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우리나라의 2월은 1월보다 상대적으로 평균기온이 높으나 이번 겨울에는 거꾸로다. 추위의 절정기인 1월 중순 서울 기온은 섭씨 0도로 평년(-2.4도)보다 높았지만 2월 들어서는 수은주가 평균치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가장 추웠던 날도 작년은 1월 16일이었으나 올해는 2월 7일로 한랭시즌 자체가 뒤로 밀린 느낌이다. 3월이 코앞인데도 봄을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이다.올봄의 경제 기상(氣象)도 날씨처럼 변덕스러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스의 재정위기 강제수습시한이 초읽기에 돌입한데다 이란발 긴장고조가 점입가경인 때문이다. 금년부터 미국의 국방수권법이 효력을 발휘함에 따라 세계 각국의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EU가 오는 7월부터 이란산 원유수입 전면금지를 선언한 터에 이란석유 최대수입국이자 심정적 동조국인 중국까지 가세할 조짐이니 말이다. 중동에서 또다시 전운(戰運)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미국정부의 고민이 가장 크다. 유럽발 경제부진이 점차 가시화되는 터에 중동전쟁이 재발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연말 재선은 물 건너갈 수도 있는 탓이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만 끌 수도 없는 상황이다. 매파인 공화당의 정치공세가 점증하고 미국 군부까지 우유부단한 행정부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사회에 영향력이 큰 유태인 유권자들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개발은 묵인하면서 이란은 불용(不容)하는 미국의 이중잣대에 대한 국제적 시비우려도 걸림돌이다. 더 큰 골칫거리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정부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이란에 대한 군사대응을 천명한 것이다. 미국주도의 경제봉쇄가 기존 핵시설 이전 등 이란에 시간만 벌어줄 뿐만 아니라 자칫 이란이 핵무장할 경우 무력화(無力化) 비용이 훨씬 더 클 것이란 판단이다. 이르면 3~4월중에 이란 핵시설을 파괴할 움직임마저 간취된다. 미국의 동의가 선결과제이나 낙관은 금물이다. 이란과 이스라엘간의 요인암살경쟁이 첨예화되는 터에 이스라엘은 지난 2007년에도 시리아의 핵 원자로를 임의로 공습한 적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이란에 대한 독자적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탓이다. 우리나라는 원유수입 세계 5위 및 천연가스수입 세계 2위인 에너지 수입대국이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면서 국내 석유가격도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인데 세계 원유거래액의 20%에 달하는 물량이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 심지어 200달러대까지 점치는 판이다. 만에 하나 한국이 미국방수권법 적용에서 제외된다 해도 석유자급률 13.7%의 국내경제가 치명적인 내상을 입을 것은 불문가지이다. 지난해 국내 원유수입량은 총 9억2천700만 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 31.4%, 쿠웨이트 12.7%, 카타르 10.0%, 이라크 9.7%, 아랍에미리트(UAE)와 이란 각 9.4% 등 중동지역 의존율이 무려 87.1%인 것이다. 전쟁으로 비화되지 않는다 해도 당분간 국제유가의 대세상승은 불문가지이다.지난 9일 대외경제연구원(KIEP)이 발표한 '유가상승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변화; 1990년대와 2000년대의 비교분석'에 따르면 유가 상승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1990년대에 비해 다소 축소되었으나 대신 서민물가에 주는 충격은 더 커졌다. 즉 유가가 1%포인트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연 0.09%포인트나 오른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교통, 난방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부문이 특히 민감했다. 내수까지 침체되는 양상이어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석유 대체공급을 확약 받았음에도 물가잡기에는 역부족이란 인상이다. 겨울이 채 가기도 전에 중동발 대륙성 고기압이 맹위를 떨칠 확률이 높은데 4·11총선과 관련한 정치방학시즌과 겹쳐 한걱정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기우(杞憂)였으면 좋겠다.

2012-02-21 이한구

중소기업은 '차별화'로 자란다

한국경제에서는 왜 실리콘밸리와 같은 '작은 기업 성공사례'가 없을까? 서구(西歐) 학자들에 의하면 창조적인 혁신은 작은 기업에서 나오며, 대기업들은 과거의 성공방법을 믿고 자만하여 오히려 창조적 혁신에 뒤떨어진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하버드 대학의 크리스텐슨 교수는 '파괴적 혁신' 현상을 지목하며, 많은 대기업이 작은 벤처기업의 혁신에 의해 파괴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여전히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10년동안 대기업의 실적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한국경제가 가진 특유의 수수께끼이다.이 수수께끼의 답은 한국경제의 성장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경제는 추격(catch-up) 전략으로 성장했다. 즉, 표준화된 제품시장에서 선두기업을 타깃으로 설정하고 빠른 추격을 통해 그 선두기업을 밀어내어 시장지배자의 위치에 올라서는 전략으로 성장했던 것이다.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업종들인 철강, 반도체, 휴대전화, TV, 조선 등 모두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성장했다. 여기서 주목할 포인트는 이런 표준화 상품의 조립생산에서는 혁신역량이 승부를 결정짓는 요인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뛰어난 판단력, 대규모 투자, 빠른 추진, 철저한 경영 등이 중요할 뿐,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에서 느끼는 제품의 혼(魂)과 같은 혁신적 창조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세계시장이 혁신이라는 무기로 싸우는 전쟁터로 변모하면서, 표준화 제품의 조립생산에서 확보한 강점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의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서구의 '작은 기업 성공론'에 주목하여 혁신에 강한 중소기업 육성을 본격화할 시점으로 생각된다. 당장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배려하는 '맏형님'의 의젓함을 보이지 못한다고 해서, 지금까지 쌓은 대기업의 경쟁력이 무너져도 좋다는 생각은 미숙한 생각이다. 한국경제를 키워온 수출(輸出)만 보더라도, 당장은 대기업 없이 현재 실적을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미래는 현 실력자인 대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혁신역량이 강한 중소기업들을 선별해서 육성하는 방책에 달려있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들을 보완해 줄 대체 세력은 바로 높은 혁신역량을 갖춘 중소기업군(群)일 것이다.이는 중소기업을 육성하자는 일반론과 엄연히 다르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되 그 혁신역량을 엄격하게 선별해서 우수한 싹을 키우는 노력에 집중하자는 주장이다. 우수한 싹은 본래 시장경쟁을 통해 발굴되고 단련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지만, 현재 시장의 선별능력을 볼 때 당분간은 정책적으로 혁신형 중소기업을 키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여기서 핵심은 '차별화' 원리를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확실하게 담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중소기업 지원프로그램은 중소기업을 온실(溫室) 속에서 키우는 방향으로 추진되어 왔다. 예를 들면, 부족한 자금을 저리로 융자해주고, R&D자금을 지원하며, 세제혜택 등이 부여된다. 벤처기업제도에서는 인증기준을 통해 지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인증기준이 엄격하지 않아서 요령껏 외형적 기준을 잘 맞추기만 하면 되었다. 이런 정황이다 보니 중소기업 쪽에서는 체질개선이 미처 이뤄지지 못했다. 한마디로 경제활동의 제1계명인 '차별화' 원리가 없었다.'차별화'란 잘될 중소기업과 그렇지 못할 중소기업을 구분하는 원리이다. 차별화 원리에 의해 지원이 결정될 때, 유망 중소기업들에 지원이 집중될 수 있다. 중소기업 지원이라고 해서 온정주의에 의해 평등하게 지원하는 것은 오히려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길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차별화 원리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우수한 싹'과 '불량한 싹'이 구분될 것이며, 이로 인해 기대하는 시장 선별력도 자연스럽게 조성될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차별화는 한국경제에서 커다란 전환인 것이다. 진정으로 우수한 중소기업이 더 많은 성장기회를 맞는다면, 그들은 분명히 가까운 미래에 한국경제를 이끄는 동량으로 자랄 것임을 확신한다.

2012-02-14 손동원

'추락'하는 것과 '날개'

'모든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구절은 독일의 여류시인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작품 '잔치는 끝났다'의 한 구절이다. 사실 이 시의 구절은 '지금은 대추야자씨가 싹트는 시절'이라는 행에 이어져 있어서 문맥적 의미가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투어처럼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아마도 추락하는 것들이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역설적 표현이 주는 효과 때문일지도 모른다. 날개가 있는데 왜 추락하느냐는 의문이 들지만 날개가 없는 존재는 날지 않기 때문에 추락할 수도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결국 추락하는 것은 반드시 날개를 지닌 존재여야 한다는 말을 수긍하게 된다. 날개를 가진 존재는 언젠가 추락하게 될 운명인 것이다. 물론 도도새처럼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한다면 추락할 염려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도도새가 멸종하게 된 원인 중 하나는 인간이나 포식자들이 다가와도 날지 못한 탓도 있었을 터이니 그들은 추락보다 더 큰 비극을 겪은 셈이다.그런데 조류가 아닌 우리 인간에게 '날개'란 무엇일까? 날개는 흔히 자유를 환기하는 기호이지만 상징적 의미는 욕망과 관련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의 이야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미노스왕의 노여움을 사서 미궁에 유폐되어 있던 다이달로스는 아들인 이카로스에게 새들의 깃털을 모아 날개를 붙여서 탈출하게 만든다. 그런데 미궁을 탈출한 이카로스는 태양 가까이 가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하늘로 계속 날아 올라가다가 결국 날개를 붙여놓은 밀랍이 녹는 바람에 추락해 죽고 만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된 이카로스의 날개는 인간의 지나친 호기심이나 과도한 욕심은 화를 초래한다는 교훈적 의미로 사용된다.흑룡의 해라고 불리는 올해 총선과 대선 결과에 따라 한국의 장래가 결정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는 중국과 북한의 권력이 교체되거나 교체 중에 있으며, 유럽에서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또 러시아와 미국에서도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세계적인 권력 재편의 해다. 이 과정에서 승천하려는 용들의 일대 격전이 벌어지고 승천하는 용들과 추락하는 용들이 연출하는 장관을 보게 될 것이다. 중국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퇴진하고 시진핑으로 권력이 이양되고, 북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김정은으로 권력이 이양되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에서는 푸틴과 오바마의 재선 여부에 따라 세계 질서는 크게 요동칠 것이다.동북아를 비롯한 세계질서 재편의 시기에 한국의 총선과 대선이 맞물려 있어서 유권자의 선택은 유례없이 엄중한 결과로 이어진다. 정치인들의 승천과 추락은 결국 민심에 달려 있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추락하는 것은 이들 정치가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한 유권자, 그들의 삶도 정치인들과 함께 추락한다는 점이다. 정권 말기에 반복되는 이른바 레임덕이라고 하는 정권의 권위추락현상을 보면, 정치권력의 부패나 도덕적 타락뿐 아니라 무능과 실정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어김없이 수반하고 있었다는 점이다.국민을 대표하겠다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내세우는 정책과 공약들은 온통 유권자들의 희망과 기대와 욕망을 자극하는 것들이다. 그 가운데서 누가 진정성이 있는 정책, 실현가능하며 또 지속가능한 약속을 제시하는지를 가려내야 한다. 이런 분별에 실패하게 되면 결국 선거 때마다 후회를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거창한 공약(公約)들은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여러 경쟁자들 가운데 하나를 뽑는 선거의 속성상 후보자들의 탈락(추락)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국민들은 스스로를 '추락'시킬 선택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점에서 유권자들이야말로 이카로스의 경고를 명심해야겠다. 나의 욕망을 자극하는 공약보다는 이웃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약속, 당장의 이익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원려(遠慮)를 가려내는 것이 '추락'하지 않는 비결이 아닐까?

2012-02-08 김창수

살생부(殺生簿)와 아름다운 퇴진

요즘 한 종합편성 채널의 연속극 '인수대비'가 인기다. 종편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바닥 시청률인데 비하면, 이 드라마는 꾸준히 일정 비율의 시청률을 보인다고 한다. 수양대군의 집권 과정, 그의 며느리인 인수대비의 집요한 권력욕이 시청자들을 끄는 모양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정치 계절인 요즘 시대와 맞물려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더 든다.요사이 전개되는 드라마 인수대비의 핵심은 살생부(殺生簿)다. 수양대군이 자신의 집권을 반대할만한 신하들을 죽이기 위해 작성한 명부다. 살생부에 이름이 올랐던 영의정 황보인, 좌의정 김종서, 이조판서 조극관, 좌찬성 이양 등이 참혹한 죽음을 맞는다. 이를 주도한 이가 바로 한명회이고, 이 난이 계유정난이다.인류 역사에서 정치적 위험 인물이나 라이벌을 제거하는 방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살생부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특정인을 추방하기 위해 실시한 오스트라키스모스(ostrakismos)가 비밀투표를 통해 좀 민주적으로 정적을 추방했다면, 살생부는 미운 털이 박힌 자를 맘대로 정해서 손보는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점에서 더 잔인한 방법으로 통한다.우리 역사에서도 살생부는 정권을 차지하거나 유지하는데 늘 등장했다. 조선시대만이 아니다. 최근 정권에서도 살생부는 예외없이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시절엔 출처 불명의 '민주당 살생부'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민주당 의원 94명을 특1등 공신에서 역적 중 역적에 이르기까지 7등급으로 나눠 나돌았다. 살생부는 정치권에만 있는 게 아니다. IMF 환란위기 때는 퇴출기업을 지칭하는 '기업 살생부'가, 2002년 한일 월드컵때는 대표선수의 선발을 놓고 '히딩크 살생부'가 등장하기도 했다.최근 4·11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그 말 많은 '공천 살생부'가 또 등장했다. 그것도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먼저 나왔다. 민주통합당에서도 언제 나올지 모른다. 출처가 명확치는 않지만 한나라당의 공천 탈락 살생부에는 인천 4명, 경기도 9명 등 13명의 경인지역 국회의원이 포함됐다고 한다. 명단에 오른 인물의 면면을 보면 나이가 많거나, 3선 이상이 대부분이다. 당사자들은 발끈했다고 한다. 정치인들이 살생부에 떠는 이유는 상당수가 구체적인데다, 예전의 예로 봐서 대체로 맞아떨어졌다는데 있다. 이번에도 맞아떨어질까. 두고 볼 일이다.'정치계절'만 되면 살생부가 왜 등장한단 말인가. 한마디로 우리의 정치적 후진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시스템이나, 국민여론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 '똥고집의 정치풍토'가 낳은 산물이다. 정치권에선 그만 둘 때 그만둘지 모르는 풍토에서, 오죽했으면 또 살생부가 나왔을까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살생부는 치사하고, 살벌한 방법인 건 분명하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살고, 나 아니면 안된다는 정치풍토가 개선되지 않는 한 '살생부의 정치'는 계속 될 것 같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살생부'는 이걸로 끝일까. '천만에요'. 이것이 당내에서 흘러나오는 답변이다. 다 바꿔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이 정도로 바꿔서야 바닥 민심을 얻을 수 없다는 얘기다. 제2의 '공천 살생부'가 예고되는 대목이다.여야 정치권은 지금 공천혁명을 앞다퉈 얘기한다. 4월 총선은 12월 대선과 맞물려 있어 '죽느냐, 사느냐'의 승부수의 선거다. 그래서 제1당이 되기 위한 공천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이런 식의 공천 탈락 운운은 참 비열한 방법이다. 시스템에 의해서 난장판 국회를 만든 정치인, 막말 정치인, 약삭 빠른 정치인, 비리부패 전력자는 우선 탈락시키고, 여기에 전문성, 당선 가능성, 당 기여도, 의정활동 능력 등을 고려해서 정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살생의 계절'. '정치 말년'에 망신당하지나 않을까 정치 원로들이 걱정이다. 퇴진에도 때가 있는 법이다. 무슨 일이고 죽을 때까지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때가 됐다 싶으면 멋지게 그만 두고, 후배를 위해 길을 터주는 것도 선배 정치인들이 보여줘야 할 덕목이다. 살생부에 포함돼서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느니 차라리 멋지게 은퇴 선언을 하고, 지역과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영광스런 모습이 아닐는지….

2012-01-31 김은환

변화를 거부하는 구태

무감어수 감어인(無鑒於水 鑒於人). 물에다 얼굴을 비추지 말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비추어 보라고 했다. 거울이라는 표면에 비친 모습에 집착하지 말고 사람을 거울로 삼으라는, 인생에 대한 교훈이다. 즉 자신의 모습이든, 자신이 일구어낸 그동안의 성과이든 사람들에게 비추어 자신을 보라는 뜻을 담고 있다.중앙 정치든 지방 정치든 정치인들을 보면 나라 경제와 국민 복지에 대한 의지는 있는지 걱정이다. 말과 행동에 차별을 두고 있다. 말로는 국가와 지역, 지역민과 국민을 걱정하면서 행동은 자기 자신에 맞춰져 있는 듯 해서다. 비근한 예로 국회 예산정국이 그러했고, 진행형인 당쇄신도 대치형국이다. 시·도발전의 견인차와 시·도정 감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달라며 한 표를 호소한 광역의원들이 총선 출마로 자리를 떠나고 있다. 거울이라는 표면에 비친 자신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보여 착잡하다.2012년은 선거 정국이다. 12월19일 대통령을 뽑게 되며, 4·11총선이 앞서 치러진다. 연초부터 '나요 나'를 외치며 적임자임을 자임(自任)하는 인물들이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 속에는 광역의원들도 버젓이 한자리 한다. 시·도민들로 부터 선택을 받아 의회에 입성한지 2년도 안돼 풍운(風雲)의 뜻(?)을 가슴에 담고 떠나는 의원들이 한 둘이 아니다. 위(爲)하고 발전시킬 대상이 시·도민과 시·도에서 대한민국과 국민으로 바뀌는, 그들에게는 역사적인 날임에 틀림이 없을 터다. 경기도만 해도 이러한 분들이 11명이나 된다.쇄신만이 살길이라며 여·야, 보·진 진영에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한다. 인물도 그 나물에 그 밥이 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진보정당 및 시민사회단체 등은 '구태정치'를 외친다. 총선 출마를 위한 지방의원의 사퇴에 대한 쓴소리다. 풀뿌리 지방자치를 외면하고 지방의원직을 총선 출마용 징검다리로 여기는, 생각과 행동의 구태가 그대로로, 중앙당의 용인(容認)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의회 입성때 부터 옮겨타기 위해 물타기 기회만 엿본 것은 아닌지, 도민으로서 심히 불쾌하다. 세비만큼 일은 했는지, 또한 뽑아 준 지역구민에겐 더 큰 물에서 더 큰 일을 하기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양해를 얻고 사과의 말은 했는지도 역시 궁금하다. 단체장도 바쁘다. 4·11 총선을 앞두고 경기도내 일부 단체장들이 선거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선거 중립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미래담보형으로 이 또한 정형적인 구태다.쇄신과 개혁은 구태를 청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풍토가 바뀌지 않았는데 사람만 새로 들이면 국민이 원하고 바라는, 미래지향적인 정치로 확 달라질 수 있는 것인지, 지금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관련 행보가 당연한 수순인지 확실하게 정리를 해야할 시점이다. 오염된 물에는 활기가 넘치는 생생한 물고기를 넣어도 오염돼 죽고 만다.객토가 필요하다. 농토뿐 아니라 인간사회도 객토는 필요하다고 했다. 낡은 질서가 새로운 질서로 대체돼야 사회의 생명력을 연장할 수 있다는 말을 되새겨야 할 때다. 다이도르핀(Didorphin)이 필요한 시대다. 감동받았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에 빠져들었을 때, 마음을 울리는 글을 읽었을때, 뜻밖의 진리를 깨달았을 때,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에 압도됐을 때 분비된다. 다이도르핀의 효과는 엔도르핀의 4천배에 이를 정도로 강력해 암세포도 파괴하는 위력이 있다고 한다.1%와 99%를 말한다. 1%는 부자·대기업 등 부유한 소수의 강자라면 99%는 서민·중산층 등 힘없는 대다수 국민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들은 편가르기를 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하는 국민이다. 1%로 인해 99%가 희생당한다는 이분법적 접근이라면 이 또한 구태며 상생도 화합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사람에게 자신을 비춰 당당할 수 있는, 1%로 인해 99%에 다이도르핀이 생기는 감동을 주게 하는 정치, 이 것이 쇄신·개혁의 의미가 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

2012-01-24 조용완

부패불감증사회

'민나 도로보데스'. '모두가 도둑'이란 뜻의 일본말이다.1982년 3월부터 방영된 MBC의 인기드라마 '거부실록'에 등장했던 충남 공주 갑부 김갑순(1872~1960)이 읊조린 대사의 한 구절이다. 김갑순은 1930년대 말에 공주와 대전 일대에 총 3천341만3천550여㎡의 토지를 소유했던 전설적 인물로 대표적인 친일파 자산가였다. 당시 대전시 전체 면적의 40%가 그의 소유였다.60년 만에 맞는 흑룡의 해 벽두부터 사방에서 구린내가 진동한다. '영일대군', '방통대군'으로 회자되던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측근들의 잇단 비리가 불거지는 와중에 이번엔 박희태 국회의장이 '돈봉투' 사건에 휘말린 것이다. 심지어 야당인 민주통합당 내에서도 유사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당사자 모두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으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수는 없는 법이다. 권력의 중심부가 이런 지경이니 어딘들 온전하겠는가.지난해 말 검찰은 1년여 진행한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수사를 통해 불법대출 6조315억원, 부당대출 1조2천283억원, 분식회계 3조353억원, 위법배당 112억원 등 총 9조780억원의 금융비리를 밝혀냈다. 유사 이래 최대의 금융범죄로 2만여명의 서민예금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뿐 아니다. 지난해에만 2차례에 걸쳐 저축은행들이 무더기로 영업정지를 당한 만큼 저축은행 비리는 훨씬 더 클 예정이다.그런데 또다시 유사사건들이 발생했다. 대표적 서민금융기관인 전국의 단위농협 54곳은 200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출금리를 조작, 168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어 임직원들의 성과급잔치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위농협 본점수만 1천167개에 달하는 터여서 춥고 배고픈 농민들의 지갑을 터는 파렴치한 범죄들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명박정부 치적거리 중 하나인 미소금융에서도 이상 징후가 포착되었다. 검찰이 지난 1일 서울 청진동 미소금융중앙재단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이다. 수천억원대의 기금을 저신용자들에 대출해 주는 만큼 부정의 소지가 상존했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빙산의 일각으로 판단하고 있다.지자체들이 분식회계로 혹세무민한 경우도 처음 확인되었다. 인천, 화성, 시흥시를 비롯한 전국의 일부 지자체들이 세입예산 뻥튀기 혹은 사업비 지출 축소 등 '무늬만 흑자' 재정으로 눈속임을 하다 적발되었던 것이다. 투명경영 시비가 여전한 대학에서는 농어촌 특혜입학 부정의혹까지 불거져 또 한 번 곤욕을 치를 예정이다. 재벌 서열 3위의 SK그룹 최태원 회장 형제가 1천억원대의 회사자금을 횡령한 것쯤은 별로 주목되지도 않는다. 부패가 전방위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한국이 비리공화국으로 변질되었음은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008년 MB정부 출범과 함께 부패지수 점수가 약간씩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5.4로 183개국 중에서 43위를 기록, 2010년 39위에서 4계단이나 하락했다. OECD 평균인 7.0에도 한참 못 미친다. 세계 7위의 무역대국 및 11위 경제대국의 위상과는 너무 동떨어진 결과다.외환보유고, 국제수지,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지표와 국가재정상태가 선진국들에 비해 비교적 양호한 데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 글로벌 스타기업들이 버티고 있어 아직까진 국가신용등급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나 안심할 바가 못 된다. 장기간 내수부진이 지속되는 데다 고물가까지 겹쳐 서민가계수지가 점차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워킹푸어, 하우스푸어, 리타이어푸어 등 신빈곤층의 점증은 또 다른 변수다. 세계경제의 불투명성 확대도 고민이다.경제학에 '구성의 모순'이란 개념이 있다. 부동산투기처럼 개인적인 선(善)이 사회전체적으론 오히려 해악으로 작용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부정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양극화 심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대, 성장기반 약화, 국가신용도 하락 등 부작용을 확대 재생산한다. 부패불감증 사회를 걱정하는 이유다.

2012-01-17 경인일보

中企 인력문제 이대로 둘 수 없다

한국경제의 도약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창조적인 중소기업들의 증가다. 혁신성이 강한 작은 중소기업들이 창조경제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경제는 대기업 주도의 경제활동에 익숙했던 탓에 정작 이 중대한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중소기업의 창조역량은 그들이 보유한 우수인재에서 나온다. 그러나 현실의 중소기업들은 인재확보에 사투를 벌인다. 취업난을 호소하는 젊은 인력들이 많지만, 정작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우수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의 열악한 임금수준과 낮은 사회적 이미지 때문이다. 이는 엄청난 엇박자(mis-match)인데, 오랫동안 해결기미가 없어서인지 중소기업들에겐 만성적인 문제로 인식되는 실정에 이르렀다. 또한 중소기업의 인력문제에는 단순히 인재확보의 문제를 넘어서, 이미 확보한 인재들의 반복적인 이직(移職)문제도 고질적인 병폐로 고착화돼 있다.중소기업에 우수인재가 몰리게 하려면 어떤 처방이 필요할까. 첫째, 중소기업의 임금이 대기업의 85%는 최소한 돼야 하며, 욕심을 낸다면 90%선은 돼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 임금과 차별성을 덜 느끼게 된다. 그런데 임금을 이런 수준으로 주려면 문제는 돈이다. 회사가 그것을 감당할 수익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중소기업의 수익이 늘면 주문을 주는 대기업쪽에서 납품단가를 줄이려 하는 관행이 있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수익은 다시 줄어들고 임금수준도 높이기 어렵게 됐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인식전환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중소하청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자신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공생(共生) 신념'으로 전환돼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들의 책임감도 필요하다. 대기업이 허용한 수익증가분을 반드시 인재확보 용도로 사용한다는 사명감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약속을 정립하는 것도 초기에는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둘째, 우수인재들의 이직을 막는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필자의 분석에 의하면 수도권 중소기업 입사자들의 5년이내 퇴직률은 약 45%에 달한다. 그들이 꼽는 가장 결정적인 퇴직 이유는 개인적인 승진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원인이 작동한다. 한 원인은 한국 중소기업에서 보이는 혈연기반의 임원진 구성 때문이다. 즉, 자식, 형제, 친척 혈연에 의해 임원진이 구성되는 상황에서 우수인재들이 비전을 갖기는커녕 좌절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처방은 혈연 통로 이외에 능력을 통해서 임원진으로 승진할 수 있는 통로를 여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은 조직 문제의 정비다. 중소기업은 하위계층에서는 인사이동을 많이 시키지만, 상위계층에서는 인력이동이 적다. 이것은 조직을 보수적으로 만든다. 이 보수화는 하위계층 우수인력들이 보기에는, 중간관리층에서부터 자신이 차지할 자리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 역시 개인적인 좌절을 낳는다. 이에 대한 처방은 중간관리층의 인사에 대해 '발탁형'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수인재들에게 조직속의 희망을 유지시켜줘야 한다.셋째, 핵심기술인력에 대해서는 획기적인 인사정책이 필요하다. 보통 중소기업의 경우 R&D연구실의 책임자가 5년이상 가는 경우가 드물다. 회사의 사활을 결정하는 핵심인재인 것을 알지만, 예산문제 및 다른 직원과의 형평성 문제로 인해 제대로 대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처방은 장기고용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물론 장기고용을 약속할 수준의 능력을 갖췄는지 여부를 사전에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다. 장기고용보장은 21세기 기업환경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임금이 대기업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고용안정을 주지 못하면 진정으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없다.중소기업의 인력문제는 절대 사소한 이슈가 아니다. 청년실업과 일자리 창출 등 한국경제의 아픔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다. 임진년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어젠다로 설정하고 지혜를 모으는 것을 권장한다.

2012-01-10 손동원

겨울의 역설적 상징

흔히 겨울을 네 계절의 끝이라고 말한다. 이는 계절의 순환을 인생이나 생명현상에 빗대어 생각하는 문화적 관습일 뿐 실제로는 가을과 봄 사이의 계절로 24절기로 보면 입동부터 입춘 전까지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기후로 볼 때는 12월에서 2월까지가 겨울이다. 어원을 따져보면 겨울의 어원인 '겻'이나 가을의 '갓', 여름의 '널', 봄의 '볻'은 모두 해(태양)와 관련되는 고유어로 짐작된다. 우리 조상들은 계절의 변화가 태양의 움직임과 기온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여겨왔던 것이다. 겨울은 가을에 거둔 곡식을 저장하는 '秋收冬藏' 계절이다. 이때 저장한 곡식은 겨우내 먹을 식량이면서 봄이 되면 파종할 종자이기도 하다. 겨울은 봄을 기다리는 시간인 셈이다.문명의 발달로 계절의 변화는 농경사회에서와 같이 우리의 일상을 좌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달력의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1, 2월은 새해를 준비하는 기간이다. 겨울은 추위와 눈과 얼음의 계절이다. 추위와 얼음은 자연의 생명활동을 중단시키거나 위축시키지만. 인간에게 혹독한 추위는 생명의 의지를 더욱 강렬하게 자극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조선조 선비들의 시조나 문인화에 나타난 겨울 이미지는 생명의 '봄'을 부각시키는 대조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조선후기의 가객 안민영은 '매화사'에서 "바람이 눈을 맞아 산창에 부딪히니/ 찬 기운 새어 들어 잠든 매화 침노한다/ 아무리 얼우려 한들 봄뜻이야 앗을소냐"고 노래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또 눈 속에 서 있는 소나무나 대나무, 매화를 유배자나 은둔지사의 지조를 표현하는 상징으로 삼았던 것이다. 설경도(雪景圖)에는 하얀 눈과 먹빛의 선명한 대비를 통해 생명을 얼어붙게 하는 냉기와 이를 견디는 나무와 꽃의 비장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설죽도나 설송도 가운데 가장 빼어난 작품은 완당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 중에 그린 '세한도'이다. '세한도'에 나타난 세 그루 송백의 늠름한 자태, 고통스러운 세월의 무게와 비바람을 견디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고 있는 한 그루의 노송, 그 가운데에 자리잡은 한 채의 낡은 초가집은 고적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범접키 어려운 고상한 기품이 흐르고 있다. 이 풍경은 "곤궁해야 선비의 절개가 드러나며, 세상이 어지러워야 충신을 안다(士窮見節義 世亂識忠臣)"거나 "세찬 바람이 불어야 억센 풀을 알 수 있고, 매서운 서릿발이 내려야 상록수를 구별할 수 있다(疾風知勁草 嚴霜識貞木)"는 유가적 처세철학을 형상화한 것이다.이러한 전통은 현대시로도 이어지는데, 저항시인으로 불리는 이육사의 중요한 시편들은 대부분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육사는 '교목', '절정', '광야', '꽃'과 같은 작품에서 혹독한 추위에 맞서는 나무나 꽃과 같은 식물적 이미지를 시의 중심적 이미지로 설정하여 현실 극복의지를 표현하였다. 이육사는 '꽃'에서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 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라는 구절을 통해 동토의 대지에 봄을 기다리며 꿈틀거리는 생명의 씨앗을 노래했다. 그의 시에 나타난 겨울 이미지는 일제 강점기라는 역사적 상황을 가리키는 은유에 해당한다. 정지용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장수산'도 겨울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그는 "시름은 바람도 일지 않는 고요에 심히 흔들리우노니 오오 견디련다 차고 올연(兀然)히 슬픔도 꿈도 없이 장수산 겨울 한밤내-"라고 노래했다. 이러한 심경은 겨울 밤의 시름과 적막감을 온 몸으로 느끼며 올연히 견디겠다는 인고(忍苦)의 자세로 보인다.겨울에 대한 역설적 상상력은 시가문학이나 문인화와 같은 전통적 예술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인의 독특한 미적 사유방식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리고 현실의 모순인 '사회의 겨울'이 존재하는 한, '겨울'은 예술 작품 속에서 현실과 대결하는 시적 주체의 의지를 표상하는 이미지로 거듭해서 나타나게 될 것이다.

2012-01-03 경인일보

2011년 인천의 자화상

또 한 해가 저문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는 상투적인 말이 낯설지 않은 시기다. 며칠 후면 신묘년(辛卯年)은 가고 새로운 흑룡(黑龍)의 해 임진년(壬辰年)이 다가온다. 그래서 이때쯤 되면 금년보다는 새해를 얘기한다. 해를 넘기는 아쉬움보다는 빨리 잊고 싶은 마음이 더 큰 모양이다. 그만큼 한 해가 힘들었다는 방증이다.그렇다고 한 해를 그냥 보낼 수야 없지 않은가. 일단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맞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개인적으론 물론이고 기업, 사회단체, 각 공공기관들도 마찬가지일 게다. 과연 올 한 해 맘먹고 한 일이 얼마나 성과를 냈을까. 미진한 부분은 무엇이었고, 잘해서 더욱 발전시킬 것은 어떤 분야인가. 꼼꼼히 따져보고, 잠시나마 생각에 잠겨보고, 반성도 해보는 것이 요즘 시기에 있을 법한 광경이다.그렇다면 올 한 해 나라 전체로 보면 어땠을까.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딱히 신나는 일이 별로 없었던 한 해였다는 데 비중이 간다. 정치적으론 여야 싸움판이 더 커져 짜증이 더욱 심해졌고, 경제적으로도 굳이 수치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참 힘겨운 한 해였다. 직장을 못 구해 거리를 헤매는 젊은이들을 보면 새해를 맞기가 두려울 정도다. 좀 좋아질 것이라는 연초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결국 속이고, 속임을 당하는 한 해였다. 그래서 이 연말에 엄이도종(掩耳盜鐘·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오지 않았는가.인천은 어떤가. 인천도 힘겹긴 마찬가지다. 한때 인천시의 재정위기설까지 나돌 정도로 발전보다는 현상 유지가 더 힘들었던 한 해였다. 대형 사건의 발생도 예년 못지않았다. 물론 지난해에는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폭격 등 역사에 남을 사건이 많았지만, 올해도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경인일보가 선정 발표한 2011년 인천의 10대 뉴스만 봐도 분쟁이 유독 많았던 한 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수도권매립지의 매립기간 연장문제다. 매립지의 악취피해가 청라국제도시까지 번지면서 매립기간의 연장불가라는 여론이 극에 달했다. 그러나 수도권매립지 사장은 인천시민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매립지의 영구화 발언만 토해내 아직도 시민들 가슴에 큰 상처로 남아있다. 굴업도의 개발과 숭의운동장의 홈플러스 입점 등은 논란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채 해를 넘기게 됐다.얼마 전에 발생한 중국선원의 해양경찰관 살해 사건은 우릴 더욱 분노케 했다. 남의 나라 땅에 와서 불법조업을 하면서 단속경찰관을 칼로 찔러 죽음에 이르게 했는데도 우린 시원한 용서를 받지 못했다. 폭우로 참사를 당한 대학생들의 사건은 왜 사전에 막지 못했을까. 아쉬움이 남는 일로 기록된다. 우리에게 희망을 준 일도 있다. 삼성바이오 등 대기업의 잇따른 진출과 인천공항의 명예 전당 등극은 그나마 밝은 10대 뉴스에 포함됐다. 바로 이것들이 2011년 인천의 자화상이다.이처럼 한 해의 막바지에 서면 늘 아쉬움이 남게 마련이다. 뭐 하나 시원하게 마무리된 것이 없이 한 해를 또 보내는가 하고 자책도 하게 된다. 그러나 저무는 해는 시드는 해가 아니다. 저문다는 것은 소멸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잉태하기 위한 과정이다. 즉, 해를 넘긴다는 것은 희망이라는 미래를 맞이한다는 얘기다. 우린 한때 '처음처럼'이란 말을 유행시킨 적이 있다. 늘 처음 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어떤 일이든 한다면, 이뤄내지 못할 것이 없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한 해를 보내는 끝맺음도 진정한 자성(自省)과 함께 '처음처럼' 자세로 한다면 일단 성공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송구영신, 다가올 새해는 총선과 대선이 묶여 있어 나라가 좀 더 시끄러울 것 같다. 또 경제상황도 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예측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임진년에는 변화가 많았다고 한다. 점술가들도 2012년을 유달리 변화가 많은 해로 주목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희망의 해는 내일도, 모레도 뜨게 마련이다.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며칠 안 남은 신묘년을 뜻 깊게 매듭짓고, 새로운 희망의 해를 맞이할 때다.

2011-12-27 김은환

상생과 평화

나흘이면 크리스마스다. 또 일주일 후는 2012년 임진(壬辰), 흑룡(黑龍)의 해 첫 날이다. 지금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으로, 한해를 시작하는 연초 만큼이나 중요한 때다. 나름의 계획에 의해 알찬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연말이다. 시간을 할애, 봉사하거나 기부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등 천사들이 부쩍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혼자사는 노인, 편부·모, 조손가정 등 돌봐야 하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다. 한데 올해는 예년에 비해 온기가 덜하다.매년 이맘때면 정리가 되지않는 분도 분야도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밤잠을 설치며 완수해야 하는 국회 예산작업이 매년 정해진 기일을 넘긴다. 밤새워 고민을 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 대상이 다르다. 올해는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 ISD 등 굵직한 내용들이 포진돼 있다. 개혁으로 당을 바로 세우고, 통합당을 만들고, 총선과 대선에서 이기는 방법을 생각하는 등등. 가장 우선시 해야 하고 그들이 때만 되면 되뇌이는 서민과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의 살길찾기는 말뿐 행동에는 없다. 방패와 칼이 부딪치면서, 모순(矛盾)을 만들어 내는 시기가 늘 이쯤이었다.승리하는 것은 승리의 조건을 모두 만들어놓고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고, 패배하는 이들은 전쟁을 시작한 후 승리를 찾는다. 손자병법의 얘기다. 하지만 완벽은 없어 선택과 집중을 해 실행하고, 계획대로 실행되지 않으면 그것은 준비되지 않은 것이다. 승리하고 싶으면 착실히 준비하는 길밖에 없다. 준비하고 승리하는 것은 상생과 평화를 위해서다. 내가 살고 상대가 죽으면 평화는 없다. 전쟁후 승리를 찾는 꼴로 상처뿐이다. 상생의 길도 막막하다. 지금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태는 상대를 죽이기 위한 싸움으로, 상생과 평화를 위한 준비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가 사는 길이 보살펴야 하는 이웃과 나라가 사는, 승리를 위한 준비의 한 행태로 여기며 의기양양(意氣揚揚)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이 싸우는 동안 이웃이 더욱 궁핍해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통계청의 '2011년 사회조사'에서 45%가 '나는 하층민'이라고 답했다. 살림살이 빡빡한 층이 2년사이 2.9% 늘어난 수치다. 특이한 점은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이지만 자신이 상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례가 0.4%나 된다. 반대로 소득이 600만원 이상임에도 하층이라고 여기는 비율도 5.2%나 됐다. 심리적 요인이 계층 구분에 작용한 것으로, 정치적 사회적 현상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연말이면 울리는 온정의 종소리, 구세군 자선냄비도 한파로 고전중이다.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실적이 부진하다. 공적기관이나 종교단체, 개인기부, 기업기부 등 기부 주체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다. 어려운 이웃돕기에 나서는 이웃도 눈에 띄게 줄었다. 성금유용 등 정직하고 투명하지 못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경기하락 국면에다, 정치·사회 지도층이 희망을 주지 못한데 따른 시대적 현상이다.2012년은 60년만에 찾아오는 흑룡띠 해다. 흑룡은 용기와 비상을 의미하며, 희망을 상징한다. 2세 출산을 준비하는 부부, 결혼을 서두르는 예비부부가 늘고 있다. 4년만에 오는 윤달이 낀 해기도 하다. 음력 3월이 두번 이어지는 해로, 양력으로 4월21일부터 5월20일 까지가 윤달에 해당한다. 윤달에 결혼하면 부부 금실에 문제가 생기고 자녀 갖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한편으로 손이 없는 달로 묘를 옮기는 달이기도 하다. 희비가 엇갈리지만 계획만 잘 세우면 피해가지 못할 이유도 없다. 윤달에는 좋은 날짜를 골라 이장을, 윤달을 피해서는 결혼과 출산을 계획하면 생각대로 다 이뤄진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겠으나 희망이 생긴다.임진년은 뱀의 머리라도 되려고 아우성치지 말고, 용꼬리라도 함께 비상하는 흑룡의 해를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승리하는 준비로 상생과 평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

2011-12-20 조용완

민생회복이 관건인데

정치권이 매우 혼란스럽다. 한나라당은 갈수록 파열음이 커지고 있어 자칫 창당 15년만에 간판을 내릴 수도 있어 보인다. 야권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다. 합종연횡의 격랑속에서 민주당 또한 뿌리부터 흔들리는 양상이니 말이다. 임기 4년의 국회의원 선거와 5년 단임의 대통령 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20년 주기의 대시(大市) 개장이 임박한 때문이다. 중심에는 영향력이 가늠되지 않는 안철수 신드롬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대군이 도사리고 있다. '그 나물에 그 밥'인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향배도 부담이다.문제는 민생경제인데 무역 1조 달러 시대의 그늘이 매우 짙어 보인다는 점이다. 구조고도화에다 생산거점의 해외이전 지속에 따라 좋은 일자리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내수기반이 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목되는 것은 백화점 매출액이 33개월만에 감소한 터에 11월 자동차 내수판매대수는 전년 동월보다 무려 13% 가까이 축소됐다. 매출 부진을 못견딘 르노삼성은 이달 중에 10일간 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2000년 설립 이래 최장기간의 운휴다. 백화점 매출과 자동차판매는 중산층의 주머니사정을 체크할 수 있는 대표적 아이템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기간의 내수부진이 중산층에까지 확대되는 탓이다. 세모(歲暮)를 앞둔 연말경기도 썰렁한 느낌이다.베이비붐 세대의 본격 퇴진은 또 다른 복병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 1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의 직장인 4명중 3명은 퇴직과 함께 곧바로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자리 축소→ 유효수요 부족→ 내수부진→ 일자리 축소'의 순환고리가 강화되는 와중에 내년에는 국내외적으로 성장유인도 신통치 못해 청년실업률은 더 커지고 고용불안도 심화될 개연성이 크다.더 큰 고민은 고물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의 5.3%를 정점으로 이후 점차 둔화돼 10월에는 전년 동월대비 3.9%로 안정돼 가는 듯 했었는데 11월에 다시 4.2%로 반등한 것이다. 이것도 정부가 지난 11월에 새로 물가지수를 개편한데 따른 결과로 이전 기준을 적용하면 4.6%나 올랐다. 고춧가루는 전년 동기대비 무려 100% 가까이 올랐으며 서민생계와 밀접한 품목들인 소금·쌀·우유·과자류 등은 최하 10%이상 뛰었다. 물가상승률 전망수준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11월에는 4.1%로 5개월째 4%선을 넘어섰다.전세난도 주목거리다. 수도권 전세난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 전셋값이 최근 들어 하락세로 돌아선 데다 내년도 전체 주택입주물량이 올해보다 많아 국토해양부는 금년과 같은 전세대란은 없을 것이라 단정하고 있으나 안심하긴 이르다. 지속적인 가격상승에 기인한 시장피로감에다 겨울철 비수기가 겹친데 따른 단기적 둔화일 뿐 전체 전세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내년에도 저금리기조는 유지될 예정이어서 월세로의 전환물량이 확대될 것이 불문가지인 탓이다.앞으로가 더 큰 고민이다. 지난달의 고속도로 통행료와 수도권 버스요금 인상분이 당장 12월부터 물가지수에 반영될 예정인 터에 이번 달엔 전기료도 평균 4.5%나 올랐다. 일반용과 산업용 전력에만 국한했으나 시차를 두고 점차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것은 불문가지다. 철도요금도 조만간 오를 예정인데다 내년 3월중엔 서울시가 하수도료를 무려 50%가까이 올린다고 통보했다. 코스트 푸쉬 압박이 아직은 제한적이나 정권교대기이니 만큼 전 부문에 걸쳐 도미노처럼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유럽발 재정위기 확산에 따른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환율전쟁, 미국과 이란과의 긴장고조 등은 또 다른 외생변수다. 서민들은 다가올 보릿고개를 어찌 넘을 지가 한걱정이나 정치권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민생회복 현안처리에도 시간이 부족한 판인데 이전투구로 소일중이니 말이다. 실망만 안기는 정치가 재연되는 것 같아 답답하다.

2011-12-13 이한구

역마차의 교훈과 갈등관리

사회적 과제들이 점차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정부로, 지역 커뮤니티의 책임으로 이관되는 것이 세계적 추세로 되고 있다. 행정 역시 국민정부로부터 지방커뮤니티로 광범위하게 분산된다. 한국사회에서 1980년대 이후의 과제가 민주화였다면, 90년대 이후의 정치와 행정의 중요한 어젠다는 지방화라 할 수 있다. 지방분권화와 관련된 이슈들이 2012년의 총선거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도 다양하게 제기될 것이다. 지방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각종 갈등이 분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또한 증폭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방 행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의 의견 불일치와 대립으로 인하여 발생한 갈등은 업무수행을 지연시키거나 극단적인 경우 불가능하게 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이 점에서 본다면 지방 자치의 핵심적 역할 중의 하나는 갈등의 관리조정능력이라 할 수 있다. 당분간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정부 및 의회, 시민 사회와 언론은 지역의 갈등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역량의 상당부분을 갈등관리에 쏟을 수밖에 없다. 과거의 정권은 사회적 갈등과 인식의 차이를 주로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해결해 왔다. 모든 변화와 개혁은 시민적 동의를 필요로 하며 동시에 갈등의 해결도 갈등집단의 동의 또는 승복을 받아내어 사회적 협력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갈등(conflict)은 심리학적으로는 양립하기 힘든 정신과 행동에 나타나는 반응이다. 갈등의 주체가 조직이나 계층으로 확장되면 사회적 갈등이 된다. 일반적으로 갈등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갈등을 사회병리적 현상으로 간주하고 그 원인과 치료를 강구하는 이론과, 갈등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해결을 사회적 발전의 계기로 사고하는 태도가 그것이다. 갈등을 사회병리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갈등 해소에 급급하여 권위주의적 방식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갈등을 사회발전의 필연적 산물로 보는 관점은 해결방식에서도 협의와 공론을 통한 갈등의 조정을 강조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무갈등 상태의 사회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사회의 발전과 함께 갈등은 더욱 복잡하고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음을 감안할 때, 사회적 갈등은 불가피한 것이며 그것의 극복이 사회적 발전의 계기가 된다는 적극적 관점에 설 필요가 있다. 서부극에 등장하는 역마차는 말이 끄는 수레 중 가장 빠른 것이다. 그런데 증기 기관차의 등장으로 사라진 역마차가 말과 마차의 갈등이 낳은 산물이란 점은 흥미롭다. 마차의 수레바퀴는 표면이 매끄럽고 단단하여 마찰력이 적은 곳에서 잘 구른다. 그런데 마차를 끄는 말의 입장에서 보면 풀밭 같은 곳에서 달리는 것이 편하다. 미끌어지지 않고 오래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드러운 흙길에서는 바퀴가 잘 구르지 않는다. 이처럼 마차의 수레바퀴와 말의 다리는 화해할 수 없는 갈등관계에 있다. 말이 달리기에 편한 길은 마차바퀴가 잘 구르지 않고, 반대로 마차바퀴가 잘 구르는 곳은 말이 달리기 어렵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마찰력이 적으면서 어느 정도의 탄력이 있는 길을 만드는 것이다. 표면이 매끄러운 고무판 같은 길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길들을 적당한 탄성을 지닌 고무판으로 포장한다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설사 그러한 길을 만든다 할지라도 바퀴와 말을 완전히 만족시킬 수는 없다. 말은 말대로 바퀴는 바퀴대로 불만을 호소할지도 모른다. 여기서 양자의 갈등을 이상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으로 바퀴가 구르는 길과 말이 달리는 길을 분리하는 방법이 고안된 것이다. 마차바퀴는 레일 위를 구르게 하고 레일 사이의 흙길로는 말이 달리게 하는 것이다. '역마차'의 교훈은 하나의 비유이지만 화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갈등도 양자가 모두 만족하는 (win-win)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해 준다.

2011-11-29 김창수

연평도 또 때리면 어쩔 건가

꼭 1년 전 오늘. 정확히 말하면,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34분 연평도는 북의 공격을 받아 불에 타고 있었다. 면사무소 주변은 물론이고, 군부대·민가 등 섬 곳곳이 초토화된 모습,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광경이 1년 전 연평도에서 벌어졌다. 당시를 생각하면 충격과 분노가 또 치민다. 고요한 섬마을을 대낮에 때린 북의 만행은 아직도 그 흔적이 생생하다.현장에 가 있는 기자들의 말을 빌리면 '연평도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한다. 민가를 향해 무력 도발을 감행한 북한은 더욱 호전적이다. 바로 지척의 북진지는 요즘 요새화하는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고 한다. 연평도와 마주보고 있는 황해도 개머리 해안의 진지 추가구축공사가 한창이라는 것은 군당국도 확인했다. 우리 군도 바삐 움직이긴 마찬가지다. 겉은 평화로운 섬인데, 긴장감은 1년 전보다 훨씬 고조된 느낌이라는 것이 현장에서 전하는 소식이다.'언제 또 쏴 댈까'. 연평도 사람들은 요즘도 이런 공포감을 가슴에 달고 산다. 얼마 전 인천의 한 병원이 한 달 넘게 현지에서 무료진료를 하면서 확인한 결과를 보면 검진대상자 절반에 가까운 44%가 1년 전 포격때의 충격으로 인해 '외상후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한다. 또 '트라우마'에 따른 위장질환, 간·담도질환 의심자가 많고, 상당수는 굴착기 소리에 놀랄 정도로 여전히 불안감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젊은 장병과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섬 주민들은 가산이 불타 98%가 섬을 떠나서 찜질방·친척집·빌라 등에서 보냈던 것이 수개월. 이제 겨우 돌아와 생활하고 있다지만, 어찌 그 불안감을 하루아침에 떨쳐버릴 수 있겠는가.그렇다면 1년 전과 1년 후 우린 뭐가 달라졌는가. 우리 사회는 이미 연평도 피격사건을 기억속의 옛 일처럼 여기고 있다. 그들이 겪는 고통과 두려움은 남의 일이 됐다. 몇몇 단체만이 관심을 갖고 그들을 보듬고 있을 뿐이다. 연평도에선 관광객이란 단어가 사라진 지 오래다. 요즘 한창 낚시철이지만 '꾼들'은 얼씬도 안 한다고 한다. 왜 그들만이 이런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가. 뭍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미안함을 넘어서 죄책감마저 든다. 우리가 너무나 무심했고, 편하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정부 또한 맘 변하긴 마찬가지다. 연평도 피격사건이 터졌을 땐 수조원을 들여서라도 대만의 진먼다오(金門島)처럼 만들고, 서해 5도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떠들어 댔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정부분 개선된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화가 치민다. 정부가 서해 5도서 종합발전계획 예산을 60%나 삭감했다. 당장 시급한 노후주택 개량도 17%만 반영됐다고 한다. 정주의식을 높이겠다는 약속은 결국 용두사미가 됐다. 피해 장병에 대한 보상책도 말뿐이다. 정부가 이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멍이 들게 하고 있는 셈이다.요즘 연평도가 때아닌 북새통이라고 한다. 정부관계자는 물론이고, 행정기관·언론기관까지 수백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1주년을 맞아 생색내기식 행사를 위한 뭍사람들의 계획된 집단 나들이다. 며칠 후면 이들은 연평도를 모두 떠날 것이다. 그리곤 지금까지 그랬듯이 연평도는 관광객이 뚝 끊기고, 적막감마저 감도는 삭막한 섬마을로 돌변할 게 뻔하다. 그렇게 된다면 연평도 사람들의 트라우마 고통은 더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안보는 산소와 같다고 했다.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안보는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연평도가 바로 나라 안보의 바로미터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표본이기도 하다. 입으로만 애국과 안보를 외치곤, 돌아서면 언제 그랬느냐 식은 곤란하다. 특별한 보상없이 누가 이 섬땅을 지키겠는가. 불과 1년 사이에 연평도를 보면서 '화장실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른' 우리의 속마음이 읽혔다. 오죽 했으면 연평도 주민들이 이 바쁜 와중에 인천까지 나와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운함을 표출했겠는가. 딱한 현실이다. 정말 이러다가 북한이 또다시 한방 때리면 어쩔 건가.

2011-11-22 김은환

같이 가야하는 길

초지장(草紙張)도 맞들면 낫다. 쉬운 일이라도 협력해 하면 훨씬 쉽다는 우리말 속담이다. 큰 싸움도 작은 것부터 시작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반보 뒷걸음질 쳐 생각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잠시 들여다보면 해결될 일들이 태반이다. 부부싸움이 이혼까지 가는 극단의 선택도 따지고 보면 알량한 자존심이 걸린 사소한 다툼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정치는 말할 나위없다. 자당이 더 크게 보이고 이로운 집단임을, 자당의 당론이 국민과 국가, 지역과 주민을 위한 최적의 선택임을 극구 강조한다. 같이 가야 더 큰 힘을 발휘, 더 큰 이익을 내 모두에게 이롭게 할 수 있는 길을 사양하고 막무가내로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다.같은 사안을 놓고도 내가 먼저 네가 먼저를 따진다. 당론을 관철시키고 선후가 중요한 것은 당의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할 수 있지만, 싸움으로 이어져 깊은 상처를 남긴다면 오히려 퇴보, 국민과 주민들에게 극도의 피로감을 주게 된다. 누구의 주장도 먹혀들지 않는, 그래서 딴 곳으로 눈을 돌리게 한다. 국민들로 부터 외면받는, 정당정치의 이반현상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시시비비(是是非非)는 시비지심(是非之心), 옳은 것은 옳다 그른 것은 그르다고 하는, 사리(事理)를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자만이 해야 한다. 능력자를 상실한 마당이라면 그 판정은 결국 국민이 하게 된다. 표로써 혹독한 심판을 받고 난 후에도 변화를 거부하는, 내 주장만이 옳다고 해야 하는 만연된 편향성 집단 이기주의적 정치사회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노골화하고 있다. 덩달아 정치권도 변화를 기획하지만 믿는 국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경기도의회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최근의 일이다. '2만원 받고, 1만원 더, OK?' 포커놀음을 옮긴듯한 이 문구는 차액보육료의 여야 다툼을 풍자한 글귀다. 내년도 민간 어린이집 만 5세 아동에 대한 차액보육료 지원을 놓고 도의회 여·야가 내가 먼저를 외치고 있다. 사정은 이렇다.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는 8일 경기도 관계자, 관련 단체와 함께 내년도 차액보육료 지원 규모와 관련한 조정회의를 갖고 매월 3만원 수준의 지원을 잠정 결정했다. 민주당은 회의종료 직후 민주당을 통해 결정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발끈한 한나라당이 "민주당이 늦게나마 한나라당 정책에 동조하고 협조해 준데 대해 감사하다"는 논평을 냈다. 지난 6일 내년도 차액보육료를 월 2만원으로 산정, 예산을 본 예산에 편성키로 경기도와 합의했다고 밝힌데 따른 선후를 따진 것이다. 당시 민주당은 사실무근이자 성과홍보용이라고 반박했었다.하나의 복지를 놓고 유불리를 계산, 성과를 외치며 공방과 반박을 거듭하는 낯뜨거운 공치사다. 민간 어린이집 만 5세 아동 차액보육료 지원은 정책 이전에 선별적 보편적 가치의 실현으로 공치사의 대상이 아니다. 복지에 정치적 꼼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복지포퓰리즘적 주도권 다툼으로 매도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종이도 네 귀를 다 들어야 어느 한 귀도 처짐없이 판판해진다고 했다. 무슨 일이나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힘을 합쳐야 올바르게 돼 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같은 사안이고, 지원에 이견이 없는 사업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힘을 모아야 할 시점에서 흩어질 것을 강요하는 모습에서 미래의 경기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추수를 끝낸 시골 마을에는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새끼를 꼬아 멍석 등 생활용품을 만들며 정담을 나누는 정겨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초가 되는 튼튼한 새끼의 재료는 추수를 끝내 작고 보잘 것 없는 짚으로, 두갈래 또는 세갈래로 나눠 손으로 비며 만들어낸다. 이것이 상생이고 동반성장이며 공정사회의 기틀이다. 또한 믿음이며, 믿음이 없는 사회는 발전도 없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의회는 발전 동력이며, 힘의 분산은 저체질을 양산하게 된다. 모기도 모이면 천둥소리 난다고 했다. 여·야가 같이 가야 천둥소리는 아니더라도 대표적인 발전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2011-11-15 조용완

송도웰카운티 5단지 분양참패 어떻게 볼것인가

최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추진한 '송도웰카운티5단지' 아파트 분양의 초라한 성적표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일반공급 1천56가구 모집에 1~3순위 청약자가 56명에 그쳐 청약률 0.05%에 그쳤기 때문이다. 분양 실패의 수준을 넘어 청약률 제로에 가까운 결과에 부동산 업계와 송도국제도시에서 올 하반기 분양을 준비해 왔던 다른 건설사 등이 큰 충격을 받았다. 불과 몇개월 전에 포스코건설이 분양한 '더샵 그린스퀘어'가 11월 현재 계약률 70%에 이를 정도인데 웰카운티의 분양 참패는 도대체 무엇인가? 불과 5개월만에 부동산 경기가 더 안좋아져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의미인가? 인천도개공이 아파트를 분양한다고 하면 인천시민 누구나 잘 되기를 바란다. 시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공기업이어서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도 어떻게 해서든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특히 도개공의 아파트 브랜드인 '웰카운티'가 인천 곳곳에서 선전하면 다른 민간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보다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심정도 있다. 그동안 송도·청라·논현 등지에서 청약불패의 신화를 이어가던 '웰카운티'가 이번에 처음으로 매우 쓴맛을 보게 됐다.궁금한 게 있다. 도개공은 도대체 어떤 생각과 전략을 갖고 이번 아파트 분양에 나섰을까하는 점이다.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경기가 좋지않다는 건 누구나 알고있는 일이다. 더구나 연세대복합단지, 삼성 바이오단지, 국제학교, 동아제약 유치, 롯데쇼핑몰 가시화 등의 호재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송도국제도시가 예전과는 달리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나, 중대형 미분양 물량이 2천여채나 쌓여있는 등 대형 건설사 브랜드도 고전을 하고 있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들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웰카운티'가 분양에 나섰을 때는 뭔가 특별한 게 있을 줄 알았다. 너무 기대가 컸던 것인가.이번에 '웰카운티'의 분양 실패에는 총체적인 문제가 함축돼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도개공은 시장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지 않고 분양에 나서는 등 전략을 세우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무주택자들이 청약통장을 사용해 송도 입성을 노릴 것으로 판단했다면 잘못이라는 것. 구도심의 보금자리 분양가가 700만~800만원선인데 반해 송도 웰카운티는 평균 1천200만원(발코니 확장 별도)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분양가 대비 평면·마감 수준도 다른 민영아파트보다 떨어져 부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더구나 송도에는 중대형 미분양 물량이 2천여채가 있어 굳이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웰카운티는 전용 85㎡를 초과하는 물량의 비율을 67%로 구성했다. 시장조사만 제대로 했어도 이런 구성 비율을 짤 수가 없다는 것이다.웰카운티는 사전 마케팅 활동이나 홍보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신문 광고 몇차례에 그쳤다. 그 흔한 오픈 이벤트도 없었다. 썰렁한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졌다.웰카운티의 분양 실패는 다른 건설사의 아파트 분양은 물론이고 미분양 물량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분양 시기 조절이냐, 강행이냐를 두고 논란도 일고 있다. 한 건설사의 분양 마케팅 전문가는 "부동산 침체는 전국적인 일이지만 마케팅 등을 얼마만큼 철저하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며 "송도국제도시의 경우도 준비를 잘한 곳과 그렇지 못한 경우 극명하게 차별화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도개공이 분양 실패 이후 어떤 복안을 내 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패닉상태에 빠져 후속 대책을 묻는 질문에 대책이 없다는 짤막한 답변으로 얼버무리고 있는 분양 실무자들.가뜩이나 유동성 위기를 겪는 도개공이 이번 분양 실패로 금융이자 부담을 더 갖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땅값, 설계비, 마케팅 및 홍보비 외에 향후 임의분양으로 전환했을 때 안팎으로 입게 될 유무형의 손실이 적지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분양 실패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용감한(?) 사람도 없고, 책임을 묻겠다는 사람도 없다. 아! 이것이 인천도개공의 현주소란 말인가.

2011-11-13 장철순

머리로 정치했으니…

몇년 전 우연한 기회에 한 정치 신인의 후원회에 갔는데 평소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하던 유명 정치인이 축사를 했다. 요지는 정치가의 자질론으로 "남보다 좀 더 근면성실해야 함은 물론 공부도 더 잘해야 한다. 정의감과 애국심, 정직성 측면에서도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어려운 사람들을 혜량하는 자비심"이라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나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정치 정서와 괴리가 큰 것 같아 실소(失笑)를 금치 못했다.정치인들의 나라사랑타령은 여전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한(?)한 애정 표현은 강도를 더하는 중이다. 그러나 서민들이 체감하는 정치 효용도는 더 악화되는 인상이다. 단적인 사례가 저임금과 고용 불안으로 대표되는 비정규직 600만명인데 전체 임금근로자의 34%를 상회한다. 또한 비정규직 3명중 1명이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란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실제 비정규직수는 이보다 훨씬 높다는 주장이다. 사내 하도급과 자영업체 근로자를 포함하면 800만명이 넘는단다.자영업자수의 증가도 간과할 수 없다.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이 계속되는 터에 불공정 거래가 심화되는 등 갈수록 경영 환경이 열악해짐에도 소상공인수가 작년보다 5만여명이 증가했다니 말이다. 오죽 고단했으면 레드오션임을 뻔히 알면서도 불나방처럼 뛰어들고 있겠는가. 중소기업들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 또한 정규직이라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물가는 천정부지인데 월급은 게걸음이어서 갈수록 생활이 팍팍해지니 말이다. 연소득 2천만원 미만 저소득층 가계의 생계용 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카드·저축은행·신협·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권의 고금리 대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설상가상이어서 가계대출 부실문제가 언제 불거질지 불안하다.소득분배 불평등을 보여주는 지니계수가 1997년 0.264에서 지난해에는 0.310으로 급속히 악화된 것이 방증한다. 최하위계층의 평균 소득은 1998년 38만2천원에서 지난해 59만9천원으로 56.8% 증가한 반면에 최상위계층은 165만8천원에서 328만9천원으로 98.4%나 급증했다. 양극화로 대변되는 파행구조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평생직장 국가로 상징되는 일본에서도 비정규직이 전체 근로자의 30%를 상회하는 실정이다. 북미지역 인구 3분의 1도 가처분소득 축소로 허덕이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의 분배구조는 OECD 평균치에도 크게 못미치고 있어 시사하는 바 크다. 사회안전망 부실은 또 다른 걸림돌이다.반면에 대기업들의 약진은 눈부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시리즈 전자제품 판매 급증에 편승, 2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 '150조-15조원'기록을 달성할 전망인데다 현대 및 기아자동차의 쾌속항진도 돋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18%나 증가했다. 은행권의 로또(?)대박은 점입가경이다.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이 예정된 와중에서 벌써부터 돈잔치 준비로 설왕설래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위기가 거듭될 때마다 금융권과 대기업들에 막대한 혈세로 보전해 주었음에도 비정규직 양산 내지는 서민주머니 털기 등으로 수익제고에만 열을 올리는 형국이니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그동안 정부는 상생경영, 동반성장, 공정사회 등을 거론하며 이런저런 처방을 강구했으나 눈 가리고 아옹한 느낌이다. 여야를 불문한 기성 정치인들의 위민(爲民)정치 운운은 역겨울 정도다. 도처에 구린내가 진동하고 갈수록 서민들이 낭패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슴이 아닌 머리로 정치한 결과다.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그들만의 리그에 실망한 국민들이 보낸 준엄한 경고다. 내년 선거에선 '1%대 99% 대결'도 배제할 수 없다. 기성 정치권에서 변화조짐들이 감지되나 국민들은 별로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늘 실망만 안겨주었던 때문이다.민초들은 먹거리를 하늘로 삼는다 했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으나 87%란 지지율을 얻으며 화려하게 퇴임한 브라질의 룰라 전(前)대통령에게서 한수 배워야할 것이다.

2011-11-08 이한구

중소기업 성공스토리 발굴해야 한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연고팀 덕분에 인천의 가을은 다시 축제마당이었다. 비록 한국시리즈를 제패하지는 못했지만, 인천시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기회로는 충분했다. 야구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국야구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해 있어 볼만한 게임이 연출된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지금 내로라하는 투수들의 구질을 보면 놀라운 수준이다. 이들이 이런 수준의 실력을 갖추기까지는 선배들인 박찬호와 선동렬 등이 메이저리그와 일본리그에서 보여준 성공스토리가 큰 밑천이 되었음이 분명하다.세계무대에서의 성공스토리가 늘어나면서 많은 청소년들이 메이저리그 선수로서의 희망을 품었으며, 이에 따라 선수들의 기량은 한층 커졌다. 한국시리즈를 보면서, 또 그들의 엄청난 기량을 관찰하면서, 선동렬·박찬호·서재응·추신수 선수들이 만들어준 성공스토리가 얼마나 중요했나를 다시 실감한다. 현재 한국야구의 수준은 그동안 초·중·고 야구선수들이 박찬호 키즈 또는 선동렬 키즈로서 메이저리그 수준의 기량을 연마한 결과인 것이다.기업 현장에서도 이런 성공스토리의 존재가 절실하다. 한 기업이 창업하면서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할 때, 그 기업을 '본 글로벌(born global)' 기업이라고 부른다. 전 세계의 숨겨진 챔피언 기업들을 발굴해 온 독일의 헤르만 지몬 박사에 의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렇게 사업탄생 시점부터 글로벌 경쟁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결국 세계시장의 강자가 된다고 한다. 이들이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이유는 일찍부터 글로벌 수준의 기량이 없다면 세계무대에 나설 수 없다는 절박감을 갖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국내시장에서의 작은 경쟁에 만족하지 않았고 글로벌 강자를 꿈꾸며 지속적으로 기술을 연마한 결과인 것이다.한국 중소기업들이 하루속히 글로벌 수준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한국경제의 큰 희망임에 분명하다. 특히 인천과 같이 중소기업의 메카로서는 너무도 중요한 비전이다. 그런데 중소기업들이, 또 예비창업자들이 글로벌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세계시장에서 통했던 성공스토리이다. 그 스토리에 직접적인 교훈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중소기업을 세계시장에서 통할 중견기업으로 키우려면, 우선적으로 성공사례를 발굴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현재 작은 싹을 틔운 기업들을 육성해서 완성도가 높은 성공스토리로 만들어 주는 정책이 중요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인천 중소기업 중 세계시장에서 통하고 있는 소수 기업을 발굴하여 그 성공스토리를 도출해 주는 정책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구체적인 성공스토리들이 지역경제에 넘쳐날수록 다른 중소기업들은 큰 용기를 낼 것이 분명하다.성공스토리를 발굴하고 확산하는 작업의 가치가 크지만, 여기에는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무엇보다도 성공스토리가 영원하지 않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던 박찬호 선수도 최근 부진하다. 추측컨대 야구선수로서 나이가 들어가는 부담이 큰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성공스토리도 한창 번창하다가 갑자기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곤 한다. 일본의 닌텐도는 최근까지 '닌텐도 Wii'라는 가상게임과 포켓몬스터, 슈퍼마리오와 같은 캐릭터로 승승장구하던 기업이었다. 2000년대에 연간 평균 2조원에서 7조원 사이의 영업이익을 지속하던 우량기업이었다. 그런데 2011년의 실적은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의 열풍에 밀려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부진하다. 이처럼 탄탄한 성공스토리도 언제나 무너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중소기업에게 세계 수준의 기량을 권장한다고 해서, 창업하면서부터 무조건 글로벌시장으로 나가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지만 머릿속에서 상상하며 희망하는 무대는 반드시 세계시장이어야 한다. 글로벌 수준의 기량을 갖추어야 진정으로 중견기업으로 성공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2011-11-01 손동원

'착함'과 '통큼'의 문화론

'착하다'는 말의 용례가 확장되고 있다. '착한 가격', '착한 가게'처럼 물건 값이나 영업 서비스에 대한 관용적 표현을 넘어 일반적인 가치척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본래 '착하다'는 말은 '착한 아이'의 용례에서 보듯, 사람의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는 의미로 쓰여왔다. 물건 값이 착하다거나 가게가 착하다고 하면 문장론으로는 오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언중(言衆)들은 언제부턴가 일상의 일과 사물에 이 형용사를 붙여쓰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약방의 감초처럼 쓰이지 않는 데가 없다. '착한 기술', '착한 결혼', '착한 대출'도 있으며 '착한 몸매'라는 표현이 있는 걸 보면 이 말은 모든 일과 사물의 평가 지표로, 심지어 심미적 기준으로까지 격상된 셈이다.그런데 '착하다'는 표현은 본래 자신이 직접 다녀온 음식점의 음식 맛과 가격, 서비스가 만족스러울 경우 이를 뭉뚱그려 평가하는 말이었는데, 인터넷에서 블로거들이 맛집을 소개하는 글을 통해 확산되어 관용적 표현으로 자리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 '착하다'는 말의 의미를 확장시킨 전파자들은 그리 비싸지 않으면서도 맛깔스런 음식을 내놓는 먹거리를 찾는 보통사람들이다. 이들은 명품이나 신상품 구매에 열을 올리는 소비지향적 계층과 구별되는 알뜰파 서민들이다. 이들은 몸소 '착한' 가게를 찾아내서 그 정보를 취향이 비슷한 이웃과 자발적으로 공유하려 한다는 점에서 소박한 소비자 운동가들이라 할만하다.최근 몇몇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시민들의 취향을 반영하여 '착한 가게'를 지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 지자체는 '착한 가게'를 '업소 가운데 최저가이면서 평균 가격대비 가격 경쟁력이 있는 업소로 자율적인 가격할인 참여를 통해 서민 생활물가 안정에 이바지하는 업소'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종래의 '모범업소'를 가격 중심으로 재명명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또 '착한'이라는 형용사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여 상업적으로 성공한 제품도 적지 않다. 대기업들도 최근 경쟁적 제품판매 전략보다는 '착한 기업'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부는 물론 친환경제품 개발, 공정무역제품 출시 등을 통해 사회적 기여를 하고 있다.'착함'의 코드에 뒤이어 떠오른 것은 '통큰'이라는 유행어다. 지금은 가격이 파격적으로 저렴하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이 말도 본래는 대범한 성격의 사람을 수식하는 형용사에서 파생한 것이다. 그런데 '착함'과 '통큼'의 트렌드를 증식시키고 있는 사회적 토양은 무엇일까? 이 유행어들은 고도 성장기인 70~80년대가 아니라 90년대 중반 이후의 불황기에 급속히 전파되었는데, IMF 이후 서민경제가 취약해지고 계층의 양극화 현상, 청년세대의 만성적 실업으로 대표되는 시기다. 어쩌면 '착함'과 '통큼'이라는 어휘가 확산되어 일종의 문화 코드처럼 사용되고 있는 현상은 불황기의 우울한 사회경제적 현실을 역설적으로 말해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이제 정치가들이 '착하고 통큰' 것을 열망하는 시민들의 삶과 그들의 무의식을 읽을 차례다. 그것은 위기 속에서도 알뜰하게 살아가려는 서민들의 생활의지이며, 각박한 경쟁을 요구하는 사회이지만 타인을 배려하려는 인간적 온기의 발로이다. 정치행위는 시민들의 바람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일일 것이다. '착한'코드가 지배하는 시대에서 필요한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은 대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아니며, 경직된 이념의 신봉자도 화려한 '스펙'의 소유자도 아니다. 시민들의 바람이 무엇인지를 헤아릴 줄 아는 배려심, 그리고 갈등을 포용력으로 조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갈망하는 '착하고 통큰' 정치인이 더 많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첨언할 것은 '착한'이라는 평가는 언중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파될 때 더 위력적이라는 점이다.

2011-10-25 김창수

인천이 '쓰레기통' 인가

인천 사람들이 착하기는 참 착한 모양이다. '쓰레기통' 발언, '수도권매립지 영구화' 소릴 듣고도 좀처럼 흥분하질 않는다. 시민단체나 일부 정치권에서만 몇마디 하곤 또 조용하다. 연일 악취로 잠 못 이루고, 집값은 떨어지고, 애들은 아토피에 고통을 겪어도 속앓이만 하는 모습이다. 인천이 '쓰레기 도시'가 계속돼도 정말 좋단 말인가. 정작 가해자인 수도권매립지공사는 시민을 향해 한방 때리곤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너무나 태연하다. 지역 언론에서 아무리 지적해도 꿈적 않는다. 오히려 더 당당하다. 매립지의 영구화는 그들의 사명이란다. 시민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 수도권매립지는 또 무법천지다. 법도 없다. 허가도 받지 않고 마구 건물을 짓고는 관청 핑계만 댄다. 허가신청을 했는데 안 해줘서 부득이 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곳은 허가 안해주면 막 지어도 되는 '치외법권지역'인가.그 중심에 정치인 출신 조춘구 사장이 있다. 정부의 기관평가에서 D등급을 받고도 그는 불사조처럼 재선임됐다. 다른 공사의 사장들이 이 정도 평가를 받았다면 아마 벌써 집에 갔어야 했지만 그는 예외다. 여권에서 조차도 의아해 한다. 그는 재선임된 뒤 목소리가 더 커졌다. 얼마 전엔 인천의 한 대학에서 강연을 하면서 인천시민 및 정치권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는 "나를 쓰레기통에 박아 둔 것은 영구매립지를 만들라는 사명으로 알고, 두들겨 맞더라도 매립지를 영구화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을 향해선 "주민들 표를 먹어보겠다고 정치세력이 그냥 다 덤벼들고 있다"고 톤을 높였다. 결국 그는 이말 때문에 국감장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긴했다. 그러나 조 사장은 '힘있는 국회의원들'에게만 사과를 했지, '힘없는 인천시민'에겐 아직까지 말 한마디 없다. 정말 인천 사람들을 '쓰레기통 시민'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사실 수도권매립지는 인천으로선 암적 존재다. 1992년 2월10일 쓰레기가 반입되기 시작한 이래 꼭 20년동안 1억t 이상의 쓰레기가 매립되면서 연간 민원이 6천건을 넘을 정도로 시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반입량 비율로 보면 서울 46.67%, 경기도 37.46%에 비해 인천은 고작 15.87%에 불과하다. 그래서 인천시민들은 왜 우리가 타시도의 쓰레기 때문에 고통받아야 하느냐는 피해의식이 강하다. 최근엔 청라국제도시의 입주민들까지 악취고통에 시달리는 신세가 됐다. 조 사장의 표현대로라면 정말 쓰레기통에 사는 '국제시민'이 돼 버린 셈이다. 이 지경이니 매립기간이 종료되는 2016년부터는 더 이상 쓰레기 매립은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목소리다. 오히려 '착한 목소리'가 아닌가.그런데 조 사장의 머릿속엔 매립지의 영구화만 있는 모양이다. 시민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시민들이 겪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안다면 그렇게 '무데뽀식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말은 흔히 인격에 비유하곤 한다. 사람은 누구나 인격의 수준만큼 말하고 행동한다고 한다. 그래서 한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할 때 언행(言行)으로 평가할 때가 많다. 물론 그 판단이 다 옳았던 것은 아니지만, 말은 사람이나 기관을 평가하는데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만큼 말 한마디가 상처를 주기도 하고, 힘을 주기도 한다. 옛말에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하지 않는가.조 사장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인천시민의 가슴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있는지 아느냐고. 하기야 매립지공사의 임원 및 고위간부 32명중 3명만이 서구에 거주한다고 하니 지역민들의 생활고통을 어찌 알 턱이 있겠는가.지금 필요한 건 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스런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시켜주고, 그들의 생각을 바꾸게 하는 일이다. 시민사회는 물론이고 정치권·행정기관도 좀 더 세심한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말 이러다간 저 아래 지방에서까지 인천으로 쓰레기를 버리러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마침 송영길 시장이 악취문제를 체험하기위해 청라국제도시로 거처를 옮겼다고 하니 어떤 요구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차제에 '인천짠물'의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2011-10-18 김은환

아름다운 문자

한글, 훈민정음은 세계의 문자 중 가장 신비로운 문자로 일컫고 있다. 세계문자 가운데 유일하게 만든 사람과 반포일, 글자를 만든 원리가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만든 이유가 서문(序文)에 자세히 적혀 있는 것도 희귀한 사건일 테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를 서로 사맛디 아니할쎄 이런 전차로 어린백성이 니르고저 할빼이셔도 마참내 제 뜻을 능히펴지 못할놈이 하니라. 내이를 어여삐 녀겨 새로 스물여덟자를 맹가노니 사람마다 수비니겨 날로쓰매 편아케 하고저 할 따라미니라.'한글에는 창제 이후 500여년 서민정신, 일반 국민인 백성들의 정서가 온전하게 담겨 있다. 대한민국 정신의 뿌리가 한글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말은 변한다'. 언어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정지된 시대가 없듯이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 새로운 말이 생겨나고 오랜 시간을 두고 있던 말도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고 기존 틀이 변형돼 전혀 다른 말로 바뀌는 경우는 드물다. 현재 말의 변화를 주도하는 매개체는 단연 인터넷을 꼽는다. 새롭게 만들어지고 확산속도가 빠른 말이 은어·비속어·신조어지만 우리말 찾기 운동으로 사장될 위기의 아름다운 말들을 다시 살려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인터넷이다. 순기능을 살리고 역기능을 자제케 하는 노력으로 말의 순화(純化)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일상 생활에서 역기능의 대표주자는 욕이다. 순간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기능도 있지만, 자주 뜻을 알고 사용하는 성장중인 학생에게는 정신세계와 행동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코이케 류노스케는 '생각버리기'에서 '푸념이나 험담을 하면 일순간 쾌감을 느끼는 것 같지만, 사실 부정적인 말에는 분노라는 독소가 포함돼 있어 결국 말하는 사람 스스로 불쾌한 감정과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부정적인 말은 입에 담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과격한 영화나 드라마, 게임을 하고 난 후 행동을 살피면 영상이 뇌에서 지워지지 않은 또렷한 상태에서 연장선상의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아직 설익은 어린 학생이라면 반복해서 욕을 하다 보면 뜻도 모른 채 일상처럼 굳어지게 된다. 초등학생이 학교를 파하고 집에 가는 도중이나, 놀이터에서 하는 얘기의 반 이상이 욕인 경우를 목격하게 된다. 황당하고 거북해 한소리 해 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생활어처럼 사용하는 욕언어가 그들의 세상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며, 중·고등학교를 거쳐 성인까지 이어진다. 초등학생의 욕이 표현의 일부가 강해지거나 그 시대를 반영하는 욕이 생겨날 수 있지만, 중·고등학생이 사용하는 욕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뜻을 알게 되고 욕의 한계에 부딪히면 폭력을 부르는 극한 상황까지 연출될 수 있다. 초등학교 과정에 욕과목을 넣는 것은 어떨까. 욕의 의미와 욕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 등을 정식과목을 만들든 국어 교과에 한 단락 삽입하든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노력은 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욕의 구매력이 워낙 뛰어나 다 잡기 어렵겠지만, 제도권 안에서 사용을 자제하도록 가르치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교육과학기술부가 대책을 내놨다. 학생들의 언어문화 개선을 위해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관찰해 보니 "씨X 뭐 하냐? 돼지 XX야. 까X지마. 나XX마. 병X XX야" "지X하지마, 병X" 등 욕설과 비속어가 쉴 새 없이 나왔다고 한다. 초·중·고등학생의 70% 이상이 욕을 쓰고, 이 가운데 13%는 습관적으로 욕을 사용한다는 것이 조사결과다. 보다 못한 교과부가 욕을 많이 하는 학생들을 생활기록부에 올려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교과부의 욕문화 개선의지는 높게 사겠으나, 엄포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어려서 욕습관을 고쳐야 효과가 있으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육에 있다. 부모와 교사,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연계망을 갖추면 더 큰 힘이 된다. 은어와 비속어, 욕문화에 대한 자정노력을 꾸준히 한다면 아름다운 표현의 글로도 세계 으뜸이 되지 않을까.

2011-10-11 조용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