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적폐청산에 시한은 없다

사회적 불평등·이기주의 만연·계층 갈등보수정권들 권력 사유화·헌정농단 가능근본적 치유위해 적폐 행위자 단죄 필요주권자의 요구에 따라 국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한지 1년이다. 적폐는 어둡고 깊다. 촛불민주주의의 압도적 요구는 적폐청산이다. MB와 박근혜 정권은 국가의 공식적 제도와 기구를 무력화하고 주권자를 통치의 객체와 사찰의 대상으로 여겼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이 자의적으로 권한을 남용하고 주권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권력을 사유화한 위임민주주의의 전형을 MB와 박근혜 정부는 보여줬다. 이러한 헌정유린을 단죄하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출발이었던 국회 탄핵 이후 한국사회는 변하고 있는걸까. 적폐수사는 쿠데타로 집권한 정권이 냉전반공주의에 편승하여 사회의 특권과 불평등 구조를 고착화시켰던 과거 청산의 출발에 불과하다. 권위주의적 사회 운영 방식의 타파도 적폐청산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 이번에도 수구세력의 저항과 반동에 의해 적폐가 묻힌다면 사회의 왜곡된 구조의 변혁은 불가능하다. 적폐청산과 한국사회의 미래가 동의어인 이유이다. 적폐청산 수사가 박근혜 정부의 공직자·민간인 사찰 의혹과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은 물론 이명박(MB) 정부 국가정보원의 댓글 공작과 군 사이버 사령부의 여론조작 등 국가기관의 반헌법적 행위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MB 정부 국정원과 청와대의 블랙 리스트와 화이트 리스트 관여는 물론 BBK에 대한 다스 투자금 회수 개입 등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MB 정부 국정원과 군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의 규명을 위해 MB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하다. 또한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의 최정점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진상을 규명할 수 없다. MB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보수야당은 적폐청산을 '감정풀이'와 '정치보복'의 프레임으로 설정하고 수구보수의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을 거부하며 정치적 희생양 코스프레로 국면전환을 꾀하고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대의기구가 탄핵을 의결한지 1년이 된 시점에서 논평 한 마디 내지 않았다.한국사회의 그릇된 관행과 왜곡되고 일탈된 퇴행적 행위를 바로잡는 일에 기간의 제한은 가당치 않다. 해방 직후 친일세력이 반민특위를 무력화시킴으로써 일제의 잔재는 청산되지 않았고 이후 권위주의 정권의 냉전주의에 편승한 기득권 세력의 특권화는 결국 적폐를 낳았다. 또 다시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 할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시작된 지난 '보수'정권들의 헌법유린 행위에 대한 수사는 이제 불과 4개월을 넘지 않았다. 일부 보수언론과 수구세력을 중심으로 적폐청산 피로감이 언급되는 등 수사의 차질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적폐수사의 피로감은 세월호 때 등 주요 국면마다 등장하곤 했다. 피로감 프레임을 통해 국면전환을 꾀하는 반역사적 행태다. 연말이라는 시기는 적폐청산과 아무 관련이 없다.자유한국당은 적폐수사를 '청산을 빙자한 정치보복'이라며 보수와 진보의 대결구도로 국면전환을 꾀하고 있다. 프레임의 전환을 통해 반전을 노리는 정치공학이 현실정치(real politik)의 일부라는 점을 받아들인다 해도, 이에는 민주주의의 가치와 규범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전제되어야 한다. 권위주의 정권에서 냉전반공주의에 편승하여 각종 사회경제적 자원을 독점했던 세력의 기득권화는 사회경제적 격차를 가속화시키고, 불평등 구조의 고착화로 이어진다. GDP 규모에 걸맞지 않는 사회적 불평등과 이기주의의 만연, 사회적 연대와 배려의 실종, 계층간 갈등의 심화는 지난 보수정권들의 권력의 사유화와 헌정농단의 토양위에서 가능했다. 이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 적폐의 주된 행위인자들에 대한 단죄는 반드시 필요하다.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을 대치시키는 구도는 뒤틀린 프레임이다. 반민특위의 해체의 명분은 안보위기와 국론분열이었다. 유신독재는 안보와 국민총화를 내세우고 정치적 배제와 억압을 일상화했다. 국론분열과 안보위기를 내세우는 낡은 보수의 역사적 퇴행에서 불의한 정권을 지탱했던 수구의 데자뷰를 본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

2017-12-12 최창렬

[경인칼럼]'이국종' 에게 뭔 일이?

환자 더 많이 살려낼수록 적자 늘어나고의사들은 죄인 취급되는 '중증외상센터'국민 생명 더 지킬수 있는 지원정책 기대수년 전, 아주대병원 외과의사 이국종을 단독 인터뷰 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병원장과 대학 관계자를 통해 압력을 넣었다. 대학 선배인 홍보팀장에게는 "타사가 먼저 만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돌아가며 풀(pool) 인터뷰를 하는 바람에 낙종도, 특종도 없었다.이국종은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면서 세상에 이름 석 자를 알렸다. 언론은 그를 또 다른 영웅이라 불렀는데, 진짜 공적(功績)은 따로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중증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과 필요성을 알린 것이다. 대통령 지시로 전국 권역별로 중증외상센터가 개설됐고, 의료헬기로 환자를 나르게 됐다. 온전히 그의 힘이었다.세월에 묻혔던 그가 북한군 병사가 JSA를 넘어선 이후 다시 언론 앞에 섰다. 총알을 다섯 발 맞았다는 병사를 거뜬하게 치료했고, VIP 병실로 옮겨진 사진이 공개됐다.시간이 지났어도 그는 여전했다. 안경 쓴 마른 얼굴에, 눈빛은 차가웠다. 환자가 궁금한 기자들에게 정치권과 정부, 언론에 대한 비판을 격정적으로 쏟아냈다. 북한 병사에 대해서는 '살 것'이라고 짧게 언급했다.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와 이국종에게 뭔 일이 있었는가.2011년 석 선장 치료비 2억원은 아주대병원이 떠안았다. 병원 측은 2015년 말 1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치료를 받을 당시부터 제기됐던 치료비 문제는 끝내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석 선장과 이 교수에게 훈장을 주면서도 비용 부담은 모른 체 했다.중증외상센터가 지난 6개월간 헬기로 실어나른 응급 외상 환자는 150명이 넘는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100병상인데, 의사는 고작 10명이다. 인턴과 레지던트는 찾아볼 수 없고, 모두가 전문의들이다. 간호사는 환자 1명당 1명 선이어야 하는데 3명이 넘는다. 새로 배치된 간호사 10명 중 4명은 중도에 그만둔다. 새내기 일도 중견 간호사가 한다.응급의과 허요 교수는 이국종을 보좌하는 3년 차 전문의다. 한 달 30일 가운데 8~10일 야간 당직을 선다. 36시간 연속 근무가 다반사다. 그는 "사명감이 아니면 버티기 힘들다"면서 "악조건에도 센터가 운영되는 게 놀랍고 자랑스럽다"고 했다.환자들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위중한 상태로 실려온다. 복부 외상은 대장과 위장, 간과 허파 등이 다발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인정하는 의료 수가는 주 질환 100%, 나머지 부 질환은 70%만 인정한다. 환자가 많을수록 적자가 늘어난다는 이국종의 주장은 이상한 수가 책정에 근거한다. 병원은 적자만 쌓이는 외상센터가 달갑지 않다. 센터 손실만 연간 10억 원을 넘는다고 한다. 환자를 더 많이 살려낼수록 적자는 더 커진다. 센터 의사들을 '죄인'으로 내모는 구조다.이국종은 심신(心身)이 지칠 대로 지쳤다고 한다. 동료들에게 "헬기서 줄 타고 내려가다가 사고로 떨어져 죽었으면 차라리 후련하겠다"며 괴로움을 호소한다. 동료인 배기수 교수(소아과)는 언론 기고문에서 "극심한 피로와 우울을 겪는 그에게 남은 욕심이란 한 명이라도 더 살려내자는 것이다. 귀순 북한군 병사가 이국종에게 이 세상에 한 번 더 호소할 기회를 주었다. 국민의 생명과 가정을 지켜내는 중증외상센터가 더 이상 죄악이 되면 안 된다는 그의 절규를 듣고, 무엇이 급하고 소중한지를 분별해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대통령이 말하는 '나라다운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정부와 국회는 외상센터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며 호들갑이지만 '국민이 안전한 나라'는 아직 먼 듯하다. 배 교수에 따르면 '아마존 밀림 야자나무에서 떨어지나, 국내 공사 현장에서 떨어지나, 사망 확률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게 대한민국이다./홍정표 논설실장홍정표 논설실장

2017-12-05 홍정표

[경인칼럼]문화자치와 지역문화 진흥법

문화재단 자율성 높이는 '총액예산제' 도입 시급지역문화 특성화위한 고유 자원 평가·분석 필요'정부, 기본방향 제시한다'는 취지로 개정 바람직 문화 분야에서의 분권과 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가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17 문화자치연속포럼'은 전국의 문화기획자와 문화정책연구자들이 권역별로 모여서 지역문화와 문화분권의 현주소와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무엇인지를 공론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문화영역에서도 분권과 자치는 오랫동안 당위 명제처럼 여겨 왔지만, 과연 지방이 현 시점에서 '수권 능력'이 있느냐는 다소 '우울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이같은 진단은 지역의 문화현실에 대한 자기반성인 동시에 문화자치가 호락호락한 과제가 아님을 확인케 해주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열악한 지역의 현실을 문화 분권을 유예하는 근거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황폐한 지역문화 현장은 정부주도의 문화정책이 지역 문화의 자생력을 위축시켜온 결과이기 때문에 중앙정부는 더 신속히 그리고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해야, 시행착오를 줄이고 문화자치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 문화분권과 자치에서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천명되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의 자기결정권, 책임성, 자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주도의 정책으로는 지역문화생태계 지속성이나 창의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된다. 정부의 공모 사업은 지역문화의 표준화 현상을 낳고, 국립 문화 시설 유치를 둘러싼 지역 간의 경쟁을 유발하여, 정부에 대한 지역의 의존성을 높였다.지역 문화재단의 정부 의존성을 줄여야 한다. 현재 각 시도에 설립된 문화재단은 지역의 대표적 문화지원기구이지만, 대부분 재정구조가 취약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지역 문화재단의 고유사업은 위축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위탁한 사업 비중이 늘어나면서 정부 대행기구화 하고 있다. 문화재단의 자율성을 높이고 고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총액예산제의 도입이 시급하다.지역문화진흥, 문화분권의 주체가 지방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문화자치의 관점에서 보면 '지역문화진흥법'에 나타난 계획 수립과 시행 주체는 뒤집혀져 있다. 이 법에는 지역문화진흥의 기본계획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수립·시행·평가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지역문화의 특성화나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 등과 같은 사업의 계획까지 중앙정부가 맡아서 수립할 수도 없거니와 무엇보다 분권과 자치의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은 지역별로 상이한 현실을 충실하게 반영해야 하며, 지역 문화의 특성화를 위해서는 지역의 고유 자원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역문화진흥계획을 지역문화계와 소통하면서 수립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권리이다. 중앙정부의 역할은 지방별 기본계획이 원활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물론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계획은 별도로 수립되어야 하며 그 계획의 수립은 정부의 책임이자 권한에 속한다. 따라서 '지역문화진흥법' 제6조는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기본계획은 광역시도가 수립한다. 정부는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국가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기본방향'을 제시한다"는 취지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7-11-28 김창수

[경인칼럼]포스코건설 '인천철수설'

송도에 근무하는 임직원만 5천명 웃돌아 현실화 된다면 당장 일자리 창출 '직격탄' 시·정치권등 사태 관망하는것 같아 '답답'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가 개관한 것은 삼년 전 8월이었다. 한 해의 절반도 훌쩍 넘어선 시점이었다. 미리 편성돼 있는 예산을 갖고 그럭저럭 교육커리큘럼을 구축하긴 했으나 마음 한 구석 불안함이 남았다. 인천은 방송문화의 불모지다. 그 흔한 메이저방송사의 지방네트워크나 총국도 하나 없다. 20년 전 가까스로 iTV가 개국해 드디어 사막에도 싹이 돋나 싶었는데 2004년 말 정파된 이후로 다시 방송의 암흑기가 이어지고 있는 도시다. 시청자미디어센터가 뿌리를 내리기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미디어리터러시 운운하며 동네방네 떠들고 다녀봐야 빈 메아리가 될 게 자명했다. 뭔가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길만한 강력한 요소가 있어야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시청자교양아카데미'다. 한국의 방송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저명한 인사들을 인천으로 초청하자. 그들로부터 직접 얘기를 듣고, 그들에게 직접 질문을 하고, 그들과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하자.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포스코건설의 도움이 컸다. 프로그램 기획이 늦게 이뤄진 탓에 초청인사들의 강연사례비와 프로그램 운영비를 마련하기가 막막했다. 당시 인천시는 재정위기 탓에 돈 얘기 꺼낼 상황이 되질 못했다. 며칠 고민 끝에 포스코건설 이사를 만났다. 프로그램의 공익성을 설명했다. 그리고 강조했다.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는 인천시민을 위한 미디어교육기관이고, 미디어문화기관이고, 미디어복지기관이다. 그 센터가 송도국제도시에 자리 잡고 있다. 송도국제도시는 포스코건설의 상징이지 않은가. 센터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은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이자 책임이다. 그렇게 시작된 프로그램이 지금도 '시청자교양아카데미 시즌3'이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방송기자, PD, 아나운서, 카메라감독 등이 자유학기제를 실시중인 중학교 현장을 찾아간다. 반응도 반응이려니와 보람 또한 큰 지역사회 기여프로그램이 됐다. 올해부터는 인천의 사라져가는 노포(老鋪)와 어르신들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아카이브사업 '오래된 가게-30일간의 작업'도 시작했다. 센터의 미디어제작단과 봉사단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공헌프로그램이다. 이 또한 포스코건설의 도움을 받고 있다.이런 일이 계기가 돼 포스코건설과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요즈음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포스코건설이 인천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송도국제도시 국제업무지구(IBD) 개발 사업파트너인 미국 게일과의 갈등이 원인이란다. 이리저리 타진해보니 아직은 소문 수준이다. 그렇지만 그런 소문이 떠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답답한 일이다. 그 깊은 속사정이야 일반인들이 알기 어렵고 굳이 알 필요도 없다. 다만 그런 일이 현실이 될 경우 초래될 결과에 대해선 솔직히 우려스럽다. 센터에 도움이 되고 아니고를 떠나 인천시민으로서 갖는 걱정이다. IBD 개발 초기 수십억 달러의 투자유치를 약속했던 게일사의 실제 실적은 아주 미미하다. 그 갭을 메운 게 포스코건설이다. IBD에 아예 사옥을 신축했고, 2천명이 넘는 임직원들이 이곳에서 근무한다. 2010년부터 포스코 글로벌 R&D센터, 포스코플랜텍, 포스코건설엔지니어링, 포스코대우 등 포스코그룹 계열사의 이전도 잇따랐다. 현재 송도국제도시에서 근무하고 있는 포스코그룹 임직원 수만 5천명을 웃돈다. 인천으로 집을 옮긴 그 가족들까지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규모다. 하물며 그 상징성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일의 중심에 있는 포스코건설의 인천철수설은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현실화된다면 당장 일자리 창출에 '직격탄'이 된다. 송도국제도시의 공동화(空洞化)는 '안 봐도 비디오'다. 내년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를 '핫 이슈'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나, 인천시나, 지역정치권이나 다들 너무 느긋하게 사태를 관망하는 것 같다. 그래도 되는 것일까?/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7-11-21 이충환

[경인칼럼]외환위기 20년과 은행

은행들 가계대출 치중 부채 1400조원 달해더 심각한 것은 세계적 저금리시대 끝 보여20년전과 같이 이자놀이 올인 서민만 고통지금부터 꼭 20년 전인 1997년 11월 21일 밤 10시에 신임 임창열 경제부총리가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름도 생경한 IMF에 대한민국의 경제주권을 통째로 넘긴다는 선언으로서 이날은 제2의 국치일이다. 다급했던 정부는 IMF와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일본, 미국 등에서 국제통화기금 역사상 최대 규모인 583억5천만 달러를 조달했다. 이 무렵 국내 금융권의 부실채권이 은행 33조1천억원, 종금사 5조1천억원 등으로 파산지경이어서 정부는 금융기관을 살리려고 IMF사태를 자초했던 것이다.국제금융자본은 한국에 급전을 제공한 대가로 첫째 경상수지 흑자를 목표로 한율 격상과 수입억제, 외화반출 규제, 고금리정책을 요구했다. 둘째, 경제체질 개선을 위해 불건전한 금융기관 정리와 재벌 계열사 간의 채무보증 금지 및 주력업종 위주의 슬림화와 셋째, 정리해고제 도입을 통한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강요했다. 자본시장 자유화를 통한 외국인투자에 유리한 환경조성은 점입가경이었다.천정부지의 환율에다 살인적인 고금리에도 서민들은 독립운동 하는 심정으로 금모으기 운동에 동참했다. 1997년 12월 30일 내무부가 전국 시도의 부단체장 회의에서 전 국민이 장롱 속에 깊이 감춰둔 금붙이 수집운동에 나서줄 것을 당부하면서 전국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새마을운동중앙연합회, 귀금속업계와 주택은행과 (주)대우, 고려아연 등이 앞장섰다. 할머니들은 애지중지하던 금반지를, 신혼부부들은 자녀 돌반지를 내놓았다. 모금운동 한 달 만에 무려 117t가량을 모아 세계인들을 경악케 했다. 1997년 외환위기는 국내 은행들의 무덤이었다. 대마불사 신화에 도취된 은행들이 30대 재벌에 경쟁적으로 여신공세를 펴다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동반부실의 늪에 빠지고 말았던 것이다. 은행들은 두 번 다시는 재벌들의 덩치를 불리는데 부역(?)하지 않겠다며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정부는 금융기관을 회생시키고자 천문학적인 세금을 투입했다. 정부와 예금보험공사, 캠코, 한국은행 등이 출자와 출연 등으로 마련한 공적자금은 총 168조원으로 1998년 정부예산의 2.4배나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공적자금의 대부분은 재벌들의 자금줄이던 우리, SC제일, 하나, 국민, 신한, 시티은행 등의 심폐소생을 위해 투입했다. 그러나 금년 상반기까지 총 115조2천억원이 회수됐을 뿐 미수금 50여조원은 납세자 몫이다. 지표로만 보면 작금의 경제상황은 20년 전보다 나아졌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외환보유액은 332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4천억 달러에 육박한다. 기업의 부채비율도 1997년 말 425%에서 100% 이하로 축소되었으며 은행의 건전성도 많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은행들의 영업행태를 보면 크게 실망이다. 은행의 대출자산에서 제조업의 비중은 1995년 40%에서 2001년에는 24.6%로 급락했는데 이런 추세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면에 가계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에 27.1%에서 44.1%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러난 이유이다. 20년 전에는 기업부채가 화근이었지만 지금은 1천400조원으로 뛴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가계채무 증가세가 가처분소득 성장세를 상회하면서 20년 전보다 가계부채는 양뿐만 아니라 질도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세계적으로 저금리시대가 끝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표정관리하기 바쁘다. 시중은행들은 금년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사상 최대치 실적을 경신한 것이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20년 전과 똑같이 이자놀이가 전부이다. 자본자유화시대에 부합하는 해외시장 개척 내지 신사업 발굴 등 국민적 여망은 외면한 채 주택담보 대출에 올인 한 결과이다.뒷간 찾을 때와 다녀온 후가 다르다는 옛말이 하나도 그르지 않다. 재벌들에 뒷돈 대주지 말라했더니 대신에 고단한 서민들의 뒷덜미를 잡은 것이다. 작금의 내수경기 부진에 은행들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땅 짚고 헤엄치는 시중은행들을 보노라면 본전 생각이 간절하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7-11-14 이한구

[경인칼럼]정당 재정렬이 긴요하다

작금의 '통합 논의' 각당 인물 입신 도구 불과개혁 필요한데 現 정치는 구체제 연장 도울뿐집권당, 개혁연대 위한 적극적 통합 모색해야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정부와 대표자들을 실질적으로 교체할 수 있는 절차를 가진 체계로서 대표성·책임성·반응성 등을 핵심 가치로 한다. 정당은 갈등의 표출, 집약, 조정, 정책화의 과정을 거치는 제도화의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구현해 나간다. 따라서 정당정치의 성패가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좌우한다. 한국정당은 서구의 정치선진국의 정당사와 견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정당의 생성에서 소멸까지의 주기가 짧다. 정당의 빈번한 이합집산은 정당이 시민사회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대표체계로서 기능하지 못함을 방증한다. 규범적 당위의 여부를 떠나 선거 전후의 정당의 분당 및 합당 등의 분화는 한국정당정치의 기본 공식이 되었다. 정당의 분화는 연합정치의 측면과 정치의 역동성이라는 측면에서 일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당의 연합도 일정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현실정치의 공간이지만 최소한 유권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하다. 정치공학적 연대를 마냥 비난할 수도 없겠지만 현실과 이상의 조화라는 정치의 본령이란 면에서도 무분별한 정당의 이합집산은 퇴행적 정치를 결과하기 일쑤다. 지금의 정당체계는 불안정한 구도다. 여소야대라는 분점정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해 총선 결과는 지금의 여당이 과반을 획득하지 못했다. 물론 야당때 치른 선거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로 정치지형은 급변했다. 탄핵을 전후해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화했다. 박근혜 정권의 부도덕성과 민주주의를 유린한 국정농단은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그 집권세력의 일각을 형성했던 정당으로서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진정성을 국민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고 알지 못한다. 오직 박근혜의 출당이 통합의 명분으로 포장되고, 친박청산의 핵심으로 치부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은 이미 정치적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다. 한국당은 박근혜 정부를 창출한 세력으로서 국정농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기존 정책과 가치를 재정립하지 못하고, 구시대적 체질과 수구적 행태는 나아진 게 없다. 바른정당과의 통합도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이합집산에 불과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 등 여러 정당연합이 거론되고 있지만 정권교체 이후의 정당지지도의 급변을 고려한다면 정당재정열이 더욱 긴요하다. 야당의 통합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정당체제 변화는 유의미한 정계개편으로 연결되는 데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현단계에서의 유권자의 표심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른정당 내에도 이념의 차이가 상존하고, 국민의당 역시 호남중진과 안철수 측근들의 노선의 차이도 단순한 다양성의 차원을 넘는다. 그렇다면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미증유의 상황을 반영하는 정당지형의 변화가 더욱 필요하다.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정당체제는 표피만 다당체제이다. 다당체제란 과소대표되고 있는 계층의 이해를 표출해 낼 수 있는 정당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바른정당 일부의원의 한국당 복귀는 표심의 보정이 아니라 탄핵 전의 수구적 정당지형으로의 회귀다. 촛불시민혁명은 적폐청산을 요구하고 있으나 '혁명'은 정의로운 '미래'와 시민적 평등의 보편화가 이루어질 때 완성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정당체제에서 이는 신기루에 불과할 뿐이다. 기득권 동맹의 구조적 공고화, 시민적 연대와 유대의 실종, 배려와 관용의 부재 등의 사회적 현상이 일상화되는 한국사회의 총체적 개혁에 지금의 정당구도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작금의 통합 논의가 각 정파에 속한 인물들의 입신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혁명을 하지 못한다면 혁명에 가까운 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는 구체제의 연장을 도울 뿐이다. 집권세력도 내년 지방선거 이후를 의식하지 말고 개혁연대를 위해 지향이 맞는 정파와의 적극적 통합을 모색해야 한다. 높은 지지율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

2017-11-07 최창렬

[경인칼럼]미국우선주의와 한반도

국제기구 탈퇴·일방적 협정 파기 선언 잇따라트럼프, 한·일·중 방문 앞두고 '이익 우선' 압박적절한 대응과 북핵 해결 인식차 줄이는게 관건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교육과 문화 교류를 위한 국제협력기구인 유네스코(UNESCO)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가입을 승인한 것에 대한 항의로 6년간 분담금 납부를 미뤄오다가 결국 탈퇴라는 초강수를 던진 것이다. 미국은 지난 6월 세계각국이 온실가스 축소를 위해 노력해온 결정체인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해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중이다. 미국은 2차대전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세계무역기구(WTO),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각종 국제기구를 창설하면서 이를 통해 미국의 국가적 이익과 영향력을 관철해왔지만 지금은 가시적 손익을 기준으로 국제기구에서 탈퇴하거나 일방적인 협정 파기를 선언하고 있다. 국제기구 탈퇴와 파기 행진은 오바마의 성과 지우기인 'ABO(Anything But Obama) 와 관련된다는 해석도 있지만, 트럼프식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에 따른 것이다.미국우선주의가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훼손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방적 외교는 계속되고 있다. 국가 신뢰도의 저하나 우방국들 간의 관계 훼손을 감수하더라도 당장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식이다. 미국우선주의의 후폭풍은 국제적으로 파급된다. 미국이 균형자의 역할과 책임에서 물러난 자리는 국가와 집단간의 무한 대결장으로 화할 공산이 크다. 이라크나 시리아와 같은 분쟁지역의 갈등은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최근 미국은 이란과의 핵협정을 '불인증'했다. 이 조치로 핵 비확산체계의 위기감과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한반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7일 서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갖고 국회를 찾아 연설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방문에 앞서 5일 일본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양자회담을 하고, 8일에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날 예정이다. 트럼프를 맞이하는 아시아 각국 정상의 표정은 각양각색이다. 트럼프와의 공조 강화로 국내 정치적 위기를 극복한 아베 총리의 표정은 밝지만, 중국 시진핑 주석의 얼굴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은 미-중간 최대 현안인 무역불균형 문제를 대북 제재와 연계하는 지렛대로 활용하여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맹국인 미국 대통령을 맞는 한국 정부의 속내도 복잡하다.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없이 당면한 북핵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말폭탄으로 위기를 오히려 고조시키고 있으며, 한미 통상무역의 기축인 자유무역협정(FTA)의 폐기까지 거론하고 있다. FTA 개정 협상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미국 측의 요구를 어떤 식으로든 제기 할 것이다. 미국-이란 핵협상을 무효화한 배경에 미국의 무기 상업주의가 있다는 분석이 있다. 만약 트럼프의 관심이 동아시아의 핵위기의 항구적인 해결이 아니라, 이를 지렛대로 삼아 한국과 일본에 방위비 분담, 무기 구매를 요구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방위비 분담요구나 무기구매, 그리고 FTA 개정 압박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북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한미간 인식의 차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외교적 과제이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7-10-31 김창수

[경인칼럼]정찬민의 길 공재광의 길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놓고 '갈등' 틀어져12월 존치여부 용역결과 발표 따라 처지 갈려 결과 승복 감정 풀고 상생지혜 모으는게 '정치'정찬민 용인시장과 공재광 평택시장은 닮은꼴이다.정 시장은 신문기자 생활을 접고 정치에 입문했다. 공 시장은 서기보(9급)로 공직에 입문, 청와대 행정관(서기관, 4급)을 하다 출사표를 던졌다. 정치를 위해 생업(生業)을 내던진 '벤처 유전자(DNA)'를 나눠 가졌다. 둘 다 초선에, 자유한국당이다.201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체면을 세웠고, 남경필 도지사를 일으켰다. 당시 새누리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쑥대밭이 됐다. 도내 대도시는 죄다 민주당이 점령했다. 정찬민이 버틴 용인만 예외였다. 평택은 초반부터 시종 새누리 페이스였다. 남 지사는 민주당 김진표 후보에 4만3천177표 차로 신승했다. 평택 2만3천496표, 용인 처인구 1만2천330표 우세가 명운을 갈랐다. 취임 초 남 지사는 '평택과 용인에 예산을 많이 줘야겠다'고 했다.그런데, 둘 사이가 싸늘하다. 사석은 물론 공식 행사에서도 같이 있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덕담은 없고, 서운함을 감추지 않는다. 같은 당에, 이웃사촌 지자체장 사이라기에는 참으로 불편하고 어색한 일이다. 둘이 틀어진 건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둘러싼 갈등에서다.38년 전, 정부는 평택 시민들의 식수원 보호를 위해 진위천 상류인 용인시 남사면 일대를 보호구역으로 묶었다. 팔당 광역상수도망이 연결돼 쓸모는 적어졌지만 규제는 풀리지 않았다. 용인 땅에 집을 짓는데 평택시장의 도장을 받아야 했다. 남사면 길거리는 여전히 1980년대 풍경인 영화 세트장이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족쇄를 풀어달라며 악을 썼다. 용인시의회가 힘을 보탰고, 시의회 의장이 1인 시위를 했다.정 시장도 나섰다. 2015년 가을 시민 1천 명과 함께 평택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장 나오라'는 함성이 십 리 밖까지 들렸다.공 시장은 출장을 핑계로 나타나지 않았다. 정 시장은 분노했다. 비겁하게 꽁무니를 뺐다는 거다. 용인이 지역구인 이우현 의원도 그를 비난했다. "시장으로서 책임감이 부족하고 정치 감각도 떨어진다"고 했다. 평택 원유철 의원과 함께 4명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모습을 그렸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공 시장은 "남의 집 앞에 몰려와 떼쓰는 게 단체장이 할 일이냐"고 반문한다. 정치쇼에 말려들지 않고 평택시민만 바라보겠다고 했다.경기도 중재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늦어지긴 했지만 3자가 합의해 용역에 착수했다. 올 상반기 설명회를 연 경기연구원은 12월 초 결과를 발표한다. 결론은 났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보호구역 해제냐 존치냐. 어느 쪽이든 또 한차례 태풍이 몰아칠 것이다. 양쪽 다 만족하는 결론은 기대할 수 없는 사안이다.존치 여부에 따라 정 시장과 공 시장 처지도 확연히 갈리게 된다. 12월이면 내년 지방선거가 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이다. '물 전쟁'은 지역 민심을 가를 결정적 변수가 분명하다. 두 사람 다 죽도록 뛰어도 부러지고 찢긴 보수당 깃발로는 재선(再選)이 가물가물한 판이다.용역 결과는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온전한 결정체일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을 쓰는 건 남 지사가 감당치 못할 부담이고, 그럴 이유도 없다.용인은 벌써 수십 년 족쇄가 풀릴 것으로 예단한다. 평택은 물러설 생각이 없다. 어느 한쪽은 들고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 사람의 정치력이 절실한 이유다.정 시장과 공 시장은 결과에 승복하되 구원(舊怨)을 풀고 마주 앉아야 한다. 그래야 살 길이 보일 것이다. 나만 살자는 게 아닌 상생의 지혜를 이끌어내는 게 정치(政治)가 할 일 아닌가. 둘은 어느 길을 가려는가./홍정표 논설실장홍정표 논설실장

2017-10-24 홍정표

[경인칼럼]내 아이가 1등 하는 비법

한정된 자원 '주의력' 마저 스마트폰에 빼앗겨발전하는 기술력에 의존할수록 지적능력 퇴보인류문명 종말 초래 휴대전화 잠시 거둬들이자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한국은 세계 최대의 봉제완구 생산국이었다. 전 세계 교역량의 70% 이상을 한국산이 차지했다. 배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간 '테디베어'나 '산타베어'같은 곰 인형들이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뉴욕 백화점의 윈도를 점령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어린이를 위해 개최한 백악관 연말파티에 한국산 곰 인형을 안고 나타났다. 미국과 서유럽 어린이들의 로망이 생일이나 연말에 테디베어나 산타베어 선물을 받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이가 있는 집이면 곰 인형 한 마리씩은 꼭 있었다. 곰 인형을 끌어안고 공감과 상상의 힘을 키웠다. 그런데 이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완구가 아이들의 곁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테디베어나 산타베어가 떠난 아이들의 손에 들려 있는 건 이제 최첨단 디지털완구, 스마트폰이다. 그런데 이렇게 내버려둬도 되는 것일까. 지난 7일자 월스트리트저널 '토요 에세이'에 주목할 만한 글이 실렸다. "스마트폰은 어떻게 마음을 납치하는가(How Smartphones Hijack Our Minds)"라는 제목이다. A4용지 7장 분량의 글은 스마트폰과 인간 지적 능력의 상관관계를 다룬 여러 실험들을 인용한다. 재작년 미국 텍사스대학의 인지심리학자 아드리안 워드 교수와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고 캠퍼스(UCSD)의 연구진이 UCSD 학부생 520명을 대상으로 두 가지 실험을 했다. 어떤 일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가용인지능력'과 익숙하지 않은 업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지를 알아보는 '유동성 지능'에 관한 것이었다. 유일한 변수는 스마트폰과 피실험자의 거리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스마트폰을 눈 앞 책상 위에 둔 학생들은 나쁜 점수를 받았다. 스마트폰을 아예 다른 방에 두고 온 학생들의 점수가 높았다. 주머니나 핸드백에 넣은 학생들의 점수는 중간이었다. 지난 4월 한 저널에 발표된 아칸사스 대학생 16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선 스마트폰을 지닌 채 시험을 치른 학생들의 성적이 스마트폰을 강의실에 가져오지 않은 학생들의 성적보다 나빴다. 작년 영국의 91개 중학교에서 실험한 결과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면 학생들의 시험성적이 올라갔다. 특히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에게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우리의 지적 능력이란 것도 결국 한정된 '주의력 자원'이 적절하게 할당된 결과인데 그 한정된 자원을 스마트폰이라는 녀석에게 먼저, 그리고 대부분을 빼앗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0년간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우리의 생각과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워드 교수팀은 일상생활이 스마트폰으로 통합되는 현상이 학습, 논리적 추론, 추상적 사고, 문제 해결, 창의력 등 중요한 정신적 능력이 감쇠되는 이른바 '두뇌 고갈(brain drain)'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두뇌가 스마트폰의 발전하는 기술력에 의존하면 할수록 인간의 지적 능력은 퇴보한다는 경고다. 스마트폰은 이미 언제든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납치(hijack)'할 수 있는 초정상자극(supernormal stimulus)이 되어 버렸다. 스마트폰에 빠진 보통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얻는 정보를 마치 자신이 생산한 정보처럼 느낀다. 재갈매기가 자신이 낳은 진짜 알보다 더 크고 알록달록한 알을 더 열심히 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른들이 그러할진대 아이들의 경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스마트폰은 인류문명의 결정판이지만 동시에 인류문명의 종말을 초래하는 단서가 될 것 같다.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의 손에서 조용히 스마트폰을 거둬들이는 것이다. 대신 그 작고 여린 손에 곰 인형 한 마리씩 들려주는 것이다. 내 아이가 1등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인류문명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7-10-17 이충환

[경인칼럼]블라인드 채용 잘 될까?

민간기업,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한것 아닌지취업희망자들에게 기업선택 자유 보장되듯채용권, 이윤 중요시하는 기업의 고유 영역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으로 잘 알려진 베네치아의 카니발은 이탈리아 최대의 놀이문화이자 브라질의 리우카니발, 프랑스의 니스카니발과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꼽힌다. 베네치아카니발은 매년 1월말과 2월 사이에 시작해 사순절(四旬節) 전날인 참회의 화요일(Mardi Gras)까지 약 10일 동안 진행되는데 이때 이태리 전역은 물론 전 세계에서 300만 명 이상이 '물의 도시'를 찾아 공동향연을 즐긴다.베네치아카니발은 가면무도회로도 유명한데 축제에 참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나름대로 준비한 각양각색의 얼굴가리개와 독특한 의상으로 치장하고 베네치아 거리 곳곳을 누비며 음주가무를 즐기는 것이다. 옛날에 이 지방의 서민들이 가면을 쓰고 귀족놀이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풍습에서 비롯되었다. 이후 귀족들에게까지 널리 퍼졌는데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1년 내내 탈바가지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단다. 조선시대 전국각지에서 성행한 상민(常民)들의 산대놀이가 연상된다. 바야흐로 취업시즌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국내최대의 청년취업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취업준비생들 간에 금년 하반기 채용관련 최대 이슈는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방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2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모든 청년들이 학벌이나 학력, 지연, 혈연 등의 불평등에서 벗어나 "동일한 출발선에서 오로지 실력만으로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며 올해 공공부문 채용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주문했을 뿐 아니라 민간기업에도 도입을 적극 권유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신분의 귀천을 불문하고 기본적인 자유와 평등, 공정한 기회 제공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존 롤스의 정의론에 근거한 발상이다. '모든 인간은 사회적으로 동등한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공리주의의 대전제와도 일맥상통한다. 문재인정부는 시장경제체제의 최대 특징인 효율성 보다는 휴머니즘에 입각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사회보장 등이 조화된 복지국가체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잘 나가는 대기업은 물론 금융기관의 공채스케줄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은 새 정부의 코드에 맞춰 일제히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했다. 평년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신입행원을 선발하는 우리은행은 100% 블라인드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고 공표했다. 롯데, CJ,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기업의 30% 이상이 동참을 선언했다. 중견기업들까지 아우르면 그 숫자는 상당하다.백지면접으로도 불리는 블라인드면접은 면접자들이 피면접자들의 출신학교나 출생지, 가정환경 등에 대한 아무런 기초자료 없이 면접을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면접 전에 기본적인 서류심사는 하지만 면접 자체에서는 이력서의 내용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방식이다. '비정규직 제로시대 개막'이라는 슬로건을 표방한 신정부 출범의 첫 번째 이벤트(?)여서 수험생들의 기대가 매우 크다. '저(低) 스팩이라도 합격할 수 있다'는 뜬금없는 소문도 떠돈다. 참여정부 때 사교육을 잡는다며 '춤만 잘 춰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쇼킹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학벌과 학력, 혈연, 지연 불문의 공정한 신입사원 선발이 가능할까? 공공부문은 몰라도 민간기업의 블라인드 채용은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한 립서비스는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취업희망자들에게 기업선택의 자유가 보장되듯이 채용권은 기업의 고유의 영역인 탓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윤극대화이다. 기업가들은 이윤을 위해서는 염라대왕과도 흥정을 마다않는 존재들이다. 또한 이런 행위가 시장경제 특성상 일자리 창출이나 양질의 상품 공급 등 최대행복의 원칙과도 배치되지 않는다. 애덤 스미스가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 주는 식당 주인에게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한 이유이다. 아시아 특유의 족벌주의적 네트워크는 또 다른 돈벌이 기회이다. 이번 취업 대시(大市)에서는 '느그 아버지 뭐 하시노' 관행이 잦아들지 궁금하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7-10-10 이한구

[경인칼럼]개혁 위한 협치의 리더십 필요

지금은 개혁을 혁명처럼 추진할 엄중한 시점정권이 분발해 여야협치 위한 정책연대 형성연정수준의 관행으로 제도화 시켜 나갈 필요문재인 대통령 지지도는 여전히 높다. 임기 초 감성적 소통행보와 이전 정권에서 보지 못했던 탈권위적 행보는 정권이 내세운 개혁 어젠다 등과 맞물려 역대 최고 수준의 지지로 이어졌다. 청와대와 내각 인사도 시민단체와 개혁적 인물들의 발탁으로 참신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초보적 수준에서도 걸러낼 수 있는 인사검증의 실패, 외교·안보 라인의 엇박자와 북핵 등 안보 위기 국면은 이명박 정권 등 지난 정권의 적폐청산 작업에도 불구하고 개혁 동력 확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국회 인준 이후에도 여권으로서는 예산은 물론 각종 입법에서 야당과 사안마다 힘겨운 협상을 해야 할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다. 정권이 직면한 대내외적 위기 중 안보위기는 상황변수에 따른 유연한 대처가 요구된다. 대내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정권 국정원의 정치와 선거개입, 방송 장악 시도 등 적폐 청산은 시민적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동력을 받을 수 있다. 여소야대 상황을 돌파하려면 시민적 지지를 국회에 투영시킴으로써 야당이 협조하게 만들어야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하는 야당이 여권의 정책과 입법에 반대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소야대는 새삼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1987년 절차적 민주주의의 확립 이후 여소야대는 오히려 보편적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여소야대의 분점정부는 여러 형태로 여대야소로 바뀌곤 했다. 1990년의 3당합당이 대표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정당구도가 재편될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오히려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보수통합론으로 이어질 확률이 보다 높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정책연대나 통합의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의당 내부의 안철수 세력과 호남 중진과의 결별의 경우의 수를 생각할 수 있으나 이를 추동할 결정적 계기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에 대한 높은 시민적 지지가 여소야대 국회에서의 주도권 확보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개혁은 물 건너간다. 정치이론적으로 여소야대의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는 청와대와 정부여당 등 집권세력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제왕적 권력으로 비판받는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적 측면의 장점보다 실제 정치공간에서 국정의 교착이라는 단점이 부각되는 경우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입법 권력이 집권세력의 가치 지향을 정략적으로 막기 때문이다. 의회의 다수파가 야당과 연정을 통해 내각을 구성하는 내각제는 이러한 문제가 원천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대통령제는 내각제에 비해 연정과 협치가 어려운 한계를 노출한다. 대통령제에서의 여소야대 정당구도는 의회권력과 대통령 권력의 두 선출 권력이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을 여당이 효율적으로 뒷받침할 수 없는 근본적 제약을 안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의 정당 구도에서 제1야당이 여당과의 타협과 절충의 대상이 되기에 한계가 있다. 집권세력과 정책지향은 물론 추구하는 이념적 가치에서 공통분모를 발견하기 힘들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과의 협치의 정치적 관행을 확립해 나가지 않으면 국정 교착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극우보수의 준동을 불러오는 역사에서 반동은 늘 있어왔다. 우리 사회의 극우의 그늘은 깊고 넓다. 아직도 색깔론의 낡은 프레임을 들먹거리는 세력과 박근혜의 석방을 외치는 인사들이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보다 정교한 전략과 전술을 국면마다 적절히 배합하는 노련한 리더십과 조정 역할이 필요하다. 지금은 혁명을 개혁처럼, 개혁을 혁명처럼 추진해야 하는 엄중한 시점에 와 있다. 정권이 분발해야 한다. 여야 협치를 위해 일차적으로 정책 사안별 연대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정 수준의 협치의 관행을 제도화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갈 방안이 절실하다. 정치는 당위와 현실의 조화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권의 협치의 리더십이 절실하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

2017-09-26 이미선

[경인칼럼]사교육 망상

십중 여덟 3수 해서라도 대학 가는 '이상한 나라'청소년들 다양한 진로 탐색·준비 환경 조성돼야금수저 독식·흙수저 대물림 극복 교육부가 할일#A(57)는 마흔 가까이 늦둥이 딸을 얻었다. 6살 때 유치원과 예능학원에 보냈다. 바이올린 선생님은 딸이 소질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사교육은 끊고 바이올린만 가르쳤다. 멘델스존을 연주하는 딸이 대견하고 기뻤다. 자라면서 걱정이 커졌다. 레슨비가 만만치 않았다. 아내가 피자 가게를 열었다. 둘이 벌어도 늘 버거웠다. 그렇게 12년이 지났다. 예술고 3학년 딸은 국내 유명대학에 가지 못하면 유학을 가겠다고 했다. 날벼락이다. 딸과 같은 생각이라는 아내와 크게 다퉜다. A는 "딸 키우느라 생활이 쪼들리고 삶이 오그라들었다"며 "더는 해 줄 마음도 능력도 없다"고 했다. 정년을 앞둔 경찰 얘기다.#영업직 회사원 B(57)는 중학생 딸과 아들을 미국으로 보냈다. 둘 다 유학을 졸랐다. 국내에서 사교육을 시켜야 한다면 유학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밤낮으로 일했지만 대학에 가면서 경제적 압박이 더 심해졌다. 한계선을 넘었다. 두 자녀는 휴학계를 내고 귀국했다. 딸은 알바를 했고, 아들은 군에 갔다. 딸은 복학해 학위를 받았다. 국내로 왔지만 취업하지 못했다. 아들은 복학을 포기하고 국내에 남았다. 대학 중퇴 학력으로 전공과는 무관한 일을 한다. B는 "후회는 없다. 그래도 앞날이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회사원 C(48)는 딸(고2)을 실업계에 보냈다. 사교육비가 부담이었고, 대학을 안 가도 되는 세상이라 믿었다. 어느 날 딸이 대학에 가고 싶다며 인문계로 전학하고 싶다고 했다. 편입하면 내신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정시를 준비하려면 낯선 과목에 매달려야 한다. 딸은 정보고에 다니면서 대입을 준비하고 있다. C는 "실업계 학생은 대학이 더 절실해진다"면서 "딸도 주위 환경을 이겨내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교육부가 '2021 수능개편안'을 1년 미뤘다. 김상곤 장관은 "충분한 소통과 공론화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취임 전 공언(公言)에서 한 발짝 물러선 것이다. 외고·자사고 등 특목고 폐지 구상도 저항에 막혔다. 대신 일반고와 동시에 학생들을 뽑기로 방향을 틀었다. 특목고를 무력화하겠다는 미련은 여전하다.수능을 바꾸고 특목고에 재갈을 물려도 사교육은 달라질 게 없다. '강남 도사'는 새 틀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고 호객할 것이다. 맞춤형 사교육을 위한 사교육 컨설팅까지 생겨나는 판이다. 수십 년 전 무덤에 들어간 고입 재수생이 환생할지 모른다.고려대 허태균 교수는 '공부 못하는 자식을 대학 보내려 사교육 시키면 안 된다'고 한다. 그 돈 모아 자녀들 창업자금으로 주라는 거다. '적어도 2억 원은 모을 수 있고, 아이가 나중에 기사자격증이라도 따면 중장비를 사줄 수 있다. 2대 정도는 거뜬하다. 하나는 직접 끌고, 한대를 임대하면 대기업 직원 부럽지 않다. 사교육비 쏟아부은 자식이 백수가 되면 줄 돈도 없고, 그 자식은 결국 남의 자식 중장비 기사가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입시 철이다. 수시모집이 한창이고, 수학능력고사가 코 앞이다. 응시생이 처음 6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는데 경쟁은 더 치열하다. 전국 사찰과 교회가 합격을 기원하고 수능 고사장이 생중계된다. 고교생 열 중 여덟이 3수를 해서라도 대학에 가고야 마는 '이상한 나라'다.장삼이사(張三李四)가 사교육에 매달리고 실업계가 대입 전선에 뛰어들면 입시 문제는 풀어낼 도리가 없다. 청소년들이 다양한 진로를 탐색하고 준비하는 환경과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그래야 사교육 경쟁, 금수저 독식, 흙수저 대물림을 극복할 수 있다. 그게 정부가, 교육부가 할 일이다. 제도를 바꿔 사교육을 없애고 계층 사다리를 복원한다는 발상은 망상(妄想)이다. 역대 정부가 다 그랬다. 정부가 다시 그 길을 가겠다고 한다./홍정표 논설실장홍정표 논설실장

2017-09-19 홍정표

[경인칼럼]'욜로' 스타일을 돌아본다

미래나 남이 아닌 '현재 자신의 행복' 위한 삶 과소비로 생활비 충당위해 노예노동에 '허덕''하나뿐인 내인생' 찰나주의로 즐기는건 곤란2017년의 대한민국은 욜로 열풍으로 뜨겁다. 욜로 라이프는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핵심 키워드로 선정될 정도이다. 욜로(YOLO)라는 말은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미래 또는 남이 아니라 '현재와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여 소비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말한다. 욜로족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지상과제였던 내 집 마련, 자녀교육, 노후 준비가 아니라 지금 당장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취미생활, 자기계발 등에 돈을 아낌없이 쓴다. 극단적 현세주의의 뿌리를 한국 문화의 특성에서 찾을 수도 있겠으나, 그 직접적 토양은 '헬조선'으로 풍자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암울한 지표들이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의 증가로 불완전 고용률은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 저금리로 무의미해진 저축, 너무 올라 '내집마련'의 꿈조차 어려워진 주택가격, OECD 회원국 중 최고의 청소년 자살률과 같은 지표들은 청년세대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현재의 만족을 추구하는 삶의 양식으로 기울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열풍의 지속성은 미지수이다.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자리잡기도 전에 여가산업의 사냥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욜로 마케팅의 심리전략 : 인생은 한번 뿐이니 마음껏 지르세요! '욜로의 이름으로' 개인을 호명하고 욕망을 선동하면 욜로의 '지름신'들은 '감읍하며' 응답한다. 마케터들은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에서 1인용 식음료에 이르기까지 고급화 전략으로 '욜로들'의 소비심리를 충동하고 있다. 소비지향적 욜로 스타일은 부작용을 동반하게 마련이다. 과소비로 인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더 많이 일해야 한다면 '한번 뿐인 인생'은 여가비용을 위한 노예노동으로 허덕이게 될 것이다. 욜로족의 삶은 본인의 희망과는 무관하게 관광산업이 조장하는 욕망의 포로가 되고, 일상은 자본의 새로운 영토, 내부 식민지로 바뀐다.개인주의가 문제가 아니다. 다만 자기에 대한 진정한 배려는 가족과 이웃 그리고 사회와 같은 '확장된 자아'에 대한 배려와 무관치 않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불완전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모두는 하나를, 하나는 모두를'(All For One, One For All)을 배려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식을 위해 일하는 부모,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땀 흘리는 자원봉사자들은 보람을 느낀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부모와 친지와 이웃과 학교와 사회는 물론 자연의 일부와도 그물처럼 연결된 공동체의 일원이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식의 찰나주의는 삶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소모하고 탕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이 불가역적인 흐름에서 '현재'만을 분리해 낼 수 없다. 오늘 밤이 새면 '내일'은 오늘이 되고, 계절이 지나면 내년이 올해가 된다. 내일 때문에 오늘을 저당 잡힐 수는 없지만, 내일 몫까지 오늘 탕진하는 것은 곤란하다. 무엇보다 문화자본이 디자인한 라이프스타일이 내 인생일 수는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삶의 질을 높이는 대안적 여가와 독창적 생활양식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하나 뿐인' 내 인생을 그만그만한 욜로 스타일, 욜로 상품의 소비로 대신할 수는 없지 않은가?/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7-09-12 김창수

[경인칼럼]홋카이도 아이스크림

먹거리 식재료 마다 '홋카이도 산(産)' 강조포도빙수 등 인천대표 8미(味)라는게 아리송강화 순무·연평도 꽃게 등 재료 쓴 음식 봤는지"한평생 열심히 살아온 요코의 마음속에도 빙점이 있었다." 결혼과 함께 책장에 합쳐진 아내의 애장도서에 포함돼 있던 미우라 아야코의 소설 '빙점(氷點)'에서 처음 홋카이도를 만났다. "세계 - 이 말은 언제나 나에게 코끼리와 거북이가 필사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거대한 원반을 생각나게 했다. 코끼리는 거북이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고 거북이는 코끼리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20대의 혼란스러웠던 정신세계와 결별을 선언한 첫 장편소설 '양을 쫓는 모험'에서 주인공이 사진 속 양을 찾아간 곳이 홋카이도였다. 우리에겐 '북해도(北海道)'란 이름이 더 익숙한 일본 열도 북단의 땅. 수많은 일본 소설과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 되었던 곳이다. 우리 소설에선 조정래의 '아리랑'에 등장한다. 차득보가 징용에 투입됐던 곳, 그리고 공사장에서 탈출해 아이누족의 마을로 숨어들었던 곳, 그곳이 바로 홋카이도다. 계절상 직접 보진 못했지만 이와이ㅤ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1995)와 다카쿠라 겐이 왜 일본 국민배우인 지를 보여준 영화 '철도원'(1999)에서 홋카이도의 설경은 몽환적이었다. 이번 여름 휴가지로 택했던 것도 그런 작품들의 영향이 컸다. 작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빌렸다. 그리고 소설의 공간, 작가와 감독의 시선이 닿았던 곳들을 찾아다녔다. 이미 라벤더 꽃잎이 져서 보랏빛 잔영만 희미한 후라노에서 동남쪽 작은 도시 오비히로로 향하는 세 시간 거리의 시골길은 장관이었다. 달리는 내내 좌우 차창으로 초록과 연두, 그리고 황금색의 천 조각들을 이어붙인 커다란 조각보 같은 구릉지대가 끝도 없이 펼쳐졌다. 밀, 콩, 옥수수, 해바라기, 메밀, 감자, 양파 등 다양한 작물들이 저마다 다른 농담(濃淡)의 색을 발하며 만들어내는 파노라마였다. 그런데 여행 내내 그런 풍광만이 나를 흥분시킨 건 아니다. 가슴을 뻥 뚫리게 했던 정경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그 길에서 보았던, 그 땅에서 생산되는 먹거리였다. 그리고 먹거리를 다루는 그들의 깊은 정성과 감동을 만들어내는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이었다. 호텔과 료칸들은 식재료마다 '홋카이도 산(産)'임을 강조했다. 콩은 달콤했고, 옥수수와 감자는 찰지고 부드러웠으며, 우유는 진하고 고소했다. 그런 우유로 만든 유제품의 맛과 품질 또한 빼어났다. 홋카이도에서 치즈와 버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메이지시대부터니 벌써 150년이나 된 역사다. 가는 곳마다 아이스크림이 있고, 그때마다 일부러 찾아서 먹어 본 그 맛과 질은 단연 최고였다. 점원으로부터 건네받는 순간 느끼는 묵직함이 직감적으로 원재료에 대한 신뢰를 갖게끔 했다.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우리의 식재료와 먹거리를 생각했다. 우리가 기울이는 정성과 우리가 만들어내는 음식이야기들을 생각했다. 인천에도 '8미(味)'라는 게 있다. 그런데 삼계탕, 포도빙수, 랍스터해물탕 등이 어떻게 해서 인천을 대표하는, 인천의 계절을 대표하는 먹거리에 포함됐는지 아리송하다. 그냥 음식점 인기투표였을까. 호텔에서도 '인천 산(産)'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강화도 순무와 속노랑고구마, 백령도 돌미역, 연평도 꽃게, 덕적도 우럭으로 만든 음식을 인천의 호텔 뷔페에서 드신 적 있는가. 그런 재료로 만들었다는 살뜰한 설명을 접하신 적이 있는가. 한 가지 위안은 홋카이도의 아이스크림도 처음부터 맛있진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누이 루카의 소설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2010)에서 이시바시 노인은 패전 후 일본에 진주한 미군과의 추억을 이렇게 회상한다. "진주군 숙소에서 먹은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지. 아이스크림 장수가 파는 건 맛이 밍밍해. 그리 달지도 않고. 그런데 진주군 장교들이 먹는 아이스크림은 큼지막한 통에 들어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단데다 으깬 딸기까지 들어있었다니까. 맛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게 있구나 싶었지."/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7-09-05 이충환

[경인칼럼]을(乙)의 을(乙)들은 어쩌나?

새정부 노동개혁은 임시직·중소기업등사회적 약자 대상이어서 소홀할 수 없다비정규직 범위·세부실천 방안 정교해야저임금과 만성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던 임시직 혹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 '신들도 부러워한다'는 공공기관의 비정규직들이 더 신명이 났다. 중앙정부, 자치단체, 지방공기업 등 852곳의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기간제 근로자와 파견, 용역 근로자 31만 명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길이 열린 것이다.'임기 내 비정규직 제로'를 공언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 첫 업무로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했다. 위원장직까지 겸한 문 대통령은 일자리위가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도록 주문했다. 11조2천억원 규모의 실탄(일자리 추경예산)은 11만개 이상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고용확대에 앞장선 기업들에 대한 세제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연내에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고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급 1만원으로 끌어올리기로 했으며 2022년까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민간부문 50만개 창출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기로 했다. 역대정권의 일자리정책에 비해 상당 부분 진일보했다는 평이다.민간부문에서도 정규직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 5월 17일 시티은행이 가장 먼저 일반 사무직 및 텔러 등 전담직원 3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SK브로드밴드 5천189명, CJ그룹 3천8명, 현대백화점그룹 2천300명 등 총 1만2천389명의 비정규직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7월 24일 두산그룹이 파견직 4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공언했으며 8월 1일에는 한화가 내년 상반기까지 8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포스코와 삼성, 현대차 등 여타 대기업들이 저울질 중이어서 금년 내로 민간 대기업들의 정규직 전환 3만명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새 정부의 국정중심인 소득주도 성장이 빠르게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 개혁독선이란 우려와 함께 각종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다. 공공기관 3분의 2가량이 적자인 실정은 차치하더라도 민간부문의 고비용구조화는 어쩔 것인가. 또한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이 신규일자리 창출에 짐이 될 개연성도 크다. 과도기적인 혼란은 점입가경이다. 경인지역에는 대다수의 취업예비자들이 공공기관에서 알바라도 하겠다며 줄서는 바람에 관내 중소기업들의 구인난이 더 심해졌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압박으로 대형마트와 외식 프랜차이즈, 편의점에서는 비정규직 채용을 대폭 줄이고 있다. 경방이나 전방처럼 아예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하려는 움직임마저 간취된다. 수많은 판촉사원들은 해고걱정에 전전긍긍이다. 대형마트의 갑질 규제 목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3일에 발표한 '대형유통업체와 중소 납품업체 간 거래관행 개선방안'이 발단이었다. 판촉비용은 대형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에 분담하도록 법제화되어 있으나 판촉에 사용된 납품업체 종업원의 인건비는 분담규정이 미비하다. 공정위는 납품업체 종업원 사용에 따른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이익을 얻는 비율만큼 인건비도 분담하도록 법적 근거를 명시하고 이익비율 산정이 곤란할 때는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절반씩 부담하도록 유통업법을 개정해서 연내에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이마트의 경우 판촉사원수가 점포당 평균 70명으로 가장 많고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각각 40여명 수준인데 이마트의 전국 점포수 147곳이고 홈플러스 142곳, 롯데마트 122곳 등으로 유통 3사에만 총 2만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공정위의 발표대로라면 유통 3사의 내년도 연간 판촉사원 인건비 부담이 최소한 2천억원을 상회한다. 납품업체 파견 직원비중이 90%인 백화점들은 속수무책이다. 벌써부터 판촉사원을 안 받겠다는 루머들이 흘러나오는 이유이다.새로 정책을 추진할 때 약간의 혼선과 부작용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새 정부의 노동개혁은 임시직과 중소기업 등 사회적 약자들이 대상이어서 한 치라도 소홀할 수 없다. 비정규직에 대한 정확한 범위가 정해지지 않은 데다 정부의 구체적인 세부실천 방안이 미비한 탓이다. 보다 정교한 대처를 주문한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7-08-29 이한구

[경인칼럼]적폐가 청산되려면

'제도화 위한 입법 관철' 부단한 野 설득 필요 구조화 된 기득권 지배연합 혁파하기 위해선 시민 지지, 의회 정치과정에 제대로 투입돼야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은 성공적이다. 지지율 80%의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보여 준 소통 행보가 지난 정권에 대한 기저효과와 맞물려 높은 지지로 나타나고 있는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높은 지지율의 원인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기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신뢰다. 국정과제에 적폐청산이 일차적 과제로 제시되어 있지만 국정원 댓글 부대 운영과 같은 선거 개입, 국가권력을 농단하고 사유화한 정치세력에 대한 처벌이 의미를 가지려면 개발독재 때부터 구조화된 기득권 연합에 대한 해체가 수반되어야 한다. 촛불 민주주의로 상징되던 시민의 참여가 일상적으로 정치를 좌우하긴 어렵다. 그러나 대의제가 더 이상 현대정치의 본질일 수만은 없다. 특히 우리는 지난해 가을부터 미증유의 국정농단에 대해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절차에 입각하여 불의한 권력을 심판했다. 물론 국회에서의 탄핵안 의결은 대의제 민주주의에 의한 절차를 따랐지만 이를 추동한 원동력은 시민권력이었다. 주권자에 의한 정치참여가 아니었으면 당시의 정황상 국회에서의 탄핵의결도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시민의 힘에 의한 정치적 의사 결정에 대해 새로운 각도로 조망할 필요가 있다. 보수적 시각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강조한 직접민주주의에 대해 대의제 민주주의를 우회할 가능성을 염려한다. 그러나 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의제 민주주의는 정치적 합의이다. 국회를 거치지 않고 무슨 수로 입법을 한단 말인가. 시민의 정치참여가 대선·총선·지방선거 등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으로 충족될 수는 없다. 시민의 힘이 조직화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대의 민주주의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 단순히 정기적이고 주기적인 선거만이 있는 절차적 민주주의와 시민의 감시와 견제가 없는 의회민주주의는 민의를 심각하게 왜곡할 수 있다. 특히 지금의 여소야대의 정국구도에서 이러한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 비단 우리나라에서만이 아니라 의회는 정치엘리트들의 정치권력을 둘러싼 각축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대의제의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지 않으면 대의제는 최소한의 민주주의에만 머무는 '지연된 정치제도'로 전락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정당지지도가 50%에 달하는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의 지지율 수치 자체가 의미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여소야대 국회가 지금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도 할 수 없다. 국정유린과 헌법농단은 대의 민주주의의 왜곡된 형태인 위임민주주의에 의해 가능했다. 제2의 위임민주주의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시민적 에너지의 공론화는 긴요하다. 참여민주주의나 토론민주주의, 숙의민주주의라는 형태의 직접민주주의적인 모델이 완전히 제도적으로 정착되어 있지는 않지만 한국사회는 이미 직접민주주의와 간접민주주의를 적절히 조화시킴으로써 4·19 혁명 이후 빛나는 국민주권주의의 전범(典範)을 다시 썼다.정권의 차원에서도 지금의 정당구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절차적 정당성을 우회할 수 없다. 야당이 여소야대에 기대어 '비판을 위한 비판'에 매몰되더라도 이를 비난만 한다면 사회의 관행화되어 있는 정치엘리트와 경제엘리트의 부당한 동거와 유착을 끊어내지 못한다. 제도화를 위한 입법을 관철시키기 위한 부단한 야당 설득이 필요하다. 설득의 에너지는 당연히 시민권력으로부터 나온다. 시민의 에너지가 포퓰리즘으로 흐르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집단지성의 위대함을 우리는 이미 목도했다. 전근대적이고 봉건적인 기득권의 연결고리들로 공고화된 지배연합과 구조적 부조리를 혁파하기 위해 시민의 지지가 의회의 정치과정에 제대로 투입되어야 한다. 그래야 적폐가 청산된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

2017-08-22 최창렬

[경인칼럼]관급공사의 '기울어진 운동장'

새 정부와 여당 '적폐 청산' 입에 달고 다니는데수주현장의 불공정 유발인자 안 보이는것 같다'뻔한 적폐' 못 보는건지 안 보는건지 왜 놔둘까 2009년 말 경기 북부 지자체 입찰담당 공무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그는 건설업체로부터 3차례 8천만원을 받고 평가위원 명단을 알려줬다. 신도시 복합커뮤니티센터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키 맨(Key Man)'인 그를 돈으로 유혹했다. 금품과 명단이 교환됐다. 건설사는 새벽부터 평가위원 집 앞을 지키다 돈다발을 건넸다. 평가위원인 대학 교수가 1천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았다고 자폭하면서 탈이 났다. 건설사 간부와 직원, 평가위원, 공무원 등 17명이 처벌을 받았다.다른 업체가 평가위원 후보자 25명에게 2~3년간 향응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관리한 비리도 드러났다. 29명이 무더기 사법 처리됐다. 건설업체와 교수, 공기업 직원, 공무원, 현역 군인이 연루된 '먹이 사슬'이 공개됐다.경기도 건설기술심의위원회는 토목·건축·도로·교통 등 23개 분야 전문가 200여 명으로 운영된다. 기술사 등 일정 자격을 갖춘 공무원, 대학교수, 관련 업계 전문가들이다. 2년 임기에 공모를 받아 선발된다. 경기도와 산하기관이 발주하는 대형 사업의 기술심사를 한다. 발주처는 심의위가 산정하는 기술점수 60점에 가격점수 40점을 더해 수주 업체를 정한다.심의위가 구성되면 건설사는 학연·혈연·지연을 통해 탐색에 나선다. 직원 한 명이 2~5명씩 전담 마크를 한다. 치밀하고도 집요한 접근전이 전개된다. 이들은 '노출된 만남'을 극히 꺼린다. 꾸준하고 은밀하게 관리해야 하는 게 업계의 불문율이다. 자격증을 가진 공무원과는 10년이 넘도록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다. 사무관, 서기관이 되면 밥값을 하게 된다.300억원이 넘는 관급공사는 대기업과 지역 업체가 컨소시엄을 해야 한다. 도 조례로 정했다. 지역 업체 지분은 최대 49%다. 삼성 현대 등 국가대표가 종종 3부리그 선수와 어깨동무를 하는 이유다.합체한 '식구(食口)'는 역할을 분담한다. 기술심사 평가는 대기업이 전담한다. 지역 업체의 시공능력이나 재무제표는 쓸모가 없다. 도 조례에 지역 업체를 평가하는 항목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결정타를 날리는 건 3부리그 선수라는 게 업계 정설이다. 대관(待官) 업무에, 심의위원들을 움직이는 정무(政務)에서 지역 업체 간 우열(優劣)이 갈린다.올 상반기 경기도 신청사 입찰에는 3개 컨소시엄이 나섰다. 특정 컨소시엄이 유력하단 설이 돌았다. 주관사만 보면 도급순위가 아래다. 수차례 전투에서 승리한 도내 3부리그 선수가 '한 식구'였다. 예상은 맞았고, 뒷말이 남았다.발주 공고가 나면 지역 업체가 대기업에 먼저 손내미는 게 상례지만 반대일 때가 있다. 잘나가는 회사라면 사정이 다른 것이다. 정보를 미리 캐내 대기업에 선 제안을 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초기 비용을 지역 업체가 냈지만 n분의1이 많아졌다. 대기업이 쏠 때도 있다. 위상이 달라지면서 갑과 을이 바뀐 것이다.몇몇 특정 지역 업체의 싹쓸이 이면에는 '불공정 게임 룰'이 작동한다. 시공능력과 재무제표가 소용없으니 정무에만 매달린다. 유능한 현장 기술자가 아닌 퇴직 공무원을 중용하는 이유다. 수주만 하면 현장에 가지 않고도 지분을 챙길 수 있는 '일그러진' 구조다. 이러니 국가대표가 3부리그 선수 눈치를 보는 거다. 무능해도, 공사현장을 몰라도 되는 법과 제도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없다.중앙부처 관리들은 건설산업법을 줄줄 외운다. 도(道) 공직자들은 조례안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긴다. 새 정부와 여당은 '적폐 청산'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런데 이들 눈에는 관급공사 수주 현장의 불공정 유발인자(誘發因子)는 안 보이는 것 같다. 왜 뻔한 적폐를 그냥 놔두는가. 못 보는가, 안 보는 건가./홍정표 논설실장홍정표 논설실장

2017-08-15 홍정표

[경인칼럼]'갑질문화' 청산해야

박찬주 대장 부부 공관병 노예처럼 부려사회 모든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악행''역지사지' 정신으로 제도·의식 변화 필요박찬주 육군대장 부부의 공관병 '갑질' 사건이 보도되면서, 군 내부는 물론 사회 전반으로 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군 인권센터에 의하면 박찬주 대장 부부는 공관병들에게 전자팔찌를 채운 채, 호출벨로 호출하여 요리와 청소 세탁 등의 가사일을 시켜왔다는 것이다. 공관병에게 모욕적인 언사와 물건을 집어던지기는 다반사이고, 처벌로 밤샘일을 시키거나 전방전출 위협도 일삼았다는 것이다. 군 최고 지휘관이 나라를 지키려고 입대한 국민의 아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것도 모자라 가혹행위까지 일삼았다 하니 국민의 공분이 클 수밖에 없다.'갑질'이란 권력자가 약자나 아랫사람에게 행하는 부당한 행위를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갑질'이라는 말은 최근 폭로된 사건들을 가리키는 말로는 가벼워 보인다. 공관병은 사령관 부부로부터 일상적으로 폭언과 모욕, 협박과 폭력에 시달렸고, 호출벨을 착용하고 호출에 반사적으로 행동하는 동물처럼 취급받았다. 국토와 국민을 수호하고 있는 군인들과 군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이같은 범죄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 스스로 명예롭지 않다고 병사가 어떻게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군대의 갑질은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사실상의 이적 죄에 해당한다는 관점에서 철저히 개혁해야 한다. 적폐의 표본이 되고 있는 공관병 제도를 우선 바꾸어야 한다. 군인은 가장 엄격한 지휘명령 체계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전투명령이 아니라면, 인간의 존엄성이나 인권을 훼손하는 부당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의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문제는 군대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갑질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에 만연한 갑질문화는 적폐 청산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학교나 회사, 공직 사회 등을 비롯하여 인권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는 조직의 경우 자체 인권감시제도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프랜차이즈 회사에도 갑질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가맹본부의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가맹본부와 점주 사이의 계약내용에 대해 사회적 압력이 작용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가맹점주들이 모인 단체의 위상을 대등하게 강화하여 가맹본부와 협상력을 높여 나가지 않으면 고질적인 갑질문화를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의 총수나 임원, 특히 가맹본부도 '인간'을 경영철학의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 현대적 기업은 인간 가치를 존중하는 '착한' 기업이어야 한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사회적 기여도를 높여가야 한다. 최근의 사례처럼 기업 총수의 갑질과 횡포로 인해 기업이 그동안 피땀 흘려 쌓아 온 가치를 일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갑질은 박찬주 대장이나 조현아 부회장처럼 높은 권력자들만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편의점이나 식당 주인과 점원간에, 직장의 상사와 부하직원 처럼 사회의 모든 인간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갑질 근절을 위한 각종 제도의 개선과 함께, 사회전반의 의식 변화도 따라야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게 해서는 안된다(己所不欲勿施於人)'는 논어의 상식적인 윤리의식이 새삼스럽게 요청되는 시대이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7-08-08 김창수

[경인칼럼]우리 아파트 '연못'은 살아남을까

아파트 생태연못 예쁜 풍광 바라보는 즐거움 아이들 물속 뛰어들며 수초·나무 훼손 '눈살''나만의 즐거움' 아닌 '공존의 법칙' 가르쳐야지난해 가을, 집을 줄여 옮겼다. 큰 아이를 시집보낸 뒤 그리 크지도 않은 공간이건만 집안이 늘 휑뎅그렁했다. 경기도 외진 곳의 연구소에 있는 작은 아이도 주말에만 집에 온다. 노상 우리 부부만 지내는 공간은 빈 곳이 많아 낭비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좀 작은 아파트를 찾아다녔다. 마침 사는 곳 바로 옆에 새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고 있었다. 이사 온 집은 3층이다. 집에서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정원 때문에 우리 부부는 주저 없이 저층을 선택했다. 웬만한 학교운동장 크기의 푸르고 너른 잔디밭을 가운데 두고 느티나무, 회화나무, 보리수나무, 적단풍, 적송과 오엽송, 키 작은 눈주목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한 쪽에는 개울처럼 굴곡이 진 생태연못이 놓였다. 길이가 족히 70∼80미터는 되는 이 생태연못이 우리 아파트의 '핫 스팟'이다. 크고 작은 자연석과 나무들, 그리고 계절마다 바뀌며 피는 꽃들과 야생초들이 잘 어울렸다. 작은방에서부터 거실을 거쳐 안방에 이르기까지 집안 어느 곳에서나 그림처럼 눈에 들어오는 이 예쁜 연못을 보는 즐거움이 컸다. 매일 아침 창문을 열면 리조트에 와있는 것 같았다. 우리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인할 때마다 흐뭇했다. 아뿔싸!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봄날이 가물자 동네 개구리란 개구리들은 죄다 이 연못으로 모여들었나 싶었다. 그 개구리들이 알을 낳았다. 그 알이 올챙이가 되어 물속을 꼬물꼬물 헤엄쳐 다녔다. 소금쟁이까지 수면 위를 동동 떠다니자 우리 아파트 꼬맹이들이 서서히 연못으로 모여들었다. 개구리가, 올챙이가, 소금쟁이가 그저 신기하기만 한 녀석들은 그것들에 시선을 빼앗긴 채 연못 주변 풀과 꽃들을 마구 밟고 다닌다. 어디 그뿐인가. 끓는 피와 기운을 미처 다스리지 못하는 서너 녀석이 기어코 물속으로 텀벙 뛰어들었다. 이내 사내아이 계집아이 가리지 않고 연못으로 뛰어들어 '자연체험' 하느라 야단법석이다. 심지어 애들 아빠들까지 바짓단 걷어 올리고 뛰어들어 '추억놀이'를 한다. 그 덕분에 계절마다 피는 꽃과 잔잔한 풀들이 보기 좋았던 연못가에 아예 황토색 길이 생겨났다. 나뭇가지들이 뚝, 뚝, 부러져 나갔다. 물속 수초들의 허리는 반으로 꺾였다. 내 몸에 생채기가 난 듯 아팠다. 극심한 스트레스였다. 참다못해 창문을 열어 아이들을 타일렀다. 경비실에 전화를 걸어 단속을 좀 하시라고 부탁했다. 주민게시판에는 대책을 요청하는 글도 올렸다. 나만 '괴팍한' 아저씨였던 건 아니었나보다. 최근 입주자대표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단다. 그리고 며칠 뒤, 연못 위를 가로질러 작은 목교(木橋)가 놓여졌다. 다리 위에서라도 볼 수 있게끔 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일 게다. 배려와 발상이 돋보인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못될 것이다. 출입금지 푯말을 세우고, 금줄을 쳐도, 아이들은 여전히 연못가에 길을 내고, 물속을 헤집고 다닐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교육이 '공존(共存)'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그 의미와 가치를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즐거움이 함께 사는 다른 이들에게는 불편함과 불쾌함이 될 수 있다는 그 명백한 사실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의 즐거움이 골고루 나눠져야 하는 공간인 아파트 생태연못 속에서 내 아이가 개구리 잡고, 올챙이 잡고, 소금쟁이 잡는 혼자만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걸 대견하게 지켜보는 게 허용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걸 자연체험쯤 된다고 생각하는 반교육적 사고가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내 아이의 즐거움이 중요한 만큼 '공존의 법칙' 또한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게 될 세상이 깨지지 않고 온전하게 지속되길 바란다면./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7-08-01 이충환

[경인칼럼]경인권 대학도 지역인재 혜택을

공공기관등 지역출신 채용 30%이상 할당경기·인천 대학에 진학한 유학생들 '씁쓸'총장들 역차별 주장 '지방대학 지정' 요구문재인정부가 '을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가맹점에 상습적으로 갑질(?)했던 프랜차이즈 오너들이 전전긍긍하고 호식이 두 마리치킨 회장님은 정부의 철퇴 예정에 모골이 송연하다. 소상공인 세제혜택과 카드수수료 인하, 최저임금 인상, 세입자보호 강화 등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빈사지경의 지방대학에도 하반기 취업시즌에 즈음해서 서광이 비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의 로망인 '신의 직장'에 대한 지방대생들의 취업기회가 한층 넓어진 것이다. 정부는 8월부터 모든 공공부문 신규모집에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 지역인재 30% 할당제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지방이전 공공기관과 공기업 본사들이 소재한 지역 학교 졸업예정자들이 혜택을 더 많이 볼 예정이다.지역인재 채용할당제란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전체 모집인원의 30% 이상을 본사 소재지 광역자치단체에서 최종학교를 졸업한 사람으로 채우는 제도로 그동안은 성과가 신통치 못했다. 혁신도시법과 지방대육성법의 경우 공공기관과 상시근로자수 300인 이상 기업은 신규 채용인원의 일정비율(35%) 이상을 지역인재로 채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만 규정했을 뿐 의무사항이 아닌 때문이다. 블라인드채용이란 입사지원서에 사진, 가족관계, 출신지역, 학교, 전공, 성적 등의 기재를 금지하는 대신 지원한 직무와 관련한 과목이수 및 교육과정 정도만 기재하면 된다. 고학력과 자격증 등 고(高)스펙 아니면 서류도 내밀기 어려운 채용시장을 감안할 때 지방대생들에겐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중앙부처 산하 공공기관들의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예정인원만 1만여 명에 이른다.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공부문 신규채용 때 서울소재 대학이나 지방대 출신이 똑같은 조건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이번 하반기부터 당장 실시했으면 한다"는 발언이 발단이었다. 그 와중에서 문 대통령은 지역인재 채용실태에 대해 "공공기관에 따라 어떤 곳은 10%도 안 될 정도로 지역별 편차가 심하다"며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를 30%선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기준을 세우고 당장 실행할 것을 주문했다.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30% 채용은 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던 것이다.국토교통부는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를 법으로 의무화하고자 혁신도시법 개정작업에 착수했다. 지지부진한 혁신도시 효과 제고를 통한 국토 균형발전은 물론 사회형평화 차원에서도 타당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국회에는 총 5건의 지역할당제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의 지방공기업 지역인재 35% 이상 채용 의무화 법안 및 이찬열 의원의 30% 지역인재 채용비율 의무화 추진이 대표적이다. 지방소재 각 지자체들은 물실호기라며 이참에 지역할당의무화 작업을 밀어붙일 태세이다.그러나 반발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방에서 출생해 그 지역의 초중고를 졸업하고 타지에서 대학을 졸업했을 경우 혜택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 공부 열심히 해서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고 이를 위해 비싼 등록금과 주거비,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불편함도 기꺼이 감수했건만"하는 어느 유학생의 자조가 씁쓸하다. 지역인재 채용의무화 강제의 위헌논란도 주목대상이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를 공약했으나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채용장려제로 전환했었다.그러나 누구보다 참담한 사람들은 경기도와 인천 소재 대학 재학생들이다. 오죽했으면 지난달 21일에 경인지역 32개 대학 총장들이 대학여건이 지방대학보다 나은 게 없는데 서울소재 대학과 함께 한꺼번에 수도권 대학으로 분류되어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정부에 대해 지방대학 지정을 요구했겠는가. 계륵신세의 서울변두리 대학생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 정부는 경인지역 대학생들의 '을의 눈물'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7-07-25 이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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