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사용되는 '돈'에는 아낌이 없는 게 우리사회의 통념이다. 이 때문에 아이들에게 눈칫밥 주지 말자는 무상급식이 선진국보다 먼저 시작됐는지 모른다. 그러나 비리는 교육에 투자돼야 할 돈을 좀벌레처럼 파먹고,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낙후시킨다. 교육비리가 국민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17일 감사원이 발표한 '학교시설 확충 및 관리실태 감사결과'에는 학교 비리의 천태만상이 낱낱이 드러나 있다. 불법수의계약·리베이트 수수·공사비 부풀리기 등 5·6공 시절의 학교비리가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혁신교육, 비리 척결을 내세우는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감사에서 톡톡한 망신을 당했다. 교육과학기술부 및 전국 교육청을 대상으로 했지만 900쪽이 넘는 감사자료에서 경기도교육청의 이름은 가장 많이, 또한 쉴새없이 반복된다. 도내 학교 절반 이상이 부적절한 예산 집행 등으로 지적된 것은, 사실상 일선 학교의 부패척결의 자정기능이 마비된 것과 다름없다.교육계 최일선에 있는 학교장들은 주어진 자율을 '책임'이 아닌 '방종'으로 받아들인 듯싶다. 교장실에 수천만원을 들여 '아방궁'을 만드는가 하면, 예산을 부당전용해 불요불급한 리모델링을 한 학교도 다수 있었다. 멀쩡한 통합발주 공사는 학교장의 손에 넘어가면, 특정업체와의 수의계약 공사로 변질됐다. 이 같은 수의계약 공사는 수주특혜로 연결됐고, 금품·향응 수수라는 비리의 정석을 써 나갔다. 용인교육지원청 사례는 가관이다. 학교용지를 매입하면서, 쓸데없는 용도변경 추진으로 특정 도시개발조합에 83억원의 보상금을 과다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도교육청은 비리의 총책이었다. 도교육청은 앞서 나열된 비리 사례를 파악하고 있음에도, 보조금 재지급을 결정하는 등 일선 학교의 불법 행위를 묵인 또는 조장해 왔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아이들은 보는 대로 배운다고 한다. 이번 감사결과, 비리 '경기교육'을 보고 뭘 배울지, 한숨부터 나온다.
2012-05-21 김태성