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미시네

 

[텔미시네]공조

남북최초 공조수사 내용… 도심 추격신 몰입감 최고배우들 열연 불구 반전없는 올드한 구성 아쉬움■감독 : 김성훈■출연 : 현빈, 유해진, 김주혁, 장영남, 임윤아■개봉일 : 1월 18일■액션/125분/15세 이상 관람가북한 특수공작원 역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 '의형제'의 강동원, '용의자'의 공유 등 당대 최고 남자배우의 전용 캐릭터로 자리잡아 가는 추세다. 톱스타로서의 무게감이 여전한 배우 현빈이 이런 추세에 올라타 최근 '럭키'로 70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배우 유해진과 스크린에서 만났으니 기대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영화 '공조'는 위조지폐 동판을 탈취한 내부세력으로부터 아내와 동료들을 잃은 북한 특수정예부대 출신 형사 림철령(현빈)이 남한으로 숨어든 조직 리더 차기성(김주혁)을 잡기 위해 사상 최초의 남북 공조수사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북한의 속내가 의심스러운 남한 측은 차기성을 먼저 잡기 위한 작전을 계획하고 정직처분 중인 남한형사 '강진태(유해진)'에게 공조수사를 위장한 감시를 지시한다.서사는 송강호와 강동원이 선보인 영화 '의형제' 속 남북공조와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이념이 주는 무거움이 줄고 액션이 늘어난 만큼 두 주연의 호흡은 나쁘지 않다. 주연 뿐 아니라 김주혁, 장영남, 임윤아 등 조연 배우들 역시 이름값에 부끄럽지 않은 절륜한 연기를 선보이며 시나리오 이상의 결과물을 뽑아낸 것으로 보인다.특히 현빈과 이동휘가 벌이는 도심 내 추격신은 일상적 장소라 생각 들지 않는 속도감으로 숨 쉴새 없는 몰입감을 보여준다. 자동차와 와이어, 심지어 휴지 등 액션의 소재도 다양하다. 배우들의 연기호흡이 매끄럽다 보니 웃음을 주는 장면도 자연스럽다.그러나 문제는 각 신의 연결이다. 쉽고 직관적인 시나리오를 연기 잘 하는 배우들이 부족함 없이 열연을 펼쳤지만 긴박한 액션과 완급조절을 위한 코믹, 감동코드를 연결 시키는 신의 구성이 올드하다. 일체의 반전이 없다 보니 포인트가 될 장면들이 중요한데, 코믹과 액션 모두에서 그럴만한 소재를 갖추고 있음에도 이를 비중있게 살리지 못한 느낌을 준다.캐릭터들의 설정이 흔들리는 것도 문제다. 삼합회 밀수꾼에겐 싸울 의지조차 드러내지 못하며 농락을 당하던 남한 형사 강진태가 권총 없이 흉기를 든 조선족 폭력배 예닐곱 명을 너끈히 제압하는 장면은 억지스러워 관객의 의아함을 자아낸다. 물론 극의 흐름상 강진태가 그 장소에서 큰 타격을 받는 것도 어색하지만, 조선족들에 의해 위기를 맞은 강진태의 코믹한 모습을 강조하려는 욕심에 캐릭터를 벗어난 장면을 배치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2017-01-11 권준우

[텔미시네]너의 이름은

동북아 열풍 일으킨 신카이 마코토 신작동일본 대지진 모티브 동화같은 이야기록밴드 래드윔프스 OST 애절함 더해■감독 : 신카이 마코토■출연 : 카미키 류노스케, 카미시라이시 모네, 나리타 료■개봉일 : 1월 4일■애니메이션/106분/12세 이상 관람가일본에서 1천640만 관객을 동원하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어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2위를 기록한 메가 히트작이다.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등을 연출,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이을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으로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다.영화는 1천년 만에 혜성이 접근하면서 벌어지는 꿈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시골 마을에 살며 도쿄를 동경하던 소녀 미츠하는 어느 날 도쿄에서 생활하는 소년 타키의 몸으로 깨어나 하루를 보낸다. 꿈인 줄 알았던 하루는 이후에도 반복됐고, 나중에 알고 보니 타키도 미츠하의 몸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이런 생활에 서서히 익숙해지던 중 타키는 어느 순간부터 미츠하의 몸으로 깨어나지 않게 된다. 미츠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을 직감한 타키는 미츠하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SF와 청춘 로맨스가 혼재된 이 동화 같은 이야기는 놀랍게도 지난 2011년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대재앙을 앞둔 청춘들을 통해 '사람들의 인연은 모두 이어져 있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던진다.'너의 이름은'은 동북아시아 전체에 열풍을 불러일으킬 조짐이다. 앞서 개봉한 중국에서는 3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국내에서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며 예매율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1분 만에 좌석이 매진될 정도였고, 수입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감독 내한 상영회가 성사되기도 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사랑받는 이유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 재기 넘치는 소재는 물론 배경과 색채, 명암을 통해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영상미를 구축한 데 있다. 특히 그는 배경에 많은 공을 들이는 감독으로 유명한데,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은 모두 일본에 실재하는 장소를 직접 선정해 그려 현장감과 몰입도를 높였다. 일본에서는 영화 개봉 후 배경으로 등장한 지역을 찾아가는 '성지순례'가 유행할 정도였다.일본 인기 록밴드 래드윔프스가 담당한 음악 역시 상당히 공을 들인 작품이다. 대본 완성 직후부터 시작해 22곡의 OST가 만들어지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완성된 음악과 어울리게 장면 연출을 바꾸기도 했다. 장면의 전환과 너무나도 잘 어우러지는 음악은 극중 주인공들의 애절함과 발랄함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하는 매개가 된다./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2017-01-04 권준우

[텔미시네]여교사

소소한 사건 속 인물간 욕망의 소용돌이 주목다양한 장르 배경음악 '감정의 뒤틀림' 최대화■감독 : 김태용 ■출연 : 김하늘, 유인영, 이원근 ■개봉일 : 1월 4일 ■드라마/96분/청소년 관람불가스크린의 막이 열리고 배우 김하늘의 모습이 화면을 채운다. 교정을 걷는 배우의 모습이 눈에 익숙하다. 당장이라도 발랄한 표정을 지으며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를 외칠 것 같지만 화장기없는 얼굴, 수수한 옷차림의 그녀에겐 어떠한 표정도 없다. 이번 작품에서 그가 연기한 '여교사' 효주를 3단어로 표현하면 절망감, 무력감, 그리고 열등감이다.영화에는 두 명의 여교사가 등장한다. 마치 빛과 그림자처럼 대비되는 관계다. 진급을 기다리는 기간제 여교사 앞에 갑자기 나타난 정교사 혜영, 재단 이사장의 딸인 데다 젊고 매력 있고, 심지어 성격도 밝다. 그녀가 갖고 태어난 특혜와 이에 이끌려 쏟아지는 주변의 관심은 너무 빛이 나서 대척점에 선 효주를 더 깊은 그림자로 몰아 넣는다.그러나 효주의 어둠을 혜영이 만들었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혜영을 만나기 전부터 효주의 삶은 무기력하고 무미건조하며 절망적이다. 출산의 자유마저 기간제 계약서류 한 장에 빼앗긴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영악한 아이들은 '진짜 교사'가 아닌 효주를 무시한다.되려 시각에 따라 혜영은 효주를 어둠에서 꺼내줄 수 있는 매개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허나 이를 용납하지 않은 건 효주의 열등감이다. 모든 게 우울한 효주의 세계관에서 혜영은 존재할 수 없는, 존재해선 안 될 자신과 너무나 다른 인물이다. 돈도 외모도 다 가졌으면서도 효주의 눈길을 끌던 제자 재하의 애정까지 차지하려는 용납 못할 대상일 뿐이다. 결국 효주는 그녀에게 자신과 같은 절망감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그녀를 자신의 위치로 끌어내리려 한다.김태용 감독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생존을 위해 무언가를 포기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영화 여교사를 통해 생존을 위해 자존감을 포기한 여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말답게 영화는 소소한 사건들 속에서 생겨난 각 인물들의 감정과 욕망의 소용돌이에 주목한다.배우 김하늘은 '로망스',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 다른 교사 역과 여타 방송활동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연기를 보여준다. 라틴, 탱고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통해 인물들의 심리갈등을 극대화한 배경음악도 학교라는 밋밋한 공간 속 감정의 뒤틀림을 최대화한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사진/필라멘트픽쳐스 제공

2016-12-28 권준우

[텔미시네]씽(SING)

일루미네이션 섬세한 표현력 볼거리…초호화 성우들 캐스팅골든 글러브 시상식2개 부문 노미네이트심심한 스토리 아쉬워■감독 : 가스 제닝스■출연 : 매튜 맥커너히, 리즈 위더스푼, 스칼렛 요한슨, 태런 에저튼■개봉일 : 12월 21일 ■뮤지컬·애니메이션/108분/전체 관람가애니메이션 영화의 성우진 치곤 지나치게 거창하다. '인터스텔라'의 매튜 맥커너히, '킹스맨'의 태런 에저튼, 대표작을 꼽을 필요가 없는 배우 스칼렛 요한슨까지 면면이 살벌하다. '슈퍼배드', '미니언즈' 등 연이은 성공가도를 걸어온 일루미네이션의 신작이라고 해도 살짝 과하다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그러나 영화를 보면 묘하게 이해가 된다. 전체 관람가답게 영화의 스토리는 복잡하지 않다. 극 중 극장주 버스터 문이 오디션을 통해 뽑은 신인들에게 극장의 사활을 맡기듯, 러닝타임 중 가장 힘이 실리는 부분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공연장면이다. 이 부분이 시원찮으면 영화도 힘을 잃는다. 하지만 이들은 해냈다. 초호화 성우들이 직접 부른 노래들은 마치 명배우들이 노래를 실컷 하는 장면을 보이고 싶어 영화에 출연한 것 같은 엉뚱한 상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영화의 즐거움은 배우들이 선사하는 64곡의 팝송이다. 비틀즈의 명곡 'Golden Slumber'로 시작해 칼리 레이 젭슨의 'Call me Maybe', 씰의 'Kiss From A Rose',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 등 귀에 익은 명곡이 극의 흐름을 수놓는다.천부적 목소리를 가진 고릴라 조니를 연기한 태런 에저튼이 직접 부른 노래는 대역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놀라움을 준다. 그 뿐 아니라 25명의 새끼돼지를 키우는 슈퍼맘 로지타로 등장한 리즈 위더스푼, 고슴도치 애쉬를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 등 모든 배우가 무대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파워풀한 가창력을 갖고 있음에도 무대 공포증 때문에 좌절을 겪는 코끼리 미나는 '아메리칸 아이돌9' 출신 가수 토리 켈리가 연기했다.'씽'에서만 들을 수 있는 오리지널 곡들도 있다. 애쉬가 부른 'I don't wanna'와 'Set it All Free'가 대표적이다. 이를 인정받아 영화는 제74회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 부문과 주제가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일루미네이션만의 섬세한 표현력도 볼거리다. 어항 속에서 노래 부르는 새우부터 마이크 위에 올라가 노래를 부르는 달팽이 등 다양한 동물들의 등장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각 동물의 특징을 극 진행과 연계한 점도 웃음 포인트다.다만 갈등구조가 지나치게 축약된 스토리는 다소 심심하다. 오디션에 몰린 다양한 동물들의 무대가 너무 흘러가듯 지나가 버린 부분도 못내 아쉽다. 그럼에도 본격적 공연이 펼쳐지는 영화의 후반 30분은 그간의 지루함을 날리는 폭발적인 힘을 보여 준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사진/UPI코리아 제공

2016-12-14 권준우

[텔미시네]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원작자 기욤 뮈소, 김윤석 열렬 팬30년전으로 시간여행 남자이야기내적갈등·딜레마 관객에 감정이입■감독 : 홍지영■출연 : 김윤석, 변요한, 채서진■개봉일 : 12월 14일 ■드라마·판타지/111분/12세 이상 관람가배우 김윤석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다. 적어도 프랑스의 로맨스 장인 기욤 뮈소가 봤을 때는 그렇다. 기욤 뮈소는 영화 '추격자'에서 김윤석이 보여준 박진감과 애절함이 넘치는 연기를 보고는 그의 열렬한 팬이 됐다. 때문에 자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주연배우로 김윤석이 낙점됐을 때 기욤은 "그라면 믿을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고 한다.영화는 시간 여행을 통해 30년 전으로 돌아간 남자의 이야기다. 의료 봉사활동 중 한 소녀의 생명을 구한 의사 수현은 소녀의 할아버지로부터 신비로운 알약 10개를 받고 30년 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번의 기회를 얻는다. 그는 당시 사고로 세상을 떠난 연인 연아의 목숨을 구하려 한다. 그러나 그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연아의 목숨을 구해 그녀와 맺어진다면 역사가 크게 바뀌어 현재의 딸은 세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는 연인의 목숨을 구함과 동시에 딸을 지키기 위해 그녀를 떠나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이런 딜레마는 배우 변요한이 연기한 과거의 수현에게도 비껴가지 않는다. 불현듯 나타난 미래의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을 알리곤 그녀와의 결별을 종용한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지만 연인의 생명을 위해 이를 외면할 수도 없다.기욤 뮈소의 원작 그대로 영화는 내적 갈등과 딜레마, 이로 인한 고뇌로 가득 차 있다. 사랑을 위해 다 내던지는 게 아니라 지금 살아가는 현재의 순간도 지켜야 한다. 감정이입이 될수록 골머리를 앓게 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김윤석이 가진 투박하고 절절한 연기는 정답이다. 관객을 딜레마의 상황 속으로 끌어들이며 함께 고뇌하게 하고 공감하게 한다.젊은 수현을 연기한 변요한 역시 지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사랑에 빠진 젊은이가 보여줄 수 있는 복합적인 감정들을 눈빛으로 쏟아낸다. 한 주인공을 2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만큼, 두 배우의 역량이 함께 버무려지는 느낌이 일품이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16-12-07 권준우

[텔미시네]라라랜드

'위플래쉬' 감독 신작 뮤직 로맨스세계유수영화제 올해 화제작 꼽혀 엠마스톤 열연 음악영화 열풍예고■감독 : 다미엔 차젤레■출연 : 라이언 고슬링, 엠마 스톤■개봉일 : 12월 7일 ■드라마·뮤지컬/126분/12세 이상 관람가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 서로의 무대를 완성해가는 배우 지망생과 재즈 피아니스트를 통해 꿈을 좇는 청춘의 열정과 사랑을 그린 뮤직 로맨스이다. 지난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위플래쉬'의 감독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신작이다.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관심을 집중시킨 이 영화는 제73회 베니스영화제 개막작 선정과 여우주연상 수상, 제41회 토론토영화제 관객상 수상, 제52회 시카고 영화제 개막작 선정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올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손꼽혔다.명불허전의 감상평도 뒤따랐다. 특히 오프닝 장면은 역대급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꽉 막힌 LA 고속도로 위에 음악이 퍼지기 시작한다. 색색깔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나 자동차 위에 올라가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한다. 유쾌하고 황홀한 뮤지컬이 거의 5분간 이어지며 보는 이들의 시선을 완벽하게 사로잡는다. 실제 LA의 고속도로에서 촬영된 이 장면은 3개월 간의 사전 연습과 무한 반복되는 리허설을 거쳐 단 한 번의 촬영으로 완성했다. 38도에 가까운 무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댄서들의 열정이 만들어낸 인상적인 장면이다.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이 주연을 맡고, '위플래쉬'의 J.K. 시몬스와 R&B 소울의 대가 존 레전드가 출연과 OST에 참여해 '비긴 어게인', '위플래쉬'를 잇는 또 한 편의 음악영화 열풍을 예고하고 있다. 12월 7일 2D와 IMAX, ATMOS 버전으로 전 세계 최초 개봉한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사진/판시네마 제공

2016-11-30 민정주

[텔미시네]미씽: 사라진 여자

'유괴 당한 엄마의 비통함' 왜곡된 시선명확한 선악구조 비틀고 신파 강요안해■감독 : 이언희 ■출연 : 엄지원, 공효진, 김희원, 박해준■개봉일 : 11월 30일 ■미스터리/100분/15세 이상 관람가엄마는 강하다. 자식을 위해서라만 궂은 일, 더러운 일, 설령 위험한 다리라도 주저 없이 건너는 것이 엄마다. 자식의 부모 사랑과는 다른 차원의 헌사다. 합리와 형평성의 잣대로는 평가할 수 없는 애정을 기반했기에 가능한 일이다.그러나 엄마의 무조건적 희생을 가능케 하는 건 역시 사랑이고, 그렇기에 이는 결코 타의에 의해 이뤄질 수 없다. '엄마는 강하다'는 경험적으로 성립되는 논리일 수 있으나 '엄마라면 당연히 모질게 희생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타인의 잣대는 대단히 폭력적이고 비논리적일 수 있다.'미씽: 사라진 여자'는 이런 모성을 주제로 한다. 남편과 이혼한 후 홀로 힘겹게 아이를 키우는 엄마 지선은 아이를 위해 돈을 벌면서도 그 때문에 육아에 충실할 수 없어 결국 중국인 보모 한매를 고용한다. 아이와 급격히 친해진 한매의 모습에 지선은 그녀를 친 가족처럼 의지하고, 집은 이빨 빠진 퍼즐이 채워진 것처럼 점차 안정을 찾아간다.그러던 어느 날 한매와 딸이 갑자기 사라졌다. 유괴가 의심되는 상황, 그러나 영화는 '그놈 목소리(2007)' 같은 '억장이 무너지는 신파'로만 극을 이끌진 않는다. 지선의 다급한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뜻밖에도 딸을 잃은 어머니의 비통함을 외면한다. 이혼과 동시에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지선은 전 남편과의 법적 공방을 통해 아이의 친권을 빼앗길 처지에 놓여 있었다. 재판부가 아이를 아버지 측에 보내라고 판결한 상황에 아이가 사라졌다. 의심의 화살은 자연스레 아이를 잃은 엄마를 향했다.여감독과 두 여주인공의 조합이 낳은 결과인지 영화는 여성을 향한 세상의 왜곡된 시선을 그대로 담고 있다. 친권 소송 당시 재판부는 그녀에게 자신의 모성애를 끊임없이 증명할 것을 계속 요구하지만, 친부에겐 애정에 관한 어떠한 질의도 없이 단지 경제력만을 잣대로 간단히 양육권을 넘긴다. 딸을 위한 지선의 희생과, 딸을 잃은 비통한 마음은 외면된 채 세상은 지선에게 아이를 훌륭한 환경에서 키우지 못한 모성애 없는 엄마라는 낙인만을 남긴다.영화의 후반부는 딸을 찾기 위해 '강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이며 말 그대로 '모든 일을 가리지 않는' 지선의 모습이 그려진다. 자식을 위해 뭐든 할 수 있다는 말이 때론 섬뜩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렇다고 명확한 선악 구조는 아니다. 모성의 감정은 한매에게서도 찾을 수 있고, 영화가 진행될수록 관객은 대치된 두 여주인공의 입장에 모두 공감하는 아노미 상태에 빠진다. 결국 나쁜 건 세상이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2016-11-23 권준우

[텔미시네]신비한 동물사전

해리포터 팬 위한 '헌정'… 스토리텔링 건재마냥 귀엽지만은 않은 동물들 시각적 즐거움 5부작 시리즈의 첫편 '입문서 역할' 꽉찬 내용■감독 : 데이빗 예이츠■출연 : 에디 레드메인, 캐서린 워터스턴, 댄 포글러■개봉일 : 11월 16일 판타지/132분/12세 이상 관람가해리포터 시리즈 팬들을 위한 '헌정'이다. 마법 지팡이가 향하는 대로 극을 매끄럽게 이끌어가는 J.K.롤링의 스토리텔링은 여전히 건재하다. 해리포터가 태어나기 수십 년 전인 1926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해리포터 시리즈가 담고 있는 불관용과 관용의 충돌, 폐쇄와 개방 사이의 딜레마 등 롤링 특유의 정서는 그대로 이어지며 속편으로서의 매력을 한껏 표출한다.시리즈를 접하지 않은 관객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댄 포글러가 연기한 '제이콥'의 존재가 그것을 가능케 했다. 영화의 2번째 신부터 등장하는 그의 시점에 따라 극의 흐름을 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색다른 재미다. 제이콥은 '노마지', 즉 마법사가 아니라 일반인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자신과 다름 없는 그의 모험에 자연스레 눈길이 쏠린다.퇴역군인이자 통조림 공장에서 무미건조한 삶을 보내던 제이콥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직접 만든 빵을 가죽 가방에 담아 은행을 찾는다. 하지만 아무런 담보도 없는 그에게 은행 문턱은 높기만 했고, 낙담하던 찰나에 뉴트를 만나 실수로 가방이 바뀌면서 그는 마법 세계를 처음 본 관찰자이자 동료로서 모험에 발을 들인다.영화의 백미는 가방 속 세상이다. 신비한 동물을 찾아 전 세계를 떠도는 뉴트는 동물들을 보호하고 연구하기 위해 잡은 동물들을 가방에 넣어 뒀는데, 엄청난 크기의 가상공간으로 연결된 가방 속은 관객들에게 마치 동물원을 구경하는 듯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예능 프로그램의 방청객 처럼 탄성과 놀람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제이콥의 존재는 관객의 감정이입을 불러내면서, 마냥 귀엽지 만은 않은 신비한 동물들에 대한 호감을 자연스레 심어준다. 영화는 새로운 시리즈의 첫 편이자 입문서 역할을 하고 있다. 등장만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신비한 동물들, 일반사회와의 관계를 놓고 벌이는 마법 세계의 갈등 등 보여준 내용보다 앞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용이 훨씬 많다.애초 3부작을 예고한 롤링은 지난달 13일 팬미팅에서 이번 시리즈를 5부작으로 변경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쓰다 보니 집필에 점점 탄력을 받는다는 게 이유다. 개봉 편수가 늘었음에도 영화는 한 번 관람에 소화가 힘들 정도로 많은 내용이 꽉 채워져 있다. 관객 입장에선 5부작 연장 소식이 무척이나 반갑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2016-11-16 권준우

[텔미시네]가려진 시간

동굴서 사라졌다 어른으로 돌아온 그멈춰버린 시·공간 특수성 '영화 백미'10대초반 감수성 맞춤옷 입은듯 몰입■감독 : 엄태화■출연 : 강동원, 신은수, 이효제■개봉일 : 11월 16일 ■판타지·드라마/129분/12세 이상 관람가애정인지 우정인지 모를 순수한 사랑, 하염없는 기다림과 무조건 적인 믿음…. 엄태화 감독의 신작 '가려진 시간'을 관통하는 키워드들이다. 모처럼 만의 판타지 멜로 영화다. 세상이 각박하고 어지러운 탓일까, 엄 감독의 이런 순수성은 그 자체만으로 현실에서 찾아볼 수 없는 판타지 요소다. 어찌 보면 마법이 난무하고 외계 생명체와 싸움을 벌이는 것보다도 더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아름답다.영화의 주역은 아이들이다. 엄마를 잃은 후 새 아빠와 화노도로 이사를 온 수린은 보육원에서 자란 성민과 만나 둘만이 해석할 수 있는 암호로 추억을 쌓아간다. 둘은 친구 태식, 재욱과 함께 폭파 공사가 진행될 터널 공사장으로 놀러 가던 중 어린 아이가 간신히 통과할만한 좁은 입구의 동굴을 발견하고 이끌리듯 안으로 들어간다. 안에는 묘한 빛을 내는 알 모양의 돌이 있었고, 호기심이 생긴 아이들은 이 돌을 꺼내 만져보고, 결국 깨 본다. 아무런 변화도 없는 듯했지만 밖으로 나온 수린이 잠깐 눈을 돌린 사이 친구들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경찰이 수사에 나서지만 추적에는 난항이 잇따른다. 수린은 친구들과 함께 겪은 '진실'을 줄줄이 늘어 놓지만 경찰과 어른들은 평소 수린이 귀신과 유체이탈 등 자신만의 공상에 빠져 지냈다며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러다 며칠 뒤 수린에게 자신이 성민이라 주장하는 한 남자가 다가온다. 수린은 둘만의 비밀 암호를 통해 멈춰진 시간 속에서 어른으로 자랐다는 성민의 말을 믿지만 경찰은 성민을 실종사건의 용의자로 단정하고 추적에 나선다.영화의 백미는 멈춰버린 시공간의 특수성이다.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다. 집에서 TV를 보던 부모님도, 담벼락에서 뛰어 내리던 고양이도 멈춰 있는 공간이다. 들리는 것은 오직 친구의 목소리 뿐이다. 비현실적 상황을 맞은 아이들이 이곳 저곳에서 보이는 독특한 행동들은 관객들에게 판타지적 요소와 시각적 즐거움을 전달하지만, 이내 아이들에게 찾아오는 건 공포에 가까운 스산함과 지독한 권태로움이다.왜 시작됐는지, 언제 끝날 건지도 모를 이 고착은 외로움에 익숙할 법한 성민에게도 대단히 가혹하다. 그의 정신을 붙잡아 준건 오직 수린을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였다. 그러나 그렇게 간절히 염원하던 현실 세계로 돌아온 성민의 진심은 상식의 탈을 쓴 편견과 오해 속에서 당연한 듯 거짓으로 치부된다.관객들이 상식적 거짓을 뒤로하고 비현실적 진실을 지지하도록 이끄는 건 배우 강동원의 매력이다. 30대 중반의 나이로 갓 스물의 비주얼과 10대 초반의 감수성을 연기한 그는 자신의 이름값에 걸맞게 맞춤옷을 입은 듯 몰입감 있는 연기를 펼친다. 자극이 대세인 최근 영화판에서 그가 보여주는 순수의 마력은 전통적이면서도 되려 새롭게 느껴진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쇼박스 제공/쇼박스 제공

2016-11-09 권준우

[텔미시네]무한대를 본 남자

지나친 영특함은 독이되기도 한다.숫자의 세계보다 훨씬 복잡한 '차별의 세상'에서 기득권 밖에 있는 사람이 기득권층보다 더 능력을 가졌을때 기득권층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감독 : 맷 브라운■출연 : 데브 파텔, 제레미 아이언스■개봉일 : 11월 3일 ■드라마 / 108분 / 12세 이상 관람가'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지적인 빼어남이 이성적 매력으로까지 연결되는 시대다. '똑똑함'은 인류가 농경시대와 봉건시대를 벗어난 이래 개인의 지위를 결정지을 수 있는 수단이자, 다른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무기 역할을 해 왔다. 능력을 가진 자가 존중받고 대접받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순리다.그러나 지나친 영특함은 독이 되기도 한다. 신분제라는 전혀 영특하지 못한 제도 아래에서, 특히 그 중 하층민으로 취급되는 사람에게 깃들수록 더욱 그렇다. 지적 능력은 자신을 구원할 열쇠가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땡볕 아래 돋보기 처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부조리함을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하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의 실제 주인공인 인도 출신 수학자 '라마누잔'의 삶도 그랬다. 그는 19세기 말 식민지배를 받는 나라에서 태어나 그 중에서도 최하층 계급으로 분류돼 빈민가를 전전하며 살았다.라마누잔은 천재였다. 그의 천재성을 발견한 것은 영국 왕립학회의 괴짜 수학자 하디 교수였다. 교수의 도움으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 건너간 라마누잔은 비로소 그의 천재성을 발휘하며 '제2의 뉴턴'이라 칭송받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실화에 입각한 영화는 기득권 밖에 있는 사람이 기득권 층보다 더 큰 능력을 가졌을 때 기득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단지 식민지인에 불과한 인도인 라마누잔에게 쏟아진 것은 영국 학자들의 지독한 시기와 편견이었다. 숫자의 세계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힌 차별의 세상에서 라마누잔을 지탱해준 건 수학에 대한 열정을 공유한 멘토 하디 교수였다. 때문에 영화는 라마누잔의 놀라운 능력과 함께 둘 사이에 싹트는 우정에 주목하며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갈등구조를 잔잔하게 풀어간다.그러나 실제 모델인 라마누잔이 너무도 뛰어난 탓일까? 시종일관 튀어나오는 그의 천재성과 공식들은 설명 없이 간결하면서도 대단히 복잡해서 일반 관객들이 이해하긴 어렵다. 영화라는 매체의 한계일 순 있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관객의 논리적 추론이 영화를 따라가지 못하게 하는 거친 연출이 아쉽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사진/ 판시네마 제공

2016-11-02 권준우

[텔미시네]닥터 스트레인지

화려한 그래픽 압도… 첫 시리즈 성공적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시크함·유머 매력■감독 : 스콧 데릭슨■출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레이첼 맥아담스, 틸다 스윈튼■개봉일 : 10월 26일■액션·판타지 / 115분 / 12세 이상 관람가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을 기다렸던 열성팬처럼, 히어로 무비 팬들에게 마블의 신작 '닥터 스트레인지'는 '당연히 봐야 할 영화'다. 이런 영화에 고정된 흥행이 뒤따르는 것은 예견된 일이지만, 닥터 스트레인지가 단독 시리즈로도 명성을 누리고 있는 히어로 선배들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닥터 스트레인지'는 여러 의미로 기존 히어로 무비와 결이 약간 다르다. 기존 시리즈에선 볼 수 없었던 마법을 주 무기로 하고 있는데다, 원작을 놓고 봐도 여타 마블 히어로들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을 가진 영웅을 다뤘다. '셜록'을 통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배우인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특유의 시크함과 유머코드로 매력을 발산한다.영화는 천재 신경외과 전문의인 닥터 스트레인지가 자동차 사고로 의사 생명을 잃고, 재활을 위해 찾아간 네팔 카트만두에 있는 카마르-타지에서 어둠의 세력에 맞서온 절대자인 에이션트 원을 만나 힘을 전수받으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불을 뿜고 번개를 날리는 1차원적 마법이 아니라 시공간을 뒤틀고 유체를 넘나드는 등 영화적 기술이 구현할 수 있는 대부분의 볼거리를 총망라하고 있어 눈과 귀가 즐겁다.영화에 드는 의구심은 2가지로 압축된다. '과연 시리즈물을 보지 않은 관객도 사로잡을 수 있을까'와 '새로운 히어로가 독립된 시리즈와 어벤저스에서 어느 정도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가 그것이다.첫 번째 의구심에 대해 '닥터 스트레인지'는 꽤 만족스러운 성과를 보여준다. 새로운 히어로의 첫 시리즈인데다 영화 '인셉션'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그래픽에 뒤틀린 시공간을 적절히 활용하는 영화적 아이디어가 더해져 탄성을 자아내는 장면들이 넘쳐난다.그러나 두 번째 의구심인 독립된 시리즈로서의 성공과 어벤저스 안착에 대해선 물음표가 남는 게 사실이다. 영화는 비록 새로운 소재와 주인공을 다루고 있지만 '특이한 경력을 가진 인물이 위기를 겪던 중 기연을 얻어 히어로의 힘을 얻고, 이를 활용해 적을 물리친다'는 마블의 전형적 서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아이언맨' 등 인기 시리즈물이 가진 흥행 포인트인 매력적 조연과 주인공의 고뇌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이미 수많은 히어로가 포진하고 있는 어벤저스에서도 특별한 힘을 가진 조력자 역할에 그치지 않을까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내후년에 개봉할 어벤저스의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지만 현재로선 많은 분량을 차지하긴 어려울 듯하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2016-10-26 권준우

[텔미시네]걷기왕

선천적 멀미증후군 여고생 '만복' 경쟁사회 향한 유쾌한 반란'담임' 김새벽 코믹연기에 준비된 신예들 총출동 기대감 높여■감독 : 백승화■출연 : 심은경, 박주희, 김새벽, 허정도, 윤지원■개봉일 : 10월 20일 ■드라마/93분/12세 이상 관람가여고생 만복은 선천적 멀미증후군 때문에 세상의 어떤 교통수단도 탈 수 없다. 그래서 오직 두 다리로, 왕복 4시간 거리의 학교를 오간다. 만복의 사연을 들은 담임 선생님은 그녀에게 딱 맞는 운동을 추천한다. '경보'다. 공부는 싫고, 운동은 쉬울 것 같아 시작했는데, 뛰는 것도, 걷는 것도 아닌 것 같은 경보를 통해 좌충우돌하며 의지와 기쁨을 찾는다. 백승화 감독은 "'청춘이니까 더 열심히 뛰어!' 라는 충고가 아닌, 조금은 느리고 가끔은 미끄러지기도 하는 지금 너의 모습도 괜찮다고 응원과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했다.만복 역의 심은경은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며 무한 경쟁 사회를 향한 유쾌한 반란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오랜만에 고등학생 연기를 선보인 그녀는 "학생 역을 다시 맡게 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을 수 있을 정도로 욕심나는 작품이었기에 선택했고, 10대 연기를 통해 오히려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도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배우 김새벽은 '담임 선생님' 역을 맡아 거침없는 코믹연기를 선보인다. 자기계발서를 극단적으로 신봉하고 꿈과 열정을 지나칠 정도로 강조하는 '담임' 캐릭터와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쿨하고 시크한 육상부 선배 '수지' 역은 박주희가 맡았다. 영화 '마녀', '거인' 등 2009년부터 크고 작은 영화에서 실력을 다져온 준비된 신예다. 여기에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 '판타스틱' 등 드라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인 윤지원, 6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연극 '렛미인'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알린 안승균, 인기 그룹 'FT아일랜드'의 멤버에서 첫 영화 연기에 도전한 이재진까지, 충무로의 가장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한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CGV아트하우스 제공

2016-10-19 민정주

[텔미시네]럭키

킬러-무명배우 뒤바뀐 삶 전형적 전개두개의 이야기축 나눠 편안한 웃음 선사■감독 : 이계벽■출연 : 유해진, 이준, 조윤희, 임지연■개봉일 : 10월 13일■코미디/113분/15세 이상 관람가신 스틸러(scene stealer)는 독특한 개성과 출중한 연기력으로 주연에게 향하는 시선을 말 그대로 '훔쳐가는' 조연을 뜻한다. 연기력이 자부심인 배우들에게 이는 최고의 찬사다. 관객들은 스크린에서 이들의 활약을 눈으로 쫓기 바빴고, 자연스레 신 스틸러들의 활약 정도는 영화의 흥행성적과 곧바로 이어졌다.'신 스틸러=흥행'의 구도가 공식화되자 영화계는 마치 열풍처럼 이들을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깨가 무거웠던 탓일까. 포커스 변두리에선 미칠듯한 존재감을 뽐내던 이들이 자신에게 집중된 카메라 앞에서는 영 맥을 못 췄다. '천만요정' 오달수 주연의 '대배우'가 그랬고, 영화 해운대를 천만 반열에 입성시킨 김인권이 주연으로 나선 '약장수'도 마찬가지였다. 반복된 흥행실패는 어느새 관객들 뇌리에 '신 스틸러 주연의 영화는 재미없다'는 공식을 심어놓기에 이르렀다.여기에 이계벽 감독은 하나의 카드를 던진다. 영화계의 대표적 신 스틸러인 유해진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단독이 아닌 배우 이준과의 공동주연이라는 묘수를 꺼내 든 것이다.결론부터 말하면 대성공이다. 두 명의 주연을 중심으로 두개의 축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영화가 유해진 한 명에 의존한다는 느낌을 자연스레 지워준다. 그러면서도 주연에 걸맞은 분량을 확보한 신 스틸러 유해진은 아예 하나의 신이 아니라 필름 전체를 '싸그리' 훔쳐버렸다.영화의 내용은 꽤 단순하다. 성공률 100%의 명성으로 부와 실력을 갖춘 킬러와 자살을 결심했던 무명배우가 우연한 기회로 삶이 뒤바뀐다. 기억을 잃은 킬러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해 고분분투하고, 목을 매려던 옥탑방에서 킬러의 펜트하우스로 거처를 옮긴 무명배우는 어쩌다 킬러의 과업까지 떠맡으며 혼란을 겪는다. 코미디라는 장르를 떠나서도 영화의 전개는 대단히 전형적이다. 풀려야 할 갈등은 저절로 풀리고 끝나야 할 싸움은 시간이 지나며 끝난다. 뒤통수가 얼얼한 반전의 묘미는 사실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그러나 냉혹한 킬러가 기억을 잃고 자신을 무명배우라 착각하며 살아가는 그 반전의 삶은 배우 유해진에게 최고의 놀이터를 제공했다. 극 중 인물의 달라진 인격과 변해가는 성격에 따라 유해진은 매번 새로운 사람처럼 새로운 신을 연거푸 훔쳐내며 관객의 눈을 계속 사로잡는다. 그러다 보니 심심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해지고, 소소한 상황에도 웃음이 터진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대도' 유해진의 다재다능함이 역시나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공동주연 이준의 존재감마저 훔쳐갔다는 점이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쇼박스 제공

2016-10-12 권준우

[텔미시네]그물

김기덕 감독 22번째 작품 '착한 연출'남북경계선 넘은 북한 어부의 이야기■감독 : 김기덕 ■출연 : 류승범, 이원근, 김영민■개봉일 : 10월 6일 ■드라마 / 114분 / 15세 이상 관람가올 한해,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 신세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영화는 '곡성'이다. 무언가를 잘못했기에, 말 못할 금기를 범했기에 선택된 것이 아니라 별 이유 없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드리운 낚싯바늘에 하필 내가 걸렸기에 불행이 찾아든다는 서사는 큰 힘 앞에 속수무책으로 던져진 인간상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김기덕 감독의 22번째 신작 '그물'도 비슷한 서사를 다루고 있다. 곡성의 불가항력이 한 인간과 그를 넘어선 영적 존재 간의 차이로 빚어진 현상이라면, 그물에선 불가항력을 선사하는 주체가 국가적 폭력으로 대체됐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그러나 관객이 느낄 소스라침의 농도로 봤을 때 영화 '그물'에서 한 인간을 찢어발기고 내팽개치는 국가폭력의 잔혹함은 초자연적 악령으로 표현된 곡성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영화가 내포한 잔혹함이 특유의 '김기덕스러움'에서 기인한 것은 결코 아니다. 감독은 섹스와 폭력으로 대표되는 과한 묘사를 최대한 절제했고, 김기덕 영화로선 이례적으로 청소년도 관람할 수 있는 착한 연출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는 '그물'을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잔혹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고 자평했다.영화는 배가 고장나 의도치 않게 남북 경계선을 넘게 된 북한 어부 남철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강물을 따라 쓸려 내려왔을 뿐이지만 남측 조사관은 철우를 '간첩'이라는 틀에 맞춰놓고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한다. 철우의 괴로움은 아랑곳 없다. 조사관에게 이는 아무런 감정 없이 진행하는 하나의 절차일 뿐이다. 철우는 결국 입을 닫는다. 결국 철우는 간첩 혐의를 벗지만 국가가 가하는 폭력은 멈춰지지 않는다. 이어지는 건 회유의 탈을 쓴 사상의 강제주입이다. 철우는 "북으로 돌려보내 주시라요"라는 말을 반복하지만 회유의 수위는 점점 정신적 폭력에 가까워진다. 마치 '멍청아. 자본주의가 이렇게 위대한데 너흰 아무것도 모르니 그러고 있는거지'라고 말하는 듯하다.물론 북한의 억압적 삶에 비해 남한의 자유는 관객들에게 훨씬 설득력 있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철우가 남측 정부기관의 귀화 작전으로 명동 한복판에 강제로 놓인 상황에서 끝내 감은 눈을 뜨지 않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철우는 눈을 뜨지 않은 것에 대해 "보지 않아야 북측으로 돌아가 말할 것도 없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이는 그가 진정으로 두려워한 것이 남측의 강압적 태도가 아니라 돌아갈 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또 다른 국가적 폭력이라는 것을 시사한다.스크린에 다 담기지 않은, 앞으로 그 앞에 펼쳐질 또 다른 고행을 상상하면 이 영화는 김기덕 필모그라피 중 손꼽히게 잔혹한 작품이 맞다. 자본주의의 씁쓸한 뒷맛과 공권력이 부리는 초월적 폭력은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이데올로기 대립의 무서움을 다시금 상기시키기에 충분하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사진/NEW 제공

2016-10-05 권준우

[텔미시네] 아이 엠 어 히어로

탄탄한 만화 원작 현실감있게 스크린에 담아내선혈낭자 잔인한 액션… 루저의 영웅탄생 통쾌■ 감독 : 사토 신스케■ 출연 : 오오이즈미 요, 나가사와 마사미, 아리무라 카스미, 요시자와 히사시■ 개봉일 : 9월 22일■ 액션, 스릴러/127분/19세 이상 관람가국산 좀비(부산행)가 가자마자 일본산 좀비가 왔다. 해피엔딩을 향한 신파적 전개도, 인간애에 대한 깨달음도 없다. 반면 누가 봐도 청소년 관람 불가가 확실한, 선혈이 낭자한 액션만이 스크린에 가득하다.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는 전세계 60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하나자와 켄고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강력한 전염성을 지닌 좀비들이 무차별적으로 들이닥쳤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를 꽤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좀비로 변한 애인과의 만남, 롱테이크 거리신 등 인상적인 장면도 상당하다. 후반부의 하이라이트 원맨 액션도 압권의 박진감을 보인다.35세의 만화가 어시스턴트 히데오는 작업실에 틀어박혀 밤낮 만화를 그리며 등단을 꿈꾸지만 사실상 실업자나 다름없는 이른바 루저다. 애인 집에 얹혀 살면서 쏘지도 못하는 샷건을 벽장에 모셔두고 애지중지하다 결국 쫓겨난다. 그러나 집 밖은 ZQN이란 정체불명의 좀비 바이러스로 온통 아수라장. 사람들을 물어뜯는 감염자들은 삽시간에 일본 전역을 장악하고, 히데오는 감염된 아기에 물려 반만 좀비가 된 여고생 히로미와 함께 안전지대로 알려진 후지산을 찾아간다. 영화에는 맨손으로 좀비를 때려잡는 마동석 같은 히어로는 없다. 되레 영웅이라는 이름(주인공 히데오의 이름은 일어로 영웅이라는 뜻이다)이 무색하게 보통 이하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좀비와 싸우는 사람들의 무기도 어수룩하기 짝이 없고 배경도 일상적인 동네와 다를 바 없다.그러나 이 부족함이 묘한 공감과 쾌감으로 이어지는 열쇠로 작용한다. 집과 작업실, 거리와 야산 등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좀비는 긴장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른바 '감성좀비'로 묘사된 영화 속 감염체들은 살아서 하던 일을 죽어서도 반복하며 눈길을 끈다.영화의 주요 배경인 아울렛 쇼핑몰이 한국 파주에서 촬영됐다는 사실도 주목할 부분이다. 100여 명의 좀비 출연자 역시 한국인 배우로 채워졌다. 좀비의 리더격으로 가장 인상적인 등장을 하는 '높이뛰기 좀비' 역시 프리랜서 무용수인 배우 이용훈이 연기했다.'아이 엠 어 히어로'는 영화 '부산행'의 신파가 불편했던 관객들에게 좋은 대안이 된다. 부산행을 보고 좀비물을 얕본 관객이라면 유혈이 낭자하는 좀비 퇴치 과정이 다소 잔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부산행을 보는 내내 느끼는 감정이 암을 유발할 듯한 답답함과 악역에 대한 혐오였다면 이 영화는 루저가 영웅이 되어가는 통쾌함이 가슴 속에 자리잡을 것이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영화사 빅 사진 제공

2016-09-21 권준우

[텔미시네] 밀정

한국 근대사 소재 스파이영화 '아슬아슬한 매력'극 긴장감 다소 밋밋… 송강호-공유 케미 좋아■ 감독 : 김지운 ■ 출연 :송강호, 공유, 한지민, 츠루미 신고■ 개봉일 : 9월 7일 ■ 드라마/15세 이상 관람가/140분김지운 감독은 스파이 영화에 대한 끌림에서 이 영화가 시작됐다고 했다. 적의 한가운데서 암약하는 이중첩자 혹은 이중 스파이가 가지는 분열적 정체성과, 혼돈의 시대에 국경의 경계선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그 아슬아슬함에 매력을 느꼈다.서구는 냉전시대를 배경으로한 수많은 스파이물의 걸작들을 만들어왔다. 서구의 냉전시대 못지않은 질곡의 근대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근대사를 소재로 한 스파이 영화 하나쯤 있어도 좋지 않을까 감독은 생각했다. 감독의 바람은 아슬아슬하게 영화에 담겼다.'밀정'은 일제강점기인 1923년,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을 토대로 당시 의열단에 일어났던 중요한 몇 가지 사실들을 엮어 극화했다. 총독부 등의 주요시설을 타격할 폭탄을 상해에서 경성으로 들여오려는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과 의열단의 조직과 계획을 방해하고 파괴하려고 들어온 조선인 일본 경찰 간의 암투와 회유와 교란 작전이 전개된다. 그러나 긴장감 있게 그려져야 할 이러한 대목들이 다소 밋밋하게 전개되면서 전반적으로 극의 긴장감은 높지 않다. '이정출'과 '김우진'의 초반 탐색전과 기 싸움도 다소 늘어져 극이 탄력을 받지 못한다.그러나 '이정출'의 심리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 관람하면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송강호는 특유의 인간적 매력과 연기력으로 영화 속에서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인 '이정출'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공유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상대의 숨겨진 의도를 정확히 간파하는 냉철한 캐릭터 '김우진'을 연기하며 송강호와 좋은 케미를 선보였다.지난 3일 밤(현지시간) 열린 제73회 베니스영화제 상영행사에서 외신들은 "일제의 주요시설을 겨냥한 폭탄 사건을 다루면서도 역사적 사실에 발이 묶이지 않은, 단 1온스의 군더더기도 없는 작품"(버라이어티)이라고 평했다.추석 연휴를 겨냥해 개봉한 '밀정'은 개봉 첫날인 7일 66%에 달하는 압도적인 예매율을 기록하며 한국영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2016-09-07 민정주

[텔미시네] 고산자 대동여지도

착한 스토리·강우석표 유머… 자극적 연출없어 가족 관람 '강추'한국 사극 특유의 스테레오 타입 답습 '영화 몰입도' 다소 반감■ 감독 : 강우석 ■ 출연 : 차승원, 유준상, 김인권, 남지현)■ 개봉일 : 9월 7일 ■ 드라마/전체 관람가/129분'고산자 대동여지도'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계기는 거장 강우석 감독의 이름값도, 삼시세끼 차승원의 티켓 파워도 아니라 사전에 배포된 4장의 포스터였다. 사계절을 상징하는 듯한 각각의 포스터는 설악산과 북한산, 강원도 양양 등을 떠도는 김정호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저 인물이 배우 차승원이라는 것을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오롯이 초점을 자연 그대로에 맞추고 있다. 주연배우의 원샷 대신 주인공 자리를 꿰찬 천혜 절경의 생생함은 관객들에게 김정호의 삶을 배경으로 한 조선판 로드무비의 탄생을 기대하게 하기 충분했다.이런 기대감을 반영한 영화의 오프닝은 '만약 이 영화의 개봉이 한 달만 빨랐더라도 여름 휴가철의 국내 관광객이 배는 늘어나지 않았을까'하는 궁금증을 절로 갖게 한다. 그만큼 훌륭하다. 어가행렬을 쫓아다니며 지도의 오차를 줄이고자 하는 김정호의 열정과 더불어, 그의 어린 시절을 통해 현재는 너무나 당연시하고 있는 지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장면은 관객의 몰입도를 단숨에 끌어당긴다. 이후 김정호가 지도제작을 위해 팔도를 떠도는 신은 속도감 있는 짧은 컷 구성이 아쉬울 정도로 영상미가 넘친다. 그러나 아쉽게도 수려한 풍광이 주는 상쾌함은 딱 거기까지다. 영화의 포커스가 자연이 아닌 인간으로 점차 옮겨갈수록 영화는 익숙하지만 불편한 한국 사극 특유의 스테레오 타입을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을 보인다. 포스터가 주는 참신함을 보고 뭔가 '다름'을 기대한 관객들이라면 약간의 실망감이 들 법 하다. 영화는 지도의 우수성을 직접 조명하는 대신 지도를 놓고 벌이는 흥선대원군과 권문세족의 권력다툼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김정호의 지도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능력 있는 재인이 권력의 희생양이 되고 열정으로 이를 극복한다는 판에 박힌 흐름으로도 읽혀 영화의 몰입도를 다소 반감시킨다.하지만 현지 로케이션으로만 10만㎞가 넘는 대장정을 통해 담아낸 영상미는 영화의 단점을 충분히 상쇄시키며 오랜 인상을 남긴다. 중간중간 터지는 강우석 감독 특유의 유머코드도 배우 차승원과 김인권의 케미에 적절히 잘 녹아든다. 무엇보다 자극적 연출 없이 시대적 아픔과 백성의 삶을 다룬 전체 관람가의 착한 스토리는 추석을 앞둔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에 부담 없는 요소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CJ엔터테인먼트 제공/CJ엔터테인먼트 제공

2016-08-31 권준우

[텔미시네] 머니 몬스터

금융시장 최고의 경제쇼중 괴한 난입영화안 시청자들 복잡한 내면도 묘사전편 불법유출로 긴장감 다소 떨어져■감독 : 조디 포스터■출연 : 조지 클루니, 줄리아 로버츠, 잭 오코넬■개봉일 : 8월 31일■스릴러·범죄/98분/15세 이상 관람가영화 '머니몬스터'는 최근 영화 전편이 불법 경로를 통해 인터넷에 유출되면서 홍역을 치렀다. 몇몇 불법 업로더의 소행에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은 그것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다운로드 행진을 이어갔고, 제작진이 강경대응 입장을 발표하며 다소 누그러졌지만 불법 스포일러의 활약(?) 탓에 스토리의 긴장감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이 일련의 해프닝은 신기하게도 영화의 제목이 뜻하는 바와 상당부분 유사하다. 자본주의의 절대 상징인 '돈(머니)'을 얻기 위해서 너무나도 쉽게 몬스터가 되어가는, 그리고 자신이 몬스터가 되어간다는 사실도 잊을 정도로 불법과 비행에 관습적으로 물들어가는 세태에 대한 비판이라서다.영화의 주 무대는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최고의 경제 쇼 '머니 몬스터'의 생방송 스튜디오 현장이다. 온 에어(On Air) 불이 켜진 순간 총성과 함께 괴한이 난입해 진행자 리를 인질로 잡는다. 괴한 카일의 요구는 하룻밤 사이 8억 달러를 날린 IBIS 주가 폭락의 진실을 밝혀내라는 것이다.카일은 리에게 폭탄이 장착된 조끼를 입힌 뒤 프로그램 PD인 패티에게 계속 생방송을 이어갈 것을 요구한다. 이어 자신에게 닥친 불행한 사건의 원인을 밝혀 달라며 사건의 원흉인 한 기업 CEO의 해명을 요구한다.영화가 저격한 것은 월가의 주가조작 가능성이다. 주가조작은 국내에도 소위 '작전'이라는 형태로 여러 차례 알려진 만큼 주가 시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인식돼 있다. 그러나 그에 비해 주가 조작의 진실이 규명되고 관련자가 처벌됐다는 소식은 극히 적다. 그러다 보니 절대다수의 개미투자자들은 '작전'을 하나의 주가변동 환경으로 인식해 그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고, 작전에 대한 정보는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인식돼 그 정보를 거래하는 세태에까지 이르렀다. 희생양들이 또 다른 희생양을 찾기 위해 불법에 가담하는 악순환의 구조인 셈이다. 실제로 영화가 진행되면서 테러가 생중계 되는 TV 화면을 보고 있는 영화 속 시청자들의 눈빛은 상당히 복잡한 내면을 보여준다. 테러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속으론 지금의 사건이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그것이 나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에 대한 계산이 빠르게 돌아간다.생방송 스튜디오라는 배경은 관객에게 마치 영화가 아닌 TV 화면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주며 영화 상황이 현실과 다르지 않음을 더욱 부각시켜 준다. 테러범과 폭탄 등 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연상시키는 긴박감 넘치는 구성은 금융시장의 숫자놀음이 실은 사람 목숨이 걸린 생존게임이라는 점을 다시 상기시킨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LPI코리아 제공/LPI코리아 제공

2016-08-25 권준우

[텔미시네] 플로렌스

조력자 도움받아 카네기홀 공연'성공 서사'가 아닌 도전에 가치■ 감독 : 티븐 프리어즈 ■ 출연 : 메릴 스트립, 휴 그랜트, 사이몬 헬버그■ 개봉일 : 8월 24일 ■ 드라마/110분/15세 이상 관람가열정의 서사는 근대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보편정서였다. 숭배라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열정을 가진 이가 끊임없는 노력으로 가진 능력을 극복해 '개천에서 용 나는' 성공신화를 써 내면 대중들은 그것을 인생의 진리이자 귀감으로 삼는 식이다. 그러나 지금 열정을 숭배하는 세대는 없다. 서사의 방점이 열정이 아닌 성공신화에 찍혀있는 까닭이다. 메릴 스트립, 휴 그랜트 주연의 영화 '플로렌스' 역시 익숙한 열정 서사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태생적 음치인 주인공이 든든한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아 최고의 무대인 카네기 홀에 오른다는 이야기는 '국가대표'나 '우리들의 행복한 순간' 등 국내 영화에서도 자주 쓰는 플롯과 같다는 오해를 받기 딱 좋다. 하지만 플로렌스는 뭔가 다르다. 우선 웃음을 자아내는 재기발랄한 연습과정 속에서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다른 영화의 주인공들과 달리, 플로렌스의 노래 실력은 영화의 처음과 끝을 비교해봐도 아주 미세하게 나아지는 데 그친다. 조력자들의 도움 역시 진실을 감추고, 호의적인 관객을 동원해 거짓 호응을 유도하는, 일종의 사기에 가깝다.영화는 동명의 주인공이자 실존인물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활동에 매진하지만 극악의 목소리를 가진 탓에 입만 뗐다 하면 주변인들의 폭소를 자아내는 인물이다.그녀의 목소리가 힘겨운 건 스크린 속 객석 뿐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영화가 이어질수록 관객들은 마치 베이필드에게 웃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받은 듯 그녀의 도전과 열정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그녀를 향한 관객의 응원은 약자에 대한 동정심의 발로에서가 아니다. 자신의 형편없는 노래 실력을 알아챈 플로렌스는 "사람들은 내가 노래를 못한다고 할 수는 있어도 내가 노래를 안 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베이필드의 우려와 달리 그녀는 성공과 실패를 떠나 도전 그 자체를 원했다. 그런 그녀에게 조롱을 날릴 만큼 열정 그 자체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주)이수C&E 제공/(주)이수C&E 제공/(주)이수C&E 제공

2016-08-18 권준우

[텔미시네] 서울역

영화 '부산행' 객실서 비추는 TV화면 등장 선행사건 다룬 속편'폭도매도' 진압하는 공권력 사태 키워… 비틀린 주인공 '소름'감독 : 연상호출연 : 류승룡, 심은경, 이준개봉일 : 8월 18일 애니메이션 / 15세 관람가 / 93분'서울역'은 올해 첫 천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 '부산행'의 프리퀄(prequel)을 표방한 영화다. 프리퀄은 오리지널 영화에 선행하는 사건을 담은 속편을 뜻한다. 주인공의 과거 이야기 또는 오리지널 에피소드에 선행하는 사건을 조명하면서 본편의 스토리에 당위성과 개연성을 제공해 관객에게 재미를 주는 것이 목적이다.그러나 '서울역'을 통해, '부산행' 속의 대한민국에 왜 좀비가 창궐했고 어떤 경로를 통해 퍼졌으며 어째서 부산행 열차가 지옥이자 최후의 희망으로 변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기대하는 건 오산이다. 이런 오해가 생기는 이유는 관객이 프리퀄을 통해 알고 싶은 부분과, 감독이 새 애니메이션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감독은 지옥으로 변해가는 KTX 객실 상황보다는, 고립된 승객들에게 외부 소식을 알리는 영화적 장치로 잠깐 활용된 각 객실의 TV 화면에 집중했다. 사람들을 좀비로 바꾸는 바이러스에 대한 진실은 슬그머니 사라진 채 감염된 이들을 단지 폭도로만 매도하며 공권력으로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바로 그 장면이다.영화는 좀비에게 물린 한 노인의 힘겨운 발걸음으로 시작한다. 피를 흘리며 쓰러질 듯 서울역 앞을 걷는 노인에게 행인들은 도움의 손길을 건네려다 이내 멈춘다. 그의 신분이 노숙자인 까닭이다. 동료 노숙인의 노력으로 감염된 노인은 수차례 구제될 기회를 갖지만, 수많은 '사회안전망'은 한낱 노숙인의 외침을 끝내 외면한다.좀비를 보는 감독의 시각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감독은 여타 좀비영화와는 달리 바이러스의 생성과 인류의 몰락을 특정 집단의 광기나 과학자의 폭주로 설명하지 않았다. 감독의 시선에서 좀비를 만들고 키운 건 이 사회다. 소위 하층민을 배척하는 풍조와 개인주의적 이기심,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정부의 대응이 좀비를 만들고 키웠다는 것이다.아버지와 딸, 딸의 남자친구라는 흔한 설정으로 보이지만 극이 진행되며 점점 기괴하게 변해가는 주인공들 역시 감독의 의도가 철저히 반영된 결과다. 첫 실사 연출에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첫 술에 배를 불린 연 감독이지만 '돼지의 왕'과 '사이비'를 연출한 애니메이션 장인답게 특유의 사회비판의식이 애니메이션 영화의 틀에서 더 잘 드러난다.부산행을 보며 좀비를 능가하는 인간의 광기에 소름을 느낀 관객이라면 서울역을 보며 그 생각에 정점을 찍을 수 있을 듯하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을 해치고 위협하는 건 비단 좀비에게 쫓기는 상황 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역시 좀비보다 무서운 건 인간이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사진제공/NEW

2016-08-11 권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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