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복지는 ‘무상(無償)’이 아니다

복지지출 늘리고 무상확대 위해 재원조달 필수국가가 뭔가를 나눠줄 것이라는 인식 접근 안돼소득재분배 기능 실효성 발휘할때 복지국가 완성내년 총선과 19대 대선 승부를 가를 정치, 사회, 경제적 쟁점 중 무상복지 논쟁은 가장 핵심 이슈가 될 전망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이슈는 현재 야당의 승리 요인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도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대선 승부를 결정지었던 사회경제적 어젠다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 공약은 경제 활성화 정책에 밀려 추동력을 상실했다. 그러나 복지국가가 시대 정신이란 점을 부인할 수 없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존재한다면 복지 논쟁은 여전히 여야 간, 보수와 진보 세력 간 민감한 사안이다. 무상복지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선택 문제로 모아진다. 즉 복지에 대한 철학과 인식의 차이에 기인하는 정책의 차이로 귀결된다. 복지지출을 늘리고 무상복지를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복지재원의 조달이 필수다. 선별적 복지는 소득 수준에 연동한 복지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논리적 타당성을 부인할 수 없다. 재원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막연하게 보편적 복지에 집착하는 행태는 도그마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선별적 복지가 갖는 원천적인 한계도 무시할 수 없다. 기초적인 분야에서조차 예산 부족을 이유로 선별적 복지의 프레임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누진적 세금에 의한 복지 정책의 확대는 요원해진다. 유럽이 국민소득 1만5천달러 수준일 때 케인즈 주의에 입각한 복지이론을 발전시키고 보편적 복지를 확충해 나간 경험을 간과해선 안된다. 세계적 경기침체속에서 복지 규모를 축소해 나가려는 일부 유럽 국가의 경우를 선별적 복지의 모델로 삼는 것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맹신에 기인한다. 어느 영역도 재원이 남아 복지를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특수성에 입각한 선별적 복지 채택이 논리적 정합성을 갖는다 해도 사안마다 선별적 복지로 접근한다면 포괄적 복지의 길은 요원해진다. 유럽 국민들이라고 조세 저항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국가의 복지 프로그램에 대해 정부나 국민 모두가 의지와 애착을 가짐으로써 복지 국가는 부단히 발전되어 왔다. 또한 복지의 과부하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가 역할의 축소 경향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생산 대비 사회복지 지출은 지난 10년간 느린 속도이지만 꾸준히 증가했다. 복지국가란 사회 구성원 개인이 시장논리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탈 시장화’와 가족에게 의존하는 노후에서 해방되는 ‘탈 가족화’의 두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시장과 가족에 내재하는 원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고용보험, 연금 등의 사회보험과 교육과 보육 등의 사회 서비스의 제공이 복지국가의 핵심이다. 어떠한 수준의 복지를 지향할 것인가의 문제는 조세부담률을 여하히 조정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와 맞물려 있다. 아직 한국사회의 궁극적인 복지수준에 대한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빈부격차는 일반적인 신자유주의 국가들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는 단순히 경제적 층위에서의 격차의 차원을 넘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대표되는 계층 간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길은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과 포괄적 복지로의 정책을 점진적으로 심화시켜 나가는 방법 외엔 대안이 없다. 선별적 복지가 단기적으로는 분야별 정책적 정당성을 지닐 수 있으나 사회에 구조적으로 내재하는 격차의 문제를 해소하기엔 원천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복지에 대한 사회학적 인식과 철학이다. 복지를 국가가 뭔가를 나눠주는 것이라는 시혜적 차원에서 접근해선 안 된다. 조세정책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충분한 실효성을 발휘하고 같은 수준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때 복지국가는 완성될 수 있다. 어설픈 선별적 복지의 논리는 부자와 빈자 모두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 복지는 국민이 응당 받아야 할 권리이자 국가의 의무라는 인식이 보편화 될 때, 복지가 무상으로 제공되는 것이라는 공짜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더는 무상논쟁이 표를 얻기 위한 선거공학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무상’이라는 용어의 수정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15-03-24 최창렬

품앗이 산업이 뜬다

카쉐어링 등 공유경제형 국내 기업들 속속 생겨리프킨 “3차 산업혁명 개도국서 빠르게 진행” 주장IT강국에 부합되게 육성 ‘창조경제’의 답육아품앗이, 과외품앗이, 하객품앗이, 재능품앗이, 관광품앗이…. 품앗이란 농촌에서 소수의 농민들 간에 상부상조하는 것으로 모내기와 추수, 지붕 올리기, 김장하기 등이 주요대상이다. ‘품(勞動)’과 ‘앗이(受)’를 결합한 한국 고유의 민속용어로 ‘두레’와 함께 농촌사회를 지탱해온 대표적인 공동체적 생산 관행이었으나 산업화로 사라지는 추세다. 그런데 최근 들어 농촌이 아닌 도시를 중심으로 품앗이 문화가 다시 부활한 것이다. 해외에서도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유사한 사례들이 간취되고 있다.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의 우버(Uber)엑스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일시적 운휴(運休) 상태의 자가용 승용차와 운전자의 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운수업체다. 회원 상호 간에도 언제, 어디서나 이용 가능해 품앗이와 매우 흡사한 신종 비즈니스인 것이다. 201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후 글로벌화·디지털화에 편승해서 급성장한 결과 전 세계 40개국 170여 도시에서 성업 중이다. 우버 택시의 잠재적 시장가치는 2천억 달러로 도요타자동차에 버금간다.회원제 렌터카 기업 짚카(Zipcar), 미국판 벼룩시장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 빈 숙소활용업체 에어비앤비(Airbnb), 도서교환 웹사이트 페이퍼백스왑(Paperbackswap.com), 레고세트 스왑사이트 플레이고(Pleygo)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카쉐어링과 장난감 빌려 쓰기 등 공유경제형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서는 지자체가 관내 홀몸노인들의 빈 주거 공간을 대학생들과 함께 이용하도록 하는 새로운 상생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란 ‘물건을 소유하는 개념이 아닌 서로 빌려 쓰는 경제활동’이라는 의미로 2008년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교수가 처음 사용했다. 자원이용의 효율성을 높여 낭비를 최소화한다는 측면에서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물가안정효과도 커 경제적이다.‘노동의 종말’로 유명세를 탔던 제러미 리프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자본주의는 조만간 사라지고 ‘협력적 공유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계비용이란 물건을 하나 더 생산할 때 발생하는 추가비용인데 기업들은 더 많은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이 비용을 줄이려 노력한다. 그러나 한계비용이 제로가 되면 상품가격도 제로에 근접해 시장교환이 불가능하다. 이윤이 지탱하는 자본주의가 시장의 탁월한 성공 때문에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리프킨은 한계비용 제로현상이 이미 1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수백만 소비자들이 아무런 대가 지불없이 파일 공유서비스를 통해 음악·동영상·지식·뉴스·전자책 등을 자체적으로 확대 재생산해온 것이다. 덕분에 음악과 영화산업이 흔들리고 수많은 신문과 잡지가 폐간됐으며 출판시장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한계비용을 제로로 낮추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기술이 바로 ‘슈퍼 사물인터넷’(IoT)이다. 수십억 개에 달하는 센서가 모든 기기와 전기제품·도구·장치 등에 부착돼 촘촘한 신경 네트워크를 이루면서 사물과 인간을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미국인의 약 40%가 소셜미디어 사이트나 온라인 동호회, 협동조합 등을 통해 생활필수품은 물론 편의품과 기호품까지 공동으로 이용하는 등 이미 협력적 공유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차를 나눠 타고, 여행할 때는 서로 집을 바꾸는 등 시장의 ‘교환가치’는 협력적 공유사회의 ‘공유가치’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2030년에는 100조 개가 넘는 센서가 전 세계로 분산된 지능형 네트워크로 인간과 자연환경을 연결할 것으로 추산한다.리프킨은 제3차 산업혁명(협력적 공유경제)으로 수십만 개의 사업체와 수억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예정인데 “이 혁명이 선진국보다 개도국에서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단정했다. 실의에 빠진 장그래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IT 강국에 부합하는 품앗이산업 육성에서 창조경제의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5-03-17 이한구

비약적 성장은 특별한 만남에서 온다

류성룡과 이순신, 서로 믿었기에 위대한 효과 얻어저커버그, 숀 파커 만나 페이스북 전세계로 확대새로운 인물과 이색적 조합하면 더 큰효과 발휘최근 한 방송국의 드라마 덕분에 ‘류성룡’과 ‘징비록’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징비록은 조선 중기 임진왜란을 온몸으로 체험했던 류성룡이 그 처절한 교훈을 반드시 후세에 전해줘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집필한 기록서다. 류성룡은 퇴계 이황에게 수학하면서 동인(東人) 쪽 인물로 분류되지만 서인(西人)과의 당쟁에도 비교적 초연했던 것으로 유명했다. 특히 당시 국가 위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본 몇 안 되는 경륜지사 중 한 명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류성룡을 이순신을 천거한 인물로 기억한다. 당시 무관도 아닌 문관 관리에 불과하던 이순신을 수군(水軍) 책임자로 천거했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고 심지어 뇌물을 먹은 것이라고 모함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류성룡은 뜻을 굽히지 않았고, 이순신은 역사의 물꼬를 바꿀 정도로 위대한 결과를 낳았다. 류성룡과 이순신이라는 조합이 없었다면 한반도는 임진년에 이미 일본군에 점령당했을 것이다. 이렇게 특별한 사람들의 만남은 위대한 일을 만든다.그러면 류성룡의 이순신에 대한 확신은 어디서 온 것일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어린 시절에 시작됐다. 류성룡과 이순신은 모두 서울 건천동 출신이다. 이순신의 둘째 형인 이요신이 본래 류성룡의 친구였지만, 점차 류성룡과 이순신 사이가 더욱 가까워지고 둘 사이는 관중과 포숙처럼 아끼는 사이로 발전했다. 두 사람은 오랜 관찰과 경험을 통해 서로의 능력을 정확히 알게 된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류성룡은 중요한 순간에 이순신을 주저 없이 추천했던 것이다. 즉, 숙성된 지식과 확신이 있었기에 위대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즉흥적 통찰에서 얻은 만남으로 특별한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특별한 만남은 기업에도 중요하다. 우리가 아는 세계적 기업 중 특별한 만남에 의해 비약적으로 큰 기업들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페이스북(Facebook)이다. 페이스북은 본래 하버드 대학생들 사이의 교류, 좀 더 나아가 보스톤지역 대학들을 연결하는 교류망으로 시작했던 사업이었다.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와 친구들은 그 정도 수준의 SNS로 스케일을 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커버그가 숀 파커를 만난 이후에는 스케일이 완전히 달라져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확대되었다. 이렇게 스케일을 키운 장본인이 바로 숀 파커이다. 그는 1990년대 말 인터넷 버블 시절 냅스터 기업의 창업자로 유명한데 많은 창업 경험을 통해 어떤 사업이 성공하고 어떻게 해야 비즈니스가 확대되는지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서 묘사된 숀 파커의 대사에서 그의 야심을 잘 읽을 수 있다. “마크, 너는 지금 대학 사이를 연결하고 있지만, 나는 대륙을 연결하고자 한다.” 숀 파커는 실제로 저커버그에게 많은 벤처캐피털을 소개하면서 비약적인 사업 성장을 주도하게 했다. 만약 저커버그와 숀 파커의 만남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페이스북은 없었을 것이다.구글 창업자들과 경영 천재인 에릭 슈미트의 만남도 특별한 결과를 낳았다. 1998년 스탠퍼드 대학원생이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새로운 방식의 검색 서비스를 출범시킨다. 이후 지속해서 성공 가도를 달려 왔지만 한계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2001년 경영 천재인 에릭 슈미트를 공동 대표로 영입한다. 이때가 바로 프로그래머 중심의 운영을 넘어 비로소 경영 시스템을 갖추는 순간이었다. 창업자 두 사람과 슈미트 사이의 조합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이 경쟁력을 갖춘 구글은 없었을 것이라는 평이 많다. 이처럼 절체절명의 국가위기를 넘기는 장면, 한 기업의 비약적 성장에는 ‘특별한 만남’이 개입되어 있다. 작은 위기와 보통의 성장과는 달리 폭발적으로 비약하는 힘의 원천이 바로 그 특별한 만남인 것이다. 이는 큰 도약을 꿈꾸는 중소기업과 청년들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새로운 인물과 이색적인 조합을 취하라고 권하고 있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기존 방식대로 움직이는 농사꾼의 방책보다 개인기를 갖춘 인물들의 결합을 지향하는 사냥꾼의 전략이 더 효과가 높다는 권장이다. 급속한 변화들이 가득할 미래 세상에서는 특별한 만남이 주는 성공 방정식은 더욱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예견된다. /손동원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 손동원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

2015-03-10 손동원

‘미래’ 라는 현실

가족보다 스마트폰·사이버공간에 의존하는 현실윤리적 삶 실천 않을땐 도전의 희생물 될 가능성 커‘미래 시나리오 맞대응’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월22일에 올해 첫 황사주의보가 발령되었고, 이튿날 서울과 경기도·인천시에 황사경보가 내려졌다. 하늘을 덮은 흙먼지로 야외활동이 거의 어려운 수준이었다. 일주일만인 3월2일, 중국 내륙에도 강력한 황사경보가 내려졌다. 연이은 황사경보는 과학영화 ‘인터스텔라’에 묘사된 지구상황을 보는 듯해서 더 우울하다. 영화 속의 지구는 먼지폭풍이 수시로 불어와 옥수수 재배만 가능한 상태로 묘사되었다. 실내의 그릇도 먼지 때문에 뒤집어 두어야 할 정도의 절망적 일상을 보내야 하는 지구인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우주로의 탈출이다. 최근의 미래 보고서에 나타나는 상황은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에 가깝다.미래예측 가운데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가장 우려스럽다. 2009 코펜하겐 기후정상회의에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지만 탄소배출량 제도는 계획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다. 25년 이후인 2041년 께 지구 평균기온은 2℃ 상승 한계선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건조지대가 확장되고 사막화된 토양이 늘어나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처럼 미세먼지 폭풍은 도시를 주기적으로 강타한다. 극지방 빙하가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상승하면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해변 주거지는 사라지게 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밝힌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2100년께 우리나라 국토의 4.1%(4천149.3㎢)가 바다에 잠길 수 있다고 한다. 광역지자체별로 보면 전남 34.6%, 충남 20.5%, 전북 14.8%, 인천 11.3%, 경기 7.3%에 해당한다. 지자체 면적 대비 범람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인천으로, 도시 전체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45.5%가 바다에 잠기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도 우리가 직면한 도전이다. 정보학자들은 지난해에 일어난 일 중 가장 중요한 사건의 하나로 러시아에서 개발한 ‘유진’이라는 인공지능이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사건’이 있었다. 튜링테스트는 영국 천재적 수학자였던 앨런 튜링이 컴퓨터의 능력을 감별하기 위해 고안한 프로그램이다. 튜링테스트가 고안된 지 65년만의 일이다. 정보학자들 사이에서는 ‘유진’이 실제로 우리가 기대하는 인공지능에는 미달한다는 지적도 있으나 인공지능의 능력은 급속하게 확장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2045년이면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컴퓨터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 이전에 무인자동차가 상용화되고 택시와 화물자동차, 대리운전 기사의 일자리를 없앨 것으로 예상된다. 옥스퍼드 대학이 2013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향후 20년 이내에 현재 직업 중 절반가량이 ‘로봇’ 또는 ‘컴퓨터’로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의료기술과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2045년께 인간의 평균수명은 130세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된다. 유전자의 비밀이 해독되고 줄기세포를 비롯한 다양한 세포재생 기술로 육체의 ‘불로장생’이 실현되는 것이다. 죽음에서 멀어진 인간이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초고령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사랑, 가족, 직업, 종교의 의미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을 띠게 될 것이며 엄청난 변화를 수반하게 될 것이다.그런데 미래의 도전이 50년이나 100년 후의 문제가 아니라 당면하고 있는 절박한 현실이자 현안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황사바람 속에서, 이웃이나 가족보다 스마트폰과 사이버 공간의 네트워크에 더 의존하고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초고령사회도 이미 도래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국가나 도시, 개인들의 대처는 미온적이고 더디다. 인공지능보다 윤리적이고 창의적인 삶을 기획하고 실천하지 않을 때 우리는 미래라는 도전의 희생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눈앞에서 현현하고 있는 미래의 도전 ‘시나리오’들을 성찰하고 효과적 ‘프로젝트’로 응전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인 것이다./김창수 객원논설위원·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김창수 객원논설위원·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2015-03-03 김창수

집권 3년차, 박대통령의 ‘골든타임’

진보·보수 막론 모든 언론서 비난 화살전직 대통령들의 회고록은 일종의 자기항변지금 이시간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음을 명심해야세월이 참 빠르다. 어른들은 나이 들면 시간의 빠르기가 나이에 비례한다고 말하곤 했었다. 80대는 80㎞의 속도로 50대는 50㎞로 시간이 달린다는 것이다. 40대만 해도 ‘흥’하고 코웃음을 쳤었다. 그러나 50대로 접어드니 시간이 가슴이 서늘할 정도로 빠르다. 오늘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지 꼭 2년이 되는 날이다. 한걸음 더 내딛는 내일은 취임 3년차에 접어들게 된다. 벌써 3년차라니. 60대의 박 대통령은 60킬로의 속도로 달렸을 법도 하지만 ‘벌써?’라는 말이 튀어 나온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 대통령 임기가 5년이라해도, 대선기간과 겹치는 마지막 5년째를 빼면, 실제로 권력의 절반이 지난 셈이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소신껏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기간도 불과 2년 남은 셈이다. 마라톤으로 따지면 반환점을 돈 것이다.정치인도 따지고 보면 연예인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듯하다. 눈물겨운 데뷔 시절이 있다가, 운이건 실력이건 천금같은 기회를 잡아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면 그의 이름 앞에 어느덧 ‘스타’라는 관형어가 붙는다. 그리고 몇년동안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다 여지없이 내리막길을 타게 된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몇 선을 하다가,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거치는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다, 운이 좋으면 대권에 도전하게 되고, 선거에서 이기면 권력의 최정상에 오르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 대권을 손에 쥔 박 대통령은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면서 정치인 박근혜 시절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국가 발전 지도’에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다. 그런데, 보수 진보 막론하고 모든 언론이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박 대통령을 향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다. 집권 2년동안 황사속을 걷듯 모든게 애매모호했을 뿐 손에 잡히는 정책이 없었다는 것이다. 국정원 댓글사건, NLL 논란으로 1년이 지났고, 세월호 사건과 정윤회 파동으로 1년을 홀랑 까먹었던 박 대통령 입장에선 모든 걸 남의 탓으로 돌릴만큼 억울할 만도 할 것이다. ‘퉁퉁 불어터진 국수…우리 경제 불쌍’이라는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을 것이다.MB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둘러싼 논란이 지금도 진행중이다. 낯뜨거운 자화자찬과 지나친 자기방어. MB가 부리나케 회고록을 내놓았다는 것은 그만큼 할말이 많았다는 것을 뜻한다.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는 날 언론은 경쟁하듯, 맞으면 좋고 틀려도 그만인 소설같은 ‘정치 비사’를 쏟아낸다. 너무도 터무니 없다고 느낀 전직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항변하고 싶지만 이미 권력은 남의 손으로 넘어간 후다. 우리의 정치는 떠난 대통령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떨어진 권력은 철저히 외면한다. 새로운 권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직 대통령은 얼마나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을까. 전직 대통령들이 퇴임하자 마자 앞다퉈 회고록을 출간하는 것은 일종의 자기 항변으로 봐야 한다.인간은 늘 후회를 하며 살아가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문득, “아 그때 그랬더라면…” 하고 아쉬워 한다. 공자도 최후의 20년을 제자들과 광야를 배회하면서 끝없는 번뇌와 후회속에 살았다. 그게 인간이다. 바로 지금 이 시간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이 얼마나 중요했던 것인지 모르는 것이 인간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당선에 가장 큰 힘을 보태준 것은 50대였다. 박 대통령이 그들로부터 지지받은 것은 천막당사에 나가 앉을지언정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원칙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50대들조차 등을 돌리고 있다. 왜 그들이 뒷모습을 보이는 지 박 대통령은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는 다음날, 언론들은 박근혜 정권 비사로 신문지면을 가득 채울 것이다. 출처도 불분명한 야사들이 춤을 출 것이다. 그때 항변 한들 아무 소용없다. 지금이 중요하다.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골든 타임’이 시대의 화두가 된 것처럼, 대통령에게도 ‘골든 타임’이라는 것이 있다. 이미 흘러간 2년은 어쩔 수 없더라도 집권 3년차를 맞는 지금이 ‘골든 타임’이며 이 시간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음을 박 대통령은 명심해 주길 바란다./이영재 논설위원▲ 이영재 논설위원

2015-02-24 이영재

행정한류의 그늘

세계적 ITC 강국답게 e정부는 세계최고 수준전자정부서비스의 지속적 업그레이드 불문가지납세자편의에 수많은 컴맹들 또 얼마나 시달릴지수도권 중견기업에 다니는 ‘컴맹’ K부장은 지난주에 또 한 번 곤욕스러운 연례행사를 치렀다. 수년째 봉급은 제자리이나 주거비와 자녀교육비 등은 갈수록 올라 한 푼이 거금이어서 절세 필요성이 더욱 커졌으나 연말정산이란 단어만 떠올려도 꼭지(?)가 돈다.‘13월의 세금폭탄’ 탓만 아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임금근로자들은 교육비, 의료비, 보험료영수증 등 1년 치 증빙자료들을 한꺼번에 경리부서에 넘기면 그만이었지만 근래에는 각자의 소득정산업무를 스스로 처리해야 하는 탓이다. 올해에는 정산방식이 종전과 달라 K부장은 더 곤혹스러웠다. 같은 처지의 동료들처럼 IT에 능숙한 젊은 부하 직원들의 도움이 절실하나 매번 신세를 지는 것도 너무 부담스러웠다. 자신이 컴맹이란 사실을 사내에 더는 노출시키기도 민망해 이번엔 자력으로 난제(?)를 처리했다.각종 소득공제 영수증은 반드시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서 발급받은 것이어야 한다. 세계 최고(?)의 전자세정인 홈택스(hometax.go.kr)를 이용하려면 공인인증서가 필요한데 홈페이지 접속과 함께 스미싱이나 파밍 등 각종 사이버 금융사기 경고 팝업들이 K부장을 긴장시켰다. 마지막 통과의례는 각종 세무자료를 항목별로 PC에 입력하는 작업이다. 회사에서 입력관련 설명서를 첨부했으나 생경한 용어들이 많아 해득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또한 입력시 실수 염려는 물론이고 작업을 종료했어도 제대로 잘한 것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어 개운치 못하다. 더 낸 세금은 되돌려준다고는 하나 회사 일만 해도 오버로드인데 언제 신경을 쓰겠는가 말이다. ‘세금도둑’이란 오명은 더더욱 반갑지 않다.1천600만 명의 임금근로자 중 연말정산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종합소득세 신고철인 매년 5월에는 세무서마다 인산인해의 컴맹 납세자들로 한바탕 소동을 치른다. 과도기적 현상이라고는 하나 전자정부의 대가치고는 너무 크다는 인상이다. 오로지 조세수입에만 공을 들일 뿐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소홀한 정부의 전체주의적 발상에 실망이다.전자정부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서 최소비용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를 의미한다. 행정문서의 부처 간 전자교환 및 전자결재, 영상회의시스템, 데이터 구축에 따른 정보의 공동활용 등으로 조직 및 절차의 슬림화를 도모해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민원인들은 행정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정보통신망을 이용함으로써 실익이 크다. 그리고 국민과 정부 간의 의견교환이 한층 빈번해져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는 등 행정의 창조적 파괴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대한민국은 세계적인 ITC 강국답게 e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말 유엔이 발표한 2014년 세계 전자정부 평가에서 우리의 ‘정부 3.0’은 2010년, 2012년에 이어 3회 연속 세계 1위라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 전자정부서비스는 기존의 민원신청 위주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한 최첨단의 서비스(‘O2O’)로의 진화가 임박한 지경이다. 한국의 행정시스템에 대한 세계의 관심과 열기가 뜨거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e정부 프로그램의 수출실적도 괄목하다. 2002년 처녀수출 이래 매년 수출액이 증가한 결과 작년에는 전년보다 13% 증가한 4억7천만 달러를 기록한 것이다. 지능형교통시스템(ITS), 관세시스템(UNI-PASS)이 대표적인 효자 수출상품이나 최근에는 국민신문고, 안전통계시스템까지 추가되었다. 올해부터는 대기업들에도 전자정부사업 참여의 길이 열려 수출전망은 한층 밝아졌다. 정부는 전 세계에 ‘행정 한류’ 바람을 일으킬 각오로 올해에는 관련 예산을 파격적으로 증액했다. 전자정부서비스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는 불문가지이다. 스마트시대에 부합하는 정부서비스의 효율화, 투명화는 세계적 추세인 것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 또 얼마나 많은 K부장들이 ‘행정 한류’의 그늘에서 시달릴까. 이미 3세기 전에 조세행정의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납세자들의 편의를 강조했던 애덤 스미스가 돋보인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5-02-03 이한구

청년 창업자여, 해적이 되라

낭만창업자 절박한 순간 돌파할 수 있을지 의문기업가로서 성공위해 목숨 건 승부사정신 결핍불굴의지·위험돌파 용기 가슴깊이 담겨 있어야#1, 전자공학과 3학년생으로서 1년 전 창업 아이디어를 잉태했다. 동료 4명과 함께 창업 팀을 구성해서 창업 경진대회에 참여했고 과분한 상(賞)도 받았었다. 경진대회에서 우리를 주목한 전문가들로부터 조언과 멘토링도 받았다. 최근 정부로부터 사업자금을 지원받으니 더욱 비장해 진다. 그런데 언제 창업을 해야 할까? 막상 창업을 생각하면 두렵다. 다른 멤버들도 빨리 창업하자고 하지는 않으니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자.#2, 2007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최하는 이매진 컵에서 2등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핑거 코드', 시각 및 청각 장애인들이 읽을 수 있는 장갑 모양의 장치와 그것을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였다. 당시 빌 게이츠를 놀라게 했던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창업하기에는 국내시장 규모가 작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런 정황 속에서 창업을 하진 못했다. 그런데 7년 후인 2014년 MIT 대학생들이 '핑거 리더'라는 이름으로 실시간으로 인쇄된 글자를 읽어주는 '웨어러블(wearable)' 기기를 개발했다. 이들은 곧 바로 창업했고 실리콘밸리의 투자 자금이 연일 몰려들고 있다.최근 청년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언론도 청년창업에 관한 기사를 연일 쏟아낸다. 실제로 청년창업은 크게 늘고 있다. 작년 신설법인 중 3천493곳이 30대 미만이 창업한 곳이다. 그런데 청년창업에는 겉으로 드러난 면과 다른, 감추어진 그들만의 속살이 숨겨져 있다. 다만 아직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필자가 오랜 세월 청년창업을 지도한 경험에서 볼 때, 청년창업의 실상은 표면적 현상과는 다른 면이 많다. 이제부터라도 표면적인 화려함 에 도취되기 보다는, 그 속살을 들춰내고 실상과 허상을 같이 봐야만 진정으로 청년창업 강국으로 도약할 것으로 믿는다.청년창업의 열기가 집결하는 곳이 바로 창업 공모대회다. 수많은 창업 공모대회마다 청년들로 넘쳐난다. 이를 두고 우리 청년창업자 층이 탄탄하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다. 정작 그들 중에는 창업기업가로서 일생을 걸겠다는 절박감을 가진 청년들은 많지 않다. 실상은 창업경험을 즐기는 낭만파들로 가득하다. 그들은 현실의 치열한 경쟁과 좁은 관문이 주는 두려움에 맞서기 위한 방책으로 창업을 선택한 청년들이다. 그들에게 청년시절의 창업경험은 일종의 '스펙 쌓기'다. 마치 1980년대 대학생들이 대학가요제 참가를 희망하는 것과 같은 마음이다. 그들에게 부족한 점은, 창업 기업가로서 성공하려는 즉 목숨건 승부사로서의 기업가정신이다. 이것이 청년창업 열기라는 표면뒤에 숨겨진 뒷면이다. 심지어 상금에 눈먼 상금사냥꾼들도 있다. 그들은 공모대회마다 참여해서 상금을 타내는 것을 주목적으로 삼는다. 이런 스펙창업자와 상금사냥꾼은 치열한 창업정신이 부족한 '낭만적 예비창업자'다. 실제 창업 자체는 그들에게 목표는 아니다. 대학시절의 추억만으로도 행복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그들의 행복 뒤에는 부조화가 있다. '낭만'과 '창업'이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부조화가 바로 그거다. 창업자의 길이 순탄할 수는 없다. 자신의 일생을 건 치열한 집념이 있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창업자는 언제 만날지 모르는 낭떠러지에서 추락하지 않으려는 오기와 절박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창업을 낭만으로 생각하는 창업자가 그런 절박한 순간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초기 창업은 했다고 하더라도, 소위 창업 3~4년에 발생한다는 '죽음의 계곡'의 위기 속에서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스티브 잡스가 남긴 교훈 중 '해군이 되려하지 말고 해적이 되라'는 말이 있다. 오늘의 우리 청년들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우리 청년창업에는 기업가정신이라는 근본이 결핍돼 있다. 자신의 일생을 거는 불굴의 의지, 위험을 돌파하려는 집념과 용기가 가슴 깊숙한 곳에 담겨야 한다. 해적 정신을 갖자는 스티브 잡스의 표현이 오늘따라 절실하게 들린다./손동원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 손동원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

2015-01-27 손동원

'장그래'와 베이비부머

'장그래법' 되레 비정규직 양산 부작용 낳을수도청년세대·은퇴자 경제적 곤란 상실감과 우울감임금피크제나 잡셰어링 같은 제도도입 적극 검토지난해 우리 국민은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한 탄식으로 보내며 우리사회의 안정망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확인하고 분노하는 해였다. 또 드라마 '미생'을 보면서는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청년세대의 일상과 삶의 불안과 절망을 새삼스럽게 돌아보는 한해이기도 했다. 안팎의 불안이 우리사회와 개인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미생의 주인공 장그래는 프로바둑기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입단 문턱에서 좌절하고 종합무역상사의 비정규직 사원이 된다. 그의 소망은 정규직 사원이 되는 것이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장그래는 낙하산이라는 질시도 아랑곳하지 않고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정규직이 되는 꿈을 이루지 못한다. 바둑판에서 생존의 최소 조건인 '두 집'을 내지 못한 것이다.현실은 드라마보다 훨씬 각박하다. 청년실업 400만을 넘어서고 있다. 비정규직의 애환 이전에 취업의 문턱도 통과하지 못해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말 기준 고용동향은 수치상으로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취업자 수가 전년도에 비해 53만3천명 늘면서 12년만에 최대 폭 증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업자 증가세를 주도한 것은 50대이상 연령층이었으며, 청년실업률은 9.0%로 사상 최고수준을 보이고 고용의 질이 오히려 악화된 측면도 있었다.정부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기간을 35세이상 근로자 본인이 원할 경우 현행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내놨다. '미생'의 주인공 이름을 본 따 '장그래법'이라는 명칭을 붙였지만 근본적인 대책이라 하기 어렵다. 불안한 비정규직의 연장책으로 비판받고 있듯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부작용도 낳을 가능성이 있어 꼼꼼한 보완책이 필요하다.우리 사회의 20대들은 인턴으로 고용됐다가 계약종료와 함께 버려지거나 비정규직의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두 집'을 내지 못해 미생마로 불안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 '장그래'들의 삶이라면, 완생이라고 믿고 있던 '대마'가 한 순간에 미생마로 바뀔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떨고 있는 것이 50대가 처한 현실이다. 50대는 주로 50년대 말에서 60년대 초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이다.내년부터 60세 정년연장법이 시행되면서 인건비 부담을 우려한 기업들이 올해와 내년에 걸쳐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 형태로 정년 전 퇴직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 중 50년대생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됐던 2011년에 이어 올해는 간신히 직장에서 버티고 있는 60년대생 베이비부머의 '퇴직 쓰나미'가 덮쳐올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침체와 저성장의 늪 속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비극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노후준비 없이 정년을 맞이한 50대들은 상당수가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 베이비부머들이 뛰어들고 있는 우리나라의 자영업은 선진국에 비해 그 비중이 2배이상 높다. 음식업의 경우 5년 평균 생존율이 27%에 불과한 개미지옥이라는 점이다.우울한 베이비부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자구책 중의 하나는 은퇴자들의 최대 자산인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집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도심의 주택을 정리하고 외곽이나 농촌지역으로 이주하는 것도 선택지 중의 하나다. 도심과 외곽지역의 부동산 가격차가 크기 때문에 차액을 노후자금으로 쓸 수 있다. 전원지역이나 농촌지역으로 옮길 경우 주거비와 생활비가 훨씬 적게 들어간다. 그러나 노후자금의 절대액이 부족한 사람들은 일정기간 일을 해야만 하기 때문에 생활권을 옮기는 것도 만만치 않다. 청년세대와 은퇴자들이 겪어야할 경제적곤란 상실감과 우울은 우리사회가 '다걸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우리사회의 장그래들과 베이비부머들을 위해 임금피크제나 잡셰어링(일자리나누기)과 같은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김창수 객원논설위원·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김창수 객원논설위원·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2015-01-20 김창수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만 고치려나

정부, 규제 완화한다며 '안전' 팽개친 의정부화재또다시 시작된 당정의 사고방지 관련입법 착수근본적 방법 찾는건 요원한 일인지 답답하기만또 인재(人災)가 발생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 의하면 지난 10일 의정부시 의정부3동 오피스텔 밀집지역에서 발생한 불로 26살 한모씨 등 4명이 숨지고 124명이 부상했다. 이재민은 225명으로 집계됐다. 모든 사고는 천재지변(天災地變)이 아니고서야 대부분 인재(人災)인 게 틀림없지만 이번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화재는 인재(人災)임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전·월세 대책으로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지난 2009년 도시형 생활주택 건축을 장려했다. 그러면서 주차장건설 기준, 소음 기준, 건물 간 거리와 진입로 폭 규제 등을 대폭 완화했다. 이 때문에 화재가 발생한 건물들은 1.2∼1.5m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건물 간격이 6m 이상 돼야 하는 일반 아파트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규제를 완화한다며 '안전'을 팽개친 대가가 5년 만에 대형 화재참사로 돌아왔다.'10층 이하' 건물은 '11층 이상'보다 안전할 거라며 각종 안전규정을 느슨하게 적용한 소방정책도 참사를 막지 못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불이 시작된 대봉그린아파트와 바로 옆의 쌍둥이 건물 드림타운Ⅱ는 10층짜리 주거용 오피스텔로 스프링클러조차 없었다. 현행 소방법은 11층 이상 건물에만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래서 2013년 11월 입주를 시작한 이 건물들은 지난해 10월 소방검사에서 '이상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두 건물은 주차장으로 쓰는 1층 필로티(개방형 공간)에도 소방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았지만 아무 제재를 받지 않았다. 차량 20대 미만의 주차장은 소방시설 규제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대봉그린아파트 1층 주차장은 천장 환기구가 막혀 있던 탓에 화염과 연기가 주변으로 솟아오르면서 피해를 키웠다.더욱 슬픈 것은 '외양간 고치기'가 또다시 시작됐다는 것이다. 당정은 조만간 긴급협의회를 열어 사고방지를 위한 관련 입법에 착수한다고 한다. 완강기 설치 의무가 없는 11층 이상에도 완강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비상탈출로를 더 확보하는 한편,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소방차 진입로를 확대 정비하는 방안 등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안전처는 한술 더 뜬다. 화재발생시 대형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건축물 외부 마감재 기준을 강화키로 하고 '이명박정부'에서 주택보급 확대를 위해 안전규제를 완화한 도시형생활주택의 화재 취약성에 대해 전수 조사할 방침이라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잠을 자면서도 공무원들은 '규제완화'를 생각하라 했지만 이번 화재의 책임을 은근히 이명박정부의 규제완화 책임으로 돌리려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도시형생활주택과 관련, 당초 건축사들을 비롯한 건축관련 전문가들로부터 문제 제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주차장확보 문제라든지, 건물간의 이격거리가 너무 좁다는 점이 지적됐고, 300가구 미만은 아파트 사업승인이 아닌 일반 건축물로 간주해 허가를 단순화하는 등 '빨리빨리 문화'가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들의 생활편의를 위함이라지만 이 같은 법은 또 있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2012년부터 다중주택이나 다가구주택에 설치하는 발코니는 개소 수와 관계 없이 모두 확장해 거실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발코니 등의 구조변경절차 및 설치기준'(고시)을 개정했다. 언제 또 건물구조 상 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지난해 우리는 마우나오션 리조트 붕괴를 시작으로 세월호 참사, 고양 시외버스터미널 화재, 장성 요양병원 화재, 임병장 총기난사, 판교 환풍구 추락 참사, 담양펜션 화재, 오룡호 침몰 등의 대형사고로 수 많은 목숨들을 잃었다. 사고발생은 육(陸)·해(海)·공(空)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외양간 고치기에만 급급하다.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지만 소를 잃지 않는 근본적인 방법을 찾는 건 요원한 일인지 답답한 마음이 드는 새해다./이준구 경기대 국어국문학과 부교수·객원논설위원

2015-01-13 이준구

아버지가 울고있다

새해 벽두부터 남북대화가 이슈로 떠올랐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년사로 당장 정상회담이 열릴 것처럼 언론들이 난리다. 남북대화를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야 하는 것은 국민들이 원하던 바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러나 남북대화에 성급히 뛰어들었다가 자칫 '쪽박'을 찰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열렸던 남북대화 학습효과로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벌써 이를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신년인사회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보다는 "통일이 이상이나 꿈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로 구현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준비와 실천에 최선을 다해 나아가겠다"고 원론적으로 밝힌 것은 '보여주기식'의 남북정상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옳은 지적이다.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는 걸 요즘 새삼 깨닫는다. 아직도 헌법에는 여전히 주적(主敵)인 북한, 그 곳의 지도자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년사를 대한민국 종편들이 앞 다퉈 생방송으로 내보냈어야 했었느냐는 나중에 논하기로 하자. 순전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나는 북한의 대남매체가 을미년 새해 벽두부터 '대화'와 '통일'을 일제히 쏟아내고 있는 것이 미심쩍다. 심지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강도높은 대북 제재 행정명령을 내리고, 우리가 그 말에 동의했음에도 우리 정부와 박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은 것도 이상하다. 그동안 우리는 남북대화 직후, 이해할수 없는 북측 태도와 그들의 뒤통수 치기 전략에 수없이 많은 정신적, 물질적 상처를 입었다. 남북대화는 양측이 진정성 있는 접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성과를 차근차근 쌓아올릴때 비로소 효력을 발생하기 시작한다. 양측의 고위급 관계자들이 판문점에서 또는 서울이나 평양을 왕래하면서 회담을 갖는다고 해서 남북대화가 진정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포옹을 하고,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좋아졌는가. 그때 뿐이었다. 2007년 판박이처럼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고 남북관계가 달라진 건 없다. 오히려 서해교전이, 천안함 폭침이, 연평도 포격이 일어났으며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햇볕정책으로 남북관계가 가장 좋았다는 김대중정부 시절, 실향민 1세대들이 원했던 것은 아주 사소한 것이었다. 생사확인.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만 확인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살아 있다면 서신왕래. 편지를 보내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의 거부로 무산됐다. 그럼에도 김대중·노무현정권은 이를 강력히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로또 복권 당첨같은 몇번의 '이산가족 상봉'이 있었다. 만일 그때 두 정권이 남북대화 결렬을 감수하면서까지 북에 생사확인과 서신왕래를 강력히 요구해 관철했다면, 남북관계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희망을 걸었던 남북대화의 기대감이 산산이 부서졌을때, 받는 상실감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남북관계의 화해는 1세대 실향민들의 생사확인, 서신왕래, 가족 상봉 3박자가 체계적으로 이뤄질때 진정성을 갖는다. 위대한 통일을 이룬 독일은 몇번의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변함없이 생사확인과 서신왕래, 그리고 만남이 이뤄진 후 통일의 기쁨을 맛보았다. 우리는 남북이 분단된 후 이땅에는 다양한 빛깔을 가진 정권들이 탄생했었다. 모든 정권마다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했지만 그것은 모두 '보여주기식'에 불과했고, 남북대화를 정치적으로 이용만 했을 뿐이다. 실향민의 아픔을 자신의 일처럼 절절히 느끼면서, 그들을 위해 남북관계를 풀어 보려고 했던 정권은 단언컨대 아무도 없었다. 을미년 새해 벽두부터 고위급 남북대화가 논의되고 있다. 이번에 남북대화가 이뤄진다면,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1세대 실향민을 위해서라도 생사확인과 서신교환을 우선 추진해보길 바란다. 실향민 1세대들은 늘 그랬던 것처럼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이번에도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기대를 가질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정치성이 가미된 남북대화로 더이상 1세대 실향민들이 실망감으로 눈물을 흘리게 해서는 안된다. 자신들의 부모가 고향과 가족이 그리워하며 무려 70년동안 울었다고 생각해 보라. 그런 마음가짐으로 진정성있게, 차근차근 남북 관계 개선에 임해주길 바란다./이영재 논설위원▲ 이영재 논설위원

2015-01-06 이영재

정치복원이 절실하다

지난해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둘러 싼 NLL정국, 이석기내란 음모사건 발표와 법무부의 통진당해산심판 청구 등의 정국이 지나고 갑오년 새해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으로 출발했다. 의미있는 화두였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에 필요한 최소한의 활로도 열지 못하고 빛바랜 구호에 그쳤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에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적폐가 민낯을 드러냈다. 세월호특별법제정 과정에서 진영논리가 작동하면서 '정치'는 설자리를 잃었다. 청와대와 주파수 맞추기에 급급한 집권여당과 무능한 야당의 적대적 공존의 당연한 귀결이다. 인사실패가 늘 지적돼 왔지만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월호참사 이후 두 총리후보자의 낙마와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은 불통논란을 재연시켰고 폐쇄적 국정 운영의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이념갈등에서 비롯된 종북논란은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해산을 가져왔다.정치로 풀어야 할 난제와 의혹들은 사법의 영역으로 떠밀리고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는 한국정치의 일상이 돼가고 있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덕목인 관용이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정치사회적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귀착지는 진영 논리다. 진영논리의 구조적 요인은 남북분단이지만 분단이라는 특수성만이 아직도 강조된다면 이보다 더 퇴행적일 수 없고, 냉전적일 수 없다.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적대와 대립의 프레임은 결국 정치의 왜소화와 퇴행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권력의 최고정점이 제시하는 방향성은 정치 자체를 왜곡시킨다. 세월호특별법 협상과정에서 여야의 2차 합의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유족과 야당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여당의 마지막 결단"이라고 함으로써 여당의 자율성과 '정치'기능을 결과적으로 봉쇄했다. '청와대문건 유출'사건에서 수사의 방향이 정치권력에 의해 구도자체가 설정되는 현실에서 실체적 진실의 규명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여전히 항간의 의혹에 대해 검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해산 이후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지켜 낸 역사적 결정"이란 대통령의 언급은 통진당 당원 전체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의 발빠른 착수로 연결됐다.한국정치의 퇴행적요소를 배척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 여당이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야당이 책임을 방기하는 현실이 소통을 가져올 리 만무하다. 지난 해와 올해의 박근혜 정부 2년을 관통하는 프레임은 사안이 결국 진영 논리로 귀결되고 편가르기로 귀착되면서 역설적으로 두 이념적 극단이 '공생'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정치복원의 주체는 역시 정당이다. 정당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사회적 갈등은 관리될 수 없다. 갈등의 완전한 해소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갈등을 최소화하고 불거진 이해의 상충이 제도권내에서 건강하게 토론될 때 이해를 달리하는 집단간의 최소한의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를 전제한다면 이의 메카니즘은 역시 정당정치일 수 밖에 없으며, 균열의 조정과 합의 도출은 정당의 몫으로 귀결된다.집권당이 중심을 잡고 민심의 소재를 정확히 청와대에 알리고 대통령에 대해 시민사회의 비판과 지적을 여과없이 전달해야 한다. 대통령도 정당의 자율성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집권당 지도부가 청와대의 심기를 과도하게 의식하는 현재의 당청관계에서 여당의 존재감은 초라할 수 밖에 없다. 청와대와 당과 정부가 권위를 가지고 각자의 위상을 지켜낼 수 있어야 한다. 야당은 2·8전당대회를 계기로 고질화된 계파온존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혁신도, 미래의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는 야당에게 지지를 보낼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정치의 복원없이 정책이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없다. 정치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리더십이 아쉽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교수▲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교수

2014-12-30 최창렬

오죽하면 해상시위 할까

중국 어선 서해5도 '싹쓸이 불법조업' 심각中어민 해양안전본부 단속대원 안 무서워해생존권 위협받는 어민들 생계대책 요구 당연"해경이 없어지면 큰일인디. 중국 어선들이 무서워 조업도 제대로 못할 지경이구먼."지난 5월19일 박근혜 대통령의 해양경찰 해체 발표에 대한 전라도 신안군 어민들의 반응이다. 그러나 당시 세월호 침몰여파로 나라 전체가 초상집 분위기여서 불만을 표출하기도 조심스러웠다. "나라님께서 하신 일이니 어련히 잘 하시겠는가"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지난 7일 겨울의 진객 '흑산홍어' 조업에 나선 어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중국어선들이 우리 해역에 떼로 몰려들어 그물에 걸린 생선은 물론 해상에 설치한 어구들까지 몽땅 훔쳐간 것이다. 지난달부터 홍어잡이에 나선 신안군의 흑산도 어선 6척은 작게는 1천만원에서 최고 6천만원 가량의 재산손실 피해를 입었다.백령도·연평도·대청도 등 서해 5도 어민들의 처지는 더욱 절박하다. 지난 수개월간 중국어선 500~700척이 대규모 선단을 이뤄 서해최북단 어장을 유린하는 것도 모자라 우리 어선들을 바다에서 내쫓고 있는 것이다. 물도 제대로 새지 않을 정도로 올이 촘촘한 그물로 바다 밑바닥까지 훑는 탓에 어족 자원의 씨가 마를 판이다. 지난 11월 26일 어민 160여명이 소청도 남쪽해상에서 시위를 벌였다. 서해 5도는 생계터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며 정부에 대해 집단이주대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옹진군 어민들의 데모는 현재진행형이다.동해안에서도 무리로 몰려다니며 싹쓸이하는 등 우리 바다를 자기네 안방처럼 마음대로 누빈다. 울릉도의 오징어 어획량은 2002년 8천731t에서 지난해에는 1천813t으로 급감해서 '울릉도오징어'타령이 민망하다. 중국어선들의 우리 영해내의 불법 조업은 갈수록 심해지면서 해적행위 격증 내지는 심지어 단속하는 해양경찰에 대한 무력시위도 다반사다.한국과 중국의 합의에 의해 매년 1천600척의 중국어선이 우리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들어와 6만t을 어획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3천~4천척이 마구잡이로 남획(濫獲)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산정책연구소는 2012년의 피해규모를 1조3천500억원으로 추정했다. 당해연도 국내 연근해어업 생산량의 62%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는 중국어선 1천~1천500척이 불법조업한 경우를 전제한 것이어서 실제 손실규모는 수조원대에 이를 것이다.우리 해경에 나포될 경우 담보금이 척당 수천만~수억원에 불과해 불법조업으로 거둬들이는 수익이 훨씬 큰 때문이다. 올해 불법조업이 특히 심했던 것은 또 다른 이유이다. 매년 500여척 내외를 단속했으나 금년엔 중국어선 단속실적이 50%로 격감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상당수의 인력과 장비가 진도 사고현장에 동원돼 단속 여력이 매우 취약해진 것이다. 해경의 해체는 설상가상이었다. 해양경찰청이 경찰이란 이름이 빠진 해양안전본부로 변경되면서 중국어선들이 단속대원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다. 해경해체 소식에 중국어민들은 만세를 불렀다는 소문이다. 해양경찰로부터 육지경찰로 업무이관 과정에서 상당기간 동안의 시행착오 내지는 업무분장이 제대로 안돼 빚은 혼선은 화를 더 키웠다.앞으로가 더 큰일이다. 해경청이 신설된 국가안전처 해양안전본부로 편입되면서 해상공권력이 약화돼 효율성이 떨어질 공산이 큰 것이다. 일선의 해양경비안전서는 초동수사권을 확보했으나 관련된 다른 위법사항에 대한 보강수사는 일일이 육지경찰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일본 등이 해상기관을 잇따라 강화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중 FTA 체결에 따른 국내수산업의 피해가 불가피한 터에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격앙된 일부 어민들은 화염병을 제작해 자체적으로 불법어로에 대항하겠다는 소문도 들린다. 불법조업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영해내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또한 우리의 바다는 5천만 국민을 부양하는 소중한 식량창고다. 치안부실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어민들이 정부에 생계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4-12-23 이한구

창업교육, 전공과정 돼야하는 이유

창업, 열정만으론 성공못해 '전문적 학습' 필요아이디어발굴 등 현실접목 실전교육 제공돼야기업가정신 구비한 청년배출 가능성 더욱 커져최근 창업 열기가 어느 때보다 높다. 대학 내 창업 동아리도 활성화되고, 스타트업의 성공 스토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벤처붐 시절 이후 가장 큰 열풍으로 생각된다. 물론 여전히 생계형 창업의 비중이 높다는 염려가 있지만, 곳곳에서 청년들의 높은 창업의지를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창업 열기가 높아질수록 지난 1990년대 후반의 벤처붐 시절이 남긴 교훈을 다시 기억해야 한다. 벤처붐 당시 많은 청년들이 벤처창업 열풍에 내몰렸었다. 그들은 테헤란로의 작은 벤처들이 야전침대에서 자면서 성공하던 벤처신화에 열광했다. 그 신화를 좇아 많은 청년들이 창업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벤처붐이 꺼진 이후 드러났다. 당시 청년 기업가들은 혹독하게 변한 벤처 환경에 대한 대처능력을 갖추지 못했었다. 벤처창업으로 단번에 큰 돈을 버는 것에 대한 의지만 있었지 무엇이 진정으로 창업자가 갖춰야 할 덕목인지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코스닥시장에 들어갈 수준의 창업자들조차 기업사냥꾼의 유혹과 속임수에 바로 넘어가버렸다. 벤처와 코스닥이 통째로 국민과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정규 군사교육을 받지 못한 채 전쟁터로 나간 병사를 학도병이라고 한다. 그들은 전투의 기초기술인 총검술과 사격 등을 훈련받지 못하고 전쟁터에 투입되어, 오직 열정만 가진 미숙한 군인들이다. 더 이상 창업 학도병을 전쟁터에서 전사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창업은 열정만 갖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창업에 관한 지식, 정서, 덕목 등에 대해서 전문적인 학습이 있어야 한다. 현실적인 성공 가능성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훌륭한 군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사업체를 꾸려가다 보면 다양한 상황을 맞게 된다. 그런데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적절한 대응을 모르게 된다. 특히 기업가로서 기대되는 윤리의식을 망각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미국의 스탠포드 및 MIT 대학에서 기업가정신 교육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대학문을 나서기 전에 기업가정신을 제대로 익히고 나가게 하는 것이다. 기업가정신이란 단순히 기업가로서의 덕목과 생각방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로서 성공하기 위한 스킬과 상황대처능력들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 벤처붐 시절 기업가들의 미숙한 대처와 기업사냥꾼들의 교활한 유혹에 의해 벤처정신은 질책의 대상이 되었고, 코스닥시장은 투기장으로 오해를 받게 되었다. 그 이후 각고의 노력을 통해 벤처 정신은 다행히 명예를 회복한 셈이지만, 코스닥시장은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당시 기업사냥꾼들의 유혹에 넘어간 코스닥기업들이 많다는 사실은 바로 철저한 기업가정신이 없었다는 입증이다. 여전히 투자자의 손실을 고려하지 않는 코스닥기업에 대한 염려가 있기 때문에 코스닥시장은 성장 추세로 들어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가정신 함양의 필요성이 반영되어 지난 수년간 대학에서 창업 교육은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다. 그런데 그 창업교육들은 대체로 교양 교육에 그쳤다. 이처럼 교양 교육도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창업에 대한 전공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다. 교양 과정은 체계적인 학습이 가능하지 않게 된다. 이런 점에서 창업 교육의 대전환이 요청되는 것이다. 단순히 성공한 기업가들의 강연만으로 기업가정신이 완성되지 않는다. 창업 아이디어 발굴, 기술사업화, 특허사업화, 창업인턴십 등 현실과 접목된 실전형 전문교육이 제공되어야 완성도가 높아진다. 하나의 전공으로서 창업교육이 진행되면 기업가정신을 제대로 구비한 청년들을 배출할 가능성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대학원 과정을 통해 창업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것도 시급하다. 앞으로 창업전문 교육을 담당해줄 전문 인력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이는 경영학 교육의 대전환이 될 가능성도 많다. 기존 경영학 교육이 대기업 임원에게 적합한 교육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것이 창업 교육과 접목하면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창업 교육이 전공 과정으로 들어서는 것의 가치는 이만큼 높다./손동원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 손동원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

2014-12-16 손동원

신기루(蜃氣樓)의 문화적 가치

월미도 해상에 레이저쇼 같은건 어떨지?대형건물 스크린 삼아 천변만화 풍경 재현은?쇠퇴 구도심 새로운 관광자원 되지 않을까비현실적인 이야기나 토대가 취약한 사물, 근거가 없는 말을 가리킬 때 흔히 사상누각(砂上樓閣), 혹은 공중누각(空中樓閣)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사상누각이나 공중누각이라는 말은 모두 신기루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신기루는 바다나 사막에서 먼 곳에 있는 물체가 공중에 떠올라 보이거나 거꾸로 비쳐 보이는 현상이다. 신기루의 다른 명칭은 해시(海市)인데, 일본에서는 '나고노 와다리' 혹은 '하마소비'라고 부른다. 신기루라는 명칭을 보면 신(蜃) 대합이나 이무기를 말한다. 고대인들은 이 풍경들이 거대한 조개나 이무기가 뿜어낸 입김이 누대나 성곽의 형상을 나타낸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영어로는 미라지(mirage)인데 사물을 비춰주는 거울(mirror)이라고 여겼던 것으로 짐작된다. 이 기묘한 현상이 빛의 굴절현상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사람은 수학자 G.몽지만이다. 신기루는 지표나 수면 부근의 대기와 그것에 접한 대기 간에 기온 차가 클 경우, 두개의 서로 다른 기온층 사이를 빛이 통과할 때 굴절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세계적으로 이름난 신기루 발현 장소는 중국 산둥성 옌타이의 펑라이거(蓬萊閣) 앞바다와 이탈리아 메시나 해협이다. 펑라이거 앞바다의 신기루는 주로 늦은 봄과 여름 사이에 나타나는데 서너시간 계속되며 거대한 배나 다리·산·도시 모습으로 바뀌는 대장관을 연출한다고 한다. 봉래각 신기루가 나타날 때면 이 광경을 보러 수많은 구경꾼들이 몰려든다고 한다. 이탈리아 메시나해협에서는 공기의 온도가 높아지고 물이 잔잔해지면, 구름위로 아름답고 웅장한 항구도시의 모습이 반영되고, 다시 그 위에 제2, 제3의 도시가 솟아올라 현란한 탑이나 화려한 궁전같은 장관이 겹겹이 펼쳐진다고 한다.우리나라의 경우 인천 앞바다가 유명한 신기루 발현처였지만 잊혀진지 오래다. 월미도 왼편 해상의 수평선에는 봄철 바람이 없는 날이면 섬모양, 커다란 선박이나 건축물 모습이 마치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출현했다는 1930년대 신문기사에서 종종 보인다. 고려시대 문호인 이규보의 수필 '계양산에서 바다를 보다'를 보면 '산에 올라 조수가 밀려오는 것과 해시(海市)의 변괴를 구경했다는 언급이 나오는데, 당시에도 인천의 신기루는 큰 구경거리였음을 알 수 있다.신기루가 부정적 의미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상상적 신기루의 산물이라할 수 있는 판타지는 문학이나 음악·영화의 한 장르로 분류되고 있을 만큼 많이 창작되고 대중적 인기가 높다. 오랫동안 민속놀이로 이어져온 불꽃놀이나 그 현대적 재현인 불꽃축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신기루라 할 수 있다. 신기루나 불꽃놀이의 매력은 환상적 풍경이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신기루는 홀연히 나타나 짧은 시간동안 유지되다가 사라지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일이나 현상이다. 바로 출현의 의외성과 순간성, 비현실적 환상적 아름다움이 신기루와 판타지의 매력인 셈이다.뜬금없이 신기루 타령을 하는 것도 신비로운 자연현상이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그 현상의 발현처인 월미도나 인천 내항 일대의 문화 콘텐츠로 재현할 수 없는가 하는 발상 때문이다. 신기루를 다시 볼 수 없다면 인천의 축제프로그램으로 월미도 해상에 인천의 신기루를 재현하는 해상 레이저 쇼 같은 건 어떨까? 아니면 대형 건축물을 스크린 삼아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를 설치해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풍경을 디지털로 재현한다면 쇠퇴하는 구도심의 새로운 매력물이 되고 관광자원이 돼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신기루 같은' 생각은 또 어떨까./김창수 객원논설위원·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김창수 객원논설위원·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2014-12-09 김창수

담배 한 개비

담뱃값 2천원 대폭인상 앞뒀는데…금연운동·세수증대·서민들의 불안감…얽혀있는 방정식 어떻게 풀어질지 궁금여야 합의로 담뱃값을 2천원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야당은 1천원의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2천원 인상을 고수해 온 정부·여당안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세수 증대 목적이 아니라고 밝히지만 서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1만4천원 하는 담배도 있다. 그래서 뉴욕에는 1개비씩 파는 낱개 담배가 있다. 1970년대 우리나라 광화문 종로에서도 노점상에서 낱개 담배를 팔았다. 일명 '까치담배'가 다시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1970년대 어렵던 군대시절 훈련소나 자대생활 중 졸병 고참 할 것 없이 최고의 기호품이 담배였다. 물론 비흡연자는 제외다. 한때 비흡연자에게는 담뱃값 대신 돈으로 주었다지만 그때는 안 피우는 사병들에게도 다 배급했다. 50분 훈련 후 조교가 외친다. '담배 1발 장전' 하면 훈련병들은 '발사' 하고 외치면서 담배를 꺼내든다. 꿀맛이었다. 어느 친구는 길이가 짧은 화랑담배 한 개비로는 양이 모자라다고 두 개비 이상을 연신 뿜어댔다. 이틀에 한 갑씩 한 달이면 15갑이 지급됐다. 그러나 담배 배급도 끊어진 군에서 이젠 10만원 조금 넘는 이등병의 월급으로는 4천500원의 담뱃값을 감당하기 어렵게 됐다. 사병들도 담배를 끊어야 할 경우가 내년부터는 생길 판이다.담배를 말할 때 시인 오상순을 빼놓을 수 없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붙이기 시작한 담배를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놓지 않았다고 한다. 호도 아예 담배꽁초를 연상케 하는 공초(空超)다. 그는 보통 하루에 180여 개비를 태웠다는 것이다. 20개비들이 담배 아홉 갑을 피웠으니 지금 생각하면 상상이 안 될 정도다. 순진무구의 영혼으로 살다 간 천상병 시인도 '나의 가난은'이라는 시에서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한 잔 커피와 갑속의 두둑한 담배…'라고 노래했다. 담배를 끊었다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고민이 생기면 가끔 담배를 얻어 피웠다고 한다. 마지막 길을 가려고 오른 부엉이 바위에 다다랐을 때도 고인은 담배를 찾았다고 한다. 아쉽게도 동행한 경호과장은 담배가 없었다. 담배를 가져오려는 경호과장에게 '됐다'고 하고는 세상을 등졌다. 숨지기 전 담배 한 개비를 물었더라면 어찌 됐을까 상상해 보는 이도 있다.이처럼 담배의 엄청난 폐해를 알면서도 담배를 피워본 사람은 나름대로의 효능을 안다. 생리적인 안정감뿐 아니라 심리적인 안정감도 주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마음이 공허하다거나 괴로울 때 피우는 담배는 풀리지 않는 갈증과 답답함을 해소해 주기도 한다. 어떤 의사는 담배를 끊으려다 받는 엄청난 스트레스보다 차라리 피우라고 하는 경우도 이 때문인지 모르겠다. 유독 한국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높다. 지난해 기준 42.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두 번째다. 특히 30~40대 남성들의 흡연율은 각각 54.5%, 48.0%로 2명 중 한 명은 담배를 피운다. 최근 흡연율이 낮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골초 국가'다. 한국인들의 새해 결심 가운데 가장 많은 게 금연이고, '작심삼일(作心三日)'을 대표하는 것도 금연 결심이다.1996년 국민건강증진법이 발효되면서 흡연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담배와의 전쟁이 본격화한 것이다. 공공기관마다 금연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했고, 요즘도 텔레비전의 공익광고에는 담배의 독성과 폐해가 자주 등장한다. TV드라마에서마저 흡연장면을 퇴출시켰다. 담배연기에는 무려 4천여가지의 독성화학물질이 들어있고, 이 중 20여종은 발암물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그래서 요즘처럼 담배 피우는 사람이 천대받는 때도 드물다. 예전 같으면 담배끊는 사람을 '독한 놈' 취급을 했다. 지금은 안 끊으면 그 취급을 당한다. 담뱃값의 대폭 인상을 앞두고 금연운동, 세수증대, 서민들의 불안감, '담배 한 개비'에 얽혀 있는 방정식이 어떻게 풀어질지 궁금하다./이준구 경기대 국어국문학과 부교수·객원논설위원

2014-12-02 이준구

'벼락부자' 꿈꾸는 이 시대 놀부들에게

삼성SDS 상장으로 더 크게 부자된 삼성가 세자녀내달 제일모직 상장… 재산 천문학적으로 또 늘어나사회정서 감안 어떻게든 국민 달래는 해법 내놔야흥부가 '벼락부자'가 되자 놀부는 배가 아팠다. 흥부는 금은 보화는 물론 그 유명한 화초장까지 챙겨 줬지만 놀부의 배는 더 아팠다. 놀부는 그날부터 집 처마 밑에 앉아 제비가 날아오기만을 기다렸으나 마음씨 고약한 놀부집에 제비가 날아올 리 없었다. 안되겠다. 직접 제비를 찾아 나서야겠다. 놀부는 "제비 몰러 나간다~~~제비 후리러 나간다~"를 부르며 제비를 잡으러 나갔다. 흥보가의 '제비 후리러 가는 대목'이다. 한때 이 소리는 이동전화 CF로 사용돼 유명세를 탔다. 중중모리 장단으로 거들먹거리며 나가는 놀부의 탐욕스러운 모습을 뛰어나게 묘사해 흥보가 최고의 대목으로 꼽힌다.살기 팍팍한 지금, '벼락부자' 이야기로 서민들의 마음이 뒤숭숭하다. 삼성 SDS 상장으로 벼락부자가 된 이건희 삼성회장의 세자녀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과 그 주변 사람들 때문이다. 원래 부자였지만 더 큰 부자가 된 그들을 서민들은 부러움 반, 시기 반의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다. 지난 14일 삼성 SDS가 상장 되면서 이들은 '벼락부자'가 됐다. 상장 첫날 주가만으로도 삼남매 지분가치는 4조8천억원대에 이른다. 하지만 서민들은 이들이 적은 비용을 투자해 대박을 맞았다는데 주목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주당 1천180원에 108억원어치 삼성SDS 지분을, 이부진·이서현 사장은 주당 1천112원에 각각 34억원씩을 투자해 이 부회장은 약 277배, 이부진 이서현 두 사람은 약 291배의 투자 수익률을 올렸다. 1999년 23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3자 배정 방식으로 세 자녀에게 넘긴, 당시 그룹 구조조정본부의 핵심이었던 이학수씨와 김인주씨도 각각 1조원, 5천여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이들 역시 '벼락부자'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과 헐값 3자 배정은 2009년 삼성특검 수사와 재판을 통해 불법 판정을 받았다. 삼성그룹이 불법 경영권 승계를 시도한 게 인정된 것이다.다음달 18일 삼성 세자녀들은 제일모직(구 에버랜드)상장으로 또 '벼락부자'가 된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주식 3천136만9천500주(25.1%)를 보유하고 있다. 이부진·이서현 사장도 각각 지분 8.37%씩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예정가 5만3천원 기준으로 주식가치는 이 부회장은 1조3천100억, 두 딸은 각각 5천500억원에 이르게 된다. 상장 뒤 최고 공모가의 2배까지 오른다고 가정할 때 주당 10만원 안팎으로 보면 삼성가 3남매가 보유한 제일모직의 주식가치는 4조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SDS에 이어 제일모직 상장까지 두달 사이 이들의 재산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세 자녀는 1996년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전환사채(CB)를 주당 7천700원에 96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스스로' 내놓은 전환사채를 사들인 것인데 당시 삼성에버랜드 주가는 주당 8만5천원대였다. '특혜'란 말이 나와 이 부회장의 제일모직 지분취득은 삼성SDS 지분취득과 함께 삼성 특검에서 경영권 편법승계와 관련해 수사대상에 올랐었다.물론 주식 헐값 인수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이미 끝났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아무리 합법적이어도 불과 47세, 45세, 42세에 수조원의 재산가가 된다는 것을 쉽게 납득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법보다 더 강한 '국민정서법'이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어떻게든 국민을 달래는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때맞게 야권에서는 불법으로 취득한 주식으로 발생한 차익소득을 국가로 환수하는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이학수 특별법(불법이익 환수법)'이다. 벼락부자가 되고 싶었던 놀부는 소원대로 제비다리를 부러뜨리고 치료해준 대가로 그토록 갈망하던 박씨를 손에 넣었다. 박속에서 꾸역꾸역 쏟아져 나올 금은 보화를 그리며 양지바른 곳에 박씨를 묻고 박이 잘 자라기를 기원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우리가 모두 다 아는 사실 그대로다. 흥보가를 누가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속에는 '벼락부자'를 꿈꾸는 수많은 우리사회의 놀부들에게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는 조상들의 가르침이 담겨있다. '벼락부자'가 반드시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이영재 논설위원▲ 이영재 논설위원

2014-11-25 이영재

정치혁신의 방향

여당, 강고한 기득권 프레임에서 벗어나야야당도 고질적 계파주의 탈피해야 혁신 가능보여주기식이라면 국민들과 멀어질수 밖에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보수혁신위원회와 정치개혁실천위원회를 가동하고 있으나 국민들과 유리된 그들만의 혁신 프레임에 갇혀 있다. 여야의 혁신안은 그동안 늘 제시돼 왔던 방안들로서 새로운 정당체제로의 변화를 담보할 내용들을 담고 있지 못하다. 최근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가 내놓은 안은 불체포특권 내려놓기, 출판기념회 금지, 무노동 무임금 겸직 금지, 세비 동결 등 낯익은 내용들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새누리당 의총에서 반대에 직면했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불신이 임계점에 다다른 상태에서 제기된 혁신안에 대해 새누리당 의총에서 불만이 제기됐다니, 국민들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 정치권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출판기념회 금지와 본회의 불참 의원에 대한 세비 삭감에 법리적 문제가 따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정치권이 보여준 행태에 비춰 볼 때 혁신적 대안이 아니고서는 의원들의 모럴해저드를 막을 길이 없다.한국정치는 타협과 협상에 익숙하지 못하다.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거대여당과 거대야당이 시민사회의 균열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고, 소수의 의견이 정치적 의사로 형성되지 못하는 정치에서 정당의 존재를 찾는 것은 무의미하다. 예산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는 후진적 한국정치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다. 상임위를 거치면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보다 15조원이나 증액된 예산안은 무상복지를 둘러싼 여야간 논쟁의 공허함을 보여주고 있다.새누리당이 내세우는 보수의 혁신은 개혁적 보수를 지향함으로써 기득권에 집착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 가치가 있다. 새누리당이 표면적으로는 무상복지를 과도한 복지가 경제활성화에 짐이 되고 경제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논쟁의 핵심이 법인세 등 직접세의 증세를 둘러싼 논쟁이고 보면 새누리당이 대기업의 이해에 포획돼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최근 새누리당 일각에서 법인세를 일시적으로 인상해서 경제적 효과를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정당이 모든 계층을 대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혁적 보수가 새누리당이 나아갈 방향이라면 특정 세대와 지역의 지지에 연연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를 대표할 수 있는 정당체제로의 전환에 정당혁신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정당혁신은 정치개혁의 차원과 연계돼야 한다. 정치제도와 선거제도 혁신, 당청관계의 개선 등 정치 전반에 대한 개혁은 최종 심급에서 정치가 제 본령을 다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안위와 특권에 집착하고 기득권에 몰입하는 행태가 지속되는 한 정치 자체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나 당권·대권 분리, 상향식 공천 등은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표출되고 이익이 집약될 수 있기 위한 방편으로 작동될 때 의미가 있다. 당내 계파의 존재도 경쟁과 협력을 통해 정책을 토론할 수 있는 기제로 기능할 때 존재가치가 있다.정당체제가 국민의 의사를 집약해 수렴함으로써 계층간의 갈등이 원만하게 제도권내에서 수렴되는 것이 건강한 정당체제다. 그러나 정치권의 혁신 노력은 그러한 정치의 기능과 정당문화를 견인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에 천착하지 못한다. 보여주기식의 혁신은 국민들과는 유리될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권·당권 분리 역시 그들만의 기득권을 둘러싼 논쟁과 다름없다. 여당은 강고한 기득권의 프레임에서, 야당은 만성적이고 고질적인 계파주의에서 탈피할 때 여야 정치권의 정당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 여야의 혁신이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지향하는 이념적 성찰이 전제되지 않으면 또 한 번의 신장개업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14-11-18 최창렬

고용불안이 경제를 망친다

비정규직, 8월현재 600만명 넘어서 '사상 최고'양날의 칼로서 가공할 폭발력 지닌 '시한폭탄'소비부진→저성장→고용불안심화 '빈곤 악순환'금년 달력도 마지막 한 장 남았다. 내년도 국내외 경제에 눈길이 가나 장밋빛 전망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4분기 연속 '0%'대의 저성장을 지속해온 터에 생계형 대출마저 증가하는 추세인데 수출여건도 신통치 못하다. 내외수 성장세가 동반 약화되면서 저성장이 장기화할 우려마저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의 을미년 4%성장 호언이 메아리처럼 들린다. 저임금의 비숙련 노동이 주목된다. 마른수건 짜기가 재연될 조짐이 큰 탓이다.국내의 임금근로자 총수 대비 비정규직의 비중은 32.4%로 약간씩 줄어드는 추세이나 그 숫자는 점차 불어나 올해 8월 현재 사상 최고인 600만명을 넘어섰다. 1년만에 13만명이 증가한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임시직·일용직 등을 포함할 경우 경제활동인구의 30%를 훨씬 능가하는 840만명으로 추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정규직 반드시 해소'공약에 역행하는 결과여서 눈길이 간다.정규직과의 소득격차 확대는 설상가상이다. 고용노동부가 3만1천663개 표본사업체 소속 근로자 82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는 2008년 134만9천원에서 작년 298만5천원으로 5년만에 무려 2배이상 벌어졌다. 2013년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은 정규직의 47.0%에 불과했다. 퇴직금과 상여금, 시간외 수당 등은 물론 사회복지 혜택까지 축소중인데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비정규직들의 수입은 더욱 낮아진다. 장기간의 저성장에다 간접노동 확산도 한몫 거들었다.파견·업무위탁·노무도급·사내하청·외주·분사·근로자공급 등으로 근로자들을 실제 사용하는 사업주는 근로조건 등 일체의 지배력을 행사하면서도 제도적으론 법적 고용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면책특권을 누린다. 1998년 IMF사태 이후 비숙련의 상시지속업무를 아웃소싱으로 전환하면서 작금 '단가 후려치기'는 예사며 '10년을 일해도 신입사원'들이 양산되고 '바지사장'도 성업중이다. 지난달 20일 새정치민주연합 이석현 국회의원의 분석에 의하면 비정규직 근로자를 고용중인 사업장 3곳중 1곳에서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차별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 또한 줄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헛구호일 뿐이다.정규직으로의 전환율이 매우 낮은 것은 또 다른 주목대상이다. 지난 10월2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영국·독일·프랑스·네덜란드·일본 등 16개국을 대상으로 한 '2013년 비정규직 이동성 국제비교'에서 한국은 정규직 전환율이 선진국중 가장 낮은 국가로 자칫 수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열악한 일자리의 덫(trap)에 걸릴 위험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1990년대말 버블붕괴를 계기로 평생직장은 빠르게 위축됐다. 기업들은 재무지표 개선이란 소기의 성과를 거뒀으나 임금수준이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한 비정규직이 대량발생하면서 민간소비는 서서히 둔화됐다. 수출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질됐으나 2008년 미국의 비우량채권사태를 계기로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다. 고용불안의 망령은 청년들의 자립의지 위축 내지는 출산율의 확대재생산을 결과해서 고령화를 더 촉진했다. 계층간·세대간 갈등우려는 또 다른 고민이다. 종신고용의 나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이야기다.비정규직 문제는 양날의 칼로서 가공할 폭발력을 지닌 시한폭탄이다. 비정규직→소비부진→저성장→고용불안 심화 등 빈곤의 악순환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가 현안이나 가격기구를 통한 자율적 해결은 난망이다. 국제공조를 통한 비숙련노동문제 청산을 주문한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에단 켑스타인 교수는 "정부는 고용불안 노동자들이 변화하는 경제상황에 적응하도록 도와줄 책임이 있다"고 역설했다. OECD는 총수요진작을 위해서라도 각국 정부들이 비정규직 축소에 팔을 걷어붙일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 고용불안은 더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어 보인다.끓는 냄비 속 개구리를 닮아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4-11-11 이한구

대학 창업보육 과세 하면서 창조경제 성공 가능한지

외형상 '산학협력단'일뿐 공공성 여전히 지배'공간 빌려주기' 관점은 시대흐름 뒤떨어진것인센티브조차 없는데 '임대사업자 규정' 안돼우리나라 창업보육의 역사도 15년을 넘어섰다. 지난 1990년대 후반 벤처강국의 의지를 담아 신생 벤처들을 키우는 입주시설로서, 대학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출범했었다. 그동안 스타 기업을 많이 키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실적이 부끄러운 수준은 아니다. 가장 최근의 공식 통계인 2012년 말 기준으로, 입주기업 5천123개, 고용인원 1만7천276명, 매출액 1조6천592억원에 달할 정도로 만만치 않은 위상을 보인다. 그런데 특이한 사항은 전국 창업보육센터 276개중 75%인 207개가 대학이라는 사실이다. 이처럼 대학이 창업보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는 창업보육을 공공재(public goods)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즉, 신생 벤처에 혜택을 베푸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이러다보니 비용과 수익을 철저히 계산하는 영리조직에서는 창업보육을 맡을 이유가 없었다.창업보육에서 수익을 얻기 어렵다보니 많은 창업보육센터들이 적극적이지 못하다. 최소한의 외형을 유지하는 선에 머무는 기관도 많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수익 인센티브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창업보육시스템에서 양질의 벤처창업을 기대하기 어렵다. 창업보육은 신생기업에 혜택이 되지만 창업보육센터 입장에서도 최소한 숨을 쉴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학의 창업보육을 임대사업자로 규정하고 세금을 부여하려는 정책이 대학 창업보육을 흔들고 있어 안타깝다. 이 정책에 의해 사립대의 경우 재산세를 내고 국립대는 국유재산 사용료를 내야하는 상황에 몰려있다. 대학은 현재 보육공간의 입주기업들에게 최소한의 사용료를 얻는다. 물론 영리적인 가격 설정은 불가능하다. 이처럼 공공성 기조로 운영됨에도 임대사업자로 규정하는 것이다. 대학은 공간활용도로만 따진다면 창업보육보다 더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지만 공공성에 충실하고자 전략적 결정도 하지 못하고 있다.이 문제에 대한 중소기업청의 해결 의지와 달리 다른 부처들의 오해로 정책혼선을 빚고 있다. 이미 금년 3월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창업보육센터를 대학시설로 인정하고 재산세 100%감면 방침을 정리한 바 있다. 그러나 과세당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들의 오해는 대학의 창업보육이 대학 고유사업이 아니라는 점, 그래서 산학협력단이 최소한의 수익을 얻는다는 점을 지목한다. 그런데 창업보육은 본래 대학고유사업이었지만, 산학협력단 조직 출범에 의해 외형만 이관됐을 뿐이다. 대학의 재량적 전략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분장만 산학협력단 소속으로 넘어간 것이다. 즉, 외형상 산학협력단으로 넘어갔을 뿐 실제는 공공적 속성이 여전히 지배하는 것이다.이제부턴 오히려 창업보육을 통한 창조경제의 성공의 길을 논의해야 한다. 그래야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스타 벤처들을 낳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창업보육은 이미 비즈니스의 하나로 인식된 지 오래다. 창업보육은 공간 제공뿐 아니라 경영 멘토링과 사업자금을 제공하면서 수익을 추구하는 비즈니스로 진화해 왔다. 즉, 신생 벤처에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분을 얻고 그 지분회수에 의해 수익을 얻는 모델이 된 것이다. 최근에는 엑셀러레이터라는 변종 사업자가 등장해서 엄청난 수익을 얻고 있다. 현재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는 벤처인 우버(Uber)와 에어비앤비(Airbnb) 기업들이 '와이-컴비네이터(Y-combinator)'라는 엑셀러레이터에서 키운 벤처임에 주목해야 한다.이런 판국에 창업보육을 '공간 빌려주기'로 보는 관점은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 것이 분명하다. 대학 산학협력단이 얼마의 수익을 얻는지, 형식논리에 더 이상 빠져있을 틈이 없다. 대학의 창업보육은 그 자체가 완결판이 아니라 창조경제를 움직이는 시작점인데, 여기에 활력이 없다면 창업 강국의 희망은 불가능한 꿈에 불과하다. 수익 인센티브조차 없는 창업보육을 임대사업자로 규정하고 과세하면서 어떻게 창조경제를 성공할 수 있겠는가./손동원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 손동원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

2014-11-04 손동원

安不忘危(안불망위)

세월호 침몰후 또 터진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잊어선 안될 참사들편안함 속에서도 항상 위태로움 망각해선 안돼'주역'의 계사전(繫辭傳)에 "是故君子安而不忘危, 存而不忘亡, 治而不忘亂. 是以身安而國家可保也(그러므로 군자는 태평할 때에도 위기를 잊지 않고, 순탄할 때에도 멸망을 잊지 않으며, 잘 다스려지고 있을 때에도 혼란을 잊지 않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내 몸을 보전할 수 있고, 가정과 나라를 보전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국가 사회 가정에서 안정과 위기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태평한 시기라 하더라도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위기와 어려움에 대비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들을 너무 쉽게 잊고 산다.세월호 참사가 난 지 반년이다. 그런데 며칠 전 또 애꿎은 사람 16명이 희생됐다. 그렇지 않아도 세월호의 아픔을 너무 쉽게 잊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던 차다. 사고의 원인 속에는 우리가 잠시 기본을 망각했던 것이 자리한다. 27명의 사상자를 낸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는 또다시 사고공화국의 망령이 되살아나게 했다. '내일의 성장은 오늘의 안전에서 시작됩니다'. 사고 나기 불과 사흘 전 광화문 광장에 국무총리, 관련부처 장·차관, 공공기관장 및 관련 시민단체 등 600여 명이 모여 외친 슬로건이다. 정홍원 총리는 이날 "일상생활에서부터 안전을 지키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성남 판교사고는 국가안전대진단 행사를 비웃기나 하듯 발생했다.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위기와 어려움에 대비해야 한다고 수천년 전부터 고전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그건 교과서에 나오는 말일 뿐이다. 대통령은 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답답해할 것이다. 세월호에 담겨있던 총체적인 비리의 모습들을 지켜본 게 엊그제다. 끝까지 책임을 따져 묻겠다고 했지만 그 책임 소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 책임도 가려지기 전에 또 판교참사 책임에 대한 공방이 시작됐다. 세월호의 외양간을 고치기도 전에 또 부실한 외양간이 연달아 무너지고 마는 상황이다. 이제 내 몸은 내가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것인가. 결국 그럴 수밖에 없어 보인다.금요일이면 서울캠퍼스로 간다. 한남대교를 건너기도 하고 때로는 반포대교를 건넌다. 학기 초엔 오전 7시30분쯤 수원에서 출발했더니 한남대교 위에 차들이 밀린다.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한다. 혹시라도 무너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래서 둘째주부터는 아예 6시에 출발한다. 빨리 다리를 건너려는 욕심에서다. 잇단 사고를 보면서 나의 걱정이 진짜 걱정인지, 기우(杞憂)인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다리를 건널 때마다 성수대교 붕괴가 떠올라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어떤 때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엘 가도 천장을 쳐다보게 되고 발걸음마저 조심스럽다. 터널 천장의 락볼트도 부실시공했다는 소리에 터널 지나기도 무섭다. 어딜 가나 온통 마음이 조마조마한 건 나뿐일까. 이쯤되면 요즘 사람들이 배타기를 꺼리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겠다.20년 전 난데 없이 한강다리 상판이 무너져내려 버스와 자동차가 한강에 '풍덩' 빠지고 애꿎은 시민과 학생들 32명이 물에 빠져 죽고 17명이 부상당한 걸 기억해보자. 생각하기조차 싫은 황당한 일이었다. 오죽하면 해외토픽 톱뉴스였겠는가. 21일 서울시는 성수대교를 비롯한 전체 한강다리에 대해 안전점검하는 행사를 가졌다. 내년 6월이면 502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937명 부상, 6명이 실종돼 모두 1천445명의 사상자를 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20년이다. 한국전쟁 다음으로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 인명피해로 기록된 치욕의 날이다. 세월호는 물론 모두가 잊어서는 안되는 큰 사고들이다.기억을 너무 잘하는 것도 병이다. 살면서 고통스러웠거나 힘들었거나 당황스러웠거나 우울했던 기억들을 잊지 않고 생생히 기억한다면 그것 또한 힘들 것이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망각(忘却)의 기능이 있다. 하지만 기억할 것은 잘 기억하고 잊어버려야 할 것을 잘 잊어버리는 것이 건강한 뇌다. 우리가 겪은 대형사고는 잊으면 또 당한다. 安不忘危(안불망위)를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이준구 경기대 국어국문학과 부교수·객원논설위원

2014-10-21 이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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