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선악 이분법이 지배하는 한국정치

지금 전국에서 유권자들의 투표가 진행중일 것이다. 19대 국회를 구성할 여야 국회의원들을 선출하는 날이다. 어제 일기예보가 맞다면 봄비가 추적추적 내릴테니 투표장을 향하는 발길이 성가실 법하다. 애꿎은 봄비를 탓할 일이 아니다. 흔쾌하게 투표소를 찾아 기쁜 마음으로 원하는 후보와 정당을 선택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어제까지 치열하게 전개됐던 선거운동을 복기해 보면 투표장을 향하는 유권자의 발걸음이 무거운 이유가 자명해진다. 국민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양립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패거리들이 주고받은 저주와 악담을 들어야 했다. 더욱 끔찍했던 것은 진영 논리로 무장한 성선과 성악의 정치였다. 자기 진영의 가치와 사람은 무조건 선하고, 다른 진영의 그것들은 무조건 악하다는 교조적 신념. 보통 국민에게는 너무 무서웠다.결국 끝까지 완주한 '나꼼수' 출신 김용민을 예로 들어보자. 서른여덟 김용민이 서른살에 내뱉은 막말은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었다. 그 자신도 "내가 한 말인가를 의심할 정도로 당황스러웠다"고 고백했다. 눈물도 흘렸다. 그를 공천한 민주통합당은 순식간에 공황상태에 빠졌다. 그 이후의 상황을 중언부언할 필요는 없다. 민주통합당은 김용민을 공천했고, 그는 살벌한 비난 여론에도 불구 완주했으며, 오늘 노원갑 유권자들이 표로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무엇이 김용민의 완주를 가능하게 했는가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나꼼수 지지 세력의 변함없는 성원 덕이 크다. 나꼼수 공동진행자인 김어준은 "김용민이 자폭하면 민주당 다죽고 야권 다 죽는다"고 말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의 사퇴권고를 개그로 받아쳤고 공당인 민주통합당의 고민은 길거리에서 면박을 당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저는 김용민을 신뢰합니다"라며 공식적으로 면죄 발언을 하사했다. "김용민이 바뀐다면 새누리당 후보에 비할 수 없이 낫다"는 이유를 댔다. 그들에게 김용민의 막말은 과거일 뿐이었다. 그 막말로 오늘의 김용민을 다시 볼 여지는 없는지, 고민한 흔적이 없다. 나꼼수와 이정희의 쿨한 태도는 선악의 이분법 말고는 설명할 수 없다. 가카헌정방송 나꼼수로 이명박 정권을 희롱한 장외의 정치게릴라 김용민. 그는 우리 사람이고 내 편이다. 더군다나 '그들의 가카'에게 빅엿을 먹였고 먹여야 할 김용민 아닌가. 그는 가카와는 반대로 묻지도 따지지도 말아야 할 선한 존재인 것이다. 김용민은 선악의 이분법 덕분에 완주할 수 있었다.선거 과정에서 흔들린 언행으로 곤경에 처한 지성인들의 행보는 선악 이분법의 정치가 상식인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절망을 안기는지 잘 보여준다. '도가니'의 작가 공지영. 나꼼수의 비키니 응원을 비판하다, 공천받은 김용민을 '사윗감'으로 추천했고, 김용민의 막말에 접해서는 '무거운 사과'를 요구했다. 그때마다 나꼼수 세력의 반응은 냉온탕을 오갔고, 인간에 대한 공지영의 작가적 천착은 의심받았다. 그녀는 이번 선거를 통해 인간에 대한 진지한 탐색을 고민할지도 모르겠다.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인간이 완벽하게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생명체라면 정치가 필요없다. 스스로 개인과 집단의 이해와 이익을 조정하고 공존할 수 있는데 정치권력이 왜 필요하겠는가. 따라서 만일 누가 누군가를 완벽한 선인이거나 악인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편견과 단견에서 비롯된 판단의 오류이기 십상이다. 그게 아니면 특별한 필요와 목적을 실현하려는 의도적 선동이다. 오늘 4·11 총선의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다. 하지만 정국이 안정될 희망은 안보인다. 총선을 통해 쏟아진 악의적인 편견과 의도적 선동을 생각하면 연말 대선까지 혼란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선악 이분법의 정치는 더욱 기승을 떨게 분명하다. 국민이 상식의 잣대를 날카롭게 벼려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맹목적인 선악 이분법이 대선까지 이어진다면 정말 한국 정치는 희망이 없다.

2012-04-10 윤인수

부실한 청년실업 공약

"장가갈 수 있을까…. 통장 잔고 없는데 장가갈 수 있을까. 이러다 평생 혼자 사는 거 아냐?"연중 최대의 결혼성수기를 앞둔 시점에서 웬 생뚱맞은 소리인가. '커피소년'이란 무명가수가 부른 '장가갈 수 있을까'란 제목의 노래가사 일부이다. 근래 들어 결혼건수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1998년 37만4천 건에서 2007년에는 34만4천 건으로 줄어들더니 지난해에는 32만9천 건으로 13년 만에 무려 4만5천 건이나 축소된 것이다. '나홀로' 가구수 급증 및 고시원이 청년들의 주거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원인 중의 하나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젊은이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열악해지고 있는 때문이다.지난 2월 기준 실업률은 4.2%이나 청년실업률은 무려 2배 이상인 8.7%로 지난해 4월 이후로 가장 나쁘다. 아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6.7%의 절반수준이어서 다행이라 판단할지 모르나 낙관은 금물이다. 선진국의 경우 취업자와 실업자가 정확히 구분이 되는 반면에 한국은 가끔씩 아르바이트하거나 가사를 돕는 실질적 실업자수가 상당한데 이들이 모두 취업자로 간주되는 탓이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추계한 국내의 잠재청년실업률은 21.2%였다.빈둥빈둥 노는 젊은이 수는 사상최고를 기록 중이다. 15~34세 청년 니트(NEET)족은 2003년 75만1천명에서 이미 100만명을 능가했다. 대졸 이상의 고학력 룸펜 증가가 특히 두드러진다. 교육비 대느라 허리가 휠 정도였는데 이젠 늙은 자식까지 거두어야만 하는 캥거루 부모들의 신세도 딱하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의 15~34세 니트족수는 63만명으로 총인구 대비 0.49%인 데 반해 한국은 2%로 일본에 비해 무려 4.08배나 높은 실정이다.청년근로자 고용의 질도 갈수록 나빠지는 추세이다. 지난해 15~29세 시간제 근로자수는 43만9천명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작성을 개시한 2003년에 비해 무려 45.1%나 증가한 것이다. 그나마도 경력관리에 도움이 되는 업종보다는 주로 편의점이나 식당, 주점 등에서 저임금의 단순업무로 아까운 청춘을 낭비하고 있다.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향후의 청년실업 확대재생산은 불문가지이다. 자연성장률 하락, 세수입 감소, 빈부격차 확대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 등을 떠올리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사회통합의 저해는 더 큰 고민이다. 지난해에 불거진 중동의 자스민혁명이 상징적이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던 점이 민주화열풍의 배후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천민적인 금융자본주의에 경종을 울렸던 미국 월가점령운동도 동일한 맥락이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이 한목소리로 청년실업난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나선 상황이다. 인적자원이야말로 국내유일의 부가가치 창출원임을 고려할 때 더욱 절박하다. 4·11 총선 관련 정치권의 공약에 눈길이 가는 이유이다.새누리당은 2016년까지 한시적으로 100인 이상 민간기업이 상시근로자수의 2.5% 범위 안에서 초과고용할 경우 정부에서 매달 50만원씩 12개월간 지원하고 사업주에게 조세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5년 시한의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을 제안했다. 민주통합당은 공기업을 포함한 300인 이상 대기업에 매년 전체근로자수의 3%씩 추가고용을 의무화해서 청년층 일자리를 32만개로 늘리기로 했다. 또한 매년 법인세의 0.5%를 적립해 대학 미진학 청년이 민간기업 입사시 2년 동안 매달 50만원의 임금을 보조하며 취업 준비생에겐 최대 4년간 매달 25만원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내용의 '청년희망기금'도 마련하기로 했다. 민주노동당은 한 발 더 나아가 대기업들의 청년고용 할당인원을 재직 근로자수의 5%로 확대했다.그러나 청년의무고용이 핵심인 야당의 해법은 구시대적 발상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괴물(?)로 성장한 재벌을 정치권력이 컨트롤하기엔 역부족이란 느낌이 드는 탓이다. 여당의 공약도 아기를 위탁모에게 억지로 맡기는 식이어서 대동소이하다. 청년유권자들의 표가 어디로 쏠릴지 궁금하다.

2012-03-28 이한구

기업가정신 대변하는 정치는 왜 없나

4월 총선 정국이 무르익으면서 많은 정책 공약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경제에 긴요한 공약이 빠져 있어 마음이 불편하다. 바로 기업가정신에 대한 정책이다. 아마도 많은 정치가들이 기업가정신을 말하는 것은 아직 대중에게 주는 호소력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침착하게 생각해 보자. 지역경제와 국가경제의 현안을 풀어주는 대책으로 기업가정신을 육성하는 것 만한 방책이 없다. 한국경제의 당면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유망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과제도 모두 기업가정신에서 잉태됨을 절감해야 한다.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정치가들이 외면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대학에서 기업가정신을 강의하는 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청년들에게 창업을 강권하지 못하는 비애(悲哀)를 절감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가로서 감당해야 할 위험과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젊은 인재들이 기업가로서 겪을 험난한 경로를 생각하니, 기업가정신이 중요함을 알면서도 유능한 동량(棟梁)들에게 창업자로서의 인생을 권장할 용기가 선뜻 나지 않는 것이다. 한국경제에서 창업자가 감당해야 하는 위험은 상당하다. 특히 자신이 창업한 기업이 실패했을 때 개인이 그 위험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 이런 정도의 높은 위험이라면 창업자로서 인생을 선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경제가 선도경제로 도약하려는 현 시점에서, 창업기업가의 위험에 대해 합리적인 조정이 진정으로 시급하다. 정치가들이 앞장서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해 주기를 간절히 고대한다.젊은 인재들이 대학문을 나서면서 대기업을 찾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창업 성공을 높이는 것과도 연관된다. 현재 기업가로 성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책은 일단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다. 거기서 일정기간 산업관행과 실무를 학습하고, 또 구체적인 판로와 사업아이템을 포착해서 자신의 사업체를 시작하는 경로가 성공확률이 가장 높은 것이다. 이런 개인경력 인센티브 체계에서는 고급인력이 대기업에 취업하겠다는 욕구를 저지할 수 없으며, 결국 대기업 중심의 인력수급을 깰 수 없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경제에서의 도약을 꿈꾸는 정치가라면, 기업가정신을 저해하는 문제들을 풀어내는 데 앞장서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체급을 끌어올리는 승부처가 될 수 있다.한국사회에서 기업가를 말할 때 정치적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중들이 생각하는 기업가에는 재벌창업자들의 이미지가 적지 않게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정주영 혹은 이병철과 같은 제1세대 기업가들의 자수성가(自手成家) 스토리에는 흥미를 보이지만, 현대와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에는 잿빛 이미지가 덧칠되어 있다. 과거 정부로부터 많은 특혜를 받아 성장한 대기업, 또 그들의 성공이 중소기업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에는 무언가 부족한 존재로서의 이미지가 채색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우리에겐 소중한 자산으로서의 기업가들도 많다. 스스로 지식과 기술을 연마해서 성공한 벤처기업가들이 이미 많다. 예를 들면, 기술창업을 통해 경쟁력이 높은 벤처기업을 이룬 변대규, 황철주, 김택진 등의 스토리들은 젊고 유능한 잠재창업자들에게 큰 용기를 줄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앞 세대의 기업가들과는 달리 과도한 정부지원을 받았던 도덕적 부담도 없다. 소위 과거 가난했던 시절 집안의 맏아들과 같이 자원을 집중해서 성장한 것이 아니다. 이렇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성공스토리에 당당할 수 있으며, 그래서 기업가로서 존중될 수 있다. 이런 자부심과 당당함이 자리 잡았으니 정치가들도 청년들에게 기업가정신을 말하는 데 과감해져도 될 것이다.현 시대는 한국 기업가들이 이룬 결실과 과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라는 화두를 던져주고 있으며, 또 나아가 한국경제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창조하기를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을 제대로 읽는 큰 정치가들을 기다린다.

2012-03-21 손동원

기로에 선 문예회관 정책

문화예술회관 운영 정책이 일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 가장 대표적 문화기반시설인 문예회관 시설현황은 2010년말 현재 192개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10년 전에 비해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정부와 지자체가 광역시도와 기초자치단체당 1개소 이상의 문예회관 건립을 목표로 확충하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기 때문이다.인천의 경우 종합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하여 강화군·계양구·서구·부평구·남동구·중구에 문예회관이 건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나머지 자치단체도 문화회관을 조성하거나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몇몇 지자체는 지역 문화예술활동의 거점인 문예회관이 없어 문화 활동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문예회관을 건립한 지자체도 운영비와 인력부족으로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문예회관은 공연과 전시를 중심으로 예술작품의 발표와 문화행사가 이뤄지는 복합문화예술 시설이기 때문에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기관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치단체에서는 문예회관 운영비를 절감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설공단에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 경우 최소 인원으로 시설을 운영하기 때문에 비용절감 효과는 거둘 수 있으나, 공연장 대관 업무 위주의 소극적 운영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시설을 지어놓고 정작 가동은 하지 못하는 셈이니 이런 문예회관은 문화적 '전시물'에 가깝다.그래서 수도권의 일부 지자체는 문예회관의 전문화와 효율적 운영을 명분으로 지역의 문예회관을 민간 위탁으로 전환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 경우 문예회관 운영에 전문성과 자율성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기획과 홍보는 물론 회관운영과 관련된 다양한 전문가를 필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채용할 수 있으며, 운영 기술도 축적될 수 있다. 그러나 위탁운영 업체로서 비용절감과 수익 창출에 급급할 경우 예술의 상업화와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도 높아진다.공공 공연장이 경영 효율화를 추구할 경우, 결국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대중성 있는 문화 예술을 주로 공연하는 상업공간으로 변질하게 되고 그것은 문화 생태계를 단순화하는 역효과를 낳게 된다.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예술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며, 공연장은 특정한 예술 취향과 소비 능력을 갖춘 계층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 한 문예회관이 흥행에 성공을 거둔 뮤지컬 중심의 공연만 계속한다고 가정해보면 그 폐해를 짐작할 수 있다.이처럼 공공 공연장이 상업화 하게 되면, 기초 예술과 순수예술, 실험적 예술 영역이 위축되거나 고사하는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결국 문화 생태계를 파괴하는 역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또 문예회관의 상업화는 지역 문예회관을 서울의 문화예술을 지역에 보급하는 역할로 제한하게 되는 경향을 띠게 된다. 이같은 일방적 소통 기능으로 축소되면 문예회관은 지역 문화 발전의 '요람'이 아니라, 지역 문화를 서울 문화에 종속시키고, 자생성을 위축시키는 '무덤'이 될 수도 있다.현재 각 지자체가 추진하는 문예회관 운영 정책을 보면, 지자체 직영이나 시설관리공단에 위탁하는 소극적인 정책과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민간 위탁과 같은 적극적 정책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다. 문제는 두 운영 방식의 한계나 문제점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이같은 현실에서 광역 문예회관과 기초 문예회관을 연계통합운영하는 방안은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문예회관 운영을 통합하면서 예산 절감이 가능하며, 인력과 시설, 직영 예술단, 프로그램의 공유를 통해 풍부하고 다양한 문화서비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구군의 문예회관은 문화권역별 특성과 구군별 특성이 있으므로 획일적 통합이 아니라 지자체별 특성화 전략을 기조로 통합의 단계를 설정하여 추진해 나간다면, 문예회관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는 한 우회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12-03-13 김창수

"개혁? 쇄신?" 당신들이 할수 없는 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국회 의석수를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렸다. 당초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경기도 파주, 용인기흥, 용인수지, 수원권선, 여주·이천 선거구를 비롯해 8개 선거구를 분구하고, 5개 선거구에 대해선 통합하도록 국회의장에게 건의했다.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편차 3:1 권고를 맞추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친 결과였다. 그러나 획정위의 권고안은 정개특위로 넘어가면서 누더기로 변했다. 지역구를 사수하려는 의원들과, 표밭의 분할 등기를 유지하려는 여야 지도부의 이해타산이 맞물리니 합의가 가능할 리 없었다. 중앙선관위가 '이러다가는 선거도 못치르겠다'며 이번 총선에 한해 300석으로 의석을 늘릴 것을 제안했다. 불감청이언정 고소원, 정개특위는 선관위가 건넨 당의정을 꿀떡 삼켰다.이런 사람들이 정치개혁을 '특별히' 하겠다는 위원회에 앉아 있다. 안다. 정개특위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당 지도부의 '오더'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누구 하나 당 지도부보다 국민 여론에 순응할 처지가 아니다. 그들도 공천을 받아야 하는데, 한 석이라도 유리한 선거구를 만들거나, 유지하라는 지도부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 여론은 수없이 국회의석수를 줄이라고 요구해왔다. 비효율적인 정치풍토를 개선하려면 지역구보다는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 다양하게 분화 중인 여론을 수렴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학계와 민심의 요구였다. 그런데 거꾸로 간다. 여주는 양평·가평에 묶이고 수원권선, 용인수지, 용인기흥의 일부 동네는 행정구역을 넘어가 딴 동네 사람을 선출해야 하니, 그들의 민의가 제대로 대변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이렇게 특별하게 자신들만 챙겼다.여야 여성 대표들이 외친 '쇄신 공천'도 뚜껑이 열리자 허접한 실체를 드러냈다. 민주통합당의 1차 공천자 명단은 친노세력과 열린우리당 시절 486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불법자금 수수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 삼화저축은행에서 돈 받아 쓴 공동정범으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임종석 사무총장이 공천을 받았다. 강원도 어느 지역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을 역임한 사람을 경선대상자로 통과시켰다. 정체성과 도덕성으로 공천 쇄신을 약속했던 한명숙 대표는 요즘 말이 없다. 정체성의 기준은 '우리 편'이고 도덕성의 기준은 '당선가능성'으로 해석해도 될지 묻고 싶다. 쇄신은 무슨…. 그냥 내 쪽 사람과 당선가능성만 따져서 우리끼리 정치하겠다고 고백하는 것이 어떤가.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을 강조하면서도 당선가능성을 따져 이재오 의원의 공천을 묵인했다. 수해골프로 물의를 일으킨 홍문종 전 의원을 복당시켜 공천심사에 올렸다. 여론의 지지가 갑자기 하락해, 쇄신에 대한 집착은 한 대표 보다 절박한 듯하지만, 당선 가능성을 앞세워 흠집을 묻으려는 타협의 기미가 완연하다. 쇄신은 무슨….선거철이다. 한국인은 특정 단어의 회귀만으로도 선거가 임박했음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정치인들 입에서 '개혁'입네 '쇄신'이네 하는 거룩한 단어들이 쏟아져 나오면, 그 때가 바로 선거철이다. 정치는 어차피 민심위에서 부유한다. 민심은 또 시대정신을 만들고 변화를 갈구한다. 인류의 역사는 그렇게 전진해왔고 시대정신에 부응하지 못하는 권력은 도태했다. 이렇듯 민의가 항상 정치보다 앞서니, 그걸 따라잡기 위해 정치인은 늘 개혁과 쇄신을 외친다. 하지만 기득권을 깔고 앉은 한국 정치인들이 할 수 없는 일이 있으니 그 또한 '개혁'과 '쇄신'이다. 불행한 일이다.희망은 사라지지 않아 희망이다. 희망은 살아있다. '개방'과 '참여'라는 시대정신이 구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꼼수'는 돈이 들지 않는다. 모든 이에게 개방되는 대안 미디어의 출현과 동조자의 적극적인 참여로 '가카 헌정방송'은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무서운 견제자가 됐다. 앞으로 '나꼼수'의 한계를 극복한 수많은 '나꼼수'들이 보수와 진보의 영역을 넘나들며 거짓 정치인들을 제거해 나갈 것이다. 진정한 개혁과 쇄신의 파도가 개방과 참여라는 시대정신을 타고 도도하게 흐를 날이 머지않았다. 정치인들은 지금 구시대의 벼랑 끝에 서있다.

2012-02-28 윤인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우리나라의 2월은 1월보다 상대적으로 평균기온이 높으나 이번 겨울에는 거꾸로다. 추위의 절정기인 1월 중순 서울 기온은 섭씨 0도로 평년(-2.4도)보다 높았지만 2월 들어서는 수은주가 평균치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가장 추웠던 날도 작년은 1월 16일이었으나 올해는 2월 7일로 한랭시즌 자체가 뒤로 밀린 느낌이다. 3월이 코앞인데도 봄을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이다.올봄의 경제 기상(氣象)도 날씨처럼 변덕스러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스의 재정위기 강제수습시한이 초읽기에 돌입한데다 이란발 긴장고조가 점입가경인 때문이다. 금년부터 미국의 국방수권법이 효력을 발휘함에 따라 세계 각국의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EU가 오는 7월부터 이란산 원유수입 전면금지를 선언한 터에 이란석유 최대수입국이자 심정적 동조국인 중국까지 가세할 조짐이니 말이다. 중동에서 또다시 전운(戰運)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미국정부의 고민이 가장 크다. 유럽발 경제부진이 점차 가시화되는 터에 중동전쟁이 재발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연말 재선은 물 건너갈 수도 있는 탓이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만 끌 수도 없는 상황이다. 매파인 공화당의 정치공세가 점증하고 미국 군부까지 우유부단한 행정부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사회에 영향력이 큰 유태인 유권자들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개발은 묵인하면서 이란은 불용(不容)하는 미국의 이중잣대에 대한 국제적 시비우려도 걸림돌이다. 더 큰 골칫거리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정부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이란에 대한 군사대응을 천명한 것이다. 미국주도의 경제봉쇄가 기존 핵시설 이전 등 이란에 시간만 벌어줄 뿐만 아니라 자칫 이란이 핵무장할 경우 무력화(無力化) 비용이 훨씬 더 클 것이란 판단이다. 이르면 3~4월중에 이란 핵시설을 파괴할 움직임마저 간취된다. 미국의 동의가 선결과제이나 낙관은 금물이다. 이란과 이스라엘간의 요인암살경쟁이 첨예화되는 터에 이스라엘은 지난 2007년에도 시리아의 핵 원자로를 임의로 공습한 적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이란에 대한 독자적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탓이다. 우리나라는 원유수입 세계 5위 및 천연가스수입 세계 2위인 에너지 수입대국이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면서 국내 석유가격도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인데 세계 원유거래액의 20%에 달하는 물량이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 심지어 200달러대까지 점치는 판이다. 만에 하나 한국이 미국방수권법 적용에서 제외된다 해도 석유자급률 13.7%의 국내경제가 치명적인 내상을 입을 것은 불문가지이다. 지난해 국내 원유수입량은 총 9억2천700만 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 31.4%, 쿠웨이트 12.7%, 카타르 10.0%, 이라크 9.7%, 아랍에미리트(UAE)와 이란 각 9.4% 등 중동지역 의존율이 무려 87.1%인 것이다. 전쟁으로 비화되지 않는다 해도 당분간 국제유가의 대세상승은 불문가지이다.지난 9일 대외경제연구원(KIEP)이 발표한 '유가상승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변화; 1990년대와 2000년대의 비교분석'에 따르면 유가 상승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1990년대에 비해 다소 축소되었으나 대신 서민물가에 주는 충격은 더 커졌다. 즉 유가가 1%포인트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연 0.09%포인트나 오른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교통, 난방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부문이 특히 민감했다. 내수까지 침체되는 양상이어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석유 대체공급을 확약 받았음에도 물가잡기에는 역부족이란 인상이다. 겨울이 채 가기도 전에 중동발 대륙성 고기압이 맹위를 떨칠 확률이 높은데 4·11총선과 관련한 정치방학시즌과 겹쳐 한걱정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기우(杞憂)였으면 좋겠다.

2012-02-21 이한구

중소기업은 '차별화'로 자란다

한국경제에서는 왜 실리콘밸리와 같은 '작은 기업 성공사례'가 없을까? 서구(西歐) 학자들에 의하면 창조적인 혁신은 작은 기업에서 나오며, 대기업들은 과거의 성공방법을 믿고 자만하여 오히려 창조적 혁신에 뒤떨어진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하버드 대학의 크리스텐슨 교수는 '파괴적 혁신' 현상을 지목하며, 많은 대기업이 작은 벤처기업의 혁신에 의해 파괴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여전히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10년동안 대기업의 실적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한국경제가 가진 특유의 수수께끼이다.이 수수께끼의 답은 한국경제의 성장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경제는 추격(catch-up) 전략으로 성장했다. 즉, 표준화된 제품시장에서 선두기업을 타깃으로 설정하고 빠른 추격을 통해 그 선두기업을 밀어내어 시장지배자의 위치에 올라서는 전략으로 성장했던 것이다.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업종들인 철강, 반도체, 휴대전화, TV, 조선 등 모두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성장했다. 여기서 주목할 포인트는 이런 표준화 상품의 조립생산에서는 혁신역량이 승부를 결정짓는 요인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뛰어난 판단력, 대규모 투자, 빠른 추진, 철저한 경영 등이 중요할 뿐,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에서 느끼는 제품의 혼(魂)과 같은 혁신적 창조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세계시장이 혁신이라는 무기로 싸우는 전쟁터로 변모하면서, 표준화 제품의 조립생산에서 확보한 강점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의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서구의 '작은 기업 성공론'에 주목하여 혁신에 강한 중소기업 육성을 본격화할 시점으로 생각된다. 당장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배려하는 '맏형님'의 의젓함을 보이지 못한다고 해서, 지금까지 쌓은 대기업의 경쟁력이 무너져도 좋다는 생각은 미숙한 생각이다. 한국경제를 키워온 수출(輸出)만 보더라도, 당장은 대기업 없이 현재 실적을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미래는 현 실력자인 대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혁신역량이 강한 중소기업들을 선별해서 육성하는 방책에 달려있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들을 보완해 줄 대체 세력은 바로 높은 혁신역량을 갖춘 중소기업군(群)일 것이다.이는 중소기업을 육성하자는 일반론과 엄연히 다르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되 그 혁신역량을 엄격하게 선별해서 우수한 싹을 키우는 노력에 집중하자는 주장이다. 우수한 싹은 본래 시장경쟁을 통해 발굴되고 단련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지만, 현재 시장의 선별능력을 볼 때 당분간은 정책적으로 혁신형 중소기업을 키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여기서 핵심은 '차별화' 원리를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확실하게 담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중소기업 지원프로그램은 중소기업을 온실(溫室) 속에서 키우는 방향으로 추진되어 왔다. 예를 들면, 부족한 자금을 저리로 융자해주고, R&D자금을 지원하며, 세제혜택 등이 부여된다. 벤처기업제도에서는 인증기준을 통해 지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인증기준이 엄격하지 않아서 요령껏 외형적 기준을 잘 맞추기만 하면 되었다. 이런 정황이다 보니 중소기업 쪽에서는 체질개선이 미처 이뤄지지 못했다. 한마디로 경제활동의 제1계명인 '차별화' 원리가 없었다.'차별화'란 잘될 중소기업과 그렇지 못할 중소기업을 구분하는 원리이다. 차별화 원리에 의해 지원이 결정될 때, 유망 중소기업들에 지원이 집중될 수 있다. 중소기업 지원이라고 해서 온정주의에 의해 평등하게 지원하는 것은 오히려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길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차별화 원리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우수한 싹'과 '불량한 싹'이 구분될 것이며, 이로 인해 기대하는 시장 선별력도 자연스럽게 조성될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차별화는 한국경제에서 커다란 전환인 것이다. 진정으로 우수한 중소기업이 더 많은 성장기회를 맞는다면, 그들은 분명히 가까운 미래에 한국경제를 이끄는 동량으로 자랄 것임을 확신한다.

2012-02-14 손동원

'추락'하는 것과 '날개'

'모든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구절은 독일의 여류시인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작품 '잔치는 끝났다'의 한 구절이다. 사실 이 시의 구절은 '지금은 대추야자씨가 싹트는 시절'이라는 행에 이어져 있어서 문맥적 의미가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투어처럼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아마도 추락하는 것들이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역설적 표현이 주는 효과 때문일지도 모른다. 날개가 있는데 왜 추락하느냐는 의문이 들지만 날개가 없는 존재는 날지 않기 때문에 추락할 수도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결국 추락하는 것은 반드시 날개를 지닌 존재여야 한다는 말을 수긍하게 된다. 날개를 가진 존재는 언젠가 추락하게 될 운명인 것이다. 물론 도도새처럼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한다면 추락할 염려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도도새가 멸종하게 된 원인 중 하나는 인간이나 포식자들이 다가와도 날지 못한 탓도 있었을 터이니 그들은 추락보다 더 큰 비극을 겪은 셈이다.그런데 조류가 아닌 우리 인간에게 '날개'란 무엇일까? 날개는 흔히 자유를 환기하는 기호이지만 상징적 의미는 욕망과 관련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의 이야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미노스왕의 노여움을 사서 미궁에 유폐되어 있던 다이달로스는 아들인 이카로스에게 새들의 깃털을 모아 날개를 붙여서 탈출하게 만든다. 그런데 미궁을 탈출한 이카로스는 태양 가까이 가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하늘로 계속 날아 올라가다가 결국 날개를 붙여놓은 밀랍이 녹는 바람에 추락해 죽고 만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된 이카로스의 날개는 인간의 지나친 호기심이나 과도한 욕심은 화를 초래한다는 교훈적 의미로 사용된다.흑룡의 해라고 불리는 올해 총선과 대선 결과에 따라 한국의 장래가 결정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는 중국과 북한의 권력이 교체되거나 교체 중에 있으며, 유럽에서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또 러시아와 미국에서도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세계적인 권력 재편의 해다. 이 과정에서 승천하려는 용들의 일대 격전이 벌어지고 승천하는 용들과 추락하는 용들이 연출하는 장관을 보게 될 것이다. 중국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퇴진하고 시진핑으로 권력이 이양되고, 북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김정은으로 권력이 이양되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에서는 푸틴과 오바마의 재선 여부에 따라 세계 질서는 크게 요동칠 것이다.동북아를 비롯한 세계질서 재편의 시기에 한국의 총선과 대선이 맞물려 있어서 유권자의 선택은 유례없이 엄중한 결과로 이어진다. 정치인들의 승천과 추락은 결국 민심에 달려 있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추락하는 것은 이들 정치가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한 유권자, 그들의 삶도 정치인들과 함께 추락한다는 점이다. 정권 말기에 반복되는 이른바 레임덕이라고 하는 정권의 권위추락현상을 보면, 정치권력의 부패나 도덕적 타락뿐 아니라 무능과 실정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어김없이 수반하고 있었다는 점이다.국민을 대표하겠다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내세우는 정책과 공약들은 온통 유권자들의 희망과 기대와 욕망을 자극하는 것들이다. 그 가운데서 누가 진정성이 있는 정책, 실현가능하며 또 지속가능한 약속을 제시하는지를 가려내야 한다. 이런 분별에 실패하게 되면 결국 선거 때마다 후회를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거창한 공약(公約)들은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여러 경쟁자들 가운데 하나를 뽑는 선거의 속성상 후보자들의 탈락(추락)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국민들은 스스로를 '추락'시킬 선택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점에서 유권자들이야말로 이카로스의 경고를 명심해야겠다. 나의 욕망을 자극하는 공약보다는 이웃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약속, 당장의 이익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원려(遠慮)를 가려내는 것이 '추락'하지 않는 비결이 아닐까?

2012-02-08 김창수

살생부(殺生簿)와 아름다운 퇴진

요즘 한 종합편성 채널의 연속극 '인수대비'가 인기다. 종편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바닥 시청률인데 비하면, 이 드라마는 꾸준히 일정 비율의 시청률을 보인다고 한다. 수양대군의 집권 과정, 그의 며느리인 인수대비의 집요한 권력욕이 시청자들을 끄는 모양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정치 계절인 요즘 시대와 맞물려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더 든다.요사이 전개되는 드라마 인수대비의 핵심은 살생부(殺生簿)다. 수양대군이 자신의 집권을 반대할만한 신하들을 죽이기 위해 작성한 명부다. 살생부에 이름이 올랐던 영의정 황보인, 좌의정 김종서, 이조판서 조극관, 좌찬성 이양 등이 참혹한 죽음을 맞는다. 이를 주도한 이가 바로 한명회이고, 이 난이 계유정난이다.인류 역사에서 정치적 위험 인물이나 라이벌을 제거하는 방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살생부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특정인을 추방하기 위해 실시한 오스트라키스모스(ostrakismos)가 비밀투표를 통해 좀 민주적으로 정적을 추방했다면, 살생부는 미운 털이 박힌 자를 맘대로 정해서 손보는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점에서 더 잔인한 방법으로 통한다.우리 역사에서도 살생부는 정권을 차지하거나 유지하는데 늘 등장했다. 조선시대만이 아니다. 최근 정권에서도 살생부는 예외없이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시절엔 출처 불명의 '민주당 살생부'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민주당 의원 94명을 특1등 공신에서 역적 중 역적에 이르기까지 7등급으로 나눠 나돌았다. 살생부는 정치권에만 있는 게 아니다. IMF 환란위기 때는 퇴출기업을 지칭하는 '기업 살생부'가, 2002년 한일 월드컵때는 대표선수의 선발을 놓고 '히딩크 살생부'가 등장하기도 했다.최근 4·11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그 말 많은 '공천 살생부'가 또 등장했다. 그것도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먼저 나왔다. 민주통합당에서도 언제 나올지 모른다. 출처가 명확치는 않지만 한나라당의 공천 탈락 살생부에는 인천 4명, 경기도 9명 등 13명의 경인지역 국회의원이 포함됐다고 한다. 명단에 오른 인물의 면면을 보면 나이가 많거나, 3선 이상이 대부분이다. 당사자들은 발끈했다고 한다. 정치인들이 살생부에 떠는 이유는 상당수가 구체적인데다, 예전의 예로 봐서 대체로 맞아떨어졌다는데 있다. 이번에도 맞아떨어질까. 두고 볼 일이다.'정치계절'만 되면 살생부가 왜 등장한단 말인가. 한마디로 우리의 정치적 후진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시스템이나, 국민여론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 '똥고집의 정치풍토'가 낳은 산물이다. 정치권에선 그만 둘 때 그만둘지 모르는 풍토에서, 오죽했으면 또 살생부가 나왔을까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살생부는 치사하고, 살벌한 방법인 건 분명하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살고, 나 아니면 안된다는 정치풍토가 개선되지 않는 한 '살생부의 정치'는 계속 될 것 같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살생부'는 이걸로 끝일까. '천만에요'. 이것이 당내에서 흘러나오는 답변이다. 다 바꿔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이 정도로 바꿔서야 바닥 민심을 얻을 수 없다는 얘기다. 제2의 '공천 살생부'가 예고되는 대목이다.여야 정치권은 지금 공천혁명을 앞다퉈 얘기한다. 4월 총선은 12월 대선과 맞물려 있어 '죽느냐, 사느냐'의 승부수의 선거다. 그래서 제1당이 되기 위한 공천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이런 식의 공천 탈락 운운은 참 비열한 방법이다. 시스템에 의해서 난장판 국회를 만든 정치인, 막말 정치인, 약삭 빠른 정치인, 비리부패 전력자는 우선 탈락시키고, 여기에 전문성, 당선 가능성, 당 기여도, 의정활동 능력 등을 고려해서 정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살생의 계절'. '정치 말년'에 망신당하지나 않을까 정치 원로들이 걱정이다. 퇴진에도 때가 있는 법이다. 무슨 일이고 죽을 때까지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때가 됐다 싶으면 멋지게 그만 두고, 후배를 위해 길을 터주는 것도 선배 정치인들이 보여줘야 할 덕목이다. 살생부에 포함돼서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느니 차라리 멋지게 은퇴 선언을 하고, 지역과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영광스런 모습이 아닐는지….

2012-01-31 김은환

변화를 거부하는 구태

무감어수 감어인(無鑒於水 鑒於人). 물에다 얼굴을 비추지 말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비추어 보라고 했다. 거울이라는 표면에 비친 모습에 집착하지 말고 사람을 거울로 삼으라는, 인생에 대한 교훈이다. 즉 자신의 모습이든, 자신이 일구어낸 그동안의 성과이든 사람들에게 비추어 자신을 보라는 뜻을 담고 있다.중앙 정치든 지방 정치든 정치인들을 보면 나라 경제와 국민 복지에 대한 의지는 있는지 걱정이다. 말과 행동에 차별을 두고 있다. 말로는 국가와 지역, 지역민과 국민을 걱정하면서 행동은 자기 자신에 맞춰져 있는 듯 해서다. 비근한 예로 국회 예산정국이 그러했고, 진행형인 당쇄신도 대치형국이다. 시·도발전의 견인차와 시·도정 감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달라며 한 표를 호소한 광역의원들이 총선 출마로 자리를 떠나고 있다. 거울이라는 표면에 비친 자신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보여 착잡하다.2012년은 선거 정국이다. 12월19일 대통령을 뽑게 되며, 4·11총선이 앞서 치러진다. 연초부터 '나요 나'를 외치며 적임자임을 자임(自任)하는 인물들이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 속에는 광역의원들도 버젓이 한자리 한다. 시·도민들로 부터 선택을 받아 의회에 입성한지 2년도 안돼 풍운(風雲)의 뜻(?)을 가슴에 담고 떠나는 의원들이 한 둘이 아니다. 위(爲)하고 발전시킬 대상이 시·도민과 시·도에서 대한민국과 국민으로 바뀌는, 그들에게는 역사적인 날임에 틀림이 없을 터다. 경기도만 해도 이러한 분들이 11명이나 된다.쇄신만이 살길이라며 여·야, 보·진 진영에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한다. 인물도 그 나물에 그 밥이 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진보정당 및 시민사회단체 등은 '구태정치'를 외친다. 총선 출마를 위한 지방의원의 사퇴에 대한 쓴소리다. 풀뿌리 지방자치를 외면하고 지방의원직을 총선 출마용 징검다리로 여기는, 생각과 행동의 구태가 그대로로, 중앙당의 용인(容認)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의회 입성때 부터 옮겨타기 위해 물타기 기회만 엿본 것은 아닌지, 도민으로서 심히 불쾌하다. 세비만큼 일은 했는지, 또한 뽑아 준 지역구민에겐 더 큰 물에서 더 큰 일을 하기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양해를 얻고 사과의 말은 했는지도 역시 궁금하다. 단체장도 바쁘다. 4·11 총선을 앞두고 경기도내 일부 단체장들이 선거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선거 중립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미래담보형으로 이 또한 정형적인 구태다.쇄신과 개혁은 구태를 청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풍토가 바뀌지 않았는데 사람만 새로 들이면 국민이 원하고 바라는, 미래지향적인 정치로 확 달라질 수 있는 것인지, 지금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관련 행보가 당연한 수순인지 확실하게 정리를 해야할 시점이다. 오염된 물에는 활기가 넘치는 생생한 물고기를 넣어도 오염돼 죽고 만다.객토가 필요하다. 농토뿐 아니라 인간사회도 객토는 필요하다고 했다. 낡은 질서가 새로운 질서로 대체돼야 사회의 생명력을 연장할 수 있다는 말을 되새겨야 할 때다. 다이도르핀(Didorphin)이 필요한 시대다. 감동받았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에 빠져들었을 때, 마음을 울리는 글을 읽었을때, 뜻밖의 진리를 깨달았을 때,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에 압도됐을 때 분비된다. 다이도르핀의 효과는 엔도르핀의 4천배에 이를 정도로 강력해 암세포도 파괴하는 위력이 있다고 한다.1%와 99%를 말한다. 1%는 부자·대기업 등 부유한 소수의 강자라면 99%는 서민·중산층 등 힘없는 대다수 국민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들은 편가르기를 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하는 국민이다. 1%로 인해 99%가 희생당한다는 이분법적 접근이라면 이 또한 구태며 상생도 화합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사람에게 자신을 비춰 당당할 수 있는, 1%로 인해 99%에 다이도르핀이 생기는 감동을 주게 하는 정치, 이 것이 쇄신·개혁의 의미가 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

2012-01-24 조용완

부패불감증사회

'민나 도로보데스'. '모두가 도둑'이란 뜻의 일본말이다.1982년 3월부터 방영된 MBC의 인기드라마 '거부실록'에 등장했던 충남 공주 갑부 김갑순(1872~1960)이 읊조린 대사의 한 구절이다. 김갑순은 1930년대 말에 공주와 대전 일대에 총 3천341만3천550여㎡의 토지를 소유했던 전설적 인물로 대표적인 친일파 자산가였다. 당시 대전시 전체 면적의 40%가 그의 소유였다.60년 만에 맞는 흑룡의 해 벽두부터 사방에서 구린내가 진동한다. '영일대군', '방통대군'으로 회자되던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측근들의 잇단 비리가 불거지는 와중에 이번엔 박희태 국회의장이 '돈봉투' 사건에 휘말린 것이다. 심지어 야당인 민주통합당 내에서도 유사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당사자 모두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으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수는 없는 법이다. 권력의 중심부가 이런 지경이니 어딘들 온전하겠는가.지난해 말 검찰은 1년여 진행한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수사를 통해 불법대출 6조315억원, 부당대출 1조2천283억원, 분식회계 3조353억원, 위법배당 112억원 등 총 9조780억원의 금융비리를 밝혀냈다. 유사 이래 최대의 금융범죄로 2만여명의 서민예금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뿐 아니다. 지난해에만 2차례에 걸쳐 저축은행들이 무더기로 영업정지를 당한 만큼 저축은행 비리는 훨씬 더 클 예정이다.그런데 또다시 유사사건들이 발생했다. 대표적 서민금융기관인 전국의 단위농협 54곳은 200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출금리를 조작, 168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어 임직원들의 성과급잔치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위농협 본점수만 1천167개에 달하는 터여서 춥고 배고픈 농민들의 지갑을 터는 파렴치한 범죄들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명박정부 치적거리 중 하나인 미소금융에서도 이상 징후가 포착되었다. 검찰이 지난 1일 서울 청진동 미소금융중앙재단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이다. 수천억원대의 기금을 저신용자들에 대출해 주는 만큼 부정의 소지가 상존했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빙산의 일각으로 판단하고 있다.지자체들이 분식회계로 혹세무민한 경우도 처음 확인되었다. 인천, 화성, 시흥시를 비롯한 전국의 일부 지자체들이 세입예산 뻥튀기 혹은 사업비 지출 축소 등 '무늬만 흑자' 재정으로 눈속임을 하다 적발되었던 것이다. 투명경영 시비가 여전한 대학에서는 농어촌 특혜입학 부정의혹까지 불거져 또 한 번 곤욕을 치를 예정이다. 재벌 서열 3위의 SK그룹 최태원 회장 형제가 1천억원대의 회사자금을 횡령한 것쯤은 별로 주목되지도 않는다. 부패가 전방위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한국이 비리공화국으로 변질되었음은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008년 MB정부 출범과 함께 부패지수 점수가 약간씩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5.4로 183개국 중에서 43위를 기록, 2010년 39위에서 4계단이나 하락했다. OECD 평균인 7.0에도 한참 못 미친다. 세계 7위의 무역대국 및 11위 경제대국의 위상과는 너무 동떨어진 결과다.외환보유고, 국제수지,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지표와 국가재정상태가 선진국들에 비해 비교적 양호한 데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 글로벌 스타기업들이 버티고 있어 아직까진 국가신용등급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나 안심할 바가 못 된다. 장기간 내수부진이 지속되는 데다 고물가까지 겹쳐 서민가계수지가 점차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워킹푸어, 하우스푸어, 리타이어푸어 등 신빈곤층의 점증은 또 다른 변수다. 세계경제의 불투명성 확대도 고민이다.경제학에 '구성의 모순'이란 개념이 있다. 부동산투기처럼 개인적인 선(善)이 사회전체적으론 오히려 해악으로 작용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부정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양극화 심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대, 성장기반 약화, 국가신용도 하락 등 부작용을 확대 재생산한다. 부패불감증 사회를 걱정하는 이유다.

2012-01-17 경인일보

中企 인력문제 이대로 둘 수 없다

한국경제의 도약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창조적인 중소기업들의 증가다. 혁신성이 강한 작은 중소기업들이 창조경제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경제는 대기업 주도의 경제활동에 익숙했던 탓에 정작 이 중대한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중소기업의 창조역량은 그들이 보유한 우수인재에서 나온다. 그러나 현실의 중소기업들은 인재확보에 사투를 벌인다. 취업난을 호소하는 젊은 인력들이 많지만, 정작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우수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의 열악한 임금수준과 낮은 사회적 이미지 때문이다. 이는 엄청난 엇박자(mis-match)인데, 오랫동안 해결기미가 없어서인지 중소기업들에겐 만성적인 문제로 인식되는 실정에 이르렀다. 또한 중소기업의 인력문제에는 단순히 인재확보의 문제를 넘어서, 이미 확보한 인재들의 반복적인 이직(移職)문제도 고질적인 병폐로 고착화돼 있다.중소기업에 우수인재가 몰리게 하려면 어떤 처방이 필요할까. 첫째, 중소기업의 임금이 대기업의 85%는 최소한 돼야 하며, 욕심을 낸다면 90%선은 돼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 임금과 차별성을 덜 느끼게 된다. 그런데 임금을 이런 수준으로 주려면 문제는 돈이다. 회사가 그것을 감당할 수익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중소기업의 수익이 늘면 주문을 주는 대기업쪽에서 납품단가를 줄이려 하는 관행이 있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수익은 다시 줄어들고 임금수준도 높이기 어렵게 됐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인식전환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중소하청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자신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공생(共生) 신념'으로 전환돼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들의 책임감도 필요하다. 대기업이 허용한 수익증가분을 반드시 인재확보 용도로 사용한다는 사명감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약속을 정립하는 것도 초기에는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둘째, 우수인재들의 이직을 막는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필자의 분석에 의하면 수도권 중소기업 입사자들의 5년이내 퇴직률은 약 45%에 달한다. 그들이 꼽는 가장 결정적인 퇴직 이유는 개인적인 승진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원인이 작동한다. 한 원인은 한국 중소기업에서 보이는 혈연기반의 임원진 구성 때문이다. 즉, 자식, 형제, 친척 혈연에 의해 임원진이 구성되는 상황에서 우수인재들이 비전을 갖기는커녕 좌절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처방은 혈연 통로 이외에 능력을 통해서 임원진으로 승진할 수 있는 통로를 여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은 조직 문제의 정비다. 중소기업은 하위계층에서는 인사이동을 많이 시키지만, 상위계층에서는 인력이동이 적다. 이것은 조직을 보수적으로 만든다. 이 보수화는 하위계층 우수인력들이 보기에는, 중간관리층에서부터 자신이 차지할 자리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 역시 개인적인 좌절을 낳는다. 이에 대한 처방은 중간관리층의 인사에 대해 '발탁형'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수인재들에게 조직속의 희망을 유지시켜줘야 한다.셋째, 핵심기술인력에 대해서는 획기적인 인사정책이 필요하다. 보통 중소기업의 경우 R&D연구실의 책임자가 5년이상 가는 경우가 드물다. 회사의 사활을 결정하는 핵심인재인 것을 알지만, 예산문제 및 다른 직원과의 형평성 문제로 인해 제대로 대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처방은 장기고용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물론 장기고용을 약속할 수준의 능력을 갖췄는지 여부를 사전에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다. 장기고용보장은 21세기 기업환경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임금이 대기업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고용안정을 주지 못하면 진정으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없다.중소기업의 인력문제는 절대 사소한 이슈가 아니다. 청년실업과 일자리 창출 등 한국경제의 아픔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다. 임진년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어젠다로 설정하고 지혜를 모으는 것을 권장한다.

2012-01-10 손동원

겨울의 역설적 상징

흔히 겨울을 네 계절의 끝이라고 말한다. 이는 계절의 순환을 인생이나 생명현상에 빗대어 생각하는 문화적 관습일 뿐 실제로는 가을과 봄 사이의 계절로 24절기로 보면 입동부터 입춘 전까지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기후로 볼 때는 12월에서 2월까지가 겨울이다. 어원을 따져보면 겨울의 어원인 '겻'이나 가을의 '갓', 여름의 '널', 봄의 '볻'은 모두 해(태양)와 관련되는 고유어로 짐작된다. 우리 조상들은 계절의 변화가 태양의 움직임과 기온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여겨왔던 것이다. 겨울은 가을에 거둔 곡식을 저장하는 '秋收冬藏' 계절이다. 이때 저장한 곡식은 겨우내 먹을 식량이면서 봄이 되면 파종할 종자이기도 하다. 겨울은 봄을 기다리는 시간인 셈이다.문명의 발달로 계절의 변화는 농경사회에서와 같이 우리의 일상을 좌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달력의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1, 2월은 새해를 준비하는 기간이다. 겨울은 추위와 눈과 얼음의 계절이다. 추위와 얼음은 자연의 생명활동을 중단시키거나 위축시키지만. 인간에게 혹독한 추위는 생명의 의지를 더욱 강렬하게 자극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조선조 선비들의 시조나 문인화에 나타난 겨울 이미지는 생명의 '봄'을 부각시키는 대조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조선후기의 가객 안민영은 '매화사'에서 "바람이 눈을 맞아 산창에 부딪히니/ 찬 기운 새어 들어 잠든 매화 침노한다/ 아무리 얼우려 한들 봄뜻이야 앗을소냐"고 노래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또 눈 속에 서 있는 소나무나 대나무, 매화를 유배자나 은둔지사의 지조를 표현하는 상징으로 삼았던 것이다. 설경도(雪景圖)에는 하얀 눈과 먹빛의 선명한 대비를 통해 생명을 얼어붙게 하는 냉기와 이를 견디는 나무와 꽃의 비장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설죽도나 설송도 가운데 가장 빼어난 작품은 완당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 중에 그린 '세한도'이다. '세한도'에 나타난 세 그루 송백의 늠름한 자태, 고통스러운 세월의 무게와 비바람을 견디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고 있는 한 그루의 노송, 그 가운데에 자리잡은 한 채의 낡은 초가집은 고적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범접키 어려운 고상한 기품이 흐르고 있다. 이 풍경은 "곤궁해야 선비의 절개가 드러나며, 세상이 어지러워야 충신을 안다(士窮見節義 世亂識忠臣)"거나 "세찬 바람이 불어야 억센 풀을 알 수 있고, 매서운 서릿발이 내려야 상록수를 구별할 수 있다(疾風知勁草 嚴霜識貞木)"는 유가적 처세철학을 형상화한 것이다.이러한 전통은 현대시로도 이어지는데, 저항시인으로 불리는 이육사의 중요한 시편들은 대부분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육사는 '교목', '절정', '광야', '꽃'과 같은 작품에서 혹독한 추위에 맞서는 나무나 꽃과 같은 식물적 이미지를 시의 중심적 이미지로 설정하여 현실 극복의지를 표현하였다. 이육사는 '꽃'에서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 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라는 구절을 통해 동토의 대지에 봄을 기다리며 꿈틀거리는 생명의 씨앗을 노래했다. 그의 시에 나타난 겨울 이미지는 일제 강점기라는 역사적 상황을 가리키는 은유에 해당한다. 정지용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장수산'도 겨울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그는 "시름은 바람도 일지 않는 고요에 심히 흔들리우노니 오오 견디련다 차고 올연(兀然)히 슬픔도 꿈도 없이 장수산 겨울 한밤내-"라고 노래했다. 이러한 심경은 겨울 밤의 시름과 적막감을 온 몸으로 느끼며 올연히 견디겠다는 인고(忍苦)의 자세로 보인다.겨울에 대한 역설적 상상력은 시가문학이나 문인화와 같은 전통적 예술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인의 독특한 미적 사유방식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리고 현실의 모순인 '사회의 겨울'이 존재하는 한, '겨울'은 예술 작품 속에서 현실과 대결하는 시적 주체의 의지를 표상하는 이미지로 거듭해서 나타나게 될 것이다.

2012-01-03 경인일보

2011년 인천의 자화상

또 한 해가 저문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는 상투적인 말이 낯설지 않은 시기다. 며칠 후면 신묘년(辛卯年)은 가고 새로운 흑룡(黑龍)의 해 임진년(壬辰年)이 다가온다. 그래서 이때쯤 되면 금년보다는 새해를 얘기한다. 해를 넘기는 아쉬움보다는 빨리 잊고 싶은 마음이 더 큰 모양이다. 그만큼 한 해가 힘들었다는 방증이다.그렇다고 한 해를 그냥 보낼 수야 없지 않은가. 일단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맞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개인적으론 물론이고 기업, 사회단체, 각 공공기관들도 마찬가지일 게다. 과연 올 한 해 맘먹고 한 일이 얼마나 성과를 냈을까. 미진한 부분은 무엇이었고, 잘해서 더욱 발전시킬 것은 어떤 분야인가. 꼼꼼히 따져보고, 잠시나마 생각에 잠겨보고, 반성도 해보는 것이 요즘 시기에 있을 법한 광경이다.그렇다면 올 한 해 나라 전체로 보면 어땠을까.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딱히 신나는 일이 별로 없었던 한 해였다는 데 비중이 간다. 정치적으론 여야 싸움판이 더 커져 짜증이 더욱 심해졌고, 경제적으로도 굳이 수치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참 힘겨운 한 해였다. 직장을 못 구해 거리를 헤매는 젊은이들을 보면 새해를 맞기가 두려울 정도다. 좀 좋아질 것이라는 연초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결국 속이고, 속임을 당하는 한 해였다. 그래서 이 연말에 엄이도종(掩耳盜鐘·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오지 않았는가.인천은 어떤가. 인천도 힘겹긴 마찬가지다. 한때 인천시의 재정위기설까지 나돌 정도로 발전보다는 현상 유지가 더 힘들었던 한 해였다. 대형 사건의 발생도 예년 못지않았다. 물론 지난해에는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폭격 등 역사에 남을 사건이 많았지만, 올해도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경인일보가 선정 발표한 2011년 인천의 10대 뉴스만 봐도 분쟁이 유독 많았던 한 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수도권매립지의 매립기간 연장문제다. 매립지의 악취피해가 청라국제도시까지 번지면서 매립기간의 연장불가라는 여론이 극에 달했다. 그러나 수도권매립지 사장은 인천시민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매립지의 영구화 발언만 토해내 아직도 시민들 가슴에 큰 상처로 남아있다. 굴업도의 개발과 숭의운동장의 홈플러스 입점 등은 논란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채 해를 넘기게 됐다.얼마 전에 발생한 중국선원의 해양경찰관 살해 사건은 우릴 더욱 분노케 했다. 남의 나라 땅에 와서 불법조업을 하면서 단속경찰관을 칼로 찔러 죽음에 이르게 했는데도 우린 시원한 용서를 받지 못했다. 폭우로 참사를 당한 대학생들의 사건은 왜 사전에 막지 못했을까. 아쉬움이 남는 일로 기록된다. 우리에게 희망을 준 일도 있다. 삼성바이오 등 대기업의 잇따른 진출과 인천공항의 명예 전당 등극은 그나마 밝은 10대 뉴스에 포함됐다. 바로 이것들이 2011년 인천의 자화상이다.이처럼 한 해의 막바지에 서면 늘 아쉬움이 남게 마련이다. 뭐 하나 시원하게 마무리된 것이 없이 한 해를 또 보내는가 하고 자책도 하게 된다. 그러나 저무는 해는 시드는 해가 아니다. 저문다는 것은 소멸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잉태하기 위한 과정이다. 즉, 해를 넘긴다는 것은 희망이라는 미래를 맞이한다는 얘기다. 우린 한때 '처음처럼'이란 말을 유행시킨 적이 있다. 늘 처음 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어떤 일이든 한다면, 이뤄내지 못할 것이 없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한 해를 보내는 끝맺음도 진정한 자성(自省)과 함께 '처음처럼' 자세로 한다면 일단 성공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송구영신, 다가올 새해는 총선과 대선이 묶여 있어 나라가 좀 더 시끄러울 것 같다. 또 경제상황도 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예측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임진년에는 변화가 많았다고 한다. 점술가들도 2012년을 유달리 변화가 많은 해로 주목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희망의 해는 내일도, 모레도 뜨게 마련이다.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며칠 안 남은 신묘년을 뜻 깊게 매듭짓고, 새로운 희망의 해를 맞이할 때다.

2011-12-27 김은환

상생과 평화

나흘이면 크리스마스다. 또 일주일 후는 2012년 임진(壬辰), 흑룡(黑龍)의 해 첫 날이다. 지금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으로, 한해를 시작하는 연초 만큼이나 중요한 때다. 나름의 계획에 의해 알찬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연말이다. 시간을 할애, 봉사하거나 기부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등 천사들이 부쩍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혼자사는 노인, 편부·모, 조손가정 등 돌봐야 하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다. 한데 올해는 예년에 비해 온기가 덜하다.매년 이맘때면 정리가 되지않는 분도 분야도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밤잠을 설치며 완수해야 하는 국회 예산작업이 매년 정해진 기일을 넘긴다. 밤새워 고민을 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 대상이 다르다. 올해는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 ISD 등 굵직한 내용들이 포진돼 있다. 개혁으로 당을 바로 세우고, 통합당을 만들고, 총선과 대선에서 이기는 방법을 생각하는 등등. 가장 우선시 해야 하고 그들이 때만 되면 되뇌이는 서민과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의 살길찾기는 말뿐 행동에는 없다. 방패와 칼이 부딪치면서, 모순(矛盾)을 만들어 내는 시기가 늘 이쯤이었다.승리하는 것은 승리의 조건을 모두 만들어놓고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고, 패배하는 이들은 전쟁을 시작한 후 승리를 찾는다. 손자병법의 얘기다. 하지만 완벽은 없어 선택과 집중을 해 실행하고, 계획대로 실행되지 않으면 그것은 준비되지 않은 것이다. 승리하고 싶으면 착실히 준비하는 길밖에 없다. 준비하고 승리하는 것은 상생과 평화를 위해서다. 내가 살고 상대가 죽으면 평화는 없다. 전쟁후 승리를 찾는 꼴로 상처뿐이다. 상생의 길도 막막하다. 지금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태는 상대를 죽이기 위한 싸움으로, 상생과 평화를 위한 준비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가 사는 길이 보살펴야 하는 이웃과 나라가 사는, 승리를 위한 준비의 한 행태로 여기며 의기양양(意氣揚揚)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이 싸우는 동안 이웃이 더욱 궁핍해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통계청의 '2011년 사회조사'에서 45%가 '나는 하층민'이라고 답했다. 살림살이 빡빡한 층이 2년사이 2.9% 늘어난 수치다. 특이한 점은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이지만 자신이 상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례가 0.4%나 된다. 반대로 소득이 600만원 이상임에도 하층이라고 여기는 비율도 5.2%나 됐다. 심리적 요인이 계층 구분에 작용한 것으로, 정치적 사회적 현상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연말이면 울리는 온정의 종소리, 구세군 자선냄비도 한파로 고전중이다.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실적이 부진하다. 공적기관이나 종교단체, 개인기부, 기업기부 등 기부 주체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다. 어려운 이웃돕기에 나서는 이웃도 눈에 띄게 줄었다. 성금유용 등 정직하고 투명하지 못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경기하락 국면에다, 정치·사회 지도층이 희망을 주지 못한데 따른 시대적 현상이다.2012년은 60년만에 찾아오는 흑룡띠 해다. 흑룡은 용기와 비상을 의미하며, 희망을 상징한다. 2세 출산을 준비하는 부부, 결혼을 서두르는 예비부부가 늘고 있다. 4년만에 오는 윤달이 낀 해기도 하다. 음력 3월이 두번 이어지는 해로, 양력으로 4월21일부터 5월20일 까지가 윤달에 해당한다. 윤달에 결혼하면 부부 금실에 문제가 생기고 자녀 갖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한편으로 손이 없는 달로 묘를 옮기는 달이기도 하다. 희비가 엇갈리지만 계획만 잘 세우면 피해가지 못할 이유도 없다. 윤달에는 좋은 날짜를 골라 이장을, 윤달을 피해서는 결혼과 출산을 계획하면 생각대로 다 이뤄진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겠으나 희망이 생긴다.임진년은 뱀의 머리라도 되려고 아우성치지 말고, 용꼬리라도 함께 비상하는 흑룡의 해를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승리하는 준비로 상생과 평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

2011-12-20 조용완

민생회복이 관건인데

정치권이 매우 혼란스럽다. 한나라당은 갈수록 파열음이 커지고 있어 자칫 창당 15년만에 간판을 내릴 수도 있어 보인다. 야권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다. 합종연횡의 격랑속에서 민주당 또한 뿌리부터 흔들리는 양상이니 말이다. 임기 4년의 국회의원 선거와 5년 단임의 대통령 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20년 주기의 대시(大市) 개장이 임박한 때문이다. 중심에는 영향력이 가늠되지 않는 안철수 신드롬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대군이 도사리고 있다. '그 나물에 그 밥'인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향배도 부담이다.문제는 민생경제인데 무역 1조 달러 시대의 그늘이 매우 짙어 보인다는 점이다. 구조고도화에다 생산거점의 해외이전 지속에 따라 좋은 일자리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내수기반이 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목되는 것은 백화점 매출액이 33개월만에 감소한 터에 11월 자동차 내수판매대수는 전년 동월보다 무려 13% 가까이 축소됐다. 매출 부진을 못견딘 르노삼성은 이달 중에 10일간 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2000년 설립 이래 최장기간의 운휴다. 백화점 매출과 자동차판매는 중산층의 주머니사정을 체크할 수 있는 대표적 아이템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기간의 내수부진이 중산층에까지 확대되는 탓이다. 세모(歲暮)를 앞둔 연말경기도 썰렁한 느낌이다.베이비붐 세대의 본격 퇴진은 또 다른 복병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 1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의 직장인 4명중 3명은 퇴직과 함께 곧바로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자리 축소→ 유효수요 부족→ 내수부진→ 일자리 축소'의 순환고리가 강화되는 와중에 내년에는 국내외적으로 성장유인도 신통치 못해 청년실업률은 더 커지고 고용불안도 심화될 개연성이 크다.더 큰 고민은 고물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의 5.3%를 정점으로 이후 점차 둔화돼 10월에는 전년 동월대비 3.9%로 안정돼 가는 듯 했었는데 11월에 다시 4.2%로 반등한 것이다. 이것도 정부가 지난 11월에 새로 물가지수를 개편한데 따른 결과로 이전 기준을 적용하면 4.6%나 올랐다. 고춧가루는 전년 동기대비 무려 100% 가까이 올랐으며 서민생계와 밀접한 품목들인 소금·쌀·우유·과자류 등은 최하 10%이상 뛰었다. 물가상승률 전망수준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11월에는 4.1%로 5개월째 4%선을 넘어섰다.전세난도 주목거리다. 수도권 전세난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 전셋값이 최근 들어 하락세로 돌아선 데다 내년도 전체 주택입주물량이 올해보다 많아 국토해양부는 금년과 같은 전세대란은 없을 것이라 단정하고 있으나 안심하긴 이르다. 지속적인 가격상승에 기인한 시장피로감에다 겨울철 비수기가 겹친데 따른 단기적 둔화일 뿐 전체 전세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내년에도 저금리기조는 유지될 예정이어서 월세로의 전환물량이 확대될 것이 불문가지인 탓이다.앞으로가 더 큰 고민이다. 지난달의 고속도로 통행료와 수도권 버스요금 인상분이 당장 12월부터 물가지수에 반영될 예정인 터에 이번 달엔 전기료도 평균 4.5%나 올랐다. 일반용과 산업용 전력에만 국한했으나 시차를 두고 점차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것은 불문가지다. 철도요금도 조만간 오를 예정인데다 내년 3월중엔 서울시가 하수도료를 무려 50%가까이 올린다고 통보했다. 코스트 푸쉬 압박이 아직은 제한적이나 정권교대기이니 만큼 전 부문에 걸쳐 도미노처럼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유럽발 재정위기 확산에 따른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환율전쟁, 미국과 이란과의 긴장고조 등은 또 다른 외생변수다. 서민들은 다가올 보릿고개를 어찌 넘을 지가 한걱정이나 정치권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민생회복 현안처리에도 시간이 부족한 판인데 이전투구로 소일중이니 말이다. 실망만 안기는 정치가 재연되는 것 같아 답답하다.

2011-12-13 이한구

역마차의 교훈과 갈등관리

사회적 과제들이 점차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정부로, 지역 커뮤니티의 책임으로 이관되는 것이 세계적 추세로 되고 있다. 행정 역시 국민정부로부터 지방커뮤니티로 광범위하게 분산된다. 한국사회에서 1980년대 이후의 과제가 민주화였다면, 90년대 이후의 정치와 행정의 중요한 어젠다는 지방화라 할 수 있다. 지방분권화와 관련된 이슈들이 2012년의 총선거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도 다양하게 제기될 것이다. 지방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각종 갈등이 분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또한 증폭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방 행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의 의견 불일치와 대립으로 인하여 발생한 갈등은 업무수행을 지연시키거나 극단적인 경우 불가능하게 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이 점에서 본다면 지방 자치의 핵심적 역할 중의 하나는 갈등의 관리조정능력이라 할 수 있다. 당분간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정부 및 의회, 시민 사회와 언론은 지역의 갈등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역량의 상당부분을 갈등관리에 쏟을 수밖에 없다. 과거의 정권은 사회적 갈등과 인식의 차이를 주로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해결해 왔다. 모든 변화와 개혁은 시민적 동의를 필요로 하며 동시에 갈등의 해결도 갈등집단의 동의 또는 승복을 받아내어 사회적 협력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갈등(conflict)은 심리학적으로는 양립하기 힘든 정신과 행동에 나타나는 반응이다. 갈등의 주체가 조직이나 계층으로 확장되면 사회적 갈등이 된다. 일반적으로 갈등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갈등을 사회병리적 현상으로 간주하고 그 원인과 치료를 강구하는 이론과, 갈등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해결을 사회적 발전의 계기로 사고하는 태도가 그것이다. 갈등을 사회병리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갈등 해소에 급급하여 권위주의적 방식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갈등을 사회발전의 필연적 산물로 보는 관점은 해결방식에서도 협의와 공론을 통한 갈등의 조정을 강조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무갈등 상태의 사회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사회의 발전과 함께 갈등은 더욱 복잡하고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음을 감안할 때, 사회적 갈등은 불가피한 것이며 그것의 극복이 사회적 발전의 계기가 된다는 적극적 관점에 설 필요가 있다. 서부극에 등장하는 역마차는 말이 끄는 수레 중 가장 빠른 것이다. 그런데 증기 기관차의 등장으로 사라진 역마차가 말과 마차의 갈등이 낳은 산물이란 점은 흥미롭다. 마차의 수레바퀴는 표면이 매끄럽고 단단하여 마찰력이 적은 곳에서 잘 구른다. 그런데 마차를 끄는 말의 입장에서 보면 풀밭 같은 곳에서 달리는 것이 편하다. 미끌어지지 않고 오래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드러운 흙길에서는 바퀴가 잘 구르지 않는다. 이처럼 마차의 수레바퀴와 말의 다리는 화해할 수 없는 갈등관계에 있다. 말이 달리기에 편한 길은 마차바퀴가 잘 구르지 않고, 반대로 마차바퀴가 잘 구르는 곳은 말이 달리기 어렵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마찰력이 적으면서 어느 정도의 탄력이 있는 길을 만드는 것이다. 표면이 매끄러운 고무판 같은 길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길들을 적당한 탄성을 지닌 고무판으로 포장한다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설사 그러한 길을 만든다 할지라도 바퀴와 말을 완전히 만족시킬 수는 없다. 말은 말대로 바퀴는 바퀴대로 불만을 호소할지도 모른다. 여기서 양자의 갈등을 이상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으로 바퀴가 구르는 길과 말이 달리는 길을 분리하는 방법이 고안된 것이다. 마차바퀴는 레일 위를 구르게 하고 레일 사이의 흙길로는 말이 달리게 하는 것이다. '역마차'의 교훈은 하나의 비유이지만 화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갈등도 양자가 모두 만족하는 (win-win)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해 준다.

2011-11-29 김창수

연평도 또 때리면 어쩔 건가

꼭 1년 전 오늘. 정확히 말하면,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34분 연평도는 북의 공격을 받아 불에 타고 있었다. 면사무소 주변은 물론이고, 군부대·민가 등 섬 곳곳이 초토화된 모습,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광경이 1년 전 연평도에서 벌어졌다. 당시를 생각하면 충격과 분노가 또 치민다. 고요한 섬마을을 대낮에 때린 북의 만행은 아직도 그 흔적이 생생하다.현장에 가 있는 기자들의 말을 빌리면 '연평도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한다. 민가를 향해 무력 도발을 감행한 북한은 더욱 호전적이다. 바로 지척의 북진지는 요즘 요새화하는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고 한다. 연평도와 마주보고 있는 황해도 개머리 해안의 진지 추가구축공사가 한창이라는 것은 군당국도 확인했다. 우리 군도 바삐 움직이긴 마찬가지다. 겉은 평화로운 섬인데, 긴장감은 1년 전보다 훨씬 고조된 느낌이라는 것이 현장에서 전하는 소식이다.'언제 또 쏴 댈까'. 연평도 사람들은 요즘도 이런 공포감을 가슴에 달고 산다. 얼마 전 인천의 한 병원이 한 달 넘게 현지에서 무료진료를 하면서 확인한 결과를 보면 검진대상자 절반에 가까운 44%가 1년 전 포격때의 충격으로 인해 '외상후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한다. 또 '트라우마'에 따른 위장질환, 간·담도질환 의심자가 많고, 상당수는 굴착기 소리에 놀랄 정도로 여전히 불안감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젊은 장병과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섬 주민들은 가산이 불타 98%가 섬을 떠나서 찜질방·친척집·빌라 등에서 보냈던 것이 수개월. 이제 겨우 돌아와 생활하고 있다지만, 어찌 그 불안감을 하루아침에 떨쳐버릴 수 있겠는가.그렇다면 1년 전과 1년 후 우린 뭐가 달라졌는가. 우리 사회는 이미 연평도 피격사건을 기억속의 옛 일처럼 여기고 있다. 그들이 겪는 고통과 두려움은 남의 일이 됐다. 몇몇 단체만이 관심을 갖고 그들을 보듬고 있을 뿐이다. 연평도에선 관광객이란 단어가 사라진 지 오래다. 요즘 한창 낚시철이지만 '꾼들'은 얼씬도 안 한다고 한다. 왜 그들만이 이런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가. 뭍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미안함을 넘어서 죄책감마저 든다. 우리가 너무나 무심했고, 편하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정부 또한 맘 변하긴 마찬가지다. 연평도 피격사건이 터졌을 땐 수조원을 들여서라도 대만의 진먼다오(金門島)처럼 만들고, 서해 5도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떠들어 댔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정부분 개선된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화가 치민다. 정부가 서해 5도서 종합발전계획 예산을 60%나 삭감했다. 당장 시급한 노후주택 개량도 17%만 반영됐다고 한다. 정주의식을 높이겠다는 약속은 결국 용두사미가 됐다. 피해 장병에 대한 보상책도 말뿐이다. 정부가 이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멍이 들게 하고 있는 셈이다.요즘 연평도가 때아닌 북새통이라고 한다. 정부관계자는 물론이고, 행정기관·언론기관까지 수백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1주년을 맞아 생색내기식 행사를 위한 뭍사람들의 계획된 집단 나들이다. 며칠 후면 이들은 연평도를 모두 떠날 것이다. 그리곤 지금까지 그랬듯이 연평도는 관광객이 뚝 끊기고, 적막감마저 감도는 삭막한 섬마을로 돌변할 게 뻔하다. 그렇게 된다면 연평도 사람들의 트라우마 고통은 더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안보는 산소와 같다고 했다.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안보는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연평도가 바로 나라 안보의 바로미터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표본이기도 하다. 입으로만 애국과 안보를 외치곤, 돌아서면 언제 그랬느냐 식은 곤란하다. 특별한 보상없이 누가 이 섬땅을 지키겠는가. 불과 1년 사이에 연평도를 보면서 '화장실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른' 우리의 속마음이 읽혔다. 오죽 했으면 연평도 주민들이 이 바쁜 와중에 인천까지 나와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운함을 표출했겠는가. 딱한 현실이다. 정말 이러다가 북한이 또다시 한방 때리면 어쩔 건가.

2011-11-22 김은환

같이 가야하는 길

초지장(草紙張)도 맞들면 낫다. 쉬운 일이라도 협력해 하면 훨씬 쉽다는 우리말 속담이다. 큰 싸움도 작은 것부터 시작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반보 뒷걸음질 쳐 생각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잠시 들여다보면 해결될 일들이 태반이다. 부부싸움이 이혼까지 가는 극단의 선택도 따지고 보면 알량한 자존심이 걸린 사소한 다툼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정치는 말할 나위없다. 자당이 더 크게 보이고 이로운 집단임을, 자당의 당론이 국민과 국가, 지역과 주민을 위한 최적의 선택임을 극구 강조한다. 같이 가야 더 큰 힘을 발휘, 더 큰 이익을 내 모두에게 이롭게 할 수 있는 길을 사양하고 막무가내로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다.같은 사안을 놓고도 내가 먼저 네가 먼저를 따진다. 당론을 관철시키고 선후가 중요한 것은 당의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할 수 있지만, 싸움으로 이어져 깊은 상처를 남긴다면 오히려 퇴보, 국민과 주민들에게 극도의 피로감을 주게 된다. 누구의 주장도 먹혀들지 않는, 그래서 딴 곳으로 눈을 돌리게 한다. 국민들로 부터 외면받는, 정당정치의 이반현상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시시비비(是是非非)는 시비지심(是非之心), 옳은 것은 옳다 그른 것은 그르다고 하는, 사리(事理)를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자만이 해야 한다. 능력자를 상실한 마당이라면 그 판정은 결국 국민이 하게 된다. 표로써 혹독한 심판을 받고 난 후에도 변화를 거부하는, 내 주장만이 옳다고 해야 하는 만연된 편향성 집단 이기주의적 정치사회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노골화하고 있다. 덩달아 정치권도 변화를 기획하지만 믿는 국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경기도의회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최근의 일이다. '2만원 받고, 1만원 더, OK?' 포커놀음을 옮긴듯한 이 문구는 차액보육료의 여야 다툼을 풍자한 글귀다. 내년도 민간 어린이집 만 5세 아동에 대한 차액보육료 지원을 놓고 도의회 여·야가 내가 먼저를 외치고 있다. 사정은 이렇다.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는 8일 경기도 관계자, 관련 단체와 함께 내년도 차액보육료 지원 규모와 관련한 조정회의를 갖고 매월 3만원 수준의 지원을 잠정 결정했다. 민주당은 회의종료 직후 민주당을 통해 결정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발끈한 한나라당이 "민주당이 늦게나마 한나라당 정책에 동조하고 협조해 준데 대해 감사하다"는 논평을 냈다. 지난 6일 내년도 차액보육료를 월 2만원으로 산정, 예산을 본 예산에 편성키로 경기도와 합의했다고 밝힌데 따른 선후를 따진 것이다. 당시 민주당은 사실무근이자 성과홍보용이라고 반박했었다.하나의 복지를 놓고 유불리를 계산, 성과를 외치며 공방과 반박을 거듭하는 낯뜨거운 공치사다. 민간 어린이집 만 5세 아동 차액보육료 지원은 정책 이전에 선별적 보편적 가치의 실현으로 공치사의 대상이 아니다. 복지에 정치적 꼼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복지포퓰리즘적 주도권 다툼으로 매도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종이도 네 귀를 다 들어야 어느 한 귀도 처짐없이 판판해진다고 했다. 무슨 일이나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힘을 합쳐야 올바르게 돼 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같은 사안이고, 지원에 이견이 없는 사업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힘을 모아야 할 시점에서 흩어질 것을 강요하는 모습에서 미래의 경기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추수를 끝낸 시골 마을에는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새끼를 꼬아 멍석 등 생활용품을 만들며 정담을 나누는 정겨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초가 되는 튼튼한 새끼의 재료는 추수를 끝내 작고 보잘 것 없는 짚으로, 두갈래 또는 세갈래로 나눠 손으로 비며 만들어낸다. 이것이 상생이고 동반성장이며 공정사회의 기틀이다. 또한 믿음이며, 믿음이 없는 사회는 발전도 없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의회는 발전 동력이며, 힘의 분산은 저체질을 양산하게 된다. 모기도 모이면 천둥소리 난다고 했다. 여·야가 같이 가야 천둥소리는 아니더라도 대표적인 발전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2011-11-15 조용완

송도웰카운티 5단지 분양참패 어떻게 볼것인가

최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추진한 '송도웰카운티5단지' 아파트 분양의 초라한 성적표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일반공급 1천56가구 모집에 1~3순위 청약자가 56명에 그쳐 청약률 0.05%에 그쳤기 때문이다. 분양 실패의 수준을 넘어 청약률 제로에 가까운 결과에 부동산 업계와 송도국제도시에서 올 하반기 분양을 준비해 왔던 다른 건설사 등이 큰 충격을 받았다. 불과 몇개월 전에 포스코건설이 분양한 '더샵 그린스퀘어'가 11월 현재 계약률 70%에 이를 정도인데 웰카운티의 분양 참패는 도대체 무엇인가? 불과 5개월만에 부동산 경기가 더 안좋아져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의미인가? 인천도개공이 아파트를 분양한다고 하면 인천시민 누구나 잘 되기를 바란다. 시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공기업이어서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도 어떻게 해서든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특히 도개공의 아파트 브랜드인 '웰카운티'가 인천 곳곳에서 선전하면 다른 민간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보다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심정도 있다. 그동안 송도·청라·논현 등지에서 청약불패의 신화를 이어가던 '웰카운티'가 이번에 처음으로 매우 쓴맛을 보게 됐다.궁금한 게 있다. 도개공은 도대체 어떤 생각과 전략을 갖고 이번 아파트 분양에 나섰을까하는 점이다.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경기가 좋지않다는 건 누구나 알고있는 일이다. 더구나 연세대복합단지, 삼성 바이오단지, 국제학교, 동아제약 유치, 롯데쇼핑몰 가시화 등의 호재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송도국제도시가 예전과는 달리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나, 중대형 미분양 물량이 2천여채나 쌓여있는 등 대형 건설사 브랜드도 고전을 하고 있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들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웰카운티'가 분양에 나섰을 때는 뭔가 특별한 게 있을 줄 알았다. 너무 기대가 컸던 것인가.이번에 '웰카운티'의 분양 실패에는 총체적인 문제가 함축돼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도개공은 시장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지 않고 분양에 나서는 등 전략을 세우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무주택자들이 청약통장을 사용해 송도 입성을 노릴 것으로 판단했다면 잘못이라는 것. 구도심의 보금자리 분양가가 700만~800만원선인데 반해 송도 웰카운티는 평균 1천200만원(발코니 확장 별도)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분양가 대비 평면·마감 수준도 다른 민영아파트보다 떨어져 부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더구나 송도에는 중대형 미분양 물량이 2천여채가 있어 굳이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웰카운티는 전용 85㎡를 초과하는 물량의 비율을 67%로 구성했다. 시장조사만 제대로 했어도 이런 구성 비율을 짤 수가 없다는 것이다.웰카운티는 사전 마케팅 활동이나 홍보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신문 광고 몇차례에 그쳤다. 그 흔한 오픈 이벤트도 없었다. 썰렁한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졌다.웰카운티의 분양 실패는 다른 건설사의 아파트 분양은 물론이고 미분양 물량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분양 시기 조절이냐, 강행이냐를 두고 논란도 일고 있다. 한 건설사의 분양 마케팅 전문가는 "부동산 침체는 전국적인 일이지만 마케팅 등을 얼마만큼 철저하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며 "송도국제도시의 경우도 준비를 잘한 곳과 그렇지 못한 경우 극명하게 차별화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도개공이 분양 실패 이후 어떤 복안을 내 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패닉상태에 빠져 후속 대책을 묻는 질문에 대책이 없다는 짤막한 답변으로 얼버무리고 있는 분양 실무자들.가뜩이나 유동성 위기를 겪는 도개공이 이번 분양 실패로 금융이자 부담을 더 갖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땅값, 설계비, 마케팅 및 홍보비 외에 향후 임의분양으로 전환했을 때 안팎으로 입게 될 유무형의 손실이 적지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분양 실패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용감한(?) 사람도 없고, 책임을 묻겠다는 사람도 없다. 아! 이것이 인천도개공의 현주소란 말인가.

2011-11-13 장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