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와이드·헬조선과 청년 정치] 신조어로 바라본 한국사회

22.4% 극심한 체감 실업률 ‘금·흙수저’ ‘n포’ 표현프레임 다툼보다 정책 논의 등 담론으로 활용해야젊은층 “탈조선만이 최선” 정치적 대안 찾기 포기투표 외면=사실상 자학… 선거참여로 목청 키워야최근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헬조선은 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우리나라를 뜻하는 ‘조선’(朝鮮)을 합해 만든 말로, 우리나라가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의미다. 주로 청년세대에서 많이 쓰고 있다. 이 단어를 놓고 ‘무기력한 비관주의’라는 비판의 목소리와 ‘청년세대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는 이해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신조어로 본 청년 문제헬조선과 비슷하게 쓰이는 신조어들도 최근 들어 속속 등장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이미 사회적 계층이 나뉜다는 ‘금수저·흙수저’, 기성세대가 청년에게 하는 조언이나 충고를 비꼬는 ‘노오력’ 등이다.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20~30대를 지칭하는 ‘삼포세대’는 최근 ‘5포’(취업·주택 추가), ‘6포’(인간관계 추가)를 넘어 ‘n포’(무한대로 포기한다는 의미)까지 확장됐다.이 같은 신조어들이 쏟아지는 배경에는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가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올해 1~8월 청년층(15~29세)의 공식 실업률은 9.7%이지만, 같은 기간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청년층 체감 실업률은 22.4%로 통계청 조사보다 2.3배나 높았다. 체감 실업률이란 임시직·일용직 등의 불완전취업자, 취업준비자, 구직단념자 등을 실업자로 보고 계산한 실질 실업률이다.또한 교육을 받지 않고 있으면서, 취업 또는 직업훈련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니트(NEET)족’의 규모도 올 3월 기준 20대 생산가능인구 635만4천명 가운데 147만3천명(23.1%)에 달한다는 통계 조사도 있다. 니트(NEET)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이다. 신조어가 한국사회의 청년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에서 정책의제를 설정하게 한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자칫 신조어가 청년 문제의 본질을 흐리면서 부정적인 측면만 두드러지거나 소위 ‘프레임 싸움’에만 몰입하게 하는 ‘양날의 칼’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헬조선’에서 파생돼 이민을 뜻하는 ‘탈(脫)조선’이란 말도 SNS에 자주 등장하는 신조어다. 백승국 인하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최근 청년 문제와 관련한 신조어가 SNS상에서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단어의 감각적인 측면만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며 “단어의 의미가 어떻게 부여됐는지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사회 담론이 형성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신조어를 넘어 정치 참여로신조어로 상징되는 청년 문제가 사회 이슈화되면서 결국 해법은 정치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올 9월 출간한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에서 “현 단계에선 정치를 사랑하는 것 외에 다른 탈출구는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들 사이에 팽배한 정치혐오 인식에서 벗어나 청년의 관점에서 정치를 보자는 것이다.하지만 정치 참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선거에서 청년층 투표율은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해 6·4 지방선거 나이별 투표율을 보면, 인천(평균 투표율 53.1%)에서는 30~34세가 41.5%, 25~29세 43.2%, 35~39세 46.4% 등 순으로 낮았다. 경기도(평균 투표율 53.3%)는 25~29세가 42.1%, 30~34세 42.8%, 35~39세 48.7% 등의 순으로 투표율이 낮았다. 반면, 경기도와 인천 모두 60~69세 투표율이 70%를 넘었다.강준만 교수는 앞서 언급한 책에서 “그간 청년들은 투표 행위가 주는 이득보다 투표를 하기 위한 비용이 크다는 생각으로 투표를 포기하는 이른바 ‘합리적 무시’를 해왔지만, 이젠 합리적 무시로 보긴 어렵고 자학에 가까운 무시로 봐야 옳다”고 했다. 청년들이 말하는 ‘헬조선’에서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자학’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청년층 목소리를 국회에서 담아낼 이른바 ‘2030세대’의 제도권 정치 진출 확대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 정당이 청년 비례대표 후보들을 내세워 30대 의원 6명이 원내에 진출했으나, 청년층을 대변하기엔 아직 부족한 숫자라는 평가도 있다.임기웅 인천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헬조선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이 탈조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정치가 얘기되지 않고 있다”며 “결국 개인의 문제가 아닌 청년세대가 모여 정치의 영역에서 목소리를 키워야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지난 26일 성남 한국잡월드에서 열린 청년 20만+ 창조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청년 구직자들이 일자리 정보를 찾고 있다.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2015-10-29 박경호

[금요와이드·대한민국 주부들의 고군분투] 아저씨는 못해도… “아줌마는 할 수 있다”

20대 새댁부터 50대 워킹맘까지 4인4색 세대공감 수다“직장·가사 두 마리 토끼잡기, 가족의 힘 덕분에 가능”에너자이저, 1인 다(多)역, 버팀목, 아직은 피하고 싶은 존재. 20대부터 50대까지 세대별 ‘아줌마’ 네 명이 만나 ‘아줌마’를 논했다. 여자가 셋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 했던가. 아줌마가 넷이나 모이니 이들의 대화를 받아적는 손가락이 아려왔다.20대 대표 이진형(27)씨는 이제서야 만 1년을 채운 ‘초보 아줌마’다. 몇 번이나 “저 아줌마로 얼굴이 알려지는 건가요?”라며 물을 만큼 아직은 호칭조차 낯설다. 올해 말 출산을 앞둔 30대 아줌마 성옥희(36·여)씨도 결혼 2년차로, 아줌마가 낯설긴 마찬가지다. 쭈뼛거리는 초보 아줌마들 옆에서 여유로움을 한껏 풍기는 이들도 있다. 40대 아줌마 한경희(46), 50대 아줌마 김미정(59)씨다.이들은 아줌마로 불리는 것에 대해서도 극명한 의견차를 보였다.이씨와 성씨는 “아직은 우리 사회가 아줌마라는 호칭에 대해 인식이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웬만하면 아줌마로 불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한씨는 “‘주부 한경희’라는 명함을 갖고 다니고 싶을 정도로 아줌마로 불리는 것이 좋다”고. 더 나아가 김씨는 “할머니가 아닌 아줌마로 불러준다면 고마울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공통점이 있었으니 바로 바쁘다는 것이다. 아직 자녀가 없는 이씨는 육아 대신 쿠킹클래스 사업과 가사일에 매진하며 ‘내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경인일보에서 9년차 그래픽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성씨 역시 전문직 여성으로서 만삭의 몸을 이끌고 일과 가사를 병행하고 있다. 21년차 아줌마 한씨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쁘다는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데다 15년째 직장생활을 하면서 바리스타지도사, 생활안전지도사 관련 공부까지 하고 있는 슈퍼 맘이다.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수원지구협의회 부회장인 김씨는 두 자녀를 둔 35년차 아줌마. 오히려 가족들의 외조를 받을 정도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피하고 싶지만 결코 피할 수 없는 아줌마가 된 이들.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가정과 사회의 버팀목으로서 1인 다역을 소화하고 있는 이들. 이들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스스로를 버리는게 아니라 비우는거야. 엄마로서 아내로서 직장인으로서 사업가로서 내가 없어지는 것 같지만, 결국 가족의 힘 덕분에 ‘멀티플레이어 아줌마’로 재탄생하는거지. 아저씨는 못해도, 우린 아줌마니까.” /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자신을 버리는 게 아니라 비우는 거야”라고 말하는 20대부터 50대까지 세대별 아줌마 네 명이 만나 슈퍼맨 자세를 취하고 있다(왼쪽부터 50대 아줌마 김미정, 40대 아줌마 한경희, 30대 아줌마 성옥희, 20대 아줌마 이진형씨).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2015-10-22 신선미

[금요와이드·대한민국 주부들의 고군분투] 가정과 직장사이 ‘아줌마 24시’

어려워진 형편에 ‘직업전선’ 뛰어들어어느새 성취감 느껴 인생 전환점으로집집마다 돌며 정수기점검 고된 하루귀가후 밀린 가사 “자식 잘되는 게 꿈”안산에 사는 ‘아줌마’ 황순희(55)씨의 하루 속엔 엄마와 아내, 직장인이 뒤섞여 있었다.지난 19일 오전 7시께 알람소리에 눈을 뜬 황씨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다 큰 딸(27)에게 과일 한 조각이라도 챙겨 먹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자녀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아침 식사를 거르는 날이 늘었지만, 빈속으로 내보내는 것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간단한 아침 식사후 아이들과 남편의 출근 준비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자 그제서야 황씨는 서둘러 출근 준비를 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예약된 정수기 점검 일정 탓에 출근 채비를 서둘렀다. 오전 9시께 정작 황 씨는 빈속으로 집을 나섰다.지난 2009년부터 시작한 정수기 점검일은 가정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진 황씨에게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전업주부였던 황씨 인생의 전환점이기도 했다. 한때 집안일을 하거나 취미로 운동을 하곤 했던 오전시간. 이제 황씨는 안산시 상록구 일대 가정집이나 사무실을 돌며 정수기를 점검하면서 보낸다. 황씨는 체감상 3㎏ 정도 되는 맥가이버식 가방을 손에 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여름엔 땀으로 속옷까지 흠뻑 젖고 겨울엔 건조해진 손이 부르트곤 했다. 황씨의 손마디는 종종 걸음한 지난 세월만큼이나 굵고 거칠어져 있다.황씨는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일이어서 두렵고 서글프기도 했지만, 막상 일을 하면서 ○○엄마나 ○○아내가 아닌 황순희라는 이름을 되찾게 됐다”며 “전업주부로는 느끼지 못했던 자신감과 성취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오후 2시께 안산시 단원구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황씨와 같이 ‘아줌마’로 불리는 여성들이 앉아 하루 일과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줌마들은 아줌마의 원동력에 대해 묻자 “젊은 시절에는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힘을 냈다면 아이가 하나둘 품을 떠나면서는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며 “아줌마는 억척스럽고 용감하다고 말하지만, 엄마이자 아내로서 발현되는 열정의 다른 이름”이라고 입을 모았다.오후 8시께 황씨는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집에 도착한 황씨를 반기는 것은 싱크대에 쌓인 그릇들과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머리카락이었다. 주말에 빨래, 걸레질 등을 몰아한다 해도 자고 나면 쌓이는 먼지는 그냥 봐 넘길 수가 없다. 아랫집 눈치가 보이지만 얼른 청소기를 돌리고 본다. 그제서야 남편과 딸이 집에 들어와 고요했던 집안에 활기가 돈다. 가족에게 던진 그녀의 첫 마디는 “밥 먹었어?”였다.황씨의 꿈은 ‘딸과 아들이 잘 먹고 잘사는 것’이다. 그녀 자신보다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꿈을 먼저 생각하는 황씨에게 원동력은 ‘가족’이었다. 그렇게 아줌마 황씨의 하루는 저물어갔다. /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 · 사진/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2015-10-22 조윤영

[금요와이드·대한민국 주부들의 고군분투] “50평생 첫 월급… 내 자신이 장하고 떳떳”

남편 사업이 부도가 나자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고 살 길이 암담했다. 전업주부로 아이들을 키우며 살림만 했던 난 직업을 갖기도 두려웠다. 하지만 집에 있는 것은 더욱 불안했다.지인의 소개로 힘들게 용기를 내 일한 지 벌써 7년째.살림하랴, 아이들 챙기랴, 처음에는 모든 면에서 서툴고 두려워 눈물도 많이 흘리고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꽉 찬 50살이라는 나이는 함부로 결정할 수 없이 약해져 있었다.1년만 참고 다녀보기로 결심하고 인내하며 성실히 일했다. 다음 달 내 이름 석 자가 찍힌 통장에 첫 월급이 들어왔다. 내겐 너무 큰 돈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벅찼고 아들딸에게도 자랑했다.생애 처음으로 내 힘으로 생활비에, 용돈에, 저축도 했다. 두 달, 석 달이 갈수록 내 통장에 돈이 불어나니 욕심도 생겼다. 좀 더 젊었을 때 일할 걸 후회하기도 했다.엄마로서 능력을 보여주니 나 자신이 장하고 떳떳하다. 언제까지 일할지 확실치 않지만 60살까지 계획을 세우고 일할 생각이다. 아들딸 혼수 자금도 도와주고 장한 엄마의 모습을 쭉 보여주고 싶다. 이 세상의 장한 엄마는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며 가족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직업 전선에서 일하는 모든 아줌마들, 건강하고 파이팅합시다. 오늘도 회사 가방을 들고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안산에 사는 아줌마 황순희

2015-10-22 황순희

[금요와이드·대한민국 주부들의 고군분투] 고무장갑 벗고 ‘키보드로 소통’

수도권 신도시 ‘아줌마’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인터넷 커뮤니티 ‘맘 카페’가 지역 사회의 버팀목으로 진화하고 있다.실생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맘 카페가 이제는 경력 단절 여성의 재교육과 재능기부는 물론 치안활동까지 펼치면서 지역 사회의 핵심 단체로 떠오른 것이다. 회원 수가 17만 명이 넘는 고양지역 맘 카페 ‘일산아지매’는 컴퓨터 디자인, 영어, 미용, 메이크업 등 매달 수십 개의 강좌를 진행하면서 회원들의 재능 기부가 활성화되고 있다. 사회, 정치적 쟁점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공론의 장으로도 활용된다. 13만3천여 명이 가입한 ‘수원맘모여라’ 카페에는 시사&이슈 카테고리가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군포와 산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산사모’ 카페의 10만여 명 회원들은 피해·불법신고 카테고리를 통해 회원들이 같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동네 세탁소나 이사업체의 부당함을 고발하거나 병원, 식당의 서비스에 대한 지적도 가감 없이 이뤄지고 있다.용인 엄마들의 모임인 용인맘에 가입한 김모(33·여)씨는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들끼리 주기적으로 오프라인 모임도 하고 여러 가지 고민도 나누면서 지역 사회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선미·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

2015-10-22 조윤영·신선미

[금요와이드·대한민국 주부들의 고군분투] 아줌마들이 바꾸는 세상

경력단절 고민등 툭 터놓고 토론의 장봉사부터 강의까지 ‘팔방미인’ 존재감양성 평등·탈외모지상주의 목소리도“네트워킹 활성화해 함께 해결 나서야”아줌마들이 바꾸는 세상은 어떨까.‘잉여인력’, ‘제3의 성’ 등 부정적 편견을 깨고 사회 곳곳에서 아줌마의 저력을 펼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여성, 청소년 인권, 복지, 환경 각 분야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인천YWCA 김말숙(53) 회장, 외모지상주의를 벗어나 여성의 권익을 찾고 양성평등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인천여성민우회 채현자(45)대표, ‘행복한 아줌마, 행복한 가정, 행복한 사회 지향’을 모토로 생활 밀착형 이슈를 토론하는 아줌마 단체인 아줌마포럼 윤미경(47) 공동대표·장경순(56) 사무국장이다.우리 시대 ‘대표’ 아줌마들이 바꾸는 세상에 대해 들어봤다.김말숙 회장은 14년 전 선배의 권유로 YWCA에 처음 가입하면서 탈핵·평화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 회장은 여성과 청소년의 권익을 위한 캠페인, 활동은 물론 사회 현안에 적극 목소리를 내면서 여성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김 회장은 “아줌마들이 사회에 직접 뛰어들어 우리에게 직면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현자 대표는 15년째 인천여성민우회 활동을 하면서 탈외모지상주의 운동, 성폭력 피해자 재판동행 활동 등 여성의 권익과 양성평등을 위한 인식 개선 운동에 힘쓰고 있다. 채 대표는 “육아 때문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경력단절에 대한 소외감을 받고 민우회 활동을 시작한 만큼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권리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장경순 사무국장은 지속적인 봉사활동, 여성리더 공개특강 등 활동으로 아줌마들의 토론의 장을 만들고 있다. 장 국장은 “아이를 다 키우고 나니 문득 우울감이 왔는데 봉사, 강의, 토론 등 활동으로 극복했다”며 “아줌마들과 함께 여성, 육아, 교육 등의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싶다”고 말했다.이들은 아줌마의 특징으로 ‘뭐든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여성’이라는 단어가 진취적이고 이성적인 느낌이라면, ‘아줌마’는 보다 주관적·자기경험적·감정적 인식을 주는 단어”라며 “그러나 시각만 조금 바꾸면 우리가 겪은 엄마의 모습처럼 ‘일당백’이 가능한 사람”으로 정의했다. 이들은 실제로 약사로, 어머니로, 출판사 대표로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사회 현안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이들은 이러한 아줌마들의 힘이 사회 각층에서 발휘될 수 있으려면 아줌마의 권익과 사회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 대표는 “아줌마는 결혼을 할 때까지 남성과 같은 상승 곡선을 타지만 임신·육아 문제로 사회활동이 중단된다”며 “여성의 경력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보육정책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을 돕는 기관은 수치에 급급해 질적으로 떨어져 있다”며 “3~6개월 단위 비정규직 직업에서 벗어나 여성의 정규직을 늘려 나가기 위한 정부, 기업의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아줌마들의 네트워킹을 보다 활성화해 함께 목소리를 내면 ‘저출산’, ‘보육 문제’ 등 우리 시대 문제를 건강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 사진/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2015-10-22 윤설아

[금요와이드·자전거 여행] ‘천고마비의 계절’ 자전거길 낭만여행

강아지풀 손짓하고 바람이 답하는 풍경전문라이더도 가족·연인도… 힐링 질주지난 11일 모처럼 휴일을 맞아 찾은 자전거길. 이미 많은 사람이 자전거 여행을 즐기기 위해 모여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찾은 이들도 있었고 친구, 연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자전거’라는 매개체를 통해 삼삼오오 집합했다. 근처 자전거 대여점에서 자전거를 빌리기로 했다. 직접 자전거를 갖고 나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렇게 대여소에서 1∼2시간 자전거를 빌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일단 2시간 대여료를 내고 자전거를 골랐다. 자전거를 받고 나니 자전거 길로 향하는 안내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자전거 길이 유명한 이유는 자전거를 타면서 느긋하게 주변 경치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인 요즘, 자전거 여행처럼 가을을 즐길만한 게 없을 듯하다.자전거 길의 매력은 각기 다른 장소마다 주변 환경이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길은 강아지 풀이 무성하고, 또다른 길은 강변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언덕도 지나고 다리를 건너기도 한다. 그때 살결에 스치는 바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시원했다.또 자전거길 곳곳에는 음식점과 카페들이 숨어있다. 자전거를 타러 나온 사람들은 자전거 코스를 지나며 지친 몸을 이곳에서 푼다. 자전거 위에서 본 풍경과 한 모금의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경치는 사뭇 다르기에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자전거 타기가 지루해졌다면 자전거 길 옆으로 마련된 인도를 걸으면서 산책을 해도 무방하다. 이 길은 각자의 목적에 맞게 모두가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전문 자전거를 즐기는 동호인들은 자신이 목표한 지점까지 질주하면서 속도를 즐겼다. 짧게는 몇 ㎞에서 길게는 수십 ㎞까지 되는 거리다. 가족, 친구, 연인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방문한 이들은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자전거 길에서의 에티켓만 잘 지킨다면 전문가이든, 초보자이든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하늘은 높고, 나무들은 저마다의 색으로 물들어가는 계절. 일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자전거를 타며 힐링을 꿈꾸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15일 오전 의왕시 고천4교 인근 1㎞에 이르는 대나무 숲 사이 자전거길에서 동호회원들이 가을 날씨를 만끽하며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지난 11일 북한강철교를 찾은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2015-10-15 이원근

[금요와이드·자전거 여행] 홍근호 생활체육 광주시자전거연합회장

“헬멧과 장갑은 자전거 안전을 위한 필수 아이템입니다.”홍근호(사진) 국민생활체육 광주시자전거연합회장은 자전거를 탈 때 유의 사항으로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홍 회장은 “자전거는 심폐 지구력 향상과 하체 근력 발달 등 건강을 유지하는데 좋은 운동이다”면서 “자전거는 운동을 위한 것이니 만큼 안전하게 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그는 “아직까지 자전거 타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안전을 간과하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하면서 “점차 자전거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자전거 안전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자전거를 갖고 밖으로 나갔을 때는 법적으로 ‘자동차’와 같이 분류가 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홍 회장은 광주시에서 자전거 매장을 운영 중이다. 그는 “자전거는 엔진에 해당하는 부분이 먼지 속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고장이 쉽게 날 수 있다”며 “온라인으로도 구매할 수 있지만 근처 가까운 매장에서 직접 사는 것이 향후 서비스를 생각한다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그는 “무엇보다 나에게 ‘맞는’ 자전거를 고르는 것이 가장 좋다”면서 “많은 분들이 비싼 자전거가 최고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자신에게 맞는 자전거로 안전하고 즐겁게 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

2015-10-15 이원근

[금요와이드·자전거 여행] 자전거 고르는 팁 & 에티켓

사이클 선수들은 ‘로드 자전거’ 이용산에서 주행하고 싶을땐 ‘MTB’ 필요도심 생활용은 ‘하이브리드’가 적합자전거길 나설 땐 반드시 한 줄 이동추월전 “지나가겠습니다” 기본매너자전거 여행을 떠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준비물은 자전거다. 자전거 전문가가 아니라면 매장에 들어선 자전거를 보고 ‘어떻게 골라야 할지’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다. 초보자는 자전거 매장 주인이 건네준 자전거에 의심이 들기도 하고 합리적인 구매인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매장에 들어서기 전 기초 지식은 있어야 내가 원하는 자전거를 선택할 수 있다. 자전거를 구매하려고 할 때 유의해야 할 점과 자전거 여행을 위해 갖춰야 할 매너와 준비물이 무엇인지 살펴보자.■목적에 맞는 자전거를 선택하자!자전거는 그 종류와 크기가 다양하다. 또 가격 대도 적게는 6만∼7만원에서 많게는 1천 만원을 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자전거를 고를 때 가장 먼저 ‘어떤 용도를 위해 자전거를 구매하려고 하는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등·하굣길, 출퇴근 길에 타기 위한 것인지, 주말에 가족·친구들과의 여가를 즐기기 위한 것인지, 속도를 즐기기 위한 것인지, 혹은 산에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기 위한 것인지 등을 생각해야 한다. 또 내 체격에 맞는 자전거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무심코 자전거 매장에 갔다가는 과소비로 이어질 수도 있을 뿐 더러 자칫하면 몸에 무리가 올 수도 있다.■자전거 종류를 이해하자!자전거의 종류도 목적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자전거는 그 목적에 따라 로드, MTB, 하이브리드, 올마운틴, 다운힐 등으로 구분된다.로드 자전거는 흔히 사이클 선수들이 타는 자전거다. 로드 자전거는 먼 길을 보다 빠르고 멀리 가기 위해 만들어졌다. 자동차로 따지면 스포츠카에 해당한다. 로드 자전거의 바퀴는 폭이 좁고 핸들 손잡이가 안장보다 낮다. MTB자전거는 산악용 자전거다. 산의 능선을 타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됐으며 바퀴가 로드 자전거보다 작고 두껍다. 산의 경사진 곳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완충 장치가 설계돼 있다.로드자전거와 MTB자전거의 특징을 합친 자전거가 하이브리드 자전거다. 하이브리드는 도심에서 가볍게 탈 수 있는 자전거로, 생활용 자전거로 불린다. 시내 주행과 가까운 하이킹 용으로 사용되는 자전거다. 올마운틴 자전거는 MTB자전거 보다 험한 산을 오를 때 타는 자전거로 주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때 사용되며, 다운힐 자전거는 산 정상에서 내려올 때 속도감을 즐기기 위한 자전거다. 다운힐 자전거의 경우엔 도로 주행이 힘들다.이밖에 접이식 자전거도 많이 애용되고 있다. 자전거를 접어서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승용차로 이동해야 할 경우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운반이 편하다.■기본 에티켓을 지키자!나에게 맞는 자전거를 선택한 뒤 자전거 길을 나서게 됐을 때 지켜야 하는 에티켓이 있다. 자전거 도로는 대개 왕복 2차선으로 구축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앞·뒤 자전거와의 간격 유지가 중요하다. 추월할 경우에는 “지나가겠습니다”라고 얘기를 건넨 후 옆으로 지나가는 것이 좋다. 지인들과 함께 자전거를 탈 때도 두 줄로 가기보다는 한 줄로 이동해야 한다. 자전거를 타던 도중 갑자기 방향을 바꾸거나 자전거를 세우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자전거 매장에 늘어선 자전거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전거를 구매하기 전 목적과 체격에 맞는 자전거를 선택할 것을 조언한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바퀴의 폭이 좁고 핸들 손잡이가 안장보다 낮은 로드자전거. 보다 빠르고 멀리 가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원근 기자 lwg33@kyeongin.com산의 능선을 타기 위해 ‘산악용’으로 제작된 MTB자전거. /이원근 기자 lwg33@kyeongin.com자전거 헬멧과 장갑 등은 안전을 위해 꼭 갖춰야 하는 필수 아이템이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로드자전거와 MTB자전거의 특징을 합친 하이브리드자전거. 시내 주행과 가까운 하이킹 용으로 사용되는 자전거다. /이원근 기자 lwg33@kyeongin.com산 정상에서 내려올 때 속도감을 즐기기 위해 제작된 다운힐자전거. 다운힐 자전거의 경우엔 도로 주행이 힘들다. /이원근 기자 lwg33@kyeongin.com

2015-10-15 이원근

[금요와이드·자전거 여행] 경기·인천 지역 명품 자전거 코스

아라뱃길, 서해~한강~낙동강 잇는 4대강 종주 출발점경의중앙선 연계 남한강길, 호수·기차역 분위기 ‘아늑’바다내음 품은 신도·시도·모도 ‘가을섬 베스트9’ 뽑혀대나무숲 우거진 안양천·탄천 주변공원 동호인에 인기자전거 길은 우리 동네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특정한 코스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자전거 길은 크게는 4대강 물줄기를 따라, 작게는 지역 하천과 도로를 따라 정비돼 있다. 특히 수도권은 한강을 끼고 있기 때문에 한강을 중심으로 하는 자전거 길이 동호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또 인천 서해 갑문부터 낙동강까지 자전거 길이 이어져 있어 종주도 가능하다.■ 남한강 자전거길남한강 자전거길은 팔당역부터 북한강철교~덕구실 보도육교~양근성지~양평전통시장~후미개고개~이포보를 잇는 길이다. 팔당호부터 이포보까지 이어지는 경치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 경의 중앙선 전철역을 따라 자전거 길도 이어지기 때문에 각자의 상황에 맞는 여행이 가능하다.근처 볼거리로는 팔당댐, 두물머리, 다산유적지, 양평전통시장, 양근성지, 이포보 등이 있다.팔당역을 출발해서 팔당댐을 지나면 능내역이 나온다. 한 때 기차역으로 사용됐던 이곳은 이제 자전거 동호인들의 쉼터로 자리매김 했다. 이곳은 옛 역사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섬과 섬을 달린다! ‘신도~시도~모도’인천에선 다리로 연결된 3개의 섬 신도~시도~모도가 자전거 여행지로 유명하다. 최근 행정자치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가을여행 하기 좋은 섬 베스트9’에 뽑히기도 했다.공항철도 운서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면 10여 분 거리에 삼목선착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배를 타면 인천시 옹진군 북도면 신도에 바로 닿는다. 섬과 섬 사이에 다리를 놓은 신도~시도~모도는 반나절이면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신도를 출발해 시도와 모도까지 왕복 2차선 도로를 따라 달리는 코스에선 드넓은 바다와 갯벌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신도 선착장 부근에는 옹진군에서 운영하는 무인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선착장을 나서면 곧바로 갈림길이 나오는데, 시도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그렇게 모도까지 달리다 보면 배미꾸미 해변과 조각 공원이 나온다. 이곳에선 초현실주의 작가 이일호의 조각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시간’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돌아오는 길에선 강화도가 한눈에 펼쳐지는 수기해변을 들러보는 것도 좋다.■ 수도권 광역 자전거도로망, ‘경인아라뱃길’가족이나 연인들의 주말 나들이 장소로 딱 좋은 곳이다. 특히 주운 수로 양쪽으로 폭 5~8m, 총 연장 41.3㎞의 자전거·인라인 전용도로가 조성돼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이 꽤 있다. 성남·안양·하남 등에서 행주대교까지 이어진 기존 한강 자전거도로망과 연결되면서 그야말로 수도권 광역 자전거도로망이 구축된 셈이다. 예를 들어 탄천을 출발해 한강을 건너 김포여객터미널에서 인천여객터미널까지 달릴 수 있다. 이 코스는 약 80㎞로 4시간(평균속도 20㎞/h 가정) 가량 걸린다. 아라인천여객터미널, 시천교 남단, 계양대교 북단, 계양대교 남단, 아라김포여객터미널 등 5곳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 한강 자전거길한강 자전거 길은 한강을 따라 강남과 강북에 모두 만들어져 있다. 서울시, 하남시, 남양주시, 구리시, 고양시 등으로 이어지는 이 자전거길은 국토종주 자전거길로도 이용된다. 양화한강공원을 출발해 여의도한강공원~광나루한강공원~팔당대교~구리한강시민공원~난지한강공원까지의 코스다. 한강 다리와 50여 개의 나들목을 통해 자전거길로 들어설 수 있다. 남한강 자전거길과 한강 자전거 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아름다운 자전거 여행길 30선’에 선정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안양천 대나무 길안양천을 따라 난 자전거길에는 대나무 숲을 볼 수 있다. 의왕시 고천4교 밑으로 난 1㎞에 이르는 대나무 숲이 그 곳이다. 자전거길 양쪽에 대나무가 우거져 있는데 운치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이곳은 자전거 길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산책 코스로도 적격이다. 게다가 안양 학의천~양재천~탄천 합수부~안양천 합수부~안양천 자전거 도로~학의천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그 모양이 하트와 유사하다고 해서 하트 코스로 불리며 자전거 동호회 사이에서 유명한 코스다.■ 그밖에 자전거 코스한강 탄천 합수부~수서역~성남을 지나 수원 광교호수공원을 잇는 탄천 종주 코스도 자전거 애호가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탄천종주코스 주변으로는 양재 시민의 숲, 성남 율동공원과 분당 중앙공원 등이 있다. 시흥 물왕저수지~연꽃테마파크~갯골 생태공원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길은 초보자들이 타기 쉬운 대표적인 자전거 코스다. /임승재·이원근기자 isj@kyeongin.com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팔당호를 가로지르는 자전거길. /양평군 제공팔당역에서 운길산역으로 가는 자전거길에 있는 능내역/ 강승호 기자 kangsh@kyeongin.com

2015-10-15 임승재·이원근

[오늘 한글날]한글, 그 아름다운 유혹… 주택 건축 ‘새로운 기둥’ 한글 철학

‘ㄷ’·‘ㄱ’ 등 형태 모듈화 설계자·모음간 분리-합 특징 반영겹치는 공간 내·외부 통로 활용집안곳곳 디자인 소품 멋 더해한글로 된 주택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7일 양평군 용문면 오촌리의 한글주택을 찾아갔다. 줄지어 선 주택들 사이로 회색 바탕에 남색으로 디자인된 한 주택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한글주택인 이곳은 외벽에 자음 ‘ㅅ’과 ‘ㄱ’이 형상화돼 있었다. 건물 1층은 모음 ‘ㅡ’가, 2층은 ‘ㅣ’가 눕혀 배치됐으며 엇갈린 곳에는 필로티 공간(뜬 공간)과 베란다가 위치했다. ‘ㅅ’이 형상화된 지붕 부분은 옥탑방으로 활용돼 공간배치가 돋보였다.한 지상파 방송프로그램에 소개돼 유명해진 한글주택은 지난 2013년 방송 당시 설계 과정에서 그 모양이 한글의 자모와 닮았다고 해 지어진 이름이다. 설계된 집이 ‘ㅁ자 집’ 또는 ‘ㄷ자 집’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한글주택의 설계는 ‘한글 모듈화’ 작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한글 모듈화’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으로 각 층의 배치를 구상한 뒤 위아래를 합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1층을 ‘ㄱ’자 모양으로 배치하고 2층은 ‘ㅏ’자 모양으로 배치한 뒤 둘을 합쳐 이층집을 짓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각 층을 비틀거나 한쪽을 늘어뜨려 건축주 기호에 맞게 공간을 배치하고 원하는 디자인이 되도록 돕는다.이때 획의 길이를 달리해 아래층엔 기둥만 세우고 벽을 막지 않는 ‘필로티 공간(뜬 공간)’을 만들어 실용성을 높인다. 이는 자·모음의 분리와 합이 가능한 한글의 특징을 본받아 내·외부 연결을 위해 겹치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거주자는 이곳에서 휴식을 즐기거나 빨래를 너는 등 상황에 맞게 활용한다. 또, 외부의 소음을 막고 비바람을 피하는 효과를 얻는다. 외벽의 디자인도 한글을 담고 있다. 대다수 주택이 ‘ㅁ’자 모양의 창문이 있는 등 한글의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한글주택은 실용적인 부분에 자모의 디자인을 강조하는 방법으로 차별화한다. 현관과 창문의 빗물막이를 회색빛 외벽과 다른 색으로 칠해진 ‘ㄱ’, ‘ㅅ’ 자로 강조하는가 하면 2층 베란다를 ‘ㅡ’, ‘ㅁ’자로 형상화하는 등 실용성과 더불어 멋을 더한다. 이러한 차별화된 작업을 통해 멀리서 봐도 한글이 어우러진 주택임을 한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한다. 이 주택을 설계한 한글주택(주) 이관수 소장은 건축 과정에 한글을 적용하는 노력과 함께 집을 짓는 마음도 한글을 만든 세종을 닮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한글은 쉽고 간편해 그 중요성이나 위대함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지만, 서민의 삶과 매우 밀접해 있다”며 “주택도 이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편안하면서도 실용성이 높은 주택을 지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한글의 자음 ‘ㄷ’과 ‘ㄱ’자 모양으로 모듈화 작업을 통해 만든 개그맨 김병만의 집. /한글주택 제공

2015-10-08 전시언

[금요와이드·한글, 그 아름다운 유혹] ‘활자에 담은 감성’ 캘리그라피

익숙한 우리글 속 낯선매력배희열 작가 ‘손글씨 예찬’주택 건축·컴퓨터 폰트 등‘한글의 미’ 삶에 스며들어“야, 네가 쓴 글씨는 팔아도 되겠다.”매일 읽고 쓰던 한글이 캘리그라피 작가 배희열(30)씨에게 ‘아름다움’이 된 것은 꼭 10년 전 일이다. 군에 막 입대했을 무렵 그가 쓴 글씨를 본 조교가 던진 이 한 마디 때문이었다.어릴 때부터 글씨를 특이하게 쓴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어왔다. “글씨를 그림처럼 판다고? 한 번 해볼까?” 제대 후 커피 한 잔에, 영화 표 한 장에 그의 글씨가 아름답다는 이들에게 ‘한글’을 선물했다. 캘리그라피가 지금처럼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다. 취미는 머지않아 직업이 됐다.초성과 중성, 종성이 만나 하나의 글자를 이루는 한글은 영어 등 단순히 정해진 글자를 나열하는 다른 문자보다 색다르게 변형해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여지가 많다는 게 배씨가 글자를 쓰고 또 쓰며 느낀 한글의 매력이다. ‘달’이라는 글자를 쓸 때 ㄷ은 더 작게, ㅏ와 ㄹ은 더 크게 쓰는 등 크기와 획의 굵기, 길이, 글자 사이의 간격, 기울이는 정도에 따라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한글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쓰는 이가 표현하고 싶은 바를 새겨 넣기도 한결 쉬운 문자라고도 했다. 예를 들면 ‘길’이라는 글자를 쓸 때 ㄱ과 ㅣ는 아주 작게 쓰는 대신 받침 ㄹ을 길게 흘려 쓰는 것으로 먼 길을 표현하는 것이다.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데서 오는 아름다움도, 배씨가 생각하는 ‘우리 글’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다. 눈과 손에 자연스럽게 배어 들어 일상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읽고 쓰는 한글이,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때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매일 쓰는 글씨를 새롭게 바꾸는 것은 곧 일상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미처 몰랐던 면을 찾는 작업이 되기도 한다. 배씨는 “캘리그라피를 처음 배우는 이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는 자신의 이름과 옆 사람의 이름을 차례로 써보라고 한 후 이를 서로 바꿔서 보라고 한다. 남의 글씨로 쓰인 내 이름을 볼 때 느껴지는 신선한 충격이 있다”며 “천편일률적인 글자를 타이핑하는게 일상화된 지금 늘 읽고 쓰는 ‘우리 글’을 낯설게 보는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글의 아름다움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취미로 캘리그라피를 배우며 일상 속 작은 예술을 즐기는가 하면 아예 한글 모양을 본떠 집을 짓기도 한다. 한글을 좀 더 예쁘고 개성 있게 표현하기 위한 컴퓨터 폰트 시장의 열기는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장지훈 경기대 서예문자예술학과장은 “문자 ‘한글’이 갖는 매력은 자·모음의 굵기나 길이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을 쉽게 담을 수 있는 ‘표정’을 가진 문자라는 것”이라며 “익숙한 도구가 가진 표정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부분에 주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사진·캘리그라피/배희열 작가

2015-10-08 강기정

[금요와이드·한글, 그 아름다운 유혹] 글자체에 담긴 ‘전략’

“서체가 예뻐서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싶습니다. 양평군체 세트를 맥용(OS X 10.9.5사용중)으로 받을 수 있을까요?”양평군은 지난 2009년 ‘양평군체’를 등록한 이후 이 서체를 누구나 영리·비영리 목적으로 쓸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매년 70명가량이 양평군체를 받아 쓰고 있는데 주로 인쇄업체가 많이 이용한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또 양평군은 자체 개발한 서체를 도서관·보건소 등의 간판에 적용하고 있다. 양평군 전산정보팀 김원칠 주무관은 “처음에는 ‘물맑은체’ 같은 방식으로 작명하려다가 서체 이름에 ‘양평군’을 넣어 홍보 기능을 강화했다”며 “낮은 비용으로 개발한 서체가 군 홍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기업도 한글 글자체 개발을 통한 기업홍보와 이미지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텔레콤의 뫼비우스체,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체, CJ제일제당의 한글손맛체 등이 대표적이다. 한글 서체를 자사의 제품에 적용해 ‘통일성’을 높이면서 고객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전략이다.서체뿐 아니라 한글 상표도 늘고 있는 추세다.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특허 출원한 문자상표 중 한글상표 비율은 34.2%로 5년 전인 2010년 29.0%보다 5%p 이상 증가했다. 올해 출원된 한글상표는 ‘꽃다인’, ‘산초롱’, ‘꿈여울’, ‘꿀까닭’, ‘우아누리’ 등이 있다.외국인의 한글상표 출원 비율도 2010년 4.4%에서 2015년 6월 현재 4.9%로 소폭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허청 최규완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외국인도 우리나라에서 사업하는 데 있어 국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한글 상표의 필요성을 점차 인식해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국립한글박물관 제공

2015-10-08 김명래

[금요와이드·한글, 그 아름다운 유혹] ‘동네의 자랑’ 양평 최덕인씨 한글주택

“한글 모양의 주택, 이제는 동네의 자랑거리입니다.”양평군 오촌리의 한글주택에 사는 최덕인(77·여)씨의 말이다. 지난봄, 매년 추위에 떨며 겨울을 보내는 어머니가 걱정됐던 아들 김윤배(48)씨는 어머니와 식구를 위한 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씨는 팔방으로 알아본 끝에 ‘한글주택’을 짓기로 했다.김씨는 “직장이 부산이라 늘 어머니가 걱정돼 제대로 된 집을 지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한글주택은 설계과정에서 한글 자모를 이용해 쉽고 간편했고, 실용성 있게 짓는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고 말했다.6개월째 한글주택에 사는 최씨는 단층면적이 80㎡가 채 되지 않는 작은 집이지만 알찬 공간배치와 예쁜 외벽디자인에 흡족해했다. 특히 자모의 획을 달리해 만든 필로티 공간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최씨는 “현관에 비는 막아주면서 선선한 바람이 들어오는 공간이 있어 식구들이 오면 이곳에서 함께 식사하는 등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 “처음엔 외벽이 잿빛이라 어둡게 보일까 봐 걱정했는데 한글 모양 디자인이 두드러져 더 멋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최씨의 가족은 네살배기 증손녀까지 있는 19명의 대가족이다. 최씨는 집에 편리하면서도 꼭 필요한 한글처럼 가족도 그렇다는 의미를 담았다.최씨는 “이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증손녀에게 도움 주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가족도 한글처럼 편안하지만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자손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양평군 오촌리의 한글주택에 사는 최덕인씨가 “온 가족이 이렇게 예쁜 집에 한데 모일 수 있어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2015-10-08 전시언

[금요와이드·한글, 그 아름다운 유혹]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한글 서체

‘오이·포천막걸리’ 등 다양한 글자체 최소 석달 작업… 등록신청 매년 늘어 지자체 등 관심 ‘업체 간 경쟁 불붙어’‘오이, 딸기마카롱, 하얀고양이, 포천막걸리, 외계인설명서…’.언뜻 공통점을 쉬이 찾기 어려운 이 단어들의 정체는 컴퓨터에서 쓸 수 있는 한글 서체의 이름이다. 손 글씨보다 타이핑을 통해 한글을 읽고 쓰는 게 일상화된 지금, 컴퓨터 안에서 사람들은 굴림과 명조, 고딕을 넘어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아 나섰다.한글 서체는 초성과 중성, 종성 등 최소 2천350자의 문자를 디자인해야 하나의 글자체가 된다. 어떤 글자체를 만들지 큰 틀에서 콘셉트를 잡고 글자 하나하나를 디자인하는데 걸리는 시간만 최소 3개월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인터넷 용어들을 모두 담아내려면 5배에 달하는 1만1천172자를 만들어야 한다. 이 경우 짧게는 2년, 길게는 7년까지도 걸리는 기나긴 작업이 필요하다.보통 사회적 흐름에 따라 유행하는 서체의 스타일도 달라진다는 게 폰트 개발자들의 말이다. 싸이월드 등 온라인에서 처음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게 된 초창기 SNS 시대에는 각종 이모티콘이 첨부된 화려한 장식 폰트, 움직이는 폰트 등이 인기를 끌었다. 글자체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는 일에 사람들이 흥미를 보이며 폰트에 모든 장식적 요소가 집약된 것이다. 얼마 전까지는 복고 바람의 영향으로 큼직하고 투박하지만 강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폰트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면, 최근에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친숙한 느낌의 글씨체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글의 ‘아름다움’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한글 서체는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05년 7월부터 글자체도 디자인 등록을 통해 사용에 대한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한글 서체의 디자인 등록 신청도 점점 늘고 있는데, 2005년에 출원한 서체는 단 3개뿐이었지만 1년 만인 2006년엔 13배가 넘는 41개가 출원됐다. 지난해 출원한 서체는 모두 64개다. 이날 현재 디자인이 등록돼 권리가 유효한 한글 서체는 347개다. 여기에는 소비자에게 친숙함과 신선함을 함께 각인시키고 싶은 기업들이 한 몫을 했다. 현재 등록된 서체 중 기업이 출원한 서체는 50개다. 주민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지역을 홍보하려는 지방자치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양평군이 2009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서체를 등록한 데 이어 부산시가 2012년, 제주도가 2013년에 각각 서체를 등록했다.기업과 지자체 등이 직접 고유 서체 개발에 팔을 걷어붙인 가운데 글꼴을 개발하는 전문 업체들간 경쟁은 더욱 불붙는 추세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만 하나의 한글 서체가 탄생하지만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글자체 역시 돈을 내고 이용해야 하는 재산이라는 인식이 아직까지도 보편화되지 않아, 서체 시장은 그 수요에 비해 그동안 시장이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한 폰트 개발자는 “그동안은 기업이나 출판사 등 글자체가 필요한 곳과 전문 개발업체 간 1대1 형태로 제작이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며 “한글의 아름다움이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보다 다양하게 표현되려면 한글 글자체 역시 하나의 재산이라는 인식 하에 아름다운 우리 글을 사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2015-10-08 강기정

[금요와이드·희망찾아 대한민국 땅 밟는 난민] 이 아이를 품어줄 수 있나요

지난 9월 2일 터키 해변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세 살 배기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이 전 세계를 눈물 짓게 했다. 빨간 티셔츠와 파란 반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엎드려 있던 아일란의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가 곤히 자고 있는 것처럼 보여 더욱 가슴을 울렸다. 외신들은 아일란이 시리아 난민 아버지와 함께 그리스로 가는 배를 탔다가 전복 사고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내전을 피해 캐나다로 이민을 가려던 쿠르디 가족은 이민을 거부당하자 난민선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이 아기는 파도 속에서 아버지의 손을 놓치고 어린 생을 마감했다. 이 사진이 보도되면서 유럽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난민의 비참한 현실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됐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난민의 유입을 막으려는 각국의 이기적인 행태를 비난하며 난민 문제를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일었다. 우리나라도 아일란의 죽음을 계기로 난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과연 난민은 어떤 사람이고, 우리나라의 난민 수용 현실은 어떠한가. 전쟁, 천재지변, 사상적 원인으로 자신의 나라를 떠나 유엔난민기구의 보호를 받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2천100만 명에 달한다. 나라 밖으로 탈출하지는 못했지만 유엔 난민 기구에 보호를 요청한 사람들도 전 세계 인구의 약 1%인 7천7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난민신청의 절차적 권리 보장과 난민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을 골자로 한 난민법을 시행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관문 인천에는 난민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난민지원센터(출입국 외국인 지원센터)가 설립됐다. 2015년 5월 기준 우리나라가 받아들인 난민은 모두 496명. 그러나 난민 전문가들은 제도적 측면에서는 큰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난민을 바라보는 편견의 시각은 바뀌지 않았고, 난민법이 생기면서 오히려 난민으로 인정받기가 더 까다로워졌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난민들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있고, 아시아에서 민주화에 경제성장까지 이룬 나라여서 자신들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며 “난민이 우리 가까이 있는 존재라 생각하고 위상에 맞게 베푸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난민 (難民·Refugee)인종·종교·국적 또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박해를 받아 고국을 떠났거나 떠나고 싶은 사람을 말한다. 유엔은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국제 협약을 만들면서 난민을 이같이 정의했다.▲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 건물 밖 게시판에 그려진 시리아 난민어린이 아일란 쿠르디를 바라보며 한 어린 소녀가 지나가고 있다. /브뤼셀 AP=연합뉴스▲ 난민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세워진 인천시 중구 영종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난민센터).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2015-10-01 김주엽

[금요와이드·희망찾아 대한민국 땅 밟는 난민] 편견·제도와 싸우는 난민

영종초 금산분교 입학 앞둔 11명 “한국 학생과 정서적 충돌” 보류 본교로 발길 돌리니 학부모 반발 다문화 대안학교에 힘겹게 취학 다른 나라보다 긴 신청 기간 악용 2~3년씩 시간 끌며 돈만벌고 떠나 건수는 느는데 심사인력 태부족 색안경 대신 인도적 포용력 필요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7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만들었다. 난민법은 난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으로 법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출입국관리법 규약에 의해 난민을 받았다. 난민법에 따라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난민은 심사 과정에서 변호사 조력을 받고, 통역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인천 영종도에는 ‘출입국외국인 지원센터’가 세워졌고, 입국 6개월 안에는 생계비와 주거시설도 제공 받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찾는 난민들은 아직도 사람들의 편견과 불합리한 제도 속에 고통받고 있다. ■ 편견과 차별에 힘겨워하는 난민들 지난봄 인천 영종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 거주하는 초등학교에 다닐 나이가 된 11명의 아이들은 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 당초 이들 학생은 학군에 따라 난민센터 인근 영종초등학교 금산분교에 입학할 예정이었지만 인천시 교육청은 이 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인 학생이 40여 명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입학을 보류했다. 기존 한국인 학생과 정서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교육청은 학생 수가 많은 영종초교 본교에 입학시킬 방침이었지만 해당 학교 학부모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학부모들은 난민신청자가 입학하면 등교 거부 등 단체 행동을 하겠다는 의견을 밝히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역 사회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은 지난 4월 남동구에 있는 다문화 대안학교인 한누리 학교에 취학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영종도 아이들이 대표적인 난민 차별 사례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난민에 대한 차별은 아이들만 겪는 것이 아니다. 난민들은 일반적인 외국인 노동자들보다 더한 차별을 받는다. 난민 신청자가 되면 G-1 비자를 받는데 이 비자로는 단순한 일밖에 할 수 없다. 게다가 난민을 고용한 사업주가 2주마다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를 받아야 하는 탓에 대부분의 사람은 난민을 본인의 사업체로 받아들이기 꺼린다. 심지어 2주마다 자격을 갱신해야 하는 것을 알고서도 고용주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 난민 신청이 취소되는 일도 있다고 한다. 난민인권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류은지씨는 “난민들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비자를 발급받고 입국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보다 더 나쁜 조건에서 일하게 된다”며 “이러한 이유로 대다수의 난민은 소규모 공장이나 식당에서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난민 인정 어렵게 만드는 제도들 #지난 2013년 7월 우리나라에 온 이란인 A씨. 무슬림으로 살다가 기독교로 개종한 A씨는 종교 박해를 피해 우리나라에 난민 신청을 했다. 이란에서는 아직도 기독교인은 수감되고, 고문과 화형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2년 2월 정치 단체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구금되고, 고문을 당한 B씨도 정치의 자유를 위해 우리나라를 찾았다. 카메룬에서는 정당으로 등록되지 않은 단체가 정치 활동을 할 경우 경찰에 체포당한다. 그러나 A씨와 B씨 모두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본국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해 있다. 그 이유는 뭘까? 난민법 제정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난민의 수는 급증했다. 2010년 423명이었던 난민 신청자는 2013년에는 1천574명, 지난해에는 2천896명에 달했다. 그러나 난민 인정률은 2010년 11.1%에서 2013년 5.2%, 2014년 3.2%로 떨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1천265명이 난민 심사를 받았지만 법무부 심사를 통해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2명(0.16%)에 불과하다. 난민법 시행 후 오히려 난민으로 인정받기가 어려워진 셈이다. 법무부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난민신청을 하면서 인정률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해 긴 우리나라의 난민 신청 기간이 오히려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불법 체류 노동자들이 난민신청을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난민 신청을 하면 법무부 심사·행정 소송을 거치며 최소 2~3년은 한국에 더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며 “이러한 이유로 2~3년만 돈을 벌고 가려는 불법 체류자의 신청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법무부 난민심사관들은 난민신청 자체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강해졌고, 난민 심사는 까다로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심사 인력 부족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변호사는 “난민신청 건수는 늘고 있는 반면, 법무부 난민심사관 수는 그대로여서 심사가 1년 넘게 지연되는 사례도 많다”며 “또한 한 명이 수십 명의 난민을 심사해야 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시각으로 거짓 난민들을 가려내야 하는 역할밖에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우리가 받아들여야 난민을 도와야 한다는 주제의 기사가 나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부 반응을 보인다. 난민 활동가와 전문 변호사도 이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난민을 우리가 꼭 받아들여야 하는 대상이라고 말한다. 류은지 활동가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데 지금 우리나라에는 그러한 일이 생기지 않고 있을 뿐”이라며 “우리와 똑같은 인간인데 단지 다른 나라에 태어났다고 해서 돕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많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이러한 부분을 알리고, 자주 접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외국인에 대한 혐오감이 큰 것 같다”며 “그들이 우리 사회에 어울릴 수 있도록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만날 기회를 만들어야 이 같은 문제가 점차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난민을 바라보는 편견의 시각 속에 지난 2013년 7월 18일 인천시 중구 영종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앞에서 영종도 주민들이 난민센터 개관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경인일보 DB▲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한누리 학교에 입학한 난민센터 입주민 자녀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난민센터 제공

2015-10-01 김주엽

[금요와이드·희망찾아 대한민국 땅 밟는 난민] 영종 난민센터의 생활

대학교 기숙사 같은 시설에 입소 6~9개월 거주 심사절차·취업훈련 언어·문화·법 등 한국 간접 체험 임신부·미성년 시급성 따져 선발 정원 반도 못미쳐 ‘높은 문턱’ 실감 지역 주민과 잇단 마찰 고민거리 “딸이래요, 딸! 하루 빨리 난민으로 인정돼 한국에서 잘 기르고 싶어요.” 며칠 전 출입국 외국인 지원센터(영종 난민센터)에 기쁜 소식이 들려 왔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온 난민신청자 리라(가명)씨가 딸을 출산한 것. 리라씨는 고국에서 부족 간 다툼과 차별로 괴로움에 시달렸다. 자식 만큼은 인종차별이 없는 곳에서 살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그녀는 굳은 결심으로 낯선 땅에서 딸을 기르기로 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한국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한 리라씨는 한 달 전부터 이곳 난민센터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센터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단 5개월 뿐. 그녀는 하루빨리 대한민국 땅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기를 기도하고 있다. 종교 탄압이 없는 나라, 반정부적이란 이유로 옥살이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인종 차별로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지극히 평범하고도 이상적인 꿈을 꾸는 곳, 이곳은 바로 ‘난민센터’다. 인천 중구 영종도 한적한 동네 한 가운데 서 있는 3층 건물. 얼핏 작은 대학 캠퍼스처럼 보이는 이곳의 면적은 3만1천143㎡로, 생활관(기숙사), 교실, 휴게실, 체육실, 보육실, 아이 놀이방 등 각종 시설이 있다. 입소자는 주로 생활관에 머무는데, 각 방은 1인실, 2인실, 가족실 등 모두 34개 실로 구성돼 있다. 개별 방은 모두 크진 않지만 하얀 벽지에 침대와 화장대, 화장실을 갖춘 일반 대학 기숙사와 같은 모습이다. 오전과 오후에는 한국어 교육이나 한국사회, 문화, 법에 관한 교육을 듣는다. 한국 문화 특강 시간에는 국악에서부터 한국 대중가요까지 다양한 영상을 보며 센터 안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한국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엄마 아빠가 특강을 듣는 동안 아이들은 놀이방에서 또래 아이들과 놀기도 한다. 센터 관계자는 “한국어는 물론 한국 사회의 이해, 법질서 교육, 직업훈련 등 다소 어려운 수업이 진행되는데도 입소자들의 학업 열의가 높아 수강률이 높은 편”이라며 “아이들을 놀이방에 맡겨 놓아 입소자들이 안심하고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입소자들의 거주기간은 기본 6개월이나 3개월까지 연장이 가능해 최대 9개월까지 머물 수 있다. 이 기간에 센터는 입소자들의 난민 심사 절차에 필요한 서류 준비를 돕고 이들의 취업 훈련을 독려한다. 센터에 머무는 동안 난민 신청자들은 일을 할 수 없게 돼 있지만 퇴소 후에는 일시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센터에서는 강사를 초빙해 직업 훈련을 위한 바리스타 특강, 요리 특강 등 다양한 직업교육을 하기도 하는데, 바리스타 교육은 특히 외국인들의 반응이 좋다. 대학 내 어학당을 연상케 하는 교실은 이들의 꿈과 희망, 삶의 의지가 함께 어우러져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한다. 이곳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해 94년부터 난민 신청을 받았다. 2001년 첫 난민이 인정된 후 하루 평균 20여 명의 외국인이 종교, 인종, 정치적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하기 위해 우리나라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난민 신청 후 심사를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통상 8개월~1년. 경제적인 여유가 돼 머물 곳이 있거나 우리나라에 지인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난민 신청자들은 이 기간까지 기댈 곳조차 없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 2013년 11월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를 개청, 2014년 2월부터 갈 곳 없는 난민 신청자들을 받아들였다. 센터 입소를 원하는 난민 신청자 중 영유아를 보육하고 있는 외국인이나 임신 중인 난민신청자, 부모 미동반 미성년자, 장애인·고령자는 센터 입소자 중 우선 순위다. 공동생활이 가능한가도 심사에 포함된다. 대체로 상황이 ‘시급한’ 사람을 위주로 선발하다 보니 정원은 83명이지만 현재는 33명의 난민신청자만 이곳에 머물고 있다. 일각에서는 입소 기준을 너무 까다롭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센터가 문을 열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영종 신도시 주민들은 ‘영종을 대규모 난민촌으로 만드냐’며 반대 목소리를 내 센터를 완공하고도 개소까지 5개월이 더 소요됐다. 특히 난민 신청자들의 자녀들이 영종초등학교 입학 하루 전에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로 취소돼 다문화학교인 한누리학교에 입학하는 안타까운 일로 난민과 영종 주민 간 상처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센터가 주민들과 꾸준히 공청회, 간담회를 갖고 충분한 만남의 장을 열어 지금은 많은 우려와 불신이 잠식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난민과 주민 간 사이를 좁히는 것은 묵은 과제로 남아 있다. 현근영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장은 “개청 당시 편견이나 우려는 많이 불식됐지만 아직도 극복해야 하는 점이 많다”며 “앞으로 많은 노력을 통해 난민들이 편안하게 머물고 주민들에게도 인정받는 센터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지난해 2월 28일 인천시 영종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난민센터)에 첫 입주한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출신 리라(38·여·가명)씨가 생활관(기숙사)에서 휴식하고 있다. /경인일보 DB▲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난민센터 쿠킹클래스. /난민센터 제공

2015-10-01 윤설아

[금요와이드·추석 그리고 가족] 애끓는 ‘혈육의 정’

추석, 가족과 고향의 의미가 누구보다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많다. 러시아 사할린에서 영주 귀국한 동포와 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은 가족과 고향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사할린 영주귀국자 윤정내씨 탄광 노동자 징용 아버지 찾아 러시아행 부모님 대신 60여년 만에 꿈만같은 귀향 ‘아들과 작별’ 고향 찾은 가슴 아픈 대가 ■ 만날 수 없는 가족 “아들 녀석하고 함께 살았으면 원이 없겠어요.” 지난 23일 인천 남동구에 있는 남동사할린센터 경로당에서 만난 사할린 영주귀국자 윤정내(74·사진·여)씨는 물론 평소에도 항상 보고 싶은 가족이지만 이맘 때면 함께 한국에 들어오지 못한 자식들이 더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윤씨의 아버지는 일제에 의해 1942년 러시아 사할린의 탄광 노동자로 강제 징용됐다. 갑자기 가장을 빼앗긴 윤씨의 가족은 이듬해인 1943년 가장을 찾아 사할린으로 이주했다. 그렇게 60여년을 러시아에서 살아온 그는 지난 2007년 한·일 양국 적십자사가 진행한 영주귀국 사업 대상자에 선정됐다. 꿈에도 그리던 고국 땅에서 그와 같은 사할린 한인 남편과 함께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고국 땅을 그렇게나 밟아보고 싶어 했던 그의 부모님들은 불행하게도 결국 모두 세상을 떠나고 난 뒤였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30여년이 지나서야 윤씨가 부모 대신 고향을 찾게 된 것이다. 고향을 얻은 대가로 사할린의 자녀와는 작별을 해야 했다. 영주귀국의 기회는 1세대에만 주어지고 사할린 한인 2세나 3세에게는 정착을 도울만한 아무런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너무 어릴 적 러시아로 건너간 윤 할머니는 한국의 추석에 대한 기억은 없다. 하지만 사할린에서의 추석에 대한 기억은 따뜻하게 남아있다고 했다. “사할린에서는 음력이 아닌 양력 8월 15일에 추석을 보내요. 온 가족이 모여 먹고 떠들고….” 사할린에서 돌아가신 그의 부모는 죽어서라도 고국에 가고 싶다며 화장을 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나를 절대로 차디찬 땅에 묻어두지 말아 달라고 하셨어요. 뼈라도 고향 땅에 닿을 수 있도록 바다에 뿌려달라고 수도 없이 말씀하셨죠.” 윤씨는 함께 사는 ‘가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게 소원인 사람도 많다고.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난 최병도씨 정든 삶터를 떠나야만 했던 전쟁의 상흔 새로 자리잡고 대가족 꾸렸지만 ‘허전함’ 北에 남긴 가족 강녕기원 추석망향대제 ■ 찾아갈 수 없는 고향 지난 23일 오전 11시 인천시 남구 수봉공원 망배단에선 인천지구 이북도민회 주관으로 북에 두고 온 가족의 강녕을 기원하는 ‘추석망향대제’가 열리고 있었다. “조상님들을 찾아뵙지 못하는 불경을 드려 죄송스럽다”는 말을 시작으로 조상님께 올리는 예가 시작되자 자리에 앉아있던 100여명의 실향민들은 참고 있던 눈물을 쏟아냈다.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났다는 최병도(85·사진)씨 역시 눈물을 닦아내며 “언젠가는 고향에 갈 날이 오지 않겠느냐”며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는 6·25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에도 고향을 떠나지 않고 그대로 머물렀다. 고향을 영영 떠나게 될거라곤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고향을 떠나던 날을 1950년 12월 12일로 기억하고 있었다.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고 전세를 뒤집자 중공군의 개입으로 다시 수도 서울을 내주기 전이었다고 했다.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자 황해도 연백에 있는 북한군도 모두 북으로 철수하며 고향의 경찰서에 주인이 없는 치안 공백기가 잠시 있었다. 그때 젊은이들과 학생들이 나서 경찰서에 있는 총기로 무장하고 자체 ‘치안대’를 조직했는데 그 일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이유가 될 줄 몰랐다. “중공군이 다시 내려오니까 바닥 빨갱이들이 설쳐대며 치안대 활동했던 청년들을 색출하느라 혈안이니 버틸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황해도에서 풍선(風船)을 타고 강화로 내려왔고 다시 인천으로 건너가 정착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5남매 가운데 막내였다는 그는 자신도 다섯 자녀를 낳아 지금은 13명의 손주를 거느리는 대식구가 됐다. 해마다 명절이면 그의 집은 북새통을 이루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은 허전하기만 하다. 그는 “하루가 걸리든 이틀이 걸리든 고생스럽긴 해도 찾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다는 것이 결코 작은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추석을 나흘 앞둔 지난 23일 오전 인천시 남구 수봉공원 망배단에서 열린 이북도민회 추석 망향 대제에서 이북도민회 연합회 인천지구 회원들이 제를 올리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15-09-24 김성호

3포세대 '귀양같은 귀향'… 가장 싫은 명절 잔소리 '직장 구했니? 결혼은?'

낯선 어른들 막연한 관심 부담 대학생 69% “스트레스 받는다” ‘탈농경사회’ 추석 의미 빛바래 친척간 교류 줄어 서로 잘몰라 훈수보다 알아가는 대화가져야 추석이나 설 명절의 의미가 퇴색된 원인은 무엇일까. 노명우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를 통해 현 세태의 배경을 짚어봤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 아닌 ‘도시’ 노 교수는 명절의 의미가 퇴색된 가장 큰 원인으로 ‘탈농경사회’를 제시했다. 그는 “설과 추석은 모두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 고유의 민속명절이다. 한 해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일 년 농사를 준비하고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 설의 유래라면, 추석은 그동안의 농작물을 수확하며 기쁨을 나누는 시기다. 하지만 1960~70년대에 급속도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는 농경사회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고, 명절이 지닌 본래의 의미는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도시화 과정서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한 세대만 해도 명절 때마다 고향을 찾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농촌에 아무런 추억이 없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세대가 바라보는 시선은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노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도시생활에 익숙한 세대, 더욱이 모든 걸 쉽게 사 먹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세대가 과연 추석이 지닌 수확과 추수 감사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겠느냐”며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레 명절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국제화에 따른 글로벌 시대가 도래한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았다. 노 교수는 “일이나 학업 등의 이유로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가족이 상당히 많아진 부분도, 함께 모일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라고 했다. ■“직장 구했니? 결혼은?” 명절이 부담스러운 이들 최근 구인 구직 포털사이트 알바몬에서 대학생 7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70%가량이 명절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이유로 ‘취업부터 학점까지 쏟아지는 친척들의 관심에 대한 부담(31.1%)’이 가장 많았다. ‘덕담을 가장해 아픈 곳을 콕콕 찌르는 잔소리(19.4%)’, ‘이렇다 하게 자랑할 것이 없는 처지와 신분(11.9%)’, ‘친하지도 않은 친척 어른들을 만나는 부담감(10.1%)’, ‘제사음식 준비나 설거지 등 쏟아지는 일거리(8.4%)’, ‘취업에 대한 압박감(6.8%)’ 등이 뒤를 이었다. 명절에 가장 듣기 싫은 말로는 ‘좋은 데 취업해야지(42.6%)’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졸업하면 뭐할 거니?(12.1%)’, ‘살 좀 빼렴(11.5%)’, ‘애인은 있니?(9.5%)’, ‘우리 아무개는 이번에 장학금 탔잖아(8.3%)’, ‘그러게 공부 좀 하지(3.8%)’ 등의 응답도 이어졌다. 취업 시즌이 한창인 요즘, 취업준비생에게 있어 명절은 썩 달갑지 않다. 아예 친척들의 청문회(?)를 피해 여행을 가거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뛰는 경우도 있다. 결혼적령기 남녀나, 고3 수험생에게도 친척들의 질문 공세가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최근 간단한 동작만으로 가짜 전화가 걸려오도록 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때아닌 인기다. 친척들의 불편한 잔소리에 대비, 조짐이 보일 때 곧바로 앱을 실행해 자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담의 선을 넘은 과도한 관심과 조언도 명절의 의미를 약화시키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어설픈 훈수는 이제 그만.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로… 노 교수는 이 같은 명절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서로에 대한 ‘무지(無知)’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바쁜 현대인들은 만날 시간이 없다 보니 경조사나 명절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친척 간 교류조차 거의 없는 실정이다. 당연히 서로에 대해 잘 모를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막연한 조언을 던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온 가족이 모일 수 있는 명절이야말로 가족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자주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이는 여의치 않다. 따라서 1년에 한두 번 어렵사리 만나는 명절에라도 ‘훈수 두기’가 아닌, 서로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인에게 있어 명절의 의미가 퇴색된 부분을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규정했다. 노 교수는 “여러 사회 변화들로 인해 명절이 가진 의미가 약해진 건 분명 아쉬운 현상이지만, 결국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가족과 고향이 지닌 절대적인 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시대 변화에 맞게 이에 관한 의미를 되새기는 노력을 각자가 끊임없이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노명우 아주대 교수.▲ 경인일보 DB

2015-09-24 황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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