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해방과 함께 '숨은 神' 아마테라스

얼마전 요시하라(吉原)라는 한 일본인의 회고담을 흥미롭게 읽었다.해방 전후의 인천 체험을 담은 이 회고록에는 인천신사의 제례를 주관하던 궁사(宮詞)였던 이소노(磯野)가 인천신사의 신체(神體) 은닉 과정에 대해 증언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소노의 증언에 따르면 인천신사에는 탁구공 크기의 검은 색 옥사리(玉砂利)가 신체로 보관되어 있었는데, 해방 직후인 8월17일 오후 4시에 인천신사의 궁사들과 인천부윤, 부두관리국장이 입회한 가운데 인천 앞바다의 한 지점에 그 신체를 가라앉혔다는 것이다.인천신사의 신체를 숨긴 사실에 대해서는 여러 기록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그의 증언에 크게 새로운 사실은 없다. 다만 은닉 당시에 입회자가 누구였는지를 밝혔고, '○○지점'이라고만 알려진 장소를 '인천항 앞바다 한 가운데'라고 조금 구체화했을 뿐이다. 그런데 일본인들이 '숨은 신'의 은닉처에 대해 굳게 함구하고 있는 것은, "언젠가는 다시 신전으로 맞아들일 때를 기다리는 임시조처"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처럼 해방 직후에 일본인들이 벌인 소란 중의 하나는 한국에 설치했던 신궁과 신사에 보관된 신체를 숨기는 일이었다. 천상의 최고 신이자 천황의 조상인 아마테라스 오오미가미(天照大神)를 비롯한 제신들의 신체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느라 전전긍긍했다. 실제로 8월15일 저녁 평양 신사를 비롯한 전국 중요 신사에 대한 방화와 파괴가 시작되었다. 신사 건물은 가장 일본적인 건축물이자 잔혹한 식민통치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다.조선총독부는 '일본과 조선은 한 뿌리이며 일체'라는 이른바 '내선일체'를 내세우며 조선인을 천황의 신민으로 만드는 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했다. 신사참배는 천황제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한 군국주의 표상이었다. 일본인들의 민간신앙이었던 신도(神道)를 국가종교로 둔갑시켜 일본인은 물론 조선인들에게도 강요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 총독부는 신사의 건립을 독려하여 1945년 6월까지 전조선에 신궁(神宮) 2곳, 신사(神社) 77곳, 면 단위에 건립된 소규모 신사 1천62곳이 세워졌으며, 각급 학교 등에는 '호안덴(奉安殿)'을 세우고, 각 가정에는 '가미다나(神棚)'라는 가정 신단(神壇)까지 만들어 아침마다 참배하도록 하였다.현인신인 천황이 항복 선언을 하게 되자, 최고 신 아마테라스도 '숨어야하는' 사태가 온 것이다. 초유의 사태를 맞아 조선총독부와 신궁의 궁사(宮詞)들이 8월16일 대책회의를 하고 작성한 시나리오는 전 조선의 신궁과 신사에 '강림'해 있던 신들을 하늘로 되돌아가도록 하는 이른바 '승신식(昇神式)'을 올리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신령은 승신식으로 하늘로 되돌아간다고 해도 신사에 보관하고 있던 신의 상징인 신체가 문제였다. 신체는 신령이 깃든 거울, 구슬, 칼 따위로 참배의 대상이 되는 물건이다. 총독부에서는 8월16일에서 17일까지 전국의 신사에 승신식을 거행할 것과 중요한 신궁과 신사의 신체는 항공편으로 '봉환'하고 불가능할 경우 적절히 은닉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던 것이다. 그러나 경성의 조선신궁에 보관해 오던 신체인 메이지 천황의 보검만 항공편으로 반납되었을 뿐 대부분의 지방 신사의 신체는 땅속에 파묻었으며, 드물게는 인천의 경우처럼 바다에 던져 넣었다. 애써 '모신' 신들을 하늘나라로 되돌려 보내고 신체를 땅에 파묻는 참으로 기이한 의식이었다.일제가 '황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강요한 신사참배는 처음부터 종교인들을 비롯한 민중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다. 기독교를 비롯한 여러 종교의 교역자와 신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참배거부 운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었다.신사참배에 대한 한국인들의 극도의 반감은 해방 직후 대부분의 신사에 대한 방화와 파괴로 표현되었던 것이다. 일본 군국주의자들은 신앙은 강요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들이 벌인 '승신식' 소동이 얼마나 우스꽝스런 일이었는지 알지 못했던 것이다.

2011-08-16 김창수

정치인과 약속이행

약속은 지켜질 때 그 의미가 존재한다. 지켜지질 않을땐 '헛약속', 즉 식언(食言)이요, 공약(空約)이 된다. 좀 심하게 말하면 사기다. 철강 왕 앤드류 카네기는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것이라도 한번 약속한 일은 상대방이 감탄할 정도로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탈무드에서도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 약속을 실천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했다. 약속이행만큼 세상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이 없다는 얘기다.우린 수많은 약속을 하면서 또는 받으면서 살아간다. 약속이 잘 지켜지는 사회를 두고 '신뢰사회'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린 신뢰사회에서 살고 있는가. 이런 물음에 선뜻 답하기란 쉽지 않다. 너무나 많은 속임을 당하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켜지는 약속만큼이나 크고작은 약속들이 헌신짝 버리듯 이행되지 않는 것이 너무나 많은 것이 요즘 세태다. 정치인들은 더욱 공약(空約)을 남발한다. 정치인이라면 국민들에게 한 약속은 꼭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약속을 통해 선택을 받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요즘 불행하게도 약속은 지키지 않으면서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정치인들이 더욱 인기가 있는건 왜 그럴까. 참 아리송한 세상이다.그럼 역대 대통령들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떻게 이행했을까. 일반 정치인들처럼 공약(公約)을 남발하고 공약(空約)하긴 매 한가지다. 인천을 좀 한정해서 살펴보면 역대 대통령이 쏟아낸 약속들이 제대로 지켜진 것이 손꼽을 정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천경제자유구역에 한해 모든 예산의 1순위로 지원하고, 임기중에 인천을 동북아에서 가장 번영한 중심도시로 건설하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훗날 참여정부의 치적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성과를 내세우겠다고까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 약속은 결국 '정치적 수사'에 그친채 임기를 마쳤다.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초 인천을 방문해서 많은 약속을 했다. 우선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활성화를 위해 TF팀을 구성해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도권 규제 완화를 들고 나온 것은 그의 핵심 공약이 됐다. 아직 임기를 마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결국 공약(空約)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실 수도권 규제는 진작부터 재고해야 할 문제였다. 수도권 발전이 곧 비수도권의 투자를 빼앗아간다는 폐쇄국가의 허무맹랑한 논리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이미 수도권 집중문제로 고민하던 영국·프랑스·일본 등 선진국의 예를 봐도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되고 있지 않은가. 이들 나라들이 일찌감치 수도권 규제를 폐지 또는 완화를 통해 세계 경제의 선두주자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판에 고작 10만㎢도 못되는 땅에 4천800만 인구가 밀집해 사는 나라에서 무슨 수도권이니, 지방이니 편을 가른단 말인가. 이 대통령이 퇴임후 진정 '경제대통령'으로 평가받길 원한다면 이 공약부터 지키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최근 인천지역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인천항과 인천공항 등 수도권에 위치한 항만과 공항 자유무역지역에서도 일반제조 공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개정이 추진된다는 소식이다. 마음 놓고 무역을 할 수 있도록 해서 국제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지정한 인천의 자유무역지역 449만8천㎡에서조차도 단순포장이나 운송 보관만이 허용되고 있다니 말이 되는가. 현장에서 제조, 조립해서 곧바로 공항과 항만을 통해 상품을 수출해야만 수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마당에 이마저도 봉쇄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수도권 규제로 인한 허울뿐인 자유무역지역이 된 셈이다.현실이 이렇거늘 언제까지 수도권 규제만 고집하는 구시대적 사고자들에게 놀아날 것인가. 국가간에 FTA가 속속 체결되는 요즘은 누가 뭐라 해도 세계경제권은 한마당이 됐다. 세계경제의 흐름을 직시하지 못한다면 국제 경쟁력에서 늘 뒤처지게 마련이다. 위정자라면 때론 비판받더라도 고집스럽게 해야 할 일이 있다. 국민과의 약속 이행도 그 중 하나다. 새삼 사목지신(徙木之信·위정자는 백성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이란 고사성어가 떠오른 시점이다.

2011-08-09 김은환

자원봉사

재해복구 자원봉사활동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업·사회단체·봉사단체에서 조직적으로, 또는 개인이 각종 정보망을 통해 참여할 곳을 정해 구슬땀을 흘린다. 노력 봉사는 기본이며 기능적 봉사가 눈에 띄게 활발해지는 등 다양화하고 있다. 국민들의 높아진 시민의식이 보인다. 반면 재해에 대비하는 수준은 아직도 후진국형이다. 폭우시 가장 우려되는 산사태는 세계적인 추세로 홍콩·대만·일본 등 인근 나라의 예만 보아도 대비 정도를 알 수 있다.방재에 만전을 기한다 해도 피해지역을 다 막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토부·기상청·자치단체 등의 통합시스템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우리의 경우 인재의 범위가 넓은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기후변화로 위험적인 요소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대비는 땜방식 복구다. 과학적 체계적인 복구시스템을 말하고 있지만, 단기간 퍼붓는 비의 양이 매년 기록을 경신하며 산기슭 마을과 저지대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복구 시스템이 그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사업도 예산도 선택과 집중의 실패다. 그 빈자리를 자원봉사자가 메우며 버티고 있다.우리의 자원봉사가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예는 2007년 12월 7일 태안 해상에서 터진 미증유(未曾有)의 기름유출사건이다.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의 이름을 따 '삼성-허베이스피릿호 원유 유출 사고'로도 불리며, 유출된 원유도 엄청나 1만2천547㎘에 이른다. 1997년 이후 10년 동안 발생한 3천915건의 사고로 유출된 원유(1만234㎘)를 앞지른다는 통계이고 보면 그 양을 짐작하게 된다. 범위도 상상을 초월해 인근 해안지역을 넘어 진도·해남에 이어 제주 추자도 해안까지 퍼져 양식업과 해수욕장·어장·양식시설 등 바다와 관련된 모든 산업이 망가졌다.태안 등 6개 시·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후 1차 해상방제는 2008년 1월8일, 도시지역 해안방제는 같은해 10월10일 마무리 됐다는 보고가 있다. 이 또한 인재로 10년 또는 30년이 될지 기약하기 힘든 방제를 초 단기간내에 일단 끝내고 폐허가 된 해상산업이 활기를 되찾게 한 일등 공신은 자원봉사였다. 사고 발생 한달 만에 매서운 바닷바람에도 서해안으로 향한 자원봉사자의 수가 50만명을 넘었다. 연 참여인력은 213만2천322명이고, 이중 순수 자원봉사자가 122만6천730명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다. 기름덩이를 제거하는 현장에 참여치 못한 많은 국민들은 성금으로 대신했다. 태안기름유출사건은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진화한 자원봉사활동의 동력이 된 이례적인 반전 드라마를 연출한 사례다.자원봉사자가 고통받는 이웃에게 힘이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들은 헌신적이며 마음이 따뜻하다. 훼손된 국토를 살리고, 생업을 잃은 지역민에게 삶의 터전을 만들어 줘야 하는 정부와 사건 책임자에게서는 볼 수 없는 것이 이들에게는 있다. 매년 되풀이 되는 수해 등 재난사고로 지칠만도 하지만, 재난현장에는 늘 이들이 있으며, 새로운 얼굴들도 매년 등장한다. 자원봉사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이다. 기쁨은 나누면 두배가 되고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다. 고통이 기쁨으로 바뀌면 재기의 힘은 몇배가 된다. 힘을 실어 주는데 일조하는 것도 자원봉사다.IT 강국인 우리의 자원봉사활동은 업그레이드중이다. 소셜네트워크(SNS)가 그 중심에 있다. 평소 관심있던 민간단체(NGO)에 등록해 놓고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적극적인 참여자가 늘고 있다. 개인의 봉사활동 접근성을 쉽게 해주기도 하지만 위험지역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 전파하기도 한다. 정보의 폭이 넓어지면서 걱정스러운 것은 대비에 항상 늦는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봉사에 대한 회의다. 자원봉사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은 재해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희생 뒤에는 희망이 보여야 한다. 재해로 인한 피해가 줄어들지 않으면 이웃에 희망과 힘을 주는 자원봉사의 열정도 식을 수도 있음이다. 정부에 달려 있다.

2011-08-02 조용완

사정(司正) 당위성은 큰데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사건이 터진 지 6개월이 지났으나 마무리는커녕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되었으니 말이다. '카더라'식 루머가 항간에 떠도는 와중에 국정조사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청와대는 물론 과거권력과 미래권력 핵심실세들의 명단까지 들먹이는 탓이다.피해규모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데다 범죄연루자들이 금융감독원, 국세청, 감사원, 법조계, 청와대, 언론인, 국회의원 등 전방위적이어서 충격이 더했다. 감독기관이 눈감아주고 정치권이 뒤를 봐주었으니 은행예금을 통째로 가로채는 것쯤은 '땅 짚고 헤엄치기'격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부산 자갈치 아줌마들만 날벼락을 맞았다.한국에는 3대 불가사의한 조직이 있다. 작금 여론의 표적대상으로 부상한 해병대 예비역모임인 해병대전우회와 호남향우회, 그리고 고려대교우회 등이다. 이 조직들의 연(緣)줄이 유난히 굵은(?) 탓인데 주목할 것은 대한민국이 '연의 사회'란 사실이다. 탯줄이 혈연사회를 지탱해주는 근간이듯이 고향, 출신학교, 특수집단 등은 사회적 연결고리이자 입신출세의 든든한 밧줄이며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아무리 생면부지의 인사라도 서너 사람만 거치면 그 사람의 족보까지 캘 수 있는 곳이 한국이다. 부패커넥션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이다. 부산저축은행 대주주 및 경영진은 지연, 학연 등을 이용해서 서민예금자들을 등친 것으로 확인되었다.부패는 정보의 독점과 왜곡, 은폐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불식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용인할 수도 없다. 뇌물을 매개로 한 부패와 시장경제 및 자원배분은 역(逆)의 상관관계에 있어 독과점과 부(富)의 편재, 고비용, 기업가정신 약화, 외국자본 유입저해 등 국가경쟁력을 훼손할 뿐 아니라 국제무역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부정부패는 전 세계 기업활동비를 10%가량 증가시키며 개발도상국 조달계약 규모의 25%에 상당하는 비용을 추가로 발생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입증한다.부패인식지수가 세계 최고인 핀란드에서는 공적(公的) 정보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을 대대적으로 허용해서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한 비리소지를 원천 차단했으며 싱가포르가 부패에 대한 무관용(zero tolerance)정책을 일관해서 세계유수의 '청정국' 브랜드를 확보한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최근 들어 영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강도 높은 뇌물규제법(Bribery Act)을 실시중이며 중국도 부패 방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부패척결 없이는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한 탓이다.작금 정부는 공정사회 운운하며 부패와의 전쟁을 준비하는 인상이다. 이 정부는 권력형 비리, 공직자비리, 친인척비리, 토착비리 등을 척결하겠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언했으나 가시적 성과는커녕 국민들의 상실감만 증폭되는 때문이다. 내년 선거의 향배마저 가늠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여당 내에서조차 반(反)부패 목소리들이 점차 커지는 실정이다.정부가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시위를 계기로 사학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한 터에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대기업들의 변칙 MRO(소모성물품 구매대행) 자급행위의 근절을 공언했다. 또한 지도층을 중심으로 한 병역비리를 점검하고 탈세자에 대한 조사를 거론했다. 부유층의 재산 해외도피 조사와 근로자 임금체불 및 불공정한 임금문제까지 바로잡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민정수석비서관 등 핵심 사정라인에 대한 교체작업을 완료한 상황이다.미국,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계기로 국제적인 투명성 제고압력은 설상가상이다. 그러나 집권 하반기의 사정(司正)작업이 성공을 거둔 전례(前例)가 없어 기대는 금물이다. 기업친화형 정부의 태생적 한계도 기대치를 낮추는 요인이다. 조기 레임덕 또한 걸림돌이어서 자칫 '무늬만 사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너서클 내의 유력한 범죄혐의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구태의연한 '유전무죄'식 사정으로 마무리될 수도 있어 보인다. 어떤 식으로 사정할지 지켜볼 일이다.

2011-07-26 이한구

창업계보(系譜), 지역경제 일으키는 힘이다

창업은 지역경제의 꽃이다. 특히 양질(良質)의 창업이 많을수록 지역경제가 얻는 효과는 더욱 커진다. 기술 역량이 높은 우량 벤처기업의 창업은 고용효과 뿐만 아니라, 지역산업구조를 개편하여 혁신지역으로 변모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본래 벤처기업은 기술로 승부하는 만큼 고용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최근 중소기업청의 발표에 의하면, 벤처기업의 5년 평균 고용증가율은 12.65%로 대기업(2.26%)과 일반중소기업(4.99%)의 평균고용증가율보다 최소 2.5배에서 최대 5배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우량 벤처창업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우는 중요한 통계로 생각된다.한국경제는 모든 행정단위별로 창업 활성화에 주력했지만, 아직 정확한 해답을 얻지는 못했다. 감춰진 해법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창업 활성화의 숨겨진 비결은 '창업계보(系譜)'이다. 창업계보란 지역기업에 고용되었던 사람들에 의해 그 지역에서 창업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창업계보를 통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국의 실리콘밸리다.1938년 휴렛패커드(HP) 창업에서 시작된 실리콘밸리가 정작 세인의 관심을 끈 것은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1957년 '페어차일드 반도체' 설립에서 부터다. 이 기업은 '쇼클리 반도체'에서 근무하던 8인이 창업한 회사였는데, 이 '페어차일드 반도체'는 실리콘밸리가 반도체 창업의 계보를 이루는 모태가 된다. 페어차일드 설립 6년 후 고든 무어(Moore)와 로버트 노이스(Noyce)에 의해 '인텔(Intel)' 기업이 탄생하는 등, 페어차일드는 36개의 창업기업을 낳은 것으로 알려진다. 심지어 대표적 벤처캐피털 기업인 '클라이너 & 퍼킨스'도 그 계보에 속한다. 실리콘밸리에서 '클라이너 & 퍼킨스'가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하면 벤처캐피털 업종의 모태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성공적인 창업계보 구축 과정이 주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첫째, 연고(緣故)가 살아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창업계보를 이루려면 연고주의를 건전하게 잘 살리는 것에 해답이 있다. 연고주의를 무조건 전근대적 방식으로 취급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지역경제를 살리는 합리적 해법으로 보아야 한다. 창업 초기에는 인력, 자본 및 판로 측면에서 많은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창업자가 익숙한 곳 그리고 인맥이 살아있는 지역에서 기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무래도 유리하다. 특히 연고의 불합리성을 극복하려면, 학연과 지연을 넘어서는 직장연(職場緣)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나타나듯이, 근무지에서 형성된 연고가 주도적으로 창업계보를 형성했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이렇게 직장연으로 창업계보가 만들어지는 것은 전통적 연고주의와는 구별되는 합리적 연고주의를 한국경제에 주입하는 의미도 갖는다.둘째, 창업계보는 철저히 기술 분화를 따라 이뤄져야 한다. 실리콘밸리 사례에서 볼 때 완전히 동일한 기업을 증식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기술적 분화를 따라 부화된, 즉 연관성은 있지만 새로운 기술 돌파구를 열어주는 창업이 살아나야 한다. 예를 들어 '페어차일드 반도체'는 기술적으로 통합 서킷(integrated circuit)이라는 틈새를 공략했는데, 이는 모태기업인 '쇼클리 반도체'가 트랜지스터 분야에 주력한 것과 차별화된다. 또한 페어차일드의 아들(子)격인 '인텔'은 차세대 기술 분화를 포착하고서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했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볼 때, 창업계보는 동종 업체들 사이의 단순 경쟁을 늘이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분화를 따라 새로운 성장 경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야만 하는 것이다.대학에서 젊은 청년들에게 창업가의 꿈을 권면하지만, 기업가의 삶이 얼마나 힘든가를 생각하면 큰 소리로 강조하기도 어렵다. 그들이 외로운 빈 들판에서 시작하기보다는 연고지역에서 성숙한 사업 모델을 도출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귀중한 창업 지원조건은 없을 것이다.

2011-07-19 손동원

백령도 잔점박이 물범 이야기

백령도 잔점박이 물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백령도 물범은 1982년 천연 기념물(331호)로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물범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2005년 멸종위기야생동물로 지정된 것이 한 계기였는데, 이후 물범의 생태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고 다큐 영화로 제작되거나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물범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의 마스코트로 선정되어 더욱 집중적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백령도 잔점박이 물범은 여러모로 특이한 해양생물이다. 고래를 제외하면 서해안 유일의 해양 포유류로서, 유전자 검사 결과 이들은 북태평양 점박이 물범과 동일한 개체이지만 고유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오랜 세월동안 황해의 해역 생태계에 적응하여 진화한 집단으로 파악되고 있어 그 정착과정도 흥미로운 연구과제이다.잔점박이 물범은 둥근 얼굴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코를 벌름거리는 모습은 천진난만한 아이를 연상케 한다. 바닷물에서 자맥질할 때면 날렵하지만 바위섬에 올라 통통한 몸통을 땅에 대고 기어다니는 모습도 친근감을 불러일으킨다. 물범의 '몸매'는 육상에서 진화하여 바다로 되돌아간 해양 포유류들이 바다에 적응한 결과이다.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체온을 유지하고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 유선형의 둥근 몸으로 바뀌었으며, 오래 잠수하기 위해서 귀와 콧구멍은 여닫을 수 있는 구조로 진화하였다 한다.백령도 물범의 이동 경로는 한국과 중국 북한 해역에 걸쳐 있다.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물범들은 3월부터 12월까지 백령도 근해에서 보낸 다음 북한 해안을 따라 북상하여 중국 발해만까지 이동하여 얼음바다 위에서 새끼를 낳고 겨울을 보낸 다음 이듬해 3월경 다시 북한 해역을 따라 남하하여 한해를 보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물범을 '백령도 물범'이라 부르는 것은 한해의 대부분을 백령도 일대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물범류들은 북위 45도 이북의 북극권에서만 서식한다. 물범이 북극권에 서식하는 이유는 얼음 위에서 새끼를 낳는 해양포유류이기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백령도 물범은 38도 이남에서 서식하고 있다.그런데 한때 8천마리를 헤아리던 이 점박이 물범의 개체수는 현재 1천마리 이하로 급감하여 백령도에서 확인되는 개체수는 200~300 마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산업화에 따른 서식환경의 파괴가 주된 요인이다. 중국 측의 불법 포획과 백령도 물범바위 근해의 어로활동도 개체수 감소의 원인이다. 중국도 이 물범을 국가중점보호동물로 지정하고 우리도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하였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집단 서식지가 어민들의 주된 조업 구역이기 때문이다. 물범의 서식지 보호는 어민들의 어로활동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큰 과제이다. 생태관광으로 어민들 어획 손실을 보상하는 방안이 하나의 대안일 수 있겠다. 그래서 물범의 효과적인 보호를 위해서는 인천시와 해양수산부, 문화재청이 머리를 맞대어야 하며, 중국과 북한과도 보조를 같이해야만 이룰 수 있다.잔점박이 물범이 지금 우리에게 긴급 조난신호를 보내고 있다. 불법 포획과 서식지 환경 악화로 멸종의 위기에 몰린 물범들은 그냥 두고 마스코트만 보고 즐거워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시안 게임 개최 이전에 물범 보호를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기회에 아시아의 해양 포유류 보존을 위한 여러나라의 지혜와 경험을 모으는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면 인천아시안게임이 한결 품격 높은 행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백령도 잔점박이 물범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비단 환경보호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이래 '동아시아의 화약고'로 다시 긴장의 파고가 높아진 서해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2011-07-12 김창수

송영길 인천시장과 1년

시간은 '금'이라고 했던가. 1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새로운 변화와 희망을 얘기하며 힘차게 출발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차에 접어들었다. 시간의 수레바퀴는 참 빠르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시간은 금이라고 했나 보다.그렇다면 임기 4년중 1년을 넘긴 송 시장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가. 젊음과 변화의 상징이라는 그가 제대로 시정을 장악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단 말인가. 점수로 따지자면 몇점이나 받고 있을까.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아 각 언론 매체들이 내린 평가를 종합해 보면 그리 높은 점수가 매겨지질 않는다. 칭찬보다는 질책이 많아 보인다. 어떤 경우는 혹평에 가깝다. 공동정부 구성에 참여할 만큼 후원자적 위치에 있던 시민단체들조차도 좋은 평을 내놓질 않는 것을 보면 언론의 평가가 그렇게 무리한 것만은 아닌 듯싶다.송 시장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억울하겠다. 본인이 1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중요한 진전을 이룬 소중한 한 해라고 생각하는데, 왜 이리 혹평만 내린단 말인가. 빚더미인 인천시정을 살리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왔고, 송도에 삼성바이오까지 유치하는 등 할만큼 했는데 평점이하라니 '말이 됩니까'하고, 내심 서운할 법도 하다. 그러나 시장에 대한 평가는 그를 뽑아준 시민들 몫이니, 자신이나 측근이 나서서 대놓고 평을 내릴 수도 없지 않은가. 차라리 그 평을 겸허하게 듣고 옷소매를 다시 여밀 수밖에….그럼 송 시장이 왜 이런 평가를 받고 있단 말인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 같은데 말이다. 정답은 앞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행정에 있다. 구호나 말만 무성했지, 뭐하나 시원하게 매듭 된 게 없는 1년이었다는 것이 평가절하의 핵심이다. 거창한 구호로 출발한 '경제수도 인천건설'도 그렇고, 인천의 빚이 7조원이니, 8조원이니, 1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등 '빚타령'만 했지, 정작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행착오도 한 몫 했다. 2014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설을 두고 짓네 마네 하고 허송세월 하더니, 도화지구나 루원시티 등 인천의 대표적인 재개발 사업도 혼선을 거듭했다. 이를 두고선 '우유부단(優柔不斷) 행정'이라는 표현까지 쓴다. 일각에선 안상수 전 시장의 개발위주의 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땐 좀 안타깝기까지 하다. 가장 점수를 많이 깎아 먹은 것은 역시 측근 앉히기 인사다. '친분 인사' 수십명을 곳곳에 앉힌 것을 두고 MB의 '고소영 내각'이나 송 시장의 '연나라(연세대·전라도) 인사'나 뭐가 다르냐는 따가운 시선이다. 한 시민단체가 지난 4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송 시장이 지난 1년동안 한 인사중 정당·학연·지연 등을 통한 낙하산 인사가 무려 73명에 달한다고 한다. 본인도 이렇게 많았나 하고 깜짝 놀랐을 법하다. 역대에 이런 법은 없었다. 최소한의 측근은 몰라도 인천시의 각 산하기관 곳곳에 배치한 것으로 드러났으니, 어떤 쓴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문제는 시민사회와 송 시장 측근과의 인식 차이가 너무 크다는데 있다. 측근 챙기기 인사라는 지적에 대해 실력있는 사람을 배치한 것이라고 항변한다. 참 어이가 없는 인식 차이다. 언론이나 시민단체가 지적한 것들이 송 시장을 깎아내리기 위한 비판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정치인이 큰 일을 하려거든 늘 열린 귀를 가져야 하고, 한순간의 치욕도 참아내는 인내가 필요하다. 지금 나오는 비판들이 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얼토당토 않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이 시점에서 송 시장이 보여 줘야 할 것은 '결단의 모습'이다. 측근들과의 선긋기 결단, 비판자들과의 소통의 결단, 현안을 참모들에게만 미루지 말고 직접 챙기는 결단 등등. 확실한 '결단의 모습'이 요구되는 취임 2년차다.우린 늘 초심을 얘기한다. 초심불망(初心不忘), 물망초발심(勿忘初發心)이라고 했던가. 말 그대로 처음 마음먹은 것을 잊지 말고, 그 마음가짐을 유지하자는 뜻이다. 송 시장이 지금 가슴에 담아야 할 가장 절실한 말일지 모른다. 매일 매일 초심을 잊지 않는 일이야말로 송 시장이 구상하는 '큰 그림', '큰 정치'의 시작이 아닐까.

2011-07-05 김은환

행정대집행

[경인일보=]명산에는 등산객이 몰리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먹거리촌이 형성된다. 많은 곳이 무허가 불법영업으로, 매년 고발과 벌칙금, 전과자의 악순환을 거치면서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곳이 생활전선이며, 적게는 수년 많게는 수십년 장사를 해 온 터전이기 때문이다. 떠나서는 그만큼의 생활을 영위하기도, 자신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지 모른다. 자연보전구역이나 상수도보호구역 등 영업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곳에서의 영업이 이뤄진 이유지만, 당시 행정당국이 이들의 행위를 인정적인 면에서 눈감아 준 것도 한몫 했을 터다. 기간이 길어지면서 수가 늘게 됐고 개중(個中)에는 돈벌이가 커져 내놓기 섭섭하고 못마땅해 단속 등 행정기관의 법적행위에 항의하며, 불법영업을 이어가는 기업형 식당도 있을 수 있다. 시작은 몇 안 되는, 구멍가게 규모여서 인정에 끌린 면이 있었다면 끝은 한바탕 실력행사로 아수라장이 되곤 한다.광교산 무허가 보리밥집이 철퇴를 맞았다. 인정법에 끌리고 마찰을 우려해 경고만이 연례행사였던 전례에서 탈피, 이번에는 포클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해 대대적인 원상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상수원보호와 환경개선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명제를 앞세워 수원시가 철거를 예고했고, 광교상우회에서 받아들여 자진철거키로 하면서 여타 지역에서 봐 왔던 충돌은 다행히 발생하지 않았다.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아픔은 이들의 호소에서 느낄 수 있다. 토박이들은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으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업주들이 자진해 철거에 나선 만큼 시에서 상인들과 공존할 수 있는 좋은 해결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당부의 말로 아쉬움을 달랜다.광교산은 주말이면 수원뿐 아니라 인근 수지와 의왕 등 수도권 일대의 등산객이 인산인해를 이뤄 전진하는 것조차 여의치 않을 정도로 명산이다. 자연스럽게 등산객의 허기를 채울, 땀을 씻고 잠시 쉬어 갈 공간인 먹거리촌, 보리밥집이 생겼고 유명세를 타면서 모임을 하고 맛집을 찾는 시민들이 몰리는 명소가 됐다. 시 살림에도 보탬이 돼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특수성이 아니라면 양성화해 상권을 살리는 방향으로 조치가 이뤄졌어야 하는 곳이 광교산 밥집이다. 따라서 반대급부가 분명히 있다. 광교산과 보리밥집은 동의어처럼 연관지어져 있다. 기우일 수도 있겠으나, 즐겨 찾던 맛집이 사라졌다는 것은, 주말이면 등산객을 싣고 오던 관광차는 물론이요 수원시민들의 발길도 뜸해질 수 있다는, 그래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가정이 가능하다.수대에 걸쳐 지켜온 주민들이 1971년 6월 개발제한구역 및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부터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왔다. 무허가 영업은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데 대한 보상이라는 인식이 크게 자리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상수원구역에서의 무허가 음식점 영업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 맞다. 광교산 보리밥집은 무허가 불법이 허용됐다는 데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며, 용인이 돼 왔다는 점에서 철거와 함께 이들의 생계를 위한 대책도 나왔어야 하지 않았을까. 더욱이 다툼이 10여년을 끌어왔고, 상인들과 광교산을 찾는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찾기 위해 TF팀까지 가동하고 있으면서도 철거 전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느낌이 강하다.시의 행정대집행이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다. 또한 관선이든 민선이든 몇 대를 걸쳐 법과 원칙이 작동하지 못한 기간만큼 그곳에서 삶을 영위해 온 주민들의 생활은 고착화돼 있다고 봐야 한다. 새로운 세계를 적응하기 위해서는 기간이 필요하며, 지금부터라도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당사자인 상인과 지역 주민, 산과 보리밥을 연상짓고 늘 그곳을 찾던 시민 등…, 행정당국만이 아닌 고른 의견을 청취하는 것도 환경개선과 지역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앞으로는 첫 단추를 어긋나게 끼우지 않도록 매뉴얼을 만드는 일에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잘못이 되풀이되면 행정당국도 시민도 모두가 고단해진다.

2011-06-28 조용완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재발걱정 없나

[경인일보=]저축은행 부실이 남긴 상처는 매우 깊어 보인다. 사정(司正)의 최후 보루인 감사원의 고위 인사와 금융감독원 수장까지 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탓이다. 경찰이 절도행위를 거드는 모양이었으니 힘없고 빽(?)없는 서민예금자들만 날벼락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부실은행 오너들의 파렴치 범죄로 인한 손실보전에 거금(巨金)이 소진됐는데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자금이 투입될지 가늠되지 않는다. 캐면 캘수록 고구마줄기처럼 부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니 말이다.앞으로가 더 문제다. 또 한 차례의 구조조정 쓰나미가 임박한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의 결산마감일이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왔으니 말이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계속된 데다 올해는 부실문제까지 불거져 저축은행들의 올해 경영실적은 예년보다 나쁠 전망이다. "하반기에 저축은행에 대한 추가 영업정지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그렇다"는 답변이 시사하는 바 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대출 비중이 높고 재무구조가 열악한 자산 1조원 이상의 대형 3곳과 5천억원 이상의 중형 1곳이 살생부에 오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미 2차 수술준비를 끝내고 작전개시 명령만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대책 발표 시기도 머지않은 듯하다. 저축은행의 영업실적이 공표되는 8월 이전에 작전을 개시할 가능성이 크다.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에 대한 우려로 저축은행들은 벌써부터 크게 긴장하고 있다. 전국의 수많은 소액예금자들도 불안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주목되는 것은 그간의 준비상황이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로 구성된 저축은행 구조조정태스크포스(TF)는 저축은행에 한해 다음달 1일부터 실시예정이었던 국제회계기준(IFRS)의 적용시한을 5년간 연장했다. IFRS를 당장 적용할 경우 대손충당금이 일시에 불어나 부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89개 저축은행의 468개 부동산 PF에 대한 전수조사를 완료, 부실채권을 선별해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인수중이며 부실 PF대출 처리기간도 종전의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해 주었다. 지난해 7월 캠코에 부실채권을 넘긴 61개 은행 중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 미만인 17곳에 대해서는 6개월 유예도 허용했다. 부적격 대주주들에 대한 심사작업도 이달 중에 완료할 계획이다.후순위 채권 피해자 구제방안을 강구하고 대부업체가 보유한 고객 신용정보를 저축은행이 공유케 해서 경영개선을 유도할 방침이다. 그동안 제도권 금융기관들은 대부업체의 고객신용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 대출부실이 빈발했던 것이다. 여신전문 출장소 설립 요건을 대폭 간소화하는 한편 뱅크런에 대비해 저축은행들에 최대한의 실탄(현금) 확보를 강요했다. 덕분에 일반예탁금은 지난 1월의 2조3천100억원에서 5월 말에는 3조1천500억원으로 증가했다. 저축은행 수신고가 작년 말 77조원에서 73조원으로 축소되는 등 안전한 곳으로의 자금이동도 고무적이다. 김석동 위원장은 연착륙에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관건은 구조조정재원의 확보다. 지난 3월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해서 15조원의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을 마련, 이 중 4조8천억원은 8개 부실저축은행의 예금가지급 등에 소진했다. 매각작업에 추가로 2~3조원이 더 지출될 예정이어서 하반기 구조조정에 투입할 재원은 6~8조원 가량이다. 감독당국은 이 자금만으로 최대 8~9곳까지 구조조정할 수 있다며 공적자금 조성설을 일축했다.그러나 이 정도만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려 3조원 이상의 아이들 머니(idle money)가 저축은행 경영을 압박하는 터에 '눈가림 감사' 제재를 의식한 회계사들의 엄격한 회계감사까지 예고돼 부실규모는 정부 예상보다 더 커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2차 충격의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 했다. 서민예금자들이 또다시 낭패하지 않도록 보다 신중한 사전준비를 당부한다.

2011-06-21 이한구

중소기업 육성의 진정한 의미

[경인일보=]21세기 들면서 독일경제의 성장세가 만만치 않다. 지난 90년대만 해도 독일 장인제도의 종언이라는 표현이 설득력을 가졌던 적이 있다. 특히 독일의 전통적인 강점이었던 전자 및 광학 분야에서조차 일본에 밀려나면서 독일경제시스템에 대한 의문이 강화되었던 것이다. 그랬던 독일경제는 다시 부활해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중소 부품·소재 업체들의 성장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최근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높은 중소기업군(群)을 지칭하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을 비롯해서 다양한 글로벌 강소(强小)기업 리스트에 많은 독일기업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이러한 독일의 성장세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중소기업 정책이다. 독일은 산업육성 측면에서는 여러 유럽 국가들과 연합하여 움직이지만, 중소기업 정책에서만은 독립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독일이 선택한 중소기업 정책의 핵심은 공정경쟁의 조성이다. 여기서 공정경쟁이란 기업간 정당하고 치열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여 진정으로 실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성공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구체적으로 첫째, 효율적인 경쟁자들이 활발히 경쟁하는 여건조성. 둘째, 혁신을 추진하는 중소기업을 우대하는 환경조성으로 요약된다.한국경제에서 중소기업 정책이라고 하면 시장에서 실패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을 돕는 후생적 의미가 강한 편이다. 그래서 한계에 도달한 중소기업에 세제혜택을 주거나 자금을 대출해주는 것 등이 전형적인 수단이었다. 그런데 독일이 보여주었듯이 성공하는 중소기업 정책은 한계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아니다. 독일은 공정경쟁 정책을 통해, 역량 있는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또 한계기업들은 퇴출시키면서 경쟁력을 회복했다. 독일의 최근 성공은 공정한 경쟁이야말로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최선책임을 다시 일깨워준 것이다.특히 첨단·고부가가치화를 소망하는 인천경제에 독일의 중소기업 정책은 소중한 교훈을 준다. 첫째, 중소기업 정책은 경쟁력을 키워주는 것이라는 교훈이다. 특히 산업근대화의 기조였던 제조집적지를 탈피하고 고부가가치화로 전환하려는 인천경제에는 의미가 큰 교훈이다. 인천경제에 필요한 첨단지식 중소기업군을 키우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혁신역량을 갖춘 중소기업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실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키우는 정책 인센티브가 제대로 작동할 때, 인천경제는 글로벌 실력자들로 가득할 수 있을 것이다.둘째, 정책성과를 쉽게 평가하려는 욕구를 버려야 한다. 정책입안자의 입장에서는 정책성과를 쉽게 계량화하는 방책을 선호한다. 그래서 정책입안 시점에서부터 수혜 대상을 확정하고자 한다. 정책대상을 확정하는 좋은 정책이 바로 기업인증제도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벤처인증제도인데, '벤처기업'이라는 브랜드를 인증해 주고 그 기업들에 세제혜택 등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인증제도의 편리함은 벤처기업 인증 수(數)라는 계량적 지표에 의해 정책을 평가받는다는 점에 있다. 이 때문인지 기업인증은 점차 이노비즈(INNOBIZ·기술 혁신형 중소기업) 또한 사회적 기업과 같은 다양한 범위로 확대되기도 했다. 심지어는 중앙정부의 인증을 넘어서 지역별 인증제도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중앙정부의 기준에 미달되는 기업들을 지역에서 문턱을 더 낮추어서 인증을 주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 왜냐면 도덕적 해이가 더욱 심해져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설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인천경제의 자부심은 중소기업을 통한 산업화에 대한 공헌이었다. 그런데 인천의 새로운 소망은 산업화 시대의 단순 제조집적지에서 벗어나 첨단·고부가가치화에 성공한 중소기업들의 메카로서 도약하는 것이다. 이 소망을 이루는 비결은 실력 있는 기업을 키워주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을 질책하는 공정경쟁 조성뿐이라는 지혜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1-06-14 손동원

창조적 시민과 미래도시

[경인일보=]이상 도시에 대한 로망 혹은 도시에 대한 유토피아적 상상은 언제나 소중하다. 최근 도시문제와 폐단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지난 세기에 추구해 온 도시 패러다임에 대한 반성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전면적이고 입체적 비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장기계획이 부재한 계획은 결국 전략없는 전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나 국가가 장기 전략이 없거나 단지 메타포로만 제시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비현실적인 이상주의도 문제지만 유토피아적 비전에 입각하지 않는 단기 계획들이란 말 그대로 대중추수주의나 유행의 모방에 급급해 지속성을 갖기 어렵거나 공공재원의 낭비로 귀착될 가능이 높기 때문이다. 사회의 변화속도가 수십 년의 미래를 예측하는 장기적 구상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일 수 있다. 당파적 관점 때문에 의미있는 지난 정부나 타 정당의 정책이나 실험을 평가절하하는 경우가 많다. 참여정부가 공들여 만든 '비전 2030'이 현 정부에서 참고하거나 인용하지 않는 것이 그 사례다.이상 도시의 꿈을 비현실적이라 할 수 있을까? 자동차 회사들은 모터 쇼에 출품되는 콘셉트 카(concept car)를 통해 회사가 지향하는 스타일과 기술적 목표가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모터쇼에 제시되는 콘셉트 카는 당장 생산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미래형 모델이어서 상당수가 폐기되기도 하지만, 이상적 디자인과 기능을 매개로 자동차 회사는 소비자와 소통하며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미국 애리조나주 사막 한가운데 건설된 친환경 생태도시 '아르코 산티'는 사막위의 낙원으로 불리는 현존하는 유토피아 도시의 하나다. 생태건축학자인 파울로 솔레리가 설계한 아르코 산티 사람들은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하고 유기농법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며, 차없이 걸어다니는 환경친화적 유토피아다. 이 미국판 무릉도원의 콘셉트를 일반적인 현대도시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태적 가치의 극한을 실험해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아르코 산티는 현존하는 유토피아 도시라는 찬양을 받아 마땅한 것이다.한국의 여러 도시가 모델로 삼고 있는 도시의 미래는 문화도시다. 한국의 경우 문화도시를 '문화 예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도시'로 생각하고 있으나, 이 개념이 제기된 유럽에서 문화도시는 도시의 공공적 인프라가 얼마나 인간을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으며 또 독창적인가 하는 기준으로 선정된다. 즉 유럽에서 문화도시는 특정한 이벤트가 아닌 도시 정책과 행위 속에 얼마나 많은 인간주의가 담겨져 있는가가 평가의 기준이 되고 시민의 일상의 삶과 도시의 공간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는가를 말해주는 척도였던 것이다. 문화도시의 핵심 가치가 인간주의의 구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의 인프라 중심으로 사고한 것은 유럽과 한국이 처한 환경적 차이에 기인한 것이다.최근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으로 부상한 창조도시론의 전략은 도시가 가진 고유 자원과 가치를 재발견하고 생산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패러다임의 특징은 창조적 시민이야말로 미래도시를 구현할 자원이자 주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학습하는 도시'(learning city)가 부각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학습도시는 도시인들이 능동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공유함으로써 도시의 미래를 담당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능동적 학습이 도시와 사회 전체로 확대 심화될 때, 도시가 변화에 적응하고 장애물을 극복하며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학습도시란 도시 내부의 곳곳에 오류를 점검하고 반성하는 시스템을 구비한 도시이기 때문이다.대표적 창조도시론자인 찰스 랜드리가 스스로 '반성하는 도시'로서의 학습도시가 창조도시보다 더욱 강력한 메타포(이상적 도시 비전)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2011-06-07 김창수

'정치쇼'라도 보고 싶다

[경인일보=]참으로 이게 나라인가. 부족사회인가. 곳곳이 제몫찾기 전쟁이다. 지금은 좀 한숨을 돌렸다지만, 정말 가관이다. 세종시로 온 나라를 들쑤셔놓더니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등장했다. 이어서 과학비즈니스벨트,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이전 문제로 나라가 사분오열됐다. 국익이나 나라는 온데 간데 없고, 오직 지역이익뿐이다.시발은 동남권 신공항의 백지화다. 아직 신공항의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아 당장 건설하는 것은 국익에 반한다는 것이 정부의 결론이다. 어찌보면 뻔한 결론이었는지 모른다. 한 식구라던 영남권이 남북으로 갈려져 있는 상황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 올릴 수 있었겠는가. 예상대로 이 지역들은 난리가 났다. 삭발을 하고, 떼거지로 항의집회를 열었다. 국회의원들의 말투를 보면 여당의원인지, 야당의원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다. 오히려 여당쪽 의원들의 목소리가 더 컸다. 정부는 내친 김에 과학벨트와 LH의 이전 문제까지 결론을 내버렸다. 때늦은 결론은 다분히 지역적 분배 성격이 강했다. 그런 만큼 그 파장도 컸다. 신공항때와 마찬가지로 단식 농성에 삭발 시위로 이어졌다. 도지사는 물론이고 국회의원까지 예외는 없었다.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도, 장관을 지낸 이도 가세했다. 국익에는 늘 뒷전이었던 국회의원들도 지역문제라면 열일을 제쳐놓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쟁을 조정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분열의 중심에 선 모양새다.정부도 참 한심했다. 어느 것 하나 명분있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설득력도 부족했다. 그냥 뻔한 술수가 지역민들에게 읽혔다. 결과가 훤히 보이는데 마냥 시간만 끌어온 꼴이다. 그러다 보니 해당 주민들 입장에선 얼마나 허탈하고 분노가 치밀었을까. 이해도 간다. 요즘 정부가 하는 일이 뭐하나 시원하게 해법을 제시하는 게 없지 않은가. 그렇다 치더라도 국익은 제쳐두고 오직 지역민에만 파고드는 영호남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좀 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고, 얄밉기까지 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우린 왜 '이런 정치인들이 없을까'하고 내심 부러움이 앞서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 정치인들의 행동은 그 지역에선 정작 '정치쇼'로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속이 훤히 보이는 '오버액션'쯤으로 인식되고 있는 모양이다. 지키질 못할 약속을 남발하고, 생색내기에 급급하고, 일이 터지고 나면 앞장서서 걱정하는 체하는 일종의 쇼 말이다. 일이 벌어졌을땐 가만있다가 다 끝난 후에 난리를 펴고 있다는 눈총인 셈이다. 그렇다면 인천 국회의원들은 어떠한가. 인천은 요즘 어느 때보다도 굵직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누구 하나 몸을 던져 해결하려는 사람이 없다. 특히 중앙무대에서 힘을 보태야 할 인천 출신 국회의원들은 늘 뒷전이다. 아예 잠수를 탔다는 말이 옳을듯 싶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요즘 부쩍 지역구에서 얼굴을 내민다고는 하는데, 정작 지역현안에 대해선 꿀먹은 벙어리다. 겨우 한다는 것이 지역 언론의 기고를 통해 내는 목소리가 전부다(총선팸플릿용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인천은 2014 아시안게임이 지척인데, 아직 주경기장은 삽질도 못했다. 정부가 설계변경 승인을 이유없이 질질 끌다가 뒤늦게 승인했고, 정부의 예산 지원은 한 푼도 못받을 판이다. 또 인천만 건설과 수도권쓰레기매립지 매립기간 연장 등등. 중앙부처와 얽힌 현안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그 중심에 서서 현안을 조정하고, 중앙정부와 맞붙어서 예산을 따내야 할 우리의 선량(選良)들은 보이질 않는다. 인천시장이 야당 소속이라서 여당 의원들은 돌아가는 '꼴'만 보고 있단 말인가. 그럼 야당 의원들은 어디서 뭐하고 있는가. 참 답답한 노릇이다. 차라리 '정치쇼'라도 좋으니, '인천의 목소리'를 말과 행동으로 보여줄 수는 없을까.

2011-05-31 김은환

국방개혁

[경인일보=]국방(國防)의 목표는 군사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 전쟁을 방지하고 다른 나라의 도전을 억제하는 데 있다. 군사적인 발전과 전쟁규모의 대형화, 복잡한 국제관계로 인해 자국의 힘만으로는 방위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각 국이 상호공동방위와 집단방위체제를 유지하려는 이유다. 전쟁이 불가피하면 총력을 기울여 이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국방이다. 전제 조건은 당연히 자국의 경제력과 국방력이다. 나부터 실력을 갖추고 국제 세력을 쌓아야 튼실하고 안전보장을 위한 신뢰의 폭을 넓힐 수 있다.'국방개혁 기본계획 11-30'이 논란이다. 자주국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방개혁은 의존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도 크겠으나, 우리가 살고 있는 영역을 지켜낸다는 자발적 선언의 자긍심이 더 크게 다가와야 한다. 의욕과 자신감, 즉 사기가 없으면 그 군대는 전쟁에서 반은 지고 들어가게 된다. 잘된 개혁은 천안함·연평도 사건 대응과정에서 드러난 취약점을 보완, 불안해 하는 주민과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다. 20년간 작전지휘와 행정이 분리 운영됨에 따른 비효율성도 개선하게 되며, 오는 2015년 전시작전권 전환시에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그런데 개혁의 주체인 육·해·공군이 사분오열의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갈등요소가 해소되지 못하면 개혁은 의미가 반감되며 국방은 장담할 수 없다.육군이 일방통행식으로 만든 개혁안에 해·공군이 발끈한 후 사태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발단은 각 군의 의견수렴과 조절 등의 절차를 생략한 데서 비롯됐다. 개혁안 검토단계에서도 그렇고, 발표를 앞두고도 3군 합동참모회의 또는 군무회의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문가 토론회 역시 마찬가지다. 개혁진행과정에서 나타난 일련의 행태를 보면 특정 군을 위한 개혁이라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지휘체계도 늘어나 복잡해지고 해·공군의 전문성은 고려대상에서 제외됐다는, 비전문가적 개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군계획의 핵심인 상부구조 개편을 통한 군의 합동성 강화에 차질을 빚으면서 오히려 국방력 강화가 멀어지는 듯한 느낌마저 받게 하고 있다.국방은 체제의 개혁만으로는 완성할 수 없다. 흔히 말하는 군기가 바로서야 한다. 비리가 군 내부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현실에서의 국방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한참 지난 예전의 일은 차치하고서라도 최근 벌어진 사건만 살펴도 국방은 요원해 보인다. '포(砲) 쏘니 두동강' 기사가 떴다. 국력이 한참 떨어지는 저개발국에서 벌어진 사건이 아니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의 일이다. 무자격 업자가 만든 불량 대공포가 수입 규격품으로 둔갑, 훈련도중 두 동강이 났다. 청와대를 포함 수도권 상공을 지키는 35㎜ 대공포도 불량품으로 균열 등이 발생해 제 기능을 발휘못한, 충격적인 군납비리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핵심 장교와 군무원들이 민간 건설업자의 각종 청탁에 맥없이 무너지고, 더욱이 해군의 최신예 214급(1천800t) 잠수함 3척 모두에 운항중 고정 나사가 풀리거나 절단되기도 했다니 추진하고 있는 개혁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이러한 군 기강으로 국방을 수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국방개혁은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한 수단으로, 이를 이루지 못하면 평화나 안위, 자유는 외세의 힘에 의해 좌우된다. 군사력을 키우는 것은 영역을 지키며 행복한 삶을 구현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다. 국방개혁에 의해 완성돼야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가 않다. 국방개혁 차질의 원인이 각 군의 이기(利己)로 인한 불협화음 때문으로 비치고, 군이 보유하고 있는 장비 일부가 작전을 수행할 수 없는 고철덩어리로 보이며, 뇌물 수수 등 비리로 군 내부가 얼룩져 있다. 국민들이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적을 알고 있는 것과 대비하는 것은 다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안 것만으로 백전불태(百戰不殆)를 이룰 수 없다. 체제와 장비로, 마음자세로 대비하고 꾸준히 담금질해야 한다. 강군으로 가는 길이다.

2011-05-24 경인일보

양심불량시대의 자화상

[경인일보=]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심리학과 폴 에크먼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은 하루에 200번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는 우리네 언설은 약과인 것이다. 인간이란 매우 정직하지 못한 존재임을 방증하는 것이다.공직사회의 거짓행위가 빚은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선 느낌이다. 금융감독원이 설립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터에 이번에는 강원도 화천군에서 구제역방역 관련 대리근무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작년 말부터 곳곳에 방역초소를 설치하고 공무원 1인 2교대, 주민 3명 3교대로 조를 편성했는데 야간근무 당번인 일부 공무원들이 일용직을 대신 투입하고 일당 8만원의 야근수당을 챙겼던 것이다. 화천군에서만 15억원이 부당 지출됐는데 국민들은 "화천뿐이겠는가"라는 반응이다. 지난 겨울 기록적인 혹한만큼이나 구제역이 전국을 초토화시켰으니 말이다. 주목되는 것은 공직자들의 세금도둑질이 구제역에만 국한된 사실이 아니란 점이다. 천재지변시 비상대기가 일상화한 터에 공무원들의 일상근무에서도 부당한 초과근무사례들이 비일비재한 탓이다.공직자들의 양심불량행위는 이뿐 아니다. 지난 3월에는 인천경찰청 소속 한 경찰관이 특진을 위해 허위공적서를 제출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의 자체감사에서는 부서회식비 마련을 위해 가짜로 출장비를 수령하고 교원들의 경력이나 근무성적을 조작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애교에 불과하다. 뒷돈 제공을 담보로 유흥업소들의 일탈을 외면하는 투캅스(?)들이 근절되지 않는 가운데 스폰서 판검사들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권(利權)과 밀접한 부처 공무원 및 정치인들이 유관기업들의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관행은 비밀도 아니다. 공기업들의 부실경영도 이와 무관치 않다.법을 집행하는 공직사회의 반칙과 비리가 끊이지 않는 형국이니 민간부문은 오죽할까. 과도할 정도의 배당을 통해 기업을 빈사지경에 이르게 함은 물론 대주주들의 불법비자금 조성사례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물타기 증자, 주가조작 등으로 개미투자자들을 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그룹을 통째로 자손들에게 상속해 주는 사례들은 일상화됐다. 감독이 소홀한 금융기관들의 서민예금자 등치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부산저축은행 임직원 20여명은 무려 120개의 서류상의 회사를 설립하고 친인척이나 지인들을 바지사장으로 앉힌 뒤 월급명목으로 6년간 수백억원을 빼돌렸단다.오너들이 관련된 기업범죄는 속성상 단독범행이 불가능해 임직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요즘에는 기업들의 인재관도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지난 4월 삼성화재가 올해 승진한 신임과장 184명에게 훌륭한 간부가 되기 위한 자질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전략수립 및 실행력'에 44%가 지지한 반면에 '근면성실한 태도'는 8%에 불과했다. 유연한 사고와 행동이 우선시됨을 상징한다. 마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이다. 그런 때문인지 우리 사회는 한국전쟁이후 최대의 국난(國難)으로 치부되던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극복했다. 침체의 늪에 빠진 일본인들이 부러워할 만도 했다.그러나 결과만을 중시하는 풍조는 수많은 서민들의 상실감과 양극화를 초래했다. 정직과 성심으로 일관한 장기근속자들이 무능력한 희귀동물(?)이 된지 오래고 '티끌모아 태산'은 촌스런 우화쯤으로 치부되고 말았다. 심지어 초중등 학생들간에 모범상은 '바보상'으로 치부되는 형편이다. 정부는 대형 비리가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근절장치 마련을 강구하고 있으나 그럴수록 규제는 더욱 강화돼 자본주의경제 특유의 활력이 점점 줄어든다. 절대다수 선량한 서민들의 영락이 초래한 사회적 비용의 점증도 간과할 수 없는 형편이다. '착한 자본주의'를 강조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물신주의에 매몰된 부정직한 행위들이 우리사회 전체를 위기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정직과 성실 그리고 자율로 무장한 이를 최고의 인재로 치부하는 도요타자동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것이다.

2011-05-17 이한구

클러스터 리셋, 인천경제 도약의 열쇠

[경인일보=]경제정책 중에는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정권의 운명과 함께 버려지는 정책이 있다. 클러스터 정책이 바로 그렇다. 클러스터 정책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지역혁신 수단이지만, 지난 정권의 꼬리표가 달린 탓인지 최근 관심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이다. 그런데 인천이 클러스터 정책을 반드시 살려내야 하는 이유는, 인천경제에 클러스터의 성패에 의존하는 중요사업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우선 경제자유구역이 대표적이며, 벤처집적 공간인 제물포스마트타운, 바이오산업 육성, 산업단지 고도화 등 인천의 전략사업들이 놀랍게도 모두 클러스터를 통해 성패가 결정되는 상황인 것이다.한번 관심에서 벗어난 정책을 다시 되살리려면 부분적인 수정으로는 부족하다. 이 경우 대폭적인 수술을 통해 새로운 관심을 유인해야 한다. 인천의 클러스터 정책은 이러한 대전환이 필요한데, 그 대전환을 '클러스터 리셋(reset)'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여기서 '리셋'의 의미는 마치 컴퓨터가 잘 돌아가지 않을 때 재부팅하는 것과 같은 뜻이다. 현재까지 힘없이 돌아가는 패턴을 바꾸기 위해서는 재부팅과 같은 대규모 수술이 필요한 것이다.'클러스터 리셋'의 첫 번째 계명은 '클러스터 유형을 구분하라'이다. 모든 클러스터를 동일하게 접근했던 것이 지난 정책의 오류였다. 현재 인천경제의 전략 클러스터들도 모두 유형이 다르고 발전 동력도 다르다. 구체적으로 제물포스마트타운은 벤처기업 클러스터이며, 바이오산업은 대기업 주도 클러스터, 또한 산업단지는 중소제조업체 클러스터로 구분된다. 특히 이들을 움직이는 인센티브 체계의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벤처기업 클러스터에서는 벤처기업가와 벤처투자자들의 만남이 특별히 중요하다. 투자자금이 있는 공간에 벤처기업가들이 모여든다는 진리에서 인천이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금융정황상 벤처투자자금을 인천내부에서 자급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인천 벤처기업 클러스터 전략에서 투자자금만은 서울의 것을 활용하도록 지역경계를 허물어야 한다. 투자자금까지 지역 완결성을 가지려는 것은 당분간은 과욕일 것이다.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인천시 자체적인 벤처육성펀드를 준비해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한편 바이오 클러스터는 삼성이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정책의 핵심은 삼성이 자체(in-house) 연구소의 R&D결과를 독식하는 것을 넘어서서 지역내부로 파급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 실험실과 지역내 바이오연구자 사이의 연구협력이 중요할 것인데, 초기단계에서는 인천시 주도로 시정부/대학/대기업 삼자협력(triple-helix) 발전모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업단지의 경우 클러스터 전략이 중소제조업체들에 업종전환 혹은 혁신학습의 기회가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런데 실상은 오랜 관행 탓인지 산업단지소속 기업들만의 내부교류에 그치는 편이다. 지역대학 및 산단 외부기업들과의 교류가 촉발되어 진정한 개방형 혁신을 이루는 것이 큰 과제이다.'클러스터 리셋'의 두 번째 계명은 클러스터를 움직이는 '화폐'가 지역내부에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화폐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화폐만큼 가치를 지니며 또한 참여자들 사이에 흘러 다니는 속성을 가진 재화라는 뜻에서이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성공사례에서 볼 때 클러스터를 움직이는 화폐는 '지식'과 '자금'이다. 즉, 창조적 기업가와 인재들은 지식과 자금을 얻기 위해 모여드는 것이다. 이 두 화폐의 원활한 유통을 정책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클러스터의 자생력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한번 잘 못 들어선 정책습관을 버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인천경제로서는 다른 선택이 없다. '클러스터 리셋'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역경제 도약의 가치가 너무 높은 것이다.

2011-05-10 손동원

뒤집어 본 인문학 열풍

[경인일보=]인문학에 대한 대중적 열기가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은 마이클 샌델의 정치철학서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대학과 각종 도서관이나 문화 기관의 프로그램, 백화점 문화센터, 동사무소에 이르기까지 인문강좌가 개설되어 수강생을 끌고 있다. 대학이 개설하는 최고경영자 과정도 인문학강좌로 진행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었으며, 일부 기업에서는 사원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유치하는가 하면 신입사원 채용에 인문학 전공자를 늘리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인문학 열풍은 1980년대의 사회과학 열기에 비견할 만한데, 사회과학 열풍의 진원지가 대학이었다면, 인문학 열풍은 기업과 사회전반의 현상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또한 본래 이공계 중심으로 출발했던 대학에서 학제를 개편하여 인문학 과정을 강화하고 통섭인문학 혹은 융복합 과정으로 인문학과 과학의 융합 시도도 늘어가고 있다. 이쯤하면 인문학은 위기가 아니라 가히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인문학 열기가 이례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이미 1990년대에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 열풍이 그 조짐을 보여 주었듯이, 물신주의로 황량해진 우리 삶의 내면과 환경을 되돌아보려는 대중적 욕망의 흐름은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압축 성장의 신화를 창조했지만, 정작 주인공들에게 질주하는 기관차처럼 오직 속도와 성과만 요구해왔다. 경제 위기 이후에 파급된 신자유주의의 물결은 개인이 삶의 가치나 사회적 정의를 고민하는 것을 사치처럼 여기게 만들었다. 그 점에서 본다면 최근의 인문학 열풍은 가장 비인문학적인 시대에 불고 있는 수상쩍은 흐름인 셈이다.인문학 열풍을 유도하는 진원지 중의 하나는 기업이다. 기존의 정보산업을 넘어 창조산업(문화산업) 중심으로 급속하게 이동하고 있어 효율성 중심으로 경영해온 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지닐 수는 없다는 것을 경영자들이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의 인문학 열풍이 자본과 기업의 갱신의 수단으로 동원되어 '인문정신' 본연의 기능과는 무관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정부가 추진해온 '인문한국 프로젝트'도 인문학 진흥의 한 계기이다. 이 지원사업도 본래 목적과 달리 과제의 선정과 평가에서 정치적 판단이나 관료적 관점이 개입하여 인문학과 연구자들을 순치(馴致)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인문학 열풍이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정작 인문학연구의 본산이 되어야 할 대학의 인문학 관련학과의 입지는 위축되고 있으며, 학제 개편시 우선적 통폐합 대상이 되고 있다. 교양 강좌에서도 문학과 역사, 철학 과목 대신 취미나 취업 관련 인기 과목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민대상의 인문학 강좌와 출판물이 인문학을 대중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상품화의 길을 걸어갈 때 시장논리에 편승하여 호기심이나 위안물이 될 가능성도 엄존한다.인문학이 황폐해진 현대인의 영혼과 삶의 환경을 재성찰하는 에너지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런데 인문학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는 일과 인문학의 실용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목표로 삼아야 하지만, 전자가 더 근본적이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곤란하다. 그 점에서 본다면 우리사회의 인문학 열풍 현상을 가장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주체는 대학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대학은 산업화 사회를 거치면서 기업과 사회의 분업 구조를 대학에 이식하여 인력양성소처럼 만들어 오지 않았던가? 인문학은 지식이나 기술과 달리 인간과 사회를 총체적으로 관조하고 거기에서 얻어지는 지혜의 학문이라는 점을 재확인해야 한다.인문학자들의 과제는 단순히 인문학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시민들과 인문학적으로 사유하는 방법을 토론하는 일이다. 시민들은 고전 읽기를 통해 과거를 재조명하고 현재와 미래를 투시하는 힘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일, 그 가치를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현장에서 실천하기 위한 지혜에 대한 목마름이다.

2011-05-03 김창수

4·27 재·보궐 선거 이후

[경인일보=]참으로 지루했다. 또 짜증스러웠다. 왜 이리 정치권이 변하지 않는단 말인가. 평소 정도(正道)를 걷겠다고 공언하던 사람도 정치판에 끼어들면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국민들에게 실망만 안겨준 재·보궐 선거가 오늘(27일)이면 끝이 난다. 투표만 남겨놓은 상태다. 후보들의 당락도 오늘 늦은 저녁이면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과연 누가, 어느 당이 승자가 될 것인가. 최대 관심지역인 분당과 김해지역 국회의원, 강원도지사 선거에선 누가 축배를 들 것인가. 그래도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그렇다면 표심은 어디로 쏠렸을까. 민심을 모르니 표심을 알 턱이 있나. 억지로 예측 아닌 추측을 해 보면 여·야가 1:2나 2:1로 결론이 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변수가 있다. 바로 연령대의 투표율이다. 투표율의 높낮이에 따라 뜻밖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여든, 야든 싹쓸이의 패배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정치권이 신경을 바짝 곤두세운다.사실 이번 재·보궐 선거는 국회의원 의석수로 보면 몇 자리도 안 된다. 통상 승부처로 보는 수도권도 겨우 한 자리다. 그런데 왜 정치권이 이 야단이란 말인가. 그 속내는 따로 있다. 당장의 이번 선거 결과보다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 있다는 게 그 속내다. 내년 선거야말로 여야 정치권으로선 '죽느냐, 사느냐'의 선거다. 정권을 '쥐느냐, 빼앗기느냐'가 더 실감나는 표현일 것이다. 예상외의 과열 양상은 정치권이 이번 선거결과를 바로 내년 선거전의 분수령으로 보는 데 있다. 그러다 보니 선거판이 의사당보다 더 많은 국회의원들이 총동원됐다고들 한다. 현장에선 정당은 정당대로, 대선 후보들은 후보대로 대리인을 통해 이미 치열한 헤게모니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한다.내일이면 그 후속 드라마가 예고돼 있다. 선거의 결과를 두고 정치권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의 '삼류 소설'을 마구 써댈 것이다. 선전했다느니, 민심의 결과라느니, 아니면 참패에 따른 책임론 등등. 또 온갖 수사를 동원한 기선잡기에 나설 것이고, 예전에 보지 못한 정치적 술수도 등장할 것이라는 것이 뻔한 시나리오다. 그 '삼류 소설'은 결국 정치판에 회오리 바람을 몰고 와서 정치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 그래서 정치권이 더 긴장하는 모양이다.초점은 단연 분당이다. 향후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바로 분당의 선거결과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심이 바로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다. 그가 당선된다면 야권내 차기 대권주자로서 매우 유리한 고지에 오르겠지만, 낙마한다면 아마 대권 도전의 꿈조차도 접어야 할지 모른다. 반대로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가 승리를 한다면 정국 주도권싸움에서 다시 여권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그가 패한다면 한나라당은 공천 책임론 등 당내가 자중지란에 빠질 수도 있다. 그 또한 '퇴역 정치인' 명단에 이름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이번 4·27 선거의 결과는 향후 정국 운영은 물론이고 대선 정국과도 맞물려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따라서 내년 총선과 대선을 향한 정치권의 승부수는 이미 던져졌다. 어찌 보면 오늘의 투표 결과는 기세의 판단이나 어디로 튈지의 방향만을 정하는 수순에 불과한지 모른다. 아직 총선까진 일년, 대선까지 일년 반 이상이나 남았지만 선거운동 기간의 경계선은 사실상 무너졌다. 이미 대권 대열에 서 있는 김문수·오세훈 등이 엉뚱한 곳에서 입을 열기 시작하지 않았는가.문제는 국민들이 겪어야 할 정치적 피로감이다. 상생(相生)보다는 다툼에 익숙한 우리 정치권을 볼 때 그 기간이 너무 길다는 데 있다. 이래저래 피곤한 정치계절의 시작,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차라리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즐기면서 관전하면 어떨까. 과연 누가 제대로 된 인물인지, 어느 정당이 교만하지 않고 국민을 섬길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 보는 일도 생각을 바꾸면 즐거운 일이다. 때 이른 정치의 계절. 좀 짜증스럽긴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즐기면서 누가 최적의 인물인지 꼼꼼히 따져보자.

2011-04-26 김은환

지역개발은 지역주민이 우선돼야 한다

[경인일보=]중앙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하남시 감북동 감북보금자리 개발 지구지정은 철회돼야 한다. 정부는 서민들의 주거안정이라는 명분으로 민주적 절차인 여론수렴 등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통해 주택개발을 위한 지구지정을 발표했다. 이에 지역주민들은 지구지정 취소를 위한 헌법소원과 함께 자신들의 생존권 사수를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역과 주민을 생각했다는 정책이 지역에 적용되면서 주민들을 분노케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지난달에는 하남지역 단체장인 이교범 시장과 홍미라 시의회의장, 서경석 한국기독교연맹 재개발대책위원장, 이 지역 검사장 출신인 박영렬 변호사를 비롯해 1천여명의 주민이 참여하는 생존권사수 결의대회가 개최됐다. 또한 종교와 시민단체가 연계하는 대형 집회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자칫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LH 이지송 사장은 "주민들의 뜻이 그렇다면 주민들의 뜻을 국토해양부에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분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하남시 감북동 지역주민들이 이처럼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십년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재산권제약을 받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정부에서 타지역 주민들을 위해 일방적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생업을 전폐하다시피하고 지구지정 취소를 요구하고 있는 이들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은 이들의 생존권이 지구지정과 연관돼 있어서다. 이들 대부분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농토 등 삶의 터전을 잃지 않기 위해서 몸부림치고 있다. 이러한 이들의 몸부림을 정부는 헤아려 줄 의무가 있다.국가적인 사업이 아닐뿐더러 국익에 도움되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이지송 사장이 현명하게도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서는 사업 타당성 조사와 용역결과가 나오는 9월 말께 수익성 등을 종합 검토해 사업포기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주민들과 지자체가 원치 않는 개발을 일방적으로 진행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또한 감북지구에 대한 지구지정 재검토를 국토해양부에 정식 건의키로 함에 따라 상황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하지만 주민들은 더욱 확실한 정부 책임자의 표명을 원하고 있다.감북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대책위는 "아무리 국책사업이라 해도 그 지역주민들과 지자체 의견을 실질적으로 수렴하는 기능이 전혀 없는 일방적인 절차는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 이미 도시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도시의 지역적 특성과 청사진에 역행하는 잘못된 지구지정이 이번에 생기게 됐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하남시와 시의회, 감북동 주민은 혼연일체가 돼 주택지구지정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반드시 지구지정을 철회시켜 자치주권을 확보할 것"이라며, 지난달 28일 LH 앞에서 주장 관철을 위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물론 이지송 사장의 발언에 힘입어 진행하기로 했던 천막농성은 이튿날인 29일 낮 12시를 기해 완전 철수했지만 아직까지도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한 시민은 "감북 주민과 하남시가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진행해 온 미래 청사진과 이번 보금자리정책은 일말의 공통분모조차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국토해양부는 감북보금자리 지구지정을 즉시 철회하고 앞으로도 감북동은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 어떠한 정부대책과 대안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감북동 주민의 90% 이상이 지구지정 자체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다.앞서도 말했듯 서민들의 주거안정이라는 명분으로 해당 지역주민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개발을 진행하는 것은 그동안 지역 기반을 토대로 점진적이고 자주적으로 도시건설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해 온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인 것이다. 지역개발은 지역의 특성을 살려야 하며, 이는 지자체와 지역주민에 의해서만 완성될 수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지원과 철저한 관리 감독으로 만약의 사태인 일탈을 막는 것이 돼야 한다.

2011-04-19 이강범

실패로 끝난 반값아파트 정책

[경인일보=]이명박정부 서민정책의 대표 아이콘인 로또아파트가 사라질 예정이다. 국토해양부가 추진한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된 때문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반값아파트가 예상되는 보금자리주택지구의 용지가격을 주변시세의 80~85%로 상향조정하는 것이다. 민간 보금자리주택의 추가도 이채롭다. 이변이 없는 한 국회통과가 예상되어 당장 내년부터 효력을 발할 전망이다. 올해 초 청약을 마감한 서울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 보금자리주택지구의 아파트 분양가는 주변시세(3.3㎡당 2천만~2천500만원)의 46~42%에 공급되어 극소수의 당첨자들은 대박행운을 얻었었다. 반면에 수도권 대부분의 보금자리주택 분양가가 주변시세의 80~90%인 점을 고려할 때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었다. 지난 2009년 8월 27일 이 대통령의 "시세의 반값에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공언이 불과 2년 반 만에 식언(食言)이 된 것이다.백척간두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적인 이유였다. 총부채가 125조원에 이르는 터에 하루 이자비용만 100억원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빚을 내어 보금자리주택을 짓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가 주문한 올해 목표 18만호를 짓는 데 20조원이 필요하단다. 오죽했으면 지난 2월 27일에 개최된 국토해양부 LH 합동워크숍에서 직속상관(?) 정종환 장관의 압박에 이지송 LH 사장이 무려 5시간 동안이나 침묵으로 저항했을까. 이유는 또 있다. 당초 정부는 수도권의 그린벨트 약 100㎢를 해제하고 정부예산 120조원을 투입, 향후 10년간 전국에 보금자리주택 150만 가구를 건설해서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공급하기로 하고 조기실현에 '올인'했던 것이다. 2009년 10월에 최초로 6만 가구를 공급하는 등 MB정부 3년간 보금자리주택 31만 가구가 승인되었다. 그러나 대기수요 증가에 따른 주택매매거래 침체 및 민간주택 공급량 급감이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에 직면했던 것이다. 그동안 부동산전문가들은 반값아파트가 민간주택시장을 위축시킨다며 목청을 높였으나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은 청약저축통장을 가진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청약 예부금통장을 활용하는 민간분양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일관했었다. 덕분에 뉴타운사업도 줄줄이 된서리를 맞았다. 반값아파트정책은 전세난에도 한몫 거들었다. 지난해 4월 모 언론기관이 전국의 성인 남녀 2천13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2%가 장차 보금자리주택 청약대기 내지는 집값하락을 예상해 주택구입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정부가 헐값 아파트 공급에 주력한 나머지 서민대상 임대주택 건설에 소홀히 한 점이다.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계획의 경우 2008~2018년 사이 보금자리주택은 150만 가구를 공급하는 반면에 영구임대, 국민임대 등 공공임대주택은 80만 가구에 불과한 것이 단적인 사례이다. 노무현정부 5년 동안의 임대주택 공급실적 46만6천여 가구와 대조적이다. 양극화가 갈수록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은 설상가상이었다.그 동안 정부는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부동산대책을 펴는 한편 집값 안정을 위해 보금자리주택 건설에 진력했으나 결과는 부동산경기 침체와 전세난만 가중시켰다. 그 와중에서 주택담보대출은 점증해서 가계대출 800조원의 절반에 육박하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세계 최고수준인 160%에 근접하는 등 경고등이 켜졌다. 반값아파트를 없애 민간건설경기를 부추기려는 정부의 고민은 이해된다. 그러나 앞으로 서민들의 보금자리주택 수요가 정부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할지는 의문이다. 강남족(?)의 꿈을 접어야 하는 서민들의 실망감은 고사하고 벌써부터 경기도 하남 미사, 시흥 은계, 인천 구월지구 주민들은 주변시세보다 높다며 불만인 실정이니 말이다.조령모개(朝令暮改)식 반값아파트정책에 실망이 크다. "MB정부의 부동산정책에서 철학이나 비전에 바탕을 둔 일관된 흐름을 찾기 어렵다"는 손재영 건국대 교수의 지적이 돋보인다.

2011-04-12 이한구

삼성 바이오와 인천경제

[경인일보=]최근 삼성그룹이 바이오사업의 본거지로 송도를 선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추진한다는 선언이 있었다. 그동안 지역경제를 주도할 '중심'이 없던 인천에게 삼성의 투자는 큰 호재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인천경제의 '진정한' 도약이라는 관점에서 침착하게 정돈할 이슈들이 있다. 그 이슈들은 다음 두 쟁점이다. 첫째, 삼성 바이오가 주는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이해다. 이 이슈는 기존 디스플레이와 휴대폰에서의 효과와 대비되는 바이오 효과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포인트다. 둘째, 삼성 바이오가 밟을 전략적 경로에 대한 이해다. 삼성은 우선 기존 IT제조업에서의 노하우를 살리는 전략을 선택하고 경험을 축적한 후 바이오 신약 분야를 공략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에 따른 인천경제 주체들의 대응전략이 포인트다.첫째, 삼성 바이오가 인천경제에 남길 진정한 효과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바이오산업이 지역경제에 남길 효과는 기존 삼성이 경북·구미의 휴대폰사업에서 남겼던 결과와는 다르다. 삼성이 주도했던 기존 IT제조업 클러스터에서는 중소부품업체들이 모여들고 지역 고용시장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바이오사업이 지역경제에 주는 효과는 이와 다르다. 바이오 클러스터가 형성된다 하더라도 고용 증가 혹은 부품업체 집적이 발생하지 않는다. 굳이 기대한다면 바이오 발명이 주특기인 연구 벤처기업들이 모여들 수는 있다.그렇지만 이들은 노동집약적 기업이 아니므로 고용효과는 그다지 높지 않다. 오히려 바이오 클러스터가 주는 가장 명확한 효과는 '지식'을 지역에 공급하는 효과다. 바이오 업체들이 증가하면서 지역에 유용한 바이오 지식이 풍성해진다. 이렇게 지역에 지식이 풍성해지면, 지역 우수 인재들의 벤처창업이 증가하며 기존 제조업체들의 지식산업으로의 전환도 활발해진다. 또한 창조인력이 모여들면서 도시 자체가 창조도시로 변모하는 효과도 발생한다. 종합적으로 바이오산업은 IT제조업의 효과와는 달리 창업과 지식창조 측면의 효과를 지역경제에 남기는 것이다.둘째, 삼성은 바이오 역량을 축적하기 위해 초기에는 자신의 과거 장점에 기대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즉, 바이오 중에서도 가급적 제조업과 유사한 분야를 먼저 선정하고, 이를 통해 어느 정도 경험을 쌓은 후 바이오 신약시장에 도전할 것으로 예견된다. 삼성 스스로도 우선 CMO(원료의약품 생산)방식으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에 집중할 것임을 밝히고 있는데, 이것은 독창적인 연구개발사업이 아닌 제조업 방식임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서 CMO방식은 원청업체로부터 의약품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방식으로서 삼성에게 익숙한 사업 모델이다.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바이오 신약사업이 투자금액이 크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성급하게 승부를 걸 수 없다는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삼성 바이오의 추진단계는 바이오시밀러 단계와 바이오신약 단계로 구분될 것인데, 각 단계마다 상이한 대응전략이 요청된다. 바이오시밀러 단계에서는 초급 수준의 인력수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며, 바이오 신약 단계에서는 고급 연구인력 공급에 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바이오시밀러 단계에서 바이오 신약단계로 진행되면서 점진적으로 지역대학으로부터 첨단연구결과의 수혈과 연구협력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인천은 알고 보면 바이오 인프라가 강한 지역이다. 그동안 구심점이 없어서 폭발력을 모으지 못했을 뿐이다. 지역 대학들의 바이오 연구역량이 높은 편이며, 국내 최초 CMO업체인 '셀트리온'이 위치하고 있다. 미국 GMP기준을 갖춘 국내 유일 시설물인 '생물산업기술실용화센터'도 소재하고 있으며, 또한 향후 바이오 제약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해양수산물도 풍성한 곳이다. 삼성 바이오를 계기로 모든 바이오 역량이 집결되어 인천경제의 도약을 창조해주기 바란다.

2011-04-05 손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