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요즘 집값문제 빨리 개선해야

최근 집값변동주기가 길어졌다. 1970~80년대 집값은 3~7년 주기로 상승과 침체를 반복했었다. 1990~2011년도의 집값은 10년 정도의 주기를 보였다. 중간에 국가통화위기가 있기는 했지만 최근 변동은 과거보다 변동주기가 길어진 셈이다. 물론 이러한 추이가 앞으로 또 반복된다고 단정할 순 없다.과거 10년 동안의 추이를 보면 김대중 정부 말기부터 노무현 정부 중기까지 강남 및 유사지역의 집값상승이 두드러졌다. 노무현 말기부터 이명박 초기까지는 강북지역 집값이 강세를 보였다. 강북 집값상승 후에는 지방 대도시와 주요도시들의 집값이 상승했다. 반면 수도권집값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와 같이 부동산값은 마치 산불이 연쇄적으로 산림을 태우며 이동해 나가듯이 선도지역이 변한 후 나머지 지역도 따라 변한다. 최근 집값변동 과정에서 발생된 주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일부지역 집값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들어 전셋값은 전국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한 점이다. 이로 인해 주거취약계층들이 더 주거열위에 빠졌을 것이고 계층수도 증가했을 것이다.또 다른 하나는 깡통찬 집주인, 즉 하우스푸어들의 급속한 증가다. 특히 하우스푸어들 가운데는 여러 차례에 걸쳐 국토건설관련 수장이 늘 사용해왔던 '강남과 대체할 수 있는 신도시'라는 말에 현혹되어 넘어간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정부의 말을 믿고 이잣돈 얻어 내집마련 했거나 또는 기성주택을 매각하고 싶어도 매각치 않고 담보부 금융으로 버텨온 가구들이 200만가구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말을 믿고 건설투자를 늘려온 수많은 건설업체들이 파산했거나 부도위기에 직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최근 집값으로 인해 수많은 개인이나 기업들은 극심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택시장의 주요 구성원인 정부는 어떠한가. 특히 주택금융과 주택건설을 관장하는 중앙정부는 무슨 행동을 하고 있을까. 금융을 관장하는 중앙정부는 계속 콧노래다. 산하기업들이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여 하우스푸어들을 상대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게 돈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 보호 아래 있는 기관들이 연말연시에는 넘치는 영업이익으로 고액배당잔치까지 벌인다.건설관련부처는 어떠할까. 항상 산하기업의 땅장사, 집장사의 후견인으로 매진해왔다. 그래서 값싼 보상비를 지급하여 개발할 곳 찾기 위해 국토계획을 유린하며 하이에나처럼 수도권 주변을 오랫동안 헤매어 왔다. 사기업인 주택건설업체의 파산은 그들 마음에 진정한 아픔을 전달하지 못한다. 그래서 집값이 떨어지는 형국 속에서도 불공정한 생산원가로 보금자리 짓기에 열을 올린다.국회 일부의원들의 전세시장에 대한 대책은 어떠한가. 전셋값 올려받는 사람들은 집주인이므로 집주인을 때리는 새로운 묘수가 없나하고 머리를 쥐어짠다. 일찍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금 상한제 등을 또 거론한다. 이러하니 이익은 언제나 정부 것이고 고통은 늘 국민 몫이다.정부는 주거열위계층이나 선량한 국민들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줘선 안 된다. 중앙은행은 일반 동산물가대책과 집값대책을 분리하여 금리를 조정하고 운영해야 한다.최근 들어 아주 열악해진 주거열위가구에 대한 실태조사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공공영구임대주택으로 해결해줘야 하겠지만, 우선 당장은 보조금, 주거개량지원, 안전주택의 소개 등 다양한 주거보조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늘 아파왔어도 정부를 믿는 순박한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부자들만을 위한 DTI는 은행 자율로 되돌려줘야 한다. 대신 집값의 우선변제가치에 따라 차등화 된 금리를 적용하는 주택대출로 전환해야 한다. 대출대상은 주거연쇄효과를 고려하여 지역, 평수에 대한 차별을 두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향후 주택시장의 구매력이 살아나고, 개인기업도 회생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정부가 늘 뒤를 봐주는 공기업들도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2012-01-18 김용민

교육이 계층이동 장애물 돼서야

우리 속담에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다. 미천한 신분의 극복을 빗대어 한 말이자 사회학 용어인 계층이동을 쉽게 표현한 말이다. 사회계층의 수직적 이동을 의미하는 사회이동 (social mobility)을 계층이동이라고도 표현하는데, 우리 사회는 조선시대의 양반계급을 탈피하면서 상대적으로 점차 계층이동이 용이한 사회로 인식되어 왔다. 한때 '검사와 여선생'과 같이 신분계급을 뛰어 넘는 내용을 다룬 신파극 등이 유행하며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던 것도 같은 이유이다.통계청이 2년마다 조사하여 발표하고 있는 지난해 12월의 '사회통계'는 그간의 우리 국민의 계층이동에 대한 의식이 크게 변화한 것으로 나타나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일생동안 노력한다면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비율은 28.8%에 불과했으며 이는 2년 전 35.7%보다도 크게 줄어든 것이다. 반면 '상승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은 2년 전 48.1%에서 58.8%로 훨씬 높아진 것이다. '나는 중산층이다'라고 생각하는 가구 수는 52.8%로 1988년 통계를 생산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53.4%에 비해서도 낮다. 반면 '나는 하층이다'란 응답 비율은 2009년 42.4%에서 45.3%로 늘었다. 중산층과 하층의 비중 차이는 7.5%에 불과하다. 수치상 소득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중산층이 느끼는 체감도는 낮아졌고 계층이동에 대한 긍정적 생각도 줄어든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국정운영의 목표를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로 잡은 것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국민들은 느끼고 있는 것이다.'아마존' 책 판매를 통해 100만부 이상 팔린 '계층이동의 사다리(A Framework for Understanding Poverty)'에서 저자인 '루비 페인(Ruby Payne)' 박사는 빈곤층이 안고 있는 현실에 주목하면서 계층 상승을 위한 해법으로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우리나라만큼 자녀교육에 열심인 부모들이 세계 어느 나라에 있을까? 그러나 통계청 조사에서 자녀의 계층상향 가능성에 대해 41.7%만이 긍정적 답변을 했고 그 중 매우 크다고 답변한 것은 4%에 불과했다. 부정적 반응은 42.9%에 달했다. 부정적 답변이 긍정적 답변을 넘어선 것 역시 관련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나는 몰라도 내 아이는 잘 살 것이다'라는 기대마저 접어버린 조사결과는 주거비· 교육비 급증 등 심해져가는 사회 양극화 속에 정상적 방법을 통한 서민들의 계층 상승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지난해 서울대 합격생의 절반 이상은 수도권 출신이고 5명중 1명은 특수 목적고 출신이었다. 서울 강남3구 출신학생 비중도 점점 늘고 있다. 계층이동의 사다리 구실을 했던 교육이 오히려 계층을 고착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수험생 집안의 가계살림에 따라 수능성적이 나온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게 되었다.우리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의 혹독한 경험을 기억한다. 4만여 개 기업의 도산으로 많은 실업자가 생겨나게 되었고, 별다른 직업 훈련시스템의 도움이 없어 졸지에 영세 자영업자가 되어 삶의 현장으로 뛰어든 것이다.우리 사회에서 양극화 현상이 본격적으로 심화되고 중산층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중산층이 무너져 사회 격차가 확대되면 사회가 흔들리게 된다. 사회 양극화는 우리만이 겪는 문제는 물론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도 청년 실업과 일부 금융회사들의 탐욕이 문제가 되었지만, 그 안에는 소득 불평등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정부· 정치권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들리게 할 수 있는 사회양극화 현상을 줄이고 해결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많은 국민이 미래에 대해 희망보다 절망을 더 느낀다면 과연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는 의미가 무엇일까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2012-01-11 윤대희

美 메이저리그서 동반성장을 배운다

미국은 프로 스포츠의 천국이다. 야구·농구·미식축구·농구가 대표 종목이다. 미국의 프로경기는 전세계로 생중계된다. 전세계가 시장인 셈이다. 선수들의 연봉은 천문학적이다. 일반인의 연봉을 주급으로 받는 선수도 부지기수다. 그만큼 시장이 크다는 의미이다. 2010년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가치총액은 18조원이 넘는다. 1998년에 비해 무려 23배나 증가했다. 미국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다. 70년만에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었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가치는 2009년에도 상승했다. 물론 적자를 보는 구단도 있다. 그러나 보통 1년에 1~2개 구단에 불과하다. 적자 규모도 그리 크지 않다. 만약, 메이저리그가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면,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LG전자보다 많고, 한국전력보다 적다. 순위로 매기면, 12위이다. 최고의 인기 구단인 뉴욕 양키스의 구단 가치는 2조원에 육박한다. 국내 포털업체 다음의 시가총액과 맞먹는다.메이저리그는 더이상 스포츠가 아니다. 하나의 거대한 산업(industry)이다. 야구가 산업으로 번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프로스포츠는 자본주의의 꽃이다. 구단이 돈이 많다면 더 좋은 선수를 확보할 수 있다. 경기에 승리하게 되면, 관중이 늘어나고, 매출이 증가한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으로 더 좋은 선수를 영입한다. 또 경기장을 쾌적하게 바꾸기 위해 투자한다. 더 많은 관중이 찾아오게 된다. 그래서 프로 스포츠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의 발전은 자본주의에 있지 않다.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는 동반 성장에 있다. 1869년 처음으로 프로구단이 창단됐다. 이후 자본주의가 활개를 쳤다. 대도시에 연고를 둔 구단은 승승장구했다. 부자구단은 돈으로 선수를 얼마든지 맘대로 샀다. 그래서 팀간 실력 차이는 더욱 커졌다. 관중은 등을 돌렸다. 승부가 빤한 경기는 지겹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제도가 생겼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965년에 도입된 신인 드래프트 제도다. 전년의 성적 역순으로 우수한 신인을 먼저 뽑게 하는 제도다. 부자구단이 돈으로 선수를 쓸어모으지 못하게 됐다. 지금이야 어느 나라든, 어느 종목이든 프로는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를 뽑는다. 그러나 이 제도는 프로야구가 생긴지 100년이 돼서 도입된 제도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적자 구단이 절반에 달했다. 수익배분제도와 사치세가 도입됐다. 부자구단이 가난한 구단을 도와주는 제도이다. 쉽게 말해, 최고의 인기 구단인 뉴욕 양키스는 수익의 일부를 내놓아야 한다. 또한, 뉴욕 양키스는 매년 사치세도 낸다. 구단 연봉 총액이 메이저리그가 정한 상한액을 넘기 때문이다. 양키스가 낸 수익의 일부와 사치세는 시장 규모가 작은 가난한 구단을 먹여 살린다. 뉴욕 양키스가 수익의 일부를 내놓고, 사치세를 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스포츠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자구단도 경기를 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파트너도 일정 수준을 갖추면 더 재밌는 경기가 된다. 가난한 구단이 강해야 자기도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동반성장이다. 2011년 한국의 사회적 이슈는 동반성장이었다. 아직도 대기업의 논리는 타당하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야구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무슨 노력을 했는지 알아야 한다. 자본주의의 논리가 계속됐다면 메이저리그는 단순한 야구리그에 불과했을 것이다. 대기업은 혼자 성장할 수 없다. 자본주의 논리 뒤에 꼭꼭 숨었다. 경쟁력있는 기업의 승자 독식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큰 착각이다. 혼자서는 전체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없다. 자본주의 꽃인 프로야구도 성장을 위한 규제가 있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 메이저리그가 그러하듯 '모두가 함께'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만드는 부품이 필요하다. 강자의 위치에서 납품 가격을 깎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양키스가 혼자 야구를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정당한 가격을 쳐주어야 소비도 활발해진다. 중소기업 종사자들이 소비자가 되어 대기업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한국경제가 바라는 동반성장이다.

2012-01-04 오동윤

2012년 대한민국이 바라는 선물은?

녀석은 집요했다. 산타가 올해는 왜 선물을 주지 않았느냐며 성탄절 오전 내내 부모에게 따지고 든 것이다. 날씨가 너무 추웠다느니, 네가 말썽을 부려서였느니, 모두 도리질을 치다가 급기야 그 말이 나왔다. 처음부터 산타는 없었고 지금까지 엄마가(막내라 그런지 늘 엄마뿐이다) 선물을 사다놓은 게 아니었느냐며 두 눈을 부라리며 얼굴을 들이민다. 아내의 입모양이 '사실은' 하며 이실직고를 할 태세이다. 나를 바라보며 간절히 구원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낸다. 민세는 초등학교 3학년이다. 요새 3학년이면 세상 알만큼 알 텐데 몽니를 부리는 녀석의 속내를 알고도 모를 일이다. "이제 10살이 넘어서 오지 않는 거야"하며 판을 정리하려 하니 첫째가 재치 있게 거든다. "맞아, 나중에 나이가 들어 마음이 다시 아이가 되면 산타가 돌아올 거야." 세상은 때로 거짓이 아름다울 때가 있음을 끄덕이게 하는 하루였다.올해 국내 성장률은 3.8%대로 추정된다. 전망값을 4%대와 3%대로 나누어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한국개발연구원, 한국은행 같은 정부기관은 거의 다 낙관적이었다. 반면에 삼성경제연구소와 국회예산정책처는 3% 후반대로 정확도가 높았다.경제전망을 하는 실태는 어찌 보면 지적 담합이다. 다 같이 틀리면 으레 그러려니 하며 넘어갈 수 있다. 그러니 가능하면 하나의 수치에 고만고만 비슷해지려 한다. 만약 지식을 다루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다면 경제전망전문가들은 곤혹을 치를 게 뻔하다. 특히 정부 측 전문가들은 진퇴양난이 될 성싶다. 정부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공공기관에서는 정치적 프리미엄을 붙이기 일쑤이다. 생각해 보라. 내년이 선거인데 경제가 엉망일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놓는다면, 전문가나 기관은 '세상 뭘 모르는' 바보가 된다. 그러니 모두 상향평준화하는 거다. 이런 일을 몇 번 집단적으로 하다보면 안 그러는 것이 바보라는 확신까지 들 수 있다. 이런 사고방식은 나름 역사적인 뿌리가 있다. 박정희 정권 시절 경제기획원은 한국 경제를 만들어냈다. 기획재정부의 과장급 이상 간부들 중에는 '우리가 목표를 세우면 한국경제가 그리로 간다'는 추억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1998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터진 경제개방으로 경제주권은 흘러간 노랫가락이 된지 오래인데 말이다. 그들이 신봉하는 자유무역협정은 명맥만 이어가던 경제주권에 대한 종지부를 찍는 셈이다(물론 자유무역협정은 장점도 있다). 세계경제와 섞이는 정도가 심할수록 대한민국 경제에서 그들이 바라는 정치적 영향력을 구현할 가능성은 낮아만지고 있다. 경제를 개방하고 있는 주체들은 자신이 한 행동을 잊어버린 듯하다. 정확하게 짚는다면, 만족스럽지 못한 행위를 나중에 합리화하려는 인지적 부조화에 빠져있는 모양새다. 불편한 진실이다. 정부는 내년 국내경제성장률을 4%미만대로 잡고 있다. 7% 경제성장을 내건 현 정부로서는 가슴이 아릴 만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인 듯하니 경제를 위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불편함보다 진실을 택한 용기라고 긍정하고 싶기까지 하다. 행여 경제를, 국민을 포기하겠다며 손을 놓은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그런 생각이 비뚤어진 노파심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성탄절을 지나 학교에 다녀온 민세에게 아내가 물었다. "친구들에게 산타선물 받았냐고 물었어?", "내가 바보인가, 물어보면 친구들이 그럴걸, 너는 산타 믿냐." 막내는 부모에게 아기 민세로 남아 사랑을 계속 받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닐까. 내년에는 민세에게 다시 산타 선물을 사주어야겠다고 다짐한다. 2012년에 대한민국이 받을 선물은 무엇일까? 우리 모두 산타 같은 국회의원들, 대통령을 만나는 꿈을 꾸어보자. 유권자 여러분, 실현가능하고 함께하는 행복을 이루도록 노력하고 요구하십시다. 송구영신.

2011-12-28 조승헌

북한변화 우리부동산에 어떤영향 미칠까

폐쇄사회를 이끌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우리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주식값이 하락하고, 환율은 올랐다. 정부는 임시비상체제로 들어갔다. 국민들은 뉴스에 바짝 귀기울였다. 긴장감이 실물과 재무의 투자시장을 냉각시켰다. 이 일이 사회 각 부문에 미칠 영향력을 예측하는데 너도나도 관심을 쏟았다.이러한 변화들 속에서 우리 부동산은 어떠한 영향을 받을 것인가를 생각해본다. 평화를 전면적으로 깨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에서 장래에 대한 전망을 하기로 한다. 단기적으로는 심리적인 충격이 있겠지만 큰 변화를 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북한이 계속 폐쇄체제로 가느냐, 아니면 개방체제로 가느냐에 따라 우리 부동산권도 꽤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먼저 폐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를 보자. 여태까지 그래왔었던 것처럼 우리 땅도 북의 폐쇄와 대립해야 하는 긴장관계 속에 놓이게 된다.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므로 공권력 우월주의가 개인의 자유보다 더 활개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다. 그동안 남북의 경색관계가 경제사회활동에 있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쳐왔다. 남북의 위기감이 고조될수록 개인의 자유라는 가치보다 단체 가치, 공권력 가치를 우선시 하는 사회여론이 쉽게 번성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부동산재산에 대한 각종 규제나 통제는 토지상품경제체제의 국가들 가운데 가장 양과 종류 면에서 다종다양한 규제를 형성해왔다. 이에 편승하여 일부 부동산대책들은 정부 각 부처이기주의에 의해 좌우되기도 했다. 공권력우월주의 아래 국토종합계획이 유린되어도 이를 통제하는 기능은 너무 미약했다. 세상에 없는 토지공개념이나 주택공개념이 우리 사회에서 정부 주도로 유행되어 사회 여론을 주도하며 파행된 부동산권리의 규제법제들을 양산시켰던 과거의 사례만 보아도 그러한 흐름을 알 수 있다.그러나 북한이 점진적으로 개방화되어 간다면 우리의 부동산권들은 장기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형성하는데 어느 정도 힘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 부동산정책도 그들 개방화의 속도와 더불어 과거의 규제우월주의가 약간씩이나마 수정되어가는, 정상화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 한 차원 성숙한 민주화된 국토관리의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도우미로 작용할 것이다. 여태까지 파행이 통하였던 각종 재산권규제가 좀 더 신중하고 계획적으로 관리운영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들의 개방화가 우리의 성숙한 민주화에 기여한다면 부동산으로 인한 국부의 효율성, 국민의 형평성, 국토의 생명성 면에서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인가. 국부의 효율성 면에서는 상당한 진전이 기대된다. 부동산시장은 공정성과 투명한 경쟁이 중시되는 쪽으로 힘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형평성은 어떠할까. 여태까지 부동산권을 규제하는 형평성제도들은 재산권자만 고통스럽게 했을 뿐, 사실상 실효성이 매우 의심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떤 경우는 형평성대책이 오히려 형평성을 더욱 심화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므로 개방화로의 변화는 형평성문제를 개선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생명성은 어떠할 것인가. 이는 국토계획을 제대로 지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우리 국토의 생명성을 가장 심하게 파괴한 주체는 정부였다. 우리 국토계획에는 국토기본법에 의한 국토종합계획이 있고, 그 아래 국토관리계획이나 특정계획들이 있다. 그런데 개인들이 이러한 계획에 어긋난 토지이용을 할 때는 엄격하게 처벌되어왔기에 사인에 의한 국토계획 훼손은 미미했었다. 그러나 정부, 특히 개발관련 중앙부처의 국토계획 훼손은 그 규모나 내용 면에서 너무 방대했다. 수도권 신도시개발, 미니도시 개발, 지방의 기업· 혁신· 행복도시 개발, 보금자리에 의한 개발제한구역의 대량훼손, 4대강사업 시행의 신속한 강행처리 등과 같은 사례들은 많다. 만약 재산권에 대한 성숙한 민주적 관리 분위기가 자리잡았다면 그와 같은 대량의 국토 훼손을 쉽게 저지르지 못하였을 것이다.이와 같이 볼 때 국토의 효율, 형평, 건강한 관리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북한의 개방화가 우리에게 어느 정도 도움을 주리라 예측된다. 그러므로 우리 부동산의 양호한 관리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북한이 좀 더 빠르게 열린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2011-12-21 김용민

개도국 지원에 많은 관심을

나라 안의 관심이 온통 한미 FTA에 쏠려 있던 지난 11월, 의미 있는 행사가 부산에서 열렸다. 11월 29일~12월1일간 열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클린턴 미 국무장관 등 160여 개국에서 2천여명이 참석한 '제4차 세계개발원조 총회'이다.이번 제4차 총회 '부산선언'을 통해 개도국에 대한 원조를 원조효과성에서 개발효과성으로 정책 포커스를 전환하고 선진국과 신흥국,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포괄적 파트너십 구축을 천명한 바 있다.우리나라는 2009년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함으로써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바뀐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외국으로부터 모두 128억달러의 원조를 받았으며 산업화와 선진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개도국지원 규모는 국민총생산의 0.12% 수준으로 2015년까지 0.25%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현재의 12억 달러를 점차 25억 달러로 늘려 나갈 계획이지만 우리나라의 국제사회 위상으로 볼 때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다만 최근 세계적 경제위기로 많은 나라들이 원조를 줄여가고 있는 추세에 우리는 늘려 나감으로써 개도국 지원 의지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있는 것이 다행이다. 점차 선진국이나 중국 수준으로 개도국 원조의 규모나 질을 높여 나가야겠지만, 우리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자산 '경제개발 경험'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이러한 배경으로 2004년부터 시작된 정부사업으로 '경제개발지식 공유사업' KSP(Knowledge Sharing Program)가 있다. 많은 개도국들은 60년 초만 해도 자기들과 똑같은 세계 최빈국의 하나였던 한국이 불과 50년 동안에 이룩한 놀라운 경제성과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며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연구하여 이를 자국의 경제발전에 적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필자도 이에 관련하여 지난 해부터 아프리카 가나를 시작으로 베트남, 라오스, 아제르바이잔, 에티오피아 등을 두루 다니며 장관급 '고위정책대화'를 이끌며 국장급을 비롯한 정책담당 실무자를 참여시킨 '전파교육'등을 통해 경제개발경험의 노하우를 전수해주고자 KSP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중장기계획과 연간 예산의 효율화(가나), 2011~2020년 경제사회발전 수립자문(베트남), 경제위기 회복방안(라오스), 외국원조의 효율적 관리(아제르바이잔), 중소기업 육성방안(에티오피아) 등 구체적인 정책과제들에서 상대방 국가들은 우리의 개발경험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성공사례는 물론 실패 경험 등 아쉬웠던 점까지 솔직하게 전해줌으로써 개도국들이 후발자로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정책과제를 도출하고자 함께 고민하고 있다.우리만이 가진 값진 고유자산인 경제개발 경험을 잘 발전시켜 세계의 개도국들과 나누기 위해서는 KSP사업을 좀 더 체계화시켜 효율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공유가 가능한 법, 제도 혁신사례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예를 들면,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 중에서 국제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을 '데이터 베이스'해서 콘텐츠를 확충해야 하며 또한 세계은행 등 국제개발금융기관과 공동컨설팅을 통한 정책자문의 효과성을 제고하는 Co-consulting도 바람직할 것이다. 아울러 KSP사업 이외에도 경제개발협력기금, 무상원조를 적절히 조합하여 컨설팅부터 인프라 건설은 물론 시설운영과 사후관리기법까지 포괄하는 토털 시스템 지원을 통해 프로젝트의 가능성(Comprehensive Support)을 높여야 한다. 요약하면 앞에 언급한 3C (Contents, Co - Consulting, Comprehensive Support)를 강화하는 방안을 찾는데 정부, 연구기관, 전문가의 지혜가 모아져야 할 것이다.우리는 G20국가가 되었다는 자부심에 도취하기보다는 어려웠던 시절을 기억하며 개발도상 국가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일에 많은 관심과 역할을 기울일 때 국제사회 속에서 그 만큼 우리의 위상도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수원국(受援國)에서 공여국이 된 유일한 나라로서의 소임이라고 하면 더 맞을 것 같다.

2011-12-14 윤대희

2012년 대한민국의 과제는 '건강한 한국경제'

한국에는 269만 소상공인이 있다. 소상공인은 종사자 4인 이하의 사업체를 일컫는 말이다. 광업, 제조업, 건설업, 운수업은 9인 이하이다. 여기에 522만명이 일을 하고 있다. 딸려 있는 가족까지 합치면, 1천만명 이상의 생계가 소상공인에게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면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소상공인은 수익 창출보다는 생계유지에 가깝다. 스스로 노동을 하고 돈을 버는 자영업자이다. 이들이 열심히 일해서 벌어가는 것은 자기 인건비이다. 동네 빵집, 커피점, 문방구, 식당 등이 전형적인 소상공인의 삶의 터전이다.한국에는 2천916개 대기업이 있다. 대기업에서 165만명이 일을 한다. 대기업이 활동하는 무대는 더는 국내시장이 아니다.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어느덧 대기업이 한국경제의 중심이 됐다. 그래서인지 대기업이 호황이면 한국경제도 호황이다. 대기업이 위기이면 한국경제도 위기이다. 이제는 대기업이 소상공인까지 위협하고 있다. 너무 몰아세운다.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흔한 레퍼토리이다. 동네 골목에서 빵도 판다. 천 원짜리 두부도 판다. 웬만한 규모의 구내식당은 모두 대기업 차지이다. 그러곤 대기업은 너무 당당하다. 자기들이 하면 품질이 좋아진다고 한다. 그리고 가격이 내려간다고 한다. 그만큼 소비자가 이득을 본단다. 18세기부터 애덤 스미스가 가르쳐 준 이론이다. 반박하는 사람이 없다. 반박한다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용기만 갖고 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대기업은 득의양양하다.장기적으로 보면, 소비자도 손해다. 소비자는 당연히 대기업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소상공인이 무너지고 있다. 소상공인이 사업을 하지 못하면 생계가 막연해진다. 그렇게 되면, 대부분 사회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정부는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결국, 소비자는 대기업의 시장진입으로 보았던 이득을 언젠가는 다시 토해내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다시 혼란에 빠진다. 분배가 먼저인가? 성장이 먼저인가? 답도 없는 이념 논쟁에 휩싸인다.경제는 순환(circulation)이 핵심이다. 기업은 생산하고, 가계는 소비한다. 기업과 가계가 잘 돌아가야 한다. 기업의 노동자는 열심히 생산한다. 그리고 월급을 받고 가계를 꾸린다. 가계를 꾸리면서 소비를 한다. 더 나은 소비를 위해 더 열심히 생산에 참여한다. 생산과 소비가 되풀이되는 것이 바로 순환이다.대기업도 알아 두어야 할 것이 있다. 522만 소상공인 종사자들이 가계의 주체라는 사실을. 이들이 돈을 벌어야 가족까지 소비할 수 있다. 소상공인과 이들의 가족이 대기업 TV도 사고, 자동차도 사고, 스마트폰을 사는 소비자이다. 이들이 몰락하면 대기업은 소비자를 잃는 꼴이다. 결국, 소상공인이 건강해야 대기업도 건강해진다. 대기업이 한국경제의 심장 역할을 한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심장이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모세혈관이 필요하다. 바로 소상공인이 모세혈관이다. 심장에서 만들어진 피가 모세혈관을 타고 온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그리고 정맥을 통해 다시 심장을 흐른다. 그러나 모세혈관이 어딘가 막히거나 뚫리면 사람은 쓰러진다. 269만 소상공인이 바로 한국경제의 모세혈관이다. 모세혈관에 피가 돌아야 한다.2012년은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모두 열린다. 복지 논쟁이 선거의 쟁점이 될 것이다. 그 논쟁의 중심에 소상공인이 있다. 이념 논쟁보다, 정치 싸움보다 더 소중한 것이 소상공인이다. 그러나 소상공인이 바라는 것은 그런 복지가 아니다. 최선의 복지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소상공인이 맘껏 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복지다. 대기업에 맞서 소상공인이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힘에 부친다. 소상공인의 사업 영역을 확보해 주는 것이 최선의 복지이다. 그래야 소상공인이 건강해지고, 그래야 한국경제가 건강해진다. 2012년에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2011-12-07 오동윤

인천타운미팅에 주문을 건다

[아브라카다브라, 다 이뤄져라]자우림이 '나는가수다'에서 자줏빛 조명아래 주술을 흘려보낼 때 작은 형의 모습이 떠올랐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라 한다."고등학생이던 형이 암송하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다. '아브라카다브라'는 '말 한대로 이루어지이다'라는 뜻을 가진 주문으로, 아브락사스라는 이집트의 마법적 사상을 모태로 하고 있다. 아브락사스를 숭상하는 학파를 그노시즘이라고 하는데 신에 대한 절대적 귀의가 아닌, 인간이 지혜를 가지고 세상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요즘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양을 보노라면 갑갑하다. 온 세상이 경제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이런 형세는 더욱 악화될 듯하다. 희망을 잃어버린 99%가 1%를 탓하며 지구 곳곳에서 들고 일어나고 있는 형세이다. 판을 바꾸자고 한다. 선거를 할 때마다 정권이 바뀌고 있다. 우파 정권에서도 좌파적 공약이 나오고 있다. 버핏세는 이제 정파를 떠나 표를 얻기 위한 필수 품목(must-have)이 되어가고 있다. 선거를 경제적 맥락으로 표현하면 정치인은 돈을 주겠다고 하고, 유권자는 표로 응답하는 선물거래라고 할 수 있다. 지난 747공약으로 대표되는 대통령선거와, 뉴타운공약이 판세를 결정했던 총선은 표를 사는 정치인들에게는 대박, 국민들에게는 배신과 빈손뿐인 불평등 거래로 판명되고 있다. 세계경제는 불황이라는 터널의 입구에 막 들어섰을 뿐이다. 세계 경제에 모질게 엮여있는 한국경제도 힘들 수밖에 없다. 이런 판국에 돈과 표를 거래하는 정치시장은 어찌될 것인가? 정치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권자들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달라고 할까. 더 이상 돈이 없다는 것은 이제 알만큼 안다. 12월 9일 인천시청에서 타운미팅이 열린다고 한다. 인천시민 300인이 모여 시민의 눈으로 보는 행복한 인천 만들기라는 주제로 머리를 맞대고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당신이 인천광역시장이라면 인천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그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기쁘다. 기대된다. 그리고 부탁이 있다. 표를 얻고자 하고, 시민의 세금으로 먹고 사는 정치인이나 기관들은 더 이상 돈을 더 벌게 해주겠다는, 이루어지지 않을 약속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직까지 한국의 상황에서 '성장이 힘들다'고 하는 건 정치인으로서 표를 날려 보내는 자살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전문가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정치인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세상 형편이다. 진실이 비참할 땐 거짓이 미덕인 것이 엄연한 현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지금 우리 모두는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모두에게 손해가 되는 치킨게임이다. 버려야 얻는 것이 시대정신이다. 시민들은 더 이상 돈을 달라고, 경제를 성장해야 한다고, 대기업을 유치하자고, 20평 아파트를 30평으로 늘려달라는 '성사되지 않을 거래'를 '줄 수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요구하지 않았으면 한다. 대신 20평 아파트에서 30평 못지않은 가족화목과 삶의질을 살려내는 살림의 지혜를 시장과 의원들과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궁리해 달라고, 같이 고민하자고 손을 내밀 수는 없을까.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 그 나라 정치인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세상의 법칙이다."늙는다는 것은 세상의 규칙을 바꾸려는 노력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카뮈의 멘토인 장 그르니에가 한 말이다. 형도 나도 흰머리가 자연스럽게 어울림직할만큼 세월은 흘렀다. 하지만 노후를, 사교육비를, 등수 가리기 공부에 찌든 자식들을, 청년 실업자를, 비정규직 직장 동료를 생각하면, 이 세상에는 깨뜨려야 할 알들이 너무 많은 듯하다. 세상엔 때가 있다고 한다. 시절인연을 바라며 인천타운미팅에 주문을 건다. 아브라카다브라 행복인천 상향(尙饗).

2011-11-30 조승헌

원가 줄인 반값만이 진짜 반값이다

얼마 전 서울시장이 시립대학 등록금을 내년부터 반으로 내리겠다고 했다. 선거공약에서 상대 경쟁후보와 마찬가지로 반값공약을 했으니 이를 지키겠다고 하는 의지의 발로일 것이다. 이미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게 하였다고 한다. 한때 촛불시위가 반값등록금을 외치며 정부를 향한 적이 있었다. 그 운동을 축으로 하여 각종 언론에서는 우리의 대학등록금이 비싸다는 보도를 해댔다. 나중에는 감사원이 나서서 전국 주요 수많은 대학들의 회계감사를 감행했다. 일부 부실한 대학들의 잘못이 드러났다. 그렇지만 다수의 선량한 사립대학들은 그 감사 때문에 교육 외의 일로 에너지를 낭비해야 했다.한편 지나간 대통령선거때 반값아파트라는 말을 일부 정치인이 하면서 반값아파트공약도 불거졌다. 현 정권은 보금자리주택으로 유사한 효과를 내거나 또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으로 이러한 약속을 조금이나마 이행하려한 모양새를 보였다.특정부문의 반값이야기가 사회로부터 높은 관심을 끈 것은 그만큼 우리의 아파트값이 비싸고 등록금 또한 비싸다고 하는 반증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등록금도 반값으로 내릴 수 있는 길을 찾고, 아파트값도 그러한 길을 찾아 나서는 건 누구에게나 환영받을 일이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말들을 사회 지도층들이 신중하게 고려하지도 않고 남발한다면 그로 인한 파생효과가 반드시 좋게 귀결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문제가 있다.반값이나 반의 반값, 반의 반의 반값 등은 우리가 거의 매일 장터에서 마주할 수 있는 물건 값들이다. 의류, 전자제품, 식품 등에서는 반값, 그 훨씬 이하의 값도 등장한다. 드물게는 가구나 주방용품 등도 이러한 대열에 들기도 한다. 그러나 시장에서 풍부하게 넘치는 반값할인거래가 우리에게 신선함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값싼 제품이란 게 재고 의류, 구형 모델 전자제품,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아니한 식품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품들의 잔여량을 계속 반값 이하로 팔 수 있는 까닭은 이들이 생산될 때 이미 신품가격에 그와 같은 떨이손실액이 보전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반값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를 신선하게 자극하거나 감동케 하는 경우도 있다. 기술혁신이나 관리의 개선으로 실재 생산비가 반값으로 줄어들도록 함으로써 비로소 진짜 반값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 경우일 것이다.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이 그와 같은 원가절감을 위한 교육환경의 개선이나 교육방법의 개량에 의한 것임이 아닌 것으로 안다. 인건비나 대학 운영비를 절약하여 반값등록금이 된 게 아니라 국민들의 세 부담을 늘려 행하는 반값할인으로 보인다.또한 반값아파트공약의 이행을 위해 보금자리에서 보는 것처럼 국토관리계획에 저해되는 개발을 자행한다. 더불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처럼 궁색한 주택들을 공급하는 것도 문제다. 공공녹지의 훼손, 대형 재정비사업지구에 무임승차하기라는 편법으로 공공의 공간이나 타인재산권 침해를 야기할 수도 있는 임대주택이나 지으려는 발상들이 진짜 반값아파트가 지닌 신선한 뜻을 줄 리가 없다. 새 건축공법의 개발, 개인의 자율과 경쟁에 의존한 개발 비용의 절감을 통한 반값아파트가 아닌한 신선한 감동을 주는 반값아파트가 될 수 없는 것이다.아무리 캠페인 소재로 선호도가 높고, 목적이 선의이며 국민들의 귀가 솔깃한 것이라도 관련된 언행은 신중히 할 일이다. 장터에서 흔히 쓰는 반값할인은 나름의 이유와 정당성이 있다. 그렇지만 아파트의 적정 생산비나 등록금의 적정 운영비를 계상하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반값이라는 무지갯빛 이야기로 국민들을 현혹하려 한다면 그것은 지조를 중시해야 할 지도자들이 걸어야 할 행보가 아니다.반값아파트의 시대, 반값등록금의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그 시대는 현재보다 생산비를 현저하게 절약하는 합리적인 방법을 활용한 결과로서만이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국토계획을 유린하거나 시민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반값공약과 그 실현은 이 시대의 미덕이 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생산비의 절약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반값만이 진짜 반값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2011-11-23 김용민

저출산대책, 남아있는 시간 많지 않다

유엔은 지난 10월 31일로 세계 인구가 70억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70억번째 인구로 필리핀에서 태어난 아기 사진이 언론에 등장하기도 했다. 세계 인구는 20세기 초에 16억 명을 넘어서고 100여년 만에 4배 이상으로 증가한 셈이다. 인구증가는 산업화와 수명연장 등에 따른 긍정적인 면도 많지만 식량난, 식수난 등 걱정도 함께 커지고 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세계 인구는 2050년에는 93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우리나라 인구는 남한만을 볼 때 4천900여만명으로 세계 25위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0년 기준으로 1.15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1984년에는 인구대체 수준인 2.1명 이하로 떨어졌고 외환위기 이후에는 1.3명 이하로 급락한 초저출산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1980년 2.82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2000년에는 1.15명으로 급락한 것이다. 현재 출산율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우리나라 인구는 2100년에는 현재 인구의 50%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고 2500년에는 33만명이 되어 민족이 소멸되고 언어도 지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우리사회가 소득증가에 따른 평균수명 연장으로 인구 고령화도 함께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중위(median)연령은 현재의 35세에서 2020년에 44세, 2040년에는 53세 내외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이러한 고령화는 세계적인 현상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들의 경험에 비해 훨씬 급격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에 이미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를 넘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으며, 2025년에는 20%를 상회하는 '초고령 사회'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이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이전하는데 100년 이상이 걸린 것과 비교할 때 우리의 고령화 진행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이 빠른 것이다.저출산 고령화는 생산 가능인구와 취업자를 감소시키는 등 노동력의 양적 규모를 축소시켜 경제성장을 위축시킨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구조의 변화는 1990년대 들어서면서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는 연금 및 보건의료비 지출 증대 등 재정 부담을 높임으로써 세대 간 소득 재분배라는 문제도 야기시킨다. 현재는 젊은 사람 7명이 노인 한 사람을 부양하는데 비해 2050년이 되면 1.4명이 한사람을 책임져야 하는 사회가 되므로 장차 우리의 아들 손자 세대들이 짊어져야할 부담은 급격히 커지게 되는 것이다.이러한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는 종합적인 사회·경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출산율을 높여야 하는데 이는 생각하는 것 만큼 쉽지 않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점점 늦어지는 결혼 연령, 여성의 사회활동에서의 경력 단절 우려, 자녀 교육비 부담 등이 저출산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원인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보육시설 확충, 출산시의 인센티브 제공은 물론 출산으로 여성들이 사회활동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제도적 장치 마련 등 출산에 대한 가치를 높여 주는 사회적인 환경 조성에도 더욱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저출산을 극복한 다른 나라들의 선례에 대한 적극적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때 저출산의 대표적인 나라였던 프랑스가 출산제고를 위한 각종 정책과 함께 적극적인 이민 정책도 병행하여 저출산을 극복한 사례는 깊이 연구할만하다. 다문화 가정이 점점 늘어가면서 이에 따른 걱정도 있지만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사고 전환과 선제적인 정책으로 사회의 일원으로 적응해 가는데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현재 중국이나 러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동포의 2세 3세들에 대해서도 그들이 우리 사회에 접근할 수 있는 문호를 개방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가 않다. 보육 및 육아지원, 평생 교육 시스템 구축과 함께 이민 확대 등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에 지금보다 정부가 더욱 앞장서야 한다.

2011-11-16 윤대희

사회문제가 되어 버린 청년실업

20~30대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이들이 주도하는 시위가 강렬하다. 미국에서 유럽까지 번졌다. 부의 독점, 특히 금융권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우리 사회도 20~30대가 움직이고 있다. 적극적인 투표 참여로 의사표현을 한다.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수준이다. 지난 몇 번의 선거에서 이를 확인했다.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다. 선거 승리의 공식은 간단하다. 20~30대와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은 일자리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갈 곳이 없다. 변변한 일자리조차 찾기 어렵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12시간 일하고 5만원도 받지 못한다. 그 돈으로 영어학원에 다녀야 한다. 취직에 필요한 영어점수 때문이다. 토플시험을 보기 위해 10만원이 넘는 돈도 내야 한다.지난 10월 청년실업률(15~29세)은 6.3%이다. 국가 공식통계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주변에 청년 백수가 너무 많다. 국가통계의 허점 때문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취직 준비생은 실업자가 아니다. 청년 백수 중에 취업을 준비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대한민국은 일자리 창출능력이 있을까? 적어도 대기업은 아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대기업은 늘 하는 소리가 있다. 신규채용을 늘리겠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능력은 2만 명을 넘지 못한다. 올해 19만 명의 대학 졸업자가 쏟아졌다. 이중 1만7천 명이 대기업에 취업했다. 그만큼 일자리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큰 오산이다. 퇴직자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채용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2009년 대기업은 2천916개이다. 전년보다 127개 늘었다. 대기업 종사자도 4만4천764명이 늘었다. 그만큼 일자리가 생겼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대기업 규모로 창업하는 기업은 없다. 기업 규모가 늘어나면서 법적으로 대기업이 되는 것이다. 그런 대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4만4천764명이라는 의미이다. 그만큼 일자리가 생긴 게 아니다. 중소기업도 한계가 있다. 300만 개 중소기업 중 270만 개가 소상공인이다. 대부분 생계형 자영업자고 서비스업이다. 경기에 민감하다. 경기가 나빠지면 바로 실업이 발생한다.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제조 중소기업은 32만 개다. 이 중 20만 개가 종사자 5인 이하의 영세기업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만만치 않다.청년실업의 돌파구는 창업이다. 그러나 창업의 문턱이 너무 높다. 우리나라의 높은 기술수준 때문이다. 더 나은 기술이나 상품이 있어야 창업할 수 있다.애니메이션 분야를 예로 들어 보자. 근래 최고의 히트상품은 뽀로로다. 아기들에게 뽀로로는 대통령과 맞먹는 존재다. 오죽하면 '뽀통령'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115개국에 수출을 하는 효자상품이다. 애니메이션 고등학교가 4개나 있다. 대학에 애니메이션 학과는 수두룩하다. 졸업생들이 창업하려면 뽀로로보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청년창업은 글로벌 창업이 되어야 한다. 이들의 타깃시장은 아세안, 중동, 남미, 아프리카다. 뽀로로까지 필요 없는 시장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얼마든지 공략할 수 있다. IT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IT 발전속도는 세계적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다. 우리에게는 어제의 기술이지만, 아프리카에서는 내일의 기술이다.정부의 창업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생계형 창업보다는 글로벌 청년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창업비용보다 더 필요한 것은 타깃시장에 대한 교육과 정보다. 소규모 창업을 하면서 시장조사까지 하긴 버겁다.대기업도 나서야 한다. 대기업이 청년창업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어떨까? 기술과 시설을 활용해서 말이다. 중소기업 창업을 지원하는 것이 동반성장이다. 그리고 20~30대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이 사회적 기여다.유럽을 가보면 배낭여행을 하는 한국 청년들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어떤 청년들은 아프리카에서 봉사를 한다. 자전거로 중국 대륙을 도는 친구들도 있다. 젊은이들의 글로벌 역량이 무럭무럭 크고 있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 청년들의 힘이다. 우리 사회는 이들의 경험과 꿈을 소중하게 키워 주어야 한다.

2011-11-09 오동윤

내가 사회적 다단계를 시작한 건

[발신 메시지: 자동차가 빨리 달리려면 브레이크가 좋아야 합니다.]바빠서 눈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떠나보낸 B의 뒷모습이 눈에 밟혀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번 인생여행의 화두로 삼으시게나.'30대에 막 접어든 B는 곧 계약기간이 끝나면 실업자가 될 터입니다. 이른바 스펙으로 보면 빠질 것 없습니다. 인생과 일에 대한 열정은 최고입니다. 하지만 아예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해외 유학까지 하면서 들인 정성과 노력이 낙엽마냥 나뒹굴고 있는 판입니다. 지금 한국에는 B로 넘쳐납니다. 한국개발연구원에서 발표한 최근 보고서를 보면 취업을 원하지만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을 포함하면 실업률은 20%가 넘는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실업률 통계로는 담아내지 못하던 상식과 체감이 입증된 셈이지요. 내년에 B도 국가의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는 '열외자원'이 될 듯합니다.B를 볼 때마다 마음이 싸해집니다. 제가 젊었을 때는 문제를 짚어내서 가열차게 비판하는 것만으로 사회적 책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40줄이 넘고 보니 내책임이다라는 생각이 앞섭니다. 40대는 집, 직장, 사회에서도 중심이 되는 역할을 하지요. 통계를 보면 40대의 소득이 가장 높습니다. 그런데 행복도는 가장 밑바닥이지요. 구조적으로 40대는 남을 위하여 가장 많이 희생을 해야 하는 일벌의 운명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지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판을 결정지은 것은 40대이더군요. 지난 대선 때도 그랬지요. 좋게 표현하면 정치적 성향을 초월하여 세상을 살고자 하는 억척스러움이고, 나쁘게 말하면 경제적 기회주의라고 할 수 있겠지요. 돈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신하는 처세술은 자칫 역이용당할 수 있다는 각성이 앞서야 할 듯합니다. 요즈음 국제사회를 보면 머지않아 세상이 많이 바뀔 듯합니다. 경쟁과 효율을 앞세우던 시장자유주의가 한계에 달한 듯하지요. 무한경쟁과 승자독식 체제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겠죠.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에서 시작되어 유럽, 일본, 대한민국에서도 1%만을 위한 세상질서를 바꾸자고 야단입니다. 시장논리에 맡기면 알아서 경제도 살리고 사람들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는 점점 더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려하고, 힘 있고 능력 있는 극소수만이 살맛나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곪으면 터지는 법. 칼 폴라니가 말한 '거대한 전환'이 지구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주말에 인제에서 양양으로 넘어가는 조침령길을 걸었습니다. 적상산 안국사 올라가는 길과 함께 제 마음을 온통 빨갛게 적셔주는 단풍길이지요. '늙는다는 것은 세상의 규칙을 더 이상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까뮈의 멘토로 알려진 장 그르니에가 한 말이지요. 아내와 두 자식의 가장으로서, 사회의 허리인 40대로서,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사는 경제학자로서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자 떠난 길입니다.이런 날, 마음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과 길을 걸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하며 작은 실천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회적 다단계를 시작하렵니다. 능력 없고 게으른 제 딴에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영화 도가니를 본 영수증을 가져오면 영화비를 드리겠습니다. 그 영화가 그 분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그 분은 다른 분의 영수증을 저처럼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그렇게 마음과 마음이 사슬이 되어 사회적 가치가 쌓이면 세상이 좋아지지 않을까요? 작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자양분이 되는 것이라면 책, 공연, 음반, 뭐든지 좋겠지요.조침령길을 내려와 서림삼거리에 다다를 즈음 인생길을 묻고자 서해안을 걷고 있는 B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배시시 미소가 나오는 희망입니다.[수신 메시지: 걸으면서 젖어드는 게 좋은 생각이라고 하네요.]

2011-11-02 조승헌

서비스산업 육성으로 청년실업 해소

지난 9월 17일 뉴욕 주코트 공원에서의 청년시위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급격히 세를 불리며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며 많은 국가로 번져갔다. 지난 10월 15일에는 전 세계적으로 집회가 개최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금융기관이 밀집한 여의도 등에서 일부 시위가 있었다.처음 이 시위의 촉발은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유발하여 붕괴위기에 빠졌던 골드만 삭스 등 대형 금융회사들이 공적자금을 받아 겨우 소생이 된 후, 막대한 보너스파티를 벌인 데에 대한 항의에서 출발되었다. 손실은 공유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하는 대형 금융회사들의 모럴해저드와 더욱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등에 대한 불만이 밖으로 표출된 것인데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시위가 더욱 확산된 이면에는, 계속 어려워지는 경제상황에 따르는 실업문제에 있으며 특히 20%에 달하는 청년실업에 당사자인 미국 젊은이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미국 등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보면서 우리에게도 현실로 다가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도 청년실업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많은 대학 졸업자가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정부의 청년실업통계 발표와 체감 실업률은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최근 우리 경제는 세계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지식기반 사회로의 급속한 이전 등으로 성장과 고용간의 연계가 약화되고 있다. 따라서 과거와 달리 성장이 되어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 특히 4만개 기업이 도산한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가 급증하면서 일자리의 질도 취약해졌다. 매년 6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제조업 부문에서 사라지고 있는데 오늘날의 자동화, 기계화, 성력화를 위한 제조업 투자가 결국 인력을 줄이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신규인력을 위해서는 매년 50만개 정도의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하다. 그동안 제조업에서 없어진 일자리를 서비스부문에서 채워오고 있다. 우리나라 서비스부문은 음식료, 숙박업 등이 큰 비중이라 우리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Decent Jobs)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70만명의 외국 근로자가 와 있음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렇다면 양질의 고급 일자리는 어디에서 나올까? 의료, 교육, 법률, 회계, 물류, 정보통신 등에 양질의 고급 일자리가 많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제조업과 비교할 때 일자리 창출도 서비스분야가 훨씬 큰데 10억원을 투자하였을 때 제조업 분야는 9.4명의 신규 고용이 있다면 서비스부문에서는 18.5명이나 된다.전통적으로 경제개발 초기부터 제조업중심의 공업화로 인해 서비스부문 성장은 상대적으로 취약하였다.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서비스 산업비중은 60% 수준으로 선진국의 80% 수준과는 큰 차이가 난다. 또한 서비스 산업의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중 가장 낮은 수준이며 고용비중이 높은 도소매, 음식숙박업은 과당경쟁 상태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대표적인 업종인 교육 의료 사업서비스 등에는 높은 진입규제가 존재한다.그동안 정부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성장 가능성과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의료, 교육, R&D, 콘텐츠 미디어 등을 유망서비스 분야로 선정하고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그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우리가 미국과 자유무역 협정(FTA)을 추진한 것은 수출 확대에도 목적이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갖고 있는 미국과의 경쟁·협력으로 우리 서비스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도 효과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201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영국 런던 정경대학교의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교수도 어려운 경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고용창출에 그 해법이 있으며, 이를 위해 서비스산업 육성이 중요함을 강조한 바 있다.계속되는 유럽의 재정위기 속에서 세계로 번져가는 시위가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닌 우리가 당면한 시급한 문제란 인식으로, 우리 사회의 안정·번영을 위해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마련에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2011-10-19 윤대희

한·미 FTA는 中企에게 위협 아닌 기회

한·미 FTA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첫 협상은 2006년 5월에 열렸다. 유례없는 추가협상까지 거쳤다. 마침내 양국 의회가 비준을 앞두고 있다. 첫 협상 이후 꼬박 5년이 걸렸다.우리도 물건을 살 때 흥정을 한다. 전통시장을 가면 보는 흔한 광경이다. 배추 한 포기를 놓고 흥겨운 실랑이를 한다. 더 받으려는 주인, 덜 주고 사려는 손님. 손익계산이 그리 복잡하지 않다. 적정한 가격에서 타협한다. 고맙다는 인사를 주고받는다. 승자도 패자도 없다.FTA 협상도 일종의 거래다. 주고받는 것이다. 받을 것이 있으면, 줄 것이 있어야 한다. 줄 것이 있다면, 뭔가를 받아내야 한다. 다만 미리 철저하게 손익계산을 해야 한다. 줄 것이 무엇인지, 받을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철저한 손익계산이 불가능하다. 경제가 그렇다. 얽히고설켜 있다. 한·EU FTA로 삼겹살 수입이 증가했다. 관세가 철폐되면서 가격이 내려간 덕분이다. 단정하기 어렵다. 쇠고기 가격이 너무 올라 삼겹살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소득이 줄어서 비싼 쇠고기 대신 삼겹살을 찾을 수 있다. 꼭 집어 설명하기 어렵다.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FTA로 관세가 철폐되면 수출품 가격이 내려간다. 더 많은 수출이 가능하다. 그만큼 한국경제에 도움이 된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한국은 수입이 필요한 나라다. 수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을 수입해야 한다. FTA를 통해 수입품의 가격도 내려간다. 결국 수입이 수출에 도움이 된다. FTA가 필요한 이유다.한·미 FTA가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다.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손익계산서를 가지고 뒤늦은 논쟁이다. 협상 전에 꼼꼼히 따져야 할 문제였다. 지금 와서 부산을 떨고 있다. 안타깝다.논쟁의 한가운데 중소기업이 있다. 지난 6월 유통법이 통과됐다.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그러나 한·미 FTA를 통해 무용지물이 되게 생겼다. 중소 제조업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재재협상까지 거론된다. 피해지원 대책을 수립하라고 야단이다.알아 두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한국은 FTA가 필요한 국가다. 미국과 FTA가 전부는 아니다.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터키 그리고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까지. 앞으로 해야 할 협상이 한두 개가 아니다. 한·미 FTA가 선례가 될 수 있다. 우리 것을 무리하게 보호하다간 도리어 화를 입는다. 인도네시아도 우리처럼 나오면 어쩔 것인가? 정작 우리가 필요한 것을 못 받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와 FTA는 중소기업에 유리한 FTA이다.FTA 지원도 피해에 집중해서는 곤란하다. 모든 FTA마다 피해는 발생한다. 막대한 지원이 매번 되풀이 된다. 기업마다 업종마다 유리한 FTA가 다르다. 피해도 마찬가지다. 피해지원은 단순한 매출감소에 대한 보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원의 핵심은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다. 지원금으로 유리한 FTA에 적합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FTA를 중소기업 글로벌화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한·미 FTA를 통해 한국에 진출할 미국기업이 많을 것이다. 이들 기업과 협력이 가능한 중소기업을 발굴해야 한다. 그렇게 협력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인도네시아 시장에 팔면 된다. 가만히 앉아서 글로벌화를 할 수 있는 기회다. FTA 손익계산서에는 나오지 않는 이익이다.중소기업이 스스로 글로벌화를 하기엔 부족한 것이 많다. 협력이 가능한 기업을 찾아 주어야 한다. 진출 가능한 시장을 알려줘야 한다. 청년 인력의 중소기업 취업도 글로벌에 맞춰져야 한다. 인도네시아 시장을 진출하려면 인도네시아어를 할 줄 아는 인력이 가장 필요하다. 이런 게 손익계산보다 훨씬 쉬운 일이다. 중소기업에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FTA라면 적극적으로 이용하자. 큰 그림부터 그리자. 어떻게 하면 우리 중소기업이 글로벌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지부터 고민하자. 너무 피해에만 연연하지 말자. FTA는 좁은 내수시장을 탈출할 수 있는 기회다. 적극적으로, 공격적으로 FTA를 활용하는 지혜를 짜내자.

2011-10-12 오동윤

구절초 욕망 좇아 미천골을 가다

미천골 구절초의 산들거리는 향내를 드립니다.'하늘 아래 끝동네'라 해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깊은 강원도 양양 응복산 미천골. 설악산~점봉산~조침령을 거쳐 구룡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 왼편 자락이지요. 일 년 동안 인연을 맺고픈 꽃차를 마련하기 위하여 주말에 다녀왔습니다. 10㎞가 넘는 계곡을 걷다가 드디어 제 마음을 추스를 자리를 잡았습니다. 빠른 여울이 암반을 쓸고 내려오다 높다란 바위에 부딪혀 소(沼)를 만들고 부드러운 물길이 되어 내려가는 곳. 순간 찌릿하며 머리를 치더군요. 소 가운데 서 있는 바위에서 제가 할 역할을 보았습니다. 유연한 처신. '너희들이 독을 먹여도 난 꿀로 내뱉는다.'황홀하고 벌렁거리는 가슴을 안고 한참을 내다르다 숨을 고른 곳이 선림원지였습니다. 미천골에 오는 제일 목적이 이곳 때문이죠. 각도를 다르게 하여 사진을 찍다보면 피사체 자체의 정체가 확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낯익음이 낯설게 되는 창의적 상이 발현되는 순간입니다. 선림원지 풀밭에 누워 바라보는 조봉. 쏟아질 듯 밀려오는 그 울울창창함은 내장산 벽련암 정자 마루에 뒤통수를 대고 눈을 떴을 때의 경이로움과 비길만하지요.선림원지에 올 때마다 서울 강남이 중첩됩니다. 선림원이 전성기였을 때가 9세기 중반 통일 신라시대입니다. 당시 기득권층이고 지식인이라 할 수 있는 승려들이 이 깊은 골짜기에 몰려들었다는 것이죠. 쌀(米) 씻는 물이 계곡을 가득 채웠다고(川) 해서 이름이 미천골. 당시는 장보고가 활약하여 자유무역이 성하던 때였죠. 천 년이 더 지난 지금,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욕망을 좇아 강남으로 몰려갑니다. 강남에 끼어들지 못한 사람들은 강남을 시기하면서도 강남을 선망하는 야누스적 욕망구조를 버리지 못합니다.요즘 부자 나라들 경제가 힘들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옛 생각이 납니다. 제가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때가 1998년이니 대한민국이 외환위기로 끙끙 앓던 때였지요. 인사차 여행을 하다 보니 왜 우리가 위기를 맞았는지 알 수 있더군요. 대한민국은 길이나 골목이나 모두 파헤쳐서 전국이 공사장이요, '가든'이다 '장'이다 하여 고급 음식점과 러브호텔이 빼곡했지요. 여기에 정부까지 한 몫 한다고, 지자체마다 크고 고급스런 청사를 지어대고 있더군요. 나라가 망하지 않는 게 이상한 거였지요.2011년 가을. 환율이 1천200원 대를 육박하고, 국가부도위험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지요. 비정규직, 전월세, 대학등록금 문제는 식상할 정도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1천만원 짜리 가방을 사려는 대기자가 1천명이 넘고, 비즈니스를 하려면 명함보다 상대방이 차고 있는 명품시계를 먼저 확인하는 풍조가 되고 있지요. 그런 사람들에게 경제 불황과 위기경영은 소득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는 기회의 양극화가 되고 있는 판국이네요.선림원지에서 조봉을 바라보니 창공에 천마도 모양의 구름이 한 점 떠올랐습니다. 사진기 셔터를 몇 번 누르고 나니 천마도는 이내 그저 그런 구름덩어리로 변하더군요. 한낱 바람 한 점에 그리 된 것이겠죠. 선림원은 900년 경 산사태 이후로 아직까지 폐허입니다. 잘 나가던 거기도 백 년을 못간 셈이죠. 세상살이도, 우리네 인생도, 돈과 자리와 명예욕도 한 순간이 아닐까요. 돌아보면, 우리네 욕망은 강남인데 갖춘 행색은 시계 하나 값에도 못 미치는 연봉을 받고 있는 것 아닙니까.우리는 일정 정도 욕망에 배고파하는 좀비입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여기까지 오는데 마흔아홉 해가 걸렸구나" 양양 출신 이상국 시인이 지은 '선림원지에 가서' 일부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제대로 인생길을 가고 있는지요? 길을 묻자면 길을 떠나야겠지요. 이 가을 나만의 각도, 실현 가능한 욕망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돌아오실 날 기다리며 미천골 구절초차 한 모금 준비해 놓고 생각에 들어가렵니다. '꽃은 향기로 비우고, 나비는 춤으로 비운다'.

2011-10-05 조승헌

선거철 되니 신중한 국토관리 공약이 그립다

참 이상한 세상이다. 어떠한 국토개발이나 규제도 한 사람의 뜻대로 밀어붙이면 금방 실행된다. 대통령 말 한 마디에 나라가 수도이전으로 들썩이고, 지방 곳곳이 혁신도시 기업도시로 파헤쳐진다. 4대강이 순식간에 변하고, 반세기 이상 애지중지 보존해온 공지가 보금자리로 둔갑한다. 역시 정치는 국토개조쯤은 맘먹기 나름인 것처럼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위력을 지녔는가 보다. 우리 국민들 가운데 단 한 뼘의 땅도 자신의 맘대로 개량물을 세울 힘이 없는 서민들이 대다수인데, 정치인들은 그 거대한 국토에 자신의 생각대로 개발이나 규제를 가할 수 있으니 그토록 정치하려고 줄지어 떼지어 사람들이 몰려드나 보다.한 유력한 서울시장후보가 자신이 당선되면 서울시 주택재개발이나 재건축을 강하게 통제하겠다고 했다 한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충분한 공론화나 전문적 검토 없이 개발 관련 규제를 들고 나왔다.가뜩이나 우리의 도시재정비시장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데, 왜 뜬금없이 그런 말을 해야 했는지 궁금증을 넘어 우려스럽기까지 하다.현행 도시정비에 관한 대표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관련 특별법이다. 이 법은 애초에 도시의 택지들과 그 위 건축물들의 재활을 유도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해 제정되었다. 그러나 예전 정부 때 강남을 비롯한 재건축아파트들의 가격이 오르자 이를 억제하려고 다른 나라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규제책들을 하나 둘 법령으로 만들어냈다. 재건축요건의 강화, 후분양제 적용, 조합원자격 양도금지, 재건축 후 증가된 사용용적률의 일정분량을 사회주택으로 짓게 하기, 재건축개발이익 환수제도 등의 규제들을 양산해냈다. 기상천외한 일은 어느 한 이론가가 공중 미디어에 가볍게 아이디어 차원에서 쓴 짧은 논평글이 발표된 이후 이를 본떴다고 의심되는 대책들이 연이어 출현한 점이다. 전혀 신중한 고려 없이 신속하게 새로운 규제제도로 만들어진 것들이 있었는데 사회주택 끼어짓기와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도가 그것이다. 아무런 사전 검토나 충분한 연구 없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여러 가지 규제 장치들을 만들어 멀쩡한 법률에 덧씌움으로써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도시재정비를 촉진시키기는커녕, 도시재생의 발목만 잡는 악법이 되었다. 지금은 후분양제나 조합원양도금지 등이 폐지된 바 있으나 아직도 폐지되지 않는 몇몇 규제들은 그대로 남아있으면서 주민들께 고통을 주는 장치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도시재생을 위한 건축행위를 주민들이 원할 때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게 공공이 할 일이다. 재생지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재생방법들을 충분하게 고려하게 하고, 이들 가운데 가장 알맞은 재생방법들을 지역 주민들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보조하며 재생활동을 활발하게 하도록 돕는 게 공공의 역할인 것이다. 그런데도 투기를 잡겠다고 하여 투기잡이와는 전혀 근거가 박약한 논리로, 정치적 목적을 위해 특정 건축활동의 발목 잡는 일을 해온 건 공공의 역할로서 매우 부끄러운 행위다.도시에서 있어야 할 건축활동을 통제하면 그 도시에 있어 최고최선의 토지이용이 떨어지게 된다. 그만큼 다른 파행적인 토지이용이 유도되고, 이러한 일들이 많을수록 그 도시는 비능률의 공간으로 변한다. 결과적으로 수많은 도시재산권자들에게 고통을 안기면서 결국 가격안정의 유효한 수단이 되지 못하는 파행적 규제들만 양산되어 도시의 효율성은 크게 훼손된다. 이러한 부당한 일들을 그동안의 정부들이 마치 언제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인 것처럼 자행해온 셈이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신중하게 고려하지도 못한 부동산개발이나 규제책들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한다. 그 타당성이 매우 의심스러운 약속들을 해놓고는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이라 하면서 신중하게 고려하지 못한 개발이나 규제들을 감행함으로써 우리의 국토, 부동산들은 그동안 심한 몸살을 앓아야 했다.우리는 국토개발이나 그 규제에 관한 신중하지 못한 계획과 그 시행을 함부로 자행하는 행위에 대하여 이를 통제하거나 관리해야할 묘책을 강구해야 한다. 주요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정치인들의 국토개발공약이나 부동산활동규제에 대한 사려 깊은 발언이 요구되고 있는 계절이다.

2011-09-28 김용민

경제정책의 최우선은 물가안정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5.3%로 28개월만에 최고치를 나타내 물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8월 물가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이상 호우로 인한 채소류와 금반지 가격이 오른 것을 들고 있다. 금년 초부터 4%대의 고공 행진을 해오는 물가를 주도하는 품목을 보면 돼지고기, 휘발유, 전세 등 서민생활에 영향이 큰 것 들이다. 돼지고기는 구제역 파동으로 300만 마리를 살처분하면서 6월 16.2% 상승하여 김치찌개 등 외식까지 영향을 미쳤다.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휘발유 가격은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원유가가 반영되려면 최소 3개월 이상 걸린다는 것이 정유업계의 설명이다. 최근 돼지고기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휘발유도 연말쯤이면 가격하락을 기대해 볼 만하다. 큰 걱정은 전세금이다. 전세는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지속적으로 새로 이루어지는 계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세계약 기간을 고려하면 최소 2년 이상 오름세가 유지되는 특성이 있다.이러한 물가상승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7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6%, 영국은 4.4%에 달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던 일본마저 7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0.1%로 200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를 기록했다. 중국 등 신흥국도 물가에 비상이 걸려 있다.최근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은 단기적인 수급문제만이 아니어서 더 걱정이 된다. 지난 2008년 닥친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문제가 잉태된 것이다. 우리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했다. 금리를 5.25%에서 2.0%로 낮추고 2009년 한 해 동안 GDP 대비 3.6%에 달하는 대규모 재정을 투입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물가 상승과 재정적자를 감수하는 정책 선택을 한 것이다. 2008년 경제위기 초에는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고 원화값이 급락하면서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가 함께 급등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수요압력까지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우리가 선택한 거시정책 결과로 이미 예견된 일이다.최근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후, 올 해 물가 목표 4%가 어렵다는 발언은 국민들을 더욱 당혹하게 한다. 물가가 오르면 생계비 상승으로 임금인상 요인이 된다. 임금 상승은 우리 상품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이 어려워진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자산 보유자를 유리하게 하고 봉급생활자의 실질소득은 감소시켜 소득분배도 나쁘게 만든다. 실질 이자율이 낮아져 금융저축도 감소한다.우리는 70년대 중화학 공업의 과잉·중복 투자로 연간 물가상승률이 두자릿수가 넘는 인플레이션 경제에 살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추곡수매가 동결, 공무원 봉급 동결, SOC 투자축소 등 인기 없고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컸던 정책을 추진하여 물가안정 기조를 정착시킨바 있다. 80년대 중반 3저효과를 우리 경제의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도 안정화 정책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민생경제의 핵심인 물가 안정이 우리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돼야함은 과거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총수요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하지 않고 수급대책만으로는 물가 안정을 이룰 수 없고 더욱이 행정규제를 통한 물가안정책은 경제에 왜곡현상만을 키우는 것이다. 지수상의 물가안정에 구애되지 말고 구조개선 등 시장기능 확대와 금리· 환율· 재정 등의 균형있는 거시경제운용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독과점 시장 구조 개선과 각종 불공정 거래 시정에 대한 정부 노력이 병행될 때 안정기조는 견고해진다. 정부는 9월부터는 물가가 안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작년 9월 이후 물가의 뜀박질이 빨라졌음을 감안하면 기저효과로 상승률이 잠시 주춤해질 수는 있지만 이를 두고 물가압력이 누그러진 것은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입법 과정 절차 없이 부과되는 유일한 과세수단이라는 한 경제학자의 말이 자주 떠오르는 요즘이다.

2011-09-21 윤대희

어려울수록 빛나는 중소기업의 수출

한국경제는 수출 중심의 성장구조를 가지고 있다. 2009년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3.4%이다. G20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WTO가 지난 8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규모는 세계 7위이다. 이렇다 보니 선진국의 경기침체는 한국경제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한국의 수출부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지난 8월부터 글로벌 경제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이 원인이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은 70년 이상 견고하게 유지되었다. 따라서 신용등급 하락은 충격이었다. 설상가상이다. 유럽 몇몇 국가의 재정위기가 유럽경제 전체로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에는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었다.한국의 8월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8억 달러로 집계되었다. 7월의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63억 달러였다. 여름에는 수출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걱정스러운 수준이다.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돌아보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을 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는 시작되었다. 월별 수출동향을 보면, 그해 11월 수출이 2007년 11월에 비해 줄어든다. 이러한 현상은 2009년 11월까지 지속된다. 한국경제는 정확히 13개월 동안 수출 부진을 경험한다.그러나 한국의 수출이 2009년 12월부터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한국의 수출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은 2010년 9월부터다. 2009년 12월 부진에서 탈피는 했지만, 과거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 9개월이 더 소요된 것이다.이 기간 동안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수출 실적을 보면,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동안 대기업의 수출은 2009년 12월에 부진에서 탈피하였으며, 이듬해 9월에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이에 반해 중소기업의 수출은 2009년 12월에 부진에서 탈피함과 동시에 회복된다. 중소기업의 회복속도가 훨씬 빠름을 알 수 있다.국가별 수출실적을 보면, 중소기업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대기업의 대중국 수출은 전년에 비해 49억 달러 감소하였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대중국 수출은 오히려 2억 달러 증가했다. 또한 대기업의 대EU 수출과 대일본 수출은 2010년까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소기업은 2010년 이들 지역의 수출이 2007년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실적을 올렸다.이처럼 중소기업의 수출회복 속도가 빠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중소기업의 빠른 의사결정이다. 즉 중소기업은 위기에 빠지면, 바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긴다. 수출이 부진한 시장을 직접 발로 뛰면서 해결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선다. 의사결정 단계가 단순하고, 오너 중심의 운영으로 책임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대기업은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전략수립이 더디다. 또한 실적 중심의 경영 때문에 단기적인 해법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있다. 한국의 수출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하였다. 따라서 한국의 전체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감소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그 동안 세계시장을 누비는 대기업의 수출상품에만 관심을 가졌다. 위기 상황을 돌아보면, 누가 더 역할에 충실했는지 알 수 있다. 우리 중소기업은 작지만 묵묵히 늘 그 자리를 지켜 왔다. 당분간 글로벌 경기 침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의 어려움도 동시에 진행될 것이다. 정부도 많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미디어도 연일 관련 기사로 가득 차고 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걱정스런 전망뿐이다.위기를 극복하는 돌파구는 중소기업인들의 발에 있다. 오늘도 중소기업인들은 좁은 이코노미석에 몸을 싣고, 직접 발로 뛰면서 수출시장을 누비고 있다. 이런 중소기업인들에게 전세계를 누빌 수 있는 비행기 티켓을 끊어 주는 것은 어떨까? 복잡한 분석보고서나 걱정스런 전망보다 더 효과적일 것이다.

2011-09-14 오동윤

담배의 경제학

깨끗한 물, 맑은 공기, 개펄의 가치를 돈으로 매기는 방식을 설명하면 사람들은 신기하고 재주가 있다는 눈길을 보내곤 한다. 경제학자로서 이미지 관리를 원한다면 딱 이 선에서 멈추는 것이 최적의 처신이다. 잘났다고 신나서 나대다가는 '경제학은 세상 모든 걸 돈으로만 평가한다'는 비아냥거림을 피하기 어렵다. 사람목숨도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고 하는 순간이 그렇다. 필자가 미국 환경부와 한국인의 생명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연구를 하던 지난 시절에서 겪었던 체험이다. 그 연구 덕분에 국제적인 환경상도 받았지만 가능하면 더 이상 그런 연구는 관여하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경이다. 최근 한국에서 이렇게 돈과 사람목숨을 저울질 하는 사회적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담뱃값 인상 논란이다. 그런데 이 건은 문제의 구조가 사뭇 복잡하다. '폐암 걸려 죽어도 내 목숨이니까 내버려 달라, 나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8천500원이니 1만원이니 하는 담뱃값 거론에 볼멘소리를 뿜어대는 흡연자들이다. 나라가 돈을 챙기려한다는 '음모론'까지 내세운다. 보건복지부는 그 돈은 흡연감소에만 쓰겠다고 하지만, 통일세 발상도 나온다. 예상컨대 크게 한 판 붙을 것 같다.국가는 왜 개인의 '행복권과 사생활'까지 파고들며 나서는 걸까. 흡연이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옆 사람이 피해를 보는 수동흡연은 그리 대단한 이유는 아닐 수 있다. 흡연자의 건강훼손에 따른 의료비용과 노동력 상실이 관건이다. 치료비는 우리 모두 의료보험이라는 형식으로 갹출하는 돈이다. 노동력은 개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공동체의 공동자산이다. 흡연의 사회적 비용부담과 관련해서는 경제학자를 당혹하게 한 연구가 있다. 정부의 금연정책에 대한 반박논리를 만들기 위하여 담배회사가 경제성 분석을 한 것이다. 담배 때문에 죽는 사람에 '경제적으로 가치가 없고 사회적인 부담만 있는' 노년층 같은 사회보장 대상자를 포함하면 흡연은 경제적 맥락에서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담배회사 필립모리스가 2001년에 체코에서 벌인 소동이었다. 그 보고서는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담배회사는 백기를 들긴 했지만, 좁은 의미의 비용편익분석 틀에서만 본다면 반박하기 어려운 논리가 아닐 수 없다. 호기심 많은 필자도 이 논리를 어떤 자리에서 시험 삼아 떠보았다가 '인간이 아니다'라는 '비경제적인' 비난을 받고나서 웃으며 이실직고를 한 바 있다. 이런저런 점을 생각하면 흡연을 경제적으로 다루는 보건복지부의 실험은 어려움이 많을 듯하다. 당분간 아이슬란드를 주목하는 것이 어떨까? 유럽에서 가장 성공적인 금연정책을 펴고 있는 그 나라에서 의회가 나섰다. 의사 처방이 있어야 담배를 살 수 있도록 하는 법을 가을회기에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담뱃값을 해마다 10%씩 10년간 올리는 조치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런 법이 시행되면 가장 득을 보는 건 의사와 약사일 터이다. 수백만 명의 환자가 생기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지가지를 고려해야겠지만 한국에서 이런 혁명적인 발상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장담하는 건 경솔할 수 있다. 스펙터클 그 자체가 한국 정치판인데, 차차기 대통령선거 공약에서 기대하는 건 망상일까? 행복권을 내세우는 흡연자들이 알았으면 한다. 성별이나 연령과 관계없이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10% 덜 행복하다는 연구가 있다. 행복에 중요한 건강, 연령, 가족만족도, 소득이 주는 영향을 인정해도 4%의 행복차이가 난다. 담배연기와 함께 4%의 행복이 날아가 버리는 꼴이다. 필자가 2006년도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연구이다. 아이슬란드 실험이 정리되거나 한국에서 담뱃값이 1만원이 되려면 시간이 좀 걸려야 될 듯하다. 나라가 여러분의 건강을 강제로 챙겨주기 전까지 행복하게 피우시고 건강하시길 바란다. 골초인 모친을 생각하는 막내아들의 진심이다.

2011-09-07 조승헌

보금자리엔 공공임대만 지어야

35% 내외하던 수도권 주택의 평균 전세금 비중이 불과 3년여 사이에 집값의 50%를 넘어섰다고 한다. 지역이나 주택 그리고 때에 따라 집값에서 전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르다. 최근 수도권 집값은 평균적으로 하향약세인데 비하여 전세금은 상승세를 이어왔다. 대관절 전세금은 집값의 얼마 정도여야 정상적인 값인지, 그리고 반값아파트를 걸고 추진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개발은 자연을 훼손하는 대가로서 그만큼의 명분이 있는 개발을 하는 것인지가 궁금한 계절이다.장기적으로 집값과 전세금과의 비중은 자본이득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에 의해 결정된다. 기대가 높을수록 집값과 전세금과의 차이도 커진다. 수도권이 지방보다 전세금 비중이 작은 까닭은 수도권 집값에 대한 자본이득의 기대가 지방보다 높기 때문이다. 만약 집이 부족한 시장인데도 자본이득이 전혀 기대되지 않는 주택이라면 전세금이 집값과 같거나 오히려 더 높아야 한다. 더 높아야 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집주인이 건물의 감가상각비, 부동산보유과세나 장기수선비를 부담하므로 이를 전세금으로 보전받아야 되기 때문이다. 쇠퇴하는 시골의 오래된 집 등에서 그러한 사례들을 흔히 볼 수 있다.반대로 최근 대도시에서 재개발을 앞둔 주택들 가운데 사용용적률보다 법정용적률이 크게 높은 경우의 주택은 집값보다 전세금이 훨씬 낮다. 이러한 경우는 보통 자본이득에 대한 기대가 더 높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집값과 전세금 비중은 시장형태, 지역, 집에 따른 기대치만큼 다양하다.집값이 오르면 전세금도 같이 올라야 이치에 맞다. 그러나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상호 동반 상승할 때도 있지만 집값이 전세금을 견인하는 경우도 있고, 전세금이 집값을 끌어 올리는 경우도 있으며, 그 반대도 있다. 집값상승이 강했던 과거 오랫동안은 집값이 전세금을 견인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보통 전세금이 오르기만 하고 내리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전세금이 오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하락하기도 했다. 최근 경험했었던 역전세난이 그것이다.집값이나 전세금이 오를 때면 어느 정부에서나 늘 그래왔었다. 값싼 영구임대주택공급을 늘리고, 주거취약계층에게 소득이나 주거비를 지원하는 대책을 획기적으로 강구하겠노라고. 참으로 옳은 말들이었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청사진들을 내놓곤 했었다. 그렇지만 실행은 언제나 미미했다.현 정부는 전세금이 오르자 대통령 공약 중 하나인 반값아파트를 내걸며 보금자리주택 건설에 힘을 쏟고 있다. 이 주택공급지역들은 대부분 수도권 그린벨트 지역이다. 수도권 가운데를 빙 두르는 도넛형 허파와도 같은 지역이다. 오랫동안 개발의 유혹을 굳건하게 이겨내면서 공지를 지켜왔던 곳이다.이 소중한 빈 땅을 반값아파트 운운하며 개발하고 있다. 개발원가가 많이 드는 공영개발을 하면서 이름만 임대라는 말을 앞에 붙였을 뿐이지 개발주택의 90% 이상이 사실상 매각주택을 짓고 있다. 개발투기만 불러일으키는 신도시 건설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여기에는 무슨 주택을 지어야 개발 명분이 바로 설 것인가. 삼척동자라도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공공영구임대주택의 건설이라고. 팔지 않고 계속 전세시장에서 미약하나마 전세금을 통제하며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돕는 공공영구임대주택이라고 말이다.최근 중산층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예비 주거취약계층이 늘고 있는 때이다. 이런 때일수록 이른바 보금자리주택지에는 100% 영구임대주택만을 건설해야 한다. 이들 땅은 수도권에서 쾌적하고 값싼 영구임대주택을 건설할 수 있는 유일한 최적입지지역들이다. 이 땅을 함부로 개발하지 말자. 개발의 윤리에 맞게 개발함에 힘이 부치면 서서히 개발하면 된다. 필요에 따라서는 우리들보다 더욱 똑똑한 다음 세대에게 희망의 땅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남겨둠이 바람직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매각형 보금자리주택건설은 즉시 중단해야 한다. 대신 그 자리에 멋지고 값싼 공공영구임대주택을 지어야 수 십 년 동안 개발의 유혹을 참아오며 보전해온 수도권 허파의 훼손명분을 조금이나마 건질 수 있을 것이다.

2011-08-31 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