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미시네

 

[텔미시네] 국가대표2

루저들 모여 좌절 않는 노력 갈채아이스하키 스피드한 촬영 '생생'진부한 포멧·후반 신파는 아쉬움감독 : 김종현출연 : 수애, 오달수, 오연서, 김슬기개봉일 : 8월 10일 드라마 / 12세 관람가 / 126분속편의 경쟁작은 언제나 전작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를 소재로 한 '국가대표2'의 흥행 역시 '부산행'이나 '덕혜옹주' 등 다른 영화와의 경쟁이 아니라, 전작의 장단점을 놓고 어떻게 장점을 재구성했는지에 달려 있다.속편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급조된 한국 최초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도전을 소재로 했다. 탈북 아이스하키 선수 지원, '국민요정'에 등극한 선수에게 부상을 입혀 '국민밉상'으로 전락한 쇼트트랙 선수 채경, 필드하키 출신 아줌마 영자, 만년 후보 출신 감독 대웅 등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이 만나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린다.영화는 전작의 장점으로 꼽힌 루저들이 열악한 환경을 극복해내려는 노력을 충실히 구현해낸다. 초등학생들과의 첫 시합에서 무참히 깨진 뒤 변변한 장비도, 연습장도 없이 훈련에 매진한다. 깨진 블록처럼 어지러이 흩어지기만 하던 팀원들도 전지훈련을 통해 고락을 함께 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하나의 팀으로 합쳐져 간다.전작을 성공으로 이끈 또 하나의 장점인 '박진감' 부분에서도 감독은 세세한 신경을 썼다. 스포츠 영화답게 얼음 위를 달리는 선수들과 시속 200㎞의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드는 퍽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구현됐다. 그러나 영화는 전작의 장점 뿐 아니라 단점도 함께 흡수한 데다 속편이 으레 가지는 딜레마에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전개를 보이며 아쉬움을 준다. 우선 전작의 포멧을 지나치게 답습했다. 사연을 가진 오합지졸이 모여 우여곡절 끝에 성과를 거둔다는 내용은 전작에 의해 이미 충분히 소비된 데다, 여자 핸드볼 팀 이야기를 담은 '우리들의 행복한 순간'과도 겹쳐 보이는 익숙한 포맷이다. 전작과 확연히 다른 점은 성별이 바뀌었다는 것 정도다.활기찬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농도가 지나치게 짙어지는 비장미와, 탈북자인 지원을 통해 늘어놓는 신파도 아쉬운 대목이다. 설정이 억지스럽다고 하긴 어렵지만 나올법한 대목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눈물코드가 달갑지 않다.그럼에도 영화는 올림픽 기간에 맞춰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듯한 구성을 통해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확실히 제공한다. 전 연령층이 공감할 법한 보편적 웃음코드와 열정을 소재로 한 박진감은 여름철 시원함을 찾는 가족 관람객을 만족 시켜줄 요소로 작용하기 충분하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사진/플러스앰 제공

2016-07-28 권준우

[텔미시네] 인천상륙작전

이정재·박성웅·이범수 '불꽃연기''15분 출연' 리암니슨 존재감 과시꼼꼼한 세트에 특수효과도 '리얼'감독 : 이재한출연 : 이정재, 이범수, 리암 니슨개봉일 : 7월 27일 전쟁·드라마 / 12세 관람가 / 111분영화 '인천상륙작전'의 개봉일은 정전협정 기념일인 7월27일이다. 개봉일에 의미를 부여한 만큼 영화가 꾀하는 목적은 확실하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UN군 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지휘한 인천상륙작전의 재가공을 통해 국제시장과 명량이 누렸던 '애국심' 특수를 노리겠다는 속내다.영화는 인천상륙작전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작전의 성공을 위해 적진에 투입된 한국 첩보원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조명한다. 맥아더의 지시로 대북 첩보작전 'X-RAY'에 투입된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는 북한군으로 위장 잠입해 인천 내 동태를 살피며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하고, 북한군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은 장학수에 대한 의심을 키워가며 갈등이 고조된다.영화를 채운 알맹이는 훌륭하다. 초반부 대북 첩보작전을 위해 북한군에 위장 잠입한 이정재와 박성웅의 연기는 관객들에 몰입감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이범수 역시 믿고 보는 배우답게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인상 깊은 장면들을 선보이며 악역을 훌륭하게 소화했다.실화를 기반으로 한 만큼 구성도 나쁘지 않다. 성공확률이 5000:1 밖에 안되는 어려운 작전의 성공을 위해 배후에서 암약한 켈로(KLO)부대와 맥아더 장군의 지시 하에 펼친 'X-RAY' 작전을 자세하게 묘사했다. 영화의 몰입감을 해치지 않는 꼼꼼한 세트와 대규모 군사작전을 무리 없이 재현한 특수효과도 주목할 만하다.그러나 전쟁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코드인 애국심과 감동을 고취 시키는 부분에선 아쉬운 부분이 더러 보인다. 한정된 러닝타임 안에 다양한 조연들을 배치하다 보니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다. 특수부대원을 연기한 고윤이 왜 '도련님'이라 불리는지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통한 감동코드가 설득력을 가지긴 어렵다.요즘 관객들은 감동을 강요하는 듯한 장면에선 좀처럼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는 감동을 자아낼 수 있는 요소가 충분히 있는데도 인물들의 죽음 뒷이야기를 필요이상으로 늘어놓아 오히려 감동을 방해한다.그럼에도 영화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는 점에서 가치를 가진다. 할리우드의 명배우 리암니슨은 단 15분의 출연 분량으로도 충분한 인상을 과시하며 연기력과 존재감을 입증했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사진제공/퍼스트룩

2016-07-22 권준우

[텔미시네] 부산행

사고·재난등 기존장르 공식 충실'과격시위대 폄하'등 한국형 해석인물 극명한 대비 인간 본성 질문서울·천안역 등익숙한 장소 향수감독 : 연상호출연 : 공유, 김수안, 정유미, 마동석개봉일 : 7월 20일 액션·스릴러 / 15세 관람가 / 118분부산행은 한국형 좀비 스릴러 영화다. 사실 타이틀 앞에 붙는 '한국형'이란 단어는 관객들에게 그리 인상이 좋은 단어가 아니다. SF와 블록버스터 등 이제껏 무수히 많은 플롯이 한국형이라는 이름을 달고 거창하게 개봉했지만 대부분 제대로 된 재해석 없이 장르영화의 포맷을 답습한 수준에 그쳤던 기억 때문이다.부산행 역시 시작은 기존 좀비 장르와 드라마 장르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간다. 한 지방 도시에서 의문의 가스누출 사고가 발생하고, 그 일대에서 차에 치인 고라니가 다시 살아나 움직이는 등 기현상이 일어난다. 이와 동시에 일에 치여 가정을 소홀히 하던 석우는 딸 수안의 간곡한 부탁으로 별거 중인 아내를 만나기 위해 부산행 KTX에 오른다. 기차가 출발하기 직전 서울역은 좀비로 변한 사람들의 습격을 받고, 좀비에 물린 한 여성이 기차에 올라타면서 그의 부산행은 지옥으로 변한다.좀비물의 흔한 플롯이다. 하지만 감독은 '한국형'이란 색을 입히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첫 번째가 좀비를 대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다. 정부는 좀비를 과격 시위대로 폄하, 국민들에게 안심하고 가정에 대피하라는 의미 없는 발표를 한다. 반대로 온라인 상에는 정부 발표를 비웃듯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진실을 알리는 글이 넘쳐난다. 대형 재난을 대하는 '한국형' 대처에 대한 일침인 셈이다.두 번째는 배우 정유미가 연기한 성경과 김의성이 분한 용석 역의 극명한 대비다. 대기업 상무인 용석은 그야말로 생존의 화신이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타인을 제거하는 것에도 주저함이 없다. 반면 임산부인 성경은 보호가 필요한 약한 존재다. 그러나 그녀는 위기 상황 속에서 누구보다 다정하고 윤리적이며, 심지어 용감하기까지 하다. 감독은 양극단의 두 인물을 대비시켜 관객들에게 '당신은 둘 사이의 어느 지점에 있느냐'고 묻는 듯하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투영된 캐릭터가 바로 주인공 석우다.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딸에게 "이럴 때는 자신만 생각해야 하는 것"이라 이르기도 하는 그는 극의 초반 분명 용석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영화가 끝날 때도 그의 본성이 달라졌다고 생각하긴 어렵다. 단지 용석이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서라도 살아나 열차 밖에 가치(돈)를 지키고 싶어 했다면, 석우가 지키려 한 가치(딸)는 열차 안에 있었다는 것의 차이다. 이처럼 영화는 다양한 윤리적 잣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해석 여지를 남긴다.감독의 노골적인 질문에 거부감이 들지 모르나, 관람에는 큰 지장이 없다. 감독이 의도한 '한국형' 좀비드라마의 정수는 배경에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부산행 KTX와 기차역으로 배경을 한정했다. 서울역 플랫폼, 열차 안, 천안역, 대전역 등 한국인에게 친숙하면서 향수를 자극하는 장소를 지옥으로 바꿔놨다. 물론 영화 설정상 기차역은 생존을 위한 유일한 탈출구인 셈이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아수라도는 관객에게 한순간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사진제공/NEW

2016-07-14 권준우

[텔미시네] 아이 인 더 스카이

첨단드론 띄워 테러범 감시·폭격희생될 소녀의 목숨 놓고 저울질스위치 하나로 끝내는 비극 그려감독 : 개빈 후드출연 : 헬렌 미렌, 아론 폴, 앨런 릭먼개봉일 : 7월 14일 스릴러·전쟁 / 12세 관람가 / 102분'인간'과 '인간다움을 배제한 인공지능'의 대결,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은 보는 이에게 스산함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인간이 만들었다지만, 인간의 사고력과 기능을 초월한 기계가 인간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그걸 예측할 수 없다는 자괴감과 당혹감 때문이었다.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는 바로 이 부분에 생각할 지점을 제공한다. 전쟁을 다루고 있지만 영화는 마치 바둑 대국을 지켜보는 시청자 처럼 전장과 철저히 거리를 유지한다.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전쟁터에는 말 못할 긴장감이 흐르지만, 그 전쟁을 결정하는 장소인 '회의실'에선 인간다움이 왜곡된 형태로 사라져 간다.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전쟁, 드론을 통해서다.영화는 전쟁용 드론이 가진 놀라운 기능과 편의성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은신 중인 테러조직의 생포를 위해 영국·미국·케냐 3국은 합동작전을 실시, 첨단 드론기술을 이용해 외부의 접근이 불가능한 테러조직 한가운데에 들어가 수괴들의 회의장면을 포착한다. 드론이 보낸 실시간 영상을 통해 그들은 테러조직의 자살폭탄 테러 계획을 알게 되고, 드론을 이용해 테러 이전에 수괴들을 사살하기로 작전을 변경한다. 하지만 그 순간 미사일 공격 범위를 비춘 스크린에 한 소녀가 들어온다. 이대로 발사를 강행하면 소녀의 목숨이 희생되는 상황. 이때부터 연합군은 소녀의 목숨과 테러로 희생될 사람들의 목숨을 놓고 저울질을 시작한다.논의의 과정은 대단히 복잡하다. 희생이 불 보듯 뻔한 1명의 목숨과 테러로 희생될 지 모르는 100명의 목숨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쉬울 리 없다. 그러나 이들의 논의는 역설과 모순 그 자체다. 알람 소리에 깨 애완견을 돌보다 출근한 작전 사령관은 테러범을 잡기 위해 소녀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며 미사일 발사를 종용하고, 딸에게 줄 선물을 부하 직원에게 부탁하고 회의실로 들어선 장군은 발사를 허용해달라며 상부를 채근한다. 인권유린을 감시하기 위해 회의에 함께 참석한 야당 의원은 소녀를 구하기 위해 발사는 절대 안된다며 열변을 토하지만 안락한 의자에 앉은 그의 앞에는 정돈된 커피와 다과가 놓여있다.바로 눈 앞에 희생될 소녀가 있다면 과연 그들은 냉정하게 방아쇠를 당기자는 논의를, 커피를 마시며 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 '현실'은 논의를 하는 회의실과 논의가 끝나면 돌아갈 집이다. 자신이 어떤 운명에 처한 지도 모르는 소녀의 절박한 상황은 첨단기술이 보여준 스크린 속 장면에 불과하다.그들은 자신 스스로 인간다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1대 100의 딜레마를 놓고 논의를 이어가며 때론 눈시울을 붉히기까지 하지만 상황이 끝난 뒤 그들은 불과 30여 분에 그친 정신적 고민을 두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고 자위한다. 스위치 하나로 모든 걸 끝낼 수 있는 기술이 만든 현실, 소시오패스적 비극이다. 영화는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서 스위치 하나로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는 기술적 편의성이 인간에게 얼마나 쉽게 인간다움을 버릴 수 있게 하는 가를 알려준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 사진제공/판시네마

2016-07-07 권준우

[텔미시네] 도리를 찾아서

부모찾는 비장한 결심 '깜박' 폭소기억상실증 '가족愛' 매개체 변모바닷물 점도·명암 완벽구현 '생생'감독 : 앤드류 스탠튼출연 : 렌 드제너러스, 헤이든 롤렌스개봉일 : 7월 7일 애니메이션·모험 / 전체 관람가 / 97분뜨거운 여름에 찾아온 쿨한 애니메이션 '도리를 찾아서'는 바다 깊은 곳과 해변을 주 무대로 한 물고기들의 모험 이야기. 시원한 화면만으로도 피서를 온 듯한 대리만족을 선사한다.그래서일까. 지난 17일 미국 시장에서 먼저 개봉한 '도리를 찾아서'의 흥행성적이 심상찮다. 전작 '니모를 찾아서'의 흥행 덕이라는 설명으론 부족하다. 영화는 1억3천600만달러라는 오프닝 성적으로 '니모를 찾아서'의 오프닝 성적인 7천만 달러의 2배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며 '슈렉3'가 갖고 있던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기록 1위를 갈아치웠다.전체 관람가답게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밝음과 바름, 활기참을 계속 유지한다. 단기 기억상실증을 갖고 있는 도리가 어린 시절 헤어진 부모를 찾아 떠나는 모험 이야기지만 영화에는 그 흔한 악역 하나 없다. 도리는 이른바 '3초 기억력'의 소유자로 눈알 한 번 굴리는 새 방금 한 이야기도 까먹는 모습을 보이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준다. 비장한 마음으로 부모를 찾아 떠나기로 결심했다가 금세 자신이 왜 떠났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도리의 모험이 진지할 리 없다. 그러나 부모를 찾아가는 과정이 이어질수록 웃음의 소재로만 느껴지던 단기 기억 상실은 추억의 편린에 따라 떠오르는 기억이 액자식으로 구성되며 가족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매개체로 바뀌어간다.여기에 더해 실사인 듯 현실적으로 묘사한 바다와 개별 특징이 생생히 살아있는 바다 생물들은 극의 몰입도를 더욱 배가 시킨다. 제작진은 스튜디오에 수조를 들여놓고 실제 물고기의 움직임과 영화 속 캐릭터를 비교해가며 현실감을 높였다. 또 주 배경이 되는 바닷물의 점도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명암, 그에 맞춘 색을 구현하기 위해 촬영마다 다른 종류의 렌즈를 활용해가며 실제 바다를 생생히 구현했다.하지만 이런 기술적 구현보다 더욱 관객의 마음을 끄는 건 디즈니 특유의 가족적 연출력이다. 기억상실로 부모의 존재조차 잊은 채 수년을 살아간 도리에게 부모와의 만남은 심층심리 속에 내재된 그리움을 해소하는 계기임과 동시에 '부모가 혹시 나를 잊은 것 아닐까'라는 두려움의 영역이기도 하다. 감독은 이 두 가지 본성이 가진 딜레마를 최선의 연출력으로 융합시키며 관객에게 제대로 된 감동을 전달한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사진제공/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016-06-30 권준우

[텔미시네] 봉이 김선달

고전 재해석한 히어로형 '코믹 활극' 다양한 사기수법 '유쾌'유승호 연기 매력 부각… 사건 하나하나 깊이 부족은 아쉬움감독 : 박대민출연 : 유승호, 고창석, 조재현, 시우민개봉일 : 7월 6일 코미디·모험 / 12세 관람가 / 121분음악, 무대예술, 영화 등 현대예술 장르에서 재해석은 그 필요성과 부담감이 명확하게 대비되는 양날의 검이다. 기존의 플롯을 차용한 만큼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지만 자칫 원작의 그늘에 가려 정체성을 잃은 졸작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봉이 김선달'이란 원작은 리메이크가 상당히 까다로운 작품이라 볼 수 있다. 한국형 히어로로 분류되긴 하지만 홍길동처럼 권선징악의 요소가 명확한 것도 아니고, 전우치처럼 도술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전문 사기꾼'을 재해석하는 방법으로 감독이 선택한 것은 히어로물 시리즈의 인트로 형식을 띤 코믹 활극이다.김선달을 연기한 유승호는 임금, 스님, 사냥꾼, 심지어 절세미인을 가장한 여장까지 다양한 분장을 감행하며 풍문으로 전해지고 있는 김선달의 거의 모든 사기극을 관객에 전한다.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대동강 사기 과정도 기존 이야기와는 다른 소재를 활용해 보는 맛을 더해준다.그러나 '활극'이라는 틀에 너무 갇힌 탓일까. 사기행위가 발각돼 잡히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파안대소를 터뜨리며 도망가는 김선달의 모습에서 일말의 긴장감도 느낄 수 없는 것이 아쉽다. 흘러나오는 유쾌한 배경음악과 함께 저잣거리를 웃으며 달리는 김선달의 모습을 보면 그가 관군에 잡힐 것이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너무 많은 사기사건을 담다 보니 사건 하나하나의 깊이감이 떨어지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감독은 사건의 구성과 짜임새를 자세히 보여주는 것보단 유승호라는 배우의 매력을 통해 코믹요소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한 듯하다. 그러다 보니 김선달의 신묘한 재치보다는 유승호의 비주얼만 뇌리에 남게 되고, 각종 사기사건 소식을 자주 접하는 현대인에겐 희대의 사기꾼이 보이는 재간보다는 당대 사람들이 어리숙한 게 아니냐는 잔상만이 남는다. 심지어 당대 최고의 악덕 상인이자 숨은 권력자 역할의 성대련마저도 냉철한 면모가 다소 부족해 보이기도 한다.그럼에도 영화는 다양한 볼거리와 배우들의 재치로 속편에 대한 뉘앙스까지 남기며 2시간여의 러닝타임을 빠르게 질주한다. 희대의 사기꾼을 주제로 한 코믹액션활극이 정말 속편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는 영화의 유쾌함을 바라보는 관객의 손에 맡겨질 듯하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2016-06-23 권준우

[텔미시네] 크리미널

숨진 CIA요원 뇌·기억 사이코패스 범죄자에 이식'가족애' 느끼는 혼란 묘사… 추격전도 '스펙타클'감독 : 아리엘 브로멘출연 : 라이언 레이놀즈, 케빈 코스트너, 게리 올드만개봉일 : 6월 22일 액션·SF / 15세 관람가 / 113분IT기업의 총수이자 무정부주의자가 주축이 된 테러집단에 의해 핵을 포함한 미사일을 원격으로 발사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해킹당한다. 전 세계가 불바다가 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불행 중 다행으로 프로그램을 가진 해커가 CIA에 망명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를 담당한 최정예 요원 빌이 해커를 은신시키자마자 테러집단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해커와 프로그램의 위치는 죽은 빌만이 알고 있는 상황. 테러집단과 CIA는 해커를 찾기 위해 추격전을 벌이고 CIA는 빌의 기억을 제리코에 이식해 해커를 찾으려 한다.이렇게만 들으면 전형적인 SF 액션의 클리셰를 따라간 영화로 보인다. 물론 '런던 해즈 폴른'을 만든 제작진답게 영화는 미사일 발사와 추격전, 런던 브리지에서 펼쳐지는 총격신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난 뒤 크레딧을 보며 남는 잔상은 화려한 액션이 아닌 '감성'이 만든 한 인간의 변화상이다.범죄자를 뜻하는 단어이자 영화의 제목인 크리미널이 상징하는 건 테러집단이 아닌 주인공 제리코다. CIA의 통제에서 탈출한 제리코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냉혈한의 모습으로 차를 훔치고 가게를 약탈하는 등 영화의 장르가 케이퍼 무비였나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범죄자적 기질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감정이 없는 그는 자신이 왜 그것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빌이 해커에게 넘기려던 돈 가방만을 찾으려 하고, 기억의 단편을 따라 빌의 집에까지 찾아든다. 그러나 빌의 아내 질리언을 포박하고 그녀를 범하려던 순간 제리코는 뇌 속에 이식받은 빌의 기억에서 비롯된, 이제껏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라는 것을 느끼곤 혼란스러워 한다.이 순간 세계적 평화를 위해 테러집단을 막아야 한다는 대의는 부차적인 것이 된다. 타인의 감정에 대한 공감은커녕 자기 자신의 감정조차 느껴보지 못한 사이코패스는 채 이해되지 못한 마음의 떨림을 따라 가족을 지키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게 된 제리코를 타깃으로 한 CIA와 테러집단의 매서운 추격도 볼거리지만, 부모에게마저 버림받으며 일평생 애정을 느끼지 못한 한 인간이 자신의 생소한 변화에 혼란을 느끼면서도 결국 마음의 소리에 반응해 자신을 변화시켜가는 과정이 관객에게 더 큰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 사진/영화사 빅 제공

2016-06-16 권준우

[텔미시네]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1994년 게임 첫 출시… 시리즈 통해 장대한 이야기 녹여내다른 세계서 넘어 온 오크 종족과 인간 명운 건 '생존 전쟁'감독 : 던칸 존스출연 : 트래비스 핌멜, 벤 포스터, 폴라 패튼개봉일 : 6월 9일 액션·판타지 / 12세 관람가 / 122분전 세계에서 한국인이 가장 잘하는 종목 중 하나가 바로 '게임'이다. 외국 게이머들 사이에서 한국 게이머는 말 그대로 공포의 대상이다. 지난 2012년 블리자드사가 12년 만에 내 놓은 롤플레잉 기대작 '디아블로3'가 출시됐을 당시, 한국 직장인들로 구성된 한 클랜(똑같은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모임)은 게임을 고작 5시간 30분 만에 클리어해버리며 전 세계를 경악케하기도 했다.한국인이 게임을 대하는 시각(?)은 남다르다. 세계에서 수위를 점하는 한국 게이머들은 특유의 분석력과 경쟁심리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찾아 이를 반복수행하며 게임을 공략한다. 이른바 '빠름의 미학'이다. 그러나 반대로 외국의 경우 게임 속 모험이 주는 간접체험의 재미와 몰입도를 높여주는 스토리 라인을 중요시한다. 단순한 임무 하나에도 그것을 왜 해야하는 지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는 식이다. 때문에 외산 게임은 제작 과정부터 게임 속 스토리와 캐릭터간의 갈등관계를 튼튼하게 구축하는 것에 주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특히 블리자드사가 지난 1994년 처음 출시한 '워크래프트'는 탄탄한 스토리와 확고한 세계관으로 게임계의 정점에 있던 작품이다. 단순 모의전투 방식으로 시작한 게임은 4개의 시리즈와 8번의 확장판을 거치면서 대서사시가 녹아든 작품으로 변했고, 2000년부터는 소설로도 제작돼 현재까지 20권이 넘는 시리즈가 발간되기도 했다.감독 던칸 존스에 의해 재창조된 영화는 장대한 스토리의 초입부를 다뤘다.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던 인간과 오크가 처음으로 대면하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오크의 행성이 황폐해지자 이들은 마법사 '굴단'의 인도 아래 살아있는 생명체를 제물로 한 어둠마법을 이용해 인간의 행성으로 넘어온다. 다양한 부족들의 연합으로 구성된 오크 무리 중 일부는 굴단의 독단과 잔학함에 반발하기도 하지만 양 종족 모두 서로의 생존을 위해 싸워 이겨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게임 속 배경을 최대한 묘사해 게이머들이 어색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던 감독의 말과 달리 영화 속 영상미는 단순 게임의 모방 수준이 아니라 반지의 제왕을 연상케 하는 압도적 스케일을 자랑한다. 늑대를 타고 숲 속을 달리는 시점부터 협곡을 넘어 활강하는 그리폰의 시점까지 다양한 앵글의 영상이 주는 박진감이 대단하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2016-06-09 권준우

[텔미시네] 정글북(The Jungle Book)

바람 나부끼는 동물 털까지 구현 '열대우림' 생생함 그대로모성·동료애 초점 세련된 스토리… 명배우 성우 맡아 '몰입'감독 : 존 파브로출연 : 닐 세티(모글리 역), 빌 머레이(발루 목소리), 스칼렛 요한슨(카아 목소리)개봉일 : 6월 9일 모험·드라마 / 12세 관람가 / 106분영화는 간접체험의 예술이다. 관객들은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풍경과 상황에 늘 호기심을 느끼고 영화적 표현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현실을 체험하고 싶어한다. 이런 요소가 소위 말하는 영화의 '몰입감'이다. 그렇기에 미지의 땅에서 벌어지는 '있을 법한' 모험은 SF영화의 단골 소재가 됐고, 무대가 되는 장소가 독특할수록 관객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해 왔다.그 중 정글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중들의 관심을 사로잡아 온 곳이다. 러디어드 키플링의 소설 '정글북'이 발간된 것은 1894년으로, 이미 두 세기가 넘어가고 있지만 늑대소년의 정글 속 모험은 만화와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 수차례 제작되고 수많은 작품에 모티브를 제공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그런 정글북이 '디즈니 라이브 액션'을 통해 3D 실사영화로 재탄생돼 스크린에 오른다. 똑같은 스토리를 재탕한 일반적 어린이 영화로 폄하 하기엔 시각적 요소가 너무나 놀랍다. 주인공 모글리를 연기한 아역 배우 닐 세티를 제외하고는 모두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70종이 넘는 동물들의 근육과 피부, 바람에 날리는 털까지 생동감 있게 구현했고, 10만 장이 넘는 실제 정글 사진을 통해 마치 열대우림에 있는 듯 살아있는 배경을 만들어냈다.디즈니 특유의 감동 연출이 가미되니 스토리도 한층 세련돼졌다. 정글에 버려진 모글리가 늑대 아킬라의 무리 속에서 아기 늑대로 자라고, 모글리의 존재를 알아챈 호랑이 쉬어칸에 의해 평화롭던 정글에는 위기가 찾아온다. 인간에게 병적인 증오감을 갖고 있는 쉬어칸은 모글리를 죽이기 위해 늑대 무리를 공격하고, 결국 모글리는 정글을 떠난다. 영화는 정글을 떠나는 모글리를 통해 숱한 위기 속에서 느껴지는 모성애와 동료애에 초점을 맞췄다.디즈니 영화답게 청각적 요소도 영화의 질을 높인다. 정글의 웅장함을 강조하는 듯한 클래식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보는 맛을 더한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등의 음악감독을 지낸 존 데브니는 기존 애니메이션 음악에 오케스트라 뿐 아니라 인디언 바이올린 등 민속 악기를 섞어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냈다. 또 빌 머레이, 닐 세티, 스칼렛 요한슨, 크리스토퍼 워큰 등 할리우드의 명배우들이 성우를 맡아 몰입감을 높여준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 사진/브에나 비스타 코리아

2016-06-02 권준우

[텔미시네] 아가씨

일본풍·유럽풍이 기묘하게 뒤섞인 전근대적 미장센 연출신인배우 김태리 전격 캐스팅 … 하녀 연기 흥행 좌우할듯감독 : 박찬욱출연 :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개봉일 : 6월 1일 스릴러·드라마 / 19세 관람가 / 144분비록 칸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박찬욱은 세계적으로 존재감이 충분한 감독이다. 그의 신작 '아가씨'는 7분 하이라이트 영상만으로 120개 국가에 선판매됐고, 칸 영화제 필름 마켓에서 55개 국가에 추가 판매돼 '설국열차'를 넘어 가장 많은 국가에서 상영되는 영화가 됐다.그런 그는 영화의 견인차 역할을 맡을 배우로 작품경험이 고작 단편 하나 뿐인 신인 김태리를 선택했다. 하녀인 숙희 역만큼은 새로운 얼굴을 캐스팅하고 싶다는 취지였다. 당연히 대중의 우려가 뒤따랐다. '노출수위 합의 불가'라는 캐스팅 조건은 하녀의 이미지를 오로지 성적인 대상으로 오인하게 만들기 충분했다.영화의 원작소설 '핑거스미스'와 다르지않게, 하녀는 극의 흐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전설적 여도둑의 딸로 태어나 장물 거래소에서 소매치기 교육을 받으며 자란 하녀는 아가씨의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저택에 들어간다. 그러나 아가씨에게 인간적 연민을 느낀다. 하녀의 존재는 영화가 가진 심리적 갈등과 서스펜스 그 자체다. 극의 내레이션 역시 하녀의 시점으로 진행된다.주연들의 열연도 하녀가 느끼는 내재적 갈등을 더욱 부각하는 역할을 한다. 아가씨 역의 김민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각도의 연기를 선보인다. 색과 표정, 목소리 등 그녀의 모든 것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지만, 그런 '미친' 연기는 되레 엇갈리는 입장 속 하녀가 가질 부화뇌동을 변호할 뿐이다.결국 영화의 흥행 성패는 하녀 김태리의 연기를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독이 추구한 신선함은 명백히 드러나 있다. 낯선 얼굴이 주는 순진무구한 표정은 배우가 아니라 진짜 하녀인 듯 스크린에 자연스레 녹아들었고 , 부담감에 짓눌린 긴장된 연기는 배역의 특성과 편집으로 잘 감춰졌다. 또 한가지 눈길을 끄는 것은 영화의 배경이다. 감독이 일본풍과 유럽풍이 기묘하게 섞인 전근대적 미장센을 구현하기 위해 시대적 배경을 선택한 듯한 느낌이다. 그가 그간의 작품에서 서스펜스와 뇌쇄적 비주얼을 적절히 조화시켜 왔다면, 이번 작품은 퇴폐적이기까지 한 비주얼을 극한까지 강조했다. 영화는 과연 '청불'이란 말이 나올 만큼 시각적 요소와 극적 요소 모두 성인들을 위한 동화로 채워져 있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 사진/CJ엔터테인먼트

2016-05-26 권준우

[텔미시네] 레이스

최초 올림픽 4관왕 '제시' 일대기 소수자 시선담아 스크린 옮겨미국 사회 흑인 선수 차별·멸시 '울분'… 인권운동으로 '승화'감독 : 스티븐 홉킨스출연 : 스테판 제임스, 제이슨 서디키스개봉일 : 5월 25일 드라마 / 12세 관람가 / 134분슈트를 입고 하늘을 날거나 방패를 휘두르는 슈퍼 히어로가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영웅의 이야기다. 심지어 위기와 노력, 극복이라는 일반적 영웅 서사를 그에게 온전히 대입할 수 있느냐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흑인이라는 인종적 편견과 맞서 트랙을 달렸고, 위대한 코치를 만나 올림픽 4관왕의 영광을 차지한 불세출의 인물이지만 사실 그의 신체적 능력은 신이 선물한 타고난 능력이었고 스나이더 코치를 만나기 전부터 그는 이미 세계 최고속의 러너였다. 그런 그의 삶이 영웅적 드라마로 승화될 수 있는 건 스포츠가 아닌, 되레 스포츠와는 전혀 상관없어야 할 정치놀음과 사회적 배타심 때문이다. 세상은 제시 오언스를 '나치의 홍보관'으로 불린 베를린 올림픽에서 히틀러의 아성을 깨고 신화를 쓴 인물로 기억하고 영화의 포커스도 대부분 그 장면을 조명한다. 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싸운 건 나치 독재가 아니라 모국인 미국 사회 내에서 벌어지는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멸시였다.미국 앨라배마주에서 태어난 제시 오언스의 유년기는 그 시절 대부분의 흑인처럼 불우했다. 노예 출신인 그는 6살 때부터 생계를 위해 하루 45㎏의 목화를 따야 했고 태생적으로 몸이 약해 큰 수술까지 받았다. 달리기의 재능을 깨친 이후에도 그는 훈련 시간을 줄여가며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그럼에도 낭중지추(囊中之錐)와 같았던 제시의 능력은 억압 속에서도 뿜어지듯 튀어나왔고, 베를린 올림픽에서는 이후 48년 동안 깨지지 않은 올림픽 금메달 4관왕(100m, 200m, 400m 계주, 멀리뛰기)이라는 환상적인 기록을 세우는 데 이른다.분명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차지한 이 대목일 터다. 하지만 모국으로 돌아간 제시는 환대는커녕 자신을 축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회에서조차 흑인이란 이유로 뒷문 출입을 종용받는다. 미국 정부 역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흑인들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간 1945년까지 국민 영웅인 그에게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영화에서 다루는 내용은 여기까지다. 그러나 제시를 진정한 영웅으로 칭할 수 있게 하는 건 사실 그 이후다. 모국의 멸시를 받으면서도 그는 사회적 한계를 인정하며 그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였고, 쌓인 울분을 흑인 인권운동을 위해 썼다. 흑인의 인권을 위한 자서전을 출간하고 사후에도 제시 오언스 재단을 통해 어린이들의 잠재적 재능과 사회적 역량을 이끌어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미국사회에서 공유되는 흑인의 위상이 만들어지기까지 다양한 사건이 있었지만 그 선두는 분명 제시 오언스였다.감독은 이런 제시 오언스의 일대기를 감정 과잉 없이 담담하게 풀어낸다. 비록 나치 독재와의 대립에 지나친 분량을 할애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제시의 삶을 온전하게 기록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적 가치는 충분하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 사진/(주)영화사 빅

2016-05-19 권준우

[텔미시네] 제3의 사랑

과잉없는 담백 멜로 '관객 공감'실제 연인 송승헌·유역비 호흡상해 배경 골목길 미장센 '눈길'감독 : 이재한출연 : 송승헌, 유역비, 지아, 구한성개봉일 : 5월 19일 멜로 / 15세 관람가 / 113분뭔가 심심하다. 외모와 배경, 성격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재벌 2세와 평범하지만 아름답고 정의감 넘치는 일반 여성 간의 로맨스는 그 뿌리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로 흔한 클리셰다.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특별함을 가지기 위해선 다른 전작들과 다른 시각적 요소와 관객의 몰입을 자아내는 연출력이 필수다.그런 부분에서 이재한 감독은 명명백백히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남녀 간의 흔한 사랑에 알츠하이머라는 소재를 부여해 공감을 이끈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처럼 '제3의 사랑'에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동생을 통해 극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치림 그룹의 후계자 임계정은 우연히 비행기 옆 좌석에 앉아 울고 있는 추우를 보고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낀다. 치림 그룹에 다니는 추우의 동생 추월은 임계정을 짝사랑해 자살 시도까지 하게 되고, 추월의 일을 항의하기 위해 추우가 치림 그룹 사장실을 찾은 기이한 상황에서 둘의 두 번째 만남이 이뤄진다.'제3의 사랑'은 중국 소설가 '쯔유싱쩌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재한 감독은 이 이야기를 순수한 사랑으로 해석해 감정의 과잉 없는 담백함으로 풀어낸다. 추우는 자신과 임계정의 각기 다른 입장을 너무나 잘 이해하면서도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가슴 아파한다. 상해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미장센도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임계정이 살고 있는 안개 낀 마천루와 추우가 거니는 화창하고 번잡한 거리는 묘한 대조를 이루며 극 중 인물의 심층 심리를 담아낸다. 또 실제 연인인 송승헌과 유역비의 아름다운 투샷은 골목 뒷길처럼 흔한 장소마저 로맨틱하고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 사진/(주)쇼박스

2016-05-12 권준우

[텔미시네] 곡성

무속인·귀신 저지르는 살인등'황당무계' 코드들 의식적 구성서서히 관객 조이는 스릴 오싹곽도원 리얼한 연기력에 '공감'감독 : 나홍진출연 :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개봉일 : 5월 12일 미스터리·스릴러 / 15세 관람가 / 156분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황당무계한 이야기라도 자꾸 들으면 믿게 된다는 뜻이다. 일종의 세뇌인데 이런 식의 수사는 사기사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뒷산에 금괴가 묻혀 있으니 채굴비용을 내라든가 '내가 대통령 친척인데' 등으로 시작하는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라도 타고난 달변가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멀쩡한 사람도 이를 신념처럼 믿게 된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 역시 다분히 '사기적'이다. 영화는 그간 한국 관객들이 선호하지 않은 코드들을 의식적으로 모조리 끌어모아 놓은 느낌을 준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 의문의 살인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감독은 영화 초반부터 이 사건들의 범인이 사람이 아닌 악령의 소행이라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제시해버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타난 것 역시 무당이라는 영적인 존재다. 범죄수사와 무속인, 악령의 존재 등은 한국 영화계에서 잊을 만 하면 나오는 소재지만 그간 개봉한 영화들의 흥행성적이 말해주듯 관객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한 코드들이다.그러나 반박이 불가능한 연기파 배우들로 구성된 출연진은 그 특유의 몰입감으로 이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믿게 만든다. '범죄와의 전쟁(2012)', '타짜-신의 손(2014)' 등 기존 작품에서 강인한 역할의 배우로 각인돼 있던 주인공 곽도원은 겁 많은 시골 경찰이 어린 딸을 위해 광포하게 변해가는 점층적 캐릭터를 선보여 눈길을 모았다. 평범한 역할을 가장 자연스럽게 연기하니 극 중 인물에 대한 관객들의 공감은 배가 된다.출연작을 모두 흥행작으로 이끌고 있는 '국민배우' 황정민의 비중은 예상과 달리 극히 적다. 그는 필요한 부분에 꼭 필요한 연기만을 하며 사건의 실체를 찾아가는 과정의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킨다. 별다른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 사건을 혼란에 빠뜨리는 '외지인' 쿠니무라 준과 선역인지 악역인지 종잡을 수 없는 '무명' 천우희 역시 더하고 뺄 것 없이 관객을 황당무계한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심지어 악령이 씐 딸을 연기하는 아역 김환희 역시 14살이라는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들린 듯한 연기력을 보여준다.황당무계한 이야기를 믿게 된 관객들에게 남은 것은 미칠듯한 오싹함이다. 2시간이 넘는 긴 런닝타임 동안 영화는 숨통을 서서히 조이며 스릴을 강화시키는 새로운 스타일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추격자'와 '황해'를 거치며 파워풀한 구성력을 인정받은 나홍진 감독의 군더더기 없는 연출 역시 긴장감을 더하는 또 다른 요소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 사진/이십세기폭스

2016-05-05 권준우

[텔미시네] 극장판 '안녕 자두야'

1997년 '월간 파티'때부터 20년째 사랑 '스테디셀러'여민정·양정화 등 정상급 성우들 리얼 목소리 연기감독 : 손석우출연 : 여민정(자두), 양정화(이난향) 개봉일 : 5월 4일 애니메이션 / 전체 관람가 / 75분국민 캐릭터로 사랑받는 매력만점 '자두'의 첫 극장판이 어린이날을 앞두고 개봉한다.'안녕 자두야'는 1997년 월간 순정만화 잡지 '파티'에서 연재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23권 단행본으로 출간돼 1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스테디셀러 만화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원작 작가 이빈의 어린시절 추억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코믹하게 그려냈다.2011년 TV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해 원작보다 강력해진 캐릭터와 다채로운 스토리로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극장판 안녕 자두야'에서 자두네 가족은 놀이공원 '꿈의 랜드'로 놀러 간다. 동생들과 신나게 놀이기구를 타던 천방지축 최자두는 급히 화장실을 찾게 된다. 우연히 들어가게 된 건물에서 오래된 동화책을 한 권 꺼내들었는데, 책장을 펼치는 순간 알 수 없는 빛과 함께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TV 애니메이션 방영 때부터 함께 호흡을 맞춘 국내 정상급 성우진이 총출동해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통통 튀는 '자두'목소리는 여민정 성우가 맡았다. '짱구는 못말려'에서 짱아와 철수 등 1인 2역도 모자라 성별을 가리지 않고 폭넓은 배역을 소화한 여 성우는 이 밖에도 '명탐정 코난', '포켓몬 더 무비 XY 후파 : 광륜의 초마신' 등에서 활약했다. 자두네 가족의 카리스마 넘치는 절대 권력자 '엄마' 역은 양정화 성우가 맡았다. '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케로로와, '냉장고나라 코코몽'의 아로미로 관객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긴 성우다.투니버스 5기 공채 성우인 정유미는 '미미', '아줌마', '마녀' 역할을 맡아 새침데기 공주님부터 사악한 마녀까지 무려 1인 3역을 다채로운 목소리 연기를 소화해냈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 사진/CJ 엔터테인먼트

2016-04-28 민정주

[텔미시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루소 형제, 전작 윈터솔져 이어 메가폰 '스펙타클 액션''정부 관리 등록제' 찬반 놓고 어벤져스 멤버 내전 그려감독 : 조 루소·안소니 루소출연 : 크리스 에반스, 로버트 다우니개봉일 : 4월 27일 액션·SF / 12세 관람가 / 147분어벤져스와 관련된 사고로 부수적인 피해가 일어나자 정부는 어벤져스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시스템인 일명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내놓는다. 어벤져스 내부는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찬성파(팀 아이언맨)와 이전처럼 정부의 개입 없이 자유롭게 인류를 보호해야 한다는 반대파(팀 캡틴)로 나뉘어 대립하기 시작한다.전작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를 통해 압도적인 호평과 신뢰를 얻으며 자신들의 역량을 입증해낸 루소 형제가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마무리로 원작 속 '시빌 워'를 영화화했다. 이번 작품에서 어벤져스 멤버들은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놓고 서로 대립한다. 어벤져스의 멤버들이 협력하는 것이 아닌, 내분한다는 점에서 시빌 워의 영화화에 반대하는 팬들도 있었다.불의와 타협이 절대 불가한, 가장 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슈퍼히어로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캡틴 아메리카가 스토리의 중심에 있다. 슈퍼히어로가 되기 전에도, 된 이후에도 여전히 포기를 모르는 성격의 그와 역대급 슈퍼히어로들의 끝을 알 수 없는 전쟁이 시리즈 마지막을 화려하게 마무리한다.어벤져스 멤버들 간의 전쟁을 담아낸 만큼 많은 히어로들이 대거 등장해 더욱 다채로운 스토리와 스펙터클한 액션을 선사한다.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 등 기존 어벤져스들을 비롯해서 비전, 스칼렛 위치, 워 머신, 팔콘, 윈터솔져, 여기에 새롭게 합류하는 앤트맨, 블랙 팬서와 스파이더맨까지 등장한다. 루소 형제는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모든 조합을 생각해보고 잘 어울리는지 판단해 결정했다. 각 인물들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안에서 어떤 일들을 겪어왔는지 추적했다. 관객들을 놀라게 하고 싶었고 흥미로운 조합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016-04-21 민정주

[텔미시네] 트리플 9(Triple 9)

인질 잡힌 가족 구하려는 범죄자경찰과 총격전·폭파 장면 '강렬'CG 최소화· 애틀랜타 지형 활용감독 : 존 힐코트출연 : 치웨텔 에지오포, 케이시 애플렉개봉일 : 4월 20일 범죄·스릴러 / 청소년 관람불가 / 115분4인조 은행강도가 은행을 휩쓸고 갔지만 돈은 그대로 있는 의문의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실마리 조차 잡지 못하고 그들을 놓친다. 한편, 범죄조직의 리더인 '마이클'은 인질로 잡힌 가족을 위해 마지막 범죄를 계획한다. 하지만 완벽한 보안으로 범죄의 성공은 불가능한 미션이 된다. 결국 그들은 시간을 벌기 위해 전 도시의 경찰들을 유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경찰 피살 코드 '트리플 9'을 발동시키기로 한다. 마침내 D-day가 오고, 범죄를 실행하려는 자들과 막으려는 자들의 목숨을 건 한 판이 시작된다.최근 영화계에는 CG 사용을 최소화해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혼돈시키는 일명 '아날로그 액션'이 자주 시도되고 있다. 국내 관객들에게 호평받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그 대표작이다. 광활한 사막에서 150여대의 차량을 동원해 극도의 스릴감과 생생한 파괴감을 선사했다.'트리플 9'은 애틀랜타 도로 지형을 최대한 활용해 현실적인 액션 장면을 구현했다. 제작진은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전, 미국 애틀랜타의 다양한 도심 지형에 대한 사전 조사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은행 절도로 훔친 현찰 더미 속에서 폭발하는 붉은 염색약과 그로 인해 붉게 물들어가는, 파격적인 비주얼의 고속도로 도주장면이 탄생했다. 액션 신의 클라이맥스인 자동차 추격신 역시 CG 효과를 최소화해 보다 현실적인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이 밖에 영화 속 다양한 범죄 장면과 총격전, 폭파 장면 등을 강렬하게 연출해내며 아날로그 액션이 주는 생생한 쾌감을 전달한다. 전작 '더 로드'에서 사실감을 극대화 한 연출 기법으로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존 힐코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신뢰감을 더한다.'트리플 9'은 초호화 캐스팅으로도 주목받았다. 케이트 윈슬렛은 마피아 보스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노예 12년'과 '마션' 등에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줬던 치웨텔 에지오포는 범죄 조직의 수장으로 차갑지만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마이클' 역을 맡았다. 케이시 애플렉은 범죄조직에 맞서는 정의로운 경찰로 등장한다. 이들은 선과 악이 분명하지 않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경찰과 마피아 그리고 범죄조직이라는 세력으로 얽히는 가운데 자신의 이익과 정의 그리고 명예 등 다양한 욕심이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탄탄하고 긴장감 넘치게 보여준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 사진/(주)메인타이틀 픽쳐스 제공

2016-04-14 민정주

[텔미시네] 해어화(解語花)

'가수' 꿈꾼 마지막 예인 기생격변하는 1940년대 경성 배경천우희·한효주 목소리 '심금'감독 : 박흥식출연 : 한효주, 유연석, 천우희개봉일 : 4월 13일 드라마 / 15세 관람가 / 120분소율(한효주)은 경성 제일의 기생 학교 '대성권번'에서도 빼어난 미모와 탁월한 창법으로 최고의 예인으로 불린다. 소율의 둘도 없는 친구 연희(천우희)는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다. 이 둘은 선생 산월(장영남)의 총애를 받으며 조선 최고의 예인이 되기를 꿈꾼다. 소율의 정인이자 당대 최고의 작곡가인 윤우(유연석)는 민중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조선의 마음'이라는 노래를 작곡하려 한다. 윤우의 노래를 부르고 싶은 소율은 예인이 아닌 가수가 되려한다. 하지만 윤우는 연희의 목소리에 점차 빠져든다.비운의 시대, 가수를 꿈꾸는 마지막 기생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해어화'는 당시 대중가요계와 권번 기생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불러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국내에는 1920년대 이후 음반의 보급이 대중화됐고, 1926년 발매된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성악가 윤심덕의 노래 '사의 찬미'가 최초의 대중가요로 등장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40년대 전후 일제강점기 시대의 대중가요는 고통 받는 민중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즐거움을 안겨주는 대중문화로 각광 받았다. 1941년 태평양 전쟁을 시작으로 일본은 민족 의식을 선동한다는 이유로 황금기를 맞이한 한국 대중가요를 억압하기 시작한다. '해어화'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민중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래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그 노래를 부르고자 한 마지막 기생의 운명적 스토리를 전한다.우리나라의 전통 가곡인 '정가'의 명인으로 불리는 소율 역의 한효주는 청아한 소리가 특징인 정가를 완벽 소화했을 뿐만 아니라, 예인으로서 자태까지 갖추며 우아한 매력을 선보인다. 연희 역의 천우희는 민중의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연희가 부른 윤심덕의 '사의 찬미'는 윤우뿐아니라 노래를 듣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당대 최고의 작곡가 윤우 역의 유연석은 유려한 피아노 연주로 여심을 흔든다. '아리랑'을 연주하며 수준급 피아노 실력을 모자람 없이 펼쳐보인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16-04-07 민정주

[텔미시네] 독수리 에디

동계올림픽 최초 출전 선수 실화킹스맨 에거튼·울버린 휴잭맨 등단단한 연기 호흡 유쾌한 도전기감독 : 덱스터 플레처출연 : 태런 에거튼, 휴 잭맨개봉일 : 4월 7일 드라마 / 12세 관람가 / 106분영국 스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진 '에디(태런 에거튼)'는 동계 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스키 점프' 선수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비웃음뿐이다. 부모님의 걱정을 뒤로 하고 무작정 독일의 스키 점프 훈련장으로 떠난 그는 반항적인 성격으로 미국 국가대표 선수에서 퇴출 된 천재 스키 점프 선수 '브론슨'(휴 잭맨)을 우연히 만난다.에디는 자신의 코치가 되어 달라며 막무가내로 매달린다. 브론슨은 처음에 거절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에디의 간절함에 마음이 움직여 결국 에디와 훈련을 시작한다. '독수리 에디'는 1988년 캘거리 동계 올림픽 출전 선수인 에디 에드워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에디 에드워즈가 살고 있던 당시의 영국은 동계 올림픽에 스키 점프 선수를 출전시킨 적이 없었다. 건축 공사장에서 미장이로 일한 경력을 가진 에디는 프로 선수라고 하기에는 실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올림픽에서 70m와 90m 스키 점프에 도전해 모두 꼴찌를 기록했다. 그러나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환기시키며 화제의 인물이 됐다.영화는 에디를 순위를 떠나 아름다운 도전을 한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으로 그린다. 에디 역을 맡은 태런 애거튼은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고속 성장하던 킹스맨에서의 모습은 없는, 한없이 모자라기만 한 역할이지만 에디가 지닌 진솔하고 간절한 마음을 과하지 않은 연기로 보여준다.피어리 브론슨 역의 휴 잭맨은 태런 애거튼과의 단단한 연기호흡을 보여주며 뻔한 감동스토리를 유쾌하게 풀어간다.'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를 제작·연출한 매슈 본이 제작을 맡았고, '와일드 빌'(2013), '선샤인 온 리스'(2014)를 연출한 덱스터 플레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20세기폭스 제공'독수리 에디'의 한장면. /20세기폭스 제공

2016-03-31 민정주

[텔미시네] 하이-라이즈

40층 첨단아파트 상류층의 야만기술발전으로 뒤틀린 인간 심리톰 히들스턴 안정적 연기 '호평'감독 : 밴 웨틀리출연 : 톰 히들스턴(Dr.랭), 제레미 아이언스(안토니 로열), 시에나 밀러(샬롯 멜빌)개봉일 : 3월 30일 액션·드라마 / 청소년 관람불가 / 119분1975년 런던, 모두가 꿈꾸는 상류층 라이프를 대변하는 최첨단 고층아파트 '하이라이즈'가 모습을 드러낸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로열'이 설계한 40층 타워인 하이라이즈는 철저히 고소득층에게만 허용된 그들만의 비밀스런 공간이다. 모든 편의시설과 서비스가 마련돼 외부로 나갈 필요조차 없는 건물은 자연스레 내부와 외부를 단절시킨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건물의 치명적 결함이 밝혀지고 25층에 사는 'Dr. 랭'은 이해할 수 없는 이웃들의 이상 징후를 발견해 나간다. 이어 호화로운 파티가 열린 밤, 의문의 추락사고가 발생한 이후 Dr.랭은 진짜 하이라이프의 실체를 목격하게 된다.더 타임스가 '위대한 작가'로 선정한 J.G. 발라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하이-라이즈'는 1975년 런던, 최첨단 고층아파트 '하이라이즈'를 배경으로 하는 21세기형 신세계 스릴러다.소설은 빌딩 정글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내재된 야만적 본성을 파헤친다. 그 본성은 사회적 결함의 원인으로 자라나고, 테크놀로지의 존재감은 인간의 정신세계가 나약해질 수록 점점 커지며 미래사회를 디스토피아로 만들어간다.1975년에 쓰여 졌지만 현대를 배경으로 한다고 해도 무관할 만큼 최첨단 설비와 현대적인 디자인을 갖춘 고층아파트가 등장한다. 신분사회를 연상케 하는 이 거대한 유토피아는 고소득 직업군들만을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선발하며 '마치 완벽해 보이는' 세계를 연출했다.사실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이 거대한 건물이다. '하이라이즈'라는 공간 자체가 마치 살아있는 듯한 캐릭터로서 긴장감과 삭막함, 상류 퇴폐문화의 묘한 흥분이 버무려진 독특한 분위기를 뿜는다.건물의 위용에 부화뇌동하는 인간들을 한발 뒤에서 바라보는 'Dr.랭' 역의 톰 히들스턴은 예상대로 안정된 연기를 펼쳐준다. 그는 이번 영화로 토론토, 런던영화제의 평론가들로부터 '톰 히들스턴 필모그래피 중 최고의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실제 고층아파트와 건물들이 즐비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상당하다. 기술발전이 인간의 심리를 기괴하게 뒤트는 양상이 섬세한 편집을 거쳐 현대인의 야성을 자극한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 사진/찬란 제공

2016-03-24 권준우

[텔미시네] 폴링(The Falling)

'단짝' 아비가 죽고 학교에 퍼진 전염병리디아는 '기묘한 증상'을 파헤치는데…감각적 배경·십대 배우들 호연 '인상적'감독 : 캐롤 몰리출연 : 메이지 윌리암스(리디아), 플로렌스 퓨(아비), 맥신 피크개봉일 : 3월 24일 드라마·미스터리 / 청소년 관람불가 / 102분1969년 영국의 명문여학교에 다니는 리디아와 아비는 둘도 없는 단짝친구다. 둘은 가장 은밀한 경험까지 공유하던 사이지만 언젠가부터 아비에게 비밀이 생기고, 리디아는 그런 아비가 못마땅하다. 둘의 우정이 흔들린 순간, 아비는 리디아의 곁을 떠나게 된다. 리디아와 친구들이 슬픔에 잠겨있는 무렵, 소녀들에게 미스터리한 증상이 퍼진다. 이 증상은 전염병처럼 학교 전체로 번진다.여성감독 캐롤 몰리는 한없이 유쾌하고, 또 한편으로는 고약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사춘기 소녀들의 예민하고 섬세한 감성을 날카롭게 포착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십대 소녀 배우들은 베테랑 연기자들 틈바구니 속에서도 자신의 현재를 투영한 캐릭터에 충실하며 그 자체로 빛나고 아름다운 에너지를 발현한다.특히 메이지 윌리암스는 이번 영화에서 제 나이에 꼭 맞는 사춘기 소녀 리디아를 연기해 관객을 매료시킨다. 기묘한 증상의 비밀을 파헤치는 리디아를 통해 특유의 마력 같은 카리스마로 극 전체의 중심을 잡는다. 학교와 가정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사춘기 소녀의 복잡미묘한 심리를 완벽한 연기로 표현해낸 메이지 윌리암스는 지난 1월 열린 제36회 런던 비평가 협회 시상식에서 영국아역상을 수상했다.감각적인 배경과 소품은 미스터리한 사건과 대조를 이루면 묘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영화 전반에서 통용되는 메인 컬러는 여학생들의 교복인 블루와 자연을 상징하는 그린이다. 호숫가에서 이뤄지는 소녀들의 야외 미술시간을 담은 장면은 구도에서부터 색감, 소품에 이르기까지 한 폭의 아름다운 명화를 연상시킨다. 미술뿐만 아니라 문학, 과학 등 학창시절의 향수를 부르는 여러 수업시간 장면도 인상적이다. 그 중, 호숫가 야외 미술시간은 대사가 한마디도 없지만 클래식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 사진/더블앤조이 픽쳐스 제공

2016-03-17 민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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