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미시네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드래곤 길들이기 (How to train your dragon)

2010년/미국/98분/판타지 애니메이션감독 : 딘 데블로이스, 크리스 샌더스출연 : 제이 바루첼, 제라드 버틀러, 아메리카 페레라개봉일 : 2010.5.20. 목. 전체 관람가별점 : ★★★★★★★(7/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기존의 패러다임에 순응하지 말라. 자신의 운명은 자기 안에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3D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는 어쩌면 아이들보다 세상사 풍파에 찌들어 희망없이 하루하루를 소비하듯 살아가는 성인들을 위한 작품이다. 3D 영화 '아바타'만큼 거대한 스케일은 아니지만 드래곤과 전쟁을 벌이며 사는 바이킹족의 이야기는 지금의 사회에 투영시켜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 아이들도 3D 애니메이션인데다 용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흥미와 재미를 느낄 만하다.극중 '벌크(Berk)' 섬에 사는 바이킹 족들은 누구나 사나운 드래곤들과 싸워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났다고 믿는다. 바이킹 족장 스토익의 아들인 히컵은 그러나 너무 나약한 10대 소년. 히컵은 족장인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 다른 아이들처럼 통과의례 격으로 '드래곤 훈련'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는 다른 아이들과 다른 능력을 타고 났다. 그것은 드래곤과 싸우기보다는 길들이는 법에 관심이 많다는 것. 이렇듯 애니메이션은 사회에서 바라는 공장에서 찍어낸듯한 평준화된 청소년이 주인공이 아니다. 뭔가 다르면 모자란 것으로 평가받는 그런 핸디캡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러나 히컵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가 관심있는 분야를 연구하고 발전시켜 오히려 자신을 바꾸고 싶어하고 결국 온 몸을 던져 전통의 패러다임을 뒤엎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간다.이런 모습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말이 정석처럼 통용되는 현대 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절을 버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절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는 증명하듯 보여준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베리는 '어린왕자'에서 여우를 통해 말했다. 친해지고 싶으면 상대를 길들여야 한다고 말이다. 이런 어른들을 위한 동화의 감동을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는 우회적으로 선사한다.

2010-05-13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시 (Poetry)

2010년/한국/139분/드라마감독 : 이창동출연 : 윤정희, 안내상, 김희라개봉일: 2010.5.13. 목. 15세 관람가별점:★★★★★★☆(6.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거장' 이창동 감독이 돌아왔다.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등 매번 영화를 내놓을 때마다 센세이션을 일으켜온 이창동 감독의 다섯번째 작품은 바로 '시'(詩). 특히 19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중 하나인 윤정희를 1994년 '만부방'에 이어 무려 16년만에 스크린 위에 세운 작품이기에 더더욱 많은 관심을 모았다.이창동 감독의 '시'는 제63회 칸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 감독은 세 번째 연출작 '오아시스'가 2004년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상영된데 이어 전작 '밀양'을 통해 배우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주며 '칸의 여왕'으로 만든 바 있다.매번 무거운 주제로 인간의 내면을 깊이 천착하던 이 감독은 어쩌면 굉장히 평범하다 못해 진부한 시를 들고 나왔다. 다양한 매스미디어를 통해 영상시대를 선언한 게 언제인데 소설도 아닌 시라니(?). 시가 죽어가는 시대에 시는 어떤 의미일까. 다소 엉뚱하지만 여기에 바로 허를 찌르는 인생의 아이러니가 담겨 있다. 아무리 시가 죽어가는 시대라지만 아직도 시를 쓰고 읽는 아날로그는 살아 있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내 인생 가장 뜨거운 순간'이란 부제로 보충설명을 한다. 시란 그 자체보다는 그걸 통해 바쁘다는 이유로 생활의 찌질함에 허우적대는 삶의 관점을 살짝 돌려놓는다. 시는 항상 우리 곁에 있지만 우린 그걸 간과한다. 하다못해 TV 속 짧은 광고카피도 사실 알고 보면 짧은 시다. 이렇듯 영화는 시를 통해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쳐온 소중한 것들을 재조명하고 있다.영화 속 윤정희는 호기심 많고 다소 엉뚱한 66세의 할머니 미자 캐릭터를 자연스레 자신의 모습으로 체화했다. 평생 써본 적 없던 시를 쓰려는 소녀 취향 노년의 모습이 딱 그녀다.간간이 읽어주는 좋은 시를 되새겨보는 것도 재밌다. 정호승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1997년) 중 '그리운 부석사', 안도현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1994년) 중 '너에게 묻는다' 등 유명시들이 중간중간 소개되기도 한다. 또 문화센터 시 강사 역으로 '섬진강 시인'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바로 그 '김용택' 시인이 등장한 것도 볼거리다.

2010-05-06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아이언맨2 (Iron Man2)

2010년/미국/125분/SF어드벤쳐감독 : 존 파브로출연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스칼렛 요한슨, 미키 루크, 기네스 팰트로우개봉일: 2010.4.29. 목. 12세 관람가별점:★★★★★★(6/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이번 주 개봉작 중에서는 '아이언맨2'가 단연 돋보인다. 그러나 한국영화 중에도 '왕의 남자'로 천만 관객의 신화를 이룬 이준익 감독의 신작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떡 하니 버티고 있어 영화를 고르며 조금 머뭇거렸다.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우리 영화에 애정이 조금 더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극장을 찾는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1만원 가까운 티켓값이 아깝지 않을 영화를 골라야 하는 냉혹한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재미의 측면을 고려한다면 '아이언맨2'는 피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결코 '구르믈~'보다 '아이언맨2'가 더 뛰어나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양해해주길 바란다.영화계에서 2편은 항상 조심스럽다. 1편의 흥행 성적이 뛰어난 경우 관객들의 기대심리가 높아져 더더욱 그렇다.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말이 정설이지만 가끔 형을 뛰어넘는 아우가 있을 경우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언맨2'는 간편한 휴대용 아이언맨 수트와 묘령의 요원 스칼렛 요한슨 등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며 관객의 눈길을 끈다. 물론 전편의 한계를 고스란히 안아야 하는 태생적 핸디캡도 잊지 않았다.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슈퍼히어로가 된 군수회사 사장 토니 스타크의 치명적인 결점은 2편의 주요한 소재다. 팔라듐이라는 중금속에 중독돼 서서히 죽음의 문턱에 끌려가는 토니 스타크의 안타까운 번뇌가 그렇다. 그런데 슈퍼히어로는 길게 고민해서는 안된다. 영웅은 긴급한 순간의 판단을 통해 위험에 빠진 세계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어렵지않게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며 자신의 살길을 찾아낸다. 역시 우리가 익히 보아온 영웅(?)답다. 관객은 영웅의 방황을 오래 지켜보길 원하지 않는다.아이언맨 2편에서는 그의 번뇌와 더불어 새로운 악당으로 미키 루크와 라이벌 군수회사 사장역 샘 락웰이 새로운 축으로 등장해 눈길을 모은다. 하지만 상대역의 다소 어설픈 모습은 코믹하다 못해 헛웃음마저 짓게 한다. 선과 악의 치열한 싸움을 기대해온 관객에겐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어쩌면 가장 큰 적은 외부에 있지않고 오히려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함일까.

2010-04-29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일라이 (The Book Of Eli)

2010년/미국/117분/액션드라마감독 : 앨버트 휴즈, 알렌 휴즈출연 : 덴젤 워싱턴, 게리 올드만, 밀라 쿠니스개봉일: 2010.4.15. 목. 15세 관람가별점:★★★★★★☆(6.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2043년 하늘에 구멍이 뚫리던 날 태양은 지상의 모든 것을 삼켜버린다. 온 세상을 태워버린 뒤 남은 건 황무지뿐. 그나마 목숨을 건진 소수의 생존자들이 하루하루 생존하기에 급급한 지구엔 모래 바람만 가득하다. 물 한 모금 구하기 힘든 세상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지나가는 행인을 아무 죄책감 없이 죽일 만큼 무법천지다. 그나마 남은 사람들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인육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암울한 세상에 희망을 심기 위해 서부로 30년째 홀로 이동 중인 한 남자 일라이(덴젤 워싱턴)가 있다. 전직 마트 직원인 일라이는 절대 남에게 보여주지 않을 만큼 소중한 '책'을 짊어지고 꼭 필요하게 쓰일 그곳을 향해 계속 걷고 있다.이 영화에 비치는 인류의 미래는 부정하고 싶을 만큼 너무나 사실적이다. 모든 물자 생산이 멈춰버린 시대엔 패스트푸드의 무료 물티슈와 견본 샴푸가 희귀한 보물이나 다름없다. 어찌 보면 우습지만 우리가 누리는 현재의 풍요가 얼마나 덧없는가를 방증하는 거울이다. 물론 현재로선 상상조차 안 될 정도로 터무니없다. 하지만 현재 지구 한 편에서는 오랜 가뭄으로 물 한 모금 때문에 사람이 죽어나가는 게 현실이다.물론 대다수 인간은 자본주의의 맹신에 빠져 모든 것이 풍족하다는 착각 속에 빠져 있다. 사람들은 자손들의 몫까지 모두 고갈시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며 미래를 소모하고 있다. 감독 휴즈 형제는 피할 수 없이 다가오고 있는 지구의 내일을 직시하고 있다.'말콤X' '트레이닝 데이' '존 큐' '아메리칸 갱스터' '펠헴123' 등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작품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구축해 온 덴젤 워싱턴은 이번 영화에 직접 프로듀서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그는 겉멋을 부리는 과장된 모션이 아닌 절도있는 액션으로 눈길을 모은다. 또 세상을 지배할 무기를 찾는 카네기 역의 게리 올드만도 악역의 대명사답게 자연스런 파멸연기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2010-04-15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집 나온 남자들

2010년/한국/108분/코미디감독 : 이하출연 : 지진희, 양익준, 이문식개봉일 : 2010.4.8. 목. 15세 관람가별점 : ★★★★★(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지진희, 양익준, 이문식 초딩 트리오가 떴다'.영화 '집 나온 남자들'은 약간 모자란듯한 남자들이 펼치는 한 편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마흔 노총각의 독특한 생활방식으로 코믹 연기의 가능성을 보여준 지진희가 라디오 생방송 중 일방적으로 이혼을 선언하는 약간 '똘끼' 다분한 인기 음악평론가 지성희로 분해 정통 코믹연기 완전정복에 나섰다.그리고 지난해 독립영화 '똥파리'에서 주연과 감독 등 1인2역으로 분해 국내 및 국외 유수 영화제들을 휩쓸며 단숨에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오른 양익준이 지성희의 갑작스런 가출에 동행하게 되는 '어리바리' 십년지기 친구 황동민으로 나와 전작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MBC 사극 '선덕여왕'에서 '죽방'역으로 물오른 감초 연기를 과시한 이문식은 지성희의 가출한 아내 유영심(김규리)의 숨겨진 오빠 유곽으로 분해 '초딩 옴므파탈'로 다시 한번 코믹의 진수를 재확인시킨다.역시나 이 영화의 특성은 말로만 설명하면 도대체 납득이 되지않는 이상한 상황에서 서로 몸을 사리지 않는 과장속에 알람시계처럼 분출되는 황당멘트다. 차가 없어 친구차를 타기 위해 오늘내일 한다는 친구 큰아버지댁에 갔다가 녹용을 훔치질 않나, 이상한 단체에 들어가 갑자기 광신도로 돌변해 사고를 치지 않나 아무튼 앞뒤가 맞지 않는 돌발행동들이 계속 넘쳐난다. 물론 논리적이거나 인과관계가 분명치 않지만 몸을 사리지 않고 마구마구 내던지는 지진희의 코믹 모션과 양익준의 능청스런 애드리브는 순간순간 웃음을 유발시킨다. 거기에 코믹연기의 달인 이문식까지 가세해 불난 호떡집에 부채질 해대는 격이랄까.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2006년)으로 장편 영화신고식을 성공리에 치른 바 있는 이하 감독은 이번 두번째 영화를 통해 "'집 나온 모든 이들'도 당당하게 귀가했으면 좋겠다"며 "집은 언제나 거기서 우리를 기다리기 때문"이라고 밝혀 묘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그러나 무엇보다 뇌리에 남는 건 하루 먼저 집을 나간 아내가 남긴 편지 한 장에 담긴 의미심장한 말이다. "나는 이해심이 부족했고, 당신은 이해력이 부족했던거야."

2010-04-08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프로포즈데이(Leap Year)

2010년/미국·아일랜드/100분/로맨틱 코미디감독 : 아넌드 터커출연 : 에이미 애덤스, 매튜 굿개봉일: 2010.4.8. 목. 12세 관람가별점:★★★★★★(6/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아일랜드에는 여자가 프로포즈하는 아주 특별한 날이 있다. 4년마다 윤년(Leap Year) 2월 29일에만 허용되는 이날 남자는 무조건 받아들여야만 한단다. 영화는 이 아일랜드 풍습을 소재로 남녀간의 사랑과 결혼에 매스를 들이댄다. 남자친구의 프로포즈를 고대하는 연애 4년차 미국 보스턴출신 애나(에이미 아담스)는 이 풍습 얘기에 남자친구를 뒤따라 무작정 아일랜드로 향한다. 그러나 악천우로 비행기가 불시착하고 아일랜드 시골 총각 데클랜(매튜 구드)을 만나면서 더블린으로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되고 시종일관 다투던 둘 사이에는 어느새 미묘한 감정이 생긴다.여기까지만 본다면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하다. 원래 애인에 아쉬움을 느끼던 여자가 다른 남자를 만나 새로운 사랑에 눈뜨게 된다는 아주 뻔한(?) 얘기 말이다.그러나 이 영화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그것은 아일랜드의 비경과 문화유산이다. 야트막한 초원과 그 위에 천년의 세월을 그대로 품에 안은 듯 무너져 있는 중세의 성, 그리고 곳곳에 숨어있는 호수. 이런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그림 한폭이다. 도시 출신인 애나에게 이런 자연은 낯설다. 게다가 애나는 루이비통 가방과 수백만원짜리 명품 구두를 너무나 소중하게 여기는 럭셔리 걸. 그런 그녀가 갑작스레 맞닥뜨린 시골에 당황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어서 빨리 도시 더블린으로 가고자 마음만 앞서는 애나. 그러나 그녀는 길을 막아선 소떼들과 씨름하고 먼지 가득한 오래된 가구들에 불편을 호소하다 어느새 그 자연이 주는 넉넉함에 빠져든다.이런 자연주의는 그녀의 러브스토리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처음에 구질구질해 보이던 아일랜드 까칠남 데클랜이 심지가 굳고 괜찮은 사람이란 걸 조금씩 알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어쩌면 자연에 동화되어 가는 과정과 유사하다. 자연스럽게 생명의 본질을 알아가듯 애나도 도시에서 맛볼 수 없던 순수한 사랑과 배려를 배워나간다는 이런 설정이 영화를 색다르게 만든다. 영화는 바로 애나의 성장담이다.

2010-04-01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시리어스맨 (A Serious Man)

2009년/미국·영국·프랑스/105분/블랙코미디감독 : 에단 코엔, 조엘 코엔출연 : 마이클 스터버그, 리처드 카인드개봉일 : 2010.3.25. 목. 15세 관람가별점 : ★★★★★★☆(6.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코엔 형제가 황당무계한 블랙코미디 '시리어스맨'을 들고 돌아왔다. 할리우드에는 유명한 형제 감독이 꽤 있다. 워쇼스키 형제는 가수 비(정지훈)의 할리우드 진출작인 '스피드 레이서'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최근 비의 첫 할리우드 주연작 '닌자 어쌔신'을 제작하는 등 한국과는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물론 이전에 이들을 유명하게 만든 건 단연 '매트릭스'시리즈다. 슬랩스틱 코미디 영화의 장인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페럴리 형제도 있다. 그렇다면 웰메이드 블랙코미디의 대명사 코엔 형제는 어떨까. '파고'(1996년)로 혜성같이 등장한 이후 '위대한 레보스키',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또한 지난 2008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아카데미 8개 부문에 노미네이션, 4개 부문 석권으로 이제 명실상부한 명장의 반열에 섰다.영화 '시리어스맨'도 코엔 형제의 현실 비틀기란 독특한 시선의 연장선상에 있다. 사실 까놓고 말하면 영화 참 재미없고 황당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발상에 관객은 보는 내내 혀를 내두르기 바쁘다. 그러나 팍팍한 현실에 조금 색다르게 접근하는 그들의 시선은 역시나 신선하다.영화 중간중간 한국계 미국인이 나와 성적을 고쳐달라고 돈을 건네며 떼쓰는 모습이 조금은 국내 관객들에게 거슬릴 수도 있다. 그러나 1960년대 당시 시대상황에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애교로 받아들일 만하다. 오히려 이 영화는 유태인 가족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철저한 규율 아래 표출하지 못하고 번민하는 그들의 인간적인 욕망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있다. 여러 가지 사고를 연타석 쳐대며 집안을 혼란에 빠뜨리는 가족들보다 항상 고민하고 걱정만 할뿐 쉽게 행동하지 못하는 '진지한 남자' 주인공에게 답답해하면서도 연민이 가는 이유일 것이다.대다수 작품성 있는 영화들이 그렇듯 '시리어스맨'도 씨네큐브, 스폰지하우스(광화문), CGV 강변·구로·압구정, 메가박스 코엑스, 상상마당, 아트하우스 모모 등 서울 8개관에서 시작한다. 물론 반응만 좋다면 상영관이 확대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항상 좋은 작품에 목말라 하는 관객들의 적극적인 행동이 절실하다.

2010-03-25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셔터 아일랜드 (Shutter Island)

2009년/미국/138분/미스터리 스릴러감독:마틴 스콜세지출연: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크 러팔로개봉일:2010.3.18. 목. 15세 관람가홈페이지:www.shutterisland2010.co.kr별점:★★★★★★★☆(7.5/8개 만점)[경인일보=]매주말이면 크고작은 영화가 여러 편 극장가에 쏟아진다. 그중에는 이해하기 쉬워 한번 보면 모든걸 꿰뚫어볼 수 있는 영화가 있는 반면 한번 봐서 쉽게 납득이 안가는 난해한 영화들도 있다. 영화 '셔터 아일랜드'는 어느 쪽일까. 사실 기자가 보기엔 전자도 후자도 아니다. '셔터 아일랜드'는 일단 보는 내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 궁금하도록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러나 처음부터 흡입력있게 캐릭터에 몰입하던 관객은 어느 순간 끈이 뚝 끊기는 경험을 한다. 튼튼한 그네의 두 줄을 믿고 오르락내리락 비행을 즐기다 갑자기 하늘로 붕 떠버린다고나 할까. 여기서 관객은 두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단단해 보였던 동앗줄이 사실은 위장해 놓은 함정이란 걸 깨달을 때의 배신감이 첫번째다. 하지만 그런 혼란도 잠시 관객은 오히려 기존의 관념을 여지없이 전복시키는 색다른 쾌감에 환호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마틴 스콜세지는 관객과의 심리 싸움에 능한 스릴러의 대가다운 면모를 여실히 발휘한다. 탈출 불가능한 섬 셔터 아일랜드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통해 처음부터 각종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시종일관 관객의 심장을 쥐락펴락하던 스콜세지는 자막이 올라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이 결코 확신할 수 없게 만든다. 잘 짜여진 치밀한 트릭으로 관객은 이해하는듯한 착각에 빠지다 결국 지나간 장면을 새삼 되새기며 무릎을 치게 된다. 그렇다보니 이 영화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최소한 한번은 더 봐야한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법하다. 스콜세지가 교묘히 감춘 판도라의 상자를 빠짐없이 체크해 보고 싶다면 말이다. 그렇다고 영화 자체가 난해한 것은 아니다. 충분한 설명과 확실한 장치를 통해 관객은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영화는 어느새 마틴 스콜세지의 페르소나로 자리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아 더욱 눈길을 끈다. 지난 2002년 '갱스 오브 뉴욕'으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에비에이터'(2004)와 '디파티드'(2006)에 이어 이번이 4번째 만남이다. '타이타닉'의 꽃미남 디카프리오가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2010-03-18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사랑은 너무 복잡해 (It's Complicated)

2010년/미국/114분/코믹 로맨스감독 : 낸시 마이어스출연 : 메릴 스트립, 스티브 마틴, 알렉 볼드윈개봉일 : 2010.3.11. 목. 18세 관람가홈페이지 : www.itscomplicated.co.kr별점 : ★★★★★★★(7/8개 만점)▶줄거리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이혼녀 제인(메릴 스트립)은 자신보다 스무살이나 어린 여자와 재혼한 전남편 제이크(알렉 볼드윈)로 인해 이혼의 상처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극복해 장성한 아이 셋과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아들의 대학 졸업식 참석을 위해 뉴욕으로 간 제인은 제이크와 옛 정을 떠올리며 예기치 않은 사고(?)를 친다. 그런데 마침 오랫동안 숙원하던 자신의 집 리모델링을 맡은 건축가 아담(스티브 마틴)의 호감에 제인은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옛 연애감정을 되찾은 제이크가 자꾸 찾아오자 제인 역시 아직 전 남편에게 감정이 남아있는 건 아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데….[경인일보=]젊은 남녀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2월의 밸런타인데이는 지났지만 그 연장선상인 화이트데이가 어느새 바로 코 앞이다. 물론 상술이긴 하겠지만 그 어느때보다 사랑에 관한 영화들이 극장가에 많이 걸리는 시기다. 그러나 사랑이 꼭 젊은 커플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달콤한 로맨스는 꿈꾸게 마련이기 때문이다.여기 이혼의 아픔을 이겨내고 세 명의 자녀를 잘 키워낸 한 중년의 여성이 있다. 그녀는 자신의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항상 함께할 반려자에 대한 아쉬움이나 미련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런 그녀에게 갑작스레 두 마리 토끼가 동시에 달려든다. 하나는 10년 전에 자신을 떠났지만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 남편, 다른 하나는 자신과 같은 이혼의 아픔을 겪고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소심한 건축가다. 혹자는 둘 다 취하면 일거양득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영화의 제목처럼 사랑이란 그리 단순한 게 아니다. 한 사람에게 마음을 주면 다른 사람이 질투하는 건 당연지사. 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중년의 여인, 어찌보면 그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누군가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가혹한 결정의 시간은 다가온다. 그러지 않는다면 둘 다 놓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의 선택에 있어 한 가지 명심할 게 있다. 누군가를 얻어 어떤 이득을 취할 수 있느냐보다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마음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들러리도 아니며 더더군다나 가족에게 부족한 어떤 요소를 채워주는 테트리스도 아니기 때문이다. 조건이나 상황이 아닌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주고 자신의 마음을 강요하기보다는 상대의 마음을 존중하는 게 바로 사랑의 본질이 아니던가.영화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는 듯한 중년의 두려움 많은 사랑을 코믹하고 가벼운 터치로 재미있게 묘사하고 있다. 큰 사건이나 사고는 없지만 영화는 보는 내내 등장인물들이 타는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관객들을 동승시켜 시간가는 줄 모르게 만든다.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과 '로맨틱 홀리데이' 등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 낸시 마이어스가 감독, 각본, 제작까지 맡았고 최근 '맘마미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을 통해 나날이 원숙한 연기를 선보이는 메릴 스트립이 주연으로 나서 그녀만의 독특한 사랑방정식을 풀어낸다. 메릴 스트립은 예전의 아픔이 반복될까 두려운 중년 여인의 사랑을 밀도있게 펼쳐낸다. 나이가 들어서도 항상 설레는 소녀같은 사랑에 빠지는 그녀의 매력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아카데미 2회 수상과 14회 노미네이트, 골든글로브 7회 수상과 17회 노미네이트라는 그녀의 이력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해본다.

2010-03-11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010년/미국/108분/판타지감독 : 팀 버튼출연 : 미아 와시코스카,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 앤 해서웨이개봉일: 2010.3.4. 목. 전체 관람가홈페이지:www.alice2010.co.kr별점:★★★★★(5/8개 만점)[경인일보=이준배기자]팀 버튼의 디즈니 복귀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의 페르소나인 조니 뎁과 7번째로 함께 작업한 작품으로 루이스 캐롤의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로부터 영감을 얻어 새로운 이야기로 재창조했다. 주인공인 앨리스가 어린 소녀가 아니라 10대 후반의 성숙한 아가씨라는 점부터 원작과 상이하다. 어른의 문턱에서 결혼을 선택해야할 기로에 선 앨리스는 어릴적 꿈속에서 본 듯한 이상한 나라(Wonderland)로 들어간다. 팀 버튼의 동화 비틀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앨리스가 방문한 이상한 곳은 진짜 이름이 원더랜드(Wonderland)가 아니라 원래 언더랜드(Underland)라는 것. 어릴 때 와본 적 있는 앨리스가 발음을 잘못 알아들었다는 설정이 바로 그것이다. 대다수 동화들이 선과 악의 양편에 서는 상반된 캐릭터를 그려내고 있지만 감독이 말하는 언더랜드는 비정상적인 것이 오히려 평범한 것으로 치부되는 또다른 동화 속 장소로 설정됐다. 영국 빅토리아여왕 시대를 배경으로 한 현실세계에서 앨리스는 어른들이 보기엔 아직 철이 덜 든 시집갈 나이의 아가씨일 뿐이다. 아이도 어른도 아닌 아가씨 앨리스는 그러나 이런 외적인 조건보다 '특별한 사람들은 모두 미쳤다'라고 생각하며 상상력을 중요시한다. 그녀가 언더랜드에서 겪는 다양한 캐릭터들은 다소 비정상적이지만 무척 흥미롭다. 머리가 큰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언니 붉은여왕과 겉보기엔 너무나 아름답지만 뭔가 정형화된 인형같은 동생 하얀여왕 등 우리 모두의 내면의 콤플렉스를 캐릭터로 직접 드러냈다. 조금 부자연스럽지만 우리 모두 조금씩 느끼는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 있는 언더랜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의식세계의 반대편에 있는 무의식의 세계를 대변하는 듯하다. 그러나 언더랜드에서 앨리스는 현실세계와 똑같이 다시 한번 피할 수 없는 선택을 강요당하고 어려움을 헤쳐나간다는 통과의례는 너무나 구태의연하다. 대다수 이야기에 등장하는 성장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현실을 비틀었다고 생각했던 다양한 캐릭터들도 결국은 현실세계의 권선징악과 별반 다르지 않아 다소 심심하다. 팀 버튼과 조니 뎁의 만남만으로도 높은 기대를 품었던 많은 팬들에겐식상한 동화에 불과할 뿐이다. 게다가 'RealD 3D'로 촬영해 기대했던 색다른 화면도 이미 '아바타'를 통해 눈이 높아진 뒤라 그런지 다소 김이 빠진다. ▶줄거리 19세의 앨리스 킹슬리는 빅토리아풍의 가든 파티장에서 귀족 애스콧 경 부부의 멍청한 아들 해미쉬로부터 갑작스런 청혼을 받는다. 생각지도 않은 상대의 제안에 당황한 그녀는 대답도 않고 파티장을 도망친다. 우연히 조끼 차림에 회중 시계를 든 토끼를 본 앨리스는 뒤쫓다 나무밑 굴 속으로 떨어진다.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에 당도한 앨리스는 겨울잠 쥐, 미친 모자 장수, 체셔 고양이, 파란애벌래 압솔렘, 신비하고 야릇한 하얀 여왕, 그리고 하얀 여왕의 앙숙 자매이자 이 세계의 지배자인 붉은 여왕 등 현실과는 동떨어진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는데….

2010-03-04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러블리 본즈(Lovely Bones)

2010년/미국·영국·뉴질랜드/135분/판타지 스릴러감독 : 피터 잭슨출연 : 마크 윌버그, 레이첼 웨이즈, 시얼샤 로넌개봉일 : 2010.2.25. 목. 15세 관람가홈페이지 : www.lovelybones.com별점 : ★★★★★★(6/8개 만점)▶줄거리 호기심 많은 소녀 수지는 14살 생일에 카메라를 선물받고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사진찍기에 정신이 없다. 그러던 중 혼자 몰래 훔쳐보던 같은 학교 친구로부터 꿈같은 데이트 신청을 받은 수지는 한껏 희망에 부풀어 오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녀는 갑작스럽게 살해당한다. 가족들은 청천벽력같은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힘겨워하며 집안은 풍비박산이 난다. 예기치 못한 비극을 맞은 수지도 남겨진 가족들 곁을 떠나지 못하고 지상과 천상의 '경계(In-Between)'에서 지켜본다. 14살 이후 꿈같은 미래를 송두리째 잃어버린 수지의 영혼은 모든걸 잊고 온전히 천국에 갈 수 있을까.[경인일보=이준배기자]아카데미 17개 부문을 석권한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아카데미 3개 부문을 수상한 '킹콩' 등 작품마다 전세계적인 흥행을 이끌었던 피터 잭슨이 5년만에 신작 '러블리 본즈'를 선보인다. 제목인 '러블리 본즈'란 예상치 못한 시련을 통해 점점 커지는 유대감을 뜻한다. 비 온뒤 땅이 더 단단해지듯 아픔을 통해 더욱 견고해지는 사랑을 빗대는 말이다. 영화는 1973년을 배경으로 14살 소녀 '수지'의 죽음 이후, 남겨진 가족들이 그녀를 죽인 살인범을 찾아 나서며 점차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해가는 모습을 죽은 소녀의 시선으로 그린다.원작은 지난 2002년 미국에서 65주간 베스트셀러에 오른 앨리스 세볼드의 동명소설. 뤽 베송, 린 램지 등 유명 감독들의 영화화 러브콜이 이어지다 피터 잭슨에 의해 영화로 새롭게 재탄생했다. 특히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손을 내젓던 J.R.R. 톨킨의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환상적인 비주얼과 탄탄한 스토리로 엮어 스크린에 마법같이 풀어낸 피터 잭슨이었기에 더욱 기대를 모았다.'러블리 본즈'는 단순히 살해당한 소녀의 복수극이나 단순한 권선징악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살인범에 대한 증오로 미처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소녀를 통해 감독은 공기 같이 소중한 가족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 초반 살해된 소녀의 가슴 아픈 이야기에 숨을 죽이던 관객들은 자연스레 주인공의 감정에 동화되며 복수를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새 소녀의 아픔보다는 오히려 가슴 아파하는 가족들에게 무게중심이 옮겨간다. 사실 이 점이 대다수 영화처럼 주인공의 한풀이를 통한 대리만족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 그리고 깊은 상처에 허덕이며 아픔을 피하기만 하려는 가족의 모습은 자신의 나약한 자화상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가혹하게 느껴진다.게다가 소중한 사람을 잃은 깊은 상처를 넘어 치유를 전하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는 자칫 죽음을 미화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마저 들게 만든다. 기나긴 고통의 터널을 뚫고 새롭게 만나는 가족의 모습이 기쁘지만은 않은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삶과 죽음에 인위적인 인간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오히려 죄를 짓고 초조해하는 모습이나 삶이 일그러지는 자연스러운 과정 그대로를 묘사한다.어쩌면 감독은 그런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고자 한 것일지도 모른다. 가슴을 졸이게 만들만큼 안타까운 장면을 여러번 거듭하는 사이 어이없이 살해당한 뒤 범인도 찾지 못한 수많은 피해자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관객에겐 조금 잔인할 수 있겠지만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되새겨야할 비극마저 금세 잊고마는 우리네 세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2010-02-25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평행이론

2010년/한국/110분/미스터리 스릴러감독 : 권호영출연 : 지진희, 이종혁, 박병은개봉일: 2010.2.18. 목. 15세 관람가홈페이지:www.parallel2010.co.kr별점:★★★★★(5/8개 만점)▶줄거리 최연소 부장판사로 출세 가도를 달리던 석현(지진희)은 미모의 아내와 귀여운 딸까지 남부러울 것이 없다. 그러나 어느 날 아내 '윤경'이 끔찍한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석현의 탄탄했던 삶은 송두리째 혼란속으로 빠져든다. 석현의 법대 동기이자 '윤경'을 짝사랑해왔던 '강성(이종혁)'이 사건을 맡게 되고 석현의 판결에 불만을 품어온 '장수영(하정우)'이 살해범으로 검거돼 사건은 종결되는 듯했다. 그러나 사건담당 여기자로부터 석현이 30년 전 과거의 인물인 한상준 판사와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평행이론'에 휘말리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데….[경인일보=이준배기자]'내 삶이 복제됐다!''누군가 이미 경험한 삶이 내게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는 이론을 내세워 개봉 전부터 대중의 이목을 끈 영화 '평행이론(Parallel Life)'. 이는 말 그대로 서로 다른 시대의 두 사람이 일정한 시간차를 두고, 같은 운명을 반복한다는 운명 규칙으로 에이브러햄 링컨과 존 F. 케네디가 100년을 주기로 비슷한 삶을 살아온 것이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평행이론은 일부 과학자들이 제기하고 있는 '평행우주론(平行宇宙論·Parallel Worlds)'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평행우주론이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선택이 내가 모르는 다른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믿는 다중세계론을 말한다. 영화 '나비효과'나 '슬라이딩 도어스' 그리고 영국 드라마 '닥터 후' 등 단골 소재로 등장해 호기심을 증폭시킨 바 있다. 더 앞서 보면 마이클 제이폭스 주연의 타임머신 영화 '백 투더 퓨처'도 이런 평행우주론의 세계관과 맞닿아 있다. 과거나 현재의 선택에 따라 바뀐 미래가 존재하는 다중 세계 설정은 과거와 미래를 마음대로 여행하려는 인간의 염원 타임머신과 결부돼 영화에 자주 차용돼 왔다.이 영화에서 내세우는 평행이론은 세계가 아닌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인생이 반복된다는 축소된 설정이다. 이는 일종의 데자뷰(Deja Vu·기시감)와도 어느 정도 통하는 면이 있다. 물론 운명의 반복이 우연의 일치이건, 필연의 역사이건 사람들에게 미스터리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영화는 한 인간에게 나타나는 일련의 사건들과 과거 다른 인물의 일생이 흡사한 점을 나열하며 관객을 신비한 운명의 세계로 몰입시킨다. 그러면서 그것이 어떤 음모로 조작됐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관객들은 반신반의하게 되고 어느새 모든 등장인물들을 의심하게 된다. 이런 팽팽한 긴장감은 불쑥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은 배경음악까지 더해 보는 내내 가슴을 졸이게 만든다. 하지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아슬아슬한 재미는 중반 이후 처절한 사투로 변질된다. 그렇다보니 스릴은 운명의 수레바퀴를 비껴가기 위한 말초적인 공포로 색이 바랜다. 4편까지 시리즈로 나온 할리우드 공포 영화 '데스티네이션'이 연상되는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 특히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치밀한 이야기 퍼즐은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낸다. 곳곳에서 개연성이 무시되는 헐거운 구조로 인해 관객의 집중력은 여러 번 중심을 잃게 된다. 게다가 주인공 지진희 홀로 이야기의 큰 축을 이끌어 가기에는 너무 버거워 보인다. 이종혁, 하정우, 정한용 등 화려한 조연들에게 좀더 생명력을 불어넣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2010-02-18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의형제

2010년/한국/116분/액션 드라마감독 : 장훈출연 : 송강호, 강동원개봉일: 2010.2.4. 목. 15세 관람가홈페이지:www.song-gang.co.kr별점:★★★★★★★(7/8개 만점)▶줄거리 6년 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의문의 총격전 현장에 투입됐던 국정원 요원 한규(송강호)는 작전이 실패하자 국정원에서 파면당한다. 사람을 찾는게 주특기였던 한규는 흥신소를 차려 가출한 동남아 여자들을 찾아주는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흥신소 일을 하던 중, 그의 눈에 6년 전 눈앞에서 놓친 남파공작원 '지원'(강동원)이 들어온다. 당시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배신자로 낙인 찍혀 북에서 버림받은 지원은 북과의 교신이 끊긴 채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고 있었다. '지원'에게 걸린 현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땅에 떨어진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한규'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지원'에게 접근하여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한다. 지원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듯한 '한규'와 함께 흥신소 일을 하기로 결심하는데….[경인일보=]입봉작 '영화는 영화다'(관객 130만명)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장훈 감독이 '대한민국 대표 배우' 송강호와 '꽃미남' 강동원과 함께 '의형제'를 들고 돌아왔다. 장훈 감독은 전혀 상반된 입장이지만 어찌보면 비슷한 상황에 처한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전작처럼 파면당한 전직 국정원 요원과 버림받은 남파 공작원 사이에 긴장감 넘치는 소통의 과정을 그려낸다.그러나 '의형제'는 다른 이념을 가진 대립되는 신분 설정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남북 소재 영화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남과 북이라는 공존할 수 없는 이념의 차이로 인해 적이었던 두 남자. 그러나 든든한 이념의 버팀목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두 남자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연히 만난 두 남자는 다시 한번 명예회복을 노리며 서로에게 접근한다. 서로를 믿지 못하던 두 남자는 같은 일을 하면서부터 상대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서서히 연민에 젖어든다. 서로를 이념의 잣대가 아닌 한 인간으로 바라보는 순간, 그들은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그것이 바로 감독이 끄집어낸 '소통'의 통로가 된다. 여기에 동남아 결혼이주민들이 중간중간 두 남자의 심금을 자극한다. 이런 과정에서 빛나는 건 역시 송강호의 코믹 애드리브. 서로를 감시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각종 에피소드에서 송강호는 연방 관객의 웃음보를 터뜨리게 만든다. 이에 강동원은 무뚝뚝하지만 시의적절한 대사로 간간이 뒤통수를 치게 만든다. 언밸런스할 것 같은 두 사람의 연기가 절묘하게 조합돼 영화는 지루할 틈이 없다.독보적인 연기력과 뚜렷한 개성, 최고의 스타파워를 지닌 송강호와 강동원의 동반 출연은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특유의 생명력으로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어온 배우 송강호. 그는 '의형제'에서 어설프지만 지극히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분하며, 상상 속의 인물을 자연스럽게 표현해온 배우 강동원은 겉으로는 냉정하지만 내면에 따뜻한 감성을 지닌 캐릭터로 오랜만에 '사람냄새' 나는 연기를 보여준다.그러나 재기발랄하던 이 영화의 가능성은 극 마지막에 한계에 부딪친다. 적절한 긴장감으로 관객을 졸이게 만들던 이야기는 마지막에 '해피 엔딩'의 달콤한 함정에 빠져들고 결국 맥이 탁 풀린다. 사족이라는 것은 이런 때 쓰는 말일 것이다.

2010-02-04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하모니

2010년/한국/115분/드라마감독 : 강대규출연 : 김윤진, 나문희, 강예원개봉일: 2010.1.28. 목. 12세 관람가홈페이지:www.harmony2010.co.kr별점:★★★★★(5/8개 만점)▶줄거리 교도소에서 아들 민우를 낳은 '정혜(김윤진)'는 법에 따라 18개월 후면 입양을 보내야만 한다. 어느 날 교도소를 방문한 합창단의 공연에 감동한 정혜는 교도소장에게 합창단 결성을 제안한다. 그리고 합창단을 훌륭히 성공시키면 민우와 함께 단 하루만이라도 바깥 세상 외출을 허락해달라고 부탁한다. 합창단 오디션이 열리고, 타고난 음치 정혜를 비롯 밤무대 뽕필로 합창단 물을 흐리는 '화자', 전직 프로레슬러 출신의 로맨티스트 '연실', 깊은 상처를 지닌 고집불통 성악 천재 '유미' 등이 모여 합창단을 이룬다. 그리고 전직 음대교수인 사형수 문옥(나문희)의 지휘 아래 도저히 어울릴 수 없을 것 같던 합창단은 점차 아름다운 화음을 이뤄가는데…. [경인일보=이준배기자]영화 '하모니'는 여자교도소를 배경으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합창단을 통해 삶의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린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영화 '하모니'는 영화로서는 사상 최초로 '청주여자교도소' 내부에서 7일간의 촬영 허가를 받아 화제가 됐다. 그간 다른 작품들이 청주여자교도소 외부 공간이나 비어있는 건물을 무대로 촬영을 한 적은 있지만, 재소자들이 직접 생활하는 공간 내부에서 촬영 허가를 받은 작품은 '하모니'가 유일하다고 한다.그러나 무대는 여자교도소다. 저마다 가슴 저린 사연 한두 가지야 지니지 않은 수형자들이 어디 있으랴만 영화상에는 유독 착한 사람들만 그득하다. 엄마 같은 존재인 전직 음대교수 출신 사형수 문옥(나문희)을 비롯 전직 밤무대 가수 '화자'(정수영), 프로레슬러 선수 출신 '연실'(박준면) 등은 모두 가족같다. 아니 한방에서 동고동락하는 한 식구다. 여기에 정많고 눈물많은 신입교도관 '나영'(이다희)까지 합세하면 교도소라 부르기가 어색할 정도다. 물론 극중 신입 '유미'(강예원)가 합류하면서 잠깐 긴장감이 형성되는 듯하지만 이내 천사같은 선배들에게 감화돼 버린다. 웬만한 사람들을 착한 사람들로 만들어버리는 이런 마법(?)의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지 궁금해진다. 연출자는 아마도 사람의 본성이 악하지 않다는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을 대변하는 듯하다.여기서 가장 안타까운건 성선설이 아니라 무대가 바로 교도소라는 점이다. 감독이 단순히 감동의 극대화를 위한 단순한 장치로 교도소를 택했다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교도소라면 한여름 바로 옆사람의 체온마저 저주할 정도로 타인의 존재 자체가 원죄가 되는 철저한 자기 생존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곳이다. 게다가 교도소는 단순히 우연한 실수를 저질러 자유를 억압당한 그런 착한(?) 사람들만 모아놓은 곳은 아니란 것이다. 영화 속 촬영현장은 실제 장소라는 특수성으로 리얼리티를 어느정도 획득했을 지는 몰라도 이런 동화적 내용만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보인다.이런 한계를 빼면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 하모니와 그들이 선사하는 노래들은 자연스럽게 관객의 눈시울을 적시기에 충분하다. 월드스타 김윤진과 '국민엄마' 나문희의 절제된 눈물 연기는 심금을 울리고 '뮤지컬계의 마돈나' 강예원, 박준면, 정수영 등 조연들도 감초처럼 잔잔한 웃음을 준다. 이들이 흥겨운 율동과 함께하는 활기찬 공연도 볼거리다. 이문세의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으로 흥겨운 분위기를, '솔베이지의 노래'로 아름답고 서정적인 무대를 만들며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또 누구나 학창시절에 한번쯤 불러보고 들어봤을 '그대 있는 곳까지(Eres Tu)'는 재소자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대변하며 색다른 감동을 전한다.

2010-01-28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2010년/한국/113분/코믹 드라마감독 : 이광재출연 : 이나영, 김지석, 김희수개봉일: 2010.1.14. 수. 12세 관람가홈페이지:www.happychange.co.kr별점:★★★★★★☆(6.5/8개 만점)▶줄거리29년 핸섬했던(?) 과거 싹~ 고친 미모의 포토그래퍼 '손지현'은 영화 스틸 촬영과 개인전 준비까지 앞둔 잘나가는 전문직 여성이다. 이런 '지현' 옆에는 그녀만 바라보는 특수분장사 '준서'가 있다. '준서'와의 달콤한 로맨스가 무르익던 어느 날, 친아빠를 찾아 가출한 '유빈'이란 녀석이 난데없이 집을 찾아온다. 녀석이 내민 아빠 이름 석 자는 바로 손지현! 일단 고모라고 둘러대고 녀석을 돌려보내려 하지만, 아빠를 만나려고 가출까지 했다는 '유빈'에겐 안 통한다. 게다가 녀석의 엄마와 새아빠는 출장중. 별 수 없이 7일 동안만 버텨보기로 한 '지현'은 '아빠' 변장을 시도, 세상에 둘도 없는 '미녀아빠'가 된다. 그러나 어설픈 콧수염에 빵점짜리 운동신경, 여자말투를 가진 친아빠가 '유빈'은 수상하기만 한데….[경인일보=이준배기자]웰메이드 코미디 '7급공무원'으로 유쾌한 신호탄을 날린 하리마오 픽쳐스가 내놓은 두 번째 영화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는 드문 소재를 웃음으로 일상화하며 그 속에 진한 페이소스를 보여준다. 개봉 전 초절정 미녀가 아빠가 된다는 설정과 배우 이나영의 남장 변신 등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 영화는 절대 가벼운 코믹 로맨스물이 아니다. 왜냐하면 여자 주인공이 다름아닌 트랜스젠더라는 성적 소수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전환 이전에 우연한 실수로 자신도 모르고 있던 아이까지 있는 트랜스젠더 아빠라면 이야기는 더욱 심각해진다. 아빠와 여자라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모순된 두 가지 역할에 번민하는 평범하지 않은 트랜스젠더 여성. 주인공은 바로 여기서 갈등한다. 자신이 원해서 여성이 되었지만 갑자기 찾아온 아들에게 아빠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현실은 막막하기만 하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소수자들의 모습은 아직도 생소한 게 현실이다. 그래서 영화는 일단 거부감을 최대한 줄이려고 코믹한 상황 설정으로 관객에게 다가선다. 어쩌면 사회적으로 부자연스럽다고 여길 수 있는 그런 전후 과정은 과감히 생략하면서까지 말이다.그래서일까. 여자와 남자가 양립하는 그 어려운 역할을 배우 이나영에게 맡겼다. 이미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CF를 통해 관객들에게 세련되면서도 귀여운 이미지로 어필하고 있는 여배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어색함 이전에 친숙함으로 무장한 여배우가 아무리 전직 남자였다고 한들 누가 미워할 수 있으랴. 일단 우리 사회는 '예쁘면 다 된다'는 확실한 '불문율'이 있지 않은가. 낯선 시선에 달콤한 코믹 당의정을 입힌 영화는 초반부터 관객들을 무장해제시킨다. 누구에게나 소통되는 세계적인 만국공통어 '사랑'과 '가족애'를 통해서 말이다. 영화는 초반 미모의 포토그래퍼와 영화 스태프와의 알콩달콩 순수한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며 그녀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잡시 접어둔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아빠와 아이가 서로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성장하며 겪었던 과거의 아픈 감정들도 표나지 않게 조금씩 관객에게 이입해 간다. 그리고 가족과의 갈등,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된 남자와의 로맨스 등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과정들을 이야기하면서도 영화는 절대 무거워지지 않는다. 관객은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간간이 코믹적인 상황 장치들을 통해 전혀 어색하지 않게 주인공에게 몰입해 간다.영화는 결국 우리에게 기본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그걸 담고 있는 겉모습이 아닌 속마음이라는 것을 말이다. 다만 작은 스크린 안에 여러 가지 가치들을 아우르다 보니 조금 잡다하다는 생각도 들 수 있다. 하지만 오랜만에 제대로 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만나보는 기쁨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2010-01-21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페어 러브

2010년/한국/117분/멜로감독:신연식출연:안성기, 이하나개봉일: 2010.1.14. 목. 12세 관람가홈페이지:www.fairlove.co.kr별점:★★★★★☆(5.5/8개 만점)▶줄거리 오십이 넘도록 연애 한번 못해본 사진기 수리공 형만. 어느 날 형만의 전 재산을 들고 도망갔던 친구가 자신의 딸 남은을 돌봐달라는 부탁을 한채 죽는다. 형만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큰 아가씨가 된 남은의 모습에 놀라지만 일주일 사이에 아빠와 아빠보다 더 사랑한 고양이를 잃고 슬퍼하고 있는 남은을 가끔씩 돌봐주기로 한다. 외롭게 큰 남은은 형만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고, 형만의 빨래를 핑계 삼아 잦은 만남을 갖게 되면서 당돌하게 사랑을 고백한다. 형만도 당황스럽지만 처음 느끼는 이 감정이 궁금하다. 이렇게 형만과 남은은 '아빠 친구'에서 '오빠'가 되고 둘은 남들이 보기에 이상한 데이트를 시작하는데….[경인일보=]'페어러브'라는 제목을 보면 공정한 사랑이 무슨 뜻일까 하는 물음표부터 떠오른다. 여기서 '페어러브'는 '사랑안에서는 모든 것이 공정하다'는 의미다. 즉 사랑은 국경과 이념도 문제가 안된다는 데 심지어 나이가 무슨 장애물이 되느냐고 강하게 항변한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그런 사회적인 편견이 아니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나이가 들었다고 또는 어리다고 다를 수 없다. 어차피 사랑이란 감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똑같이 주어지는 게 바로 연애의 법칙이다. 영화속에서 노총각 사진기 수리공 형만(안성기)은 그의 친구의 딸 남은(이하나)과 나이를 초월한 사랑을 키워간다. 물론 세상의 편견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관계다. 아무리 나이 차이가 상관없다지만 연애 상대가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닌 오랜 친구의 딸이라니 사회적인 통념상 용납되기 어렵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 복잡한 관계를 그저 사랑이라는 따뜻한 눈짓 하나로 차례차례 꿰뚫어가고 있다.파격적인 상황이지만 영화 속 형만과 남은은 오히려 심플하다. 둘이 서로 좋다는데 그게 무슨 대수냐는 듯. 형만과 남은의 순수한 영혼 안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초반에 자리잡은 자기 내면의 벽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을 주저할 뿐.50대 노총각 형만은 뜻밖에도 첫 사랑이라 과정이 순탄치 않다. 그는 아버지뻘이라는 나이때문에 남은을 가르치려 들고 충고하려 들지만 사랑 안에서는 나이도, 배움도, 가진 것도 모두가 공정하다는 사실을 점차 깨달아간다. '사랑은 온유하며 오래 참으며 시기하지 않고 무례히 행치 않는 것'이라는 친구의 말에 형만은 쉬운 게 하나도 없다고 투덜댄다. 형만은 사랑도 자신이 만지는 카메라 부품처럼 자신의 논리와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랑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배우고 성장해 간다.영화는 그렇다보니 외부의 따가운 시선보다는 그들 둘 사이의 아기자기한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대학생 남은은 빨래를 잘 한다며 수줍게 아저씨에게 감정을 표현하고 자신의 내면의 벽을 넘어선 형만은 '오빠'라고 부르라며 세대 차이를 좁히려 애쓴다. 이 영화가 사랑스러운 점은 바로 이런 둘의 순수한 사랑 표현 방식이다. 50대 노총각 형만은 남은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오빠야'하고 받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또 20대 여대생 남은은 '아저씨 예뻐요'라며 아저씨를 놀린다. 아무리 사랑이라지만 그 앞에서 이렇게 아이들 같이 순수해질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마저 든다.오랜만에 멜로영화 주인공이 된 국민배우 안성기(58)는 베테랑답게 닭살스러울 수 있는 자신의 역할을 자연스레 체화시키고 있다. 또 신세대 배우 이하나는 역시나 그녀의 4차원적인 매력을 주무기로 절대 주눅들지 않는 당찬 연기를 선보인다.

2010-01-14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나인 (Nine)

2009년/미국/118분/뮤지컬감독:롭 마샬출연:다니엘 데이 루이스, 페넬로페 크루즈, 마리온 꼬띨라르, 니콜 키드먼개봉일:2009.12.31. 목. 15세 관람가홈페이지:www.ninemovie.co.kr 별점:★★★★★(5/8개 만점)▶줄거리 희대의 매력남이자, 천재 영화 감독인 '귀도'는 자신의 아홉 번째 작품을 준비하던 중 머리를 식히기 위해 홀로 휴양지를 찾는다. 한숨 돌리며 작품을 구상하려 했지만, 아름다운 여배우 '클라우디아'와 유일한 안식처인 아내 '루이사', 그리고 치명적인 매력의 요염한 정부 '칼라'를 비롯한 일곱 여인들의 아찔한 유혹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그녀들로부터 점점 작품에 대한 특별한 영감을 얻게 되고, '귀도'는 창작의 욕구가 되살아나기 시작하는데…. 과연 귀도는 세기 최고의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을 단 한 명의 여인은 누가 될 것인가?[경인일보=]"오늘이 마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라."'뮤지컬 영화의 귀재' 롭 마샬이 영화 '나인'으로 새로운 출사표를 던졌다. 브로드웨이 안무가 출신의 영화 연출가인 롭 마샬은 자신의 첫 할리우드 데뷔작 '시카고'로 2003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비롯 편집상, 음향상, 의상상, 미술상, 여우조연상 등 6개 부문을 휩쓸며 단숨에 거장으로 등극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며 활약하는 연출가답게 화려하면서도 역동적인 연출로 시선을 끄는 롭 마샬 감독은 지난 2006년 아카데미 3관왕에 빛나는 '게이샤의 추억'을 거쳐 이번에 자신의 세번 째 작품 '나인'을 전세계 극장가에 내놨다.'나인'은 영화감독 '귀도'와 그를 둘러싼 7명의 여인들이 펼치는 환상의 쇼를 담고 있다. 무려 1억 달러라는 역대 뮤지컬 영화 역사상 최대 제작비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그동안 흥행에 성공한 뮤지컬 영화 '물랑루즈'(5천200만 달러), '시카고'(4천500만 달러), '오페라의 유령'(6천만 달러)과 비교하면 '나인'의 제작비는 평균 2배 규모에 달한다.'나인'은 환상적인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초대형 퍼포먼스 그리고 캐릭터 하나하나가 선보이는 화려한 의상 등 풍성한 볼거리로 관객을 압도한다. 무대에서 버라이어티 쇼를 보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키는 춤사위가 옛 회상신과 엇갈리며 오버랩되는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압권.뿐만 아니라 할리우드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역대 최고의 캐스팅이 시선을 끈다. 희대의 카사노바 감독 '귀도'역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비롯 니콜 키드먼, 페넬로페 크루즈, 마리온 꼬띨라르, 케이트 허드슨, 주디 덴치, 소피아 로렌, 퍼기 등 할리우드 정상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 다양한 여배우들의 매력을 한 영화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모은다.물론 뮤지컬 영화의 특성상 짜임새있고 잘 짜여진 영화적 내러티브(이야기)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무척 몽환적인 스토리 전개는 그냥 한편의 판타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보니 자칫 스토리를 쫓다보면 지루해질 수 있으므로 관객은 내용보다는 쇼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관람의 한 방법이다.한편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버라이어티 뮤지컬 영화 '나인'에는 포폴로 광장은 물론, 베네또 거리, 해변 안지노 타운 등 누구나 꿈꾸는 이탈리아의 명소를 디저트로 즐길 수 있다.

2010-01-07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전우치

2009년/한국/136분/히어로액션감독 : 최동훈출연 :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개봉일: 2009.12.23. 수. 12세 관람가홈페이지:www.jeonwoochi.co.kr별점:★★★★★(5/8개 만점)▶줄거리:500년 전 조선시대.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이 요괴 손에 넘어가 세상이 시끄럽자, 신선들은 당대 최고의 도인 천관대사(백윤식)와 화담(김윤석)에게 도움을 요청해 요괴를 봉인하고 '만파식적'을 둘로 나눠 두 사람에게 각각 맡긴다. 천관대사의 망나니 제자 전우치(강동원)가 둔갑술로 임금을 속여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자, 신선들은 화담과 함께 천관대사를 찾아간다. 그러나 천관대사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피리 반쪽이 사라졌다! 범인으로 몰린 전우치는 자신의 개 초랭이(유해진)와 함께 그림족자에 봉인되는데….[경인일보=]미국에 슈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이 있고 영국에는 해리 포터가 있다면 한국에는 도사 전우치가 있다.'전우치'는 도술을 부리는 한국형 히어로 액션을 표방한다. 초능력과는 다른 마음을 다스리는 '도'에 기반한 도술은 동양 고유의 철학이 담긴 신비로운 소재. 손가락을 튕겨 칼을 꽃으로 바꾸고,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고, 상대방을 현혹하기 위해 빗자루로 둔갑하는 도사 이야기는 한국인들에게 낯설지 않다. '전우치'에서는 부적을 써서 환영을 만드는 둔갑술이나 복제술,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동술, 자유자재로 주변 사물에 모습을 숨기는 은신술, 앉아서 삼천리를 내다보는 투시력,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는 독심술 등 각종 신기한 술법들에 축지법, 경공술 등 우리가 만화나 이야기 속에서 한번쯤 들어봤던 신출귀몰한 동양무공을 총출동시킨다.이런 토종이야기의 틀 위에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 백윤식, 염정아 등 뛰어난 연기력과 스타성으로 무장한 초호화 캐스팅이 힘을 더한다. 이들 내로라 하는 톱 배우들은 저마다 맡은 캐릭터 하나하나마다 생명을 불어넣는 호연으로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전우치'의 메가폰은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했다고 평가받은 최동훈 감독이 잡았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치밀한 사기를, '타짜'에서는 치열한 도박을 보여준 최동훈 감독은 이번에는 신비한 도술을 들고 나왔다.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 법한 소재로 일단 흥미를 유발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게다가 전작을 함께했던 백윤식, 유해진, 염정아, 김윤석 등의 막강한 조연군단의 뒷받침은 어느 영화보다도 큰 지지력을 발휘해 이런 개성적인 캐릭터 하나하나를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관객은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그러나 역시 히어로 영화에서 관객이 기대하게 되는 강력한 한방을 느끼기 어렵다. 슈퍼맨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시간을 되돌리고 스파이더맨이 자기 정체성의 고민을 하며 인간적인 번뇌를 하는 반면 '전우치'는 갈팡질팡 어리숙한 매력은 코믹하긴 하지만 강한 흡인력을 갖기에는 카리스마가 약하다. 게다가 이미 속편을 염두에 둔 탓일까. 특히 임수정의 경우 팜므파탈적인 요소를 가미하긴 했지만 모호한 캐릭터로만 남아있어 크게 어필하지 못하는 점이 완성도 측면에서 볼때 많이 아쉽다.

2009-12-24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아바타 (원제:Avatar)

2009년/미국/162분/SF액션감독 : 제임스 카메론출연 :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개봉일: 2009.12.17. 목. 12세 관람가홈페이지:www.foxkorea.co.kr/avatar별점:★★★★★☆(5.5/8개 만점)▶줄거리 가까운 미래, 지구는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나먼 행성 판도라에서 대체 자원을 채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판도라의 독성을 지닌 대기로 인해 자원 획득에 어려움을 겪게 된 인류는 판도라의 토착민 '나비(Na'vi)'족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 원격 조종이 가능한 새로운 생명체 '아바타'를 탄생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한편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는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가할 것을 제안받아 판도라로 향한다. 그 곳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자유롭게 걸을 수 있게 된 '제이크'는 자원 채굴을 막으려는 나비족 무리에 침투하라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임무 수행 중 '나비'의 여전사 '네이티리(조 샐다나)'를 만난 '제이크'는 그녀와 함께 다채로운 모험을 경험하는데….[경인일보=]'특수 영상기술의 혁명적인 신세계, 그러나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이야기'.'터미네이터'와 '타이타닉'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12년 만에 신작 '아바타'를 들고 돌아왔다.'아바타'는 무려 4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쏟아부은 만큼 매혹적인 입체영상 기술을 스크린 위에 매혹적으로 펼쳐보인다. 3차원 특수 영상기술로 실제 우주선을 타고 이동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생생한 현장감은 역시 여느 영화들을 압도한다.그동안 영화 속 CG를 표현해왔던 모션캡처(Motion Capture)의 한계를 뛰어넘어 CG캐릭터들의 다양한 감정선까지 생생하게 구사하는 이모션 캡처(Emotion Capture) 기술은 살아있는 인물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그런 생동감을 느끼려면 3D 입체 안경을 끼고 관람해야하는 불편은 조금 감수해야 한다.그러나 새로운 미지의 세계와 조우하는 호기심은 거기까지다. 3차원 입체 영상의 새로움만으로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을 온전히 즐기기에는 다소 뒷심이 부족하다. 전 우주를 넘나드는 거대한 스케일의 대서사시에 큰 기대를 걸었던 관객들에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진부한 스토리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판도라에서 막대한 돈이 되는 귀중한 자원을 채굴하기 위해 그곳 주민인 나비족을 내쫓으려는 지구의 거대 기업의 대결 구도만 봐도 그렇다. 미국 서부개척시대 '골드러시'(Gold Rush)에 따라 카우보이들이 원주민인 아메리카 인디언들을 땅에서 쫓아내는 무척 익숙하고 평이한 이야기 구조다. 다만 그 무대를 새로운 행성으로 살짝 바꿔놓았을 뿐. 최첨단 무기를 앞세우는 거대기업과 카우보이가, 나비족과 인디언이 그대로 오버랩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또한 나비족과 동화되는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의 모습에서 영화 '늑대와 춤을' 중 인디언 문화를 받아들이는 연합군 백인 병사 케빈 코스트너가 자꾸 떠오르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게다가 '아바타'의 상영을 기다려온 것인지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 CJ CGV가 3D 상영관 요금을 지난 11일 전격 인상했다. CGV는 IMAX DMR 3D 및 디지털 3D 상영관 관람가격을 1천원씩 인상, 기존 1만2천원이었던 상영관은 1만3천원, 1만5천원이던 상영관은 1만6천원으로 각각 인상돼 관객들의 부담이 커졌다.'아바타'의 새로운 영상기술이 인상된 티켓비용의 악재를 넘어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09-12-17 이준배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줄리&줄리아 (Julie&Julia)

2009년/미국/122분/드라마감독 : 노라 애프론출연 : 메릴 스트립, 에이미 아담스개봉일: 2009.12.10. 목. 12세 관람가홈페이지:www.julie-julia.co.kr별점:★★★★★★(6/8개 만점)▶줄거리 외교관 남편과 함께 프랑스에 도착한 줄리아(메릴 스트립)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생활에서 먹을 때 가장 행복한 자신을 발견하고 명문 요리학교 '르꼬르동 블루'를 다니며 요리 만들기에 도전, 마침내 모두를 감동시킨 전설적인 프렌치 셰프가 되는데. 한편 말단 공무원 줄리(에이미 아담스)는 한창 잘 나가는 친구들과 잔소리뿐인 엄마 사이에서 기분 전환으로 요리 블로그를 시작한다. 유일한 지원군은 남편 뿐이지만 전설의 프렌치 셰프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책을 보며 365일동안 총 524개의 레시피에 도전한다. 처음에는 지지부진하던 그녀의 프로젝트는 점차 네티즌의 열렬한 반응을 얻게 되지만 갖가지 문제에 봉착하는데….[경인일보=]'요리'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개척한 두 여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시대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각기 다르지만 일맥상통하는 2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줄리&줄리아'는 전설의 프렌치 셰프 줄리아와 뉴욕의 요리 블로거 줄리가 보여주는 삶의 작은 기적을 소박하게 그리고 있다. 1950년대 프랑스 파리를 주름잡은 전설적인 프렌치 셰프 '줄리아 차일드'가 '알렉스 프루드 옴므'와 함께 쓴 회고록 '프랑스에서의 나의 삶(My Life in France)'과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책인 '프랑스 요리 예술을 마스터하기(Mastering the Art of French Cooking)'에 소개된 524개의 레시피를 365일동안 직접 요리하는 과정을 2002년부터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줄리 파웰'이 블로그 내용을 정리하여 2005년 출간한 '줄리 앤 줄리아: 365일, 524개 레시피, 하나의 조그만 아파트 부엌(Julie & Julia: 365 Days, 524 Recipes, 1 Tiny Apartment Kitchen)'이 바로 이 영화를 이루는 2개의 큰 줄기다.'보나베띠'(잘 먹겠습니다)란 말을 할때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미식가 줄리아와 뉴욕 말단 공무원인 줄리가 요리를 매개로 50년이란 시공간을 초월하는 삶의 일면을 보여준다. 영화는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어떤 큰 계기가 아니라 작은 도전에서 시작된다는 진리를 이들의 사례를 통해 직접 보여준다.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메릴 스트립'은 확실한 포스로 코믹하고 개성 만점인 줄리아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 눈길을 끈다. 호탕한 웃음소리는 물론 그녀만이 구사할 수 있을 것 같은 특유의 톤과 목소리 그리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절로 웃음을 머금게 하는 맛깔난 표정까지 관객은 보기만해도 유쾌해진다.메가폰을 잡은 노라 애프론 감독은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비롯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을 탄생시킨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로 이번 영화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이밖에 바로 보기만 해도 군침을 돌게 하는 다양하고 화려한 프랑스 음식을 실컷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 여성들에게는 매력적이다.한편 '줄리아 차일드'의 '프랑스 요리 예술 정복하기'는 영화의 흥행으로 인해 한 주 동안 2만2천권의 판매고를 기록, 출간된 지 48년만에 뉴욕 타임즈의 분야별 최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9-12-10 이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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