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미시네

 

[텔미시네]쓰리 빌보드

'각자의 평화' 지키는 사람들에진실을 밝히기 위해 맞선 엄마골든글로브 4관왕 수상 화제작맥도맨드 두번째 '오스카' 관심■감독 : 마틴 맥도나■출연 : 프란시스 맥도맨드, 우디 해럴슨, 샘 록웰, 존 호키스, 피터 딘클리지■개봉일 : 3월 15일■코미디범죄/115분/15세이상 관람가"내 딸이 죽었다" 내 딸이 죽었는데, 아직도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잡지 못하는 것인가 잡을 생각이 없는 것인가. 강렬한 메시지가 인상적인 쓰리 빌보드가 한국에서 개봉한다. 제75회 골든 글로브 4관왕 최다수상의 주인공이자, 제42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 수상, 제9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노미네이트 등 미국 영화계와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압도적인 호평 세례가 쏟아져 한국관객들의 기대가 높다.쓰리 빌보드는 잔혹하게 딸을 잃은 엄마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일갈'이다. 아직 범인을 잡지 못했는데, 딸의 살인사건이 세상의 관심 속에 사라져간다. 속이 타들어가던 엄마는 어느 날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마을 외곽 대형 광고판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광고판에 도발적인 세 줄의 광고를 연이어 게재한다.'내 딸이 죽었다' '아직도 범인을 못 잡은거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경찰서장?'광고가 걸리자 세간의 이목이 다시 딸의 사건에 집중된다. 언론도 다시 마을을 찾아 광고판을 취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마을 경찰서장인 월러비와 경찰관 딕슨은 곤혹스런 상황에 처한다. 마을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경찰이 광고판으로 인해 믿을 수 없는 경찰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이 뿐 아니다. 살인사건으로 뒤숭숭했던 마을이 이제 잠잠해지나 했던 주민들은 광고판으로 또다시 마을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것이 못마땅하다. 자신들의 평화를 위해 주민들은 경찰의 편에 서서 딸을 잃은 엄마와 맞선다.도발적인 광고판의 메시지 만큼, 딸을 잃은 엄마는 유약한 피해자가 아니다. 딸의 사건을 수사하지 않는 경찰 뿐 아니라 자신을 방해하려는 마을 사람들에게도 거칠게 분노를 표출하며 저항한다. 방송국 카메라에 대고 '보도나 제대로 해'라고 소리치며 욕설을 날린다.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고개를 숙이는 세상에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엄마 '밀드레드'를 연기한 할리우드 대표 연기파 배우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이 작품을 통해 '파고' 이후 두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에 도전한다. 또 밀드레드의 표적이 돼 전면승부를 펼치는 마을 경찰서장 역의 우디 해럴슨과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마마보이 경찰 딕슨 역의 샘 록웰 역시 보편적(?) 세상의 이치를 따라 그들만의 평화를 지키려는 인물로 분해 현실적인 연기를 펼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2018-02-21 공지영

[텔미시네]오직 사랑 뿐

보츠와나 초대 대통령 '카마' 실화인종·국제정치 갈등 역사적 배경장대한 아프리카 풍광 인상 깊어■감독 : 엠마 아산테■출연 : 로자먼드 파이크, 데이빗 오예로워■개봉일 : 2월 8일■드라마/111분/12세 이상 관람가피부색 하나로 길거리에 넘어선 안되는 선이 버젓이 그려지는 시대가 있었다. '오직 사랑 뿐'은 그 비극의 시대,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사랑을 그렸다. 사랑이 전부였고 전부가 사랑이라 말하는 두 주인공은 실제 인물이다. 보츠와나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인 세레체 카마와 아프리카 최초 백인 퍼스트레이디인 루스 윌리암스 카마가 위대한 사랑의 주인공이다.영화는 '사랑'을 바탕에 두었지만, 인종차별에 당당하게 맞서는 인간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렸다. 영화 안에서 이들이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찰나의 순간처럼 지나간다. 사랑의 결실이라 여기고 용감하게 내딘 결혼의 과정이 격랑에 부딪히며 오랜 시간 고통받는다. 그 과정 속에서 인종차별과 제국주의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그들의 사랑은 단순함을 넘어서 역사적 가치를 갖게 된다.주인공 세레체는 남아프리카의 최빈국이자 영국 보호령에 속해있던 베추아날란드 왕자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유학생이다. 졸업 후 고국으로 돌아가 왕위를 계승해야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평범한 영국 여자 루스와 사랑에 빠지며 모든 갈등이 시작된다. 사실 이 모든 갈등이 이루어질 수 없는 두 주인공의 사랑 탓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백인 우월주의에 입각해 흑백 분리를 주장하는 '아파르트헤이트' 제도가 확립되던 차였고, 냉전을 핑계로 영연방의 공고화에 열을 올리던 영국의 속셈이 갈등을 일으키고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영화는 제작기간만 무려 6년에 이르며 실화의 주 무대였던 영국 런던과 보츠와나 (구 베추아날란드)를 오가는 호화 로케이션 촬영을 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꼽히는 보츠와나의 장대한 풍광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 인상깊다. 또 촬영지 대부분이 실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에서 촬영됐다. 루스가 아기를 낳았던 병원이며, 루스와 세레체 가 살았던 집도 그대로 사용해 영화적 배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또 가나 이민자 부모를 둔 런던 출신의 엠마 아산테 감독의 클래식한 연출도 돋보인다. 로맨스와 당시의 사회상황, 정치적 메시지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이룬다. 이 작품을 통해 감독은 대영제국이 하사하는 대영제국 5국 훈장을 받기도 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팝엔터테인먼트 제공/팝엔터테인먼트 제공

2018-02-07 공지영

[텔미시네]염력

연상호 감독 '초능력' 소재 도전평범한 남자의 영웅담 코미디로철거촌 배경 날카로운 시선 여전약해진 감정묘사 개연성 아쉬움■감독 : 연상호■출연 : 류승룡, 심은경, 박정민, 김민재, 정유미■개봉일 : 1월 31일■코미디 / 15세 이상 관람가 / 101분연상호 감독이 '좀비'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자 영화팬 상당수는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한국에서 월드워z 같은 좀비물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반응은 뜨거웠다. 애니메이션 감독에서 첫 실사 영화 데뷔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천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감독이 됐다. 그리고 2018년 새해, 그는 또 새로운 것을 들고 과감하게 관객 앞에 섰다. 영화 홍보 카피 그대로 하자면, '이번엔 초능력이다'.영화는 어느 날 약수물을 잘못 먹고 초능력을 갖게 된 평범한 남자 석현(류승룡)이 위기에 처한 딸 루미(심은경)를 구하기 위해 영웅이 되는 이야기다. 영화는 판타지물의 성패를 가르는 CG기술도 특별히 흠 잡을 곳 없이 매끄럽게 표현됐다. 서양의 히어로처럼 완벽하게 하늘을 날거나, 능력을 능숙하게 부리지 못하는 것도 갑자기 초능력을 얻게 된 평범한 남자가 주인공이라는 점을 현실성 있게 부각하는 영리한 선택이었다.특히 코미디를 표방한만큼 100여 분의 러닝타임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석현이 초능력을 부릴 때 짓는 익살맞은 표정이나 몸짓은 누구나 한번쯤 따라하고 싶을 만큼 코믹하다. '돼지의 왕' '사이비' '부산행' '서울역' 등 어둡고 신랄한 분위기의 전작을 생각한다면, 연 감독이 이렇게 웃긴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웃음이 터져나온다.초능력이라는 비현실적 소재와 코미디를 버무렸음에도 사회를 바라보는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은 버리지 않았다.하루아침에 생계를 잃고 권리금마저 못 받게 된 상가의 세입자들이 철거민이 되는 과정, 석현의 초능력으로 쌓아올린 쓰레기 탑 위에서 끝까지 저항하는 철거민을 상대로 철거용역과 경찰이 뒤섞인 이상한 집단(?)이 폭력을 행사하는 후반의 장면들은 서울의 용산 어딘가에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비현실적 소재를 다룰 땐 지극히 한국의 현실적인 소재와 함께 다루어야 한다"는 감독의 소신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또 데뷔 이후 첫 악역에 도전한 홍상무 역의 정유미는 비교적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가장 뇌리에 박히는 인물이다. 맑게 웃는 얼굴로 영어 욕을 소리치며 등장하는 첫 신은 그 어떤 반전보다 강도가 세다. 트레이드 마크인 사랑스러운 얼굴을 무장한 채 사이코에 가까운 대사와 행동을 연기한 정유미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악역을 탄생시켰다. 물 흐르듯 잘 흘러간 영화지만 줄거리의 개연성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초능력을 가진 남자가 비범한 영웅이 되는 과정이 짧게 묘사돼 후반부 감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부녀가 화해하는 줄거리도 개연성이 약하다. 상업영화임에도 인간성의 본질을 잘 건드린 부산행에 비교한다면 오락적 측면에 더 무게가 실려 깊이가 부족하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NEW 제공

2018-01-24 공지영

[텔미시네]1급기밀

故 홍기선 감독 '마지막 고발'실화투영 방산비리 실상 그려거대불의 맞서는 나약한 개인통쾌한 엔딩후 '현실' 씁쓸함■감독 : 故 홍기선■출연 : 김상경, 김옥빈, 최무성, 최귀화, 김병철■개봉일 : 1월 24일■드라마/12세이상 관람가/101분여건이 힘든 전방에서 근무하던 박대익 중령은 어느 날, 국방부 군수본부 항공부품구매과 과장으로 부임하는 행운을 얻게 됐다. 새로 부임한 항공부품구매과는 가족 같은 곳이다. 박대익 중령을 '식구'라고 부르며 살갑게 대한다. 이곳에 온 후 승진 후보군에도 올랐다. 정말 모든 것이 탄탄대로일 것만 같은 박 중령의 인생은, 사실 그때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2016년 말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故 홍기선 감독의 신작 '1급 기밀'은 군수 비리에 얽힌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드라마다. 2003년 세계 최장기 정치범으로 기록된 비전향 장기수 김선명의 삶을 극화한 '선택', 이태원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대학생을 살해한 한국계 미국인의 범죄를 다룬 '이태원 살인사건'과 함께 사회고발 영화를 쉬지 않고 제작해 온 홍 감독의 고발시리즈의 마지막 편이자, 유작이다.영화는 화려한 기법이나 특별한 장치 없이, 아주 정직한 방식으로 우리가 몰랐던 군의 비리를 낱낱이 파헤친다. 감독은 이들이 '식구'라는 테두리 속에 서로를 묶어 동화되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준다. 다소 지루하다 느낄 만큼 이어지는 초반의 장면들은 식구라는 테두리를 박차고 나온 박 중령의 고통을 극대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식구는 불법적 이익을 공유하고 서로의 양심을 묶는 도구로 사용될 뿐 이었고 그것을 포기하는 순간, 철저하게 배신자로 낙인찍혀 희생을 치러야 하는 조직의 생리를 가감 없이 영화 속에 그렸다.놀라운 것은 영화 속의 사건이 지금 현재도 벌어지는 사건이라는 점이다. 1997년 국방부 조달본부 구매 담당관 故 박대기씨가 외국 무기 부품 구매 과정에서 국방부가 제작가보다 최고 4천500배 높게 고가로 외국 부품을 구입해 예산을 낭비한다고 고발했다. 2002년에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인 'F-X사업'의 시험평가를 책임지고 있던 공군시험평가단 부단장 조주형 대령이 미국 내에서도 사실상 단종된 특정기종을 선택하라는 국방부 핵심인사의 부당한 압력을 폭로했다. 또 2009년 해군 장교 김영수 소령이 모자이크도 없이 방송에 출연해 육해공군 통합기지인 계룡대 근무지원단 간부들의 횡령을 고발했다. 영화는 박대익 중령에 정의롭게 조직의 비리를 고발했던 내부 고발자들의 모습을 투영시켰다. 영화의 문법상, 비리를 일삼는 조직에 통쾌한 한방을 날리며 영화의 끝을 맺었지만 현실은 절대 통쾌하지 않다. 감독은 그것을 잊지 않고 고발한다. 내부고발자들이 현재 처한 비극적 현실과 그 후의 이야기를 자막을 통해 짧게 내비치며, 우리의 양심을 건드린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2018-01-17 공지영

[텔미시네]다운사이징

1억 → 120억 가치 호화로운 생활행복한 기대와 다른 '새로운 고민'우리시대 문제 적절히 녹여 풍자웃다가 어느새 "산다는 건 뭘까?"■감독 : 알렉산더 페인■출연 : 맷 데이먼, 크리스틴 위그, 크리스토프 왈츠, 홍 차우■개봉일 : 1월 11일■드라마코미디/ 15세 이상 관람가 / 135분영화는 장난스런 상상에서 비롯됐다. '사람을 줄일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엉뚱한 상상은 '손톱만큼 줄어든 사람들은 햄버거 하나를 몇 명까지 나누어 먹을 수 있지?'라는 구체적인 호기심으로 발전했다.'내브래스카'를 연출한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신작 '다운사이징'은 상상에서 시작된 독특한 설정 위에 정치, 사회, 문화 등 현재 당면한 사회 문제를 적절히 풍자하면서 엉뚱하지만,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로 완성됐다. 영화의 큰 줄기는 인구 과잉으로 각종 기후 문제와 환경오염이 심각해지자, 인간을 작게 만드는 '다운사이징' 기술이 개발됐다는 것. 단순히 유기체의 무게와 부피만 줄인 것이 아니라, 다운사이징된 소인 36명이 4년간 배출한 폐기물이 비닐봉지 한개 분량 밖에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난 혁신을 가져왔다. 또 다운사이징 된 세상에서는 1억이 120억의 가치를 가지면서 평범한 시민도 호화저택에서 부유하게 살 수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다운사이징의 세계로 빠져든다. 주인공 폴(맷 데이먼)은 평생 같은 집에 살며 매일 똑같은 식당에서 저녁을 때우는, 평범하지만 우울한 인생이다. 아내는 지금보다 조금 더 넓은 집에 사는 것이 소원이지만, 대출조건이 맞지 않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갑갑한 현실에 지쳐 있을 때 다운사이징을 선택한 친구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그도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다운사이징을 시술받는다. 하지만 시술 직전 가족의 곁을 떠나기 싫다며 도망간 아내와 결국 이혼했고, 꿈꾸던 다운사이징의 삶은 물거품이 돼버린다.다운사이징이라는 소재를 활용했지만, 영화는 결국 '산다는 건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명제를 유쾌하고 창의적으로 풀어내는데 집중했다. 폴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다. 집, 직장, 단골가게를 벗어나지 못하고 타인의 행복과 기대에 맞추느라 자신의 인생은 살아보지 못했다. 그런 그가 부푼 꿈을 안고 유일하게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다운사이징이지만, 정작 이곳에서 바라던 행복은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화려한 삶으로 치장된 이곳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또 다른 세계는 '개인'이 아닌 '인류'로, 그의 세계관을 확장시킨다. 감독은 영화 속에서 다양한 국적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도입했다. 미국, 베트남, 세르비아 등 여러 국적을 가진 다양한 정체성의 사람들과 영어, 한국어는 물론 베트남어, 세르비아어, 스페인어, 노르웨이어, 그리스어 등 수많은 언어들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감독은 다양한 나라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부각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집중했다.영화는 베니스영화제, 토론토·런던·부산 등 국제영화제에서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호평을 받으며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포스터만 보고 그저 유쾌한 코미디인 줄 알았다면, 어느샌가 삶의 화두를 고민하는 사색의 세계로 빠져들 것이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파라마운트 픽쳐스 제공

2018-01-10 공지영

[2018 한국영화 미리보기]무술년 천만흥행 '개꿈'은 되지 않기를

■'두근두근' 감독+배우윤종빈·황정민, 남북 첩보극 '공작'연상호·류승룡, 초능력 소재 '염력'우민호·송강호, 실화 다룬 '마약왕'■'알음알음' 소문의 힘이병헌·윤여정 '그것만이 내세상'유해진 주연 코믹드라마 '레슬러'소지섭·손예진, 日멜로 리메이크지난해 한국영화는 역대 최고 관객수를 돌파하며 다시금 전성기를 맞았다. 특히 연말에는 '신과함께' '1987' '강철비' 등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블록버스터 한국영화들이 작품성과 상업성,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즐거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 여세를 몰아 무술년 새해에도 관객의 오감을 자극할 참신한 한국영화들이 줄지어 개봉한다. 2018년 개봉을 알리는 한국영화를 살펴보자.#이름만 들어도 두근거리는 감독+배우 콜라보올해는 이름만 들어도 기대감이 높아지는 감독과 배우가 만나 새로운 시너지를 발휘한 영화들이 줄을 잇는다. '내부자들'을 통해 한국형 범죄영화의 새 장을 연 우민호 감독이 국민배우 송강호와 만났다. 1970년대 대한민국을 뒤흔든 마약 유통사건을 배경으로 그 배후세력이었던 한 남자와 그를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마약왕'으로, 조정석·배두나·이성민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2018년의 천만 영화 기대주로 꼽히고 있다.'범죄와의 전쟁'으로 충무로의 이목을 끈 젊은 감독 윤종빈과 흥행보증수표 황정민은 남북 첩보액션물로 만났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북한의 핵개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북측으로 잠입한 남한의 첩보원과 그를 둘러싼 남북 권력층간 첩보전을 그린 영화로, 황정민 외에도 이성민·조진웅·주지훈 등 주연급 배우들이 총출동한다.새해 개봉을 앞둔 연상호 감독의 '염력'도 류승룡과 심은경의 만남으로 주목할 만하다. '부산행'을 통해 상상을 뛰어넘는 한국형 좀비영화를 탄생시켰던 연 감독과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류승룡이 만나 색깔 있는 SF영화가 완성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버닝'은 이창동 감독과 유아인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시' 이후 8년 만에 돌아온 거장 이창동의 작품으로, 영화에서 유아인은 사랑하는 여자를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고자 노력하는 순수하고 예민한 청년을 연기하며 '사도' '베테랑' 등 전작에서 꽃피운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중소 영화 인기, 올해도 이어지나지난해는 100억원 미만 제작비가 투자된 중소영화들이 관객의 '입소문'을 타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범죄도시' '아이 캔 스피크' 등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탄탄한 시나리오와 촘촘한 연기력으로 손익분기점을 가뿐히 넘어섰다. 그 여파 때문일까. 올해는 특히 드라마가 강한 중소 영화들이 눈에 띈다.이병헌과 박정민, 윤여정이 출연한 '그것만이 내세상'은 한때 WBC웰터급 동양 챔피언이었지만 이제는 한물간 복서인 형과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동생의 우애를 다룬 가족드라마다. 오랜만에 코믹 연기에 나선 이병헌과 '동주'를 통해 충무로 기대주로 떠오른 박정민·윤여정·한지민·김성령 등 배우들의 따뜻한 연기가 인상적이다.'레슬러'는 이제 주연급 배우라 해도 손색없는 유해진과 지난해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나문희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아들 뒷바라지가 유일한 낙인 왕년 레슬러역의 유해진이 윗집 가족이 이사오며 겪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통해 가족애를 그렸다.또 일본 영화의 리메이크작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원조 멜로배우인 소지섭과 손예진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1년 후 비가 오는 날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내가 다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아름다운 영상미와 두 배우의 풋풋한 멜로 연기가 영화를 보는 관전 포인트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지금 만나러 갑니다염력그것만이 내 세상

2018-01-03 공지영

[2017 한국영화 돌아보기]사회적 문제, 전면에 서거나… 잔잔한 울림, 입소문 타거나

광주민주화운동 배경 '택시운전사'역사적 비극 시민들에 다시 각인일제 강제노역 만행 알린 '군함도'연출방식·역사왜곡 논란 빚기도마동석·윤계상 내세운 '범죄도시'나문희 열연 빛난 '아이 캔 스피크'평단·관객 호응 얻으며 장기흥행올해 다채로운 한국영화가 관객과 울고 웃으며 한 해의 고락을 함께 했다. 특히 대통령 탄핵 사건과 조기 대선 등 정치·사회적으로 격변을 겪었던 만큼 역사·사회 문제를 전면에 다룬 영화들이 쏟아졌다. 또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비교적 적은 예산이지만,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기력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은 영화들이 깜짝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역사·사회 문제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영화, 드라마, 예능, 그리고 뉴스까지 올해 최고의 장면을 꼽으라면 상당수 국민은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이 판결문을 읽는 그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추위를 뚫고 촛불을 손에 든 채 대통령이 탄핵된 초유의 사태와 조기 대통령 선거를 해낸 국민의 놀라운 경험은 올해 영화계에 미친 영향이 상당했다. 그동안 다루기 주저했던 현대사의 문제를 스크린에 끄집어냈고, 아예 민감한 문제를 주제 삼아 이야기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올해 유일하게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택시운전사'다.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들이 많았지만, 올해 택시운전사가 관객에게 전한 울림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광주가 아닌, 외지인의 눈으로 5·18을 바라보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제작된 5·18 영화들이 피해자의 입장을 강조해 '신파'에 집중했다면, 택시운전사는 서울과 독일에서 온 외지인 목격자가 주인공이 돼 비극적 역사에 객관성을 부여했다. 이는 5·18 민주화운동을 몰랐거나, 알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관객들이 객관적 입장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접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역사 문제를 전면에 건드렸지만, 논란을 빚은 영화도 있다. 류승완 감독과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등 초대형 배우들이 뭉쳐 화제가 된 '군함도'다. 일본의 만행 중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군함도'를 내세워 올 여름 관객이 꼽은 최고의 기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막상 뚜껑을 열자, 관객의 기대와 다른 영화의 방향과 역사 왜곡 문제 등이 거론되며 네티즌의 거센 비난을 받았고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반기에도 역사와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계속됐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아이 캔 스피크'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을 다룬 '1987' 등이 개봉되며 지난 몇 년 간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데 소극적이었던 영화계가 변하기 시작했다.#입소문 제대로 탄 영화들올해는 이른바 '입소문'을 타며 잔잔하고 꾸준하게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범죄도시'가 그 선봉에 서 있다. 마동석과 윤계상이 각각 형사와 범죄자로 만나는 이상한(?) 조합의 이 영화는 관객들이 직접 '재미'를 보장하며 입소문을 냈고 영화가 장기 상영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680만 여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한국영화 흥행 순위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하반기 대작으로 손꼽히는 남한산성과 킹스맨 : 골든써클 등 대작과 맞붙어 이룬 성과라 더욱 눈부시다. 마동석만 할 수 있는 코미디 액션 연기와 윤계상의 완벽한 악역 연기, 실감 나는 조연들의 연기가 유행어까지 남기며 흥행을 견인했다.위안부 문제를 다룬 나문희, 이제훈 주연의 '아이 캔 스피크'는 울림이 큰 영화로 입소문 나며 깜짝 흥행을 이어갔다. 올해 76세인 나문희의 연기는 영화 흥행의 일등공신. 이 영화로 나문희는 데뷔 이후 첫 여우주연상(청룡영화제)을 비롯해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등 수상을 이어가며 관객과 평단의 호응을 동시에 얻었다.이밖에 강하늘, 박서준 주연의 '청년경찰'은 범죄 묘사가 잔혹하고 여성이 피해자로 잔인하게 노출되는 등의 비판을 받았지만 에너지 넘치는 두 배우의 조합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의외의 성공을 얻어 한국영화 흥행순위 5위에 랭크됐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2017-12-27 공지영

[텔미시네]1987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영화화폭력의 시대와 맞선 인물 군상유명배우들 '욕심' 덜어낸 연기뮤지컬 같은 항쟁장면서 '뭉클'■감독 : 장준환■출연 :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개봉일 : 12월 27일 ■드라마 / 129분 / 15세이상 관람가때로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 있다. 길거리에서 국민을 몽둥이로 두들겨 패고, 막무가내로 몸을 수색하며, 신문사에 쳐들어와 집기를 때려 부수고 기자들의 머리채를 잡던 시대가 있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분명히 그런 시대가 있었다. 장준환 감독의 신작, 영화 '1987'은 엄혹한 시대를 살았던 민중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그 시대를 경험한 이에겐 떠올리기 힘든 기억일 수 있고,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겐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일 수 있다. 이 시기를 그린 많은 영화들이 있었지만, 각계 각층의 보통사람 심리에 초점을 맞춘 영화는 드물다.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박희순, 이희준, 김태리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주연급 배우들이 즐비하지만, 영화 속에서 주연과 조연은 따로 없다. 모두가 그 시대를 살아낸 주인공이고, 폭력의 두려움 속에서 실낱같은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애쓰던 보통 사람이었다.1987은 1987년 6월 10일 민주항쟁이 오기까지, 역사의 물밑에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기 위해 발버둥 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시위대 잡는 '공안'검사지만, '대학생이 고문받다 죽었다'는 원초적 진실 앞에 법대로 수사원칙을 밀어붙인 검사의 이야기에서 영화는 출발한다. 그가 지키고자 했던 수사원칙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어느 부모가 서울대 다니는 아들이 갑자기 죽었는데, 부검도 안하고 화장하나"라는 대사에서 그 원칙이 인간성의 기본에 충실했으며, 그 시대가 어떤 시대였는지 가늠케 한다. 영화는 대공수사처와 검찰간 작은 불씨가 꺼질 듯 꺼지지 않고 여러 사람의 가슴 속에 옮겨 다니며 활화산처럼 커지는 구조를 차곡차곡 표현했다. 구조를 완성하기 위해 배우들이 달리기 경주를 하듯 맡은 역할에 충실해 욕심부리지 않고 연기하는 모습이 훈훈하다. 짧게 등장했지만 찰나의 표정과 대사로 보통사람의 양심을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고문실에서 박종철 열사의 시신을 처음 접한 의사와 정치범을 감독하는 교도소 보안계장, 한 줌 가루가 된 아들의 시신을 쓸어담는 아버지, 시신 부검에 입회한 박종철 열사의 삼촌, 대학생 사망기사 취재의 방패막이 돼 준 신문사 부장들 등 국민 모두가 광장에 나오기까지 밑바닥에서 그 불씨를 소중히 살려온 사람들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영화 말미에 이르러 보통사람들이 켜켜이 쌓아온 민주주의를 향한 불씨가 또 하나의 죽음을 계기로 폭발한다.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마지막 장면은 지난 봄 우리가 쟁취한 민주주의의 희열만큼 강렬하다.영화를 보고 나면, 새삼 이 시대의 귀함을 체감할 수 있다.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끝내 눈물을 보인 장준환 감독은 뭉클한 소감을 통해 이것을 잘 설명했다. "상업영화의 형식이지만, 진심을 담았다. 온 국민이 뛰쳐나와 직선제를 자각하고 쟁취했던 그 해, 우리가 얼마나 순수하고 뜨거웠는지, 도저히 양심을 저버릴 수 없었던 그 사람들을 생각하며 만들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2017-12-20 공지영

[텔미시네]강철비

양우석 감독 '10년 담금질'한반도내 핵전쟁 위기 배경진정한 평화란? 고민 기회정우성·곽도원 연기 '불꽃'김갑수·김의성 조연도 빛나■감독 : 양우석■출연 : 정우성, 곽도원, 김갑수, 김의성, 이경영, 조우진■개봉일 : 12월 14일 ■첩보액션블록버스터 / 140분 / 15세 이상지난 가을, 북한의 계속된 핵실험과 도발로 남북간, 북미간 대립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소설가 한강이 뉴욕타임즈에 쓴 기고문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 논쟁과 별개로, 작가의 한마디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시민의 공감을 얻었다. "미국이 전쟁을 언급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 그렇다. 한반도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얇은 철조망 하나를 가운데 두고 오랜 시간 전쟁을 쉬고 있을 뿐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던 세대가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또 자식을 낳고 낳는 동안, 서로의 영역을 최대한 침범치 않으려 경계한 끝에 지금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강의 글에서처럼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나, 겪지 않은 세대 모두 불안을 표출하지 않을 뿐이지, 늘 가슴 한구석에 서늘한 위기의식을 품고 산다. 14일에 개봉하는 영화 '강철비'는 한국민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위기의식을 두드리는 남북첩보영화다. '강철비'라는 제목은 감독의 속뜻을 알고 보면 간담이 서늘하다. 영화 속에도 등장하는데, 'Steel Rain'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클러스터형 로켓 탄두로 실제 핵무기다. 살상 반경이 너무 커서 전세계 140여개국 이상이 사용 금지 협약을 맺은 무기다. 연출을 맡은 양우석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무시무시한 이름의 무기를 제목으로 사용한 데는 남과 북을 둘러싼 현재의 정황에 대해 우리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무서운 상황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중의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설정은 신선하지만 많은 이가 우려하는 있을법한 것이다.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다. 쿠데타 공모세력을 처단하라는 지시를 받고 개성공단으로 향한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는 미군의 MLRS, 이른바 '스틸레인'이 개성공단에 살사돼 민간인 살상이 일어나는 현장을 목격한다. 아비규환의 상황 속에서 엄철우는 치명상을 입은 북한 권력 1호를 발견하고 그를 데리고 긴급히 남한으로 넘어온다. 남한으로 피신한 곳에서 남한의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을 만나게 되고, 한반도에 벌어질 핵전쟁 위기를 막기 위해 두 철우가 고군부투한다.두 철우를 연기한 정우성과 곽도원의 합도 영화를 이끄는 강력한 무기다. 이미 영화 '아수라'를 통해 합을 맞춘 두 배우는 이번 영화를 통해 이름만 같은 것이 아니라 위기 상황 속에서 전쟁을 막고자 하는 민족적 동질감을 잘 표현해냈다는 평이다. 또 북한의 정찰총국장 역을 맡은 김갑수와 남한의 현직 대통령 역을 맡은 김의성, 차기 대통령 후보 역을 맡은 이경영 등 대한민국 최고 배우들이 한반도 위기를 좌지우지 하는 정치가로 변신해 굵직한 존재감을 선보인다.무엇보다 10여 년에 걸쳐 남과북의 정치적, 군사적 배경을 조사해 치밀하게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양 감독은 "강철비가 우리 모두 고민해볼 수 있는, 생각해볼 수 있는, 상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new 엔터테인먼트 제공

2017-12-13 공지영

[텔미시네]세 번째 살인

스릴러라고 확신하는 순간 '반전'고레에다 감독 '통찰의 질문' 관통■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출연 : 후쿠야마 마사하루, 야쿠쇼 코지, 히로세 스즈■개봉일 : 12월 14일■드라마/125분/15세이상 관람가영화가 막을 내린 순간, 진실은 애초에 관심 밖이었다는 생각이다. 영화는 제목과 예고편만 보고, 스릴러라고 확신하는 순간 반전을 마주하게 된다. 범인의 정체, 사건의 행적을 쫓아가는 데 급급하다보면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놓치기 십상이다. 이 영화를 소개하기 전, 아직 보지 못한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충고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사회와 개인의 삶, 모든 것을 통틀어 가장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일본 영화계의 거장이다. 당장 먹고 사는 것에 치여, 우리가 잊었거나 생각지 않았던 근원적인 문제를 영화를 통해 질문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통해 '아버지를 아버지로 만들어 주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그랬던 것 처럼, 이번 영화 '세 번째 살인'도 통찰의 질문이 영화를 관통한다.영화의 줄거리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공장에서 일하다 해고된 직원 미스미(야쿠쇼 쇼지)가 공장 사장을 둔기로 살해하고 불까지 질러 시신을 훼손한 사건이 발생한다. 계속 바뀌는 그의 진술 때문에 미스미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가 동료이자 승률 높은 시게모리(후쿠야마 마사하루)에게 변호를 부탁한다. '진실보다 의뢰인에게 유리한 것을 택하는 편'이라 자부하는 시게모리는 살인범 미스미를 만나며 그간 지녔던 가치관에 조금씩 균열이 가며 괴로워한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미스미의 범죄현장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미스미가 진범이라고 관객을 현혹한다. 하지만 극 초반부터 그는 범인이 아니지만, 범인인 척 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면서 영화는 죽은 공장 사장의 부인과 딸을 등장시켜 관객을 혼란케 한다. 특히 사장의 딸 사키에(히로세 스즈)는 알수 없는 표정과 행동으로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듯 극이 진행되는 내내 긴장감을 높이지만, 사실 영화 속에서 그녀가 쥔 사건의 열쇠는 진실에 다가가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 사건의 열쇠는 '법정에서 진실을 좇는 이가 없다'는 명제를 확신케 하는 증거가 될 뿐이다.영화를 다 보고 나면, 허탈한 마음과 동시에 영화의 대사와 장면을 끊임없이 곱씹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진실 따위 관심없다던 시게모리는 어느새 진실에 목을 매며 미스미에게 "심판한 것이냐" 묻지만 미스미는 웃기만 한다. "누군가 죄가 있다고 심판하는 것은 누가 만들었나" "아이를 위해 그렇게 행동했다고 믿어준다면 꽤 괜찮은 사람으로 포장되겠다"는 대사도 귓가에 맴돈다. 허탈한 관객 만큼이나 미스미를 대면한 시게모리의 표정도 공허하다. 그만큼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티캐스트 제공

2017-12-06 공지영

[텔미시네]기억의 밤

입담꾼 장항준 7년만의 신작허찌르는 반전·긴장감 매력강하늘·김무열 연기 앙상블'신파적 결말'은 다소 허탈감■감독 : 장항준 ■출연 : 강하늘, 김무열, 문성근, 나영희■개봉일 : 11월 29일 ■미스터리추적스릴러 / 109분 / 15세 이상고풍스러운 단독 주택, 결코 열어선 안되는 작은 방, 지나치게 완벽한 가족. 잘 짜인 연극 같은 설정이 지켜보는 관객의 긴장감을 배로 높인다. 이야기의 흐름은 거침없고, 전반부 곳곳에 깔린 복선과 허를 찌르는 반전도 빈틈이 없다. 충무로 이야기꾼이라는 별칭이 괜한 것이 아니었다.영화 '라이터를 켜라' '끝까지 산다', 드라마 '싸인' 등 독창적 스토리와 연출로 인정받은 장항준 감독이 7년 만에 신작을 선보였다. 그것도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 스릴러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미스터리와 추적을 붙였을까 싶겠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의도를 꽤 명확히 알 수 있다.스릴러가 '원칙'으로 삼아야 할 서스펜스는 영화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진다. 충무로의 재간꾼 답게 장 감독은 여기저기 관객을 홀리는 장치를 설치했다. 이 장치들에 시선을 뺏긴 관객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이야기에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이는 반전을 위해 곳곳에 던져 둔 복선의 장치와 같은 방식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기 애쓰고 추리의 퍼즐을 맞춰보려 노력하는 관객에겐 굉장한 재미가 된다. 또 쫓고 쫓기는 관계가 서로 뒤엉키며 만드는 추적신도 긴장감을 높이는데 한몫 한다.이야기의 뼈대는 '가족'이다. 자상한 부모님과 다정한 형, 그런 가족을 사랑하는 동생. 이상하리만큼 완벽해서 오히려 걷잡을 수 없는 의심이 피어오르는 가족이 등장한다. 가족을 의심하는 것만큼 심박수가 치솟는 설정이 또 있을까. 장 감독은 아주 영리하게 '가족'의 설정을 다양한 형태로 변주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여기에 '진석'과 '유석'을 연기한 강하늘과 김무열은 다양한 연기 톤을 가진 배우 답게 '미스터리'한 인물을 표현하기에 적합했다. 절친으로 알려진 두 배우는 '친목'만큼 이물감 없이 조화로운 앙상블을 선보여 관객이 영화 속에 빠져드는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상영시간 내내 한치의 쉼도 없이 이야기가 몰아치는 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하지만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결론 속의 '가족애'는 요즘의 것은 아니다. 결말에 이르러 다소 신파적인 장면들이 삽입됐고 약간의 허탈감을 안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한국형 스릴러를 잘 구현했고 이야기는 완벽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주) 키위컴퍼니 제공

2017-11-29 공지영

[텔미시네]오리엔트 특급 살인

에거서 크리스티 원작 두번째 영화화/뛰어난 영상미·우아한 결말/고전 탐정물 정석 보여줘■감독 : 케네스 브래너■출연 : 케네스 브래너, 페넬로페 크루즈, 윌렘 대포, 주디 덴치, 조니뎁, 미셸 파이퍼, 데이지 리들리, 조시 게드 등■개봉일 : 11월 29일 ■드라마 / 114분 / 12세이상 관람가눈이 뒤덮힌 산등성이를 빠른 속도로 지나가던 초호화 열차가 눈사태를 맞았다. 요란하게 흔들리던 기차가 멈춰선 그 날, 열차 한 칸에서는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수차례 칼에 찔려 사망한 승객, 마침 그 열차에는 세계적 명성의 탐정 '에르큘 포와로'가 탑승했고 산 아래 멈춘 열차 안에서 날카로운 추리가 시작된다.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추리소설의 고전으로 잘 알려진 '에거서 크리스티'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이미 1974년 시드니 루멧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됐을 만큼 추리물로서 흥행 가능성을 입증받은 작품이다. 2017년 판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자극적인 반전이 난무하는 현대 스릴러 추리물에 익숙한 젊은 관객에게 낯선 결을 보여준다. 1, 2명의 등장인물에 집중해 사건을 해결하고, 예상을 뒤엎는 충격적인 반전을 선보이는 요즘의 추리물과 달리, 이 영화는 에거서 크리스티의 이야기 구조를 충실히 따라가면서 '추리란 무엇인가'를 아주 고전적으로 설명한다. 오리엔트특급열차의 호화객실에 탑승한 13명의 승객 모두가 용의선상에 지목되고, 탐정 에르큘 포와로가 이들을 수사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에르큘 포와르는 승객들의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며 흩어진 살인사건의 퍼즐을 맞춰간다. 추리과정을 낱낱이 보여 주려는 연출적 의도가 돋보이는 장면이지만,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전개가 느슨한 것도 사실이다. 보통의 스릴러나 추리물이 빠른 전개를 통해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반면, 이 영화는 등장하는 승객 전부의 캐릭터를 일일이 나열하고 그 캐릭터들간 갈등도 자세히 그리려다 보니, 속도감을 중시하는 관객에겐 그것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고전 추리물의 정석대로 영화는 가장 우아하게 사건을 해결한다. 특히 에르큘 포와로가 탐정으로서 신념과 인간애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지막 지점은 '고전' 만이 건넬 수 있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결말이다.사실 이 영화는 에거서 크리스티의 원작이나 1974년판 영화를 본 이들에겐 익숙한 전개와 결말일 것이다. 그래서 관객이 이 영화에 기대하는 부분은 이야기 구조보다 고전적 영상미에 있을 수 있다. 특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같은 아름다운 영상미를 취향 삼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스크린을 통해 봐야하는 작품'으로 충분히 만족할 만한 영상미를 뽐내고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2017-11-22 공지영

[텔미시네]미스테리어스 스킨

12년만에 국내 정식 개봉고든 레빗, 파격연기 화제끔찍한 사건 겪은 두소년치유없는 현실 관객 울림■감독 : 그렉 아라키■출연 : 조셉 고든 레빗, 브래디 코베 ■개봉일 : 11월 23일 ■드라마 / 105분 / 청소년관람불가미국에서 개봉했지만, 한국에서 개봉하지 못한 명작이 뒤늦게 한국에 상륙하는 경우가 있다. 올해 상반기 영화 '겟 아웃'이 미국 개봉과 동시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미국 영화 평론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만점에 가까운 신선도 점수를 받으며 화제를 일으키자 한국 관객들은 온라인을 통해 개봉 청원 운동까지 벌였다. 그 결과 겟 아웃은 한국 개봉을 확정하며 한국 관객의 오감을 만족시켰다. '미스테리어스 스킨'도 그런 영화다. 2005년 미국에서 개봉 당시 문제적 소재와 이색적인 미장센으로 미 영화계에 충격을 주었다. 국내에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국내 영화제에서 간간이 소개되며 미개봉에 대한 아쉬움이 꾸준히 회자 됐고, 그 성원에 힘입어 12년이 지난 오는 23일, 한국에서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다루기 껄끄럽고 민감한 소재를 극명하게 갈린 두 소년의 인생을 통해 파격적으로 그려낸다. 어린 시절, 주인공 닐과 브라이언은 충격적인 사건을 함께 겪는다. 닐은 스스로 사건을 아름답게 미화시키며 그 공허함을 채우는 데 시간을 소비하고, 브라이언은 기억을 왜곡해 오히려 사건을 추적하는 데 인생을 허비한다. 두 소년은 미화와 왜곡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통해 사건으로부터 멀리 도망쳤지만, 결국 진실은 되돌릴 수 없는 절망이었다.워낙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다 보니 관객은 보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그렉 아라키 감독은 사건이 있었던 그 시절의 기억을 환상적이고 몽환적으로 표현했다. 지나치게 아름다운 장면으로 묘사하며, 곧 이어 벌어질 끔찍한 사건을 잔인하게 부각한다. 아마도 환상과 몽환은 사건에서 벗어나야 하는 소년의 심리적 시선을 빗댄 장치일 게다. 모든 것을 아는 관객은 그래서 더 불편하고 안타깝다. 특히 조셉고든레빗의 파격적인 연기가 압권이다. 영화 '500일의 썸머'에서 사랑스러운 미소를 남발(?)하던 청춘스타로만 그를 기억한다면, 완전히 다른 모습에 놀랄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닐' 역할을 맡은 조셉 고든 레빗은 공허한 눈빛으로 관객을 응시한다. 그 날의 기억을 마침내 마주하는 브라이언보다, 기억 속 사건이 옳지 않았음을 인정해야 하는 닐을 아주 천천히 표정과 몸짓의 변화로 차곡차곡 표현해간다. 그래서 그의 연기는 관객을 지나치게 괴롭힌다.그 날의 진실은 두 소년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그 집에서 현실로 마주한다. "과거로 돌아가 모든 걸 되돌릴 수 있다면…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고 읊조리는 닐의 건조한 표정은 관객에게도 잊을 수 없는 결말을 건넨다. 그리고 이 영화를 꼭 봐야 하는 이유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찬란 제공

2017-11-15 공지영

[텔미시네]토르: 라그나로크

마블 '인피니티 워'로 가는 분기점검투사 토르·분노하지 않는 헐크"새로운 탄생" 파격적 캐릭터 변신팬층 단단 가을 최고 흥행작 도전■감독 : 타이카 와이티티■출연 :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톰 히들스턴, 케이트 블란쳇■개봉일 : 10월 25일 ■액션·모험·판타지 / 12세 관람가 / 130분마블 시리즈는 이제 영화산업 내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10대들이 맹목적인 사랑을 표출하며 '아이돌' 스타에 열광하듯, 마블 시리즈도 무조건 믿고 보는 팬층이 단단하게 형성돼있다. 마블 시리즈의 시작은 2008년 '아이언맨'부터다. 아이언맨의 흥행 이후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 등 마블 코믹스의 오래된 영웅들이 스크린으로 속속 등장하며 그들만의 세계를 확장했다. 그러던 중 마블 시리즈가 전세계 영화팬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어벤져스'의 등장이었다. 각각의 매력적이고 강력한 영웅들이 한 스크린에 모여 지구의 적을 물리치는, 다소 유치하지만 통쾌한 이야기가 전세계 '키덜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실제로 어벤져스는 전세계 15억 달러(한화 1조6천935억원)라는 놀라운 수익을 거두며 역대급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두번째 편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도 14억 달러 기록과 함께 국내에서는 1천만 명 관객 돌파라는 진기록까지 세웠다.마블 시리즈는 토르,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 맨 등 히어로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영화와 그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다시 히어로 종합물(?)인 어벤져스를 내놓는 방식을 반복하고 있다. 시리즈가 반복되면서 지겨움을 느끼는 관객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이러한 패턴의 반복을 놓쳐선 안되는 데는 전편에 등장했던 이야기가 후편에 이어져 그들이 구축하는 세계가 무한히 확장되기 때문이다.26일에 개봉하는 '토르: 라그나로크'는 2018년 마블 스튜디오 10주년을 기념해 개봉하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로 건너가는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작품이다. 토르 뒤에 붙은 라그나로크는 세계의 종말을 뜻한다. 연출을 맡은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이번 편을 통해 기존 것이 파괴되고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는 데 주목했다. 종말은 결국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고 기대감을 높였다.토르: 라그나로크에서 주목할 것은 마블 시리즈 히어로들이 파격적인 캐릭터 변신을 한다는 점이다. 주인공 토르부터 변신했다. 토르의 고향 아스가르드는 멸망의 위기에 처하고, 토르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전능한 망치도 없는 토르가 낯선 행성에서 검투사로 돌아왔다. 7년간 토르로 활약한 크리스 헴스워스는 "이번 작품은 독특하고 새로운 여정을 보여준다. 검투사의 세계로 들어가 머리카락도 잘리고, 죽음의 여신 헬라에 의해 토르의 상징인 망치도 파괴된다"고 설명했다. 토르 팬들에게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완전히 해체된 토르가 새로운 히어로로 성장하는지 볼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다.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이후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헐크도 이번 시리즈에 합류했다. 이제껏 자신에 대한 공포와 의심으로 히어로의 삶을 즐기지 못했던 헐크가 완전히 다른 모습의 활기 넘치는 에너지의 영웅으로 다시 태어난다. 헐크 역의 마크 러팔로도 인터뷰를 통해 "오로지 분노 상태로만 존재하지 않는 헐크는 이번 영화를 통해 슬퍼할 수도 있고 행복해할 수도 있다. 이번에 완전히 달라진 두 캐릭터를 연기해 정말 재밌었다"고 설명했다.전작과 다른 영웅 캐릭터를 구축하고,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보여주겠다는 토르:라그나로크가 올 가을을 책임지는 블록버스터 흥행 최고작이 될지 궁금하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2017-10-25 공지영

[텔미시네]남한산성, 대장 김창수

◈남한산성연기파 뭉친 '웰메이드' 호평충돌하는 언어의 긴장감 볼만부족한 대중적 요소는 호불호◈대장 김창수김구 초기생애 조명 소재 신선조진웅 열연, 송승헌 악역 주목'치하포사건' 진위논란 장애물상반기는 사극의 무덤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립군(83만명)' '군함도(659만명)' '박열(235만명)' 등이 개봉했지만 역사왜곡 논란, 스크린 독과점 등 여러 문제로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한 스코어를 기록했다. 사극 참패 속 하반기에도 묵직한 주제의 사극들이 연이어 개봉하며 명맥을 잇고 있다.■묵직한 울림 '남한산성'김훈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중이던 1636년, 청의 대군을 피해 달아나던 인조와 조정 신료들이 남한산성에 발이 묶이며 벌어지는 47일 간의 이야기다. 죽더라도 청과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예조판서 김상헌과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청과 화친해야 한다는 이조판서 최명길의 팽팽한 대결을 그렸다.영화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등 묵직한 감동을 자아내는 영화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과 김윤석, 이병헌, 박해일, 고수 등 연기파 배우들이 뭉쳐 오랜만에 탄생한 '웰메이드 사극'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남한산성의 관전 포인트는 빈틈없는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김상헌의 대의와 최명길의 현실이 강렬하게 부딪히는 '설전'을 지켜보고 있자면 픽션 임에도 실제 역사 속 김상헌과 최명길이 살아돌아온 듯 생생하다. 그들의 언어는 관객으로 하여금 현실의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하지만 과장된 히어로, 심금을 자아내는 감동 같이 대중의 입맛에 맞춘 흥행코드 보다 정통사극의 요소에 집중해 관객의 호불호는 분명히 갈린다. 여기에 유쾌한 범죄오락영화 '범죄도시'가 입소문을 타며 기대만큼 높은 성적을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독립운동가의 탄생 '대장 김창수'19일, 또 한편의 사극 영화가 관객의 평가를 기다린다. 1896년 황해도 치하포, 청년 김창수가 명성황후 시해범을 맨 손으로 때려 죽이고 스스로 잡혀 들어갔다. 타오르는 열정과 정의감이 넘쳤던 김창수는 국모의 원수를 갚았지만, 사형수가 돼 감옥에 갇힌다. 대장 김창수는 실존했던 독립운동가 '김구'를 소재로, 그가 독립운동에 투신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시작점을 그린 영화다.남한산성과 같이 이 영화도 배우들의 연기력이 가장 큰 매력요소로 꼽히고 있다. 시사회 이후 조진웅이 청년 김창수를 현실감 있게 연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나리오 초고 작업부터 조진웅을 염두에 두고 썼으며, 준비 기간 조진웅을 캐스팅하기 위해 삼고초려 했다는 이원태 감독의 예상이 적중했다. 고집 세고, 혈기 왕성한 청년에서 민초들의 대장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조진웅 만의 색깔로 진정성 있게 담아냈다는 평이다. 또 데뷔 이후 젠틀하고 바른 이미지를 연기해 온 송승헌이 첫 악역에 도전해 악랄한 친일파를 연기했다. 인천 감옥소 소장 '강형식' 역을 맡아 차갑고 섬뜩한 표정을 짓거나 눈을 뒤집고, 광기를 부리는 모습이 생소하지만 인상적이다.김창수와 대립하며 극을 이끌어 가는 역할인 만큼 송승헌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다.당시의 시대상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도 유심히 지켜볼 대목이다. 영화는 조선 후기, 양반과 평민, 지주와 소작인, 지식인과 노동자라는 다양한 계층이 동시에 존재했던 혼란의 시기였던 만큼 '밥과 글'의 충돌을 통해 감옥 안에서 조선인들이 갈등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려냈다.하지만 황해도 치하포 사건의 진위여부가 개봉 전부터 논란이 되고, 과한 애국심을 선동하는 '국뽕'영화가 아니냐는 의심도 여기저기서 피어오르고 있다. 과연 대장 김창수는 올 한해 사극 영화의 참패를 딛고 일어설 것인가.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주)키위컴퍼니 제공

2017-10-18 공지영

[텔미시네]블레이드 러너 2049

'SF 고전' 원작 30년후 배경복제인간 비밀 찾아 추격전'못다한 이야기' 기대감 증폭'젊은 거장' 빌뇌브 연출 주목■감독 : 드니 빌뇌브■출연 : 라이언 고슬링, 해리슨 포드, 아나 디 아르마스, 자레드 레토■개봉일 : 10월 12일·SF / 15세 / 163분1982년 리들리 스콧 감독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SF 영화 한 편을 세상에 내놓았다. 2019년, 미국 LA를 배경으로 복제인간 리플리컨트를 제거하는 임무를 가진 블레이드 러너 '릭 데커드(해리슨포드)'의 이야기를 그린 '블레이드 러너'였다. 어둡고 암담한 미래 도시의 모습을 경이롭고도 파격적인 비주얼로 그려낸 것은 물론, 인간의 존재가치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주제의식까지 완벽해 최상의 SF 장르 영화로 찬사를 받았다. 아직도 수많은 영화 창작자들이 SF의 바이블로 손꼽는 명작, '블레이드 러너'가 30년 후의 모습을 담은 '블레이드 러너 2049'로 화려하게 귀환했다.2049년,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일부 리플리컨트를 색출해 제거하는 L.A.P.D 소속의 블레이드 러너 K는 어느 날 인류를 혼란에 몰아넣을 수 있는, 인간과 리플리컨트가 관련된 엄청난 비밀의 존재를 알게 된다. 한편, 비밀의 결정적 단서를 쥔 과거의 블레이드 러너, 릭 데커드는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을 숨기기 위해 스스로 사라지는 길을 택해 30년 간 실종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진실을 알기 위해 끈질지게 추적해 자신을 찾아 온 K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블레이드 러너 2049는 리들리 스콧과 드니 빌뇌브 감독의 만남으로도 화제가 됐다. 이번 영화의 제작자로 참여한 리들리 스콧은 "블레이드 러너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가 남아있다"고 밝혀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또 차세대 거장이라 불리는 드니 빌뇌브 감독은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 '컨택트(2017)'를 통해 전세계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이번 작품에서 드뇌 빌뇌브 감독은 리들리 스콧이 설계한 블레이드 러너의 세계관 안에서 자신만의 블레이드 러너를 창조하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특히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최대한 실제 장소에서 촬영할 것을 원칙으로 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영화의 장대한 비주얼을 담아내기 위한 세트장을 지었고 배우들과 제작진이 헝가리 이곳 저곳을 다니며 로케이션 촬영도 진행했다. 또 세트장 내부 역시 미래 세계에 쓰일 법한 소품과 자동차들이 배치돼 미래 세계의 현실적인 비주얼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소니픽쳐스 제공

2017-10-11 공지영

[텔미시네]킹스맨: 골든 서클

'젠틀맨 신드롬' 전편 감독·제작진 뭉쳐 / 개성 강한 '21세기 007' 미국으로 무대 옮겨 활약■감독 : 매튜 본■출연 : 콜린 퍼스, 줄리안 무어,■태런 에저튼, 마크 스트롱, 할리■베리, 엘튼 존■개봉일 : 9월 27일 ■액션 / 141분 / 청소년관람불가 철저하게 비밀에 둘러싸인 채 세상을 안전하게 지키는 임무를 수행해온 독자적인 국제정보조직 킹스맨의 본부가 범죄조직 골든 서클에 의해 무참히 파괴된다. 에그시와 멀린은 킹스맨 '최후의 날' 규약에 따라 발견된 위스키병에서 '미국 켄터키'라는 키워드를 얻게 된다. 미국으로 건너가 형제 스파이 조직인 스테이츠맨을 만나고, 전 세계를 장악하기 위해 위협적인 비즈니스를 추진 중인 골든 서클과 수장 포피의 계획을 막기 위한 작전을 시작한다.2015년 전세계 영화관을 휘어잡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속편이다. 전편은 스파이 액션 장르의 대명사인 '007'시리즈의 스코어를 뛰어 넘으며 젠틀맨 스파이 신드롬을 일으켰다. '킹스맨: 골든 서클'은 속편을 만들지 않기로 유명한 매튜 본 감독이 첫 번째로 연출하는 시리즈 속편이다. 그는 "어느 날 아침 모든 스토리라인이 머릿속에서 완성된 채로 눈을 떴다"며 이번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감독 뿐 아니라 오리지널 제작진이 다시 뭉쳤다. 각본을 맡은 제인 골드먼은 두 개의 새로운 집단과 기존 킹스맨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미친 플롯'을 만들어냈다.새롭게 등장하는 '스테이츠맨'은 자산을 총동원해 세상을 지키는 미국 젠틀맨 스파이다. 사업적으로도 성공한 스테이츠맨은 켄터키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 스테이츠맨 지부를 세우고 알코올 사업의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에이전트들의 코드명은 샴페인, 위스키, 데킬라, 진저 에일 등 친숙한 술 이름이다. 킹스맨의 맞춤 수트와 대비해 청청패션으로 무장한 이들은 시원시원한 장총 액션과 레이저 올가미,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야구방망이 등 신무기들을 선보이며 센세이셔널한 액션을 선보인다.범죄 조직 '골든 서클'의 수장 포피는 깊은 산속에 자신만의 놀이공원 '포피랜드'를 세우고 그 안에서 생활한다. 신입 인간 부하들에게 24캐럿의 골든 서클 표식을 심고 단장시키는 미용실의 '뷰티봇', 포피의 휘파람 한 번이면 누구든 쫓아가 물어 뜯는 '로봇견', 무엇이든지 들어가면 갈아버리는 '분쇄기' 등이 그를 도와 활약한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2017-09-27 민정주

[텔미시네]잃어버린 도시 Z

탐험가 '퍼시 포셋' 일대기, 브래드 피트 제작6주간 정글서 촬영 사투 "불가능해 보여 도전"■감독 : 제임스 그레이■출연 : 찰리 허냄, 로버트 패틴슨, 시에나 밀러, 톰 홀랜드■개봉일 : 9월 21일 ■모험, 드라마 / 141분 / 12세 이상 관람가아마존 탐사 중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문명의 증거를 발견한 퍼시 포셋은 이 문명을 인류 역사의 마지막 퍼즐 'Z'라 부르며 탐사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번번이 탐사에 실패한 그는 'Z'를 찾는 일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포기를 모르는 그의 집념은 점차 광기로 변해가고, 마지막 탐사라며 아들 잭과 함께 아마존 정글로 다시 들어간다.시대를 앞서간 천재 탐험가 '퍼시 포셋'의 20세기 최대 탐험 미스터리를 그린 실화 영화다. 배우이자 제작자인 브래드 피트는 2009년 베스트셀러 동명 원작을 통해 '퍼시 포셋'이라는 인물을 알게 됐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와 아서 코난 도일의 소설 '잃어버린 세계'에 영향을 미친 영국인 탐험가다. 브래드 피트는 '월드워Z'에 이은 두 번째 'Z프로젝트'로 이 영화를 제작하기로 결심했다.브래드 피트의 러브콜을 받은 감독 제임스 그레이는 "이 책을 읽었을 때 영화로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배경인 영국뿐 아니라 제1차 세계 대전, 그리고 정글까지 포함하고 있어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렇기에 더욱 도전하고 싶었다"고 당시의 소감을 밝혔다. 제작진은 100년 전 탐험가가 직면했던 현실을 표현하기 위해 2015년 10월 콜롬비아 산타 마르타의 정글로 떠나 그곳에서 6주 동안 지냈다. 더위와 습기가 가득한 매우 열악한 그곳에서 맹독성의 뱀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갑작스럽게 발생한 홍수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다리우스 콘쥐 촬영 감독은 아마존 열대 우림의 다양한 모습을 극적으로 포착하고, 영국 에드워드 7세의 화려한 궁중 생활과 제1차 세계 대전의 끔찍한 전투 장면을 작품에 담아내기 위해 35㎜ 필름 촬영을 선택했다. 하루의 촬영이 끝나면 그 날 찍은 필름을 비행기에 실어 매일같이 영국에 있는 스튜디오로 배송해야 했다. 감독과 촬영 감독은 다음 날, 스튜디오로부터 필름이 잘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까지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필름 몇 개는 결국 손상되었지만, 여분으로 찍어둔 필름들을 디지털로 보정해서 원하는 장면을 얻을 수 있었다. 5년에 걸친 제작기간 끝에 완성된 '잃어버린 도시 Z'는 묵직한 영상미와 흡입력으로 인류 역사의 마지막 퍼즐을 보여준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사진/영화사 빅 제공

2017-09-20 민정주

[텔미시네]여배우는 오늘도

18년차 배우의 감독 데뷔 / 일상 옮긴듯한 장면 "실화는 아냐… 나와 타인 돌아보며 위로되길"■감독 : 문소리■출연 : 문소리, 성병숙, 윤상화, 이승연, 전여빈, 윤영균 외■개봉일 : 9월 14일 ■코믹 생생 드라마 / 71분 / 12세이상 관람가배우 문소리는 오늘도 며느리, 딸, 엄마, 아내 역할로 만취 상태다. 정작 맡고 싶은 배역의 러브콜은 끊긴 지 오래고, 일 년에 작품 한 개도 겨우 한다. 어느새 '자타공인 연기파 배우'였던 타이틀은 '18년 차 중견 여배우'로 바뀌어버렸다. 트로피 개수 만큼은 메릴 스트립 부럽지 않은 그녀지만, 연기력과 매력 사이 자존감은 점점 흔들린다.배우 문소리는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으로 데뷔해 2002년 '오아시스'로 베니스영화제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18년 동안 꾸준히 활동해 '만신' '자유의 언덕' '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 '가족의 탄생' '사랑해, 말순씨' 등 필모그래피가 켜켜이 쌓여있다. 그런데 올해 뜻밖의 감독 데뷔작을 들고 관객 앞에 섰다.'여배우는 오늘도'는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로카르노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은 단편 연출 3부작 '여배우' '여배우는 오늘도' '최고의 감독'을 모아 장편으로 완성한 프로젝트다. 여성으로서의 삶과 직업으로서의 배우, 더불어 영화에 대한 깊은 사랑을 배우 문소리의 스크린 밖 일상을 통해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았다. 노메이크업일 뿐만 아니라 여배우의 일상을 민낯처럼 여실히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한시도 '여배우'라는 타이틀을 놓을 수 없는 상황들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유머들이 생생하다. 소소한 반전을 품고 있는 생활 대사는 영화적 리듬과 재미를 북돋우며, 연기와 실제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소리 연기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언뜻 자전적 이야기이거나 다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영화는 다 만들어낸 이야기고 다 연출된 장면들로 만들어졌다. 감독 문소리는 "굉장히 진심이지만 실화는 아닌 만들어진 영화"라며 "나를 들여다 보되, 소재로 삼되, 거리를 두고 여러 시각에서 보는 것 자체가 어렵기도 했고 공부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사람들의 인생이 대부분 다 오르내림이 있고 희로애락이 있고, 나의 고통이 가장 큰 것 같지만 또 들여다보면 다들 그만큼 그보다 더 큰 고통들이 있더라"며 "그러니 나도 위로하고 서로 위로해주고 영화를 통해서 위로받기도 하고, 그러자고 예술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걸 관객들과 같이 나누고 싶었다"고 전했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사진/영화사 연두 제공

2017-09-13 민정주

[텔미시네]살인자의 기억법

인기작가 김영하 소설 영화화원신연 감독 독창적 각색 더해'치매 연쇄살인범' 역할 설경구특수분장속 탁월한 눈빛연기■감독 : 원신연■출연 : 설경구, 김남길, 김설현, 오달수■개봉일 : 9월 6일■범죄 스릴러 / 118분 / 15세 이상 관람가한때 연쇄살인범이었던 병수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접촉사고로 알게 된 태주에게서 자신과 같은 눈빛을 발견하고 그 역시 살인자임을 직감한다. 병수는 그를 경찰에 신고하지만 태주가 그 경찰이었고, 아무도 병수의 말을 믿지 않는다. 태주는 병수의 하나뿐인 딸 은희 곁을 맴돌며 계속 병수의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병수는 혼자 태주를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기록하고 쫓지만 기억은 자꾸 끊기고, 오히려 살인 습관들이 되살아나며 망상과 실제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은 출간 당시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이라는 파격적인 소재와 새로운 연쇄살인범의 등장 이후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 반전 결말까지 그간 본 적 없는 흡입력 있는 스릴러 소설의 탄생을 알리며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전작 '세븐 데이즈'와 '용의자'를 통해 스릴러와 액션 장르에서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 원신연 감독은 소설을 읽자마자 곧바로 영화로 만들 것을 결심했다. 원작이 가진 독창적인 재미에 영화적인 창작을 더해 독특한 색깔의 범죄 스릴러 영화를 탄생시켰다. "소설과 가장 가까우면서 먼 영화가 될 것"이라 자신한 그는 원작의 큰 틀은 유지하되 영화라는 장르에 맞춰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병수'의 캐릭터에 죽어 마땅한 세상의 쓰레기들을 청소하기 위해 살인을 한다는 설정을 더했다. 또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는 '병수'의 오랜 친구 '병만' 캐릭터를 더해 긴장감과 웃음을 유발한다.파격적인 설정과 스토리 만큼 배우들도 새로운 비주얼과 연기를 선보인다. 변신에 능한 설경구는 '병수' 역을 맡아 극한의 체중 감량에 나서 특수분장 없이도 본인보다 10살 많은 모습으로 스크린에 등장한다. 현실과 망상을 오가며 겪어야 하는 혼돈을 순간적인 눈빛 변화만으로 표현해내기도 했다. 예측할 수 없이 시시각각 변하는 설경구의 눈빛 연기는 감탄을 자아낸다.김남길은 살을 찌웠을 때 섬뜩함이 배가되는 얼굴이라고 생각한 원신연 감독의 주문에 14㎏이나 몸을 불렸다. 외형뿐 아니라 미세한 감정의 줄타기를 하는 어려운 역할을 김남길은 능란하게 소화했다. 오달수는 개성 만점 캐릭터 연기의 진수를 선보인다. '병만'역을 맡아 단순한 웃음이 아니라, 웃음으로 시작해서 팽팽한 긴장감으로 분위기가 반전되는 연기로 관객의 몰입을 이끈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사진/쇼박스 제공

2017-09-06 민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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