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미국·유럽의 재정위기, 남의 일이 아니다

최근 세계경제가 보이고 있는 위기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최대 불안 요인은 미국과 유럽의 재정 위기이다. 지난 해부터 시작된 남부 유럽의, 그리스·이탈리아 등의 재정위기로 불안하던 국제금융시장은 최근 미국의 '부채증액 한도협상'과 뒤이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 미국 경제의 더블 딥 우려로 주가가 폭락하는 등 큰 불안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이 물가불안으로 긴축정책으로 전환하고 일본 경제도 아직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도 세계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지난 30년대 대공황 이후 100년만의 경제위기가 올지 모른다던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이 선도한 국제 공조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당시 위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개인과 금융권의 부실로 촉발된 신용경색이 주된 원인이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정부가 나서서 부실 채권을 사주었다. 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 169조원을 조성하여 금융권의 부실채권을 매입하여 붕괴된 금융시스템을 복원시켰던 방식과 유사하다. 금융위기 이후 두 차례의 양적 완화정책을 통해 쏟아부은 돈이 2조4천억 달러나 되는데도 미국 경제는 좋아지지 않고 있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부터 나빠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년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4%이었는데, 2분기에도 1.3% 밖에 안 되어 금년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 연준이 최근 향후 2년간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한 조치도 향후 미국경제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8월 6일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장기 신용등급을 현재 최상급인 AAA에서 AA+로 강등 조치하고, 고조되는 유럽의 재정위기 등은 국제금융시장을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지게 했으며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고 있다.이러한 국제경제의 혼조 앞에서 우리의 관심은 과연 우리 경제가 이러한 위기를 잘 비켜갈 수 있는가에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경제위기에 시스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외환보유고, 환율, 주가 등을 종합한 위기 단계별 경고 사인이 울리게 하는 '조기경보시스템(EWS·Early Warning System)'을 구축하여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EWS는 지난번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유용하게 활용된 바 있다. 정부는 외환 보유고, 단기외채비중, 외국인 주식비중 등이 2008년과는 크게 달라 위기 가능성이 적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번 위기의 핵심이 과거와 같이 신용경색이나 외화유동성 문제가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세계중심 경제권의 재정적자라는데 있다. 기업· 금융· 가계 부채는 국가가 해결하여 줄 수 있는데 국가의 재정문제는 해결하여 줄 주체가 없다.우리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2009년 한 해 만도 국민총생산의 3.6%에 달하는 대규모 재정을 투입한 바 있다. 국가부채가 아직은 30% 초반에 있다고 하나 공기업 부채까지 감안하면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건전 재정을 위해서는 정부 세입은 늘리고 세출은 최대한 억제해야 하는데 최근의 복지논쟁과 다가올 선거 등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과제다. 눈앞에 닥친 경제위기 방지 차원에서 건전재정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외화 유동성 관리와 투기세력의 공격에 대한 단기적인 정책 대응도 더욱 강화되어야 하고 지난 금융위기 때의 미국·중국과의 Swap도 잘 작동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내수비중을 높여 외부충격을 완화하는 것도 위기예방을 위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서비스 산업 육성, 중소기업 발전, 신성장 동력산업 육성 등 우리 경제의 장·단기 과제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도 배가되어야 한다. 우리 경제에서 어려울 때 더욱 멀리 내다보며 일하는 자세가 중요한 이유다. 세계가 모두 걱정하는 그리스는 EU의 지원도 받고 관광수입도 큰 나라인데 우리는 어려우면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입장이라 위기에 대한 자세도 남달라야 한다.

2011-08-24 윤대희

'통 큰' 결단을 환영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들

이번에 삼성이 사업 철수라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지난 8월 1일 삼성은 계열사의 소모성 자재구매(MRO)를 대행하는 아이마켓코리아의 지분 매각을 발표한 것이다. 그야말로 '통 큰' 결단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삼성의 이런 '통 큰' 결정은 결코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다. 동반성장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 해결을 중소기업에, 나아가 한국 사회에 던져 주고 삼성은 홀연히 사라지려 할 뿐이다.삼성의 '통 큰' 결정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첫째, 7천억 원을 웃도는 지분 매각 규모이다. 이런 돈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기업이 누구일까? 대기업이 사업철수를 하는 마당에 선뜻 삼성의 지분을 인수하려 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안에서는 아무도 없다. 굳이 찾자면, 글로벌 MRO 기업이 될 것이다. 그러나 SSM(기업형 슈퍼마켓) 문제가 한창이던 지난날을 기억해야 한다. 홈플러스라는 글로벌 기업의 존재가 문제 해결의 장애로 등장한 바 있다. 글로벌 기업에 한국의 동반성장을, 때로는 반시장적으로 비쳐지는 그런 일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기업은 한국 중소기업의 제품 대신 해외에서 아웃소싱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에게 하소연을 할 것인가?둘째, 대기업이 운영하는 MRO 기업의 낮은 영업이익률이다. MRO 시장의 선두 주자는 LG 계열의 서브원이다. 2010년 서브원의 영업이익률은 4.9%이다. 한국 전체 법인의 평균 영업이익률인 5.9%보다 낮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MRO 기업이 낮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해도 결코 대기업이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계열사 MRO를 통해 자재를 구입하는 다른 계열사는 뒤에서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쥐어 짠' 납품단가는 MRO 기업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를 통해 대기업 계열사들이 혜택을 보는 것이다.셋째, 이번 게임의 승자는 결국 삼성이다. 그 동안 고강도 압박을 하던 정치권이 환영일색의 찬사를 보낸 것만 봐도 삼성은 일단 이득을 챙겼다. 역시 삼성이라는 국민들의 찬사도 삼성이 챙기는 몫이다.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 지분 매각을 통해 삼성은 최대 7천5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이득을 챙긴다는 사실이다. 2000년 아이마켓코리아를 설립할 때 삼성 계열사가 납입한 자본금은 106억 원에 불과하다. 아이마켓코리아는 2010년 7월 30일 주식시장에 상장되었다. 그리고 지분 매각을 발표한 8월 1일 삼성 계열사의 지분 평가액은 5천570억 원이다. 그러니까 지분을 매각하면 5천464억 원의 매각 차익이 발생하게 된다. 2천억 원으로 추산되는 경영프리미엄은 덤이다. 동반성장을 불러 온 근원적인 문제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과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이다. MRO 시장은 이러한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그래서 동반성장의 상징과도 같은 시장이다. 따라서 MRO 시장의 해법이 향후 동반성장 해법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그러나 삼성의 지분매각은 이 두 가지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이 아니다. 한 번 내려간 가격은 인위적으로 올리기 어렵다. 아이마켓코리아의 주인이 누가된들 납품단가 인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아이마켓코리아를 통해 그 동안 80원에 사서 쓰던 제품을 100원에 사다 쓸 삼성 계열사는 한 군데도 없다. 지난 7일 SK는 MRO 자회사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아마도 다른 대기업도 MRO 문제에 골머리는 앓고 있을 것이다.진정 중소기업과 한국경제를 위해 동반성장 해법을 내놓고 싶다면, 납품단가를 현실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러한 결정은 '통 큰' 결정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활기를 찾게 되는 중소기업의 뜨거운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88%가 종사하는 중소기업이 웃을 수 있는 것이 정치권에서 보내는 환영의 박수보다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2011-08-17 오동윤

우리들의 고지

역시 같이 보는 게 아니었다. 헛 하고 김빠지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저기는 왜 올라가는 건데?"그녀가 진지하게 질문을 한 시점은 국방군이 애록기지 정상을 향해 인민군을 쳐부수며 뛰쳐올라가는, 바로 이런 영화의 백미라 할 만한 장면에서였다. 전쟁영화를 싫어하는 아내와 같이 온 나를 탓하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 폭우로 수도권이 허우적거리던 날 보았던 영화 '고지전'이었다. 6·25전쟁 당시 백마고지 전투를 모티브로 했다. 고지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참호 속 구덩이를 이용한 일종의 무인포스트 방식으로 양측은 편지 전달을 부탁한다. 함께 넣어두던 술과 담배는 청탁성보다 훈훈함이 더 느껴진다.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남북 군인이 합창하던 '전선야곡'의 화음은 휴머니즘의 정수라 할 만하다. 제1차 세계대전 때 벨기에 전선에서 영국과 독일군이 합창했던 크리스마스 캐럴을 재현한 듯한 감동이다. 하지만, 안개가 걷히면서 양측 군인들은 명령에 따라 동족 살육을 해야 하는 현실로 급반전된다. 영화 내내 군대시절이 생각났다. 특수부대에 근무했던 나 역시 인민군을 만나면 애인이나 외박 이야기를 하며 교류했다. 양측 병사들은 맛난 것, 예쁜 여자 밝히는 예의 그런 '젊은이들'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교전수칙을 지켜야 했다. 자대배치 동기는 '적들'이 쏜 총에 맞고 죽었다. 태권도 특기병으로 날씬하고 얼굴선이 곱던 장 상병은 국립대전현충원 묘비문에 '전사'로 기록되어 있다(6·25 이후 사망자의 묘비문은 대부분 '순직'이다. 북한군과 직접 전투한 경우에 '전사'로 처리된다. 천안함 사건 때 전사와 순직 논란이 있었던 것도 직접 전투가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인천시가 2009년 개최한 인천도시축전에 대하여 감사원이 예산낭비, 사업성과 조작, 불법 업무추진비 조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진상은 검찰 조사를 지켜볼 일이지만 일을 무리하게 처리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 듯하다. 몸 담고 있는 조직의 입장과 이해관계 앞에 개인의 철학과 가치관은 무기력한 것이 세상살이인 듯하다. 소신과 줏대를 부리는 것이 어리석은 처세술이 된 지 오래 전이다. 옳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지적하는 건 영악하지 못한 몸가짐으로 치부된다. 명령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고지전'의 남과 북 군인, 군대 시절 필자의 입장, 국가와 국민을 위한 종이어야 할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양심과 사회적 비판을 생명으로 삼는 전문가도 부끄러운 정도는 별 차이가 없다. 세상살이 어찌 보면 하루 세 끼 먹고 살자는 게 아닐까. 이런 단순함이 현실에서 복잡해지는 데는 조직의 입장과 논리와 더불어 개인의 욕망도 한 몫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 영업이익이 10조원이 넘어도 살아남기 위해서 더욱 기를 써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예산과 조직과 경제성장률은 늘어나는 것이 절대선이고, 아파트 평수와 자녀 등수와 연봉이 떨어지는 건 인생패배로 딱지를 붙여야 직성이 풀리는 게 우리들이다. 사람들이 이렇게 무한 경쟁과 선정적 비교로 내지르니 자연인들 온전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로 폭우가 쏟아지고 산이 무너지고 물이 솟구치는 건 인간의 작용에 따른 생태계의 반작용일 뿐이다. 정당방위라 하는 것이 적확하다.건강을 해치고, 가족을 소홀히 하고 인간관계를 망치고, 때로는 양심을 팔면서까지 오르려는 크고 작은 고지는 생활 곳곳에 있다. 피할 수 없는 업보의 사슬처럼 우리를 감싸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영화는 끝났으나 비는 더욱 줄기차게 내리고 있었다. 밤새 내릴 모양새다. 쏟아지는 비, 사나운 물결, 몰아치는 태풍으로부터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도 있지만 분명 떨어뜨려버려야 할 것도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지키고 오르려는 고지, 그것이 진정으로 행복을 가져다주고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2011-08-10 조승헌

국민들 고통받는 '부동산값 대책' 언제까지…

최근 집중호우로 중북부 곳곳에서 물난리가 났다. 인명피해도 많았다. 산을 함부로 파고, 뚫고, 넓힌 것이 사고의 주요 원인이었다. 대자연의 개발은 신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뼈저린 아픔을 치르며 경험하였다. 부동산은 자연조건을 잘 고려하여 개발·이용하거나 관리해야 함을 알리는 사건이었던 것이다.부동산값대책도 마찬가지다.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도 그동안 정부의 값대책은 신중하지 못하여 많은 국민들이 오랫동안 불편과 고통을 겪어왔다. 값변동으로 인해 국민들이 느끼는 고통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값이 일시에 많이 오르거나 내리는 경우다. 가격의 불안정변동 즉, 비합리적인 등락이다. 비합리적인 등락은 불평등문제를 일으키는데 크게 오르면 부동산을 보유하지 못한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며, 많이 내리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준다.또 다른 고통의 주원인은 가격 등락이 매우 불균형한 경우다. 일정기간동안 똑같이 부동산값이 상승한 수많은 지역들이 있다고 할 경우라도 부동산시장에 참여한 지역민들의 고통지수는 큰 차이가 난다. 불균형 변동한 곳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큰 고통을 경험한다. 더욱 불안정한 시장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생존에 꼭 필요한 주요 채소의 소중함을 동일하게 느끼며 생활하고 있는 A, B 두 나라 국민들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들 두 나라의 한 포기 채소값은 수년동안 이천원에서 삼천원으로 올랐다. A 나라는 채소값이 일정비율씩 상승해왔다. 같은 기간 동안 B 나라는 한 포기 값이 수시로 등락하여 이천원, 칠천원, 천원, 오천원으로 종잡기 힘들게 변하다가 삼천원이 되었다. 채소값 변동으로 인한 고통은 불균형변동을 해온 B 나라 국민들이 훨씬 심했을 것임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최근 우리나라 수도권 집값도 심한 불균형변동을 했다. 노무현정부 땐 수많은 억제대책들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크게 상승했다. 이명박정부에 들어와서는 억제책을 완화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값이 내렸다. 또, 노무현정부 때 집값은 크게 오르는데도 전셋값은 하락 또는 소폭상승만 하였고, 이명박정부에서는 집값이 내리는 데도 전셋값은 폭등했다. 매우 불균형한 시장변동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이와 같이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매우 불균형한 부동산값 변동의 원인은 무엇일까.값싼 공공영구임대주택의 지속적인 대량 공급, 저리의 주택금융이나 주택보조 등과 같은 친시장대책들은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반시장대책들은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는커녕 부동산값의 불균형변동만 심화시킨다. 그동안 우리는 친시장대책에는 소홀했고 반시장대책에는 열을 올려왔다. 그리하여 우리 시장이 시장실패에 더하여 정부의 실패(Government Failure)까지 오랫동안 겹쳐왔다고 본다.부동산시장은 마치 대자연과도 같다. 부동산을 팔고사는 사람들이 자유스럽게 자율적으로 거래하도록 된 시장이 가장 합리적이고 자연스런 시장이다. 자연력이 강한 부동산시장일수록 더욱 과학적인 부동산 개발이나 이용, 관리가 중요시되고 융성한다. 그렇지 못한 시장에선 혼란스런 부동산활동이 득세한다.그동안 정부는 부동산값이 상승하여 여론의 비판을 받게 되면 각종 반시장적인 대책들로 통제하려 해왔다. 초과이익환수제, 상한제, 허가제, 신고제, 부담부할당제, 가격조절연동금리제, 가격공시강제제, 무리한 개발 따위들이 대표적인 반시장대책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현재에도 우리 부동산시장을 심각하게 혼란시키는 요인들로 작용하고 있다. 자유주의적 부동산시장체제의 국가들 가운데 그동안 우리는 반시장적인 부동산대책을 극심하게 강구해온 나라다. 정부의 부동산값대책으로 국민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나라라고 말 할 수 있다.전셋값이 폭등하는 요즘 정치권에선 신고제니 허가제니 말을 또 만든다. 장기적으로 국민들에게 고통을 더 얹어주겠다고 하는 발상을 손쉽게 내놓는다. 반시장주의가 새롭게 고개를 들고 있는데도 이를 여과하거나 통제하는 사회적 기능이 미흡하기만 한 현실이 매우 딱하다. 이제 더 이상 이러한 현상들에 대하여 방관만 해서는 안 될 때라고 본다.

2011-08-03 김용민

초고령사회와 노인주거환경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다. 2000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통계청의 '2010년 인구총조사결과' 발표에 의하면 시·군·구 3곳 중 1곳이 인구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되었다.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유소년 인구가 줄고 고령인구가 증가하는 항아리형 인구구조속에서 노인의 주거환경 등 복지문제이다.복지문제의 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곧 주거문제이다. 그동안 고령사회로 가면서 대다수의 노인들은 젊은이들에 비해 주거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특히 고령자일수록 주거시설에 머무는 시간이 많고 익숙해진 주거시설이나 환경에 의존성이 크며, 또 한 곳에 머무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고 할 수 있다.따라서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해 낡고 불편한 주거환경에서 겪는 노인들의 어려움은 젊은이들에 비해 심각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사회복지정책에서 고령자 주택문제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못했던 것은 주택문제 자체가 보건복지부 소관이 아니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더욱이 주택문제는 경제적으로 많은 지출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로 저소득층 위주의 복지정책을 다루는 보건복지부에서 큰 분야로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노인들의 신체적ㆍ정신적 노쇠나 허약 등 노후의 여건을 고려한 다양한 주택유형의 개발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고 필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고령자들을 위한 주택유형은 서구에 비해 열악하고 단순하기 그지없다.우리의 주택 보급률이 100% 넘었다고 하지만, 인구 1천명 대비 주택보급률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부족하며, 이와 더불어 자가율도 아직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자신의 집을 갖고 있는 비율은 이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으로 월세가 소득에 비해 너무 높은 편이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극히 부족한 상태에서 임대료가 오른다 해도 임대주택시장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내포되어 있다.따라서 노인의 주거 보장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민간기업이 지금처럼 복잡한 규제와 틀 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원칙하에 다양한 주택을 공급해 줄 수 있도록 법적 기능을 제공해 주는 한편,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노인들을 위한 별도의 사회정책도 수립하는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또한 노인복지주택 중 저소득층이 입주하는 실비노인복지주택에 대해서는 국민주택기금 또는 직접적인 재정이 지원되는 국민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정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인주택의 운영면에 있어서도 실버타운에 입주한 상당수는 운영자들의 횡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설립요건이 느슨해 저급실버타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노인요양시설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과 시설장과 관리인, 사회복지사 1명을 두면 운영이 전적으로 업주 자율에 맡겨지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입주계약서가 노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성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입주자들의 보증금 반환에 대비해 의무적으로 민간보험에 들어야 하지만 이행치 않아 차후 퇴실시 분쟁으로 큰문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이에 선진국 노인주택의 공급과 운영면에서 보여주고 있는 다양성과 포괄성을 참고삼아 노인들도 불편 없이 살 수 있는 형식의 주택, 그러면서도 우리 정서에 맞는 나름의 주택모델, 예를 들어 3세대 동거형 주택, 노인단독주택, 노인집단주택 그리고 노인촌(실버타운) 등의 개발과 운영제도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이웃나라 일본은 동네 한복판에 소규모 노인주택촌을 세우고 맛집과 문화강좌로 지역주민과 같이하는 노인촌, 주택가 한복판에 유치원과 함께하는 노인촌 등을 만들어 중년 남성에서부터 엄마손을 잡은 꼬마들까지 동네사람의 발길이 그치지 않고 활기가 넘친다.그러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주택건설의 규정들을 가다듬고 실제 주택건설에 적용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의 개발도 필요하다. 더불어 기존 주거시설에 대한 개선과 유지 보수에 있어서도 노인들을 위한 주거정책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고, 운영면에 있어서도 노인들의 필요와 요구에 적합한 것이 되도록 안전장치와 함께 제도적으로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2011-07-27 이창석

빚내서 빚 갚는 미국

미국 하원이 19일(현지시간) 국가 부채 법정 한도 상향조정안을 예산을 감축하고 정부 지출을 줄인다는 조건 하에 승인하였다. 이로써 재정적자 축소 방안을 둘러싼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사이의 힘겨루기가 일단 마무리되게 되었다. 지난 6월 존 베이너 연방 하원의장을 워싱턴 인근 앤드루 공군기지 골프장에 초청하기도 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조치로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되었다. 지난 4월8일 2011 회계연도 예산안의 대폭 감축을 달성했던 공화당도 다시 한 번 재정적자 문제를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잘 활용하였다. 국가 부채 법정 한도 상향으로 미국 재정적자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이 조치는 미국 정부가 더 많은 빚을 빌릴 수 있게 해준 것이기 때문에, 재정적자는 더 악화되게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합의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연기한데 불과한 것이다.이런 이유 때문에 재정적자를 죄악시하는 공화당은 행정부가 재정긴축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채무한도를 높여줄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지금까지 고수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이 처리 시한인 8월 2일 이전에 오바마 대통령과 합의를 했던 것은 미국경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지난 해 의회가 승인한 법정한도인 14조2천940억 달러를 이미 넘어서 현재 14조3천430억 달러에 이르렀다. 법정한도를 초과한 지난 5월 16일 이후 미국 정부는 더 이상 국채를 발행할 수 없는 사실상 국가 부도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이 위기를 피하기 위해 미국 재무부는 연방연금에 대한 2천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중단하는 한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예치해 둔 1천억 달러를 인출하였다. 이 조치를 통해 국채 발행 시간을 8월 2일까지로 유예시키는데 성공하였다.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채무 한도를 시한내에 상향조정하지 않을 경우 국채 이자는 물론 원금도 지급할 수 없는 국가부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미국 정부의 국가부도는 미국은 물론 세계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또한 무디스와 스탠다드 앤 푸어스와 같은 신용평가사들도 미국 국채가 누려온 최상위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겠다고 정치권을 계속 압박하였다.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될 경우 미국 정부는 국채를 발행할 때 더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공화당이 시한인 8월 2일까지 국가 부채 법정 한도 상향을 거부할 것이라는 예상은 거의 없었다.사실 미국의 재정위기는 언젠가 터지는 시한폭탄과 같다. 미국 정부는 1달러를 지출할 때마다 40센트를 빌려야만 하며, 미국 국민 1인당 약 4만6천달러(약 5천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2011년 예상되는 미국의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99.5%에 달하고 있다. 세계 5대 경제대국 중에서 229.1%를 기록한 일본만이 미국보다 나쁘다. 그러나 미국의 재정적자는 지난 20년간 만성적인 재정위기로 고생한 일본의 그것보다 훨씬 더 악성이다. 미국의 예산적자 규모는 GDP의 9.0%로 일본의 8.6%보다 크며, 미국 정부가 2011년 지급해야 하는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가 GDP의 9.5%로 일본의 8.6%보다 역시 높다. 연말이면 반복되는 몸싸움을 통한 예산안 날치기 처리를 경험해온 우리로서는 시한 전에 대화를 통해 합의한 미국이 부럽게 보인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국가 부채는 GDP의 30% 정도로 미국에 비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하원의 정치적 타협이 마냥 부럽지만은 않다.

2011-07-20 이왕휘

쌀 관세화 더 미루기 어렵다

쌀 관세화는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시급한 사안이 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쌀 관세화 문제는 농업통상정책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였지만, 쌀에 대한 국민적 정서와 쌀 개방의 정치적 민감성으로 인해 그동안 우리 농정당국은 본격적인 논의를 하기 어려웠다.쌀 관세화에 대한 검토는 1990년대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3년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때 정부는 쌀을 전면 개방하지 않는 대신 1988~90년 평균식량소비량(513만t)의 1~4%를 10년간 수입하는 최소시장접근(MMA), 즉 의무수입물량 제도를 선택했다. 그리고 관세화 연기 10년이 지난 2004년 재협상에서 수입물량을 매년 2만t씩 늘리는 조건으로 관세화를 다시 10년간 더 유예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장개방 대신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물량은 UR 협정이 발효된 1995년 5만t에서 금년 34만8천t으로 늘어났고, 2014년에는 40만9천t에 이를 전망이다.우리나라 농산물중 국내에서 생산되는 물량이 소비를 초과하는 유일한 곡물이 쌀이다. 의무 수입물량은 늘고 쌀 재고가 쌓여 가면서 그야말로 수급불균형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2010년의 경우, 429만5천t 생산에 426만t을 소비하여 3만5천t의 공급과잉이 자체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여기에 의무수입물량 34만t을 더하면 총 37만5천t의 재고가 쌓이게 된다. 국내 소비량의 8.7%가 지난 한해에만 재고로 누적되었고, 2009년의 기존 재고량 100여만t을 감안하면 현재 재고는 단순 산술로도 140만t 수준이 됨을 알 수 있다.1980년대 우리 국민 일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90㎏에 달했으나 식생활의 서구화로 이제는 73㎏으로 줄어들었다. 밥대신 빵과 육류 소비가 늘고 있고, 조만간 일본 수준인 70㎏으로 낮아질 것이다. 국내 쌀 소비 감소로 재고가 쌓여 가지만 쌀 의무물량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최근 국제 쌀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대신 국내 쌀 값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관세화 여건이 호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화를 채택할 경우, 우리나라는 200~39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제 시세가 국내 쌀 값의 180%인 점으로 보면, 관세화로 들어올 수 있는 수입량은 의무수입물량보다 적어질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하지만, 쌀 관세화가 용이하지 않다. 국민 정서상 그동안 쌀은 개방불가 품목으로 인식되어 왔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쌀 무기론도 제기될 것이다. 즉, 쌀을 단순 곡물로 봐서는 안 되고, 식량 안보 차원에서 개방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향후 국제 쌀 가격이 변동될 수 있고, 농업기반이 약화되었을 때 쌀 수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도 대두될 것이다.하지만, 이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현재 남아도는 쌀 정부수매에 소요되는 재정과 관리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과연 어느 정도 공급능력을 구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언급이 없다. 결국 현재와 같이, 쌀 관세화를 연기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 경우 매년 증가하는 쌀 의무수입 물량과 쌀 재고 문제가 점점 심각해진다. 이로 인해 쌀 관세화 문제는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이 되고 있는 것이다.지난 7월 1일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이행되었고, 향후 몇 개월은 미국과의 FTA 비준 문제로 정국이 악화될 것이므로, 한미 FTA 비준이 처리되기 전 쌀 관세화 문제를 꺼내기 어렵다는 것이 농정당국의 입장이다. 이 경우 쌀 관세화는 2013년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고, 새로 집권한 정부에 짐을 떠넘기게 될 것이다. 그 사이 쌀 의무수입물량은 38만t으로 늘어나게 되고, 쌀 재고 누적으로 쌀 값은 떨어지고, 농민들의 불만은 더 커질 것이다.쌀 관세화는 이미 늦었고, 지금이라도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정부는 쌀 관세화 지연으로 인한 문제를 농민들에게 설명하고, 쌀 구조조정 및 적절한 보상 방안을 마련해 농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관세화가 지연되어 쌀 수입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우 쌀값 추가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농민들도 이해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부 지원을 요청하고 쌀 관세화를 수용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인 것으로 보인다.

2011-07-13 정인교

인천의 달력은 2014년에 끝나지 않는다

"조 박사님이 묘법을 내어주십시오."해외여행을 끝내고 방문한 조계사. 천성산 고속철도 관통 문제로 지율스님의 단식이 100일이 가까워질 무렵이었으니 2005년 초경이었다. 불교 진영 인사들이 모인 자리. 침묵이 흐르고 도법스님이 던진 한마디로 모임은 정리되었다. 며칠 후 지율 스님이 단식하던 서울 서초구 정토회관 옆 카센터 2층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그 동안 환경영향평가, 노선검토위원회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던 형국이었다.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 해법처럼, 또다시 대통령이 조계종 종정을 찾아가 이해를 구할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단식을 중단할 수 있는 노선결정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 눈앞에 떨어진 화두였다. '노선에 대한 최종 결정은 대법원의 판결에 따르고 지율스님은 단식을 중단한다'. 필자가 부르고 남영주 당시 국무총리실 민정수석비서관이 수첩에 적어나갔다.몇 달 후 대법원 판결도 끝나고 몸도 회복한 지율 스님께 필자는 그간의 사정을 말씀드리며 양해를 구한 바 있다. 당시 환경 진영의 분위기에서 대법원 판결 방식은 묘안이 아닌 패배와 타협으로 비난 받을 짓이었다. 난 지금도 환경보전의 맥락에서 대법원 판결 방식이 최선이었다고 자신할 수 없다. 대법원에 최종 판결을 떠넘겼던 행위를 환경진영 일부에서 비난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크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누군가 총대를 메는 역할이 필요했다는 상황론은 지금도 버리고 싶지 않다.요즘 인천이 빚 문제로 걱정이 크다. 인천시의 부채규모가 내년에는 10조 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인천시 재정자립도는 2009년에 75.7%에서 2011년 65.8%로 전국 16개 시·도 중 하락폭이 가장 크다. 관계기관은 빚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를 할 경우 더욱 문제가 꼬인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2014년부터 줄어들 것으로 희망하는 재정적자 규모는 부동산 경기회복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지금의 빚 문제에 대한 가장 커다란 책임은 지난 몇 년 동안의 잘못이라 할 것이다. 뒤치다꺼리를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인천시 산하 공기업과 신도시 개발사업에 뭉칫돈이 들어가고 있다.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도 제대로 한몫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경기장 건설비용 충당, 경기 후 시설활용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인천지역에서 갈등이 심하다. 경기를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국제적 약속인데 어찌 그럴 수 있느냐는 반박이 당장 따라붙는다. 인천에 부족한 인프라를 건설하는 의미로 장기투자로 여기자는 주장도 나온다.어느 때보다 인천공동체의 정치적 역량이 필요하다. 인천시민 하나하나에게 재정 상태 전반과 대회관련 재정 영향을 상세히 설명하고 갈 길을 정해야 한다. 미래의 국제도시 인천을 위하여 몇 년간 배 곯아가며 참는 길과 대외적으로 부끄럽다 하더라도 실속을 차리는 길을 선택할지, 아니면 게임을 수도권과 공동으로 개최할지를, 2014년 이후에 대한 투명하고 객관적인 재정 정보를 근거로 사회적 논의와 결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주민투표가 한 방법일 수 있다. 내부 화합과 단결이 선행되는 것이 아시안게임에도 인천의 발전에도 중앙정부 지원을 끌어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인천의 마음을 모으지 않고 게임을 치른다면 돈과 노력만 들이고 불화만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경기관련 준비가 한창인 지금, 이런 주장이 발칙하고 분위기를 모르는 행위로 비웃음을 받기 십상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이 힘들수록 미래지향적인 결연한 희생과 용기가 필요하다. 2014년 이후에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인천은 그대로 주저앉아야 할까. 지속가능한 인천시민의 행복을 위하여 지금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 어려움을 지혜로 이겨낼 인천모델을 기대해 본다. 지금 상황에선 능력보다 판단력이 중요할 수 있다. 아시안 게임은 2014년에 끝나지만, 인천의 달력은 계속된다.

2011-07-06 조승헌

장애인 위한 시설·주거환경 대책 필요

과거 우리나라는 경제발전에만 관심이 있었지 복지문제는 등한시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검토되지 않는 삶은 우리가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갈파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복지에 관한 과제를 살펴볼 때가 되었다. 특히, 정상인들보다 신체적으로 불편한 가운데 생활하는 장애인들에 대한 우선적인 배려문제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등록 장애인수는 약 251만명으로 지난 2000년의 96만명과 비교할때 2.6배 가량 증가되었다. 이런 통계를 볼 때 우리나라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시설과 주거환경에 대해 관심이 필요하다.오늘날 사회환경구조가 급속도로 변화되어 가는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핵가족화와 더불어 각종 산업재해 등으로 후천적 장애인이 선천적 장애인보다 월등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볼때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나 주거환경 연구 뿐만 아니라 전문업체의 육성이 필요하다. 각종 장애에 맞는 다양한 시설과 모델 주택이 공급되어야 한다.우선적으로 이런 장애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집안에서 최소한의 활동을 스스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주택환경 개선은 인건비가 비싼 나라일수록 간호보조자를 두지 않고 주택 일부 시설구조 변경과 특별히 고안된 용품을 설치함으로써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설계 당시부터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계되면 그 비용이 총건축비의 2%를 차지하게 되고, 주택이 완성된 후 추가 설치할 경우는 20%를 넘는다고 한다. 이처럼 설계 초기부터 장애인시설물 설계가 이루어져야 비용과 효율성면에서도 바람직하다.장애인을 위한 각종 시설과 주거환경 개선은 이웃나라 일본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제도화된 분야이다. 여기서 제도화란 예컨대, 장애인이 거주하는 가옥이 불편해 스스로 활동하는 데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경우, 장애인전문업체를 통해 면적, 배치도, 입면도, 평면도, 사양서 및 설비기구의 설명도를 우선 제작하며 그 다음으로 설치할 각종 편의용품 설비목록표, 기구작동 설명서 등을 갖추는 작업을 한다. 이와 같은 작업이 성립된 후 업체와 가옥주가 계약을 체결하면 시설물의 구조변경이 신속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장애인을 배려한 주택설계 개념이 없는 우리나라 실정으로는 주택건립 초기부터 설계상의 작업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일일이 설계의뢰자가 전문가처럼 각 실의 구조와 설치기구에 대한 주문을 해주어야 한다.장애인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데는 몇 가지 큰 장벽이 있다. 그 중요한 장벽으로는 첫째로, 공공시설과 교통시스템 등의 물리적인 설비환경이 장애인들에게 알맞게 되어있지 못한 문제, 둘째로 일반 시민의 무지 혹은 차별적인 편견으로 장애인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문제, 셋째로 비교적 사회 경험을 쌓을 기회가 적은 장애인 자신들의 생활방법의 문제들이라고 하겠다.장애인은 일반적으로 수입이 충분치 못하여 자력으로 주택의 구입이 어렵고, 주택에 편의시설을 설치하기도 곤란하다. 그러므로 저소득층 장애인들에게 국민주택을 우선 분양해 주고, 영구임대주택을 건설할 경우에는 이들에게 우선 임대해 주도록 하여야 한다.그리고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공공시설물을 비롯하여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공공시설물들, 예컨대 공공건축물, 교통시설, 도로와 공원시설 등을 장애인이 이용하기 편하도록 개선하여 장애인이 지역사회 활동의 폭을 넓혀 재활과 자활의 의욕을 가지고 함께 사는 사회를 이룩함이 중요하다. 이와 같이 물리적인 장벽을 개선하는 것은 장애인과의 마음의 장벽까지도 없애게 되는 효과가 있다.우리나라의 장애인 주택에 관한 첫 사례를 살펴보면, 장애인 주택은 서울특별시 소재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의 8동, 9동, 10동 등이 있다. 장애인 올림픽 경기가 끝난 이후 보행 장애인(휠체어 이용자)에게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상당 부분은 실제 건물 용도에 맞지 않는 시각장애인을 포함하여 비보행 장애인에게 분양된 바 있다. 이제는 정상인들에 대한 복지문제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불편한 신체로 활동하는 장애인들에 대한 복지문제가 정상인들 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2011-06-29 이창석

그리스 비극은 계속 된다

[경인일보=]그리스 재정 위기가 드디어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파판드레우 총리가 새로 구성한 내각은 어제 실시된 신임투표에서 찬성 155표, 반대 143표 (기권 2표)로 승리함으로써 강력한 긴축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동력을 확보하였다. 이로써 세계경제에 커다란 암운을 드리웠던 그리스 경제- 더 나아가서는 유로존 -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제거되었다.유럽 문명의 발원지인 그리스가 유럽경제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게 되는 계기는 2002년 단일화폐 유로(euro)에 가입한데 있다. 유로에 가입함으로써 독일, 프랑스와 동일한 국가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된 그리스 정부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더 낮은 이자로 자금을 빌릴 수 있었다. 이렇게 빌린 돈으로 그리스 정부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였다. 그 결과, 그리스 정부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었다.2007년 미국에서 발원한 세계금융위기가 유럽으로 전염되면서 그리스 정부는 더 이상 예전처럼 낮은 이자로 자금을 빌릴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까지 침체되어 국가채무 불이행 위험이 급증하자, 2010년 5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였다. 지난 1년 동안 그리스 정부는 위기의 원인인 방만한 재정운용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리스 정부는 또 한 차례 더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그리스가 또 구제금융을 요구하자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에는 더 강력한 재정적자 축소, 세금 인상 및 민영화를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그리스 정부가 이 방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전에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못 박았다. 이런 강경 조치의 배경에는 그리스 정부가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국가채무 규모를 축소했던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 국가들은 '성장 및 안정 협약'에 따라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 국가 부채는 GDP 대비 60%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가 고안한 통화스왑 거래를 통해 이 규제를 피해 수십 억 달러의 자금을 빌렸다.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빌린 채무가 국가부채로 계상되지 않는다는 맹점을 악용한 것이다.채권자들의 강력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정부는 채권자들의 요구조건을 즉각 수용하지 않았다. 한편으로 그리스 정부는 EU가 유로존의 붕괴 위험을 무릅쓰고 그리스의 국가 채무 불이행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였다. 그리스 정부의 낙관론은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반대에 직면하였다. 개미처럼 일하는 독일 국민들은 베짱이처럼 노는 그리스 국민들을 위해서 자신들이 낸 세금이 쓰이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다른 한편으로 그리스 국민들 역시 복지 축소와 실업 대란에 대한 우려때문에 재정 긴축, 세금 인상, 민영화를 반대하였다. 연일 계속되는 격렬한 반대 시위와 파업 때문에 야당은 물론 여당조차 인기없는 정책을 추진하는데 머뭇거렸다. 이런 상황에 나온 고육지책이 파판드레우 총리의 신임투표였던 것이다.지난 13일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3단계 하향조정하였다. 즉 국제금융시장은 그리스 경제를 불신임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 내객에 대한 신임투표의 결과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신임투표 승리는 재정위기로 촉발된 그리스 비극의 종결이 아니라 서막에 불과하다.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타협에 잠정적으로 성공하였지만, 연금이 줄어들고 실업이 증가하면 국민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를 것이다. 경기가 빨리 회복되지 않는 한, 그리스 비극은 계속될 전망이다.

2011-06-22 이왕휘

유턴하는 기업을 유치하자

[경인일보=]세계은행(WB)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금리인상, 재정축소 등 긴축정책으로 물가인상 압력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함을 권고하고 나섰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렸던 금리를 단기간내 정상수준으로 올려야만 경기 과열 및 인플레이션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유럽국가의 금리인상 필요성도 언급되고 있지만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의 경우 신속한 기준금리 인상과 재정지출 감축 없이는 심각한 인플레이션 후유증을 겪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신흥국 인플레이션은 7%에 육박하고 있고 식료품, 에너지는 물론이고 상품 가격까지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물가불안의 심각성에 무게를 두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 지진, 중동 민주화 운동 등이 세계경제성장을 압박하는 가운데, 인플레 압력에 직면한 국가들의 금리인상으로 올해 세계경제의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 OECD는 미국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2.8%에서 올해 2.6%로, 중국 10.3%에서 9.3%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려했던 물가는 오르고 성장은 둔화되는 스테그플레이션 국면으로 세계경제가 진입하고 있다.지난주 금융통화당국은 3개월 만에 0.25%p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수요 압력, 국제유가 불안,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등을 고려할 때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빚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경기회복세를 약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되어 있고, 향후 물가 관리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판단된다. 앞으로 당분간 지난 10여년과 같은 저인플레이션 시대를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기름값과 원자재 국제가격이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세계의 공장'으로 저렴한 공산품을 제공했던 중국이 '세계의 시장'으로 변했고, 중국의 물가와 공산품 단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임금 인상 및 내수 증가로 공산품 가격이 오르고 있고, 중국의 식품 소비 증가로 세계 곡물가격도 영향을 받고 있다. 우려했던 중국발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다.물가 인상은 임금 인상을 불러오고, 이는 향후 세계경제지도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의 개방 이후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한 것은 저임금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의 임금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연간 25% 인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편, 금융위기로 선진국의 임금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낮아지게 됨에 따라 중국의 저임금 매력이 상당부분 상실되었다. 명목임금으로 보면 중국의 노동력이 여전히 싸지만 노동생산성, 물류비 등을 고려하면 중국에 투자하기보다는 차라리 미국내에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해서는 세계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향후 중국내 제조업체들은 중국 내수시장 진출용 생산시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추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국적 기업들은 생산기지 재배치를 가속화할 것으로 생각된다.우리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국가가 중국이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현지 내수시장 진출보다는 제3국 수출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중국내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 진출한 대기업은 이미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미리 준비하고 있을 것이지만, 인력과 자금력 면에서 열세이고 임금 인상에 고전하고 있는 우리 중소기업들은 제3국으로의 이전이 쉽지 않고, 내수시장 진출에도 심각한 장애물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점으로 많은 우리 중소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 기회를 누렸으나, 이제 중국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한편, 미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기업들도 국내로의 유턴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기업들의 해외이전으로 산업공동화 문제를 겪었는데, 국내로 유턴하는 기업을 통해 일자리도 창출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이고 우리 노동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를 생산기지로 택할 수 있도록 국내 기업환경을 개선해야 하고, 노사문화도 합리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2011-06-15 정인교

연봉 7천만원·그 신문·고엽제·그리고 소년

[경인일보=]소년이 그들을 기다린 건 쇠고깃국을 먹을 수 있어서였다. 의정부의 캠프 레드클라우드. 지금은 미2사단 사령부이고 이전에는 한·미 제1군단사령부와 한·미연합야전군사령부였던 곳이다. 그 부대 한쪽 자락은 산인데 그 산의 대부분이 그들이 명절 때마다 찾던 선산이다. 그 산줄기를 북쪽으로 따라가면 그들이 두고 온 평안도 고향을 그리는 망향비가 산모롱이에 있다. 6·25때는 그들의 피난처이기도 했는데 감사의 뜻으로 그곳에 지어주었다는 교회가 아직도 있다. 간첩 김신조 일당이 그 산을 지나 청와대를 습격했다 해서 동네에서는 그 산줄기를 김신조루트라고 불렀다. 온양방씨 참배단이 한 무리의 승용차와 수행원을 동원하고 오는 날은 소년이 살던 동네는 흥분과 긴장이 넘쳐나곤 했다. 그들이 건네주는 봉투와 남은 먹을거리를 챙기는 기쁨도 있었지만, 어쩌다 그들의 심사에 거슬리게 되면 살던 동네에서 쫓겨나야 할 판이었으니. 거기는 온양방씨 일부가 살고 있었던 그들의 땅이었고, 실제로 그들은 과수원을 한다며 그 동네 사람들을 철거시켰다.최근 그 신문사가 작심하고 일을 벌이고 있다. 어려운 이 시국에 연봉 7천만 원 노동자가 파업을 하는 게 어처구니없다는 것이다. 자동차 부품을 조달하는 유성기업 사태를 단단히 손보고 있는 셈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경제단체들은 당연히 반색이고, 회계사 출신인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연봉이 7천이라네요'라며 기름을 붓더니, 급기야 대통령이 정례 라디오 연설에서 이 상황을 철모르는 행동으로 못을 박아버렸다. 한국경제를 만들고 끌어가는 범주류세력이 총동원되어 코리안스탠더드, 한국판 경제정의를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연봉 7천만 원. 이 수준이면 전국 최상위권이다. 2010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들어가 보자. 신한지주 9천800만 원, 삼성전자 8천640만 원을 선두로 직원 평균 연봉이 7천만 원 이상 되는 기업은 극소수이다. SK텔레콤은 6천400만 원, 포스코 6천100만 원이다. 유성기업이 제출한 사업보고서 상의 평균 연봉은 5천710만 원이다. 여기에는 매달 80시간의 잔업특근, 심야근무, 휴일근무 수당에 경조사 때 지급하는 복리후생비, 계산에 포함하면 안 되는 퇴직 적립금까지 들어가 있다고 한다. 유성기업 노동자의 본봉에 기본수당을 더한 기본급은 월평균 172만 원이다. 이것이 유성기업 연봉의 팩트다.직장을 선택하고 일을 하는 건 임금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 업무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포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요인들을 효용이라는 단위로 통일하여 의사결정의 논거로 삼는다. 일본 원전사고 터에서 일을 하면 일당이 600만 원이 넘지만 생명의 위험을 생각해서 일을 하지 않는 건, 혹시 위험해질 수 있는 목숨과 관련된 마이너스 효용의 크기가 600만 원이 주는 플러스 효용을 앞지르기 때문이다.내가 만약 삼성전자에 계속 다녔다면 지금 내가 받는 연봉의 곱절이 넘었을 것이다. 지금도 잘나가는 반도체부문 소속이었으니 성과급과 이지가지 혜택을 셈하면 상당할 터. 하지만 난, 한 때 최저생계비 수준의 수입으로 힘든 적이 있었지만 삼성을 나온 걸 후회한 적이 단 한순간도 없다. 돈만 있다고 세상살이가 행복한 건 아니지 않은가.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까지 무시할 수 있는 연봉 7천만 원, 한국의 핵심 지도층들이 이참에 한국사회에 불문율로 굳혀버리고 싶은 코리안스탠더드의 팩트다.최근 주한미군기지에서 발생한 고엽제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진상을 밝히라 하고 오염처리와 보상이 거론될 것이다. 환경오염하면 곧바로 따라붙는 것이 오염자 비용부담원칙이다. 오염을 일으킨 자가 관련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오만가지 교과서에 다 나오는 글로벌스탠더드이다. 연봉 7천만 원이면 파업하지 말라고 주창하는 그들이 글로벌스탠더드를 받아들일지, 주한미군용 고엽제스탠더드를 창안할지 살펴볼 일이다. 소년도 지켜보고 있다.

2011-06-08 조승헌

협소한 주거공간, 심리적 압박감 초래

[경인일보=]요즘에는 전·월세 주택을 구하기 어려운 서민들의 거처(居處)로 고시원·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등 준주택을 이용하는 계층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1인 가구가 늘면서 준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래서 정부도 작년부터 '준(準)주택' 개념을 도입해 고시원과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이와같이 준주택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임대수익 목적도 있지만, 1~2인 소형 가구와 고령(高齡)의 나홀로 가구가 급증해서이다. 서울특별시의 통계에 의하면, 2009년의 경우, 1~2인 가구는 158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44.5%나 된다. 지금쯤 더 많은 가구가 준주택을 이용하고 있다.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는 1인 가구만 82만 가구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40㎡ 이하 소형 주택수는 60만호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부족분(不足分)을 주거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지만 저렴한 값에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준주택이 서민계층을 위해 메워주고 있다.그런데 앞으로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와 소득 양극화 추세가 계속된다면, 이로 인해 저소득계층의 1~2인 가구는 계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외국의 경우, 1인 가구 비중이 미국 27.1%, 일본 28.3%, 영국 29.6%로 우리나라도 머잖아 맞먹는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다. 우선 화급한 과제로 준주택의 주거 환경 개선과 함께 저소득층이 입주할 수 있는 소형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1~2인 가구의 연령과 소득, 주거 선호에 맞는 일정규모 이상의 다양한 주거유형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그렇지만 아무리 일부계층이 선호한다고 하더라도 일정규모 이상의 필수 공간의 확보가 중요하다. 경제적 여건 등에 의하여 쾌적한 공간을 소유·점유하지 못하고 과밀화에 의하여 거주할 때 여러 가지 인간에게 미치는 사회·심리적 영향이 크다. 즉 주거공간이 적으면 인간에게 신경과 정신을 피로하게 하고 특히 거주인에게 강박관념을 주게 된다. 주거공간이 좁은 방에서 정신적·경제적 여유가 없는 생활은 이와 같은 비참한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직장에서의 과혹한 노동, 물가고, 소음, 교통사고의 위험, 혼탁한 공기, 교통의 혼잡, 여기에 추가해서 거주공간의 협소·열악한 주생활이 나쁜 변형을 생기게 한다. 주거공간이 좁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초조해지고 결핵과 정신분열이 생기는 경우가 있으며 주거공간을 협소하게 강제하는 핵가족화, 부모의 이혼, 질병 등으로 가정의 곤궁, 파탄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이 있다. 국토해양부는 최저주거면적을 제도도입 11년만에 1인 가구는 현행 12㎡에서 14㎡로, 4인 가구는 37㎡에서 43㎡로 확대한다고 한다. 세계가족단체협의회(UIOF)는 전용주거면적의 주택규모 기준을 1인당 약 16㎡의 주거면적(net)을 제시하고 있는 바, 그 내용은 가족수 3인은 61.4㎡, 4인은 68㎡, 5인은 82㎡, 6인은 90㎡, 7인은 103㎡, 8인은 125㎡의 최소주거전용면적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민주택규모 85㎡ 이하는 오랫동안 국민들의 주택면적에 대한 소형의식을 심어주게 되었고 중산층에게는 오히려 국민주택규모 85㎡가 최저 수준의 주택규모로 인식되는 면도 적지 않아 국민주택규모 이상 주택에 거주하여야 사회·경제적 지위를 과시할 수 있다는 경향도 국민들 사이에 다소 인식되어 있다. 아무리 일부 계층이 거주하는 준주택이라 하더라도 인간답게 문화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일정규모 이상의 주거기준이 필요하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한때 준주택에 대한 수요가 많았지만 지금은 인기가 떨어지고, 반면에 문화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일정규모 이상의 콤팩트 맨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왜냐하면 넓은 공간에 복층구조로 설계돼 업무와 주거생활을 한 공간에서 분리해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준주택은 일정규모 이상의 문화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아울러 주거건축유형도 획일적인 형태가 아니라 보다 다양화하고 작품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준주택공급은 너나 할것 없이 임기응변식 주택공급이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는 혜안과 지혜가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2011-06-01 이창석

예금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경인일보=]지난 2월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그동안 감춰져 왔던 금융개혁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주었다. 특히 부산저축은행에서 부실대출, 비리 묵인, 기밀유출, 특혜인출, 분식회계, 뇌물공여, 직권남용, 전관예우 등 비리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불법 행위가 자행되었지만, 금융당국은 사전에 예방하지도 사후에 조치하지도 못했다. 이로 인해 애꿎은 예금자들만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었다.1997년 IMF 금융위기 이후 진행된 금융자유화와 규제완화로 금융제도는 선진국 수준으로 근접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그 제도를 운용하는 금융인들과 감독 당국의 행태는 그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한 금융개혁의 결과가 금융소비자인 예금자의 이익과 편의를 증진시키지 못했고, 오히려 금융인들과 금융당국이 유착하여 비리를 쉽게 감출 수 있게 만드는 데 일조하였다. 금융자유화의 폐해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우리가 금융 선진국이라고 알고 있는 미국에서도 이와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였다. 미국 상원 조사위원회가 2년 동안 작성하여 지난 4월 발간한 '월스트리트와 금융위기:금융 붕괴의 해부'라는 보고서를 보면, 미국을 금융선진국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로 많은 비리들이 존재하였다. 650여 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 곳곳에 미국 금융기관들도 부실대출, 분식회계, 전관예우 등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는 최고의 학력을 가진 인재들이 최첨단 투자기법을 활용해서 최대의 수익을 거두는 투자은행으로 군림해온 골드만삭스다. 이런 명성과 평가와는 달리 골드만삭스의 영업비밀은 부도덕했다. 골드만삭스는 한편으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문제점을 인지하여 금융위기 직전에 자사가 보유한 상품을 매각한 반면, 다른 한편으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금융공학으로 포장한 파생상품을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금융자유화와 규제완화를 위해 지속적인 로비를 해 왔던 골드만삭스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로부터 구제금융을 수혈받았다. 금융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간섭을 반대하고 시장원리에 맡기자고 했으면, 정부로부터 지원을 사양했어야 한다. 사실 정부로부터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한 베어스턴스, 리먼 브라더스, 메릴린치는 파산하거나 인수합병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투자은행의 지위를 포기까지 하면서 중앙은행의 지원을 받았다. 또한 골드만삭스는 보험회사인 AIG에 지원된 구제금융의 일부를 지원받기도 하였다.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금융위기 속에서도 골드만삭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우수한 인재나 정교한 금융공학이라기보다는 회전문 인사- 미국식 전관예우 -에 있었다. 골드만삭스의 전직 최고경영자(CEO) 중에서 미국 재무장관이 두 명(클린턴 행정부의 로버트 루빈, 부시 행정부의 헨리 폴슨), 뉴저지 주지사(존 코진)가 배출되었다. 뿐만 아니라 월스트리트를 감독하는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윌리엄 더들리), 의장(스티븐 프리드만)도 골드만삭스 임원을 역임한 바 있다. 세계은행 총재 로버트 졸릭, 유럽중앙은행 총재로 내정된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 마리오 드라기의 이력서에도 골드만삭스 재직 경력이 포함되어 있다.'뉴욕타임스'는 상원의 보고서 발간 직후 금융위기 때문에 기소된 고위관료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개탄하였다. 이런 점에서 검찰수사를 통해 전현직 금감원 간부들을 구속 수사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좀 나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도드-프랑크 월스트리트 개혁 및 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여 예금자를 보호하려는 시늉이라도 하였다. 반면 예금자 보호의 책임을 져야 할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금융감독권을 그냥 아무 기관에나 주자고 할 수는 없다"면서 기득권 사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금자를 위한 나라'는 사치스러운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2011-05-25 이왕휘

미중 전략경제대화로 본 세계통상 이슈

[경인일보=]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미국과 중국이 세계경제를 이끌어 가는 양상이 강화되고 있고, 이들 두 강대국이 자국의 이해관계에 맞춘 협의에 관심을 두다보니 도하개발의제(DDA)와 같은 세계적인 통상이슈의 진전은 더딘 편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지역주의 형성이 늦은 동아시아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미 세계 2위 경제국가로 발전한 중국의 위력이 동아시아 지역주의 주도권 경쟁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지난 5월 10∼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3차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중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회의가 되었다. 중국의 인권, 위안화 환율, 무역 역조 등에 대해 미국이 험한 말을 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미국은 민감한 이슈에 대해 말을 아끼는 대신 경제적 실리를 찾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특히 미국은 자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차별을 완화시키겠다는 확답을 얻어냈고, 중국 역시 자국산 첨단기술제품 수출에 대한 미국의 규제를 해결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따라서 위안화 환율은 중국 당국의 판단과 의지에 따라 향후 점진적으로 평가절상될 것이고, 과거와 달리 미국은 공개적으로 중국에 조속한 환율 조정 압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최근들어 유럽(EU)이 유로화 안정에 중국 당국의 기여를 수차례 강조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미 국채(TB)를 1조2천억달러나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을 미국은 자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G20이 추진하는 예시적 가이드라인 평가지표에서 환율을 배제하는 2단계 접근법이 프랑스 파리 G20 실무회의에서 최근 수용된 것은 위안화 환율에 대한 미국과 중국간 입장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금융위기 이후 실업 등 경제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이 DDA 협상과 같은 다자무역자유화에 관심을 쏟는 것은 어렵다. 과거 다자무역협상은 미국과 유럽이 입장을 공유하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기에 타결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 양보를 통해 리더십을 보이기에는 국내 정치 경제적 상황이 녹록지 않다.그동안 여러 차례 협상타결 시한을 넘겼지만, 제네바에서는 DDA 협상이 현재 시점에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 EU,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경제대국들간 입장 차이가 좁혀들지 않는 가운데, 어느 국가도 협상 타결에 적극 나서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부진한 협상 양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더구나 내년에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선거가 있어 금년 하반기에 협상타결 모멘텀을 형성하지 못하면 다자간 자유화 전망은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DDA 타결에 노력하기로 선언했지만, 어떤 국가도 이를 이행할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매년 개최되는 APEC 지도자회의에서 미국과 일본, 중국을 포함한 아태지역 21개 국가의 정상들은 매번 빠짐없이 DDA 협상타결을 주문해 왔다. 올해 의장국인 미국도 DDA 협상과 관련해 DDA 협상 진전과 보호무역주의 저지를 정상회의 주요 의제의 하나로 채택하게 될 것이다.TPP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더라도 미국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향후 중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게 될 동아시아 경제통합에 대한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동아시아에서 체결된 FTA보다 시장개방 수준이 높은 형태로 동아시아 FTA를 중국이 주도하여 체결하게 되면, 동아시아 교역질서는 상당부분 개편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국내에서 중국과의 FTA 추진이 현안으로 다시 부상되고 있다. 농업 등 취약업종에 대한 개방 부담으로 인해, 그동안 우리 정부는 한중 FTA 추진에 대한 중국측의 요청을 수용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중국이 추진하는 동아시아 FTA가 추진될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조기에 중국과의 FTA 체결을 통해 중국을 선점해야 한다는 점도 일리있게 들린다. 더 이상 한중 FTA 추진을 미루기는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정부는 농업에 대한 대책 마련과 더불어 한중 FTA 협상 개시 시점을 정해야 할 것이다.

2011-05-18 정인교

정운찬, 이건희, 곽승준, 그리고 철새

[경인일보=]소란스럽던 대형 강의실을 평정한 것은 두 단어였다. '거시경제론 정운찬' 그가 양복만 입지 않았다면 복학생이나 조교라고 단정했으리라. 신입생이던 필자는 두 번 놀랐다. 서울대 교수로 부임한 지 5년차로 인기가 치솟던 교수분이 기생오라비 같이 어리고 예쁘장한 꽃미남이었던 것. 그런데 칠판에 쓴 글씨는 영락없이 지렁이가 기어가는 꼴이었으니, 미(美)와 추(醜)의 선명한 대조가 30년이 다 된 지금도 선명하다.1990년 어느 봄날, 남대문 옆 삼성본관. '그 분'이 나오시는 특별한 월례조회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스피커가 불량이라고 생각했다.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이건희 회장의 목소리가 웅얼웅얼 거리는 게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 물어볼 수밖에. 기계는 정상이며, 건강이 좋지 않아서인데 아마 얼마 못갈 거라며,… '역시 신입은 뭘 모르는군'이라던 주위의 귀띔이 생각난다. 그런 그가 고희까지 건재하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의학기술과 돈의 힘에 새삼 감탄하곤 한다.폭탄주를 마실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1998년 가을, 환경경제학회 뒤풀이 자리.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필자가 폭탄주를 마신 것도, 호기 있게 양주와 맥주를 시켜 능숙하게 폭탄주를 제조하던 곽승준 교수를 접한 것도 그 자리가 처음이었다. 그는 자비를 들여 동강의 생태가치를 연구하고 새만금토론회에서 환경보전의 필요성을 토해내던 환경진영의 기대주였다. 그런 그가 구조적으로 환경보전과는 척을 져야 하는 거대 건설업계 집안이며 현직 대통령과 막역한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4대강 운하를 찬성하고 높은 벼슬자리를 넘나드는 최근에서였다.정운찬, 이건희, 곽승준. 이 세 명이 비틀리며 엮이고 있다. 각각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으로, 한국 최고의 재벌그룹 회장으로,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의 입장에서 초과이익공유제를 사이에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정 위원장이 제안한 초과이익공유제를 따지고 들어가면 분명 정책실행의 맥락에서 다듬어야 할 기술적 어설픔과 구멍이 많아 보인다. 현장감이 떨어지는, 그래서 '교수다운' 모습이다. 국무총리 경력에 의아해진다. 하지만 우리는 초과이익공유제에 담긴 의미에 주목을 하는 것이 지혜로운 대처가 아닐까 싶다. '사회주의적 발상'이니, '경제학 교과서에서 본 적 없다'는 반박은 삼성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려는 '경제학 개론수준'의 발언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세상이 어디 경제학만 가지고, 개론수준의 지식만 가지고 다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하긴 경제학 개론에서는 자기이익만 챙기는 것이 개인이나 사회를 위한 합리적 행위라고 하고 있지만. 곽 위원장이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들고 나온 것은 연기금의 주인인 '국민의 뜻'을 내세우며 공공성을 들고 나오려고 한 듯하다. 아울러 '경제학 교과서'를 내세우는 이 회장을 '경영학적 논리'라는 앙칼진 대응으로 기를 죽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하지만 이 회장이 '주주권 행사는 환영'이라 맞서고 정 위원장도 이익공유제를 밀어붙이려는 결기를 보이고 있는데다, 줏대 있는 한나라당 신임원내대표도 이 판에 가세하는 형국이니 싸움은 워밍업이 막 끝났을 뿐인 듯하다.세 사람의 겨루기는 결국 국민을 대상으로 편가름을 하려는 듯하다. 정, 곽 두 위원장은 평범한 국민들을 상대로 진정성을 호소하고, 삼성은 예의 그렇듯 여론주도층을 관리하고 로비하려 할 것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어떤 심경일까.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오래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다. 아프리카 속담이다. 먼 길을 가야하는 철새들이 V자를 이루고 날면 단독으로 날 때보다 훨씬 힘이 덜 든다고 한다. 앞에서 나는 새로부터 양력(위로 뜨는 힘)을 지원받아 에너지를 적게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규모 10위권, 일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인 대한민국과 국민들, 그리고 세 사람까지 모두 진정 본으로 삼아야 할 것은 아프리카와 새의 지혜가 아닐까. 싸울 것인가, 협력할 것인가. 공정하고 행복한 우리들의 대한민국을 위한 선택은 무엇일까?

2011-05-11 조승헌

해비타트운동과 생산적 주거복지

[경인일보=]지난달 국민은행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택임대차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45%로 집계됐다. 특히 보증부월세가 16년 만에 23.3에서 42.4로 거의 2배로 껑충 늘어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100여 년 동안 우리나라만이 독특하게 가지고 있는 전세제도가 붕괴되면서 보증부월세를 거쳐, 이제는 서서히 월세시대로 옮겨가고 있는 과정인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소위 주택 보급률은 이미 '1가구 1주택'을 넘어 통계상으로는 주택 잉여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그런데도 전셋값이 작년 하반기부터 상승하기 시작하여 지금도 오름세가 계속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월세계약이 급증하는 바람에 저소득층이 월세부담에 눌려 생계비를 크게 위협받고 있다. 정부는 거의 해마다 수차례 전·월세 안정대책을 발표하지만 도무지 약효가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 20년간의 전셋값 상승으로 씀씀이가 줄어드는 바람에 가계소비까지 위축시켜 경제성장에도 걸림돌이 됐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과거 정책을 재탕·삼탕하여 내놓는 식으로는 빈곤층에 주거비 압박만 더 가중시킬 것이라는 점을 알 때가 됐다. 그리고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정책도 국가재정 형편상 한계가 있음이 각종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근 금융부채를 살펴보면, 지난해 이미 개인,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들의 이자부 금융부채가 급속하게 늘어 국내 총생산의 배가 넘는 2천500조원을 훨씬 넘어섰다.이와 같은 사례를 살펴볼 때, 금융 부채도 줄이면서 함께 집을 짓는 생산적 복지 차원의 파트너십 운동의 사례로 해비타트 운동을 소개하고자 한다.해비타트(Habitat for Humanity)는 비영리 집짓기 운동으로 무주택자가 거주할 수 있는 주거환경을 만들기 위한 운동이다. 또한 해비타트는 인종과 종교에 관계없이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집을 필요로 하는 가정과 동역하여 함께 집을 짓는 운동이다. 이 운동은 1976년 미국의 변호사인 밀러드 풀러(Millard Fuller)와 그의 아내 린다 풀러(Linda Fuller)에 의해 설립되어 자원봉사자와 후원금, 그리고 건축자재를 포함한 현물 후원을 통해서 입주가장과 함께 집을 짓고 또한 보수한다. 이를 위해 입주가정에는 비영리 목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무이자로 제공한다. 입주가정은 매월 회전기금(Revolving Fund)을 상환하고, 이 상환금은 또 다른 가정을 위해 사용되어진다. 해비타트는 집을 단순히 자선의 형식으로 공급하지는 않는다. 입주가정은 매월 회전기금을 상환할 뿐만 아니라 땀의 분담(Sweat Equity)을 통해 건축현장에서 자신의 집뿐만 아니라 이웃의 집을 짓는 과정에 500시간의 노동으로 참여한다. 이 운동은 무주택 서민의 '가정회복'을 꾀하는 주택건축운동이며 입주가정의 '자립'을 유도하는 생산적인 자조운동, '공동체 건설'에 기여하는 광범위한 자원봉사운동이다.우리나라의 해비타트운동은 1995년 당시 건설교통부 산하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등록하여 전국의 각 지회가 구성되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해비타트주택의 가장 큰 특징은 설계에서부터 집짓기까지 모두 자원봉사를 통해 이루어지며, 각 기업들의 건축재료 지원을 받아 함께 직접 땀방울을 흘려 저렴하고 안락한 집을 짓는데 있다. 이는 입주가정(Homeowner partner)을 위해(for)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입주가정(Homeowner partner)과 함께(with) 집을 짓는 것으로 생산적 복지수단의 일환이다. 건축적인 특징은 목조주택으로 가장 간소하면서 경제적으로 건설이 용이한 단독주택형을 추구한다. 건축비는 일반 건축비의 60% 정도이며, 지어진 집들은 15년 정도의 정해진 기간에 무이자로 분할 상환한다. 정부가 적극 권장하는 도시형 생활주택이라든가 도시의 허파기능을 하는 그린벨트까지 해제하면서까지 추진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보다 오히려 저렴한 주택공급이다.이제는 신규분양보다는 저소득계층을 위한 생산적 주거복지정책의 일환으로 해비타트 운동과 같은 파트너십을 통한 서민주거 공급에 정부가 관심을 가질 때가 되었다. 이러한 운동의 활발한 전개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국가에도 금융 채무를 줄이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2011-05-04 이창석

추락하는 美·日, 부상하는 中

[경인일보=]세계 3대 경제대국 미국, 중국,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이 출렁이고 있다. 지난 4월 18일 미국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tandard & Poor's)는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채권에 대한 신용평가를 시작한 1991년 이후 처음으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더 나아가 S&P는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 33%의 확률로 현재 AAA를 받고 있는 미국의 신용등급이 2년 내 강등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세계 제2위 경제대국의 지위를 중국에게 빼앗긴 일본의 국가신용등급도 미국과 같이 하향국면에 놓였다. 지난 1월 27일 S&P는 일본의 장기국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2002년 4월 이후 8년9개월 만에 S&P가 일본 국가신용등급을 다시 낮춘 가장 큰 이유는 재정건전성의 악화에 있다. 미국, 일본과 달리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상승 국면에 있다. S&P는 작년 12월 16일 중국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A-'로 상향 조정하였다. 중국의 안정적인 재정 건전성과 막대한 외환보유고가 신용등급을 끌어올리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였다. 이러한 국가신용등급의 조정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2007년 세계금융위기 발생 이전부터 미국 신용평가회사들이 미국 국채에 대한 최고 신용등급을 부여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아주 낮은 금리로 재정적자를 보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세계 3위 경제대국이자 두 번째로 많은 외환보유고를 가진 일본은 자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중국·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 등과 동급이며 국가채무 불이행의 위험에 처한 스페인보다도 낮다는 점에서 신용평가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가 지난 해 3분기 기준 198.4%로 미국의 92.8%보다 2배 이상 높지만, 국채 90% 이상을 국내투자자들이 소유하고 있어 재정위기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도 신용평가기관들이 세계금융위기를 일으킨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여태까지 하향시키지 않았던 점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 신용평가회사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 신용평가회사인 다공(大公)은 지난 해 7월 50개국에 대한 신용평가를 실시한 후 미국에 중국의 AA+보다 낮은 AA를 부여하였다. 다공은 그 해 11월 9일 미국 정부의 부채 상환 의지와 능력이 약화되었으며 제2차 양적완화 정책으로 달러화 가치 하락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로 하향시켰다. 일본과 중국의 미국 신용평가기관 비판은 세계금융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왜냐하면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신용평가사의 국적이 아니라 채권발행국의 재정건전성, 물가안정과 같은 기본지표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채권투자자들은 신용평가기관들보다 먼저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미국 최대의 채권투자회사인 핌코(PIMCO)다. 지난 2월 이 회사는 2천360억 달러 규모의 주력 펀드에서 미국 국채 관련 투자를 전량 매도하였으며, 3월에는 선물까지 공매도했다. 이런 투자전략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미국 국채를 대량 매수하는 제2차 양적완화 정책이 종료되게 되면 미국 국채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에 근거한 것이다. 핌코의 이런 비(非)애국적 투자전략은 국가신용등급이 궁극적으로 신용평가기관들이 아니라 채권투자자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신용평가사의 애국심에 기대어 시장의 심판을 회피하려는 시도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지난 14일 발표된 '토종' 한신정평가의 국제신용평가는 국내 최초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2011-04-28 이왕휘

미국 재정적자의 위험성

[경인일보=]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안정을 찾아가는듯 했으나, 엊그제 미국계 신용평가회사 스탠다드푸어사(S&P)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강등함에 따라 '세계의 돈'으로 통하는 미 달러화의 위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를 리드하게 된 미국은 금의 가치를 바탕으로 세계 기축통화 역할을 하던 영국 파운드를 제치고, 자국이 발행한 달러가 국제적인 거래의 수단으로 인정받도록 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전후 가장 안정적이고 성장성이 예측된 미국 경제의 역량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번 S&P의 경고는 미국 경제가 2등국으로 밀려나 달러 발행국의 지위가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S&P의 발표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식시장은 폭락장세를 보였고, 미 행정부는 즉각적인 진화작업에 나섰다. 미 행정부는 현재 재정적자 감축을 논의중인 상태에서 신용등급 전망을 낮춘 것은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된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S&P가 야당인 공화당의 입장에 기운 나머지 무리한 전망을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무디스와 피치 등 다른 신용평가사들이 미국 경제의 신용등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국제신용평가사들이 늘 정확한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동아시아 외환 위기시 이들 신용평가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하루 아침에 투기적 수준으로 깎아내림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자금을 구하기 어려웠고, 이자 부담도 커져 외환위기 극복 부담을 가중시킨 바 있다. 그동안 많은 국가들이 신용평가사들의 독단적인 결정에 반발하였고, 합리적인 기준을 새로이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들 미국계 신용평가사들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영업을 해왔다. 미국의 신용등급은 AAA로, 독일·프랑스·캐나다 등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실제로 등급이 낮아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미국의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 누적의 문제점을 국제적으로 확인시켜 준 점은 높이 살 만하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일부를 제외하고 1990년 이후 미국의 국가채무는 꾸준히 증가해 왔으나, 최근들어 그 증가폭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나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집권한 오바마 행정부는 재정 투입 확대로 경제를 살리는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국가부채가 5조달러 더 늘어나게 되었고 조만간에 15조달러 채무를 기록할 전망이다.막대한 국가채무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금년에도 미국은 세수보다 4배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 2010년 기준 미국의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8%에 이르렀고, 국가채무 이자 지급에만 2천억달러가 필요하다. 미국이 달러 발행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면 벌써 파산했을 것이다. 아무리 달러를 찍어 국가채무를 메워 나가고 있지만, 이러한 악순환이 지속될 수는 없다. 공화당은 재정 적자 감축을 주장하는 반면, 집권 민주당은 재정건전성을 높이게 되면 복지지출을 줄여야 하고 이는 서민들의 어려움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하여 재정적자 감축에 반대하고 있다. 공화당이 주도하여 만든 예산 감축안이 하원을 통과했지만,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에서는 부결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재정적자 감축 논란은 앞으로 상당기간내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S&P는 바로 이 점을 고려하여 '부정적' 전망을 내렸고, 만약 재정적자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통제하지 못할 경우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S&P의 발표 이틀후 미국 주식시장은 안정을 찾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세계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계기가 돼 각국이 재정건전성 개선을 위해 지출을 줄일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고, 달러 가치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원화 가치가 올라 우리나라 수출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고, 석유 등 원자재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미국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양호한 편이지만, 외국의 사례를 참조하여 재정건전성 제고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2011-04-20 경인일보

어설픈 기름값 인하방식

[경인일보=]우리는 언제부터 돈 쓰는 맛을 실감하게 되었을까? 1990년대부터라고 하고 싶다. 해외여행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 것이 불과 20년 전이다. 1987년에 시작된 민주화의 영향으로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가 취해졌다. 외제차 수입이 자유롭게 된 것도 1987년이다. 공식적인 수입 자동차 1호는 벤츠인데 한해 판매량이 고작 10대였다. 어른들이 터놓은 사치품 소비 물길에 자연스레 올라탄 자식들이 압구정동 오렌지족으로 등장한 것이 1990년대 초중반이다.그때까지, 부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만족만을 위하여 쓰는 돈은 어느 정도 쓰고 나면 더 이상 쓸데가 없었다. 돈이 아무리 있어도 외제 승용차를 살 수가 없고, 외제 명품도 수입이 안 되니 밀수된 물건뿐이었다. 그러니 명품이 있어도 보란 듯이 대놓고 자랑할 수 없었던 거다. 괜찮은 물건은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불법 '양키물건'이 다였다. 그러던 것이 수입자유화, 여행자유화가 되면서 세계적 명품을 소비해 보니 부자들은 돈맛을 만끽하게 되고, 일반 대중들도 돈쓰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경제 개방과 연이은 자유무역협정은 한국의 소비를 세계화하는 종결자라고 할 만하다.상품을 소비하듯 돈을 버는 것도 세계화가 되고 있다. 핫머니, 해외투자펀드는 물론이고 돈만 있으면 우리는 주식시장에서 외국 기업의 주주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 포스코, 국민은행 등 잘 나가는 대한민국 기업들이 버는 돈은 절반 이상이 외국인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이러니 자본과 기업에서 국적을 따지는 것이 고루해졌다. 인천에 있는 한국지엠자동차회사와 미국 앨라배마에 있는 현대자동차회사 중 어느 쪽이 한국인들에게 도움을 더 줄 것인가는 명약관화하다. 미국 회사인 한국지엠이다. 우리가 삼성전자를 평가하는 건 대한민국 회사라는 애국심의 맥락보다 고용 기여가 훨씬 커다란 요인이 아닐 성싶다. 삼성전자는 대표적인 다국적기업이다.요즈음 기름값 100원 내리기가 세상관심사이다. 가격은 경제상태를 나타내는 온도계와 같다. 소비자의 지불의향액과 생산자의 수용의사액이 시장에서 균형과 조화를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최근 기름값 인하는 누군가가 온도계에 억지로 찬바람을 불어 넣어 온도를 끌어내리는 모양새로 비추어진다. 그것도 석 달만 그렇게 한다고 한다. 비경제적인 손길에 휘둘리다가 경제온도계의 기능이 망가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그 '누군가'가 이런 걸 모를 리는 없었을 것이다. 다만 경제보다 더 중요한 이해관계를 우선해야 한다고 판단을 했으리라. 기름값이 100원 내리면 소비자물가가 0.2%포인트 가량 내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기름값 인하는 구성이 난삽한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기름값이 묘하다. 인하 검토해 보라"며 대통령이 운을 뗐다. 전직 회계사 출신인 주무 장관이 기름값 분석은 자기 전공이라며 기염을 토하며 장담했던 것이다. 그런데 조사결과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정유사는 일률적으로 '가격인하 담합'을 했고 장관은 국민부담을 나누겠다는 상생의 정신을 높이 산다며 화답했다. 이 극의 피날레는 정유사의 고통과 정부의 찬사가 무색하게 주유소에 가면 기름값은 거의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니 주유소에서 소비자들은 혀를 끌끌 차며 냉소적이 될 수밖에. 모처럼 국민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호기를 놓쳐버린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정부가 가진 경제주권의 폭이 개방화로 대폭 좁혀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경제개방의 정도로 따지면 대한민국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덕분에 다양한 소비와 글로벌한 재테크가 가능해졌지만 우리는 이제 대한민국 경제를 흔드는 다수의 국내외 경제시어머니들과 동거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필자가 근무하는 연구원에서 10여 분 오르면 철마산 작은 봉오리에 닿는다. 거기서 가장 편안한 시야가 확보되는 지점은 정상이 아닌 8부 능선 가량이다. 가장 크고 가장 많고 가장 높은 것이 언제나 가장 좋은 것이 아닌 게 세상살이인 듯하다. 기름값 사태를 보면서 8부 능선 경제전망대를 생각해 본다.※ 알림경제전망대 필진이 바뀌었습니다. 조승헌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통령지속가능발전위원회 갈등조정위원, 행복경제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으며 저서로 '행복을 디자인하라' 등이 있습니다.

2011-04-13 조승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