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광장'은 탄핵을 끌어낼 수 있을까

국민적 퇴진운동과 與 비주류 동참시키는 전략 필요野인사중 즉각퇴진 주장 의원들 이탈 가능성 배제못해 혼란정국 가닥 잡히면 대통령제 혁파할 개헌 논의해야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수석비서관회의와 대국민담화 때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대한 모금도 자발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선의에 의한 모금이었다고 거짓 해명했다. 이는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박 대통령과 최순실, 안종범과의 공범 관계로 입증되고 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이번 주에도 검찰 수사를 거부했다. 대국민약속 위반이며, 수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와 다름없다. 이러한 대응 방식으로 볼 때 특검 수사도 수용한다는 보장이 없다.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비주류와 청와대도 탄핵을 공식화하고 있다. 지금의 정국은 특정한 현안 해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법의 차이에 기인하는 혼란이 아니다. 정파간 정치적 이해의 경합 수준을 넘는 국가위기 국면이다. 국회선진화법에 의하면 다음 달 2일 예산이 통과된다. 그러나 국민은 국회에서 어떠한 절차에 의해 예산 심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관료조직과 공적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국정 리더십이 붕괴된 국가의 위기다. 즉각 하야와 '질서있는 퇴진'이 대안으로 거론됐으나 이미 물 건너갔다. 여야, 청와대는 각자 다른 셈법에 의해 탄핵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탄핵의 함정을 넘어야 한다. 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200명 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총리 문제는 처음부터 해결책이기보다는 야권에 씌워진 덫이었다. 야권은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전제로 한 전권 이양을 보장받는 거국내각총리를 주장했고, 청와대는 대통령 임기 보장을 단서로 내각의 실질적 통할을 보장하는 책임총리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야권이 거국내각총리의 덫에 걸린 형국이다. 지난 일요일 야당의 유력 주자 그룹 회동에서 탄핵과 국회주도 총리에 의견이 모아지면서 다시 총리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탄핵 국면에서 대통령 퇴진을 전제로 한 책임총리를 철회하겠다는 심산이다.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면 국민은 이를 용납할까. 국회가 합의해서 총리를 추천해도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미 야당은 국회 추천 총리 카드를 쓸 시기를 놓쳤다.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등과 공범으로 적시하고 피의자로 신분을 전환하면서 청와대는 국면 전환을 통한 반전을 꾀하고 있다. 탄핵을 방패삼아 한 판 뒤집기 전략을 굳혔다. 헌법을 유린한 자가 헌법을 방패삼아 역사의 반동을 꾀하고 있는 역설이다.박 대통령 탄핵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적 퇴진 운동을 통해 압박을 가중시킴과 동시에 여권의 비박 인사들도 동참시킬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크지만 야당 인사 중 탄핵보다 즉각 퇴진을 생각하는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권총에 총알 한 발만 남아있는 형국이다.국회 추천 총리는 대선에 영향을 끼칠 개연성이 적은 인사를 여야가 합의해서 내세워야 한다. 청와대의 수용 여부는 그다음의 문제이다. 개헌은 지금의 모순투성이인 사회경제적 상황과 위임민주주의 타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얽힌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합의를 도출할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이 국면에 개헌까지 논의할 공간이 보이지 않는 현실적 한계를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정국이 가닥을 잡아나가면 현행 혼합 대통령제를 혁파할 개헌 논의로 들어가야 한다. 다수의 지배를 기본 원리로 하는 민주주의가 대통령 변호인이 말하는 '상상과 추측'으로도 생각하지 못했던 최악의 선출된 권력에 의해 사유화되고, 한 줌도 안되는 소수에 의해 농락당했다. 장·차관 인사까지 최순실에게 물어야 했던 선출 권력은 그래서 주권자인 국민이 회수해야 한다. 광장 민주주의는 또 다른 민주주의의 형태다. 탄핵에 대비한 시민적 에너지 결집은 야당의 몫이다. 탄핵은 낙관도 비관도 금물이다. 사법적·법리적 판단을 앞서는 것이 민의 판단이다. 그래서 역시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 물은 배를 띄우지만 배를 전복시키기도 한다)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16-11-22 최창렬

[경인칼럼]네트워크형 국립 한국문학관을 고민하자

방대한 자료·관리 연구 등 고려 권역별 분관 필요대중화 위해 중앙관 만든후 순차적인 분관 건립 진취적 계획 세운 도시 순환 지역균형발전 기여국립한국문학관 건립 계획에 따른 부지공모사업이 중단된 지 반년이 지났다. 이 사업을 중단할 것인가 재개할 것인가? 국립한국문학관은 한국 문학 자료를 수집·보존·복원·관리·전시하고 조사·연구하는 기능을 기본으로 하고 국내외 교류·협력 기능도 수행하는 기관이다. 이같은 사업은 '문학진흥법'의 핵심 목적이므로 유치경쟁 과열이 두렵다고 백지화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기존의 방법으로 재추진한다면 문학인들과 지자체들이 문학관 건립을 놓고 지역으로 나누어 다투게 될 공산이 크고, 그 경우 한국문학의 발전은커녕 문학의 위상이나 문학인의 권위에 깊은 상처만 남길 수 있어 문광부나 문인들의 고민이 깊다. 한 지역순회토론회에서 '수도권 제외론'이 제기되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설계돼야 하므로 문학역량이 집중된 수도권은 아예 배제하자는 논리이다. 그러나 수도권에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넘는 국민들과 많은 문학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또 국립한국문학관은 한국문학의 대중화와 세계화라는 목적도 달성해야 하므로 접근성은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균형론 때문에 다수의 문학인들과 국민들이 접근하기에 불편한 곳에 국립문학관이 건립된다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우려도 높고 또 다른 역차별이 된다.국립한국문학관을 한 곳에만 건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립박물관은 12개의 지역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립미술관도 5개로 운영되고 있으며, 국립해양박물관도 개관 운영 중인 부산관 외에 다른 도시에도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소장 전시해야 할 자료도 방대한데다 문화권역별 특성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국립한국문학관은 국제교류를 담당하는 중앙관을 우선 건립하고, 중기적으로 전국 문화권역별로 분관을 건립한 다음, 장기적으로는 지자체별 공립 문학관을 건립하거나 지정해나가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국립한국문학관 유치를 둘러싼 지자체별 경쟁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문학인들이 앞장서서 지역의 문학관련 사업과 성과를 부풀리거나 역사성을 아전인수 격으로 과장하는 행태는 낯 뜨거운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지역문학에 대한 자부심이나 지역문학을 발전시키겠다는 지자체의 의욕적인 계획까지 나무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정부는 이번을 계기로 조성된 전국 지역별 문학 진흥 열기가 지속될 수 있게 '고무'하는 정책을 별도로 세워야 할 것이다.국립한국문학관도 국립박물관이나 미술관처럼 중앙관(국제관)과 지역분관으로 이뤄진 네트워크형 건립 방식을 집중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방대한 문학관 자료의 특성, 지방문학자료의 특성화된 수집, 관리 연구 등을 고려할 때 문화권역별 분관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다만 주요기능 가운데 '한국문학의 국내외 교류, 문학의 대중화' 와 같은 기능은 접근성이 중요하므로 전국사업과 국제교류협력을 담당하는 중앙관을 우선 건립하고 권역별 분관을 순차적으로 건립해나가는 것이 좋다. 국립한국문학관 네트워크 체계가 완성되면 국내 문학진흥사업을 주관하는 센터도 '유네스코책의수도'나 '문화도시지정사업'처럼 진취적인 계획을 가진 도시를 선정하여 순환 담당한다면 '문학진흥법'의 취지는 물론 지역 균형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6-11-15 김창수

[경인칼럼]'300만 인천' 질문 없습니까?

300만명 동시대 삶의 공간 1926년 파리와 똑같아정체·가치·지향성에 대한 물음 인천도 존재하는가숫자에 미혹돼 소중하고 필요한것 빠뜨렸는지 불안화가 나혜석에게 파리는 충격이었다. 2년 가까운 유럽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뒤 5년이 지나서 쓴 글에서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1934년 잡지 '삼천리(三千里)'에 실은 글이다. "별과 같이 길이 뻗쳐났다. 그리고 건물이 삼각형으로 되어 자못 아름답다. <중략> 어디를 가든지 도로 좌우편에는 병목(병木)이 있고 중앙은 차마도(車馬道)로 목침만큼 한 나무로 모양 있게 깔고 좌우에 인도가 있고 거기에는 매 칸에 하나씩 수도가 있어 아침마다 물을 뽑아 길을 씻어내려 유리같이 되어 있다." 그녀가 본 파리는 '파리 개조 사업'의 결과물이다. 1853년 이전만 해도 파리의 좁은 길들은 미로처럼 얽혀있었다. 길 위로 시궁창물이 넘쳤다. 전염병이 창궐했다. 나폴레옹 3세는 황제로 즉위하자마자 오스만 남작을 지사로 임명했다. 그에게 도시구조 개혁을 지시했다. 중세도시 잔재 그대로였던 파리가 근대도시로 변모한 것은 이때부터다. 오스만은 1870년 지사에서 물러날 때까지 대대적인 개조사업을 통해 파리의 골격과 외양을 모조리 바꿔놓았다. 나혜석이 본 청회색 아연 지붕과 베이지색 벽면의 건물들이 즐비한 '빛의 도시' 파리는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뒤의 모습이다. 이때의 파리 인구가 300만 명에 육박한다. 1926년 기준 287만1천명. 외국인 체류자를 제외한 오늘의 인천 인구와 같다. 빛의 반대편에 그림자가 있었다. 그림자는 특히 도시빈민들 머리 위로 길게 드리워졌다. 20년에 걸쳐 파리가 뜯어고쳐지는 동안 그들은 공사판 소음과 먼지 속을 전전해야만 했다. 이후 몇 십 년이 지나도록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무도 그들의 주거환경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오직 한 사람,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를 제외하고. 현대의 모든 도시는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할 만큼 르 코르뷔지에는 도시의 미래를 내다봤던 건축혁명가다. 그는 산업혁명으로 인해 도시로 몰려든 저임금 하층노동자와 도시빈민을 염두에 둔 '300만 거주자를 위한 현대도시 계획안'과 이를 파리에 접목시킨 '파리 부아쟁 계획'을 잇따라 제안했다. 도심에는 강철로 뼈대를 만든 60층 상업용 초고층건물들이 십자 모양으로 늘어서고, 그 주변으로 60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빌라형 공공주택이 들어선다. 외곽에는 250만 명이 살 수 있는 전원도시를 배치했다.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전 세계 메트로폴리스(metropolis)의 모습이다. 그러나 기득권은 집을 기계로 보는 미치광이라고 그를 비난했다. 극우파는 레닌의 앞잡이로, 극좌파는 프랑스 자본주의의 앞잡이로 몰아세웠다. 그러자 르 코르뷔지에가 되묻는다. "파리는 무엇인가?" "파리의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파리의 정신은 무엇인가?" 인천의 인구가 마침 1920년대 중반 파리의 그것과 같다.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 전통을 지키려는 사람과 혁신을 도모하는 사람, 배척하려는 사람과 공존하려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복한 사람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 300만 명이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1926년의 파리와 똑같다. 그때 그곳에서는 파리의 정체성(正體性)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파리의 가치성(價値性)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파리의 지향성(志向性)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인천에서도 그런 질문들이 존재하는가. "인천은 무엇인가?" "인천의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인천의 정신은 무엇인가?" '3,000,000'이라는 숫자에 미혹돼 꼭 물어봐야 할 것을 빠뜨린 채 지나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진짜 소중하고 진짜 필요한 것들이 숫자놀음에 매몰되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도 하다. 르 코르뷔지에의 시선은 '도시'가 아니라 그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향했다. 그걸 보지 못한 나혜석은 너무 낭만적이었고, 그걸 질문하지 못하는 우리는 너무 게으르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6-11-08 이충환

[경인칼럼]현대차 약진이 좋지만 않는 이유

해외 생산량 국내보다 많아 격차 갈수록 벌어져좁은 내수시장에 고임금… 파업만능주의 고질병기아차 인수후 부품업체 계열화·중소업체 하청 전락현대기아차의 놀라운 성장이 주목된다. 지난 9월에는 기아차가 미국 텍사스에서 200㎞ 거리의 멕시코 페스케리아에 연산 40만대의 완성차공장을, 10월 중순에는 현대차가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시에 30만대 공장을 각각 준공한 것이다. 내년에 중국 충칭 5공장까지 완성되면 세계최대 규모의 토요타 자동차에 근접하게 된다.정몽구 회장의 현장경영, 뚝심경영, 품질경영이 돋보인다. 2000년 9월 자동차전문그룹으로 홀로서기할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우려의 눈초리를 보냈었다. 중후장대형의 자동차산업은 '지옥의 카레이스보다 더 치열하다'는 게 정설인 때문이었다. 더구나 당시는 외환위기 직후로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터에 왕자의 난까지 겹치는 등 창업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정 회장은 1998년 지휘봉을 잡은 지 1년 만에 적자상태의 현대차를 4천억 원대의 흑자기업으로 반전시키는 깜짝쇼를 연출했다. 2004년에는 중국진출 3년 만에 중국내 판매순위 5위로 급부상했을 뿐 아니라 2008년에는 금융위기 여파로 GM이 파산하는 등 세계자동차업계가 충격에 빠졌을 때 재빨리 '10년, 10만 마일 무상 보증수리' 카드를 제시해 자동차의 메카 미국에 확고한 뿌리를 내렸다. 1977년 현대정공을 설립해서 히트상품 '갤로퍼'로 국내 레저용 차량의 새 지평을 열었을 때 정 회장의 경영능력을 인정했어야 했다.그러나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약진이 달갑지만은 않다. 생산능력 측면에서 국내외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해외공장은 연산 530만대인데 비해 국내적으론 현대차 178만대와 기아차 160만대 등 총 338만대에 불과한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올 1~9월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303만대인 반면에 해외생산량은 332만대로 사상처음 해외생산이 국내생산을 추월했다. 휴대전화에 이어 현대차의 코리아 탈출이 본격화되었다.더욱 주목되는 것은 1996년 기아차 아산공장 건설 후 지금까지 국내에는 완성차공장 신설이 한 건도 없다는 점이다. 정몽구 회장이 경영을 맡아온 20년 동안 미국, 중국, 멕시코 등 9개 나라에 총 18개 공장을 신축한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기아차의 눈부신 성장은 100% 해외에서 조성된 것으로 이로 인한 해외고용 유발효과는 2015년 기준 현대차 4만6천여 개와 기아차 1만6천여 개 등 총 6만2천여 개에 달한다. 고용 없는 성장의 대표적 사례이다. 좁은 내수시장이 결정적 요인이나 고임금은 설상가상이었다. 현대차의 파업만능주의는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올해도 현대차 노조는 지난 7월부터 약 150일간 총 24차례 파업투쟁을 벌임으로써 회사에 14만대의 생산 차질(약 3조원)을 초래했다. 이윤 동기가 기업의 존재 이유인 만큼 글로벌화를 통한 계속 기업화의 당위성이 크다. 그러나 단 한 개의 일자리가 아쉬운 국내 실정을 고려하면 개운치 못하다. 현대차의 과거 역사를 반추하면 더욱 씁쓸하다. 현대차 사장을 역임한 이계안 전 국회의원은 "현대차는 특히 국민들에게 진 빚이 많다"고 주장했다. 1975년 포니 탄생신화는 정부의 외제차 수입금지조치가 만들어준 결과이며 1970년대 오일쇼크 때 정부는 고환율정책으로 백척간두의 재벌들을 수호해 주었다. 결정적인 점은 1998년 정부가 기아차의 인수를 승인함으로써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현대차의 독점적 지위가 크게 제고된 것이다. 이후부터 관행처럼 해오던 국내의 자동차 연말세일이 사라졌다. 리더기업인 현대차가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경쟁사들의 재고떨이 관행에 제동을 걸자 정부가 현대차 편을 들어주었기 때문인데 이를 계기로 국민들이 헐값에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또한 현대차는 기아차를 인수한 후 플렛폼 통합과 부품 모듈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 경쟁력을 높였는데 그 와중에서 소수의 대형 부품업체들은 계열화되고 나머지 수천 곳의 중소제조업체들은 현대모비스의 중간관리를 받는 2, 3차 하청업체로 전락했다. 글로벌스타 현대차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접어야 하나./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6-11-01 이한구

[경인칼럼]'부정청탁 금지법'시대 공직자 등의 자세

민원, 비공식 루트 통하지 말고 공개적으로 제기법규 위배된 요구 계속땐 인내심 갖고 경청해야 법 정착되려면 민원인·공무원 지혜로움 필요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세인들의 관심 밖에 있다가 시행을 앞두고 갑자기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다시피 하였습니다. 법률 제정의 취지나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정착시키는데 지혜를 모으기보다는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서부터 전 국민을 범죄자 취급한다는 불평까지 매우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었고, 급기야는 '란파라치'라고 불리는 고발꾼의 이야기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법의 제정취지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연고주의, 온정주의로 인해 쉽게 청탁하는 관행을 부정의 시작으로 보고, 부패 빈발분야를 특정하여 그 분야의 부정청탁행위를 제재하고, 이를 통해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는 데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청탁(請託)'이라 함은 '청하여 남에게 부탁함'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사회생활에서 어떤 일을 남에게 부탁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비슷한 말로 '청원(請願)이 있습니다. 역시 사전을 보면 '일이 이루어지도록 청하고 원함' '(법률용어로) 국민이 법률에 정한 절차에 따라 손해의 구제, 법령의 개정, 공무원의 파면 따위의 일을 관공서 등에 청구하는 일'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탁의 본래 의미와 상관없이 '청탁'에는 부정적이고 음습한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습니다. 위 법률도 금지된 청탁행위를 규정하면서, 법령에 위반한 행위를 요구하는 것을 상정하고 있습니다.부정청탁금지법은 선진국의 부패방지법제가 취하고 있는 '절차적 규제'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부정청탁의 유형까지 열거한 '내용적 규제'방식을 채택하였다는데 이는 가히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반부패입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직자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은 경우에는 소속 기관장 등에게 신고하거나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각종 절차적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공직자 등에게 어떤 행위를 요구하거나 궁금한 사항이 있어 그 의문점을 해소하고자 하거나 억울한 사정을 하소연하고자 할 때 소위 '비공식 루트'를 통하지 말고 공개적인 방법으로 하라는 것입니다. 인터넷에 올려 궁금한 사항을 해소하거나, 청원법이나 민원사무처리규정이 정하는 절차와 방법에 따라 민원제기를 하라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청원법 등이 있었음에도, 민원인들은 해당 민원을 담당하는 공직자 등을 직접 만나 설명하기를 원하고, 그것도 불충분하다고 생각하여 외부 식사자리를 마련하려고 하거나, 공직자 등과 친분이 있는 사람을 찾아 대신 민원을 설명하도록 하는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민원인들은 정상적인 민원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법을 강구할까요?민원인들은 첫째, 공직자 등이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이해했는지, 관련 규정 등을 내일처럼 충실히 검토한 것인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민원인의 의도대로 일이 처리되지 않으면 공직자 등이 상부나 외부의 압력 또는 청탁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민원인이 법규에 위배되는 요구를 계속한다는 이유로 상부에 보고하고 관계기관에 신고하는 것으로 모든 임무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결국, 공직자 등은 인내심을 가지고 경청하는 방법 이외에는 더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 비록 법규에 위배되는 요구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가 법령개정의 요구 등 청원의 취지일 수도 있는 만큼 바로 내칠 일은 아닙니다. 부정청탁금지법은 부정한 청탁으로부터 공직자 등을 보호하고, 민원인들에게도 위법한 업무처리를 요구하지 말도록 한 법이지, 공직자 등으로 하여금 법률 뒤에 숨어 경직된 업무처리, 복지부동하라는 것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부정청탁방지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공직자 등의 지혜로움이 요구됩니다./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

2016-10-25 박영렬

[경인칼럼] 박대통령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부패·양극화·도덕적 해이·정치 실종… 불안감만우병우·최순실 비호 등 더 큰 부메랑으로 올 수도 정치·권력운용 방식 전환만이 난국타개 단초 마련20대 총선이 끝나고 6개월이 지났다. 여소야대 국회는 협치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으나 결과는 참담하다. 사드 배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 미르와 K 스포츠 두 재단의 이른바 비선실세 개입 정황, 집권당 대표의 단식과 국정감사 파행, 백남기 씨 사망을 둘러싼 책임 규명 등의 국면에서 정치는 철저하게 실종됐다. 노무현 정부 때의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을 두고 또 다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당시 비서실장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휘발성이 강한 사안으로 커지고 있다. 당연히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또 하나의 거대한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을 의식한 지지층 결집에 이만한 이슈도 없다. 한국정치의 문법이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블랙홀의 정치공학이 정권 주변의 의혹들마저 덮으리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민심에 대한 심각한 난독(難讀)이다. 대한민국은 국내외적인 미증유의 위기 앞에 아무런 방패없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을 급기야 '지옥'에까지 비유하며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 북한 핵의 실전배치는 이제 코 앞이다. 미국은 실질적인 자국 안보의 위기를 느끼고 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은 그래서 마냥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한반도 상황이 안정되게 관리되지 못하고 비등점을 향해 치닫는 상황이다. 각자도생으로 치닫는 사회적 연대의 붕괴, 임계점을 향해 치닫는 양극화와 격차의 심화, 기득 엘리트의 도덕적 해이와 권력을 농단하는 '비선실세'의 의혹은 민심의 이반으로 나타나고 있다. 집권 핵심에 기생하여 나라를 좀먹고 있는 무리의 권력 사유화와 농단을 방치하는 야당도 공범이다. 부정의하고 부조리한 의혹의 핵심을 파헤치지 못하는 야당의 무능은 청와대 엄호가 존재가치로 보이는 여당의 친박 핵심과 같은 무게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당나라 후기 시인인 허혼(許渾)의 시 중 '산에 비가 오려 하니 누각에 바람이 가득하네'(산우욕래풍만루 山雨欲來風滿樓)란 시구는 위기가 다가옴을 알리는 선행지수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허혼은 당 제국의 황혼기에 제후들의 발호와 환관의 전횡, 극심한 당쟁을 누각에 가득한 바람으로 표현했다. 요즘 부쩍 주변에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부패, 양극화, 불평등, 도덕적 해이, 정치실종 등은 생소하지 않은 단어들이지만 '누각의 바람'처럼 불길하게 느껴진다. 늘 있어 왔던 현상들이지만 이제 임계점에 온 듯한 불안으로 다가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수사 중이기 때문에 해임할 수 없다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국민을 바보로 알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청와대와 집권당 친박 핵심들의 최순실 씨 비호 등은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헌정 사상 초유로 국회에서 통과된 장관해임건의안이 대통령에 의해 거부되었으나 이 역시 정권에는 큰 부담이다. 국회를 대립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순간 권력의 장악력은 역설적으로 떨어진다. 청와대와 친박 핵심 세력들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론을 모으기 위해서는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집권세력이 특단의 결기를 보여야 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한 번 밀리면 국정주도권 상실은 물론 레임덕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피해 의식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정치의 방식과 권력 운용 행태의 전환만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스테레오타입화한 방식을 탈피할 때도 됐다. 50대 이상과 영남 지역에서의 민심의 이탈 현상은 지금까지의 국정운영방식의 폐기를 주문하는 강력한 요구다. 국민의 요구에 책임지지 않고 반응하지 않는 통치가 성공한 예는 없다. 당나라 태종의 언행을 기록한 정관정요(貞觀政要)에서 위징(魏徵)이 태종에게 간언한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 물은 배를 띄우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란 말은 현대의 대의민주주의에 그대로 적용된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1조에 체화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16-10-18 최창렬

[경인칼럼]문화영향 평가제와 도시정책

특정 정책으로 주민권리 침해등 폐해 사전 방지지자체, 지역밀착형사업 추진땐 제도 적극 활용문화계·주민간 도시개발 정책 갈등 최소화 가능최근 법제화된 '문화영향평가제도'는 개발위주의 정책과 문화적 가치의 모순을 완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주목할만하다. 지금까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정책은 대부분 경제성장 패러다임에 근거한 것이었다. 성장 위주의 개발 정책은 국민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고 파괴해왔다. 이에 대해 경고와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지만 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문화적 영향을 고려한 공공정책의 수립과 실행을 통해 정책의 사회적 수용가능성과 효과성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선진적인 제도로 평가된다. 아직 문화영향평가제는 제도상 개선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지자체나 문화계의 이해는 충분치 못해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영향평가제는 2013년에 제정된 '문화기본법' 제5조 제4항에 근거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계획, 정책, 사업, 제도가 문화적 관점에서 국민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평가하여 부정적 영향을 미연에 방지하고 문화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정책의 문화화'를 통해 문화 가치의 전 사회적 확산을 위한 제도이다. 문화영향평가제의 도입으로 문광부의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국토부의 '행복주택프로젝트' 등 9개의 정책에 대한 문화영향평가 시범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2016년부터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을 문화영향평가센터로 지정하고 전국 지자체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 가운데 문화영향평가가 필요한 정책을 선정하여 영향평가를 지원하기 시작하고 있다. 문화영향평가제는 국가나 지자체가 추진하는 정책과 사업이 해당 지역의 문화경관, 유무형문화유산, 문화다양성, 지역주민공동체와 생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주민들의 문화 향유와 참여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한다. 이로써 특정정책으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문화적 권리의 침해나 문화경관의 파괴, 공동체의 상실 등과 같은 부정적 영향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된다. 문화영향평가는 해당 정책에 대한 성과를 사후에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정책이 미치는 문화적 영향을 분석하고, 문화적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대안을 사전에 제시함으로써, 바람직한 정책 입안을 유도하고 지원할 수 있다.이 제도의 명칭은 규제나 강제 이행규정을 연상시키지만, 평가 과정과 결과를 통해 특정한 정책의 문화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문화영향 '컨설팅'에 가깝다. 또 당분간 문화영향평가 관련 예산은 전액 국비로 지원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적극 활용하면 예산 부담은 줄이고 사업효과는 높일 수 있는 제도이다. 따라서 지자체는 문화적 관점에서 주민의 삶의 질 또는 일상생활에 영향력이 큰 정책, 특히 지역 문화에 영향이나 파급효과가 큰 국정과제나 주요 시책사업에 대해서는 문화영향평가를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한다. 특히 문화적 가치에 대해 고려할 사항이 많은 사업들, 도시재생·마을만들기와 같은 지역밀착형 사업을 추진할 때 문화영향평가제는 매우 효과적인 보완수단이 될 수 있다. 한편 지역 문화계와 주민들 역시 문화영향평가제도의 목표와 취지를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도시개발 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객원논설위원

2016-10-11 김창수

[경인칼럼] 인천N방송은 실패했다

문화·콘텐츠사업을 경제·산업적 접근 '잘못된 출발'동네 유튜브를 글로벌 유통플랫폼 처럼 '과대 포장'市, PP전환·시청자미디어센터 참여 등 해법 찾아야"10월 7일 인천방송발전을 위한 토론회를 갖습니다. 패널로 꼭 참석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인천N방송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인천테크노파크 본부장은 우리 센터 발전협의회 14명 위원 중 한 분이다. 인천N방송의 향후 운영방안을 놓고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을 한단다. "난 사실 이 센터장님처럼 인천N방송에 비판적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래서 꼭 참석해주길 바랍니다." 아쉽게도 일정이 겹쳐 모레 열리는 토론회에는 참석하질 못한다. 대신 이 지면을 빌려 생각을 보태고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천N방송은 실패다. 정부와 인천시가 적지 않은 사업비를 투입했지만, 기관장이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지만, 운영진이 의욕을 활활 불태웠지만, 실패했다. 콘텐츠가 없고 보는 사람이 없다. 인천N방송은 미래창조과학부의 방송통신융합 공공서비스 시범사업이다. 인터넷 인프라에 소규모 방송서비스가 결합된 형태다. 채널을 무한정 확장할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 당초 이 사업의 목적은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정보 제공, 동호회와 교회 등과 같은 비개방적 이용자그룹을 위한 소규모 방송서비스 제공,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홈쇼핑서비스 제공에 있었다. 한 지역 울타리 안에서 그 지역의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이 필요한 정보와 콘텐츠를 편리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동네 유튜브'의 역할과 기능을 하도록 설계됐다. "태생적으로 소박한 콘텐츠 유통 플랫폼"(2015년 11월 4일 경인칼럼 'KBS 인천지역국이 필요한가?')인 것이다. 인천N방송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작용했다. 첫째, 처음부터 번지수가 틀렸다. 인천N방송은 하나의 문화현상이며, 콘텐츠 지향 사업이다. 그런데 엉뚱한 프레임으로 접근했다. 시의 주관부서가 창조경제를 담당하는 경제정책과였다. 지금도 신성장산업과가 담당한다. 문화현상과 콘텐츠사업을 경제적·산업적 관점에서만 판단하고 사업을 집행했으니 출발부터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둘째, 운영주체의 '뻥튀기'가 너무 심했다. 동네 유튜브를 글로벌 콘텐츠 유통플랫폼인 양 지나치게 과대포장 했다. 그러다 보니 더 요란한 슬로건과 더 화려한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10만원씩 콘텐츠 채택료를 주고, 노래 잘하고 개그 잘하는 시민을 스타로 발굴하는 대회를 열고, 애플TV에 한국 콘텐츠를 공급하는 플랫폼사업자와 손을 잡아도 동네 유튜브는 동네 유튜브다. 운영진의 의욕이 지나쳤다.인천시나 인천테크노파크로선 비상구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다행히 몇 가지 해법이 있다. 하나는 인천N방송을 방송채널사업자, 즉 PP(Program Provider)로 전환하는 것이다. 인천의 고질적인 방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가 방송콘텐츠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면 된다. 인천N방송을 PP로 만드는 것은 시가 '인큐베이터와 방송사업자의 기능을 함께하는' 방안에 해당된다.(2015년 12월 16일 경인칼럼 '인천의 방송, 그 문제를 푸는 방법') 또 하나는 인천시가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 운영에 참여하면서 인천N방송을 시민제작콘텐츠의 유통망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시청자미디어센터의 설립목적과 기능상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참여는 필수다. 지금처럼 기초자치단체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재정위기의 인천시가 선뜻 팔 걷어붙이고 나서기가 간단치 않다. 인천N방송은 이런 상황을 들어 올리는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는 1인 방송시스템(MCN : Multi Channel Network)의 도입을 앞두고 있다. 시민 누구나 방송제작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실패'라는 말이 거칠고 섭섭하게 들리시겠다. 하지만 엄정한 시선으로 문제와 현실을 들여다봐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드리는 충정(衷情)의 표현이다. 모레 열리는 토론회에서 마음의 짐을 한 짐 덜어내시길 바란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6-10-04 이충환

[경인칼럼] 예견된 서민주택 정책 실패

도시형생활주택, 전·월세 가격 여전히 '천정부지'구도심 주거환경 더 나빠지고 주민갈등 점차 증가 '가격대비 삶의 질 높냐'는 질문에 입주자들 "글쎄요"올여름 가마솥더위는 특히 도시 서민들을 힘들게 했다. 급격한 도시화로 삼림이 크게 훼손되면서 열기를 식혀주는 기능이 약화된 데다 아파트와 고층건물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도시의 '바람 길'을 막은 것이 결정적인 이유이다.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원룸타운 입주민들에게 올 여름은 악몽 그 자체였다. 10층 이상의 고층원룸들이 1m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 통풍이 안 되는 데다 옆 건물에서 거실까지 훤히 들여다 보여 창문도 마음대로 열 수 없었다.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의 경우 건축법상 건물 간 이격(離隔)거리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민법 242조 1항에 의거 옆 건물과 50cm 이상 거리만 두면 얼마든지 건물을 신축할 수 있다. 일조권도 언감생심이다. 지난해 5월 정부가 상업지역에 적용되던 도로 사선제한 규제를 폐지한 것이다.도시형생활주택은 2009년 5월 이명박 정부가 전월세난 해소목적으로 도입한 새로운 주거형태이다. 저렴하면서도 편리한 생활공간을 단기간 내에 대량으로 공급한다며 도시에 한정해 재건축 규제를 대폭 해제한 것이다. 건폐율과 용적률을 완화해 20가구 이상 150가구 미만의 건축을 허용하고 단지형 다세대와 원룸형, 기숙사형 등으로 주거형태를 다변화했다.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에 의한 감리로 변경하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서도 제외했다. 주차장은 세대당 0.50~0.60대로 진입도로 폭 제한도 일반 공동주택의 6m보다 좁은 4m로 낮추었다. 준주택제도 도입했다. 오피스텔, 실버하우스, 고시원 등을 준주택으로 분류해 바닥 난방과 욕조 설치를 허용하는 한편 오피스텔은 전체 면적의 70% 이상을 업무공간으로 제한하는 규정도 없앴다. 2013년 '8·18 전월세 대책'을 통해 주거용 오피스텔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으며 1가구 2주택 규제에서도 제외했다. 무리를 하더라도 반드시 서민주거안정을 달성하겠다는 각오였다. 고유가에 따른 경기 부진은 설상가상이어서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 건설업 진작에도 주목했다. 서민 주택사업자에 연리 2%의 장기저리 주택자금을 지원했다.도시형생활주택 공급량은 2009년 78가구에서 지난 3월에는 33만959가구를 기록, 주택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같은 기간 오피스텔 공급량은 연평균 3만3천실로 도시형생활주택 수의 50% 정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전월세 가격은 여전히 천정부지이다. 원룸과 오피스텔 등은 역세권이나 도심, 대학가 등 알짜부지에 입지하는 경우가 많아 분양가 자체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전방위적으로 전월세 값 상승을 견인했던 것이다. 주거 다양화에도 역행했다. 도시형생활주택 10채 중 원룸이 6.5채인 것이다. 저금리시대를 맞아 사업주들이 수익성 증대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가구 수를 최대한 늘린 탓이다. 구도심의 생활환경은 더 나빠졌다. 작년 1월 130여명의 인명피해를 낸 경기도 의정부 대붕그린아파트 화재 참사가 상징적 사례이다. 정책입안과정에서 도시형생활주택 입주민들은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전제가 화근이었다. 주민갈등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다닥다닥 붙은 건물들이 늘어나면서 지자체마다 민원접수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일조권과 조망권, 층간소음, 사생활침해, 집값 하락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인천 남동구청은 하루에도 민원이 여러 건에 이른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 모 지자체의 담당공무원은 업무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병가를 신청하기도 했다. 도시형 서민주택이 가격 대비 삶의 질을 높였냐는 질문에 입주자들의 대답은 "글쎄요"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시형 생활주택은 행정실패"로 규정했다. 당초 전문가들이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원도심 난개발에 따른 교통 혼잡과 주거환경 악화, 범죄 증가와 역사문화 훼손 등이 귓전을 맴돈다.앞으로가 문제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1인 가구 비중이 27.2%로 1위를 차지했는데 2035년에는 34.3%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동굴원룸 동네에 언제 바람 길이 터질지./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6-09-27 이한구

[경인칼럼] 사람의 죽음

태산보다 무겁고 깃털보다 가벼운 죽는 동기의 가치수사대상자 죽음으로 억울함 알려 결백 주장하기도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생 마감' 좀 더 신중했으면…사람의 죽음에는 그 원인에 따라 자연사와 사고사가 있고, 자살과 타살이 있다. 현행법상 자살행위는 범죄가 아니므로 자살하려다가 미수에 그치더라도 처벌되지 않는다. 그러나 타인으로 하여금 자살을 하게하거나(자살교사) 타인의 자살을 도와준 행위(자살방조)는 처벌된다. 자살의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울증이나 생활고, 직장인들의 경우 업무스트레스, 수험생들의 경우 정신적 압박등이 주된 원인으로 거론된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 35개국중 최상위권에 속한다고 하니 아직도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경제발전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중국 전한시대 무제때 역사가이자 '사기'의 저자인 태사공 사마천은 사람의 죽음에 대해 '사람은 한번 죽게 되어있다.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重於泰山), 어떤 죽음은 기러기의 깃털보다 가벼운 데(輕於鴻毛), 그 차이는 죽음으로써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였다. 이는 사람의 죽음에 대해 그 동기에 따라 그 가치를 다르게 평가한 것이다.역사적인 사례를 본다면 구한말 예조·병조 판서를 역임한 민영환은 1905년 을사조약 체결을 계기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일제침략에 격렬히 항거하면서 그 부당성을 널리 알렸다. 경비가 삼엄한 하얼빈 역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이토오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행위도 목숨을 내놓지 않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위대한 거사였다. 일본인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였음은 물론 우리민족의 자존심을 살려 대한민국 건국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역사에 길이 빛날 쾌거로 평가된다.중국 초나라 회왕의 신임을 받던 굴원은 급속히 팽창하는 진나라에 대한 대응책으로 합종설을 주장했다가 조정중신들과 뜻이 달라 실각한 후 우국충정에서 결국 멱라수에 투신하여 자살하였다고 한다. 그때가 기원전 3세기경 5월 5일로 오늘날 단오절의 기원이 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위와같은 경우는 태사공이 말한 태산보다 더 중한 죽음을 선택한 예가 될 것이다. 태사공 자신도 흉노와의 싸움에서 패배해 투항했던 이릉장군을 옹호하다가 무제의 노여움을 받아 궁형이라는 형벌을 받게 된다. 궁형은 거세하는 것으로 그 당시는 벼슬하던 사람이 궁형을 받으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더 명예로운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는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하루에도 창자가 9번 뒤틀리고, 집안에 있으면 무언가를 잃은 듯이 멍하고, 밖에 나가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며, 치욕을 생각할 때 마다 등에서 땀이 흘러 옷깃을 적시지 않는 날이 없었다'고 한다. 태사공이 이런 치욕을 참으며 목숨을 부지한 이유는 오직 하나 선친 사마담으로부터 '사기'를 완성하라는 유언 때문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 결과 그는 불후의 명작 '사기'라는 역사서를 저술하였다. 만약 태사공이 궁형을 선고받았을 때 치욕을 참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였다면 그의 표현대로 그 죽음은 깃털보다도 가벼웠을 것이고 오늘날 사마천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요즈음 수사를 받는 도중 또는 수사기관의 소환을 앞두고 자살하였다는 뉴스가 가끔 들려온다. 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죽음을 선택할 당시의 절박한 사정은 죽은 자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니 산 자가 그 죽음의 의미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일 것이다. 다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그들 대부분은 죽음으로써 억울함을 세상에 알려 결백을 주장하거나, 본인 때문에 수사가 확대되고 범죄가 성립되는 연결고리를 끊으려고 했을 것이다. 어떠하든 그 죽음이 태산보다 무거운 것인지 기러기 깃털보다 가벼운 것인지는 세상 사람들의 판단에 달려있다.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최상위권에 속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태사공이 궁형이라는 치욕을 감수하면서도 죽음을 택하지 않은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일생에 한번 밖에 없는 죽음에 대해서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

2016-09-20 박영렬

[경인칼럼] 핵과 사드의 정치학

한·미, '사드=북핵 방어용' 논리로 중·러 설득 실패김정은 무모한 도발 막을 수 있는 '中 영향력' 여전전략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대외적 위기 대처해야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사드 배치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여야 영수회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한미의 사드 배치는 되돌릴 수 없는 결정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의 정치학은 군사적으로만 접근할 수 있는 1차 방정식이 아니다. 군사와 안보는 같은 개념이 아니다. 군사적 관점은 재래식, 비대칭 등의 군사력 비교에 근거한다. 그러나 안보는 정치·경제·외교·군사의 모든 면을 고려해야 하는 개념이다. 1차원적인 군사적 관점에서 사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미국과 중국의 패권주의의 상징이라는 정치외교적 관점은 북핵 못지않게 중요한 개념이다. 강 대 강의 군사적 대치의 심화는 미·중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한반도의 긴장 수위는 임계점을 향해 치닫게 될 것이다. 사드가 북핵 방어용이라는 한·미 정부의 논리는 시진핑과 푸틴을 설득하지 못했다. 중국은 사드가 미국과 중국의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에 의한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깬다고 보고 있다. 한·미가 아무리 사드를 북핵과 미사일 방어용이라고 해도 중국은 미국이 동아시아의 패권을 위해 미사일 방어체계(MD)를 구축하려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 배치 반대를 '대안없는 정치공세'로 규정했다. 새삼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의미할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박 대통령의 사드 관련 중·러 등과의 정상회담에서 보인 태도는 전략적이지 못하다. 스스로 운신의 공간을 좁히는 전략적 우를 범할 개연성을 높일 뿐이다. 굳이 우리가 나서서 사드 배치를 주장할 필요가 없다. 중국의 인식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는 한미동맹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소극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군사·외교·경제 등 한국의 전략적·안보적 이해에 부합한다. 북핵 실험 이후의 대북제재 수위를 높여도 중국이 적극 동참하지 않으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음은 이미 4차 핵실험 이후에 입증됐다. 외교부는 11일 세가지 분야에서 새로운 강력한 결의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적 이해와 한국의 국익이 다르다는 국제정치적 인식의 전제하에서 북핵과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한국의 독자적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이용한다면 사드배치 결정 이후에도 한국이 운신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북핵을 억제하고 김정은의 무모한 도발을 막을 수 있는 중국의 영향력 행사는 여전히 긴요하다. 군사적인 대처는 물론 중요하다. 내년도 예산에도 40조의 국방비가 편성되었다. 국방비 예산이 처음으로 40조를 돌파했다. 2005년도에 20조에 불과하던 국방예산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북의 군사적 도발을 막는 길은 군사와 외교 양면에서 이루어지는 안보적 이익의 극대화에서 찾아야 한다. 미국이 북한을 직접 타격할 가능성은 현재로써는 낮지만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위협을 느낀다면 군사행동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군사적 대치와 촘촘이 짜인 전략자산들의 한반도 전개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현실화되지 않게 하려면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 전쟁의 당사자는 한국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드 배치 반대를 '대안없는 정치공세'로 볼 일이 아니다. 사드 반대가 정략적 사고며, 남남 갈등과 분열을 유발한다고 보는 구태의연한 스테레오 타이프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략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북핵이라는 미증유의 대외적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 핵무장론은 실현 가능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주변 강대국들을 자극함으로써 한반도를 최악의 국면으로 몰고 갈 것이다. 이미 연두 회견에서 박 대통령도 핵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피력한 바 있다. 핵무장론 제기야말로 보수층 결집을 위한 의제(어젠다) 선점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정략적 발상이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16-09-13 최창렬

[경인칼럼] 시민의 권리로서의 문화예술

문화권, 모든국민 차별없이 창조·활동·향유할 권리선언 넘어 '국가에 의해 보장되는' 사회적 기본권정부·지자체, 시민 문화예술 활동 집중 투자해야한국의 문화정책, 특히 문화관련법의 정비는 선진국도 부러워할 만한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2013년 말에 제정된 '문화기본법'이 대표적이다. 2014년부터 시행된 법이 한국문화정책사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되는 것은 '문화영향평가제', '문화진흥기본계획수립', '문화정책전담연구기관지정', '문화권' 등의 획기적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권(文化權)'의 개념을 법률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모든 국민의 권리로 명시하고 있어 향후 정부와 지자체 문화정책의 일대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문화가 국가발전과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 가장 중요한 영역의 하나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국가와 지자체는 문화가치를 우리 사회 영역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문화기본법'에서 문화권(文化權)은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로 규정되었다. 문화적 권리(cultural right)의 개념의 유래는 국제적으로는 유네스코 세계인권선언(1948)에서 비롯된 것으로 국내에서는 '문화헌장'(2006)에서 공식적으로 언급된 바 있다. 그러나 국가의 법으로 명문화된 것은 '문화기본법'이 처음이다. 그러나 시민을 문화정책의 대상에서 문화예술활동의 주체로 전환하고 있는 '문화권'의 중대한 의미가 우리 사회나 문화현장에서 충분히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유감이다. 법조문에 한자어를 병기하지 않은 탓인지, 아직도 대표적인 인터넷 포털이나 법률 용어사전에도 검색되지 않고 있다. 광속의 사이버 공간에서도 여전히 '문화권'은 공통의 문화적 특징을 공유하는 영역을 의미하는 '문화권(文化圈)'의 개념으로만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국민들의 문화적 권리는 이제 선언(manifesto)의 수준을 넘어, '국가에 의해 보장되는' 사회권적 기본권의 하나로 확립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권리는 문화예술 영역의 경우 '표현의 자유'와 같이 국가로부터 자유를 보장받는 자유권적 기본권보다 적극적인 권리이다. '문화기본법'에는 시민들이 문화예술의 소비자나 향유자를 넘어 창조적 문화예술활동의 주체임을 확인하고 능동적인 활동을 권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이 법은 정부와 지방정부가 시민들의 문화예술활동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정비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문화권 실현의 가장 큰 장애물은 각종 문화적 불평등일 것이다. 문화예술의 향유와 관련된 지표를 보면 지역과 계층별로 그 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생활문화예술 지원 정책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더 자유롭게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사업에 투자를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문화기본법에서 명시한 심오한 목표는 가까운 미래에 실현되기는 여러 가지 여건상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문화를 '권리'로 인식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능동적 문화참여가 높아진다면,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들의 문화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이뤄진다면, 아직까지는 선언처럼 보이는 문화기본법에 스며있는 문화가치와 문화사회의 실현도 앞당겨질 것이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6-09-06 김창수

[경인칼럼] 우리는 고래보다 열등하다

약한쪽에 연민 느껴 보호해주려는 혹등고래 마음기절한 택시기사 놔둔채 골프백 챙겨 떠난 사람들도덕적 의무까지 법으로 강제하는 사회돼야 하나단단하게 뭉쳐있던 마음의 무장을 풀어놓은 토요일 오후는 TV보기에 딱 좋다. 지난 주 역시 마찬가지. 이 채널 저 채널 기웃거리다 EBS에서 방황을 끝냈다. 해외의 고품격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는 '세계의 눈'은 그 시간대 딱히 볼 게 없는 대한민국 오십대 남자들에게는 제격이다. 책 읽는 수고로움 없이 게으른 자의 지적(知的) 허기도 제법 채워준다. 그런데 그날 방송한 '고래들의 전쟁'은 여느 토요일 나른한 시선으로 시청하던 다큐멘터리와는 사뭇 달랐다. 남쪽 열대의 바다에서 새끼를 낳은 고래들은 봄이 되면 새끼를 데리고 대장정에 오른다. 목적지는 북쪽 베링해. 적도 부근 바다에서 출발해 두 달 동안 5천km를 헤엄치는 긴 여정이다. 그때쯤 베링해에는 고래들의 먹이인 크릴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 크릴의 향연을 즐기기 위해 고래들은 그 먼 길을 마다않는다. 베링해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150개의 섬으로 늘어선 알류산 열도를 통과해야 한다. 섬과 섬 사이 폭 10km의 좁은 해협 '유니맥 패스'는 고래들이 베링해로 들어가는 지름길이다. 이곳으로 혹등고래와 귀신고래들이 몰려드는데 이들을 노리는 또 다른 고래들이 있다. 바다의 최종 포식자인 범고래 무리다. 머리 좋고 사나운 녀석들은 해협의 길목을 지키며 새끼 고래들을 노린다. 절반 정도의 새끼들이 이곳에서 희생된다고 한다. 화면에는 수십 년간 고래를 관찰해온 과학자들조차 미처 보지 못했던 광경이 펼쳐졌다. 어미를 잃은 채 홀로 유니맥 패스를 통과하려던 새끼 귀신고래가 범고래 무리들에게 당하려는 찰나 한 떼의 혹등고래 무리가 새끼 귀신고래를 구하기 위해 울부짖으며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예닐곱 마리로 각각 무리지은 혹등고래와 범고래들은 치열한 육탄전을 벌였고, 마침내 범고래들이 퇴각했다. 몇 해 전에는 혹등고래가 범고래 무리에게 쫓기던 물범을 자신의 지느러미 위에 태운 채 뒤로 누워 20분 동안이나 헤엄쳐 살린 사례도 보고됐다. 약육강식 동물의 세계에서 혹등고래의 이런 행동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30년 동안 고래를 연구해온 크레이크 맷킨 박사는 종을 초월해 약한 쪽에게 일종의 연민을 느끼고 보호해주려는 마음, 즉 '공감(共感, empathy)'으로 설명한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똑같거나 비슷하게 느끼는 것을 말한다. 정신분석학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심리적 상태를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느끼는 것을 통해서 지각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며칠 전 막을 내린 리우올림픽 육상 여자 5천m 예선에서 레이스 도중 넘어진 두 선수가 서로 손을 내밀어 경쟁자이기도 한 상대를 일으켜 세운 뒤 함께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은 '공감'의 극적인 표현이다.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에서 가까스로 구조돼 피와 먼지로 범벅이 된 채 멍하니 구급차 의자에 앉아있는 시리아 '알레포 소년'의 모습에서 슬픔과 분노를 느끼는 것은 우리에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래의 '공감능력'보다 인간의 그것이 훨씬 열등(劣等)함을 명백하게 입증하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홀로 외롭게 사는 노인들을 등쳐먹는 저급한 사기꾼들, 학자금 마련을 위해 힘들게 일한 학생들의 아르바이트비를 떼먹는 한심한 고용주들, 가족을 위해 가난한 조국을 떠나온 이주노동자를 학대하고 임금을 주지 않는 나쁜 사장님들의 얘기가 지천으로 널렸다. 지난 25일 대전에서 일어난 사건은 거의 정점이다. 택시에 승차했다가 갑자기 정신을 잃은 택시기사를 그대로 놔둔 채 트렁크에서 골프백을 꺼내 총총히 떠난 두 사람은 해외에서 골프를 치기 위해 떠나는 비행기를 놓칠까봐 그대로 갔단다. 예순 세 살의 택시기사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현실이 이러한데 인간이 어떻게 고래보다 우등(優等)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도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도덕적인 의무까지 법으로 규정해 강제하는 사회, 그게 사람이 살만한 사회일까./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6-08-30 이충환

[경인칼럼] 청산 시급한 삼베 수의문화

우리 고유문화 아닌 일본의 한국 식민통치 유산한민족 충효사상 폄훼하기 위해 강요한 불순 의도유족들 악덕 상혼에 시달리고 정부는 수수방관"집에 강아지를 키우는데 식구들이 예뻐하니까 자기도 사람인줄 안다." 모 애견마니아의 전언이다.반려동물시장이 뜨겁다. 국내의 반려동물 수는 2천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핵가족화와 고령화, 1인 가구 등이 증가한 때문이다. 경제난까지 겹치면서 애완동물이 사람들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농협경제연구소는 반려동물산업이 2015년 1조8천억 원에서 2020년에는 무려 6조원으로 전망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과 소통하는 동물교감사, 동물매개치료 심리상담사,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등이 유망직종으로 뜨고 있다. 동물장례식장이 점증하면서 동물용 삼베수의 가격도 천정부지이다. 애견들이 자신을 사람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 싶다. 삼베수의가 우리 고유의 문화가 아니라는 주장은 충격이다. 최연우 단국대 전통의상학과 교수는 삼베수의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통치 유산이라며 조속한 청산을 주장했다. 근거로 1474년(성종5)에 완성된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를 들었다.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이벤트행사인 관혼상례의 경우 고려 이전까지는 일정한 형식이 없어 불교식, 유교식 혹은 지역별, 가문별로 제각각이던 것을 조선정부가 유교교리에 근거해 신분별 표준예법을 확정한 것이다. 곽명숙 박사는 조선시대에 조성된 분묘들의 출토복식 중에서 삼베수의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며 최 교수의 주장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했다.조선시대에는 왕으로부터 일반 평민에 이르기까지 수의로 최고급의 비단이나 명주 등을 사용했다. 상례(喪禮)란 영원히 이승을 하직하는 고인에게 가족과 친지들이 지극정성으로 치루는 마지막 통과의례여서 사자(死者)를 혼례 때처럼 성장(盛裝)시켰던 것이다. 실학자 이덕무는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서 여성 망자의 경우 "예전에는 시집올 때 입었던 옷을 소렴(小殮)에 사용하기도 했다"고 기록했다. 혼례복을 수의로 입는 것을 미풍양속으로 치부하는 등 생시(生時)의 복식을 수의로 사용했던 것이다. 빈민들은 무명이나 삼베로 신의(新衣)를 짓거나 혹은 고인이 평소에 즐겨 입던 옷을 깨끗하게 세탁해서 수의로 사용하기도 했다. 삼베수의가 보편화된 결정적 계기는 1934년에 조선총독부가 제정한 '의례준칙'이었다. "수의는 포목(布木) 등으로 하고 고가의 실크는 사용치 말 것이며 충이, 멱목, 악수 등은 생략해도 무방하다"며 상주들은 상복 대신 완장이나 리본을 패용해야 했다. 총독부는 허례허식의 청산을 이유로 들었다. 당시에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지극정성으로 3년 상을 치르다 파산한 가정이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장례 때 무리할수록 효자절부로 칭송되던 탓이다. 그러나 일제가 삼베수의를 강요한 보다 깊은 뜻은 한민족의 정신적 지주인 충효사상을 폄훼하는 것이었다. 망자들에게 싸구려 수의를 입힘으로써 조상신(祖上神)을 욕되게 해 조선인들의 민족적 자긍심을 없애려는 불순한 음모였던 것이다. 덕분에 중상류층에서 즐겨 사용하던 고급 견직물 수의는 점점 사라지고 대신 헐값의 삼베수의가 국민들에게 확산되었다. 1973년에는 '가정의례준칙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을 제정해서 관혼상제 의례절차를 더욱 간소화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병원 영안실이나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는 관행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수의의 기성복화도 촉진되었다. 수의를 장례업체에 전문적으로 납품하는 소규모 납품업체도 처음으로 등장했다. 삼베수의가 장례문화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삼베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국적불명의 싸구려 수의가 명품인 안동포로 둔갑해 바가지 쓰는 일이 다반사여서 유족들은 악덕 상혼에 치를 덜어야 했다. 장례식장에서 국내산 삼베수의는 거의 사라졌다. 국내 장례산업의 급성장 및 중국 삼베수의 제조업자들이 호황을 누리는 이유이다. 장례산업의 버블화는 국민들이 감내할 수준을 넘었다. 특히 삼베수의는 한국 고유의 정신문화 왜곡 내지 열등감을 조장하는 것이어서 벌써 청산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해방된 지 고희(古稀)가 넘도록 수수방관하고 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6-08-23 이한구

[경인칼럼] 소통·화합 웃음의 아이콘 '아재 개그'

다소 썰렁하지만 중장년층 마음의 문 활짝 열어웃음·재미 주는일 상대방에 대한 배려·정성 필요찜통더위인 요즘 '웃음 선물'로 여름나기 어떨지200년만의 무더위로 기록되었던 1994년 못지 않은 폭염이 연일 계속되어 불쌍하게도 얼음과자가 다 죽었답니다. 이를 네글자로 표현하면? '다이하드'랍니다. 아몬드가 죽으면? '다이아몬드', 방금 전에 울다가 그친 사람을 다섯글자로 줄이면? '아까운 사람'. 요즘 유행하는 아재개그입니다. 아재개그는 아저씨 세대가 가부장적인 권위주의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유치함을 무릅쓰고 젊은 층과 융화 소통해 보고자 무뎌진 유머감각을 되살려 나름대로의 고심 끝에 구사하는 농담입니다. 요즘의 똑똑한 젊은이들은 이러한 중장년층의 노력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아재개그에 열광하며 기꺼이 함께 즐거워합니다. 다소 썰렁하고 유치한 듯하지만 권위주의를 떨쳐 버리고 다가서는 중장년 층의 눈물겨운 노력에 마음의 문을 활짝 여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웃음과 재미를 주는 일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정성 그리고 상당한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의 효과는 상상할 수 없는 커다란 결실로 되돌아 옵니다. 또한 상대방의 농담이 별로 재미없더라도 함께 웃어줄 줄 아는 아량이 의외로 인간관계를 아주 친밀하게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됩니다.미국의 사우스웨스트(SW) 항공사는 고객에게 즐거운 웃음을 제공하여 큰 성과를 거둔 사례로 유명합니다. 항공기내 금연정책이 실시된 후 SW는 실제로 다음과 같이 기내방송을 하였습니다. "승객여러분! 기내에서는 금연입니다. 흡연하실 분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날개 위해서 맘껏 피우시기 바랍니다. 오늘 흡연하면서 감상하실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 지정좌석도 없고, 기내식도 제공되지 않는 저가 항공기를 이용하여 여행을 하려던 승객들은 서비스에 대한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탑승하였다가 뜻하지 않은 코믹한 기내방송을 접한 후 저가항공기를 이용한 여행의 불편함을 다 잊어버리고 자연스럽게 SW에 호감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그 결과 SW는 1971년도에 단 4대로 항공운항 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현재는 여객운송 기준으로 세계 3위의 항공사로 성장하였다고 합니다. SW 급성장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유쾌한 기내방송으로 대표되는 유머와 펀(fun) 경영 철학이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던 것이 결정적인 성장요인이었다고 하는 점에 많은 경영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성공학의 대가인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성공의 85%는 인간관계에 달려 있으며 훌륭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핵심은 바로 웃음이다"라고 강조하였고, 인도 철학자 오쇼 라즈니쉬는 "웃음은 어떤 핵무기보다 강하다"고 하였습니다.의학적으로 웃음은 혈액순환 개선과 호르몬분비 촉진효과로 면역체계를 강화시키고, 혈압과 혈당 강하, 통증과 긴장완화 등의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영국의 전 수상 윈스턴 처칠은 "웃지 않는 것은 100만 달러를 은행에 두고도 그 돈을 전혀 쓰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하였습니다. 또한, 미국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고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인간의 뇌는 일부러 웃는 웃음이라도 자연스러운 웃음과 똑같은 효과를 낸다고 하니 되도록 많이 웃어 봅시다. 유래를 찾기 힘든 찜통더위로 불쾌지수가 급상승하는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건강하고 활기찬 웃음을 선사하고, 다른 사람이 웃음 선물을 주면 기꺼이 받아 큰소리로 즐겁게 웃는 것도 무더운 이 여름을 슬기롭게 보내는 한 방편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당장 웃음 선물을 준비하기 어렵다면 아재개그 몇 개라도 외워서 구사해 보시기 바랍니다. 브라질의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모두 아마추어 선수들입니다.아마추어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확실히 더워'입니다./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

2016-08-16 박영렬

[경인칼럼] 최장노동 사회의 '망중한 (忙中閑)'

"요즘도 바쁘지?" 고단함 위로와 배려의 인사말한국, OECD 회원국중 최장노동불구 생산성 낮아노동중독사 치유-일자리 확대 '동전의 양면''망중한(忙中閑)'이란 바쁘게 살던 사람이 모처럼 여유를 얻어 한가롭게 즐긴다는 말이다. 한가로움과 여유는 인간이 추구해온 이상의 하나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롭게 살거나 즐기는 것을 '신선놀음'이라고 부르는데 신선은 자연 속에서 쉬거나 유희로 소일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또 동양적 이상 사회인 도원경(桃源境)은 일과 휴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우리의 휴가는 짧은 데다 8월 초로 집중되어 있어 도로는 정체되고, 이름난 휴양지는 인파로 모처럼의 휴가는 망중한이 아니라 '한중망(閑中忙)'이 되기 일쑤이다.여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부터 소극적이다. 정부는 올해 징검다리 휴일인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여 많은 국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그런데 임시공휴일 지정을 너무 임박하여 결정한데다 관광산업과 내수 진작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너무 내세웠다. 일에 지친 국민들에게 휴식의 시간을 준다는 본연의 목적보다 관광과 쇼핑을 비롯한 소비 진작이 목적인 것처럼 인식되어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이다.'요즘도 바쁘지?'하고 묻는 것은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끼리 흔히 나누는 인사말이다. 이 인사는 매우 복합적인 인사말이다. 상대방이 하던 일을 계속하거나 직장을 잘 다니는지를 확인하면서, 고된 일에 대해 위로하는 한편 격조했던 관계에 대한 '알리바이'를 상대방에게 미리 제공해주는 배려심까지 스며있는 따뜻한 인사말이다. 따지고 보면 바쁘게 사는 것의 해악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일에만 몰두하면 몸을 돌보지 못해 건강을 해치기가 쉬우니 첫 번째 죄요. 바빠서 가족과 가까운 사람과도 소원해지게 되며, 가족들이 말 붙이기도 부담스럽게 만드니 두 번째 죄이다. 또 서두르거나 여유없이 하는 일이 완성도가 높을 리 없고, 일 자체에도 충실하지 못하니 세 번째 죄이다. 또 바쁘다는 것은 필경 다른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뺏은 것일 수 있으니 네 번째 죄 아닌가.바쁘게 사는 것이 개인 탓만은 아니다.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바쁘게 산다. 한국 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OECD 회원국 중 최장수준으로 독일 노동자에 비해 연간 4개월가량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노동 생산성은 낮은 편이다. 최장의 노동시간과 낮은 노동생산성으로 한국의 기업은 노동자들에게 더 많이 일을 시켜야 하는 '노동시간과 생산성'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개인들의 삶의 질이 저하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는 셈이다.최장노동으로 인한 삶의 질 악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방안을 우리 사회의 당면 의제로 격상시키고 근본적 해결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세계적 경기침체 국면을 극복하고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중독사를 치유하는 것과 일자리의 확대는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의 방향을 일자리 나누기 중심으로 전환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비정규직의 증가를 가져와 소비부진과 내수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일자리 나누기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장시간 노동으로 피폐해진 노동자들의 일상을 여유롭게 만들 수 있다. 한편 일자리 나누기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과제인 청년실업과 은퇴자들의 노후 생활에 대한 불안을 덜어 줄 수 있는 정책이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6-08-09 김창수

[경인칼럼] 대통령제 절대 '善' 아니다

무늬만 대통령제, 내각제와 결합 어중간한 '혼합형'국회에 개입 갈등·대립 확대재생산 기형적 권력운용순수대통령제 전제 안되면 4년중임제 개헌 '정치후퇴'개헌을 금방이라도 할 것 같았던 20대 국회 개원 때와 달리 각종 현안에 가려 권력구조 변경 의제는 또다시 표류하고 있다. 사드 배치 논란, 여당의 막장 공천, 우병우 민정수석의 거취 문제 등 후진적인 행태는 별개의 사안일지 모르나 비정상적 권력운용에서 비롯되고 있다. 권력구조 변경을 위한 개헌 논의는 대통령 임기 말의 레임덕, 여야 대치의 일상화 등 정치적 병리현상 등에 대한 문제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구체적 대안으로 5년 단임을 레임덕의 주범으로 보는 시각에서의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집행부의 권력 분산이 목적인 이원집정부제, 행정부와 국회의 융합적 요소가 강한 내각제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현행 헌정체제에 대한 성찰이 부재한 권력구조의 변경만으로는 정치의 본령을 살릴 수 없다. 특히 현재의 대통령제의 운용을 가능케 하는 정당문화나 관행,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과 비정상적 내각제적 요소를 잔존시킨 채 4년 중임제로 개헌한다면 현재의 5년 임기의 폐해를 3년 더 연장시키는 효과만 두드러짐으로써 정치적 퇴행을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 한국 대통령제는 무늬만 대통령제이지 미국식의 대통령제와는 거리가 먼 제도다. 내각제와의 어중간한 결합인 '혼합'형 대통령제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 순수대통령제라 할 만한 미국 대통령제에는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과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임 등의 제도가 없다. 또한 정당의 기율이 약하고 중앙집권적인 지도부의 당론에 의원들이 구속되지 않는다. 국회와 국민을 의식하지 않고 대통령의 신임에 전적으로 의존함으로써 헌법상의 기능을 상실한 국무총리제도도, 대통령 선거인단 문제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대통령제로 불리는 미국에는 없는 제도이다.한국은 1987년 9차개헌 이후 국회의 권능을 강화하고 권위주의 시대의 비정상적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력을 축소하는 등 일정 부분 대통령제에 대한 견제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국무총리제도,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임 허용 등의 내각제적 요소를 잔존시킴으로써 오히려 국정의 발목을 잡는 역설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내각제적 요소는 국회의 실질적 견제 기능을 강화시키는데 기여하지 못하고,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국회의 정치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여당을 통해서 국회를 통제하고 비판하는 기형적 권력운용 행태를 보인다.이는 생산적 견제가 아닌 대통령과 국회의 갈등을 초래함으로써 국회는 정쟁의 장으로 국민에게 각인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결국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초래하고 정치인들과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부패구조와 맞물리면서,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고 완화하기는커녕 대립을 확대재생산하는 부정적 존재로 전락한다. 대통령은 이 상황에서 국민과의 직접 대화라는 명분으로 국회를 비난하고 행정부 수반을 넘어 국가의 수반으로서 초월적 존재로 군림한다. 야당은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대통령과 의회의 생산적 균형은 국회 내의 대통령의 전위로 전락한 여당과 야당의 대결구도로 치환된다. 여야 모두 권위주의 시대의 중앙집권적 정당구조에 함몰되어 있으며 강한 대통령, 강한 기율의 정당의 조합은 결국 정치학자 린쯔(Juan Linz)가 말하는 정치의 경직(rigidity)을 가져온다. 사르토리(Sartori)의 말처럼 권력분립은 대통령제 원형의 운영원리 중 핵심이다. 그러나 한국대통령제에서 권력분립은 실질적으로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 대통령과 국회가 모두 직접 선출에 의해 구성되는 이원적 정통성(dual legitimacy)을 가지고 있으나 순수대통령제의 삼권분립의 원형의 수준을 넘는 대통령 권력집중의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압도적 영향을 행사하는 대통령이 삼권위에 군림하는 무소불위의 '절대'대통령제(Absolute Presidetialism)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순수대통령제로의 변형이 전제되지 않는 4년 중임제의 개헌은 그래서 정치의 후퇴요, 대립 구조의 연장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대통령제의 환상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5·16 군사정변이 무너뜨린 게 내각제였다. 분단상황이기 때문에 대통령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만한 비약도 없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16-08-02 최창렬

[경인칼럼] 문학산 타워는 야만이다

높이 184m 시애틀의 '스페이스 니들' 갖고 싶지만…인천의 '비류백제 神話'에 비하면 우주속 바늘 불과신화·설화를 콘크리트·철근으로 묻는건 '야만적'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은 미국 북서부 최대도시 시애틀의 상징이다. 1962년 세계박람회를 위해 높이 184m로 세워진 이 전망타워의 설계자는 UFO(미확인비행물체)에서 영감을 얻었다. '우주의 바늘' 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그 이름처럼 바늘 3개가 비행접시를 떠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실제로 이 전망타워를 건설할 당시에는 외계인과 교신을 하기 위한 시설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고 한다. 160m 지점의 전망대에 오르면 시애틀 중심가와 올림픽 경기장, 만년설을 이고 있는 레이니어산, 그리고 엘리엇만(灣)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회전하는 레스토랑에선 시애틀의 기가 막힌 야경을 즐기며 식사하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1993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에서 볼티모어의 신문기자 애니 역의 맥 라이언이 운명적 사랑을 직감하고 이 도시를 찾아오는 장면에서도 스페이스 니들은 등장한다. 1999년 미국의 도시명소보존협회가 역사적 명소(Historic Landmark)로 지정할 정도로 미국 국민과 시애틀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존재다. 시애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도시에 랜드마크로서의 전망타워가 있다. 도쿄를 방문했다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았음 직한 도쿄타워, 2012년 도쿄 외곽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높은 634m 높이의 스카이트리(Sky Tree), 중국 상하이 마천루를 상징하는 468m의 둥팡밍주(東方明珠), 초고층에서 스카이워크와 번지점프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까지 즐길 수 있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스카이시티타워와 마카오의 마카오타워, 맑은 날이면 120km 떨어져 있는 나이아가라폭포를 볼 수 있는 캐나다 토론토의 CN타워 등은 여행자들에게도 이미 익숙해진 이름이다. 남산타워로 더 잘 알려진 서울의 N서울타워, 부산 용두산공원의 부산타워, 우방타워로도 불리는 대구의 대구타워 등도 우리나라 주요 도시의 랜드마크로서 존재감을 뽐낸다.인천에는 전망타워가 없다. 그러나 전혀 아쉽지 않다. 자연 그대로, 저마다 주어진 높이에서, 가공과 인위에 기대지 않고, 상하좌우 본래의 가시각(可視角)만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런 데 없어서 아쉬운 분들이 꽤 있나 보다. 올해 초부터 문학산에 전망타워를 세우자고 주장하는 글들이 지역 유력신문에 잇달아 게재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외부필자의 기고 형식이었으나 이내 편집국 간부의 칼럼으로 지지가 이어졌다. 만약 그즈음 같은 지면에서 유동현 굿모닝인천 편집장의 촌철(寸鐵)의 반박, "문학산에서는 '고고도(高高度)'가 아니라 그냥 미추홀왕국을 세운 비류의 눈높이로 인천을 봤으면 좋겠다"라고 쓴 글을 읽지 못했더라면 참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문학산이 기원전 18년 '비류백제' 건국신화의 발원지라는 건 인천사람들에게는 친숙한 얘기다. 비류왕의 무덤도 이 산 어딘가에 있다고 구전된다. 주몽을 도와 고구려 창업을 이룬 뒤 비류와 온조 두 아들을 이끌고 남하해 백제 건국의 계기를 마련한 '소서노'설화의 무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선사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특히 통일신라시대에 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제사의식 유적까지 발견됐다. 고고학계의 지속적인 연구는 원형 그대로의 문학산성을 제대로 복원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신화와 설화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이야기를 듣고 전하는 민심이 투영된 결과다. 이 땅을 지키며 살아온 이들의 고난의 기억과 미래 비전이 씨줄과 날줄로 합쳐져 직조된 민족 대서사시다. 물론 시애틀의 스페이스 니들을 나도 갖고 싶다. 그러나 인천이 가진 비류백제 신화에 견주면 광활한 우주 속 한 개의 바늘에 불과하다. 문학산은 아니다. 신화와 설화를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묻어버리고 덮어버리는 것은 야만이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6-07-26 이충환

[경인칼럼] 산학(産學) 복합체

대학들 기업이 원하는 인재양성 위해 이공계 늘려매년 50억~300억원 지원 '교육자본주의 시대' 도래비실용 학문 멀리하면 결국 사회에 '부메랑으로'워싱턴회사(Washington Inc.)란 용어가 있다. 중상주의정책의 현대적 표현으로 미국 정부 관료들과 군수기업들 간의 유착관계를 의미하는 산군(産軍)복합체가 전형적 사례이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61년 1월 퇴임사에서 군대의 안보논리와 방산업체의 이윤논리가 의기투합해서 형성된 산군복합체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한데서 비롯되었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세이무어 멜만 교수는 이를 '국방성 자본주의'라 명명했다.자본주의사회에서 군수품은 여타 상품들과는 달리 정부가 유일한 소비자로써 수요독점이 특징이다. 또한 군수산업은 첨단기술과 보안, 규모의 경제 등이 전제된 터에 시장의 안정성은 더욱 중요해 정부와 방산기업 간의 쌍방독점이 일반적이어서 초과이윤 혹은 방산비리 등으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하다.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세계 방산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한 미국의 군수독점자본들은 군부 및 정치권과 결탁해서 지속적으로 파이를 키웠다. 덕분에 미국은 세계최고의 군사대국으로, 군수산업은 미국경제를 견인하는 기관차로 각각 자리매김했다. 그 와중에서 자원낭비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역기능도 확인되었다. 이윤동기가 인류의 발전과 안정을 좌우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오늘날 자본주의는 대학에도 질적 변용을 강요하고 있다. 경제적 권력이 사물의 소유에서 지식의 소유로 이동함에 따라 기업들이 직접 대학의 연구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유전자변형 농산물(GMO)의 리더기업인 스위스의 노바티스는 1998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식물학 및 미생물학과에 연구보조비로 무려 2천500만 달러를 제공했다. 노바티스는 대가로 이 학과에서 개발하는 성과의 3분의 1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또한 버클리대학은 노바티스에게 연구개발 예산을 감독하는 위원회의 5명의 위원 중 두 자리를 제공했다.기업들의 대학지원 성과도 탁월했다. 1998년 한 해 동안 미국의 대학에서 기업으로의 기술이 이전된 결과 346개의 신생기업들이 탄생했으며 240억 달러의 부가가치가 창출되었고 28만 명이 새로 고용되었던 것이다. 기업들의 미국 대학지원은 이후 10년도 채 안 돼 8억5천만 달러에서 42억5천만 달러로 격증했다. 덕분에 미국의 학부모들은 대학등록금 부담을 덜었으나 반면에 인문학과 예술분야는 입지가 좁아졌을 뿐 아니라 커리큘럼 또한 기업들의 입맛에 부합하는 실용학문 위주로 재편성되었다. 벤처캐피털은 상업적 가치나 단기적으로 효과가 없어 보이는 연구는 외면했다. 또한 연구예산은 점차 증가추세이나 강의예산은 축소되고 있다. 실용적인 강의를 하도록 전공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다. 대학에 시장모델이 등장해 돈을 벌고, 돈을 연구하고, 돈을 모으는 과목들이 점차 중요시되고 있다. 기업의 막강한 파워가 대학의 리스트럭처링을 강제한 것이다. 산학(産學)복합체가 등장한 배경이다.한국에서는 정부가 대학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대학에 돈벌이를 강요한 결과 학교기업들이 생겨나고 연구수주를 잘 하는 교수들에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지난해 12월엔 교육부가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사업'(프라임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인문·사회 및 예체능 계열의 정원을 줄이고 이공계 정원은 늘리는 쪽으로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연 2천억 원의 당근으로 대학들을 유혹하고 있다. 선정된 대학들은 매년 50억~300억 원씩 3년간 지원을 받게 된다. 단일사업 지원규모로는 '단군 이래 최대'의 대박사업인 것이다. 국내에도 교육자본주의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산학복합체 모델은 기업의 니즈에 부합해 단기적으론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생들을 비실용 학문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은 결국 사회에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다. 문사철(文史哲)과 예술은 사회로 하여금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생명공학 권위자인 이그나치오 차펠라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교수의 "대학의 역할은 공공선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란 주장이 처연하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6-07-20 이한구

[경인칼럼] 인류발전사에서 본 브렉시트

지금 세계는 국가간 불평등·계층간 양극화 심화각국 협력, 공동번영·인간의 행복 위해 노력해야英 브렉시트·美 신고립주의… 인류발전 역행 같아요즘 단일화두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인들 사이에서 가장 빈번하게 오르내리는 단어는 단연 브렉시트일 것이다. 브렉시트에 관한 국민투표 결과가 보도된 이 후 연일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브렉시트로 인한 영향을 분석하기에 바빴다. EU 탈퇴표가 EU 잔류표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면서 세계증시와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폭락하였고, 유로화나 중국의 위안화도 큰 폭으로 평가절하되었다. 반면 일본 엔화나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급등하였다. 한편 브렉시트는 정치 세계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당장 영국의 캐머런총리가 사임을 표명하였고,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재투표를 요구하는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EU탈퇴 쪽에 투표를 많이 한 60세 이상 노년층과의 세대간 갈등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이나 독일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라있다. 또한 사람들은 브렉시트가 오는 11월 실시 될 미국 대통령선거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브렉시트가 더더욱 현실적인 이슈가 되는 것 같다. 이러한 현상들은 우리들을 몹시 피곤하고 긴장하게 만드는 요소 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하라리에 의하면 현생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만물의 영장이 된 가장 큰 원인은 다른 어떤 생명체보다도 더 큰 집단을 이루고 조직적으로 관리하면서 협동하는 데 있었다고 한다. 다른 유인원 집단을 정복한 호모 사피엔스들은 부족집단을 넘은 후, 도시국가 단계를 거쳐 오늘날에는 주권을 가진 개별국가를 이루어 살고 있다. 그러나 한편 인간은 각종 장벽을 쌓으면서 서로를 죽이는 불행한 역사도 경험하였다. 인류역사상 대부분의 전쟁은 국경장벽, 인종장벽, 종교장벽 등에 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각종 장벽을 제거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연합을 창설하고, 오늘날 각국이 각종 FTA를 체결하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EU도 유럽 내에서의 장벽 허물기 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지난번 이세돌과 격돌한 알파고의 출현을 보고 세상 사람들은 매우 큰 혼란에 빠졌다. 유기물질로 형성된 인간은 생물과 무생물을 부분적으로 결합한 사이보그의 출현 이후 가까운 장래에 완전한 무생물적인 존재인 인공지공(AI)의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른바 무기물질로 구성된 생명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인간과 기계인간 간의 대립도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다. 좋든 싫든 인류는 이제까지 상대했던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강력한 생명체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인류가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더 효율적으로 세계화 차원에서 동질집단을 형성하고 협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오늘날 세계화 추진과정에서 국가간의 불평등, 계층간 양극화의 심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와같은 문제가 있다면 그 부분을 개선하고 형평성과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반세계화를 표방하거나 더 나아가 고립주의를 추구할 일은 아니다. 오늘날 각국이 협력하여 국제주의 세계화로 나아가는 것은 어쩌면 위와같은 인류발전사에 합당한 추세일 것이다. 그것은 공동번영을 통한 인류 평화증진으로 연결될 것이고 그에 따라 인간의 행복도 증대될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영국의 브렉시트나 미국의 신고립주의 경향은 아무래도 인류발전사에 역행하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 영국이나 미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들이 협력하여 지구촌 한가족처럼 보편타당한 가치를 공유하고 공생하는 방향으로 역사가 전개되기를 기대해본다./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

2016-07-12 박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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