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 인천N방송은 실패했다

문화·콘텐츠사업을 경제·산업적 접근 '잘못된 출발'동네 유튜브를 글로벌 유통플랫폼 처럼 '과대 포장'市, PP전환·시청자미디어센터 참여 등 해법 찾아야"10월 7일 인천방송발전을 위한 토론회를 갖습니다. 패널로 꼭 참석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인천N방송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인천테크노파크 본부장은 우리 센터 발전협의회 14명 위원 중 한 분이다. 인천N방송의 향후 운영방안을 놓고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을 한단다. "난 사실 이 센터장님처럼 인천N방송에 비판적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래서 꼭 참석해주길 바랍니다." 아쉽게도 일정이 겹쳐 모레 열리는 토론회에는 참석하질 못한다. 대신 이 지면을 빌려 생각을 보태고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천N방송은 실패다. 정부와 인천시가 적지 않은 사업비를 투입했지만, 기관장이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지만, 운영진이 의욕을 활활 불태웠지만, 실패했다. 콘텐츠가 없고 보는 사람이 없다. 인천N방송은 미래창조과학부의 방송통신융합 공공서비스 시범사업이다. 인터넷 인프라에 소규모 방송서비스가 결합된 형태다. 채널을 무한정 확장할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 당초 이 사업의 목적은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정보 제공, 동호회와 교회 등과 같은 비개방적 이용자그룹을 위한 소규모 방송서비스 제공,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홈쇼핑서비스 제공에 있었다. 한 지역 울타리 안에서 그 지역의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이 필요한 정보와 콘텐츠를 편리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동네 유튜브'의 역할과 기능을 하도록 설계됐다. "태생적으로 소박한 콘텐츠 유통 플랫폼"(2015년 11월 4일 경인칼럼 'KBS 인천지역국이 필요한가?')인 것이다. 인천N방송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작용했다. 첫째, 처음부터 번지수가 틀렸다. 인천N방송은 하나의 문화현상이며, 콘텐츠 지향 사업이다. 그런데 엉뚱한 프레임으로 접근했다. 시의 주관부서가 창조경제를 담당하는 경제정책과였다. 지금도 신성장산업과가 담당한다. 문화현상과 콘텐츠사업을 경제적·산업적 관점에서만 판단하고 사업을 집행했으니 출발부터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둘째, 운영주체의 '뻥튀기'가 너무 심했다. 동네 유튜브를 글로벌 콘텐츠 유통플랫폼인 양 지나치게 과대포장 했다. 그러다 보니 더 요란한 슬로건과 더 화려한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10만원씩 콘텐츠 채택료를 주고, 노래 잘하고 개그 잘하는 시민을 스타로 발굴하는 대회를 열고, 애플TV에 한국 콘텐츠를 공급하는 플랫폼사업자와 손을 잡아도 동네 유튜브는 동네 유튜브다. 운영진의 의욕이 지나쳤다.인천시나 인천테크노파크로선 비상구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다행히 몇 가지 해법이 있다. 하나는 인천N방송을 방송채널사업자, 즉 PP(Program Provider)로 전환하는 것이다. 인천의 고질적인 방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가 방송콘텐츠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면 된다. 인천N방송을 PP로 만드는 것은 시가 '인큐베이터와 방송사업자의 기능을 함께하는' 방안에 해당된다.(2015년 12월 16일 경인칼럼 '인천의 방송, 그 문제를 푸는 방법') 또 하나는 인천시가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 운영에 참여하면서 인천N방송을 시민제작콘텐츠의 유통망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시청자미디어센터의 설립목적과 기능상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참여는 필수다. 지금처럼 기초자치단체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재정위기의 인천시가 선뜻 팔 걷어붙이고 나서기가 간단치 않다. 인천N방송은 이런 상황을 들어 올리는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는 1인 방송시스템(MCN : Multi Channel Network)의 도입을 앞두고 있다. 시민 누구나 방송제작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실패'라는 말이 거칠고 섭섭하게 들리시겠다. 하지만 엄정한 시선으로 문제와 현실을 들여다봐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드리는 충정(衷情)의 표현이다. 모레 열리는 토론회에서 마음의 짐을 한 짐 덜어내시길 바란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6-10-04 이충환

[경인칼럼] 예견된 서민주택 정책 실패

도시형생활주택, 전·월세 가격 여전히 '천정부지'구도심 주거환경 더 나빠지고 주민갈등 점차 증가 '가격대비 삶의 질 높냐'는 질문에 입주자들 "글쎄요"올여름 가마솥더위는 특히 도시 서민들을 힘들게 했다. 급격한 도시화로 삼림이 크게 훼손되면서 열기를 식혀주는 기능이 약화된 데다 아파트와 고층건물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도시의 '바람 길'을 막은 것이 결정적인 이유이다.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원룸타운 입주민들에게 올 여름은 악몽 그 자체였다. 10층 이상의 고층원룸들이 1m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 통풍이 안 되는 데다 옆 건물에서 거실까지 훤히 들여다 보여 창문도 마음대로 열 수 없었다.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의 경우 건축법상 건물 간 이격(離隔)거리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민법 242조 1항에 의거 옆 건물과 50cm 이상 거리만 두면 얼마든지 건물을 신축할 수 있다. 일조권도 언감생심이다. 지난해 5월 정부가 상업지역에 적용되던 도로 사선제한 규제를 폐지한 것이다.도시형생활주택은 2009년 5월 이명박 정부가 전월세난 해소목적으로 도입한 새로운 주거형태이다. 저렴하면서도 편리한 생활공간을 단기간 내에 대량으로 공급한다며 도시에 한정해 재건축 규제를 대폭 해제한 것이다. 건폐율과 용적률을 완화해 20가구 이상 150가구 미만의 건축을 허용하고 단지형 다세대와 원룸형, 기숙사형 등으로 주거형태를 다변화했다.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에 의한 감리로 변경하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서도 제외했다. 주차장은 세대당 0.50~0.60대로 진입도로 폭 제한도 일반 공동주택의 6m보다 좁은 4m로 낮추었다. 준주택제도 도입했다. 오피스텔, 실버하우스, 고시원 등을 준주택으로 분류해 바닥 난방과 욕조 설치를 허용하는 한편 오피스텔은 전체 면적의 70% 이상을 업무공간으로 제한하는 규정도 없앴다. 2013년 '8·18 전월세 대책'을 통해 주거용 오피스텔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으며 1가구 2주택 규제에서도 제외했다. 무리를 하더라도 반드시 서민주거안정을 달성하겠다는 각오였다. 고유가에 따른 경기 부진은 설상가상이어서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 건설업 진작에도 주목했다. 서민 주택사업자에 연리 2%의 장기저리 주택자금을 지원했다.도시형생활주택 공급량은 2009년 78가구에서 지난 3월에는 33만959가구를 기록, 주택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같은 기간 오피스텔 공급량은 연평균 3만3천실로 도시형생활주택 수의 50% 정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전월세 가격은 여전히 천정부지이다. 원룸과 오피스텔 등은 역세권이나 도심, 대학가 등 알짜부지에 입지하는 경우가 많아 분양가 자체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전방위적으로 전월세 값 상승을 견인했던 것이다. 주거 다양화에도 역행했다. 도시형생활주택 10채 중 원룸이 6.5채인 것이다. 저금리시대를 맞아 사업주들이 수익성 증대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가구 수를 최대한 늘린 탓이다. 구도심의 생활환경은 더 나빠졌다. 작년 1월 130여명의 인명피해를 낸 경기도 의정부 대붕그린아파트 화재 참사가 상징적 사례이다. 정책입안과정에서 도시형생활주택 입주민들은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전제가 화근이었다. 주민갈등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다닥다닥 붙은 건물들이 늘어나면서 지자체마다 민원접수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일조권과 조망권, 층간소음, 사생활침해, 집값 하락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인천 남동구청은 하루에도 민원이 여러 건에 이른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 모 지자체의 담당공무원은 업무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병가를 신청하기도 했다. 도시형 서민주택이 가격 대비 삶의 질을 높였냐는 질문에 입주자들의 대답은 "글쎄요"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시형 생활주택은 행정실패"로 규정했다. 당초 전문가들이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원도심 난개발에 따른 교통 혼잡과 주거환경 악화, 범죄 증가와 역사문화 훼손 등이 귓전을 맴돈다.앞으로가 문제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1인 가구 비중이 27.2%로 1위를 차지했는데 2035년에는 34.3%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동굴원룸 동네에 언제 바람 길이 터질지./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6-09-27 이한구

[경인칼럼] 사람의 죽음

태산보다 무겁고 깃털보다 가벼운 죽는 동기의 가치수사대상자 죽음으로 억울함 알려 결백 주장하기도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생 마감' 좀 더 신중했으면…사람의 죽음에는 그 원인에 따라 자연사와 사고사가 있고, 자살과 타살이 있다. 현행법상 자살행위는 범죄가 아니므로 자살하려다가 미수에 그치더라도 처벌되지 않는다. 그러나 타인으로 하여금 자살을 하게하거나(자살교사) 타인의 자살을 도와준 행위(자살방조)는 처벌된다. 자살의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울증이나 생활고, 직장인들의 경우 업무스트레스, 수험생들의 경우 정신적 압박등이 주된 원인으로 거론된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 35개국중 최상위권에 속한다고 하니 아직도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경제발전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중국 전한시대 무제때 역사가이자 '사기'의 저자인 태사공 사마천은 사람의 죽음에 대해 '사람은 한번 죽게 되어있다.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重於泰山), 어떤 죽음은 기러기의 깃털보다 가벼운 데(輕於鴻毛), 그 차이는 죽음으로써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였다. 이는 사람의 죽음에 대해 그 동기에 따라 그 가치를 다르게 평가한 것이다.역사적인 사례를 본다면 구한말 예조·병조 판서를 역임한 민영환은 1905년 을사조약 체결을 계기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일제침략에 격렬히 항거하면서 그 부당성을 널리 알렸다. 경비가 삼엄한 하얼빈 역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이토오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행위도 목숨을 내놓지 않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위대한 거사였다. 일본인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였음은 물론 우리민족의 자존심을 살려 대한민국 건국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역사에 길이 빛날 쾌거로 평가된다.중국 초나라 회왕의 신임을 받던 굴원은 급속히 팽창하는 진나라에 대한 대응책으로 합종설을 주장했다가 조정중신들과 뜻이 달라 실각한 후 우국충정에서 결국 멱라수에 투신하여 자살하였다고 한다. 그때가 기원전 3세기경 5월 5일로 오늘날 단오절의 기원이 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위와같은 경우는 태사공이 말한 태산보다 더 중한 죽음을 선택한 예가 될 것이다. 태사공 자신도 흉노와의 싸움에서 패배해 투항했던 이릉장군을 옹호하다가 무제의 노여움을 받아 궁형이라는 형벌을 받게 된다. 궁형은 거세하는 것으로 그 당시는 벼슬하던 사람이 궁형을 받으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더 명예로운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는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하루에도 창자가 9번 뒤틀리고, 집안에 있으면 무언가를 잃은 듯이 멍하고, 밖에 나가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며, 치욕을 생각할 때 마다 등에서 땀이 흘러 옷깃을 적시지 않는 날이 없었다'고 한다. 태사공이 이런 치욕을 참으며 목숨을 부지한 이유는 오직 하나 선친 사마담으로부터 '사기'를 완성하라는 유언 때문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 결과 그는 불후의 명작 '사기'라는 역사서를 저술하였다. 만약 태사공이 궁형을 선고받았을 때 치욕을 참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였다면 그의 표현대로 그 죽음은 깃털보다도 가벼웠을 것이고 오늘날 사마천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요즈음 수사를 받는 도중 또는 수사기관의 소환을 앞두고 자살하였다는 뉴스가 가끔 들려온다. 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죽음을 선택할 당시의 절박한 사정은 죽은 자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니 산 자가 그 죽음의 의미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일 것이다. 다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그들 대부분은 죽음으로써 억울함을 세상에 알려 결백을 주장하거나, 본인 때문에 수사가 확대되고 범죄가 성립되는 연결고리를 끊으려고 했을 것이다. 어떠하든 그 죽음이 태산보다 무거운 것인지 기러기 깃털보다 가벼운 것인지는 세상 사람들의 판단에 달려있다.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최상위권에 속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태사공이 궁형이라는 치욕을 감수하면서도 죽음을 택하지 않은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일생에 한번 밖에 없는 죽음에 대해서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

2016-09-20 박영렬

[경인칼럼] 핵과 사드의 정치학

한·미, '사드=북핵 방어용' 논리로 중·러 설득 실패김정은 무모한 도발 막을 수 있는 '中 영향력' 여전전략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대외적 위기 대처해야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사드 배치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여야 영수회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한미의 사드 배치는 되돌릴 수 없는 결정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의 정치학은 군사적으로만 접근할 수 있는 1차 방정식이 아니다. 군사와 안보는 같은 개념이 아니다. 군사적 관점은 재래식, 비대칭 등의 군사력 비교에 근거한다. 그러나 안보는 정치·경제·외교·군사의 모든 면을 고려해야 하는 개념이다. 1차원적인 군사적 관점에서 사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미국과 중국의 패권주의의 상징이라는 정치외교적 관점은 북핵 못지않게 중요한 개념이다. 강 대 강의 군사적 대치의 심화는 미·중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한반도의 긴장 수위는 임계점을 향해 치닫게 될 것이다. 사드가 북핵 방어용이라는 한·미 정부의 논리는 시진핑과 푸틴을 설득하지 못했다. 중국은 사드가 미국과 중국의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에 의한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깬다고 보고 있다. 한·미가 아무리 사드를 북핵과 미사일 방어용이라고 해도 중국은 미국이 동아시아의 패권을 위해 미사일 방어체계(MD)를 구축하려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 배치 반대를 '대안없는 정치공세'로 규정했다. 새삼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의미할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박 대통령의 사드 관련 중·러 등과의 정상회담에서 보인 태도는 전략적이지 못하다. 스스로 운신의 공간을 좁히는 전략적 우를 범할 개연성을 높일 뿐이다. 굳이 우리가 나서서 사드 배치를 주장할 필요가 없다. 중국의 인식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는 한미동맹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소극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군사·외교·경제 등 한국의 전략적·안보적 이해에 부합한다. 북핵 실험 이후의 대북제재 수위를 높여도 중국이 적극 동참하지 않으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음은 이미 4차 핵실험 이후에 입증됐다. 외교부는 11일 세가지 분야에서 새로운 강력한 결의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적 이해와 한국의 국익이 다르다는 국제정치적 인식의 전제하에서 북핵과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한국의 독자적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이용한다면 사드배치 결정 이후에도 한국이 운신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북핵을 억제하고 김정은의 무모한 도발을 막을 수 있는 중국의 영향력 행사는 여전히 긴요하다. 군사적인 대처는 물론 중요하다. 내년도 예산에도 40조의 국방비가 편성되었다. 국방비 예산이 처음으로 40조를 돌파했다. 2005년도에 20조에 불과하던 국방예산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북의 군사적 도발을 막는 길은 군사와 외교 양면에서 이루어지는 안보적 이익의 극대화에서 찾아야 한다. 미국이 북한을 직접 타격할 가능성은 현재로써는 낮지만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위협을 느낀다면 군사행동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군사적 대치와 촘촘이 짜인 전략자산들의 한반도 전개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현실화되지 않게 하려면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 전쟁의 당사자는 한국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드 배치 반대를 '대안없는 정치공세'로 볼 일이 아니다. 사드 반대가 정략적 사고며, 남남 갈등과 분열을 유발한다고 보는 구태의연한 스테레오 타이프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략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북핵이라는 미증유의 대외적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 핵무장론은 실현 가능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주변 강대국들을 자극함으로써 한반도를 최악의 국면으로 몰고 갈 것이다. 이미 연두 회견에서 박 대통령도 핵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피력한 바 있다. 핵무장론 제기야말로 보수층 결집을 위한 의제(어젠다) 선점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정략적 발상이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16-09-13 최창렬

[경인칼럼] 시민의 권리로서의 문화예술

문화권, 모든국민 차별없이 창조·활동·향유할 권리선언 넘어 '국가에 의해 보장되는' 사회적 기본권정부·지자체, 시민 문화예술 활동 집중 투자해야한국의 문화정책, 특히 문화관련법의 정비는 선진국도 부러워할 만한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2013년 말에 제정된 '문화기본법'이 대표적이다. 2014년부터 시행된 법이 한국문화정책사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되는 것은 '문화영향평가제', '문화진흥기본계획수립', '문화정책전담연구기관지정', '문화권' 등의 획기적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권(文化權)'의 개념을 법률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모든 국민의 권리로 명시하고 있어 향후 정부와 지자체 문화정책의 일대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문화가 국가발전과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 가장 중요한 영역의 하나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국가와 지자체는 문화가치를 우리 사회 영역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문화기본법'에서 문화권(文化權)은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로 규정되었다. 문화적 권리(cultural right)의 개념의 유래는 국제적으로는 유네스코 세계인권선언(1948)에서 비롯된 것으로 국내에서는 '문화헌장'(2006)에서 공식적으로 언급된 바 있다. 그러나 국가의 법으로 명문화된 것은 '문화기본법'이 처음이다. 그러나 시민을 문화정책의 대상에서 문화예술활동의 주체로 전환하고 있는 '문화권'의 중대한 의미가 우리 사회나 문화현장에서 충분히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유감이다. 법조문에 한자어를 병기하지 않은 탓인지, 아직도 대표적인 인터넷 포털이나 법률 용어사전에도 검색되지 않고 있다. 광속의 사이버 공간에서도 여전히 '문화권'은 공통의 문화적 특징을 공유하는 영역을 의미하는 '문화권(文化圈)'의 개념으로만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국민들의 문화적 권리는 이제 선언(manifesto)의 수준을 넘어, '국가에 의해 보장되는' 사회권적 기본권의 하나로 확립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권리는 문화예술 영역의 경우 '표현의 자유'와 같이 국가로부터 자유를 보장받는 자유권적 기본권보다 적극적인 권리이다. '문화기본법'에는 시민들이 문화예술의 소비자나 향유자를 넘어 창조적 문화예술활동의 주체임을 확인하고 능동적인 활동을 권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이 법은 정부와 지방정부가 시민들의 문화예술활동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정비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문화권 실현의 가장 큰 장애물은 각종 문화적 불평등일 것이다. 문화예술의 향유와 관련된 지표를 보면 지역과 계층별로 그 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생활문화예술 지원 정책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더 자유롭게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사업에 투자를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문화기본법에서 명시한 심오한 목표는 가까운 미래에 실현되기는 여러 가지 여건상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문화를 '권리'로 인식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능동적 문화참여가 높아진다면,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들의 문화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이뤄진다면, 아직까지는 선언처럼 보이는 문화기본법에 스며있는 문화가치와 문화사회의 실현도 앞당겨질 것이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6-09-06 김창수

[경인칼럼] 우리는 고래보다 열등하다

약한쪽에 연민 느껴 보호해주려는 혹등고래 마음기절한 택시기사 놔둔채 골프백 챙겨 떠난 사람들도덕적 의무까지 법으로 강제하는 사회돼야 하나단단하게 뭉쳐있던 마음의 무장을 풀어놓은 토요일 오후는 TV보기에 딱 좋다. 지난 주 역시 마찬가지. 이 채널 저 채널 기웃거리다 EBS에서 방황을 끝냈다. 해외의 고품격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는 '세계의 눈'은 그 시간대 딱히 볼 게 없는 대한민국 오십대 남자들에게는 제격이다. 책 읽는 수고로움 없이 게으른 자의 지적(知的) 허기도 제법 채워준다. 그런데 그날 방송한 '고래들의 전쟁'은 여느 토요일 나른한 시선으로 시청하던 다큐멘터리와는 사뭇 달랐다. 남쪽 열대의 바다에서 새끼를 낳은 고래들은 봄이 되면 새끼를 데리고 대장정에 오른다. 목적지는 북쪽 베링해. 적도 부근 바다에서 출발해 두 달 동안 5천km를 헤엄치는 긴 여정이다. 그때쯤 베링해에는 고래들의 먹이인 크릴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 크릴의 향연을 즐기기 위해 고래들은 그 먼 길을 마다않는다. 베링해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150개의 섬으로 늘어선 알류산 열도를 통과해야 한다. 섬과 섬 사이 폭 10km의 좁은 해협 '유니맥 패스'는 고래들이 베링해로 들어가는 지름길이다. 이곳으로 혹등고래와 귀신고래들이 몰려드는데 이들을 노리는 또 다른 고래들이 있다. 바다의 최종 포식자인 범고래 무리다. 머리 좋고 사나운 녀석들은 해협의 길목을 지키며 새끼 고래들을 노린다. 절반 정도의 새끼들이 이곳에서 희생된다고 한다. 화면에는 수십 년간 고래를 관찰해온 과학자들조차 미처 보지 못했던 광경이 펼쳐졌다. 어미를 잃은 채 홀로 유니맥 패스를 통과하려던 새끼 귀신고래가 범고래 무리들에게 당하려는 찰나 한 떼의 혹등고래 무리가 새끼 귀신고래를 구하기 위해 울부짖으며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예닐곱 마리로 각각 무리지은 혹등고래와 범고래들은 치열한 육탄전을 벌였고, 마침내 범고래들이 퇴각했다. 몇 해 전에는 혹등고래가 범고래 무리에게 쫓기던 물범을 자신의 지느러미 위에 태운 채 뒤로 누워 20분 동안이나 헤엄쳐 살린 사례도 보고됐다. 약육강식 동물의 세계에서 혹등고래의 이런 행동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30년 동안 고래를 연구해온 크레이크 맷킨 박사는 종을 초월해 약한 쪽에게 일종의 연민을 느끼고 보호해주려는 마음, 즉 '공감(共感, empathy)'으로 설명한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똑같거나 비슷하게 느끼는 것을 말한다. 정신분석학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심리적 상태를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느끼는 것을 통해서 지각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며칠 전 막을 내린 리우올림픽 육상 여자 5천m 예선에서 레이스 도중 넘어진 두 선수가 서로 손을 내밀어 경쟁자이기도 한 상대를 일으켜 세운 뒤 함께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은 '공감'의 극적인 표현이다.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에서 가까스로 구조돼 피와 먼지로 범벅이 된 채 멍하니 구급차 의자에 앉아있는 시리아 '알레포 소년'의 모습에서 슬픔과 분노를 느끼는 것은 우리에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래의 '공감능력'보다 인간의 그것이 훨씬 열등(劣等)함을 명백하게 입증하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홀로 외롭게 사는 노인들을 등쳐먹는 저급한 사기꾼들, 학자금 마련을 위해 힘들게 일한 학생들의 아르바이트비를 떼먹는 한심한 고용주들, 가족을 위해 가난한 조국을 떠나온 이주노동자를 학대하고 임금을 주지 않는 나쁜 사장님들의 얘기가 지천으로 널렸다. 지난 25일 대전에서 일어난 사건은 거의 정점이다. 택시에 승차했다가 갑자기 정신을 잃은 택시기사를 그대로 놔둔 채 트렁크에서 골프백을 꺼내 총총히 떠난 두 사람은 해외에서 골프를 치기 위해 떠나는 비행기를 놓칠까봐 그대로 갔단다. 예순 세 살의 택시기사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현실이 이러한데 인간이 어떻게 고래보다 우등(優等)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도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도덕적인 의무까지 법으로 규정해 강제하는 사회, 그게 사람이 살만한 사회일까./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6-08-30 이충환

[경인칼럼] 청산 시급한 삼베 수의문화

우리 고유문화 아닌 일본의 한국 식민통치 유산한민족 충효사상 폄훼하기 위해 강요한 불순 의도유족들 악덕 상혼에 시달리고 정부는 수수방관"집에 강아지를 키우는데 식구들이 예뻐하니까 자기도 사람인줄 안다." 모 애견마니아의 전언이다.반려동물시장이 뜨겁다. 국내의 반려동물 수는 2천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핵가족화와 고령화, 1인 가구 등이 증가한 때문이다. 경제난까지 겹치면서 애완동물이 사람들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농협경제연구소는 반려동물산업이 2015년 1조8천억 원에서 2020년에는 무려 6조원으로 전망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과 소통하는 동물교감사, 동물매개치료 심리상담사,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등이 유망직종으로 뜨고 있다. 동물장례식장이 점증하면서 동물용 삼베수의 가격도 천정부지이다. 애견들이 자신을 사람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 싶다. 삼베수의가 우리 고유의 문화가 아니라는 주장은 충격이다. 최연우 단국대 전통의상학과 교수는 삼베수의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통치 유산이라며 조속한 청산을 주장했다. 근거로 1474년(성종5)에 완성된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를 들었다.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이벤트행사인 관혼상례의 경우 고려 이전까지는 일정한 형식이 없어 불교식, 유교식 혹은 지역별, 가문별로 제각각이던 것을 조선정부가 유교교리에 근거해 신분별 표준예법을 확정한 것이다. 곽명숙 박사는 조선시대에 조성된 분묘들의 출토복식 중에서 삼베수의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며 최 교수의 주장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했다.조선시대에는 왕으로부터 일반 평민에 이르기까지 수의로 최고급의 비단이나 명주 등을 사용했다. 상례(喪禮)란 영원히 이승을 하직하는 고인에게 가족과 친지들이 지극정성으로 치루는 마지막 통과의례여서 사자(死者)를 혼례 때처럼 성장(盛裝)시켰던 것이다. 실학자 이덕무는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서 여성 망자의 경우 "예전에는 시집올 때 입었던 옷을 소렴(小殮)에 사용하기도 했다"고 기록했다. 혼례복을 수의로 입는 것을 미풍양속으로 치부하는 등 생시(生時)의 복식을 수의로 사용했던 것이다. 빈민들은 무명이나 삼베로 신의(新衣)를 짓거나 혹은 고인이 평소에 즐겨 입던 옷을 깨끗하게 세탁해서 수의로 사용하기도 했다. 삼베수의가 보편화된 결정적 계기는 1934년에 조선총독부가 제정한 '의례준칙'이었다. "수의는 포목(布木) 등으로 하고 고가의 실크는 사용치 말 것이며 충이, 멱목, 악수 등은 생략해도 무방하다"며 상주들은 상복 대신 완장이나 리본을 패용해야 했다. 총독부는 허례허식의 청산을 이유로 들었다. 당시에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지극정성으로 3년 상을 치르다 파산한 가정이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장례 때 무리할수록 효자절부로 칭송되던 탓이다. 그러나 일제가 삼베수의를 강요한 보다 깊은 뜻은 한민족의 정신적 지주인 충효사상을 폄훼하는 것이었다. 망자들에게 싸구려 수의를 입힘으로써 조상신(祖上神)을 욕되게 해 조선인들의 민족적 자긍심을 없애려는 불순한 음모였던 것이다. 덕분에 중상류층에서 즐겨 사용하던 고급 견직물 수의는 점점 사라지고 대신 헐값의 삼베수의가 국민들에게 확산되었다. 1973년에는 '가정의례준칙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을 제정해서 관혼상제 의례절차를 더욱 간소화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병원 영안실이나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는 관행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수의의 기성복화도 촉진되었다. 수의를 장례업체에 전문적으로 납품하는 소규모 납품업체도 처음으로 등장했다. 삼베수의가 장례문화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삼베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국적불명의 싸구려 수의가 명품인 안동포로 둔갑해 바가지 쓰는 일이 다반사여서 유족들은 악덕 상혼에 치를 덜어야 했다. 장례식장에서 국내산 삼베수의는 거의 사라졌다. 국내 장례산업의 급성장 및 중국 삼베수의 제조업자들이 호황을 누리는 이유이다. 장례산업의 버블화는 국민들이 감내할 수준을 넘었다. 특히 삼베수의는 한국 고유의 정신문화 왜곡 내지 열등감을 조장하는 것이어서 벌써 청산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해방된 지 고희(古稀)가 넘도록 수수방관하고 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6-08-23 이한구

[경인칼럼] 소통·화합 웃음의 아이콘 '아재 개그'

다소 썰렁하지만 중장년층 마음의 문 활짝 열어웃음·재미 주는일 상대방에 대한 배려·정성 필요찜통더위인 요즘 '웃음 선물'로 여름나기 어떨지200년만의 무더위로 기록되었던 1994년 못지 않은 폭염이 연일 계속되어 불쌍하게도 얼음과자가 다 죽었답니다. 이를 네글자로 표현하면? '다이하드'랍니다. 아몬드가 죽으면? '다이아몬드', 방금 전에 울다가 그친 사람을 다섯글자로 줄이면? '아까운 사람'. 요즘 유행하는 아재개그입니다. 아재개그는 아저씨 세대가 가부장적인 권위주의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유치함을 무릅쓰고 젊은 층과 융화 소통해 보고자 무뎌진 유머감각을 되살려 나름대로의 고심 끝에 구사하는 농담입니다. 요즘의 똑똑한 젊은이들은 이러한 중장년층의 노력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아재개그에 열광하며 기꺼이 함께 즐거워합니다. 다소 썰렁하고 유치한 듯하지만 권위주의를 떨쳐 버리고 다가서는 중장년 층의 눈물겨운 노력에 마음의 문을 활짝 여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웃음과 재미를 주는 일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정성 그리고 상당한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의 효과는 상상할 수 없는 커다란 결실로 되돌아 옵니다. 또한 상대방의 농담이 별로 재미없더라도 함께 웃어줄 줄 아는 아량이 의외로 인간관계를 아주 친밀하게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됩니다.미국의 사우스웨스트(SW) 항공사는 고객에게 즐거운 웃음을 제공하여 큰 성과를 거둔 사례로 유명합니다. 항공기내 금연정책이 실시된 후 SW는 실제로 다음과 같이 기내방송을 하였습니다. "승객여러분! 기내에서는 금연입니다. 흡연하실 분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날개 위해서 맘껏 피우시기 바랍니다. 오늘 흡연하면서 감상하실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 지정좌석도 없고, 기내식도 제공되지 않는 저가 항공기를 이용하여 여행을 하려던 승객들은 서비스에 대한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탑승하였다가 뜻하지 않은 코믹한 기내방송을 접한 후 저가항공기를 이용한 여행의 불편함을 다 잊어버리고 자연스럽게 SW에 호감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그 결과 SW는 1971년도에 단 4대로 항공운항 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현재는 여객운송 기준으로 세계 3위의 항공사로 성장하였다고 합니다. SW 급성장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유쾌한 기내방송으로 대표되는 유머와 펀(fun) 경영 철학이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던 것이 결정적인 성장요인이었다고 하는 점에 많은 경영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성공학의 대가인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성공의 85%는 인간관계에 달려 있으며 훌륭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핵심은 바로 웃음이다"라고 강조하였고, 인도 철학자 오쇼 라즈니쉬는 "웃음은 어떤 핵무기보다 강하다"고 하였습니다.의학적으로 웃음은 혈액순환 개선과 호르몬분비 촉진효과로 면역체계를 강화시키고, 혈압과 혈당 강하, 통증과 긴장완화 등의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영국의 전 수상 윈스턴 처칠은 "웃지 않는 것은 100만 달러를 은행에 두고도 그 돈을 전혀 쓰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하였습니다. 또한, 미국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고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인간의 뇌는 일부러 웃는 웃음이라도 자연스러운 웃음과 똑같은 효과를 낸다고 하니 되도록 많이 웃어 봅시다. 유래를 찾기 힘든 찜통더위로 불쾌지수가 급상승하는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건강하고 활기찬 웃음을 선사하고, 다른 사람이 웃음 선물을 주면 기꺼이 받아 큰소리로 즐겁게 웃는 것도 무더운 이 여름을 슬기롭게 보내는 한 방편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당장 웃음 선물을 준비하기 어렵다면 아재개그 몇 개라도 외워서 구사해 보시기 바랍니다. 브라질의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모두 아마추어 선수들입니다.아마추어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확실히 더워'입니다./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

2016-08-16 박영렬

[경인칼럼] 최장노동 사회의 '망중한 (忙中閑)'

"요즘도 바쁘지?" 고단함 위로와 배려의 인사말한국, OECD 회원국중 최장노동불구 생산성 낮아노동중독사 치유-일자리 확대 '동전의 양면''망중한(忙中閑)'이란 바쁘게 살던 사람이 모처럼 여유를 얻어 한가롭게 즐긴다는 말이다. 한가로움과 여유는 인간이 추구해온 이상의 하나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롭게 살거나 즐기는 것을 '신선놀음'이라고 부르는데 신선은 자연 속에서 쉬거나 유희로 소일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또 동양적 이상 사회인 도원경(桃源境)은 일과 휴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우리의 휴가는 짧은 데다 8월 초로 집중되어 있어 도로는 정체되고, 이름난 휴양지는 인파로 모처럼의 휴가는 망중한이 아니라 '한중망(閑中忙)'이 되기 일쑤이다.여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부터 소극적이다. 정부는 올해 징검다리 휴일인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여 많은 국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그런데 임시공휴일 지정을 너무 임박하여 결정한데다 관광산업과 내수 진작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너무 내세웠다. 일에 지친 국민들에게 휴식의 시간을 준다는 본연의 목적보다 관광과 쇼핑을 비롯한 소비 진작이 목적인 것처럼 인식되어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이다.'요즘도 바쁘지?'하고 묻는 것은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끼리 흔히 나누는 인사말이다. 이 인사는 매우 복합적인 인사말이다. 상대방이 하던 일을 계속하거나 직장을 잘 다니는지를 확인하면서, 고된 일에 대해 위로하는 한편 격조했던 관계에 대한 '알리바이'를 상대방에게 미리 제공해주는 배려심까지 스며있는 따뜻한 인사말이다. 따지고 보면 바쁘게 사는 것의 해악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일에만 몰두하면 몸을 돌보지 못해 건강을 해치기가 쉬우니 첫 번째 죄요. 바빠서 가족과 가까운 사람과도 소원해지게 되며, 가족들이 말 붙이기도 부담스럽게 만드니 두 번째 죄이다. 또 서두르거나 여유없이 하는 일이 완성도가 높을 리 없고, 일 자체에도 충실하지 못하니 세 번째 죄이다. 또 바쁘다는 것은 필경 다른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뺏은 것일 수 있으니 네 번째 죄 아닌가.바쁘게 사는 것이 개인 탓만은 아니다.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바쁘게 산다. 한국 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OECD 회원국 중 최장수준으로 독일 노동자에 비해 연간 4개월가량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노동 생산성은 낮은 편이다. 최장의 노동시간과 낮은 노동생산성으로 한국의 기업은 노동자들에게 더 많이 일을 시켜야 하는 '노동시간과 생산성'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개인들의 삶의 질이 저하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는 셈이다.최장노동으로 인한 삶의 질 악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방안을 우리 사회의 당면 의제로 격상시키고 근본적 해결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세계적 경기침체 국면을 극복하고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중독사를 치유하는 것과 일자리의 확대는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의 방향을 일자리 나누기 중심으로 전환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비정규직의 증가를 가져와 소비부진과 내수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일자리 나누기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장시간 노동으로 피폐해진 노동자들의 일상을 여유롭게 만들 수 있다. 한편 일자리 나누기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과제인 청년실업과 은퇴자들의 노후 생활에 대한 불안을 덜어 줄 수 있는 정책이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2016-08-09 김창수

[경인칼럼] 대통령제 절대 '善' 아니다

무늬만 대통령제, 내각제와 결합 어중간한 '혼합형'국회에 개입 갈등·대립 확대재생산 기형적 권력운용순수대통령제 전제 안되면 4년중임제 개헌 '정치후퇴'개헌을 금방이라도 할 것 같았던 20대 국회 개원 때와 달리 각종 현안에 가려 권력구조 변경 의제는 또다시 표류하고 있다. 사드 배치 논란, 여당의 막장 공천, 우병우 민정수석의 거취 문제 등 후진적인 행태는 별개의 사안일지 모르나 비정상적 권력운용에서 비롯되고 있다. 권력구조 변경을 위한 개헌 논의는 대통령 임기 말의 레임덕, 여야 대치의 일상화 등 정치적 병리현상 등에 대한 문제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구체적 대안으로 5년 단임을 레임덕의 주범으로 보는 시각에서의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집행부의 권력 분산이 목적인 이원집정부제, 행정부와 국회의 융합적 요소가 강한 내각제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현행 헌정체제에 대한 성찰이 부재한 권력구조의 변경만으로는 정치의 본령을 살릴 수 없다. 특히 현재의 대통령제의 운용을 가능케 하는 정당문화나 관행,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과 비정상적 내각제적 요소를 잔존시킨 채 4년 중임제로 개헌한다면 현재의 5년 임기의 폐해를 3년 더 연장시키는 효과만 두드러짐으로써 정치적 퇴행을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 한국 대통령제는 무늬만 대통령제이지 미국식의 대통령제와는 거리가 먼 제도다. 내각제와의 어중간한 결합인 '혼합'형 대통령제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 순수대통령제라 할 만한 미국 대통령제에는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과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임 등의 제도가 없다. 또한 정당의 기율이 약하고 중앙집권적인 지도부의 당론에 의원들이 구속되지 않는다. 국회와 국민을 의식하지 않고 대통령의 신임에 전적으로 의존함으로써 헌법상의 기능을 상실한 국무총리제도도, 대통령 선거인단 문제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대통령제로 불리는 미국에는 없는 제도이다.한국은 1987년 9차개헌 이후 국회의 권능을 강화하고 권위주의 시대의 비정상적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력을 축소하는 등 일정 부분 대통령제에 대한 견제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국무총리제도,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임 허용 등의 내각제적 요소를 잔존시킴으로써 오히려 국정의 발목을 잡는 역설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내각제적 요소는 국회의 실질적 견제 기능을 강화시키는데 기여하지 못하고,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국회의 정치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여당을 통해서 국회를 통제하고 비판하는 기형적 권력운용 행태를 보인다.이는 생산적 견제가 아닌 대통령과 국회의 갈등을 초래함으로써 국회는 정쟁의 장으로 국민에게 각인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결국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초래하고 정치인들과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부패구조와 맞물리면서,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고 완화하기는커녕 대립을 확대재생산하는 부정적 존재로 전락한다. 대통령은 이 상황에서 국민과의 직접 대화라는 명분으로 국회를 비난하고 행정부 수반을 넘어 국가의 수반으로서 초월적 존재로 군림한다. 야당은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대통령과 의회의 생산적 균형은 국회 내의 대통령의 전위로 전락한 여당과 야당의 대결구도로 치환된다. 여야 모두 권위주의 시대의 중앙집권적 정당구조에 함몰되어 있으며 강한 대통령, 강한 기율의 정당의 조합은 결국 정치학자 린쯔(Juan Linz)가 말하는 정치의 경직(rigidity)을 가져온다. 사르토리(Sartori)의 말처럼 권력분립은 대통령제 원형의 운영원리 중 핵심이다. 그러나 한국대통령제에서 권력분립은 실질적으로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 대통령과 국회가 모두 직접 선출에 의해 구성되는 이원적 정통성(dual legitimacy)을 가지고 있으나 순수대통령제의 삼권분립의 원형의 수준을 넘는 대통령 권력집중의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압도적 영향을 행사하는 대통령이 삼권위에 군림하는 무소불위의 '절대'대통령제(Absolute Presidetialism)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순수대통령제로의 변형이 전제되지 않는 4년 중임제의 개헌은 그래서 정치의 후퇴요, 대립 구조의 연장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대통령제의 환상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5·16 군사정변이 무너뜨린 게 내각제였다. 분단상황이기 때문에 대통령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만한 비약도 없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16-08-02 최창렬

[경인칼럼] 문학산 타워는 야만이다

높이 184m 시애틀의 '스페이스 니들' 갖고 싶지만…인천의 '비류백제 神話'에 비하면 우주속 바늘 불과신화·설화를 콘크리트·철근으로 묻는건 '야만적'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은 미국 북서부 최대도시 시애틀의 상징이다. 1962년 세계박람회를 위해 높이 184m로 세워진 이 전망타워의 설계자는 UFO(미확인비행물체)에서 영감을 얻었다. '우주의 바늘' 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그 이름처럼 바늘 3개가 비행접시를 떠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실제로 이 전망타워를 건설할 당시에는 외계인과 교신을 하기 위한 시설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고 한다. 160m 지점의 전망대에 오르면 시애틀 중심가와 올림픽 경기장, 만년설을 이고 있는 레이니어산, 그리고 엘리엇만(灣)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회전하는 레스토랑에선 시애틀의 기가 막힌 야경을 즐기며 식사하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1993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에서 볼티모어의 신문기자 애니 역의 맥 라이언이 운명적 사랑을 직감하고 이 도시를 찾아오는 장면에서도 스페이스 니들은 등장한다. 1999년 미국의 도시명소보존협회가 역사적 명소(Historic Landmark)로 지정할 정도로 미국 국민과 시애틀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존재다. 시애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도시에 랜드마크로서의 전망타워가 있다. 도쿄를 방문했다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았음 직한 도쿄타워, 2012년 도쿄 외곽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높은 634m 높이의 스카이트리(Sky Tree), 중국 상하이 마천루를 상징하는 468m의 둥팡밍주(東方明珠), 초고층에서 스카이워크와 번지점프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까지 즐길 수 있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스카이시티타워와 마카오의 마카오타워, 맑은 날이면 120km 떨어져 있는 나이아가라폭포를 볼 수 있는 캐나다 토론토의 CN타워 등은 여행자들에게도 이미 익숙해진 이름이다. 남산타워로 더 잘 알려진 서울의 N서울타워, 부산 용두산공원의 부산타워, 우방타워로도 불리는 대구의 대구타워 등도 우리나라 주요 도시의 랜드마크로서 존재감을 뽐낸다.인천에는 전망타워가 없다. 그러나 전혀 아쉽지 않다. 자연 그대로, 저마다 주어진 높이에서, 가공과 인위에 기대지 않고, 상하좌우 본래의 가시각(可視角)만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런 데 없어서 아쉬운 분들이 꽤 있나 보다. 올해 초부터 문학산에 전망타워를 세우자고 주장하는 글들이 지역 유력신문에 잇달아 게재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외부필자의 기고 형식이었으나 이내 편집국 간부의 칼럼으로 지지가 이어졌다. 만약 그즈음 같은 지면에서 유동현 굿모닝인천 편집장의 촌철(寸鐵)의 반박, "문학산에서는 '고고도(高高度)'가 아니라 그냥 미추홀왕국을 세운 비류의 눈높이로 인천을 봤으면 좋겠다"라고 쓴 글을 읽지 못했더라면 참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문학산이 기원전 18년 '비류백제' 건국신화의 발원지라는 건 인천사람들에게는 친숙한 얘기다. 비류왕의 무덤도 이 산 어딘가에 있다고 구전된다. 주몽을 도와 고구려 창업을 이룬 뒤 비류와 온조 두 아들을 이끌고 남하해 백제 건국의 계기를 마련한 '소서노'설화의 무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선사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특히 통일신라시대에 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제사의식 유적까지 발견됐다. 고고학계의 지속적인 연구는 원형 그대로의 문학산성을 제대로 복원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신화와 설화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이야기를 듣고 전하는 민심이 투영된 결과다. 이 땅을 지키며 살아온 이들의 고난의 기억과 미래 비전이 씨줄과 날줄로 합쳐져 직조된 민족 대서사시다. 물론 시애틀의 스페이스 니들을 나도 갖고 싶다. 그러나 인천이 가진 비류백제 신화에 견주면 광활한 우주 속 한 개의 바늘에 불과하다. 문학산은 아니다. 신화와 설화를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묻어버리고 덮어버리는 것은 야만이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6-07-26 이충환

[경인칼럼] 산학(産學) 복합체

대학들 기업이 원하는 인재양성 위해 이공계 늘려매년 50억~300억원 지원 '교육자본주의 시대' 도래비실용 학문 멀리하면 결국 사회에 '부메랑으로'워싱턴회사(Washington Inc.)란 용어가 있다. 중상주의정책의 현대적 표현으로 미국 정부 관료들과 군수기업들 간의 유착관계를 의미하는 산군(産軍)복합체가 전형적 사례이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61년 1월 퇴임사에서 군대의 안보논리와 방산업체의 이윤논리가 의기투합해서 형성된 산군복합체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한데서 비롯되었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세이무어 멜만 교수는 이를 '국방성 자본주의'라 명명했다.자본주의사회에서 군수품은 여타 상품들과는 달리 정부가 유일한 소비자로써 수요독점이 특징이다. 또한 군수산업은 첨단기술과 보안, 규모의 경제 등이 전제된 터에 시장의 안정성은 더욱 중요해 정부와 방산기업 간의 쌍방독점이 일반적이어서 초과이윤 혹은 방산비리 등으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하다.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세계 방산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한 미국의 군수독점자본들은 군부 및 정치권과 결탁해서 지속적으로 파이를 키웠다. 덕분에 미국은 세계최고의 군사대국으로, 군수산업은 미국경제를 견인하는 기관차로 각각 자리매김했다. 그 와중에서 자원낭비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역기능도 확인되었다. 이윤동기가 인류의 발전과 안정을 좌우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오늘날 자본주의는 대학에도 질적 변용을 강요하고 있다. 경제적 권력이 사물의 소유에서 지식의 소유로 이동함에 따라 기업들이 직접 대학의 연구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유전자변형 농산물(GMO)의 리더기업인 스위스의 노바티스는 1998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식물학 및 미생물학과에 연구보조비로 무려 2천500만 달러를 제공했다. 노바티스는 대가로 이 학과에서 개발하는 성과의 3분의 1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또한 버클리대학은 노바티스에게 연구개발 예산을 감독하는 위원회의 5명의 위원 중 두 자리를 제공했다.기업들의 대학지원 성과도 탁월했다. 1998년 한 해 동안 미국의 대학에서 기업으로의 기술이 이전된 결과 346개의 신생기업들이 탄생했으며 240억 달러의 부가가치가 창출되었고 28만 명이 새로 고용되었던 것이다. 기업들의 미국 대학지원은 이후 10년도 채 안 돼 8억5천만 달러에서 42억5천만 달러로 격증했다. 덕분에 미국의 학부모들은 대학등록금 부담을 덜었으나 반면에 인문학과 예술분야는 입지가 좁아졌을 뿐 아니라 커리큘럼 또한 기업들의 입맛에 부합하는 실용학문 위주로 재편성되었다. 벤처캐피털은 상업적 가치나 단기적으로 효과가 없어 보이는 연구는 외면했다. 또한 연구예산은 점차 증가추세이나 강의예산은 축소되고 있다. 실용적인 강의를 하도록 전공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다. 대학에 시장모델이 등장해 돈을 벌고, 돈을 연구하고, 돈을 모으는 과목들이 점차 중요시되고 있다. 기업의 막강한 파워가 대학의 리스트럭처링을 강제한 것이다. 산학(産學)복합체가 등장한 배경이다.한국에서는 정부가 대학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대학에 돈벌이를 강요한 결과 학교기업들이 생겨나고 연구수주를 잘 하는 교수들에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지난해 12월엔 교육부가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사업'(프라임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인문·사회 및 예체능 계열의 정원을 줄이고 이공계 정원은 늘리는 쪽으로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연 2천억 원의 당근으로 대학들을 유혹하고 있다. 선정된 대학들은 매년 50억~300억 원씩 3년간 지원을 받게 된다. 단일사업 지원규모로는 '단군 이래 최대'의 대박사업인 것이다. 국내에도 교육자본주의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산학복합체 모델은 기업의 니즈에 부합해 단기적으론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생들을 비실용 학문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은 결국 사회에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다. 문사철(文史哲)과 예술은 사회로 하여금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생명공학 권위자인 이그나치오 차펠라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교수의 "대학의 역할은 공공선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란 주장이 처연하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6-07-20 이한구

[경인칼럼] 인류발전사에서 본 브렉시트

지금 세계는 국가간 불평등·계층간 양극화 심화각국 협력, 공동번영·인간의 행복 위해 노력해야英 브렉시트·美 신고립주의… 인류발전 역행 같아요즘 단일화두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인들 사이에서 가장 빈번하게 오르내리는 단어는 단연 브렉시트일 것이다. 브렉시트에 관한 국민투표 결과가 보도된 이 후 연일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브렉시트로 인한 영향을 분석하기에 바빴다. EU 탈퇴표가 EU 잔류표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면서 세계증시와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폭락하였고, 유로화나 중국의 위안화도 큰 폭으로 평가절하되었다. 반면 일본 엔화나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급등하였다. 한편 브렉시트는 정치 세계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당장 영국의 캐머런총리가 사임을 표명하였고,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재투표를 요구하는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EU탈퇴 쪽에 투표를 많이 한 60세 이상 노년층과의 세대간 갈등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이나 독일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라있다. 또한 사람들은 브렉시트가 오는 11월 실시 될 미국 대통령선거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브렉시트가 더더욱 현실적인 이슈가 되는 것 같다. 이러한 현상들은 우리들을 몹시 피곤하고 긴장하게 만드는 요소 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하라리에 의하면 현생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만물의 영장이 된 가장 큰 원인은 다른 어떤 생명체보다도 더 큰 집단을 이루고 조직적으로 관리하면서 협동하는 데 있었다고 한다. 다른 유인원 집단을 정복한 호모 사피엔스들은 부족집단을 넘은 후, 도시국가 단계를 거쳐 오늘날에는 주권을 가진 개별국가를 이루어 살고 있다. 그러나 한편 인간은 각종 장벽을 쌓으면서 서로를 죽이는 불행한 역사도 경험하였다. 인류역사상 대부분의 전쟁은 국경장벽, 인종장벽, 종교장벽 등에 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각종 장벽을 제거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연합을 창설하고, 오늘날 각국이 각종 FTA를 체결하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EU도 유럽 내에서의 장벽 허물기 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지난번 이세돌과 격돌한 알파고의 출현을 보고 세상 사람들은 매우 큰 혼란에 빠졌다. 유기물질로 형성된 인간은 생물과 무생물을 부분적으로 결합한 사이보그의 출현 이후 가까운 장래에 완전한 무생물적인 존재인 인공지공(AI)의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른바 무기물질로 구성된 생명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인간과 기계인간 간의 대립도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다. 좋든 싫든 인류는 이제까지 상대했던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강력한 생명체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인류가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더 효율적으로 세계화 차원에서 동질집단을 형성하고 협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오늘날 세계화 추진과정에서 국가간의 불평등, 계층간 양극화의 심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와같은 문제가 있다면 그 부분을 개선하고 형평성과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반세계화를 표방하거나 더 나아가 고립주의를 추구할 일은 아니다. 오늘날 각국이 협력하여 국제주의 세계화로 나아가는 것은 어쩌면 위와같은 인류발전사에 합당한 추세일 것이다. 그것은 공동번영을 통한 인류 평화증진으로 연결될 것이고 그에 따라 인간의 행복도 증대될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영국의 브렉시트나 미국의 신고립주의 경향은 아무래도 인류발전사에 역행하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 영국이나 미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들이 협력하여 지구촌 한가족처럼 보편타당한 가치를 공유하고 공생하는 방향으로 역사가 전개되기를 기대해본다./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

2016-07-12 박영렬

[경인칼럼] 국회 특권 포기의 '역설'

사회 부조리·부패 도려내는 입법·제도화 '정치의 몫'정치가 '악의 축'으로 매도 될수록 회생불능에 빠져변혁 실종으로 연결돼 결국 기득권만 공고히 구축헌법 44조와 45조는 의원들에게 회기중에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구금되지 않을 권리와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해 국회 밖에서 책임지지 않을 권리를 부여했다. 이른바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이다.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가 정치권의 화두가 되었다. 200개에 달한다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정비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보완·개선한다고 여야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19대 때 새누리당의 보수혁신특위와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혁신실천위원회는 체포동의안 표결 의무화와 무단결석 의원 세비 삭감 등을 결의했고, 국회의원 특권방지법 제정, 국회윤리감독위원회 설치 등을 제안했지만, 관련법안들은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때 박근혜, 문재인 후보도 불체포특권·면책특권의 제한 등을 공약했다. 권력구조의 형태가 어떠하든 입법부는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구이며 구성원인 의원들도 헌법기관으로서 권한과 책무를 갖는다. 그러나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의 위상과 권위는 특단의 변혁이 없이는 회복 불가능으로 보인다. 정치가 '공공의 적'이 된 지 오래다. 정치불신은 정치적 냉소와 허무주의의 팽배로 연결되고 있다. 소득 격차는 계층 분화와 맞물리고, 이는 사회적 증오와 대립으로 귀결하고 있다. 배려와 관용은 '사치'가 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본질적 모순이라고 치부하기에 한국사회의 원심력의 증가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정치가 사회적 균열들을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각자도생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심화되고 확산되는 한국사회에서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경쟁의 대상이다. 경쟁이 공정한 룰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사람을 분노하게 한다. 배려와 양보, 관용과 공생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는 사회적 병리를 부채질하는 존재로 간주된다. 사실이 그렇다. 그러나 솔직하게 돌아보자. 우리사회의 병리적 현상이 정치영역에 국한돼 있는가. 기업은, 법조계는, 의료계는, 학계는 어떤가. 모든 영역에서 부조리와 모순이 고착화·관행화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이러한 인식을 일깨우긴 했다. 관피아, 정피아, 학피아, 군피아 등의 정체도 알려질 만큼 알려졌다. 이 순간에도 수 많은 낙하산들이 대기하고 있다. 정치가 이러한 모순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인식은 올바른 분석이다. 그러나 정치는 국회라는 혈세를 먹는 하마와 같은 존재가 망쳐놓았다는 인식, 국회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가 정치개혁의 본질인양 호도되는 현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는 부패했지만, 정치부패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진단과 처방없이 정치가 속죄양이 되는 한편, 다른 부문의 부조리는 면죄부를 받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꿰뚫어볼 수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정치부재와 정치실종을 끊어내고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한국정치의 구조와 틀을 바꿔야 한다. 결국 사회의 부조리를 바꾸고 부패를 도려내는 입법과 제도화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사회적 합의로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에서 정치의 몫일 수밖에 없다. '필요악'을 넘어 '악의 축'으로 정치가 매도되면 될수록 정치는 회생불능에 빠진다. 이는 변혁과 쇄신의 실종으로 연결되고, 기득권은 자신들의 진지(陣地)를 공고히 한다. 이것이 우리가 처해 있는 역설이다. 국회의원들의 특권은 타파되어야 한다. 공항 의전실을 공무도 아닌데 이용하는 구시대적 권위주의의 망령과 공사(公私)의 구분없이 혈족과 인척을 버젓이 채용하는 국회의원들의 민낯은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특권내려놓기'가 국회와 정치의 대증요법으로 그치고 훨씬 더 심각한 부위를 도려내지 못함으로써 정체와 수구의 덫을 헤어나오지 못하는 우를 범할까 걱정이다. 누구나 정치를 비난하기는 쉽다. 그러나 '정치 때리기'가 구조의 본원적인 혁신을 외면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면, 이는 수단과 목적의 도치(倒置)요, 본말의 전도(顚倒)다. 작금의 국회 특권 내려놓기가 '구조'와 '틀'을 바꾸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의 실종으로 연결되는 역설로 귀결되지 않아야 한다. 시민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한 이유이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16-07-05 최창렬

[경인칼럼] 가벼움의 가치

브렉시트로 불안·북핵 위협·신냉전 국제관계…입시경쟁·청년 실업·불확실한 노후 '우울한 사회'난제들 가볍게 해주는게 정치의 최우선 목표돼야한국 문화에서 '가벼움'의 가치는 저평가되기 일쑤다. '가벼운 사람'이란 일반적으로 행동이 진중하지 못하거나 경박한 사람을 가리킨다. 가벼움은 무거움이나 둔중함의 반대말이다. 가벼움은 민첩하고 유연하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가벼움은 미덕이 분명하다. 의복이나 장신구들은 가벼워야 한다. 모바일 기기는 가벼울수록 고급제품이다. 모바일기기 제작회사는 기능개선 뿐 아니라 '경박단소'한 제품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더 빨리, 더 높이 그리고 더 멀리'로 요약되는 육상경기와 스포츠활동의 본질도 '누가 얼마나 가벼운가'로 다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언어생활에서 '나비', '잠자리', '새', '날개', '구름', '아지랑이', '산들바람'과 같은 명사의 어감은 생동적이다. 또 '날렵함'이나 '날씬함'과 같은 형용사, '사뿐사뿐'이나 '하늘하늘'과 같은 부사어들은 발랄하고 상쾌하다. 가벼움의 본질은 자유이다. 헤겔은 '가벼움'을 물질을 극복하려는 정신의 근원적 이념인 '자유'라고 해석했다. 물질은 본질적으로 '무게'를 지니고 있지만, 또 다른 형태로의 변화가능성을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질의 변화가능성이 바로 가벼움의 개념이다. 가벼움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물질 세계의 운동 원리에 조응하는 것이다. 가벼움의 본질을 변화가능성으로서의 유동성, 혹은 유연성이라 한다면 '가벼움'은 '자유'의 본질이자 현상이다. 그래서 인간에게 가장 큰 형벌은 육체적 정신적 자유의 제약이 되는 것이다. 가벼움은 웃음이다. 미학적으로는 엄숙함이나 비장함이 아니라 골계(滑稽)의 범주와 관련된다. 웃음을 유발하는 해학은 한국 문화, 특히 민중문화의 바탕이 된다. 탈춤이 대표적이며, 사설시조나 재담과 같은 언어예술, 민화와 서민 공예품에는 유머가 녹아 있다. TV같은 대중매체에서 코미디나 예능과 같은 '가벼운' 프로그램이 압도적인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소설도 흥미로운 스토리가 위주인 '쟝르소설'이 대세이다. 코미디물은 현실의 무거움에서 벗어나려는 시민들의 정서적 망명처인 셈이다.가벼움은 무거움보다 지혜로운 것이다, 진지하고 사려깊은 것과 대립되는 것이 아니다. 삶이나 현실을 관조하여 그 무게를 덜어내는 수고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최선의 가벼움이란 현실의 부당한 무게에 대한 저항인 것이다. 그것은 풍자의 형식을 띨 수도 있고, 현실의 정면이 아닌 우회적으로 현실을 보는 방식일 수도 있다. 찰나적 위안이나 회피는 '가벼움'이 아니다. 소설가 칼비노는 문학에서의 가벼움은 새의 깃털처럼 무게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제 몸무게를 감당하면서도 자유롭게 나는 새의 가벼움에 비유한 바 있다. 그에게 가벼움이란 이야기의 구조와 언어적 표현에서 무게를 덜어내려는 시도이다. 미의 본질, 문화의 본질이 '가벼움'이라면 사회도 가볍고 유쾌해야 건강한 것이며 개인들도 행복해질 것이다. 그런데 문득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현실은 겹겹이 난제들이다. 세계경제는 브렉시트로 불안하고, 남북관계는 북핵으로 위협받고 있다. 국제관계는 신냉전의 도래를 우려할 수준으로 긴장의 파고가 높아 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유쾌해야 할 학생들은 입시경쟁으로, 청년들은 실업난으로 고통스럽다. 노인세대는 불확실한 노후 때문에 우울하다. 가공할 무게 앞에 가위눌린 사회와 개인들의 영혼을 가볍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정치의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하며, 참다운 문화와 예술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객원논설위원

2016-06-28 김창수

[경인칼럼] 삼산체육관에 드론을 허(許)하라!

바람 불고 비 오는 악천후엔 드론 날릴 수 없어전국 어디에도 없는 '실내전용공간 聖地' 돼야선발주자 따라잡을 수 있는 인천의 의지 필요드론의 등장은 세상을 보는 인간의 시각(視覺)을 획기적으로 확대·확장 시킨 혁명적 사건이다. 고작 지표면으로부터 2m 이상 올라가지 못했던 인간의 평균적 시선이 지상 수백m로 높아졌다. 인간의 눈이 저 높은 하늘을 나는 새의 눈으로 진화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게 됐다. 미국 CNN과 CBS, 영국 BBC 등 글로벌 방송 미디어들은 이미 드론을 뉴스 취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CNN은 지난해 중국 텐진항 대폭발 때 드론으로 현장을 취재했고, CBS의 시사프로그램 '60분'은 드론을 띄워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폐허로 변해버린 프리피야티 지역을 촬영했다. 국내에서도 드론을 활용한 방송제작은 일상화됐다. EBS '세계 테마기행'은 기껏해야 빌딩이나 산에 올라야만 볼 수 있었던 여행지의 전경을 드론으로 담아낸다. 기존 다큐멘터리의 문법을 탈피해 삶의 현장과 풍광을 느림의 미학으로 보여주는 KBS 미니다큐 '숨터'는 드론 없이는 기획 자체가 불가능했던 영상 프로그램이다. 세상을 보는 시각의 이러한 혁명적 변화를 시청자미디어센터가 놓쳐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12월 박관민 한국드론협회장을 초청해 '드론, 미래를 열다' 주제로 특별 강연을 실시했다. 박해룡 협회 분과위원장의 드론 비행과 촬영 강의도 두 차례 이어졌다. 이렇게 특강을 통해 일반인들의 관심을 확인한 다음, 올해 '드론촬영'을 정규프로그램으로 편성했다. 매주 토요일 3시간씩 6주 동안 진행되는 강의에 수강희망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할 수 없이 당초 20명으로 계획했던 수강인원을 서른 명으로 늘렸다. 방송국 PD, 신문사 사진기자 등 영상전문가와 전공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센터 다목적홀에서 펼쳐진 강의는 참 볼만했다. 천정이 높은 다목적홀 이곳저곳으로 드론이 물잠자리처럼 날아다녔다. 수강생들은 전진과 후진, 하버링(hovering : 제자리 비행), 그리고 촬영법을 열심히 익혔다. 프로그램은 '대박'을 쳤다.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가 전국 최초로 '드론촬영'을 정규프로그램으로 편성했다는 자부심이 컸다.그런데 요즘 마음이 편하질 않다. 재주만 부린 곰의 꼬락서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가 국내 첫 공인 드론공원을 개장한다는 기사를 접하고선 영 언짢다. 이번 주 토요일부터 광나루 한강공원에서 드론을 마음껏 날릴 수 있도록 모형비행장 일대 잔디밭 2만7천㎡를 '한강드론공원'으로 지정해 운영한다는 소식이다. 이 드론공원에서는 별도의 승인절차 없이 12kg 이하의 드론을 150m 미만 상공에서 자유롭게 날릴 수 있다. 강원도는 훨씬 더 조직적이다. 드론 레저산업의 국제표준화로 세계시장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영월군은 부산, 대구, 전주, 고흥과 함께 지난 해 10월 국토교통부가 주도하는 드론 신산업 시범사업지역으로 지정됐고,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은 시범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렇다면 인천은? 너도나도 뛰어든 드론산업을 전략적으로 주요 정책구상에서 배제 시켰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동안 언급조차 없던 '드론'이 올 초 슬그머니 인천시 8대 전략산업인 항공산업부문에 끼어든 걸 보면 '전략적 배제'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뒤늦게 드론 레이싱에 뛰어든 형국이다. 과연 따라잡을 수 있을까?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 일대는 이미 드론동호인들 사이에선 '성지'(聖地)'로 불린다. 때가 되면 동호인들이 모여들어 다양한 이벤트를 벌인다. 그런데 바람 불고 비 오면 드론을 날릴 수 없다. 서울시가 선수를 친 한강드론공원도 마찬가지다. 악천후엔 별도리가 없다. 방법은 딱 하나. 이들을 실내로 불러들이면 된다. 다행히(?) 아직 드론을 위한 실내전용공간은 전국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삼산월드체육관이나 송도컨벤시아 전시장을 일주일이나 보름에 한 번, 드론에게 내주면 된다. 그렇게 하면 인천이 선발주자를 따라잡을 수 있다.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이 드론의 성지가 된 것은 인천시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뤄진 일이다. 이번에는 인천시의 의지가 필요하다. 삼산체육관에 드론을 허락하면 된다./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2016-06-21 이충환

[경인칼럼] 번영의 아버지

미국경제 기초 다진 록펠러·카네기·포드·모건…전세계 공업·금융 슈퍼파워로 부상시킨 주춧돌역막대한 재산 사회환원… 한국판 주인공들 학수고대호국의 달이다. 수많은 호국영령들을 떠올리면 숙연해진다. 최소한 이 달 만큼은 물신주의에 찌든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때이다.나라마다 국조(國祖)들이 있다. 단군 할아버지와 중국의 황제(黃帝), 일본의 아마테라스(天照大神) 등으로 각각 국가공동체의 구심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양에서도 동일한 사례들이 간취되는바 대표적인 종족이 유대인이다. 세계적으로 민족기원력(民族起源曆)을 사용하는 민족은 한국인과 유대인이 유일한데 한국의 경우 금년은 단기(檀紀) 4349년인 것이다. 기원전 2333년에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건국했다는 설에서 비롯되었다. 유대력(猶太曆)으로 올해는 5777년으로 기원전 3761년에 야훼가 유대인들의 시조인 아담을 창조했다는 설에 근거한다. 반만년에 걸친 디아스포라에도 유대인들은 특유의 형제자매론으로 끈질긴 생명력과 민족적 아이덴티티를 유지해 왔던 것이다. 선민사상이 자칫 국수주의로 흐를 수도 있어 경계대상이나 국민적 단결에 절대적이어서 역사가 일천한 나라들도 경쟁적으로 국부(國父) 모시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신생국들은 '호랑이 담배 피던'식의 올드 버전과는 달리 비교적 합리적인 건국신화(?)를 창조한 것이다. 건국 240년의 미국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국인들에겐 3명의 아버지(國祖)들이 있다. 첫째는 1620년에 메이플라워호로 영국을 떠나 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에 식민지를 개척한 필그림 파더즈(Pilgrim Fathers)이다. 둘째는 18세기 후반 영국으로부터의 미국 독립 쟁취에 주체적 역할을 했던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이며 셋째는 미국 현대경제의 초석을 놓은 번영의 아버지들이다. 나라마다 민족과 국가건설에 기여한 조상에 대한 국민적 사랑은 있게 마련이나 자유방임으로 상징되는 미국인들의 국부(國父)에 대한 존경과 자부심이 이채롭다.역사학자들은 개신교의 '하나님 말씀'을 전도하려는 뉴잉글랜드 초기정착민들의 열정적이며 도덕적인 사명이 오늘날 미국의 성격을 규정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페리 밀러는 "사업에 대한 헌신, 재산 축적, 집과 토지취득은 모두 기독교인의 의무"로 정의했으며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정신'에서 청교도들의 "칼뱅주의적 사고가 신세계에서 계산적 합리주의문화를 규정했다"고 뒷받침했다.오늘날의 미국 건국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 정치가들이 있다. 미국의 시민혁명을 선도했던 조지 워싱턴, 패트릭 헨리, 존 애덤스, 벤자민 프랭클린, 토머스 제퍼슨 등이다. 이들은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전쟁에서 승리함은 물론 신대륙에 헌법 모델과 함께 매우 위험할 수도 있는 공화주의적 자치정부를 실험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후 미국은 오랜 기간 동안 일관되게 공화정치의 우수성을 웅변으로 입증해냈다. 이들이 건국의 아버지들로 추앙받는 배경이다.마지막으로 오늘날 미국경제의 기초를 다진 기업가들이다. '콜로서스'의 저자 잭 비어티는 록펠러, 카네기, 포드, 밴더빌트, 모건 등을 번영의 아버지들로 명명했다. 엄청난 에너지와 타고난 민첩성, 미래에 대한 확신 등으로 연대한 기업가들이 남북전쟁(1861~1865) 이후 제1차 대전(1914~1918) 발발 전까지 미국을 농업국가에서 전세계 공업과 금융의 슈퍼파워로 부상시키는데 초석을 놓은 때문이란다. 헨리 포드는 자동차를 농부와 노동자들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해 미국을 세계최고의 중화학공업국으로 승격시켰다. 또한 이들은 한평생 벌어놓은 막대한 재산을 기꺼이 사회에 환원했다. 카네기는 "부자로 죽는 사람은 불명예 속에 죽는 것"이라며 말년에 모든 재산을 처분했으며 록펠러 후손들은 최고의 자선명문가로 자리매김했다. P. 드러커는 이들 강도귀족들을 '사회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기업가'로 매도했으나 이들의 미국경제 발전에 대한 공헌을 폄훼할 수만도 없다. 영국의 역사학자 폴 존슨은 무제한의 자본주의와 무제한의 박애주의가 합쳐질 경우 그 어떤 똑똑한 정부가 고안한 강압적 제도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부가 재분배된다고 주장했다. 한국판 번영의 아버지들을 학수고대하는 이유이다./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016-06-14 이한구

[경인칼럼] 인터넷상 '잊힐 권리'와 자기통제책임

개인정보 강화·삭제·수정·파기 요청하는 권리가이드라인 따라 관리·사업자 접근배제 조치 가능자기통제로 결정권 행사 '인터넷 민주시민' 되길인터넷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매일 매시간 인터넷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업무도 보고, 필요한 물건도 사며, 얼굴 모르는 친구와 사귀고,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토론도 벌입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도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인터넷검색을 하거나 SNS로 수다를 떱니다. 선거철이나 대중적인 관심사가 있을 경우에는 인터넷 공간이 가히 폭발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의 의견, 사진이나 언론기사에 한마디 하고 싶어 몇자 적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소위 댓글을 보면, 참신하고 건설적인 명문장가도 있고, 그야말로 감정의 배설물을 퍼부어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터넷에 올린 의견이나 사진이 본인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4월말 '인터넷 자기 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이달 중 본격적으로 실시할 예정입니다. 그간 회원 탈퇴 등의 사유로 본인이 직접 지울수 없게 된 게시물에 대해 헌법상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에 근거하여 정보통신서비스사업자에게 타인의 접근배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인터넷상 지울 수 없는 과거의 흔적으로 인해 취업·승진·결혼 등에서 피해를 입는 국민들이 보다 쉽게 구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방통위의 설명입니다.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는 인터넷에서 생성되고 유통된 개인의 사진이나 거래 정보 또는 개인의 성향과 관련된 정보에 대해 소유권을 강화하고 이에 대해 유통기한을 정하거나 이를 삭제, 수정, 영구적인 파기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잊힐 권리'는 2014년 유럽사법재판소(ECJ)가 검색사업자의 검색목록 삭제 책임을 인정한 이후 전세계적으로 논의가 확산되었고, 국내에서도 한국정보법학회 등을 중심으로 법조계, 학계, 실무계의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결과, 위와같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우리 법제상 제3자가 올린 게시물에 대해서는 임시조치 등 구제수단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자기 게시물에 대한 구제수단은 미흡한 실정이었습니다. 이제는 위 가이드라인에 따라 게시판 관리자 및 검색서비스 사업자는 이용자가 제출한 다양한 입증자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접근배제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게시물이 공익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경우 등에는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시행과정에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타인의 표현의 자유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사업자에게 지나친 기술적, 경제적 부담을 지운 것은 아닌지 등등 면밀히 검토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인터넷 공간에 의견이나 사진 등을 게시하면 순식간에 지구반대편까지 도달하고, 자고 나면 벌써 지구를 몇바퀴 돌고 난 상황입니다. 그리고 게시물들은 지구상 어느 곳에 숨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인터넷 공간으로 나아가는 '개인정보 자기결정'은 게시자 자신이 사실상 회수불가능한 우주선이라는 사실을 알고 발사(게시)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야 할 것입니다. 열린 민주사회에서 인터넷상 활발한 토론과 의견개진은 대의정치를 보완하는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갈수록 인터넷의 사회적 기능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상황에서 그곳에 게시한 의견들은 보다 신중한 고민의 결과이어야 합니다. '잊힐 권리'에 기대어 사후적인 구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사전에 자기통제적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건전한 인터넷 민주시민이 되기를 기대합니다./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박영렬 법무법인 성의 대표변호사

2016-06-07 박영렬

[경인칼럼] 협치(協治) 대 협치(狹治)

여야, 법정기한내 원구성 여부 20대국회 순항 가늠현안·쟁점, 당론·노선 떠나 의원 자율성 확보돼야국회법 개정하면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차단여소야대의 20대 국회에서 협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선과 맞물리면서 헌정 사상 최악의 국회는 불가피하다. 협치(協治)가 협치(狹治)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법정기한내 원 구성 여부가 20대 국회 순항 여부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 어떤 정당도 국회 과반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다수결에 의한 국회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여야 어느 한 정당으로는 일반의결정족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쟁점법안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더구나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에서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림으로써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명분은 상실됐다. 여야의 협력 없이는 국회는 마비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상임위 소관 현안 조사'를 가능케 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20대 국회 초입부터 여야의 대립은 불가피해졌다. 19대 국회 임기 만료 이틀을 앞두고 행해진 대통령의 재의 요구는 야당이 '꼼수정치'라고 반발해도 이에 대항할 명분이 없다. 새누리당과 야당의 합의로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20대 국회에서도 수평적 당청 관계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는 새누리당에서 비대위와 혁신위의 분리 운영이 친박 세력에 의해 좌절된 것으로부터도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여야가 법정기한내에 20대 국회 원 구성을 마칠 수 있을지 가 향후 협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둘째,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구를 구성하는 국회의원들의 자율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정당이 이념과 노선을 공유하는 정치적 결사체로서 특정 현안과 쟁점에 대해 구성원들의 입장을 당론의 형태로 특정할 수 있다. 정당정체성(party identification)의 측면에서 자연스럽다. 그러나 한국정당은 거의 모든 사안을 당론으로 구속하고 있다. 의원들의 소신이나 정치적 입장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없는 구조다. 이를 혁파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과 개선이 필요하다. 의원들의 교차투표(cross voting)를 바탕으로 한 여야의 협력을 위해서도 공천제도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각 당의 공천제도가 각 계파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결정됨으로써 정당정치가 계파패권주의로 흐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않고는 헌법기관으로서의 의원들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없다. 국민공천제가 갖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정당의 존재가치를 살릴 수 있는 공천제도를 공직선거법에 규정함으로써 공천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 공천이 정당내 특정 세력의 폐쇄성과 패권주의를 부추기는 수단으로 기능한다면 정치는 협량(狹量)한 파벌정치로 전락한다. 셋째,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임을 폐지해야 한다. 헌법 43조는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법 29조는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직 이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을 개정하면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막을 수 있다. 지난 국회에서도 여야가 국회법 29조 개정을 합의했으나 여야의 이해 일치로 논의조차 실종된 상태다. 내각제 권력구조에서는 의회가 내각을 구성하기 때문에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당연하다. 그러나 입법부와 행정부의 융합을 권력운용 원리로 삼고 있는 내각제와 달리 대통령제는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의 견제와 균형 원리에 따라 운용된다. 입법부는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입법부 구성인자가 행정부의 직책을 겸하는 것은 대통령제의 기본 원리에 배치된다. 내각제의 장점을 살린 혼합 대통령제란 주장은 강변에 불과하다.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 가능은 여당의 청와대 예속을 가중시킴으로써 여야의 협치를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 여야가 협치와 소통을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있지만 20대 임기 개시 이전부터 여야 관계의 냉각 조짐은 뚜렷하다. 협치(協治)가 협치(狹治)로 전락하는 순간 대선정국과 맞물리는 20대 국회는 '정치'를 상실하게 된다. 20대 국회가 새겨야할 명제다./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16-05-31 최창렬

[경인칼럼] '이야기가 아닌 것'과 스토리텔링

이야기감 아닌것 이야기로 만드는 소재 가까이 있어진정한 가치는 남들이 안 돌본것 성찰한 경우 많아가치의 재발견 위해선 다른 각도에서 삶 바라봐야이야기 르네상스 시대이다. 문화기획, 문화산업, 관광분야는 물론 교육현장, 상품 광고에서도 방법은 스토리텔링으로 귀결된다. 스토리텔링은 신비로운 주술처럼 여겨진다. 마치 마이더스왕의 손이 닿은 사물이 황금으로 변하듯이, 이야기의 세례를 받은 사물들은 침묵에서 깨어나 생동한다. 바위나 나무가 노래하고, 낯선 공간이 친근한 장소로 바뀌고,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졌던 인물이 눈앞에 현현하게 된다. 스토리텔링을 만능키처럼 여기게 된 것은 이야기가 지닌 마법성, 혹은 이야기의 서사성, 이야기를 즐기는 인간의 본능, 상호소통기능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스토리텔링의 의미에 대해 서사학자들은 '스토리(story)와 텔링(telling)'의 합성어로 '이야기하기'이며,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이다. 영어권에서는 스토리텔링을 음성과 행위를 통해 청자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으로 통용된다. 한국어로 '이야기하기' 나 '구연(口演)'이 대응어를 사용할 수 있겠는데 언중들은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야기하기'나 '구연'이라는 말이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의 본질적 의미를 온전하게 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스토리텔링을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는 것은 스토리텔링의 복합적인 특성 때문이다. 그런데 스토리텔링의 본질은 '이야기가 아닌 것을 이야기로 만드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닐까? 전설이나 신화와 같이 기존의 이야기를 재가공하는 것도 스토리텔링이라 할 수 있지만 그 경우는 소설이나 동화와 같은 문학장르로 구분된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스토리텔링이란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을 이야기로 재구성하고, 이야기가 아닌 것에 이야기적 요소를 결부시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뛰어난 스토리텔링은 역설적으로 이야기가 아닌 것에서 이야기의 요소를 발견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공한 경우이다. 그런데 '스토리텔링'은 이야기 만들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스토리텔링은 이야기 아닌 것을 이야기로 만들고 그 이야기를 전하고 듣는 상황을 가정한 '대화'이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손주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골집과 같은 공간이 필요한데, SNS나 블로그와 같은 뉴미디어가 바로 우리시대의 이야기 공간이다. 맨부커상 수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우리의 가족과 사회에 관통하고 있는 관습 혹은 폭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잔혹한 폭력 사건이 발생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우리는 폭력에 둔감하거나 마비되어 있다. 관습이란 이름의 일상적 폭력에 대해서는 아예 상식이라 여긴다. '채식주의자'는 독특한 인물 설정과 탐미적 문체가 빛나는 소설이지만 스토리텔링의 관점에서 본다면, 폭력이 일상화된 묵시록적 사회에서 더이상 '이야기 거리'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야기감을 이야기로 만들어 독자들로 하여금 일상을 되돌아 볼 수 있게 만든 작품이다. 스토리텔링이 이야기가 아닌 것, 혹은 이야기감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는 것을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라면 그 소재는 멀리서 구할 필요가 없다. 진정한 가치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남들이 돌보지 않은 것을 성찰한 결과일 경우가 많듯이, 가치의 재발견이나 감동적 스토리텔링을 위해서는 일상에서 물러나거나 다른 각도에서 우리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수고가 필요하다./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 객원논설위원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 객원논설위원

2016-05-24 김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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