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아, 우리 선생님

'군사부일체'라 높이 받들었는데 세상 변해전희련 은사님 열강듣고 '시인의 길' 선택첫 시집 보내드렸을 때 빨간 줄 첨삭 '뜨끔'열정·절제 인생 큰 영향… 만수무강 기원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세 번의 큰 만남을 갖는다고 한다. 그 첫 번째가 부모님과의 만남이고 두 번째가 학교에서 선생님과의 만남이고 세 번째가 동문수학한 친구들과의 만남이라고 한다.예부터 군사부일체라고 해서 스승을 높이 받들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다. 세상은 많이 변했다. 상전벽해라고 했던가. 요즈음은 반대로 학생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된다는 자조적인 말을 듣기에 이르렀다.나는 한평생 시를 쓰는 시인으로 살고 있다. 내가 문학을 택하게 된 것도 나를 가르쳐주신 은사님들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작문시간에 동시를 썼다.먼 산 머리 아지랑이 아른거리고뒷동산 수양버들 무거운 듯 늘어지면앞 개울가 엄마 찾는 송아지 음매 음매애'봄'이란 제목의 동시였는데 담임 오수척 선생님께서 참 잘 썼다고 칭찬해 주시며 너는 먼 훗날 시인이 될 수 있다고 하셨다. 6·25 직후라 학교는 불타 천주교회당에서 공부를 했다. 밤이면 램프를 켜놓고 밤이 깊도록 선생님께서 열심히 지도해주셔서 그 당시 세칭 일류 중학교에 여러 명이 합격하였다.중학교 때는 도원희 선생님으로부터 시를 공부하게 되어 어렴풋이 시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김윤식 선생님과 전희련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김윤식 선생님은 얼마 후 대학으로 가셔서 문학평론가로 활동하시다가 작년에 별세하셨는데 금년에 한국문학관에 30억원을 기증하셨다.1950년대 말에는 교내 웅변대회를 비롯하여 많은 웅변대회가 있었다. 전희련 선생님과 학교 대표로 도대회 웅변대회에 출전하게 되었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올 때 선생님은 "오늘 출장비가 총 얼마인데 왕복 버스비, 점심 짜장면 값 빼고 남은 돈"이라며 선생님께서 내 주머니에 넣어 주셨다.봄 소풍을 전교생이 용주사로 갈 때 황구지천을 건너야 한다. 학생들이 선생님들을 업어서 건네주었다. 그런데 전 선생님은 몸소 바지를 걷어 올리고 구두를 들고 건너셨다. 소풍 때는 선생님들의 도시락을 학생들이 준비해 오곤 했는데 전 선생님은 도시락을 싸가지고 오셨다.선생님의 고향은 함경남도 북청이라고 하셨다. 부친께서는 공무원이셨고 가정은 비교적 부유하여 서울로 혼자 유학을 왔는데 6·25전쟁으로 고향에 갈 수 없게 되었다고 하셨다.사실 내가 시인의 길을 택한 것도 전 선생님의 국어시간 열강 때문이다. 김소월의 시 '금잔디', '진달래꽃', '산유화' 등등을 가르치실 때 신들린 무당이 작두를 타신 것 같았다. 그리고 사르트르, 카뮈의 실존주의에 대하여도 말씀해주셨다. 내가 '이방인', '전락', '구토'를 탐독하게 된 것도 선생님 덕분이다.우리 고교시절에는 가을이면 학교마다 종합예술제가 있었다. 유치진 원작을 선생님이 윤색하여 '사육신', '마의 태자'를 연출하셨다.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열심히 연극을 지도하시고 논길을 걸어 집에 가실 때는 늘 지쳐서 어지러웠다고 훗날 말씀하셨다.내가 졸업 후 대학에 다닐 때 선생님은 서울로 전근하셨다. 내가 첫 시집을 보내드렸을 때 잘못된 곳을 빨간 줄로 첨삭하여 되돌려 보내주셨다. 뜨끔하였다.선생님은 퇴임 후 수원 영통으로 이사하여 살고 계신다. 오산역 광장에 시민들이 뜻을 모아 내 시비를 세워주었는데 선생님께서 와보시고 시비가 너무 크다고 전화를 하셨다.선생님은 이제 97세로 휠체어를 타고 계시다. 선생님의 그 열정, 절제, 겸손, 배려는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푸르른 오월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들의 가슴 속에 오월의 태양처럼 빛나는 선생님의 만수무강을 삼가 엎드려 기원드린다./조석구 시인조석구 시인

2019-05-13 조석구

[기고]수도권정비계획법과 지평막걸리의 눈물

양평특산물 불구 춘천에 공장신설시설규모 제한 규제로 '아이러니'불합리한 정책 반드시 없애고지역경제 살리는 향토기업 육성지자체 스스로 살길 개척해 나가야막걸리 애주가들이 첫손으로 꼽는 '지평막걸리'는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에서 태어났다. 오랜 세월 양평의 특산물로 명성을 떨치며 점점 찾는 이가 늘어나 최근 제조공장을 크게 새로 지었다. 그런데 새 공장이 세워진 곳은 본디의 고향인 '지평'이 아니라 물설고 낯선 강원도 춘천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제조시설은 세울 수 없는, 양평을 꽁꽁 옭아맨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위시한 낡은 규제와 법령 탓이다. 지역주민의 사랑과 지자체의 지원에 힘입어 동네 구멍가게에서 출발해서 전국규모의 생산업체로 성장했지만 지역주민은 일자리를 잃고 지자체는 주요 경제기반을 잃는 결과가 되어버린 것이다.'지평막걸리'와 유사한 경우는 양평에 한둘이 아니다. 성공한 향토기업은 결국 고향을 떠나야 하는 게 양평의 현실이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규모의 기업신설은 아예 원천봉쇄다. 제갈공명, 스티브 잡스가 환생한들 무슨 수로 양평의 지역경제를 살려낼 것이며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겠는가. 반면, 양평의 바로 옆 동네, 원주·홍천·횡성은 자유로운 기업활동이 보장되며 국가로부터 적극 지원 육성되고 있다. 거기나 양평이나 '물'은 다 남한강·북한강으로 흘러드는데 양평은 두 손 두 발 다 묶여 있고, 지도에 죽 그어놓은 수도권정비계획법 경계선 밖에 놓인 지역들은 훨훨 날아다녀도 된다는 게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 양평이 수도권정비계획법 울타리 안에 놓일 만큼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면 억울하지나 않지, 인구 천만이 훌쩍 넘는 서울보다 1.4배 넓은 면적에 달랑 인구 12만이 채 안 된다. 무늬만 수도권이지 실상은 원주·홍천·횡성보다 훨씬 시골이다. 훨씬 시골인데 양평군민 누구도 원치 않는 '수도권'이라는 가시왕관을 쓰고 있다. 벗을 수 없는 가시왕관에 찔리고 짓눌린 곳마다 아픔과 원망만이 깊어가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 4월 18일 정부에 김포시, 파주시 등 접경지역 6개 시군과 농산어촌지역인 양평군, 가평군을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수도권에서 제외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는 앞서 정부가 '제12차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제11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과 관련하여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평가항목을 다르게 적용하겠다고 밝히며 경기 동북부지역을 비수도권으로 분류한 만큼,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수도권에서도 제외해야 한다는 당연한 주장이다. 정부는 경제난 타개를 위해, 신기술·신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네거티브 규제, 규제 샌드박스 등을 일소하는 혁신적인 규제완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1980년대에 만들어진 시대착오적인 불합리한 중첩규제도 반드시 이번에 없애달라는 게 양평의 소원이다. 시대착오적 규제정책의 폐해는 양평뿐 아니라 팔당수계 전 지역 강변이 웅변하고 있다. 대형시설은 대형오염원으로만 낙인찍는 근시안적 시각이 소규모시설만 허가하는 관련법을 낳았고 기형적 관련법은 강변에 다닥다닥 소규모 업소만 줄지어 서게 만들었다. 지역경제를 이끌 만한 대형업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100개의 오염원을 천개, 만개의 오염원으로 분산시켜 환경관리에 수십, 수백 배의 예산과 행정력 낭비를 초래했다. 이제는 자율에 맡겨도 충분한 시대이다. 지역주민과 지자체가 자기 지역의 큰 그림을 재주껏 그리게 하고 실현해나가도록 길을 터줘야 할 시대이다. 지방마다 자유롭게 향토기업을 육성하고, 지역만의 특성을 강화해 외부기업을 유치해서 자기 살길을 스스로 개척해나가야 할 시대이다. 양평을 칭칭 옭아맨 낡은 규제와 법령이 하루빨리 풀려 양평이 공명정대한 여건 하에서 전국의 지자체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국가 균형발전의 일원이 되기를 염원한다./조규수 양평군 기획예산담당관조규수 양평군 기획예산담당관

2019-05-12 조규수

[기고]기업을 떠나보내야 하는 이천시의 슬픈 현실을 바라보며

지난 2월 19일 현대엘리베이터가 이천시를 떠나 타시·도로 공장을 이전할 계획이라는 언론보도를 접하며 기업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과장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일까? 한순간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인시 유치를 확정 발표한지 며칠이 되지 않아 시민들의 상실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보도되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민들의 실망은 더 컸을 것이다.지금의 상황에 대해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지는 못할망정, 기존에 있던 기업도 못 지키냐?"는 식의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엄태준 이천시장의 지시도 있었지만 나 또한 현대엘리베이터를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없다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을 하고 다음날 현대엘리베이터 이천공장을 방문하여 보도 내용의 진의와 이천시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현대 엘리베이터가 이전을 검토하게 된 배경은 첫째 현재의 공장은 35년이 넘는 노후화된 공장으로 건축물 안전상의 문제가 있고, 둘째 생산성 향상을 위하여 자동화시설 도입을 위한 공장 증설, 마지막으로 비좁은 공장부지로 인하여 천안에 물류창고를 운영하고 있는 비효율성이며, 이로 인해 이 모든 요소를 충족할 수 있는 규모로 향후 50년을 내다보고 스마트 공장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현대엘리베이터에서는 현재 공장이 위치하고 있고 근로자들이 살고 있는 이천에서 신규 공장을 건설하는 것이 최고의 바람이었지만, 각종 규제로 인하여 이천시에서 신규 공장을 건설하기 어렵다고 판단, "규제에서 자유로운 강원도, 충청북도 등을 대상으로 마땅한 곳을 찾고 있는 중이나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것이었다.이에 이천시에서는 관련 부서장 회의를 통해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규제를 풀어 현대엘리베이터에 이전부지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찾아보자고 뜻을 모았고, 엄태준 시장이 현대엘리베이터를 직접 방문하여 장병우 대표이사 면담을 통해 이천시의 입장을 전달하였다.한편으로는 중첩된 규제를 풀기 위해 법령의 개정 또는 한시적 적용완화 등의 대안을 마련하여 경기도(규제개혁담당관실)를 방문하여 협조를 요청했다. 또 경기도와 협조하여 국무조정실(규제신문고과), 기획재정부(혁신성장기획단)을 방문, 건의하는 등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잡아보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가운데 듣게 된 충주시로의 이전 발표 소식은 허탈함을 주었고 서운한 감정도 들었다.이번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업무와 '현대엘리베이터 이전 대책'을 추진하면서 수도권 규제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새삼 실감할 수 있었으며, 앞으로도 어렵고 힘든 싸움이 될 것이란 것도 잘 알고 있다.비록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인시 유치가 확정되고, 현대엘리베이터가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되었지만 제2, 제3의 SK하이닉스, 현대엘리베이터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연보전권역 규제개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끝으로, 중앙정부에서도 현행 수도권 자연보전권역 규제는 36년이 된 낡은 규제로 이미 다른 선진국들에서는 수도권 규제 방향을 바꿔 규제완화 내지 규제철폐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하여 지방발전정책과 합리적인 수도권 규제 개선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장병준 이천시 기업지원과장장병준 이천시 기업지원과장

2019-05-12 경인일보

[기고]남북교류협력사업의 지방자치단체 역할/전철 경기도 남북교류협력팀장

문재인 정부 들어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회담을 연이어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국민들은 남북관계의 급진전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남북관계를 둘러싼 여건이 그때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희망이 전혀 없다기보다는 조금 더 신중을 기하기 위해 시간이 늦춰졌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아직도 지방자치단체가 대북사업을 왜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다. 통일·외교는 기본적으로 국가사무이며, 특히 속임수에 능하고 예측 불가능한 북한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채널을 단일화하는 것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이들에게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반면, 북한을 공존의 대상, 협력의 대상, 기회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에게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다. 안보의 논리가 강하게 작동하는 정부의 대북정책과 달리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평화의 논리가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북한은 안보의 대상인 동시에 공존과 협력의 대상이다. 과거 참혹한 6·25전쟁의 기억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지만 동시에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딜레마로 다가온다. 이처럼 이중적 성격의 북한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한 가지 성격만이 진실인 듯 몰아붙이는 태도는 비현실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이며, 국가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국가이익 차원에서 북한이 가진 각각의 성격을 동시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안보는 중앙정부가 남북교류협력은 지자체가 담당하는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한반도 정세는 북·미 관계, 미·중 관계, 남북 관계, 여론 등 내·외부적 변수에 민감하다. 정부의 행동 하나하나를 감시하는 눈이 많다. 반면 지자체는(물론 내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한반도의 군사·외교적 갈등으로 정부가 움직이기 힘들 때, 지자체의 남북교류는 한반도의 갈등을 완화하는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한편 지자체 차원에서 남북관계는 도민 삶에 영향을 미치는 큰 변수이다. 특히 경기도와 같은 접경지역일수록 평화로운 남북관계가 도민 삶의 질을 높인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당연히 경기도는 도민들을 위한 남북교류협력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남북 접경지역 질병 예방, 인도적 지원, 북한 관광자원과 연계한 도내 관광사업 발굴, 한강하구 공동이용, 이질성 극복을 위한 남북 문화교류, 도내 기업들의 북한진출을 위한 평화기반 조성 등 경기도 남북교류협력사업이 도민의 삶과 연계돼 있지 않은 것이 없다.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은 기존 남북 정상의 합의서와는 달리 지방자치단체를 중요한 남북교류협력의 주체로 언급했다. 남북교류협력에 있어 지자체의 자율성 강화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기도 하다. 이처럼 지자체의 위상 강화는 불가역적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분권 강화라는 한국사회 내부의 변화와 같이 생각했을 때,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은 중요한 지자체의 업무로 인식돼야 한다. 물론 이 같은 논의의 전제는 지자체 스스로 도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남북교류협력을 구상하고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호전적인 관계개선을 통해 남과 북이 서로 소통하고, 상시 교류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전철 경기도 남북교류협력팀장전철경기도 남북교류협력팀장

2019-05-12 경인일보

[기고]봉사활동은 나를 살찌우는 자양분

아침에 눈을 뜨면 매일 같이 끔찍한 사건들이 터져 나와 뉴스를 보고 있으면 내가 지금 영화를 보고 있나 하는 착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하루를 우울한 기분으로 시작하고 싶지 않아 뉴스 보는 시간을 점심 이후로 일부러 미루기도 한다. "사회가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하는 생각과 함께 점점 세상을 보는 눈이 비관적으로 변하게 되는 요즘, 그래도 주말이 되면 나의 마음은 한결 따뜻해진다.눈코 뜰 새 없이 정신없는 평일이 지나고 드디어 주말이 오면 미뤄뒀던 늦잠도 자고, 침대에 누워 이불 밖으로 나오고 싶지 않아질 때도 있지만, 나를 기다리는 이들을 생각하면 눈이 번쩍 떠지고 몸이 저절로 일으켜진다. 나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고 침대에서 벌떡 일으키는 사람들, 바로 무료급식소 어르신들이다.나의 첫 봉사활동의 시작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농촌의 과수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농부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봉사의 참맛을 알게 된 나는 좀 더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실질적 도움을 주고 싶다는 욕심에 제과·제빵 자격증을 따 장애인 시설인 자립작업장에서 빵을 만드는 봉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내 인생의 후반부는 나의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요리 학원을 다니며 한식과 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무료급식소 봉사단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 곳에서 나의 역할은 주방에서 국과 반찬 등 맛있는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다.봉사활동 초창기에 일이 익숙지 않아 식사를 만들며 가끔 실수를 했는데 그중에서 청포묵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청포묵을 뜨거운 물에 삶아 양념을 넣어 무치는데 비닐장갑 속에 면장갑을 껴야 하는 것을 모르고 비닐장갑만 끼고 일을 하면서, '이렇게 뜨거운데 다들 대단하시네' 하고 생각하며 참고 일을 했던 것이다. 결국 손등이 시뻘겋게 데여 한동안 고생을 좀 했던 '웃픈' 일화이다.급식소가 있는 이곳 덕유마을에 사시는 분들은 연세가 드시면서 몸이 아파 병원에 다니시는 분들이 꽤 많이 있다. 어르신 중 지난 봄에 병원에 입원했다가 막 퇴원하신 분을 거리에서 만났는데 그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여러 곳을 다니며 먹어 봤지만 이곳 급식소에서 해주는 밥맛이 제일 좋다"며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고 앞으로는 더 맛있게 해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주로 주말을 이용해 참여해서 가끔은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안 나가면 마음이 불편하다. 나를 기다리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또 우리 봉사단 모 어르신중 75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봉사를 하고 베푸시는 모습에서 나도 더 열심히 봉사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이렇게 주말마다 봉사활동을 한다고 하면 다들 나를 아주 헌신적이고 희생정신이 강한 사람으로 보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나를 위해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어르신들께서 맛있다며 밥 한 공기 더 달라 말씀하실 때에 느낄 수 있는 뿌듯함을 일상생활 어디에서 느껴볼 수 있겠는가? 또 봉사자들과 같이 활동하고 경험하며 삶을 나누는 것도 이 활동의 묘미 중 하나다. 그리고 우수자원봉사자에게는 경기도내 박물관 무료입장, 공영주차장 50% 할인 등 공공시설 이용 시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는데 작년에 경기도우수자원봉사자로 선정되어 크고 작은 영광까지 누리고 있다.나눔은 마음만 있으면 어렵지 않으니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셨으면 좋겠다. 봉사란 자신이 여유로울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힘들고 지칠 때도 조금씩 나누고 같이 할 때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해 준 값진 시간들이다. 사회봉사활동은 일상생활의 중요한 부분으로 친구를 사귀는데 더없이 좋다. 또한 같은 취미를 갖고 있어 봉사자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다. 나의 공직생활도 어느덧 30년을 지나 2년여 남짓 남았다. 현재보다 더 많은 단계의 삶을 준비해야 퇴직 후 잉여시간을 좋은 곳에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박종구 부천시 성곡동 복지과장박종구 부천시 성곡동 복지과장

2019-05-09 박종구

[의학기고]이유 없이 피곤하고 무기력한 당신, 갑상샘 기능 이상?

봄 날씨가 완연하다. 몸이 이유 없이 피곤하고 무기력해져 '춘곤증'인가 하고 무심코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갑상샘 기능 이상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최덕현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갑상샘 기능 이상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갑상샘은 목 앞쪽에 있는 나비넥타이 모양의 기관으로 갑상샘 호르몬을 생성하고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 갑상샘 호르몬은 체내 여러 조직의 산소 소비와 열량 생산 등을 촉진하여 대사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갑상샘 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은 질환이 '갑상샘항진증', 적은 질환이 '갑상샘저하증'이다.'갑상샘항진증'은 체내 대사가 항진되어 더위에 민감해지고 땀이 많이 나며, 체중 감소, 두근거림, 불안감, 안구 돌출, 호흡 곤란 등의 증상들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심방세동, 협심증 같은 심장 질환이 유발되기도 한다. 또한, 극도로 악화되면 '갑상샘 중독발작'이 와서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반면에 '갑상샘저하증'은 갑상샘항진증과는 반대되는 증상들이 나타난다. 추위에 민감해지고, 인지 기능이 떨어지며, 체중 증가, 변비, 탈모, 우울증 같은 증상들이 생길 수 있다. 대사가 지나치게 억제되어 고지혈증, 고혈당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는 심부전이 발생하기도 한다. 갑상샘저하증 역시 극도로 악화되면 '점액부종혼수'에 이르러 생명이 위독할 수 있다.갑상샘 기능 이상 질환들의 치료는 일차적으로 약물치료가 원칙이다. 갑상샘항진증은 갑상샘 호르몬 수치를 떨어뜨리는 '항갑상샘제'를 쓰고, 갑상샘저하증은 반대로 수치를 높이는 '갑상샘 호르몬제'를 쓴다.항갑상샘제는 피부 두드러기와 소화 불량과 같은 부작용이 5% 정도에서 나타날 수 있다. 매우 드물지만, 무과립구증이나 간염과 같은 위험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주치의와 반드시 상의하여 복용해야 한다.약물 치료가 실패한 경우, 갑상샘절제술이나 방사성요오드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갑상샘저하증 치료를 위해 갑상샘호르몬제를 복용할 때는 반드시 아침 식사 30분 전 공복에 복약해야 한다. 식후에 복용하거나, 위장약과 같은 다른 약제와 함께 복용하면 흡수율이 떨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갑상샘항진증과 갑상샘저하증 모두 체내 갑상샘 호르몬 수치를 정상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므로 치료 중에는 정기적인 채혈 검사를 통해 갑상샘 호르몬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최덕현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갑상샘은 우리 몸의 대사를 조절하여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무기력하거나 체중 변화, 가슴 두근거림, 손 떨림, 혹은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 추위와 더위를 반대로 느낄 때가 많다면 갑상샘 기능 이상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최덕현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최덕현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2019-05-09 경인일보

[기고]기회의 땅 경기, 접경지를 넘어

경기 7개시·군, 인천 2개군·강원 6개시·군'60년 희생'… 수정법등에 '중첩규제' 대상국회 남북경협 관련법등 '계류중' 안타까워3개시·도 '균형발전 공동연구委' 발족 다행정쟁이 한창이던 지난 4월 26일, 국회 한편에서는 보합대화(保合大和)의 장이 열렸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접경지역 15개 기초자치단체, 경기·인천·강원의 시·도 연구원이 함께 하는 '접경지 균형발전 공동연구위원회' 발대식이 그것이다. 분단이후 김포를 비롯한 경기 7개 시·군, 인천 2개 군, 강원 6개 시·군의 주민들은 그동안 국가안보의 대의로 인해 발전의 기회를 희생당해왔다. 지난 60여 년간 GDP가 3만 배나 오르는 동안에도, 분단의 역사는 이들에게 잃어버린 시간만을 남겼다. 특히 경기와 인천의 접경지역의 경우, 지리적으로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에 의해 중첩적인 규제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이들 주민들에게 남북 화해 국면은 동토에 비추는 봄볕과 같다. 지난해 세 차례의 남북 대화 이후 한반도 주변국 사이의 소통과 두 번의 북미대화까지, 국제정치의 복잡한 변수 속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첫 단추가 꿰어졌다. 모처럼 동북아에 불기 시작한 훈풍 속에서, 정부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내보였다. 평화의 시대, 미래 한반도의 모습을 그려보는 전략적 구상을 마냥 성급하다고 할 수는 없다. 바야흐로 한반도 균형발전 전략을 세워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노력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은 자성해야 할 대목이다.현재 국회에는 남북 교류협력 및 남북협력기금과 관련한 여러 건의 법률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그중에는 접경지역에 남북통일경제특구를 지정하고, 남북경협 및 개성공단 재가동을 촉구하는 법안도 있다. 하지만 우선순위는 저 뒤로 밀려 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구현된다면, 일순간에 진행될지 모를 경제협력의 복안들임에도, 정쟁에 묶여 한 걸음 내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자체 차원에서의 남북 협력은 독일의 예에서 보듯 상당히 실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독일의 수평적 지방재정조정제도는 2차대전 이후 재정능력이 풍부한 지방과 취약한 지방 간의 연대를 강화하는 긍정적 요소로 자리 잡았고, 통일 이후에도 이러한 효과는 증폭되어갔다. 부유한 서독 지방과 형편이 어려운 동독의 주가 연대 협약을 통해 경제력 격차를 해소하는 방식이다. 이에 더해 독일 연방정부는 동서독의 균형발전을 위해 구 동독지역에 입주하는 기업에게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 결과 통일경제의 강점이 부각되면서 독일의 경제규모는 세계 4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경기는 통일경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는 지리적 강점을 갖추고 있다. 개성공단, 판문점으로 가는 길목에서 향후 통일한국 시대의 요충지가 될 것이 자명하다.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그리는 '서해안 산업·물류·교통벨트'와 국토의 허리에 해당하는 'DMZ 환경·관광벨트'의 교차점이 바로 김포를 비롯한 경기도내 접경지역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이점을 살려 통일과 지역균형개발을 추구할 혁신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다. 수도권으로 묶였기 때문에 당하는 접경지의 역차별에 감정적인 볼멘소리만 할 것이 아니라, 당장 평화시대가 도래하면 실현가능한 발전방안을 모색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경기·인천·강원 3개 시도가 지난 4월 8일 공동으로 연구비를 출연하고 세부적인 실행계획 연구에 착수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4·27 판문점 선언 이후 1년이 지났다. 분단의 역사 속, 드디어 우리는 무력도발과 전쟁을 뒤로하고 돌이킬 수 없는 평화의 문을 열어젖혔다. DMZ에 발 묶인 접경지 15개 시·군에 서광이 깃들고 있다. 기회의 신 카이로스는 앞머리는 길고, 뒷머리는 없다고 한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를 잡을 수 없다는 말이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국가균형발전 정책 기조 아래 경기를 남북협력 선도지역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접경지를 넘은 기회의 땅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박진영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委 대변인·접경지균형발전공동硏 총괄운영위원장박진영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委 대변인·접경지균형발전공동硏 총괄운영위원장

2019-05-08 박진영

[기고]미니멈의 법칙

쇠사슬 강도, 가장 약한 고리가 결정부족한 요인에 의해 결과 나와우리는 칭찬에 주안점 두지만치명적인 약점의 한계 못 넘어극복할 수 있을 때 '높은 이상' 실현사슴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호수로 물을 마시러 간다. 여기서 사슴은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다 커다란 위용을 가진 자신의 뿔이 자기 몸 중에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황홀한 자신의 뿔에 감탄하고 난 후 사슴은 다리는 보게 되었는데 너무도 가늘고 힘없이 보이자 '이런 다리를 없는 이만 못하다'고 혼잣말을 한다. 때마침 사슴을 노리고 나타난 사자가 달려들자 볼품없다 불평했던 다리에 의지해 쏜살같이 사자의 공포로부터 생명을 건질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돌리려는 순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뿔이 나뭇가지에 걸려 움직일 수 없게 되고 불쌍하게도 사자의 일용할 양식이 되어 버린다. 사슴은 볼품없는 다리 덕분에 목숨을 건사했고 큰 자랑이라 생각했던 뿔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로 여기서 사슴의 빈약한 다리는 외모를 기준으로 평가할 때 '약한 고리'로 작용하고 반면 사슴의 크고 자랑스러운 뿔은 생명을 기준으로 평가할 때 '약한 고리'다. 모든 조건이 다 충족되더라도 결국 가장 부족한 조건에 맞춰 능력이 결정된다. 이를 '미니멈의 법칙(law of minimum)'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쇠사슬을 들어보자. 쇠사슬의 강도는 가장 강한 고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약한 고리가 전체 강도를 결정한다. 당기는 힘을 높여가다 보면 끊어지는 것은 약한 고리다.독일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는 '미니멈의 법칙'을 통해 수확물의 크기가 달라지는 이유를 설명한다. 때에 맞게 거름을 주고 비료를 뿌리며 가뭄에는 물을 대주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병충해를 막기 위해 농약을 주기도 한다. 이런 수고로움 속에 크고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농작물이 잘 자라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 충족되었다 하더라도 사람마다 결실의 크기가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매 해마다 수확물의 크기가 만족스럽고 그렇지 아니한 경우도 생긴다.결국 가장 부족한 요인에 의해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부족한 한 가지가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그의 이론은 높이가 다른 여러 개의 통나무 판자를 세워서 붙여 만든 나무 물통이 있을 때, 이 물통에 담을 물의 양은 높이가 가장 낮은 나무물통에 의해 결정된다는 '리비히의 물통'으로도 설명된다.전문성이 아무리 우수해도 그리고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청렴성이 떨어지면 그 이상의 자리에 가기 힘들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거대하고 대단한 조직도 때때로 팀원의 작은 실수에 의해 힘없이 무너진다. 화려한 발놀림과 건강한 신체, 지구력을 갖춘 권투선수도 유리 턱을 가지고 있으면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기가 힘들다. 농구, 축구, 배구 등 단체 구기종목에서도 수비수 한 명이 약하면 대회에서 우승하기 힘들다. 회사생활이건 정치활동이건 회의 시간이 되어도 참석자가 성원이 되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고, 앞서가는 차량이 느리게 달리면 뒤차들은 같은 속도로 줄을 선다. 리더의 작은 실수나 존재감 없었던 직원의 무능력이 굴지의 회사를 무너뜨리기도 한다.우리의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사회현상의 문제점은 자신 또는 상대방의 부족한 점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는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다른 사람과 협업의 잘된 사례, 소통, 강점을 발견하고 아낌없는 칭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미니멈의 법칙을 보면 강점이 아닌 약점, 부족한 점에서 결정되는데 말이다. 장점, 강점, 칭찬, 소통, 협업을 아무리 강조해도 치명적 약점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스스로 부족한 점을 인식하고 극복할 수 있을 때 높은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 개인의 부족한 부분이 일상의 삶과 조직에 누가 되지 않고 약한 점과 부족한 점을 알아내기 위해 미비한 점을 서로 소통·공유하며 데이터화하고 보완함으로써 우리의 삶과 공동체의 행복지수를 높여야 한다./채신덕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김포2)채신덕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김포2)

2019-05-07 채신덕

[기고]어버이날에 즈음하여

'孝' 백행의 근본·생활 지침 삼은 우리민족가족의 근간 허물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워어르신들 활짝 웃게 하는 것이 최고의 복지5월 8일 하루 아닌 '365일 어버이날'이어야8일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정 공포한 어버이날이다. 가없는 어버이의 은혜를 기리기 위하여 정부는 1956년 어머니날을 만들었다가 추후 1973년부터 어버이날로 변경 공포했다. 요즘 우리 주변은 도덕과 윤리가 존중되던 아름다운 공동체는 사라지고 인간성 상실, 황금만능주의, 한탕주의, 환락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효(孝)를 백행의 근본으로 삼아 충(忠), 예(禮)와 함께 생활의 지침으로 삼았다. 孝가 살아야 가정이 행복하다. 孝가 살아야 사회가 안정된다. 孝가 살아야 국가가 부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버이날은 5월 8일 하루만이 아니라 365일 내내 어버이날이어야 한다.요즘 주변에서 효자, 효녀, 효부를 찾기가 힘들다는 여론이 많다. 부모님이 나이가 연로하고 거동이 불편하면 자식들은 당연하다는 듯 양로원 또는 요양병원으로 보낸다. 옛날같이 함께 부모님을 모시면서 지극 정성으로 병간호하고 세끼 식사를 대접하면서 수발드는 자손이 점점 사라지는 풍조를 보며 그동안 우리 사회를 지탱하였던 가족의 근간이 허물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필자가 속한 단체에서는 매년 어버이날을 맞아 효자, 효녀, 효부를 널리 발굴하여 표상으로 삼고 있다. 올해 효녀상을 수상하는 안성자(70)씨는 7남매 중 막내딸로서 인천의 최고령자이신 120세 이화례 여사를 41년 동안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살면서 효행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고 계신 분이다. 또 효부상을 수상하는 이소혜(33)씨는 필리핀에서 귀화한 다문화가정의 주부로서 2011년 남편과 사별한 뒤 두 자녀를 키우기도 벅찬 환경에서 고령인 시어머니의 병수발까지 들면서 밝게 살아가고 있다. 두 분 다 타인의 귀감이 되어 주위로부터 칭송이 자자하다. 점점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 하고 천륜도 마다하는 각박한 세상에 이분들의 효행을 들어보면 이밀(李密)의 진정표(陳情表)가 떠올려진다. 예로부터 출사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사람은 충신이 아니고 진정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효자가 아니라고 하였다.인천의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36만8천명으로 전체인구의 12.5%다. 그중 100세 이상 된 노인은 848명이며 110세 이상 된 어르신도 217명이다. 많은 사람들이 노인이 되면 질병, 고독, 빈곤이라는 3고(苦)에 시달리며 사회적 약자로 몰리게 된다. 사회적 약자인 노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주거, 의료, 여가선용 등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할 수 있고 일하고 싶어 하는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은 단순한 경제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필자가 다년간 노인 일자리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에서 얻은 소신이요, 철학이다.노인들이 살기 좋은 도시가 곧 모두가 어우러지는 선진도시이다. 지역사회 구성원들 모두에게 따스한 햇볕이 골고루 비추게 하는 것 그것이 시정의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 최고의 복지는 어르신이 활짝 웃는 사회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천시가 고령자 친화기업의 일환으로 출범시켜 노인 일자리 창출의 성공 사례로 꼽혀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미추홀카페 사업을 문 닫게 한 것은 오래오래 실정(失政) 사례로 남을 것이다. 어버이날을 상징하는 꽃은 카네이션이다. 꽃말이 모정(母情)이다. 어버이가 살아있는 사람은 붉은 카네이션을 드리고 어버이가 돌아가셨으면 흰 카네이션을 영전에 모신다. 누구나 다 노인이 된다. 해마다 연례행사같이 어색하기도 한 어버이날을 맞으며 꼭 이날만 어버이의 은혜를 생각하는 날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낳아주고 길러주고 가르쳐주신 은혜 실로 무엇에 비길 수 있겠는가?/신원철 (사)인천연수원로모임 이사장·전 인천연수구청장신원철 (사)인천연수원로모임 이사장·전 인천연수구청장

2019-05-06 신원철

[기고]우리 도자문화의 명성, 도자분야 디자인 보호부터

얼마 전, 친한 도예가가 자신이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도자 상품 디자인이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도용돼, 대기업이나 중국 OEM 제품으로 둔갑되는 경우가 많아져서 보증 인원이 적은 소규모 행사에서는 신규 상품을 팔기가 두렵다고 하는 고민을 들은 적이 있다. 수공예 도예가들은 대량생산성이 약한 반면 스스로 자부할 수 있는 본인만의 디자인과 기능을 입힌 유니크한 도자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 디자인 개발 시간이 길고, 제작이 까다로운 창작품일수록 상품의 완성도는 높아지지만 가격경쟁에서 불리해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도예가들은 독창성과 기능성, 심미성을 갖춘 상품을 개발·출시하는 것에 사활을 걸고 있다.그런데 이렇게 창작된 도예가들의 좋은 도자 상품들이 제대로 출시되기도 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 중국 OEM을 통한 유통업자들은 도예가들의 상품이 생산량이나 가격경쟁에서 불리한 점을 악용, 반응이 좋은 상품들을 싸구려 멜라민 재질로 변형하거나 대량생산해 싼 가격으로 소비자를 현혹한다. 창작은 더욱 힘들어지고, 어렵게 만든 도자 상품 디자인이 불법 복사돼 대량으로 유통되는 것은 쉬워지고 있다. 원칙적으로 창작한 디자인은 특허청에 등록하여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기업에서도 비용과 시간을 부담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수십 개의 디자인 중 특정 상품의 디자인에 대해서만 권리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물며 개인 공방을 운영하는 도예가들에게 특허등록은 기업들의 일반적인 관행보다 더욱 어려움이 따른다. 특허등록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디자인을 이미 도용당할 수도 있고, 제대로 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등록을 진행하다가 시간,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2010년 1월 특허청 고시(제2009-38호)에 따라 디자인공지증명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디자인공지증명제도는 해당 분야의 공신력 있는 기관을 전문 공지 기관으로 선정해, 비록 권리화되지 않은 디자인이라도 경쟁업체의 모방 및 분쟁에 보다 손쉽게 대응하고, 출원 등록비용 및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고 한다. 디자인 공지 기관의 역할은 디자인 등록 플랫폼을 구축하고, 창작 디자인의 공지 신청이 접수되면 플랫폼을 통해 해당 디자인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여 공신력을 높이고, 인터넷을 통해 디자인DB 등을 제공한다. 또한 신청인에게는 공지 증명서가 발급된다. 이를 통해 출원 등록보다 빠른 대응으로 모인 출원을 방지할 수 있게 되고, 분쟁이 일어날 경우, 공지일 및 창작자에 대한 효과적인 증명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특허청 방문조차 어려웠던 도예가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흐름에 따라 도예계도 변화가 일고 있다. 젊은 세대 도예가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이 깨졌으며, 각자의 방식대로 서로 소통 없이 작품 활동을 하던 작가들은 근래 도예촌 같은 마을이나 모임을 형성하여 서로의 노하우와 문제점을 공유하며 환경 변화와 시대 흐름에 따른 자구책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해 한국도자재단에서 조사한 도자 센서스 결과에 의하면 전국에 수공예 요장은 1천600여개소이고 특히, 이 중에서 약 60%가 질 좋은 흙과 재료, 유통의 편리성 등 지리적 조건이 좋은 경기도 지역에 모여 있다고 한다. 디자인 도용에 대한 문제와 디자인 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문제의식 역시 경기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도예가들에게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응책으로 경기도와 한국도자재단이 지난 3월, 도자 디자인 피해 사례가 있는 도예인들을 대상으로 특별 간담회를 개최하고, 도용사례 청취 및 디자인 보호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경기도와 한국도자재단이 도자 디자인 보호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선량한 도예가들이 창작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날이 더 빨리 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김수산 여주도자기사업협동조합 이사장김수산 여주도자기사업협동조합 이사장

2019-05-02 김수산

[기고]잠깐 주정차 이젠 안 통합니다

불법주정차로 소방활동 지장·교통사고 유발31개시·군에 '단속지역' 알기쉽게 표시예정소화전·교차로모퉁이·버스정류소·횡단보도4곳은 도민 안전위해 불편해도 꼭 비워둬야경기도가 정부와 함께 고질적인 안전 무시 관행인 불법 주·정차 근절을 위해 소화전, 교차로 모퉁이, 버스정류소, 횡단보도 등에 1분 이상 주차를 하면 과태료가 부과되는 주민신고제를 지난 4월 17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란 주민이 스마트폰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주정차 위반사항을 쉽게 신고하는 것을 말한다. 앱을 통해 신고가 이뤄지면 단속 공무원의 현장 출동 없이도 위반자에게 즉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안전신문고 앱은 안드로이드 구글 플레이나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앱을 구동하면 소화전, 교차로, 버스정류소, 횡단보도라는 4개의 메뉴가 나오는 데 해당 지역을 눌러 불법 주·정차된 차량의 사진을 찍으면 신고가 완료된다. 사진은 위반 지역과 차량번호가 식별 가능하도록 동일한 위치에서 1분 이상 간격을 두고 사진을 2장 이상 촬영해야 한다.차량은 넘쳐나는데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려니 없거나 주차료가 비싸고, 택배 등 영업용 차량이라 유료 주차장에 대기도 뭐하고. 불법 주·정차의 이유는 다양하고 저마다 사정이 있다. 문제는 그런저런 사정으로 아무 데나 주·정차를 할 경우 다른 사람에게 끼치는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불법 주·정차는 제천 복합건물 화재사고 사례와 같이 소방 활동에 지장을 초래해 피해를 키우거나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를 방해해 교통사고를 유발한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불법 주·정차 관련 사고발생 건수가 연평균 22.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도와 호소에도 불법 주·정차 문화가 근절될 기미가 안 보이면서 정부가 단속강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잠깐 주차도 이젠 안 통한다는 것이다.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되면서 찬반 논쟁도 뜨겁다. 찬성하는 도민들은 "진작 시행되었어야 했다"며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 대상 구간은 엄격하게 주·정차를 금지할 필요가 있는 구역인 만큼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대 의견도 일부 있다. 상인들이나 일부 도민들은 취지는 공감하지만, 주차공간이 부족한 현재의 실정에서 행정기관이 주차공간을 더 확보하고 단속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태료만 부과한다는 비판도 있다.전문가들은 "보호구역 내 감속과 안전운전은 권고가 아닌 필수"라며 "운전자뿐만이 아니라 시야를 가로막는 불법 주·정차는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아울러 행정안전부에서는 주민신고 활성화를 위해 전국 안전보안관을 작년의 2배 수준인 1만5천명으로 확대하여 안전신문고 앱에도 별도의 메뉴를 만들어 주민들이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을 완료했다.경기도에서는 운전자와 신고자가 불법 주정차 단속지역이란 것을 쉽게 알 수 있도록 31개 시군에 소화전 부분 경계석(연석)에 절대 주정차 금지구간임을 알 수 있게 적색으로 표시하고, 교차로 모퉁이 등 3개 구역 노면에는 황색 이중선을 표시할 예정이다. 불법 주정차 특별단속구역인 4곳은 도민 모두의 안전을 위해 꼭 비워둬야 하는 장소라서 시행 초기 불편이 있겠지만 불법 주·정차를 예방하여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도민들의 자발적인 동참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국가에서 기본적인 기초질서로서 후진적인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불법 주·정차 근절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 모두 주변을 돌아보고 선진국 도민답게 솔선수범하여 4개 구역 불법 주·정차 안 하기를 지켜나가야 할 때다./박원철 경기도 안전기획과장박원철 경기도 안전기획과장

2019-05-01 박원철

[기고]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를 보며

경기도 143개 목조문화재 소재화재위험성 시민의식 중요소중한 역사적 가치 보존하고불상사 되풀이 되지 않도록관련분야 많은 관심과 노력 필요1163년 교황 알렉산데르 3세가 초석을 놓으면서 182년 동안 지어올린 대성당. 700년간 유럽 역사의 현장이자 숱한 질곡의 나이테를 간직하고 있는 곳.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마의 위력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다. 불타는 역사 앞에 프랑스 사람들은 망연자실했고 세계인들은 충격에 빠졌다. 샤르트르 대성당, 랭스 대성당, 아미앵 대성당 등과 함께 고딕 양식의 걸작으로 꼽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에서 제일가는 가톨릭의 성소이자 대중적 명성이 가장 높은 곳이다.노트르담 대성당은 웅장하며 아름다운 건축물의 대명사다. 높이 69m의 바실리카 구조로 축조됐고 남북의 측면에는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의 명층이 줄을 잇는다. 눈부신 예술성을 자랑하는 지름 13m의 '장미 창', 외부의 균형 잡힌 구조와 다채로운 조각상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17세기 루이 13세는 성당 내부를 대리석과 청동장식으로 형태를 달리하고, 루이 15세 때에는 궁중가마의 통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중앙문을 넓히는 등 수난 아닌 수난을 겪기도 했다. 프랑스 혁명 당시는 부패한 가톨릭을 향한 공격의 대상이 되어 훼손되기도 했다. 심지어 성당 내부가 외양간으로 사용되는 조롱을 겪는다. 1804년 나폴레옹 황제 대관식 즈음에는 역사적 이벤트를 위한 리모델링으로 오히려 더 황폐하게 되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빅토르 위고가 1831년 성당의 훼손, 파괴를 막으려고 쓴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마침내 성당 재건이 시작되었고, 1864년 오늘날의 모습을 갖춘다.프랑스에 가면 반드시 찾아야 할 관광지 중 외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이며, 유럽 내에서도 가장 많은 관광객이 발길을 재촉한다. 2012년 한 해 동안의 관광객 수가 1천400만명을 넘었다. 루브르 박물관이 그 다음으로 연간 900만명의 방문객을 기록한 것을 보면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부활절을 며칠 앞두고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을 성당에서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지만 꼭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필자의 소망은 당분간 이루기 힘들 듯하다.우리도 화재로 문화재를 소실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2005년 4월 강원도 양양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낙산사에 옮겨붙어 보물 제497호 낙산사 동종이 흔적도 없이 녹아내렸고 대웅전, 보타전, 원통보전, 요사채, 홍예문 등이 전소되었다. 그리고 2006년 5월 세계문화유산 및 사적 제3호인 서장대가 늦은 밤 20대 취객의 방화로 2층 누각이 전소되었다. 당시 서장대는 수원화성의 문화유적 중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임에도 야간 순찰 인원 및 소화전이 없는 상태였다. 2008년 2월 국보 제1호인 숭례문이 70대 남성의 어처구니없는 방화로 석축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붕괴, 소실된 참담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많은 문화재가 화마로 인해 소실됐는데, 문화재는 목조로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경기도에는 143개소의 목조문화재가 있다. 소화기, 소화전, 불꽃감지기, 방수총 등 방재시설을 전반적으로 구축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문화재를 관리하는 주체와 우리의 화재 안전 의식이다. 화재는 예고 없이 오기에 문화재 관리 주체는 화재의 위험성을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심신의 피로를 풀고 삶의 활력을 얻기 위해 문화재를 즐기는 우리도 화기 취급 요령을 알아두고 위험 요소를 감지하면 발견 즉시 119나 관계자에게 알려주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문화란 장구한 세월, 역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며 문화재의 파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의 상실로 이어지기에 문화재 보호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지금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이겨냈고 앞으로도 이겨낼 것이기에 예전의 그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도해본다. 그리고 이번 눈물의 사태를 계기로 이런 불상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도 문화재와 관련된 여러 분야에서 많은 관심과 노력, 예산 투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김달수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더불어민주당·고양10)김달수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더불어민주당·고양10)

2019-04-30 김달수

[기고]PLS 시행! 철저한 대비로 안전농산물 생산

이름도 생소한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인체·환경 피해 없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아직도 이해 못한 농민 있어 현장교육 절실행복한 농장·건강한 식탁 만들 것이라 믿어PLS란 용어 자체가 주는 느낌은 조금은 생소하고 어색하다. PLS란 Positive List System의 약자로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이다. 이는 농약이 인체와 환경에 피해가 없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하여 만든 제도로 농업인들이 농약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소비자에게는 평생 섭취해도 인체에 해가 없는 수준의 농약잔류기준을 제시한 것이다.선진국인 미국은 1960년대, 일본은 2006년, 유럽연합(EU)은 2008년부터 실시하여 농민은 물론 소비자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도 금년 1월부터 '농약허용물질목록제도'인 PLS가 수입 농산물 및 국내 생산 모든 농산물에 적용되어 시행되고 있다. 그동안 잔류농약 안전성 검사에서 해당 작물에 등록되지 않은 농약성분이 나오면 국제기준, 유사농산물의 최저기준 등을 적용하여 판정하였지만 이제는 등록되지 않은 성분이 0.01ppm 이상 검출되면 부적합 농산물 판정을 받는다. 그만큼 농산물의 안전성이 강화되는 것이다. 우리의 먹거리 안전성을 더욱 강화하여 국민건강 증진을 도모한다는 데는 소비자나 농업인의 이견이 있을 수 없으나,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 현장에서는 등록농약 부족, 좁은 땅에서 다양한 작물 재배에 따른 비의도적 오염 등 많은 염려가 생기고 있다. 이에 범정부 합동으로 대책을 마련하였는데, PLS 시행에 따라 농업현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등록농약 부족 해소를 위해 직권등록과 함께 잠정등록으로 사용할 수 있는 농약이 대폭 늘어났다. 그리고 환경유래 농약, 전후 작물 간 영향을 줄 수 있는 농약에 대한 잔류기준이 마련되었다. 또한 항공방제 매뉴얼 제정, PLS 시행 전 수확한 농산물에 대한 PLS 미적용 등 보완대책이 마련되었다. 그동안 PLS에 대비하여 농업인 대상 다양한 교육과 홍보를 추진하였고, 모든 농산물에 적용이 되는 금년에는 집합교육과 함께 마을별 방문교육 및 컨설팅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도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농민이 있어 농업 현장 교육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실정이다. 그러면 농업현장에서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첫째, 재배하는 작물에 등록된 농약만 살포해야 한다. 농약 구입 시 농약판매업자에게 재배작물을 정확히 말하여 구입하고, 방제 전 해당 작물에 등록된 농약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여야 한다. 둘째, 등록된 농약을 안전사용기준에 맞게 방제하여야 안전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같은 농약이라도 작물마다 안전사용기준이 다르므로 방제 전 농약 포장지 등에 나와 있는 기준을 꼭 확인해야 한다. 농약 사용시기, 용량, 희석배수, 살포횟수, 수확 전 마지막 살포일 등을 준수해야 한다. 셋째, 농약 포장지 표기사항을 꼭 확인해야 한다. 농약 포장지에는 안전사용기준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그동안 귀에 익숙한 농약의 상표명만 알고 방제하였다면 같은 농약의 중복살포를 막기 위해 포장지에 함께 나와 있는 품목명도 살펴봐야 한다. 같은 품목명이 여러 상표명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상표명이 다르지만 품목명이 같으면 모두 같은 농약으로 분석되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넷째, 농업 현장에서 방제의 가장 좋은 방법은 최대한 농약을 덜 쓰고 병해충, 잡초를 방제하는 것이다. 병해충 발생 초기에 발견하여 방제를 하면 할수록 더욱 효과는 높기 마련이고 농약을 방제하는 시간과 비용도 아낄 수 있다. 루페, 끈끈이 트랩 등을 구비해 놓고 자주 작물을 살펴봐야 한다. 또한 환기팬이나 방충망 설치로 병해충이 덜 발생하게 하는 환경조성도 중요하다. 그리고 수확기를 앞두고 농약잔류가 걱정이 된다면 친환경자재를 이용한 방제도 고려해볼 만하다. PLS 시행에 따라 당장 농약 선택, 비의도적 비산문제 등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올바른 농약 사용에 따라 보다 안전한 농산물 생산으로 우리나라 농업경쟁력 향상과 소비자에 대한 신뢰성 증대를 가져올 수 있을 뿐 아니라 행복한 농장, 건강한 식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김현기 경기도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장김현기 경기도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장

2019-04-28 김현기

[기고]수소차 논쟁 장기적으로 생각하자

세계는 환경문제 악화와 환경규제 강화로 탄소경제에서 수소경제로 거대한 패러다임 이동 중이다. 그 중심에 오늘날 수소차가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유달리 우리나라에서만 수소충전소를 포함한 수소차에 대한 논쟁이 언론지상에 뜨겁다.그 이면에는 두 가지가 자리 잡고 있다. 하나는 친환경차로 급성장 중인 전기차 보급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웬 수소차냐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전기차에 비해 친환경성과 경제성이 떨어지는데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것에 대한 불만 섞인 우려 때문이다. 필자도 이러한 여론에 일면 동의한다. 다만, 이는 수소차를 두고 단기적인 정책지향, 단편적인 지식과 정보로 볼 때만 이런 동의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수소차에 필요한 수소제조시설이 화석연료 기반 전기를 이용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를 유발하여 되레 탄소발자국(footprint) 측면에서 환경친화적이지 않아 전기차에 비해 친환경성이 떨어진다는 논리다. 그러나 전기차도 신재생에너지보다는 화석연료발전소의 전기로 주로 충전할 수밖에 없고 수소차 보급과 수조제조시설이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에 이르면 환경훼손 비용보다 환경오염저감 효과가 전체적으로 앞설 수 있으며 무엇보다 차량만으로는 공기정화효과까지 있는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장기적으로 봐서는 더 친환경적일 수도 있다. 경제성 면에서도 보급 초기에는 시설당 500억~1천억여원에 이르는 수소제조시설 건설 비용, 전기차보다 적게는 대당 25배나 많은 수소충전소 구축 비용, 높은 차량 가격, 정부의 많은 보조금 지출 등으로 수소차가 열세라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장기적으로 봐서는 수소차의 더 나은 충전시간과 주행거리의 편의성 유지, 기술개발에 따른 가격 인하와 수소차 보급 및 수소충전소 구축이 어느 정도 궤도에 이르면 규모의 경제에 따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요지는 전기차와 수소차를 배타적인 대체재가 아닌 상호 보완재로 정책을 이끌어 가고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현재 전기차 대 수소차 보급은 세계적으로 255만여대 vs 1만3천여대, 우리나라로는 5만7천여대 vs 1천여대지만 정책추진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수소차 보급이 활성화되어 전기차와 보조를 맞추어 미래 친환경차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친환경차는 향후 하이브리드에서 전기차와 수소차가 대세를 이룰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친환경차 패러다임은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 순으로 이어진다면서 2035년에는 수소차가 전기차를 추월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자동차제작사들은 날로 강화되는 자동차배출가스 규제에 한 대라도 더 팔기 위해 전기차에 이어 수소차에도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수소차의 장기 보급 전망을 더욱 긍정적으로 보게끔 하고 있다.수소차에 가장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이다. 우리나라보다 상용화가 1년 뒤졌는데도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현재는 수소차 보급 4천여대, 수소충전소 113기 운영 등으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방정부로는 미국 캘리포니아이다. 현재 5천여대의 수소차와 40개소의 수소충전소로 가장 앞서고 있는 지역이며, 2030년 수소차 100만대 보급과 수소충전소 1천개소 운영 등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매년 8~9개소씩 수소충전소 구축을 해 나가고 있다.우리나라도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심각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서도 전기차와 함께 수소차의 보급에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수소차 구매보조금 확대, 수소충전소 확충과 운영비 지원, 경유차량 규제 강화, 수소에 대한 대국민 안전성 홍보 강화, 준주거지역과 상업지역 등 대도시 도심지역 수소충전소 설치 활성화, 수소차 버스전용차로 이용 및 민간주차료 할인과 같은 인센티브 확대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강철구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강철구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9-04-25 강철구

[풍경이 있는 에세이]미세먼지의 공습

'최악'에 창문 닫자 "덥다"는 아이마스크 안쓰면 신나서 '폴짝폴짝'놀이터 보고 심드렁하는게 더 슬퍼먼지 없는날은 운좋다는게 가엽고봄바람 향기 모르고 자라 안쓰럽다잠자리에 들기 전 보일러 온도를 적절히 맞춘다는 게, 정신을 어디다 판 건지 무려 27도로 설정해두었나 보았다. 새벽녘, 다섯 살 아이가 칭얼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등을 토닥이는데 땀으로 푹 젖어 있다. 그러고 보니 침실이 후끈했다. 침대에서 내려 바닥에 발을 딛자 그야말로 찜질방이다. 이불을 걷어차는 습관 때문에 잠옷을 꼼꼼히 챙겨 입은 아이가 더위를 참지 못하고 칭얼댄 것이었다. 미련한 나는 그제야 더워지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아이의 잠옷을 벗겼다. "여름이 왔어, 엄마?"잠이 덜 깬 아이가 물어서 나는 엉덩이를 내처 두들겼다. "봄 다시 오니까 걱정 말고 자."보일러 온도를 낮춘다고 해서 방이 금방 식을 리 없었다. 결국 창문을 열었다. 낮 동안 미세먼지가 없었기에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창문으로 찬바람이 들어오자 아이가 그제야 헤벌쭉 웃는다. 나도 좀 살 것 같았다. 간밤에 비가 온 것인지 창문턱이 젖어 있었다. 어차피 잠은 깼다. 하루에도 백 가지씩 질문을 던지는 호기심쟁이 다섯 살은 왜 방이 이렇게 뜨거워졌는지, 엄마는 왜 보일러 온도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는지, 왜 더우면 땀이 나는 건지, 아침이 되면 말린 체리를 넣은 시리얼을 얼마만큼 줄 것인지 쉬지도 않고 재재거렸다. 워킹맘들 사정이 다 같겠지만, 종알거리는 아이의 입술이 아무리 귀여워도 새벽잠을 이렇게 설치고 나면 아침이 되어 아이는 일어나지 않으려고 보챌 것이고, 왁왁 우는 아이의 팔을 잡아당겨 억지로 어린이집에 끌고 가야 할 것이고, 지각을 할세라 정신없이 지하철역으로 뛰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하루 종일 병든 닭처럼 자울자울 졸게 될 것이었다. 아아, 끔찍한 일상들이여.실컷 떠든 아이가 다시 잠이 들려 할 때 문득 생각이 났다. 낮에 미세먼지가 없었다고 밤에도 괜찮은 것이 맞을까. 비가 왔으니 먼지도 사라지지 않았을까. 괜찮을까. 정말 괜찮을까. 침실은 여태 뜨겁고 식을 기미는 아직 보이지도 않는데. 더 참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들어 미세먼지 지수를 확인했다. 미세먼지 최악. 벌떡 몸을 일으켜 창가로 뛰어갔다. 사십 분도 넘게 최악의 미세먼지를 아이와 둘이서 들이마시고 있었다니. 창문 닫는 소리에 아이가 깼다. "싫어! 덥단 말야! 창문 닫지 마!""미세먼지가 많대. 창문 열면 안된대.""미세먼지가 들어오면 쟤가 쏙쏙 빨아먹잖아!"아이가 가리키는 '쟤'란 공기청정기다. 그래도 안된다. 그렇게까지 믿을 만한 녀석은 아니다. 짜증을 내는 아이를 도닥이며 더운 침대에 누웠다. 발음이 서툰 다섯 살도 '미세먼지'는 또렷하게 발음할 줄 안다.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의 스마트폰을 들어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재미도 붙였다. 마스크를 하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일도 없다. 가끔 미세먼지 없는 날이라고 마스크를 벗겨주면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뛸 뿐이다. 미세먼지는 아이들에게 이제 일상이다. 끔찍한지도 모르는 일상.지금 이 집으로 처음 이사를 왔을 때 아이는 창밖 풍경을 내다보며 와아, 신이 났다. 아파트 2층 발코니 창으로는 놀이터가 한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이 집을 고른 이유도 나에게는 그것이었다. 창문을 열고 "밥 다 됐어! 얼른 들어와!" 소리칠 수 있다는 점 말이다. 아직 아이 혼자 놀이터에 내보내려면 몇 년은 더 있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고작 15개월이었던 아이는 놀이터에 환호했지만 다섯 살이 된 지금, 이제는 심드렁하다. 그네가 있고 미끄럼틀이 있으면 뭘 해, 미세먼지 때문에 나갈 수가 없는걸. 미세먼지고 뭐고 무조건 나가자고 조르지 않아서 나는 더 슬프다. 원래 이곳의 하늘은 그런 거야. 아주 독한 먼지들이 떠다니고, 어쩌다 그렇지 않은 날이면 그날은 운이 좋은 날이라고, 그런 생각을 하는 아이가 가엾다. 베이비로션의 향기, 새 샴푸의 향기는 맡을 줄 알지만 봄바람의 향기, 여름비의 향기, 마른 흙의 향기를 모르고 자라는 아이가 안쓰럽다. 그런 생각이 드는 새벽이다. 아아, 어쩌다 보일러 온도를 잘못 맞춰가지고 이 야단이람. 내일 회사에선 얼마나 또 졸려고./김서령 소설가김서령 소설가

2019-04-25 김서령

[기고]독립야구의 길을 묻다

수원 kt 탄생, 경기도 야구 '변화의 물결'부흥기 왔지만… 일본에 비해 열악한 현실道 '독립야구단 활성화 계획' 가뭄에 단비道체육대회 시범종목 선정등 머리 맞대야프로야구가 탄생한 지 38년이 되었다. 2018년 기준 야구장을 찾은 팬은 1억5천500만명에 육박한다. 6개 구단으로 시작한 프로야구는 김우열, 김봉연, 백인철, 장효조, 최동원, 선동열 등 기라성 같은 걸출한 스타를 배출하며 구단 수가 두 자리인 10구단에 이르게 됐다. 경기도에도 커다란 변화의 물결이 생겼다. 프로야구 구단 중 10번째로 탄생한 kt 위즈 야구단이 경기도청이 소재한 수원에 새 둥지를 틀며 야구 인기몰이를 시작한 것이다. 2018년엔 대형신인 kt 강백호가 개막전 데뷔 첫 타석에서 상대팀의 에이스를 상대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개막전에서 뜨겁게 데뷔했던 강백호는 여세를 몰아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리그 시상식에서 일생에 단 한번밖에 없는 신인왕의 타이틀을 거머쥐며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야구에 있어서는 이렇다 할 명함을 내밀지 못하던 경기도로서는 새로운 야구 부흥기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한국 야구가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가까운 나라인 일본의 경우만 보아도 우리의 야구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사회인들이 참여하는 야구경기'를 뜻하는 사회인 야구는 우리나라에서는 선수가 아닌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야구경기를 뜻하는 반면 일본의 경우는 의미가 다르게 해석된다. 선수가 아닌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리그뿐 아니라, 일본야구연맹에 소속되어있고 기업의 관리를 받으며 운영하고 있는 사회인 야구리그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1878년 신바시 스포츠클럽을 일본 최초의 야구팀이자 사회인 야구팀으로 규정짓고 있다. 또한 신바시 보건장(保健場)이라는 일본 최초의 야구장을 만들어 활동했다. 이후 일본은 1927년에 출범한 전일본도시대항야구대회라는 이름의 사회인 야구를 창설했으며 이를 일본 최초의 실업야구대회로 규정하고 있다. 매년 7월 중순에서 8월 초에 열리는 이 대회는 줄여서 도시대항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야구팀도 일본에 비해 적고 리그도 지역을 전전하면서 경기하는 경우도 많으며, 일례로 대한야구협회에 등록된 초등부 야구팀은 92개, 중등부는 111개, 고등부는 80개, 대학부는 32개 팀에 불과하다. 그리고 시·군의 재정부담, 민간기업의 참여저조, 야구장 확보 부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2013년 경기도가 주도했던 독립야구리그 창단은 중단된바 있다. 그러다 2015년 이후 어렵사리 2개 리그 7개 독립야구단이 자생적으로 창단해서 운영 중이나 열악한 현실은 야구에 대한 상실감으로 다가온다.그러던 중 경기도가 지난 3월 '민선 7기 독립야구단 활성화 추진계획'을 마련, 경기도가 독립야구리그를 주관·운영하고, 협회 등록과 경기도체육대회 등 공식대회 참가 지원을 통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여건이 조성되었다. 학창시절 야구를 했던 필자는 생활체육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소식이라 아니할 수 없다. 4월 23일 양주 레볼루션과 성남 블루팬더스의 경기로 개막전 팡파르를 울리며 고양 위너스, 연천 미라클, 파주 챌린저스, 의정부 신한대학교 피닉스 등 6개팀이 9월 26일까지 경기도 광주 팀업캠퍼스에서 매주 1, 2회 리그전 형태로 경기를 펼친다. 내년 경기도체육대회부터 시범경기종목으로 독립야구단이 선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경기도 체전과 전국체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도록 적극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경기도에서 독립야구리그를 활성화하고 광주 팀업캠퍼스와 연계한 다양한 독립야구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도입하게되면 경기도가 전국 최고의 독립야구 인프라를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오광덕 경기도의원 (더불어민주당·광명3)오광덕 경기도의원 (더불어민주당·광명3)

2019-04-24 오광덕

[기고]화씨지벽(和氏之璧)

학생이 행복한 대학만들기 위해선택형 통합교육과정 운영산학프로젝트로 취업률 높이고AI기반 4차산업혁명시대 선도혁신 실천 '지속가능한 대학' 기대지난 3월 28일 통계청은 장래인구 특별추계를 발표했다. 애초 2029년으로 예상했던 인구 자연감소 시점이 무려 10년 당겨져 올해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지는 인구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추계에 따르면 올해 출생아 수는 30만9천명, 사망자는 31만4천명이 되면서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지는 해가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2018년 출산율은 0.98명이다. 출생아 수의 감소는 앞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학들도 예외는 아니다. 당장 2020학년도 입시부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올해 대학 입학자원은 지난해 52만2천여명에서 45만9천여명으로 급감한다. 입학자 감소문제는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지방으로부터 시작된 정원미달 사태가 수도권에도 미칠 기세다. 경쟁력이 없는 대학은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부에서도 몇 년 전부터 대학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시행한 2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평가를 통해 자율개선대학과 역량강화대학으로 구분해 정원감축과 각종 일반재정지원을 차등화하고 있다. 대학들은 입학자원 감소와 더불어 10년째 등록금 인상동결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학생들은 이제 재정수입의 대상이 아니라 고객이다. 고객을 경시하면 고객은 떠나기 마련이다. 변화와 혁신만이 살길이다.변화와 혁신은 갈고닦지 않으면 탄생할 수 없다. 화씨지벽(和氏之璧)이란 사자성어가 생각난다. 화씨지벽은 한비자(韓非子) 화씨편(和氏編)에 나오는 이야기로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에 화씨란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옥을 감정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옥돌을 발견해 여왕(려王)에게 바쳤으나 보통 돌이라고 밝혀져 여왕은 화씨가 자기를 속이려 했다고 왼쪽 발을 잘랐다. 여왕이 죽고 무왕(武王)이 즉위하자 옥돌을 무왕에게 바쳤으나 또다시 보통 돌로 감정되어 오른쪽 발을 잘렸다. 무왕이 죽고 문왕(文王)이 즉위하자 화씨는 초산 아래서 옥돌을 끌어안고 사흘 밤낮을 울어 피눈물을 흘렸다. 문왕이 이 소식을 듣고 화씨를 불러 물었다. 화씨는 "나는 발을 잘려 슬퍼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옥을 돌이라 하고 거짓말을 했다고 벌을 준 것이 슬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왕이 그 옥돌을 다듬게 하니 천하에 둘도 없는 명옥(名玉)이 되었다는 이야기다.명옥은 하루아침에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도 2017년, 2018년 2년 연속 수도권 대학(졸업생 2천 명 이상) 중 취업률 1위를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화씨지벽에서 말하는 천하의 명옥이 되기 위해 대학 경쟁력 향상에 힘쓰고 있다.명옥이 되기 위한 출발점은 철저하게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학생이 행복한 대학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생선택형 통합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과별 모듈(module)형 교육과정으로 학생이 개인별 선택을 통한 교육과정을 선정하고 인증평가를 통해 공신력을 확보해나간다는 목표다. 두 번째는 100% 취업보장형 학과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학과별 취업보장 협약기업의 질적 개선과 교수, 학생, 산업체가 참여하는 산학 프로젝트 위원회 운영을 통해 취업률을 지속해서 높여 나간다는 목표다. 세 번째는 인공지능(AI) 기반 에듀인(Edu-Innovation) 시스템 구축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해 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AI 티칭(teaching) 시스템 단계별 구축과 챗봇 캠퍼스(Chatbot in Campus) 구축을 통한 학생 수준별 개별 지도와 AI 강의 그리고 대학행정의 혁신을 이뤄나간다는 목표다.주역 '계시전'에 나오는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문구가 생각난다. '궁하면 변하라,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뜻이다. 작금의 변화 소용돌이 속에서 묵묵히 변화를 실천하는 노력과 열정으로 모든 대학이 지속 가능한 대학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이승용 경복대학교 복지행정과 교수 겸 홍보센터장이승용 경복대학교 복지행정과 교수 겸 홍보센터장

2019-04-23 이승용

[기고]총을 알아야 총기 관련 범죄를 막을 수 있다

지난해 식당업을 하는 50대 여성이 식당운영이 어렵게 되자 혼자서 못 박는 타정총을 들고 은행을 털었다. 그러나 타정총은 총구를 벽면에 밀착하고 누르면서 방아쇠를 당겨야 못을 박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여성은 은행벽면에 못 6발을 발사하여 꽝 하는 소리로 은행직원들을 위협하고 현금 2천754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고 하니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은행직원들도 군에 갔다 온 분들이 많고, 장총·소총·권총 등의 외형과 발사원리를 잘 알 것인데 이런 허술한 방법에 속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이뿐만 아니라 지난 2015년 2월 25일과 2월 27일 등 두 차례 엽총사건으로 8명이 목숨을 잃자 일부 방송은 엽총으로 수박과 맥주병을 깨뜨리는 화면을 보여주면서 엽총이 '수박과 맥주병'을 산산조각낼 수 있는 위력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공기총도 수박과 맥주병을 깨뜨릴 수 있는데 하물며 엽총은 공기총 위력의 20배가 넘는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아니면 엽총위력을 극명(克明)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까?총포화약법(약칭)시행령 제6조의2는 '분사기(가스총)는 사람의 활동을 일시적으로 곤란하게 하는 최루 또는 질식 등의 작용제를 내장된 압축가스의 힘으로 분사하는 기기'라고 정의하고 있어, 실제 권총과 모양이 동일해도 약제 통에 '내장된 압축가스'가 없으면 허가 없이 제조·판매·소지할 수가 있다. 허가 없이 소지할 수 있는 분무기는 아이들 장난감 물총처럼 방아쇠를 연속하여 당겨주면 약제 통에 공기가 들어가면서 약제를 밖으로 밀어내는 원리다. 이런 원리는 가정에서 빨래를 다림질할 때 물을 뿌리는 분무기로 이해하면 되는데, 다림질할 때 사용하는 분무기는 작은 입자의 물방울이 넓게 퍼져 나가지만 호신용 분무기는 '내장된 압축가스'가 없기 때문에 약제를 한 줄로 모아야 2m 이상 날려 보낼 수가 있어 범인얼굴을 맞힌다는 것은 매우 힘이 든다. 그러나 압축가스가 내장된 가스총은 작은 입자가 반경 50cm가량 원을 그리며 3m 이상 날아가므로 범인의 얼굴을 쉽게 맞힐 수 있다. 따라서 허가제품과 비허가 제품의 성능이 확연히 다르지만 비허가 제품이 시중에 많이 유통되고 있는 것은 분무기의 성능을 잘 모르고 구입하는 것으로 보인다.총포화약법(약칭) 시행규칙 제2조의3은 전자충격기의 성능기준에서 실효전력·절연상태·실효전류·최대전압 등 전류와 전압의 상한선만 규정하고 하한선이 없어, 전자충격기로서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도 허가를 얻어야 했다.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0mA이하의 전자 충격기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판결(2003노 6324판결)한 바 있어 10mA 이하의 전자충격기는 허가를 얻지 않아도 제조·판매·소지할 수가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총기처럼 생긴 분무기와 전자충격기의 외형과 불빛만 보고 성능은 간과한 채 호신용으로 구입하고 있고, 심지어 금융기관에서도 이런 조잡한 제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특히 금융기관이 가스총과 전자충격기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는 총·칼 등 무기를 들고 저항하는 범인을 검거하기 위한 것인데 이런 조잡한 제품으로 범인을 제압한다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가 있다. 또한 가스총 약제는 2년이 지나면 약제 자체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성능이 급격히 떨어져 가스총으로서 효력이 없어지지만 약제를 교체하지 않고 몇 년 씩 방치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총기를 알아야 총기 관련 범죄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오수진 前 한국총포협회 중앙회 회장오수진 前 한국총포협회 중앙회 회장

2019-04-18 오수진

[기고]2019년 화성시 도시농업

삭막한 도심 속 흙 만지고 땀 흘리며 보람을 찾을 수 있는다채로운 프로그램 운영나만의 작은 텃밭정원 꿈꾼다면 농기센터 문을 두드려 보자봄이 오는 소리와 함께 더욱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삽, 괭이, 호미를 친구삼아 흙을 만지고 땅을 일구는 사람들, 바로 도시농부들이다.화성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팀에서는 도시농부학교, 빌딩 숲 텃밭정원 아카데미, 학교 텃밭, 도시농업관리사 양성교육 등 삭막한 도심 속 흙을 만지고 땀을 흘리며 보람을 찾을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새로운 주말 여가 활동으로 화성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도시농부학교는 일반 주말농장 프로그램과는 달리 큰 차이점이 있다. 일반 주말농장은 개인이 분양을 받아 개별적으로 운영하면 되지만, 도시농부학교는 130명의 교육생으로 선발되면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기간 동안 '도시농부학교'의 '학생'이 된다. 화성시 오산동 일대에 8천300㎡(2천500평) 규모로 조성된 행복텃밭에서는 이랑 만들기, 쌈채소 및 열매채소 심기, 친환경 방제제 만들기 등 초보 도시농부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교육을 하고 있다.3월부터 파릇파릇한 싹이 돋아나 한겨울 양식이 되는 김장채소까지 1년 과정을 모두 교육받고 나면 '나도 이제 농사 좀 지어봤어'하는 뿌듯함과 함께 가족들과 함께했던 즐거웠던 시간이 추억으로 남는다. 이처럼 매년 화성시민 행복텃밭에는 부모님 손잡고 나온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정겨운 이웃들의 정담이 넘친다. 이곳 공동체 텃밭에서 생산된 감자, 고구마, 신선 안전 농산물은 모두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되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동탄 센트럴파크 선큰광장의 도심 속 빌딩 사이에 자리 잡은 나뭇잎 모양의 텃밭상자들. 누가? 왜? 여기에? 많은 궁금증을 유발하는 그곳에서 빌딩 숲 도시텃밭 아카데미가 이루어진다. 공원과 조화롭게 놓인 텃밭상자에 우리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쌈채소, 열매채소를 비롯해 도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수수, 조, 토종종자 등 다양한 작물들이 7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로 수놓아진다. 봄부터 겨울까지 절기에 맞는 작물들을 다양하게 도심에서 볼 수 있다.학교텃밭 프로그램은 관내 초·중·고등학교 13개소 300여명의 학생들에게 농사경험과 텃밭의 생태를 체험하는 자연학습으로 텃밭활동을 통해서 공동체 의식과 생명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과거 농촌에서는 아이들도 쉽게 농업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은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먹거리들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농촌은 어떤 곳인지 잘 모른다. '쌀 한 톨은 농부의 땀 한 방울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작물 하나를 생산해 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텃밭의 농사체험을 통해 농업과 농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바른 인성을 함양시키고자 한다.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한 전문인력양성 방안으로 2019년에는 도시농업관리사 양성과정을 운영한다. 도시농업관리사는 도시농업 관련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한 자가 지정된 전문인력 양성기관에서 운영하는 도시농업 전문과정을 이수한 경우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부여하는 자격을 말한다. 화성시는 점점 활성화되고 있는 도시농업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여 화성을 대표하는 도시농업전문가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 모든 화성시 도시농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오는 9월 7~8일 동탄센트럴파크 일대에서 열리는 '제5회 화성도시농업박람회'에 참여하는 것이다. 개막행사, 도시농업 홍보·전시·체험 등 다양한 체험행사로 꾸며질 이번 박람회는 2018년 전국단위 제7회 대한민국도시농업박람회를 치렀던 경험을 살려 한층 더 깊이 있는 박람회가 될 예정이다. 봄에는 꽃이 만발한 텃밭을, 여름에는 싱그러운 초록이 일렁이는 텃밭을, 가을에는 두 손 가득 열매가 가득한 도심 속 나만의 작은 텃밭정원을 꿈꾼다면 화성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팀의 문을 두드려 보자./김양숙 화성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팀장김양숙 화성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팀장

2019-04-16 김양숙

[기고]시니어 보릿고개

나의 어린 시절 고향의 봄을 돌이켜 보면 그리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먹을 것이 턱없이 부족했던 시대라 늘 배가 고팠다. 보릿고개라는 말이 사라져 버린 지 오래라 젊은 사람들은 보릿고개를 잘 모를 수 있다. 햇보리를 수확할 때까지 넘기기 힘든 고개, 춘궁기라고 사전적 의미만 알아도 훌륭하다. 어린 학생들은 보리를 심어 놓은 언덕쯤으로 생각한다니 헛웃음이 절로 난다. 보릿고개가 태산보다 높다는 속담도 있다. 한없이 높은 고개, 굶으며 넘던 고개, 누군가는 죽어서 못 넘은 대한민국의 보릿고개. 이제는 국어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옛 추억 속의 말이라고 여겼던 보릿고개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시대를 맞은 대한민국 사회에 여전히 존재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바로 '시니어 보릿고개'다. 우리나라의 노년층은 시니어 보릿고개라는 말이 나올 만큼 삶이 고단하다. 예전에는 나이든 어르신은 그 마을 구성원 모두에게 존중의 대상이었다. 그 어르신의 농사의 지혜가, 삶의 지혜가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집안의 정신적 지주이자 버팀목이었다. 오늘날은 어떤가? 낡은 지식과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지닌 구세대이고, 젊은 세대의 짐이라고 생각하고 있진 않은가? 후손에게 정성 어린 봉양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부양조차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자식농사 잘 지으면 노후 걱정 없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자식에게 노후를 기대는 시대는 지났다. 자식들도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자식에게 부담주기 싫으니 어쩔 수 없다. 연골이 다 닳아 없어지고 허리가 꼬부라질 때까지 밥벌이하다가 그마저 힘들면 기초연금에 의지해 보릿고개를 넘기는 수밖에. 노인의 3대 문제는 빈곤, 질병, 고독이다. 흔히 노인 3고(苦)라고 한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빈곤과 건강 문제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다음으로 여가 선용과 오락 및 외로움을 달래주기를 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65살 이상 노인 빈곤율은 48%로 OECD 회원국 평균보다 4배 높고, 노인 10명 중 6명이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고, 5명 중 1명은 독거노인이란다. OECD 국가 중 빈곤율과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기사도 보인다. 몸 아픈 것이야 생로병사의 하나인지라 감내하고 살아간다 해도 내 청춘을 바친 이 나라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만큼 잘살게 됐는데 노년에 이르러 또다시 보릿고개와 마주하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젊은 시절 허리띠를 졸라매고 잘 살아보자고 밤낮없이 일하며, 개인보다는 사회와 국가를 위해 살아온 세대들인데 어쩌다 이런 처지가 되었나? 서글프다.하지만 고맙게도 내 고향 안성에서 어르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었다. 만 70세 이상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어르신 건강지킴이 의료비 지원 사업을 시행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안성지역화폐를 지급해 지역 병·의원 및 약국, 약방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지역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한 혜택이 아닐 수 없다. 내 고향이 나를 잊지 않고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준다는 사실이 감동을 더한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되니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라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이 사업이 난관에 부딪혀 시행이 불투명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이유를 추측건대, 의료비 과잉 지출 걱정, 건강보험재정에 영향을 준다는 등 보건복지부에서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 때문이 아닐까? 안성시가 추진하는 어르신 지원 사업이 바로 정부가 제시한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사업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모두가 걱정한다. 노년층이 늘어나니 그만큼 사회가 부양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늘어나는 복지예산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고.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된 우리 세대가 보릿고개로 시작해 보릿고개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은 없어야 한다. 어르신 건강지킴이 의료비 지원 사업은 마을 어르신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이다. 안성시의 선한 정책 의지가 왜곡되고 오도돼 어르신 건강지킴이 사업이 좌초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어르신들 마음의 허기까지 달래줄 희소식이 하루빨리 전해지길 고대한다./윤민용 안성시기로회장윤민용 안성시기로회장

2019-04-11 윤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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