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프랜차이즈 창업 새로운 인생2막 꿈꾸는 사람들

수천개 달하는 브랜드… 트렌드 따르다 투자비만 날려평균운영기간 외식업 5년·카페 4년등 업종마다 제각각가맹본부의 갑질 논란·떴다방등 사회적 문제로 떠올라전문가들 본사 물류시스템·기자재 기술 사전조사 조언#왜 '창업'인가.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지루한 직장 생활을 벗어나 새로운 인생 2막을 꿈꾸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바로 '창업'이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과 명예퇴직한 직장인·공무원들이 심사숙고 끝에 결론을 내리는 것도 '창업'이다. 그리고 '창업'을 생각할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프랜차이즈'다. 과거 색다른 아이디어로 수익을 창출하며 성공을 이룬 프랜차이즈는 '블루오션'으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수천개에 달하는 브랜드와 수십만 곳에 달하는 가맹점 등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프랜차이즈 창업이 '고행의 길'로 변하기도 한다. 창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템 선정이다. 창업이라고 하면 '한 번도 본 적 업고, 듣지도 경험하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 속에서 이런 경우는 거의 드물다. 때문에 대부분의 창업은 지금껏 자신의 삶에서 한 번쯤은 보거나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아이템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프랜차이즈의 경우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대규모 박람회가 연중 수시로 개최되기 때문에, 조금만 발품을 판다면 정보 수집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대규모 프랜차이즈 박람회의 참가 브랜드는 외식업에 치우쳐 있다. '먹는 게 남는 거다'라는 인식과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만나게 되는 대부분의 브랜드는 생소하거나 막연하게 들어본 적 있는 듯한 브랜드여서 선뜻 창업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박람회 현장에 나온 많은 브랜드가 가장 많이 강조하는 것은 '소자본'이다. 하지만 '소자본'에 혹해서 상담을 받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로열티가 낮을 뿐,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춘 인테리어와 이른바 '목 좋은 자리'에 가맹점을 내기 위한 임대료를 계산하면 결국 '소자본'으로 창업 할 수 있는 브랜드는 그리 많지 않다.퇴직을 하고 '창업'에 도전하는 이들은 그동안 모아둔 모든 돈을 '올인'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한다. 특히 창업을 고민하는 시기에 이른바 '잘나가는 트렌드'를 쫓다 보면, 창업 후 그 '트렌드'의 유행이 이미 식어 투자비용을 거두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창업은 결국 아이템 선정이 가장 큰 숙제다.#프랜차이즈 창업 어느 브랜드에 누가 하나.현재까지 창업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60%가량은 외식업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16만6천765개 였다. 이 가운데 외식업이 전체의 59.4%를 차지한다. 한식 2만2천515개, 일식·서양식 2천825개, 제빵·제과 8천388개, 과자·햄버거 9천114개, 치킨 2만4천328개, 분식·김밥 8천114개, 주점 1만1천731개, 커피전문점 1만2천22개 등이다. 이들 외식업의 평균 운영기간은 5년 정도로 잡지만 업종별로 차이가 심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중식·양식은 각각 3년 1개월과 3년 9개월로 4년을 못 채운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한 집 건너 하나씩 자리 잡은 커피 및 음료 전문점 역시 평균 운영 기간은 4년 1개월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 데이터에 불과하다. 인기를 끈다는 업종에 창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다른 집과 차별화 되지 못해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가게들이 아예 통계에 잡히지 못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창업을 시도하는 연령도 다양해지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은퇴·명퇴 포함) 인생 2막의 시발점을 창업으로 잡던 50대가 전체 창업자 24만7천749명 가운데 7만6천762명(30.9%)을 차지했고, 60대 이상 창업자도 3만1천194명(12.5%)에 달한다. 결국 은퇴한 50~60대가 전체의 43.4%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40대 이하의 젊은 창업자들도 꾸준히 늘어나면서 통계상 40대의 창업자수가 9만5천481명으로 연체 연령층 중 가장 많다. 30대 창업자도 4만2천848명에 달해 지금은 30~40대 창업자가 전체의 55.8%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만큼 창업 연령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20대 이하 창업자도 1천464명나 된다.젊은 창업자들이 늘어나면서 브랜드 수도 다양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 등록기준에 따르면 브랜드 수는 2012년 3천311개, 2013년 3천691개, 2014년 4천288개, 2015년 4천844개, 2016년 5천279개로 꾸준히 늘어났다. 이처럼 브랜드 숫자는 늘어났지만, 이 중 외식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48.8%에 달해 외식업의 틀을 벗어나는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창업하면 장밋빛 미래창업은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몇 해전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각종 부담을 떠넘기는 불공정 거래를 일삼아, 가맹점주가 빚이 늘어나고 인간적 모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하는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이슈가 된 바 있다. 이른바 가맹본부의 '갑질 논란'이다. 원재료를 시중보다 비싸게 공급하거나 점포 리뉴얼 비용을 떠넘기는 등의 불공정 행위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사실상 관행처럼 굳어져있다.최근에는 이른바 '떴다방 프랜차이즈'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만들어 놓고 어느 정도 가맹점을 모집한 뒤 관리를 뒷전으로 미뤄둔 채 다시 새로운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런 '떴다방 프랜차이즈'는 가맹비 확보에만 열을 올리기 때문에 기존 가맹점에 대한 지원이나 가맹점의 영업 이익에 관심이 없어 거액을 투자해 사업을 시작한 초보 자영업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프랜차이즈 사업체는 1천308개가 새로 생겼고, 이의 절반이 넘는 867개가 없어졌다. 하루 평균 3.6개가 생기고 2.4개가 사라진 셈이다. '떴다방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창업 시장을 왜곡한 숫자들이 포함돼 있다.전문가들은 ▲유행이나 트렌드에 지나치게 민감하지 않으면서 일반 소비자들에 친근한 아이템 선정 ▲가맹 본사와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업력 조사 ▲본사가 가맹점에 원활하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물류시스템이나 가맹점 영업을 위해 필요한 기자재를 직접 개발한 것이 있는 지 여부 등을 살피라고 조언한다. /최규원·이원근기자 mirzstar@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아이클릭아트

2017-06-15 최규원·이원근

[이슈&스토리]박람회서 설명 듣고, 가맹점 탐방 후 '도전 결심'

서울 세텍서 열린 박람회 찾아… 150여 참가 업체 정보 수집'저렴하지만 실속있는 메뉴로 인기' 주점 프랜차이즈에 관심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부스서 '본부 갑질' 구제 등 교육받아운영 중인 가맹점 찾아 메뉴·인테리어 살펴본 후 '창업 확정'■프랜차이즈 창업 준비 체험기직장인 이모(32)씨는 프랜차이즈 창업을 구상하고 있다. 특별한 기술이나 경험이 없는 이씨에게는 프랜차이즈 창업이 잘 맞는 것 같았다. 프랜차이즈는 가맹본부의 노하우를 배워 빠르게 상권에 스며들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받을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점주의 몫으로 남게 되는 위험도 안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한 정보 수집을 위해 프랜차이즈 박람회를 찾아보기로 했다.# 서울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가다이씨는 지난 8∼10일까지 서울 세텍(SETEC)에서 열린 '서울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를 방문했다. 총 3개관으로 나뉘어 열린 이번 창업 박람회는 150여 업체가 참가했다. 프랜차이즈 창업 개최 첫날부터 많은 인파가 몰려 창업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박람회에서 만난 한 가맹본부 관계자는 "요즘에는 소자본과 적은 노동력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프랜차이즈 창업이 뜨고 있다"며 "소자본이기 때문에 위험도 줄었다"라고 소개했다.'술 장사가 남는 장사'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온 이씨는 한 주점 프랜차이즈와 상담을 진행했다. 제공 받은 자료에는 성공적인 가맹점의 월매출 현황이 적혀 있었다. 66㎡ 정도의 작은 공간이지만 월 3천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업체 관계자는 "저렴하지만 실속있는 메뉴로 손님들의 입맛을 이끌고 있다"며 "최대 1억원 까지 무이자 대출지원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창업을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프랜차이즈 창업 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박람회 한 편에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불공정거래 피해상담센터'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이곳에서는 프랜차이즈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가맹본부로부터 받은 피해 구제 방법, 창업 시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소개하고 있었다. 가맹본부의 '갑질'로 가맹점이 피해를 입은 사례가 종종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데다 경기마저 좋지 않다고 하니 조언을 들어보기로 했다.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본부와 가맹점 간의 불공정 거래 사례는 크게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고 운을 띄웠다. 가장 먼저 지적된 것은 입지 문제였다. 가맹본부의 추천으로 가맹점 위치를 결정했지만 본부에서 얘기한 매출이 나오지 않을 경우다. 두 번째는 허위과장광고였다. 매출을 보장한다는 얘기를 듣고 창업을 했는데 광고의 내용과 실제 상황이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본부에서 정한 인테리어 가격이나 납품 음식의 단가가 비쌀 경우에도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공단 관계자는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먼저 해야 하는 일은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등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라며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행정기구의 도움을 먼저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곳에서는 가맹본부의 불법적 행위를 찾고 양측이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이 경우 양측이 합의까지 이뤄지는 경우는 70% 정도가 된다"고 말했다.아울러 예비 가맹점주는 향후 분쟁으로 번질 경우를 대비, 사실 확인을 위한 기초 자료를 모아두면 좋다고 조언했다. 가맹본부와의 상담 시 들었던 것과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내용이 다른데 대비하는 것이다. 기초 자료를 모아놓지 못해 분쟁 조정이나 소송을 아예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비슷한 입지 환경에 있는 가맹점주를 만나 직접 얘기를 들어보는 것도 프랜차이즈 창업 준비의 중요한 요소다.# 직접 업체 찾아가 정보 얻기이씨는 가맹본사 담당자와 상담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여전히 프랜차이즈 창업에 대해 의문점이 남았다. '정말로 수익이 남을까?', '가게를 열면 손님들이 얼마나 찾아올까?', '음식 조리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까' 등이다. 소상공인진흥공단 관계자의 조언이 떠올랐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직접 가맹점을 찾아가 현장을 봐야 한다는 것. 직접 상황을 봐야 창업에 대한 판단이 설 것만 같았다.퇴근 후 A매장에 가보기로 했다. 우수 가맹점으로 선정된 곳이었지만 아쉽게도 일시 휴업 중이었다. 다른 매장을 검색해봤더니 차로 20분여 거리에 B매장이 있다. 손쉽게 매장 위치를 찾을 수 있었고 가맹점 간의 거리도 있어 가맹점 간의 과당경쟁 요소는 적어 보였다. B매장에 도착했을 때 역시나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박람회 부스에 설치됐던 것과 같은 모습이었는데, 독특한 인테리어가 처음 가게를 방문한 고객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해 보였다. 오후 7시 30분께 매장에 들어섰는데 이씨가 첫 손님이었다. 평일 저녁이긴 했지만, 근처 다른 가게에는 손님들이 북적이는 것을 보면서 마음 한 편으로 걱정도 들었다. 메뉴 구성은 식사류보다는 안주류가 많았고 가격이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젊은 층을 주된 타깃으로 설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30대 소비자들이 많이 다니는 지역에 입점하는 것도 성공의 열쇠인 듯 싶었다.김치찌개, 깐풍새우, 찹스테이크, 콘치즈 등 추천 메뉴를 중심으로 주문했다. 간편 조리가 특징인 만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점이 장점이라는 설명을 들었는데 실제로 10분 이내에 음식이 나왔다. 안주 가격이 1만원 대를 넘지 않았는데 양이나 질적인 면에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았다. 가맹 본부 측에서 예비 점주들을 대상으로 직접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시식 프로그램도 준비한 만큼 질적인 면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하지만 뒤이어 들어온 손님들은 메뉴를 보고 나가기도 했다. # 프랜차이즈 창업해야 할까여러 정보를 모아본 이씨는 결국 프랜차이즈 창업에 도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무작정 창업을 하기보다는 성공의 이면에 숨겨진 실패 요소들을 꼼꼼히 찾아보고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게의 사장님이 된다는 것은 매장 입지 선정과 가맹점 선택, 매장 운영과 홍보 등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아무 경험이 없는 초보 창업자로서는 가맹본부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지만 가맹본부의 얘기를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굿모닝 푸드트럭 창업 상담회'에서 예비 창업자들이 푸드트럭을 둘러보고 있다. /경인일보 DB

2017-06-15 이원근

[이슈&스토리]6·10 민주항쟁-1987 년 그날의 인천, 재구성

인하대학교 1천여명 학생들경찰 피해 여러갈래 나뉘어 집결'박종철 고문치사 규탄·호헌철폐국민대회' 노동자등 수만명 모여법인택시들 경적 울리며 집회 동참주변 상인들도 박수 치며 '응원'민주주의 염원 '분노' 커진 시민들시장·대우車공장까지 끝모를 행렬경찰 곤봉 휘두르며 강경진압최루탄에 뿌연 거리… 부상 속출더 많은 인파 이어지는 시위들마침내 '대통령 직선제' 선언 이끌어오는 10일은 '6·10 민주항쟁'이 일어난지 30년이 되는 날이다. 6·10민주항쟁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에 저항하여 시민들이 들고 일어난 반독재 민주화 운동이다. 1987년 6월의 거리는 민주주의를 향한 뜨거운 외침으로 들끓었다. 그리고 시민들은 끈질긴 투쟁 끝에 같은달 29일 '대통령 직선제' 라는 민주주의의 기념비적인 성과물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시민들의 사회적, 정치적 각성과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던 6·10 민주항쟁은 30년이 지나 촛불로 이어졌다.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아 당시 거리에 있었던 사람들을 만나 격정의 6월을 재현해 보았다. 1987년 6월 10일 오후 4시. 인하대학교에 1천여 명의 학생이 모였다. 이날 학생들은 오후 6시에 부평역에서 열릴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 규탄 및 호헌철폐 국민대회'의 출정식을 가졌다. 그 해 1월 서울대에 재학중이던 학생을 연행한 뒤 고문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시민들의 직선제 요구를 짓밟은 '4·13 호헌조치' 등으로 정권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해 있었다. 총학생회 등을 중심으로 모인 학생들은 '호헌철폐'와 '독재타도'를 외치며 인하대 후문으로 나아갔고, 경찰은 이를 막아섰다. 학생들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부평으로 향했다. 곳곳에서 경찰과의 대치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학교에 모였던 1천여 명의 학생들은 부평역에서 만났다.국민대회가 열린 오후 6시. 운행중이던 택시기사들이 동시에 경적을 울리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당시 '경적 시위'는 개인택시 보다는 법인 택시 중심으로 이뤄졌다. 당시 개인택시를 운영했던 김풍수(72)씨는 "당시 인천에 택시법인이 50여개 정도 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부에 항의하기 위한 경적 시위는 법인 택시들 주도로 진행했다"며 "개인택시는 많이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나도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소식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부평역에는 인하대학교 학생들을 비롯한 대학생, 인근 주안·부평 공단의 노동자 등 수 만명이 모였다. 행사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 주변의 상인들은 박수를 치면서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경원세기 해고노동자였던 신승식(56)씨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연초에 터졌고, 4·13호헌조치 발표로 민주주의를 원하는 시민들의 분노가 커졌다"며 "인천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인원이 모였다. 부평역에서 부평시장과 대우자동차 공장까지 인파가 이어졌으며,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대학생들은 수업과 시험을 거부하고 거리로 나섰다. 당시 인하대학교 총학생회 학술부장을 맡아서 집회 참여를 주도했던 조두국(53)씨는 "당시 집회에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참여했었다"며 "시험기간이었지만 교수님들은 시국선언을 했었고 학생들을 응원하며,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학생, 노동자 등이 대규모로 모인 거리를 경찰은 강경하게 진압하려 했고, 최루탄이 난무했다. 전날 서울에서 연세대학교 학생이었던 이한열이 최루탄에 맞고 병원으로 실려가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경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경찰이 던진 최루탄으로 거리는 뿌연 연기로 물들었고, 경찰은 곤봉을 휘둘러 댔다.신승식씨는 "그 시기의 집회는 몇 명이 모이든 경찰은 무조건 강경 진압했다"며 "나도 당시에 왼쪽 다리에 최루탄을 맞았다. 경찰이 곤봉 등 무기를 사용해서 시위대를 진압하는 것은 일상적인 모습이었다"고 전했다.6월 10일 이후 더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인하대는 6월 10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학내 집회를 열었고, 점차 참여하는 학생의 수가 늘어갔다. 조두국씨는 "6월 15일로 기억한다. 인하대 학생 1만명이 거리로 나서기 위해 학교에 모였다"며 "도서관에 있던 학생들이 거리로 나서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운동장이 꽉 찼다"고 말했다. 6월 18일에는 '전국 최루탄 추방대회'가 부평과 동인천 일대에서 열리는 등 지속적으로 집회와 시위가 이어졌다. 그 결과 6월29일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6·29 선언'이 발표됐다. 1987년 6월 10일. 인천을 비롯해 전국의 시민들이 '독재타도'를 외친 그날은 20년이 지난 2007년에 '6·10 민주항쟁 기념일'로 지정됐다. 30년이 되는 올해에는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고,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30년 전 거리로 나섰던 이들은 6월 항쟁의 연장선에 지금의 촛불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임병구 인천시교육청 정책기획관도 30년 전 6월 거리에 있었다. 임병구 기획관은 "1960년 4·19혁명부터 1980년 5·18, 1987년까지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한 열망은 확산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두국씨는 "우리나라에서 시민들이 나섰던 4·19 때는 군사쿠데타인 5·16이 발생했고, 1980년 광주는 군홧발에 짓밟혔다. 1987년 6월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지만 신군부가 재집권했다"며 "이번 촛불은 그 성과가 이전보다 클 뿐 아니라 노동자, 학생 등 일부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주도한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점"이라고 했다.1987년 당시 노동자로서 6월 항쟁에 참여했던 박인숙(54·여)씨는 "6월항쟁으로 이룬 절차적 민주주의의 토대가 있었기에 촛불의 성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아이클릭아트①1987년 7~8월에 열린 노동자대투쟁 기간 중 답동성당에서 나와 언론왜곡 보도와 노동자 폭력 탄압을 규탄하며 가두 시위를 벌이는 노동자들의 모습. ②1987년 6월 항쟁은 같은 해 7~8월 노동자대투쟁으로 이어졌다. 이 기간 인천 성진택시 농성장을 찾아 노동자를 격려하는 문익환 의장. ③인천 답동성당은 1987년 6월 항쟁이 발생한 주요 장소 중 한 곳 이었다. 사진은 당시 노동자들이 모여 정부를 규탄하는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인천민주평화인권센터 제공

2017-06-08 정운

[이슈&스토리]걸개그림에 새겨진 6·10 민주항쟁 30년

인천민족미술인협 5명 '의기투합'길이 12m·폭 2.4m 주요사건 '빼곡' 1987년 6월 뜨거운 현장에서 시작2017년 '촛불혁명' 광장까지 담아5월 휴일 반납 간절함으로 완성해고창수 작가 1989년부터 경험 많아"미술학도 밑그림 비전공자가 채색"김정렬 작가는 그림고충 보다 목아파"1987년과 지금 크게 달라지지 않아"'행복한 세상' 꿈꾸며 당당히 '사인'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대학생 박종철의 죽음과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숨을 거둔 이한열 열사, 2009년 1월 20일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당한 용산참사, 이명박 정부가 환경 재앙의 우려에도 강행한 4대강 사업,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숨진 백남기 농민, 위안부 소녀상, 논란이 진행 중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권 교체를 이뤄낸 시민들의 촛불 혁명까지.6월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아 인천민족미술인협회 회원 고창수(52), 김경희(53), 김영옥(49), 김정렬(56), 정평한(49) 등 5명의 작가가 의기투합해 그린 대형 걸개 그림에 담긴 지난 30년 주요 사건의 이미지들이다.'6월의 꽃 촛불로 피어나다'라는 제목이 붙은 길이 12m, 폭 2.4m의 대형 걸개그림의 시작은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던 1987년 6월의 현장에서 출발한다.광장의 태극기 앞에서 두 팔을 든 채 달리는 눈에 익숙한 모습 오른쪽으로 이한열 열사를 끌어안은 모습이 회색빛 흑백 사진처럼 펼쳐진다. 그 옆으로는 자신의 삶 터를 지키려 망루에 오른 철거민들의 모습이 불길 속에 그려진다. 옆으로 흥겹게 징을 치는 백남기 농민의 모습과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모습이 겹쳐지고, 수문이 열린 4대강 사업이 진행된 어느 보의 모습과 사드의 발사대 밑으로 머리띠를 동여맨 결연한 표정의 노인의 모습도 보인다. 작품 한 가운데에는 순수한 눈빛의 촛불을 든 어린아이가 중심을 잡고 있고 위안부 소녀상과 하늘로 날아가는 세월호, 촛불 혁명을 일궈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으로 마무리된다.이 걸개그림은 오는 10일 부평역 광장에서 열리는 6월민주항쟁 30주년 인천시민대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이들은 이 걸개그림을 위해 5월 첫주 연휴와 매 주말을 반납하고 최근까지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촛불 혁명이 완성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과 조금은 무거운 마음에서 시작된 작업이었다. 그림이 조금씩 완성되어갈 즈음 선거가 있었고 촛불 혁명이 완성된 후에는 힘든 것도 잊고 작업에 임했다.김영옥 작가는 "인간 존엄이 짓밟히고, 부정 부패가 난무하는 등 현대사의 아픈 사건을 그리는 일은 이번이 끝이었으면 좋겠다"며 "앞으론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세상을 그리는 일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지난 4일 인천민예총의 전시공간 '해시'가 있는 남동구 구월동의 한 건물 3층에서 이번 작업에 참여한 5명의 작가를 만났다.이 작품의 마지막 마무리 작업과 기념 촬영을 위해서 모인 것인데, 이날 이들은 각자 붓을 들고 아크릴 물감을 찍어 작품 왼쪽 하단에 각자의 '사인'을 남기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1980년대 걸개그림에는 이름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김영옥 작가는 "대학 시절 엄혹한 시기에는 걸개그림에 절대로 이름을 남기는 법이 없었다. 그럴 필요도 없었고, 또 익명성이 중요했는데, 이번 만큼은 각자 작품을 위해 고생했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남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걸개그림은 민중미술의 한 형태로서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이나 노동운동이 불붙으며 함께 널리 확산됐다. 때로는 집회가 열리는 광장, 대학교 학생회관에 걸리기도 했고, 행진하는 대열 속에서 위치와 움직임을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기도 했다.걸개그림에 이름을 남기지 않았던 이유는 이름을 숨기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누구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공동창작의 결과물이란 이유도 있었다.1989년 복학생 신분으로 걸개그림 제작에 처음 참여해 여러 차례 작품을 그린 경험이 있다는 고창수 작가는 "미술 전공학생들이 주제를 정하고, 밑그림을 그리고 나면 미술 비전공자인 학생들이 동원돼 채색 작업에 참여하는 공동창작의 방식이었다"며 "이름을 남기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웠다"고 말했다.걸개그림이 필요한 경우라는 것은 큰 집회를 앞두고 있다는 의미였다. 대형 작품을 빨리 완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개인 작업을 할 때와 비교하면 방식 자체가 많이 달라야 했다.실내 작업은 거의 불가능해 넓은 마당에 그림을 그릴 천을 펼쳐놓고 작업을 해야 했다. 한 눈에 작품을 보기가 어렵다 보니 도서관이나 학생회관 높은 곳에 올라가 작업 지시를 하면 바닥에 다른 학생이 지시대로 밑그림을 그렸다.김정렬 작가는 "바닥에서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은 이게 무슨 그림인지도 모르고 위에서 시키는 데로 지시를 받아 그려야 했다"며 "마무리 색칠을 할 때는 서로 얼굴도 모르는 모든 학생이 붓을 들고 달라붙어 마무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그림 그리는 것 보다 소리를 지르다 보니 목이 아파 힘들었다"고 웃었다.대학을 졸업하고 10여년 넘게 각자 개인 작업에만 몰두해오던 이들이 다시 모인 것은 최근의 일이다. 작가로서의 사명감이 이들을 불러냈고 지난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 걸개그림을 그렸다. 이들은 완성된 그림 앞에서 뿌듯해 하면서도 다시는 걸개 그림이 필요한 시대가 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김정렬 작가는 "강산이 3차례나 바뀌었을 지난 30년을 그리면서, 1987년과 지금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1980~90년대 철 지난 걸개그림을 다시 소환해야 했던 지금과 같은 시대가 다시 오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왼쪽부터 김영옥, 김경희, 정평한, 김정렬, 고창수 작가.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2017-06-08 김성호

촛불 타오르는 인천, 내일 부평역 쉼터광장 시민대회… 민주항쟁 표석 제막식 기념행사

'1987년 6월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인천에서 진행된다.'6월 민주항쟁 30주년 인천조직위원회'는 10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부평역 쉼터광장에서 '6월 민주항쟁 30주년 인천시민대회'를 개최한다.이번 행사는 '6월의 꽃 촛불로 타오르다'를 주제로 열린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시민들의 집결 장소 중 하나였던 부평역 쉼터에서 '6월 민주항쟁 표석'의 제막식이 진행된다. 제막식에 이어 기념행사와 문화공연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8월 24일부터 9월 3일까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는 '우리들의 이야기 1987'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열린다. 6월 민주항쟁에 참여한 학생, 교수, 하숙집 주인, 교도관 등 시민들의 기억을 재현하는 사진과 그림, 영상 130여 점이 전시된다.조직위는 '청소년 민주주의 체험마당', 청년이 참여하는 '민주주의 체험탐방' 행사도 마련했다. 청소년 민주주의 체험마당은 오는 10월에 진행될 예정이며, 서대문형무소 역사박물관, 국립 4·19민주묘지, 박종철 기념관, 이한열 기념관 등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짜였다. '민주주의 체험탐방'은 민주화 운동이 진행된 장소 등을 탐사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프로그램이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6월 민주항쟁 30주년 인천시민대회' 팸플릿. /조직위 제공

2017-06-08 정운

[금요와이드·극지 연구 전초기지 인천] 세상의 ‘끝에서 시작되는’ 미래

‘1985년 국내 첫 탐험’ 남·북극기지·쇄빙연구선 인프라 성장기후변화 핵심 부각… 연구자 백여명 혹한 대륙 ‘뜨거운 질주’지도를 펼쳐 놓고 보면 남극과 북극은 세상의 끝이다. 하얗게 꽁꽁 얼어붙은 대륙과 추운 바다는 과연 그곳에 사람이 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 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달리 바라보면 오늘날 극지는 세상의 끝이 아니라 미래를 열어가는 시작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남극 탐험은 1985년 11월 16일 남극관측탐험대원 17명이 남극 킹조지섬을 탐험한 때다. 이날 작은 텐트에서 시작한 우리나라의 극지 연구는 3개의 남·북극 기지와 1개의 쇄빙연구선이라는 극지 연구 인프라를 구축할 정도로 성장했다.대한민국 극지 연구의 중심은 인천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는 지난 2006년 송도에 처음 자리를 잡았고, 쇄빙 연구소의 모항 또한 인천이다. 극지 연구는 연구 대상의 특수성 때문에 민간 투자가 어려운 국가 고유의 연구 영역이다. 이 때문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국가 차원의 극지 연구 인프라 구축과 운영이 필요하다. 극지연구소는 기후변화와 자원고갈을 둘러싼 글로벌 이슈를 정면으로 대응해야 한다.이 같은 점에서 국제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인천, 극지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공항과 항만이 있는 인천은 우리나라 극지 연구의 중심이 되기에 제격이다.현재 남극에는 19개국이 37개의 상주 기지를 운영 중이고, 북극에서는 20여개의 나라가 연구활동을 수행 중이다. 세계 각국이 극지를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남극과 북극이 갖고 있는 무한 잠재력이다.극지는 지구 환경의 전초기지이자 기후변화의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변화와 지구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지역으로 부각되고 있다. 수만년 전 빙하와 운석은 과거를 고스란히 간직한 지구의 역사 기록 보관소이기도 하다.우리나라도 1988년 남극 세종과학기지를 시작으로 지난해 문을 연 남극 장보고과학기지까지 얼음 안에 숨겨진 극지의 비밀을 풀기 위해 30년간 부단히도 달려왔다. 모든 것을 꽁꽁 얼려버린 극지는 과거를 품고 있지만, 극지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내일을 위해 일한다. 오늘도 100여명의 대한민국 연구인력이 남극과 북극의 극한 속에서 질주하고 있다.극지연구소 관계자는 “극지연구는 대기, 지질, 지구물리, 빙하, 운석, 해양환경, 생물자원 등 다각도의 연구를 통해 지구 환경변화의 원인 규명 작업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인프라 구축과 심도 깊은 연구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 극지 연구를 주도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지구 환경의 전초기지이자 세상의 미래를 열어가는 시작점으로 주목받고 있는 극지. 우리나라는 남극 세종기지를 시작으로 북극의 다산기지와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 그리고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까지 극지 연구 인프라를 구축해 세계 극지 연구를 주도하는 날을 꿈꾸고 있다. 사진은 아라온호를 타고 북극해에 도착한 극지연구소 연구진들이 탐사하고 있는 모습. /극지연구소 제공

2015-12-17 김민재

[금요와이드·극지 연구 전초기지 인천] 지구의 비밀 간직한 ‘냉동 실험실 남·북극’

만년빙·수만개 운석… ‘역사 기록실’현지 생물, 부동액·섬유 신소재 연구온난화 등 환경변화 민감 ‘바로미터’영국·호주·노르웨이 20C초부터 진출우리나라도 뒤늦게 참여 3개기지 구축관측 활동 등 세계 각국과 경쟁·협력남극과 북극을 흔히 ‘바다의 보물 창고’라고 한다. 광물자원과 미개발된 수산자원 등이 가득한 자원의 보고(寶庫)이자 전 세계 선진국이 주목하고 있는 천혜의 기초과학 실험장이기도 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가 주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극지연구는 단순히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의 영역이 아니다. 한반도의 환경변화를 이해하고 대처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열쇠’라고 볼 수 있다.#극지로 가라, 극지에 있다!남극은 남극해로 둘러싸인 거대한 얼음 대륙이다. 면적은 1천360만㎢로 한반도의 약 62배이며, 전체표면의 98%가 얼음으로 덮여있다. 북극은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둘러싸인 바다(1천200만㎢)다.빙하가 갖고 있는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남극대륙의 만년빙은 매년 내리는 눈이 겹겹이 쌓여 형성된 것으로 평균 두께가 2천100m에 달한다. 남극 빙하에는 눈이 쌓일 당시의 대기성분과 기후에 관한 귀중한 자료가 그대로 간직돼 있다. 특히, 과거의 대기가 빙하 속에 기포로 남아있어 수십만 년 전 지구 대기의 온실가스 농도를 직접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냉동 타임캡슐’이라고 불리기도 한다.영하 60℃의 맹추위에도 살아가는 극지 생물은 귀중한 생명자원이다. 극지 생물은 저온에서 견딜 수 있도록 스스로 진화하며 자라왔다. 이들 생물체의 성분은 극한에 대한 적응과 힘겨운 생존방식의 산물로서 큰 가치가 있다. 얼지 않는 부동액이나 차가운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는 섬유를 만들 수 있는 비밀을 극지 생물이 간직하고 있다. 이밖에 현재 4만여개 이상 채집된 남극의 운석은 우주와 지구 탄생 초기의 생생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극지는 지구 환경 변화의 ‘전초기지’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극지는 태양에너지의 70%를 반사해 ‘지구의 에어컨’ 역할을 해왔다. 극지가 사라지는 만큼 태양에너지 흡수량이 많아져 지구 온난화가 가속된다. 극지의 얼음이 다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이 60m이상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극지 빙하가 녹으면 심층 해수의 순환에도 영향이 미친다.극지연구소 관계자는 “극지는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다”라며 “북극의 기류 변화가 한반도의 겨울철 온도를 좌우할 정도로 극지에 대한 연구는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커다란 빙산 아래 첨단의 과학이 숨어있고, 미래의 기후 변화도 숨어있는 셈이다”라고 덧붙였다.영국, 호주, 노르웨이 등 해외 국가들은 극지의 이 같은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20세기 초반부터 극지 탐험을 시작했다. 이후 영토권 분쟁이 일기 시작했고, 1959년 12월 1일 남극의 국제적 공동연구 필요성이 대두 되면서 남극대륙은 평화적 목적만을 위한 과학연구용도로 사용됐다.비록 후발주자이지만 우리나라는 1970년대 후반부터 극지 탐구를 시도했고, 1985년 11월 한국남극관측탐험대가 남극에 첫 발을 내딛었다. 1986년 남극조약에 가입한 이후 3개의 남·북극 과학기지와 1개의 쇄빙연구선에서 극지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극지연구의 시발점은 1988년 2월 17일 남극 킹조지 섬에 설치된 세종과학기지다. 16명 내외의 연구원이 상시 머물면서 남극의 환경변화를 모니터링하고 해양생물자원 등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2월 12일 동남극 빅토리아랜드 연안에 장보고과학기지가 추가 설치되면서 남극의 우리나라 기지는 2개로 늘어났다. 장보고과학기지는 우주, 천문, 빙하, 운석 등 대륙을 기반으로 한 국제공동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북극에는 2002년 4월 29일 설치된 다산과학기지가 있다. 노르웨이령 스발다드군도에 위치한 다산과학기지는 북극해 해빙 분석을 통한 기후변화 연구, 극한지 유용생물자원 연구 등의 임무를 맡았다.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는 2009년 11월 2일 건조돼 남·북극 결빙해역을 누비며 해빙관측 및 연구기지의 보급지원 역할을 하고 있다.극지연구소 관계자는 “남·북극 3개 연구소와 아라온호와 같은 대형 인프라를 갖추면서 어느덧 세계 수준에 발맞춘 수준 높은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라며 “남극대륙 및 북극을 기반으로 한 연구개발을 통해 환경 변화 이슈에 신속히 대응하고, 미래가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 ·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극지연구소 제공

2015-12-17 김민재

[금요와이드·극지 연구 전초기지 인천] 남·북극 연구활동 지원 ‘송도 극지연구소’

종합상황실서 현지기상등 정보 파악파견 인력 표시… 캠핑 여부 알려줘쇄빙연구선 ‘아라온호’ 활동도 관찰‘남극→북극’ 미래 개척 무게추 이동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극지연구소는 남·북극 과학기지 운영과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연구기관이다. 1987년 한국해양연구소의 극지연구실에서 출발한 극지연구소는 2004년 부설 연구기관으로 독립, 이제 명실상부 세계 수준의 극지연구 중심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2006년 인천 송도 갯벌타운 이전으로 인천시대의 문을 연 극지연구소는 2013년 송도 5공구 신청사 시대를 맞아 한 단계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인천 송도 극지연구소를 가다16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극지연구소. 송도 신청사 1단계 사업을 마치고 2단계 공사가 한창이었다. 극지연구소가 하는 업무는 ▲지구의 기후변화 연구 ▲지구 탄생의 역사 연구 ▲극지 생물 연구 ▲미래에너지 자원 연구 등 크게 4가지. 이 연구활동을 위해 남극 2개, 북극 1개의 과학기지가 나가 있고, 남·북극 해역에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첨병으로 나가 있다.청사 2층에 위치한 극지종합 상황실에서 남북극 과학기지를 엿볼 수 있었다. 8개의 대형 스크린은 남·북극 과학기지를 비추는 화면과 현지 기상 등 정보를 알려주는 화면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각 기지별로 파견 인력이 표시됐고, 각 연구인력이 연구기지에 있는지, 캠핑을 하는지, 타 기지를 방문했는지가 각각 표시된다.종합상황실을 찾은 시각은 오전 11시.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를 비추는 모니터는 오후 3시를 표시하고 있었다. 기온은 4.4℃로 유난히 추웠던 이날 인천 날씨보다 오히려 높았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남반구에 있는 남극은 우리나라와 반대로 여름이라 그나마 영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남극의 여름에는 1년 내내 기지에 파견된 연구원 외에도 하계 연구원이 추가로 파견된다”고 설명했다. 장보고기지에는 총 44명의 연구원이 있다. 이 가운데 하계 연구원이 14명으로 이들은 짧으면 2주 길게는 2달 일정으로 과학기지를 방문한다. 이날 장보고 과학기지에는 4명의 연구원이 입남극했고, 2명의 연구원이 출남극했다. 뉴질랜드를 거쳐 가야 하는 고된 일정이다.같은 시각 남극 세종과학기지는 전날(15일) 밤 11시였다. 기온은 영하 1.3℃로 장보고 기지 보다는 다소 낮았다. 특이한 점은 밤 11시인데도 하늘이 깜깜하지 않고 대낮처럼 밝았다는 것이다. 자전축에 위치한 남극은 위도에 따라 낮과 밤이 24시간 지속 되기도 한다. 남위 62。 13′에 위치한 세종기지는 12월 무렵 낮이 가장 긴 기간이다. 해가 가장 긴 12월 21일은 일몰 시간이 밤 11시고 해는 새벽 3시에 뜬다. 반면, 6월 21일에는 밤이 제일 길어 해가 오전 9시에 뜨고 오후 2시 반경에 진다. 세종기지에는 23명의 월동대·지원인력과 11명의 하계연구원이 잠을 자고 있었다.현지시각 오전 3시인 북극 다산과학기지는 스크린을 통해 외부 전경을 볼 수 없었다. 기온은 영하 11.5℃로 3개의 과학기지 중에 가장 낮았다.북극 다산과학기지는 독립 기지가 아닌 노르웨이 니알슨 과학기지촌 공용시설을 사용하고 있은데, 상주 인력 없이 연구원이 원하는 기간만 체류한다. 이날 다산기지에는 우리나라 연구원 인력은 한 명도 없었다.가장 왼쪽에 위치한 스크린에서 쇄빙연구선 ‘아라온 호’를 볼 수 있었다. 이날 현재 아라온호는 남극 장보고 기지 주변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었다. 최다 승선인원 85명인 아라온호에는 승조원, 연구원 등 46명이 탑승하고 있다. #북극항로 개척을 위해극지연구소의 시선은 남극에서 점차 북극으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4월 ‘2015년 북극정책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북극항로 운항 지원에 대한 세부 시행방안을 내놓았다. 북극 연안 국가와의 공동연구 수행 및 북극 연구거점 구축 등 북극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최선봉에 극지연구소가 나선다.북극해 미발견 자원의 추정 매장량은 원유 900억 배럴, 천연가스 1천670조 큐빅피트, 천연액화가스 440억 배럴이다. 이는 지구 전체 매장량의 각각 13%, 30%, 2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원유와 자원을 쟁탈하려는 ‘콜드 러시’가 예고되고 있다. 북극해는 미국, 러시아,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 연안 5개국과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비연안국 3개국 등 8개 나라의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가 있다. 또 우리나라를 비롯한 12개의 옵서버(observer·참관국)가 있다. 이사회 국가 중 하나인 아이슬란드의 올라푸르 라그나르 그림손 대통령은 지난달 송도 극지연구소를 찾아 양국 협력을 합의하는 등 앞으로 북극 항로 개척의 전망은 밝다.북극의 적극적인 개척을 위해 선행돼야 할 부분은 바로 제2쇄빙선의 건조다. 현재 아라온 호는 1년 중 311일을 바다에 떠 있을 정도로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제2쇄빙선은 1만2천t급 규모로 사업비 2천85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 ·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15-12-17 김민재

[금요와이드·장난감, 세대를 잇다] 동심, 同心

아이 감성·취향 ‘키덜트’ 등 향수 좇는 소비성향 늘어대여점 늘고 병원 등장… 실버-어린이 징검다리 역할장난감의 사전적 의미는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여러 가지 물건’이다. 사전적 의미와 달리 장난감은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더 이상은 유효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뜻하는 키덜트(Kidult)는 장난감 등 과거의 향수를 좇는 소비성향을 보인다. 최근 키덜트족이 증가하면서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2002년께 새로운 디지털카메라를 선보인 한국 후지필름은 광고를 통해 ‘디지털카메라 = 나만의 장난감’이라는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보여줬다. 기존 제품들이 광고를 통해 기능 전달에 치중할 때 한국 후지필름은 ‘디카족’이라는 새로운 유행어를 만들어 내며 새 문화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디지털카메라를 선전한 것이다. 당시 손바닥 만한 크기의 디지털카메라를 휴대하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나 셔터를 누르는 신세대들에게 디지털카메라는 가장 소중한 장난감이었다. 디지털카메라의 지위는 최근 들어 스마트폰이 이어받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스마트폰은 신세대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최고의 장난감이다.하지만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좋은 장난감이 아니다. 이병용 한국방송 PD는 자신의 저서 ‘장난감을 버려라 아이의 인생이 달라진다’에서 “집안일을 한다든지 개인 일을 보기 위해 부모가 아이를 좀 떨어뜨려 놓으려고 영상매체를 활용할 경우 아이의 발달 정도는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세상을 하나씩 익혀나가는 아이들에게 그 나이에 가지고 놀 장난감이 있는 것이다.유통업계는 10일부터 본격적으로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 완구 판매에 돌입했다. 부모들은 어린 자녀들에게 여러모로 좋은 장난감을 사주기 위해 온·오프 매장을 드나들며 분주하다. 싫증을 잘 내고 오래 갖고 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장난감 대여점을 찾는 부모들도 늘고 있다.애착이 가는 장난감이지만, 고장이 나서 갖고 놀 수 없는 장난감을 무료로 고쳐주는 국내 유일의 장난감병원도 있다. 특히 이곳 병원의 박사님들은 66세 이상의 할아버지들이다.2000년대 들어서 장난감이 세대의 구분을 허무는 사회적 현상을 만들어낸 가운데, 최근 실버세대와 어린이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도 하고 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고장이 나서 갖고 놀 수 없는 장난감을 무료로 고쳐주는 국내 유일의 장난감병원인 인천시 남구 관교동 ‘키니스 장난감병원’에서 재능기부 봉사를 하는 장난감 박사가 밝은 표정으로 장난감을 고치며 실버세대와 어린이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2015-12-10 김영준

[금요와이드·장난감, 세대를 잇다] 국내 유일 장난감병원 인천 관교동 ‘키니스’

인터넷 카페 예약 통해 무료 수리전국서 1주일에 100~150건씩 몰려지자체 대여점에 1천여점 기부도‘장난감병원을 아세요?’고장난 장난감을 무료로 고쳐주는 우리나라 유일의 ‘키니스 장난감병원’은 장난감을 매개로 어린이와 노인이 어우러져 ‘세대 간의 공존’을 모색하며 2011년 문을 열었다.Kid(어린이)와 Silver(노인)의 합성어인 키니스(KiniS)로 명칭을 정한 병원은 인천 남구의 지원을 받아 관교동의 주택가(경원대로 658번길 17. 2층)에 자리 잡았다.병원을 이용하려면 인터넷 카폐(http://cafe.naver.com/toyclinic)를 통해 회원 가입 후 게시판에 장난감의 사진과 증상을 올리면 진료 예약이 된다. 예약 후 바로 입원하는 게 아니라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병원 측의 허가 댓글을 확인 후 입원치료 의뢰를 해야한다. 게시판에서 입원치료 의뢰서를 내려받아서 메일(kinis46@naver.com)로 보내고, 입원할 장난감을 택배로 보내는 방식이다.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 카페 회원은 2만여명에 달한다. 지난 9일 하루 동안 진료 예약은 24건에 달했다. 1주일이면 100건에서 많게는 150건에 이른다고 한다.키니스 장난감병원의 의료진은 어린이들을 위해 기꺼이 재능을 기부한 6명의 박사들로 구성됐다. 60시간 동안의 실습 과정 등을 이수해야 박사 자격이 주어진다. 김종일 병원 이사장을 중심으로 김기성, 하영선, 김영봉, 김경래(이상 69세)씨와 막내인 박종태(66세)씨이다.모두 공학도 출신으로 김 이사장과 김기성, 하영선, 김영봉씨는 대학 교수로 강단에 섰으며, 김경래씨는 고교 교장을 역임했다. 박종태씨는 전자 회사에서 근무했다.병원의 재원은 10여명으로 구성된 이사진의 회비와 일반 독지가들의 후원금으로 마련된다. 한 달 평균 30만원 정도의 후원금이 모이고 있다. 후원금은 병원 박사들의 점심식비와 장난감 수리를 위한 공구와 비품을 사는데 쓰인다. 넉넉지 않은 병원 살림살이지만, 키니스 장난감병원은 오는 17일 인천 남구에서 장난감 1천여점을 기증한다. 기증할 장난감은 장난감대여점을 비롯해 시민에게 기증받은 장난감을 수리해서 마련됐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과 다문화 가정,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김 이사장은 “어린이들에게 그 나이에 필요한 장난감을 꼭 챙겨주고 싶어서 병원을 운영하며, 기증도 하고 있다”면서 “어린이 발달 단계에 맞는 장난감을 통해 올바른 놀이문화를 형성하고, 일이 없어 무료한 실버세대에겐 장난감 수리 기술을 전수해 치매 예방 등을 꾀하며 세대 간의 공존을 구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장난감을 매개로 어린이와 노인이 어우러져 ‘세대 간의 공존’을 모색하며 2011년 문을 연 ‘키니스 장난감병원’의 장난감 박사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2015-12-10 김영준

[금요와이드·장난감, 세대를 잇다] ‘장난감도서관’ 역사와 현황

1963년 스웨덴 ‘레코텍’ 세계 최초우리나라엔 1982년 英 선교사 첫선특수아 전용서 모든 아동 공간으로부모 소모임 꾸려 양육정보 공유도196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 특수한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의 부모, 교사를 위한 레코텍(Lekotek) 이라는 시설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레코텍은 스웨덴의 ‘놀이(lek)’와 ‘도서관(tek)’이라는 단어를 결합해 만들어졌다. 특수아 자녀를 둔 가족들은 레코텍에서 서로가 가진 장난감을 빌려주고 받는 자발적이고 실용적인 모임을 가졌다. 이것이 영국을 거쳐 유럽과 전 세계로 퍼졌고, 세계 장난감도서관의 효시가 됐다.우리나라에도 1982년 9월 서울 구로구 성베드로학교에 영국의 여성 선교사인 후리다(Dr. Freda) 선교사가 ‘LEKOTEK Korea’의 문을 열며 장난감 도서관의 역사가 시작됐다. 후리다 선교사는 인근 외국인 학교에서 나오는 폐품 중에서 쓸만한 것을 골라 장애 아동을 위한 장난감 도서관의 운영을 시작했다. 초창기 장난감 도서관은 특수아를 위한 시설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모든 아동을 위한 기관으로 발전하고 있다.대표적인 장난감 대여점으로는 도담도담장난감월드를 비롯 신세계이마트희망장난감도서관 등이 있다. 인천 남구 학익동 푸른마을아동복지종합센터에는 지난달 11일 신세계이마트희망장난감도서관 48호점 학익관이 개관했다. 아이들 연령대에 맞춰 장난감 300여 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50여 명의 아이들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박선미(28·여) 씨는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사주더라도 오래 지나지 않아 새 장난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대여점을 통해 빌리고, 또 다른 것으로 바꾸고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장난감 대여점이 단순히 장난감 대여만 하는 곳은 아니다. 부모들이 아이를 양육하는 방법을 학습할 수 있는 장소로 각광 받고 있으며,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소모임을 꾸려 양육 정보를 공유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김승미 푸른마을아동복지종합센터 과장은 “어린이들의 크고 작은 근육을 발달시키고 창의력을 증진할 수 있는 장난감을 추천해 준다”며 “단순히 장난감을 대여하는 기능에서 부모에게는 자녀를 양육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 등 종합적인 보육 기능을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신상윤기자 ssy@kyeongin.com10일 오후 인천 남구 학익동 푸른마을아동복지종합센터 내 신세계이마트희망장난감도서관 장난감 대여실을 찾은 어린이 부모들이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2015-12-10 신상윤

[금요와이드·장난감, 세대를 잇다] 크리스마스 시즌 앞둔 완구시장

폭발적 성장 연 1조~1조5천억원 규모어린이날과 함께 선물용 대목 판촉전장난감 시즌이 돌아왔다. 코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는 어린이날과 함께 장난감이 가장 많이 팔리는 시기다. 특히 몇 년 사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히트 장난감이 탄생하면서 침체기를 벗어난 국내 완구 시장은 매년 성장을 거듭해 현재 연 1조~1조5천억원 규모를 이뤘다. 올해도 완구 시장 성장은 이어졌다. 롯데마트, 이마트 등에 따르면 1~9월 기준 완구 매출이 10~20% 증가했다.최근 4~5년 국내 완구 시장을 보면, 또봇, 뽀로로, 라바 등 국내 제품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출시된 터닝메카드는 품귀 현상까지 빚으며 최고의 인기를 얻었다. 더불어 두터운 마니아층을 가진 레고와 요괴워치 등도 인기 상품이다. 이들 상품은 크리스마스, 어린이날 등에 평일 대비 3~4배 많이 판매되며 인기를 과시했다. 유통업계는 10일부터 본격적으로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 완구 판매에 돌입했다. 전국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시즌 전용 완구 판매장이 꾸려 운영을 시작했다.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기가 예상되는 완구는 역시 터닝메카드다. 손오공은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신제품인 터닝메카드 메카니멀(변신로봇) 점보 시리즈 3종을 선보인다. 점보 시리즈 요타, 엑스, 네오는 미니카가 아닌 트레일러 자동차 형태다. 기존 제품과 비교하면 2배 이상 크고, 카드는 홀로그램 특수 메카드 2장을 포함해 총 6장이 세트다. 레고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나이를 가리지 않고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는 레고는 크리스마스 시즌 개봉을 앞둔 영화 ‘스타워즈:깨어난 포스’로 다시 관심을 받고 있는 스타워즈 시리즈로 고객 지갑 열기에 나선다. 스타워즈 시리즈 중 눈에 띄는 것은 ‘레고 75105 밀레니엄 팔콘’이다. 이 제품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지난 9월 출시된 7가지 신제품 중 하나다. 스타워즈를 상징하는 비행선을 레고로 만들 수 있고, 올해 출시한 레고 제품 중 가장 크다. /박석진기자 psj06@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15-12-10 박석진

[금요와이드·장난감, 세대를 잇다] 실버의료진 이끄는 김종일 이사장

외진 위치·부족한 인력등 개선 필요“많은 아이 돕고파” 분원 확대 목표“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병원을 움직이게 합니다.” 키니스 장난감병원 김종일 이사장은 병원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장난감을 갖고 노는 어린이들의 즐거워하는 모습과 그 부모들의 고마움의 표시라고 말한다.인터넷 카페에 올려진 격려의 글과 후원 등을 통한 아낌없는 사랑이, 보수 없이 재능을 기부하고 있는 장난감 박사들에게 소명감을 갖게 하고 자부심도 높이는 자양분이 된다는 것.김 이사장은 수리된 장난감을 받고 웃는 어린이들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시설이 개선돼야 한다.“오면서 느끼셨겠지만, 병원 방문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에요. 지역에 사는 분들은 택배로 장난감을 보내시지만, 인천 거주민들은 직접 장난감을 가져 오세요. 처음 오시는 분 중 열에 아홉은 병원을 못 찾아서 근처에서 전화를 하고, 제가 마중을 나갑니다. 또한, 좁은 계단을 통해 올라와야 하는 2층이다 보니 고장난 장난감을 가져오고, 고쳐진 장난감을 가져가야 하는 부모님들의 고생이 큽니다. 일반적으로 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는 부모가 많으며, 둘째나 셋째를 임신한 엄마들이 많이 찾거든요. 요즘 들어 구청 등이 장난감 대여점을 두고 있는 추세인데, 그 한 편에 병원이 자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또한, 인력의 충원도 필요하다. 평소 병원에서 고장난 장난감을 수리하지만, 현장 봉사도 병행하고 있다. 김 이사장과 장난감 박사들은 올해도 저 멀리 경남 창원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어린이들과 고장난 장난감을 만났다.“올해 메르스로 인해 상당수 취소됐지만, 매달 2회꼴로 찾아가는 병원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출장을 가더라도 병원을 비울 수 없어서 인원을 나눠서 움직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출장 횟수를 제한할 수 밖에 없습니다.”김 이사장의 목표는 전국 곳곳에 병원의 분원을 내는 것이다. “수리 의뢰를 받는 장난감 대다수는 형·누나·오빠·언니가 갖고 놀던 장난감이거나, 아이가 특별히 애착을 갖는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들이에요. 때문에 새 것의 가격이 택배비(왕복 7천~8천원) 보다 싼 장난감이 전국 각지에서 오기도 합니다. 늘어난 장난감의 생명력 만큼 물질과 비교할 수 없는 아이의 감성을 늘려 주는 게 우리가 하는 일이죠. 이 같은 혜택이 전국 곳곳으로 퍼져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15-12-10 김영준

[금요와이드·오타쿠 전성시대] 판교 칵테일바 사보리 스토어

오타쿠들에게 ‘성지’라 불리는 곳은 어떤 모습일까. 판교의 한 칵테일바 ‘사보리 스토어’를 찾았다.사보리는 학원물 액션게임 ‘클로저스’의 여성 캐릭터다. 매장 내부가 캐릭터들로 꾸며졌고, 메뉴도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것과 똑같다.한경철 대표는 “IT회사가 밀집돼있는 판교는 오타쿠 문화에 대해 늘 굶주려 있다”며 “이곳에서 오타쿠는 특이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한 대표는 게임전문지 기자, (주)엔씨소프트 게임기획자, 디지털콘텐츠 복제방지 영업 등 경력을 가지고 있어 문화콘텐츠 산업과 연이 깊다. 어린 시절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한 정통 오타쿠이기도 하다.서울 사당동의 ‘사보텐 스토어’와 피규어판매, 구매대행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온라인 쇼핑몰도 함께 운영하며 월 평균매출은 4천만원이 넘는다. 온라인 회원수도 2만명이 넘었다.한 대표는 “IT기술의 발달로 디지털콘텐츠가 많아져 하위문화로 불리던 애니메이션, 게임 등이 대중화된 점은 좋지만, 서울 청계천, 부산 남포동 등 오프라인 성지가 사라져 아쉬움에 직접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콘텐츠 산업의 핵심은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오프라인 노출을 통해 일상에서의 익숙함이 형성되지 않으면 외국 콘텐츠에 우리 시장을 빼앗기고 말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TV에서 나오는 게임 CF 중 스토리가 있는 것은 모두 외국 콘텐츠라며 아쉬워했다.한 대표는 “초기투자비용이 들어도 오프라인 매장에 오타쿠를 모으는 것이 문화를 정착시키는 첫 단추”라며 “캐릭터 카드를 주는 적은 비용의 이벤트로도 구매를 유도하고 지속가능한 시장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판교 칵테일바 사보리 스토어 매장 모습.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한경철 대표

2015-12-03 전시언

[금요와이드·오타쿠 전성시대] 김민규 아주대학교 교수

김민규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미래 먹거리인 문화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위해선 ‘오타쿠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게임, 애니메이션 등 국내 문화콘텐츠 시장의 가치는 90조원으로, 이중 열성 팬을 5%로만 가정해도 시장규모는 5조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신발, IT기기 등 전 분야로 확장하면 전체 오타쿠 시장 규모는 1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PC통신, 컬러TV 등을 활용해 대중문화가 퍼지기 시작한 90년대 중반에 청소년기를 겪은 세대가 구매력을 갖추면서 오타쿠 기질을 갖춘 소비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봤다.김 교수는 “우리나라 오타쿠 문화는 일본과 미국 문화의 복합체”라고 평가했다. 일본의 스토리와 캐릭터가 미국의 개연성·웅장함과 융합돼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캐릭터의 콘셉트를 자유자재로 바꾸는가 하면, 주연, 조연 상관없이 캐릭터별 스토리를 불어넣어 새로운 버전을 만드는 ‘트랜스 미디어 스토리텔링’이 주목받고 있다”며 “뮤지컬 ‘묵화마녀 진서연’, 드라마 ‘송곳’의 흥행이 그 예”라고 했다.태동기인 지금부터 부작용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김 교수는 “‘표현의 자유’가 우리 사회에서 어디까지 통용될 수 있는지 전 세대가 함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기준이 완화되고 있지만 선정성과 폭력성을 자유에만 맡기기엔 사회적 책임비용이 막대할 수 있다”고 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 · 사진/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2015-12-03 전시언

[금요와이드·오타쿠 전성시대] 한국의 독창적 오타쿠 시장과 과제

캐릭터 숨겨진 이야기 예측작품으로 재탄생 기법 유행IT기기·게임등 한정판 인기셧다운제·법적규제 큰 장벽한국의 오타쿠 문화는 독창적이다. 주로 일본, 미국 등 외국의 콘텐츠를 즐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문화로 발전시키는 과정은 독특하고 창의적이다. 분야를 넘나들며 미국의 풍성함과 웅장함, 일본의 세밀함과 귀여움을 고루 갖추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의 부재로 시장의 활성화는 더디다. 각종 규제가 문화콘텐츠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어 진흥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최근 국내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트랜스 미디어 스토리텔링’은 캐릭터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양한 관점과 포맷으로 추적 또는 예측해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기법으로, 스타워즈 시리즈를 앞세운 미국 콘텐츠의 특징이었다. 시점을 바꾸는 방법으로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 내용을 연속적으로 선보이며 단일 콘텐츠를 시리즈로 발전시킨다.한국의 오타쿠 시장은 여기에 이성과 동성을 불문하고 캐릭터 간 연애 감정을 일으키는 일본의 ‘모에’문화를 결합했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을 즐기는 누리꾼들이 ‘베스트커플’을 지정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한국의 오타쿠 문화는 최근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갤럭시s6 엣지 아이언맨 에디션 한정판’ 등 IT기기, 게임, 피규어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해 집단적인 잠재의식에 침투, 오타쿠를 겨냥한 한정판을 쏟아내고 있다. 학계에서는 시장규모를 10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셧다운제 등 법적 규제와 게임, 애니메이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시장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픽, 음악, 스토리 등 문화콘텐츠 전반이 융합되는 게임산업의 특징상 시장의 위축은 국내 문화콘텐츠 시장의 위축을 뜻한다.한국콘텐츠 진흥원에서 펴낸 ‘2015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2만658개였던 국내 게임업체 수는 지난해 1만4천440개로 50% 가까이 감소했다. 종사자 수도 2012년 5만2천466명에서 지난해 3만9천221명으로 줄었다.게임 등을 마약·도박 등과 같은 4대 악으로 분류해 ’셧다운제’, ‘게임중독방지법’,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 등이 최근 몇 년 사이 쏟아져 나온 결과다.업계에서는 지난달 30일 한·중 FTA가 통과됨에 따라 시장공략 전략을 중국에 맞게 수정하고 있다. FTA 체결로 저작권도 강화돼 중국 내 유통계약을 통한 수익도 증가할 전망이라 내수 시장에서 손을 떼는 분위기다.학계에서는 중국시장 진출로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내수시장의 활성화 없이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발전도 제한적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국내 시장의 위축현상이 지속되면 미래먹거리를 스스로 걷어차는 꼴인만큼 정치·산업·학계가 모여 국내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오타쿠들의 성지로 불리는 판교 사보텐스토어에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들이 전시되어 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2015-12-03 전시언

[금요와이드·오타쿠 전성시대] ‘증강현실’ 책 개발한 공룡오타쿠 김진겸 대표

5살때 책으로 접한 후 빠져피규어·도서 광적으로 모아취향 확실 ‘진로 고민’ 없어한국판 쥬라기 공원 포부도“아이가 중독증세를 보이면 우선 꾸짖으세요. 그래도 매달리면 도와주셔야 합니다. (정상의 자리까지) 미칠 수 있는 아이니까요.”경기도의 ‘슈퍼맨 창조오디션’에서 우승, 상금 5천만원과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입주 자격을 거머쥔 (주)비타민상상력 대표 김진겸(28)씨는 공룡 오타쿠다.다섯 살 때 부모님께 선물 받은 책 ‘공룡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예림당, 1993)’에서 공룡을 처음 만난 김씨는 이후 25년 간 피규어(플라스틱 모형), 도서 등 공룡에 관한 것들을 광적으로 수집했다. 스무살부터는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으로 값비싼 수집품도 하나씩 사 모았다. 디테일이 부족한 것이 늘 아쉬웠다. 그래픽을 공부해 직접 피규어를 만들기로 결심했고, 그래픽 창업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증강현실(사용자가 눈 또는 카메라로 보는 현실세계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 기법으로 공룡의 디테일을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동아리 회원들과 같은 해 11월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1년 만인 지난 10월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 첫 작품은 다섯살 때 처음 만난 공룡책의 2015년도판 ‘어메이징 공룡월드(예림당 스마트베어)였다. 오타쿠가 어린 시절의 공룡을 증강현실 체험북으로 상용화한 것이다.■ 불광불급(不狂不及), 공룡 상품화한 오타쿠 = 김씨의 사무실은 손가락 마디 만한 것부터 성인 장딴지보다 큰 제품까지 피규어로 가득하다. 벽은 공룡 포스터로 도배되다시피 했다.김씨는 자신이 오타쿠임을 스스럼없이 밝힌다. 그것이 오히려 자신과 주변 사람을 편하게 한다는 생각이다. 김씨는 “생일이 되면 부모님, 친구 등 주변 사람이 선물 고를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오타쿠 수준으로 미친 사람이어야 최고의 자리까지 미칠 수 있다”며 “주변의 시선과 상관없이 끝까지 추구하는 오타쿠라면 인생의 나침반을 지닌 행운아”라고 말했다.■ 한국에 쥬라기공원을 구현하겠다 = 김씨의 회사는 증강현실 체험북을 제작한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동화책 속 공룡 머리 부분을 카메라로 비치면 증강현실로 구현된 공룡이 카메라로 비치는 공간을 돌아다닌다. 먹이를 줄 수도 있고, 손 위에 공룡을 얹고 사진으로 찍을 수도 있다.김씨는 이를 발전시켜 ‘공룡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테마파크에 들어서면 관람객은 공룡이 지배했던 2억 5천만 년 전의 지구를 체험하는 것이다. 김씨는 “IT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어 물리적으로 제약이 따르는 소재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 · 사진/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김진겸 대표가 2015년에 출판한 공룡 책과 다섯 살 때 부모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책 등을 들어 보이며 미소를 짓고 있다.김진겸 대표가 개발한 증강현실 체험북

2015-12-03 전시언

[금요와이드·오타쿠 전성시대] 문화콘텐츠 산업 역군 ‘오타쿠’

단절·고립·부적응 이미지 벗고 영화·만화·게임등 수익창출 동력제작 단계부터 소비패턴 공략… SNS·유튜브등 입소문타고 흥행1980년대 일본에서 유래한 오타쿠(オタク). 사회에서 고립돼 오직 한 분야만 파헤치는 성향의 사람들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유입된 일본만화와 함께 알려지기 시작해 그동안 ‘단절’과 ‘고립’, ‘부적응’, ‘하위문화(sub culture)’의 상징으로 인식돼왔다. 그런 오타쿠가 언제부턴가 문화 콘텐츠 산업의 첨병으로 부각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의 등장 이후 지역 간, 국가 간 경계를 넘어서더니, 아예 ‘오타쿠 문화’를 형성하고 그 영향력을 곳곳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근엔 배우 심형탁 등 일부 연예인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오타쿠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골방에 숨어있던 오타쿠가 첨단 IT 기술을 기반으로 벽을 뚫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오타쿠는 하나의 콘텐츠로 다양한 방식의 수익을 창출하는 ‘원 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영화, 만화, 드라마, 게임, 음반, 책 등 문화 산업 전반에서 오타쿠를 대상으로 이윤을 창출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 IT 클러스터인 판교에 오타쿠 관련 산업이 집중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최근의 문화콘텐츠 중에 제작 단계부터 오타쿠를 겨냥한 것도 적지 않다. 출시한 뒤 마니아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니아가 출시를 앞당겨 지속 가능한 소비가 가능하도록 ‘생산적 오타쿠’, 프로슈머(prosumer)를 양성한다는 얘기다.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재미를 추구하는 ‘정치적 소비’의 한 중심에도 오타쿠가 있다. 불법다운로드가 일반화됐을 때도 그들은 기꺼이 정품을 구매해 지적 재산권 문제에 가장 민감한 집단이 돼버렸다. ‘묵화마녀 진서연’ 등 게임을 주제로 한 뮤지컬이 등장하는가 하면 ‘사보텐스토어’ 등 오타쿠 캐릭터로 내부를 꾸민 매장이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드라마 ‘송곳’, ‘미생’과 영화 ‘내부자들’,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도 오타쿠의 소비성향을 겨냥해 제작됐고 흥행했다. 업계에서는 오타쿠들이 뚜렷한 목적의 소비패턴을 지녀 불특정 일반 소비자들보다 오히려 공략이 쉽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2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러브 라이브 : 더 스쿨 아이돌 무비’는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1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게임이 만화가 되고, 만화가 드라마가 되면서 경계를 파괴하는 문화콘텐츠 산업. 그 중심에 오타쿠가 있다. ‘오타쿠 전성시대’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 · 사진/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2015-12-03 전시언

[금요와이드·커피, 넌 누구니] ‘블랙 퍼포먼스’

전세계 하루 소비량 25억잔·1년에 700만t생산경기 침체속에서도 인기 ‘수입량 사상 최대’세계를 움직이는 3대 검은 액체가 있다. 석유, 콜라, 그리고 커피다. 세계 무역량 1위 품목인 석유는 세계 경제를 굴러가게 한다. 그러나 전쟁의 빌미가 되기도 하고,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하면서 과거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콜라는 한 때 젊음의 상징이었고 세계화의 기수였다. 그러나 콜라보다 콜라병 몸매가 더 환영받게 되면서 10년째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 세 가지 중 커피는 단연 흥하고 있다. 석유는 감시당하고 콜라는 외면당할 때 커피는 꾸준히 그들의 아성을 따라잡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기호식품이 됐다. 전세계에서 하루에 소비되는 커피는 25억잔, 1년에 생산되는 커피의 양은 700만t 이다. 가장 많은 커피를 생산하는 나라는 브라질이고, 가장 많은 커피를 소비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우리나라는 커피소비량이 가장 빨리 증가하는 나라 중 하나다. 2000년대 초반에는 국가별 커피 소비량이 10위권 밖이었지만 지난해에는 미국, 브라질,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로 커피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됐다. 경기 침체가 끝도 없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커피의 성장세는 지속돼, 지난해 커피 수입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커피 판매량은 242억잔이다. 1인당 연평균 484잔을 마신 셈이다.이런 수치들은 조금만 번화한 거리에 나가보면 즉시 피부로 와닿는다. 수원의 나혜석 거리를 중심으로 인근 커피숍만 100개다. 판매되고 있는 커피의 최저가는 1천500원, 최고가는 1만2천원이다. 이들 커피숍은 유형도 다양하고 영업 전략도 다양하다. 전세계에 수천개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커피전문점은 1만원이 넘는 커피를 선보이는가 하면 한국인의 취향을 저격하는 요소들을 갖춘 국내 브랜드도 있고, 커피맛 좀 아는 마니아들을 위해 매장에서 생두를 직접 볶으며 깊은 맛과 향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곳도 있다. 알면 알수록 커피의 세계는 깊어진다. 커피에 죽고사는 사람들에게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 사진/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아이클릭아트

2015-11-19 민정주

[금요와이드·커피, 넌 누구니] 카페 주인 홍순채씨가 말하는 커피의 매력

온도·정량등 고른품질 위한 노력불구10번 만들면 서너잔 불만족 그냥버려“개업 1년째지만 아직 배울것 많아”본사에서 원두 받아쓰는 프랜차이즈직접 볶는 가게들보다 신선도 떨어져홍순채씨에게 커피를 한 잔 부탁했다.그는 수원 인계동에서 커피숍을 운영한다. 오전 11시 30분, 그의 커피숍은 커피 볶는 냄새로 가득 차있다. 로스터기로 커피를 볶은 직후였다. 뜨겁게 달궈진 로스터기 주변으로 커피 껍질이 날렸다. 커피향에서 밀도가 느껴졌다. 묵직하면서도 익숙하고, 따뜻한 커피향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홍씨가 주문한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커피 한 잔을 완성하기까지 꽤 복잡한 공정을 거쳤다. 먼저, 커피콩을 그라인더에 넣고 간다. 포터필터에 정량의 커피 가루를 담는다. 평평하게 담고 템핑한다. 템퍼로 포터필터 안의 커피를 꾹 눌러주는 과정이다. 에스프레소 머신에 포터필터를 장착하고 추출한다. 처음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한 쪽으로 치우더니 다시 추출한다. 사람 손이 아닌 기계로 커피콩을 볶고, 갈고, 저울로 커피량을 재고, 추출기를 사용하니 누가 해도 똑같은 커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홍씨는 “같은 사람이 해도 매번 다른 커피가 나온다”고 말했다. “에스프레소를 10번 추출하면 그 중에서 마음에 들게 나오는 건 6~7번 정도고, 정말 맛있다고 느낄만한 건 3번쯤이에요. 서너 잔은 그냥 버리죠. 제 실력이 부족해서 이기도 하겠지만, 커피 맛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많아요.” 그는 그날 그날 날씨에 따라 커피 볶는 시간을 결정하고, 분쇄된 정도에 따라 커피량을 조절하고, 실내 온도에도 신경을 쓴다. 커피숍을 개업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많다고 한다.홍씨는 도자기를 굽는 아내와 함께 홍차 가게를 운영하다 커피전문점으로 업종을 바꾸었다. 그저 커피를 즐겨 마시던 그가 바리스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정말 맛있는 커피를 한 번 맛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이름난 바리스타를 찾아가 커피를 배웠다. 국내 1세대 바리스타로, 홍씨에게 직화식 로스팅을 가르쳤다. 생두를 볶을 때 불의 열기가 직접 닿는 방식의 직화로스팅은 품종의 특징을 최대한 살린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고른 맛과 품질을 유지해야하는 커피전문점에서는 이 방식이 적당하지 않았다. 요즘은 1kg짜리 로스터기로 하루나 이틀에 한 번씩 로스팅을 한다. 대개의 음식과 마찬가지로 커피도 신선한 게 맛 있는 법이니 그는 자주 로스팅을 하되, 일정한 품질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위해 많은 정성을 기울인다.“이 정도 커피라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커피숍을 차렸어요. 그게 자만이라는 걸 깨닫기까지 6개월도 안 걸리더라고요.” 개업 초기에 홍씨의 커피를 마신 손님이 로스팅이 잘못됐다고, 구체적으로 너무 일찍 기계에서 원두를 꺼냈다고 지적한 경험이 그에게는 큰 가르침이었다.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커피 맛을 아는 손님들을 만나면 반갑다. “저부터도 커피를 알고 나니 모르고 마실 때보다 훨씬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었어요. 기왕에 커피를 마시는 분들은 다양한 커피를 접해보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 행복감을 느끼면 좋겠어요.”홍씨는 사람들과 커피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자주,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나는 ○○○에스프레소 아니면 안마셔’라고 말하는 외골수를 만나거나 정체불명의 커피이론을 접했을때, 혹은 커피가 위험하게(?) 활용되는 경우를 볼 때가 그렇다. “한번은 가게에 오신 손님이 생두를 좀 팔라고 하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다이어트용으로 먹겠다는 거예요. 볶기 전의 생두는 먹을 게 못돼요. 멀리서 수입해 오느라 정말 더럽거든요.” 그는 신선한 커피를 마시려면 프렌차이즈는 피하라고 조언했다. “인생커피라고 할 만큼 맛있게 먹었던 커피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리스타의 이름을 걸고 만든 커피숍에서 마신 커피였어요. 그런데 매장 수가 늘어나니 맛이 변하더라고요. 프랜차이즈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매장에서 자주 볶아서 쓰는 원두랑 대량 공급받는 원두가 같을 수는 없죠.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넘쳐나는 가운데 작은 커피숍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기도 하죠.”마침내 홍씨가 커피를 건네주었다. 꽃무늬를 그려 넣은, 잔입술을 도톰하게 빚은 찻잔에 우유 거품이 넘칠 듯 소복하게 담겨 있다. 카페라떼의 우유 거품을 한 스푼 떠서 입에 넣으니 폭신하다. 어느새 점심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하나 둘 카페 안을 채우고, 바리스타 홍 씨의 오늘 하루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 사진/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수원 인계동에서 커피숍을 운영중인 홍순채씨.

2015-11-19 민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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