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미시네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된장

2010년/한국/107분/미스터리 멜로감독 :이서군 출연 : 류승룡, 이요원, 이동욱, 조성하개봉일: 2010.10.21. 목. 12세 이상 관람가별점:★★★★★☆(5.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된장찌개가 신출귀몰 도망자의 발목을 잡았다(?)기발한 상상력에 흥미진진한 미스터리가 잘 버무려진 '박수칠 때 떠나라'에 이은 장진 사단의 두번째 미스터리 프로젝트. 영화 '된장'은 전설의 살인마를 잡은 된장찌개라는 기상천외한 소재를 들고 나온다. 탈옥 5년 만에 극적으로 검거된 희대의 살인마 김종구는 사형을 당하면서 마지막 말로 이런 말을 남긴다. "그 된장찌개가 먹고 싶네." 여러 가지 정황이나 그간 화려한 도피행각으로 봐서 도망갈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잡힌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된장찌개. 된장이 살인마의 넋을 빼놨다는 조금은 코믹한 설정에서 출발한 영화는 오묘한 맛의 된장찌개에 대한 관객의 강한 호기심을 솔솔 유발시킨다. 국내 최초로 영화에 로켓발사 장면이나 CF에서 주로 사용돼온 팬텀 HD 고속카메라를 이용해 숨막히는 긴장감과 된장의 마법 같은 맛을 동시에 포착해내고 있다. 또 극중 애니메이션을 삽입해 관객의 상상력을 더욱 극대화시킨다.기막힌 제보를 접한 PD 최유진(류승룡)의 취재형식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사건의 열쇠를 쥔 된장 달인녀 장혜진(이요원 분)의 자취를 쫓다 중반 이후 된장에 얽힌 미스터리한 러브 로맨스로 방향을 튼다. 그러나 영화는 된장에 담긴 비밀에 애절한 사랑얘기를 더하며 포커스가 흐릿해진다. '사랑의 된장찌개' 그럴듯한 조합이다. 하지만 확실한 조건과 과정을 통해 의문을 해결해 나가야하는 미스터리 위에 토핑처럼 얹혀진 화려한 러브스토리라니. 국경도 없고 측량할 수조차 없는 감정의 무게가 결부된 그 맛의 객관성을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관객은 어느새 주관적인 감정의 잣대에 휘둘리고 있는건 아닌지 의심에 빠지게 된다.영화는 연기파 배우 류승룡과 '선덕여왕'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 이요원, 그리고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군입대한 꽃미남 이동욱 등이 가세했다. 베를린, 칸, 선댄스 영화제에서 소개되며 전 세계에 배급됐던 방은진, 황신혜 주연의 '301, 302'를 스무살때 쓴 최연소 각본가이자 '러브러브'로 최연소 데뷔 감독 타이틀을 지닌 감독 이서군이 12년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2010-10-21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레터스 투 줄리엣 (Letters To Juliet)

2010년/미국/105분/로맨스 감독 :게리 위닉출연 : 아만다 사이프리드, 크리스토퍼 이건개봉일: 2010.10.07. 목. 12세 이상 관람가.별점:★★★★★★☆(6.5/8개 만점)[경인일보=]'사랑어 사전에는 늦었다는 말이 없다'.누구나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 하나쯤은 있다. 그렇다면 50년 만에 첫 사랑을 다시 만나러 찾아나선다면 어떨까. 그러나 추억은 추억이기에 아름다울 뿐. 실망을 두려워 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원래 첫사랑은 가슴에 묻는 거라며 애써 마음을 다독이게 마련이다.그러나 그런 쓰라린(?) 현실에 반기를 든 영화가 있다.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하지만 그 중에 가장 밑바탕이 되는 건 바로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판타지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란 건 부정하기 힘들다. 그러기에 우리는 굳이 극장을 찾는 게 아닐까.영화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로 알려진 이탈리아 베로나로 떠난다. 그곳에 '줄리엣의 집'이 있는데, 그곳 발코니 아래에서는 전 세계 여성들이 비밀스럽고 가슴 아픈 사연을 털어놓는다. 뉴욕의 작가 지망생 소피는 그곳을 방문했다 우연히 줄리엣의 답장을 대신 써 주는 '줄리엣의 비서'라는 베로나 공무원들과 조우하고 그들의 일을 돕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발견된 50년 전의 러브레터 한 통. 세월의 더께가 앉은 사연에 감동한 소피는 자신이 직접 답장을 쓰겠다고 나선다. 그리고 그 편지를 받은 러브레터의 주인공 클레어와 그녀의 손자 찰리가 기적처럼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흥미롭게 전개된다. 50년 만에 사랑을 찾아온 소녀같은 할머니라니. 운명 같은 사랑과 50년을 지켜온 순정, 그 소재 하나만으로도 쌀쌀한 가을 낭만에 빠지고픈 여심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이탈리아 중부의 풍광은 한 폭의 수채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다만 모든 게 운명으로 정해진 듯한 작위적인 설정은 다소 흠이다. 그러나 어쩌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마음은 이미 해피엔딩으로 향하고 있는 걸 말이다. 우리에겐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에서 메릴 스트립의 딸로 눈에 익은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사랑의 메신저로 나선다.

2010-10-15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검우강호(劍雨江湖·Reign of Assassins)

2010년/중국/120분/액션 감독:우위썬, 수 차오핑출연:정우성, 양쯔충, 쉬시위안, 여션웨개봉일:2010.10.14. 목. 15세 이상 관람가.별점:★★★★★☆(5.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복수를 위해 얼굴마저 바꾼다'. 지난 1997년 존 트라볼타, 니콜라스 케이지 공동 주연의 '페이스오프'를 만든 우위썬 감독이 이젠 무대를 중국 명나라 시대로 바꿨다. '페이스오프'에서 FBI 요원이 자신의 어린 아들을 죽인 냉혹한 청부 테러범을 생포하기 위해 그의 얼굴로 바꿨다면 여기에선 살해당한 아버지의 복수를 꿈꾸며 얼굴을 바꾼채 은거하는 고수를 그렸다.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수묵화로 전반적인 배경 설명을 처리한 뒤 바로 절제된 360도 회전 스톱모션 액션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화려한 검객의 춤을 추는 듯한 액션이 연달아 이어지며 21세기형 빠른 전개 방식을 보여준다. 그리고 심각한 상황에서 간간이 터지는 촌철살인 코믹 대사들이 사람들의 웃음보를 터뜨리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극중 중간에서 약간 전개가 느슨해지면서 다소 지루함을 느끼게 되는 점은 다소 아쉽다."정우성을 보면, 전성시대의 저우룬파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극찬한 우위썬 감독의 러브콜을 받은 한류스타 정우성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또한 상대역으로는 '와호장룡'으로 월드스타의 입지를 다진 양쯔충이 나와 콤비를 이룬다. 대만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국내에도 다수의 팬을 보유한 대만 대표배우 '쉬시위안'은 미모의 암살자 '옥'으로, 또한 '나는 비와 함께 간다', '무간도' 등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홍콩 대표 배우 '여션웨'은 독침의 일인자로 분했다. 또한 우위썬 감독의 딸 '안젤리스 우'가 화려한 무공을 자랑하는 냉혈 여검객으로 특별출연해 짧은 시간이지만 결정적인 대사 한마디로 눈길을 끈다.역시 수십년의 내공을 자랑하는 베테랑 양쯔충의 액션 연기만큼은 일품이다. 그에 비해 쌍검의 일인자로 그려진 정우성의 액션은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은 편이다. 물론 정우성의 알듯 모를 듯한 미소만으로도 많은 여성팬들의 심장을 쥐락펴락하기엔 충분하겠지만 말이다.

2010-10-07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적인걸:측천무후의 비밀

2010년/중국/123분/미스터리 액션감독:서극 출연 : 유덕화, 양가휘, 이빙빙, 유가령개봉일:2010.10.07. 목. 12세 이상 관람가.별점:★★★★★★(6/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서양에 셜록 홈즈가 있다면 동양엔 천재 수사관 적인걸이 있다.'아시아의 스필버그' 서극 감독과 '월드스타' 유덕화가 최초로 장편 영화에서 조우해 화제를 모은 영화는 실존 인물에 영화적 상상력을 보탠 흥미진진한 팩션 드라마다. 중국 대륙 역사상 최초 여황제 측천무후가 가장 신뢰했고, 가장 두려워했던 명판관 적인걸이 황실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 홈즈의 동양 사극 버전쯤 된다고 보면 되겠다. 역사상 유일무이한 당나라 여황제 측천무후의 즉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정작 주인공은 평생 1만7천여건의 사건을 완벽하게 해결했던 천재 수사관 적인걸(狄仁傑·630~700)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서극 감독이 기존의 세련된 액션에 미스터리까지 가미, 새로운 스타일의 21세기형 무협을 선보인다. '중국판 미실'로도 불리는 측천무후는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 '중국 역사상 가장 걸출한 여성 정치인' 혹은 '권력 앞에서는 자신의 아들도 독살할 만큼 극악무도하고 잔인한 여성'이라는 등 평가가 상반된다. 무술 액션은 역시 정통 중국 무협영화답게 호쾌하다. 거기에 은근한 동양판 로맨스까지 얕게 깔아 분위기를 띄운 영화는 결국 장이머우 감독의 '영웅'에서처럼 엄정하고 현실적인 중국인의 세계관을 재확인하며 이야기를 귀결시킨다. 다만 수수께끼를 풀어내듯 하나씩 사건의 배후를 해결하는 과정을 너무 정직하게 보여주는 연출은 조금 식상하다. 또한 최첨단 3D시대에 뒤처지는 CG가 조금 거슬리지만 극의 전개에는 큰 방해가 되진 않는다.한편 유덕화는 물론 뛰어난 연기 실력을 소유한 섹시 아이콘 유가령,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양가휘, 아시아의 라이징 스타 이빙빙과 신세대 만능 엔터테이너 등초까지 중국 신구 스타들이 총망라했다.

2010-09-30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2010년/미국/139분/감성 로드 드라마감독 : 라이언 머피출연 : 줄리아 로버츠, 하비에르 바르뎀개봉일: 2010.9.30. 목. 15세 이상 관람가.별점:★★★★★★★(7/8개 만점)[경인일보=]원작인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베스트셀러 여행 에세이 'eat pray love'는 전 세계 40여 개국 850만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원작을 등에 업은 영화는 '누구나 인생에 한번은 모험이 필요하다'는 멋진 카피로 뭇여성들의 일탈 욕구를 마구 뒤흔든다.영화는 미국 뉴욕에 사는 여성 여행 저널리스트가 멀쩡(?)한 가정을 박차고 자신을 찾아나서면서 시작된다. 여행 저널리스트지만 정작 자신만의 여행은 꿈만 꿔온 리즈(줄리아 로버츠). 겉으론 행복해보이지만 일상에 묻혀 자신을 잃어간다고 깨달은 그녀는 어느날 이혼을 선언하고 무작정 1년간의 여행을 계획한다. 여행의 로망이라는 이탈리아 로마와 나폴리에서 파스타와 피자로 입맛과 함께 잃어버린 삶의 의욕을 되찾은 그녀는 수행자들의 성지 아쉬람에서 명상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발리에서 휴식하며 하루하루 균형을 찾아간다. 영화는 과감한 모험보다는 그 속에서 대면하는 사람들을 통해 자신을 비춰가는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에 묘미를 보여준다. 그러나 드디어 삶의 의미를 찾았다고 여긴 마지막 여행지에서 리즈는 갑작스레 찾아온 사랑으로 딜레마에 빠진다. 그동안 사랑은 나를 버리고 상대와 비슷해지는 것으로만 알았던 그녀의 습관이 다시 한번 그녀의 인생에 태클을 건 것. 그러나 그녀는 슬기롭게 난관을 풀어나간다. 여행하는 동안 그녀가 읽힌 새로운 습관은 여기서 힘을 발휘한다. 물론 자신을 제대로 알고 스스로를 믿을 때 그 습관의 힘은 배가 된다. 얼마 전 일본영화 '골든 슬럼버'에 극중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람에게 가장 큰 무기는 습관과 신뢰다'. 이 영화를 보며 갑자기 이 대사가 떠오른 이유는 무얼까. 그건 아마 주인공인 리즈가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끝까지 버리지 않고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한편 영화에서 줄리아 로버츠는 얼마 전 '나잇&데이'에서 자글자글한 주름으로 뭇남성들에게 세월의 무상함만을 안긴 캐머런 디아즈와는 달리 전성기 시절 그 모습 그대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2010-09-24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시라노;연애조작단

2010년/한국/117분/로맨틱 코미디감독:김현석 출연:엄태웅, 이민정, 최다니엘, 박신혜개봉일:2010.9.16. 목. 12세 이상 관람가.별점:★★★★★★☆(6.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연애도 짜고 칠 수 있다면(?)'국적과 시대, 연령을 불문하고 인류의 가장 골치 아프면서도 가장 행복한 고민거리는 바로 연애다. 영화는 이런 솔로들을 위한 '연애 대행'이라는 기발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김현석 감독은 대학 시절 제라르 드빠르디유 주연의 '시라노'를 모티브로 이 각본을 써 지난 1995년 대종상 신인 각본상을 받았고 'YMCA 야구단' '광식이 동생 광태' '스카우트'에 이은 그의 네 번째 작품으로 완성시켰다.영화 속 자주 등장하는 원조이야기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벨쥬락 (Cyrano de Bergerac)'은 실존 인물 '시라노'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모티브로 한 작품. 1950년 미국의 '마이클 고든' 감독이 처음 영화화한 뒤 1987년 스티브 마틴, 다릴 한나 주연의 '록산느'란 작품으로 리메이크됐다. 이 영화는 연애를 소재로 다양한 상황설정을 코믹하게 엮어내고 있다. 처음에 맛보기 사례로 등장하는 의뢰인 '현곤'(송새벽)의 이야기는 일종의 연애의 정석을 매뉴얼처럼 스피디하게 펼쳐 남자들의 연애로망을 자극한다. 전작인 '방자전'에서 어눌하지만 웃긴 변태 '변학도'역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송새벽은 조기축구 좋아하고 어리숙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전형적인 비호감형 남자에서 멋진 연애성공담의주인공으로 변신한다.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애를 꿈꾸지만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남자들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이론만 빠삭하고 실전에는 쑥맥인 시라노 에이전시의 리더 병훈(엄태웅)과 화려한 스펙의 펀드매니저 의뢰인 상용(최다니엘)이 한 뼘씩 자라는 모습을 달콤쌉싸름하게 잘 포장하고 있다. 또한 속을 알 수 없는 상용의 타깃녀 희중을 연기한 이민정의 청순한 무한 매력 발산도 볼거리다.

2010-09-16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탈주

2010년/한국/110분/드라마감독:이송희일 출연:이영훈, 소유진, 진이한개봉일:2010.9.2. 목. 18세 이상 관람가별점:★★★★★☆(5.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국내 처음 본격 동성애를 다룬 영화 '후회하지 않아'로 독립영화계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계를 발칵 뒤집었던 이송희일 감독이 두번째 장편영화 '탈주'로 돌아왔다. '탈주'는 말 그대로 군대를 무단 이탈한 탈영병들이 겪는 청춘의 로드무비다. 지금까지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거의 없었을 만큼 탈영은 금기시했던 소재였다. 그러나 이 영화는 탈영하기까지 이유나 과정보다는 그 이후 쫓기면서 겪는 분노와 좌절을 통해 방황하는 젊음의 실존에 초점을 맞춘다.많지는 않겠지만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탈하는 모습은 비단 군대에 국한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큰 흐름에 합류하지 못한 경계 밖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이 '탈주'의 모티브다. 목숨을 걸고 무장탈영한 등장인물들의 도주 장면은 극도로 사실적이다. 탈영병들의 가슴에 품은 아픈 과거를 신파조로 읊어대며 눈물에 호소하진 않는다. 하지만 오직 도망치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는 그들이 처한 현실 자체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기에 더욱 처연하게 다가온다.물론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수없이 죽이고 참아가며 군대를 다녀온 이들이라면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치기어리고 한심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영화는 여러 이유로 위험한 탈주를 감행한 젊은이들에 관한 부정일변도의 획일적인 시선에서 조금은 벗어나기를 권한다. 암 말기 투병중인 어머니와 연락이 끊겨 탈영을 감행하거나 남부끄러워 말도 못할 만큼 수치스러운 일을 강요당하는 젊은 군인의 이야기는 비단 이들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군대뿐만이 아니라 지금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정말 그렇게 공정한지 한번쯤 생각해볼 만하지 않을까. 옛말에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고 했듯 어떤 일에든 크고작은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그들은 왜 탈영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2010-09-09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킬러스(Killers)

2010년/미국/100분/블랙코미디 액션감독 :로버트 루케틱출연 : 애쉬튼 커쳐, 캐서린 헤이글개봉일: 2010.9.2. 목. 15세 관람가별점:★★★★★(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한여름 아름다운 휴양지에 가 본 솔로라면 누구나 한 번쯤 달콤한 상상에 빠져 봤을 것이다. 해변가에서 우연히 만난 이상형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영화는 휴양지를 무대로 한 이런 위험한(?) 상상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자신이 그토록 그리던 완벽남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하게 됐는데 바로 이 사람에게 무서운 비밀이 있다면 어떨까. 영화는 이런 호기심에 포커스를 맞췄다.할리우드 미남 스타 애쉬튼 커쳐와 귀여운 여인 캐서린 헤이글 커플을 앞세운 영화는 완벽한 결혼생활을 하던 두 남녀가 엄청난 과거로 인해 하루 아침에 살해 위협을 받는 타깃이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액션 코미디로 잘 포장했다. 특히 배경으로 등장하는 누구라도 그곳에 가면 사랑에 빠질 듯한 사랑과 낭만의 휴양지, 프랑스 니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관객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로맨스가 스토리 라인의 전부라면 뭔가 화끈한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섭섭한 법. 결혼에 골인한 후 남편이 숨겨왔던 과거가 밝혀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영화는 맛깔스러운 코미디로 어느 정도 데코레이션하는 센스도 잊지 않는다.하지만 '킬러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아메리칸 뷰티'를 연상시키는 블랙코미디가 곳곳에 숨어있다는 것. 사랑에 빠져 몇 년을 같이 살아온 사람에게 내가 모르는 숨겨진 과거가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은 기본이다. 같이 한 동네에서, 회사에서 몇 년을 같이 지낸 친구나 이웃을 믿을 수 없다면, 심지어 몇 십 년을 함께 해 온 부모까지도 뭔가 숨기고 있다면 당신은 누굴 믿어야 할지 순식간에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영화는 이처럼 현대사회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조차 믿지 못하는 불신의 깊은 골을 그대로 보여준다. 다만 그걸 다루는 과정에서 무게감을 줄이고자 희화하고 과장하는 모습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또 결말 을 위해 갑작스레 봉합하는 설정도 너무나 단순해 아쉽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골치 아픈 결말을 원하는 관객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인 것을.영화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등 전미 박스오피스를 강타한 로맨틱 코미디의 대표 주자 애쉬튼 커쳐와 TV 시리즈 '그레이 아나토미'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뒤 로맨틱 코미디 '어글리 트루스', '27번의 결혼리허설'로 스크린에서도 성공적으로 안착한 캐서린 헤이글이 함께 첫 액션연기에 도전해 눈길을 끈다.

2010-09-02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골든슬럼버

2010년/일본/139분/스릴러 드라마감독 :나카무라 요시히로출연 : 사카이 마사토, 타케우치 유코개봉일: 2010.8.26. 목. 12세 관람가별점:★★★★★★(6/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영화 '골든슬럼버'는 거대한 권력의 음모에 맞선 한 남자가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소재로 한 스릴러물이다. 그러나 기존 '도망자'식의 할리우드 영화와는 스타일이 사뭇 다르다. 주인공이 왜 이런 누명을 쓰게 됐는지 의혹을 파헤치기보다는 그의 탈출과정과 포기하지 않는 삶에 대한 강인한 의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감독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시계 태엽처럼 정밀한 연출력으로 잘 조여놨다. 그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동료들이 보여주는 인간애의 드라마가 아우라로 작용해 이야기는 점점 마법처럼 흥미진진해진다. 도심 속 신임 일본총리의 취임 퍼레이드 중 암살이라는 충격적 사건으로 시작된 영화는 암살자 누명을 쓰게 된 한 남자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따라간다. 학창시절 친구들과의 에피소드가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이런 인생의 파편들이 지금 위기에 빠진 주인공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연결된다. 극중 등장인물들이 자주 읊조리듯 따라부르는 비틀즈의 명곡 '골든 슬럼버'는 이 영화에서 단절된 줄 알았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리고 뜻밖의 반전을 보여주는 마지막 15분은 통쾌함과 함께 감동을 배가시키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물론 극중 연쇄살인마와의 인연이나 도움을 주는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 등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도 없진 않지만 관객에게 그 정도는 잘 짜여진 내러티브에 약간의 애교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특히 보이지 않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도 생존을 포기하지 않고 과거와 현재의 주변 사람들로부터 힘과 용기를 얻는 모습은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일본의 초호화 출연진이 집결해 연기 대결을 펼친다다. 2009~2010년 일본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자 사카이 마사토가 도주극의 주인공 아오야기 역을, '환생', '지금 만나러 갑니다' 등으로 3년 연속 일본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다케우치 유코가 그의 도주를 돕는 첫 사랑 하루코 역을 맡아 열연했다.

2010-08-26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카이지

2010년/일본/130분/드라마 감독:사토 토야출연:후지와라 타츠야, 아마미 유키, 카가와 테루유키개봉일:2010.8.19. 목. 15세 관람가별점:★★★★(4/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나태하는 순간, 바로 벼랑끝이다."일본에서 1천300만부를 돌파한 동명만화를 영화화한 '카이지'는 루저(loser·패배자)들의 삶을 닭살돋을 정도로 리얼(?)하게 보여준다.취직은 안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적당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26살의 이토 카이지는 복권으로 일확천금을 벌 생각에만 골몰하는 평범한 젊은이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악덕 사채업자가 찾아와 보증을 선 친구의 어마어마한 채무를 변상하라고 통보한다. 그러나 돈이 있을리 만무한 카이지에게 악덕 금융회사 사장 엔도 린코는 하루 밤의 게임으로 채무 변제는 물론 큰 돈을 벌 수도 있다는 달콤한 제안을 하고 카이지는 어쩔 수 없이 그 말에 따르게 된다. 지하도시를 건설하려는 악덕 대기업의 마수에 걸려든 카이지는 빚을 갚기 위해 평생 햇빛도 못보고 강제노역을 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만다. 여기에서 나오는 게임들은 아주 단순하다. '가위, 바위, 보 게임', '고층빌딩에서 전류 철골 건너기' 그리고 '운명의 카드게임' 등. 그러나 거기에 목숨까지 걸고 덤벼드는 인간들의 악다구니와 생존본능은 새삼 비 장할 정도다. 절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운명을 건 게임이라는 설정은 과장돼 무척 만화적이다. 원작에 너무 충실했던 것일까. 게다가 카이지 역의 후지와라 타츠야의 징징대는 루저 연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서 웬만한 사람들의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진다.오히려 감독은 그걸 노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찌질한 루저의 모습을 극대화시켜 보여주는 볼록거울 효과를 노린 거라면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 하지만 영화는 사회구조를 너무 단순화했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사는 인간사회가 이리도 단순하게 도식화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보는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물론 사회의 구조적인 잘못을 탓하기 전에 개인의 노력이 먼저라는 아주 간단한 메시지는 있겠지만 말이다.

2010-08-19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토이스토리3

2010년/미국/102분/3D 애니메이션 감독:리 언크리치목소리출연:톰 행크스(우디), 팀 앨런(버즈), 조앤 쿠삭(제시)개봉일:2010.8.5. 목. 전체관람가별점:★★★★★★☆(6.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장난감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신기한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3'가 다시 한 번 관객을 찾아왔다. 우리가 흔히 보아오면서 무심히 다뤄왔던 장난감들을 의인화시키는 새로운 시도로 어린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토이스토리 시리즈. 1편에서는 크리스마스와 아이의 생일 등 새로운 장난감들이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고, 2편에선 아이들이 망가질까봐 더 이상 갖고 놀지 않아서 생기는 아이러니가 다뤄졌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장난감의 세계에서 가장 큰 불행은 아이들이 더 이상 함께 놀아주지 않는 것이 아닐까. 장난감을 갖고 놀던 주인 앤디가 다 커버려 어느새 집을 떠나 대학 기숙사로 떠날 날이 다가왔다. 이제 앤디에게 장난감들은 더 이상 쓸모가 없는 짐이 돼 버린 것이다. 결국 장난감들은 정든 앤디 곁을 떠나 보육원에 기부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3편에선 바로 그런 급박한(?) 상황변화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3D 입체영상으로 좀 더 화려하게 풀어간다. 영화는 장난감의 시선에서 그들이 처한 세계를 들여다본다. 집안이나 보육원 등 아주 협소한 공간이지만 그들 나름대로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이번에도 역시 앤디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인 카우보이 보안관 우디를 비롯, 우주 영웅 버즈 라이트이어, 활달한 말괄량이 카우걸 제시, 분홍색의 만물박사 돼지 저금통 햄, 재치 있고성격 급한 플라스틱 야채 인형 미스터 포테이토 헤드와 그의 반려자 미세스 포테이토 헤드, 소심한 녹색 공룡 렉스, 몸에 용수철이 들어있는 강아지 인형 슬링키, 우디의 충직한 동반자인 말 불스 아이, 눈 셋 달린 녹색의 외계인 군단 에일리언 등 전편의 앤디네 장난감들이 다시 한 번 등장해 파란만장한 모험의 세계로 인도한다. 여기에 전 세계 여자 어린이들이라면 하나쯤은 꼭 가지고 싶어 하는 필수 아이템 바비인형까지 가세, 남자 인형 켄과의 새로운 러브라인으로 눈길을 모은다.

2010-08-12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아저씨

2010년/한국/119분/액션 드라마감독 :이정범출연 : 원빈, 김새론개봉일: 2010.8.4. 수. 청소년 관람불가별점:★★★★★★★(7/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추격자'의 맥을 잇는 한국판 웰메이드 감성액션이 나왔다. 전작 '열혈남아'에서 관계와 소통의 화두를 던졌던 이정범 감독은 신작 '아저씨'에서 절도있는 액션에 한국적인 정서를 세밀하게 녹여냈다. 오늘 하루하루를 버티듯 일상을 견뎌내는 전당포 아저씨 차태식(원빈 분)과 세상으로부터 방치된 이웃집 소녀 소미(김새론 분)는 우리네 정서상 서로 가까워지기 힘든 사이다.하지만 이런 사이에 감독은 전당포 앞 자그마한 창구같은 미세한 소통의 통로를 열어놓았다. 살면서 마음 둘 곳이 없는 아저씨와 소녀가 보여주는 힘든 소통은 어느새 뜨거운 심장 박동소리로 스크린 위에 그려진다. 특히 어느새 간절하게 소미를 찾고자 나서는 태식의 심리는 점차 강해지는 액션을 통해 더욱 타이트하게 관객을 몰입시키기에 손색이 없다.어둠 속에서 침묵하고 있던 아저씨와 그를 깨운 옆집 소녀의 세밀한 소통,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와 액션은 올 여름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심장을 뒤흔들 것이다.'아저씨'라는 호칭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꽃미남' 원빈이 전직 특수요원 경력을 가진 아저씨로 분해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이런 아이러니한 캐스팅과 함께 극중 소녀를 찾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면서 악당들에게 뱉어내는 '옆집 아저씨'라는 원빈의 자기 소개는 무척 의미심장하다. 감독은 서로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라는 설정을 통해 관계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숨막히는 액션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극중 살상 전문 특수요원 출신인 태식은 브루나이 실라트, 필리피노 칼리, 아르니스 등 아시아 지역 전통무술을 혼합해 만든 절도 있고 빠른 동작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만 감성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려 했던 감독의 욕심이었을까. 마지막 장면은 흡사 CF를 연상케하며 절도있던 탄탄한 구성을 한순간에 느슨하게 풀어버린다. 팽팽한 고무줄 같은 긴장이 일시에 끊어지는 사족같은 느낌이다. 물론 2% 부족하기에 오히려 한국 영화에 지속적인 갈망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2010-08-05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테이킹 우드스탁 (Taking Woodstock)

2009년/미국/120분/코믹 드라마감독 :이안출연 :드미트리 마틴, 에밀 허쉬개봉일: 2010.7.29. 목. 18세 관람가별점:★★★★★★(6/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센스 센서빌리티', '와호장룡', '헐크', '브로크백 마운틴', '색, 계' 등 이 영화들은 모두 시대나 공간적 배경이 제각각이다. 그러나 이를 연출한 감독은 다르지 않다. 이미 동성애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아름다운 대자연 위에 사실적으로 그려내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브로크백 마운틴'과 비극적인 남녀의 사랑과 사실적인 정사 장면으로 숱한 화제와 함께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얻은 '색, 계' 등 시공간을 아우르는 넓은 스펙트럼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거장 이안 감독이 이번엔 록페스티벌을 소재로 한 영화 '테이킹 우드스탁'으로 돌아왔다.이안 감독은 전작들의 무겁고 진지한 소재에서 벗어나 1969년 역사적 사건으로 남은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배경으로 한 판의 질펀한 농담 같은 인간사를 그려낸다. 단순한 음악 축제를 넘어, 젊은이들의 사회 운동과 젊음의 진보적 외침을 대변하는 하나의 아이콘이 된 '우드스탁 페스티벌'. 그러나 영화 속에선 전설 속의 '우드스탁 페스티벌' 무대 위의 톱스타들에게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다만 배경으로 아웃포커스될 뿐이다. 이안 감독은 오히려 그 안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의 마음 속으로 카메라를 들이대고 우드스탁 페스티벌 개최 당시 순수로 돌아가고자 했던 젊은이들의 심장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기존 관습이나 제도를 부정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지향하려는 젊은 세대들이 유일한 도피처로 '음악'을 삼았던 이유가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들여다보자.또한 이 영화는 부모님이 파산 직전에 놓여 전재산인 모텔을 넘겨야 하는 처지가 된 엘리엇(디미트리 마틴)이 부모님을 이해하고 화해해가는 성장담이기도 하다.만약 영화를 보고 갑자기 록페스티벌에 뛰어들고 싶어진다면 이번 주말 진짜 페스티벌을 찾아가보는 것도 괜찮을 듯. 30일~8월 1일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에서는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2010'이 열리며 또 파주 평화누리공원에서도 8월 6~8일 '우드스탁 페스티벌 2010'이 열린다.

2010-07-29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 인셉션 (Inception)

2010년/미국·영국/142분/SF 스릴러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와타나베 켄, 조센 고든-레빗, 마리온 꼬틸라르개봉일: 2010.7.21. 수. 12세 관람가별점:★★★★★★★(7/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꿈은 영화의 단골 소재다.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매트릭스'시리즈, '13층', '다크시티' 등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이 영화들은 꿈이나 가상현실을 통해 이미지가 실체를 압도하고, 가상이 실재(實在)보다 더욱 실재 같은 하이퍼 리얼리티(hyper-reality), 즉 현실을 초월한 세계관을 담고 있다.영화 '인셉션'도 이런 영화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매트릭스'가 인류를 구원하는 커다란 스케일을 자랑한다면 인셉션은 한 인간의 무의식으로 깊게 파고 든다. '인셉션'은 한 인간이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싶어하는 소박한 꿈을 투영시킨다. 인셉션(inception)은 사전적 의미로 '시작'이란 뜻.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몰래 어떤 생각을 그 사람의 무의식 속에 심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그러나 작은 씨앗이 커다란 나무로 자라듯 사소한 생각 하나가 사람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생각의 힘은 세다. '인셉션'은 이런 단서로 시작한다.영화는 '꿈속의 꿈'이라는 다층적인 시간과 공간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 시간의 층위가 꿈의 단계에 따라 상대적으로 바뀐다는 사실로 인생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뒤돌아보게 한다. 물론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 같은 어려운 철학적 메시지는 잠깐이다. 꿈속에서 수행해야 하는 스펙터클한 미션과 감춰진 비밀에 대한 궁금증 유발 등 치밀하게 계산된 영화적 장치들로 인해 관객은 꿈인지 현실인지에 대한 고민은 접어두고 어느새 팽팽한 긴장감의 외줄타기에 자신을 내맡기게 된다. 그래서일까. 함께 같은 꿈을 꾸는 방법이나 과정은 흥미를 반감시킬거라 예상했는지 과감히 생략됐다.그러나 인간 자체가 하나의 소우주라는 말처럼 우리의 삶은 단순하지 않다.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어느새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은 흡사 매트릭스에서 가상현실에 안주하려는 사이퍼를 떠올리게 한다. 액션에 몰입하던 관객은 엔딩 타이틀이 올라갈때쯤 고민에 빠진다. 무엇이 현실이고 어디부터가 꿈일까. 어쩌면 영화도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일종의 인위적인 꿈은 아닐까.

2010-07-22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이끼

2010년/한국/163분/서스펜스 드라마감독 : 강우석출연 : 정재영, 박해일, 유준상, 유선, 허준호개봉일: 2010.7.14. 수. 청소년 관람 불가별점:★★★★★★(6/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2007 대한민국 만화대상 우수상이자 2008 부천만화상 일반만화상 수상작인 윤태호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한 강우석 감독의 '이끼'는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몰고 왔다. 총 3천600만 클릭수를 기록하는 엄청난 인기몰이를 한 동명 원작을 영화 '실미도'로 대한민국 영화계 첫 1천만 관객 동원의 신화를 탄생시킨 강우석 감독이 영화화한다고 나서면서 이슈가 됐다.원작은 30년간 은폐된 한 마을에 아버지의 임종 소식을 듣고 찾아온 낯선 손님 유해국이 그를 경계하는 마을 사람들과 벌이는 숨막히는 서스펜스가 압권이다. 사실 원작 만화는 자체로 하나의 영화 콘티를 연상시킬 만큼 등장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 묘사와 치밀한 배경 설정, 그리고 짧지만 강렬한 촌철살인의 대사로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실미도'를 비롯 '공공의 적'시리즈 등 항상 선굵은 남성 영화들을 주로 연출해 온 강우석 감독은 흥행의 마술사답게 캐릭터들의 특성을 최대한 원작에 맞춰 세밀하게 스크린 위에 되살려냈다. 여기에 정재영, 박해일, 유해진, 유준상, 유선, 허준호, 김상호, 김준배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가세해 각 인물의 미묘한 갈등이 영화속에 살아숨쉬는데 일조했다.강우석 감독은 눈에 드러나진 않지만 자신의 세계를 지키려는 한 마을 사람들의 경계심 등을 극대화해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의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한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원작 그대로의 설정을 최대한 살려내면서도 이야기 전개는 조금 더 극적으로 이끌며 원작을 본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물론 천용덕(정재영 분) 이장을 비롯 유해국의 아버지로 나오는 마을의 정신적 지주 유목형(허준호 분)이 그들만의 공동체를 이뤄가는 과정은 차치하고라도 30년간 고립된 마을에서 시종일관 부딪치면서 부자연스럽게도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다는 설정은 조금 억지스러운 감이 있다. 하지만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유해국이 마을 사람들과 벌이는 사투는 시종일관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묘한 매력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에서의 반전도 원작과는 다른 영화만의 매력이다.

2010-07-15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이클립스 (The Twilight Saga : Eclipse)

2010년/미국/124분/로맨스 판타지감독 : 데이빗 슬레이드출연 : 크리스틴 스튜어트, 로버트 패틴슨, 테일러 로트너개봉일 : 2010.7.7. 수. 12세 관람가별점 : ★★★★☆(4.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소녀의 상상력과 감수성을 자극하는 하이틴 로맨스 판타지 '트와일라잇'이 올 여름 3편으로 귀환했다.1편 '트와일라잇'과 2편 '뉴문'에 이은 3편 '이클립스'는 고교 졸업을 앞둔 소녀 벨라와 꽃미남 뱀파이어 에드워드의 로맨스 토대 위에 늑대 인간 제이콥의 삼각관계가 더욱 치열해지면서 점입가경이다. 여기에 다양한 뱀파이어 종족과 늑대 인간 사이의 갈등이 또다른 축으로 전개된다. 1편서 에드워드와 벨라의 운명적인 만남과 그를 방해하려다 에드워드의 컬렌가에게 처참하게 애인을 잃은 빅토리아가 '이클립스'에서는 본격적인 복수를 위해 새로운 뱀파이어 군대를 이끌면서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닫는다.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다는 신생 뱀파이어 군대의 도발에 맞서 뱀파이어 컬렌가는 인디안 늑대 인간 퀼렛족과 연합군을 형성해 거대한 전투에 돌입한다. 하지만 잔뜩 분위기만 조성하던 전투는 너무나 싱겁게 연합군의 승리로 끝나 버린다. 또한 법의 집행자라는 절대 권력집단 볼투리가는 계속 폼만 잡고 구경만 하다 마지막에야 얼굴을 내민다.역시 볼거리는 소녀 취향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지고지순한 순애보일 것이다. 벨라를 사이에 둔 에드워드는 자신이 해주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끝없이 괴로워하면서도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걸 버릴 각오가 돼있는 19세기 신사다. 또 제이콥은 죽어서까지 그녀를 기다리겠노라고 선언을 하며 소녀의 심장을 뒤흔들어 놓는다.그러나 역시 여기까지다. 판타지와 현실이 절묘하게 결합됐다고 하지만 사실 판타지는 로맨스를 위한 장치에 지나지 않는 한계를 드러낸다. 하나같이 훈남에 훈녀인 뱀파이어들이 모델 워킹하듯 전투 태세를 갖추는 멋진 행진을 보라. 게다가 소녀의 꿈속을 들여다보는듯한 영화 속 현실은 너무나 단조롭기 그지 없다.이미 지난 5월 스테프니 메이어의 동명 원작소설은 전세계 1억부 판매라는 경이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원작소설은 총 4부작으로 '트와일라잇', '뉴문', '이클립스' 그리고 '브레이킹 던'으로 이뤄졌다. '트와일라잇'의 완결편이 될 마지막 '브레이킹 던'은 내년에 2부로 나뉘어 선보일 예정이다. 소녀팬들의 지고지순(?)한 로맨스 신드롬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0-07-08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파괴된 사나이

2010년/한국/114분/스릴러 드라마감독:우민호출연:김명민, 엄기준, 박주미, 김소현, 이병준개봉일:2010.7.1. 목. 청소년 관람불가별점:★★★★★(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유괴영화의 관점을 바꿔라.지금까지 보통 유괴영화들은 영화 '그놈목소리'처럼 철저히 유괴범의 신상정보는 감추고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슬픔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영화 '파괴된 사나이'는 그런 기존 공식을 과감히 비튼다. 영화 초반 관객들은 이미 범인을 알고 있다. 이 영화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건 누가 범인이고 왜 유괴를 했느냐가 아니다.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당하는 한 나약한 인간이 어느 정도 나락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범인의 집착이 야기시키는 광기는 피가 없이도 관객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물론 이 영화에도 다른 영화들처럼 딸을 구하려는 아버지의 처절한 몸부림이 담겨있다. 그러나 다른 영화들이 사랑하는 아이에 대한 사랑의 힘에 부모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그려진다면 영화 '파괴된 사나이'의 가장 큰 동인은 이에 앞선 분노다. 미래가 촉망받는 의사를 포기하고 강한 믿음으로 존경 받는 목사의 길을 선택한 주영수(김명민). 그러던 그가 갑작스레 딸을 유괴당해 잃으면서 신(God)을 저버렸다. 그렇게 8년이 지난 어느날 죽은 줄 알았던 딸이 유괴범과 다시 그앞에 거짓말처럼 나타났다. 그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친다. 이때 주영수는 딸을 되찾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다시한번 똑같은 일을 겪게 만드는 범인에 대한 복수의 갈증이 더욱 그를 고양시킨다.'천상 배우' 김명민은 이번에도 살신성인의 연기로 보는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자식을 잃어버린 애타는 아버지의 모습을 위해 김명민은 어렵사리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고 3일 밤을 지새우는 연기를 실제로 그대로 적용해 카메라 앞에 섰다는 후문이다.또 '뮤지컬 스타' 엄기준의 악역 연기도 눈길을 끈다. 평범한 듯 조용하고 착실한 모습에서 문득문득 비치는 광기가 관객을 섬뜩하게 조여온다. 카리스마로 포장하지 않고 오히려 차분하고 자연스런 엄기준의 연기는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2010-07-01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나잇&데이 (Knight&Day)

2010년/미국/109분/코믹 로맨스 액션감독 :제임스 맨골드출연 :톰 크루즈, 카메론 디아즈개봉일: 2010.6.24. 목. 15세 관람가별점:★★★★★★☆(6.5/8개 만점)[경인일보=]'나잇&데이'는 할리우드 정통 액션 영화에 코믹로맨스를 제대로 데코레이션한 영화다.우리에게 톰 크루즈 하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이단 헌트를 떠올릴 만큼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의 대표 주자다. 냉철하면서 진지한 첩보원 역을 단골로 맡아왔던 그가 역시나 이번에도 조직으로부터 오해받아 쫓기는 첩보원으로 분한다. 물론 이번 영화 역시 전 세계를 무대로 한 톰 크루즈의 액션은 빠질 수 없는 기본 요소다. 고공 비행 중인 기내에서 자신을 쫓아오는 요원들을 불과 1분여 만에 때려눕히고 비행기를 장악하는 톰 크루즈의 화려한 격투신은 물론 달리는 자동차 위에서 선보이는 아찔한 총격신, 높은 빌딩 사이를 뛰어넘는 고공 액션신, 그리고 스페인 투우장에서 소떼 사이를 질주하는 오토바이 추격신까지 총망라한 종합 액션세트다.그러나 이번엔 뭔가 다르다. 보통 어려운 상황에서 주인공은 생명을 건 도박을 하는 만큼 너무나 진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극중 톰 크루즈는 혼자 고군분투하면서도 항상 유머를 잃지 않는다. 생사를 넘나드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대책없을 만큼 침착한 그의 담대함(?)은 오히려 관객을 더욱 긴장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마침내 그것이 해소됐을 때 예언이 맞아 떨어지는 듯 묘한 쾌감에 관객은 어이없는 실소를 터뜨리게 된다.여기에도 로맨스는 빠질 수 없다. 그러나 그것도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어쩌면 죽을 지도 모르는 순간순간 느껴지는 스릴 로맨스는 관객이 어느새 주인공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도록 만든다. 그리고 중간중간 긴장을 풀어주는 자잘한 코믹 돌발 상황도 적당히 조미돼 싱겁지 않다.'나잇&데이'는 블록버스터 액션물인 만큼 캔자스 주 위치타 공항에서의 만남을 필두로 보스턴을 거쳐 오스트리아의 찰츠부르크, 스위스 알프스, 열대 카리브해의 자메이카와 스페인의 세비야까지 볼거리마저 풍성해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을 떼기 힘들다. 여기에 톰 크루즈와,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바닐라 스카이' 이후 10년만에 스크린에서 콤비를 이룬 카메론 디아즈의 10년 된 듯한 능숙한 커플 연기는 찰떡궁합이다.

2010-06-24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싱글맨 (A Single Man)

2009년/미국/99분/드라마감독:톰 포드출연:콜린 퍼스, 줄리앤 무어, 니콜라스 홀트, 매튜 구드개봉일:2010.5.27. 목. 15세 관람가별점:★★★★★★☆(6.5/8개 만점)[경인일보=]최근 TV에서는 MBC '개인의 취향'이나 SBS '인생은 아름다워' 등 동성애자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봇물을 이룬다. 물론 이런 민감한 소재가 TV에 처음 등장한 건 아니다. '커피 프린스'나 '미남이시네요' 등에서 남장여자를 통해 동성애 코드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금기된 소재를 요즘처럼 정면으로 다룬 건 무척 파격적인 일로 여겨져 진화하는 드라마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거장' 김수현의 '인생은 아름다워'는 독특한 소재를 보통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일로 그려내 더욱 큰 파장과 논란이 되고 있다.이런 추세에 발맞춰서일까. 극장가에도 동성애자가 주인공인 영화가 이번주 개봉했다. 바로 '싱글맨'이다. 영국 작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톰 포드(Tom Ford)의 첫 연출 데뷔작으로 눈길을 끈다. 파산위기의 명품브랜드 구찌(Gucci)를 회생시킨 장본인으로 유명한 그는 2005년 자신의 이름을 앞세운 브랜드 'Tom Ford'를 론칭, 명품 반열에 올려놓았다.16년간 함께 했던 자신의 반쪽을 우연한 사고로 잃은 동성애자인 대학교수 조지(콜린 퍼스)의 시각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카메라는 살아야할 이유를 상실한 조지가 자살을 준비하는 과정을 하루 동안 세밀하게 따라간다. 따라서 소재만 그럴 뿐 보편적인 인간의 고독과 고뇌를 다뤘다고 볼 수 있다. 삶의 의미에 대한 고뇌와 반문은 어쩌면 누구나 한번쯤 해볼 수 있는 고민이기 때문이다. 그의 감성을 그대로 투영한 영화 역시 무척 감각적이다. 고뇌를 의미하는 수중 신이나 서로를 마주보는 눈빛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모습은 흡사 CF를 연상시키는 듯 뛰어난 영상미를 과시한다. 줄리앤 무어가 콜린 퍼스의 오랜 친구 역을, 매튜 구드는 콜린 퍼스의 죽은 옛 연인, 니콜라스 홀트는 퍼스의 제자 역을 맡아 배역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특히 꽃청년, 꽃미남, 꽃중년 등 다양한 눈요기가 가능해 젊은 여성층에게 크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2010-05-28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것은 언제 입니까?

2007년/영국·아일랜드/92분/드라마감독 :아넌드 터커출연 : 짐 브로드벤트, 콜린 퍼스, 줄리엣 스티븐슨, 지나 맥키개봉일: 2010.5.27. 목. 12세 관람가별점:★★★★★★(6/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아버지와 아들, 그 영원한 숙제(?)'.가정의 달 5월을 전후해 가족 소재 영화가 봇물을 이루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수많은 영화들이 어쩌면 하나같이 천편일률적으로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에 초점을 맞춰가는 것인지. 식상할 만도 한데 사람들은 그 비슷한 내러티브에 쉽사리 질리지 않는다. 그건 가족이라는 의미가 주는 좋고 싫음을 초월하는 어떤 애틋한 감정 때문이 아닐까.그렇다면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언제입니까'(이하 '아버지')는 어떨까. 우리에게 아버지 하면 큰 산처럼 듬직하기도 하지만 때론 나를 옥죄듯 갑갑하기도 할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영화 속 아들은 커갈수록 아버지의 거짓말을 의혹과 비난의 시선으로 삐딱하게 바라보며 어느새 경멸해 간다.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는 주인공의 시선은 바로 어른이 되기 직전 멈춰 있다. 성인이 돼 독립하면서부터 아들은 아버지를 잊어버린다. 이는 존경스럽지 않은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그렇지만 누구에게나 작별은 불시에 찾아온다. 물론 준비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차라리 그게 어떤 기회로 작용할지 모른다. 그런 시점에 주인공은 그동안 미뤄왔던 숙제를 풀기 위해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킨다. 물론 아들은 여전히 어릴적부터 예민한 사춘기 시절까지 아버지가 자신에게 준 크고작은 상처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아버지의 진심을 확인한 아들은 아버지와 심적인 이별을 고했던 바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 아버지와 뜨겁게 포옹한다. 감독은 이런 평범한 부자의 소소한 만남과 이별에 담담하게 카메라를 들이댄다.당신에게 아버지를 만날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을까? 더더욱 그 시간이 아버지가 멀쩡할 때라면. 모든 아버지들이 다 존경스러울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당신이 아버지를 이해해 보려는 작은 시도는 해보았는지 영화는 바로 그런 순간에 대해 묻고 있다.

2010-05-21 이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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