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적폐청산에 담대함이 필요하다

갈등 조정이라는 정치의 기능 뛰어 넘는사회 각 부문 간극 좁히는 협치 가동돼야野 동의 안하면 유권자 정책연대 모색도새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80%를 넘나드는 고공행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헌정을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한 지난 정권의 대통령과 대비되는 반사이익의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기본적으로 적폐청산과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혁신에 대한 시민의 기대가 배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기야말로 개혁의 주춧돌을 놓는 골든타임이다. 이 시기에 개혁의 기초 공사를 다져놓지 않으면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지지율은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다. 정부가 새로 바뀌었으나 아직 내각의 장관이 모두 확정되지도 않았다. 정부의 얼개를 짜는 정부조직법은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새 정부는 촛불혁명에 의해 가능했다. 따라서 보수정권이나 진보정권 간의 정권교대나 이념 성향이 다른 정당간의 정부교체와는 차원이 다른 정권교체다. 그러나 새 정부의 결기와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일상적 정부교체와 정권교체의 층위와 뚜렷하게 차별되지 않는다. 여권 내부의 팀플레이도 동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무총리의 존재감이 보이지 않음은 물론 집권여당 대표의 언술이 엇박자를 내곤 한다. 정치문법이 바뀌지 않아서이다. 한국의 정당체제에서 순치되어 온 정당문화 그대로다. 선거제도와 정치제도가 그대로인데 정치문법이 바뀔 리가 없다. 구조적인 문제다. 정치인들에게 의식의 변화를 주문한다는 것 자체가 연목구어다. 그럼 이대로 임기 5년을 여야 대치, 정국 정상화, 강경 대치의 반복을 되풀이해야 하나. 정치가 복원되어야 한다. 갈등의 조정이라는 정치의 기능을 뛰어 넘는 사회 각 부문의 간극의 접점을 찾는 협치가 가동되어야 한다. 협치가 여야의 대화를 의미하는 좁은 의미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당간에도 협치를 못하는 판국에 작동원리와 목표지향이 다른 분야간의 이해를 조정하는 것이 언감생심 가능하겠는가. 그러나 기득권과 비주류 소외 계층 간의 화해 없이 적폐청산은 한낱 정치적 수사에 다름 없다. 국정농단세력에 의해 은폐되고 감춰져왔던 사실을 바로잡고 진실을 규명하는 적폐청산이 일차적 정권의 목표라면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와 공고화된 상층 계급의 기득권의 진지를 허무는 작업은 촛불혁명의 보다 궁극적인 목표이다. 이러한 작업은 법과 제도의 틀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려운 소이이다. 지금의 정당체제에서 여야의 협치라는 협애한 목표에 매달리다간 일상적 입법 조차 해내기 어렵다. 그렇다고 인위적 정계개편에 시동을 걸 수도 없다. 선거를 통한 정당체제의 재정렬도 불가능하다. 정권이 소명의식과 역사인식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하여 이를 바탕으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되 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유권자에 의한 정책연대를 모색하는 전략을 고민해 봐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국민을 설득하고 지지율을 권력의 동력으로 삼아 개혁을 추진해 나가느냐다. 이를 위한 선행조건은 집권세력의 결기와 담대함이다. 절차적 정당성에 입각하지 않으면 권위를 확보할 수 없고 민주성도 담보할 수 없다. 그러나 절차와 기존의 정치문법에 너무 집착하는 유약함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선출된 권력으로서 대통령이 갖는 도덕적 권위는 민주적 정통성 이상을 담지하지 못한다. 내각의 구성인자들의 도덕적 우위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이를 상쇄할 실천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각 부문 별로 사회적 원심력을 부추기는 요인을 찾아내는 작업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실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처방이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이 유기적이고 입체적으로 정권차원에서 이루어질 때 120석의 소수집권당은 한계가 아니다. 청문회에서 많은 흠결이 제기되었던 내각일지라도 여론에 부응하고 촛불혁명의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개혁과 적폐청산을 밀어붙일 수 있다. 국민의 지지와 신뢰가 그 힘이다. 지금까지의 정치적 관행 및 인식과 결별하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 5년도 여타의 정권과 같은 진화과정을 거치고 소멸해 갈 것이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

2017-07-18 최창렬

[경인칼럼]걱정 앞서는 '김상곤 호'

한쪽만 바라보는 '편향' 다른 편은 아우성 교육에 정치색 덧칠한 그의 정책 '파열음'개혁안 5~10년 못 버틸 '반쪽짜리 상품들'김상곤 교육장관은 난관을 극복하고 임명장을 받았다.유례가 드문 1박 2일 청문회 행군에도 김상곤 후보자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꼿꼿하고 당당했다. 논문 표절 의혹은 '당시에는 연구 관행', 사회주의자란 이념 공세에는 '나는 자본주의 경제학자'라고 맞받았다.청문회가 끝나기도 전, 먼저 주저앉은 건 야당 의원들이다. 헛심만 쓰다 제풀에 쓰러졌다. 야당은 후보자에게 화력(火力)을 집중할 수 없었다. 여당 의원들과 힘겨루기를 하느라 그나마 남은 배터리를 소진해 버렸다. 여느 청문회와는 다른 양상이다. 야당 의원들은 과녁 반대쪽으로도 화살을 겨눴다. 여야 의원들이 서로 싸우고, 후보자는 지켜보는 해괴한 청문을 봤다. 호남이 절실한 국민의당은 청문 보고서 채택을 도왔다. '부적격하다'는 꼬리표를 달고.대통령이 그를 지명했을 때 직감했다. 낙마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다른 교육장관 후보자에게는 사약이 됐을 논문표절 논란도 (그에게는) 별 게 아닐 것이다'. 그의 지인들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철벽 내공(內功)을 잘 알고 있기에.경기교육감 시절 일이다. 당이 다른 보수 정치인 김문수 경기지사는 무상급식과 학교용지분담금 등 사사건건 그와 맞섰다. 결과는 백전백패. 당시 교육 업무를 맡은 도청 간부는 교육감 때문에 김 지사에게 수차례 꾸지람을 들었다. 합의된 것으로 알고 보고했는데 교육감이 언제 그랬느냐며 오리발을 내미는 바람에 바보가 됐다는 거다. 김상곤 특유의 애매한 발언을 섣불리 단정해 빚어진 참사다. 그 간부는 '정신 바짝 차리는데도 늘 당하기만 해 스트레스가 엄청났다'고 한다.교육감인 그와 식사를 했다. 대게 밥 사는 쪽 어른이 대화를 주도하고 얻어먹는 쪽은 말 수가 적은 게 상례이지만, 그는 달랐다. 시종 듣기만 했고, 이것저것 물어봐도 대답은 짧았다. 옅은 미소에 온화한 표정으로 허리를 곧게 폈다. 내내 같은 자세다. 보는 것으로도 숨이 차오른다. 가만 앉아서도 상대를 질리게 하는 등선(登仙)의 경지다. 다른 자리에서도 그런가 했더니,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수년 전 지역의 한 교육청은 유례없는 승진 인사로 들썩였다. 교육장은 부교육감으로 영전했고, 교수학습국장은 교육장이 돼 옆 방으로 옮겼다. 교육장이 부감이 된 거나 국장이 해당 교육장이 된 것 모두 전례 없는 파격이다. 과장(사무관)은 국장(서기관)이 돼 부임지로 떠났다. 부감이 된 교육장은 교육감과 동향이었다. 내 사람 챙기기와 인사를 통한 조직 장악의 혁신 사례다.그가 교육부 관리들을 다루고 조직을 휘어 잡는데 긴 시간은 필요치 않아 보인다. 학생운동에, 교수에, 교육감을 지냈다. 이미 먹던 밥이다. 교수를 하면서도 시민운동을 했고, 전교조와도 가깝다.스타일은 구겼지만 공력(功力)으로 무장한 '김상곤 호(號)'는 얼마간 순항할 것이다. 정권 초기의 추진 동력이라는 든든한 원군도 있다. 어지간한 저항 군(軍)은 막아설 '깜'이 못 된다.문제는 편향(偏向)이다. 한쪽만 바라보니 다른 편은 아우성이다. 취임하자마자 '특권교육을 청산하고 교육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고 했다. 세종청사는 그의 철학을 담아내려 바쁘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 자사고·외고 폐지, 혁신학교 확대.교육에 정치색을 덧칠한 그의 정책엔 찬반 꼬리가 붙는다. 자사고 폐지는 국민 절반이 찬성하지만, 40%는 절대 안 된다고 한다. 이를 두고 진보와 보수가 또 파열음을 낸다.정권마다 바뀌는 교육 정책은 혼란과 불신만 키웠다. 국민들은 '이번에는 제발 바꾸지 못할 백년대계(百年大計)를 내놓으라'고 한다. 그런데 그가 꺼낸 개혁안은 5년, 길어야 10년을 못 버틸 반쪽짜리 상품들이다. '김상곤 선장'의 출항에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까닭이다./홍정표 논설실장홍정표 논설실장

2017-07-11 홍정표

[경인칼럼]윤리의식의 재정립이 필요한 대학원

대학들 평가 의식 경쟁에 목매어 인권 소홀교수와 학생 관계 학문적 동반자 인정해야가이드라인 실천여부 등 자료로 반영 필요대학원생이 지도교수에게 사제폭발물을 보내는 충격적 사건에 이어 대학원생들이 지도교수의 가혹행위를 폭로하고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사태가 명문사립대에서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대학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국내 대학들은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며 대학원 기능을 강화해왔다. 정부도 현재 전국의 주요 대학을 세계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해 투자를 늘려 왔다. '두뇌한국21 사업'(BK21), '누리사업' 등을 통해 국내 대학의 연구경쟁력은 강화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학문 후속세대로 국가의 미래를 열어 가야할 주역이라 할 수 있는 대학원생들의 교육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최근 서울대 인권센터가 발표한 '2016 인권실태 및 교육환경 조사'에 의하면 대학원생 34%가 폭언과 욕설을 겪고 있으며, 14.6%는 집단 따돌림을 경험하고 있으며, 40%는 조교나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도 적절한 보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의 개인업무 수행이나 논문 대필 등의 비윤리적 행위도 강요되고 있다고 한다. 대학원생의 19.4%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우울증 경험률은 학부생의 우울증 유병률 (7.5%)의 3배에 달하는 수치이며, 한국인들의 우울증 평균 유병률(5%)의 4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대학원생은 학업과 연구를 동시에 수행하는 피교육자, 연구자인 동시에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연구실 행정을 분담하는 노동자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지도교수와 제자라는 특수한 관계 때문에 인권침해가 발생해도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개선도 더딘 실정이다. 대학교수가 성추행이나 가혹행위를 해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지도교수와 제자라는 특수한 관계 때문이다. 국내 대학들이 대학평가를 의식한 경쟁에 목을 매달고 있는 것도 대학이 인권을 소홀히 하는 배경이다.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은 학문후속세대가 아니라 지도교수의 논문발표나 연구프로젝트와 같은 성과 달성을 위한 노동력으로 취급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식 공동체인 대학원에도 새로운 윤리의식의 정립이 필요하다. 사제관계에 대한 우리의 전통에는 스승과 제자를 수직적으로 보는 봉건적 의식이 남아 있다. 문하(門下) 관계의 전통은 책임 있는 스승과 헌신적인 제자의 모습을 상기시키지만 자칫 폐쇄적 가족주의나 파벌주의로 흐를 우려도 있다. 대학원이 참된 지성의 공동체가 되려면, 대학의 구성원들이 교수와 학생간의 관계를 학문적 동반자 관계로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학원생들의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 금지, 학업·연구권, 복리후생권, 안전권, 연구결정권 및 부당한 일에 대한 거부권, 사생활 보호권, 지식재산권, 인격권 등 대학원생의 권리를 담은 '대학원생 인권 장전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지만 그 실천은 대학의 자율에 맡겨 있다. 문재인 정부도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고 인권위의 권장 사항의 이행여부를 기관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앞으로 교육부 업무평가, 그리고 개별 대학에 대한 평가에서 대학의 인권 전담기구 설치와 운영, 인권교육 실시, 인권가이드라인 실천 여부 등을 중요한 평가 지표로 삼아 반영할 필요가 있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7-07-04 김창수

[경인칼럼]맬서스의 '덫'과 히로야의 '소멸'

인천미래, 인구 불균형 맞추는데 달려 있어일자리 없고 당국은 욕이나 먹는 낭패 상황'삼백만이니… 뭐니' 숫자에 매달릴 때 아냐 "그러나 이렇게 넓은 서울도 삼백칠십 만이 정작 살아보면 여간 좁은 곳이 아니다. 가는 곳마다 이르는 곳마다 꽉꽉 차있다. 집은 교외에 자꾸 늘어서지만 연년이 자꾸 모자란다. 일자리는 없고 사람은 입만 까지고 약아지고, 당국은 욕사발이나 먹으며 낑낑거리고, 신문들은 고래고래 소리나 지른다."작가 이호철이 1966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소설 '서울은 만원이다'의 한 대목이다. 1960년 240만 명이었던 서울의 인구는 1965년 340만 명으로 불어났다. 불과 5년 만에 100만 명이나 증가한 것이다. 다시 1년 후, 1966년 말에는 380만 명으로 그야말로 '폭발'하듯 늘어났다. 소설은 산업화로 인한 서울의 팽창 과정에서 신산한 삶을 이어가야 하는 도시하층민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어른들은 벽돌과 슬레이트로 아무 데나 뚝딱 집을 지어 올렸다. 아무 데나 물을 버리고 자주 싸웠다. 다리 밑에서 살던 친구도 있었다. 어른들은 모두 가난했다.… 국자는 아카시아 나무를 타다 떨어져 죽었다. 봉천동에서 나는 여러 명의 친구를 얻기도 했지만 여러 명을 잃기도 했다."서울 변두리는 못사는 사람들의 거처였다. 2003년도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조경란의 '나는 봉천동에 산다'는 '봉천동 산 1번지'에서 자란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개발의 여파로 도심에서 밀려난 사람들과 지방에서 상경한 이들이 꾸역꾸역 몰려들었다.'인구론'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맬서스(Malthus, 1766~1834)는 비관적 경제론자였다. 인류는 가난을 극복하지 못한다고 믿었다. 인류의 진화를 부정하는 그에겐 인구 증가가 악의 근원이고, 인류의 재앙이었다. 이른바 '맬서스 트랩(Malthus trap)'이다. 우리도 소설이 그려내고 있는 시절처럼 그의 '덫'에 걸려든 건 아닐까 싶었던 때가 있었다. 해마다 식량난이 되풀이되자 급기야 1963년 산아제한정책이 도입됐고, 삼십년 넘게 이어졌다. 하지만 정책의 '적절한' 전환 시점을 놓치는 바람에 출산율이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쳤다.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를 넘어 고령사회(Aged Society)를 고민하는 국면이다.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이라는 낯선 단어를 접하고선 당황하고 있다.사람들이 대도시로만 몰려들어 지방은 소멸(消滅)한다는 예측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일본 내각 총무대신을 지냈던 마스다 히로야( 田寬也)는 3년 전 저서 '지방소멸'에서 앞으로 30년 안에 도쿄와 같은 대도시만 생존하는 '극점사회(極點社會)'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내놓은 '저출산·고령화에 의한 소멸지역 분석' 보고서도 그 연장선 상에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29개 시·군·구의 74.7%, 171개가 최악의 경우 '소멸'까지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인천에선 송도와 청라국제도시를 안고 있는 연수구와 서구, 그리고 남동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모두 해당된다. 한편 엊그제 발표한 정부의 인구 추계로는 인천 인구가 2036년 이후까지 꾸준히 늘어난다. 그 무렵 부산을 뛰어넘게 되고, 2045년에는 2015년 대비 8.8%, 25만 명이 증가한다.이러한 전망과 예측들을 종합하면 결론은 명확해진다. 인천의 미래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지역과 빠져나가는 지역 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달려 있다. 그걸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맬서스의 '덫'과 히로야의 '소멸'이 동시에 작동되고 현실화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일자리는 없고 당국은 욕사발이나 먹으며 낑낑'거리는 그런 낭패로운 상황 말이다. 삼백만이니, 삼백 몇 십만이니, 숫자의 허울에 매달려 있을 때가 아니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7-06-27 이충환

[경인칼럼]맥아더 장군의 오판

1945년 일본 국력 '아직 12세소년 수준' 평가해체된 재벌 '게이레츠' 란 새 그룹형태 부활독점체제 규제못해 결국 재벌정신 말살 실패1605년 12월말 영국의 귀족모험가 에드워드 미셸본 선장이 이끄는 240톤의 타이거호가 말레이반도 연안을 지날 때 낯선 정크선과 조우했다. 배에는 작고 땅딸막하며 거의 무표정인 80여명의 남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일본인을 생전 처음 본 것이다. 일본인들은 영국인 선원들을 자기 배로 초대해서 극진히 접대했다. 미셸본은 답례로 일본 선원들을 타이거호로 초대해 술과 음식을 대접했다. 주흥이 무르익자 일본인들은 별안간 악마로 돌변해 영국인들을 칼로 마구 베었다. 그러나 일본인 해적들은 영국인 창병(槍兵)들과는 상대가 안됐다. 일본 선원들은 사면초가에 빠지자 소름끼치는 비명을 질러대며 일제히 영국군 측으로 돌진해 장열하게 최후를 마쳤다. 22명의 일본인 중 단 한명만 살아남았다. 영국인들은 이 볼품없고 왜소한 동양인들의 집단 광기(狂氣)에 혀를 내둘렀다. 미셸본 선장이 일본인들의 겸손한 외양에 속아 화를 자초했다. 당시 일본인들은 흉포하기로 악명이 높았기 때문에 동남아 전 지역에서는 일본선원들이 육지에 상륙하기 전에 반드시 무장해제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미셸본은 몰랐던 것이다. 영국인 작가 가일스 밀턴이 대항해시대 유럽의 여러 모험상인들의 일지 등에 기초해서 완성한 '향료전쟁'의 한 장면이다.일본의 속담에 '밤길도 함께 가면 무섭지 않다'는 말이 있다. 일본인들의 절제는 세계최고이다.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자세도 으뜸이다. 또한 작업 중에는 대체로 무표정이어서 상대방이 감정을 헤아리기 어렵다. 그러나 축제(마쯔리) 때는 무표정이 사라진다. 억제되었던 감정이 폭발해 자유분방하게 행동한다. 반나체의 남성들은 몇 톤이나 되는 미고시(神輿; 신위를 모신 가마)를 짊어진 체 서로 당기고 거칠게 소리 지르며 열정을 불태운다. 일본인 특유의 집단최면 즉 '감바로우(최선을 다해 끝까지 해보자)'라는 정서적 일체감이 낳은 결과이다. 자칫 감바로우정신의 방향이 바뀔 경우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엄청난 일도 군중심리에 의해 일으킬 개연성도 없지 않다.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한 가지 일에 에너지를 집중시키다 보면 주변에 무감각해지기 때문이다. 무서운 밤길도 동료와 함께 가니 즐거운 것이다. 1945년 8월 30일 일본 도쿄 인근의 아쓰기(厚木) 해군비행장에 내린 미 극동군의 맥아더 사령관은 당시 일본의 국력에 대해 '일본은 아직 12세의 소년' 수준으로 평가했다. 진주만 기습으로 미국민들이 경악하기도 했으나 일본은 여전히 미성숙하고 작은 섬나라로 비춰진 것이다.맥아더는 어린 소년이 더 이상 흉포한 괴물로 성장하지 못하도록 일본적인 것들을 없앴다. 가장 먼저 손댄 작업이 일본군대와 재벌(자이바츠)의 해체였다. 일본군과 재벌은 전혀 별개의 조직이나 일본특유의 가(家)의식으로 똘똘 뭉친 공동운명체였던 것이다. 미쓰이, 미쓰비시(三稜), 스미토모(住友), 야스다(安田) 등의 재벌을 공중분해하는 것이 미국의 전쟁목적 중 하나였다. 연합군총사령부(GHQ)는 각 재벌의 창업자일족의 소유지분을 강제로 일반대중에 매각했다. 그러나 전후에 해체된 재벌은 1960년대부터 게이레츠란 새로운 그룹형태로 부활했다. 일본경제 개방에 대비한 자국 기업들간의 합종연횡이 명분이었다. 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그룹 등에서 분리된 기업들이 다시 끼리끼리 뭉친 것이다. 그들은 정기적으로 회동해 우의를 다짐은 물론 주식을 맞교환하거나 어려울 때에는 서로 돕는다. 미쓰비시 패밀리의 사장 49명은 매월 둘째 금요일 도쿄에서 오찬회를 연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회동해 새로운 가족관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나 게이레츠는 법적 조직체가 아니어서 정부는 이 독점체들을 규제할 수단이 없다.미국은 일본 재벌들의 정신까지는 말살하지 못했다. 맥아더의 일본에 대한 섣부른 단견이 일본의 독점자본주의의 부활을 초래했던 것이다. 일본의 군사대국 복귀만 남았는데 미국인들이 이를 어찌 생각할지?/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7-06-20 이한구

[경인칼럼]다당제의 함정

민의 반영 못한다면 정치권 재편 유인 커질 수밖에한국당 제외 야당들 캐스팅보터 존재감 과다 노출現 정당체제 시민사회 균열 반영하는지 성찰 중요인수위 없이 취임한 문재인 정권에 걱정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기대 이상의 성공적 출범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는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가 84%를 기록하는 등 역대 정권 중 가장 높은 지지를 기록한 데서 잘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개혁과제 수행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성에 대한 의구심때문이 아니다. 개혁의 먹구름은 지금의 정당체제에 기인한다. 문재인 정부는 내각 구성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내각 구성 뿐만 아니라 현재의 정당체제에서 원천적으로 집권세력의 청사진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다. 칸트가 말하는 이상정치가 없는 것은 아니나 정치는 세력간의 쟁투이며 권력투쟁이 정치현상의 본질이다. 물론 마키아벨리나 국제정치학자인 모겐소(H. Morgenthau)류의 현실정치적 관점이다. 정치란 이상과 현실의 조화이고, 명분과 실리의 양극에서 접점을 찾는 작업이지만 역시 정치는 권력현상을 배제하고 논할 수 없다. 촛불혁명에 의해 탄생한 정부라 해도 예외일 수 없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당체제의 동학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정당체제를 다당체제라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다당체제란 양극단에 위치하는 패권세력인 거대정당이 적대적인 공존 논리로 정치적 기득권을 독점하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사회의 다양한 갈등이 정당체제에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념간의 간극을 메우고, 양 극단의 분극적 이데올로기를 조정하는 역할로서의 다당체제일 때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정당체제는 제3당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다당체제의 의미를 내포하지 않는다. 다당체제는 거대 정당에 의해 대표되지 않는 사회적 소수 또는 특정 계층의 이해를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여당과 제1야당을 제외한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특정 계급이나 계층을 대표하는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고 보기 어렵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정당의 이합집산의 차원에서 특정 지역의 지지를 기반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으며, 바른정당도 탄핵정국에서 정치공학적 요인에 의해 당시 새누리당에서 분당했다. 정당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창당과 소멸 과정을 반복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유불리와 정략적 차원에서 정당체제가 형성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당의 일체감이나 이념적 정체성이 수반되지 않는 정당체제의 빈번한 변화는 시민사회의 균열을 제대로 반영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정당체제에서 정당의 빈번한 이합집산은 거대 정당에 의해 대표되는 카르텔 구도의 혁파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음은 물론, 여소야대 정국은 행정부와 의회의 빈번한 마찰을 야기한다.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를 의미하는 여소야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보편적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여소야대가 국정 교착의 주된 원인으로 작동한다는 데에 있다. 대통령이 의회와 수시로 소통하고 이해와 설득을 구하는 정치문화가 일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소야대는 정권의 이념적 지향과 무관하게 여야의 극한 대립을 야기했다. 여소야대에서도 집권세력이 야당의 의사를 존중하고 국정의 동반자로서 파트너십을 유지해 나간다면 국정의 교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역대 정권의 지도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야당과의 소통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촛불시민혁명에 의해 가능했으며, 사회적 격차와 경제적 양극화가 고착화되는 사회구조의 혁파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에 직면해 있다. 비록 총선에 의해 구성된 정당체제라 할지라도 민의를 제대로 반영해 내지 못하거나, 다당체제의 의미를 살려나가지 못한다면 정치권의 재편에 대한 유인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정당 내 다양한 이념적 분포를 보이고 있는 국민의당, 바른정당도 새로운 각도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은 캐스팅 보터로서의 존재감 부각이라는 정치공학적 요인에 과다하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정당체제가 시민사회의 균열을 제대로 반영해 내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여야 모두에게 긴요하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

2017-06-13 최창렬

[경인칼럼]남 지사의 장고(長考)

경기도시공사 사장 임명 앞두고 '사면초가'도의회 '부적격자'로… 노조는 '자질' 의심결단 빠를수록 좋다… 늦어지면 일 더 꼬여경기도시공사 사장 임명을 두고 남경필 경기지사가 장고(長考)하고 있다.남 지사가 지목한 사장 내정자는 아군(我軍)이 보이지 않는다. 경기도의회는 물론이고 도시공사 노동조합까지 길을 막는다. 임명장을 주는 순간 내년 지방선거에서 낙선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으름장이다. 남 지사의 처지가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지경이다.내정자는 인천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을 지냈다. 그만두고는 업무 관련성이 있는 민간업체로 가 고액 연봉을 받았다고 한다. 공사에서 자리나 지키다 물러나 관련업계의 예우를 받았다는 게 그에 대한 부정론의 요체다.도의회가 주목하는 것은 정치적 편향성이다. 그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태극기 집회에 참가했다는 의문을 거두지 않는다. 불경하게도 이를 어물쩍 넘기려다 괘씸죄가 더해졌다. 청문회에서 망신을 주며 실컷 두들기더니 '부적격자'라고 낙인 찍었다.공사 노조는 자질을 의심한다. 성과도 못 내는 무능함에 도덕성에도 흠결이 있다는 거다. 임명하면 가만 안 있겠다고 돌아가며 피켓시위를 한다.취임이 늦어지자 시민·사회단체가 가세해 반대진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에 대한 긍정론은 찾아볼 수 없고, 동정론마저 들리지 않는다.사장 내정자의 갈등 드라마는 본방보다 예고편이 더 요란했다. 전임자의 퇴장 과정을 보면 이해가 쉽다.전임 사장은 지난 3월 임기를 불과 6개월 앞두고 스스로 물러났다. 그의 돌연한 퇴임을 예상한 이는 매우 적었다. 의외였다. 중도에 사표를 던질 일이 없는 사람이었다. 재임 중 부채를 절반 아래로 줄였고, 공사는 최우수 공기업 상을 받았다.갑자기 짐을 싼 이유라는 게 더 이상하다. 지사 임기가 내년 6월이라 후임자가 1년은 할 수 있도록 하려 사표를 냈다고 한다. 남은 임기 꽉 채우고 지사 그만둘 때까지 6개월 더 뭉개려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 아닌가.이상한 말이 돌았다. 특정 지역 출신 지사 측근들과의 불화설이 파다했다. 이런저런 민원을 모른 척해 찍혔다는 게 팩트(fact)인 양 번졌다. 도청과 공사 주변에는 국토부 출신 인사의 사장 내정설이 날아다녔다. 도의회와 노조는 전임 사장의 퇴임에 강한 의문과 불만을 제기했고, 후임 인선 때 두고 보자고 벼른 것이다.도의회가 어깃장을 놓고 노조가 막아서도 사장 임명은 가능하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청문 결과 통보서는 휴지통에 버리면 그만이다. 참모들도 임명장을 빨리 줘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한다.그래도 남 지사는 망설인다. 임명장을 주고 나면 닥치게 될 태풍의 강도를 가늠해 본다. 레임덕은 그렇다 치고, 연정(聯政)은 어찌 될까. 저녁 잠자기 전 결심이 아침이면 달라진다.도의회는 이참에 지사를 옭아매려 벼른다. 연정 파괴 카드는 북한 김정은이 쥔 핵폭탄급 위력이다. 하반기, 줄줄이 나올 산하기관장 인선에 슬쩍 발 담그겠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잘만 하면 기관장 몫도 지분으로 챙길 수 있겠다는 그림을 그려 본다.공사 노조의 목소리도 부쩍 커졌다. 인력을 늘려 달라고, 노동 이사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본부장들의 내부 승진을 확대해야 한다는 추가 주문서까지 내밀었다. 새 수장 임명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걸 세상이 모를 리 없다.도의회는 이달 중순까지 밖으로 나돈다. 당분간 휴업 상태다. 남 지사는 얼마간 짬을 벌었지만 그리 오래지 않다. 곧 선택해야 한다. 버리느냐, 마느냐.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자꾸 늦어지면 부담만 커지고, 일은 더 꼬일 것이다. 장고 끝에 악수(惡手)라는 말이 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불행히도 맞는 경우가 많다는 걸 우리는 경험칙(經驗則)으로 안다. 남 지사가 다시 시험대에 섰다./홍정표 논설실장

2017-06-06 홍정표

[경인칼럼]문화 양극화 현상과 '접근성'

저소득-고소득층 문화관람률 3배이상 차이주요인은 관람비용·여가시간 부족·접근성 順공공문화시설 확충·인접하게 조성 시급 과제사회 양극화 현상은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양극화 현상은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가늠하는 척도인 문화 향유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2016년 국민문화향수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들이 문화예술행사를 직접 관람하는 비율은 78.3%로 나타났는데, 이는 2014년 대비 7.0%p 증가한 것이어서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화행사 관람 내용을 들여다보면 영화 관람이 73.3%에 달하는 반면, 연극이나 미술 분야는 10% 내외에 불과해 문화행사와 장르별 편중 현상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더 우려스러운 점은 가구소득에 따른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의 편차가 크다는 것이다. 가구소득별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월 100만원 미만 집단의 관람률은 30.9%, 100만~200만원은 45.7%, 200만~300만원은 71.0%, 300만~400만원은 81%, 400만~500만원 은 86.7%, 500만원 이상 집단은 89%로 나타났다. 가구소득이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을 결정하는 변수이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문화관람률이 3배 이상으로 벌어지고 있으니 '문화양극화 현상'이라 불러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국민들의 문화행사 관람률을 가로막고 있는 주요인은 '관람비용'이며, 그 다음으로는 '여가시간 부족', 그리고 문화시설에 대한 '접근성' 문제임이 이번 조사에서 다시 확인되었다. 소득이나 여가시간을 늘리는 것은 경제적 과제로 당장 해결하기 어렵다. 그동안 정부는 저소득층의 문화향유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으로, 공연과 전시회를 비롯한 문화상품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문화바우처 제도를 시행해왔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셈이다. 문화 바우처 제도는 카드발급률과 예산 집행률이 낮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문화예술 향유율을 높일 수 있는 당면한 과제는 공공 문화시설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시민들은 소득수준이나 거주지역과 무관하게 문화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장애인, 노약자, 이주노동자와 외국인과 같은 소수자들도 자유롭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광역단위의 문화시설은 상당 수준 확충되어 있다. 그런데 광역단위의 문화기반시설이 인근 지역 거주자 중심으로 이용되고 있어 지역별 소외 현상이 뚜렷하다. 앞으로 공공문화시설은 권역별로 거점, 준거점, 생활밀착형으로 구분하여 공간적, 지리적 문화격차 해소의 관점에서 배치하고 각각의 시설들을 네트워크화하여 활용도를 높여 나가는 정책이 필요하다. 상당수의 시민들은 출퇴근 때문에 여가 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들을 위해 지하철 환승역과 같은 대중교통 거점별로 문화시설을 확충하여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문화기본법'은 '지역간 문화격차의 해소, 문화향유기회 확대'를 정부와 지자체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또 '지역문화진흥법'은 '지역 간의 문화 격차 해소와 지역 문화 다양성의 균형 있는 조화 추구'를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문화격차해소를 위한 접근성 제고 정책 수립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아야 하는 이유이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7-05-30 김창수

[경인칼럼]대통령의 '거울방'

괴담으로 시작된 박근혜 몰락속 '신 버전'먼 훗날 증오와 맹목·변명과 궤변 좌표로차라리 그게 위안될 수 있다는 생각 든다'베르사유의 장미'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에게 치명상을 입힌 것은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3년 전, 몰락한 귀족부인이 출세욕에 사로잡힌 경박한 추기경과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파는데 혈안이 된 보석상 사이에서 희대의 사기극을 벌였다. 돈과 목걸이를 한꺼번에 가로채기 위해서였다. 당시 프랑스 궁정의 부패와 타락을 극명하게 드러낸 이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앙투아네트였다.그녀는 결백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건을 배후에서 조종한 장본인이 앙투아네트라고 굳게 믿었다. 철천지원수인 오스트리아에게 금쪽같은 아들과 형제의 목숨을 빼앗긴 프랑스인들이었다. 그곳 태생 왕비가 곱게 보일 리 만무했다. 종신금고형에 처해졌던 백작부인은 파리를 탈출한 뒤 거짓회고록을 썼다. 왕비가 주모자라고 몰아붙였다. 왕비와 왕실에 대한 프랑스 민중의 증오심이 들불처럼 활활 타올랐다. 이웃한 독일에서 혁명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던 괴테가 "이 사건이야말로 프랑스 혁명의 서곡"이라고 언급할 정도였다.1986년 '피플파워 혁명'으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부부가 하와이로 줄행랑을 쳤다. 그런데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은 그들이 아니라 주인을 잃은 말라카낭 궁의 한 지하방에 집중됐다. 가로세로 각각 21m 크기의 방에서 영부인 이멜다가 버리고 간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최고급 이브닝가운 2천 벌, 유명브랜드 속옷 3천500장도 목록에 포함돼 있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끈 것은 구두였다. 금이나 은으로 장식된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걸을 때마다 배터리에 의해 빛을 발하는 구두도 있었다. 전용보관대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구두 수가 무려 3천켤레나 됐다.이멜다는 망명지에서 영국 일간지와 인터뷰를 했다. "탐욕은 자선이다. 모든 이들에게 나눠주려면 일단 탐욕스럽게 모아야 한다"고 당당하게 주장했다. 궤변이 먹혔던 것일까. 1991년 사면을 받아 귀국한 이멜다는 이듬해 치러진 대선에서 234만표를 받으며 정치적으로 재기했다. 이어 1995년 총선에서 아들은 상원의원, 자신은 하원의원에 각각 당선됐다.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도 득표율 99%라는 믿기 힘든 기록을 남겼다.'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물러난 뒤 관저에서 거울로 된 방이 발견됐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사방이 대형거울로 둘러싸여 있었다고 한다. 처음엔 요가를 위한 운동공간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운동실은 따로 있었다. 침실로 쓰던 방이 너무 넓고, 무서운 꿈도 꾸고 해서 그 방을 운동실로 바꾸었다는 증언이 있다. 그렇다면 거울방의 용도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박근혜의 몰락은 괴담으로부터 시작됐다. 흔하디 흔한 '강남여자' 최순실과의 미스터리한 관계가 서막이었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최순실 아버지와의 소문은 사교(邪敎)의 주술적(呪術的) 관계로까지 비약됐다.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전 남편과의 얘기도 유령처럼 세상을 떠돌고 있다. 당사자들이 때로는 무심한 듯 지나치려 하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해명했지만 세상은 이들을 괴담으로부터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다. 이런 판국에 '거울방'은 괴담의 신 버전이다.증오와 맹목은 앙투아네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상식적으론 이해하기 어렵지만) 변명과 궤변이 이멜다의 재기에 발판을 놓았다. 어떤 게 사실이고, 무엇이 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했고, 믿고 싶은 대로 믿었다. 증오와 맹목은 사실을 외면했고, 변명과 궤변은 진실을 덮었다. 오늘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대통령의 '거울방'도 마찬가지다. 사실과 진실, 그런 것들과는 무관하게 먼 훗날 증오와 맹목, 변명과 궤변의 좌표 그 어디쯤 위치하게 되리라. 그런데 어쩌면 그게 차라리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무슨 까닭인가./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7-05-23 이충환

[경인칼럼]실패 기업인에 재기 기회를

4차 산업혁명시대 富의 진정한 원천은자연자원이나 물적자본 아닌 인적자본칠전팔기 감동 재연위해 정부역할 기대"회사를 차렸다 한 번 실패했던 기업인이 실패를 통해 익힌 노하우를 살려 재기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습니다."지난달 27일 서울 명동의 은행회관에서 기술보증기금(기보) 김규옥 이사장이 밝힌 내용이다. 금융위원회 산하의 기보는 재원 약 2조2천억원을 활용해 기술력이 좋은 기업에 보증을 통한 금융지원을 해주는 공공기관이다. 김 이사장은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출신으로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거쳐 올 1월 기보 이사장에 임명된 낙하산 부대원이었다. 10년도 훨씬 전의 일로 기억된다. 어느 날엔가 경인일보의 벤처활성화 관련 특집 지상좌담회에 패널로 초대받았다. 경기도의 관련업무 과장(?)과 중소기업청 경기도 지청장, 한국은행 경기도지점 부장 등과의 대담자리였는데 각자 해당분야 전문가들이어서 나름 유익한 일자리 창출 아이디어들을 마구 쏟아냈다. 그 자리에서 필자는 패자부활전을 제기했다. 일시적 유동성문제 혹은 경영적 판단실수로 낭패한 실패기업인들 중에서 사업아이템이 좋고 도덕적 해이도 없는 자들을 엄선해서 재기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그러자 상대 논객들은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은행의 모 부장은 필자를 한심하다는 식으로 흘겨보았다. 명색이 경제학자라는 자가 신용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무식한(?) 발언을 했으니 필자를 얼마나 한심하게 보았겠는가. 좌중의 분위기에 필자는 잠시 위축되기도 했으나 패널들의 구태의연하고 경직된 사고에 딱한 생각이 들어 개운치 않았었다. 그런데 10여년이 흐른 지금 국내 벤처금융기관의 수장이 또다시 "말도 안(?)되는" 발언을 한 것이다. 고용절벽이 너무 심각한 소치이다.기업가란 어떤 존재인가.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재빨리 간파하고 다른 사람에 앞서서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생산방법이나 기술, 신제품 등을 찾아내기 위해 지옥도 마다 않는 독특한 DNA의 소유자들이다.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로 유명세를 탄 프랑스의 경제학자 세이는 일찍이 "영국이 축적한 막대한 국부는 영국이 가진 기업가들에 기인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기업가들이야말로 국가번영의 초석임을 강조한 것이다.그러나 기업가들은 경영 중에 사소한 실수라도 저지르면 한순간에 루저로 전락할 수도 있는 한계인간이다. 시카고경제학파의 창시자인 프랭크 나이트는 기업가를 보험과 같은 것으로 처리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감당하는 위험부담자(risk-bearer)로 해석했다. 즉 이윤이라는 상금을 쟁취하기 위해 위험도 불사하고 머니게임에 올인 하는 승부사이자 투기꾼인 것이다. 투기사업자란 사익(私益)을 얻기 위해 변칙도 불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창조 해내는 인간들이다. 혁신이론의 전도사 슘페터 또한 기업가를 전인미답의 신천지를 개척하는 모험적인 인간들로 해석한 바 있다.기업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부와 빈곤'의 저자 조지 길더는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기업가들은 교실이 아닌 공장이나 실험실 등에서 도약의 기회를 찾았다. 미국의 번영에 기여했던 탁월한 기업가들 중에서 아이비리그 -미국 동북부 8개 명문사립대- 출신은 극히 드물었다"고 회고했다. 가방끈이 길수록 기업가가 아닌 안정된 직장을 선호한 증거로써 교육이 기업가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다. 작금의 청년창업 정책의 성과가 신통치 못할 수밖에 없다. 현대그룹의 창업자인 고 정주영 회장의 사례가 상징적이다. 벤처기업의 성공확률은 10%도 못된다. 또한 성공한 벤처기업인의 경우 보통 3~4번의 사업실패를 경험한다. 실패경험이야말로 매우 소중한 경영자원인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부(富)의 진정한 원천은 자연자원이나 물적 자본이 아닌 인적자본이다. 미국 정부가 실패한 중소기업인들의 재기에 팔을 걷어붙이는 이유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창업실패의 대가가 너무 혹독해 재도전은 언감생심이다. 칠전팔기의 감동드라마가 재연될 수 있도록 새정부의 역할을 기대한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7-05-16 이한구

[경인칼럼]촛불대선의 역사적 의미

세력 통합·정책 연대 개혁성패와 관련 깊어무분별한 정파간 이합집산·나눠먹기 안돼여소야대의 협치·연정 통한 국정운영 한계지난 해 10월 29일 첫 촛불집회가 열리고 지난 달 29일 공식적으로 촛불집회가 막을 내릴 때까지 촛불은 민심을 상징했다. 산업화와 압축성장 과정에서 켜켜이 쌓인 기득권의 공고화, 부정의한 관행의 고착화, 불의와 반칙의 일상화를 과감히 깨고 사회구성원의 합의를 모색해 나갈 수 있는 체제로의 전환이 새 정권에 주어진 역사적 소명이다. 선거가 끝난 지금 대선이후 정치권은 촛불민심을 얼마나 반영할지가 관심이다. 대선은 끝났으나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대통령을 파면한 민심에 얼마나 부응하느냐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렸다. 냉전사고에서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는 낡은 수구적 이데올로기는 선거국면에서 보수표를 얻고자 하는 기제로 활용됐던 것에 만족해야 한다. 수구적 보수는 구태와 퇴행에서 벗어나 양심적 보수로 진화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연대 가능성을 보았다. 선거국면에서 과거에 대한 철저한 통찰과 성찰은 자취를 감췄었다. 과거의 부조리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적폐로 국민을 가른다는 터무니 없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적폐청산은 금기어가 되었다. 선거국면에서 강조된 통합의 의미가 재조명되어야 한다. 무분별하게 모든 세력과 자리를 나누고, 정치권의 재편을 통한 이합집산으로 또 다시 권력을 연명하려는 세력과 같이 하는 것은 통합이 아니다. 어떠한 세력과 통합할지, 누구와 정책적으로 연대할지는 향후 정계개편은 물론 개혁의 성패와도 관련이 깊다. 통합과 연대에도 금도가 있어야 한다. 통합정부나 공동정부 등 정부의 형태에 대한 후보들의 구상이 있으나 옥석을 가릴 일이다. 탄핵에 반대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수구세력에 기대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하는 세력들과의 통합은 촛불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선거란 표심을 얻는 정치행위이므로 불가피하게 선거공학이나 네거티브에 기대려하는 심정도 이해못 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부조리한 적폐를 청산하는 쪽에 정책적·제도적 개혁의 무게가 실려야 한다. 문재인에 반대한다는 반문연대가 선거국면에서 부단히 모색되었으나 실패했다. 친박과 친문을 패권세력이라고 하면서 친문을 친박과 동일시 하는 정치공학은 선거 이후에는 벗어던져야 한다. 진정한 통합은 사회경제적 격차 해소의 바탕위에서 가능하다. 진정성 없이 입으로만 통합을 외쳐서는 안된다. 선거이후에 각 정치세력은 적폐청산에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지 말고 적극적으로 정경유착과 재벌개혁 등에 나서야 한다. 청산을 위한 연대와 협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연합이 대선의 시대정신이다. 무분별한 정파간의 이합집산과 나눠먹기가 통합은 아니다.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과 네거티브는 선거공학적 수사들이었다. 과반 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정당의 부재는 협치와 연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향후 정치권은 그레고리 헨더슨이 말하는 '소용돌이의 정치'로 돌입할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10년만의 정권교체가 가져오는 변화의 후폭풍을 감히 작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 이전부터 쌓여왔던 '적폐'의 청산과 미래로의 진전을 여하히 조화시키느냐가 새로운 정권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선거과정에서 협치나 연대, 연정 등의 정치공학적 연합이 거론됐다. 통합정부와 공동정부 구상도 선거공약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정당체제 개편을 통한 과반 정당의 출현이 가능할지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협치나 연정을 통한 국정 운영은 대통령제의 속성상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바른정당 의원의 집단탈당 등에 비춰볼 때 또 다시 정당체제가 보수와 진보의 양극으로 재편되고 적대적 공존의 길을 걷게 된다면 대립과 증오 정치의 재판이 될 수밖에 없다. 정계개편이 의미있는 다당체제로의 정열로 이어질지, 보수와 진보가 양극의 대척에 위치하는 무한대립의 정당체제로 회귀할지가 연대와 협치의 시금석이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

2017-05-09 최창렬

[경인칼럼]남지사 욕보인 TK의 행패

새롭고 바른정치 하자고 외쳤을 뿐인데1천300만 경기 도백에 생뚱맞은 분풀이어물쩍 덮고 뭉갤 일이 아니라 사과해야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고·역·이·었·다.성난 사람들이 특정인을 향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이어졌다. 궁지에 몰린 당사자는 애써 태연했지만 난처하고 딱해 보였다. 그는 군중을 달래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역부족이다. 쫓겨나듯 현장을 벗어났다.성난 군중에 둘러싸인 건 남경필 경기도지사였다. 올 3월 초 자신이 지은 책의 출판기념회를 하려 대구의 한 대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다.미리 와 있던 사내들은 남 지사를 가로막고 험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대구에는 뭐하러 왔노, 돌아가라"던 한 남성은 "넌 욕 먹어도 싸다"면서 저속한 육두문자를 쏟아냈다. 수행원 몇이 제지하려 했으나 그 남자와 친위대는 막무가내였다. 남 지사는 "계속 말씀하시라, 더 하시라"고 했다. 그러자 웬 여성이 끼어들어 "지금 비꼬느냐"면서 욕설과 함께 "이 땅을 떠나라"고 했다. 그 사내가 다시 "니는 대통령 될 자격이 없는 ×이다, 대구에 얼굴도 디밀지 마라, ××야"라고 소리쳤다.3분12초짜리 영상 대부분은 남 지사를 향한 욕설과 비방으로 가득했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에 실린 고성과 외침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현장에 모인 태극기 대원들은 남 지사에게 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방하느냐고 비판했다. "세월호가 왜 대통령 탄핵사유가 되느냐"면서 남 지사를 배신자로 몰아세웠다.남 지사가 봉변을 당한 때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정점을 찍었던 시점이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에서는 '잘못은 했지만 탄핵할 정도는 아니다'는 게 바닥 정서였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과 동정심은 그를 비판하고 새누리당을 뛰쳐나간 정치인에 대한 적대감으로 바뀌었다. 이 와중에 바른정당을 창당한 남 지사가 호랑이굴에 들어온 것이다.대구·경북, 이른바 TK의 상실감, 무력감, 배신감은 예견됐던 일이다. 그렇더라도 남 지사에 대한 폭력은 도를 지나쳤고, 야만스런 언행이었다. TK 사람들은 무슨 이유로 경기도지사를 욕보이는가. 동영상을 보면서 솟구쳐오르는 화를 억누를 수 없었다.경기도민은 경북지사나 대구시장에게 이런 패악질을 한 적이 없다. 다른 지역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을 포함한 어떤 정치인에도 마찬가지다. TK는 그 지역 출신 국회의원과 단체장에게도 이런 지독한 욕설을 했는지 묻고 싶다. 대구 출신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에게도 이러했는가. TK가 그에게 이런 모욕을 줬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TK는 경기도 수장(首將)을 욕보일 자격이 없다. 남 지사는 경상도가 함부로 대할 만큼 잘못한 게 없다. 새 정치, 바른 정치하자고 외쳤을 뿐이다. 사회통합 부지사를 통해 협치와 연정이라는 새 모델을 보여줬다.TK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과 지지로 국정을 파탄 나게 한 공범들이다. 지정학상 변두리지만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늘 중심에 섰던 기득권 세력이다. 탄핵 사태와 관련, 어떤 이유로도 남 지사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1천300만명 경기도민의 수장에 대한 분풀이는 적반하장이고, 생뚱맞은 난동이다.남 지사는 출판회 자리에서 "욕을 먹는 게 정치인의 역할이다"고 했다. 관용(寬容)의 뜻을 밝힌 것이다.하지만 경기 도백(道伯)에 대한 무례와 행패를 그냥 넘겨선 안 된다. 경기도민의 명예와 자존에 TK의 비수(匕首)가 꽂혀 있다. 어물쩍 덮고 뭉갤 일이 아니다. TK 무리는 남 지사와 경기도민에 사과해야 한다. 관용은 그 다음이다./홍정표 논설실장

2017-05-02 홍정표

[경인칼럼]문화분권을 의제화 해야

정부가 틀어쥐고 있는 사업·예산 지방 이양출연금 지원도 총액예산제로 통합교부해야문화계·지자체, 재정확보 방안 논의 준비를조기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선후보들은 각종 공약들을 내세우고 있지만 문화정책은 새로운 게 없어 걱정스럽다. 박근혜 정권에서 저질러진 국정농단은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사업에 일부 문화인과 문광부 직원들이 최순실 일파의 이권 개입을 협력 방조하는 과정에서 저질러진 것이었다. 그런데 그 원인을 따져보면 국가가 문화를 통제하고 주도하려는 전근대적 사고이다. 블랙리스트 작성을 통해 비판적 예술인을 배제하고, 미르재단과 K재단을 통해 입맛에 맞는 문화나 스포츠만을 양성하려는 기도가 국가적 참사로 확대된 것이다. 대선후보들이 이같은 국정농단 원인을 진단하고 전향적인 처방을 내놓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정농단 사태가 남긴 교훈은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정책의 기본을 다시세우는 것, 그리고 문화정책을 중앙정부가 주도할 것이 아니라 정책결정권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문화분권'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문화분권을 위한 과제 가운데 지역문화재단의 기능 정상화는 최우선적으로 고민해야한다. 지역문화재단은 90년대 후반 이래 지방자치제에 부응한 지역문화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으로 여겨졌으며, 문화예술 전문가 조직으로 구성된 자율적인 문화 자치 기구로 발전해나갈 것이라는 기대 속에 속속 설립되었다. 현재 전국 대부분의 광역시도에 설립되어 있으며, 50여개의 기초자치단체도 문화재단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2014년 말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에서 지역문화재단의 설립운영에 관해 규정함으로써 지역문화재단은 법적인 위상도 지니게 되었다. 문제는 전국의 문화재단이 대부분 국가 및 지자체 위탁사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시도문화재단 사업비 가운데 지자체 출연금은 평균 15%내외이며 자체예산은 10% 미만으로 나타나고 있다. 나머지는 국비 35.9%, 지자체 위탁비 32.7% 로 나타나고 있어 총체적 부실상태에 빠져 있다. 이같은 의존적 예산구조 때문에 지역문화재단은 지역문화를 지원하는 기구가 아닌 중앙과 지방 정부의 공모 사업이나 위탁 사업을 '대행'하는 사업단위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모사업은 정부의 기준에 의해 선정 평가되기 때문에 지역의 특성이나 여건을 반영하기 어렵다. 지역문화재단이 지금처럼 정부 '위탁기관'처럼 운영되는 파행이 계속된다면, 지역문화진흥의 요체라 할 수 있는 지역특성화나 문화다양성의 실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문화분권의 실현을 위해서는 문화도시 사업을 비롯하여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는 각종 사업과 예산을 지방으로 이양해야 하며, 지자체도 지역문화진흥에 필요한 장기적 재정수요를 파악하여 안정적으로 출연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 또 출연금 지원방식도 총액예산제로 통합교부해야 지역문화계와 문화재단이 예산을 관리하고 배분할 수 있는 자율적 편성권과 자치능력도 높일 수 있다. 지역문화재단도 저금리로 인해 사실상 사장되고 있는 기금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 결국 문화분권의 본격적 공론화는 새정부 출범 이후가 될 것이다. 문화계는 물론 각 지자체는 정부에 대해서는 각종 문화사업과 예산을 지방으로 이양할 것을 요구하면서, 지역문화진흥의 플랫폼인 지역문화재단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재정확보 방안에 관한 논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7-04-25 김창수

[경인칼럼]'인천'을 가벼이 여기지 마시라

지역 언론들 '인천 공약이 없다'고 아우성지난 대선때 보다 유권자수 16만명 늘어나240만 민심 외면땐 후회할 결과 맞을 수도역대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 중에는 황당하고 기이한 것들도 많았다. '카이젤 수염' 진복기 후보는 1971년 대선에서 신안 앞바다에 가라앉아 있는 보물을 캐내서 모든 국민을 부자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1987년과 1997년 대선에 출마했던 신정일 후보는 비무장지대를 중심으로 제3국가를 만들고 이를 확대시켜 남북통일을 이루겠다고 했다. 2002년과 2007년 대선에서 안동옥 후보는 모든 수감자에 사면령을 내려 모든 감옥을 폐쇄하겠다고 공약했다. 대마도, 간도, 연해주도 일본, 중국, 러시아로부터 돌려받겠다고 호언했다. 으뜸은 공중부양과 축지법으로 더 잘 알려진 '허본좌' 허경영 후보다. 15, 16, 17대 대선에 잇따라 출마한 그는 'UN본부의 판문점 이전' '국회의원 출마 자격고사 실시' '불효자 사형제도 시행' '바이칼호수 영구 임대' '결혼 1억 원, 출산 3천만 원 수당지급'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실형을 살아 18대를 건너 뛴 허 씨의 19대 대선 출마설이 다시 화제가 됐다. 얼마 전 자신의 SNS를 통해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1등을 했다고 자랑한다. 5천155명의 응답자 중 90.7%인 4천675명이 '좋아요'를 눌렀단다. 본론(本論)은 인천이다. 뜻밖에도 인천지역 공약에선 노태우 대통령이 우뚝하다.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로 치르게 된 대통령 직선에서 굵직굵직한 사회간접자본 구축계획을 공약으로 내거는데 인천국제공항과 서해안고속도로 건설이 이에 포함됐다. 사실 지역공약이라고 할 수 없는 대형 국책사업들이었다. 송도국제도시가 최초로 공론화된 것도 노 후보의 대선공약을 통해서였다. 이후의 대통령들은 주로 간선 교통망 확충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영삼 대통령은 인천지하철 건설과 제2경인고속도로 조기 건설, 김대중 대통령은 신공항고속도로 건설, 인천공항과 송도를 연결하는 연륙교 건설, 제3경인고속도로 건설을 약속했다.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경인운하 건설을 공약으로 제시한 것은 이채롭다. 노무현 대통령은 16대 대선 막바지인 2002년 12월 11일 인천유세에서 역사적인 공약을 한다. "서울과 인천 이 지역을 세계업무중심지역으로 얼마나 쾌적한 도시로 만드느냐, 교통지옥 없는 환경이 깨끗한 도시로 만드느냐가 과제입니다. 수도권에 새로운 사업들이 벌어져야 하는데, 그런데 수도권 엄청난 행정규제가 있습니다. 수도권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입니까. 기능을 분산하는 것입니다. 정치 행정은 충청으로 보내고, 여기에는 경제, 금융, 비즈니스 하자는 것입니다… 지방이 함께 발전하기 위해 수도권을 충청으로 옮기자는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신행정수도 세종시의 첫 단추를 끼우는 발언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도 인천발전을 위해 이런저런 약속을 했지만 결과는 영 시원찮다. 19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지역언론의 아우성도 커지고 있다. 『대선주자 '윤곽' 드러나는데 인천현안 공약 반영 '안갯속'』 『대선주자 관심사 인천이 빠져 있다』 『대권주자들, 인천현안에 관심을』 『해경 부활 목청 커지는데···인천환원 대선공약 미적』 『해경부활과 인천환원 토론회가 의미하는 것』 『대선후보들 '인천 홀대' 도 넘었다』 『대선후보들의 인천 홀대 심판해야』. 최근 2주 동안 인천언론은 이런 제목들을 달았다. 하지만 너무 열 받을 필요 없다. 안달복달할 것도 없다. 16대 대선에서 1,2위 표차는 57만 표, 15대는 39만 표에 불과했다. 이번 대선의 인천 유권자수는 지난 대선 때 보다 16만 명 늘어난다. 이쯤 되면 다자대결이든, 양자대결이든 인천 민심을 얻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게 될 수도 있다. 이번 대선에서 '인천홀대론'이 '인천한방론'으로 바뀔 수도 있다. 대권주자들이여, 240만 인천 유권자들을 가벼이 여기지 마시라./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7-04-18 이충환

[경인칼럼]한국의 상인정신을 찾아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60여년 된 갈빗집' 사장손수 굽는 갈비와 '정직' 장사비결 첫손 꼽아자신 7·소비자·직원 3… 그의 철학은 '칠삼'재벌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옥살이가 상징적인 사례이다. '총수만은 절대 감옥 안간다'는 삼성의 오만(?)이 창업 3대에 무너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이후 재벌들은 더 위축됐다.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지는데 재벌들은 최순실 국정농단에 동참해 초과이윤을 도모하려 했다는 비판이 고조된 탓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반기업정서는 같다. 맹자는 이익을 탐하기 전에 먼저 옳고 그름부터 생각하라며 중의경리(重義輕利)를 강조했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돈을 벌기 위해 돈벌이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했다. 치부행위에 부정적인 기독교사상을 현실에 부합시키려 노력했던 토마스 아퀴나스는 상인의 몫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최소이윤을 주장했다. 자유주의 경제학의 대가인 하이에크는 "지성의 사다리를 타고 높이 올라갈수록 사회주의자의 신념을 만나기 쉽다"고 했다. 교육정도와 합리주의 간에 상관관계가 높음을 감안할 때 갈수록 반기업정서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의 전통문화에서 서양의 근대사상인 공리주의와 경험주의에 근거한 자본주의적 세계관을 탐색하곤 했다. 막스 베버는 기독교적 소명인 근검절약에서 해답을 찾았던 것이다. 일본 상인들의 영원한 스승인 이시다 바이간(石田梅岩, 1685~1744)이 주목됐다. 그는'석문심학'에서 노동은 힘든 것이 아니라 인격수양의 길이고 상업의 진정한 목적은 좋은 물건을 싸게 공급하는 것이라며 상인들은 소비자들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8할의 벌이'에 만족할 것을 설파했다. 천년 노포(老鋪)의 나라에 합당한 가르침이다.중국의 상인들은 호설암(胡雪巖, 1823~1885)을 닮고 싶어 한다. '아큐정전'의 저자 노신(魯迅)조차 그를 '봉건사회의 마지막 위대한 상인'으로 극찬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호설암은 중국 역사상 최초로 일품(一品)의 관직과 그 지위를 상징하는 붉은 산호가 박힌 모자를 하사받은 홍정상인(紅頂商人)이었다. 홍정상인은 자신이 번 돈으로 나랏일을 돕고 백성을 편안히 하는데 크게 기여한 상인에게만 주어지는 명예로운 관직인 것이다. 그는 평생 '다른 사람을 속여서는 안된다'는 의미의 '계기(戒欺)'와 '하나의 상품에는 두 가지 가격이 없다'는 내용의 '진불이가(眞不二價)'로 일관해 10억 중국인들로부터 상성(商聖)이란 칭호를 받았다.그러나 한국에서는 고전적인 상인정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같은 유교문화권인데 말이다. 한말의 거상 임상옥(林尙沃)이나 대신불약(大信不約)의 개성상인에게서 약간의 흔적이 확인될 뿐이다. 그런데 우연히 근착의 모 일간지에서 흐뭇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서울 신촌에서 60여 년 동안 고깃집을 운영해온 '연남서식당'의 이대현 사장을 확인한 것이다. 이 식당은 일본, 대만, 중국, 싱가포르 뿐 아니라 심지어 미국과 영국에서 한국의 '대표 맛집'으로 소개될 정도로 유명세를 타는 연매출 30억원의 갈빗집이다.이 사장의 학벌은 중학교 중퇴가 전부이다. 6·25를 겪는 동안 가정이 풍비박산된 때문이다. 그는 장사비결로 서슴없이 '정직'을 꼽았다. 또 그는 70대 후반의 고령임에도 식당에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마지막에 퇴근함은 물론 손수 갈비를 굽는다. 주인은 절대 게으름을 피우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의 노사관은 '직원은 운전자이고 주인은 타이어를 갈아주고 연료를 넣어주는 정비사'란다. 세계 최장수 기업인 일본 곤고구미(金剛組)의 오너 경영인들이 연상되었다. 그의 인생철학은 '칠삼'이다. 자기 몫(이윤)이 10이라도 자신은 7만 가지고 3은 소비자와 직원들에 되돌린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더 많은 손님이 찾는단다. 또 그는 떼돈(?)을 벌 수 있는 체인점이나 분점 개설권유도 사양한다. 체인점은 사기성이 있다는 것이다. 약간은 부족해도 남과 상생할 줄 아는 연남서식당 이대현 사장의 경영관에서 한국자본주의의 희망이 읽힌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7-04-11 이한구

[경인칼럼]뜬금없는 사면 논쟁

朴 전대통령, 권력 사유화로 국정농단 국민들은 주권자 권리 행사하며 '파면'기소도 안됐는데 '사면공방'은 부적절국민에 의한 대통령 파면은 헌정 사상 초유다. 임기 중 구속도 최초다. 법리적 최종 판단은 법원의 몫이겠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력 농단의 본질이 그만큼 참담하다는 방증이다. 대선 국면에서 대통령 탄핵에 불복하는 세력이 결집하여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있으나 대선 지형을 바꾸기는 불가능하다. 우선 정당성을 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체제는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거스를 수 없다.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박근혜의 탄핵과 구속을 지지한 마당에 아직도 탄핵 무효를 외치는 무리의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 행위를 언급할 가치조차 있을지 모르겠다. 이와는 별개로 박 전 대통령의 사면 관련 얘기가 정치권에서 흘러나온다는 것은 아직도 한국 민주주의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적인 소유물로 인식했고 사유화된 권력으로 국정을 자의적으로 재단했다. 이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유착으로 가능했으며 산업화를 앞세운 경제제일주의는 부패고리를 구조화시켰다. 사회 모든 영역에서 비정상이 관행화되었다. 민심은 국정을 사유화한 대통령과 이에 편승한 무리들의 사법적 단죄를 요구했다. 국회와 헌법재판소, 법원 등 제도권은 주권자의 의지에 조응했다. 주권자의 의지가 제도권의 화답으로 연결된 법치주의 및 국민주권주의의 당연한 귀결이다. 그런데 정치권은 벌써 사면 타령이다. 아직 정식 기소도 되지 않은 국정농단에 대해 벌써 사면 논란이 제기되는 자체가 향후 청산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의 형을 받았으나 결국 사면됐다. 1995년말 구속되어 1년 반 만에 대법원 최종심이 나왔고, 그 뒤 8개월 만에 사면됐다. 2년 남짓 감옥에서 보냈다. 사면은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다. 정권을 인수할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국민대화합을 건의해 결정된 사항이다.이승만 정권과 친일 관료 지주와의 결탁은 일제 청산을 무위로 돌렸다. 4·19혁명 이후는 물론 1987년의 절차적 민주주의 확립은 사회경제적 구조의 혁파에는 무관심했다. 최소한의 민주주의의 확립은 기득권과의 타협으로 실질적 민주주의로 이어지지 않았다. 적폐청산은 과거요, 통합과 연대는 미래라는 설익은 이분법이 과거 청산을 무위로 돌리는 우를 범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직 대통령의 사면이 사회적 통합으로 포장되는 굴곡진 역사가 또 되풀이될지에 대한 상식적 우려는 그래서 기우가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국가권력을 자신의 사유물로 인식했고, 권위주의 시대의 독선으로 국정을 농단했다. 주권자인 국민은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여 대통령직에서 파면했다. 그런데 아직 기소도 되지 않은 피의자에 대해 정치권에서 사면 논쟁이 벌어지는 현실이 개혁의 고비마다 기회를 날려버렸던 과거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산업화 시대의 압축성장이 초래한 정경유착의 고리와 부패구조를 척결하지 못하면 국기문란과 국정농단은 잠복기를 거쳐 언제든 부활할 수 있다. 국민은 그래서 지난 해 가을부터 그 혹한을 견디고 새 봄이 올 때까지 구조적 혁파와 제도적 개혁을 목이 터지게 광장에서 외쳤던 것이다. 이것이 시대정신이다. 그런데 사법 처리는 커녕 재판도 시작하지 않은 시점에서 내용이 어찌됐든 대선 주자로부터의 사면 논쟁은 부적절하다. 대선은 항상 시대정신에 충실했다. 지난 18대 대선은 경제민주화와 복지라는 시대정신을 선점한 박근혜 후보가 승리한 것이며, 17대 대선은 경제살리기라는 대세가 이명박 후보의 승리를 견인했다. 물론 이들의 임기 후의 평가는 새삼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선거 구도가 선거 승패를 가를 것 같은 이번 대선도 역시 국민이 요구하는 민심의 소재를 아는 자가 승리할 것이다. 어떠한 선거전략과 합종연횡 등의 선거공학도 민심을 거스르지는 못한다. 선거가 갖는 집단지성의 힘이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정치공학으로 이용돼서는 안되는 이유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17-04-04 최창렬

[경인칼럼]박물관·미술관 무료화 재고해야

굳이 금액조정 한다면 특정날 무료보다관람료 낮춰 돈 지불하고 정당하게 감상문화적 자긍심 높여주는 방안 고려해야경기도의회가 도 산하 박물관, 미술관의 입장료를 무료화하는 방안을 2년 반 만에 재추진하자 지역 문화계가 들썩이고 있다. 무료 입장을 확대해 도민들의 이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찬성 입장과 이제 겨우 유료화가 정착됐는데, 다시 이를 번복 하면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도의회 김종석(민·부천6) 운영위원장은 매달 첫번째·세번째 주말에 경기문화재단이 관리·운영하는 박물관·미술관 관람료를 무료로 하는 '경기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도박물관, 경기도미술관, 전곡선사박물관, 실학박물관, 백남준아트센터,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등 6곳을 관리하고 있으며, 6곳 모두 관람료는 성인 기준 4천원으로 경기도민의 경우 신분증을 지참하면 25%를 할인해주고 있다. 앞서 도의회는 지난 2014년 10월에 도 산하 박물관·미술관의 관람료를 첫째 주 주말에만 무료로 하는 조례와 유아·청소년 무료 입장 조례를 추진했다가 사립박물관과의 형평성, 문화재단의 자율경영 원칙 훼손 등을 이유로 둘 다 부결된 전례가 있다.경기문화재단은 문화예술 종사자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문화예술 정책개발 및 교육, 문화유산의 발굴 및 보존 등을 하기 위해 1997년 7월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설립된 문화재단이다. 그런데 도는 2008년 그동안 자체적으로 운영되던 경기도박물관, 경기도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조선관요박물관 등 박물관·미술관을 통합하고 경기문화재단에서 일괄적으로 관리·운영할 수 있게 조직을 개편했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막상 통합운영을 하다보니 재단이 부담해야 하는 박물관·미술관 운영경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갔고 이를 충당하느라 신규 작품 구입에 필요한 예산이 한 푼도 없었던 적도 많다. 더구나 경기 악화로 도의 재정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서 박물관·미술관에 대한 예산지원 역시 줄어들어 전시와 교육 예산은 감소하고, 건물 관리비는 점점 늘어가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결국 박물관·미술관의 유료화는 최소한의 운영경비 보전차원에서라도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재단 관계자들은 막상 유료화를 실시해 보니 당초 우려와는 달리 관람객은 계속해서 늘어났으며,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해졌고 관람 시간도 길어졌다고 한다. 그 전에는 무료로 전시장을 드나드는 관객들, 특히 단체 관람객들은 전시장 안에서 웃고 떠들고 작품을 존중하는 태도가 상당히 떨어졌다고 했다.도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박물관·미술관이 무료화 된다면 아마 많은 도민들이 환영할 것이고 어느 정도 방문객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문화·예술이라는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작품을 감상했는지 단순히 양으로 측정하기 보다는 그 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향유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질 때 그 수준이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굳이 금액을 조정해야 한다면 특정 날을 정해 입장을 무료로 하기보다는 차라리 6개 박물관·미술관의 관람료를 조금 낮추더라도 일정한 돈을 지불하고 정당하게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문화적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김선회 논설위원김선회 논설위원

2017-03-28 김선회

[경인칼럼]도시의 창조인력 자족 능력

지자체, 문화예술교육기관 유치보다확충 방안을 최우선 어젠다로 설정해자체 해결하는게 되레 기회비용 이익대학이나 문화예술관련 기관의 설립이나 유치를 둘러싼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이같은 유치경쟁은 단체장 선거, 특히 대선기간 지역공약의 단골 메뉴이다. 생산시설을 지역에 유치하는 사업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제약이 많고, 인프라 구축비용이 커서 지자체의 부담도 늘어난다. 이에 비해 교육기관의 유치는 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사업기간도 단축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특히 문화예술 교육기관은 문화예술을 발전시키는 핵심자원인 전문인력과 다양한 관련연구기관을 갖추고 있어 지역 역량 강화 측면에서 보면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캠퍼스의 이전 재배치와 관련하여 수도권 도시 간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한예종은 규모가 큰 대학은 아니지만, 1993년 설립 이래 음악과 무용분야에서 뛰어난 예술가를 다수 배출하며 예술학교로서의 위상이 뚜렷하다. 상징성 있는 예술학교를 지역에 유치하게 될 경우 해당 지역사회는 다양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예술교육기관의 유치는 막상 성사되기 어려운 전략이다. 이전대상 기관에게 접근성과 확장성이 높은 부지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며, 부대시설이나 다양한 편의시설도 제공하는 데도 상당한 재원이 투입되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교육기관의 경우 학교당국 뿐 아니라 교직원과 학생 등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의 인천 캠퍼스 조성계획이 무산된 사례나 서울대학교가 시흥캠퍼스 이전 건으로 심각한 학내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문화인프라의 유치경쟁 과열로 설립이나 이전 계획 자체가 보류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국립문학관 건립을 둘러싼 지자체간 유치 경쟁이 격화되자 정부가 이를 무기한 보류한 바 있다. 문화예술 인력 양성은 국가 수준의 계획과 지원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주요 문화예술교육기관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어 서울에서 양성한 인력을 지방으로 유치하는 일은 쉽지 않으며 지속성도 없다는 점이다. 도시의 미래 경쟁력은 창조 자원, 창의 인재의 역량이 좌우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문화예술 교육기관과 인력의 서울 집중으로 인한 지역간 문화예술 역량의 격차도 갈수록 심화될 공산이 크다. 이 불균등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수준에서 문화예술인을 비롯한 창조인력을 수요에 대비하고 자급할 수 있는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지역 문화진흥은 물론 도시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주체는 기본적으로 지역에서 양성되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뿌리 없는 나무에 열매를 기대할 수 없다. 문화예술 교육기관의 지역 유치는 부족한 문화전문인력 양성이라는 과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처럼 보일 수 있다. 그렇다고 지름길만 찾으면 곤란하다. 유치경쟁은 도박과 같아서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는 온갖 행정력을 쏟아 붓지만 '잭팟'은 좀처럼 터지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체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오히려 기회비용 측면에서 이익이다. 적어도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지자체라면, 그리고 창조인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산업혁명을 준비하겠다는 비전을 가진 도시라면 문화예술교육기관 확충을 최우선 어젠다로 설정하여 능동적으로 미래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7-03-21 김창수

[경인칼럼]2017년 3월의 리얼리즘 소설

탄핵 결정으로 끝맺은 소설같은 현실"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허허로운 결기만 남긴 메시지에 심란1789년 부르봉왕조를 무너뜨리고 공화정을 이룩한 프랑스대혁명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1830년 '7월 혁명'과 1848년 '2월 혁명'의 잇따른 실패는 그러한 희망과 낙관을 의심케 만들었다. 이상적인 사회 건설을 회의(懷疑)하기 시작했고, 회의는 현실을 보다 냉정하게 들여다보기를 요구했다. 리얼리즘(realism, 사실주의)은 이런 사회적 변화를 토양으로 태동한 문예사조다. 혁명에의 실망과 좌절, 그리고 낭만주의에 대한 반발이 불러온 결과다. 자아를 향한 우아한 찬사는 이제 뒤로 멀찌감치 물러나게 됐다.스탕달은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새로운 문예사조의 선구자다. 그의 작품들은 동시대(同時代) 현실의 객관적 재현을 지향한다. 소설 '적과 흑'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사실 더 주목받는 작품이 있다. 바로 '파르마의 수도원(La Chartreuse de Parme)'이다. 이탈리아 한 지역에서 영사로 재직하던 무렵 교황 파울로 3세의 비화를 담은 옛 문서를 직접 접한 뒤 영감을 얻었다. 앙드레 지드는 이 소설을 "프랑스 문학의 최고봉"이라고 칭송했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발자크 역시 "모든 면에서 완벽함이 돋보인다"고 극찬했다. 이 소설을 리얼리즘의 대표작품으로 손꼽게 만든 장면 중 하나가 나폴레옹이 엘바 섬을 탈출한 뒤 치른 최후의 격전 '워털루 전투'다. 스탕달이 재현한 전투는 낭만주의 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서도 등장하는 '워털루 전투'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위고의 '워털루 전투'는 신화와 현실이 교차하는 무대다. 영웅이 등장하고 황제의 권위는 신적이다. 반면 스탕달이 재현한 '워털루 전투'는 인간의 진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철저한 현실이다. 등장인물들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심지어 추하기까지 하다. 비록 높은 지위를 가졌다 해도 권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장군이 꺼져가는 목소리로 하사에게 말했다. "병사 네 명을 나한테 주게. 나를 위생부대로 데려가야 하니까. 다리가 부러졌거든." "망할 놈"하고 하사는 대답했다. "오늘 네 놈도, 다른 장군 놈들도 모두 황제를 배반했어." "뭐라고?" 장군은 화를 냈다. "내 명령을 못 알아듣는군. 나는 백작이야. 자네들 사단을 지휘하는 사람이라고!" 그러면서 장군은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았다. ('파르마의 수도원' 중에서)/리얼리즘은 이전에는 위대하게 보이던 것을 해부해 그 공허함을 드러내 보인다. 아름답게 보인 것의 껍질을 벗겨서 그 적나라한 진상을 폭로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지난 석 달 동안 겪은 일들은 한 편의 리얼리즘 소설이었다. 지존(至尊)의 위상은 철저하게 해부됐고, 스스로 그 공허함의 정점에 섰다.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던 이야기는 추한 속살을 드러내보였다. 평범한 시민들이 역사의 한 장을 펼쳤다. 지난해 12월 3일 야3당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로 시작된 이 소설 같은 현실은 마침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끝맺음을 했다. 지난 일요일 밤, 집에서 TV를 통해 지켜봤던 삼성동으로 향하는 대통령의 귀로(歸路)는 에필로그였다.그런데 심란하다. 지지하고 반대하고의 차원이 아니다. 미국의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절반을 훨씬 넘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8년 동안의 임기를 끝내고 백악관을 떠나던 모습과 우리의 18대 대통령이 5년의 임기마저 채우지 못한 채 청와대를 떠나는 모습은 너무나 달랐다. 작별을 고하는 메시지 또한 달랐다. "서로 달라도 하나로 함께 일어서는 것"이라는 오바마의 마지막 연설은 민주주의를 위한 기도였다. 우리 대통령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며 허허로운 결기만 남겼다. 문제는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가 소설의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은거한 '파르마의 수도원'이 아니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 심란하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7-03-14 이충환

[경인칼럼]'지공도사' 양산(量産)이 정답이다

어르신 공짜로 지하철 적자 원인이라지만온양온천·양평등 역주변 전통상가 성업중신중년들 지갑 열게하는 마중물 전략 필요요즘에는 종종 1호선 전철로 수원 나들이를 한다. 한동안 출퇴근 때 지겨울 정도로 애용(?)했었는데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니 과거의 기억들이 새롭다. 차창 넘어 펼쳐지는 목가적인 정취가 잠시나마 일상의 고단함을 망각하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던가. 창밖의 전원(田園) 풍경들이 사라진 자리에 흉물스런 시멘트 덩어리들만 가득하다. 어르신 승객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구구팔팔 청춘(?)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진 때문이나 개중에는 단거리 여행객 숫자도 상당했다. 지공도사 양산정책이 초래한 결과로 지공도사란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65세 이상의 노인을 지칭한다. 1호선뿐이겠는가. 전국 지하철 객실의 공통된 모습이다. 지공도사에 대해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좌석을 양보하지 않는다고 어르신들이 젊은이 무안 주기 일쑤이고 대낮부터 술 냄새 풍기며 노인들끼리 다투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얌체노인들의 새치기는 비일비재하다. 경제활동 중인 청년들의 불만도 크다. 만원전철에 시달리는 것도 힘든데 정부가 공짜손님을 대량생산해 스트레스를 키운다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경로무임승차제를 철폐하자는 선동구호들까지 등장했다. 지하철 운행역사가 가장 오래된 서울시는 벙어리 냉가슴이다. 갈수록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2015년 기준 18호선의 누적적자 규모는 무려 12조4천억원이다. 지하철 여객수가 늘어날수록 적자는 더 커지는 야릇한(?) 비즈니스인 것이다. 광고비 감소, 부정승차 및 프리라이더 증가 때문인데 서울시는 어르신 공짜손님을 적자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빠른 노인인구 증가로 서울에서만 연평균 13%씩 무임승차가 증가한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작년 5월에 발생한 2호선 구의역사고도 비용최소화를 위한 고육책이 빚은 참극이란다.서울시의 지하철요금 인상요구를 정부는 번번이 묵살했다. 지공도사 때문에 발생한 적자를 부담할 수 없다는 청년들의 집단히스테리가 두려웠을 것이다. 궁지에 몰린 시는 정부에 대해 재정지원을 요구했다. 코레일은 철도산업기본법에 따라 매년 무임승차 손실액의 5070%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뿐 아니라 무임승차는 정부가 보편적 복지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만큼 원인제공자인 중앙정부가 책임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근거법률이 없어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경로무임승차제는 서울메트로가 1984년에 최초로 시행했으며 1991년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전국적으로 지하철을 운영하는 지자체들은 동병상련이다. 임시방편으로 무임승차의 하한을 65세에서 70세로 높여줄 것을 건의했으나 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이다. 정치인 모두 '표 떨어진다'며 손사래 치는 것이다. 소설가 김훈은 "30여 년간 충실히 세금을 냈으니 공짜로 탈 자격 있다"고 주장했다. '어르신교통카드'야말로 국가가 퇴역군인들에게 수여하는 훈장처럼 흐뭇했었는데 계륵신세의 지공도사들이 처연하다. 그러나 이상의 논의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단견이다. 온양온천이나 춘천, 양평 등은 물론 전철역 주변의 전통상가에 점차 온기가 퍼지는 것이다. 지공도사 대상의 12만원짜리 관광상품도 성업 중이다. 무임승차를 이용해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노인들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또한 지공도사 활동이 많을수록 노인의료비도 줄어드는 법이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장기간의 경기부양에도 내수는 더 얼어붙고 있다. 백약이 무효인 것이다. 오히려 여건만 된다면 지공도사의 자격을 60세 이상으로 낮추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특히 건강하고 재력이 뒷받침되는 데다 시간적으로도 여유 있는 신중년들이 지갑을 열도록 마중물 전략을 구사할 때인 것이다. 경로무임승차제의 사회적 편익이 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유정훈 아주대교수의 연구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지공도사제야말로 국민경제적으로 순기능이 큰 노인복지제도이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책임은 지자체에 미루는 꼼수도 목불인견이다. 정부는 서민의 발 수리비 지원대책부터 서둘러야할 것이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7-03-07 이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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