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와이드·자전거 여행] 자전거 고르는 팁 & 에티켓

사이클 선수들은 ‘로드 자전거’ 이용산에서 주행하고 싶을땐 ‘MTB’ 필요도심 생활용은 ‘하이브리드’가 적합자전거길 나설 땐 반드시 한 줄 이동추월전 “지나가겠습니다” 기본매너자전거 여행을 떠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준비물은 자전거다. 자전거 전문가가 아니라면 매장에 들어선 자전거를 보고 ‘어떻게 골라야 할지’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다. 초보자는 자전거 매장 주인이 건네준 자전거에 의심이 들기도 하고 합리적인 구매인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매장에 들어서기 전 기초 지식은 있어야 내가 원하는 자전거를 선택할 수 있다. 자전거를 구매하려고 할 때 유의해야 할 점과 자전거 여행을 위해 갖춰야 할 매너와 준비물이 무엇인지 살펴보자.■목적에 맞는 자전거를 선택하자!자전거는 그 종류와 크기가 다양하다. 또 가격 대도 적게는 6만∼7만원에서 많게는 1천 만원을 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자전거를 고를 때 가장 먼저 ‘어떤 용도를 위해 자전거를 구매하려고 하는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등·하굣길, 출퇴근 길에 타기 위한 것인지, 주말에 가족·친구들과의 여가를 즐기기 위한 것인지, 속도를 즐기기 위한 것인지, 혹은 산에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기 위한 것인지 등을 생각해야 한다. 또 내 체격에 맞는 자전거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무심코 자전거 매장에 갔다가는 과소비로 이어질 수도 있을 뿐 더러 자칫하면 몸에 무리가 올 수도 있다.■자전거 종류를 이해하자!자전거의 종류도 목적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자전거는 그 목적에 따라 로드, MTB, 하이브리드, 올마운틴, 다운힐 등으로 구분된다.로드 자전거는 흔히 사이클 선수들이 타는 자전거다. 로드 자전거는 먼 길을 보다 빠르고 멀리 가기 위해 만들어졌다. 자동차로 따지면 스포츠카에 해당한다. 로드 자전거의 바퀴는 폭이 좁고 핸들 손잡이가 안장보다 낮다. MTB자전거는 산악용 자전거다. 산의 능선을 타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됐으며 바퀴가 로드 자전거보다 작고 두껍다. 산의 경사진 곳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완충 장치가 설계돼 있다.로드자전거와 MTB자전거의 특징을 합친 자전거가 하이브리드 자전거다. 하이브리드는 도심에서 가볍게 탈 수 있는 자전거로, 생활용 자전거로 불린다. 시내 주행과 가까운 하이킹 용으로 사용되는 자전거다. 올마운틴 자전거는 MTB자전거 보다 험한 산을 오를 때 타는 자전거로 주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때 사용되며, 다운힐 자전거는 산 정상에서 내려올 때 속도감을 즐기기 위한 자전거다. 다운힐 자전거의 경우엔 도로 주행이 힘들다.이밖에 접이식 자전거도 많이 애용되고 있다. 자전거를 접어서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승용차로 이동해야 할 경우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운반이 편하다.■기본 에티켓을 지키자!나에게 맞는 자전거를 선택한 뒤 자전거 길을 나서게 됐을 때 지켜야 하는 에티켓이 있다. 자전거 도로는 대개 왕복 2차선으로 구축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앞·뒤 자전거와의 간격 유지가 중요하다. 추월할 경우에는 “지나가겠습니다”라고 얘기를 건넨 후 옆으로 지나가는 것이 좋다. 지인들과 함께 자전거를 탈 때도 두 줄로 가기보다는 한 줄로 이동해야 한다. 자전거를 타던 도중 갑자기 방향을 바꾸거나 자전거를 세우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자전거 매장에 늘어선 자전거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전거를 구매하기 전 목적과 체격에 맞는 자전거를 선택할 것을 조언한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바퀴의 폭이 좁고 핸들 손잡이가 안장보다 낮은 로드자전거. 보다 빠르고 멀리 가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원근 기자 lwg33@kyeongin.com산의 능선을 타기 위해 ‘산악용’으로 제작된 MTB자전거. /이원근 기자 lwg33@kyeongin.com자전거 헬멧과 장갑 등은 안전을 위해 꼭 갖춰야 하는 필수 아이템이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로드자전거와 MTB자전거의 특징을 합친 하이브리드자전거. 시내 주행과 가까운 하이킹 용으로 사용되는 자전거다. /이원근 기자 lwg33@kyeongin.com산 정상에서 내려올 때 속도감을 즐기기 위해 제작된 다운힐자전거. 다운힐 자전거의 경우엔 도로 주행이 힘들다. /이원근 기자 lwg33@kyeongin.com

2015-10-15 이원근

[금요와이드·자전거 여행] 경기·인천 지역 명품 자전거 코스

아라뱃길, 서해~한강~낙동강 잇는 4대강 종주 출발점경의중앙선 연계 남한강길, 호수·기차역 분위기 ‘아늑’바다내음 품은 신도·시도·모도 ‘가을섬 베스트9’ 뽑혀대나무숲 우거진 안양천·탄천 주변공원 동호인에 인기자전거 길은 우리 동네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특정한 코스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자전거 길은 크게는 4대강 물줄기를 따라, 작게는 지역 하천과 도로를 따라 정비돼 있다. 특히 수도권은 한강을 끼고 있기 때문에 한강을 중심으로 하는 자전거 길이 동호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또 인천 서해 갑문부터 낙동강까지 자전거 길이 이어져 있어 종주도 가능하다.■ 남한강 자전거길남한강 자전거길은 팔당역부터 북한강철교~덕구실 보도육교~양근성지~양평전통시장~후미개고개~이포보를 잇는 길이다. 팔당호부터 이포보까지 이어지는 경치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 경의 중앙선 전철역을 따라 자전거 길도 이어지기 때문에 각자의 상황에 맞는 여행이 가능하다.근처 볼거리로는 팔당댐, 두물머리, 다산유적지, 양평전통시장, 양근성지, 이포보 등이 있다.팔당역을 출발해서 팔당댐을 지나면 능내역이 나온다. 한 때 기차역으로 사용됐던 이곳은 이제 자전거 동호인들의 쉼터로 자리매김 했다. 이곳은 옛 역사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섬과 섬을 달린다! ‘신도~시도~모도’인천에선 다리로 연결된 3개의 섬 신도~시도~모도가 자전거 여행지로 유명하다. 최근 행정자치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가을여행 하기 좋은 섬 베스트9’에 뽑히기도 했다.공항철도 운서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면 10여 분 거리에 삼목선착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배를 타면 인천시 옹진군 북도면 신도에 바로 닿는다. 섬과 섬 사이에 다리를 놓은 신도~시도~모도는 반나절이면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신도를 출발해 시도와 모도까지 왕복 2차선 도로를 따라 달리는 코스에선 드넓은 바다와 갯벌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신도 선착장 부근에는 옹진군에서 운영하는 무인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선착장을 나서면 곧바로 갈림길이 나오는데, 시도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그렇게 모도까지 달리다 보면 배미꾸미 해변과 조각 공원이 나온다. 이곳에선 초현실주의 작가 이일호의 조각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시간’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돌아오는 길에선 강화도가 한눈에 펼쳐지는 수기해변을 들러보는 것도 좋다.■ 수도권 광역 자전거도로망, ‘경인아라뱃길’가족이나 연인들의 주말 나들이 장소로 딱 좋은 곳이다. 특히 주운 수로 양쪽으로 폭 5~8m, 총 연장 41.3㎞의 자전거·인라인 전용도로가 조성돼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이 꽤 있다. 성남·안양·하남 등에서 행주대교까지 이어진 기존 한강 자전거도로망과 연결되면서 그야말로 수도권 광역 자전거도로망이 구축된 셈이다. 예를 들어 탄천을 출발해 한강을 건너 김포여객터미널에서 인천여객터미널까지 달릴 수 있다. 이 코스는 약 80㎞로 4시간(평균속도 20㎞/h 가정) 가량 걸린다. 아라인천여객터미널, 시천교 남단, 계양대교 북단, 계양대교 남단, 아라김포여객터미널 등 5곳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 한강 자전거길한강 자전거 길은 한강을 따라 강남과 강북에 모두 만들어져 있다. 서울시, 하남시, 남양주시, 구리시, 고양시 등으로 이어지는 이 자전거길은 국토종주 자전거길로도 이용된다. 양화한강공원을 출발해 여의도한강공원~광나루한강공원~팔당대교~구리한강시민공원~난지한강공원까지의 코스다. 한강 다리와 50여 개의 나들목을 통해 자전거길로 들어설 수 있다. 남한강 자전거길과 한강 자전거 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아름다운 자전거 여행길 30선’에 선정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안양천 대나무 길안양천을 따라 난 자전거길에는 대나무 숲을 볼 수 있다. 의왕시 고천4교 밑으로 난 1㎞에 이르는 대나무 숲이 그 곳이다. 자전거길 양쪽에 대나무가 우거져 있는데 운치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이곳은 자전거 길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산책 코스로도 적격이다. 게다가 안양 학의천~양재천~탄천 합수부~안양천 합수부~안양천 자전거 도로~학의천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그 모양이 하트와 유사하다고 해서 하트 코스로 불리며 자전거 동호회 사이에서 유명한 코스다.■ 그밖에 자전거 코스한강 탄천 합수부~수서역~성남을 지나 수원 광교호수공원을 잇는 탄천 종주 코스도 자전거 애호가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탄천종주코스 주변으로는 양재 시민의 숲, 성남 율동공원과 분당 중앙공원 등이 있다. 시흥 물왕저수지~연꽃테마파크~갯골 생태공원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길은 초보자들이 타기 쉬운 대표적인 자전거 코스다. /임승재·이원근기자 isj@kyeongin.com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팔당호를 가로지르는 자전거길. /양평군 제공팔당역에서 운길산역으로 가는 자전거길에 있는 능내역/ 강승호 기자 kangsh@kyeongin.com

2015-10-15 임승재·이원근

[오늘 한글날]한글, 그 아름다운 유혹… 주택 건축 ‘새로운 기둥’ 한글 철학

‘ㄷ’·‘ㄱ’ 등 형태 모듈화 설계자·모음간 분리-합 특징 반영겹치는 공간 내·외부 통로 활용집안곳곳 디자인 소품 멋 더해한글로 된 주택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7일 양평군 용문면 오촌리의 한글주택을 찾아갔다. 줄지어 선 주택들 사이로 회색 바탕에 남색으로 디자인된 한 주택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한글주택인 이곳은 외벽에 자음 ‘ㅅ’과 ‘ㄱ’이 형상화돼 있었다. 건물 1층은 모음 ‘ㅡ’가, 2층은 ‘ㅣ’가 눕혀 배치됐으며 엇갈린 곳에는 필로티 공간(뜬 공간)과 베란다가 위치했다. ‘ㅅ’이 형상화된 지붕 부분은 옥탑방으로 활용돼 공간배치가 돋보였다.한 지상파 방송프로그램에 소개돼 유명해진 한글주택은 지난 2013년 방송 당시 설계 과정에서 그 모양이 한글의 자모와 닮았다고 해 지어진 이름이다. 설계된 집이 ‘ㅁ자 집’ 또는 ‘ㄷ자 집’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한글주택의 설계는 ‘한글 모듈화’ 작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한글 모듈화’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으로 각 층의 배치를 구상한 뒤 위아래를 합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1층을 ‘ㄱ’자 모양으로 배치하고 2층은 ‘ㅏ’자 모양으로 배치한 뒤 둘을 합쳐 이층집을 짓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각 층을 비틀거나 한쪽을 늘어뜨려 건축주 기호에 맞게 공간을 배치하고 원하는 디자인이 되도록 돕는다.이때 획의 길이를 달리해 아래층엔 기둥만 세우고 벽을 막지 않는 ‘필로티 공간(뜬 공간)’을 만들어 실용성을 높인다. 이는 자·모음의 분리와 합이 가능한 한글의 특징을 본받아 내·외부 연결을 위해 겹치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거주자는 이곳에서 휴식을 즐기거나 빨래를 너는 등 상황에 맞게 활용한다. 또, 외부의 소음을 막고 비바람을 피하는 효과를 얻는다. 외벽의 디자인도 한글을 담고 있다. 대다수 주택이 ‘ㅁ’자 모양의 창문이 있는 등 한글의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한글주택은 실용적인 부분에 자모의 디자인을 강조하는 방법으로 차별화한다. 현관과 창문의 빗물막이를 회색빛 외벽과 다른 색으로 칠해진 ‘ㄱ’, ‘ㅅ’ 자로 강조하는가 하면 2층 베란다를 ‘ㅡ’, ‘ㅁ’자로 형상화하는 등 실용성과 더불어 멋을 더한다. 이러한 차별화된 작업을 통해 멀리서 봐도 한글이 어우러진 주택임을 한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한다. 이 주택을 설계한 한글주택(주) 이관수 소장은 건축 과정에 한글을 적용하는 노력과 함께 집을 짓는 마음도 한글을 만든 세종을 닮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한글은 쉽고 간편해 그 중요성이나 위대함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지만, 서민의 삶과 매우 밀접해 있다”며 “주택도 이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편안하면서도 실용성이 높은 주택을 지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한글의 자음 ‘ㄷ’과 ‘ㄱ’자 모양으로 모듈화 작업을 통해 만든 개그맨 김병만의 집. /한글주택 제공

2015-10-08 전시언

[금요와이드·한글, 그 아름다운 유혹] ‘활자에 담은 감성’ 캘리그라피

익숙한 우리글 속 낯선매력배희열 작가 ‘손글씨 예찬’주택 건축·컴퓨터 폰트 등‘한글의 미’ 삶에 스며들어“야, 네가 쓴 글씨는 팔아도 되겠다.”매일 읽고 쓰던 한글이 캘리그라피 작가 배희열(30)씨에게 ‘아름다움’이 된 것은 꼭 10년 전 일이다. 군에 막 입대했을 무렵 그가 쓴 글씨를 본 조교가 던진 이 한 마디 때문이었다.어릴 때부터 글씨를 특이하게 쓴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어왔다. “글씨를 그림처럼 판다고? 한 번 해볼까?” 제대 후 커피 한 잔에, 영화 표 한 장에 그의 글씨가 아름답다는 이들에게 ‘한글’을 선물했다. 캘리그라피가 지금처럼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다. 취미는 머지않아 직업이 됐다.초성과 중성, 종성이 만나 하나의 글자를 이루는 한글은 영어 등 단순히 정해진 글자를 나열하는 다른 문자보다 색다르게 변형해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여지가 많다는 게 배씨가 글자를 쓰고 또 쓰며 느낀 한글의 매력이다. ‘달’이라는 글자를 쓸 때 ㄷ은 더 작게, ㅏ와 ㄹ은 더 크게 쓰는 등 크기와 획의 굵기, 길이, 글자 사이의 간격, 기울이는 정도에 따라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한글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쓰는 이가 표현하고 싶은 바를 새겨 넣기도 한결 쉬운 문자라고도 했다. 예를 들면 ‘길’이라는 글자를 쓸 때 ㄱ과 ㅣ는 아주 작게 쓰는 대신 받침 ㄹ을 길게 흘려 쓰는 것으로 먼 길을 표현하는 것이다.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데서 오는 아름다움도, 배씨가 생각하는 ‘우리 글’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다. 눈과 손에 자연스럽게 배어 들어 일상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읽고 쓰는 한글이,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때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매일 쓰는 글씨를 새롭게 바꾸는 것은 곧 일상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미처 몰랐던 면을 찾는 작업이 되기도 한다. 배씨는 “캘리그라피를 처음 배우는 이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는 자신의 이름과 옆 사람의 이름을 차례로 써보라고 한 후 이를 서로 바꿔서 보라고 한다. 남의 글씨로 쓰인 내 이름을 볼 때 느껴지는 신선한 충격이 있다”며 “천편일률적인 글자를 타이핑하는게 일상화된 지금 늘 읽고 쓰는 ‘우리 글’을 낯설게 보는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글의 아름다움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취미로 캘리그라피를 배우며 일상 속 작은 예술을 즐기는가 하면 아예 한글 모양을 본떠 집을 짓기도 한다. 한글을 좀 더 예쁘고 개성 있게 표현하기 위한 컴퓨터 폰트 시장의 열기는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장지훈 경기대 서예문자예술학과장은 “문자 ‘한글’이 갖는 매력은 자·모음의 굵기나 길이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을 쉽게 담을 수 있는 ‘표정’을 가진 문자라는 것”이라며 “익숙한 도구가 가진 표정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부분에 주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사진·캘리그라피/배희열 작가

2015-10-08 강기정

[금요와이드·한글, 그 아름다운 유혹] 글자체에 담긴 ‘전략’

“서체가 예뻐서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싶습니다. 양평군체 세트를 맥용(OS X 10.9.5사용중)으로 받을 수 있을까요?”양평군은 지난 2009년 ‘양평군체’를 등록한 이후 이 서체를 누구나 영리·비영리 목적으로 쓸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매년 70명가량이 양평군체를 받아 쓰고 있는데 주로 인쇄업체가 많이 이용한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또 양평군은 자체 개발한 서체를 도서관·보건소 등의 간판에 적용하고 있다. 양평군 전산정보팀 김원칠 주무관은 “처음에는 ‘물맑은체’ 같은 방식으로 작명하려다가 서체 이름에 ‘양평군’을 넣어 홍보 기능을 강화했다”며 “낮은 비용으로 개발한 서체가 군 홍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기업도 한글 글자체 개발을 통한 기업홍보와 이미지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텔레콤의 뫼비우스체,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체, CJ제일제당의 한글손맛체 등이 대표적이다. 한글 서체를 자사의 제품에 적용해 ‘통일성’을 높이면서 고객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전략이다.서체뿐 아니라 한글 상표도 늘고 있는 추세다.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특허 출원한 문자상표 중 한글상표 비율은 34.2%로 5년 전인 2010년 29.0%보다 5%p 이상 증가했다. 올해 출원된 한글상표는 ‘꽃다인’, ‘산초롱’, ‘꿈여울’, ‘꿀까닭’, ‘우아누리’ 등이 있다.외국인의 한글상표 출원 비율도 2010년 4.4%에서 2015년 6월 현재 4.9%로 소폭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허청 최규완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외국인도 우리나라에서 사업하는 데 있어 국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한글 상표의 필요성을 점차 인식해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국립한글박물관 제공

2015-10-08 김명래

[금요와이드·한글, 그 아름다운 유혹] ‘동네의 자랑’ 양평 최덕인씨 한글주택

“한글 모양의 주택, 이제는 동네의 자랑거리입니다.”양평군 오촌리의 한글주택에 사는 최덕인(77·여)씨의 말이다. 지난봄, 매년 추위에 떨며 겨울을 보내는 어머니가 걱정됐던 아들 김윤배(48)씨는 어머니와 식구를 위한 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씨는 팔방으로 알아본 끝에 ‘한글주택’을 짓기로 했다.김씨는 “직장이 부산이라 늘 어머니가 걱정돼 제대로 된 집을 지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한글주택은 설계과정에서 한글 자모를 이용해 쉽고 간편했고, 실용성 있게 짓는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고 말했다.6개월째 한글주택에 사는 최씨는 단층면적이 80㎡가 채 되지 않는 작은 집이지만 알찬 공간배치와 예쁜 외벽디자인에 흡족해했다. 특히 자모의 획을 달리해 만든 필로티 공간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최씨는 “현관에 비는 막아주면서 선선한 바람이 들어오는 공간이 있어 식구들이 오면 이곳에서 함께 식사하는 등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 “처음엔 외벽이 잿빛이라 어둡게 보일까 봐 걱정했는데 한글 모양 디자인이 두드러져 더 멋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최씨의 가족은 네살배기 증손녀까지 있는 19명의 대가족이다. 최씨는 집에 편리하면서도 꼭 필요한 한글처럼 가족도 그렇다는 의미를 담았다.최씨는 “이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증손녀에게 도움 주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가족도 한글처럼 편안하지만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자손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양평군 오촌리의 한글주택에 사는 최덕인씨가 “온 가족이 이렇게 예쁜 집에 한데 모일 수 있어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2015-10-08 전시언

[금요와이드·한글, 그 아름다운 유혹]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한글 서체

‘오이·포천막걸리’ 등 다양한 글자체 최소 석달 작업… 등록신청 매년 늘어 지자체 등 관심 ‘업체 간 경쟁 불붙어’‘오이, 딸기마카롱, 하얀고양이, 포천막걸리, 외계인설명서…’.언뜻 공통점을 쉬이 찾기 어려운 이 단어들의 정체는 컴퓨터에서 쓸 수 있는 한글 서체의 이름이다. 손 글씨보다 타이핑을 통해 한글을 읽고 쓰는 게 일상화된 지금, 컴퓨터 안에서 사람들은 굴림과 명조, 고딕을 넘어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아 나섰다.한글 서체는 초성과 중성, 종성 등 최소 2천350자의 문자를 디자인해야 하나의 글자체가 된다. 어떤 글자체를 만들지 큰 틀에서 콘셉트를 잡고 글자 하나하나를 디자인하는데 걸리는 시간만 최소 3개월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인터넷 용어들을 모두 담아내려면 5배에 달하는 1만1천172자를 만들어야 한다. 이 경우 짧게는 2년, 길게는 7년까지도 걸리는 기나긴 작업이 필요하다.보통 사회적 흐름에 따라 유행하는 서체의 스타일도 달라진다는 게 폰트 개발자들의 말이다. 싸이월드 등 온라인에서 처음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게 된 초창기 SNS 시대에는 각종 이모티콘이 첨부된 화려한 장식 폰트, 움직이는 폰트 등이 인기를 끌었다. 글자체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는 일에 사람들이 흥미를 보이며 폰트에 모든 장식적 요소가 집약된 것이다. 얼마 전까지는 복고 바람의 영향으로 큼직하고 투박하지만 강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폰트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면, 최근에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친숙한 느낌의 글씨체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글의 ‘아름다움’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한글 서체는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05년 7월부터 글자체도 디자인 등록을 통해 사용에 대한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한글 서체의 디자인 등록 신청도 점점 늘고 있는데, 2005년에 출원한 서체는 단 3개뿐이었지만 1년 만인 2006년엔 13배가 넘는 41개가 출원됐다. 지난해 출원한 서체는 모두 64개다. 이날 현재 디자인이 등록돼 권리가 유효한 한글 서체는 347개다. 여기에는 소비자에게 친숙함과 신선함을 함께 각인시키고 싶은 기업들이 한 몫을 했다. 현재 등록된 서체 중 기업이 출원한 서체는 50개다. 주민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지역을 홍보하려는 지방자치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양평군이 2009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서체를 등록한 데 이어 부산시가 2012년, 제주도가 2013년에 각각 서체를 등록했다.기업과 지자체 등이 직접 고유 서체 개발에 팔을 걷어붙인 가운데 글꼴을 개발하는 전문 업체들간 경쟁은 더욱 불붙는 추세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만 하나의 한글 서체가 탄생하지만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글자체 역시 돈을 내고 이용해야 하는 재산이라는 인식이 아직까지도 보편화되지 않아, 서체 시장은 그 수요에 비해 그동안 시장이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한 폰트 개발자는 “그동안은 기업이나 출판사 등 글자체가 필요한 곳과 전문 개발업체 간 1대1 형태로 제작이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며 “한글의 아름다움이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보다 다양하게 표현되려면 한글 글자체 역시 하나의 재산이라는 인식 하에 아름다운 우리 글을 사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2015-10-08 강기정

[금요와이드·희망찾아 대한민국 땅 밟는 난민] 이 아이를 품어줄 수 있나요

지난 9월 2일 터키 해변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세 살 배기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이 전 세계를 눈물 짓게 했다. 빨간 티셔츠와 파란 반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엎드려 있던 아일란의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가 곤히 자고 있는 것처럼 보여 더욱 가슴을 울렸다. 외신들은 아일란이 시리아 난민 아버지와 함께 그리스로 가는 배를 탔다가 전복 사고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내전을 피해 캐나다로 이민을 가려던 쿠르디 가족은 이민을 거부당하자 난민선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이 아기는 파도 속에서 아버지의 손을 놓치고 어린 생을 마감했다. 이 사진이 보도되면서 유럽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난민의 비참한 현실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됐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난민의 유입을 막으려는 각국의 이기적인 행태를 비난하며 난민 문제를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일었다. 우리나라도 아일란의 죽음을 계기로 난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과연 난민은 어떤 사람이고, 우리나라의 난민 수용 현실은 어떠한가. 전쟁, 천재지변, 사상적 원인으로 자신의 나라를 떠나 유엔난민기구의 보호를 받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2천100만 명에 달한다. 나라 밖으로 탈출하지는 못했지만 유엔 난민 기구에 보호를 요청한 사람들도 전 세계 인구의 약 1%인 7천7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난민신청의 절차적 권리 보장과 난민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을 골자로 한 난민법을 시행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관문 인천에는 난민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난민지원센터(출입국 외국인 지원센터)가 설립됐다. 2015년 5월 기준 우리나라가 받아들인 난민은 모두 496명. 그러나 난민 전문가들은 제도적 측면에서는 큰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난민을 바라보는 편견의 시각은 바뀌지 않았고, 난민법이 생기면서 오히려 난민으로 인정받기가 더 까다로워졌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난민들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있고, 아시아에서 민주화에 경제성장까지 이룬 나라여서 자신들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며 “난민이 우리 가까이 있는 존재라 생각하고 위상에 맞게 베푸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난민 (難民·Refugee)인종·종교·국적 또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박해를 받아 고국을 떠났거나 떠나고 싶은 사람을 말한다. 유엔은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국제 협약을 만들면서 난민을 이같이 정의했다.▲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 건물 밖 게시판에 그려진 시리아 난민어린이 아일란 쿠르디를 바라보며 한 어린 소녀가 지나가고 있다. /브뤼셀 AP=연합뉴스▲ 난민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세워진 인천시 중구 영종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난민센터).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2015-10-01 김주엽

[금요와이드·희망찾아 대한민국 땅 밟는 난민] 편견·제도와 싸우는 난민

영종초 금산분교 입학 앞둔 11명 “한국 학생과 정서적 충돌” 보류 본교로 발길 돌리니 학부모 반발 다문화 대안학교에 힘겹게 취학 다른 나라보다 긴 신청 기간 악용 2~3년씩 시간 끌며 돈만벌고 떠나 건수는 느는데 심사인력 태부족 색안경 대신 인도적 포용력 필요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7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만들었다. 난민법은 난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으로 법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출입국관리법 규약에 의해 난민을 받았다. 난민법에 따라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난민은 심사 과정에서 변호사 조력을 받고, 통역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인천 영종도에는 ‘출입국외국인 지원센터’가 세워졌고, 입국 6개월 안에는 생계비와 주거시설도 제공 받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찾는 난민들은 아직도 사람들의 편견과 불합리한 제도 속에 고통받고 있다. ■ 편견과 차별에 힘겨워하는 난민들 지난봄 인천 영종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 거주하는 초등학교에 다닐 나이가 된 11명의 아이들은 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 당초 이들 학생은 학군에 따라 난민센터 인근 영종초등학교 금산분교에 입학할 예정이었지만 인천시 교육청은 이 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인 학생이 40여 명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입학을 보류했다. 기존 한국인 학생과 정서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교육청은 학생 수가 많은 영종초교 본교에 입학시킬 방침이었지만 해당 학교 학부모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학부모들은 난민신청자가 입학하면 등교 거부 등 단체 행동을 하겠다는 의견을 밝히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역 사회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은 지난 4월 남동구에 있는 다문화 대안학교인 한누리 학교에 취학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영종도 아이들이 대표적인 난민 차별 사례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난민에 대한 차별은 아이들만 겪는 것이 아니다. 난민들은 일반적인 외국인 노동자들보다 더한 차별을 받는다. 난민 신청자가 되면 G-1 비자를 받는데 이 비자로는 단순한 일밖에 할 수 없다. 게다가 난민을 고용한 사업주가 2주마다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를 받아야 하는 탓에 대부분의 사람은 난민을 본인의 사업체로 받아들이기 꺼린다. 심지어 2주마다 자격을 갱신해야 하는 것을 알고서도 고용주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 난민 신청이 취소되는 일도 있다고 한다. 난민인권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류은지씨는 “난민들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비자를 발급받고 입국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보다 더 나쁜 조건에서 일하게 된다”며 “이러한 이유로 대다수의 난민은 소규모 공장이나 식당에서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난민 인정 어렵게 만드는 제도들 #지난 2013년 7월 우리나라에 온 이란인 A씨. 무슬림으로 살다가 기독교로 개종한 A씨는 종교 박해를 피해 우리나라에 난민 신청을 했다. 이란에서는 아직도 기독교인은 수감되고, 고문과 화형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2년 2월 정치 단체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구금되고, 고문을 당한 B씨도 정치의 자유를 위해 우리나라를 찾았다. 카메룬에서는 정당으로 등록되지 않은 단체가 정치 활동을 할 경우 경찰에 체포당한다. 그러나 A씨와 B씨 모두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본국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해 있다. 그 이유는 뭘까? 난민법 제정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난민의 수는 급증했다. 2010년 423명이었던 난민 신청자는 2013년에는 1천574명, 지난해에는 2천896명에 달했다. 그러나 난민 인정률은 2010년 11.1%에서 2013년 5.2%, 2014년 3.2%로 떨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1천265명이 난민 심사를 받았지만 법무부 심사를 통해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2명(0.16%)에 불과하다. 난민법 시행 후 오히려 난민으로 인정받기가 어려워진 셈이다. 법무부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난민신청을 하면서 인정률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해 긴 우리나라의 난민 신청 기간이 오히려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불법 체류 노동자들이 난민신청을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난민 신청을 하면 법무부 심사·행정 소송을 거치며 최소 2~3년은 한국에 더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며 “이러한 이유로 2~3년만 돈을 벌고 가려는 불법 체류자의 신청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법무부 난민심사관들은 난민신청 자체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강해졌고, 난민 심사는 까다로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심사 인력 부족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변호사는 “난민신청 건수는 늘고 있는 반면, 법무부 난민심사관 수는 그대로여서 심사가 1년 넘게 지연되는 사례도 많다”며 “또한 한 명이 수십 명의 난민을 심사해야 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시각으로 거짓 난민들을 가려내야 하는 역할밖에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우리가 받아들여야 난민을 도와야 한다는 주제의 기사가 나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부 반응을 보인다. 난민 활동가와 전문 변호사도 이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난민을 우리가 꼭 받아들여야 하는 대상이라고 말한다. 류은지 활동가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데 지금 우리나라에는 그러한 일이 생기지 않고 있을 뿐”이라며 “우리와 똑같은 인간인데 단지 다른 나라에 태어났다고 해서 돕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많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이러한 부분을 알리고, 자주 접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외국인에 대한 혐오감이 큰 것 같다”며 “그들이 우리 사회에 어울릴 수 있도록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만날 기회를 만들어야 이 같은 문제가 점차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난민을 바라보는 편견의 시각 속에 지난 2013년 7월 18일 인천시 중구 영종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앞에서 영종도 주민들이 난민센터 개관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경인일보 DB▲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한누리 학교에 입학한 난민센터 입주민 자녀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난민센터 제공

2015-10-01 김주엽

[금요와이드·희망찾아 대한민국 땅 밟는 난민] 영종 난민센터의 생활

대학교 기숙사 같은 시설에 입소 6~9개월 거주 심사절차·취업훈련 언어·문화·법 등 한국 간접 체험 임신부·미성년 시급성 따져 선발 정원 반도 못미쳐 ‘높은 문턱’ 실감 지역 주민과 잇단 마찰 고민거리 “딸이래요, 딸! 하루 빨리 난민으로 인정돼 한국에서 잘 기르고 싶어요.” 며칠 전 출입국 외국인 지원센터(영종 난민센터)에 기쁜 소식이 들려 왔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온 난민신청자 리라(가명)씨가 딸을 출산한 것. 리라씨는 고국에서 부족 간 다툼과 차별로 괴로움에 시달렸다. 자식 만큼은 인종차별이 없는 곳에서 살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그녀는 굳은 결심으로 낯선 땅에서 딸을 기르기로 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한국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한 리라씨는 한 달 전부터 이곳 난민센터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센터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단 5개월 뿐. 그녀는 하루빨리 대한민국 땅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기를 기도하고 있다. 종교 탄압이 없는 나라, 반정부적이란 이유로 옥살이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인종 차별로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지극히 평범하고도 이상적인 꿈을 꾸는 곳, 이곳은 바로 ‘난민센터’다. 인천 중구 영종도 한적한 동네 한 가운데 서 있는 3층 건물. 얼핏 작은 대학 캠퍼스처럼 보이는 이곳의 면적은 3만1천143㎡로, 생활관(기숙사), 교실, 휴게실, 체육실, 보육실, 아이 놀이방 등 각종 시설이 있다. 입소자는 주로 생활관에 머무는데, 각 방은 1인실, 2인실, 가족실 등 모두 34개 실로 구성돼 있다. 개별 방은 모두 크진 않지만 하얀 벽지에 침대와 화장대, 화장실을 갖춘 일반 대학 기숙사와 같은 모습이다. 오전과 오후에는 한국어 교육이나 한국사회, 문화, 법에 관한 교육을 듣는다. 한국 문화 특강 시간에는 국악에서부터 한국 대중가요까지 다양한 영상을 보며 센터 안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한국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엄마 아빠가 특강을 듣는 동안 아이들은 놀이방에서 또래 아이들과 놀기도 한다. 센터 관계자는 “한국어는 물론 한국 사회의 이해, 법질서 교육, 직업훈련 등 다소 어려운 수업이 진행되는데도 입소자들의 학업 열의가 높아 수강률이 높은 편”이라며 “아이들을 놀이방에 맡겨 놓아 입소자들이 안심하고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입소자들의 거주기간은 기본 6개월이나 3개월까지 연장이 가능해 최대 9개월까지 머물 수 있다. 이 기간에 센터는 입소자들의 난민 심사 절차에 필요한 서류 준비를 돕고 이들의 취업 훈련을 독려한다. 센터에 머무는 동안 난민 신청자들은 일을 할 수 없게 돼 있지만 퇴소 후에는 일시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센터에서는 강사를 초빙해 직업 훈련을 위한 바리스타 특강, 요리 특강 등 다양한 직업교육을 하기도 하는데, 바리스타 교육은 특히 외국인들의 반응이 좋다. 대학 내 어학당을 연상케 하는 교실은 이들의 꿈과 희망, 삶의 의지가 함께 어우러져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한다. 이곳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해 94년부터 난민 신청을 받았다. 2001년 첫 난민이 인정된 후 하루 평균 20여 명의 외국인이 종교, 인종, 정치적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하기 위해 우리나라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난민 신청 후 심사를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통상 8개월~1년. 경제적인 여유가 돼 머물 곳이 있거나 우리나라에 지인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난민 신청자들은 이 기간까지 기댈 곳조차 없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 2013년 11월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를 개청, 2014년 2월부터 갈 곳 없는 난민 신청자들을 받아들였다. 센터 입소를 원하는 난민 신청자 중 영유아를 보육하고 있는 외국인이나 임신 중인 난민신청자, 부모 미동반 미성년자, 장애인·고령자는 센터 입소자 중 우선 순위다. 공동생활이 가능한가도 심사에 포함된다. 대체로 상황이 ‘시급한’ 사람을 위주로 선발하다 보니 정원은 83명이지만 현재는 33명의 난민신청자만 이곳에 머물고 있다. 일각에서는 입소 기준을 너무 까다롭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센터가 문을 열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영종 신도시 주민들은 ‘영종을 대규모 난민촌으로 만드냐’며 반대 목소리를 내 센터를 완공하고도 개소까지 5개월이 더 소요됐다. 특히 난민 신청자들의 자녀들이 영종초등학교 입학 하루 전에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로 취소돼 다문화학교인 한누리학교에 입학하는 안타까운 일로 난민과 영종 주민 간 상처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센터가 주민들과 꾸준히 공청회, 간담회를 갖고 충분한 만남의 장을 열어 지금은 많은 우려와 불신이 잠식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난민과 주민 간 사이를 좁히는 것은 묵은 과제로 남아 있다. 현근영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장은 “개청 당시 편견이나 우려는 많이 불식됐지만 아직도 극복해야 하는 점이 많다”며 “앞으로 많은 노력을 통해 난민들이 편안하게 머물고 주민들에게도 인정받는 센터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지난해 2월 28일 인천시 영종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난민센터)에 첫 입주한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출신 리라(38·여·가명)씨가 생활관(기숙사)에서 휴식하고 있다. /경인일보 DB▲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난민센터 쿠킹클래스. /난민센터 제공

2015-10-01 윤설아

[금요와이드·추석 그리고 가족] 애끓는 ‘혈육의 정’

추석, 가족과 고향의 의미가 누구보다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많다. 러시아 사할린에서 영주 귀국한 동포와 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은 가족과 고향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사할린 영주귀국자 윤정내씨 탄광 노동자 징용 아버지 찾아 러시아행 부모님 대신 60여년 만에 꿈만같은 귀향 ‘아들과 작별’ 고향 찾은 가슴 아픈 대가 ■ 만날 수 없는 가족 “아들 녀석하고 함께 살았으면 원이 없겠어요.” 지난 23일 인천 남동구에 있는 남동사할린센터 경로당에서 만난 사할린 영주귀국자 윤정내(74·사진·여)씨는 물론 평소에도 항상 보고 싶은 가족이지만 이맘 때면 함께 한국에 들어오지 못한 자식들이 더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윤씨의 아버지는 일제에 의해 1942년 러시아 사할린의 탄광 노동자로 강제 징용됐다. 갑자기 가장을 빼앗긴 윤씨의 가족은 이듬해인 1943년 가장을 찾아 사할린으로 이주했다. 그렇게 60여년을 러시아에서 살아온 그는 지난 2007년 한·일 양국 적십자사가 진행한 영주귀국 사업 대상자에 선정됐다. 꿈에도 그리던 고국 땅에서 그와 같은 사할린 한인 남편과 함께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고국 땅을 그렇게나 밟아보고 싶어 했던 그의 부모님들은 불행하게도 결국 모두 세상을 떠나고 난 뒤였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30여년이 지나서야 윤씨가 부모 대신 고향을 찾게 된 것이다. 고향을 얻은 대가로 사할린의 자녀와는 작별을 해야 했다. 영주귀국의 기회는 1세대에만 주어지고 사할린 한인 2세나 3세에게는 정착을 도울만한 아무런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너무 어릴 적 러시아로 건너간 윤 할머니는 한국의 추석에 대한 기억은 없다. 하지만 사할린에서의 추석에 대한 기억은 따뜻하게 남아있다고 했다. “사할린에서는 음력이 아닌 양력 8월 15일에 추석을 보내요. 온 가족이 모여 먹고 떠들고….” 사할린에서 돌아가신 그의 부모는 죽어서라도 고국에 가고 싶다며 화장을 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나를 절대로 차디찬 땅에 묻어두지 말아 달라고 하셨어요. 뼈라도 고향 땅에 닿을 수 있도록 바다에 뿌려달라고 수도 없이 말씀하셨죠.” 윤씨는 함께 사는 ‘가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게 소원인 사람도 많다고.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난 최병도씨 정든 삶터를 떠나야만 했던 전쟁의 상흔 새로 자리잡고 대가족 꾸렸지만 ‘허전함’ 北에 남긴 가족 강녕기원 추석망향대제 ■ 찾아갈 수 없는 고향 지난 23일 오전 11시 인천시 남구 수봉공원 망배단에선 인천지구 이북도민회 주관으로 북에 두고 온 가족의 강녕을 기원하는 ‘추석망향대제’가 열리고 있었다. “조상님들을 찾아뵙지 못하는 불경을 드려 죄송스럽다”는 말을 시작으로 조상님께 올리는 예가 시작되자 자리에 앉아있던 100여명의 실향민들은 참고 있던 눈물을 쏟아냈다.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났다는 최병도(85·사진)씨 역시 눈물을 닦아내며 “언젠가는 고향에 갈 날이 오지 않겠느냐”며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는 6·25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에도 고향을 떠나지 않고 그대로 머물렀다. 고향을 영영 떠나게 될거라곤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고향을 떠나던 날을 1950년 12월 12일로 기억하고 있었다.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고 전세를 뒤집자 중공군의 개입으로 다시 수도 서울을 내주기 전이었다고 했다.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자 황해도 연백에 있는 북한군도 모두 북으로 철수하며 고향의 경찰서에 주인이 없는 치안 공백기가 잠시 있었다. 그때 젊은이들과 학생들이 나서 경찰서에 있는 총기로 무장하고 자체 ‘치안대’를 조직했는데 그 일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이유가 될 줄 몰랐다. “중공군이 다시 내려오니까 바닥 빨갱이들이 설쳐대며 치안대 활동했던 청년들을 색출하느라 혈안이니 버틸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황해도에서 풍선(風船)을 타고 강화로 내려왔고 다시 인천으로 건너가 정착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5남매 가운데 막내였다는 그는 자신도 다섯 자녀를 낳아 지금은 13명의 손주를 거느리는 대식구가 됐다. 해마다 명절이면 그의 집은 북새통을 이루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은 허전하기만 하다. 그는 “하루가 걸리든 이틀이 걸리든 고생스럽긴 해도 찾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다는 것이 결코 작은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추석을 나흘 앞둔 지난 23일 오전 인천시 남구 수봉공원 망배단에서 열린 이북도민회 추석 망향 대제에서 이북도민회 연합회 인천지구 회원들이 제를 올리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15-09-24 김성호

3포세대 '귀양같은 귀향'… 가장 싫은 명절 잔소리 '직장 구했니? 결혼은?'

낯선 어른들 막연한 관심 부담 대학생 69% “스트레스 받는다” ‘탈농경사회’ 추석 의미 빛바래 친척간 교류 줄어 서로 잘몰라 훈수보다 알아가는 대화가져야 추석이나 설 명절의 의미가 퇴색된 원인은 무엇일까. 노명우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를 통해 현 세태의 배경을 짚어봤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 아닌 ‘도시’ 노 교수는 명절의 의미가 퇴색된 가장 큰 원인으로 ‘탈농경사회’를 제시했다. 그는 “설과 추석은 모두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 고유의 민속명절이다. 한 해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일 년 농사를 준비하고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 설의 유래라면, 추석은 그동안의 농작물을 수확하며 기쁨을 나누는 시기다. 하지만 1960~70년대에 급속도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는 농경사회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고, 명절이 지닌 본래의 의미는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도시화 과정서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한 세대만 해도 명절 때마다 고향을 찾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농촌에 아무런 추억이 없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세대가 바라보는 시선은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노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도시생활에 익숙한 세대, 더욱이 모든 걸 쉽게 사 먹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세대가 과연 추석이 지닌 수확과 추수 감사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겠느냐”며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레 명절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국제화에 따른 글로벌 시대가 도래한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았다. 노 교수는 “일이나 학업 등의 이유로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가족이 상당히 많아진 부분도, 함께 모일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라고 했다. ■“직장 구했니? 결혼은?” 명절이 부담스러운 이들 최근 구인 구직 포털사이트 알바몬에서 대학생 7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70%가량이 명절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이유로 ‘취업부터 학점까지 쏟아지는 친척들의 관심에 대한 부담(31.1%)’이 가장 많았다. ‘덕담을 가장해 아픈 곳을 콕콕 찌르는 잔소리(19.4%)’, ‘이렇다 하게 자랑할 것이 없는 처지와 신분(11.9%)’, ‘친하지도 않은 친척 어른들을 만나는 부담감(10.1%)’, ‘제사음식 준비나 설거지 등 쏟아지는 일거리(8.4%)’, ‘취업에 대한 압박감(6.8%)’ 등이 뒤를 이었다. 명절에 가장 듣기 싫은 말로는 ‘좋은 데 취업해야지(42.6%)’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졸업하면 뭐할 거니?(12.1%)’, ‘살 좀 빼렴(11.5%)’, ‘애인은 있니?(9.5%)’, ‘우리 아무개는 이번에 장학금 탔잖아(8.3%)’, ‘그러게 공부 좀 하지(3.8%)’ 등의 응답도 이어졌다. 취업 시즌이 한창인 요즘, 취업준비생에게 있어 명절은 썩 달갑지 않다. 아예 친척들의 청문회(?)를 피해 여행을 가거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뛰는 경우도 있다. 결혼적령기 남녀나, 고3 수험생에게도 친척들의 질문 공세가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최근 간단한 동작만으로 가짜 전화가 걸려오도록 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때아닌 인기다. 친척들의 불편한 잔소리에 대비, 조짐이 보일 때 곧바로 앱을 실행해 자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담의 선을 넘은 과도한 관심과 조언도 명절의 의미를 약화시키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어설픈 훈수는 이제 그만.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로… 노 교수는 이 같은 명절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서로에 대한 ‘무지(無知)’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바쁜 현대인들은 만날 시간이 없다 보니 경조사나 명절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친척 간 교류조차 거의 없는 실정이다. 당연히 서로에 대해 잘 모를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막연한 조언을 던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온 가족이 모일 수 있는 명절이야말로 가족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자주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이는 여의치 않다. 따라서 1년에 한두 번 어렵사리 만나는 명절에라도 ‘훈수 두기’가 아닌, 서로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인에게 있어 명절의 의미가 퇴색된 부분을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규정했다. 노 교수는 “여러 사회 변화들로 인해 명절이 가진 의미가 약해진 건 분명 아쉬운 현상이지만, 결국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가족과 고향이 지닌 절대적인 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시대 변화에 맞게 이에 관한 의미를 되새기는 노력을 각자가 끊임없이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노명우 아주대 교수.▲ 경인일보 DB

2015-09-24 황성규

[금요와이드·추석 그리고 가족] “이번에도 못갑니다” “밥은 꼭 묵으래이…”

“할머니, 이번에도 못 간대요” / “그…그래? 우리 강아지, 밥은 먹었니?” / “네에! 엄마 바꿔줄게요! (엄마, 여기~~)” 추석을 사흘 앞둔 24일, 경기 안성에 거주하는 이모(61·여)씨가 서울에 사는 5살 손녀딸과 나눈 영상통화 내용이다. 세상이 좋아져서 멀리 있어도 얼굴을 다 볼 수 있다며 위안을 삼지만, 1분도 채 되기 전에 끝나버린 통화는 못내 아쉽다. 이번 명절에도 아들 내외와 손녀딸을 만날 수 없다는 통보에 가까운 현실은 더욱 아쉽다. 이씨의 스마트폰에는 손녀딸과 함께 찍은 사진이 배경화면으로 돼 있다. 그게 벌써 2년 전이다. 작년 추석, 지난 설에 이어 이번에도 안 온다니 못내 야속하다. 그 말을 손녀딸에게 떠민 아들과 며느리가 괘씸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내 ‘바쁘니까 그렇겠지 뭐…’라며 받아들인다. 새내기 직장인 강모(28)씨는 추석 연휴기간 동안 태국 휴양지로 여행을 떠날 생각에 즐겁다. 신입사원 신분으로 휴일은 물론 휴가조차 제대로 보낼 수 없었던 지난 6개월간의 고통(?)을 보상받기로 작심이라도 한 듯, 진작부터 명절 연휴에 맞춰 여행을 준비했다. 강씨에게 이번 추석은 휴식을 통한 힐링과 재충전의 시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명절이 달라졌다. 대가족보다 핵가족이, 그보다는 개인이 더 우선시되는 모양새다.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명절은 그저 연휴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과거 명절은 흩어진 가족들이 반드시 다 모인다는 전통적이고 정서적인 합의가 실현되는 시간이었다. 명절에 개인 행동?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납득할 만한 이유만 있다면 열외가 가능해졌다. 명절 가족 모임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돼 버렸고, 이렇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점차 밀려났다. 이젠 더 이상 명절 연휴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향해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구세대와 신세대 간의 명절에 대한 인식과 감성적 거리가 그만큼 멀어진 시대다. 여기에 취업·결혼·출산 등 인륜을 뒷받침하고 구성하는 기본을 포기해야 하는 청년층에게, 명절과 가족의 의미는 예전 같을 수 없다. 서글픈 세태다. 하지만 잠깐만 돌아보면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잃어버린 가족이 그리워 속으로 눈물을 삼키는 이들도 있다. 사할린 동포를 비롯한 강제 이주동포들이 그렇고, 로또 당첨에 버금가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벤트에 목을 매는 실향민이 그렇다. 이들은 가족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너무 당연하게 소홀히 여기는 우리 시대의 메마른 감성이 낯설 것이다.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며 잠시 낡은 서랍 속에 넣어 둔 가족의 소중함과 고향의 의미, 이번 추석에 꺼내보는 것은 어떨까.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2015-09-24 황성규

[금요와이드·추석 우체국 택배전쟁] 특급 설렘, 지금 배송중입니다

하루 25만개 처리… 평소 2배↑ 고객 만족위한 실시간전달 원칙 직원늘려도 물량폭주 ‘고된작업’ 안녕 오늘도 난 눈을 뜨며 두근거려/ 하루종일 널 상상하면 나 설레 미칠것같아/ 난 그날에 너를 발견하고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너는 꼭 가져야겠어/ 한눈에 딱 들어왔어/ 늘 처음인 듯 설레어 오지만/ 빨리 벗겨보고 싶어서/어디쯤 왔을까 언제쯤 만날까/ 모든 벨소리에 너 일까봐 숨이 멎어 조심스레 다뤄주고 싶어/ 열어보기도 아까워 ‘택배 중-컬투’ 인기 개그맨 겸 라디오 DJ인 컬투가 불러 인기를 끌었던 노랫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상상만으로도 설레는 마음을 택배를 기다리는 마음과 연결 표현해 발표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택배’는 사랑하는 사람과도 견줄(?) 수 있을 만큼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마음속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요즘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깜짝 선물도 택배로, 그동안의 추억을 담아 이별을 고할 때도 택배로 갈음하기도 한다. 택배는 도시로 나가 눈칫밥을 먹을 자식 걱정에 찬거리와 농산물을 챙겨 보내던 어버이의 마음이기도 하다. 또 쌈짓돈을 모아 인터넷 쇼핑을 통해 구매한 카메라나 노트북을 전해 받거나, 쇼핑몰에서 산 대형 냉장고까지 받는 등 언제부터 인지도 모르는 사이 우리의 삶 깊숙한 곳에서 사랑과 희망, 새로움을 전하는 메신저로 자리하고 있다. 택배는 민족 대명절인 한가위에 절정에 이른다. 가족·친지는 물론 지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추석 선물이 우체국이나 택배회사 등에 몰리면서 말 그대로 전쟁이 발발한다. 추석을 1주일여 앞둔 지금은 택배전쟁의 중심이다. 수도권 택배 물량의 25% 이상이 거쳐 가는 경인지방우정청 소속 안양물류센터는 지난 7일부터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많은 25만여 개(1일 평균)의 택배를 처리하느라 여념이 없다. 물류센터는 추석전쟁을 치르기 위해 70명의 직원을 두 배 가까운 130명으로 늘리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지만, 밀려드는 물량에 직원들은 땀 닦을 시간도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우체국은 택배를 주고받는 사람들의 소중한 마음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기 위해 ‘다음날 배송(D+1)’ 원칙을 고수하면서 택배전쟁은 극에 달하고, 우체국 택배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있다. 또 우체국 택배의 경우 추석 7일 전 택배 업무를 종료하는 민간 택배회사와 달리 추석 전날까지 배달과 접수를 받으며 다음날 배송인 D+1원칙까지 고수한다. 추석 명절이면 우체국이 떠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추석을 앞두고 우체국에 접수된 택배를 쫓아 의미를 새겨본다. /김대현·조윤영기자 kimdh@kyeongin.com ·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수원 우편집중국에서 직원들이 물량이 늘어 산더미처럼 쌓인 택배물품을 배달하기 위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2015-09-17 김대현·조윤영

[금요와이드·추석 우체국 택배전쟁] 전국 최대 물류망 갖춘 우체국 택배와 쇼핑

올 추석, 연휴 직전 25일까지 접수… 26일까지 배달 서비스 우체국 쇼핑, 국내산 농산물 중심 3단계 절차 ‘깐깐한 심사’ 공인기관 품질 보증, 연간 매출 1800억원대로 착실한 성장 우체국 택배서비스는 전국 최고의 네트워크와 물류망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번 추석에는 연휴 직전인 오는 25일까지 우체국 창구에서 소포(택배) 접수를 받고 연휴 첫날인 26일까지 추석 선물 배달서비스를 한다. 우체국 택배와 함께 국내산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우체국 쇼핑 또한 최고의 품질을 제공하고 있다. 우체국쇼핑 상품 선택은 안전하고 편리한 대표적인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우체국은 30여 년 전부터 이러한 시대적 방향을 예견이라도 한듯 국내산 지역 상품만을 특화시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는데 힘써 왔다. 우체국쇼핑의 상품선정 절차는 매우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격년으로 신규 특산물을 선정하는데 1차 서류심사와 2차 현지실사를 거쳐 3차로 식품업계 전문가와 학계 교수 등이 참여하는 최종 심사를 거쳐야만 우체국쇼핑 상품으로 입점할 수 있다. 2014년도 우체국쇼핑을 통한 농어촌 지역 특산품 거래 건수는 544만 건으로 총 매출액은 1천875억원에 이른다. 거래 품목의 90% 이상이 농수축산물이고 순수 국내산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이처럼 우체국쇼핑은 농어촌에서 생산되는 물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데 우체국 배달망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전국 3천600여 개의 우체국 영업망은 방방곡곡 안 닿는 곳이 없을 정도다. 지난 1986년 순창 고추장과 완도 김 등 8개 업체 11개 상품으로 출발한 우체국 쇼핑은 30년이 지난 지금 1천58개 업체 9천864개의 상품으로 성장했다. 백기훈 경인지방우정청장은 “우체국쇼핑의 힘은 무엇보다 공익성에서 나온다.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한 우리 농수축산물인 데다 공인기관이 품질을 보증하기 때문에 믿고 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영상기자donald@kyeongin.com▲ 구리우체국에서 집배원들이 각 가정으로 배달할 택배물품을 분류작업하고 있다. /경인지방우정청 제공

2015-09-17 조영상

[금요와이드·추석 우체국 택배전쟁] 인터뷰| 백기훈 경인지방우정청장

우정 사업, 공익·수익성 동시 고려해야 외딴지역도 같은 요금으로 서비스 제공 집배원들 지역 봉사활동에도 많은 노력 간혹 배달 늦더라도 많은 격려·응원을 우정청은 전국 3천549개의 우체국과 집중국, 물류센터를 통한 모세혈관 같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편, 예금, 보험 등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 주민들과 성장해 가고 있다. 백기훈 경인지방우정청장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공익기업으로서 국민들에게 행복을 배달하는 것 이외에도 사회공헌 활동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경인지방우정청은 농·어촌, 도서, 산간지역 등 복합적인 지형을 가진 경기·인천지역에서 한국 우편물류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는데. “경인지방우정청은 현재 580여 곳의 우체국과 8곳의 우편집중국 및 물류센터를 갖추고 전체 우편물량의 43%를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체국은 우정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을 재원으로 운영돼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단순히 경영의 관점에서 본다면 수익성이 낮은 시골이나 도서 지역의 우체국을 폐쇄해 수지를 개선해야 할 테지만, 우편서비스는 모든 국민이 공평하게 누려야 할 보편적 서비스다. 경인지방우정청도 접경지역인 백령도 등을 포함해 외딴 지역에 일부 가구가 살고 있더라도 같은 요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국가기관으로서 역할이라고 본다.” -대한민국을 하나로 묶는 우체국 네트워크 덕분에 집배원의 손길과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우체국에서는 집배원들이 우편물 배달 이외에도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들을 보살피는 봉사활동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 내 소년·소녀 가장 28명에게 매달 700만원씩을 지원하는 등 어려운 청소년들을 돕는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각 지역 우체국마다 365봉사단을 꾸려 매월 정기적으로 장애인 시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우체국은 전국적인 물류망과 전산망을 활용해 향토기업 제품 및 농수축산물 판촉을 통한 서민경제 지원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추석 특별 배송기간동안 집배원과 고객 모두가 행복한 배달이 되길. “경인지방우정청은 부모, 친지, 지인에게 보내는 감사의 선물 소포가 신속하고 정확히 배달될 수 있도록 오는 26일까지 추석우편물 특별처리기간으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부터는 토요일에도 소포를 배달하고 있다. 하지만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접수 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원활한 기계 처리와 정확한 배송을 하려면 도로명 주소와 다섯 자리 새 우편번호, 발송인·수취인의 연락처를 정확하게 기재해 줄 것을 당부한다. 특히 고객 최접점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들이 간혹 늦은 시간까지 배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많은 격려와 응원을 부탁한다.” /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 공익기업으로서 우편배달업무와 동시에 사회공헌활동에도 헌신하겠다고 밝히는 백기훈 경인지방우정청장. /경인지방우정청 제공

2015-09-17 조윤영

[금요와이드·추석 우체국 택배전쟁] 화성 우체국 집배원의 하루

한명 당 5600명 시민 담당 새벽5시~밤10시까지 강행군 수분만에 우편물 100개씩 처리 미로같은 구도심 손바닥 보듯 날이 채 밝지 않은 미명인 지난 15일 오전 5시. 화성우체국의 하루는 수원우편집중국에서 도착한 11t짜리 우편차량을 맞는 것으로 시작된다. 한가위를 일주일 앞두고 친척과 친지에게 보내는 선물이 급증하면서 화성우체국에서 소화하는 1일 물량 건수는 1만3천여건이다. 최근 동탄 2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서 화성우체국 집배원 56명이 담당하는 시민은 31만명을 훌쩍 넘었다. 한 명당 5천600명을 맡는 집배원의 하루는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간다. 오전 9시 25분, 한가위 택배 상자와 편지를 가득 채운 설원찬(34·10년 차) 집배원의 오토바이가 출발했다. 첫 배달지는 화성시 영천동의 자이아파트. 601동 앞에 오토바이를 주차한 설씨는 두 손 가득 우편물을 들고 현관을 두 계단씩 뛰어 우편함 앞에 도착했다. 설씨가 손에 든 100장의 일반우편물을 우편함에 꽂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5분. 번개 같은 손놀림이었다. 설씨는 “집배원은 뒷걸음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조금이라도 망설이면 배달시간에 늦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설씨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사이에도 전화기는 쉴새 없이 울렸다. 우체국 택배는 고객 만족을 위해 배송예정시간을 미리 알리는 데 자신이 편한 시간에 맞춰 배달해 달라는 전화들이었다. 설씨는 “가장 힘든 건 고객에게서 언제 와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다. 집배원은 정해진 코스대로 배송하는데 몇 시에 배달해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날 낮 12시께 화성시 병점동 구도심에선 이천수(47·20년 차)집배원이 한창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었다. 이곳은 가장 배송이 어렵다는 협택(상가주택 복합 지역)이 몰려있는 곳으로 베테랑 집배원이 아니면 배달하기 힘든 지역이지만 이씨의 오토바이는 미로처럼 얽힌 골목골목 사이 배송지를 신기할 정도로 찾았다. 이날 이씨의 배달은 오후 7시에야 끝났다. 하지만 추석 선물을 기다릴 고객들을 떠올리며 이 씨는 다시 우편물 구분대로 향했다. 2시간 이상 분류 작업을 하고 난 뒤 오후 10시가 돼서야 퇴근하는 집배원들이 보였다. 이렇게 화성우체국의 하루가 저물었다. /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 화성우체국 집배원들이 이른 아침 추석 택배물품을 배달하기위해 분류작업을 한 후 오토바이를 이용해 동탄신도시 아파트와 주택단지 각 가정에 배달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2015-09-17 조윤영

[금요와이드·추석 우체국 택배전쟁] 비상체제 돌입한 경인지방우정청 안양물류센터

4만6천㎥ 물류센터 매일 가득 메워져 센터장·팀장까지 밤새가며 분류작업 새벽에 전국 75개지역으로 배송 마쳐 “물량이 아무리 많아도 ‘다음날 배달(D+1)’ 원칙은 깨지지 않습니다.” 한가위가 성큼 다가오면서 경인지방우정청에서 배달하는 물량은 평소보다 48.5%가량 늘어난 하루평균 30만3천통에 달한다. 이를 소화하기 위해 물류센터와 집중국, 우체국 등 모든 직원들은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지난 14일 오후 10시께 안양물류센터 2층에는 너비 1m의 전동차가 가까스로 스치듯 마주쳐 지나갈 수 있는 통로를 제외하곤 소포 등을 가득 실은 팔레트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매년 ‘추석 우편물 처리기간’에는 4만6천㎥의 물류센터 공간이 택배상자로 가득 메워진다. 택배가 물류센터로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는 데까지 허락된 시간은 고작 3시간. 물류센터는 이 시간동안 밀려들어온 수십만 개의 소포가 전국 75개 지역으로 재분류된 뒤 인천을 비롯 부산·제주 등 국내 어디든 새벽에 도착해 다음날 고객들에게 배송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날 역시 끊임없이 밀려 들어오는 차량들에서 쏟아져 나온 화물 상자 수십 개가 전동차를 따라 기차처럼 연결된 8개 라인으로 나뉜 뒤 앞으로 밀려들었다. 각 라인에는 ‘추석우편물 완벽소통을 위한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 130여 명의 근로자가 소포 하나하나를 분류했다. 일단 벨트에 올려진 소포는 430여개의 라인을 따라 1층으로 이동해 4분 만에 처리되며 평소 시간당 1만 4천 개를 처리하겠지만, 이 기간에는 2만 개가 넘는다. 안양물류센터는 서울 동작·관악, 경기 안양 수원 등 9개 집배국 448만4천여 명의 수도권 물량 25% 이상을 이합집산하며 평소 하루 평균 13만 개의 소포를 처리한다. 추석 등 명절에는 2배 가까운 25만 개의 소포 분류작업을 한다. 분류작업은 90% 이상이 자동화돼 99% 이상의 분류 정확도를 자랑하지만, 비규격 소포가 많은 추석에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해 ‘다음날 배송’원칙을 지키기 위해선 직원들의 땀이 마를 시간이 없다. 추석 기간 소포 분류작업에 여념이 없던 소통팀장 연성흠(43)씨는 “이 기간에는 센터장, 팀장 할 것 없이 모두 밤샘 분류작업을 한다”며 “끝없이 밀려들어 보기만 해도 지치지만, 누군가의 진심을 전달해주는 과정에 함께 한다는 것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

2015-09-17 조윤영

[금요와이드·추석 우체국 택배전쟁] 보름달처럼 커진 집배원 고충

업무량 급증 탓 파손·지연·오배송등 민원 증가 아파트 오토바이 제한·대리 수령 거부 ‘이중고’ ‘웃으면서 받으세요(^^)’. 인천 백령우체국 집배원인 박정인(41)씨는 지난 7일부터 ‘추석 우편물 집중 처리기간’을 맞아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우편물 배달업무에 눈코뜰새가 없다. 바쁘지만, 도시로 나간 자식들이 보낸 추석선물을 전해줄 때 함박웃음을 짓는 고객을 볼 때면 구슬처럼 흐르던 땀방울도 다시 들어갈 정도로 힘이 난다. 박 씨는 “명절기간 물량이 몰리면서 배송 지연, 파손 등으로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한가위의 기쁨을 전하느라 밤늦도록 배달업무에 지쳐 있을 때 환한 미소와 격려의 한마디가 가장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박 씨를 비롯 집배원들은 간혹 분류 또는 배달 과정에서 파손됐다고 민원을 제기하거나, 배송지연 등을 호소하는 고객들을 만날 때면 몇 날 며칠이 고민스럽다. 경인지방우정청에 따르면 올해 설 전후(설 21일전~설 7일후)에 발생한 택배 민원은 전국적으로 836건이다. 민원 유형별로 살펴보면 지연배달(240건), 파손(105건) 등의 순이다. 우정사업본부는 물량 폭주로 원활하지 않은 소통과 업무처리 미흡이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명절기간에는 평소보다 50% 가까이 물량이 급증하면서 단기간 임시 인력을 투입하는 등 모든 직원이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가는데도 넘쳐나는 물량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공동주택 경비실 등에서 택배를 받기 꺼리고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오토바이 통행을 제한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집배원들은 이중고로 속병을 앓고 있다. 이에 따라 우정사업본부는 대부분의 민원이 집중국과 배달과정에서 발생하고 있어 집중국 업무방식 개선과 집배원 민원 예방교육 강화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단기간 임시 인력이 투입되면서 대리 배달과 관련된 민원을 최소화할 수 있게 고객과 사전 협의를 통해 정확한 장소에 배달하고 총괄국별 다량고객을 검토해 일반고객과 다량고객이 분산 접수할 수 있도록 일자별 시간 예약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인지방우정청 관계자는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연배달·파손 등에 대한 민원예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소통기간 중 물량이 집중되는 시기에 단기간 임시 인력이 지원될 경우 자주 발생하는 민원을 파악해 사전 예방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

2015-09-17 조윤영

[금요와이드·진화하는 자동차 산업] 이동수단에서 스포츠로 진화하는 자동차

변지현(31)씨는 신혼여행으로 간 독일에서 모터스포츠의 매력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독일에서는 일정 자격만 갖춰지면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처럼 비용을 내고 언제나 서킷(경주용 도로)을 주행할 수 있다”며 “독일에서 드라이빙을 경험하고 난 뒤, 최근에는 인천 영종도에 있는 BMW드라이빙센터에서 서킷체험도 했다”고 말했다. 최근 드라이빙 스쿨과정을 이수한 임채엽(29)씨는 “9년 전부터 운전을 했는데 운전을 하다 보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며 “운전기술을 배우는 것도 필요했지만, 현직 레이싱 선수들로부터 선수가 되기 위한 방법 등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단순한 이동 수단에 불과했던 자동차가 생활 속 스포츠로 진화하고 있다. (사)대한자동차경주협회에 따르면 각종 운전기술 등을 교육하는 국내 공인 드라이빙 스쿨은 지난해부터 활성화돼 올 들어선 5곳까지 늘어났다. 협회 관계자는 “모터스포츠는 사람들이 가진 경쟁에 대한 욕구를 건강한 방법으로 충족시켜 준다”며 “사람이 만든 기계가 낼 수 있는 극한의 속도, 그리고 그 기계를 조종하는 사람의 실력 경쟁은 모터스포츠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물론 이를 보는 관중들에게도 만족감을 선사한다”고 했다.모터스포츠 관련 콘텐츠를 각종 미디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자동차를 즐기는 사람들은 더욱 늘고 있다. 경기 화성에서 드라이빙 스쿨을 운영하는 장순호 감독은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며 “차량 운전자가 많아지고, 자동차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자동차를 더욱 재밌게 타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2015-09-16 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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