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한국 사회의 다문화 의식

[경인일보=]한국은 다문화 사회일까? 이주노동자나 국제결혼의 증가로 외국인 이주자가 12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는 최근의 통계를 보면 우리 사회가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는 평가는 사실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나 결혼이민자의 수의 증가만으로 우리 사회를 다문화사회라 부르기는 어렵다. 여전히 제도나 의식 수준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주자들의 상당수는 차별을 감수하거나 단속 대상인 불법 체류자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에 정착해 일하게 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부의 정책은 이주노동자의 정주화를 막거나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단속과 추방에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최근 결혼 이주자를 포함한 가족을 '다문화 가족'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다문화 가족이란 명칭은 두 가지의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우선 개념의 혼란이다. 다문화 가족은 국제결혼이나 혼혈인이라는 말이 연상시키는 인종주의를 회피하려는 배려로 만들어진 용어다. 그런데 이 용어로 인해 다문화주의가 내포하고 있는 가치가 궁색해졌을 뿐 아니라 차별성을 감소시키려는 애초의 의도와 무관한 또 다른 차별어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다문화 가족' 정책의 대부분이 저 출산 위기 해결이나 복지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어서 낡은 통합주의적 문제의식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결국 우리 사회의 다문화 가족 정책은 외국인과 외국문화를 존중하고 상호 공존을 지향하는 다문화정책이 아니라 '한국인 만들기'를 목표로 하는 '단일문화' 정책에 가깝다.이주노동자들이나 결혼 이민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한국인 특유의 혈통 중심주의나 단일민족 신화에 근거한 폐쇄적 국민관 때문이다. 현재 250여개의 우리나라 성씨 중 절반이 넘는 130여 성씨가 중국을 비롯한 일본, 여진, 위구르 등지에서 온 귀화 성씨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단일 민족 이야기는 신화임이 분명하다. 이민족의 귀화는 멀리 고조선 시대로부터 조선 시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국제적 개방국가였던 고려시대에는 무려 60여 성씨가 귀화했다고 한다. 세계화시대에는 한국인들이 세계 각국으로 진출해 세계인들과 함께 살아가듯이 이주자들도 사회의 주인으로 받아들이는 개방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유네스코가 2005년 말 '문화다양성협약'을 채택했던 사실을 상기해보자. 이 협약은 154개국 가운데 148개국의 압도적 찬성을 얻어 통과되었는데, 문화적 관점에서 국제관계를 바라보는 최초의 국제 협약이다. 이 협약의 정신은 2001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한 '문화다양성 선언'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문화 다양성은 교류와 혁신, 창의성의 원천으로 인류에게 필요한 공동의 유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캐나다 정부는 다문화주의를 아예 국시(國是)로 정한 바 있다. 캐나다 정부는 각국으로부터 유입되는 다양한 문화들을 단일한 문화로 통합하기 보다는 각 민족 고유의 문화를 인정하고 이를 계승 발전시켜 캐나다 문화를 창조하는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문화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캐나다 정부의 다문화주의 정책은 다방면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소수 종족으로 남아 있는 인디언과 이누이트들을 위한 학교의 설립과 여러 민족 고유의 문화를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이주자들이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들어 나가는 것은 당면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국가의 미래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다문화사회를 위한 준비 가운데 가장 중요한 다문화의 가치와 핵심을 재확인하는 일일 터이다. 이주자들이 자신들의 고유문화를 간직한 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기여하는데 요긴한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정책의 전제는 스스로 낡은 단일민족 신화에서 벗어나는 일이며, 국력과 해당국가의 국민을 동일시하는 오류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2011-03-29 김창수

용기있는 선진의식

[경인일보=]"장애인특수학교 및 장애인복지시설 건립을 환영한다." 광교신도시 입주예정자들의 입장이다. 주민반대가 심해 주택가 등 도심에는 설립이 어려웠던 시설중 하나가 장애인복지시설이었다. 대표적인 이유가 '집값 떨어진다'다. 사회공동체에서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상으로 환영한다는 말 자체가 모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 뒷마당에는 안된다'는 님비가 우리 사회에 뚜렷한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잡으면서, 장애인시설을 밀어내는 등의 부작용이 당연시되고 있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하게 된다. 여하튼 장애인관련 시설을 배척하는 인심이 대세인 상황에서의 입주환영은 한단계 선진화된 용기있는 행동임에 틀림없다.장애인복지에 대한 역사는 깊다. 기록으로는 근대 이전인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와는 차이가 나 비교거리가 될 수 없지만, 복지는 어느 시대건 행복지수를 높이는 한 부분을 차지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국시대에는 장애인을 독립된 명칭없이 병자와 동일하게 처우했다고 한다. 이들의 구휼제도는 임시적·사후대책적으로 시행한 것으로 돼 있다. 고려시대는 삼국시대와는 달리 맹인들을 위한 직업대책이 있었다. 고려 초부터 국가에서 복업(卜業)을 과거제도에 포함시켜 복인을 선발했으며, 그 중 매복맹인(賣卜盲人)에 관한 기록이 있다.조선시대에 와서는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구휼사업이 제도적으로 이뤄진다. 복업이 명과학(命課學)으로 개칭돼 잡학교육을 받았고, 관현맹인(管絃盲人)이 음악관련 직업을 가졌다. 정조 7년에는 벙어리와 고자는 자력으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맹인은 복술(卜術)을, 절름발이는 그물 짜는 일 등을 통해 자립하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종 31년(1894) 미국인 선교사 홀(Hall)여사가 맹인학생을 집에서 양육한 것이 한국 최초의 장애인에 대한 보호와 교육으로 보고 있다.그후 발전을 거듭, 장애인관련 복지법령이 만들어지고 개정되면서 장애인의 복지에 관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법률이 제정됐다. 장애인복지법이 그것으로,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과 권리의 보장, 장애발생의 예방과 장애인의 의료·교육·직업재활·생활환경개선, 장애인의 자립·보호 및 수당의 지급 등 복지증진 및 사회활동 참여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을 통한 사회통합을 기본이념으로 삼았다. 이러한 내용의 법제정은, 이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아야 함에도 구분지어 차별을 받아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차별은 진행형이다. 한쪽에서는 장애인시설 입주를 반기는 반면 비슷한 시기에 다른 지역에서는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그렇다고 반대 주민들을 나쁘다고 몰아세울 수도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사회전반적인 인식이 개선되지 않았고, 주민들의 재산목록 1호인 집의 값이 장애인시설 입주로 하향 평준화된다는 데서, 심정적으로는 안타까우면서도 좋아할 주민은 없을 듯하다. 이중성격이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일상 깊숙이 뿌리내려 있는 것이다. 이를 극복,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인식의 전환을 위한 교육 등 장기적인 대책과 뜻있는 사회구성원들이 움직임을 구체화해야 한다.그래서 광교입주예정자 대다수가 선뜻 받아들이기로 한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고무적인 것은 이들의 생각과 행동이 적극적이라는 데 있다. 입주자 총연합회가 최근 카페에 특수학교설립관련 언론보도 내용을 게시하면서 달린 댓글에서 감지된다. '우리 모두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 장애인특수학교 설립을 환영한다', '환영합니다. 장애우들도 잘 가꾸어진 좋은 환경에서 학교생활을 하면 정신적으로 훨씬 더 안정되어 질 것 같다', '명품 광교에 명품 장애인특수학교가 설립돼 모두 함께 살아가는 광교가 되길…', '(댓글이) 환영 일색이군요. 마음이 뿌듯합니다. 저 역시 환영합니다' 등의 글들이 게시됐다. 최근 올린 41명의 회원중 1명만이 반대입장을 밝힌 것으로 집계됐다. 사회이슈화해 선진의식의 출발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1-03-15 조용완

中企는 동반성장정책을 어떻게 봐야하나

[경인일보=]최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동반성장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은 중소기업들에는 분명한 호재(好材)이지만, 혹시 중소기업들이 지나친 정책효과를 기대해 성장의 본질을 오해하는 상황이 염려스럽다.동반성장에 내포된 '협력'이 가진 의미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오히려 중소기업의 성장대책이 정확하게 보일 것으로 믿는다. 보통 경제정책에는 근본적 치유책과 일시적 완화책이 있는데, 분명한 것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정책은 근본적 치유책이 아니고 일시적 완화책이라는 점이다. 동반성장정책이 아무리 주효하다해도 마지막 과실의 차이는 결국 중소기업의 몫으로 남을 것임이 분명하다.많은 사람들이 대·중소기업 사이의 협력을 순리(順理)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프랑스 사회철학자 장자크 루소의 설명을 들어보자. 루소는 사슴사냥 스토리를 통해, 인간은 협력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협력하지 못하는 허망한 존재임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가 말하는 사슴사냥 스토리는 이렇다. 사슴사냥은 양쪽에서 사슴을 몰아야 하는 두 사람이 짝을 이루는 사냥이다. 이렇듯 사슴사냥은 두 사람의 협력 작품이어서, 상대방이 끝까지 협력해 주어야만 사슴사냥에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사슴사냥 도중 각자 옆으로 뛰어가는 토끼를 보았다고 하자. 여기서 사슴은 협조를 통해 얻는 사냥감이지만, 토끼는 혼자서도 잡을 수 있는 사냥감이다. 토끼라는 각자의 사냥감이 생기면서, 두 사람이 끝까지 협력하면 사슴을 얻지만 각자는 토끼를 잡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 된다. 이 상황에서 철학자 루소가 지적하는 것은 두 사람은 결국 상대방의 비협력에서 나올 위험을 회피하려고 사슴 대신 토끼를 잡고 만다는 것이다. 이처럼 협력은 당연한 순리가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의 인센티브를 충족시킬 때 얻을 수 있는 경제적 대상물인 것이다.협력의 어려움을 인식할 때,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 완성되려면 다음 두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하나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이윤을 쥐어짜려는 일방적 욕망을 조절하는 과제다. 이 과제는 대기업 측의 윤리적 성숙도를 높이는 것이 해법이다. 현재 대기업은 높은 바게이닝 파워를 이용해 이득 욕망을 높이고 있는데, 이는 바로 낮은 윤리의식의 반영물이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사회의 변혁을 위한 중요한 의제, 즉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수준 격차 축소를 통한 젊은 인재들의 중소기업 결집이라는 사회적 변혁의 걸림돌 해소라는 명분으로 설득력을 높여야 한다. 분명 대기업이 자신의 욕망을 합리적으로 조절한다면 충분히 그 사회적 변혁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근본적으로 향후 경제전쟁은 대기업 혼자만의 경쟁이 아니고 부품·소재 중소기업들을 포함하는 기업생태계 차원의 전쟁이라는 설법도 유효할 것이다.또 하나의 과제는 중소기업 쪽에 해법이 있다. 현재 동반성장을 막는 핵심 상황은 대기업이 납품단가통제에서 이득을 얻는 상황인데, 대기업이 다른 방법으로써 더 큰 이득을 얻도록 패러다임을 바꾸는 해법이 필요하다.예컨대 대기업이 기술혁신에 의해 이득을 충분히 얻게 되면 기존에 얻던 납품단가통제 쪽에 관심을 낮추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대기업들의 자체적인 기술혁신도 중요하지만, 동반성장의 관점에서는 중소기업 쪽에서 기술적 돌파구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지식경제시대에 들면서 대기업에 기술적 돌파구를 열어준 경우 동반성장의 사례가 많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때마침 우리 대기업들은 추격경제를 넘어서면서 전인미답의 미지(未知)의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선도혁신전략을 요청받고 있다. 이 시점에서 중소기업 쪽으로부터 혁신 돌파구를 제공받고 그 것이 이윤창출의 원천이 된다면, 대기업 쪽의 동반성장에 대한 인센티브는 더욱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결국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의 과실은 혁신역량이 높은 중소기업들에서 극대화될 것임을 예견하며, 이 지혜를 중소기업들이 놓치지 말기 바란다.

2011-03-01 손동원

마트료시카 인형과 '이야기'의 힘

[경인일보=]마트료시카는 둥근 모양의 목각 인형이다. 이 인형을 열면 그속에 작은 인형들이 겹겹이 들어 있는데 보통은 네 개에서 아홉 개, 많게는 수십 개에 이르는 인형이 인형의 몸통 속에 차곡차곡 들어차 있다.러시아어로 마트료시카는 어머니를 뜻하는 '마티'에서 유래했다하니 러시아인들은 이 인형을 통해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민속신앙을 상기한다.1891년 예술가 세르게이 말루틴이 디자인하여 발표한 뒤 일약 러시아의 상징이 되다시피 한 이 인형의 기원에 대해서는 일본 목각인형 '다루마'(達磨)나 '시치푸쿠친'(七福神)이라고 보는 견해가 주류다.백년 남짓한 세월동안 이 전통인형은 러시아의 어느 거리나 상점에서도 만날 수 있는 대표적 문화상품이 되었다. 제작 방법에 따라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저가 상품과 장인이나 예술가가 고객의 주문을 받아 직접 제작하는 고가의 애호가용으로 나뉜다. 그 종류도 다양해, 러시아 전통적 머리수건을 쓴 홍안의 농촌 여인을 기본으로, 기독교 성인들, 러시아 혁명 영웅 등이 대종을 이루었으나 점차 시대상을 반영해 비틀즈나 세계적 스포츠 스타, 미국 대통령, 심지어는 오사마 빈 라덴의 모습을 묘사한 것도 있다.미국의 한 수집가는 6천종의 마트료시카를 소장하고 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종류가 제작되었는지를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생산이 최고조에 달했던 1980년 한해에 1천만 세트가 제작 판매되었다고 하니 요즘 말로 '대박' 문화상품임이 분명하다.그런데 이 목각 인형이 러시아인과 외국인의 관심을 받는 문화상품이 된 비결은 무엇일까? 그 하나는 외래문화를 러시아적 전통문화와 지혜롭게 융합시켰다는 점일 것이다. 인형의 형상은 외국에서 빌려왔으되 거기에 러시아 신화를 윤색함으로써 고유한 문화로 만든 것이다.이것은 모든 문화의 생성원리다. 외래 문화에 토착문화를 적절히 가미할 때 새로운 문화가 창조된다는 것이다.두 번째 특징은 다양성이다. 마트료시카 인형은 둥근 목각의 재질만 유사할 뿐 그 형상은 천태만상(千態萬象)이다. 인형을 모으면 시사만화가 되고, 역사 인물전이 되고, 대중적 스타의 전시장이 될 정도다.더 중요한 특징은 마트료시카 인형에 '부착된' 풍부한 이야기라고 봐야 할 것이다. 러시아인들이 일본 원산의 인형을 풍요와 다산의 수호신처럼 여기게 된 것은 인형과 연관되는 다양한 신화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인형이 우랄지방의 고대 신화에 나오는 여신 '주말라'의 형상이라고 믿는가 하면, 어떤 이는 모스크바 근교의 옛 왕국에 살았다는 '황금여인' 전설과 연관짓는 사람도 있다. 이들 여신의 몸속에는 다른 사람이 들어 있거나 삼라만상을 담고 있다는 특징이 공통적이다.이런 특징은 미국의 마텔사가 제작해 성공한 여자인형 바비와 대비된다. 바비도 1959년에 출시된 이래 미국과 세계로 날개돋친 듯 팔려 나간 문화상품으로, 점차 기능과 외모 면에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바비의 성공 비결은 소녀들의 자의식과 환상적 몸매에 대한 욕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바비인형에는 신화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없다.마트료시카의 성공담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이야기'의 힘이다. 이야기는 사물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야기로 인해 한갓 나무 조각에 불과한 인형이 생명을 지닌 존재나 신비한 능력을 지닌 존재처럼 변신한다.최근 모든 도시들이 문화도시 혹은 창조도시를 표방하며 도시의 매력을 높이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도시의 매력은 쾌적한 도시공간과 더불어 도시와 도시의 장소에 깃들인 이야기다. 그 이야기는 고대 신화일 수도, 최근의 역사적 사건일 수도, 그 곳에 산 인물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작가를 비롯한 예술인의 또 다른 사명은 우리가 사는 삶터에 서려 있는 이야기를 발견하는 일이다.이야기가 깃든 공간이 정겨운 장소, 매력적인 도시로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2011-02-22 김창수

벌써 때가 왔단 말인가

[경인일보=]벌써 '때'가 된 모양이다.아직 선택의 날은 1년이 넘게 남았는데 선량(選良)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손으로 별 따기라고 할 정도로 지역구내에서 좀처럼 얼굴 보기가 힘들었던 국회의원들도 요즘 종종 눈에 띈다. '철새'들도 돌아왔다. 선거때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철새'들이 좀 일찍 왔다. 돌아온 용팔이처럼 그 활보가 심상치 않다. 동창회나 신년 모임은 물론이고, 지역의 각종 행사에도 기웃거린다. 감투욕도 노골적이다. 역시 '때'가 가까이 오고 있다는 방증이다.따져보니 그 시기가 예년에 비해 좀 빨라졌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내년 총선은 파동이 클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변혁과 물갈이가 극심할 것이고, 민심 또한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를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19대 총선은 대선과 맞물려 그 변화의 파장은 현재 시계 제로다. 그래서 현역들의 불안감이 더 역력하다. 공천은 공천대로, 지역의 표심은 표심대로,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아 보인다. 지역주민들의 정치 불신도 이전보다 훨씬 심화됐고, 현 정부 여당에 대한 불만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상대적으로 여당이 많은 인천의원들은 스스로가 '위험수준'이라고들 말한다. 그래서 일까. 연초부터 아예 지역구에 내려와 지역주민들과 스킨십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의원들이 부쩍 늘었다.연초에 경인일보 등 한국지방신문협회가 조사한 여론조사를 보면 내년 총선때 현 국회의원을 지지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률이 38.1%로, '지지할 것'의 36.7%보다 높았다. 사실상 부정의 답에 가까운 '모르겠다'고 답한 경우도 25.3%나 됐다. 이 조사결과만 봐도 현역들의 조바심은 엄살이 아니다. 이런 낌새를 챘나. 역시 '정치 철새'들의 눈치는 고수급이다. 정치 9단쯤은 못돼도 이젠 몇 단쯤은 됐나 보다. 선거를 치른 뒤 몇 해가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던 이들이 갑자기 연초부터 안부 메시지를 보낸다. 또 각종 모임장소에선 얼굴을 마주치기 일쑤다. 주민들과의 스킨십 강도도 예사롭지 않다. 수십년 째 반복되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행태들이다.때 이른 정치의 계절. 과연 이들의 요즘 행태가 표심으로 이어질까. 어림 없는 일이다. 이 시대의 유권자들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 표(票)는 의도적인 이미지 관리나 스킨십만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유권자들을 감동시키지 못하고서 어떻게 표심을 얻겠다는 건가. 인천의 현역 국회의원은 12명. 과연 이들 중에 19대 국회에 입성할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 성급한 예측이지만, 현시점에서 투표를 할 경우 안심할 사람은 손꼽을 정도라는 게 지역정가의 분석이다. 왜 이럴까.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은 있겠지만, 단적으로 말해서 의정활동이 문제다. 의원 한 명당 1년에 5억원 이상의 세금을 쓰면서 과연 감동을 주는 정치를 하고 있는가. 국회의원은 헌법 제 46조 제2항에 따라 국가 이익을 우선하고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도록 돼 있다. 소속 정당의 꼭두각시가 아닌 국가를 위해 소신있는 의정활동을 펴고 있느냐는 것이다. 또 인천의 각종 현안해결을 위해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본 적은 있는가. 이런 질문들을 던졌을 때, '난 이랬소'라고 자신있게 말할 의원이 몇이나 될까. 그렇다고 철새 정치인들이 유리하다는 얘긴 더 아니다. 이들이야 말로 그동안 국가와 지역을 위해 뭔 일을 했으며, 준비된 자세를 갖췄는지 보여줄 차례다. 평소에는 어디서 뭘 하다가 때가 되면 나타나는가. 그것이 더 궁금할 따름이다. 유권자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서 국민 운운하며, 유권자들을 속이려다가 큰 코 다친 '정치꾼'이 한둘이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아직 늦진 않았다. 그동안 낙제 점수를 받았다 치더라도 아직 1년여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만회할 시간은 충분하다. 현역은 현역대로, 철새나 신인은 신인대로, 국가와 지역을 위해 헌신 봉사할 프로젝트를 보여줄 시점이다. 오는 4월 재보선이 끝나면, 총선 열기가 거세질 전망이다. 과연 19대 총선에선 어떤 인물이 금 배지를 달지, 내년 4월 총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2011-02-15 김은환

우울증

[경인일보=]전의경의 부대 이탈행위와 자살 등 극한 방법으로 세상을 등지는 일이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원인은 상급자(집단생활 부적격자)의 구타와 가혹행위다. 국가가 젊은이들을 불러 모아 사회의 질서를 지키게 해놓고, 이들의 생활근거지에서의 무법적 행위를 방치한 결과다. 대인기피증과 우울증 환자가 양산되면서 불미스런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근무를 시민들과 같이 하면서 집회 시위를 막으려면 그 긴장감의 강도는 분명 군인과 다르다. 이들은 항상 긴장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무만으로도 압박에 의한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과도하다. 그래서 내무생활은 긴장감을 풀어줘 다음 업무를 준비하는데 도움을 주는 인간적인 공간이어야 한다. 물론 긴장감을 일정 부분 유지하기 위한 규율은 필요하다. 이를 구실로 한 선임병의 괴롭힘은 또다른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강박관념에 억눌려 늘 불안감을 안고 생활하는 공간이 되고 만다. 폭탄의 안전고리가 빠져 터지기만 기다리는 불안정한 상태다.전의경 선임자의 구타와 가혹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경찰청은 사건이 발생하면 으레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약속해 왔다. 최근에는 구타 가혹행위자와 관리감독을 태만히 한 지휘요원에 대해 형사 입건하고 인권교육과 전의경 인권침해신고센터를 만드는 등 그동안 나온 근절 매뉴얼 중 가장 강력한 대책을 발표했다. 결과는 판정패다. 경찰청의 조치를 비웃기라도 하듯 며칠 지나지 않아 구타와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한 후임병들이 근무지를 이탈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경찰청장이 진화에 나섰다. 관련 부대 해체라는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 더이상 나올 대책이 없어 보인다.기강 해이가 실제 시위현장에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선임병이나 지휘관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쇠파이프나 죽창 등으로 무장한 폭력적인 시위대와 맞서는 상황에서 긴장하지 않으면 병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긴장감 유지는 필요하며, 엄격한 규율이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적인 하나의 방안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지휘관들도 긴장감을 유지하고 정신을 번쩍 차리라는 의미에서 데모 현장에 나갔을 땐 구타를 눈감아준다고 한다. 이같은 관행이 내무생활에 까지 이어지면서 인격 모독과 가혹행위 형태로 나타나게 되며, 이는 또다른 사고의 전조가 돼 사태를 키워왔다. 데모 현장이든 내무반이든 관행이 없어져야 하는 이유며, 이러한 악습이 전통처럼 전해지면서 되풀이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부대 부적응이라는 개인적인 이유외에 우울증 환자를 양산하는 위험지역이다.우울증은 자살의 최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통제가 어려운 우울증의 특징은 90%가 긍정적이고 10% 정도만 부정적이어도 그 10%에 예민하게 집착해 많이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것이다. 10%의 부정적인 면이 다 없어져야만 자신이 살 수 있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우울증을 앓는 이들은 겉으론 무기력하고 우울해 보이나 "사고 체계안에선 그 부정적인 면을 향해 굉장히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 소견이다. 전의경 사건의 경우 부대 이탈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죽음이라는 극단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꽤 된다.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몰고 온 정신적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백혈증 사망 등 끔찍한 일들이 부대내에서 터져 나왔다. 우울증이 원인이다.전의경은 군인과 다르다. 사회 질서를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현장에서 겪는 고충의 크기는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간접 경험으로는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부대원은 물론이요 관리·지휘 요원의 꾸준한 관리와 지속적인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이와 함께 반드시 살펴야 하는 것이 트라우마(trauma)다. 심리학에서 영구적인 정신장애를 남기는 충격, 즉 정신적 외상을 뜻한다. 큰 사고나 사건을 당한 사람이 외상이나 정신적 충격때문에 사고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면 불안해지는 증상이다. 업무성격상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구타와 가혹행위는 이러한 불안 증세를 더욱 키우게 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예방만이 근본 대책이다.

2011-02-08 조용완

방관과 실기(失機)가 키운 전세난

[경인일보=]전셋값이 무려 93주 연속 상승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2009년 4월 첫주 이후 1년9개월 가까이 매주 상승한 것이다. 그동안 전국의 집값은 4.9% 오른 반면에 전세금은 무려 14%나 인상되었다. 작년말 은행권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2009년보다 22% 늘어난 12조8천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중이고 금리 또한 작년 5% 내외에서 올들어 6%대 후반까지 올라 세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전세 대란은 이미 오래전부터 서서히 잉태되었다. 2000년대 들어 물가 상승률을 밑도는 저금리 체제가 장기화되면서 집주인들이 점진적으로 전세를 월세로 돌린 때문이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전국적인 도시재개발사업은 설상가상이었다. 서민주택들이 한꺼번에 대량으로 사라졌으니 말이다. 차제에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매진했으나 역부족이었을 뿐만 아니라 민간임대주택사업도 활성화되지 못했다.2008년에 불거진 글로벌 금융 위기는 또다른 복병이었다. 공교롭게도 주택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을 대폭 줄인 때문이다. 그나마 신규 물량도 중대형 중심이어서 전세 수요가 많은 85㎡미만의 중소형은 상대적으로 적게 공급했다. 시세보다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을 대거 공급한 것도 전세난을 부채질했다. 셋집을 전전하면서도 '무주택요건'만 채우면 언젠가는 싼 집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매매 대기수요가 전세로 전환된 것은 '옥상옥'이었다.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지않은 상황에서 굳이 집을 구입할 이유가 없었던 탓이었다. 정부의 수수방관은 더 큰 패착이었다. 23년 전부터 전세난이 예견되었음에도 정부는 집값 잡기에만 올인했을 뿐 전세 문제는 등한시했던 것이다. 작금의 전세난은 공급 부족과 저금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나 정부의 소극대응 탓이 더 컸다.새해들어 정부가 서둘러 전세대책을 마련했다. 9만7천 가구의 공공 소형 분양임대주택의 경우 공사기간 단축을 통해 조기에 공급하고 올해중에 공급 예정인 매입임대주택 2만 가구도 가능한 상반기에 조기 매입해서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에 제공할 예정이다. 국민주택기금의 전세자금 5조7천억원을 2~4.5%의 저리로 지원하며 전세자금 대출 요건을 완화했다. 임대주택에 대한 세제지원 요건 개선을 통한 민간임대사업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주택법을 빨리 개정토록 했으며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재개발, 재건축 시기도 최대한 분산하고 부동산중개업소들의 전셋값 담합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도록 했다.그럼에도 전세 가격은 여전히 상승기류를 타는 중이다. 중소형 전세 물건 부족에서 시작된 전세난은 서울 도심에서 외곽으로, 다시 경기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빈집이 많았던 용인, 고양, 파주 교하지구의 전세 물건들이 모두 소진되었다. 심지어 전세대란은 대학촌까지 강타함으로써 신학기를 앞둔 대학생들을 크게 긴장시키고 있다. 전세대책의 약발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이번엔 정부가 늑장대응한데다 전세대책도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에만 치우쳐 지역별, 수요자별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때문이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올해중에 총 21만 가구의 보금자리주택 공급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상의 대책들이 다소 시간을 요하는 것들이어서 당장 발등의 불을 끄기에는 역부족이다.설이 지나면 신혼부부와 학군 수요까지 가세, 전세난은 한동안 더 심해질 전망이다. 인플레 우려에 따른 금리의 추가 인상도 간과할 수 없다. 정부의 방관과 실기(失機)가 전세난을 키운 것 같아 답답하다.

2011-02-02 이한구

인천 제조업을 다시 생각한다

[경인일보=]최근 인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인천지역 제조업 구조변화 분석' 보고서는 인천경제에 드리워진 위기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1999년 이후 10년간 인천경제를 진단한 결과, 인천은 여전히 제조업 중심경제이지만 기계·자동차 등 전통업종 중심이고 IT·반도체와 같은 지식기반 제조업의 비중은 아직 약하다는 현실을 드러낸다.또한 제조업체들은 생산성 향상에 실패하여 낮은 성장세에 허덕이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300인 이상인 중견 기업수가 10년 전보다 오히려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결과가 말해 주는 것은, 인천경제는 지식경제시대에 적합한 업종전환에 실패했으며, 중소제조업의 메카이지만 성장통로가 막혀 있거나 혹은 성장기업들이 지역을 떠난다는 문제로 집약할 수 있다. 이 현상들은 '경제수도'를 목표로 하는 인천시의 경제정책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인천 제조업의 지속적인 부진에서 파생되는 가장 큰 부작용은 인천경제의 중심축을 서비스업 쪽으로 옮기자는 견해와 맞서야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인천경제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지만, 제조업의 성장속도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무시할 수 없는 설득력을 축적해 왔다. 인천은 지역특성상 항만과 공항 등 물류 인프라가 강하기 때문에 서비스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은 단견에 불과하다.본질적으로 서비스업은 제조업보다 생산성이 낮은 편이며, 서비스업은 생산성이 증가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없다. 또한 서비스 상품은 교역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출능력이 약하다. 서비스는 본래 동일 지역에서 거래가 발생하는 상품이다. 협소한 내수시장 때문에 언제나 경제활동의 돌파구를 해외시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던 한국경제를 생각할 때, 수출이 어렵다는 것이 얼마나 큰 한계인지를 실감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인천경제가 진정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지식산업화만이 진정한 해법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할 때이다.인천경제는 남동산업단지로 대표하는 제조집적지로서 자리매김하면서 한국경제의 성장과정에서 큰 역할을 맡아왔다. 이렇듯 한국경제에서의 뚜렷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중소제조업체들 중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수가 놀랍게도 10년 전보다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을 맞고 있다. 실제로 300인 이상 종사자 규모의 사업체는 1999년 56개에서 2008년에는 25개로 31개 감소했다. 이는 창업, 생존, 성장, 도태, 재창업이 직조하는 기업 흥망성쇠의 흐름에서 무언가 오류가 발생했다는 의미이다.인천경제에서 중견기업이 감소한 이유로 다음 두 원인을 지목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통로가 없다는 이유이며, 다른 하나는 중견기업이 되는 즈음에 인천을 떠나기 때문일 것이다. 두 가지 중 어떤 이유이든, 중견기업에 대한 성장지원이 인천시 경제정책에서도 중요하다는 점이 부각된다.보통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영세한 기업을 정책대상으로 설정하지만, 인천에서는 중견기업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기능, 예컨대 글로벌 시장 진출 등을 지원하는 정책을 '중견기업육성책'이라는 타이틀 아래 차별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 지역경제에서 중견기업의 수가 증가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들의 성장생태계를 선순환 체계로 만들어서 수익사슬을 원활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지역경제에서 투자주체와 수요처로서 기능하는 대기업 없이 경제활동을 펼쳐야 하는 인천으로서는 특히 중요할 것이다.인천시는 '경제수도 인천'을 위한 정책동력들에 시동을 걸고 있다. 제물포스마트타운을 비롯해서 남동산업단지의 구조고도화 등이 그 정책들의 단면일 것이다. 인천시의 경제수도 추진정책은 인천제조업의 지난 10년간 궤적이 노출한 현상과 진단을 성숙하게 담아내야 할 것이다.

2011-01-25 손동원

사회적 기업과 '마켓 3.0'

[경인일보=]사회적 기업이 대안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들은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을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행 사회적기업육성법은 사회적 기업을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 목적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어딘가 밋밋하지만 사회적 서비스 확충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적을 동시에 실현시키자는 대안에 사회적 합의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실상 사회적 기업이란 말은 동어반복이라 할 수도 있다. 기업은 사회적일 수밖에 없으며 대부분의 기업이 '사회적 기여'를 설립 목적으로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점에서 '사회적 기업'이란 말은 역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추구해야할 사회적 사명보다 이윤추구에 급급해 왔다는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도 된다.기업의 사회적 성격과 관련된 일련의 지각변동을 불러오는 진앙지가 바로 소비자들의 의식변화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의식변화는 기업하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 문화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새로운 소비자들은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며 사회적 이슈들을 대안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기업과 제품을 선호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제 상품의 기능을 중시한 시장(마켓 1.0), 상품의 감성적 성격을 중시한 시장(마켓 2.0)을 넘어 소비자의 정신과 영혼에 호소하는 가치중심의 시장(마켓 3.0)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이제 단순한 상품소비의 대상이 아니다. 환경과 에너지 위기와 같은 공동체의 이해와 관련된 상품, 소비자의 참여와 공유가 가능한 상품, 감정이입이 가능한 '이야기'가 있는 상품을 선택하는 주체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사회적 기업의 성공은 그 주체들이 새로운 시장의 변화가 의미하는 요체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선 사회적 기업을 바라보는 정부와 지자체의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적 기업을 고용창출의 새로운 수단 정도로 바라보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 사회적 기업의 활성화는 경쟁중심의 비정한 사회를 지속가능한 지역 공동체로 전환시키는 지렛대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이 활동하기 위한 효과적인 토양과 제도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사회적 기업의 존재의의는 기업의 목표로 설정한 사회적 가치이다. 모든 비즈니스는 '위대한 미션'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피터 드러거의 말처럼 기업의 목적이 지닌 가치와 진정성이 기업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시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활동해온 시민단체의 다양한 경험과 정신은 소중한 자산이며, 새로운 기업이 참조해야할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사회적 기업의 또 다른 자본은 사업영역과 방법상의 창의성이다. 지금까지 돌아보지 않았던 영역을 찾아내고,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 예술가와 예술집단의 활동을 관찰해보라. 그들은 동일한 사물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다.사회적 기업의 터전은 지역이다. 글로벌 기업이 초국적 영토를 대상으로 활동한다면 사회적 기업은 우선 해당지역에 굳건한 뿌리를 내리는 로컬 기업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현실적 요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하며, 지역이 지닌 고유한 자원이 무엇인가를 파악해야 한다. 지역이 가진 가장 중요한 자원은 주민들이다. 또다른 지역 자원은 도시의 문화와 역사가 형성한 고유성이다. 고유성은 고유한 발상으로 바라 볼 때 발견되는 것이지 범속한 눈에는 그냥 하나의 유물에 불과하다.'3.0 마켓'의 도래와 파급효과는 시장의 변화, 소비자 의식의 변화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페이스북(Face-Book)으로 대표되는 소셜 네트워크의 확산에서 보듯 문화와 사회의 전부면에서 지각변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것은 국가나 지방과 같은 커다란 사회는 물론 기업이나 공동체를 움직이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2011-01-18 김창수

사자성어로 본 새해 다짐들

[경인일보=]신묘년(辛卯年)의 토끼는 어떤 동물일까. 영리할까, 약삭빠를까. 해가 바뀌자 여기저기서 '토끼타령'이다. 엄밀히 말해서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로 한해를 나누는 것은 양력이 아닌 음력이 기준이지만 요즘은 양력으로 적용하는 것이 통상적이 돼 버렸다. 어찌됐든 유달리 올해는 '토끼타령'에 사자성어(四字成語)도 풍성하다.그 원인이 뭘까. 간단하다. 너무나 힘겨웠던 지난해 즉, 묵은해를 빨리 잊고 새해를 맞고 싶은 심정이 배어 있다. 새해의 희망이란 말이 더욱 절실한 곳은 인천이다. 경인년은 악몽의 연속이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만큼 북의 포탄공격까지 받은 한해였으니 말이다.그렇다면 토끼는 우리에게 어떤 이미지로 인식돼 왔는가. 대개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구전소설인 '토끼전'에 나오는 영리함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에 등장한 토끼로 교만과 어리석음의 상징이다. 우린 당연히 토끼전에 나오는 영리한 토끼같은 한해를 기원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들이 척척 해결되는 것은 물론이고 운도 좀 따라주는 한해가 되길 바라서다.사자성어로 본 신년 화두도 토끼에 거는 기대치 만큼이나 요란하다. 청와대는 '일을 단숨에 매끄럽게 해낸다'는 뜻으로 일기가성(一氣呵成)를 내놨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미루지 말고 과업을 이뤄내자는 의지로 해석된다. 2009년에는 부위정경(扶危定傾·위기를 맞아 잘못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 지난해에는 일로영일(一勞永逸·지금의 노고를 통해 이후로 오랫동안 안락을 누린다)이라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임기가 막바지에 가까워 오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자칫 속도전이 다시금 등장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기업인들이 신년에 내건 사자성어도 각양각색이다. 그중엔 최태원 SK그룹회장의 붕정만리(鵬程萬里·붕새를 타고 만리를 난다)가 눈길을 끈다. 10년내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자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국내 유력 대기업이지만 그간 이렇다할만한 국제 경쟁력을 가진 상품을 내놓지 못한 현실을 반영한 듯하다. 얼마전 인천경영포럼에서 만난 기업인들도 하나같이 신묘년에 거는 기대치가 컸다. 우선 경제가 좋아지길 바랐고, 인천도 이제 제자리 잡아갔으면 하는 소망들을 쏟아냈다.송영길 인천시장은 적성보인(赤誠報仁)이란 사자성어를 내놨다. 진정과 정성으로 오직 인천을 위해서만 뛰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가슴에 와닿는 말이다. 취임초 걱정스런 말투와 행동, 측근 챙기기에만 열을 올린다는 비판을 받아온 그가 이제 진정으로 인천시민을 위한 목민관으로 변신하겠다는 의지로 보면 좀 성급한 해석일까.요즘 그의 행보를 유심히 들여다본 인천의 오피니언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얘기가 나온다. 예전과 사뭇 다른 모습으로 변신중에 있는 것 같다는 평가다. 두고 볼 일이지만 일단 나쁘지 않은 소리다.사실 인천은 많은 숙제를 안고 새해를 맞았다. 과연 서해 5도서에서 편안한 생업이 유지될 수 있을까. 움츠린 지역 경제는 돌파구를 찾을까. 2014 아시안게임은 경기장 등이 예정대로 진행돼서 차질이 없을까. 바닥을 치고 있는 교육의 질은 좀 나아질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열음은 봉합될까 등등. 어느 것 하나 걱정거리가 아닌 것이 없다.그러나 신묘년 새해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그 결과는 어떻게 마음 먹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우리가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힘을 모으냐에 따라서 도약의 한해가 될 수도 있고, 좌절의 한해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어느 사회, 어느 집단이든 그 중심에 있는 리더들의 생각과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분위기를 잡아가고, 끌고 가는 것은 리더들 몫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마음을 다지는 새해엔 더욱 그렇다. 그래서 한해가 시작될 때는 초심(初心)을 얘기한다. 시음 마음처럼 말과 실천을 하자는 뜻에서다. 시민을 위해 신사독행(愼思篤行·신중히 생각하고 충실히 행동하라)하자는 사자성어가 새삼 느껴지는 시점이다.

2011-01-12 김은환

신년 약속

[경인일보=]신묘년(辛卯年) 태양도 어김없이 대지를 비추며 새 역사를 이어 가고 있다. 여명의 빛이 구름을 뚫고 고개를 내밀면 희망가를 부르고 덕담을 나누며, 개인의 경우 작심 3일이 될지언정 한가지씩 자신과 약속을 굳건히 하고 해낼 것을 다짐한다.지도층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반성을 시작으로 국민의 복된 삶과 국가의 번성을 위해 위대한 결심을 하게 된다.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신년사에서도 새해 맞이 각오들이 비상하다. 한결같이 그 안에는 국민이 있다. 매년 그 해 약속한 내용들을 추려 나열하면 국민, 특히 서민들의 삶은 풍요 그 자체다. 빈부의 격차를 생각할 필요도 없다. 서있는 위치에서의 충분한 행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공수표로 믿음이 가지 않는다.정치권이 신년사중 국민에게 약속한 말들을 나열해 보자.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민생의 한가운데에서 서민과 함께 생활정치를 해 나가겠다'는 올해 정치 포부를 밝혔다. '서민경제 살리기에 전심전력을 다해 나가도록 하겠으며, 서민과 중산층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더불어 잘 사는 대한민국'을 강조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말의 차이가 있을 뿐 의지만은 다르지 않다. '새해에 국민 속으로 더욱 깊이 들어가 국민과 함께 새로운 나라를 준비하겠다'며 새틀을 말한다. '서민들이 허리를 펴고 차별과 특권이 없는 사회를 준비하는 새해', '중산층이 활개를 펴고 국민이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하는 역동적인 사회를 준비하자'고 호소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를 통해 희망을 품고 꿈을 꿀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당의 역량을 강화해 노동자·농민·서민에게 희망의 정치'를,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서민의 삶을 파괴하는 전쟁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평화에서 행복한 삶을 찾았다.국민을 강조한 이면에는 기득권의 선점과 대권이 있다. 물론 당의 존재이유에는 대권을 손에 넣고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국민과 국가를 반석위에 올려 놓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담겨 있다. 이 마저도 없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모래알 처럼 흩어져 미아가 될 지도 모른다. 매년 국민과 국가를 위한다는 명분의 진흙땅 다툼이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벌써 부터 그런 조짐이 국회에서 일고 있어 '서민과 함께하는 생활정치', '국민 속으로' 등 등 올해도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지기 힘들 것 같다.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로 촉발된 대립이 신묘년 일년 내내 전국을 휘집고 다닐 기세다. 지난 12·31개각으로 입각 준비중인 감사원장과 국무위원 내정자 인사청문회,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4월 국회의원 재보선시 여야간 한판 승부, 수면위로 나온 잠룡들의 대권 행보 격돌 등 정치권이 격동의 시간을 예고하고 있다.비중이 큰 정치인의 말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은 당 종무식에서,…"죽어서 이 악의 무리들, 탐욕의 무리들을 소탕하는 한해를 만들자"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명박 정권을 확 죽여버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원색적 표현으로 '막말 논란'을 빚은 후다. 천 최고위원을 '패륜아', '인격 파탄자'라고 맹비난하며 정계 은퇴를 요구했던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공격을 늦추지 않았고, 이에 민주당은 "여당 대표의 '실언파동'을 덮으려는 꼼수이자 적반하장"이라며 반격에 나서는 등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미정국으로 치닫고 있다.신급돈어야(信及豚魚也)', 사람에게 믿음의 힘은 돼지나 물고기에까지 미친다는 의미로, 믿음의 위대함을 일컫는다. 부처지정 자무적종(夫妻持政 子無適從), 부부가 주도권을 다투면 자식이 믿고 따를 바가 없다고도 했다. 국민에 대한 신의도 말에 대한 신뢰도 없고, 책임정치를 해야 할 정당의 정치에는 다툼만 있는, 그래서 국민을 힘들게 하면 리더로서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리더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시대적 소명은 국민에게 귀결된다.

2011-01-04 조용완

대어(大魚) 빠진 후의 그물 손질

[경인일보=]'내부자거래'와 '내부거래'란 용어가 있다. 얼핏 보면 같은 말처럼 보이나 의미가 전혀 다르다. '내부자거래'란 상장기업의 임직원 및 주요 주주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회사정보를 입수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행위로 자칫 부당이득을 얻을 수 있어 증권거래법에서는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반면에 '내부거래'란 특정 기업집단의 계열사들간에 서로 물건을 사고팔거나 인력 등을 지원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바 내부거래가 이뤄질 경우 생산비 저하 및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 등 국민경제적으로 순기능이 많다. 수많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수직적 계열화에 나서는 이유이다.그러나 내부거래에도 문제가 많은데 대표적인 사례가 계열사들간의 가공(架空)거래로 그룹의 외형을 부풀릴 뿐만 아니라 거래물량 허위산정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 등이다. 이런 거래를 '부당내부거래'라 칭하는데 현재는 규제와 감시가 심해 이런 유형의 내부거래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새로운 형태의 부당내부거래가 확인되곤 하는데 이는 그룹의 전 계열사들이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이다. 그 와중에서 회사이익 편취 내지는 재벌들의 고질적인 몸집 불리기와 세금 없는 경영권의 상속 등이 자행된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비자금 조성도 가능하다.대표적인 사례가 현대기아차그룹이다. 지난 2001년 3월에 정몽구 회장과 장남 정의선이 각각 10억원, 15억원씩 투자해서 설립한 현대글로비스에 현대기아차그룹은 자동차와 부품, 철강운송 등의 물류업무를 통째로 몰아주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운송비는 떨어졌으나 글로비스에는 반대로 운임을 올려주기도 했다. 자본금 25억원의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글로비스의 외형 및 수익은 불과 10년 만에 눈덩이처럼 커져 현재는 시가총액 6조3천억원의 국내최대의 물류기업으로 부상했다. 그 사이 글로비스는 주요계열사들의 주식까지 사들여 현대기아차그룹의 지배권까지 확보했다. 정의선은 상속세 한 푼 내지 않고 재계순위 2위의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한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마트피자'의 경우도 같은 케이스이다. 2005년 1월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조선호텔의 제과부문을 분사해서 조선호텔베이커리를 설립할 때 신세계그룹의 정유경 부사장이 지분 40%를 샀다. 정유경 부사장은 트위터로 유명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여동생이다. 조선호텔베이커리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내 제과점들을 독점운영해서 급성장했던 것이다.이런 형태의 부당내부거래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국내 재벌들에 공통된 현상이어서 그동안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요구해 왔다. 경제개혁연대가 2008년 55개 그룹 계열사 48곳을 조사한 결과 26.6%인 111건이 지원성거래, 회사기회 유용사례로 판단한 바 있다. 상장회사는 부당주식거래, 비상장회사는 회사기회 편취가 지배적이란다. 공정사회 구현 및 조세정의에도 위배됨은 물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회균등의 원칙과도 배치된다. 오죽했으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조차 반대하고 나서겠는가.그동안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식 변칙증여 및 부당이득 취득 등에 대한 상법, 세법, 공정거래법 등 법률적 제동장치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2003년에 마련한 상속증여세 포괄주의 도입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세청의 소극대응으로 아직까지 단 한건도 적발하지 못했다. 노무현정부 때인 지난 2007년 9월에 상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재계의 반발과 정치권의 비협조로 불발로 끝났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법무부가 상법개정이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내년 2월에 열릴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조만간 재벌오너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가 금지될 예정이나 만시지탄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어(大魚)들이 모두 빠져나간 후에 그물을 손질하는 격이니 말이다. 기왕지사 잔챙이들조차 못빠져 나가도록 정교하고도 확실한 개정작업을 당부한다.

2010-12-29 이한구

모두가 끝났다고 하는 곳에 희망이 있다

[경인일보=]자전거. 누구에게나 한 가지쯤의 추억을 만들어 주는 친근한 삶의 수단이다. 세발 자전거로 시작하여, 휠체어로 인생을 끝낼 때까지 자전거 바퀴는 우리와 함께 한다. 자전거는 한국 근대화과정에서 기계조립산업의 대표였다. 1980년대 중반에는 연간 150만대를 수출하여 북미시장의 15%를 점유하였다는 기록도 있다.그러나 중국과 대만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사양산업으로 낙인찍혔다. 그 후 신발과 섬유와 마찬가지로 공장과 기술자들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으로 통째 이전하였다. 부품산업과 제조업 영역에서 명단이 사라져 버린 사이 중국과 대만이 자전거 산업의 강자로 등장했다.MB 정부는 녹색성장의 대표적 산업으로 자전거를 내세웠다. 자전거도로 건설과 자전거 타기와 같은 1회성 혹은 낭비적 사업들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 한국자전거종합연구센터도 개소하였다. 하지만 자전거 산업의 부흥을 꿈꾸며 출범한 남동공단의 (주)미추홀아리랑바이크는 현재 자본잠식상태다. 천정부지로 올랐던 자전거 주식은 정책의 실패를 예감하듯이 폭락했다. 그리고 자전거 시장은 천덕꾸러기 공짜 자전거와 고급브랜드의 외제 자전거로 더 양분되고 있다.만약 일본과 대만의 자전거산업을 조금이라도 면밀히 검토했다면 그런 실패는 되풀이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일본의 자전거 수요는 연간 1천만대이며 그 가운데 600만대를 수입하고 있다. 일본은 자전거 완성품보다 부품시장에 총력을 기울인다. 그 결과 '시마노', '나카노'와 같은 세계 초일류의 자전거 부품 전문회사를 갖고 있다. 일본이 기업단위로 성공한 사례라면 대만은 정부정책으로 성공한 사례다. 대만은 중국에 밀려 자전거 산업이 고사위기에 처하자 기업을 클러스터화시켰다. 이를 통해 기술과 품질에서 승부수를 걸었다. 대만은 세계 2위의 자전거 수출국이자, '자이언트'는 자전거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다.최근 일본의 (주)나카노철공소(中野鐵工所)로부터 기술이전과 관련한 제안이 들어왔다. 나는 나카노의 성공담에 눈길이 갔다. 모두가 끝났다고 하는 포기한 사업에서 어떻게 살아남은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일본이 에어 허브의 보배로 소개하는 (주)나카노철공소가 되었는가. 그 곳에는 오사카의 에디슨으로 불리는 나카노 사장이 있었다. 그는 고객으로부터 '자전거 펑크 때문에 고민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조사해보니 자전거 펑크의 원인은 70% 이상이 공기압 문제였다. 그 적정값은 '3'이지만 실제 사용되고 있는 자전거의 대부분은 '2'기압 이하가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되면 튜브가 바퀴의 테두리에 강하게 마찰이 일어나 결국 펑크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항상 공기를 보충 할 수 있을까. 수도 없는 좌절과 도전 끝에 그는 에어 펌프를 내장하는 데 성공하였다.사실 한국과 비슷하게 일본에서도 중국과의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10개사였던 자전거 허브전문업체가 모두 사라졌다. 그러나 나카노 철공소는 중국 혹은 제3세계 국가와 싸워 절대 이길 수 없는 출혈 가격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 그 보다는 누구도 만들 수 없는 절대적 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승부를 걸었다.자전거와 마찬가지로 버림받은 부산의 신발과 대구의 섬유공장이 중국과 베트남 등지로 떠났다. 그러나 그 후 스포츠 산업의 발달과 함께 고급 스포츠화 등이 급성장하였다. 아웃도어와 기능성 의류시장의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뒤늦게 대구는 밀라노 프로젝트를 통해, 그리고 기업들은 아웃도어와 의류시장을 넘보고 있다.지금 대학을 졸업하는 한국의 청년들을 기다리는 것은 비정규직과 88만원의 저임금 시장이다. 그렇다면 조선 산업보다 시장규모가 크다는 자전거 산업을 통해 부품산업 메카로 인천을 다시 만들 수 없는가.지금 우리들의 자전거가 말하고 있다. 모두가 버린 것에서, 모두가 끝났다고 하는 곳에서 바로 인천의 미래와 희망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을.

2010-12-21 김민배

과거는 망각… 현재는 푸대접… 미래는 무대책

[경인일보=]예산 파동이 여야 간의 분쟁을 넘어, 정부와 한나라당 간의 설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내년 예산에서 종교, 복지, 서민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함께 끼여 있으면서 별로 주목받고 있지 못한 것이 있는데, 재일동포 단체인 민단에 대한 지원교부금의 삭감이다. 불교와 서민복지가 푸대접을 받는다고 하니, 재일동포도 푸대접 받고 있는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 재일동포 단체인 민단에 대한 지원금은 원안에서 73억원이었는데, 여기에서 약 22억원이 줄어든 51억원으로 통과되었다. 2012년 재외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에서는 표가 우루루 떨어지는 소리처럼 들렸을 것이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정부원안에서는 19억원이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2001년 국회외통위에서 민단에 대한 지원금을 매년 10%씩 감소시켜 2010년 지원을 종료시키고, 다른 지역 동포 사회에 대한 지원으로 사용하자고 한 것을 반영한 액수가 아닌가 한다. 현실은 2004년 80억원 지원에서 2008년 73억원으로 감소하였고, 올해는 51억원으로 감소되었기 때문이다. 민단 지원금의 삭감은 2001년 방한한 LA한인회장 등 미주한인회장들이 "150만이 거주하고 있는 미주에서는 여권, 영사 수입 등으로 모국에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는데, 모국이 다른 동포사회에는 지원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논쟁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해외의 동포들에게 지원을 전체적으로 확대하는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야지, 배정 예산을 줄이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망각하기 잘하는 한국인들은 과거 재일동포의 모국에 대한 '막대한 지원'을 잊은 것 같다. 어렵고 가난했던 1960~70년대 한국 산업화의 기본 자금은 거의 재일동포들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한국 최초의 수출 공단인 구로공단은 재일동포전용공단이었다. 물론 그들 자신의 투자를 위한 것이라고 폄하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순전히 공짜 기부만을 얘기해 보자. 해방 후 해외공관 하나 제대로 만들어 유지할 외화가 없던 대한민국에 현재 1조원 이상을 호가하는 주일대사관과 다른 10개 총영사관을 기증한 사람들이 재일동포였다. 한국이 세계로 비상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체조, 수영, 테니스경기장과 미사리 조정경기장도 재일동포 성금으로 만든 것이다. 심지어 현재 대한체육회 본부 건물인 올림픽회관도 민단 동포들의 성금으로 만든 것인데, 서울올림픽 때 이들이 기부한 공식 성금만도 541억원(현재 시가로 2천억원 정도)에 이른다. 그뿐인가? 1997년 39억달러의 이자를 갚지 못해 국가부도 사태가 난 IMF 외환위기 때 15억달러를 송금한 사람들도 재일동포였다. 이렇게 모국이 특히 어려운 시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지원했던 것이다. 덕분에 대한민국은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강국으로, 선진국으로 진입하였다. 그 결과 개도국에 공적자금원조(ODA)로 올해 1조3천억원을 지원하였고, 2015년에는 지원액이 그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일동포 예산 논쟁과 함께 바라보자니 서글픈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과거에 대한 망각과 현재의 푸대접에만 있지 않다. 현 정부는 미래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중점 사업으로 코리안 네트워크의 확대를 선정하고, 재외동포정책을 수립하였다. 그런데 그러한 미래는 준비되고 있는 것인가? 오히려 현실은 더욱 작아지는 것 아닌가? 현재 재일동포 사회는 현지화로 후속세대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그 결과 민단의 장래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이 사실이다. 그들이 어려운 시기 모국을 도왔듯, 그들의 곤란을 해결하는 데 모국이 오히려 도와야 하는 것 아닌가? 모국에서도 그리고 일본에서도 투표권이 없이 살아온 재일동포들이 2012년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다. 동포 수가 많기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이 있으리라고 추정된다. 그들이 표심을 통해 그들의 섭섭함을 토로해야 하는가? 어려울 때 베푼 은혜를 현재 조금 산다고 잊어버린다면 배은망덕이 아닌가? 과거의 고마움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하고, 미래를 위해서도 재일동포에 대한 지원은 감소되어서도 중단되어서도 안 된다.

2010-12-14 이진영

연평도 주민들이 가슴에 단 물음표

[경인일보=]연평도가 북한의 폭격을 당해 불타는 모습을 본 우린 지난 15일간 참으로 참담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정말 우리가 이 것 밖에 안 되는 건가. 이렇게 힘없이 당한단 말인가. 최고의 군대, 최고의 국방력을 운운하던 소리는 어딜 갔단 말인가. 이런 자괴 섞인 복잡한 심정은 군대를 갔다온 사람들이라면 아마 상당수가 같았을 것이다.연평도 사태는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충격과 분노가 삭여들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것은 꺾이지 않는 북의 호전성에다 연일 쏟아냈던 우리 내부의 실망스런 광경들이 원인이 아닌가싶다. 북한의 도발로 시작된 상한 마음은 우리 군대의 열악함에 놀라고, 허술한 정보와 분석력에 혀를 찬다. 또 쏘겠다는 엄포(또 실제상황이 될지 모르지만)에 떨어야하고, 소위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의 언행이나 행동은 견디기 어려운 짜증을 보탠다.연평도 사태만 보면 우리 군은 부실 그 자체다. 재론하고 싶지도 않지만 어떻게 적의 코앞에 있는 K-9 자주포가 고장이 나 있고, 민가까지 초토화 됐는데 대응사격이 고작 절반도 안 된다는 말인가. 장관(전임)이란 사람이 아무리 해명을 해도 13~14분이나 지나서 응사했다는 것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그나마 쏜 80발 중에서 명중 시킨건 손꼽을 정도라고 하니 이게 우리 군대의 현주소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국가 정보파트는 또 어떠한가. 지난 8월에 이미 북한이 서해 5도서를 공격할 징후를 포착했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고, 연평도 도발이 이뤄지기 불과 며칠전에도 감지했지만 설마가 사람 잡은 꼴이 됐다. 뭐 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는 쓴소리를 들어도 싸다. 정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대미는 역시 정치인들 차지다. 연평도 피격현장을 앞 다퉈 방문해선 고작 남긴 말이라는 것이 폭탄주가 어쩌구, 불에 탄 보온병을 들고 나와선 폭탄이니 뭐니 하고 헛소리를 해댄다. 공교롭게도 군대를 안갔다온 분들이 쏟아낸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하지 않을까. 정치인은 언행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적어도 눈치코치는 있었으면 좋겠다. 대충 이런 것들이 보름동안 나온 실망스런 결과물들이다.연평도 사태는 누가 뭐래도 분명 국가적 위난사태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 최근 벌어진 일들을 보면 위기의 본질은 우리 내부에 더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북 도발의 정보를 놓고 정부기관들간에 '진실게임'을 벌인 것도 그렇고, 정치권의 무분별한 처신이나 발언, 근거가 부족한 각종 위기설까지 쏟아내면서 국민들을 더욱 불안케 하는 것도 그렇다. 말로만 애국의식, 애민철학이지, 실제는 이념과 당략, 사욕뿐이다. 그나마 신임 국방장관의 당찬 모습에 조금 위안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그럼 나 자신은 어떤가. 과연 국가를 위해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물음을 던져본다. 미안한 마음만 앞서지 딱히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떠오르질 않는다. 연평도 사태는 우리에게 이런 고민을 던져줬다. 국가적 위기앞에선 그 누구도 따로 있을 수 없다. 국가 안보는 산소와 같은 것이어서 그 어떤 가치나 이론보다 우선한다. 그래서 이 시대에, 이 땅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그 참담함이 떠나질 않는다.이 시각 연평도 주민들 상당수는 아직 인천의 한 찜질방에 있다. 과연 연평도의 미래는 어찌되는 건가. 서해 5도서는 더 이상 당하지 않을 정도로 변할 것인가. 엊그제 복구비 명목으로 300억원을 즉시 집행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은뒤 연평도 주민들은 어제 인천시와 생활안전대책 등에 대한 합의는 했지만, 정작 그들의 속내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아 보인다. 과연 이래가지고서야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세계 최고의 군장비가 갖춰지고, 어느 나라 국민보다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연평도가 될 것인가. 1958년 마오쩌둥의 인민해방군이 44일간 포탄 47만발을 퍼부어도 끄덕없었다던 대만의 진먼다오(金門島)처럼 만들어질 것인가. 연평도 주민들은 이런 물음표(?)를 가슴에 달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낸다. 지금 누구의 위로도 그들의 뼈아픈 마음을 대신할 수는 없다. 정부의 확실한 믿음과 실천적 대책만이 희망을 줄 뿐이다. 좀 그들의 요구가 과하다 할지라도….

2010-12-08 김은환

더 이상 학습을 위한 경험은 없어야

[경인일보=]연평도 주민들의 탈출기가 9일째 이어지고 있다. 포격 도발 첫날인 23일 옷가지만 챙겨 어선 등을 타고 두려움에 떨며 고향을 떠나 1일 현재 연평도에는 해병대와 최소 인원만 남아 적막강산이 됐다. 고향을 떠난 이들 대부분은 인천의 한 찜질방에 머물고 있다. 피란민 임시 숙소로 지정된 곳이지만, 정부가 아닌 이 업소 대표가 무료로 숙식을 제공해 왔다. 하루 100여명 정도의 예상이 빗나가 소문을 듣고 온 탈출민이 1천명이나 달한다. 그러다 보니 사랑의 온도계가 필요치 않은 훈훈한 곳이긴 하지만, 한계치를 넘어 정말 전쟁통 피란민 수용소가 됐다. 주인도, 연평도 주민도 모두가 생 고생이다.경험을 통해서 배우고 실수를 줄여 나간다. 남북관계가 주변 환경 등으로 인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 특수상황이고, 확전시 그 피해 또한 짐작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은 충분히 경험했고, 여러 번의 도발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 등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경험이 적은 것도 아닌데 전혀 학습효과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연평도 사태다. 도발 첫날 경인일보 기자가 확인한 대비태세를 점수로 계산하면 0점에 가깝다고 해야 한다. 대피소로 몸을 피한 주민들은 '악몽'같은 시간이었다는 말로 대신했다. 공간만 확보돼 있을뿐, 보온장비도 조명시설도 비상식량도 없었다. 잠시도 지낼 수 없는 곳이었다. 30여년전 구축한 콘크리트 구조물만 덩그란히 지키고 있는, 접적지역 대피소가 아닌 남북통일로 용도가 폐기된 역사적 유물로, 귀감삼아 남겨 둬 관광상품화한 듯한 분위기다.국방은 무기의 첨단화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지켜야 할 대상이 국민이며 국토다. 전쟁상황이 아닌 국면에서, 불가침조약과 정전협정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국민과 장병의 희생이 되풀이 돼서는 국방에 실패한 것이며, 자주국방도 멀었다고 봐야 한다. 혹자들은 연평도를 비롯 북한과 마주한 서해 5도에 거주하는 것만으로도 애국이라고 말한다. 이들이 고향에서 나오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연평도 주민은 물론, 백령도·소청도 등 서해 5도 주민들이 동요하고 있다. 6·25전부터 이 곳에서 살던 분들도 있다고 한다. 생사가 달릴 폭탄세례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향을 등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 그들을 향해 애국을 말해서는 안된다. 지옥같은 상황이 벌어지기에 앞서 살펴야 했고, 그 곳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췄어야 했다. 그 것이 애국자에 대한 예우다.국민을 위한, 접적지역 주민을 위한 매뉴얼이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찜질방 난민생활이다. 더 이상 학습을 위한 경험은 없어야 한다. 말말말로 국민들을 어지럽게 해서는, 현실 직시보단 잘잘못을 따져 시간만 낭비해서는, 상황 재현은 기필코 막겠다는 의지를 믿지 못한다. 당정이 한 목소리로 지원특별법을 말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대책은 없어 보인다. 노후주택 개량을 위한 보조금지급, 고등학교 수업료 등 지원 강화, 농업소득보전, 서해5도 주민에 대한 국가차원의 일반적 보상금과 정규생활 지원금 지급, 각종 공공요금 할인 등이 주내용이다. 이 것만으로는 이주(移住)라는 극한 상황까지 생각하고 있는 주민들에겐 위로가 될 수 없다. 북한의 도발로 인한 불안을 해소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 것은 상황 대처방안이 둘이 아닌 하나여야 그나마 가능하다.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정부와 군을 믿고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도 했다. 하나된 국민이 최강의 안보이며 백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보일 때라는 현실인식에는 많은 국민들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최고 단계가 거기에 있다. 정부도 더는 물러 설 곳이 없으며, 믿음이 깨지면 서해 5도에는 군인만 남게 될 지도 모른다. 지켜야 할 주민이 국민이 거기에 없게 된다. 노숙자가 되더라도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 연평도 주민의 비통함에서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2010-12-01 조용완

기업 역사는 고무줄인가

[경인일보=]'국내 유통 프런티어'라며 열심히 홍보중인 신세계백화점이 피카소에 비견되는'장 뒤뷔페' 작품들을 전시중이다. 뒤뷔페는 프랑스 국민들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화가여서 미술애호가는 물론 문외한들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백화점측은 고객들에게 사은선물 증정행사도 병행했다. '신세계 본점 개점 80주년' 기념의 일환이었다.필자가 주목한 것은 이벤트행사가 아니라 '개점 80주년'이란 표현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일본 삼월(三越)백화점이 일제 강점기인 1930년에 오픈한 경성지점에서 비롯되었다. 한국에 있는 일본인 고객들을 겨냥해서 당시 일본상권의 중심지였던 서울 명동 입구에 국내 최초로 문을 연 것이다. 경성점은 1945년 광복이후 소위 귀속(歸屬)기업으로 한국인 관리 하에서 동화백화점으로 운영되었다. 1957년 9월에는 강의수 등이 인수해서 운영하다가 1963년 동방생명(삼성생명)과 함께 삼성그룹에 재차 인수되어 그해 11월 12일에 상호를 신세계로 변경해서 오늘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삼성이 인수했던 시점을 감안하면 신세계백화점의 역사는 올해로 정확히 49년인데 '개점 80주년'이라니. '개점'이란 상점을 내어 처음으로 영업을 시작하는 것을 의미하는 바 자칫 신세계가 80년간 계속 경영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 탓이다.신한은행의 경우는 더 이상하다. 1982년에 설립된 새내기인 신한은행이 국내 최고(最古)의 은행으로 홍보중이니 말이다. 2006년에 100년 역사의 조흥은행을 인수한 것이 계기였다. 주지하는 바처럼 조흥은행은 1897년 2월에 설립된 한성은행의 후신이다. 1995년 11월에 최고법인기업인증을 받았다며 자랑중이나 신한은행의 '100년 은행'타령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그러나 이 정도는 애교에 속한다. '하이트맥주'로 유명한 하이트그룹은 아예 창립연도를 1933년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하이트맥주의 모체는 1933년 서울 영등포에서 대일본맥주의 자회사로 설립된 조선맥주다. 조선맥주는 광복후 귀속기업으로 1952년에 민덕기가 불하받아 운영하다가 1966년 8월에 현 오너가 인수했던 것이다. 따라서 하이트그룹의 실질적인 역사는 44년밖에 안된다. 한국타이어는 1941년에 설립한 것으로 표기하고 있으며 현대제철은 1953년 6월10일 대한중공업 설립일을 창업일로 간주하고 있다. 필자가 과문한 터여서 전모를 파악할 수는 없으나 이런 식으로 역사를 날조한 기업들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이런 식이라면 롯데그룹의 역사는 43년이 아니라 롯데백화점이 인수한 미도파백화점의 전신인 정자옥(丁子屋)이 1938년에 설립되었던 만큼 72년이 되어야 한다. 크라운베이커리의 역사도 63년이 아닌 74년이 되어야 한다. 1936년에 일본인이 설립한 영강(永岡)제과를 해방직후 간판을 바꿔달은 해태제과를 크라운베이커리가 인수한 때문이다. 1933년에 설립된 소화(昭和)기린맥주 경성지점을 불하받아 재발족한 오비맥주의 역사는 58년이 아니라 77년이며 1940년에 수원에서 일본인들이 설립한 선경직물의 인수에서 비롯된 SK역사는 57년이 아닌 70년이 된다. 애경그룹이나 오리온·동양시멘트의 경우도 일제 강점기에 설립된 귀속기업들을 인수해서 발전해온 만큼 창업시점을 귀속기업 설립시기로 끌어올려야 할 판이다. 그럼에도 롯데·크라운·오비맥주·SK·애경·오리온·동양시멘트 등은 창업시점을 피인수기업의 설립시점으로 소급하지 않고 있어 너무 대조적이다.소비자들에게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강조함으로써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소치로 이해된다. 그렇다고 창업 혹은 개점 시기를 피인수기업의 설립시점으로 늘리는 식으로 왜곡해야만 했나. 역사에 몰이해한 소치 탓인지, 알고도 의도적으로 그러는지 그 속내는 알 수 없으나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 일본강점기의 어두웠던 역사를 애써 감추려는 우리네 정서와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동북공정 운운해서 한국민들의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다. 자신들의 역사를 왜곡하는 기업들을 소비자들이 어찌 생각할지 궁금하다.

2010-11-23 이한구

긴축예산과 민심

[경인일보=]예산은 돈이다. 정부는 그것을 숫자로 말한다. 이 숫자에 따라 국정의 방향도 시정의 방향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숫자 앞에 붙여진 이름을 보면 돈이 어디로 흘러갈지를 가늠할 수도 있다. 바로 그 숫자와 이름을 놓고, 국회와 지방의회가 논쟁중이다. 숫자를 늘린 부처나 지자체에 대해서는 예산의 건전성을 우려하고 있다. 예산이 줄어든 부처나 지자체는 경기 활성화와 선투자가 먼저라면서 아우성이다. 인천시의 경우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7.4%가 감소한 6조5천821억원, 서울시는 3% 감소한 20조6천107억원, 부산시는 3.5% 감소한 7조5천722억원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충북은 올해보다 5.3%를, 경남은 4.1%를, 대구는 2.9%를 증가한 예산을 편성했다. 같은 지방자치단체이면서도 증감이 엇갈리는 예산에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재정 건전성이 우선인가, 아니면 경기활성화 정책이 우선인가. 긴축재정의 바탕에는 부동산 거래 위축과 방만한 재정 운영에 대한 비판이 자리잡고 있다. 인천시가 7.4%나 줄어든 초긴축 예산을 편성한 것이 그 예다. 선거 당시부터 문제가 되었던 송영길 시장의 부채 탕감 정책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악화된 재정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선투자를 감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 바탕에는 무상급식이나 복지와 같은 의무지출 예산의 증가에 대한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도로나 토목과 같은 건설 부문과 미래 성장 동력 부문에 대한 과감한 선지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중의 분위기도 유사하다. 선거공약대로 무상급식과 같이 교육이나 복지 예산의 증액을 주장하는 입장과 대폭 삭감된 도로나 건설 분야의 예산에 대한 기업들의 불만이 공존하고 있다. 악화된 재정 여건과 무관하게 인천시에 같은 차원에서 증액을 요구하는 주장도 있다. 지역사업 성과를 통해 선거에 도전해야 하는 일부 정치인과 예산 보조를 통해 단체를 살려야 하는 사회단체나 지자체의 공사 발주를 기다리는 사업가들의 이해관계도 내재되어 있다. 시의 긴축예산 편성을 특정인사의 탓으로 돌리려는 분위기도 있다.그러나 그것은 긴축예산을 편성한 인천시의 건전재정 방침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시의 건전예산 정책이 성공하려면 정무는 시민사회와 정당에 예산 편성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행정은 기초지자체와 산하기관의 공무원들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송 시장은 자신이 내세운 공약과 의지를 설명하고, 새로운 각오를 알려야 한다. 물론 경기 여건에 따라 추경을 적극 편성하려는 의지도 피력해야 한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세원확보 대책도 적극 추진한다는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8천억원 내외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사실도 알려야 한다. 각종 부동산 경기의 위축 등으로 세금을 거두는데 한계가 있고, 지방채 발행이나 국고보조금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재량지출 사업이지만 사실상 의무지출 항목이 되어버린 2014년 아시안게임 경기장이나 달랑 2량밖에 못 다닌다는 지하철 2호선 사업에도 큰 예산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설명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입김으로 건설된 민자 도로가 17%밖에 가동되지 않는 현실도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도 시의회의 본격적인 예산 심의를 앞두고, 건전 재정보다는 지역경제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미분양과 매물이 넘쳐나는 인천을 보면서도 지역경제 활성화의 명분으로 각종 사업을 요구하는 깃발이 다시 나부끼고 있는 것이다. 과연 10조대의 부채 위기 타개를 내세우며 등장한 송 시장이 어떤 철학으로 대응할지 주목된다. 예산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시민의 다양한 의견과 이해관계 그리고 다양한 직업과 기업의 주장들이 반영되는 최종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어떻게 조화롭게 만들어 낼 것인가. 차세대 리더라는 송영길 시장에게 행정가로서의 면모를 평가하는 첫 시험대가 다가오고 있다.

2010-11-16 김민배

인천, 이제 '빚 타령' 그만하자

[경인일보=]이념이나 이상, 또는 구호만으로 지역발전을 이루긴 어렵다. 그래서 송영길 인천시장은 취임 후 곧바로 경제수도본부란 조직을 만들었다. 경제수도건설을 주창하는 그의 핵심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첫 포석인 것이다. 우린 경제수도란 용어가 좀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인천경제를 서울보다 앞서는 대한민국 1번지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로 이해하고 받아들였다.전임 안상수 시장이 개발위주의 경제정책에 치중했다면, 송 시장은 좀 더 서민에 파고드는 경제정책을 통해 성장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했다. 아직 임기 초반이지만 그렇게 돼야 하고 그렇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최근 쏟아내는 정책이나 말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선다. 너무 '곳간' 탓만 하고 있고, 파이를 키우기보다는 축소 지향적으로 가는 게 아닌가 싶다. 송 시장 취임 이후 인천시의 행정은 줄곧 '빚 타령'에 몰입돼 있다는 느낌이다. 7조원이니 8조원이니, 내년 가면 10조원이 넘는 빚이 된다느니, 인천시의 재정위기론은 시정의 방향이 돼 버렸다. 빚 타령만 하다가는 뭐 하나 시원하게 추진될 것이 없어 보인다.'빚 타령'은 곧바로 현실로 이어진다. 전임시장 때 벌여 놓은 대형 사업은 보류되거나 재검토 대상이 되고, 이미 기공식까지 마친 건설사업도 전면 중단위기에 처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수년째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실속있는 사업조차도 내년예산이 잘려 나갈 판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경쟁도시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됐던 인천이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쪽박 도시'로 전락한 느낌이다. 건설과 관련된 기업들은 물론이고, 인천의 발전가능성에 기대치가 컸던 기업들은 힘들어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일부에선 서서히 짐을 싸려 한다는 걱정스러운 소식까지 들린다. 시민들 또한 자연스럽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오비이락인가. 인천시민들의 소비심리가 몇 개월 사이에 크게 위축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며칠 전 조사 발표한 10월중 인천지역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 심리가 올 들어 최악이다. 생활형편전망지수(99)와 향후 경기전망지수(99)는 올 들어 처음으로 기준치 100 아래로 떨어졌다. 또 가계수입전망지수(100)와 소비자지출전망지수(109), 취업기회전망지수(103)도 전월에 비해 하락해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는 방증이다.작금의 경제상황을 두고 새 시장체제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세계 금융위기로 이어진 정부의 경제정책 부재와 부동산 경기의 장기간 침체 등 복합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고 본다. 또한 인천시의 부채가 과한 것도 사실이다. 전임 시장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이 낳은 산물이다(그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곤 있지만). 그렇다고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체험했다던 인천이 하루아침에 빚더미의 '쪽박 도시'로 비쳐지는 것이 옳은 일인가. 형편이 어렵다고 우는 사람에겐 돈도 안 꿔준다는 옛 말도 있다. '우린 빚이 많다'고 연일 떠들어 대서 뭘 얻자는 건가. 물론 내실있게 자치경영하는 것을 두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다만 성장동력이 꺾이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식의 '궁색'을 떨면서 어떻게 대한민국의 경제수도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경제는 심리적 요인이 크다. 그래서 소비심리를 조정하는 일도 정부의 중요한 정책 중 하나다. 너무 과할 땐 억제정책을 통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내수경기가 침체될 때는 은근히 소비를 조장해서 활력을 넣는다. 지역 경제도 마찬가지다. 일방적으로 내리깎고 성장동력을 위축시키기보다는 활기를 넣는 건 기본이다. 그런 측면에서 모든 대형사업을 재검토 대상에 올려놓고 결론없이 수개월째 질질 끌고, 부채규모를 들어 너무 축소 지향적 행정을 펴는 현 송 시장 체제가 일말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희망이 세상을 바꾼다고 했다. 그래서 우린 늘 미래를 얘기하고 희망을 꿈꾼다. "인천의 미래는 밝다. 빚 좀 있지만 별거 아니다. 곧 서울을 따라잡을 것이다"라는 희망 섞인 말을 듣고 싶은 것도 여기에 있다. 지금이야말로 어렵다고 '죽는 소리'하기보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쏟아낼 시점이 아닐까.

2010-11-02 김은환

못말리는 해외연수

[경인일보=]경기도의회를 포함, 지방의회의 구성원인 의원들의 금지조항에 임기중 '해외연수'를 포함시켜야 할 것 같다. 임기 초와 말, 또한 그 사이 사이 해외연수와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같은 제한 조치가 (가능하지 않지만) 가능하다 해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효과면에서 '아니올시다'라는 답에 이른다.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렵고, 마음 먹고 서로 담합하면 다른 명분으로 해외나들이를 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의원 스스로 존재가치를 되새겨 자정하고 자제하는 성숙된 의회상을 정립하거나 유권자의 바른 선택에 답이 있다.지방의회 의원도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권한과 의무가 있다. 권한은 의안발의권, 동의발의권, 발언권, 표결권, 선거권 및 피선거권, 청원소개권, 청구권 등이다. 다만 강력한 특혜인 면책특권은 주어지지 않고 있다. 지방의원에 대해서는 헌법과 법에 아무런 명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회기중 말이나 행동을 잘못하면 민사상·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의원으로서 지켜야 할 규범과 의무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공공이익 우선의 의무, 청렴 및 품위유지의 의무, 회의 출석 및 직무 전념의 의무, 직위남용금지의 의무, 일정한 직의 겸직 및 거래 등의 금지 의무, 질서유지의 의무 등이 있다. 그러나 의무는 무시하고 권한만 행사하려 한다. 일탈행위로 언론이나 지역민으로부터 질타를 받아도 바로 잡으려 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해외연수로 회기중 또는 외유성 연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의원자격 상실이나 형사고발 대상이 아닌 것도 한몫하고 있는 듯하다.얼마나 심한지는 신문지상에 꾸준히 제기된 고발성 기사의 제목만 나열해도 알 수 있다. '브레이크 없는 외유성 해외연수' '도의회 해외연수 욕먹어도 고' '경기도의회, 해외연수 강행 빈축' '관행탈피 못하는 지방의회 해외연수' '지방의회 해외연수 매년 되풀이되는 외유성 논란 왜?' '재정난 외면한 성남시 해외연수 논란' '낙선 경기도의원 잇단 해외연수 물의' '경기북부 기초의원 임기말 국외연수 눈총' '지방의회 해외 연수, 제도 개선책 마련해야'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쇠귀에 경을 읽어도 이보다 낫지싶다. 비판하고 제도개선을 요구하던 지도층 인사들도 막상 지역민의 선택을 받아 의원직에 오르면 옳고 그름에 대한 잣대를 달리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정반합(正反合), 즉 정립, 반정립, 종합을 통해 진리를 찾아나가는 역동적 논리의 과정이라면 좀 더 지켜보기는 하겠지만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다는 데서 인내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지방의회의 출발은 무급 명예직이었다. 지역의 발전, 지역민의 복지를 위한 봉사, 즉 백의종군 의미가 강했다. 지난 2006년 유급화로 전환한 것은 지방자치의 한 중심축으로서 지역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책임지기 위해서는 정책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의 유입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지방의회에 진입, 지역민과 지역을 위해 일하려는 욕구가 강했던 전문 지식인의 요구이기도 했다. 하지만 도입후 행보는 시간이 지날수록-전문성과 일처리 능력은 나아졌지만-유급화를 주장해 온 당위성과는 거리가 먼, 기대를 저버리는 행태가 자주 목격돼 실망감만 키운 것이 사실이다.지방의회는 주민과 가장 가까운 친구같은 조직이어야 한다. 견제와 감시기능을 수행하고, 조례를 제정하는 일련의 작업에는 늘 주민이 있어야 한다. 진정 참된 여론을 수렴하려면 주민 속에서 활동해야 하며 그것은 그들의 권리이며 의무다. 책정된 예산, 정해진 연수 등을 주장하며 회기중 또는 외유성 연수를 강행하는 행위에 주민은 없다. 그 예산의 출처가 주민이 낸 세금에서 비롯된 것인데도 말이다. 지역민과 거리를 두는, 주민 중심적이지 않은 의회라면 없는 것만 못하다. 우리 주변에는 따듯한 손길을 기다리는 이웃들이 많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해외연수 욕먹어도 고'가 아닌 예산을 아껴 주변의 소외된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이 넘쳐난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들렸으면 한다.

2010-10-27 조용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