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미시네

 

[텔미시네]마담 뺑덕… 치명적 사랑 뒤틀린 집착, 그 끝은?

감독 : 임필성출연 : 정우성, 이솜, 박소영개봉일 : 10월 2일멜로, 로맨스/112분/청소년 관람불가전래동화 '심청전'이 '효'의 옷을 벗었다. 대신 '욕망'이라는 드레스를 입고 '마담 뺑덕'이라는 잔혹동화로 관객들에게 돌아왔다.'마담 뺑덕'을 제작한 임필성 감독은 시사회 현장에서 "한국의 설화를 굉장히 심하게 비튼 19금 성인동화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 도전했다"며 "배우들이 잘 보이면서 욕망의 본질을 반영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감독의 말처럼 '마담 뺑덕'은 인간의 심리 속에 잠재돼 있던 '욕망'을 스크린을 통해 드러냈다. 영화 속에서 '욕망'은 학규(정우성 분)와 덕이(이솜 분)를 이어주는 동시에 그들을 타락의 길로 몰고가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추문으로 대학 교수에서 지방 소도시 문화센터 강사로 쫓겨난 학규가 유원지 매표원 스무살 덕이와 사랑에 빠지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학규는 다시 교수로 복직돼 덕이를 버리고 서울로 돌아간다. 그로부터 8년 후 학규는 성공한 교수가 되지만 점점 시력을 잃어갔다. 설상가상으로 아내마저 우울증으로 자살을 한다. 외동딸 청이(박소영 분)마저 가정에 소홀했던 그를 증오하기 시작한다. 이런 그에게 8년 전 그가 버렸던 '덕이'가 '세정'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온다. 돌아온 그녀는 자신을 버린 학규를 향한 처절한 복수의 칼날을 겨눈다.'마담 뺑덕'의 출연 배우들은 영화를 통해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 꽃미남 배우 정우성은 40대 후반의 교수이자 고교생 딸을 둔 아버지를 연기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가 파격적인 베드신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20년간 쌓은 그의 이미지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과감히 욕망의 늪에 빠진 학규역을 소화했다. 또 덕이 역을 맡은 배우 이솜은 순수한 처녀와 복수에 달아오른 악녀 연기를 그녀만의 색깔로 표현했다. 그녀는 스물 다섯이라는 어린 나이로 '팜므파탈' 이미지를 섬세하게 스크린에 담아낸다. 아울러 학규의 딸 청이를 연기한 박소영도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집착과 복수라는 위험한 감정을 잘 표현했다.영화의 관람 포커스는 '8년'이라는 시간이다. 극중 8년을 전후해 주인공 덕이와 학규는 시작과 달리 상반된 심리로 영화를 풀어 간다. 8년이란 시간은 성공한 교수를 병들고 기댈 곳없는 비참한 남자로 만들고, 버림받은 가련한 소녀가 농염한 복수를 꾀하는 요부로 변신하는 과정이다. 또 그 안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감정 공방은 관객들이 영화 속으로 더 깊숙히 빠져들게 만든다. 기존의 박제된 '뺑덕 어멈'이 아닌 신선하고 입체적인 악녀 '덕이'를 만들어낸 영화 '마담 뺑덕'은 오는 10월 2일 개봉한다. /유은총기자 /앤드 크레딧 사진 제공

2014-09-25 유은총

[텔미시네]제보자…그때 외면했으면… 행복했을까

'우생순'임순례 감독 5번째 영화2005년 줄기세포 조작 실화 다뤄믿고싶은 거짓 vs 잊고싶은 진실픽션·논픽션 어울려 긴장감 더해감독: 임순례출연: 박해일, 유연석개봉일: 10월 2일드라마/114분/12세관람가임순례 감독의 5번째 영화가 공개됐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팀의 이야기를 담았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이어 이번에도 실제 '사건'을 다뤘다. 2005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논문조작 사태를 소재로 영화 '제보자'를 만든 것.영화는 논문조작 사태 중심에 서있던 황 교수와 당시 MBC PD수첩의 한학수 PD와 제작진, 그리고 복제된 배아줄기세포가 없다는 제보를 한 유모 연구원을 등장시켜 의혹을 풀어가는 과정을 여과 없이 영화로 옮겨냈다. 영화적 흥미를 높이기 위해 감독의 신중한 각색도 이뤄졌다.임 감독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시사회 현장에서 "실화를 영화화 할 때는 픽션과 논픽션의 수위를 맞추는게 가장 중요했다"며 "또한 줄기세포나 생명과학이 전문적인 분야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까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제보자'는 'PD추적'의 윤민철(박해일 분) PD가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한 이장환(이경영 분) 박사의 연구결과가 조작됐다는 전 연구팀장 심민호(유연석 분)의 제보를 받고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영화는 단순한 '논문조작'으로 한 순간에 곤두박질친 영웅의 '민낯'을 넘어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진실'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이장환 박사의 논문조작을 밝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제보자 심민호는 윤민철PD에게 "진실과 국익 중 어느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시나요?"라고 질문을 한다. 단순히 의혹을 파헤치려는 윤민철에게만 해당되는 질문이 아닌 관객 모두를 향해 던지는 질문이다.영화 속에서 '진실'에 대한 답변은 극적으로 갈린다. 진실을 받아들이고 의혹을 풀어가는 사람들과 의혹을 가리고 '국익'을 운운하며 'PD추적'을 손가락질하는 다수의 사람들로…. 진실을 인정하지 않는 대중을 바라보며 극중 윤민철은 "저 사람들이 처음으로 무서워지려고 그러네. 진실만 이야기하면 우리 편일 줄 알았는데…"라고 말한다.'제보자'의 내용은 이미 대중에게 알려진 실화이며 다소 전문적인 분야인 생명과학을 소재로 했음에도 114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다.또 의혹을 풀려는 자와 감추려는 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극적인 공방을 박해일과 이경영, 충무로의 신예 유연석 등이 무난히 소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아울러 '더 테러 라이브'에서 음악을 담당했던 이준오 음악감독이 빠른 비트와 리듬을 이용해 '제보자'의 긴박한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진실 앞에 소신을 지킨 모든 사람에게 희망과 힘을 줄 영화 '제보자'는 오는 10월 2일 개봉한다. /유은총기자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2014-09-18 유은총

[텔미시네]자유의 언덕… 참, 홍상수다운… 소소한 일상 참맛찾기

찌질한사랑 탈피한 세련된 이야기연기파배우·북촌배경 완성도높여개봉 4일만에 '인파 1만명' 돌파관객시선으로 만드는 결말 흥미감독 : 홍상수출연배우 : 카세 료, 문소리, 서영화개봉일 : 9월 4일67분/ 드라마/ 청소년 관람불가 홍상수 감독의 16번째 장편영화 '자유의 언덕'이 지난 4일 개봉했다. 홍 감독의 신작은 기존의 영화와 달리 시간의 순서가 뒤섞여 있다. 그림퍼즐을 맞추듯이 관객이 각자의 시선에 따라 새로운 결말을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영화다.홍 감독은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자유의 언덕'은 지난 달 27일에 열린 제 71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오리종티 경쟁부문에 올랐다. 마니아들이 믿고 볼 수 있게 된 것이다.이미 홍 감독은 '극장전', '하하하', '북촌방향', '우리선희' 등을 통해 '어수룩함'이라는 그만의 색깔을 담은 영화를 제작해 마니아 관객을 보유하고 있다. '자유의 언덕'은 홍상수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인 '촌스러운 찌질한 사랑'을 벗어나 있어 신선하다. 2005년 '극장전'과 2013년 '우리선희'를 통해 보여준 '찌질한 사랑'이 '자유의 언덕'에서는 세련된 모습의 '현실적인 사랑'으로 주제 이탈을 한 것. 그 덕분인지 독립영화로 개봉한 지 4일만에 누적 관객수 1만명을 넘기며, 나름대로 선전 중이다.'자유의 언덕'의 영화적 성과는 감독의 역량과 함께 숨은 공신들의 노고로 만들어졌다. 특히 출연진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스파이'와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등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선보였던 여배우 문소리와, 영화 '허니와 클로버'로 알려진 일본의 연기파 배우인 카세 료의 현실감각이 돋보이는 연기가 영화의 가치를 높였다.배경인 '서울 북촌마을'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전작인 '북촌방향'에 이어 신작에서도 주요 배경이 됐다. 일본인 모리(카세 료 분)가 청혼했던 권(서영화 분)과 함께 갔던 창덕궁 빨래터와, 새로운 인연인 영선(문소리 분)과의 만남이 이뤄진 '지유카오카핫초에 카페' 등 영화의 모든 배경은 북촌거리를 중심으로 그려졌다. 북촌마을의 옛 정취가 영화의 자연스러운 전개를 도왔다.감독, 배우, 장소 3요소를 고루 갖춘 '자유의 언덕'은 일본인 강사 모리의 청혼을 거절한 권(서영화 분)이 요양을 떠났다가 다시 서울에 돌아와 모리가 남긴 순서가 뒤섞인 편지를 읽으며 진행된다. 편지는 모리가 그녀를 못 잊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 보낸 며칠 간의 일들을 일기 형식으로 남긴 기록이다. 전작과 비교했을 때 촬영기술과 영화소재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홍상수식' 촬영기법인 멀리 있는 사물을 돌진하듯 촬영하는 클로즈업 기법과 한 사물을 길게 찍는 롱테이크 기법을 사용했고 뒤엉킨 남녀관계를 소재로 해 전작들을 곱씹게 만든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전작들과 달리 관객들에게 영화의 결말을 맡긴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감독의 최고 권력인 '영화의 결말'을 관객들에게 이양함으로써 '홍상수'만의 색깔을 드러낸 것이다.블록버스터급 영화는 아니지만 소소한 일상 속 아무 것도 아닌 것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찾아주는 영화 '자유의 언덕'을 추천한다. 사진/'자유의 언덕'공식 트위터, 네이버 영화 제공 /유은총기자

2014-09-11 유은총

[텔미시네]두근두근 내 인생… 열여섯 내 아들, 얼굴은 여든살 입니다

열일곱에 자식을 낳은 어린 부모와선천성 조로증 아들의 감동 스토리세계적인 분장사 초빙 현실감 높여배우들 열연에도 감정과잉 등 아쉬움감독 : 이재용출연배우 : 강동원, 송혜교, 조성목개봉일 : 9월 3일117분/드라마/12세 관람가'명량'과 '해적' 등 대의명분을 소재로 만들어진 블록버스터를 비집고 가슴 따뜻한 '가족애'를 담은 영화, 이재용 감독의 '두근두근 내 인생'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열 일곱의 나이에 자식을 낳은 어린 부모와 열 일곱을 앞두고 여든 살의 신체 나이가 된 세상에서 가장 늙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 '스캔들' 등 다채로운 표현으로 유명한 이재용 감독은 이번 영화에 원작인 '두근두근 내 인생'의 감동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80대의 선천성 조로증을 표현하기 위해 세계적인 특수분장 전문가 그렉 케놈을 분장팀으로 초빙했다. 그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브래드 피트를 80대 노년의 모습으로 완벽히 바꿔놓았던 장본인. 그렉 케놈은 선천성 조로증을 앓고 있는 16세 아름(조성목 분)이의 사실감 있고 연민의 감정이 담긴 표정을 아역배우 조성목의 얼굴에 분장해 아름이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또 아름이의 부모인 대수와 미라 역에는 대한민국 대표 꽃미남, 꽃미녀로 불리는 강동원과 송혜교를 낙점했다. 두 스타에 대한 캐스팅은 제작초기에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두 배우가 희귀병 자녀를 둔 부모 역할을 충분히 연기할 수 있을지와 기존의 '미남미녀' 이미지가 가족애를 표현하는 데 방해가 될 거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우려는 우려일 뿐 강동원과 송혜교는 각자 맡은 배역을 완벽에 가깝게 소화해냈다.힘든 상황에서도 내색 한 번 하지 않는 '아들 바보' 대수 역을 맡은 강동원은 자연스럽고 소탈한 모습으로 모자라 보이는 아빠역을 소화했다. 전작 '군도'에서 보여줬던 날카로운 이미지는 사라지고 그동안 볼 수 없던 '강동원 표 '귀여움을 발산한다. 아울러 함께 호흡을 맞춘 송혜교도 기존의 '여신 이미지'를 벗고 열 일곱에 아이를 낳은 당찬 엄마 미라 역을 맡아 한층 더 깊어진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극 중 그녀의 청순한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육두문자를 시원하게 내뱉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은 그녀'에 대한 환상을 깨뜨렸다. 하지만 그녀의 색다른 매력에 빠지게 된다.그렇다고 아쉬운 대목이 없는 건 아니다. 원작인 김애란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의 메시지 전달에 충실하려 영화 중간에 시와 소설, 편지 등을 낭독하는 장면이 자주 배치한 것이 지루해 보인다. 희귀병을 앓는 자녀를 둔 어린 부모라는 설정을 강조하려 감정이 과잉된 점 또한 불편해 보인다. /유은총기자 사진/CJ엔터테인먼트

2014-08-28 유은총

[텔미시네]매직 인 더 문라이트(Magic in the moonlight)… 믿을수 없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마법을 걸다

감독 : 우디 앨런출연 : 콜린 퍼스, 엠마 스톤개봉일 : 2014년 8월 20일.97분/코미디, 드라마, 멜로 / 12세 관람가'아트버스터(예술성을 갖춘 흥행작)' 영화의 아버지인 우디 앨런 감독의 47번째 영화 '매직 인 더 문라이트'의 막이 올랐다. 그는 '매치 포인트'의 런던,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의 바르셀로나, '미드나잇 인 파리'의 파리, '로마 위드 러브'의 로마까지 유럽 전역 주요 도시를 배경으로 도시의 이미지에 맞는 세련된 영상과 각기 다른 삶을 담아 보여줬다. 이번에는 1928년대 남부 프랑스의 아름다운 자연풍경과 재즈음악,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진 두 남녀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1928년 유럽에서 각광받았던 중국인 스타마술사 '웨이링수'의 가면 뒤에 자신을 숨긴 영국인 마술사 '스탠리(콜린 퍼스 분)'는 마술사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보지 않은 것은 아무 것도 믿지 않는 의심 많은 남자다. 그러던 어느 날 심령술사 '소피(엠마 스톤 분)'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소피는 영혼을 불러내 무엇이든 맞히며 남부 프랑스의 유력가문인 카트리지의 무한신뢰를 받고 있다. 하지만 스탠리는 그녀를 믿지 않고 그녀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남부 프랑스로 향한다. 놀랍게도 소피는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스탠리의 숨은 가족사를 밝힌다. 그의 의심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소피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매직 인 더 문라이트'는 전형적인 영국남자인 콜린 퍼스와 미국 할리우드 대표미녀 엠마 스톤이 함께 호흡을 맞춰 관객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인 영화다. 콜린 퍼스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 등 영국의 대표적인 로맨스 영화들에서 무뚝뚝한 매력으로 '시크한 로맨스'의 대표배우다. 특히 영국의 말더듬이 왕 '조지6세'를 연기한 '킹스 스피치'를 통해 '콜린 퍼스니까 믿고 본다'는 말을 만들어 낼 정도로 관객들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다. 그와 입을 맞추는 엠마 스톤은 '헬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등을 통해 할리우드의 '핫한' 여배우로 우뚝 섰다. 두 사람은 이번 작품에서 마술사와 심령술사라는 특별한 캐릭터를 맡아 예상치 못한 '케미'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매직 인 더 문라이트'의 1920년대 재즈 에이지를 통해 재즈에 대한 우디 앨런 감독의 사랑을 보여준다. 특히 '시카고', '미드나잇 인 파리', '위대한 개츠비'와 같은 재즈 황금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우디 앨런 감독의 각별한 선곡으로 영화 OST 음악들이 관객의 귀를 매혹한다. /유은총기자 사진/드림웨스트픽쳐스 제공

2014-08-21 유은총

[텔미시네]내 연애의 기억… 볼수록 더 수상한 이놈… '로맨스의 역습'

예상치 못한 반전 꼬리무는달콤·짜릿한 연인들이야기2014 PiFan 폐막작 상영작흥행 릴레이 이어갈지 관심감독: 이권출연배우: 강예원, 송새벽 개봉일:8월 21일93분/청소년 관람 불가/로맨스, 코미디"연애를 하다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단점이 보이는데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고민한다. 생활 속에서 단서를 만나면서 사랑은 완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영화 '내 연애의 기억'을 연출한 이권 감독이 한 말이다.이 영화는 감독의 말처럼 연인들이 겪는 작은 문제로 시작했지만 그뒤에 숨은 커다란 문제와 부딪치면서 겪는 우여곡절을 담고 있다. 여주인공인 은진(강예원 분)은 시기에 따라 여러 부류의 남자 친구와 만남과 이별을 거치면서 진정한 사랑을 만나기를 희망한다. 그런 은진에게 친절하고 착하기만 한 현석(송새벽 분)이 찾아와 새로운 사랑의 싹을 틔운다. 하지만 휴대전화 문자에서 불러온 작은 오해에서 현석에게 숨겨진 거대한 비밀을 알게되며 은진은 고민에 빠진다.'내 연애의 기억'은 반전로맨스 장르다. '뭔가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는구나'하고 방심하는 순간 예상치도 못한 짜릿한 반전이 일어난다. 하지만 일관성을 중시하는 관객에게는 신선한 충격보다는 영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만드는 장애를 줄 수 있는 위험을 함께 갖고 있다. 감독 역시 반전으로 인해 영화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민하며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이 감독은 지난 2007년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을 통해 흥행에 실패한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화에서 이권 만의 색깔을 입힌 달콤 짜릿한 로맨스에 도전했다.영화는 감독의 연출과 함께 배우들의 연기로 영화의 방향이 뚜렷해졌다. 지난 1월 개봉한 박제현 감독의 조선판 미녀삼총사인 '조선미녀삼총사'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송새벽과 강예원이 '내 연애의 기억'을 통해 이번엔 연인으로 열연한다.배우 송새벽의 순수하고 어눌한 말투는 '방자전'과 '위험한 상견례'를 통해 익숙하다. 지난 5월에 개봉한 '도희야'에서 악역을 맡으면서 연기력에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확인받았다. 이번 영화에서는 상반된 두 캐릭터가 한꺼번에 등장한다. 또 '해운대'에서 매력을 인정받은 미녀배우 강예원은 영화 '퀵'에서 보여준 솔직 담백한 연기를 이번 영화에서도 재연해 관객들에게 시원한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영화 초반부에서 은진의 지난 연애에 대한 회상 장면은 관객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또 엘리베이터 신에서 강예원의 거침없는 육두문자와 낯뜨거운 19금 이야기는 천박하기보다는 솔직하고 귀여워 보인다. 차세대 코믹퀸으로 손색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내 연애의 기억'에 대한 뜨거운 호평은 2014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돼 관심을 받고 있다. 역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은 매번 흥행했다. 제 15회 폐막작인 '블라인드'는 230만, 제 17회 폐막작인 '더 테러 라이브'는 550만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했다. 부천에서 영화를 접한 관객들에게 호평을 얻어낸 '내 연애의 기억'이 순조로운 출발에 이어 흥행 순항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유은총기자

2014-08-14 유은총

[텔미시네]비긴 어게인(Begin Again)… '원스'의 감동 다시한번

선댄스 관객상·아카데미 주제가상존 카니 감독, 8년만에 신작 발표삽입곡 16곡 이미 온라인 공개 '화제'애덤 리바인 등 실제 가수 출연 눈길감독: 존 카니개봉일:8월13일출연자: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104분/15세 관람가/로맨스 코미디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지극히 따분한 일상의 순간까지도 의미를 갖게 되잖아. 이런 평범함도 어느 순간 갑자기 진주처럼 아름답게 빛나거든. 그게 바로 음악이야영화 '비긴 어게인(Begin Again)'에서 나오는 음반프로듀서 댄(마크 러팔로 분)의 대사다. 이 영화는 댄의 말처럼 일상에 음악이라는 옷을 입혀 빛나게 만든 작품이다.이 영화를 만든 존 카니는 우리에게 익숙한 포크 송 '폴링 슬로리(Falling Slowly)'를 빛보게 한 영화 '원스(Oncs)'의 감독이다. '원스'는 그에게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과 아카데미 주제가상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그는 음악을 통해 세상 이야기를 영화로 이끌어 간다. 그는 다시 한 번 '비긴 어게인'을 통해 통키타와 소박한 노래로 '원스'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한다.아울러 한때 프로 뮤지션이었던 자신의 과거 경험을 되살려 영화의 매력을 살렸다. 그는 "전작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며 이번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비긴 어게인'의 내용은 스타로서의 명성을 잃은 음반프로듀서와 스타 남친을 잃은 싱어송라이터가 뉴욕에서 만나 새롭게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멜로디 영화다. 인생에서 최악이라고 할 만한 하루를 보낸 두 주인공이 우연히 만나 진짜로 부르고 싶은 노래를 통해 '다시 시작'한다. 영화의 3분의 1 이상이 출연자들의 노래로 채워진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유튜브와 SNS를 통해 관객들에게 알려졌다. 특히 영화의 내용이나 배우들의 명성보다 영화의 사운드트랙이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작곡가 크레타 역을 맡은 '키이라 나이틀리'가 직접 부른 '로스트 스타(Lost star)'를 비롯해 영화를 구성하고 있는 16곡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다. 특히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의 여리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노래를 듣는 이들의 마음에 울림을 준다.이 영화를 즐기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해외 톱스타 가수 찾기다. '선데이 모닝(Sunday Morning)'과 '무브 라이크 재거(Move like jagger)' 등으로 잘 알려진 그룹 '마룬파이브(maroon5)'의 리드보컬 애덤 리바인이 크레타의 남자친구 데이브나, 음반사 사장 '사울'로 출연하는 래퍼 모스 데프 등 스크린에서 가수들을 찾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또 뉴욕시의 센트럴파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차이나타운 등 뉴욕 거리와 장소를 배경으로 음반 녹음하는 장면을 명소를 구경하는 동시에 일상의 소음조차 좋은 노래를 만나 하나의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낄 수 있다.로맨틱 멜로디 '비긴 어게인'은 가슴 설레게 하는 노래와 함께 유쾌한 공감을 주는 동시에 여름철 '감성갈증'을 해소하는 청량음료가 돼 관객들을 찾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 '비긴 어게인'은 오는 13일 개봉한다. /유은총기자

2014-08-07 유은총

[텔미시네]프란시스 하… 찌질한 뉴욕, 사랑스런 그녀의 생존기

2014/미국/ 86분감독 : 노아 바움백 주연 : 그레타 거웍, 믹키 섬너개봉일 : 7월17일. 15세 관람가 대한민국 청춘들의 가슴을 후벼팠던 서울대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모두들 기억하고 있다. 세계불황으로 인한 경제난, 취업난. 그리고 무엇을 시작하고 싶어도 시작할 수 없는 상황 등 현재를 살아가는 20대 청춘들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심지어 '88만원세대'라는 원치 않는 별칭이 생겼다. 20대는 아픔이 큰 만큼 지키고 싶은 꿈도 크다.지난 2006년 '오징어와 고래'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던 노아 바움백 감독은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아 청춘들의 삶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는 대도심 뉴욕을 배경으로 20대 중반의 뉴요커를 통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20대의 삶을 스크린으로 옮겨 놨다. 그는 영화 전체를 흑백화면으로 만들어 척박한 20대의 삶을 표현했다. 하지만 꿈많고 순수한 주인공의 행동과 대사를 통해 아직 청춘에게서 '희망의 온기'가 남아 있다고 관객들에게 말해준다.영화 '프란시스 하'의 주인공 프란시스(그레타 거웍)는 외모는 노숙해 보이지만 아직 27살 뉴욕의 '아가씨'다. 그녀는 견습무용수로 일하고 있지만 언젠가 무대 한 가운데를 차지한 전속 무용수가 되길 꿈꾼다. 프란시스는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볼수 있는 '캐릭터'이자 우리 '자신'이다.여느 20대처럼 그녀 역시 생활고에 허덕이며 이성친구보다 동성친구 간의 관계에 고민한다. 그래도 그녀는 자신의 삶을 즐기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냉혹한 현실은 그녀에게 '삶은 너 중심으로 돌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녀의 친구 소피(믹키 섬너)와 결별하고 그녀의 꿈이 자라던 극단에서 해고당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생활 터전도 잃게 된다. 그녀는 브루클린에서 차이나타운으로 그리고 자신이 졸업한 대학으로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삶을 이어간다. 이런 생활 중 결별했던 친구 소피가 유산의 아픔을 안고 그녀를 찾아온다. 하지만 또 다시 그녀로부터 떠나간다. 소피를 붙잡기 위해 맨발로 쫓아갔던 그녀는 자신의 맨발을 보게 된다. 굳은 살이 배긴 그녀의 맨발, 한때는 성공한 무용수가 되기 위해 피나는 연습을 했던 맨발. 그리고 그녀는 새로운 결심을 한다.비서직을 제안한 단장을 찾아가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인 전속무용수의 꿈을 접고 비서일을 시작한다. 그녀는 무용수들의 일정을 잡아주고 공연을 기획한다. 현실과 타협한 그녀의 삶은 이전에 비해 불안함에서 벗어났다. 그녀가 머물 수 있는 작은 공간도 생기고 새로운 인연인 '벤지(마이클 제겐)'도 만나게 된다. 어쩌면 자신이 갖고 있던 꿈을 포기한듯 보이지만 정장 차림에 뉴욕시내 한복판에서 춤추는 그녀의 모습은 아직도 무용수의 꿈을 버리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밝고 유쾌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현실적이기에, 스크린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웃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세대의 공감대를 찾는다. '프란시스 하'는 지난달 17일에 개봉해 꾸준히 관객들을 맞고 있다. /유은총기자

2014-07-31 유은총

[텔미시네]해적 : 바다로 간 산적… 스크린에 시원한 파도… 조선판 캐리비안 해적

2014/한국/ 130분감독 : 이석훈 주연: 김남길, 손예진 개봉일 : 8월6일. 12세 관람가 '군도'와 '명량'에 이어 사극 열풍을 이어갈 조선 건국 초기의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해적'은 화려한 캐스팅과 함께 고난도의 액션 장면으로 관객들의 기대가 고조되고 있는 작품. 아울러 근래 개봉한 사극과 달리 무겁고 진지한 주제에서 벗어나 연령과 관계없이 남녀노소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가족 관객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해적'은 명나라로부터 받아오던 조선의 국새를 고래가 삼키면서 잃어버린 국새를 찾기 위해 개국세력과 해적 그리고 산적이 펼치는 좌충우돌 모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제로 조선은 1392년부터 1403년까지 국새 없이 나라를 운영했다. 국새의 부재 이유를 고래가 국새를 삼켜 발생된 일이라는 '픽션(fiction)'과 역사적 사실을 조합해 '팩션(faction)'을 만들어 냈다. 팩션은 관객이 갖고 있는 상상력을 확장시킨다.'해적' 연출부에 대한 관객의 기대도 크다. 드라마 '추노(2010)'와 영화 '7급 공무원(2009)'등의 시나리오를 쓴 천성일 작가와 영화 '두 얼굴의 여친(2007)', '댄싱퀸(2012)'으로 재미와 감동을 녹여냈다는 평을 받았던 이석훈 감독이 손을 잡았다. 천 작가의 탄탄한 스토리와 이 감독의 재미와 감동을 추구하는 연출이 얼마나 잘 어우러졌는지가 관람 포인트다.영화 '해적'은 망망대해의 한 가운데 있는 해적선의 현장감을 스크린에 옮기기 위해 예산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도 남양주 세트장에 길이 32m의 초대형 해적선 두 척과 선박 한 척을 건조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또 갑판 위의 대격전을 표현하기 위해 활과 연노 등 각종 무기를 이용한 고난도 액션을 펼쳤다. 특히 영화의 액션신은 영화 '태풍'과 '잠복근무' 등에서 액션을 연출한 고현웅 무술감독의 지휘로 기존에 볼 수 없는 섬세하고 고품격 액션을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이 영화의 또 하나의 매력은 철저한 인물분석을 통해 캐릭터에 맞는 '맞춤형 배역'을 했다는 점이다. 충무로의 대세 배우인 손예진, 김남길, 유해진, 박철민 등이 각자의 개성에 맞는 배역을 맡아 영화의 완성도를 한층 더 높였다. 특히 조선시대의 여자 해적 '여월' 역에 당찬 이미지의 손예진이 분하고, 사나운 이미지를 벗은 능글맞은 남자 산적 '장사정' 역에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비담'역을 소화했던 김남길이 연기한다. 영화의 감초 역할인 '철봉'역과 '스님'역에는 충무로 명품조연 유해진, 박철민이 맡는다. 이밖에도 아이돌 그룹 f(x)의 설리가 여월의 부하 '흑묘'로 출연한다. 충무로 대세 배우에서 아이돌까지 다양한 배우들이 작품에 출연해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 여름 무더위를 쫓아낼 시원한 파도가 될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오는 8월 6일에 개봉한다. /유은총기자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14-07-24 유은총

[텔미시네]논픽션 다이어리… 90년대 사건이 묻는다… 한국, 조금은 변했는지

2014/한국/ 93분감독 : 정윤석 개봉일 : 7월17일. 15세 관람가 한국 사회를 뒤흔들어 놓은 세가지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논픽션 다이어리'가 17일 개봉했다. 1990년대 국민을 경악에 빠뜨렸던 지존파 연쇄살인 사건, 서울 한강 한 가운데에서 벌어진 성수대교 붕괴참사,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인재인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까지 사건을 재구성해 사건의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가는 '사실'을 담아낸 '보고서'에 가깝다. #'한국형 자본주의'가 낳은 폭력과 희생자들'논픽션 다이어리'는 한국 경제의 전성기이자 동시에 침체기를 걸었던 90년대 사건인 94년 지존파사건, 성수대교 붕괴 사건,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을 가지고 당시 한국사회의 자본주의 폭력을 영상화했다. 90년대는 '한국형 자본주의'가 탄생한 시기이다. 그러한 시대의 전환 속에 지존파라는 범죄조직이 탄생했다. 그들은 범행동기로 자본주의의 모순을 내세웠다. 연쇄살인 집단인 그들은 부유층을 향한 분노를 살인으로 해소했다. 하지만 범행에 희생된 사람들은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빈익빈 부익부'가 잉태한 폭력사회가 예상치 못한 피해자를 낳은 것이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도 사회가 만든 안전불감증과 배금주의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폭력이라고 감독은 스크린을 통해 말한다. 마치 지난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참사를 떠오르게 한다. 여객선 과적을 위해 배를 불법 개조하고 평형수를 임의로 조절했던 탐욕이 부른 사고를 논픽션 다이어리에 비추어 보면 2014년 우리 사회가 1994년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논픽션' 다이어리, 그때 그사람 그리고 뉴스 뒤에 숨은 이야기 이 영화는 배우도 설정도 없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당시 지존파 사건과 삼풍 백화점 사건을 담당했던 고병천 형사를 비롯해 정형복 구치소 교도관 등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사회, 정치 등 다양한 영역에 세 사건이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언론에서 보고 들을 수 없었던 비하인드 스토리와 비보도 영상은 관객들을 지존파의 살인 현장으로,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으로 안내한다. 관객들은 현장에 동참한 몰입감에 소스라친다. 감독은 '논픽션 다이어리'라는 새로운 시선으로 세가지 사건을 따라가면서 9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에서 되풀이 되는 현상의 실마리를 찾는다.#'살인의 추억'에 이은 '한국형 범죄 스릴러'의 탄생논픽션 다이어리는 현장의 모습을 꾸밈없이 그대로 영상으로 보여준다. 또 당시 사건 관계자의 인터뷰를 통해 오감만이 아니라 상상력을 자극해 더욱 일상적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과거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다룬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두 작품 모두 국내에 잘 알려진 대표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고, 무엇보다 잔인한 살해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이라는 점에서 공포영화보다 더 서늘하고, 영화가 남긴 여백을 관객이 직접 상상하게 만드는 진짜 잔인하고 무서운 영화다.크로스 오버 연출로 잘 알려진 정윤석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논픽션 다이어리'. 90년대를 살아온 한국인이라면 이 영화를 통해 2014년 우리 시대의 자화상과 비교해보기를 권한다. /유은총기자▲ 1995년 삼풍백화점 사고 현장.▲ 지존파 살인사건 재현 현장

2014-07-17 유은총

[텔미시네]백성을 구하려는 자 VS 나라를 지키려는 자… 이 싸움, 누가 이길까

하정우·강동원의 '군도''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감독 작품조선 철종시기 의적 활약상 담아이성민·마동석등 명품조연 열연 기대압도적 해상 전투신 '명량'이순신 인간적 고뇌에 포커스역사고증 밑바탕 세밀하게 담아한시간 넘는 전쟁신 '집중력' 관건한여름 극장가를 더욱 뜨겁게 달굴 액션 사극 영화 두 편이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개성파 배우 하정우와 꽃미남 배우 강동원이 '풀파워 리얼 액션'을 선보이는 '군도(감독·윤종빈)'와 충무로 명품배우 최민식을 중심으로 그동안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한 시간 전투신을 들고 온 '명량(감독·김한민)'의 대격돌이 예상된다.# 의리로 모인 도적떼 '군도', 상반된 이미지의 흥행배우 하정우·강동원 기용과 다양하고 풍부한 무술 액션신 오는 23일에 개봉하는 '군도'는 전작 '범죄와의 전쟁'으로 470만 관객을 동원한 윤종빈 감독의 작품이다. '하대세'로 통하는 배우 하정우와 '대한민국에서 칼 제일 잘 쓰는 배우'로 등극한 강동원이 사실적이면서 힘있는 액션을 보여준다. 탐관오리가 들끓던 조선 철종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군도'는 부정관리로 부터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백성에게 나눠준 의적떼의 활약상을 다뤘다. 백정 도치(하정우)와 검객 조윤(강동원)의 대결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조윤은 조선 최고 검객이지만 서자라는 신분의 장벽에 좌절한다. 형이 죽고 자신이 아닌 조카가 집안을 물려받게 되자 백정 도치에게 조카를 죽일 것을 사주한다. 하지만 도치는 차마 조카를 죽이지 못하고, 그의 가족이 화를 입는다. 이로 인해 도치는 도적떼 군도에 합류한다. 조윤 역시 신분의 한계를 넘어 집안을 차지하기 위해 '군도 토벌'에 나선다. 토벌군 조윤과 도적떼 도치는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대결을 하게 된다.'군도'의 성패는 하정우와 강동원의 정확한 배역 소화 능력에 달렸다. 배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윤 감독이 전작에서 보여준 남자들의 갈등을 다루는 솜씨는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이성민·마동석·조진웅 등 충무로 명품 조연이다. 이들은 창·검술과 마상술 등 다양한 무술 액션신으로 활극으로서의 매력을 높인다.# 명량, '인간' 이순신에게 포커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한 시간 전투신30일 개봉하는 '명량'은 1597년 정유재란 당시 12척의 배로 330척의 일본군을 상대한 충무공 이순신의 명량해전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명량해전의 준비 과정과 치열했던 전투를 역사적 고증을 밑바탕으로 세밀하게 담아냈다. 영화 '명량'에서 대결 상대인 구루지마(류승룡)가 등장하지만 작품은 이순신(최민식)의 고뇌에 포커스를 맞췄기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 김한민 감독은 전작인 '최종병기 활'에서 두 남자의 쫓고 쫓기는 대결과 각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번에는 이순신이라는 한 인물의 심리에 모든 것을 집중했다. 영화 '명량'의 흥행 여부는 한 시간이 넘는 전투신에 달려 있다. 관객이 전장속으로 '몰입하느냐' 아니면 '지치느냐'는 대배우 최민식과 김 감독에게 달려있다. 전투 장면이 영화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감독과 배우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 하지만 김 감독은 한 시간 이상되는 전투 장면을 영화에 넣을 것을 결정했고 그의 영화는 '배수진'을 펼쳤다. 전투신이 높은 완성도를 갖추고, 관객을 붙잡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면 그의 작품은 울돌목의 '학익진'처럼 김 감독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흥행을 가져 올 것이다. 반면 실패한다면 깊은 심해로 침몰하는 '일본 군선'이 될 것이다. 과연 김 감독이 어떻게 이 과제를 풀어낼지가 '명량'의 관전 포인트다. /유은총기자

2014-07-10 유은총

[텔미시네]좋은 친구들… 의리가 의심이 되자 지옥은 시작됐다

미심쩍은 화재로 어머니 잃은 남자캐면 캘수록 두 친구가 걸리는데…극적사건속 변화하는 심리 공감대지성·주지훈·이광수 연기력 호평2014/한국/114분감독 : 이도윤 출연 : 지성, 주지훈, 이광수개봉일 : 7월10일 청소년 관람불가 어머니를 석연치 않은 화재로 잃은 한 남자가 두 친구를 앉혀 놓고 말한다. "니들이 나 좀 도와주라. 그놈들, 끝까지 내가 잡아야겠다." 두 친구, 아니 '그놈들'은 자신들을 옥죄어오는 진실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영화 '좋은 친구들'(감독·이도윤)은 세 친구의 엇갈린 우정이 파국을 맞는 이야기다. 소박한 삶을 사는 소방관인 현태(지성 분) 곁에는 잘나가는 보험사 직원인 인철(주지훈)과 작은 가게를 꾸려가는 민수(이광수)가 있다.운영하던 불법 오락실을 접고 싶은 현태 어머니와 인철이 보험금을 타기 위해 오락실 방화를 공모하면서 세 친구의 20년 우정과 의리에 비극이 싹튼다. 인철은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강변하며 민수까지 범죄에 끌어들인다. 그러나 현태 어머니가 범죄 현장에서 두 친구를 오해한 끝에 예상치 못하게 숨지고 만다. 범인을 직접 잡겠다고 나선 현태는 사건을 캘수록 인철과 민수에 대한 의심이 커진다. 극단적인 남성성을 내세우는 여느 영화들과는 달리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것이 '좋은 친구들'의 장점이다. 영화는 평범한 개인들이 극적인 사건을 겪으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공감 가도록 그려냈다. 이도윤 감독이 4년여 준비했다는 시나리오가 영화를 믿고 볼 만하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다. 이 작품으로 데뷔한 이도윤 감독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주변에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이 상황에 따라 겪을 수 있는 비극"이라면서 "MSG(화학조미료)가 덜 들어간 것으로, 덜 자극적인 것으로 우려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격정적인 감정 연기를 천편일률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주지훈의 연기도, 영화 보는 내내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질주하는 모습을 떠올리지 않게 만든 이광수의 연기도 호평을 받을 만하다. 다만 영화의 무게 중심이 두 사람의 심리 묘사에 상대적으로 쏠리면서 현태의 심리가 세밀하게 그려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 영화 홍보문구처럼 "친구를 의심한 순간 지옥이 시작되었다"는 현태 심리를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이 남는다. 지성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에너지를 쏟은 감정 신이 있었는데 그 신을 삭제한 감독님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히 영화를 위해 필요한 부분을 쓰셨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연합뉴스

2014-07-03 연합뉴스

[텔미시네]신의 한수… 바둑판 물들인 핏빛 복수

얼떨결에 내기바둑 발들여형 잃고 누명쓰고 감옥까지안성기·이시영등 조연 제몫즐길거리 많은 오락영화2014/한국/ 118분감독 : 조범구 출연 : 정우성, 이범수, 안성기 개봉일 : 7월3일. 청소년 관람불가그동안 '바둑'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시시각각 변하는 반상(盤上)의 복잡한 두뇌 싸움을 시각적으로 쉽게 풀어내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개봉을 앞둔 영화 '신의 한수'는 이런 바둑을 중심 소재로 삼아 핏빛 복수극에 깊이를 더하려는 욕망이 가득한 작품이다. 순진한 프로 바둑기사 태석(정우성 분)은 형의 손에 이끌려 얼떨결에 내기바둑에 발을 들인다. 그런데 그들이 찾은 '동네 기원'은 실제로는 범의 아가리. '내기바둑계'의 절대악 '살수'(이범수 분)의 음모로 형을 잃은 태석은 누명까지 쓰고 감옥에 갇힌다. 하지만 감옥살이라는 극한 상황은 복수를 꿈꾸는 누군가에게는 변신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바둑 실력을 활용해 감옥내 거물을 사귀면서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단테스처럼 감옥에서 힘을 기른 태석은 출소뒤 팀을 구성해 복수에 나선다.'신의 한수'는 결론적으로 캐릭터와 시나리오, 소재가 제법 잘 섞인 즐길거리가 많은 오락 영화다. 약자가 힘을 길러 원한을 갚는 전통적인 복수극은 쾌감을 주고, 바둑 사활 문제풀이로 생사를 결정하는 등 바둑이라는 소재도 어색하지 않게 적재적소에 쓰였다. 생활형 내기바둑꾼 '꽁수'(김인권 분), 맹인바둑 고수 '주님'(안성기), 내기바둑 도구제작 기술자 '허목수'(안길강), 내기바둑의 꽃 '배꼽'(이시영) 등 여러 캐릭터도 낭비되지 않고 각자 매력을 발한다. 때로는 뜬금없는 선문답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바둑에 빗대 인생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인상깊다. 다만 영화는 후반부 관객과 두뇌싸움을 벌이기보다 피가 넘치는 액션의 향연으로 초대하는데, 이 때문에 대표적인 지략 대결 종목인 바둑을 소재로 택한 의미가 다소 퇴색하는 느낌이다. 이런 측면에서 영화는 '도둑들'이나 '감시자들'보다는 오히려 '아저씨'나 '신세계'에 가까워 보인다(비슷한 스타일의 액션 장면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속도감 넘치는 복수극이나 재기 발랄한 속임수가 주는 쾌감을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다. /연합뉴스

2014-06-26 연합뉴스

[텔미시네]와즈다… 사우디를 바꾼, 10살 소녀의 '유쾌한 반란'

사우디 최초 여성감독 메가폰성차별·인권유린 담담하게 전달14개 국제영화제 상 휩쓸며 주목'자전거 금지령' 해제 이르러감독 : 하이파 알 만수르 출연 : 와드 모하메드, 림 압둘라, 압둘라만 알 고하니개봉일 : 6월19일. 전체 관람가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평범한 가정의 10세 소녀 와즈다(와드 모하메드). 여자들만 다니는 마드라사(이슬람 학교)에 재학 중인 그는 매니큐어도 칠하지 못하고, 남자들이 지켜보는 곳에선 놀지도 못하는 현실에 불만이 많다.어느 날, 자신을 놀리고 달아나는 압둘라(압둘라만 알 고하니)의 자전거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엄마(림 압둘라)는 자전거를 타면 아이를 낳지 못한다며 사 주지 않는다. 보수적인 사우디에서 여자가 자전거를 타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싶은 와즈다는 편지 전달하기, 팔찌 만들기 등의 부업으로 자전거 살 돈을 모은다. 그러던 중 1천리얄의 상금이 걸린 코란 암송대회가 학교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와즈다는 출전을 결심한다.사우디 최초의 여성 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와즈다'는 사회적 금기에 도전한 어린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2012년 밴쿠버영화제에서 신인 외국어영화상을 받는 등 2012~2013년 14개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휩쓸 정도로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영화는 '자전거 타기'라는 단순한 소재를 바탕으로 사우디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의 현장을 담담한 필치로 전한다. "여성의 목소리는 벗은 몸과 같아서 큰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대사를 비롯해 백화점에 여성 전용 탈의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장면, 생리 중일 때는 코란에 손도 대지 못하는 장면 등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신기한 규제들이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흐름 속에 그려진다. 이야기가 흡입력이 있는 데다가 와즈다를 연기한 와드 모하메드의 연기도 물처럼 극에 잘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사우디의 불합리한 남녀 차별을 관조할 수 있다. '와즈다'는 전 세계에 소개되며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그 덕택에 사우디 여성들은 공개적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사우디 영화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출품되기도 했다. 이처럼 결과는 좋았지만, 애초 영화를 만들 때는 상당한 곤혹도 치렀다. 보수적인 지역에서 영화를 촬영할 당시 남성 스태프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없어 감독은 자동차 안에서 무전기로 지시를 내려야 했고, 현지 주민들의 방해에도 맞닥뜨렸다.만수르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일부 사람들이 시비를 걸기도 했지만, 촬영에 지장을 많이 줄 정도는 아니었다"며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디기가 어려웠다. 대단한 모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의 의미에 대해 "영화를 통해 사우디의 여성들뿐 아니라 억압받는 수많은 여성이 자신들에게 중요한 문제를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이 존엄한 존재라는 걸 부정하는 뿌리깊은 사우디의 전통을 파괴하긴 어렵다"며 "다만 그러한 편견은 편협한 종교적 해석과 맞물려 있기에 개선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2014-06-19 연합뉴스

[텔미시네]경주… 일렁이는 욕망좇아 낯선도시 짧은여행

7년전 봤던 춘화찾아충동적 경주행 교수 최현찻집주인 윤희 만나는데…신민아·박해일 '호연'위선·미묘한 감정·편견…사회적 부조리들영화 풍경처럼 그려내지식인 노골적 조롱 '재미'2014/한국/145분감독 : 장률출연 : 박해일, 신민아, 윤진서개봉일 : 6월 12일.15세이상 관람가.친한 형의 부고를 듣고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베이징대 교수 최현(박해일). 문득 7년 전 죽은 형과 함께 봤던 춘화 한 장을 떠올리고는 충동적으로 경주로 향한다.이미 남의 여자가 된 옛 애인 여정(윤진서)에게 전화해 경주로 와 달라고 부탁한 그는 그녀를 기다리면서 춘화가 있던 찻집을 찾는다. 그러나 그곳에 있던 춘화는 사라진 지 오래. 춘화를 고집스럽게 수소문하던 최현의 태도에 주인 윤희(신민아)는 그를 변태 취급한다. 실망감을 가득 안은 채 여정을 만난 최현은 여정의 돌변한 태도에 또다시 실망한다. 여정을 서울로 돌려보내고 나서 다시 찾은 찻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윤희와의 서걱거리는 관계를 청산한 최현은 지인들을 만나러 가는 자리에 동석해 달라는 윤희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다.'경주'는 한 지식인의 짧은 여행을 그린 영화다. 1박2일 간의 여행을 통해 지식인의 위선, 사랑의 미묘한 감정, 사회적 윤리와 편견 등을 다룬다. 언뜻 보면 홍상수 감독이 잘 다루는 주제의 영화같다.그러나 홍 감독의 영화와는 북극과 남극처럼 먼 영화들을 만들어온 재중 교포 장률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이 가는 영화다. 장 감독은 그동안 사회적인 부조리에 내몰린 개인의 힘겨운 삶을 건조하게 포착한 이른바 '리얼리즘 영화'들을 주로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그의 그런 태도는 두 번째 작품 '망종'(2005)부터 여덟 번째 영화 '풍경'(2013)까지 일관됐었다.그러나 '경주'는 사회적 부조리를 마치 영화의 풍경처럼 그린다는 점에서 전작들과는 다른 지점에 선 작품이다. 영화에서 한국 사회의 그늘을 포착하고자 하는 감독의 시선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의 마음에 일렁이는 욕망을 바라보는 데 영화는 주안점을 둔다. 그런 점에서 개인의 욕망과 마음을 집요하게 파헤쳤던 장 감독의 장편 데뷔작 '당시'(2004)와 어느 정도 닮았다(물론 '당시'보다 분위기는 훨씬 가볍고 재미도 있다). 영화는 최현의 일렁이는 욕망을 따라간다. 반쯤은 추억을 느끼고자, 반쯤은 육신의 즐거움을 위해 찾아온 경주. 그러나 삶과 죽음이 마치 능처럼 부드럽게 이어진 '경주'에서, 경주의 그 같은 속성을 닮은 윤희라는 여성을 통해 최현은 깨달음은 얻는다. 일탈을 통해 윤리와 도덕을 추구하는 일종의 성장담인 셈이다.지식인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은 영화에 커다란 재미 중 하나다. 동아시아 최고의 석학이라는 최현의 이율배반적인 행동과 경주 계모임 회원 중 한 명인 박 교수(백현진)의 교언영색(巧言令色)하는 태도는 학계의 민얼굴을 보여주는 듯하다.신민아는 '10억'(2009)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는데, 담백한 연기로 눈길을 끈다. 그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이 영화에서의 연기로 호평을 받을 것같다. 박해일은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입은 듯 능숙하게 연기한다.가학적이고 차갑고 비뚤어진 욕망들이 팽배했던 장 감독의 영화에 불편한 시선을 느꼈던 관객들이라도 이번 영화는 편안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긴 상영시간은 부담스럽다. /연합뉴스

2014-06-12 연합뉴스

[텔미시네]에너미 (Enemy)… 도플갱어와 위험한 거래

2014/캐나다·스페인/90분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제이크 질렌할, 멜라니 로랑, 사라 가돈개봉일: 5월29일. 청소년관람불가. '나랑 똑같은 사람이 살고 있다면 어떨까?' 동·서양의 민속과 신화체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도플갱어'는 여러 영화의 자양분이 된 소재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도플갱어'(2003), 드류 베리모어 주연의 '도플갱어'(1993) 등 다양한 영화들이 이 매력적인 재료를 소재로 했다.'그을린 사랑'(2010)으로 주목받은 캐나다의 드니 빌뇌브 감독도 이 같은 소재를 이용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포르투갈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의 '도플갱어'를 토대로 한 '에너미'다.대학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는 아담(제이크 질렌할). 예부터 통치자들은 엔터테인먼트를 이용해 대중을 지배해왔다는 믿음을 가진 지식인이다. 대중에 대한 교육과 정보를 제한하면서 그들의 이익을 독식해왔다고 학생들에게 설파하는 그는 남부럽지 않은 직업, 여기에 미모의 여자친구 메리(멜라니 로랑)까지 차지한 행복한 30대 남성이다.그러나 행복할 것 같은 그의 일상은 외피에 불과하다. 도시인의 삶 속에 숨어 있는 권태라는 괴물을 그도 피해가진 못한다.그러던 어느 날, 아담은 친구의 추천을 받아 영화를 보던 중 자신과 똑같이 생긴 조연 배우를 발견한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그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앤서니(제이크 질렌할)의 뒤를 따라다니고 심지어 그의 부인 헬렌(사라 가돈)에게 전화를 걸어 목소리까지 똑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영화는 뿌연 도시 속을 비추며 시작한다. 음습하고 스모그가 자욱한 도시는 기분 나쁜 비밀로 가득 찬 기이한 묘지 같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이와 비슷하다. 상영시간 동안 축축하고 음습한 늪지대를 걸을 때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영화는 아담과 앤서니가 맺은 비밀스러운 거래와 파국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소설의 묘사처럼 개인의 내면을 다 보여줄 수 없는 한계 때문에 이 영화는 모호할 수밖에 없다. 영화의 내적 내러티브가 아담의 마음속에 벌어지는 전투와 투쟁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아담과 그의 도플갱어 앤서니를 동시에 선보인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가 이채롭다. 멜라니 로랑과 사라 가돈의 연기도 불안한 극의 이미지에 잘 스며들었다.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에 등장했던 이사벨라 로셀리니는 짧은 등장만으로도 강한 임팩트를 준다.드니 빌뇌브 감독은 "'도플갱어'가 성적 관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잠재의식을 탐험해간다는 설정에 끌렸다"고 말했다. 감독이 가장 사적인 영화라고 한 만큼 공감하지 못할 부분도 여럿 있다.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는 헤겔의 명제를 '한 번은 비극, 한 번은 희극으로'로 한 발짝 더 나아가 해석한 마르크스의 말은 난해한 이 영화를 풀이하는 하나의 키워드일 수도 있겠다. /연합뉴스

2014-05-29 연합뉴스

[텔미시네]일대일… 김기덕이 묻는다. 인간의 가치, 존중되고 있는가?

고위층 '여고생 살인' 용의자 7명복수에 나선 테러단체 7명 이야기우리사회 부끄러운 민낯 고스란히민주주의 훼손 사건 모티브"故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고백"2014/한국/122분감독 : 김기덕출연 : 김영민, 마동석, 이이경, 조동인개봉일 : 2014년 5월 22일.청소년관람 불가김기덕 감독의 스무 번째 장편영화 '일대일'이 22일 개봉했다.영화 '일대일'은 테러하는 자와 테러당하는 자, 그 상하관계의 전복이 빚어내는 인간 군상의 모순을 그리며 이 시대에 진정 '일대일'로 인간의 가치가 존중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이다.여고생 오민주는 남자들에게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테러단체 그림자 7명이 복수를 위해 나섰다. 이들은 범죄를 저지른 장성 등 정부와 군 고위 관계자를 차례차례 잡아 와 죄를 따져 묻는다.오민주를 살해하거나 살해를 지시한 인물들은 "모두가 잘 살아보자는 이유로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발뺌하거나 "시키는 대로 했다"고 주장한다. 영화 '일대일'은 우리 사회 고위 관계자들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 보이는 데 치중한다.김기덕 감독은 서문에서 "'일대일'은 민주주의를 훼손한 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여고생의 죽음을 비유해 만든 작품"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께 드리는 고백이자 자백인 영화"라고 설명했다. 김기덕 감독은 특히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여고생의 죽음으로 보기보다는 상징적인 훼손, 죽음, 상실의 문제로 접근하면 영화를 조금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체한 상태'란 생각을 많이 했다. 어떤 특정 사건을 빌려올 필요도 없이, 충격적인 사건들이 쇼크를 주고 있다. 이 영화는 그 안에서 '나는 과연 누구인가?' '나는 과연 어떤 역할로서 사는가'에 대한 자문자답"이라고 덧붙였다.김기덕 감독은 '일대일'을 제작하면서 특별포스터, 예고편을 직접 제작하고 대중들의 생각을 가깝게 들어보기 위해 Q&A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관객과의 쌍방 소통에 힘을 기울였다. 김 감독은 '일대일'의 손익분기점인 약 10만 관객을 돌파하기 전까지 불법 복제파일의 유포를 막기 위해서라도 2차 판권을 출시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김기덕 감독의 작품 중 최고 스코어를 기록한 영화는 비공식 집계 전국 약 70만 관객을 동원한 '나쁜남자(2001)'이며 그 뒤를 이어 '피에타(2012)'가 전국 약 60만 관객과 만났다. 특히 영화 '피에타'는 첫 주 스크린 약 150개에서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이후 뜨거운 열기에 힘입어 약 300개까지 스크린 수가 급증하는 신화를 달성, 그동안의 숱한 편견을 깨고 대중과의 소통에 성공했다. /김신태기자

2014-05-22 김신태

[텔미시네]트랜센던스(transcendence)… 인간의 뇌를 가진 컴퓨터, 지구 구원할까

슈퍼컴 개발자인 주인공 윌반과학단체 공격받고 사망인터넷에 업로드된 그의 지능신적 능력까지 넘보며 혼돈사변적 내용 많아 어렵지만주제 전달하는 이미지 탁월2014/미국/119분.감독: 월리 피스터 출연: 조니 뎁, 레베카 홀개봉일: 5월14일. 12세이상관람가.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 슈퍼 컴퓨터 개발에 매진하던 윌(조니 뎁)과 에블린(레베카 홀).연구에 커다란 성과를 내기 일보 직전, 반과학단체 회원들의 습격으로 윌은 방사능에 노출돼 길어야 5주 안에 죽는다는 사망선고를 받는다. 윌을 너무도 사랑했던 에블린은 윌의 뇌를 인터넷에 업로드시켜 그의 정신만이라도 살리려고 무던히 애를 쓰나 절친한 동료 맥스(폴 베타니)가 이를 반대하고 나서면서 혼란에 빠진다.인간을 닮은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영화에서 다뤄진, 이제는 보편적인 주제라 할 만하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1982)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2001) 같은 영화들이 대표적이다. '블레이드 러너'와 'A.I'의 공통점은 창조된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오히려 더 인간적인 감정과 생각을 지니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이들 영화는 '휴머니티'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아니라 인터넷상에서 활동하는 인공지능이라는 보다 현실적인 모습으로 캐릭터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영화 '트랜센던스'는 앞의 영화들과 차별성을 두지만, '휴머니티'란 무엇인가에 천착했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은 비슷하다.영화는 앉은뱅이를 걷게 하고, 시각장애인을 눈뜨게 하며, 폐허가 된 자연을 회복시키는 '신'적인 능력을 통해 멸망의 길로 접어든 지구를 회복시키려 하는 인공지능의 노력을 조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공지능의 모습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예수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닮아간다.반면, 인간이 세운 문명을 멸망시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탓에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화한 트랜센던스를 공격하는 정부와 과학자들의 공격적인 태도는 인간의 이기심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성을 점차 드러낸다. 사변적인 내용이 많아 영화가 다소 어렵지만, 이미지의 구현은 탁월하다. 재가 하늘로 올라가는 상승의 이미지, 물방울이 아래로 떨어지는 하강의 이미지는 주제의식을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신예 작가 잭 파글렌이 각본을 썼다. 파글렌은 '트랜센던스'로 주목받아 '프로메테우스 2'와 '배틀스트 갤럭티카'의 극장판 각본도 맡게 됐다. 촬영감독으로 '인셉션'(2010), '다크나이트'(2008)에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월리 피스터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놀런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연합뉴스

2014-05-15 연합뉴스

[텔미시네]디태치먼트(Detachment)… 욕·폭력에 땅에 떨어진 교권… 이 녀석들을 어떻게 한다?

2014/미국/97분감독 : 토니 케이 출연 : 애드리안 브로디, 마샤 게이 하든개봉일 : 5월 8일. 청소년관람불가'디태치먼트'(Detachment)는 교육을 소재로 한 수많은 영화 중 한 편이다. 그러나 그런 종류의 영화들이 아이들을 '이렇게' 가르쳐야 한다는 당위에 대해서 말하거나 아이들을 위해 애쓰는 교사의 모습을 영웅적으로 그린 반면, '디태치먼트'는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외로운 사람들의 영혼에 보다 초점을 맞췄다.문제아들로 가득 찬 학교에 부임한 기간제 교사 헨리(애드리언 브로디). 교사에게 욕지거리하는 건 기본이고 폭력마저 휘두르는 교권이 무너진 학교에 온 게 불운이라면 불운.그러나 여러 학교를 떠돌아다니며 아이들의 반항에 익숙한 헨리는 첫날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행동으로 아이들을 장악해 간다. 뚱뚱한 '왕따' 학생 메레디스(베티 케이)는 그런 헨리의 모습에 반해 남몰래 사랑을 키운다.그렇게 학교생활에 적응해 가던 헨리는 한밤중 걸려온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가 이상 행동을 보인 것. 노인을 잘 보살피지 못한 간호사에게 화풀이하고서 집으로 돌아가던 헨리는 버스에서 매춘하는 에리카(사미 게일)를 목격한다. 영화에서 학교는 더 이상 배움의 전당이 아니다. 오히려 모욕과 힐난, 얼룩과 상처로 채워진 공간이다. 영웅도, 악당도, 승리자도, 패배자도 없는 회색지대다. 영화 속 인물들은 그런 회색지대를 어슬렁거린다. 저마다 외로움의 섬을 하나쯤 안고 살아가는 그들은 상처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당연히 타인을 위한 마음의 공간도 비좁을 수밖에 없다. 무심함(Detachment)이란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무기가 될 수 있으니까. 주인공 헨리는 그런 무심함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친다. 그러나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가 늘 발목을 잡는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때론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의 기복 탓에 그는 늘 떠돌이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영화는 헨리를 포함해 결핍된 인간들의 모습을 조명하면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무관심보다는 애착(Attachment)을 가지고 서로에게 다가갈 때 비로소 더 나은 삶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영화를 관통한다.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서 완성해 가는 토니 케이 감독의 밀도 있는 연출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방랑할지도 모르는 헨리 역을 맡은 애드리언 브로디는 공허한 눈빛을 통해 많은 감정을 전달한다. 다채롭게 변화하는 그의 연기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한몫한다. 영화는 도빌아메리칸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 도쿄국제영화제 예술공로상, 상파울루국제영화제 관객상 등을 수상했다. /연합뉴스

2014-05-09 연합뉴스

[텔미시네]표적… 롤러코스터 액션… 98분, 추격은 계속된다

佛 '포인트 블랭크' 리메이크간결함·속도감 완성도 높아쫓기는자 류승룡 '마초' 매력아내 구출나선 이진욱 '호연'사건쫓는 경찰 김성령·유준상각기 다른 캐릭터의 힘 돋보여감독 : 창감독출연 : 류승룡, 이진욱, 김성령, 유준상개봉일 : 2014년 4월30일 개봉. 15세이상 관람가'표적'은 한 번 타면 끝날 때까지는 멈춰 서지 않는 롤러코스터 같은 영화다. 시작과 함께 추격전이 이어지고, 주인공들은 사선(死線)으로 내몰린다. 다소 투박하지만 아슬아슬한 액션과 거의 곡예 수준의 심리 드라마가 출렁인다.'표적'은 지난해 개봉한 '감시자들'과 함께 원작을 국내 실정에 맞게 리메이크한 훌륭한 사례가 될 것 같다.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의 만듦새는 원작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순제작비 44억 원에 불과한 '표적'이 기대 이상의 만듦새를 보여주면서 연휴가 낀 5월 극장가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100억 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현빈 주연의 '역린', 류승룡 주연의 '표적'이 삼파전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의문의 살인 사건에 휘말려 누명을 쓰고 총을 든 사람들에게 쫓기던 여훈(류승룡). 붙잡히기 일보 직전, 차에 치여 정신을 잃은 채 응급실로 옮겨진다. 응급실 당직인 의사 태준(이진욱)은 누군가에 의해 여훈의 산소호흡기가 잘려 있는 걸 목격한다.인공호흡으로 여훈을 간신히 살리는 데 성공한 태준은 보람찬 마음으로 귀가했으나 예상치 못한 공격에 정신을 잃는다. 곧이어 울리는 전화벨 소리. "여훈을 병원에서 빼내지 못하면 아내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는 낯선 남자의 협박에 태준은 병원으로 향한다. 그러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영주(김성령)와 그의 수하가 여훈을 지키는 상황. 태준은 전문지식을 이용해 여훈을 빼돌리는 데 성공하지만, 정신이 돌아온 여훈에게 제압당한다. '표적'의 장점은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멈추지 않는 속도감 있는 드라마에 있다. 전개가 빠르면서도 이야기의 이음매가 부드럽다. 전후 맥락을 위해 플래시백을 사용했지만 최소화했다. 아울러 98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상영시간 동안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보여줄 액션은 다 보여주며 인상적인 장면까지 곁들였다. 상영시간은 2시간을 훌쩍 넘으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좌고우면하는 한국영화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할 말 다하면서 100분 안에 끝내는 '표적'의 간결함은 칭찬받을 만하다. 인물의 매력지수도 높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사건을 추격하는 중부서 경감 영주와 부하 수진(조은지)은 마치 캐릭터 영화의 두 주인공 같은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스크린에 돋을새김한다. 특히 둘이 경찰서 창가에서 맞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독특한 장면이어서 눈길을 끈다. 광역수사대 경감 송반장(유준상)의 악마적인 매력도 만만치 않다. 김성령과 조은지, 유준상의 매력 앞에 주인공 캐릭터인 여훈과 태준이 묻히면서 영화의 균형감이 다소 무너진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 마초 느낌을 물씬 풍기며 생애 첫 액션연기에 도전한 류승룡과 아내 구출에 나선 의사역의 이진욱도 연기를 잘했지만, 캐릭터의 매력 지수만은 앞의 세 명에 비해 떨어진다. 틱 장애를 지닌 성훈 역을 맡은 진구의 연기도 주목해서 볼 만하다. 공포영화 '고사: 피의 중간고사'(2008)로 연출 데뷔한 창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6년 만에 일취월장한 감독의 연출력이 눈에 띈다. '표적'은 올해 칸영화제 공식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연합뉴스

2014-05-01 연합뉴스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