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그래도, 대한민국 시계는 돌아간다

2012년 7월22일 AM 11.30: 아름양이 실종 6일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범인은 이웃 마을에 살고 있는 김점덕으로 그가 성폭행으로 4년 징역형까지 살고 나왔다는 것을 그 누구도 동네사람에게 알려주는 이가 없었다. 성폭행 전과자의 허술한 관리 때문이다. 아름양 역시 범인을 '이웃집 아저씨'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비보를 접한 국민들은 분노와 슬픔으로 심장을 짓누르는 통증을 느낀 하루였다.2012년 7월23일 PM 11.00: 안철수 원장이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했다. 이날 출연이 대권으로 가는 길이나 정치적 쇼라는 비난이 따르지 않겠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진정성이 있는지 진심인지의 판단은 국민이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장장 8개월동안 출마 여부로 국민의 인내심을 충분히 테스트한 그의 행보에 진정성이 있는지 국민들은 알지 못한다. 아무튼 그 프로 덕분에 안 원장의 지지율은 급상승했다.2012년 7월24일 PM 2.00: 이명박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취임 이후 벌써 6번째 대국민 사과다. 대통령은 "사이후이(死而後已ㆍ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일하겠다는 뜻)의 각오로 더욱 성심을 다해 일하겠다"며 쓰기는 쉽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사자성어로 국민에게 용서를 빌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대통령의 사과가 마음에 절실하게 와닿지 않았다. 그만큼 마음의 상처가 컸기 때문이다. 다음날 청와대는 은진수 전 감사위원의 가석방 논란에 휩싸였다.같은 날 같은 시간: 새누리당의 대선 경선 첫 TV토론회가 열렸다. 초반 기선 제압을 위한 주자들간 치열한 공방이 있었다. 김문수는 박근혜 전 위원장의 올케 문제를 언급, '만사올통'이라며 신 사자성어를 만들어냈다. 박 전 위원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날 저녁 방송뉴스에는 새누리당 경선보다 오히려 대통령 사과문 발표가 큰 비중으로 다뤄졌다. 새누리당은 같은 날 같은 시간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가 경선열기에 고춧가루를 뿌렸다고 대노했다.2012년 7월25일 AM 11.00: 중국에서 국가안전위해 혐의로 체포됐다가 114일 만에 풀려난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가 중국내 구치소에 구금됐을 당시 전기고문 등 수많은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외교통상부는 이와 관련 중국 측에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하면서 엄중히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국민들은 중국이 미국이나 러시아 국민에게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이렇게 고문할지 궁금해하며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에 분통을 터뜨렸다.2012년 7월26일 PM 8.43: 통합진보당 이석기ㆍ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부결됐다. 두 사람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회의장을 나섰다. 이 의원은 "진실이 승리하고 진보가 승리했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경악했다. 주사파의 승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통진당 수백여명의 당원이 탈당의사를 표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당의 존립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제 통합진보당이 찢어질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국민은 없다. 정말 황당하고 기괴한 일이다.2012년 7월27일 AM 10.00: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검찰의 마지막 소환통보에 응하지 않았다. 민주당 대변인은 방송에 출연해 "검찰 수사의 과정·의도가 뻔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장단을 맞춰 줄 필요가 없다"며 "8월에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는데 새누리당은 회기 일정에 대한 협의는 안하고 '방탄 국회'로 노래를 하고 있다"며 궤변을 늘어놓았다.그러나 버티던 박대표는 마침내 검찰에 자진출두했다. 역시 정치 9단의 노련한 정치수였지만 때는 늦었다. 민주당의원들은 의원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이미 마음의 상처를 받았으니까. 역시 정치란 때가 중요하다.2012년 7월30일 AM 2.19: 기특한 우리의 여궁사 3명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제 2주일 동안 치킨집은 호황을 누리고 국민들은 정치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올림픽 열기에 깊이 빠져들 것이다. 그렇게 지지고 볶아도 대한민국 시계는 잘도 돌아간다. 다만 오심에 물든 런던올림픽 펜싱경기장의 시계만 멈춰섰을 뿐.

2012-07-31 이영재

벤처붐, 거품만은 아니었다

지난 10여년전 '벤처붐'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벤처붐'이라고 말하는 시기는 1999년과 2000년 상반기까지 18개월 정도의 기간을 말한다. 이 시기는 인터넷 버블과 닷컴 열풍이 중첩되면서 벤처업계로 엄청난 투자금액이 몰리고 코스닥시장에서 벤처기업의 가격이 이상적으로 상승했던 기간이다. 정상적인 기대보다는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가 추락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저 거품이라고 생각한다.과연 '벤처붐'은 거품만을 남겼나? 보통 거품이라는 표현은 실질은 없고 허상만 가득했다는 의미이다. 당시 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있었고, 또 그것을 기반으로 닷컴 기업들이 우후죽순 탄생했다가 무너지고 한동안 '옥석가리기'가 진행되었던 현실을 돌아보면 거품이라는 견해도 어느 정도 맞는 듯싶다. 그러나 이제서 드러나는 것은 벤처붐 시기에 놀라운 창조적 기술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세계 최초의 창조적 기술은 아무 때나 낳을 수 없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벤처붐 이후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현재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최강자이다. 그런데 그 SNS의 최초 기술을 개발한 사업자는 한국의 '싸이월드'였다. '싸이월드'는 벤처붐이 한창이던 1999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국내시장에서 성공하다가 2005년 이후 해외진출에서 실패했다. 지금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페이스북'보다 앞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개발해서 시작했다는 사실에 새삼 자부심을 느끼지만, 후발주자에게 시장지배력을 내준 아쉬움과 교훈이 남는다. 인터넷 전화서비스에서는 '스카이프(Skype)'라는 기업이 현재 최강자이다. 2003년 8월 룩셈부르크에서 시작했으며 현재 이베이가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인터넷 전화의 최초 기술도 우리가 챔피언이었다. 새롬기술은 '다이얼패드'라는 서비스를 벤처붐 시절인 2000년 6월에 시작했다. 서비스 시작 8개월만에 1천만 가입자를 돌파했는데, 이후 수익성 개발에 실패하여 '야후'에 매각되었다가, 이것이 다시 9천500만 달러에 '구글'에 매각되었다. 인터넷 전화에서 글로벌 시장 지배자의 위치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은 크지만, 우리가 인터넷 전화의 원천기술을 가진 사업자를 보유했었다는 점이 한편 놀랍다.우리의 최초 기술개발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mp3 플레이어 사업이다. 새한정보시스템이 1998년 '엠피맨'을 공개했고, 한때 미국 시장의 22%를 점령한 바 있는 '레인콤(현재 아이리버)'도 선전했었다. 2005년 이후 아이팟, 아이튠즈 등과 같은 애플의 공략에 의해 경쟁력을 잃고 있지만, 우리가 스티브 잡스의 애플에 앞서 mp3 플레이어의 종주국이었다는 사실에 씁쓸한 자부심이 남는다.이들은 모두 세계 최초의 기술이었지만 동일 산업군의 해외 후발기업에 시장지배권을 넘겨준 원천기술의 실패사례이다. 국내의 초기시장에서는 통했었는데, 세계시장으로 넘어가는 사이의 간격을 넘지 못했다. 그 교훈을 깊이 연구해야겠지만, 일단 벤처붐이란 시기에 이런 기술이 우리 손에서 나왔다는 점부터 재인식해야 하겠다. 현재 우리 벤처업계에서 '세계 최초'라는 말은 더 이상 없다. 그만큼 창의성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벤처붐 시절에 여러 개의 세계 최초 원천기술이 나왔던 것을 우연으로 볼 수는 없다. 우리가 벤처붐 시절을 냉철히 재인식한다면 세계 최초의 창조적 기술을 낳을 수 있는 기반을 이해하게 될 것으로 본다. 벤처붐은 분명 거품만을 낳은 것은 아니다. 벤처붐이 창조를 유인하는 조건을 조성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 적절한 탐욕을 유인하는 약간의 빈틈, 코스닥시장의 상승, '묻지마 투자'까지는 아니지만 투자의 집중 등의 조건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벤처붐을 돌아보면서, 어느 정도의 거품은 한편에서는 실체가 없는 허상을 낳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창조적 기술을 낳는 양날의 칼임을 다시 실감한다.

2012-07-24 손동원

문화의 공공성과 문화기본법

'공공성(公共性)'에 대한 논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공공성이란 공공재의 독점이나 사유(私有)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다수의 이익 실현이나 공정한 운영을 내포하고 있는 사회 정의이다.그렇다면 공공성 논의의 증대는 환영해야 할 현상일 테지만, 실상은 우리사회가 심각한 공공성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우울한 징표라는 점이다.신자유주의와 글로벌리즘이 세계와 국민국가로 파급되면서 '효율성과 경쟁'이라는 시장논리가 모든 사회와 조직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성의 위기는 현 정부들어 정점에 이른 것처럼 보인다. 철도와 공항과 같은 사회 인프라의 민영화 논란들, 영리병원 도입을 둘러싼 논쟁들은 효율성을 명분으로 한 민영화론과 공공 가치론이 첨예하게 대립한 사례이다.문화예술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문화기반시설의 확충과 운영에서 나타나는 공공성의 훼손이다. 역대 정부가 문화의 공공 인프라 확충을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결과 2010년 말 기준 전국의 문화기반 시설은 공공 도서관 759개소, 등록박물관과 미술관은 800개소, 문예회관은 192개로 나타나고 있어 선진국 기준에 근접하고 있다.그런데 시설은 대대적으로 확충되었으나 운용예산과 인력, 프로그램 부족으로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시설이 늘어났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내놓은 것이 국공립예술기관 민영화였다. 결과는 공공성을 훼손하고 국민부담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영화하지 않은 시설들도 마찬가지이다. 효율성과 수익성을 경영지표로 삼고 있어 상업주의가 문화를 질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의 공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답보상태이다. 2006년, 문화평등권에 기초한 '문화헌장'이 제정될 무렵까지는 문화의제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문화헌장'에서는 문화적 권리를 '시민의 평등한 권리'로 정의하였다. 즉 모든 시민은 계층, 지역, 성별, 학벌, 신체조건, 소속집단, 종교, 인종 기타에 의한 어떠한 차별도 받음이 없이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인식은 문화의 속성을 잘 반영한 명쾌한 표현이다. 안타깝게도 헌장에서 천명된 시민의 문화권은 선언에 머물러 있을 뿐 이를 실현할 법률이나 기구는 마련되지 못했다. 문화예술의 공공성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문화에서의 공공성은 시민이 문화의 소비자가 아니라 창조의 주체로 문화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다. 그리고 특정계층이나 계급의 전유물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여야 한다. 문화는 공공 복리의 한 분야이기도 하다. 문화가 획일적이거나 전체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역문화나 소수자 문화를 배려하여 다양성이 발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문화정책의 수립과 집행, 문화기관의 운영은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 같은 문화 공공성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선언으로 남아 있는 '문화헌장'과 같은 요강(要綱)을 제도화하는 일이다. 문화기본법의 제정이 그 관건이 될 것이다. 문화기본법은 문화생활을 인간답게 사는 삶의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로 인식하고 헌법의 최소한도의 문화생활을 누릴 권리와 사회적 책임을 법률화하는 것이다. 문화기본법이 제정되면 문화현장의 풍경은 바뀔 것이다. 문화행정이나 문화시설의 '생산성'을 판정하는 기준은 수익률이나 효율성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제공한 문화 프로그램의 질과 다양성이 될 것이다. 문화기관과 시설은 본연의 목적으로 돌아가 시민들의 문화환경 개선과 예술 생태계의 조성에 주력하는 흐름이 형성될 것이다. 아울러 문화기관과 시설들은 그 운영 방식을 문화시민의 능동적 참여를 위해 더욱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또 전문성 강화를 위해 유연하고 개방적인 조직으로 변화시켜 나갈 것도 기대된다.

2012-07-17 김창수

여름방학과 독서

축제로 시끌벅적했던 대학의 낭만을 뒤로 하고, 과제 중간고사 기말시험을 치르다 보니 4개월간의 16주가 정신없이 지나가 버렸다. 신입생들은 뭐 하나 제대로 한 것 없이 후딱 지나가 버린 한 학기가 아쉽다 못해 허전하다는 느낌일 것이다. 경쟁심을 부추기는 상대평가이다 보니 학점을 후하게(?) 주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불행 중 다행인지 모르지만 40명에 가까운 수강 학생 가운데 성적에 이의를 제기한 학생은 두 명에 불과했다. 이메일을 통해 조목조목 답해 주고 또 위로했다. 이에 수긍하는 학생들에게 안쓰러운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지난 한 학기 공과대학 학생들의 '글쓰기' 수업을 맡았었다. 강의 첫날 독서를 무척이나 강조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 필수적이라는 말과 함께 그 중에서도 책을 많이 읽자고 했다. 책과 벗하는 것은 비단 글쓰기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의 전당이다. 당연히 책 속에 길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독서를 너무 게을리하고 있다는 것은 각종 통계 수치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 달에 한 권 남짓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를 독서의 해로 선포하고, 국민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책 읽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증대시키는 일은 곧 국민의 삶의 질과 품격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 중에는 책을 많이 읽은 경우가 많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고졸이 최종 학력이다. 국회의원 시절 원고 없이 6시간 이상을 연설했다. 세계 권위의 대학에서 받은 명예박사 학위만 20개다. 책을 많이 읽기로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이다.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었다. 하버드대학 졸업장보다 더 소중한 것은 책읽는 습관'이라고 했다. 기업형 카페 '민들레 영토'의 창업자 지승룡씨나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씨 모두 어려움을 겪던 시절 2천~3천권의 독서를 통해 성공한 케이스다.이처럼 독서의 힘은 놀랍다. 시카고대학에서 시행하는 '시카고 플랜'을 보면 더욱 놀랍다. 1892년 존 록펠러가 세운 미국의 사립 종합대학교이지만 그저 그런 삼류대학이었다. 1929년 로버트 허친스 총장이 부임했다.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인 서양, 동양의 철학 고전을 비롯한 각종 고전 100권을 달달 외울 정도로 학습하게 하고, 그렇지 못한 학생은 졸업시키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로 하여금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질문, 사물의 근원에 대한 호기심 등 입체적이고, 깊은 사고를 가능하게 했다. 그 결과인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1929년을 기점으로 하여 지금까지 시카고대학교 출신의 노벨상 수상자를 무려 80명 가까이 배출했다.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도 다름 아닌 독서광들이다. 4년간 졸업할 때까지 학생들의 평균 독서량은 800권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이라는 대학들의 평균 독서량은 불과 20여권이란다. 학점관리와 취업에 얽매이다 보니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한다.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시카고 플랜에는 못 미치지만 우리 대학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에게 지난해부터 필독서를 지정해 주고 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 졸업논문 제출 자격에 필독서 시험통과 여부를 반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시도라고 생각한다.기나긴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학생들에게 책 읽기에 몰입해 볼 것을 권장한다. 독서를 통해 상상력을 길러 보자. 다양화 다변화된 사회에서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을 해 보자. 책 읽기를 생활화하여 교양을 쌓고 상식을 겸비하는 것이 취업준비의 지름길이자 미래를 살찌우는 첩경이다.

2012-07-11 이준구

'박근혜 對 박근혜'

알려지지 않은 비사 한토막. 지난 17대 대통령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당내 경선 전후로 시종일관 여론조사 1위를 차지했고 결국 역대 대선 최다표 차이로 경쟁후보들을 누르고 당선됐다. 당시 이 후보의 당선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던 만큼 무수한 비선 조직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경쟁을 벌였고, 무수한 전략보고서가 쏟아졌다. 그 중에 한 문건의 제목은 '이명박 대 이명박'이었다. 제목 자체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을 뿐 아니라, 내용 또한 용비어천가식 혹은 아전인수격 대선전략이 아니라 이 후보가 고치고 개선해야 할 내용으로 시종일관했다고 한다. 이 후보측은 이 보고서를 비중있게 수용했다는 후문이다.그러나 최시중, 박영준에 이어 만사형통(萬事兄通)의 바로 그 형님 이상득 전의원까지 검찰 문지방을 넘은 마당이고, 청와대의 국정 독주를 감안하면 '이명박 대 이명박'의 경고는 이 대통령 당선과 함께 사장된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이를 거론하는 이유는 당시 대선을 나홀로 질주하던 이명박 캠프에도 그나마 내부를 각성시킬 자경(自警) 시스템이 작동했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에게도 지금 '박근혜 대 박근혜'라는 보고서가 절실해 보인다. 박 의원은 현재 여론의 지지추세로만 보면 새누리당의 확정적 대선후보일 뿐 아니라 여야를 통틀어 대통령 집무실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인물이다. 이는 당내 경선은 물론, 대선 본선에서도 경쟁후보들에게 박근혜가 명확한 타도의 대상이라는 의미이다. 반면 박 의원의 입장에서는 상대와의 전선과 접촉면을 최소화하면서 현재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대선 당일까지 끌고가려 할 것이다. 한 체급 낮은 상대와의 전면전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회피가 가능할지이고, 상대의 체급이 현재와 같을 것이냐이다. 가능하지 않고 같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박 의원은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정몽준 의원, 임태희 전대통령비서실장 등 군소 후보들의 오픈프라이머리 실시, 선거인단 확대 요구를 외면했다. 룰을 바꿀 수 없다는 그녀의 한마디에 당내 누구도 감히 토를 달지 못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여론은 박 의원의 정치스타일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김 지사가 토로한 한 마디가 무섭다. 그는 같이 경선을 하겠다는 후보들의 요구에도 전화 한통 없었던 박 의원에게 "모욕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김 지사가 모욕감에 치를 떨었다면 그 자체가 박 의원에게는 비극이다. 상대에게 모욕을 주는 정치는 큰 정치인의 덕목이 아니다.당내 경선에서 박의원이 보여준 정치 리더십은 통합, 포용, 존중, 공존이 아니라 갈등, 배척, 무시, 독단으로 여론에 투영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리더십이 박 의원의 원칙론으로 포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측근들이 앞장서서 박 의원의 원칙론을 변호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성에서 자기만의 원칙을 고수하는 리더십이 21세기형 통치스타일에 부합하는지 새롭게 주목하는 여론의 동향을 측근들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박 의원에게 이를 정면으로 보고하고 시정하는 사람이 없을 뿐이다.여론 지지율만 보면 민주통합당 대권후보들은 지금 저체중 후보들이다. 장외의 안철수도 국민을 지루하게 한 벌을 받는지 지지율이 추락중이다. 하지만 이들이 만들어 낼 야권후보 단일화 스토리는 결코 작지 않다. 누가 됐든 야당 단일후보는 박 의원이 모욕하고 무시한 당내 군소 후보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상대일 것이다.박 의원이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라서 해보는 말이다. 지금과 같은 정치 스타일이 그대로 통치 스타일로 전환된다면 국민이 외로울 것 같아서 말이다. 총선 후 몇달이 지나도록 박 의원의 육성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지금 박 의원에게는 '박근혜 대 박근혜'라는 보고서가 필요하다. 누가 박 의원의 목에 자경의 방울을 달아줄 것인가. 아니 김문수 이재오 정몽준이 이미 달아주었다고 봐야 하나?

2012-07-03 윤인수

당신의 멘탈은 건강한가

멘붕이라는 신조어가 대유행이다. '멘탈(정신)과 붕괴'의 합성어로 '멘탈이 붕괴됐다'라는 뜻이다. 정신건강이 훼손됐다는 의미다. 멘붕은 인터넷용어로 시작했다. 게임아이템이 갑자기 사라졌다든지, 키보드배틀에서 졌을때 받는 충격을 멘붕이라고 표현한 것이 대중화된 것이다. 이제 실생활에서 당혹스럽거나 창피한 일을 당했을 때 또 그런 상황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신이 나간 듯한 표정이나 행동을 하면 멘탈이 붕괴되었다라고 표현한다. 당황스럽거나 격한 분노가 끓어올라 사람의 상태나 감정이 평소같지 않게 맛이 갔다면 그게 바로 멘붕인 것이다. 민주통합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상임고문은 방송출연에서 4·11 총선에서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패한 뒤 큰 충격을 받았다며 '멘붕'이란 신조어를 구사해 눈길을 끌었다. 손 고문은 라디오에 출연해 "멘붕이란 유행어를 아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멘탈 붕괴? 그 정도야 안다. 다 이긴 총선에서 졌을 때, 이런 걸 멘붕이라고 하나 했다"고 말했다. 정치인들도 멘붕상태를 겪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5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 롯데 자이언츠 황재균은 자신의 모자에 '멘붕 탈출'이라는 문구를 적어넣어 눈길을 끌었다. 운동선수에게 멘탈은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지금 대한민국은 멘붕의 시대다. 멘탈이 거의 정상치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만나기가 어렵다. 대선출마를 확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만 하고 있는 안철수도, 아무리 해도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아 경선룰을 바꾸지 않으면 출마를 포기하겠다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나 이재오 의원 역시 멘붕의 초기증세거나 이미 멘붕상태에 빠져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위험한 흥행보다 40%의 지지율을 방패 삼아 묵묵부답으로 버티고 있는 박근혜도 대선이 가까워 오고 예기치 못한 지지율 변화가 온다면 분명 멘붕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MB도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내곡동 사저 매입논란이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돌아가고 심지어 국정조사까지 거론되는 상황에 그 역시 현재 멘탈이 정상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이제 80이 훨씬 넘은 실향민 1세대들은 종북파 논란에 휩싸인 의원들의 국회 입성을 보고 심각한 멘붕상태를 겪고 있는 중이다. 김정일 이름 석 자만 들어도 자다가 벌떡 일어나는 그들이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국회의원들의 행동에 심각한 정신붕괴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불법 경선논란과 당권과 비당권파로 나눠져 치열한 권력다툼을 벌이는 통합진보당의 멘붕은 상당히 진행된 사태고 강원도에서 단 한 석의 의원도 배출하지 못한 민주당의 수뇌부들이 강원도 고성에 몰려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라'며 벌인 촉구 결의대회 역시 멘붕을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정치인들은 그렇다 치고 104년 만에 겪는 가뭄으로 지금 농민들은 슬픈 멘붕상태를 겪고 있다. 타들어가다 못해 쩍쩍 갈라지는 논바닥을 보면서 자식을 잃은 부모처럼 말없이 눈물을 흘리는 저 농부들의 모습을 보는 우리들조차 멘탈이 붕괴되는 느낌이다. 가계부채에 허덕이다 못해 고리사채업자를 찾아가야 하는 중산층의 멘탈도 이미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로 입주도 하기 전에 하우스 푸어(house poor)로 전락한 계약자들은 입주를 포기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매일 '잠들지 못하는 밤'을 보내는 그들의 멘탈은 이미 붕괴돼 버렸다. 청소년들도 마찬가지다. 성인이 되기도 전에 학교에서 일어나는 각종 폭력으로 인한 멘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소년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신조어는 우리 세태를 가장 정확하게 진단하는 바로미터다. 멘붕이 2012년 최고의 신조어로 자리매김한 것은 전 국민의 멘탈 붕괴가 예사롭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청백전(청년백수 전성시대) 삼일절(31세까지 취직못하면 취직길이 막힘) 십장생(10대도 장차 백수가 될 것을 생각해야 함) 등의 신조어 역시 이 시대의 청년들의 멘탈 상태가 어떤지 가늠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멘탈 상태는 어떤가. 잘 모르겠다. 일부는 이미 무너졌고 일부는 복구 중이며 일부는 이제 막 초입단계에 접어들었다. 당신의 멘탈은 건강한가.

2012-06-26 이영재

청계천 헌책방의 생존전략

50대 이상 장년층의 서울 청계천에 대한 기억은 헌책방이다. 청계천 3가에서 5가에 이르는 도로변 상가에 빼곡히 들어찬 100곳 이상의 중고서점들이 돈 없는 독서광과 수험생들을 유혹했던 것이다. 침침한 조명에 매캐한 냄새로 찌든 좁은 책방 안을 헤집고 다니며 손때 묻은 책더미를 뒤적거렸으니 말이다.그러나 지금은 20~30곳에 불과, 이곳이 한때 국내 최대의 중고서적시장이었다는 언급이 무색할 지경이다. 서점 대형화의 격랑에다 인터넷서점까지 가세함으로써 초토화된 탓이다. 그럼에도 청계천 헌책방들이 명맥을 유지하는 비결은 틈새시장을 공략해서 염가의 유아용 도서, 패션잡지, 고서적 등으로 전문화한 것이다.대형마트 강제휴무제가 시작된 지도 2개월째로 접어들었다. 갈수록 의무휴업 점포수가 점증하면서 지난 10일에는 대상업체수의 70% 이상이 동시에 휴점,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이나 기대에 못미친다는 반응이다.서울 망원시장상인회 대표의 "최근 방문객이 15% 가량 늘었으나 아직은 매출이 오르지 않았다"는 답변이 시사하는 바 크다. 시장경영연구원만 풍선효과가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다는 반응이다.대형마트 쪽에서는 지각변동의 신호들이 감지된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빅3'는 이달 매출손실액이 1천400억~1천6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죽상이다. 기업형 슈퍼마켓(SSM)까지 포함하면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은 자명하다.관련업계는 금년 매출이 10조원가량 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네 빵집, 순대, 떡볶이 등 골목상권까지 싹쓸이 하는 등 게걸스런 식탐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대형마트에 입점해 있는 약국, 안경점, 식당, 옷가게 등의 임대상인들이 날벼락을 맞았다. 대형점포에 매장을 오픈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동반제재를 받아 영업 및 임대료 손실이란 이중고에 시달려야 하는 때문이다. 납품업체들도 울상이다. 대기업의 주문축소 물량을 전통시장 공급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는 있으나 물류비 부담증가 내지는 자금회전율이 떨어져 채산성이 악화될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유통대기업의 비정규직 고용감소도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두달여의 강제휴무로 '빅3'에서만 계산원, 주말 알바, 주차요원 등 '88만원'짜리 일자리수가 3천개나 사라졌다. 살아남은 비정규직도 편치 못하다. 일감 축소로 시급(時給) 근로자의 임금이 줄어들어 생계에 위협을 받는 사례도 비일비재한 것이다. 노동강도 또한 커져 불만도 누적되고 있다. 매출 축소를 이유로 직원수를 늘리지 않아 업무량이 늘어난 것이다.반면에 엉뚱한(?) 이들만 횡재했다. 지난 주말 서울 창동의 하나로마트 매장 내의 계산대마다 손님들이 수십 미터씩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농수산물 매출액 비중 51%' 이상인 대형마트는 규제대상에서 제외된 결과이다. 쇼핑몰로 등록된 대형점과 백화점도 주말특수를 누렸다. G마켓, 옥션, 11번가, 롯데닷컴 등 오픈마켓은 또 다른 수혜자였다. 대형마트 강제휴무가 시행된 이후 신선식품 등의 온라인매출이 급증한 것이다. 반쪽정책이란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이다.가장 타격을 받은 측은 소비자들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었으니 말이다. 심야 및 주말쇼핑 규제에 맞벌이부부들은 분통이 터진다. 장보기를 포기하는 이들도 점증하는 느낌이다. 장기간의 내수부진에다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명품소비까지 위축되는 실정인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버리면 어찌되겠는가.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영세상인 살리기 정책은 크게 잘못되었다. 초가삼간까지 태울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대선을 의식한 정치권은 유통대기업 옥죄기를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나 만시지탄이다. 유럽이나 일본처럼 안전판의 사전강구가 전제되었어야 했음에도 역대정부는 대물 키우기에만 올인했던 것이다.전통시장을 대체제로 인식하는 한 해법은 없어 보인다. 니치마켓에 주력한 청계천 헌책방들의 생존전략이 돋보인다.

2012-06-20 이한구

'벤처판 신데렐라' 언제나 나올까

최근 실리콘밸리는 다시 벤처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2011년 벤처투자자금이 역대 최대 규모인 291억달러(약 34조원)를 넘어섰고, 또한 신생 벤처기업들의 투자회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금년 4월 SNS의 최강자인 페이스북은 실리콘밸리를 놀라게 하면서 사진 앱 개발회사인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약 1조1천500억원)에 사들였다. 인스타그램은 직원 13명에 불과하고 창업한 지 약 2년에 불과한 작은 신생벤처였다. 또한 '애플'과 '구글' 같은 강자들도 신생벤처를 사는데 거리낌이 없다. 애플은 '시리'라는 음성인식 벤처를 2억달러에 인수한 바 있고, 구글은 모바일 광고회사인 '애드몹'을 7억5천만달러에 인수한 것을 포함해서 2010년에만 48개 기업을 인수했다. 미국 대기업은 엄청난 금액을 주고 신생벤처를 인수하곤 한다. 왜 그런가? 그 이유는 필요한 기술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신기술을 얻는데 서슴없이 투자한다. 대기업은 벤처가 시작한 비즈니스를 완성해서 수익을 올리며, 벤처는 기술을 넘겨주고 투자회수를 한다. 이런 신생기업의 성공을 본 청년들은 저마다 기업가로 성공할 꿈을 가꾼다. 자연스럽게 창업이 늘어나고, 기술이 발전하며, 성공기업이 증가한다. 이처럼 대기업이 벤처캐피털로서 역할을 해주면서 건전한 기술생태계가 완성된 것이다.국내에서는 대기업이 벤처를 사들이며 신데렐라를 낳는 스토리가 왜 없을까?그 이유는 절대적 지위를 가진 우리 대기업들은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벤처를 사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갑'의 위치에서 단가를 깎고 기술을 가로채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벤처의 기술 출구는 막혔다고 보아야 한다. 기술 출구가 막힌 벤처는 고전 끝에 도산하게 되고, 이렇게 사라지는 벤처를 보면서 청년들은 꿈을 접을 것이다. 이것이 오늘 한국경제의 창업환경이며 기술생태계의 단면이다. 심지어 우량 벤처들도 고사(枯死)하며, 신생창업은 시들해지는 우울한 모습이다.대기업의 중소벤처기업 인수를 보고, '유망기업을 잡아먹었다'고 표현하는 사회 일각의 부정적 인식도 존재한다. 그런데 이는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벤처를 인수하는 '벤처판 신데렐라' 사례가 일단 나오기만 하면 해소될 것으로 본다. 물론 여전히 후려치기로 벤처를 인수하게 되면 사회적 인식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지만 말이다. 이런 점에서 벤처기술을 사는 쪽인 대기업의 의식전환이 매우 중요하다. 벤처를 육성하는 것이 결국 대기업에 보상을 줄 것이라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것이다.한편 벤처기업 쪽에서도 정당한 가격을 쳐줄만한 기술이 있어야 한다. 특히 '벤처판 신데렐라'가 되려면 독창적인 사업모델이 될 만한 기술을 갖춰야 한다. 앞서 말한 '인스타그램'만 보아도 페이스북이 꼭 필요한 기술을 보유했다. 페이스북이 10억달러를 지불한 것은 '인스타그램만이 가진' 기술의 가치였다. 그 기술에는 모바일 폰으로 찍은 사진을 바로 편집해서 소셜공간에 공유하는 기술, 라이브 필터, 인스탄트 쉬프트, 원클릭 회전 등이 포함된다. 또한 인스타그램은 경쟁사인 '패스(Path)'가 갖지 못한, 트위터처럼 누구에게나 승인 없이 팔로잉하는 개방형 플랫폼이 있었다. 이렇듯 경쟁사와 차별되는 히든카드가 있었기에 매력적이었던 것이다.우리 IT대기업들도 벤처기술을 사야하는 상황으로 이미 진입했다. 금년 삼성전자가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엠스팟(mSpot)'을 880만달러(약 100억원)로 인수한 것이 한 사례이다. '엠스팟'은 모바일 기기에 음악과 동영상을 전송해주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소프트웨어 업체였다. 국내 IT대기업들의 벤처 인수 필요성이 증가한다는 것은 대기업의 실력을 보완해 줄 기술역량을 갖춘 벤처에 기회가 열린다는 의미이다. 대기업의 인식전환과 혁신기술을 장착한 벤처창업이라는 과제가 아직 남아있지만, 한국 땅에서도 '벤처판 신데렐라'가 탄생할 수 있는 초기 싹이 보이는 것만은 분명하다.

2012-06-13 손동원

19대 국회와 지역문화진흥법

제19대 국회가 개원되었지만 때 아닌 이념 논란으로 어수선하다. 더군다나 연말의 대선일정까지 기다리고 있어 과연 생산적인 입법 활동을 보일 수 있을 것인지 우려된다. 19대 국회가 유념해야 할 문화 의제 가운데 하나는 지역문화진흥법안이다. 이 법안의 제정을 위해 2004년 이래 전국 문화계가 지역별 토론회를 개최하고 쟁점사항을 조율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던 지역문화계의 숙원이었다. 17대 국회에 이어 18대 국회에서도 제정이 추진되었으나 문방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된 상태에서 결국 자동폐기되고 만 '비운의' 법안이다.지역문화진흥법을 제정하기 위한 움직임은 2001년 '지역문화의 해' 지정을 계기로 시작되었으며, 2003년 12월 문화관광부에서 지방분권 TF를 조직 가동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이후 문화진흥법 제정과 관련된 논의는 부산을 필두로 전주, 대전, 인천 등에서 차례로 개최되어 지역의 의견을 수렴하고 법안의 필요성과 의미를 공유하는 폭을 넓혔다. 그리고 2006년 5월 10일 이광철 의원을 비롯한 31명의 의원이 지역문화진흥법안을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한 바 있으며, 2011년 5월 다시 발의되었으나, 2012년 들어서 문방위 계류 중 자동폐기되고 만 것이다.이제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지 못하고 자동폐기되고 말았던 요인이 무엇인지를 점검하고 이후의 과제를 고민할 시점이다. 우선 정치지형을 보면 참여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형해(形骸)만 남기고 실종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 정부 들어서 지역문화정책은 후퇴했거나 실종되었다는 지적이 높다. 고사 직전의 지역문화를 살려내기 위한 기본적 토양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오히려 도시와 지역의 경쟁을 유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의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지역간 문화 불균등은 더욱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또 다른 원인으로는 지역과 문화계의 법안 추진 동력의 상실을 들 수 있다. 진흥법이 국회에 제출되면 제정되는 것으로 낙관하고 정부와 국회만 바라보면서 법안 제안 과정의 열기를 유지하지 못한 것이다. 국회에서 지역문화발전법은 의원들의 지역구 사정에 따라 온도차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염두에 뒀어야 했다. 이 점은 의원들뿐 아니라 지역문화인들도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애초에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은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지방문화의 현실을 감안할 때 총론에서는 이견이 제기되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법안 제정추진위 구성 이후 토론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단체간의 이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법안 제정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간의 견해차로 인해 진통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지역문화진흥법안의 경우 뚜렷한 쟁점 없이 논의가 공전되었다는 점이다. 가장 주된 요인은 법 제정 취지에 대한 우리 문화계와 예술단체 진영내의 반목과 불신이 암암리에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문화진흥법은 지역문화의 기초환경 개선을 목표로 추진된 것으로 예술적 경향이나 개별 단체의 이해로 접근한 사안이 아니었음에도 추진 주체와 그 결과에 대한 선입관이 암암리에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이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자율성을 약화하고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는데, 이는 지방문화예술이 관료주의적 문화행정으로 타율화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문제제기라 할 수 있다.서울은 문화 인력과 자원, 시설이 집중되어 있어 마치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자원과 인력은 대부분 지방에서 '징발'한 것이다. 수도의 문화가 더욱 풍성해질수록 그 뿌리에 해당하는 지방 문화는 고사되는 모순을 해결하고 한국문화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19대 국회가 지역간 문화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최소장치인 지역문화진흥법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조속히 법 제정에 나서기를 희망한다.

2012-06-06 김창수

대학취업률 통계의 허와 실

대학가는 요즘 전쟁터를 방불한다. 졸업생들의 취업률 높이기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캠퍼스의 낭만을 만끽하는 5월 축제의 이면에 취업률이라는 슬픈 자화상이 공존하며 상아탑을 짓눌렀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별 취업률 통계조사가 이달 말일이 기준이기 때문이다. 취업률은 8개의 평가 지표 가운데 재학생 충원율(30%)과 더불어 부실대학을 가리는 지표의 가중치 20%를 차지할 정도로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를 기준으로 부실대학이 가려지고, 학자금 대출 제한 등 정부 지원에서도 제외된다. 각 대학들이 마음을 졸이는 이유다.물론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했으면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학부모와 학생들의 당연한 바람이다. 대학이 학문 연구의 전당인지, 취업을 위한 학원에 불과한지에 대한 물음표로 혼란을 겪기도 하지만 그래도 대외적으로 발표되는 공식적인 평가이기에 사활을 건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가 산정하는 취업률 통계가 합리적인 것인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졸업생이 3천명 이상이냐, 미만이냐, 대학 소재지가 수도권이냐, 지방이냐 만을 따져 일률적인 잣대로 평가한다. 학교와 학과마다 특성과 여건이 천차만별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취업률로 대학을 한 줄로 세운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해서는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평가방법상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수능과 내신 성적순에 의해 대학이 서열화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또 통계의 정확성과 형평성을 위해 2010년부터 직장건강보험가입자만을 취업자로 인정한다. 이 때문에 대학의 취업률이 많이 떨어졌다. 대학정보 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서 공개된 지난해 취업률(졸업생 3천명 이상 대형 학교 기준)을 보면 서울대가 59.8%로 7위에 그쳤다. 나머지 이른바 명문이라는 1~6위의 대학도 60%대다. 명문 대학들도 취업률이 50~60%대라고 하면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다. 예술관련 대학은 취업률이 10∼20%대인 곳이 허다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9월 추계예술대학교 교수진 전원이 "학생들을 부실학생으로 만들어 미안하다"며 보직 사퇴를 결의하기도 했다. 예술가나 작가, 프리랜서가 되어 나름대로 행복한 꿈을 펼치고 있는 졸업생들에게 직장의료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미취업자로 분류된 때문이다. 각종 고시를 준비하고 대학원 진학을 기다리는 우수한 인재들도 이 기준에 의하면 실업자다. 이같이 합리적이라 할 수 없는 기준으로 발표된 취업률을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맹신하는 것도 문제다.취업률이 비교적 낮은 인문대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교사나 교수가 된다거나 연구기관에 취업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도 어렵다. 상대적으로 상과대나 공대보다 취업에서 불리하다. 작가의 길을 걷는다든지, 프리랜서로 활동해도 직장의료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미취업자가 된다.그래서 일부 인문계 대학은 특정학과를 없애기도 하고 학과를 취업률 제고를 위한 방향으로 개편하려는 위험한 발상을 하기도 한다. 이러다가는 최근 일고있는 인문학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올지도 모른다. 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때로는 자발적 실업자들도 있다. 직장을 선택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일일 수 있다. 그래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아무 데나 가라고 할 수도 없다. 이런 경우 취업률이 낮다고 해도 속수무책이다.그러면 왜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1996년 시행한 대학설립준칙주의를 지목한다. 인가 체제에서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대학 설립을 허용했다. 이 제도로 지금까지 무려 94개 대학이 늘었다.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대학들이 우후죽순처럼 난립해 대학 진학률을 세계 최고인 90% 가까이 끌어올렸다. 대학교육에도 인플레가 등장한 것이다. 무분별하게 대학을 설립해주고 대학 구조조정이 이슈로 등장하자 학생충원율과 취업률의 칼날을 들이댄 것이다. 취업률 하락은 대학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경제를 살리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주지 않는 한 천편일률적인 대학의 취업률 조사는 큰 의미가 없다.

2012-05-30 이준구

고사(枯死)시켜야 할 시대의 반동분자들

생방송 정치 리얼리티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경선부정 사태'가 방영된지 오늘로 20일째다. 대중은 진보진영 내부를 유린해왔던 당권파 패권놀음의 실체를 목격하고 진저리를 쳤다. 똑똑하고 다부지면서도 선한 눈매가 매력적인, 친구 누나 같던 이정희의 야멸찬 변신에 기절초풍했고, 중앙위원회를 초토화시킨 당권파의 초절정 폭력 본성에 공포를 느꼈다. 대중은 리얼리티쇼의 조기종영을 원했다. 이석기, 김재연 등 당권파 비례대표당선자들이 자진 사퇴하는 상식적인 엔딩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들은 비당권파의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 맞서 당원비상대책위를 구성해 오늘도 잔혹극을 이어가는 중이다.진중권은 "진보는 죽었다"고 탄식했지만, 사실 대중이 사망선고를 내린 상대는 경기동부연합이다. 그들 스스로는 한번도 인정 안했지만, NL(민족해방)계열의 자주파·주사파·종북파 낙인이 자연스러운 그 경기동부연합이다. 보수 보다는 진보가 찍은 낙인이고 대중이 동의한 낙인이라서 이석기와 김재연 등이 이 굴레를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예전 같으면 색깔론의 역공세로 뭉개졌을 낙인이 경기동부연합의 이마에는 왜 이리 선명할까. 바로 그들이 시대정신을 거부한 시대의 반동분자들이기 때문이다.그들은 진상조사 보고서를 진상조작 보고서로, 석고대죄를 요청하는 동지들을 적진의 세작으로 우겨대며 사실을 목격한 국민을 기만했다. "부정 없는 선거는 없다" "부정이 50%는 넘어야 부정이다"는 이석기의 주장은 민주주의의 금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 무엇보다 유일한 사태 수습방안인 국회의원 반납을 거부하는 비양심으로 인본적 가치를 짓밟았다. 도둑질도 부인하고 장물도 내놓지 않겠다는 현행범과 무엇이 다른가. 경기동부연합의 국민기만, 반민주, 비도덕, 비양심은 우리 시대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반동이다.중요한 것은 경기연합이 당랑 처럼 수레바퀴에 깔려 압사할 것인가이다. 과연 우리 시대가 경기동부연합의 반동을 압사시킬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지금 압사 직전이지만, 그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감안하면 압사를 단정하는 것은 섣부른 낙관이다. 군자산의 약속 이후 그들은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해왔다. 그들은 자랑스러운 관행인 '부정한 방법'으로 민주노동당을 접수했고, 지난 총선에서는 진보통합과 야권연대의 주체로 떠올라 200만명의 국민지지를 받았다. 이석기는 군자산 회동 전후를 합해 20년 이상 무명의 실세로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뛰어난 전략전술,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 피붙이 보다 진한 동지들과의 연대로 오늘에 이른 그들이 한 순간에 와해된다? 그럴리 없다. 이정희의 변신은 위기에서 드러난 그들의 생존본색이다. 그들은 지금 수세를 만회할 대역전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그럼 무엇이 그들을 살릴 것인가. 반동은 반동을 먹고 산다. 그들의 시대반동을 희석시키고 뒤덮을 또 다른 시대반동의 출현, 이것이 궁지에 몰린 경기동부연합에게 기사회생의 동아줄이 될 것이다. 총선 전 최대 이슈였던 민간인 사찰 파문. 권력이 아무런 법적 근거없이 민간인을 사찰하는 행위는 이 시대를 사는 한국인이라면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시대반동적 행위이다. 권력실세들의 더러운 금전게이트 역시 다를 것 없다. 다만 지금은 보수의 시대반동이 경기동부연합의 시대반동에 가려졌을 뿐이다. 정말 추악한 시대반동이 출현한다면 경기동부연합은 광화문의 촛불과 함께 기사회생할 수 있다.경기동부연합은 스스로 시대의 반동분자임을 자백함으로써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진영이 이들의 완전한 퇴장을 기대한다면 자기 진영 내부의 시대정신을 부인하는 반동적 요인과 행태와 반동분자들을 척결해야 한다. 이석기, 김재연, 강종헌 등 경기동부연합의 비례대표 의원들이 국회의사당에 참호를 파고 보수와 진보의 결정적인 시대반동을 고대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2012-05-23 윤인수

國民은 외롭다

폭력으로 얼룩진 통합진보당을 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인간중심의 세상을 만들겠다던 그들도 까보니 그들이 눈만뜨면 손가락질하던 속물들과 다를 바 없었다. 오히려 '동지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더 속물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선거에서 그들에게 200만표 이상을 던져준 유권자나 그들을 종북좌파라고 퉤퉤 침을 뱉는 일반 국민들까지 당대표가 얻어맞고 머리채까지 잡히는 폭력사태를 보면서 '너희들도 똑같구나 똑같아'라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만일 새누리당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그들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뛰쳐 나갔을 것이다. 그들의 복잡한 계보와 그들의 실상이 낱낱이 밝혀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왜 착잡하고 외로운가.4·11 총선이 끝나고 대한민국 국민들이 부쩍 외로워졌다. 오랜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 '재밌니?'라고 물으면 마치 자신들의 치부를 들킨듯 정색을 하며 모두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더러는 발끈 화내는 이들도 있다. 재미없고 외롭고 짜증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를 보면 짜증이 나고 화가 치밀어 술을 들이켜지 않고는 잠을 이룰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사실 뭐하나 재밌는 것도 없다. '해를 품은 달'이 끝난후 볼만한 드라마가 없어서 외롭고 유일하게 웃음을 주었던 '개그콘서트'가 전보다 재미없어져서 외롭다. 신문지상에 역대정권에서 보았던 정권말기의 레임덕 현상들이 마치 판박이처럼 똑같아서 외롭고, 권력을 한손에 쥐고 나는 새도 떨어뜨릴것 같았던 정권실세들이 줄줄이 감옥으로 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권력무상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외롭다. 대학을 졸업한 자식이 취직을 못하고 시간당 알바를 하는 고단한 모습을 보니 더 외롭고 앞으로 100살까지 살면서 천수를 누린다는데도 노후대책을 전혀 세우지 못한 자신의 초라한 몰골을 보니 외롭다. 하늘의 별만큼 많은 재산을 가진, 그래서 부러울것 없을 것 같은 재벌들의 상속싸움을 보면서 자신의 가계부채 이자를 따져 보는 것도 외롭고, 스무살 갓넘긴 아이돌스타들이 한류로 대박이 터져 비싼 외제차를 많이 타고 다닌다는 얘길 듣고 나는 뭘했나하는 생각이 들어 외롭다. 그리고 결국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한때 국민동생이었던 김연아가 마침내 맥주광고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는 것도 외롭다.더 힘들고 고통스러웠다는 IMF때는 모두가 힘들어서인지 동병상련이라도 느끼며 버텼는데 지금은 그것도 아니다. 저축은행 대표가 수천억원을 횡령하고 밀항선을 타려다 잡혔다는 뉴스도 외롭고 경찰, 공무원 부정부패를 보고 있으면 그동안 정직, 소박을 신앙처럼 믿고 살았던 자신이 바보처럼 살아서 외롭고, 도박판에 빠져 산 조계종의 간부들을 보면 절에 갖다준 시주가 생각나 외롭다.대한민국 국민들은 외롭다. 프로야구에 국민들이 구름처럼 몰리고, '19禁'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찍힌 성인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극장가에 국민들이 몰리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늦은 밤 잠 못이루고 트위터나 카카오톡으로 SNS를 수없이 날리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는 것도 모두 외로움 탓이다.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마치 자신이 낚싯밥이 되어 실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엮이는 것 같은 찜찜한 일상속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금 무척 외롭다.하긴 자신의 왼팔 오른팔이 모두 감옥에 간 MB도 외로울 것이다. 대권에 가장 근접하다고 자신을 치켜세우는 그 잘난 친박계에 둘러싸인 얼음공주 박근혜도 대선에서 낙마하면 어쩌나하는 생각에 외로울 것이고, 대선출마를 고민하는 안철수도 이제는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어떻게 해야할까하는 오만가지 생각에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맥주광고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김연아도 외롭고, 재산싸움에 휘말린 이건희도 외롭고, 감옥간 실세들도 감옥속에서 외롭고, 아이돌스타도 그들 나름대로 외로움이 있을 것이다. 모두 똑같다. 위에 있는 사람이나 아래에 있는 사람이나 앞에 있는 사람이나 뒤에 있는 사람이나 모두 외로운 것이다. 모두 대한민국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아!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금 다 외롭다.

2012-05-16 이영재

서민금융 악화는 정책실패

가계 부채에 눈길이 간다. 부채 총액이 2008년 724조원에서 2011년 913조원으로 불과 3년만에 무려 200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자영업자 가계 부채까지 합치면 1천조원을 돌파한지 오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은 점진적으로 가계 부채를 줄였으나 한국은 반대로 덩치를 키웠다. 덕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중은 81%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 상환 능력의 바로미터인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말 157%로 4년전 비우량 주택채권파동 직전 미국의 137.8%를 능가한 상황이다. 부동산경기 침체와 저금리 기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장기간의 내수 부진과 고물가에 따른 민생경제 위축은 또다른 복병이었다. 빚을 내어 생활하는 서민들이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2010년부터 소득 5분위 중 저소득층에 속하는 1분위 가계부의 적자폭이 점증한 결과 지난해 4분기에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1분위 가계의 56.6%가 적자상태다. 다급해진 정부는 가계 부채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부터 은행권과 저축은행·상호금융은 물론 사금융에 대해서도 가계신용관리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지난 4월 18일에는 신용카드 발급 조건도 한층 까다롭게 했다.서민들의 사채의존도 제고는 불문가지였다. 2008년 9월 130만여명이 대부업체에서 5조6천억원을 대출받았으나 2011년 6월에는 247만명이 8조6천억원을 빌린 것이다. 서민경제는 갈수록 쪼그라드는데 은행 문턱을 더욱 높였으니 말이다. 생활자금, 학자금, 기존 대출 상환용 등 소액 여신이 두드러진 것이 시사하는 바 크다. 고령층의 가계 부채 점증에도 눈길이 간다. 대부업체들의 연체율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가계 부채의 질이 빠르게 나빠진 것이다.지난 3월 30일 정부는 미소금융과 햇살론을 통해 3조원 가량의 생계형 구제자금을 추가 공급하고 대출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서민금융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대기업과 시중은행, 그리고 농협, 수협, 신협 및 저축은행 등에 마이크로 파이낸싱을 확대할 것을 강요했으나 현실은 실망스럽다. 대기업들은 변죽만 울리고 2010년 7월부터 개시한 햇살론의 대출 실적은 갈수록 축소되어 금년 지원 실적은 반토막으로 곤두박질한 것이다. 보증비율 85%로 부실 발생시 금융업체가 떠안는 손실은 15%임에도 연체우려때문에 대출을 꺼리고 있는 탓이다. 정부의 우격다짐에 마지못해 시늉만 하는 실정인데 무작정 대출재원을 늘린들 무슨 소용인가.시중은행들의 엇박자는 점입가경이다. 전국 16개 시중은행의 작년도 이익금은 16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음에도 새희망홀씨 대출 목표액은 1조4천480억원으로 목표치보다 오히려 500억원 이상 축소했으니 말이다. 은행측은 이구동성으로 연체율 관리애로를 이유로 들었으나 금감원은 "작년말 새희망홀씨의 연체율은 1.7%수준에 불과하다"며 볼멘소리를 해댄다. 금융당국의 은행권 윽박지르기가 더이상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제도"라며 자랑하던 미소금융은 조기 레임덕으로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엉거주춤한 부동산 대책과 저금리, 가계신용관리 강화 등 세련되지 못한 대책들이 가계 부채 문제를 악화시킨 것이다. 명백한 정책 실패였다. 일자리 확대를 통해 서민들의 실질소득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나 현재로선 희망사항일 뿐이다. 국내 사금융 규모가 수십조원인데 반해 미소금융기금은 수조원대에 불과, 언 발에 오줌누기다. 지난달 30일 시중은행들이 저소득 가계 부채 관리에 대한 공적 역할을 확대하기로 합의했으나 정권교대기여서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정부는 마지막 남은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러나 서민금융문제 완화에는 별무효과일 것으로 추정된다.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5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유럽 재정위기 수습 지연, 잦아들지 않는 고유가 행진, 안갯속의 남북관계, 집값 속락 우려 등은 또다른 변수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만전 발표가 허언(虛言)이 아니길 기대한다.

2012-05-09 이한구

'노키아의 추락'이 주는 미묘한 교훈

2007년 6월 애플이 아이폰을 세상에 처음 내놓았을 때, 당시 세계 1위 업체인 노키아의 칼라스부오 CEO는 비웃으면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정하는 것이 오직 시장의 표준이다." 당시 노키아의 자신감과 위세가 얼마나 컸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장면이다.그랬던 노키아가 추락하고 있다. 휴대폰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업체들에게 이미 1위 자리를 내주었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며칠 전에는 급기야 노키아의 신용등급이 투기직전등급으로 하락 조정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핀란드의 자존심으로 불리며 세계 핸드폰시장의 1위를 고수해왔던 노키아의 추락은 영원한 강자가 없다는 교훈을 다시 실감시킨다.노키아가 추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하게 해석하면, 스티브 잡스가 창조한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놓친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다.그러나 그 내면에 숨겨진 진정한 실패 이유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뼛속 깊이 담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똑같은 실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노키아의 중요한 패인은 자신의 기존 성공방정식에 대한 자만에서 나온다. 많은 승자(勝者)들이 빠졌던 함정인 '성공 함정(competence trap)'에 걸린 것이다. 과거 자신이 성공했던 비결에 그대로 의존하다가 몰락하게 되는 함정이 바로 '성공 함정'이다. 자신의 성공 비결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지, 오늘 성공하고 있는 기업들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노키아가 믿었던 최고의 성공공식은 그들의 수요창출 역량이었다. 노키아는 실제 핸드폰 패러다임 내에서는 시장수요를 만드는 천재였다. 첨단기기 단일 품목으로 지난 10년동안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물품은 놀랍게도 '노키아 1100' 모델이다. 일본 닌텐도 '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모토로라의 휴대폰 '레이저'를 제치고 1위 매출액을 기록한 단일품목인 '노키아 1100'은 주로 인도와 같은 극빈국의 소비자들에게 팔렸지만 5년동안 무려 2억5천만대를 판매하는 기록을 만들었다.휴대폰을 모르던 저소득층에게 휴대폰의 가치를 일깨워서 시장을 창조했다는 놀라운 스토리가 담겨있다. 구체적으로, 인도 어부 및 농민들이 공동 소유할 수 있도록 번호 하나에 여러 명의 이름을 저장하는 기능을 넣었고, 통화요금의 상한설정, 내장라이트 부착 등 낙후지역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고안해서 엄청난 수요를 만들었던 것이다.필자 개인적으로도 2008년 인도 벵갈루루의 국제학회에서, 정작 인도에 대한 감동은 못 받았지만 오히려 '노키아 1100'의 시장 통찰력에 놀랐었을 정도였다. 노키아는 아마도 스마트폰에서도 이런 수요창출 능력을 믿고 빠른 추격을 자신했겠지만, 기술적 승부처에서 조금이라도 늦으면 수요창출능력도 가치가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노키아가 믿는 또 하나의 성공공식은 플랫폼 전략이었다. 플랫폼 전략이란 휴대폰의 기본 뼈대를 유지하면서 일부 부품과 디자인만 달리해서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 전략이다.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에 늦게 뛰어들면서도 우선 정확한 플랫폼을 구축하자고 시간을 보내면서 기회를 놓쳤던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에서 독자적 운영체계(OS)인 '심비안 OS'를 고집했었는데, 이것이 기능 단순성 등의 이유로 시장에서 외면되자, 뒤늦게 MS와 손잡고 '윈도폰 OS'를 채택했으나 이미 시장을 삼성 갤럭시 시리즈와 애플 아이폰이 양분한 상황에서 빈틈을 찾지 못했다. 이처럼 뒤늦게 대응하면서도 자신들의 기존 비결인 플랫폼 구축에 집착한 것이 추락의 큰 원인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노키아의 추락 스토리가 공명(共鳴)이 큰 이유는 그들이 누리던 자리를 우리가 차지했기 때문이다. 노키아의 몰락은 우리에게 당장은 기쁜 소식이지만, 그들이 남긴 교훈을 뼛속 깊이 새기지 않은 한 축배를 들 수 없다. 노키아가 추락에서 당장 회복하는 것도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들이 영원히 몰락하는 것도 혹시나 우리의 미래 모습이 될까 염려가 커진다. 노키아의 추락 스토리만큼 미묘한 맛을 남기는 사례도 당분간 없을 듯 싶다.

2012-05-02 손동원

문화유산 정책의 재정립

도시 개발과 재건축 과정에서 문화유산 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인천의 경우 지난해 대불호텔(중화루) 부지에 상업용 건물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개항기 건축의 유구(遺構)가 발견되어 공사가 중지되고 부지 보존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최근에는 인천시 중구가 남한 최초의 소주공장이었던 조일양조 건물을 철거하고 주차장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건물의 보존가치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이러한 논란은 문화유산의 개념과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치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며, 문화유산과 관련된 정책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일반적으로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이란 지속적인 문화 창조를 가능케하는 물적 매개물 혹은 상상의 원천을 말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세계 유산을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과 지구의 역사를 잘 나타내고 있는 자연유산 그리고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결합된 복합유산으로 구분하고 있다. 문화유산은 다시 유적, 건축물, 장소로 구분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구전·무형유산·걸작품과 기록유산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지정 사업을 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문화유산을 '문화재'로 통칭해 왔으며 "인위적·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민족적·세계적 유산으로서의 역사적·예술적·학술적·경관적 가치가 큰 것"이라고 정의해 왔다.이같은 정의는 고고학·건축학·미학적 가치가 현저한 문화재만 중시하고 여타의 문화자원을 경시하는 결과를 낳는다. 도시 서민의 생활사, 근대 산업사와 관련된 유산이나 기록물의 가치도 중요하다. 특히 생활문화유산은 우리의 근대를 재성찰하여 미래를 조감하는 데 필요할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도시 재기획을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그런데 생활문화나 산업유산과 관련된 유산들은 대부분 그 소중함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그것이 멸실된 후, 혹은 재생되어 다시 나타났을 때에야 그 가치가 드러난다.세계적 명소가 된 프랑스의 오르셰미술관은 1939년 오르셰역이 문을 닫은 뒤 방치되다가 1970년대에 이르러 활용책을 검토하다가 1986년에 비로소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것이다.보존 중심 정책에서 활용 중심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고학적 유물이나 근대 이전의 문화유산의 경우 보존 자체가 중요하다. 그러나 근대 문화유산의 경우 그 숫자도 많을뿐더러 시민의 주거와 생업과 밀착된 공간에 위치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존 중심의 정책은 재산권이나 경제적 활동과 상충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 경우 문화유산도 보존하고 유산을 활용하여 소유주와 지역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도시에 남아있는 다양한 문화유산은 유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문화적 콘텐츠이며, 도시 재생의 중요한 자료이다. 진정한 의미의 도시 재생은 지정 등록된 유무형 문화재는 물론 주민생활의 역사와 관련된 지역의 문화유산을 창의적으로 활용할 때 가능하다.문화유산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도시의 경쟁력이란 그 도시가 온축하고 있는 문화 창조 역량, 문화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지역의 유·무형 문화 유산과 자원에 대한 종합적 조사와 재평가 사업을 통한 보존대상 유산 목록을 작성하는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도시와 지역의 문화유산에 대한 체계적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관계로 공인된 문화유산은 생성 능력을 잃고 현실 문화와 분리되거나 유물화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중요한 문화유산들이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여 개발 과정에서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그런데 문화유산 보존은 정부나 지자체에 의존해서는 이룰 수 없으며, 문화유산신탁법에 의거한 문화유산보존 활동과 같은 민간 차원의 운동이나 주거지 근처의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에 관심을 가진 지역의 시민운동과 연계될 때 더욱 효과적이다.

2012-04-25 김창수

국회의원, 특권만큼 국민을 더 섬겨라

전쟁과도 같은 선거가 끝났다. 거리 곳곳을 누비던 형형색색의 무리들도 어느새 사라지고, 총성이 멎은 듯 온갖 소음들도 뚝 그쳐버렸다. 막말 논쟁, 보수와 진보, 기성세대와 젊은이들 간의 대립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은 한층 더 성숙해진 민주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대립과 갈등 속에서도 별 탈 없이 평화적으로 주권을 행사했고, 상대에 대한 고소 고발 등 고질적인 병폐도 많이 줄어들었다. 정치의식이 성숙하면서 지지하는 정당과 노선은 달라도 마음껏 비판했고, 입장을 달리하고 있음에도 소중한 한 표를 던졌다. 국민들의 정치를 바라보는 의식수준이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모두가 느낀다.오히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아 정치를 하는 선량(選良)들이 더 걱정될 뿐이다. 당선만 되면 표를 준 유권자들을 잊기 일쑤다. 40일 남은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6천639개 법안이 쓰레기통으로 자동 폐기될 위기다.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각종 특권에 비해 국민들이 이들에게 거는 기대치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의원의 금배지 무게는 6g에 제작비 2만5천원에 불과하지만 수반되는 특권은 무수하다.헌법으로 보장된 불체포 특권과 면책특권 입법권이다. 현행범인이 아닌 이상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기업·공기업, 이익단체, 정부 공무원들이 설설 긴다. 그만큼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특권보다 더 놀라운 혜택도 있다. 월 세비 624만5천원에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정근수당과 명절 휴가비 등 각종 수당을 포함하면 연간 1억2천만원 이상의 연봉을 지급받는다. 4급 2명을 포함한 9명의 보좌진에게 연간 3억6천880만원의 세금이 투입되고, 여기에 KTX 선박 항공기(비즈니스석)가 공짜다. 국회의원 1인당 6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된다. 게다가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은 평생동안 월 120만원씩의 연금을 지급받는다. 이 법안이 2010년 국회를 통과했을 때 여야 통틀어 고작 2명만이 반대했다. 앞에 열거한 것 이외에도 200가지의 특권이 있다고 한다.이에 반해 이들의 의무는 어떨까. 헌법상의 청렴의무, 국익우선의무, 지위남용금지의무, 겸직금지의무를 가지며, 또한 국회법상 품위유지의무, 국회의 본회의와 위원회 출석의무, 의사에 관한 법령·규칙 준수의무와 정치적·법적으로 특수한 지위에 있으므로 일반 공무원과는 다른 특수한 의무를 진다라고 돼 있을 뿐이다. 다분히 추상적이다. 그래서 이들이 누리는 권한과 혜택을 줄이고, 나아가서는 국회의원의 숫자를 반으로 줄이자는 여론도 일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 300명 시대'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그 특권에 비해 제 구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국회의원 당선자들이나 대선 주자 등 정치인들은 이제 허리 띠를 졸라매는 각오로 공직생활에 임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절대로 국민들 곁에 다가설 수 없다. 서민을 위한 정치는 한낱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뿐이다. 운영 경비도 최대한 줄이고, 비행기 좌석등급도 낮춰 서민생활을 체험해야 한다. 평균 재산이 30억원을 넘는 국회의원을 보면서 국민들은 자괴감을 지울 수 없다. 자신들과는 다른 신분계층으로 구분지어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나라 안팎으로 경제가 어렵다. 존경의 대상이 돼야 할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이 솔선수범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또 정치를 외면하게 될 것이다. 국민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국민들을 섬길 때 생산성 높은 국회, 일 잘하는 국회의원도 되는 것이다. '백성들을 위한 정직한 마음과 정책을 가지라'는 다산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제부터라도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는 국회의원들이 됐으면 좋겠다.

2012-04-17 이준구

선악 이분법이 지배하는 한국정치

지금 전국에서 유권자들의 투표가 진행중일 것이다. 19대 국회를 구성할 여야 국회의원들을 선출하는 날이다. 어제 일기예보가 맞다면 봄비가 추적추적 내릴테니 투표장을 향하는 발길이 성가실 법하다. 애꿎은 봄비를 탓할 일이 아니다. 흔쾌하게 투표소를 찾아 기쁜 마음으로 원하는 후보와 정당을 선택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어제까지 치열하게 전개됐던 선거운동을 복기해 보면 투표장을 향하는 유권자의 발걸음이 무거운 이유가 자명해진다. 국민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양립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패거리들이 주고받은 저주와 악담을 들어야 했다. 더욱 끔찍했던 것은 진영 논리로 무장한 성선과 성악의 정치였다. 자기 진영의 가치와 사람은 무조건 선하고, 다른 진영의 그것들은 무조건 악하다는 교조적 신념. 보통 국민에게는 너무 무서웠다.결국 끝까지 완주한 '나꼼수' 출신 김용민을 예로 들어보자. 서른여덟 김용민이 서른살에 내뱉은 막말은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었다. 그 자신도 "내가 한 말인가를 의심할 정도로 당황스러웠다"고 고백했다. 눈물도 흘렸다. 그를 공천한 민주통합당은 순식간에 공황상태에 빠졌다. 그 이후의 상황을 중언부언할 필요는 없다. 민주통합당은 김용민을 공천했고, 그는 살벌한 비난 여론에도 불구 완주했으며, 오늘 노원갑 유권자들이 표로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무엇이 김용민의 완주를 가능하게 했는가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나꼼수 지지 세력의 변함없는 성원 덕이 크다. 나꼼수 공동진행자인 김어준은 "김용민이 자폭하면 민주당 다죽고 야권 다 죽는다"고 말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의 사퇴권고를 개그로 받아쳤고 공당인 민주통합당의 고민은 길거리에서 면박을 당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저는 김용민을 신뢰합니다"라며 공식적으로 면죄 발언을 하사했다. "김용민이 바뀐다면 새누리당 후보에 비할 수 없이 낫다"는 이유를 댔다. 그들에게 김용민의 막말은 과거일 뿐이었다. 그 막말로 오늘의 김용민을 다시 볼 여지는 없는지, 고민한 흔적이 없다. 나꼼수와 이정희의 쿨한 태도는 선악의 이분법 말고는 설명할 수 없다. 가카헌정방송 나꼼수로 이명박 정권을 희롱한 장외의 정치게릴라 김용민. 그는 우리 사람이고 내 편이다. 더군다나 '그들의 가카'에게 빅엿을 먹였고 먹여야 할 김용민 아닌가. 그는 가카와는 반대로 묻지도 따지지도 말아야 할 선한 존재인 것이다. 김용민은 선악의 이분법 덕분에 완주할 수 있었다.선거 과정에서 흔들린 언행으로 곤경에 처한 지성인들의 행보는 선악 이분법의 정치가 상식인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절망을 안기는지 잘 보여준다. '도가니'의 작가 공지영. 나꼼수의 비키니 응원을 비판하다, 공천받은 김용민을 '사윗감'으로 추천했고, 김용민의 막말에 접해서는 '무거운 사과'를 요구했다. 그때마다 나꼼수 세력의 반응은 냉온탕을 오갔고, 인간에 대한 공지영의 작가적 천착은 의심받았다. 그녀는 이번 선거를 통해 인간에 대한 진지한 탐색을 고민할지도 모르겠다.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인간이 완벽하게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생명체라면 정치가 필요없다. 스스로 개인과 집단의 이해와 이익을 조정하고 공존할 수 있는데 정치권력이 왜 필요하겠는가. 따라서 만일 누가 누군가를 완벽한 선인이거나 악인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편견과 단견에서 비롯된 판단의 오류이기 십상이다. 그게 아니면 특별한 필요와 목적을 실현하려는 의도적 선동이다. 오늘 4·11 총선의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다. 하지만 정국이 안정될 희망은 안보인다. 총선을 통해 쏟아진 악의적인 편견과 의도적 선동을 생각하면 연말 대선까지 혼란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선악 이분법의 정치는 더욱 기승을 떨게 분명하다. 국민이 상식의 잣대를 날카롭게 벼려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맹목적인 선악 이분법이 대선까지 이어진다면 정말 한국 정치는 희망이 없다.

2012-04-10 윤인수

부실한 청년실업 공약

"장가갈 수 있을까…. 통장 잔고 없는데 장가갈 수 있을까. 이러다 평생 혼자 사는 거 아냐?"연중 최대의 결혼성수기를 앞둔 시점에서 웬 생뚱맞은 소리인가. '커피소년'이란 무명가수가 부른 '장가갈 수 있을까'란 제목의 노래가사 일부이다. 근래 들어 결혼건수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1998년 37만4천 건에서 2007년에는 34만4천 건으로 줄어들더니 지난해에는 32만9천 건으로 13년 만에 무려 4만5천 건이나 축소된 것이다. '나홀로' 가구수 급증 및 고시원이 청년들의 주거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원인 중의 하나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젊은이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열악해지고 있는 때문이다.지난 2월 기준 실업률은 4.2%이나 청년실업률은 무려 2배 이상인 8.7%로 지난해 4월 이후로 가장 나쁘다. 아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6.7%의 절반수준이어서 다행이라 판단할지 모르나 낙관은 금물이다. 선진국의 경우 취업자와 실업자가 정확히 구분이 되는 반면에 한국은 가끔씩 아르바이트하거나 가사를 돕는 실질적 실업자수가 상당한데 이들이 모두 취업자로 간주되는 탓이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추계한 국내의 잠재청년실업률은 21.2%였다.빈둥빈둥 노는 젊은이 수는 사상최고를 기록 중이다. 15~34세 청년 니트(NEET)족은 2003년 75만1천명에서 이미 100만명을 능가했다. 대졸 이상의 고학력 룸펜 증가가 특히 두드러진다. 교육비 대느라 허리가 휠 정도였는데 이젠 늙은 자식까지 거두어야만 하는 캥거루 부모들의 신세도 딱하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의 15~34세 니트족수는 63만명으로 총인구 대비 0.49%인 데 반해 한국은 2%로 일본에 비해 무려 4.08배나 높은 실정이다.청년근로자 고용의 질도 갈수록 나빠지는 추세이다. 지난해 15~29세 시간제 근로자수는 43만9천명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작성을 개시한 2003년에 비해 무려 45.1%나 증가한 것이다. 그나마도 경력관리에 도움이 되는 업종보다는 주로 편의점이나 식당, 주점 등에서 저임금의 단순업무로 아까운 청춘을 낭비하고 있다.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향후의 청년실업 확대재생산은 불문가지이다. 자연성장률 하락, 세수입 감소, 빈부격차 확대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 등을 떠올리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사회통합의 저해는 더 큰 고민이다. 지난해에 불거진 중동의 자스민혁명이 상징적이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던 점이 민주화열풍의 배후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천민적인 금융자본주의에 경종을 울렸던 미국 월가점령운동도 동일한 맥락이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이 한목소리로 청년실업난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나선 상황이다. 인적자원이야말로 국내유일의 부가가치 창출원임을 고려할 때 더욱 절박하다. 4·11 총선 관련 정치권의 공약에 눈길이 가는 이유이다.새누리당은 2016년까지 한시적으로 100인 이상 민간기업이 상시근로자수의 2.5% 범위 안에서 초과고용할 경우 정부에서 매달 50만원씩 12개월간 지원하고 사업주에게 조세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5년 시한의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을 제안했다. 민주통합당은 공기업을 포함한 300인 이상 대기업에 매년 전체근로자수의 3%씩 추가고용을 의무화해서 청년층 일자리를 32만개로 늘리기로 했다. 또한 매년 법인세의 0.5%를 적립해 대학 미진학 청년이 민간기업 입사시 2년 동안 매달 50만원의 임금을 보조하며 취업 준비생에겐 최대 4년간 매달 25만원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내용의 '청년희망기금'도 마련하기로 했다. 민주노동당은 한 발 더 나아가 대기업들의 청년고용 할당인원을 재직 근로자수의 5%로 확대했다.그러나 청년의무고용이 핵심인 야당의 해법은 구시대적 발상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괴물(?)로 성장한 재벌을 정치권력이 컨트롤하기엔 역부족이란 느낌이 드는 탓이다. 여당의 공약도 아기를 위탁모에게 억지로 맡기는 식이어서 대동소이하다. 청년유권자들의 표가 어디로 쏠릴지 궁금하다.

2012-03-28 이한구

기업가정신 대변하는 정치는 왜 없나

4월 총선 정국이 무르익으면서 많은 정책 공약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경제에 긴요한 공약이 빠져 있어 마음이 불편하다. 바로 기업가정신에 대한 정책이다. 아마도 많은 정치가들이 기업가정신을 말하는 것은 아직 대중에게 주는 호소력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침착하게 생각해 보자. 지역경제와 국가경제의 현안을 풀어주는 대책으로 기업가정신을 육성하는 것 만한 방책이 없다. 한국경제의 당면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유망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과제도 모두 기업가정신에서 잉태됨을 절감해야 한다.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정치가들이 외면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대학에서 기업가정신을 강의하는 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청년들에게 창업을 강권하지 못하는 비애(悲哀)를 절감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가로서 감당해야 할 위험과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젊은 인재들이 기업가로서 겪을 험난한 경로를 생각하니, 기업가정신이 중요함을 알면서도 유능한 동량(棟梁)들에게 창업자로서의 인생을 권장할 용기가 선뜻 나지 않는 것이다. 한국경제에서 창업자가 감당해야 하는 위험은 상당하다. 특히 자신이 창업한 기업이 실패했을 때 개인이 그 위험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 이런 정도의 높은 위험이라면 창업자로서 인생을 선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경제가 선도경제로 도약하려는 현 시점에서, 창업기업가의 위험에 대해 합리적인 조정이 진정으로 시급하다. 정치가들이 앞장서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해 주기를 간절히 고대한다.젊은 인재들이 대학문을 나서면서 대기업을 찾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창업 성공을 높이는 것과도 연관된다. 현재 기업가로 성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책은 일단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다. 거기서 일정기간 산업관행과 실무를 학습하고, 또 구체적인 판로와 사업아이템을 포착해서 자신의 사업체를 시작하는 경로가 성공확률이 가장 높은 것이다. 이런 개인경력 인센티브 체계에서는 고급인력이 대기업에 취업하겠다는 욕구를 저지할 수 없으며, 결국 대기업 중심의 인력수급을 깰 수 없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경제에서의 도약을 꿈꾸는 정치가라면, 기업가정신을 저해하는 문제들을 풀어내는 데 앞장서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체급을 끌어올리는 승부처가 될 수 있다.한국사회에서 기업가를 말할 때 정치적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중들이 생각하는 기업가에는 재벌창업자들의 이미지가 적지 않게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정주영 혹은 이병철과 같은 제1세대 기업가들의 자수성가(自手成家) 스토리에는 흥미를 보이지만, 현대와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에는 잿빛 이미지가 덧칠되어 있다. 과거 정부로부터 많은 특혜를 받아 성장한 대기업, 또 그들의 성공이 중소기업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에는 무언가 부족한 존재로서의 이미지가 채색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우리에겐 소중한 자산으로서의 기업가들도 많다. 스스로 지식과 기술을 연마해서 성공한 벤처기업가들이 이미 많다. 예를 들면, 기술창업을 통해 경쟁력이 높은 벤처기업을 이룬 변대규, 황철주, 김택진 등의 스토리들은 젊고 유능한 잠재창업자들에게 큰 용기를 줄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앞 세대의 기업가들과는 달리 과도한 정부지원을 받았던 도덕적 부담도 없다. 소위 과거 가난했던 시절 집안의 맏아들과 같이 자원을 집중해서 성장한 것이 아니다. 이렇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성공스토리에 당당할 수 있으며, 그래서 기업가로서 존중될 수 있다. 이런 자부심과 당당함이 자리 잡았으니 정치가들도 청년들에게 기업가정신을 말하는 데 과감해져도 될 것이다.현 시대는 한국 기업가들이 이룬 결실과 과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라는 화두를 던져주고 있으며, 또 나아가 한국경제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창조하기를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을 제대로 읽는 큰 정치가들을 기다린다.

2012-03-21 손동원

기로에 선 문예회관 정책

문화예술회관 운영 정책이 일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 가장 대표적 문화기반시설인 문예회관 시설현황은 2010년말 현재 192개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10년 전에 비해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정부와 지자체가 광역시도와 기초자치단체당 1개소 이상의 문예회관 건립을 목표로 확충하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기 때문이다.인천의 경우 종합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하여 강화군·계양구·서구·부평구·남동구·중구에 문예회관이 건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나머지 자치단체도 문화회관을 조성하거나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몇몇 지자체는 지역 문화예술활동의 거점인 문예회관이 없어 문화 활동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문예회관을 건립한 지자체도 운영비와 인력부족으로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문예회관은 공연과 전시를 중심으로 예술작품의 발표와 문화행사가 이뤄지는 복합문화예술 시설이기 때문에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기관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치단체에서는 문예회관 운영비를 절감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설공단에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 경우 최소 인원으로 시설을 운영하기 때문에 비용절감 효과는 거둘 수 있으나, 공연장 대관 업무 위주의 소극적 운영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시설을 지어놓고 정작 가동은 하지 못하는 셈이니 이런 문예회관은 문화적 '전시물'에 가깝다.그래서 수도권의 일부 지자체는 문예회관의 전문화와 효율적 운영을 명분으로 지역의 문예회관을 민간 위탁으로 전환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 경우 문예회관 운영에 전문성과 자율성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기획과 홍보는 물론 회관운영과 관련된 다양한 전문가를 필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채용할 수 있으며, 운영 기술도 축적될 수 있다. 그러나 위탁운영 업체로서 비용절감과 수익 창출에 급급할 경우 예술의 상업화와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도 높아진다.공공 공연장이 경영 효율화를 추구할 경우, 결국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대중성 있는 문화 예술을 주로 공연하는 상업공간으로 변질하게 되고 그것은 문화 생태계를 단순화하는 역효과를 낳게 된다.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예술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며, 공연장은 특정한 예술 취향과 소비 능력을 갖춘 계층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 한 문예회관이 흥행에 성공을 거둔 뮤지컬 중심의 공연만 계속한다고 가정해보면 그 폐해를 짐작할 수 있다.이처럼 공공 공연장이 상업화 하게 되면, 기초 예술과 순수예술, 실험적 예술 영역이 위축되거나 고사하는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결국 문화 생태계를 파괴하는 역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또 문예회관의 상업화는 지역 문예회관을 서울의 문화예술을 지역에 보급하는 역할로 제한하게 되는 경향을 띠게 된다. 이같은 일방적 소통 기능으로 축소되면 문예회관은 지역 문화 발전의 '요람'이 아니라, 지역 문화를 서울 문화에 종속시키고, 자생성을 위축시키는 '무덤'이 될 수도 있다.현재 각 지자체가 추진하는 문예회관 운영 정책을 보면, 지자체 직영이나 시설관리공단에 위탁하는 소극적인 정책과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민간 위탁과 같은 적극적 정책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다. 문제는 두 운영 방식의 한계나 문제점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이같은 현실에서 광역 문예회관과 기초 문예회관을 연계통합운영하는 방안은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문예회관 운영을 통합하면서 예산 절감이 가능하며, 인력과 시설, 직영 예술단, 프로그램의 공유를 통해 풍부하고 다양한 문화서비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구군의 문예회관은 문화권역별 특성과 구군별 특성이 있으므로 획일적 통합이 아니라 지자체별 특성화 전략을 기조로 통합의 단계를 설정하여 추진해 나간다면, 문예회관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는 한 우회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12-03-13 김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