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정부·기업 '유럽 불안' 상시요인으로 대응해야

요즘 기러기 아빠들이 울상이다. 가족에게 1만 달러 송금하는데 지난달 보다 거의 60만원이 더 든다. 코스피 지수도 1천800 이하로 급락해 투자가들도 우울하다. 이달 들어 우리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3조원 넘게 빠져나갔고, 이 중 80% 가량이 유럽계 자본으로 추정된다.5월6일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와 그리스의 총선에서의 집권당의 패배는 재정위기 타개를 위해 긴축정책을 펴면서 복지 혜택을 축소한 데 대한 국민의 반발 때문이다.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신재정협약'에 부정적인 입장인 올랭드 신임 프랑스 대통령의 취임은 그동안 독일 메르켈 총리와 좋은 협력관계를 유지한 사르코지 때와는 사뭇 다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졌다.특히 절대 다수당이 없어 연립정부 구성도 실패하고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좌파 정당이 제 2당이 되면서 그리스는 유럽발 불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다음달 17일에 실시되는 선거 때까지 그리스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계속된다.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해소시킬 것으로 기대한 지난 23일의 브라셀 EU정상회담도 아무 성과 없이 끝났다.앞으로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있고 프랑스와 독일이 협력을 강화하면 지금의 유럽위기는 해소될 수 있을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된다고 본다. 오늘의 위기는 바로 '유로화' 탄생에 태생적으로 잉태되어 있기 때문이다.'50년대부터 시작된 '하나의 유럽'을 향해 유럽의 정치지도자들은 '92년 정치동맹과 경제동맹을 위한 '마스트리히트' 협약에 합의한다. 이 협약에는 하나의 경제권을 만들기 위한 단일 통화 창출과 경제수렴 조건이 포함되어 있다. 경제수렴조건이란 단일 통화정책이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기 위해 각 회원국들의 거시 경제운용환경을 동질화하는 것이다.각국의 물가, 장기금리, 재정적자, 환율의 4가지 거시경제변수에 대해 일정한 목표수준을 설정한 것이다. 재정적자와 정부부채는 각각 경상GDP의 3% 이내와 60% 이내 등이 주요 내용이다. 4개 기준을 모두 충족한 국가는 룩셈부르크 한 나라였다. 결국 재정기준에 관한 조항을 좀 더 유연하게 해석해 상당수의 국가들이 재정적자와 정부부채의 기준을 충족시킨 것으로 처리되어 통화 동맹에 합류한다. 이 후 1999년에 단일통화인 유로가 탄생하였고 2002년부터는 유로 회원국들의 자국화폐는 폐지(영국 파운드화는 존속)되고 유로만이 통용되고 있다.유럽중앙은행(ECB) 발족으로 유로존 국가들은 독자적인 금리정책과 환율정책을 펼칠 수 없다. 무역수지에 어려움이 있을 때도 환율정책을 활용할 수 없다. 우리가 환율덕분에 연간 500억달러에 달한 무역흑자로 IMF지원을 4년 조기 상환한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리스, 스페인 등이 유로출범 후 큰 무역수지 흑자를 즐기고 있는 독일에게 지원을 늘리라는 주장도 그들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다. 회원국의 특수한 사정보다는 경제동맹이라는 유럽의 이상이 앞선 정치가들의 결단으로 출범한 유로체제는 처음부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협력강화, 최근 관심으로 떠오른 그리스의 유로존 유지 정도로는 유럽경제위기의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리스 이후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또 다른 형태로 위기의 근원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제는 우리도 유럽위기를 변수가 아닌 상시적 요인으로 생각하고 정부는 경제운용을, 경제계도 기업전략을 세워야 한다. 정부는 3천1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 단기외채 비중의 감소 등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을 강조하고 있으나, 4천억 달러 수준의 총외채, 1천조에 달하는 가계부채 등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 정부가 구축하고 있는 조기경보시스템(EWS)을 잘 가동하면서 국제적인 공조도 한층 강화하여 유비무환의 자세로 외부여건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우리 경제 구조를 외부충격에 취약한 제조업·수출 중심에서 서비스·내수로 전환시키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2012-05-31 윤대희

中企의 FTA 활용이 부진한 세가지 이유

한국 중소기업의 양적 팽창은 눈부시다. 전체 종사자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제조업만 놓고 봐도 80%가 넘는다. 일본은 76%, EU는 67%에 불과하다. 그러나 질적 성장은 부진한 편이다. 제조업의 부가가치에서 중소기업 비중은 50%에 미치지 못한다.질적인 성장이 부진한 원인은 여러 가지다. 먼저,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2.8%이다. 미국은 6.9%, 일본은 9.5%, 독일은 10.8%이다. 높은 자영업자 비중은 기업의 효율성과 연결된다. 국가경쟁력을 발표하는 IMD에 따르면, 한국 중소기업 효율성은 전체 59개국 중 49위이다. 중소기업이 강국인 독일은 2위, 미국은 4위, 이탈리아는 16위이다.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경쟁에 있다. 우리 중소기업은 경쟁보다는 '관계'에 의해 성장했다. 대기업과의 관계, 즉 납품관계가 성장의 핵심이다. 그러다 보니 매출의 대부분은 내수에 의존하게 된다. 매출의 85%가 내수이며, 수출은 15%에 그친다. 10년 전에 비해 내수비중은 상승했다. 그래서 FTA도 아직까지 큰 효과가 없다. 워낙 내수 중심의 판로가 강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비난한다. 중소기업은 FTA를 발효해도 이용할 생각을 안 한다고 말이다.중소기업의 FTA 활용이 부진한 이유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구조적으로 수출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구조적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고착화된 납품의존도이다. 제조 중소기업 중 납품기업은 45.5%이다. 지난 10년 동안 20% 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납품기업의 매출 중 납품비중은 무려 80%를 넘고 있다. 매년 변화도 거의 없다. 매출의 대부분이 납품에서 발생하는 고착된 구조이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제법 탄탄한 중소기업이다. 기술력도 뛰어나다. 특히, 대기업에 납품하는 기업은 더욱 그렇다.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금속가공, 기계, 자동차 업종일수록 납품비중이 전체 평균보다 높다. 이들 기업의 선택은 단순할 수밖에 없다. 불안정한 글로벌시장 개척보다 안정적인 대기업 납품이 우선이다. 둘째, 한국 중소기업의 높은 중화학 공업 비중이다. 중소기업하면, 쉽게 경공업을 떠올린다. 실제는 그렇지 않다. 제조 중소기업 중 중화학 업종은 65.4%이다. EU, 미국, 일본 모두 50% 내외이다. 첨단기술도 마찬가지다. 전자, 정밀 등 첨단기술 비중은 10%이다. 기계, 전기, 자동차 등 고기술은 30%가 넘는다. 우리가 여기서 놓치는 부분이 하나 있다. 중화학 공업의 특성이다. 여러 부품이 모여 하나의 최종재가 탄생하는 구조이다. 그래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수출을 하려면 외국 자동차 생산업체를 만나야 한다. 그러나 문턱이 너무 높다.셋째, 중소기업이 수출을 할 때 물류비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관세나 환율보다 중요하다. 관세가 1% 하락하면, 중소기업 수출은 0.5% 증가한다. 환율변동성이 1%로 줄어들면, 수출증가는 0.1%에 그친다. 이에 반해 수출대상국과의 거리가 1% 멀어지면, 수출은 0.7% 감소한다.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은 물류비용이 더 든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새로운 시장을 찾아 가기가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중국에 수출을 하는 중소기업이 FTA가 발효됐다고 미국이나 EU로 수출을 하기가 쉽지 않다. 관세 인하 폭보다 추가 물류비용이 더 크면 수출을 할 이유가 없다. FTA가 발효돼도 중소기업 활용률이 부진한 이유이다.중소기업 스스로 변해야 한다. 납품관계에서 벗어나 글로벌시장으로 뛰어들려면 스스로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리고 수출지원 정책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소비재보다는 중화학 제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소비재는 전시회나 시장개척단 지원을 통해 바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높은 중화학 공업 비중을 감안하면, 외국기업과의 비즈니스 매칭이 더 효과적이다. 전시회에서 부스 하나 설치해서 될 일이 아니다. 외국기업 구매담당자와 만남을 주선해야 한다. 또한,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 대기업과 물류창고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2012-05-24 오동윤

선거 후보자 감별법

총선이 끝나나 싶더니 이제는 대선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온갖 미디어에서는 각 정당 내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한 별별 해괴한 일들을 토해내고 있고 이제는 유권자들도 선거 시작도 하기 전에 점점 식상해가는 모습이다. 선거 때마다 항상 겪는 일이지만 정치에 큰 관심이 없던 유권자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어느 후보를 찍어야 할지 모른다는 데 있다. 이러한 이유는 후보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도 문제지만 더욱 중요한 일은 이들을 비교할 일반적인 잣대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또한 실제 후보자에 적용되는 잣대는 대선이든 조그만 조직의 선거이든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하다. 후보자에 대한 잣대는 보기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가장 기본적으로 아마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들 수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 첫째가 크든 작든 후보자 자신이 지원한 조직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기여했는지가 최소한의 기준이 된다. 주위를 돌아 보면 조직 일에 무관한 일을 했던 사람들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후보로 나서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그 동안 조직을 위해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면 그런 후보가 앞으로 어떻게 조직을 위해 열정적으로 잘할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런 후보들이 가시적으로 큰 선물이라도 제시하지 못한다면 상식적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둘째는 조직에 대해 나름대로의 명확한 미래 비전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비전이란 앞으로 후보자가 당선이 되면 정책의 방향이 결정되는 것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특히 정책이란 흔히 후보자가 내거는 공약을 말하는데 선거 때 보면 비전과 맞지 않은 전혀 다른 공약을 내세우는 경우를 왕왕 보게 된다. 이러한 이유는 후보자가 조직을 어떤 쪽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지 비전 자체가 없거나 아니면 유권자들의 요구가 너무 강할 때일 것이다. 그러나 후보자가 갖고 있는 비전이 어떻게 설정되어 있느냐에 따라 그 조직이 산으로 혹은 바다로 가게 되는 정말 중요한 후보 결정 잣대라 할 수 있다. 실제 당선자 재임 시 대부분 의사 결정이 이미 설정된 비전에 기반하여 결정되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중요한 잣대는 제시된 비전을 구현할 구체적인 그리고 현실적인 나름대로의 전략 즉 공약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공약은 유권자들의 각 요구조건을 합한 것이 아니라 후보자의 비전을 실현할 구체적인 방안이다. 따라서 후보자의 공약이 반드시 모든 유권자들의 이해를 충족시킬 수만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또한 당선자가 공약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략적이라도 추정 예산이 필요할 것이고 이러한 예산을 확보할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되어야 한다. 막연한 공약은 그야말로 공약(空約)이 되기 십상이다. 실천 가능성이 없는 공약들을 갖고 정책 토론을 수없이 한들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나 위의 세 가지 요건은 후보자들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이 되는 필요 조건이다. 이외에도 흔히 지도자들이 갖추어야 할 것으로 리더십, 덕(德), 추진력 그리고 소통력 등도 들 수 있을 것이다. 후보자들이 이러한 기본적인 요건마저 미흡하다면 이들 후보가 제시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뻔한 지엽적인 공약이 될 수밖에 없고 내건 공약들도 엇비슷해서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을 쉽게 구별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런 경우 선거 내내 대부분 골치 아픈 비전 혹은 전략 구상보다는 쉽게 돈과 매수, 그리고 상대방의 뒤나 캐는 정말 역겨운 진흙탕 선거가 되게 마련이다.지도자는 결국 유권자가 선택하는 것이다. 만약 어떤 이유에서든 유권자가 후보자를 잘못 선택하거나 선택할 마땅한 지도자가 없다면 그 조직은 정말 불행하다. 그 결과는 좋든 싫든 유권자와 선택된 후보자가 같이 짊어져야 할 조직의 운명이다.

2012-05-16 김준우

공권력의 공정성회복 매우 소중한 때

우리 사회 각종 공권력 비리가 심한 것 같다. 저축은행 비리, 인사비리, 각종 봐주기식 비리에 이어 최근에는 일개 택지 건축허가 비리로 꽤 이름 난 사람들이 구속되기도 했다. 과잉개발, 적정치 못한 개발, 입지 왜곡, 부실건축들의 이면을 보면 비리가 숨겨진 경우가 많다. 잘못된 개발들은 오랜 기간 국민들의 불만과 불편비용을 증가시킨다. 특히 그 불편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힘이 약한 서민들을 더 어렵게 한다. 그러하기에 한 획지의 택지개발에 얽힌 몇 권력자의 부도덕이 어디까지일까라는 호기심을 넘어 국민들은 이에 대하여 개선책을 적극적으로 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국토개발 공권력비리 유형은 다양하다. 크게 계획수립, 사업시행, 건축과정 등에서 갖가지 변칙이 행해지는 경우가 있다. 파이시티사건은 일종의 건축과정 비리다. 교통여건을 무시한 용도변경이나 밀도변경이 대책 없이 허가됐다는 점이 의심되고 있다. 이 의심이 사실이라면 많은 국민들이 감수해야 할 천문학적인 불편비용과 몇 사람들의 부패가 맞교환 된 셈이다.따지고 보면 행정절차의 불공정이 가장 큰 문제였다. 대형 건축물의 용도변경 등에서 행해야 할 심의나 자문절차를 제대로 하지 않고 밀어붙인 정황이 보도된 바 있다. 개발 관련절차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수많은 행정절차들 가운데 재정이나 건설 쪽처럼 이권이 큰 경우에는 공권력우월주의가 더 만연되어왔다고 생각된다. 행정청의 자의대로 공청회 등을 진행하는가 하면, 심의나 자문의 경우 입맛 맞는 위원들을 선정하여 운영하는 관행이 마치 정상인 것처럼 행해져 왔다. 그러다보니 개발의 적정성 판단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공권력의 생각대로 진행된다. 이번 사건 역시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다.일개 인허가비리보다 훨씬 방대한 택지개발이나 특수사업에서의 행정절차 역시 불공정하게 이뤄진 정황들은 상당히 많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 그렇게 결정된 공사들이 국토계획을 교란시키고 있다.어떻게 하면 이와 같은 행정절차를 정상으로 운영되게 할 수 있을까. 답은 분명하다. 특수 안보분야 이외에는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그래서 절차의 공정성이 확보되는가를 수시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언제나 사전, 중간, 사후평가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흔히 행정청은 건설행정절차를 폐쇄적으로 운영하면서 '투기방지'를 위해서라고 하는 이유를 댄다. 개발정보가 투기꾼들에게 노출되면 안 되므로 그 계획 및 시행과정이 꼭꼭 숨겨져야 한다는, 매우 우스운 논리다. 그러다 보니 그 숱한 대형 개발들이 밀실에서 깜짝쇼처럼 결정되어 발표되곤 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파행 절차는 대부분의 개발허가에서도 암암리에 적용되어왔던 것이다.그러나 제대로 생각해보자. 투기란 무엇인가. 그건 부동산값이 급격하게 상승할 것으로 믿는 시장의 반응이다. 장기적으로 값 형성의 원인이라기보다 값 변동에 편승하는 증상이다. 꼭꼭 숨길수록 값이 더 급격히 오르게 되어있고, 그러할수록 독과점적 투기유인만 더 높아진다. 그러함에도 정부는 항상 투기라는 말을 교묘히 악용한 결과 행정절차의 공개에 미온적이었다. 그래서 비리와 부패의 온도만 더 키워왔던 것이다. 오늘날은 정보기기의 발달로 국민들은 언제 어디서나 정부의 행위를 다양하게 관찰할 수 있다. 누구나 온라인이나 때로는 오프라인을 통해 항상 정부를 감시할 능력이 있다. 정부는 관련 자료들을 국민 앞에 빠짐없이 공개만 하면 되는 것이다. 더불어 가벼운 유인책을 쓴다면 자연스럽게 국민평가단이 형성되고 활동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개발과정을 투명하게 운용하는 것이 행정절차의 원래 모습을 회복하는 길이다.공권력의 공정성 회복은 지금 우리 사회가 개선해야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경제의 효율이나 형평의 개선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부패에 대하여는 책임추궁을 엄정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사전 부패예방을 위해서는 반드시 관련 행정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 즉시부터 말이다.

2012-05-10 김용민

지방재정 위기 심각한 수준

최근 영유아 무상보육 확대에 대한 시도지사들의 반대성명과 인천광역시 공무원 수당 미지급 소식은 우리나라 지방재정이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천의 은하레일, 용인의 경전철 사업, 태백의 리조트 사업, 대구의 도시철도, 부산의 대규모 도로 사업 등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자치단체들이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실이 널리 알려짐에 따라 지방재정 위기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1995년의 지방 재정규모는 47조원, 2010년에는 141조원으로 증가하였으나 재정자립도는 1995년 63.5%에서 2010년 51.9%로 지방재정상태가 악화되었다. 전국 234개 자치단체 중 반 이상이 자체 세원인 지방세 수입만으로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곳은 7.6%의 전라남도 신안군으로 자체 세원이 부족한 신안군은 중앙과 전남도에서 받는 국고보조금과 지방교부세로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든 자치단체의 사정이 비슷하다.현재 지방재정의 어려움에 대한 원인에 대해 크게 두 가지 견해로 나뉘고 있다.먼저 중앙정부 특히 재정당국은 현재의 지방위기가 지방자치 실시이후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대형사업 추진, 특히 지방선거 때 표를 의식한 선심성 공약에 있다는 주장이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의 타당성, 재원조달, 향후 관리방안 등 정밀한 분석없이 자치단체장들이 일방적 졸속으로 추진하여 지방재정이 부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다른 주장은 중앙이 재원을 넘기지 않는 가운데 감세정책으로 인해 지방세 세입이 감소하고 사회복지 관련 세출이 증가하여 지방재정이 어렵게 되었다고 한다. 감세정책으로 5조원 이상의 지방세입이 감소됐고 부동산 거래가 저조하여 주 수입원인 취득세·등록세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이러한 시각차는 지방재정 위기 해법에도 큰 차이가 있다. 자치단체는 중앙에 대해 지방교부세를 확대하고 지방소비세를 신설하여 지방의 자주 재원으로 해 달라고 요구한다. 중앙은 재원문제보다 합리적인 지방재정의 운용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선을 긋는다.이런 가운데 전남 완도군이 채무를 다 상환하여 '부채 제로'를 이뤘다는 소식은 지방재정 건전화의 필수조건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완도군의 김종식 군수는 세 차례 연임하는 지난 10년 동안 기존 부채를 갚아가면서 새로운 부채를 일으키지 않는 군정을 펼쳐 완도군의 부채를 제로로 만든 것이다. 김 군수는 "표를 얻으려면 주민들에게 무엇인가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언제나 빚을 내서라도 사업을 하고 싶은 충동이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김 군수는 이러한 욕구를 억제하면서 모든 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사업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고 채무가 발생되는 사업은 원천적으로 제외했다고 한다. 혹자는 김 군수의 이러한 군정운영을 소극적이라고 비판할지 모르나 선거를 의식하여야 하는 선출직 군수로서는 쉽지 않은 용단이다.건전한 지방재정을 이루기 위해서 자치단체장의 자세가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세출과 세입에 대한 통제나 감독기능을 가진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여야 한다.이러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책임있는 자세와 함께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개선도 병행되어야 한다. 지방재정 전문가들이 기업에 적용되는 워크아웃제도를 지방자치단체에도 도입하자는 주장을 이제는 적극 검토해야 한다. 재정위기 위험이 있는 자치단체에 대해 위기관리대책 수립을 의무화하여 조직의 구조조정, 예산 효율화 방안 수립 등 재정 건전화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신규 사업이나 지방채 발행을 제한함은 물론이다. 재무상태가 부실한 기업에 대해 강력한 워크아웃제도를 통해 건전한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듯이 강력한 재정건전화 수단을 지자체에도 원용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들을 계량화하여 부실 징후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지방재정 조기경보시스템' 구축도 적극 검토하여야 한다. 관계당국의 지방재정 건전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촉구한다.

2012-05-03 윤대희

동반성장, 정부 적극 시장개입으로 완성

공생발전의 핵심은 대중소 동반성장이다. 최근 공생발전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세지는 느낌이다. 공생발전을 주도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와 비판의 강도는 반비례하는 것 같다.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비판의 강도가 강하다. 공생발전은 다양한 계층이 조화를 이루면서 공생하는 시장 생태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어떤 이는 공생발전이 시장에 맡겨지지 않고,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다면, 생태계가 아니라 동물원이라고 폄하한다. 또한, 이제 우리 모두는 마르크스의 제자라고 주장하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공생발전이 공동체주의적 요소가 강하기 때문이다.경제 역사를 훑어보면, 정부의 시장개입은 몇 차례 있었다. 16세기에서 18세기까지 유럽은 상업자본주의 시대였다. 당시 최대의 국가과제는 부국강병이었다. 그래서 정부는 대자본과 결탁하게 됐고, 중상주의가 득세했다. 당시 정부는 오히려 시장에 개입해 중소상공인의 영업을 방해했다. 중소상공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중상주의를 반대했고 그리고 경제활동의 자유를 외쳤다. 이론적 뒷받침은 고전경제학의 창시자인 애덤 스미스가 제공했다. 비로소 시장경제가 탄생하게 된다. 시장은 조화로운 자연적 질서이므로 정부의 간섭이나 개입이 필요치 않았다.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다 보면 이 과정에서 빈곤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이상과 현실은 같지 않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빈부 격차, 불황, 실업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시장경제가 작동하지 않는 문제들이다. 처음에는 이 문제를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불황이 발생하면, 가격과 임금이 하락하고, 다시 수요와 고용이 증가한다는 경제논리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1930년대 발생한 대공황은 시장경제에 대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함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논리를 제공한 사람이 케인스다. 그는 불황과 실업은 시장경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정의했다. 그래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빈부격차, 독과점 문제 해결도 정부의 몫이었다. 덕분에 세계 1차 대전 이후 장기 공황은 없었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은 정부가 써야 할 돈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와 같다. 정부의 개입에 대한 피로감이 커졌다. 게다가 그렇다고 빈곤, 실업 등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다.이 즈음에 등장한 것이 신자유주의이다. 1980년대이다. 경제 문제는 정부의 개입 없이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았다. 시장을 지배하는 사람은 막강한 부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부를 가진 자가 시장의 조정자이자, 결정자이다. 그러나 문제는 부를 가진 자는 사회의 1%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1%를 향한 99%의 분노도 이런 이유에서 출발한다. 우연히도 99%가 가지는 의미는 중소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체 사업체의 99%가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그렇다. 과거 중소기업 정책의 패러다임은 보호와 육성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자율과 경쟁으로 바뀌었다. 당시에는 시장개방이 큰 흐름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경쟁을 잘못 이해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쟁으로 받아들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경쟁의 대상이 아니다. 경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어찌 경쟁의 대상인가?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 시장이 질서 있게 작동해야 한다. 대형마트를 없애자는 말은 아니다. 공생할 수 있는 시장의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초원은 거대한 동물원이다. 사람이 보호하지 않았다면, 세렝게티의 사자는 사라졌을 것이다. 세렝게티를 보며 감탄을 하는 것도, 공생발전을 두고 동물원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것도 모두 인간이 하는 일이다.

2012-04-26 오동윤

총선 당선자들에 대한 당부

드디어 총선이 끝났다. 요즘 길거리 곳곳에는 당선에 대한 감사 내용이나 앞으로 더욱 분발하겠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일반 대중매체에서도 너나나나 할 것 없이 당선자나 선거 전문가를 불러내어 그간 무용담이나 앞으로의 청사진 등을 쏟아내고 있는데, 매번 겪는 일이지만 선거가 끝났다는 것을 실감하는 일들이다.그러나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이런 소란에 대해 달가워하기보다는 당선되었으니 당분간 그러려니 하고 있을 것이다. 과거의 당선자들은 선거철만 되면 길거리에서 요란을 떨다가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가방을 싸들고 여의도로 달려가곤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도시 큰 건물에 누구누구 의원 사무실이라고 대문짝만하게 큰 간판을 해 다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온 것이다. 오죽 지역에 무심했으면 열심히 의정활동을 한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텔레비전에서나 난투극을 보이는 것이 고작이었던 것이다. 이번 총선 이후도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 아마 대부분 유권자들의 생각일 것이다. 실제 국회의원은 지역민을 대표하여 입법의 책임을 갖고 있지만 더욱더 중요한 일은 지역민을 대신하여 중앙정부와의 가교 역할의 능력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을 통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를 상대하여 풀지 못하는 일을 지역 국회의원들은 쉽게 해결할 수가 있다. 그래서 지역의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나 지역자치단체 그리고 당을 초월하여 소통 및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당선자들이 축배를 들기 전에 짚어보고 가야할 중요한 몇 가지 할 일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지역발전의 방향, 즉 지역 비전에 대해 본인의 확고한 신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예컨대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든 발전 기본 계획이나 연구보고서를 통하여 명확히 지역의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를 이해하고 있어야 지역에 대한 의견을 펼칠 때 일관성이 있고 또한 설득력이 있다. 만약 본인이 생각한 것과 다르다면 상호 비교하여 자신의 생각을 수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이런 다음 지역 비전을 토대로 자신이 만든 공약을 다시 한번 손질할 필요가 있다. 개중에는 심사숙고하여 만든 여러 공약도 의미없는 것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고 상대방 후보에게서 제안되었지만 꽤 쓸만한 공약도 있을 것이다. 만약에 그 공약이 타당하다고 생각이 들면 과감히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필요하다. 결국 이 모든 일이 지역민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공약에 대한 손질과 함께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추진체 구성이 필요하다. 자신이 내건 공약을 직접 수행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고 또한 중앙정부의 힘도 필요하니 이들을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구체적인 수행 전략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소속 당도 초월하여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종적 그리고 횡적인 다원화된 협력체계도 서둘러 구축해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과 지역 대학 그리고 지역 연구자들과 긴밀한 유대관계 또한 필요하다. 전자가 공약의 추진체라면 후자는 공약 운영의 싱크탱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공약의 추진 인프라가 앞으로 4년간 주어진 임기동안 지역을 위한 일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에 급급해 한다면 상대적으로 지역으로부터 멀어지게 되고 결국 지역민들이 얼굴을 돌리게 될 것이다. 이번 총선 당선자들은 지난 날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선거철에서만 나타난 국회의원의 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초기 선거를 치를 때에 가졌던 겸허한 자세를 잊지말고 앞으로도 견지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12-04-19 김준우

경제논리에 충실한 민생국회 돼야

총선이 끝났다. 일반 국민은 이번 선거가 축제였는지, 아니면 소음이었는지 모를 꽤 긴 시간으로 느꼈을 것이다. 새 국회 역시 임기동안 입법, 주요 공직자 임면 동의, 예산 및 국정통제업무 등을 할 것이다. 어느 한 가지 국민생활과 밀접하지 않은 게 없다. 국민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관련입법과 개발업무를 보기도 한다.그동안 국회가 입법한 부동산관리법률들은 100여개가 훨씬 넘는다. 이 가운데는 방대한 국토계획법과 소정의 가격규제법들이 있다. 민생과 밀접한 우리 부동산가격규제법은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규제의 수단과 양이 과다하다. 선진제국 대부분은 건강한 시장보호를 위해 시장직접개입이나 과세 등의 규제에 한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부동산값문제가 불거지면 앞뒤 잘 따지지 않고 무조건 재산규제법을 만든 경우가 많았다. 서민경제증진, 안정성, 형평성 제고 등을 외치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 효과를 보면 그 규제들이 안정과 형평을 더 어렵게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만들지 말아야 될 법들을 만들었고, 폐지 또는 고쳐야 할 법을 제때에 고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민생침해 부동산가격규제법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불명예 나라가 되고 말았다.잘못된 부동산개발이 민생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다. 이 가운데는 새 법에 의존한 개발도 있으나 옛 법에 의존한 신개발도 있다. 종종 부처이기주의로 의심되는 부동산 공영개발이 끝 간 데 없이 남발되어 왔다. 몇 가지 대표 사례들을 보자. 일부 신도시의 건설, 균형을 내건 지방 곳곳의 도시건설, 정치목적의 댐, 4대강사업, 보금자리 등과 같은 주로 중앙정부 주도에 의한 건설이 그것이다. 필요성이 낮은 대단위 지방택지개발, 특수시설 개발, 유용성 낮은 경전철 등 교통로 건설, 우후죽순처럼 지은 지방호화청사들도 있다. 많은 경우 민생과는 거리가 먼 사업들을 방만하게 벌여왔다. 경제논리를 무시한 개발은 효율은 물론 빈부격차를 더 심화시키고, 빚더미로 국민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데도 그래왔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땅이 국민, 특히 서민들의 주름살을 깊게 파이게 하는 부동산값규제법들과 방만한 공영개발 등이 폭증하게 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그동안의 정부가 실패했고 국회는 정부와 함께 부패 또는 무능했기 때문일 것이다. 새 국회가 이러한 불합리한 입법이나 개발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 정치논리와 경제논리가 충돌하면 우선 경제논리를 존중해야 한다. 특히 민생 관련 주요입법이나 개발을 여론몰이로 관철하려는 짓은 경계해야 한다. 당이나 공천권자의 뜻보다 더 우선해야 하는 건 공정한 가치다. 어떻게 하는 게 공정한지는 민생을 위한 경제논리로 판단하여 결정해야 한다.둘째, 불합리한 상명하복이나 부처이기주의로 의심드는 행정주도 사업에 대해서는 정당, 정파를 떠나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 때로는 많은 예산을 부어 육성한 공공투자연구기관이나 관변 학자들까지 동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궤변으로 무장하여 잘못된 규제나 개발을 감행하려고 하는 행정부를 제대로 통제하기 위해서 깊은 공부를 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셋째, 잘못되었거나 무리한 부동산공약은 반드시 없애거나 고쳐야 한다. 부동산공약은 오랜 후대에까지 민생에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약속은 지켜야 한다'라고 하는 금반언(禁反言)을 이에 적용하는 것은 다수 국민들의 고통만 키울 뿐이다. 불합리한 공약을 해 놓고 약속은 지켜야 하는 거라고 밀어붙여 민생이 더 어려워진 사례가 많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잘못된 부동산공약은 국민들께 용서 구하든가, 스스로 책임지고 바꾸거나 해야지 이를 강행해선 안 된다.마지막으로 깨끗해야 한다. 국민을 보호하라고 위탁된 권력을 자신의 위세와 호의호식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해선 안 된다. 부패와 기만, 편 가르기나 지역감정 등으로 연명해 온 악취 심한 일부 다선의원보다 단 한 번 임기라도 오직 민생의 혈로를 더 건강하게 하려고 최선 다한 깨끗한 의원이 오랫동안 세상에 상쾌한 향기를 발하는 것이다. 모든 의원들 스스로 좋은 향기를 발하도록 노력하자. 그러면 국민들은 자연히 국회를 신뢰하게 되어 다음 선거는 축제 분위기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변화를 기대해 본다.

2012-04-12 김용민

내수부진, 경제성장 발목잡아

국민경제는 지출측면에서 크게 소비(민간소비+정부소비), 투자, 재정, 대외거래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활동이 활발할 때 투자가 잘 이루어지며 이는 고용으로 연결되어 경제의 선순환구조를 만든다.그런데 최근 우리 경제에서 민간소비 부진이 경제성장의 애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60% 수준이었던 민간소비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최근에는 30%대로 크게 하락하고 있다. 국민소득(GDP) 중 민간소비 비중도 외환위기 이후 빠르게 하락하여 지금은 51.2% 수준이다. 미국의 70% 이상 수준과 비교하면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2011년 4/4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보다 0.4% 감소하여 11분기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OECD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16개 국가 중 4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경제성장률이 전년대비 플러스를 기록한 국가 중에서 한국만 유일하게 민간소비가 감소한 것이다.높은 물가상승, 가계부채 급증과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 등이 소비심리 위축과 실질 구매력의 저하를 가져왔다. 고용이 양적으로 늘기는 했으나 질적 개선이 미흡하여 실질 소득 증가가 둔화되고,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져서 자산 효과가 축소된 것도 소비부진에 영향을 주었다. 단기간에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들이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아 향후 경제 전망이 밝지가 않다. 집세, 교육비, 유가 등 물가의 구조적 불안요소가 여전하고, 이미 물가의 절대 수준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앞으로 물가상승세가 둔화되어도 구매력이 크게 제고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가계 부채가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지난해 말 현재 가계부채는 912조원으로 가구당 평균 4천500만원이나 된다. 이에 따른 이자부담은 가계소비를 어렵게 한다.소비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소득이 늘어야 하는데, 우리 경제는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생산가능인구가 고령화되고 있어서 큰 폭의 소득 증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우리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기조아래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내수 진작을 위해 민간소비의 증가는 매우 중요한 과제로서 이를 위해 실질소득 증대, 물가안정, 적정수준의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거시·미시 경제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가야 한다.이와 함께 우리 사회의 제도 개선이 건전한 소비로 연결시킬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여유 있는 계층이 소비하여 그 효과가 어려운 계층으로 흘러내려가는 적수효과(Trickle down effect)를 크게 해야 한다.이와 관련하여 한 방안으로 연휴를 확대하여 이를 내수 진작으로 연결하는 것을 생각해 봤다. 지금의 국경일이나 공휴일 중에서 어린이날을 한 예로 든다면, 현재의 5월 5일에서 5월 첫째 월요일 또는 금요일로 어린이 날을 바꾸게 된다면 주어진 이 연휴 시간이 여행 등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기대를 해보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여름휴가 여행이 7월 하순부터 8월초에 집중되어 있어 숙박 예약이 어렵고 바가지 요금 등으로 고통을 받는다. 여름 휴가철 심한 교통체증 때문에 배추, 무 수송도 잘 안되어 물가에도 영향을 준다. 자녀들의 여름 방학 기간에 휴가가 몰리기 때문이다.이러한 문제들도 피하고 민간소비도 유도할 수 있도록 여름방학, 겨울방학 기간을 1주일씩 단축하여 여유있는 봄휴가, 가을휴가를 갖는 것이다. 회사원과 공무원들이 봄이나 가을에 휴가를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 경우에도 전국을 획일적으로 같은 기간으로 하지 말고 전국 단위 교육청별로 3월 하순부터 5월 하순까지 각각 달리 정함으로써 원활한 교통흐름과 여유 있는 숙박시설 이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예약 문화도 정착시키고 한정된 행락지 시설의 가동률도 높일 수 있다. 소비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 경제의 미래와 선순환을 위해 모든 지혜와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2012-04-05 윤대희

궁금해지는 한·중 FTA 결말

지난 2월 24일 한·중 FTA 공청회가 개최됐다. 공청회는 한·중 FTA의 시작을 의미한다. 공청회 이후 협상 선언, 협상, 타결, 비준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파행이었다. 한·중 FTA를 반대하는 항의가 거셌다. 공청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중국은 한국에게 가장 중요한 교역 상대국이다. 2011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1천342억 달러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4.2%이다. 수입은 864억 달러로 전체 수입의 16.5%이다. 수출과 수입을 합친 전체 교역의 비중은 20.4%이다. 한국이 교역을 하는 240개국 중 중국과의 교역이 전체 교역의 5분의1을 차지하는 셈이다.한·중 FTA가 우리의 경제와 생활에 미치는 파급 경로는 다양하다. 기존의 FTA와는 다르다. 한·미 FTA는 양국이 가지고 있는 비교우위 제품이 쉽게 나뉜다. 한국은 섬유, 의류에 비교우위가 있고, 미국은 비행기에 비교우위가 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은 비교우위를 가늠하는 것이 쉽지 않다. 산업발달이 비슷하고, 산업구조와 생산도 비슷하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양국간 교역규모가 많은 것이다. 게다가 교역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물류비용도 양국간 교역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워낙 가깝게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만큼 어떤 제품이, 어떻게 FTA 효과를 등에 업고 빠르게 양국시장을 누빌지 가늠하기 어렵다.먼저,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중국의 명목관세율은 9.7%이다. 미국(3.5%), EU(5.6%)보다 높다. 일반적으로 명목관세율보다 실효관세율이 더 낮다. 중국이 부과하는 실효관세율은 3.9%이다.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2.5%이다. 명목이 됐든, 실효가 됐든 관세율만 놓고 보면, 한·중 FTA가 한·미 FTA보다 우리에게 훨씬 기대가 큰 FTA이다. 게다가 중국은 원자재를 수입해서 제품을 만들어 수출을 하면 관세를 환급해 준다. 한국 제품을 수입해다 쓰는 중국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FTA 효과는 관세 인하폭보다 클 것이다. 실제 관세 인하폭에 기대심리가 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증가한다.한·중 FTA가 체결되면, 수입은 예상보다 복잡한 경로를 통해 영향을 미친다. 김치를 예로 들어 보자. 2010년 국내 김치소비량은 124만t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1년간 먹는 김치의 양이다. 금액은 2조3천321억원에 달한다. 김치는 직접 해 먹는 집도 있고, 사다 먹는 집도 있다.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2011년 23만t이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김치의 5분의 1은 중국에서 수입된다고 보면 된다. 현재 중국산 김치에는 20%의 관세를 부과한다. 20%의 관세를 부과해도 국내에서 만든 김치보다 싸다.20%의 관세마저도 없어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이미 소규모 식당의 김치는 대부분 중국산이 차지했다. 식당을 하시는 분들은 FTA가 발효되면, 더욱 중국산 김치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국밥을 하나 팔아서 남는 이윤이랑, 중국산 김치를 쓰면 남는 이윤이랑 별 차이가 없어진다. 나아가 가정 식탁에도 중국산 김치가 오를 것이다. 중국산 김치를 만드는 사람들은 중국에 있는 한국 사람들이다. 우리의 입맛을 누구보다 잘 안다. 아마도 한국기업들도 중국으로 가서 보다 고품질의 김치를 만들어 수출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1차 피해는 김치를 만드는 소규모 중소기업들이다. 피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농가의 피해도 발생하게 된다. 김치에는 온갖 양념이 들어간다. 파, 마늘, 무 등.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한·중 FTA를 하게 되면 중국산 배추보다 중국산 김치가 더 무섭다고.FTA를 하고 안 하고는 정부가 결정한다. 물론 정부는 꼼꼼히 경제효과를 따져 보고 신중하게 파트너를 고른다. 그러나 FTA 경제효과는 똑 부러지는 답을 찾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더불어 FTA는 단순한 경제논리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외교적인 요인도 FTA 체결에 영향을 미친다. 한·중 FTA에 대한 중국의 짝사랑은 이제 결실이 조금 보이기 시작한다. 짝사랑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한·중 FTA의 결말이 궁금해진다.

2012-03-29 오동윤

사회적 기업의 활성법

요즘 사회적 화두는 상생, 나눔 등을 표방한 소위 자본주의 4.0이라는 수식어로 장식되고 있는 듯하다. 실제 이러한 움직임은 일찍이 유럽이나 일본에서 공동체나 공동사회의 형태로 시작되었으나 이제는 세계적 추세이고, 또한 정부차원에서도 사회적 기업이라는 형태로 부응하고 있다.사회적 기업은 장애인 혹은 노인 돌봄사업 같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나 수익이 미미하여 일반 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운용하는 기업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기업지원을 하고 있는데, 올해 정부 지원금만 약 1천800억원에 달하며 각 지자체에서도 적지 않은 예산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기업도 원래 좋은 취지와는 달리 실제 운용상에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듯하다. 첫째, 이들 기업들은 취약계층들로 구성되다 보니 노동 생산성뿐만 아니라 기업경영능력도 떨어져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욱이 이들 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질 역시 경쟁을 기반으로 한 일반 기업에 비해 미흡하다. 둘째, 사회적 기업도 기업이니 만큼 수익이 나야 되는데 이게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당장 정부로부터 보조금 형태로 일부 지원을 받고 있으나 충분치 않고 또한 받는 조건도 까다로워 지속적인 운영이 어려운 것이다. 셋째, 사회적 기업에 대한 경험이나 인식부족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보다는 단지 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회적기업 참여자들은 당연히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반 사기업을 모방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이들과 경쟁이 어려워 퇴출되는 것이다.한국 사회적기업 진흥원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약 670개의 사회적 기업이 정부차원의 기관 인정과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최대 5년으로 한정되어 곧 많은 기업들의 기업 축소 및 퇴출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결국 정부지원이 연속적이지 않다면 그 동안 정부나 지자체에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사회적 기능보완도 어려운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먼저 취약계층의 고용창출을 우선적으로 하기보다는 사회 보완적 관점에서 이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단지 고용창출만을 목적으로 지원하다 보면 기업들은 경쟁력 증대보다는 지원을 받을 목적으로 운용될 것이고 지원이 끝나면 곧 퇴출될 것은 뻔한 이치이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을 지원할 때 고용확대 지표보다는 수익과 경쟁력 증대의 지표에 중점을 둬야 기업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사회적 기업인들도 전문 경영지식이 필요하다. 대부분 사회적 기업의 종사자들이 경영보다는 사회 복지차원에서 접근하다 보니 기업 운용에 필요한 경영 지식이 미흡하여 합리적인 기업운영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재정적 지원과 아울러 전문경영 교육을 함께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셋째, 과거에 수행했던 벤처기업 경우처럼 보다 체계적인 기업 육성 방안이 필요하다. 정부가 판단해서 정말 필요한 사업이라면 단계적으로 나누어 차등 지원과 전문컨설팅을 지원함으로써 이들 기업이 점차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넷째, 또한 정부에서 직접 나서서 할 것이 아니라 지역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사회적 사업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민간 기업에서도 이제는 사회적 역할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기업들에 사회적 기업기능을 지원하게 함으로써 상호 보완적 기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정부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 재정적 지원을 하는 반면 기업은 전문 경영지식 및 경영자문을 제공할 수 있어 상호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된다. 사회적 기업이 우리 사회에 유익하고 또한 앞으로 사회적 대세라면 사회적 기업이 단지 정부의 홍보물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정착되도록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의 주도적 형태보다는 민간기업의 도움을 받는다면 이러한 사회적 기업이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크게 도움이 되리라고 판단된다.

2012-03-22 김준우

재건축주택에 소형 강요 삼가야

주택재건축을 둘러싸고 정부끼리 마찰음이 있었다. 지방정부인 서울시가 강남 개포 시영주택 재건축사업에 소형주택 끼어짓기 의무비율 증가뿐만 아니라 규모도 85㎡에서 60㎡로 축소하기를 희망하였다고 한다. 중앙정부인 국토부는 재건축을 위축시켜 결국 집값만 올리는 대책이라고 비난했다. 당해 조합원들은 서울시와 투쟁 및 협상에 들어간 상태다.이러한 마찰을 보면서 국민들은 무엇이 옳은지 궁금해 하고 있다. 가뜩이나 수많은 공권력들의 공정성 회복이 주요 과제로 떠오른 오늘, 재건축 소형 강요가 공정한 공권력행사인지 의심되는 때이다.주택 규모에 대한 공권력 간섭은 애초 중앙정부에 의해 자행되었다. 1980년대만 해도 무조건 주택보급률을 높이는 게 미덕처럼 여겨졌다.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집을 지을 수 있게 일정지역에 소형 의무비율을 정해 행정지도를 했다. 이 대책은 주택건축을 위축시킬 뿐 효과가 없자 외환위기 직후 폐지되었다.그러나 2003년에 이 제도가 수도권 재건축부지에서 더 강화되어 부활됐다. 명분은 강남재건축예정아파트값 상승에 찬 물 끼얹기였다. 이어 여러 가지 즉흥적 규제들이 더해졌는데, 모두 중앙정부에 의해서였다. 이러했음에도 당시 아파트 가격상승은 진정되지 않았다. 특히 중대형은 더 폭등했다. 그 후 10년여 되는 지금 돌연 규제권자가 중앙에서 지방정부로 바뀐 것이다. 규제목적도 주택보급률이나 투기억제가 아니다. 서민을 위해서라고 한다. 이처럼 규제비율을 높이고 주택면적도 줄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공정한 간섭일까.그동안의 경험은 정부의 주택규모 규제가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만약 주택에 대한 선호도 변화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소형주택 늘리기 강요는 상대적으로 희소성이 커진 중대형 주택값만 더 높게 상승시킨다. 그래서 소형주택 보유 서민들은 중대형에 비해 상대적 자본손실을 입게 된다. 자칫 빈익빈부익부만 더 심화되는 것이다. 더불어 시장 왜곡과 함께 재건축사업이 지연되면 도시 전체의 후생이 떨어져 무주택서민들도 손해를 입는다.이와 같이 소형 강요는 정부가 의도하는 목적과 상반되는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만 높다. 그런데도 이를 시행하려 한다면, 아마도 정책은 동기만으로도 그 채택이 정당화되는 것이라고 하는 잘못된 믿음으로 의심된다. 사유부동산에 대한 사용규제는 원칙적으로 환경, 도시기반시설, 미관 등과 같이 외부성(外部性, externality)과 관련될 때 정당성을 갖는다. 면적처럼 내부규제가 정당하려면 위험예방이나 공익성이 더욱 분명해야 한다. 공익판단은 동기로서는 부족하고 효과가 중요하다. 자칫 서민들께 피해만 줄 우려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막연한 동정심(同情心)이라는 동기만으로 규제를 강행하고자 한다면 공정성을 심히 의심받게 될 것이다.재건축이란 자신의 헌집을 허물고, 새 집 짓는 재활활동이다. 정부의 역할은 규모경제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다수를 보호해 주는데 있다. 국민의 재산은 마치 인권처럼 모두 소중한 것이다. 가뜩이나 요즘 세상은 중산층 이하가 살기 어려워졌다 하지 않는가. 물가가 너무 오르는데 다수 서민들의 소득은 정체하고 있지 아니한가. 중대형보다 소형차가 훨씬 인기를 얻는 요즘 아닌가. 만약 많은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살기 어려워진다면 너도나도 주거비를 줄이려 할 것이다. 그러면 강요하지 않아도 소형주택들이 대폭 늘어나게 되어있다. 이와 같이 시장이 할 일에 정부가 함부로 나설 일이 아닌 것이다.내 힘으로 내 집 짓는 분들께 큰 집 지어라, 작은 집 지어라 하는 공권력 간섭은 도시후생만 후퇴시켜 서민들을 더 어렵게 할 것이다. 공권력을 쥐락펴락 할 수 있다 해서 공공이 개입해야 할 정도를 넘어서는 간섭을 해선 안 된다. 잘못된 재건축규제를 개선하지는 못할망정 불확실한 공익성을 내세워 과거 중앙정부가 자행해왔던 잘못을 되풀이 하는 일은 삼가는 게 좋겠다. 서울시는 재건축사업 인가와 관련하여 공정한 행정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좀 더 깊은 숙고가 있기를 바란다.

2012-03-15 김용민

급변 세계경제 대응 '국가지배구조' 필요

요즘 우리는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선택의 기준이 선호하는 정당, 지연, 학연일 수도 후보자 개인의 도덕성, 경륜, 공약일 수도 있다.어느 때보다도 정당간의 정책공약에 대한 경쟁이 뜨거울 것으로 언론, 시민단체, 전문가그룹의 각 당 공약에 대한 검증 역시 활발할 것이다. 복지공약이 재원대책이 수반되는 실현 가능한 정책인지 아니면 유권자의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성 정책인지 검증되어야 하며, 대북정책에서부터 사회 양극화 문제까지 우리가 당면한 모든 과제에 대해서 각 정파가 제시할 비전에 대한 유권자의 냉엄한 심판이 있어야 한다.여기에 급변하는 세계 경제환경 속에서 우리의 생존과 관련된 중요과제로서 국가지배구조 즉 거버넌스(Governance) 문제가 주요 이슈로 제기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 경제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국가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 속에서 우리의 국가지배구조가 과연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변화와 개혁을 적시에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체제인가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기 때문이다.우리나라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제정된 헌법에 따라 5년 단임제의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권력구조를 가지고 있다. 당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유력 정치지도자들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헌법에 의해 5년 단임제의 대통령 중심 권력구조가 탄생되었다. 당시에 세 사람이 모두 대통령을 해 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비판도 있었는데 공교롭게 후에 세 사람 모두 대통령을 지냈다.정부에서 국정운영에 참여해 본 많은 사람들이 현행 5년 단임제의 대통령체제하에서는 장기적 시각으로 정책을 계획하고 추진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1988~2006년 기간 중 국회에 제출된 정부입법 3천131건을 분석한 결과, 정부가 정책과제로 선정하고 입법화 과정을 통해 실제 정책으로 시행되는 데는 평균 35개월이 걸린다고 한다.새로운 정부가 출범해서 국정을 파악하는 데는 아무리 빨라도 6개월은 필요하고, 민주화 이후의 모든 대통령의 임기 후반 레임덕 기간까지 감안하면 임기 5년 중 대통령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가 않다.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들을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 준 여당에서 자의반 타의반 당을 떠났다. 대통령의 탈당은 행정부 입장에서는 곧 여당이 없어진 것으로 국정운영에서 여당의 협조를 받는 것이 여의치 않게 되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대통령 임기 5년, 국회의원 임기 4년의 임기가 다른 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질 수 없다. 견제심리가 작용되어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이 생겨난다.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된 민주적 정통성을 지닌 대통령을 역시 국민이 선출한 국회가 견제하게 하는 '이원적 민주주의 정통성'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정의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는 것처럼 되어 있지만, 민주화 이후 대통령(행정부)은 많은 경우 입법과정에서 무력한 것도 현실이다. 반면에 국회는 국정운영에 있어서 직접 책임을 지지 않는다.일부에서는 노태우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화 이후 모든 대통령에 대해 실패한 대통령이라고까지 인색한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국민들은 이제껏 실패할 대통령들만 선출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국가지배구조가 성공할 수 없는 대통령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그 동안 현행 5년 단임의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는 권력구조의 문제점을 지적,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기한 원포인트 개헌에 대해 당시 정치권은 다음 18대 국회에서 논의하겠다고 합의한 바 있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도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개헌 문제를 제기했으나 정치권의 반응은 소극적이었다.그 동안 우리가 이룩해 온 성과를 지켜내고 급변하는 세계의 경제환경 속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국가지배구조를 위한 개헌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다. 정치권은 이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번 총선에 공약으로 제시하여 국민들이 이에 대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2-03-08 윤대희

여전히 풀리지 않는 3不 문제

지난 1월 초 포스텍(포항공대)에 세계적인 수학자들이 총집합했다. 9일 동안 꼬박 하나의 수학문제를 풀기 위해 매달렸다. 세계 수학계가 선정한 '일곱 가지 미해결 수학 문제' 중 하나이다. 100년이 넘도록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다. 이 문제를 풀 때마다 100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고 한다.우리사회도 세 가지 미해결 문제가 있다. 지난 50년 동안 압축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3불 문제 - 거래의 불공정, 제도의 불합리, 시장의 불균형 문제이다. 거래의 불공정 문제는 199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아시아 외환위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원가절감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납품단가를 낮추라고 압박했다. 게다가 중국이 등장했다. 중국만큼 싸게 만들어야 한다고 중소기업에 요구했다. 그러나 거래의 불공정 문제는 수그러들었다. 대기업의 수출이 증가한 덕분에 중소기업의 납품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비록 과거보다 수익은 적었지만, 납품이 늘었다. 결국 '박리다매' 형태의 납품구조가 생겨났다.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3불 문제가 동시에 터진 결정적 계기가 됐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크게 올랐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납품 가격도 당연히 올라야 한다. 그러나 이를 인정해 주는 대기업은 거의 없다. 그래서 중소기업은 제품을 만들수록 적자가 커졌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은 당장 문을 닫을 수도 없었다.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불공정 문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또한, 금융위기는 3불 문제의 두 번째 문제인 제도의 불합리를 촉발했다. 경기 침체로 무엇보다 소비가 둔화됐다. 소비가 둔화되면 가장 먼저 생계형 업종이 타격을 받는다. 게다가 원료값이 크게 올랐다. 그래서 가격을 올리니 손님이 줄었다. 이제 카드 수수료도 큰 부담이 됐다. 카드 수수료를 좀 내렸으면 좋겠지만, 대기업 카드사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현대자동차가 카드 수수료를 내리라고 요구하면 수수료를 내렸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아 있을 뿐이다. 주로 대기업인 대형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는 2% 미만이다. 이에 반해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는 아직도 3%를 넘는 경우가 많다. 백화점 수수료도 예외는 아니다. 납품 중소업체의 평균 수수료율은 매출의 31.8%이다. 수입 명품브랜드의 수수료는 15%에 불과하다. 이래저래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많아졌다. 인테리어, 판촉 등 추가 비용이 계속 발생했다. 결국 추가비용까지 합하면, 매출의 절반 이상이 고스란히 나간다. 대기업은 가만히 앉아서 이익을 챙기는 셈이다. 대기업의 이익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됐다. 납품 중소업체는 수수료 부담이 커진 만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올라간 가격은 당연히 소비자가 부담한다.이런 대기업의 욕심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대기업의 2세, 3세가 기업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이들은 닥치는 대로 사업을 확장했다. 경영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작은 돈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 사업을 해야 했다. 그래서 동네 골목상권은 초토화됐다. 2009년 대기업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480개가 문을 열었다. 덕분에 7천개의 중소 유통업체가 문을 닫았다. 이제 대기업은 순대, 떡볶이는 물론 동네에서 빵도 굽는다. 대기업의 무리한 사업영역 확장은 3불의 세 번째 문제인 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했다. 시장의 불균형은 단순히 대기업의 사업영역 확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경제의 기초는 생산과 소비이다. 소위 '잘 나가는' 중소기업도 있지만, 300만 중소기업의 90%인 270만개는 소상공인들이다. 기껏해야 종사자가 서너 명에 불과한 자그마한 사업체들이다. 이들이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수익을 내기보다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들의 생계가 어려워지면, 소비도 어려워진다. 그래서 시장의 균형이 깨지는 것이다.'일곱 가지 미해결 수학 문제'는 100년이 넘도록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다. 한국사회의 3불 문제를 푸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인지 궁금하다. 한국경제의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즘, 그리 많은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다.

2012-03-01 오동윤

송도 경제자유구역과 송도 신도시

경제자유구역은 국내외 기업들이 규제없이 자유롭게 경제 행위를 하도록 정부에서 지정한 일종의 특혜구역을 말한다. 쉽게 말해 미국의 맨해튼이나 호주의 시드니 혹은 유럽의 암스테르담을 국제적 경제도시로서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국제 경제도시들의 특징은 글로벌 기업들이 빼곡히 자리잡고 주변에는 기업 지원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마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도 이러한 도시들을 개발 모델로서 삼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송도는 지정학적으로도 중국과 서울이 가까이에 있고 잘 발달된 항구와 철도 등의 교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배후에는 남동공단 및 시화공단을 비롯하여 수만 개의 수도권 소재 공단을 포용할 수 있는 최적의 경제도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송도경제자유구역은 애초부터 출발이 사뭇 다른 것 같다. 개발을 시작한 지 수년이 지난 지금 넓은 송도자유구역에는 이렇다할 외국 기업은 고사하고 국내 중소기업 몇몇만이 겨우 경제구역이라는 명색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넓은 대지 대부분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상가 그리고 공원 등 위락시설로 메워져 있다. 최근에는 바이오산업의 장점을 들먹이며 삼성바이오 유치에 대해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는데 실제 바이오산업은 장치산업의 특성상 막대한 공간이 필요한 반면 고용효과가 매우 적어 땅값 비싼 지역에 구태여 엄청난 혜택까지 줘가며 모셔올 필요가 있을지 매우 의아스럽다. 이러한 발상은 소위 서울 위성도시인 일산이나 분당같은 신도시에서와 같이 도시 건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개발 관련자들을 만나보면 송도신도시와 경제특구를 혼동하고 있는데 아마 어려운 송도경제자유구역의 실현보다는 대규모 신도시 건설이 보다 손쉬운 일일 것이다. 특히 조만간 대규모 백화점과 아웃렛이 만들어지면 그야말로 송도는 신도시의 전형적 형태를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주거 환경은 나아질지 몰라도 기업 유치에는 엄청난 취약점이 된다는 점에 있다.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들어오고 싶어도 이미 땅값이 너무 올라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법적 규제가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 더욱 투자 유치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더욱이 주위 경쟁국인 중국의 정치적 불안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현 시점에서 송도는 경제자유구역으로서 메리트를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 먼저 정부와 인천시가 해야 할 일은 외국 기업에 줄 수 있는 파격적인 혜택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혜택에 대해 수없이 논의가 되고 건의도 되었지만 정부는 아직도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더이상 늦기 전에 외국 기업들이 움직일 수 있는 세제 혜택이나 투자 법적 체계 등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인천시가 송도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비롯하여 병원이나 학교 등 생활 편의시설을 굳이 서둘러서 채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편의시설들이 들어오면 당연히 공간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높은 지가가 형성된다. 이렇게 되면 생산적인 경제활동보다는 다른 신도시들처럼 단순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는 기업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미 세상은 제조업보다는 소프트한 산업으로 변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을 처음 설계할 때는 첨단 제조산업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디자인 혹은 K-pop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그 중심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해야 한다. 산업의 흐름을 무시하게 되면 의도와는 달리 송도는 집단 폐허로 변하기 십상이다.송도개발 관련자들은 하루빨리 신도시적 개발 방식에서 탈피하여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을 송도에 끌어모을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2012-02-22 김준우

상가권리금 적법해도 보상장치가 없다

용산참사 후 3년이 흐르는 즈음 서울시장이 당시 사건관련 수형자의 사면건의를 했다 해서 뉴스거리가 되었다. 보수를 자처하는 어느 대표언론은 시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그때 희생당한 경찰관을 애도하자는 기사를 내보냈다. 국민 누구나 그날 희생당하신 시민과 경찰관에게 똑같은 무게로 깊은 애도의 맘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때 비극의 원인들이 개선되지 않아 표류하고 있는데도 누구의 주검은 아프고, 누구의 주검은 덜 아픈듯 국민정서를 탈색하여 편 가르기 하는 걸 보는 마음은 씁쓸하기만 하다.이슈는 크게 세 가지였다. 개발계획수립의 민주성, 사업시행 강제집행과정에서 상호 인도주의적인 면의 확보, 공정한 손실보상이 그것이다. 공정한 손실보상 여부만을 보기로 한다. 당시 문제는 상가 권리금(權利金)이었다. 권리금 주고받기는 우리 상가임대차의 독특한 거래관행이다. 문제가 되는 건 임대인이 보장하지 않는 영업권 성격의 권리금이다. 상가임차인들끼리 장소적 계속성을 신뢰하여 주고받는 수가 많다.평화시절에는 장기간 임차활동이 기대되므로 권리금이 높게 형성되는 상점이 많다. 그런데 갑자기 공익사업이 행해지면 임대차의 계속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권리금이 폭락하는 수가 있다. 이로 인해 공익사업 지정 전에 형성된 권리금을 주고받으며 거래한 임차인 보호가 불거진다.문제는 우리 제도다. 이에 관한 보상규정 없이 영업보상으로만 해결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를 보상청구할 수 있는 포괄적 규정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 규정의 실용성은 기술적으로 매우 낮다. 물론 보상평가 부분은 임의적 장치가 대부분이므로 구체적 소송을 통해 권리금 희생을 증명하면 정당한 보상금을 받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권익가치를 객관적으로 증명하여 증액보상 받아내는 건 개인으로서 매우 어렵고, 또 소송을 통해 권리금에 담긴 보상가치를 증명해내는 게 쉬운 일도 아니다. 결국 몇 억 권리금이 몇 천 만원으로 보상평가되는 현실도 생긴다. 그리하여 강제집행과 물리적으로 맞서는 사건들이 일어나는 수도 있다. 만약 권리금의 보상가치를 제대로 계측해내는 규정을 두고 있다면 그러한 충돌이 덜 할 것이다. 현행 제도는 이러한 갈등원인을 안고 있는 것이다.권리금과 영업이익과는 그들 형성의 메커니즘이 상당히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보상평가 장치는 우리의 거래관행에 충실하게 기초하지 못하고 미국 일부 실무계에서 쓴 도구가 일본을 거쳐 우리의 영업보상규칙으로 베껴 활용되고 있어 생기는 문제다.영업손실액은 폐업과 휴업으로 구분하여 휴업기간에 기초하여 보상액이 산정된다. 이러한 영업이익은 투명성이 공인되는 납세 등 자료만을 근거로 계산된다. 그러나 이미 권리금은 납세 등을 따지지 않고 실제 발생하는 영업이익을 기초로 시장가격이 형성된다. 그러므로 특수음식주류업 등처럼 다른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현저하게 실제거래내용이 납세액과 차이가 클 경우에는 보상액인 영업보상액과 권리금 격차도 커진다. 용산참사에서 일부 영업주의 주장에 따른 권리금 3억5천만원 정도와 영업손실보상금 5천만원 정도처럼 큰 격차가 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보상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완전보상의 정신에 배치된다고 본다. 이미 적법하게 형성되었던 권리금이 공익사업으로 손실을 입었을 경우에는 입은 손실만큼 보상해주는 규정을 당연히 두어야 하는 것이다.물론 모든 권리금을 무조건 보상하는 장치를 두면 이를 악용한 허위보상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보호대상을 엄격하게 하고, 그 금액의 시장 타당성을 계측하며 이를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권리금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평가자의 재량을 인정해야 한다. 더불어 유럽 여러 나라처럼 특수보상에서는 최종보상액을 별도 심의하는 전문위원회를 설치하여 활용하든지, 또는 현행 우리 보상협의회를 실효성 있게 운용하도록 하면 된다.

2012-02-15 김용민

기존 자본주의 시스템 개선 고민할 때

매년 1월 하순이면 기다려지는 토론의 장이 있다. 스위스의 유명한 스키리조트인 다보스(Davos)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 The World Economic Forum), 다보스포럼이 그것이다. 필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일하던 1999년 참석하면서 매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지난 90년대의 '세계화(Globalization)', 2000년대 들어와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 등을 세계적인 어젠다로 주목하게 된 것도 이 포럼을 통해서이며 세계의 흐름을 먼저 읽고 이를 제시한다는데 다보스포럼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세계적인 정계·관계·재계 인사들이 한주 동안 각자에게 필요한 영감을 얻기 위해 금년 42차 포럼에도 100여개국 2천500명이 참석하였다. 그동안 다보스포럼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지지하여 왔는데, 이는 미국식 자본주의에 일관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오기도 했다. 금년 다보스포럼 주제는 '거대한 전환:새로운 모델 형성'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강하게 제기된 자본주의 문제점과 지난해 '월가 점령운동'에서 제기한 '금융기관의 탐욕'과 '1%대 99%'로 상징되는 소득불균형 등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 유력지인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도 다보스포럼을 앞두고 '자본주의 위기'를 특별 시리즈로 다룬 바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 경제학자, 기업가, 작가 등 세계적인 저명 인사들이 특별기고를 통해 위기에 처한 기존 자본주의를 개선하기 위한 의견을 제시했다.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20세기 자본주의가 21세기에 작동되기 위해서는 소득격차 해소 등 개선없이는 위기가 극복될 수 없다는데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주요 인사들의 발표와 토론 역시 자본주의 위기의 해법에 초점이 모아졌다. 신자유주의하의 기존 자본주의가 개인의 창의력을 발휘하고 물질적 풍요를 이루는데는 성공적이었으나, 20~30% 낙오자를 양산하는 심각한 불평등은 기존 체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게 했다. 다보스포럼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바프는 "자본주의 체제는 포용성이 부족했다" "우리는 죄를 지었다"고 말하기도 했다.기존 자본주의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해야할지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들어가며 많은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는데, 신뢰를 많이 상실한 영미식 모델을 중국 등 국가자본주의 체제가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미래의 자본주의는 현재의 서로 다른 자본주의 체제가 경쟁하면서 스스로 진화해갈 것이라는 견해까지 다양하게 나왔다.이같은 기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논의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날로 악화되어가는 소득 분배, 계층 이동의 어려움 등 심화되어 가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중소·대기업간의 불균형, 청년실업 등 우리 경제·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최근 일부 대기업 친인척의 빵집·커피점 경영 등에 대한 비판이 증폭되고 정치권에서는 경제력 집중, 일감 몰아주기, 순환출자 개선 등 대기업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제기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다가오는 총선·대선에서 여·야 모두 대기업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여진다. 기존 우리 경제체제가 낳은 대기업의 구조와 불공정 행위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경제의 큰 축인 대기업의 역할에 대한 정당한 평가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우리도 세계적인 흐름인 기존 경제시스템 의 개선 논의를 정치권, 정부, 노·사 및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국판 다보스포럼을 만들어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자본주의 역사가 짧은 우리로서는 미국·유럽 등 주요 국가가 경험한 시행착오를 피해 우리 실정에 가장 잘 맞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2012-02-08 윤대희

'9988'과 '9966'의 차이

한국의 전체 사업체 수는 307만 개다. 이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9.9%이다. 한편, 한국의 전체 종사자 수는 1천175만 명이다. 이 중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종사자 비중은 87.7%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한국의 '9988'이라고 칭한다. 그러나 EU는 '9966'이다. 사업체 수 비중은 같다. 그러나 종사자 수 비중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EU 종사자의 34%는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은 12%에 불과하다.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가장 큰 이유는 중소기업 범위 때문이다. 중소기업 범위는 다소 복잡하다.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준은 종사자 수이다. 사업체의 종사자가 299인 미만이면, 이 사업체는 중소기업이다. 한국의 기준이 그렇다. 그러나 EU는 250인 미만이다. EU가 중소기업 범위를 좁게 만들었다. 그래서 산술적으로 EU의 대기업 종사자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그러나 '9988'과 '9966' 속에는 큰 의미가 담겨 있다. 역사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본격적인 한국 중소기업 탄생은 1960년대부터이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고 난 이후이다. 그러니 중소기업의 역사는 50여년에 불과하다. EU의 중소기업 역사는 적어도 산업혁명까지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은 성장한다. 기술개발을 통해 제품의 질을 높인다. 시장을 개척해서 판매를 늘린다. 더 많은 생산을 위해 고용을 확대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기업의 성장이다. 즉 처음에는 아주 작은 기업에서 출발하지만 점차 고용을 확대하면서 점차 소기업, 중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한다. EU도 처음에는 '9988'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역사가 흐르면서 '9966'이 된 것이다. 대기업이 많아졌고, 대기업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종사자 300명 규모의 대기업을 창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대기업은 기업 성장의 성과이다.EU는 27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업체 비중을 보면, EU 27개국 모두 소상공인이 전체의 90%를 넘는다. 한국은 이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종사자 비중을 보면, 1인당 국민소득별로 기업규모 비중이 다르게 나타난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4만 달러인 국가들의 소상공인 비중이 가장 높다. 한국도 이들 국가와 같은 수준이다. 오히려 2만 달러 이하인 국가들보다 높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미만인 국가들은 대부분 동유럽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는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국가들이다. 소규모 창업이 활발하지 못한 것이다. 중화학공업 중심의 경제구조도 한몫하고 있다. 국민소득 2만~4만 달러는 소규모 창업이 활발해지면서 소상공인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시장경제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즉 기업 생태계가 가장 활발한 시기로 보면 된다.그러나 소득수준이 더 높아지면 소상공인 비중은 줄어든다. 그리고 점차 소기업, 중기업, 대기업 비중이 차례로 높아진다.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달러가 넘는 국가들은 기업규모별로 거의 고른 분포를 보인다. 우리가 EU의 사례를 통해 알아야 할 사실은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대기업 중심의 구조가 정착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문제로 시름을 앓고 있다. 앞으로 경제가 발전할수록 경제구조는 대기업 중심으로 흐를 것이다. EU 사례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과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동반성장 문제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한국사회를 괴롭힐 것이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바로 기업의 성장이다. 즉 기업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경제는 산업정책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고 수출을 촉진해서 경제성장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즐겼다. 기업의 성장은 경제성장의 부산물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산업정책은 더 이상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팔 것인가?'를 고민하는 기업정책을 펼쳐야 한다. 판로가 확대되지 않으면 기업의 규모 확대와 기업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판로가 확대되면, 실업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2012-02-01 오동윤

비만세 걷는 유럽 변화에 세계가 주목… 핫이슈로 떠오른 한국, 도입 시간문제

이번에는 예외였다. "너희들이 말했지. 맛있는 것 많이 먹을 수 있으니 맨날 제사였으면 좋겠다고." 제사 음식을 먹을 때마다 어머니가 하시던 말씀, 수십 년을 들어 귀에 인이 박히고 박히었는데 올 제사에서는 들을 수 없었다. 합동제사를 모시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일 년에 두 번씩 제사를 모시고 있다. 선친 기일이 정월 초하루인 관계로 이번 명절에도 큰 형님 댁에서 차례와 제사를 지내고 왔다. 당신께서 하는 말은 40년 이상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았지만, 언제부터인가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어린 시절, 돼지고기는 명절이나 제삿날에야 맛볼 수 있었다. 쇠고기는 일 년에 단 한번, 마을 산신제가 끝나고 신문지에 쌓여 오는 몇 조각이 다였다. 1960년대 대한민국의 경제가 세계에서 최하위 수준이었으니 굳이 나만의 경험은 아니었으리. 그런 우리 가족이 고기에 물렸다는 증거를 찾는다면 김치의 등장이 아닐까 싶다. 느끼한 고기 맛을 누그러뜨리려고 칼칼한 김치를 제사 저녁상에 따라 올리고 젓가락질이 잦아진 것은 언제부터였을까?요새 유럽하면 전 세계 경제를 흔들어버릴 잠재적 폭탄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어쩌면 먹거리문화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올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 비만세다. 비만을 유발하는 영양소나 식품에 세금을 부과하여 건강에 해로운 식품 섭취를 줄이려는 것이 비만세의 목적이다. 덴마크는 작년 10월 버터와 우유, 피자 같은 포화지방산 식품에 대해 비만세를 도입했다. 프랑스도 올해부터 청량음료에 비만세를 매기는데, 연간 1천800억 원의 세금이 걷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헝가리도 작년에 소금, 설탕, 지방의 함량이 높은 가공식품에 추가적인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영국정부도 비만세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카메론 총리의 발언이 전해지고 있다. 미국은 뉴욕주 같은 주정부를 중심으로 청량음료에 초점을 맞추는 비만세 논의가 추진되고 있다. 이번 달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청량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면 미국에서 연간 2만6천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이제 비만은 '새로운 흡연'으로 불릴 정도로 건강에 치명적인 존재로 규정되고 있다.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비만세 도입에 부정적이다. 부유세가 처음 거론되었을 때 나타난 이상적인 발상이라는 반응보다 강도가 더 크지 싶다. 하지만 비만 실상을 보면 비만세가 도입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듯하다.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남성의 비만율은 36.3%로 사상 최고치이다. 1998년의 25.1%보다 크게 늘어났다. 특히 30~40대 남성은 비만율이 40%대를 넘고 있다. 남자 소아와 청소년(2~18세)의 비만율은 1998년 10.2%에서 2009년에는 14.2%로 껑충 뛰어올랐다.비만이 본격적인 사회정치 이슈로 떠오르는 계기는 돈 문제가 될 듯하다. 비만과 관련된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08년 비만에 따른 질병비용은 1조8천억 원에 이른다. 당뇨병 6천억 원을 필두로 고혈압, 뇌졸중, 허혈성심장질환 순서이다. 비만율이 가장 높은 미국에서 비만세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공적건강보험의 재정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비만세는 선진국 세금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먹을거리에 세금을 매기는 건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덧붙이는 역진적인 조세정책이다. 소득과 비만율은 반비례하는데 비만세의 대상이 되는 식품의 최대 소비자는 저소득층이기 때문이다.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식습관을 쉽사리 바꿀 것인가도 복병이 될 수 있다. 설탕을 먹지 말라고 하면 건강에 더 나쁜 소금이 든 음식을 더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한국사회도 점점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삶의 질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하루하루가 즐거울 리 없다. 산다는 게 고역일 게다. 두 아들과 조카들은 그날 제수 저녁을 같이 하지 않았다. 피자로 배를 채웠다고 했다. 어머니가 올해는 예의 그 '맨날 제사' 타령을 빠뜨린 건 약주를 과하게 하셨기 때문이다. 40㎏도 안 되어 비만 걱정은 없지만 살아생전 건강하시기를 바란다. 한 해가 시작되었다. 건강과 행복은 실천하는 자에게 다가온다. 새겨들을 말이다.

2012-01-25 조승헌

요즘 집값문제 빨리 개선해야

최근 집값변동주기가 길어졌다. 1970~80년대 집값은 3~7년 주기로 상승과 침체를 반복했었다. 1990~2011년도의 집값은 10년 정도의 주기를 보였다. 중간에 국가통화위기가 있기는 했지만 최근 변동은 과거보다 변동주기가 길어진 셈이다. 물론 이러한 추이가 앞으로 또 반복된다고 단정할 순 없다.과거 10년 동안의 추이를 보면 김대중 정부 말기부터 노무현 정부 중기까지 강남 및 유사지역의 집값상승이 두드러졌다. 노무현 말기부터 이명박 초기까지는 강북지역 집값이 강세를 보였다. 강북 집값상승 후에는 지방 대도시와 주요도시들의 집값이 상승했다. 반면 수도권집값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와 같이 부동산값은 마치 산불이 연쇄적으로 산림을 태우며 이동해 나가듯이 선도지역이 변한 후 나머지 지역도 따라 변한다. 최근 집값변동 과정에서 발생된 주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일부지역 집값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들어 전셋값은 전국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한 점이다. 이로 인해 주거취약계층들이 더 주거열위에 빠졌을 것이고 계층수도 증가했을 것이다.또 다른 하나는 깡통찬 집주인, 즉 하우스푸어들의 급속한 증가다. 특히 하우스푸어들 가운데는 여러 차례에 걸쳐 국토건설관련 수장이 늘 사용해왔던 '강남과 대체할 수 있는 신도시'라는 말에 현혹되어 넘어간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정부의 말을 믿고 이잣돈 얻어 내집마련 했거나 또는 기성주택을 매각하고 싶어도 매각치 않고 담보부 금융으로 버텨온 가구들이 200만가구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말을 믿고 건설투자를 늘려온 수많은 건설업체들이 파산했거나 부도위기에 직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최근 집값으로 인해 수많은 개인이나 기업들은 극심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택시장의 주요 구성원인 정부는 어떠한가. 특히 주택금융과 주택건설을 관장하는 중앙정부는 무슨 행동을 하고 있을까. 금융을 관장하는 중앙정부는 계속 콧노래다. 산하기업들이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여 하우스푸어들을 상대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게 돈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 보호 아래 있는 기관들이 연말연시에는 넘치는 영업이익으로 고액배당잔치까지 벌인다.건설관련부처는 어떠할까. 항상 산하기업의 땅장사, 집장사의 후견인으로 매진해왔다. 그래서 값싼 보상비를 지급하여 개발할 곳 찾기 위해 국토계획을 유린하며 하이에나처럼 수도권 주변을 오랫동안 헤매어 왔다. 사기업인 주택건설업체의 파산은 그들 마음에 진정한 아픔을 전달하지 못한다. 그래서 집값이 떨어지는 형국 속에서도 불공정한 생산원가로 보금자리 짓기에 열을 올린다.국회 일부의원들의 전세시장에 대한 대책은 어떠한가. 전셋값 올려받는 사람들은 집주인이므로 집주인을 때리는 새로운 묘수가 없나하고 머리를 쥐어짠다. 일찍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금 상한제 등을 또 거론한다. 이러하니 이익은 언제나 정부 것이고 고통은 늘 국민 몫이다.정부는 주거열위계층이나 선량한 국민들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줘선 안 된다. 중앙은행은 일반 동산물가대책과 집값대책을 분리하여 금리를 조정하고 운영해야 한다.최근 들어 아주 열악해진 주거열위가구에 대한 실태조사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공공영구임대주택으로 해결해줘야 하겠지만, 우선 당장은 보조금, 주거개량지원, 안전주택의 소개 등 다양한 주거보조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늘 아파왔어도 정부를 믿는 순박한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부자들만을 위한 DTI는 은행 자율로 되돌려줘야 한다. 대신 집값의 우선변제가치에 따라 차등화 된 금리를 적용하는 주택대출로 전환해야 한다. 대출대상은 주거연쇄효과를 고려하여 지역, 평수에 대한 차별을 두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향후 주택시장의 구매력이 살아나고, 개인기업도 회생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정부가 늘 뒤를 봐주는 공기업들도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2012-01-18 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