과 결투를 벌이는 멋진 모습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조금 느슨한 전개나 허술한 총잡이들의 모습에 다소 실망할 수 있다. 오히려 서부를 배경으로 세 주인공들의 대립과 화해 그리고 성장드라마에 초점을 맞췄다. 진정한 용기는 누군가에게 소중한 의미를 부여했을 때 나올 수 있다는 진리도 전한다. 또한 단순한 해피엔딩을 거부하는 코엔 형제의 마무리도 나름 볼만하다.

2011-02-24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아이들…

2011년/한국/132분/범죄미스터리감독 : 이규만출연 : 박용우, 류승용, 성동일, 성지루, 김여진개봉일: 2011.2.16. 수. 15세 관람가별점:★★★★★☆(5.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1991년 3월 26일 오전 8시경 대구 달서구 뒷산에서 초등학생 5명이 실종됐다. 우리에게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는 대한민국 3대 미제사건 중 하나다. 실종 후 10년 8개월간 수색동원인원만 30만명에 달했으나 결국 지난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그러나 사건 발생 21년이 지나도록 범인은 끝내 밝히지 못했다.2007년 '수술 중 각성'이란 독특한 소재의 미스터리 스릴러 '리턴'으로 데뷔한 이규만 감독이 4년만에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소재로 한 '아이들…'로 돌아왔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년), '이형호군 유괴 살인사건'이 박진표 감독의 '그놈 목소리'(2007년)로 영화화된데 이어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스크린 위에 되살린 것.영화 속 국립과학대학 심리학 교수 황우혁(류승용)의 심리학 이론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와 소란행동이 수사에 중요 모티프로 작용한다. 인지부조화 이론이란 사람의 인식과 행동이 서로 일관되지 않을 때 이런 불일치로 인한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행동에 맞게 태도를 바꾸는 현상으로 1950년대 사이비 종교집단에서 관찰된 바 있다.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정보들 중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선택하고 기억하는 인간의 본능을 설명한다. 여기에 인간의 다섯 가지 행동 유형 중 '소란 행동'에 비춰 부모가 범인일 수 있다는 사건을 뒤집는 파격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이런 이론의 허점이 밝혀지는 순간 관객은 허탈감에 빠진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사람은 자기가 보고자 하는 것만 보려한다는 것이다.박용우가 특종을 잡기 위해 사건에 뛰어든 다큐 PD 강지승으로, 성동일이 아이들을 포기하지 못하는 형사 박경식으로 분하며 아이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아버지역 성지루와 눈물조차 말라버린 어머니 김여진의 애끓는 모습 등 중견배우들의 연기는 일품이다. 강한 사회적 메시지로 각각 530만명과 330만명을 동원한 '살인의 추억'과 '그 놈 목소리'의 계보를 이어 묵직한 울림을 관객들의 가슴에 남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1-02-17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그대를 사랑합니다

2011년/한국/118분/드라마감독:추창민 출연: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개봉일:2011.2.17. 목. 15세 관람가별점:★★★★★★(6/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로 많은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는 강풀의 웹툰 '그대를 사랑합니다'(이하 '그대사')가 스크린에 부활했다. 지난 2007년 도서로 발간돼 15만부 판매기록을 세운 '그대사'는 2008년 연극무대에도 올라 3년간 17개 도시 공연을 돌며 좌석점유율 90%라는 뜨거운 호응으로 12만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이를 '마파도'와 '사랑을 놓치다'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추 감독은 노인들의 사랑이야기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어둡지 않으면서도 감정이 과잉되지 않은 절제된 영상미로 스크린에 옮겨내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브라운관, 스크린, 연극무대를 종횡무진 누벼온 국민배우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는 비교적 단순한 스토리 라인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극을 뚝심있게 끌고 나간다. 다소 전형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는 노인들의 모습이지만 이들은 자기색깔을 확실히 입혀 강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까도남' 김만석으로 분해 사랑에 빠진 소년같은 해맑은 표정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은 이순재, 그리고 화려한 치장을 버리고 남루한 우리네 할머니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낸 '송이뿐'역 윤소정은 이탈리아 장인이 한땀한땀 만들어냈다는 명품 트레이닝복을 연상시킨다. 또 훈남 '장군봉'역 송재호와 치매걸린 그의 아내 역 김수미 역시 화려한 대사보다 은근한 눈빛과 행동으로 최고의 로맨스 그레이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김만석의 손녀 연화로 분한 송지효와 고물상 주인 오달수, 어설픈 악당 이문식 등 조연들이가세해 극의 재미를 한껏 살리고 있다.다만 오버하지 않으려다보니 감정의 절제가 너무 강하다. 영화를 보며 고조된 감정을 해소할 타이밍을 줘야 개운한 데, 마음껏 카타르시스를 누릴 수 있는 이거다 하는 순간을 찾기 힘들 만큼 영화는 잔잔하게 흘러간다. 그동안 강풀 원작 영화 '아파트', '바보', '순정만화' 등은 흥행에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원작에 충실하다는 이번 영화가 그동안의 스크린 징크스를 깨고 새롭게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1-02-10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2011년/한국/115분/코믹 미스터리감독 : 김석윤 출연 : 김명민, 오달수, 한지민개봉일: 2011.1.27. 목. 12세 관람가별점:★★★★★★(6/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조선시대에도 '셜록 홈즈' 버금가는 탐정이 있었다(?).원래 탐정(探偵)은 사전적 의미로 드러나지 않은 사정을 몰래 살펴 알아내거나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코난 도일의 탐정소설 셜록 홈즈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속 에르큘 포와르가 유명하지만 최근엔 일본 아오야마 고쇼의 만화 '명탐정 코난'도 아이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렇듯 탐정은 시대를 뛰어넘어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캐릭터다.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도 먼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탐정 캐릭터를 제시해 눈길을 끈다. 특히 이 영화는 한국형 탐정 캐릭터를 시대극의 바탕 위에 새로운 장르로 탄생시켰다. 그러나 이 영화에 등장하는 탐정은 우리가 익히 알던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1782년(정조 16년) 오만한 노론 세력에 맞서 왕권강화를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이던 정조가 엄청난 규모의 공납비리사건을 접하고 부패 관료들의 배후를 알아내기 위해 최측근에게 비밀리에 수사를 지시한다. 그때 내린 정5품의 벼슬이 바로 찾을 '探(탐)' 바를 '正(정)' 즉, 올바름을 밝혀내라는 의미의 '탐정'이었다는 것.살신성인 연기파 배우 김명민이 천재적인 감각을 지녔지만, 어딘지 허술하고 능글맞은 조선 명탐정 역을 맡았다. 김명민은 캐릭터에 몰입, 망가지는 장면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등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미친 존재감' 오달수가 개장수 서필(명탐정 조수역할)로 극의 한축을 떠받들며, 한지민도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한 과감한 섹시미로 시선을 모은다.영화는 일단 개성적이고 독특한 캐릭터 창출에선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추리와 액션, 코미디와 모험, 스릴러의 묘미 등 다양한 것을 한 바구니에 담으려다 보니 전체적인 짜임새가 조금 헐겁다. 탐정영화의 묘미인 추리에 몰입하는 관객이라면 책을 읽어주듯 마무리하는 사건 해결 등 주입식 답안을 접하면서 맥이 빠진다. 그리고 속편을 예고하는 듯한 마지막 장면이나 귀에 익은 음악은 기존 할리우드 영화들을 연상시켜 새롭다는 느낌을 반감시킨다.

2011-01-27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글러브

2011년/한국/144분/휴먼 드라마감독 : 강우석출연 : 정재영, 유선, 강신일, 조진웅, 김미경개봉일: 2011.1.20. 목. 전체 관람가별점:★★★★★★☆(6.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충무로 최고의 흥행 마술사' 강우석이 실화를 모티브로 한 스포츠 드라마를 들고 나왔다.'실미도'로 한국 영화계 첫 번째 관객 1천만 돌파 시대를 열어젖힌 그는 지난해 '이끼'(338만명)를 통해 한국영화 감독 중 최초로 총 3천만 관객 돌파라는 저력을 과시한 바 있다. 게다가 '이끼'는 지난해 제18회 이천 춘사대상영화제 감독상 및 작품상, 제31회 청룡영화상 감독상, 제47회 대종상 영화제 감독상 등 4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그런 강우석의 새로운 장르 도전은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영화 '글러브'는 국내 최초 청각장애 야구부를 소재로 한 휴먼 드라마다. 강우석은 한 포지션에 단 한 명씩 딱 10명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53번째 고교야구부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를 모티브로 어김없이 감동의 연금술을 스크린 위에 쏟아낸다. 이미 스포츠 드라마는 지난 2008년 핸드볼을 소재로 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400만명)과 2009년 스키점프 선수들의 애환을 그린 '국가대표'(850만명) 등을 통해 관객들로부터 큰 사랑을 검증받은 바 있다.그런 장르기에 강우석은 더욱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역시 이번 영화에도 자신의 페르소나 정재영과 의기투합했다. 강우석이 펼치는 스크린 위에선 어느새 노련미가 물씬 풍긴다. '실미도', '강철중', '이끼'에 이어 강우석 감독과 4번째 호흡을 맞추는 정재영은 영화 '아는 여자'에 이어 2번째로 '프로 투수' 역을 맡아 감동의 산파역을 자처한다. 익히 잘 알려진 두 사람의 찰떡호흡은 긴 러닝타임내내 관객의 심장을 쥐락펴락한다.그러나 주로 남성성 강한 굵은 영화들을 대장장이처럼 두들겨온 강우석이기에 사랑표현은 아직 서툴다. 이번 영화에 정재영과 유선이 서로 사춘기 소년소녀처럼 티격태격 다투며 정을 쌓아가지만 적극적인 러브라인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도 사랑이 넘쳐나는 시대, 그런 수줍은 매력이 오히려 관객에겐 신선하게 어필할 수도 있지 않을까.아무튼 '스크린 연금술사' 강우석이 2011년 설 연휴 어떤 마법을 부릴지 충무로는 벌써부터 주목하고 있다.

2011-01-21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메가마인드

2011년/미국/95분/3D 애니메이션감독 : 톰 맥그라스목소리 출연:윌 페렐, 브래드 피트, 조나 힐개봉일: 2011.1.13. 목. 전체 관람가별점:★★★★★★(6/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슈퍼맨 등 전통적인 히어로 영화들은 나름의 공식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무한한 능력을 가졌고 무조건 잘 생긴 근육남에 세계적인 슈퍼스타를 능가하는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한다. 또 그의 곁에는 항상 미모의 여자 친구가 있고 한번 히어로는 영원한 히어로로 남아있다.드림웍스의 2011년 첫 3D 애니메이션 '메가마인드'는 이런 정통 히어로 무비의 공식을 비튼다. 드림웍스는 초록 괴물 '슈렉'과 식신몸치 팬더 '포'에 이어 안티 히어로 '메가마인드'를 스타 캐릭터로 내놨다. 초스키니의 깡마른 몸매에 거대한 블루스킨헤드로 초인적인 능력이라곤 전혀 없는 메가마인드. 무엇이든 필요하면 발명해내는 명석한 두뇌를 가졌지만 어릴 적부터 사고뭉치 왕따에 친구라고는 피쉬봇 하나뿐인 모태솔로 캐릭터다.주위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슈퍼악당 안티히어로 '메가마인드'는 각종 사고를 치며 시선을 끌지만 항상 전통적인 슈퍼히어로 '메트로맨'에게 덜미가 잡힌다. 매번 메트로맨에게 잡혀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는 게 다반사인 메가마인드. 그러던 어느날 아주 우연히 메트로맨을 없애는 데 성공(?)한 메가마인드가 도시를 접수하지만 자신을 대적할 유일한 상대 메트로맨이 사라지자 무료함에 삶의 의미를 잃어간다. 그렇게 해서 메가마인드는 상대역으로 '타잇탄'을 발명해 새 돌파구를 만들려하지만….이렇듯 영화는 여러 히어로 캐릭터들의 좌충우돌을 통해 진짜 영웅의 의미를 되묻는다. 그렇다고 심각하진 않다. 애니메이션 영화답게 코믹·단순명료한 설정에 볼거리가 더해져 가족영화로는 군더더기 없이 탁월하다. 다만 기존의 영웅 비틀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재탕의 아쉬움은 조금 남는다. 한편 목소리 캐스팅은 코미디의 황제 윌 페렐이 '메가마인드'를, 할리우드 톱스타 브래드 피트가 '메트로맨'을 연기했다. 국내 더빙판에서는 코믹배우 김수로가 '메가마인드' 역을 맡았다.

2011-01-13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심장이 뛴다

2011년/한국/114분/드라마감독 : 윤재근출연 : 김윤진, 박해일개봉일: 2011.1.05. 수. 15세 관람가별점:★★★★★☆(5.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어긋난 모정의 충돌, 그러나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심장이 뛴다'는 월드스타 김윤진과 충무로 최고 연기파 배우 박해일의 연기대결로 눈길을 모았다. 영화는 '심장'을 둘러싸고 죽어가는 딸을 살려야 하는 엄마와 뒤늦게 불효를 깨닫고 죽어가는 엄마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들의 물러설 수도, 피할 수도 없는 대결에 초점을 맞춘다.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일 뿐. 정작 스토리 이면에서 서로 부딪치는 건 두 어머니의 어긋난 자식사랑이다.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8살 딸을 가진 엄마 연희(김윤진)와 제 앞가림은커녕 매번 어머니를 등쳐먹는 양아치 휘도(박해일).여기서 대비되는 건 바로 김윤진과 박해일 어머니의 모정이다. 남편과 사별한 뒤 병든 어린 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착한 엄마 연희, 그리고 철모르는 자식을 위해 자신을 소모하듯 살아가는 휘도의 어머니. 얼핏 둘 다 헌신적인 어머니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그런 맹목적인 사랑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휘도의 어머니는 짐이 되지 않으려는 듯 자신의 병을 끝까지 숨기며 자식을 속였고 연희 역시 오로지 딸을 살리려는 마음이 잔인한(?) 모정으로 치닫는다. 결국 휘도의 가슴 한 편에는 기회조차 주지 않은 어머니에 대한 큰 응어리가 남았고 연희도 자식이란 거울 앞에 무너져내리는 스스로와 마주하게 된다.이렇듯 어머니의 맹목적인 사랑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본인 혹은 자식을 얼마나 무섭게 뒤바꿔 놓을 수 있는지가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내리사랑과 효는 개인과 가족내에서 가장 우선적인 가치다. 또 사회에서 생명이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소중하다. 이 두 가지 명제가 충돌하면서 영화는 파국으로 달려간다. 영화를 보는 내내 최근 베스트셀러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록 '정의란 무엇인가'가 자꾸 겹쳐진다. 우리 사회가 정의에 대해 얼마나 고민해 봤나 곱씹게 된다. 한편 주변 인물들로 '이끼' 김상호, '전우치' 주진모, '강철중' 강신일 등 조연들이 힘을 보태지만 두 주연의 대결에만 포커스가 집중돼 조금 아쉽다.

2011-01-07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라스트 갓파더(The Last Godfather)

2010년/한국·미국/103분/슬랩스틱 코미디감독 : 심형래출연 : 심형래, 하비 케이틀, 마이클 리스폴리개봉일: 2010.12.29. 수. 12세 관람가별점:★★★★★(5/8개 만점)[경인일보=]안타까웠다. 뉴욕에 간 영구에게선 트레이드마크인 '영구 없~다!'를 들을 수 없었다.영화 '라스트 갓파더'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의 고전 '대부'와 코믹캐릭터 '영구'의 퓨전버전으로 영구가 뉴욕 마피아 대부의 자식이란 기상천외(?)한 설정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영화는 생기다 만 외모, 조금 덜 떨어진 행동, 심각하게 특별한(?) '영구(심형래)'가 마피아 대부인 아버지 '돈 카리니(하비 케이틀)'의 부름을 받고 뉴욕에서 조직의 후계자로 마피아 수업을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누가 봐도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영구'와 '대부'의 글로벌 조합은 우선 큰 거부감없이 녹아들었다. 그건 무엇보다 할리우드 배우들의 연기 뒷받침이란 안전장치 때문. '피아노' '펄프픽션' '저수지의 개들' 등 독립영화 팬들에게 잘 알려진 연기파 배우 하비 케이틀의 진지한 표정은 고전 영화 '대부'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킥 애스' '펄햄123'의 마이클 리스폴리,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조슬린 도나휴, '기숙사 대소동'의 존 피넷, '아메리칸 갱스터'의 존 폴리토 등 익숙한 할리우드 배우들도 영화에 무게감을 더했다. 심형래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향수어린 '띠리리리띠리~' 콧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았다.우리가 그동안 봐온 머리엔 땜통을 하고 허름한 저고리와 검은 고무신을 신던 영구는 가죽구두에 명품 양복을 걸쳤어도 좌충우돌 못말리는 코믹 영어펀치로 영구를 모르는 요즘 아이들도 연방 박장대소를 그치지 않았다. 영구의 슬랩스틱은 역시 그 이름처럼 만 9세 전후 아이들에게 강한 힘을 발휘했다. 그러나 뻔한 내러티브와 해피엔딩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끼워맞추는 무리한 이야기 전개는 무척 지루하다. 다만 조금 진부할지라도 할리우드 배우들과 함께 무리없이 영화 한 편을 만들어냈다는 무한도전만큼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한편 극 중 아이돌 그룹 '원더걸스'가 카메오로 출연해 무대 위에서 영어로 '노바디'를 들려주는 등 또다른 애국심 마케팅의 일면도 볼 수 있다.

2010-12-31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쓰리 데이즈

2010년/미국/133분/멜로 드라마감독 : 폴 해기스출연 : 러셀 크로우, 엘리자베스 뱅크스개봉일: 2010.12.22. 수. 15세 관람가별점:★★★★★★(6/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쓰리데이즈'는 지난 2008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애니싱 포 허(Pour elle Anything for Her)'를 폴 해기스 감독이 불과 2년만에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얼마 되지 않은 영화임에도 상당한 모험을 감수한 폴 해기스 감독은 자신의 주특기인 인간 심리 묘사 극대화를 통해 영화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아내 '라라'(엘리자베스 뱅크스), 아들 '루크'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던 평범한 대학 교수 존(러셀 크로우). 어느 날 아내가 살인범으로 몰려 종신형을 받으면서 평화롭던 가정은 위기에 몰린다. 아내의 혐의를 벗기려는 존의 노력에도 불구, 법적 정황과 증거가 불리해지자 절망한 아내는 자살을 시도한다. 더 이상 합법적인 방법으로 아내를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한 존은 마침내 아내의 탈옥을 결심하게 된다.영화는 아내가 이감되기까지 남은 3일 안에 아내를 탈옥시킨 뒤 35분만에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도시를 빠져나가야 하는 시간제한 설정으로 긴박감을 더한다.하지만 '쓰리데이즈'는 광고에서처럼 스릴러 액션 장르로 포커스를 맞추기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밀리언 달러 베이비', '크래쉬', '엘라의 계곡' 등 탁월한 인간 심리 묘사와 드라마틱한 캐릭터 창조로 추앙받고 있는 할리우드의 대표 명장 폴 해기스 감독은 아내를 구하려는 평범한 한 가장의 절박함과두려움 등에 세밀한 현미경을 들이댄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지려는 한 남자의 애절한 순애보는 러닝타임 내내 스크린을 가득 메우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긴장감 넘치는 추격신은 덤이다.또한 영화 내내 탈출에 초점을 두던 영화는 거의 끝날 무렵 진실 규명에 대한 짧은 힌트를 통해 이들의 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는 치밀함도 놓치지 않고 있다.한편 '테이큰'을 흥행에 성공시키며 특수요원 열풍을 일으킨 리암 니슨은 영화 전단지와는 달리 아주 짧은 출연의 배역이지만 희대의 탈옥 전문가 '데이먼'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0-12-24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

2010년/영국·미국/146분/판타지 미스터리감독 : 데이빗 예이츠출연 :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개봉일: 2010.12.15. 목. 전체 관람가.별점:★★★★★☆(5.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장장 10년의 세월을 이어온 해리 포터가 드디어 마지막 시리즈로 돌아왔다.지난 2001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로 시작한 시리즈는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2002년),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년), '해리 포터와 불의 잔'(2005년),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2007년),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2009년)에 이어 대미를 장식할 7번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1, 2부로 나눠 개봉된다. 특히 이번 영화는 지금까지의 화려한 볼거리 위주 모험극과는 대비되는 어두운 내면의 갈등과 모순 등을 무겁게 담았다.성년이 되면서 그동안 해리를 지켜주던 수호 마법이 사라지고 해리는 론, 헤르미온느와 함께 더이상 호그와트 마법학교가 아닌 더 넓은 세상으로 나선다. 그러나 볼드모트가 악의 세력을 규합해 마법부를 장악하면서 해리 일행은 죽음을 먹는 자들을 피하는 것만도 버겁다. 하지만 이들은 전편에서 덤블도어의 죽음 이후 볼드모트 영혼의 조각이 보관된 호크룩스를 찾아 파괴하기 위한 모험을 떠나야만 한다. 세상은 황량하고 갈곳은 마땅치 않게 되면서 굳건했던 세 사람의 우정도 갑작스레 처한 현실에 서로 갈등하고 방황한다.우리에게 아직도 앳된 이미지로 남아있던 소년 해리는 어느새 청년으로 변했다. 자신을 뒤쫓는 볼드모트의 추격을 피해 얼굴은 어느새 자란 수염으로 까칠해지며 조금씩 성인 티가 역력해졌다. 세월이 이렇다보니 첫번째 작품부터 함께해온 팬들이라면 감개무량할 만하다.그러나 그의 성장은 아직은 조금 낯설다. 물론 어느새 키가 훌쩍 커버린 론과 성숙한 헤르미온느의 자태도 마찬가지다. 무거운 분위기만큼 늘어지는 스토리 또한 그동안과 달라 새롭게 볼 수도 있겠지만 예전의 해리포터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겐 다소 버겁다.

2010-12-17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쩨쩨한 로맨스

2010년/한국/112분/코믹 멜로감독 : 김정훈 출연 : 이선균, 최강희개봉일: 2010.12.1. 수. 청소년 관람불가별점:★★★★★★(6/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최강 동안' 최강희의 첫 섹스 코미디 '쩨쩨한 로맨스'가 개봉 2주차에도 흥행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8일 개봉작 중에서도 기대작인 뮤지컬 원작 '김종욱 찾기'를 누르고 관객동원 1위를 차지한 것. 성인만화가 정배와 섹스칼럼니스트 다림이 펼치는 상상초월 코믹 로맨스를 그린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약점에도 불구 성인 관객층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을 열광하게 하는가. 일단 '댄디가이' 이선균과 '4차원 동안' 최강희의 캐릭터 설정이 너무나 자연스럽다는 점을 첫 손으로 꼽을 수 있다. 항상 깔끔한 댄디남으로 인기를 모은 이선균이 까칠 소심남으로 분해 소소한 웃음을 선사하며 최강희는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달콤, 살벌한 연인'에 이어 배역을 자신의 캐릭터로 완전히 소화해냈다.그리고 무엇보다 코믹 영화라면 누구나 기대하게 되는 한 방의 대박 펀치가 여기에 있다. 이 영화의 백미는 역시 첫 베드신이다. 성에 관해서는 모든 걸 다 해본 듯 큰소리쳤지만 사실 이론만 빠삭할 뿐 실전경험이 없는 다림이 첫날 밤 자기가 읽었던 잡지의 모든 구절들을 총동원하는 장면은 가벼운 웃음을 넘어 포복절도 수준의 폭소를 자아낸다. 거기에 다림에게 잘 보이고픈 만화가 정배의 고민까지 겹쳐지며 둘의 '동상이몽' 베드신은 코믹 하모니의 절정으로 치닫는다. 감독은 성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코드로, 그들의 성적인 고민을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세심한 손길로 관객의 웃음보를 쥐락펴락한다. 또한 만화와 실사를 합성해 보여주는 영화적인 상상력도 흥미를 더하게 만드는 포인트로 귀엽게 어필하고 있다.그러나 한가지 이 영화는 보통 로맨틱 코미디와는 조금 다르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로맨스보단 성인 코믹물에 더 가깝다. 아무래도 소재 성격상 자신을 조금씩 보여줘야 하는 시작하는 연인들보단 이제 어느 정도 가까워진 연인들이나 친구들끼리의 관람을 권한다. 그래야 조금은 야릇한 장면에서 마음껏 웃어젖혀도 괜히 상대가 속물로 오해하거나 얼굴 붉히며 고개돌리는 일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2010-12-09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김종욱 찾기

2010년/한국/112분/로맨틱 코미디 감독:장유정출연:임수정, 공유개봉일:2010.12.8. 12. 12세 관람가별점:★★★★★★☆(6.5/8개 만점)[경인일보=]"인연을 붙잡아야 운명이 되는 거야."영화 '김종욱 찾기'에서 막연한 운명을 기다리고만 있는 서지우(임수정 분)에게 아버지 서대령이 전하는 일침이다. 아주 쉽고 평범한 말이지만 관객들의 심장을 불쑥불쑥 조여오는 대사다. 이 영화엔 이런 대사들이 속속 튀어나와 짧고 간명하지만 맥락에 숨은 깊은 뜻에 허를 찔린 관객들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토종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가 스크린 위에 새롭게 태어났다. 지난 2006년 초연 이래 2010년 현재까지 평균 객석점유율 93%, 누적관객 36만명의 흥행 감동 대작 뮤지컬이니 만큼 영화에 대한 관심도 크다. 특히 원작 뮤지컬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김종욱 찾기'의 연출을 맡았던 장유정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들고 충무로에 데뷔해 더욱 눈길을 끈다.오랜 친구인 공유와 임수정이 첫 로맨스 호흡을 맞춘다. 공유는 '커피프린스'의 왕자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과감한 2 대 8 가르마로 융통성 제로의 순진남으로 새롭게 연기변신에 성공했다. 임수정도 보이시하면서도 털털한 매력으로 친근감있게 다가간다. 또 천호진, 전수경, 류승수, 이청아 등 대표 연기파 배우들이 조연으로 나와 힘을 더한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배우들이 영화에 직접 얼굴을 내민 것을 비롯해 상상 초월 초특급 카메오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는 좁은 무대라는 한계를 벗어나 순식간에 인도로 날아가는 등 원작의 외연을 넓혀 더욱 많은 생동감 넘치는 볼거리를 준다. 또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약간은 과장된 듯 하지만 절묘한 타이밍으로 시종일관 웃음과 감동을 실어나른다. 그러나 뮤지컬 영화가 아니다 보니 원작의 노래와 춤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그때 그 감동의 깊이와는 좀 다를 수 있다. 물론 장르의 특성상 영화가 주는 새로운 버전으로 바라본다면 큰 무리는 없다.

2010-12-03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이층의 악당

2010년/한국/115분/서스펜스 코미디감독:손재곤 출연:한석규, 김혜수, 지우개봉일:2010.11.24. 수. 15세 이상 관람가별점:★★★★★★(6/8개 만점)[경인일보=]지난 2006년 장편 입봉작 '달콤, 살벌한 연인'으로 관객과 평단 모두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손재곤 감독이 4년만에 신작 '이층의 악당'으로 돌아왔다. 최강희·박용우 주연의 '달콤, 살벌한 연인'은 채 10억원이 되지않는 순 제작비에 신인 감독, 그리고 청소년 관람 불가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관객 230만명을 동원하며 화제를 몰고 왔다. 그뿐 아니라 손 감독은 그해 대한민국 영화대상 각본각색상 및 2006년 디렉터스컷 올해의 신인 감독상을 수상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화려한 조명을 뒤로 하고 작품을 준비해 온 손 감독에게 다음 영화는 더더욱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전작의 여운이 어느새 가시고 나서야 새로운 작품을 내놓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실력이 어디 가랴. 일단 이 영화, 재미있다. 상식의 허를 찌르는 거침없는 대사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돌발 상황이 속속 터지는 코믹 지뢰가 여기저기 숨어 있다. 그리고 주연들을 받쳐주는 감초 역할의 조연들까지 더해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은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신경쇠약에 걸려 독설을 내뱉기 일쑤인 집주인 연주(김혜수)와 시가 20억원짜리 찻잔을 찾기 위해 작가로 위장해 2층에 세든 고미술품 브로커 창인(한석규)의 복잡미묘한 관계가 일단 눈에 띈다. 여기에 한때 '우유 소녀'로 국민 여동생이 될뻔 했으나 크면서 외모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사춘기 딸 성아, 그리고 오지랖 백단의 옆집 아줌마, 연주를 짝사랑하는 어리버리 연하남 오순경까지 이야기에 끼어들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닫는다.역시 손재곤이라 할만큼 치밀한 시나리오 속에 녹아든 작은 웃음 코드는 어느 영화보다 풍성하다. 다만 코믹영화라면 한번쯤은 기대하기 마련인 웃다가 뒤로 자빠지게 만들만한 한 방은 조금 아쉽다.한편 톱스타 김혜수와 한석규뿐만 아니라 인기 아이돌 그룹 유키스의 동호, 뮤지컬 스타 엄기준과 윤희석, 특급조연 박원상·박혁권·이용녀·김기천, 그리고 신예 이장우까지 다양한 배우들의 향연도 재미를 더한다.

2010-11-25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소셜 네트워크 (The Social Network)

2010년/미국/120분/드라마감독:데이빗 핀처출연:제시 아이젠버그, 앤드류 가필드, 저스틴 팀버레이크개봉일:2010.11.18. 목. 15세 관람가.별점:★★★★★★(6/8개 만점)[경인일보=]'5억명의 온라인 친구, 전세계 최연소 억만장자, 하버드 천재가 창조한 소셜 네트워크 혁명!'이란 영화 카피는 듣기만 해도 전율과 소름을 돋게 만든다. 지난 2004년 하버드대학내 인맥 교류 사이트로 출발한 페이스북은 불과 6년만에 211개국 5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우뚝 선 인맥 네트워크 사이트.영화는 기업가치 58조원의 페이스북(FACEBOOK) 탄생 비화를 소재로 내걸었다. 실제 '페이스북' CEO로 재산이 현재 69억달러(약 8조원)에 달하는 '마크 주커버그'를 모델로 페이스북의 탄생 계기와 그 과정에서 벌어진 하버드 생들의 우정과 배신을 드라마틱하게 그린다.그러나 이 영화는 누구나 선망하는 성공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무작정 질주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와 과거의 시간을 오가며 엄청난 성공(?)이 가져다 준 결과가 무엇인지 관객에게 묻는다. 과거 하버드대 엘리트클럽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던 마크 주커버그는 누구에게나 개방된 소셜 네트워크를 꿈꾼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전신인 페이스매치의 탄생 계기는 무척 단순하다. 여자 친구에게 차인 마크 주커버그가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게 바로 페이스매치. 여자 기숙사 컴퓨터를 해킹해 입수한 사진으로 이상형 월드컵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 남학생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것. 거기서 그는 새로운 가능성을 본다. 물론 페이스북 탄생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회원수가 늘어나면서 함께하던 친구들은 의견 충돌로 찢어지고 결국 서로에게 엄청난 고액 소송을 걸기에 이른다. 무려 5억명의 온라인 친구가 있는 억만장자가 됐지만 정작 그의 옆에는 아무도 없다는 성공의 아이러니가 바로 관전 포인트다.'세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을 연출해 국내에서도 팬층이 두터운 데이빗 핀처가 메가폰을 잡았고 세계적인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냅스터 창시자인 '숀 파커'역을 맡아 눈길을 끈다.

2010-11-19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초능력자

2010년/한국/114분/스릴러감독 : 김민석 출연 : 강동원, 고수, 정은채개봉일: 2010.11.10. 수. 15세 이상 관람가.별점:★★★★★(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꽃미남 투톱 강동원과 고수가 만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화제가 된 영화 '초능력자'.일단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법한 신비롭고 아름다운 피사체 강동원과 다비드상과 같은 완벽한 외모에 진심 어린 눈빛까지 갖춘 '고비드' 고수의 조합은 일단 여심을 홀릴 만하다. 또한 초능력자란 소재는 평범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보통 초능력자라면 할리우드 영화 '슈퍼맨'이나 '엑스맨' 등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세상을 구하는 영웅 이미지가 우선 떠오른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사뭇 다른 초능력자에 메스를 댄다. 영화 속 초인(강동원 분)은 눈으로 사람들을 조종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구하지도, 야심만만한 계획을 세우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특별한 능력이 불편한 그는 평범한 삶을 소원하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만 조용히 초능력을 이용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현대인에 가깝다. 초현실과 판타지의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고 평범한 사회에 숨어사는 초인의 모습은 어쩌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초인은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던 중 자신의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규남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신을 알아보는 규남에게 위협을 느낀 초인은 본의 아니게 자신을 드러내게 된다. 유토피아라는 전당포에서 성실하게 일하던 규남은 사장님을 죽인 초인을 뒤쫓으며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두 남자의 사투가 시작된다.영화의 분위기는 구름 잔뜩 낀 하늘처럼 전체적으로 어둡고 우울하다. 자신을 숨기려는 초인과 정체를 밝히려는 규남의 대결이 점점 더 많은 희생자를 만들며 소모전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썩 유쾌하지 못하다. 또한 이 둘의 고독한 대결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가 서로의 탓으로 돌리려는 결과론적 이야기에 머물러 보는 내내 갑갑함을 숨기기 힘들다.다만 규남의 절친으로 나오는 2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펼치는 구수한 한국말이 활력소로 작용해 관객이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게 한다. 현재 의대 재학중인 가나의 엄친아 아부다드가 '버바'역으로 나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통역사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터키 훈남 에네스카야가 한국 사회에 100% 적응한 외국인 '알'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2010-11-12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 (El Secreto De Sus Ojos)

2009년/아르헨티나, 스페인/129분/멜로 스릴러감독 :후안 호세 캄파넬라 출연 : 리카도 다린, 솔레다드 빌라밀개봉일: 2010.11.11. 목. 15세 이상 관람가.별점:★★★★★★★(7/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올해 제82회 아카데미에서는 예상을 빗나간 작은 이변이 눈길을 끌었다.바로 아르헨티나의 후안 호세 캄파넬라의 '엘 시크레토:비밀의 눈동자'가 칸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하얀 리본'과 평론가의 극찬이 이어졌던 프랑스 영화 '예언자' 등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던 것. 평론가들은 멜로와 스릴러를 씨줄과 날줄로 치밀하게 카펫처럼 엮어낸 그의 노련한 연출력에 손을 들어줬다.최근 은퇴한 아르헨티나 법원 직원 벤야민 에스포지토는 자신의 가슴에 큰 돌덩이를 누른 듯 개운하지 않은 사건을 소설로 쓰기로 결심한다. 25년 전 젊고 아름다운 신부에게 발생한 끔찍한 강간살인사건. 당시 에스포지토는 피해자를 끔찍이 사랑한 남편의 정성에 탄복해 어렵게 범인을 잡고 종신형을 살게 하지만 이내 정부가 반정부 게릴라 소탕에 협력한다는 이유로 어이없이 범인을 풀어주면서 무력감에 빠진다. 그 당시 조각들을 찾아헤매던 에스포지토, 그러나 사건 이외에 자신의 상사이자 사랑했던 여검사 이레네에게 자연스레 생각이 이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영화는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감독의 말처럼 장르는 요리를 담은 그릇에 불과하다고 차치하더라도 음식을 더욱 먹음직스럽게 만드는 그릇이 있듯 스릴러라는 장르는 영화 속 메시지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고 있다. 물론 정작 이야기를 이끄는 힘은 바로 지고지순한 사랑이다. 갑작스레 잃은 신부를 잊지 않고 수십년을 살아가는 모랄레스와 오랜 세월 감정을 가슴에만 묻어온 에스포지토, 두 남자의 사랑은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의 가슴에 둔중한 울림을 전한다.그리고 자신의 반쪽을 잃은 공허감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이루지 못한 좌절감이 스크린 위에서 교차하며 안타까움의 탄성이 절로 터져나온다.하지만 아픈 현실에 아파하고 실망하기엔 이르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법이라는 우리네 명언이 아주 가까이 있지 않은가.

2010-11-05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Last Chance Harvey)

2008년/미국/93분/드라마감독 :조엘 홉킨스 출연:더스틴 호프만, 엠마 톰슨개봉일:2010.10.28. 목. 12세 이상 관람가.별점:★★★★★★(6/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세월은 가끔 인연을 맺어준다'.중년을 넘어선 두 남녀가 새로운 사랑의 첫발을 떼기까지 지난하지만 아름다운 만남이 런던의 흐린 하늘 아래 잔잔한 로맨스로 펼쳐진다. 여기 사는 곳도, 성격도, 취미도 다른 두 사람이 있다. 영화는 두 외로운 인간의 평범한 삶을 병렬하듯 보여준다. 자신의 일상에 무미건조한 삶을 이어가는 그 둘의 모습은 많이 다르지만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다. 뉴욕에 사는 광고음악 작곡가 하비(더스틴 호프만)는 이혼 후 자신의 꿈인 재즈피아니스트를 접고 생활에 얽매여 홀로 외롭게 살아간다. 자신의 하나뿐인 딸 결혼식에 참석차 시간을 쪼개 런던으로 날아온 하비는 딸이 자신의 새아버지의 손을 잡겠다는 부탁에 한번 실망하고 느닷없는 해고 통지에 두 번 좌절한다. 비행기마저 놓치고 우울한 하비는 공항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케이트(엠마 톰슨)와 말을 섞으면서 마음의 위안을 삼게 된다. 설문조사기관 공항점에서 근무하는 케이트는 일하는 시간 외엔 책을 읽거나 문학 강좌를 듣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중년의 독신녀. 패턴화된 일상에 안주하던 그녀에게 어느 날 찾아온 하비. 어설프지만 자신에게 집중하려는 그의 순수한 마음에 어느새 그녀는 그동안 굳게 닫아뒀던 마음의 빗장을 조금씩 풀게 된다. 그러나 비서와 함께 프랑스로 떠나버린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그녀는 사람을 만날 때 상처를 먼저 걱정할 만큼 마음이 여리다. 만남의 기회를 미리 예방주사 맞듯 피해버리는 수동적인 삶의 방식에 그녀는 이미 중독돼 버렸다. 동화속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기엔 너무 지나와버린 세월의 무게에 두 남녀는 선뜻 다가서지 못한다. 하지만 조심스레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열어보이는 느린 과정이 열정적인 사랑보다 충분히 농익어 보인다. 물론 조금 갑갑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은 잠시 감출 순 있어도 언젠가 낭중지추처럼 묻어나게 마련이다.영화 '졸업' 이후 할리우드 배우로 자리매김한 더스틴 호프만과 '러브 액츄얼리', '센스 앤 센서빌리티'로 유명한 영국 배우 엠마 톰슨이 황혼의 로맨틱 커플로 호흡을 맞춘다. 각각 미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두 배우의 동반 출연은 그 무게감만으로도 관객을 설레게 한다.

2010-10-29 이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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