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지지율 하락과 개혁 실종

수도권 부동산 가격 폭등 상대적 박탈감최저임금 인상 부작용등 경제 악화 원인사회 전체 개혁동력 잃어 관리 시급한데당·정·청, 정책방향 조정 리더십 안 보여문재인 정부 2기 국정지지율 하락은 일차적으로 경제상황의 악화가 원인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등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 가져온 상대적 박탈감의 증대 또한 심각하다. 고용난과 실업률의 증가와 함께 분배 구조 악화가 지표로 나타나면서 불평등 구조 타파와 소득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을 국정 목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정체성마저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집권 1년 적폐수사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획기적이고 역사적 대전환이 지지율을 80%까지 끌어올렸으나, 여소야대 국회에서 협치를 이뤄내지 못하고 개혁입법은 물론 민생입법 정책조차 표류한 결과이기도 하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의 진단이 엇갈리는 등 정책 혼선이 정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주당 20년 집권론'이 허망하게 들리는 이유이다.대통령 지지율이 문제가 아니다.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참패'를 면치 못했던 자유한국당은 '탈국가주의'니 '국민성장론'이니 하는 모호한 수사로 지지층 결집을 모색하면서 집권당에 대한 정치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무성 한국당 전 대표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좌파 사회주의'와 '세금 포퓰리즘'으로 규정했다. 보수야당은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비준 동의 요청을 총체적인 '퍼주기'로 규정한다. '퍼주기 프레임'이 다시 등장하면서 정제되지 않은 용어들이 본질을 호도한 채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경제악화 논리는 경제구조 혁파와 재벌개혁의 당위마저 흔들고 있다. 지지율이 높을 때 야당과의 협치를 강화함으로써 개혁의 법적·제도적 기반을 다지지 못한 집권세력의 책임이 가볍지 않으나, 대안없이 소득주도성장을 포함하여 남북정상회담 등 정부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공격하는 보수야당 특히 한국당의 구시대적 행태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다.한국사회의 개혁을 갈망했던 촛불로 상징됐던 시민적 동력도 찾기 어렵다. 경제는 시민의 삶 자체다. 그 삶이 악화되고 있다는데 개혁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러나 왜 경제가 어려운지를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 운용 방식은 경제력 집중을 낳았고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가져왔다. 최저임금인상은 정작 대상이 되어야 할 재벌개혁과 대기업 소유 지배 구조 개선, 전관과 현직의 짬짜미, 사학과 부패한 종교집단 들에 대한 개혁의 당위를 무위로 돌리고 있다. 사회경제적 계층 구조의 하위에 위치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대 피고용자와의 갈등으로 전선이 치환된 형국이다.소수세력과 다양한 시민들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한 다당제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도 여야의 정파적 이기주의의 제물이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민주주의가 조응할 때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숨 쉴 공간이 생기는 법이다.경제가 개혁과 대척에 서는 잘못된 인식구조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란 수사는 함축적이지만 용례와 사용하는 자에 따라 허구적 이데올로기에 그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획기적인 진전이 나오더라도 사회 전반의 개혁에 대한 프로그램과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면 정권은 신뢰의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촛불로 상징되었던 시민의 요구는 잠재적이지만 언제든 더 큰 화산으로 폭발할 수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 등 집권연합은 경제악화를 오히려 개혁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담대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의 경제난의 직접적 원인이 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에 대해 대안을 찾고 단기적인 처방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작업은 경제지표의 악화가 사회 전체의 개혁 동력의 실종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리더십의 확립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집권여당, 정부 등 집권연합이 지향할 개혁 프로그램과 정책방향을 조정하는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이해찬 대표는 지금의 상황을 정치학자인 애덤 쉐보르스키의 말을 인용하여 '전환의 계곡'(valley of transition)이라고 진단했지만, 역사적 진보를 위한 진통인지, 총체적 퇴행인지의 판단은 아직 이르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2018-09-18 최창렬

[경인칼럼]이젠 이재명 지사가 거대권력이다

건설공사 원가공개·토지 공개념 적용 주장정책구상 집행 경기도 아닌 전국으로 영향'이해찬과 공감' 여당내 의미있는 정치행위소중하게 쓰겠다는 '공적권력' 실체는 현실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정책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공공에서 민간까지 건설공사 원가공개를 강행했다. 공공건설공사비 절감을 위해 표준시장단가 적용범위를 확대하겠다며 행정안전부에 관련규정 개정을 압박중이다. 특히 11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토지공개념 현실화에 대한 공감대를 과시(?)한 대목은 인상적이었다. 이 지사는 이날 예산정책협의차 도청을 방문한 이 대표 앞에서 "부동산 문제, 경제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축이라 생각한다"며 "모든 토지에 대해 공개념을 적용해 일정액의 (국토)보유세를 부과하자"고 주장했다. 주장에 그친게 아니라 경기도가 시범을 보일 수 있도록 법적 지원을 요청했다. 실세 대표인 이 대표는 "토지공개념을 도입해놓고 실제로 20년 가까이 공개념의 실체를 만들지 않다보니 집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호응했다.한달전 본란에서 이 지사에게 모든 의혹은 법에 맡기고 도정에 전념할 것을 요청했었다. 표준시장단가제도 확대 등 의미있는 '이재명표 도정'이 '의혹 공방'에 매몰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때에 비하면 이 지사의 도정 집중력이 현저하게 회복된 것으로 보이니 반가운 일이다. 물론 이 지사가 만들어 낸 정책이슈들이 정부의 협조와 여론의 호응속에 순조롭게 실현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다만 지방선거 전후와 취임 이후 시달렸던 의혹에서 벗어나 도정 수행자라는 본연의 면모를 회복한 현상 자체가 의미있는 진전인 건 틀림없다.그래서 이 지사에게 추가 요청을 해본다. 다름 아니라 자신의 위상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필자의 견해를 말하자면 이 지사는 이제 거대한 권력이다. 이 지사의 정책구상과 집행의 결과가 미치는 영향력은 성남시장 시절과 비할바가 아니다. 실제로 건설업계는 이 지사로 인해 난리가 났다. 건설원가 공개, 표준시장단가제 확대가 건설업을 고사시킬수 있다는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 현장검증을 마쳤다지만, 정책의 영향이 성남에 제한적인 상황과 경기도, 나아가서 전국으로 확대되는 상황은 전혀 다르다. 분명한 건 한국 건설업계가 이재명의 한마디에 자지러질 정도가 된 현상이다. 경기도지사 이재명은 이제 큰 권력이다.이 지사의 정치적 언행도 마찬가지다. 그의 한마디는 전국적인 정치적 파문을 초래할 수 있다. 이해찬-이재명의 토지공개념 공감은 정책이면서 정치다. 이 지사의 경기도가 앞장서고 이 대표의 여당이 후원해 국토보유세로 무장한 토지공개념제도가 정책으로 다듬어진다면 나라와 정국이 발칵 뒤집어진다. 공감은 경기도청에서 두 사람이 했지만, 논란은 대한민국 전체를 삼킬 폭발적인 의제다. 이와 별개로 '이해찬-이재명의 공감' 자체가 여당내 정치지형에서 매우 의미있는 정치행위다. 김진표의 탈당압박은 사라지고 '이해찬-이재명 공감'이 주목받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경기도지사 이재명 뿐 아니라, 정치인 이재명도 이젠 거대 권력이다.이 지사는 자신을 향한 각종 의혹에 대해 '거대 기득권의 이재명 죽이기 음모'로 규정했었다. 이젠 아니다. 이 지사는 주체가 불분명한 음모로 죽기에는 실체가 너무 분명한 거대한 공적 권력으로 성장했다. 음모에 희생되는 약자 코스프레는 부자연스럽다. 권력을 경기도민과 국민을 위해 소중하게 쓰겠다는 겸손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권력의 실체는 현실이다.권력이 커질수록 도전하는 세력도 많아지고 도발의 강도도 거세진다. 권력 생태계의 자연현상이다. 중요한것은 응전의 방식과 태도다. 이 지사는 최근에 페이스북 팔로워 5천명에게 실천적 지지로 큰 방패가 되어달라 요청했다. 페이스북 5천 결사대가 이 지사 권력의 크기에 걸맞는 응전의 방식인지 의문이다. 논쟁적이고 소모적이고 일방적일수 있다. 공적 권력의 크기에 맞는, 제시하는 담론의 규모에 어울리도록 응전의 방식과 도구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윤인수 논설위원윤인수 논설위원

2018-09-11 윤인수

[경인칼럼]문화예술에서의 '생태계'

다양성은 창조적 문화예술활동의 조건기반시설·전문인력 없다면 작동되지 않아여러 주체들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적 운영내부는 민주적인 공동체가 돼야 소통 가능생물학의 용어였던 생태계(eco-system)라는 개념이 빠른 속도로 비즈니스 일반으로 그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컴퓨팅 용어였던 플랫폼이 정보산업 분야를 넘어 여러 정책과학은 물론 문화예술의 영토까지 점령(?)한 것과 비슷하다. 창업 생태계는 가장 역동적 생태계이며, 플러그앤플레이테크센터(Plug and Play Tech Center)가 대표격이다. 이 센터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복판인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에 위치한 세계최대의 창업 보육센터이다. 페이팔, 구글, 로지텍, 데인저(Danger), 온라인쇼핑 마일로닷컴 등 세계 유수의 IT기업들이 보육된 곳이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과 창업자, 기업가가 한 곳에 모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창업 보육 시스템 덕분이다. 현재 28만 평방피트 규모 건물에는 전세계에서 모인 400여 개 창업기업이 입주해서 보육받고 있다. 플러그앤플레이의 가장 큰 강점은 강력한 네트워킹과 멘토링이다. 투자자와 기업관계자, 멘토가 한 공간에 상주하고 있어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투자 기회도 여러 방향으로 열려있다. 특히 창업 분야 전문가들을 비롯한 다양한 관계자로부터 수시로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점도 최적의 성장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강력한 네트워킹과 최고수준의 멘토링은 융합과 혁신이 필요한 문화플랫폼, 문화산업 기지에 필수적인 환경 요인으로 평가된다. 플러그앤플레이 엑스포는 벤처기업을 투자자에게 가장 인상적으로 소개하는 행사다. 세계 최고 수준의 벤처기업이 참가해 경연을 벌이는 형식으로 투자자나 관련기업들과 투자상담을 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기술 혁신을 통한 창업과 창조적 상상력을 통한 문화예술활동은 닮았지만 창업보육 생태계와 문화예술활동의 생태계가 같을 수는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코시스템은 본래 자연환경의 생태계에 대한 은유에서 시작된 것이다. 생태계(生態系·ecosystem)는 상호작용하는 생명체들과 또 그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주변의 무생물 환경까지 아울러 지칭하는 말이다. 자연생태계의 모습은 다양한 생물이 함께 번성하는 종 다양성이다. 이 다양성의 공존 속에서 종들이 각각 진화하고 또 새로운 종이 탄생한다. 건강한 자연 생태계의 지표는 종다양성, 얼마나 다양한 생물들이 공존하고 있느냐이다. 다양성은 창조적 문화예술활동의 결과이자 조건이다.생태계를 기능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 생태계의 조건이 더 중요하다. 종의 다양한 번성을 가능케 하는 것은 물과 빛과 흙이라는 세가지 기초 요소이다. 기초 요소가 없다면 생태계는 유지될 수 없다. 생태계의 대표적 사례로 열대우림기후 지역을 드는 이유가 풍부한 강수량과 일조량, 깊은 표층토가 있어 양호한 식물 서식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에서는 기초 문화예술이 발전되어 있지 않다면, 문화기반시설이 확보되어 있지 않다면 그리고 문화전문인력이 없다면 생태계는 작동되지 않는 가상 시스템일 뿐이다. 또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생태계는 자연발생적이듯이 다양한 주체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 운영체계여야 하며, 그 내부는 평등하고 민주적인 공동체가 되어야 순환하고 소통하는 문화생태계가 가능할 것이다./김창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8-09-04 김창수

[경인칼럼]첫 번째 펭귄 (the First Penguin)

'아우' 라고 부를수 있는 인천시 고위공직자그의 글은 십수년 지난 현안 문제들 다뤄일관되게 지역의 현재와 미래에 시선 보내그는 '앞장선 용감한 펭귄'… 책출간 기다려난 칭호(稱號)에 참 인색하다. 팍팍하기 이를 데 없다. 어떤 이들은 한 번만 보고 나면 곧바로 "형님"하면서 부드럽고 촉촉하게 부르던데 만사가 유연하지 못한 이 사람에게는 도무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래로 향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금세 동생으로 만들어버리는 재주가 내게는 그야말로 '넘사벽'이다. 그런 내게도 "아우님"하고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이가 있다. 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꾼 유안진 시인의 글처럼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열어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라 여긴다. 지내온 세월만큼 시간의 겹이 또 켜켜이 쌓이면 그때는 금란지교(金蘭之交)로 한층 더 단단해지리라 믿는 사이다.저녁 먹자고 연락이 왔다.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더니 그동안 여러 지면에 기고해왔던 글들을 묶어 출판하기로 했단다. 작업도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였다. 아직 공직생활이 한참 남았는데? 2년 뒤 총선에 출마하려나? 단박에 드는 생각들이었다. 그는 인천시 공무원이고,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고위직이다. 이제 오십 줄에 접어들었고, 다른 일 도모하기에는 이르다. 그런데 출판이라니. 더욱이 나더러 그 책에 담을 글을 써달란다. 추천사 같은 성격의 글이다. 두 사람에게 부탁한다는 건데 한 분은 지역사회에서 누구나 알만한 문인이다. 개인적으로는 영광이다. 일단 쓰겠노라 했다. 해소하지 못한 궁금증과 두툼한 원고 사본 한 뭉치만큼의 부담감을 함께 끌어안은 채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왔다.고위공직자들이 퇴임을 앞두고 다른 일을 모색할 때 흔히 '잡문(雜文)의 묶음'을 내놓는다. 드물게 정치적 용도가 없다 하더라도 재임 때 '무용담' 따위를 늘어놓기 마련인데 대부분 지금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얘기들이다. 글 쓰느라 애쓴 점은 귀감이 되겠으나 시의적절하고 명심할만한 보감은 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글은 달랐다. 길게는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안인 문제를 다룬다. 2003년에 쓴 '인천의 내항을 시민의 품으로'가 대표적인 예다. 2013년에 쓴 '복지의 영역으로 들어온 기후변화'는 이 절대폭염 속 에너지 빈곤층의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4년 전에 쓴 '자녀 교복비, 기초급여에 포함해야'는 당장 인천시와 시교육청 간의 첨예한 현안이다. 지면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인천에 대한 '복고풍'의 글이 아니라는 점도 신선했다. 그 또한 이웃이 정답고 어질었던 옛 인천에 대한 기억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의 글은 그러나 '단순히 기억된 대상을 복원하는 작업'과는 분명한 거리를 두고 있다. 한순간의 흔들림도 없이 일관되게 인천의 현재와 미래에 시선을 보낸다.2014년에 쓴 '기억과 기록'이라는 글을 읽으면서 가지고 있던 궁금증도 자연스레 해소됐다. '기억하기란 단순히 기억된 대상을 복원하는 작업이 아니라 기억하는 주체의 깨달음이 개입된 실천의 과정'이라고 한 벤야민(Walter Benjamin)의 말을 상기하면서 그는 실천적 기억으로서의 기록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기억과 기록, 그리고 독서력이야말로 역사로부터 배우고 현재를 성찰하여 미래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사회자본이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시작된 글쓰기와 이번에 마음먹은 출판은 그가 실천할 수 있는 또 다른 차원과 형태의 사회자본 축적인 셈이다. 그렇다면 그의 출판은 아직 이른 게 아니라 오히려 늦은 것이고, 건방진 돌출행위가 아니라 권장해야 할 일이다. 국가경영에 참여했던 우리의 선조들이 무수히 많은 기록유산을 남긴 것처럼 그 DNA를 물려받은 이 땅의 공직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남극대륙 수백 마리 펭귄의 무리들이 한꺼번에 차가운 바닷물로 뛰어드는 장면은 장관이다. 하지만 모든 펭귄이 동시에 행동을 개시하는 건 아니다. 무리 중에서 유독 용감하게 앞장서서 뛰어드는 펭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그 펭귄을 '첫 번째 펭귄(the First Penguin)'이라고 부른다. 그 펭귄도 두려웠을 것이다. 나는 아우님이 '첫 번째 펭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책 출간을 기다린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8-08-28 이충환

[경인칼럼]고용창출 재원을 구글세로

서민에겐 단 한푼까지 세금 거두는 국세청다국적기업들 '무더기 탈세'엔 너무 관대고령화사회·미취업자 증가는 '점입가경'구글세 징수해 일자리 늘리는데 썼으면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불량주택채권 파동이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당시 70억 세계인들은 대머리 털보 벤 버냉키 FRB(미국중앙은행) 의장을 주목했다. 공황경제학의 대가인 버냉키는 '달러 복사기' 혹은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으로 월드스타가 되었다. 미국정부가 종이돈(그린백)을 마구 찍어내서 천문학적인 은행부실을 털어낸 데 대한 비아냥(?)이다. 20년 전의 외환위기를 떠올리면 서글픈데 최근 국내에도 '헬리콥터 머니' 망령이 어른거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청와대 입성과 함께 수행원들에 내린 첫 번째 지시가 일자리위원회 설치일 정도로 현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는 고용창출이다. 작년 10월에는 '일자리-분배-성장'이란 선순환 구조의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하고 문 정부 임기 내에 소방관, 경찰, 사회복지사, 교사, 근로감독관 등 공무원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기로 했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41만6천명 중 20만5천명을 정규직화하고 창업 활성화, 최저임금 대폭 확대 및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저녁 있는 삶'을 약속했다.벌써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실적은 10만명을 돌파했다. 임기 1년 만에 목표의 50%에 육박한 것이다. 공공기관의 신규채용 규모도 확대했다. 지난해 공공기관 채용 인원은 2만2천500여명이었는데 금년에는 채용예정 인원을 2만8천명으로 확대했다. 한편 '2020년 최저시급 1만원' 공약 실천차원에서 최저임금을 2년 동안 30%가량 인상했으며 주당 68시간의 근로시간도 7월부터 52시간으로 축소했다.정부는 2년 동안 공공일자리 확충에만 33조원의 혈세를 투입했으나 노동시장에서의 긍정적인 시그널은 간취되지 않는다. 취업자수 증가폭이 금년 들어 5개월 연속 10만명대로 '고용쇼크' 수준인데 지난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의 취업자 수는 2천708만3천명으로 작년 7월보다 고작 5천명 증가에 그쳐 국민들은 '멘붕'이다. 일자리정부 운운이 민망해 보인다.일자리문제는 갈수록 태산이다. 저임금 일자리와 파트타임이 점증하는 등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기본소득 논의와 실험이 추진되고 있는 이유이다. 복지천국인 핀란드에서는 2017∼18년 실업자 2천명을 선발해서 2년 동안 매달 560유로(73만원)를 지급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의 종말' 시대에 최소한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최근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경쟁담당 집행위원이 IT공룡기업 구글에 43억4천만 유로(약 5조7천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언급했다. EU 역사상 최대의 벌금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체계를 불법 이용했다는 혐의이다. 퀄컴, 애플, 아마존, 스타벅스, 맥도널드 등 미국의 간판기업들에 대해서도 거액의 과징금 부과 내지 탈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영국정부는 2016년에 구글로 부터 지난 10년 동안의 세금환급 명목으로 1억3천만 파운드(1천900억원)를 징수했다. 러시아, 스페인 등 여러 나라들이 다국적기업들의 조세회피에 페널티-약칭 구글세-를 물리는 추세이다. 구글은 한국에서 온라인광고와 애플리케이션 판매 등으로 매년 수조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나 2016년 납세액은 200억 원도 채 못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화웨이,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알리바바, 아마존 등 IT기업을 비롯해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 구찌 등 명품업체들과 다이슨, 이케아, 맥도널드,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도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론스타는 국내에서 막대한 투자수익을 올리고도 세금 한 푼 안 내고 '먹튀'했다. 서민들에겐 세금을 단돈 한 푼까지 징수하는 국세청이 다국적기업들의 무더기 탈세에는 너무 관대하다.한국은 65세 이상이 총인구의 14%를 상회하는 고령사회인데다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낙오자수 증가는 점입가경이다. 소득주도성장은 고사하고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도 모자랄 지경이다. 구글세 징수해서 일자리 확대재원으로 사용했으면./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8-08-21 이한구

[경인칼럼]경제논리와 개혁의 실종

7개월째 고용대란 지속 '경제 최악' 평가'정부 소득주도' 혁신성장에 밀렸기 때문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면 교집합 만들어야'진정성 있게 야당 설득'하는 정치가 필요지방선거가 끝나고 문재인 정부 2기가 들어선 이후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여야의 공수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의 지방선거에서의 참패는 박근혜 탄핵과 적폐청산의 연장에서 치러진 선거의 성격상 예견된 결과였다. 촛불로 상징되는 국민의 요구에 의해 탄생한 정권에게 우선 요구되었던 것은 적폐청산이었다. 이는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라는 시대적 당위와 맞닿아 있었다. 새 정권 출범 후 적폐수사는 지지율 고공행진의 원동력이었다.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또한 중대한 변화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보수 정권에서의 불법과 반헌법 행위에 대한 사법 단죄의 다른 한 편에는 당면한 경제악화와 일자리 문제 등의 민생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과제가 놓여있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적폐청산과 남북 관계 개선은 부차적 문제로 전락하고 만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소득주도 성장은 혁신성장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7개월째 고용대란이 지속되고 있고, 설비투자와 각종 경제지표 악화에서 보듯이 경제는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체감경기는 더욱 심각하다. 재벌개혁이라는 정권의 목표는 대기업의 고용창출과 투자의 필요성 때문에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집권세력 내부도 분열의 조짐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친문경쟁구도 이지만, 권력의 속성상 권력 내부의 분화도 불가피하다.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재벌문제 등 해법의 차이로 집권당에 비판의 날을 세운다.상황은 가변적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촉발된 자영업자와 노동자와의 갈등의 이면에 똬리 틀고 있는 기득권의 구조적이며 압도적 우세는 가려지고 있다. 보수진영과 보수야당은 선거 이후에 전열을 정비하고 민생을 고리로 총공세로 나오고 있다. 사회적 불평등 완화와 격차 해소 등 사회구조의 혁파를 지향했던 촛불혁명의 동력은 소진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가 보수와 진보 양쪽으로부터의 협공으로 식물정권이 된 전철을 상기해야 한다. 민생과 재벌개혁이 적대적이어서 안되고, 사회적 부조리와 부패의 해소가 경제악화의 주범일 수는 더욱 없다. 그러나 분명한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사회경제적 개혁은 경기침체의 주범이고, 재벌개혁은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창출에 부정적이라는 '경제논리'는 한국사회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강고한 프레임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개혁적 프로그램을 가동조차 하지 못했다. 이륙도 하기 전에 활주로에서 적의 기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전폭기의 형국이다. 여소야대라는 정치공학 탓도 있다. 그러나 높은 지지율에 취하여 협치와 협력이라는 정치의 기술을 터득하지 못한 책임이 더 크다.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과 헌법유린에 아직도 반성하지 않고 참회록을 쓰지 않는 자유한국당은 비상대책위를 출범시키고 국가주의라는 프레임 전환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여전히 한국당은 심판의 대상일지 모르나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안겨준 것으로 유권자의 일차적 심판은 끝났다. 이제 모든 공격의 대상은 여권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개혁과 민생의 조화라는 고도의 정치기술과 철학이 필요하다. 경제악화는 개혁의 추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개혁의 실종에서 온다는 논리는 기득권의 강고한 반격과 민생의 악화가 맞물리면서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항상 프레임 전쟁에서 패하는 역사의 데자뷰다. 일방으로 쏠려서는 안된다. 경제가 어렵다고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휴지통으로 들어간다면 자영업자와 중산층 이하의 서민의 삶은 나아지는가. 각기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을 모두 만족시키기 어렵다면 최소한의 교집합을 만들어 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 역시 정치가 해결할 일이다. 이의 운용은 집권연합의 몫이다. 야당을 진정성 있게 설득한다면 상충하는 보수와 진보 논리의 최대공약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집권세력의 위기가 개혁의 실종으로 연결될 수 있는 중차대한 시기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2018-08-14 최창렬

[경인칼럼]이재명, 의혹은 법에 맡기고 도정 전념해야

모든 상대와 공방 지사직 수행 왜곡될 수도의미있는 도정 '의혹'에 가려지니 안타까워오기가 생길만 하지만 부릴 일은 아니다불공정한 것들 청산 '희망의 경기도' 만들길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주자인 김진표 의원이 7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김 지사를 향해서는 "그렇게 위법한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 10년 넘게 지켜본 김 지사는 아주 바르고 선한 사람"이라며 "당이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두둔했다. 그러나 이 지사에게는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의혹까지 추가되고 하니까 SNS에서 우리 당원들이 이것을 비판하고 탈당시키든지 제명을 해야 되지 않느냐고 강하게 요구를 해왔다"며 서영교 의원식 자진탈당을 요청했다.두 사람을 향한 김 의원의 발언에 담긴 정치적 함의는 해석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에게 맡기기로 하자. 다만 김 지사는 '보호해야 할 사람'이고 이 지사는 '탈당해야 할 사람'이라는 자의적 규정은 지나치다. 김 지사의 드루킹 연루 혐의나, 이 지사의 사생활 관련 의혹은 당사자가 해명해야 하며 방법은 법대로 하는 것 뿐이다. 법으로 혐의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법적 책임을 지고, 그 반대라면 면책받으면 그만이다. 법적 면책과 상관없이 세상의 불신이 지속된다면 그거야 당사자가 감수해야 할 정치적, 인간적 부담이다. '당의 보호'와 '탈당 권유'로 해결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정치적 판단이 법의 판단에 앞서면, 법적 결론의 사회적 수용이 힘들어진다. 법치의 위기가 만성화할 수 있다. 김기춘의 승용차 앞유리로 돌진한 시민이 이를 증명한다.이쯤에서 이 지사에게 모든 의혹들을 법에 맡길 것을 권고한다. 김 의원의 지적대로 이 지사는 지방선거 중에는 물론 지사 취임 이후에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이 지사는 모두 부인하고 해명했지만 말로 결론 날 문제가 아니다. 이미 김부선과 형님 의혹은 상대방과의 맞고발로 경찰수사가 진행중이다. 조폭연루 의혹은 해당 방송프로그램과의 법적조치 돌입을 예고한 만큼 미루지 말고 돌입하면 된다.그리고 이제 도정에 전념하기를 바란다. 도지사에게 도정에 전념하라는 주문은 모욕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모욕이 아니다. 도정에 전념하기에는 제기된 의혹과의 전쟁(?)에 내공을 지나치게 소진했을까봐 하는 걱정이다. 7일 서울에서 열린 DMZ국제다큐영화제 기자회견도 그랬다. 경기도의 국제다큐영화제가 아니라 '이재명 다큐'가 화제가 됐다. '이재명 도지사 다큐가 만들어진다면 내용증명을 보내지 않을 건가'라는 질문은 무례했다. '얼마든지 찍어도 좋다. 대신 다큐를 빙자한 판타지 소설은 안된다'는 답변은 유려했다.도정에 전념하려면 정치인 문법에서 경기도지사의 문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치언어로 대응했던 의혹들은 법의 판단에 맡기고, 도정 메시지 발신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처럼 의혹을 시비하는 모든 상대와의 공방에 심력을 소모하면 지사직 수행이 왜곡될 수 있다. 경기도는 대한민국 현안이 집약된 광역단체다. 경기도만의 힘으로 풀 수 없다. 중앙정부의 합리적인 조력이 필요하고 때론 야당과의 협력도 중요하다. 이 지사의 언어가 계속 정치분쟁에 머물면 경기도정 대신 이재명과 정치권력과의 이해관계만 선명해진다. 정말 이재명을 죽이려는 거대 기득권이 있다면, 경기도정도 함께 위험해지지 않겠는가.'이재명 다큐'가 아니라 "지원은 하되 개입하지는 않는다"는 '이재명의 문화행정 원칙'이 주목받았어야 했다. 관급공사 원가공개는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주목해야 할 정책이었다. 100억원 미만 공공건설공사 셈법을 바꾸어 예산절감을 하자는 건의는 정부가 주목해야 할 제안이다. 의미있는 이재명표 도정이 '의혹'에 가려지거나 보도자료로 소비되니 안타깝다.오기가 생길만 하지만 부릴 일은 아니다. 의혹은 법에 맡기고 "불의, 불공정, 불투명한 것들을 청산하며 공정하고 모두 함께 누리는 새로운 희망의 땅 경기도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도정에 전념하시라./윤인수 논설위원윤인수 논설위원

2018-08-07 윤인수

[경인칼럼]인천의 결정장애와 도시비전

공항·항만 등 이름값 못하는 가치자원 풍부'서말 구슬' 꿰려면 민·관 거버넌스 튼튼해야갈등 해소 위한 각종 위원회 재정비도 시급평화 중심도시 새로운 꿈 실현 미루지 않길 우유부단한 메이비세대(Generation Maybe)처럼 인천의 정책도 결정장애로 진척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민선3기부터 시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해왔지만, 인천은 여전히 시립미술관 없는 광역시로 남아 있다. 선사시대로 부터 개항기 문화유산, 근대산업유산까지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도시를 대표할 킬러콘텐츠는 보이지 않는다. 다양함이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과 인천항만, 168개의 섬, 경제특구 등은 자타가 인정하는 가치자원이지만 잠재적 가치이지 아직 이름값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원이 많아 관심이 분산되니 사업은 나열식으로 흘러 부실이 구조화되는 형국이다. 구슬은 보배가 되지 못하고 늘 구슬일 뿐이다. 그래서 자원이 빈약한 지자체가 오히려 부러워 보일 때가 있다. 보유 자원에 집중투자해서 성과를 내는 확률은 더 높기 때문이다.인천시는 산업과 경제 국방 측면에서 전략적 지위를 갖는 도시이다. 그때문에 인천항, 인천공항 등 핵심인프라는 모두 중앙정부가 관리하고 있으며, 도심 곳곳에 군사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사업추진 과정은 지역내 이해집단 보다 정부 각 부처와의 협의가 더 어렵다. '사공이 많은 배'처럼 진로 결정이 어렵고 집행도 더디다. 월미산은 50년 만인 2001년에, 문학산도 50년만인 2015년에야 개방되었다. 부평미군부대는 이전이 결정되었지만 아직 미해결과제가 많다.내항의 재생과 개방도 인천시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해수부와 국토교통부, 국방부를 설득하려면 시민사회의 지원이 필요한 데 인천시와 시민사회와 소통도 원만치 않았던 탓이다. 갈등양상이 복잡하다보니 시민사회의 대응도 쉽지 않다.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 투쟁이나 인천대 시립화 과정에서 보여준 역동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2009도시축전, 2014아시안게임, 2015유네스코책의수도 사업 등 국제적인 빅이벤트들이 시민들의 참여보다 우려 속에 치러졌다. 수년간 지속된 재정위기 현상도 이러한 무기력증을 증폭시킨 요인이었다.'서 말 구슬의 딜레마'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민·관 거버넌스 체계가 튼튼해야 한다. 각종현안에 대한 지역내 합의 수준이 높아야 자치분권을 지역적 실현이 가능하다. 시민적 동의와 합의 수준의 깊이가 정부 소관부서나 타지자체와의 협상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결정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여 갈등을 최소화하는 일, 이를 위한 각종 위원회의 재정비가 시급하다.시민이 동의하는 도시비전이 있다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도시비전은 평화특별시와 균형발전을 중심으로 한 민선 7기의 공약을 재점검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일이다. 지금은 대격동의 시기, 우리 사회는 촛불혁명 이후 다중혁명(多重革命)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며,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의 정세 변화도 4차산업혁명도 숨가쁘다. 가시권에 들어온 한반도 평화체제의 실현을 반영하여 인천의 새로운 꿈을 시민들과 함께 재창안하는 일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실현으로 동아시아 화약고로 불리던 인천이 평화도시로 남북교역의 중심도시로 자리잡아, 동북아와 세계 물류 플랫폼 도시로, 동아시아의 문명도시로 도약하는 장대한 목표를 구체화하는 전략이다./김창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8-07-31 김창수

[경인칼럼]'디지털 도플갱어'와 '딥페이크'

첨단기술의 분신복제가 AI를 만나 진화가짜뉴스·동영상이 판치는 지구촌 시대수용자 개개인의 미디어 분석 능력 필수인천도 미래세대위해 올해 잇따라 사업도플갱어(doppelganger)는 '둘'을 뜻하는 독일어 도펠(doppel)과 '행인'을 의미하는 갱어(ganger)가 결합된 말이다. 우리말로는 분신복제(分身複製)쯤 된다. 독일작가 장 파울이 소설 '지벤케스'(1796)에서 처음 사용한 이후 18∼19세기 공포와 로맨스를 다루는 고딕소설의 주요 모티브가 됐다.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중편소설 '이중인격'(1846)에서도 도플갱어가 등장한다. 가난과 메아리 없는 사랑으로 인해 피해망상을 겪는 주인공 골랴드킨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를 만나게 된다. 이 도플갱어는 주인공이 실패한 모든 일에서 성공을 거두고, 결국 본래의 골랴드킨까지 대체하게 된다.포르투갈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주제 사라마구의 '도플갱어'(2003)는 '눈먼 자들의 도시'(1995), '동굴'(2001)과 함께 사라마구의 '인간의 조건' 3부작으로 일컬어지는 소설이다. 중학교 교사인 막시모 아폰소는 동료가 추천해준 비디오를 빌려보다가 깜짝 놀란다. 자신의 5년 전 모습과 똑같이 생긴 배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단역배우의 본명과 거주지를 집요한 추적 끝에 알아낸 막시모는 배우의 아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몸의 흉터까지 똑같은 두 사람은 누가 원본이고 누가 복사본인지를 따지지만 답은 없다.이 도플갱어가 마침내 인공지능(AI)과 만났다. 미국 워싱턴대학의 컴퓨터 과학자들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가짜동영상을 만들어주는 AI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게 지난해 이맘때다. 인터넷에 공개된 오바마의 비디오와 오디오 콘텐츠들을 활용해 그가 진짜 말을 하는 것으로 생각할 만큼 정교한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디지털 도플갱어(digital doppelganger)인 셈이다. 당시 과학자들은 이 테크놀로지의 선한 면을 강조했다.그로부터 1년 뒤, 정작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 테크놀로지의 가장 악한 면이다. "트럼프는 완전히 쓸모없는 인간쓰레기야" 특유의 눈썹 모양까지 지어가며 트럼프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이는 영락없는 오바마다. 가짜뉴스를 훨씬 능가하는 '딥페이크(deepfake)'는 이렇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AP 등 세계적인 언론들은 딥페이크가 1~2년 안에 미국 정치권과 국제사회에 커다란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팩트체커(the Fact Checker)나 폴리티팩트(Politifact)와 같은 진실검증 시스템과 법적 규제가 이런 악한 테크놀로지를 압도하거나 제어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미디어리터러시는 이런 가짜뉴스 시대를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기초지식이다. AI가 디지털 도플갱어를 무제한 복제해내는 딥페이크 시대를 이겨내는 기초체력이다. 딥페이크의 위험을 경고하는 차원에서 오바마 가짜동영상을 만들었던 미국 최대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가 "개인의 판단력이야말로 딥페이크의 해결책"이라고 내린 결론도 미디어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웅변하는 것이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가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버즈피드가 말한 '개인의 판단력'을 길러주는 사업을 올해도 펼친다. 이번 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각각 2박3일 일정으로 운영하는 '그린미디어캠프'는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SK석유화학, 인천시 서구청과 함께하는 미디어리터러시 강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4년 센터 개관 이래 규모를 달리해가면서 미디어역기능 예방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온 사업이다.이번 그린미디어캠프에는 310명의 인천 서구 지역 중학생들과 멘토 역할을 하는 180여 명의 연세대 재학생들이 참가해 영상콘텐츠 제작교육과 함께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체험교육을 받는다. 가짜뉴스를 직접 만들어보고 겪어봄으로써 그 위험성과 폐해를 실감토록 하는 교육이다. 저작권 바로알기 특강을 통해 미디어를 슬기롭게 활용하는 방법도 배운다. 가짜뉴스와 딥페이크를 가려낼 수 있는 지혜를 길러주는 사업이다.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8-07-24 이충환

[경인칼럼]산이 무서워

수목장 좋다해도 쉼터에 유택 조성은 심해유명사찰 인근 골분 마구잡이 뿌려 골머리자연장 활성화위한 규제완화·법개정 불구명당 고집하는 유족들 불법 해소될지 의문2년 전 한여름 대낮에 경기북부의 어느 고즈넉하고 아담한 절집을 찾았다. 산세도 좋을 뿐 아니라 유서 깊은 고찰(古刹)로 알려져 한 번쯤 구경하고 싶었던 탓이다. 일주문(一柱門)에서 대웅전까지는 족히 1km 이상 떨어졌는데 더구나 가파른 언덕길이어서 볼일 없는 이들의 접근을 반기지 않는(?) 곳인데 필자는 하필 염천(炎天)에 방문한 나머지 고행(苦行)이 따로 없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접근로 주변의 아름드리 전나무 군락 그늘 밑에서 잠시 땀을 식혔다. 피톤치드의 그윽한 향이 코끝을 스치는 순간 손바닥 크기의 흰색 명패가 눈에 띄었다. 필자가 무심결에 기댔던 나무 밑 등걸에 그 팻말이 매달려 있었는데 무성한 수풀 더미 때문에 미처 발견하지 못 했던 것이다. 주변을 자세히 살피니 군데군데 거수(巨樹)들마다 네임텍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었다. 고인들이 집단으로 잠들어 있는 수목장 터로 인적이 드물지 않은 대낮이었음에 모골이 송연했다. 도망치듯 숲속을 벗어났는데 아무리 수목장이 좋다 해도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마을 인근의 쉼터에까지 유택을 조성한 것은 좀 심했다는 느낌이었다.그러나 이 정도는 약과이다. 전국의 산과 들에 시신을 화장한 골분들이 마구잡이로 뿌려지고 있는 것이다. 모 인사는 돌아가신 부모님들을 백두대간의 풍광 좋은 명당에 몰래 뿌렸다며 자랑을 했다. 경승이 빼어난 유명사찰들일수록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유족들이 절 인근에 불법으로 산골(散骨)하는 바람에 스님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단다. 국내의 화장장(火葬葬) 비율이 2015년에 80%를 넘었다. 사망자 5명 중 4명은 화장을 하는 셈인데, 1994년 화장 비율이 처음 20%를 넘어선 후 20년 만에 4배로 격증한 것이다. 고령화에 따른 소산다사(小産多死) 사회가 시작되었다는 신호로 읽힌다. 촌락공동체 해체 내지 1인 가구 급증 등 느슨한 가족관계로 유택(幽宅) 관리가 불안한 때문이다. 납골당 가격이 천정부지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웬만한 납골당의 좋은 자리는 500만~600만원을 호가하고 비싼 곳은 1천만 원을 훨씬 능가해 납골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호소하는 상가(喪家)들이 점증하는 추세이다. 납골당 사기사건 또한 기승이어서 상주들이 이중의 고통을 겪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납골공간이 부족한 일본에서는 지자체마다 갈 곳 잃은 유골들로 골머리를 앓는단다. 유골을 몰래 버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데 2017년까지 5년간 유골 방치로 경찰에 신고된 건수만 411건에 달한단다.근래 들어 자연장에 대한 선호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자연장 이용률이 20%에 육박한 것이다. 자연장이란 화장한 골분을 생화학 분해 용기에 담아 나무나 잔디, 화초 주변에 묻거나 혹은 골분을 직접 뿌리는 친자연적 장례 방법으로 묘지 1기 면적에 망자 약 30명을 모실 수 있어 지속가능한 장례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최대한 깨끗하게 사용해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자연장의 일종인 수목장도 최하 수백만 원에서 1천여만 원에 달하는 등 가격이 결코 만만치 않다. 고인을 화장하는 유족의 약 10% 정도가 산골을 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정부는 자연장 활성화를 위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약 17개소의 공설 자연장지를 설치하고 민간(문중) 자연장지 설치를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묘지 개장 후 자연장을 할 경우 장려금을 지원하는 한편 최근 보건복지부는 자연장지 이용률을 30%로 높이는 내용의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으나 명당을 고집하는 유족들의 불법이 해소될지 의문이다.화장률 90%의 대만식 유골처리법이 주목된다. 타이베이시는 전액 무료의 합동 장례식장을 마련해 놓고 유족들이 수목장 혹은 산골을 택할 경우 고인의 유택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타이베이시의 사망자 5명 중 1명은 묘표(墓表)도 없는 자연장을 택하고 있다.유골의 임의 방기 또한 임박한 듯하다. 그나저나 자연탐승하다 원귀(寃鬼)에라도 씌면 어떡하나?/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8-07-17 이한구

[경인칼럼]문재인 정부 대 민주당 정부

與, 집권당으로서 수평적 당청관계는 물론친문의 프레임 과감하게 벗어나야'민주당 정부'로 불릴때 촛불민심 반영위한'정치'가 정치의 본령을 찾아갈 수 있다민주화 이후의 정부의 명칭은 제6공화국,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로 불려왔다. 한 번도 정당의 명칭이 정부의 공식명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이는 한국정당이 시민사회의 균열과 이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현 정부도 민주당 정부로 호칭되지 않는다. 이는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청와대의 종속변수로 기능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한국당의 수구적 행태에 대한 시민들의 혐오에 힘입어 지방선거에서 이겼다. 자력으로 결승에서 승리한 게 아니다. 그러나 수구적 보수야당에 대한 비토가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는 구조는 끝났다. 경제는 각종 지표가 보여주듯이 악화 일로에 있다.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당권을 위한 전당대회만이 두드러질 뿐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에 의존하는 익숙한 정치프레임을 과감히 깰 수 있어야 한다.현 정권을 문재인 정부로 지칭하느냐, 민주당 정부로 부르느냐의 정치적 함의의 차이는 작지 않다. 대통령제는 내각제와 달리 한번 선택받은 정부가 임기 동안 안정된 국정운영을 담당한다. 또한 내각제에 비해 대통령에 대한 권력의 집중도가 높음으로써 입법·사법·행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의 작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한국의 집권세력은 당·정·청의 상이한 층위의 요소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체제라는 특수성을 갖는다. 그러나 권위주의적 성격을 띠는 정권일수록 청와대가 당과 정부보다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속성을 보인다. 역대 정권에서 보편적으로 수평적 당청관계의 유지가 요구되었던 것은 그만큼 당이 청와대의 보조기구나 종속변수로 움직이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청와대의 정책목표와 가치지향이 국민의 지지에 기반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국회에서 입법과 정책을 통해 구체화되지 않으면 제도화를 통한 개혁은 이루어질 수 없다. 대통령령이나 부처령은 정책의 기본 골격을 바꿀 수 없다. 집권세력 내부에서 집권당이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발휘해야 하는 이유이다.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과 헌정유린에 대한 시민적 분노의 정치적 표출이 촛불집회로 나타났고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파면을 이끌어냈다. 헌법절차에 따른 결과였지만 본질적으로는 주권자의 일반의지에 의한 직접민주주의적 요소의 발현이었다. 그러나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현안을 시민들의 정치적 에너지의 직접적 발현에 맡길 수는 없다. 촛불집회의 정신과 정치적 에너지는 서서히 소진되어 가고 있다. 정치는 다시 일상적 문법에 맡겨졌다. 국회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당이기주의에 입각한 원 구성 협상에 정치력을 낭비하고 있고, 여야 정당들은 21대 총선을 의식한 공천권 전쟁으로 계파갈등과 권력투쟁에 진입했다.현직 대통령의 탄핵과 조기대선을 거치는 과정에서 민초들은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타파를 외쳤다. 그래서 촛불혁명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회는 개점휴업이었고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정의로운 나라, 통합의 나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위한 제도적 얼개는 청사진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 국회가 여야의 협치를 통해서 완성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작업이다. 집권당은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를 추천하고 대통령을 배출한다. 정당은 선거과정에서 지지자들의 이익을 표출시키고 집약함으로써 세력을 조직화한다. 이러한 정치과정을 거치면서 쟁점을 이슈화하고 계층 간의 이해의 갈등을 조정하면서 시민적 합의를 모색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집권당의 역할이 중차대한 이유이다. 민주당은 집권당으로서 수평적인 당청관계는 물론 친문의 프레임을 벗어난 집권당이 되어야 한다. 현 정권이 문재인 정부 보다 민주당 정부로 호명될 수 있을 때 촛불민심을 반영하기 위한 '정치'가 정치의 본령을 찾아갈 수 있다. 이는 집권당이 청와대로부터 상대적 자율성을 확보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2018-07-10 최창렬

[경인칼럼]이재명 지사와 박남춘 시장의 취임사

이 "군림 아닌 도민 명령 수행하는 대리인"박 "특권 내려놓고 권력은 시민들께 환원"기득권 키워온 사회구조 변화시키겠다는 뜻'경기(經基)도'와 '시민특별시 인천' 이루길태풍피해를 당한 지역과 사람들에게는 죄송스러운 얘기지만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은 7기 민선시대의 의미있는 출범을 연출한 1등공신이었다. 6·13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전국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들은 2일 저마다 취임식을 예정하고 있었다. 취임식의 각종 퍼포먼스를 통해 4년 임기에 임하는 포부와 각오를 밝히는 자리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아예 '취임식'이 아니라 선정된 도민들로 부터 임명장을 받는 '임명식'을 가질 예정이었다.그런데 비의 신 쁘라삐룬이 강림하사, 단체장들은 줄줄이 취임식을 취소하고 재난상황실과 재난위험지역을 찾았다. 아쉬웠을테지만 매우 현명한 처신들이었다. 무릇 자치행정은 이래야 맞다. 중앙정부가 시스템에 의존한다면, 지방정부는 민생현장을 발로 뛰어 챙겨야 한다. 쁘라삐룬이 자치단체장의 의식과 양식이 욕먹을 수준은 넘어섰다는 흐뭇한 증거를 보여준 셈이다. 눈치 없이 취임식을 강행한 최문순 강원지사는 "보여주기식 행동은 멀리하겠다"고 강변했지만, 전시행정도 진정이 담기면 의미있는 메시지가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소리다. 구차한 변명이었다.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남춘 인천광역시장도 현충탑 참배와 실무적인 선에서 소탈하게 취임식을 마쳤다. 하지만 취임사는 남았다. 취임사에는 경기도정과 인천시정에 임하는 각오, 두 사람의 얼과 혼이 담겨있다.두 사람 모두 권력의 주인이 도민과 시민이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이 지사는 경기도지사직을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도민의 명령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대리인"이라고 규정했다. 박 시장은 "시장의 특권은 내려놓고 권력은 시민께 돌려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민주사회의 선출권력에 대한 당연한 정의이지만, 이를 소홀히 여겨 낭패를 본 정치인들은 최근의 사례만으로 충분하다. 권력을 확인하는 쾌감은 중독성이 강하다. 대표 도민, 대표 시민으로 평범한 권위를 다짐한 두 사람이 초지를 일관하기를 기원한다.강자의 기득권을 배격하고 약자의 편에 서겠다는 의지도 같았다. 이 지사는 정치의 역할이 "소수 강자의 횡포를 억제하고 다수 약자를 도와서 함께 어우러져 살게 하는 것"이라며 "기득권의 편이 아니라 평범한 도민의 편에서 '억강부약(抑强扶弱)'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한 사람의 성공에 도취하기 보다 열 사람의 실패를 먼저 찾아 재도전을 응원하겠다"며 "강자의 큰 목소리보다 약자의 작은 외침에 먼저 귀를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문재인 대통령이 만들겠다는 나라다운 나라의 구현에 경기도와 인천시가 앞장서겠다는 결심이다. 문재인 정부는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가 실현되는 사회변혁을 약속했다. 당적을 같이하는 대통령과 도지사, 시장이 사회변혁의 비전을 공유한 만큼, 변혁의 동력은 커졌고 대중의 기대는 높아졌다. 유의할 점은 있다. 평등, 공정, 정의는 매우 명확한 가치 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사회 각계각층의 이익과 욕망이 복잡하게 포개진 개념이다. 가치를 달리 해석하는 시선을 조율하고 통합하는 혜안과 지혜가 있어야 한다. 선의의 정책이 반드시 정의로운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경험칙은 유효하다. "전 시정부의 좋은 정책들은 이어가되, 과오는 바로잡고, 부족한 것은 채워가겠다"는 박 시장의 태도는적절하다.이 지사와 박 시장의 취임사는 도민과 시민을 섬기는 종복의 자세로 기득권을 강화시켜 온 사회구조의 변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치인이라면 이념의 지형을 떠나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아무나 실천할 수 없는 과제이다. 도정과 시정의 현실에서는 과제 실현을 위한 각론 마다 찬반이 엇갈리기 예사일 것이다. 잘 듣고 과감하게 결단해야 하는 고단한 여정이 시작됐다. 그 여정의 끝에 이 지사가 약속한 경세제민의 터전 '경기(經基)도'와 박 시장이 희망했던 '시민특별시 인천'에 이르길 바란다. 이 지사와 박 시장의 취임사를 잘 간직해 둘 생각이다./윤인수 논설위원윤인수 논설위원

2018-07-03 윤인수

[경인칼럼]'불가역성' 논쟁과 美 민주당 '내로남불'

북미정상회담 합의에 'CVID' 빠졌다는 것美 핵운반수단 '완전검증…' 부메랑될 수도'평화 협상 서두른다'고 비판하는 美 야당중간선거 고려한다 해도 이해하기 힘들어역사적 북미정상회담 이후 2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6·12 싱가포르회담은 훗날 한국 현대사의 최대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북미간, 그리고 남북한간 70년 전쟁과 적대관계를 종식할 수 있는 결정적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서명한 합의문은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두 나라 국민의 염원에 맞는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고, 북한과 미국은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하며, 이를 위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담고 있다. 이 합의에 대해 대다수의 국민들은 환호하고 있지만 보수 야당은 비관적이다. 미국도 여당인 공화당과 국민들은 지지하고 야당인 민주당과 CNN을 비롯한 주류 언론은 비판적이다. 비판의 요지는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문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폐기', 즉 'CVID'가 빠졌다는 것이다. 핵폐기를 검증하고 불가역성을 확인하는 장치가 빠졌다는 지적이다. 인권 유린 국가의 독재자 김정은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는 의문까지 제기한다.'CVID'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그 주장이 북한 핵뿐 아니라 한반도 핵, 즉 미군의 핵과 핵무기를 운반하는 전략자산, 미국의 핵운반수단인 핵추진 항공모함과 잠수함, 스텔스 전투기와 폭격기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으로 해체'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의 개념은 검증을 전제로 한 것으로 CVID를 완전히 포함하는 용어라는 트럼프의 주장이 현실적이다.의미론적으로 CVID는 "100% 진짜 순참기름"라는 우리 농담처럼 불신사회가 낳은 동어반복(tautology)이며, 실현하기 어려운 관념에 불과하다. 제조된 핵무기와 핵물질, 그리고 그 제조 수단을 폐기하거나 해체하는 일은 가능하지만, 국가를 해체하지 않는 한 이미 성취한 핵 관련 기술과 과학자, 핵 원료물질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더구나 북한의 우라늄 매장량은 세계 총 매장량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정세의 변화로 북한이 체제의 위협을 다시 느끼면 핵무기 프로그램을 복원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비핵화에서 '불가역성'이란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스스로 폐기하는 동시에 미국과 주변국이 북한의 '핵보유 의지'를 영구히 폐기하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체제를 조성하는 것은 인류의 숙제이다. 'CVID' 불가역성에 대한 미국 언론의 시비는 트럼프와 북한에 대한 불신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의 매파들이나 정략적인 반대파들이 북한이 넘을 수 없도록 협상장의 문턱을 다시 쌓아 올리자는 주장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트럼프의 비인도적 이민정책, 세계시장 질서를 뒤흔들고 있는 미국우선주의 무역정책과 한반도 비핵화 정책은 구별해야 한다. 1년 전까지 트럼프가 전쟁 위기를 고조시킨다고 비난하던 민주당이 이번엔 평화 협상을 서두른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은 중간선거를 고려한다고 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 민주당의 '내로남불'식 반대로 인한 여론악화는 새로운 장애물이 될 수 있어 외교적 해법이 필요하다. 우리 국회가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합의에 대한 지지를 결의하고, 미국 의회도 분단의 아픔과 전쟁 위기에서 살아온 우방국 대한민국의 미래와 마지막 냉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정책에 지지해 요청하는 일이다./김창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8-06-26 김창수

[경인칼럼]나의 삶, '만년 하위' 국가의 '평균점 이하'

인천·경기주민 삶의 만족도 전국 평균치↓이번에 선출된 광역·기초단체장등 787명이들이 할 일은 OECD 삶의 질 조사에서고생스럽게 살아가는 주민들 살피는 것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지표로 '국민 삶의 질'이 있다. 경제성장이 삶의 질과 직결되는가라는 물음이 제기됨에 따라 시민참여, 주관적 웰빙 등 비물질 부문을 포함시켜 국내총생산(GDP) 위주의 지표를 보완했다. 국제적 지표로는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가 대표적이다. 각 국가의 소득과 교육수준, 실업, 환경, 건강, 종교, 평균수명, 문자해독률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는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지표다. 소득, 직업, 공동체, 교육, 환경, 시민참여, 건강, 삶의 만족, 안전, 일과 생활의 균형 등으로 국가별 삶의 질을 평가한다. 이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만년 하위다. 36개국 가운데 2013년 27위, 2014년 25위, 2015년 27위에 머물렀다. 2개 국가가 늘어난 2016년도에도 28위, 지난해 역시 29위로 점점 더 주저앉고 있다.히말라야 고산지대의 작은 나라 부탄에서도 삶의 질 지수가 발표된다. '국민행복지수'다. 1인당 국민소득은 겨우 3천 달러에 불과하지만 국민의 97%가 스스로 행복하다고 믿는, 세계 제1의 행복국가다. 유엔 자문기구 '지속가능발전 해법 네트워크(SDSN)'가 부탄의 이 행복지수에서 착안해 2012년부터 해마다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를 발표하고 있다. 2018년 최신 보고서에선 핀란드가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2015년 155개 국가 중 47위, 2016년 58위, 2017년 56위였고, 2018년엔 156개 국가 중 57위였다. 이 SDSN 지표를 기준으로 할 경우 부탄의 2015∼2017년 평균 순위가 97위라고 하니 뜻밖이다.북미정상회담과 지방선거에 관심이 집중되는 동안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을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달 초 발표한 '국민 삶의 질 여론조사'다. 가족, 건강과 의료, 자녀양육과 교육, 주거환경, 일자리와 소득, 사회보장과 복지, 자연환경과 재난안전, 문화와 여가 등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을 구성하는 요소를 8개 부문으로 나누어 삶의 만족도와 관심사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했다. 응답자들의 거주지 비율을 보면 인천·경기가 30.3%로 가장 많았다. 인천과 경기지역 주민들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삶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가 6.2점으로 전국 평균 6.4점보다 낮다. ▲건강과 의료 6.6점 (평균 6.7점) ▲사회보장과 복지 5.5점 (〃 5.8점) ▲자녀양육과 교육 6.2점 (〃 6.4점) ▲일자리와 소득 5.6점 (〃 5.8점) ▲자연환경과 재난안전 5.6점 (〃 5.8점)으로 전국 평균치보다 낮았다. 삶의 걱정거리로는 ▲건강과 의료 (55.9%) ▲일자리와 소득 (52.6%) ▲사회보장과 복지 (31.1%) ▲자녀양육과 교육 (29.8%)을 꼽았다. 건강과 의료를 제외하곤 모두 전국 평균치를 웃돈다. 인천과 경기지역 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팍팍한 지 짐작케 하는 수치들이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아 다행이다 싶었다. 응답자의 48.8%가 5년 뒤 자신의 삶의 질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지방선거가 끝났다. 인천·경기지역에서 2명의 광역단체장과 41명의 기초단체장, 179명의 광역의원과 565명의 기초의원이 지역주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들 787명의 선출직이 할 일이란 오로지 OECD 삶의 질 조사에서 만년 하위로 주저앉은 국가, 그 만년 하위 국가가 실시하는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조차 평균점 이하의 신산(辛酸)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천과 경기지역 주민들을 살피는 것이다. 깃발이 온통 파랗거나 띄엄띄엄 빨갛거나 상관없는 일이겠다. 덧붙여 '이부망천' 망언이나 '여배우' 스캔들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 입고 비위 상한 지역주민들을 위로하는 데에도 마음을 내어주길 바란다. 사건의 장본인이 아니더라도 그 책임은 이번 선거에서 선출된 이들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8-06-19 이충환

[경인칼럼]분노 조절장애 사회

개개인의 인성이나 공동체 질서 붕괴로사회·경제적 스트레스가 결정적 요인인듯공자 가라사대 "세상의 모든 길흉화복은자신에게 달려있고 모든 일은 결국 내탓""내 탓이오!" 90년대 초에 천주교계에서 벌인 사회운동의 슬로건이다.고 김수환 추기경이 자신의 티코 승용차 뒷 유리에 '내 탓이오'라는 스티커를 붙인 것을 계기로 천주교 평신도협의회가 캠페인을 전개해서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불법 끼어들기와 신호위반 등이 비일비재하고, 운전자들이 백주대로에서 멱살잡이하는 등의 목불인견들이 빈번히 목격되던 시기였다. 추기경님의 점잖은 훈계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으며 한동안 회자되었다.근래 들어 주말 오후의 서울 도심 거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과 문재인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들로 몸살을 앓는다. 작년 초부터 거의 한주도 거르지 않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보무도 당당하게(?) 대로를 누비는 것이다. 서울에서만 태극기집회 개최횟수가 70회에 육박한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주말 저녁마다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을 든 소시민들이 박근혜정부를 강판시키더니 이번에는 보수단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한국의 아크로폴리스광장은 '네 탓'을 연호하는 무리들로 만원사례여서 외국인 방문객들은 의아하다. 요즘의 우리네 인심은 각박하다 못해 두렵기까지 하다. 대수롭지 않은 일로 버럭 소리를 지르지 않나 지하철 내에서 눈길이라도 잘못 주었다간 낭패 당하기 일쑤인 것이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모 그룹 회장 사모님의 패악질 유튜브 영상은 압권이었다. 이혼건수가 3쌍 중 1쌍으로 세계제일의 이혼대국인 스웨덴에 버금간다. 잘되면 내 탓, 못되면 조상 탓인 세태이니. 자신의 잘못이 명백함에도 나라님 탓으로 돌리는 석기시대의 관습도 부지기수이다. 여의도 국회 앞이 365일 소란한 이유이다. 오죽했으면 참여정부 시절에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짓도 못 해먹겠다"며 푸념해댔을까. 대한민국은 이미 '네 탓'공화국이 되었다. 또한 5천만 국민 전체가 집단 분노조절장애란 중병에 걸린 듯하다. 일찍이 존 S. 밀이 '불만족한 소크라테스'를 지지했지만 작금의 국내 상황은 지나치다는 인상이다. 유엔 지속가능개발연대(SDSN)는 2012년부터 매년 3월 20일에는 세계 150여 국가의 행복지수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물리적 지표들에 근거해서 작성한 행복지수가 얼마나 실제상황을 반영하는지는 의문이나 잘 사는 나라, 정부가 투명하고 관용이 지배하는 나라, 평균수명이 긴 나라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복지천국인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항상 최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순위는 첫해인 2012년에 156국 중 56위를 기록했었는데 금년에는 57위로 별 변화가 없다. '동양의 북유럽'이라 불리는 일본의 행복지수 순위도 한국과 '도토리 키 재기'이다. 만연한 '네 탓'현상은 사회불안의 주요 변수이나 한국의 행복지수와는 상관관계가 없는 듯하다. 개개인의 인성이나 혹은 공동체질서 붕괴, 짧은 민주주의 역사 등에 눈길이 가나 사회경제적 스트레스가 결정적 요인으로 판단된다. 사촌이 논을 사도 배가 아픈 법인데 금수저 타령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절정을 이룬다. 아시아 선진국 중 한국의 부패지수가 가장 높다는 홍콩 정치사회리스크컨설턴시(PERC)의 설문결과는 점입가경이다.'국풍(國風)81'이 떠올려진다. 1981년 5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전두환 정부가 민족문화의 계승과 대학생들의 국학에 대한 관심 고취를 명분으로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치른 문화축제이다. 전국 194개 대학의 6천여 명의 학생들과 전통 민속인 및 연예인 등이 참여해 총 659회의 공연을 벌였는데 주최 측에서는 연인원 1천만 명이 참여했단다. 가요제가 특히 인기를 끌었는데 '잊혀진 계절'의 이용과 '불놀이야'의 홍서범이 이때 혜성처럼 등장했다. 당시 허문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1주기를 앞두고 군사정권에 대한 학원가의 저항을 약화시킬 목적 때문이었으나 집단지성을 현혹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공자 가라사대 "세상의 모든 길흉화복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 모든 일은 결국 내 탓이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8-06-12 이한구

[경인칼럼]선거 이후 국회는 어떤 모습일까

헌재가 내린 국민투표법 개정도 하지 않고국회의장 인선도 미뤄가며 스스로 법 어겨이러한 관행·타성 지속될 개연성 높아자정안하면 시민은 국회에도 촛불 들 수도지방선거가 일주일 후로 다가왔으나 선거의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다. 한반도 평화라는 초대형 이슈에 가린 선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어느 선거보다 투표율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정세 변화가 갖는 세계사적 의미와 북미정상회담 변수가 여타의 선거 쟁점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시대착오적 인식이 선거를 일방적인 구도로 기울게 만든 요인이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남북정상회담을 정치쇼라고 치부하는 한국당의 시대착오적 반공주의에 입각한 정세인식은 선거를 더욱 기울어진 구도로 흘러가게 하고 있다. 제1야당은 문재인 정권의 지난 1년 동안의 소득격차의 심화, 최저임금의 경제적 부작용 등 여러 사회경제적 쟁점 등을 제기하면서 선거를 정권심판의 구도로 끌고 갈 때 선거의 의미를 찾을 수 있으나 현실은 정반대다. 한국당의 인식은 유신과 권위주의 시대의 냉전적 사고에 갇혀있다.문제는 선거 후의 정치지형의 변화 여부다. 현재의 국회 구도는 시민의 개혁과 혁신에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여소야대의 정당지형은 개혁의 동인을 발전시켜 나가는데 제약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은 여당으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정당구도를 변화시킬 유인을 상대적으로 감소시킨다. 지금의 국회와 정당체계에서 개혁의 동인을 발견할 수 없다. 재보궐 선거로 국회 의석의 변화가 예상되지만 지방선거가 정당구도 자체의 변동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개발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의 왜곡되고 구조화되었던 자본과 권력의 불의한 동거, 시민사회의 계층 간 모순과 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화가 지체된다면 한국사회의 본질적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지난 1/4 분기의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계층의 소득격차는 더욱 심화됐다. 사회적 격차의 일상화, 소득 불평등의 심화는 진보 정권이 집권했다고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화된 사회적 구조 때문이다. 개혁과 혁신은 시민의 자발적인 지지와 동의를 바탕으로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는 집단이 세력으로서 변화를 추동하고 개혁을 이끌 때 가능하다. 민주주의는 시민사회의 갈등을 조직화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스템이다. 지방선거 이후에 여야 정당들은 시민사회의 갈등과 균열을 반영하는 정당체제로의 변화를 견인해야 한다. 지금의 정당구도로는 아무 개혁도 할 수 없다. 지난 1년의 정당체제가 이러한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촛불로 상징되는 시민세력은 가시적 적폐뿐만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구조적 적폐의 청산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회는 물론 개혁세력으로 자칭하는 세력조차 이에 부응하기커녕 높은 지지율에 안주하면서, 결국 자유한국당 염동열·홍문종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적폐란 바로 이러한 위선적 태도를 지칭한다.국회는 헌법재판소가 내린 국민투표법 개정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국회법에 정한 국회의장 인선도 미뤘다. 도려내야 한 관행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이렇게 법을 어긴다. 이런 국회는 왜 존재하는 것인가. 자유한국당은 본회의 한 번 열기 어려울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6월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의장단과 원구성에는 일절 협조하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에도 이러한 관행과 타성이 지속될 개연성이 높다. 촛불의 압력과 시민의 요구에 의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물러났다. 물론 헌법 절차에 따라 국회는 재적 2/3가 탄핵에 찬성했지만 국민의 압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국회가 국민의 압력에 의해 자정하지 않으면 시민은 국회에도 촛불을 들 수 있다. 지방선거 이후에 보수와 진보 각 진영은 정당재정열을 통하여 갈등과 균열의 조정자로서의 국회의 위상을 찾아야 한다. 주권자를 구시대적 통치의 객체로 인식하지 않고서야 이렇게 법 어기기를 식은 죽 먹듯이 할 수는 없다. 시민은 통치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다./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2018-06-05 최창렬

[경인칼럼]철저해야 할 북·미회담 막후관리

양측 실무협상속 벌어질 디테일 전쟁에서숨어 있던 악마가 해코지 하는일 없어야우리가 상상했던 장면 훼손 가능성도 차단문대통령, 운전중 브레이크에 발 올려놔야남북회담 역사의 핵심 증인인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회고(피스메이커)에 따르면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던 남북회담의 결과 이면에는 피말리는 막후협상이 있었다. 일례로 노태우 대통령 임기 중반에 열렸던 남북고위급회담이 그랬다. 공산권의 붕괴와 한·소 수교, 한·중 무역대표부 설치로 고립무원 처지에 놓인 북한이 남한의 제의를 수락해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린 건 1990년 9월 5일이었고 그해 연말까지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3차회담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에 집착하느라 1년 가까이 회담을 지연시켰고, 결국 91년 12월에 가서야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선언을 공동 채택할 수 있었다. 임 전 원장은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했던 노태우 정부"였지만 "남북합의 사항을 실천에 옮길 시간을 영영 잃어버리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임 전 원장이 대북특사로 성사시킨 2000년 김대중-김정일 남북정상회담도 6·15남북공동선언 합의에 도달하기 까지 문구 하나에서 부터 공동선언 서명을 정상들이 할지 말지 등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졌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의 '김일성 유해가 안치된 금수산궁전 방문 여부'는 정상회담 진행중에도 논란이 됐고, 결국 우리측 주장대로 방문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한다. 이처럼 역사적 합의의 막후는 협상주역들간의 총성없는 전쟁으로 얼룩진다.새삼스레 임 전 원장의 회고를 돌이켜 보는 이유는 현재 진행중인 남·북·미 삼각정상회담과 관련한 두 가지 관점 때문이다.먼저 남북정상의 '4·27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의 실효를 담보할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우리가 중재자를 자임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중재자의 입장을 여러번 강조했거니와, 급기야 이낙연 총리가 지난 27일 "미국이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이 너무 깊게 들어가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핵보유국 북한의 위협에 가장 크게 노출된 대한민국이 한반도 비핵화, 북한 핵폐기 협상의 당사자에서 배제되는 건 비현실적이다. 남북화해와 평화공존, 비핵화와 관련해 중요한 합의를 이루었던 지난 남북회담의 역사의 주역은 남북이었다. 물론 그 배경에 미국이 있었고 남북이 미국을 염두에 둔 간접화법 외교를 펼친 것이 사실이지만, 회담 주역은 당사국인 남북이었다.그래서 자연스럽게 남·북·미 정상회담에서 차지하는 대한민국의 막후 역할을 주목하게 된다. 북핵 폐기를 전제로 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실현이라는 대북 협상을 성공시키기 위해, 한·미 동맹이 역할 분담을 한 결과 표면적으로 우리가 중재자 역할을 맡았다 해도, 막후에서 CVID식 북핵폐기 협상의 당사자로서 국면관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가령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최근 상원에서 북한 CVID와 미국 CVIG,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핵폐기'와 '북한체제보장'의 교환 및 북미 비핵화조약의 상원인준 카드를 공개했다. 이 카드가 밀도높은 사전조율 과정을 거친 한·미간의 막후 합의 결과인지 아닌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북한의 핵무력 완전포기는 체제의 살과 뼈를 도려내주는 최후의 선택이다. 트럼프에게 북·미 비핵화합의는 노벨평화상과 연임보장 카드다. 협상태도는 사생결단식이지만 회담의 최종결과는 예측불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양측 실무협상에서 벌어질 디테일 전쟁에 숨어있던 악마가 우리를 해코지 하는 상황은 절대 발생하면 안된다는 점이다. 정청래 전 의원은 2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현실의 속도가 상상의 속도보다 더 빠르다는 걸 눈앞에서 보고 있다"고 논평했다. 현재의 남·북·미 삼각정상회담에 대해 더없이 적절하고 정확한 표현이다. 다만 현실의 속도가 지나쳐 대한민국이 상상하던 장면을 훼손할 가능성은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 운전석에 앉은 문 대통령이 운전대를 잘 잡는 것은 물론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고 있어야 할 이유이다./윤인수 논설위원윤인수 논설위원

2018-05-29 윤인수

[경인칼럼]생활문화의 개념과 문화예술교육

시민들 여가시간 활용 문화예술 학습이나창작활동 통해 자기계발하는 공동체 활동정부·지방, 창조적 활동 영위할 수 있도록환경·제도 정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야사회변동의 가속화에 조응하는 문화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도 빨라지고 있다. 초고령화, 노동시간의 지속적 감소와 여가의 증대에 따른 문화소비 및 문화생활 욕구 증대, 가족구조의 변동에 따른 개인화 및 자기실현 욕구 등이 대표적이다. 시민이 문화의 소비자에서 창조의 적극적 주체로 등장하게 되며, 아울러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문화예술의 비중이 높아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시민'과 '일상'을 중심으로 한 문화정책, 생활문화의 중요성이 대두된 배경이다. 새로 제정된 '문화기본법'에는 시민들이 문화예술의 소비자나 향유자를 넘어 창조적 문화예술활동의 주체임을 확인하고 시민들의 능동적인 활동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도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를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그런데 생활문화의 개념은 아직 생성중이다. 일반적으로 시민들의 자생적 문화예술 분야의 취미 활동을 '생활문화', 혹은 '시민문화'라고 부르고 있으나 아직 의미와 범주가 명료하게 정립되지 못하고 있는 개념이다. 생활문화는 원래 민속학에서 사용해온 용어로 의식주 생활을 비롯한 가족생활, 음주, 놀이문화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어 그 외연이 너무 넓다. 한편 지역문화진흥법에서 '생활문화'는 '지역의 주민이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하여 자발적이거나 일상적으로 참여하여 행하는 유·무형의 문화적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개념도 여전히 추상적이다.전문예술의 대응개념으로 '생활문화예술' 혹은 '생활예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면 그 모호성을 일정하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문화활동의 현장에서 생활예술과 전문 예술의 영역의 구분이나 전문예술가와 아마추어 예술가간의 엄밀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더러 구분의 목적도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생활예술 활동에 전문예술인이 참여할 수 있듯이 두 영역의 활동이 교류소통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일상생활 속에서 문화 예술 활동(culture and art in life)이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voluntary participation)하여 문화예술 공동체를 이뤄가는 활동(community)이라 할 수 있다. 즉 생활문화예술은 '시민들이 여가 시간을 활용하여 문화예술의 학습이나 창작 활동을 통해 자기를 표현하고 계발하는 자발적 공동체 활동'이다. 생활문화예술에서 강조되어야 할 것은 생활과 밀착된 활동, 시민 주체인 활동, 자발적인 참여, 공동체 활동 등이다.이제 정부와 지방정부가 시민들이 창조적 문화예술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정비하는 정책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야 한다. 시민생활문화 동호회 등 문화예술 프로슈머(prosumer)를 육성 지원하기 위해 지자체가 우선 추진해야 할 과제는 생활문화예술종합계획의 수립, 시민생활문화 지원 센터 건립과 운영, 생활문화지원 프로그램 등이다.시민문화예술교육이 시민생활문화의 기초이다. 시민생활문화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민문화예술 역량의 확대가 필요하고 시민문화예술역량은 시민문화예술교육을 통해서 확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시민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문화예술의 시민화, 시민의 예술인화를 이룰 수 있으며, 생활문화시대와 문화도시의 실현도 앞당길 수 있다./김창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8-05-22 김창수

[경인칼럼]인천광역시장들의 '나쁜' 공약

지상파방송 고작 2개로 타지역에 비해 열악KBS·MBC 유치 역대 후보들 모두 실패이제는 시선을 플랫폼에서 콘텐츠로 옮기고인큐베이터·방송사업 겸하는 방법 선택해야우리나라 큰 도시의 방송생태계는 '지상파방송 + 케이블TV + IPTV + 위성방송'으로 구성된다. 수도권을 제외한 권역별 대도시의 경우 공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KBS) 지역총국, 문화방송(MBC)의 계열사네트워크인 지방MBC, 그리고 SBS와 가맹사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지역민영방송이 그 지역의 지상파방송군을 이룬다. 특수목적을 띤 지역 지상파방송들도 있는데 주로 라디오 종교방송들이다. CBS, 극동방송, 가톨릭평화방송, 불교방송, 원음방송이 주요 도시에 지역국을 두고 있다. 교통방송인 TBN네트워크도 지상파방송군에 속한다. 비지상파방송으로는 케이블방송, IPTV, 위성방송이 있다. 케이블방송에는 5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CJ헬로, 티브로드, 딜라이브, CMB, 현대HCN가 운영하는 각 지역 케이블방송 외에도 개별 케이블방송, 즉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존재한다. IPTV는 3대 통신사가 초고속인터넷망을 이용하는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를 말한다.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는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 상공 3만6천km에 떠 있는 올레1호 위성을 통해 콘텐츠를 전송한다. IPTV와 위성방송은 지역방송이 없다. 각 지역의 지상파방송과 케이블방송이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면 IPTV와 위성방송은 전국구 국회의원인 셈이다.부산을 살펴보자. 대표적 지상파방송으로 KBS부산방송총국과 부산MBC가 있다. 부산·경남을 방송권역으로 하는 지역민방 KNN도 존재감을 뽐낸다. 부산CBS, febc부산극동방송, CPBC부산가톨릭평화방송, BBS부산불교방송, wbs부산원음방송 등 종교방송과 TBN부산교통방송, 부산영어방송과 같은 특수방송도 지상파방송군에 속한다. 케이블방송으로는 티브로드, CJ헬로, 현대 HCN 계열의 8개사가 있다. 대구와 광주의 방송생태계도 이와 비슷하다. 대전 역시 일부 종교방송 지역국만 없을 뿐 대동소이하다. 이런 도시들과 비교하자면 인천은 열악하다 못해 애처로운 수준이다. 지상파방송은 고작 두 곳, 경인방송iFM과 TBN경인교통방송 뿐이다. 지상파 지역민방TV는 허가조건과는 달리 인천을 벗어난 경기도 부천시에 연주소(演奏所)를 두고 있다. 그 공백을 케이블방송인 CJ헬로 북인천방송, 티브로드 남동·새롬·서해방송 등 MSO 계열사 4개와 개별SO 남인천방송이 메우고 있다. KBS인천방송총국과 인천MBC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역대 인천시장들이 공약이나 정책과제로 밀어붙여봤으나 모두 실패했다. 서울과 '같은 하늘'을 이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리적으로나 경영측면으로나 설립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인구 300만을 넘어서도 불가(不可)의 이유만큼은 불변이다. 그 '이유'와 '답변'만을 탓할 계제(階梯)는 아니라고 본다. 저쪽의 논리에도 타당성이 있다. 엄정하게 따지면 이쪽의 대응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잘 모르면서 목소리만 높였거나, 정치적 셈법에만 관심이 있었거나, 탁상공론만 거듭한 결과다. 지금이라도 관점과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첫째, 시선을 플랫폼(platform)에서 콘텐츠(contents)로 옮겨야 한다. 방송과 미디어환경은 빛의 속도로 바뀌는데 지상파방송국 유치나 이전에만 매달렸다간 '죽었다 깨어나도' 답을 찾지 못한다. 둘째, 인천시가 인큐베이터(incubator)가 되어야 한다. 앉아서 기다려봐야 감은 떨어지지 않는다. 까마귀가 따먹거나 그 자리서 말라비틀어질 뿐이다. 순수한 인큐베이터로만 기능하는 방법과 인큐베이터와 방송사업자의 역할을 겸하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셋째,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지역영상콘텐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가 재원의 합리적이고 효율적 배분, 제작역량의 발굴과 지원, 하드웨어의 구축과 활용, 최적의 플랫폼 확보와 같은 일련의 프로세스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새로 갖추거나 통합해서 운영한다면 '열 방송국 부럽지 않은'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선출된 시장의 결연한 의지와 약속이 또다시 '수포(水泡)'와 '공약(空約)'이 되는 나쁜 반복의 사례를 하나쯤 없애야하지 않겠는가./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8-05-15 이충환

[경인칼럼]제왕학(帝王學)

국내 대기업 후손들 화려한 학벌에 이중국적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도 미국 시민권 보유해외 성공한 오너들 상상 이상의 자식교육훌륭한 후계자로 키웠기에 기업 장수 누려유구한 역사의 한국 위계(位階)문화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갑질의 대명사로 치부되던 피자회사 창업주가 여론의 몰매로 퇴진하더니 금년 1월에는 현직 여검사가 미투 운동에 불을 지피고 최근에는 대한항공 근로자들이 전대미문의 오너경영진 퇴진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것이다. '땅콩회항' 악몽이 가시기도 전인데 조양호 회장의 부인과 막내딸까지 패악질(?)을 해댔으니 다이아몬드수저 가족의 그릇된 선민의식에 아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조 회장은 자식들을 잘못 가르쳤다며 또다시 머리를 숙였다. 동양의 제왕들은 자식교육에는 과도할 정도로 공을 들였는데 대표적 사례가 정관정요(貞觀政要)이다. 중국 당(唐)나라의 역사가 오긍(吳兢)이 당태종(서기 627-649)의 제위 24년 치적을 기록한 것으로 제왕학(帝王學) 교과서로 으뜸이었다. 태종 이세민은 재위기간 내내 수많은 현자(賢者)들을 중용하고 군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직언과 고간(苦諫)을 경청했던 걸출한 지도자로 칭송된 때문이다. 당태종의 정치철학은 유교적 민본(民本)으로 예악(禮樂), 인의(仁義), 충서(忠恕), 중용지도(中庸之道)를 실천하는 것이었다. 총 40편으로 구성된 정관정요는 역대 당나라 군주들이 애독했음은 물론 후일 송(宋), 요(遼), 금(金), 원(元), 명(明)대의 제왕들이 즐겨 읽곤 했다.국내의 제왕학은 왕민(王民)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서연(書筵)이 상징적이다. 왕세자로 하여금 경서(經書)와 사서(史書)를 익히게 해서 인정(仁政)의 리더십을 쌓도록 하는 것이다. 고려 중엽에 시작한 서연은 이성계가 1392년에 세자관속(世子官屬)을 설치하면서 내용과 질이 풍부해졌다. 학식과 덕망을 겸비한 정2품정8품 관료 24명이 세자교육을 전담할 정도로 태조의 후계자 교육열은 각별했다. 세자는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스승인 서연관(書筵官)의 특별지도를 받는데 거의 매일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다.무력으로 형제들을 도륙하고 아버지를 함흥차사로 만들었던 태종 이방원 또한 세자교육에 공을 들였다. 석학인 성석린(成石璘)과 권근(權近) 등을 서연관(書筵官)으로 봉했다. 그러나 왕세자 양녕대군은 공부를 멀리하고 온갖 못된 질과 주색잡기로 소홀하더니 급기야는 중추(中樞) 벼슬을 지낸 곽선의 첩 어리(於里)를 범해 폐세자(廢世子)가 되어 궁에서 쫓겨났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태종은 서연(書筵)을 폐하는 한편 양녕의 비행(非行)을 도왔던 구종수, 구종지, 이오방 등을 참수했다. 양녕대군의 장인 김한노(金漢老)의 직첩을 몰수하고 죽산으로 귀향을 보냈다. '칼이 곧 법'이던 조선시대에도 하늘(?)은 금수저를 엄히 징벌했다.뿌리 깊은 나무 바람에 아니 흔들린다 했던가. 동서를 막론하고 장수(長壽) 기업의 비결은 훌륭한 후계경영인을 키우는 것이다. 성공한 기업인들이 자식교육에 상상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이다. 해외사례들은 차치하고라도 국내 대기업 오너 후손들의 학력은 화려하다. 특히 재벌 3, 4세로 갈수록 학벌은 단연 세계최고이다. 명문유치원을 거쳐 대학에 이르기까지 최상의 코스를 밟음은 물론 미국유학은 필수코스이다. 국적세탁도 유행이어서 대부분의 다이아몬드수저들은 이중국적자이다. 글로벌경영을 하려면 탈(脫)한국은 필수적(?)이란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도 미국 시민권자로 알려졌다. 국내의 모 인사가 10여 년 전에 인도 콜카타의 세계 1위 철강기업인 아르셀로미탈스틸 본사를 견학 때의 목격담이다."그곳을 방문했을 때 앳된 얼굴의 한 젊은이를 만났다. 그는 허리를 굽힌 채 열심히 사무실 바닥을 쓸고 있었다. 회사의 청소부로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미탈스틸 오너의 아들이었다. 귀한 회장님의 아들이 청소를 하다니…" 3대 총수 후보자 아디티야 미탈이 경영수업을 받는 중이었다. 그는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지금은 부친 락시미 미탈 2대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상속받아 승승장구하고 있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8-05-08 이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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