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노트북]'소년범 처벌 강화' 다섯번째 국민청원

청와대는 갈수록 흉포화해지는 청소년 범죄를 줄이는 대책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지금까지 네 차례나 답변했다. 그러나 아직 눈에 띌만한 청소년 범죄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 답변뿐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소년범을 엄하게 처벌해 달라는 '다섯 번째 국민청원'이 최근 20만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청원은 SNS에 그 영상이 공개·공유되면서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 '수원 노래방 폭행사건'(06년생 집단 폭행사건)이다. 이 사건의 가해자들은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으로 형사처벌은 받지 않도록 법은 규정하고 있다.수원 노래방 폭행사건 관련 국민청원이 청와대 답변 대상으로 채택된 직후, 지난해 인천에서 일어났던 '중학생 집단폭행 추락사 사건' 가해자들의 항소심 선고가 있었다. 주범 격이던 15세 A군이 피해자 유족과의 합의 등을 통해 감형받았고, 나머지 10대 3명은 1심에서 받은 형량을 유지했다. 이들은 모두 최근 대법원에 상고했다. 한때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청소년 강력범죄인데, 2심 때 형량으로만 따진다면, 가해자 중 일부는 빠르면 내년 여름에 출소할 요건이 된다.청소년 범죄의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국민청원은 2017년 9월 청와대의 '제1호 청원 답변'으로 많은 관심이 쏠렸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직접 답변했다. 실질적 보호처분을 강화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내용이 조 장관의 답변이었다. 이어진 2차, 3차 청원 답변에서도 '피해자 보호 강화' 등 대책을 제시했으나 잔혹한 청소년 범죄는 또 터졌다. 4차 청원 답변에서야 "현행법과 국민의 법감정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또다시 국민적 공분이 다섯 번째 청와대 답변을 이끌었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범죄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는 건 너무 원론적인 얘기다. 법과 제도 전반을 꼼꼼히 분석해 국민들이 원하는 답변을 해주고, 실행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9-10-13 박경호

[노트북]김포도시철도와 김포택시

머지않아 인구 50만 돌파가 유력한 김포에는 대학병원이나 백화점, 제대로 된 시외버스터미널 등이 없다. 상당수 외지인은 김포를 '강화도 가는 길목' 정도로 생각한다.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김포는 이처럼 대도시의 면모와 아직 거리가 있다.이 때문에 김포에는 선거철마다 백화점 등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이 단골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 같은 인프라 건립은 어디까지나 개인 사업자의 의지에 걸린 문제로, 정치권이나 지자체에서 노력을 기울인다고 성사될 일이 아니다. 가까이 서울 강서구와 일산지역에도 수요가 풍부한 상황에서 사업자들이 김포시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림도 없다.정치권과 지자체 차원에서 노력할 수 있는 인프라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도로와 철도다. 도로가 뚫리고 철도가 놓이면 사람과 물류가 통하고, 사람과 물류가 통하면 앞서 언급한 개인 사업자들의 인프라도 자연스럽게 들어서기 마련이다. 이때 도로와 철도는 '인프라'보다는 '시스템'으로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다.서울과 고양 등 인근 대도시와 다르게 그동안 김포에서는 도로 위를 달리는 빈 택시를 보기 힘들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택시 승차장도 유명무실했다. 택시 한 번 타려면 '콜'을 부르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운전기사에게 이유를 물으니 "승객이 꾸준히 발생하는 장소가 드물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빈 택시로 돌아다니면 연료비용이 감당 안 되고, 그렇다고 오지도 않을 손님을 승차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수도 없지 않겠느냐며 고충을 토로했다.그런데 지난 9월 28일 김포도시철도가 개통한 이후 택시생태계에 변화가 왔다. 역사에 택시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최소한 도시철도 역사 근처에 가면 택시를 탈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는 건 이제 시간문제다. 시민들이 아무리 민원을 제기해도 소용없던 택시승차 문제가 도시철도라는 인프라 구축으로 자연스럽게 해결되어 가는 것이다. 시스템(도시철도)이 개인 사업자(택시)를 움직이게 한 사례로 향후 정책 추진에 참고해볼 만하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

2019-10-10 김우성

[노트북]안병용 시장군수협의회장 '다시찾은 지갑'

'잃어버린 지갑을 다시 찾다'.안병용 의정부시장이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장으로 취임한 직후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의 제목이다. 아마도 1년 전 협의회장에 내정됐다가 석연치 않게(?) 염태영 시장에게 자리를 내줬던 것의 뒤끝을 그렇게 표현했던 것으로 안다. 안 시장은 지난해 6월 협의회장으로 내정돼 소감까지 밝혔다가, 일부에서 제기된 절차적 문제로 비밀투표 끝에 염 시장에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안 시장은 염 시장이 올해 전국협의회장에 선출되면서 직을 사임하자 다시 추대됐다.잃어버렸던 지갑을 다시 찾았을 때의 반가움과 애틋함 때문일까? 그가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장이 되고 나서 시군과 경기도 사이의 기류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이재명 지사와 정치적 라이벌로 꼽히며 잊을만하면 갈등설이 나오곤 했던 전임 협의회장과 달리, 안 시장은 중앙대 동문인 이 지사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사석에선 형동생으로 지낼 만큼 대화가 잘 통하는 데다 일에 대한 열정도 자타가 공인하는 두 사람이다 보니 현안 협의도 한결 쉽다는 게 공직사회의 전언이다.실제 안 협의회장 취임 후 경기도와 도교육청, 각 시군 사이 이견이 팽팽했던 고교무상 급식과 어린이집 운영비 지원사업의 예산 분담 논의가 합의점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안 협의회장은 취임 후 도지사와 도교육감을 차례로 만나 고교 무상급식 예산의 5%를 추가 부담해줄 것을 요청했고, 도는 이를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어린이집 운영 지원금 예산과 관련해서도 안 협의회장은 "오는 18일 협의회 회의에서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일정 부분 타협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보였다.1년 만에 제자리를 찾아간 안 시장은 전보다 확연히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협의회장으로서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권은 물론 국회나 세종시 일정이 부쩍 많아진 탓이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에게 응원을 보낸다. 그대가 찾은 지갑 안에 있던 것이 돈이 아니라 날개이길 바란다. 더 큰 이상과 목표로 더 높이 날 수 있는.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doran@kyeongin.com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2019-10-07 김도란

[노트북]인천공항, 공항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전 세계가 공항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외에서 늘어나는 항공 수요를 잡기 위해서다.특히 아시아는 전 세계에서 항공 수요가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는 지역이다.인천공항은 2001년 개항 후 빠르게 성장하면서 세계 수준의 공항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국제여객 기준 세계 5위, 화물 물동량은 세계 3위를 차지했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12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최고임을 입증했다.인천공항이 글로벌 공항으로서 위상을 유지하거나 높이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중국은 지난달 베이징 신공항인 다싱공항을 개장했다. 연간 1억명의 여객이 이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싱가포르, 두바이 등도 경쟁적으로 공항을 확장하고 있다.공항 경쟁이 심화되면서 인천공항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인프라 확장을 위한 4단계 건설사업,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관광·물류·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공항경제권' 조성 사업 등이다.인천공항의 인프라 확장은 세계 공항과 경쟁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공항경제권은 조성되면 국가의 신성장 동력으로서 일자리 창출과 함께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만으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정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정부는 인프라 확장뿐 아니라 네트워크 확대 등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인천공항이 공항으로서 위상을 높이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많은 국가·도시와 연결돼 있어야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이 많아진다. 국가의 대외 경쟁력과도 연결된다.국내에서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 등 인천공항의 네트워크를 약화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지방 공항 건설과 활성화 등은 필요할 수 있다.하지만 인천공항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은 국가 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스럽다. 인천공항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계와 경쟁하는 '국가대표 공항'이다. /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2019-10-06 정운

[노트북]뮤지엄, 변화가 필요할 때

얼마 전 한 기업이 진행한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예술의 전당에 방문한 적이 있다. 이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작품도 작품이지만,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었다. 이날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은 마치 놀이동산에서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듯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동안 많은 박물관, 미술관을 찾았지만 이렇게 입장권 구매부터 전시 관람까지 줄을 지어 관람하는 것은 꽤 놀라운 광경이었다. 특히 유명 작가의 전시가 아닌 한 기업의 그동안의 기록을 보여주는 전시에 많은 사람이 모였다는 것 자체가 인상 깊었다. 아마 사람이 많이 모였던 건 주말인 영향도 있었을 테고, 예술의전당이라는 네임 밸류의 힘, 관객의 흥미를 이끄는 다양한 전시 진행 등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경기도 내에도 많은 뮤지엄이 해마다 다양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이 뮤지엄들은 전시뿐만 아니라 교육, 신진 예술가 발굴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과 지원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미술관처럼 늘 많은 관람객이 방문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전시 수준이 낮은 것은 결코 아니다. 해마다 관람객 눈높이에 맞춘 전시를 선보이고 있지만, 이 같은 풍경을 기대하기는 조금 어렵다. 뮤지엄들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부족한 탓도 있고, 공익을 목적으로 하다 보니 젊은 감각이 담긴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는 데 한계가 있어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을 수도 있다.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최근 트렌드에 맞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젊은이들의 뮤지엄 방문이 늘면서 이들을 유입하기 위한 전시와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술관은 젊어졌고, 방문 관람객 수도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많은 뮤지엄들도 변화가 필요하다. 관람객의 눈과 수준이 트렌드에 맞춰 점점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에 발맞춰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도내 뮤지엄들에 대한 이미지도 새롭게 심어지지 않을까. /강효선 문화체육부 기자 khs77@kyeongin.com강효선 문화체육부 기자

2019-10-03 강효선

[노트북]'군포 100인 위원회'에 거는 기대감

10월의 첫날 군포시청에서 '새로운 군포 100년 종합계획' 수립에 관한 시민공청회가 열렸다. 도시의 백년대계를 준비 중인 군포시가 이 과정에 시민들의 의견을 담아내고자 마련한 자리에는 평일 낮임에도 많은 시민이 참석했다. 앞서 지난 7월 말 열린 군포도시공사 설립 관련 주민설명회 때도 시민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당시 현장의 한 시민에게 어떻게 오게 됐냐고 묻자 '우리 동네 일인데 당연히 궁금하지 않겠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당연한 대답이다. 시민들이 달라졌다. 내가 사는 지역이 어떤 방향성을 갖고 어떤 정책을 펼치는지 궁금해한다. 투표권 행사를 통해 대표자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각자의 의견을 적극 피력한다. 그래야 기존의 관행과 탁상행정에서 벗어난 참신한 정책이 만들어지고, 무엇보다 투명한 시정 운영이 가능해질 거라는 믿음에서다.'시민 우선 사람 중심'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민선 7기 군포시는 이 같은 시대적 흐름과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년간 열린 수많은 공청회와 주민설명회, 원탁토론회 등이 이를 방증한다. 지역 대표 축제인 군포철쭉축제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주를 이뤘고, 지난 5월에는 고질적 민원인 주차문제의 해결을 위해 공무원과 시민들이 세 차례나 머리를 맞대며 대안을 도출해 냈다. 최근에는 학교 환경개선사업 지원 대상을 점검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 일반 학부모들을 참여케 했으며, 일반 청년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청년정책위원회를 발족해 실효성 있는 청년 정책의 탄생을 예고하기도 했다.한대희 군포시장의 대표 공약이자 시민 협치 행정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100인 위원회'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1년여의 준비 끝에 곧 출범을 앞둔 100인 위원회가 민·관 협치의 모범사례로 거듭나 군포의 새로운 브랜드로 자리 잡을지, 전시 행정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애물단지가 될지 지금부터 지켜볼 일이다. /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homerun@kyeongin.com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2019-10-01 황성규

[노트북]이재명의 목소리

그날 이재명 후보의 목소리는 떨렸다. 2018년 6월 12일 수원시 인계동 마라톤빌딩 지하에는 2주간의 전쟁 같은 선거를 함께 치른 선거 운동원, 이 후보자의 열성 지지자까지 수백 명의 사람이 운집했다. 캠페인을 끝내고 모인 사람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 차지하는 살 냄새, 땀 냄새로 진동했다.인파 사이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걸어 나왔다. 흰 와이셔츠의 소매를 걷어붙인 그는 두 팔을 들어 환호에 응답하곤 마이크를 잡았다. 캠페인 초반 또랑또랑했던 목소리는 잠겼고, 말끝마다 갈라져 쉰 소리를 냈다. 눈빛만은 형형했다.선거 내내 그의 선거 현장을 누비며 수십 번 이상 연설을 들었지만, 그 날의 연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재명 후보는 "정치인은 머슴이다. 국민이 선택하는 것이다. 국민이 선택해주지 않으면 별 수 있겠냐"고 운을 뗐다.이어 "시켜주면 일을 하는 것이고 아니면 말고"라고 말했다. 선택을 받지 못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도 같았다. 그의 목소리를 듣던 수행원이 기둥 뒤에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봤다."그래도 됐으면 좋겠죠? 오늘 밤까지 주위에 알리자,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선거 운동원과 지지자를 달랠 땐, 좌중에서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했다.연설 바로 이틀 전인 10일 이재명 후보와 염문을 일으킨 여배우가 공중파 방송에 출연했다. 다 이겼다고 생각한 선거판은 여론조사를 공표할 수 없는 '블랙아웃' 속에서 더욱 큰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의 선거 마지막 연설은 바로 그런 배경 속에서 나왔다.마지막일 것만 같았던 '위기'는 그가 도지사가 된 이후에도 계속됐다. 조폭 논란을 거쳐 치욕스런 신체 검증을 거쳤지만 끝이 아니었다. 검찰은 죄를 물어 그를 법정에 세웠고, 한 차례의 승리와 한 차례의 패배 끝에 최종심만을 남겨두고 있다.승부사 이재명은 지난해 국민의 선택을 받아 정치 무대에 살아남았다. 이번 승부는 법원의 판단에 달렸다.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경기도의 눈과 귀 모두 12월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신지영 정치부 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정치부 기자

2019-09-30 신지영

[노트북]ASF확산 신뢰잃은 정부, 여지있는 모든 방역 필수

파주에서 시작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연천과 김포에 이어 인천 강화군으로 확대되면서 방역 당국을 비롯해 양돈 농가, 국민까지 울상이다. 자칫 전국으로 확산될 경우에는 우리 양돈 산업의 피해는 천문학적으로 커지고, 공급 부족에 서민들마저 먹거리를 잃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이미 국내 돼지고기 가격은 이를 반영하듯 급등세다. 지난 28일 기준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당 5천657원으로 전국일시이동중지 조치가 내려지기 전 직전 거래일인 26일(4천289원)보다 31.9% 뛰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35.4%, 1년 전보다는 15.2% 각각 올랐다.정부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돼지 사육 수가 1천228만마리로 예년 대비 13%로 많고 수입도 24.2% 높은 31만3천t에 당장의 수급은 이상 없다지만, 시장은 불안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ASF를 앓는 중국이 전 세계의 돼지고기를 사실상 싹쓸이 하면서 수입 가격은 갈수록 높아지고 국산 돼지고기까지 수급이 불안한데 정부는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만 말하고 있어서다.앞서 정부는 차단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지만 결국 우리나라도 ASF 발병국이 된 것처럼 정부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이다.정부의 발표를 양돈가뿐 아니라 전 국민이 믿기 위해서는 이렇다 할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모든 시도는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확산 방역에 사활을 거는 것은 기본이고 이제라도 원인의 하나로 추측되는 야생 멧돼지에 대해서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확산 추세를 보면 북한에서 넘어온 야생 멧돼지뿐만 아니라 국내에 있던 개체들까지 감염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또한 남북 공조 방역도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 열악한 북한의 방역 시스템을 우리 정부가 마냥 손 놓는다면, 당장의 국내 확산은 막을 수 있겠지만 언제 또 북한에서 ASF 바이러스가 넘어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여지가 있는 것에 대한 모든 차단은 필수인 셈이다. /황준성 경제부 기자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경제부 기자

2019-09-29 황준성

[노트북]'매립지 관급토사 부정유통' 적극 수사해야

수면 위로 드러난 '수도권매립지 반입 관급토사 전표 환치기 사건'에 대해 이제는 수사기관에서 적극적인 수사가 요구된다. 일부 운송업체가 매립지로 반입 승인이 난 전표를 통해 발주처로부터 나오는 운송비(㎥당 2만1천~2만3천원)를 챙겨왔기 때문이다. 양 기관의 협약 물량으로 볼 때 운임료만 연간 60억~1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전표환치기를 통해 빼돌려진 운송비 환수는 당연한 것이다. 특히 운임료를 예산으로 부담하기보다 저렴한 흙값(25t덤프트럭 기준, 2만원)을 지불해 매립지를 관리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더 큰 이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매립지로 들어온 폐기물의 가스 발생과 악취 등을 막기 위해 매립 이후 5시간 내 토사를 덮어 다지기 작업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폐기물을 매립한 뒤에도 매립 공간을 다시 활용할 수 있다. 이때 관리공사는 매립에 필요한 토사를 예산 절감 차원에서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공급받기도 한다. 관급 공사장에서 나오는 토사(관토)를 수도권 매립용 토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공사에서 나온 토사를 처리해야 하는 공공기관들도 토사 처리 비용이 따로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하지만 관토가 관급공사장에서 수도권매립지로 운반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환치기 수법이 나왔다. 토사 운반 업체들은 공사 정보 등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는 틈을 노려 전표를 사적으로 유통, 일반 공사장에서 나오는 토사를 관토로 둔갑시켜 매립지로 반입시키고 운임료를 챙겼다. 운송업체들은 발주처에서 발행되는 전표를 임의로 활용해 공사명과 차량 번호 등 주요 정보를 허위로 기재해 관계 기관의 감시망을 벗어났다. 또 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날에도 해당 공사장의 토사가 수도권 매립지로 반입되는 날도 있었다. 국가적 손해에 따른 국가적 대응이 시급한 이유다. /이원근 사회부 기자 lwg33@kyeongin.com이원근 사회부 기자

2019-09-26 이원근

[노트북]결국 무산된 인천~제주 카페리 운항 재개

세월호 참사로 끊겼던 인천~제주 바닷길을 다시 이으려는 시도가 무산됐다. 인천~제주 항로 카페리운송사업자로 선정된 대저건설이 사업권을 반납했기 때문이다.대저건설은 애초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을 이용하는 한중카페리가 신국제여객터미널로 이전하면, 이곳을 모항으로 인천~제주 카페리를 운항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대저건설은 이 항로에 투입할 '오리엔탈펄8호(2만4천748t)'를 사업자 선정 이전 중국 선사로부터 빌려왔다.하지만 신국제여객터미널 개장이 지연되고 있는 탓에 운항 재개가 애초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대저건설은 어려움을 겪었다. 오리엔탈펄8호의 용선료는 하루 1천600만원이고, 선원 임금까지 포함하면 매일 2천만원 상당이 지출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 운항 재개가 지연되면서 선사가 손해 본 금액은 200억원에 달하며, 내년 6월께 운항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300억원 이상의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게 대저건설의 설명이다.인천~제주 카페리 운항 재개가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제주와 수도권 지역을 오가는 화물을 운반하는 사람들은 현재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카페리 운항이 중단된 이후 인천~제주 항로에는 5천900t급 화물선이 운항하고 있으나, 화물차만 이용할 수 있어 화물차 운전기사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지역 화물을 전라남도 목포나 완도까지 여객선으로 옮긴 뒤, 육로를 통해 수도권으로 운반하고 있다고 한다. 인천~제주 뱃길을 이용하는 것보다 육로로 운반하는 경로가 길어지다 보니 물류비와 시간이 더 많이 든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인천~제주 카페리는 배를 댈 장소를 찾지 못해 운항이 무산됐다. 세계 50위권 항만인 인천항에서 카페리가 이용할 선석 하나 구하지 못해 배를 운항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천~제주 카페리 운항을 담당하는 기관에서는 사업자가 선정된 이후 1년여 동안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은 이유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2019-09-22 김주엽

[노트북]'취향 고백'

'젊은 꼰대'라는 말이 있다. 자기 경험을 중시하고 타인의 사생활을 지적하는 사람을 뜻한단다. 한 포털에서 조사한 결과 직장마다 20%의 꼰대가 있고, 그 중 2030의 '젊은 꼰대'가 새로 떠오른다고 한다.나도 '젊은 꼰대'다. 고백하자면, 이따금 사람들의 옷차림을 지적하고 싶은 유혹을 참기 힘들 때가 많다. 지난 여름 기업들은 물론, 경기도와 각 시군에서 반바지 입기를 권했다. 반바지는 운동복쯤으로만 보는 나는 간혹 마주하는 반바지 차림의 남자 직장인들을 보면 당혹감마저 들었다.하지만 반바지를 입지 못하게 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할 순 없다. 직장인들에게 반바지를 판매할 수 없도록 법 제정을 청원하지도 않았다. 어디까지나 '내 취향'이니까.처음 회사에 들어와 기사를 쓸 때 배운 것 중 하나가 '취향 고백'을 주의하라는 것이었다. 취향을 사회의 기준처럼 제 멋대로 확대치 말라는 경고였다.그러나 최근 경기도의회 '성평등 기본조례' 폐지 촉구 주장을 듣자면 특정집단의 '취향'을 법안에 담겠다는 얘기같이 들린다. 조례는 성평등위원회 설치를 지원하는 내용이지만, 단지 '양성'이 아닌 '성'을 썼다는 이유로 어디에도 명시되지 않은 동성애 프레임이 씌워져 비난받고 있다. 동성애자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혐오하는 것도 개인의 취향이지만, 한 데 모여 입법활동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단 한 글자만 가지고 '남자 며느리'나 '성전환자의 여성 스포츠경기 참여 가능' 등을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1950년대 영국은 화학적 거세를 할 정도로 동성애를 막으려고 했지만, 컴퓨터의 아버지 엘런 튜링을 잃기만 했지 막지 못했다. 반대로 조례 하나로 동성애를 확산할 수 있을까.도와 도의회의 해명에도 조례가 성의 개념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라는 일부 종교단체의 표어가 순수성을 의심받는 이유다. 어디까지가 '취향 고백'이고 어디까지가 '신앙 고백'일까. 매일 도의회를 지나며 나누기, 빼기를 반복한다. /김성주 정치부 기자 ksj@kyeongin.com김성주 정치부 기자

2019-09-19 김성주

[노트북]의정부시 'THE G&B 프로젝트' 성공하길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사는 지역을 평가하곤 한다. 어떤 도시는 주민 편의시설이 많아 살기 좋다는 소리를 듣는가 하면, 어떤 도시는 교통망이 잘 발달해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려한 자연환경 덕에 사람이 모여드는 도시도 있다. 이처럼 지역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고, 때로는 주관적이다. 도시의 가치를 평가하는 여러 항목 가운데 요즘 의정부시는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도시 곳곳에 꽃과 나무를 심고, 미관을 가꾸는 데 행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정부형 도시 녹화 사업인 'The G&B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초록의 'Green'과 아름다움을 뜻하는 'Beauty'의 앞글자를 딴 사업의 명칭처럼 푸르고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다.안병용 시장은 출장차 방문했던 해외의 한 지자체에서 사업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눈만 돌리면 꽃과 나무가 있고, 잘 정돈된 거리의 모습을 보면서 도시의 외관을 가꾼다는 건 주민을 위한 일인 동시에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그의 구상처럼 'The G&B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가동할 경우 시의 경관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마을의 자투리 공간과 관공서 주변, 도로와 하천 주변이 모두 꽃과 나무로 채워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꽃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사람에게 미치는 심리적 안정감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공원과의 거리가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단지 내 녹지 비율이 아파트를 대표하는 홍보 포인트가 될 정도로 생활 속 자연환경의 중요성은 커졌다. 꽃과 나무를 통해 도시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정부시의 시도가 성공하길 바란다. 또 그것이 오랜 시간 각종 규제로 고통을 받은 지역 주민에게 치유와 보상이 되길 기대한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doran@kyeongin.com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2019-09-17 김도란

[노트북]철탑 위에서 추석연휴 보낸 한 해고노동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추석. 한 한국지엠 해고노동자는 따뜻한 고향집이 아닌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앞 9m 높이 철탑 위에서 추석을 보냈다. 철탑 위에서 명절을 보낸 사람은 한국지엠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이영수씨. 그는 지난해 말 부평2공장의 2교대 근무제가 1교대로 축소되면서 해고됐다. 자신을 포함한 한국지엠 해고노동자 46명의 복직과 한국지엠의 불법파견 근절을 주장하며 지난달 철탑 위에 올라섰다.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이영수씨 외에도 해고노동자 일부는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명절은 항상 걱정이 많은 시기였다고 한다. 명절 때마다 인력 축소 등 구조조정 관련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항상 안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지엠이 지난해 설을 이틀 앞두고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하면서 많은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명절을 보내야 했다.추석이 지났지만, 한국지엠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이 바라는 복직과 불법파견 근절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해고노동자들은 한국지엠 부평2공장이 다시 2교대 근무제로 전환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복직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측에서 복직에 대한 계획을 밝힌 것은 없다. 불법파견 문제 역시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에서 지난해 6월 수사를 시작한 이후 1년을 넘기며 장기화하고 있다.한국지엠 측은 불법파견 등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복직 등은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조는 한국지엠의 불법파견을 생각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히려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다며 복직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불법파견 문제가 정리돼야 지금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 인천북부지청과 검찰은 장기화하고 있는 한국지엠 불법파견 수사를 서둘러 끝내고 결론을 내야 한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9-09-15 김태양

[노트북]김포시와 시의회의 이상한 거래

김포시와 김포시의회 간 거래가 성립됐다. 지난 2일 시는 정책자문관 개인정보 유출자에 대한 수사의뢰를 철회했고, 시의회는 정책자문관 문제를 거론하려던 시정 질의를 백지화했다. 윈윈이다.그런데 거래 상대가 엉뚱하다. 앞서 시는 수사의뢰가 시의회를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을 일축하며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의뢰했다고 못 박은 바 있다. 구체적으로 "개인정보 누출은 공직자 기강해이 중 대표적인 범법행위"라고까지 표현했다. 시청 공무원들을 수사선상에 올리려 했다는 의미다.이 주장대로라면 수사의뢰 철회 여부를 놓고 협의할 상대는 시의회가 아닌 공무원노조였다. 그럼에도 시는 시의회에 수사의뢰 철회를 약속했고, 또 시의회는 이를 받아들이며 시정감시를 포기했다. 경찰 수사라는 칼날에 숨죽이고 있던 공무원들로서는 허무할 노릇이다.이번 사태는 정책자문관 A씨가 근무시간에 당구 레슨을 받았다는 보도로 시작됐다. 시의회가 시에서 건네받은 자료를 토대로 A씨의 초과근무수당 등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자 시는 A씨의 개인정보 유출자를 찾아달라며 수사를 의뢰했다. 시의회에 자료를 제공한 부서가 수사의뢰를 담당해 '시의원 겨냥설'이 불거졌다.하지만 애초부터 시의회는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듯하다. 시에서 수사를 의뢰했다는 첫 보도가 나오고 파문이 커지던 지난달 15일 저녁, 시의원들은 시 고위간부와 어울려 당구를 즐기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로부터 5일 뒤 시의회는 적당히 유감을 표명했고, 얼마 후에는 시민원탁회의에 불참하는 것으로 적당히 불만을 드러냈다. 시의원들은 정작 원탁회의 다음 날 정하영 시장이 소집한 선출직공직자협의회에는 참석했다. 도시철도 관련 중요사안을 논할 것이라고 알려진 터라 적당히 여론을 살피며 참석해야 했을 것이다.시의회는 결국 시와 거래를 트면서 적당히 사태를 봉합했다. 견제기능이 무너진 김포는 그렇게 오늘도 적당한 하루가 흘러가고 있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

2019-09-03 김우성

[노트북]민원인 개인정보 보호

지난 5월 국민권익위원회는 '공공기관 민원인 개인정보 보호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499개 공공기관과 행정안전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권고안에는 담당 공무원이 공공기관 민원시스템에서 신고성 민원서류를 출력하면 민원인 정보는 자동으로 삭제되고 민원 내용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담당 공무원이 민원인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때 지켜야 하는 세부 처리지침을 '민원행정 및 제도개선 기본지침'에 반영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각 기관에서 신고성 민원을 처리할 때 민원인 비밀보장 준수, 신고자 보호·보상 제도 안내 등 관련 유의사항이 포함된다. 이는 민원처리 과정에서 민원인 정보가 유출돼 권익이 침해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의왕에서는 이러한 노력과 거리가 먼 사례가 발생했다. 의왕시 내 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홈페이지에 민원인의 신분증 사본이 게시됐다. 조합 대의원 선임의 위법성을 바로잡으려 했던 해당 조합원의 주민등록번호와 현주소, 연락처 등의 개인정보가 1천명이 넘는 조합원에게 여과 없이 공개됐다. 게시 기간이 짧았다면 실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게시 기간은 2주가 넘었다. 해당 조합원은 이에 대해 조합과 시에 항의를 했다. 시가 조합에 게시를 멈출 것을 요청했으나 하루 뒤 다시 게시됐다고 조합원은 주장했다. 민원 청구서류에 개인정보를 보호해 달라고 기재했음에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조합원은 조합장과 시를 고소했다. 조합원은 조합의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잘못이 발생하고 불필요한 송사마저 벌어졌다.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권익은 침해됐고, 행정력은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민원인 개인정보 누출은 행정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최근 각 지자체는 주민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의왕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시를 믿지 못하는 시민이 시정에 참여할 수 있을까.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시정을 위해 앞으로 의왕시가 더 책임감 있고 세심한 행정을 펴주길 기대한다. /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기자 zuk@kyeongin.com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기자

2019-09-02 민정주

[노트북]10년 전 '일본 석탄재' 약속

'일본 석탄재 수입 최소화'.꼭 10년 전인 2009년 10월, 환경부와 시멘트·화력발전 업계가 서명한 협약서 내용이다. 하지만 수입 물량은 눈덩이처럼 불어 지난해 1.6배가 됐다.감축 방안을 내놓겠다던 환경부가 감축은커녕 그 어떤 석탄재도 넘기지 못할 방사성·중금속 기준치를 만들어 놓고 10년간 지켜만 봤기 때문 아닐까.10년 만에 또다시 석탄재 수입을 규제하겠단다. '일본 석탄재'도 아닌 '그냥 석탄재' 수입 절차를 강화한다는 것.말도 안 되는 이유를 내세운 일본 경제보복이 범국민적 반일 감정을 불러왔고, 기자를 비롯한 여러 언론에서 이 상황에 한국이 일본 쓰레기를 대신 처리해주고 있다고 지적하자 내놓은 대응책이다.문제는 10년 전 약속과 이번 대응책이 얼마나 다를지 모른다는 점이다. 수입 관리만 까다롭게 해놓고, 일본에서 반발하면 일본만 겨냥한 건 아니라고 둘러대면서 국내엔 일본 경제보복에 맞대응하는 그림만 보여주기 위한 건 아닐지 의문이다.10년 전엔 환경부 장관이 협약서에 서명이라도 했는데, 이번 국회 토론회에 나온 담당 부서장은 마땅한 대안도 없고 참석키로 한 한국시멘트협회 부회장은 전날 밤 갑자기 아프다며 주최 측에 불참을 통보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고조된 반일 감정을 계기로 국민들이 일본 석탄재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고, 국회의원들도 오는 국정감사 때 이 문제를 들여다보려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석탄재가 시멘트 생산에 필수 요소가 된 건 맞지만 수입산을 대체할 물량 확보는 물론 대체재 개발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방사능 오염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일본산 석탄재 등 폐기물에 대한 국민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계기로 일본산 폐기물 문제를 빈틈없이 진단하고 합리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 10년 전 공염불에 그친 약속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김준석 경제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경제부 기자

2019-08-29 김준석

[노트북]'중개보조원'에 울상 짓는 청년 공인중개사

"'이럴 줄 알았으면 자격증 안 따고 시작할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간혹 들어요."지난해 치러진 29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올해부터 소속공인중개사로 일하고 있는 30대 A씨는 자신의 처우가 자격증이 없는 중개보조원과 다를 게 없다며 이같이 넋두리를 뱉었다. 보수나 업무 등 중개보조원과 차별성이 크게 없다는 부연이다. 전문성이 결여된 중개보조원이 할 수 있는 일은 현장안내나 서류작성 등 간단한 업무뿐이다. 개업공인중개사나 소속공인중개사처럼 중개행위를 하는 것은 공인중개사법에서 금하고 있다. 중개매물 표시·광고도 할 수 없다. 만일 이를 어길 시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런데도 중개보조원이 사실상의 중개행위를 했다는 얘기가 여전히 자주 들린다. 공인중개사 간판을 걸고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들도 중개보조원이 허위매물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등 위험하게 중개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오죽했으면 지난 5월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자격증이 없는 중개보조원으로 인한 부동산 사기사건이 이어지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부동산 거래 사고 예방 캠페인'을 벌였겠는가.포화상태인 공인중개사 시장과 거래량 급감으로 공인중개사 폐업이 개업을 앞선 가운데 중개보조원 수가 늘었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올해 1월까지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10만1천792명이며, 중개보조원은 5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출혈경쟁의 배경인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개보조원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지난 4월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중개보조원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를 초과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기면 업무정지를 내릴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겼다.아직도 계류 중인 법안과 윤리의식 없이 돈만 뒤쫓는 일부 중개보조원 때문에 성실히 일하는 공인중개사의 이미지와 속이 새까맣게 변하고 있다. /윤혜경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hyegyung@kyeongin.com윤혜경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2019-08-27 윤혜경

[노트북]세심한 근현대 역사교육 강화 방안 필요

지난달 가평청소년의회의 학생들은 일본 정부를 향해 '가벼운 사과보다 진정한 사과를 원한다'는 결의안을 발표했다. 결의안은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의 부당한 경제 조치는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진정한 사죄는 일본의 부당한 경제 조치의 철회가 그 시작이 될 것이며 그 시작을 통해 우리는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결의안은 교육청에서 근대 역사에 대한 교육을 확대할 것도 요구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하기에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이야말로 학생들이 과거사를 바로 알게 한다고 강조했다.정부가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초·중·고등학교 역사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근본적인 대안들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이에 교육부는 초·중등학교가 개학하는 즉시 계기교육과 동아리·캠페인 등 체험활동을 통한 역사 교육을 활성화한다고 밝혔고 국민들의 동북아 역사 인식 제고를 위해 시민강좌 개설, 역사서적 개발·보급 등 교육·홍보를 다양화할 계획이다.하지만 현장에서는 근현대 역사 교육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세심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역사 교육과정 내에서 근현대사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실상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사와 근현대사 과목이 통합된 이후 2009 교육과정에서는 전근대사와 근현대사의 비중이 5대 5였고 2015 교육과정에서는 6대 4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2020년부터 중고등학생들이 배우는 2015 개정 교육과정도 고등학교의 경우 전근대사와 근현대사의 비율이 4대 3에서 1대 3으로 늘지만, 중학교의 경우 전근대사와 근현대사 비율이 5대 1로 도리어 축소되기 때문이다.경기도교육청은 서대문형무소와 제암리 교회 체험 활동을 비롯해 근현대사 체험학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학교에서 배우는 근현대사 수업과 학교 밖에서 배우는 수업이 상호 보완돼 학생들이 원하는 근현대사 교육이 이뤄지길 바란다. /이원근 사회부 기자 lwg33@kyeongin.com이원근 사회부 기자

2019-08-25 이원근

[노트북]과거사 청산과 천재교육

제때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청구서를 들이민다. 청구서를 받아든 이후 선택지는 크게 2가지로 좁혀진다. 늦었지만 당장 비용을 치르거나, 불어나는 이자를 감수하고라도 정산 시기를 좀 더 늦추는 것. 시기의 차이일 뿐 비용을 떼어 먹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과거사 청구서'는 누가, 언제 썼는지도 불분명한 행운의 편지처럼 예기치 못한 시점에 또 한 번 날아들 것이기 때문이다.현재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관계도 과거사 문제를 무시해온 결과물이다. 가해자인 일본정부의 태도는 일일이 거론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무책임하다. 광복 이후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청산'이라는 일관된 주장을 하기보다 일시적 '봉합'을 택한 한국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최근 경인일보가 연속보도한 '천재교육 총판(대리점) 갑질 의혹'도 과거사 청구서와 관련 있다. 총판들은 천재교육 본사와 거래하면서 많게는 십수억 원대 빚이 생겼다고 주장한다. 채무가 생긴 배경에는 판촉비용 떠넘기기, 반품제한, 도서 밀어내기 등 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 있었다는 게 총판 측 설명이다.천재교육은 총판들이 하는 대부분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마치 지금 있는 일인 것처럼 악의적인 주장을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천재교육의 말은 총판들이 주장하는 갑질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첨예한 한일관계 속에 "미래를 생각하자"면서 문제의 본질을 보지 않으려는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2일 총판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본사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고발하는 신고서를 접수했다. 공정위는 총판들의 호소를 귀담아 듣고, 천재교육의 잘못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건 이 모든 행위가 '제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사 진상조사단'과 같은 별도 조직을 만들어 제때 밝혀내지 못한 억울함을 뒤늦게 들여다보는 건 지금까지 쌓인 사건만으로도 충분하다. /배재흥 사회부 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사회부 기자

2019-08-18 배재흥

[노트북]답답함과 암울함… 그 선을 넘어야

#시선 1. 사람이 하늘인 세상! 녹두꽃이 만개한 세상! 최근 공중파에서 동학을 소재로 한 드라마 '녹두꽃'을 관심 있게 봤다. 비극적인 역사사건이어선지 드라마 전개상 갈수록 마음 한구석에는 답답함과 암울함이 깔렸다. 다행히도 결말은 희망을 남겨두고 드라마답게 끝맺는다. #시선 2. 영화 '기생충'에서도 답답함과 암울함이 밀려왔다. 영화 중간에 몹시 시선을 피하고 귀를 막고 싶었다. "저러다가 주인네 가족이 들이닥치면 어쩌나!" 조마조마한 마음을 도무지 가라앉힐 수 없었다. 다행히도 그 선을 넘지 않고 전개되면서 결말에서 선을 넘는다.개인과 사회 속에서 불안과 공포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불안과 공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문제는 역사 속에서 찾는다. 갈등 속에서 혼란을 더 키워 스스로 망하거나, 그 선을 넘어 위기를 극복해 새 역사를 만들어 가기도 한다. 프랑스대혁명이 공화정에서 나폴레옹 1세와 3세의 제정시대로 암울한 전개가 그렇고, 반면 고대 그리스 페리클레스의 민주정치가 선을 넘어 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중, 한·일 무역전쟁 등 개인과 사회가 그 선 앞에 서 있다. 답답함과 암울함의 불안과 공포보다는 선을 넘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야 할 때이다. 작고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하자.여주시는 전국의 동학교도들을 척왜 농민항쟁으로 이끌었던 해월 최시형 선생을 모신 곳이다. 그리고 13도 창의군 의병 총대장으로 서울 진공에 앞장선 이인영 선생, 민족대표 33인으로 천도교 지도자였던 홍병기 선생, 임시정부 군무부장으로 광복군 창설의 주역으로 활동한 조성환 선생 등 정부로부터 공식 포상을 받은 독립유공자를 38분이나 배출한 충절과 의혈의 고장이다. 현실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고, 역사의식과 독립정신으로 맞서야 한다.여주시청사 건물에는 74주년 광복절 기념 현수막이 내걸렸다. 안중근 의사의 손도장과 글귀 하나가 쓰여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약지를 자른 아픈 손으로 쓴 대한국인의 담대한 역사를 보라!"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기자 coa007@kyeongin.com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기자

2019-08-13 양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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