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겨울의 역설적 상징

흔히 겨울을 네 계절의 끝이라고 말한다. 이는 계절의 순환을 인생이나 생명현상에 빗대어 생각하는 문화적 관습일 뿐 실제로는 가을과 봄 사이의 계절로 24절기로 보면 입동부터 입춘 전까지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기후로 볼 때는 12월에서 2월까지가 겨울이다. 어원을 따져보면 겨울의 어원인 '겻'이나 가을의 '갓', 여름의 '널', 봄의 '볻'은 모두 해(태양)와 관련되는 고유어로 짐작된다. 우리 조상들은 계절의 변화가 태양의 움직임과 기온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여겨왔던 것이다. 겨울은 가을에 거둔 곡식을 저장하는 '秋收冬藏' 계절이다. 이때 저장한 곡식은 겨우내 먹을 식량이면서 봄이 되면 파종할 종자이기도 하다. 겨울은 봄을 기다리는 시간인 셈이다.문명의 발달로 계절의 변화는 농경사회에서와 같이 우리의 일상을 좌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달력의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1, 2월은 새해를 준비하는 기간이다. 겨울은 추위와 눈과 얼음의 계절이다. 추위와 얼음은 자연의 생명활동을 중단시키거나 위축시키지만. 인간에게 혹독한 추위는 생명의 의지를 더욱 강렬하게 자극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조선조 선비들의 시조나 문인화에 나타난 겨울 이미지는 생명의 '봄'을 부각시키는 대조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조선후기의 가객 안민영은 '매화사'에서 "바람이 눈을 맞아 산창에 부딪히니/ 찬 기운 새어 들어 잠든 매화 침노한다/ 아무리 얼우려 한들 봄뜻이야 앗을소냐"고 노래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또 눈 속에 서 있는 소나무나 대나무, 매화를 유배자나 은둔지사의 지조를 표현하는 상징으로 삼았던 것이다. 설경도(雪景圖)에는 하얀 눈과 먹빛의 선명한 대비를 통해 생명을 얼어붙게 하는 냉기와 이를 견디는 나무와 꽃의 비장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설죽도나 설송도 가운데 가장 빼어난 작품은 완당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 중에 그린 '세한도'이다. '세한도'에 나타난 세 그루 송백의 늠름한 자태, 고통스러운 세월의 무게와 비바람을 견디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고 있는 한 그루의 노송, 그 가운데에 자리잡은 한 채의 낡은 초가집은 고적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범접키 어려운 고상한 기품이 흐르고 있다. 이 풍경은 "곤궁해야 선비의 절개가 드러나며, 세상이 어지러워야 충신을 안다(士窮見節義 世亂識忠臣)"거나 "세찬 바람이 불어야 억센 풀을 알 수 있고, 매서운 서릿발이 내려야 상록수를 구별할 수 있다(疾風知勁草 嚴霜識貞木)"는 유가적 처세철학을 형상화한 것이다.이러한 전통은 현대시로도 이어지는데, 저항시인으로 불리는 이육사의 중요한 시편들은 대부분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육사는 '교목', '절정', '광야', '꽃'과 같은 작품에서 혹독한 추위에 맞서는 나무나 꽃과 같은 식물적 이미지를 시의 중심적 이미지로 설정하여 현실 극복의지를 표현하였다. 이육사는 '꽃'에서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 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라는 구절을 통해 동토의 대지에 봄을 기다리며 꿈틀거리는 생명의 씨앗을 노래했다. 그의 시에 나타난 겨울 이미지는 일제 강점기라는 역사적 상황을 가리키는 은유에 해당한다. 정지용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장수산'도 겨울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그는 "시름은 바람도 일지 않는 고요에 심히 흔들리우노니 오오 견디련다 차고 올연(兀然)히 슬픔도 꿈도 없이 장수산 겨울 한밤내-"라고 노래했다. 이러한 심경은 겨울 밤의 시름과 적막감을 온 몸으로 느끼며 올연히 견디겠다는 인고(忍苦)의 자세로 보인다.겨울에 대한 역설적 상상력은 시가문학이나 문인화와 같은 전통적 예술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인의 독특한 미적 사유방식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리고 현실의 모순인 '사회의 겨울'이 존재하는 한, '겨울'은 예술 작품 속에서 현실과 대결하는 시적 주체의 의지를 표상하는 이미지로 거듭해서 나타나게 될 것이다.

2012-01-03 경인일보

2011년 인천의 자화상

또 한 해가 저문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는 상투적인 말이 낯설지 않은 시기다. 며칠 후면 신묘년(辛卯年)은 가고 새로운 흑룡(黑龍)의 해 임진년(壬辰年)이 다가온다. 그래서 이때쯤 되면 금년보다는 새해를 얘기한다. 해를 넘기는 아쉬움보다는 빨리 잊고 싶은 마음이 더 큰 모양이다. 그만큼 한 해가 힘들었다는 방증이다.그렇다고 한 해를 그냥 보낼 수야 없지 않은가. 일단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맞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개인적으론 물론이고 기업, 사회단체, 각 공공기관들도 마찬가지일 게다. 과연 올 한 해 맘먹고 한 일이 얼마나 성과를 냈을까. 미진한 부분은 무엇이었고, 잘해서 더욱 발전시킬 것은 어떤 분야인가. 꼼꼼히 따져보고, 잠시나마 생각에 잠겨보고, 반성도 해보는 것이 요즘 시기에 있을 법한 광경이다.그렇다면 올 한 해 나라 전체로 보면 어땠을까.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딱히 신나는 일이 별로 없었던 한 해였다는 데 비중이 간다. 정치적으론 여야 싸움판이 더 커져 짜증이 더욱 심해졌고, 경제적으로도 굳이 수치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참 힘겨운 한 해였다. 직장을 못 구해 거리를 헤매는 젊은이들을 보면 새해를 맞기가 두려울 정도다. 좀 좋아질 것이라는 연초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결국 속이고, 속임을 당하는 한 해였다. 그래서 이 연말에 엄이도종(掩耳盜鐘·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오지 않았는가.인천은 어떤가. 인천도 힘겹긴 마찬가지다. 한때 인천시의 재정위기설까지 나돌 정도로 발전보다는 현상 유지가 더 힘들었던 한 해였다. 대형 사건의 발생도 예년 못지않았다. 물론 지난해에는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폭격 등 역사에 남을 사건이 많았지만, 올해도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경인일보가 선정 발표한 2011년 인천의 10대 뉴스만 봐도 분쟁이 유독 많았던 한 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수도권매립지의 매립기간 연장문제다. 매립지의 악취피해가 청라국제도시까지 번지면서 매립기간의 연장불가라는 여론이 극에 달했다. 그러나 수도권매립지 사장은 인천시민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매립지의 영구화 발언만 토해내 아직도 시민들 가슴에 큰 상처로 남아있다. 굴업도의 개발과 숭의운동장의 홈플러스 입점 등은 논란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채 해를 넘기게 됐다.얼마 전에 발생한 중국선원의 해양경찰관 살해 사건은 우릴 더욱 분노케 했다. 남의 나라 땅에 와서 불법조업을 하면서 단속경찰관을 칼로 찔러 죽음에 이르게 했는데도 우린 시원한 용서를 받지 못했다. 폭우로 참사를 당한 대학생들의 사건은 왜 사전에 막지 못했을까. 아쉬움이 남는 일로 기록된다. 우리에게 희망을 준 일도 있다. 삼성바이오 등 대기업의 잇따른 진출과 인천공항의 명예 전당 등극은 그나마 밝은 10대 뉴스에 포함됐다. 바로 이것들이 2011년 인천의 자화상이다.이처럼 한 해의 막바지에 서면 늘 아쉬움이 남게 마련이다. 뭐 하나 시원하게 마무리된 것이 없이 한 해를 또 보내는가 하고 자책도 하게 된다. 그러나 저무는 해는 시드는 해가 아니다. 저문다는 것은 소멸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잉태하기 위한 과정이다. 즉, 해를 넘긴다는 것은 희망이라는 미래를 맞이한다는 얘기다. 우린 한때 '처음처럼'이란 말을 유행시킨 적이 있다. 늘 처음 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어떤 일이든 한다면, 이뤄내지 못할 것이 없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한 해를 보내는 끝맺음도 진정한 자성(自省)과 함께 '처음처럼' 자세로 한다면 일단 성공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송구영신, 다가올 새해는 총선과 대선이 묶여 있어 나라가 좀 더 시끄러울 것 같다. 또 경제상황도 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예측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임진년에는 변화가 많았다고 한다. 점술가들도 2012년을 유달리 변화가 많은 해로 주목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희망의 해는 내일도, 모레도 뜨게 마련이다.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며칠 안 남은 신묘년을 뜻 깊게 매듭짓고, 새로운 희망의 해를 맞이할 때다.

2011-12-27 김은환

상생과 평화

나흘이면 크리스마스다. 또 일주일 후는 2012년 임진(壬辰), 흑룡(黑龍)의 해 첫 날이다. 지금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으로, 한해를 시작하는 연초 만큼이나 중요한 때다. 나름의 계획에 의해 알찬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연말이다. 시간을 할애, 봉사하거나 기부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등 천사들이 부쩍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혼자사는 노인, 편부·모, 조손가정 등 돌봐야 하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다. 한데 올해는 예년에 비해 온기가 덜하다.매년 이맘때면 정리가 되지않는 분도 분야도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밤잠을 설치며 완수해야 하는 국회 예산작업이 매년 정해진 기일을 넘긴다. 밤새워 고민을 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 대상이 다르다. 올해는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 ISD 등 굵직한 내용들이 포진돼 있다. 개혁으로 당을 바로 세우고, 통합당을 만들고, 총선과 대선에서 이기는 방법을 생각하는 등등. 가장 우선시 해야 하고 그들이 때만 되면 되뇌이는 서민과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의 살길찾기는 말뿐 행동에는 없다. 방패와 칼이 부딪치면서, 모순(矛盾)을 만들어 내는 시기가 늘 이쯤이었다.승리하는 것은 승리의 조건을 모두 만들어놓고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고, 패배하는 이들은 전쟁을 시작한 후 승리를 찾는다. 손자병법의 얘기다. 하지만 완벽은 없어 선택과 집중을 해 실행하고, 계획대로 실행되지 않으면 그것은 준비되지 않은 것이다. 승리하고 싶으면 착실히 준비하는 길밖에 없다. 준비하고 승리하는 것은 상생과 평화를 위해서다. 내가 살고 상대가 죽으면 평화는 없다. 전쟁후 승리를 찾는 꼴로 상처뿐이다. 상생의 길도 막막하다. 지금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태는 상대를 죽이기 위한 싸움으로, 상생과 평화를 위한 준비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가 사는 길이 보살펴야 하는 이웃과 나라가 사는, 승리를 위한 준비의 한 행태로 여기며 의기양양(意氣揚揚)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이 싸우는 동안 이웃이 더욱 궁핍해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통계청의 '2011년 사회조사'에서 45%가 '나는 하층민'이라고 답했다. 살림살이 빡빡한 층이 2년사이 2.9% 늘어난 수치다. 특이한 점은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이지만 자신이 상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례가 0.4%나 된다. 반대로 소득이 600만원 이상임에도 하층이라고 여기는 비율도 5.2%나 됐다. 심리적 요인이 계층 구분에 작용한 것으로, 정치적 사회적 현상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연말이면 울리는 온정의 종소리, 구세군 자선냄비도 한파로 고전중이다.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실적이 부진하다. 공적기관이나 종교단체, 개인기부, 기업기부 등 기부 주체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다. 어려운 이웃돕기에 나서는 이웃도 눈에 띄게 줄었다. 성금유용 등 정직하고 투명하지 못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경기하락 국면에다, 정치·사회 지도층이 희망을 주지 못한데 따른 시대적 현상이다.2012년은 60년만에 찾아오는 흑룡띠 해다. 흑룡은 용기와 비상을 의미하며, 희망을 상징한다. 2세 출산을 준비하는 부부, 결혼을 서두르는 예비부부가 늘고 있다. 4년만에 오는 윤달이 낀 해기도 하다. 음력 3월이 두번 이어지는 해로, 양력으로 4월21일부터 5월20일 까지가 윤달에 해당한다. 윤달에 결혼하면 부부 금실에 문제가 생기고 자녀 갖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한편으로 손이 없는 달로 묘를 옮기는 달이기도 하다. 희비가 엇갈리지만 계획만 잘 세우면 피해가지 못할 이유도 없다. 윤달에는 좋은 날짜를 골라 이장을, 윤달을 피해서는 결혼과 출산을 계획하면 생각대로 다 이뤄진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겠으나 희망이 생긴다.임진년은 뱀의 머리라도 되려고 아우성치지 말고, 용꼬리라도 함께 비상하는 흑룡의 해를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승리하는 준비로 상생과 평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

2011-12-20 조용완

민생회복이 관건인데

정치권이 매우 혼란스럽다. 한나라당은 갈수록 파열음이 커지고 있어 자칫 창당 15년만에 간판을 내릴 수도 있어 보인다. 야권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다. 합종연횡의 격랑속에서 민주당 또한 뿌리부터 흔들리는 양상이니 말이다. 임기 4년의 국회의원 선거와 5년 단임의 대통령 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20년 주기의 대시(大市) 개장이 임박한 때문이다. 중심에는 영향력이 가늠되지 않는 안철수 신드롬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대군이 도사리고 있다. '그 나물에 그 밥'인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향배도 부담이다.문제는 민생경제인데 무역 1조 달러 시대의 그늘이 매우 짙어 보인다는 점이다. 구조고도화에다 생산거점의 해외이전 지속에 따라 좋은 일자리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내수기반이 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목되는 것은 백화점 매출액이 33개월만에 감소한 터에 11월 자동차 내수판매대수는 전년 동월보다 무려 13% 가까이 축소됐다. 매출 부진을 못견딘 르노삼성은 이달 중에 10일간 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2000년 설립 이래 최장기간의 운휴다. 백화점 매출과 자동차판매는 중산층의 주머니사정을 체크할 수 있는 대표적 아이템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기간의 내수부진이 중산층에까지 확대되는 탓이다. 세모(歲暮)를 앞둔 연말경기도 썰렁한 느낌이다.베이비붐 세대의 본격 퇴진은 또 다른 복병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 1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의 직장인 4명중 3명은 퇴직과 함께 곧바로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자리 축소→ 유효수요 부족→ 내수부진→ 일자리 축소'의 순환고리가 강화되는 와중에 내년에는 국내외적으로 성장유인도 신통치 못해 청년실업률은 더 커지고 고용불안도 심화될 개연성이 크다.더 큰 고민은 고물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의 5.3%를 정점으로 이후 점차 둔화돼 10월에는 전년 동월대비 3.9%로 안정돼 가는 듯 했었는데 11월에 다시 4.2%로 반등한 것이다. 이것도 정부가 지난 11월에 새로 물가지수를 개편한데 따른 결과로 이전 기준을 적용하면 4.6%나 올랐다. 고춧가루는 전년 동기대비 무려 100% 가까이 올랐으며 서민생계와 밀접한 품목들인 소금·쌀·우유·과자류 등은 최하 10%이상 뛰었다. 물가상승률 전망수준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11월에는 4.1%로 5개월째 4%선을 넘어섰다.전세난도 주목거리다. 수도권 전세난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 전셋값이 최근 들어 하락세로 돌아선 데다 내년도 전체 주택입주물량이 올해보다 많아 국토해양부는 금년과 같은 전세대란은 없을 것이라 단정하고 있으나 안심하긴 이르다. 지속적인 가격상승에 기인한 시장피로감에다 겨울철 비수기가 겹친데 따른 단기적 둔화일 뿐 전체 전세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내년에도 저금리기조는 유지될 예정이어서 월세로의 전환물량이 확대될 것이 불문가지인 탓이다.앞으로가 더 큰 고민이다. 지난달의 고속도로 통행료와 수도권 버스요금 인상분이 당장 12월부터 물가지수에 반영될 예정인 터에 이번 달엔 전기료도 평균 4.5%나 올랐다. 일반용과 산업용 전력에만 국한했으나 시차를 두고 점차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것은 불문가지다. 철도요금도 조만간 오를 예정인데다 내년 3월중엔 서울시가 하수도료를 무려 50%가까이 올린다고 통보했다. 코스트 푸쉬 압박이 아직은 제한적이나 정권교대기이니 만큼 전 부문에 걸쳐 도미노처럼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유럽발 재정위기 확산에 따른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환율전쟁, 미국과 이란과의 긴장고조 등은 또 다른 외생변수다. 서민들은 다가올 보릿고개를 어찌 넘을 지가 한걱정이나 정치권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민생회복 현안처리에도 시간이 부족한 판인데 이전투구로 소일중이니 말이다. 실망만 안기는 정치가 재연되는 것 같아 답답하다.

2011-12-13 이한구

역마차의 교훈과 갈등관리

사회적 과제들이 점차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정부로, 지역 커뮤니티의 책임으로 이관되는 것이 세계적 추세로 되고 있다. 행정 역시 국민정부로부터 지방커뮤니티로 광범위하게 분산된다. 한국사회에서 1980년대 이후의 과제가 민주화였다면, 90년대 이후의 정치와 행정의 중요한 어젠다는 지방화라 할 수 있다. 지방분권화와 관련된 이슈들이 2012년의 총선거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도 다양하게 제기될 것이다. 지방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각종 갈등이 분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또한 증폭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방 행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의 의견 불일치와 대립으로 인하여 발생한 갈등은 업무수행을 지연시키거나 극단적인 경우 불가능하게 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이 점에서 본다면 지방 자치의 핵심적 역할 중의 하나는 갈등의 관리조정능력이라 할 수 있다. 당분간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정부 및 의회, 시민 사회와 언론은 지역의 갈등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역량의 상당부분을 갈등관리에 쏟을 수밖에 없다. 과거의 정권은 사회적 갈등과 인식의 차이를 주로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해결해 왔다. 모든 변화와 개혁은 시민적 동의를 필요로 하며 동시에 갈등의 해결도 갈등집단의 동의 또는 승복을 받아내어 사회적 협력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갈등(conflict)은 심리학적으로는 양립하기 힘든 정신과 행동에 나타나는 반응이다. 갈등의 주체가 조직이나 계층으로 확장되면 사회적 갈등이 된다. 일반적으로 갈등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갈등을 사회병리적 현상으로 간주하고 그 원인과 치료를 강구하는 이론과, 갈등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해결을 사회적 발전의 계기로 사고하는 태도가 그것이다. 갈등을 사회병리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갈등 해소에 급급하여 권위주의적 방식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갈등을 사회발전의 필연적 산물로 보는 관점은 해결방식에서도 협의와 공론을 통한 갈등의 조정을 강조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무갈등 상태의 사회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사회의 발전과 함께 갈등은 더욱 복잡하고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음을 감안할 때, 사회적 갈등은 불가피한 것이며 그것의 극복이 사회적 발전의 계기가 된다는 적극적 관점에 설 필요가 있다. 서부극에 등장하는 역마차는 말이 끄는 수레 중 가장 빠른 것이다. 그런데 증기 기관차의 등장으로 사라진 역마차가 말과 마차의 갈등이 낳은 산물이란 점은 흥미롭다. 마차의 수레바퀴는 표면이 매끄럽고 단단하여 마찰력이 적은 곳에서 잘 구른다. 그런데 마차를 끄는 말의 입장에서 보면 풀밭 같은 곳에서 달리는 것이 편하다. 미끌어지지 않고 오래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드러운 흙길에서는 바퀴가 잘 구르지 않는다. 이처럼 마차의 수레바퀴와 말의 다리는 화해할 수 없는 갈등관계에 있다. 말이 달리기에 편한 길은 마차바퀴가 잘 구르지 않고, 반대로 마차바퀴가 잘 구르는 곳은 말이 달리기 어렵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마찰력이 적으면서 어느 정도의 탄력이 있는 길을 만드는 것이다. 표면이 매끄러운 고무판 같은 길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길들을 적당한 탄성을 지닌 고무판으로 포장한다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설사 그러한 길을 만든다 할지라도 바퀴와 말을 완전히 만족시킬 수는 없다. 말은 말대로 바퀴는 바퀴대로 불만을 호소할지도 모른다. 여기서 양자의 갈등을 이상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으로 바퀴가 구르는 길과 말이 달리는 길을 분리하는 방법이 고안된 것이다. 마차바퀴는 레일 위를 구르게 하고 레일 사이의 흙길로는 말이 달리게 하는 것이다. '역마차'의 교훈은 하나의 비유이지만 화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갈등도 양자가 모두 만족하는 (win-win)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해 준다.

2011-11-29 김창수

연평도 또 때리면 어쩔 건가

꼭 1년 전 오늘. 정확히 말하면,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34분 연평도는 북의 공격을 받아 불에 타고 있었다. 면사무소 주변은 물론이고, 군부대·민가 등 섬 곳곳이 초토화된 모습,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광경이 1년 전 연평도에서 벌어졌다. 당시를 생각하면 충격과 분노가 또 치민다. 고요한 섬마을을 대낮에 때린 북의 만행은 아직도 그 흔적이 생생하다.현장에 가 있는 기자들의 말을 빌리면 '연평도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한다. 민가를 향해 무력 도발을 감행한 북한은 더욱 호전적이다. 바로 지척의 북진지는 요즘 요새화하는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고 한다. 연평도와 마주보고 있는 황해도 개머리 해안의 진지 추가구축공사가 한창이라는 것은 군당국도 확인했다. 우리 군도 바삐 움직이긴 마찬가지다. 겉은 평화로운 섬인데, 긴장감은 1년 전보다 훨씬 고조된 느낌이라는 것이 현장에서 전하는 소식이다.'언제 또 쏴 댈까'. 연평도 사람들은 요즘도 이런 공포감을 가슴에 달고 산다. 얼마 전 인천의 한 병원이 한 달 넘게 현지에서 무료진료를 하면서 확인한 결과를 보면 검진대상자 절반에 가까운 44%가 1년 전 포격때의 충격으로 인해 '외상후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한다. 또 '트라우마'에 따른 위장질환, 간·담도질환 의심자가 많고, 상당수는 굴착기 소리에 놀랄 정도로 여전히 불안감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젊은 장병과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섬 주민들은 가산이 불타 98%가 섬을 떠나서 찜질방·친척집·빌라 등에서 보냈던 것이 수개월. 이제 겨우 돌아와 생활하고 있다지만, 어찌 그 불안감을 하루아침에 떨쳐버릴 수 있겠는가.그렇다면 1년 전과 1년 후 우린 뭐가 달라졌는가. 우리 사회는 이미 연평도 피격사건을 기억속의 옛 일처럼 여기고 있다. 그들이 겪는 고통과 두려움은 남의 일이 됐다. 몇몇 단체만이 관심을 갖고 그들을 보듬고 있을 뿐이다. 연평도에선 관광객이란 단어가 사라진 지 오래다. 요즘 한창 낚시철이지만 '꾼들'은 얼씬도 안 한다고 한다. 왜 그들만이 이런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가. 뭍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미안함을 넘어서 죄책감마저 든다. 우리가 너무나 무심했고, 편하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정부 또한 맘 변하긴 마찬가지다. 연평도 피격사건이 터졌을 땐 수조원을 들여서라도 대만의 진먼다오(金門島)처럼 만들고, 서해 5도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떠들어 댔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정부분 개선된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화가 치민다. 정부가 서해 5도서 종합발전계획 예산을 60%나 삭감했다. 당장 시급한 노후주택 개량도 17%만 반영됐다고 한다. 정주의식을 높이겠다는 약속은 결국 용두사미가 됐다. 피해 장병에 대한 보상책도 말뿐이다. 정부가 이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멍이 들게 하고 있는 셈이다.요즘 연평도가 때아닌 북새통이라고 한다. 정부관계자는 물론이고, 행정기관·언론기관까지 수백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1주년을 맞아 생색내기식 행사를 위한 뭍사람들의 계획된 집단 나들이다. 며칠 후면 이들은 연평도를 모두 떠날 것이다. 그리곤 지금까지 그랬듯이 연평도는 관광객이 뚝 끊기고, 적막감마저 감도는 삭막한 섬마을로 돌변할 게 뻔하다. 그렇게 된다면 연평도 사람들의 트라우마 고통은 더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안보는 산소와 같다고 했다.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안보는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연평도가 바로 나라 안보의 바로미터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표본이기도 하다. 입으로만 애국과 안보를 외치곤, 돌아서면 언제 그랬느냐 식은 곤란하다. 특별한 보상없이 누가 이 섬땅을 지키겠는가. 불과 1년 사이에 연평도를 보면서 '화장실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른' 우리의 속마음이 읽혔다. 오죽 했으면 연평도 주민들이 이 바쁜 와중에 인천까지 나와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운함을 표출했겠는가. 딱한 현실이다. 정말 이러다가 북한이 또다시 한방 때리면 어쩔 건가.

2011-11-22 김은환

같이 가야하는 길

초지장(草紙張)도 맞들면 낫다. 쉬운 일이라도 협력해 하면 훨씬 쉽다는 우리말 속담이다. 큰 싸움도 작은 것부터 시작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반보 뒷걸음질 쳐 생각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잠시 들여다보면 해결될 일들이 태반이다. 부부싸움이 이혼까지 가는 극단의 선택도 따지고 보면 알량한 자존심이 걸린 사소한 다툼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정치는 말할 나위없다. 자당이 더 크게 보이고 이로운 집단임을, 자당의 당론이 국민과 국가, 지역과 주민을 위한 최적의 선택임을 극구 강조한다. 같이 가야 더 큰 힘을 발휘, 더 큰 이익을 내 모두에게 이롭게 할 수 있는 길을 사양하고 막무가내로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다.같은 사안을 놓고도 내가 먼저 네가 먼저를 따진다. 당론을 관철시키고 선후가 중요한 것은 당의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할 수 있지만, 싸움으로 이어져 깊은 상처를 남긴다면 오히려 퇴보, 국민과 주민들에게 극도의 피로감을 주게 된다. 누구의 주장도 먹혀들지 않는, 그래서 딴 곳으로 눈을 돌리게 한다. 국민들로 부터 외면받는, 정당정치의 이반현상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시시비비(是是非非)는 시비지심(是非之心), 옳은 것은 옳다 그른 것은 그르다고 하는, 사리(事理)를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자만이 해야 한다. 능력자를 상실한 마당이라면 그 판정은 결국 국민이 하게 된다. 표로써 혹독한 심판을 받고 난 후에도 변화를 거부하는, 내 주장만이 옳다고 해야 하는 만연된 편향성 집단 이기주의적 정치사회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노골화하고 있다. 덩달아 정치권도 변화를 기획하지만 믿는 국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경기도의회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최근의 일이다. '2만원 받고, 1만원 더, OK?' 포커놀음을 옮긴듯한 이 문구는 차액보육료의 여야 다툼을 풍자한 글귀다. 내년도 민간 어린이집 만 5세 아동에 대한 차액보육료 지원을 놓고 도의회 여·야가 내가 먼저를 외치고 있다. 사정은 이렇다.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는 8일 경기도 관계자, 관련 단체와 함께 내년도 차액보육료 지원 규모와 관련한 조정회의를 갖고 매월 3만원 수준의 지원을 잠정 결정했다. 민주당은 회의종료 직후 민주당을 통해 결정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발끈한 한나라당이 "민주당이 늦게나마 한나라당 정책에 동조하고 협조해 준데 대해 감사하다"는 논평을 냈다. 지난 6일 내년도 차액보육료를 월 2만원으로 산정, 예산을 본 예산에 편성키로 경기도와 합의했다고 밝힌데 따른 선후를 따진 것이다. 당시 민주당은 사실무근이자 성과홍보용이라고 반박했었다.하나의 복지를 놓고 유불리를 계산, 성과를 외치며 공방과 반박을 거듭하는 낯뜨거운 공치사다. 민간 어린이집 만 5세 아동 차액보육료 지원은 정책 이전에 선별적 보편적 가치의 실현으로 공치사의 대상이 아니다. 복지에 정치적 꼼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복지포퓰리즘적 주도권 다툼으로 매도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종이도 네 귀를 다 들어야 어느 한 귀도 처짐없이 판판해진다고 했다. 무슨 일이나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힘을 합쳐야 올바르게 돼 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같은 사안이고, 지원에 이견이 없는 사업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힘을 모아야 할 시점에서 흩어질 것을 강요하는 모습에서 미래의 경기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추수를 끝낸 시골 마을에는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새끼를 꼬아 멍석 등 생활용품을 만들며 정담을 나누는 정겨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초가 되는 튼튼한 새끼의 재료는 추수를 끝내 작고 보잘 것 없는 짚으로, 두갈래 또는 세갈래로 나눠 손으로 비며 만들어낸다. 이것이 상생이고 동반성장이며 공정사회의 기틀이다. 또한 믿음이며, 믿음이 없는 사회는 발전도 없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의회는 발전 동력이며, 힘의 분산은 저체질을 양산하게 된다. 모기도 모이면 천둥소리 난다고 했다. 여·야가 같이 가야 천둥소리는 아니더라도 대표적인 발전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2011-11-15 조용완

송도웰카운티 5단지 분양참패 어떻게 볼것인가

최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추진한 '송도웰카운티5단지' 아파트 분양의 초라한 성적표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일반공급 1천56가구 모집에 1~3순위 청약자가 56명에 그쳐 청약률 0.05%에 그쳤기 때문이다. 분양 실패의 수준을 넘어 청약률 제로에 가까운 결과에 부동산 업계와 송도국제도시에서 올 하반기 분양을 준비해 왔던 다른 건설사 등이 큰 충격을 받았다. 불과 몇개월 전에 포스코건설이 분양한 '더샵 그린스퀘어'가 11월 현재 계약률 70%에 이를 정도인데 웰카운티의 분양 참패는 도대체 무엇인가? 불과 5개월만에 부동산 경기가 더 안좋아져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의미인가? 인천도개공이 아파트를 분양한다고 하면 인천시민 누구나 잘 되기를 바란다. 시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공기업이어서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도 어떻게 해서든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특히 도개공의 아파트 브랜드인 '웰카운티'가 인천 곳곳에서 선전하면 다른 민간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보다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심정도 있다. 그동안 송도·청라·논현 등지에서 청약불패의 신화를 이어가던 '웰카운티'가 이번에 처음으로 매우 쓴맛을 보게 됐다.궁금한 게 있다. 도개공은 도대체 어떤 생각과 전략을 갖고 이번 아파트 분양에 나섰을까하는 점이다.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경기가 좋지않다는 건 누구나 알고있는 일이다. 더구나 연세대복합단지, 삼성 바이오단지, 국제학교, 동아제약 유치, 롯데쇼핑몰 가시화 등의 호재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송도국제도시가 예전과는 달리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나, 중대형 미분양 물량이 2천여채나 쌓여있는 등 대형 건설사 브랜드도 고전을 하고 있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들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웰카운티'가 분양에 나섰을 때는 뭔가 특별한 게 있을 줄 알았다. 너무 기대가 컸던 것인가.이번에 '웰카운티'의 분양 실패에는 총체적인 문제가 함축돼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도개공은 시장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지 않고 분양에 나서는 등 전략을 세우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무주택자들이 청약통장을 사용해 송도 입성을 노릴 것으로 판단했다면 잘못이라는 것. 구도심의 보금자리 분양가가 700만~800만원선인데 반해 송도 웰카운티는 평균 1천200만원(발코니 확장 별도)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분양가 대비 평면·마감 수준도 다른 민영아파트보다 떨어져 부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더구나 송도에는 중대형 미분양 물량이 2천여채가 있어 굳이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웰카운티는 전용 85㎡를 초과하는 물량의 비율을 67%로 구성했다. 시장조사만 제대로 했어도 이런 구성 비율을 짤 수가 없다는 것이다.웰카운티는 사전 마케팅 활동이나 홍보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신문 광고 몇차례에 그쳤다. 그 흔한 오픈 이벤트도 없었다. 썰렁한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졌다.웰카운티의 분양 실패는 다른 건설사의 아파트 분양은 물론이고 미분양 물량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분양 시기 조절이냐, 강행이냐를 두고 논란도 일고 있다. 한 건설사의 분양 마케팅 전문가는 "부동산 침체는 전국적인 일이지만 마케팅 등을 얼마만큼 철저하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며 "송도국제도시의 경우도 준비를 잘한 곳과 그렇지 못한 경우 극명하게 차별화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도개공이 분양 실패 이후 어떤 복안을 내 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패닉상태에 빠져 후속 대책을 묻는 질문에 대책이 없다는 짤막한 답변으로 얼버무리고 있는 분양 실무자들.가뜩이나 유동성 위기를 겪는 도개공이 이번 분양 실패로 금융이자 부담을 더 갖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땅값, 설계비, 마케팅 및 홍보비 외에 향후 임의분양으로 전환했을 때 안팎으로 입게 될 유무형의 손실이 적지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분양 실패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용감한(?) 사람도 없고, 책임을 묻겠다는 사람도 없다. 아! 이것이 인천도개공의 현주소란 말인가.

2011-11-13 장철순

머리로 정치했으니…

몇년 전 우연한 기회에 한 정치 신인의 후원회에 갔는데 평소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하던 유명 정치인이 축사를 했다. 요지는 정치가의 자질론으로 "남보다 좀 더 근면성실해야 함은 물론 공부도 더 잘해야 한다. 정의감과 애국심, 정직성 측면에서도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어려운 사람들을 혜량하는 자비심"이라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나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정치 정서와 괴리가 큰 것 같아 실소(失笑)를 금치 못했다.정치인들의 나라사랑타령은 여전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한(?)한 애정 표현은 강도를 더하는 중이다. 그러나 서민들이 체감하는 정치 효용도는 더 악화되는 인상이다. 단적인 사례가 저임금과 고용 불안으로 대표되는 비정규직 600만명인데 전체 임금근로자의 34%를 상회한다. 또한 비정규직 3명중 1명이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란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실제 비정규직수는 이보다 훨씬 높다는 주장이다. 사내 하도급과 자영업체 근로자를 포함하면 800만명이 넘는단다.자영업자수의 증가도 간과할 수 없다.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이 계속되는 터에 불공정 거래가 심화되는 등 갈수록 경영 환경이 열악해짐에도 소상공인수가 작년보다 5만여명이 증가했다니 말이다. 오죽 고단했으면 레드오션임을 뻔히 알면서도 불나방처럼 뛰어들고 있겠는가. 중소기업들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 또한 정규직이라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물가는 천정부지인데 월급은 게걸음이어서 갈수록 생활이 팍팍해지니 말이다. 연소득 2천만원 미만 저소득층 가계의 생계용 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카드·저축은행·신협·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권의 고금리 대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설상가상이어서 가계대출 부실문제가 언제 불거질지 불안하다.소득분배 불평등을 보여주는 지니계수가 1997년 0.264에서 지난해에는 0.310으로 급속히 악화된 것이 방증한다. 최하위계층의 평균 소득은 1998년 38만2천원에서 지난해 59만9천원으로 56.8% 증가한 반면에 최상위계층은 165만8천원에서 328만9천원으로 98.4%나 급증했다. 양극화로 대변되는 파행구조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평생직장 국가로 상징되는 일본에서도 비정규직이 전체 근로자의 30%를 상회하는 실정이다. 북미지역 인구 3분의 1도 가처분소득 축소로 허덕이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의 분배구조는 OECD 평균치에도 크게 못미치고 있어 시사하는 바 크다. 사회안전망 부실은 또 다른 걸림돌이다.반면에 대기업들의 약진은 눈부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시리즈 전자제품 판매 급증에 편승, 2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 '150조-15조원'기록을 달성할 전망인데다 현대 및 기아자동차의 쾌속항진도 돋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18%나 증가했다. 은행권의 로또(?)대박은 점입가경이다.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이 예정된 와중에서 벌써부터 돈잔치 준비로 설왕설래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위기가 거듭될 때마다 금융권과 대기업들에 막대한 혈세로 보전해 주었음에도 비정규직 양산 내지는 서민주머니 털기 등으로 수익제고에만 열을 올리는 형국이니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그동안 정부는 상생경영, 동반성장, 공정사회 등을 거론하며 이런저런 처방을 강구했으나 눈 가리고 아옹한 느낌이다. 여야를 불문한 기성 정치인들의 위민(爲民)정치 운운은 역겨울 정도다. 도처에 구린내가 진동하고 갈수록 서민들이 낭패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슴이 아닌 머리로 정치한 결과다.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그들만의 리그에 실망한 국민들이 보낸 준엄한 경고다. 내년 선거에선 '1%대 99% 대결'도 배제할 수 없다. 기성 정치권에서 변화조짐들이 감지되나 국민들은 별로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늘 실망만 안겨주었던 때문이다.민초들은 먹거리를 하늘로 삼는다 했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으나 87%란 지지율을 얻으며 화려하게 퇴임한 브라질의 룰라 전(前)대통령에게서 한수 배워야할 것이다.

2011-11-08 이한구

중소기업 성공스토리 발굴해야 한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연고팀 덕분에 인천의 가을은 다시 축제마당이었다. 비록 한국시리즈를 제패하지는 못했지만, 인천시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기회로는 충분했다. 야구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국야구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해 있어 볼만한 게임이 연출된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지금 내로라하는 투수들의 구질을 보면 놀라운 수준이다. 이들이 이런 수준의 실력을 갖추기까지는 선배들인 박찬호와 선동렬 등이 메이저리그와 일본리그에서 보여준 성공스토리가 큰 밑천이 되었음이 분명하다.세계무대에서의 성공스토리가 늘어나면서 많은 청소년들이 메이저리그 선수로서의 희망을 품었으며, 이에 따라 선수들의 기량은 한층 커졌다. 한국시리즈를 보면서, 또 그들의 엄청난 기량을 관찰하면서, 선동렬·박찬호·서재응·추신수 선수들이 만들어준 성공스토리가 얼마나 중요했나를 다시 실감한다. 현재 한국야구의 수준은 그동안 초·중·고 야구선수들이 박찬호 키즈 또는 선동렬 키즈로서 메이저리그 수준의 기량을 연마한 결과인 것이다.기업 현장에서도 이런 성공스토리의 존재가 절실하다. 한 기업이 창업하면서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할 때, 그 기업을 '본 글로벌(born global)' 기업이라고 부른다. 전 세계의 숨겨진 챔피언 기업들을 발굴해 온 독일의 헤르만 지몬 박사에 의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렇게 사업탄생 시점부터 글로벌 경쟁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결국 세계시장의 강자가 된다고 한다. 이들이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이유는 일찍부터 글로벌 수준의 기량이 없다면 세계무대에 나설 수 없다는 절박감을 갖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국내시장에서의 작은 경쟁에 만족하지 않았고 글로벌 강자를 꿈꾸며 지속적으로 기술을 연마한 결과인 것이다.한국 중소기업들이 하루속히 글로벌 수준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한국경제의 큰 희망임에 분명하다. 특히 인천과 같이 중소기업의 메카로서는 너무도 중요한 비전이다. 그런데 중소기업들이, 또 예비창업자들이 글로벌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세계시장에서 통했던 성공스토리이다. 그 스토리에 직접적인 교훈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중소기업을 세계시장에서 통할 중견기업으로 키우려면, 우선적으로 성공사례를 발굴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현재 작은 싹을 틔운 기업들을 육성해서 완성도가 높은 성공스토리로 만들어 주는 정책이 중요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인천 중소기업 중 세계시장에서 통하고 있는 소수 기업을 발굴하여 그 성공스토리를 도출해 주는 정책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구체적인 성공스토리들이 지역경제에 넘쳐날수록 다른 중소기업들은 큰 용기를 낼 것이 분명하다.성공스토리를 발굴하고 확산하는 작업의 가치가 크지만, 여기에는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무엇보다도 성공스토리가 영원하지 않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던 박찬호 선수도 최근 부진하다. 추측컨대 야구선수로서 나이가 들어가는 부담이 큰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성공스토리도 한창 번창하다가 갑자기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곤 한다. 일본의 닌텐도는 최근까지 '닌텐도 Wii'라는 가상게임과 포켓몬스터, 슈퍼마리오와 같은 캐릭터로 승승장구하던 기업이었다. 2000년대에 연간 평균 2조원에서 7조원 사이의 영업이익을 지속하던 우량기업이었다. 그런데 2011년의 실적은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의 열풍에 밀려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부진하다. 이처럼 탄탄한 성공스토리도 언제나 무너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중소기업에게 세계 수준의 기량을 권장한다고 해서, 창업하면서부터 무조건 글로벌시장으로 나가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지만 머릿속에서 상상하며 희망하는 무대는 반드시 세계시장이어야 한다. 글로벌 수준의 기량을 갖추어야 진정으로 중견기업으로 성공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2011-11-01 손동원

'착함'과 '통큼'의 문화론

'착하다'는 말의 용례가 확장되고 있다. '착한 가격', '착한 가게'처럼 물건 값이나 영업 서비스에 대한 관용적 표현을 넘어 일반적인 가치척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본래 '착하다'는 말은 '착한 아이'의 용례에서 보듯, 사람의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는 의미로 쓰여왔다. 물건 값이 착하다거나 가게가 착하다고 하면 문장론으로는 오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언중(言衆)들은 언제부턴가 일상의 일과 사물에 이 형용사를 붙여쓰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약방의 감초처럼 쓰이지 않는 데가 없다. '착한 기술', '착한 결혼', '착한 대출'도 있으며 '착한 몸매'라는 표현이 있는 걸 보면 이 말은 모든 일과 사물의 평가 지표로, 심지어 심미적 기준으로까지 격상된 셈이다.그런데 '착하다'는 표현은 본래 자신이 직접 다녀온 음식점의 음식 맛과 가격, 서비스가 만족스러울 경우 이를 뭉뚱그려 평가하는 말이었는데, 인터넷에서 블로거들이 맛집을 소개하는 글을 통해 확산되어 관용적 표현으로 자리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 '착하다'는 말의 의미를 확장시킨 전파자들은 그리 비싸지 않으면서도 맛깔스런 음식을 내놓는 먹거리를 찾는 보통사람들이다. 이들은 명품이나 신상품 구매에 열을 올리는 소비지향적 계층과 구별되는 알뜰파 서민들이다. 이들은 몸소 '착한' 가게를 찾아내서 그 정보를 취향이 비슷한 이웃과 자발적으로 공유하려 한다는 점에서 소박한 소비자 운동가들이라 할만하다.최근 몇몇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시민들의 취향을 반영하여 '착한 가게'를 지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 지자체는 '착한 가게'를 '업소 가운데 최저가이면서 평균 가격대비 가격 경쟁력이 있는 업소로 자율적인 가격할인 참여를 통해 서민 생활물가 안정에 이바지하는 업소'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종래의 '모범업소'를 가격 중심으로 재명명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또 '착한'이라는 형용사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여 상업적으로 성공한 제품도 적지 않다. 대기업들도 최근 경쟁적 제품판매 전략보다는 '착한 기업'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부는 물론 친환경제품 개발, 공정무역제품 출시 등을 통해 사회적 기여를 하고 있다.'착함'의 코드에 뒤이어 떠오른 것은 '통큰'이라는 유행어다. 지금은 가격이 파격적으로 저렴하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이 말도 본래는 대범한 성격의 사람을 수식하는 형용사에서 파생한 것이다. 그런데 '착함'과 '통큼'의 트렌드를 증식시키고 있는 사회적 토양은 무엇일까? 이 유행어들은 고도 성장기인 70~80년대가 아니라 90년대 중반 이후의 불황기에 급속히 전파되었는데, IMF 이후 서민경제가 취약해지고 계층의 양극화 현상, 청년세대의 만성적 실업으로 대표되는 시기다. 어쩌면 '착함'과 '통큼'이라는 어휘가 확산되어 일종의 문화 코드처럼 사용되고 있는 현상은 불황기의 우울한 사회경제적 현실을 역설적으로 말해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이제 정치가들이 '착하고 통큰' 것을 열망하는 시민들의 삶과 그들의 무의식을 읽을 차례다. 그것은 위기 속에서도 알뜰하게 살아가려는 서민들의 생활의지이며, 각박한 경쟁을 요구하는 사회이지만 타인을 배려하려는 인간적 온기의 발로이다. 정치행위는 시민들의 바람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일일 것이다. '착한'코드가 지배하는 시대에서 필요한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은 대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아니며, 경직된 이념의 신봉자도 화려한 '스펙'의 소유자도 아니다. 시민들의 바람이 무엇인지를 헤아릴 줄 아는 배려심, 그리고 갈등을 포용력으로 조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갈망하는 '착하고 통큰' 정치인이 더 많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첨언할 것은 '착한'이라는 평가는 언중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파될 때 더 위력적이라는 점이다.

2011-10-25 김창수

인천이 '쓰레기통' 인가

인천 사람들이 착하기는 참 착한 모양이다. '쓰레기통' 발언, '수도권매립지 영구화' 소릴 듣고도 좀처럼 흥분하질 않는다. 시민단체나 일부 정치권에서만 몇마디 하곤 또 조용하다. 연일 악취로 잠 못 이루고, 집값은 떨어지고, 애들은 아토피에 고통을 겪어도 속앓이만 하는 모습이다. 인천이 '쓰레기 도시'가 계속돼도 정말 좋단 말인가. 정작 가해자인 수도권매립지공사는 시민을 향해 한방 때리곤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너무나 태연하다. 지역 언론에서 아무리 지적해도 꿈적 않는다. 오히려 더 당당하다. 매립지의 영구화는 그들의 사명이란다. 시민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 수도권매립지는 또 무법천지다. 법도 없다. 허가도 받지 않고 마구 건물을 짓고는 관청 핑계만 댄다. 허가신청을 했는데 안 해줘서 부득이 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곳은 허가 안해주면 막 지어도 되는 '치외법권지역'인가.그 중심에 정치인 출신 조춘구 사장이 있다. 정부의 기관평가에서 D등급을 받고도 그는 불사조처럼 재선임됐다. 다른 공사의 사장들이 이 정도 평가를 받았다면 아마 벌써 집에 갔어야 했지만 그는 예외다. 여권에서 조차도 의아해 한다. 그는 재선임된 뒤 목소리가 더 커졌다. 얼마 전엔 인천의 한 대학에서 강연을 하면서 인천시민 및 정치권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는 "나를 쓰레기통에 박아 둔 것은 영구매립지를 만들라는 사명으로 알고, 두들겨 맞더라도 매립지를 영구화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을 향해선 "주민들 표를 먹어보겠다고 정치세력이 그냥 다 덤벼들고 있다"고 톤을 높였다. 결국 그는 이말 때문에 국감장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긴했다. 그러나 조 사장은 '힘있는 국회의원들'에게만 사과를 했지, '힘없는 인천시민'에겐 아직까지 말 한마디 없다. 정말 인천 사람들을 '쓰레기통 시민'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사실 수도권매립지는 인천으로선 암적 존재다. 1992년 2월10일 쓰레기가 반입되기 시작한 이래 꼭 20년동안 1억t 이상의 쓰레기가 매립되면서 연간 민원이 6천건을 넘을 정도로 시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반입량 비율로 보면 서울 46.67%, 경기도 37.46%에 비해 인천은 고작 15.87%에 불과하다. 그래서 인천시민들은 왜 우리가 타시도의 쓰레기 때문에 고통받아야 하느냐는 피해의식이 강하다. 최근엔 청라국제도시의 입주민들까지 악취고통에 시달리는 신세가 됐다. 조 사장의 표현대로라면 정말 쓰레기통에 사는 '국제시민'이 돼 버린 셈이다. 이 지경이니 매립기간이 종료되는 2016년부터는 더 이상 쓰레기 매립은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목소리다. 오히려 '착한 목소리'가 아닌가.그런데 조 사장의 머릿속엔 매립지의 영구화만 있는 모양이다. 시민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시민들이 겪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안다면 그렇게 '무데뽀식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말은 흔히 인격에 비유하곤 한다. 사람은 누구나 인격의 수준만큼 말하고 행동한다고 한다. 그래서 한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할 때 언행(言行)으로 평가할 때가 많다. 물론 그 판단이 다 옳았던 것은 아니지만, 말은 사람이나 기관을 평가하는데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만큼 말 한마디가 상처를 주기도 하고, 힘을 주기도 한다. 옛말에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하지 않는가.조 사장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인천시민의 가슴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있는지 아느냐고. 하기야 매립지공사의 임원 및 고위간부 32명중 3명만이 서구에 거주한다고 하니 지역민들의 생활고통을 어찌 알 턱이 있겠는가.지금 필요한 건 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스런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시켜주고, 그들의 생각을 바꾸게 하는 일이다. 시민사회는 물론이고 정치권·행정기관도 좀 더 세심한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말 이러다간 저 아래 지방에서까지 인천으로 쓰레기를 버리러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마침 송영길 시장이 악취문제를 체험하기위해 청라국제도시로 거처를 옮겼다고 하니 어떤 요구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차제에 '인천짠물'의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2011-10-18 김은환

아름다운 문자

한글, 훈민정음은 세계의 문자 중 가장 신비로운 문자로 일컫고 있다. 세계문자 가운데 유일하게 만든 사람과 반포일, 글자를 만든 원리가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만든 이유가 서문(序文)에 자세히 적혀 있는 것도 희귀한 사건일 테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를 서로 사맛디 아니할쎄 이런 전차로 어린백성이 니르고저 할빼이셔도 마참내 제 뜻을 능히펴지 못할놈이 하니라. 내이를 어여삐 녀겨 새로 스물여덟자를 맹가노니 사람마다 수비니겨 날로쓰매 편아케 하고저 할 따라미니라.'한글에는 창제 이후 500여년 서민정신, 일반 국민인 백성들의 정서가 온전하게 담겨 있다. 대한민국 정신의 뿌리가 한글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말은 변한다'. 언어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정지된 시대가 없듯이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 새로운 말이 생겨나고 오랜 시간을 두고 있던 말도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고 기존 틀이 변형돼 전혀 다른 말로 바뀌는 경우는 드물다. 현재 말의 변화를 주도하는 매개체는 단연 인터넷을 꼽는다. 새롭게 만들어지고 확산속도가 빠른 말이 은어·비속어·신조어지만 우리말 찾기 운동으로 사장될 위기의 아름다운 말들을 다시 살려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인터넷이다. 순기능을 살리고 역기능을 자제케 하는 노력으로 말의 순화(純化)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일상 생활에서 역기능의 대표주자는 욕이다. 순간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기능도 있지만, 자주 뜻을 알고 사용하는 성장중인 학생에게는 정신세계와 행동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코이케 류노스케는 '생각버리기'에서 '푸념이나 험담을 하면 일순간 쾌감을 느끼는 것 같지만, 사실 부정적인 말에는 분노라는 독소가 포함돼 있어 결국 말하는 사람 스스로 불쾌한 감정과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부정적인 말은 입에 담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과격한 영화나 드라마, 게임을 하고 난 후 행동을 살피면 영상이 뇌에서 지워지지 않은 또렷한 상태에서 연장선상의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아직 설익은 어린 학생이라면 반복해서 욕을 하다 보면 뜻도 모른 채 일상처럼 굳어지게 된다. 초등학생이 학교를 파하고 집에 가는 도중이나, 놀이터에서 하는 얘기의 반 이상이 욕인 경우를 목격하게 된다. 황당하고 거북해 한소리 해 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생활어처럼 사용하는 욕언어가 그들의 세상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며, 중·고등학교를 거쳐 성인까지 이어진다. 초등학생의 욕이 표현의 일부가 강해지거나 그 시대를 반영하는 욕이 생겨날 수 있지만, 중·고등학생이 사용하는 욕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뜻을 알게 되고 욕의 한계에 부딪히면 폭력을 부르는 극한 상황까지 연출될 수 있다. 초등학교 과정에 욕과목을 넣는 것은 어떨까. 욕의 의미와 욕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 등을 정식과목을 만들든 국어 교과에 한 단락 삽입하든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노력은 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욕의 구매력이 워낙 뛰어나 다 잡기 어렵겠지만, 제도권 안에서 사용을 자제하도록 가르치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교육과학기술부가 대책을 내놨다. 학생들의 언어문화 개선을 위해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관찰해 보니 "씨X 뭐 하냐? 돼지 XX야. 까X지마. 나XX마. 병X XX야" "지X하지마, 병X" 등 욕설과 비속어가 쉴 새 없이 나왔다고 한다. 초·중·고등학생의 70% 이상이 욕을 쓰고, 이 가운데 13%는 습관적으로 욕을 사용한다는 것이 조사결과다. 보다 못한 교과부가 욕을 많이 하는 학생들을 생활기록부에 올려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교과부의 욕문화 개선의지는 높게 사겠으나, 엄포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어려서 욕습관을 고쳐야 효과가 있으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육에 있다. 부모와 교사,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연계망을 갖추면 더 큰 힘이 된다. 은어와 비속어, 욕문화에 대한 자정노력을 꾸준히 한다면 아름다운 표현의 글로도 세계 으뜸이 되지 않을까.

2011-10-11 조용완

부실감사가 화근이다

13년 전 외환위기의 파괴력은 엄청났다. 재계 3위의 대우그룹을 비롯한 30대 재벌의 3분의 1이상이 맥없이 무너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1997년 12월 한달 동안에만 무려 3천여 기업들이 줄도산하는 등 외환위기 3년 동안 기업부도 건수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였다. 덕분에 서울은행, 조흥은행, 외환은행, 제일은행, 한미은행, 동화은행 등도 막대한 부실대출로 주인이 바뀌거나 간판을 내려야 하는 비운을 맞았다. 거리마다 실업자들로 넘쳐나는 생경한 모습에 민초들은 경악했었다.정부는 경제 주권을 담보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급전 200억 달러를 차용해서 수습하는 한편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했다. 재벌들의 과도한 차입을 근절하기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를 부활하고 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을 한층 강화했다. 또한 기업 오너들의 고질적인 황제경영을 견제하기위해 사외이사제를 도입했다. 엉터리 외부감사로 일관했던 회계법인에 대해서도 철퇴를 가하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결과는 어떠한가. 금년 들어 2차에 걸친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통해 확인된 것은 실망 그 자체다. 수많은 서민예금자들이 또다시 화이트칼라범죄의 표적이 되었던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2천만원이 예금된 저축은행 통장을 언론에 공개했음에도 뱅크런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실대출 근절을 공언했으나 립서비스에 불과했다.금융 감독 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 새마을금고나 진배없는 동내 서민금고에 '은행' 명칭을 부여해서 시중자금의 대거 유입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2000년대 말부터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B)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했음에도 수수방관했던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8·8클럽' 운운하던 모 저축은행의 BIS비율이 불과 1년도 못돼 마이너스 12%로 수직낙하한 점이다. 마치 1960년대 초에 불거진 증권파동이 연상된다. 이런 감독기관이 왜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다.회계법인들의 구태(舊態)도 여전하다. 이번에 새로 퇴출된 토마토, 제일 등 7개 저축은행들에 대한 감사보고서에서 모두 '이상 없음'으로 판정한 때문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회계법인들의 면면이다. 프라임과 제일2저축은행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은 국내 최대의 회계법인으로서 지난 외환위기때도 부실감사로 여론의 지탄을 받았었다. 에이스와 파랑새저축은행의 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는 4대 메이저 중 하나다. 스타 회계법인들의 감사결과가 이 정도이니 나머지 감사보고서는 오죽하겠나. 유명 회계법인의 대표를 역임한 모 회계사의 "회계법인이 일감을 주는 고객(기업)의 뺨을 어떻게 때릴 수 있겠는가"란 귀띔이 시사하는 바 크다. 퇴출 저축은행들을 허위감사한 회계법인들에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할 것이다.사외이사들의 한심한 작태는 점입가경이다. 상법에는 감사위원회의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외이사들의 역할이 돋보이는 이유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의 사외이사들은 대전지방국세청장, 감사원장, 금융감독원 고위간부 출신 등 경력이 화려하다. 그런데 대영, 제일, 토마토, 프라임 등 4곳의 경우 작년 7월부터 올 3월까지 총 59차례의 이사회가 열렸으나 사외이사들이 안건처리에 제동을 건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사외이사들이 본연의 임무는 외면한 채 악질 오너경영인들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부실한 감시체제를 보강하기 위해 정부는 2001년 6월에 내부고발자 보호목적의 부패방지법을 제정했다. 지난달 30일부터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이 효력을 발휘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또한 문제가 있다. 돈이면 저승사자라도 부리는 판에 내부고발자 색출은 식은 죽 먹기인 탓이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우선하는 직업윤리 내지는 의리를 우선시하는 우리네 정서와도 부합하지 않는다.제동장치 없는 기업오너들의 황제경영이 경제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도처에 숨겨진 부실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되지 않는 때문이다. 상궁지조(傷弓之鳥)의 기우(杞憂)이길 희망한다.

2011-10-04 이한구

중소기업에게 글로벌화란 무엇인가

중소기업에 글로벌화가 중요한 이유는 좁은 시장이 넓어지는 매력 때문이다. 특히 첨단산업에 속한 중소기업일수록 좁은 내수시장을 극복하는 돌파구로서 의미가 크다. 네덜란드 필립스(Philips) 같은 기업은 자국 내수시장이 작았지만 다른 유럽시장과 북미시장으로 진출하여 의료장비 사업에서 성공했던 것이다. 시장이 넓어야 연구 개발에 투자할 동력이 커지는 것도 불변의 진리이다. 내수시장이 크면 기술발전이 앞당겨지곤 하는데, 특히 기술진화의 초기단계에서는 내수시장 규모의 효과가 큰 편이다.의료기기 분야를 볼때, CT촬영기술을 발명한 미국은 자국 내부의 큰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GE(General Electric)라는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어 냈다. 한편 내시경 분야에서는 위암환자시장이 넓었던 일본의 올림푸스(Olympus) 기업이 초기의 세계시장을 주도하게 되었다. 기술발전의 초기단계에서는 이렇게 내수시장이 큰 국가의 기업들이 주도권을 갖게 된다.큰 내수시장 덕택에 얻은 산업 주도권은 더 큰 연구개발 투자를 유인한다. 예를 들면 1900년대 초반까지 독일은 당시 대학의 연구 능력에 힘입어 화학산업에서 최강자로 군림했는데, 1920년대 들면서 미국은 독일을 제치고 화학산업에서 최강자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이러한 주도권 변화는 미국 정부와 산업계의 막대한 연구개발비 투자 때문이었다. 미국은 이 기세를 몰아 1950년 이후 화학산업에 뿌리를 둔 염료산업과 제약산업의 리더가 되며, 더 나아가 이들 산업과 연관된 바이오테크놀로지(BT)라는 첨단 영역을 개척하게 된다. 바이오산업을 주도하기 시작한 때는 1970년대 중반이었다. 이처럼 시장의 크기가 준 인센티브가 첨단산업의 주도권으로 연결되게 된다.한국의 첨단산업은 태생적으로 작은 내수시장을 극복해야 하는 숙명적 과제를 유산으로 물려받고 있다. 특히 바이오산업과 같은 개척해야 하는 업종의 중소기업에 글로벌 시장의 의미는 크다. 최근 인터넷과 교통수단의 덕택으로 작은 중소기업들도 세계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많아졌다 하더라도, 중소기업이 글로벌 현장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적인 중소기업의 글로벌화 경로를 보면, 제일 먼저 판로(販路)가 국제화되고, 그 다음에 인적자원의 국제화,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본과 경영시스템이 국제화된다. 대부분의 글로벌화 추진 기업들은 이 과정의 중간 어딘가에 있게 된다.실제로 글로벌화에 임하는 중소기업에 묘책은 따로 없다. 그래서 무턱대고 '지사(支社)'를 설립하여 해외시장을 개척하면서 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히든 챔피언'의 저자인 독일의 헤르만 지몬 박사는 이를 '저돌적 방법'이라고 표현한다. 이 방법은 기업가가 사전 전략이나 구체적인 계획없이 저돌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여 성과를 일궈내는 전략을 말한다. 차후 이 저돌적 방법이 지속되다가 차후 체계적 방법으로 대체되는 것이 중소기업들이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과정인 것이다.여기서 중소기업이 글로벌 무대로 나서는 것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라는 뜻만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것에는 글로벌 판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 포함된다. 바이오산업의 예를 든다면, 글로벌 제약회사의 움직임을 모르면서 우리 바이오산업을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숙명적인 작은 내수시장 문제를 극복하려면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만드는 새로운 물결에 민감해야 하는 것이다.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는 상당기간이 필요한 험난한 사업이라는 점이다. 추진 과정에서 많은 상처가 발생하며, 기업 당사자는 엄청난 좌절을 이겨내야 하는 고단한 작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를 피할 수 없다는 것도 첨단산업에 뛰어든 중소기업의 숙명이다. 숙명을 받아들이되 그것을 즐겨야 한다.

2011-09-27 손동원

바람의 '육체'

한국 사회는 서울대 융합대학원 안철수원장이 일으킨 '안풍(安風)'의 풍향과 정체에 대한 논의로 온통 뜨겁다. 문득 김해자 시인의 '바람의 육체'가 떠오른다. 그 시의 한 구절- "새벽 산길 도망갈 길 없는/ 모퉁이에서 마주친 바람/ 그에게선 산하를 떠돌다 온 행려의 냄새가 났다". 시인은 바람과 대면(對面)하고 행색과 체취를 느껴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바람이 불지 않는 시간은 없지만, 빛과 소리에 취한 우리는 바람의 존재를 망각하고 지낸다. 바람이 사나운 소리를 동반한 폭풍이 되어 삶의 터전을 뒤흔들 때에야 새삼 그 위력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때 뿐, 가뭇없이 사라진 바람처럼 바람에 대한 우리의 기억도 말끔히 지워버린다.'안풍'이라 부르는 현상의 팩트를 복기해보자. 9월 2일 한 인터넷신문에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 검토'라는 내용의 기사가 한 인터넷 신문의 기사가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의 톱기사로,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의 뜨거운 화제가 되면서 바람은 시작되었다. 여론조사기관들은 안 원장이 출마한다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될 것이라는 조사결과를 앞 다퉈 내놓았다. 닷새간 정국을 강타한 '안철수 돌풍'은 지난 6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 원장이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상식적으로 그의 불출마 선언으로 안풍은 멎어야 했으나, 이번엔 대선 주자로 부각되면서 박근혜 대세론을 위협하는 지지율로 나타났을 뿐 아니라 안원장에 대한 지지율은 고스란히 그가 '양보'한 서울시장 후보 박원순 이사에 대한 지지로 옮겨 갔다.안원장에 대한 지지율 폭등사태 한국은 물론 외국의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외형적으로 그는 닷새 동안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하다가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불과하지만 그 바람이 휩쓴 흔적은 역력하다. 위기감에 휩싸인 여야 정치권은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황급히 제시하는가 하면, 대선과 관련해서는 대세론의 위기를 지적하는 이도 있다. 그러니 여타의 대선후보들의 존재감은 아득해질 수 밖에 없다.안철수원장에 대한 지지율 폭등사태를 '태풍'이나 '돌풍', 혹은 '쓰나미'와 같은 돌발적 자연재해로 비유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 아직 그 본질에 직핍(直逼)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안풍의 몸통은 자연인 안철수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안 원장은 행정이나 정치적 경험이 없다는 점을 발견하고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은근히 견제구를 날려보는 사람도 있다. 그가 행정이나 정치판에서 '일해 본 경험'이 없다는 능력 검증론을 제기해보지만 그는 일반인들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정신을 발휘해 성공을 이룬 '걸어 다니는 위인'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걸어온 최연소 의과대학장, 바이러스 퇴치 프로그램인 V3백신을 개발하여 프로그래머, 국내 유수의 소프트웨어 CEO로, 카이스트 경영학 교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 원장 등은 과감한 도전의 역정이다.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풍'을 다 설명할 수 없다. 안풍이 '돌풍처럼' 우리 앞에 출현한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심각한 소통부재 상태에 빠져 있거나 소통의 메커니즘이 불구화돼 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이 사회적 소통의 임무는 정당과 정치인들의 역할이요 책임이다. 사실 대의제에 입각한 정당정치의 위기에 대한 지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통은 대화(dialogue)이며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하는 쌍방향식 문제해결 방식이다. 이는 결정된 내용을 통보하거나 설명하는 일방적 말하기 방식인 홍보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대화가 실종된 정치, 홍보를 소통이라고 여기는 사회는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그 바람의 방향도 위력도 알 수 없는 불통 사회다. 이 점에서는 미디어의 책임도 적지 않다. 여론을 대변하거나 민심의 저류를 검침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2011-09-20 김창수

안풍(安風)과 추석이후…

'추석 행복하게 보내셨나요?' 새벽부터 휴대전화에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하도 많은 문자들이 쏟아지는 통에 건성으로 읽고 지워버리는 것이 습관화 된 필자도 잠시 색다른 내용에 눈길이 멈춰섰다. '안철수 얘기 좀 했나요?' 아~하 그랬지, 엊그제 추석 차례상 앞에 모처럼 함께 한 친지들의 대화 주제는 단연 안철수와 곽노현, 그리고 강호동이었다. 정치인도,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도 없는 평범한 집안 식구들이 모였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화제가 그쪽으로 흘러갔다가 그쪽에서 끝났다.좀 색다른 문자 메시지를 보낸 그 사람은 '족집게 도사'라도 된단 말인가. '천만에요.'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하도 '안철수, 안철수'라고 말해서 추석안부 겸 그렇게 여러 사람에게 보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물가에 찌든 살림, 취업 못해 빈둥대는 자식 걱정 등이 주 메뉴가 돼야 할 자리가 이들 세 사람이 차지한 셈이다.그렇다면 '안철수 신드롬'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예전에 보지 못한 신선함과 그 반전이다. 지지율 50%인 사람이 5%에 깨끗이 양보하는 상식을 뛰어 넘는 통쾌한 반전이 답답한 국민들의 가슴을 때려 열광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인물에 그 정파, 식상함으로 찌든 우리 정치판에 던지고 떠난 그의 '메시지 여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철옹성이라는 박근혜의 지지도까지 단숨에 뛰어 넘지 않았는가. 국민들은 그래서 더욱 짜릿해 한다.문제는 우리 정치권이 보는 '안철수 돌풍'에 대한 해석이다. '그건 거품이다', '바람이 오래 갈 것이다. 아니다', '안 교수가 정치할 것이다. 안한다' 등등.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을 단순히 그의 출마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문제다. 바닥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지금 민심은 그의 출마에 달려 있는게 아니다. 안철수 같은 정치인이나 세력을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여·야 기존 정치권에 대한 피로감에 지쳐있다. 우린 지금 좌우와 보수·진보로 갈려 얼마나 많은 논쟁을 하고 있는가. 그 밥그릇 싸움에 나라꼴이 되는 게 없이 지리멸렬한 요즘 안 교수와 같은 사람들에게 빠져들고 있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래서 기존 정치세력이 아닌 제3의 정치세력의 등장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안철수와 달리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국민 MC 강호동은 어떠한가. 사퇴한 후보에게 2억원을 주고도 선의로 줬다는 궤변이나 수억원을 탈세하고도 일시적 방송은퇴 선언이라는 각본에 짠듯한 변명은 신선함과 거리가 멀다. 그래서 더욱 질타의 강도가 커지는 모양이다. 국민들은 구차한 변명보다는 안철수처럼 '아닌건 아니다'라고 하는 쿨한 답변에 더욱 매료된다.추석 이후 정치권은 당분간 '안풍'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다. 인천 등 지역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즐거워야 할 추석 명절이 그 파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유난히 힘겨운 '민생탐방 여정'이었다는 게 정치인들의 전언이다. 한나라당은 이대로 가다간 인천에서 1~2석도 못 건질세라, 벌써부터 대폭적인 물갈이론이 고개를 든다. 긴장하긴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어부지리만 믿다 현 수준을 넘지 못할까 노심초사라고 한다. 과연 제3의 정치세력이 등장할 것인가. 냉가슴을 앓고 있는 게 기존 정치권의 속사정이다.안철수는 자의로 정치권의 주연 자리에서 하차했지만, 정치권은 좋든 싫든 그가 중심선에 서 있다. 사람이 아니라 그가 남긴 메시지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나를 통해 대리 표현된 것 같다'는 그의 말처럼 그 메시지의 파괴력은 추석 연휴 이후에도 점점 커질 전망이다. 노자(老子)는 말하기를 "억지로 하는 자는 실패할 것이고 잡으려 하는 자는 잃어버린다"고 했다. 고(故)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은 "얻으려면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교수가 던진 메시지와 일맥 상통한다. '지키느냐, 빼앗느냐'의 승부수 정치. 과연 우리 정치권이 살아남기위해 어떻게 변할지, 두고 볼일이다.

2011-09-13 김은환

기초가 튼실해야

거미가 집을 짓고 있었다. 시골의 어느 농장에서다. 빨랫줄을 주 기둥으로 삼아 한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 놈을 처음엔 무심코 보고 있다 이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어서 또 망가질 것이고 그러면 다시 짓는 일을 반복할 텐데…, 측은지심이 발동해 아예 다른 곳으로 거미를 옮기려는 시도도 해봤다. 그러나 부질없는 짓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잠자리와 나비 모기 파리 등 먹거리가 거기보다 풍부한 곳이 없었다. 잠시 더 그 놈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했다. 망설임도 작은 실수도 없이 촘촘히 기초를 다지며 그물망을 완성해 가는 정교한 집짓기는 환경에 적응하며 태생 때부터 해오던, 삶을 이어가기 위해 잘 학습된 유전정보의 결정판이다.거미집은 비·바람을 막는, 추위에 견디기 위한 보금자리가 아니다. 먹이에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는 생명줄이다. 노출돼 있어 투명해야 하고, 더 확실히 해야 하는 전제 조건은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기초가 튼실하지 못하면 비·바람에 견딜 수 없다. 생존경쟁에서 패자로 남아 결국엔 종이 사라지게 된다. 한 나라가 부강해지고 국민들이 복된 삶을 누리기 위한 필요 조건도 다르지 않다. 인간이 다른 것은 행복조건이 여건에 따라 천태만상이라는 것이다.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종사자, 도시와 농촌생활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 정상인과 장애인 등 복잡한 구조를 하고 있다.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오지의 단순함과는 비교도 하지 않을 만큼 대한민국 국민들의 욕구분출은 복잡하고 다양하다. 물론 모두에게 공통분모는 있다. 건강한 삶이다.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가 최대 이슈다. 등록금·교육·의료 등 대상의 폭을 넓혀 가고 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고, 그 전면에 전면 무상급식과 선택적 무상급식이라는 먹거리가 놓여 있다. 행복지수와도 그 맥을 같이 한다. 같은 사안을 놓고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마땅치 않기는 하나 나름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편들기도 나뉘어 논쟁이 뜨겁다. 주장들을 간단히 살피면 '선별적 복지'의 장점으로 낮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대상의 변동에 따라 유연한 서비스의 변화를 줄 수 있고, 서비스의 질이 좋다는 것을 들고 있다. 단점으로는 서비스 대상자가 한정되며, 대상자에게 낙인이 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보편적 복지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마찰에 대한 완충장치의 역할을 함으로써 사회적 안정성을 도모하고,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의 계층 이동을 완화하며, 낙인이 없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들인 비용만큼 효율적인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으며, 경직된 관료제적 구조의 한계로 대상의 변동에도 유연한 서비스의 변화가 어렵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장·단점은 보는 시각과 의식에 따라 달라지게 되며, 또한 예산배분의 적정성 등으로 인해 논쟁은 끝을 보이지 않고 진행형이다. 더욱이 우리의 토론현장은 상대방의 주장에는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 철옹성을 쌓고 있어, 건강한 복지를 위한 난상토론이 아닌 승리를 쟁취해 정국을 선도하기 위한 도구쯤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급식의 정점에는 교육이 있다. 학생 먹거리에 교육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극히 비교육적인 낙인과 눈칫밥을 먹지 않아야 하는, 모두가 공평무사해야 한다는 논리다. 모두 똑같은 음식을 눈치보지 않게 차별없이 제공하는 보편적 가치의 음식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보편적일 수 없는 것들이 널려 있다. 부모의 재산정도에 따라 많은 교육이 선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사는 지역과 거주하는 아파트로도 학생간 차별이 이뤄진다. 교육은 차별을 두지 않아야 하지만, 다양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차별을 부정해서도 안 될 것이다. 낙인과 눈칫밥 등 삶의 차이로 인한 차별은 교육현장인 가정과 학교에서 부모와 교사가 교육적으로 풀어야 하는 것이 옳을 듯싶다. 차이를 인정해야 하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차별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 것도 참교육이 아닌가 싶다. 그래야 기초도 튼실해진다.

2011-09-06 조용완

세금논쟁의 유의점

미국의 세금 논쟁이 점차 힘을 받고 있다. 일개 신용평가사의 기습펀치에 휘청거릴 정도로 미국의 재정 적자가 심각한 터에 투자 천재 워런 버핏이 부자증세로 불을 지핀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지를 선언하자 공화당은 전가보도인 '증세=경기침체'론으로 즉각 응수했다. 버핏이 "세율을 낮추면 일자리가 더 줄어든다"며 증세론을 거듭 강조하자 공급측 경제학의 리더인 아더 레퍼가 재차 반대 논리를 펴는 등 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세계증시 불안이 키포인트다. 미국의 재정 적자는 치료불가인데다 유럽은 각국간의 이해가 맞물려 조기 수습은 난망이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잇따라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도이치뱅크는 중국경제 침체 우려에 주목하면서 힘을 보탰다. 경제란 사람들의 심리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 만큼 비관적 전망이 우세할수록 불황이 현실화하는 법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대위기- 의 임박 예언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또한 미국의회가 올 11월까지 1조5천억달러의 예산감축안을 확정해야 하는 터에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까지 예정돼 있어 세금 논쟁은 미국은 물론 세계적인 화두로 부상할 개연성이 크다.한국은 수출액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이고 미국과 유럽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특히 높은 국가다. 이번의 증시 대폭락이 이를 방증한다. 나라 곳간의 건전성 여부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가 채무는 올해 435조5천억원으로 2007년에 비해 무려 45.5%나 급증했다. 국가채무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습 차원에서 정부가 대규모 재정투입을 한 탓이다. 현 정부내내 계속된 감세 조치로 재정수입 증가율이 다소 둔화됐음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4%로 여전히 양호한 편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것은 못된다. 공공기관들의 부채를 포함한 광의(廣義)의 국가채무액이 2010년 기준 1천637조원에 달하고 외채 또한 4천억달러에 육박한 탓이다. 저출산·고령화에다 양극화 심화에 따른 재정 부담 증가는 설상가상이다.개별경제주체든 정부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한 가장 안전한 투자는 재무구조의 건전화다. 6·25전쟁 이래 최대의 국난(國難)으로 치부되던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조기에 수습할 수 있었던 것도 튼실한 국가재정 때문이었다.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이고 금융시스템이 취약한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기댈 언덕은 나라 곳간뿐이다. 야당 일각에서는 감세 철폐와 부유세 신설을 통한 재정건전성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감세정책 지속과 2013년 균형 재정 달성으로 화답했다. 대책으로 일몰(日沒)이 도래한 비과세 감면을 최대한 종료하고 부족분은 인천공항공사 등 공기업 매각을 통해 벌충할 요량이다. 그러나 정부재산 매각을 통한 재정 확충은 이미 선진국에서 용도 폐기된 정책으로 바람직한 수단이 못된다.비자금·소득탈루·뇌물 등 지하경제에 눈길이 간다. 지하경제 규모가 클수록 재정위험도는 높은 법이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사사하는 바 크다. 지하경제가 GDP에서 점하는 비율의 경우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20%이상이고 스페인은 19.2%이며 이탈리아는 무려 25%다. 국내의 지하경제 규모는 GDP의 17~18%인 174조원으로 조세탈루액이 최대 29조원에 이른단다. 인터넷도박과 암시장에 흘러든 블랙머니가 280조원을 상회한다는 주장도 있다. 탈세분만 제대로 징수한다면 그동안 감세로 인한 재정손실 충당 및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균형 재정 달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사회정의 구현과 국가신인도 제고, 분배불균형 시정 등 부수효과도 크다. 노무현 정부의 사례처럼 증세로 인한 국력 낭비도 간과할 수 없다.장기간의 개방경제화로 천문학적인 국내 자금이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재벌부문의 급신장이 상징하듯 국내 지하경제 규모도 크게 신장됐을 것이다. 목하 정부는 역외(域外)탈세 단속 운운하고 있으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국내외 탈세와의 전쟁 당위성은 점차 커지는데 말이다.

2011-08-30 이한구

산학협력은 지역발전 시작이자 완성

한창 키가 자라야 할 때 크지 못하면 마음에 상처가 남는다. 지식경제의 메카로서 성장 기회를 맞은 인천경제가 빠른 성장궤적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산학협력 자체를 지역발전의 엔진으로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지역발전이라는 과제는 이제 '지식'없이는 생각할 수 없게 되었고, 따라서 최고의 지식공급자인 '대학'이 논의의 한복판에 들어서게 된다. 실리콘밸리에서 스탠퍼드 대학, 베이징에서 베이징대와 칭화대, 핀란드 울루에서 울루대학의 역할이 바로 대학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위력을 입증하는 사례들이다. 이제 대학실험실에서 내놓은 첨단연구결과는 학술적 산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창업 원재료이거나 혹은 기존 산업계를 뒤흔드는 혁신상품으로 상업화되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대학에서 산출하는 지식의 경쟁력에 따라 지역기업들의 성장 속도가 결정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대학이 지역혁신의 주체로 부각된 것은 미국경제의 성장과정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의 혁신시스템 역사를 보면 오래전부터 대학이 혁신을 주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1930년대 이후 국방연구를 비롯한 상당부분의 국가연구비가 대학에 투입되었고, 산업체의 연구도 일부 자체(in-house) 연구를 제외하고는 대학과 공동으로 추진되었다. 이랬기 때문에 미국경제에서는 대학이 혁신지식을 뿌려주는 주체가 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대학은 상황이 달랐다. 1970년대 이후는 정부출연연구소가, 1985년 이후는 대기업 R&D센터가 한국 혁신시스템의 중심에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대학은 지식공급자보다는 산업체에 인재를 공급하는 기관으로 만족해야 했었다. 그러나 지식경제로 접어들면서 한국의 대학들에도 지식공급자라는 시대적 책무가 부여되었고, 공동연구와 기술교육 등을 통해 지역산업과 교류하고 있다. 이렇게 지역경제의 성장엔진으로 자리매김한 산학협력에 다음의 대책들이 보완된다면 더욱 효과가 높아질 것이 틀림없다.첫째, 대학이 주도하는 지식교류 네트워크가 만들어져서 산업계와 대학사이의 지식교류가 지속되어야 한다. 미국의 샌디에이고가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유명해진 이유는 캘리포니아 대학(UCSD)을 중심으로 지식교류망이 튼튼하게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그 지식교류망의 대표사례로서 '커넥트(CONNECT)'라는 모임체가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그것을 통해 연구자, 기업가, 투자자들이 지식을 교환하고 합성하면서 수많은 성공 바이오 벤처기업들을 탄생시키고 성장시켰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둘째, 대학으로부터의 지식공급 유형도 다원화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대학의 지식전달 메커니즘 유형은 대학이 특정 산업체와 약속에 의해 지식을 전달하는 유형에 한정된 실정이다. 이 유형은 지식교류의 참여자들이 연구결과를 전유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대학지식이 일반 잠재창업자들에게 뿌려지는 소위 확산(spillover)의 효과는 거의 없다. 기업가정신이 풍성한 실리콘밸리에서 스탠퍼드대학이 공급한 지식을 익명의 잠재창업자들이 학습하여 창업하고 그 성공에 의해 창업계보가 형성되는 것을 볼 때, 대학지식이 지역경제에 뿌려지는 통로의 다원화에 대해 생각할 시점이다.셋째, 대학과 산업간 공동연구의 공간에 대한 계획이 설정되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실질적인 공동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대학실험실이 공동연구의 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 기업실험실은 아직 열악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멀리 본다면, 기업의 실험현장에서 공동연구가 진행되는 쪽으로 유인책이 필요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기업실험실이 공동연구의 현장이 될 때, 산학협력의 효과가 기업에서 결실을 맺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동연구로 계획되었지만 대학과 산업체가 실제로는 독립연구를 하는 관행도 이제 벗어나야 한다. 무늬만 공동연구로서는 이제 더 이상 실효가 없다.이제 지역경제의 발전은 산학협력에서 시작하고 완성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것을 정확히 인식하는 지역에 기회가 온다.

2011-08-23 손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