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19대 국회와 지역문화진흥법

제19대 국회가 개원되었지만 때 아닌 이념 논란으로 어수선하다. 더군다나 연말의 대선일정까지 기다리고 있어 과연 생산적인 입법 활동을 보일 수 있을 것인지 우려된다. 19대 국회가 유념해야 할 문화 의제 가운데 하나는 지역문화진흥법안이다. 이 법안의 제정을 위해 2004년 이래 전국 문화계가 지역별 토론회를 개최하고 쟁점사항을 조율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던 지역문화계의 숙원이었다. 17대 국회에 이어 18대 국회에서도 제정이 추진되었으나 문방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된 상태에서 결국 자동폐기되고 만 '비운의' 법안이다.지역문화진흥법을 제정하기 위한 움직임은 2001년 '지역문화의 해' 지정을 계기로 시작되었으며, 2003년 12월 문화관광부에서 지방분권 TF를 조직 가동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이후 문화진흥법 제정과 관련된 논의는 부산을 필두로 전주, 대전, 인천 등에서 차례로 개최되어 지역의 의견을 수렴하고 법안의 필요성과 의미를 공유하는 폭을 넓혔다. 그리고 2006년 5월 10일 이광철 의원을 비롯한 31명의 의원이 지역문화진흥법안을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한 바 있으며, 2011년 5월 다시 발의되었으나, 2012년 들어서 문방위 계류 중 자동폐기되고 만 것이다.이제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지 못하고 자동폐기되고 말았던 요인이 무엇인지를 점검하고 이후의 과제를 고민할 시점이다. 우선 정치지형을 보면 참여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형해(形骸)만 남기고 실종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 정부 들어서 지역문화정책은 후퇴했거나 실종되었다는 지적이 높다. 고사 직전의 지역문화를 살려내기 위한 기본적 토양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오히려 도시와 지역의 경쟁을 유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의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지역간 문화 불균등은 더욱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또 다른 원인으로는 지역과 문화계의 법안 추진 동력의 상실을 들 수 있다. 진흥법이 국회에 제출되면 제정되는 것으로 낙관하고 정부와 국회만 바라보면서 법안 제안 과정의 열기를 유지하지 못한 것이다. 국회에서 지역문화발전법은 의원들의 지역구 사정에 따라 온도차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염두에 뒀어야 했다. 이 점은 의원들뿐 아니라 지역문화인들도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애초에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은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지방문화의 현실을 감안할 때 총론에서는 이견이 제기되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법안 제정추진위 구성 이후 토론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단체간의 이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법안 제정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간의 견해차로 인해 진통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지역문화진흥법안의 경우 뚜렷한 쟁점 없이 논의가 공전되었다는 점이다. 가장 주된 요인은 법 제정 취지에 대한 우리 문화계와 예술단체 진영내의 반목과 불신이 암암리에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문화진흥법은 지역문화의 기초환경 개선을 목표로 추진된 것으로 예술적 경향이나 개별 단체의 이해로 접근한 사안이 아니었음에도 추진 주체와 그 결과에 대한 선입관이 암암리에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이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자율성을 약화하고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는데, 이는 지방문화예술이 관료주의적 문화행정으로 타율화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문제제기라 할 수 있다.서울은 문화 인력과 자원, 시설이 집중되어 있어 마치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자원과 인력은 대부분 지방에서 '징발'한 것이다. 수도의 문화가 더욱 풍성해질수록 그 뿌리에 해당하는 지방 문화는 고사되는 모순을 해결하고 한국문화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19대 국회가 지역간 문화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최소장치인 지역문화진흥법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조속히 법 제정에 나서기를 희망한다.

2012-06-06 김창수

대학취업률 통계의 허와 실

대학가는 요즘 전쟁터를 방불한다. 졸업생들의 취업률 높이기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캠퍼스의 낭만을 만끽하는 5월 축제의 이면에 취업률이라는 슬픈 자화상이 공존하며 상아탑을 짓눌렀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별 취업률 통계조사가 이달 말일이 기준이기 때문이다. 취업률은 8개의 평가 지표 가운데 재학생 충원율(30%)과 더불어 부실대학을 가리는 지표의 가중치 20%를 차지할 정도로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를 기준으로 부실대학이 가려지고, 학자금 대출 제한 등 정부 지원에서도 제외된다. 각 대학들이 마음을 졸이는 이유다.물론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했으면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학부모와 학생들의 당연한 바람이다. 대학이 학문 연구의 전당인지, 취업을 위한 학원에 불과한지에 대한 물음표로 혼란을 겪기도 하지만 그래도 대외적으로 발표되는 공식적인 평가이기에 사활을 건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가 산정하는 취업률 통계가 합리적인 것인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졸업생이 3천명 이상이냐, 미만이냐, 대학 소재지가 수도권이냐, 지방이냐 만을 따져 일률적인 잣대로 평가한다. 학교와 학과마다 특성과 여건이 천차만별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취업률로 대학을 한 줄로 세운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해서는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평가방법상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수능과 내신 성적순에 의해 대학이 서열화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또 통계의 정확성과 형평성을 위해 2010년부터 직장건강보험가입자만을 취업자로 인정한다. 이 때문에 대학의 취업률이 많이 떨어졌다. 대학정보 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서 공개된 지난해 취업률(졸업생 3천명 이상 대형 학교 기준)을 보면 서울대가 59.8%로 7위에 그쳤다. 나머지 이른바 명문이라는 1~6위의 대학도 60%대다. 명문 대학들도 취업률이 50~60%대라고 하면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다. 예술관련 대학은 취업률이 10∼20%대인 곳이 허다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9월 추계예술대학교 교수진 전원이 "학생들을 부실학생으로 만들어 미안하다"며 보직 사퇴를 결의하기도 했다. 예술가나 작가, 프리랜서가 되어 나름대로 행복한 꿈을 펼치고 있는 졸업생들에게 직장의료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미취업자로 분류된 때문이다. 각종 고시를 준비하고 대학원 진학을 기다리는 우수한 인재들도 이 기준에 의하면 실업자다. 이같이 합리적이라 할 수 없는 기준으로 발표된 취업률을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맹신하는 것도 문제다.취업률이 비교적 낮은 인문대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교사나 교수가 된다거나 연구기관에 취업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도 어렵다. 상대적으로 상과대나 공대보다 취업에서 불리하다. 작가의 길을 걷는다든지, 프리랜서로 활동해도 직장의료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미취업자가 된다.그래서 일부 인문계 대학은 특정학과를 없애기도 하고 학과를 취업률 제고를 위한 방향으로 개편하려는 위험한 발상을 하기도 한다. 이러다가는 최근 일고있는 인문학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올지도 모른다. 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때로는 자발적 실업자들도 있다. 직장을 선택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일일 수 있다. 그래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아무 데나 가라고 할 수도 없다. 이런 경우 취업률이 낮다고 해도 속수무책이다.그러면 왜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1996년 시행한 대학설립준칙주의를 지목한다. 인가 체제에서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대학 설립을 허용했다. 이 제도로 지금까지 무려 94개 대학이 늘었다.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대학들이 우후죽순처럼 난립해 대학 진학률을 세계 최고인 90% 가까이 끌어올렸다. 대학교육에도 인플레가 등장한 것이다. 무분별하게 대학을 설립해주고 대학 구조조정이 이슈로 등장하자 학생충원율과 취업률의 칼날을 들이댄 것이다. 취업률 하락은 대학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경제를 살리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주지 않는 한 천편일률적인 대학의 취업률 조사는 큰 의미가 없다.

2012-05-30 이준구

고사(枯死)시켜야 할 시대의 반동분자들

생방송 정치 리얼리티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경선부정 사태'가 방영된지 오늘로 20일째다. 대중은 진보진영 내부를 유린해왔던 당권파 패권놀음의 실체를 목격하고 진저리를 쳤다. 똑똑하고 다부지면서도 선한 눈매가 매력적인, 친구 누나 같던 이정희의 야멸찬 변신에 기절초풍했고, 중앙위원회를 초토화시킨 당권파의 초절정 폭력 본성에 공포를 느꼈다. 대중은 리얼리티쇼의 조기종영을 원했다. 이석기, 김재연 등 당권파 비례대표당선자들이 자진 사퇴하는 상식적인 엔딩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들은 비당권파의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 맞서 당원비상대책위를 구성해 오늘도 잔혹극을 이어가는 중이다.진중권은 "진보는 죽었다"고 탄식했지만, 사실 대중이 사망선고를 내린 상대는 경기동부연합이다. 그들 스스로는 한번도 인정 안했지만, NL(민족해방)계열의 자주파·주사파·종북파 낙인이 자연스러운 그 경기동부연합이다. 보수 보다는 진보가 찍은 낙인이고 대중이 동의한 낙인이라서 이석기와 김재연 등이 이 굴레를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예전 같으면 색깔론의 역공세로 뭉개졌을 낙인이 경기동부연합의 이마에는 왜 이리 선명할까. 바로 그들이 시대정신을 거부한 시대의 반동분자들이기 때문이다.그들은 진상조사 보고서를 진상조작 보고서로, 석고대죄를 요청하는 동지들을 적진의 세작으로 우겨대며 사실을 목격한 국민을 기만했다. "부정 없는 선거는 없다" "부정이 50%는 넘어야 부정이다"는 이석기의 주장은 민주주의의 금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 무엇보다 유일한 사태 수습방안인 국회의원 반납을 거부하는 비양심으로 인본적 가치를 짓밟았다. 도둑질도 부인하고 장물도 내놓지 않겠다는 현행범과 무엇이 다른가. 경기동부연합의 국민기만, 반민주, 비도덕, 비양심은 우리 시대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반동이다.중요한 것은 경기연합이 당랑 처럼 수레바퀴에 깔려 압사할 것인가이다. 과연 우리 시대가 경기동부연합의 반동을 압사시킬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지금 압사 직전이지만, 그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감안하면 압사를 단정하는 것은 섣부른 낙관이다. 군자산의 약속 이후 그들은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해왔다. 그들은 자랑스러운 관행인 '부정한 방법'으로 민주노동당을 접수했고, 지난 총선에서는 진보통합과 야권연대의 주체로 떠올라 200만명의 국민지지를 받았다. 이석기는 군자산 회동 전후를 합해 20년 이상 무명의 실세로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뛰어난 전략전술,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 피붙이 보다 진한 동지들과의 연대로 오늘에 이른 그들이 한 순간에 와해된다? 그럴리 없다. 이정희의 변신은 위기에서 드러난 그들의 생존본색이다. 그들은 지금 수세를 만회할 대역전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그럼 무엇이 그들을 살릴 것인가. 반동은 반동을 먹고 산다. 그들의 시대반동을 희석시키고 뒤덮을 또 다른 시대반동의 출현, 이것이 궁지에 몰린 경기동부연합에게 기사회생의 동아줄이 될 것이다. 총선 전 최대 이슈였던 민간인 사찰 파문. 권력이 아무런 법적 근거없이 민간인을 사찰하는 행위는 이 시대를 사는 한국인이라면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시대반동적 행위이다. 권력실세들의 더러운 금전게이트 역시 다를 것 없다. 다만 지금은 보수의 시대반동이 경기동부연합의 시대반동에 가려졌을 뿐이다. 정말 추악한 시대반동이 출현한다면 경기동부연합은 광화문의 촛불과 함께 기사회생할 수 있다.경기동부연합은 스스로 시대의 반동분자임을 자백함으로써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진영이 이들의 완전한 퇴장을 기대한다면 자기 진영 내부의 시대정신을 부인하는 반동적 요인과 행태와 반동분자들을 척결해야 한다. 이석기, 김재연, 강종헌 등 경기동부연합의 비례대표 의원들이 국회의사당에 참호를 파고 보수와 진보의 결정적인 시대반동을 고대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2012-05-23 윤인수

國民은 외롭다

폭력으로 얼룩진 통합진보당을 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인간중심의 세상을 만들겠다던 그들도 까보니 그들이 눈만뜨면 손가락질하던 속물들과 다를 바 없었다. 오히려 '동지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더 속물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선거에서 그들에게 200만표 이상을 던져준 유권자나 그들을 종북좌파라고 퉤퉤 침을 뱉는 일반 국민들까지 당대표가 얻어맞고 머리채까지 잡히는 폭력사태를 보면서 '너희들도 똑같구나 똑같아'라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만일 새누리당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그들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뛰쳐 나갔을 것이다. 그들의 복잡한 계보와 그들의 실상이 낱낱이 밝혀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왜 착잡하고 외로운가.4·11 총선이 끝나고 대한민국 국민들이 부쩍 외로워졌다. 오랜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 '재밌니?'라고 물으면 마치 자신들의 치부를 들킨듯 정색을 하며 모두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더러는 발끈 화내는 이들도 있다. 재미없고 외롭고 짜증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를 보면 짜증이 나고 화가 치밀어 술을 들이켜지 않고는 잠을 이룰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사실 뭐하나 재밌는 것도 없다. '해를 품은 달'이 끝난후 볼만한 드라마가 없어서 외롭고 유일하게 웃음을 주었던 '개그콘서트'가 전보다 재미없어져서 외롭다. 신문지상에 역대정권에서 보았던 정권말기의 레임덕 현상들이 마치 판박이처럼 똑같아서 외롭고, 권력을 한손에 쥐고 나는 새도 떨어뜨릴것 같았던 정권실세들이 줄줄이 감옥으로 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권력무상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외롭다. 대학을 졸업한 자식이 취직을 못하고 시간당 알바를 하는 고단한 모습을 보니 더 외롭고 앞으로 100살까지 살면서 천수를 누린다는데도 노후대책을 전혀 세우지 못한 자신의 초라한 몰골을 보니 외롭다. 하늘의 별만큼 많은 재산을 가진, 그래서 부러울것 없을 것 같은 재벌들의 상속싸움을 보면서 자신의 가계부채 이자를 따져 보는 것도 외롭고, 스무살 갓넘긴 아이돌스타들이 한류로 대박이 터져 비싼 외제차를 많이 타고 다닌다는 얘길 듣고 나는 뭘했나하는 생각이 들어 외롭다. 그리고 결국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한때 국민동생이었던 김연아가 마침내 맥주광고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는 것도 외롭다.더 힘들고 고통스러웠다는 IMF때는 모두가 힘들어서인지 동병상련이라도 느끼며 버텼는데 지금은 그것도 아니다. 저축은행 대표가 수천억원을 횡령하고 밀항선을 타려다 잡혔다는 뉴스도 외롭고 경찰, 공무원 부정부패를 보고 있으면 그동안 정직, 소박을 신앙처럼 믿고 살았던 자신이 바보처럼 살아서 외롭고, 도박판에 빠져 산 조계종의 간부들을 보면 절에 갖다준 시주가 생각나 외롭다.대한민국 국민들은 외롭다. 프로야구에 국민들이 구름처럼 몰리고, '19禁'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찍힌 성인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극장가에 국민들이 몰리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늦은 밤 잠 못이루고 트위터나 카카오톡으로 SNS를 수없이 날리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는 것도 모두 외로움 탓이다.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마치 자신이 낚싯밥이 되어 실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엮이는 것 같은 찜찜한 일상속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금 무척 외롭다.하긴 자신의 왼팔 오른팔이 모두 감옥에 간 MB도 외로울 것이다. 대권에 가장 근접하다고 자신을 치켜세우는 그 잘난 친박계에 둘러싸인 얼음공주 박근혜도 대선에서 낙마하면 어쩌나하는 생각에 외로울 것이고, 대선출마를 고민하는 안철수도 이제는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어떻게 해야할까하는 오만가지 생각에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맥주광고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김연아도 외롭고, 재산싸움에 휘말린 이건희도 외롭고, 감옥간 실세들도 감옥속에서 외롭고, 아이돌스타도 그들 나름대로 외로움이 있을 것이다. 모두 똑같다. 위에 있는 사람이나 아래에 있는 사람이나 앞에 있는 사람이나 뒤에 있는 사람이나 모두 외로운 것이다. 모두 대한민국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아!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금 다 외롭다.

2012-05-16 이영재

서민금융 악화는 정책실패

가계 부채에 눈길이 간다. 부채 총액이 2008년 724조원에서 2011년 913조원으로 불과 3년만에 무려 200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자영업자 가계 부채까지 합치면 1천조원을 돌파한지 오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은 점진적으로 가계 부채를 줄였으나 한국은 반대로 덩치를 키웠다. 덕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중은 81%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 상환 능력의 바로미터인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말 157%로 4년전 비우량 주택채권파동 직전 미국의 137.8%를 능가한 상황이다. 부동산경기 침체와 저금리 기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장기간의 내수 부진과 고물가에 따른 민생경제 위축은 또다른 복병이었다. 빚을 내어 생활하는 서민들이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2010년부터 소득 5분위 중 저소득층에 속하는 1분위 가계부의 적자폭이 점증한 결과 지난해 4분기에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1분위 가계의 56.6%가 적자상태다. 다급해진 정부는 가계 부채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부터 은행권과 저축은행·상호금융은 물론 사금융에 대해서도 가계신용관리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지난 4월 18일에는 신용카드 발급 조건도 한층 까다롭게 했다.서민들의 사채의존도 제고는 불문가지였다. 2008년 9월 130만여명이 대부업체에서 5조6천억원을 대출받았으나 2011년 6월에는 247만명이 8조6천억원을 빌린 것이다. 서민경제는 갈수록 쪼그라드는데 은행 문턱을 더욱 높였으니 말이다. 생활자금, 학자금, 기존 대출 상환용 등 소액 여신이 두드러진 것이 시사하는 바 크다. 고령층의 가계 부채 점증에도 눈길이 간다. 대부업체들의 연체율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가계 부채의 질이 빠르게 나빠진 것이다.지난 3월 30일 정부는 미소금융과 햇살론을 통해 3조원 가량의 생계형 구제자금을 추가 공급하고 대출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서민금융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대기업과 시중은행, 그리고 농협, 수협, 신협 및 저축은행 등에 마이크로 파이낸싱을 확대할 것을 강요했으나 현실은 실망스럽다. 대기업들은 변죽만 울리고 2010년 7월부터 개시한 햇살론의 대출 실적은 갈수록 축소되어 금년 지원 실적은 반토막으로 곤두박질한 것이다. 보증비율 85%로 부실 발생시 금융업체가 떠안는 손실은 15%임에도 연체우려때문에 대출을 꺼리고 있는 탓이다. 정부의 우격다짐에 마지못해 시늉만 하는 실정인데 무작정 대출재원을 늘린들 무슨 소용인가.시중은행들의 엇박자는 점입가경이다. 전국 16개 시중은행의 작년도 이익금은 16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음에도 새희망홀씨 대출 목표액은 1조4천480억원으로 목표치보다 오히려 500억원 이상 축소했으니 말이다. 은행측은 이구동성으로 연체율 관리애로를 이유로 들었으나 금감원은 "작년말 새희망홀씨의 연체율은 1.7%수준에 불과하다"며 볼멘소리를 해댄다. 금융당국의 은행권 윽박지르기가 더이상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제도"라며 자랑하던 미소금융은 조기 레임덕으로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엉거주춤한 부동산 대책과 저금리, 가계신용관리 강화 등 세련되지 못한 대책들이 가계 부채 문제를 악화시킨 것이다. 명백한 정책 실패였다. 일자리 확대를 통해 서민들의 실질소득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나 현재로선 희망사항일 뿐이다. 국내 사금융 규모가 수십조원인데 반해 미소금융기금은 수조원대에 불과, 언 발에 오줌누기다. 지난달 30일 시중은행들이 저소득 가계 부채 관리에 대한 공적 역할을 확대하기로 합의했으나 정권교대기여서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정부는 마지막 남은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러나 서민금융문제 완화에는 별무효과일 것으로 추정된다.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5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유럽 재정위기 수습 지연, 잦아들지 않는 고유가 행진, 안갯속의 남북관계, 집값 속락 우려 등은 또다른 변수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만전 발표가 허언(虛言)이 아니길 기대한다.

2012-05-09 이한구

'노키아의 추락'이 주는 미묘한 교훈

2007년 6월 애플이 아이폰을 세상에 처음 내놓았을 때, 당시 세계 1위 업체인 노키아의 칼라스부오 CEO는 비웃으면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정하는 것이 오직 시장의 표준이다." 당시 노키아의 자신감과 위세가 얼마나 컸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장면이다.그랬던 노키아가 추락하고 있다. 휴대폰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업체들에게 이미 1위 자리를 내주었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며칠 전에는 급기야 노키아의 신용등급이 투기직전등급으로 하락 조정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핀란드의 자존심으로 불리며 세계 핸드폰시장의 1위를 고수해왔던 노키아의 추락은 영원한 강자가 없다는 교훈을 다시 실감시킨다.노키아가 추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하게 해석하면, 스티브 잡스가 창조한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놓친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다.그러나 그 내면에 숨겨진 진정한 실패 이유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뼛속 깊이 담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똑같은 실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노키아의 중요한 패인은 자신의 기존 성공방정식에 대한 자만에서 나온다. 많은 승자(勝者)들이 빠졌던 함정인 '성공 함정(competence trap)'에 걸린 것이다. 과거 자신이 성공했던 비결에 그대로 의존하다가 몰락하게 되는 함정이 바로 '성공 함정'이다. 자신의 성공 비결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지, 오늘 성공하고 있는 기업들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노키아가 믿었던 최고의 성공공식은 그들의 수요창출 역량이었다. 노키아는 실제 핸드폰 패러다임 내에서는 시장수요를 만드는 천재였다. 첨단기기 단일 품목으로 지난 10년동안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물품은 놀랍게도 '노키아 1100' 모델이다. 일본 닌텐도 '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모토로라의 휴대폰 '레이저'를 제치고 1위 매출액을 기록한 단일품목인 '노키아 1100'은 주로 인도와 같은 극빈국의 소비자들에게 팔렸지만 5년동안 무려 2억5천만대를 판매하는 기록을 만들었다.휴대폰을 모르던 저소득층에게 휴대폰의 가치를 일깨워서 시장을 창조했다는 놀라운 스토리가 담겨있다. 구체적으로, 인도 어부 및 농민들이 공동 소유할 수 있도록 번호 하나에 여러 명의 이름을 저장하는 기능을 넣었고, 통화요금의 상한설정, 내장라이트 부착 등 낙후지역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고안해서 엄청난 수요를 만들었던 것이다.필자 개인적으로도 2008년 인도 벵갈루루의 국제학회에서, 정작 인도에 대한 감동은 못 받았지만 오히려 '노키아 1100'의 시장 통찰력에 놀랐었을 정도였다. 노키아는 아마도 스마트폰에서도 이런 수요창출 능력을 믿고 빠른 추격을 자신했겠지만, 기술적 승부처에서 조금이라도 늦으면 수요창출능력도 가치가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노키아가 믿는 또 하나의 성공공식은 플랫폼 전략이었다. 플랫폼 전략이란 휴대폰의 기본 뼈대를 유지하면서 일부 부품과 디자인만 달리해서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 전략이다.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에 늦게 뛰어들면서도 우선 정확한 플랫폼을 구축하자고 시간을 보내면서 기회를 놓쳤던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에서 독자적 운영체계(OS)인 '심비안 OS'를 고집했었는데, 이것이 기능 단순성 등의 이유로 시장에서 외면되자, 뒤늦게 MS와 손잡고 '윈도폰 OS'를 채택했으나 이미 시장을 삼성 갤럭시 시리즈와 애플 아이폰이 양분한 상황에서 빈틈을 찾지 못했다. 이처럼 뒤늦게 대응하면서도 자신들의 기존 비결인 플랫폼 구축에 집착한 것이 추락의 큰 원인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노키아의 추락 스토리가 공명(共鳴)이 큰 이유는 그들이 누리던 자리를 우리가 차지했기 때문이다. 노키아의 몰락은 우리에게 당장은 기쁜 소식이지만, 그들이 남긴 교훈을 뼛속 깊이 새기지 않은 한 축배를 들 수 없다. 노키아가 추락에서 당장 회복하는 것도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들이 영원히 몰락하는 것도 혹시나 우리의 미래 모습이 될까 염려가 커진다. 노키아의 추락 스토리만큼 미묘한 맛을 남기는 사례도 당분간 없을 듯 싶다.

2012-05-02 손동원

문화유산 정책의 재정립

도시 개발과 재건축 과정에서 문화유산 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인천의 경우 지난해 대불호텔(중화루) 부지에 상업용 건물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개항기 건축의 유구(遺構)가 발견되어 공사가 중지되고 부지 보존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최근에는 인천시 중구가 남한 최초의 소주공장이었던 조일양조 건물을 철거하고 주차장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건물의 보존가치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이러한 논란은 문화유산의 개념과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치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며, 문화유산과 관련된 정책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일반적으로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이란 지속적인 문화 창조를 가능케하는 물적 매개물 혹은 상상의 원천을 말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세계 유산을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과 지구의 역사를 잘 나타내고 있는 자연유산 그리고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결합된 복합유산으로 구분하고 있다. 문화유산은 다시 유적, 건축물, 장소로 구분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구전·무형유산·걸작품과 기록유산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지정 사업을 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문화유산을 '문화재'로 통칭해 왔으며 "인위적·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민족적·세계적 유산으로서의 역사적·예술적·학술적·경관적 가치가 큰 것"이라고 정의해 왔다.이같은 정의는 고고학·건축학·미학적 가치가 현저한 문화재만 중시하고 여타의 문화자원을 경시하는 결과를 낳는다. 도시 서민의 생활사, 근대 산업사와 관련된 유산이나 기록물의 가치도 중요하다. 특히 생활문화유산은 우리의 근대를 재성찰하여 미래를 조감하는 데 필요할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도시 재기획을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그런데 생활문화나 산업유산과 관련된 유산들은 대부분 그 소중함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그것이 멸실된 후, 혹은 재생되어 다시 나타났을 때에야 그 가치가 드러난다.세계적 명소가 된 프랑스의 오르셰미술관은 1939년 오르셰역이 문을 닫은 뒤 방치되다가 1970년대에 이르러 활용책을 검토하다가 1986년에 비로소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것이다.보존 중심 정책에서 활용 중심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고학적 유물이나 근대 이전의 문화유산의 경우 보존 자체가 중요하다. 그러나 근대 문화유산의 경우 그 숫자도 많을뿐더러 시민의 주거와 생업과 밀착된 공간에 위치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존 중심의 정책은 재산권이나 경제적 활동과 상충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 경우 문화유산도 보존하고 유산을 활용하여 소유주와 지역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도시에 남아있는 다양한 문화유산은 유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문화적 콘텐츠이며, 도시 재생의 중요한 자료이다. 진정한 의미의 도시 재생은 지정 등록된 유무형 문화재는 물론 주민생활의 역사와 관련된 지역의 문화유산을 창의적으로 활용할 때 가능하다.문화유산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도시의 경쟁력이란 그 도시가 온축하고 있는 문화 창조 역량, 문화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지역의 유·무형 문화 유산과 자원에 대한 종합적 조사와 재평가 사업을 통한 보존대상 유산 목록을 작성하는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도시와 지역의 문화유산에 대한 체계적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관계로 공인된 문화유산은 생성 능력을 잃고 현실 문화와 분리되거나 유물화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중요한 문화유산들이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여 개발 과정에서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그런데 문화유산 보존은 정부나 지자체에 의존해서는 이룰 수 없으며, 문화유산신탁법에 의거한 문화유산보존 활동과 같은 민간 차원의 운동이나 주거지 근처의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에 관심을 가진 지역의 시민운동과 연계될 때 더욱 효과적이다.

2012-04-25 김창수

국회의원, 특권만큼 국민을 더 섬겨라

전쟁과도 같은 선거가 끝났다. 거리 곳곳을 누비던 형형색색의 무리들도 어느새 사라지고, 총성이 멎은 듯 온갖 소음들도 뚝 그쳐버렸다. 막말 논쟁, 보수와 진보, 기성세대와 젊은이들 간의 대립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은 한층 더 성숙해진 민주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대립과 갈등 속에서도 별 탈 없이 평화적으로 주권을 행사했고, 상대에 대한 고소 고발 등 고질적인 병폐도 많이 줄어들었다. 정치의식이 성숙하면서 지지하는 정당과 노선은 달라도 마음껏 비판했고, 입장을 달리하고 있음에도 소중한 한 표를 던졌다. 국민들의 정치를 바라보는 의식수준이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모두가 느낀다.오히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아 정치를 하는 선량(選良)들이 더 걱정될 뿐이다. 당선만 되면 표를 준 유권자들을 잊기 일쑤다. 40일 남은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6천639개 법안이 쓰레기통으로 자동 폐기될 위기다.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각종 특권에 비해 국민들이 이들에게 거는 기대치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의원의 금배지 무게는 6g에 제작비 2만5천원에 불과하지만 수반되는 특권은 무수하다.헌법으로 보장된 불체포 특권과 면책특권 입법권이다. 현행범인이 아닌 이상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기업·공기업, 이익단체, 정부 공무원들이 설설 긴다. 그만큼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특권보다 더 놀라운 혜택도 있다. 월 세비 624만5천원에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정근수당과 명절 휴가비 등 각종 수당을 포함하면 연간 1억2천만원 이상의 연봉을 지급받는다. 4급 2명을 포함한 9명의 보좌진에게 연간 3억6천880만원의 세금이 투입되고, 여기에 KTX 선박 항공기(비즈니스석)가 공짜다. 국회의원 1인당 6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된다. 게다가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은 평생동안 월 120만원씩의 연금을 지급받는다. 이 법안이 2010년 국회를 통과했을 때 여야 통틀어 고작 2명만이 반대했다. 앞에 열거한 것 이외에도 200가지의 특권이 있다고 한다.이에 반해 이들의 의무는 어떨까. 헌법상의 청렴의무, 국익우선의무, 지위남용금지의무, 겸직금지의무를 가지며, 또한 국회법상 품위유지의무, 국회의 본회의와 위원회 출석의무, 의사에 관한 법령·규칙 준수의무와 정치적·법적으로 특수한 지위에 있으므로 일반 공무원과는 다른 특수한 의무를 진다라고 돼 있을 뿐이다. 다분히 추상적이다. 그래서 이들이 누리는 권한과 혜택을 줄이고, 나아가서는 국회의원의 숫자를 반으로 줄이자는 여론도 일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 300명 시대'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그 특권에 비해 제 구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국회의원 당선자들이나 대선 주자 등 정치인들은 이제 허리 띠를 졸라매는 각오로 공직생활에 임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절대로 국민들 곁에 다가설 수 없다. 서민을 위한 정치는 한낱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뿐이다. 운영 경비도 최대한 줄이고, 비행기 좌석등급도 낮춰 서민생활을 체험해야 한다. 평균 재산이 30억원을 넘는 국회의원을 보면서 국민들은 자괴감을 지울 수 없다. 자신들과는 다른 신분계층으로 구분지어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나라 안팎으로 경제가 어렵다. 존경의 대상이 돼야 할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이 솔선수범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또 정치를 외면하게 될 것이다. 국민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국민들을 섬길 때 생산성 높은 국회, 일 잘하는 국회의원도 되는 것이다. '백성들을 위한 정직한 마음과 정책을 가지라'는 다산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제부터라도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는 국회의원들이 됐으면 좋겠다.

2012-04-17 이준구

선악 이분법이 지배하는 한국정치

지금 전국에서 유권자들의 투표가 진행중일 것이다. 19대 국회를 구성할 여야 국회의원들을 선출하는 날이다. 어제 일기예보가 맞다면 봄비가 추적추적 내릴테니 투표장을 향하는 발길이 성가실 법하다. 애꿎은 봄비를 탓할 일이 아니다. 흔쾌하게 투표소를 찾아 기쁜 마음으로 원하는 후보와 정당을 선택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어제까지 치열하게 전개됐던 선거운동을 복기해 보면 투표장을 향하는 유권자의 발걸음이 무거운 이유가 자명해진다. 국민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양립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패거리들이 주고받은 저주와 악담을 들어야 했다. 더욱 끔찍했던 것은 진영 논리로 무장한 성선과 성악의 정치였다. 자기 진영의 가치와 사람은 무조건 선하고, 다른 진영의 그것들은 무조건 악하다는 교조적 신념. 보통 국민에게는 너무 무서웠다.결국 끝까지 완주한 '나꼼수' 출신 김용민을 예로 들어보자. 서른여덟 김용민이 서른살에 내뱉은 막말은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었다. 그 자신도 "내가 한 말인가를 의심할 정도로 당황스러웠다"고 고백했다. 눈물도 흘렸다. 그를 공천한 민주통합당은 순식간에 공황상태에 빠졌다. 그 이후의 상황을 중언부언할 필요는 없다. 민주통합당은 김용민을 공천했고, 그는 살벌한 비난 여론에도 불구 완주했으며, 오늘 노원갑 유권자들이 표로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무엇이 김용민의 완주를 가능하게 했는가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나꼼수 지지 세력의 변함없는 성원 덕이 크다. 나꼼수 공동진행자인 김어준은 "김용민이 자폭하면 민주당 다죽고 야권 다 죽는다"고 말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의 사퇴권고를 개그로 받아쳤고 공당인 민주통합당의 고민은 길거리에서 면박을 당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저는 김용민을 신뢰합니다"라며 공식적으로 면죄 발언을 하사했다. "김용민이 바뀐다면 새누리당 후보에 비할 수 없이 낫다"는 이유를 댔다. 그들에게 김용민의 막말은 과거일 뿐이었다. 그 막말로 오늘의 김용민을 다시 볼 여지는 없는지, 고민한 흔적이 없다. 나꼼수와 이정희의 쿨한 태도는 선악의 이분법 말고는 설명할 수 없다. 가카헌정방송 나꼼수로 이명박 정권을 희롱한 장외의 정치게릴라 김용민. 그는 우리 사람이고 내 편이다. 더군다나 '그들의 가카'에게 빅엿을 먹였고 먹여야 할 김용민 아닌가. 그는 가카와는 반대로 묻지도 따지지도 말아야 할 선한 존재인 것이다. 김용민은 선악의 이분법 덕분에 완주할 수 있었다.선거 과정에서 흔들린 언행으로 곤경에 처한 지성인들의 행보는 선악 이분법의 정치가 상식인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절망을 안기는지 잘 보여준다. '도가니'의 작가 공지영. 나꼼수의 비키니 응원을 비판하다, 공천받은 김용민을 '사윗감'으로 추천했고, 김용민의 막말에 접해서는 '무거운 사과'를 요구했다. 그때마다 나꼼수 세력의 반응은 냉온탕을 오갔고, 인간에 대한 공지영의 작가적 천착은 의심받았다. 그녀는 이번 선거를 통해 인간에 대한 진지한 탐색을 고민할지도 모르겠다.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인간이 완벽하게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생명체라면 정치가 필요없다. 스스로 개인과 집단의 이해와 이익을 조정하고 공존할 수 있는데 정치권력이 왜 필요하겠는가. 따라서 만일 누가 누군가를 완벽한 선인이거나 악인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편견과 단견에서 비롯된 판단의 오류이기 십상이다. 그게 아니면 특별한 필요와 목적을 실현하려는 의도적 선동이다. 오늘 4·11 총선의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다. 하지만 정국이 안정될 희망은 안보인다. 총선을 통해 쏟아진 악의적인 편견과 의도적 선동을 생각하면 연말 대선까지 혼란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선악 이분법의 정치는 더욱 기승을 떨게 분명하다. 국민이 상식의 잣대를 날카롭게 벼려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맹목적인 선악 이분법이 대선까지 이어진다면 정말 한국 정치는 희망이 없다.

2012-04-10 윤인수

부실한 청년실업 공약

"장가갈 수 있을까…. 통장 잔고 없는데 장가갈 수 있을까. 이러다 평생 혼자 사는 거 아냐?"연중 최대의 결혼성수기를 앞둔 시점에서 웬 생뚱맞은 소리인가. '커피소년'이란 무명가수가 부른 '장가갈 수 있을까'란 제목의 노래가사 일부이다. 근래 들어 결혼건수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1998년 37만4천 건에서 2007년에는 34만4천 건으로 줄어들더니 지난해에는 32만9천 건으로 13년 만에 무려 4만5천 건이나 축소된 것이다. '나홀로' 가구수 급증 및 고시원이 청년들의 주거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원인 중의 하나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젊은이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열악해지고 있는 때문이다.지난 2월 기준 실업률은 4.2%이나 청년실업률은 무려 2배 이상인 8.7%로 지난해 4월 이후로 가장 나쁘다. 아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6.7%의 절반수준이어서 다행이라 판단할지 모르나 낙관은 금물이다. 선진국의 경우 취업자와 실업자가 정확히 구분이 되는 반면에 한국은 가끔씩 아르바이트하거나 가사를 돕는 실질적 실업자수가 상당한데 이들이 모두 취업자로 간주되는 탓이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추계한 국내의 잠재청년실업률은 21.2%였다.빈둥빈둥 노는 젊은이 수는 사상최고를 기록 중이다. 15~34세 청년 니트(NEET)족은 2003년 75만1천명에서 이미 100만명을 능가했다. 대졸 이상의 고학력 룸펜 증가가 특히 두드러진다. 교육비 대느라 허리가 휠 정도였는데 이젠 늙은 자식까지 거두어야만 하는 캥거루 부모들의 신세도 딱하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의 15~34세 니트족수는 63만명으로 총인구 대비 0.49%인 데 반해 한국은 2%로 일본에 비해 무려 4.08배나 높은 실정이다.청년근로자 고용의 질도 갈수록 나빠지는 추세이다. 지난해 15~29세 시간제 근로자수는 43만9천명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작성을 개시한 2003년에 비해 무려 45.1%나 증가한 것이다. 그나마도 경력관리에 도움이 되는 업종보다는 주로 편의점이나 식당, 주점 등에서 저임금의 단순업무로 아까운 청춘을 낭비하고 있다.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향후의 청년실업 확대재생산은 불문가지이다. 자연성장률 하락, 세수입 감소, 빈부격차 확대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 등을 떠올리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사회통합의 저해는 더 큰 고민이다. 지난해에 불거진 중동의 자스민혁명이 상징적이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던 점이 민주화열풍의 배후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천민적인 금융자본주의에 경종을 울렸던 미국 월가점령운동도 동일한 맥락이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이 한목소리로 청년실업난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나선 상황이다. 인적자원이야말로 국내유일의 부가가치 창출원임을 고려할 때 더욱 절박하다. 4·11 총선 관련 정치권의 공약에 눈길이 가는 이유이다.새누리당은 2016년까지 한시적으로 100인 이상 민간기업이 상시근로자수의 2.5% 범위 안에서 초과고용할 경우 정부에서 매달 50만원씩 12개월간 지원하고 사업주에게 조세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5년 시한의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을 제안했다. 민주통합당은 공기업을 포함한 300인 이상 대기업에 매년 전체근로자수의 3%씩 추가고용을 의무화해서 청년층 일자리를 32만개로 늘리기로 했다. 또한 매년 법인세의 0.5%를 적립해 대학 미진학 청년이 민간기업 입사시 2년 동안 매달 50만원의 임금을 보조하며 취업 준비생에겐 최대 4년간 매달 25만원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내용의 '청년희망기금'도 마련하기로 했다. 민주노동당은 한 발 더 나아가 대기업들의 청년고용 할당인원을 재직 근로자수의 5%로 확대했다.그러나 청년의무고용이 핵심인 야당의 해법은 구시대적 발상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괴물(?)로 성장한 재벌을 정치권력이 컨트롤하기엔 역부족이란 느낌이 드는 탓이다. 여당의 공약도 아기를 위탁모에게 억지로 맡기는 식이어서 대동소이하다. 청년유권자들의 표가 어디로 쏠릴지 궁금하다.

2012-03-28 이한구

기업가정신 대변하는 정치는 왜 없나

4월 총선 정국이 무르익으면서 많은 정책 공약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경제에 긴요한 공약이 빠져 있어 마음이 불편하다. 바로 기업가정신에 대한 정책이다. 아마도 많은 정치가들이 기업가정신을 말하는 것은 아직 대중에게 주는 호소력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침착하게 생각해 보자. 지역경제와 국가경제의 현안을 풀어주는 대책으로 기업가정신을 육성하는 것 만한 방책이 없다. 한국경제의 당면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유망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과제도 모두 기업가정신에서 잉태됨을 절감해야 한다.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정치가들이 외면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대학에서 기업가정신을 강의하는 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청년들에게 창업을 강권하지 못하는 비애(悲哀)를 절감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가로서 감당해야 할 위험과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젊은 인재들이 기업가로서 겪을 험난한 경로를 생각하니, 기업가정신이 중요함을 알면서도 유능한 동량(棟梁)들에게 창업자로서의 인생을 권장할 용기가 선뜻 나지 않는 것이다. 한국경제에서 창업자가 감당해야 하는 위험은 상당하다. 특히 자신이 창업한 기업이 실패했을 때 개인이 그 위험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 이런 정도의 높은 위험이라면 창업자로서 인생을 선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경제가 선도경제로 도약하려는 현 시점에서, 창업기업가의 위험에 대해 합리적인 조정이 진정으로 시급하다. 정치가들이 앞장서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해 주기를 간절히 고대한다.젊은 인재들이 대학문을 나서면서 대기업을 찾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창업 성공을 높이는 것과도 연관된다. 현재 기업가로 성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책은 일단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다. 거기서 일정기간 산업관행과 실무를 학습하고, 또 구체적인 판로와 사업아이템을 포착해서 자신의 사업체를 시작하는 경로가 성공확률이 가장 높은 것이다. 이런 개인경력 인센티브 체계에서는 고급인력이 대기업에 취업하겠다는 욕구를 저지할 수 없으며, 결국 대기업 중심의 인력수급을 깰 수 없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경제에서의 도약을 꿈꾸는 정치가라면, 기업가정신을 저해하는 문제들을 풀어내는 데 앞장서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체급을 끌어올리는 승부처가 될 수 있다.한국사회에서 기업가를 말할 때 정치적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중들이 생각하는 기업가에는 재벌창업자들의 이미지가 적지 않게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정주영 혹은 이병철과 같은 제1세대 기업가들의 자수성가(自手成家) 스토리에는 흥미를 보이지만, 현대와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에는 잿빛 이미지가 덧칠되어 있다. 과거 정부로부터 많은 특혜를 받아 성장한 대기업, 또 그들의 성공이 중소기업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에는 무언가 부족한 존재로서의 이미지가 채색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우리에겐 소중한 자산으로서의 기업가들도 많다. 스스로 지식과 기술을 연마해서 성공한 벤처기업가들이 이미 많다. 예를 들면, 기술창업을 통해 경쟁력이 높은 벤처기업을 이룬 변대규, 황철주, 김택진 등의 스토리들은 젊고 유능한 잠재창업자들에게 큰 용기를 줄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앞 세대의 기업가들과는 달리 과도한 정부지원을 받았던 도덕적 부담도 없다. 소위 과거 가난했던 시절 집안의 맏아들과 같이 자원을 집중해서 성장한 것이 아니다. 이렇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성공스토리에 당당할 수 있으며, 그래서 기업가로서 존중될 수 있다. 이런 자부심과 당당함이 자리 잡았으니 정치가들도 청년들에게 기업가정신을 말하는 데 과감해져도 될 것이다.현 시대는 한국 기업가들이 이룬 결실과 과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라는 화두를 던져주고 있으며, 또 나아가 한국경제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창조하기를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을 제대로 읽는 큰 정치가들을 기다린다.

2012-03-21 손동원

기로에 선 문예회관 정책

문화예술회관 운영 정책이 일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 가장 대표적 문화기반시설인 문예회관 시설현황은 2010년말 현재 192개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10년 전에 비해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정부와 지자체가 광역시도와 기초자치단체당 1개소 이상의 문예회관 건립을 목표로 확충하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기 때문이다.인천의 경우 종합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하여 강화군·계양구·서구·부평구·남동구·중구에 문예회관이 건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나머지 자치단체도 문화회관을 조성하거나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몇몇 지자체는 지역 문화예술활동의 거점인 문예회관이 없어 문화 활동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문예회관을 건립한 지자체도 운영비와 인력부족으로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문예회관은 공연과 전시를 중심으로 예술작품의 발표와 문화행사가 이뤄지는 복합문화예술 시설이기 때문에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기관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치단체에서는 문예회관 운영비를 절감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설공단에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 경우 최소 인원으로 시설을 운영하기 때문에 비용절감 효과는 거둘 수 있으나, 공연장 대관 업무 위주의 소극적 운영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시설을 지어놓고 정작 가동은 하지 못하는 셈이니 이런 문예회관은 문화적 '전시물'에 가깝다.그래서 수도권의 일부 지자체는 문예회관의 전문화와 효율적 운영을 명분으로 지역의 문예회관을 민간 위탁으로 전환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 경우 문예회관 운영에 전문성과 자율성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기획과 홍보는 물론 회관운영과 관련된 다양한 전문가를 필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채용할 수 있으며, 운영 기술도 축적될 수 있다. 그러나 위탁운영 업체로서 비용절감과 수익 창출에 급급할 경우 예술의 상업화와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도 높아진다.공공 공연장이 경영 효율화를 추구할 경우, 결국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대중성 있는 문화 예술을 주로 공연하는 상업공간으로 변질하게 되고 그것은 문화 생태계를 단순화하는 역효과를 낳게 된다.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예술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며, 공연장은 특정한 예술 취향과 소비 능력을 갖춘 계층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 한 문예회관이 흥행에 성공을 거둔 뮤지컬 중심의 공연만 계속한다고 가정해보면 그 폐해를 짐작할 수 있다.이처럼 공공 공연장이 상업화 하게 되면, 기초 예술과 순수예술, 실험적 예술 영역이 위축되거나 고사하는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결국 문화 생태계를 파괴하는 역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또 문예회관의 상업화는 지역 문예회관을 서울의 문화예술을 지역에 보급하는 역할로 제한하게 되는 경향을 띠게 된다. 이같은 일방적 소통 기능으로 축소되면 문예회관은 지역 문화 발전의 '요람'이 아니라, 지역 문화를 서울 문화에 종속시키고, 자생성을 위축시키는 '무덤'이 될 수도 있다.현재 각 지자체가 추진하는 문예회관 운영 정책을 보면, 지자체 직영이나 시설관리공단에 위탁하는 소극적인 정책과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민간 위탁과 같은 적극적 정책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다. 문제는 두 운영 방식의 한계나 문제점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이같은 현실에서 광역 문예회관과 기초 문예회관을 연계통합운영하는 방안은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문예회관 운영을 통합하면서 예산 절감이 가능하며, 인력과 시설, 직영 예술단, 프로그램의 공유를 통해 풍부하고 다양한 문화서비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구군의 문예회관은 문화권역별 특성과 구군별 특성이 있으므로 획일적 통합이 아니라 지자체별 특성화 전략을 기조로 통합의 단계를 설정하여 추진해 나간다면, 문예회관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는 한 우회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12-03-13 김창수

"개혁? 쇄신?" 당신들이 할수 없는 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국회 의석수를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렸다. 당초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경기도 파주, 용인기흥, 용인수지, 수원권선, 여주·이천 선거구를 비롯해 8개 선거구를 분구하고, 5개 선거구에 대해선 통합하도록 국회의장에게 건의했다.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편차 3:1 권고를 맞추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친 결과였다. 그러나 획정위의 권고안은 정개특위로 넘어가면서 누더기로 변했다. 지역구를 사수하려는 의원들과, 표밭의 분할 등기를 유지하려는 여야 지도부의 이해타산이 맞물리니 합의가 가능할 리 없었다. 중앙선관위가 '이러다가는 선거도 못치르겠다'며 이번 총선에 한해 300석으로 의석을 늘릴 것을 제안했다. 불감청이언정 고소원, 정개특위는 선관위가 건넨 당의정을 꿀떡 삼켰다.이런 사람들이 정치개혁을 '특별히' 하겠다는 위원회에 앉아 있다. 안다. 정개특위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당 지도부의 '오더'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누구 하나 당 지도부보다 국민 여론에 순응할 처지가 아니다. 그들도 공천을 받아야 하는데, 한 석이라도 유리한 선거구를 만들거나, 유지하라는 지도부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 여론은 수없이 국회의석수를 줄이라고 요구해왔다. 비효율적인 정치풍토를 개선하려면 지역구보다는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 다양하게 분화 중인 여론을 수렴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학계와 민심의 요구였다. 그런데 거꾸로 간다. 여주는 양평·가평에 묶이고 수원권선, 용인수지, 용인기흥의 일부 동네는 행정구역을 넘어가 딴 동네 사람을 선출해야 하니, 그들의 민의가 제대로 대변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이렇게 특별하게 자신들만 챙겼다.여야 여성 대표들이 외친 '쇄신 공천'도 뚜껑이 열리자 허접한 실체를 드러냈다. 민주통합당의 1차 공천자 명단은 친노세력과 열린우리당 시절 486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불법자금 수수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 삼화저축은행에서 돈 받아 쓴 공동정범으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임종석 사무총장이 공천을 받았다. 강원도 어느 지역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을 역임한 사람을 경선대상자로 통과시켰다. 정체성과 도덕성으로 공천 쇄신을 약속했던 한명숙 대표는 요즘 말이 없다. 정체성의 기준은 '우리 편'이고 도덕성의 기준은 '당선가능성'으로 해석해도 될지 묻고 싶다. 쇄신은 무슨…. 그냥 내 쪽 사람과 당선가능성만 따져서 우리끼리 정치하겠다고 고백하는 것이 어떤가.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을 강조하면서도 당선가능성을 따져 이재오 의원의 공천을 묵인했다. 수해골프로 물의를 일으킨 홍문종 전 의원을 복당시켜 공천심사에 올렸다. 여론의 지지가 갑자기 하락해, 쇄신에 대한 집착은 한 대표 보다 절박한 듯하지만, 당선 가능성을 앞세워 흠집을 묻으려는 타협의 기미가 완연하다. 쇄신은 무슨….선거철이다. 한국인은 특정 단어의 회귀만으로도 선거가 임박했음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정치인들 입에서 '개혁'입네 '쇄신'이네 하는 거룩한 단어들이 쏟아져 나오면, 그 때가 바로 선거철이다. 정치는 어차피 민심위에서 부유한다. 민심은 또 시대정신을 만들고 변화를 갈구한다. 인류의 역사는 그렇게 전진해왔고 시대정신에 부응하지 못하는 권력은 도태했다. 이렇듯 민의가 항상 정치보다 앞서니, 그걸 따라잡기 위해 정치인은 늘 개혁과 쇄신을 외친다. 하지만 기득권을 깔고 앉은 한국 정치인들이 할 수 없는 일이 있으니 그 또한 '개혁'과 '쇄신'이다. 불행한 일이다.희망은 사라지지 않아 희망이다. 희망은 살아있다. '개방'과 '참여'라는 시대정신이 구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꼼수'는 돈이 들지 않는다. 모든 이에게 개방되는 대안 미디어의 출현과 동조자의 적극적인 참여로 '가카 헌정방송'은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무서운 견제자가 됐다. 앞으로 '나꼼수'의 한계를 극복한 수많은 '나꼼수'들이 보수와 진보의 영역을 넘나들며 거짓 정치인들을 제거해 나갈 것이다. 진정한 개혁과 쇄신의 파도가 개방과 참여라는 시대정신을 타고 도도하게 흐를 날이 머지않았다. 정치인들은 지금 구시대의 벼랑 끝에 서있다.

2012-02-28 윤인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우리나라의 2월은 1월보다 상대적으로 평균기온이 높으나 이번 겨울에는 거꾸로다. 추위의 절정기인 1월 중순 서울 기온은 섭씨 0도로 평년(-2.4도)보다 높았지만 2월 들어서는 수은주가 평균치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가장 추웠던 날도 작년은 1월 16일이었으나 올해는 2월 7일로 한랭시즌 자체가 뒤로 밀린 느낌이다. 3월이 코앞인데도 봄을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이다.올봄의 경제 기상(氣象)도 날씨처럼 변덕스러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스의 재정위기 강제수습시한이 초읽기에 돌입한데다 이란발 긴장고조가 점입가경인 때문이다. 금년부터 미국의 국방수권법이 효력을 발휘함에 따라 세계 각국의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EU가 오는 7월부터 이란산 원유수입 전면금지를 선언한 터에 이란석유 최대수입국이자 심정적 동조국인 중국까지 가세할 조짐이니 말이다. 중동에서 또다시 전운(戰運)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미국정부의 고민이 가장 크다. 유럽발 경제부진이 점차 가시화되는 터에 중동전쟁이 재발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연말 재선은 물 건너갈 수도 있는 탓이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만 끌 수도 없는 상황이다. 매파인 공화당의 정치공세가 점증하고 미국 군부까지 우유부단한 행정부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사회에 영향력이 큰 유태인 유권자들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개발은 묵인하면서 이란은 불용(不容)하는 미국의 이중잣대에 대한 국제적 시비우려도 걸림돌이다. 더 큰 골칫거리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정부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이란에 대한 군사대응을 천명한 것이다. 미국주도의 경제봉쇄가 기존 핵시설 이전 등 이란에 시간만 벌어줄 뿐만 아니라 자칫 이란이 핵무장할 경우 무력화(無力化) 비용이 훨씬 더 클 것이란 판단이다. 이르면 3~4월중에 이란 핵시설을 파괴할 움직임마저 간취된다. 미국의 동의가 선결과제이나 낙관은 금물이다. 이란과 이스라엘간의 요인암살경쟁이 첨예화되는 터에 이스라엘은 지난 2007년에도 시리아의 핵 원자로를 임의로 공습한 적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이란에 대한 독자적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탓이다. 우리나라는 원유수입 세계 5위 및 천연가스수입 세계 2위인 에너지 수입대국이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면서 국내 석유가격도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인데 세계 원유거래액의 20%에 달하는 물량이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 심지어 200달러대까지 점치는 판이다. 만에 하나 한국이 미국방수권법 적용에서 제외된다 해도 석유자급률 13.7%의 국내경제가 치명적인 내상을 입을 것은 불문가지이다. 지난해 국내 원유수입량은 총 9억2천700만 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 31.4%, 쿠웨이트 12.7%, 카타르 10.0%, 이라크 9.7%, 아랍에미리트(UAE)와 이란 각 9.4% 등 중동지역 의존율이 무려 87.1%인 것이다. 전쟁으로 비화되지 않는다 해도 당분간 국제유가의 대세상승은 불문가지이다.지난 9일 대외경제연구원(KIEP)이 발표한 '유가상승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변화; 1990년대와 2000년대의 비교분석'에 따르면 유가 상승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1990년대에 비해 다소 축소되었으나 대신 서민물가에 주는 충격은 더 커졌다. 즉 유가가 1%포인트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연 0.09%포인트나 오른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교통, 난방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부문이 특히 민감했다. 내수까지 침체되는 양상이어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석유 대체공급을 확약 받았음에도 물가잡기에는 역부족이란 인상이다. 겨울이 채 가기도 전에 중동발 대륙성 고기압이 맹위를 떨칠 확률이 높은데 4·11총선과 관련한 정치방학시즌과 겹쳐 한걱정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기우(杞憂)였으면 좋겠다.

2012-02-21 이한구

중소기업은 '차별화'로 자란다

한국경제에서는 왜 실리콘밸리와 같은 '작은 기업 성공사례'가 없을까? 서구(西歐) 학자들에 의하면 창조적인 혁신은 작은 기업에서 나오며, 대기업들은 과거의 성공방법을 믿고 자만하여 오히려 창조적 혁신에 뒤떨어진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하버드 대학의 크리스텐슨 교수는 '파괴적 혁신' 현상을 지목하며, 많은 대기업이 작은 벤처기업의 혁신에 의해 파괴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여전히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10년동안 대기업의 실적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한국경제가 가진 특유의 수수께끼이다.이 수수께끼의 답은 한국경제의 성장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경제는 추격(catch-up) 전략으로 성장했다. 즉, 표준화된 제품시장에서 선두기업을 타깃으로 설정하고 빠른 추격을 통해 그 선두기업을 밀어내어 시장지배자의 위치에 올라서는 전략으로 성장했던 것이다.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업종들인 철강, 반도체, 휴대전화, TV, 조선 등 모두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성장했다. 여기서 주목할 포인트는 이런 표준화 상품의 조립생산에서는 혁신역량이 승부를 결정짓는 요인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뛰어난 판단력, 대규모 투자, 빠른 추진, 철저한 경영 등이 중요할 뿐,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에서 느끼는 제품의 혼(魂)과 같은 혁신적 창조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세계시장이 혁신이라는 무기로 싸우는 전쟁터로 변모하면서, 표준화 제품의 조립생산에서 확보한 강점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의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서구의 '작은 기업 성공론'에 주목하여 혁신에 강한 중소기업 육성을 본격화할 시점으로 생각된다. 당장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배려하는 '맏형님'의 의젓함을 보이지 못한다고 해서, 지금까지 쌓은 대기업의 경쟁력이 무너져도 좋다는 생각은 미숙한 생각이다. 한국경제를 키워온 수출(輸出)만 보더라도, 당장은 대기업 없이 현재 실적을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미래는 현 실력자인 대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혁신역량이 강한 중소기업들을 선별해서 육성하는 방책에 달려있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들을 보완해 줄 대체 세력은 바로 높은 혁신역량을 갖춘 중소기업군(群)일 것이다.이는 중소기업을 육성하자는 일반론과 엄연히 다르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되 그 혁신역량을 엄격하게 선별해서 우수한 싹을 키우는 노력에 집중하자는 주장이다. 우수한 싹은 본래 시장경쟁을 통해 발굴되고 단련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지만, 현재 시장의 선별능력을 볼 때 당분간은 정책적으로 혁신형 중소기업을 키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여기서 핵심은 '차별화' 원리를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확실하게 담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중소기업 지원프로그램은 중소기업을 온실(溫室) 속에서 키우는 방향으로 추진되어 왔다. 예를 들면, 부족한 자금을 저리로 융자해주고, R&D자금을 지원하며, 세제혜택 등이 부여된다. 벤처기업제도에서는 인증기준을 통해 지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인증기준이 엄격하지 않아서 요령껏 외형적 기준을 잘 맞추기만 하면 되었다. 이런 정황이다 보니 중소기업 쪽에서는 체질개선이 미처 이뤄지지 못했다. 한마디로 경제활동의 제1계명인 '차별화' 원리가 없었다.'차별화'란 잘될 중소기업과 그렇지 못할 중소기업을 구분하는 원리이다. 차별화 원리에 의해 지원이 결정될 때, 유망 중소기업들에 지원이 집중될 수 있다. 중소기업 지원이라고 해서 온정주의에 의해 평등하게 지원하는 것은 오히려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길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차별화 원리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우수한 싹'과 '불량한 싹'이 구분될 것이며, 이로 인해 기대하는 시장 선별력도 자연스럽게 조성될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차별화는 한국경제에서 커다란 전환인 것이다. 진정으로 우수한 중소기업이 더 많은 성장기회를 맞는다면, 그들은 분명히 가까운 미래에 한국경제를 이끄는 동량으로 자랄 것임을 확신한다.

2012-02-14 손동원

'추락'하는 것과 '날개'

'모든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구절은 독일의 여류시인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작품 '잔치는 끝났다'의 한 구절이다. 사실 이 시의 구절은 '지금은 대추야자씨가 싹트는 시절'이라는 행에 이어져 있어서 문맥적 의미가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투어처럼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아마도 추락하는 것들이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역설적 표현이 주는 효과 때문일지도 모른다. 날개가 있는데 왜 추락하느냐는 의문이 들지만 날개가 없는 존재는 날지 않기 때문에 추락할 수도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결국 추락하는 것은 반드시 날개를 지닌 존재여야 한다는 말을 수긍하게 된다. 날개를 가진 존재는 언젠가 추락하게 될 운명인 것이다. 물론 도도새처럼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한다면 추락할 염려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도도새가 멸종하게 된 원인 중 하나는 인간이나 포식자들이 다가와도 날지 못한 탓도 있었을 터이니 그들은 추락보다 더 큰 비극을 겪은 셈이다.그런데 조류가 아닌 우리 인간에게 '날개'란 무엇일까? 날개는 흔히 자유를 환기하는 기호이지만 상징적 의미는 욕망과 관련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의 이야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미노스왕의 노여움을 사서 미궁에 유폐되어 있던 다이달로스는 아들인 이카로스에게 새들의 깃털을 모아 날개를 붙여서 탈출하게 만든다. 그런데 미궁을 탈출한 이카로스는 태양 가까이 가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하늘로 계속 날아 올라가다가 결국 날개를 붙여놓은 밀랍이 녹는 바람에 추락해 죽고 만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된 이카로스의 날개는 인간의 지나친 호기심이나 과도한 욕심은 화를 초래한다는 교훈적 의미로 사용된다.흑룡의 해라고 불리는 올해 총선과 대선 결과에 따라 한국의 장래가 결정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는 중국과 북한의 권력이 교체되거나 교체 중에 있으며, 유럽에서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또 러시아와 미국에서도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세계적인 권력 재편의 해다. 이 과정에서 승천하려는 용들의 일대 격전이 벌어지고 승천하는 용들과 추락하는 용들이 연출하는 장관을 보게 될 것이다. 중국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퇴진하고 시진핑으로 권력이 이양되고, 북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김정은으로 권력이 이양되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에서는 푸틴과 오바마의 재선 여부에 따라 세계 질서는 크게 요동칠 것이다.동북아를 비롯한 세계질서 재편의 시기에 한국의 총선과 대선이 맞물려 있어서 유권자의 선택은 유례없이 엄중한 결과로 이어진다. 정치인들의 승천과 추락은 결국 민심에 달려 있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추락하는 것은 이들 정치가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한 유권자, 그들의 삶도 정치인들과 함께 추락한다는 점이다. 정권 말기에 반복되는 이른바 레임덕이라고 하는 정권의 권위추락현상을 보면, 정치권력의 부패나 도덕적 타락뿐 아니라 무능과 실정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어김없이 수반하고 있었다는 점이다.국민을 대표하겠다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내세우는 정책과 공약들은 온통 유권자들의 희망과 기대와 욕망을 자극하는 것들이다. 그 가운데서 누가 진정성이 있는 정책, 실현가능하며 또 지속가능한 약속을 제시하는지를 가려내야 한다. 이런 분별에 실패하게 되면 결국 선거 때마다 후회를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거창한 공약(公約)들은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여러 경쟁자들 가운데 하나를 뽑는 선거의 속성상 후보자들의 탈락(추락)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국민들은 스스로를 '추락'시킬 선택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점에서 유권자들이야말로 이카로스의 경고를 명심해야겠다. 나의 욕망을 자극하는 공약보다는 이웃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약속, 당장의 이익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원려(遠慮)를 가려내는 것이 '추락'하지 않는 비결이 아닐까?

2012-02-08 김창수

살생부(殺生簿)와 아름다운 퇴진

요즘 한 종합편성 채널의 연속극 '인수대비'가 인기다. 종편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바닥 시청률인데 비하면, 이 드라마는 꾸준히 일정 비율의 시청률을 보인다고 한다. 수양대군의 집권 과정, 그의 며느리인 인수대비의 집요한 권력욕이 시청자들을 끄는 모양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정치 계절인 요즘 시대와 맞물려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더 든다.요사이 전개되는 드라마 인수대비의 핵심은 살생부(殺生簿)다. 수양대군이 자신의 집권을 반대할만한 신하들을 죽이기 위해 작성한 명부다. 살생부에 이름이 올랐던 영의정 황보인, 좌의정 김종서, 이조판서 조극관, 좌찬성 이양 등이 참혹한 죽음을 맞는다. 이를 주도한 이가 바로 한명회이고, 이 난이 계유정난이다.인류 역사에서 정치적 위험 인물이나 라이벌을 제거하는 방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살생부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특정인을 추방하기 위해 실시한 오스트라키스모스(ostrakismos)가 비밀투표를 통해 좀 민주적으로 정적을 추방했다면, 살생부는 미운 털이 박힌 자를 맘대로 정해서 손보는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점에서 더 잔인한 방법으로 통한다.우리 역사에서도 살생부는 정권을 차지하거나 유지하는데 늘 등장했다. 조선시대만이 아니다. 최근 정권에서도 살생부는 예외없이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시절엔 출처 불명의 '민주당 살생부'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민주당 의원 94명을 특1등 공신에서 역적 중 역적에 이르기까지 7등급으로 나눠 나돌았다. 살생부는 정치권에만 있는 게 아니다. IMF 환란위기 때는 퇴출기업을 지칭하는 '기업 살생부'가, 2002년 한일 월드컵때는 대표선수의 선발을 놓고 '히딩크 살생부'가 등장하기도 했다.최근 4·11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그 말 많은 '공천 살생부'가 또 등장했다. 그것도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먼저 나왔다. 민주통합당에서도 언제 나올지 모른다. 출처가 명확치는 않지만 한나라당의 공천 탈락 살생부에는 인천 4명, 경기도 9명 등 13명의 경인지역 국회의원이 포함됐다고 한다. 명단에 오른 인물의 면면을 보면 나이가 많거나, 3선 이상이 대부분이다. 당사자들은 발끈했다고 한다. 정치인들이 살생부에 떠는 이유는 상당수가 구체적인데다, 예전의 예로 봐서 대체로 맞아떨어졌다는데 있다. 이번에도 맞아떨어질까. 두고 볼 일이다.'정치계절'만 되면 살생부가 왜 등장한단 말인가. 한마디로 우리의 정치적 후진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시스템이나, 국민여론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 '똥고집의 정치풍토'가 낳은 산물이다. 정치권에선 그만 둘 때 그만둘지 모르는 풍토에서, 오죽했으면 또 살생부가 나왔을까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살생부는 치사하고, 살벌한 방법인 건 분명하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살고, 나 아니면 안된다는 정치풍토가 개선되지 않는 한 '살생부의 정치'는 계속 될 것 같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살생부'는 이걸로 끝일까. '천만에요'. 이것이 당내에서 흘러나오는 답변이다. 다 바꿔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이 정도로 바꿔서야 바닥 민심을 얻을 수 없다는 얘기다. 제2의 '공천 살생부'가 예고되는 대목이다.여야 정치권은 지금 공천혁명을 앞다퉈 얘기한다. 4월 총선은 12월 대선과 맞물려 있어 '죽느냐, 사느냐'의 승부수의 선거다. 그래서 제1당이 되기 위한 공천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이런 식의 공천 탈락 운운은 참 비열한 방법이다. 시스템에 의해서 난장판 국회를 만든 정치인, 막말 정치인, 약삭 빠른 정치인, 비리부패 전력자는 우선 탈락시키고, 여기에 전문성, 당선 가능성, 당 기여도, 의정활동 능력 등을 고려해서 정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살생의 계절'. '정치 말년'에 망신당하지나 않을까 정치 원로들이 걱정이다. 퇴진에도 때가 있는 법이다. 무슨 일이고 죽을 때까지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때가 됐다 싶으면 멋지게 그만 두고, 후배를 위해 길을 터주는 것도 선배 정치인들이 보여줘야 할 덕목이다. 살생부에 포함돼서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느니 차라리 멋지게 은퇴 선언을 하고, 지역과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영광스런 모습이 아닐는지….

2012-01-31 김은환

변화를 거부하는 구태

무감어수 감어인(無鑒於水 鑒於人). 물에다 얼굴을 비추지 말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비추어 보라고 했다. 거울이라는 표면에 비친 모습에 집착하지 말고 사람을 거울로 삼으라는, 인생에 대한 교훈이다. 즉 자신의 모습이든, 자신이 일구어낸 그동안의 성과이든 사람들에게 비추어 자신을 보라는 뜻을 담고 있다.중앙 정치든 지방 정치든 정치인들을 보면 나라 경제와 국민 복지에 대한 의지는 있는지 걱정이다. 말과 행동에 차별을 두고 있다. 말로는 국가와 지역, 지역민과 국민을 걱정하면서 행동은 자기 자신에 맞춰져 있는 듯 해서다. 비근한 예로 국회 예산정국이 그러했고, 진행형인 당쇄신도 대치형국이다. 시·도발전의 견인차와 시·도정 감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달라며 한 표를 호소한 광역의원들이 총선 출마로 자리를 떠나고 있다. 거울이라는 표면에 비친 자신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보여 착잡하다.2012년은 선거 정국이다. 12월19일 대통령을 뽑게 되며, 4·11총선이 앞서 치러진다. 연초부터 '나요 나'를 외치며 적임자임을 자임(自任)하는 인물들이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 속에는 광역의원들도 버젓이 한자리 한다. 시·도민들로 부터 선택을 받아 의회에 입성한지 2년도 안돼 풍운(風雲)의 뜻(?)을 가슴에 담고 떠나는 의원들이 한 둘이 아니다. 위(爲)하고 발전시킬 대상이 시·도민과 시·도에서 대한민국과 국민으로 바뀌는, 그들에게는 역사적인 날임에 틀림이 없을 터다. 경기도만 해도 이러한 분들이 11명이나 된다.쇄신만이 살길이라며 여·야, 보·진 진영에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한다. 인물도 그 나물에 그 밥이 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진보정당 및 시민사회단체 등은 '구태정치'를 외친다. 총선 출마를 위한 지방의원의 사퇴에 대한 쓴소리다. 풀뿌리 지방자치를 외면하고 지방의원직을 총선 출마용 징검다리로 여기는, 생각과 행동의 구태가 그대로로, 중앙당의 용인(容認)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의회 입성때 부터 옮겨타기 위해 물타기 기회만 엿본 것은 아닌지, 도민으로서 심히 불쾌하다. 세비만큼 일은 했는지, 또한 뽑아 준 지역구민에겐 더 큰 물에서 더 큰 일을 하기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양해를 얻고 사과의 말은 했는지도 역시 궁금하다. 단체장도 바쁘다. 4·11 총선을 앞두고 경기도내 일부 단체장들이 선거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선거 중립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미래담보형으로 이 또한 정형적인 구태다.쇄신과 개혁은 구태를 청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풍토가 바뀌지 않았는데 사람만 새로 들이면 국민이 원하고 바라는, 미래지향적인 정치로 확 달라질 수 있는 것인지, 지금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관련 행보가 당연한 수순인지 확실하게 정리를 해야할 시점이다. 오염된 물에는 활기가 넘치는 생생한 물고기를 넣어도 오염돼 죽고 만다.객토가 필요하다. 농토뿐 아니라 인간사회도 객토는 필요하다고 했다. 낡은 질서가 새로운 질서로 대체돼야 사회의 생명력을 연장할 수 있다는 말을 되새겨야 할 때다. 다이도르핀(Didorphin)이 필요한 시대다. 감동받았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에 빠져들었을 때, 마음을 울리는 글을 읽었을때, 뜻밖의 진리를 깨달았을 때,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에 압도됐을 때 분비된다. 다이도르핀의 효과는 엔도르핀의 4천배에 이를 정도로 강력해 암세포도 파괴하는 위력이 있다고 한다.1%와 99%를 말한다. 1%는 부자·대기업 등 부유한 소수의 강자라면 99%는 서민·중산층 등 힘없는 대다수 국민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들은 편가르기를 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하는 국민이다. 1%로 인해 99%가 희생당한다는 이분법적 접근이라면 이 또한 구태며 상생도 화합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사람에게 자신을 비춰 당당할 수 있는, 1%로 인해 99%에 다이도르핀이 생기는 감동을 주게 하는 정치, 이 것이 쇄신·개혁의 의미가 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

2012-01-24 조용완

부패불감증사회

'민나 도로보데스'. '모두가 도둑'이란 뜻의 일본말이다.1982년 3월부터 방영된 MBC의 인기드라마 '거부실록'에 등장했던 충남 공주 갑부 김갑순(1872~1960)이 읊조린 대사의 한 구절이다. 김갑순은 1930년대 말에 공주와 대전 일대에 총 3천341만3천550여㎡의 토지를 소유했던 전설적 인물로 대표적인 친일파 자산가였다. 당시 대전시 전체 면적의 40%가 그의 소유였다.60년 만에 맞는 흑룡의 해 벽두부터 사방에서 구린내가 진동한다. '영일대군', '방통대군'으로 회자되던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측근들의 잇단 비리가 불거지는 와중에 이번엔 박희태 국회의장이 '돈봉투' 사건에 휘말린 것이다. 심지어 야당인 민주통합당 내에서도 유사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당사자 모두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으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수는 없는 법이다. 권력의 중심부가 이런 지경이니 어딘들 온전하겠는가.지난해 말 검찰은 1년여 진행한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수사를 통해 불법대출 6조315억원, 부당대출 1조2천283억원, 분식회계 3조353억원, 위법배당 112억원 등 총 9조780억원의 금융비리를 밝혀냈다. 유사 이래 최대의 금융범죄로 2만여명의 서민예금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뿐 아니다. 지난해에만 2차례에 걸쳐 저축은행들이 무더기로 영업정지를 당한 만큼 저축은행 비리는 훨씬 더 클 예정이다.그런데 또다시 유사사건들이 발생했다. 대표적 서민금융기관인 전국의 단위농협 54곳은 200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출금리를 조작, 168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어 임직원들의 성과급잔치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위농협 본점수만 1천167개에 달하는 터여서 춥고 배고픈 농민들의 지갑을 터는 파렴치한 범죄들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명박정부 치적거리 중 하나인 미소금융에서도 이상 징후가 포착되었다. 검찰이 지난 1일 서울 청진동 미소금융중앙재단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이다. 수천억원대의 기금을 저신용자들에 대출해 주는 만큼 부정의 소지가 상존했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빙산의 일각으로 판단하고 있다.지자체들이 분식회계로 혹세무민한 경우도 처음 확인되었다. 인천, 화성, 시흥시를 비롯한 전국의 일부 지자체들이 세입예산 뻥튀기 혹은 사업비 지출 축소 등 '무늬만 흑자' 재정으로 눈속임을 하다 적발되었던 것이다. 투명경영 시비가 여전한 대학에서는 농어촌 특혜입학 부정의혹까지 불거져 또 한 번 곤욕을 치를 예정이다. 재벌 서열 3위의 SK그룹 최태원 회장 형제가 1천억원대의 회사자금을 횡령한 것쯤은 별로 주목되지도 않는다. 부패가 전방위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한국이 비리공화국으로 변질되었음은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008년 MB정부 출범과 함께 부패지수 점수가 약간씩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5.4로 183개국 중에서 43위를 기록, 2010년 39위에서 4계단이나 하락했다. OECD 평균인 7.0에도 한참 못 미친다. 세계 7위의 무역대국 및 11위 경제대국의 위상과는 너무 동떨어진 결과다.외환보유고, 국제수지,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지표와 국가재정상태가 선진국들에 비해 비교적 양호한 데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 글로벌 스타기업들이 버티고 있어 아직까진 국가신용등급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나 안심할 바가 못 된다. 장기간 내수부진이 지속되는 데다 고물가까지 겹쳐 서민가계수지가 점차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워킹푸어, 하우스푸어, 리타이어푸어 등 신빈곤층의 점증은 또 다른 변수다. 세계경제의 불투명성 확대도 고민이다.경제학에 '구성의 모순'이란 개념이 있다. 부동산투기처럼 개인적인 선(善)이 사회전체적으론 오히려 해악으로 작용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부정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양극화 심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대, 성장기반 약화, 국가신용도 하락 등 부작용을 확대 재생산한다. 부패불감증 사회를 걱정하는 이유다.

2012-01-17 경인일보

中企 인력문제 이대로 둘 수 없다

한국경제의 도약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창조적인 중소기업들의 증가다. 혁신성이 강한 작은 중소기업들이 창조경제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경제는 대기업 주도의 경제활동에 익숙했던 탓에 정작 이 중대한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중소기업의 창조역량은 그들이 보유한 우수인재에서 나온다. 그러나 현실의 중소기업들은 인재확보에 사투를 벌인다. 취업난을 호소하는 젊은 인력들이 많지만, 정작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우수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의 열악한 임금수준과 낮은 사회적 이미지 때문이다. 이는 엄청난 엇박자(mis-match)인데, 오랫동안 해결기미가 없어서인지 중소기업들에겐 만성적인 문제로 인식되는 실정에 이르렀다. 또한 중소기업의 인력문제에는 단순히 인재확보의 문제를 넘어서, 이미 확보한 인재들의 반복적인 이직(移職)문제도 고질적인 병폐로 고착화돼 있다.중소기업에 우수인재가 몰리게 하려면 어떤 처방이 필요할까. 첫째, 중소기업의 임금이 대기업의 85%는 최소한 돼야 하며, 욕심을 낸다면 90%선은 돼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 임금과 차별성을 덜 느끼게 된다. 그런데 임금을 이런 수준으로 주려면 문제는 돈이다. 회사가 그것을 감당할 수익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중소기업의 수익이 늘면 주문을 주는 대기업쪽에서 납품단가를 줄이려 하는 관행이 있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수익은 다시 줄어들고 임금수준도 높이기 어렵게 됐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인식전환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중소하청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자신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공생(共生) 신념'으로 전환돼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들의 책임감도 필요하다. 대기업이 허용한 수익증가분을 반드시 인재확보 용도로 사용한다는 사명감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약속을 정립하는 것도 초기에는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둘째, 우수인재들의 이직을 막는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필자의 분석에 의하면 수도권 중소기업 입사자들의 5년이내 퇴직률은 약 45%에 달한다. 그들이 꼽는 가장 결정적인 퇴직 이유는 개인적인 승진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원인이 작동한다. 한 원인은 한국 중소기업에서 보이는 혈연기반의 임원진 구성 때문이다. 즉, 자식, 형제, 친척 혈연에 의해 임원진이 구성되는 상황에서 우수인재들이 비전을 갖기는커녕 좌절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처방은 혈연 통로 이외에 능력을 통해서 임원진으로 승진할 수 있는 통로를 여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은 조직 문제의 정비다. 중소기업은 하위계층에서는 인사이동을 많이 시키지만, 상위계층에서는 인력이동이 적다. 이것은 조직을 보수적으로 만든다. 이 보수화는 하위계층 우수인력들이 보기에는, 중간관리층에서부터 자신이 차지할 자리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 역시 개인적인 좌절을 낳는다. 이에 대한 처방은 중간관리층의 인사에 대해 '발탁형'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수인재들에게 조직속의 희망을 유지시켜줘야 한다.셋째, 핵심기술인력에 대해서는 획기적인 인사정책이 필요하다. 보통 중소기업의 경우 R&D연구실의 책임자가 5년이상 가는 경우가 드물다. 회사의 사활을 결정하는 핵심인재인 것을 알지만, 예산문제 및 다른 직원과의 형평성 문제로 인해 제대로 대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처방은 장기고용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물론 장기고용을 약속할 수준의 능력을 갖췄는지 여부를 사전에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다. 장기고용보장은 21세기 기업환경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임금이 대기업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고용안정을 주지 못하면 진정으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없다.중소기업의 인력문제는 절대 사소한 이슈가 아니다. 청년실업과 일자리 창출 등 한국경제의 아픔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다. 임진년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어젠다로 설정하고 지혜를 모으는 것을 권장한다.

2012-01-10 손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