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절대강자' 빠지는 면세업계 '지각변동' 예고

롯데 높은 입찰가 썼다가 '부담' 3곳 사업권 반납연 8천억~9천억 매출 전망 T1 DF1·5 탑승동 DF8 공항공사 이달중 입찰공고 5월 사업자 결정계획 신라가 차지땐 '시장점유율 1위' 넘볼수 있어 주목2위 노리는 신세계에 한화갤러리아등 '다크호스''고정임대료 vs 영업요율제' 산정방식 주 쟁점5년 운영기간·사업권 분할 여부등도 참여 관건인천국제공항에서 절대 강자의 자리를 지켜왔던 롯데면세점이 상당수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면세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롯데가 빠진 자리를 어떤 면세사업자가 채우느냐에 따라 면세업계 판도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국내외 유통사업자들이 인천공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인천국제공항공사는 롯데면세점이 반납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DF1(향수·화장품)과 DF5(피혁·패션), 탑승동 DF8(전 품목) 사업권에 대한 입찰 공고를 이달 중 낼 예정이다. 올해 5월에는 사업자를 결정하고 7월 롯데면세점의 실제 철수에 맞춰 새로운 사업자가 면세사업권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3개 사업권에서는 연간 8천억~9천억원에 달하는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사업권을 누가 차지하는지에 따라 면세업계 시장점유율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의 매출은 6조원, 신라는 3조 4천억 원, 신세계는 1조 8천억원 수준이다. 신라가 3개 사업권을 모두 차지할 경우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롯데와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라는 해외 면세시장에서 선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특히 아시아 3대 공항(인천공항, 홍콩 첵랍콕 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면세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게임체인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이번 입찰 참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신흥강자 신세계면세점도 이번 입찰을 통해 사업권을 확보할 경우 2위 자리를 노려볼 수 있다.한화갤러리아, 두타면세점, 현대백화점 등 공항면세점에 없는 '다크호스'가 입찰에 뛰어들 가능성도 높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한화나 두타는 시내면세점에서 풍부한 경험이 있어 공항면세점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현대백화점도 최근 필요 인력 등을 확보해 놓은 상태라 인천공항 진출을 시도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해외 면세사업자들이 이번 입찰에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사업권을 반납한 롯데가 다시 입찰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외 유통전문지 'TRbusiness'는 최근 롯데면세점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롯데면세점이 입찰 재참여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만약 그렇다면, 스스로 높게 임대료를 써냈다가 계약 기간을 지키지 못하고 사업권을 반납한 롯데가 다시 입찰에 뛰어드는 것에 대한 도덕성·적절성 논란은 롯데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DF1, DF5, DF8 사업권의 매장 위치는 인천공항에서도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DF1과 DF5의 경우 제1터미널 동편에 있는데, 올해 하반기에는 이곳으로 아시아나항공이 옮겨온다. 면세사업자 사이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양대 국적사를 이용하는 여객의 면세품 구매력이 높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시아나항공 여객이 오가는 동편 면세매장은 서편보다 높은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면세업체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 면세사업자는 "과거 1터미널 동편에 대한항공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 서편에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들어온다면 제2여객터미널 개항에도 동편 면세점 매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그러나 면세사업자들은 "인천공항공사가 입찰 조건을 결정해야 입찰 참여 결정이 가능할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면세점 업체들은 과거와 같이 무리하게 높은 가격을 써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 스스로 써낸 높은 입찰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반납한 것을 지켜보며 일종의 '학습효과'가 생긴 만큼 무리한 입찰 참여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개항에 따라 고객이 줄어들게 된 제1터미널 면세점 임대료 조정과 관련해,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업계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도 이번 입찰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인천공항공사는 치열한 내부 논의와 관계 기관 협의를 통해 입찰 조건을 마련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입장에서는 입찰 흥행과 적절한 임대료 수익 확보 등 여러 목표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입찰을 진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공사는 관세청과 함께 면세사업자를 정하는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현재 입찰 조건과 관련한 쟁점으로는 '운영 기간' 등이 있다. 롯데가 반납한 사업권의 운영 기간인 2020년까지만 이번에 입찰을 부칠지, 전체 운영 기간을 5년으로 할지가 관심사다. 또한, 3개 사업권을 하나로 입찰에 부칠지, 나눠서 사업자를 찾을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특히 업계는 임대료 산정 방식이 어떻게 정해질지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에는 매년 내야 할 고정임대료(최소보장액)를 면세사업자가 제시해 높은 쪽이 사업권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입찰이 진행됐다. 3개 사업권의 연간 임대료 입찰 하한선은 DF1 1천49억원, DF5 703억원, DF8 1천43억원이었다. 이번에는 고정임대료 입찰 하한선이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고정임대료가 아닌 수익의 일정 부분을 임대료로 내는 '영업요율' 방식의 전면적인 도입이 이뤄질 수도 있다.익명을 요구한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업체에서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큰 부분은 입찰 하한선"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업체의 관계자는 "공항공사 입장에서는 기존에 롯데가 내던 임대료 수준을 유지하기를 희망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면세사업자가 허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낮춰줄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며 "그동안에는 공항에서 적자를 보더라도 시내에서 흑자를 내 메우는 형태였는데 신규 사업자 증가, 마케팅 경쟁 심화 등으로 이 같은 방식의 영업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롯데면세점 매장의 모습. /경인일보 DB

2018-03-15 홍현기

[이슈&스토리]평창 패럴림픽 오늘부터 열흘간

49개국서 570명 참가 '역대 최대'체계적 등급 분류 '공정성' 높여시각장애인 위한 점자 리플릿등경기·관람 불편없게 섬세한 준비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대회(이하 '평창 동계패럴림픽')는 9일부터 오는 18일까지 강원도 평창, 강릉, 정선 일원에서 10일간의 열전에 들어간다. 평창 동계패럴림픽은 전 세계 49개국에서 570명의 선수가 참가하여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다. 12회째를 맞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대회는 전 세계 49개국, 1천500여명의 선수·임원 등 2만5천여명의 관계자가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다. 이번 대회는 최초로 올림픽과 패럴림픽 동반 개최 관례를 확립한 88년 서울 하계패럴림픽을 넘어,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진정한 현대 패럴림픽의 발상지로서 진면목을 자랑할 것이다.# 패럴림픽의 역사패럴림픽의 어원은 척수장애를 의미하는 Paraplegia의 접두어 'Para'와 Olympics의 어미 'lympics'의 합성어로, 1948년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상이군인의 재활을 목적으로 영국 스토크 맨드빌 병원의 루드윅 구트만 박사(Dr. Ludwig Gutmann)가 주도해 시작된 척수장애인 체육대회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이후 점차 종목, 참가 규모 및 장애 유형이 확대되어 원래의 어원에서 벗어나 '올림픽과 함께 평행(Parallel)하게 개최'되는 장애인들의 올림픽이라는 의미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1960년 처음 개최된 제1회 로마 패럴림픽 이후 오랜 시간 동안 패럴림픽은 상대적인 관심 부족 속에 올림픽과 다른 장소에서 그들만의 대회로 개최되어 왔다. 하지만,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동반 개최한 것은 1988년 서울 패럴림픽 이후다.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올림픽 개최지에서 패럴림픽이 연이어 개최된다는 역사적인 발전의 전기를 맞게 된다.2001년 IOC와 IPC의 '하나의 도시, 하나의 신청(One City, One Bid)' 협약체결로, 올림픽을 개최하려는 도시는 반드시 패럴림픽을 함께 개최해야 하는 동반개최 의무조항이 명문화됐다.동계패럴림픽은 1976년 스웨덴 오른휠츠비크에서 최초 개최됐다. 대한민국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을 유치함으로써, 1988 서울 하계올림픽 및 하계패럴림픽에 이어 동·하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함께 개최한 역사상 최초의 나라가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평창동계패럴림픽현대 패럴림픽의 발상지로서 동계 패럴림픽의 역사를 다시 쓸 이번 대회는, 역대 패럴림픽과 차별화되는 많은 특징을 갖고 있다.우선, 직전대회였던 2014년 러시아 소치 패럴림픽을 넘어 동계패럴림픽 역사상 최대 규모로 개최된다. 최초로 독립 종목으로 운영되는 스노보드를 포함해, 역대 최다인 6개 종목 80개 세부종목에 역대 최대 규모인 49개국에서 총 570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이는 45개국, 547명이 참가했던 지난 2014 소치 동계패럴림픽보다 4개국, 23명의 선수가 늘어난 것이다. 주요 참가국 중 미국은 이번 패럴림픽 참가국 중 가장 많은 68명의 선수를 등록했고 개최국인 대한민국은 6개 전 종목에 36명, 북한은 1개 종목에 총 2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러시아 출신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 패럴림픽 중립 선수 자격으로 4개 종목, 30명의 선수가 참가하고, 차기 개최국인 중국은 26명이 참가한다. 평창 동계패럴림픽을 통해 동계패럴림픽 무대에 첫 선을 보일 국가들도 3개국에 이른다. 북한(장애인 크로스컨트리스키), 조지아(장애인 크로스컨트리스키), 타지키스탄(장애인 크로스컨트리스키)은 동계패럴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기량을 겨룰 예정이다.평창 동계패럴림픽은 지난 2014 소치 동계패럴림픽보다 8개의 금메달이 늘어나 역대 최고 규모인 80개의 금메달(설상 78개, 빙상 2개)을 놓고 뜨거운 경쟁을 펼친다.평창 동계패럴림픽은 올림픽과 차별화되는 패럴림픽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등급분류에 대한 체계적이고 국제적인 평가 시스템 도입으로 패럴림픽 역사상 최초로 '등급분류 제로 정책(Classification Zero Policy)'이 시작되는 대회다. 이로 인해, 대회 개최 직전 변경되는 등급분류로 인한 선수들의 피해, 경기일정의 혼란 및 끊임없던 시시비비가 원칙적으로 차단되는 역사상 가장 공정한 대회로 기록될 것이다.# 미리 만나보는 평창 패럴림픽조직위는 개·폐회식 준비를 위해 2015년 5월 이문태 총감독과 같은해 8월 부문별 감독단(연출 등 6개 분야 9명)을 선임하고 선수·관중 등 장애인을 배려한 '연출(안)'을 수립하고 세밀한 준비를 기울이고 있다. 패럴림픽 개폐회식은 선수들의 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대한민국의 열정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는 메시지로 진행된다.평창 동계패럴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개회식은 9일 저녁 8시, 평창 동계 패럴림픽 개회식이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다.개회식의 주제는 'Passion Moves Us(열정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로서, 라틴어로 '나는 움직인다'라는 뜻을 지닌 IPC(국제패럴림픽위원회의) 대회기 'Agitos'에서 출발했다. 올림픽 개회식의 '화려함', '첨단기술'과는 다른 '열정', '움직임' 등 사람 중심의 개회식을 보여줄 예정이다.공식행사와 더불어 총 4개의 문화공연으로 구성된 개회식은 이문태 총감독과 고선웅 연출의 지휘 아래 대한민국의 뜨거운 열정과 패럴림픽의 정신을 알리는 무대로 꾸며진다.이번 개회식에서는 소프라노 조수미가 2002 FIFA 월드컵 당시 응원곡 'Champions'의 연장선상에서 평창 동계패럴림픽을 위해 특별히 작곡한 평창 동계 패럴림픽 주제가 'Here as one'을 무대에서 선보인다.이와 함께, 시각장애인을 위한 장면해설 서비스(FM 리시버 배포) 및 점자 리플릿,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 서비스(스타디움 전광판)가 제공되며, 스타디움 내 300여석의 장애인석이 마련되어 있고 화장실도 장애인 이용에 지장이 없도록 준비했다.특히 전 세계에서 모인 패럴림픽 선수들을 위해 기존의 패럴림픽 대회에서는 제공하지 못한 특별 선수단석이 준비된다. 기존 많은 대회에서는 같은 나라의 휠체어선수와 비휠체어 선수가 플로어와 객석으로 분리 착석했지만,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는 기존 객석을 떼어내고 평평한 플로어를 설치해 이 문제점을 해결했다.조직위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과 마찬가지로 개폐회식장을 찾는 모든 관람객에게 추위 극복을 위해에 판초 우의, 무릎담요, 핫팩 방석, 손핫팩, 발핫팩, 모자 등 6종의 방한용품을 지급할 예정이다. 개회식 당일 최저온도가 영하 5도 내외로 예보되고 있어 다행히 큰 추위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야외에서 장시간 노출되는 점을 고려할 때 관중 스스로가 두꺼운 겉옷, 내복 착용, 귀마개, 목도리, 마스크, 장갑, 두꺼운 양말, 부츠 등을 함께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이외에도 타인에게 위해를 줄 수 있는 물품 등의 반입이 금지되고, 올림픽 플라자 내에서는 현금 또는 비자카드만 사용가능하다는 점도 꼭 알아둘 필요가 있다. /김종화·강승호기자 jhkim@kyeongin.com값진 도전-인천장애인국민체육센터 체력단련실에서 아이스하키 패럴림픽 대표팀 장종호가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값진 도전-장애인노르딕스키 간판 신의현 선수가 강도높은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값진 도전-아이스하키 패럴림픽 대표팀 이해만이 개인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연합뉴스값진 도전-장애인크로스컨트리스키 서보라미 선수가 힘차게 설원 위를 가르고 있다. /연합뉴스값진 도전-아이스하키 패럴림픽 대표팀 선수가 훈련 중 잠시 위를 올려보고 있다. /연합뉴스아이스하키 패럴림픽 대표팀 한민수가 훈련에 앞서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03-08 김종화·강승호

[이슈&스토리]대책 요구 목소리 커지는 '중국발 미세먼지'

추울때 맑은 경향은 시베리아 '북극 한파' 내려와 中 편서풍 막아준 덕봄이 달갑지 않은 이유… '삼한사온' 대신 '삼한사미' 신조어까지 등장中 공장벨트 매연·난방 가동 NOx 등 유해물질 섞여 황사보다 더 나빠노후 화전 셧다운도 1.1%밖에 못 줄여… 시민들 '주범=중국' 인식 확산유난히 추웠던 올겨울도 이제 끝자락이다. 봄기운이 서서히 움트고는 있지만, 시민들이 바깥에서 따사한 봄 날씨를 마음껏 만끽하는 풍경보다 이제는 마스크를 쓰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될 듯하다.날이 풀리면 어김없이 수도권에 공습을 퍼붓는 미세먼지 때문이다. 3일간 춥고 4일간 따뜻한 한반도의 겨울을 일컫는 '삼한사온'은 옛말이 됐다.3일간 춥고 4일간 미세먼지가 극심하다는 뜻의 '삼한사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올겨울 인천·경기지역 시민들은 미세먼지로 인해 건강을 위협받았다.다가오는 봄에도 미세먼지 걱정이 태산이지만, 정부 정책은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월 15~18일 수도권지역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최악으로 치솟으면서, 이 기간 3차례나 '수도권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돼 '미세먼지 대란'을 겪었다. 정부와 수도권 3개 시·도가 공동으로 발령하는 비상저감조치의 핵심은 공공기관 차량 2부제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무료 정책까지 시행했다가 최근 폐지하기도 했다. 차량 운행을 줄여 미세먼지를 잡자는 게 수도권 비상저감조치의 취지다. 차량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같은 국내 요인을 줄인다고 미세먼지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까. 시민들이 체감하며 만들어낸 '삼한사미'란 말 속엔 고농도 미세먼지의 주범은 '중국'이라는 인식이 녹아있다. 국내 오염 줄이기에 초점을 맞춘 수도권 비상저감조치에 상당수 시민이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인천지역 최저기온이 영하 14.4℃까지 떨어지면서 한파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1월 12일 인천 미세먼지(PM10) 평균 농도는 28㎍/㎥였다. 환경부 기준 '좋음'(0~30㎍/㎥) 수준이다. 이튿날인 13일부터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미세먼지 평균 농도도 56㎍/㎥로 높아졌고, 14일에는 '나쁨'(81~150㎍/㎥) 수준인 107㎍/㎥까지 한때 치솟았다. 이 같은 기상변화가 일어난 직후 수도권 미세먼지 대란이 이어졌다. 강추위 때는 하늘이 깨끗하다가 날씨가 풀리면 미세먼지가 하늘을 뿌옇게 흐리는 최근의 경향은 한반도에 찾아온 '북극 한파'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북극 한파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북극의 고온 현상이 지속하면서 찬 공기가 북극에 머물지 못하고 한반도를 비롯한 중위도 지역으로 밀려 내려오는 현상이다. 중국발 미세먼지는 겨울철에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넘어오는데, 북극 한파로 북쪽 시베리아에서 차가운 북풍이 한반도로 내려와 중국 쪽에서 부는 편서풍을 막아줬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다른 계절에 비해 미세먼지가 약해지는 5~6월에도 중국발 미세먼지가 국내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정부 차원의 연구결과가 지난해 발표되기도 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2016년 5~6월 국내 대기질 공동조사를 진행했는데, NASA의 관측용 항공기가 서울 올림픽공원 상공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 기여율은 국내 52%, 국외 48%로 나타났다. 국외 요인 가운데 중국이 34%에 달한다고 분석됐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 조사결과다. 반면 정부가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면서 지난해 6월 한 달 동안 시범적으로 진행한 '노후 화력발전소 셧다운(shutdown·가동중지)' 조치는 미세먼지 농도를 평년대비 1.1% 줄이는 데 그쳤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유해성은 고비사막과 중국 서부지역 일대 사막에서 발생한 모래 입자인 황사보다 훨씬 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발 미세먼지는 중국 베이징 인근 톈진과 허베이성 등 해안공업지대부터 중국 남부지방을 잇는 '대규모 공장 벨트'에서 내뿜는 각종 유해물질이 섞여 있다. 겨울철이면 중국 헤이룽장성, 지린성, 랴오닝성을 비롯한 '동북 3성' 지역에서 난방을 가동하는데, 여기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 같은 대기오염물질 또한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건너오고 있다. 정부가 외면하다시피 하고 있는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서는 오히려 시민들이 정부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16년 5월 포털사이트를 통해 개설된 온라인 커뮤니티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이하 미대촉)가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대촉' 커뮤니티의 회원 수는 이달 기준 7만1천명이 넘어섰다. 엄마를 뜻하는 신조어 '맘'을 붙인 아이디가 주류인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회원 상당수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로 추정된다. 미세먼지의 주범을 중국으로 꼽는 커뮤니티 '미대촉'의 대표적인 활동은 정부에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을 요구하는 '민원 릴레이'다. 3월 1일 기준, 8천855건의 민원을 환경부나 교육부를 비롯한 중앙부처에 제기했다.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를 못 키우겠다"며 "국제기구를 통해서, 미국의 힘을 빌려서라도 중국발 미세먼지를 해결하라"는 등의 호소도 있다. 활동이 활발하자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지난달 간담회를 열고 '미대촉' 회원들을 만나기도 했다. 환경부 장관 간담회 때도 정부의 부실한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청와대와 국민 간 새로운 소통방식으로 주목받는 '국민청원'에서도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 요구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2017년 8월부터 운영한 '국민청원'에서 제기된 미세먼지 관련 청원은 3월 1일 기준 1천350여 건이다. 이 가운데 중국발 미세먼지를 언급한 청원은 절반이 넘는 746건이다. "중국산 불매운동을 하자", "명백한 중국발 미세먼지를 거짓된 연구·조사로 국민을 속이지 말라", "서해안 구간마다 바닷물로 미세먼지 씻는 장치를 개발하라" 등 정제된 의견은 아닐지라도 중국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청원들이다. 그만큼 시민들은 정부의 근본적인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쾌청한 날씨일 때(사진 왼쪽)와 미세먼지로 인해 잿빛 하늘을 보인 송도국제도시 모습.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인천시 남구 주안역 앞 환경오염도 측정 전광판이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을 알리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18-03-01 박경호

[이슈&스토리]평창 그후… 시설 사후관리 시나리오

국제 스포츠행사 '재정악화' 악몽 반복나가노, 봅슬레이장·점프대 '애물단지'인천 16곳 신축… 부산 경륜장 탈바꿈스타디움 해체후 프로축구장 좌석 검토재활용 불가능시설 "국가가 관리해야"세계 각국 훈련장… 수익창출 법 개정감동과 기쁨의 순간이 가득했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오는 25일 폐막식을 끝으로 17일간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올림픽이 폐막을 향해 달려가며 '올림픽 레거시(Olympic Legacy)'를 놓고 사후관리 문제 등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대규모 국제대회를 개최했던 몇몇 국가의 자치단체는 대회 직후 경기장 사후관리로 인한 재정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한순간에 국가와 도시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게 됐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올림픽 레거시에 대한 사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의 올림픽 레거시 현황을 살펴보고 국내 바람직한 올림픽 레거시 유지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본다.# 올림픽과 올림픽 레거시올림픽 레거시는 올림픽 유산을 뜻하는 말로, 올림픽 대회로 인해 창출되는 유·무형의 구조와 그 효과가 국가의 정치·경제·문화·환경·스포츠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대물림되는 현상을 말한다. 올림픽에 참가했던 선수의 열정, 관중의 함성 그리고 기록과 업적이 살아 숨쉬는 역사적 공간이기에 간직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것. 국제올림픽연맹(IOC)에서는 지속가능한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해 지난 1996년 '지속가능한 개발과 환경문제'를 올림픽 헌장에 명시했다. IOC는 올림픽 개최 도시를 선정할 때부터 후보 도시가 제시한 '올림픽 레거시 사후 활용방안'까지 고려해 왔다. 이에 따라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는 IOC에 '올림픽을 계기로 한 지역발전과 올림픽 유산의 계승, 긍정적인 올림픽 효과를 통한 개최 이후의 지속적인 발전'을 약속하기도 했다.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올림픽 레거시는 사후 운영을 통해 고용 및 소비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강원도 또한 마찬가지. 도민들로부터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염원이 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경제적 수익 창출로 인한 요인이었다. 타 지역보다 발전이 더뎌 경제적으로 소외돼 있던 강원도에 올림픽 개최는 도민의 희망이 되는 동시에 침체된 경제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됐다.# 적자투성이로 변질된 올림픽 레거시 하지만 역대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 개최지를 살펴보면 막대한 예산과 자원을 투자한 시설들이 국민의 체육 공간이나 시설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전시용 시설로 방치된 예가 많다. 일부 시설의 경우, 아예 유지 및 관리 자체가 어려워 정부와 지자체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기도 했다. 실제로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많은 도시가 올림픽 개최 이후 경기장 사후 활용 실패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지난 1998년도에 열렸던 나가노동계올림픽의 경우, 해당 지자체는 사후시설 유지에 대한 부담이 가중돼 재정압박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시설 관리를 직접 운영하는 나가노시는 1999년도 기준 약 12억엔을 관리운영비로 부담하고 있다. 경기시설로 이용됐던 봅슬레이 경기장과 점프대에는 시설유지비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재정지출의 부담을 크게 만들고 있다. 대회가 끝난 후 이용자 수도 크게 늘지 않고 있어 계절적 요인이 따르고 대중성이 부족한 동계올림픽의 경우, 올림픽 개최 이후의 활용에 대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국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4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인천시에서는 사후관리로 인한 재정악화를 겪고 있다.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강석호 의원(자유한국당)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신축 경기장 16곳에 지출한 관리 예산은 606억원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의 수입은 252억원에 불과해 누적적자는 354억원에 달했다. 시설물 확충 목적으로 투입됐던 비용은 약 1조9천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2011년 말 기준으로 인천시와 산하 공기업을 포함한 지방채, 공사채 발행 잔액이 9조3천655억원에 달하는 등 아시안게임 개최에 따른 지자체의 재정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부산은 2002 아시안게임을 치른 후 시설유지에만 매년 수십억원을 쏟아붓게 되자 수익 창출을 위해 새로 지은 사이클 경기장에 194억원을 다시 투자해 경륜장을 도입했다. 하지만 개장 당해 66억원, 2004년 140억원, 2005년 115억원, 2006년 약 60억원 등 4년 사이 경기장 전환공사비를 포함해 약 600억원의 추가 적자를 기록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레거시의 맞춤형 유지 방안은강원도청이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한국산업전략연구원에 용역을 맡겨 연구한 결과,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시설 중 도에서 관리해야 하는 7개 시설의 운영적자로 연간 101억3천100만원이 추산됐다. 경기장별로 분석해보면 정선 알파인경기장 적자가 가장 컸으며 연간 운영수익은 70억원이지만 운영비용은 106억8천200만원으로 예상돼 36억8천200만원의 적자를 내다보고 있다.재활용 가능성도 있다. 개·폐회식장인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은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개·폐회식만 개최한 후 철거되는데, 프로축구 부천FC1995는 해당 스타디움 좌석을 구매해 축구전용경기장의 좌석으로 설치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부천구단이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축구전용경기장은 5천석 규모다. 현재 2부리그에 소속되어 있는 부천구단은 2020년 1부리그 승격을 목표로 하고 있고 승격될 경우 전용경기장의 관람객 수를 1만석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부천구단은 5천석 전석을 올림픽스타디움의 좌석을 구매해 설치한다는 입장이다. 구단 관계자는 "아직 평창동계올림픽이 진행 중이라서 대회가 끝나면 협의를 해보려고 한다"며 "새 가변석을 사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적인 절감뿐만 아니라 경기장에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입힌다는 차원에서도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생각된다"며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부천구단 모두 상생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재활용이 불가능한 시설의 경우,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국가가 관리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용식 가톨릭관동대 경기지도학 교수는 "올림픽은 도시단위의 강원도가 주최했지만 실질적으로 국가적 행사였다. 국가가 올림픽을 통해 이미지 제고 등의 효과를 입었다"며 "국가는 과실만 따가서는 안된다. 88올림픽 이후 시설관리를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이번 평창올림픽에 대한 사후 관리도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하계 종목 위주로 구성된 스포츠 토토에 동계종목을 넣거나 경정·경륜법처럼 '경빙법'을 만든다면 수익 창출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한 수익 창출의 방법을 언급했다.또 오는 2022년 중국에서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예정된 가운데, 평창이 세계 선수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88올림픽의 경우 한국 인근에서 올림픽이 개최되지 않아 사후활용 문제를 고민했어야 했던 반면, 평창은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세계 각국 선수들의 훈련장소로 쓰일 수 있다는 것. 더 나아가 동계 아시아, 세계 선수권 등의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충분하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평창동계올림픽 사후 방안과 관련해 아직은 결정된 것이 없다. 원칙적으로 강원도에서 시설관리 하는 것이 맞으나 강원도 재정상태가 좋지 않아 추후 정부에서 보전할 시설과 없앨 시설을 가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강원도청 관계자는 "국가에서 사후관리에 나설 수 있도록 현재 권성동의원과 염동렬의원의 발의로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하려고 한다"며 "현재는 개정안이 계류돼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박연신기자 julie@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강원도 제공·연합뉴스 /아이클릭아트

2018-02-22 박연신

[이슈&스토리]건립 30주년 맞는 '세종과학기지'

1988년 2월17일 킹조지섬 바톤반도에 세계 18번째 상주기지 조성기후변화·유용생물자원 조사 활발 34개 진출국중 '극지연구 선도''신에너지' 가스하이드레이트 발견이어 항산화·결빙방지물질등 찾아 '성과'극지연구소 2006년 송도이전 첫 쇄빙선 '아라온호' 인천항 취항해북극 도전 극지타운 조성 구상 '인천 자리매김' 지역사회 지원 중요대한민국의 첫 남극기지인 세종과학기지가 2월 17일로 건립 30주년을 맞는다. 한국은 세종과학기지를 거점으로 남극에서의 기후변화, 유용생물자원조사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면서 남극연구를 선도하는 주요 국가로 활약하고 있다. 극지연구를 총괄하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극지연구소에서 지구 남쪽 끝에 있는 세종기지 간 거리는 1만7천200㎞. 멀게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극지연구는 한반도의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국민들의 삶과 미래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대한민국 극지 진출 역사미지의 땅 극지에 진출하겠다는 대한민국의 도전은 1978년 시작됐다. 국립수산진흥원(현 국립수산과학원) 주도로 원양어선 '남북호'(5천549t)를 남극 바다로 보내 크릴새우를 시험 어획했고, 남극대륙을 둘러싼 남빙양 연구를 계획했다. 이후 매년 남빙양에서 크릴새우를 잡으면서 수산자원을 조사했다. 1985년 '남극 해양 생물자원보존협약'에 가입해 남극 생물자원들의 중요성과 보존 필요성에 대해 국제사회와 같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같은 해 한국해양소년단연맹이 조직한 탐험단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남극대륙에 상륙했다. 이듬해 11월에는 전 세계에서 33번째로 한국이 남극에 관한 국제적 합의인 남극조약에 가입해 남극 진출을 본격화했다. 1987년 2월 대통령 새해 업무보고 자리에서 남극기지 건설이 결정됐다. 우리나라 탐험단이 그해 4~5월 후보지인 남극 킹조지섬을 답사했고, 남극의 여름이 시작되는 12월부터 남극기지 건설공사에 착수했다.대한민국 극지연구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세종과학기지는 1988년 2월 17일 남극 킹조지섬 바톤반도 서북해안에 약 1천360㎡ 규모로 조성됐다. 남극 세종과학기지 출범으로 남극조약에서 강조하는 '실질적인 과학연구'가 가능해졌다. 남극에서 상주기지를 운영하는 18번째 국가가 됐다. 그 결과, 한국은 1989년 제9차 남극조약 협의당사국회의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남극조약 협의당사국 자격을 얻었다. 전 세계에서 23번째로 당사국 지위에 오르면서 국가의 국제적 위상도 그만큼 높아졌다. 현재 남극에는 34개 국가가 진출해 있다.■세종과학기지의 성과극지연구소는 남극의 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과학기지, 북극의 다산과학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1987년 3월 국립해양연구소에 신설된 극지연구실에서 출발했다. 매년 16~18명의 월동연구대를 파견하고 있고, 남극의 여름에 해당하는 11월~이듬해 2월에 150명 규모의 하계연구대가 남극 과학기지에서 각종 과학활동을 한다. 세종기지는 올해가 31번째 월동대다. 세종기지 출범부터 지금까지 30년 동안 월동대원 총 450여 명이 파견됐고, 연구자 3천여 명이 세종기지를 다녀갔다. 세종과학기지의 가장 큰 성과로는 미래 에너지자원으로 불리는 일명 '불타는 얼음' 가스하이드레이트(Gas Hydrate)층의 발견이 꼽힌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천연가스인 메탄이 주요 성분으로 구성된 고체연료다. 세종기지 연구팀은 1993년부터 지속해서 남극 해저지질을 탐사해 2003년 남극반도 남셰틀랜드 군도 북동해역 해저면 아래 약 600m 지점에서 대규모 가스하이드레이트층을 발견했다. 남극에 있는 에너지자원은 국제협약으로 2048년까지는 개발할 수 없지만, 이후 개발·활용이 진행된다면 그 잠재적 가치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구상의 가스하이드레이트 매장량은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화석연료의 2배가량으로 추정된다. 남극에 사는 생물들로부터 노화를 늦추는 항산화 물질을 발견하고, 극저온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는 결빙방지물질을 찾아낸 것도 세종기지의 대표적인 연구성과다. 이를 화장품이나 의약품에 활용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또 남극 고유생물 11종(요각류 4종, 섬모충류 7종)을 새롭게 발굴해 진화의 비밀을 풀기 위한 유전체 해독에도 나서고 있다. 남극 환경보호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한국은 세종기지 남동쪽으로 2㎞ 떨어진 '나레브스키 포인트'(일명 펭귄마을)를 남극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남극조약 협의당사국회의에서 제안했고, 국제사회가 이를 받아들였다. 한국은 나레브스키 포인트의 환경보호와 과학적 연구를 주도하는 관리 책임국이 되어 출입 연구자를 심사하고 교육하는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 세종과학기지는 최근 대대적인 증축공사를 마무리하고, 연구시설과 파견 인력 주거환경을 개선했다. 앞으로 남극점을 향한 독자적인 내륙진출로(코리안 루트) 개발, 수심 2천500m의 빙저호(빙하 하단이 녹아 형성된 호수) 탐사 같은 새로운 연구영역을 개척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인천과 대한민국 극지연구세계 각국의 극지 진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해양연구원 산하 극지연구센터는 2004년 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로 승격했다. 2006년 인천 송도국제도시 갯벌타워로 이전해 '인천시대'를 맞았고, 2009년 한국의 첫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7천487t)가 인천항을 모항(정박부두)으로 취항했다. '세입자'였던 극지연구소는 2013년 송도국제도시에 신청사(연면적 2만1천525㎡)를 마련하면서 인천에 정착했다. 연구소 신청사 인근 9천912㎡ 부지에는 극지교육관과 연구공간을 확충하는 '2단계 사업'이 계획돼 있다. 신청사와 2단계 사업부지는 모두 인천시가 땅을 무상으로 빌려줬다. 극지연구소가 앞으로 초점에 둘 개척지는 북극이다. 정부 차원에서 북극 진출을 겨냥한 '제2쇄빙연구선 건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시는 제2쇄빙연구선의 모항도 인천항에 유치해 주변 지역을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한 '극지타운'으로 조성, '극지연구의 메카'로서 인천의 입지를 굳힌다는 구상이다. 인천 지역사회와 지역 정치권은 현재 한국해양연구원 부설인 극지연구소를 독립기관인 '극지연구원'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정부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천은 기후변화 관련 국제기구가 몰려있고,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끼고 있기 때문에 국제협력이 중요한 극지연구에 적합한 지리적 여건이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세종과학기지 30주년을 계기로 우리나라 극지연구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라 이를 뒷받침할 지역사회 지원이 중요한 시점이다. 남극은 인류의 생존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남위 60도 이남의 남극해와 대륙으로 구성된 거대한 공간으로, 대륙의 전체면적은 1천360만㎢(한반도의 62배)에 달한다. 지구 육지면적의 9%, 지구 담수의 90%를 보유하고 있으며, 평균 2천100m 두께의 얼음으로 덮여 있다. 눈, 얼음, 퇴적물, 암석 등을 통해 지구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지구환경기록 보존소'이자 '천연과학 실험장'이다. 석유·석탄 '천연자원 보고'… 2041년 개발 여부 판가름 '경쟁 치열'■남극은 왜 중요할까남극은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남극 웨들해와 로스해에는 탐사를 통해 석유가 대량으로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체적인 탐사결과가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다. 남극 횡단산맥과 동남극 지역에서는 석탄층이 발견됐는데, 횡단산맥의 석탄매장량만 1천500억t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남극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50개국이 가입한 '남극조약'(1961년 발효)에 따라 영유권이 인정되지 않고 있다. 남극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과학조사의 자유와 국제협력만 허용된 상황이다. 남극에 진출한 국가는 34개국으로 총 40개의 상주기지가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종과학기지 이외에도 2014년 남극대륙 동남쪽에 장보고과학기지를 건립해 운영 중이다. 2041년이면 국제사회가 남극조약을 수정 또는 변경할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천연자원 개발 여부도 판가름날 전망이라 남극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남극조약의 내용이 지속적으로 지켜져야 한다는 국제 환경단체들의 노력도 치열하다./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남극 지도에 담긴 남극 세종과학기지 전경. 최근 대대적인 증축공사로 연구공간을 확대했다. /극지연구소 제공1987년 남극 세종기지 후보지인 킹조지섬 답사에 나선 한국탐사단. /극지연구소 제공한국의 첫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극지연구소 제공

2018-02-08 박경호

[이슈&스토리]경인일보 히말라야 청소년탐험대 15명 좌충우돌 도전기

한 발씩 뗄 때마다 가빠지는 숨에 당황고사인쿤드·캉진리 정상 '대자연' 감동대지진에 사라진 랑탕마을 앞에선 숙연온난화로 '살' 드러낸 설산도 안타까움"저 봉우리만 올라서면 정상이야."지난달 23일 이정현 탐험대장은 2018 경인일보 히말라야 청소년탐험대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걸음을 독촉했다. 이 대장이 가리킨 곳은 네팔 랑탕국립공원내에 위치한 해발 4천773m의 캉진리 정상이다.11명의 대원들은 급경사로 되어 있는 산 중턱에서 한발짝 한발짝 걸음을 재촉했다.재촉? 마음은 걸음을 재촉 하고 있지만 연일 계속된 트레킹으로 인해 체력이 떨어져 있어서 발걸음이 느렸다. 하지만 4시간여에 걸쳐 걸어 올라가 11명의 대원 중 10명이 정상에 올라섰다.# 낯섦 속에서 배운 지혜경인일보가 창간 73주년을 기념해 청소년들에게 도전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네팔 랑탕국립공원으로 출발한 2018 경인일보 히말라야 청소년탐험대는 지난 14일 인천공항을 통해 네팔 카트만두에 도착했다.대원들에게 비쳐진 카트만두의 일상은 신기했다.신호등은 설치되어 있지만 꺼져 있었고, 오토바이와 차량이 뒤엉켜 있는 혼란한 모습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또 도로 정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한 나라의 수도라고 생각되지 않는 도로, 그리고 길거리에 서성대고 있는 수백 명의 사람, 도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기도하는 사람 등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생소함 그 자체였다. 그리고 버스로 6시간여 달려 시작한 트레킹도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히말라야 하면 떠오르는 눈 덮인 산들은 온데 간데 없고, 동네 뒷산 같은 산들의 모습이 어색했다.하지만 한발짝 한발짝 걸을 때마다 막혀 오는 호흡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헬람부 트레킹 코스 완주를 상징하는 해발 4천610m에 위치한 라우리비나 패스를 넘어 고사인쿤드(해발 4천380m)에 올라섰을 때는 자연의 신비함에 절로 말문이 막혔다.대원들은 가이드를 맡은 가네쉬씨의 "고사인쿤드는 힌두교 4대 성지 중 한 곳이다. 고사인쿤드와 같은 고산 호수가 108개가 있다. 불교에서 자주 등장하는 숫자와 같다"는 설명에 신기해 했다.특히 네팔과 인도 사람들이 이런 높은 곳에 기도를 하기 위해 방문한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랑탕마을에서 만난 지진 피해의 흔적랑탕계곡은 네팔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대원들은 캉진리 정상 도전을 위해 4일여간 트레킹을 하면서 히말라야로 상징되는 네팔의 이미지와는 상반된 빽빽한 수풀속을 걸었다.또 해발 4천m에 가까워질수록 수목이 작아지다며 사라지는 팀버라인이 형성되는 모습도 봤다. 대원들을 깜짝 놀라게 한 건 사실 이런 자연의 모습이 아니었다. 2015년 네팔 대지진 당시 사라진 랑탕마을의 모습에 당황해 했다.가이드 나레인씨는 돌무지로 되어 있는 트레킹 구간을 거닐다 "이 곳은 사실 마을이었다. 지난 2015년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마을 뒤편의 산에서 어머어마한 양의 돌들이 떨어져 마을주민 150명을 비롯해 300여명이 묻혀 버렸다"고 설명했다.그는 "이 곳에는 사람들만 묻힌 게 아니다. 랑탕은 야크로 유명한데 이곳에서 키우던 수백마리의 야크들도 이 곳에 묻혀 있다"고 덧붙였다.대원들이 놀란 또하나는 한국에서 가끔 전해 들었던 지구온난화 문제다. 대원들이 기대했던 눈쌓인 히말라야의 모습은 쉽게 볼 수 없었다. 산 정상에 눈이 일부 쌓여 있었지만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마인성(고2) 대원은 "히말라야 하면 떠오르는 모습과 다른 풍경에 깜짝 놀랐다. 왜 우리가 자연을 소중하게 대해야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김지은(고2·여) 대원은 "지난해에 이어 2년째 경인일보 행사에 참여하며 네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며 "이번 행사에서는 지진과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고 전했다.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지난달 14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 경인일보 창간 73주년 기념 2018 경인일보 히말라야 청소년탐험대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트레킹을 하고 있다.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한국-네팔 청소년 '문화·체육 교류' 맞손-28일(현지시간) 네팔 다딩 닐껀더시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 C.F.O 네팔에서 본지 노창구 경영관리국장(좌측부터)과 빔 눙가나 닐껀더시장, 라메스 다말라 C.F.O 대표가 한국과 네팔 양국 청소년간의 문화·체육 교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경인일보 창간 73주년을 기념해 네팔 랑탕국립공원 트레킹에 도전한 2018 경인일보 히말라야 청소년탐험대는 업무협약 체결을 기념해 27일과 28일 이틀간 C.F.O 청소년과 장기자랑과 축구 경기 등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

2018-02-01 김종화

[이슈&스토리]히말라야를 다녀와서

■김연성 대원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고산 적응을 하고 친구들을 사귀고 나니 힘든 것을 버틸 수 있었다. 흔한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트레킹이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김용민 대원이번 여행은 생각했던 것 보다 힘들었지만 큰 성취감을 얻었다. 또래들과 함께 외국에서 힘든 과정을 이겨내며 재미 있게 지냈던 하루하루가 추억이 되어 오래 기억에 남을것 같다.■김은정 대원이번 행사를 통해 다시한번 끈기라는 것을 배우게 됐다. 힘든 과정을 이겨내며 많은 것을 배웠다. 함께한 모든 분들과 너무 재미 있었고 뜻 깊은 시간이었다.■ 김지은 대원너무 힘들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한계를 이겨낸 것 같아 뿌듯하다. 이번 트레킹은 정말 나에게 많은 의미를 가져다 주었다. 이런 기회를 주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남도현 대원또래들과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해서 그런지 뭐를 하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에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다시 오고 싶다. 행복한 시간이었다.■마인성 대원하루하루 참고 올라가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설산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굉장히 뜻깊었던 시간이었다. 이번 겨울 방학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것 같다.■박성재 대원정말 힘들었지만 잊지 못할 멋진 경험이었다. 산행하는 순간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풍경은 꿈만 같았다. 살면서 꼭 한번은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것 같다. ■박정민 대원끝까지 해낸 나 스스로가 너무 대견하다. 나쁜 일은 경험으로, 좋은 일은 추억으로 바꾸는 법을 알려준 시간이었다. 네팔에서의 시간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2018-02-01 김종화

[이슈&스토리]탐험대장 산악인 이정현… "더 많은 청소년들, 도전 통해 삶의 지혜 배웠으면"

"히말라야에서의 하루하루가 살아가면서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경인일보 창간 73주년 기념 2018 경인일보 히말라야 청소년탐험대장을 맡아 18일간의 네팔 랑탕국립공원 트레킹을 마친 이정현(사진)씨는 "히말라야에서의 하루하루가 살아가면서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이 대장은 지난 1992년 천산산맥 칸텡그리(해발 7천10m)와 푸베다(7천439m) 등반을 시작으로 북미 최고봉 맥킨리(6천194m) 등정, 브로드피크(8천47m) 한국 초등, 가셔브롬I(8천68m) 등정, K2(8천611m) 남남동릉 등정, 유럽 알프스 몽블랑(4천810m) 등정 등 15회에 걸쳐 해외 고산 등반에 나선 산악인이다. 또 이 대장은 94년 대통령 표창, 96년 체육훈장 백마장을 받았다.이 대장은 "헬람부 구간 중 라우리비나패스(4천610m)를 넘는 건 사실 한국에서 등산을 하신다는 분들도 힘들게 생각한다. 이 구간을 15명 모두 건강하게 완주해 줘 대원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그는 "랑탕마을이 지난 2015년 대지진 당시 산사태로 묻혔다는 설명을 듣고 대원들 모두 숙연한 마음을 갖는 것을 봤다. 또 네팔 청소년들과 교류 시간을 가질 때는 문화는 다르지만 스스럼 없이 다가섰다. 이런 모습을 보며 한국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이어 이 대장은 "도전은 완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전을 했다는데 의미를 둬야 한다"며 "캉진리(4천773m)에 오른 대원들이나, 체력적인 이유로 오르지 못한 대원들이나 함께 도전했기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더 많은 청소년들이 도전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워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그는 "행사를 열어 주신 경인일보, 그리고 탐험대를 믿고 사랑스러운 자녀를 보내 주신 학부모님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

2018-02-01 김종화

[이슈&스토리]사진으로 되돌아보는 18일간의 여정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에 올라가는 단어 '히말라야'.하지만 쉽게 갈 수 없는 곳 '히말라야'. 지난달 14일 한국 청소년 15명이 많은 사람들이 갈망하는 히말라야로 떠났다. 경인일보 창간 73주년을 기념해 진행된 2018 경인일보 히말라야 청소년탐험대가 도전한 곳은 히말라야 3대 트레킹코스로 알려져 있는 랑탕국립공원.대원들은 랑탕국립공원의 여러 트레킹 코스 중 가장 어렵다고 평가받는 헬람부 코스, 아름다운 계곡으로 알려져 있는 랑탕마을 가는 코스에 도전했다. 또 랑탕마을을 지나 해발 4천773m인 캉진리 정상에 도전하기로 했다.고산을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한국의 평범한 청소년들의 18일간의 도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대원들은 때로는 고산병으로, 때로는 체력적인 문제로, 때로는 음식과 현지 문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은다.지난달 24일 네팔 랑탕국립공원 일대에는 폭설이 내렸다. 건기인 네팔에서 1월에 폭설이 내리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대원들은 폭설을 뚫고 트레킹을 강행했다.탐험대는 트레킹에만 시간을 쏟지 않았다. 한국과 네팔 청소년간의 교류를 위해 지난달 27일과 28일에는 다딩시에 위치한 사회복시시설 'C.F.O 네팔'을 방문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10여일간 진행한 트레킹은 대원들에게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한국과 네팔 청소년간의 우애를 다지기 위해 진행한 축구경기에서는 서로 세골씩을 나눠 가졌다.트레킹을 시작하기 전 장비에 대한 교육을 받았고, 매일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 준비운동을 하며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했다.2018 경인일보 히말라야 청소년탐험대를 환영이라도 하듯 트레킹 일정은 하루만 빼고 맑았다. 낮에는 히말라야 산맥을 바라보며 걸었고, 저녁에는 하늘에 촘촘히 박혀 있는 별들이 대원들을 반겨줬다.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

2018-02-01 김종화

[이슈&스토리]히말라야를 다녀와서

■성정연 대원이번 히말라야 여행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팀원들끼리 우정을 쌓을 수 있어서 좋았다. 힘들었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도전하고 싶다. ■유승윤 대원너무나 힘든 일정이었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이 힘든 일정을 완주할 수 있었던 건 함께했던 대원들과 이정현 대장을 비롯한 스태프분들의 도움 때문인거 같다. 모두가 너무 고맙다.■정지완 대원참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힘들지만 재미 있고 신나는 산행을 할 수 있었던거 같다. 처음으로 히말라야 설산 모습을 보고, 랑탕계곡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주형민 대원가고 싶었지만 갈 용기가 나지 않아 가지 못했던 그곳을 용기내어 다녀왔다. 힘든 트레킹 일정이었지만 처음보는 대원들과 함께 추위를 극복하고 도우며 하나가 됐다.■채종민 대원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올라갔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면 된다는 것을 배웠다.대원들 모두 다치지 않고 일정을 마무리해서 기쁘다.■현유림 대원힘들때도 많았지만 주변 대원들이 파이팅을 불어 넣어 줬고 나 스스로에게 계속 할 수 있다고 각성 시켰다. 지금까지 여행 중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의미있는 여행이었던 것 같다.■현채원 대원 히말라야에 와 보니 멋진 추억이 하나 더 생긴것 같다. 내 자신을 더 잘 알게 됐고 내가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경험이었다. 행복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2018-02-01 김종화

[이슈&스토리]경비원과 공존 결정한 인천 가좌동 진주2단지 아파트

경비원들, 임금 오르는 만큼 관리비 부담 커지는 것 알고 '한숨'"14명 모두 재계약은 어렵겠지…" 감원대상 알 수 없어 속앓이입주자대표회, 7명 감원 '통합경비시스템 제도개선' 안건 올려"성실하게 일하시는 분들 왜 떠나보내나" 주민 과반 반대 투표성민경 반장 "사람 냄새 나는 곳에서 근무할 수 있어 행복하다""반장님, 잘됐네요. 주민들이 (경비원) 감원안에 반대했어요."인천 서구 가좌동 진주2단지 아파트 경비원 성민경(72)씨는 지난해 10월 24일 주민 투표 결과를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처음 전해 들은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절반 이상이 '경비원 감원'에 반대했다. 믿기 힘든 일이었다. 진주2단지 경비 B팀반장인 성민경 씨는 주민투표 이튿날 아침 팀원들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모두 마음속 불안과 걱정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진주2단지 아파트는 정부가 "경비원과 입주민이 상생하는 모범 사례"로 꼽은 곳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5일 방문해 주민과 경비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전국에 홍보했다. '동행'과 '공존'의 가치를 선택한 아파트. 단지에 찾아가 경비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주민들을 만났다. 무엇보다 경비원들은 성실했다. 그런 경비원을 주민들은 신뢰하고 있었다.# "주민이 우리를 많이 생각해주니 다행이고 고마웠다."1984년 지어진 진주2단지 아파트는 올해로 34년이 된 아파트다. "오래됐다"기보다 "단정하다"는 느낌이었다. 지난 19일 하루 동안 아파트 단지에 머물며 사람들을 만났다. 검은색 계통의 경비복에 모자를 쓴 경비원들과 자주 마주쳤다. 입주민에게 온 택배 물품을 대신 받아주고, 빗자루를 들고 나와 경비 초소 주변을 쓸고, 분리수거장을 정리하는 모습은 이 아파트의 일상적 풍경인 듯했다. 7개 동 644세대가 사는 이 아파트를 지키는 경비원은 총 14명. 이들은 하루에 7명씩 2개 팀으로 나뉘어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오전 5시30분 출근해 다음 날 아침까지 일하는 경비원은 이 아파트의 빠질 수 없는 존재와 같았다.2016년 4월 진주아파트와 인연을 맺고 올해로 주민들과 함께 생활한 지 3년째가 된 성민경 씨는 7명으로 구성된 경비원 B팀을 대표하는 반장이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통상적으로 1년에 한 번씩 재계약을 하기 때문에 성씨는 진주아파트 경비원 생활을 하는 동안 두 번의 재계약을 했다. 성씨는 그중 작년에 있었던 재계약 과정을 잊지 못한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날이었다.지난해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최저임금 1만원 시대' 공약을 내걸었다. 기대도 없었다.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대선 이후 8월 2018년 최저임금이 시급 7천530원으로 결정됐다. 계산해보니 한 달 평균 30만원을 더 받을 수 있었다. 좋을 줄 알았지만, 기대는 걱정과 한숨으로 바뀌었다. 경비원 임금이 오르는 만큼 아파트 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이 커지게 된다는 것을 알고부터였다. 아파트에서 14명의 경비원을 모두 재계약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누가 감원 대상이 될까. 답답한 마음을 동료에게 표현하지 못하고 숨겼다. 그게 서로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배려였다. 성씨는 경비반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함께 근무하는 6명의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경비원 감원 문제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성씨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려고 했다. 형편이 좋지 않은 동료가 감원대상이 되지 않도록 입주자대표회와 관리소장에게 부탁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이어 10월 아파트 주민들은 경비비 절감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입주자대표회는 기존 14명의 경비원을 7명으로 줄이는 '통합경비시스템 제도개선안'을 안건으로 올렸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주민들에게 재계약을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어 큰 동요도 없었다.성씨가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었던 것은 주민투표였다. 주민투표 결과 통합경비시스템 제도개선안은 부결됐다. 관리비 부담을 안고 14명의 경비원 모두와 함께 가겠다고 결정한 진주아파트 주민들이 고마웠다. "주민이 우리를 많이 생각해 주는구나", "다행이고 고맙다. 우리를 위해 부담을 안고 가는구나"라고 생각하니 주민들에게 미안했다. 재계약의 기쁨과 경비원 모두를 수용하기로 한 주민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뒤섞여 있을 무렵, 정부에서 자영업자 등 최저임금 상승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사업'을 시행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원사업을 통해 아파트 주민들은 경비원 1명당 한 달 13만원을 보전할 수 있게 됐다. 주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부의 지원사업은 성씨와 경비원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줬다. 진주아파트가 자신의 마지막 일터라고 생각하고 있는 성민경 반장은 "사람냄새가 나는 곳에서 근무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언제까지 진주아파트에서 근무할지 모르겠지만, 마지막까지 주민들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항상 바쁘게 움직이는 경비 아저씨들, 감축하면 안 된다."진주2단지아파트 주민들의 '경비원 전원 고용유지' 결정은 경비원들의 성실함과 주민들의 배려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진주아파트에서 '경비원 축소조정'이 논의됐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10월에도 최저임금 인상문제로 경비원을 14명에서 7명으로 축소하는 안에 대한 주민투표가 있었다. 당시 주민투표를 앞두고 2016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6천30원(전년도 대비 8.1% 상승)으로 결정됐다. 주민투표에 참여한 세대 중 255세대가 찬성(39.6%), 269세대가 반대(41.7%)했다. 경비원 축소에 찬성하는 주민이 과반수를 넘지 못했다. 경비원 축소조정안은 부결됐다. 지난해 주민투표는 최근 10년간 최대치의 최저임금 인상률(16.4%)이 결정된 후 진행됐다. 2년 전 주민투표 당시보다 임금상승률이 2배나 높아 이번에는 경비원 축소안이 통과되지 않겠냐는 의견이 내부에서 많이 나왔다. 하지만 주민투표 결과 과반수(58.2%) 주민들이 축소 조정안을 반대했다. 2년 전보다 최저임금 상승률이 높은 상황에서 진행된 주민투표였는데, 경비원 감원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이전보다 더욱 커지는 현상이었다. 왜 그랬을까.진주아파트에서 6년째 사는 전옥경(52·여)씨는 "항상 바쁘게 움직이는 아저씨들이 있기 때문에 아파트가 관리되고 방범효과도 크다"며 "경비원을 감축하게 되면 그동안 정든 아저씨들 중 누군가 떠나야 한다는 건데 그분들이 어디로 가겠는가"라며 경비원 축소에 반대한 이유를 설명했다.김찬무(73) 입주자대표회장은 "매년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경비원 감축을 고민하는데 이번에는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올라 경비원 감축안에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결과를 보니 주민과 경비원 사이 유대관계가 굉장히 끈끈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성민경 경비반장이 빗자루를 들고 경비 초소 주변을 쓸고 경비초소에서 주민과 웃으며 대화를 하는 모습은 이 아파트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풍경이다.성민경 반장은 "사람냄새가 나는 곳에서 근무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마지막까지 주민들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성민경 진주2단지 경비반장(사진 왼쪽)과 김찬무 입주자대표회장이 인사를 하며 악수 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18-01-25 김태양

[이슈&스토리]투자인가, 투기인가 '가상화폐' 논란

급등락 최고 20배 뛰어… 20·30대 위주 참여이미 가격 뛴 11월이후 투자자들 대거 몰린듯"기성세대 부동산처럼 관심 향후 가치 있을 것"당국 가상계좌 거래 금지·거래소 폐쇄 검토…고강도 규제 방침 발표되자 비트코인 등 급락상승세 반전 가능성 여전 韓銀 관련 연구 시작지난해 말부터 급격하게 번진 '가상화폐(암호화폐)' 열풍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못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에 돈이 무더기로 몰리면서 가상화폐 가치가 치솟아 올랐고, 정부는 이 같은 현상을 '투기'로 해석하고 급기야 가상화폐 거래를 규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과 관련 업계가 정부의 규제를 '과도한 개입'이라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가상화폐 논란에 불이 붙었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강경하게 대응 방침을 밝히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상화폐 규제에 반대하는 청원이 빗발치기도 했다. 이후 국무조정실이 지난 15일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거래소 폐쇄방안은 지난달 28일 특별 대책에서 법무부가 제시한 투기억제 대책 가운데 하나"라며 거래소 폐쇄는 확정된 방침이 아니라는 정부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가상화폐 반대 청원은 20만명을 넘어섰고 청와대는 공식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몰렸다.# 급등하는 가상화폐에 투자자들 몰려가상화폐에 엄청난 관심이 몰린 것은 지난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가치가 최고 20배 이상 치솟은데 따른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8일 1비트코인 가격은 103만7천원 선이었지만 11월 26일에는 1천만원선을 돌파했고, 12월 8일에는 2천만원을 넘어섰다. 지난 1월 7일에는 한때 2천500만 원까지 넘어서 1년 전과 무려 20배가 넘는 가치 상승을 보였다. 이처럼 가상화폐 가치가 급격하게 뛰면서 투자자들은 너도나도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었다. 연령별로는 20·30대의 젊은 층이 가상화폐 투자에 가장 많이 뛰어들었고,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했던 지난달 이후 투자자들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거래소 이용자 4천1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가상화폐 투자는 20·30대의 참여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20대와 30대가 각각 27%의 참여율을 나타냈고, 40대는 20%, 50대는 12% 순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계층 사다리'가 붕괴돼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이 '인생 역전'을 노리고 무리한 투자에 나섰다고 비판이 일기도 했다.가상화폐 투자가 이미 가격이 뛴 이후인 지난달 이후에 무더기로 몰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와이즈앱이 최근 11주간 전국 2만 3천여 명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표본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시세조회·게시판 등 관련 상위 10개 앱의 주간 순 사용자 추정치는 조사 1주차(10월 30일∼11월 5일)에는 14만명에 불과했지만 11주차(1월 8일∼14일)에는 196만명에 이르렀다. 11월 이후 가상화폐 관련 앱 사용자가 급증했다는 것으로, 이 기간에 가상화폐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몰렸음을 의미한다. 가상화폐에 투자한 김모(29·여) 씨는 "주변에서 가상화폐를 통해 수백만원의 돈을 벌었다는 얘기를 듣고 솔깃해져 소액이지만 투자하게 됐다"며 "기성세대가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것처럼 젊은 층은 가상화폐에 관심이 많다. 가상화폐가 앞으로 더 발전한다면 투자한 만큼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 가상화폐는 '투기' 정부가 나서다정부는 잇단 대책에도 가상화폐 광풍이 꺾이지 않자 '초강수'를 던졌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카드다. 현재까지 정부가 내놓은 특별대책은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가상화폐 관련 범죄 집중단속과 엄정처벌 ▲가상화폐 온라인 광고 등의 규제 강화로 요약된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의견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수단을 열어 놓겠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가상통화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해 큰 손실을 볼 수 있고 투자 사기 등에 따른 피해 가능성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해 왔다.하지만 상당수의 가상 통화 국내 시세가 해외보다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자 '묻지마식 투기'를 더는 내버려둘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정부는 당장 이번 달부터 가상계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기로 했다. 본인 확인이 어려운 기존 방식의 가상 계좌 활용을 금지한 것으로, 앞으로는 본인 확인이 된 거래자의 은행 계좌와 가상통화 거래소의 동일은행 계좌 간에만 입출금을 제한한다. 금융당국도 ▲미성년자·저소득자 등과 거액의 빈번한 거래 ▲고액의 현금 입금 후 가상화폐 거래소 이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가상화폐 거래소 이체 등을 '의심거래' 유형으로 정하고 의심거래가 보고되면 집중적으로 분석해 국세청 등에 자료를 제공한다. 수사당국 역시 '2018년 가상통화 관련 범죄 집중단속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시세조종 등 불법행위 시 구속 수사하고 법정최고형을 구형한다는 원칙이다.# 여전히 흔들리는 가상화폐 앞으로 어떻게 될까정부가 고강도의 가상화폐 규제를 발표한 뒤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세를 나타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비트코인 가격은 한 때 1천151만원까지 떨어졌다. 6일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인 2천661만 6천 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다.이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상 화폐 거래소 폐쇄도 살아있는 옵션"이라며 "부처 간 진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밝혔고, 중국 당국이 채굴업자 규제와 가상화폐 플랫폼 관련 사업을 모두 막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탓이다.가상화폐 가격이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은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매입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손절매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 직장인 투자자는 "여윳돈으로 하던 투자라 버텨보려고 했는데 다들 던지는 분위기라 투자금을 뺐다"며 "가상화폐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아쉽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서는 '더 기다려 보겠다'는 투자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기대 때문에 가상화폐 가격은 급락 이후 일부 가격을 회복하기도 했다. 기대감이 남아있고 팔자는 물량이 많이 나오지 않고 있어 가상화폐 가치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직접 나서 가상화폐 연구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것이 눈길을 모은다. 이미 코닥과 같은 거대 기업과 영국·중국 등이 가상화폐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응이 늦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9일 '가상통화 및 CBDC 공동연구 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개최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화폐를 뜻한다. 한은은 가상통화가 지급결제시스템 및 금융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 중앙은행 차원에서의 관심사항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국제기구와 일부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발행 관련 이슈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원근·조윤영 기자 lwg33@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 시세표. /연합뉴스서울 최대 규모의 지하상가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에서 HTS코인 직원과 상인이 비트코인 결제 시범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가상화폐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일반 상점에서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를 받는 곳이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의 한 레스토랑. /연합뉴스

2018-01-18 이원근·조윤영

[이슈&스토리]새해 지역 법조계 '서울고법 원외재판부 유치' 뜨거운 화두

규모 적은 대구·광주·대전 '고법' 있고 인천 없어2심 받으려 해마다 2천건 이상 '서울 서초동 원정'옹진·강화 섬 시민들 최소 하룻밤 묵어야해 불편시간·비용 사회적 손실 커 기록이관 분실 위험도고법, 인력·예산등 번거로움 '원외재판부' 현실적정치권·시민단체 설치 목소리 불구 '제자리걸음'"재판받을 권리위해 형사부등 5개 꼭 필요" 지적인구 300만명 돌파로 대한민국 제3의 도시가 된 인천. 최근에는 인천의 경제 규모가 부산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제2의 도시로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외형적으로도 팽창하고 있는 인천이 사법 행정은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인천보다 규모가 적은 대구, 광주, 대전에도 있는 고등법원이 인천에는 없다. 인천지역 시민사회 단체와 법조계는 서울고법의 일부 재판부라도 인천지법 내에 설치해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018년 인천 지역 법조계의 화두로 '서울고법 원외재판부 유치'가 오르고 있다.'삼세판'. 흔히 가위바위보나 내기놀이를 할 때 자주 쓰이는 말이지만 재판에도 '삼세판'이 있다. 우리나라에 근대 사법체계가 도입된 이후 모든 소송 당사자는 1심(지방법원), 2심(고등법원), 3심(대법원)까지 3번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인천 시민들은 인천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나서 2심 재판을 받으려면 서울고법이 있는 서울 서초동으로 가야 한다. 인천에는 고등법원이 없기 때문. 대법원 사법연감을 보면 인천지법의 2016년 전체 사건은 부천지원을 포함해 137만6천건으로 같은 서울고법 관할 지방법원 9개 중 수원(276만8천건), 서울중앙(192만7천건) 다음으로 많다. 관할 인구는 인천시 전역과 부천시, 김포시를 합쳐 415만7천명에 달한다. 지방법원 1심에 불복한 모든 항소심 사건이 서울고법으로 보내지는 것은 아니다. 1명의 법관이 1심 재판을 진행하는 이른바 '단독 사건'의 경우에는 같은 지방법원 항소 합의부가 2심 재판을 맡는다. 서울고법으로 가는 1심 사건은 1명의 부장판사와 2명의 배석 판사 등 총 3명의 법관이 심리하는 '합의부 사건'의 경우에만 해당한다.최근 10년간(2007~2016년) 인천지법의 1년 평균 형사합의부 사건은 1천632건이다. 여기에 평균 항소율 61.7%를 적용하면 매년 1천여 건의 형사 항소심이 서울고법에서 처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사와 행정, 가사 사건 항소심까지 더하면 매년 2천건 이상의 소송 당사자들이 항소심 재판을 위해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소송당사자는 형사사건의 피고인, 민사·행정의 원고, 피고이지만 증인, 변호사, 방청자 등 관련자를 모두 더하면 그 숫자는 소송 건수의 최소 2~3배에 달한다. 이들이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비용과 시간은 큰 사회적 손실이다. 특히 옹진군과 강화군 섬 지역에 사는 시민들은 소송을 위해 최소 하룻밤을 육지에서 묵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인천에 고등법원이 설치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지만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고, 법원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 수도권이라는 지리적 요인 탓에 쉽게 동의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천에서는 2015년부터 서울고법 원외재판부 유치 바람이 불고 있다. 원외재판부는 쉽게 얘기하면 고등법원의 소재지 이외 지역에 항소심 재판부를 별도로 설치해 그곳에서 고법 관할 사건을 담당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서울고법 산하에서는 춘천지법, 부산고법은 창원지법, 광주고법은 제주·전주지법, 대전고법은 청주지법에 각각 원외재판부가 설치돼 있다.인천지방변호사회는 2015년 원외재판부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원행정처와 지역 정치권에 원외재판부 유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여기에 지역 20여개 시민사회단체도 힘을 보태 10만 명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고, 당시 유정복 인천시장이 직접 법원행정처장을 만나 서명서를 전달했다. 원외재판부 설치는 인천지법에서 가정법원, 등기국이 분리된 2016년 현실화되는 듯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진행이 없는 상황이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가정법원으로 이동한 가사부와 소년부 법정과 사무공간을 활용하면 공간 및 비용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다.원외재판부가 설치되면 사법 접근성 향상으로 인한 이득이 숫자로는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하다. 우선 소송 당사자들의 시간·비용이 절감된다. 적어도 서울에 가야 하는 거리 문제 때문에 항소를 포기하는 사태는 없어진다는 얘기다. 법원 내부적으로도 항소기록을 인천에서 서울로 넘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 배송비용이 크게 절감될 뿐 아니라 분실·파손 등 보안 위험도 사라진다. 확정된 재판의 기록 보존도 원칙적으로 1심 지방법원 또는 검찰이 해야 하는데 이런 기록 이관의 불편도 덜어진다. 이밖에 형사사건에서 구속된 피고인이 항소할 경우 인천구치소에서 다른 구치소로 이감해야 할 필요가 없어진다. 특히 인천에 근무하는 법관들이 재판을 진행하기 때문에 재판부에 의한 현장검증이 용이해지고 지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판결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물론 원외 재판부 설치 위해서 선결돼야 하는 과제는 있다. 구속된 피고인을 항소심까지 수용할 수 있는 구치소 시설의 확충과 인천지법 내 한정된 법정과 사무공간 문제 해결 등이다. 인천변호사회는 형사부 2개, 민사부 2개, 특별(행정)부 1개 등 5개의 원외재판부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최소한 형사, 민사 1개씩이라도 우선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원외재판부 유치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천변호사회 소속 배영철 변호사는 "서울, 부산에 이은 전국 3대 도시에 고등법원도 없고 원외재판부조차 없다면 인천시민들의 상실감이 클 것이다"며 "시민들의 재판받을 권리를 위해서 원외재판부 설치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인천지법 전경(왼쪽). 유정복 인천시장·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원외재판부 설치 청원'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인천지방변호사회 제공

2018-01-11 김민재

[이슈&스토리]광역철 스크린도어 설치, 어디까지 왔나

139개 역중 66개 역은 설치 안했거나 작동안해5년간 96명 사망·70명 부상 안전사고 쏠림현상교통약자·음주후 부주의 폭넓게 손배책임 인정공사작업 '현실적 고충' 작년 100% 완료 못지켜미설치역 선로당 안전요원 2명뿐 실효성 논란내달까지 모든역 가동… 현실적 보완대책 필요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현장에서 바뀐 것은 거의 없는 상태다. 광역철도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안전'은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는 스크린도어 설치로 또 한 번 유예됐다. 지난 2015년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공단)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2017년까지 총 139개 역에 이르는 모든 광역철도역에 승강장안전문(스크린도어)을 설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스크린도어 미설치 역에서 투신사고가 잇따르고, 기한 내 스크린도어 설치는 무리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국토부는 2017년내 '100%' 설치 완료를 공약했다. 하지만, 2018년 1월 현재 139개 역 중 66개 역은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았거나, 설치됐지만 작동되지 않고 있다. 이때문에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든다는 문재인 정부의 약속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 투신사고 몰리는 스크린도어 미설치 역지난해 8월31일 안산선(4호선) 중앙역에서 A(22·여)씨가 선로에 스스로 뛰어들어 오이도 방면으로 향하던 전동차에 치여 숨졌다. 같은 달 2일 비슷한 투신사고로 50대 남성이 사망한 지 불과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4개월 후인 12월에는 80대 남성이 선로에 뛰어들어 진입하던 전동차에 치여 숨졌다. 한 해 같은 역에서 3번의 투신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당시 중앙역에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았다. 스크린도어 미설치 역인 초지·수리산역(안산선)에도 각각 2건과 1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2017년에만 총 6건의 광역철도역 투신사고가 잇따랐다. ┃표 참조4일 자유한국당 박완수 국회의원이 국토부와 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2012~2016년)간 투신·추락 등 승강장 안전사고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총 96명이다. 부상자 70명까지 포함하면 사상자는 모두 166명에 이른다. 지난해는 8월 기준 8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다.문제는 스크린도어 미설치 역이 이미 투신사고 빈발지역으로 낙인됐다는 것. 이로 인해 미설치 역이 주소지 근처가 아니더라도, 투신을 하기 위해 미설치 역을 찾는 경우도 발생했다. 실제 지난해 8월 중앙역에서 투신한 A씨의 주소지는 안산시가 아닌 서울시였다.경기도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장소와 시간 등은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비슷한 장소에서 연속된 투신사고가 잇따르는 건 넓게는 '베르테르효과'로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약자 보호 못하는 정부지난 5년(2012~2016)동안 '지하철 추락 사상사고' 현황을 보면 총 25건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중 3명이 사망하고, 22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것은 사망하거나 다친 25명 중 10명이 시각장애인이거나 (전동)휠체어를 타는 교통약자였다. '시각장애인 추락'이 2건, 휠체어 조작 미숙으로 인한 사고가 8건이다. 나머지는 술을 마셨거나,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부주의로 인한 사고였다. 결국 스크린도어 설치 없이는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의 안전은 담보할 수 없는 셈이다.일각에서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닌, 이러한 사고가 개인의 부주의로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난 2012년 1급 시각장애인인 B씨가 선로로 추락해 한국철도공사에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법원은 "스크린도어 미설치 등 장애인에 대한 안전조치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책임이 있다고 보아 손해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또 같은 해 교통약자가 아닌, 음주 후 부주의로 인한 추락사고에 대해서도 법원은 "추락사고를 가장 잘 예방할 수 있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고, 예방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았다"며 철도공사 측에 일부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스크린도어 미설치에 대한 안전책임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스크린도어 설치 안하나, 못하나각종 투신·추락사고를 예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역철도역 스크린도어 설치는 계속 늦어지고 있다.사실 국토부와 공단의 '2017년' 설치완료는 무리한 계획이었다. 사고가 잇따르자 부랴부랴 당초 설치계획을 6년이나 앞당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부와 공단이 두 차례에 걸친 공언에도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은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설치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공단 측은 공사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실제 설치작업은 협소한 공간에서 벌어지다 보니, 많은 노동자를 투입한다고 해서 일의 효율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하루 작업은 열차 운행이 모두 종료된 새벽 시간 3~4시간 정도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스크린도어 가동에 필요한 '비상전원 공급장치' 납품업체가 갑자기 부도가 나는 악재도 겹쳤다. 이로 인해 53개 역은 스크린도어 설치를 완료하고도,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단 관계자는 "군포역 등 53개역은 비상전원 공급장치 등이 설치되면 즉시 시운전을 시행하여 2월까지 정상가동하고, 승강장 구조보강공사 등이 추진 중인 13개역은 2월부터 순차적으로 정상가동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예된 안전 지킬 방안은광역철도 모든 역에 대한 스크린도어 설치완료와 가동은 다음 달 말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은 건 계획보다 늦어진 스크린도어 미설치 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투신·추락사고를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이다.국토부와 공단은 지난해 1월부터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승객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에 승강장 안전요원을 배치하여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지난해 발생한 대부분의 투신사고는 현장에 '안전요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것이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실제 스크린도어 미설치 역의 안전요원은 선로 당 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10량에 달하는 열차 구간을 단 2명이 맡아서 투신·추락예방 등 안전관리를 하고 있어 스크린도어 설치가 완료될 때까지만이라도 이에 대한 보완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갑자기 뛰어드는 사람들을 막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현재 배치된 안전요원을 제외하고도 공단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 안전관리도 진행하고 있다"며 "안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지난해 5월 출근과 등교를 앞둔 승객들이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은 승강장에서 들어오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경인일보DB

2018-01-04 배재흥

[이슈&스토리]예술 작품 속 이야기가 된 인천의 섬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의 '인천아라리'장봉도 '인어설화' 재즈 더해 재창작굴포문학회 27명, 여름 내내 섬 찾아시·수필·소설 담긴 작품집 '섬' 발간 인천 '토박이 서양화가' 고제민 작가포구·개항장 일대 등 캔버스에 담아섬은 영화나 소설 등의 무대로 단골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인천의 바다에는 170여개의 섬이 뿌려져 있는데, 최근에도 이러한 활동은 활발하다.# 음악으로 부활한 섬지난 26일 인천 송도신도시 트라이보울 공연장에서는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의 '인천아라리' 공연이 열렸다.'인천아라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2017전통예술 지역브랜드 상설공연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으로 '장봉도 인어설화 음악으로 부활하다'는 부제가 붙은 공연이었다.이 공연은 인천의 섬 지역에서 만선과 풍어를 기원하며 부르던 어민들의 소리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보인 창작 작품이다.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은 인천에서 활동해 온 창단 25년 전통의 문화예술 사회적기업으로 인천아라리는 잔치마당의 대표 레퍼토리다.인천 앞바다 장봉도에서 어부의 은덕을 만선과 풍어로 보답한 '인어설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공연으로 전통 연희의 원음에 재즈의 느낌을 더해 재창작했다.해안가와 농지가 공존한 과거 인천의 고유한 소리와 이야기를 시대의 흐름에 따라 현대적인 느낌으로 재해석해 선보였다.이날 공연은 첫 곡으로 연주된 '나나니타령'으로 시작됐다. 전통 북과 꽹과리, 장구 등의 악기에 신디사이저, 일렉기타 등이 곁들여진 음악이 시작되자 8명의 아낙들이 호미를 들고 갯벌에 나섰고, 모두 허리를 숙이고 조개를 캐기 시작했다. 조개를 캐고 한 번씩 펴고 숙이기를 수차례, 바구니를 조개로 가득 채운 아낙들은 이내 밝은 표정으로 수다를 떨며 웃음을 지었다.고층 빌딩이 가득한 송도 신도시에 우주선을 닮은 공연장 안에서 인천의 섬마을에서조차 자취를 감춘 노동요를 감상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시종일관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나나니타령은 인천 앞바다 여러 섬지방의 아낙들이 굴이나 바지락을 캐면서 부르던 노래로 인천시 무형문화재 제3호인 인천근해갯가노래보존회 차영녀 보유자를 비롯한 회원들이 나서서 첫 무대를 꾸몄다.첫 곡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얼씨구', '절씨구', '잘한다'하는 추임새와 박수가 터져나왔고 외국인들도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이날 공연은 총 3마당으로 구성됐다.잔치마당은 1마당은 '인천의 바다'를 주제로 인천의 바다와 섬을 주제로 한 '만선가', '술비타령' 등의 곡을 선보였고 2마당에서는 '인천의 육지'를 주제로 설장고 시나위와 세벌매기 등의 곡을 들려줬다.인천의 아리랑을 재현해 선보인 3마당 '인천아리랑'도 무척 흥미로운 무대였다.인천아리랑은 조선말기와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쓴 미국 감리교 선교사이자 교육자인 호모 헐버트 박사에 의해 채보된 곡으로 1894년 우편호우치 신문에 수록돼 '인천 제물포 살기는 좋아도 왜인 등살에 못살겠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어얼쑤 아라리야'라는 가사와 함께 기록이 남아 있었다.이를 김영임 명창이 부른 '쌀의 노래 아리랑'음반에 수록, 발매돼 있다. 최근에는 영화 '대장 김창수'에서 경인철도 공사를 하는 노동자들에 의해 '인천아리랑'이 불리는 모습이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문학으로 부활한 섬지난 24년간 단 한차례의 결산 없이 해마다 동인지를 펴낸 여성 문인회 '굴포문학회'는 올해 섬을 주제로 '섬'이란 제목의 작품집을 발간했다.굴포문학회 27명의 회원들이 여름내내 섬을 스케치하고 편집한 시와 수필, 소설이 담겼다.27명의 필자가 각인각색의 섬을 재창조했다.소야도, 영종도, 제주도, 원산도, 울릉도, 굴업도, 우도, 자월도, 거제도, 세어도, 운염도, 풀등, 홍도, 무의도, 마라도, 누렴, 무인도, 오륙도, 이작도, 석모도 등을 모셔와 고운 문자를 입혀 책으로 펴냈다.세상엔 섬 아닌 것이 없다. 창밖의 뭍을 바라보는 이태원 헬 카페도 섬이고, 건너갈 다리가 없는 우주의 모든 별도 섬이고, 벽에 걸린 모자도 섬이다. 구부정하게 책을 읽는 노인의 미소도 섬이고, 벙어리장갑 속에 갇힌 열 개의 손가락도 섬이고, 가려운 등짝 손이 닿지 않는 부분도 섬이다.사는 동안 수심을 앓는 여자들, 바다를 겹겹이 입은 여자들의 향긋한 비린내를 좇아 작품집 '섬'을 여행하다 보면, 다람쥐처럼 저장해놓고 까마득히 잊어버린 미안한 과거가 문득 생명을 얻어 부화하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강명미(시), 고경옥(시), 구자인혜(소설), 김상기(수필), 김수지(시), 김순자(시), 김순희(수필), 김진초(소설), 민순영(수필), 배천분(수필), 신경옥(시), 신미송(소설), 양진채(소설), 유로(수필), 윤한나(시), 이난희(수필), 이목연(소설), 이상은(시), 이성재(수필), 이수니(시), 이혜숙(시), 장향옥(시), 정이수(수필), 조경숙(시), 조연수(시), 최추랑(시), 허은희(시) 등의 작가가 참여했다.# 화폭에 담긴 섬인천 토박이 서양화가 고제민(57) 작가는 인천의 섬을 비롯한 인천의 모습을 그린 그림과 짧은 글 등을 담아 최근 작품집을 냈다.지역의 한 인터넷 매체와 인천시 소식지에 연재한 작품을 추려 책으로 엮었는데, ▲인천항 ▲인천의 섬 ▲인천 마을 이야기 ▲글과 스케치 등 4부로 구분해 작품을 실었다. 작가는 1960년 인천 남구 숭의동 '독갑다리'라고 불리는 옛 공설운동장 인근 동네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좋아하는 그림 공부를 하기 위해 고등학교와 대학을 서울로 다니다, 1984년부터 다시 인천으로 와 30여 년간 인천에서 미술교사로 재직 중이다. 작가는 50이 다 돼서야 인천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고, 인천의 섬과 바다, 노을이 깔린 북성포구,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송월동 골목길, 백령도·굴업도 등 개항장 일대 등을 캔버스에 차곡차곡 담아 그려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송도신도시 트라이보울 공연장에서 열린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의 '인천아라리' 공연. 인천의 섬 지역에서 만선과 풍어를 기원하며 부르던 어민들의 소리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보인 창작 작품이다.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제공인천 토박이 서양화가 고제민 작가가 인천의 섬을 비롯한 인천의 모습을 그린 그림과 짧은 글 등을 담아 낸 최근 작품집. /굴포문학회 제공지난 24년간 단 한차례의 결산 없이 해마다 동인지를 펴낸 여성 문인회 '굴포문학회'. /굴포문학회 제공굴포문학회가 올해 섬을 주제로 발간한 작품집 '섬'. 굴포문학회 27명의 회원들이 여름내내 섬을 스케치하고 편집한 시와 수필, 소설이 담겼다. /굴포문학회 제공

2017-12-28 김성호

[이슈&스토리]한국판 메가시티 '광역서울도' 태풍인가 찻잔 속의 태풍인가

中 베이징권-日 도쿄권-美 대도시권인접 도시 연결·개발 효과 시너지 추진규제대신 고향세·국가공동세 도입 주장극대화된 이익, 수도권 밖 지역과 나눠부산·광주·대구등도 광역도 여론 형성내년 지방선거 '핵심 어젠다 부각' 예고'경기도 포기' 위기에 몰린 남경필 지사1200만 도민 '명확한 필요성 설득' 과제#21일 오전 7시 광역서울도민 김가정씨는 부천구(區) 당아래에서 송파구 잠실까지 운행하는 GTX를 탔다. 잠실 회사까지 30분 정도를 이동하는 동안 김 씨는 휴대전화로 '고향세(稅)'에 대해 검색했다. 연말이 가기 전, 내년에 낼 세금을 한 푼이라도 줄이고 싶었던 김 씨는 고향인 광역광주도 목포구에 10만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광역서울도 대신 타지방에 고향세를 납부하면 10만 원 한도 내에서 내야 할 주민세와 소득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 연말 회사 송년회가 있는 이 날, 김 씨는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다 택시를 이용해 귀가할 예정이다. 예전 같으면 GTX 막차 시간에 맞춰 눈치껏 회식 자리를 벗어났겠지만, 경기도와 서울시가 광역도로 통합된 뒤 시외할증요금이 폐지되면서 요금 부담이 줄었다. 이윽고 '광역서울도 송파구청 역'에 하차한 김 씨는 역명이 여전히 낯설다는 생각을 하며 회사로 걸음을 옮겼다.위 사례는 현재까지 상상에 불가하지만 서울, 경기, 인천을 합치는 광역서울도가 출범하면 현실이 될 장면이다. 경기도민과 인천시민이 광역서울도민이 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광역서울도, 南柯之夢(헛된 꿈을 이르는 말)?= 현역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사면초가다. 적폐와 거리를 두겠다며 창당에 참여했던 소속 바른정당은 공중분해를 앞두고 있고, 내년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군에게 큰 격차로 뒤처진 상황이다. 5선 국회의원과 도백(道伯)이란 화려한 경력을 뒤로하고 정치 낭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위기의 남 지사는 돌연 '경기도를 포기'하고, 서울시와 합쳐 '광역서울도'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세간의 평가는 처참했다. 도청 직원들까지 "경기도는 남 지사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한경대 행정학과 이원희 교수는 "어리석은 구상이다. 실현 가능성을 차치하고 지방분권에도 역행하는 처사"라고 평했다.남 지사는 돌발 발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여러 연령층, 다양한 도민들을 대상으로 FGI(포커스그룹인터뷰·표본 면접 조사)를 해보니 처음에는 의구심을 가졌던 사람들이 그 효과와 영향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차츰 찬성 의견으로 돌아섰다"면서 "앞으로 도 전역을 순회하며 광역서울도 구상을 도민에게 직접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 지사의 구상대로라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그의 대표공약 중 하나는 바로 이 광역서울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메가시티(mega city), 세계는 지금= 중국의 베이징권과 일본의 도쿄권, 미국의 대도시권 등 세계 각지의 메가시티(mega city)와 경쟁하기 위해선 수도권을 통합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게 광역서울도 구상의 근거다. 일본은 지난 2014년 7월 도쿄권·나고야권·오사카권을 리니어 중앙 신칸센으로 연결해 슈퍼메가리전(Super Mega Region)을 만들겠다는 '국토그랜드비전 2050' 계획을 발표했다. 각각 국제적 기능, 첨단 제조업, 문화·역사·상업의 중심지인 3대 도시권을 연결해 그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중국 지도자인 시진핑 주석 역시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성을 연결하는 징진지(京津冀)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세 지역의 인구만 1억 명 이상으로 수도 베이징은 정치, 문화, 국제교류의 중심지로 육성하되 톈진과 허베이성은 제조업과 상업·무역 위주로 발전시키고 있다.미국의 'America 2050'도 있다. 미국은 오는 2050년 전세계적으로 10개의 메가리전(Mega-Region)이 출현할 것으로 분석하고, 초고속철도를 이용해 Cascadia(시애틀-포클랜드-밴쿠버-브리티시 콜롬비아)·Northern California·Texas Triangle 등 인접 지역을 묶어 개발하는 계획을 추진한다.■ 지자체 통합이란 오래된 미래= 국내에서도 과거 도시를 통합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경기도 남부 지역에선 수원·화성·오산, 동부권에선 성남·하남·광주, 북부에선 의정부·양주·동두천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하지만 이해득실에 따라 입장이 엇갈렸고, 통합 대상 일부 시군의 반대로 경기도 내에서 시군 통합은 성사되지 않았다. 광역서울도 찬성론자들은 시군 단위의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거론하며, 광역도라는 큰 단위의 통합이 선행되면 시군을 재편하는 작은 단위의 통합을 손쉽게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광역서울도는 해묵은 문제이자 경기도의 숙원인 '수도권 규제 완화'를 성사시킬 수 있는 묘책이기도 하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 정책통이었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저서 '경제철학의 전환'에서 "수도권은 경쟁관계에 있는 해외 대도시권을, 비수도권은 경제력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을 각각의 경쟁 상대로 설정하고 있다"면서 "비수도권->수도권->해외 경쟁 대도시권으로 이어지는 비대칭 구조가 수도권 규제의 효과와 부작용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변 전 실장은 "균형발전이 실현 가능한 정책적 목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균형발전'이란 미명으로 수도권 규제를 지속하는데 대해 회의감을 표하고, 규제를 완화하되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나눠야 한다고 설명한다.바로 이 부분이 남 지사의 광역서울도 구상과 변 전 실장의 주장이 만나는 지점이다.■ 광역도, 무엇이 어떻게 변하나= 광역서울도는 일종의 발전론이다. 광역도의 핵심축은 국제 경쟁력과 이익 공유를 통한 동반성장인데, 남 지사는 서울·경기·인천의 통합과 함께 고향세와 국가공동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경기도는 토착민보다는 산업화시대 이촌향도(離村向都)를 통해 외부에서 유입된 인구가 많다. 고향세는 이에 착안해 고향에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그 중 일부를 거주지에 내야 할 세금 일부로 공제해주는 방식이다. 세수가 부족한 수도권 외 지역에서 재정을 보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국가공동세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특정 세목을 지정해 공동으로 걷고 나눠 쓰는 제도다. 이 방식을 도입하면 지역 별 세수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 지사는 더 나아가 광역서울도를 통해 얻게 될 이익을 지자체와 주민에게 직접 나눠주는 형태까지 거론하고 있다.특히 주민들에겐 진보 진영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 방식으로 광역서울도 통합의 이익을 나눠주겠다고 발언하고 나섰다.광역서울도가 출범하면 광역지방정부의 역할은 이해관계 조정 정도로 축소되고 기초지방정부의 권한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 지사는 "해외에 나가면 수원에 산다. 서울에 산다고 얘기하지 '경기도에 산다'고 말하지 않는다. 지역민의 아이덴티티(정체성)는 바로 도시"라면서 "광역서울도의 권한은 줄이고 시장·군수의 자치권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광역도 통합 실현 가능성은= 남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핵심 어젠다는 '광역도 통합'이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미 부산에서 광역도 구상에 찬성한다는 입장이 나왔고, 광주광역시와 전남·대구광역시와 경북의 바닥 민심에서도 "뭉쳐야 산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는 분석이다.광역도가 실현되기 위해선 통합 대상인 지자체의 당선자들이 이 같은 구상에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통합 방식은 지난 2012년 통합한 청주·청원시의 사례처럼 주민투표를 하거나 마산·진해·창원시 통합과 마찬가지로 지방의회의 의결을 통한 통합 모두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법적, 절차적 문제보다 큰 문제는 광역서울도 자체의 내부 논리다. 남 지사가 역설한 고향세와 공동세는 이미 문재인 정부의 과제 중 하나로 도입이 추진 중이고, 수도권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광역서울도를 출범시키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큰 꼴'이라고 보는 회의적 시각이 다수다.무엇보다 1천200만 경기도민에게 "왜 경기도와 서울, 나아가 인천까지 합쳐야 하는가"를 명확히 설명해 내는 것이 과제다. "경기도를 포기하겠습니다"라는 구상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태풍으로 부상할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지 지켜볼 일이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2017-12-21 신지영

[이슈&스토리]지친 현대인에 묘약이 되는 '무대'

치매환자 가족이야기 '사랑해요, 당신' 의학 자문 받아 완성도 흥행 행진 인천시교향악단 매년 '아이사랑 음악회' 세심한 선곡·지휘자 해설 곁들여타지역 시각장애인 합류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 단독 공연 갈채 받아감동과 즐거움을 줘 인간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것은 예술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다. 감동과 즐거움을 주는 수단이라는 인식을 뛰어넘어 예술로 사회를 치유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주변에 많아지고 있다.연극이나 음악 등의 예술 장르가 현대인의 심리적 불안이나 현대 사회를 치유하는 치료 약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연극올해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711만명 가운데 10%가 넘는 72만명이 치매 환자라고 한다.노인 10명 가운데 1명 꼴로 치매를 겪고 있을 만큼 이 질환은 누구나 어느 날 갑자기 겪을 수 있는 흔한 질병이 된 것이다.연극 '사랑해요, 당신'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질병이 된 치매로 고통받는 환자와 환자 가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작품이다.인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오는 22~24일 공연을 앞두고 있는데, 치매 환자와 가족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관객에게는 행복과 사랑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할 작품이다.서울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전체 56회 공연 중 40회 가까이 전석 매진되는 등 중·장년층 관객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아내이자 엄마로 40년 넘게 살아온 한 여성에게 치매 증상이 찾아오며 변화를 겪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의 이야기로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최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부부가 직접 연극을 관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연극을 제작한 극단 사조의 유승봉 대표는 "치매 가정의 어려움이 단순한 통계와 글이 아닌, 연극이란 무대언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코자 기획한 작품"이라며 "치매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이바지 하는 공연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도 담겼다"고 했다. 이 작품은 기획 단계부터 치매 질환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 가천대 길병원 김우경·이현·최수정 교수 등이 자문에 참여했다.연극에서 치매라는 질병과 치매 환자가 의학적으로 최대한 명확하게 서술될 수 있도록 했다. 또 치매 환자 가족 내에서 발생 가능한 상황에 중점을 두고 의학적 자문이 이뤄졌다.물론, 극적 재미를 위해 너무 의학적으로 접근해 다소 딱딱하게 전달 될 수 있는 부분은 배제하도록 노력하며 균형을 맞췄다고 한다.이번 작품이 치매 환자와 환자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최수정 교수는 "이 연극을 통해 환자와 환자 가족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준 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개개인이 치매라는 질병은 우리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미리 알고 조금이라도 준비를 일찍 시작한다면 그로 인한 고통스러운 부분이 조금이나마 완화될 수 있을거라는 바람이 연극에 담겼다"고 설명했다.이현 교수는 "연극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치매라는 질병은 특히 현대 가족구성 형태에서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고 있어 국가가 이를 책임지려 나선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노인의료·복지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전문가집단의 이야기와 경험을 듣고 더 튼튼한 정책 시스템을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고 했다.# 산모를 위한 음악회출산을 앞둔 산모와 태아의 심리적 안정에는 클래식 음악이 제격이다. 인천시와 인천시립교향악단, 인구보건복지협회는 매년 1차례, 벌써 3회째 '아이사랑 태교음악회'를 열고 있다.저 출산 시대에 출산 장려정책의 일환으로 기획된 음악회로 무엇보다 산모와 그 가족들에게 아름답고 편안한 클래식 음악을 선사하여 '힐링'의 시간을 주고자 한다는 것이 중요한 취지다.산모와 아이가 들어도 좋을 편안하고 안정적인 곡 위주로 선곡이 된다.지난 10월 27일 열린 3회 음악회에서는 로시니의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서곡과 하이든 '교향곡 제101번' 시계 중 제2악장 등이 연주됐다.또 인천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태선이가 인천시립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춰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제1악장을 연주했고, 소프라노 최정원은 차분하고 따뜻한 음성으로 '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를 들려줬다. 이경구 인천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가 지휘에 해설까지 곁들였다.음악 뿐 아니라 대학병원 전문의가 나와 출산관련 강의를 들려주며 산모 뿐 아니라 가족이 새로 태어날 아이와 만날 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도 들려줬다.인천시립교향악단 관계자는 "템포가 일정해 급변하지 않고 선율이 아름다운 주로 고전시대의 음악을 위주로 선곡이 이뤄졌다"며 "산모와 태아의 심리적 안정을 주는 데 도움이 될 곡들로 충분한 힐링의 시간을 가지시라는 바람을 담았다"고 했다. 산모를 위한 정통 클래식 공연이다 보니 관객 반응도 무척 좋다고 한다.인구보건복지협회 인천지회 김성식 담당은 "실력을 인정 받는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로 진행되는 행사여서 대외적으로 손색없는 퀄리티를 자랑하는 공연이다 보니 관객들이 매우 만족스러워 한다"며 "인천의 특별한 행사로 매년 개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장애인을 위한 음악활동앞을 볼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 음악은 좋은 치료제가 된다.인천에 있는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 학생들은 클래식 악기를 연주하며 세상과 당당히 소통한다.혜광학교에는 재학생을 주축으로한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가 있어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혜광학교 오케스트라는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 재학생을 주축으로 지난 2011년 창단했다. 그동안 6차례의 정기공연과 크고 작은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했고, 지난 1월에는 재학생·동문·시각장애 교사·타 지역 시각장애인 등으로 문을 넓힌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로 이름을 바꿔 재탄생했다.지난 4월에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단독 공연을 개최할 정도로 대외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이 오케스트라의 특징은 학생들이 악보도 지휘자도 볼 수 없는 힘든 여건을 극복하고 멋진 음악을 선보인다는 것이다.악보도 지휘자도 볼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악보를 통째로 외워야 하고, 귀에 이어마이크를 꽂고 지휘자의 지시를 들으며 연주한다.권성진 인천혜광학교 교사는 "오케스트라활동이 학생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는 것은 물론, 적응력을 높이는 데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오케스트라가 운영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는 주변 많은 분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연극 '사랑해요, 당신'의 한 장면으로 배우 이순재·정영숙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이 작품은 오는 22~24일 인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컬처마인·인천시·인천혜광학교 제공지난 10월 27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펼쳐진 아이사랑 태교음악회 공연장면. /컬처마인·인천시·인천혜광학교 제공시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 학생과 동문 등이 주축으로 결성된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음악으로 세상과 당당히 소통한다. 지난 4월 20일 제37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장애인의날 기념음악회에서 학생들이 연주에 몰두하고 있다. /컬처마인·인천시·인천혜광학교 제공지난달 28일 인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공연한 혜광브라인드 오케스트라 타악 앙상블의 모습. /컬처마인·인천시·인천혜광학교 제공

2017-12-14 김성호

[이슈&스토리]'국민취미' 된 낚시, 안전 '비상'

올 처음 등산 제치고 취미활동 1순위 올라승부욕·힐링 '매력' 작년 동호인 767만명도시어부등 미디어 영향 젊은층 인기몰이'대중화' 반면 안전제도·의식 제자리걸음영흥도 앞바다 낚싯배 전복 전형적 '인재'구명조끼 미착용·정원초과·음주 ‘불법행위’2년새 7.6배 ‘급증’… 사고도 2.4배 늘어나‘명당’ 선점경쟁 이른 새벽 출항·과속 운항10t안되는 배 선원 1명 손님 20여명 태워정부 규제안 마련불구 선주·업계 ‘눈치’만올해 처음 등산 인구와 낚시 인구의 수치가 뒤바뀌었다. 중장년 남성들의 전유물로 취급됐던 낚시가 부동의 1위 등산을 제치고 남녀노소 모두 즐기는 '국민 취미'로 등극했다. 6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국의 낚시 인구수는 지난해 기준 767만명으로 추산된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0만명 늘어나, 성인 5명 중 1명이 낚시를 경험했거나 즐기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바다낚시 어선 이용객 수도 전년대비 16% 증가한 약 343만명으로, 처음 300만명을 돌파했다. 그간 국민 취미로 불렸던 등산이 급격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역전현상은 등산 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원인으로 꼽힌다.지난 10월 발표된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와 컨슈머인사이트 소비자동향연구소의 여행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월까지 취미활동 계획으로 응답자의 51%가 등산을 꼽았으나 올해 2/4분기에는 34%로 급감했고, 이어 3/4분기에는 31%로 더 떨어졌다. 가장 인기가 높았던 취미활동이 2년이 채 안 된 시점에 무려 20%P 하락한 것이다.반면 만년 2위였던 낚시는 올해 2/4분기에 4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처음으로 등산을 앞질렀고, 3/4분기에는 그 차이를 9%P 더 벌렸다. 전문가들은 건강 및 친목 도모 등으로 산을 찾았던 사람들이 등산에 무료함을 느끼다가 활동적인 취미를 찾는 와중에 낚시에 매력을 느껴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낚시는 가족이나 커플, 친구 등 함께 즐기면서 경쟁을 통해 승부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스포츠적 요소가 다분히 섞여 있다. 또 혼자 낚시 할 때에는 명상과 사색을 하면서 '힐링'도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특히 젊은 층들이 유입속도가 빠른데, 미디어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정글의 법칙'이나 '삼시세끼' 등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낚시를 통해 직접 식재료를 구하고 잡은 물고기로 음식으로 해 먹는 등의 낚시 특유 매력을 부각, 초보자들과 젊은 층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것. 최근에는 '도시어부', '성난 물고기' 등 본격 낚시 프로그램도 등장해 낚시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컨슈머인사이트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국은 낚시가 TV 등 대중 매체에 자주 등장하며 30·40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며 "미국은 전 인구의 20%인 6천만명이, 일본은 6%인 600만명이 낚시를 즐기는 등 해외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취미"라고 말했다.■구멍 뚫린 낚싯배 규정, 부재한 안전의식낚시는 '국민 취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반해 이에 걸맞은 안전제도와 수칙, 안전문화와 안전의식은 '제자리걸음'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 3일 인천 영흥도 앞바다는 수십명의 생명을 앗아갔는데, 태풍과 폭풍 등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22명을 태운 9.77t의 낚싯배가 덩치가 30배나 큰 급유선에 들이받혀 전복되면서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에서 비롯됐다. 6일 해양수산부 및 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낚싯배의 불법행위 적발 건수는 853건으로 지난 2014년(112건)보다 7.6배 급증했다. 불법 유형의 상당수가 구명조끼 미착용(178건), 금지구역 운항(115건), 입출항 미신고(63건), 정원초과(40건) 등으로 지킬 수 있는 수칙들이다.이 같은 불법 행위는 바로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인데, 실제 2014년 86건이었던 낚싯배 사고는 지난해 208건으로 2.4배 증가했다. 하지만 낚싯배는 대부분 소형이고 어업인들의 생계와 연관돼 있다 보니 관련 규정은 느슨하다. 85%를 차지하는 10t 미만의 낚싯배는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낚시업이 가능하고, 선원 승무 기준도 1명이다. 최대 22명의 승원이 가능해 수십명의 손님을 1명의 선원이 상대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해수부는 지난 3월 3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낚싯배에 대한 안전·규제방안 용역을 마련해놓고도 선주·업계의 반발을 우려해 눈치를 보느라 정책에 반영시키지 못하고 있다.낚시꾼들의 안전의식 부재도 문제로 지적된다. 선상에서 음주 낚시를 즐기는 것을 당연지사로 여겨, 선주와 선원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 생명줄인 구명조끼도 불편하고, 젖어있어 더럽다는 이유로 착용을 거부하는 경우도 일쑤다. 또 접근 금지 구역에서 낚시를 벌이는가 하면, 쓰레기 무단 투기도 비일비재하다.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은 낚시꾼이 연간 5만t의 쓰레기를 버리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명당찾기 경쟁, 도사린 사고유발 가능성시화방조제에서 낚싯배를 운영하는 선주 김모(53)씨는 엔진의 최대 출력을 동원해 과속 운항을 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속칭 '명당'을 놓치기 때문에 가장 빠른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과속 운항이 위험한 것은 알지만, 명당을 찾지 못하면 손님들의 불만이 커지고 바로 소문이 나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김씨는 "고기를 잡지 못하면 손님들이 돈을 돌려 달라고 항의하기도 한다"며 "명당을 많이 알고 선점해야 생업을 이어 갈 수 있는 게 바로 이 업계"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낚싯배는 캄캄한 새벽에 일찍 출항해 오후 다시 귀항하는 당일치기이고, 치열한 명당 선점 경쟁에 어선이 낼 수 있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운항되는 실정이다.하지만 무역항에서만 시속 5~20노트 속력 제한 규제가 있을 뿐, 실제 사고가 발생한 영흥도 인근 해역을 비롯해 소형 항구에는 속력 제한이 없다. 지역 해경이 자체 판단에 따라 저속 운항을 유도하는 계도 활동만 있고, 어선 엔진의 불법 개조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선주들의 경우 자신만의 명당을 숨기고 단골을 만들기 위해 승객들이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곳으로 가자고 하면 위성항법장치(GPS)를 끄고 먼 바다로 나가기도 한다.또 궂은 날씨에도 예약된 일정은 반드시 소화해야 한다. 현지 사정으로 운항이 취소되면 허탕을 치게 되고 멀리서 온 손님들에 대해서는 교통비까지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자동차와 달리 브레이크가 없어 과속 운항에 따른 접촉 사고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생업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인 만큼 안전에 대해서는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경 관계자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일정 규모 이상의 낚시어선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고, 일제 점검 및 안전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준성·윤설아기자 yayajoon@kyeongin.com인천 팔미도 앞 어선에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채 낚시를 하고 있는 낚시꾼들과 지난 3일께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된 낚싯배에 타고 있던 실종자들을 수색하고 있는 해경 대원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연합뉴스

2017-12-07 황준성·윤설아

[이슈&스토리]인천 곳곳에 부는 '인문학 바람'

경인교대 기전문화硏 인문도시사업단, 12개 주제 '달빛강좌''부평 산곡동 영단주택 건축학적 조명' 등 지역 주민들 호응화도진도서관도 '인천' 중심 이야기 풀어가는 시민강좌 선봬골목에 퍼진 인문학, 지역 정체성 확립·공동체 활성화 기여인천 곳곳에서 '인천'을 소재로 한 강좌가 마련돼 주민 호응을 얻고 있다. 동네에 확산하는 '인문학 바람'은 지역 정체성 확립, 관광 콘텐츠 개발, 지역 고유 역사·문화 자산 활용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긍정적이다.29일 오후 7시 30분께 인천시 부평구평생학습관. 30여 명이 강의실에 앉아 일본인 교수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날 '인문 시민을 위한 달빛 강좌' 4번째 강의를 듣기 위해 찾아온 이들이다. 이날 강의 주제는 '부평 산곡동 영단주택의 건축학적 조명'. 도미이 마사노리가 한양대 건축학과 객원교수가 강연자로 나섰다.영단주택은 일본에서 서민계급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급되기 시작한 주택유형이지만, 일제강점기엔 전시체제에서 일제가 조선의 병참기지화를 위해 건설한 군수산업체에 근무하는 노동자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부평 산곡동에는 약 700호의 영단주택이 건설됐으며, 아직 일부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도미이 마사노리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부평 산곡동 영단주택의 건설과정과 현황을 중심으로 부평 지역의 일제 강점기 건축물에 대해 설명했다.도미이 마사노리 교수는 "한국의 영단주택은 일본에 있는 건축물과는 그 형식이 다르다. 이는 일본에서 공부한 한국인이 설계와 감리를 맡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영단주택과 비슷한 용도의 건축물은 1940년대에 일본과 중국, 대만 등에도 지어졌지만,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온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했다.이날 강연 중간에도 질의가 이어지는 등 수강생들은 도미이 교수의 강연 내용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이날 강좌에 참석한 민경선(69)씨는 "산곡동 영단주택에서 35년간 살았지만, 그동안 조병창 근로자들을 위한 숙소로만 알고 있었는데 한국인이 설계했다는 사실은 오늘 처음 알게 됐다"며 "지역의 역사인 만큼 전부는 아니더라도 건축학적으로 의미가 있다면 일부는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번 강좌는 경인교대 기전문화연구소 인문도시사업단이 기획한 12개 주제 달빛강좌의 일환이다. 달빛강좌는 지난 9월부터 내년 6월까지 진행되며 인천시민을 대상으로 근대이행기의 부평지역을 대상으로 한 지리, 역사, 생태, 건축, 문학 등 인문학 분야의 다양한 강좌를 마련했다. 기전문화연구소 전종한 소장은 "행복, 정의, 소유 등 기존의 인문학에서 다루는 소재들에 대해서 시민들은 좋은 이야기이지만 추상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시민들의 삶에 더 다가가기 위해 지역의 인문학적 자산을 활용하는 강연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을 소재로 한 강좌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직접 역사·문화 자산을 발굴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고, 지역 관련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인천화도진도서관은 '인천학 강좌'를 매년 열고 있다. 화도진도서관은 향토자료 특성화 도서관으로 지정돼 있고, 개항시기 관련 자료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화도진도서관은 올해 지역 역사와 관련한 자료를 시민들과 나누기 위해서 '인천학 시민강좌'를 10월 16일부터 11월 20일까지 6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강좌의 주제는 '인천'을 공통점으로 다양하게 마련됐다. ▲세월을 이기는 힘, 인천의 오래된 가게 ▲은막에 새겨진 삶, 인천의 영화 ▲도시와 예술의 풍속화, 인천의 다방 ▲질주하는 인천철도의 역사 ▲흔들리는 생명의 땅, 인천의 섬 ▲야구의 시작, 인천의 야구 이야기 등이다. 또한 '한국과 중국의 가교, 인천'을 주제로 한 강연도 지난 14일부터 열고 있다. 인천대 중국학술원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 강좌는 인천의 미래비전, 경인철도와 중국철도 등 인천과 중국의 연결고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화도진도서관 박현주 독서문화과장은 "인천학 시민강좌는 인천의 과거·현재·미래를 공부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라며 "강좌 등을 통해 시민들은 인천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대해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지역 강좌가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주민들의 자부심을 높이고, 지역 공동체 활성화와 정체성 확립 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지역 강좌는 단순히 강의실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역사·문화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현장 특강'이 활발하다.화도진도서관은 지난 7월 '인천의 심장, 공장은 멈추지 않는다'를 주제로 인천지역 공단 일대를 돌아보는 답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여기에 더해 인천학시민강좌 수강생들이 모여 인천의 역사·문화 현장을 답사하고, 인천의 기록물을 연구하는 '향토역사연구모임'이 최근 결성됐다. 박현주 과장은 "'인천학'은 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수강생 모임 등이 활발해지면 이들 중에서 다른 이들에게 인천학을 전파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선순환이 지역의 역사·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역사문화 자산은 강좌뿐 아니라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인천시립극단은 인천을 소재로 한 창작극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시민공개 강좌'를 열었다. 처음 창작자를 위한 학습의 목적이었으나, 이를 시민들에게 개방해 강좌 형태로 운영한 것이다. 창작자들은 시민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창작극을 개발하고 있다. 인천시립극단은 이러한 시민공개강좌를 내년에도 열어 지역 연구자와 시민, 그리고 창작자를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으로 창작자는 시민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고, 시민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공연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경험한다. 인천시립극단 강량원 감독은 "과거엔 문화가 서울에 집중되는 경향이 컸지만, 최근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과 마을 등을 중심화하는 활동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도 인천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시민, 창작자 그리고 연구자를 연결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29일 오후 7시 30분께 인천시 부평구평생학습관에서 열린 '인문시민을 위한 달빛 강좌' 4번째 강의에서 일본인 교수인 도미이 마사노리가 한양대 건축학과 객원교수의 '부평 산곡동 영단주택의 건축학적 조명'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29일 오후 7시 30분께 인천시 부평구평생학습관에서 열린 '인문시민을 위한 달빛 강좌' 4번째 강의에서 일본인 교수인 도미이 마사노리가 한양대 건축학과 객원교수의 '부평 산곡동 영단주택의 건축학적 조명'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기전문화연구소가 인문학달빛강좌의 일환으로 부평에서 현장특강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기전문화연구소 제공화도진도서관이 10월부터 최근까지 진행한 '인천학 시민강좌'의 모습.화도진 도서관은 11월부터 인천과 중국을 소재로 한 강좌를 진행하는 등 '인천학'과 관련한 다양한 강좌를 열고 있다. /화도진도서관 제공

2017-11-30 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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