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사람 떠난 인천 구도심… 박물관·공원·농장 화려한 부활

시, 집주인 합의거쳐 5년간 941곳 정비붕괴우려 360동 철거·454동 안전조치주차장 24곳등 주민공간 127곳 재탄생미추홀구 전국 첫 전수조사 데이터구축행복·청년주택·공공임대상가 조성키로빌라 공실 작물재배 옥상텃밭보다 쉬워인천 구도심 마을의 골칫덩이 빈집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사람이 떠나 황폐해진 빈집이 박물관, 주차장, 공원, 도심농장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빈집 정비사업이 구도심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 제물포역 뒤편(북부역)에 있는 '쑥골마을 박물관'. 허름한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이 박물관에선 도화동의 지명에 얽힌 이야기와 경인철도, 북망산, 선인재단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쑥골박물관은 2년 전만 해도 방치된 빈집이었다. 미추홀구가 빈집을 리모델링해 주민들을 위한 박물관과 평생학습 교육시설로 꾸몄다. 애물단지였던 이 도화동 빈집은 지금은 주민들의 사랑방이 됐다.쑥골박물관이 있는 제물포역 주변은 불과 10여 년 전까지는 밤낮으로 사람이 몰리던 인천의 대표적인 상권이었다. 그러다 2009년 제물포역 인근 인천대학교가 송도국제도시로 떠나면서 활력을 잃었고 점차 슬럼화돼 빈집이 하나둘 늘어갔다. 옛 명성을 잃은 이곳은 슬럼화돼 비행 청소년들이 몰렸고 담배꽁초가 나뒹구는 '담배 골목'이라는 오명까지 쓰기도 했다. 불 꺼진 빈집은 쓰레기가 넘쳐났고, 깨진 유리창과 아무렇게나 놓인 폐목재, 부서진 담벼락은 안전에도 큰 위협이 됐다.인천시는 이런 빈집을 정비하기 위해 2013년부터 빈집을 대상으로 정비 사업을 진행했다. 집주인과 협의해 안전에 위협이 되는 빈집을 정비하고, 구도심의 부족한 주차장으로 사용하거나 작은 공원, 텃밭으로 가꿨다. 이를 통해 지난 5년 동안 941곳의 빈집을 정비했다. 붕괴 등 안전사고 우려가 있어 철거된 집이 360동, 부분 폐쇄 등 안전조치를 한 집이 454동이다. 이 가운데 127곳은 쑥골도서관처럼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주차장이 24곳, 공원·텃밭이 92곳, 공동이용시설이 8곳, 임대주택이 3곳이다.인천에서 빈집 정비사업에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곳은 미추홀구다. 아직은 '남구'라는 옛 이름이 더 익숙한 미추홀구는 인천의 대표적인 구도심 지역이다. 제물포역과 수봉공원(도화동), 토지금고(용현동) 시장 일대, 구청 주변(숭의동)은 오래된 단독주택과 빌라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주안동 일부는 오랜 기간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마을 곳곳이 슬럼화됐다.인천시는 지난해 11월 미추홀구, 한국국토정보공사(LX)와 함께 빈집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의 빈집을 전수조사했다. 빈집 현황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빈집의 밀집도, 노후도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진단해 활용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전국에서 최초로 진행되는 빈집실태 선도사업이었다.인천시와 미추홀구는 1천197개 빈집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 전력 사용량, 상수도 사용량 등을 통해 1년 이상 사람이 거주·사용하지 않은 집을 추려내고, 소유주와 면담해 빈집을 선정했다. 노후 상태를 조사해 등급을 매기고 데이터를 온라인에 구축했다. 조사결과 빈집은 단독주택과 다세대·연립이 736동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35동은 철거가 시급했고, 11동은 상태가 양호했다. 미추홀구는 분석 자료를 근거로 빈집을 행복주택, 공공임대상가, 청년주택 등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구도심 정비 사업은 청년층 취업 문제와 마을 공동체 회복과도 연결된다. 미추홀구는 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과 '빈집은행'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빈집은행 프로젝트는 빈집을 청년들이 정착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신청사로 이전해 비어버린 용현1·4동 행정복지센터 옛 건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빌라나 주택의 공실을 활용한 작물 재배다. 미추홀구는 빈집 문제 해결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빈집 20여 채에 '도심농장(Urban Farm)'을 조성했다. 농장이 조성된 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유 주택으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빈집으로 방치된 곳이다. 도시농장은 대게 주택 옥상을 텃밭으로 조성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실내에도 책장 형태의 재배 공간을 설치하고 적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장치를 놓으면 어렵지 않게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병충해 차단과 습도·온도의 적정 유지 등 오히려 실외 도시농장보다 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미추홀구의 빈집은행 프로젝트는 최근 경주에서 열린 대한민국 지방자치박람회에서 공동생산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부평구에서도 '한 뼘의 행복 프로젝트'를 추진해 정비구역 내 빈집을 도서관이나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한 뼘의 나눔(철거 후 공동이용시설 조성) ▲한 뼘의 배려(가림막 설치) ▲한 뼘의 상생(빈집 리모델링 임대사업 추진) 등 3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노후 빈집은 철거해 주민 공동 이용시설을 조성하고, 상태가 양호한 빈집은 리모델링해 저소득층의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이다. 철거가 불가능한 곳은 가림막을 설치해 안전사고 위험을 예방한다. 부평구 18개 정비구역 내에 322개의 빈집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이밖에 동구는 창영동의 노후 주택을 헐고 운동시설을 갖춘 마을 공용 공간으로 조성했다. 송림동에서는 텃밭이 조성됐다. 빈집 정비사업은 구도심의 슬럼화를 방지하고, 침체된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지만 아직 사회적·제도적으로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인천연구원 윤혜영 연구위원은 최근 낸 '인천시 빈집정비계획 수립방향 연구 추진현황'에서 "빈집 정비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 영역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개인 소유 집에 공공의 영역이 개입해야 하기 때문에 소유자와 마을 주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없이는 어려운 사업이다. 빈집 전수조사는 무엇보다 집주인의 협조와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 민간영역에서 선도적으로 빈집을 활용한 사업을 발굴하고 실행하는 일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일본의 경우 2013년부터 빈집 관리를 위한 '기반강화추진사업'을 실시해 매년 민간 사업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단체를 대상으로 빈집 관리 사업 공모를 실시하고 있다. 빈집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철거하는 상담 인력 양성과 환경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빈집의 매매와 임대 물량 검색이 가능한 '빈집·공터뱅크'도 구축해 놓은 상태다. 빈집 구입 목적과 원하는 지역을 선택해 간단하게 빈집을 검색할 수 있고, 가격·주택구조·건물 종류·면적·준공일 등 세부검색 설정으로 원하는 빈집을 찾아볼 수 있다.인천시는 미추홀구의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나머지 9개 군·구에 대한 빈집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인천시는 내년 9월까지 실태조사를 마무리하고 빈집정비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노후 빈집 전경. /미추홀구 제공미추홀구 도화동 빈집을 활용해 만든 쑥골마을박물관. /인천시제공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빈집에 꽂힌 우편물. /미추홀구 제공최환 빈집프로젝트 대표가 신청사 이전으로 비어버린 용현 1,4동 옛 행정 복합센터 건물을 활용해 버섯을 재배하고 있다. /미추홀구 제공노후 빈집을 헐어 공원으로 조성한 동구 송림동 마을공원. /인천시제공

2018-11-15 김민재

[이슈&스토리]지방정부 '대북 교류' 선두에 선 경기도

오는 14일부터 17일까지 경기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북한 대표단이 참석한다. 한국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 북측 대표단이 참여하는 것은 남북 교류 협력 사상 첫 사례다. 이처럼 경기도는 지방정부 차원의 남북교류에서 가장 선두에 서 있다. 과거에도 그랬다. 16년 전부터 시작된 경기도의 남북교류는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 2010년 천안함 피격·연평도 포격 등으로 남북 관계가 부침을 겪는 와중에도 명맥을 이어갔다. 지난 4월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 관계가 해빙을 맞자, 경기도는 접경지대를 품은 최대 지자체로서 정부 기조에 발맞춰 학술·농업·체육 등으로 교류의 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향후 경기 북부에 조성될 통일경제특구와 DMZ 평화지대 개발, 경원선 복원, 미군반환공여지 개발 등 남북 교류의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경기도가 펼쳐온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과거를 토대로 발전해 나갈 미래상을 전망해 본다.농림·축산·스포츠등 남북 협력사업 2002년부터 올해까지 274억 투자이화영 평화부지사 2차례 방북, 옥류관 분점 설치등 6가지 사항 합의# 경기도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성과=2002년부터 올해 9월까지 경기도는 남북교류협력사업에 모두 274억원을 투자했다. 교류협력분야는 호혜적·인도적 지원 뿐 아니라 농림, 축산, 산림협력을 비롯해 스포츠, 북한 이탈주민 지원 등 다양했다.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평양 당곡리 농촌현대화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변형된 '새마을 사업'을 추진했다. 3년 동안 평양직할시 강남군 당곡리에서 남북 공동 벼농사 재배, 농업 인프라 조성 사업, 생활환경개선사업 등을 벌인 것이다.도는 비닐하우스 육묘장을 설치하기 위한 기술진을 북측에 파견하고, 경기도 재배법을 이용해 남측 오대벼를 파종했다. 설비·장비·기자재는 경기도가 제공하고 북한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식이었다.'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줬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는 사업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성과도 있었다. 남한의 평균 수확량(991㎡당 500㎏)과 맞먹는 450~500㎏의 소출을 기록해 북한의 평균 수확량(270~300㎏)을 크게 앞섰다.2009년부터 그 이듬해까지는 평양 덕동리에 양돈장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 황해북도에 농기계를 지원하고 양강도의 농지개량·농가 지붕 보수 등의 사업에도 42억원이 투입됐다.인도적 지원과 스포츠 등 문화체육 교류는 최근까지 이어졌다.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농·축·산림 등 경제와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사업은 대부분 2010년 이후 중단됐다. 하지만 말라리아 공동방역(2008~2011년) 등은 계속됐다. 지난 7일 열린 남북의 보건의료회담에서도 결핵과 말라리아는 주요 협력 사업으로 거론됐다. 북한에서는 매년 1만5천명 가량이 결핵 치료에 실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 중 상당수가 기존 결핵 처방에 내성이 생긴 '다제내성 결핵' 환자로, 이들은 2~3년 간 값비싼 다제내성 결핵약을 복용해야 한다. 경기도도 지난해까지 북한 다제내성 결핵환자 치료지원(2013~2015년, 2017년)을 이어왔다.이 뿐 아니라 도는 '2015 평양 국제유소년 축구대회' 등 남북 스포츠 교류, 가극 '금강'의 평양공연(2005년) 등도 진행했다. 개성지역 한옥보존 사업(2012~2015년), 개성만월대 남북공동 평창 특별전(2017~2018년) 등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14일 열릴 '亞太번영 국제대회' 北최고위급 리종혁·김성혜 방남 예정道, 내년 '인도적 지원·남북… 네트워크 구축' 등 7개 분야 교류 계속# 경기도 남북교류협력사업, 앞으로의 방향=경기도는 지난달 이화영 평화부지사가 2차례 방북하며 교류협력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10·4 남북선언 10주년 행사차 북한을 방문한 이 부지사는 북한과 6가지 사항의 교류에 합의했다. 양측은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북측 대표단 파견 ▲북한 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리는 국제프로복싱대회에 남북단일팀 참여 ▲농림복합사업·축산업·양묘사업 협의, 협력사업에 필요한 기구 설립 추진 ▲경기도 옥류관 분점 유치 ▲북한의 대일 항쟁기 당시 강제동원 진상과 실태규명 공동참여 ▲보건위생 방역 사업 협조 및 장애인 단체와의 협력사업 추진에 뜻을 같이 했다.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오는 14일부터 17일까지 북측 대표단이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여한다.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이 학술대회에는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등 북측 최고위급 관계자가 참여할 예정이다.경기도와 북한은 민족 공동의 관심사인 대일 항쟁기 피해 현황을 학술적으로 검증해 공감대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북측 대표단이 한국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 참여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로, 경기도가 지방정부의 남북교류의 선두에 서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로 꼽힌다.옥류관 분점의 경기도 유치는 북한과 합의 이후, 고양·파주·동두천시가 공식적으로 유치 의사를 밝히면서 유치 경쟁도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농림협력사업은 과거 농촌현대화에서 진일보한 '스마트팜'을 주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황해도 1개 농장을 인공지능이 농업 과정 전반을 조정하는 스마트팜 시범 농장으로 지정해 개선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경기도가 직접 추진했던 남북교류협력사업이 기초지자체 차원으로 확대됐다는 점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도는 지난달 중순 2차 방북을 통해, 북측에 경기도 시군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교류협력 아이디어를 소개했다.이 자리에서 남양주시의 크낙새 광릉숲 복원, 용인시의 남북 유소년 축구대회, 화성시 체육교류사업, 연천군 국제유소년축구 개최가 소개·제안됐다. 도는 향후 추가 방북이 진행되면 시군 단체장과 동반 방북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뿐 아니라 경기도는 교류협력사업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2018 제7차 남북교류협력위원회'에서는 인도적 지원을 비롯한 7개 분야 교류사업을 중점 추진할 예산 108억원이 확정됐다.도는 내년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인도적 지원', '사회·문화·체육 교류', '농림축산협력 및 전염병 방제', '남북교류협력 네트워크 구축', '개성공단 기업지원',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공감통일교육' 등 7개 분야의 남북교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계획안은 도의 두 차례 방북에서 북측과 논의했던 합의사항들을 중심으로 수립됐고, 정부의 기조에 맞춰 실현 가능성과 정책적 효과, 시급성 등을 감안해 순차적으로 추진된다.과제도 남아 있다. 지방정부의 남북교류를 확대하기 위해선 지자체가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남북교류협력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을 추진하는 동시에 교류협력사업 성과를 높이기 위한 제도 정비에도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2018-11-08 신지영

[이슈&스토리]세계 속 'e스포츠 도시'로 각광받는 인천

AG시범종목서 금·은 획득이후 부정적 인식 개선 움직임글로벌 시장규모 8천억 찍어… 연평균 35.6%씩 급성장市, 게임문화 육성사업 추진 국내·국제대회 5개나 유치내일 문학경기장서 '롤드컵 결승전' 경제파급효과 400억지역연고팀 지원도… 내년엔 중국친선전 등 업그레이드지난 8월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눈에 띈 종목의 하나는 e스포츠였다. 한 때 우리 사회에서 '사회악'으로까지 취급받기도 했던 게임이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스포츠·문화 콘텐츠'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한국 e스포츠 국가대표팀은 시범종목으로 선정된 e스포츠 분야 6개 종목 중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 참가해 각각 은메달과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다시 한 번 e스포츠 강국임을 입증했다. 오는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 분야는 정식 종목으로 진행된다. e스포츠 산업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발맞춰 인천시가 올해 규모가 큰 e스포츠 국내,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등 e스포츠 산업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새로운 e스포츠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e스포츠 산업e스포츠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게임물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 간에 기록 또는 승부를 겨루는 경기 및 부대 활동을 말한다. 사회적 인식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게임'은 중독 등 사회적 문제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우려와 달리 e스포츠 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17년 이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국내 e스포츠 산업규모는 830억원으로 전년도 723억원보다 14.9% 증가했다. 세계로 범위를 넓혔을 때 e스포츠 산업의 성장 속도는 더 빠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가 발표한 '2017 GLOBAL e-Sports MARKET REPORT'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글로벌 e스포츠 시장규모는 총 6억 9천600만 달러(한화 약 8천억원)로 전년도 4억 9천300만 달러(한화 약 5천 700억원)보다 41.3% 증가했다. 뉴주는 글로벌 e스포츠 시장규모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평균 35.6%씩 성장해 2020년에는 총 12억 2천만 달러(한화 약 1조 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인천, 세계가 주목하는 e스포츠 대회 중심으로 떠오르다인천시는 지난해 7월 문화콘텐츠과를 신설해, 게임산업 육성을 차세대 대중문화산업의 핵심으로 보고 '놀이가 일자리가 되는 건강한 게임문화 육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시행 1년 차인 2018년 건강한 게임문화를 대중에게 알리는 것을 첫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인천시가 추진한 것은 e스포츠 대회를 유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인천시는 올해 규모가 큰 국내·국제 e스포츠 대회 5개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8월에는 영종 파라다이스시티 스튜디오에서 스타크래프트 제작사로 유명한 블리자드사의 '2018 오버워치 월드컵' 조별 예선이 열렸다. 조별 예선에는 한국, 일본, 대만, 홍콩, 러시아, 핀란드 6개국이 참가했다.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인천을 찾은 사람들은 외국인 1천명을 포함해 3천여명이었다. 블리자드사의 또 다른 게임인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종목의 아시아 지역 최강자를 가리는 HGC 이스턴 클래시 대회도 열려 성황리에 마쳤다. 같은 달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는 국내 전국 아마추어 게이머들이 모여 경쟁하는 제 10회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KeG)의 전국 결선이 열렸다. 전국 16개 시·도를 대표하는 선수단 320여명이 대회에 참석했다.세계 최대 프로 e스포츠 대회로 손꼽히는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 '2018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결승전은 3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다. 주최 측인 라이엇게임즈에 따르면 이날 결승전을 보기 위해 인천을 찾을 관객은 2만6천여명으로 이 중 20%인 약 5천200여명은 외국인인 것으로 주최 측은 예상하고 있다. 인천시는 롤드컵 결승전을 유치하면서 숙박, 음식점, 쇼핑 등으로 약 4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롤드컵 결승전은 전 세계 e스포츠 채널을 통해 19개 언어, 120여 개국에 방송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5천 760만명이 방송을 통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을 시청했다. 정대민 한국e스포츠협회 인천지회장은 "한 해에 규모가 큰 e스포츠 대회를 연이어 유치한 것은 인천이 유일하다. 그만큼 인천이 'e스포츠의 메카'로 성장하기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 산업을 발전시켜 나가면 국제공항이 있다는 강점을 통해 e스포츠와 관광을 접목하는 등 인천 주요산업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스포츠 메카'로 나아가는 인천인천시는 '놀이가 일자리가 되는 건강한 게임문화 육성사업' 시행 1년 차인 올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게임을 건강한 시민 여가 문화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올해 인천시는 e스포츠 대회 유치뿐 아니라 지역 내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다.시는 직장인, 학생 등 시민이 참여하는 지역 e스포츠 대회인 '笑笑(소소)한 e스포츠대회'를 3회에 걸쳐 개최했다. e스포츠 전문인력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3월 e스포츠 인기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와 '오버워치' 2개 구단을 지역 연고 프로게임단으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프로게이머 전문인력 양성 교육, e스포츠 마케팅 전문가 양성 교육도 이달 중 진행할 예정이다.사업 시행 2년 차가 되는 내년에는 글로벌 e스포츠 산업 육성 등 사업을 구체화, 발전시킬 계획이다. e스포츠에서 한국과 라이벌 관계에 있는 중국과 친선 e스포츠 대회 개최도 추진 중이다.인천시 관계자는 "최근 국내 게임 산업계에서도 e스포츠의 '뉴 메카'로 인천을 주목하고 있다"며 "인천이 게임문화와 게임 산업이 시민의 여가 문화이자 청소년의 또래문화, 생활스포츠로 정착되고 미래산업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 화면 캡처.지난 9월 8일 2018 롤챔스 서머(한국리그) 결승전이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렸다.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제공사진/'오버워치' 트레일러 영상 캡처.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지난 8월 17~19일까지 영종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2018 오버워치 월드컵 지역예선이 열렸다. /인천관광공사 제공

2018-11-01 김태양

[이슈&스토리]자고 나면 바뀌는 부동산정책… 내집 마련 '체크포인트'

내달말 추첨제 75% 무주택자 우선나머지 물량도 신청가능 당첨확률↑투기과열지구는 주택가 최대 40%조정대상지는 60% '대출한도 주의'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8개월 동안 10차례 넘는 부동산 관련 정책이 쏟아졌다. 투기를 막고 널뛰는 집값을 안정시킨다는 목적에 공감도 얻고 있지만, 아파트 등 주택 실수요자들은 두 달에 한 번 꼴로 발표되는 정책에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주택 구매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금융권 대출이 대책에 따라 복잡하게 셈법이 얽혀 있어 공부하지 않고서는 접근조차 쉽지 않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이 꼭 알아야 할 '체크포인트'는 무엇일까.1주택자 청약 '하늘의 별따기' 수준새 집 갈아타려면 기존 주택 구매를규제지역 추가매입때 담보대출 안돼# 청약 기회 커진 '무주택자', 대출·요건 장벽은 여전히 높아무주택자는 정부의 9·13 대책으로 청약 문턱이 사실상 낮아졌다. 다음 달 말부터 추첨제 물량의 75%가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되고, 나머지 25% 물량도 1주택자와 떨어진 무주택자가 경쟁하기 때문에 당첨 확률이 이전보다 높아진다.또 85㎡ 이하 소형 민간 아파트의 경우 투기과열지구는 100%, 청약과열지역은 75% 가점제로 배정되는데 84점 만점 중 32점이 무주택 기간이어서 배점도 높다. 나머지는 부양가족 35점, 저축기간 17점이다. 부양가족이 많거나 저축기간이 길 경우 다주택자의 점수가 높을 수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무주택자가 유리한 구조다.다만 대출 한도가 주택 구매 지역에 따라 다르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무주택자라도 투기지역 혹은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을 구매할 경우 주택가격의 최대 40%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어서다. 서울은 전 지역이며 경기도는 과천·성남 분당·광명·하남이 포함된다.성남·고양·남양주·화성 동탄2·구리·안양 동안·수원 광교와 같은 조정대상지역(청약과열지구)은 60%까지 가능하다. 지방 등 비조정지역은 최대 70%다. 예를 들어 무주택자가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서 5억짜리 집을 살 경우 최대 2억원, 조정대상지역은 3억원, 비조정지역은 3억5천만원이 대출 한도다.또 현재 아파트 분양·입주권을 가진 무주택자는 1주택자로 간주되지 않지만, 청약 규칙 개정 이후 분양 공고가 난 단지의 분양권과 입주권은 1주택 소유로 판단돼 1순위 자격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무주택 산정기간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각종 규제에 가로막힌 1주택자현행 청약 제도로는 전용 85㎡ 초과 주택의 경우 1주택자도 물량의 50%를 추첨으로 배정받을 수 있었으나, 다음 달 말부터 무주택자부터 우선돼 청약 당첨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또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및 수도권, 광역시에 공급된 주택에 당첨된 1주택자가 입주 후 6개월 이내에 기존 집을 팔지 않으면 공급계약이 취소된다. 어길 경우 공급계약이 취소되고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1주택자들의 청약 당첨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집을 넓히거나 새집으로 갈아타려면 기존 주택 구매로 눈을 돌려야 할 실정이다. 게다가 수도권 1주택자가 투기과열지구 등 수도권 규제지역에 집을 추가로 살 때에도 주택담보대출이 사실상 차단된다. 미취학 자녀를 돌봐줄 조부모 거주용 주택이나 대학에 진학한 자녀용 주택,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병원 인근 주택 등에 한해서만 신규 대출이 허용된다.다주택자 역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전면 금지된다.2채이상 다주택 전세자금대출 금지전 수요층 DSR 70% '빚테크' 제한# '전세자금대출'정부의 9·13 부동산대책에 따라 지난 15일부터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의 규제가 시작됐다.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했을 경우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으로부터 전세자금대출의 보증을 받을 수 없게 된 것. 규제가 덜한 전세자금대출로 여윳돈을 마련해 부동산 투기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전세자금대출의 경우 보증사의 보증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집이 두 채 이상 있을 경우 전세자금 대출을 아예 받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 또 다주택자가 현재 이용하고 있는 전세자금대출 보증도 '1주택 초과분에 대해 2년 이내에 처분한다'는 확약서를 제출해야 연장된다. 1주택자들은 부부 합산소득이 1억원이 넘을 시에만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받는다. 정부의 공적보증 기관인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을 받을 수 없고, 민간사인 서울보증보험(SGI)에서만 소득제한 없이 가능하다. 1주택자들의 반발에 정부는 민간 보증사에 대한 규제는 막지 않았다. 다만 최종대출금리가 공적보증보다 0.4~0.5%p 정도 더 비싸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무주택자들은 규제 없이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이 밖에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주택 보유 수 관계없이 연간 한도 1억원 내에 허용된다. 하지만 주택 구매 자금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대출 기간 동안 주택을 사지 않겠다는 약정서를 체결해야 한다. 위반시에는 대출금 즉각 상환 및 향후 3년간 주택 관련 대출 제한 등의 불이익이 따른다.기존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에 이어 이달 말부터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까지 적용된다. 전세자금대출 규제가 다주택자를 겨냥했다면 DSR 규제는 모든 수요층이 해당된다. 특히 DSR 기준이 70% 초과로 규정돼 대출자의 모든 대출 원리금 합계는 연간 소득의 70%를 넘을 수 없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LTV·DTI·DSR# LTV(주택담보인정비율·loan to value ratio)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인정되는 자산가치의 비율.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비율이 60%, 3억원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자 한다면 빌릴 수 있는 최대금액은 1억8천만원이다.# DTI(총부채상환비율·Debt To Income)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연간 상환해야 하는 금액을 연 소득의 일정 비율로 제한한 것. 예를 들어 총부채상환비율이 50%이고, 연간 소득이 3천만원이라면 총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1천500만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대출규모가 제한. 다만 상환기간이 길수록 연간 상환액은 감소하게 돼 상환기간을 통해 대출규모의 조절이 가능하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ebt Service Ratio)주택대출 원리금 외에 모든 신용대출 원리금을 포함한 총대출 상환액이 연간 소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대출 상환 능력을 심사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2016년 마련한 대출심사 지표로, 주택담보대출 외에 금융권에서의 대출 정보를 합산해 계산한다. 즉, DTI는 소득 대비 금융부채로 대출한도를 계산하는 반면 DSR은 대출의 원리금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 학자금 대출,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모두 더한 원리금 상환액으로 대출 상환 능력을 심사하기 때문에 더 엄격한 규제가 된다.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2018-10-25 황준성

[이슈&스토리]'역사편찬원 설립' 학계·시민사회 한목소리

해방 이후 '인천 市史' 단행본 꾸준… 2001년부터 '역사자료관' 운영별도기구 아닌 문화재과 소속 '한계' 국·시장 지시 받는 종속적 관계 연속성 상실·홍보용 전락등 문제의식 느껴 서울서도 연구행정 분리인천시 역사 편찬과 사료 수집을 전문으로 하는 '역사편찬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여론이 최근 인천지역 역사학계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역사 편찬을 단순히 애향심 고착과 시 정부의 홍보의 수단으로 둘 것이 아니라 후대에 남겨줄 하나의 기록 유산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역사편찬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천시사편찬의 역사한국전쟁 이후부터 인천에서는 일제강점기 일본인에 의해 쓰여진 '인천부사'(1933년)가 아닌 인천 사람들이 만든 인천 역사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1956년 당시 김정렬 시장은 향토사 편찬 작업에 착수해 지역 향토사학자인 고일과 김인규, 이종우 등에게 자료 수집과 편찬 업무를 맡겼다. 그러나 작업 도중 이종우가 타계하면서 흐지부지됐다.인천시 역사자료관 강옥엽 전문위원이 정리한 시사 편찬 연혁을 살펴보면 '인천시사편찬위원회'가 정식 발족한 시기는 1965년이다. 당시 윤갑노 시장이 고일, 최정삼, 한상억을 시사편찬위 상임위원으로 위촉하고, 시사 발간을 책임지게 했다. 그로부터 8년 뒤인 1973년 9월 30일 총 12편 70장으로 구성된 '인천시사(상·하)'가 세상에 나왔다. 시사는 고대부터 해방 후 25년까지의 역사를 다룬 500쪽 분량의 '향토사'편을 비롯해 경제·사회·문화 등 분야별 백서 형태로 구성됐다.이어 1982년에는 첫번째 인천시사를 보완하는 형식의 '인천시사(70년대편)'가 추가 발간됐고, 1993년 3번째 '인천시사(상·중·하)'가 나왔다.1995년 인천이 직할시에서 광역시로 승격하면서 옹진군과 강화군이 인천에 편입돼 인천시사에 대한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인천시는 2002년 '인천광역시사'를 발간했고, CD-ROM으로도 처음 제작해 컴퓨터로 원하는 대목만 쉽게 검색해 읽을 수 있도록 했다.2002년 인천광역시사 발간 과정에서 인천시 역사편찬 업무에 큰 변화가 생긴다. 2000년 6월 시사편찬에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전문위원 2명을 뽑았고, 2001년 10월 중구 송월동 인천시장 공관을 개조해 '역사자료관'을 설립했다.자유공원(응봉산) 기슭에 자리한 역사자료관은 개항 후 일본인 사업가의 자택으로 사용되다가 해방 이후에 서구식 레스토랑과 사교장으로 사용된 건축물이다. 1965년 인천시가 시장 공관으로 활용하려고 매입했고, 2001년 최기선 인천시장을 끝으로 모두 17명의 시장이 거쳤다. 2명의 전문위원이 시사편찬 업무를 전담하면서 역사자료관 운영까지 함께 맡았다. 역사자료관은 이때부터 분야별, 시대별 역사를 다룬 '인천역사문화총서' 시리즈를 발간해 80여 권의 단행본을 발간했다. 2013년에는 '인천'이라는 이름을 얻는지 600년 되는 해를 기념한 '인천광역시사-미추홀 2000년 인천 정명 600년'을 펴냈다.# 시사 편찬의 독립성 문제인천시 역사 편찬 업무는 1975년 제정된 관련 조례를 근거로 운영되고 있다. 위원장은 당연직으로 인천시장이 되고 2명의 부위원장 중 한 자리도 행정부시장이 맡는다. 25명 이내로 구성하는 시사편찬 위원은 시장이 임명·위촉하도록 돼 있다. 인천시 입김에 위원회 구성과 운영 방향이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인천시 역사편찬 독립성과 관련해서는 과거부터 안팎으로 많은 문제들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역사'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기 보다는 인천시의 발전상이나 미래 비전을 담아내는 백서 형태의 모습은 인천시사가 홍보용으로 전락했다는 따가운 비판도 받아왔다. 인천시 역사 연구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자료 축적에 대한 미흡도 문제점으로 대두되어왔다. 2001년 역사자료관의 설립과 전문위원 채용으로 이러한 부분은 어느 정도 해소됐으나 독립성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역사자료관은 얼핏 별도의 기구처럼 보이지만 실은 인천시 문화재과 소속이다. 역사자료관을 운영하는 2명의 전문위원도 문화재과 소속 임기제 공무원 신분이라 담당 과장, 국장과 시장의 지시를 받는 종속적인 관계에 묶여 있다.서울시도 일찍이 이 같은 문제 의식을 갖고 2015년 1월 서울시사편찬위원회를 서울시 산하의 사업소(서울역사편찬원)로 개편했다. 1927년 구성된 경성부사편찬위원회를 모태로 하는 서울시사편찬위원회는 이미 1990년부터 위원장을 시장에서 민간으로 전환해 일부 독립성을 갖췄다. 그럼에도 역사 편찬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학계와 시민사회의 요구가 이어지자 서울시는 2015년 1월 서울역사편찬원을 설립했다.서울역사편찬원이 설립된 이후 서울시 역사 편찬 행정은 확 달라졌다. 기존에는 모든 업무의 결재권자가 일반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모든 업무가 행정 관점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조직이 만들어진 이후 전문적인 기획과 연구가 역사 연구가의 입장에서 가능해졌다. 시정 논리에 따라 사업이 축소되거나 부풀려지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역사 편찬 업무가 가능해졌다고 서울역사편찬원 측을 설명한다. 조직의 확대로 5~6명의 연구원이 전담하던 시사편찬 업무를 20여 명이 맡아 하게 되면서 매년 7~8권 발간하던 책자도 20여 권으로 늘었다.# 인천역사편찬원을 설립하자올해 인천에서는 인천역사편찬원 설립을 위한 2차례의 의미 있는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5월 인천시 역사자료관 주관 심포지엄에서 역사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모여 역사편찬원 설립의 당위성을 고민했고, 지난 10일에는 인천시의회와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인천역사편찬원 설립의 필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했다. 특히 인천역사편찬원의 설립은 독립성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조선시대 기록을 담당한 사관은 왕도 함부로 하지 못했던 것처럼 인천시 역사편찬 업무는 시장 등 권력자로부터 철저히 독립돼야 한다는 얘기다. 인천역사편찬원은 큰 틀에서는 서울시를 모델로 하되 인천만의 특색을 담은 운영 방식을 갖춰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안도 있다. 강화, 부평, 원인천, 옹진 등 권역별 연구와 고대 역사, 전쟁, 개항, 해양, 평화 등 주제별 연구가 체계적으로 진행돼야 하고, 각 군·구 시사편찬위원회와도 유기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민선 6기 강화고려역사재단과 인천문화재단의 통폐합으로 만들어진 '인천역사문화센터'의 기능 중복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인천시 역사자료관.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역사자료관 내부 전시.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인천시 역사편찬원 설립방안 토론회 모습.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인천시 역사자료관 전경.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2018-10-18 김민재

[이슈&스토리]방탄소년단 성공으로 본 한국대중문화의 저력

빌보드 앨범차트 1위, 빌보드 뮤직 어워즈·아메리칸 뮤직어워즈 수상, 최연소 문화훈장 수여. 한국의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을 수식하는 일은 현재진행형이다. 철옹성처럼 단단했던 미국 주류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며 '스타'로서의 확실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7명의 20대 청춘들이 써내려가고 있는 기록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세계에서 제일 규모가 큰 미국 시장을 끈질기게 두드렸던 수많은 K-팝 가수들의 역사를 발판삼아 우리 대중문화의 저력을 드디어 인정받은 일이다. BTS, 빌보드 앨범차트 1위·최연소 문화훈장 기염국내보다 해외서 인기 얻은 비결 '유튜브 스트리밍'드라마 → K팝 콘텐츠 확장… 음식·패션까지 관심한류월드 개발 앞둔 고양시 등 '관광 산업' 기대감 # 랜선을 타고 전세계로 흘러간 한류 =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랜선'을 타고 전세계 음악시장을 석권한 한류 콘텐츠의 가장 성공적인 예다. 2013년에 데뷔한 7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은 알려진대로 대형엔터테인먼트에서 육성한 가수는 아니었다. 대형 기획사에 소속돼 풍부한 자본과 전폭적인 지원 아래 국내에서 팬덤을 쌓은 후 탄탄한 기획을 앞세워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기존 K-팝 가수들과 달랐다. 오히려 국내의 인기는 해외로부터 역수입됐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국내에서는 크게 팬덤이 형성되지 못했던 2014년에 이미 방탄소년단은 미국에서 조사한 '좋아하는 K-팝 아티스트'로 가장 많이 언급돼왔고 지난해 빌보드 뮤직 어워드 수상으로 방탄소년단의 국내 인기가 더욱 치솟았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를 유튜브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힘이라고 분석한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실제로 '2018 해외한류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해, 2016년에 비해 TV 이용은 감소했지만 대다수 콘텐츠 분야에서는 온라인 모바일 스트리밍이 TV를 앞질렀다. 이 중에서도 K-팝은 온라인 모바일 스트리밍을 통해 접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진흥원은 이 조사를 통해 "1년 사이 한류콘텐츠를 온라인·모바일 스트리밍으로 이용하는 이용자가 급증했다는 것은 앞으로 스트리밍 서비스가 한류콘텐츠의 주요 유통경로가 될 것이라고 유추된다"고 분석했다.유튜브와 SNS의 활용도 주목할 만하다. YG엔터테인먼트가 유튜브에 공식채널을 개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알려 싸이가 세계적인 가수로 발돋움했다. 방탄소년단은 유튜브와 SNS까지 적극 활용해 미국시장에 정식데뷔나 공식 프로모션 등의 현지화 전략이 전무했음에도 한국어 노래를 가지고 미국에서 성공했다. 이 같은 한류의 전파 방식은 방탄소년단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 방탄소년단 이전, 2010년대에 넘어서면서 이미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원더걸스, 빅뱅 등 국내 인기 아이돌 그룹들은 온라인을 통해 그들의 음악과 활동이 자연스럽게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이같은 흐름은 K-팝이 이미 자리잡은 아시아 시장뿐 아니라 선진문화로 인식되는 미국, 유럽 시장 등에서도 사랑받기 시작하면서 K-팝은 이제 단순히 아시아 변방의 문화가 아니라 세계적인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평가받고 있다.# 한류의 확장 = 한류가 2000년대에는 국내 드라마를 통해 중국과 일본을 비롯 동남아시아, 중동 등 아시아 권역에서 확고하게 입지를 다졌다면 현재는 k-팝이 가장 강력하게 한류를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2018 해외한류실태조사'에서도 한류 콘텐츠의 인기순위는 2012년 1위는 '드라마'였지만, 지난해에는 'K-팝'으로 바뀌었다. 드라마가 이끈 한류의 경우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얻는 정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K-팝 중심의 한류는 아시아를 넘어서 미주, 유럽 등의 서구문화권까지 한류의 영역을 확대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해당 조사에서도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K-팝을 통해 한국을 떠올리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가장 만나고 싶은 한류스타 역시 '싸이' '방탄소년단' 등 K-팝 가수였다.지역의 확장은 한류 콘텐츠의 다양성에도 영향을 준다. 1차적으로 K-팝 스타들의 패션과 뷰티, 음식 등이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는 유튜브, SNS 등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한류를 접하는 세계인이 우리의 문화를 큰 거리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온라인을 통해 한국의 패션·뷰티 제품을 구매하고 현지에서 한국음식을 접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더불어 애니메이션과 만화 캐릭터, 웹툰, 출판물, 게임 등 한국이 생산한 또 다른 콘텐츠에 관한 관심도 상당히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 조사결과 한국의 출판물을 접촉하는 경로로 자국 온라인 사이트 못지 않게 한국 온라인 사이트의 비율이 높았고, 웹툰 역시 한국의 모바일 애플을 다운받아 즐겨보는 비율이 반수를 넘었다. K-팝이 이끄는 한류는 산업적 측면에서 전방위적인 파급력을 보이지만, 무엇보다 '대한민국' 그 자체를 브랜드화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대중문화를 접한 이후 한국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했는가'라는 설문에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응답이 60.4%로 집계됐다. 특히 미국과 브라질 등 미주 지역에서 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도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게 나타났다. 또 이같은 인식은 '한류콘텐츠를 많이 이용하는 층'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한류문화 콘텐츠의 힘을 실감케 했다.# 한류 콘텐츠의 활용=한국의 대중문화를 접하고 열광하는 외국인들은 온라인에서 한국을 소비하고, 오프라인에선 한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자연스럽게 한국 '관광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진다. 특히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는 다양한 한류 관광지를 조성하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이미 한류 관광지로 오래전부터 사랑받아 온 '남이섬'은 물론, 남북평화 이슈로 주목받고 있는 DMZ는 '태양의 후예' 등 드라마 촬영지로 활용된 캠프 그리브스를 한류 관광지로 조성해 최근에는 캠핑장 까지 새롭게 문을 열었다. 특히 고양시 일산에 한류월드 개발을 앞두고 있다. 한류월드에는 CJ그룹이 만드는 문화콘텐츠단지도 조성되는데, 한류콘텐츠를 한 곳에서 집약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테마파크와 공연장 등이 구성되고 호텔과 상업지구 등도 함께 조성돼 한류 관광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셜스튜디오의 결합형 모델이라고 이야기되는 CJ문화콘텐츠단지는 지난 4월부터 부지대금의 납부가 완료되면 토지소유권을 확보하고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美 시사 주간지 '타임' 최신호 커버모델이 된 BTS. /타임 홈페이지 캡쳐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은 한류 스타들. (왼쪽)소녀시대 태티서·승리. /연합뉴스·경인일보DB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은 한류 스타들. (왼쪽부터)방탄소년단·싸이·이병헌. /연합뉴스·경인일보DB

2018-10-11 공지영

[이슈&스토리]돈도 시간도 모자란 '도시공원 일몰제' 해법

경기도내 지자체들이 오는 2020년 20년 이상 집행하지 않은 도시공원을 해제하는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27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도내 도시·군계획시설 중 공원의 전체 미집행 면적은 약 67㎢에 이른다. 이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축구장(8천778㎡)을 7천654개 더한 수치다. 이를 모두 공원으로 조성할 경우 약 7조2천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당장 문제가 되는 건 오는 2020년 7월 1일을 기점으로 20년 이상 장기 미집행된 도시공원 부지다. 도의 전체 미집행 면적인 67㎢ 중 일몰제 적용 대상은 절반에 육박하는 약 30㎢에 달하기 때문이다.일몰제 해당 지자체들은 시민들의 건강과 휴양 등을 위해 기간 내 공원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최대 수천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장기 미집행 면적 대부분이 사유지이기 때문에 토지매입비를 감당할 수 있느냐가 사업 추진 여부의 관건이다.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조성 기금을 확보하거나 민간 특례사업 등을 통한 해법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중앙정부와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지원부족을 이유로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일몰제의 부작용을 막고, 원만한 해결방안을 찾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다"며 "일몰제 시행까지 2년이 채 남지 않았는데, 현 상황이면 대부분의 장기 미집행 공원들이 해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2018-09-27 배재흥

[이슈&스토리]2020년 일괄해제 '도시공원 일몰제' 부작용 우려

20년 이상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효력 상실오랜기간 재산권 행사 못한 토지주들 권리 보호기능적 측면 다수 국민들 권리는 축소도내 작년 기준 243개소로 여의도 10배 크기면적별 광명 > 파주 > 구리 順… 의정부 최다지자체들 민간참여 등 개발 착수 안간힘 불구토지매입비용 등 수천억대 재원 문제 골머리수원 영흥공원 민자사업은 환경부 반대 암초지원강화 등 국가 차원 대책마련 촉구 들끓어도시 숲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는 "지자체가 개인 소유의 땅에 도시계획시설을 짓기로 하고 장기간 이를 집행하지 않으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도시계획법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년 이상 집행되지 않는 도시계획시설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도시계획법 개정이 이뤄졌고, 오는 2020년 6월 30일까지 도시공원으로 조성되지 못한 도시계획시설 상 도시공원 부지는 일괄 해제된다. 오랜 기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토지주들의 재산권은 일명 '도시공원 일몰제'라고 불리는 이 제도로 보호할 수 있게 됐지만, 반대로 도시공원의 기능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다수 국민들의 권리는 축소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특히, 일몰제 시행까지 2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개발행위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도시공원 부지의 크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일몰제에 따른 부작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경기도의 지난해 말 기준 '2020년 실효대상 장기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공원) 현황'을 보면 전체 243개소, 면적은 약 30㎢에 이른다. 이는 여의도 면적(2.9㎢)의 약 10배에 달하는 크기다. 면적 별로는 광명(1.69㎢)이 가장 넓고, 파주(1.64㎢), 구리(1.58㎢), 용인(1.41㎢), 고양(1.21㎢) 등이 뒤를 이었다. 개소 별로는 의정부(25)가 가장 많고, 안성(23), 광주·파주(17), 화성·용인(15) 등 순이었다. → 표 참조# 발등에 불 떨어진 지자체도시공원은 시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도내 지자체들도 일몰제 시행 전 개발행위에 착수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저마다 분주한 모양새다. 그러나 공원 조성의 가장 큰 걸림돌인 '재원' 문제와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수원시의 '영흥공원(약59만㎡)'이 있다. 영흥공원은 지난 1969년 공원으로 최초 지정됐으나, 토지 매입비 등 최소 수천 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원 조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상황이 이렇자 시는 지난 2016년 공모를 통해 민간공원 추진자를 선정,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을 민간사업자가 조성하는 대신 민간에 일부 부지의 개발사업을 허용하는 제도다. 민간사업자가 미조성 공원 부지를 매입해 70% 이상은 공원으로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하고, 30% 미만 부지를 민간사업자가 개발하게 된다.그러나 한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11월 시가 제출한 영흥공원 조성 검토서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에서 '주민피해 우려'를 이유로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인접지에 자원회수시설이 있기 때문에 공동주택 건설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현재 시는 한강청 의견을 반영해 비공원 부지(민간사업자가 개발하는 부지)를 영통지구(공원 남쪽)와 접하는 안을 채택하는 등 '환경영향평가 협업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성남시의 경우는 '조성기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는 지난달 양지체육·영장근린공원 등의 부지 매입을 위한 410억원의 기금을 추경 예산안에 반영했다.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기금 마련을 통해 공원 지키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다. 시는 이미 지난 2009년 제정한 '공원·녹지 조성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에 따라 기금을 적립했지만, 추경 직전까지 적립한 금액은 56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들 공원 부지의 토지 매입 비용 등으로 약 3천358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방채 발행도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은수미 성남시장은 "기획재정부를 찾아가 국비지원을 요청했고, 행정안전부에 들러 박근혜 정부 때부터 삭감되기 시작한 매년 1천300억원의 성남시 예산 원상회복을 부탁했다"고 밝힌 바 있다.이천시는 지난 1976년 지정돼 연간 수백만명의 방문객이 찾는 '설봉공원'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이천시 기획위원회가 '시민이 주인인 이천시 비전 및 정책 방향'을 담은 최종보고회를 개최하면서 설봉공원 일몰제를 민선 7기 최우선 현안 과제로 선정했다.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는 현안이지만, 설봉공원의 전체 면적 중 72%가 사유지이기 때문에 토지매입 등 비용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는 현재 시비를 들여 부지를 직접 매입할 지, 민간을 참여시킬 지 등을 놓고 고민 중에 있다.# 중앙정부 적극 나서야2년이 채 남지 않은 일몰제 시행 앞두고 경기도를 포함해 전국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도시공원 일몰제 부작용 해결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만큼,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자체의 기대만큼 대책을 내놓지 못하거나, 지자체의 공원 조성 노력을 꺾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등 정부 6개 부처는 '일몰제에 대비한 도시공원 조성 등 장기미집행시설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조성이 시급한 곳을 '우선관리지역'으로 선정해 최대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지자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미 열악한 재정상황에 시달리는 지자체가 추가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인데다, 대책은 지방채 이자 지원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 간 엇박자가 나는 경우도 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영흥공원 조성을 추진 중인 수원시는 번번이 환경부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자원회수시설 인근에 공동주택이 들어서는 게 바람직 하지 않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환경부를 설득해도 반대 의견만 내놓는다는 볼멘소리도 만만찮다. 상황이 이렇자 지자체를 중심으로 정부의 대책과 지자체 간 연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지난 17일 충북 청주시의회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대책 마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결의안에서 ▲전국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는 공동으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실효에 대비해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 할 것 ▲정부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적극적 해결을 위한 법령정비와 대책을 마련 할 것 ▲도시계획시설 문제에 대한 책임의지를 갖고 국비를 지원 할 것을 촉구했다.경기도에서도 정부의 지원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지난 12일 경기도의회 본회의 자유발언에 나선 남종섭(민·용인4) 의원은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상황으로 인해 제대로 된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한 가운데 2년 후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이 난개발에 내몰릴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경기도와 시·군이 문제 해결을 위해 기탄없는 대화와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창구 개설이 시급히 필요하다. 이 창구를 통해 경기도의 통일된 의견을 정부에 적극 개진하여 국가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수원시 영흥공원 항공사진. 빨간 점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영흥공원 부지. /수원시 제공지난해 이천쌀문화축제가 열린 이천시 설봉공원 모습. /경인일보DB

2018-09-27 배재흥

[이슈&스토리]'문화 소비의 장' 탈바꿈… 제물포·신포·숭의평화시장

'시장(市場)에 가면~'이라는 잘 알려진 아이들의 놀이가 있다. '배추도 있고, 신발도 있고…' 라며 시장에서 볼 수 있는 물건을 하나씩 나열하는데, 이를 순서대로 가장 많이 외우는 사람이 이기는 방식이다. 식품부터 생활용품까지, 나올 수 있는 게 실로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최근 전통시장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또 있다. 미술도 있고, 음악도 있다. 청년도 있다.물건을 사고파는 장소에 머무는 바람에 한때 복합 쇼핑몰에 밀렸던 전통시장이 청년, 놀이, 예술의 장소로 탈바꿈하면서 전통시장에서도 '문화'를 소비하는 시대가 왔다. 제물포, 10개도 안되는 상점만이 명맥 유지버스킹 공연·EDM 파티등 '문화축제' 펼쳐주민 200여명 발걸음 썰렁한 시장에 '활기'#'문화섬' 변신한 제물포시장지난 15일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에 있는 제물포시장에서는 '축제'가 열렸다. 제물포시장 상인과 주민들이 직접 출연하는 인터뷰 영상을 마을 사람들이 함께 시청하는가 하면, 어쿠스틱 공연, 버스킹 공연, EDM 파티까지 펼쳐졌다. 따로 사람을 초청한 것도 아니었는데 축제에는 마을 주민 200여 명이 몰렸다. EDM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을 위해 잘 알려진 노래를 틀자 몇몇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도 했다. 썰렁하던 시장이 살아나는 순간이었다.1972년 개설된 제물포시장은 1970~1980년대만 해도 주변에 수봉산 인근 단독주택, 제물포 지하상가가 있어 주민들이 많이 오가는 시장 중 하나였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신도시로 인구가 이동하고 건물이 노후화되면서 점점 쇠퇴, 재개발까지 지연되면서 현재는 10개도 채 안 되는 상점만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인천에 사는 청년 6명은 문화의 불모지인 이곳에서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축제를 열기로 했다. 이들은 축제에서 나눠준 김밥, 샌드위치 등의 식재료를 제물포시장 일대의 상점에서 구매하기도 했다.'문화섬'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송한결(24·여) 씨는 "상권이 쇠퇴한 제물포 일대의 제물포시장이라는 낡은 공간에서의 축제를 '도시재생'을 꿈꾸며 기획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이 좋은 호응을 보내줬다"며 "앞으로도 제물포시장은 물론 다른 문화 소외 지역에서도 문화 콘텐츠를 제공해 지역 주민들을 하나로 모으고 싶다"고 말했다.신포 뒷골목 39세이하 젊은이들 '청년몰' 도전'눈꽃마을' 테마 흑백사진·엽서등 공방 '재미'다양한 먹거리까지… 하루 2천명 유동인구 ↑ #눈꽃 내리는 신포시장 청년몰지난 6월에는 중구 신포시장 상점가 내 빈 점포와 방치된 구역이 청년들로 채워졌다. 이들이 둥지를 튼 곳은 신포시장 중에서도 어둡고 낙후해 인적이 드문 뒷골목이다. 39세 이하 청년들은 이곳에 입점해 이색 먹거리를 팔고 때로는 각종 볼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테마는 '눈꽃마을'로, 건물 지붕에 눈이 뒤덮인 듯한 개성 넘치는 경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청년 상점은 푸드트레일러 존, 먹거리 존, 문화 존으로 나뉜다. 푸드트레일러, 먹거리 존에서는 스테이크, 장아찌김밥, 수제 맥주와 같은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고, 문화존에서는 액세서리, 천연비누 등을 만드는 체험 공방이 열린다. 흑백 사진을 찍거나 직접 만든 엽서를 보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먹고, 놀고, 소비하는 대형 복합쇼핑몰이 부럽지 않다. 최근 유명 TV 프로그램에 방영되면서는 유동 인구가 평일 평균 2천명 이상으로, 20배 이상 급증했다는 게 신포국제시장 청년몰 조성사업단의 설명이다. 덩달아 침체해 있던 지역 상권에도 생기가 돌고 있다. 이들을 지원했던 사업단은 오는 10월에 해체된다. 눈꽃마을 청년 상점 21팀은 앞으로 2주에 한 번씩 공연을 열고 시민 참여 행사도 진행하는 등 계속해 자생력을 확보하는 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이혁 청년몰 사업단 기획팀장은 "사업단이 해체하더라도 신포청년몰 '눈꽃마을'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돕겠다"며 "청년몰의 협동조합화, 신포국제시장지원센터를 통한 지속적인 관리 등으로 여느 전통시장 청년몰과는 다르게 색다르고 재밌는 볼거리가 많은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숭의평화 빈 점포 예술인 모여 '창작공간' 변신쿠킹·소이캔들·젤리플라워 '원데이 클래스'갤러리 전시·벼룩시장등 열리며 시민들 호응#젊은 예술인 정착한 숭의평화시장미추홀구 숭의평화시장은 2015년부터 젊은 문화예술인이 입주하기 시작해 이제는 '숭의평화창작공간'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숭의평화시장은 예부터 사람이 많이 오가는 시장이었다. 사람이 몰리면서 사고파는 거래는 물론 인근에 목공예 공방, 각종 마을 잔치도 벌어졌다. 1960년대 산업화 단계에서 인구가 증가하면서 숭의평화시장은 숭의자유시장, 숭의깡시장, 목공예 점포들과 함께 마을 대표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마을의 쇠락과 동시에 모습을 잃었다. 시와 미추홀구는 2015년 시장의 빈 점포를 '숭의평화창작공간'으로 만들었다. 현재는 4개동에서 공공 미술, 갤러리 전시, 한국전통주 빚기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이 열린다. 예술인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은 물론 필리핀 커뮤니티, 인천대 건축 창업동아리도 입주해 시너지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올해는 아름다운가게 주관 '숭의 문화로 예술시장'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양말공예, 쿠킹클래스, 소이캔들, 젤리플라워 등 총 13개 '원데이 클래스'가 매주 수요일 운영되고 있다. 11월까지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영어, 로봇코딩, 수채화, 꽃차 등 10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상설 시장의 기능은 잃었지만 수시로 벼룩 시장 등이 열리며 시민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미추홀구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숭의동 인근으로 고층아파트가 들어서 유동인구가 많아지면 전통시장 기능 일부도 되살아날 것"이라며 "숭의평화시장이 상업 기능과 문화 기능이 융합한 전통시장이 될 수 있도록 도색작업, 홍보 활동도 꾸준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문화섬제물포 축제'에서 가수들의 공연 모습. /문화섬 제공'문화섬제물포 축제'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나눠먹고 있는 모습. /문화섬 제공신포시장 청년몰 '눈꽃마을' 전경사진. /인천 중구제공숭의평화시장 플리마켓 케이크 판매대. /인천 미추홀구제공숭의평화시장 문화창작공간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모습. /인천 미추홀구 제공

2018-09-20 윤설아

[이슈&스토리]인터뷰|배수찬 민주노총 넥슨 초대 지회장

노조없어 사측이 요구 받아들이지 않아'관행' 비정상적 노동 묵과 더이상 못해많은 이들 '가정의 가장' 고용불안 큰문제업체도 영업이익 인적자원에 재투자해야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넥슨지회의 첫 수장을 맡은 배수찬(34·사진)지회장은 8년 간 넥슨에서 일해온 '넥슨맨'이다. 게임 출시일이 다가오면 주말 없이,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일하는 것이 일상이었던 평범한 개발자가 초대 지회장이 된 데는 "열심히 일하는 내가 다른 근로자의 권리를 빼앗고 있었다"는 역설적인 깨달음이 배경에 있다. 임금 없는 초과·연장 근무를 밥 먹듯 하는 동안 회사의 인정을 받게 됐지만, 결국 그것이 노동법이 통용되지 않는 게임 업계의 관행을 만들었다는 자각이다. 넥슨 노조가 출범한 지 닷새째 되는 지난 7일 성남 판교에서 배 지회장을 만났다.- 게임업계의 노동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되던 이슈다. 게임업계의 노동조합, 왜 지금이었나."넥슨 노조만 한정해 보면 7월 1일부터 도입된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회사와 논의를 벌인 것이 계기가 됐다. 6월에 회사와 만나 얘기를 하는데, 노동시간을 맞추기 위해 유연근무제 카드를 들고 나왔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면 정시출근, 정시퇴근이 가능한 직종은 혜택을 보지만 야근이나 초과 근무가 잦은 부서는 크게 혜택을 보지 못한다. 본질적인 문제는 포괄임금제(연장·야간근로 등 시간외근로 등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지급하는 임금제도)다.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을 받아야 하는데, 이 부분 협상이 되질 않았다. 노조가 없으니 사측이 요구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던 거다. 그래서 네이버 노조에 찾아갔다. 거기서 얘기를 하다 (노조창립의)'발화점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할 사람이 필요했고, 그래서 (지회장으로)나서게 됐다."- 게임 업계의 문제,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일할 사람이 적다. 그런 상황 속에서 게임 론칭이 다가왔으니 일을 더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게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나도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5일 만에 일을 끝내야 한다면 주당 70~80시간씩 일하면서 남보다 2배 빠른 속도로 일을 했다. 그래서 인정은 받았지만, 결국 그렇게 일을 함으로써 그런 풍토가 당연해지는데 일조한 셈이다. 내가 다른 근로자의 권리를 빼앗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자. 게임업계는 고용불안이 문제다. (기자: 넥슨 같은 대기업도 고용불안이 있나) 회사가 준비하는 게임 10개 중 9개는 망하고 1개만 성공한다. 게임이 망하면 해당 팀은 해체된다. 그러면 팀원들은 알아서 다른 팀으로 구직을 해야 한다. 아트 직군을 예로 들면, 귀여운 그림을 그리는 디자이너는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귀여운 화풍을 필요로 하는 팀이 없으면 팀을 못 구하는 경우가 생긴다. 다른 팀원들이 옮겨갈 팀을 다 구하고 몇 명만 남게 되면 그들은 결국 사표를 제출해야 하는 수순이 된다. 다른 직장은 퇴직시키려 책상을 뺀다지만, 게임업계는 책상을 못 빼면 그만둬야 한다. 고용 불안이 심각하다."- 게임 업계 노조 설립 바람이 계속될까."스마일게이트도 노조를 설립했다. 네이버도 있다. 발화점에 다다랐다. 더 이상 관행이라는 이유로 비정상적인 노동을 묵인하고 갈 수 없다. 노조 설립을 월요일(지난 3일)에 하고, 수요일까지 700명 이상이 가입했다. 구성원들에게 노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거다. 이제 게임업체도 높은 영업이익률을 인적 자원에 투자해야 한다."인터뷰 말미, 배 지회장은 흥미로운 얘기를 하나 덧붙였다. 노조 가입을 SNS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통해서도 할 수 있도록 해뒀는데, 특이점이 있다는 얘기였다. "카톡 프로필을 볼 수 있잖아요. 프로필을 보면 아이랑 손잡고 있는, 아이를 안고 있는 가족사진이 많습니다.한국에 게임업이 뿌리내린 지 20년 정도가 지났고, 초기에 이 업계에 뛰어든 사람들이 이제 40대 가장이 된 겁니다. 젊었을 때는 고용불안이 큰 문제가 아니었고, '이 팀이 안 되면 다른 회사로 가지'라고 생각했던 게 이제는 되지 않는 거죠. 게임 붐 20년 만에 이 업계에 노조가 필요한 시기가 왔습니다." /신지영·배재흥기자 sjy@kyeongin.com

2018-09-13 신지영·배재흥

[이슈&스토리]'빅3' 넥슨서 최초 노동조합 탄생

'즐거움 주기위해' 공짜야근 기본근로자 63% '법정시간' 초과근무"과로가 의무인 현실 이제 바꿔야"3일만에 4천명중 700명 가입 호응게임 개발자들은 '갈아 넣는다'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게임 출시일을 맞추기 위해 끝없이 야근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발자 자체가 흔적도 없이 '재료'로 희생돼야 한다는 뜻이다.곡물이 맷돌로 곱게 갈려 음식이 되듯, 개발자들은 업무에 '갈려' 게임을 만들어낸다. 지난 2016년 국내 굴지의 게임업체에서 일하던 한 직원이 돌연 숨을 거뒀다. 사인은 '심장동맥경화'. 그의 심장을 멈추게 한 것은 1주에 89시간에 이르는 초장시간 근로였다.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해당 업체 근로자의 63%가 법정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해 일을 하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이 업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게임업계 전체는 상시화된 야근, 임금 없는 연장근로에 시달리고 있다.자신의 팀이 개발하는 게임의 성패에 따라 고용이 결정된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출시된 게임 10개 중 9개가 망하고, 단 하나의 게임이 성공하는 현실 속에 수 없이 많은 개발팀이 명멸하고 있고 그만큼 많은 수의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노동법이 비켜나간 근로여건과 불안한 고용 현실은 노동조합이 태동하던 70~80년대 공단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결국, 게임업계에서 반응이 나왔다. 국내 '빅(BIG)3' 게임업체 중 하나인 '넥슨'에서 업계 최초의 노동조합이 탄생한 것이다.지난 3일 출범한 노조는 불과 3일 만에 4천 명 직원 중 700여 명이 가입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회사 내에 노조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이나 컸다는 방증이다. 넥슨 노조 출범에 동종업계도 들썩이는 모습이다. 유명게임 '테일즈런너'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의 노조가 넥슨노조 출범 닷새 후 닻을 올렸다.IT업계 초대형회사인 네이버 노조도 넥슨 노조 출범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네이버 노조는 지지선언문을 통해 "넥슨뿐만 아니라 수많은 게임회사들이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공짜 야근은 기본이고 크런치 모드라는 이름으로 구성원들의 인간다운 삶마저 희생시키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네이버 사원노조는 넥슨 구성원들이 스스로 부조리에 맞서 싸우고, 불합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게임업계 최초로 노동조합을 설립한 것에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낸다"고 했다.아울러 "어두운 밤을 밝히는 판교의 등대는 더 이상 자랑이 될 수 없다. 과로가 의무인 현실, 저항이 불만이 되는 현실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넥슨 노조는 설립선언문에서 포괄임금제 폐지, 야근·연장근무에 대한 정당한 대가 보장, 정년퇴직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노조 활동의 목표로 제시했다. 넥슨 노조는 "노동조합을 통해서 노동자는 회사와 대등할 수 있다. 개인은 부당함을 오롯이 혼자 짊어져야 했지만, 모이면 서로의 울타리가 된다. 법과 제도는 우리의 취약점이 아니라 창과 방패"라며 "하나로서 연대하여 나아가, 회사와 사회와 게이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노동조합으로 자리 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출범한 넥슨 노조에는 '스타팅 포인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스타팅 포인트는 게임 유저가 게임을 시작하는 공간을 뜻하는 말이다. 넥슨 노조 '스타팅 포인트'가 게임업계 노동조합의 '스타팅 포인트'가 될 수 있을지, 게임유저와 사회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신지영·배재흥기자 sjy@kyeongin.com

2018-09-13 신지영·배재흥

[이슈&스토리]신도시 중심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명과 암

주민 소통 목적으로 개설… 이웃 간 교류 '반상회' 역할까지 담당24시간 누구에게나 개방, 지역현안부터 일상까지 자유롭게 공유민원 과정서 공무원 개인정보 노출·문자폭탄등 본래취지 잃기도익명성 탓 님비현상 경계해야… 많은 주민 적극 참여할때 순기능지난달 인천시가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 일부만 우선 추진하기로 하자 송도 주민들이 하나 된 목소리로 반발했다.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로 모은 것은 송도국제도시 지역 커뮤니티였다. 이처럼 지역 온라인 카페는 지역사회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고 있다. 주민들은 카페를 통해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일상이 됐다. 지역 커뮤니티는 송도국제도시, 청라국제도시 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의 '올댓송도'·'송도국제도시맘', 서구의 '달콤한 청라맘스'·'너나들이검단맘' 등이 대표적이다.이렇게 형성된 지역 커뮤니티는 이해관계가 비슷한 주민들이 지역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고,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기피시설 설치 등 문제에 대해서는 커뮤니티가 지역이기주의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지역 소통 송도국제도시를 대표하는 커뮤니티인 '올댓송도'는 지난 2013년 4월에 만들어졌다. 카페 설립자 김성훈 올댓송도 대표는 2011년 송도국제도시로 이사를 왔다. 이사 간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가 된 김 대표는 2007년 출범한 입주자연합회에 참여했다. 입주자연합회는 송도 아파트 단지 대표들이 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입주자연합회에서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실시간으로 많은 사람이 글을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 카페였다. 김 대표는 "지역에 함께 사는 주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올리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개설 시기는 각자 다르지만, 주민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지역 커뮤니티는 만들어졌다. 시간과 비용을 많이 투자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든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의 강점이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 현안부터 실생활 정보까지 정보공유의 장 지역 커뮤니티"한 달에 한 번 마을 주민들이 모여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이웃 간 친목을 다졌던 '반상회'. 이제는 그 역할을 지역 커뮤니티가 담당하고 있다. 반상회가 제한된 인원, 한정된 시간 등의 제약이 있었다면 온라인 카페는 24시간 누구에나 개방돼있는 정보공유의 장이다. 주민 개개인이 다루기 힘들었던 지역 현안부터 서로의 일상을 주고받는 커뮤니티는 지역사회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지역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주민들은 다수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집단민원을 넣는 등 지역 현안에 대해 적극적이고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인천시 지방재정투자심사위원회가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 일부 공사만 허용하자 송도지역 온라인 카페에서는 투자심의회 결과에 반발하는 수많은 글이 올라왔다. 송도 주민들은 이러한 의견을 모아 민원, 집회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주민들의 하나 된 목소리에 연수구의회에서는 지난달 28일 '송도국제도시 워터프런트 지방재정투자심사 재개최 검토 촉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날 이강구 의원은 5분 발언에서 올댓송도의 주민성명서를 낭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청라국제도시 국제업무지구에 스마트 업무단지와 지원단지를 조성하는 G-City 사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청라국제도시' 등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의견을 모아 G-City 사업을 촉구하는 집단민원을 제기하고 있다.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 카페는 하나의 '마을공동체' 역할을 하고 있다. 서로의 일상을 주고받고, 교육·부동산·날씨·환경·건강 등 지역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한다. 서구 '너나들이검단맘' 카페는 '우리동네 미세먼지'라는 게시판을 운영하면서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 수치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전북 군산시에서 송도국제도시로 이사왔다는 김모(45·여)씨는 "신도시의 경우 타지에서 이사를 온 사람들이 많아 자녀교육 등 정보가 필요해도 서로 접근하기 힘든 면이 있다"며 "하지만 지역 카페에서 활동하면서 이웃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지역 커뮤니티가 지역사회에서 갖는 장점이 적지 않다. 성동규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역 커뮤니티는 과거 '관'이 주도했던 반상회와 달리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주민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만들어졌다"며 "주민들 스스로 운영해나가는 구조기 때문에 지역 현안 등에 대해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했다.#"지역 이기주의로의 변질 경계해야"지역 커뮤니티는 뿔뿔이 흩어진 주민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합쳐 지역 사회에 전달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커뮤니티가 소수의 인원이 지역 여론을 주도하거나, '내 지역'의 이익만 생각하는 지역 이기주의의 장으로 변질될 것이란 시민, 전문가들의 우려도 적지 않다.지난달 14일, 송도의 한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워터프런트 폐기 수순 - 강력 항의'라는 제목의 공지글이 올라왔다. 워터프런트 단계 추진에 항의하자는 내용이었다. 글에는 개인정보가 적혀 있었다. 박남춘 인천시장,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장뿐만 아니라 행정부시장, 대변인, 비서실장 등 인천시 공무원에 대한 개인 전화번호가 나열돼 있던 것이다. 이렇게 개인 휴대폰 번호가 노출된 사람은 20명이 넘었다. 글쓴이는 이들에게 '워터프런트 1-1공구, 1-2공구 모두 조건없는 통과'라는 제목의 글을 복사해 보낼 것을 요청했고, 결국 주민들의 문자 폭탄에 인천시 업무가 차질을 빚는 일까지 발생했다. 인천의 한 대학 교수는 "학계 보고에 따르면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다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침묵하는, 침묵의 나선 이론 현상을 보인다"며 "워터프런트 사업 경우와 직접 연관 짓기는 힘들지만, 지역 커뮤니티의 의견이 모든 주민의 생각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현재 이 같은 커뮤니티는 송도와 청라, 검단 등 신도시 위주로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타 지역 주민들이 커뮤니티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도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신도시에서 다수의 주민이 한목소리로 문제 개선을 요구하는 게 자칫 '지역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동구에 살고 있다는 윤모(24·여)씨는 "다른 지역에서는 신도시 위주의 지역 커뮤니티를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며 "지역 커뮤니티다 보니 자신 지역 위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신도시는 이미 많은 투자와 지원이 이뤄진 곳이지 않나. 때로는 주민들의 요구가 '무리하다'라고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커뮤니티의 본래 취지를 잃지 않기 위해선 많은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임운택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지역 커뮤니티를 좋다, 나쁘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인터넷의 익명성 때문에 님비(NIMBY) 현상이나 지역 이기주의 현상이 심화될 위험성은 있다"며 "한 특정인이 의견을 주도한다면 여론몰이와 같이 조직에 안 좋은 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태양·공승배기자 ksun@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2018-09-06 김태양·공승배

[이슈&스토리]흩어진 독립운동 발자취 따라 만나는 '헌신과 조국애'

1917년 전로한족회 대표자회의 개최 '우수리스크' 이어구한말 의병근거지 '크라스키노' 3개 국경 접하는 '핫산''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 까지 최재형 선생등 흔적 만나"조국에 희생한 분들 뜻 계승… 고려인들과 교류 필요"수원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지난 29일부터 9월1일까지 항일 독립운동가들의 러시아 연해주지역 항일 투쟁의 흔적을 따라가는 탐방에 나섰다. 30여명으로 꾸려진 탐방단은 가을비를 맞으며 우수리스크와 크라스키노, 블라디보스토크 등 3개 도시에 흩어져 있는 항일운동의 흔적들을 찾아 전문가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척박한 환경을 개척해 나가며 항일운동에 나선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전해 들으며 탐방단은 숙연해졌다. 탐방단은 절박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조국애를 되새기며 길지 않은 4일을 보냈다.# 고려인의 어제와 오늘을 볼 수 있는 우수리스크탐방단이 러시아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우수리스크다.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우수리스크는 사실 연해주 지역 고려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다.1917년 5월 21일부터 31일까지 11일 동안 한인대표 100여 명이 참가한 '전로한족회 대표자회의'가 개최된 곳도 바로 이곳 우수리스크다. 같은 해 12월 제2차 대표자회의를 열어 러시아 한인 최고자치기관이자 대표적인 항일 독립운동기관인 전로 한족 중앙총회(고려국민회)로 바뀐다.이후 전로 한족 중앙총회는 1919년 2월 대한국민의회로 확대 개편되며 노령 임시정부를 수립한다.이 곳을 방문한 이유는 크게 2가지다.첫번째는 이런 연해주 거주 고려인의 역사를 배워 볼 수 있는 공간인 고려인 문화센터가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 한인 이주 140주년을 기념해 2009년 건립된 고려인 문화센터는 고려인들의 연해주 이주 역사와 독립운동사까지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다. 고려인문화센터 앞에는 안중근 의사와 홍범도 장군의 기념비가 있다.또 하나는 독립운동가 이상설 선생과 최재형 선생의 흔적을 찾아 만나 볼 수 있다.우수리스크에는 연해주 지역 대표적인 항일 독립운동가인 최재형 선생의 마지막 거처가 남아 있다. 최재형 선생은 사재를 독립운동자금으로 제공하면서 이범윤 의사와 함께 연해주 의병의 최고 지도자가 되었고, 1919년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자 초대 재무총장에 선임됐다. 하지만 연해주를 침공한 일본군이 1920년 4월 참변을 일으켰을 때, 일본군에 붙잡혀 김이직·엄주필 등과 함께 총살 당해 순국하고 말았다.우수리스크 수이푼 강가에는 이상설 선생의 유허비가 있다. 1948년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상설 선생은 조국 독립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자신의 유골을 화장해 이 곳에 뿌려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항일의병운동의 중심지 크라스키노와 핫산러시아에서의 둘쨋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비가 오는 날 탐방단은 버스를 타고 4시간이라는 시간을 달려 크라스키노에 도착했다. 크라스키노는 구한말 대표적인 항일의병근거지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최재형 선생을 비롯해 이범윤, 안중근, 유인식 등의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했다.또 크라스키노에서 두만강 방면으로 조금 더 이동하면 한반도와 중국, 러시아 국경이 만나는 핫산이라는 곳이 나온다. 3개국 국경이 만나고 있기에 한반도 냉전이 종식될 경우 활발한 교역이 이뤄질 곳으로 꼽히는 곳이다. 크라스키노와 핫산 일대에 대한 관심은 러시아 뿐만 아니라 한국과 북한, 중국 4개국 모두 관심을 갖고 있다.경제라는 이슈로 관심을 받고 있는 크라스키노와 핫산은 100년 전에도 제국주의를 앞세운 강대국들의 치열한 경쟁지였다.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 나라를 빼앗긴 조선인들이 척박한 땅을 개척한 곳이다. 크라스키노 부근에는 1863년 함경도 농민 13가구가 정착해 형성한 러시아 최초의 한인 마을인 지신허 마을이 위치해 있다. 그리고 크라스키노는 안중근 의사를 비롯해 김기룡, 백규삼, 황병길, 조응순, 강순기, 강창두, 박봉석, 유치홍, 김백춘, 김춘화 등 12인의 독립운동가가 조국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위해 단지동맹을 한 곳이다.# 관광지가 아닌 독립운동의 거점 블라디보스토크최근 몇몇 방송사 여행프로그램에 소개되며 2시간대에 갈 수 있는 유럽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는 한인독립운동의 중심인 신한촌이 있었다. 신한촌에는 헤이그 특사 중 한명이었던 이상설, 그리고 최재형, 이동휘 등이 활동했었다. 또 권업회, 대한광복군정부, 한인신보사, 일세당, 대한국민의회, 노인동맹단 등 독립운동 단체들도 활동했었다. 하지만 1937년 한인 강제 이주로 인해 완전히 폐허가 되었고 지금은 아파트 단지로 변모해 그 원형을 찾아 볼 수 없다.블라디보스토크는 냉전시대 구소련의 태평양 함대가 모항으로 사용하던 도시였기에 이런 흔적들이 기념물로 남아 있지 않지만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했던 곳이기에 구시가지 곳곳에는 항일운동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옛 신한촌 자리에는 한인독립운동의 중심지였던 신한촌을 잊지 않기 위해 지난 1999년 해외민족연구소가 한국에서 석재를 운반해 세운 기념비가 자리하고 있다.주영훈 수원청미래충전소 대표는 "3·1운동 100주년이 다가오면서 많은 분들이 항일독립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뜻이 후대에도 계속 계승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한준택 경기르네상스포럼 상임이사는 "연해주지역에서 우리 전통 문화를 지켜 나가고 있는 고려인들과의 다양한 교류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블라디보스토크/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수원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러시아 크라스키노에 있는 안중근의사 단지동맹기념비 앞에서 추모 행사를 가진 후 만세를 외치고 있다.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안중근 단지 동맹비우수리스크 고려인문화센터내에 설치한 안중근의사 기념비에 묵념하고 있는 탐방단.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수원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러시아 크라스키노 전망대에서 이동근 수원시청 학예연구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우수리스크 고려인문화센터에서 연해주 독립운동 관련 영상을 감상하는 탐방단.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러시아 우수리스크에 위치한 독립운동가 최재형선생의 생가.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러시아 연해주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한인 거주지인 신한촌의 역사적인 의의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블라디보스토크의 신한촌기념비.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18-08-30 김종화

[이슈&스토리]인터뷰|연해주 고려인 민족문화자치회 김발레리아 부회장

고려인들의 연해주 지역 중심 도시인 러시아 우수리스크에는 지난 2009년 러시아 한인 이주 140주년을 기념해 건립됐다. 고려인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연해주 고려인 민족문화자치회의 김 발레리아(사진) 부회장은 "고려인문화센터는 한국 사람들의 꾸준한 관심으로 건립됐다"고 소개했다.김 부회장은 "고려인 문화센터가 건립되기 전에는 고려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부모님으로부터 전해 들은게 전부다였다"며 "이 곳이 생긴 후 연해주 지역 고려인들이 자신의 뿌리에 대해 올바로 알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그는 "고려인들은 전통을 이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곳을 방문하는 한국인을 통해, 또 이 곳을 통해 한국과 교류하면서 고려인의 뿌리인 한국 문화를 배워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연해주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이 곳 고려인문화센터를 방문하는 이들도급증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고려인문화센터를 방문한 한국인은 2016년에 1만6천명이었다. 지난해 3만명이 방문했고, 올해에는 지난달까지 방문한 숫자가 3만명이다"고 소개했다.그는 "임시정부가 있었던 이 곳에 대해 한국인과 한국 정부가 관심을 가져 주는 것에 고려인들은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마지막으로 김 부회장은 "한국인과 고려인은 국적은 다르지만 같은 역사를 갖고 있다"며 "이곳 고려인문화센터가 앞으로도 한국인과 고려인의 연결 고리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우수리스크/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

2018-08-30 김종화

[이슈&스토리]'음악공연권 확대' 헬스장·카페·주점도 저작권료 추가 징수

인천지역 보디빌딩인들 지역 정치권에 하소연업주들 "이중 부과" 반발등 정책시행 혼선 전망 음저협서 일일이 매장방문 위반 확인 어려울듯창작자 보상 선진국 시행중 세계평균 월 2만원"최근 들어 체력단련장(헬스장)들이 기업화, 대형화 하는 추세 속에서도 어려서부터 운동을 한 선수들이 은퇴 후 헬스장을 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영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죠. 그런 상황에서 한 달에 몇 만원씩 내야 하는 상황이네요."23일 낮에 찾은 인천 남동구의 한 헬스장에선 댄스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 리듬에 맞춰 운동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업주 A씨는 "가뜩이나 불경기에 인건비까지 오르는 상황에서 소상인들은 더욱 힘들어졌다"고 답답해했다.인천 지역 보디빌딩인들은 조만간 모임을 갖고 불만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서 지역 정치권에 전달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들은 카페나 주점에 비해 헬스장에 저작권료를 높게 책정한 것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저작권법 시행령 제11조 개정안이 23일 시행에 들어갔다. 이날부터 면적 50㎡(약 15평) 이상 헬스장과 카페, 주점 등에서도 음악을 틀면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 기존에는 유흥·레저 업종이나 대형 사업장에만 공연 저작권료를 부과했으나, 저작권 관련 단체의 지속적 요구로 범위가 확대됐다. 저작물을 공중에 공개할 수 있는 권리인 공연권 보장을 확대한다는 취지다.개정안의 시행으로 카페나 주점은 월 4천~2만원, 헬스장은 월 1만1천400~5만9천600원을 면적에 따라 낼 것으로 보인다. → 표 참조단, 면적 50㎡ 이하의 소규모 영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정부는 국내 음료·주점업 중 40% 가량이 50㎡ 미만 영업장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인 지역에선 3만곳 정도가 새로 저작권료 징수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추산된다.# 자영업자들 혼란, 요금 징수 과정의 어려움 예상업주 대부분은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때문에 정책 시행의 혼선과 요금 징수 과정에서의 혼란이 예상된다.업주들 대부분은 이중 과세가 아니냐고 반발한다. 인천 중구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임 모(37)씨는 "음원 사이트에서 매달 1만원 가량을 내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음악을 틀고 있는데 돈을 또 내야 한다는 부분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근의 다른 업주도 "사이트 결제 따로 저작권료 따로 내야 하는 게 두 번 내라는 얘기로 들려 당황스럽다"면서 "자체 소장하고 있는 음반을 트는 것도 돈을 내야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매장 음악서비스나 개인용 음원사이트를 이용하는 구매한 CD를 사용하든 음악을 틀면 저작권료 지급 대상이다. 외국 곡도 마찬가지다. 음원 사이트에서 음원을 구입하는 것은 개인 청취를 전제로 한 저작권료를 포함할 뿐 매장에서 이를 재생할 수 있는 권리인 공연권은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헬스장이 여타 업체보다 비싸게 책정된 부분에 대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 관계자는 "헬스장은 음악이 없으면 운영하는 데 지장이 있을 정도로 음악이 중요한 업종이고, 카페 등과 비교하면 24시간 운영하는 곳도 많아 이런 점들을 고려해 차이를 뒀다"고 설명했다.저작권료 징수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체부는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 등을 제외하면 80% 정도가 개별 사업자일 것으로 추산한다. 개별 사업장에는 일일이 방문해 저작권료 위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아예 우리 대중음악을 틀지 않겠다는 카페도 늘고 있다. 저작권자 사후 70년이 지나면 저작권이 사라지기 때문에 클래식 음악을 틀거나 무저작권 음악을 틀면 된다는 것이다.한국피트니스협회는 저작권료가 낮거나 없는 200~300곡을 별도로 계약해 무료로 협회 회원들에게 제공할 계획도 세웠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여러 곳의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점주는 월 100만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문체부는 음저협과 매장 음악서비스사업자 등을 통합 징수 주체로 지정했다. 음저협은 프랜차이즈 본사 등을 상대로 관련 안내를 하고 있으며, 각 지부에서 저작권료를 내야 하는 개별 사업자들을 방문해 저작권료를 내도록 설명하고 있다. 문체부는 다음 달 3일부터 납부 대상 업자를 대상으로 관련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음저협 관계자는 "납부 대상인 자영업자들로부터 항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면서 "반발은 예상한 부분이며, 징수가 제대로 이뤄질 때까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저작권료는 창작자들의 당연한 권리인 만큼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중의 반응, 지속적 제도 개선 필요저작권법 시행령 개정안의 시행 소식에 인터넷 댓글란에서 접할 수 있는 대중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하다. "내가 음악을 들으러 간 것이 아님에도 나에게 음악이 알려졌으니 홍보 효과 아닌가?"부터 "'대중가요' 아니었나", "듣고 싶지 않은 곡도 있는데 반대로 나에게 들어준 값을 지불하라".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것에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또한 창작자의 저작권도 중요하지만 자영업자가 1년에 몇 만원에서 몇 백만원을 내야 하는 상황에 더욱 공감하기 때문이다. 즉 창작자의 권리만큼이나 업주들의 생존권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알 수 있다.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영업장에서 음악이 많이 사용되는 경우 창작자에 대한 보상이 돌아가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때문에 법 개정에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선진국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며 금액도 우리보다 높다. 전세계 평균으로 월 2만원 정도다.문체부는 적극적 홍보와 함께 시행 후 추이를 지켜보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를 보완·개선해야 한다.업주가 낸 저작권료가 창작자에게 정당하게 들어가는 것인지도 확인해 줄 필요가 있다. 매장의 크기로 금액을 책정한 부분에 대한 손질도 벌써부터 요구받는다. 손님의 많고 적음이 아닌 단순히 면적 50㎡를 넘어서면 납부해야 한다는 점도 찬찬히 들여다 봐야 한다.김기태 세명대 교수(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는 "공공 장소에서 영리 목적 음악 사용을 내버려두면 저작권자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는 만큼 법 개정은 긍정적"이라며 "시행 초기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23일 오후 인천시내 한 헬스장에서 시민이 운동을 하고 있다. 인천시보디빌딩협회 일부 관계자들과 헬스장을 운영하는 지역 보디빌딩인들은 조만간 모임을 갖고 저작권법 개정안 시행에 대한 불만을 지역 정치권에 전달할 예정이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이달 초 서울 시내 한 카페의 모습. /연합뉴스

2018-08-23 김영준

[이슈&스토리]KOICA 공적개발원조 '라오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

대통령이 '새마을운동' 전수 부탁5년간 628만달러 '무상원조' 추진한경대·한국농발연구원 위탁 시행버섯·과수 재배·소 사육 기술 도입초지개량등 농업체질 '효율성 UP'도로·학교·생활용수 인프라 개선30개 시범마을에서 '삶의 질' 높여연수원 교육통해 인재 배출 성과도내년 기간 만료 '지속가능성 우려'라오스, 한국 추가지원 요청 '과제'"대형 재난으로 시름하는 라오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이 희망 될까." '국민 1인당 GDP 2천51달러(2017년)', 오는 2020년까지 최빈국 지위 탈피를 위해 갈 길 바쁜 라오스가 '댐 붕괴'라는 대형재난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달 23일 SK건설이 시공한 라오스 남동부 아타푸 주(州)의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이 무너져 5억t에 달하는 물이 인근 마을을 덮쳐 현재까지 130여 명이 죽거나 실종됐고, 3천여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부는 자국의 기업이 시공한 댐이 무너져 대규모 인명피해가 났다는 이유로 긴급구호대를 현지에 급파하는 등 라오스 정부만큼이나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는 또 단기 구호활동뿐만 아니라, 아타푸 주의 이후 경제발전 지원방안도 고심 중이다. 특히 현재 라오스 내 일부 주에서 시행 중인 '라오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이 아타푸 주에 확대 시행될 것으로 점쳐진다. # 공적개발원조(ODA) '라오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라오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은 농촌주민들의 빈곤퇴치와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발주하고, 한경대학교와 (사)한국농촌발전연구원이 위탁 시행하는 무상원조 사업이다. 이 사업은 라오스 정부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추진됐다. 지난 2013년 한국을 방문한 라오스의 촘말리 대통령은 지난 1970년 한국에 있었던 범국민적 지역사회 개발운동인 '새마을운동'이 농촌개발에 크게 이바지한 것을 확인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이 같은 경험을 전수해줄 것을 부탁했다. 당시 라오스 정부는 국가사회경제발전계획과 자체 농촌개발운동인 '삼상정책' 등을 적극 추진했으나 오히려 절대빈곤 인구는 증가하고, 빈부 간 격차가 심화 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정부는 이듬해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진행한 끝에 비엔티안(17개)·사반나켓(13개) 주에 30개 시범마을을 선정, 총 628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되는 '라오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 5개년(2015~2019년) 계획'을 마련했다. # 변화의 바람 부는 라오스시행 4년 차에 접어든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은 현재 '수확의 계절'을 맞았다. 지난 3년간의 노력은 농가소득 증가와 마을회관·도로·학교·생활용수 등 설치로 인프라 개선이라는 결실을 맺고 있다.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라오스 농가의 '체질개선'이다. 애초 라오스는 한국보다 4배가량 넓은 국토를 갖고도,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관련 지식이 부족했던 농민들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벼농사를 관성적으로 지었고, 축산농가들은 먹이 부족으로 소들이 살이 찌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은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버섯과 과수 등 재배기술 도입과 소 사양 사업 등의 해법을 제시했다. 그 결과 버섯재배 농가는 당초 4개 마을 93개 마을에서 시작했지만, 인근에 돈이 된다는 입소문을 타고 현재는 6개 마을에 163개 농가가 참여 중이다. 축산농가의 경우 한국의 소 사양방법을 응용하는 동시에 초지개량을 통해 소들에게 먹일 사료 확보에 주안점을 뒀다. 현재까지 개량된 초지는 361㏊로, 이는 애초 목표였던 201㏊보다 180% 초과 달성한 수치다. 이 같은 사업으로 효과를 보자, 자발적으로 논을 초지로 개량하는 농민들도 늘고 있다. 비엔티안 주 돈쿠앗 마을에 사는 푸콩(38)씨는 "초지는 잘 만들면 벼농사보다 일손이 덜 들고, 소득은 더 좋다. 2㏊ 논을 초지로 바꾸고, 현재 키우고 있는 소 9마리를 20마리로 늘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농촌 마을의 인프라 개선은 마을의 공동체 의식 함양과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다. 우선, 각 마을에는 사업의 중심역할을 하는 마을회관의 신·개축이 이뤄졌다. 또한 29개 마을에 선풍기, 에어컨 등이 설치된 새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가 들어서면서 교육의 질도 더불어 향상됐다. 7개 마을 751개 농가에선 생활용수 공급시설이 설치돼 정수된 깨끗한 물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게 됐다.솜찬 비엔티안 주 비엥캄 마을 이장은 "초지개량, 버섯재배와 마을회관 신축 등 농촌개발사업으로 마을은 큰 성과를 얻었다. 코이카 등 농촌개발사업에 함께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 물고기를 잡아주기 보다 물고기 잡는 방법을라오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의 특징은 병원, 도로 등 기반시설 구축에만 그친 기존 대다수의 ODA 사업과 달리 '주민참여'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설계, 추진됐다는 점이다. 마을에 도로 하나를 신설 하더라도, 사업예산은 전체 70% 밖에 지원되지 않는다. 나머지 30%는 마을 주민들의 몫이다. 주민들은 돈을 걷어 이를 충당하거나, 노동력으로 대체하며 지난 3년 간 마을 일구기 운동을 이어왔다. 주민 중심의 ODA 사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라-한 농촌개발연수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농촌개발사업의 인재양성을 담당하는 연수원은 라오스 농림부장관령을 근거로 수도인 비엔티안시에 설립됐다.연면적 1천205㎡ 규모로 대강당, 생활관, 식당, 전시실, 독서실 등을 갖춘 연수원은 지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지역개발 교육과 리더십 배양 교육을 진행해 중앙 및 지방정부 공무원과 시범마을 지도자 900명을 배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교육을 이수한 이들은 사업이 진행 중인 마을로 복귀해 성공적인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을 선도하고 있다. 윤병두 (사)한국농촌발전연구원 이사는 "연수원 수료생들이 마을 곳곳에 연수원 캐치프레이즈인 '푸악하우 햇 다이(We Can Do it)'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활발히 활동 중이다"며 "올해까지 총 1천100명 수료생 배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파파이 연수원장은 "한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라오스에도 농촌개발사업을 이끌 지도자를 양성할 연수원이 설립됐다"며 "한국의 지원이 중단된 후 이를 라오스 정부가 홀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비관적인 의견이 많지만, 연수원이 성공적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라오스 정부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의 또 다른 이름 '새마을운동'ODA 사업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건 결국 사업이 모두 종료된 이후의 지속가능성 여부다. 전국확산은 고사하고, 예산 부족 때문에 사업이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파파이 원장의 우려처럼 라오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도 내년이면 사업기간이 만료된다. 게다가 예산이 투입되는 건 올해가 마지막이고, 내년은 사업을 라오스 정부에 이양한 채 코이카 등은 사후관리 역할만을 담당한다. 이 때문에 라오스 정부 측도 한국의 추가적인 관심과 지원을 끊임없이 요청하는 상황이다. 싱캄 비엔티안 주 부지사는 "사업 시작 이후 라오스에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제는 2개 주를 넘어 전국으로 확산시켜야 할 과제가 남았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정부의 '새마을운동' 해외 확산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는 이유로 라오스 포함 해외에서 진행 중인 농촌공동체 개발사업들은 정권이 바뀌면서 추가 예산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오성수 코이카 라오스 사무소장은 "라오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은 캄보디아, 미얀마 등 인근에서 진행 중인 유사한 사업 중에서도 모범사례로 꼽힌다"며 "사업의 성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이 기사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취재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버섯재배 농민이 새로 설치된 생활용수 시설을 이용해 물을 주고 있다.라오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의 또 다른 성과인 '비가림 하우스' 설치. 한국의 시설과 비교해 조악해 보일 수 있으나, 전혀 없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발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라오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에 참여한 마을과 농가 앞에는 이 같은 표지판이 붙어 있다.방목이 아닌 한국의 사육 방식으로 먹이를 먹고 있는 소들.라오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신축된 비엔티안 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비엔티안시에 설립된 라-한 농촌개발연수원 전경.

2018-08-16 배재흥

[이슈&스토리]일본發 '내국인 입장 가능' 카지노 관심

日, 관련법 가결… 2025년 복합리조트 개장세계 유수 사업자들 日 적극 투자 의사 전달 강원랜드 이용객 절반 정도 "문열면 가겠다"영종도등 관광 산업에도 막대한 영향 우려인천 중심돼 '열린 논의'로 대응책 찾아야지난달 말 인천 영종지역 주민 커뮤니티 카페에 '개인적으로 (오픈)카지노 관련 글 자제하면 안 될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달 20일 일본이 내국인 입장이 가능한 '오픈카지노' 설립을 허용하는 카지노복합리조트(integrated resort) 시행 법안을 통과시킨 뒤 영종도 오픈카지노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담은 게시물이 잇따라 게재되자 내국인 카지노 이야기를 그만하자는 글까지 올린 것이다. 그러나 이 글에도 각자의 의견이 담긴 70여 개 댓글이 달리며 오히려 찬반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이자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지낸 김진표 의원이 "제주도와 영종도 같은 곳에는 내국인도 카지노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하면서 국내 오픈카지노 논란은 확대하는 모습이다. 부산에서는 지역 상인과 기업을 대표하는 부산상공회의소가 나서 내국인 카지노 입장 허용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기도 하다. 부산상의는 올해 1월 동의대학교 윤태환 교수에게 오픈카지노 허용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부산 복합리조트 유치 방안 연구용역'을 맡겼고, 조만간 최종보고회가 열릴 예정이다.바로 옆 나라 일본에서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복합리조트 개발을 추진하면서 오픈카지노가 더 이상은 무시할 수 없는 논의 주제가 됐다. 오픈카지노 도입에 대한 찬반 논란부터 일본 내 대형 카지노복합리조트 개발에 따른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영향과 대책 등으로 논의의 폭은 커지고 있다.일본은 2025년쯤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를 개장한다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 앞서 일본의 여당인 연립 자민당과 공명당이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복합리조트를 건립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국회에서 가결했다. 야당에서 도박중독자 양산 등에 대한 우려를 내세우며 반대했지만, 여당은 경제 활성화 효과를 내세우며 법안 통과를 밀어붙였다. 법 시행에 따라 2019년 6월께 일본 국토교통성이 카지노복합리조트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2020년 6월쯤에는 각 지자체가 복합리조트 업체들과 함께 개발계획 승인을 신청해 지역별 카지노 유치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께 중앙정부에서 복합리조트 개발계획을 승인하고, 1차 복합리조트는 2025년 개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제2호 복합리조트도 비슷한 절차를 밟아 2027년 개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일본의 대형 카지노복합리조트 건설은 우리나라 복합리조트·마이스(MICE)뿐만 아니라 국내 전체 관광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이 오픈카지노를 무기로 막대한 투자를 이끌어 내 복합리조트를 대형화·차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복합리조트 규모가 작은 한국보다는 인근에 있는 일본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실제로 세계 유수의 카지노복합리조트 사업자들이 일본 각 지역을 다니며 지자체 등에 적극적인 투자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카지노 업계 이야기를 종합하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카지노 기업 MGM은 이미 2014년 일본지사를 설립했다. MGM은 2017년 도톤보리 리버 페스티벌을 공식 후원하고, 2025년 오사카 엑스포 메인 스폰서를 맡는 등 일본 현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마카오 카지노 대기업 멜코(MELCO)도 2017년 11월에 도쿄지부를, 2018년 5월에는 오사카지부를 설립했다. 멜코 역시 오사카 엑스포 메인 스폰서다. 미국 윈(Wynn)도 일본지사 도쿄지부를 두고 있고, 마카오 갤럭시(Galaxy) 역시 일본지사 도쿄지부가 있다. 갤럭시는 올 하반기 오사카 지역에 지사를 설립할 예정이다.현재 인천 영종도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복합리조트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영종도에서는 국내 최초 카지노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가 확장하고 있고, 추가로 미국 시저스(Caesars)와 MGE(Mohegan Gaming&Entertainment)의 복합리조트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 위치도 참조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포함된 영종도 카지노복합리조트는 상대적으로 투자 규모가 작아 일본과 경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일본의 관광 매력도나 복합리조트 규모 등을 생각해봤을 때 관광객들이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즐길 거리를 갖춘 일본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일본 내 카지노복합리조트 사업이 국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인 이충기 경희대학교 관광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복합리조트가 운영을 시작하면 '국부 유출'도 심각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서 연간 700만 명 정도가 일본으로 가고 있는데, 이 중 30% 정도만 게임을 해도 막대한 돈을 일본에서 쓰고 오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일본에는 1인용 게임기를 이용해 상품권을 획득하는 '파친코'가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이를 이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이충기 교수는 "조사 과정에서 강원랜드 이용객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는데, 절반 정도가 일본에 복합리조트가 개장하면 가겠다고 답했다"며 "강원랜드까지는 수도권에서도 차를 타고 2~3시간을 가야 하는데, 일본은 항공편을 이용하면 1~2시간에 갈 수 있어 오히려 접근성이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이 때문에 이제는 국내에서도 오픈카지노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일본의 관광산업 정책에 대응할 우리나라만의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픈카지노를 도입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있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국내에 오픈카지노를 도입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일본의 오픈카지노 정책에 대한 국내 복합리조트의 대응 방안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일본에 대형 카지노복합리조트가 탄생하면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인천에서 앞장서 이 같은 논의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에 복합리조트가 생기면 한국 카지노, 복합리조트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본은 복합리조트에 1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이끌어내겠다고 하는데 한국의 규모는 이에 비해 크게 작다. 이런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한국의 독특한 문화나 콘텐츠와 차별화하는 방법, 주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콘텐츠가 무엇이 있는지 지금보다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한다"며 "내국인 카지노 출입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강원랜드 카지노의 슬롯머신. /강원랜드 제공강원랜드 바카라 게임장에서 손님과 딜러가 승부하고 있다. /강원랜드 제공

2018-08-09 홍현기

[이슈&스토리]쏟아지는 '청년 맞춤형 정책' 현주소

# 정부에서저소득 주거복지 향상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 뜨거운 관심전·월세 저금리 대출·군복무자 구직 목적 청원휴가도 시행# 현실에서"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 많아 대부분 청약통장 가입 못해"청년구직지원금·취업성공패키지 아느냐고 묻자 고개 저어# 앞으로는경기도 청년배당·생애 첫 국민연금 보험료·면접수당 등 계획제한적이지만 '보편적 복지'로 방향 전환… 수혜자 확대 기대지난 7월 31일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0위권에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이 올랐다.경기도가 실시하는 '일하는 청년통장' 역시 매 모집시기마다 실시간 검색어 1·2위를 다투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일자리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열악한 환경에 놓인 청년들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경기도, 각 시·군들이 앞다퉈 청년 맞춤형 지원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각종 혜택들로 눈길을 끌고 일부 정책은 많은 관심을 받지만, 정책의 홍수 속 여전히 다수의 청년들은 이렇다할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 역시 현실이다.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고 정책의 벽이 너무 높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6·13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체제가 시작된 경기도에선 청년배당 등 새로운 청년 지원 정책을 준비 중이다.이제까지 실시해온, 그리고 앞으로 실시할 예정인 정부·경기도의 주요 청년 지원 정책을 소개하는 한편, 이에 대한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본다. → 편집자 주# 쏟아지는 청년 정책최근 며칠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정책 중 하나는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이다. 지난달 31일 출시 전부터 각 은행마다 문의전화가 몰리기도 했다. 국토교통부가 저소득 청년 주거 복지 향상을 위해 마련한 상품으로, 기존 청약통장보다 우대금리가 적용돼 2년 이상 유지하면 최고 금리인 3.3%를 받을 수 있다. 만 19~29세 연 소득 3천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만 가입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연령 상한이 34세 이하로 확대될 가능성이 큰 상태다. 남성의 경우 병역 기간이 인정된다. 기존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했더라도 전환할 수 있다.청약통장 출시 하루 전날인 30일에도 정부는 지난해 말 중소기업에 새로 취업한 만 34세 이하 연 소득 3천500만원 이하 청년에게 전·월세 보증금 1억원 이하 주택에 5천만원까지 4년간 연 1.2% 고정금리로 대출을 지원키로 했다. 국방부 역시 지난 1일 군 복무 청년들에게 구직 목적의 청원 휴가 2일을 보장하고 자기개발·온라인 수강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고용노동부도 중소기업 등에 새로 취업한 청년이 2년간 근무하면서 300만원을 적립하면 정부·기업이 각각 금액을 보태 1천600만원의 만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청년내일채움공제' 등의 지원책을 실시 중이다. 대학생·신혼부부·사회초년생에게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 '행복주택'과 구직 청년을 위해 직업 훈련·취업 알선·일자리 상담 등을 제공하는 '취업성공패키지' 등도 이미 실시 중이다.정부 뿐 아니라 경기도도 최근 몇년간 별도의 예산을 들여 다양한 청년 정책을 시행해왔다. 경기도내 중소기업에 재직하는 저소득 청년이 매달 10만원을 저축하면 경기도가 동일한 금액을 3년간 적립해주는 '일하는 청년통장'이 대표적이다. 도는 여기에 더해 '일하는 청년통장'의 확장판인 일하는 청년 연금·마이스터 통장·복지포인트 사업도 실시해왔다. 기간·금액을 달리해 자산 형성을 돕거나 복지포인트를 제공하는 게 차이점이다. 구직 청년을 선발해 한달에 50만원씩 6개월간 30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구직지원금' 사업도 실시해왔다. 기존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사업인 '행복주택'에 아이를 낳으면 그만큼 임대료 지원 혜택을 주는 '경기도형 행복주택(따복하우스)'도 조성해왔다.# "정책은 많은데…" 혜택 못받는 청년들청년 우대형 청약통장 출시 소식에 지난 1일 수원의 한 은행을 찾은 취업준비생 강모(28)씨는 발길을 돌려야했다. 만 29세 이하, 연 소득 3천만원 이하, 무주택 조건을 모두 충족했지만 '세대주'가 아닌 부모와 함께 사는 '세대원'이었기 때문이다. 수원시내 한 은행 관계자는 "청약통장 가입대상인 20대들이 보통 부모 집에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 충족해야 하는 가입 조건들이 많다 보니 그런 경우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청약통장에 가입한 윤모(30)씨 역시 "또래 친구들 역시 관심은 많지만 실제 가입조건을 충족하는 것은 저 하나뿐이었다. 세대원인 경우가 많았는데 대부분 청약통장 가입을 위해 세대주 분리를 하기엔 번거롭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정부·지자체를 막론하고 각종 청년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다수의 청년들이 실제 혜택을 보진 못하고 있다. 정책이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알게 되더라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지원자 중 일부만 선발해 탈락하는 경우들도 있었다.수원시 영통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박모(30·여)씨에게 '청년구직지원금(경기도)', '취업성공패키지(고용노동부)' 등 구직 청년들을 위한 정부·경기도의 정책을 알고 있는지 묻자 "잘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박씨는 "분야별로 정책은 이것저것 많은 것 같은데 한번에 볼 수 있는 창구는 없는 것 같다. 포털사이트·SNS 등 실제 청년들이 접근하기 쉬운 채널에선 해당 정책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산 등의 문제로 정책이 있어도 일부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것 역시 한계로 거론됐다. 이재명 도지사가 취임한 후 경기도는 청년배당, 군 복무 청년 상해보험 가입 지원, 생애 첫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면접수당 지원 정책 등을 계획 중이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특정 연령·조건에 해당하는 경기도내 모든 청년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배당은 만 24세 청년이 연 100만원, 생애 첫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은 만 18세 청년이 보험료 1개월분에 대한 혜택을 받게 된다. 상해보험 가입은 군 복무 중인 청년, 면접수당은 도내 기업에서 면접을 보는 청년들이 대상이 된다. 제한적이나마 보편적 복지로 청년 정책의 방향을 전환한 가운데 지금보다 더 많은 청년들이 정책의 수혜를 받을 수 있게 될지 주목된다. /김성주·강기정·신지영기자 kanggj@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지난 7월 31일 출시된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 시중은행에 통장에 대한 안내문이 걸려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2018-08-02 김성주·강기정·신지영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 20대조차 어려운 가입

저소득 무주택 20대 청년에게 기존 청약저축 상품보다 높은 금리를 부여하는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이 지난달 31일 출시 이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지만, 출시 사흘째인 2일 현장에선 '세대주'로만 대상을 한정해 부모와 함께 사는 20대 청년들이 발길을 돌리거나 소득 기준 유지 기간 등이 제대로 안내가 되지 않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지난달 31일 출시된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은 연 최대 3.3%의 금리와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을 제공한다. 대신 만 19~29세(병역기간 최대 6년 인정) 연 소득 3천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만 2021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가입할 수 있다. 세대주로 한정한 탓에 부모와 함께 사는 세대원인 20대 청년들에겐 '그림의 떡'이 됐다. 조건을 충족한 청년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1일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에 가입한 수원시의 윤모(30) 씨는 "가입시점에만 연 소득 3천만원 이하면 되는 건지, 아니면 이후로도 계속 3천만원을 넘기면 안 되는지 등에 대해 지침이 없다면서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한 은행 관계자는 "이틀 동안 은행을 찾아서 해당 상품을 문의한 고객은 20여명이었지만 세대주가 아니어서 가입이 안 되는 등의 이유로 실제 가입으로 이어진 경우는 2~3명 정도였다. 소득 요건을 얼마나 유지해야 하는지 명확지 않다고 안내하자 항의하는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측은 "직장 문제 등으로 독립해 사는 청년들의 주거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해당 연령대의 무주택 세대주도 200만명에 이르는 상황이라 일각의 우려만큼 대상이 적지 않다"며 "연령·소득은 모두 가입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가입 이후에까지 조건을 유지해야 하는 건 '무주택' 여부뿐"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주·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2018-08-02 김성주·강기정

[이슈&스토리]전쟁 아픔 딛고 '관광지' 나래펴는 강화·옹진

강화평화전망대, 북한과 2.3㎞ 가장 가깝게 느낄수 있어망원경 너머 황해도 연백평야·송악산·주민 생활상 보여 한강·임진강 만나는 '연미정' 개풍군·파주 일대 '한눈에' '실향민촌' 교동도 대룡시장 1960~1970년대 '고스란히'백령도 '두무진' 기암괴석 비경에 천연기념물 물범 서식연평도 곳곳에 포격 흔적 추모공원·안보교육장 발걸음전쟁과 평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명제다. 4·27 판문점 선언과 6·12 북미회담은 분쟁의 최전선 인천 강화·옹진 지역을 평화와 번영의 상징 공간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줬다. 강화도는 지리적 특성상 외세 침략 방어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고 지금도 우리 해병대원들이 북한군과 서로 총구를 겨누고 있는 실정이다.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옹진군 섬들(백령·대청·소청·연평)은 한국전쟁 이후에도 연평해전과 연평포격 사건의 아픔을 겪은 곳이다.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27일로 체결 65주년을 맞는다. 강화와 옹진은 이제 전쟁의 아픔을 딛고 평화를 상징하는 섬으로 발돋움 할 채비를 갖췄다. 올여름 휴가철에는 평화의 중심지 강화군과 옹진군 서해 5도로 떠나보자.#강화평화전망대강화군 양사면에 위치한 강화평화전망대는 남한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북한 주민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평화통일의 염원을 담아 2008년 9월 건립됐다. 전망대 전방 2.3㎞ 너머 예성강이 흐르고 좌측으로는 황해도 연안군과 배천군을 걸쳐 펼쳐진 연백평야가 있다. 우측으로는 개풍군으로 북한 주민의 생활모습과 선전용 위장마을, 개성 송수신탑, 송악산을 조망할 수 있다. 망원경으로 보면 북한의 생활과 문화, 자연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야외 전시장에는 망배단(望拜壇)이 설치돼 있다. 북한에 고향을 두고 온 이들의 아픔을 달래주는 곳이다. 망배단은 실향민들이 찾아와 1년에 한번 제사를 지낸다.안개가 끼면 북한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관람객이 헛걸음을 하지 않도록 전망대를 관리하는 강화군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http://www.ghss.or.kr/)를 통해 조망 현황을 실시간로 알려준다. 한국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설명하는 전시실과 시청각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강화군 양사면 철산리 산 6의 1. 문의:(032)930-7062~3. 입장료:성인 2천500원, 청소년·군인:1천700원, 어린이 1천원. 망원경 이용료:500원(2분)#연미정강화군청 인근 수협사거리에서 동문로를 따라 강화도 동북단에 이르면 '연미정(燕尾亭)'이 나온다. 한강과 임진강의 합해진 물줄기가 강화도 동북단에서 서쪽과 남쪽으로 나뉘는데, 이 모양이 마치 제비 꼬리(燕尾) 같다고 해서 정자 이름을 연미정이라 했다 한다. 강화군이 선정한 '강화8경' 중 한 곳으로 북으로 개풍군과 파주시, 동으로는 김포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건립 시기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종이 사립교육기관인 구재(九齋)의 학생들을 이곳에 모아놓고 공부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중종 5년(1510) 삼포왜란 때 큰 공을 세운 황형에게 이 정자를 주었다고도 한다. 1627년(인조 5) 정묘호란 때 강화조약을 체결했던 곳이기도 하다.과거에는 서울로 가는 배가 이 정자 밑에 닻을 내렸다가 조류(潮流)를 기다려 한강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정자는 높다란 주초석(柱礎石) 위에 세워져 있으며 지붕 옆면이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이다. 과거에 민간인통제구역이어서 일반인의 출입에 제한이 있었으나, 2008년 해제돼 현재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됐다.※주소: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곶리 242. 문의:(032)930-3627. 관람소요시간 : 20분. #교동 대룡시장강화대교를 건너 48번 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민통선 섬마을 교동도가 나온다. 2014년 7월 다리가 놓여 왕래가 자유로워졌지만 군부대 출입 허가를 받아야 다리를 건널 수 있어 묘한 긴장감도 느낄 수 있다.시간이 멈춘 듯한 섬 교동도는 한국전쟁 이후 피란을 왔다가 돌아가지 못한 북한 황해도 지역 실향민들이 많이 모여 살았다. 교동도 대룡시장은 황해도 연백군에서 피란온 실향민들이 고향에 있는 시장인 '연백장'을 그대로 본따서 만든 골목시장이다. 1960~70년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교동 대룡시장이 각종 예능과 드라마 방송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오래된 간판들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시장 내 위치한 '교동 스튜디오'에서는 옛날 교복을 입고 추억 사진을 남길 수도 있다.대룡시장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교동 제비집'은 안내소와 정보통신기술이 결합한 교동도의 관광플랫폼이다. 대형 화면을 통한 관광안내를 시작으로 VR체험, 교동신문 만들기, 평화의 다리 잇기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자전거와 스마트워치를 빌려 자유롭게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2층에 위치한 카페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호박식혜를 맛 볼 수 있다.※주소:인천시 강화군 교동면 대룡리 574. 교동대교 통행 문의:(032)454-5172#서해5도인천항에서 여객선으로 4시간 거리(228㎞)에 위치한 옹진군 백령도. 우리나라 서해 최북단에 홀로 떠 있는 바다의 종착역이다. 면적 46.35㎢로 우리나라에서 8번째로 큰 섬이고, 북한의 황해도 장연군과는 직선거리로 10㎞떨어져 있다. 백령도 서북쪽 끝에는 서해의 해금강으로 불리는 두무진이 있다. 8억5천만년에 걸쳐 형성된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어우러져 비경을 자랑한다. 두무진에서는 천연기념물 331호로 보호받고 있는 백령도 점박이 물범이 바위에 옹기종기 모여 집단 서식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북을 자유롭게 오가며 서식하는 물범은 서해가 왜 평화수역이 돼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두무진은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연회장에 걸린 수묵화 속 평화의 상징으로도 등장했다. 두무진을 이루고 있는 암석들은 8억5천만년 전(원생대)에 형성된 사암 또는 규암으로 구성되어 있다.2010년 11월 포격의 아픔을 겪은 연평도는 북한의 옹진반도 아래에 있다. 과거 조기로 유명한 파시로 명성을 누렸으나 지금은 분단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 됐다. 연평종합체육공원, 면사무소 주변에는 포격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연평해전에서 희생된 25명의 장병을 기념하고 추모하기 위하여 조성된 평화공원이 있다. 옛 연평중고등학교를 개조해 만든 안보교육장도 올해 초 설치됐다.※여객선 예매:한국해운조합 가보고 싶은 섬 홈페이지(http://island.haewoon.co.kr/). 관광 문의:(032)899-2114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 /아이클릭아트백령도 두무진.강화평화전망대. /경인일보DB강화 연미정. /강화군제공교동이발관. /경인일보DB백령도 물범 바위 모습. /옹진군 제공

2018-07-26 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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