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 소통·화합 웃음의 아이콘 '아재 개그'

다소 썰렁하지만 중장년층 마음의 문 활짝 열어웃음·재미 주는일 상대방에 대한 배려·정성 필요찜통더위인 요즘 '웃음 선물'로 여름나기 어떨지200년만의 무더위로 기록되었던 1994년 못지 않은 폭염이 연일 계속되어 불쌍하게도 얼음과자가 다 죽었답니다. 이를 네글자로 표현하면? '다이하드'랍니다. 아몬드가 죽으면? '다이아몬드', 방금 전에 울다가 그친 사람을 다섯글자로 줄이면? '아까운 사람'. 요즘 유행하는 아재개그입니다. 아재개그는 아저씨 세대가 가부장적인 권위주의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유치함을 무릅쓰고 젊은 층과 융화 소통해 보고자 무뎌진 유머감각을 되살려 나름대로의 고심 끝에 구사하는 농담입니다. 요즘의 똑똑한 젊은이들은 이러한 중장년층의 노력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아재개그에 열광하며 기꺼이 함께 즐거워합니다. 다소 썰렁하고 유치한 듯하지만 권위주의를 떨쳐 버리고 다가서는 중장년 층의 눈물겨운 노력에 마음의 문을 활짝 여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웃음과 재미를 주는 일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정성 그리고 상당한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의 효과는 상상할 수 없는 커다란 결실로 되돌아 옵니다. 또한 상대방의 농담이 별로 재미없더라도 함께 웃어줄 줄 아는 아량이 의외로 인간관계를 아주 친밀하게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됩니다.미국의 사우스웨스트(SW) 항공사는 고객에게 즐거운 웃음을 제공하여 큰 성과를 거둔 사례로 유명합니다. 항공기내 금연정책이 실시된 후 SW는 실제로 다음과 같이 기내방송을 하였습니다. "승객여러분! 기내에서는 금연입니다. 흡연하실 분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날개 위해서 맘껏 피우시기 바랍니다. 오늘 흡연하면서 감상하실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 지정좌석도 없고, 기내식도 제공되지 않는 저가 항공기를 이용하여 여행을 하려던 승객들은 서비스에 대한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탑승하였다가 뜻하지 않은 코믹한 기내방송을 접한 후 저가항공기를 이용한 여행의 불편함을 다 잊어버리고 자연스럽게 SW에 호감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그 결과 SW는 1971년도에 단 4대로 항공운항 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현재는 여객운송 기준으로 세계 3위의 항공사로 성장하였다고 합니다. SW 급성장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유쾌한 기내방송으로 대표되는 유머와 펀(fun) 경영 철학이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던 것이 결정적인 성장요인이었다고 하는 점에 많은 경영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성공학의 대가인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성공의 85%는 인간관계에 달려 있으며 훌륭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핵심은 바로 웃음이다"라고 강조하였고, 인도 철학자 오쇼 라즈니쉬는 "웃음은 어떤 핵무기보다 강하다"고 하였습니다.의학적으로 웃음은 혈액순환 개선과 호르몬분비 촉진효과로 면역체계를 강화시키고, 혈압과 혈당 강하, 통증과 긴장완화 등의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영국의 전 수상 윈스턴 처칠은 "웃지 않는 것은 100만 달러를 은행에 두고도 그 돈을 전혀 쓰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하였습니다. 또한, 미국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고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인간의 뇌는 일부러 웃는 웃음이라도 자연스러운 웃음과 똑같은 효과를 낸다고 하니 되도록 많이 웃어 봅시다. 유래를 찾기 힘든 찜통더위로 불쾌지수가 급상승하는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건강하고 활기찬 웃음을 선사하고, 다른 사람이 웃음 선물을 주면 기꺼이 받아 큰소리로 즐겁게 웃는 것도 무더운 이 여름을 슬기롭게 보내는 한 방편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당장 웃음 선물을 준비하기 어렵다면 아재개그 몇 개라도 외워서 구사해 보시기 바랍니다. 브라질의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모두 아마추어 선수들입니다.아마추어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확실히 더워'입니다./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

2016-08-16 박영렬

[경인칼럼] 최장노동 사회의 '망중한 (忙中閑)'

"요즘도 바쁘지?" 고단함 위로와 배려의 인사말한국, OECD 회원국중 최장노동불구 생산성 낮아노동중독사 치유-일자리 확대 '동전의 양면''망중한(忙中閑)'이란 바쁘게 살던 사람이 모처럼 여유를 얻어 한가롭게 즐긴다는 말이다. 한가로움과 여유는 인간이 추구해온 이상의 하나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롭게 살거나 즐기는 것을 '신선놀음'이라고 부르는데 신선은 자연 속에서 쉬거나 유희로 소일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또 동양적 이상 사회인 도원경(桃源境)은 일과 휴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우리의 휴가는 짧은 데다 8월 초로 집중되어 있어 도로는 정체되고, 이름난 휴양지는 인파로 모처럼의 휴가는 망중한이 아니라 '한중망(閑中忙)'이 되기 일쑤이다.여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부터 소극적이다. 정부는 올해 징검다리 휴일인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여 많은 국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그런데 임시공휴일 지정을 너무 임박하여 결정한데다 관광산업과 내수 진작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너무 내세웠다. 일에 지친 국민들에게 휴식의 시간을 준다는 본연의 목적보다 관광과 쇼핑을 비롯한 소비 진작이 목적인 것처럼 인식되어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이다.'요즘도 바쁘지?'하고 묻는 것은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끼리 흔히 나누는 인사말이다. 이 인사는 매우 복합적인 인사말이다. 상대방이 하던 일을 계속하거나 직장을 잘 다니는지를 확인하면서, 고된 일에 대해 위로하는 한편 격조했던 관계에 대한 '알리바이'를 상대방에게 미리 제공해주는 배려심까지 스며있는 따뜻한 인사말이다. 따지고 보면 바쁘게 사는 것의 해악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일에만 몰두하면 몸을 돌보지 못해 건강을 해치기가 쉬우니 첫 번째 죄요. 바빠서 가족과 가까운 사람과도 소원해지게 되며, 가족들이 말 붙이기도 부담스럽게 만드니 두 번째 죄이다. 또 서두르거나 여유없이 하는 일이 완성도가 높을 리 없고, 일 자체에도 충실하지 못하니 세 번째 죄이다. 또 바쁘다는 것은 필경 다른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뺏은 것일 수 있으니 네 번째 죄 아닌가.바쁘게 사는 것이 개인 탓만은 아니다.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바쁘게 산다. 한국 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OECD 회원국 중 최장수준으로 독일 노동자에 비해 연간 4개월가량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노동 생산성은 낮은 편이다. 최장의 노동시간과 낮은 노동생산성으로 한국의 기업은 노동자들에게 더 많이 일을 시켜야 하는 '노동시간과 생산성'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개인들의 삶의 질이 저하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는 셈이다.최장노동으로 인한 삶의 질 악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방안을 우리 사회의 당면 의제로 격상시키고 근본적 해결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세계적 경기침체 국면을 극복하고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중독사를 치유하는 것과 일자리의 확대는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의 방향을 일자리 나누기 중심으로 전환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비정규직의 증가를 가져와 소비부진과 내수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일자리 나누기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장시간 노동으로 피폐해진 노동자들의 일상을 여유롭게 만들 수 있다. 한편 일자리 나누기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과제인 청년실업과 은퇴자들의 노후 생활에 대한 불안을 덜어 줄 수 있는 정책이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6-08-09 김창수

[경인칼럼] 대통령제 절대 '善' 아니다

무늬만 대통령제, 내각제와 결합 어중간한 '혼합형'국회에 개입 갈등·대립 확대재생산 기형적 권력운용순수대통령제 전제 안되면 4년중임제 개헌 '정치후퇴'개헌을 금방이라도 할 것 같았던 20대 국회 개원 때와 달리 각종 현안에 가려 권력구조 변경 의제는 또다시 표류하고 있다. 사드 배치 논란, 여당의 막장 공천, 우병우 민정수석의 거취 문제 등 후진적인 행태는 별개의 사안일지 모르나 비정상적 권력운용에서 비롯되고 있다. 권력구조 변경을 위한 개헌 논의는 대통령 임기 말의 레임덕, 여야 대치의 일상화 등 정치적 병리현상 등에 대한 문제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구체적 대안으로 5년 단임을 레임덕의 주범으로 보는 시각에서의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집행부의 권력 분산이 목적인 이원집정부제, 행정부와 국회의 융합적 요소가 강한 내각제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현행 헌정체제에 대한 성찰이 부재한 권력구조의 변경만으로는 정치의 본령을 살릴 수 없다. 특히 현재의 대통령제의 운용을 가능케 하는 정당문화나 관행,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과 비정상적 내각제적 요소를 잔존시킨 채 4년 중임제로 개헌한다면 현재의 5년 임기의 폐해를 3년 더 연장시키는 효과만 두드러짐으로써 정치적 퇴행을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 한국 대통령제는 무늬만 대통령제이지 미국식의 대통령제와는 거리가 먼 제도다. 내각제와의 어중간한 결합인 '혼합'형 대통령제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 순수대통령제라 할 만한 미국 대통령제에는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과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임 등의 제도가 없다. 또한 정당의 기율이 약하고 중앙집권적인 지도부의 당론에 의원들이 구속되지 않는다. 국회와 국민을 의식하지 않고 대통령의 신임에 전적으로 의존함으로써 헌법상의 기능을 상실한 국무총리제도도, 대통령 선거인단 문제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대통령제로 불리는 미국에는 없는 제도이다.한국은 1987년 9차개헌 이후 국회의 권능을 강화하고 권위주의 시대의 비정상적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력을 축소하는 등 일정 부분 대통령제에 대한 견제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국무총리제도,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임 허용 등의 내각제적 요소를 잔존시킴으로써 오히려 국정의 발목을 잡는 역설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내각제적 요소는 국회의 실질적 견제 기능을 강화시키는데 기여하지 못하고,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국회의 정치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여당을 통해서 국회를 통제하고 비판하는 기형적 권력운용 행태를 보인다.이는 생산적 견제가 아닌 대통령과 국회의 갈등을 초래함으로써 국회는 정쟁의 장으로 국민에게 각인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결국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초래하고 정치인들과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부패구조와 맞물리면서,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고 완화하기는커녕 대립을 확대재생산하는 부정적 존재로 전락한다. 대통령은 이 상황에서 국민과의 직접 대화라는 명분으로 국회를 비난하고 행정부 수반을 넘어 국가의 수반으로서 초월적 존재로 군림한다. 야당은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대통령과 의회의 생산적 균형은 국회 내의 대통령의 전위로 전락한 여당과 야당의 대결구도로 치환된다. 여야 모두 권위주의 시대의 중앙집권적 정당구조에 함몰되어 있으며 강한 대통령, 강한 기율의 정당의 조합은 결국 정치학자 린쯔(Juan Linz)가 말하는 정치의 경직(rigidity)을 가져온다. 사르토리(Sartori)의 말처럼 권력분립은 대통령제 원형의 운영원리 중 핵심이다. 그러나 한국대통령제에서 권력분립은 실질적으로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 대통령과 국회가 모두 직접 선출에 의해 구성되는 이원적 정통성(dual legitimacy)을 가지고 있으나 순수대통령제의 삼권분립의 원형의 수준을 넘는 대통령 권력집중의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압도적 영향을 행사하는 대통령이 삼권위에 군림하는 무소불위의 '절대'대통령제(Absolute Presidetialism)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순수대통령제로의 변형이 전제되지 않는 4년 중임제의 개헌은 그래서 정치의 후퇴요, 대립 구조의 연장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대통령제의 환상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5·16 군사정변이 무너뜨린 게 내각제였다. 분단상황이기 때문에 대통령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만한 비약도 없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16-08-02 최창렬

[경인칼럼] 문학산 타워는 야만이다

높이 184m 시애틀의 '스페이스 니들' 갖고 싶지만…인천의 '비류백제 神話'에 비하면 우주속 바늘 불과신화·설화를 콘크리트·철근으로 묻는건 '야만적'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은 미국 북서부 최대도시 시애틀의 상징이다. 1962년 세계박람회를 위해 높이 184m로 세워진 이 전망타워의 설계자는 UFO(미확인비행물체)에서 영감을 얻었다. '우주의 바늘' 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그 이름처럼 바늘 3개가 비행접시를 떠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실제로 이 전망타워를 건설할 당시에는 외계인과 교신을 하기 위한 시설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고 한다. 160m 지점의 전망대에 오르면 시애틀 중심가와 올림픽 경기장, 만년설을 이고 있는 레이니어산, 그리고 엘리엇만(灣)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회전하는 레스토랑에선 시애틀의 기가 막힌 야경을 즐기며 식사하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1993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에서 볼티모어의 신문기자 애니 역의 맥 라이언이 운명적 사랑을 직감하고 이 도시를 찾아오는 장면에서도 스페이스 니들은 등장한다. 1999년 미국의 도시명소보존협회가 역사적 명소(Historic Landmark)로 지정할 정도로 미국 국민과 시애틀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존재다. 시애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도시에 랜드마크로서의 전망타워가 있다. 도쿄를 방문했다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았음 직한 도쿄타워, 2012년 도쿄 외곽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높은 634m 높이의 스카이트리(Sky Tree), 중국 상하이 마천루를 상징하는 468m의 둥팡밍주(東方明珠), 초고층에서 스카이워크와 번지점프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까지 즐길 수 있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스카이시티타워와 마카오의 마카오타워, 맑은 날이면 120km 떨어져 있는 나이아가라폭포를 볼 수 있는 캐나다 토론토의 CN타워 등은 여행자들에게도 이미 익숙해진 이름이다. 남산타워로 더 잘 알려진 서울의 N서울타워, 부산 용두산공원의 부산타워, 우방타워로도 불리는 대구의 대구타워 등도 우리나라 주요 도시의 랜드마크로서 존재감을 뽐낸다.인천에는 전망타워가 없다. 그러나 전혀 아쉽지 않다. 자연 그대로, 저마다 주어진 높이에서, 가공과 인위에 기대지 않고, 상하좌우 본래의 가시각(可視角)만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런 데 없어서 아쉬운 분들이 꽤 있나 보다. 올해 초부터 문학산에 전망타워를 세우자고 주장하는 글들이 지역 유력신문에 잇달아 게재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외부필자의 기고 형식이었으나 이내 편집국 간부의 칼럼으로 지지가 이어졌다. 만약 그즈음 같은 지면에서 유동현 굿모닝인천 편집장의 촌철(寸鐵)의 반박, "문학산에서는 '고고도(高高度)'가 아니라 그냥 미추홀왕국을 세운 비류의 눈높이로 인천을 봤으면 좋겠다"라고 쓴 글을 읽지 못했더라면 참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문학산이 기원전 18년 '비류백제' 건국신화의 발원지라는 건 인천사람들에게는 친숙한 얘기다. 비류왕의 무덤도 이 산 어딘가에 있다고 구전된다. 주몽을 도와 고구려 창업을 이룬 뒤 비류와 온조 두 아들을 이끌고 남하해 백제 건국의 계기를 마련한 '소서노'설화의 무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선사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특히 통일신라시대에 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제사의식 유적까지 발견됐다. 고고학계의 지속적인 연구는 원형 그대로의 문학산성을 제대로 복원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신화와 설화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이야기를 듣고 전하는 민심이 투영된 결과다. 이 땅을 지키며 살아온 이들의 고난의 기억과 미래 비전이 씨줄과 날줄로 합쳐져 직조된 민족 대서사시다. 물론 시애틀의 스페이스 니들을 나도 갖고 싶다. 그러나 인천이 가진 비류백제 신화에 견주면 광활한 우주 속 한 개의 바늘에 불과하다. 문학산은 아니다. 신화와 설화를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묻어버리고 덮어버리는 것은 야만이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6-07-26 이충환

[경인칼럼] 산학(産學) 복합체

대학들 기업이 원하는 인재양성 위해 이공계 늘려매년 50억~300억원 지원 '교육자본주의 시대' 도래비실용 학문 멀리하면 결국 사회에 '부메랑으로'워싱턴회사(Washington Inc.)란 용어가 있다. 중상주의정책의 현대적 표현으로 미국 정부 관료들과 군수기업들 간의 유착관계를 의미하는 산군(産軍)복합체가 전형적 사례이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61년 1월 퇴임사에서 군대의 안보논리와 방산업체의 이윤논리가 의기투합해서 형성된 산군복합체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한데서 비롯되었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세이무어 멜만 교수는 이를 '국방성 자본주의'라 명명했다.자본주의사회에서 군수품은 여타 상품들과는 달리 정부가 유일한 소비자로써 수요독점이 특징이다. 또한 군수산업은 첨단기술과 보안, 규모의 경제 등이 전제된 터에 시장의 안정성은 더욱 중요해 정부와 방산기업 간의 쌍방독점이 일반적이어서 초과이윤 혹은 방산비리 등으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하다.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세계 방산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한 미국의 군수독점자본들은 군부 및 정치권과 결탁해서 지속적으로 파이를 키웠다. 덕분에 미국은 세계최고의 군사대국으로, 군수산업은 미국경제를 견인하는 기관차로 각각 자리매김했다. 그 와중에서 자원낭비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역기능도 확인되었다. 이윤동기가 인류의 발전과 안정을 좌우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오늘날 자본주의는 대학에도 질적 변용을 강요하고 있다. 경제적 권력이 사물의 소유에서 지식의 소유로 이동함에 따라 기업들이 직접 대학의 연구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유전자변형 농산물(GMO)의 리더기업인 스위스의 노바티스는 1998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식물학 및 미생물학과에 연구보조비로 무려 2천500만 달러를 제공했다. 노바티스는 대가로 이 학과에서 개발하는 성과의 3분의 1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또한 버클리대학은 노바티스에게 연구개발 예산을 감독하는 위원회의 5명의 위원 중 두 자리를 제공했다.기업들의 대학지원 성과도 탁월했다. 1998년 한 해 동안 미국의 대학에서 기업으로의 기술이 이전된 결과 346개의 신생기업들이 탄생했으며 240억 달러의 부가가치가 창출되었고 28만 명이 새로 고용되었던 것이다. 기업들의 미국 대학지원은 이후 10년도 채 안 돼 8억5천만 달러에서 42억5천만 달러로 격증했다. 덕분에 미국의 학부모들은 대학등록금 부담을 덜었으나 반면에 인문학과 예술분야는 입지가 좁아졌을 뿐 아니라 커리큘럼 또한 기업들의 입맛에 부합하는 실용학문 위주로 재편성되었다. 벤처캐피털은 상업적 가치나 단기적으로 효과가 없어 보이는 연구는 외면했다. 또한 연구예산은 점차 증가추세이나 강의예산은 축소되고 있다. 실용적인 강의를 하도록 전공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다. 대학에 시장모델이 등장해 돈을 벌고, 돈을 연구하고, 돈을 모으는 과목들이 점차 중요시되고 있다. 기업의 막강한 파워가 대학의 리스트럭처링을 강제한 것이다. 산학(産學)복합체가 등장한 배경이다.한국에서는 정부가 대학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대학에 돈벌이를 강요한 결과 학교기업들이 생겨나고 연구수주를 잘 하는 교수들에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지난해 12월엔 교육부가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사업'(프라임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인문·사회 및 예체능 계열의 정원을 줄이고 이공계 정원은 늘리는 쪽으로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연 2천억 원의 당근으로 대학들을 유혹하고 있다. 선정된 대학들은 매년 50억~300억 원씩 3년간 지원을 받게 된다. 단일사업 지원규모로는 '단군 이래 최대'의 대박사업인 것이다. 국내에도 교육자본주의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산학복합체 모델은 기업의 니즈에 부합해 단기적으론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생들을 비실용 학문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은 결국 사회에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다. 문사철(文史哲)과 예술은 사회로 하여금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생명공학 권위자인 이그나치오 차펠라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교수의 "대학의 역할은 공공선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란 주장이 처연하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6-07-20 이한구

[경인칼럼] 인류발전사에서 본 브렉시트

지금 세계는 국가간 불평등·계층간 양극화 심화각국 협력, 공동번영·인간의 행복 위해 노력해야英 브렉시트·美 신고립주의… 인류발전 역행 같아요즘 단일화두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인들 사이에서 가장 빈번하게 오르내리는 단어는 단연 브렉시트일 것이다. 브렉시트에 관한 국민투표 결과가 보도된 이 후 연일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브렉시트로 인한 영향을 분석하기에 바빴다. EU 탈퇴표가 EU 잔류표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면서 세계증시와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폭락하였고, 유로화나 중국의 위안화도 큰 폭으로 평가절하되었다. 반면 일본 엔화나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급등하였다. 한편 브렉시트는 정치 세계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당장 영국의 캐머런총리가 사임을 표명하였고,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재투표를 요구하는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EU탈퇴 쪽에 투표를 많이 한 60세 이상 노년층과의 세대간 갈등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이나 독일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라있다. 또한 사람들은 브렉시트가 오는 11월 실시 될 미국 대통령선거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브렉시트가 더더욱 현실적인 이슈가 되는 것 같다. 이러한 현상들은 우리들을 몹시 피곤하고 긴장하게 만드는 요소 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하라리에 의하면 현생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만물의 영장이 된 가장 큰 원인은 다른 어떤 생명체보다도 더 큰 집단을 이루고 조직적으로 관리하면서 협동하는 데 있었다고 한다. 다른 유인원 집단을 정복한 호모 사피엔스들은 부족집단을 넘은 후, 도시국가 단계를 거쳐 오늘날에는 주권을 가진 개별국가를 이루어 살고 있다. 그러나 한편 인간은 각종 장벽을 쌓으면서 서로를 죽이는 불행한 역사도 경험하였다. 인류역사상 대부분의 전쟁은 국경장벽, 인종장벽, 종교장벽 등에 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각종 장벽을 제거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연합을 창설하고, 오늘날 각국이 각종 FTA를 체결하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EU도 유럽 내에서의 장벽 허물기 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지난번 이세돌과 격돌한 알파고의 출현을 보고 세상 사람들은 매우 큰 혼란에 빠졌다. 유기물질로 형성된 인간은 생물과 무생물을 부분적으로 결합한 사이보그의 출현 이후 가까운 장래에 완전한 무생물적인 존재인 인공지공(AI)의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른바 무기물질로 구성된 생명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인간과 기계인간 간의 대립도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다. 좋든 싫든 인류는 이제까지 상대했던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강력한 생명체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인류가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더 효율적으로 세계화 차원에서 동질집단을 형성하고 협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오늘날 세계화 추진과정에서 국가간의 불평등, 계층간 양극화의 심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와같은 문제가 있다면 그 부분을 개선하고 형평성과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반세계화를 표방하거나 더 나아가 고립주의를 추구할 일은 아니다. 오늘날 각국이 협력하여 국제주의 세계화로 나아가는 것은 어쩌면 위와같은 인류발전사에 합당한 추세일 것이다. 그것은 공동번영을 통한 인류 평화증진으로 연결될 것이고 그에 따라 인간의 행복도 증대될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영국의 브렉시트나 미국의 신고립주의 경향은 아무래도 인류발전사에 역행하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 영국이나 미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들이 협력하여 지구촌 한가족처럼 보편타당한 가치를 공유하고 공생하는 방향으로 역사가 전개되기를 기대해본다./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

2016-07-12 박영렬

[경인칼럼] 국회 특권 포기의 '역설'

사회 부조리·부패 도려내는 입법·제도화 '정치의 몫'정치가 '악의 축'으로 매도 될수록 회생불능에 빠져변혁 실종으로 연결돼 결국 기득권만 공고히 구축헌법 44조와 45조는 의원들에게 회기중에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구금되지 않을 권리와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해 국회 밖에서 책임지지 않을 권리를 부여했다. 이른바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이다.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가 정치권의 화두가 되었다. 200개에 달한다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정비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보완·개선한다고 여야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19대 때 새누리당의 보수혁신특위와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혁신실천위원회는 체포동의안 표결 의무화와 무단결석 의원 세비 삭감 등을 결의했고, 국회의원 특권방지법 제정, 국회윤리감독위원회 설치 등을 제안했지만, 관련법안들은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때 박근혜, 문재인 후보도 불체포특권·면책특권의 제한 등을 공약했다. 권력구조의 형태가 어떠하든 입법부는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구이며 구성원인 의원들도 헌법기관으로서 권한과 책무를 갖는다. 그러나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의 위상과 권위는 특단의 변혁이 없이는 회복 불가능으로 보인다. 정치가 '공공의 적'이 된 지 오래다. 정치불신은 정치적 냉소와 허무주의의 팽배로 연결되고 있다. 소득 격차는 계층 분화와 맞물리고, 이는 사회적 증오와 대립으로 귀결하고 있다. 배려와 관용은 '사치'가 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본질적 모순이라고 치부하기에 한국사회의 원심력의 증가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정치가 사회적 균열들을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각자도생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심화되고 확산되는 한국사회에서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경쟁의 대상이다. 경쟁이 공정한 룰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사람을 분노하게 한다. 배려와 양보, 관용과 공생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는 사회적 병리를 부채질하는 존재로 간주된다. 사실이 그렇다. 그러나 솔직하게 돌아보자. 우리사회의 병리적 현상이 정치영역에 국한돼 있는가. 기업은, 법조계는, 의료계는, 학계는 어떤가. 모든 영역에서 부조리와 모순이 고착화·관행화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이러한 인식을 일깨우긴 했다. 관피아, 정피아, 학피아, 군피아 등의 정체도 알려질 만큼 알려졌다. 이 순간에도 수 많은 낙하산들이 대기하고 있다. 정치가 이러한 모순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인식은 올바른 분석이다. 그러나 정치는 국회라는 혈세를 먹는 하마와 같은 존재가 망쳐놓았다는 인식, 국회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가 정치개혁의 본질인양 호도되는 현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는 부패했지만, 정치부패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진단과 처방없이 정치가 속죄양이 되는 한편, 다른 부문의 부조리는 면죄부를 받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꿰뚫어볼 수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정치부재와 정치실종을 끊어내고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한국정치의 구조와 틀을 바꿔야 한다. 결국 사회의 부조리를 바꾸고 부패를 도려내는 입법과 제도화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사회적 합의로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에서 정치의 몫일 수밖에 없다. '필요악'을 넘어 '악의 축'으로 정치가 매도되면 될수록 정치는 회생불능에 빠진다. 이는 변혁과 쇄신의 실종으로 연결되고, 기득권은 자신들의 진지(陣地)를 공고히 한다. 이것이 우리가 처해 있는 역설이다. 국회의원들의 특권은 타파되어야 한다. 공항 의전실을 공무도 아닌데 이용하는 구시대적 권위주의의 망령과 공사(公私)의 구분없이 혈족과 인척을 버젓이 채용하는 국회의원들의 민낯은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특권내려놓기'가 국회와 정치의 대증요법으로 그치고 훨씬 더 심각한 부위를 도려내지 못함으로써 정체와 수구의 덫을 헤어나오지 못하는 우를 범할까 걱정이다. 누구나 정치를 비난하기는 쉽다. 그러나 '정치 때리기'가 구조의 본원적인 혁신을 외면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면, 이는 수단과 목적의 도치(倒置)요, 본말의 전도(顚倒)다. 작금의 국회 특권 내려놓기가 '구조'와 '틀'을 바꾸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의 실종으로 연결되는 역설로 귀결되지 않아야 한다. 시민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한 이유이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16-07-05 최창렬

[경인칼럼] 가벼움의 가치

브렉시트로 불안·북핵 위협·신냉전 국제관계…입시경쟁·청년 실업·불확실한 노후 '우울한 사회'난제들 가볍게 해주는게 정치의 최우선 목표돼야한국 문화에서 '가벼움'의 가치는 저평가되기 일쑤다. '가벼운 사람'이란 일반적으로 행동이 진중하지 못하거나 경박한 사람을 가리킨다. 가벼움은 무거움이나 둔중함의 반대말이다. 가벼움은 민첩하고 유연하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가벼움은 미덕이 분명하다. 의복이나 장신구들은 가벼워야 한다. 모바일 기기는 가벼울수록 고급제품이다. 모바일기기 제작회사는 기능개선 뿐 아니라 '경박단소'한 제품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더 빨리, 더 높이 그리고 더 멀리'로 요약되는 육상경기와 스포츠활동의 본질도 '누가 얼마나 가벼운가'로 다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언어생활에서 '나비', '잠자리', '새', '날개', '구름', '아지랑이', '산들바람'과 같은 명사의 어감은 생동적이다. 또 '날렵함'이나 '날씬함'과 같은 형용사, '사뿐사뿐'이나 '하늘하늘'과 같은 부사어들은 발랄하고 상쾌하다. 가벼움의 본질은 자유이다. 헤겔은 '가벼움'을 물질을 극복하려는 정신의 근원적 이념인 '자유'라고 해석했다. 물질은 본질적으로 '무게'를 지니고 있지만, 또 다른 형태로의 변화가능성을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질의 변화가능성이 바로 가벼움의 개념이다. 가벼움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물질 세계의 운동 원리에 조응하는 것이다. 가벼움의 본질을 변화가능성으로서의 유동성, 혹은 유연성이라 한다면 '가벼움'은 '자유'의 본질이자 현상이다. 그래서 인간에게 가장 큰 형벌은 육체적 정신적 자유의 제약이 되는 것이다. 가벼움은 웃음이다. 미학적으로는 엄숙함이나 비장함이 아니라 골계(滑稽)의 범주와 관련된다. 웃음을 유발하는 해학은 한국 문화, 특히 민중문화의 바탕이 된다. 탈춤이 대표적이며, 사설시조나 재담과 같은 언어예술, 민화와 서민 공예품에는 유머가 녹아 있다. TV같은 대중매체에서 코미디나 예능과 같은 '가벼운' 프로그램이 압도적인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소설도 흥미로운 스토리가 위주인 '쟝르소설'이 대세이다. 코미디물은 현실의 무거움에서 벗어나려는 시민들의 정서적 망명처인 셈이다.가벼움은 무거움보다 지혜로운 것이다, 진지하고 사려깊은 것과 대립되는 것이 아니다. 삶이나 현실을 관조하여 그 무게를 덜어내는 수고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최선의 가벼움이란 현실의 부당한 무게에 대한 저항인 것이다. 그것은 풍자의 형식을 띨 수도 있고, 현실의 정면이 아닌 우회적으로 현실을 보는 방식일 수도 있다. 찰나적 위안이나 회피는 '가벼움'이 아니다. 소설가 칼비노는 문학에서의 가벼움은 새의 깃털처럼 무게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제 몸무게를 감당하면서도 자유롭게 나는 새의 가벼움에 비유한 바 있다. 그에게 가벼움이란 이야기의 구조와 언어적 표현에서 무게를 덜어내려는 시도이다. 미의 본질, 문화의 본질이 '가벼움'이라면 사회도 가볍고 유쾌해야 건강한 것이며 개인들도 행복해질 것이다. 그런데 문득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현실은 겹겹이 난제들이다. 세계경제는 브렉시트로 불안하고, 남북관계는 북핵으로 위협받고 있다. 국제관계는 신냉전의 도래를 우려할 수준으로 긴장의 파고가 높아 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유쾌해야 할 학생들은 입시경쟁으로, 청년들은 실업난으로 고통스럽다. 노인세대는 불확실한 노후 때문에 우울하다. 가공할 무게 앞에 가위눌린 사회와 개인들의 영혼을 가볍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정치의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하며, 참다운 문화와 예술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객원논설위원

2016-06-28 김창수

[경인칼럼] 삼산체육관에 드론을 허(許)하라!

바람 불고 비 오는 악천후엔 드론 날릴 수 없어전국 어디에도 없는 '실내전용공간 聖地' 돼야선발주자 따라잡을 수 있는 인천의 의지 필요드론의 등장은 세상을 보는 인간의 시각(視覺)을 획기적으로 확대·확장 시킨 혁명적 사건이다. 고작 지표면으로부터 2m 이상 올라가지 못했던 인간의 평균적 시선이 지상 수백m로 높아졌다. 인간의 눈이 저 높은 하늘을 나는 새의 눈으로 진화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게 됐다. 미국 CNN과 CBS, 영국 BBC 등 글로벌 방송 미디어들은 이미 드론을 뉴스 취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CNN은 지난해 중국 텐진항 대폭발 때 드론으로 현장을 취재했고, CBS의 시사프로그램 '60분'은 드론을 띄워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폐허로 변해버린 프리피야티 지역을 촬영했다. 국내에서도 드론을 활용한 방송제작은 일상화됐다. EBS '세계 테마기행'은 기껏해야 빌딩이나 산에 올라야만 볼 수 있었던 여행지의 전경을 드론으로 담아낸다. 기존 다큐멘터리의 문법을 탈피해 삶의 현장과 풍광을 느림의 미학으로 보여주는 KBS 미니다큐 '숨터'는 드론 없이는 기획 자체가 불가능했던 영상 프로그램이다. 세상을 보는 시각의 이러한 혁명적 변화를 시청자미디어센터가 놓쳐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12월 박관민 한국드론협회장을 초청해 '드론, 미래를 열다' 주제로 특별 강연을 실시했다. 박해룡 협회 분과위원장의 드론 비행과 촬영 강의도 두 차례 이어졌다. 이렇게 특강을 통해 일반인들의 관심을 확인한 다음, 올해 '드론촬영'을 정규프로그램으로 편성했다. 매주 토요일 3시간씩 6주 동안 진행되는 강의에 수강희망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할 수 없이 당초 20명으로 계획했던 수강인원을 서른 명으로 늘렸다. 방송국 PD, 신문사 사진기자 등 영상전문가와 전공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센터 다목적홀에서 펼쳐진 강의는 참 볼만했다. 천정이 높은 다목적홀 이곳저곳으로 드론이 물잠자리처럼 날아다녔다. 수강생들은 전진과 후진, 하버링(hovering : 제자리 비행), 그리고 촬영법을 열심히 익혔다. 프로그램은 '대박'을 쳤다.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가 전국 최초로 '드론촬영'을 정규프로그램으로 편성했다는 자부심이 컸다.그런데 요즘 마음이 편하질 않다. 재주만 부린 곰의 꼬락서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가 국내 첫 공인 드론공원을 개장한다는 기사를 접하고선 영 언짢다. 이번 주 토요일부터 광나루 한강공원에서 드론을 마음껏 날릴 수 있도록 모형비행장 일대 잔디밭 2만7천㎡를 '한강드론공원'으로 지정해 운영한다는 소식이다. 이 드론공원에서는 별도의 승인절차 없이 12kg 이하의 드론을 150m 미만 상공에서 자유롭게 날릴 수 있다. 강원도는 훨씬 더 조직적이다. 드론 레저산업의 국제표준화로 세계시장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영월군은 부산, 대구, 전주, 고흥과 함께 지난 해 10월 국토교통부가 주도하는 드론 신산업 시범사업지역으로 지정됐고,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은 시범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렇다면 인천은? 너도나도 뛰어든 드론산업을 전략적으로 주요 정책구상에서 배제 시켰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동안 언급조차 없던 '드론'이 올 초 슬그머니 인천시 8대 전략산업인 항공산업부문에 끼어든 걸 보면 '전략적 배제'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뒤늦게 드론 레이싱에 뛰어든 형국이다. 과연 따라잡을 수 있을까?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 일대는 이미 드론동호인들 사이에선 '성지'(聖地)'로 불린다. 때가 되면 동호인들이 모여들어 다양한 이벤트를 벌인다. 그런데 바람 불고 비 오면 드론을 날릴 수 없다. 서울시가 선수를 친 한강드론공원도 마찬가지다. 악천후엔 별도리가 없다. 방법은 딱 하나. 이들을 실내로 불러들이면 된다. 다행히(?) 아직 드론을 위한 실내전용공간은 전국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삼산월드체육관이나 송도컨벤시아 전시장을 일주일이나 보름에 한 번, 드론에게 내주면 된다. 그렇게 하면 인천이 선발주자를 따라잡을 수 있다.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이 드론의 성지가 된 것은 인천시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뤄진 일이다. 이번에는 인천시의 의지가 필요하다. 삼산체육관에 드론을 허락하면 된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6-06-21 이충환

[경인칼럼] 번영의 아버지

미국경제 기초 다진 록펠러·카네기·포드·모건…전세계 공업·금융 슈퍼파워로 부상시킨 주춧돌역막대한 재산 사회환원… 한국판 주인공들 학수고대호국의 달이다. 수많은 호국영령들을 떠올리면 숙연해진다. 최소한 이 달 만큼은 물신주의에 찌든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때이다.나라마다 국조(國祖)들이 있다. 단군 할아버지와 중국의 황제(黃帝), 일본의 아마테라스(天照大神) 등으로 각각 국가공동체의 구심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양에서도 동일한 사례들이 간취되는바 대표적인 종족이 유대인이다. 세계적으로 민족기원력(民族起源曆)을 사용하는 민족은 한국인과 유대인이 유일한데 한국의 경우 금년은 단기(檀紀) 4349년인 것이다. 기원전 2333년에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건국했다는 설에서 비롯되었다. 유대력(猶太曆)으로 올해는 5777년으로 기원전 3761년에 야훼가 유대인들의 시조인 아담을 창조했다는 설에 근거한다. 반만년에 걸친 디아스포라에도 유대인들은 특유의 형제자매론으로 끈질긴 생명력과 민족적 아이덴티티를 유지해 왔던 것이다. 선민사상이 자칫 국수주의로 흐를 수도 있어 경계대상이나 국민적 단결에 절대적이어서 역사가 일천한 나라들도 경쟁적으로 국부(國父) 모시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신생국들은 '호랑이 담배 피던'식의 올드 버전과는 달리 비교적 합리적인 건국신화(?)를 창조한 것이다. 건국 240년의 미국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국인들에겐 3명의 아버지(國祖)들이 있다. 첫째는 1620년에 메이플라워호로 영국을 떠나 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에 식민지를 개척한 필그림 파더즈(Pilgrim Fathers)이다. 둘째는 18세기 후반 영국으로부터의 미국 독립 쟁취에 주체적 역할을 했던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이며 셋째는 미국 현대경제의 초석을 놓은 번영의 아버지들이다. 나라마다 민족과 국가건설에 기여한 조상에 대한 국민적 사랑은 있게 마련이나 자유방임으로 상징되는 미국인들의 국부(國父)에 대한 존경과 자부심이 이채롭다.역사학자들은 개신교의 '하나님 말씀'을 전도하려는 뉴잉글랜드 초기정착민들의 열정적이며 도덕적인 사명이 오늘날 미국의 성격을 규정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페리 밀러는 "사업에 대한 헌신, 재산 축적, 집과 토지취득은 모두 기독교인의 의무"로 정의했으며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정신'에서 청교도들의 "칼뱅주의적 사고가 신세계에서 계산적 합리주의문화를 규정했다"고 뒷받침했다.오늘날의 미국 건국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 정치가들이 있다. 미국의 시민혁명을 선도했던 조지 워싱턴, 패트릭 헨리, 존 애덤스, 벤자민 프랭클린, 토머스 제퍼슨 등이다. 이들은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전쟁에서 승리함은 물론 신대륙에 헌법 모델과 함께 매우 위험할 수도 있는 공화주의적 자치정부를 실험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후 미국은 오랜 기간 동안 일관되게 공화정치의 우수성을 웅변으로 입증해냈다. 이들이 건국의 아버지들로 추앙받는 배경이다.마지막으로 오늘날 미국경제의 기초를 다진 기업가들이다. '콜로서스'의 저자 잭 비어티는 록펠러, 카네기, 포드, 밴더빌트, 모건 등을 번영의 아버지들로 명명했다. 엄청난 에너지와 타고난 민첩성, 미래에 대한 확신 등으로 연대한 기업가들이 남북전쟁(1861~1865) 이후 제1차 대전(1914~1918) 발발 전까지 미국을 농업국가에서 전세계 공업과 금융의 슈퍼파워로 부상시키는데 초석을 놓은 때문이란다. 헨리 포드는 자동차를 농부와 노동자들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해 미국을 세계최고의 중화학공업국으로 승격시켰다. 또한 이들은 한평생 벌어놓은 막대한 재산을 기꺼이 사회에 환원했다. 카네기는 "부자로 죽는 사람은 불명예 속에 죽는 것"이라며 말년에 모든 재산을 처분했으며 록펠러 후손들은 최고의 자선명문가로 자리매김했다. P. 드러커는 이들 강도귀족들을 '사회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기업가'로 매도했으나 이들의 미국경제 발전에 대한 공헌을 폄훼할 수만도 없다. 영국의 역사학자 폴 존슨은 무제한의 자본주의와 무제한의 박애주의가 합쳐질 경우 그 어떤 똑똑한 정부가 고안한 강압적 제도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부가 재분배된다고 주장했다. 한국판 번영의 아버지들을 학수고대하는 이유이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6-06-14 이한구

[경인칼럼] 인터넷상 '잊힐 권리'와 자기통제책임

개인정보 강화·삭제·수정·파기 요청하는 권리가이드라인 따라 관리·사업자 접근배제 조치 가능자기통제로 결정권 행사 '인터넷 민주시민' 되길인터넷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매일 매시간 인터넷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업무도 보고, 필요한 물건도 사며, 얼굴 모르는 친구와 사귀고,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토론도 벌입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도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인터넷검색을 하거나 SNS로 수다를 떱니다. 선거철이나 대중적인 관심사가 있을 경우에는 인터넷 공간이 가히 폭발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의 의견, 사진이나 언론기사에 한마디 하고 싶어 몇자 적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소위 댓글을 보면, 참신하고 건설적인 명문장가도 있고, 그야말로 감정의 배설물을 퍼부어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터넷에 올린 의견이나 사진이 본인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4월말 '인터넷 자기 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이달 중 본격적으로 실시할 예정입니다. 그간 회원 탈퇴 등의 사유로 본인이 직접 지울수 없게 된 게시물에 대해 헌법상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에 근거하여 정보통신서비스사업자에게 타인의 접근배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인터넷상 지울 수 없는 과거의 흔적으로 인해 취업·승진·결혼 등에서 피해를 입는 국민들이 보다 쉽게 구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방통위의 설명입니다.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는 인터넷에서 생성되고 유통된 개인의 사진이나 거래 정보 또는 개인의 성향과 관련된 정보에 대해 소유권을 강화하고 이에 대해 유통기한을 정하거나 이를 삭제, 수정, 영구적인 파기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잊힐 권리'는 2014년 유럽사법재판소(ECJ)가 검색사업자의 검색목록 삭제 책임을 인정한 이후 전세계적으로 논의가 확산되었고, 국내에서도 한국정보법학회 등을 중심으로 법조계, 학계, 실무계의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결과, 위와같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우리 법제상 제3자가 올린 게시물에 대해서는 임시조치 등 구제수단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자기 게시물에 대한 구제수단은 미흡한 실정이었습니다. 이제는 위 가이드라인에 따라 게시판 관리자 및 검색서비스 사업자는 이용자가 제출한 다양한 입증자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접근배제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게시물이 공익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경우 등에는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시행과정에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타인의 표현의 자유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사업자에게 지나친 기술적, 경제적 부담을 지운 것은 아닌지 등등 면밀히 검토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인터넷 공간에 의견이나 사진 등을 게시하면 순식간에 지구반대편까지 도달하고, 자고 나면 벌써 지구를 몇바퀴 돌고 난 상황입니다. 그리고 게시물들은 지구상 어느 곳에 숨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인터넷 공간으로 나아가는 '개인정보 자기결정'은 게시자 자신이 사실상 회수불가능한 우주선이라는 사실을 알고 발사(게시)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야 할 것입니다. 열린 민주사회에서 인터넷상 활발한 토론과 의견개진은 대의정치를 보완하는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갈수록 인터넷의 사회적 기능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상황에서 그곳에 게시한 의견들은 보다 신중한 고민의 결과이어야 합니다. '잊힐 권리'에 기대어 사후적인 구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사전에 자기통제적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건전한 인터넷 민주시민이 되기를 기대합니다./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

2016-06-07 박영렬

[경인칼럼] 협치(協治) 대 협치(狹治)

여야, 법정기한내 원구성 여부 20대국회 순항 가늠현안·쟁점, 당론·노선 떠나 의원 자율성 확보돼야국회법 개정하면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차단여소야대의 20대 국회에서 협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선과 맞물리면서 헌정 사상 최악의 국회는 불가피하다. 협치(協治)가 협치(狹治)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법정기한내 원 구성 여부가 20대 국회 순항 여부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 어떤 정당도 국회 과반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다수결에 의한 국회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여야 어느 한 정당으로는 일반의결정족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쟁점법안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더구나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에서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림으로써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명분은 상실됐다. 여야의 협력 없이는 국회는 마비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상임위 소관 현안 조사'를 가능케 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20대 국회 초입부터 여야의 대립은 불가피해졌다. 19대 국회 임기 만료 이틀을 앞두고 행해진 대통령의 재의 요구는 야당이 '꼼수정치'라고 반발해도 이에 대항할 명분이 없다. 새누리당과 야당의 합의로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20대 국회에서도 수평적 당청 관계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는 새누리당에서 비대위와 혁신위의 분리 운영이 친박 세력에 의해 좌절된 것으로부터도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여야가 법정기한내에 20대 국회 원 구성을 마칠 수 있을지 가 향후 협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둘째,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구를 구성하는 국회의원들의 자율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정당이 이념과 노선을 공유하는 정치적 결사체로서 특정 현안과 쟁점에 대해 구성원들의 입장을 당론의 형태로 특정할 수 있다. 정당정체성(party identification)의 측면에서 자연스럽다. 그러나 한국정당은 거의 모든 사안을 당론으로 구속하고 있다. 의원들의 소신이나 정치적 입장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없는 구조다. 이를 혁파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과 개선이 필요하다. 의원들의 교차투표(cross voting)를 바탕으로 한 여야의 협력을 위해서도 공천제도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각 당의 공천제도가 각 계파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결정됨으로써 정당정치가 계파패권주의로 흐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않고는 헌법기관으로서의 의원들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없다. 국민공천제가 갖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정당의 존재가치를 살릴 수 있는 공천제도를 공직선거법에 규정함으로써 공천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 공천이 정당내 특정 세력의 폐쇄성과 패권주의를 부추기는 수단으로 기능한다면 정치는 협량(狹量)한 파벌정치로 전락한다. 셋째,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임을 폐지해야 한다. 헌법 43조는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법 29조는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직 이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을 개정하면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막을 수 있다. 지난 국회에서도 여야가 국회법 29조 개정을 합의했으나 여야의 이해 일치로 논의조차 실종된 상태다. 내각제 권력구조에서는 의회가 내각을 구성하기 때문에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당연하다. 그러나 입법부와 행정부의 융합을 권력운용 원리로 삼고 있는 내각제와 달리 대통령제는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의 견제와 균형 원리에 따라 운용된다. 입법부는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입법부 구성인자가 행정부의 직책을 겸하는 것은 대통령제의 기본 원리에 배치된다. 내각제의 장점을 살린 혼합 대통령제란 주장은 강변에 불과하다.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 가능은 여당의 청와대 예속을 가중시킴으로써 여야의 협치를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 여야가 협치와 소통을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있지만 20대 임기 개시 이전부터 여야 관계의 냉각 조짐은 뚜렷하다. 협치(協治)가 협치(狹治)로 전락하는 순간 대선정국과 맞물리는 20대 국회는 '정치'를 상실하게 된다. 20대 국회가 새겨야할 명제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16-05-31 최창렬

[경인칼럼] '이야기가 아닌 것'과 스토리텔링

이야기감 아닌것 이야기로 만드는 소재 가까이 있어진정한 가치는 남들이 안 돌본것 성찰한 경우 많아가치의 재발견 위해선 다른 각도에서 삶 바라봐야이야기 르네상스 시대이다. 문화기획, 문화산업, 관광분야는 물론 교육현장, 상품 광고에서도 방법은 스토리텔링으로 귀결된다. 스토리텔링은 신비로운 주술처럼 여겨진다. 마치 마이더스왕의 손이 닿은 사물이 황금으로 변하듯이, 이야기의 세례를 받은 사물들은 침묵에서 깨어나 생동한다. 바위나 나무가 노래하고, 낯선 공간이 친근한 장소로 바뀌고,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졌던 인물이 눈앞에 현현하게 된다. 스토리텔링을 만능키처럼 여기게 된 것은 이야기가 지닌 마법성, 혹은 이야기의 서사성, 이야기를 즐기는 인간의 본능, 상호소통기능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스토리텔링의 의미에 대해 서사학자들은 '스토리(story)와 텔링(telling)'의 합성어로 '이야기하기'이며,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이다. 영어권에서는 스토리텔링을 음성과 행위를 통해 청자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으로 통용된다. 한국어로 '이야기하기' 나 '구연(口演)'이 대응어를 사용할 수 있겠는데 언중들은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야기하기'나 '구연'이라는 말이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의 본질적 의미를 온전하게 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스토리텔링을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는 것은 스토리텔링의 복합적인 특성 때문이다. 그런데 스토리텔링의 본질은 '이야기가 아닌 것을 이야기로 만드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닐까? 전설이나 신화와 같이 기존의 이야기를 재가공하는 것도 스토리텔링이라 할 수 있지만 그 경우는 소설이나 동화와 같은 문학장르로 구분된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스토리텔링이란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을 이야기로 재구성하고, 이야기가 아닌 것에 이야기적 요소를 결부시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뛰어난 스토리텔링은 역설적으로 이야기가 아닌 것에서 이야기의 요소를 발견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공한 경우이다. 그런데 '스토리텔링'은 이야기 만들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스토리텔링은 이야기 아닌 것을 이야기로 만들고 그 이야기를 전하고 듣는 상황을 가정한 '대화'이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손주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골집과 같은 공간이 필요한데, SNS나 블로그와 같은 뉴미디어가 바로 우리시대의 이야기 공간이다. 맨부커상 수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우리의 가족과 사회에 관통하고 있는 관습 혹은 폭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잔혹한 폭력 사건이 발생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우리는 폭력에 둔감하거나 마비되어 있다. 관습이란 이름의 일상적 폭력에 대해서는 아예 상식이라 여긴다. '채식주의자'는 독특한 인물 설정과 탐미적 문체가 빛나는 소설이지만 스토리텔링의 관점에서 본다면, 폭력이 일상화된 묵시록적 사회에서 더이상 '이야기 거리'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야기감을 이야기로 만들어 독자들로 하여금 일상을 되돌아 볼 수 있게 만든 작품이다. 스토리텔링이 이야기가 아닌 것, 혹은 이야기감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는 것을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라면 그 소재는 멀리서 구할 필요가 없다. 진정한 가치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남들이 돌보지 않은 것을 성찰한 결과일 경우가 많듯이, 가치의 재발견이나 감동적 스토리텔링을 위해서는 일상에서 물러나거나 다른 각도에서 우리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수고가 필요하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 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 객원논설위원

2016-05-24 김창수

[경인칼럼] 박태환을 볼 수 있을까

'3년간 국가대표 자격박탈 족쇄' 불공정한 재기의 룰스물일곱 살 선수에게는 '사형선고'와도 같은데…대가 치르고 반성한다면 '재기 허락되는 사회' 올까?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기대를 모았던 남자축구가 예선 탈락하자 우스갯소리가 유행했다. "축구장에 물 채워라. 박태환 수영하게" "축구장에 물 얼려라. 김연아 피겨하게" 이 대회 수영 남자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모두 제쳤다. 아시아선수가 올림픽 수영 자유형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72년만의 일이다. 세계 수영사의 일대 사건이었다. 건장한 체격에 맑은 눈빛을 띠고, 수줍은 표정을 짓는 박태환은 단박에 '국민 남동생'이 됐다. 박태환의 시작은 불운했다. 열다섯 살 소년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한국선수단 최연소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그러나 물속에서 킥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실격 당했다. 부정출발이었다. TV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뭐야? 쟤?"하고 어이없어 했다. 자신도 경기장 화장실에서 두 시간이나 울다 나왔다고 한다. 실은 심판의 실수와 선수단의 무지가 합작해 빚은 해프닝이었다. 심판이 "준비(Take your marks)"라고 지시하면 선수들은 출발대 앞부분에 적어도 한 발을 걸친 채 정지자세를 취한다. 그 다음 출발신호가 울린다. 그런데 당시 심판은 선수들이 정지자세를 취한 상태에서 돌연 "제자리로(Stand please)"라고 지시했다. 경기중단 선언인 셈인데, 국제수영연맹의 출발규칙에도 없는 내용이다. 잔뜩 긴장해있던 박태환이 그 소리를 출발신호로 잘못 들었던 것이다. 물에서 나온 박태환은 실격이라고 생각했다. 뒤늦게 심판이 불렀지만 어깨를 늘어뜨린 채 탈의실로 들어가 버린 뒤였다. 한국선수단은 어떻게 된 일인지 상황판단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른들은 무지했고, 소년은 상처를 입었다.똑같은 장면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재현됐다. 결과는 달랐다. 중국의 수영영웅, 박태환의 라이벌 쑨양은 남자자유형 1500m 결승에서 출발신호가 울리기 전에 물에 뛰어들었다. 부정출발로 판정되면 실격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재경기 결정이 내려졌다. 국제수영연맹 측은 "장내가 너무 소란스러워 스타트 버저 대신 선수들에게 '제자리로(Stand please)'를 지시했는데 이때 쑨양이 물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재경기 끝에 1위로 들어온 그가 포효하더니 이내 펑펑 울기 시작했다.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실격 판정을 받을까봐 너무 두려웠다. 머릿속이 하얗게 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스물한 살의 세계적인 수영 스타가 이러할진대 그때 열다섯 살 소년의 마음은 어떠했을까?불운을 딛고 일어난 박태환은 4년 뒤 '국민영웅'이 된다. 숭례문 누각이 불길에 휩싸여 무너져 내리는 현장을 두 눈으로 지켜본 국민들의 상처 난 자존심을 어루만져줬다. 신산(辛酸)한 국민들의 마음에 위로와 치유의 행복바이러스를 마구마구 퍼뜨렸다. 뒤를 좇는 후배들에겐 '표상'이고, '롤모델'이었다. 그런 박태환이 지금 나락에 떨어져 있다. 영웅의 몰락, 표상의 해체는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이러쿵저러쿵 전해지고 보태지는 말들이 많지만 귀책사유는 모두 박태환에게 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박태환은 그 대가를 치렀다. 문제는 대가를 치른 그 다음이다. 한국사회는 성공만큼이나 재기에 있어서도 불공정한 구조를 갖고 있다. '금수저'들에게는 재기가 너무나 쉽게 허락되지만 '흙수저'들에겐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1년 8개월 선수자격 정지라는 대가를 치르고 돌아온 박태환에게 다시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족쇄를 채우는 것 또한 불공정한 재기의 룰이다. 만약 그가 유력한 정치인이나 재벌, 또는 대한체육회 경기단체장의 아들이라고 해도 이중처벌 규정이 저토록 견고하게 유지될까? 스물일곱 살 수영선수에게는 사형선고와도 같은데 말이다. 금수저든 흙수저든 그 누구라도, 저지른 잘못에 대해 응당한 대가를 치르고 반성한다면 재기가 허락되는 사회, 공정한 패자부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사회, 과연 그런 사회에서 내가 살아볼 수 있을까?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박태환을 그럴 가능성의 단서로 만날 수 있을까?/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6-05-17 이충환

[경인칼럼] 창문세를 걷어야 하나

도시민 불편없이 자연경관 보고 즐길 권리 있는 것정부, 경제살리기 구실로 최소한의 규제 마구 완화광화문광장 진경산수 감상 기회마저 잃을까 두려워17세기 영국에는 창문세(Window Tax)라는 세금이 있었다. 유리 값이 워낙 비싸 서민들 주택에는 거의 창문이 없었다. 집에 창문이 있다는 것은 집주인이 부자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왕실이 재정난에 시달릴 무렵인 1696년 12월 31일 영국의회는 주택의 창문 숫자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전대미문의 창문세법을 전격적으로 통과시켰다. 집집마다 창문들이 점차 사라졌다. 서울의 진산(鎭山) 인왕산은 언제 봐도 정겹다. 눈에 익은 풍경들이 겸제 정선(鄭敾)의 대표작품인 인왕제색도(仁旺霽色圖)의 실제 모델이어서 더욱 감회가 새롭다. 겸제는 안견, 김홍도, 장승업과 함께 조선 4대 화가로 한국에 진경산수화란 새로운 지평을 연 대가가 아닌가. 광화문광장에서 세종대왕 동상을 등지고 북쪽을 바라보면 우측으로부터 북촌, 청와대 뒷산 그리고 서촌을 감싸안은 인왕산 등의 스카이라인이 옛 모습 그대로이다. 야은(冶隱) 선생의 '5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데'란 시구가 흥을 돋운다.서울에서는 한눈에 파노라마처럼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지방도시도 같은 양상이다. 경관이 좋은 곳일수록 흉물스런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사방을 에워 싼 때문이다. 더욱 가관은 땅값이 비싼 곳일수록 빌딩 숲이 너무 지나치다는 점이다. 헬기를 타고 도심 상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파트와 사무용 빌딩들이 마치 송곳처럼 빽빽하게 하늘을 향해 꽂혀 있는 모습이어서 소름이 돋는다. 국민 절대다수가 조망권을 박탈당한 채 살고 있는 것이다.1960, 70년대 산업화 영향으로 도시가 급속도로 팽창했는데 수익성을 우선한 토목건축논리가 경쟁적으로 도시에 차단벽을 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부터 도시생태계 훼손은 더 심해졌다. 주거난 해소를 위해 2008년 9월부터 향후 10년 동안 500만호의 주택을 건설하기로 하고 재개발, 재건축 대폭 완화와 그린벨트 내의 보금자리주택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도심 내 오피스 및 주거용 건물부지난 해소차원에서 고도제한까지 풀은 탓에 서울 잠실에는 123층짜리 스카이 스크레퍼가 출현했으며 지난해 8월에 입주한 서울 동부이촌동의 래미안 첼리투스는 최고 56층으로 한강변에서 가장 높아 남산과 높이가 맞먹는다. 올 8월 입주예정인 38층의 반포 아크로 리버파크는 한강변의 스카이라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민족의 젖줄 한강 조망이 완전히 차단될 수도 있어 보인다. 조망 혜택이 클수록 부동산가격이 치솟는 때문이다. 경기도 하남시의 T오피스텔은 실내에서 한강이 보이는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간의 시세 차이가 5천만 원이다.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는 점입가경이다. 도심 난개발을 막기 위해 1962년 건축법 제정 당시부터 반세기가 넘는 세월동안 유지해 온 '도로 사선(斜線)제한 규정'을 작년 5월 건축법 개정으로 없앤 것이다. 도로 인근에 건물을 지을 경우 도로에서 사선을 그었을 때 건물높이가 도로 폭의 1.5배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건축법상 별도의 제한규정이 없는 경우 이 조항이 두루 적용되어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해치는 '나 홀로' 고층빌딩의 난립을 막는 역할을 해왔는데 최소한의 장치마저 사라진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사선제한 폐지로 투자자들의 수익이 늘어 한해 1조원 이상의 투자 효과가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경치 감상은 계량화가 곤란한 무형자원으로 전형적인 공공재이다. 공기나 햇빛처럼 특정인의 소비가 다른 사람의 소비에 지장을 주지 않음은 물론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공짜로 구경이 가능한 것이다. 도시민들은 불편 없이 자연경관을 보고 즐길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다. 또한 스카이라인을 지켜나가는 것은 도시경쟁력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경제 살리기를 구실로 손톱 밑 가시들을 마구 뽑아버리고 있으니 이젠 광화문광장에서의 진경산수를 완상(玩賞)할 수 있는 기회마저 사라질까 두렵다. 국민들의 볼거리를 앗아가는 건축물에 창문세를 신설하면 어떨까?/이한구 수원대 교수 · 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 · 객원논설위원

2016-05-10 이한구

[경인칼럼] '법의 날'을 기념하며

내 것만 주장하고 상대방 배려안해 사회갈등 촉발구성원간 경쟁 너무 치열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서로 법과 질서 철저히 지키고 역지사지 자세 필요지난 4월 25일은 제53회 '법의 날'이었습니다. '법의 날'은 1958년 미국 변호사협회장 찰스 라인의 제창에 따라 당시 사회주의국가의 '노동절'에 대항하는 의미로 처음 제정된 뒤, 1963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법의 지배를 통한 세계평화대회'에서 세계 각국에 '법의 날' 제정을 권고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1964년 4월 30일 국회의 건의를 거쳐 대통령령 제1770호로 5월 1일을 '법의 날'로 제정, 공포하였습니다.그 후 정부는 2003년 기존의 5월 1일이던 '법의 날'을, 1895년 구한말 당시 근대적 사법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재판소구성법' 시행일인 4월 25일로 변경한 뒤, 정부행사 간소화 방침에 따라 대한변호사협회와 법무부 주관 하에 격년제로 법조계 대표들의 기념사, 훈·포장 시상식을 비롯하여 어린이 1일 법체험교육, 음악회 등의 문화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습니다.인간은 본래 불완전하고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어느 사회든지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과 단체들 사이에는 항상 갈등이 있기 마련이고,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갈등은 조기에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개인 간에는 주먹질이, 국가 간에는 전쟁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그러나 인간은 신에 비해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갈등을 평화적 합리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지적, 이성적 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간사회에 존재하는 갈등으로부터 분출된 분쟁을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성적, 평화적으로 해결하여 사회갈등을 해소하는데 조력하는 것이 법조인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런데 법이라는 것은 결국 사회구성원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상식과 규율을 성문화한 것으로서 그 저변에는 아마도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이와 관련하여 공자님은 '논어' 이인(異仁) 편에서 "방어리이행이면 다원이라(放於利而行, 多怨)", 즉, "사사로운 욕심을 좇다보면 많은 원한을 사게 마련이다"고 말하였고, '논어' 위령공(衛靈公) 편에서는 그 제자인 자공(子貢)이 평생 실천해야 할 한마디가 무엇인지를 묻자 "기서호인져, 기소불욕 물시어인이라(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人)", 즉, "그것은 바로 관대함(용서)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강요하지 말라"고 말하였습니다.성경에도 예수님은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마태복음 7장 12절)고 말씀하신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사회에서 항상 요구되어 오던 덕목으로서 누구나 다 아는 양심의 명령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공자님이나 예수님의 위 가르침은 사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역지사지'의 자세와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그런데, 우리사회의 대부분의 갈등은 어느 일방이 또는 쌍방 모두가 내 것만 주장하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데서 비롯되고, 그 결과 수년간에 걸친 지루한 송사로 이어지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범죄를 저질러 형벌을 받기도 합니다.이에 대하여 어떤 이는 우리 사회가 너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이러한 갈등이 유난히 많다고도 이야기하지만, 2천여년 이전에 이미 공자님과 예수님이 모두 같은 말씀을 하신 것을 보면 이러한 현상은 비단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결국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사회에서든지 항상 존재해온 개인 간의 갈등과 사회 내 갈등을 해결하는 길은 사회구성원 서로 간의 약속인 법과 질서를 보다 철저하게 준수하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방의 입장을 한번 더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라고 할 것입니다.제53회 '법의 날'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법과 질서가 지켜지는 한 차원 더 높은 성숙한 선진사회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봅니다./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

2016-05-03 박영렬

[경인칼럼] 여소야대는 순항할까

대선에 맞춰진 구도 3당체제의 원심력 크게 작용합당·정책연대·후보단일화 등 연합정치 펼쳐질 것집단지성 명령 어기면 한국정치는 또 구태 되풀이20대 총선 결과 나타난 여소야대 정국의 운용 형태는 한국정당정치에서 실험 모델이 될 것이다. 민주화 이후 치러진 최초의 총선거에서 한국헌정사상 최초로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된 이후 14대, 15, 16대 까지 선거 결과는 여소야대 정국으로 귀결되었다. 여소야대는 국민의 선출에 의해 구성된 입법부와 행정부 권력의 이원적 정통성에 입각한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를 구성하게 된다. 그러나 여소야대 정국은 집권세력이 주도적으로 입법과 정책 등을 추진할 동력을 상실함으로써 국정의 교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역기능적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반면에 여소야대 정국을 계기로 당청관계의 변화와 여야의 소통이 강화된다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권의 정책이나 입법 연대에 의해 정부여당이 추진하고자 하는 국정과제가 난관에 봉착하고 정국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집권세력들은 여소야대를 여대야소로 바꾸려는 인위적 정계개편의 시도를 해 왔다. 1990년 1월의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3당의 합당은 민주자유당이라는 거대공룡여당의 탄생을 가져왔다. 그러나 노태우 대통령도 결국 임기 말의 레임덕을 막지 못했다. 20대 총선 결과는 13대 총선의 여소야대와 여러 면에서 대비된다. 당시에는 집권당인 민주정의당이 125석을 차지했고, 제1야당인 평화민주당은 70석, 통일민주당 59석, 신민주공화당 35석으로 집권당이 제1당의 지위는 유지한 가운데의 여소야대였다. 그러나 20대 총선은 새누리당이 원내 1당의 자리를 내준 결과로 나타났다. 3당 합당은 내각제 개헌을 고리로 정권을 연장하려는 민정계와 소수세력으로서 대권을 쟁취하려는 민주계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정치공학이 개입한 민심의 왜곡이었다. 이번 선거 결과 제3당의 존재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중 어느 당이 20대 국회 개원때 1당의 위치를 차지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어느 당도 국회내에서 일방적 우위를 점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적 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한 일반정족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민의당의 38석은 결정적이다. 향후 국민의당이 정책과 이슈에서 보여줄 가치지향과 집권당과 제1야당 사이에서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제3당인 국민의당의 캐스팅 보트의 역할도 국회선진화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쟁점법안 통과 때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없다.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어느 당과 연대해도 180석의 요건을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20대 국회에서 3당의 존재가 맹목적 편향과 대립의 악순환을 끊고 절충과 합의의 정당문화 정착에 기여한다면 분점정부는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이다. 반면 제3당의 존재감 부각을 위한 등거리 거리두기로 사안마다 정치공학만 난무하는 정당체제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대 국회 개원 이후의 정당체제에서 여소야대의 순항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 모든 정치사안이 대선에 맞춰질 수밖에 없는 구도에서 3당체제의 원심력은 어느 때보다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이른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의 연정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원 구성이 끝나고 각 당의 전열이 재정비 되고 나면 국정감사와 정기국회를 거치면서 20대 국회와 3당체제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그리곤 대선정국으로 급속히 빨려들어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모든 정치적 상상력이 동원된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이 이루어질 개연성이 높다. 합당일 수도 있고, 정책연대나 후보 단일화 논의 등 각종 연합정치가 펼쳐질 것이다. 개헌 정국의 점화도 배제할 수 없다. 1988년 선거를 정초선거, 또는 중대선거로 부르는 이유가 이번 20대총선에 적용될지 알 수 없지만 대선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정치공학도 민심의 바다를 거스를 수 없음을 이번 선거는 정확히 보여주었다. 집단지성의 명령을 거스른다면 한국정치는 또 다시 구태와 퇴행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16-04-26 최창렬

[경인칼럼] 예술적 영감의 원천으로서의 섬

섬 태생 시인들 관광·개발로 훼손시키는데 분노섬의 매력은 시학의 원천이자 이야기의 고향영원무궁 이어갈 가치 살리는 대원칙 지켜야최근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섬예술 레지던시 사업은 주목할 만하다. 작가 지원사업인 섬레지던시 사업은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예술적 영감의 원천인 섬을 살리면서 동시에 섬 주민들에게는 문화예술의 향기를 체감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섬을 예술과 문학, 특히 시적인 영감을 주는 장소라고 생각한다. 섬을 주제로 한 시문학 작품이 많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섬에서 나고 생활한 시인들의 활동이 의외로 역력하다. 덕적도의 장석남, 문갑도의 이세기, 자월도의 김영언 시인을 떠올려 보면 섬은 시인을 기르는 땅이라는 착각이 들 때가 있다. 또 요절한 기형도 시인 역시 연평도 태생이라는 걸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장석남에게 덕적도는 시심의 요람이다. 밀물이 모래를 적시는 소리에서 '아버지'를 느낄 정도로 그의 시는 섬에서 생활한 원형체험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이세기 시인의 시집 '먹염 바다'나 '언손'에 나타난 정서도 섬사람들의 터전인 바다와 갯티 그들의 체취인 갯내로 오롯하다. 자월도 출신 김영언의 시집 '아무도 주워 가지 않는 세월'에는 서해의 섬과 섬사람들의 정서를 생생하게도 옮겨 놓았다. 섬에서 태어나 섬사람들의 생활과 말을 거듭해서 들어 왔으며,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시의 리듬과 조화시키는 비결을 터득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들의 작품들이 그저 유년체험이나 정서의 원천이나 향수를 환기하는 대상으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날로 척박해지는 섬 생활의 고통이 있으며, 정부나 기업이 관광과 개발의 이름으로 오래 살아야 할 섬을 망가뜨리려는 소행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도 크다. 장석남의 '덕적도', 이세기의 '굴업도', 김영언의 '한리포 전설'은 시인들의 꿈집이었던 아름다운 서해의 섬들이 사라질 위기에 대한 긴박한 경고이자 세상에 보내는 절절한 호소문이기도 하다. 섬은 바다로 둘러싸인 땅이다. 물길로 어디로든 갈 수 있을 듯 하지만 실은 하루 두차례 드나드는 조석(潮汐)처럼 하루 한두 차례의 뱃길로만 사람이 오갈 수 있는 고립된 장소이다. 절해(絶海)의 장소성은 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연을 더 깊이 생각하고,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더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게 만든 것인지 모른다. 섬사람들은 이웃의 밥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안다고 말한다. 아침저녁으로 마주치지만 정작 이웃의 속사정은 모르고 살아가는 도시인들과 달리 섬에서는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소통할 수 있다.섬은 마지막 남은 이야기의 고향이기도 하다. 서해의 섬에는 망구할매나 개양할미같은 창세 신화로부터 섬과 지명유래담은 물론 조선시대의 전설까지 숱한 이야기들이 아직까지 전승되고 있다. 도시에서는 개발의 광풍에 휩쓸려 사라지고 없는 풍속이다. 섬의 매력 중의 하나는 마르지 않은 시학의 원천이자 이야기의 고향이라는 점이다. 섬 관광과 섬 개발 사업의 미명하에 섬이 가진 자연과 경관의 매력은 물론 섬의 풍속과 섬사람들의 마음씨까지 훼손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물론 섬 주민들이 언제까지 불편한 교통과 낙후한 생활을 계속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주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가꾸어 가되, 영원무궁 이어가야 할 섬의 가치들도 살려 나가야 한다는 대원칙을 지키는 도서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말이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6-04-19 김창수

[경인칼럼] 인천의 정치적 민도(民度)가 낮다고?

출신지역 안 가리고 정당도 편애않는 '고유의 성향'지역발전·나라살림 잘 할것 같으면 '지지하는 특성'이번에도 그 특유함 나타나니 함부로 평가 안 하길인천이 대한민국 선거사에서 주연급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1985년부터다. 이 해 2월 12일 실시된 제 1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인천은 대구와 함께 당당히 시·도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도의 하위 행정단위가 아닌, 직할시로서의 인천 투표율이 공식적으로 집계됐다. 당시 인천 인구수는 131만2천여 명, 확정선거인수는 81만3천500여 명이었다. 277개 투표구에서 투표가 진행된 결과 80.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전국 투표율 84.6%보다 3.9%P 낮은 수치였다. 13개 시·도 가운데 충북이 90.4%로 일등을 차지했고, 인천이 꼴찌였다.투표율과 관련한 인천의 '흑역사(黑歷史)'는 이렇게 시작된다. 4년 뒤인 1988년에 치러진 13대 총선에서는 투표율 70.1%로 서울 69.3%에 이어 뒤에서 두 번째를 차지했다. 이제 임기를 끝내는 19대 국회의원들을 선출했던 2012년 총선의 득표율은 51.4%, 다시 꼴찌였다. 12대부터 19대까지 모두 여덟 차례 치러진 총선에서 인천은 꼴찌 3번, 꼴찌 바로 윗자리를 5번 기록했다. 영남 정치세력이 집권하든 호남 정치세력이 집권하든 인천은 늘 최하위권에 자리했다. 최하위 투표율과 함께 인천의 선거를 특징짓는 것은 여당으로 향하는 표심(票心)이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인천 유권자들은 지역구 7석 가운데 6석을 여당인 민주정의당에게 몰아주었고, 1992년 14대 총선에서도 민주자유당에게 5석을 주었다. 김영삼 대통령 재임 중인 1996년 15대 총선에서는 11석으로 늘어난 지역구 의석 가운데 9석을 신한국당에게 안겨주었다. 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0년 16대 총선 땐 새천년민주당에게 6석을 주어 우세승을 거두게 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용돌이 속에서 치러진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에게, 이명박 대통령 임기 초기인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에게 지역구 12개 가운데 9개를 주었다. 인천으로서는 12대 총선에서의 민주정의당 2석, 신한민주당 2석이라는 결과와 최근의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6석, 민주통합당 6석으로 이뤄진 균형이 사실 낯선 상황인 셈이다.이처럼 역대 총선에서 인천이 보여준 최하위권의 투표율과 한결같이 여당에게로 향하는 표심을 일부에서는 정치적 민도(民度)가 낮은 탓이라고 깎아내린다. 심지어 인천의 여론주도층 내부에서조차 자조(自嘲)가 만연해 있다. 그러나 인천에는 타 지역이 절대 따라할 수 없는 고유한 투표 행동양식이 존재한다. 영남은 늘 영남사람에게 무더기 표를 주고, 호남은 언제나 호남사람에게 몰표를 주지만 인천은 출신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정당도 편애하지 않는다. 나라살림 잘할 것 같으면 어느 지역 출신이든 표를 준다.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어느 정당이든 지지한다. 인천만의 정치적 무편식(無偏食), 무편향성(無偏向性)이다. 영남정권이든 호남정권이든 일관되게 여당을 지지하는 표심은 서울의 무게에 짓눌려 숨을 할딱이는 인천을 살려보려는 갈망이었을 것이다. 오늘, 또 한 번의 총선을 치른다. 막장으로 시작하더니 끝도 오리무중이다. 무소속은 당선돼서 새누리당 간다고 읍소하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서로 내 표 갉아먹는다고 아우성이다. 매일 전화기를 울려대던 여론조사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인천이 표심의 전통을 좇을지, 표심의 변화를 보여줄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도 정치적 무편식과 무편향성이라는 인천만의 투표 행동양식만큼은 발현될 것이다. 그러니 이제 투표율 같은 것으로 인천을 함부로 평가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낡고 진부한 해석의 틀로 인천 특유의 선거문화를 정치적 민도가 낮음을 뒷받침하는 증좌로 만들어버리는 오류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아, 그렇긴 하지만 이번엔 솔직히 전국투표율이 좀 높아졌으면 좋겠다. 인천의 투표율도 최하위권을 탈출하면 좋겠다. 그래야 '심쿵' 설현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저토록 애쓴 보람이 있지 않겠는가. 나도 지금 아내 손 잡고 투표하러 간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6-04-12 이충환

[경인칼럼] 귀농정책 성공하려면

귀농인들 "시골사람들 냉대한적 있었느냐" 목청토박이들 "개인주의문화 거슬린다" 거부감'기존주민과 부조화' 역귀농 원인 상당한 비중지난해 8월 제주도청 소속 공무원이 현지 언론사의 기자로부터 협박 및 폭행을 당하고 제주시 연동의 한 상가건물 4층에서 투신했던 사건이 있었다. 충격인 것은 그의 자살동기였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에 "토착 언론의 횡포"에 시달렸다며 제주도 특유의 괸당문화를 고발한 것이다. 괸당이란 친척, 혈족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이나 이웃 간에도 친척처럼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함을 의미한다. 덕업상권(德業相勸)과 환난상휼(患難相恤)로 상징되는 공동체사회를 지탱해온 매우 소중한 문화유산이나 이방인들에겐 종종 배타적인 패거리문화, 이지메문화로도 작용한다. 대표적인 국가가 일본이다. 재일동포들이 오늘날까지 1세기 가까운 세월동안 뿌리를 내리고 살았어도 이들은 여전히 남의 나라 백성인 것이다. 일본의 상징인 '대화(大和)'란 자기들만의 하모나이징인 것이다. 한국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혈연, 학연, 지연 등에 근거한 동류(同類)문화가 도처에서 확인된다. 특히 제주도는 육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데다 조선시대에는 죄인들의 유배지로 전락해 도민들의 유대의식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웃사촌에겐 정상가격으로, 외지인에겐 바가지를 씌우는 식의 이중가격이 상징적이다. 그러나 국장급 고위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으로 괸당문화의 부당함을 호소할 정도이면 너무 심했다. 오죽했으면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병상을 찾아 사과까지 했을까. 유래지규(由來之規)가 '글로벌 제주'의 발목을 잡을 개연성이 크다.농촌사회의 텃세문화가 주목된다. 귀촌귀농의 점증이 배후요인이다. 국내적으로 귀농이 주목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부터였다. 대량실직을 배경으로 절박한 이들이 먹거리를 찾아 농촌을 찾았던 것이다. 이후 장기 저성장에 기인한 만성적 실업난은 귀농을 부채질했다. 급격한 산업화가 낳은 신중년들의 전원(田園)으로의 회귀욕구는 설상가상이었다. 이따금씩 전해지는 억대 부농 뉴스는 20~30대 젊은이들까지 유혹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 농촌에서 스마트농업 창업을 시도한 것이다.정부를 비롯한 지자체들의 귀촌, 귀농드라이브는 주마가편이었다. 도시에서는 과잉인구에 기인한 주거난, 교육난, 교통난, 생계난에 시달리는 반면에 농촌은 빈곤과 고령화, 공동화 등으로 경제기반 침식이 확대재생산 되었던 것이다. 국제적인 자원내셔널리즘은 또 다른 당위였다. 농어촌의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정착지원금과 주택마련자금, 농업자금, 신규영농 지원 등 한 보따리의 선물(?)을 제공했으며 정부는 저리의 농지구입자금 알선 및 양도소득세 감면은 물론 농지에 대한 사전소유 규제도 풀어주었다.2000년 이후 귀농, 귀촌가구 수는 해마다 20% 이상 늘어났다. 2014년에만 낙향건수는 총 4만4천586가구로 전년 대비 37.5%나 증가했다. 경기도를 찾는 귀농·귀촌인구는 2012년 7천671가구에서 2014년 1만1천96가구로 2년새 62.8%나 늘었다. 경기도청은 이들이 귀농·귀촌에 성공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맞춤형인 '따복농장'을 운영키로 했다. 그러나 문제도 많다. 역귀농(逆歸農)인구도 동반상승하는 것이다. 역귀향의 정확한 데이터는 확인할 수 없으나 간과는 금물이다. 영농실패 내지 실망스런 소득, 자녀교육 애로 등이 원인이나 농촌사회 활착에 대한 마찰적 장애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의 귀농귀촌 실태조사에 따르면 텃세 등 기존주민과의 부조화가 수입 감소, 생활불편 다음으로 비중이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 경기도 여주의 한 귀농인은 이장들의 횡포와 왕따, 길들이기 등으로 고통이 심하다며 '도시에선 언제 시골사람들을 냉대한 적 있었느냐'며 목청을 높였다. 토박이들도 할 말이 많다. 이웃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훤히 꿰는 지경인데 귀농인들의 개인주의문화가 눈에 거슬리는 것이다. 동구 밖에 '귀농 안받는다'는 현수막이 걸릴 정도이다. 문화갈등이 귀농의 걸림돌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조광조 선생에게서 새로운 향약의 가르침을 받아야 하나./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6-04-05 이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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