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와이드·커피, 넌 누구니] ‘블랙 퍼포먼스’

전세계 하루 소비량 25억잔·1년에 700만t생산경기 침체속에서도 인기 ‘수입량 사상 최대’세계를 움직이는 3대 검은 액체가 있다. 석유, 콜라, 그리고 커피다. 세계 무역량 1위 품목인 석유는 세계 경제를 굴러가게 한다. 그러나 전쟁의 빌미가 되기도 하고,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하면서 과거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콜라는 한 때 젊음의 상징이었고 세계화의 기수였다. 그러나 콜라보다 콜라병 몸매가 더 환영받게 되면서 10년째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 세 가지 중 커피는 단연 흥하고 있다. 석유는 감시당하고 콜라는 외면당할 때 커피는 꾸준히 그들의 아성을 따라잡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기호식품이 됐다. 전세계에서 하루에 소비되는 커피는 25억잔, 1년에 생산되는 커피의 양은 700만t 이다. 가장 많은 커피를 생산하는 나라는 브라질이고, 가장 많은 커피를 소비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우리나라는 커피소비량이 가장 빨리 증가하는 나라 중 하나다. 2000년대 초반에는 국가별 커피 소비량이 10위권 밖이었지만 지난해에는 미국, 브라질,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로 커피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됐다. 경기 침체가 끝도 없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커피의 성장세는 지속돼, 지난해 커피 수입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커피 판매량은 242억잔이다. 1인당 연평균 484잔을 마신 셈이다.이런 수치들은 조금만 번화한 거리에 나가보면 즉시 피부로 와닿는다. 수원의 나혜석 거리를 중심으로 인근 커피숍만 100개다. 판매되고 있는 커피의 최저가는 1천500원, 최고가는 1만2천원이다. 이들 커피숍은 유형도 다양하고 영업 전략도 다양하다. 전세계에 수천개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커피전문점은 1만원이 넘는 커피를 선보이는가 하면 한국인의 취향을 저격하는 요소들을 갖춘 국내 브랜드도 있고, 커피맛 좀 아는 마니아들을 위해 매장에서 생두를 직접 볶으며 깊은 맛과 향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곳도 있다. 알면 알수록 커피의 세계는 깊어진다. 커피에 죽고사는 사람들에게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 사진/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아이클릭아트

2015-11-19 민정주

[금요와이드·커피, 넌 누구니] 카페 주인 홍순채씨가 말하는 커피의 매력

온도·정량등 고른품질 위한 노력불구10번 만들면 서너잔 불만족 그냥버려“개업 1년째지만 아직 배울것 많아”본사에서 원두 받아쓰는 프랜차이즈직접 볶는 가게들보다 신선도 떨어져홍순채씨에게 커피를 한 잔 부탁했다.그는 수원 인계동에서 커피숍을 운영한다. 오전 11시 30분, 그의 커피숍은 커피 볶는 냄새로 가득 차있다. 로스터기로 커피를 볶은 직후였다. 뜨겁게 달궈진 로스터기 주변으로 커피 껍질이 날렸다. 커피향에서 밀도가 느껴졌다. 묵직하면서도 익숙하고, 따뜻한 커피향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홍씨가 주문한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커피 한 잔을 완성하기까지 꽤 복잡한 공정을 거쳤다. 먼저, 커피콩을 그라인더에 넣고 간다. 포터필터에 정량의 커피 가루를 담는다. 평평하게 담고 템핑한다. 템퍼로 포터필터 안의 커피를 꾹 눌러주는 과정이다. 에스프레소 머신에 포터필터를 장착하고 추출한다. 처음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한 쪽으로 치우더니 다시 추출한다. 사람 손이 아닌 기계로 커피콩을 볶고, 갈고, 저울로 커피량을 재고, 추출기를 사용하니 누가 해도 똑같은 커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홍씨는 “같은 사람이 해도 매번 다른 커피가 나온다”고 말했다. “에스프레소를 10번 추출하면 그 중에서 마음에 들게 나오는 건 6~7번 정도고, 정말 맛있다고 느낄만한 건 3번쯤이에요. 서너 잔은 그냥 버리죠. 제 실력이 부족해서 이기도 하겠지만, 커피 맛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많아요.” 그는 그날 그날 날씨에 따라 커피 볶는 시간을 결정하고, 분쇄된 정도에 따라 커피량을 조절하고, 실내 온도에도 신경을 쓴다. 커피숍을 개업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많다고 한다.홍씨는 도자기를 굽는 아내와 함께 홍차 가게를 운영하다 커피전문점으로 업종을 바꾸었다. 그저 커피를 즐겨 마시던 그가 바리스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정말 맛있는 커피를 한 번 맛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이름난 바리스타를 찾아가 커피를 배웠다. 국내 1세대 바리스타로, 홍씨에게 직화식 로스팅을 가르쳤다. 생두를 볶을 때 불의 열기가 직접 닿는 방식의 직화로스팅은 품종의 특징을 최대한 살린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고른 맛과 품질을 유지해야하는 커피전문점에서는 이 방식이 적당하지 않았다. 요즘은 1kg짜리 로스터기로 하루나 이틀에 한 번씩 로스팅을 한다. 대개의 음식과 마찬가지로 커피도 신선한 게 맛 있는 법이니 그는 자주 로스팅을 하되, 일정한 품질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위해 많은 정성을 기울인다.“이 정도 커피라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커피숍을 차렸어요. 그게 자만이라는 걸 깨닫기까지 6개월도 안 걸리더라고요.” 개업 초기에 홍씨의 커피를 마신 손님이 로스팅이 잘못됐다고, 구체적으로 너무 일찍 기계에서 원두를 꺼냈다고 지적한 경험이 그에게는 큰 가르침이었다.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커피 맛을 아는 손님들을 만나면 반갑다. “저부터도 커피를 알고 나니 모르고 마실 때보다 훨씬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었어요. 기왕에 커피를 마시는 분들은 다양한 커피를 접해보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 행복감을 느끼면 좋겠어요.”홍씨는 사람들과 커피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자주,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나는 ○○○에스프레소 아니면 안마셔’라고 말하는 외골수를 만나거나 정체불명의 커피이론을 접했을때, 혹은 커피가 위험하게(?) 활용되는 경우를 볼 때가 그렇다. “한번은 가게에 오신 손님이 생두를 좀 팔라고 하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다이어트용으로 먹겠다는 거예요. 볶기 전의 생두는 먹을 게 못돼요. 멀리서 수입해 오느라 정말 더럽거든요.” 그는 신선한 커피를 마시려면 프렌차이즈는 피하라고 조언했다. “인생커피라고 할 만큼 맛있게 먹었던 커피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리스타의 이름을 걸고 만든 커피숍에서 마신 커피였어요. 그런데 매장 수가 늘어나니 맛이 변하더라고요. 프랜차이즈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매장에서 자주 볶아서 쓰는 원두랑 대량 공급받는 원두가 같을 수는 없죠.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넘쳐나는 가운데 작은 커피숍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기도 하죠.”마침내 홍씨가 커피를 건네주었다. 꽃무늬를 그려 넣은, 잔입술을 도톰하게 빚은 찻잔에 우유 거품이 넘칠 듯 소복하게 담겨 있다. 카페라떼의 우유 거품을 한 스푼 떠서 입에 넣으니 폭신하다. 어느새 점심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하나 둘 카페 안을 채우고, 바리스타 홍 씨의 오늘 하루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 사진/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수원 인계동에서 커피숍을 운영중인 홍순채씨.

2015-11-19 민정주

[금요와이드·커피, 넌 누구니] 제 3세계 빈곤국 돕는 ‘공정무역’

값싼 원료·노동력 이용 폭리 만연커피 한 잔당 생산자 손엔 ‘20원’뿐유통과정 없앤 직거래로 해답 제시“저는 여러분 지역의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즐기는 음료가 우리에게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땀 흘려 생산한 커피의 대가로 아무것도 얻지 못합니다.” 우간다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한 농민이 남긴 말이다. 세계 경제는 위기를 거듭하면서도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흔히 제 3세계로 분류되는 아시아·아프리카·중동·라틴아메리카 등지의 일부 빈곤한 국가들은 여전히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27억 명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고 있다는 세계은행(World Bank)의 분석은 더 이상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개념이 ‘공정무역(Fair Trade)’이다. 공정무역은 원료를 만들고 생산하는 쪽보다 이를 사들여 상품으로 만들고 유통하는 쪽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는 무역 구조가 불평등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다국적 기업 혹은 선진국의 경우 더 높은 수익을 얻고자 값싼 원료와 노동력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으며, 정보가 부족한 빈곤국가의 생산자들에 대한 노동력 착취는 계속되고 있다. 1980년에서 1999년 사이 세계 무역량이 3배가 넘게 성장한 데 비해 가난한 나라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발표는 무역의 불균형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공정무역이다.한 경제연구소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전 세계 커피 소비량 6위에 올라 있으며,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84잔에 달한다. 국민 전체가 1년 내내 매일같이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고 있는 셈이다. 커피는 전 세계적으로 거래량이 많고 이윤이 높은 무역 상품 중 하나로, 지구 상에서 석유 다음으로 높은 거래량을 보인다. 이 때문에 커피를 ‘검은 황금’으로 부르기도 한다.세계 10대 커피 생산국으로 브라질·베트남·콜롬비아·인도네시아 등이 있다. 주요 커피 생산국들의 연간 평균기온은 18~22℃로 유지돼야 하며, 건기와 우기가 구분되는 기후환경을 지니고 있다. 보통 2~4개월의 성장기간을 거쳐 열매를 수확하고, 과육을 벗겨낸 커피 씨앗을 밤새 발효시켜 세척 한 뒤 햇볕에 건조 시킨다. 이후 껍질을 벗기면 비로소 수출이 가능한 생두가 되며, 이를 볶을 경우 흔히 볼 수 있는 원두가 된다.커피 한 잔을 만들어내는 데는 100여 개의 커피콩이 필요하며, 현재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의 평균 가격은 4천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중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가격은 유통비 등을 제외하면 고작 0.5%인 20원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열악한 생산 과정과 노동력에 비해 대가는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이에 생산자의 노고를 더욱 인정해주고자 나온 커피가 공정무역 커피다.공정무역 커피는 다국적 기업이나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제 3세계 커피 농가에 합리적인 가격을 직접 지불하고 사들이는 커피를 말한다. 또 커피콩의 최저가격을 인정해주고, 지역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공정무역 발전기금을 보장한다. 이를 통해 생산자는 이익을 높일 뿐 아니라, 일회성 거래기금이 아닌 장기간 계약을 통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얻게 된다.국내에서는 ‘아름다운커피’, ‘YMCA 피스커피’, ‘iCoop생협 연합회’, ‘두레생협 APnet’, ‘기아대책 행복한나눔’, ‘한국공정무역연합’,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 등의 공정무역 단체들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공정무역 커피 원두는 직거래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원두를 구매할 수 있다. 중간 수수료를 줄일 수 있어 커피 농가에서는 높아진 수익을 통해 고품질의 커피 원두 생산에 더 힘을 쏟을 수 있게 된다. 공정무역 커피 원두가 ‘착한 커피’라 불리는 이유다.지난 2002년 공정무역을 처음 시작해 국내 대표 단체로 활동 중인 아름다운커피 관계자는 “공정무역을 통해 제품 판매 뿐 아니라, 교육과 지원을 병행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며 “생산자들이 보다 품질을 높이고 역량을 키워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고 밝혔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우간다 남동쪽 음발레 지역 주민들이 결성한 구무띤도 커피협동조합. /아름다운커피 제공우간다 남동쪽 음발레 지역 주민들이 결성한 구무띤도 커피협동조합. /아름다운커피 제공

2015-11-19 황성규

[금요와이드·수능 해방, 새 출발선에 서다] “6교시는 자유영역”

“기나긴 터널에서 벗어났지만 막막”여행·스포츠… 재충전의 시간 필요“12년 학창생활을 이렇게 평가받다니 허탈하네요.” “기나긴 터널에서 벗어났는데, 막상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12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끝낸 수험생들의 목소리이다. 이 밖에도 “잠을 실컷 자고 싶다”거나 “못 했던 게임을 밤새워 하고 싶다” 등 그 동안 억제했던 부분에 대한 해소 차원의 일탈을 꿈꾸는 일성도 있었다. 우리 입시제도의 정점인 수능만을 향해 달리다가 목적지에 도달한 후에 낸 수험생들의 허탈감 짙은 목소리는 그들을 옥죄었을 극한의 입시 경쟁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수험생(타율적 규범)의 틀에서 뛰쳐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수능 점수의 굴레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수능이 대학을 결정하는 제도로 작용하지만, 곧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는 도구는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하는 때라는 것이다.현대 실존주의 철학의 선구자 키에르케고르(S. Kierkegaard, 1813~1855)는 ‘청년은 희망의 그림자를 가지고, 노인은 회상의 그림자를 가진다’고 했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욕망이 끓어올라 희망의 꽃으로 피어나는 때로서 청년기를 표현했다.교육 현장에서도 수능이 끝난 고3 학생들에게 수능이 끝이 아님을 인식시키고, 흐트러짐 없는 일상을 영위할 것을 주문하면서 세 가지를 당부한다. 첫째, 모든 일에 극기와 절제심을 갖도록 하자. 둘째, 진취적인 일을 찾아 능동적으로 실천해 보자. 셋째, 부모님·선생님·친구들과 따뜻한 감정을 나누기 위한 이벤트 등을 기획해 보자 등이다. 막막하게 생각된다면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라고 권해 본다. 전시회와 각종 행사 관람의 청소년 할인은 이 시기에만 받을 수 있다. 대중교통을 청소년 요금으로 이용하는 것도 현재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스포츠·문화 행사장과 공원을 방문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전국을 여행해 보는 건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좋은 경험을 쌓게 해 줄 것이다.더해서 지원할 대학에 관해 알아보는 것도 이 시기에 해야 할 일이다. 임경수 서강대 수학과 교수(입학처장)는 “대학 현장을 찾는 적극적인 자세가 의미있는 대학생활에 대한 막강한 동기부여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신상윤기자 kyj@kyeongin.com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2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문일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환호하며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15-11-12 김영준·신상윤

[금요와이드·수능 해방, 새 출발선에 서다] 조선시대에도 골치였던 부정행위

수능 시험을 마치고 나면 부정행위와 문제 출제 오류 등의 문제가 항상 불거진다. 수험생들이 수능 시험에서 사용한 기상천외한 부정행위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기도 한다.또 지난 2014년도, 2015년도 수능 시험은 일부 과목의 문제가 출제 오류로 밝혀지면서 수험생과 학부모, 더 나아가 대학까지도 입시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과거시험을 치르고 급제자 발표를 앞둔 한 선비가 고향에 있는 어머니께 보낸 편지에 이런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조선 숙종 시대 이동표라는 선비는 과거 시험을 본 뒤 고향에 있는 어머니께 편지를 보냈다. 그는 “과거를 이틀 동안 다 무사히 본 후에 선비들이 남을 데리고 든 사람이 있다고 해 (합격자) 방을 내지 않고 그 과거를 파장(罷場)하고 다시 회시(會試)를 보게 해 처음에는 (회시 보는 날을) 8일로 정하였다가 또 16일로 연기했는데 그날이나 반드시 볼지(시험이 치러질지), (이후로) 머물기가 민망하고 민망합니다”라고 자신의 소식을 전한다.이동표는 숙종 3년(1677년) 2월에 과거 회시를 봤고, 장원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급제 발표를 기다리던 중 다른 응시자 10여 명이 차서(借書·다른 사람이 응시자의 답안지 글씨만 대필해 주는 일)와 차술(借述·다른 사람이 응시자의 답안 내용을 작성해 주는 일) 등 부정행위를 한 것이 밝혀지면서 숙종은 과거 시험을 취소한다.이에 고향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다.이동표는 결국 그 해 다시 실시한 과거 시험에는 응시하지 않는다. 이후 1683년 실시 된 과거 시험에 다시 참여해 회시에서 장원 급제를 한다. /신상윤기자 ssy@kyeongin.com

2015-11-12 신상윤

[금요와이드·수능 해방, 새 출발선에 서다] 과거 급제자들의 엄격했던 관례

고려시대 감독관과 독특한 사제관계조선시대와선 하사배 통해 공음의식축하연회·감사인사·공자사당 예올려어사화 꽂고 허락된 3~5일 거리 행진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학 진학을 앞둔 수험생들만의 시험이 아니다.국가는 시험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1년여 간 문제 출제를 주관하고, 기업은 수능 시험 당일 출근 시간을 1시간 가량 늦추기도 한다.항공기는 수능 시험 당일 듣기평가 시간대 이·착륙이 금지되고, 수능 시험장 인근은 경적 소리 등을 울리는 행위도 할 수 없다.우리 선조들에게 수능이라는 제도는 없었지만 관직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科擧)시험을 통과해야 했다.그렇다면 우리 선조들은 시험에 억눌렸던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었을까. 시험에서의 해방감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을 터이다.그러나 과거시험은 국가가 나랏일을 하기 위한 인재를 뽑는 절차였던 만큼 시험에 합격한 급제자들도 자유롭게 행동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과거 급제자는 관례에 따라 준비된 일정을 따라야 했다.과거시험은 고려왕조시대 광종 9년(958년)부터 시작해 조선왕조시대까지 이어진다.왕은 과거 급제자(합격자)에게 홍패(붉은 종이에 쓴 합격증)를 하사하고, 연회를 열어 축하했다.고려왕조시대에는 시험의 감독관인 지공거와 과거 급제자 사이에 ‘좌주-문생(座主-門生)’이라는 독특한 사제관계가 맺어졌다.과거 급제자인 문생은 지공거인 좌주나 좌주의 부모를 찾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좌주의 집에서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이들은 중앙의 관료들이 하나의 학벌을 형성해 자신들의 권력과 조직을 활성화하는 폐단을 낳기도 한다.조선시대엔 임금이 과거 급제자들에게 하사배(下賜盃)를 통해 술을 돌려 마시는 공음 의식이 있었다.급제자들은 나이와 생일 순으로 앉아 한 잔의 술을 같이 나눠 마셨다.이 의식은 임금과 신하로서의 결속, 동창 간의 결속 등을 다지는 자리였다.과거 급제자는 근정전에서 방방의 또는 창방의라는 의식을 열고 호명됐다.급제자의 이름을 부르는 방방관은 장원부터 성적 순서로 이름을 부르고, 이름이 불린 사람은 지정된 장소에 앉아 임금이 내린 어사화와 술, 음식 등을 받았다.방방의 다음 날에는 조정에서 문과·무과 급제자들에게 은영연이라 하는 축하연회를 배풀었다.조선시대의 의궤와 악보 등을 정리한 악학궤범에는 ‘은영연을 위해 악사 1명, 악공 10명, 여 기생 10명을 내려 보냈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은영연이 열린 다음날에는 문과·무과 급제자들이 모두 문과 장원의 집에 모여 궁궐에 들어가 국왕에게 인사를 올렸다.조선왕조실록에는 급제자에게 은영연을 베풀고, 급제자들이 이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는 기록이 수 차례 나온다.그 다음날에는 무과 장원의 집에 모여 공자를 모시는 사당인 문묘에 예를 올렸다.과거 급제자들에게는 일종의 거리 행진도 3~5일 간 허락됐다.조선 후기에 평생도(平生圖)라 하여 자신의 주요 일생의 주요 장면을 8폭의 병풍에 담는 것이 유행했는데 그 중 ‘삼일유가’라는 장면에 이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그림 속 행렬의 맨 앞 쪽부터 합격증서인 홍패를 든 사람, 악대와 광대 그리고 급제자가 어사화를 꽂은 채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신상윤기자 ssy@kyeongin.com평생도에 나타난 삼일유가의 모습. /문화콘텐츠닷컴 제공

2015-11-12 신상윤

[금요와이드·수능 해방, 새 출발선에 서다] 만능티켓 수험표 ‘아낌없이 누려라’

인디음악·연극 등 문화행사 다채KTX, 동반 1인도 최대 40% 할인백화점, 상품권 제공 앞세워 손짓식품업계도 특별메뉴 대접 ‘분주’수능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 학업의 해방감은 잠시, 갑자기 찾아온 여유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앞으로 대학 입학 전 3~4개월의 시간은 휴식과 함께 그간 수험생의 신분으로는 경험하기 힘들었던 것들을 누려볼 수 있는 짧지만 소중한 시간이다. 수험생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와 할인 이벤트 등이 수험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대부분 수험표가 있어야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화공연학업과 입시의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난 수험생들이 즐길 수는 다양한 문화 공연들이 인천, 경기 지역에 준비돼 있다.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은 올 연말까지 수험표를 챙겨 온 수험생들에게 인디음악, 클래식, 연극, 판소리 등 4개의 다양한 공연을 50% 할인된 가격에 선보인다. 13일 폭소와 풍자로 친일의 현실을 꼬집은 연극 ‘만주전선’이 무대에 오르며, 20일엔 밴드 ‘솔루션스’가 어쿠스틱의 세련된 음악으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다음 달 17일에는 인천시립합창단의 크리스마스 특선음악회가 열리며, 같은 달 18~19일에는 이자람의 판소리 ‘억척가’ 무대가 펼쳐진다.경기도 문화의전당은 오는 20일까지 사전 예약을 신청한 수험생들에게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 마지막 공연(12월 1일)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고양시는 오는 24일 오후 2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제6회 청소년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여행코레일은 내년 2월 말까지 수험생에게 KTX를 이용할 경우 동반 1인까지 최대 40%의 운임을 할인해준다. 만 25세 이하만 이용할 수 있는 무제한 철도 자유여행패스 ‘내일로’ 티켓은 5일권 구매 시 이용 기간을 2일 연장할 수 있다. 동계 내일로 티켓은 오는 25일부터 예매 가능하며, 다음달 1일부터 내년 3월 6일까지 이용 가능하다.■ 놀이동산경기도 용인 에버랜드는 11월 한 달간 수험생에게 자유이용권 등을 최대 60% 할인해 준다. 수험생은 1인당 2만원으로 에버랜드를 종일 이용할 수 있다. 캐리비안 베이도 11월 한 달간 수험생은 1만6천원(실내 라커 포함)에 이용할 수 있다.과천 서울랜드는 연말까지 수험생 대상 자유이용권을 최대 60% 할인하며, 일산 원마운트는 오는 30일까지 워터파크나 스노파크 이용요금을 9천900원으로 할인해 준다. 일산 아쿠아플라넷은 이달 말까지 수험생에게 입장료 50%를 할인해 준다.■ 쇼핑신세계 백화점 인천점은 ‘고삼을 부탁해’ 이벤트를 통해 수험생에게 특별한 혜택을 제공한다. 아이다스 전품목은 20%, 디아도라와 닥터마틴은 10% 등의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롯데백화점 인천점과 부평점도 19일까지 수험표를 지참한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오는 15일까지 영패션브랜드를 20만원 이상 구매한 수험생에게 롯데상품권을 증정한다.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은 12일부터 사흘간 수험표 지참 고객에 한해 영 캐주얼 상품군을 중심으로 할인을 진행한다.AK플라자 분당점은 13~15일 3층 본 매장 등에서 수험생을 대상으로 10~20%의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 식품업계CJ푸드빌 외식브랜드는 수능 수험표를 지참한 수험생에게 특별 할인과 추가 메뉴를 제공할 계획이다. 빕스(VIPS)는 다음달 13일까지 인천 연수점, 예술회관점 등 4곳과 경기 수원영통점, 부천역사점 등 23곳 등에서 수험생에게 샐러드바를 평일 런치 기준 1만4천900원, 디너·주말 기준 1만9천900원에 제공한다.차이나팩토리는 같은 기간 수원인계점 등을 찾은 고객 중 수험표를 제출할 경우 성인 3명 이상 주문 시 1명의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박석진·신상윤기자 ssy@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2일 각종 업체들이 수험생을 위한 행사 및 할인, 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2015-11-12 신상윤·박석진

[금요와이드·영원한 숙제 ‘육아’] ‘슈퍼맘의 눈물’

“사회가 모성애 강요” 수십년전 나혜석 글 조명 넘쳐나는 박람회… ‘슈퍼 부모’ 요구하는 현실 혼자 감당하기보다 주변·전문가 도움 청해야‘자식이란 모체의 살점을 떼어 가는 악마라 정의한다’ - 나혜석 ‘모(母)된 감상기’ 중.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1896~1948)은 육아의 고통을 이렇게 표현했다. 잠 없이는 살 수 없는데 잠을 빼앗아가는 자식보다 더한 원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한 말이다. 그는 ‘모(母)된 감상기’에서 주목받던 예술가로서의 삶이 갑작스러운 임신과 출산, 육아 등으로 헝클어져 버린 심리를 묘사했는데, 내면에는 여성에게만 지워진 임신·출산·육아의 짐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하지만 ‘자식=악마’라는 표현 때문에 당시 지식인 남성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는데 나혜석은 모든 어머니가 모성애를 가진 것은 아니며, 사회가 여성에게 모성애를 강요한다고 맞섰다.이후 1926년 1월 3일 일간지에 기고한 ‘내가 어린애 기른 경험’에서는 자신의 육아방법을 담담한 필체로 솔직하게 그렸다. 4시간에 한 번씩 모유를 수유하는 경험부터 아이 운동방법, 언어교육 등을 소개했다.나혜석은 말미에 “부모된 자는 반드시 그 시대 시대를 이해할 만치 공부하기를 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상과 같이 냉정한 태도로 자연에 맡기어 아이를 길러 간다”고 마무리했다.육아 전문가들은 수십년전 써내려간 나혜석의 글에서 현대사회의 부모들이 겪는 육아 스트레스가 그대로 들어 있다고 한다. 과거의 대가족 사회에서 육아는 공동의 몫이었다. 조부모 세대들이 잠깐씩 아이를 봐주는 시간이 여성들에게는 꿀맛 같은 ‘휴식’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육아 휴식시간에는 다른 가사노동에 내몰리지만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에서는 잠시 해방된다. 핵가족 사회로 변모하면서 육아는 부모 또는 오롯이 아내 또는 남편의 몫으로 변모했다. 아이를 잠시 조부모에게 맡길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점점 ‘슈퍼 육아 부모’를 요구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한 육아 전문가는 “자식이 악마까지는 아니더라도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존재로 보여 육아 우울증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많다”며 “육아에 문제가 발생하면 자연히 부부사이 역시 멀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육아와 관련한 쇼프로그램이라든가 인터넷 카페, 육아 관련 박람회 등이 넘쳐나면서 현대사회의 부모들은 점점 ‘슈퍼 맘(파파)’이 되기를 요구받고 있다”며 “육아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냉정히 설정해야 한다. 육아는 혼자의 몫이 결코 아니다. 언제든지 주변 또는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욱기자 kmw@kyeongin.com ·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현대 사회가 핵가족시대로 변모하면서 임신·출산·육아 문제는 맞벌이 부부에게 구조적으로 ‘슈퍼 육아 부모’를 요구하지만 언제든지 주변 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경기도모유수유아동선발대회 모습.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2015-11-05 김민욱

[금요와이드·영원한 숙제 ‘육아’] 미혼 여기자의 반나절 속성 육아일기

기저귀 갈기는 커녕 처음 안는 것부터 막막알 길 없는 아기 마음… 30분도 안돼 식은땀‘끝모를 밀당’ 나도 모르게 엄마처럼 혼잣말떠날때 쯤 핀 웃음꽃 “예쁘니까 참지” 공감“육아는 자신을 내려놓는 것과 같아요.”예쁘고 귀여운 인형과 함께 노는 인형 놀이지만 결코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인형 놀이. 육아의 백 분의 일도 채 맛보지 못한 미혼 여기자가 느낀 육아의 한 단면이었다.화성에 사는 곽민혁(생후 8개월)군과의 하루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한 아이의 엄마이자 기자에게는 선배인 권순정(35)기자의 품에서 아이를 넘겨받아 무릎에 앉힌 순간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이 됐다. 평소 엄마와 아빠 품에서 느꼈을 편안함과 안락함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내 생각일 뿐. 속을 알 수 없는 아이는 그저 울먹거렸다. 자세를 이리저리 바꿔도 봤지만 아이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평소 낯을 가리지 않는다던 아이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지자 30여 분 만에 등에 땀이 차는 게 느껴졌다. 자리는 좌불안석이었고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3월생인 아이는 어른이 없으면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하지만 육아를 해 본 경험이 없는 미혼자 역시 어른이지만 서툰 것은 마찬가지였다. 소변을 본 아이의 기저귀가 불룩하게 차올랐지만 어떻게 옷을 벗기고 천 기저귀를 풀러야 할지부터 막막했다. 권 기자는 처음부터 타고나는 엄마는 없다고 말했다. 권 기자 역시 권 기자의 엄마, 그 엄마도 본인의 엄마를 통해 엄마가 되는 방법을 알음알음으로 익혔을 터였다.물 한 모금 마시는 것마저 돌이 채 안 된 아이에게는 난제였다. 힘차게 물병은 빨지만, 물병을 기울여야 물이 나온다는 사실은 8개월 된 아이가 깨닫기에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 곁에서 물병을 기울여주지만 한 모금 마시곤 이내 물병을 밀었다가 잡고 흔드는 등 ‘밀당’을 되풀이했다. 이유식을 먹고 싶은지 물이 마시고 싶은지 아니면 배가 부른 건지 한 길 물속은 알아도 아이의 속은 알 수 없었다. 엄마들의 혼잣말을 어느 순간 따라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예쁘고 귀엽지만, 말이 안 통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형. 24시간 내내 아이와 생활하는 엄마에게 이따금 찾아온다는 산후 우울증은 극단적인 충동을 일으킬 만큼 위험하다. 아이가 생기기 전 직장 생활 등을 하며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냈을 엄마들이 느낄 무력감과 공허함의 깊이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권 기자는 아이를 사랑하지만, 가끔 아이를 위해 자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 기자는 “24시간 육아라는 직장에 다니는 것과 같다”며 “말 못하는 아이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엄마 본인의 욕구는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하지만 육아는 엄마만의 몫은 아니다.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일터에 나가는 것은 맞벌이 부부 모두 같은 입장이기 때문이다. 권 기자 역시 육아 휴직을 마치고 내년부터 복직할 예정이다. 앞으로 권 기자가 회사에 있을 동안이나 퇴근이 늦어질 경우 아이를 돌볼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다. 권 기자와 같이 복직을 앞둔 맞벌이 부부에게 주어진 통과의례다. 만 1세 반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나 시부모, 친부모 등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지만, 핏덩이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맡기기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한다. 시부모나 친부모에게 손을 먼저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이유다.아이를 키우면서 육아에 대한 욕심이 나는 동시에 포기해야 할 것이 생긴다. 아이를 돌보면서 포기하게 된 것들을 묻자 권 기자는 “내 자유”라며 웃었다. 손이 많이 가는 천 기저귀부터 밤을 꼬박 새워가며 손수 만든 이유식까지 아이에게 최선은 아니어도 차선까지 챙겨주고 싶은 게 엄마의 마음이었다. 그러면서 엄마의 하루는 아이의 하루가 되고 마는 것이다.숨넘어갈 듯 울던 아이가 기자가 떠날 때쯤 돼서야 감춰둔 웃음을 내보였다. 아이가 예쁘게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이가 예쁘니까 육아를 할 수 있다던 권 기자 말의 의미를 그제야 풀이해 본다. 하지만 고작 반나절 짜리 속성 육아가 끝나고 기자의 몸에는 여느 때보다 피곤함이 배인 하루였다. /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그칠줄 모르는 울음… 울고싶은 초보맘1일 엄마에 도전한 조윤영 기자가 딸랑이 등 아기 장난감을 동원해 아기를 달래보고 있다.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2015-11-05 조윤영

[금요와이드·영원한 숙제 ‘육아’] 초보맘을 위한 ‘모유 수유 프로젝트’

전문가, 초유 적극 권장… 첫 1주 고비 넘겨야아이 성장에 맞춰 젖물리는 시간 간격 조절통증·스트레스 심할 땐 전문가와 상담해야모유는 아이의 면역력과 두뇌발달을 돕고 산모들의 유방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아이에게 좋은 모유를 먹이기 위해 많은 초보 엄마들이 6~12개월 동안 완벽한 모유 수유(완모)를 시도하지만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첫 출산 직후 젖의 양이 많지 않을 뿐 더러, 잦은 수유는 지친 산모에게 피로를 가중시켜 어렵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초보맘의 완모를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완벽한 모유 수유모유 수유는 출산 직후 초유로 시작한다. 초유는 이 기간 동안 며칠 동안만 나오는 노란색의 묽은 젖으로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과 면역물질이 풍부하다. 전문가들은 산모가 완모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초유는 꼭 권장한다.초유를 끝내면 비로소 ‘완모 프로젝트’에 접어든다. 완모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6개월 프로젝트는 반년 동안 모유 수유를 한 뒤 이유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12개월 짜리는 이유식을 생략하고 1년 동안 모유 수유를 한다.초보맘처럼 육아 경험이 부족한 산모는 수유 계획 작성이 필요하다. 보통 출산 1~2개월 후는 2시간 간격으로 아이에게 수유를 한다. 아이가 잠든 밤 시간에는 3시간 간격이 좋다.아이가 자라나면서 모유 수유 시간 간격도 길어진다. 생후 3~7개월 된 아이는 3~4시간 간격으로 젖을 물린다. 생후 8~10개월 차에 접으들면 5시간 간격으로 모유 수유를 권장한다. 완모가 마지막으로 접어드는 11~12개월에는 모유 수유 주기가 12시간 간격이면서 산모에게 부담을 덜어주게 된다.■ 완모의 어려운 점산모가 밤 잠을 설치면서 2~3시간 간격으로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산모가 완모를 시작하더라도 가장 많이 포기하는 이유는 젖의 양 때문이다. 산모들은 모유 수유 첫 일주일을 고비로 꼽는다.이 시기는 누구나 젖이 적게 나오는 시기다. 생리적으로 모유가 특히 적어 수유가 어려운 산모는 전체 산모 중 2~3%로 드문 편이다. 젖의 양은 물릴 수록 늘어나기 때문에 산모 스스로 인내심을 가지고 첫 일주일의 고비를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또 이 시기를 넘기지 못하고 바로 분유를 먹이게 되면, 아이가 엄마 젖꼭지와 우유병 젖꼭지를 혼동하게 된다. 결국 아이는 우유병만 찾게 돼 앞으로도 모유 수유가 어려워진다.두 번째 고비는 모유 수유를 시작한 지 100일 전후로 찾아온다. 아이가 점점 힘이 세지고 수시로 수유를 하면서 산모에게 옷깃만 스쳐도 칼로 베이는 듯한 통증이 몰려온다. 자연적으로 굳은 살이 생겨 고통을 이겨내는 산모도 있지만, 초보맘들에게는 육아휴직 등을 통해 외출을 자제하고 집안에서 육아를 하는 방법도 있다. 이 기간 고통을 감내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여 자칫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언제든지 가까운 모유 수유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게 고통을 더는 데 도움이 된다.■ 모유 수유의 효능모유 수유 전문가들은 “모유는 아이에게 최고의 영양원이다. 모유에는 글로불린, 유산균, 비피더스 균 등 각종 면역물질과 항체가 포함돼 있다”며 “아이는 엄마 젖으로만 키가 크고 전체적인 신체기능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또 아이의 정서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엄마와 아이가 신체를 접촉하면서 친밀감을 높일 뿐더러 아이의 두뇌발달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김범수기자 faith@kyeongin.com

2015-11-05 김범수

[금요와이드·영원한 숙제 ‘육아’] 내 아이니까 ‘특별한 관심’

“아이에게 입히고 먹이는 건데 어떻게 아낄 수 있겠어요.”지난달 말에 첫 아들을 출산한 장모(32)씨는 최근 아이에게 입힐 유기농 배냇저고리를 구입했다. 유기농 제품은 한 벌당 평균 2만~3만원으로 일반 배냇저고리보다 배 이상 비싸지만 장씨는 개의치 않았다. 유기농 제품이 아이의 아토피 피부염 예방에 탁월하다는 말을 듣고 나서다.장씨는 “아이는 특히 피부가 약해 아토피 같은 피부병이 쉽게 걸리기 때문에 유기농 제품을 입혔다”며 “배냇저고리를 세탁할 때도 일반 세제를 사용할 수가 없어서 독일에서 만든 무독성, 무형광증백제, 무환경호르몬 성분의 유기농 세제도 함께 구입했다”고 말했다.이처럼 아이에게 입히고 먹일 유기농 제품을 찾는 산모들이 많아지면서, 산모들끼리 정보를 공유해 유기농 제품을 공동구매하거나 출산 전부터 준비물 목록을 작성하는 산모도 늘어났다.유기농 출산용품의 인기를 말해주듯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유아용품 판매율을 보면 지난해 동기대비 유기농 위생용품은 30.2%가 증가했고, 유기농 유아 간식 역시 25.6% 늘어났다.하지만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부모들에게 ‘유기농’ 제품은 부담이다. 부담은 자칫 육아 스트레스로 발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사정에 맞는 육아용품을 구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범수기자 faith@kyeongin.com

2015-11-05 김범수

[금요와이드·헬조선과 청년 정치] 스물여덟 진달래씨 지방선거 도전기

최연소 후보 노란 머리·차별화 공약… 비용·인력 걸림돌“관심영역 대변하는 목소리 작을 때 다시 뛰어들고 싶어”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의원 녹색당 비례대표로 출마한 진달래(28·여) 씨는 당시 인천 최연소 후보자였다. 서울대학교 사회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역 주변 장애인·자전거 이동권 보장’, ‘성 소수자 차별금지 조례 제정’ 등 다른 후보자와는 차별화된 공약을 내세워 눈길을 끌기도 했다. 머리카락을 노랗게 염색한 채로 선거운동에 나선 것도 파격적이라는 반응이었다.진달래 씨는 “경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정치를 할 수 없는 요즘 현실은 결국 사회가 생존의 마지노선으로 갔다는 의미”라며 “자립이나 생명 존중 등 대안적인 세계 구축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그는 녹색당 창당 과정에 참여하면서 정치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소수정당 소속의 청년 후보로 선거에 나서는 과정에는 수많은 걸림돌이 있었다. 진달래 씨는 “광역의원 기탁금 300만 원부터, 한 장에 10원짜리 공보물을 수십 만장을 만들어야 하는 것까지 청년 후보에겐 선거비용 마련이 가장 큰 고민”이라며 “대학원 조교로 일하면서 시간을 쪼개가며 선거운동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제한된 비용과 인력으로 선거를 치르기 위해선 그야말로 ‘발’로 뛸 수밖에 없었다. 주로 당원들과 함께 인천 곳곳을 돌며 선거운동을 했지만, 이른 새벽 지하철역 앞에서는 홀로 선거운동을 해야 했다. 다른 정당 후보들은 새벽 일찍 선거운동원 수십 명씩을 데리고 지하철역 광장의 좋은 자리를 바둑판처럼 차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6·4 지방선거 결과, 녹색당은 인천에서 1만399표(0.85%)를 얻었다. 인천에서 녹색당의 유일한 지방선거 출마자였던 진달래 씨가 받은 표나 마찬가지다. 그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소속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이 뿌듯했다”며 “선거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은 것이 많은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진달래 씨는 앞으로도 정치를 계속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성 평등, 인권 등 내가 관심을 가진 영역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작을 때 다시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까진 아니어도 삶의 권리를 지킬 수 있고, 다양한 얘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은 게 좋은 사회”라며 “하지만 청년들이 참여해 얘기할 수 있는 그런 공간들이 점점 닫혀가는 게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인천 최연소 후보로 인천 시의원 녹색당 비례대표로 출마한 진달래(28·여) 씨.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15-10-29 박경호

[금요와이드·헬조선과 청년 정치] 청년층 지방의회 진출 필요성

유럽 ‘20대 장관·10대 의원’ 선출IT등 전문성 살린 정책활동 강점‘정당공천제’ 극복 토양 만들어야2013년 말 오스트리아 연립정부는 당시 27세인 세바스티안 쿠르츠(Sebastian Kurz) 내무부 산하 사회통합 담당 차관을 신임 외무장관에 임명했다. 오스트리아 역대 최연소 장관이다. 23세에 인민당 청년위원장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한 쿠르츠 장관은 2010년 빈 시의회 의원에 선출돼 정치 경험을 쌓았다.앞서 2011년 영국에서는 18세의 최연소 지방의회 의원이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되기도 했다. 영국의 정치학자 제임스 브라이스(James Bryce)는 “지방자치란 민주주의의 최상의 학교”라며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방의회는 주민 투표를 통해 뽑힌 대표자들이 모여서 주민의 의견을 가장 가까이서 듣고, 의정 활동에 반영하는 ‘풀뿌리 정치’의 현장이다.특히 청년층의 지방의회 진출은 단순히 세대별 대표성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성을 가진 미래 정치인 육성, IT나 글로벌 문화에 익숙한 세대의 강점을 활용한 다양한 입법·정책 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30대의 지방의회 진출은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20~30대 광역의원은 총 17명으로, 인천은 1명, 경기도는 4명이 각각 당선됐다. 20대 광역의원은 단 한 명(세종시)에 불과했다. 20~30대 광역의원 총 31명이 당선된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가 10명, 인천이 2명을 배출한 데에 비해 줄어든 수치다.지난해 6·4 지방선거 기초의원 당선자 경우도, 전체 2천519명 가운데 40대 미만은 고작 3%인 88명이다.청년의 지방의회 진출에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는 ‘정당공천제’이다. 청년층이 지역 내 조직력, 인지도, 경제력 등에서 중장년층 정치인보다 열세이기 때문에 정당에서 공천을 꺼린다는 것이다.김회창 한국지방정부연구원장은 “청년의 지방정치 참여는 현재의 정당공천제가 존재하는 한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는 문제”라며 “유럽 여러 국가의 사례처럼 정부 정책이나 지방자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민교육의 법제화 등으로 청년들 스스로 조직화해 정치에 나설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15-10-29 박경호

[금요와이드·헬조선과 청년 정치] ‘정치참여’ 청년세대의 무한도전

비정규직 노동·취업난 심화권리조차 지켜지지 않는 삶SNS 퍼지는 분노와 무력감변화 위한 청춘들의 ‘움직임’“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 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수는 있는 거잖아.그게 뭐 그렇게 잘못됐어?내가 지금 ‘한국 사람들을 죽이자. 대사관에 불을 지르자’고 선동하는 게 아니잖아? 무슨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태극기 한 장 태우지 않아.”올해 20~30대에게 가장 화제가 된 소설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 소설가 장강명 씨가 쓴 장편소설 ‘한국이 싫어서’이다. 올 5월 출간된 이 소설은 3개월 만에 1만 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했다. 심각한 취업난에, 비정규직 노동에 허덕이는 이른바 ‘2030세대’의 서글픈 자화상을 생생히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 ‘계나’는 가난한 집의 세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난 20대 후반 여성이다. 그는 종합금융회사 신용카드팀 승인실에 겨우 취직해 ‘꾸역꾸역’ 근무를 하다가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 ‘지옥철’을 참지 못하고, 일의 의미도 찾지 못해 결국 사표를 제출하고 호주로 떠난다. 호주행을 극구 말리는 가족과 남자 친구, ‘외국병’에 걸렸다며 비아냥거리는 친구들에 대해 계나는 이렇게 읊조린다.실제로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헬조선’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청년 문제에 대한 분노나 무력감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답이 과연 소설 속 계나처럼 ‘한국이 싫어서’ 떠나는 것일까.지난해 6·4 지방선거 때 비례대표 인천시의원으로 출마한 경험이 있는 대학원생 진달래(28·여) 씨는 “정상적인 사회에서 자기 권리를 지킬 수 있으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자신의 삶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정치로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지난 2012년 총선에서 20~30대 청년들이 일자리와 대학등록금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며 ‘청년당’을 결성해 지역구 3명, 비례대표 4명의 후보를 냈다. 하지만 정당 지지율 0.34%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으며 사라지고 말았다.내년 제20대 총선을 앞뒀지만, 청년의 정치 참여는 여전히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기성 정치권의 높은 진입 장벽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 청년층의 저조한 투표율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청년 문제를 꼭 청년만 해결할 수 있는가’라는 반문도 나온다. 하지만 한 세대에서 발생한 문제는 세대 당사자가 주도적으로 풀자는 ‘청년 정치’에 대한 요구가 청년 세대 사이에서 또다시 높아지고 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우리 사회에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는 것은 청년문제에 대한 심각성의 방증이다. 무기력에서 탈출하고 당면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청년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 그 속에서 풀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수도권 대학의 한 취업박람회에 참석했던 한 취업준비생이 상념에 잠겨있는 모습.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2015-10-29 박경호

[금요와이드·헬조선과 청년 정치] 신조어로 바라본 한국사회

22.4% 극심한 체감 실업률 ‘금·흙수저’ ‘n포’ 표현프레임 다툼보다 정책 논의 등 담론으로 활용해야젊은층 “탈조선만이 최선” 정치적 대안 찾기 포기투표 외면=사실상 자학… 선거참여로 목청 키워야최근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헬조선은 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우리나라를 뜻하는 ‘조선’(朝鮮)을 합해 만든 말로, 우리나라가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의미다. 주로 청년세대에서 많이 쓰고 있다. 이 단어를 놓고 ‘무기력한 비관주의’라는 비판의 목소리와 ‘청년세대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는 이해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신조어로 본 청년 문제헬조선과 비슷하게 쓰이는 신조어들도 최근 들어 속속 등장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이미 사회적 계층이 나뉜다는 ‘금수저·흙수저’, 기성세대가 청년에게 하는 조언이나 충고를 비꼬는 ‘노오력’ 등이다.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20~30대를 지칭하는 ‘삼포세대’는 최근 ‘5포’(취업·주택 추가), ‘6포’(인간관계 추가)를 넘어 ‘n포’(무한대로 포기한다는 의미)까지 확장됐다.이 같은 신조어들이 쏟아지는 배경에는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가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올해 1~8월 청년층(15~29세)의 공식 실업률은 9.7%이지만, 같은 기간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청년층 체감 실업률은 22.4%로 통계청 조사보다 2.3배나 높았다. 체감 실업률이란 임시직·일용직 등의 불완전취업자, 취업준비자, 구직단념자 등을 실업자로 보고 계산한 실질 실업률이다.또한 교육을 받지 않고 있으면서, 취업 또는 직업훈련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니트(NEET)족’의 규모도 올 3월 기준 20대 생산가능인구 635만4천명 가운데 147만3천명(23.1%)에 달한다는 통계 조사도 있다. 니트(NEET)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이다. 신조어가 한국사회의 청년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에서 정책의제를 설정하게 한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자칫 신조어가 청년 문제의 본질을 흐리면서 부정적인 측면만 두드러지거나 소위 ‘프레임 싸움’에만 몰입하게 하는 ‘양날의 칼’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헬조선’에서 파생돼 이민을 뜻하는 ‘탈(脫)조선’이란 말도 SNS에 자주 등장하는 신조어다. 백승국 인하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최근 청년 문제와 관련한 신조어가 SNS상에서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단어의 감각적인 측면만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며 “단어의 의미가 어떻게 부여됐는지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사회 담론이 형성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신조어를 넘어 정치 참여로신조어로 상징되는 청년 문제가 사회 이슈화되면서 결국 해법은 정치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올 9월 출간한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에서 “현 단계에선 정치를 사랑하는 것 외에 다른 탈출구는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들 사이에 팽배한 정치혐오 인식에서 벗어나 청년의 관점에서 정치를 보자는 것이다.하지만 정치 참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선거에서 청년층 투표율은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해 6·4 지방선거 나이별 투표율을 보면, 인천(평균 투표율 53.1%)에서는 30~34세가 41.5%, 25~29세 43.2%, 35~39세 46.4% 등 순으로 낮았다. 경기도(평균 투표율 53.3%)는 25~29세가 42.1%, 30~34세 42.8%, 35~39세 48.7% 등의 순으로 투표율이 낮았다. 반면, 경기도와 인천 모두 60~69세 투표율이 70%를 넘었다.강준만 교수는 앞서 언급한 책에서 “그간 청년들은 투표 행위가 주는 이득보다 투표를 하기 위한 비용이 크다는 생각으로 투표를 포기하는 이른바 ‘합리적 무시’를 해왔지만, 이젠 합리적 무시로 보긴 어렵고 자학에 가까운 무시로 봐야 옳다”고 했다. 청년들이 말하는 ‘헬조선’에서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자학’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청년층 목소리를 국회에서 담아낼 이른바 ‘2030세대’의 제도권 정치 진출 확대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 정당이 청년 비례대표 후보들을 내세워 30대 의원 6명이 원내에 진출했으나, 청년층을 대변하기엔 아직 부족한 숫자라는 평가도 있다.임기웅 인천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헬조선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이 탈조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정치가 얘기되지 않고 있다”며 “결국 개인의 문제가 아닌 청년세대가 모여 정치의 영역에서 목소리를 키워야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지난 26일 성남 한국잡월드에서 열린 청년 20만+ 창조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청년 구직자들이 일자리 정보를 찾고 있다.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2015-10-29 박경호

[금요와이드·대한민국 주부들의 고군분투] 아저씨는 못해도… “아줌마는 할 수 있다”

20대 새댁부터 50대 워킹맘까지 4인4색 세대공감 수다“직장·가사 두 마리 토끼잡기, 가족의 힘 덕분에 가능”에너자이저, 1인 다(多)역, 버팀목, 아직은 피하고 싶은 존재. 20대부터 50대까지 세대별 ‘아줌마’ 네 명이 만나 ‘아줌마’를 논했다. 여자가 셋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 했던가. 아줌마가 넷이나 모이니 이들의 대화를 받아적는 손가락이 아려왔다.20대 대표 이진형(27)씨는 이제서야 만 1년을 채운 ‘초보 아줌마’다. 몇 번이나 “저 아줌마로 얼굴이 알려지는 건가요?”라며 물을 만큼 아직은 호칭조차 낯설다. 올해 말 출산을 앞둔 30대 아줌마 성옥희(36·여)씨도 결혼 2년차로, 아줌마가 낯설긴 마찬가지다. 쭈뼛거리는 초보 아줌마들 옆에서 여유로움을 한껏 풍기는 이들도 있다. 40대 아줌마 한경희(46), 50대 아줌마 김미정(59)씨다.이들은 아줌마로 불리는 것에 대해서도 극명한 의견차를 보였다.이씨와 성씨는 “아직은 우리 사회가 아줌마라는 호칭에 대해 인식이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웬만하면 아줌마로 불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한씨는 “‘주부 한경희’라는 명함을 갖고 다니고 싶을 정도로 아줌마로 불리는 것이 좋다”고. 더 나아가 김씨는 “할머니가 아닌 아줌마로 불러준다면 고마울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공통점이 있었으니 바로 바쁘다는 것이다. 아직 자녀가 없는 이씨는 육아 대신 쿠킹클래스 사업과 가사일에 매진하며 ‘내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경인일보에서 9년차 그래픽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성씨 역시 전문직 여성으로서 만삭의 몸을 이끌고 일과 가사를 병행하고 있다. 21년차 아줌마 한씨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쁘다는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데다 15년째 직장생활을 하면서 바리스타지도사, 생활안전지도사 관련 공부까지 하고 있는 슈퍼 맘이다.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수원지구협의회 부회장인 김씨는 두 자녀를 둔 35년차 아줌마. 오히려 가족들의 외조를 받을 정도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피하고 싶지만 결코 피할 수 없는 아줌마가 된 이들.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가정과 사회의 버팀목으로서 1인 다역을 소화하고 있는 이들. 이들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스스로를 버리는게 아니라 비우는거야. 엄마로서 아내로서 직장인으로서 사업가로서 내가 없어지는 것 같지만, 결국 가족의 힘 덕분에 ‘멀티플레이어 아줌마’로 재탄생하는거지. 아저씨는 못해도, 우린 아줌마니까.” /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자신을 버리는 게 아니라 비우는 거야”라고 말하는 20대부터 50대까지 세대별 아줌마 네 명이 만나 슈퍼맨 자세를 취하고 있다(왼쪽부터 50대 아줌마 김미정, 40대 아줌마 한경희, 30대 아줌마 성옥희, 20대 아줌마 이진형씨).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2015-10-22 신선미

[금요와이드·대한민국 주부들의 고군분투] 가정과 직장사이 ‘아줌마 24시’

어려워진 형편에 ‘직업전선’ 뛰어들어어느새 성취감 느껴 인생 전환점으로집집마다 돌며 정수기점검 고된 하루귀가후 밀린 가사 “자식 잘되는 게 꿈”안산에 사는 ‘아줌마’ 황순희(55)씨의 하루 속엔 엄마와 아내, 직장인이 뒤섞여 있었다.지난 19일 오전 7시께 알람소리에 눈을 뜬 황씨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다 큰 딸(27)에게 과일 한 조각이라도 챙겨 먹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자녀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아침 식사를 거르는 날이 늘었지만, 빈속으로 내보내는 것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간단한 아침 식사후 아이들과 남편의 출근 준비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자 그제서야 황씨는 서둘러 출근 준비를 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예약된 정수기 점검 일정 탓에 출근 채비를 서둘렀다. 오전 9시께 정작 황 씨는 빈속으로 집을 나섰다.지난 2009년부터 시작한 정수기 점검일은 가정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진 황씨에게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전업주부였던 황씨 인생의 전환점이기도 했다. 한때 집안일을 하거나 취미로 운동을 하곤 했던 오전시간. 이제 황씨는 안산시 상록구 일대 가정집이나 사무실을 돌며 정수기를 점검하면서 보낸다. 황씨는 체감상 3㎏ 정도 되는 맥가이버식 가방을 손에 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여름엔 땀으로 속옷까지 흠뻑 젖고 겨울엔 건조해진 손이 부르트곤 했다. 황씨의 손마디는 종종 걸음한 지난 세월만큼이나 굵고 거칠어져 있다.황씨는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일이어서 두렵고 서글프기도 했지만, 막상 일을 하면서 ○○엄마나 ○○아내가 아닌 황순희라는 이름을 되찾게 됐다”며 “전업주부로는 느끼지 못했던 자신감과 성취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오후 2시께 안산시 단원구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황씨와 같이 ‘아줌마’로 불리는 여성들이 앉아 하루 일과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줌마들은 아줌마의 원동력에 대해 묻자 “젊은 시절에는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힘을 냈다면 아이가 하나둘 품을 떠나면서는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며 “아줌마는 억척스럽고 용감하다고 말하지만, 엄마이자 아내로서 발현되는 열정의 다른 이름”이라고 입을 모았다.오후 8시께 황씨는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집에 도착한 황씨를 반기는 것은 싱크대에 쌓인 그릇들과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머리카락이었다. 주말에 빨래, 걸레질 등을 몰아한다 해도 자고 나면 쌓이는 먼지는 그냥 봐 넘길 수가 없다. 아랫집 눈치가 보이지만 얼른 청소기를 돌리고 본다. 그제서야 남편과 딸이 집에 들어와 고요했던 집안에 활기가 돈다. 가족에게 던진 그녀의 첫 마디는 “밥 먹었어?”였다.황씨의 꿈은 ‘딸과 아들이 잘 먹고 잘사는 것’이다. 그녀 자신보다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꿈을 먼저 생각하는 황씨에게 원동력은 ‘가족’이었다. 그렇게 아줌마 황씨의 하루는 저물어갔다. /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 · 사진/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2015-10-22 조윤영

[금요와이드·대한민국 주부들의 고군분투] “50평생 첫 월급… 내 자신이 장하고 떳떳”

남편 사업이 부도가 나자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고 살 길이 암담했다. 전업주부로 아이들을 키우며 살림만 했던 난 직업을 갖기도 두려웠다. 하지만 집에 있는 것은 더욱 불안했다.지인의 소개로 힘들게 용기를 내 일한 지 벌써 7년째.살림하랴, 아이들 챙기랴, 처음에는 모든 면에서 서툴고 두려워 눈물도 많이 흘리고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꽉 찬 50살이라는 나이는 함부로 결정할 수 없이 약해져 있었다.1년만 참고 다녀보기로 결심하고 인내하며 성실히 일했다. 다음 달 내 이름 석 자가 찍힌 통장에 첫 월급이 들어왔다. 내겐 너무 큰 돈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벅찼고 아들딸에게도 자랑했다.생애 처음으로 내 힘으로 생활비에, 용돈에, 저축도 했다. 두 달, 석 달이 갈수록 내 통장에 돈이 불어나니 욕심도 생겼다. 좀 더 젊었을 때 일할 걸 후회하기도 했다.엄마로서 능력을 보여주니 나 자신이 장하고 떳떳하다. 언제까지 일할지 확실치 않지만 60살까지 계획을 세우고 일할 생각이다. 아들딸 혼수 자금도 도와주고 장한 엄마의 모습을 쭉 보여주고 싶다. 이 세상의 장한 엄마는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며 가족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직업 전선에서 일하는 모든 아줌마들, 건강하고 파이팅합시다. 오늘도 회사 가방을 들고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안산에 사는 아줌마 황순희

2015-10-22 황순희

[금요와이드·대한민국 주부들의 고군분투] 고무장갑 벗고 ‘키보드로 소통’

수도권 신도시 ‘아줌마’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인터넷 커뮤니티 ‘맘 카페’가 지역 사회의 버팀목으로 진화하고 있다.실생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맘 카페가 이제는 경력 단절 여성의 재교육과 재능기부는 물론 치안활동까지 펼치면서 지역 사회의 핵심 단체로 떠오른 것이다. 회원 수가 17만 명이 넘는 고양지역 맘 카페 ‘일산아지매’는 컴퓨터 디자인, 영어, 미용, 메이크업 등 매달 수십 개의 강좌를 진행하면서 회원들의 재능 기부가 활성화되고 있다. 사회, 정치적 쟁점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공론의 장으로도 활용된다. 13만3천여 명이 가입한 ‘수원맘모여라’ 카페에는 시사&이슈 카테고리가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군포와 산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산사모’ 카페의 10만여 명 회원들은 피해·불법신고 카테고리를 통해 회원들이 같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동네 세탁소나 이사업체의 부당함을 고발하거나 병원, 식당의 서비스에 대한 지적도 가감 없이 이뤄지고 있다.용인 엄마들의 모임인 용인맘에 가입한 김모(33·여)씨는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들끼리 주기적으로 오프라인 모임도 하고 여러 가지 고민도 나누면서 지역 사회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선미·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

2015-10-22 조윤영·신선미

[금요와이드·대한민국 주부들의 고군분투] 아줌마들이 바꾸는 세상

경력단절 고민등 툭 터놓고 토론의 장봉사부터 강의까지 ‘팔방미인’ 존재감양성 평등·탈외모지상주의 목소리도“네트워킹 활성화해 함께 해결 나서야”아줌마들이 바꾸는 세상은 어떨까.‘잉여인력’, ‘제3의 성’ 등 부정적 편견을 깨고 사회 곳곳에서 아줌마의 저력을 펼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여성, 청소년 인권, 복지, 환경 각 분야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인천YWCA 김말숙(53) 회장, 외모지상주의를 벗어나 여성의 권익을 찾고 양성평등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인천여성민우회 채현자(45)대표, ‘행복한 아줌마, 행복한 가정, 행복한 사회 지향’을 모토로 생활 밀착형 이슈를 토론하는 아줌마 단체인 아줌마포럼 윤미경(47) 공동대표·장경순(56) 사무국장이다.우리 시대 ‘대표’ 아줌마들이 바꾸는 세상에 대해 들어봤다.김말숙 회장은 14년 전 선배의 권유로 YWCA에 처음 가입하면서 탈핵·평화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 회장은 여성과 청소년의 권익을 위한 캠페인, 활동은 물론 사회 현안에 적극 목소리를 내면서 여성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김 회장은 “아줌마들이 사회에 직접 뛰어들어 우리에게 직면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현자 대표는 15년째 인천여성민우회 활동을 하면서 탈외모지상주의 운동, 성폭력 피해자 재판동행 활동 등 여성의 권익과 양성평등을 위한 인식 개선 운동에 힘쓰고 있다. 채 대표는 “육아 때문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경력단절에 대한 소외감을 받고 민우회 활동을 시작한 만큼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권리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장경순 사무국장은 지속적인 봉사활동, 여성리더 공개특강 등 활동으로 아줌마들의 토론의 장을 만들고 있다. 장 국장은 “아이를 다 키우고 나니 문득 우울감이 왔는데 봉사, 강의, 토론 등 활동으로 극복했다”며 “아줌마들과 함께 여성, 육아, 교육 등의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싶다”고 말했다.이들은 아줌마의 특징으로 ‘뭐든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여성’이라는 단어가 진취적이고 이성적인 느낌이라면, ‘아줌마’는 보다 주관적·자기경험적·감정적 인식을 주는 단어”라며 “그러나 시각만 조금 바꾸면 우리가 겪은 엄마의 모습처럼 ‘일당백’이 가능한 사람”으로 정의했다. 이들은 실제로 약사로, 어머니로, 출판사 대표로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사회 현안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이들은 이러한 아줌마들의 힘이 사회 각층에서 발휘될 수 있으려면 아줌마의 권익과 사회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 대표는 “아줌마는 결혼을 할 때까지 남성과 같은 상승 곡선을 타지만 임신·육아 문제로 사회활동이 중단된다”며 “여성의 경력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보육정책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을 돕는 기관은 수치에 급급해 질적으로 떨어져 있다”며 “3~6개월 단위 비정규직 직업에서 벗어나 여성의 정규직을 늘려 나가기 위한 정부, 기업의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아줌마들의 네트워킹을 보다 활성화해 함께 목소리를 내면 ‘저출산’, ‘보육 문제’ 등 우리 시대 문제를 건강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 사진/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2015-10-22 윤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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