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경제논리에 충실한 민생국회 돼야

총선이 끝났다. 일반 국민은 이번 선거가 축제였는지, 아니면 소음이었는지 모를 꽤 긴 시간으로 느꼈을 것이다. 새 국회 역시 임기동안 입법, 주요 공직자 임면 동의, 예산 및 국정통제업무 등을 할 것이다. 어느 한 가지 국민생활과 밀접하지 않은 게 없다. 국민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관련입법과 개발업무를 보기도 한다.그동안 국회가 입법한 부동산관리법률들은 100여개가 훨씬 넘는다. 이 가운데는 방대한 국토계획법과 소정의 가격규제법들이 있다. 민생과 밀접한 우리 부동산가격규제법은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규제의 수단과 양이 과다하다. 선진제국 대부분은 건강한 시장보호를 위해 시장직접개입이나 과세 등의 규제에 한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부동산값문제가 불거지면 앞뒤 잘 따지지 않고 무조건 재산규제법을 만든 경우가 많았다. 서민경제증진, 안정성, 형평성 제고 등을 외치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 효과를 보면 그 규제들이 안정과 형평을 더 어렵게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만들지 말아야 될 법들을 만들었고, 폐지 또는 고쳐야 할 법을 제때에 고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민생침해 부동산가격규제법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불명예 나라가 되고 말았다.잘못된 부동산개발이 민생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다. 이 가운데는 새 법에 의존한 개발도 있으나 옛 법에 의존한 신개발도 있다. 종종 부처이기주의로 의심되는 부동산 공영개발이 끝 간 데 없이 남발되어 왔다. 몇 가지 대표 사례들을 보자. 일부 신도시의 건설, 균형을 내건 지방 곳곳의 도시건설, 정치목적의 댐, 4대강사업, 보금자리 등과 같은 주로 중앙정부 주도에 의한 건설이 그것이다. 필요성이 낮은 대단위 지방택지개발, 특수시설 개발, 유용성 낮은 경전철 등 교통로 건설, 우후죽순처럼 지은 지방호화청사들도 있다. 많은 경우 민생과는 거리가 먼 사업들을 방만하게 벌여왔다. 경제논리를 무시한 개발은 효율은 물론 빈부격차를 더 심화시키고, 빚더미로 국민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데도 그래왔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땅이 국민, 특히 서민들의 주름살을 깊게 파이게 하는 부동산값규제법들과 방만한 공영개발 등이 폭증하게 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그동안의 정부가 실패했고 국회는 정부와 함께 부패 또는 무능했기 때문일 것이다. 새 국회가 이러한 불합리한 입법이나 개발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 정치논리와 경제논리가 충돌하면 우선 경제논리를 존중해야 한다. 특히 민생 관련 주요입법이나 개발을 여론몰이로 관철하려는 짓은 경계해야 한다. 당이나 공천권자의 뜻보다 더 우선해야 하는 건 공정한 가치다. 어떻게 하는 게 공정한지는 민생을 위한 경제논리로 판단하여 결정해야 한다.둘째, 불합리한 상명하복이나 부처이기주의로 의심드는 행정주도 사업에 대해서는 정당, 정파를 떠나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 때로는 많은 예산을 부어 육성한 공공투자연구기관이나 관변 학자들까지 동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궤변으로 무장하여 잘못된 규제나 개발을 감행하려고 하는 행정부를 제대로 통제하기 위해서 깊은 공부를 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셋째, 잘못되었거나 무리한 부동산공약은 반드시 없애거나 고쳐야 한다. 부동산공약은 오랜 후대에까지 민생에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약속은 지켜야 한다'라고 하는 금반언(禁反言)을 이에 적용하는 것은 다수 국민들의 고통만 키울 뿐이다. 불합리한 공약을 해 놓고 약속은 지켜야 하는 거라고 밀어붙여 민생이 더 어려워진 사례가 많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잘못된 부동산공약은 국민들께 용서 구하든가, 스스로 책임지고 바꾸거나 해야지 이를 강행해선 안 된다.마지막으로 깨끗해야 한다. 국민을 보호하라고 위탁된 권력을 자신의 위세와 호의호식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해선 안 된다. 부패와 기만, 편 가르기나 지역감정 등으로 연명해 온 악취 심한 일부 다선의원보다 단 한 번 임기라도 오직 민생의 혈로를 더 건강하게 하려고 최선 다한 깨끗한 의원이 오랫동안 세상에 상쾌한 향기를 발하는 것이다. 모든 의원들 스스로 좋은 향기를 발하도록 노력하자. 그러면 국민들은 자연히 국회를 신뢰하게 되어 다음 선거는 축제 분위기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변화를 기대해 본다.

2012-04-12 김용민

내수부진, 경제성장 발목잡아

국민경제는 지출측면에서 크게 소비(민간소비+정부소비), 투자, 재정, 대외거래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활동이 활발할 때 투자가 잘 이루어지며 이는 고용으로 연결되어 경제의 선순환구조를 만든다.그런데 최근 우리 경제에서 민간소비 부진이 경제성장의 애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60% 수준이었던 민간소비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최근에는 30%대로 크게 하락하고 있다. 국민소득(GDP) 중 민간소비 비중도 외환위기 이후 빠르게 하락하여 지금은 51.2% 수준이다. 미국의 70% 이상 수준과 비교하면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2011년 4/4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보다 0.4% 감소하여 11분기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OECD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16개 국가 중 4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경제성장률이 전년대비 플러스를 기록한 국가 중에서 한국만 유일하게 민간소비가 감소한 것이다.높은 물가상승, 가계부채 급증과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 등이 소비심리 위축과 실질 구매력의 저하를 가져왔다. 고용이 양적으로 늘기는 했으나 질적 개선이 미흡하여 실질 소득 증가가 둔화되고,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져서 자산 효과가 축소된 것도 소비부진에 영향을 주었다. 단기간에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들이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아 향후 경제 전망이 밝지가 않다. 집세, 교육비, 유가 등 물가의 구조적 불안요소가 여전하고, 이미 물가의 절대 수준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앞으로 물가상승세가 둔화되어도 구매력이 크게 제고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가계 부채가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지난해 말 현재 가계부채는 912조원으로 가구당 평균 4천500만원이나 된다. 이에 따른 이자부담은 가계소비를 어렵게 한다.소비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소득이 늘어야 하는데, 우리 경제는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생산가능인구가 고령화되고 있어서 큰 폭의 소득 증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우리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기조아래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내수 진작을 위해 민간소비의 증가는 매우 중요한 과제로서 이를 위해 실질소득 증대, 물가안정, 적정수준의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거시·미시 경제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가야 한다.이와 함께 우리 사회의 제도 개선이 건전한 소비로 연결시킬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여유 있는 계층이 소비하여 그 효과가 어려운 계층으로 흘러내려가는 적수효과(Trickle down effect)를 크게 해야 한다.이와 관련하여 한 방안으로 연휴를 확대하여 이를 내수 진작으로 연결하는 것을 생각해 봤다. 지금의 국경일이나 공휴일 중에서 어린이날을 한 예로 든다면, 현재의 5월 5일에서 5월 첫째 월요일 또는 금요일로 어린이 날을 바꾸게 된다면 주어진 이 연휴 시간이 여행 등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기대를 해보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여름휴가 여행이 7월 하순부터 8월초에 집중되어 있어 숙박 예약이 어렵고 바가지 요금 등으로 고통을 받는다. 여름 휴가철 심한 교통체증 때문에 배추, 무 수송도 잘 안되어 물가에도 영향을 준다. 자녀들의 여름 방학 기간에 휴가가 몰리기 때문이다.이러한 문제들도 피하고 민간소비도 유도할 수 있도록 여름방학, 겨울방학 기간을 1주일씩 단축하여 여유있는 봄휴가, 가을휴가를 갖는 것이다. 회사원과 공무원들이 봄이나 가을에 휴가를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 경우에도 전국을 획일적으로 같은 기간으로 하지 말고 전국 단위 교육청별로 3월 하순부터 5월 하순까지 각각 달리 정함으로써 원활한 교통흐름과 여유 있는 숙박시설 이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예약 문화도 정착시키고 한정된 행락지 시설의 가동률도 높일 수 있다. 소비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 경제의 미래와 선순환을 위해 모든 지혜와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2012-04-05 윤대희

궁금해지는 한·중 FTA 결말

지난 2월 24일 한·중 FTA 공청회가 개최됐다. 공청회는 한·중 FTA의 시작을 의미한다. 공청회 이후 협상 선언, 협상, 타결, 비준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파행이었다. 한·중 FTA를 반대하는 항의가 거셌다. 공청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중국은 한국에게 가장 중요한 교역 상대국이다. 2011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1천342억 달러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4.2%이다. 수입은 864억 달러로 전체 수입의 16.5%이다. 수출과 수입을 합친 전체 교역의 비중은 20.4%이다. 한국이 교역을 하는 240개국 중 중국과의 교역이 전체 교역의 5분의1을 차지하는 셈이다.한·중 FTA가 우리의 경제와 생활에 미치는 파급 경로는 다양하다. 기존의 FTA와는 다르다. 한·미 FTA는 양국이 가지고 있는 비교우위 제품이 쉽게 나뉜다. 한국은 섬유, 의류에 비교우위가 있고, 미국은 비행기에 비교우위가 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은 비교우위를 가늠하는 것이 쉽지 않다. 산업발달이 비슷하고, 산업구조와 생산도 비슷하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양국간 교역규모가 많은 것이다. 게다가 교역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물류비용도 양국간 교역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워낙 가깝게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만큼 어떤 제품이, 어떻게 FTA 효과를 등에 업고 빠르게 양국시장을 누빌지 가늠하기 어렵다.먼저,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중국의 명목관세율은 9.7%이다. 미국(3.5%), EU(5.6%)보다 높다. 일반적으로 명목관세율보다 실효관세율이 더 낮다. 중국이 부과하는 실효관세율은 3.9%이다.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2.5%이다. 명목이 됐든, 실효가 됐든 관세율만 놓고 보면, 한·중 FTA가 한·미 FTA보다 우리에게 훨씬 기대가 큰 FTA이다. 게다가 중국은 원자재를 수입해서 제품을 만들어 수출을 하면 관세를 환급해 준다. 한국 제품을 수입해다 쓰는 중국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FTA 효과는 관세 인하폭보다 클 것이다. 실제 관세 인하폭에 기대심리가 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증가한다.한·중 FTA가 체결되면, 수입은 예상보다 복잡한 경로를 통해 영향을 미친다. 김치를 예로 들어 보자. 2010년 국내 김치소비량은 124만t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1년간 먹는 김치의 양이다. 금액은 2조3천321억원에 달한다. 김치는 직접 해 먹는 집도 있고, 사다 먹는 집도 있다.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2011년 23만t이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김치의 5분의 1은 중국에서 수입된다고 보면 된다. 현재 중국산 김치에는 20%의 관세를 부과한다. 20%의 관세를 부과해도 국내에서 만든 김치보다 싸다.20%의 관세마저도 없어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이미 소규모 식당의 김치는 대부분 중국산이 차지했다. 식당을 하시는 분들은 FTA가 발효되면, 더욱 중국산 김치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국밥을 하나 팔아서 남는 이윤이랑, 중국산 김치를 쓰면 남는 이윤이랑 별 차이가 없어진다. 나아가 가정 식탁에도 중국산 김치가 오를 것이다. 중국산 김치를 만드는 사람들은 중국에 있는 한국 사람들이다. 우리의 입맛을 누구보다 잘 안다. 아마도 한국기업들도 중국으로 가서 보다 고품질의 김치를 만들어 수출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1차 피해는 김치를 만드는 소규모 중소기업들이다. 피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농가의 피해도 발생하게 된다. 김치에는 온갖 양념이 들어간다. 파, 마늘, 무 등.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한·중 FTA를 하게 되면 중국산 배추보다 중국산 김치가 더 무섭다고.FTA를 하고 안 하고는 정부가 결정한다. 물론 정부는 꼼꼼히 경제효과를 따져 보고 신중하게 파트너를 고른다. 그러나 FTA 경제효과는 똑 부러지는 답을 찾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더불어 FTA는 단순한 경제논리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외교적인 요인도 FTA 체결에 영향을 미친다. 한·중 FTA에 대한 중국의 짝사랑은 이제 결실이 조금 보이기 시작한다. 짝사랑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한·중 FTA의 결말이 궁금해진다.

2012-03-29 오동윤

사회적 기업의 활성법

요즘 사회적 화두는 상생, 나눔 등을 표방한 소위 자본주의 4.0이라는 수식어로 장식되고 있는 듯하다. 실제 이러한 움직임은 일찍이 유럽이나 일본에서 공동체나 공동사회의 형태로 시작되었으나 이제는 세계적 추세이고, 또한 정부차원에서도 사회적 기업이라는 형태로 부응하고 있다.사회적 기업은 장애인 혹은 노인 돌봄사업 같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나 수익이 미미하여 일반 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운용하는 기업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기업지원을 하고 있는데, 올해 정부 지원금만 약 1천800억원에 달하며 각 지자체에서도 적지 않은 예산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기업도 원래 좋은 취지와는 달리 실제 운용상에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듯하다. 첫째, 이들 기업들은 취약계층들로 구성되다 보니 노동 생산성뿐만 아니라 기업경영능력도 떨어져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욱이 이들 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질 역시 경쟁을 기반으로 한 일반 기업에 비해 미흡하다. 둘째, 사회적 기업도 기업이니 만큼 수익이 나야 되는데 이게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당장 정부로부터 보조금 형태로 일부 지원을 받고 있으나 충분치 않고 또한 받는 조건도 까다로워 지속적인 운영이 어려운 것이다. 셋째, 사회적 기업에 대한 경험이나 인식부족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보다는 단지 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회적기업 참여자들은 당연히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반 사기업을 모방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이들과 경쟁이 어려워 퇴출되는 것이다.한국 사회적기업 진흥원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약 670개의 사회적 기업이 정부차원의 기관 인정과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최대 5년으로 한정되어 곧 많은 기업들의 기업 축소 및 퇴출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결국 정부지원이 연속적이지 않다면 그 동안 정부나 지자체에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사회적 기능보완도 어려운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먼저 취약계층의 고용창출을 우선적으로 하기보다는 사회 보완적 관점에서 이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단지 고용창출만을 목적으로 지원하다 보면 기업들은 경쟁력 증대보다는 지원을 받을 목적으로 운용될 것이고 지원이 끝나면 곧 퇴출될 것은 뻔한 이치이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을 지원할 때 고용확대 지표보다는 수익과 경쟁력 증대의 지표에 중점을 둬야 기업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사회적 기업인들도 전문 경영지식이 필요하다. 대부분 사회적 기업의 종사자들이 경영보다는 사회 복지차원에서 접근하다 보니 기업 운용에 필요한 경영 지식이 미흡하여 합리적인 기업운영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재정적 지원과 아울러 전문경영 교육을 함께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셋째, 과거에 수행했던 벤처기업 경우처럼 보다 체계적인 기업 육성 방안이 필요하다. 정부가 판단해서 정말 필요한 사업이라면 단계적으로 나누어 차등 지원과 전문컨설팅을 지원함으로써 이들 기업이 점차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넷째, 또한 정부에서 직접 나서서 할 것이 아니라 지역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사회적 사업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민간 기업에서도 이제는 사회적 역할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기업들에 사회적 기업기능을 지원하게 함으로써 상호 보완적 기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정부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 재정적 지원을 하는 반면 기업은 전문 경영지식 및 경영자문을 제공할 수 있어 상호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된다. 사회적 기업이 우리 사회에 유익하고 또한 앞으로 사회적 대세라면 사회적 기업이 단지 정부의 홍보물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정착되도록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의 주도적 형태보다는 민간기업의 도움을 받는다면 이러한 사회적 기업이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크게 도움이 되리라고 판단된다.

2012-03-22 김준우

재건축주택에 소형 강요 삼가야

주택재건축을 둘러싸고 정부끼리 마찰음이 있었다. 지방정부인 서울시가 강남 개포 시영주택 재건축사업에 소형주택 끼어짓기 의무비율 증가뿐만 아니라 규모도 85㎡에서 60㎡로 축소하기를 희망하였다고 한다. 중앙정부인 국토부는 재건축을 위축시켜 결국 집값만 올리는 대책이라고 비난했다. 당해 조합원들은 서울시와 투쟁 및 협상에 들어간 상태다.이러한 마찰을 보면서 국민들은 무엇이 옳은지 궁금해 하고 있다. 가뜩이나 수많은 공권력들의 공정성 회복이 주요 과제로 떠오른 오늘, 재건축 소형 강요가 공정한 공권력행사인지 의심되는 때이다.주택 규모에 대한 공권력 간섭은 애초 중앙정부에 의해 자행되었다. 1980년대만 해도 무조건 주택보급률을 높이는 게 미덕처럼 여겨졌다.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집을 지을 수 있게 일정지역에 소형 의무비율을 정해 행정지도를 했다. 이 대책은 주택건축을 위축시킬 뿐 효과가 없자 외환위기 직후 폐지되었다.그러나 2003년에 이 제도가 수도권 재건축부지에서 더 강화되어 부활됐다. 명분은 강남재건축예정아파트값 상승에 찬 물 끼얹기였다. 이어 여러 가지 즉흥적 규제들이 더해졌는데, 모두 중앙정부에 의해서였다. 이러했음에도 당시 아파트 가격상승은 진정되지 않았다. 특히 중대형은 더 폭등했다. 그 후 10년여 되는 지금 돌연 규제권자가 중앙에서 지방정부로 바뀐 것이다. 규제목적도 주택보급률이나 투기억제가 아니다. 서민을 위해서라고 한다. 이처럼 규제비율을 높이고 주택면적도 줄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공정한 간섭일까.그동안의 경험은 정부의 주택규모 규제가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만약 주택에 대한 선호도 변화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소형주택 늘리기 강요는 상대적으로 희소성이 커진 중대형 주택값만 더 높게 상승시킨다. 그래서 소형주택 보유 서민들은 중대형에 비해 상대적 자본손실을 입게 된다. 자칫 빈익빈부익부만 더 심화되는 것이다. 더불어 시장 왜곡과 함께 재건축사업이 지연되면 도시 전체의 후생이 떨어져 무주택서민들도 손해를 입는다.이와 같이 소형 강요는 정부가 의도하는 목적과 상반되는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만 높다. 그런데도 이를 시행하려 한다면, 아마도 정책은 동기만으로도 그 채택이 정당화되는 것이라고 하는 잘못된 믿음으로 의심된다. 사유부동산에 대한 사용규제는 원칙적으로 환경, 도시기반시설, 미관 등과 같이 외부성(外部性, externality)과 관련될 때 정당성을 갖는다. 면적처럼 내부규제가 정당하려면 위험예방이나 공익성이 더욱 분명해야 한다. 공익판단은 동기로서는 부족하고 효과가 중요하다. 자칫 서민들께 피해만 줄 우려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막연한 동정심(同情心)이라는 동기만으로 규제를 강행하고자 한다면 공정성을 심히 의심받게 될 것이다.재건축이란 자신의 헌집을 허물고, 새 집 짓는 재활활동이다. 정부의 역할은 규모경제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다수를 보호해 주는데 있다. 국민의 재산은 마치 인권처럼 모두 소중한 것이다. 가뜩이나 요즘 세상은 중산층 이하가 살기 어려워졌다 하지 않는가. 물가가 너무 오르는데 다수 서민들의 소득은 정체하고 있지 아니한가. 중대형보다 소형차가 훨씬 인기를 얻는 요즘 아닌가. 만약 많은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살기 어려워진다면 너도나도 주거비를 줄이려 할 것이다. 그러면 강요하지 않아도 소형주택들이 대폭 늘어나게 되어있다. 이와 같이 시장이 할 일에 정부가 함부로 나설 일이 아닌 것이다.내 힘으로 내 집 짓는 분들께 큰 집 지어라, 작은 집 지어라 하는 공권력 간섭은 도시후생만 후퇴시켜 서민들을 더 어렵게 할 것이다. 공권력을 쥐락펴락 할 수 있다 해서 공공이 개입해야 할 정도를 넘어서는 간섭을 해선 안 된다. 잘못된 재건축규제를 개선하지는 못할망정 불확실한 공익성을 내세워 과거 중앙정부가 자행해왔던 잘못을 되풀이 하는 일은 삼가는 게 좋겠다. 서울시는 재건축사업 인가와 관련하여 공정한 행정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좀 더 깊은 숙고가 있기를 바란다.

2012-03-15 김용민

급변 세계경제 대응 '국가지배구조' 필요

요즘 우리는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선택의 기준이 선호하는 정당, 지연, 학연일 수도 후보자 개인의 도덕성, 경륜, 공약일 수도 있다.어느 때보다도 정당간의 정책공약에 대한 경쟁이 뜨거울 것으로 언론, 시민단체, 전문가그룹의 각 당 공약에 대한 검증 역시 활발할 것이다. 복지공약이 재원대책이 수반되는 실현 가능한 정책인지 아니면 유권자의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성 정책인지 검증되어야 하며, 대북정책에서부터 사회 양극화 문제까지 우리가 당면한 모든 과제에 대해서 각 정파가 제시할 비전에 대한 유권자의 냉엄한 심판이 있어야 한다.여기에 급변하는 세계 경제환경 속에서 우리의 생존과 관련된 중요과제로서 국가지배구조 즉 거버넌스(Governance) 문제가 주요 이슈로 제기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 경제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국가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 속에서 우리의 국가지배구조가 과연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변화와 개혁을 적시에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체제인가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기 때문이다.우리나라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제정된 헌법에 따라 5년 단임제의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권력구조를 가지고 있다. 당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유력 정치지도자들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헌법에 의해 5년 단임제의 대통령 중심 권력구조가 탄생되었다. 당시에 세 사람이 모두 대통령을 해 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비판도 있었는데 공교롭게 후에 세 사람 모두 대통령을 지냈다.정부에서 국정운영에 참여해 본 많은 사람들이 현행 5년 단임제의 대통령체제하에서는 장기적 시각으로 정책을 계획하고 추진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1988~2006년 기간 중 국회에 제출된 정부입법 3천131건을 분석한 결과, 정부가 정책과제로 선정하고 입법화 과정을 통해 실제 정책으로 시행되는 데는 평균 35개월이 걸린다고 한다.새로운 정부가 출범해서 국정을 파악하는 데는 아무리 빨라도 6개월은 필요하고, 민주화 이후의 모든 대통령의 임기 후반 레임덕 기간까지 감안하면 임기 5년 중 대통령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가 않다.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들을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 준 여당에서 자의반 타의반 당을 떠났다. 대통령의 탈당은 행정부 입장에서는 곧 여당이 없어진 것으로 국정운영에서 여당의 협조를 받는 것이 여의치 않게 되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대통령 임기 5년, 국회의원 임기 4년의 임기가 다른 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질 수 없다. 견제심리가 작용되어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이 생겨난다.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된 민주적 정통성을 지닌 대통령을 역시 국민이 선출한 국회가 견제하게 하는 '이원적 민주주의 정통성'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정의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는 것처럼 되어 있지만, 민주화 이후 대통령(행정부)은 많은 경우 입법과정에서 무력한 것도 현실이다. 반면에 국회는 국정운영에 있어서 직접 책임을 지지 않는다.일부에서는 노태우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화 이후 모든 대통령에 대해 실패한 대통령이라고까지 인색한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국민들은 이제껏 실패할 대통령들만 선출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국가지배구조가 성공할 수 없는 대통령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그 동안 현행 5년 단임의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는 권력구조의 문제점을 지적,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기한 원포인트 개헌에 대해 당시 정치권은 다음 18대 국회에서 논의하겠다고 합의한 바 있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도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개헌 문제를 제기했으나 정치권의 반응은 소극적이었다.그 동안 우리가 이룩해 온 성과를 지켜내고 급변하는 세계의 경제환경 속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국가지배구조를 위한 개헌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다. 정치권은 이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번 총선에 공약으로 제시하여 국민들이 이에 대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2-03-08 윤대희

여전히 풀리지 않는 3不 문제

지난 1월 초 포스텍(포항공대)에 세계적인 수학자들이 총집합했다. 9일 동안 꼬박 하나의 수학문제를 풀기 위해 매달렸다. 세계 수학계가 선정한 '일곱 가지 미해결 수학 문제' 중 하나이다. 100년이 넘도록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다. 이 문제를 풀 때마다 100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고 한다.우리사회도 세 가지 미해결 문제가 있다. 지난 50년 동안 압축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3불 문제 - 거래의 불공정, 제도의 불합리, 시장의 불균형 문제이다. 거래의 불공정 문제는 199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아시아 외환위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원가절감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납품단가를 낮추라고 압박했다. 게다가 중국이 등장했다. 중국만큼 싸게 만들어야 한다고 중소기업에 요구했다. 그러나 거래의 불공정 문제는 수그러들었다. 대기업의 수출이 증가한 덕분에 중소기업의 납품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비록 과거보다 수익은 적었지만, 납품이 늘었다. 결국 '박리다매' 형태의 납품구조가 생겨났다.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3불 문제가 동시에 터진 결정적 계기가 됐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크게 올랐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납품 가격도 당연히 올라야 한다. 그러나 이를 인정해 주는 대기업은 거의 없다. 그래서 중소기업은 제품을 만들수록 적자가 커졌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은 당장 문을 닫을 수도 없었다.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불공정 문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또한, 금융위기는 3불 문제의 두 번째 문제인 제도의 불합리를 촉발했다. 경기 침체로 무엇보다 소비가 둔화됐다. 소비가 둔화되면 가장 먼저 생계형 업종이 타격을 받는다. 게다가 원료값이 크게 올랐다. 그래서 가격을 올리니 손님이 줄었다. 이제 카드 수수료도 큰 부담이 됐다. 카드 수수료를 좀 내렸으면 좋겠지만, 대기업 카드사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현대자동차가 카드 수수료를 내리라고 요구하면 수수료를 내렸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아 있을 뿐이다. 주로 대기업인 대형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는 2% 미만이다. 이에 반해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는 아직도 3%를 넘는 경우가 많다. 백화점 수수료도 예외는 아니다. 납품 중소업체의 평균 수수료율은 매출의 31.8%이다. 수입 명품브랜드의 수수료는 15%에 불과하다. 이래저래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많아졌다. 인테리어, 판촉 등 추가 비용이 계속 발생했다. 결국 추가비용까지 합하면, 매출의 절반 이상이 고스란히 나간다. 대기업은 가만히 앉아서 이익을 챙기는 셈이다. 대기업의 이익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됐다. 납품 중소업체는 수수료 부담이 커진 만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올라간 가격은 당연히 소비자가 부담한다.이런 대기업의 욕심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대기업의 2세, 3세가 기업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이들은 닥치는 대로 사업을 확장했다. 경영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작은 돈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 사업을 해야 했다. 그래서 동네 골목상권은 초토화됐다. 2009년 대기업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480개가 문을 열었다. 덕분에 7천개의 중소 유통업체가 문을 닫았다. 이제 대기업은 순대, 떡볶이는 물론 동네에서 빵도 굽는다. 대기업의 무리한 사업영역 확장은 3불의 세 번째 문제인 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했다. 시장의 불균형은 단순히 대기업의 사업영역 확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경제의 기초는 생산과 소비이다. 소위 '잘 나가는' 중소기업도 있지만, 300만 중소기업의 90%인 270만개는 소상공인들이다. 기껏해야 종사자가 서너 명에 불과한 자그마한 사업체들이다. 이들이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수익을 내기보다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들의 생계가 어려워지면, 소비도 어려워진다. 그래서 시장의 균형이 깨지는 것이다.'일곱 가지 미해결 수학 문제'는 100년이 넘도록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다. 한국사회의 3불 문제를 푸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인지 궁금하다. 한국경제의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즘, 그리 많은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다.

2012-03-01 오동윤

송도 경제자유구역과 송도 신도시

경제자유구역은 국내외 기업들이 규제없이 자유롭게 경제 행위를 하도록 정부에서 지정한 일종의 특혜구역을 말한다. 쉽게 말해 미국의 맨해튼이나 호주의 시드니 혹은 유럽의 암스테르담을 국제적 경제도시로서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국제 경제도시들의 특징은 글로벌 기업들이 빼곡히 자리잡고 주변에는 기업 지원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마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도 이러한 도시들을 개발 모델로서 삼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송도는 지정학적으로도 중국과 서울이 가까이에 있고 잘 발달된 항구와 철도 등의 교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배후에는 남동공단 및 시화공단을 비롯하여 수만 개의 수도권 소재 공단을 포용할 수 있는 최적의 경제도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송도경제자유구역은 애초부터 출발이 사뭇 다른 것 같다. 개발을 시작한 지 수년이 지난 지금 넓은 송도자유구역에는 이렇다할 외국 기업은 고사하고 국내 중소기업 몇몇만이 겨우 경제구역이라는 명색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넓은 대지 대부분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상가 그리고 공원 등 위락시설로 메워져 있다. 최근에는 바이오산업의 장점을 들먹이며 삼성바이오 유치에 대해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는데 실제 바이오산업은 장치산업의 특성상 막대한 공간이 필요한 반면 고용효과가 매우 적어 땅값 비싼 지역에 구태여 엄청난 혜택까지 줘가며 모셔올 필요가 있을지 매우 의아스럽다. 이러한 발상은 소위 서울 위성도시인 일산이나 분당같은 신도시에서와 같이 도시 건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개발 관련자들을 만나보면 송도신도시와 경제특구를 혼동하고 있는데 아마 어려운 송도경제자유구역의 실현보다는 대규모 신도시 건설이 보다 손쉬운 일일 것이다. 특히 조만간 대규모 백화점과 아웃렛이 만들어지면 그야말로 송도는 신도시의 전형적 형태를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주거 환경은 나아질지 몰라도 기업 유치에는 엄청난 취약점이 된다는 점에 있다.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들어오고 싶어도 이미 땅값이 너무 올라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법적 규제가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 더욱 투자 유치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더욱이 주위 경쟁국인 중국의 정치적 불안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현 시점에서 송도는 경제자유구역으로서 메리트를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 먼저 정부와 인천시가 해야 할 일은 외국 기업에 줄 수 있는 파격적인 혜택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혜택에 대해 수없이 논의가 되고 건의도 되었지만 정부는 아직도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더이상 늦기 전에 외국 기업들이 움직일 수 있는 세제 혜택이나 투자 법적 체계 등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인천시가 송도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비롯하여 병원이나 학교 등 생활 편의시설을 굳이 서둘러서 채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편의시설들이 들어오면 당연히 공간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높은 지가가 형성된다. 이렇게 되면 생산적인 경제활동보다는 다른 신도시들처럼 단순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는 기업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미 세상은 제조업보다는 소프트한 산업으로 변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을 처음 설계할 때는 첨단 제조산업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디자인 혹은 K-pop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그 중심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해야 한다. 산업의 흐름을 무시하게 되면 의도와는 달리 송도는 집단 폐허로 변하기 십상이다.송도개발 관련자들은 하루빨리 신도시적 개발 방식에서 탈피하여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을 송도에 끌어모을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2012-02-22 김준우

상가권리금 적법해도 보상장치가 없다

용산참사 후 3년이 흐르는 즈음 서울시장이 당시 사건관련 수형자의 사면건의를 했다 해서 뉴스거리가 되었다. 보수를 자처하는 어느 대표언론은 시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그때 희생당한 경찰관을 애도하자는 기사를 내보냈다. 국민 누구나 그날 희생당하신 시민과 경찰관에게 똑같은 무게로 깊은 애도의 맘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때 비극의 원인들이 개선되지 않아 표류하고 있는데도 누구의 주검은 아프고, 누구의 주검은 덜 아픈듯 국민정서를 탈색하여 편 가르기 하는 걸 보는 마음은 씁쓸하기만 하다.이슈는 크게 세 가지였다. 개발계획수립의 민주성, 사업시행 강제집행과정에서 상호 인도주의적인 면의 확보, 공정한 손실보상이 그것이다. 공정한 손실보상 여부만을 보기로 한다. 당시 문제는 상가 권리금(權利金)이었다. 권리금 주고받기는 우리 상가임대차의 독특한 거래관행이다. 문제가 되는 건 임대인이 보장하지 않는 영업권 성격의 권리금이다. 상가임차인들끼리 장소적 계속성을 신뢰하여 주고받는 수가 많다.평화시절에는 장기간 임차활동이 기대되므로 권리금이 높게 형성되는 상점이 많다. 그런데 갑자기 공익사업이 행해지면 임대차의 계속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권리금이 폭락하는 수가 있다. 이로 인해 공익사업 지정 전에 형성된 권리금을 주고받으며 거래한 임차인 보호가 불거진다.문제는 우리 제도다. 이에 관한 보상규정 없이 영업보상으로만 해결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를 보상청구할 수 있는 포괄적 규정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 규정의 실용성은 기술적으로 매우 낮다. 물론 보상평가 부분은 임의적 장치가 대부분이므로 구체적 소송을 통해 권리금 희생을 증명하면 정당한 보상금을 받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권익가치를 객관적으로 증명하여 증액보상 받아내는 건 개인으로서 매우 어렵고, 또 소송을 통해 권리금에 담긴 보상가치를 증명해내는 게 쉬운 일도 아니다. 결국 몇 억 권리금이 몇 천 만원으로 보상평가되는 현실도 생긴다. 그리하여 강제집행과 물리적으로 맞서는 사건들이 일어나는 수도 있다. 만약 권리금의 보상가치를 제대로 계측해내는 규정을 두고 있다면 그러한 충돌이 덜 할 것이다. 현행 제도는 이러한 갈등원인을 안고 있는 것이다.권리금과 영업이익과는 그들 형성의 메커니즘이 상당히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보상평가 장치는 우리의 거래관행에 충실하게 기초하지 못하고 미국 일부 실무계에서 쓴 도구가 일본을 거쳐 우리의 영업보상규칙으로 베껴 활용되고 있어 생기는 문제다.영업손실액은 폐업과 휴업으로 구분하여 휴업기간에 기초하여 보상액이 산정된다. 이러한 영업이익은 투명성이 공인되는 납세 등 자료만을 근거로 계산된다. 그러나 이미 권리금은 납세 등을 따지지 않고 실제 발생하는 영업이익을 기초로 시장가격이 형성된다. 그러므로 특수음식주류업 등처럼 다른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현저하게 실제거래내용이 납세액과 차이가 클 경우에는 보상액인 영업보상액과 권리금 격차도 커진다. 용산참사에서 일부 영업주의 주장에 따른 권리금 3억5천만원 정도와 영업손실보상금 5천만원 정도처럼 큰 격차가 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보상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완전보상의 정신에 배치된다고 본다. 이미 적법하게 형성되었던 권리금이 공익사업으로 손실을 입었을 경우에는 입은 손실만큼 보상해주는 규정을 당연히 두어야 하는 것이다.물론 모든 권리금을 무조건 보상하는 장치를 두면 이를 악용한 허위보상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보호대상을 엄격하게 하고, 그 금액의 시장 타당성을 계측하며 이를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권리금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평가자의 재량을 인정해야 한다. 더불어 유럽 여러 나라처럼 특수보상에서는 최종보상액을 별도 심의하는 전문위원회를 설치하여 활용하든지, 또는 현행 우리 보상협의회를 실효성 있게 운용하도록 하면 된다.

2012-02-15 김용민

기존 자본주의 시스템 개선 고민할 때

매년 1월 하순이면 기다려지는 토론의 장이 있다. 스위스의 유명한 스키리조트인 다보스(Davos)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 The World Economic Forum), 다보스포럼이 그것이다. 필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일하던 1999년 참석하면서 매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지난 90년대의 '세계화(Globalization)', 2000년대 들어와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 등을 세계적인 어젠다로 주목하게 된 것도 이 포럼을 통해서이며 세계의 흐름을 먼저 읽고 이를 제시한다는데 다보스포럼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세계적인 정계·관계·재계 인사들이 한주 동안 각자에게 필요한 영감을 얻기 위해 금년 42차 포럼에도 100여개국 2천500명이 참석하였다. 그동안 다보스포럼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지지하여 왔는데, 이는 미국식 자본주의에 일관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오기도 했다. 금년 다보스포럼 주제는 '거대한 전환:새로운 모델 형성'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강하게 제기된 자본주의 문제점과 지난해 '월가 점령운동'에서 제기한 '금융기관의 탐욕'과 '1%대 99%'로 상징되는 소득불균형 등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 유력지인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도 다보스포럼을 앞두고 '자본주의 위기'를 특별 시리즈로 다룬 바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 경제학자, 기업가, 작가 등 세계적인 저명 인사들이 특별기고를 통해 위기에 처한 기존 자본주의를 개선하기 위한 의견을 제시했다.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20세기 자본주의가 21세기에 작동되기 위해서는 소득격차 해소 등 개선없이는 위기가 극복될 수 없다는데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주요 인사들의 발표와 토론 역시 자본주의 위기의 해법에 초점이 모아졌다. 신자유주의하의 기존 자본주의가 개인의 창의력을 발휘하고 물질적 풍요를 이루는데는 성공적이었으나, 20~30% 낙오자를 양산하는 심각한 불평등은 기존 체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게 했다. 다보스포럼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바프는 "자본주의 체제는 포용성이 부족했다" "우리는 죄를 지었다"고 말하기도 했다.기존 자본주의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해야할지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들어가며 많은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는데, 신뢰를 많이 상실한 영미식 모델을 중국 등 국가자본주의 체제가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미래의 자본주의는 현재의 서로 다른 자본주의 체제가 경쟁하면서 스스로 진화해갈 것이라는 견해까지 다양하게 나왔다.이같은 기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논의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날로 악화되어가는 소득 분배, 계층 이동의 어려움 등 심화되어 가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중소·대기업간의 불균형, 청년실업 등 우리 경제·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최근 일부 대기업 친인척의 빵집·커피점 경영 등에 대한 비판이 증폭되고 정치권에서는 경제력 집중, 일감 몰아주기, 순환출자 개선 등 대기업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제기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다가오는 총선·대선에서 여·야 모두 대기업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여진다. 기존 우리 경제체제가 낳은 대기업의 구조와 불공정 행위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경제의 큰 축인 대기업의 역할에 대한 정당한 평가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우리도 세계적인 흐름인 기존 경제시스템 의 개선 논의를 정치권, 정부, 노·사 및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국판 다보스포럼을 만들어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자본주의 역사가 짧은 우리로서는 미국·유럽 등 주요 국가가 경험한 시행착오를 피해 우리 실정에 가장 잘 맞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2012-02-08 윤대희

'9988'과 '9966'의 차이

한국의 전체 사업체 수는 307만 개다. 이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9.9%이다. 한편, 한국의 전체 종사자 수는 1천175만 명이다. 이 중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종사자 비중은 87.7%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한국의 '9988'이라고 칭한다. 그러나 EU는 '9966'이다. 사업체 수 비중은 같다. 그러나 종사자 수 비중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EU 종사자의 34%는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은 12%에 불과하다.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가장 큰 이유는 중소기업 범위 때문이다. 중소기업 범위는 다소 복잡하다.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준은 종사자 수이다. 사업체의 종사자가 299인 미만이면, 이 사업체는 중소기업이다. 한국의 기준이 그렇다. 그러나 EU는 250인 미만이다. EU가 중소기업 범위를 좁게 만들었다. 그래서 산술적으로 EU의 대기업 종사자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그러나 '9988'과 '9966' 속에는 큰 의미가 담겨 있다. 역사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본격적인 한국 중소기업 탄생은 1960년대부터이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고 난 이후이다. 그러니 중소기업의 역사는 50여년에 불과하다. EU의 중소기업 역사는 적어도 산업혁명까지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은 성장한다. 기술개발을 통해 제품의 질을 높인다. 시장을 개척해서 판매를 늘린다. 더 많은 생산을 위해 고용을 확대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기업의 성장이다. 즉 처음에는 아주 작은 기업에서 출발하지만 점차 고용을 확대하면서 점차 소기업, 중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한다. EU도 처음에는 '9988'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역사가 흐르면서 '9966'이 된 것이다. 대기업이 많아졌고, 대기업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종사자 300명 규모의 대기업을 창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대기업은 기업 성장의 성과이다.EU는 27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업체 비중을 보면, EU 27개국 모두 소상공인이 전체의 90%를 넘는다. 한국은 이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종사자 비중을 보면, 1인당 국민소득별로 기업규모 비중이 다르게 나타난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4만 달러인 국가들의 소상공인 비중이 가장 높다. 한국도 이들 국가와 같은 수준이다. 오히려 2만 달러 이하인 국가들보다 높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미만인 국가들은 대부분 동유럽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는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국가들이다. 소규모 창업이 활발하지 못한 것이다. 중화학공업 중심의 경제구조도 한몫하고 있다. 국민소득 2만~4만 달러는 소규모 창업이 활발해지면서 소상공인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시장경제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즉 기업 생태계가 가장 활발한 시기로 보면 된다.그러나 소득수준이 더 높아지면 소상공인 비중은 줄어든다. 그리고 점차 소기업, 중기업, 대기업 비중이 차례로 높아진다.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달러가 넘는 국가들은 기업규모별로 거의 고른 분포를 보인다. 우리가 EU의 사례를 통해 알아야 할 사실은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대기업 중심의 구조가 정착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문제로 시름을 앓고 있다. 앞으로 경제가 발전할수록 경제구조는 대기업 중심으로 흐를 것이다. EU 사례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과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동반성장 문제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한국사회를 괴롭힐 것이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바로 기업의 성장이다. 즉 기업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경제는 산업정책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고 수출을 촉진해서 경제성장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즐겼다. 기업의 성장은 경제성장의 부산물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산업정책은 더 이상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팔 것인가?'를 고민하는 기업정책을 펼쳐야 한다. 판로가 확대되지 않으면 기업의 규모 확대와 기업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판로가 확대되면, 실업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2012-02-01 오동윤

비만세 걷는 유럽 변화에 세계가 주목… 핫이슈로 떠오른 한국, 도입 시간문제

이번에는 예외였다. "너희들이 말했지. 맛있는 것 많이 먹을 수 있으니 맨날 제사였으면 좋겠다고." 제사 음식을 먹을 때마다 어머니가 하시던 말씀, 수십 년을 들어 귀에 인이 박히고 박히었는데 올 제사에서는 들을 수 없었다. 합동제사를 모시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일 년에 두 번씩 제사를 모시고 있다. 선친 기일이 정월 초하루인 관계로 이번 명절에도 큰 형님 댁에서 차례와 제사를 지내고 왔다. 당신께서 하는 말은 40년 이상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았지만, 언제부터인가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어린 시절, 돼지고기는 명절이나 제삿날에야 맛볼 수 있었다. 쇠고기는 일 년에 단 한번, 마을 산신제가 끝나고 신문지에 쌓여 오는 몇 조각이 다였다. 1960년대 대한민국의 경제가 세계에서 최하위 수준이었으니 굳이 나만의 경험은 아니었으리. 그런 우리 가족이 고기에 물렸다는 증거를 찾는다면 김치의 등장이 아닐까 싶다. 느끼한 고기 맛을 누그러뜨리려고 칼칼한 김치를 제사 저녁상에 따라 올리고 젓가락질이 잦아진 것은 언제부터였을까?요새 유럽하면 전 세계 경제를 흔들어버릴 잠재적 폭탄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어쩌면 먹거리문화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올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 비만세다. 비만을 유발하는 영양소나 식품에 세금을 부과하여 건강에 해로운 식품 섭취를 줄이려는 것이 비만세의 목적이다. 덴마크는 작년 10월 버터와 우유, 피자 같은 포화지방산 식품에 대해 비만세를 도입했다. 프랑스도 올해부터 청량음료에 비만세를 매기는데, 연간 1천800억 원의 세금이 걷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헝가리도 작년에 소금, 설탕, 지방의 함량이 높은 가공식품에 추가적인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영국정부도 비만세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카메론 총리의 발언이 전해지고 있다. 미국은 뉴욕주 같은 주정부를 중심으로 청량음료에 초점을 맞추는 비만세 논의가 추진되고 있다. 이번 달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청량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면 미국에서 연간 2만6천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이제 비만은 '새로운 흡연'으로 불릴 정도로 건강에 치명적인 존재로 규정되고 있다.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비만세 도입에 부정적이다. 부유세가 처음 거론되었을 때 나타난 이상적인 발상이라는 반응보다 강도가 더 크지 싶다. 하지만 비만 실상을 보면 비만세가 도입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듯하다.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남성의 비만율은 36.3%로 사상 최고치이다. 1998년의 25.1%보다 크게 늘어났다. 특히 30~40대 남성은 비만율이 40%대를 넘고 있다. 남자 소아와 청소년(2~18세)의 비만율은 1998년 10.2%에서 2009년에는 14.2%로 껑충 뛰어올랐다.비만이 본격적인 사회정치 이슈로 떠오르는 계기는 돈 문제가 될 듯하다. 비만과 관련된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08년 비만에 따른 질병비용은 1조8천억 원에 이른다. 당뇨병 6천억 원을 필두로 고혈압, 뇌졸중, 허혈성심장질환 순서이다. 비만율이 가장 높은 미국에서 비만세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공적건강보험의 재정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비만세는 선진국 세금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먹을거리에 세금을 매기는 건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덧붙이는 역진적인 조세정책이다. 소득과 비만율은 반비례하는데 비만세의 대상이 되는 식품의 최대 소비자는 저소득층이기 때문이다.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식습관을 쉽사리 바꿀 것인가도 복병이 될 수 있다. 설탕을 먹지 말라고 하면 건강에 더 나쁜 소금이 든 음식을 더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한국사회도 점점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삶의 질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하루하루가 즐거울 리 없다. 산다는 게 고역일 게다. 두 아들과 조카들은 그날 제수 저녁을 같이 하지 않았다. 피자로 배를 채웠다고 했다. 어머니가 올해는 예의 그 '맨날 제사' 타령을 빠뜨린 건 약주를 과하게 하셨기 때문이다. 40㎏도 안 되어 비만 걱정은 없지만 살아생전 건강하시기를 바란다. 한 해가 시작되었다. 건강과 행복은 실천하는 자에게 다가온다. 새겨들을 말이다.

2012-01-25 조승헌

요즘 집값문제 빨리 개선해야

최근 집값변동주기가 길어졌다. 1970~80년대 집값은 3~7년 주기로 상승과 침체를 반복했었다. 1990~2011년도의 집값은 10년 정도의 주기를 보였다. 중간에 국가통화위기가 있기는 했지만 최근 변동은 과거보다 변동주기가 길어진 셈이다. 물론 이러한 추이가 앞으로 또 반복된다고 단정할 순 없다.과거 10년 동안의 추이를 보면 김대중 정부 말기부터 노무현 정부 중기까지 강남 및 유사지역의 집값상승이 두드러졌다. 노무현 말기부터 이명박 초기까지는 강북지역 집값이 강세를 보였다. 강북 집값상승 후에는 지방 대도시와 주요도시들의 집값이 상승했다. 반면 수도권집값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와 같이 부동산값은 마치 산불이 연쇄적으로 산림을 태우며 이동해 나가듯이 선도지역이 변한 후 나머지 지역도 따라 변한다. 최근 집값변동 과정에서 발생된 주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일부지역 집값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들어 전셋값은 전국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한 점이다. 이로 인해 주거취약계층들이 더 주거열위에 빠졌을 것이고 계층수도 증가했을 것이다.또 다른 하나는 깡통찬 집주인, 즉 하우스푸어들의 급속한 증가다. 특히 하우스푸어들 가운데는 여러 차례에 걸쳐 국토건설관련 수장이 늘 사용해왔던 '강남과 대체할 수 있는 신도시'라는 말에 현혹되어 넘어간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정부의 말을 믿고 이잣돈 얻어 내집마련 했거나 또는 기성주택을 매각하고 싶어도 매각치 않고 담보부 금융으로 버텨온 가구들이 200만가구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말을 믿고 건설투자를 늘려온 수많은 건설업체들이 파산했거나 부도위기에 직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최근 집값으로 인해 수많은 개인이나 기업들은 극심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택시장의 주요 구성원인 정부는 어떠한가. 특히 주택금융과 주택건설을 관장하는 중앙정부는 무슨 행동을 하고 있을까. 금융을 관장하는 중앙정부는 계속 콧노래다. 산하기업들이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여 하우스푸어들을 상대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게 돈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 보호 아래 있는 기관들이 연말연시에는 넘치는 영업이익으로 고액배당잔치까지 벌인다.건설관련부처는 어떠할까. 항상 산하기업의 땅장사, 집장사의 후견인으로 매진해왔다. 그래서 값싼 보상비를 지급하여 개발할 곳 찾기 위해 국토계획을 유린하며 하이에나처럼 수도권 주변을 오랫동안 헤매어 왔다. 사기업인 주택건설업체의 파산은 그들 마음에 진정한 아픔을 전달하지 못한다. 그래서 집값이 떨어지는 형국 속에서도 불공정한 생산원가로 보금자리 짓기에 열을 올린다.국회 일부의원들의 전세시장에 대한 대책은 어떠한가. 전셋값 올려받는 사람들은 집주인이므로 집주인을 때리는 새로운 묘수가 없나하고 머리를 쥐어짠다. 일찍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금 상한제 등을 또 거론한다. 이러하니 이익은 언제나 정부 것이고 고통은 늘 국민 몫이다.정부는 주거열위계층이나 선량한 국민들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줘선 안 된다. 중앙은행은 일반 동산물가대책과 집값대책을 분리하여 금리를 조정하고 운영해야 한다.최근 들어 아주 열악해진 주거열위가구에 대한 실태조사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공공영구임대주택으로 해결해줘야 하겠지만, 우선 당장은 보조금, 주거개량지원, 안전주택의 소개 등 다양한 주거보조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늘 아파왔어도 정부를 믿는 순박한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부자들만을 위한 DTI는 은행 자율로 되돌려줘야 한다. 대신 집값의 우선변제가치에 따라 차등화 된 금리를 적용하는 주택대출로 전환해야 한다. 대출대상은 주거연쇄효과를 고려하여 지역, 평수에 대한 차별을 두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향후 주택시장의 구매력이 살아나고, 개인기업도 회생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정부가 늘 뒤를 봐주는 공기업들도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2012-01-18 김용민

교육이 계층이동 장애물 돼서야

우리 속담에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다. 미천한 신분의 극복을 빗대어 한 말이자 사회학 용어인 계층이동을 쉽게 표현한 말이다. 사회계층의 수직적 이동을 의미하는 사회이동 (social mobility)을 계층이동이라고도 표현하는데, 우리 사회는 조선시대의 양반계급을 탈피하면서 상대적으로 점차 계층이동이 용이한 사회로 인식되어 왔다. 한때 '검사와 여선생'과 같이 신분계급을 뛰어 넘는 내용을 다룬 신파극 등이 유행하며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던 것도 같은 이유이다.통계청이 2년마다 조사하여 발표하고 있는 지난해 12월의 '사회통계'는 그간의 우리 국민의 계층이동에 대한 의식이 크게 변화한 것으로 나타나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일생동안 노력한다면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비율은 28.8%에 불과했으며 이는 2년 전 35.7%보다도 크게 줄어든 것이다. 반면 '상승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은 2년 전 48.1%에서 58.8%로 훨씬 높아진 것이다. '나는 중산층이다'라고 생각하는 가구 수는 52.8%로 1988년 통계를 생산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53.4%에 비해서도 낮다. 반면 '나는 하층이다'란 응답 비율은 2009년 42.4%에서 45.3%로 늘었다. 중산층과 하층의 비중 차이는 7.5%에 불과하다. 수치상 소득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중산층이 느끼는 체감도는 낮아졌고 계층이동에 대한 긍정적 생각도 줄어든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국정운영의 목표를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로 잡은 것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국민들은 느끼고 있는 것이다.'아마존' 책 판매를 통해 100만부 이상 팔린 '계층이동의 사다리(A Framework for Understanding Poverty)'에서 저자인 '루비 페인(Ruby Payne)' 박사는 빈곤층이 안고 있는 현실에 주목하면서 계층 상승을 위한 해법으로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우리나라만큼 자녀교육에 열심인 부모들이 세계 어느 나라에 있을까? 그러나 통계청 조사에서 자녀의 계층상향 가능성에 대해 41.7%만이 긍정적 답변을 했고 그 중 매우 크다고 답변한 것은 4%에 불과했다. 부정적 반응은 42.9%에 달했다. 부정적 답변이 긍정적 답변을 넘어선 것 역시 관련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나는 몰라도 내 아이는 잘 살 것이다'라는 기대마저 접어버린 조사결과는 주거비· 교육비 급증 등 심해져가는 사회 양극화 속에 정상적 방법을 통한 서민들의 계층 상승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지난해 서울대 합격생의 절반 이상은 수도권 출신이고 5명중 1명은 특수 목적고 출신이었다. 서울 강남3구 출신학생 비중도 점점 늘고 있다. 계층이동의 사다리 구실을 했던 교육이 오히려 계층을 고착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수험생 집안의 가계살림에 따라 수능성적이 나온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게 되었다.우리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의 혹독한 경험을 기억한다. 4만여 개 기업의 도산으로 많은 실업자가 생겨나게 되었고, 별다른 직업 훈련시스템의 도움이 없어 졸지에 영세 자영업자가 되어 삶의 현장으로 뛰어든 것이다.우리 사회에서 양극화 현상이 본격적으로 심화되고 중산층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중산층이 무너져 사회 격차가 확대되면 사회가 흔들리게 된다. 사회 양극화는 우리만이 겪는 문제는 물론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도 청년 실업과 일부 금융회사들의 탐욕이 문제가 되었지만, 그 안에는 소득 불평등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정부· 정치권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들리게 할 수 있는 사회양극화 현상을 줄이고 해결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많은 국민이 미래에 대해 희망보다 절망을 더 느낀다면 과연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는 의미가 무엇일까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2012-01-11 윤대희

美 메이저리그서 동반성장을 배운다

미국은 프로 스포츠의 천국이다. 야구·농구·미식축구·농구가 대표 종목이다. 미국의 프로경기는 전세계로 생중계된다. 전세계가 시장인 셈이다. 선수들의 연봉은 천문학적이다. 일반인의 연봉을 주급으로 받는 선수도 부지기수다. 그만큼 시장이 크다는 의미이다. 2010년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가치총액은 18조원이 넘는다. 1998년에 비해 무려 23배나 증가했다. 미국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다. 70년만에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었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가치는 2009년에도 상승했다. 물론 적자를 보는 구단도 있다. 그러나 보통 1년에 1~2개 구단에 불과하다. 적자 규모도 그리 크지 않다. 만약, 메이저리그가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면,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LG전자보다 많고, 한국전력보다 적다. 순위로 매기면, 12위이다. 최고의 인기 구단인 뉴욕 양키스의 구단 가치는 2조원에 육박한다. 국내 포털업체 다음의 시가총액과 맞먹는다.메이저리그는 더이상 스포츠가 아니다. 하나의 거대한 산업(industry)이다. 야구가 산업으로 번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프로스포츠는 자본주의의 꽃이다. 구단이 돈이 많다면 더 좋은 선수를 확보할 수 있다. 경기에 승리하게 되면, 관중이 늘어나고, 매출이 증가한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으로 더 좋은 선수를 영입한다. 또 경기장을 쾌적하게 바꾸기 위해 투자한다. 더 많은 관중이 찾아오게 된다. 그래서 프로 스포츠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의 발전은 자본주의에 있지 않다.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는 동반 성장에 있다. 1869년 처음으로 프로구단이 창단됐다. 이후 자본주의가 활개를 쳤다. 대도시에 연고를 둔 구단은 승승장구했다. 부자구단은 돈으로 선수를 얼마든지 맘대로 샀다. 그래서 팀간 실력 차이는 더욱 커졌다. 관중은 등을 돌렸다. 승부가 빤한 경기는 지겹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제도가 생겼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965년에 도입된 신인 드래프트 제도다. 전년의 성적 역순으로 우수한 신인을 먼저 뽑게 하는 제도다. 부자구단이 돈으로 선수를 쓸어모으지 못하게 됐다. 지금이야 어느 나라든, 어느 종목이든 프로는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를 뽑는다. 그러나 이 제도는 프로야구가 생긴지 100년이 돼서 도입된 제도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적자 구단이 절반에 달했다. 수익배분제도와 사치세가 도입됐다. 부자구단이 가난한 구단을 도와주는 제도이다. 쉽게 말해, 최고의 인기 구단인 뉴욕 양키스는 수익의 일부를 내놓아야 한다. 또한, 뉴욕 양키스는 매년 사치세도 낸다. 구단 연봉 총액이 메이저리그가 정한 상한액을 넘기 때문이다. 양키스가 낸 수익의 일부와 사치세는 시장 규모가 작은 가난한 구단을 먹여 살린다. 뉴욕 양키스가 수익의 일부를 내놓고, 사치세를 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스포츠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자구단도 경기를 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파트너도 일정 수준을 갖추면 더 재밌는 경기가 된다. 가난한 구단이 강해야 자기도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동반성장이다. 2011년 한국의 사회적 이슈는 동반성장이었다. 아직도 대기업의 논리는 타당하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야구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무슨 노력을 했는지 알아야 한다. 자본주의의 논리가 계속됐다면 메이저리그는 단순한 야구리그에 불과했을 것이다. 대기업은 혼자 성장할 수 없다. 자본주의 논리 뒤에 꼭꼭 숨었다. 경쟁력있는 기업의 승자 독식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큰 착각이다. 혼자서는 전체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없다. 자본주의 꽃인 프로야구도 성장을 위한 규제가 있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 메이저리그가 그러하듯 '모두가 함께'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만드는 부품이 필요하다. 강자의 위치에서 납품 가격을 깎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양키스가 혼자 야구를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정당한 가격을 쳐주어야 소비도 활발해진다. 중소기업 종사자들이 소비자가 되어 대기업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한국경제가 바라는 동반성장이다.

2012-01-04 오동윤

2012년 대한민국이 바라는 선물은?

녀석은 집요했다. 산타가 올해는 왜 선물을 주지 않았느냐며 성탄절 오전 내내 부모에게 따지고 든 것이다. 날씨가 너무 추웠다느니, 네가 말썽을 부려서였느니, 모두 도리질을 치다가 급기야 그 말이 나왔다. 처음부터 산타는 없었고 지금까지 엄마가(막내라 그런지 늘 엄마뿐이다) 선물을 사다놓은 게 아니었느냐며 두 눈을 부라리며 얼굴을 들이민다. 아내의 입모양이 '사실은' 하며 이실직고를 할 태세이다. 나를 바라보며 간절히 구원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낸다. 민세는 초등학교 3학년이다. 요새 3학년이면 세상 알만큼 알 텐데 몽니를 부리는 녀석의 속내를 알고도 모를 일이다. "이제 10살이 넘어서 오지 않는 거야"하며 판을 정리하려 하니 첫째가 재치 있게 거든다. "맞아, 나중에 나이가 들어 마음이 다시 아이가 되면 산타가 돌아올 거야." 세상은 때로 거짓이 아름다울 때가 있음을 끄덕이게 하는 하루였다.올해 국내 성장률은 3.8%대로 추정된다. 전망값을 4%대와 3%대로 나누어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한국개발연구원, 한국은행 같은 정부기관은 거의 다 낙관적이었다. 반면에 삼성경제연구소와 국회예산정책처는 3% 후반대로 정확도가 높았다.경제전망을 하는 실태는 어찌 보면 지적 담합이다. 다 같이 틀리면 으레 그러려니 하며 넘어갈 수 있다. 그러니 가능하면 하나의 수치에 고만고만 비슷해지려 한다. 만약 지식을 다루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다면 경제전망전문가들은 곤혹을 치를 게 뻔하다. 특히 정부 측 전문가들은 진퇴양난이 될 성싶다. 정부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공공기관에서는 정치적 프리미엄을 붙이기 일쑤이다. 생각해 보라. 내년이 선거인데 경제가 엉망일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놓는다면, 전문가나 기관은 '세상 뭘 모르는' 바보가 된다. 그러니 모두 상향평준화하는 거다. 이런 일을 몇 번 집단적으로 하다보면 안 그러는 것이 바보라는 확신까지 들 수 있다. 이런 사고방식은 나름 역사적인 뿌리가 있다. 박정희 정권 시절 경제기획원은 한국 경제를 만들어냈다. 기획재정부의 과장급 이상 간부들 중에는 '우리가 목표를 세우면 한국경제가 그리로 간다'는 추억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1998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터진 경제개방으로 경제주권은 흘러간 노랫가락이 된지 오래인데 말이다. 그들이 신봉하는 자유무역협정은 명맥만 이어가던 경제주권에 대한 종지부를 찍는 셈이다(물론 자유무역협정은 장점도 있다). 세계경제와 섞이는 정도가 심할수록 대한민국 경제에서 그들이 바라는 정치적 영향력을 구현할 가능성은 낮아만지고 있다. 경제를 개방하고 있는 주체들은 자신이 한 행동을 잊어버린 듯하다. 정확하게 짚는다면, 만족스럽지 못한 행위를 나중에 합리화하려는 인지적 부조화에 빠져있는 모양새다. 불편한 진실이다. 정부는 내년 국내경제성장률을 4%미만대로 잡고 있다. 7% 경제성장을 내건 현 정부로서는 가슴이 아릴 만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인 듯하니 경제를 위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불편함보다 진실을 택한 용기라고 긍정하고 싶기까지 하다. 행여 경제를, 국민을 포기하겠다며 손을 놓은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그런 생각이 비뚤어진 노파심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성탄절을 지나 학교에 다녀온 민세에게 아내가 물었다. "친구들에게 산타선물 받았냐고 물었어?", "내가 바보인가, 물어보면 친구들이 그럴걸, 너는 산타 믿냐." 막내는 부모에게 아기 민세로 남아 사랑을 계속 받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닐까. 내년에는 민세에게 다시 산타 선물을 사주어야겠다고 다짐한다. 2012년에 대한민국이 받을 선물은 무엇일까? 우리 모두 산타 같은 국회의원들, 대통령을 만나는 꿈을 꾸어보자. 유권자 여러분, 실현가능하고 함께하는 행복을 이루도록 노력하고 요구하십시다. 송구영신.

2011-12-28 조승헌

북한변화 우리부동산에 어떤영향 미칠까

폐쇄사회를 이끌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우리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주식값이 하락하고, 환율은 올랐다. 정부는 임시비상체제로 들어갔다. 국민들은 뉴스에 바짝 귀기울였다. 긴장감이 실물과 재무의 투자시장을 냉각시켰다. 이 일이 사회 각 부문에 미칠 영향력을 예측하는데 너도나도 관심을 쏟았다.이러한 변화들 속에서 우리 부동산은 어떠한 영향을 받을 것인가를 생각해본다. 평화를 전면적으로 깨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에서 장래에 대한 전망을 하기로 한다. 단기적으로는 심리적인 충격이 있겠지만 큰 변화를 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북한이 계속 폐쇄체제로 가느냐, 아니면 개방체제로 가느냐에 따라 우리 부동산권도 꽤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먼저 폐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를 보자. 여태까지 그래왔었던 것처럼 우리 땅도 북의 폐쇄와 대립해야 하는 긴장관계 속에 놓이게 된다.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므로 공권력 우월주의가 개인의 자유보다 더 활개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다. 그동안 남북의 경색관계가 경제사회활동에 있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쳐왔다. 남북의 위기감이 고조될수록 개인의 자유라는 가치보다 단체 가치, 공권력 가치를 우선시 하는 사회여론이 쉽게 번성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부동산재산에 대한 각종 규제나 통제는 토지상품경제체제의 국가들 가운데 가장 양과 종류 면에서 다종다양한 규제를 형성해왔다. 이에 편승하여 일부 부동산대책들은 정부 각 부처이기주의에 의해 좌우되기도 했다. 공권력우월주의 아래 국토종합계획이 유린되어도 이를 통제하는 기능은 너무 미약했다. 세상에 없는 토지공개념이나 주택공개념이 우리 사회에서 정부 주도로 유행되어 사회 여론을 주도하며 파행된 부동산권리의 규제법제들을 양산시켰던 과거의 사례만 보아도 그러한 흐름을 알 수 있다.그러나 북한이 점진적으로 개방화되어 간다면 우리의 부동산권들은 장기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형성하는데 어느 정도 힘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 부동산정책도 그들 개방화의 속도와 더불어 과거의 규제우월주의가 약간씩이나마 수정되어가는, 정상화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 한 차원 성숙한 민주화된 국토관리의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도우미로 작용할 것이다. 여태까지 파행이 통하였던 각종 재산권규제가 좀 더 신중하고 계획적으로 관리운영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들의 개방화가 우리의 성숙한 민주화에 기여한다면 부동산으로 인한 국부의 효율성, 국민의 형평성, 국토의 생명성 면에서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인가. 국부의 효율성 면에서는 상당한 진전이 기대된다. 부동산시장은 공정성과 투명한 경쟁이 중시되는 쪽으로 힘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형평성은 어떠할까. 여태까지 부동산권을 규제하는 형평성제도들은 재산권자만 고통스럽게 했을 뿐, 사실상 실효성이 매우 의심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떤 경우는 형평성대책이 오히려 형평성을 더욱 심화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므로 개방화로의 변화는 형평성문제를 개선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생명성은 어떠할 것인가. 이는 국토계획을 제대로 지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우리 국토의 생명성을 가장 심하게 파괴한 주체는 정부였다. 우리 국토계획에는 국토기본법에 의한 국토종합계획이 있고, 그 아래 국토관리계획이나 특정계획들이 있다. 그런데 개인들이 이러한 계획에 어긋난 토지이용을 할 때는 엄격하게 처벌되어왔기에 사인에 의한 국토계획 훼손은 미미했었다. 그러나 정부, 특히 개발관련 중앙부처의 국토계획 훼손은 그 규모나 내용 면에서 너무 방대했다. 수도권 신도시개발, 미니도시 개발, 지방의 기업· 혁신· 행복도시 개발, 보금자리에 의한 개발제한구역의 대량훼손, 4대강사업 시행의 신속한 강행처리 등과 같은 사례들은 많다. 만약 재산권에 대한 성숙한 민주적 관리 분위기가 자리잡았다면 그와 같은 대량의 국토 훼손을 쉽게 저지르지 못하였을 것이다.이와 같이 볼 때 국토의 효율, 형평, 건강한 관리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북한의 개방화가 우리에게 어느 정도 도움을 주리라 예측된다. 그러므로 우리 부동산의 양호한 관리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북한이 좀 더 빠르게 열린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2011-12-21 김용민

개도국 지원에 많은 관심을

나라 안의 관심이 온통 한미 FTA에 쏠려 있던 지난 11월, 의미 있는 행사가 부산에서 열렸다. 11월 29일~12월1일간 열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클린턴 미 국무장관 등 160여 개국에서 2천여명이 참석한 '제4차 세계개발원조 총회'이다.이번 제4차 총회 '부산선언'을 통해 개도국에 대한 원조를 원조효과성에서 개발효과성으로 정책 포커스를 전환하고 선진국과 신흥국,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포괄적 파트너십 구축을 천명한 바 있다.우리나라는 2009년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함으로써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바뀐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외국으로부터 모두 128억달러의 원조를 받았으며 산업화와 선진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개도국지원 규모는 국민총생산의 0.12% 수준으로 2015년까지 0.25%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현재의 12억 달러를 점차 25억 달러로 늘려 나갈 계획이지만 우리나라의 국제사회 위상으로 볼 때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다만 최근 세계적 경제위기로 많은 나라들이 원조를 줄여가고 있는 추세에 우리는 늘려 나감으로써 개도국 지원 의지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있는 것이 다행이다. 점차 선진국이나 중국 수준으로 개도국 원조의 규모나 질을 높여 나가야겠지만, 우리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자산 '경제개발 경험'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이러한 배경으로 2004년부터 시작된 정부사업으로 '경제개발지식 공유사업' KSP(Knowledge Sharing Program)가 있다. 많은 개도국들은 60년 초만 해도 자기들과 똑같은 세계 최빈국의 하나였던 한국이 불과 50년 동안에 이룩한 놀라운 경제성과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며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연구하여 이를 자국의 경제발전에 적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필자도 이에 관련하여 지난 해부터 아프리카 가나를 시작으로 베트남, 라오스, 아제르바이잔, 에티오피아 등을 두루 다니며 장관급 '고위정책대화'를 이끌며 국장급을 비롯한 정책담당 실무자를 참여시킨 '전파교육'등을 통해 경제개발경험의 노하우를 전수해주고자 KSP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중장기계획과 연간 예산의 효율화(가나), 2011~2020년 경제사회발전 수립자문(베트남), 경제위기 회복방안(라오스), 외국원조의 효율적 관리(아제르바이잔), 중소기업 육성방안(에티오피아) 등 구체적인 정책과제들에서 상대방 국가들은 우리의 개발경험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성공사례는 물론 실패 경험 등 아쉬웠던 점까지 솔직하게 전해줌으로써 개도국들이 후발자로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정책과제를 도출하고자 함께 고민하고 있다.우리만이 가진 값진 고유자산인 경제개발 경험을 잘 발전시켜 세계의 개도국들과 나누기 위해서는 KSP사업을 좀 더 체계화시켜 효율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공유가 가능한 법, 제도 혁신사례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예를 들면,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 중에서 국제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을 '데이터 베이스'해서 콘텐츠를 확충해야 하며 또한 세계은행 등 국제개발금융기관과 공동컨설팅을 통한 정책자문의 효과성을 제고하는 Co-consulting도 바람직할 것이다. 아울러 KSP사업 이외에도 경제개발협력기금, 무상원조를 적절히 조합하여 컨설팅부터 인프라 건설은 물론 시설운영과 사후관리기법까지 포괄하는 토털 시스템 지원을 통해 프로젝트의 가능성(Comprehensive Support)을 높여야 한다. 요약하면 앞에 언급한 3C (Contents, Co - Consulting, Comprehensive Support)를 강화하는 방안을 찾는데 정부, 연구기관, 전문가의 지혜가 모아져야 할 것이다.우리는 G20국가가 되었다는 자부심에 도취하기보다는 어려웠던 시절을 기억하며 개발도상 국가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일에 많은 관심과 역할을 기울일 때 국제사회 속에서 그 만큼 우리의 위상도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수원국(受援國)에서 공여국이 된 유일한 나라로서의 소임이라고 하면 더 맞을 것 같다.

2011-12-14 윤대희

2012년 대한민국의 과제는 '건강한 한국경제'

한국에는 269만 소상공인이 있다. 소상공인은 종사자 4인 이하의 사업체를 일컫는 말이다. 광업, 제조업, 건설업, 운수업은 9인 이하이다. 여기에 522만명이 일을 하고 있다. 딸려 있는 가족까지 합치면, 1천만명 이상의 생계가 소상공인에게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면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소상공인은 수익 창출보다는 생계유지에 가깝다. 스스로 노동을 하고 돈을 버는 자영업자이다. 이들이 열심히 일해서 벌어가는 것은 자기 인건비이다. 동네 빵집, 커피점, 문방구, 식당 등이 전형적인 소상공인의 삶의 터전이다.한국에는 2천916개 대기업이 있다. 대기업에서 165만명이 일을 한다. 대기업이 활동하는 무대는 더는 국내시장이 아니다.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어느덧 대기업이 한국경제의 중심이 됐다. 그래서인지 대기업이 호황이면 한국경제도 호황이다. 대기업이 위기이면 한국경제도 위기이다. 이제는 대기업이 소상공인까지 위협하고 있다. 너무 몰아세운다.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흔한 레퍼토리이다. 동네 골목에서 빵도 판다. 천 원짜리 두부도 판다. 웬만한 규모의 구내식당은 모두 대기업 차지이다. 그러곤 대기업은 너무 당당하다. 자기들이 하면 품질이 좋아진다고 한다. 그리고 가격이 내려간다고 한다. 그만큼 소비자가 이득을 본단다. 18세기부터 애덤 스미스가 가르쳐 준 이론이다. 반박하는 사람이 없다. 반박한다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용기만 갖고 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대기업은 득의양양하다.장기적으로 보면, 소비자도 손해다. 소비자는 당연히 대기업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소상공인이 무너지고 있다. 소상공인이 사업을 하지 못하면 생계가 막연해진다. 그렇게 되면, 대부분 사회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정부는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결국, 소비자는 대기업의 시장진입으로 보았던 이득을 언젠가는 다시 토해내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다시 혼란에 빠진다. 분배가 먼저인가? 성장이 먼저인가? 답도 없는 이념 논쟁에 휩싸인다.경제는 순환(circulation)이 핵심이다. 기업은 생산하고, 가계는 소비한다. 기업과 가계가 잘 돌아가야 한다. 기업의 노동자는 열심히 생산한다. 그리고 월급을 받고 가계를 꾸린다. 가계를 꾸리면서 소비를 한다. 더 나은 소비를 위해 더 열심히 생산에 참여한다. 생산과 소비가 되풀이되는 것이 바로 순환이다.대기업도 알아 두어야 할 것이 있다. 522만 소상공인 종사자들이 가계의 주체라는 사실을. 이들이 돈을 벌어야 가족까지 소비할 수 있다. 소상공인과 이들의 가족이 대기업 TV도 사고, 자동차도 사고, 스마트폰을 사는 소비자이다. 이들이 몰락하면 대기업은 소비자를 잃는 꼴이다. 결국, 소상공인이 건강해야 대기업도 건강해진다. 대기업이 한국경제의 심장 역할을 한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심장이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모세혈관이 필요하다. 바로 소상공인이 모세혈관이다. 심장에서 만들어진 피가 모세혈관을 타고 온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그리고 정맥을 통해 다시 심장을 흐른다. 그러나 모세혈관이 어딘가 막히거나 뚫리면 사람은 쓰러진다. 269만 소상공인이 바로 한국경제의 모세혈관이다. 모세혈관에 피가 돌아야 한다.2012년은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모두 열린다. 복지 논쟁이 선거의 쟁점이 될 것이다. 그 논쟁의 중심에 소상공인이 있다. 이념 논쟁보다, 정치 싸움보다 더 소중한 것이 소상공인이다. 그러나 소상공인이 바라는 것은 그런 복지가 아니다. 최선의 복지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소상공인이 맘껏 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복지다. 대기업에 맞서 소상공인이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힘에 부친다. 소상공인의 사업 영역을 확보해 주는 것이 최선의 복지이다. 그래야 소상공인이 건강해지고, 그래야 한국경제가 건강해진다. 2012년에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2011-12-07 오동윤

인천타운미팅에 주문을 건다

[아브라카다브라, 다 이뤄져라]자우림이 '나는가수다'에서 자줏빛 조명아래 주술을 흘려보낼 때 작은 형의 모습이 떠올랐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라 한다."고등학생이던 형이 암송하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다. '아브라카다브라'는 '말 한대로 이루어지이다'라는 뜻을 가진 주문으로, 아브락사스라는 이집트의 마법적 사상을 모태로 하고 있다. 아브락사스를 숭상하는 학파를 그노시즘이라고 하는데 신에 대한 절대적 귀의가 아닌, 인간이 지혜를 가지고 세상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요즘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양을 보노라면 갑갑하다. 온 세상이 경제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이런 형세는 더욱 악화될 듯하다. 희망을 잃어버린 99%가 1%를 탓하며 지구 곳곳에서 들고 일어나고 있는 형세이다. 판을 바꾸자고 한다. 선거를 할 때마다 정권이 바뀌고 있다. 우파 정권에서도 좌파적 공약이 나오고 있다. 버핏세는 이제 정파를 떠나 표를 얻기 위한 필수 품목(must-have)이 되어가고 있다. 선거를 경제적 맥락으로 표현하면 정치인은 돈을 주겠다고 하고, 유권자는 표로 응답하는 선물거래라고 할 수 있다. 지난 747공약으로 대표되는 대통령선거와, 뉴타운공약이 판세를 결정했던 총선은 표를 사는 정치인들에게는 대박, 국민들에게는 배신과 빈손뿐인 불평등 거래로 판명되고 있다. 세계경제는 불황이라는 터널의 입구에 막 들어섰을 뿐이다. 세계 경제에 모질게 엮여있는 한국경제도 힘들 수밖에 없다. 이런 판국에 돈과 표를 거래하는 정치시장은 어찌될 것인가? 정치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권자들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달라고 할까. 더 이상 돈이 없다는 것은 이제 알만큼 안다. 12월 9일 인천시청에서 타운미팅이 열린다고 한다. 인천시민 300인이 모여 시민의 눈으로 보는 행복한 인천 만들기라는 주제로 머리를 맞대고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당신이 인천광역시장이라면 인천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그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기쁘다. 기대된다. 그리고 부탁이 있다. 표를 얻고자 하고, 시민의 세금으로 먹고 사는 정치인이나 기관들은 더 이상 돈을 더 벌게 해주겠다는, 이루어지지 않을 약속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직까지 한국의 상황에서 '성장이 힘들다'고 하는 건 정치인으로서 표를 날려 보내는 자살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전문가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정치인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세상 형편이다. 진실이 비참할 땐 거짓이 미덕인 것이 엄연한 현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지금 우리 모두는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모두에게 손해가 되는 치킨게임이다. 버려야 얻는 것이 시대정신이다. 시민들은 더 이상 돈을 달라고, 경제를 성장해야 한다고, 대기업을 유치하자고, 20평 아파트를 30평으로 늘려달라는 '성사되지 않을 거래'를 '줄 수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요구하지 않았으면 한다. 대신 20평 아파트에서 30평 못지않은 가족화목과 삶의질을 살려내는 살림의 지혜를 시장과 의원들과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궁리해 달라고, 같이 고민하자고 손을 내밀 수는 없을까.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 그 나라 정치인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세상의 법칙이다."늙는다는 것은 세상의 규칙을 바꾸려는 노력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카뮈의 멘토인 장 그르니에가 한 말이다. 형도 나도 흰머리가 자연스럽게 어울림직할만큼 세월은 흘렀다. 하지만 노후를, 사교육비를, 등수 가리기 공부에 찌든 자식들을, 청년 실업자를, 비정규직 직장 동료를 생각하면, 이 세상에는 깨뜨려야 할 알들이 너무 많은 듯하다. 세상엔 때가 있다고 한다. 시절인연을 바라며 인천타운미팅에 주문을 건다. 아브라카다브라 행복인천 상향(尙饗).

2011-11-30 조승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