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과거는 망각… 현재는 푸대접… 미래는 무대책

[경인일보=]예산 파동이 여야 간의 분쟁을 넘어, 정부와 한나라당 간의 설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내년 예산에서 종교, 복지, 서민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함께 끼여 있으면서 별로 주목받고 있지 못한 것이 있는데, 재일동포 단체인 민단에 대한 지원교부금의 삭감이다. 불교와 서민복지가 푸대접을 받는다고 하니, 재일동포도 푸대접 받고 있는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 재일동포 단체인 민단에 대한 지원금은 원안에서 73억원이었는데, 여기에서 약 22억원이 줄어든 51억원으로 통과되었다. 2012년 재외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에서는 표가 우루루 떨어지는 소리처럼 들렸을 것이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정부원안에서는 19억원이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2001년 국회외통위에서 민단에 대한 지원금을 매년 10%씩 감소시켜 2010년 지원을 종료시키고, 다른 지역 동포 사회에 대한 지원으로 사용하자고 한 것을 반영한 액수가 아닌가 한다. 현실은 2004년 80억원 지원에서 2008년 73억원으로 감소하였고, 올해는 51억원으로 감소되었기 때문이다. 민단 지원금의 삭감은 2001년 방한한 LA한인회장 등 미주한인회장들이 "150만이 거주하고 있는 미주에서는 여권, 영사 수입 등으로 모국에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는데, 모국이 다른 동포사회에는 지원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논쟁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해외의 동포들에게 지원을 전체적으로 확대하는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야지, 배정 예산을 줄이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망각하기 잘하는 한국인들은 과거 재일동포의 모국에 대한 '막대한 지원'을 잊은 것 같다. 어렵고 가난했던 1960~70년대 한국 산업화의 기본 자금은 거의 재일동포들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한국 최초의 수출 공단인 구로공단은 재일동포전용공단이었다. 물론 그들 자신의 투자를 위한 것이라고 폄하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순전히 공짜 기부만을 얘기해 보자. 해방 후 해외공관 하나 제대로 만들어 유지할 외화가 없던 대한민국에 현재 1조원 이상을 호가하는 주일대사관과 다른 10개 총영사관을 기증한 사람들이 재일동포였다. 한국이 세계로 비상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체조, 수영, 테니스경기장과 미사리 조정경기장도 재일동포 성금으로 만든 것이다. 심지어 현재 대한체육회 본부 건물인 올림픽회관도 민단 동포들의 성금으로 만든 것인데, 서울올림픽 때 이들이 기부한 공식 성금만도 541억원(현재 시가로 2천억원 정도)에 이른다. 그뿐인가? 1997년 39억달러의 이자를 갚지 못해 국가부도 사태가 난 IMF 외환위기 때 15억달러를 송금한 사람들도 재일동포였다. 이렇게 모국이 특히 어려운 시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지원했던 것이다. 덕분에 대한민국은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강국으로, 선진국으로 진입하였다. 그 결과 개도국에 공적자금원조(ODA)로 올해 1조3천억원을 지원하였고, 2015년에는 지원액이 그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일동포 예산 논쟁과 함께 바라보자니 서글픈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과거에 대한 망각과 현재의 푸대접에만 있지 않다. 현 정부는 미래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중점 사업으로 코리안 네트워크의 확대를 선정하고, 재외동포정책을 수립하였다. 그런데 그러한 미래는 준비되고 있는 것인가? 오히려 현실은 더욱 작아지는 것 아닌가? 현재 재일동포 사회는 현지화로 후속세대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그 결과 민단의 장래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이 사실이다. 그들이 어려운 시기 모국을 도왔듯, 그들의 곤란을 해결하는 데 모국이 오히려 도와야 하는 것 아닌가? 모국에서도 그리고 일본에서도 투표권이 없이 살아온 재일동포들이 2012년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다. 동포 수가 많기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이 있으리라고 추정된다. 그들이 표심을 통해 그들의 섭섭함을 토로해야 하는가? 어려울 때 베푼 은혜를 현재 조금 산다고 잊어버린다면 배은망덕이 아닌가? 과거의 고마움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하고, 미래를 위해서도 재일동포에 대한 지원은 감소되어서도 중단되어서도 안 된다.

2010-12-14 이진영

연평도 주민들이 가슴에 단 물음표

[경인일보=]연평도가 북한의 폭격을 당해 불타는 모습을 본 우린 지난 15일간 참으로 참담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정말 우리가 이 것 밖에 안 되는 건가. 이렇게 힘없이 당한단 말인가. 최고의 군대, 최고의 국방력을 운운하던 소리는 어딜 갔단 말인가. 이런 자괴 섞인 복잡한 심정은 군대를 갔다온 사람들이라면 아마 상당수가 같았을 것이다.연평도 사태는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충격과 분노가 삭여들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것은 꺾이지 않는 북의 호전성에다 연일 쏟아냈던 우리 내부의 실망스런 광경들이 원인이 아닌가싶다. 북한의 도발로 시작된 상한 마음은 우리 군대의 열악함에 놀라고, 허술한 정보와 분석력에 혀를 찬다. 또 쏘겠다는 엄포(또 실제상황이 될지 모르지만)에 떨어야하고, 소위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의 언행이나 행동은 견디기 어려운 짜증을 보탠다.연평도 사태만 보면 우리 군은 부실 그 자체다. 재론하고 싶지도 않지만 어떻게 적의 코앞에 있는 K-9 자주포가 고장이 나 있고, 민가까지 초토화 됐는데 대응사격이 고작 절반도 안 된다는 말인가. 장관(전임)이란 사람이 아무리 해명을 해도 13~14분이나 지나서 응사했다는 것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그나마 쏜 80발 중에서 명중 시킨건 손꼽을 정도라고 하니 이게 우리 군대의 현주소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국가 정보파트는 또 어떠한가. 지난 8월에 이미 북한이 서해 5도서를 공격할 징후를 포착했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고, 연평도 도발이 이뤄지기 불과 며칠전에도 감지했지만 설마가 사람 잡은 꼴이 됐다. 뭐 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는 쓴소리를 들어도 싸다. 정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대미는 역시 정치인들 차지다. 연평도 피격현장을 앞 다퉈 방문해선 고작 남긴 말이라는 것이 폭탄주가 어쩌구, 불에 탄 보온병을 들고 나와선 폭탄이니 뭐니 하고 헛소리를 해댄다. 공교롭게도 군대를 안갔다온 분들이 쏟아낸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하지 않을까. 정치인은 언행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적어도 눈치코치는 있었으면 좋겠다. 대충 이런 것들이 보름동안 나온 실망스런 결과물들이다.연평도 사태는 누가 뭐래도 분명 국가적 위난사태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 최근 벌어진 일들을 보면 위기의 본질은 우리 내부에 더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북 도발의 정보를 놓고 정부기관들간에 '진실게임'을 벌인 것도 그렇고, 정치권의 무분별한 처신이나 발언, 근거가 부족한 각종 위기설까지 쏟아내면서 국민들을 더욱 불안케 하는 것도 그렇다. 말로만 애국의식, 애민철학이지, 실제는 이념과 당략, 사욕뿐이다. 그나마 신임 국방장관의 당찬 모습에 조금 위안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그럼 나 자신은 어떤가. 과연 국가를 위해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물음을 던져본다. 미안한 마음만 앞서지 딱히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떠오르질 않는다. 연평도 사태는 우리에게 이런 고민을 던져줬다. 국가적 위기앞에선 그 누구도 따로 있을 수 없다. 국가 안보는 산소와 같은 것이어서 그 어떤 가치나 이론보다 우선한다. 그래서 이 시대에, 이 땅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그 참담함이 떠나질 않는다.이 시각 연평도 주민들 상당수는 아직 인천의 한 찜질방에 있다. 과연 연평도의 미래는 어찌되는 건가. 서해 5도서는 더 이상 당하지 않을 정도로 변할 것인가. 엊그제 복구비 명목으로 300억원을 즉시 집행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은뒤 연평도 주민들은 어제 인천시와 생활안전대책 등에 대한 합의는 했지만, 정작 그들의 속내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아 보인다. 과연 이래가지고서야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세계 최고의 군장비가 갖춰지고, 어느 나라 국민보다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연평도가 될 것인가. 1958년 마오쩌둥의 인민해방군이 44일간 포탄 47만발을 퍼부어도 끄덕없었다던 대만의 진먼다오(金門島)처럼 만들어질 것인가. 연평도 주민들은 이런 물음표(?)를 가슴에 달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낸다. 지금 누구의 위로도 그들의 뼈아픈 마음을 대신할 수는 없다. 정부의 확실한 믿음과 실천적 대책만이 희망을 줄 뿐이다. 좀 그들의 요구가 과하다 할지라도….

2010-12-08 김은환

더 이상 학습을 위한 경험은 없어야

[경인일보=]연평도 주민들의 탈출기가 9일째 이어지고 있다. 포격 도발 첫날인 23일 옷가지만 챙겨 어선 등을 타고 두려움에 떨며 고향을 떠나 1일 현재 연평도에는 해병대와 최소 인원만 남아 적막강산이 됐다. 고향을 떠난 이들 대부분은 인천의 한 찜질방에 머물고 있다. 피란민 임시 숙소로 지정된 곳이지만, 정부가 아닌 이 업소 대표가 무료로 숙식을 제공해 왔다. 하루 100여명 정도의 예상이 빗나가 소문을 듣고 온 탈출민이 1천명이나 달한다. 그러다 보니 사랑의 온도계가 필요치 않은 훈훈한 곳이긴 하지만, 한계치를 넘어 정말 전쟁통 피란민 수용소가 됐다. 주인도, 연평도 주민도 모두가 생 고생이다.경험을 통해서 배우고 실수를 줄여 나간다. 남북관계가 주변 환경 등으로 인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 특수상황이고, 확전시 그 피해 또한 짐작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은 충분히 경험했고, 여러 번의 도발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 등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경험이 적은 것도 아닌데 전혀 학습효과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연평도 사태다. 도발 첫날 경인일보 기자가 확인한 대비태세를 점수로 계산하면 0점에 가깝다고 해야 한다. 대피소로 몸을 피한 주민들은 '악몽'같은 시간이었다는 말로 대신했다. 공간만 확보돼 있을뿐, 보온장비도 조명시설도 비상식량도 없었다. 잠시도 지낼 수 없는 곳이었다. 30여년전 구축한 콘크리트 구조물만 덩그란히 지키고 있는, 접적지역 대피소가 아닌 남북통일로 용도가 폐기된 역사적 유물로, 귀감삼아 남겨 둬 관광상품화한 듯한 분위기다.국방은 무기의 첨단화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지켜야 할 대상이 국민이며 국토다. 전쟁상황이 아닌 국면에서, 불가침조약과 정전협정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국민과 장병의 희생이 되풀이 돼서는 국방에 실패한 것이며, 자주국방도 멀었다고 봐야 한다. 혹자들은 연평도를 비롯 북한과 마주한 서해 5도에 거주하는 것만으로도 애국이라고 말한다. 이들이 고향에서 나오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연평도 주민은 물론, 백령도·소청도 등 서해 5도 주민들이 동요하고 있다. 6·25전부터 이 곳에서 살던 분들도 있다고 한다. 생사가 달릴 폭탄세례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향을 등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 그들을 향해 애국을 말해서는 안된다. 지옥같은 상황이 벌어지기에 앞서 살펴야 했고, 그 곳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췄어야 했다. 그 것이 애국자에 대한 예우다.국민을 위한, 접적지역 주민을 위한 매뉴얼이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찜질방 난민생활이다. 더 이상 학습을 위한 경험은 없어야 한다. 말말말로 국민들을 어지럽게 해서는, 현실 직시보단 잘잘못을 따져 시간만 낭비해서는, 상황 재현은 기필코 막겠다는 의지를 믿지 못한다. 당정이 한 목소리로 지원특별법을 말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대책은 없어 보인다. 노후주택 개량을 위한 보조금지급, 고등학교 수업료 등 지원 강화, 농업소득보전, 서해5도 주민에 대한 국가차원의 일반적 보상금과 정규생활 지원금 지급, 각종 공공요금 할인 등이 주내용이다. 이 것만으로는 이주(移住)라는 극한 상황까지 생각하고 있는 주민들에겐 위로가 될 수 없다. 북한의 도발로 인한 불안을 해소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 것은 상황 대처방안이 둘이 아닌 하나여야 그나마 가능하다.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정부와 군을 믿고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도 했다. 하나된 국민이 최강의 안보이며 백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보일 때라는 현실인식에는 많은 국민들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최고 단계가 거기에 있다. 정부도 더는 물러 설 곳이 없으며, 믿음이 깨지면 서해 5도에는 군인만 남게 될 지도 모른다. 지켜야 할 주민이 국민이 거기에 없게 된다. 노숙자가 되더라도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 연평도 주민의 비통함에서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2010-12-01 조용완

기업 역사는 고무줄인가

[경인일보=]'국내 유통 프런티어'라며 열심히 홍보중인 신세계백화점이 피카소에 비견되는'장 뒤뷔페' 작품들을 전시중이다. 뒤뷔페는 프랑스 국민들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화가여서 미술애호가는 물론 문외한들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백화점측은 고객들에게 사은선물 증정행사도 병행했다. '신세계 본점 개점 80주년' 기념의 일환이었다.필자가 주목한 것은 이벤트행사가 아니라 '개점 80주년'이란 표현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일본 삼월(三越)백화점이 일제 강점기인 1930년에 오픈한 경성지점에서 비롯되었다. 한국에 있는 일본인 고객들을 겨냥해서 당시 일본상권의 중심지였던 서울 명동 입구에 국내 최초로 문을 연 것이다. 경성점은 1945년 광복이후 소위 귀속(歸屬)기업으로 한국인 관리 하에서 동화백화점으로 운영되었다. 1957년 9월에는 강의수 등이 인수해서 운영하다가 1963년 동방생명(삼성생명)과 함께 삼성그룹에 재차 인수되어 그해 11월 12일에 상호를 신세계로 변경해서 오늘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삼성이 인수했던 시점을 감안하면 신세계백화점의 역사는 올해로 정확히 49년인데 '개점 80주년'이라니. '개점'이란 상점을 내어 처음으로 영업을 시작하는 것을 의미하는 바 자칫 신세계가 80년간 계속 경영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 탓이다.신한은행의 경우는 더 이상하다. 1982년에 설립된 새내기인 신한은행이 국내 최고(最古)의 은행으로 홍보중이니 말이다. 2006년에 100년 역사의 조흥은행을 인수한 것이 계기였다. 주지하는 바처럼 조흥은행은 1897년 2월에 설립된 한성은행의 후신이다. 1995년 11월에 최고법인기업인증을 받았다며 자랑중이나 신한은행의 '100년 은행'타령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그러나 이 정도는 애교에 속한다. '하이트맥주'로 유명한 하이트그룹은 아예 창립연도를 1933년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하이트맥주의 모체는 1933년 서울 영등포에서 대일본맥주의 자회사로 설립된 조선맥주다. 조선맥주는 광복후 귀속기업으로 1952년에 민덕기가 불하받아 운영하다가 1966년 8월에 현 오너가 인수했던 것이다. 따라서 하이트그룹의 실질적인 역사는 44년밖에 안된다. 한국타이어는 1941년에 설립한 것으로 표기하고 있으며 현대제철은 1953년 6월10일 대한중공업 설립일을 창업일로 간주하고 있다. 필자가 과문한 터여서 전모를 파악할 수는 없으나 이런 식으로 역사를 날조한 기업들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이런 식이라면 롯데그룹의 역사는 43년이 아니라 롯데백화점이 인수한 미도파백화점의 전신인 정자옥(丁子屋)이 1938년에 설립되었던 만큼 72년이 되어야 한다. 크라운베이커리의 역사도 63년이 아닌 74년이 되어야 한다. 1936년에 일본인이 설립한 영강(永岡)제과를 해방직후 간판을 바꿔달은 해태제과를 크라운베이커리가 인수한 때문이다. 1933년에 설립된 소화(昭和)기린맥주 경성지점을 불하받아 재발족한 오비맥주의 역사는 58년이 아니라 77년이며 1940년에 수원에서 일본인들이 설립한 선경직물의 인수에서 비롯된 SK역사는 57년이 아닌 70년이 된다. 애경그룹이나 오리온·동양시멘트의 경우도 일제 강점기에 설립된 귀속기업들을 인수해서 발전해온 만큼 창업시점을 귀속기업 설립시기로 끌어올려야 할 판이다. 그럼에도 롯데·크라운·오비맥주·SK·애경·오리온·동양시멘트 등은 창업시점을 피인수기업의 설립시점으로 소급하지 않고 있어 너무 대조적이다.소비자들에게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강조함으로써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소치로 이해된다. 그렇다고 창업 혹은 개점 시기를 피인수기업의 설립시점으로 늘리는 식으로 왜곡해야만 했나. 역사에 몰이해한 소치 탓인지, 알고도 의도적으로 그러는지 그 속내는 알 수 없으나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 일본강점기의 어두웠던 역사를 애써 감추려는 우리네 정서와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동북공정 운운해서 한국민들의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다. 자신들의 역사를 왜곡하는 기업들을 소비자들이 어찌 생각할지 궁금하다.

2010-11-23 이한구

긴축예산과 민심

[경인일보=]예산은 돈이다. 정부는 그것을 숫자로 말한다. 이 숫자에 따라 국정의 방향도 시정의 방향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숫자 앞에 붙여진 이름을 보면 돈이 어디로 흘러갈지를 가늠할 수도 있다. 바로 그 숫자와 이름을 놓고, 국회와 지방의회가 논쟁중이다. 숫자를 늘린 부처나 지자체에 대해서는 예산의 건전성을 우려하고 있다. 예산이 줄어든 부처나 지자체는 경기 활성화와 선투자가 먼저라면서 아우성이다. 인천시의 경우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7.4%가 감소한 6조5천821억원, 서울시는 3% 감소한 20조6천107억원, 부산시는 3.5% 감소한 7조5천722억원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충북은 올해보다 5.3%를, 경남은 4.1%를, 대구는 2.9%를 증가한 예산을 편성했다. 같은 지방자치단체이면서도 증감이 엇갈리는 예산에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재정 건전성이 우선인가, 아니면 경기활성화 정책이 우선인가. 긴축재정의 바탕에는 부동산 거래 위축과 방만한 재정 운영에 대한 비판이 자리잡고 있다. 인천시가 7.4%나 줄어든 초긴축 예산을 편성한 것이 그 예다. 선거 당시부터 문제가 되었던 송영길 시장의 부채 탕감 정책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악화된 재정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선투자를 감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 바탕에는 무상급식이나 복지와 같은 의무지출 예산의 증가에 대한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도로나 토목과 같은 건설 부문과 미래 성장 동력 부문에 대한 과감한 선지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중의 분위기도 유사하다. 선거공약대로 무상급식과 같이 교육이나 복지 예산의 증액을 주장하는 입장과 대폭 삭감된 도로나 건설 분야의 예산에 대한 기업들의 불만이 공존하고 있다. 악화된 재정 여건과 무관하게 인천시에 같은 차원에서 증액을 요구하는 주장도 있다. 지역사업 성과를 통해 선거에 도전해야 하는 일부 정치인과 예산 보조를 통해 단체를 살려야 하는 사회단체나 지자체의 공사 발주를 기다리는 사업가들의 이해관계도 내재되어 있다. 시의 긴축예산 편성을 특정인사의 탓으로 돌리려는 분위기도 있다.그러나 그것은 긴축예산을 편성한 인천시의 건전재정 방침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시의 건전예산 정책이 성공하려면 정무는 시민사회와 정당에 예산 편성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행정은 기초지자체와 산하기관의 공무원들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송 시장은 자신이 내세운 공약과 의지를 설명하고, 새로운 각오를 알려야 한다. 물론 경기 여건에 따라 추경을 적극 편성하려는 의지도 피력해야 한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세원확보 대책도 적극 추진한다는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8천억원 내외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사실도 알려야 한다. 각종 부동산 경기의 위축 등으로 세금을 거두는데 한계가 있고, 지방채 발행이나 국고보조금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재량지출 사업이지만 사실상 의무지출 항목이 되어버린 2014년 아시안게임 경기장이나 달랑 2량밖에 못 다닌다는 지하철 2호선 사업에도 큰 예산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설명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입김으로 건설된 민자 도로가 17%밖에 가동되지 않는 현실도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도 시의회의 본격적인 예산 심의를 앞두고, 건전 재정보다는 지역경제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미분양과 매물이 넘쳐나는 인천을 보면서도 지역경제 활성화의 명분으로 각종 사업을 요구하는 깃발이 다시 나부끼고 있는 것이다. 과연 10조대의 부채 위기 타개를 내세우며 등장한 송 시장이 어떤 철학으로 대응할지 주목된다. 예산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시민의 다양한 의견과 이해관계 그리고 다양한 직업과 기업의 주장들이 반영되는 최종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어떻게 조화롭게 만들어 낼 것인가. 차세대 리더라는 송영길 시장에게 행정가로서의 면모를 평가하는 첫 시험대가 다가오고 있다.

2010-11-16 김민배

인천, 이제 '빚 타령' 그만하자

[경인일보=]이념이나 이상, 또는 구호만으로 지역발전을 이루긴 어렵다. 그래서 송영길 인천시장은 취임 후 곧바로 경제수도본부란 조직을 만들었다. 경제수도건설을 주창하는 그의 핵심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첫 포석인 것이다. 우린 경제수도란 용어가 좀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인천경제를 서울보다 앞서는 대한민국 1번지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로 이해하고 받아들였다.전임 안상수 시장이 개발위주의 경제정책에 치중했다면, 송 시장은 좀 더 서민에 파고드는 경제정책을 통해 성장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했다. 아직 임기 초반이지만 그렇게 돼야 하고 그렇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최근 쏟아내는 정책이나 말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선다. 너무 '곳간' 탓만 하고 있고, 파이를 키우기보다는 축소 지향적으로 가는 게 아닌가 싶다. 송 시장 취임 이후 인천시의 행정은 줄곧 '빚 타령'에 몰입돼 있다는 느낌이다. 7조원이니 8조원이니, 내년 가면 10조원이 넘는 빚이 된다느니, 인천시의 재정위기론은 시정의 방향이 돼 버렸다. 빚 타령만 하다가는 뭐 하나 시원하게 추진될 것이 없어 보인다.'빚 타령'은 곧바로 현실로 이어진다. 전임시장 때 벌여 놓은 대형 사업은 보류되거나 재검토 대상이 되고, 이미 기공식까지 마친 건설사업도 전면 중단위기에 처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수년째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실속있는 사업조차도 내년예산이 잘려 나갈 판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경쟁도시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됐던 인천이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쪽박 도시'로 전락한 느낌이다. 건설과 관련된 기업들은 물론이고, 인천의 발전가능성에 기대치가 컸던 기업들은 힘들어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일부에선 서서히 짐을 싸려 한다는 걱정스러운 소식까지 들린다. 시민들 또한 자연스럽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오비이락인가. 인천시민들의 소비심리가 몇 개월 사이에 크게 위축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며칠 전 조사 발표한 10월중 인천지역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 심리가 올 들어 최악이다. 생활형편전망지수(99)와 향후 경기전망지수(99)는 올 들어 처음으로 기준치 100 아래로 떨어졌다. 또 가계수입전망지수(100)와 소비자지출전망지수(109), 취업기회전망지수(103)도 전월에 비해 하락해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는 방증이다.작금의 경제상황을 두고 새 시장체제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세계 금융위기로 이어진 정부의 경제정책 부재와 부동산 경기의 장기간 침체 등 복합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고 본다. 또한 인천시의 부채가 과한 것도 사실이다. 전임 시장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이 낳은 산물이다(그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곤 있지만). 그렇다고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체험했다던 인천이 하루아침에 빚더미의 '쪽박 도시'로 비쳐지는 것이 옳은 일인가. 형편이 어렵다고 우는 사람에겐 돈도 안 꿔준다는 옛 말도 있다. '우린 빚이 많다'고 연일 떠들어 대서 뭘 얻자는 건가. 물론 내실있게 자치경영하는 것을 두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다만 성장동력이 꺾이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식의 '궁색'을 떨면서 어떻게 대한민국의 경제수도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경제는 심리적 요인이 크다. 그래서 소비심리를 조정하는 일도 정부의 중요한 정책 중 하나다. 너무 과할 땐 억제정책을 통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내수경기가 침체될 때는 은근히 소비를 조장해서 활력을 넣는다. 지역 경제도 마찬가지다. 일방적으로 내리깎고 성장동력을 위축시키기보다는 활기를 넣는 건 기본이다. 그런 측면에서 모든 대형사업을 재검토 대상에 올려놓고 결론없이 수개월째 질질 끌고, 부채규모를 들어 너무 축소 지향적 행정을 펴는 현 송 시장 체제가 일말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희망이 세상을 바꾼다고 했다. 그래서 우린 늘 미래를 얘기하고 희망을 꿈꾼다. "인천의 미래는 밝다. 빚 좀 있지만 별거 아니다. 곧 서울을 따라잡을 것이다"라는 희망 섞인 말을 듣고 싶은 것도 여기에 있다. 지금이야말로 어렵다고 '죽는 소리'하기보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쏟아낼 시점이 아닐까.

2010-11-02 김은환

못말리는 해외연수

[경인일보=]경기도의회를 포함, 지방의회의 구성원인 의원들의 금지조항에 임기중 '해외연수'를 포함시켜야 할 것 같다. 임기 초와 말, 또한 그 사이 사이 해외연수와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같은 제한 조치가 (가능하지 않지만) 가능하다 해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효과면에서 '아니올시다'라는 답에 이른다.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렵고, 마음 먹고 서로 담합하면 다른 명분으로 해외나들이를 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의원 스스로 존재가치를 되새겨 자정하고 자제하는 성숙된 의회상을 정립하거나 유권자의 바른 선택에 답이 있다.지방의회 의원도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권한과 의무가 있다. 권한은 의안발의권, 동의발의권, 발언권, 표결권, 선거권 및 피선거권, 청원소개권, 청구권 등이다. 다만 강력한 특혜인 면책특권은 주어지지 않고 있다. 지방의원에 대해서는 헌법과 법에 아무런 명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회기중 말이나 행동을 잘못하면 민사상·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의원으로서 지켜야 할 규범과 의무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공공이익 우선의 의무, 청렴 및 품위유지의 의무, 회의 출석 및 직무 전념의 의무, 직위남용금지의 의무, 일정한 직의 겸직 및 거래 등의 금지 의무, 질서유지의 의무 등이 있다. 그러나 의무는 무시하고 권한만 행사하려 한다. 일탈행위로 언론이나 지역민으로부터 질타를 받아도 바로 잡으려 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해외연수로 회기중 또는 외유성 연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의원자격 상실이나 형사고발 대상이 아닌 것도 한몫하고 있는 듯하다.얼마나 심한지는 신문지상에 꾸준히 제기된 고발성 기사의 제목만 나열해도 알 수 있다. '브레이크 없는 외유성 해외연수' '도의회 해외연수 욕먹어도 고' '경기도의회, 해외연수 강행 빈축' '관행탈피 못하는 지방의회 해외연수' '지방의회 해외연수 매년 되풀이되는 외유성 논란 왜?' '재정난 외면한 성남시 해외연수 논란' '낙선 경기도의원 잇단 해외연수 물의' '경기북부 기초의원 임기말 국외연수 눈총' '지방의회 해외 연수, 제도 개선책 마련해야'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쇠귀에 경을 읽어도 이보다 낫지싶다. 비판하고 제도개선을 요구하던 지도층 인사들도 막상 지역민의 선택을 받아 의원직에 오르면 옳고 그름에 대한 잣대를 달리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정반합(正反合), 즉 정립, 반정립, 종합을 통해 진리를 찾아나가는 역동적 논리의 과정이라면 좀 더 지켜보기는 하겠지만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다는 데서 인내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지방의회의 출발은 무급 명예직이었다. 지역의 발전, 지역민의 복지를 위한 봉사, 즉 백의종군 의미가 강했다. 지난 2006년 유급화로 전환한 것은 지방자치의 한 중심축으로서 지역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책임지기 위해서는 정책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의 유입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지방의회에 진입, 지역민과 지역을 위해 일하려는 욕구가 강했던 전문 지식인의 요구이기도 했다. 하지만 도입후 행보는 시간이 지날수록-전문성과 일처리 능력은 나아졌지만-유급화를 주장해 온 당위성과는 거리가 먼, 기대를 저버리는 행태가 자주 목격돼 실망감만 키운 것이 사실이다.지방의회는 주민과 가장 가까운 친구같은 조직이어야 한다. 견제와 감시기능을 수행하고, 조례를 제정하는 일련의 작업에는 늘 주민이 있어야 한다. 진정 참된 여론을 수렴하려면 주민 속에서 활동해야 하며 그것은 그들의 권리이며 의무다. 책정된 예산, 정해진 연수 등을 주장하며 회기중 또는 외유성 연수를 강행하는 행위에 주민은 없다. 그 예산의 출처가 주민이 낸 세금에서 비롯된 것인데도 말이다. 지역민과 거리를 두는, 주민 중심적이지 않은 의회라면 없는 것만 못하다. 우리 주변에는 따듯한 손길을 기다리는 이웃들이 많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해외연수 욕먹어도 고'가 아닌 예산을 아껴 주변의 소외된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이 넘쳐난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들렸으면 한다.

2010-10-27 조용완

수요예측 잘못이라…

[경인일보=]"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수요예측이 잘못된 때문입니다."이번 국정감사에서 국회의 '텅 빈 고속도로'질타에 대해 류철호 도로공사 사장의 궁색한 변명이다. 장성~담양 고속도로 이용률이 19%인 터에 2007년에 개통한 익산~장수 고속도로의 지난해 이용차량대수가 8천714대로 당초 예측치의 17%에 불과하다. 2007년 이후 개통된 전국 8개 고속도로의 실제 교통량은 41.3%다. 도로건설에 총 8조510억원의 혈세를 쏟아 부은 점을 감안할 때 유구무언(有口無言) 언급은 당연해 보인다.민자(民資)도로도 마찬가지다. 적자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한 4개 민자도로 중 서울외곽순환도로를 제외한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천안~논산, 대구~부산 등 3개 고속도로의 누적손실 보전금만 2001년 이후 9천72억원에 달했다. 각 지자체 단위로 추진하는 경전철 및 터널공사도 비일비재하다. 현재 최소운영수입보전금을 지출하는 구간은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을 잇는 이화령터널을 비롯해서 총 18곳이다. 손실보전제는 2006년에 폐지되었지만 이는 민간제안사업에 국한한 것일 뿐 정부고시사업은 여전히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하고 있어 국고낭비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진작부터 여론의 표적이 되었던 전남 무안공항은 더욱 한심해 보인다. 인천·김해공항에 버금가는 서남부권 항공허브 구축을 목표로 공사비 3천56억원을 들여 2007년에 오픈했으나 투자비 회수는 언감생심이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해 차라리 무안(無顔)공항으로 불러야할 판이다. 강원도가 3천567억원을 들여 건설한 양양공항의 상주근무인원수는 150명에 육박하나 하루 평균 이용객수는 30여명으로 무안공항과 흡사하다. 양양·울진·무안·김제·예천공항 등 5곳의 '유령공항'을 건설하는 데만 총 8천597억원의 세금이 투입되었다. 적자행진도 계속되고 있다.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흑자를 내고 있는 곳은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3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11곳은 전부 적자인 실정이다.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의 명지국제업무지구는 투자유치가 전무인 상황에서 세금 1천883억원을 들여 지난해에 을숙도대교를 개통했으나 통행량이 당초 예측치에 크게 못미쳐 부산시의 재정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7년간 전국 6개 경제특구의 도로·교량 등 기반시설 건설에 총 2조원의 혈세가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세금이 투입될지 가늠되지 않는다.각종 공공시설들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달 제주도가 140곳의 직영 공공시설의 운영비를 분석한 결과 수익이 발생한 곳은 관광시설과 기반시설 단 2곳에 불과하고 체육시설·수련시설·문화예술시설·사회복지시설 등 나머지는 모두 적자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덕분에 제주도는 작년에만 300억원이 넘는 적자분을 세금으로 보전해 주었다. 여타 지자체들의 실상은 확인키 어려우나 실정은 제주도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자체들의 재정적자가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죽했으면 성남시가 지불유예 운운했겠는가.앞으로가 더 문제다. 건설교통부가 계획중인 신도시 건설 연계 고속도로만 전국적으로 20곳으로 총연장 329.9㎞에 예산은 19조3천554억원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13조원짜리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들이 불거지고 있다. 지역균형발전논리를 앞세운 행정복합도시·혁신도시·기업도시프로젝트는 점입가경이다.혈세낭비 지적에 대해 관련부처들은 이구동성으로 수요예측의 오류를 들고 있다. 틀린 지적은 아니다. 그러나 진짜 원인은 선출직들의 경쟁적인 한건주의와 관료 및 건설업체들의 부추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데 있다. 주범과 종범이 뒤바뀐 인상이다. 빠르게 양극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국민들의 조세부담률은 갈수록 높아지는 실정이다. 또한 정부는 물론이고 각 지자체 및 공기업들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판인데 공공시설의 과잉적자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 걱정이 크다.

2010-10-19 이한구

베르테르는 이미 죽었는데…

[경인일보=]막생혜 기사야고(莫生兮 基死也苦) 태어나지 말지어다. 죽는 것이 괴롭구나. 막사혜 기생야고(莫死兮 基生也苦) 죽지 말지어다. 또 태어남이 괴롭구나. 생사를 달관했다는 원효대사도 생사의 윤회에는 깊은 상념이 있는 듯 이같이 노래했다. 또 생이란 나오는 것(出)이고 죽음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入)뿐이어서 어느 누구에게나 생사는 동일하다. 우리가 집밖으로 나와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출입이라고 하듯 노자(老子)는 인간의 삶을 출입이라고 자연스럽게 말하기도 했다.요즘 들어 일반인은 물론 유명 연예인이나 사회 저명인사들의 자살사건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강연회 때 기운찬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며 행복전도사로 불리던 최윤희씨 부부의 동반자살을 보면서 사람들은 충격과 함께 가치관의 혼란마저 느낀다. 혹자는 '베르테르 효과'까지 퍼지지나 않을까 염려한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편지 형식으로 지은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남자 주인공 베르테르는 여자 주인공 로테를 열렬히 사랑하지만 그녀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실의와 고독감에 빠져 끝내 권총자살로 삶을 마감한다.당시 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이 작품은 유럽 전역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지만 이 작품이 유명세를 타면서 해지면서 베르테르의 모습에 공감한 젊은 세대의 자살이 급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유럽 일부지역에서는 이 책의 발간이 중단되는 일까지 생겼다. '베르테르 효과'는 이처럼 자신이 모델로 삼거나 존경하던 인물, 또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일컫는다.지난 1996년 1월 '서른 즈음에' '이등병 편지' 등의 히트곡을 남긴 가수 김광석의 자살 이후 배우 이은주, 가수 유니, 배우 정다빈 안재환 최진실 최진영, 가수 박용하 등이 잇따라 자살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그래서 이들 두고 '베르테르 효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때문에 '유명인의 자살은 되도록 작게 보도하라. 주검과 현장, 자살 수단의 사진을 싣지 마라. 복잡한 자살의 동기를 단순화하거나, 고통에 대처하는 선택이나 해결책인 것처럼 표현하지 마라'. 보건복지부와 한국기자협회·세계보건기구(WHO)는 몇 해 전 언론의 자살 보도에 관한 기준을 이같이 발표하기도 했다. 모방 자살,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를 막아보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었다.실제로 유명 연예인의 자살 사건 보도 이후 평균적으로 자살사고가 늘어났다고 한다. 한나라당 이애주(비례대표·보건복지위) 의원이 2005년 이후 2009년까지 각 언론 1면에 실린 유명 연예인 자살 보도를 기준으로 '2009년 사망원인통계'를 분석한 결과, 최진실씨 자살 이후 2개월간 1천8건의 가장 많은 자살자 수 증가를 보였다. 다음으로 안재환씨가 694명, 유니씨가 513명, 이은주씨가 495명, 정다빈씨가 322.5명 순으로 추정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명 연예인의 자살 사건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언론의 보도 방식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우리나라에서 한햇동안 자살하는 사람은 1만~1만3천여명으로 OECD 국가중 단연 1위라고 한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보다도 많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3건 중 1건이 동반자살이라는 점이다.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만 따진다면 3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살아 있기에 일도 하고 가족도 사랑을 하고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보람과 희망을 품는 것이다. 유명인사들의 죽음이 더 이상 이어져서는 안 된다. 베르테르는 허구 속에서 이미 죽었을 뿐이다.

2010-10-13 이준구

중국과 한국 상호이해, 지자체가 나설 때다

[경인일보=]최근 중국의 위상이 말 그대로 욱일승천(旭日昇天) 기세다. 일본을 제치고 제2위 경제대국이 되더니, 무역 거래나 위안화 절상 등 통상·통화문제에서 예전과는 다른 각을 미국에 세우고 있다. 댜오위다오(센가쿠) 영토분쟁에서 중국은 일본에 외교적 완승을 거두었다. '댜오위다오는 국가핵심이익'이라고 주장한 날, 스텔스 기능을 갖춘 잠수함 보도가 나오더니, 달탐사 위성의 성공적 발사 보도도 연이어 나왔다. 경제·안보·외교 모든 면에서 중국은 강한 톤으로 세계를 향해 굴기(崛起:일어섬)를 보여주고 있다.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어느 때보다 강한 것 같다. 한국에게 중국은 최대무역국이자 최대투자국이고, 인적교류가 가장 많은 나라다. 수교한 지 18년밖에 안되었지만 양국 교역액은 올해 2천억 달러를 달성할 것이다. 경제관계의 진전에 따라 앞으로 중국의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절대적이다. 지난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올해 두 번째 방중은 파격적인 것이었다. 그 의도가 후계체제에 대한 후견에 있건, 경제지원에 있건 그 대상은 중국이었다.그러나 급증하는 경제관계만큼 한-중 관계는 좋은 것 같지 않다. 아니, 경제 이외 한-중 관계는 위험 수위에 이른 것 같다. 천안함사건 이후 한국 언론에선 '중국 때리기'가, 중국 언론에선 '혐한 감정'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토론사이트에서 '한국 응징론'과 '한국상품 불매론'이 논의될 정도로 한국에 대한 감정은 격해져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세계의 다른 곳에선 한류가 붐인데, 한류의 첫 출발점이기도 한 중국에서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을까? 중국이 급부상하다보니 중국인들의 애국주의가 과도하게 표출된 걸까?대답은 한국인과 중국인이 서로 너무 상대를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 왜냐하면 양국민이 상호이해하는데 18년은 너무 짧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직 1세대도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한-중 관계의 변화와 속도를 보건대, 양국의 상호이해 작업은 속도를 내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 작업의 주체는 국가보다는 지자체가 좋은 것 같다. 중국의 한 지방 및 지역과의 교류를 여러 지자체가 나누어 추진하면, 기층부터 양국민의 상호이해가 촉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 지자체가 중국과 교류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인천은 톈진시와 경기도는 랴오닝성·허베이성·산둥성·광둥성 등과 광역지자체로서 교류를 하였고, 수원시는 산둥성 지난시와 인천 남구는 톈진시 탕커우구와 자매결연을 맺어 투자유치·청소년교류·홈스테이·관광 및 시찰 등의 교류를 하였다.그러나 교류의 형태가 기층화·제도화·호혜적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오히려 일회적이고, 형식적이며, 관광 위주가 많았다. 양국민이 기층부터 상호이해하려면 새로운 협력모델을 찾아내야 한다. 가령 각 지자체가 자매결연한 도시의 문화체험관을 만들면 어떨까? 중국에는 다양한 지역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는 중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에도 120개가 넘는 대학에 한국어과가 개설되어 있다. 서로가 자국어 어학교사를 파견하고, 지역내 학교와 협력하여 초-중급 어학코스 개설은 물론, 고급 어학학습을 위한 상호체류를 제도화하면 어떨까? 가령 인천에 톈진시 정보관을 만들어, 톈진시에 대해서는 한국의 어느 곳보다 잘 정비된 정보를 보유하고, 남구는 탕커우구에 한국어 교사를 파견하여 중국인들의 한국어 학습을 돕는 것이다. 또한 고급 한국어나 한국문화를 알려는 탕커우구민을 초청하는 것이다. 물론 인천시민과 남구민도 중국의 해당지역에서 동일한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중국은 지역도 넓고 사람도 많다. 각 지자체가 분담하여 기층부터 중국을 이해해 나간다면 중국인과 한국인의 우애는 증진될 것이다. 그리고 더욱 경제적으로 밀접해가는 지금, 상호이해 작업이 더 필요한 쪽은 한국인 것 같다.

2010-10-05 이진영

인천과 속도전

[경인일보=]몇 해 전 정치권에서 질풍노도(疾風怒濤)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무섭고 빠르게 부는 바람처럼 국정 운영에 있어서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다. 당시 현 정부가 집권 1년차를 온통 촛불 진화로 허비해 버리자 주어진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고 판단한 조급증이 발동했던 것이었다. 속도전의 중심에는 평소 '불도저'라는 별명을 듣던 이명박 대통령이 있었다. 남은 임기동안 속도를 내서 뭔가 실적을 올려야만 한다며 속도전 카드를 꺼내 들었고, 여권은 질풍노도라는 말로 힘을 실어줬다. 물론 국민들도 당시에는 대통령 못지않게 속도전을 원했다. 세계 경제의 위기상황에서 우리끼리 내부에서 다툼만 하고 있기엔 너무나 급박했기 때문이다.'속도전'은 원래 칭기즈칸의 발명품이다. 유럽의 기사들이 70㎏이나 무장해 움직일 때, 몽골 기마병은 5분의 1에 불과한 무게로 속전속결의 전쟁을 수행했다. 유럽은 수만명 단위로 이동하는 돌파력 위주였지만 열명·백명·천명 단위로 수시로 쪼개지고, 뭉치는 몽골군에게는 기습의 대상일 뿐이었다. 정면충돌 보다는 유연한 우회전술에 속도전이 합친 승리였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평가다. 그만큼 속도전에는 전술과 전략이 필수다.현대사회에서 속도전은 필수라곤 하지만 꼭 성공만 있는 게 아니다. 전략과 전술이 있어야 하고, 진정성이 있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 고집스럽게 밀어붙인다고 해서 그 결과가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속도전을 벌이다 급브레이크가 걸렸던 미디어 관련법이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세종시 추진 등을 우린 보지 않았는가. 인천만 해도 151층 인천타워 건설, 밀라노시티 추진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바로 이 것이 준비 안된 속도전이 주는 교훈이다.요즘 인천에서 또 다시 속도전 얘기가 나온다. 내주면 송영길 인천시장이 벌써 취임 100일을 맞지만, 아직까지 시정방향 조차 분명치 않자 조바심이 발동한 것이다. 남은 임기(4년)를 감안하면 시간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뭔가 성과를 내고 실적을 올리고 싶은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그렇다고 전략과 전술이 없는 속도전만을 앞세운 시정은 느림보 행정만 못하다. 아시안게임 주경기장만 해도 그렇다. 전임시장이 결정한 서구 주경기장을 '속깊은' 검토없이 몇몇 사람의 얘기만 듣고 성급하게 백지화를 들고 나왔다가 원위치 시켰다. 결국 지역간의 분열만 조장시키고, 시간만 허비한 꼴이 됐지만 그 대가는 의외로 크다는 지적이다. 속도전은 인사에서도 나타난다. 시산하 기관의 장은 물론이고, 고위 간부들까지도 교체압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각 기관의 간부급들이 자리보전에 신경을 쓰느라 일손을 놓은 지 오래다. 시장이 새로 취임했으면 그의 철학에 맞춰서 일할 사람을 보강하고, 교체하는 걸 두고 뭐랄 사람은 없다. 그 도가 지나치다는 게 문제라는 얘기다.인천시민들은 송 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크다. 젊고, 개혁적인 그가 인천이 안고 있는 난제들을 추진력있게 풀어갈 것이란 희망이 표심으로 작용해서 그가 선택됐다. 그 표심에는 인천시정의 내실있는 속도전도 포함돼 있다고 본다. 그러나 속도전에도 우선순위가 있는 법. 그 선·후가 뒤바뀔 땐 불신이 쌓이게 마련이다. 이 시점에서 맨 앞 서열에 둬야할 속도전의 대상은 과연 무엇일까. 그 결정이 1순위라고 본다.송 시장은 앞으로 할 일이 많다. 약속대로 '경제수도'를 건설해야 하고, 인천의 난제들을 하나하나 풀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임기를 마칠때 시민의 박수를 받는 시장이 되어야 한다. 그게 그의 희망일 뿐만 아니라 인천을 위해서도 꼭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진정한 '인천시민 시장' 되는 길은 첫 단추가 중요하다. 초장부터 특정 정당에 의해 좌지우지 되거나, 특정 계파나 지연·학연·혈연에 의해 움직여지는 시장, 시민위에 군림하려는 시장이 되길 누가 원하겠는가. 송 시장 또한 그런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큰 꿈'을 갖고 있다는 그가 과연 추구하는 진정한 속도전의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또한 시민을 받들어 모시는 진정한 목민관이 될지 시민들은 주목하고 있다.

2010-09-28 김은환

교편

[경인일보=]교편(敎鞭)은 출석부와 함께 교사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교사가 수업이나 강의를 할 때 필요한 사항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하는 가느다란 막대기, 교사의 회초리가 교편이다. 반장의 우렁찬 '차렷' '경례' 소리와 함께 교탁을 두드리는 회초리의 둔탁한 소리로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렸고, 어수선한 수업분위기를 다스리곤 했다. 물론 쓰임새의 위력은 매에 있다.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회초리는 교사의 위엄이며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교편을 잡았다는 말은 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하고 있다는, 교사와 교편은 동의어로 통용되기도 한다.전통서당에서 훈장은 회초리로 매를 들었다. 그 당시 회초리는 가르침의 도구로, 서당교육의 초달문화(楚撻文化)에서 유래한다. 서당에 아들을 맡긴 아버지가 산에서 나무를 할 때 가장 매끈한 싸리나무를 골라 한 다발 묶어 훈장에게 전달한다. 아들을 잘 가르쳐 달라는 뜻이 담겨 있다. 훈장은 아버지의 정성이 묻어 있는 이 싸리나무를 학동의 올바른 교육에 사용했다. 초달은 어버이나 스승이 자식이나 제자의 잘못을 징계하기 위해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리는 사랑의 매의 시작이다. 물론 이같은 풍습을 오늘날에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는 격이다.학생 체벌과 두발·복장 규제 금지 등을 담은 학생인권 조례 제정안이 도의회에 제출된 마당에 새삼스럽게 사랑의 매를 들먹이는 것은 교육현장에서 교사의 모욕과 수난이 도를 넘고 있어서다. 학부모가 교사를 폭언·폭행하고, 제자로 부터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하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일어나고 있는 것이 우리의 교육현장이다. 도저히 교사로 인정해 주기 어려운 교사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인 상황에서 학부모와 학생의 문제시 되는 행동만을 끄집어내 질타하자는 것이 아니다. 사랑의 매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대체 훈육이 필요하며, 그 것은 교육현장을 지키고 있는 교사들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학교 교육의 중심에 있는 교사의 경험만큼 큰 자산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 교사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드는, 사기를 땅에 떨어뜨리는, 역할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건이 발생해 고육현장이 더욱 어수선하다. 경기도의 한 사립 고등학교 교장이 학생 복장지도를 소홀히 했다며 교사들을 체벌로 다스렸다. 교육의 주체로서 학생에게 가르침을 주는 교사에게 체벌은 그 자체가 성립될 수 없으며, 그 것도 학생들이 지켜보는 교실이라면 교육의 근본을 흔드는, 땅에 떨어진 권위마저 짓밟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교장의 해명은 우려섞인 눈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는 뭇 사람들을 더욱 슬프게 한다. "복장과 두발이 불량한 학생들을 야단치는 과정에서 '너희가 잘못하면 담임선생님이 혼난다'는 뜻으로 엉덩이를 때리는 흉내를 냈을 뿐이다" "15분 뒤 교사들을 교장실로 불러 사과했다" 41년째 교장만 하고 있다는 분의 행동으로는 믿을 수 없는 함량 미달이다.교장의 의중을 헤아려 알아서 행하는, 학부모와 학생의 눈치를 보면서 교육현장을 지키는 교사가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기 보다는 안타깝다는 것이 맞는 말이다. 교사의 역할이 훈육없이 지식만을 가르치는 지식전달자로서 존재가치만 인정된다면 교편은 의미부여를 못한 채 박물관 한쪽을 차지하는 구시대의 유물로만 남아 현 시대에서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교육은 앞선 사람이 아직은 덜 성숙된 후학을 가르치는 고도의 지적 전인적인 행위다. 교사의 교육적 권위가 존중되지 않으면 사회적 인간을 만드는 학교 교육은 필요치 않다. 학교 교사의 회초리는 '폭력'이고 학원 선생의 매는 '사랑의 매'라는 자조적인 말이 교사들 사이에 떠돌고 있는 마당이다. 교사의 권위와 학생의 인권이 부딪치면 교육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할 지도 모른다. 이 시대에 어울리는 또 다른 의미의 교편이 절실하며, 이는 교육의 한 주체인 교사로부터 나와야 한다. 이 시대의 교육적 가치를 만드는데 그들의 경험만큼 유용한게 없다.

2010-09-14 조용완

카드수수료 인하는 속빈 강정

[경인일보=]지난 4월 금융감독위원회는 연간 매출액 9천600만원 미만인 신용카드 가맹점들에 한해 수수료율 인하를 단행했다. 재래시장 내 점포에는 기존의 2.0~2.2%에서 1.6~1.8%로, 재래시장 이외 가맹점들에는 3.3~3.6%에서 2.0~2.15%로 각각 끌어내렸던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영세자영업자들이 고전중인 점을 혜량한 조치였다. 이명박정부의 친서민정책의 일환이기도 했다.그러나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비씨, 국민, 신한, 삼성, 현대 등 8개 주요 카드사들의 수도권 영세가맹점 2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중 29.5%인 59곳은 수수료 인하혜택을 전혀 못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인하혜택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나머지 141곳의 경우에도 당초 금감위가 공표했던 인하폭에 훨씬 못미쳤다. 재래시장 내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2.06~2.26%였으며 재래시장 이외의 경우는 2.28~2.37%였던 것이다. 카드사들이 정부의 강요에 못이겨 수수료인하 시늉만 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카드사들이 이지경인데 나머지 업체들의 실상은 더 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수료인하가 영세가맹점 경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신용카드사들의 영세가맹점 역차별 시비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수수료율이 백화점 및 대형할인마트에 비해 턱없이 높다는 여론의 압력에 굴복해서 2007년 11월 이래 몇 차례 찔끔찔끔 수수료율을 내려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 와중에서 카드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수수료 인하가 적자경영을 초래할 것이라며 항변했었는데 경영성과는 어떠할까. 카드사들의 영업이익은 카드대란을 겪은 2003년 8조5천410억원의 적자에서 지난해에는 2조3천95억원을 기록하는 등 6년 만에 무려 11조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특히 지난해에는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발군의 성적을 시현, 표정관리 하기에 급급했다. 가계소득수준이 향상되고 카드사용 문화 정착에 따른 신용판매부문이 급신장한 탓이다. 포인트 적립, 무이자 할부, 소액결제비중 확대, 연회비의 지속인상 등 공격적인 마케팅도 한몫 거들었으나 이쯤 되면 영세가맹점들에 대한 수수료 인하로 적자경영이 불가피하다는 카드사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달에 발표한 '2010 하반기 경제금융보고서'에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 폐지 등이 수익확대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으나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한 바 있다.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의 대응도 주목거리이다. 금감위는 2008년 8월부터 가맹점들이 카드 대신 현금을 지불하는 고객에게 카드수수료만큼 값을 깎아주도록 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작업에 착수했다. 현금영수증제가 정착되어 세금탈루여지가 크게 줄어든 데다 물가안정 및 소비자후생 증대라는 어부지리까지 기대된 터였다. 현금사용 고객에 대한 할인이 일반화된 유럽의 사례는 반면교사였다. 그러나 작업에 착수한지 2년을 훌쩍 넘겼으나 법률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계류중이어서 이 정책은 햇빛을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 와중에서 한나라당 주도로 추진하던 카드영수증 매입회사 설립, 직불 및 체크카드활성화대책 성과도 전혀 가늠되지 않는다. 카드사들의 극렬반대 때문으로 짐작되는 터여서 수수료인하성과가 속빈 강정인 것만도 다행이란 생각이다.경제성장률이 지난 1분기 8.1%에 이어 2분기에는 7.2%를 기록, 2000년 이후 10년만에 최고수준이나 자영업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전국 16개 시도의 경제행복지수 하락이 이를 방증한다. 자영업자수 또한 올 1분기 551만4천명으로 외환위기 때인 1999년 1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오죽했으면 지난 8월 30일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서 "말로만 서민 운운하고 있다"며 자아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졌겠는가.글로벌시대를 맞아 대기업의 국내 경제적 역할이 점차 축소되는 상황이다. 국민경제의 근간(根幹)인 자영업활성화야말로 유효한 대안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0-09-07 이한구

공직후보자는 도덕성이 우선이다

[경인일보=]한마디로 안타깝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이재훈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보면서 이 나라의 인재등용 시스템이 이것밖에 안 되는가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지난 7월말 현실 정치의 험난함을 언급하며 취임 10개월 만에 사퇴표명을 한 이후 '깜짝 등장'했던 40대 총리 후보자는 각종 의혹 속에 내정 21일 만에 스스로 물러나고 만 것이다. 개인의 잘잘못을 떠나 이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인재검증이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혹자들은 말한다. '현재와 같은 인사청문회가 인민재판식이 아니냐. 인권도 생각지 않고 마녀사냥하는 데 급급한 것 아니냐. 국회의원들은 뭐가 그리 깨끗하다고 이렇게 구석구석 파헤칠 수 있는 것이냐'. 물론 청문회가 주는 역기능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청문회가 도입된 10년간 적잖은 결격자들을 걸러내는 효과도 있었고 미래 후보자들에게는 학습의 효과도 있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연적 과정이기에 필요한 제도다. 그럼에도 매번 반복되는 사례들로 낙마를 겪는다면 인재등용에 큰 실패를 했다는 얘기다.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단골메뉴는 위장전입·세금탈루·부동산 투기 의혹에 논문표절·병역기피 의혹이다. 결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법치국가인 줄만 믿고 살아온 힘없고 순진한 대다수 서민들이 분노를 느끼기에 더욱 그렇다. 이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총리와 각 부처 장관을 할 사람들이라면 누가 친서민 정부라 생각하고, 누가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라 보겠는가.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엄연히 알면서도 이를 밥먹듯이 어긴 자들이 장관 자리에 앉으려고 포장하는 말이 자식교육이다. 국민들도 엄연히 자식이 있다.일부에서는 인사청문회가 지나친 도덕성의 잣대를 들이대고, 일반인과의 형평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요즘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 몇이나 되겠느냐' 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공직후보자가 불법체류자를 식모로 썼다가 낙마한 사례도 있다. 법을 어기지 않고 살기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법을 어기면 여지없이 법대로 처리되는 국민 앞에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은 전문성에 우선해야 한다고 본다.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아왔다고 한다면 아예 공직에 나서지 않아야 함이 마땅하다. '대학' 본문에는 "백성들의 마음을 얻으면 나라를 얻지만 백성들의 마음을 잃으면 나라도 잃는다"(得衆則得國 失衆則失國)라고 했다. 민심을 얻으면 나라를 얻어 보존하지만 민심을 잃으면 나라도 잃는다는 무서운 경고를 내린 것이다. 이번 공직 후보자의 낙마가 이를 여실히 증명해주었다. 다산(茶山) 정약용은 또 탁월한 통치철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파했다. "나라를 통치하는 사람에게 두 가지의 큰 정치가 있으니 하나는 '용인(用人:인재등용)'이고 둘은 '이재(理財:경제정책)다. 인재등용을 제대로 해야 백성들의 마음에 위배되지 않고, 나라의 재정관리와 세금징수에서 민심에 위배되지 않아야 인심과 "물정(物情)이 평윤(平允)해지고 나라가 평안해진다"(物情平允 邦國以安)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 인재를 제대로 골라서 등용하고 나라의 재정과 경제정책을 올바르게 펴서 공평하고 정당하게 세금을 징수한다면 나라가 시끄러워질 이유가 없다. 통치행위 중에서 역시 어려운 것도 인사다. 위의(威儀)가 장엄하지 못한 사람, 측근 신하의 세력에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도 임금은 존경하지 않는다고 다산은 말했다. 대통령은 물론 모든 국민이 존경하고 신뢰하고, 또 도덕성 있는 그런 관료들이 무수히 등장할 때 국민들은 정부를 신뢰할 수 있다. 이번에 지명될 총리와 장관후보자는 반드시 국민들의 신임을 얻는 그런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

2010-08-31 이준구

다시 한번 중국동포의 역할을 생각한다

[경인일보=]'조선족'으로 칭해지는 중국동포는 우리 사회에서 특이한 존재다. 분명 동포지만 재미동포 등 다른 지역 동포처럼 제대로 대접을 받지도 못한다. 때로는 힘들고, 어렵고, 더러운 3D업종에 종사하는 '중국인'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다문화사회 논의가 한창이지만, 이들은 우리와 문화가 다르다고 인정되지도 않아서인지 그 논의에서 빠져있다. 동포도, 그렇다고 외국인도 아닌 중국동포들이 한국에 40만이나 살고 있는데도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다.반면 한-중 관계는 천안함사건 이후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한국은 중국 경제와 더욱 밀접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그 거리는 점점 멀어져가는 느낌이다. 중국에서 한국에 대한 반감은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나타나고, 중국정부 역시 그것을 제지하지 않고 일부 관영언론은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한국에서도 천안함사건 처리를 둘러싸고 중국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북한에 가까워가는 중국에 대해 섭섭함과 아쉬움을 토로하곤 한다. 더불어 북한과 우리와의 거리는 더욱 멀어져가고 있는 형편이다.중국의 정경분리와 단절된 북한과의 관계에 답답함을 느낄 때면 생각나는 것이 중국동포다. 함경도출신이 많은 중국동포는 연변조선족자치주라는 엄연한 행정조직을 중국에 가지고 있는 우리 동포다. 북한과 친척관계가 있는 사람이 많기에 친척방문도 하고, 때로는 보따리장수로 북한에 들어간다. 화폐개혁 이후 북한경제 사정과 '장마당'으로 불리는 생생한 시장상황을 전달해 줄 수 있는 것도 이들이고, 남한의 변화와 발전상을 북한에 입소문 내줄 수 있는 사람도 이들이다. 지금 북한의 트위터선전이 문제가 되지만 이들의 입소문은 트위터보다 무서운 것이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가까워 진다하나, 그것을 매개하는 사람들도 중국동포다. 왜냐하면 중국국민이고 우리말과 중국어를 구사하기에 중국정부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경색된 남북관계로 사업을 중단하고 있지만, 현대의 금강산사업에도 중국동포 현지종업원이 많았다. 중국동포들은 한국과 북한, 중국과 북한을 이어주는 매개적·완충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한-중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내 중국 유학생의 많은 부분이 동포 유학생이다. 이들은 한국과 중국의 여러 사이트를 다니면서 이중 언어를 구사하는 자들이다. 얼마든지 한국의 입장을 중국 네티즌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위치다. 물론 중국내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상하이·칭다오·다롄·광저우 등에는 중국동포들이 우리 기업에서 혹은 독자적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한국인들을 도와 한국기업이 빠르게 중국화하는데 일조를 하였다. 또한 중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200만 중국동포들은 한국과 우리 민족의 발전상과 변화를 중국에 전달할 수 있는 민간외교관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부정적인 매개 역할도 있다. 보이스피싱이나 밀수 등 중국과 연관된 범죄에서 그렇다.그러나 중국동포의 역할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것은 한국·북한·중국·일본의 동북아가 점차 글로벌화하고, 상호의존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으로 이주한 6~7만의 중국동포는 중국어와 우리말 그리고 일본어 등, 동북아 3개 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사람들이다. 북한과 중국의 사회주의적 가치를 이해할 수 있고, 한국과 일본의 독특한 문화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래 동북아 지역협력의 매개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너무 추상적인 얘기고 과장이 아니냐고? 과연 그런가? 지난 10여년간 이미 6~7만명의 중국동포 결혼 이민자가 한국 국적을 얻어 한국에 살고 있다. 이들의 자녀는 한국인이지만 중국과 한국의 두 문화를 이해하는 국제결혼 가정에서 자라고 있다. 10년 후 더욱 밀접해진 한-중 관계와, 강성해진 중국 그리고 다문화 되어가는 한국에서 그들의 역할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가? 10년 전 중국동포 상황과 지금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앞으로 10년 후 중국동포의 위치는 지금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 보이지 않는가? 중국동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2010-08-24 이진영

부족한 수면

[경인일보=]수면이 부족하다. 그 전면에 경쟁이 있다. 유치원에서 부터 아이들이 경쟁에 길들여지면서 잘사는 삶의 방법을 망각한다. 밝고 맑은 정신으로 건강하고 똑똑하게 살기 위해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중 하나가 잠이지만, 경쟁에서는 가장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돼 버렸다. 1년 12달 평균 수면을 밑도는 생활을 되풀이하면서도 좀더 덜자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묘안을 1차 타의에 의해, 2차 경험을 바탕으로 터득하게 된다. 신체적·정신적으로 사회인으로서의 골격을 형성해가는 중요한 시기인 중·고교생 시절, 뇌가 가장 심하게 혹사당하면서 극도로 피로감을 쌓고 산다.우리나라 중·고교생(12~18세)의 하루 평균 자는 시간은 6.1시간이다. 가천의대 정신과 이유진·김석주 교수팀이 최근 국내 중·고교생 8천530명을 대상으로 수면 실태를 조사한 결과로, 이는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중학생보다 좋은 직장, 신분 상승의 기준이 되는 대학교 진학을 앞둔 고교생의 경우 더 심해 평균 5.8시간의 수면만을 취한다. 4시간 이하도 전체의 10.3%나 되며, 89.7%의 학생이 휴일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해 부족한 잠을 보충한다. 같은 시기 평일 독일 청소년의 평균은 8시간, 스페인 청소년 7시간인 것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휴일에도 2시간 정도 차이가 나는 수치다.장기간 수면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은 심각하다. 연구팀이 2천766명을 대상으로 주의력 검사를 실시해 보니, 주의력 고위험군에 속하는 청소년의 평일 평균 수면시간은 5.4시간이었다.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대표적인 증상은 우울증과 충동조절능력 저하다. 많은 학생들이 경쟁에 내몰려 잠을 설치면서도 일부만 성공적인 경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부족한 잠이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일부 청소년들의 흉포화해지는 범죄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현상이 점점 늘어나는 것도 경쟁에서 밀리고 정신건강도 지키지 못한, 최악의 환경이 빚어낸 최악의 결과라는 추리가 가능하지 않을까.경쟁으로 인해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하기는 청소년기를 지나 취업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나 숱한 경쟁자를 제치고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약간의 시간적 차이만 있을 뿐 경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라는데서 잠자기를 꺼리게 된다. 억측일 수도 있지만 잠재적 범죄군이 늘 상존해 있다.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6.5시간이다. 미국인 7.8시간 보다 1시간 이상 부족했다. 대한수면의학회가 일반 직장인 및 병원 근무자 554명(남 336명, 여 218명)을 대상으로 수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직장인들의 낮은 수면의 질로 인해 발생하는 근로시간 손실 비용이 근로자 1인당 연간 711시간 31분, 주 5일 기준 하루 평균 2시간 40분 정도라고 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평균 1천586만4천365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졸림으로 인한 일 수행 저하 및 업무 지장, 직업 관련 사고 및 교통사고, 수면중 무호흡 증상과 코골이, 수면불편 등이 손실 비용의 대표군이다. 충분한 잠은 창의성과 연관이 있다. 스티븐슨은 잠속에서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아이디어를 얻었고, 모차르트와 베토벤도 잠자는 사이 많은 곡의 악상을 떠올리는 등 잠의 성공 사례는 많다. 반면 잠을 설치면 생각을 집중하지 못하게 되며, 특히 잡상에 시달리게 된다.인간은 평생동안 3분의 1을 잠을 자면서 보낸다고 한다. 그 잠의 질에 따라 개인을 넘어 기업과 사회, 국가에 미치는 영향의 질도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 국내·외 연구 성과다. 경쟁에서 이겨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 어려서부터 남보다 더 일찍 더 많이 공부하는 '4당5락' 습관은 낙오자의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 0교시 등 교육관련 교육시스템도 그렇고, 부모의 욕심도 바꿔야 한다. 창의성 교육으로 돌아가야 우리 아이들이 신체적 정신적 건전성을 지니게 된다. 그러면 사회도 국가도 밝아지게 된다.

2010-08-17 조용완

손댈수록 커지는 공기업 부실

[경인일보=]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잇따른 재개발 사업 포기를 계기로 공기업 문제가 다시 클로즈업되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LH가 전국 414곳에 이르는 각종 재개발 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향후 부동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상당수 국책사업들의 포기 및 축소가 불가피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LH는 설립된 지 1년도 채 못되어 최대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정부의 공기업 개혁 청사진이 가시화된 것은 집권 6개월만인 2008년 5월부터였다. 한국도로공사·코레일·부산항만공사 등 사회간접자본(SOC) 공기업 30곳의 경영을 민간에 위탁하고 산업은행·우리금융지주·대한주택보증 등 50여곳을 민영화하기로 했다. 또한 주공-토공,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50여곳을 통폐합하고 부실 공기업 30여곳은 청산하기로 하는 등 과감하고 파격적이었다.정부는 공기업 선진화 작업을 최대한 2008년 중에 마무리한다는 목표로 그해 8월에 제1차 선진화 방침을 공표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우리금융지주·하이닉스반도체·대우증권·현대건설 등 27개 기관의 민영화와 주공-토공간, 신보-기보간 통폐합 2건, 인천공항공사 해외 지분 매각 등 41건이었다. 같은 달 26일에 발표된 2차 선진화 계획에는 정부 각 부처의 유사 산하기관 통폐합과 부실 투성이인 한국공항공사를 민영화하고 예금보험공사·자산관리공사(캠코)·한국감정원의 업무를 고유 핵심 업종 위주로 대폭 축소하며 정리금융공사·한국노동교육원·코레일애드컴의 해체가 주요 내용이었다. 같은 해 10월에 선을 보인 3차 선진화 대상으로 총 30개 공공기관이 지정되었는데 지역난방공사·안산도시개발·인천종합에너지·대한주택보증·한전기술 등이 민영화 대상에 새로 추가되었으며 독점시장이던 가스수입시장과 방송광고 대행시장은 경쟁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그 결과 안산도시개발·농지개량공사·한국자산신탁 등이 완전히 민영화됐으며 그랜드코리아레저·한전기술·지역난방공사 등은 상장에 성공했다. 그러나 한국전력을 비롯한 철도공사·수자원공사·도로공사 등 덩치가 큰 공기업들은 개혁 대상에서 제외된 반면에 별 볼일 없는 소규모의 공기업들만 호된 시련을 겪었다. 곁가지만 쳐내는 식의 공기업 선진화였던 셈이다. 주목대상이던 신보-기보간의 통폐합도 물 건너갔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동안의 지속적인 구조조정 작업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의 부실이 오히려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이재선 국회의원이 2007~2009년 동안 국토해양부 산하 주요 공기업 20곳의 경영 성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부서간 통폐합은 형식에 그쳤으며 정원 축소는 하위직급 위주로 진행되었고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LH의 경우 사업본부·직할단은 4곳이 추가로 신설된 반면에 인력 감축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반면에 통합된 지 1년도 못돼 빚이 무려 23조원이나 늘었다.이번에는 정부가 지방공기업들에 회초리를 들 예정이다. 공기업 설립권이 정부에서 지자체로 이관된 1999년 이후 전국 16개 시·도의 공기업수가 무려 70% 이상 증가한데다 전국 371개 지방공기업의 부채가 최근 4년만에 무려 152%나 급증, 지자체의 파산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인천도시개발공사의 부채 총액은 인천시 부채의 2배 이상이고 경기도시개발공사도 6조7천억원의 빚더미에 올라있는 실정이다. 지자체들의 재정 자립도가 취약한 현실을 감안할 때 대수술은 불가피하다.그러나 공기업 선진화는 언감생심이고 과거 공기업 개혁 사례들을 반추하면 걱정이 앞선다. 온갖 지혜를 다 동원해도 정부가 매스를 가할수록 부실이 오히려 확대되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시절 지역의료보험과 직장의료보험을 강제로 통합한 결과, 부실이 더 커져 국민의료보험이 위경(危境)에 이른 것이 대표적이다. 갈 데까지 가야하는건지 답답하기만 하다.

2010-08-10 이한구

입에 재갈을 물려야 하는가

[경인일보=]'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래?', '애인이 너무 심하게 빨아줘서 이빨이 아프냐?', '누드 사진 찍어볼래?'…. 국회의원과 학교장, 군수의 최근 발언내용들이다. 사회지도층들의 성희롱 발언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새삼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무리 사석이라지만 지도층의 사회적 책임과 자질마저 의심케 하는 발언들이다. 대한민국은 인터넷 포털의 위력이 대단해지면서 이미 성희롱의 천국이 되다시피 했다. '얼짱' 'S라인' '꿀벅지' 등 여성의 외모를 상품화하는 단어들은 벌써부터 아이들에게까지 퍼진 지 오래다.이 때문에 여성들의 외모지상주의를 낳아 너도 나도 성형외과로 달려가고, 이로 인한 폐해는 날로 극심해져 간다. 자신의 외모를 비관하고 또 잘못된 수술로 인해 평생을 고통받고 살아가는 여성들도 생긴다. 아무리 사회가 그렇다 하더라도 우월적 지위에 있는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학교장들이 이같은 고강도의 성희롱 막말을 남발하는 것은 놀랍다. 그것도 맨 정신에 했다는 것은 정신나간 것과 다름없다. 여성에 대한 성희롱은 숱하게 발생했지만 최근 일련의 사례는 가히 충격적이다. 이같은 원인은 조직 내에서의 인사권 등 막강한 권한과 수직적 관계를 악용한 상사들의 그릇된 심리와 공인의 신분을 망각한 윤리의식 결여 등에서 비롯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음담패설 등 성적인 농담이 관행화되고, 솜방망이 처벌 또한 이를 부추기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성희롱과 막말은 우월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가해자가 농담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피해를 당한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끼는 인격에 대한 침해다. 직장내 성희롱 방지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위치의 인사들이 성희롱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면 그건 큰 문제다. 그럼에도 사회적 약자라 할 수 있는 조직원을 대상으로 버젓이 성희롱을 일삼는다면 피해자는 수치심과 피해의식으로 인해 그 가해자와 함께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다.법에 규정된 성희롱 행위를 보면 말하는 사람이 아무리 좋은 뜻으로 말했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언어나 행동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성희롱이 성립된다고 한다. 나아가 단 한번의 성적 언동이라도 그 내용이나 행위면에서 성적인 수치감이나 모멸감을 느낄 정도로 심한 경우에는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예로 음란한 농담이나 음담패설,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 성적 사실 관계를 묻거나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포하는 행위, 성적 관계를 강요하거나 회유하는 행위, 회식자리 등에서 무리하게 이성을 옆에 앉혀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행위, 음란한 내용의 전화통화 등 사회 통념상 성적 굴욕감을 유발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언어나 행동 등이다.이렇듯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해선 본인의 윤리관이 기본이 돼야 하겠지만 일상생활에서 의식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교육이 수반돼야 한다. 특히 피해자는 범죄를 당하는 것과 다름없어 엄벌에 처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즉, 한 마디의 잘못된 말이 패가망신에 이를 수 있음을 법에서 보여줘야 한다.성경 잠언에는 '말을 아끼는 자는 지식이 있다'라고 말한다. 속담에도 '진정한 영웅은 입을 잘 다스린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말의 위력은 대단하다. 모든 큰 사건이 단순한 말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말이 한 번 입에서 떠나면 그 영향은 가늠하기 힘들다. 그 말의 발원지가 유명인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경직되고 흑백논리가 판치는 우리 사회에서 말이 자신을 잡아간다. 정치인과 지도층은 매일 입에 재갈을 물리고 말조심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평생 일구어 놓은 자리에서 패가망신하지 않을 수 있다.

2010-08-03 이준구

중국외교, 동북아 평화·안정위해 새로운 모습을

[경인일보=]천안함 사건이후 중국의 외교적인 언급이 매우 신경질적으로 변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25일 중국의 양제츠 외교부장은 영토분쟁 지역인 남중국해를 국제이슈화하려 들지 말라고 미국에 대해 경고하면서, "국제관행은 이런 분쟁을 해결하는 최상의 방식이 관련국들 간에 직접적인 양자 협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남중국해는 미국이 끼어들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일주일 전 한국이 사정거리 1천500㎞에 달하는 순항미사일을 자체 개발한 것에 대해 중국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한국이 천안함 사건을 핑계로 금지구역에 뛰어들려는 것 아니냐" "한국의 전략적 위협 반경은 한반도를 넘어섰다"면서 "한국은 한반도 밖의 국가가 어떻게 느낄 지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보인다"고 감정적으로 보도하였다. 현재 동해에서 열리고 있는 한미연합훈련 '불굴의 의지'일정을 중국측에 사전 통보했건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중국은 외국 군함이나 군용기가 서해나 기타 중국 근해에서 중국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하는 것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심지어는 자국의 황해 및 동중국해에서의 군사훈련을 '이례적으로' 공개하기까지 하였다.중국의 이런 공식적·비공식적인 발언과 보도는 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새롭게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로 중국의 외교정책 기조가 흔들리고 있고, 그 속에서 과거의 좁은 국가이익 관점과 글로벌시대 중국의 역할 사이의 괴리가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일련의 사태는 중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속적 경제발전 추구를 통한 강대국 건설'이라는 국가목표를 위협할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후 지속적으로 경제발전을 가장 주요한 국가목표로 추구하면서, 외교적으로는 중국 국경지역인 '주변지역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였다. 21세기 들어 주변지역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다고 확신하자,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려 하였다. 그러나 북핵관련 6자회담 등을 통해 다자적인 외교무대에 등장하고, 글로벌 경제 위기를 통해 G2로서의 위상이 언급되고 있지만, 아직 중국의 다자외교적인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천안함사건이 터지면서, 6자회담에서의 역할은 물론 주변지역인 한반도의 안정이 위협받는 사태가 오자, 중국은 자국에 미칠 파장에 크게 긴장한 것이다. 더군다나 한반도에서 한-미간 대규모 군사훈련이 이뤄지고, 또 다른 주변지역인 남중국해의 영토분쟁마저 다자적인 이슈화가 되자, 중국의 경각심은 최고에 달하고 있는 것 같다. 당연히 중국의 반응은 점차 신경질적으로 변화하였다. 그러나 이 시점에 중국은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자국이 취해야할 외교적 기조를 새롭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다자적 해결을 반대하면서, 한반도문제에 대해서는 6자회담의 재개라는 다자적 입장을 선호하는, 모순되면서도 다분히 좁은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해(황해)나 기타 '중국 근해'에서 중국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외국의 활동을 단호하게 반대하면서도, '우리 영해'인 한국의 서해에서 기습적 공격으로 이뤄진 천안함사건과 그에 따른 우리의 안전에 대해서는 다른 척도를 대고 있다. 중국이 가상대상이 아닌 한-미간 '적극적 방어훈련'에 대해서는 민감하지만, 동아시아 안정을 위협할 요소가 많은 북한의 '적극적 공격'인 천안함사건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것이다.우리는 중국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새로운 외교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입장은 협애한 중국의 국가이익 측면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동아시아 전체의 안정과 지속적 협력이라는 틀속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이런 틀속에서만 중국의 주변 지역이 안정되고, 중국의 국가목표인 경제발전이 더욱 이뤄지며 중국의 세계적 역할과 위상도 올라갈 것이다. 급속한 한-중 양국의 경제관계 발전과 문화 사회적 교류의 증가로 한국내 중국의 위상도 올라가고 있다. 바람직한 한-중 양자관계의 발전은 물론,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중국의 냉정한 정책검토가 필요한 것 같다. 더 이상 한국에게만 일방적으로 설움과 인내를 강요할 수는 없다. 공존 공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2010-07-27 이진영

승진 시험

[경인일보=]시험이 여주군 공직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등극한 군수가 승진을 앞둔 사무관에게 자격시험을 치르도록 한 것이다. 찬·반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연공서열과 근무평정의 역사가 깨지게 됐기 때문이다. 반대론자는 인사적체로 오랫동안 승진기회가 없었던 많은 공무원의 기회 박탈을 우려하고 있다. 사기가 꺾인다는 걱정도 한다. 퇴직을 3~5년 앞둔 공무원들은 "군수의 뜻은 이해하지만 갑작스럽게 치른 시험 결과를 50%씩 반영하는 것은 또 다른 인사 편법"이라며 "승진 후보자 중 일부 직원은 소송 등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하고 있다.찬성쪽은 소신과 열정이 반영된 인사로 신선하다는 평가다. 담당업무뿐 아니라 여주의 미래를 생각하며 소신있게 일하는 직원을 우대하는 것이야말로 지역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상책이라는 생각인 듯하다. 인사가 연공서열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두면 일에 대한 열정도 지역을 알려는 노력도 부족할 수 있고, 그러면 발전이 더디게 된다는 발상이다. 찬성과 반대 모두를 아울러 생각해 보면 오래 근무한 어른들의 경험 및 공적을 인정하면서도, 지역을 제대로 알려고 노력해 온 공직자를 발탁하려는 묘수가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시험점수 50%에 연공서열·근무평정 50%면, 시험점수가 다소 떨어진다 해도 연공서열과 근무평정이 더해져 승진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듯해서다.시험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지금과는 차이가 있겠으나, 전근대 시대에 한국이나 중국 등에서 관리로 채용할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 과거(科擧)다. 문헌에는 신라 원성왕 4년인 788년에 실시한 독서삼품과가 과거제도의 시초로 돼 있다. 당시는 시험에 합격한 인재라도 전원 관리로 채용되지는 못하고 보조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점차 관리채용 제도가 보완 정비되면서, 중국에서는 수(隋)나라 때 본격적인 과거제가 운영됐다. 우리 나라는 고려 광종 9년(958)에 후주의 귀화인 쌍기(雙冀)의 건의에 따라 당나라 제도를 참고해 실시, 많은 인재를 과거를 통해 선발했다.과거는 객관적이면서도 공평하게 인재를 뽑기 위한 최적의 제도로 여겨져 왔고 오늘날 시험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혈연적·정치적 편파성이 강했던 인재 등용의 관행을 탈피해 보다 공정하게 능력 위주로 인재를 등용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의를 찾고 있다. 물론 모든 과거가 완벽하게 운영된 것은 아니다. 고려시대에는 상류층에 특혜를 주는 음서제(蔭敍制)를 병행하기도 했다. 현재에 와서는 시험지 누출 등 부정적인 요인도 있기는 하나 인재를 선발하고, 상급학교 진학하는 등의 자료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여주군의 이번 시험은 전근대의 과거제도와 현재의 국가고시 등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또한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왔던, 연공서열을 우대시해 승진을 하던 지난 인사와도 생소하다. 그러나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지역을 많이 바로 알아 공무수행에 바른 판단을 하도록 도와 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부연하면 시험은 정당한 절차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갑작스럽긴 하다. 그러나 군수의 말처럼 여주에서 25년 이상 공무원으로 일했으면 여주를 많이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 까. 굳이 고민을 하지 않아도 돌아가는 사정쯤이야 꿰차야 공복이란 말이 어울린다. 인사는 군민의 복지와 지역의 발전에 맞춰져 있어야 하며, 공무원의 영달 또한 개인이 아닌 군민과 지역에서 찾는 것이 맞다.전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 차관보 강영우 박사는 저서 '도전과 기회, 3C혁명'에서 3C형 인간을 강조했다. 실력(Competence)·인격(Character)·헌신(Commitment) 세 가지다. 실력은 기본이다. 인격은 가치교육에 달려 있다. 헌신은 학습된다. 또한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의 문이 열린다. 여주군수의 이번 조치가 찬·반으로 갈려 소비적인 공방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준비된 사람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공무원 자신도 지역도 발전할 수 있다.

2010-07-20 조용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