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장소성 회복의 첩경

'변질된 공간' 시민 접근 가능한 영역으로 재생즉물적 발상은 '복고심리 자극' 일회성에 불과진정한 기억, 장소가 겪은 고통·시련 되살려야 장소성의 회복은 도시재생과 마을만들기 사업 도시와 지역혁신 사업에서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이다.장소성(placeness)란 장소가 갖고 있다고 여기는 고유한 성격이나 분위기, 혹은 사람들이 느끼는 독특한 감정이다. 일반적으로 일정한 지역이나 건축물을 가리키는데 '공간(space)'이나 '장소(place)'라는 말을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으나 그 어감은 대조적이다. '장소'라는 말은 오래된 성터나 고향 마을과 같은 곳을 환기한다면, '공간'은 현대적인 건축의 내부나 합리적으로 구획된 영역, 혹은 신화 속의 환상적 배경 등을 가리킨다. '장소'는 낯익고 정겨운 곳으로 받아들이지만 '공간'은 낯선 곳으로 여긴다. 공간과 장소의 차이는 단순히 심리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한 영역의 소유나 점유방식, 기능상의 특성과 관련되는 것이다.장소는 마을의 빨래터나 실개천에 놓인 징검다리처럼 구체적이며 주변의 다른 장소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분명하다. 그만큼 투명하고 가시적이다. 장소와 관련된 기억은 상대적으로 밝고 긍정적인 것들이다. 장소는 비교적 좁은 면적을 차지하며 한 점으로 수렴되는 양상을 띠고 있어 아늑하고 친근한 곳으로 체험된다. 장소는 주체의 특수한 기억이 아로새겨져 있지만 대체로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하는 곳이다.공간은 대학의 강의실이나 호텔의 객실과 같은 곳이다. 특정한 목적을 위해 규칙적으로 구획되어 있으며 고유성이 없는 숫자나 기호로 구분된다. 공간은 특정한 기능을 위해 만들어진 영역이므로 주체의 행위를 은연중 강요한다. 자동차는 도로 위에 올라서면 달려야 하고 교실은 공부하는 곳이고 공장은 제품을 만드는 곳이며 미술관에 들어서면 '진지하게' 그림을 감상해야 한다. 공간은 기능 때문에 더 규격화되고 균질적으로 바뀌며 거대한 아파트 단지처럼 사람들에겐 정서적으로는 더 낯선 곳이 된다.근대 이후의 사회적 변화는 산업화와 이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도시화였다. 거주자의 입장에서 보면 도시화야말로 정든 장소를 낯선 공간으로 바꾼 제1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본질적으로는 삶의 영역과 터전들이 자본에 의해 사적 소유로 점유되면서 삶터가 가지고 있던 공동체적 성격과 본래의 아우라(aura)를 상실하고 만 것이다. 서울 중구 소공동의 환구단(원丘壇)은 조선시대와 대한제국기 제천행사가 열렸던 국가사적지지만 시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현재의 환구단 유적은 조선호텔의 정원처럼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장소성의 회복이란 터가 가지고 있던 공유 기능의 회복이다. 개인이 점유하거나 상품으로 변질된 공간을 다시 시민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공유 가능 영역으로 만드는 것이다. 특정한 지역이나 터전이 주민과 가졌던 본래의 관계, 사회적 역할과 정서적 기능을 살펴보고 현 시점에서 복원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야 한다. 치밀한 고증을 통해 망각된 이야기들, 역사와 기억을 되살려 내야 한다. 즉물적 발상이나 일방적 기억에만 의존한다면, 그것은 대중의 복고심리를 자극하는 일회용 소모품이 되고 만다. 장소성은 장소의 기억과 이야기이다. 진정한 기억이란 미담이나 신화도 있지만 장소가 겪어온 고통이나 시련도 마땅히 되살려야 하는 것이다./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8-03-13 김창수

[경인칼럼]다큐 '커피 한 잔의 윤리'

태국 치앙라이 고산지대 커피 재배마을 배경제작비·장비 부족으로 40분짜리 단조롭지만인천지역 영상콘텐츠 제작 새로운 모델 제시지난 2월 9일 낮, 지역민방 OBS를 통해 특집다큐멘터리가 방송됐다. 태국 북부 치앙라이 고산지대의 커피 재배마을을 배경으로 한 '커피 한 잔의 윤리'다. 커피 재배를 통해 자립하고 있는 아카족과 라오족 등 소수민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팡콘마을에선 마을공동체를 위한 희망프로젝트를 추진하고, 파히마을 학교에선 134명의 학생들에게 무료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인접국가인 미얀마에서 오는 학생들도 40명이나 된다. 전통적으로 양귀비 재배로 불안한 생계를 이어오던 소수민족들은 30여 년 전 태국정부의 권유에 따라 양귀비를 버리고 커피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확물의 질 향상과 판로 개척이 늘 문제였다.그들의 고민은 '공정무역(fair trade)'이라는 글로벌 캠페인과 만나게 되면서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저개발국가의 가난한 생산자와 노동자들이 만든 물건을 공정한 가격에 거래함으로써 경제적 자립을 돕는 이 캠페인에 참가하고 있는 인천공정무역단체협의회가 바로 그 접점에 있었다. 협의회는 4년 전 치앙라이 현지의 생산자모임인 요크커피협동조합을 방문해 생산계약을 맺었다. 다큐멘터리는 협의회 관계자들이 파히, 팡콘, 리체 등 현지 마을들을 방문해 경작지와 도정시설을 둘러보고 재배농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다.대부분의 시민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지만 인천은 우리나라 제1호 '공정무역도시'다. 국제공정무역도시를 인증하는 비영리 국제단체인 국제공정무역마을위원회(Fair Trade Towns International)로부터 지난해 11월 '공식인증(officially recognized)'을 받았다. 위원회가 인증한 아시아지역 도시는 2월말 현재 9개뿐이다. 일본은 구마모토를 비롯한 4개 도시가 등재돼 있고, 타이완에선 타이베이가 유일하다. 이러한 공정무역의 필요성과 공정무역도시를 지향하는 인천의 노력을 제대로 알리지 못해 늘 갑갑해하던 김정렬 협의회 상임이사가 지난 2015년 연말 무렵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를 찾아왔다. 좀 도와달라고 했다.제작비는 많진 않지만 인천시가 협의회에 지원하는 공적 자금이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적임자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잘 몰라서 그렇지 인천지역에는 영상전문역량이 넉넉하다. 인천독립영화협회 여백 감독이 흔쾌히 참여를 수락했다. 촬영장비와 편집시설은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가 지원하기로 했다. 완성된 콘텐츠를 '태울' 플랫폼은 제작 마무리단계에서 찾기로 했다. 이듬해 1월 치앙라이의 커피 수확철을 맞아 첫 촬영이 시작됐다. 편집이 다 끝난 시점이 그해 겨울이었으니 제작에 꼬박 일 년이 걸린 셈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콘텐츠가 적절한 플랫폼을 찾는데 다시 반 년 이상의 시일이 소요됐다. 첫 시도라서 경험치가 부족했다.'커피 한 잔의 윤리' 러닝타임은 다큐멘터리치곤 좀 짧다싶은 40분이다. 요즘 영상물에서 빠지면 섭섭한 드론 촬영분도 없다. 카메라의 시각도 단조롭다. 제작비와 활용 가능한 장비, 그리고 제작인원이 태부족이었던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다큐멘터리는 지역 영상콘텐츠 제작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대개의 영상물에서 부정적 이미지의 프레임에 굳게 갇혀있던 인천이 이 다큐멘터리에선 글로벌 도시로서 가져야 할 자세와 정체성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성숙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투박하고 거칠지만 감독의 시선이 지향하는 도시의 비전은 높고 긍정적이다. 또한 재원의 합리적 배분, 잠재역량의 발굴과 지원, 하드웨어의 구축과 활용, 최적의 플랫폼 확보 등 일련의 작업들이 합당한 주체에 의해 체계적으로 수행된다면 인천 영상문화의 새 지평을 열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확장된다. 'KBS인천총국 유치'나 'OBS 인천복귀'와는 다른 얘기다. 인천은 지금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영상콘텐츠정책을 필요로 한다. 다큐멘터리 '커피 한 잔의 윤리'가 그 단서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8-03-06 이충환

[경인칼럼]재벌총수의 깜짝쇼

오랜 관행처럼 돼버린 대기업 총수 '깜짝쇼'그들이 보여준건 '화장실 다녀온 뒤의 모습'국민들의 반응은 '반기업정서'만 부추길 뿐 올겨울의 동장군은 유난했다. 역대급 맹추위가 빈번하게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장롱 깊숙이 처박아 두었던 겨울옷들을 잔뜩 껴입어도 별로였다. 뒤뚱거리며 오가는 행인들의 모습에서 절로 웃음이 나기도 했다.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 했던가. 날씨가 추운 만큼 서민경제도 얼어붙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문재인 정부는 가진 자들에 족쇄를 채우면서 서민들에게는 포괄적 복지와 저녁 있는 삶을 제공한다며 경기 진작에 팔을 걷어붙여도 윗목의 냉기가 전혀 가시지 않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삼성이 느닷없이 기쁜 소식을 전했다. 지난 7일 세계 1위의 삼성전자가 평택 고덕산업단지의 반도체 캠퍼스에 세계 최대 규모의 새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관련 반도체 신규수요에 부응해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무려 30조원을 투자해 기존의 1공장과 같은 규모로 2020년까지 완공한단다.평택을 비롯한 경기남부권 주민들은 초대형 개발호재에 반색했다. 지난해 7월 평택 1공장 가동 후 1일 평균 1만2천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으며 월평균 500억 원의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있었다는데 또다시 쌍둥이 공장을 건설하겠다니. 공재광 평택시장은 삼성의 2기 투자로 163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일자리 44만개 창출이 예상된다며 기대치를 높였다. 서민들이 설 대목을 거의 체감 못할 정도로 내수가 꽁꽁 얼어붙은 지경이어서 반가운 것은 사실이나 개운치는 못했다. 이 뉴스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석방 이틀 만에 발표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작년 2월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433억원대의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된 지 353일 만에 2심 재판부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때문이다. 해방이후 최대의 정경유착 혐의를 정부가 너그럽게 용서(?)해준데 대한 사례인지 혹은 나라님도 못하는 경제 살리기를 재벌은 할 수 있다는 과시의 메시지인지 헷갈리는 것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재벌총수들의 '깜짝쇼'는 오랜 관행이었다. 1966년 9월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협의가 세간에 불거지자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부랴부랴 한비 주식 전부(51%)를 국가에 헌납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선언했다. 국민들은 거듭 충격을 받았다. 국내최고 기업이 잡범수준의 밀수입에 연루되었다는 점이 첫 번째였으며 둘째는 개인기업의 오너경영인이 사회물의로 퇴진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병철의 총수직 복귀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대 이건희 회장의 경우 2007년 김용철 변호사 양심선언에 따른 특검수사로 4조5천억 원의 비자금을 차명계좌로 숨긴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민들은 또다시 경악했다. 이 회장은 1조4천억원의 사회 환원을 공언하며 총수직을 전격 사퇴했다.그러나 10년이 흐른 지금까지 이건희 회장의 약속은 실천되지 않고 있다. 현대차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확인된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2008년 693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900억 원대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사회봉사명령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정몽구 회장을 수감 73일 만에 특별사면했다. 당시 정 회장은 8천400억원의 사재(私財)를 사회에 환원할 것을 약속했으나 10년이 지나도록 장학금 지급, H-온드림 펠로 육성, 다문화가정 지원 등 이행실적은 2% 정도에 불과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2013년까지 해당 금액만큼의 계열사 주식을 정몽구재단에 넘겼으므로 약속을 이행했다고 언급했다. 언제까지 어떤 방법으로 환원하겠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터여서 불감청(不敢請)이나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재벌들의 언론플레이는 위의 사례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두 푼도 아니고 거금을 흔쾌히 내놓기 어려울 것이나 지금까지 재벌총수들이 국민들에게 보여준 행태는 화장실 다녀온 뒤의 모습이다. 세계유수의 명문기업 성장비결은 사회와의 원활한 소통이다. '깜짝쇼'는 국민들의 반기업정서만 부추길 뿐이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8-02-27 이한구

[경인칼럼]'포스트 평창'의 정치학

북한 핵실험 동결 등 '비핵화 단초' 명분으로한미군사훈련 공세적 성격 완화 한국의 역할보수정당의 정치적 유연성·냉철한 인식 절실평창올림픽은 한반도 긴장을 잠시 유예시켰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전격 제안은 대북제제 완화, 한미 균열 등을 노린 전략적 사고가 개재됐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북의 계산이 무엇이든 올림픽에서의 안보위협을 제거하고 향후의 불가측성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모멘텀을 마련했으니 남북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의 행위 주체자들은 상생의 결과를 얻어낸 셈이다.문제는 '평창'이후다. 포스트 평창의 모호성은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펜스 부통령의 올림픽 개막식에서의 의식적인 북한 무시 행동은 비핵화 없는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확고한 미국의 의지를 전달했다. 물론 미국은 '대화'를 언급하고 있으나 역시 방점은 비핵화 의사가 없는 북한에 대한 군사 옵션을 포함한 최대의 압박에 찍혀있다.남북대화와 북미대화의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한반도는 다시 일촉즉발의 긴장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미국은 '핵 있는 평화'를 용인하지 않는다. 올림픽 이후 한미연합군사 훈련이 재개되고 이에 반발하여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이 이어진다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한국은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관리할 숙명적 과제를 안고 있다. 북한의 사정권에 있는 일본은 미국과 이해관계를 공유한다. 이렇듯 한반도 주변 당사자들의 셈법은 각기 다르다.한미, 남북, 북미, 미중 등 양자 및 다자의 중층적 논의구조에서 교집합을 도출해 내지 못하면 한반도 정세는 시계제로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역시 관건은 북한이다. '핵 있는 평화'를 원하는 북한의 생각은 한반도를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게 할 수 있다. 북한이 핵 동결이나 비핵화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 없이 북미대화의 물꼬를 틀 수 없다는 상황인식을 가지고 있느냐의 여부는 한반도 안보위기 해소의 관건이다. 그러나 핵 동결이나 미사일 발사의 중단 등의 과정을 거쳐 비핵화로 접근하는 로드맵에 대해 부정적인 미국의 경직된 태도도 한반도 문제의 불안요소다. 북한과 미국의 유연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이유이다.문제는 국내정치다. 국제정치와 국내정치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한반도 논의구조에서 국내정치는 국제정세 못지 않은 결정력을 지닌다. 한국정치에서 안보변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한다면 평창 이후,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상상력과 가변성은 극대화될 것이다. 정치권은 지방선거 모드로 전환되고 지지율이 밀리는 보수정당은 안보이슈를 최대한 활용하여 지지층 결집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북한 변수는 역대 지방선거에서 보듯이 특정 정파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2010년 천안함 폭침에도 불구하고 당시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지방선거 전에 발표됐으나 역시 여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보수정당들은 여전히 안보이슈를 극대화해서 선거경쟁에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한국의 낡고 박제된 정치문법 때문이다.보수일각의 극우적 안보인식과 박제된 냉전적 사고는 복잡다단하게 전개되는 한반도 안보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게 하는 결정적 요소들이다. 여론을 설득하지 못하면 북미대화를 위해 북한과 미국을 중재해야 하는 한국정부의 상대적 자율성은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정상회담 성사의 '여건'에는 미국을 설득시키는 일 못지않게 국내여론의 지지도 포함된다. 지방선거에서 안보보수를 내세운 '색깔론' 등 기존의 프레임이 일정 부분 보수층을 자극한다면 '한반도 운전자론'의 운신 폭은 현저히 좁아진다.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의 동결 등 비핵화의 단초를 열 공간을 확보하고 이를 명분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공세적 성격을 완화시키는 조치를 취하게 하는 것이 한국의 일차적 관문이 될 것이다. 평창 이후의 한반도 상황을 여하히 관리하느냐는 이념의 차원을 넘는 영역이다. 보수정당의 정치적 유연성과 냉철한 상황인식이 절실하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

2018-02-20 최창렬

[경인칼럼]'맏형' 수원시가 사는 법

어느 정치인 "이웃지자체 큰형 격인 수원시매사 구실 못해 시끄럽고 요란해 부끄러워"어울려 살려면 양보하고 손해 볼 줄 알아야2013년 입주한 용인시 영덕동 청명센트레빌 아파트는 수원시 원천동과 영통동 사이 U자 형태로 둘러싸여 있다.수원이 생활권이고, 어린이들은 1.1㎞ 떨어진 용인 흥덕초등학교에 다닌다. 등굣길은 왕복 8차로 도로가 가로막는다. 200m 거리에 수원 황곡초등학교가 있지만 다닐 수 없다. 초등학교 배치는 해당 지자체 거주자로 제한된다.입주민들이 수원시로의 편입을 원하는 이유다. 용인시는 학군이라도 조정하자 했으나 진전이 없다. 수원시는 급할 게 없고, 용인시는 답답하다.화성시 등 5개 지자체가 광역화장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님비(NIMBY)를 극복하자는 고육책이다. 2013년, 화성시 매송면 숙곡1리가 후보지로 결정됐다. 의기투합 3년 만이다. 화장로 13기, 장례식장 6실, 봉안시설 2만 6천440기, 자연장지 3만8천200기를 갖춘 대형 종합장사시설이다. 한숨 돌리는가 했는데,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수원시 호매실지구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화성시는 무연·무취·무색의 첨단시설이라 피해가 없다고 설득했다. 후보지와 호매실간 거리는 2㎞가 넘고, 칠보산이 가로막았다. 호매실 주민들은 편서풍을 타고 먼지가 넘어온다 주장했다. 팩트(Fact)는 뭉개지고, 감정만 쌓였다. 양측의 눈과 귀가 수원시로 향했다. '안된다'고 했다. 화성뿐 아니라 부천·안산·시흥 ·광명이 함께 주저앉았다.수원은 용인·화성·의왕·안산·군포 5개 지자체와 접한다. 도 수부(首府) 도시에 인구가 가장 많다. 맏형 격이다. 그런데 형님을 바라보는 동생들 눈길이 곱지 않다. 노골적으로 불만과 불평을 하는 지경이 됐다. 용인·화성시와는 경계 조정과 군 공항 이전을 두고 다툰다. 경계조정이 어긋나면서 의왕시와도 서먹하다.수원시는 딴청이다. 이웃 간에는 다툼과 시비가 있기 마련이라고. 양보할 생각이 없고, 손해 보는 일은 더 안된다는 태도다. 주변이 시끄럽자 중앙정부에 손을 내밀다 면박만 받았다.수원은 전에 빚진 게 있다. 1990년대 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인계동 시립화장장은 골칫거리가 됐다. 외곽으로 이전을 추진했다. 수차례 진통 끝에 용인시계와 접한 하동으로 옮기게 됐다. 지금의 연화장이다. 용인시와 시민들의 이해와 동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수원시 하수를 걸러내는 종말처리장의 주소는 화성시 송산동이다. 최신 기법이라도 모든 악취를 없앨 수 없다. 화성시와 시민들은 냄새나는 혐오시설을 선선히 받아들였다. 상생의 마음이다.동네 한복판이 된 군 공항 이전은 수원시의 숙원이다. 경계선까지 개발된 마당에 굉음을 내며 전투기가 오르내리는 건 주민들의 인내 치를 넘어선다.후보지가 된 화성시는 '죽어도 안 된다'고 결기를 다진다. 대구와 광주는 공항 이전이 저만치 나갔으나 수원만 꼼짝 못하고 있다.광역화장장이 들어선다 했을 때 서수원 주민은 반대할 수 있다. 그런데 수원시와 염태영 시장까지 나서 힘을 보탠 건 과했다. 화성시민과 채인석 시장은 분노했다. 당위와 논리가 밀려나는 '군 공항 결사반대'의 속내는 구원(舊怨)일 것이다.얼마 전, 수원의 정계 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 "수원은 이웃 지자체들의 맏형 격인데, 구실을 못하니 시끄럽고 요란하다. 답답하고 부끄러운 노릇이다."어울려 살려면 때로 양보하고 손해 볼 줄 알아야 한다. 집안 맏형이라면 어찌해야 할지 말할 필요도 없다. 형님이 너그러워야 가정이 편하고, 형제간에 어깨동무한다.'언눔' 전우익 선생(2004 작고)은 평생을 경북 봉화에서 자연과 벗하며 살았다. 그가 꾸짖었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홍정표 논설실장홍정표 논설실장

2018-02-13 홍정표

[경인칼럼]블록체인기술과 문화지형의 변화

디지털 콘텐츠 유통혁신 예고 제도 필요자유로운 거래 공동체 활성화 잠재력도정보 공유·분산 '민주주의 새모델' 유추4차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는 정부가 정작 암호화폐 앞에서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실체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거래소 폐지를 공언했던 법무부 장관은 국민들의 항의가 폭주하자 거래 실명제 도입으로 물러섰다. 역기능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유시민 작가도 암호화폐를 두고서는 사회적 기능은 없고 대중을 현혹하는 악으로 '단죄'하기에 급급하다. 암호화폐란 컴퓨터가 연결된 네트워크가 거래내역을 보증하는 온라인상의 가치 교환행위를 말한다. 화폐를 관리하는 기관이 존재하지 않고, 실물이 없다는 점에서는 전통적 화폐와는 다르지만 '거래와 지불'을 보증하고 있기 때문에 화폐의 기능을 지니고 있다.현재 거래중인 1천여종의 암호화폐가 있으며, 시가총액은 570조원에 달한다. 10년내 블록체인 플랫폼이 세계 GDP의 1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는 '실체없는 신기루'라고 비난하나 버블논란과 무관하게 '실체'이며 대세임을 입증한 것이다. 월마트는 블록체인 기술에 사물인터넷을 결합하여 중국 업체들이 납품하는 돼지고기의 사육과정과 육질, 유통경로와 위생상태를 완벽하게 관리하고 있다. 무역거래에서 수출입의 전과정을 하나의 체인으로 연결하여 실시간 확인 가능한 선박물류시스템의 블록체인화를 추진하는 나라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문화콘텐츠 시장의 지각변동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닥(Kodak)사가 개발 완료한 사진 거래용 암호화폐 '코닥코인'과 블록체인 기반의 사진 거래 플랫폼인 '코닥원'이 대표적이다. 사진가가 코닥원에 사진을 등록하여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사진 사용에 대한 저작권료를 자동으로 받는 블록체인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다른 콘텐츠에도 적용될 수 있다. 콘텐츠 저작권 저작물을 등록하면 저작권 정보가 입력된 블록이 형성된다. 등록된 저작물을 소비자가 내려받으면 원작자에게 저작권료가 자동으로 지급된다.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에서 콘텐츠 거래는 극도로 단순화된다. 소비자들은 수수료 없이 콘텐츠를 구입할 수 있으며, 저작자들은 높은 가격으로 대량 판매가 가능하다. 사진이나 영상, 음반 등 디지털 콘텐츠 유통 혁신을 예고하고 있어 제도적 대비가 필요하다.블록체인 기술은 지역과 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니고 있다. 중개자나 관리자 없이도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지역암호화폐 거래망을 구축하게 되면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는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지역주민의 기부나 봉사활동 결과를 지역 암호화폐시스템에 입력해두면 나중에 전통시장이나 지역 가맹점, 문화공연장 등에서 환산한 액수만큼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최근 지역 암호화폐 '노원(NW)'을 발행한 서울시 노원구의 창조적 실험이 성공했으면 좋겠다.블록체인 기술에서 보안(security)은 역설적이다. 전통적 보안은 정보를 한곳으로 모으고 타인들의 접근을 봉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에서는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분산될수록 보안성도 강화된다. 정보의 공유와 분산으로 더 안전한 거래를 보장하는 블록체인 '기술'에서 민주주의의 새로운 모델을 유추할 수 있다. 정보 독점과 집중으로 비대해진 권력의 폐단을 분산과 개방의 원리로 극복할 가능성 말이다./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8-02-06 김창수

[경인칼럼]문제는 탁아야!

국가 살리기 위해선 아이 많이 낳아야 하는데워킹맘 걱정 더는 '국공립어린이집' 증설 시급2305년후에도 대한민국 존재위해 반드시 실현솔직히 치매만 신경 쓰면 될 줄 알았다. 어느 세월에 미수(米壽)에 이른 어머니와 고희(古稀)를 훌쩍 뛰어넘은 장모를 보면 더욱 그랬다. 당장 두 분의 왕성한 정신력을 보면 괜한 걱정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어디 예고하고 방문하는 손님이던가. 주변에 노인성 치매를 앓는 어른을 모시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기에 그들 가족이 겪는 고통이 예사롭지 않았다. 도대체 이 난제를 개인에게만 맡기고 있는 국가의 심보는 뭐란 말인가. 늘 불안과 걱정 그리고 불만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런데 치매만 문제가 아니란 걸 요즘 피부로 느낀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한 건 서울 사는 딸이 집으로 들어오기로 하면서부터다.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까지 남은 날들과 부부의 출퇴근 거리를 감안한 결정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엊그제 돌잡이 이벤트를 치른 외손자의 육아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당장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50대 중반의 아내까지 자기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돌보는 '독박육아'가 애당초 가능치 않은 상태였다. 아직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녀석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결론은 '당연히'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으로 모아졌다. 그래서 주변의 어린이집 형편을 살펴보기로 했다.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으로 보낼 요량으로.아뿔싸! 그런데 이게 무슨 난리냐. 보낼 곳이 없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 '맡길만한' 곳이 없는 게 아니라 '맡길' 곳이 아예 없다. 사는 곳을 포함해 국공립어린이집 3개가 한꺼번에 새로 문을 여는 데도 불구하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 특히 지난 해 태어나 만 0세반으로 들어가야 하는 영아들은 바늘구멍조차 없는 상태였다. 3개 국공립어린이집을 합쳐 고작 6명이 수용 가능한 최대인원이라니. 입소신청 개시일 오전 10시부터 접수를 시작한다고 했다. 일찌감치 1시간 전부터 PC 앞에 앉은 딸이 달리기 총성이라도 기다린 듯이 정각에 접수시켰음에도 우리 집 아이는 62명 중 55번째였다. 같은 1순위 중에서 우선배정 조건을 갖춘 신청자들이 계속 들어오면서 그마저 순위도 하염없이 뒤로 밀려나갔다. 국공립어린이집 신청에 훨씬 앞서 대기신청 해두었던 민간과 가정어린이집조차도 순위는 여전히 두 자리 수였다. 몇 달을 기다려야 할지 모를 일이다. 이러다간 초등학교 들어갈 때쯤에서야 겨우 자리가 날까. 지난해 신생아수가 30만 명대로 줄어들었다. 2000년 공식통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그때의 딱 반 토막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출생아수 2만7천명은 월별 역대 최저치다. 일찌감치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한 인구학자는 "2305년 인구소멸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국가는 대한민국"이라고 했다. 이제야 모두들 실감하는 분위기다.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축하금을 주니, 출산장려금을 지원하겠다느니 부산을 떤다. 아이를 낳는 게 애국이라고 젊은 부부들을 몰아붙인다. 애국의 반대는 매국 아닌가. 아이를 낳지 않으면 매국노 소리를 들을 판이다. 이쯤 되면 국가적 협박수준이다. 하지만 '탁아(託兒)'의 현실이 저러하니 낳아도 키울 수가 없는 상황이다. 아기엄마들이 왜 국공립어린이집만 찾느냐는 지적도 할 수 없다. 국가시스템으로서의 탁아시설이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잘못됐다' '과하다' '쏠린다' 나무랄 수 없다.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학대사건들이 그 이유다.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선 아이를 낳아야 한다. 아이를 낳게 하려면 국가적으로 육아(育兒)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육아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선 탁아(託兒)문제의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탁아'야말로 국가의 존립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에 국공립어린이집을 40%대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그 어떤 공약보다도 이 공약만큼은 반드시 실현되길 바란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2305년 이후에도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을 터이니./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8-01-30 이충환

[경인칼럼]공짜 점심은 좋지만

문정부 정책 하나하나 많은 비용부담 요구의무지출 비율 많고 보편적 복지 점입가경잠재성장률 낮아 재정지출 속도 조절 필요문재인정부의 '포용적 복지'정책이 탄력을 받고 있다. 포용적 복지란 과거의 '선(先)성장, 후(後)복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복지와 성장이 조화를 이루는 복지정책으로 배경은 현재의 한국사회가 생활과 노동, 경제와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위기라는 인식에 근거한다. 유엔이 각국의 소득과 기대수명, 자유와 사회적 지원, 부패지수 등을 종합해서 발표하는 2017년도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은 156개 국가 중에서 56위에 랭크되어 있다.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스위스 등 전통적 복지국가들이 최상위권을 차지했는데 빈부격차가 적은 데다 정치사회적 안정이 특징이다.'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유럽인들의 추앙을 받던 존 스튜어트 밀은 빈곤과 불평등의 축소를 사회발전의 요체로 지적하고 이를 위해 '개인들의 양식과 배려가 결합된 사회'의 실현을 요구한 바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복지란 시혜(施惠)가 아니라 인권"이라 강조했다. 헌법 제34조 2항에도 '국가는 사회보장, 사회복지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지닌다'고 명시했다.지난해 8월 문 대통령은 국민 모두가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며 미용과 성형을 제외한 모든 의료행위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의 소위 '문재인케어'를 발표했다. 환자의 부담이 큰 선택진료비, 상급 병실료, 간병비 등 3대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을 단계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경증치매환자도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60세 이상 치매 의심환자에 대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검사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2022년까지 5년간 30조6천억원을 투입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또한 금년 1월부터 실업급여를 인상하고 월 보수 190만원 미만 근로자를 한 달 이상 고용한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에게 근로자 1명당 매월 13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460만여 명이 혜택을 볼 예정이다. 올 9월부터는 0~5세 아동이 있는 가정에 양육수당과는 별도로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기로 해 홀벌이 가구 등의 기대가 크다.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에 지급되는 기초연금 지급액도 5만원씩 올리는데 어르신 빈곤 완화차원에서 2021년까지 월 30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정책 하나하나마다 엄청난 비용부담이 요구되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공짜점심은 없는 법이어서 당장 이번 달부터 건강보험료가 작년보다 2%가량 오른다. 고용노동부는 2019년 1월부터 고용보험료 23% 인상방안을 확정했다. 20년간 묶였던 국민연금 보험료도 금년 상반기 중에 올릴 예정이다. 지속가능하며 일관된 추진을 위해서는 소요재원의 꾸준한 확보가 생명인데 특히 의료는 서비스 받는 국민과 환자가 편할수록 수요가 갑작스럽게 커지는 경향이 있어 우려가 크다.복지와 성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한 고전적 처방인 재정정책에도 확신이 안 선다.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재정의 경기부양 기능에 회의적인 시각이 힘을 받고 있다. 알베르토 알레지나 하버드대 교수는 정부 지출을 늘렸을 때보다 재정적자를 해소하고자 대규모로 정부 지출을 축소한 이후에 오히려 경제성장이 관찰되었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2016년 기준 중앙 및 지방정부 부채는 717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43%란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일본이 237%로 세계 최고이고 이탈리아(132%), 미국(127%), 캐나다(114%) 등에 비해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양호한 것이다. 최근 10여 년 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무상급식, 기초연금,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 복지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에도 비교적 선방했다. 그러나 의무지출 비율 증가속도가 빠른데다 이 정부의 보편적 복지정책은 점입가경이어서 안심할 수는 없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잠재성장률 저하와 고령인구 증가는 설상가상이어서 재정지출의 속도조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정부란 무조건 나라 빚을 많이 지고 본다"는 독일 최고의 경제학자 하노 벡 교수의 질타가 돋보인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8-01-23 이한구

[경인칼럼]개헌 핵심은 대통령 권한 분산이다

권력구조 개편, 대통령제 같이 '4년중임' 하되내각제적 요소 없애고 권한 나누면 野도 동의정치적 접근보다 국민여론·실현 가능성 무게개헌 국민투표와 지방선거와의 동시실시가 여야의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개헌 특위가 6개월 연장됐지만 그동안 특위의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미루어볼 때 기대 걸 일은 아닌 듯하다. 게다가 여야간에 권력구조에 대한 생각이 달라서 합의 가능성은 낮다. 권력구조 합의가 안 되면 기본권 확대와 지방분권 강화를 담는 방향으로 개헌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이기도 하다. 그러나 개헌의 요체는 현행 대통령제의 개편이다. 87체제 이후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인식이 개헌의 당위성의 논거다. 권력구조 측면에서 여야의 합의가 거의 불가능해 보이긴 하지만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실질적인 대통령 권한 분산을 헌법에 담는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군사정권의 퇴장 이후 1987년 만들어진 현행 대통령제는 제3공화국의 강한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면서 권력분립과 상호견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현행 권력구조는 순수 대통령제에 비하여 여전히 제도 및 운영에서 권력분립의 정도가 낮고 대통령에로의 권력집중이 강하다. 이는 국회와 대통령의 마찰이 일상화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여야의 적대적 대립은 국회와 대통령의 갈등과 중첩적으로 작용하며 반목의 정치를 일상화한다. 현행 헌법의 내각제적 요소인 국무총리 제도,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국무위원의 의원직 겸직 허용 등의 제도는 국회의 영향력 증대 보다는 대통령 권력 강화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엄격한 권력분립을 기본정신으로 하는 대통령제에서 의회와 내각의 융합을 기본으로 하는 내각제 제도의 원용은 대통령 권력의 강화 요인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이는 중앙집중적이고 강한 기율을 바탕으로 하는 정당제도와 맞물리면서 국회에서는 대통령 정당 대 반대당의 대립구도가 고질화되고 있다. 결국 내각제적 요소는 대통령이 입법부의 정치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대통령의 권력집중을 강화시킴으로써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서의 위상보다 삼권위에 군림하는 양상을 띠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대통령의 임기와 국회의원 선거 주기의 불일치로 분점정부, 즉 여소야대 가능성의 증대는 국회의 행정부 견제 강화보다는 대통령과 국회의 상시적인 마찰로 국정 운영의 교착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여야 합의가 어려운 권력구조 변경은 차후에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권력구조에 대한 공감을 넓혀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국민 여론은 여전히 대통령제에 대한 선호가 높다. 대통령제를 유지하려면 실질적인 권력분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개헌이 필요하다. 핀란드와 오스트리아의 경우는 헌법에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성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야당은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고 있다. 국회가 합의하는 국회 선출 총리와 국민 직선의 대통령이 권력을 분산하는 이원집정부제는 국민의 국회에 대한 신뢰가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또한 이원집정부제는 그동안 대통령-국회 간의 정치적 쟁투로 점철된 한국적 현실에서 대통령-총리의 선출된 권력의 이원적 정통성(dual legitimacy)의 대립이라는 위험요소를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성공한 이원집정부제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들은 내각제 및 내각제와 유사한 형태의 권력구조를 장기간 운용한 경험이 있는 정치체제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권력구조 개편의 방향은 순수 대통령제와 같이 4년 중임으로 하되 내각제적 요소의 제거와 함께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면 야당이 이에 동의하지 않을 이유도 없을 것이다. 정치이론적인 접근보다 국민여론과 실현가능성에 무게를 둔 개헌 논의가 절실하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

2018-01-16 최창렬

[경인칼럼]"정부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1조원 넘는 무안공항 KTX 철도 왜 필요한지전북 동네마다 수백억 역사 짓는 이유 말해야'원삼·모현 IC 재검토' 명확한 입장도 밝히길정부가 서울~세종 고속도로 원삼과 모현 IC 설치를 재검토하기로 한 건 지난해 11월이다.기획재정부는 용인시 구간 전반에 대해 적정성 재검토를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용역작업을 맡겼다. 사업비 증가에 따른 절차로, 타당성을 다시 따져보겠다는 것이나 지역에서는 둘 중 하나는 물 건너간 것으로 낙담한다.용인은 발칵 뒤집어졌다. 이들 두 IC는 지난해 말 삽을 뜰 예정이었다. 수용 대상 토지와 보상가 책정이 통보된 상황이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무술년 새해, 용인시 일출 행사장에서 주민들은 'IC가 설치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영하의 추위에도 시민들이 줄을 지어 서명했다. 시의회는 지난달 '서울~세종 고속도로 원삼·모현 IC 원안 존치 결의안'을 전원 동의로 채택했다. 성난 주민 200여 명은 기재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용인시가 경기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타당성 조사에서 모현 IC는 B/C(비용편익비)가 3.07, 원삼 IC는 1.92로 사업성이 충분했다. 기재부는 이 조사가 제대로 됐는지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한다. 주민들은 정부가 갑자기 핸들을 돌린 이유가 궁금하다. 2년 전 마을을 찾아와 '용인에 2개의 IC 설치가 확정됐다'고 전한 국토부와 도로공사는 말이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산은 기재부 소관이지만 설마 확정된 사안을 바꾸겠느냐"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고 한다.모현 IC 공사비는 700억원, 원삼 IC는 400억원 안팎이다. '정부가 공사비 몇 푼 아끼자고 국민과 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추운 거리에 나선 주민들은 "정부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탄식한다.정부는 호남 KTX 광주송정~목포 노선을 유지하고 무안공항으로 가는 16.6㎞ 지선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난해 말 호남고속철도(KTX) 광주송정~무안공항~목포 노선(77.6㎞)을 깔자고 합의했다. 2조4천731억원에 달하는 예산안도 통과시켰다. 이렇게 되면 노선이 'ㄷ'자로 휘고, 사업비는 1조1천억원 더 들어간다. 혈세를 쏟아부어 고속철도를 무궁화 노선으로 만든다는 비판에 정부는 귀를 닫았다.언론은 물론 정치권도 의문을 제기한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3천억원 짜리 공항에 KTX 경유를 위해 1조3천억원을 쏟아붓겠다고 한다"면서 경제 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정부는 이렇다 할 언급이 없다. 국회가 예산을 세웠으니 우리는 실행하면 된다는 태도다.전북에서는 고속철도 역사(驛舍) 사이에 또 역을 만들겠다고 해 지역이 갈라섰다. 혁신도시 역을 만들자는 쪽과 승객 감소를 우려한 인근 역 주민들 사이가 틀어진 것이다. 역 사이가 20㎞도 안 된다. 수백억 들여 고속철을 완행열차로 만들자는 이상한 계획이다.대한민국 사회는 온갖 프레임(틀)에 갇혀 나아가지 못한다. 정부는 이념과 계층, 지역, 세대로 나뉘고 쪼개진 프레임을 깨뜨리자고 한다. 그래야 나라의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어느 정부라도 지역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역차별은 더 나쁘다. 그런데 지긋지긋한 '지역 프레임'은 더 강하게 조여오는 느낌이다. 수도권 역차별이란 말은 일상화된 지 오래지만, 해도 너무한 일들이 벌어지니 할 말을 잃게 된다.정부는 원삼·모현 IC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1조원 넘는 혈세를 쏟아붓는 무안공항 KTX 철도는 왜 필요한지 설명해야 한다. 전북에는 왜 수백억원을 들여 동네마다 KTX 역사를 지어야 하는지 말해야 한다. 정부가 합리적 근거와 이유를 들어 이런 의문을 모두 거둬들인다면 용인시민은 추운 거리를 떠나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홍정표 논설실장홍정표 논설실장

2018-01-09 홍정표

[경인칼럼]관광 만능주의는 위험하다

원주민 일상 파괴·경제적 어려움까지 가중여행자중심 관광 '주민중심'으로 전환 필요지속가능성 지표 '사생활 보호'로 설정돼야몇 년 전 제주에 신혼집을 마련한 가수 이효리가 몰려드는 관광객들에게 "우리집은 관광코스가 아니다"라고 호소했지만, 그저 스타가 겪어야 할 유명세 정도로 여겼다. 여행이 일상화되고 마을이나 도시의 일상생활 공간이 새로운 여행지로 부상하면서, 주민들의 거주환경이 악화되고 주민들이 고통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관광활성화로 인한 정주환경 훼손 현상을 지역개발사업의 결과로 원주민이 내쫓기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빗대어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라고 부른다. 서울 종로구의 북촌한옥마을과 이화마을, 통영 동피랑 마을, 인천 송월동 동화마을 등 한때 관광지로 다른 지자체의 부러움을 샀던 곳들이 밤낮없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에게 휴일은 끔찍한 시간이다. 내국인부터 중국, 일본 등 외국인까지 연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이곳은 특히 휴일에는 마을 전체가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방문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눌러대는 셔터 때문에 언제 사생활이 노출될지 모른다. 빨래를 내다 널지 못하고 여름에도 문을 열어 놓을 수 없어 신경쇠약 증세를 호소하는 주민도 있다. 마을은 방문자들의 추억과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소품으로 소비되고, 주민들은 자신도 모르게 배경이 되는 것이다. 무단촬영 뿐 아니라 쓰레기 투기, 낙서, 흡연과 소음, 주차난 등 피해유형은 다양하다. 참다못해 마을을 떠나는 주민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관광지 원주민들의 정서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은 이화동 벽화마을의 주민들이 인기벽화 '해바라기'와 '잉어'를 페인트로 지워버린 사건이다.유럽의 관광도시들도 관광객 과다유입으로 인해 물가와 임대료 상승이 가속화되고 원주민들이 도시를 떠나고 있는 현상 때문에 고민이 깊다. 시민들이 관광객의 방문을 거부하는 대규모시위가 발생하거나 노골적인 관광객 혐오증이 확산되는 등 정부의 관광정책에 항의하는 반관광운동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바르셀로나는 호텔 신축을 불허하고 숙박공유시설의 단속으로 연간 3천만명을 상회하는 방문객 숫자를 줄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암스테르담은 방문자들로부터 하루 숙박에 10유로의 관광세를 징수하는 방안, 유적지에 기념품 상점의 입점을 제한하는 등 과잉관광을 조절하여 주민의 생활을 보호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북촌한옥마을처럼 마을이 관광지로 부상했지만 집값과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는 역설적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여행자 예절교육, 유의사항 안내판 설치, 야간 관광제한 등의 방안은 미봉책이다. 우리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들은 이같은 대량관광으로 인한 주민들의 일상파괴 현상에 대한 고민이 없다. 정부와 지자체의 관광연계주의, 관광만능주의는 이미 주민들의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관광활성화로 원주민들의 일상이 파괴되고 경제적 어려움까지 가중시킨다면 누구를 위한 관광인가를 되물어야 한다. 주민의 삶을 담보로 한 관광우선정책은 주객전도 정책이며, 시민의 일상생활을 민속촌으로 만드는 것은 인권차원에서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 여행자 중심의 관광은 원주민 중심으로 전환하고, 관광정책에서 '지속가능성'의 핵심지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보호하는 것으로 설정되어야 한다./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8-01-02 김창수

[경인칼럼]미디어교육의 즐거움

60대 은퇴자의 ‘치매노모 일생’ 국무총리상40대 아빠의 드론 영상콘텐츠 공모전 대상 기분좋았던 한해… 기대하시라 내년 ‘시즌2’김○○ 씨는 60대 중반의 은퇴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다. 얼마 전까지도 현역으로 뛰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엉뚱하게도(?) 영상공모전 시상식장에 섰다. 지난달 13일 서울에서 열린 '2017 시청자미디어대상' 시상식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주최한 이날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 '어머니, 더 사셔도 돼요'로 대상인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60∼70대 육남매는 매주 토요일, 인천의 한 요양원을 찾아간다. 지난 8년간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다. 그곳에는 치매에 걸린 100세 노모가 있다. 발병 4년째 되던 지난 2009년, 92세의 어머니를 결국 요양원으로 모셨다. 병세가 깊어져 더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영상은 어머니의 일생을 회상하고, 그 사랑과 희생에 감사하며, 그런 과정을 통해 형제 누이가 우애를 더해 간다는 내용으로 20분간 이어진다.어머니의 일생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였다. 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던 중 2015년 2월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가 매달 마련하는 시청자교양아카데미의 강연포스터를 보게 됐다. 그 달의 강연자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제작한 진모영 감독. 주제가 '다큐멘터리영화의 이해'였다. 그날 이후 센터가 제공하는 기획과 구성, 동영상 제작, 영상 편집, 다큐멘터리 제작 등 상설미디어교육 강의를 하나하나 듣기 시작했다. 이번에 출품한 작품도 다큐멘터리 제작 과목의 수료작이다. 수상 한 달 뒤인 지난 14일, 센터에서 열린 '시청자의 날' 행사에 그를 초대해 다시 작품을 보고 소감을 들었다. 행사장은 이내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이 작품은 마침 다음날 KBS 1TV '열린채널'을 통해 방송돼 전국의 시청자들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고△△ 씨는 이제 막 40대에 들어섰다. 초롱초롱한 눈빛의 딸을 가진 아빠다. "공돌이 대학생이 몇 년 뒤 직장인이 되어서도 영상은 저에게 '너무 재미있는 것'이었지만, 현대를 사는 모두에게 그렇듯 취미에 그 이상을 바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랬던 그에게 늦은 사춘기가 찾아왔다. 새로운 일을 찾던 중 가족들과의 여행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 영상을 본 이가 공모전 응모를 권유했다. "이런 저런 생각들과 고민들로 자존감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을 때 쯤 '인천에서 드론공모전 하는데 거기 출품해보세요'라는 댓글을 보게 되었고, 그때부터 제 영상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기도 하고, 용기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가 첫 주최한 '2016 드론 영상콘텐츠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올해도 여러 공모전에서 잇따라 입상했다. 지난 14일에는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가 전국으로 확대 시행한 '2017 드론 영상콘텐츠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해 방송통신위원장상을 받았다. 지난해에 이은 수상이었다. 며칠 뒤 그가 센터장과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왔다.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 덕분에 암울했던 시기에 용기 얻어 공모전에 도전할 수 있었고, 공모전을 통해 스스로 많이 배우고, 성장한 2017년 한해가 된 거 같아 다시 한 번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마침 대상을 받았던 그 주에 다른 공모전에서 행정안전부장관상을 받았다는 사실도 메일을 통해서 알게 됐다.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의 보람이 컸던 한 해였다. '전 국민 생애맞춤형 미디어교육'의 현장인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운영하는 즐거움을 만끽했던 한 해였다. 특히 두 분의 수상자 덕분에 기분 좋게 한 해를 마감한다. 이제 내년부터는 인천광역시와의 새로운 파트너십을 시작한다. 초대 센터장으로 부임한 이후 줄곧 그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터다. 기대하시라,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 시즌2!/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7-12-26 이충환

[경인칼럼]유통업 고난의 시대

빅데이터·인공지능 등 '4차산업혁명' 코앞어느 순간 상업도 사라지지 않을까 두렵다 창조적 파괴에 따른 서민경제 위축 더 큰일지난달 경인일보가 인천의 대표 책방이 '책도 파는 빵집'으로 변신한 것을 개탄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동인천역 맞은편에서 65년째 영업 중인 대한서림은 10여 년 전까지 6층 건물 전체가 서점이었으나 규모가 크게 축소되었다는 내용이다. 학생인구 감소에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의 발달이 직접 원인이다. 필자 자신도 오프라인 서점을 찾은 지가 언제(?)인가 싶다. 핸드폰으로 도서 검색부터 결제까지 일사천리인 것이다.요즘은 만나는 자영업자들마다 이구동성으로 경기가 외환위기 때보다 나쁘다며 한숨을 쉰다. 국세청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문구점과 식료품가게는 12%, 신발가게는 13%, 가전제품 매장은 3%씩 줄었다. 골목상권을 위축시켰던 대형마트와 백화점까지 위험지경에 처했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사는 향후 3년간 신규출점 중지를 선언한 상황이다. 과거에 비해 경제성장률이 둔화되었지만 국민총소득은 꾸준하게 늘었다. 국민들이 소득이 늘어도 미래가 불안해서 함부로 지갑을 열지 못하는 것이 결정적 원인이다. 갈수록 실업률이 높아지는 와중에 언제 일자리가 없어질지 모르는 지경인데 함부로 소비지출을 늘릴 간 큰 사람들이 있겠는가. 금년 2분기의 총저축률이 36.9%로 1998년 3분기 이후 2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 시사하는 바 크다. 소탐대실의 천박한 자본주의가 초래한 결과이다. 전자상거래의 급신장은 설상가상이다. 시간을 허비하며 발품 파는 수고는 물론 점포 내에서 물건을 뒤적이다 주인 눈총을 받는 부담도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 오프라인상점 보다 가격이 매우 저렴한 것은 금상첨화이다. 상인들도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고 길목 좋은 점포를 지닐 필요가 없다. 무일푼의 구글 창업자들이 남의 집 차고에서 창업한 것이 상징적인 사례이다.우버와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 비즈니스의 확산도 주목된다. 특히 중국의 공유경제 활성화가 이채롭다. 자전거, 우산, 휴대폰 배터리, 세탁기, 헬스기구, 수면방 등 사업영역이 전방위로 확산 중인 바 공산주의시절 경험과 맞물려 공유경제는 혁신적인 사업모델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자본 진출 등의 여파로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각국 정부들이 규제에 팔을 걷어붙이는 추세이나 대세는 거를 수 없어 장기적으로 유통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해외직구 열풍은 국내의 '돈맥 경화'에 한몫 거들었다. 지난달 전세계 네티즌들을 유혹했던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 광군제(光棍節)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이 기간 중에 해외직구가 최고조에 달했다. 파격적인 가격 덕분인데 미국과 중국의 유통업체들은 쇼핑기간 중에 제품 값을 무려 10분의 1까지 인하했던 것이다. 65만원 짜리 명품청소기를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구입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주목되는 것은 국내의 해외직구 증가속도가 경이적이란 점이다. 2001년 1천300만 달러로 전체 소비재 수입액의 0.07%에 불과하던 해외직구 금액은 지난해에는 16억4천만 달러로 격증했는데 금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20억 달러를 돌파할 예정이다. 해외직구는 대행업체나 오픈마켓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으나 갈수록 소비자와 소비자간, 소비자와 제조업체 사이의 직거래 물량이 획기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매킨지글로벌연구소(MGI)는 지구촌의 총생산(GDP)이 매년 1%포인트 정도 증가하는 반면에 2030년까지 최대 8억 명이 실직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한경쟁에다 정보통신 발달에 따른 가성비에 주목한 스마트몹(smart mob)들의 맹활약이 세계물가 인하에도 상당히 기여했다. 아직은 사이버 상거래업체의 주가가 상종가이나 이 업태 또한 낙관은 금물이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과 드론 등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이 코앞에 닥친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미용이나 음식점 등 비교역재를 취급하는 서비스업을 제외하면 유통업이 빠르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공룡처럼 어느 순간에 상업도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그나저나 창조적 파괴에 따른 서민경제의 위축이 더 큰일이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7-12-19 이한구

[경인칼럼]적폐청산에 시한은 없다

사회적 불평등·이기주의 만연·계층 갈등보수정권들 권력 사유화·헌정농단 가능근본적 치유위해 적폐 행위자 단죄 필요주권자의 요구에 따라 국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한지 1년이다. 적폐는 어둡고 깊다. 촛불민주주의의 압도적 요구는 적폐청산이다. MB와 박근혜 정권은 국가의 공식적 제도와 기구를 무력화하고 주권자를 통치의 객체와 사찰의 대상으로 여겼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이 자의적으로 권한을 남용하고 주권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권력을 사유화한 위임민주주의의 전형을 MB와 박근혜 정부는 보여줬다. 이러한 헌정유린을 단죄하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출발이었던 국회 탄핵 이후 한국사회는 변하고 있는걸까. 적폐수사는 쿠데타로 집권한 정권이 냉전반공주의에 편승하여 사회의 특권과 불평등 구조를 고착화시켰던 과거 청산의 출발에 불과하다. 권위주의적 사회 운영 방식의 타파도 적폐청산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 이번에도 수구세력의 저항과 반동에 의해 적폐가 묻힌다면 사회의 왜곡된 구조의 변혁은 불가능하다. 적폐청산과 한국사회의 미래가 동의어인 이유이다. 적폐청산 수사가 박근혜 정부의 공직자·민간인 사찰 의혹과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은 물론 이명박(MB) 정부 국가정보원의 댓글 공작과 군 사이버 사령부의 여론조작 등 국가기관의 반헌법적 행위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MB 정부 국정원과 청와대의 블랙 리스트와 화이트 리스트 관여는 물론 BBK에 대한 다스 투자금 회수 개입 등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MB 정부 국정원과 군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의 규명을 위해 MB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하다. 또한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의 최정점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진상을 규명할 수 없다. MB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보수야당은 적폐청산을 '감정풀이'와 '정치보복'의 프레임으로 설정하고 수구보수의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을 거부하며 정치적 희생양 코스프레로 국면전환을 꾀하고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대의기구가 탄핵을 의결한지 1년이 된 시점에서 논평 한 마디 내지 않았다.한국사회의 그릇된 관행과 왜곡되고 일탈된 퇴행적 행위를 바로잡는 일에 기간의 제한은 가당치 않다. 해방 직후 친일세력이 반민특위를 무력화시킴으로써 일제의 잔재는 청산되지 않았고 이후 권위주의 정권의 냉전주의에 편승한 기득권 세력의 특권화는 결국 적폐를 낳았다. 또 다시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 할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시작된 지난 '보수'정권들의 헌법유린 행위에 대한 수사는 이제 불과 4개월을 넘지 않았다. 일부 보수언론과 수구세력을 중심으로 적폐청산 피로감이 언급되는 등 수사의 차질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적폐수사의 피로감은 세월호 때 등 주요 국면마다 등장하곤 했다. 피로감 프레임을 통해 국면전환을 꾀하는 반역사적 행태다. 연말이라는 시기는 적폐청산과 아무 관련이 없다.자유한국당은 적폐수사를 '청산을 빙자한 정치보복'이라며 보수와 진보의 대결구도로 국면전환을 꾀하고 있다. 프레임의 전환을 통해 반전을 노리는 정치공학이 현실정치(real politik)의 일부라는 점을 받아들인다 해도, 이에는 민주주의의 가치와 규범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전제되어야 한다. 권위주의 정권에서 냉전반공주의에 편승하여 각종 사회경제적 자원을 독점했던 세력의 기득권화는 사회경제적 격차를 가속화시키고, 불평등 구조의 고착화로 이어진다. GDP 규모에 걸맞지 않는 사회적 불평등과 이기주의의 만연, 사회적 연대와 배려의 실종, 계층간 갈등의 심화는 지난 보수정권들의 권력의 사유화와 헌정농단의 토양위에서 가능했다. 이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 적폐의 주된 행위인자들에 대한 단죄는 반드시 필요하다.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을 대치시키는 구도는 뒤틀린 프레임이다. 반민특위의 해체의 명분은 안보위기와 국론분열이었다. 유신독재는 안보와 국민총화를 내세우고 정치적 배제와 억압을 일상화했다. 국론분열과 안보위기를 내세우는 낡은 보수의 역사적 퇴행에서 불의한 정권을 지탱했던 수구의 데자뷰를 본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

2017-12-12 최창렬

[경인칼럼]'이국종' 에게 뭔 일이?

환자 더 많이 살려낼수록 적자 늘어나고의사들은 죄인 취급되는 '중증외상센터'국민 생명 더 지킬수 있는 지원정책 기대수년 전, 아주대병원 외과의사 이국종을 단독 인터뷰 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병원장과 대학 관계자를 통해 압력을 넣었다. 대학 선배인 홍보팀장에게는 "타사가 먼저 만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돌아가며 풀(pool) 인터뷰를 하는 바람에 낙종도, 특종도 없었다.이국종은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면서 세상에 이름 석 자를 알렸다. 언론은 그를 또 다른 영웅이라 불렀는데, 진짜 공적(功績)은 따로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중증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과 필요성을 알린 것이다. 대통령 지시로 전국 권역별로 중증외상센터가 개설됐고, 의료헬기로 환자를 나르게 됐다. 온전히 그의 힘이었다.세월에 묻혔던 그가 북한군 병사가 JSA를 넘어선 이후 다시 언론 앞에 섰다. 총알을 다섯 발 맞았다는 병사를 거뜬하게 치료했고, VIP 병실로 옮겨진 사진이 공개됐다.시간이 지났어도 그는 여전했다. 안경 쓴 마른 얼굴에, 눈빛은 차가웠다. 환자가 궁금한 기자들에게 정치권과 정부, 언론에 대한 비판을 격정적으로 쏟아냈다. 북한 병사에 대해서는 '살 것'이라고 짧게 언급했다.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와 이국종에게 뭔 일이 있었는가.2011년 석 선장 치료비 2억원은 아주대병원이 떠안았다. 병원 측은 2015년 말 1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치료를 받을 당시부터 제기됐던 치료비 문제는 끝내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석 선장과 이 교수에게 훈장을 주면서도 비용 부담은 모른 체 했다.중증외상센터가 지난 6개월간 헬기로 실어나른 응급 외상 환자는 150명이 넘는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100병상인데, 의사는 고작 10명이다. 인턴과 레지던트는 찾아볼 수 없고, 모두가 전문의들이다. 간호사는 환자 1명당 1명 선이어야 하는데 3명이 넘는다. 새로 배치된 간호사 10명 중 4명은 중도에 그만둔다. 새내기 일도 중견 간호사가 한다.응급의과 허요 교수는 이국종을 보좌하는 3년 차 전문의다. 한 달 30일 가운데 8~10일 야간 당직을 선다. 36시간 연속 근무가 다반사다. 그는 "사명감이 아니면 버티기 힘들다"면서 "악조건에도 센터가 운영되는 게 놀랍고 자랑스럽다"고 했다.환자들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위중한 상태로 실려온다. 복부 외상은 대장과 위장, 간과 허파 등이 다발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인정하는 의료 수가는 주 질환 100%, 나머지 부 질환은 70%만 인정한다. 환자가 많을수록 적자가 늘어난다는 이국종의 주장은 이상한 수가 책정에 근거한다. 병원은 적자만 쌓이는 외상센터가 달갑지 않다. 센터 손실만 연간 10억 원을 넘는다고 한다. 환자를 더 많이 살려낼수록 적자는 더 커진다. 센터 의사들을 '죄인'으로 내모는 구조다.이국종은 심신(心身)이 지칠 대로 지쳤다고 한다. 동료들에게 "헬기서 줄 타고 내려가다가 사고로 떨어져 죽었으면 차라리 후련하겠다"며 괴로움을 호소한다. 동료인 배기수 교수(소아과)는 언론 기고문에서 "극심한 피로와 우울을 겪는 그에게 남은 욕심이란 한 명이라도 더 살려내자는 것이다. 귀순 북한군 병사가 이국종에게 이 세상에 한 번 더 호소할 기회를 주었다. 국민의 생명과 가정을 지켜내는 중증외상센터가 더 이상 죄악이 되면 안 된다는 그의 절규를 듣고, 무엇이 급하고 소중한지를 분별해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대통령이 말하는 '나라다운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정부와 국회는 외상센터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며 호들갑이지만 '국민이 안전한 나라'는 아직 먼 듯하다. 배 교수에 따르면 '아마존 밀림 야자나무에서 떨어지나, 국내 공사 현장에서 떨어지나, 사망 확률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게 대한민국이다./홍정표 논설실장홍정표 논설실장

2017-12-05 홍정표

[경인칼럼]문화자치와 지역문화 진흥법

문화재단 자율성 높이는 '총액예산제' 도입 시급지역문화 특성화위한 고유 자원 평가·분석 필요'정부, 기본방향 제시한다'는 취지로 개정 바람직 문화 분야에서의 분권과 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가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17 문화자치연속포럼'은 전국의 문화기획자와 문화정책연구자들이 권역별로 모여서 지역문화와 문화분권의 현주소와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무엇인지를 공론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문화영역에서도 분권과 자치는 오랫동안 당위 명제처럼 여겨 왔지만, 과연 지방이 현 시점에서 '수권 능력'이 있느냐는 다소 '우울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이같은 진단은 지역의 문화현실에 대한 자기반성인 동시에 문화자치가 호락호락한 과제가 아님을 확인케 해주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열악한 지역의 현실을 문화 분권을 유예하는 근거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황폐한 지역문화 현장은 정부주도의 문화정책이 지역 문화의 자생력을 위축시켜온 결과이기 때문에 중앙정부는 더 신속히 그리고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해야, 시행착오를 줄이고 문화자치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 문화분권과 자치에서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천명되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의 자기결정권, 책임성, 자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주도의 정책으로는 지역문화생태계 지속성이나 창의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된다. 정부의 공모 사업은 지역문화의 표준화 현상을 낳고, 국립 문화 시설 유치를 둘러싼 지역 간의 경쟁을 유발하여, 정부에 대한 지역의 의존성을 높였다.지역 문화재단의 정부 의존성을 줄여야 한다. 현재 각 시도에 설립된 문화재단은 지역의 대표적 문화지원기구이지만, 대부분 재정구조가 취약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지역 문화재단의 고유사업은 위축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위탁한 사업 비중이 늘어나면서 정부 대행기구화 하고 있다. 문화재단의 자율성을 높이고 고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총액예산제의 도입이 시급하다.지역문화진흥, 문화분권의 주체가 지방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문화자치의 관점에서 보면 '지역문화진흥법'에 나타난 계획 수립과 시행 주체는 뒤집혀져 있다. 이 법에는 지역문화진흥의 기본계획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수립·시행·평가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지역문화의 특성화나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 등과 같은 사업의 계획까지 중앙정부가 맡아서 수립할 수도 없거니와 무엇보다 분권과 자치의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은 지역별로 상이한 현실을 충실하게 반영해야 하며, 지역 문화의 특성화를 위해서는 지역의 고유 자원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역문화진흥계획을 지역문화계와 소통하면서 수립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권리이다. 중앙정부의 역할은 지방별 기본계획이 원활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물론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계획은 별도로 수립되어야 하며 그 계획의 수립은 정부의 책임이자 권한에 속한다. 따라서 '지역문화진흥법' 제6조는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기본계획은 광역시도가 수립한다. 정부는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국가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기본방향'을 제시한다"는 취지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7-11-28 김창수

[경인칼럼]포스코건설 '인천철수설'

송도에 근무하는 임직원만 5천명 웃돌아 현실화 된다면 당장 일자리 창출 '직격탄' 시·정치권등 사태 관망하는것 같아 '답답'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가 개관한 것은 삼년 전 8월이었다. 한 해의 절반도 훌쩍 넘어선 시점이었다. 미리 편성돼 있는 예산을 갖고 그럭저럭 교육커리큘럼을 구축하긴 했으나 마음 한 구석 불안함이 남았다. 인천은 방송문화의 불모지다. 그 흔한 메이저방송사의 지방네트워크나 총국도 하나 없다. 20년 전 가까스로 iTV가 개국해 드디어 사막에도 싹이 돋나 싶었는데 2004년 말 정파된 이후로 다시 방송의 암흑기가 이어지고 있는 도시다. 시청자미디어센터가 뿌리를 내리기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미디어리터러시 운운하며 동네방네 떠들고 다녀봐야 빈 메아리가 될 게 자명했다. 뭔가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길만한 강력한 요소가 있어야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시청자교양아카데미'다. 한국의 방송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저명한 인사들을 인천으로 초청하자. 그들로부터 직접 얘기를 듣고, 그들에게 직접 질문을 하고, 그들과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하자.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포스코건설의 도움이 컸다. 프로그램 기획이 늦게 이뤄진 탓에 초청인사들의 강연사례비와 프로그램 운영비를 마련하기가 막막했다. 당시 인천시는 재정위기 탓에 돈 얘기 꺼낼 상황이 되질 못했다. 며칠 고민 끝에 포스코건설 이사를 만났다. 프로그램의 공익성을 설명했다. 그리고 강조했다.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는 인천시민을 위한 미디어교육기관이고, 미디어문화기관이고, 미디어복지기관이다. 그 센터가 송도국제도시에 자리 잡고 있다. 송도국제도시는 포스코건설의 상징이지 않은가. 센터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은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이자 책임이다. 그렇게 시작된 프로그램이 지금도 '시청자교양아카데미 시즌3'이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방송기자, PD, 아나운서, 카메라감독 등이 자유학기제를 실시중인 중학교 현장을 찾아간다. 반응도 반응이려니와 보람 또한 큰 지역사회 기여프로그램이 됐다. 올해부터는 인천의 사라져가는 노포(老鋪)와 어르신들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아카이브사업 '오래된 가게-30일간의 작업'도 시작했다. 센터의 미디어제작단과 봉사단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공헌프로그램이다. 이 또한 포스코건설의 도움을 받고 있다.이런 일이 계기가 돼 포스코건설과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요즈음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포스코건설이 인천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송도국제도시 국제업무지구(IBD) 개발 사업파트너인 미국 게일과의 갈등이 원인이란다. 이리저리 타진해보니 아직은 소문 수준이다. 그렇지만 그런 소문이 떠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답답한 일이다. 그 깊은 속사정이야 일반인들이 알기 어렵고 굳이 알 필요도 없다. 다만 그런 일이 현실이 될 경우 초래될 결과에 대해선 솔직히 우려스럽다. 센터에 도움이 되고 아니고를 떠나 인천시민으로서 갖는 걱정이다. IBD 개발 초기 수십억 달러의 투자유치를 약속했던 게일사의 실제 실적은 아주 미미하다. 그 갭을 메운 게 포스코건설이다. IBD에 아예 사옥을 신축했고, 2천명이 넘는 임직원들이 이곳에서 근무한다. 2010년부터 포스코 글로벌 R&D센터, 포스코플랜텍, 포스코건설엔지니어링, 포스코대우 등 포스코그룹 계열사의 이전도 잇따랐다. 현재 송도국제도시에서 근무하고 있는 포스코그룹 임직원 수만 5천명을 웃돈다. 인천으로 집을 옮긴 그 가족들까지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규모다. 하물며 그 상징성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일의 중심에 있는 포스코건설의 인천철수설은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현실화된다면 당장 일자리 창출에 '직격탄'이 된다. 송도국제도시의 공동화(空洞化)는 '안 봐도 비디오'다. 내년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를 '핫 이슈'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나, 인천시나, 지역정치권이나 다들 너무 느긋하게 사태를 관망하는 것 같다. 그래도 되는 것일까?/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7-11-21 이충환

[경인칼럼]외환위기 20년과 은행

은행들 가계대출 치중 부채 1400조원 달해더 심각한 것은 세계적 저금리시대 끝 보여20년전과 같이 이자놀이 올인 서민만 고통지금부터 꼭 20년 전인 1997년 11월 21일 밤 10시에 신임 임창열 경제부총리가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름도 생경한 IMF에 대한민국의 경제주권을 통째로 넘긴다는 선언으로서 이날은 제2의 국치일이다. 다급했던 정부는 IMF와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일본, 미국 등에서 국제통화기금 역사상 최대 규모인 583억5천만 달러를 조달했다. 이 무렵 국내 금융권의 부실채권이 은행 33조1천억원, 종금사 5조1천억원 등으로 파산지경이어서 정부는 금융기관을 살리려고 IMF사태를 자초했던 것이다.국제금융자본은 한국에 급전을 제공한 대가로 첫째 경상수지 흑자를 목표로 한율 격상과 수입억제, 외화반출 규제, 고금리정책을 요구했다. 둘째, 경제체질 개선을 위해 불건전한 금융기관 정리와 재벌 계열사 간의 채무보증 금지 및 주력업종 위주의 슬림화와 셋째, 정리해고제 도입을 통한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강요했다. 자본시장 자유화를 통한 외국인투자에 유리한 환경조성은 점입가경이었다.천정부지의 환율에다 살인적인 고금리에도 서민들은 독립운동 하는 심정으로 금모으기 운동에 동참했다. 1997년 12월 30일 내무부가 전국 시도의 부단체장 회의에서 전 국민이 장롱 속에 깊이 감춰둔 금붙이 수집운동에 나서줄 것을 당부하면서 전국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새마을운동중앙연합회, 귀금속업계와 주택은행과 (주)대우, 고려아연 등이 앞장섰다. 할머니들은 애지중지하던 금반지를, 신혼부부들은 자녀 돌반지를 내놓았다. 모금운동 한 달 만에 무려 117t가량을 모아 세계인들을 경악케 했다. 1997년 외환위기는 국내 은행들의 무덤이었다. 대마불사 신화에 도취된 은행들이 30대 재벌에 경쟁적으로 여신공세를 펴다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동반부실의 늪에 빠지고 말았던 것이다. 은행들은 두 번 다시는 재벌들의 덩치를 불리는데 부역(?)하지 않겠다며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정부는 금융기관을 회생시키고자 천문학적인 세금을 투입했다. 정부와 예금보험공사, 캠코, 한국은행 등이 출자와 출연 등으로 마련한 공적자금은 총 168조원으로 1998년 정부예산의 2.4배나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공적자금의 대부분은 재벌들의 자금줄이던 우리, SC제일, 하나, 국민, 신한, 시티은행 등의 심폐소생을 위해 투입했다. 그러나 금년 상반기까지 총 115조2천억원이 회수됐을 뿐 미수금 50여조원은 납세자 몫이다. 지표로만 보면 작금의 경제상황은 20년 전보다 나아졌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외환보유액은 332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4천억 달러에 육박한다. 기업의 부채비율도 1997년 말 425%에서 100% 이하로 축소되었으며 은행의 건전성도 많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은행들의 영업행태를 보면 크게 실망이다. 은행의 대출자산에서 제조업의 비중은 1995년 40%에서 2001년에는 24.6%로 급락했는데 이런 추세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면에 가계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에 27.1%에서 44.1%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러난 이유이다. 20년 전에는 기업부채가 화근이었지만 지금은 1천400조원으로 뛴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가계채무 증가세가 가처분소득 성장세를 상회하면서 20년 전보다 가계부채는 양뿐만 아니라 질도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세계적으로 저금리시대가 끝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표정관리하기 바쁘다. 시중은행들은 금년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사상 최대치 실적을 경신한 것이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20년 전과 똑같이 이자놀이가 전부이다. 자본자유화시대에 부합하는 해외시장 개척 내지 신사업 발굴 등 국민적 여망은 외면한 채 주택담보 대출에 올인 한 결과이다.뒷간 찾을 때와 다녀온 후가 다르다는 옛말이 하나도 그르지 않다. 재벌들에 뒷돈 대주지 말라했더니 대신에 고단한 서민들의 뒷덜미를 잡은 것이다. 작금의 내수경기 부진에 은행들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땅 짚고 헤엄치는 시중은행들을 보노라면 본전 생각이 간절하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7-11-14 이한구

[경인칼럼]정당 재정렬이 긴요하다

작금의 '통합 논의' 각당 인물 입신 도구 불과개혁 필요한데 現 정치는 구체제 연장 도울뿐집권당, 개혁연대 위한 적극적 통합 모색해야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정부와 대표자들을 실질적으로 교체할 수 있는 절차를 가진 체계로서 대표성·책임성·반응성 등을 핵심 가치로 한다. 정당은 갈등의 표출, 집약, 조정, 정책화의 과정을 거치는 제도화의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구현해 나간다. 따라서 정당정치의 성패가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좌우한다. 한국정당은 서구의 정치선진국의 정당사와 견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정당의 생성에서 소멸까지의 주기가 짧다. 정당의 빈번한 이합집산은 정당이 시민사회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대표체계로서 기능하지 못함을 방증한다. 규범적 당위의 여부를 떠나 선거 전후의 정당의 분당 및 합당 등의 분화는 한국정당정치의 기본 공식이 되었다. 정당의 분화는 연합정치의 측면과 정치의 역동성이라는 측면에서 일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당의 연합도 일정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현실정치의 공간이지만 최소한 유권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하다. 정치공학적 연대를 마냥 비난할 수도 없겠지만 현실과 이상의 조화라는 정치의 본령이란 면에서도 무분별한 정당의 이합집산은 퇴행적 정치를 결과하기 일쑤다. 지금의 정당체계는 불안정한 구도다. 여소야대라는 분점정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해 총선 결과는 지금의 여당이 과반을 획득하지 못했다. 물론 야당때 치른 선거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로 정치지형은 급변했다. 탄핵을 전후해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화했다. 박근혜 정권의 부도덕성과 민주주의를 유린한 국정농단은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그 집권세력의 일각을 형성했던 정당으로서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진정성을 국민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고 알지 못한다. 오직 박근혜의 출당이 통합의 명분으로 포장되고, 친박청산의 핵심으로 치부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은 이미 정치적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다. 한국당은 박근혜 정부를 창출한 세력으로서 국정농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기존 정책과 가치를 재정립하지 못하고, 구시대적 체질과 수구적 행태는 나아진 게 없다. 바른정당과의 통합도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이합집산에 불과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 등 여러 정당연합이 거론되고 있지만 정권교체 이후의 정당지지도의 급변을 고려한다면 정당재정열이 더욱 긴요하다. 야당의 통합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정당체제 변화는 유의미한 정계개편으로 연결되는 데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현단계에서의 유권자의 표심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른정당 내에도 이념의 차이가 상존하고, 국민의당 역시 호남중진과 안철수 측근들의 노선의 차이도 단순한 다양성의 차원을 넘는다. 그렇다면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미증유의 상황을 반영하는 정당지형의 변화가 더욱 필요하다.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정당체제는 표피만 다당체제이다. 다당체제란 과소대표되고 있는 계층의 이해를 표출해 낼 수 있는 정당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바른정당 일부의원의 한국당 복귀는 표심의 보정이 아니라 탄핵 전의 수구적 정당지형으로의 회귀다. 촛불시민혁명은 적폐청산을 요구하고 있으나 '혁명'은 정의로운 '미래'와 시민적 평등의 보편화가 이루어질 때 완성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정당체제에서 이는 신기루에 불과할 뿐이다. 기득권 동맹의 구조적 공고화, 시민적 연대와 유대의 실종, 배려와 관용의 부재 등의 사회적 현상이 일상화되는 한국사회의 총체적 개혁에 지금의 정당구도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작금의 통합 논의가 각 정파에 속한 인물들의 입신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혁명을 하지 못한다면 혁명에 가까운 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는 구체제의 연장을 도울 뿐이다. 집권세력도 내년 지방선거 이후를 의식하지 말고 개혁연대를 위해 지향이 맞는 정파와의 적극적 통합을 모색해야 한다. 높은 지지율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

2017-11-07 최창렬

[경인칼럼]미국우선주의와 한반도

국제기구 탈퇴·일방적 협정 파기 선언 잇따라트럼프, 한·일·중 방문 앞두고 '이익 우선' 압박적절한 대응과 북핵 해결 인식차 줄이는게 관건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교육과 문화 교류를 위한 국제협력기구인 유네스코(UNESCO)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가입을 승인한 것에 대한 항의로 6년간 분담금 납부를 미뤄오다가 결국 탈퇴라는 초강수를 던진 것이다. 미국은 지난 6월 세계각국이 온실가스 축소를 위해 노력해온 결정체인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해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중이다. 미국은 2차대전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세계무역기구(WTO),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각종 국제기구를 창설하면서 이를 통해 미국의 국가적 이익과 영향력을 관철해왔지만 지금은 가시적 손익을 기준으로 국제기구에서 탈퇴하거나 일방적인 협정 파기를 선언하고 있다. 국제기구 탈퇴와 파기 행진은 오바마의 성과 지우기인 'ABO(Anything But Obama) 와 관련된다는 해석도 있지만, 트럼프식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에 따른 것이다.미국우선주의가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훼손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방적 외교는 계속되고 있다. 국가 신뢰도의 저하나 우방국들 간의 관계 훼손을 감수하더라도 당장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식이다. 미국우선주의의 후폭풍은 국제적으로 파급된다. 미국이 균형자의 역할과 책임에서 물러난 자리는 국가와 집단간의 무한 대결장으로 화할 공산이 크다. 이라크나 시리아와 같은 분쟁지역의 갈등은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최근 미국은 이란과의 핵협정을 '불인증'했다. 이 조치로 핵 비확산체계의 위기감과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한반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7일 서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갖고 국회를 찾아 연설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방문에 앞서 5일 일본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양자회담을 하고, 8일에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날 예정이다. 트럼프를 맞이하는 아시아 각국 정상의 표정은 각양각색이다. 트럼프와의 공조 강화로 국내 정치적 위기를 극복한 아베 총리의 표정은 밝지만, 중국 시진핑 주석의 얼굴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은 미-중간 최대 현안인 무역불균형 문제를 대북 제재와 연계하는 지렛대로 활용하여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맹국인 미국 대통령을 맞는 한국 정부의 속내도 복잡하다.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없이 당면한 북핵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말폭탄으로 위기를 오히려 고조시키고 있으며, 한미 통상무역의 기축인 자유무역협정(FTA)의 폐기까지 거론하고 있다. FTA 개정 협상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미국 측의 요구를 어떤 식으로든 제기 할 것이다. 미국-이란 핵협상을 무효화한 배경에 미국의 무기 상업주의가 있다는 분석이 있다. 만약 트럼프의 관심이 동아시아의 핵위기의 항구적인 해결이 아니라, 이를 지렛대로 삼아 한국과 일본에 방위비 분담, 무기 구매를 요구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방위비 분담요구나 무기구매, 그리고 FTA 개정 압박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북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한미간 인식의 차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외교적 과제이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7-10-31 김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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