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수요예측 잘못이라…

[경인일보=]"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수요예측이 잘못된 때문입니다."이번 국정감사에서 국회의 '텅 빈 고속도로'질타에 대해 류철호 도로공사 사장의 궁색한 변명이다. 장성~담양 고속도로 이용률이 19%인 터에 2007년에 개통한 익산~장수 고속도로의 지난해 이용차량대수가 8천714대로 당초 예측치의 17%에 불과하다. 2007년 이후 개통된 전국 8개 고속도로의 실제 교통량은 41.3%다. 도로건설에 총 8조510억원의 혈세를 쏟아 부은 점을 감안할 때 유구무언(有口無言) 언급은 당연해 보인다.민자(民資)도로도 마찬가지다. 적자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한 4개 민자도로 중 서울외곽순환도로를 제외한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천안~논산, 대구~부산 등 3개 고속도로의 누적손실 보전금만 2001년 이후 9천72억원에 달했다. 각 지자체 단위로 추진하는 경전철 및 터널공사도 비일비재하다. 현재 최소운영수입보전금을 지출하는 구간은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을 잇는 이화령터널을 비롯해서 총 18곳이다. 손실보전제는 2006년에 폐지되었지만 이는 민간제안사업에 국한한 것일 뿐 정부고시사업은 여전히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하고 있어 국고낭비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진작부터 여론의 표적이 되었던 전남 무안공항은 더욱 한심해 보인다. 인천·김해공항에 버금가는 서남부권 항공허브 구축을 목표로 공사비 3천56억원을 들여 2007년에 오픈했으나 투자비 회수는 언감생심이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해 차라리 무안(無顔)공항으로 불러야할 판이다. 강원도가 3천567억원을 들여 건설한 양양공항의 상주근무인원수는 150명에 육박하나 하루 평균 이용객수는 30여명으로 무안공항과 흡사하다. 양양·울진·무안·김제·예천공항 등 5곳의 '유령공항'을 건설하는 데만 총 8천597억원의 세금이 투입되었다. 적자행진도 계속되고 있다.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흑자를 내고 있는 곳은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3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11곳은 전부 적자인 실정이다.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의 명지국제업무지구는 투자유치가 전무인 상황에서 세금 1천883억원을 들여 지난해에 을숙도대교를 개통했으나 통행량이 당초 예측치에 크게 못미쳐 부산시의 재정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7년간 전국 6개 경제특구의 도로·교량 등 기반시설 건설에 총 2조원의 혈세가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세금이 투입될지 가늠되지 않는다.각종 공공시설들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달 제주도가 140곳의 직영 공공시설의 운영비를 분석한 결과 수익이 발생한 곳은 관광시설과 기반시설 단 2곳에 불과하고 체육시설·수련시설·문화예술시설·사회복지시설 등 나머지는 모두 적자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덕분에 제주도는 작년에만 300억원이 넘는 적자분을 세금으로 보전해 주었다. 여타 지자체들의 실상은 확인키 어려우나 실정은 제주도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자체들의 재정적자가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죽했으면 성남시가 지불유예 운운했겠는가.앞으로가 더 문제다. 건설교통부가 계획중인 신도시 건설 연계 고속도로만 전국적으로 20곳으로 총연장 329.9㎞에 예산은 19조3천554억원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13조원짜리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들이 불거지고 있다. 지역균형발전논리를 앞세운 행정복합도시·혁신도시·기업도시프로젝트는 점입가경이다.혈세낭비 지적에 대해 관련부처들은 이구동성으로 수요예측의 오류를 들고 있다. 틀린 지적은 아니다. 그러나 진짜 원인은 선출직들의 경쟁적인 한건주의와 관료 및 건설업체들의 부추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데 있다. 주범과 종범이 뒤바뀐 인상이다. 빠르게 양극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국민들의 조세부담률은 갈수록 높아지는 실정이다. 또한 정부는 물론이고 각 지자체 및 공기업들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판인데 공공시설의 과잉적자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 걱정이 크다.

2010-10-19 이한구

베르테르는 이미 죽었는데…

[경인일보=]막생혜 기사야고(莫生兮 基死也苦) 태어나지 말지어다. 죽는 것이 괴롭구나. 막사혜 기생야고(莫死兮 基生也苦) 죽지 말지어다. 또 태어남이 괴롭구나. 생사를 달관했다는 원효대사도 생사의 윤회에는 깊은 상념이 있는 듯 이같이 노래했다. 또 생이란 나오는 것(出)이고 죽음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入)뿐이어서 어느 누구에게나 생사는 동일하다. 우리가 집밖으로 나와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출입이라고 하듯 노자(老子)는 인간의 삶을 출입이라고 자연스럽게 말하기도 했다.요즘 들어 일반인은 물론 유명 연예인이나 사회 저명인사들의 자살사건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강연회 때 기운찬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며 행복전도사로 불리던 최윤희씨 부부의 동반자살을 보면서 사람들은 충격과 함께 가치관의 혼란마저 느낀다. 혹자는 '베르테르 효과'까지 퍼지지나 않을까 염려한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편지 형식으로 지은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남자 주인공 베르테르는 여자 주인공 로테를 열렬히 사랑하지만 그녀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실의와 고독감에 빠져 끝내 권총자살로 삶을 마감한다.당시 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이 작품은 유럽 전역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지만 이 작품이 유명세를 타면서 해지면서 베르테르의 모습에 공감한 젊은 세대의 자살이 급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유럽 일부지역에서는 이 책의 발간이 중단되는 일까지 생겼다. '베르테르 효과'는 이처럼 자신이 모델로 삼거나 존경하던 인물, 또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일컫는다.지난 1996년 1월 '서른 즈음에' '이등병 편지' 등의 히트곡을 남긴 가수 김광석의 자살 이후 배우 이은주, 가수 유니, 배우 정다빈 안재환 최진실 최진영, 가수 박용하 등이 잇따라 자살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그래서 이들 두고 '베르테르 효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때문에 '유명인의 자살은 되도록 작게 보도하라. 주검과 현장, 자살 수단의 사진을 싣지 마라. 복잡한 자살의 동기를 단순화하거나, 고통에 대처하는 선택이나 해결책인 것처럼 표현하지 마라'. 보건복지부와 한국기자협회·세계보건기구(WHO)는 몇 해 전 언론의 자살 보도에 관한 기준을 이같이 발표하기도 했다. 모방 자살,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를 막아보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었다.실제로 유명 연예인의 자살 사건 보도 이후 평균적으로 자살사고가 늘어났다고 한다. 한나라당 이애주(비례대표·보건복지위) 의원이 2005년 이후 2009년까지 각 언론 1면에 실린 유명 연예인 자살 보도를 기준으로 '2009년 사망원인통계'를 분석한 결과, 최진실씨 자살 이후 2개월간 1천8건의 가장 많은 자살자 수 증가를 보였다. 다음으로 안재환씨가 694명, 유니씨가 513명, 이은주씨가 495명, 정다빈씨가 322.5명 순으로 추정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명 연예인의 자살 사건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언론의 보도 방식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우리나라에서 한햇동안 자살하는 사람은 1만~1만3천여명으로 OECD 국가중 단연 1위라고 한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보다도 많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3건 중 1건이 동반자살이라는 점이다.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만 따진다면 3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살아 있기에 일도 하고 가족도 사랑을 하고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보람과 희망을 품는 것이다. 유명인사들의 죽음이 더 이상 이어져서는 안 된다. 베르테르는 허구 속에서 이미 죽었을 뿐이다.

2010-10-13 이준구

중국과 한국 상호이해, 지자체가 나설 때다

[경인일보=]최근 중국의 위상이 말 그대로 욱일승천(旭日昇天) 기세다. 일본을 제치고 제2위 경제대국이 되더니, 무역 거래나 위안화 절상 등 통상·통화문제에서 예전과는 다른 각을 미국에 세우고 있다. 댜오위다오(센가쿠) 영토분쟁에서 중국은 일본에 외교적 완승을 거두었다. '댜오위다오는 국가핵심이익'이라고 주장한 날, 스텔스 기능을 갖춘 잠수함 보도가 나오더니, 달탐사 위성의 성공적 발사 보도도 연이어 나왔다. 경제·안보·외교 모든 면에서 중국은 강한 톤으로 세계를 향해 굴기(崛起:일어섬)를 보여주고 있다.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어느 때보다 강한 것 같다. 한국에게 중국은 최대무역국이자 최대투자국이고, 인적교류가 가장 많은 나라다. 수교한 지 18년밖에 안되었지만 양국 교역액은 올해 2천억 달러를 달성할 것이다. 경제관계의 진전에 따라 앞으로 중국의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절대적이다. 지난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올해 두 번째 방중은 파격적인 것이었다. 그 의도가 후계체제에 대한 후견에 있건, 경제지원에 있건 그 대상은 중국이었다.그러나 급증하는 경제관계만큼 한-중 관계는 좋은 것 같지 않다. 아니, 경제 이외 한-중 관계는 위험 수위에 이른 것 같다. 천안함사건 이후 한국 언론에선 '중국 때리기'가, 중국 언론에선 '혐한 감정'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토론사이트에서 '한국 응징론'과 '한국상품 불매론'이 논의될 정도로 한국에 대한 감정은 격해져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세계의 다른 곳에선 한류가 붐인데, 한류의 첫 출발점이기도 한 중국에서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을까? 중국이 급부상하다보니 중국인들의 애국주의가 과도하게 표출된 걸까?대답은 한국인과 중국인이 서로 너무 상대를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 왜냐하면 양국민이 상호이해하는데 18년은 너무 짧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직 1세대도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한-중 관계의 변화와 속도를 보건대, 양국의 상호이해 작업은 속도를 내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 작업의 주체는 국가보다는 지자체가 좋은 것 같다. 중국의 한 지방 및 지역과의 교류를 여러 지자체가 나누어 추진하면, 기층부터 양국민의 상호이해가 촉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 지자체가 중국과 교류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인천은 톈진시와 경기도는 랴오닝성·허베이성·산둥성·광둥성 등과 광역지자체로서 교류를 하였고, 수원시는 산둥성 지난시와 인천 남구는 톈진시 탕커우구와 자매결연을 맺어 투자유치·청소년교류·홈스테이·관광 및 시찰 등의 교류를 하였다.그러나 교류의 형태가 기층화·제도화·호혜적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오히려 일회적이고, 형식적이며, 관광 위주가 많았다. 양국민이 기층부터 상호이해하려면 새로운 협력모델을 찾아내야 한다. 가령 각 지자체가 자매결연한 도시의 문화체험관을 만들면 어떨까? 중국에는 다양한 지역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는 중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에도 120개가 넘는 대학에 한국어과가 개설되어 있다. 서로가 자국어 어학교사를 파견하고, 지역내 학교와 협력하여 초-중급 어학코스 개설은 물론, 고급 어학학습을 위한 상호체류를 제도화하면 어떨까? 가령 인천에 톈진시 정보관을 만들어, 톈진시에 대해서는 한국의 어느 곳보다 잘 정비된 정보를 보유하고, 남구는 탕커우구에 한국어 교사를 파견하여 중국인들의 한국어 학습을 돕는 것이다. 또한 고급 한국어나 한국문화를 알려는 탕커우구민을 초청하는 것이다. 물론 인천시민과 남구민도 중국의 해당지역에서 동일한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중국은 지역도 넓고 사람도 많다. 각 지자체가 분담하여 기층부터 중국을 이해해 나간다면 중국인과 한국인의 우애는 증진될 것이다. 그리고 더욱 경제적으로 밀접해가는 지금, 상호이해 작업이 더 필요한 쪽은 한국인 것 같다.

2010-10-05 이진영

인천과 속도전

[경인일보=]몇 해 전 정치권에서 질풍노도(疾風怒濤)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무섭고 빠르게 부는 바람처럼 국정 운영에 있어서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다. 당시 현 정부가 집권 1년차를 온통 촛불 진화로 허비해 버리자 주어진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고 판단한 조급증이 발동했던 것이었다. 속도전의 중심에는 평소 '불도저'라는 별명을 듣던 이명박 대통령이 있었다. 남은 임기동안 속도를 내서 뭔가 실적을 올려야만 한다며 속도전 카드를 꺼내 들었고, 여권은 질풍노도라는 말로 힘을 실어줬다. 물론 국민들도 당시에는 대통령 못지않게 속도전을 원했다. 세계 경제의 위기상황에서 우리끼리 내부에서 다툼만 하고 있기엔 너무나 급박했기 때문이다.'속도전'은 원래 칭기즈칸의 발명품이다. 유럽의 기사들이 70㎏이나 무장해 움직일 때, 몽골 기마병은 5분의 1에 불과한 무게로 속전속결의 전쟁을 수행했다. 유럽은 수만명 단위로 이동하는 돌파력 위주였지만 열명·백명·천명 단위로 수시로 쪼개지고, 뭉치는 몽골군에게는 기습의 대상일 뿐이었다. 정면충돌 보다는 유연한 우회전술에 속도전이 합친 승리였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평가다. 그만큼 속도전에는 전술과 전략이 필수다.현대사회에서 속도전은 필수라곤 하지만 꼭 성공만 있는 게 아니다. 전략과 전술이 있어야 하고, 진정성이 있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 고집스럽게 밀어붙인다고 해서 그 결과가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속도전을 벌이다 급브레이크가 걸렸던 미디어 관련법이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세종시 추진 등을 우린 보지 않았는가. 인천만 해도 151층 인천타워 건설, 밀라노시티 추진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바로 이 것이 준비 안된 속도전이 주는 교훈이다.요즘 인천에서 또 다시 속도전 얘기가 나온다. 내주면 송영길 인천시장이 벌써 취임 100일을 맞지만, 아직까지 시정방향 조차 분명치 않자 조바심이 발동한 것이다. 남은 임기(4년)를 감안하면 시간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뭔가 성과를 내고 실적을 올리고 싶은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그렇다고 전략과 전술이 없는 속도전만을 앞세운 시정은 느림보 행정만 못하다. 아시안게임 주경기장만 해도 그렇다. 전임시장이 결정한 서구 주경기장을 '속깊은' 검토없이 몇몇 사람의 얘기만 듣고 성급하게 백지화를 들고 나왔다가 원위치 시켰다. 결국 지역간의 분열만 조장시키고, 시간만 허비한 꼴이 됐지만 그 대가는 의외로 크다는 지적이다. 속도전은 인사에서도 나타난다. 시산하 기관의 장은 물론이고, 고위 간부들까지도 교체압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각 기관의 간부급들이 자리보전에 신경을 쓰느라 일손을 놓은 지 오래다. 시장이 새로 취임했으면 그의 철학에 맞춰서 일할 사람을 보강하고, 교체하는 걸 두고 뭐랄 사람은 없다. 그 도가 지나치다는 게 문제라는 얘기다.인천시민들은 송 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크다. 젊고, 개혁적인 그가 인천이 안고 있는 난제들을 추진력있게 풀어갈 것이란 희망이 표심으로 작용해서 그가 선택됐다. 그 표심에는 인천시정의 내실있는 속도전도 포함돼 있다고 본다. 그러나 속도전에도 우선순위가 있는 법. 그 선·후가 뒤바뀔 땐 불신이 쌓이게 마련이다. 이 시점에서 맨 앞 서열에 둬야할 속도전의 대상은 과연 무엇일까. 그 결정이 1순위라고 본다.송 시장은 앞으로 할 일이 많다. 약속대로 '경제수도'를 건설해야 하고, 인천의 난제들을 하나하나 풀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임기를 마칠때 시민의 박수를 받는 시장이 되어야 한다. 그게 그의 희망일 뿐만 아니라 인천을 위해서도 꼭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진정한 '인천시민 시장' 되는 길은 첫 단추가 중요하다. 초장부터 특정 정당에 의해 좌지우지 되거나, 특정 계파나 지연·학연·혈연에 의해 움직여지는 시장, 시민위에 군림하려는 시장이 되길 누가 원하겠는가. 송 시장 또한 그런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큰 꿈'을 갖고 있다는 그가 과연 추구하는 진정한 속도전의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또한 시민을 받들어 모시는 진정한 목민관이 될지 시민들은 주목하고 있다.

2010-09-28 김은환

교편

[경인일보=]교편(敎鞭)은 출석부와 함께 교사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교사가 수업이나 강의를 할 때 필요한 사항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하는 가느다란 막대기, 교사의 회초리가 교편이다. 반장의 우렁찬 '차렷' '경례' 소리와 함께 교탁을 두드리는 회초리의 둔탁한 소리로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렸고, 어수선한 수업분위기를 다스리곤 했다. 물론 쓰임새의 위력은 매에 있다.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회초리는 교사의 위엄이며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교편을 잡았다는 말은 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하고 있다는, 교사와 교편은 동의어로 통용되기도 한다.전통서당에서 훈장은 회초리로 매를 들었다. 그 당시 회초리는 가르침의 도구로, 서당교육의 초달문화(楚撻文化)에서 유래한다. 서당에 아들을 맡긴 아버지가 산에서 나무를 할 때 가장 매끈한 싸리나무를 골라 한 다발 묶어 훈장에게 전달한다. 아들을 잘 가르쳐 달라는 뜻이 담겨 있다. 훈장은 아버지의 정성이 묻어 있는 이 싸리나무를 학동의 올바른 교육에 사용했다. 초달은 어버이나 스승이 자식이나 제자의 잘못을 징계하기 위해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리는 사랑의 매의 시작이다. 물론 이같은 풍습을 오늘날에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는 격이다.학생 체벌과 두발·복장 규제 금지 등을 담은 학생인권 조례 제정안이 도의회에 제출된 마당에 새삼스럽게 사랑의 매를 들먹이는 것은 교육현장에서 교사의 모욕과 수난이 도를 넘고 있어서다. 학부모가 교사를 폭언·폭행하고, 제자로 부터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하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일어나고 있는 것이 우리의 교육현장이다. 도저히 교사로 인정해 주기 어려운 교사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인 상황에서 학부모와 학생의 문제시 되는 행동만을 끄집어내 질타하자는 것이 아니다. 사랑의 매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대체 훈육이 필요하며, 그 것은 교육현장을 지키고 있는 교사들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학교 교육의 중심에 있는 교사의 경험만큼 큰 자산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 교사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드는, 사기를 땅에 떨어뜨리는, 역할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건이 발생해 고육현장이 더욱 어수선하다. 경기도의 한 사립 고등학교 교장이 학생 복장지도를 소홀히 했다며 교사들을 체벌로 다스렸다. 교육의 주체로서 학생에게 가르침을 주는 교사에게 체벌은 그 자체가 성립될 수 없으며, 그 것도 학생들이 지켜보는 교실이라면 교육의 근본을 흔드는, 땅에 떨어진 권위마저 짓밟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교장의 해명은 우려섞인 눈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는 뭇 사람들을 더욱 슬프게 한다. "복장과 두발이 불량한 학생들을 야단치는 과정에서 '너희가 잘못하면 담임선생님이 혼난다'는 뜻으로 엉덩이를 때리는 흉내를 냈을 뿐이다" "15분 뒤 교사들을 교장실로 불러 사과했다" 41년째 교장만 하고 있다는 분의 행동으로는 믿을 수 없는 함량 미달이다.교장의 의중을 헤아려 알아서 행하는, 학부모와 학생의 눈치를 보면서 교육현장을 지키는 교사가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기 보다는 안타깝다는 것이 맞는 말이다. 교사의 역할이 훈육없이 지식만을 가르치는 지식전달자로서 존재가치만 인정된다면 교편은 의미부여를 못한 채 박물관 한쪽을 차지하는 구시대의 유물로만 남아 현 시대에서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교육은 앞선 사람이 아직은 덜 성숙된 후학을 가르치는 고도의 지적 전인적인 행위다. 교사의 교육적 권위가 존중되지 않으면 사회적 인간을 만드는 학교 교육은 필요치 않다. 학교 교사의 회초리는 '폭력'이고 학원 선생의 매는 '사랑의 매'라는 자조적인 말이 교사들 사이에 떠돌고 있는 마당이다. 교사의 권위와 학생의 인권이 부딪치면 교육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할 지도 모른다. 이 시대에 어울리는 또 다른 의미의 교편이 절실하며, 이는 교육의 한 주체인 교사로부터 나와야 한다. 이 시대의 교육적 가치를 만드는데 그들의 경험만큼 유용한게 없다.

2010-09-14 조용완

카드수수료 인하는 속빈 강정

[경인일보=]지난 4월 금융감독위원회는 연간 매출액 9천600만원 미만인 신용카드 가맹점들에 한해 수수료율 인하를 단행했다. 재래시장 내 점포에는 기존의 2.0~2.2%에서 1.6~1.8%로, 재래시장 이외 가맹점들에는 3.3~3.6%에서 2.0~2.15%로 각각 끌어내렸던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영세자영업자들이 고전중인 점을 혜량한 조치였다. 이명박정부의 친서민정책의 일환이기도 했다.그러나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비씨, 국민, 신한, 삼성, 현대 등 8개 주요 카드사들의 수도권 영세가맹점 2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중 29.5%인 59곳은 수수료 인하혜택을 전혀 못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인하혜택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나머지 141곳의 경우에도 당초 금감위가 공표했던 인하폭에 훨씬 못미쳤다. 재래시장 내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2.06~2.26%였으며 재래시장 이외의 경우는 2.28~2.37%였던 것이다. 카드사들이 정부의 강요에 못이겨 수수료인하 시늉만 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카드사들이 이지경인데 나머지 업체들의 실상은 더 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수료인하가 영세가맹점 경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신용카드사들의 영세가맹점 역차별 시비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수수료율이 백화점 및 대형할인마트에 비해 턱없이 높다는 여론의 압력에 굴복해서 2007년 11월 이래 몇 차례 찔끔찔끔 수수료율을 내려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 와중에서 카드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수수료 인하가 적자경영을 초래할 것이라며 항변했었는데 경영성과는 어떠할까. 카드사들의 영업이익은 카드대란을 겪은 2003년 8조5천410억원의 적자에서 지난해에는 2조3천95억원을 기록하는 등 6년 만에 무려 11조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특히 지난해에는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발군의 성적을 시현, 표정관리 하기에 급급했다. 가계소득수준이 향상되고 카드사용 문화 정착에 따른 신용판매부문이 급신장한 탓이다. 포인트 적립, 무이자 할부, 소액결제비중 확대, 연회비의 지속인상 등 공격적인 마케팅도 한몫 거들었으나 이쯤 되면 영세가맹점들에 대한 수수료 인하로 적자경영이 불가피하다는 카드사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달에 발표한 '2010 하반기 경제금융보고서'에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 폐지 등이 수익확대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으나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한 바 있다.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의 대응도 주목거리이다. 금감위는 2008년 8월부터 가맹점들이 카드 대신 현금을 지불하는 고객에게 카드수수료만큼 값을 깎아주도록 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작업에 착수했다. 현금영수증제가 정착되어 세금탈루여지가 크게 줄어든 데다 물가안정 및 소비자후생 증대라는 어부지리까지 기대된 터였다. 현금사용 고객에 대한 할인이 일반화된 유럽의 사례는 반면교사였다. 그러나 작업에 착수한지 2년을 훌쩍 넘겼으나 법률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계류중이어서 이 정책은 햇빛을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 와중에서 한나라당 주도로 추진하던 카드영수증 매입회사 설립, 직불 및 체크카드활성화대책 성과도 전혀 가늠되지 않는다. 카드사들의 극렬반대 때문으로 짐작되는 터여서 수수료인하성과가 속빈 강정인 것만도 다행이란 생각이다.경제성장률이 지난 1분기 8.1%에 이어 2분기에는 7.2%를 기록, 2000년 이후 10년만에 최고수준이나 자영업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전국 16개 시도의 경제행복지수 하락이 이를 방증한다. 자영업자수 또한 올 1분기 551만4천명으로 외환위기 때인 1999년 1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오죽했으면 지난 8월 30일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서 "말로만 서민 운운하고 있다"며 자아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졌겠는가.글로벌시대를 맞아 대기업의 국내 경제적 역할이 점차 축소되는 상황이다. 국민경제의 근간(根幹)인 자영업활성화야말로 유효한 대안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0-09-07 이한구

공직후보자는 도덕성이 우선이다

[경인일보=]한마디로 안타깝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이재훈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보면서 이 나라의 인재등용 시스템이 이것밖에 안 되는가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지난 7월말 현실 정치의 험난함을 언급하며 취임 10개월 만에 사퇴표명을 한 이후 '깜짝 등장'했던 40대 총리 후보자는 각종 의혹 속에 내정 21일 만에 스스로 물러나고 만 것이다. 개인의 잘잘못을 떠나 이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인재검증이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혹자들은 말한다. '현재와 같은 인사청문회가 인민재판식이 아니냐. 인권도 생각지 않고 마녀사냥하는 데 급급한 것 아니냐. 국회의원들은 뭐가 그리 깨끗하다고 이렇게 구석구석 파헤칠 수 있는 것이냐'. 물론 청문회가 주는 역기능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청문회가 도입된 10년간 적잖은 결격자들을 걸러내는 효과도 있었고 미래 후보자들에게는 학습의 효과도 있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연적 과정이기에 필요한 제도다. 그럼에도 매번 반복되는 사례들로 낙마를 겪는다면 인재등용에 큰 실패를 했다는 얘기다.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단골메뉴는 위장전입·세금탈루·부동산 투기 의혹에 논문표절·병역기피 의혹이다. 결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법치국가인 줄만 믿고 살아온 힘없고 순진한 대다수 서민들이 분노를 느끼기에 더욱 그렇다. 이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총리와 각 부처 장관을 할 사람들이라면 누가 친서민 정부라 생각하고, 누가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라 보겠는가.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엄연히 알면서도 이를 밥먹듯이 어긴 자들이 장관 자리에 앉으려고 포장하는 말이 자식교육이다. 국민들도 엄연히 자식이 있다.일부에서는 인사청문회가 지나친 도덕성의 잣대를 들이대고, 일반인과의 형평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요즘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 몇이나 되겠느냐' 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공직후보자가 불법체류자를 식모로 썼다가 낙마한 사례도 있다. 법을 어기지 않고 살기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법을 어기면 여지없이 법대로 처리되는 국민 앞에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은 전문성에 우선해야 한다고 본다.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아왔다고 한다면 아예 공직에 나서지 않아야 함이 마땅하다. '대학' 본문에는 "백성들의 마음을 얻으면 나라를 얻지만 백성들의 마음을 잃으면 나라도 잃는다"(得衆則得國 失衆則失國)라고 했다. 민심을 얻으면 나라를 얻어 보존하지만 민심을 잃으면 나라도 잃는다는 무서운 경고를 내린 것이다. 이번 공직 후보자의 낙마가 이를 여실히 증명해주었다. 다산(茶山) 정약용은 또 탁월한 통치철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파했다. "나라를 통치하는 사람에게 두 가지의 큰 정치가 있으니 하나는 '용인(用人:인재등용)'이고 둘은 '이재(理財:경제정책)다. 인재등용을 제대로 해야 백성들의 마음에 위배되지 않고, 나라의 재정관리와 세금징수에서 민심에 위배되지 않아야 인심과 "물정(物情)이 평윤(平允)해지고 나라가 평안해진다"(物情平允 邦國以安)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 인재를 제대로 골라서 등용하고 나라의 재정과 경제정책을 올바르게 펴서 공평하고 정당하게 세금을 징수한다면 나라가 시끄러워질 이유가 없다. 통치행위 중에서 역시 어려운 것도 인사다. 위의(威儀)가 장엄하지 못한 사람, 측근 신하의 세력에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도 임금은 존경하지 않는다고 다산은 말했다. 대통령은 물론 모든 국민이 존경하고 신뢰하고, 또 도덕성 있는 그런 관료들이 무수히 등장할 때 국민들은 정부를 신뢰할 수 있다. 이번에 지명될 총리와 장관후보자는 반드시 국민들의 신임을 얻는 그런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

2010-08-31 이준구

다시 한번 중국동포의 역할을 생각한다

[경인일보=]'조선족'으로 칭해지는 중국동포는 우리 사회에서 특이한 존재다. 분명 동포지만 재미동포 등 다른 지역 동포처럼 제대로 대접을 받지도 못한다. 때로는 힘들고, 어렵고, 더러운 3D업종에 종사하는 '중국인'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다문화사회 논의가 한창이지만, 이들은 우리와 문화가 다르다고 인정되지도 않아서인지 그 논의에서 빠져있다. 동포도, 그렇다고 외국인도 아닌 중국동포들이 한국에 40만이나 살고 있는데도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다.반면 한-중 관계는 천안함사건 이후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한국은 중국 경제와 더욱 밀접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그 거리는 점점 멀어져가는 느낌이다. 중국에서 한국에 대한 반감은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나타나고, 중국정부 역시 그것을 제지하지 않고 일부 관영언론은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한국에서도 천안함사건 처리를 둘러싸고 중국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북한에 가까워가는 중국에 대해 섭섭함과 아쉬움을 토로하곤 한다. 더불어 북한과 우리와의 거리는 더욱 멀어져가고 있는 형편이다.중국의 정경분리와 단절된 북한과의 관계에 답답함을 느낄 때면 생각나는 것이 중국동포다. 함경도출신이 많은 중국동포는 연변조선족자치주라는 엄연한 행정조직을 중국에 가지고 있는 우리 동포다. 북한과 친척관계가 있는 사람이 많기에 친척방문도 하고, 때로는 보따리장수로 북한에 들어간다. 화폐개혁 이후 북한경제 사정과 '장마당'으로 불리는 생생한 시장상황을 전달해 줄 수 있는 것도 이들이고, 남한의 변화와 발전상을 북한에 입소문 내줄 수 있는 사람도 이들이다. 지금 북한의 트위터선전이 문제가 되지만 이들의 입소문은 트위터보다 무서운 것이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가까워 진다하나, 그것을 매개하는 사람들도 중국동포다. 왜냐하면 중국국민이고 우리말과 중국어를 구사하기에 중국정부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경색된 남북관계로 사업을 중단하고 있지만, 현대의 금강산사업에도 중국동포 현지종업원이 많았다. 중국동포들은 한국과 북한, 중국과 북한을 이어주는 매개적·완충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한-중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내 중국 유학생의 많은 부분이 동포 유학생이다. 이들은 한국과 중국의 여러 사이트를 다니면서 이중 언어를 구사하는 자들이다. 얼마든지 한국의 입장을 중국 네티즌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위치다. 물론 중국내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상하이·칭다오·다롄·광저우 등에는 중국동포들이 우리 기업에서 혹은 독자적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한국인들을 도와 한국기업이 빠르게 중국화하는데 일조를 하였다. 또한 중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200만 중국동포들은 한국과 우리 민족의 발전상과 변화를 중국에 전달할 수 있는 민간외교관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부정적인 매개 역할도 있다. 보이스피싱이나 밀수 등 중국과 연관된 범죄에서 그렇다.그러나 중국동포의 역할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것은 한국·북한·중국·일본의 동북아가 점차 글로벌화하고, 상호의존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으로 이주한 6~7만의 중국동포는 중국어와 우리말 그리고 일본어 등, 동북아 3개 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사람들이다. 북한과 중국의 사회주의적 가치를 이해할 수 있고, 한국과 일본의 독특한 문화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래 동북아 지역협력의 매개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너무 추상적인 얘기고 과장이 아니냐고? 과연 그런가? 지난 10여년간 이미 6~7만명의 중국동포 결혼 이민자가 한국 국적을 얻어 한국에 살고 있다. 이들의 자녀는 한국인이지만 중국과 한국의 두 문화를 이해하는 국제결혼 가정에서 자라고 있다. 10년 후 더욱 밀접해진 한-중 관계와, 강성해진 중국 그리고 다문화 되어가는 한국에서 그들의 역할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가? 10년 전 중국동포 상황과 지금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앞으로 10년 후 중국동포의 위치는 지금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 보이지 않는가? 중국동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2010-08-24 이진영

부족한 수면

[경인일보=]수면이 부족하다. 그 전면에 경쟁이 있다. 유치원에서 부터 아이들이 경쟁에 길들여지면서 잘사는 삶의 방법을 망각한다. 밝고 맑은 정신으로 건강하고 똑똑하게 살기 위해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중 하나가 잠이지만, 경쟁에서는 가장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돼 버렸다. 1년 12달 평균 수면을 밑도는 생활을 되풀이하면서도 좀더 덜자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묘안을 1차 타의에 의해, 2차 경험을 바탕으로 터득하게 된다. 신체적·정신적으로 사회인으로서의 골격을 형성해가는 중요한 시기인 중·고교생 시절, 뇌가 가장 심하게 혹사당하면서 극도로 피로감을 쌓고 산다.우리나라 중·고교생(12~18세)의 하루 평균 자는 시간은 6.1시간이다. 가천의대 정신과 이유진·김석주 교수팀이 최근 국내 중·고교생 8천530명을 대상으로 수면 실태를 조사한 결과로, 이는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중학생보다 좋은 직장, 신분 상승의 기준이 되는 대학교 진학을 앞둔 고교생의 경우 더 심해 평균 5.8시간의 수면만을 취한다. 4시간 이하도 전체의 10.3%나 되며, 89.7%의 학생이 휴일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해 부족한 잠을 보충한다. 같은 시기 평일 독일 청소년의 평균은 8시간, 스페인 청소년 7시간인 것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휴일에도 2시간 정도 차이가 나는 수치다.장기간 수면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은 심각하다. 연구팀이 2천766명을 대상으로 주의력 검사를 실시해 보니, 주의력 고위험군에 속하는 청소년의 평일 평균 수면시간은 5.4시간이었다.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대표적인 증상은 우울증과 충동조절능력 저하다. 많은 학생들이 경쟁에 내몰려 잠을 설치면서도 일부만 성공적인 경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부족한 잠이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일부 청소년들의 흉포화해지는 범죄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현상이 점점 늘어나는 것도 경쟁에서 밀리고 정신건강도 지키지 못한, 최악의 환경이 빚어낸 최악의 결과라는 추리가 가능하지 않을까.경쟁으로 인해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하기는 청소년기를 지나 취업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나 숱한 경쟁자를 제치고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약간의 시간적 차이만 있을 뿐 경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라는데서 잠자기를 꺼리게 된다. 억측일 수도 있지만 잠재적 범죄군이 늘 상존해 있다.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6.5시간이다. 미국인 7.8시간 보다 1시간 이상 부족했다. 대한수면의학회가 일반 직장인 및 병원 근무자 554명(남 336명, 여 218명)을 대상으로 수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직장인들의 낮은 수면의 질로 인해 발생하는 근로시간 손실 비용이 근로자 1인당 연간 711시간 31분, 주 5일 기준 하루 평균 2시간 40분 정도라고 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평균 1천586만4천365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졸림으로 인한 일 수행 저하 및 업무 지장, 직업 관련 사고 및 교통사고, 수면중 무호흡 증상과 코골이, 수면불편 등이 손실 비용의 대표군이다. 충분한 잠은 창의성과 연관이 있다. 스티븐슨은 잠속에서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아이디어를 얻었고, 모차르트와 베토벤도 잠자는 사이 많은 곡의 악상을 떠올리는 등 잠의 성공 사례는 많다. 반면 잠을 설치면 생각을 집중하지 못하게 되며, 특히 잡상에 시달리게 된다.인간은 평생동안 3분의 1을 잠을 자면서 보낸다고 한다. 그 잠의 질에 따라 개인을 넘어 기업과 사회, 국가에 미치는 영향의 질도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 국내·외 연구 성과다. 경쟁에서 이겨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 어려서부터 남보다 더 일찍 더 많이 공부하는 '4당5락' 습관은 낙오자의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 0교시 등 교육관련 교육시스템도 그렇고, 부모의 욕심도 바꿔야 한다. 창의성 교육으로 돌아가야 우리 아이들이 신체적 정신적 건전성을 지니게 된다. 그러면 사회도 국가도 밝아지게 된다.

2010-08-17 조용완

손댈수록 커지는 공기업 부실

[경인일보=]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잇따른 재개발 사업 포기를 계기로 공기업 문제가 다시 클로즈업되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LH가 전국 414곳에 이르는 각종 재개발 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향후 부동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상당수 국책사업들의 포기 및 축소가 불가피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LH는 설립된 지 1년도 채 못되어 최대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정부의 공기업 개혁 청사진이 가시화된 것은 집권 6개월만인 2008년 5월부터였다. 한국도로공사·코레일·부산항만공사 등 사회간접자본(SOC) 공기업 30곳의 경영을 민간에 위탁하고 산업은행·우리금융지주·대한주택보증 등 50여곳을 민영화하기로 했다. 또한 주공-토공,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50여곳을 통폐합하고 부실 공기업 30여곳은 청산하기로 하는 등 과감하고 파격적이었다.정부는 공기업 선진화 작업을 최대한 2008년 중에 마무리한다는 목표로 그해 8월에 제1차 선진화 방침을 공표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우리금융지주·하이닉스반도체·대우증권·현대건설 등 27개 기관의 민영화와 주공-토공간, 신보-기보간 통폐합 2건, 인천공항공사 해외 지분 매각 등 41건이었다. 같은 달 26일에 발표된 2차 선진화 계획에는 정부 각 부처의 유사 산하기관 통폐합과 부실 투성이인 한국공항공사를 민영화하고 예금보험공사·자산관리공사(캠코)·한국감정원의 업무를 고유 핵심 업종 위주로 대폭 축소하며 정리금융공사·한국노동교육원·코레일애드컴의 해체가 주요 내용이었다. 같은 해 10월에 선을 보인 3차 선진화 대상으로 총 30개 공공기관이 지정되었는데 지역난방공사·안산도시개발·인천종합에너지·대한주택보증·한전기술 등이 민영화 대상에 새로 추가되었으며 독점시장이던 가스수입시장과 방송광고 대행시장은 경쟁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그 결과 안산도시개발·농지개량공사·한국자산신탁 등이 완전히 민영화됐으며 그랜드코리아레저·한전기술·지역난방공사 등은 상장에 성공했다. 그러나 한국전력을 비롯한 철도공사·수자원공사·도로공사 등 덩치가 큰 공기업들은 개혁 대상에서 제외된 반면에 별 볼일 없는 소규모의 공기업들만 호된 시련을 겪었다. 곁가지만 쳐내는 식의 공기업 선진화였던 셈이다. 주목대상이던 신보-기보간의 통폐합도 물 건너갔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동안의 지속적인 구조조정 작업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의 부실이 오히려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이재선 국회의원이 2007~2009년 동안 국토해양부 산하 주요 공기업 20곳의 경영 성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부서간 통폐합은 형식에 그쳤으며 정원 축소는 하위직급 위주로 진행되었고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LH의 경우 사업본부·직할단은 4곳이 추가로 신설된 반면에 인력 감축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반면에 통합된 지 1년도 못돼 빚이 무려 23조원이나 늘었다.이번에는 정부가 지방공기업들에 회초리를 들 예정이다. 공기업 설립권이 정부에서 지자체로 이관된 1999년 이후 전국 16개 시·도의 공기업수가 무려 70% 이상 증가한데다 전국 371개 지방공기업의 부채가 최근 4년만에 무려 152%나 급증, 지자체의 파산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인천도시개발공사의 부채 총액은 인천시 부채의 2배 이상이고 경기도시개발공사도 6조7천억원의 빚더미에 올라있는 실정이다. 지자체들의 재정 자립도가 취약한 현실을 감안할 때 대수술은 불가피하다.그러나 공기업 선진화는 언감생심이고 과거 공기업 개혁 사례들을 반추하면 걱정이 앞선다. 온갖 지혜를 다 동원해도 정부가 매스를 가할수록 부실이 오히려 확대되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시절 지역의료보험과 직장의료보험을 강제로 통합한 결과, 부실이 더 커져 국민의료보험이 위경(危境)에 이른 것이 대표적이다. 갈 데까지 가야하는건지 답답하기만 하다.

2010-08-10 이한구

입에 재갈을 물려야 하는가

[경인일보=]'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래?', '애인이 너무 심하게 빨아줘서 이빨이 아프냐?', '누드 사진 찍어볼래?'…. 국회의원과 학교장, 군수의 최근 발언내용들이다. 사회지도층들의 성희롱 발언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새삼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무리 사석이라지만 지도층의 사회적 책임과 자질마저 의심케 하는 발언들이다. 대한민국은 인터넷 포털의 위력이 대단해지면서 이미 성희롱의 천국이 되다시피 했다. '얼짱' 'S라인' '꿀벅지' 등 여성의 외모를 상품화하는 단어들은 벌써부터 아이들에게까지 퍼진 지 오래다.이 때문에 여성들의 외모지상주의를 낳아 너도 나도 성형외과로 달려가고, 이로 인한 폐해는 날로 극심해져 간다. 자신의 외모를 비관하고 또 잘못된 수술로 인해 평생을 고통받고 살아가는 여성들도 생긴다. 아무리 사회가 그렇다 하더라도 우월적 지위에 있는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학교장들이 이같은 고강도의 성희롱 막말을 남발하는 것은 놀랍다. 그것도 맨 정신에 했다는 것은 정신나간 것과 다름없다. 여성에 대한 성희롱은 숱하게 발생했지만 최근 일련의 사례는 가히 충격적이다. 이같은 원인은 조직 내에서의 인사권 등 막강한 권한과 수직적 관계를 악용한 상사들의 그릇된 심리와 공인의 신분을 망각한 윤리의식 결여 등에서 비롯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음담패설 등 성적인 농담이 관행화되고, 솜방망이 처벌 또한 이를 부추기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성희롱과 막말은 우월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가해자가 농담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피해를 당한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끼는 인격에 대한 침해다. 직장내 성희롱 방지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위치의 인사들이 성희롱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면 그건 큰 문제다. 그럼에도 사회적 약자라 할 수 있는 조직원을 대상으로 버젓이 성희롱을 일삼는다면 피해자는 수치심과 피해의식으로 인해 그 가해자와 함께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다.법에 규정된 성희롱 행위를 보면 말하는 사람이 아무리 좋은 뜻으로 말했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언어나 행동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성희롱이 성립된다고 한다. 나아가 단 한번의 성적 언동이라도 그 내용이나 행위면에서 성적인 수치감이나 모멸감을 느낄 정도로 심한 경우에는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예로 음란한 농담이나 음담패설,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 성적 사실 관계를 묻거나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포하는 행위, 성적 관계를 강요하거나 회유하는 행위, 회식자리 등에서 무리하게 이성을 옆에 앉혀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행위, 음란한 내용의 전화통화 등 사회 통념상 성적 굴욕감을 유발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언어나 행동 등이다.이렇듯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해선 본인의 윤리관이 기본이 돼야 하겠지만 일상생활에서 의식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교육이 수반돼야 한다. 특히 피해자는 범죄를 당하는 것과 다름없어 엄벌에 처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즉, 한 마디의 잘못된 말이 패가망신에 이를 수 있음을 법에서 보여줘야 한다.성경 잠언에는 '말을 아끼는 자는 지식이 있다'라고 말한다. 속담에도 '진정한 영웅은 입을 잘 다스린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말의 위력은 대단하다. 모든 큰 사건이 단순한 말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말이 한 번 입에서 떠나면 그 영향은 가늠하기 힘들다. 그 말의 발원지가 유명인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경직되고 흑백논리가 판치는 우리 사회에서 말이 자신을 잡아간다. 정치인과 지도층은 매일 입에 재갈을 물리고 말조심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평생 일구어 놓은 자리에서 패가망신하지 않을 수 있다.

2010-08-03 이준구

중국외교, 동북아 평화·안정위해 새로운 모습을

[경인일보=]천안함 사건이후 중국의 외교적인 언급이 매우 신경질적으로 변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25일 중국의 양제츠 외교부장은 영토분쟁 지역인 남중국해를 국제이슈화하려 들지 말라고 미국에 대해 경고하면서, "국제관행은 이런 분쟁을 해결하는 최상의 방식이 관련국들 간에 직접적인 양자 협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남중국해는 미국이 끼어들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일주일 전 한국이 사정거리 1천500㎞에 달하는 순항미사일을 자체 개발한 것에 대해 중국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한국이 천안함 사건을 핑계로 금지구역에 뛰어들려는 것 아니냐" "한국의 전략적 위협 반경은 한반도를 넘어섰다"면서 "한국은 한반도 밖의 국가가 어떻게 느낄 지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보인다"고 감정적으로 보도하였다. 현재 동해에서 열리고 있는 한미연합훈련 '불굴의 의지'일정을 중국측에 사전 통보했건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중국은 외국 군함이나 군용기가 서해나 기타 중국 근해에서 중국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하는 것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심지어는 자국의 황해 및 동중국해에서의 군사훈련을 '이례적으로' 공개하기까지 하였다.중국의 이런 공식적·비공식적인 발언과 보도는 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새롭게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로 중국의 외교정책 기조가 흔들리고 있고, 그 속에서 과거의 좁은 국가이익 관점과 글로벌시대 중국의 역할 사이의 괴리가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일련의 사태는 중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속적 경제발전 추구를 통한 강대국 건설'이라는 국가목표를 위협할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후 지속적으로 경제발전을 가장 주요한 국가목표로 추구하면서, 외교적으로는 중국 국경지역인 '주변지역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였다. 21세기 들어 주변지역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다고 확신하자,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려 하였다. 그러나 북핵관련 6자회담 등을 통해 다자적인 외교무대에 등장하고, 글로벌 경제 위기를 통해 G2로서의 위상이 언급되고 있지만, 아직 중국의 다자외교적인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천안함사건이 터지면서, 6자회담에서의 역할은 물론 주변지역인 한반도의 안정이 위협받는 사태가 오자, 중국은 자국에 미칠 파장에 크게 긴장한 것이다. 더군다나 한반도에서 한-미간 대규모 군사훈련이 이뤄지고, 또 다른 주변지역인 남중국해의 영토분쟁마저 다자적인 이슈화가 되자, 중국의 경각심은 최고에 달하고 있는 것 같다. 당연히 중국의 반응은 점차 신경질적으로 변화하였다. 그러나 이 시점에 중국은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자국이 취해야할 외교적 기조를 새롭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다자적 해결을 반대하면서, 한반도문제에 대해서는 6자회담의 재개라는 다자적 입장을 선호하는, 모순되면서도 다분히 좁은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해(황해)나 기타 '중국 근해'에서 중국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외국의 활동을 단호하게 반대하면서도, '우리 영해'인 한국의 서해에서 기습적 공격으로 이뤄진 천안함사건과 그에 따른 우리의 안전에 대해서는 다른 척도를 대고 있다. 중국이 가상대상이 아닌 한-미간 '적극적 방어훈련'에 대해서는 민감하지만, 동아시아 안정을 위협할 요소가 많은 북한의 '적극적 공격'인 천안함사건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것이다.우리는 중국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새로운 외교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입장은 협애한 중국의 국가이익 측면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동아시아 전체의 안정과 지속적 협력이라는 틀속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이런 틀속에서만 중국의 주변 지역이 안정되고, 중국의 국가목표인 경제발전이 더욱 이뤄지며 중국의 세계적 역할과 위상도 올라갈 것이다. 급속한 한-중 양국의 경제관계 발전과 문화 사회적 교류의 증가로 한국내 중국의 위상도 올라가고 있다. 바람직한 한-중 양자관계의 발전은 물론,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중국의 냉정한 정책검토가 필요한 것 같다. 더 이상 한국에게만 일방적으로 설움과 인내를 강요할 수는 없다. 공존 공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2010-07-27 이진영

승진 시험

[경인일보=]시험이 여주군 공직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등극한 군수가 승진을 앞둔 사무관에게 자격시험을 치르도록 한 것이다. 찬·반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연공서열과 근무평정의 역사가 깨지게 됐기 때문이다. 반대론자는 인사적체로 오랫동안 승진기회가 없었던 많은 공무원의 기회 박탈을 우려하고 있다. 사기가 꺾인다는 걱정도 한다. 퇴직을 3~5년 앞둔 공무원들은 "군수의 뜻은 이해하지만 갑작스럽게 치른 시험 결과를 50%씩 반영하는 것은 또 다른 인사 편법"이라며 "승진 후보자 중 일부 직원은 소송 등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하고 있다.찬성쪽은 소신과 열정이 반영된 인사로 신선하다는 평가다. 담당업무뿐 아니라 여주의 미래를 생각하며 소신있게 일하는 직원을 우대하는 것이야말로 지역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상책이라는 생각인 듯하다. 인사가 연공서열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두면 일에 대한 열정도 지역을 알려는 노력도 부족할 수 있고, 그러면 발전이 더디게 된다는 발상이다. 찬성과 반대 모두를 아울러 생각해 보면 오래 근무한 어른들의 경험 및 공적을 인정하면서도, 지역을 제대로 알려고 노력해 온 공직자를 발탁하려는 묘수가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시험점수 50%에 연공서열·근무평정 50%면, 시험점수가 다소 떨어진다 해도 연공서열과 근무평정이 더해져 승진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듯해서다.시험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지금과는 차이가 있겠으나, 전근대 시대에 한국이나 중국 등에서 관리로 채용할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 과거(科擧)다. 문헌에는 신라 원성왕 4년인 788년에 실시한 독서삼품과가 과거제도의 시초로 돼 있다. 당시는 시험에 합격한 인재라도 전원 관리로 채용되지는 못하고 보조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점차 관리채용 제도가 보완 정비되면서, 중국에서는 수(隋)나라 때 본격적인 과거제가 운영됐다. 우리 나라는 고려 광종 9년(958)에 후주의 귀화인 쌍기(雙冀)의 건의에 따라 당나라 제도를 참고해 실시, 많은 인재를 과거를 통해 선발했다.과거는 객관적이면서도 공평하게 인재를 뽑기 위한 최적의 제도로 여겨져 왔고 오늘날 시험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혈연적·정치적 편파성이 강했던 인재 등용의 관행을 탈피해 보다 공정하게 능력 위주로 인재를 등용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의를 찾고 있다. 물론 모든 과거가 완벽하게 운영된 것은 아니다. 고려시대에는 상류층에 특혜를 주는 음서제(蔭敍制)를 병행하기도 했다. 현재에 와서는 시험지 누출 등 부정적인 요인도 있기는 하나 인재를 선발하고, 상급학교 진학하는 등의 자료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여주군의 이번 시험은 전근대의 과거제도와 현재의 국가고시 등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또한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왔던, 연공서열을 우대시해 승진을 하던 지난 인사와도 생소하다. 그러나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지역을 많이 바로 알아 공무수행에 바른 판단을 하도록 도와 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부연하면 시험은 정당한 절차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갑작스럽긴 하다. 그러나 군수의 말처럼 여주에서 25년 이상 공무원으로 일했으면 여주를 많이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 까. 굳이 고민을 하지 않아도 돌아가는 사정쯤이야 꿰차야 공복이란 말이 어울린다. 인사는 군민의 복지와 지역의 발전에 맞춰져 있어야 하며, 공무원의 영달 또한 개인이 아닌 군민과 지역에서 찾는 것이 맞다.전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 차관보 강영우 박사는 저서 '도전과 기회, 3C혁명'에서 3C형 인간을 강조했다. 실력(Competence)·인격(Character)·헌신(Commitment) 세 가지다. 실력은 기본이다. 인격은 가치교육에 달려 있다. 헌신은 학습된다. 또한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의 문이 열린다. 여주군수의 이번 조치가 찬·반으로 갈려 소비적인 공방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준비된 사람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공무원 자신도 지역도 발전할 수 있다.

2010-07-20 조용완

막걸리대전(大戰)만 남았다

[경인일보=]대기업들의 막걸리시장 공략이 본격화되었다. 롯데주류와 진로가 막걸리의 일본 수출에 나선데 이어 CJ제일제당이 이달 중순부터 충북과 전북, 경남 소재 3개 브랜드의 전국유통을 대행하기로 결정한 때문이다. 참살이탁주의 지분 60%를 이미 확보한 오리온그룹은 물론 샘표식품도 조만간 참여할 예정이다.최근 들어 막걸리시장이 급격하게 커진 탓이다. 대표주자인 서울탁주와 국순당만의 지난해 매출액이 4천200억원인데 이런 추세대로라면 머지않아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일본을 비롯한 해외 수출도 꾸준히 느는 추세다. 돈이 된다 싶으면 지옥도 마다하지 않는 대기업들이 그냥 지나칠리 만무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기업들의 반응은 점잖다. 진로는 영세업체들을 위해 국내시장 진출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수출용 고급 막걸리 생산에 주력하겠다고 언급했다. CJ측도 중소기업이 생산을 전담하고 자신들은 유통만 책임지는 식의 상생모델을 강조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을 곧이들을 이들이 몇이나 될까. CJ가 국내 막걸리시장에 일단 발을 들여놓은 이상 미구에 다른 대기업들의 경쟁적 참여가 확실시된다. 막걸리대전(大戰)만 남은 셈이다.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설 경우 수출 증대는 당연하고 양질의 고용확대까지 가능하다. '코리아' 브랜드 제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장수막걸리'나 '생막걸리'처럼 소비자들은 보다 손쉽게 다양한 명품 막걸리들을 접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그러나 문제는 전국의 800여 양조업체들의 도산 우려다. 최근 들어 막걸리가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는 하나 매출이 늘어난 양조장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오히려 경기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들이 그동안 쌓은 마케팅 기술과 자본력으로 파상공세에 나설 경우 영세 양조장들의 폐업은 시간문제다.대기업들의 중소기업영역 침범사례가 도를 넘어선 듯하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동네 골목을 장악한지 오래고 내비게이션·스팀진공청소기·MP3 등 중소기업들이 힘들게 키워놓은 시장에 무혈입성했다. 대형프랜차이즈빵집들의 등쌀에 영세 제과점들은 '삼강주막' 신세로 전락한지 오래며 심지어 단순가공제품인 두부시장과 콩나물시장까지 대기업이 점령했다. 오죽했으면 소상공인들이 대기업들의 등쌀에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치겠는가. 갈수록 사업조정신청건수가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06~2008년간 누적조정신청건수가 12건에 불과하던 것이 작년 7월부터 금년 5월까지 10개월만에 무려 200건이 접수되었다. 유통관련이 대부분이나 철근가공·레미콘 등 제조업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용없는 성장에다 조기퇴직 등으로 자영업자수는 2004년 357만명에서 2008년에는 421만명으로 4년만에 근 20% 가까이 늘어났으나 대부분은 창업 2년이내에 도산하는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이래 내수가 부진하면서 개점휴업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비탄력적인 한의원마저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폐업한 의원수가 2004년 598개에서 2008년에는 843개로 급증했는데 잠재고객층이 지속적으로 줄어든 탓이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인이상 도시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산층 비율이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66.8%에서 2008년에는 63.3%까지 하락했다. 빈곤층 가구는 작년 한해 동안에 13만가구 이상이 늘어 총 305만8천 가구에 달한다. 전체가구의 18.1% 수준으로 OECD 평균을 한참 넘어섰다. 자영업의 경영환경이 극히 척박해진 터에 미소금융이 무슨 소용인가. 밑 빠진 독에 물 붓느라 정부 재정이 점차 나빠지는 것도 걱정이다. 6·2지방선거 결과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전국 800여 영세양조장들의 처지가 딱해 보인다. 어렵게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몇몇 탁주메이커들의 운명조차 가늠되지 않는 지경이다. 먹이사슬이 끊어지면 생태계 전체의 안위도 담보되지 않듯 절대다수인 서민계층이 무너지면 종국에는 대기업들도 살아남지 못하는 법이다. 최소한의 상도(商道)만이라도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0-07-13 이한구

다시 보고픈 '붉은 물결' 의 축제

[경인일보=]지구촌을 달구고 있는 월드컵의 열기가 아직도 가시질 않고 있다. 11개의 형형색색으로 빚어진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 한 개로 인해 지구촌은 하나가 되고, 또 우리 한반도 역시 자연스레 끈적끈적한 동족애로 뭉치게 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있노라면 꿈 속에서도 나타나는 게 있다. 함박 웃음의 기쁨이 충만한, 온 천지사방에 물결치던 붉은 티셔츠의 무리들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길거리로 뛰쳐나와 태극기를 흔들며 외치는 함성이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특히 수원시민과 경기도민들에게는 박지성이 있어 더욱 행복했다. 2002 월드컵 4강과 이번 남아공 월드컵 16강의 주역인 그의 현란한 플레이는 수원시민은 물론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용기와 긍지를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자신의 고향인 수원을 찾아 김문수 경기지사와 염태영 수원시장을 차례로 예방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오후에는 평소 그를 아껴주던 지인들을 자택으로 초청해 만찬을 베풀기도 했다.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희망, 기성세대들에게는 성취감과 용기의 표상이 되었기에 그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견스러움 그 자체이다.길거리 응원축제의 동기를 만들어준 것은 박지성 말고도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23명의 태극전사들이다. 온 국민을 하나로 묶어준 이들에게는 축구를 뛰어넘은 그 이상의 감동이 있었다. '대~한민국'을 외치며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느낀 국민들은 정당도 지역도 계층도 출신학교도 따지지 않고 '하나'가 되게 하는 마력의 힘을 갖춘 것이다. 그 이면에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는 똘똘 뭉치는 우리 민족 특유의 신명나는 놀이문화가 자리한다.그리스와의 경기에서 대학생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보았다. 이정수에 이어 후반 박지성의 두 번째 골이 터졌다. 순간 옆에 있던 여대생이 말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이 눈물의 의미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것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지구상의 그 어떤 나라도 부럽지 않아요'. 이런 환희가 아니었을까? 공인구 '자블리니'가 상대편의 골문을 흔들었을 때 쏟아내는 국민적 에너지는 그 어떤 것으로도 분출해낼 수 없는 힘이었던 것이다.'한국'으로, 그냥 '코리아'로 불리던 국호가 '대~한민국'으로 바로잡힌 것도 월드컵 길거리 응원에 나선 우리의 붉은 물결의 힘이 컸다. 신분의 벽이나 종교간, 지역간, 노사간, 빈부간 차이도 없다. 나아가 남과 북의 이념의 차이도, 너와 나의 구분도 없었다. 이 월드컵 축제의 신비스런 힘은 우리 국민들을 신명나게 하는 신바람의 원동력이 됐다. 이같이 길거리에서 분출된 국민적 에너지를 한데 모으고 확산시켜 국민화합의 길을 모색하는 방법은 과연 없을까? 그 해답을 찾는 일은 과연 어려운 것일까?정치보다는 월드컵이 더 좋고, 정치인들보다는 축구스타가 더 좋다는 것에 그 누가 반성을 해야 하는 건지 안타깝다. 오죽하면 4년에 한 번 치르는 선거보다 월드컵에 더 열광하고, 심지어 월드컵이 매년 열렸으면 좋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언제나 벼랑 끝에 서서 퇴출을 기다려야 하는 모습의 정치를 보면서 씁쓸함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닌 듯싶다. 국민에게 화합과 상생의 기쁨을 안겨주는 정치, 미래를 향한 활력을 불어넣는 정치가 이뤄지고 길거리를 뒤덮는 국민적 에너지가 분출되는 날은 과연 없을까?이제 며칠 뒤면 월드컵은 4강전과 결승전을 끝으로 4년 후 브라질 대회를 기약하게 된다. 태극전사들을 향했던 온 천지의 '붉은 물결'을 다시 보고 싶다.자발적인 국민적 에너지를 여기서 소멸시키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차세대를 움직일 '월드컵 세대(W세대)'는 물론이거니와 남녀노소,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가진 자와 없는 자, 모두가 어우러졌던 '붉은 물결'의 힘을 다시 한데 모았으면 좋겠다. 소통과 화합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 그리하여 희망의 열매를 거두고 국운융성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2010-07-06 이준구

쏠림과 소외… 지속성을 가지고 매달려야

[경인일보=]글로벌 시대는 다양성이 특징이다. 획일적인 것보다는 다양한 것이 존중받고 있다. 한국 역시 글로벌 사회에 진입해 있다. 단적인 예가 다문화 사회다. 외국인 아니 이제 한국인이 된 외국 출신들이 지구상 다양한 나라에서 건너와 살고 있다. 음식·문화·사고습관·태도는 물론 언어도 다양하다. 베트남 출신이 사용하는 한국어와 러시아 출신이 사용하는 한국어는 그 수준이 비슷해도 억양과 어휘 선택 등에서 차이가 난다. 우리가 외국에서 영어를 할때, 그 억양을 보고 한국 사람임을 바로 아는 것과 같다. 영국에서 출발한 영어는 미국어는 물론, 한국식 영어인 콩글리시, 싱가포르식 영어인 싱글리시를 만들 정도로 다양해져, 막상 영국 사람이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변형된 곳도 많다. 표준을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이런 다양성의 인정과 표준화 노력은 상충될 경우가 많다. 다문화 사회통합도 그 한 예다. 한국 사회에 조속히 적응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한국인이 되는 것인가? 이를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음식 만들기 등 한국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한국 사회에 통합시키는 것인가? 출신지·종교·언어·지식·학력·경제적 사회적 배경이 매우 다양한 그들이 자신을 '빨리' 부정하고, '새로운 한국인'으로 태어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오히려 자신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한국을 받아들여서 '창조적인 한국'을 만드는 것이 우리 사회가 더 다양해지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다양성을 수용하여 변화하지 않으면서, 상대에게만 '빨리' 변화하여, '새로운 한국인'으로 태어나라는 것은 그들을 대상화시켜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소외'시키는 것이 아닌가? 우리의 사회통합 노력은 하나의 '쏠림' 현상은 아닐까?쏠림은 어쩌면 지금 한국 사회가 가진 큰 문제이기도 하다. 전 국민적인 유행이라고나 할까? 한 사안이 사회에서 쟁점이 되면, 모든 언론 보도와 여론의 관심은 그 쟁점에만 매달린다. 그리고 시시콜콜한 문제까지 보도되고 유통되면서, 오히려 중요한 기본적인 쟁점과 구조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게 된다. 그리고 조금 지나면 금세 사람들의 관심이 다른 쟁점으로 쏠리면서, 이전 쟁점은 소외된다. 거의 아무도 돌보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외면된다. 최근의 월드컵 축구가 그 한 예다. 축구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던가? K리그 구장의 썰렁함과 월드컵의 꽉 찬 거리 응원은 대비된다. 천안함 사건도 그렇다. 46명의 젊은이들이 희생된 사건은 얼마 지나지 않았으나 선거후 잊혀진듯 무심하고,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외교관들이나 논의하는 사항이 되었다. 또 어떤 새로운 쟁점이 떠올라, 우리 사회 쏠림의 주제가 될까? 그리고 이전에 중요했던 쟁점들을 소외시킬까 생각하면 오싹하다. 그 어느 것도 치밀하고 철저하게 검토되고 중-장기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지 않은채, 이리저리 쏠리다가 변형된 채 소외되지나 않을까 하는 점 때문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사회적 쏠림이 있을때,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여 합법적이건 불법적이건 최대한 이익을 추구하려고 하는 것 같다. 신중하고 젊잖게 행동하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함은 물론 이후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하지만 쏠림은 글로벌 시대 한국의 덕목이 아니다. 60~70%의 시청률이 자랑이 아니다. 30%만 되어도 쏠렸다고 생각할 정도로, 심도 있으면서도 다양한 관심이 미래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방책이다. 몇대 계속되는 장인정신과 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어야만, 장인의 축적된 문화는 더욱 빛을 발한다. 그리고 한국의 문화는 다양하고도 풍성하게 발전한다. 네팔 출신의 한국인보다 원 한국 출신이 네팔어를 잘하기 힘들다. 네팔계 한국인들이 한국어로 네팔 문제를 얘기하고, 한국과 네팔 관계의 미래를 설계할 때 우리 사회의 미래는 다양하게 밝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할 관용과 다양성에 대한 우리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쏠림은 소외를 일으킨다. 누군가는 지속적으로 문제를 잡고 있어야 한다.

2010-06-29 이진영

60주년 맞는 6·25

[경인일보=]이틀 후면 6·25 발발 60주년이다. 매년 이맘때면 숙연해지고, 만감이 교차한다. 남북 대치 상황이 우리 사회와 정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도 태산 같아서다. 선거철이면 등장하는 것이 북풍·세풍 등 바람이지만, 지난 6·2지방선거는 천안함이 침몰, 46명의 장병이 전사하면서 엄청난 바람이 불어닥쳐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의 일꾼을 뽑으면서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색깔이 등장하고, 극좌 극우라는 타협의 여지마저 없을 것 같은 분위기도 연출됐다. 잘사는 행복한 삶을 얘기하면서 후보의 정책과 그 정책의 실천 가능성, 그 정책이 미치는 영향 등 진정성있는 공약을 낸 선량을 선택하기보다는 여와 야, 진보와 보수를 대변하는 선거전을 보는 듯했다.6·25는 되풀이 돼서 안될 참상이지만, 매년 이날을 기리는 것은 잊혀져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항상 우려스러운 것은 그 날을 생생이 기억하는 노년층과 어렴풋이 와닿는 젊은층의 강도다. 이번 선거를 보면서 많은 지역에서 한지붕 두세대의 실상이 여실히 드러나, 세대차에 따른 두려움도 갖게 했다. 한반도에 남과 북이라는, 체제가 다른 두 집단이 상존하면서 남·북이 연관돼 있는 이념적 사안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할 수는 있겠지만, 사실관계마저 혼돈이 와서는 국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사사건건 부딪치는 불안한 국내 정세에 남·북 문제의 대결 양상이 극에 달하면서 전운마저 감돈다면 국제적으로 신용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6·25이후 60년이 지난 지금 기적을 말할 만큼 엄청난 발전을 이뤄냈다. 하지만 국가와 기업, 인물이 키워온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일이 반복되면 세계 일류국가로 가는 길에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 편가르기 현상이 심화하고, 이로 인한 부정적 요소가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게 된다. 또한 지도자의 편향이 심하면 뽑아 준 주민과 다른 후보자를 선택한 주민간 안보이는 반목이 커진다. 또다른 형태의 불신이 움트게 되는 것이다. 염려되는 것은 남과 북의 갈등이 그대로 남한내에서 재현돼 국론이 분열되는 것이다.개성공단이 가동중이고 지금은 갈 수 없지만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교류가 활발했던 순간에도, 남과 북은 대치 상황이 종료된 것이 아니어서 이념적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갈등과 편차는 그렇다 치더라도 같은 사태를 놓고 남한내 인식의 차이가 크게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은 불행한 현실이다. 정권이 바뀌면 북한에 대한 국가 정책도 달리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그래서 정책의 주도권만 바뀌었을 뿐 싸움은 그대로인 진전없는 제로섬 게임만 되풀이하게 된다. 국가적으로 재산적 시간적 공간적 손실이며 판단의 오류에 대한 순치 기능을 상실한 민족적 비극이다. 그동안 숱한 고난을 헤쳐오면서도 역사에서 교훈을 얻기보다는, 이념적 갈등이 상황을 지배하면서 한 순간 겨누고 있는 총구가 형제라는 현실마저도 잊는 극단을 달리고 있다.상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6·25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참전한 나라는 21개국이다. 이들 국가가 파병한 병력 175만4천명중 3만6천여명이 전사했다. 남북 이산가족을 헤아리면 산을 만들고도 남는다. 강산이 여섯번 바뀐 지금 이들에게 줄 선물은 통일이다. 전쟁이 아닌 평화적으로 하나되는 것이 상책임에 틀림없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확률은 극히 적지만 대치와 갈등이 지속되면, 연평해전과 천안함 사태처럼 생사를 넘나드는 국지전이 앞으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장담은 할 수 없게 된다. 21개국 175만4천명 참전은 단순히 숫자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거기엔 평화가 있다. 이를 지켜야 하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평화를 지키기 위한 방법의 선택은 정부가 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많은 토론과 타협에 의해 조정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의 소원인 통일로 가는 길에 끊임없이 나타나는 곁가지, 틀에서 벗어난 갈등은 속도를 늦추게 하고 비극을 만들어내는 장애물이다.

2010-06-22 경인일보

한국식 통과의례 유감

[경인일보=]통과의례(通過儀禮)란 말이 있다. 사람들이 한평생 살아가는 동안 크고 작은 고비들을 지날 때에 치르는 의식이나 의례를 의미한다. 동양문화권에서는 인륜지대사라 하여 관례, 혼례, 상례, 제례 등 사례(四禮)를 매우 중요하게 간주해 왔다. 이중 혼례와 상례가 으뜸으로 아무리 가난해도 이날 만큼은 음식을 풍성하게 차려 가까운 친지들은 물론 이웃들까지 모셔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 통과의례를 치르는 이들 및 후손들에 대한 발복(發福)에 대한 염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과다한 비용지출이 문제될 수밖에 없고 이를 해결하기위해 경조사에 참가한 손님들이 십시일반으로 부조하곤 하는데 이 또한 뿌리 깊은 공동체적 유습이다.최근 일본에서는 통과의례 문화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사망 후 24시간이 경과하면 간단히 장례의식(직접장)을 치르고 곧바로 화장에 들어간다. 제례(祭禮)도 매우 간소할 뿐 아니라 때론 의식마저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참례인원도 고인의 가족과 친인척 약간명이 전부이다. 장례비는 관값, 운구비, 꽃값, 인건비 정도로 10만~30만엔(약 130만~400만원) 정도이다. 직접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일본 전국평균 5%정도인데 도쿄에서는 20~30%에 이른다. 결혼풍습도 마찬가지이다. 신랑, 신부가 반지 등 약간의 예물만 교환하고 혼인신고로 결혼식을 대신하는 것이다. 민폐(民弊)를 매우 꺼리는 일본인 특유의 기질 탓이기도 하나 초미니 핵가족화 및 고령사회에 부합하는 것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한국사회는 어떠한가. 장례식장은 점차 대형화되고 럭셔리해지며 호텔결혼식이 일상화되었다. 서울 강남의 S, J병원 장례식장은 밀려드는 문상객들로 특수를 누리고 있으며 결혼시즌에 특급호텔 대형 연회장 부킹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힘들다. 장례 및 혼수품의 경우 품질은 언감생심이고 비쌀수록 좋다. 웬만한 호텔 결혼식장의 장식용 꽃값만 몇천만원을 호가한다. 행세깨나 하는 이들 명의의 화환들을 자비(自費)를 들여 식장에 전시하는 해프닝도 드물지 않게 확인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이나 부모가 평생 동안 단 한번 경험하는 통과의례인데 좀 과용하면 어떠한가. 그리곤 무차별적으로 손님들을 불러댄다. 친소(親疎)를 불문하고 약간 안면만 있어도 고지(告知)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 미덕(?)으로 치부되는 세상인 터에 의식비용도 최대한 벌충해야 하는 때문이다. 그러나 이쯤 되면 경조의례가 아니라 전시성 내지는 상업성 이벤트 행사이다. 한마디로 '폼생폼사'인 것이다.문제는 행사에 초대받은 손님들이다. 요즘은 휴대폰 문자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대여서 연락을 받지 못해 참석 못했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벤트 행사장에 얼굴을 내밀 수밖에 없는데 난감한 것은 호텔결혼식에 청첩장을 받은 경우이다. 특급호텔은 고사하고 변변치 못한 호텔일지라도 한 끼 식사비가 최소 5만~6만원을 호가하는 탓에 부조금조로 10만원을 건네도 낯간지럽다. 금(金)값이 금값(?)인 상황에서 돌잔치는 더욱 부담스럽다. 수백만원짜리 부조금도 있단다. 지난 정부시절에 장관을 지낸 70대 후반의 모 인사는 여태껏 정부로부터 품위유지비조로 매월 200만원씩 받는데 이를 몽땅 경조사비에 충당해도 부족하다며 씁쓸해했다. 잘 나가는 사람들이 이런 실정인데 서민들은 '벙어리 냉가슴'이다.최근 5년 동안에 가구당 실질소득은 제자리걸음을 거듭한 반면에 경조사비는 40%나 증가, 가계지출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시현하고 있다. 한 해 동안에 발생한 부조금 총액은 10조원으로 가구당 연평균 60만원에 이른다. 가계수지 악화에 한몫 거드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공무원들의 경조비 상한(上限)을 제정하려 하겠나. 저출산 추세를 감안하면 환난상휼의 유래지규(由來之規)는 장려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폼생폼사'식 관혼상제 때문에 서민가계가 핍박받아서야 되겠는가. 일본의 사례가 돋보이는 이유이다. 외화내빈의 통과의례 바벨탑이 얼마나 더 높이 치솟을지 지켜볼 일이다.

2010-06-15 이한구

교육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

[경인일보=]6·2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6명이나 당선됐다고 떠들썩하다. 당장에 이 나라의 교육정책이 송두리째 뒤흔들릴 것 같은 분위기다. 이번 선거에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비롯해 곽노현 서울특별시교육감과 강원, 전남·북, 광주광역시 교육감 등 6명의 진보 교육감이 탄생했다며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보수와 진보의 사상싸움이 계속 이어지면서 한국 사회는 이제 교육계까지 진통을 겪는 것일까? 공영방송의 토론회에서 김상곤 후보는 상대 후보로부터 '친북 좌파세력이 아니냐'는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경영학과에서 인사와 노무를 전공한 자유주의 시장경제론자'라고 답했다. 냉전시대의 산물인 좌익과 우익에서 출발한 이념의 논쟁이 냉전 종식과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이후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에까지 보수와 진보 논쟁이어서 이를 지켜보는 교육수요자들은 혼란스럽다.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에서는 진정한 보수, 진보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보수세력은 뿌리가 없으며 진보세력 역시 확고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해 양자의 투쟁은 진정한 의미의 사상 투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진보와 보수의 출발점은 동일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 출발점은 바로 '사람에 대한 사랑'이며, 그 목표를 구현하기 위한 시각과 방법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이다.미국이나 유럽의 정당은 주로 보수, 진보를 떠나 적절히 조율하고 타협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사회가 극단적인 이념 논쟁에 휘말려 교육에서까지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것은 혼란스럽다. 김상곤과 곽노현 당선자는 '반 MB 교육, 혁신학교, 무상급식'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기를 들고, 전교조 교사들의 징계를 유보했다는 이유로 일단 진보성향으로 분류된 사람들이다.특히 1년 2개월 전 주민 직선에서 '김상곤의 무상교육' 공약은 전국적인 의제가 됐고, 야당의 핵심 공약으로 채택되기도 했으며, 나아가 많은 유권자가 교육감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금도 찬반 논란과 함께 무상교육이냐, 무상급식이냐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고는 있지만 언론은 결국 그를 '스타'로 만들어주었다. 가장 예민한 '표'를 얻기 위한 공약이었다고는 하지만 일단 학부모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어내 재선에 성공했다. 자립형 사립고와 같은 특권교육도 반대했다. 이같이 보편적인 평등교육을 강조했기에 진보로 분류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러나 교육에 있어서의 보수-진보 논쟁은 교육은 없고 권력만 존재하는 투쟁과 당파 싸움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해야 한다. 파벌 싸움이 창궐하는 정치적 논리로 교육의 미래를 지배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기 때문이다. 교육의 마당은 보수와 진보가 파벌 싸움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가 있는 곳이다. 보수든 진보든 중도든 모두가 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습권 아래에 존재한다. 당선자든 낙선자든 이를 명심해야 하는 이치다.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 평등교육, 무상교육, 무상급식, 수월성 교육, 혁신학교 등등 수없이 많은 정책의 혼선을 자초한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학생들이 시험에서 정답을 찾듯이 끝없이 명쾌한 정답을 찾아나서야 하는 것이 교육정책이다. 더욱이 학생에게 주어진 신성한 학습권과 교육 종사자들의 교권은 정부와 정치, 경제, 그리고 보수와 진보로부터 완전 독립돼야 한다. 이는 누구도 우리의 미래를 지배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다만 진보면 진보대로, 보수면 보수대로 서로의 정책들을 경쟁해가면서 우리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야 하는 책무만이 있을 뿐이다. 무상급식과 혁신학교는 진보고, 저소득층 무상교육과 자사고는 보수라는 이분법적 논거보다는 어느 것이 교육 현장에 부합하는가를 따져보면 될 일이다. 그리하여 어떤 철학과 실천 방안이 교육 현안을 해결하는데 타당한 지는 정치적 논쟁이 아닌 정책집행 결과에 따라 4년후 엄격하게 평가하면 되는 것이다. 어느 성향의 교육감이든 학습권과 미래지향적인 교육혁신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010-06-08 이준구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지정학적 이익 감소

[경인일보=]제주에서 한·일·중 정상회의가 열렸다. 아세안+3의 한 부분으로 시작된 이 회의가 정례화되고 내년에는 사무국을 둘 정도로 발전하였으니, 국제정치에서 국제기구화의 바로 전 단계라 할 레짐(국제체제)으로 이제 기능하게 된 것이다. 중국 총리 원자바오는 기자회견에서 "중·한·일 3개국은 가까운 이웃과 그리고 지역의 대국으로서 상호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처하며, 호혜와 윈-윈-윈을 실현하는 것을 유일한 정확한 길로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해, 한국이 '큰 나라의 하나'로, 일본 중국과 더불어 아시아의 정세를 논할 만큼 지역 당사자가 됐다고 언급했다.그러나 실상은 그러한가? 작게는 아시아의 문제를, 크게는 지구적 의제를 논할 만큼 한국의 위상은 정말로 커졌는가? 그렇다면 왜 우리는 여전히 한반도 문제에 대해 주변 열강들의 입김을 그리도 의식하고 있는가? 북한에 의한 천안함 침몰 테러에 대한 중국의 입장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그리도 외교적인 노력을 했건만, 왜 '반보 전진'이나 '한 보 전진을 위한 걸음' 정도만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동아시아의 번영과 발전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해결없이는 있을 수 없다. 한·일·중 3국은 현재 북한에 의해 초래된 위기 상황을 국제사회의 준칙에 기초한 공동인식을 가지고 해결해야만 한다. 원 총리의 말대로, "반드시 3개국 국민들의 근본적인 이익에 입각해 의사 소통을 강화하고, 중대한 문제에 대해서 서로 배려를 해주며, 민감한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고 정치적 신뢰를 강화해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근본 이익이라 할 '지정학적 이익에 대한 근본적 검토'다.중국에게 있어 한반도는 국경을 접한 인접국으로, 그리고 수도 베이징과 가까운 지역으로 안보적 중요성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동맹국인 미국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어, 자국의 국가 목표인 타이완과의 통일과도 연관된 지역으로 인식한다. 즉 중국 및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위협이 현재화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또한 친미적인 통일 한국이 성립될 경우, 국경선 바로 건너편에 반중적인 신흥 강대국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중국에게 있어 북한은 혈맹으로 포기할 수 없는 완충지며, 그 결과 천안함 테러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의 준칙과는 배치되는 입장을 보이면서, 북한을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지정학적 이익은 지금도 그렇게 큰 것일까?글로벌화하고 있는 세계에서 군대의 주둔은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속기동군으로의 편제나 전 지구적인 순환 배치 등이 그 예다. 전쟁의 양상 역시 전자전 등 소위 비대칭적 전쟁이 증가하고 있다. G2로까지 일컬을 정도로 중국의 국제적 위상은 커지고 있고, 중국의 '책임있는 대국'으로서의 역할이 요청되고 있다. 여기에서 중-미간의 협력은 갈등 요소에도 불구하고, 점차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중 관계도 예외가 아니다. 5년 후인 2015년 양국은 교역 규모를 3천억달러로 올리기로 합의했고, FTA의 신속한 추진을 중국측은 원하고 있다. 전 지구적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지금, '과거 전통적인 지정학적 이익'이라는 관점은 당연히 감소하거나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 수뇌부 일부에서는 미래보다는 과거의 시각에서 한반도를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중국의 주장대로, 한반도 문제는 당사자가 해결하도록 중국이 협조해야 한다. 역사적으로도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개입은 중국의 내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임진왜란은 명나라 멸망의 한 요소로, 청-일 전쟁은 청나라 멸망의 한 요소가 됐다. 올해 6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전의 참전(항미원조)으로, 중국은 자국 발전이 30여년 지체될 정도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당시에는 개입할 만큼 큰 지정학적 이익이 있었다 하더라도, 지구화하는 협력의 시대인 지금의 모습은 다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반보에서 한 보를 더 나와' 국제사회의 준칙에 맞는 역할을 한반도 및 세계에서 수행해야 한다. 그것이 또한 미래적인 중국의 새로운 국가이익이기도 하다.

2010-06-01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