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노트북]수원시 거버넌스 행정 다시 한 번 기대한다

48년 만에 상수원보호구역이 일부 해제된 수원 광교산 일대에 또 한 번 희소식이 들려왔다. 수원시가 국·도비로 확보한 예산 등을 광교산 일대 도시가스 공급 사업에 지원한다는 이야기였다. 상·하광교동 일대에 거주하는 70여가구는 도시가스 혜택을 받지 못한다.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법 등 이중 규제로 인한 주택 증가가 불가해 경제성이 낮아 도시가스 배관을 설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주민들은 석유나 액화석유가스(LPG) 등을 사용해 난방과 취사를 해결하고 있다. 도시가스 공급이 주민들의 숙원사업이 된 이유다.최근 시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하광교동 산 57-2(반딧불이화장실)부터 상광교동 51까지 대략 5.3㎞ 구간에 도시가스 공급을 위한 중압관 설치 사업을 추진 중인데 조만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설문 조사를 시행한다고 한다. 지난해 1월 염태영 수원시장이 신년기자간담회를 열어 "광교저수지 주변 마을을 지속 가능한 모범마을로 정착시키겠다"고 밝히던 모습이 떠올랐다. 광교산 주민들과의 상생을 외치던 시의 지원사업만 바라보던 주민들에겐 그야말로 오랜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오는 2023년 하반기에는 도시가스가 공급되는 광교산 보리밥집을 볼 수 있을 듯하다.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주민들의 의견도 들어야 하고, 사업 구간에 개인 소유의 '사도'가 많다는 점은 가장 큰 난관으로 꼽힌다. 하지만, 오히려 이 지역은 재건축 한곳이 많아 사도 보다는 공도가 많은 실정이다. 특히 주민 숙원사업이므로 극히 일부인 사도 문제는 시의 조건부 협의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드디어 첫발을 내디뎠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광교산 상생협의회'는 시의 대표적인 거버넌스(민관 협치) 사례로 평가받는다.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어본다. /이상훈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sh2018@kyeongin.com이상훈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2020-02-23 이상훈

[노트북]쌍용차 위기에 작은 촛불이 되길

정초, 평택의 새벽은 차가웠다. 10년7개월 만에 회사 문을 밟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46명의 마음도 그랬을 터다.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사무실이기도 한 카페 차차에는 새벽마다 회사로 돌아온 해고자들이 모였다. 10년 만의 출근을 앞둔 흥성거림 속에 부서 배치를 받지 못해 속을 끓이는 모습이 보였다.누구보다 이들과 가까웠을 수 있는 지역언론이지만, 지난 10년간 제대로 쌍용차와 해고자 문제를 다루지 못했다는 부채의식에 1월 한 달을 평택에서 보냈다. 해고 복직자를 시작으로 평택시청, 평택시민사회, 평택주민, 쌍용차의 명예 퇴직자, 쌍용차 직원, 쌍용차 연구자를 두루 만났다. 노동자와 회사라는 고정된 틀이 아니라 평택과 지역의 눈으로 쌍용차 그리고 해고자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발견한 것이 희망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오히려 더 큰 어둠을 만났다.해고 복직자가 회사로 돌아온 2020년, 쌍용차는 10년 전보다 더 큰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했다. 취재하고, 기사를 쓰며 기자가 희망과 해법이 아니라 어둠과 불안을 얘기해도 되는지 고민하고 고민했다.그래서 탄생한 기획물이 지난주 출고된 '희망의 그늘, 쌍용차 그리고 평택'(2월12·13·14일 2판 보도)이다. 취재를 통해 발견한 것은 '희망 없음'이었지만, 그래도 언론인으로서 사회와 독자에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이 컸다. 한국GM 공장이 철수한 전라북도 군산을 찾아갔고, 세종시와 서울시를 오가며 우리에게 해답을 내려줄 사람들을 만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탈출구는 명확하지 않다. 무엇보다 우려가 큰 건, 10년 전 '쌍용차 사태'의 아픔 때문이다.모쪼록 다가온 위기와 다가올 어려움 속에 우리 사회와 쌍용차 그리고 지역사회가 지난 10년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을 솔루션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솔루션 저널리즘'에 노력했지만 취재팀은 확실한 답을 드리지 못했다. 해법을 찾는 긴 여정에 우리의 기사가 조그만 촛불이라도 되길 기원한다. /신지영 정치부 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정치부 기자

2020-02-18 신지영

[노트북]기차를 만들었는데 철로가 없다면

"기차는 만들었는데 철로가 없는것 같다."선거법 개정으로 이번 총선에서 선거권을 얻은 인천의 한 청소년이 내뱉은 말이다. 경인일보는 선거에 대한 청소년들의 생각이 궁금해 선거권을 갖게 된 청소년 5명을 초대해 작은 좌담회를 열었다. 만 18세면 일부는 고3이거나 대학 신입생이다.학생들을 만나기 전 무슨 질문을 할지 고민하면서 선거권을 얻어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을 학생들을 상상했다. 하지만 정작 청소년들의 반응은 냉랭했다.입시에만 치우쳐 있는 고3 학생에게 어떠한 교육이나 사전지식 없이 갑자기 선거권만 준 것을 두고 "너무 준비가 안됐다"고 했다. 자신이 선거권이 있는지, 지역구라는 게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한 학생은 "마치 기차를 새로 만들었는데 철로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된 이유는 충분하지 못한 정치교육이다. 대학입시 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 교육체제에서 학생들이 그간 지역사회를 위해 누가 일했는지, 어떤 국회의원이 입법 활동을 활발히 했는지 알기 쉽지 않다. 청소년들은 첫 투표권인 만큼 누구보다 '바르게' 투표하길 소망했다. '진로' 과목처럼 '정치' 과목을 따로 만들어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정치인을 평가할 방법을 배울 기회도 필요하다고 했다. 4·15 총선까지 두달 동안 교육기관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크다. 남은 기간 유권자든 비유권자든 교실에서 마음껏 정치 얘기가 오갈 수 있도록 교육을 펴야 한다. 아울러 총선 후보들도 청소년 표심을 얻기 위한 비현실적 공약을 남발하는 대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진짜 정치인'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기껏 새로운 기차를 만들어 놓고는 철로가 없어 달리지 못하는 우스운 세상이 돼선 안된다. /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say@kyeongin.com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2020-02-13 윤설아

[노트북]너의 이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폐렴?요즘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는 '이 바이러스'는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맞는 걸까.청와대가 권고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특정 바이러스가 아닌 '코로나'라는 하나의 바이러스 종류를 포괄적으로 뜻하는 말이어서 이번 바이러스만을 칭하는 단어는 아니다.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 지역명 '우한'이 들어간 명칭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역명을 특정하면 불필요한 혐오감이 확산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국제 과학계는 이번 바이러스의 공식 명칭을 뭐라고 정할지 고민 중이다.우한을 명칭에서 사용할지 바이러스 유사성을 고려해 '사스(SARS)'를 포함한 새로운 명칭을 만들지.지난달 말 세계보건기구가 임시로 내놓은 '2019 n-CoV 급성 호흡기 질환'이란 명칭은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불명확하고 이를 인용해 보도하는 언론도 찾기 어렵다. 그러는 동안 국내에서는 이 명칭을 둘러싼 정치적 정쟁과 네티즌 간 대립만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지난주 이번 바이러스 대책 마련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만들자고 모인 자리에서 우한 명칭 사용 여부를 두고 정쟁을 벌였다."중국이 가진 세계적 책임을 짚어줘야 한다"는 한국당에 민주당은 "5년 전부터 지리적 위치 등이 포함된 용어를 배제하도록 한 국제규범을 국제사회가 지켜오고 있다"고 맞섰다.이 같은 정쟁은 온라인상에서 네티즌 간 대립으로 고스란히 번져나가고 있다.정부가 중국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와 불필요한 혐오감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것이다.언론 보도의 경우도 아직 우한이란 명칭을 사용하는 일부 보수언론이 남아있어 뉴스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과연 나중에 만들어질 공식 명칭으로 이번 바이러스를 기억할 국민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김준석 경제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경제부 기자

2020-02-10 김준석

[노트북]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온 나라가 난리다. 지난달 의정부에서도 의심환자가 발생했다가 다행히도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와 가슴을 쓸어내린 일이 있다.결과는 다행이었지만, 알고 보니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 선별 진료소가 아닌 곳으로 의심환자가 이송되고, 보건소와 대학 병원 의료진 간 실랑이 끝에 진료가 시작됐다. 환자는 1차 진료에서 폐렴이 의심됐지만, 국가 지정 병원에선 폐렴이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다. 어수선했고, 곳곳에서 허둥지둥한 흔적이 보였다. 만약 그 환자가 '양성' 판정을 받았더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일반 환자들의 외래 진료가 있는 평일 낮,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병원으로 의심환자를 이송했던 보건소의 판단은 되돌아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보건소 관계자는 당시 유일한 선별진료소였던 경기도립의료원 의정부병원으로 의심환자를 데려가지 않은 이유를 "해당 환자는 우한이 아닌 곳에서 온 중국인으로, 당시 매뉴얼상 의심환자 범주에 들지 않았다. (민간병원에서) 더 적절한 치료가 이뤄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반대로 이야기하면 우한은 아니었지만, 중국 다롄에서 온 환자였다. 발열과 기침 등 호흡기 질환이 있었다. 이 두 가지만 놓고 보더라도 환자 이송에 신중을 기했어야 할 터다. 확진환자 1명이 발생하면 그와 접촉한 사람들이 모두 격리 관찰의 대상이 된다. 그 환자의 동선을 지났던 시민들은 물론 지역 사회가 불안에 떤다. 선별 진료소였던 도립의료원 의료진을 신뢰하지 않은 이유를 차치하고도, 하루에 수천 명이 드나드는 대학병원에 갑자기 의심 환자를 데려간 것은 무모하고도 안일한 선택이었다.지금은 정부가 정한 의심환자 판단 기준이 확대되고 시에 선별 진료소도 늘어나 같은 일이 또 벌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민들은 매뉴얼을 겨우 지키는 수준이 아닌, 선제적 예방 대응을 보건당국에 기대하고 있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doran@kyeongin.com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2020-02-09 김도란

[노트북]농기계수리공 재심, 진실을 이야기하라

농기계수리공 윤모(당시 22세)씨의 재심 공판준비기일이 6일 오전 10시40분 수원지법 501호 법정에서 열린다. 1심 선고 1만1천66일 만이다. 죄명은 살인과 강간치사다. 윤씨는 1989년 7월25일 오후 7시30분께 경찰에 연행됐다. 3개월 뒤 수원지법 형사2부는 윤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피고인의 진술, 검사 및 사법경찰관 사무취급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 신문조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 작성의 감정의뢰 회보서 등 증거가 윤씨를 범인으로 가리키고 있다는 판단이었다.지난 1월14일 법원은 윤씨의 살인, 강간치사 사건 재심개시를 결정했다. 재심개시결정문에 적힌 재심 개시 이유 중 첫 번째는 이춘재(56)의 진범 취지 자백진술이다. 이춘재 자백은 공은경 프로파일러가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의 대화다."다 내가 한 것으로 밝혀지면 경찰이 곤란할 것 아니냐. 곤란하면 이야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그런 것은 상관없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춘재씨가 한 일이 맞다면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이춘재는 펜과 종이를 달라고 한 뒤 '살인 12+2, 강간 19, 미수 15'라고 적었다.그런 것은 상관없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 이춘재가 오래 숨겨둔 진실을 털어놓았다.본격적으로 공판이 시작되면 '어쩌다' 가장 먼저 진실을 털어놓은 이춘재와 당시 수사에 관여한 경찰관, 수사검사, 국과수 담당자 등 사건 관계자 대다수가 변호인단 예고대로라면 윤씨 재심 공판 증인석에 앉게 될 것이다.아무도 의심스러워 하지 않은 탓에 피고인 윤씨만 온몸으로 불이익을 떠안고 수십년을 살아왔다.이춘재가 먼저 진실을 이야기했다. 이제라도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일이 맞다면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 /손성배 사회부 기자 son@kyeongin.com손성배 사회부 기자

2020-02-04 손성배

[노트북]포천시의회 의장의 '유체이탈 화법'

조용춘 포천시의회 의장이 연일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버스 갑질'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이후 4개월째다. 조 의장이 논란을 잠재우고자 한 언행들은 되레 사태를 악화시켰다. 같은 더불어민주당 총선 예비후보와 취재기자들에 대한 '폄훼' 논란이 더해져 걷잡을 수 없이 파문은 확산 중이다. 급기야 포천시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조 의장을 조사했다.이뿐만이 아니다. 포천시의회 임시회 회기 중에 우즈베키스탄 출장을 추진했다가 동료 시의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조 의장은 논란이 일면 '억울하다', '황당하다'며 유체이탈 화법을 쓰는 듯 하다. 자신과 관련한 보도를 한 언론에 대해서는 '고소'를, 자신이 한 말 중 불리하겠다 싶으면 '잡아떼기식'으로 상황을 모면하기 급급하다. '버스 갑질' 논란은 조 의장의 처신에서 비롯됐다. 자신은 '갑질'이 아니라 주장하지만, 시의장으로서 자신의 딸이 버스를 놓쳤다는 이유로 버스회사 대표에 전화한 것만으로도 부적절하다. 해당 버스회사는 시의 예산을 직·간접적으로 지원받으며 관리감독을 받는 위치다. '압력'으로 오해를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조 의장은 딸 뿐만 아니라 시민도 버스를 탑승하지 못했기에 의장으로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시민은 많지 않다. 딸이 아빠에게 '버스를 타지 못해 놓쳤다'는 응석을, 버스회사 대표에 그대로 전달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자못 궁금할 뿐이다. 논란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같은 당 총선 예비후보를 마치 배후인 양 비방하고, 기자들을 폄훼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 역시 온당치 않은 자세다.조 의장은 최근 무리하게 일주일 '해외 출장'을 추진하다가 임시회기 연기에 반대하는 동료 시의원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면서 없던 일이 됐다. 이번에도 조 의장은 "우리가 가든, 안가든 뭐가 상관이 있어서 취재를 하느냐", "취소됐으니 더 말씀드릴 게 없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서 포천시민들은 '유감'이나 '사과'를 바라지 않는다. 잘잘못을 떠나 시민의 대의기관인 포천시의회를 이끄는 의장의 당당한 모습을 바랄 뿐이다. /김태헌 지역사회부(포천) 기자 119@kyeongin.com김태헌 지역사회부(포천) 기자

2020-02-03 김태헌

[노트북]전세자동차, 상황의 심각성 깨닫기를

"요즘 전세자동차라는 상품이 뜨고 있다던데, 그거 때문에 내 고객도 나한테 계약한 차량을 취소하고 전세자동차를 구매한다더라."지난해 10월 자동차 판매업에 종사하고 있는 친구의 말을 듣고 전세자동차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전세자동차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체의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간단한 설명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전세주택처럼 보증금을 내고 차량을 이용한 뒤 일정 계약기간이 지나면 보증금 전액을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사고가 나도 나중에 돌려받는 보증금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었고, 감가상각마저 없어 나조차도 기회가 된다면 전세자동차를 이용하고 싶을 정도였다.하지만 차분하게 내용을 읽어보니 허점 투성이였다. 주택은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가격이 내려가는 차량을 왜 별다른 이득 없이 빌려주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가장 컸다.주변에 자동차 리스·대여를 하는 지인과 경제전문가들과도 고민을 나눠봤지만 마땅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해당 업체는 전세자동차 보증금으로 일반 렌터카 3대를 출고해 수익을 낸다고 하지만 이 구조가 성립되려면 전세자동차 이용자 1명당 일반 렌터카 이용자 3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그러나 대기업이 렌터카시장에 뛰어들면서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고 모두 입을 모았다. 이는 그럴듯한 수익 구조로 피해자를 현혹하는 다단계와 다를 바 없었다.이와 함께 대부분은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4년 뒤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행된 지 2년여 만에 보증금을 냈음에도 차량을 받지 못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했다.피해자들은 현재 조만간 돈을 돌려주겠다는 업체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정부 및 수사기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루빨리 모두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사태 해결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이준석 경제부 기자 ljs@kyeongin.com이준석 경제부 기자

2020-01-19 이준석

[노트북]'잠깐이면 되겠지' 소화전 주정차 이제 그만

"회사 앞이어서 세워놓은 건데 주정차 금지구역인지 몰랐습니다." 최근 인천지역의 소방용수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 문제를 취재하다가 만난 운전자에게 들은 말이었다. 그가 주차해 놓은 곳 바로 옆에는 소화전이 설치돼 있었고, 인도와 차도 사이 연석에는 '소방시설 주정차금지' 문구가 적혀 있는 적색 노면 표시가 있었다. 조금만 살펴봐도 주정차 금지구역인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었다. 며칠이 지나고 다시 찾은 그곳에는 다른 차량이 똑같이 주차하고 있었다. 소방용수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는 길을 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소화전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적색 노면 표시는 정부가 소방용수시설 주변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치하도록 한 안전표지다. 신속한 소방활동을 위해 필요한 곳을 우선으로 적색 노면 표시를 하고 있다. 연석 등에는 눈에 잘 띄는 적색 노면 표시, 도로에는 '소화전 주차금지'라는 노란색 문구가 크게 적혀 있지만, 운전자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하다. 소화전 등은 화재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필요한 중요시설이다. 화재 진압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화재현장을 다니며 찰나의 순간 불길이 크게 번지는 상황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일각을 다투는 화재현장에서 물 공급을 방해하는 불법 주정차는 '재난'과 같다. 운전자들은 "잠깐이면 되겠지"라며 자신이 조금 더 편하기 위해 불법 주정차를 한다. 단속에 걸리지 않고, 과태료만 내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게 재난이다. 자신과 가족, 이웃 등 누구나 소화전 주변 불법 주정차한 차량으로 재난 속에 갇힐 수 있다. 안전문제는 조금씩 양보하다 보면 끝이 없다. 큰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소화전 불법 주정차에 대한 운전자들의 의식 개선은 물론 지자체, 소방당국 등 단속 주체의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하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20-01-16 김태양

[노트북]드림파크골프장, 2020년엔 변해야 한다

"올해는 '예약할 엄두도 나지 않는 골프장'이라는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까요?" 골프 동호인들이 인천 서구 드림파크 골프장을 두고 하는 얘기다. 새해 들어 만난 동호인들에게선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로 여겨지는 이 골프장에 대한 불만과 개선을 바라는 기대감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한 동호인은 우스갯소리로 올해 소망이 "지난해보다 많이 드림파크 골프장에서 골프 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2019년은 드림파크 골프장에 대한 시민 불신이 더욱 커진 한 해였다. 불투명한 운영 방식에 더해 부정 예약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까지 이뤄지면서 불신은 극에 달했다. '벤치마킹 라운딩'과 '끼워넣기' 등 소문만 무성했던 부정 예약이 점점 사실로 드러나는 모양새여서 시민들의 실망감은 더욱 컸다. 부정 예약으로 인해 부킹이 더욱 어려웠던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드림파크 골프장은 접근성이 좋고, 가격이 저렴해 예약 경쟁률이 최대 1천대 1에 달한다.2020년은 운영 방식 개선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재, 올해 연단체 운영 계획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였다면 이미 선정까지 모두 끝났을 시기다. 드림파크 골프장을 운영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자체적으로 제도 개선책을 논의하기보다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찰의 눈치만 보고 있다. 최근 열린 골프장 상생협의회에서도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 문제점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자발적인 제도 개선 노력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골프장 관계자들은 대부분 이미 이용객들의 불만을 알고 있었다. 동호인들이 2020년 드림파크 골프장에 기대하는 건 지난해보단 나아진 모습일 것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말로만 '대중' 골프장을 외치지 말고, 시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b@kyeongin.com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20-01-02 공승배

[노트북]감시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버스업계

"수원여객은 600대 가량 버스를 보유한 수원지역의 최대 버스업체죠? 공공재원이 투입되는 버스업체를 금융자본이 잠식하면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김명원 경기도의원) "현재 법적으로도 사모펀드의 여객운수 사업 참여를 막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제도적으로도 그렇고요. 수원여객 같은 경우는 (인수한 지)시간이 좀 지났는데 아직 특별히 문제점을 보인다거나 그런 사항은 없었습니다."(허승범 경기도 교통국장)지난달 21일 열린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는 경기도 버스업체를 사모펀드가 잇따라 인수(10월 31일자 1면 보도)한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수원여객과 부천의 소신여객은 최근 몇 년 사이 경영권이 사모펀드로 넘어갔다. 가업 승계가 일반적인 버스 업계에선 이례적인 일이었다. 사모펀드가 수원여객을 인수한 뒤, 수원 버스업계에는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현재 수원에선 전기버스가 거리를 누빈다. 타 업체에선 비용 문제로 도입을 꺼린 친환경 전기버스를 수원여객이 전격 도입한 것이다. 기사의 출퇴근을 명확히 기록하고, 휴일을 보장해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반 버스업체에선 할 수 없는 경영혁신을 사모펀드가 앞장서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공공재원이 투입되는 버스를 사모펀드가 인수하며, 공공의 돈으로 펀드 투자자의 배를 불릴 수 있다는 우려와 사모펀드가 선진 경영을 이끈다는 긍정의 시선이 교차한다. 행정사무감사 내용을 조금 더 들여다보자."고배당이 투자목적이라고 유추할 수 있는 사모펀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지 않겠나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김명원 경기도의원) "사모펀드나 개인사업자나 사실 다 사업을 하시는 이유는 영업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공공재원을 투입해서 지원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하고 또 재정을 통해서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가져가지 않도록 조절해야 될 의무는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허승범 경기도 교통국장)내년엔 경기도의 버스준공영제 도입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도가 밝힌 것처럼 공공이 감시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아야 사모펀드에 공공재원이 흘러가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언론도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신지영 정치부 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정치부 기자

2019-12-29 신지영

[노트북]판결문 속 '생후 7개월 딸 살해' 부부

인천에서 생후 7개월된 딸을 수일간 홀로 내버려둬 끝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부부가 살인죄로 최근 중형을 선고받았다. 남편 A(20)씨에게 징역 20년이, 소년범인 아내 B(18)양에게는 장기 징역 15년~단기 징역 7년이 각각 선고됐다. 첫돌도 지나지 않은 갓난아기가 죽기 직전까지 겪었을 고통의 크기가 가해자인 부모들의 형량만 갖고는 제대로 가늠되지 않을 것 같아서 이 사건 판결문 속 '범죄사실'을 다시 뜯어봤다.당시 피해자는 생후 7개월 미만인 유아로서 3~4시간마다 300㎖의 분유를 먹어야 하고, 겨우 뒤집기나 배밀이를 했다. 벽을 짚고 일어설 수 있으나 혼자 일어서거나 걷지는 못했다. 가해자들이 집에서 키운 반려견인 생후 5개월짜리 '시베리안 허스키'보다 작은 체구로, 시베리안 허스키가 피해자를 밟고 지나가거나 공격하더라도 전혀 방어할 수 없었다. 스스로 생존할 수 없는 상태였다. 남편 A씨는 피해자를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고 의심하면서 보호·부양 의무를 B양에게 떠넘겼다. B양은 A씨의 무책임한 행동에 화가 난다며 보호·부양 의무를 A씨에게 떠넘겼다. 피해자를 애완견 2마리가 있는 집에 홀로 내버려 둔 채 어느 한 사람 귀가하지 않았다. 애완견 2마리는 안방과 집안 곳곳에 똥오줌을 싸고 배설물을 밟은 발로 방안을 돌아다니고, 100ℓ 용량의 쓰레기봉투에 담겨 있던 쓰레기나 다른 잡동사니를 안방으로 물어다 놓았다. 피해자가 있던 안방은 가해자들조차 선뜻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지저분하고 불결했다. A씨와 B양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서로에게 책임을 떠밀며 피해자를 돌보지 않았다. 피해자는 5일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방치돼 고도의 탈수와 기아를 원인으로 숨졌다. 이상 판결문에 적시된 '범죄사실' 중 일부다. 재판부가 선고형량을 결정할 때 고려한 부분 가운데 이런 내용도 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고통받고 있을 시간에 해수욕장을 놀러 가거나 친구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다녔다. '가해자들의 부모'가 피해자를 위해 마련한 장례식에도 술을 먹은 후 늦잠을 자느라 참석하지 않았다. 가해자들은 재판 과정에서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9-12-23 박경호

[노트북]부끄러움 없는 한국마사회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는 깃발을 펄러덩 펄러덩 훨훨 휘날리고 싶다. (…) 아아, 꼭 그래야 할 것 같다. 모처럼 돌아온 내 부끄러움이 나만의 것이어서는 안 될 것 같다."오랜만에 개인 블로그에 적어뒀던 글이 생각나 찾아 읽었다. 소설가 박완서의 작품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을 따로 발췌한 글이다. 작성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한창이던 2016년 12월 7일. 모두가 혼란스러웠던 그때, 나는 부끄러움이란 감정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것 같다.최근 서울경마공원(렛츠런파크)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휴게공간을 취재하면서도 몇 년 전 블로그에 글을 쓸 당시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이곳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 중 일부는 화장실 안과 계단 밑 등 휴게공간이라고는 도저히 여겨지지 않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본 이들은 고객이 용변 보는 소리를 들으면서 빵과 귤 등 주전부리를 먹었다. 한국마사회는 이 모든 책임을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에게 떠밀었다. "미화원들이 계단 또는 화장실 근처를 무단 점유해 임시 휴게실로 이용했다"고 했고, 심지어는 "열악함을 과장하기 위해 연출했다"라고까지 표현했다. 경인일보 보도 이후 고용노동부 안양지청이 실시한 현장 점검에서 부적절한 휴게공간에 대한 이전·폐쇄 권고를 받고도 '안하무인'식 태도를 보였다. 자신에게 유리한 '언론플레이'도 빼놓지 않았다.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이 보도 이후 청소노동자들을 찾아 간담회를 자청하고, 이달 말 노사 간 상생협약을 약속한 것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이 같은 발언을 하고 뒤로는 노조에 비공식 사과를 했단다. '면피성'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화장실 안에서 쉬던 청소노동자, 그 모습을 취재한 기자, 기사를 접한 시민들은 모두 저마다의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러나 그들에겐 부끄러움이 없었다. 소설에서처럼 모처럼 돌아온 내 부끄러움이 나만의 것이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배재흥 사회부 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사회부 기자

2019-12-22 배재흥

[노트북]'인천항만공사 신임 사장'을 앞두고

인천항만공사의 제6대 신임 사장 선임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남봉현 사장이 퇴임한 지 한 달 만이다. 인천항만공사 사장은 대부분 해수부 출신이 맡아왔다. 1대인 서정호 사장과 2대 김종태 사장은 해수부 출신이고, 3대인 김춘선 사장은 국토해양부·기획재정부에서 근무한 이후 인천항만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5대 남봉현 사장도 기재부 출신으로 해수부 기획조정실장을 마지막으로 퇴직한 후 인천항만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4대 유창근 사장만 유일하게 현대상선 대표이사를 역임한 기업인 출신이었다.신임 사장 선임을 앞둔 시점에서 최근 인천항 현안을 해결하려면 인천을 잘 아는 사람이 선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 한해 인천항만공사는 지역 주민의 수많은 민원에 시달려야만 했다. 송도국제도시에 조성하려던 화물차 주차장이나 북인천복합단지 매각, 내항재개발 등 인천항만공사가 추진하는 여러 사업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지역주민의 민원을 잘 조정할 사람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인천항의 당면 과제인 물동량 감소를 해결하려면 항만 전문가가 사장에 취임하는 것은 필수요건이다. 인천항은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이 7년 만에 전년대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벌크 물동량이 감소하는 것은 최근 1~2년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항만공사에서는 내년 초부터 사장 공모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항만공사법에서는 '항만공사 사장은 해양수산부장관이 해당 시·도지사와 협의를 거쳐 임명(任命)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하라는 뜻이다. 해수부는 인천항만업계의 이러한 의견을 사장 선임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2019-12-19 김주엽

[노트북]'가두리 부동산'을 아십니까?

"우리가 자선사업 가도 아니고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매물을 무조건 홍보(등록)해야 합니까?" 최근 '가두리 부동산' 퇴치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 한 신도시에서 만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의 말이다. 주로 신도시나 호재가 많은 지역에서 성행하는 가두리 부동산은 중개업소가 활발한 거래를 위해 가격 상한선을 정해 놓고 담합하는 것을 말한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놓은 물건을 여러 개 거래해야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두리 부동산의 경우 매도자가 의뢰한 가격대에 매물을 내놓지 않아 아파트 단지마다 시세 차이가 무려 1억~2억원 이상 벌어지기도 한다는 게 캠페인을 하는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또 네이버 매물에 집주인 인증을 거부하거나 층수 미표시 매물을 올리고, 집주인이 외지에 살면서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저가에 올려 유인용 '미끼매물'로 악용하고 있다고도 했다.이렇다 보니 입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아파트 단지 주변에 '정직한 부동산을 이용하자'는 현수막을 부착하거나 인터넷 카페, 네이버 밴드,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가두리 부동산 퇴출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날 현재까지 캠페인에 동참한 단지만 4~5곳에 달하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에선 "아파트값은 시장 상황과 수요 및 공급의 원칙에 의해 결정된다. 저가 매물만 올리는 게 아니고, 시세에 맞는 매물 위주로 광고하는 것"이라며 가두리 부동산에 대해 강하게 부정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매도자와 매수자에 의한 가격 결정이 아닌 중개업소에서 '시세에 맞는 매물'을 판단하는 건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부동산거래질서를 해치고 있다는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입장이 상반되다 보니 입주민들은 가두리 부동산을 피해 다른 지역 중개업소에 매물을 올리거나 온라인을 통한 직거래를 시도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입주민과 중개업소 간 입장이 다르고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는 지자체가 나서야 할 때다. /이상훈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sh2018@kyeongin.com이상훈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2019-12-17 이상훈

[노트북]인천시의원들에게 시민은 누구인가

2015년 3월 인천 지하도상가 점포 불법 전대 문제 취재차 부평 지하도상가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은 적이 있다. 23㎡짜리 점포 두 칸을 임대하는 조건이 권리금과 보증금 각각 1억원에 월세 200만원, 관리비 별도였다. 월 수백만원에서 1천만원까지 가는 곳도 있다며 저렴한 수준이라고 했다. 지하도란 본래 인천시 소유지만 지하도상가법인(임차인)들이 10~20년에 한 번 개·보수(리모델링)를 한다는 이유로 시에는 '1년' 간 100만~200만원의 대부료를 내고, 실제 상인들에게 전대를 해 '한달'에 수백만원의 월세를 받는다는 것을 상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등기가 애초 불가능한 부동산이기에 취득세·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임차인들은 상인들이 절세를 위해 요청한 월세 현금영수증조차 무시했다고 했다. 상인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청년들은 쉽게 들어오지도 못해요. 참, 기사엔 내보내지 말아 주세요. 쫓겨나면 이마저도 장사 못하거든요."이는 불법, 특혜, 과세 불평등의 문제로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에도 담겼지만 결국 2002년 조례 제정 후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지난 13일 이 문제를 해소하고자 한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안'이 17년 만에 인천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14개 모든 지하도상가의 계약기간이 2030년 이상으로 연장됐다. 전대도 5년간 보장됐다. 의회는 최근 매매를 한 임차인들의 피해가 막심하다며 시의 개정안을 마구 손질했다.법인(임차인)들이 그간 지하도상가 활성화에 이바지한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간 공에 대해 충분히 이익을 취했으니 이제 잘못을 바꿔나가자는 것이 감사원과 언론의 지적이자 자영업 상인, 청년들의 열망이었다. 의회의 이번 결정은 진짜 현장에서 밥벌이를 하느라 목소리도 결집하지 못하는 일반 상인들과 청년들에 또 한 번 극심한 박탈감이 됐다. 시민과 '협치'하겠다는 시의회 홈페이지 문구가 무색하다. 의원들에게 되묻고 싶다. 의원들이 협치하는 '시민'은 대체 누구인가. /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say@kyeongin.com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2019-12-15 윤설아

[노트북]'신세계'급 영업비밀

희미했던 화성 국제테마파크 사업의 윤곽이 다시 드러나고 있다. 얼마 전 부총리와 도지사, 신세계그룹 부회장까지 사업 예정지에 총출동해 대대적 사업 '비전'까지 내놓았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아시아 최고' 글로벌 테마파크를 2031년까지 화성 송산그린시티에 짓겠다는 것. 두 번 무산된 뒤 벌써 세 번째 추진되는 사업인데도 주민들은 물론 부동산 시장의 기대감도 식지 않는다. 개발도 안 되는 주변 그린벨트 땅값이 3년 새 4배 넘게 치솟았고 기획부동산 업자들마저 활개를 치고 있다. 겉으로는 현재 아시아 최고인 일본·중국의 디즈니랜드·유니버설스튜디오와 어깨를 나란히 할 테마파크가 경기도에 들어서고, 주민들과 부동산 시장은 이미 그 기대감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그런데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아직 아시아 최고 자리를 넘볼 만한 사업의 '알맹이'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공개된 테마파크 콘셉트는 '최첨단 IT 기술을 접목한' 놀이공원, '온 가족이 사계절 즐기는' 워터파크, '공룡알 화석지와 연계된' 테마공원, '장난감과 캐릭터로 꾸민' 키즈파크 정도가 전부다. 디즈니·유니버설 등의 마블히어로즈·겨울왕국 등과 맞설 수 있는 콘셉트인지, 얼마만큼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일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인지 모르겠다. 조만간 이 알맹이 없는 테마파크 사업의 일부마저 줄이고 미니 신도시급 주거단지 계획을 끼워 넣는다고 한다. 하도 사업이 무산되니 사업 시행자의 요청을 정부가 들어주는 모양인데, 중요한 건 나중에 테마파크가 지어졌을 때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일 콘텐츠다. 해외 관광객을 유혹하기 위해 신세계프라퍼티가 꼭꼭 숨겨 둔 '신세계'급 영업비밀이 있으리라 믿는다. /김준석 경제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경제부 기자

2019-12-11 김준석

[노트북]평택항 여객터미널, 뒤늦은 대책이지만 환영

'안되는게 어딨나…애국인데.'입국 수속에만 최장 7시간이 걸리는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의 문제가 제기되자 평택시와 법무부 출입국 관리사무소, 세관 등 관계 기관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지난 10월 평택과 중국 영성을 오가는 1천500명 규모의 여객선이 취항하면서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의 전체 여객 수송 인원이 전년 동기대비 47%나 증가했다.이 때문에 여객이 몰리는 화, 목, 토요일에는 입국에만 최대 7시간 가량 소요되면서 중국 관광객들과 보따리 상인들의 불평도 나오고 있었다. 입출국 시 법무부에서 해야 할 통역이나 안내 업무도 인력 부족으로 선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중국 관광객 증가로 국제여객터미널이 '사드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던 차였기에 국제여객터미널의 국제경쟁력 확보가 시급했다.문제 해결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취재 당시 관계 당국은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의 문제에는 공감하면서도 대책 마련은 당장 이뤄지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오기도 했다. 인력 충원 문제는 본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데다 자동입출국 심사대 도입도 설치 공간이나 예산 확보 등이 쉽지 않다는 이유였다.그러나 경인일보의 연속 보도 이후 각 기관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태도를 바꿔 해결 방안까지 내놨다.법무부는 평택항만출장소 직제상 정원을 8명에서 12명으로 늘리고 통역 인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평택시도 공간 조정을 통해 자동입출국심사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세관도 검사대 3대 이상을 상시 운영하고 문형탐지기도 2대에서 3대로 증원한다.뒤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이제라도 관계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에 대해 환영한다.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가능해 보이던 대책들을 기관들이 내놓은 만큼 하루 빨리 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원근 사회부 기자 lwg33@kyeongin.com이원근 사회부 기자

2019-11-21 이원근

[노트북]대학의 주인은 누구인가?

전국 4년제 대학 가운데 등록금이 세 번째로 비싼 대학 신한대. 의정부에 있는 개신교 계열 사립 대학인 신한대의 김병옥 전 총장이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얼마 전 법정 구속됐다. 1심 판결문을 살펴보면 교비를 마치 자신의 돈인 것처럼 사용한 김 전 총장의 행적을 알 수 있다. 법인이 내야 할 세금과 융자금을 갚는 데 학생들이 낸 입학금과 수업료가 쓰인 것은 비교적 약소(?)하다. 학교 건물에 아들 부부를 살게 한 것도 모자라 교비로 인테리어 비용을 충당하고, 수련원으로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강화도의 한 펜션을 차명으로 매입하곤 일반인을 상대로 숙박 영업을 하려 했다는 김 전 총장의 공소사실은 교육자로서 자질을 의심케 할 정도다. 그가 학교 재산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 전 총장의 비리로 충격을 받았을 주체는 무엇보다 학교 구성원일 것이다. 특히 총장의 가족이 쓰는 사택의 인테리어 비용이나 펜션 구입비로 쓰일지 모르고 연간 8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낸 학생들은 가장 큰 피해자다. 일반 사기업이라면 가족들이 합심해 영리 활동을 할 수도 있겠지만, 대학은 엄연히 교육기관이다. 설립자의 가족이 총장을 맡았다고 해서 공공의 재산을 마음대로 쓰거나, 비리를 숨기기 위해 직원들에게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신한대가 오명을 벗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인 신한대가 언젠가는 비싼 등록금만큼이나 투명한 회계로 전국 순위에 오르내리길 바란다. 전 총장의 뉴스로 상처를 입고 분노했을 학생들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학교와 학교 법인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대학에는 다양한 주체들이 있다. 학교 법인뿐만 아니라 학생과 교수, 교직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할 때 대학은 존립할 수 있다. 총장이나 총장 일가가 학교의 주인 행세를 하며 모든 것을 좌지우지했던 시대는 오래전에 지났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doran@kyeongin.com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2019-11-19 김도란

[노트북]日제품 불매운동 '건전하게' 지속해야

지난 7월 1일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가 시작된 지 4개월가량이 지났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일본의 부당한 규제에 맞서 자발적으로 일본 불매운동을 펼치며 유니클로, ABC마트, 혼다 등 일본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하지만 일본 불매운동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 선량한 소비자뿐 아니라 일부 소상공인도 피해를 입고 있다. 하나의 예로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의 상당수는 손님이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음식 조리 방식이나 명칭만 일본의 것을 따왔을 뿐인데, 일본풍의 음식조차도 꺼리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산 재료로 만든 일본식 선술집을 애용하면 지역 경제 활성화와 농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자카야뿐 아니라 일본식 라멘, 초밥 집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또 지난 9월 1일 시작된 8자리 번호판 시행 이후 일본차를 구매한 소비자는 매국노라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실제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지인이 일본차를 구매하려고 하자 만류했지만, 결국에는 일본차를 구매해 속상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댓글에는 '지인분이 잘못했네요', '지금 시국이 어느 때인데', '번호판을 공개해주세요' 등의 부정적인 글들이 올라왔다.이와 함께 일본 불매운동의 주요 표적인 유니클로에 손님이 몰리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감시단'까지 생겨나는 추세다. 입고 있는 옷이 유니클로라면 마치 일본을 옹호라도 했다는 듯이 손가락질하는 강경파도 적지 않다.물론 일본 불매운동의 취지와 목적에는 국민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일본 불매운동 이후 일본 기업들이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고, 이에 일본 정부도 자신의 선택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것도 불매운동의 좋은 효과다. 하지만 이를 위해 선량한 소비자의 선택을 옥죄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자국민끼리의 비난은 내부 갈등만 유발하는 행위다.일본 제품을 구매했다는 이유로 우리의 이웃을 비난하는 일부 강경파들이 조금은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해 건전한 불매운동이 장기간 지속하기를 바란다. /이준석 경제부 기자 ljs@kyeongin.com이준석 경제부 기자

2019-11-13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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