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미시네

 

[텔미시네]여중생A

인기 웹툰 원작 영화화'곡성' 김환희 주연맡아꿈많은 소녀 실감 연기■감독 : 이경섭■출연 : 김환희, 김준면■개봉일 : 6월 20일 드라마 / 12세 이상 관람가 / 114분10대를 주인공으로 한 청소년 영화가 오랜만에 극장가를 찾아온다.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여중생A'는 평범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여중생 미래가 처음으로 사귄 현실친구 백합과 태양, 그리고 랜선친구 재희와 관계를 맺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그렸다.주인공 미래는 집에서는 술만 취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에게, 학교에서는 친구들의 괴롭힘에 시달린다. 그런 미래의 유일한 즐거움은 글쓰기와 PC게임이다. 학교 도서관에서는 소설을 쓰고, 게임 '원더링 월드'에서는 자신만의 세상을 꿈꾸며 살아간다.항상 혼자였던 미래에게 같은 반 친구 백합과 태양이 다가온다. 미래는 난생 처음 생긴 현실친구에 조금씩 마음을 열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더 깊은 상처를 받는다. 또 유일한 세상이었던 '원더링월드'마저 중단한다는 소식에 미래는 자신의 삶도 중단하려는 극단적 생각을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는 게임 속 랜선 친구 재희(김준면 분)를 찾아간다. 미래는 재희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조심스럽게 털어놓고, 두 사람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최고의 추억을 만든다. 영화는 웹툰의 많은 에피소드 중 미래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미래와 재희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주변 인물이 가지고 있던 이야기들은 생략했다. 영화는 러닝타임 114분 내내 큰 사건없이 담담하게 흘러가지만, 친구를 통해 변해가는 소녀의 성장기는 흥미롭게 다가온다. 극 초중반, 늘 폭력에 노출된 미래의 모습은 우울한 감정을 느끼게 하지만 감독은 미래가 접속하는 게임 속 세상을 실사로 구현해 판타지적 요소를 더했다. 현실에서는 친구가 될 수 없지만 게임에서는 모두 친구가 된다는 미래의 속마음을 실사로 그려내며 극의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이경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영화 '곡성'에서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준 김환희가 미래 역을 맡았다. 랜선 친구 재희 역은 김준면(엑소 수호)이, 미래에게 접근하는 친구 백합과 태양 역은 각각 정다빈과 유재상이 연기했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18-06-20 강효선

[텔미시네]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새로운 강적 '인도미누스 랩터' 등장대자연속 전반·밀실 공포 후반 조화 유전공학·신생물멸종 윤리성 질문도엔딩 크레딧 이후 '쿠키영상' 보너스■감독 :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출연 : 크리스 프랫,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제프 골드브럼■개봉일 : 6월 6일 ■액션, 모험, SF / 12세 이상 관람가 / 127분할리우드의 공룡 블록버스터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 6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쥬라기 월드' 시리즈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으로, 폐쇄된 쥬라기 월드에 남겨진 공룡들이 화산 폭발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하고, 존재해선 안될 진화 그 이상의 위협적 공룡들까지 세상 밖으로 출몰하는 대위기를 그린다.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공룡 인도미누스 렉스 탈출 사건으로 인해 공룡 테마파크 쥬라기 월드가 폐쇄된지 3년. 코스타리카 인근 섬 이슬라 누블라는 공룡들이 누비는 섬이 된다. 그러나 화산섬이었던 이곳에서 화산 폭발 조짐이 감지되고, 공룡들은 다시 한 번 멸종 위기에 처한다.위기에 처한 공룡을 구해야 한다는 주장과 인간에 의해 탄생한 공룡의 멸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뉘고, 결국 미국 의회는 이안 말콤 박사의 조언을 토대로 공룡을 구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과거 쥬라기 공원을 창조한 벤자민 록우드는 공룡보호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클레어에게 위기에 처한 공룡들을 새로운 섬으로 옮겨달라고 부탁한다. 클레어는 시골에서 지내는 오웬을 찾아가 공룡들을 함께 구출하자고 제안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벨로시랩터 '블루'를 훈련 시킨 오웬은 고민 끝에 이슬라 누블라로 향한다. 두 사람이 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화산 폭발이 임박했고, 그런 와중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져 이들은 또 다른 위기를 맞는다.영화의 전반부는 이슬라 누블라에서 펼쳐진다. 광활한 대자연과 어우러진 공룡들의 모습은 경이로움을 안기고, 폭발하는 화산에서 용암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리는 인간과 공룡의 모습은 강렬한 긴장감을 선사한다.중·후반부 대부분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록우드 저택에서 진행된다. 자연이 아닌 저택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활보하는 공룡들의 모습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특히 이번 영화에는 새로운 강적 '인도미누스 랩터'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벨로시랩터의 지능과 인도미누스 렉스의 유전자로 난폭한 성격을 지닌 인도미누스 랩터는 저택을 휘젓고 다니며 인간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해 공포감을 안긴다.또한 전편에서 오웬과 특별한 교감을 나눴던 '블루'의 활약도 펼쳐진다. 블루의 분량은 다소 적은 편이지만, 위기의 순간에 등장해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원조 시리즈인 '쥬라기 공원' 1, 2편에 출연한 이안 말콤 박사도 21년 만에 영화에 등장한다. 그는 영화의 시작과 끝에 등장해 생명 윤리를 강조하고 유전공학의 위험성을 역설한다. 그리고 관객에게 묻는다. 인간의 욕망으로 태어난 공룡들이 다른 멸종 위기의 동물처럼 보호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그대로 방치된 채 사라져야 하는지.이번 영화 역시 쥬라기시리즈의 공룡의 습격, 탈출 등 기존 구조를 벗어나지는 않아 큰 기대를 했다면 아쉬움을 남길 수도 있다. 그러나 한층 진화한 CG와 3D 프린팅 기술로 더욱 정교해진 공룡들과 곳곳에 등장하는 액션신은 관객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짜릿한 재미를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본다면 엔딩 크레딧이 끝까지 올라갈 때까지 기다려보는 것도 좋다. 이번 시리즈에는 쿠키 영상이 포함됐기 때문. 이 영상은 큰 기대없이 가볍게 보는 편이 좋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사진/UPI코리아 제공

2018-06-06 강효선

[텔미시네]독전

'천하장사 마돈나' 이해영 감독 메가폰따뜻한 감성 벗어난 범죄액션극 도전홍콩영화 원작, 123분 쉴틈없는 전개조진웅, 범죄소탕 집념 형사역할 열연류준열, 버려진 조직원 선악공존 연기故 김주혁·차승원·김성령 등 인상강렬■감독 : 이해영■출연 : 조진웅, 류준열, 김성령, 박해준, 차승원, 김주혁■개봉일 : 5월 22일■범죄액션 / 15세 이상 관람가 / 123분충무로 명배우들이 캐스팅 돼 화제를 모았던 영화 '독전'이 지난 15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2013년 개봉한 홍콩 영화 '마약전쟁'을 원작으로 한 독전은 아시아 최대 유령 마약조직의 정체불명 보스 '이선생'을 잡기 위해 형사 원호가 이선생 조직의 멤버 락과 손을 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천하장사 마돈나',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등을 연출한 이해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전작에서 주로 따뜻한 감성을 담았던 이 감독은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범죄 액션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날 시사회를 마치고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이 감독은 "세 편 연출작을 내놓고 새로운 영화를 찍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 안 썼던 뇌 근육을 써보고 싶었는데 독전을 만나면서 큰 에너지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배우들 역시 이번 영화를 통해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실체없는 조직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건 형사 원호 역을 맡은 조진웅은 연기 내공으로 캐릭터의 무서운 집념을 자신만의 색깔로 완벽하게 그려냈다. 버림받은 마약 조직원 '락' 역을 맡은 류준열이 선과 악이 공존하는 연기를 펼쳤다. 극중 가장 긴 시간 호흡을 맞추며 극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끌어가는 두 사람은 서로가 가진 '에너지'를 칭찬하며 "많이 배운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성령은 이야기의 시작을 여는 마약 조직 후견인 역인 '연옥'을 연기한다. '연옥'은 '원호'에게 조직의 실체와 관련한 정보를 흘리면서 이야기를 촉발시키는 인물. 극 초반 짧게 등장하지만 김성령은 첫 등장부터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남다른 존재감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이 감독은 "원래 시나리오 초반 중년 남성으로 생각했는데 김성령에게 캐릭터를 맡기고 싶어서 시나리오를 전면 수정했다. 감독으로서 가장 욕심냈던 인물 설정"이라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특별출연한 배우들의 활약도 눈여겨 볼만하다. 마약 조직의 숨겨진 인물 브라이언 역의 차승원, 매 작품마다 명품 연기로 호평받아 온 故 김주혁은 강렬한 인상을 준다.이처럼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쫓고 쫓기는 구조와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스토리는 러닝타임 123분 내내 관객에게 쉴틈을 주지 않는다. 이 감독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여기에 나오는 그 누구도 옷을 갈아입거나, 밥을 먹는 등 일상적인 행동을 할 시간이 없이 바쁘게 움직인다.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벌써 여기까지 왔네'라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결말에 대해 그는 "열린 결말이다. 어떤 분들에게는 불친절한 엔딩일 수도 있고, 더 적극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어 환영받을 수도 있다. 다른 버전의 결말도 하나 만들었지만 지금 결말에 만족한다"고 전했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사진/NEW 제공

2018-05-16 강효선

[텔미시네]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아이언맨·닥터 스트레인지·토르·헐크…만화·영화 등장 슈퍼 영웅들 '총출동'타노스와 인피니티 스톤 놓고 '맞대결'화려한 액션 첨단기술 화면 시간 '훌쩍'■감독 : 안소니 루소, 조 루소■출연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조슈 브롤린, 마크 러팔로, 톰 히들스턴, 크리스 에반스, 크리스 헴스워스, 제레미 레너, 스칼렛 요한슨, 엘리자베스 올슨, 안소니 마키, 폴 러드, 기네스 펠트로, 폴 베타니, 돈 치들, 베네딕트 컴버배치, 톰 홀랜드,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개봉일 : 4월 25일 ■액션·판타지 / 12세 이상 관람가 / 149분개봉 전 예매 관객 수 116만명. 개봉 전부터 포털사이트와 SNS, 유튜브 등 각종 온라인 채널은 왕의 귀환에 온종일 들썩였다. 마블 스튜디오가 마블 10주년의 종합판이라 예고했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25일 개봉했다. 어벤져스-인피니티워는 예고한 대로 마블의 만화와 영화에 등장한 히어로들이 총출동했다. 마블 마니아들에겐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영화인 것이 분명하다. 어벤져스 탄생의 가장 큰 공을 세운 아이언맨을 비롯해 토르, 캡틴 아메리카, 헐크 등 '어벤져스 1기' 격의 히어로는 물론이고 닥터 스트레인지, 블랙팬서 등 마블 속 독립적 영웅 캐릭터들이 새롭게 어벤져스에 합류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기 바쁘기 때문이다. 특히 어벤져스-인피니티워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이전의 영화를 복습하거나 각종 채널을 통해 히어로의 캐릭터를 복습하는 것이 좋다. 지난 시리즈에서 조연급의 캐릭터들이 이번 영화에선 이야기를 끌어가는 핵심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서다.이를테면 '어벤져스 :에이지오브 울트론'에 출연했던 안드로이드 '비전'은 이 영화에서 어벤져스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히어로로 등장하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에 등장한 '가모라'는 이 영화의 절대 악으로 나오는 타노스의 딸이자 인류 평화를 지킬 수 있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본래 마블의 마니아 혹은 히어로 영화를 좋아하는 이라면 2시간이 훌쩍 넘는 긴 상영시간이 반갑겠지만, 지금의 열풍에 휩쓸려 준비 없이 이 영화를 선택했다면 지루할 수밖에 없다. 줄거리의 개연성이 없다고 혹평할 수도 있다. 타노스가 우주의 질서를 관장할 수 있는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기 위해 어벤져스와 싸우는 것이 이야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이전의 이야기와 성격을 알지 못하면 149분은 정신없이 지나가는 고통의 시간이 될지 모른다. 애초에 개연성이나 주제의식을 기대하지 말고 화려한 액션과 첨단 영화기술을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또 이번 편이 어벤져스의 완결판 쯤으로 여긴다면 그 또한 착각이다. 마블 10주년의 '클라이맥스'라고 홍보했지만, 마블은 이 영화를 통해 또 다른 세계를 열고 있다. 영화 부제 대로 그들의 전쟁은 무한대로 이어진다는 일종의 '프리퀄'로 기능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2018-04-25 공지영

[텔미시네]크리미널 스쿼드

軍출신 메리멘 이끄는 최강 범죄조직'근육질 상남자' 닉의 수사망에 포착한 치 양보없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1만발 넘는 총알 오고간 화끈한 액션'대세' 제라드 버틀러 열연도 볼거리감독 : 크리스찬 거드게스트 출연 : 제라드 버틀러, 파블로 쉬레이버 개봉일 : 4월 19일 액션, 범죄 / 15세 이상 관람가 / 123분 오랜만에 강렬한 할리우드 범죄액션물이 한국에 상륙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액션 배우 '제라드 버틀러'가 주연한 영화 '크리미널 스쿼드'는 미국 전역의 돈이 모이는 연방은행을 노리는 은행강도 조직과 그들을 쫓는 경찰의 대결을 그린다. 하루에 9번씩 은행강도 사건이 발생한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비어있는 현금수송차량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탈취한 새로운 은행강도 조직이 경찰에 포착된다.경찰관 닉은 이번 사건이 군인 출신 메리멘이 이끄는 전직 군인 범죄조직의 동일수법임을 확신한다. 닉은 최근 조직에 합류한 호프집 직원인 도니를 붙잡아 현금수송차량 탈취 이유를 묻지만 별 소득이 없자 첩자로 활용하기 위해 그를 풀어준다.강도단은 철통보안으로 LA에서 유일하게 단 한 번도 강도사건이 발생한 적이 없다는 연방준비은행 LA지점을 최종 목표로 삼는다. 메리멘은 이곳에서 파쇄 직전의 구권을 훔칠 계획을 세우고 도니에게는 연방준비은행이 아닌 작은 은행 지점을 털 계획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극의 긴장감이 높아진다. 메리멘은 빠른 눈치와 명석한 두뇌로 닉을 따돌린다. 도니가 닉과 연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메리멘은 그를 조직에서 제거하고 이를 역이용해 거짓 정보를 흘린다. 반면 닉은 "범죄자를 위한 법은 필요없다"는 신념 하나로 강도단의 뒤를 바짝 쫓으며 긴장감을 더한다.영화 내내 강도단 메리멘과 경찰 닉의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대결이 이 영화의 재미다. 다소 할리우드 범죄액션의 이야기 구조를 답습하고 있지만, 그래도 치열하게 상대를 치고받는 두뇌싸움은 액션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또한 영화의 현금수송차량 탈취 신과 한낮의 도로 액션 신은 관객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강도단과 경찰이 수많은 차들이 늘어선 고속도로에서 총격을 벌이는 장면은 실제를 방불케 한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애틀랜타의 4개 거리와 고속도로를 통제한 상태에서 차량 250대를 세팅하고 1만 발이 넘는 총알을 사용했다는 후문이다. '디아블로', '런던 해즈 폴른' 등의 각본을 쓴 크리스찬 거드게스트가 메가폰을 잡았고 경찰관 빅 닉 역은 제라드 버틀러가, 강도단 보스 메리멘 역은 파블로 쉬레이버가 맡았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누리픽쳐스 제공

2018-04-18 강효선

[텔미시네]당신의 부탁

사고로 남편 잃고 전처 아들 맡게돼데뷔 첫 엄마역 임수정 감정선 절제윤찬영, 복잡 미묘 눈빛·연기 '주목'미혼모·의붓어미 등 어머니 총망라■감독 : 이동은■출연 : 임수정, 윤찬영 ■개봉일 : 4월 19일 ■드라마 / 15세 이상 관람가 / 108분 32살의 효진은 사고로 남편을 잃은 후 친구 미란과 공부방을 운영하며 평범하게 살고 있다. 어느 날 남편의 남동생의 전화를 받기 전까진 말이다. 남편의 동생은 남편과 전처 사이의 아들, 종욱의 엄마가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종욱을 키우던 외할머니가 치매로 요양원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오랜 고민 끝에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효진은 종욱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다.영화 '당신의 부탁'은 효진과 종욱이 함께 살아가며 서로를 이해하고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가족 영화'다. 극적인 장치나, 특이할 만한 갈등도 발생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효진과 종욱의 감정선을 따라 담담하게 극이 진행된다. 종욱은 아빠의 애인으로만 알았던 효진의 아픔을 굳이 들춰내려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 효진에게 마음을 열지도 못한다. 효진도 마찬가지다. 외할머니의 부재로 갈 곳을 잃은 종욱에게 동정으로 다가가지 않는다. 어쩌다 가족이 됐고, 어색하기 그지 없는 상황들이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에 대한 '상실감'을 매개로 두 사람은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과정이 영화 속에서 천천히 흐른다. 영화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적인 사건, 기억에 남을 큰 사건이 없음에도 지극히 평범하고 차분한 흐름 만으로 인물들의 상처와 상황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엄마 역할을 맡은 임수정은 절제된 감정 연기로 새로운 엄마를 표현했다.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더불어 갑자기 종욱을 맡게 된 상황을 섬세하고 안정적인 감성으로 풀어간다. 사춘기인 종욱 역의 윤찬영은 긴 대사 없이도 풍부한 감정과 눈빛, 연기력으로 낯선 엄마와 살아가는 복잡한 감정을 잘 그려냈다.이 작품의 영어 제목은 'mothers(엄마들)'다. 그래서 영화에는 다양한 엄마가 등장한다. 죽은 남편의 아들을 돌봐야 하는 법적 보호자로서의 엄마 효진부터 아이를 갓 출산한 초보 엄마, 항상 딸이 잘되기를 바라며 잔소리하는 친정엄마, 예상치 못한 임신을 하게 돼 아이를 입양 보내려는 10대 엄마, 아이를 간절히 원하지만 낳을 수 없는 엄마, 자신이 살기 위해 아이를 두고 떠난 의붓엄마까지 여러 엄마가 등장해 '엄마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2018-04-11 강효선

[텔미시네]당갈

인도 최초 여성 금메달리스트 실화 바탕'국민배우' 아미르 칸 열연 재미·감동 선사■감독 : 니테쉬 티와리■출연 : 아미르 칸, 파티마 사나 셰이크■개봉일 : 4월 25일■드라마 / 전체관람가 / 161분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딸을 통해 꿈을 이룬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의 끊임없는 노력 끝에 두 딸들은 주위의 편견을 극복하고 2010년과 2014년 영연방경기대회에서 여자 레슬링 자유형 부문에 출전해 각각 금메달을 따낸다.2016년 인도에서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당갈'이 한국에서 개봉한다. '당갈'은 인도어로 레슬링을 뜻한다. 영화는 레슬링 선수 출신의 마하비르 싱 포갓이 자신의 두 딸을 인도 최초의 국제대회 여성 레슬링 금메달리스트로 키운 실화를 소재로 삼는다. 레슬링 금메달리스트를 꿈꾸던 마하비르는 아버지의 반대로 꿈을 이루지 못하고 레슬링을 포기한다. 그는 아들을 낳아 자신의 꿈을 이루겠다고 다짐하지만 딸만 넷이 태어나면서 또 다시 좌절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첫째 딸 기타와 둘째 딸 바비타가 또래 남자아이를 때리는 모습에서 잠재력을 발견하고 레슬링 특훈에 돌입한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두 딸이 레슬링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이러한 노력 끝에 두 딸은 국가대표 레슬러로 선발돼 국제대회에 출전한다.'세 얼간이',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배우 아미르 칸이 주인공 마하비르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레슬링 챔피언이었던 젊은 시절부터 50대 아버지 역할을 모두 소화했다. 마하비르의 딸 기타와 바비타 역에는 파티마 사나이 셰이크, 산야 말호트라를 캐스팅했다. 이들은 영화를 위해 수개월 간 레슬링을 배워 실제 국가대표 선수 못지 않은 열연을 펼쳤다.영화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은 인도에서 레슬링이라는 생소한 종목을 통해 편견을 극복한 뜨거운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2018-04-04 강효선

[텔미시네]지금 만나러 갑니다

일본소설 원작, 한국적 감성 더해손예진·소지섭, 자연스러운 연기초반부 코미디 요소는 '양날의 칼'액션·느와르 홍수속 반가운 멜로■감독 : 이장훈■출연 : 소지섭, 손예진, 김지환, 고창석■개봉일 : 3월 14일■로맨스 / 12세 이상 관람가 / 131분오랜만에 충무로에 달콤한 '사랑비'가 내렸다. 남성 중심의 범죄 누아르나 코믹 액션, 역사극이 활개를 치던 한국 영화계에 수채화 같은 멜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개봉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일본 소설이 원작이다. 이미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돼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워낙 인기가 높았던 작품이라, '리메이크'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법 하다.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원작과 완전히 다르게 가볼까, 원작대로 따라갈까, 두 갈래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는데, 내가 그리고 싶은 멜로물을 만들기로 하고 시나리오를 썼다. 다행히 원작자가 내 시나리오를 만족해 기분 좋게 작업했다"고 부담감을 이야기했다.비가 오는 날,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만 남긴 채 세상을 떠난 엄마. 아들 지호는 엄마가 죽고 비가 오는 '장마'만 기다리며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다. 단추도 제대로 여미지 못하고 매일 탄 계란프라이를 먹으며 아빠와 아들은 엄마를 그리워한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1년이 지난 여름, 장마가 시작돼 비가 내리고, 엄마와 아빠가 사랑을 확인했던 기차역에서 다시 죽었던 엄마가 나타난다. 가족은 다시 새로운 사랑에 빠진다.이 영화는 동화 같은 설정과 아름다운 공간, 주연배우의 풋풋한 감성 연기가 앙상블을 이루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특히 배우들의 감정이 지나치게 과하면 신파로 흐르고, 덜하거나 어색하면 보는 이가 민망한 것이 멜로물인데, 오랜만에 멜로영화에 출연한 배우 손예진과 소지섭은 다행히 '멜로 장인' 이라는 수식어답게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물 흐르듯 감정연기를 선보였다. 더구나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을 통해 수많은 남성들의 가슴 속에 '첫사랑'의 대명사로 남아있는 배우 손예진이 조금 엉뚱하지만, 맑고 청순한 여주인공 '수아'를 연기해, 손예진표 멜로를 좋아하는 관객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손예진 역시 "오랜만에 풋풋한 사랑을 그리는 영화에 출연하게 돼 나도 매순간 설렜다"며 "관객이 배우들의 감정선을 무리 없이 이해하고 따라오도록 감정을 절제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영화는 원작과 달리, 한국 정서에 맞게 재해석되며 코미디적 요소가 가미됐다. 그래서 영화 초반 고창석, 이준혁 등 조연 배우들이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개그'를 선보여 로맨틱 코미디로 보이기도 한다. 동화같은 원작의 느낌을 좋아하는 관객에겐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배신과 복수가 난무하는 이야기나 화려한 액션과 피가 철철 흐르는 장면이 쏟아지는 스크린에 피로감을 느낀 관객이라면, 충분히 촉촉히 감성을 적실만한 멜로 영화로 손색없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18-03-07 공지영

[텔미시네]쓰리 빌보드

'각자의 평화' 지키는 사람들에진실을 밝히기 위해 맞선 엄마골든글로브 4관왕 수상 화제작맥도맨드 두번째 '오스카' 관심■감독 : 마틴 맥도나■출연 : 프란시스 맥도맨드, 우디 해럴슨, 샘 록웰, 존 호키스, 피터 딘클리지■개봉일 : 3월 15일■코미디범죄/115분/15세이상 관람가"내 딸이 죽었다" 내 딸이 죽었는데, 아직도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잡지 못하는 것인가 잡을 생각이 없는 것인가. 강렬한 메시지가 인상적인 쓰리 빌보드가 한국에서 개봉한다. 제75회 골든 글로브 4관왕 최다수상의 주인공이자, 제42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 수상, 제9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노미네이트 등 미국 영화계와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압도적인 호평 세례가 쏟아져 한국관객들의 기대가 높다.쓰리 빌보드는 잔혹하게 딸을 잃은 엄마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일갈'이다. 아직 범인을 잡지 못했는데, 딸의 살인사건이 세상의 관심 속에 사라져간다. 속이 타들어가던 엄마는 어느 날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마을 외곽 대형 광고판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광고판에 도발적인 세 줄의 광고를 연이어 게재한다.'내 딸이 죽었다' '아직도 범인을 못 잡은거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경찰서장?'광고가 걸리자 세간의 이목이 다시 딸의 사건에 집중된다. 언론도 다시 마을을 찾아 광고판을 취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마을 경찰서장인 월러비와 경찰관 딕슨은 곤혹스런 상황에 처한다. 마을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경찰이 광고판으로 인해 믿을 수 없는 경찰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이 뿐 아니다. 살인사건으로 뒤숭숭했던 마을이 이제 잠잠해지나 했던 주민들은 광고판으로 또다시 마을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것이 못마땅하다. 자신들의 평화를 위해 주민들은 경찰의 편에 서서 딸을 잃은 엄마와 맞선다.도발적인 광고판의 메시지 만큼, 딸을 잃은 엄마는 유약한 피해자가 아니다. 딸의 사건을 수사하지 않는 경찰 뿐 아니라 자신을 방해하려는 마을 사람들에게도 거칠게 분노를 표출하며 저항한다. 방송국 카메라에 대고 '보도나 제대로 해'라고 소리치며 욕설을 날린다.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고개를 숙이는 세상에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엄마 '밀드레드'를 연기한 할리우드 대표 연기파 배우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이 작품을 통해 '파고' 이후 두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에 도전한다. 또 밀드레드의 표적이 돼 전면승부를 펼치는 마을 경찰서장 역의 우디 해럴슨과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마마보이 경찰 딕슨 역의 샘 록웰 역시 보편적(?) 세상의 이치를 따라 그들만의 평화를 지키려는 인물로 분해 현실적인 연기를 펼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2018-02-21 공지영

[텔미시네]오직 사랑 뿐

보츠와나 초대 대통령 '카마' 실화인종·국제정치 갈등 역사적 배경장대한 아프리카 풍광 인상 깊어■감독 : 엠마 아산테■출연 : 로자먼드 파이크, 데이빗 오예로워■개봉일 : 2월 8일■드라마/111분/12세 이상 관람가피부색 하나로 길거리에 넘어선 안되는 선이 버젓이 그려지는 시대가 있었다. '오직 사랑 뿐'은 그 비극의 시대,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사랑을 그렸다. 사랑이 전부였고 전부가 사랑이라 말하는 두 주인공은 실제 인물이다. 보츠와나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인 세레체 카마와 아프리카 최초 백인 퍼스트레이디인 루스 윌리암스 카마가 위대한 사랑의 주인공이다.영화는 '사랑'을 바탕에 두었지만, 인종차별에 당당하게 맞서는 인간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렸다. 영화 안에서 이들이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찰나의 순간처럼 지나간다. 사랑의 결실이라 여기고 용감하게 내딘 결혼의 과정이 격랑에 부딪히며 오랜 시간 고통받는다. 그 과정 속에서 인종차별과 제국주의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그들의 사랑은 단순함을 넘어서 역사적 가치를 갖게 된다.주인공 세레체는 남아프리카의 최빈국이자 영국 보호령에 속해있던 베추아날란드 왕자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유학생이다. 졸업 후 고국으로 돌아가 왕위를 계승해야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평범한 영국 여자 루스와 사랑에 빠지며 모든 갈등이 시작된다. 사실 이 모든 갈등이 이루어질 수 없는 두 주인공의 사랑 탓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백인 우월주의에 입각해 흑백 분리를 주장하는 '아파르트헤이트' 제도가 확립되던 차였고, 냉전을 핑계로 영연방의 공고화에 열을 올리던 영국의 속셈이 갈등을 일으키고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영화는 제작기간만 무려 6년에 이르며 실화의 주 무대였던 영국 런던과 보츠와나 (구 베추아날란드)를 오가는 호화 로케이션 촬영을 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꼽히는 보츠와나의 장대한 풍광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 인상깊다. 또 촬영지 대부분이 실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에서 촬영됐다. 루스가 아기를 낳았던 병원이며, 루스와 세레체 가 살았던 집도 그대로 사용해 영화적 배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또 가나 이민자 부모를 둔 런던 출신의 엠마 아산테 감독의 클래식한 연출도 돋보인다. 로맨스와 당시의 사회상황, 정치적 메시지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이룬다. 이 작품을 통해 감독은 대영제국이 하사하는 대영제국 5국 훈장을 받기도 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팝엔터테인먼트 제공/팝엔터테인먼트 제공

2018-02-07 공지영

[텔미시네]염력

연상호 감독 '초능력' 소재 도전평범한 남자의 영웅담 코미디로철거촌 배경 날카로운 시선 여전약해진 감정묘사 개연성 아쉬움■감독 : 연상호■출연 : 류승룡, 심은경, 박정민, 김민재, 정유미■개봉일 : 1월 31일■코미디 / 15세 이상 관람가 / 101분연상호 감독이 '좀비'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자 영화팬 상당수는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한국에서 월드워z 같은 좀비물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반응은 뜨거웠다. 애니메이션 감독에서 첫 실사 영화 데뷔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천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감독이 됐다. 그리고 2018년 새해, 그는 또 새로운 것을 들고 과감하게 관객 앞에 섰다. 영화 홍보 카피 그대로 하자면, '이번엔 초능력이다'.영화는 어느 날 약수물을 잘못 먹고 초능력을 갖게 된 평범한 남자 석현(류승룡)이 위기에 처한 딸 루미(심은경)를 구하기 위해 영웅이 되는 이야기다. 영화는 판타지물의 성패를 가르는 CG기술도 특별히 흠 잡을 곳 없이 매끄럽게 표현됐다. 서양의 히어로처럼 완벽하게 하늘을 날거나, 능력을 능숙하게 부리지 못하는 것도 갑자기 초능력을 얻게 된 평범한 남자가 주인공이라는 점을 현실성 있게 부각하는 영리한 선택이었다.특히 코미디를 표방한만큼 100여 분의 러닝타임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석현이 초능력을 부릴 때 짓는 익살맞은 표정이나 몸짓은 누구나 한번쯤 따라하고 싶을 만큼 코믹하다. '돼지의 왕' '사이비' '부산행' '서울역' 등 어둡고 신랄한 분위기의 전작을 생각한다면, 연 감독이 이렇게 웃긴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웃음이 터져나온다.초능력이라는 비현실적 소재와 코미디를 버무렸음에도 사회를 바라보는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은 버리지 않았다.하루아침에 생계를 잃고 권리금마저 못 받게 된 상가의 세입자들이 철거민이 되는 과정, 석현의 초능력으로 쌓아올린 쓰레기 탑 위에서 끝까지 저항하는 철거민을 상대로 철거용역과 경찰이 뒤섞인 이상한 집단(?)이 폭력을 행사하는 후반의 장면들은 서울의 용산 어딘가에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비현실적 소재를 다룰 땐 지극히 한국의 현실적인 소재와 함께 다루어야 한다"는 감독의 소신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또 데뷔 이후 첫 악역에 도전한 홍상무 역의 정유미는 비교적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가장 뇌리에 박히는 인물이다. 맑게 웃는 얼굴로 영어 욕을 소리치며 등장하는 첫 신은 그 어떤 반전보다 강도가 세다. 트레이드 마크인 사랑스러운 얼굴을 무장한 채 사이코에 가까운 대사와 행동을 연기한 정유미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악역을 탄생시켰다. 물 흐르듯 잘 흘러간 영화지만 줄거리의 개연성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초능력을 가진 남자가 비범한 영웅이 되는 과정이 짧게 묘사돼 후반부 감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부녀가 화해하는 줄거리도 개연성이 약하다. 상업영화임에도 인간성의 본질을 잘 건드린 부산행에 비교한다면 오락적 측면에 더 무게가 실려 깊이가 부족하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NEW 제공

2018-01-24 공지영

[텔미시네]1급기밀

故 홍기선 감독 '마지막 고발'실화투영 방산비리 실상 그려거대불의 맞서는 나약한 개인통쾌한 엔딩후 '현실' 씁쓸함■감독 : 故 홍기선■출연 : 김상경, 김옥빈, 최무성, 최귀화, 김병철■개봉일 : 1월 24일■드라마/12세이상 관람가/101분여건이 힘든 전방에서 근무하던 박대익 중령은 어느 날, 국방부 군수본부 항공부품구매과 과장으로 부임하는 행운을 얻게 됐다. 새로 부임한 항공부품구매과는 가족 같은 곳이다. 박대익 중령을 '식구'라고 부르며 살갑게 대한다. 이곳에 온 후 승진 후보군에도 올랐다. 정말 모든 것이 탄탄대로일 것만 같은 박 중령의 인생은, 사실 그때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2016년 말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故 홍기선 감독의 신작 '1급 기밀'은 군수 비리에 얽힌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드라마다. 2003년 세계 최장기 정치범으로 기록된 비전향 장기수 김선명의 삶을 극화한 '선택', 이태원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대학생을 살해한 한국계 미국인의 범죄를 다룬 '이태원 살인사건'과 함께 사회고발 영화를 쉬지 않고 제작해 온 홍 감독의 고발시리즈의 마지막 편이자, 유작이다.영화는 화려한 기법이나 특별한 장치 없이, 아주 정직한 방식으로 우리가 몰랐던 군의 비리를 낱낱이 파헤친다. 감독은 이들이 '식구'라는 테두리 속에 서로를 묶어 동화되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준다. 다소 지루하다 느낄 만큼 이어지는 초반의 장면들은 식구라는 테두리를 박차고 나온 박 중령의 고통을 극대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식구는 불법적 이익을 공유하고 서로의 양심을 묶는 도구로 사용될 뿐 이었고 그것을 포기하는 순간, 철저하게 배신자로 낙인찍혀 희생을 치러야 하는 조직의 생리를 가감 없이 영화 속에 그렸다.놀라운 것은 영화 속의 사건이 지금 현재도 벌어지는 사건이라는 점이다. 1997년 국방부 조달본부 구매 담당관 故 박대기씨가 외국 무기 부품 구매 과정에서 국방부가 제작가보다 최고 4천500배 높게 고가로 외국 부품을 구입해 예산을 낭비한다고 고발했다. 2002년에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인 'F-X사업'의 시험평가를 책임지고 있던 공군시험평가단 부단장 조주형 대령이 미국 내에서도 사실상 단종된 특정기종을 선택하라는 국방부 핵심인사의 부당한 압력을 폭로했다. 또 2009년 해군 장교 김영수 소령이 모자이크도 없이 방송에 출연해 육해공군 통합기지인 계룡대 근무지원단 간부들의 횡령을 고발했다. 영화는 박대익 중령에 정의롭게 조직의 비리를 고발했던 내부 고발자들의 모습을 투영시켰다. 영화의 문법상, 비리를 일삼는 조직에 통쾌한 한방을 날리며 영화의 끝을 맺었지만 현실은 절대 통쾌하지 않다. 감독은 그것을 잊지 않고 고발한다. 내부고발자들이 현재 처한 비극적 현실과 그 후의 이야기를 자막을 통해 짧게 내비치며, 우리의 양심을 건드린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2018-01-17 공지영

[텔미시네]다운사이징

1억 → 120억 가치 호화로운 생활행복한 기대와 다른 '새로운 고민'우리시대 문제 적절히 녹여 풍자웃다가 어느새 "산다는 건 뭘까?"■감독 : 알렉산더 페인■출연 : 맷 데이먼, 크리스틴 위그, 크리스토프 왈츠, 홍 차우■개봉일 : 1월 11일■드라마코미디/ 15세 이상 관람가 / 135분영화는 장난스런 상상에서 비롯됐다. '사람을 줄일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엉뚱한 상상은 '손톱만큼 줄어든 사람들은 햄버거 하나를 몇 명까지 나누어 먹을 수 있지?'라는 구체적인 호기심으로 발전했다.'내브래스카'를 연출한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신작 '다운사이징'은 상상에서 시작된 독특한 설정 위에 정치, 사회, 문화 등 현재 당면한 사회 문제를 적절히 풍자하면서 엉뚱하지만,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로 완성됐다. 영화의 큰 줄기는 인구 과잉으로 각종 기후 문제와 환경오염이 심각해지자, 인간을 작게 만드는 '다운사이징' 기술이 개발됐다는 것. 단순히 유기체의 무게와 부피만 줄인 것이 아니라, 다운사이징된 소인 36명이 4년간 배출한 폐기물이 비닐봉지 한개 분량 밖에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난 혁신을 가져왔다. 또 다운사이징 된 세상에서는 1억이 120억의 가치를 가지면서 평범한 시민도 호화저택에서 부유하게 살 수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다운사이징의 세계로 빠져든다. 주인공 폴(맷 데이먼)은 평생 같은 집에 살며 매일 똑같은 식당에서 저녁을 때우는, 평범하지만 우울한 인생이다. 아내는 지금보다 조금 더 넓은 집에 사는 것이 소원이지만, 대출조건이 맞지 않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갑갑한 현실에 지쳐 있을 때 다운사이징을 선택한 친구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그도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다운사이징을 시술받는다. 하지만 시술 직전 가족의 곁을 떠나기 싫다며 도망간 아내와 결국 이혼했고, 꿈꾸던 다운사이징의 삶은 물거품이 돼버린다.다운사이징이라는 소재를 활용했지만, 영화는 결국 '산다는 건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명제를 유쾌하고 창의적으로 풀어내는데 집중했다. 폴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다. 집, 직장, 단골가게를 벗어나지 못하고 타인의 행복과 기대에 맞추느라 자신의 인생은 살아보지 못했다. 그런 그가 부푼 꿈을 안고 유일하게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다운사이징이지만, 정작 이곳에서 바라던 행복은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화려한 삶으로 치장된 이곳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또 다른 세계는 '개인'이 아닌 '인류'로, 그의 세계관을 확장시킨다. 감독은 영화 속에서 다양한 국적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도입했다. 미국, 베트남, 세르비아 등 여러 국적을 가진 다양한 정체성의 사람들과 영어, 한국어는 물론 베트남어, 세르비아어, 스페인어, 노르웨이어, 그리스어 등 수많은 언어들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감독은 다양한 나라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부각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집중했다.영화는 베니스영화제, 토론토·런던·부산 등 국제영화제에서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호평을 받으며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포스터만 보고 그저 유쾌한 코미디인 줄 알았다면, 어느샌가 삶의 화두를 고민하는 사색의 세계로 빠져들 것이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파라마운트 픽쳐스 제공

2018-01-10 공지영

[2018 한국영화 미리보기]무술년 천만흥행 '개꿈'은 되지 않기를

■'두근두근' 감독+배우윤종빈·황정민, 남북 첩보극 '공작'연상호·류승룡, 초능력 소재 '염력'우민호·송강호, 실화 다룬 '마약왕'■'알음알음' 소문의 힘이병헌·윤여정 '그것만이 내세상'유해진 주연 코믹드라마 '레슬러'소지섭·손예진, 日멜로 리메이크지난해 한국영화는 역대 최고 관객수를 돌파하며 다시금 전성기를 맞았다. 특히 연말에는 '신과함께' '1987' '강철비' 등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블록버스터 한국영화들이 작품성과 상업성,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즐거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 여세를 몰아 무술년 새해에도 관객의 오감을 자극할 참신한 한국영화들이 줄지어 개봉한다. 2018년 개봉을 알리는 한국영화를 살펴보자.#이름만 들어도 두근거리는 감독+배우 콜라보올해는 이름만 들어도 기대감이 높아지는 감독과 배우가 만나 새로운 시너지를 발휘한 영화들이 줄을 잇는다. '내부자들'을 통해 한국형 범죄영화의 새 장을 연 우민호 감독이 국민배우 송강호와 만났다. 1970년대 대한민국을 뒤흔든 마약 유통사건을 배경으로 그 배후세력이었던 한 남자와 그를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마약왕'으로, 조정석·배두나·이성민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2018년의 천만 영화 기대주로 꼽히고 있다.'범죄와의 전쟁'으로 충무로의 이목을 끈 젊은 감독 윤종빈과 흥행보증수표 황정민은 남북 첩보액션물로 만났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북한의 핵개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북측으로 잠입한 남한의 첩보원과 그를 둘러싼 남북 권력층간 첩보전을 그린 영화로, 황정민 외에도 이성민·조진웅·주지훈 등 주연급 배우들이 총출동한다.새해 개봉을 앞둔 연상호 감독의 '염력'도 류승룡과 심은경의 만남으로 주목할 만하다. '부산행'을 통해 상상을 뛰어넘는 한국형 좀비영화를 탄생시켰던 연 감독과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류승룡이 만나 색깔 있는 SF영화가 완성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버닝'은 이창동 감독과 유아인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시' 이후 8년 만에 돌아온 거장 이창동의 작품으로, 영화에서 유아인은 사랑하는 여자를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고자 노력하는 순수하고 예민한 청년을 연기하며 '사도' '베테랑' 등 전작에서 꽃피운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중소 영화 인기, 올해도 이어지나지난해는 100억원 미만 제작비가 투자된 중소영화들이 관객의 '입소문'을 타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범죄도시' '아이 캔 스피크' 등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탄탄한 시나리오와 촘촘한 연기력으로 손익분기점을 가뿐히 넘어섰다. 그 여파 때문일까. 올해는 특히 드라마가 강한 중소 영화들이 눈에 띈다.이병헌과 박정민, 윤여정이 출연한 '그것만이 내세상'은 한때 WBC웰터급 동양 챔피언이었지만 이제는 한물간 복서인 형과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동생의 우애를 다룬 가족드라마다. 오랜만에 코믹 연기에 나선 이병헌과 '동주'를 통해 충무로 기대주로 떠오른 박정민·윤여정·한지민·김성령 등 배우들의 따뜻한 연기가 인상적이다.'레슬러'는 이제 주연급 배우라 해도 손색없는 유해진과 지난해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나문희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아들 뒷바라지가 유일한 낙인 왕년 레슬러역의 유해진이 윗집 가족이 이사오며 겪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통해 가족애를 그렸다.또 일본 영화의 리메이크작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원조 멜로배우인 소지섭과 손예진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1년 후 비가 오는 날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내가 다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아름다운 영상미와 두 배우의 풋풋한 멜로 연기가 영화를 보는 관전 포인트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지금 만나러 갑니다염력그것만이 내 세상

2018-01-03 공지영

[2017 한국영화 돌아보기]사회적 문제, 전면에 서거나… 잔잔한 울림, 입소문 타거나

광주민주화운동 배경 '택시운전사'역사적 비극 시민들에 다시 각인일제 강제노역 만행 알린 '군함도'연출방식·역사왜곡 논란 빚기도마동석·윤계상 내세운 '범죄도시'나문희 열연 빛난 '아이 캔 스피크'평단·관객 호응 얻으며 장기흥행올해 다채로운 한국영화가 관객과 울고 웃으며 한 해의 고락을 함께 했다. 특히 대통령 탄핵 사건과 조기 대선 등 정치·사회적으로 격변을 겪었던 만큼 역사·사회 문제를 전면에 다룬 영화들이 쏟아졌다. 또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비교적 적은 예산이지만,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기력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은 영화들이 깜짝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역사·사회 문제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영화, 드라마, 예능, 그리고 뉴스까지 올해 최고의 장면을 꼽으라면 상당수 국민은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이 판결문을 읽는 그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추위를 뚫고 촛불을 손에 든 채 대통령이 탄핵된 초유의 사태와 조기 대통령 선거를 해낸 국민의 놀라운 경험은 올해 영화계에 미친 영향이 상당했다. 그동안 다루기 주저했던 현대사의 문제를 스크린에 끄집어냈고, 아예 민감한 문제를 주제 삼아 이야기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올해 유일하게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택시운전사'다.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들이 많았지만, 올해 택시운전사가 관객에게 전한 울림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광주가 아닌, 외지인의 눈으로 5·18을 바라보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제작된 5·18 영화들이 피해자의 입장을 강조해 '신파'에 집중했다면, 택시운전사는 서울과 독일에서 온 외지인 목격자가 주인공이 돼 비극적 역사에 객관성을 부여했다. 이는 5·18 민주화운동을 몰랐거나, 알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관객들이 객관적 입장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접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역사 문제를 전면에 건드렸지만, 논란을 빚은 영화도 있다. 류승완 감독과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등 초대형 배우들이 뭉쳐 화제가 된 '군함도'다. 일본의 만행 중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군함도'를 내세워 올 여름 관객이 꼽은 최고의 기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막상 뚜껑을 열자, 관객의 기대와 다른 영화의 방향과 역사 왜곡 문제 등이 거론되며 네티즌의 거센 비난을 받았고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반기에도 역사와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계속됐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아이 캔 스피크'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을 다룬 '1987' 등이 개봉되며 지난 몇 년 간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데 소극적이었던 영화계가 변하기 시작했다.#입소문 제대로 탄 영화들올해는 이른바 '입소문'을 타며 잔잔하고 꾸준하게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범죄도시'가 그 선봉에 서 있다. 마동석과 윤계상이 각각 형사와 범죄자로 만나는 이상한(?) 조합의 이 영화는 관객들이 직접 '재미'를 보장하며 입소문을 냈고 영화가 장기 상영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680만 여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한국영화 흥행 순위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하반기 대작으로 손꼽히는 남한산성과 킹스맨 : 골든써클 등 대작과 맞붙어 이룬 성과라 더욱 눈부시다. 마동석만 할 수 있는 코미디 액션 연기와 윤계상의 완벽한 악역 연기, 실감 나는 조연들의 연기가 유행어까지 남기며 흥행을 견인했다.위안부 문제를 다룬 나문희, 이제훈 주연의 '아이 캔 스피크'는 울림이 큰 영화로 입소문 나며 깜짝 흥행을 이어갔다. 올해 76세인 나문희의 연기는 영화 흥행의 일등공신. 이 영화로 나문희는 데뷔 이후 첫 여우주연상(청룡영화제)을 비롯해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등 수상을 이어가며 관객과 평단의 호응을 동시에 얻었다.이밖에 강하늘, 박서준 주연의 '청년경찰'은 범죄 묘사가 잔혹하고 여성이 피해자로 잔인하게 노출되는 등의 비판을 받았지만 에너지 넘치는 두 배우의 조합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의외의 성공을 얻어 한국영화 흥행순위 5위에 랭크됐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2017-12-27 공지영

[텔미시네]1987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영화화폭력의 시대와 맞선 인물 군상유명배우들 '욕심' 덜어낸 연기뮤지컬 같은 항쟁장면서 '뭉클'■감독 : 장준환■출연 :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개봉일 : 12월 27일 ■드라마 / 129분 / 15세이상 관람가때로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 있다. 길거리에서 국민을 몽둥이로 두들겨 패고, 막무가내로 몸을 수색하며, 신문사에 쳐들어와 집기를 때려 부수고 기자들의 머리채를 잡던 시대가 있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분명히 그런 시대가 있었다. 장준환 감독의 신작, 영화 '1987'은 엄혹한 시대를 살았던 민중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그 시대를 경험한 이에겐 떠올리기 힘든 기억일 수 있고,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겐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일 수 있다. 이 시기를 그린 많은 영화들이 있었지만, 각계 각층의 보통사람 심리에 초점을 맞춘 영화는 드물다.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박희순, 이희준, 김태리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주연급 배우들이 즐비하지만, 영화 속에서 주연과 조연은 따로 없다. 모두가 그 시대를 살아낸 주인공이고, 폭력의 두려움 속에서 실낱같은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애쓰던 보통 사람이었다.1987은 1987년 6월 10일 민주항쟁이 오기까지, 역사의 물밑에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기 위해 발버둥 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시위대 잡는 '공안'검사지만, '대학생이 고문받다 죽었다'는 원초적 진실 앞에 법대로 수사원칙을 밀어붙인 검사의 이야기에서 영화는 출발한다. 그가 지키고자 했던 수사원칙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어느 부모가 서울대 다니는 아들이 갑자기 죽었는데, 부검도 안하고 화장하나"라는 대사에서 그 원칙이 인간성의 기본에 충실했으며, 그 시대가 어떤 시대였는지 가늠케 한다. 영화는 대공수사처와 검찰간 작은 불씨가 꺼질 듯 꺼지지 않고 여러 사람의 가슴 속에 옮겨 다니며 활화산처럼 커지는 구조를 차곡차곡 표현했다. 구조를 완성하기 위해 배우들이 달리기 경주를 하듯 맡은 역할에 충실해 욕심부리지 않고 연기하는 모습이 훈훈하다. 짧게 등장했지만 찰나의 표정과 대사로 보통사람의 양심을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고문실에서 박종철 열사의 시신을 처음 접한 의사와 정치범을 감독하는 교도소 보안계장, 한 줌 가루가 된 아들의 시신을 쓸어담는 아버지, 시신 부검에 입회한 박종철 열사의 삼촌, 대학생 사망기사 취재의 방패막이 돼 준 신문사 부장들 등 국민 모두가 광장에 나오기까지 밑바닥에서 그 불씨를 소중히 살려온 사람들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영화 말미에 이르러 보통사람들이 켜켜이 쌓아온 민주주의를 향한 불씨가 또 하나의 죽음을 계기로 폭발한다.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마지막 장면은 지난 봄 우리가 쟁취한 민주주의의 희열만큼 강렬하다.영화를 보고 나면, 새삼 이 시대의 귀함을 체감할 수 있다.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끝내 눈물을 보인 장준환 감독은 뭉클한 소감을 통해 이것을 잘 설명했다. "상업영화의 형식이지만, 진심을 담았다. 온 국민이 뛰쳐나와 직선제를 자각하고 쟁취했던 그 해, 우리가 얼마나 순수하고 뜨거웠는지, 도저히 양심을 저버릴 수 없었던 그 사람들을 생각하며 만들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2017-12-20 공지영

[텔미시네]강철비

양우석 감독 '10년 담금질'한반도내 핵전쟁 위기 배경진정한 평화란? 고민 기회정우성·곽도원 연기 '불꽃'김갑수·김의성 조연도 빛나■감독 : 양우석■출연 : 정우성, 곽도원, 김갑수, 김의성, 이경영, 조우진■개봉일 : 12월 14일 ■첩보액션블록버스터 / 140분 / 15세 이상지난 가을, 북한의 계속된 핵실험과 도발로 남북간, 북미간 대립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소설가 한강이 뉴욕타임즈에 쓴 기고문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 논쟁과 별개로, 작가의 한마디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시민의 공감을 얻었다. "미국이 전쟁을 언급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 그렇다. 한반도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얇은 철조망 하나를 가운데 두고 오랜 시간 전쟁을 쉬고 있을 뿐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던 세대가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또 자식을 낳고 낳는 동안, 서로의 영역을 최대한 침범치 않으려 경계한 끝에 지금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강의 글에서처럼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나, 겪지 않은 세대 모두 불안을 표출하지 않을 뿐이지, 늘 가슴 한구석에 서늘한 위기의식을 품고 산다. 14일에 개봉하는 영화 '강철비'는 한국민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위기의식을 두드리는 남북첩보영화다. '강철비'라는 제목은 감독의 속뜻을 알고 보면 간담이 서늘하다. 영화 속에도 등장하는데, 'Steel Rain'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클러스터형 로켓 탄두로 실제 핵무기다. 살상 반경이 너무 커서 전세계 140여개국 이상이 사용 금지 협약을 맺은 무기다. 연출을 맡은 양우석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무시무시한 이름의 무기를 제목으로 사용한 데는 남과 북을 둘러싼 현재의 정황에 대해 우리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무서운 상황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중의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설정은 신선하지만 많은 이가 우려하는 있을법한 것이다.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다. 쿠데타 공모세력을 처단하라는 지시를 받고 개성공단으로 향한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는 미군의 MLRS, 이른바 '스틸레인'이 개성공단에 살사돼 민간인 살상이 일어나는 현장을 목격한다. 아비규환의 상황 속에서 엄철우는 치명상을 입은 북한 권력 1호를 발견하고 그를 데리고 긴급히 남한으로 넘어온다. 남한으로 피신한 곳에서 남한의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을 만나게 되고, 한반도에 벌어질 핵전쟁 위기를 막기 위해 두 철우가 고군부투한다.두 철우를 연기한 정우성과 곽도원의 합도 영화를 이끄는 강력한 무기다. 이미 영화 '아수라'를 통해 합을 맞춘 두 배우는 이번 영화를 통해 이름만 같은 것이 아니라 위기 상황 속에서 전쟁을 막고자 하는 민족적 동질감을 잘 표현해냈다는 평이다. 또 북한의 정찰총국장 역을 맡은 김갑수와 남한의 현직 대통령 역을 맡은 김의성, 차기 대통령 후보 역을 맡은 이경영 등 대한민국 최고 배우들이 한반도 위기를 좌지우지 하는 정치가로 변신해 굵직한 존재감을 선보인다.무엇보다 10여 년에 걸쳐 남과북의 정치적, 군사적 배경을 조사해 치밀하게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양 감독은 "강철비가 우리 모두 고민해볼 수 있는, 생각해볼 수 있는, 상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new 엔터테인먼트 제공

2017-12-13 공지영

[텔미시네]세 번째 살인

스릴러라고 확신하는 순간 '반전'고레에다 감독 '통찰의 질문' 관통■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출연 : 후쿠야마 마사하루, 야쿠쇼 코지, 히로세 스즈■개봉일 : 12월 14일■드라마/125분/15세이상 관람가영화가 막을 내린 순간, 진실은 애초에 관심 밖이었다는 생각이다. 영화는 제목과 예고편만 보고, 스릴러라고 확신하는 순간 반전을 마주하게 된다. 범인의 정체, 사건의 행적을 쫓아가는 데 급급하다보면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놓치기 십상이다. 이 영화를 소개하기 전, 아직 보지 못한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충고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사회와 개인의 삶, 모든 것을 통틀어 가장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일본 영화계의 거장이다. 당장 먹고 사는 것에 치여, 우리가 잊었거나 생각지 않았던 근원적인 문제를 영화를 통해 질문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통해 '아버지를 아버지로 만들어 주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그랬던 것 처럼, 이번 영화 '세 번째 살인'도 통찰의 질문이 영화를 관통한다.영화의 줄거리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공장에서 일하다 해고된 직원 미스미(야쿠쇼 쇼지)가 공장 사장을 둔기로 살해하고 불까지 질러 시신을 훼손한 사건이 발생한다. 계속 바뀌는 그의 진술 때문에 미스미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가 동료이자 승률 높은 시게모리(후쿠야마 마사하루)에게 변호를 부탁한다. '진실보다 의뢰인에게 유리한 것을 택하는 편'이라 자부하는 시게모리는 살인범 미스미를 만나며 그간 지녔던 가치관에 조금씩 균열이 가며 괴로워한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미스미의 범죄현장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미스미가 진범이라고 관객을 현혹한다. 하지만 극 초반부터 그는 범인이 아니지만, 범인인 척 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면서 영화는 죽은 공장 사장의 부인과 딸을 등장시켜 관객을 혼란케 한다. 특히 사장의 딸 사키에(히로세 스즈)는 알수 없는 표정과 행동으로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듯 극이 진행되는 내내 긴장감을 높이지만, 사실 영화 속에서 그녀가 쥔 사건의 열쇠는 진실에 다가가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 사건의 열쇠는 '법정에서 진실을 좇는 이가 없다'는 명제를 확신케 하는 증거가 될 뿐이다.영화를 다 보고 나면, 허탈한 마음과 동시에 영화의 대사와 장면을 끊임없이 곱씹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진실 따위 관심없다던 시게모리는 어느새 진실에 목을 매며 미스미에게 "심판한 것이냐" 묻지만 미스미는 웃기만 한다. "누군가 죄가 있다고 심판하는 것은 누가 만들었나" "아이를 위해 그렇게 행동했다고 믿어준다면 꽤 괜찮은 사람으로 포장되겠다"는 대사도 귓가에 맴돈다. 허탈한 관객 만큼이나 미스미를 대면한 시게모리의 표정도 공허하다. 그만큼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티캐스트 제공

2017-12-06 공지영

[텔미시네]기억의 밤

입담꾼 장항준 7년만의 신작허찌르는 반전·긴장감 매력강하늘·김무열 연기 앙상블'신파적 결말'은 다소 허탈감■감독 : 장항준 ■출연 : 강하늘, 김무열, 문성근, 나영희■개봉일 : 11월 29일 ■미스터리추적스릴러 / 109분 / 15세 이상고풍스러운 단독 주택, 결코 열어선 안되는 작은 방, 지나치게 완벽한 가족. 잘 짜인 연극 같은 설정이 지켜보는 관객의 긴장감을 배로 높인다. 이야기의 흐름은 거침없고, 전반부 곳곳에 깔린 복선과 허를 찌르는 반전도 빈틈이 없다. 충무로 이야기꾼이라는 별칭이 괜한 것이 아니었다.영화 '라이터를 켜라' '끝까지 산다', 드라마 '싸인' 등 독창적 스토리와 연출로 인정받은 장항준 감독이 7년 만에 신작을 선보였다. 그것도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 스릴러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미스터리와 추적을 붙였을까 싶겠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의도를 꽤 명확히 알 수 있다.스릴러가 '원칙'으로 삼아야 할 서스펜스는 영화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진다. 충무로의 재간꾼 답게 장 감독은 여기저기 관객을 홀리는 장치를 설치했다. 이 장치들에 시선을 뺏긴 관객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이야기에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이는 반전을 위해 곳곳에 던져 둔 복선의 장치와 같은 방식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기 애쓰고 추리의 퍼즐을 맞춰보려 노력하는 관객에겐 굉장한 재미가 된다. 또 쫓고 쫓기는 관계가 서로 뒤엉키며 만드는 추적신도 긴장감을 높이는데 한몫 한다.이야기의 뼈대는 '가족'이다. 자상한 부모님과 다정한 형, 그런 가족을 사랑하는 동생. 이상하리만큼 완벽해서 오히려 걷잡을 수 없는 의심이 피어오르는 가족이 등장한다. 가족을 의심하는 것만큼 심박수가 치솟는 설정이 또 있을까. 장 감독은 아주 영리하게 '가족'의 설정을 다양한 형태로 변주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여기에 '진석'과 '유석'을 연기한 강하늘과 김무열은 다양한 연기 톤을 가진 배우 답게 '미스터리'한 인물을 표현하기에 적합했다. 절친으로 알려진 두 배우는 '친목'만큼 이물감 없이 조화로운 앙상블을 선보여 관객이 영화 속에 빠져드는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상영시간 내내 한치의 쉼도 없이 이야기가 몰아치는 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하지만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결론 속의 '가족애'는 요즘의 것은 아니다. 결말에 이르러 다소 신파적인 장면들이 삽입됐고 약간의 허탈감을 안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한국형 스릴러를 잘 구현했고 이야기는 완벽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주) 키위컴퍼니 제공

2017-11-29 공지영

[텔미시네]오리엔트 특급 살인

에거서 크리스티 원작 두번째 영화화/뛰어난 영상미·우아한 결말/고전 탐정물 정석 보여줘■감독 : 케네스 브래너■출연 : 케네스 브래너, 페넬로페 크루즈, 윌렘 대포, 주디 덴치, 조니뎁, 미셸 파이퍼, 데이지 리들리, 조시 게드 등■개봉일 : 11월 29일 ■드라마 / 114분 / 12세이상 관람가눈이 뒤덮힌 산등성이를 빠른 속도로 지나가던 초호화 열차가 눈사태를 맞았다. 요란하게 흔들리던 기차가 멈춰선 그 날, 열차 한 칸에서는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수차례 칼에 찔려 사망한 승객, 마침 그 열차에는 세계적 명성의 탐정 '에르큘 포와로'가 탑승했고 산 아래 멈춘 열차 안에서 날카로운 추리가 시작된다.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추리소설의 고전으로 잘 알려진 '에거서 크리스티'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이미 1974년 시드니 루멧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됐을 만큼 추리물로서 흥행 가능성을 입증받은 작품이다. 2017년 판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자극적인 반전이 난무하는 현대 스릴러 추리물에 익숙한 젊은 관객에게 낯선 결을 보여준다. 1, 2명의 등장인물에 집중해 사건을 해결하고, 예상을 뒤엎는 충격적인 반전을 선보이는 요즘의 추리물과 달리, 이 영화는 에거서 크리스티의 이야기 구조를 충실히 따라가면서 '추리란 무엇인가'를 아주 고전적으로 설명한다. 오리엔트특급열차의 호화객실에 탑승한 13명의 승객 모두가 용의선상에 지목되고, 탐정 에르큘 포와로가 이들을 수사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에르큘 포와르는 승객들의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며 흩어진 살인사건의 퍼즐을 맞춰간다. 추리과정을 낱낱이 보여 주려는 연출적 의도가 돋보이는 장면이지만,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전개가 느슨한 것도 사실이다. 보통의 스릴러나 추리물이 빠른 전개를 통해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반면, 이 영화는 등장하는 승객 전부의 캐릭터를 일일이 나열하고 그 캐릭터들간 갈등도 자세히 그리려다 보니, 속도감을 중시하는 관객에겐 그것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고전 추리물의 정석대로 영화는 가장 우아하게 사건을 해결한다. 특히 에르큘 포와로가 탐정으로서 신념과 인간애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지막 지점은 '고전' 만이 건넬 수 있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결말이다.사실 이 영화는 에거서 크리스티의 원작이나 1974년판 영화를 본 이들에겐 익숙한 전개와 결말일 것이다. 그래서 관객이 이 영화에 기대하는 부분은 이야기 구조보다 고전적 영상미에 있을 수 있다. 특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같은 아름다운 영상미를 취향 삼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스크린을 통해 봐야하는 작품'으로 충분히 만족할 만한 영상미를 뽐내고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2017-11-22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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