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김영란법 폐기하자

음식·숙박업소 '된서리'… 한우·화훼농가도 피해'유전무죄 척결' 더 시급… 서민경제 더 망가지기전에올해도 '닥터 둠'들이 정유년의 한국경제 전망들을 쏟아냈는데 예년에 비해 비관적 예측이 훨씬 우세하다. 한반도에 먹구름대가 몰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제때에 치료를 못 받았으니 당연할 수밖에 없으나 점괘란 틀릴 확률이 더 높은 법이어서 맹신은 금물이다. 돌다리 두드리는 심정으로 복기(復碁)해 보자.수출에서 한 가닥 빛줄기가 확인된다. 수출액이 2015년 -8%, 2016년 -5.9% 등 2년 연속 감소했음에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약하나마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월별 수출액이 26개월 연속 마이너스행진을 지속하다 작년 11월부터 두 달 연속 플러스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강(强)달러의 영향이 결정적인데 정부는 새해 수출이 연평균 2.9%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컴퓨터, 평판디스플레이, 반도체, 일반기계 등의 호조세가 점쳐진다. 한국경제를 홀로 견인해온 수출이 긴 잠에서 깨어날 조짐이나 낙관은 금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대통령의 신고립주의와 미국과 중국·멕시코와의 통상갈등,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제유가 인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불확실성이 높은데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우리 경제에 거대한 쓰나미가 덮칠 수도 있다. 갈수록 수출의 국민경제 기여효과가 축소되는 것은 설상가상이다. 수출의 국내고용 유발계수가 감소함은 물론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도 2000년대 들어 점점 떨어지고 있다.내수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되나 작년부터 핵심기반인 민간소비 위축에 가속도가 붙었다. 연초 개성공단 폐쇄에 이어 7월 사드 배치결정을 계기로 소비가 빠르게 축소되었는데 김영란법 시행과 최순실 국정농단파문은 점입가경이었다. 9월의 소매판매는 5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추락했으며 지난 연말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액이 각각 -2.8%와 -6.1%씩 감소했다. 12월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4.2로 7년 8개월 만에 가장 낮다. 아무리 불황이어도 12월에는 크리스마스와 송년모임 등으로 기준선인 100을 넘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번에는 연말연시특수가 아예 실종된 것이다. 소비절벽 혹은 소비빙하기 운운이 과장만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소비가 활성화되어야 투자가 수반되는 법인데 금년에는 민간소비가 더 위축될 공산이 크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정부의 리더십이 작동을 멈춘 데다 대통령선거까지 겹친 탓이다. 사상최악의 조류독감(AI)이 불길처럼 번지는 중인데 계란값 폭등이 잦아들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요구된다. 겨울 불청객인 구제역도 불안하다. 미 연준(Fed)은 지난 12월에 금리를 올리면서 금년에는 3회에 걸쳐 이자율을 인상할 것을 시사했다. 저금리시대 마감 내지는 달러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 하락에다 외국인투자자금 유출도 복병인데 가계부채는 더 큰 고민이다. 1천300조원의 절반가량이 700여만 명의 자영업자가 진 빚으로 최저임금 미만의 한계 사업자수만 무려 150만여 명인 것이다.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10년 주기의 재앙설까지 대두되나 마땅한 카드가 없다. 정부는 확대재정에 주목하나 국가부채만 키울 뿐 효과는 별로일 것이다. 김영란법에 눈길이 가는 이유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한국이 부패공화국임을 만천하에 알린 대표적 사례이다. 부정청탁금지법의 시의성이 담보되나 권력자와 가진 자는 외면하고 전국 70만 음식숙박업소의 300만 명에 가까운 저소득 종사자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30여만 호에 이르는 한우사육 및 과일, 화훼농가와 어가(漁家) 등도 직·간접의 피해자이다. 접대비 3만원, 선물비 5만원의 족쇄가 밑바닥경제를 유린하고 있는 것이다. 임박한 '설 특수'도 별로일 개연성이 크다. 그동안 김영란법이 없어 공직자부패를 다스리지 못했나. 유전무죄 척결이 더 시급하다. 또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들 무슨 소용인가. 서민경제가 더 망가지기 전에 청탁금지법부터 폐기하자./이한구 수원대 교수· 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 객원논설위원

2017-01-10 이한구

[경인칼럼]국민주권과 헌법재판소

'박대통령 사임' 국민 요구로 국회서 탄핵 이끌어가능한 범위내 '인용 결정 여부' 헌재 의지가 관건판결 핵심은 탄핵사유 판단 아닌 '대통령자격 유무'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정족수를 훨씬 넘게 압도적으로 가결되고, 최종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심리로 넘겨졌다. 그러나 촛불민심은 여전히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위임된 권한을 정지시키고 최종 임기를 중단시키는 절차는 헌법에 따라 행해지는 게 법치주의에 부합한다. 정치는 법치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이상적인 정치질서의 핵심원리로 법치를 강조했으며 자연법 사상과 로크, 칸트, 벤담, 밀 등 근대자유주의자들은 법의 지배를 정치질서의 근간으로 간주했다. 헌재의 재판이 법적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함은 당연하다. 주권자인 국민이 압도적으로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여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에서 압도적으로 탄핵안의 찬성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최종 탄핵 여부는 헌재의 9명의 재판관에 달린 운명이 되었다. 주권자의 일반의지가 부정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헌법도 주권자인 국민을 배제하곤 상정할 수 없다. 물론 1987년 국민에 의하여 개정된 헌법에 따라 설치된 헌재의 존재가치를 부인하자는 게 아니다. 여기서 헌재의 존재가치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는 다수에 의한 지배를 기본원리로 한다. 그러나 다수는 종종 숫적 우세로 소수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다양한 운영 원리 중 하나인 다수결의 원리가 최고의 가치가 아닌 이유이다. 이러한 다수의 전제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가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헌재의 존재이유이다. 물론 대법원이 아닌 헌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의 논쟁은 별도의 영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심판 대리인을 통해 세월호 참사 책임론과 뇌물죄가 담긴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모두 부인했다. 이는 대국민담화에서 최순실 게이트는 주변 관리를 잘못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고,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란 믿음과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을 하다 생긴 일이라는 인식의 연장이다.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국회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의 현장조사도 무산되었다. 헌재의 심리가 의외로 길어질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들이다. 헌재 재판이 형사소송법을 준용할 뿐만 아니라 구두변론과 공개변론 등 절차에서 피청구인(대통령)이 시일을 얼마든지 끌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헌재심리가 장기화되면 국정 난맥으로 국민의 인내는 한계치를 넘을 수 있다. 미국의 헌정사는 헌재로 대표되는 입헌민주주의의 성공을 위해서는 공고화된 민주주의를 필요로 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독립혁명을 기화로 급격히 증폭된 인민의 정치참여를 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자체의 고유한 연방주의 체제를 수립할 수 있었다. 프랑스 혁명에 의해 고양된 인민주권의 원리도 개인과 소수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의 지배와 대의제를 수용하도록 추동했다. 이는 어느 정도 민주주의가 발전한 이후에야 개인의 권리를 보호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에 현대적 의미의 법치주의가 확립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사법의 정치화로 법 체계가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보다 권위주의 정권의 전위로 작동했던 뼈아픈 한국의 헌정사에 비추어 볼 때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권위주의와 보수주의가 강고한 지배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한국에서 사법부 특히 대법원과 헌재가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민주적 가치와 원리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다고만 볼 수 있을까. 이는 현재의 국면에서 너무나 단순하고 안이한 생각이다. 헌재소장이나 재판관들의 직선제 선출 등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이유이다. 주권자의 압도적 요구와 대의기구인 의회의 절대적인 찬성외에 더 무엇이 필요한가. 헌재가 법률적 테두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가능한 범위내에서 최대한 이른 시기에 인용 결정을 내리느냐의 여부는 헌재의 의지에 달렸다. 헌재의 판결은 각개 탄핵 사유에 대한 유무죄의 판단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통령 자격 유무가 핵심이다. 더 이상 대통령의 자격 유무 논쟁이 필요한가./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16-12-27 최창렬

[경인칼럼]환대와 관용의 도시

로마제국, 관용의 원리 작동되면서 초강대국 발전이민자의 나라 미국 몰락한다면 '불관용'이 원인외국인10만 글로벌시티 인천의 미래 좌우하는 관건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주인공 오디세이는 떠돌이 노인으로 변장하고 이타케로 돌아온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는 걸인으로 변장한 옛 주인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오디세이를 나그네의 한 사람으로 맞아들여 정성껏 대접한다. 오디세이가 고마움을 표하자 에우마이오스는 태연히 말한다. "나그네여! 그대보다 못한 사람이 온다 해도 나그네를 업신여기는 것은 도리가 아니지요. 모든 나그네와 걸인은 제우스에게서 온다니까요!"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우주 만물이 '신'이었으며, 특히 인간의 형상을 한 신들은 매번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모습을 바꿔가며 인간들의 집을 찾아온다고 여겼다. 낯선 곳에서 오는 이방인에 대해 조건없이 '환대(hospitality)'하는 것과, 신들에게 가축을 제물로 바치는 제사는 그리스인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었다. 손님에 대한 환대가 그리스인들의 일상이었다면 역사적으로 명멸했던 모든 제국들은 군대의 힘이 아닌 '관용'으로 유지되었다. 신흥 제국인 미국의 전략도 문화적 관용이었다.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할 수는 있지만, 현재의 미국이 물질문명 뿐 아니라 정신문명에서도 최고 수준의 나라임을 부인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비결은 '멜팅팟(melting pot)' 정책, 용광로처럼 이질적 문화를 하나로 융합하여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예일대학의 에이미 추아(Amy L. Chua) 교수는 '제국의 미래'에서 고대 페르시아로부터 오늘의 미국에 이르기까지 2천500년 동서양 제국의 흥망사를 개관하면서, 역사상 존재했던 초강대국들이 가진 공통점은 관용이라고 분석했다. 관용이란 정치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의미한다. 한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인종과 종교, 출신 배경과 무관하게 생활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로마제국의 경우 다양한 출신 배경의 인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관용의 원리가 작동되면서 초강대국으로 발전했다. 아시아의 제국 원(元)과 당(唐)의 성장 과정도 비슷했다. 그러나 이민족들의 동화가 실패로 돌아가고 불관용과 오만으로 흐르면서 로마의 붕괴가 시작되었다는 지적이다. 이민족의 문화를 수용하고 공존하는 것이 초강대국 형성의 주요 요인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민자의 나라로 성장한 현대 제국인 미국이 몰락한다면 패권주의와 불관용이 원인이 될 것이다. 이민자 문제와 환경 문제, 중동 정책 등에서 강력한 불관용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국의 쇠락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경고인 셈이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불관용의 극치를 보여주며,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갈등을 야기하며 미국의 영광이 아니라 세계제국 고립과 몰락을 촉진하는 분기점이 될지도 모른다. 현대 도시들도 세계도시(world city) 혹은 글로벌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세계도시는 다문화주의 도시이며 이주자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법적으로 평등을 보장하며, 박해나 정치적 탄압을 피해 온 사람들에게도 도시의 문을 열어주는 관용의 도시를 말한다. 다문화도시 비전은 국내 입국 외국인의 70%가 거쳐 가는 도시, 외국인 거주자가 10만에 달하는 도시인 글로벌 시티 인천의 미래를 좌우하는 관건 중의 하나이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6-12-20 김창수

[경인칼럼]정부 3.0과 미디어 리터러시 3.0

중학생들에 미디어전문가 꿈·희망 심어주고 싶어드론촬영 교육·남동체육관 전용공간 마련 성공이맘 때면 공공기관들이 분주하다. 경영실적을 보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내년 봄 경영평가를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성과급의 크기가 달라진다. 꼭 돈의 문제만은 아니다. 존재감과 자존심이 걸려있다.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가 속해 있는 시청자미디어재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5월 방송통신위원회 산하기관으로 출범했고, 올해 2월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됐다. 경영평가란 걸 처음 받는다. 열정이나 의지와는 무관하게 모든 게 낯설고 어렵다. 이런저런 평가지표와 용어들은 어지럽다.그중에서도 특히 '정부 3.0'은 아주 난해한 녀석이다. 담장을 허물고,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 소통·협력하면서, 국민 개개인이 실감할 수 있는 맞춤형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것쯤은 안다. 문제는 국민들이 미디어를 잘 이해하고, 잘 활용하며, 자신의 시각과 목소리를 오롯이 담은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는 내가 그것을 과연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굳이 경영평가가 아니더라도 '언론'과 '방송'이 삶의 대부분이었던 나로선 진작에 곰곰 생각해 봤어야 할 일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올 한해 추진했던 여러 사업 가운데 몇몇에서 의미 있는 답을 찾을 수 있겠다 싶다.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는 재작년 개관과 함께 '시청자교양아카데미'를 선보였다. 방송제작에 참여하는 유명인사들을 직접 만날 기회를 제공하려는 의도였다. 인문학콘서트 형식이었는데 '방송의 사각지대' 인천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 그런 식으로라도 방송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정관용 교수, 이영돈 PD, 이정민 아나운서, 진모영 감독, 이욱정 PD, 김학순 감독 등 많은 분이 방송과 영상과 새로운 미디어테크놀로지에 대해 다양한 주제로 강연했다.올해는 대상을 학생으로, 현장을 학교로 옮겼다. 자유학기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해주고 싶었다. 미디어전문가로의 꿈을 키우는 계기도 마련해주고 싶었다. KBS, MBC, SBS 등 메이저 방송사의 협조를 얻어 PD, 기자, 아나운서들이 인천과 경기 여러 중학교에서 학생들의 꿈과 희망에 물을 주고 흙을 북돋워 주는 역할을 해주었다.'드론'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이다. 가히 혁명적이다. 방송에서 드론촬영은 이미 일반화됐다. 6mm 카메라를 다루듯 당연히 접근 가능한 미디어테크놀로지다. 마땅한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두 차례 특강을 통해 시민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한 터였다. 드디어 올해 3월 26일 전국 최초로 드론촬영 상설교육을 시작했다. 교육은 한 달 반에 걸쳐 진행됐다. 5월, 8월, 10월에도 이어졌다. 매번 수용 가능인원의 세 배가 넘는 수강희망자들이 몰렸다. 드론은 비 오고 바람 불면 날지 못한다. 대규모 실내전용공간이 필요했다. 인천광역시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인천아시안게임 체조경기가 열렸던 남동체육관에 마련된 '드론 실내스타디움'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이런 공간을 시민들에게 제공한 것은 인천이 처음이다. 지난 9월 3일, 수강자로 선정된 104명의 시민과 함께 뜻깊은 개장식을 가졌다. 인천시, 드론협회, 남동체육관,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의 담당자들이 한여름 내내 머리를 맞대고 발품을 팔았던 결과물이다.두 개의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나타났고, 더 확장해 보고 싶은 욕심도 가지게 됐다. 학교현장에서는 강연자와 좀 더 많은 학생의 대면(對面)이 가능한 최적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드론촬영교육은 창업과 창작으로까지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 싶다. 의미 있는 답 위에 놓인 또 다른 숙제들이다. 내년에는 체험교육용 미디어버스, 가상현실(VR) 프로그램, 1인 방송시스템까지 도입된다. '미디어리터러시 3.0'의 시작이라 할 만하다. 그만큼 나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6-12-13 이충환

[경인칼럼]촛불이 경제 먹구름도 걷어냈으면…

수출규모 점점 줄고 소비심리·건설경기 '곤두박질'글로벌자금 썰물·中 '한한령' 발효 등 대외여건 심각생활물가지수도 2년 4개월만에 인상폭 가장 커지난 토요일 모처럼 만에 서울 북촌을 찾았다. 고단한 일상을 접고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독도서관 축대를 끼고 삼청동으로 접어들면서 낭만여행은 접어야 했다. 연두색 조끼에 진압 장비를 갖춘 순경들이 무리를 지어 골목들을 지켰으며 경복궁에서 삼청터널로 빠지는 차도에는 경찰 버스들로 장성을 쌓았기 때문이었다. 오후 2시 정도의 대낮이었음에도 청와대로 향하는 모든 길은 완전히 봉쇄되어 있었다. 구멍가게 문을 닫고 있던 초로(初老)의 여주인 심정이 궁금했다.그날의 촛불시위는 6차라 했다. 주말마다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을 점령한 지도 벌써 한 달 반이나 흐른 것이다. 갈수록 인파도 많아지고 구호도 격해지고 있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 했던가. 필자는 솔직히 나라 경제가 걱정된다. 실정(失政)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쏟아질 때마다 경제난을 들먹이던 수구세력의 앞잡이여서가 아니라 가난을 귀신보다 두려워하는 민초들의 심정을 혜량하는 탓이다. 세계 11위의 한국경제에 이상 징후들이 확인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지난 3분기 2.7%로 2분기보다 나빠졌다. 국내총생산(GDP)의 45%를 점하는 수출규모가 점차 축소된 영향이 크다. 소비심리도 곤두박질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전달보다 6.1포인트가 빠진 것이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4월의 94.2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낮다. 소비자들의 향후 경기에 대한 인식도 2009년 3월 이후 가장 안 좋다. 기업의 체감경기수준도 엇비슷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11월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1.0으로 19개월 연속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다. 연말 특수철인 12월의 BSI전망치도 91.7에 불과하다. 김영란법 시행은 경제심리를 더 얼어붙게 했다. 최근 2년간 경제성장을 '나홀로' 견인했던 건설경기도 식어가고 있다. 건설투자의 경우 올 1분기 1.0%, 2분기와 3분기에는 0.5%씩 성장했다. 분기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각각 0.5%, 0.8%, 0.6%에 그친 점을 감안할 때 건설산업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컸던 것이다. 그러나 11월 들어 건설경기는 올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대외여건은 더 걱정스럽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후부터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시그널까지 겹쳐 강(强)달러가 된 것이다. 외화자산의 한국탈출을 막으려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나 세계 8위의 가계부채가 걸림돌이다. 국내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경제보복도 주목된다. 베이징과 톈진의 일부 홈쇼핑방송에서 한국상품 판매방송을 중단하는 등 한한령(限韓令, 한류금지령)이 발효된 것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정책까지 감안하면 장차 무역흑자 축소는 불문가지이다.산유국들의 석유감산 합의도 눈길을 끈다. 국내의 소비자물가는 지난 9월부터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유지했는데 특히 생필품에 근거한 생활물가지수는 작년 11월보다 1.1%나 올라 2년 4개월 만에 인상 폭이 가장 크다. 산업생산은 둔화되는 반면에 물가는 점차 오르는 구조인데 비록 유가상승 폭이 제한적이라도 국내물가를 자극할 것은 분명해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주목된다. 국정농단사태만 없었다면 언론에선 벌써부터 경제위기 운운하며 법석을 떨었을 것이다.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는 한국의 경제컨트롤 타워 부재를 이유로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근착의 파이낸셜타임즈(FT)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거론하며 경제위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췄다. 성장률 1%대의 극단적 주장까지 눈에 띈다.국정이 파행되더라도 경제만은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으나 한 치 앞이 예단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 했다. 혼돈의 밤을 밝힌 촛불이 나라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도 걷어냈으면 싶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6-12-06 이한구

[경인칼럼]정치란 무엇인가

군주는 주권자인 국민 이익 위해 권한 행사하는 것권한 남용자들 행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국가안위보다 정략적 술수만 쓰는 정치권도 문제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온통 최순실일당의 국정농단사건 기사로 점철되어 있다. 지난 11월 12일 광화문일대에 100만명이 시위를 한 것에 이어 19일, 26일에도 경향각지에 100만명 이상이 모여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였다. 시위참가자들도 학생이나 교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하였다.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정세가 몹시 불안정한 가운데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터져 몹시 안타깝기만 하다. 검찰이 발표한 중간수사결과를 보면 모든 비리의 중심에 대통령이 있고, 최순실이나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등은 모두 대통령이 시켜서 한 것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고 한다. 이번 국정농단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잘못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지만, 그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야 하는 정치권도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접하면서 정치의 본질과 공무원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본다.정치란 무엇인가?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정치란 다양한 계층간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특히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신속하게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사회에는 항상 갈등(빈부, 지역, 이념, 종교 등)이 존재해 왔고, 원시 자연상태에서는 폭력이나 무력에 호소하는 것이 갈등해결을 위한 주된 수단이었다.그러나 사회가 진보하고 인권의식이 확산됨에 따라 사람의 지배가 아닌 법의 지배를 통해 평화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시스템이 발전하게 되었다. 그 과정 속에서 주권자인 국민은 선거를 통해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였다. 그리고 피위임자인 정치인들은 위임의 취지에 따라 평화적으로 갈등을 해결함으로써 주권자인 국민들이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해야 할 책무를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정치라는 행위의 핵심이다.춘추시대말기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공자는 "군주는 군주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운 것 (君君 臣臣 父父 子子)"이라고 대답하였다.그렇다면 오늘날 국민주권시대에 있어서 군주의 역할은 누가 담당하며, 군주는 군주답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헌법은 제1조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함으로써 주권재민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주권자인 국민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과 대통령의 권한행사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여·야의 정치권이 과거 군주대신 정치를 담당하고 있다.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도 엄연한 정치의 주체로서 국가적 중대사를 국민의 입장에서 해결하여야 하는 것이다.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군주다운 행동인가? 그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과 같이 헌법상 권한을 남용하는 자들의 행태는 국민들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이다. 또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얄팍한 정략적 술수만 생각하는 작금의 정치권행태도 결코 군주답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갈등을 해결하라고 권한을 부여받은 정치권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안위보다는 사적 이익이나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행동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는 것이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무원의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모든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야할 의무가 있다.(국가공무원법 제59조) 즉, 공무원은 직장상사가 아닌 전체국민에 대한 봉사자의 입장에서 공무를 처리해야하는 것이다. 이것이 공무원(신하)다운 자세일 것이다.이번 사건에서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대통령이 시켜서 하였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이 대통령의 지시를 곧바로 거절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 지시사항의 부당성에 대해 꾸준히 이의를 제기하였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어떻든 이번 사건은 탄핵절차로 이행되는 국면을 맞고 있다. 하루빨리 비정상적인 국정상황이 종료되고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의 각고의 노력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 걸맞는 정치시스템이 회복되기를 기대해 본다./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

2016-11-29 박영렬

[경인칼럼]'광장'은 탄핵을 끌어낼 수 있을까

국민적 퇴진운동과 與 비주류 동참시키는 전략 필요野인사중 즉각퇴진 주장 의원들 이탈 가능성 배제못해 혼란정국 가닥 잡히면 대통령제 혁파할 개헌 논의해야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수석비서관회의와 대국민담화 때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대한 모금도 자발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선의에 의한 모금이었다고 거짓 해명했다. 이는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박 대통령과 최순실, 안종범과의 공범 관계로 입증되고 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이번 주에도 검찰 수사를 거부했다. 대국민약속 위반이며, 수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와 다름없다. 이러한 대응 방식으로 볼 때 특검 수사도 수용한다는 보장이 없다.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비주류와 청와대도 탄핵을 공식화하고 있다. 지금의 정국은 특정한 현안 해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법의 차이에 기인하는 혼란이 아니다. 정파간 정치적 이해의 경합 수준을 넘는 국가위기 국면이다. 국회선진화법에 의하면 다음 달 2일 예산이 통과된다. 그러나 국민은 국회에서 어떠한 절차에 의해 예산 심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관료조직과 공적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국정 리더십이 붕괴된 국가의 위기다. 즉각 하야와 '질서있는 퇴진'이 대안으로 거론됐으나 이미 물 건너갔다. 여야, 청와대는 각자 다른 셈법에 의해 탄핵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탄핵의 함정을 넘어야 한다. 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200명 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총리 문제는 처음부터 해결책이기보다는 야권에 씌워진 덫이었다. 야권은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전제로 한 전권 이양을 보장받는 거국내각총리를 주장했고, 청와대는 대통령 임기 보장을 단서로 내각의 실질적 통할을 보장하는 책임총리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야권이 거국내각총리의 덫에 걸린 형국이다. 지난 일요일 야당의 유력 주자 그룹 회동에서 탄핵과 국회주도 총리에 의견이 모아지면서 다시 총리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탄핵 국면에서 대통령 퇴진을 전제로 한 책임총리를 철회하겠다는 심산이다.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면 국민은 이를 용납할까. 국회가 합의해서 총리를 추천해도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미 야당은 국회 추천 총리 카드를 쓸 시기를 놓쳤다.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등과 공범으로 적시하고 피의자로 신분을 전환하면서 청와대는 국면 전환을 통한 반전을 꾀하고 있다. 탄핵을 방패삼아 한 판 뒤집기 전략을 굳혔다. 헌법을 유린한 자가 헌법을 방패삼아 역사의 반동을 꾀하고 있는 역설이다.박 대통령 탄핵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적 퇴진 운동을 통해 압박을 가중시킴과 동시에 여권의 비박 인사들도 동참시킬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크지만 야당 인사 중 탄핵보다 즉각 퇴진을 생각하는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권총에 총알 한 발만 남아있는 형국이다.국회 추천 총리는 대선에 영향을 끼칠 개연성이 적은 인사를 여야가 합의해서 내세워야 한다. 청와대의 수용 여부는 그다음의 문제이다. 개헌은 지금의 모순투성이인 사회경제적 상황과 위임민주주의 타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얽힌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합의를 도출할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이 국면에 개헌까지 논의할 공간이 보이지 않는 현실적 한계를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정국이 가닥을 잡아나가면 현행 혼합 대통령제를 혁파할 개헌 논의로 들어가야 한다. 다수의 지배를 기본 원리로 하는 민주주의가 대통령 변호인이 말하는 '상상과 추측'으로도 생각하지 못했던 최악의 선출된 권력에 의해 사유화되고, 한 줌도 안되는 소수에 의해 농락당했다. 장·차관 인사까지 최순실에게 물어야 했던 선출 권력은 그래서 주권자인 국민이 회수해야 한다. 광장 민주주의는 또 다른 민주주의의 형태다. 탄핵에 대비한 시민적 에너지 결집은 야당의 몫이다. 탄핵은 낙관도 비관도 금물이다. 사법적·법리적 판단을 앞서는 것이 민의 판단이다. 그래서 역시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 물은 배를 띄우지만 배를 전복시키기도 한다)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16-11-22 최창렬

[경인칼럼]네트워크형 국립 한국문학관을 고민하자

방대한 자료·관리 연구 등 고려 권역별 분관 필요대중화 위해 중앙관 만든후 순차적인 분관 건립 진취적 계획 세운 도시 순환 지역균형발전 기여국립한국문학관 건립 계획에 따른 부지공모사업이 중단된 지 반년이 지났다. 이 사업을 중단할 것인가 재개할 것인가? 국립한국문학관은 한국 문학 자료를 수집·보존·복원·관리·전시하고 조사·연구하는 기능을 기본으로 하고 국내외 교류·협력 기능도 수행하는 기관이다. 이같은 사업은 '문학진흥법'의 핵심 목적이므로 유치경쟁 과열이 두렵다고 백지화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기존의 방법으로 재추진한다면 문학인들과 지자체들이 문학관 건립을 놓고 지역으로 나누어 다투게 될 공산이 크고, 그 경우 한국문학의 발전은커녕 문학의 위상이나 문학인의 권위에 깊은 상처만 남길 수 있어 문광부나 문인들의 고민이 깊다. 한 지역순회토론회에서 '수도권 제외론'이 제기되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설계돼야 하므로 문학역량이 집중된 수도권은 아예 배제하자는 논리이다. 그러나 수도권에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넘는 국민들과 많은 문학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또 국립한국문학관은 한국문학의 대중화와 세계화라는 목적도 달성해야 하므로 접근성은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균형론 때문에 다수의 문학인들과 국민들이 접근하기에 불편한 곳에 국립문학관이 건립된다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우려도 높고 또 다른 역차별이 된다.국립한국문학관을 한 곳에만 건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립박물관은 12개의 지역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립미술관도 5개로 운영되고 있으며, 국립해양박물관도 개관 운영 중인 부산관 외에 다른 도시에도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소장 전시해야 할 자료도 방대한데다 문화권역별 특성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국립한국문학관은 국제교류를 담당하는 중앙관을 우선 건립하고, 중기적으로 전국 문화권역별로 분관을 건립한 다음, 장기적으로는 지자체별 공립 문학관을 건립하거나 지정해나가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국립한국문학관 유치를 둘러싼 지자체별 경쟁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문학인들이 앞장서서 지역의 문학관련 사업과 성과를 부풀리거나 역사성을 아전인수 격으로 과장하는 행태는 낯 뜨거운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지역문학에 대한 자부심이나 지역문학을 발전시키겠다는 지자체의 의욕적인 계획까지 나무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정부는 이번을 계기로 조성된 전국 지역별 문학 진흥 열기가 지속될 수 있게 '고무'하는 정책을 별도로 세워야 할 것이다.국립한국문학관도 국립박물관이나 미술관처럼 중앙관(국제관)과 지역분관으로 이뤄진 네트워크형 건립 방식을 집중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방대한 문학관 자료의 특성, 지방문학자료의 특성화된 수집, 관리 연구 등을 고려할 때 문화권역별 분관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다만 주요기능 가운데 '한국문학의 국내외 교류, 문학의 대중화' 와 같은 기능은 접근성이 중요하므로 전국사업과 국제교류협력을 담당하는 중앙관을 우선 건립하고 권역별 분관을 순차적으로 건립해나가는 것이 좋다. 국립한국문학관 네트워크 체계가 완성되면 국내 문학진흥사업을 주관하는 센터도 '유네스코책의수도'나 '문화도시지정사업'처럼 진취적인 계획을 가진 도시를 선정하여 순환 담당한다면 '문학진흥법'의 취지는 물론 지역 균형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6-11-15 김창수

[경인칼럼]'300만 인천' 질문 없습니까?

300만명 동시대 삶의 공간 1926년 파리와 똑같아정체·가치·지향성에 대한 물음 인천도 존재하는가숫자에 미혹돼 소중하고 필요한것 빠뜨렸는지 불안화가 나혜석에게 파리는 충격이었다. 2년 가까운 유럽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뒤 5년이 지나서 쓴 글에서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1934년 잡지 '삼천리(三千里)'에 실은 글이다. "별과 같이 길이 뻗쳐났다. 그리고 건물이 삼각형으로 되어 자못 아름답다. <중략> 어디를 가든지 도로 좌우편에는 병목(병木)이 있고 중앙은 차마도(車馬道)로 목침만큼 한 나무로 모양 있게 깔고 좌우에 인도가 있고 거기에는 매 칸에 하나씩 수도가 있어 아침마다 물을 뽑아 길을 씻어내려 유리같이 되어 있다." 그녀가 본 파리는 '파리 개조 사업'의 결과물이다. 1853년 이전만 해도 파리의 좁은 길들은 미로처럼 얽혀있었다. 길 위로 시궁창물이 넘쳤다. 전염병이 창궐했다. 나폴레옹 3세는 황제로 즉위하자마자 오스만 남작을 지사로 임명했다. 그에게 도시구조 개혁을 지시했다. 중세도시 잔재 그대로였던 파리가 근대도시로 변모한 것은 이때부터다. 오스만은 1870년 지사에서 물러날 때까지 대대적인 개조사업을 통해 파리의 골격과 외양을 모조리 바꿔놓았다. 나혜석이 본 청회색 아연 지붕과 베이지색 벽면의 건물들이 즐비한 '빛의 도시' 파리는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뒤의 모습이다. 이때의 파리 인구가 300만 명에 육박한다. 1926년 기준 287만1천명. 외국인 체류자를 제외한 오늘의 인천 인구와 같다. 빛의 반대편에 그림자가 있었다. 그림자는 특히 도시빈민들 머리 위로 길게 드리워졌다. 20년에 걸쳐 파리가 뜯어고쳐지는 동안 그들은 공사판 소음과 먼지 속을 전전해야만 했다. 이후 몇 십 년이 지나도록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무도 그들의 주거환경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오직 한 사람,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를 제외하고. 현대의 모든 도시는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할 만큼 르 코르뷔지에는 도시의 미래를 내다봤던 건축혁명가다. 그는 산업혁명으로 인해 도시로 몰려든 저임금 하층노동자와 도시빈민을 염두에 둔 '300만 거주자를 위한 현대도시 계획안'과 이를 파리에 접목시킨 '파리 부아쟁 계획'을 잇따라 제안했다. 도심에는 강철로 뼈대를 만든 60층 상업용 초고층건물들이 십자 모양으로 늘어서고, 그 주변으로 60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빌라형 공공주택이 들어선다. 외곽에는 250만 명이 살 수 있는 전원도시를 배치했다.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전 세계 메트로폴리스(metropolis)의 모습이다. 그러나 기득권은 집을 기계로 보는 미치광이라고 그를 비난했다. 극우파는 레닌의 앞잡이로, 극좌파는 프랑스 자본주의의 앞잡이로 몰아세웠다. 그러자 르 코르뷔지에가 되묻는다. "파리는 무엇인가?" "파리의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파리의 정신은 무엇인가?" 인천의 인구가 마침 1920년대 중반 파리의 그것과 같다.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 전통을 지키려는 사람과 혁신을 도모하는 사람, 배척하려는 사람과 공존하려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복한 사람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 300만 명이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1926년의 파리와 똑같다. 그때 그곳에서는 파리의 정체성(正體性)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파리의 가치성(價値性)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파리의 지향성(志向性)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인천에서도 그런 질문들이 존재하는가. "인천은 무엇인가?" "인천의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인천의 정신은 무엇인가?" '3,000,000'이라는 숫자에 미혹돼 꼭 물어봐야 할 것을 빠뜨린 채 지나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진짜 소중하고 진짜 필요한 것들이 숫자놀음에 매몰되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도 하다. 르 코르뷔지에의 시선은 '도시'가 아니라 그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향했다. 그걸 보지 못한 나혜석은 너무 낭만적이었고, 그걸 질문하지 못하는 우리는 너무 게으르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6-11-08 이충환

[경인칼럼]현대차 약진이 좋지만 않는 이유

해외 생산량 국내보다 많아 격차 갈수록 벌어져좁은 내수시장에 고임금… 파업만능주의 고질병기아차 인수후 부품업체 계열화·중소업체 하청 전락현대기아차의 놀라운 성장이 주목된다. 지난 9월에는 기아차가 미국 텍사스에서 200㎞ 거리의 멕시코 페스케리아에 연산 40만대의 완성차공장을, 10월 중순에는 현대차가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시에 30만대 공장을 각각 준공한 것이다. 내년에 중국 충칭 5공장까지 완성되면 세계최대 규모의 토요타 자동차에 근접하게 된다.정몽구 회장의 현장경영, 뚝심경영, 품질경영이 돋보인다. 2000년 9월 자동차전문그룹으로 홀로서기할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우려의 눈초리를 보냈었다. 중후장대형의 자동차산업은 '지옥의 카레이스보다 더 치열하다'는 게 정설인 때문이었다. 더구나 당시는 외환위기 직후로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터에 왕자의 난까지 겹치는 등 창업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정 회장은 1998년 지휘봉을 잡은 지 1년 만에 적자상태의 현대차를 4천억 원대의 흑자기업으로 반전시키는 깜짝쇼를 연출했다. 2004년에는 중국진출 3년 만에 중국내 판매순위 5위로 급부상했을 뿐 아니라 2008년에는 금융위기 여파로 GM이 파산하는 등 세계자동차업계가 충격에 빠졌을 때 재빨리 '10년, 10만 마일 무상 보증수리' 카드를 제시해 자동차의 메카 미국에 확고한 뿌리를 내렸다. 1977년 현대정공을 설립해서 히트상품 '갤로퍼'로 국내 레저용 차량의 새 지평을 열었을 때 정 회장의 경영능력을 인정했어야 했다.그러나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약진이 달갑지만은 않다. 생산능력 측면에서 국내외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해외공장은 연산 530만대인데 비해 국내적으론 현대차 178만대와 기아차 160만대 등 총 338만대에 불과한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올 1~9월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303만대인 반면에 해외생산량은 332만대로 사상처음 해외생산이 국내생산을 추월했다. 휴대전화에 이어 현대차의 코리아 탈출이 본격화되었다.더욱 주목되는 것은 1996년 기아차 아산공장 건설 후 지금까지 국내에는 완성차공장 신설이 한 건도 없다는 점이다. 정몽구 회장이 경영을 맡아온 20년 동안 미국, 중국, 멕시코 등 9개 나라에 총 18개 공장을 신축한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기아차의 눈부신 성장은 100% 해외에서 조성된 것으로 이로 인한 해외고용 유발효과는 2015년 기준 현대차 4만6천여 개와 기아차 1만6천여 개 등 총 6만2천여 개에 달한다. 고용 없는 성장의 대표적 사례이다. 좁은 내수시장이 결정적 요인이나 고임금은 설상가상이었다. 현대차의 파업만능주의는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올해도 현대차 노조는 지난 7월부터 약 150일간 총 24차례 파업투쟁을 벌임으로써 회사에 14만대의 생산 차질(약 3조원)을 초래했다. 이윤 동기가 기업의 존재 이유인 만큼 글로벌화를 통한 계속 기업화의 당위성이 크다. 그러나 단 한 개의 일자리가 아쉬운 국내 실정을 고려하면 개운치 못하다. 현대차의 과거 역사를 반추하면 더욱 씁쓸하다. 현대차 사장을 역임한 이계안 전 국회의원은 "현대차는 특히 국민들에게 진 빚이 많다"고 주장했다. 1975년 포니 탄생신화는 정부의 외제차 수입금지조치가 만들어준 결과이며 1970년대 오일쇼크 때 정부는 고환율정책으로 백척간두의 재벌들을 수호해 주었다. 결정적인 점은 1998년 정부가 기아차의 인수를 승인함으로써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현대차의 독점적 지위가 크게 제고된 것이다. 이후부터 관행처럼 해오던 국내의 자동차 연말세일이 사라졌다. 리더기업인 현대차가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경쟁사들의 재고떨이 관행에 제동을 걸자 정부가 현대차 편을 들어주었기 때문인데 이를 계기로 국민들이 헐값에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또한 현대차는 기아차를 인수한 후 플렛폼 통합과 부품 모듈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 경쟁력을 높였는데 그 와중에서 소수의 대형 부품업체들은 계열화되고 나머지 수천 곳의 중소제조업체들은 현대모비스의 중간관리를 받는 2, 3차 하청업체로 전락했다. 글로벌스타 현대차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접어야 하나./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6-11-01 이한구

[경인칼럼]'부정청탁 금지법'시대 공직자 등의 자세

민원, 비공식 루트 통하지 말고 공개적으로 제기법규 위배된 요구 계속땐 인내심 갖고 경청해야 법 정착되려면 민원인·공무원 지혜로움 필요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세인들의 관심 밖에 있다가 시행을 앞두고 갑자기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다시피 하였습니다. 법률 제정의 취지나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정착시키는데 지혜를 모으기보다는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서부터 전 국민을 범죄자 취급한다는 불평까지 매우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었고, 급기야는 '란파라치'라고 불리는 고발꾼의 이야기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법의 제정취지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연고주의, 온정주의로 인해 쉽게 청탁하는 관행을 부정의 시작으로 보고, 부패 빈발분야를 특정하여 그 분야의 부정청탁행위를 제재하고, 이를 통해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는 데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청탁(請託)'이라 함은 '청하여 남에게 부탁함'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사회생활에서 어떤 일을 남에게 부탁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비슷한 말로 '청원(請願)이 있습니다. 역시 사전을 보면 '일이 이루어지도록 청하고 원함' '(법률용어로) 국민이 법률에 정한 절차에 따라 손해의 구제, 법령의 개정, 공무원의 파면 따위의 일을 관공서 등에 청구하는 일'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탁의 본래 의미와 상관없이 '청탁'에는 부정적이고 음습한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습니다. 위 법률도 금지된 청탁행위를 규정하면서, 법령에 위반한 행위를 요구하는 것을 상정하고 있습니다.부정청탁금지법은 선진국의 부패방지법제가 취하고 있는 '절차적 규제'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부정청탁의 유형까지 열거한 '내용적 규제'방식을 채택하였다는데 이는 가히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반부패입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직자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은 경우에는 소속 기관장 등에게 신고하거나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각종 절차적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공직자 등에게 어떤 행위를 요구하거나 궁금한 사항이 있어 그 의문점을 해소하고자 하거나 억울한 사정을 하소연하고자 할 때 소위 '비공식 루트'를 통하지 말고 공개적인 방법으로 하라는 것입니다. 인터넷에 올려 궁금한 사항을 해소하거나, 청원법이나 민원사무처리규정이 정하는 절차와 방법에 따라 민원제기를 하라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청원법 등이 있었음에도, 민원인들은 해당 민원을 담당하는 공직자 등을 직접 만나 설명하기를 원하고, 그것도 불충분하다고 생각하여 외부 식사자리를 마련하려고 하거나, 공직자 등과 친분이 있는 사람을 찾아 대신 민원을 설명하도록 하는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민원인들은 정상적인 민원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법을 강구할까요?민원인들은 첫째, 공직자 등이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이해했는지, 관련 규정 등을 내일처럼 충실히 검토한 것인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민원인의 의도대로 일이 처리되지 않으면 공직자 등이 상부나 외부의 압력 또는 청탁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민원인이 법규에 위배되는 요구를 계속한다는 이유로 상부에 보고하고 관계기관에 신고하는 것으로 모든 임무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결국, 공직자 등은 인내심을 가지고 경청하는 방법 이외에는 더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 비록 법규에 위배되는 요구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가 법령개정의 요구 등 청원의 취지일 수도 있는 만큼 바로 내칠 일은 아닙니다. 부정청탁금지법은 부정한 청탁으로부터 공직자 등을 보호하고, 민원인들에게도 위법한 업무처리를 요구하지 말도록 한 법이지, 공직자 등으로 하여금 법률 뒤에 숨어 경직된 업무처리, 복지부동하라는 것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부정청탁방지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공직자 등의 지혜로움이 요구됩니다./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

2016-10-25 박영렬

[경인칼럼] 박대통령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부패·양극화·도덕적 해이·정치 실종… 불안감만우병우·최순실 비호 등 더 큰 부메랑으로 올 수도 정치·권력운용 방식 전환만이 난국타개 단초 마련20대 총선이 끝나고 6개월이 지났다. 여소야대 국회는 협치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으나 결과는 참담하다. 사드 배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 미르와 K 스포츠 두 재단의 이른바 비선실세 개입 정황, 집권당 대표의 단식과 국정감사 파행, 백남기 씨 사망을 둘러싼 책임 규명 등의 국면에서 정치는 철저하게 실종됐다. 노무현 정부 때의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을 두고 또 다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당시 비서실장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휘발성이 강한 사안으로 커지고 있다. 당연히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또 하나의 거대한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을 의식한 지지층 결집에 이만한 이슈도 없다. 한국정치의 문법이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블랙홀의 정치공학이 정권 주변의 의혹들마저 덮으리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민심에 대한 심각한 난독(難讀)이다. 대한민국은 국내외적인 미증유의 위기 앞에 아무런 방패없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을 급기야 '지옥'에까지 비유하며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 북한 핵의 실전배치는 이제 코 앞이다. 미국은 실질적인 자국 안보의 위기를 느끼고 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은 그래서 마냥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한반도 상황이 안정되게 관리되지 못하고 비등점을 향해 치닫는 상황이다. 각자도생으로 치닫는 사회적 연대의 붕괴, 임계점을 향해 치닫는 양극화와 격차의 심화, 기득 엘리트의 도덕적 해이와 권력을 농단하는 '비선실세'의 의혹은 민심의 이반으로 나타나고 있다. 집권 핵심에 기생하여 나라를 좀먹고 있는 무리의 권력 사유화와 농단을 방치하는 야당도 공범이다. 부정의하고 부조리한 의혹의 핵심을 파헤치지 못하는 야당의 무능은 청와대 엄호가 존재가치로 보이는 여당의 친박 핵심과 같은 무게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당나라 후기 시인인 허혼(許渾)의 시 중 '산에 비가 오려 하니 누각에 바람이 가득하네'(산우욕래풍만루 山雨欲來風滿樓)란 시구는 위기가 다가옴을 알리는 선행지수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허혼은 당 제국의 황혼기에 제후들의 발호와 환관의 전횡, 극심한 당쟁을 누각에 가득한 바람으로 표현했다. 요즘 부쩍 주변에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부패, 양극화, 불평등, 도덕적 해이, 정치실종 등은 생소하지 않은 단어들이지만 '누각의 바람'처럼 불길하게 느껴진다. 늘 있어 왔던 현상들이지만 이제 임계점에 온 듯한 불안으로 다가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수사 중이기 때문에 해임할 수 없다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국민을 바보로 알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청와대와 집권당 친박 핵심들의 최순실 씨 비호 등은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헌정 사상 초유로 국회에서 통과된 장관해임건의안이 대통령에 의해 거부되었으나 이 역시 정권에는 큰 부담이다. 국회를 대립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순간 권력의 장악력은 역설적으로 떨어진다. 청와대와 친박 핵심 세력들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론을 모으기 위해서는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집권세력이 특단의 결기를 보여야 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한 번 밀리면 국정주도권 상실은 물론 레임덕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피해 의식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정치의 방식과 권력 운용 행태의 전환만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스테레오타입화한 방식을 탈피할 때도 됐다. 50대 이상과 영남 지역에서의 민심의 이탈 현상은 지금까지의 국정운영방식의 폐기를 주문하는 강력한 요구다. 국민의 요구에 책임지지 않고 반응하지 않는 통치가 성공한 예는 없다. 당나라 태종의 언행을 기록한 정관정요(貞觀政要)에서 위징(魏徵)이 태종에게 간언한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 물은 배를 띄우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란 말은 현대의 대의민주주의에 그대로 적용된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1조에 체화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16-10-18 최창렬

[경인칼럼]문화영향 평가제와 도시정책

특정 정책으로 주민권리 침해등 폐해 사전 방지지자체, 지역밀착형사업 추진땐 제도 적극 활용문화계·주민간 도시개발 정책 갈등 최소화 가능최근 법제화된 '문화영향평가제도'는 개발위주의 정책과 문화적 가치의 모순을 완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주목할만하다. 지금까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정책은 대부분 경제성장 패러다임에 근거한 것이었다. 성장 위주의 개발 정책은 국민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고 파괴해왔다. 이에 대해 경고와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지만 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문화적 영향을 고려한 공공정책의 수립과 실행을 통해 정책의 사회적 수용가능성과 효과성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선진적인 제도로 평가된다. 아직 문화영향평가제는 제도상 개선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지자체나 문화계의 이해는 충분치 못해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영향평가제는 2013년에 제정된 '문화기본법' 제5조 제4항에 근거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계획, 정책, 사업, 제도가 문화적 관점에서 국민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평가하여 부정적 영향을 미연에 방지하고 문화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정책의 문화화'를 통해 문화 가치의 전 사회적 확산을 위한 제도이다. 문화영향평가제의 도입으로 문광부의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국토부의 '행복주택프로젝트' 등 9개의 정책에 대한 문화영향평가 시범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2016년부터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을 문화영향평가센터로 지정하고 전국 지자체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 가운데 문화영향평가가 필요한 정책을 선정하여 영향평가를 지원하기 시작하고 있다. 문화영향평가제는 국가나 지자체가 추진하는 정책과 사업이 해당 지역의 문화경관, 유무형문화유산, 문화다양성, 지역주민공동체와 생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주민들의 문화 향유와 참여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한다. 이로써 특정정책으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문화적 권리의 침해나 문화경관의 파괴, 공동체의 상실 등과 같은 부정적 영향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된다. 문화영향평가는 해당 정책에 대한 성과를 사후에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정책이 미치는 문화적 영향을 분석하고, 문화적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대안을 사전에 제시함으로써, 바람직한 정책 입안을 유도하고 지원할 수 있다.이 제도의 명칭은 규제나 강제 이행규정을 연상시키지만, 평가 과정과 결과를 통해 특정한 정책의 문화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문화영향 '컨설팅'에 가깝다. 또 당분간 문화영향평가 관련 예산은 전액 국비로 지원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적극 활용하면 예산 부담은 줄이고 사업효과는 높일 수 있는 제도이다. 따라서 지자체는 문화적 관점에서 주민의 삶의 질 또는 일상생활에 영향력이 큰 정책, 특히 지역 문화에 영향이나 파급효과가 큰 국정과제나 주요 시책사업에 대해서는 문화영향평가를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한다. 특히 문화적 가치에 대해 고려할 사항이 많은 사업들, 도시재생·마을만들기와 같은 지역밀착형 사업을 추진할 때 문화영향평가제는 매우 효과적인 보완수단이 될 수 있다. 한편 지역 문화계와 주민들 역시 문화영향평가제도의 목표와 취지를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도시개발 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객원논설위원

2016-10-11 김창수

[경인칼럼] 인천N방송은 실패했다

문화·콘텐츠사업을 경제·산업적 접근 '잘못된 출발'동네 유튜브를 글로벌 유통플랫폼 처럼 '과대 포장'市, PP전환·시청자미디어센터 참여 등 해법 찾아야"10월 7일 인천방송발전을 위한 토론회를 갖습니다. 패널로 꼭 참석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인천N방송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인천테크노파크 본부장은 우리 센터 발전협의회 14명 위원 중 한 분이다. 인천N방송의 향후 운영방안을 놓고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을 한단다. "난 사실 이 센터장님처럼 인천N방송에 비판적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래서 꼭 참석해주길 바랍니다." 아쉽게도 일정이 겹쳐 모레 열리는 토론회에는 참석하질 못한다. 대신 이 지면을 빌려 생각을 보태고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천N방송은 실패다. 정부와 인천시가 적지 않은 사업비를 투입했지만, 기관장이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지만, 운영진이 의욕을 활활 불태웠지만, 실패했다. 콘텐츠가 없고 보는 사람이 없다. 인천N방송은 미래창조과학부의 방송통신융합 공공서비스 시범사업이다. 인터넷 인프라에 소규모 방송서비스가 결합된 형태다. 채널을 무한정 확장할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 당초 이 사업의 목적은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정보 제공, 동호회와 교회 등과 같은 비개방적 이용자그룹을 위한 소규모 방송서비스 제공,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홈쇼핑서비스 제공에 있었다. 한 지역 울타리 안에서 그 지역의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이 필요한 정보와 콘텐츠를 편리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동네 유튜브'의 역할과 기능을 하도록 설계됐다. "태생적으로 소박한 콘텐츠 유통 플랫폼"(2015년 11월 4일 경인칼럼 'KBS 인천지역국이 필요한가?')인 것이다. 인천N방송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작용했다. 첫째, 처음부터 번지수가 틀렸다. 인천N방송은 하나의 문화현상이며, 콘텐츠 지향 사업이다. 그런데 엉뚱한 프레임으로 접근했다. 시의 주관부서가 창조경제를 담당하는 경제정책과였다. 지금도 신성장산업과가 담당한다. 문화현상과 콘텐츠사업을 경제적·산업적 관점에서만 판단하고 사업을 집행했으니 출발부터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둘째, 운영주체의 '뻥튀기'가 너무 심했다. 동네 유튜브를 글로벌 콘텐츠 유통플랫폼인 양 지나치게 과대포장 했다. 그러다 보니 더 요란한 슬로건과 더 화려한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10만원씩 콘텐츠 채택료를 주고, 노래 잘하고 개그 잘하는 시민을 스타로 발굴하는 대회를 열고, 애플TV에 한국 콘텐츠를 공급하는 플랫폼사업자와 손을 잡아도 동네 유튜브는 동네 유튜브다. 운영진의 의욕이 지나쳤다.인천시나 인천테크노파크로선 비상구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다행히 몇 가지 해법이 있다. 하나는 인천N방송을 방송채널사업자, 즉 PP(Program Provider)로 전환하는 것이다. 인천의 고질적인 방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가 방송콘텐츠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면 된다. 인천N방송을 PP로 만드는 것은 시가 '인큐베이터와 방송사업자의 기능을 함께하는' 방안에 해당된다.(2015년 12월 16일 경인칼럼 '인천의 방송, 그 문제를 푸는 방법') 또 하나는 인천시가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 운영에 참여하면서 인천N방송을 시민제작콘텐츠의 유통망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시청자미디어센터의 설립목적과 기능상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참여는 필수다. 지금처럼 기초자치단체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재정위기의 인천시가 선뜻 팔 걷어붙이고 나서기가 간단치 않다. 인천N방송은 이런 상황을 들어 올리는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는 1인 방송시스템(MCN : Multi Channel Network)의 도입을 앞두고 있다. 시민 누구나 방송제작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실패'라는 말이 거칠고 섭섭하게 들리시겠다. 하지만 엄정한 시선으로 문제와 현실을 들여다봐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드리는 충정(衷情)의 표현이다. 모레 열리는 토론회에서 마음의 짐을 한 짐 덜어내시길 바란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6-10-04 이충환

[경인칼럼] 예견된 서민주택 정책 실패

도시형생활주택, 전·월세 가격 여전히 '천정부지'구도심 주거환경 더 나빠지고 주민갈등 점차 증가 '가격대비 삶의 질 높냐'는 질문에 입주자들 "글쎄요"올여름 가마솥더위는 특히 도시 서민들을 힘들게 했다. 급격한 도시화로 삼림이 크게 훼손되면서 열기를 식혀주는 기능이 약화된 데다 아파트와 고층건물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도시의 '바람 길'을 막은 것이 결정적인 이유이다.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원룸타운 입주민들에게 올 여름은 악몽 그 자체였다. 10층 이상의 고층원룸들이 1m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 통풍이 안 되는 데다 옆 건물에서 거실까지 훤히 들여다 보여 창문도 마음대로 열 수 없었다.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의 경우 건축법상 건물 간 이격(離隔)거리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민법 242조 1항에 의거 옆 건물과 50cm 이상 거리만 두면 얼마든지 건물을 신축할 수 있다. 일조권도 언감생심이다. 지난해 5월 정부가 상업지역에 적용되던 도로 사선제한 규제를 폐지한 것이다.도시형생활주택은 2009년 5월 이명박 정부가 전월세난 해소목적으로 도입한 새로운 주거형태이다. 저렴하면서도 편리한 생활공간을 단기간 내에 대량으로 공급한다며 도시에 한정해 재건축 규제를 대폭 해제한 것이다. 건폐율과 용적률을 완화해 20가구 이상 150가구 미만의 건축을 허용하고 단지형 다세대와 원룸형, 기숙사형 등으로 주거형태를 다변화했다.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에 의한 감리로 변경하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서도 제외했다. 주차장은 세대당 0.50~0.60대로 진입도로 폭 제한도 일반 공동주택의 6m보다 좁은 4m로 낮추었다. 준주택제도 도입했다. 오피스텔, 실버하우스, 고시원 등을 준주택으로 분류해 바닥 난방과 욕조 설치를 허용하는 한편 오피스텔은 전체 면적의 70% 이상을 업무공간으로 제한하는 규정도 없앴다. 2013년 '8·18 전월세 대책'을 통해 주거용 오피스텔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으며 1가구 2주택 규제에서도 제외했다. 무리를 하더라도 반드시 서민주거안정을 달성하겠다는 각오였다. 고유가에 따른 경기 부진은 설상가상이어서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 건설업 진작에도 주목했다. 서민 주택사업자에 연리 2%의 장기저리 주택자금을 지원했다.도시형생활주택 공급량은 2009년 78가구에서 지난 3월에는 33만959가구를 기록, 주택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같은 기간 오피스텔 공급량은 연평균 3만3천실로 도시형생활주택 수의 50% 정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전월세 가격은 여전히 천정부지이다. 원룸과 오피스텔 등은 역세권이나 도심, 대학가 등 알짜부지에 입지하는 경우가 많아 분양가 자체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전방위적으로 전월세 값 상승을 견인했던 것이다. 주거 다양화에도 역행했다. 도시형생활주택 10채 중 원룸이 6.5채인 것이다. 저금리시대를 맞아 사업주들이 수익성 증대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가구 수를 최대한 늘린 탓이다. 구도심의 생활환경은 더 나빠졌다. 작년 1월 130여명의 인명피해를 낸 경기도 의정부 대붕그린아파트 화재 참사가 상징적 사례이다. 정책입안과정에서 도시형생활주택 입주민들은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전제가 화근이었다. 주민갈등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다닥다닥 붙은 건물들이 늘어나면서 지자체마다 민원접수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일조권과 조망권, 층간소음, 사생활침해, 집값 하락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인천 남동구청은 하루에도 민원이 여러 건에 이른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 모 지자체의 담당공무원은 업무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병가를 신청하기도 했다. 도시형 서민주택이 가격 대비 삶의 질을 높였냐는 질문에 입주자들의 대답은 "글쎄요"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시형 생활주택은 행정실패"로 규정했다. 당초 전문가들이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원도심 난개발에 따른 교통 혼잡과 주거환경 악화, 범죄 증가와 역사문화 훼손 등이 귓전을 맴돈다.앞으로가 문제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1인 가구 비중이 27.2%로 1위를 차지했는데 2035년에는 34.3%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동굴원룸 동네에 언제 바람 길이 터질지./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6-09-27 이한구

[경인칼럼] 사람의 죽음

태산보다 무겁고 깃털보다 가벼운 죽는 동기의 가치수사대상자 죽음으로 억울함 알려 결백 주장하기도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생 마감' 좀 더 신중했으면…사람의 죽음에는 그 원인에 따라 자연사와 사고사가 있고, 자살과 타살이 있다. 현행법상 자살행위는 범죄가 아니므로 자살하려다가 미수에 그치더라도 처벌되지 않는다. 그러나 타인으로 하여금 자살을 하게하거나(자살교사) 타인의 자살을 도와준 행위(자살방조)는 처벌된다. 자살의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울증이나 생활고, 직장인들의 경우 업무스트레스, 수험생들의 경우 정신적 압박등이 주된 원인으로 거론된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 35개국중 최상위권에 속한다고 하니 아직도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경제발전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중국 전한시대 무제때 역사가이자 '사기'의 저자인 태사공 사마천은 사람의 죽음에 대해 '사람은 한번 죽게 되어있다.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重於泰山), 어떤 죽음은 기러기의 깃털보다 가벼운 데(輕於鴻毛), 그 차이는 죽음으로써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였다. 이는 사람의 죽음에 대해 그 동기에 따라 그 가치를 다르게 평가한 것이다.역사적인 사례를 본다면 구한말 예조·병조 판서를 역임한 민영환은 1905년 을사조약 체결을 계기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일제침략에 격렬히 항거하면서 그 부당성을 널리 알렸다. 경비가 삼엄한 하얼빈 역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이토오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행위도 목숨을 내놓지 않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위대한 거사였다. 일본인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였음은 물론 우리민족의 자존심을 살려 대한민국 건국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역사에 길이 빛날 쾌거로 평가된다.중국 초나라 회왕의 신임을 받던 굴원은 급속히 팽창하는 진나라에 대한 대응책으로 합종설을 주장했다가 조정중신들과 뜻이 달라 실각한 후 우국충정에서 결국 멱라수에 투신하여 자살하였다고 한다. 그때가 기원전 3세기경 5월 5일로 오늘날 단오절의 기원이 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위와같은 경우는 태사공이 말한 태산보다 더 중한 죽음을 선택한 예가 될 것이다. 태사공 자신도 흉노와의 싸움에서 패배해 투항했던 이릉장군을 옹호하다가 무제의 노여움을 받아 궁형이라는 형벌을 받게 된다. 궁형은 거세하는 것으로 그 당시는 벼슬하던 사람이 궁형을 받으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더 명예로운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는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하루에도 창자가 9번 뒤틀리고, 집안에 있으면 무언가를 잃은 듯이 멍하고, 밖에 나가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며, 치욕을 생각할 때 마다 등에서 땀이 흘러 옷깃을 적시지 않는 날이 없었다'고 한다. 태사공이 이런 치욕을 참으며 목숨을 부지한 이유는 오직 하나 선친 사마담으로부터 '사기'를 완성하라는 유언 때문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 결과 그는 불후의 명작 '사기'라는 역사서를 저술하였다. 만약 태사공이 궁형을 선고받았을 때 치욕을 참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였다면 그의 표현대로 그 죽음은 깃털보다도 가벼웠을 것이고 오늘날 사마천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요즈음 수사를 받는 도중 또는 수사기관의 소환을 앞두고 자살하였다는 뉴스가 가끔 들려온다. 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죽음을 선택할 당시의 절박한 사정은 죽은 자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니 산 자가 그 죽음의 의미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일 것이다. 다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그들 대부분은 죽음으로써 억울함을 세상에 알려 결백을 주장하거나, 본인 때문에 수사가 확대되고 범죄가 성립되는 연결고리를 끊으려고 했을 것이다. 어떠하든 그 죽음이 태산보다 무거운 것인지 기러기 깃털보다 가벼운 것인지는 세상 사람들의 판단에 달려있다.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최상위권에 속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태사공이 궁형이라는 치욕을 감수하면서도 죽음을 택하지 않은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일생에 한번 밖에 없는 죽음에 대해서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

2016-09-20 박영렬

[경인칼럼] 핵과 사드의 정치학

한·미, '사드=북핵 방어용' 논리로 중·러 설득 실패김정은 무모한 도발 막을 수 있는 '中 영향력' 여전전략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대외적 위기 대처해야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사드 배치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여야 영수회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한미의 사드 배치는 되돌릴 수 없는 결정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의 정치학은 군사적으로만 접근할 수 있는 1차 방정식이 아니다. 군사와 안보는 같은 개념이 아니다. 군사적 관점은 재래식, 비대칭 등의 군사력 비교에 근거한다. 그러나 안보는 정치·경제·외교·군사의 모든 면을 고려해야 하는 개념이다. 1차원적인 군사적 관점에서 사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미국과 중국의 패권주의의 상징이라는 정치외교적 관점은 북핵 못지않게 중요한 개념이다. 강 대 강의 군사적 대치의 심화는 미·중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한반도의 긴장 수위는 임계점을 향해 치닫게 될 것이다. 사드가 북핵 방어용이라는 한·미 정부의 논리는 시진핑과 푸틴을 설득하지 못했다. 중국은 사드가 미국과 중국의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에 의한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깬다고 보고 있다. 한·미가 아무리 사드를 북핵과 미사일 방어용이라고 해도 중국은 미국이 동아시아의 패권을 위해 미사일 방어체계(MD)를 구축하려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 배치 반대를 '대안없는 정치공세'로 규정했다. 새삼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의미할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박 대통령의 사드 관련 중·러 등과의 정상회담에서 보인 태도는 전략적이지 못하다. 스스로 운신의 공간을 좁히는 전략적 우를 범할 개연성을 높일 뿐이다. 굳이 우리가 나서서 사드 배치를 주장할 필요가 없다. 중국의 인식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는 한미동맹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소극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군사·외교·경제 등 한국의 전략적·안보적 이해에 부합한다. 북핵 실험 이후의 대북제재 수위를 높여도 중국이 적극 동참하지 않으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음은 이미 4차 핵실험 이후에 입증됐다. 외교부는 11일 세가지 분야에서 새로운 강력한 결의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적 이해와 한국의 국익이 다르다는 국제정치적 인식의 전제하에서 북핵과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한국의 독자적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이용한다면 사드배치 결정 이후에도 한국이 운신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북핵을 억제하고 김정은의 무모한 도발을 막을 수 있는 중국의 영향력 행사는 여전히 긴요하다. 군사적인 대처는 물론 중요하다. 내년도 예산에도 40조의 국방비가 편성되었다. 국방비 예산이 처음으로 40조를 돌파했다. 2005년도에 20조에 불과하던 국방예산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북의 군사적 도발을 막는 길은 군사와 외교 양면에서 이루어지는 안보적 이익의 극대화에서 찾아야 한다. 미국이 북한을 직접 타격할 가능성은 현재로써는 낮지만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위협을 느낀다면 군사행동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군사적 대치와 촘촘이 짜인 전략자산들의 한반도 전개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현실화되지 않게 하려면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 전쟁의 당사자는 한국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드 배치 반대를 '대안없는 정치공세'로 볼 일이 아니다. 사드 반대가 정략적 사고며, 남남 갈등과 분열을 유발한다고 보는 구태의연한 스테레오 타이프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략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북핵이라는 미증유의 대외적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 핵무장론은 실현 가능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주변 강대국들을 자극함으로써 한반도를 최악의 국면으로 몰고 갈 것이다. 이미 연두 회견에서 박 대통령도 핵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피력한 바 있다. 핵무장론 제기야말로 보수층 결집을 위한 의제(어젠다) 선점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정략적 발상이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16-09-13 최창렬

[경인칼럼] 시민의 권리로서의 문화예술

문화권, 모든국민 차별없이 창조·활동·향유할 권리선언 넘어 '국가에 의해 보장되는' 사회적 기본권정부·지자체, 시민 문화예술 활동 집중 투자해야한국의 문화정책, 특히 문화관련법의 정비는 선진국도 부러워할 만한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2013년 말에 제정된 '문화기본법'이 대표적이다. 2014년부터 시행된 법이 한국문화정책사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되는 것은 '문화영향평가제', '문화진흥기본계획수립', '문화정책전담연구기관지정', '문화권' 등의 획기적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권(文化權)'의 개념을 법률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모든 국민의 권리로 명시하고 있어 향후 정부와 지자체 문화정책의 일대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문화가 국가발전과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 가장 중요한 영역의 하나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국가와 지자체는 문화가치를 우리 사회 영역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문화기본법'에서 문화권(文化權)은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로 규정되었다. 문화적 권리(cultural right)의 개념의 유래는 국제적으로는 유네스코 세계인권선언(1948)에서 비롯된 것으로 국내에서는 '문화헌장'(2006)에서 공식적으로 언급된 바 있다. 그러나 국가의 법으로 명문화된 것은 '문화기본법'이 처음이다. 그러나 시민을 문화정책의 대상에서 문화예술활동의 주체로 전환하고 있는 '문화권'의 중대한 의미가 우리 사회나 문화현장에서 충분히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유감이다. 법조문에 한자어를 병기하지 않은 탓인지, 아직도 대표적인 인터넷 포털이나 법률 용어사전에도 검색되지 않고 있다. 광속의 사이버 공간에서도 여전히 '문화권'은 공통의 문화적 특징을 공유하는 영역을 의미하는 '문화권(文化圈)'의 개념으로만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국민들의 문화적 권리는 이제 선언(manifesto)의 수준을 넘어, '국가에 의해 보장되는' 사회권적 기본권의 하나로 확립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권리는 문화예술 영역의 경우 '표현의 자유'와 같이 국가로부터 자유를 보장받는 자유권적 기본권보다 적극적인 권리이다. '문화기본법'에는 시민들이 문화예술의 소비자나 향유자를 넘어 창조적 문화예술활동의 주체임을 확인하고 능동적인 활동을 권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이 법은 정부와 지방정부가 시민들의 문화예술활동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정비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문화권 실현의 가장 큰 장애물은 각종 문화적 불평등일 것이다. 문화예술의 향유와 관련된 지표를 보면 지역과 계층별로 그 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생활문화예술 지원 정책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더 자유롭게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사업에 투자를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문화기본법에서 명시한 심오한 목표는 가까운 미래에 실현되기는 여러 가지 여건상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문화를 '권리'로 인식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능동적 문화참여가 높아진다면,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들의 문화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이뤄진다면, 아직까지는 선언처럼 보이는 문화기본법에 스며있는 문화가치와 문화사회의 실현도 앞당겨질 것이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6-09-06 김창수

[경인칼럼] 우리는 고래보다 열등하다

약한쪽에 연민 느껴 보호해주려는 혹등고래 마음기절한 택시기사 놔둔채 골프백 챙겨 떠난 사람들도덕적 의무까지 법으로 강제하는 사회돼야 하나단단하게 뭉쳐있던 마음의 무장을 풀어놓은 토요일 오후는 TV보기에 딱 좋다. 지난 주 역시 마찬가지. 이 채널 저 채널 기웃거리다 EBS에서 방황을 끝냈다. 해외의 고품격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는 '세계의 눈'은 그 시간대 딱히 볼 게 없는 대한민국 오십대 남자들에게는 제격이다. 책 읽는 수고로움 없이 게으른 자의 지적(知的) 허기도 제법 채워준다. 그런데 그날 방송한 '고래들의 전쟁'은 여느 토요일 나른한 시선으로 시청하던 다큐멘터리와는 사뭇 달랐다. 남쪽 열대의 바다에서 새끼를 낳은 고래들은 봄이 되면 새끼를 데리고 대장정에 오른다. 목적지는 북쪽 베링해. 적도 부근 바다에서 출발해 두 달 동안 5천km를 헤엄치는 긴 여정이다. 그때쯤 베링해에는 고래들의 먹이인 크릴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 크릴의 향연을 즐기기 위해 고래들은 그 먼 길을 마다않는다. 베링해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150개의 섬으로 늘어선 알류산 열도를 통과해야 한다. 섬과 섬 사이 폭 10km의 좁은 해협 '유니맥 패스'는 고래들이 베링해로 들어가는 지름길이다. 이곳으로 혹등고래와 귀신고래들이 몰려드는데 이들을 노리는 또 다른 고래들이 있다. 바다의 최종 포식자인 범고래 무리다. 머리 좋고 사나운 녀석들은 해협의 길목을 지키며 새끼 고래들을 노린다. 절반 정도의 새끼들이 이곳에서 희생된다고 한다. 화면에는 수십 년간 고래를 관찰해온 과학자들조차 미처 보지 못했던 광경이 펼쳐졌다. 어미를 잃은 채 홀로 유니맥 패스를 통과하려던 새끼 귀신고래가 범고래 무리들에게 당하려는 찰나 한 떼의 혹등고래 무리가 새끼 귀신고래를 구하기 위해 울부짖으며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예닐곱 마리로 각각 무리지은 혹등고래와 범고래들은 치열한 육탄전을 벌였고, 마침내 범고래들이 퇴각했다. 몇 해 전에는 혹등고래가 범고래 무리에게 쫓기던 물범을 자신의 지느러미 위에 태운 채 뒤로 누워 20분 동안이나 헤엄쳐 살린 사례도 보고됐다. 약육강식 동물의 세계에서 혹등고래의 이런 행동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30년 동안 고래를 연구해온 크레이크 맷킨 박사는 종을 초월해 약한 쪽에게 일종의 연민을 느끼고 보호해주려는 마음, 즉 '공감(共感, empathy)'으로 설명한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똑같거나 비슷하게 느끼는 것을 말한다. 정신분석학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심리적 상태를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느끼는 것을 통해서 지각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며칠 전 막을 내린 리우올림픽 육상 여자 5천m 예선에서 레이스 도중 넘어진 두 선수가 서로 손을 내밀어 경쟁자이기도 한 상대를 일으켜 세운 뒤 함께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은 '공감'의 극적인 표현이다.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에서 가까스로 구조돼 피와 먼지로 범벅이 된 채 멍하니 구급차 의자에 앉아있는 시리아 '알레포 소년'의 모습에서 슬픔과 분노를 느끼는 것은 우리에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래의 '공감능력'보다 인간의 그것이 훨씬 열등(劣等)함을 명백하게 입증하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홀로 외롭게 사는 노인들을 등쳐먹는 저급한 사기꾼들, 학자금 마련을 위해 힘들게 일한 학생들의 아르바이트비를 떼먹는 한심한 고용주들, 가족을 위해 가난한 조국을 떠나온 이주노동자를 학대하고 임금을 주지 않는 나쁜 사장님들의 얘기가 지천으로 널렸다. 지난 25일 대전에서 일어난 사건은 거의 정점이다. 택시에 승차했다가 갑자기 정신을 잃은 택시기사를 그대로 놔둔 채 트렁크에서 골프백을 꺼내 총총히 떠난 두 사람은 해외에서 골프를 치기 위해 떠나는 비행기를 놓칠까봐 그대로 갔단다. 예순 세 살의 택시기사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현실이 이러한데 인간이 어떻게 고래보다 우등(優等)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도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도덕적인 의무까지 법으로 규정해 강제하는 사회, 그게 사람이 살만한 사회일까./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6-08-30 이충환

[경인칼럼] 청산 시급한 삼베 수의문화

우리 고유문화 아닌 일본의 한국 식민통치 유산한민족 충효사상 폄훼하기 위해 강요한 불순 의도유족들 악덕 상혼에 시달리고 정부는 수수방관"집에 강아지를 키우는데 식구들이 예뻐하니까 자기도 사람인줄 안다." 모 애견마니아의 전언이다.반려동물시장이 뜨겁다. 국내의 반려동물 수는 2천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핵가족화와 고령화, 1인 가구 등이 증가한 때문이다. 경제난까지 겹치면서 애완동물이 사람들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농협경제연구소는 반려동물산업이 2015년 1조8천억 원에서 2020년에는 무려 6조원으로 전망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과 소통하는 동물교감사, 동물매개치료 심리상담사,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등이 유망직종으로 뜨고 있다. 동물장례식장이 점증하면서 동물용 삼베수의 가격도 천정부지이다. 애견들이 자신을 사람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 싶다. 삼베수의가 우리 고유의 문화가 아니라는 주장은 충격이다. 최연우 단국대 전통의상학과 교수는 삼베수의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통치 유산이라며 조속한 청산을 주장했다. 근거로 1474년(성종5)에 완성된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를 들었다.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이벤트행사인 관혼상례의 경우 고려 이전까지는 일정한 형식이 없어 불교식, 유교식 혹은 지역별, 가문별로 제각각이던 것을 조선정부가 유교교리에 근거해 신분별 표준예법을 확정한 것이다. 곽명숙 박사는 조선시대에 조성된 분묘들의 출토복식 중에서 삼베수의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며 최 교수의 주장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했다.조선시대에는 왕으로부터 일반 평민에 이르기까지 수의로 최고급의 비단이나 명주 등을 사용했다. 상례(喪禮)란 영원히 이승을 하직하는 고인에게 가족과 친지들이 지극정성으로 치루는 마지막 통과의례여서 사자(死者)를 혼례 때처럼 성장(盛裝)시켰던 것이다. 실학자 이덕무는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서 여성 망자의 경우 "예전에는 시집올 때 입었던 옷을 소렴(小殮)에 사용하기도 했다"고 기록했다. 혼례복을 수의로 입는 것을 미풍양속으로 치부하는 등 생시(生時)의 복식을 수의로 사용했던 것이다. 빈민들은 무명이나 삼베로 신의(新衣)를 짓거나 혹은 고인이 평소에 즐겨 입던 옷을 깨끗하게 세탁해서 수의로 사용하기도 했다. 삼베수의가 보편화된 결정적 계기는 1934년에 조선총독부가 제정한 '의례준칙'이었다. "수의는 포목(布木) 등으로 하고 고가의 실크는 사용치 말 것이며 충이, 멱목, 악수 등은 생략해도 무방하다"며 상주들은 상복 대신 완장이나 리본을 패용해야 했다. 총독부는 허례허식의 청산을 이유로 들었다. 당시에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지극정성으로 3년 상을 치르다 파산한 가정이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장례 때 무리할수록 효자절부로 칭송되던 탓이다. 그러나 일제가 삼베수의를 강요한 보다 깊은 뜻은 한민족의 정신적 지주인 충효사상을 폄훼하는 것이었다. 망자들에게 싸구려 수의를 입힘으로써 조상신(祖上神)을 욕되게 해 조선인들의 민족적 자긍심을 없애려는 불순한 음모였던 것이다. 덕분에 중상류층에서 즐겨 사용하던 고급 견직물 수의는 점점 사라지고 대신 헐값의 삼베수의가 국민들에게 확산되었다. 1973년에는 '가정의례준칙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을 제정해서 관혼상제 의례절차를 더욱 간소화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병원 영안실이나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는 관행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수의의 기성복화도 촉진되었다. 수의를 장례업체에 전문적으로 납품하는 소규모 납품업체도 처음으로 등장했다. 삼베수의가 장례문화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삼베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국적불명의 싸구려 수의가 명품인 안동포로 둔갑해 바가지 쓰는 일이 다반사여서 유족들은 악덕 상혼에 치를 덜어야 했다. 장례식장에서 국내산 삼베수의는 거의 사라졌다. 국내 장례산업의 급성장 및 중국 삼베수의 제조업자들이 호황을 누리는 이유이다. 장례산업의 버블화는 국민들이 감내할 수준을 넘었다. 특히 삼베수의는 한국 고유의 정신문화 왜곡 내지 열등감을 조장하는 것이어서 벌써 청산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해방된 지 고희(古稀)가 넘도록 수수방관하고 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6-08-23 이한구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