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원가 줄인 반값만이 진짜 반값이다

얼마 전 서울시장이 시립대학 등록금을 내년부터 반으로 내리겠다고 했다. 선거공약에서 상대 경쟁후보와 마찬가지로 반값공약을 했으니 이를 지키겠다고 하는 의지의 발로일 것이다. 이미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게 하였다고 한다. 한때 촛불시위가 반값등록금을 외치며 정부를 향한 적이 있었다. 그 운동을 축으로 하여 각종 언론에서는 우리의 대학등록금이 비싸다는 보도를 해댔다. 나중에는 감사원이 나서서 전국 주요 수많은 대학들의 회계감사를 감행했다. 일부 부실한 대학들의 잘못이 드러났다. 그렇지만 다수의 선량한 사립대학들은 그 감사 때문에 교육 외의 일로 에너지를 낭비해야 했다.한편 지나간 대통령선거때 반값아파트라는 말을 일부 정치인이 하면서 반값아파트공약도 불거졌다. 현 정권은 보금자리주택으로 유사한 효과를 내거나 또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으로 이러한 약속을 조금이나마 이행하려한 모양새를 보였다.특정부문의 반값이야기가 사회로부터 높은 관심을 끈 것은 그만큼 우리의 아파트값이 비싸고 등록금 또한 비싸다고 하는 반증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등록금도 반값으로 내릴 수 있는 길을 찾고, 아파트값도 그러한 길을 찾아 나서는 건 누구에게나 환영받을 일이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말들을 사회 지도층들이 신중하게 고려하지도 않고 남발한다면 그로 인한 파생효과가 반드시 좋게 귀결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문제가 있다.반값이나 반의 반값, 반의 반의 반값 등은 우리가 거의 매일 장터에서 마주할 수 있는 물건 값들이다. 의류, 전자제품, 식품 등에서는 반값, 그 훨씬 이하의 값도 등장한다. 드물게는 가구나 주방용품 등도 이러한 대열에 들기도 한다. 그러나 시장에서 풍부하게 넘치는 반값할인거래가 우리에게 신선함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값싼 제품이란 게 재고 의류, 구형 모델 전자제품,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아니한 식품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품들의 잔여량을 계속 반값 이하로 팔 수 있는 까닭은 이들이 생산될 때 이미 신품가격에 그와 같은 떨이손실액이 보전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반값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를 신선하게 자극하거나 감동케 하는 경우도 있다. 기술혁신이나 관리의 개선으로 실재 생산비가 반값으로 줄어들도록 함으로써 비로소 진짜 반값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 경우일 것이다.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이 그와 같은 원가절감을 위한 교육환경의 개선이나 교육방법의 개량에 의한 것임이 아닌 것으로 안다. 인건비나 대학 운영비를 절약하여 반값등록금이 된 게 아니라 국민들의 세 부담을 늘려 행하는 반값할인으로 보인다.또한 반값아파트공약의 이행을 위해 보금자리에서 보는 것처럼 국토관리계획에 저해되는 개발을 자행한다. 더불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처럼 궁색한 주택들을 공급하는 것도 문제다. 공공녹지의 훼손, 대형 재정비사업지구에 무임승차하기라는 편법으로 공공의 공간이나 타인재산권 침해를 야기할 수도 있는 임대주택이나 지으려는 발상들이 진짜 반값아파트가 지닌 신선한 뜻을 줄 리가 없다. 새 건축공법의 개발, 개인의 자율과 경쟁에 의존한 개발 비용의 절감을 통한 반값아파트가 아닌한 신선한 감동을 주는 반값아파트가 될 수 없는 것이다.아무리 캠페인 소재로 선호도가 높고, 목적이 선의이며 국민들의 귀가 솔깃한 것이라도 관련된 언행은 신중히 할 일이다. 장터에서 흔히 쓰는 반값할인은 나름의 이유와 정당성이 있다. 그렇지만 아파트의 적정 생산비나 등록금의 적정 운영비를 계상하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반값이라는 무지갯빛 이야기로 국민들을 현혹하려 한다면 그것은 지조를 중시해야 할 지도자들이 걸어야 할 행보가 아니다.반값아파트의 시대, 반값등록금의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그 시대는 현재보다 생산비를 현저하게 절약하는 합리적인 방법을 활용한 결과로서만이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국토계획을 유린하거나 시민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반값공약과 그 실현은 이 시대의 미덕이 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생산비의 절약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반값만이 진짜 반값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2011-11-23 김용민

저출산대책, 남아있는 시간 많지 않다

유엔은 지난 10월 31일로 세계 인구가 70억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70억번째 인구로 필리핀에서 태어난 아기 사진이 언론에 등장하기도 했다. 세계 인구는 20세기 초에 16억 명을 넘어서고 100여년 만에 4배 이상으로 증가한 셈이다. 인구증가는 산업화와 수명연장 등에 따른 긍정적인 면도 많지만 식량난, 식수난 등 걱정도 함께 커지고 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세계 인구는 2050년에는 93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우리나라 인구는 남한만을 볼 때 4천900여만명으로 세계 25위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0년 기준으로 1.15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1984년에는 인구대체 수준인 2.1명 이하로 떨어졌고 외환위기 이후에는 1.3명 이하로 급락한 초저출산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1980년 2.82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2000년에는 1.15명으로 급락한 것이다. 현재 출산율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우리나라 인구는 2100년에는 현재 인구의 50%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고 2500년에는 33만명이 되어 민족이 소멸되고 언어도 지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우리사회가 소득증가에 따른 평균수명 연장으로 인구 고령화도 함께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중위(median)연령은 현재의 35세에서 2020년에 44세, 2040년에는 53세 내외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이러한 고령화는 세계적인 현상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들의 경험에 비해 훨씬 급격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에 이미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를 넘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으며, 2025년에는 20%를 상회하는 '초고령 사회'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이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이전하는데 100년 이상이 걸린 것과 비교할 때 우리의 고령화 진행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이 빠른 것이다.저출산 고령화는 생산 가능인구와 취업자를 감소시키는 등 노동력의 양적 규모를 축소시켜 경제성장을 위축시킨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구조의 변화는 1990년대 들어서면서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는 연금 및 보건의료비 지출 증대 등 재정 부담을 높임으로써 세대 간 소득 재분배라는 문제도 야기시킨다. 현재는 젊은 사람 7명이 노인 한 사람을 부양하는데 비해 2050년이 되면 1.4명이 한사람을 책임져야 하는 사회가 되므로 장차 우리의 아들 손자 세대들이 짊어져야할 부담은 급격히 커지게 되는 것이다.이러한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는 종합적인 사회·경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출산율을 높여야 하는데 이는 생각하는 것 만큼 쉽지 않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점점 늦어지는 결혼 연령, 여성의 사회활동에서의 경력 단절 우려, 자녀 교육비 부담 등이 저출산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원인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보육시설 확충, 출산시의 인센티브 제공은 물론 출산으로 여성들이 사회활동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제도적 장치 마련 등 출산에 대한 가치를 높여 주는 사회적인 환경 조성에도 더욱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저출산을 극복한 다른 나라들의 선례에 대한 적극적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때 저출산의 대표적인 나라였던 프랑스가 출산제고를 위한 각종 정책과 함께 적극적인 이민 정책도 병행하여 저출산을 극복한 사례는 깊이 연구할만하다. 다문화 가정이 점점 늘어가면서 이에 따른 걱정도 있지만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사고 전환과 선제적인 정책으로 사회의 일원으로 적응해 가는데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현재 중국이나 러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동포의 2세 3세들에 대해서도 그들이 우리 사회에 접근할 수 있는 문호를 개방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가 않다. 보육 및 육아지원, 평생 교육 시스템 구축과 함께 이민 확대 등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에 지금보다 정부가 더욱 앞장서야 한다.

2011-11-16 윤대희

사회문제가 되어 버린 청년실업

20~30대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이들이 주도하는 시위가 강렬하다. 미국에서 유럽까지 번졌다. 부의 독점, 특히 금융권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우리 사회도 20~30대가 움직이고 있다. 적극적인 투표 참여로 의사표현을 한다.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수준이다. 지난 몇 번의 선거에서 이를 확인했다.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다. 선거 승리의 공식은 간단하다. 20~30대와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은 일자리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갈 곳이 없다. 변변한 일자리조차 찾기 어렵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12시간 일하고 5만원도 받지 못한다. 그 돈으로 영어학원에 다녀야 한다. 취직에 필요한 영어점수 때문이다. 토플시험을 보기 위해 10만원이 넘는 돈도 내야 한다.지난 10월 청년실업률(15~29세)은 6.3%이다. 국가 공식통계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주변에 청년 백수가 너무 많다. 국가통계의 허점 때문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취직 준비생은 실업자가 아니다. 청년 백수 중에 취업을 준비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대한민국은 일자리 창출능력이 있을까? 적어도 대기업은 아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대기업은 늘 하는 소리가 있다. 신규채용을 늘리겠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능력은 2만 명을 넘지 못한다. 올해 19만 명의 대학 졸업자가 쏟아졌다. 이중 1만7천 명이 대기업에 취업했다. 그만큼 일자리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큰 오산이다. 퇴직자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채용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2009년 대기업은 2천916개이다. 전년보다 127개 늘었다. 대기업 종사자도 4만4천764명이 늘었다. 그만큼 일자리가 생겼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대기업 규모로 창업하는 기업은 없다. 기업 규모가 늘어나면서 법적으로 대기업이 되는 것이다. 그런 대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4만4천764명이라는 의미이다. 그만큼 일자리가 생긴 게 아니다. 중소기업도 한계가 있다. 300만 개 중소기업 중 270만 개가 소상공인이다. 대부분 생계형 자영업자고 서비스업이다. 경기에 민감하다. 경기가 나빠지면 바로 실업이 발생한다.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제조 중소기업은 32만 개다. 이 중 20만 개가 종사자 5인 이하의 영세기업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만만치 않다.청년실업의 돌파구는 창업이다. 그러나 창업의 문턱이 너무 높다. 우리나라의 높은 기술수준 때문이다. 더 나은 기술이나 상품이 있어야 창업할 수 있다.애니메이션 분야를 예로 들어 보자. 근래 최고의 히트상품은 뽀로로다. 아기들에게 뽀로로는 대통령과 맞먹는 존재다. 오죽하면 '뽀통령'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115개국에 수출을 하는 효자상품이다. 애니메이션 고등학교가 4개나 있다. 대학에 애니메이션 학과는 수두룩하다. 졸업생들이 창업하려면 뽀로로보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청년창업은 글로벌 창업이 되어야 한다. 이들의 타깃시장은 아세안, 중동, 남미, 아프리카다. 뽀로로까지 필요 없는 시장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얼마든지 공략할 수 있다. IT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IT 발전속도는 세계적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다. 우리에게는 어제의 기술이지만, 아프리카에서는 내일의 기술이다.정부의 창업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생계형 창업보다는 글로벌 청년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창업비용보다 더 필요한 것은 타깃시장에 대한 교육과 정보다. 소규모 창업을 하면서 시장조사까지 하긴 버겁다.대기업도 나서야 한다. 대기업이 청년창업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어떨까? 기술과 시설을 활용해서 말이다. 중소기업 창업을 지원하는 것이 동반성장이다. 그리고 20~30대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이 사회적 기여다.유럽을 가보면 배낭여행을 하는 한국 청년들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어떤 청년들은 아프리카에서 봉사를 한다. 자전거로 중국 대륙을 도는 친구들도 있다. 젊은이들의 글로벌 역량이 무럭무럭 크고 있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 청년들의 힘이다. 우리 사회는 이들의 경험과 꿈을 소중하게 키워 주어야 한다.

2011-11-09 오동윤

내가 사회적 다단계를 시작한 건

[발신 메시지: 자동차가 빨리 달리려면 브레이크가 좋아야 합니다.]바빠서 눈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떠나보낸 B의 뒷모습이 눈에 밟혀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번 인생여행의 화두로 삼으시게나.'30대에 막 접어든 B는 곧 계약기간이 끝나면 실업자가 될 터입니다. 이른바 스펙으로 보면 빠질 것 없습니다. 인생과 일에 대한 열정은 최고입니다. 하지만 아예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해외 유학까지 하면서 들인 정성과 노력이 낙엽마냥 나뒹굴고 있는 판입니다. 지금 한국에는 B로 넘쳐납니다. 한국개발연구원에서 발표한 최근 보고서를 보면 취업을 원하지만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을 포함하면 실업률은 20%가 넘는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실업률 통계로는 담아내지 못하던 상식과 체감이 입증된 셈이지요. 내년에 B도 국가의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는 '열외자원'이 될 듯합니다.B를 볼 때마다 마음이 싸해집니다. 제가 젊었을 때는 문제를 짚어내서 가열차게 비판하는 것만으로 사회적 책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40줄이 넘고 보니 내책임이다라는 생각이 앞섭니다. 40대는 집, 직장, 사회에서도 중심이 되는 역할을 하지요. 통계를 보면 40대의 소득이 가장 높습니다. 그런데 행복도는 가장 밑바닥이지요. 구조적으로 40대는 남을 위하여 가장 많이 희생을 해야 하는 일벌의 운명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지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판을 결정지은 것은 40대이더군요. 지난 대선 때도 그랬지요. 좋게 표현하면 정치적 성향을 초월하여 세상을 살고자 하는 억척스러움이고, 나쁘게 말하면 경제적 기회주의라고 할 수 있겠지요. 돈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신하는 처세술은 자칫 역이용당할 수 있다는 각성이 앞서야 할 듯합니다. 요즈음 국제사회를 보면 머지않아 세상이 많이 바뀔 듯합니다. 경쟁과 효율을 앞세우던 시장자유주의가 한계에 달한 듯하지요. 무한경쟁과 승자독식 체제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겠죠.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에서 시작되어 유럽, 일본, 대한민국에서도 1%만을 위한 세상질서를 바꾸자고 야단입니다. 시장논리에 맡기면 알아서 경제도 살리고 사람들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는 점점 더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려하고, 힘 있고 능력 있는 극소수만이 살맛나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곪으면 터지는 법. 칼 폴라니가 말한 '거대한 전환'이 지구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주말에 인제에서 양양으로 넘어가는 조침령길을 걸었습니다. 적상산 안국사 올라가는 길과 함께 제 마음을 온통 빨갛게 적셔주는 단풍길이지요. '늙는다는 것은 세상의 규칙을 더 이상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까뮈의 멘토로 알려진 장 그르니에가 한 말이지요. 아내와 두 자식의 가장으로서, 사회의 허리인 40대로서,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사는 경제학자로서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자 떠난 길입니다.이런 날, 마음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과 길을 걸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하며 작은 실천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회적 다단계를 시작하렵니다. 능력 없고 게으른 제 딴에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영화 도가니를 본 영수증을 가져오면 영화비를 드리겠습니다. 그 영화가 그 분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그 분은 다른 분의 영수증을 저처럼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그렇게 마음과 마음이 사슬이 되어 사회적 가치가 쌓이면 세상이 좋아지지 않을까요? 작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자양분이 되는 것이라면 책, 공연, 음반, 뭐든지 좋겠지요.조침령길을 내려와 서림삼거리에 다다를 즈음 인생길을 묻고자 서해안을 걷고 있는 B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배시시 미소가 나오는 희망입니다.[수신 메시지: 걸으면서 젖어드는 게 좋은 생각이라고 하네요.]

2011-11-02 조승헌

서비스산업 육성으로 청년실업 해소

지난 9월 17일 뉴욕 주코트 공원에서의 청년시위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급격히 세를 불리며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며 많은 국가로 번져갔다. 지난 10월 15일에는 전 세계적으로 집회가 개최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금융기관이 밀집한 여의도 등에서 일부 시위가 있었다.처음 이 시위의 촉발은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유발하여 붕괴위기에 빠졌던 골드만 삭스 등 대형 금융회사들이 공적자금을 받아 겨우 소생이 된 후, 막대한 보너스파티를 벌인 데에 대한 항의에서 출발되었다. 손실은 공유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하는 대형 금융회사들의 모럴해저드와 더욱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등에 대한 불만이 밖으로 표출된 것인데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시위가 더욱 확산된 이면에는, 계속 어려워지는 경제상황에 따르는 실업문제에 있으며 특히 20%에 달하는 청년실업에 당사자인 미국 젊은이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미국 등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보면서 우리에게도 현실로 다가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도 청년실업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많은 대학 졸업자가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정부의 청년실업통계 발표와 체감 실업률은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최근 우리 경제는 세계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지식기반 사회로의 급속한 이전 등으로 성장과 고용간의 연계가 약화되고 있다. 따라서 과거와 달리 성장이 되어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 특히 4만개 기업이 도산한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가 급증하면서 일자리의 질도 취약해졌다. 매년 6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제조업 부문에서 사라지고 있는데 오늘날의 자동화, 기계화, 성력화를 위한 제조업 투자가 결국 인력을 줄이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신규인력을 위해서는 매년 50만개 정도의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하다. 그동안 제조업에서 없어진 일자리를 서비스부문에서 채워오고 있다. 우리나라 서비스부문은 음식료, 숙박업 등이 큰 비중이라 우리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Decent Jobs)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70만명의 외국 근로자가 와 있음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렇다면 양질의 고급 일자리는 어디에서 나올까? 의료, 교육, 법률, 회계, 물류, 정보통신 등에 양질의 고급 일자리가 많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제조업과 비교할 때 일자리 창출도 서비스분야가 훨씬 큰데 10억원을 투자하였을 때 제조업 분야는 9.4명의 신규 고용이 있다면 서비스부문에서는 18.5명이나 된다.전통적으로 경제개발 초기부터 제조업중심의 공업화로 인해 서비스부문 성장은 상대적으로 취약하였다.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서비스 산업비중은 60% 수준으로 선진국의 80% 수준과는 큰 차이가 난다. 또한 서비스 산업의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중 가장 낮은 수준이며 고용비중이 높은 도소매, 음식숙박업은 과당경쟁 상태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대표적인 업종인 교육 의료 사업서비스 등에는 높은 진입규제가 존재한다.그동안 정부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성장 가능성과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의료, 교육, R&D, 콘텐츠 미디어 등을 유망서비스 분야로 선정하고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그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우리가 미국과 자유무역 협정(FTA)을 추진한 것은 수출 확대에도 목적이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갖고 있는 미국과의 경쟁·협력으로 우리 서비스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도 효과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201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영국 런던 정경대학교의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교수도 어려운 경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고용창출에 그 해법이 있으며, 이를 위해 서비스산업 육성이 중요함을 강조한 바 있다.계속되는 유럽의 재정위기 속에서 세계로 번져가는 시위가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닌 우리가 당면한 시급한 문제란 인식으로, 우리 사회의 안정·번영을 위해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마련에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2011-10-19 윤대희

한·미 FTA는 中企에게 위협 아닌 기회

한·미 FTA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첫 협상은 2006년 5월에 열렸다. 유례없는 추가협상까지 거쳤다. 마침내 양국 의회가 비준을 앞두고 있다. 첫 협상 이후 꼬박 5년이 걸렸다.우리도 물건을 살 때 흥정을 한다. 전통시장을 가면 보는 흔한 광경이다. 배추 한 포기를 놓고 흥겨운 실랑이를 한다. 더 받으려는 주인, 덜 주고 사려는 손님. 손익계산이 그리 복잡하지 않다. 적정한 가격에서 타협한다. 고맙다는 인사를 주고받는다. 승자도 패자도 없다.FTA 협상도 일종의 거래다. 주고받는 것이다. 받을 것이 있으면, 줄 것이 있어야 한다. 줄 것이 있다면, 뭔가를 받아내야 한다. 다만 미리 철저하게 손익계산을 해야 한다. 줄 것이 무엇인지, 받을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철저한 손익계산이 불가능하다. 경제가 그렇다. 얽히고설켜 있다. 한·EU FTA로 삼겹살 수입이 증가했다. 관세가 철폐되면서 가격이 내려간 덕분이다. 단정하기 어렵다. 쇠고기 가격이 너무 올라 삼겹살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소득이 줄어서 비싼 쇠고기 대신 삼겹살을 찾을 수 있다. 꼭 집어 설명하기 어렵다.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FTA로 관세가 철폐되면 수출품 가격이 내려간다. 더 많은 수출이 가능하다. 그만큼 한국경제에 도움이 된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한국은 수입이 필요한 나라다. 수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을 수입해야 한다. FTA를 통해 수입품의 가격도 내려간다. 결국 수입이 수출에 도움이 된다. FTA가 필요한 이유다.한·미 FTA가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다.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손익계산서를 가지고 뒤늦은 논쟁이다. 협상 전에 꼼꼼히 따져야 할 문제였다. 지금 와서 부산을 떨고 있다. 안타깝다.논쟁의 한가운데 중소기업이 있다. 지난 6월 유통법이 통과됐다.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그러나 한·미 FTA를 통해 무용지물이 되게 생겼다. 중소 제조업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재재협상까지 거론된다. 피해지원 대책을 수립하라고 야단이다.알아 두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한국은 FTA가 필요한 국가다. 미국과 FTA가 전부는 아니다.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터키 그리고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까지. 앞으로 해야 할 협상이 한두 개가 아니다. 한·미 FTA가 선례가 될 수 있다. 우리 것을 무리하게 보호하다간 도리어 화를 입는다. 인도네시아도 우리처럼 나오면 어쩔 것인가? 정작 우리가 필요한 것을 못 받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와 FTA는 중소기업에 유리한 FTA이다.FTA 지원도 피해에 집중해서는 곤란하다. 모든 FTA마다 피해는 발생한다. 막대한 지원이 매번 되풀이 된다. 기업마다 업종마다 유리한 FTA가 다르다. 피해도 마찬가지다. 피해지원은 단순한 매출감소에 대한 보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원의 핵심은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다. 지원금으로 유리한 FTA에 적합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FTA를 중소기업 글로벌화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한·미 FTA를 통해 한국에 진출할 미국기업이 많을 것이다. 이들 기업과 협력이 가능한 중소기업을 발굴해야 한다. 그렇게 협력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인도네시아 시장에 팔면 된다. 가만히 앉아서 글로벌화를 할 수 있는 기회다. FTA 손익계산서에는 나오지 않는 이익이다.중소기업이 스스로 글로벌화를 하기엔 부족한 것이 많다. 협력이 가능한 기업을 찾아 주어야 한다. 진출 가능한 시장을 알려줘야 한다. 청년 인력의 중소기업 취업도 글로벌에 맞춰져야 한다. 인도네시아 시장을 진출하려면 인도네시아어를 할 줄 아는 인력이 가장 필요하다. 이런 게 손익계산보다 훨씬 쉬운 일이다. 중소기업에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FTA라면 적극적으로 이용하자. 큰 그림부터 그리자. 어떻게 하면 우리 중소기업이 글로벌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지부터 고민하자. 너무 피해에만 연연하지 말자. FTA는 좁은 내수시장을 탈출할 수 있는 기회다. 적극적으로, 공격적으로 FTA를 활용하는 지혜를 짜내자.

2011-10-12 오동윤

구절초 욕망 좇아 미천골을 가다

미천골 구절초의 산들거리는 향내를 드립니다.'하늘 아래 끝동네'라 해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깊은 강원도 양양 응복산 미천골. 설악산~점봉산~조침령을 거쳐 구룡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 왼편 자락이지요. 일 년 동안 인연을 맺고픈 꽃차를 마련하기 위하여 주말에 다녀왔습니다. 10㎞가 넘는 계곡을 걷다가 드디어 제 마음을 추스를 자리를 잡았습니다. 빠른 여울이 암반을 쓸고 내려오다 높다란 바위에 부딪혀 소(沼)를 만들고 부드러운 물길이 되어 내려가는 곳. 순간 찌릿하며 머리를 치더군요. 소 가운데 서 있는 바위에서 제가 할 역할을 보았습니다. 유연한 처신. '너희들이 독을 먹여도 난 꿀로 내뱉는다.'황홀하고 벌렁거리는 가슴을 안고 한참을 내다르다 숨을 고른 곳이 선림원지였습니다. 미천골에 오는 제일 목적이 이곳 때문이죠. 각도를 다르게 하여 사진을 찍다보면 피사체 자체의 정체가 확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낯익음이 낯설게 되는 창의적 상이 발현되는 순간입니다. 선림원지 풀밭에 누워 바라보는 조봉. 쏟아질 듯 밀려오는 그 울울창창함은 내장산 벽련암 정자 마루에 뒤통수를 대고 눈을 떴을 때의 경이로움과 비길만하지요.선림원지에 올 때마다 서울 강남이 중첩됩니다. 선림원이 전성기였을 때가 9세기 중반 통일 신라시대입니다. 당시 기득권층이고 지식인이라 할 수 있는 승려들이 이 깊은 골짜기에 몰려들었다는 것이죠. 쌀(米) 씻는 물이 계곡을 가득 채웠다고(川) 해서 이름이 미천골. 당시는 장보고가 활약하여 자유무역이 성하던 때였죠. 천 년이 더 지난 지금,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욕망을 좇아 강남으로 몰려갑니다. 강남에 끼어들지 못한 사람들은 강남을 시기하면서도 강남을 선망하는 야누스적 욕망구조를 버리지 못합니다.요즘 부자 나라들 경제가 힘들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옛 생각이 납니다. 제가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때가 1998년이니 대한민국이 외환위기로 끙끙 앓던 때였지요. 인사차 여행을 하다 보니 왜 우리가 위기를 맞았는지 알 수 있더군요. 대한민국은 길이나 골목이나 모두 파헤쳐서 전국이 공사장이요, '가든'이다 '장'이다 하여 고급 음식점과 러브호텔이 빼곡했지요. 여기에 정부까지 한 몫 한다고, 지자체마다 크고 고급스런 청사를 지어대고 있더군요. 나라가 망하지 않는 게 이상한 거였지요.2011년 가을. 환율이 1천200원 대를 육박하고, 국가부도위험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지요. 비정규직, 전월세, 대학등록금 문제는 식상할 정도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1천만원 짜리 가방을 사려는 대기자가 1천명이 넘고, 비즈니스를 하려면 명함보다 상대방이 차고 있는 명품시계를 먼저 확인하는 풍조가 되고 있지요. 그런 사람들에게 경제 불황과 위기경영은 소득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는 기회의 양극화가 되고 있는 판국이네요.선림원지에서 조봉을 바라보니 창공에 천마도 모양의 구름이 한 점 떠올랐습니다. 사진기 셔터를 몇 번 누르고 나니 천마도는 이내 그저 그런 구름덩어리로 변하더군요. 한낱 바람 한 점에 그리 된 것이겠죠. 선림원은 900년 경 산사태 이후로 아직까지 폐허입니다. 잘 나가던 거기도 백 년을 못간 셈이죠. 세상살이도, 우리네 인생도, 돈과 자리와 명예욕도 한 순간이 아닐까요. 돌아보면, 우리네 욕망은 강남인데 갖춘 행색은 시계 하나 값에도 못 미치는 연봉을 받고 있는 것 아닙니까.우리는 일정 정도 욕망에 배고파하는 좀비입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여기까지 오는데 마흔아홉 해가 걸렸구나" 양양 출신 이상국 시인이 지은 '선림원지에 가서' 일부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제대로 인생길을 가고 있는지요? 길을 묻자면 길을 떠나야겠지요. 이 가을 나만의 각도, 실현 가능한 욕망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돌아오실 날 기다리며 미천골 구절초차 한 모금 준비해 놓고 생각에 들어가렵니다. '꽃은 향기로 비우고, 나비는 춤으로 비운다'.

2011-10-05 조승헌

선거철 되니 신중한 국토관리 공약이 그립다

참 이상한 세상이다. 어떠한 국토개발이나 규제도 한 사람의 뜻대로 밀어붙이면 금방 실행된다. 대통령 말 한 마디에 나라가 수도이전으로 들썩이고, 지방 곳곳이 혁신도시 기업도시로 파헤쳐진다. 4대강이 순식간에 변하고, 반세기 이상 애지중지 보존해온 공지가 보금자리로 둔갑한다. 역시 정치는 국토개조쯤은 맘먹기 나름인 것처럼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위력을 지녔는가 보다. 우리 국민들 가운데 단 한 뼘의 땅도 자신의 맘대로 개량물을 세울 힘이 없는 서민들이 대다수인데, 정치인들은 그 거대한 국토에 자신의 생각대로 개발이나 규제를 가할 수 있으니 그토록 정치하려고 줄지어 떼지어 사람들이 몰려드나 보다.한 유력한 서울시장후보가 자신이 당선되면 서울시 주택재개발이나 재건축을 강하게 통제하겠다고 했다 한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충분한 공론화나 전문적 검토 없이 개발 관련 규제를 들고 나왔다.가뜩이나 우리의 도시재정비시장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데, 왜 뜬금없이 그런 말을 해야 했는지 궁금증을 넘어 우려스럽기까지 하다.현행 도시정비에 관한 대표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관련 특별법이다. 이 법은 애초에 도시의 택지들과 그 위 건축물들의 재활을 유도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해 제정되었다. 그러나 예전 정부 때 강남을 비롯한 재건축아파트들의 가격이 오르자 이를 억제하려고 다른 나라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규제책들을 하나 둘 법령으로 만들어냈다. 재건축요건의 강화, 후분양제 적용, 조합원자격 양도금지, 재건축 후 증가된 사용용적률의 일정분량을 사회주택으로 짓게 하기, 재건축개발이익 환수제도 등의 규제들을 양산해냈다. 기상천외한 일은 어느 한 이론가가 공중 미디어에 가볍게 아이디어 차원에서 쓴 짧은 논평글이 발표된 이후 이를 본떴다고 의심되는 대책들이 연이어 출현한 점이다. 전혀 신중한 고려 없이 신속하게 새로운 규제제도로 만들어진 것들이 있었는데 사회주택 끼어짓기와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도가 그것이다. 아무런 사전 검토나 충분한 연구 없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여러 가지 규제 장치들을 만들어 멀쩡한 법률에 덧씌움으로써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도시재정비를 촉진시키기는커녕, 도시재생의 발목만 잡는 악법이 되었다. 지금은 후분양제나 조합원양도금지 등이 폐지된 바 있으나 아직도 폐지되지 않는 몇몇 규제들은 그대로 남아있으면서 주민들께 고통을 주는 장치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도시재생을 위한 건축행위를 주민들이 원할 때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게 공공이 할 일이다. 재생지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재생방법들을 충분하게 고려하게 하고, 이들 가운데 가장 알맞은 재생방법들을 지역 주민들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보조하며 재생활동을 활발하게 하도록 돕는 게 공공의 역할인 것이다. 그런데도 투기를 잡겠다고 하여 투기잡이와는 전혀 근거가 박약한 논리로, 정치적 목적을 위해 특정 건축활동의 발목 잡는 일을 해온 건 공공의 역할로서 매우 부끄러운 행위다.도시에서 있어야 할 건축활동을 통제하면 그 도시에 있어 최고최선의 토지이용이 떨어지게 된다. 그만큼 다른 파행적인 토지이용이 유도되고, 이러한 일들이 많을수록 그 도시는 비능률의 공간으로 변한다. 결과적으로 수많은 도시재산권자들에게 고통을 안기면서 결국 가격안정의 유효한 수단이 되지 못하는 파행적 규제들만 양산되어 도시의 효율성은 크게 훼손된다. 이러한 부당한 일들을 그동안의 정부들이 마치 언제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인 것처럼 자행해온 셈이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신중하게 고려하지도 못한 부동산개발이나 규제책들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한다. 그 타당성이 매우 의심스러운 약속들을 해놓고는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이라 하면서 신중하게 고려하지 못한 개발이나 규제들을 감행함으로써 우리의 국토, 부동산들은 그동안 심한 몸살을 앓아야 했다.우리는 국토개발이나 그 규제에 관한 신중하지 못한 계획과 그 시행을 함부로 자행하는 행위에 대하여 이를 통제하거나 관리해야할 묘책을 강구해야 한다. 주요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정치인들의 국토개발공약이나 부동산활동규제에 대한 사려 깊은 발언이 요구되고 있는 계절이다.

2011-09-28 김용민

경제정책의 최우선은 물가안정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5.3%로 28개월만에 최고치를 나타내 물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8월 물가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이상 호우로 인한 채소류와 금반지 가격이 오른 것을 들고 있다. 금년 초부터 4%대의 고공 행진을 해오는 물가를 주도하는 품목을 보면 돼지고기, 휘발유, 전세 등 서민생활에 영향이 큰 것 들이다. 돼지고기는 구제역 파동으로 300만 마리를 살처분하면서 6월 16.2% 상승하여 김치찌개 등 외식까지 영향을 미쳤다.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휘발유 가격은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원유가가 반영되려면 최소 3개월 이상 걸린다는 것이 정유업계의 설명이다. 최근 돼지고기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휘발유도 연말쯤이면 가격하락을 기대해 볼 만하다. 큰 걱정은 전세금이다. 전세는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지속적으로 새로 이루어지는 계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세계약 기간을 고려하면 최소 2년 이상 오름세가 유지되는 특성이 있다.이러한 물가상승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7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6%, 영국은 4.4%에 달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던 일본마저 7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0.1%로 200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를 기록했다. 중국 등 신흥국도 물가에 비상이 걸려 있다.최근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은 단기적인 수급문제만이 아니어서 더 걱정이 된다. 지난 2008년 닥친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문제가 잉태된 것이다. 우리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했다. 금리를 5.25%에서 2.0%로 낮추고 2009년 한 해 동안 GDP 대비 3.6%에 달하는 대규모 재정을 투입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물가 상승과 재정적자를 감수하는 정책 선택을 한 것이다. 2008년 경제위기 초에는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고 원화값이 급락하면서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가 함께 급등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수요압력까지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우리가 선택한 거시정책 결과로 이미 예견된 일이다.최근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후, 올 해 물가 목표 4%가 어렵다는 발언은 국민들을 더욱 당혹하게 한다. 물가가 오르면 생계비 상승으로 임금인상 요인이 된다. 임금 상승은 우리 상품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이 어려워진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자산 보유자를 유리하게 하고 봉급생활자의 실질소득은 감소시켜 소득분배도 나쁘게 만든다. 실질 이자율이 낮아져 금융저축도 감소한다.우리는 70년대 중화학 공업의 과잉·중복 투자로 연간 물가상승률이 두자릿수가 넘는 인플레이션 경제에 살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추곡수매가 동결, 공무원 봉급 동결, SOC 투자축소 등 인기 없고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컸던 정책을 추진하여 물가안정 기조를 정착시킨바 있다. 80년대 중반 3저효과를 우리 경제의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도 안정화 정책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민생경제의 핵심인 물가 안정이 우리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돼야함은 과거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총수요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하지 않고 수급대책만으로는 물가 안정을 이룰 수 없고 더욱이 행정규제를 통한 물가안정책은 경제에 왜곡현상만을 키우는 것이다. 지수상의 물가안정에 구애되지 말고 구조개선 등 시장기능 확대와 금리· 환율· 재정 등의 균형있는 거시경제운용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독과점 시장 구조 개선과 각종 불공정 거래 시정에 대한 정부 노력이 병행될 때 안정기조는 견고해진다. 정부는 9월부터는 물가가 안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작년 9월 이후 물가의 뜀박질이 빨라졌음을 감안하면 기저효과로 상승률이 잠시 주춤해질 수는 있지만 이를 두고 물가압력이 누그러진 것은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입법 과정 절차 없이 부과되는 유일한 과세수단이라는 한 경제학자의 말이 자주 떠오르는 요즘이다.

2011-09-21 윤대희

어려울수록 빛나는 중소기업의 수출

한국경제는 수출 중심의 성장구조를 가지고 있다. 2009년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3.4%이다. G20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WTO가 지난 8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규모는 세계 7위이다. 이렇다 보니 선진국의 경기침체는 한국경제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한국의 수출부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지난 8월부터 글로벌 경제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이 원인이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은 70년 이상 견고하게 유지되었다. 따라서 신용등급 하락은 충격이었다. 설상가상이다. 유럽 몇몇 국가의 재정위기가 유럽경제 전체로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에는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었다.한국의 8월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8억 달러로 집계되었다. 7월의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63억 달러였다. 여름에는 수출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걱정스러운 수준이다.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돌아보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을 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는 시작되었다. 월별 수출동향을 보면, 그해 11월 수출이 2007년 11월에 비해 줄어든다. 이러한 현상은 2009년 11월까지 지속된다. 한국경제는 정확히 13개월 동안 수출 부진을 경험한다.그러나 한국의 수출이 2009년 12월부터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한국의 수출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은 2010년 9월부터다. 2009년 12월 부진에서 탈피는 했지만, 과거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 9개월이 더 소요된 것이다.이 기간 동안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수출 실적을 보면,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동안 대기업의 수출은 2009년 12월에 부진에서 탈피하였으며, 이듬해 9월에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이에 반해 중소기업의 수출은 2009년 12월에 부진에서 탈피함과 동시에 회복된다. 중소기업의 회복속도가 훨씬 빠름을 알 수 있다.국가별 수출실적을 보면, 중소기업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대기업의 대중국 수출은 전년에 비해 49억 달러 감소하였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대중국 수출은 오히려 2억 달러 증가했다. 또한 대기업의 대EU 수출과 대일본 수출은 2010년까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소기업은 2010년 이들 지역의 수출이 2007년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실적을 올렸다.이처럼 중소기업의 수출회복 속도가 빠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중소기업의 빠른 의사결정이다. 즉 중소기업은 위기에 빠지면, 바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긴다. 수출이 부진한 시장을 직접 발로 뛰면서 해결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선다. 의사결정 단계가 단순하고, 오너 중심의 운영으로 책임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대기업은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전략수립이 더디다. 또한 실적 중심의 경영 때문에 단기적인 해법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있다. 한국의 수출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하였다. 따라서 한국의 전체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감소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그 동안 세계시장을 누비는 대기업의 수출상품에만 관심을 가졌다. 위기 상황을 돌아보면, 누가 더 역할에 충실했는지 알 수 있다. 우리 중소기업은 작지만 묵묵히 늘 그 자리를 지켜 왔다. 당분간 글로벌 경기 침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의 어려움도 동시에 진행될 것이다. 정부도 많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미디어도 연일 관련 기사로 가득 차고 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걱정스런 전망뿐이다.위기를 극복하는 돌파구는 중소기업인들의 발에 있다. 오늘도 중소기업인들은 좁은 이코노미석에 몸을 싣고, 직접 발로 뛰면서 수출시장을 누비고 있다. 이런 중소기업인들에게 전세계를 누빌 수 있는 비행기 티켓을 끊어 주는 것은 어떨까? 복잡한 분석보고서나 걱정스런 전망보다 더 효과적일 것이다.

2011-09-14 오동윤

담배의 경제학

깨끗한 물, 맑은 공기, 개펄의 가치를 돈으로 매기는 방식을 설명하면 사람들은 신기하고 재주가 있다는 눈길을 보내곤 한다. 경제학자로서 이미지 관리를 원한다면 딱 이 선에서 멈추는 것이 최적의 처신이다. 잘났다고 신나서 나대다가는 '경제학은 세상 모든 걸 돈으로만 평가한다'는 비아냥거림을 피하기 어렵다. 사람목숨도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고 하는 순간이 그렇다. 필자가 미국 환경부와 한국인의 생명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연구를 하던 지난 시절에서 겪었던 체험이다. 그 연구 덕분에 국제적인 환경상도 받았지만 가능하면 더 이상 그런 연구는 관여하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경이다. 최근 한국에서 이렇게 돈과 사람목숨을 저울질 하는 사회적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담뱃값 인상 논란이다. 그런데 이 건은 문제의 구조가 사뭇 복잡하다. '폐암 걸려 죽어도 내 목숨이니까 내버려 달라, 나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8천500원이니 1만원이니 하는 담뱃값 거론에 볼멘소리를 뿜어대는 흡연자들이다. 나라가 돈을 챙기려한다는 '음모론'까지 내세운다. 보건복지부는 그 돈은 흡연감소에만 쓰겠다고 하지만, 통일세 발상도 나온다. 예상컨대 크게 한 판 붙을 것 같다.국가는 왜 개인의 '행복권과 사생활'까지 파고들며 나서는 걸까. 흡연이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옆 사람이 피해를 보는 수동흡연은 그리 대단한 이유는 아닐 수 있다. 흡연자의 건강훼손에 따른 의료비용과 노동력 상실이 관건이다. 치료비는 우리 모두 의료보험이라는 형식으로 갹출하는 돈이다. 노동력은 개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공동체의 공동자산이다. 흡연의 사회적 비용부담과 관련해서는 경제학자를 당혹하게 한 연구가 있다. 정부의 금연정책에 대한 반박논리를 만들기 위하여 담배회사가 경제성 분석을 한 것이다. 담배 때문에 죽는 사람에 '경제적으로 가치가 없고 사회적인 부담만 있는' 노년층 같은 사회보장 대상자를 포함하면 흡연은 경제적 맥락에서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담배회사 필립모리스가 2001년에 체코에서 벌인 소동이었다. 그 보고서는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담배회사는 백기를 들긴 했지만, 좁은 의미의 비용편익분석 틀에서만 본다면 반박하기 어려운 논리가 아닐 수 없다. 호기심 많은 필자도 이 논리를 어떤 자리에서 시험 삼아 떠보았다가 '인간이 아니다'라는 '비경제적인' 비난을 받고나서 웃으며 이실직고를 한 바 있다. 이런저런 점을 생각하면 흡연을 경제적으로 다루는 보건복지부의 실험은 어려움이 많을 듯하다. 당분간 아이슬란드를 주목하는 것이 어떨까? 유럽에서 가장 성공적인 금연정책을 펴고 있는 그 나라에서 의회가 나섰다. 의사 처방이 있어야 담배를 살 수 있도록 하는 법을 가을회기에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담뱃값을 해마다 10%씩 10년간 올리는 조치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런 법이 시행되면 가장 득을 보는 건 의사와 약사일 터이다. 수백만 명의 환자가 생기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지가지를 고려해야겠지만 한국에서 이런 혁명적인 발상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장담하는 건 경솔할 수 있다. 스펙터클 그 자체가 한국 정치판인데, 차차기 대통령선거 공약에서 기대하는 건 망상일까? 행복권을 내세우는 흡연자들이 알았으면 한다. 성별이나 연령과 관계없이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10% 덜 행복하다는 연구가 있다. 행복에 중요한 건강, 연령, 가족만족도, 소득이 주는 영향을 인정해도 4%의 행복차이가 난다. 담배연기와 함께 4%의 행복이 날아가 버리는 꼴이다. 필자가 2006년도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연구이다. 아이슬란드 실험이 정리되거나 한국에서 담뱃값이 1만원이 되려면 시간이 좀 걸려야 될 듯하다. 나라가 여러분의 건강을 강제로 챙겨주기 전까지 행복하게 피우시고 건강하시길 바란다. 골초인 모친을 생각하는 막내아들의 진심이다.

2011-09-07 조승헌

보금자리엔 공공임대만 지어야

35% 내외하던 수도권 주택의 평균 전세금 비중이 불과 3년여 사이에 집값의 50%를 넘어섰다고 한다. 지역이나 주택 그리고 때에 따라 집값에서 전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르다. 최근 수도권 집값은 평균적으로 하향약세인데 비하여 전세금은 상승세를 이어왔다. 대관절 전세금은 집값의 얼마 정도여야 정상적인 값인지, 그리고 반값아파트를 걸고 추진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개발은 자연을 훼손하는 대가로서 그만큼의 명분이 있는 개발을 하는 것인지가 궁금한 계절이다.장기적으로 집값과 전세금과의 비중은 자본이득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에 의해 결정된다. 기대가 높을수록 집값과 전세금과의 차이도 커진다. 수도권이 지방보다 전세금 비중이 작은 까닭은 수도권 집값에 대한 자본이득의 기대가 지방보다 높기 때문이다. 만약 집이 부족한 시장인데도 자본이득이 전혀 기대되지 않는 주택이라면 전세금이 집값과 같거나 오히려 더 높아야 한다. 더 높아야 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집주인이 건물의 감가상각비, 부동산보유과세나 장기수선비를 부담하므로 이를 전세금으로 보전받아야 되기 때문이다. 쇠퇴하는 시골의 오래된 집 등에서 그러한 사례들을 흔히 볼 수 있다.반대로 최근 대도시에서 재개발을 앞둔 주택들 가운데 사용용적률보다 법정용적률이 크게 높은 경우의 주택은 집값보다 전세금이 훨씬 낮다. 이러한 경우는 보통 자본이득에 대한 기대가 더 높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집값과 전세금 비중은 시장형태, 지역, 집에 따른 기대치만큼 다양하다.집값이 오르면 전세금도 같이 올라야 이치에 맞다. 그러나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상호 동반 상승할 때도 있지만 집값이 전세금을 견인하는 경우도 있고, 전세금이 집값을 끌어 올리는 경우도 있으며, 그 반대도 있다. 집값상승이 강했던 과거 오랫동안은 집값이 전세금을 견인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보통 전세금이 오르기만 하고 내리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전세금이 오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하락하기도 했다. 최근 경험했었던 역전세난이 그것이다.집값이나 전세금이 오를 때면 어느 정부에서나 늘 그래왔었다. 값싼 영구임대주택공급을 늘리고, 주거취약계층에게 소득이나 주거비를 지원하는 대책을 획기적으로 강구하겠노라고. 참으로 옳은 말들이었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청사진들을 내놓곤 했었다. 그렇지만 실행은 언제나 미미했다.현 정부는 전세금이 오르자 대통령 공약 중 하나인 반값아파트를 내걸며 보금자리주택 건설에 힘을 쏟고 있다. 이 주택공급지역들은 대부분 수도권 그린벨트 지역이다. 수도권 가운데를 빙 두르는 도넛형 허파와도 같은 지역이다. 오랫동안 개발의 유혹을 굳건하게 이겨내면서 공지를 지켜왔던 곳이다.이 소중한 빈 땅을 반값아파트 운운하며 개발하고 있다. 개발원가가 많이 드는 공영개발을 하면서 이름만 임대라는 말을 앞에 붙였을 뿐이지 개발주택의 90% 이상이 사실상 매각주택을 짓고 있다. 개발투기만 불러일으키는 신도시 건설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여기에는 무슨 주택을 지어야 개발 명분이 바로 설 것인가. 삼척동자라도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공공영구임대주택의 건설이라고. 팔지 않고 계속 전세시장에서 미약하나마 전세금을 통제하며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돕는 공공영구임대주택이라고 말이다.최근 중산층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예비 주거취약계층이 늘고 있는 때이다. 이런 때일수록 이른바 보금자리주택지에는 100% 영구임대주택만을 건설해야 한다. 이들 땅은 수도권에서 쾌적하고 값싼 영구임대주택을 건설할 수 있는 유일한 최적입지지역들이다. 이 땅을 함부로 개발하지 말자. 개발의 윤리에 맞게 개발함에 힘이 부치면 서서히 개발하면 된다. 필요에 따라서는 우리들보다 더욱 똑똑한 다음 세대에게 희망의 땅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남겨둠이 바람직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매각형 보금자리주택건설은 즉시 중단해야 한다. 대신 그 자리에 멋지고 값싼 공공영구임대주택을 지어야 수 십 년 동안 개발의 유혹을 참아오며 보전해온 수도권 허파의 훼손명분을 조금이나마 건질 수 있을 것이다.

2011-08-31 김용민

미국·유럽의 재정위기, 남의 일이 아니다

최근 세계경제가 보이고 있는 위기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최대 불안 요인은 미국과 유럽의 재정 위기이다. 지난 해부터 시작된 남부 유럽의, 그리스·이탈리아 등의 재정위기로 불안하던 국제금융시장은 최근 미국의 '부채증액 한도협상'과 뒤이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 미국 경제의 더블 딥 우려로 주가가 폭락하는 등 큰 불안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이 물가불안으로 긴축정책으로 전환하고 일본 경제도 아직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도 세계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지난 30년대 대공황 이후 100년만의 경제위기가 올지 모른다던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이 선도한 국제 공조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당시 위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개인과 금융권의 부실로 촉발된 신용경색이 주된 원인이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정부가 나서서 부실 채권을 사주었다. 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 169조원을 조성하여 금융권의 부실채권을 매입하여 붕괴된 금융시스템을 복원시켰던 방식과 유사하다. 금융위기 이후 두 차례의 양적 완화정책을 통해 쏟아부은 돈이 2조4천억 달러나 되는데도 미국 경제는 좋아지지 않고 있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부터 나빠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년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4%이었는데, 2분기에도 1.3% 밖에 안 되어 금년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 연준이 최근 향후 2년간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한 조치도 향후 미국경제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8월 6일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장기 신용등급을 현재 최상급인 AAA에서 AA+로 강등 조치하고, 고조되는 유럽의 재정위기 등은 국제금융시장을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지게 했으며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고 있다.이러한 국제경제의 혼조 앞에서 우리의 관심은 과연 우리 경제가 이러한 위기를 잘 비켜갈 수 있는가에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경제위기에 시스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외환보유고, 환율, 주가 등을 종합한 위기 단계별 경고 사인이 울리게 하는 '조기경보시스템(EWS·Early Warning System)'을 구축하여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EWS는 지난번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유용하게 활용된 바 있다. 정부는 외환 보유고, 단기외채비중, 외국인 주식비중 등이 2008년과는 크게 달라 위기 가능성이 적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번 위기의 핵심이 과거와 같이 신용경색이나 외화유동성 문제가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세계중심 경제권의 재정적자라는데 있다. 기업· 금융· 가계 부채는 국가가 해결하여 줄 수 있는데 국가의 재정문제는 해결하여 줄 주체가 없다.우리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2009년 한 해 만도 국민총생산의 3.6%에 달하는 대규모 재정을 투입한 바 있다. 국가부채가 아직은 30% 초반에 있다고 하나 공기업 부채까지 감안하면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건전 재정을 위해서는 정부 세입은 늘리고 세출은 최대한 억제해야 하는데 최근의 복지논쟁과 다가올 선거 등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과제다. 눈앞에 닥친 경제위기 방지 차원에서 건전재정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외화 유동성 관리와 투기세력의 공격에 대한 단기적인 정책 대응도 더욱 강화되어야 하고 지난 금융위기 때의 미국·중국과의 Swap도 잘 작동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내수비중을 높여 외부충격을 완화하는 것도 위기예방을 위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서비스 산업 육성, 중소기업 발전, 신성장 동력산업 육성 등 우리 경제의 장·단기 과제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도 배가되어야 한다. 우리 경제에서 어려울 때 더욱 멀리 내다보며 일하는 자세가 중요한 이유다. 세계가 모두 걱정하는 그리스는 EU의 지원도 받고 관광수입도 큰 나라인데 우리는 어려우면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입장이라 위기에 대한 자세도 남달라야 한다.

2011-08-24 윤대희

'통 큰' 결단을 환영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들

이번에 삼성이 사업 철수라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지난 8월 1일 삼성은 계열사의 소모성 자재구매(MRO)를 대행하는 아이마켓코리아의 지분 매각을 발표한 것이다. 그야말로 '통 큰' 결단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삼성의 이런 '통 큰' 결정은 결코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다. 동반성장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 해결을 중소기업에, 나아가 한국 사회에 던져 주고 삼성은 홀연히 사라지려 할 뿐이다.삼성의 '통 큰' 결정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첫째, 7천억 원을 웃도는 지분 매각 규모이다. 이런 돈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기업이 누구일까? 대기업이 사업철수를 하는 마당에 선뜻 삼성의 지분을 인수하려 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안에서는 아무도 없다. 굳이 찾자면, 글로벌 MRO 기업이 될 것이다. 그러나 SSM(기업형 슈퍼마켓) 문제가 한창이던 지난날을 기억해야 한다. 홈플러스라는 글로벌 기업의 존재가 문제 해결의 장애로 등장한 바 있다. 글로벌 기업에 한국의 동반성장을, 때로는 반시장적으로 비쳐지는 그런 일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기업은 한국 중소기업의 제품 대신 해외에서 아웃소싱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에게 하소연을 할 것인가?둘째, 대기업이 운영하는 MRO 기업의 낮은 영업이익률이다. MRO 시장의 선두 주자는 LG 계열의 서브원이다. 2010년 서브원의 영업이익률은 4.9%이다. 한국 전체 법인의 평균 영업이익률인 5.9%보다 낮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MRO 기업이 낮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해도 결코 대기업이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계열사 MRO를 통해 자재를 구입하는 다른 계열사는 뒤에서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쥐어 짠' 납품단가는 MRO 기업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를 통해 대기업 계열사들이 혜택을 보는 것이다.셋째, 이번 게임의 승자는 결국 삼성이다. 그 동안 고강도 압박을 하던 정치권이 환영일색의 찬사를 보낸 것만 봐도 삼성은 일단 이득을 챙겼다. 역시 삼성이라는 국민들의 찬사도 삼성이 챙기는 몫이다.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 지분 매각을 통해 삼성은 최대 7천5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이득을 챙긴다는 사실이다. 2000년 아이마켓코리아를 설립할 때 삼성 계열사가 납입한 자본금은 106억 원에 불과하다. 아이마켓코리아는 2010년 7월 30일 주식시장에 상장되었다. 그리고 지분 매각을 발표한 8월 1일 삼성 계열사의 지분 평가액은 5천570억 원이다. 그러니까 지분을 매각하면 5천464억 원의 매각 차익이 발생하게 된다. 2천억 원으로 추산되는 경영프리미엄은 덤이다. 동반성장을 불러 온 근원적인 문제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과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이다. MRO 시장은 이러한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그래서 동반성장의 상징과도 같은 시장이다. 따라서 MRO 시장의 해법이 향후 동반성장 해법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그러나 삼성의 지분매각은 이 두 가지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이 아니다. 한 번 내려간 가격은 인위적으로 올리기 어렵다. 아이마켓코리아의 주인이 누가된들 납품단가 인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아이마켓코리아를 통해 그 동안 80원에 사서 쓰던 제품을 100원에 사다 쓸 삼성 계열사는 한 군데도 없다. 지난 7일 SK는 MRO 자회사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아마도 다른 대기업도 MRO 문제에 골머리는 앓고 있을 것이다.진정 중소기업과 한국경제를 위해 동반성장 해법을 내놓고 싶다면, 납품단가를 현실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러한 결정은 '통 큰' 결정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활기를 찾게 되는 중소기업의 뜨거운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88%가 종사하는 중소기업이 웃을 수 있는 것이 정치권에서 보내는 환영의 박수보다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2011-08-17 오동윤

우리들의 고지

역시 같이 보는 게 아니었다. 헛 하고 김빠지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저기는 왜 올라가는 건데?"그녀가 진지하게 질문을 한 시점은 국방군이 애록기지 정상을 향해 인민군을 쳐부수며 뛰쳐올라가는, 바로 이런 영화의 백미라 할 만한 장면에서였다. 전쟁영화를 싫어하는 아내와 같이 온 나를 탓하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 폭우로 수도권이 허우적거리던 날 보았던 영화 '고지전'이었다. 6·25전쟁 당시 백마고지 전투를 모티브로 했다. 고지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참호 속 구덩이를 이용한 일종의 무인포스트 방식으로 양측은 편지 전달을 부탁한다. 함께 넣어두던 술과 담배는 청탁성보다 훈훈함이 더 느껴진다.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남북 군인이 합창하던 '전선야곡'의 화음은 휴머니즘의 정수라 할 만하다. 제1차 세계대전 때 벨기에 전선에서 영국과 독일군이 합창했던 크리스마스 캐럴을 재현한 듯한 감동이다. 하지만, 안개가 걷히면서 양측 군인들은 명령에 따라 동족 살육을 해야 하는 현실로 급반전된다. 영화 내내 군대시절이 생각났다. 특수부대에 근무했던 나 역시 인민군을 만나면 애인이나 외박 이야기를 하며 교류했다. 양측 병사들은 맛난 것, 예쁜 여자 밝히는 예의 그런 '젊은이들'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교전수칙을 지켜야 했다. 자대배치 동기는 '적들'이 쏜 총에 맞고 죽었다. 태권도 특기병으로 날씬하고 얼굴선이 곱던 장 상병은 국립대전현충원 묘비문에 '전사'로 기록되어 있다(6·25 이후 사망자의 묘비문은 대부분 '순직'이다. 북한군과 직접 전투한 경우에 '전사'로 처리된다. 천안함 사건 때 전사와 순직 논란이 있었던 것도 직접 전투가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인천시가 2009년 개최한 인천도시축전에 대하여 감사원이 예산낭비, 사업성과 조작, 불법 업무추진비 조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진상은 검찰 조사를 지켜볼 일이지만 일을 무리하게 처리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 듯하다. 몸 담고 있는 조직의 입장과 이해관계 앞에 개인의 철학과 가치관은 무기력한 것이 세상살이인 듯하다. 소신과 줏대를 부리는 것이 어리석은 처세술이 된 지 오래 전이다. 옳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지적하는 건 영악하지 못한 몸가짐으로 치부된다. 명령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고지전'의 남과 북 군인, 군대 시절 필자의 입장, 국가와 국민을 위한 종이어야 할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양심과 사회적 비판을 생명으로 삼는 전문가도 부끄러운 정도는 별 차이가 없다. 세상살이 어찌 보면 하루 세 끼 먹고 살자는 게 아닐까. 이런 단순함이 현실에서 복잡해지는 데는 조직의 입장과 논리와 더불어 개인의 욕망도 한 몫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 영업이익이 10조원이 넘어도 살아남기 위해서 더욱 기를 써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예산과 조직과 경제성장률은 늘어나는 것이 절대선이고, 아파트 평수와 자녀 등수와 연봉이 떨어지는 건 인생패배로 딱지를 붙여야 직성이 풀리는 게 우리들이다. 사람들이 이렇게 무한 경쟁과 선정적 비교로 내지르니 자연인들 온전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로 폭우가 쏟아지고 산이 무너지고 물이 솟구치는 건 인간의 작용에 따른 생태계의 반작용일 뿐이다. 정당방위라 하는 것이 적확하다.건강을 해치고, 가족을 소홀히 하고 인간관계를 망치고, 때로는 양심을 팔면서까지 오르려는 크고 작은 고지는 생활 곳곳에 있다. 피할 수 없는 업보의 사슬처럼 우리를 감싸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영화는 끝났으나 비는 더욱 줄기차게 내리고 있었다. 밤새 내릴 모양새다. 쏟아지는 비, 사나운 물결, 몰아치는 태풍으로부터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도 있지만 분명 떨어뜨려버려야 할 것도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지키고 오르려는 고지, 그것이 진정으로 행복을 가져다주고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2011-08-10 조승헌

국민들 고통받는 '부동산값 대책' 언제까지…

최근 집중호우로 중북부 곳곳에서 물난리가 났다. 인명피해도 많았다. 산을 함부로 파고, 뚫고, 넓힌 것이 사고의 주요 원인이었다. 대자연의 개발은 신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뼈저린 아픔을 치르며 경험하였다. 부동산은 자연조건을 잘 고려하여 개발·이용하거나 관리해야 함을 알리는 사건이었던 것이다.부동산값대책도 마찬가지다.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도 그동안 정부의 값대책은 신중하지 못하여 많은 국민들이 오랫동안 불편과 고통을 겪어왔다. 값변동으로 인해 국민들이 느끼는 고통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값이 일시에 많이 오르거나 내리는 경우다. 가격의 불안정변동 즉, 비합리적인 등락이다. 비합리적인 등락은 불평등문제를 일으키는데 크게 오르면 부동산을 보유하지 못한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며, 많이 내리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준다.또 다른 고통의 주원인은 가격 등락이 매우 불균형한 경우다. 일정기간동안 똑같이 부동산값이 상승한 수많은 지역들이 있다고 할 경우라도 부동산시장에 참여한 지역민들의 고통지수는 큰 차이가 난다. 불균형 변동한 곳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큰 고통을 경험한다. 더욱 불안정한 시장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생존에 꼭 필요한 주요 채소의 소중함을 동일하게 느끼며 생활하고 있는 A, B 두 나라 국민들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들 두 나라의 한 포기 채소값은 수년동안 이천원에서 삼천원으로 올랐다. A 나라는 채소값이 일정비율씩 상승해왔다. 같은 기간 동안 B 나라는 한 포기 값이 수시로 등락하여 이천원, 칠천원, 천원, 오천원으로 종잡기 힘들게 변하다가 삼천원이 되었다. 채소값 변동으로 인한 고통은 불균형변동을 해온 B 나라 국민들이 훨씬 심했을 것임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최근 우리나라 수도권 집값도 심한 불균형변동을 했다. 노무현정부 땐 수많은 억제대책들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크게 상승했다. 이명박정부에 들어와서는 억제책을 완화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값이 내렸다. 또, 노무현정부 때 집값은 크게 오르는데도 전셋값은 하락 또는 소폭상승만 하였고, 이명박정부에서는 집값이 내리는 데도 전셋값은 폭등했다. 매우 불균형한 시장변동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이와 같이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매우 불균형한 부동산값 변동의 원인은 무엇일까.값싼 공공영구임대주택의 지속적인 대량 공급, 저리의 주택금융이나 주택보조 등과 같은 친시장대책들은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반시장대책들은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는커녕 부동산값의 불균형변동만 심화시킨다. 그동안 우리는 친시장대책에는 소홀했고 반시장대책에는 열을 올려왔다. 그리하여 우리 시장이 시장실패에 더하여 정부의 실패(Government Failure)까지 오랫동안 겹쳐왔다고 본다.부동산시장은 마치 대자연과도 같다. 부동산을 팔고사는 사람들이 자유스럽게 자율적으로 거래하도록 된 시장이 가장 합리적이고 자연스런 시장이다. 자연력이 강한 부동산시장일수록 더욱 과학적인 부동산 개발이나 이용, 관리가 중요시되고 융성한다. 그렇지 못한 시장에선 혼란스런 부동산활동이 득세한다.그동안 정부는 부동산값이 상승하여 여론의 비판을 받게 되면 각종 반시장적인 대책들로 통제하려 해왔다. 초과이익환수제, 상한제, 허가제, 신고제, 부담부할당제, 가격조절연동금리제, 가격공시강제제, 무리한 개발 따위들이 대표적인 반시장대책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현재에도 우리 부동산시장을 심각하게 혼란시키는 요인들로 작용하고 있다. 자유주의적 부동산시장체제의 국가들 가운데 그동안 우리는 반시장적인 부동산대책을 극심하게 강구해온 나라다. 정부의 부동산값대책으로 국민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나라라고 말 할 수 있다.전셋값이 폭등하는 요즘 정치권에선 신고제니 허가제니 말을 또 만든다. 장기적으로 국민들에게 고통을 더 얹어주겠다고 하는 발상을 손쉽게 내놓는다. 반시장주의가 새롭게 고개를 들고 있는데도 이를 여과하거나 통제하는 사회적 기능이 미흡하기만 한 현실이 매우 딱하다. 이제 더 이상 이러한 현상들에 대하여 방관만 해서는 안 될 때라고 본다.

2011-08-03 김용민

초고령사회와 노인주거환경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다. 2000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통계청의 '2010년 인구총조사결과' 발표에 의하면 시·군·구 3곳 중 1곳이 인구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되었다.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유소년 인구가 줄고 고령인구가 증가하는 항아리형 인구구조속에서 노인의 주거환경 등 복지문제이다.복지문제의 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곧 주거문제이다. 그동안 고령사회로 가면서 대다수의 노인들은 젊은이들에 비해 주거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특히 고령자일수록 주거시설에 머무는 시간이 많고 익숙해진 주거시설이나 환경에 의존성이 크며, 또 한 곳에 머무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고 할 수 있다.따라서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해 낡고 불편한 주거환경에서 겪는 노인들의 어려움은 젊은이들에 비해 심각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사회복지정책에서 고령자 주택문제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못했던 것은 주택문제 자체가 보건복지부 소관이 아니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더욱이 주택문제는 경제적으로 많은 지출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로 저소득층 위주의 복지정책을 다루는 보건복지부에서 큰 분야로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노인들의 신체적ㆍ정신적 노쇠나 허약 등 노후의 여건을 고려한 다양한 주택유형의 개발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고 필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고령자들을 위한 주택유형은 서구에 비해 열악하고 단순하기 그지없다.우리의 주택 보급률이 100% 넘었다고 하지만, 인구 1천명 대비 주택보급률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부족하며, 이와 더불어 자가율도 아직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자신의 집을 갖고 있는 비율은 이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으로 월세가 소득에 비해 너무 높은 편이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극히 부족한 상태에서 임대료가 오른다 해도 임대주택시장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내포되어 있다.따라서 노인의 주거 보장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민간기업이 지금처럼 복잡한 규제와 틀 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원칙하에 다양한 주택을 공급해 줄 수 있도록 법적 기능을 제공해 주는 한편,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노인들을 위한 별도의 사회정책도 수립하는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또한 노인복지주택 중 저소득층이 입주하는 실비노인복지주택에 대해서는 국민주택기금 또는 직접적인 재정이 지원되는 국민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정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인주택의 운영면에 있어서도 실버타운에 입주한 상당수는 운영자들의 횡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설립요건이 느슨해 저급실버타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노인요양시설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과 시설장과 관리인, 사회복지사 1명을 두면 운영이 전적으로 업주 자율에 맡겨지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입주계약서가 노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성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입주자들의 보증금 반환에 대비해 의무적으로 민간보험에 들어야 하지만 이행치 않아 차후 퇴실시 분쟁으로 큰문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이에 선진국 노인주택의 공급과 운영면에서 보여주고 있는 다양성과 포괄성을 참고삼아 노인들도 불편 없이 살 수 있는 형식의 주택, 그러면서도 우리 정서에 맞는 나름의 주택모델, 예를 들어 3세대 동거형 주택, 노인단독주택, 노인집단주택 그리고 노인촌(실버타운) 등의 개발과 운영제도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이웃나라 일본은 동네 한복판에 소규모 노인주택촌을 세우고 맛집과 문화강좌로 지역주민과 같이하는 노인촌, 주택가 한복판에 유치원과 함께하는 노인촌 등을 만들어 중년 남성에서부터 엄마손을 잡은 꼬마들까지 동네사람의 발길이 그치지 않고 활기가 넘친다.그러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주택건설의 규정들을 가다듬고 실제 주택건설에 적용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의 개발도 필요하다. 더불어 기존 주거시설에 대한 개선과 유지 보수에 있어서도 노인들을 위한 주거정책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고, 운영면에 있어서도 노인들의 필요와 요구에 적합한 것이 되도록 안전장치와 함께 제도적으로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2011-07-27 이창석

빚내서 빚 갚는 미국

미국 하원이 19일(현지시간) 국가 부채 법정 한도 상향조정안을 예산을 감축하고 정부 지출을 줄인다는 조건 하에 승인하였다. 이로써 재정적자 축소 방안을 둘러싼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사이의 힘겨루기가 일단 마무리되게 되었다. 지난 6월 존 베이너 연방 하원의장을 워싱턴 인근 앤드루 공군기지 골프장에 초청하기도 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조치로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되었다. 지난 4월8일 2011 회계연도 예산안의 대폭 감축을 달성했던 공화당도 다시 한 번 재정적자 문제를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잘 활용하였다. 국가 부채 법정 한도 상향으로 미국 재정적자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이 조치는 미국 정부가 더 많은 빚을 빌릴 수 있게 해준 것이기 때문에, 재정적자는 더 악화되게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합의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연기한데 불과한 것이다.이런 이유 때문에 재정적자를 죄악시하는 공화당은 행정부가 재정긴축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채무한도를 높여줄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지금까지 고수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이 처리 시한인 8월 2일 이전에 오바마 대통령과 합의를 했던 것은 미국경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지난 해 의회가 승인한 법정한도인 14조2천940억 달러를 이미 넘어서 현재 14조3천430억 달러에 이르렀다. 법정한도를 초과한 지난 5월 16일 이후 미국 정부는 더 이상 국채를 발행할 수 없는 사실상 국가 부도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이 위기를 피하기 위해 미국 재무부는 연방연금에 대한 2천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중단하는 한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예치해 둔 1천억 달러를 인출하였다. 이 조치를 통해 국채 발행 시간을 8월 2일까지로 유예시키는데 성공하였다.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채무 한도를 시한내에 상향조정하지 않을 경우 국채 이자는 물론 원금도 지급할 수 없는 국가부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미국 정부의 국가부도는 미국은 물론 세계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또한 무디스와 스탠다드 앤 푸어스와 같은 신용평가사들도 미국 국채가 누려온 최상위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겠다고 정치권을 계속 압박하였다.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될 경우 미국 정부는 국채를 발행할 때 더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공화당이 시한인 8월 2일까지 국가 부채 법정 한도 상향을 거부할 것이라는 예상은 거의 없었다.사실 미국의 재정위기는 언젠가 터지는 시한폭탄과 같다. 미국 정부는 1달러를 지출할 때마다 40센트를 빌려야만 하며, 미국 국민 1인당 약 4만6천달러(약 5천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2011년 예상되는 미국의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99.5%에 달하고 있다. 세계 5대 경제대국 중에서 229.1%를 기록한 일본만이 미국보다 나쁘다. 그러나 미국의 재정적자는 지난 20년간 만성적인 재정위기로 고생한 일본의 그것보다 훨씬 더 악성이다. 미국의 예산적자 규모는 GDP의 9.0%로 일본의 8.6%보다 크며, 미국 정부가 2011년 지급해야 하는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가 GDP의 9.5%로 일본의 8.6%보다 역시 높다. 연말이면 반복되는 몸싸움을 통한 예산안 날치기 처리를 경험해온 우리로서는 시한 전에 대화를 통해 합의한 미국이 부럽게 보인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국가 부채는 GDP의 30% 정도로 미국에 비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하원의 정치적 타협이 마냥 부럽지만은 않다.

2011-07-20 이왕휘

쌀 관세화 더 미루기 어렵다

쌀 관세화는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시급한 사안이 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쌀 관세화 문제는 농업통상정책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였지만, 쌀에 대한 국민적 정서와 쌀 개방의 정치적 민감성으로 인해 그동안 우리 농정당국은 본격적인 논의를 하기 어려웠다.쌀 관세화에 대한 검토는 1990년대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3년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때 정부는 쌀을 전면 개방하지 않는 대신 1988~90년 평균식량소비량(513만t)의 1~4%를 10년간 수입하는 최소시장접근(MMA), 즉 의무수입물량 제도를 선택했다. 그리고 관세화 연기 10년이 지난 2004년 재협상에서 수입물량을 매년 2만t씩 늘리는 조건으로 관세화를 다시 10년간 더 유예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장개방 대신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물량은 UR 협정이 발효된 1995년 5만t에서 금년 34만8천t으로 늘어났고, 2014년에는 40만9천t에 이를 전망이다.우리나라 농산물중 국내에서 생산되는 물량이 소비를 초과하는 유일한 곡물이 쌀이다. 의무 수입물량은 늘고 쌀 재고가 쌓여 가면서 그야말로 수급불균형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2010년의 경우, 429만5천t 생산에 426만t을 소비하여 3만5천t의 공급과잉이 자체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여기에 의무수입물량 34만t을 더하면 총 37만5천t의 재고가 쌓이게 된다. 국내 소비량의 8.7%가 지난 한해에만 재고로 누적되었고, 2009년의 기존 재고량 100여만t을 감안하면 현재 재고는 단순 산술로도 140만t 수준이 됨을 알 수 있다.1980년대 우리 국민 일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90㎏에 달했으나 식생활의 서구화로 이제는 73㎏으로 줄어들었다. 밥대신 빵과 육류 소비가 늘고 있고, 조만간 일본 수준인 70㎏으로 낮아질 것이다. 국내 쌀 소비 감소로 재고가 쌓여 가지만 쌀 의무물량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최근 국제 쌀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대신 국내 쌀 값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관세화 여건이 호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화를 채택할 경우, 우리나라는 200~39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제 시세가 국내 쌀 값의 180%인 점으로 보면, 관세화로 들어올 수 있는 수입량은 의무수입물량보다 적어질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하지만, 쌀 관세화가 용이하지 않다. 국민 정서상 그동안 쌀은 개방불가 품목으로 인식되어 왔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쌀 무기론도 제기될 것이다. 즉, 쌀을 단순 곡물로 봐서는 안 되고, 식량 안보 차원에서 개방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향후 국제 쌀 가격이 변동될 수 있고, 농업기반이 약화되었을 때 쌀 수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도 대두될 것이다.하지만, 이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현재 남아도는 쌀 정부수매에 소요되는 재정과 관리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과연 어느 정도 공급능력을 구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언급이 없다. 결국 현재와 같이, 쌀 관세화를 연기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 경우 매년 증가하는 쌀 의무수입 물량과 쌀 재고 문제가 점점 심각해진다. 이로 인해 쌀 관세화 문제는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이 되고 있는 것이다.지난 7월 1일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이행되었고, 향후 몇 개월은 미국과의 FTA 비준 문제로 정국이 악화될 것이므로, 한미 FTA 비준이 처리되기 전 쌀 관세화 문제를 꺼내기 어렵다는 것이 농정당국의 입장이다. 이 경우 쌀 관세화는 2013년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고, 새로 집권한 정부에 짐을 떠넘기게 될 것이다. 그 사이 쌀 의무수입물량은 38만t으로 늘어나게 되고, 쌀 재고 누적으로 쌀 값은 떨어지고, 농민들의 불만은 더 커질 것이다.쌀 관세화는 이미 늦었고, 지금이라도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정부는 쌀 관세화 지연으로 인한 문제를 농민들에게 설명하고, 쌀 구조조정 및 적절한 보상 방안을 마련해 농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관세화가 지연되어 쌀 수입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우 쌀값 추가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농민들도 이해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부 지원을 요청하고 쌀 관세화를 수용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인 것으로 보인다.

2011-07-13 정인교

인천의 달력은 2014년에 끝나지 않는다

"조 박사님이 묘법을 내어주십시오."해외여행을 끝내고 방문한 조계사. 천성산 고속철도 관통 문제로 지율스님의 단식이 100일이 가까워질 무렵이었으니 2005년 초경이었다. 불교 진영 인사들이 모인 자리. 침묵이 흐르고 도법스님이 던진 한마디로 모임은 정리되었다. 며칠 후 지율 스님이 단식하던 서울 서초구 정토회관 옆 카센터 2층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그 동안 환경영향평가, 노선검토위원회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던 형국이었다.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 해법처럼, 또다시 대통령이 조계종 종정을 찾아가 이해를 구할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단식을 중단할 수 있는 노선결정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 눈앞에 떨어진 화두였다. '노선에 대한 최종 결정은 대법원의 판결에 따르고 지율스님은 단식을 중단한다'. 필자가 부르고 남영주 당시 국무총리실 민정수석비서관이 수첩에 적어나갔다.몇 달 후 대법원 판결도 끝나고 몸도 회복한 지율 스님께 필자는 그간의 사정을 말씀드리며 양해를 구한 바 있다. 당시 환경 진영의 분위기에서 대법원 판결 방식은 묘안이 아닌 패배와 타협으로 비난 받을 짓이었다. 난 지금도 환경보전의 맥락에서 대법원 판결 방식이 최선이었다고 자신할 수 없다. 대법원에 최종 판결을 떠넘겼던 행위를 환경진영 일부에서 비난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크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누군가 총대를 메는 역할이 필요했다는 상황론은 지금도 버리고 싶지 않다.요즘 인천이 빚 문제로 걱정이 크다. 인천시의 부채규모가 내년에는 10조 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인천시 재정자립도는 2009년에 75.7%에서 2011년 65.8%로 전국 16개 시·도 중 하락폭이 가장 크다. 관계기관은 빚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를 할 경우 더욱 문제가 꼬인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2014년부터 줄어들 것으로 희망하는 재정적자 규모는 부동산 경기회복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지금의 빚 문제에 대한 가장 커다란 책임은 지난 몇 년 동안의 잘못이라 할 것이다. 뒤치다꺼리를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인천시 산하 공기업과 신도시 개발사업에 뭉칫돈이 들어가고 있다.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도 제대로 한몫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경기장 건설비용 충당, 경기 후 시설활용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인천지역에서 갈등이 심하다. 경기를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국제적 약속인데 어찌 그럴 수 있느냐는 반박이 당장 따라붙는다. 인천에 부족한 인프라를 건설하는 의미로 장기투자로 여기자는 주장도 나온다.어느 때보다 인천공동체의 정치적 역량이 필요하다. 인천시민 하나하나에게 재정 상태 전반과 대회관련 재정 영향을 상세히 설명하고 갈 길을 정해야 한다. 미래의 국제도시 인천을 위하여 몇 년간 배 곯아가며 참는 길과 대외적으로 부끄럽다 하더라도 실속을 차리는 길을 선택할지, 아니면 게임을 수도권과 공동으로 개최할지를, 2014년 이후에 대한 투명하고 객관적인 재정 정보를 근거로 사회적 논의와 결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주민투표가 한 방법일 수 있다. 내부 화합과 단결이 선행되는 것이 아시안게임에도 인천의 발전에도 중앙정부 지원을 끌어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인천의 마음을 모으지 않고 게임을 치른다면 돈과 노력만 들이고 불화만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경기관련 준비가 한창인 지금, 이런 주장이 발칙하고 분위기를 모르는 행위로 비웃음을 받기 십상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이 힘들수록 미래지향적인 결연한 희생과 용기가 필요하다. 2014년 이후에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인천은 그대로 주저앉아야 할까. 지속가능한 인천시민의 행복을 위하여 지금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 어려움을 지혜로 이겨낼 인천모델을 기대해 본다. 지금 상황에선 능력보다 판단력이 중요할 수 있다. 아시안 게임은 2014년에 끝나지만, 인천의 달력은 계속된다.

2011-07-06 조승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