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인천 곳곳에 부는 '인문학 바람'

경인교대 기전문화硏 인문도시사업단, 12개 주제 '달빛강좌''부평 산곡동 영단주택 건축학적 조명' 등 지역 주민들 호응화도진도서관도 '인천' 중심 이야기 풀어가는 시민강좌 선봬골목에 퍼진 인문학, 지역 정체성 확립·공동체 활성화 기여인천 곳곳에서 '인천'을 소재로 한 강좌가 마련돼 주민 호응을 얻고 있다. 동네에 확산하는 '인문학 바람'은 지역 정체성 확립, 관광 콘텐츠 개발, 지역 고유 역사·문화 자산 활용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긍정적이다.29일 오후 7시 30분께 인천시 부평구평생학습관. 30여 명이 강의실에 앉아 일본인 교수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날 '인문 시민을 위한 달빛 강좌' 4번째 강의를 듣기 위해 찾아온 이들이다. 이날 강의 주제는 '부평 산곡동 영단주택의 건축학적 조명'. 도미이 마사노리가 한양대 건축학과 객원교수가 강연자로 나섰다.영단주택은 일본에서 서민계급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급되기 시작한 주택유형이지만, 일제강점기엔 전시체제에서 일제가 조선의 병참기지화를 위해 건설한 군수산업체에 근무하는 노동자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부평 산곡동에는 약 700호의 영단주택이 건설됐으며, 아직 일부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도미이 마사노리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부평 산곡동 영단주택의 건설과정과 현황을 중심으로 부평 지역의 일제 강점기 건축물에 대해 설명했다.도미이 마사노리 교수는 "한국의 영단주택은 일본에 있는 건축물과는 그 형식이 다르다. 이는 일본에서 공부한 한국인이 설계와 감리를 맡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영단주택과 비슷한 용도의 건축물은 1940년대에 일본과 중국, 대만 등에도 지어졌지만,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온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했다.이날 강연 중간에도 질의가 이어지는 등 수강생들은 도미이 교수의 강연 내용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이날 강좌에 참석한 민경선(69)씨는 "산곡동 영단주택에서 35년간 살았지만, 그동안 조병창 근로자들을 위한 숙소로만 알고 있었는데 한국인이 설계했다는 사실은 오늘 처음 알게 됐다"며 "지역의 역사인 만큼 전부는 아니더라도 건축학적으로 의미가 있다면 일부는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번 강좌는 경인교대 기전문화연구소 인문도시사업단이 기획한 12개 주제 달빛강좌의 일환이다. 달빛강좌는 지난 9월부터 내년 6월까지 진행되며 인천시민을 대상으로 근대이행기의 부평지역을 대상으로 한 지리, 역사, 생태, 건축, 문학 등 인문학 분야의 다양한 강좌를 마련했다. 기전문화연구소 전종한 소장은 "행복, 정의, 소유 등 기존의 인문학에서 다루는 소재들에 대해서 시민들은 좋은 이야기이지만 추상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시민들의 삶에 더 다가가기 위해 지역의 인문학적 자산을 활용하는 강연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을 소재로 한 강좌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직접 역사·문화 자산을 발굴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고, 지역 관련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인천화도진도서관은 '인천학 강좌'를 매년 열고 있다. 화도진도서관은 향토자료 특성화 도서관으로 지정돼 있고, 개항시기 관련 자료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화도진도서관은 올해 지역 역사와 관련한 자료를 시민들과 나누기 위해서 '인천학 시민강좌'를 10월 16일부터 11월 20일까지 6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강좌의 주제는 '인천'을 공통점으로 다양하게 마련됐다. ▲세월을 이기는 힘, 인천의 오래된 가게 ▲은막에 새겨진 삶, 인천의 영화 ▲도시와 예술의 풍속화, 인천의 다방 ▲질주하는 인천철도의 역사 ▲흔들리는 생명의 땅, 인천의 섬 ▲야구의 시작, 인천의 야구 이야기 등이다. 또한 '한국과 중국의 가교, 인천'을 주제로 한 강연도 지난 14일부터 열고 있다. 인천대 중국학술원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 강좌는 인천의 미래비전, 경인철도와 중국철도 등 인천과 중국의 연결고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화도진도서관 박현주 독서문화과장은 "인천학 시민강좌는 인천의 과거·현재·미래를 공부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라며 "강좌 등을 통해 시민들은 인천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대해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지역 강좌가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주민들의 자부심을 높이고, 지역 공동체 활성화와 정체성 확립 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지역 강좌는 단순히 강의실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역사·문화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현장 특강'이 활발하다.화도진도서관은 지난 7월 '인천의 심장, 공장은 멈추지 않는다'를 주제로 인천지역 공단 일대를 돌아보는 답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여기에 더해 인천학시민강좌 수강생들이 모여 인천의 역사·문화 현장을 답사하고, 인천의 기록물을 연구하는 '향토역사연구모임'이 최근 결성됐다. 박현주 과장은 "'인천학'은 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수강생 모임 등이 활발해지면 이들 중에서 다른 이들에게 인천학을 전파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선순환이 지역의 역사·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역사문화 자산은 강좌뿐 아니라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인천시립극단은 인천을 소재로 한 창작극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시민공개 강좌'를 열었다. 처음 창작자를 위한 학습의 목적이었으나, 이를 시민들에게 개방해 강좌 형태로 운영한 것이다. 창작자들은 시민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창작극을 개발하고 있다. 인천시립극단은 이러한 시민공개강좌를 내년에도 열어 지역 연구자와 시민, 그리고 창작자를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으로 창작자는 시민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고, 시민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공연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경험한다. 인천시립극단 강량원 감독은 "과거엔 문화가 서울에 집중되는 경향이 컸지만, 최근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과 마을 등을 중심화하는 활동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도 인천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시민, 창작자 그리고 연구자를 연결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29일 오후 7시 30분께 인천시 부평구평생학습관에서 열린 '인문시민을 위한 달빛 강좌' 4번째 강의에서 일본인 교수인 도미이 마사노리가 한양대 건축학과 객원교수의 '부평 산곡동 영단주택의 건축학적 조명'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29일 오후 7시 30분께 인천시 부평구평생학습관에서 열린 '인문시민을 위한 달빛 강좌' 4번째 강의에서 일본인 교수인 도미이 마사노리가 한양대 건축학과 객원교수의 '부평 산곡동 영단주택의 건축학적 조명'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기전문화연구소가 인문학달빛강좌의 일환으로 부평에서 현장특강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기전문화연구소 제공화도진도서관이 10월부터 최근까지 진행한 '인천학 시민강좌'의 모습.화도진 도서관은 11월부터 인천과 중국을 소재로 한 강좌를 진행하는 등 '인천학'과 관련한 다양한 강좌를 열고 있다. /화도진도서관 제공

2017-11-30 정운

[이슈&스토리]잇단 강진으로 인기에 금간 '필로티 건물'… 치명적인 하체부실

기둥으로만 이루어진 1층 구조 주차장 활용·낮은 건축비 등 이유 각광건물하중 벽과 분산 못해 지진 취약… 내진설계 의무화도 2년밖에 안돼규제 완화 앞장서 온 경기도, 공공주택 상당수 필로티 채택 '논란' 일어국토부 1차관 안전보강 방안 주문… 만만치 않은 비용마련 숙제로 남아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은 이번 포항 지진으로, 더 이상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게 증명됐다. 지진으로 인해 사상 초유의 수능연기까지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지진에 대한 불안 체감도는 더 높아졌다. 또 이로 인해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내진설계가 검색어 상위에 오르는가 하면 지방정부들도 이에 대한 정보제공에 나서기도 했다.각광받던 주택 형태에서 지진 때문에 순식간에 핍박받는 흉물로 변한 건축구조도 있다. 바로 필로티(pilotis)다. 공간활용성이 높다고 각광을 받던 설계방식이지만, 지진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단번에 미운오리 새끼가 됐다. 이에 지진에 대비해 필로티 건축을 지양하고, 현재 지어진 건축물들에 대한 안전점검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필로티는 무엇? 우후죽순 된 필로티필로티는 건물 상층을 지탱하는 독립기둥으로, 1층에 벽이 없이 기둥만 세우고 그 위에 건물을 얹는 형식이다. 건물 1층을 거의 기둥만으로 한 층이 되게 해, 그 공간을 주차장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시형 생활주택이 보급되면서, 관련 건축 설계가 급속도로 늘었다.필로티 건물은 지난 2002년 주택의 주차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1층을 기피하는 주택 수요에도 부합했다. 원룸을 중심으로 필로티 구조의 건물이 늘어났다. 1·2인 가구를 위한 도시형생활주택 보급도 이를 부추겼다. 실제 도시형 생활주택의 88%가 지진 발생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로 돼 있다는 통계도 있다.필로티 구조가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원룸 등에 많이 적용되는 이유는, 건축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다.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지역별 필로티 건축물 추정현황'에 따르면 국내 필로티 추정 건축물은 23만6천810동이다. 이 중 85%인 20만여동이 빌라 등 주거용이다. 경기 4만4천40동, 인천 1만4천동 등 수도권에만 10만여동의 필로티 건축물이 몰려 있다.임 의원은 "필로티 건축물의 내진 취약성 등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큰 만큼, 실태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필로티는 왜 지진에 취약한가?필로티 구조는 지진에 취약한 대표적인 건축 방식으로 꼽힌다. 실제 이번 포항지진에서도 주택 중 필로티 건축물의 피해가 유독 컸다. 통상 건축물의 하중은 1층이 가장 크게 받는데, 그 중량의 대부분이 기둥과 벽에 분산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필로티 구조는 벽이 없다. 4∼8개의 기둥만이 건물 하중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 이에 지진 등으로 인한 진동이 발생했을 때, 피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또 필로티 구조는 지상층에 면한 부분에 기둥과 내력벽 등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체 이외의 외벽이나 설비 등을 설치하지 않고 개방시켜 주차장 등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데, 1층 주차장 안쪽에 입구가 있는 경우가 많아 1층 화재 시 대피나 진입이 어렵고 지진 때 붕괴 위험도 일반 주택보다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3층 이상 또는 500㎡ 이상인 모든 건축물에 대해 내진 설계를 의무화했지만, 대부분의 필로티 건축이 이 시기 이전에 이뤄진 부분도 있다. 법이 소급 적용되지는 않기 때문에, 취약상태에 놓인 필로티 건축물이 다수 존재하는 상황이다.# 경기도에서 논란된 필로티'필로티 포비아'까지 제기되는 와중에 따복하우스 등 경기도가 만든 공공주택 상당수가 필로티 구조로 지어진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김지환(국·성남8) 의원이 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본설계가 완료된 따복하우스 24곳 중 절반에 달하는 11곳이 필로티 구조로 설계됐다. 기존 주택을 도가 매입해 리모델링한 후 저렴하게 임대하는 '매입임대주택' 41곳 역시 상당수가 필로티 구조로 다시 조성됐다. 김 의원은 "도가 조성한 공공주택 다수가 지진에 취약하다는 필로티 구조로 설계·조성됐는데 도에선 보완 대책조차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역시 필로티 구조를 장려해 왔다. 따복공동체 추진을 위해 아파트 필로티 공간을 북카페, 어린이 놀이 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법령 개정을 주도했던 게 경기도라는 게 도의회의 주장이다.경기도는 게다가 지난 2015년에는 원룸형 주택의 필로티 주차장도 다른 도시형 주택과 마찬가지로 층수에서 제외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를 정부에 전달한 적도 있다. 필로티를 활용한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해당 필로티 구조를 규제개선 차원에서, 장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당시 이병길 도 규제개혁위 공동위원장 등 위원들은 "1인 가구가 30%에 육박하는 현 시대에 맞지 않는 정책으로 공급이 늘어나고 있지만 주차장 등 기반공간 확보가 용이하지 않아 생활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면서 "단지형 연립주택이나 다세대 주택과 마찬가지로 필로티 주차장을 층수에서 제외하는 인센티브를 주고 주차장 설치를 유도하자"고 건의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물론 필로티 구조에 대한 위험성이 알려지기 전의 이야기다.# 필로티 구조 대책은 무엇인가?손병석 국토교통부 1차관은 최근 필로티 건축물의 안전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손 차관은 "이번 지진으로 필로티 건축물에 대해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기존 필로티 건축물에 대한 내진 보강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현재 필로티 기둥에 대해 강한 내력을 확보하게 하는 건축 기준은 있지만 필로티 구조 자체에 대해 별도로 내진 설계를 강화하게 하는 규제는 없다.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필로티 건축물에 대한 구조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조검증을 통해 안전 유무를 확인하고,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건물에 대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다.기존에 만들어진 필로티 건물도 내진 보강작업은 가능하다. 단 만만치 않은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는 게 숙제다. /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포항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축구조는 필로티다. 필로티 구조 건물 1층은 기둥이 뼈대만 드러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연합뉴스포항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축구조는 필로티다. 필로티 구조 건물 1층은 기둥이 뼈대만 드러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연합뉴스포항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축구조는 필로티다. 필로티 구조 건물 1층은 기둥이 뼈대만 드러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연합뉴스포항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축구조는 필로티다. 필로티 구조 건물 1층은 기둥이 뼈대만 드러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연합뉴스

2017-11-23 김태성

[이슈&스토리]세계 최고 명장 꿈꾸는 인천지역 젊은 기술자들

인천기계공고 영재반 80명 기능올림픽 준비에 피와 땀주영환군 수업후 밤늦게까지 철근구조물 '불꽃튀는 연습'에몬스가구 2인방 올해대회 목공·실내장식 직종 '금메달'"반대하던 부모님도 지금은 지지" "완성할수록 만족감"현실은 기술직 편견·일자리 미스매치… 우대정책 필요10월 14일부터 19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44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우리나라는 2위를 차지했다. 중국에 처음으로 우승을 빼앗겨 우리나라의 6연패가 좌절됐다. 한국은 1977년 제23회 대회를 시작으로 종합우승을 19번이나 차지하며 국제기능올림픽 최강자의 자리를 지켜왔었다.그러나 국제기능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술자(技術者)는 '어려운 형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미래의 기술 '명장(名匠)'에 도전하는 젊은 기술인들이 있다. 이들은 국내 최고 기술자가 되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의 땀을 흘리며 노력하고 있다.지난 13일 오후 2시 30분께 인천 남구 주안동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 판금 실습실에서는 주영환(정밀기계과 2학년)군이 철판을 산소로 절단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주군은 철골구조물 직종의 기능경기대회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철골구조물 직종은 주어진 도면을 해석한 뒤 두꺼운 철판과 파이프 등을 가공해 과제물을 만드는 종목이다. 주군의 2년 선배인 조성용(21·현대중공업)씨도 아부다비 국제기능올림픽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다.주군의 목표도 국제기능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군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실습실에서 오후 10시까지 연습을 하고 집에 돌아간다.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 연습하는 일이 잦다는 게 학교 관계자 설명이다. 주군은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기술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연습을 게을리할 수 없다"며 "기능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술 명장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인천기계공고에는 주군처럼 기능올림픽 출전을 준비하는 '기능영재반' 소속 학생이 80명이나 된다. 학교 관계자는 "이들의 목표는 당연히 기능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차지하는 것이지만, 설사 대회 출전에 실패하더라도 훨씬 뛰어난 기술을 갖고 졸업하게 된다"며 "기능영재반 출신들은 여러 기업체에서 젊은 기술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인천 남동인더스파크(남동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에몬스가구는 올해 2명의 젊은 기술자가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냈다. 목공 직종에서 금메달을 딴 장재연(19) 대리는 처음 특성화고를 들어갈 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그는 "부모님은 일반계고를 졸업해 정상적으로 대학에 가기를 바라셨지만, 나는 공부에 크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기술을 배워 취업하기를 원했다"며 "아버지 몰래 학교에 입학원서를 넣었다"고 했다. 이어 "부모님에게 기술자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학교 기술영재반에 들어가 열심히 노력했다"며 "지금은 부모님도 나를 지지해주신다"고 했다.난도가 높기로 유명한 '실내장식'(목재 등을 활용해 건축물 실내와 조형물 등을 장식하는 기술) 직종에서 금메달을 따낸 조겸진(19) 대리. 그는 고등학교에서 처음 목공 기술을 배웠다. 그는 "처음에는 취업을 위해서였지만, 기술이 손에 익고 장식물을 하나씩 완성할수록 만족감을 느꼈다"며 "세계 최고의 숙련 기술인이 되자고 마음먹었고, 국가대표도 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실내장식을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조 대리는 "실내장식이라고 말하면 단순히 나무로 만든 인테리어로 보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작품에 들어가는 노력과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때가 많다"며 "실내장식 부문에 국내 최고의 명장이 되겠다"고 했다.그러나 이들의 이러한 노력에도 우리나라 기술자에 대한 편견은 여전한 것이 현실이다. 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장재연·조겸진 대리의 부모님도 처음에는 특성화고 진학에 반대했다. 인천기계공고 박근태 전문교육부장은 "중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입학설명회를 열면 가장 많이 듣는 내용이 '특성화고를 졸업하면 기술자밖에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에서 기술자 우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술자는 고생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술 인재가 절실한 중소기업은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 기술직에 대한 편견에 대학 진학을 필수로 여기는 사회 풍조까지 더해지면서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한국의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기술인에 대해 낮은 처우와 사회적 인식 탓에 고급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도 주요 문제로 지적된다.인천기계공고 김교운 교감은 "결국, 일자리의 질이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학교에서 기술을 배운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대기업 취직은 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국가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기술자를 우대하는 정책이 더 많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서정석 인천기능경기대회 기술위원장은 "기술자로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고, 훌륭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학부모에게 심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교육부 등 관계기관이 중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체험 교육 등을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지난 13일 오후 인천 남구 주안동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에서 기능올림픽 출전을 준비하는 '기능영재반' 소속 학생들이 내일을 향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실습에 열중하고 있다. 전기용접실습실에서 희망의 불꽃을 일으키며 전기용접을 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국제기능올림픽대회 목공직종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에몬스가구 장재연(왼쪽)대리와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실내장식 부문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에몬스가구 조겸진 대리.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아이클릭아트학생들이 자동차 실습실에서 자동차 정비 실습에 열중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밀링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학생의 눈빛에서 국제기능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열정이 묻어나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2017-11-16 임순석

[이슈&스토리]중등 자유학기제 '실효성'에 대하여

한 학기동안 토론등 학생 참여형 수업 개선디자인·연극·과학… 다양한 진로탐색 활동중간·기말 지필고사 없애고 관찰·수행평가내년 전면 도입 1500곳은 1년으로 기간 확대제도 도입후 2017년 사교육 참여율 감소 효과스스로 '미래 설계' 적성 찾고 끼 펼쳐 긍정적지역·학교·교사 역량따라 '질적 수준差' 지적'대입 체제는 그대로' 선행학습만 횡행 우려도교육부가 내년부터 모든 중학교에 자유학기제를 도입하는데 이어, 1천500개 학교에서는 자유학기를 1년으로 확대하는 자유학년제로 운영키로 했다. 혁신교육 정책의 일환으로 자유학기제 시행에 적극적이었던 경기도교육청은 이미 올해 도내 중학교에 자유학년제를 도입해 전면시행 중이다.자유학기 동안은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참여 위주의 수업을 받게 되며, 진로탐색 등 다양한 체험 활동에 나서게 된다. 이를 통해 학생 스스로 적성과 소질을 찾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준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금의 대입 입시경쟁 체제가 바뀌지 않는 이상 오히려 사교육 시장을 배불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자유학기 활동이 지역이나 교사 역량에 크게 좌우되고 있어 질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자유학기제란?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토론·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수업을 개선하고,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다. 크게 교과수업과 자유학기 활동으로 나눌 수 있는데, 오전에는 국어·영어·수학 등 교과수업이 이뤄진다. 수업은 토론, 실험·실습, 프로젝트 학습 등 전 과정에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평가는 지속적인 관찰평가, 형성평가, 자기성찰평가, 포트폴리오 평가, 수행평가 등을 통해 꼭 배워야 하는 내용은 반드시 학습하도록 한다.오후에는 자유학기 활동으로 주로 진로탐색 활동, 주제선택 활동, 예술·체육활동, 동아리 활동 등이 이뤄진다. 진로탐색 활동은 진로검사, 초청강연, 직업탐방, 일터체험 등 적성과 소질을 탐색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며, 주제선택은 헌법, 경제·금융, 고전 토론 등 심층적인 프로그램 운영으로 깊이 있는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활동이다. 예술·체육 활동은 연극, 뮤지컬, 오케스트라, 디자인, 축구 등 다양한 신체 및 예술 교육을 의미하며,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공통된 관심사를 기반으로 문예토론, 과학실험, 천체관측 등 다양하게 운영된다.■수업참여도 높고 만족도 좋아도교육청은 기존 한 학기 동안 운영돼 온 자유학기제에 '연계자유학기'를 추가하고 지필고사를 폐지하는 등 올해 자유학년제를 시행 중이다.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학교 사례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자유학기제 우수사례로 꼽힌 하남중학교는 양질의 수업을 위해 전문외부강사를 활용한 자유학기 활동을 기획했다. 해금반, 바둑체스반, 난타반을 개설해 학생들의 꿈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고 바둑체스반은 전국 체스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자유학기제 동안 꿈도 찾고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도 가까워졌다"며 "교과 수업도 일반적인 교과서 위주 수업이 아니라 과목과 관련된 활동을 하다 보니 더 재밌었다"고 말했다. 김유현 용인 원삼중 동아리 지도교사도 "동영상 제작 동아리를 담당하면서 학생들이 영상 제작 관련 직업을 체험하고 관련 기술을 습득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스스로 기획부터 촬영, 편집 등 과제를 수행하는 전 과정이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자유학기제를 도입한 이후 사교육을 받는 중학생이 줄어들었다는 조사도 나왔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7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의 사교육 참여율이 67.8%로, 1년 전보다 1%p 감소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생의 80%, 중학생의 63.8%, 고등학생의 52.4%가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1년 전과 비교할 경우 고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2.3%p 증가했고 초등학생은 0.8%p 늘었지만, 중학교 사교육 참여율은 같은 기간 무려 5.5%p나 감소했다. 윤옥연 통계청 사회통계기획과장은 "중학교에 자유학기제가 도입되면서 사교육 참여율이 많이 감소했다"고 말했다.■안착하려면중간·기말고사 등 지필평가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을 하도록 돕는 자유학기제 취지에는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모든 학교에서 양질의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일부 의문도 제기된다. 자유학기 활동 등은 지역이나 학교, 교사 개인의 역량에 따라 프로그램의 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섣부른 전면시행이 일부 학교에서의 부실 운영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이 때문이다. 자유학기제를 담당했던 한 교사는 "대학이나 중소기업청 등과 연계한 프로그램의 경우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았지만, 그 이외의 체험 장소를 섭외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학생들이 원하는 직업분야는 다양한 반면, 각종 업무 부담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그만큼의 진로체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역량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한 학부모는 "자유학기제의 수행평가가 지필평가보다 더 부담"이라며 "관심 없는 아이들은 손 놓고, 평가를 잘 받고 싶은 학생만 고생해서 준비하는데 무슨 잣대로 점수를 매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현재의 대학입시 위주 교육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자유학기제 기간에도 선행학습이 횡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내신 부담 없이 이 기간 사교육을 보충하려는 학부모들로 인해 학생들의 공부량이 늘어나면, 자유학기제의 취지는 흐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 실제로 도교육청 자유게시판에는 이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 한 학부모는 "주요 교과과목의 경우 진도도 제대로 안 나간다"며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1년으로 확대되면 더 심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이와 관련 교육부는 "행정기관, 대학 등과 협력을 강화해 양질의 체험처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며 "자유학기나 자유학년을 이용해 학부모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학원 등은 집중 모니터링해 교육청 등과 합동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선미·박연신기자 ssunmi@kyeongin.com중학교 자유학기제 진로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마술사 공연 등 다양한 직업 체험을 하고 있다. /경인일보DB·연합뉴스중학교 자유학기제 진로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자동차 디자이너 직업 체험을 하고 있다. /경인일보DB·연합뉴스자료/교육부중학교 자유학기제 진로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영화필름 보수 업무 직업 체험을 하고 있다. /경인일보DB·연합뉴스

2017-11-09 신선미·박연신

[이슈&스토리]책과 함께하는 하룻밤의 여유 '강화도 북스테이'

줄어드는 독서량과 반대로 사람들 책에 대한 욕구 높아져독서공간 넘어 책에만 집중하는 북스테이 프로그램 각광그림책 전문 '바람숲 도서관'·시골집 책방 '국자와 주걱'하루 1팀씩 접수 운영… 작은공간이지만 여유·정취 만끽전국 각지 단골손님은 물론 외국인 방문객도 발길 잇따라책이 사람들과 멀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전국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성인의 연평균 독서율은 65.3%다. 1년 동안에 1권의 책도 읽지 않은 사람이 10명 중 3명이 넘는 것이다. 2년 전인 2013년과 비교하면 6.1%p 감소했다. 책 읽는 시간도 줄고 있다. 성인은 평일은 하루 평균 22.8분, 주말엔 25.3분간 책을 읽을 뿐이다. 이러한 통계와는 달리 책에 대한 욕구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바라는 사람들의 바람은 커지고 있다. 이를 반영해 대형 서점은 서가 사이에, 고객이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상'을 설치하는 분위기다. 테이블이 설치되자 서점에서는 책을 읽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많은 이들이 책을 읽으러 서점으로 향한다. 더 나아가 책을 '온전히' 경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북스테이'(Book Stay)는 이러한 사람들의 바람으로 생겨났다. 집에서 멀더라도 편하게 책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이다. 인천 강화에 북스테이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북스테이는 책을 읽으며 1박 2일을 보내는 프로그램이다. 책이 가득하고, 집중할 수있는 공간에서 종일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는 것이다. 북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강화도의 서점과 도서관에서는 새들의 울음,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가 책 읽는 이들 곁에 있다. 도심의 소음이 스며들 틈이 없다. 고즈넉한 풍광 역시 '온전한 책 읽기'의 동반자다. 일요일인 지난달 27일 강화도 '바람숲 그림책 도서관'과 '국자와 주걱'을 찾았다.# 그림책 가득한 힐링 공간27일 오전 11시께 이화윤(31·여)씨가 4살, 2살인 두 아들과 함께 '바람숲 그림책 도서관'을 찾았다.김포에 사는 이 씨는 지인의 추천으로 이날 이곳에 처음 왔다. 이 씨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보려고 왔는데, 아이들이 무척 좋아 한다"며 "도시에서는 아이들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는데, 이곳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도 많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 좋다"고 했다.개관한 지 4년째인 이 도서관에 매달 오는 단골도 있다. 이날 만난 신루시(36·여)씨는 개관 즈음부터 매달 1~2차례 이상 도서관을 이용했다고 했다. 이날도 딸(3)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찾았다. 집은 경기도 군포이지만 매달 이 곳에 오면서 자신도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고 했다. 자주 오다 보니 딸 아이의 돌잔치를 이 곳에서 하기도 했다. 신 씨는 "아이가 아직 어리지만, 도서관에 오는 것을 좋아한다"며 "저도 이곳에 자주 오면서 책을 더 가까이하게 됐다"고 말했다.'바람숲그림책도서관'은 2014년도에 개관한 국내 최초의 '그림책 전문 도서관'이다. 이용자들은 이곳에 있는 6천여권의 그림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 도서관 앞마당에 있는 해먹을 타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그림책은 흔히 '아이들'을 위한 책으로만 인식하는 사람이 많지만, 최지혜 관장은 "어른들을 위한 책이지만 아이들'도'보는 책이 그림책"이라고 설명했다. 이 도서관은 최지혜 관장이 사재를 들여 마련한 개인도서관으로, 후원 등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이 도서관에는 최지혜 관장의 책에 대한 철학이 녹아들어 있다. 그중 하나가 대출이다. 바람숲그림책 도서관은 다른 공공도서관과 달리 책을 대출해주지는 않고 있다. 책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에서 책을 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최 관장은 "이곳은 책을 읽기에 너무나 좋은 공간이다. 바깥으로는 논이 펼쳐져 있고, 도시의 소음 대신 낙엽소리와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며 "집에서보다는 이러한 공간에서 책을 보면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도서관 이용은 무료이며, 예약제다. 공간이 크지 않은 탓에 이용자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책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는 북스테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도서관 2층이 북스테이 이용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북스테이는 하루에 1팀만 이용할 수 있다. 1명이 오기도 하고 친구, 가족 단위로 찾기도 한다. 공간이 작기도 하지만, 여러 팀이 함께 지낼 경우 책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최지혜 관장은 "도서관은 책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책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북스테이 이외에도 책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골의 여유와 정취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을 따라서 가다 보면 다른 시골집 사이에 작은 간판이 있다. '국자와 주걱'. '이런 곳에도 서점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서점으로 들어서면 벽면은 책으로 가득하고 도서관의 의자가 아닌 방석과 낮은 테이블이 놓여 있다. 한쪽에서는 고양이 '요리'가 방석에서 자고 있었다. 이 고양이는 서점 이용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고 한다. 서점 창밖으로 줄지어 있는 항아리를 볼 수 있다. 전형적인 시골집의 모습이다.'국자와 주걱'은 시골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가정집 모습이다. 김현숙 대표는 10여 년 전 시골이 좋아 강화도에 왔고, 책이 좋아 3년 전 집을 서점으로 꾸몄다.국자와 주걱은 서점이지만 책만 파는 곳이 아니다. 책과 더불어 다른 것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김현숙 대표의 설명이다.김현숙 대표는 "지나가다 들르는 곳이 아닌, 책을 사고 책을 읽기 위해 찾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길이 좁고 불편해도 사람들이 책을 읽는 공간을 찾아서 오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조금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도시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여유와 정취를 경험할 수 있다"고 했다. 사람들은 시골 책방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이곳을 찾아 책을 고르고 구입한다. 또한, 북스테이를 신청해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국자와 주걱에서는 하룻밤을 보내는 북스테이는 하루 1팀만 신청을 받고 있다. 제주도와 전라도, 경상도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외국에서 와 '국자와 주걱'의 북스테이를 체험하기도 한다.김현숙 대표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북스테이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이 편하게 책과 함께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다양한 분들이 오시고, 산책을 하시거나 저와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또 책을 읽으면서 하루를 보낸다"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인천시 강화군 불은면 '바람숲 그림책 도서관'을 찾은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그림책을 살펴보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바람숲 그림책 도서관에 진열된 그림책 모습.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바람숲 그림책 도서관 2층 모습.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인천시 강화군 양도면에 위치한 '국자와 주걱'은 시골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가정집 모습을 지니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국자와 주걱 내부 모습.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17-11-02 정운

[이슈&스토리]현실이 된 금리 상승, 짐으로 돌아온 가계부채

주요국 금리 인상, 한국도 큰 압박업계, 빠르면 내달 30일 인상 전망소득비해 빚 많은 서민들이 큰 타격新DTI 등 다주택자 대출 규제 집중부동산, 당분간 숨고르기 들어갈듯돈을 빌린 사람들에게는 '행복한 시간'이었던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다. '언젠가는 터질 폭탄'이라고 걱정했던 금리 상승이 현실이 됐다. 그동안 우려를 비웃으며 무섭게 늘어온 가계부채는 고스란히 짐으로 돌아왔다. 금리가 조금씩 오를수록 가계부채우리 경제를 무겁게 짓누를 참이다. 급해진 정부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놨다. 그보다 앞서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집값 잡기에 나섰다. 가계부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부터 발목을 잡기 위해서다. 이제 한국경제는 금리상승으로 촉발될 가계부채 위기를 무사히 탈출하느냐, 그렇지 못하고 주저앉느냐의 기로에 섰다. 금리와 가계부채 문제는 그렇게 우리 경제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문제로 떠올라 있는 것이다. # 금리 왜 오르나세계 경제는 그동안 기나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왔다. 각국은 불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대대적인 완화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금리를 최저 수준으로 낮추고 시중에 막대한 돈을 풀었다. 소비를 살려야 경제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세계 경제는 최근 차츰 회복세로 돌아섰다. 경기의 지표나 다름없는 세계 주식시장은 주가가 지난 1년간 35%나 뛰었다. 미국의 주식시장도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경제가 회복 신호를 보이자 경기부양을 위해 완화정책을 이어왔던 주요 국가들은 금리를 올리고 돈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완화정책을 계속 이어가면 국가 살림살이가 그만큼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는 지난 3월에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데 이어 6월에 다시 0.25%p를 올렸다. 12월에 다시 인상이 유력하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조만간 양적 완화 정책을 끝낼 것이라는 신호를 계속 밝히고 있다. 주요국이 이처럼 금리를 인상하면 우리나라 역시 금리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 회복으로 수출이 사상 최고 실적을 이어가는 등 우리나라도 경기회복 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외국과 금리역전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해 이미 기준금리 차가 없어진 상황에서, 당장 12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금리역전을 초래하게 된다. 금리역전은 자칫 대규모 해외 자본 유출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다. # 금리 언제 오르나 지난 1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기준 금리를 1.25%로 동결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일형 금통위원이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p 인상을 주장하는 의견을 내 관심이 쏠렸다. 소수의견이었지만 금리 인상 의견이 나온 것은 지난 2011년 9월 이래 6년 만이었다.금융계에서는 이것을 금리 인상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2.8%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수출 호조 속에서 소비가 회복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설비 투자도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 리스크가 확대됐지만 정부의 소비·경제활성화 정책이 민간 소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한은은 26일 3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4% 성장했다고 밝혔다. 2010년 2분기에 1.7%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7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기 회복세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물가도 목표 수준에 수렴할 것으로 확인되는 시점에 기준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한 상황에서 이같은 경제성장률 발표는 금리인상에 힘을 보태게 된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본격적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빠르면 오는 11월 30일 금통위, 늦어도 내년 1월 금통위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 서민 부담 가중금리가 인상되면 일단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대출을 받은 서민이다. 정부는 지난 24일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1천388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중 가계대출이 1천313조원으로 전체의 95%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은 744조원으로 54%를 차지했고 신용대출을 비롯한 기타대출이 569조원(41%) 규모다. 가계부채 차주를 소득·자산 등 상환 능력에 따라 4개 그룹(A,B,C,D그룹)으로 분류했을 때 정부는 상환 능력이 취약한 하위 2개 그룹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상환능력 부족에 따른 부실화가 우려되거나 상환 불능한 하위 2개 그룹은 총 32만여 가구로 부채액은 약 19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특히 C그룹은 가구당 연간 소득이 4천100만원 수준으로 A그룹(6천만원), B그룹(5천200만원)에 비해 낮은 반면, 부채 비중은 2억9천만원으로 A그룹(9천700만원), B그룹(1억6천800만원) 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A·B그룹은 담보대출 비중이 각각 83%와 81.9%로 높고 C그룹은 상대적으로 담보대출 비중은 75.8%로 낮은 반면 신용대출·신용카드 대출 비중 및 사업자금 마련용 대출 비중이 높았다.금리가 인상되면 소득에 비해 부채가 많은 C그룹과 D그룹은 견디기가 어려워진다. 정부가 이번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각종 정책을 포함시켜 놓은 것은 이 때문이다. # 핵심은 주택담보대출정부가 지난 24일 발표한 '가계대출 종합대책'은 마치 부동산 대책이 아닌가 라는 착각이 들 만큼 부동산에 집중됐다. 부동산 구입을 위해 받는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문제의 핵심이라고 여긴 정부가 부동산 관련 대출을 조이는데 힘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앞서 발표했던 6·19 부동산 대책과 8·2 대책의 연속선상에 있는 사실상 부동산 규제책의 연장이라고 입을 모았다.특히 정부는 다주택자의 대출 규제에 집중했다. 실제로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체적상환능력비율(DRS)이 도입되면 다주택자가 사실상 추가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대출로 부동산을 사들여 돈을 버는 비정상적인 구조부터 깨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다. 이렇게 해서 집값 오름세를 잡고 '집을 사면 돈을 번다'는 공식이 깨지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가계부채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 술렁이는 부동산시장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말이 가계부채 대책이지 사실상 부동산규제 강화라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입장이다. 이들은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실수요자들까지 주택시장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다. 당장 다음달에 전국에 6만여 가구, 수도권에 3만8천여 가구가 분양에 들어가는 등 시장에 쏟아져 나올 물량부터 걱정이다. 시장이 얼어붙어 대규모 미분양 등이 발생할 경우 집값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부동산업계는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보면서도 문제가 될 만큼 하락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금융시장이 건전해 지고 집값 상승세가 꺾이면, 실수요자들은 금리 상승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는 앞으로 대대적으로 공급하게 될 공공주택·임대주택 등을 통한 효과가 감안됐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갈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것은 정부나 업계의 공통적인 판단이다.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내달 주거복지로드맵 발표가 예정돼 있고, 금리인상, 수도권 입주물량 증가 등 악재가 줄줄이 대기 중"이라며 "내년 4월 시행되는 중과를 피하기 위한 절세 매물도 쏟아질 예정이어서 당분간 주택시장은 숨고르기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최규원·이원근기자 mirzstar@kyeongin.com

2017-10-26 최규원·이원근

[이슈&스토리]'반려동물' 명암과 과제

맞벌이·한자녀·홀몸 가정 허전함 채워자아만족감·우울증 감소 삶의 질 개선소음·위생 문제 개물림 사고까지 발생애완견 둘러싼 부부 살인·복수 사건도 목줄 착용 필요 타인 배려 문화 키워야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반려동물은 우리 사회에서 보편화 되고 있다. 공원에선 반려견과 산책하는 모습이 일상이 됐고, 도로에선 승용차 조수석 창밖으로 얼굴을 내민 채 바람을 쐬는 반려동물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반려동물 전용 가구와 카페는 물론 전용 수영장과 호텔까지 등장했다. 반려동물이 보편화 되면서 이를 둘러싼 이웃 간 갈등도 함께 늘고 있다. 인천시 등 지자체가 이런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용 놀이터 조성에 직접 나설 정도다. 반려동물과 인간의 바람직한 공존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 반려동물의 등장동물과 인간 간 정서적 유대는 선사시대 때부터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나 고대 이집트의 그림엔 개, 고양이 등이 인간과 특별한 관계인 것으로 묘사돼 있고, 약 1만2천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 북부의 구석기시대 고분에선 개가 인간에게 반려동물의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는 유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특히 개는 인간의 사냥과 경계, 경호 등을 돕는 역할을 하면서 인간과는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반려동물은 인간의 가족이나 친구, 반려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동물을 의미한다. 인간과 동물 간 동반자적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그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이란 말은 노벨상 수상자인 오스트리아의 동물학자 K. 로렌츠(Konrad Zacharias LORENZ) 박사가 1983년 관련 심포지엄에서 학술적으로 처음 명명했다. 당시는 사람에게 귀여움을 받고 즐거움을 준다는 의미의 애완동물이란 말을 쓰던 시절이었다. 더 이상 애완동물을 장난감 같은 존재로 여기지 말고,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자로 인정하자는 취지가 컸다. 이 심포지엄을 계기로 반려동물이란 말은 사회적으로 확산됐다. 반려동물은 핵가족화, 고령화, 전문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적 안정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주인에 대한 맹목적이고 변하지 않는 반려동물의 애정은 인간과의 관계와 다른 특별한 행복을 주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천만 명에 달하는 등 그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인천의 경우 등록된 반려견만 지난달 기준 7만4천여 마리에 달하는 상황이다. 미등록 반려견을 합치면 인천지역 반려견은 10만 마리가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삶의 질 개선 윤활제반려동물은 인간의 정서적 삶의 질 개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학계의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반려동물을 기르는 어린이의 경우, 다른 사람들을 더욱 잘 보살피고 원만한 또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한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한 자녀 가정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반려동물이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 어린이에게 부모나 형제·자매, 혹은 친구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노인이나 독신 여성의 경우, 반려동물을 기르게 되면 외로움을 적게 느낀다는 보고와 함께, 우울증 증상이 덜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면 자아만족감과 가족유대감, 운동량 등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다는 연구도 있다. 반려동물은 현대인의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일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는 윤활제 역할을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갈등의 씨앗 되기도반려동물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반려동물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도 많아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일반 시민들로부터 소음과 위생, 안전문제 등에 대한 민원 접수가 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에서 개가 짖어 시끄럽다"는 민원이 제기되기도 하고, "공원에서 개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다", "목줄이 풀린 개가 공원을 돌아다녀 무섭다"는 등의 민원이 많다. 인천 부평구 동물보호팀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후 반려동물 관련 민원으로 현장에 출동한 것만 100여 건"이라며 "민원이 접수되면 현장으로 출동해 반려견 소유주에게 협조를 구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만,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서울시 서초구에서는 반포근린공원에 반려견 놀이터가 조성됐지만, "아이들이 개에 물릴 수 있다"는 주민의 극심한 반발에 부닥쳐 개장조차 못 하고 올해 7월 철거됐다. 개한테 물려 다치는 일도 많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 6월 말까지 개 물림 사고 건수는 전국적으로 3천970여 건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루 평균 3건 이상 발생하는 수치다. 인천·경기지역에선 같은 기간 1천270여 건의 개 물림 사고가 접수돼 전체의 3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개 물림 사고를 당했을 경우 근육이나 혈관, 신경 등에 심각한 상해를 입을 수 있고, 세균 감염에 의한 2차 피해 가능성도 있다. 반려동물을 둘러싼 사건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경기 파주에선 키우던 반려견이 짖는다는 이유로 화를 낸 남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40대 여성이 경찰에 구속되는 일이 있었고, 고양에선 자신의 반려견을 물어 죽인 이웃집 진돗개를 찾아가 둔기를 휘둘러 죽인 50대가 경찰에 붙잡히는 일도 있었다. # 타인 배려 인식 확대 필요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일반 시민이든 타인을 배려하는 인식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주인으로서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의 잘못된 행동을 고칠수 있도록 하고, 주인과 반려동물 간 올바른 관계설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외출 시 동물보호법이 정하고 있는 목줄 등을 착용해 다른 일반 시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일각에선 일종의 반려동물 키우기 자격증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반 시민도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여기면서 키우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반려견(동물)을 키우거나 그렇지 않거나 간에 서로를 배려해 상호 불쾌감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인식개선 교육도 함께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반려동물이 사회적으로, 정서적으로 우리에게 이득을 주는 부분이 있다"며 "반려동물을 둘러싼 분쟁이나 갈등도 일상에서 일어나는 다른 분쟁이나 갈등처럼 사회적 논의와 조율을 통해서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

2017-10-19 이현준

[이슈&스토리]우리사회 '기부 문화' 되짚기

'어금니 아빠' 만행 '새희망씨앗' 횡령에 부정적 인식 확산작년 2천여명 실태조사 비기부자들중 64% 후원한 적 있어"단체 못 미덥거나 정보없어 더 안한다" 무경험자보다 많아신뢰 하락·불편한 탓… 모금단체 운영방식 변화 필요 의미정부 장려책으로 '15% 세액 공제 혜택' 적극적 홍보 지적"이웃뿐만 아니라 나를 위한 즐거운 나눔" 인식 바뀌어야활성화·사회문제 해결 위해선 개인 기부행위 초점 벗어나'외적인 자극·매개자役' 기업·비영리조직 모금활동 관심을선(善)으로 시작된 행동이 악(惡)으로 나타난다면 어떨까. 최근 기부금으로 딸의 치료비를 비롯해 생계를 이어왔을 것으로 알려졌던 '어금니 아빠'의 극악무도한 범행이 드러나면서 기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사회 곳곳에 자리 잡힐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해 나가는 사람을 돕자"는 뜻에서 모인 돈이 외제차 구매 등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쓰였는가 하면, 범죄에까지 이용돼 자발적인 의미로 시작된 기부 문화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8월에는 한 기부단체의 기부금 횡령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다는 취지로 모금활동을 펼친 사단법인 '새희망씨앗'은 4년 간 모아진 기부금 128억 원 중 2억 원만을 당초 목적대로 이웃에게 전달했고 나머지 돈을 횡령했다. 단체 운영자들은 횡령한 기부금으로 고급 외제차를 구입하고 요트 선상파티 등을 즐기는 등 유흥에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이렇듯 한국 사회에서의 기부 문화가 점점 퇴색되는 상황이 속출하면서 기부에 대한 신뢰도 함께 낮아지고 있다. 기부문화에 대한 현주소를 짚어보고 올바른 기부 문화가 형성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본다. ■한국 사회의 기부 문화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가 주최한 2016 Giving Korea에 따르면 2천 500명의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2015년 한 해 동안 기부를 경험한 사람의 비율은 45.61%로 나타났다. ┃그래프 참조 기부 분야별 참여율을 살펴보면 전체 기부자들의 절반이 넘는 58%가 국내 자선 분야에 기부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다음으로 해외구호 분야 22%, NGO 분야 10%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에서 기부는 국내 불우이웃을 돕는 비율이 가장 많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어 기부자들은 '기부를 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를 꼽으라'는 질문에 불쌍한 사람을 위해 기부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30.8%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남을 돕는 것이 행복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29.6%, 시민으로서의 책임이라는 응답이 29.3%로 뒤를 이었다. 자신보다 처지가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시작된 기부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사회 전체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시민 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교육환경이 제공된다면 기부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기부에 대한 제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교육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내가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이 잡힌다면 기부에 대한 선호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그렇다면 비기부자의 경우는 어떨까. 이번 조사에서 비기부자들 가운데 64%는 일생 동안 기부를 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과거에 기부를 했던 경험이 기부에 대한 현재의 선호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부에 대한 현재의 관심은 기부 경험 유무에 관계없이 비슷한 비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부를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일수록 기부단체를 신뢰하지 못하거나 기부단체와 기부방법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지난해 기부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이 기부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를 미뤄 기부에 참여했던 과거의 경험에서 기부단체에 대한 신뢰성이 하락했거나, 적절한 기부단체를 찾아 원하는 기부를 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껴서 현재 기부를 망설이는 경향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유추해볼 수 있다. 기부단체의 운영방식에 대한 성찰을 통해 앞으로의 운영방식에 대한 방향이 바뀌어야 할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올바른 기부문화가 형성되려면정부는 기부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위로 간주하고 국민들에게 이를 장려하기 위해 기부금에 대한 세금혜택을 부여한다. 대표적으로 근로소득자들에게 일정 한도 내에서 기부금의 15%를 세액에서 공제해주는 제도와 종합소득자들에게 기부금을 필요경비로 인정해주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를 홍보하면서 기부를 독려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 해외 원조 등을 통해 남을 돕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시한다.전문가들은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에서의 기부 문화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정슬기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부의 정의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기부의 정의에 대해 "'타인을 위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눈다는 것도 맞지만 나눔의 기쁨을 느끼기 위해 기부를 하는 것은 '자신을 위한 행동'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나 혼자의 힘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부를 통해 다른 사람과 함께 더불어 생활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정 교수는 한국 사회의 기부 문화에 대한 사회적 현실을 문제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지금까지의 한국사회에서는 개별 시민들의 기부행위나 인식에만 초점을 두고 기부를 해왔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개인의 기부를 매개하는 비영리단체의 모금 활동과 기업의 기부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며 "대부분의 연구와 모금활동이 개인의 기부 행동에 초점을 두고 기부자 개인의 특성이나 인식 등만으로 여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부분의 기부가 기업과 같은 외적인 자극에 의해서 이뤄진다는 점뿐 아니라 모금활동을 수행하는 비영리조직이 기부를 요청하는 방법 등이 일반 시민들의 기부행위나 기부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부란 사회구성원들이 타인을 위해 또는 전체 사회를 위해 물질적 자원을 제공하는 자발적 행동이다. 자발적으로 사회적 자원을 분배하는 행동을 효과적, 효율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 비영리조직이 매개자로서 역할을 수행해 기부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며 "사회문제나 욕구의 체계적인 해결을 위해 기부자 개개인의 특성뿐만 아니라 기업, 비영리 단체 등의 모금 활동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연신기자 julie@kyeongin.com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17-10-12 박연신

[이슈&스토리]인천 신포동 카페·문화공간의 진화

이규영 루비레코드 대표·이의중 건축가 합심허름한 여관 '인천여관 X 루비살롱' 새로 꾸며커피등 팔며 팟캐스트 녹음실·공연장도 마련인천 인문학 서적 전문 다인아트의 '북앤커피'지역극단 '십년후' 장기공연 무산에 공간제공30객석 갖춘 소극장으로 변신 '살롱극' 선봬옛 개항장 일대에 들어선 인천 신포동의 카페를 겸한 문화공간들이 진화하고 있다.기존 신포동의 문화 공간을 표방한 카페들이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그림이나 사진 등을 감상하는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예술을 카페 공간에 끌어들여서 예술 활동이 이뤄지는 데 직접 관여하고 있다.음악 공연이 이뤄지고, 예술가들이 머물며 작품을 만들고, 음악 방송을 창작하는 팟캐스트를 만들어내는 창작 공간이 새로 생기는가 하면, 기존 '북 카페'를 연극이 열리는 극장으로 모습을 바꾸는 등의 새로운 시도가 인천 신포동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천여관×루비살롱21일 가오픈해 손님을 받기 시작한 공간 '인천여관×루비살롱'은 10년 가까이 버려져 있던 50년 넘은 허름한 여관 건물을 새롭게 꾸며 탄생했다. 지난 2월부터 시작한 보수 공사가 최근 마무리됐다.인천에서 출발해 홍대에서 자리를 잡은 인디레이블인 루비레코드의 이규영 대표와 인천 곳곳에 있는 근대건축물을 현대적 쓰임에 맞게 활용하는 사람들을 돕고 있는 건축가 이의중씨가 의기투합해 만들었다.두 사람의 관계를 건축주와 시공자의 관계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고 '인천여관×루비살롱'이라는 작품을 함께 탄생시킨 협업 관계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둘은 설명한다.99㎡가 조금 못 미치는 땅에 2층 규모로 지어진 빨간 벽돌건물 1층은 커피와 레몬차 등을 판매하는 주방과 손님들이 쉴 수 있는 좌석, 테이블 그리고 작은 무대가 마련돼 있다.그리고 2층에는 5개의 공간이 있는데, 예전 여관 객실로 쓰이던 공간을 가급적 그대로 살렸다고 한다. 각 공간의 정확한 용도는 정해지지 않았고 전시장과 팟캐스트 녹음실, 사무실 등으로 사용될 계획이다. 건물 옥상(3층)에도 테이블과 휴식 공간이 있다.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건물의 이력도 조금 특별하다. 이곳의 처음 주인은 1970년대 가수로 활동한 이숙의 소유였다고 한다. 미군부대 무대에서 20대부터 노래를 불러온 이숙은 길옥윤 작곡가에게 발탁돼 1974년 '눈이 내리네', '우정' 등의 노래를 발표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그러다 1990년대 초반 노부부가 여관을 인수하지만 큰 길가에 번듯한 여관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폐업 후 10년 가까이 방치됐다.이곳은 다음 달 28~29일 열릴 '사운드 바운드 인(Sound Bound in) 개항장' 축제가 열리는 음악 공연장으로 사용될 예정으로 나이와 세대를 초월한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이 무대에 선다. 축제 기간 2층 전시장에서는 인천과 부평의 음악과 역사를 주제로 하는 전시회인 '비욘드 레코드'전도 함께 진행된다.앞으로는 이 곳을 기반으로 지역 문화·예술과 관련된 팟캐스트를 제작하거나 지역 작가들의 창작 활동이 이뤄지는 레지던시로 운영하겠다는 구상도 있다.주소 : 중구 관동 3가 4-37. 운영시간:오후 1~7시(일요일 휴무). 문의:070-8867-1825# '북앤커피''북앤커피'는 책을 보고 전시를 감상하던 북카페가 연극을 감상할 수 있는 소극장으로 변신한 경우다.북카페 '북앤커피'는 20년 넘게 인천 관련 인문학 서적을 전문적으로 펴내고 있는 도서출판 다인아트가 운영하는 공간이다.다인아트는 '인천'을 키워드로 하는 다양한 책을 펴내던 중 책을 홍보할 방법을 고민하다 북카페를 선택해 지난 2015년 8월 문을 열었다.장소는 인천문화재단과 인천아트플랫폼 등이 있어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 예술계 인사가 많이 몰리는 신포동을 택했다. 이전 사무실은 인천문화예술회관 인근에 있었다.아무래도 책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보니 그동안은 시낭송회와 출판기념회 등이 열렸고, 카페라는 공간을 활용한 미술·사진 등의 전시가 이뤄졌다. 작은 세미나나 모임 등도 열리는 동네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다.하지만 이달 초 객석 30석을 갖춘 소극장으로 모습을 바꿨다.모습을 바꾼 이유는 이렇다. 20년 넘게 지역에서 활동 중인 극단 십년후가 30일 넘는 장기공연을 시도하려고 공연장을 수소문하다 여의치 않아 공연을 포기하려던 순간에 이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한 다인아트 윤미경 대표가 극단 윤용일 대표와 이야기를 나눈 뒤 선뜻 공간을 내어주게 된 것이다.일단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아무런 조건 없이 공간을 내어줬다고 한다. 덕분에 지난 9일부터 이곳에서는 오후 7시 30분이면 연극 공연이 열리고 있다. 6개의 작은 작품으로 이뤄진 옴니버스 형식의 '살롱극'인 '사랑 소묘'(위성신 작, 송용일 연출)가 매일 무대에 오르며 관객과의 즐거운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극단 관계자는 처음에는 기존 카페에 설치된 시설을 그대로 활용했지만, 기왕이면 관객에게 더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어 객석과 조명, 음향 등을 설치했다고 한다.카페 공간이다 보니 연극을 감상하는 가운데 창밖으로 행인의 대화도 들리고, 주변 상가의 조명이 들어오는 나름 독특한 매력이 있다.주소: 인천시 중구 개항로 14 2층. 운영시간:오전 10시~오후 7시. 문의:(032)772-0228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10년 가까이 버려져 있던 50년 넘은 허름한 여관 건물을 새롭게 꾸며 탄생한 '인천여관×루비살롱'.10년 가까이 버려져 있던 50년 넘은 허름한 여관 건물을 새롭게 꾸며 탄생한 '인천여관×루비살롱'.허름한 여관 건물을 새롭게 꾸며 '인천여관×루비살롱'을 만든 건축가 이의중(사진 왼쪽)씨와 루비레코드의 이규영 대표.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인천여관×루비살롱' 건물 옥상에 마련된 테이블과 휴식 공간.도서출판 다인아트에서 운영하는 '북앤커피'는 책을 보고 전시를 감상하던 북카페에서 연극을 감상할 수 있는 소극장으로 변신했다./아이클릭아트

2017-09-21 김성호

[이슈&스토리]제동 걸린 대형업체들의 골목 진출

전통시장 상인·시민단체들 '거센 저항' 반대집회·서명운동 확산롯데·신세계, 수원·부천·인천 금곡 등 대규모사업 잇단 브레이크정부도 신규 출점은 물론 기존 매장 영업제한 '규제 강화' 움직임실패 맛본 업계 '상생스토어' 해법… 지자체 경쟁력 확보 지원도골목상권 상인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다. 억눌려 있던 것이 솟구치듯, 막혔던 봇물이 터지듯, 곳곳에서 상인들의 요구가 쏟아진다. 이 정도면 '골목상권의 반란'이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전국 곳곳에 대형 매장을 열고, 거대한 스펀지가 주변의 물을 빨아들이듯 고객들을 빨아들이던 대형 유통업체들은 당황했다. 예전 같으면 밀어붙이면 됐을 일들도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 정부는 '골목상권 부활'을 아예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유통업체들의 앞길에 '빨간 신호등'을 켠 셈이다. 편리한 시설과 세련된 서비스에 호의적이었던 고객들마저 대형 유통업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 같지 않아졌다. 사방에서 압박을 받게 된 대형 유통업체들은 골목상권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골목상권 상인들이 '만만치 않은 상대'로 발돋움 하고 있는 것이다. # 더는 못참겠다는 골목상권초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던 지난해 6월 말, 부천시 상동의 한 대로변에 피켓을 든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부천·삼산동 신세계 복합쇼핑몰 입점 저지 인천대책위원회'라는 이름을 앞세운 이 사람들은 인근 인천 부평지역의 전통시장과 상가 상인들이다. 이들은 신세계가 이곳에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건립하면 자신들의 생계가 위협받게 된다며 쇼핑몰 부지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며 복합쇼핑몰 입점 저지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골목상권 상인들의 저항은 그저 흔히 보는 모습처럼 보였다. 하지만 인천권 상인들의 반발은 이후로도 들불처럼 번져나갔고, 결국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라 신세계 복합쇼핑몰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이에 앞서 지난 2014년 7월에는 수원역 인근에 오픈을 앞두고 있던 '롯데몰'에 반발해 인근 전통시장 상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당시 집회에 참여한 상인들의 숫자는 1천여 명에 달했다. 아예 점포 문을 닫아 걸고 저항에 나선 상인들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고, 롯데는 수원시의 중재로 상인들과 협상을 벌인 끝에 거액의 상생자금을 내놓아야 했다. 이처럼 전통시장 상인들의 저항이 '거칠어진' 배경에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공격적인 매장 확장이 자리해 있다. 통계청의 도소매업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대형종합소매업체수는 지난 2007년 459개에서 2014년 634개로 늘었다. 백화점은 같은기간 84개에서 97개로 증가했다. 특히, 인구가 밀집한 경기도는 같은 기간 동안 대형종합소매업체가 103개에서 163개로 늘었다. 도내 대형종합소매업체 중 111개가 대형마트, 쇼핑센터가 37개다. 지난해와 올해도 스타필드하남과 스타필드고양(신세계), 시흥프리미엄아울렛(신세계사이먼) 등 초대형 쇼핑몰들이 연이어 문을 열었다. 앞으로도 동탄2신도시 '롯데타운',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인천 송도신도시 '롯데 송도 쇼핑타운' 등이 줄줄이 문을 열 예정이다. 반면 골목상권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은 대형 유통업체에 손님을 빼앗겨 맥을 못추고 있다. 통계청 전통시장 현황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전통시장 점포수는 2013년 21만433개에서 2015년 20만7천83개로 3천350개나 줄었다. 2015년 기준 전국 전통시장 내 빈 점포수만 1만8천821개에 달한다. # 고개 숙인 유통 대기업골목상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유통 대기업들은 곳곳에서 좌절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부천 상동 신세계 복합쇼핑몰이다. 신세계가 지난 2015년 9월 부천 상동 영상문화단지 복합개발 민간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을때, 이 사업이 표류할 것을 예상하는 이는 없었다. 당시 신세계는 2018년까지 8천700억원을 들여 영상문화단지(38만2천700여㎡) 내 7만6천여㎡의 상업부지에 문화·관광·여가 활동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건립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도록 하겠다는 장밋빛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사업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인근 인천지역 전통시장 상인과 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상인들이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고 인천시와 정치권까지 이 문제에 개입하고 나서면서 사업은 브레이크가 걸렸다. 복병을 만난 신세계는 고심 끝에 규모를 3만7천여㎡로 대폭 축소해 백화점만 짓는 것으로 사업 계획을 수정했지만, 반발여론을 잠재우는데 실패하면서 사실상 사업이 무산됐다. 비슷한 상황은 서울에서도 벌어졌다. 롯데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조성하는 사업이 지역 상권의 반발에 직면하면서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롯데의 상암 복합쇼핑몰 사업은 부천 상동 신세계 복합쇼핑몰보다 앞선 2012년부터 추진돼 서울시로부터 부지를 매입하고 건립계획까지 확정(2017년 완공)했지만, 2015년부터 진행된 지역상인들과의 상생협의가 파행을 거듭한 끝에 결국 롯데가 손을 들고 말았다. 인천에서는 올해 인천 금곡점 입점을 추진하던 이마트 노브랜드가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진통을 겪다가 결국 입점계획을 포기하기도 했다. # '골목상권 보호' 내건 정부이같은 골목상권의 저항에 불을 붙인 것은 새 정부의 정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거듭 '골목상권 보호'와 '대규모 복합쇼핑몰 규제'를 강조하면서 예견됐던 일이다. 정부가 내놓은 골목상권 보호 정책은 강도가 높다. 당초 공약으로 내걸었던 복합쇼핑몰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물론이고, 이미 규제를 받고 있는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 강화까지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대형 유통업체가 골목상권에 쉽게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출점 제한' 규제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포함될 전망이다. 골목상권 주변을 '상업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이곳에는 아예 대규모 점포의 출점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재 월 2회로 돼 있는 의무휴업일을 월 4회로 확대하고 영업시간 제한 대상도 확대하는 안이 추진되고 있다.정부가 이처럼 골목상권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상인들의 목소리는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반면, 유통업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자신들에게 겨눠진 이같은 규제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시장경제의 근본을 무너뜨리고, 규제 대상도 지나치게 편중돼 형평성에서 벗어난다는게 대형 유통업체들의 주장이다. # 해법을 찾아라골목상권 상인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편에서는 지나친 마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사업마다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지역 개발사업에 지장을 초래할 뿐 아니라, 시장 전반에 불신과 싸움이 확산되고 있는데 따른 우려다. 이에따라 대형 유통업체와 골목상권 간의 상생을 이뤄낼 해법을 찾는 시도도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규모가 큰 만큼 골목상권 상인들과의 마찰도 가장 많은 신세계가 내놓은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좋은 사례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그동안 상극처럼 여겨졌던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손을 잡은 상생점포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전통시장 내에 입점하면서 임대료 일부와 편의시설 등의 부담을 떠안고 전통시장과 판매가 겹치는 품목을 최대한 제한해 골목상권 침해를 줄였다. 지난해 8월 당진시장점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고, 경기도내에는 지난달 안성맞춤시장점이 오픈했다. 당진시장 상생스토어의 경우 개점 이후 시장을 찾는 고객 수가 상생스토어 입점 전보다 4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에서는 골목상권의 경쟁력을 높이는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경기도가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공공임대상가' 사업이 사례다. 조성된 지 20년 이상 된 상가 밀집지역이나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고 있는 상권 등을 매입해 소상공인이나 청년 창업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임대해 주는 사업으로, 침체된 골목상권에 다시 힘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도 도입해 추진 중이다. /조윤영·이원근기자 jyy@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지난해 6월 인천 전통시장 상인들이 부천 상동 신세계 복합쇼핑몰 부지 앞에서 입점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모습. /경인일보DB2015년 판교상가연합회 회원들이 현대백화점 판교점 개점에 반대하며 집회를 벌이는 모습. /경인일보DB

2017-09-14 조윤영·이원근

[이슈&스토리]9·15 인천상륙작전 흔적찾기

북한군 보급선 차단 전쟁초반 열세 뒤집은 '결정적 순간'영화·소설·만화 다양한 장르서 다뤄 '다른 시각' 살펴보기15일부터 사흘간 월미도서 기념식·의장대 퍼레이드 축제무기등 전시 기념관·팔미도 등대 찾아 '역사 숨결 느끼기'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 발발 직후 북한군은 단숨에 수도 서울을 점령했다. 한국군과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은 38일 만에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 내려갔다. 당시 유엔군 총사령관이던 더글러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1880~1964)는 불리한 전세를 역전시킬 카드로 적의 후방을 치는 상륙작전을 택했고, 상륙지점으로 인천을 낙점했다. 9월 15일 유엔군은 함정 261척과 지상군 7만5천여 명을 투입, 인천 앞바다에 총공세를 퍼부으며 월미도를 비롯한 3개 지점에 상륙해 북한군의 보급선을 끊었다.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한 지 12일 뒤인 9월 27일 한국군과 유엔군은 서울을 수복했다.한국전쟁의 초반 전세를 뒤집은 9·15 인천상륙작전일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이맘때면 인천상륙작전을 기억하기 위한 행사가 인천에서 열리고, 인천상륙작전과 관련한 역사적 장소를 찾는 발길이 전국 각지에서 이어진다. 영화, 문학, 만화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가 한국전쟁의 가장 결정적 순간인 인천상륙작전을 담아내고 있다. 문화예술작품이라는 프리즘을 거쳐 각기 다른 시각으로 인천상륙작전을 본다면, 올해 9월에는 인천의 그 역사적 장소들에 발을 디뎌 보자.■문화 속 인천상륙작전포털사이트 '다음'은 올 2월부터 윤태호 작가의 만화 '인천상륙작전'을 연재하고 있다. 2013~2014년 일간지에 연재된 작품을 웹툰으로 재구성해 무료로 공개하고 있는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유료로 전환될 예정이다. 해방 전날인 1945년 8월 14일을 시작으로 하는 만화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 발발과 낙동강 전투를 거쳐 인천상륙작전 이후 서울 수복 때까지의 현대사 속 평범한 가족이 겪는 비극을 다뤘다. 서울에 사는 주인공인 소년 철구네 식구를 중심으로 해방기와 전쟁 속에서 살아간 다양한 인간군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만화 속 철구의 어머니는 친정이 인천이라 '인천댁'으로 불린다. 철구의 가족은 6·25 직후 인천으로 피란길에 오르지만, 인천도 이미 북한군이 점령한 뒤였다. 인민재판, 보도연맹 학살사건, 노근리 양민학살사건 같은 전쟁통에 일어난 비극이 철구네 식구를 스쳤고, 인천상륙작전 과정에서의 인천시내 폭격은 이야기의 절정에 해당한다. 지난해 7월 개봉해 7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상륙작전 성공을 위해 인천에 잠입한 우리 해군 첩보부대의 활약상이 주요 내용이다. 인천상륙작전 직전 인천 일대에서 펼쳐진 대북 첩보작전인 일명 '엑스레이(X-RAY) 작전'을 소재로 했는데, 역사적 고증보다는 액션에 초점을 둔 블록버스터 영화다. 이 영화에서는 세계적인 할리우드 배우인 리암 니슨이 맥아더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북한에서도 인천상륙작전을 영화화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1982년 제작된 북한 영화 '월미도'는 소설가 황건(1918~1991)이 1952년 발표한 장편소설 '불타는 섬'이 원작이다. 북한군 1개 포병중대가 유엔군의 대규모 병력을 단 4문의 포로 3일 동안이나 막아내다가 전사한다는 줄거리다. 북한에선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북한의 시각에서 인천상륙작전은 패배가 아닌 최후의 항전으로 묘사됐다.할리우드에서도 1981년 약 4천400만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여 '인천(Inchon)'이란 제목의 인천상륙작전 영화를 만들었다. '오, 인천(Oh, Inchon)'으로도 불리는데, 당시 최악의 영화라는 혹평을 받고 흥행에 참패했다. 화려한 제작진과 출연진을 자랑했지만, 종교적 색채가 짙어 줄거리가 어색해진 게 영화가 실패한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전쟁의 참상은 인천상륙작전을 다룬 소설에서 더욱 낱낱이 드러난다. 인천 태생의 소설가 이원규가 1989년 발표한 장편소설 '황해(黃海)'에는 인천상륙작전 당시 민간인이 사는 시가지에 가해진 폭격으로 얼마나 많은 피해가 있었는지 그 모습을 직접 보는 듯 생생하다. '갑자기 퍼부어진 수천 발의 항아리만한 포탄들은 공장과 집과 나무들과 길바닥을 박살내고 사람들의 몸뚱이도 박살내었다. 지난 이틀 동안 미군기가 날아와 공습을 했지만 그것은 월미도에 한정된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천지를 흔들며 시가지로 날아와 단 한 발에 두세 채의 집을 날려버렸다.'이원규의 소설 '황해'는 1945년 해방부터 1950년 한국전쟁 직후까지의 인천이 주무대다. 만화 '인천상륙작전'과 비슷한 시간적 배경이어서 두 작품을 비교해가며 읽으면 당시 상황을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다.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힙합 경연 TV프로그램 우승자인 인천 출신 래퍼 '행주'가 소속된 힙합그룹 '리듬파워'는 2010년 '인천상륙작전'이란 제목의 노래를 발표한 바 있다. 실제 전쟁에서의 인천상륙작전과는 연관이 없지만, 리듬파워 멤버들이 어린 시절을 보낸 인천에 대한 추억과 애정이 담긴 곡이다. ■인천상륙작전의 흔적을 보려면이달 15~17일 인천 월미도 문화의거리에서는 인천 중구, 해군과 해병대가 주최하는 '인천상륙작전 월미축제'가 열린다. 전승기념식, 시가행진, 의장대 퍼레이드 같은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고, 저녁에는 음악회가 마련됐다. 다만, 해군이 매년 인천 앞바다 해상에서 함대와 병력을 동원해 인천상륙작전을 재현하는 행사는 최근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인한 한반도 긴장감 고조를 이유로 취소됐다.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는 인천시가 1984년 시민 성금을 보태 건립한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이 있다. 기념관에선 인천상륙작전과 한국전쟁 관련 무기류를 비롯한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야외전시장에는 영화 '인천상륙작전' 촬영에 사용한 팔미도 등대 세트도 설치돼 있다. 1903년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이기도 한 팔미도 등대는 연안부두에서 팔미도 유람선을 타면 직접 볼 수도 있다. 중구 자유공원에는 '보혁 갈등의 상징'인 맥아더 동상이 있다. 유엔군은 인천상륙작전을 강행하기 며칠 전부터 인천 월미도 일대에 네이팜탄 등으로 맹폭을 가했다. 이때의 폭격으로 월미도에 살던 주민 100여 명이 희생됐고, 상당수 주민이 터전을 잃기도 했다. 당시 월미산의 높이가 낮아질 정도로 월미도는 쑥대밭이 됐는데, 그 무자비한 폭격 속에서도 살아남은 나무가 현재 월미공원에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월미도 폭격에서 살아남은 수령 70년 이상의 나무를 '월미 평화의 나무'로 선정, 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안내시설을 설치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인천상륙작전기념관의 '자유수호의 탑'.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왼쪽부터 영화 '인천상륙작전'·'인천' 포스터, 인천상륙작전기념관내 팔미도등대 소품. /경인일보DB·인천상륙작전기념관·CJ엔터테인먼트 제공자유공원에 설치된 맥아더 동상. /경인일보DB인천에 상륙하기 직전 병사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제공

2017-09-07 박경호

[이슈&스토리]대한민국 건설 '부실의 늪에 빠진 이유'

 대교 붕괴에 행정당국은 "책임 없다" 발뺌 미시공·날림공사·땜질보수 입주민들 분노 건설사에 乙 '내식구 봐주기식' 감리 만연 최저입찰·완성후인계 원인 규명조차 안돼 넘쳐나는 외국인노동자 숙련도 낮아 '불안' 영업정지 제재·열악한 근로조건 개선 필요중동 등지에 건설 기술을 수출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대한민국이 부실시공의 늪에 빠졌다. 집과 도로 등 삶과 직결되는 분야에서 부실시공이 잇따라 발생하며 헌법적 권익인 재산권과 행복추구권뿐만 아니라 최고 법익인 생명권마저 위협받고 있다. 문제는 해결을 위한 첫 단추인 부실의 원인 규명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 그 결과 국민의 권익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당국은 해결책 마련은 시장에 맡긴 채 책임자 가리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그렇다면 학계·업계 등에서 보는 부실시공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들은 부실시공의 원인으로 효력 잃은 감리시스템·부적절한 공공사업 계약방식·불안정한 건설인력 등을 꼽고 있다.# 효력 잃은 감리시스템, 무책임에 당당한 행정당국지난 2월부터 화성 동탄2신도시 부영아파트 등 경기도 내 사용승인을 앞둔 공동주택들의 입주예정자들이 '미시공·날림시공·부실시공', '날림공사·땜질보수' 등의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이들의 목소리는 "시가 해당 공동주택에 대한 사용을 승인하면 안 된다"는 방향으로 집중됐다. 사용승인은 '사람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허가권을 가진 시가 공식화하는 것인데, 사용승인을 앞둔 공동주택 현장이 입주일이 다가왔는데도 여전히 공사판이라는 이유였다. 이에 당국은 공사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은 감리사에 있다며 입주예정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지난 28일 평택시의회를 상대로 '팽택국제대교 붕괴 사고'의 경위를 보고하는 자리에서도 시는 같은 태도를 보였다. 발표자로 나선 공무원은 "공사 관리 감독 책임은 감리사에 있기 때문에 시는 책임이 없다"고 말했고, 이를 들은 한 시의원은 "진작 말하지 그랬냐"며 '무책임'에 안도했다. 그 결과 사고 현장은 안전통제도 되지 않은 채 사실상 개방된 채 방치됐다. 책임이 없다는 행정당국은 '재발방지 및 기간 내 공사 완료'만 외쳤고 시공사 및 하도급업체, 보험회사 등은 붕괴 사고의 책임을 덜기 위한 '작전'만 벌였기 때문이다.하지만 공사에 대한 책임은 원칙적으론 행정당국에 있다는 것이 학계·업계 등의 중론이다. 법령상 건축 심의 등의 책임과 사용승인 허가권이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행정당국은 무책임을 내세웠고 이에 국민의 기본권이 내동댕이쳐지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동탄2신도시 부영아파트 사례가 대표적이다. 건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감리사가 규모가 큰 시공사의 방향성에 휘둘리게 되고 나아가 '동종업계 식구'라며 '봐주기 식' 감리문화가 자리 잡았음에도 이를 간과했다. 대신 시는 감리사 측이 "공사를 마쳤다"며 제출한 감리완료보고서와 "입주일까지는 공사를 완료하겠다"는 시공사의 말만 믿고 사용을 승인했고 그 결과 입주예정자들은 천장에서 물이 새는 집에서 장마철을 보내야 했다. 이에 경기도까지 나서서 정상화를 위한 대응을 하고 있지만, 사후약방문식 처방만 하고 있을 뿐 입주예정자들의 실질적인 피해 복구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남경필 도지사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경기도는 화성시와 함께 부영의 영업정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페널티를 가하고 향후 유사피해가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 "완성해서 달라. 기왕이면 가장 싸게" 잘못꿴 첫 단추건설 관련 계약의 대부분은 다음의 조건을 가진다. 첫째, 설계단계에서 계약한다. 둘째, 가장 최저가격을 제시하는 업체를 선정한다. 셋째, 완성된 상태에서 계약자에게 넘겨준다. 대표적으로 '턴키(일괄수주)'라고 불리는 이 계약방식은 열쇠(key)를 돌리면(turn) 모든 설비가 정상 가동되게 인도하는, 즉 업체가 공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책임지고 다 마친 후 발주자에게 열쇠만 넘겨 주는 방식을 말한다. 공공기관에서 도로, 정수장 등 대형 공익 공사를 진행할 때 주로 사용하며 예산 책정이 쉽다는 점과 공정 단계별 공직자의 부정부패 발생을 방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개별 소비자가 청약하는 신규 공동주택의 경우도 유사하다.하지만 학계에서는 이러한 계약 방식의 부적절함을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주로 공공사업의 책임을 시장에 떠넘긴다는 논리다. '평택국제대교' 건설과 같이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의 경우 완성돼 인도받기 전까지 단계별 공정은 베일에 싸여 있어 부실시공이 발생하거나 추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인 규명조차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최저 입찰제 여파로 철근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 자재를 올바르게 사용하는지도 영원히 장담할 수 없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시공사·감리사 등은 언제든 신고만으로 수명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턴키 등 대형공사 입찰방법 심의가 심의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한다.이에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직접시공의무제 실효성 제고, 페이퍼컴퍼니 퇴출 촉진, 턴키 등 대형공사 입찰방법 심의제도 개선,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개선 등 건설시장 질서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방안을 도입하고 꼭 필요한 공사에만 턴키·대안입찰방식이 사용될 수 있도록 대형공사 입찰방법 심의를 강화했지만, 처벌도 약해 부실시공 사례는 줄지 않고 있다.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턴키 방식으로 진행된 공사 과정에서 비리를 저질러 구속돼도 상당수는 병 보석 등으로 풀려난다"며 "로비, 자재 바꿔치기 등 잘못된 관행이 뿌리내려 오히려 공정경쟁을 하는 건설업체들이 손해를 보는 만큼 현행 턴키 제도의 실질적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몰라, 몰라." 의사소통 안 되고 연속성 없는 건설인력 부실시공이 발생한 현장의 책임자, 현장소장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노동자와의 의사소통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한다. 건설 인력 시장에서 내국인을 찾을 수 없게 되자 '울며 겨자먹기'로 외국인 노동자와 일을 하는데, 국내 취업비자의 특성상 한국에서 오랜 기간 일해 온 '한국형 숙련공'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외국인 인력 중 그나마 의사소통이 되는 노동자를 조장으로 하고 4~5명을 조원으로 한 뒤 조별 임무를 주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최전선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가 지시를 정확히 이해했는지를 확인할 수 없고 조 내부에 갈등이 생겼을 때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어 알지 못해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하던 노동자가 불법체류 등의 혐의로 갑자기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대체할 인력이 충원될 때까지 공사진행은 더디게 된다.현재 고용허가제 쿼터(E-9 비자)와 취업등록제 쿼터(H-2비자)에 따라 국내에 들어와 단순 업무로 취업이 제한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연간 5만7천350명 규모다. 하지만 실제 건설현장의 외국인 근로자는 공식 쿼터의 2배 수준인 11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외국인 불법 취업자들이 내국인 기능인력을 대체하면서 건설현장에서는 부실시공이나 공기가 늘어나는 등의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내국인에 비해 숙련도는 낮고 업무 할당량이 많아 문제 발생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한국의 젊은 청년들이 건설현장을 외면하는 이유는 직업으로써 장점이 적기 때문이다. 일용직 특성상 경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임금 조건도 열악하다는 것이다. 건설근로자 종합실태조사(2015) 보고서에 따르면 일용직 건설 근로자의 월 평균 근로일수는 15일로, 전 산업 평균(20.4일)보다 낮다. 월평균 임금도 181만3천원으로 전 산업 평균인 319만원보다 140만원 가량 적다. 건설근로자공제회 관계자는 "건설인력도 자동차 공장의 생산직처럼 고용 안전성과 적정 임금을 통해 직업 전망을 높여줘야 청년들의 발길을 건설현장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평택 서·남부지역을 직접 연결하는 평택호 횡단도로의 일부인 평택 국제대교(가칭) 건설 현장에서 상판 4개가 붕괴돼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인일보DB용인시 테라스형 공동주택이 건설중 부실시공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돼 입주예정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경인일보DB도심 관광형 모노레일인 '월미은하레일'이 안전문제와 부실시공 논란으로 개통되지 못한 채 철거되고 있다. /경인일보DB

2017-08-31 전시언

[이슈&스토리]케이블카 열풍, 인천에도 상륙할까

■贊 '지역경제·관광 활성화' 매력적 시설전남 여수 국내 첫 '해상 케이블' 대표적 명물엑스포 개최로 편해진 교통망과 '시너지 효과'구도심 숙소·음식점등 덩달아 호황 함박웃음■反 '세금 낭비 흉물 전락' 우려 목소리경남 밀양 케이블카 '만성 적자' 고통 역효과"월미 은하레일 흉물로 있는데 뭘 또 만드나""월미산, 수요 많을 수 없는 곳" 부정적 시선케이블카 사업이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효자 사업'으로 인식되면서 전국에서 케이블카 설치 붐이 일고 있다. 1천만 명의 이용객을 넘은 통영 한려수도 케이블카와 연간 200만 명이 찾고 있는 국내 최초 여수 해상케이블카의 성공으로 많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인천 지역에서도 지난 2008년부터 월미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 추진됐지만, 환경단체와 주민 반발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 인천시, 인천항만공사, LH가 추진하는 '인천 내항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에서 '월미도 케이블카' 설치 방안이 검토될 예정이어서 인천 지역에서도 다시 한 번 케이블카 문제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인천 지역 케이블카 도전기인천 월미도 케이블카 사업은 2008년 민간이 최초로 제안해 검토됐다. 당시 인천시는 케이블카를 '월미도 문화의 거리'와 월미산 정상을 잇는 650m 구간에 운영하면 연간 35만 명의 이용객이 방문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케이블카가 운행되면 인천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인천 앞바다와 인천항, 인천공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좋은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케이블카가 월미산과 월미도의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고, 장기간 방치된 월미은하레일(모노레일) 사업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2011년 사업이 중단됐다.이후 인천시 재정난까지 겹쳐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한 월미도 케이블카 사업은 수년간 월미도 관광객이 급증하는 추세에 힘입어 지난해 다시 탄력을 받았다. 당시 인천시는 인천항을 중심으로 하는 '개항 창조도시 사업'의 하나로 월미도 이민사박물관에서 월미산 정상까지 550m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기본계획을 세웠다. 환경 훼손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민사박물관 인근 공터에 하부역사를 건립하고 월미산 정상 광장에 상부역사와 전망타워를 설치해 산림 훼손을 줄일 구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시의회가 추가경정예산안에 있는 민간 제안 타당성 검증 용역 예산 5천만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당시 시의회는 "월미도 모노레일 개통 이후 유동인구 증가 추이를 따져보고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이유로 관련 예산을 삭감했고, 인천시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게 됐다.# 케이블카 설치는 '득(得)'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는 전국의 지자체들은 이구동성으로 케이블카가 지역에 큰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한다. 앞서 두 차례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했던 인천시가 내세운 첫 번째 이유도 관광 활성화다.실제 전남 여수의 해상케이블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 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산공원부터 돌산공원까지 1.5㎞를 잇는 국내 최초의 해상케이블카는 지난 2014년 말 완공된 후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케이블카 영향으로 여수 구도심에 있는 유람선, 오동도, 레일바이크 등도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주변의 숙박시설과 음식점 등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고 있다.여수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엑스포가 열린 지난 2012년 15만2천530명으로 최고치를 찍은 뒤, 2014년 9만9천2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케이블카가 운영된 이후 2015년 13만5천850명으로 300만명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누렸다. 여수시 관계자는 "엑스포 개최 이후 여수로 접근하는 교통망과 숙박시설이 잘 갖춰진 데다 케이블카 등 새로운 볼거리가 잘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무분별한 케이블카 설치는 '독(毒)'무턱대고 케이블카를 만들게 되면 세금을 낭비하는 흉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도 크다. 실제로 경남 밀양 케이블카는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등 전국 케이블카 중 수익을 내는 곳은 4~5곳에 불과하다는 게 케이블카 반대론자들 주장이다.지난해 열린 월미도 케이블카 주민 설명회에서도 "월미은하레일도 흉물로 남아 있는데 새 시설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많았다. 당시 주민들은 "월미도 모노레일도 수년째 개통을 못 하고 있다"며 "관광객은 한정돼 있는데, 모노레일과 케이블카를 동시에 운영할 경우 둘 중 하나는 적자를 내고 자칫 월미도의 흉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월미산은 도보로도 30분이면 오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케이블카 수요가 많을 수 없는 지역"이라며 "인천시 계획대로 케이블카를 만들면 오히려 주변 경관을 해치는 시설물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대 입장을 냈다"고 했다.# 관광 자원 연계 방안, 사업성 꼼꼼히 따져야전문가들은 케이블카 설치만으로 관광객 유입 효과를 누릴 수는 없다고 조언한다. 케이블카만을 타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수 해상케이블카도 이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여수 엑스포 공원'과 '돌산 공원'을 잇는 노선으로 설치됐기 때문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김성귀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은 "케이블카가 관광 수단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출발·도착 지점이 이미 관광 자원으로서 가치를 갖고 있어야 한다"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고려하지 않은 채 만들어진 케이블카는 단순 교통 시설에 불과하다. 사업성 등을 세밀하게 따져보고, 선호도 등을 조사한 뒤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여수 해상케이블카. /여수시 제공월미스카이웨이 조성사업 사전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사업내용 설명을 듣고 있다. /경인일보DB통영 한려수도 케이블카. /통영관광개발공사 제공

2017-08-24 김주엽

[이슈&스토리]열악한 버스 핸들 '준공영제' 도착만 기다린다… 올해 말 첫 시동 거는 경기도

7월 고속도로 광역버스 사고 영향남경필 지사, 33개 노선 우선 도입민간업체 운영·지자체 수익금 배분운전기사 근무시간·급여 개선 기대노동자 "전체 2.8% 수준 효과 미미"적자폭 고의 확대등 부작용 우려도업계 "장시간 근무 예방 제도 중요"최대 8~10시간 제한 법개정 목소리지난달 9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양재나들목 인근에서 오산교통 소속 수도권 광역급행버스(M버스)와 승용차 등 차량 8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났다. 이로 인해 사망자 포함,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운전기사의 근무일지를 확인해 본 결과 전날 무려 18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겨줬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이 당시 사고의 배경으로 밝혀지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반 국민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안전과 직결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자연스레 버스 근로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그동안 버스 사고는 심심찮게 발생해 왔다. 지난해 7월 봉평터널에서 발생한 추돌사고로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지난 5월 영동고속도로에서도 무려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 대형사고들의 공통점은 모두 사고 원인이 졸음운전이었다는 것이다.이에 경기도는 버스준공영제 카드를 꺼내들었고, 올해 말 일부 지자체의 일부 노선에 한해 우선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며 도내 지자체들의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버스준공영제란버스준공영제는 버스공영제에 준하는 형태를 일컫는다. 버스공영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적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민간 업체 대신 지자체나 국가가 모든 버스를 소유하고 직접 운영하면서 관리·감독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철도나 지하철 등이 공영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단점 때문에, 절충안으로 등장한 개념이 버스준공영제다.이는 기존 민간 업체들이 운영하는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운송 수익금을 지자체가 관리·배분하는 방식이다. 업체들은 운행 편수 등 사전에 합의된 실적에 따라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받게 되며, 적자가 발생할 경우 지자체가 이를 보존해줘 적자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버스 노선 설정과 근로자 관리 등 기존 업체 측이 갖고 있던 전반적인 운영 권한은 지자체가 행사하게 된다.버스준공영제가 도입되면 무엇보다 운전기사들의 근로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앞서 준공영제를 도입한 서울시의 경우 1일 2교대를 통한 주5일 근무에 하루 근무도 8~9시간 수준이며, 운전기사들에게 공무원 수준의 복지 혜택까지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격일 근무에 하루 평균 17시간을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경기도와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 급여도 한 달 기준 100만 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준공영제 시동 건 경기도지난달 9일 버스사고가 발생한 직후 남경필 경기지사는 버스운전기사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코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사고 이틀 뒤인 지난달 11일에는 수원 권선구에 위치한 경진여객 차고지 현장을 방문해 광역버스 운전기사와 간담회를 갖고 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한 운전기사는 "10시간 이상씩 장시간 운전을 하다 보면 몸의 감각이 둔해지고 그냥 멍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게 된다. 그러다 사고가 나면 내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장시간 운전에 따른 육체적 피로를 호소한 바 있다.이에 남 지사는 이 자리에서 "경기도는 준공영제 도입에 대한 의지가 확실하다. 올 연말까지는 반드시 준공영제를 실시해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데 이어,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난 뒤 31개 시·군 단체장들이 참여한 상생협력토론회에서 올해 말부터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물론 김포와 안산 등 12개 일부 지자체에 한해서만 합의를 도출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동안 구호로만 그쳤던 준공영제를 실제 제도권으로 이끌어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후 용인과 광명 등의 지자체에서도 속속 준공영제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기대 반 우려 반…아직은 의문버스준공영제가 버스 근로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아직은 우려의 시선도 큰 것이 사실이다. 지난 9일 도내 버스 업계 노동자 400여 명은 경기도청 앞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고 버스준공영제의 전면 시행을 촉구하는 한편, 부분 시행의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경기도를 향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말 우선 실시 범위에 적용되는 버스는 도내 전체의 2.8% 수준인 33개 노선 342대에 그쳐 현 상태로는 제도 도입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당시 집회에 참가한 한 버스노동자는 "준공영제가 시범 실시된다 해도 일부에 한정되기 때문에, 격일제 근무와 장시간 운전이라는 기존 문제점은 계속 갖고 가는 셈"이라며 "생색내기만 하지 말고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 31개 시군이 나서달라"고 성토했다.현 상태로 일부 노선에 한해 준공영제가 도입될 경우 준공영제 혜택을 받는 자와 그렇지 못한 노동자 간 격차가 발생해 각종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준공영제가 도입되는 지자체 쪽으로 노동자 쏠림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이 같은 이유로 업계 노동자들은 준공영제의 전면 시행을 촉구하고 있지만 아직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 연간 수백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막대한 예산을 확보하는 부분이 가장 큰 난제다. 아직까지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지자체들이 내세우는 주된 이유다.앞서 준공영제를 도입한 지자체의 사례에서 발견된 각종 부작용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자체가 적자분을 보전해주는 점을 악용해 업체가 적자 폭을 늘려 보조금을 더 받는 행위나 권한이 커진 지자체와 업체 간 유착 등 앞서 불거진 각종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방어막을 만드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법 개정으로 새 국면 맞을까졸음운전으로 발생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운전기사가 졸리지 않도록 근무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훌륭한 최첨단 시스템을 장착하기에 앞서, 장시간 근로가 불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편이 더욱 중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현재 근로기준법상 하루 8시간·주 40시간 근무가 정해져 있지만, 운수업의 경우 특례업종으로 적용돼 주 52시간 넘는 초과 근무가 가능했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버스대형사고는 또다시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다수의 인식이다.이에 버스준공영제 실시와 함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선버스를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하는 근로기준법 제59조 개정안 상정에 여야가 합의했다. 이로 인해 버스운전기사의 장시간 노동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지 주목된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선진국의 경우 하루 최대 운전시간을 8~10시간으로 제재해 장시간 운전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되새겨봐야 하는 이유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경기도내 버스업계 종사자들이 지난 9일 경기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버스준공영제 전면 시행을 촉구했다. /경인일보 DB올해 말 경기도내 버스준공영제 시범 실시 계획을 밝힌 남경필 경기지사. /경기도 제공

2017-08-17 황성규

[이슈&스토리]'불볕더위' 속시원한 대책 없나

인천·경기 7·8월 평균기온 오름세늦은 장마 끝나고 온열질환자 증가 밥상물가·교통·숙박비용도 덩달아'판에 박힌' 쉼터·재난 도우미 운영지자체 취약층에만 몰린 '반쪽짜리'도시계획·건축 협업 패러다임 변화차열성 도로 포장·쿨루프 등 필요성매년 그렇지만, 올 여름이 유난히 덥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 연간 평균 기온이 역대 가장 높았다던 지난 해의 여름보다 '체감 온도'가 높게 느껴진다. 8월 초순 인천·경기 지역의 온열 환자 발생이 전년보다 증가했다.폭염은 '취약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폭염으로 인해 치르는 '사회적 비용'이 적지 않다.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폭염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책은 무더위 쉼터 등과 같은 단발성 정책에 한정돼 있다. 중·장기 과제를 세워 다방면에서 체계적인 폭염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연·월 평균 기온 상승세 9일 기상청 기후 통계 분석 자료를 보면 인천의 연평균 기온은 지난 2013년(11.9℃)이후 매년 높아져 지난 해 13.3℃를 기록했다. 수원은 2011년(11.8℃) 이후 오름세를 지속해 지난 해 13.6℃였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보면 2016년 연평균 기온이 13.6℃로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여름 날씨도 마찬가지다. 매년 조금씩 더워지고 있다.인천, 경기 남·북부의 최근 3년간 7월 평균 기온이 상승세였다. 인천은 24.5℃(2015년), 25.2℃(2016년), 25.8℃(2017년)로 2년 간 1.3℃ 올랐다. 같은 기간 수원은 25.2℃에서 26.5℃로, 파주는 24.1℃에서 25.3℃로 1.2~1.3℃ 상승했다. 7월 한 달 간 경인 지역에서 기온 관측 이래 5순위 이내를 기록한 지역도 여러 곳이었다. 백령도는 7월 21일 최고 기온 31.8℃로 지난 2000년 11월 관측 개시 이래 3번째로 높았다. 수원은 같은 달 25일 최고 기온이 35.8℃까지 올라 1964년 관측 이후 5번째 높은 기록을 냈고, 동두천은 7월 6일 최고 기온 34.5℃로 1998년 관측 이래 5위였다. 기상청은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연일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낮에는 폭염이, 밤에는 열대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인천·경기 지역의 8월 기온 역시 2014년 이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온열 질환자 급증온열 질환 감시체계가 가동된 지난 5월 29일 이후 7월 말까지 온열 질환 발생 인원은 902명. 최근 5년간(2012~2016년) 온열 질환자 수가 가장 많았던 지난 해의 같은 기간 816명보다 86명(11%) 늘었다.올해 불볕더위가 8월 들어 본격화되면서 온열 질환자 수가 증가가 눈에 띈다. 늦은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 더위가 시작되면서 폭염이 기승을 부린 탓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온열 질환자 5천910명 중 2천335명이 8월 1~2째주에 발생했다. 온열 질환자 10명 중 4명꼴이다. 올해 8월 경인지역 온열 질환 발생 건수도 늘었다. 지난 1~7일 기준 인천에서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등의 질환으로 응급실에 내원해 신고된 온열 질환자 수는 22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11명)보다 2배 늘었다. 경기 지역의 경우도 올해 8월 1~7일에 온열 질환자 78명이 발생해 전년도(70명)보다 증가했다. ┃표 참조# 폭염의 사회·경제적 비용 폭염은 온열 질환 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폭염은 집중 호우와 함께 '밥상 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통계청의 '7월 소비자 물가 동향'을 보면 전년도 동월 대비 달걀(64.5%), 오징어(50.8%), 호박(40.5%), 감자(41.7%) 가격이 올랐다. 지난 6월과 비교하면 상추(87.4%), 시금치(74.0%), 배추(63.8%), 오이(63.1%)의 가격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통계청은 폭염·장마로 인해 농축산물의 가격 상승폭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폭염이 심한 해의 여름철 물가가 그렇지 않은 해보다 높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해 낸 '폭염과 추석 물가' 보고서에 따르면 1990~2015년 중 폭염 일수 상위 5개년도인 1990년, 1994년, 1996년, 2004년, 2013년의 7~8월 평균 물가 상승률은 5.6%로 나머지 연도의 평균(3.5%)보다 2.1%p 높았고, 분야별로 보면 식료품, 교통·숙박 부문의 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폭염 사망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도 크다. 이수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등 3명이 2016년 발표한 논문 '기후 변화 폭염으로 인한 초과 사망 위험 감소에 대한 통계적 인간 생명 가치 측정'에 따르면 폭염으로 1명이 숨졌을 때 경제적 손실 규모는 3억6천976만원이다. 연구진은 서울시의 30세 이상, 75세 미만 성인 801명을 대상으로 '초과 사망 위험 감소에 지불 의사 금액'을 조사하고 이를 근거로 '통계적 인간 생명 가치'를 산정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토대로 "현재의 기후변화 취약계층에 초점이 맞춰진 폭염 적응정책 이외에도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인지하고 이행할 수 있는 적응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폭염 대책, 다변화해야""무더위 쉼터를 확대하고, 재난 도우미를 운영하고, 폭염 취약계층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도심 열섬 완화를 위해 도로물살수차를 가동하겠다." 인천시가 지난 5월 발표한 '폭염 대책 사업'이다. 경기도 역시 무더위 심터, 재난 도우미 운영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수립했고 다른 지자체의 폭염 대비책도 이와 유사하다. 고령자, 건설 현장 근로자 등이 '폭염 취약 계층'으로 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될 경우 위험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자체의 대책이 폭염 취약 계층에게만 집중돼 있어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받는다.전문가들은 도시계획, 건축, 환경 등 각 분야 담당 부서의 '협업'을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중장기 폭염 대책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열섬 현상이 심한 지역은 아스팔트 도로 대신 도로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차열성 포장'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주거 환경이 열악한 취약 계층이 많은 지역에서 '쿨 루프'(Cool Roof·차열 페인트 도색)를 지원하는 것도 폭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수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역 보건소 중심의 폭염 대책이 아니라 도시계획, 교통, 건축 등 사회 기반 시설 분야와 연계하는 계획을 수립해 각 부서가 협력해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공 기관이 민간 부문과 협력해 폭염 적응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지자체가 생각해 볼 만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아이클릭아트

2017-08-10 김명래

[이슈&스토리]'8·2 부동산대책' 향후전망

투기과열지구 재등장 투기지역 중복 지정전매제한등 서울·과천 재건축·재개발 '족쇄'盧정책 장점 살리고 허점 보완 '단기적 효과'일각 "갭투자 차단 시장 트렌드 완전 변화"하반기 23만여가구 쏟아지고 내년 '입주폭탄''공급과잉' 미분양 사태·역전세대란 가능성유동 자금 수도권 이동 '집값 상승' 후유증'수요억제' 한계 장기적 안정 어려움 분석도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지정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앞선 6·19 대책에도 큰 흔들림 없이 급등세를 이어가던 부동산 시장이 이번에는 한바탕 요동을 칠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노무현 정부 때 실패했던 부동산 정책의 장점을 살리고 허점을 충분히 보완했기 때문에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주택시장의 트렌드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는 예상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강력한 규제를 피해 자금이 이동하는 '풍선효과'와 전세시장 불안 등 예상치 못한 후유증 우려도 함께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의 앞날은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투기' 잡힐까?정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투기 수요를 확실하게 잡는 정책으로, 실수요자에게는 오히려 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투기 방지에 역점을 두었다는 뜻이다. 19개의 규제가 한꺼번에 적용되기 때문에 강력한 투기 억제 수단으로 꼽혀온 '투기과열지구 지정' 카드를 6년 만에 다시 꺼내 든 것도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별도로 서울 강남4구를 포함한 11개 구와 세종시는 '투기지역'으로도 중복 지정해 이중삼중으로 족쇄를 채웠다.정부가 이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당장 서울과 과천, 세종 등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됐다. 특히 그동안 집값 불안의 '진원지'로 꼽혔던 서울과 과천의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찬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이들 재건축·재개발 지역은 전통적으로 집값이 강세를 보였던 곳인 데다가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추진에 따른 자금 유입으로 집값이 급등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정부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따라 이들 지역의 재건축 단지는 재건축 조합 설립인가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전면 금지된다. 재건축 조합원이 아파트를 팔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조합원이 아파트를 팔 수 있으려면 지위 양도 제한 예외 사유에 해당해야 하는데, 정부는 이 조항도 주택 소유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강화했다. 정부는 아울러 지금까지 별도의 전매제한을 두지 않았던 재개발 또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조합원 입주권에 대해서도 전매제한을 도입해 재건축 단지와 비슷한 규제를 적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투기과열지구에서는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부터 소유권 이전 등기 때까지 전매가 금지된다. 투기과열지구 내 정비사업지구에서 분양에 당첨된 경우 5년간 재당첨도 금지해 여러 채의 주택 구입도 원천 차단했다.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에서 벗어난 기존 청약조정지역도 1세대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보유 2년'에서 '실거주 2년'으로 강화해, 실제로 거주하지 않고 집을 사고 팔 때는 양도세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준의 규제에 대해 "사실상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문을 닫게 할 정도의 강력한 규제"라고 분석했다. 서울과 과천의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당장 타격이 불가피하고,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도 전반적으로 투자 자금 유입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12년만에 나온 초고강도 대책으로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주택시장의 갭투자 등 투자수요가 줄면서 시장의 트렌드도 완전히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쏟아지는 물량 어쩌나문제는 수도권 지역에 쏟아지고 있는 주택 공급물량이다. 지난해 11·3대책과 올해 5월 조기 대선 등에 따른 '눈치보기'로 분양 물량을 대폭 줄였던 건설업체들이 대선 이후부터 급하게 분양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전국 분양예정 물량은 23만1천여 가구로, 상반기 16만8천여 가구에 비해 40% 가까이 공급이 늘어난다. 특히 수도권에는 상반기(8만8천여 가구)보다 4만 가구 이상 늘어난 12만8천여 가구가 공급 예정이어서 시장이 이 같은 물량을 소화하지 못할 경우 지역별로 심각한 분양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거나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우려된다. 입주 물량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올해보다 내년에 더 많은 입주가 예정돼 있어 입주 폭탄에 따른 '역전세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29만2천여 가구였으나, 올해는 이보다 30%나 늘어난 37만9천여 가구가 입주한다. 2018년에는 올해보다 6만여 가구가 많은 44만여 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수도권에는 올해 17만 가구가 입주하는데, 경기도에만 12만7천여 가구가 몰려있고 인천에도 약 1만7천 가구가 입주한다. 특히 2017년 하반기 입주 물량은 1990년 1기 신도시 조성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수도권에 올해보다 5만 가구 가까이 늘어난 21만8천여 가구가 입주한다. 경기도에만 16만3천여 가구, 인천에도 2만1천여 가구다. # 부동산시장 불안·풍선효과 우려도이처럼 주택공급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시장에 유입되는 투자가 줄어들면 시장은 '공급과잉' 상태에 놓이게 된다. 주택 시장에 공급과잉이 빚어지면 미분양이 늘어나고, 이에 따른 집값 하락과 역전세난 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지난 2008년에도 공급과잉으로 미분양이 증가하고 역전세난과 급매물 발생으로 '입주 대란'이 빚어진 바 있다. 반대로 이명박 정부 때처럼 실수요자들도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몰릴 경우 전셋값이 불안해질 우려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전세시장 관련 추가 규제를 정부가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풍선효과'다. 정부의 조치가 서울과 과천의 재건축·재개발에 집중되면서 부동산시장에 몰렸던 유동 자금이 수도권 일대 인기 지역으로 옮겨가 집 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려되는 지역은 최근 집값 상승세가 뚜렷했던 경기도 성남·하남·고양·광명·화성(동탄)·김포 등이다. 또 규제가 심한 아파트 대신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오피스텔 등으로 유동자금이 옮겨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지나치게 규제에 치중해 있어 장기적으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과거 경험상 수요대책은 장기적으로 한계가 있고 효과도 크지 않았는데 이번 대책이 모두 수요 규제에 치중해 있다"며 "재건축 규제 강화는 도심 주택공급을 어렵게 하고, 장기적인 가격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대책으로 서울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비롯된 아파트값 상승세는 제동이 걸리겠지만,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가 균등하게 제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17-08-03 최규원

[이슈&스토리]카지노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개장 100일만에 31만 발길

키즈존·수영장등 '가족맞춤' 놀거리 다채국내외 유명 작가 작품 2700여점 '눈 호강'풀 파티·밴드공연등 SNS서 명소 입소문마이스 행사도 유치… 카지노 실적 '선방'동북아시아 최초 카지노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가 28일로 개장 100일을 맞았다. 올 4월20일 인천 영종도 인천공항 국제업무지구에 문을 연 파라다이스시티는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100일 만에 31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나쁘지 않은 개장 성적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주)파라다이스에 따르면 파라다이스시티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이례적으로 투숙률 90%를 기록했다. 파라다이스시티에 마련된 가족형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방문객들의 호응을 얻은 것이다. 파라다이스시티에는 럭셔리 5성 호텔(711개 객실)뿐만 아니라 미슐랭 2스타 고급 레스토랑과 바(bar), 특화된 라운지(클럽 라운지, 패밀리 라운지, 크루 라운지) 등 최고급 리조트 시설이 갖춰져 있다. 키즈존, 실내외 수영장, 어린이 전용 볼링장을 갖춘 '텐핀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존 등 가족 단위 방문객이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많다.파라다이스시티에는 세계 거장들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거대한 미술관을 보는 듯한 색다른 즐거움도 선사한다.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로비와 컨벤션, 객실, 라운지, 야외 정원 등 사이트 곳곳에는 데미안 허스트, 알레산드로 멘디니, 쿠사마 야오이, 수비드 굽타, 이강소, 오수환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 총 2천700여 점이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테인먼트(Art-tainment) 리조트'라는 명성을 얻게 된 이유다.파라다이스시티는 이런 강점을 토대로 개장 후 100일간 총 31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성과를 거뒀다. # 트렌드를 선도하는 이벤트파라다이스시티는 이국적인 분위기의 수영장과 라이브 뮤직 라운지 '루빅'(RUBIK)에서 풀파티, 유명 밴드의 라이브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상시 진행하고 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유명인의 방문과 SNS 등을 통해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드라마·뮤직비디오·패션화보 촬영 장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파라다이스시티는 세계 최초의 '로얄 살루트'(위스키) 라운지, 세계 최대 규모의 '페리에주에'(샴페인) 전용 라운지, 아시아에서 유일한 '드 그리소고노'(주얼리 브랜드) 부티크 매장이 개장해 주목을 받았다. 또 세계적인 R&B 거장 '브라이언 맥나잇' 초청 공연, 그룹 JYJ 김재중 팬미팅 등 대형 이벤트를 유치하면서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였다.# 인천 마이스(MICE) 산업 견인파라다이스시티에는 국내 특급호텔 기준 최대 규모의 그랜드볼룸을 보유한 컨벤션 등의 시설이 있어 해외 마이스(MICE) 관계자들과 방문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 하반기 세계항공허브콘퍼런스, KEB하나은행 LPGA, 세계수의사학회, 리복 스파르탄 레이스 등 대형 행사를 유치하면서 시설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파라다이스시티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관광공사와 함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행사 등 다양한 마이스 행사를 유치할 계획이다. 파라다이스시티를 운영하는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인천관광공사와 인천관광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 연계 관광상품 개발 등 공동 마케팅을 추진 중이다. 두 회사는 ▲파라다이스시티 연계 관광상품 개발 ▲마케팅 채널을 활용한 유치 협력 ▲신규 서비스 및 상품에 대한 공동 연구 등에 협력하고 있다.파라다이스시티는 공항 이용 수요 창출 시설을 개발·운영하는 세계 최초의 사례다. 운영 기간인 50년 동안 약 78만명의 고용 창출, 8조2천억원의 생산 유발, 3조2천500억원의 부가가치 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파라다이스그룹은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전용카지노 실적은 선방올 4월20일 파라다이스시티가 개장할 당시는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할 때였다. 개장을 앞두고 중국 당국은 자국민의 한국 단체여행 금지 등 관광업계를 대상으로 한 보복 조치를 시작했으며, 파라다이스시티는 직접적인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파라다이스시티 개장에도 파라다이스그룹의 전체 외국인전용카지노 매출이 도리어 줄게 된 이유다. 파라다이스에 따르면 파라다이스그룹의 4개 카지노 사업장(인천·워커힐·부산·제주그랜드)을 포함하고 있는 파라다이스 연결 기준 상반기 매출액은 약 2천417억원으로, 전년 동기(3천47억원) 대비 20.7%가량 하락했다.이 같은 성적에 대해 파라다이스 측은 사드 여파 속에도 선방한 것으로 평가했다. 파라다이스의 연결 기준 영업실적을 보면, 올 상반기 테이블에서 고객이 칩 구입을 위해 지불한 금액은 2조 3천222억 원으로, 전년 동기(2조 4천319억원)보다 4.5%밖에 줄지 않았다.파라다이스는 파라다이스시티 개발·운영에 참여하는 세가사미홀딩스를 통해 일본 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내년 2차 시설이 확충되는 그랜드 오픈까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지속적인 맞춤형 마케팅을 통해 시장 다변화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했다. 파라다이스시티 2차 시설은 내년 상반기 준공 예정으로 현재 공정률은 55%다. 2차 시설로는 부티크 호텔, 플라자, 원더박스(가족형 엔터테인먼트), 아시아 최대 규모의 클럽, 스파, 아트 갤러리 등이 조성돼 '완성된 복합리조트' 모습을 갖출 전망이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2차 시설 개장에 맞춰 1천여명 규모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파라다이스시티 호텔 객실의 모습. 창 밖으로 인천공항이 보인다. /파라다이스 제공소니플레이스테이션존. /파라다이스 제공어린이 전용 볼링장을 갖춘 '텐핀스'. /파라다이스 제공

2017-07-27 홍현기

[이슈&스토리]외국인전용카지노 허가권 규제 '우려 시선'

파라다이스는 외국인전용카지노 허가권을 5년마다 갱신하고, 허가권 지위를 승계할 때 사전 인가를 받도록 한 법률 개정안과 관련해 파라다이스시티 등 국내 복합리조트의 경쟁력을 하락시킬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지난 13일 이 같은 내용의 '관광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과거에는 국내 카지노업 허가권에 3년의 허가유효기간이 있었는데, 1995년 카지노업이 '관광진흥법'에 편입된 이후 유효기간이 없어졌다. 이에 카지노업 허가 유효기간(5년)을 다시 도입해 주기적으로 사업자의 경영 상황, 불법 행위 등을 점검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법률 개정안에는 카지노 허가권의 양수·양도를 현행 '사후 신고제'에서 '사전 인가제'로 변경해 부적절한 사업자가 엄격한 허가 심사 절차를 회피해 허가권을 획득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파라다이스 측은 이 같은 내용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복합리조트 개발사업들이 치명타를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지난해 공모를 통해 신규 복합리조트 사업자로 선정한 (주)인스파이어인티그레이티드리조트(미국MTGA·한국KCC 컨소시엄)도 국내 카지노업 유효기간이 영구적인 것으로 보고 공모에 참여했기 때문에, 갱신 허가제가 도입되면 투자가 무산될 수 있다. 대외적 국가 신인도 하락도 우려되는 부분이다.면세점 사업권 경우도 5년마다 원점에서 다시 심사하는 제도가 지난 2015년 도입되면서 국내 면세점의 장기 투자가 위축되고, 수만 명에 달하는 면세점 직원의 고용 불안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했었다.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외국인전용카지노 사업을 통해 외래 관광객 유치와 외화 획득에 이바지해왔다"며 "관광산업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관광 선도기업의 사명감으로 동북아 최초의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를 건립했다. 국가의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복합리조트 산업을 육성하려고 했는데, 규제가 도입되면 경영 안정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

2017-07-27 홍현기

[이슈&스토리]최저시급 1만원 시대… 뫼비우스 띠에 묶인 최저임금제도

근로자 생계 보장 취지 불구고용감소 vs 수익증가 갈등도입 30년 지나도록 그대로미국 등 타국가도 같은 고민'1만원 공약' 내건 文 대통령"소득주도 경제성장론" 첫발"이렇게 받아서는 못 살겠다." "그렇게 주면 우리가 죽는다."최저임금을 놓고 온 나라가 달아오르고 있다. '최저임금 1만 원' 목표 달성을 위해 시동을 건 정부·노동계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중소기업계가 맞붙은 상황이다. 사실상 선공은 정부와 노동계가 날렸다. 2018년 최저임금을 올 최저임금보다 1천60원(16.4%) 오른 7천530원으로 결정했다. 역대 최고 인상 폭이자, 11년 만에 나온 두자릿수 인상률이다. 최저임금위원회라는 논의기구를 통해 내린 결정이지만, 새 정부와 노동계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중소기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감당해야 할 인건비가 수십조 원 규모여서 영세한 중소기업들을 망하게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급기야 중소기업계의 집단행동도 시작됐다. 하지만 정부와 노동계의 의지는 굳건하다. 최저임금 인상을 디딤돌 삼아 지금의 경제구조를 획기적으로 뜯어고쳐야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임금과 일자리 불안이 소비 침체로 이어져 경제난이 악순환 되는 구조, 생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수익을 대기업이 쓸어가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구조를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 왜 '최저임금 1만 원'인가?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생계비'와 함께 묶여있다.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취지 자체가 근로자의 생계비 보장이다. 국가가 노·사간의 임금 결정 과정에 개입해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해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1만 원' 주장은 그 정도가 돼야 최소한의 생계비가 확보된다는 판단에 따라 나온 것이다. 2018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앞서 지난달 한국통계학회가 최저임금위원회에 제출한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비혼 단신근로자의 월평균 실태생계비(표본평균)가 175만2천898원으로 계산됐다. 실태생계비는 소비지출과 비소비지출(조세, 사회보장분담금 등)을 합쳐 계산한 생계비다. # 최저임금 인상 논란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사용자와 노동계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못하고 매년 마찰이 되풀이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퇴장해 버리는 일도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다. 매년 큰 폭의 인상이 있어야 가능한 목표여서 앞으로도 노·사 양측의 치열한 대립이 예고된다. 이번 2018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도 노동계는 처음부터 '1만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저임금 1만 원은 노동계가 2015년부터 주장하고 있지만, 올해는 새 대통령의 공약 덕분에 더 힘이 실렸다. 반면 사용자측은 올해보다 2.4% 오른 6천625원을 꺼내놓고 협의가 시작됐다. 처음부터 인상률 적용 자체가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양측의 입장은 팽팽했다. 사용자를 대변하는 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오르는 것은 영세한 중소기업들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로 테이블에 나섰다.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사업자의 98%가 300인 미만, 87%는 30인 미만 사업장으로 편의점이나 식당 등 열악한 영세기업이 많아서 과도한 인상을 감당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일자리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도 강조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가계 소득이 늘어야 소비가 늘어나고 경기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맞섰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사람들이 소비를 늘리고 내수가 살아나야 자영업자도 돈을 많이 벌게 된다는 논리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이러한 논쟁은 외국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2016년 최저임금을 11달러에서 13달러로 인상한 미국 시애틀의 경우 '소득 감소, 고용감소 vs 소득증가'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미국의 또 다른 주에서는 2022년까지 주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매년 인플레율에 맞춰 자동으로 올리도록 했다. 월급쟁이들은 일제히 환영의 의사를 밝혔지만 경영계측은 임금 인상분만큼의 노동생산성 향상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처럼 최저임금을 도입한 나라들은 대부분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노동계와 사용자의 입장 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도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35개 OECD 국가 중 27개 국가가 도입해 운영 중이다.# 결국 선택의 문제경제학적 논리로 따지면 상품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기본원리다. 노동을 상품으로 본다면 가격이 상승하면 일자리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좀 더 넓게 보면 임금은 소비와 연결돼 있고, 소비는 다시 기업과 연결돼 있고, 기업은 다시 근로자(임금)와 연결돼 있다. 이런 연결구조로 인해 어느 한쪽이 살아나면 선순환이 이뤄지고, 어느 한쪽이 죽으면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새 정부는 노동계와 함께 '선순환'을 택했다. 기업이 죽지 않고 버티게 해 선순환 구조가 깨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결국 정부가 떠안아야 할 숙제가 됐다. /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모습. /연합뉴스

2017-07-20 최규원

[이슈&스토리]각 나라별 최저임금제도…시급 1만원 독일도, 월급 15만원 러시아도 "인상"

독일 1년만에 실업·저임금 감소영국 연간소득 400파운드↑ 효과아베노믹스 성과 日, 1천엔 목표성장 둔화 중국, 아예 논의 안해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심의를 위해 각국의 지표를 분석해 보고서로 냈다. 이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가의 최저임금은 영국 9천904원, 독일 1만639원, 미국 8천145원, 일본 8천200원, 러시아연방 월 15만729원, 중국 월 30만8천957원 등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표 참조보고서는 또 가장 기본적인 임금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풀타임 근로자 중위임금'과 비교한 최저임금 수준도 분석했다. OECD 회원국의 2015년 임금으로 따졌을때 이 임금 비율은 터키가 70.2%로 가장 높았고 칠레(66.2%), 프랑스(62.3%) 순 이었다. 한국은 48.4%에 그쳤다. 세계 주요국들은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쪽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추세다. 독일은 2015년부터 최저임금제를 시행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최저임금제 시행 이후 우려했던 실업률 증가는 없었고 당시 실업률이 연초 4.8%에서 10월 4.5%로 하락했다. 또 독일 경제사회학연구소(WSI)는 법정 최저임금제도 도입으로 1년 전에 비해 8.5 유로 미만이었던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6%에서 3%로 현저히 감소했다고 발표했다.영국은 2016년 4월부터 25세 이상 모든 근로자에게 '국가생활임금'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시간당 7.2파운드(기존 21세 성인 최저임금 대비 9.7% 인상)까지 올렸고, 2020년까지 최소 9파운드 이상으로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영국 저임금위원회 보고서는 국가생활임금 도입으로 주 26시간 일하는 근로자 기준 연간 400파운드 소득 인상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일본 역시 민주당 정권의 신성장 전략에 따라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전국 평균 1천 엔까지 인상할 것을 결정했다. 지난해 일본 후생노동성 중앙최저임금심의회는 아베노믹스 효과에 따른 경기 회복세 강화, 2016 춘계 노사임금협상 등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평균 25엔 인상된 823엔으로 확정했다.최저임금이 최저생계비의 70% 수준에 불과한 러시아는 10월까지 최저임금을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인상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의 경우에는 2006년 '조화로운 사회' 건설을 내세우며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지만, 이후 경제성장률의 점진적인 하락 등으로 인해 2016년 발표한 '13·5 규획'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목표를 아예 제외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

2017-07-20 이원근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